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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정부조직 진단·컨설팅은 ‘경계병 딱따기’/이선우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

    [기고] 정부조직 진단·컨설팅은 ‘경계병 딱따기’/이선우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

    요오드, 세슘, 스트론튬 등 낯선 원소의 이름이 대중에게 회자되고 있다.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해일과 원전사고는 천재(天災)이지만, 방사능 유출과 확산은 인재(人災)에 가까워 보인다. 9·11테러와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정부 운영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듯이 일본 정부도 커다란 변화의 요구에 직면할 것이다. 세계 최고의 재난대응체계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마저도 이러할진대, 증가하는 재난과 위기, 급속도로 변하는 모바일 혁명 등 기술 환경의 변화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 재난과 기술변화를 관리하고 대응해야 할 정부 조직은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비판을 받는 것이 그래서다. 늑대의 위협을 내다보고, 지금의 울타리는 늑대를 막기에 부적절하니 개·보수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누군가가 있어야 하는데, 정부 내에서 이런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정부 조직진단·컨설팅이다. 한 부처가 다른 부처를 컨설팅한다는 것이 어색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선진외국의 정부기관에서는 직무분석 등의 컨설팅을 다른 기관을 위하여 수행해 주고 있다. 실제로 국내 정부조직들 중 컨설팅을 받은 기관들은 외부 용역을 한 것보다 훨씬 낫다고 입을 모은다. 그 이유는 컨설팅이 철저히 삼각 협업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즉, 정부 내 조직담당 부처와 컨설팅 대상기관 그리고 외부 전문가 등이 함께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함으로써 보다 현실적이고 수용 가능한 대안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협업 컨설팅 방식을 먼저 활용한 곳은 농촌진흥청을 비롯하여 국립중앙과학관 등 대국민 접점에 있는 기관들이다. 이들 기관은 컨설팅 이후, 성공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청장과 직원들이 함께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고 토론하는 ‘황당무계’라는 소통 프로그램을 도입하였고, 간부식당도 세미나와 토론을 위한 장소로 탈바꿈시켰다. 그 결과, 농산물 산업화 및 식량 전쟁 대비 전략을 고민하고, 민간경제연구소 수준 이상의 보고서도 발간하여 호응을 얻고 있다. 국립중앙과학관의 경우, 창의적 과학 체험활동, 찾아가는 과학 전시 등 고객중심의 사업 개발로 관람객이 1년 새 75만명에서 88만명으로 17.3% 증가하였다. 최근에는 기상청에서 지진·해일, 화산 폭발 등 대규모 자연재해 대응 전략 개발을 시작하였고, 여러 부처에서 이미지 개선, 업무 프로세스 개선 등을 의뢰하고 있어 컨설팅의 인기가 상승 중이다. 미국의 사회생물학자인 레베카 코스타는 오늘날 인류가 당면한 문제들이 너무 복잡해서 문제 해결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고 진단한다. 벤처 스타일의 도전과 변화만이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역설하며, 자신의 책을 다가오는 외부 위협을 알려주는 ‘경계병의 딱따기’ 소리에 비유했다. 자연재난, 경제위기 등 점증하는 위기상황에서 고민하는 여러 나라의 정부를 보며, 우리 정부의 진단·컨설팅도 ‘경계병의 딱따기’ 같은 역할을 잘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
  • [지구촌은 사이버 전쟁중] G2 등 ‘제5 전장’ 규정… 사이버부대 경쟁적 창설

    [지구촌은 사이버 전쟁중] G2 등 ‘제5 전장’ 규정… 사이버부대 경쟁적 창설

    미국 방위산업체 록히드 마틴, 상업은행인 씨티그룹, 공영방송 PBS, 일본 전자업체 소니, 한국과 미국 관료들의 구글 지메일과 야후 메일…. 지난 3~4주 사이 잇따라 해커들의 공격을 받은 곳이다. 급기야 국제금융기구인 국제통화기금(IMF) 전산망까지 뚫렸다. 각국의 주요 시설과 정부 요인들을 대상으로 한 해킹 사례가 부쩍 늘어나면서 지구촌이 온라인을 전장으로 한 사이버 세계대전에 빠져들고 있다. 기존의 전쟁과 달리 사이버전에서는 ‘적’의 정체를 파악하기 어렵고 소수정예 요원의 활동만으로도 강대국의 전산망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때문에 전통적 군사강국인 ‘G2’(미국과 중국)를 비롯해 러시아, 이스라엘, 영국 등은 경쟁적으로 사이버부대를 창설하는 등 ‘제5 전장’(육·해·공·우주에 이은 새로운 전장)을 지배하기 위해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대응법을 마련하고 있다. 미 의회는 보고서에서 “통신망 및 컴퓨터 네트워크에 대한 외부 공격이 현저히 높아졌다.”며 금융시설과 대중교통, 제조업, 의료, 교육, 정부기관 등의 네트워크가 무차별 공격을 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미국안보센터(CNAS)가 이달 초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미 의회와 연방정부기관 전산망이 매월 받는 사이버공격은 18억회에 이른다. 이에 따라 미 의회는 비상상황 때 국가가 인터넷을 강제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사이버보안과 인터넷 자유법’을 발의했고 국방부는 적성국이 기간시설에 사이버 공격을 가하면 이를 ‘전쟁 행위’로 간주해 미사일 등 무력을 동원해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난해 5월에는 미 국방부가 4만명 규모의 사이버 사령부를 설립했다. 현재 미 정부 당국자들은 ‘중국’을 사이버공간의 ‘주적’으로 삼고 있다. 미 의회 고문단은 중국을 “미국 기술의 안보를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대상”이라고 규정했다. 중국은 지난달 25일 광저우에 30명 규모의 사이버전 부대를 창설하고 1000만 위안(약 16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고 밝혔다. 자국 사이버 부대의 존재를 처음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미 수천~수만명의 사이버 전사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자국 정부 관리의 구글 메일을 해킹한 해커가 중국 청두의 인민해방군 기술정찰국에 속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자신도 사이버전의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은 해킹에 의한 기밀 유출만큼이나 ‘인터넷 심리전’을 우려한다. ‘온라인 만리장성’으로 불리는 중국 인터넷 방화벽 설립을 주도한 팡빙신 중국공정원 원사는 “미국이 인터넷(심리전)을 통해 타국에 내정간섭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러시아는 연방보안국(FSB)의 지원을 받는 해커를 육성하며 타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과 인터넷 블로그를 통한 흑색선전, 사이버 반정부 인사에 대한 해킹을 벌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러시아는 에스토니아와 그루지야, 아제르바이잔 등 이웃 국가의 금융·언론 전산망을 대상으로 2007~2008년 ‘분산 서비스 거부’(DDoS·특정서버에 처리할 수 없을 양의 접속 신호를 한 번에 보내 해당 서버를 마비시키는 해킹 기법) 공격을 벌인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지구촌 해킹전쟁] 美 상장사 해킹정보 공개 의무화… ‘사이버 보안戰’ 선포

    [지구촌 해킹전쟁] 美 상장사 해킹정보 공개 의무화… ‘사이버 보안戰’ 선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8일(현지시간) 각 상장기업이 과거 사이버 공격을 당했거나 앞으로 당할 가능성 등 해킹에 관한 모든 내역을 숨기지 말고 투자자들에게 공개할 것을 의무화했다. SEC는 상원 상무·과학·교통위원회의 제이 록펠러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해 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SEC는 지적재산권과 거래 비밀 도용을 초래할 수 있는 네트워크 파손 등을 공개 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구체적인 규정을 곧 발표할 계획이다. 미 연방 증권거래법은 ‘각 상장회사들은 합리적인 투자자가 투자 결정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위험을 공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SEC는 서한에서 “이 법에서 말하는 위험에는 과거의 사이버 공격뿐 아니라 미래의 사이버 공격, 해킹에 따른 영향까지가 포함된다.”고 밝혔다. 해킹 내역은 상장기업이 공개해야 하는 법적 의무사항에 해당한다고 유권해석을 한 것이다. 미 정부가 해킹 대책을 발표한 이날도 씨티그룹은 지난달 내부 전산망이 해커들로부터 공격을 받아 전체 고객의 약 1%에 해당하는 수십만명의 개인 정보가 유출됐다고 발표했다. 씨티그룹은 고객 이름과 계좌번호, 이메일 주소와 연락처 등이 외부로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돼 해당 고객들에게 해킹 사실을 통보하고 보안 조치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컴퓨터 해킹은 이제 일부 컴퓨터광(狂)의 치기 어린 장난이나 단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산업계와 국가 경제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심각한 범죄라는 인식을 미 정부 당국이 확고히 한 셈이다. 지난해 미국 기업 데이터 파손의 31.5%가 해킹에 의한 것이었으며, 이것은 그 전 해에 비해 24%가 늘어난 것이라고 미국의 페노메논 연구소가 지난 3월 밝힌 바 있다. 또 미국 기업 전체의 85%가량이 1회 이상 해킹을 당했고, 해킹 피해를 돈으로 환산하면 건당 720만 달러(약 77억 9400만원)의 손실을 입혔다는 것이다. 해킹은 분식회계 등 전통적인 거래 부정보다 더 심각한 피해를 기업에 입힐 수 있다. 기업의 핵심기술과 중요 정보를 순식간에 훔쳐가기 때문이다. 기업이 이런 사실을 숨겼다가 나중에 치명적인 해킹 피해가 드러날 경우 투자자들은 회복 불능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앞으로 해킹이 일어날 가능성까지 공개할 것을 의무화한 것은 무한 책임 의식을 갖고 능동적으로 해킹에 맞서라는 경고로 풀이된다. SEC의 해킹 내역 공개 의무화는 미 연방 증권거래법의 투자자 보호 조항에 근거한 것으로, 지키지 않으면 처벌을 받게 된다. 미국 정부는 일반 기업에 대해서는 법적 구속력 없는 인센티브로 사이버 보안 강화를 유도하는 반면 금융전산망과 전력망 등 국가 기간시설망에 대해서는 사이버 보안 관련 입법을 강화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미 오바마 정부는 지난달 12일 의회에 관련 법 제정을 요청한 상태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뿔뿔이 흩어진 문화재, 샅샅이 찾아온다

    뿔뿔이 흩어진 문화재, 샅샅이 찾아온다

    공무원 이길배(39)씨의 신혼 아닌 신혼이 저물어 간다. 이씨는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2002년 대전 문화재청으로 발령 나 고향 광주를 떠났다. 아내와 6년 동안 떨어져 지내야 했다. 초등학교 교사인 아내가 대전에 파견 교사로 나와 알콩달콩 산 것도 잠깐, 파견 기간(3년)이 곧 끝나 광주로 돌아가야 한다. 또다시 주말 남편, 주말 아빠가 되어야 한다. 그래도 그는 요즘 한껏 들떠 있다. 지난달 말 신설된 ‘국외문화재팀’ 팀장으로 발령을 받았기 때문이다. 해외에 흩어져 있는 문화재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환수하는 것이 주된 업무다. 프랑스 외규장각의궤와 일본 조선왕실의궤가 귀국했거나 곧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어서 문화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사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런 관심과 기대 속에 발족한 팀이기에 어깨는 무겁지만 그만큼 자부심도 크다. 오는 11일에는 대규모 외규장각의궤 환영행사도 열린다. 팀장과 팀원 5명으로 구성돼 자칭타칭 ‘독수리 6형제’로 불리는 국외문화재팀을 찾아 지난 1일 대전정부청사로 향했다.사무실은 이제 막 컴퓨터, 전화, 책상 등이 갖춰져 어수선했다. 종이상자에 담긴 개인 자료들은 아직 뜯지도 않은 채 쌓여 있었다. 그 와중에도 이 팀장은 오전 회의를 소집, ‘조선고적도보’(朝鮮古蹟圖譜)를 넘겨 가며 해외 문화재 출처 조사를 위한 기초 작업을 진행했다. 이 팀장은 “아직 업무 파악도 제대로 못했다.”면서 “주변에서 하도 ‘죽어나겠다’고들 해서 겁먹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런데도 얼굴에는 긴장감이 전혀 없다. 조급한 기색도 없다. 오히려 마냥 싱글벙글한다. 믿는 구석이 있어서다. 그가 ‘판타스틱 5’라고 부르는 다섯 명의 팀원이 그의 ‘백’이다. 우선 팀원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김종수(49) 사무관은 1997년까지 문화재관리국(문화재청 전신)에서 문화재 환수 업무를 담당했다. 그것도 ‘홀로’. 그뒤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중앙박물관 등을 거쳐 14년 만에 다시 친정으로 돌아왔다. “고향 같은 일이 기다리는 곳”이다. “혼자가 아니어서 더 좋다.”는 김 사무관은 석사학위도 해외 유출 문화재 반환 정책으로 받았다. 조동주(42) 사무관은 2007년부터 국제교류과에서 김병연(38) 주무관과 함께 문화재 환수 업무를 담당했다. 조 사무관은 영국에서 2년 동안 공부한 국제통이다. 김 주무관 또한 대학원에서 문화재 환수와 관련된 국제법을 전공하며 외국의 관련 법과 제도 등에 강점을 갖고 있다. 두 사람은 문화재청 안에서도 찰떡 콤비로 불린다. 박정섭(29) 사무관은 지난해 공직사회에 첫발을 디딘 신참이다. 학부에서 외교학을 전공, 김 주무관과 함께 국제 교섭 테이블에 주로 투입될 예정이다. 이순미(36) 주무관은 일본에서 2년 동안 공부했다. 해외 문화재의 상당 부분이 일본에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주무관의 어깨가 유난히 무거울 수밖에 없다. “문화재 환수에 관한 한 ‘대표선수’들만 차출했다.”고 이 팀장이 자부할 만하다. 이 팀장 자신도 문화재정보과, 활용정책과 등 문화재청에 새로운 부서가 만들어질 때마다 단골로 차출된 전문가다. 이번 국외문화재팀도 예외는 아니다. 이 팀장은 “문화재 업무의 전문성은 기본”이라고 전제한 뒤 “외국어에 능통하고 해당 국가의 법령과 제도에도 전문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화재 환수는 상대(국가)가 있는 업무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신설 부서 이름을 ‘국외문화재팀’이라고 다소 밋밋하게 지은 까닭도 여기에 있다. 외교관계 등에서 불필요한 자극을 주지 말자는 의도에서다. 김 사무관은 “(문화재 협상도) 전략과 전술에 따른 ‘밀당’(밀고 당기기)이 필요하다.”면서 “맞춤형 전략이 노출되지 않을까 늘 노심초사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 주무관은 “국외문화재팀에 대한 국민들의 지대한 관심은 반갑고 고마운 일이지만 외국에서도 우리 팀의 존재를 예의주시하고 있어 마냥 드러내 놓고 떠들 처지는 못 된다.”고 털어놓았다. 이 팀장이 정색하고 나섰다. “많은 사람들이 해외에 있는 문화재는 약탈된 것들이니 몽땅 찾아와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몇 점 찾아 왔느냐는 식으로 평가가 이뤄지면 해외 문화재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 조사나 환수 작업은 오히려 더 요원해질 수 있다. 당장의 성과에만 급급해 오류를 저지를 수 있기 때문이다.” 팀원들이 저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시했다. 조 사무관은 “우선 해외 유출 문화재의 현황과 출처를 정확히 조사하는 것이 급선무”라면서 “약탈 등 불법으로 유출된 문화재는 환수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고, 매매 등 합법적으로 유출된 문화재는 그 가치와 의미를 정확히 알게 해서 우리 문화재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양도를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들었다. 이 주무관도 “그리스나 이집트 등 처지가 비슷한 나라끼리 연대해서 국제 사회 여론을 조성하는 등 체계적인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면서 “페루 마추픽추 유적 반환은 100년 넘게 걸렸고, 우리 외규장각 도서도 20년 이상 노력한 끝에 돌아왔을 만큼 장기적인 과제”라고 힘주어 말했다. 인터뷰가 끝나 갈 즈음, 여섯 명의 특공대는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눈앞의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뚝심 있게 밀고 나갈 것입니다. 우공이 태산을 옮기듯 문화재 환수의 기틀과 체계를 단단히 다지도록 하겠습니다.” 외국의 박물관 수장고 등에서 켜켜이 먼지가 쌓인 채 서러운 세월을 보내야 했던 해외 문화재와 대한민국의 ‘달콤한 밀월’ 관계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대전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창설 50주년 국가정보원 어제·오늘 그리고 내일

    창설 50주년 국가정보원 어제·오늘 그리고 내일

    오는 10일로 국가정보원이 창설 50주년을 맞는다. 국정원은 5·16 직후인 1961년 6월 10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창설된 중앙정보부가 전신이다. 이후 국가안전기획부(1981~1998년)를 거쳐 1999년부터는 국가정보원으로 탈바꿈했다. 국정원의 지난 50년 공과(功過)를 평가하고 국정원이 대한민국 제1의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방안을 염돈재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장(전 국정원 제1차장)과 제성호 중앙대 법학대학원 교수에게 들어봤다. 좌담은 지난 3일 본사 회의실에서 이뤄졌다. →국정원 50년의 공과를 짚어본다면. -제성호 교수 1961년 당시만 해도 1인당 국민소득(GNP)이 남한 80달러, 북한 160달러였다. 대한민국 발전과 번영의 배후에는 정부기관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2000년대에는 산업 기밀 유출 방지, 대형 행사 시 대테러 대책 등으로 대외 신뢰도를 높인 공도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공안사건 처리 과정에서 고문이나 인권 침해, 정치 사찰, 불법 도·감청을 자행한 과도 있다. 국가안보기관으로서 대한민국 안보정보를 수집해야 하는데 정권 안보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잘못된 부분은 과감히 청산하고 반성해 선진 정보기관으로 도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인권 침해 등 잘못된 부분 청산·반성을 -염돈재 대학원장 안보기관으로서뿐만이 아니라 1970년대부터 해외 진출, 경제 발전에도 큰 기여를 했다. 제3공화국 때부터 국정원이 주관이 된 관계 기관 대책회의는 일사불란한 국정 운영의 뒷받침이 됐다. 국정 혼란이라는 말은 김영삼 정부 이후 생긴 말이다. →정권 교체에 따라 부침도 심했다. 정권에 흔들리지 않기 위한 방안은 없나. -제 교수 탈정치, 탈권력화를 통해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국정원 직원들의 전문성을 보장하고 국정원장 임기제를 통해 신분을 보장해줘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많은 인력이 교체되면 그동안 쌓은 노하우와 인프라 등에 대한 국가 차원의 손실이 매우 크다. 정보원들은 애국심, 충성심과 함께 전문성도 제고돼야 한다. -염 대학원장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의지다. 최고 통치자의 의지가 있다면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 있다. 원장들의 잦은 교체도 문제다. 지난 20년간 평균 재임 기간은 1년 5개월이다. 최소한 3년은 근무하도록 전적으로 임기를 보장해주는 게 좋다. 국정원 직원들이 자기 신상을 위해 정치권에 기웃거려서도 안 되지만, 정치권 역시 국정원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 →국정원이 제1의 정보기관으로서 임무를 수행하려면. ●국가 중요 사안에 대해서는 감청도 필요 -제 교수 법과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는 데 인색해서는 안 된다. 법에 따라 업무 영역과 권한을 주고, 잘못했을 경우 책임도 묻는 관계가 형성돼야 한다. 국정원이 일을 하고 싶어도 국정원 직원법 외에는 법제적 뒷받침이 많이 취약한 상황이다. 테러방지법은 11년째 국회 통과가 안 되고 있다. 국가 중요 사안에 대해서는 감청도 필요하다. 인권과 국가안보 문제를 적절히 제한하고 용인하는 풍토로 가야 한다.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르면 국정원장은 정부 유관 기관에 대해서만 기술 지원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농협 해킹 사태에서 보듯이 북한은 정부기관이나 금융기관을 가리지 않는다. 법제적 관점에서 관련 법을 재검토하고 개정할 건 과감하게 해야 한다. -염 대학원장 우리나라 통신비밀보호법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규정이다. 미국보다 강력하다. 안보 현실은 다른 나라보다 엄혹한데, 절대적으로 강하게 돼 있다. 테러방지법은 2001년 이후 아직도 계류 중이다. 두 법률의 강화와 개정은 심각한 문제다. →최근 북한이 폭로한 남북 비밀 접촉에 대해 말들이 많다. 여기에 반드시 국정원이 끼어야 하나. -제 교수 냉전시대에는 적대적 관계를 풀려면 고도의 기민성이 필요했고, 앞으로도 정보기관의 역할은 필요하다. 지난 두 정부를 거치면서 정보기관이 대북 정보를 수집하기보다는 남북대화에만 많이 치중한 면이 있다. 현 정부 들어 대공수사기능을 복원한 것 같기는 하지만 정권 교체에 관계없이 국정원은 제자리를 지켜야 한다. -염 대학원장 북한이 대화, 협상의 대상임은 확실하다. 대화의 진정성을 보이는지 타진하는 것은 당연하다. 오히려 북한에서 국정원이 안 끼고선 대화를 안 하려는 측면이 있다. 북한도 국정원 직원이 오는지 회담 때 반드시 묻는다. 30년간 남북대화의 경험에 비춰 봤을 때 그렇다. →국정원은 여전히 비밀스러운 존재이고 베일에 가려져 있는 존재다.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안은. -제 교수 일반적으로 정보기관 직원 하면 선글라스 끼고 음침한 데서 뒷조사나 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있다. 북한뿐만이 아니라 이제는 산업 보안, 사이버 안보, 환경, 에너지 안보 등 안보 위협 요인이 다양하다. 국정원이 이런 정보를 일부 기관하고만 공유하고 버릴 게 아니라 필요한 기업이나 다양한 주체에 정보를 서비스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산업정보 등 필요한 주체에 제 공을 -염 대학원장 대국민 정보 서비스가 정보기관의 핵심 역할은 아니라고 본다. 핵심은 비밀에 둘러싸여 있다. 신뢰를 얻으려면 투명성이 높아야 하는데, 성공하면 할수록 가려야 하는 역설이 있다. 실패한 스파이는 화려하고, 성공한 스파이는 따분하다는 말이 있다. 정보기관의 활동은 산소와 같아서 하는지 안 하는지 베일 속에 가려져 있는 것이 가장 좋다. →현재 국정원의 역할을 평가한다면 몇 점을 줄 수 있을까. -제 교수 70년대에는 70점. 지금은 90점. -염 대학원장 정보기관이 하는 일을 점수로 매길 수 있을 만큼 다 공개된다면 이미 망한 정보기관이다. 외국 정보기관들과 비교해 보면 우리가 세계 10위권 안에는 충분히 든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인류 역사상 가장 정보 접근이 어려운 국가다. →그간 국정원은 대북 정보 수집에 치중해 왔으나 시대 변화에 따라 변화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앞으로 국정원의 정보 목표 1순위는 어디에 두어야 할까. -제 교수 북한 정보는 여전히 중요하다. 이제 재래식 전략으로는 북한과의 대결이 끝났고 남북 간에 해킹, 전파 교란 등 새로운 안보 위협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처할 사이버 안보 기능을 강화하고 대테러, 마약과 국제 조직, 환경 안보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영상, 위성 등 과학기술 정보 영역에 대해서도 전문성을 확대해야 한다. 백화점식이라는 비난도 있지만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해야 한다. -염 대학원장 정보기관의 역할은 넓게는 국가 이익의 신장, 좁게는 안보다. 안보는 핵심 가치가 외부의 위협을 받지 않는 안전한 상태를 말한다. 그렇게 봤을 때 산업스파이나 해적은 하루 방심한다고 해서 국가 존망의 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선택과 집중을 한다면 우선 북한이고, 사이버 테러 등 신안보 위협, 그리고 나머지를 선택해야 한다. 주 목표는 역시 북한이 돼야 한다. 정보의 분석과 심리전, 비밀 공작, 정보 공작 분야의 힘을 키워야 한다. →국정원이 지향해야 할 선진국형 정보기관이란. -제 교수 국정원의 역할은 정보를 수집, 분석, 공작하는 것이다. 망원을 활용해 정보 수집을 잘하고 분석을 잘하고, 필요할 때는 국가 이익 차원에서 공작도 잘하면 된다. 국민, 국회와의 관계도 법 제도 완비를 통해 제대로 형성해야 한다. 국정원은 어떤 사건이 발생해도 확인 불가, 설명 불가, 변명 불가의 입장을 취해야 하는데, 언론에 정보가 공개됨으로써 인프라가 노출되고 폭로되는 현상도 생긴다. 정보 문화와 함께 안보 의식도 선진화돼야 한다. -염 대학원장 선진적이라는 매우 모호한 기준으로 정보기관을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일을 잘하되 민주적 가치를 제대로 존중할 때 선진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스라엘 다음으로 가장 엄혹한 안보 환경에 놓여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대한민국은 선진형 정보기관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나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염 대학원장 간혹 정보기관이 실패를 하더라도 관대하게 봐줬으면 좋겠다. 목숨 내놓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국민과 언론의 따뜻한 이해와 격려가 중요하다. ●정보원들 잘할 때는 격려도 해줘야 -제 교수 음지에서 묵묵히 일하는 정보원들은 사기를 먹고 자란다. 잘할 때는 격려도 필요하다. 실패에 대해 질책만 하면 선진국형 정보기관으로 가기 어렵다. 또 정보 자산 확보에는 한·미 동맹이 매우 중요하다. 하루 5억 개의 통신 정보를 공유하는 미국과 동맹을 통해 간접적으로 정보를 받고 있다. 필요할 때는 비판도 하고 대등한 관계를 유지해야겠지만 한·미 동맹은 귀중한 자산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사회 김규환 정치부 부국장급 정리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사진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 “대지진이후 해외 백업센터 절실… 한국 기술력 신뢰”

    “대지진이후 해외 백업센터 절실… 한국 기술력 신뢰”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54) 소프트뱅크 회장. 한국계 3세인 그는 동일본 대지진 후 사재 100억엔(약 1300억원)을 내놓은 ‘통큰 기부’로 일본 국민의 신망을 받는 기업인이다. 보수적인 일본 재계에서는 비즈니스 혁신의 리더이자, 팔로어가 110만명에 이르는 트위터 소통의 대명사다. 그는 최근 사재를 털어 기부하고 태양광 발전소 건설에 적극 나서는 이유를 밝히면서 고객정보 유출 사건을 계기로 성선설이 아닌 성악설을 믿게 됐다고 고백했다. 손 회장은 30일 도쿄 베르사르 시오도메의 한·일 데이터센터 세일즈 콘퍼런스에서 “일본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미국에서 교육받았지만 부모님은 한국인의 피를 가진 한국 혈통이고 23대 조상은 중국에서 살았다.”며 “내 정체가 무엇인지 내가 누구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기업인으로서 행복한 삶을 살 권리에 공헌하는 인간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손 회장과 나눈 일문일답. →소프트뱅크는 일본 데이터 부문의 1위 사업자다. 대지진이 없었더라도 KT와 합작을 했을까. -많은 일본 기업들이 데이터 안전을 위해 백업 센터를 해외에 구축하고 싶다는 욕망을 갖고 있다. 이 아이디어를 KT에 제안한 것이다. 일본 전역에서 동시에 대지진 등 큰 재해가 발생할 경우 일본 국내의 데이터센터만으로는 불안정하다. 원격지 백업이 필요하다. 지진 발생 전에는 해외 데이터센터의 필요성을 생각하지 못했다. 대지진으로 전력난을 겪으면서 대규모 재난이 또 발생하면 어떻게 할까 고민하게 됐다. 한국은 우리가 신뢰할 수 있는 최고의 파트너다. →한국이 일본 기업의 개인정보 등을 보호할 수 있는 어떤 강점이 있나. -소프트뱅크 자회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2009년 4월 당시 자회사인 소프트뱅크DB에서 800만명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고 소프트뱅크는 40억엔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했다)을 겪으며 보안만큼은 성선설로 접근해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그 이후 사람이 어떤 일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하고 성악설을 믿게 됐다. 보안 사고는 어떤 변명도 용납되지 않는다. 한국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법과 제도가 잘 갖춰진 나라로 세계에서 손꼽힌다. 일본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이다. 이를 바탕으로 온라인 게임이 세계 최고로 발달한 국가다. 한국의 데이터센터에 일본 기업 고객의 데이터를 유치하는 건 한국의 기술력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대지진 이후 상상하기 싫은 가능성도 고민하게 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일본 전역에서 전력 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원자력 발전에 반대하는 일본 국민이 늘고 있다. 계획 정전이나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일본 국내 데이터센터가 정지될 수 있다. 소프트뱅크는 한국으로의 백업 데이터센터 이관이 매우 중요한 전략이라고 본다. →소프트뱅크와 KT의 협력 방안과 데이터센터 운용 규모는. -한국에서 데이터센터(서울 목동과 김해)는 두 군데 가동된다. 소프트뱅크 기술 인력도 KT와 함께 손잡고 구축할 것이다. 소프트뱅크뿐 아니라 자회사인 일본 야후도 KT의 데이터센터와 협력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한국의 데이터센터를 이용하게 될 기업 고객은 확대될 것이다. →대지진 후 100억엔을 기부한 이유는 무엇인가. -소프트뱅크 그룹은 인터넷뿐 아니라 통신·정보 인프라 사업을 하고 있다. 단순한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라기보다는 국가와 국민에 대한 생명줄을 제공하는 공익적인 기업이다. 대지진 이후 정전이 되고 통신 네트워크도 일순간 멈추는 초유의 경험을 했다. 원자력이 아닌 태양광발전소 등 자연 에너지를 활용하자는 제안도 대지진을 극복하려는 계기에서다. 한국의 데이터센터는 일본 기업들에 고객 정보를 지켜 줄 최후의 생명줄이 될 것이다. 나는 일본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일본 국적을 가졌다. 그러나 내 부모님은 모두 한국 혈통이다. 23대 조상은 중국에서 살았다. 나에게는 한국, 중국의 피가 흐른다. 내가 어디에 소속되고 내가 누군인지 알기 어려울 때도 있지만 모든 인간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공헌하는 기업인이 되고 싶다. →한국과의 데이터센터 사업 매출 목표는. -아직 구체적으로 발표할 단계는 아니다. 조금씩 꾸준히 늘려 가려고 한다. 도쿄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 황우여 “법인세 감세철회 공약 지킬 것… 靑 측근 견제하겠다”

    황우여 “법인세 감세철회 공약 지킬 것… 靑 측근 견제하겠다”

    한나라당 황우여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16일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 발표 과정과 관련, “정부 정책에 대한 최종 책임자는 당인데, 당과 충분한 교감이 없었다.”면서 청와대·정부에 강한 불만을 제기한 뒤 “앞으로 국정 진행 과정에서 원활하지 못한 점이 있으면 당은 당대로 그 부분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황 원내대표는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힌 데 이어 최근 논란을 빚어온 국방개혁안과 관련해서도 “(논란이 많아) 김장수 의원을 정책위 부의장으로 모셨다. 김 부의장을 중심으로 국방개혁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며 정부 정책에 대한 강한 ‘참여’ 의지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종책임자 黨이 목소리 내야” →왜 당이 최종 책임자인가. -대통령은 단임제인 데다, 정부 관료들에게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국민들은 모든 책임을 당에 물어 다음 선거에 쏟아붓는다. 민심이나 국정에 문제가 있다면 최종 책임자인 당에서 당연히 목소리를 내야 한다. →과학벨트 입지 선정 발표 과정은 어떻게 보나. -정부로부터 오늘에야 보고를 받았다. 이것은 통보다. 그간 정부는 결정이 안 된 사안이니 보고를 못했다고 했지만, 돌아보니 이미 사전에 언론에 유출될 정도의 상당한 정보가 모아진 상태가 아니었나. 온 나라가 시끄러운데 당에 설명도 하지 않았다. 민심을 아우를 수 있는 기회를 놓쳤고, 당이 판단하는 데도 3~4일 늦춰졌다. 이래서야 국정 동반자로서 같이 일할 수 있겠나. →어떻게 할 생각인가. -고위 당·정 간에는 모든 과정을 공유해야 한다. 상호 신뢰하에 정책 발표 시점과 정보 공유 범위 등을 정해야 한다. ●“대통령에 민심 가감없이 전달” →대통령이 민심에서 멀어지는 원인으로 늘 측근들이 거론되곤 한다. 견제할 의지가 있나. -(이번 원내대표 경선 결과가) 저더러 그 일을 하라는 거다. 의원들은 물론 국민들 역시 마찬가지다. 대통령제의 속성인데, 대선 직후에는 대통령이 민심을 정확하게 파악하지만 1~2년 지날수록 거리가 멀어진다. 정부 관료제의 틀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국민의 마음과 가까운 곳은 국회다. 다만 측근들은 양면성이 있다. (대통령에게) 바른말을 허물없이 해주는 사람도 측근이다. 정권은 팀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다. 미국 등에서도 팀을 이뤄 끝까지 정권을 책임진다. 무조건 안 된다고 비판할 수만은 없다. 문제는 국민들이 만족하느냐이다. 만족도가 떨어지는데 계속 같이 갈 때는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이럴 때 가감 없이 전달해야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필요한가. 어떻게 처리할 생각인가. -이미 국민의 60~70%가 FTA를 원한다는 결론이 나와 있다. 정부가 추진해온 것에 여당으로서 달리 판단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야당은 다를 수 있다. FTA에 반대하는 30~40%의 목소리를 대변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소홀함은 없는지 왜 반대하는지 등에 대해 마지막 점검하는 임무가 여당에 있다. ●“FTA 비준시점 속단 어려워”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하려면 현실적으로 6월 국회 또는 12월 예산국회 때가 유력한 것 아닌가. 반면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재재협상을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 그러나 6월이 될지 12월이 될지 아직은 말씀드리기 어렵다. 김 원내대표가 왜 재재협상을 원하는지 아직 알지 못한다. 정보와 자료가 있어야 근거 있는 전략을 만들 수 있다. →한·미 FTA 비준안에 대한 ‘강행 처리’ 가능성은 배제한 것인가. -일단 몸싸움은 어렵다. 몸싸움은 헌법에도, 법률에도 없다. 가능하다면 합의 처리를 우선할 것이다. 그러나 국회법이 정한 ‘식물국회 방지대책’도 있다. 지금 단계에서 강행 처리 가능성을 배제하느니 마느니 하면 이런 합법적인 수단까지 포기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 조심스럽다. →북한인권법 처리에 대한 여야 입장도 첨예하다. -무기력한 얘기가 아니냐고 하겠지만, 좀 지켜봐 달라. 총선이 곧 다가온다. 북한인권법이 어떤 내용이고 왜 해야 하는지를 계속 얘기할 것이다. 총선 앞두고 이슈가 되면 민주당이 끝까지 반대할지 의문이다.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다. →‘강행’에 대한 의지는 어느 정도인가. -말을 뱉어 놓으면 씨가 된다. 이렇게 되면 야당과 교섭할 수 없다. 미리 얘기해 놓으면 협상은 깨진다. 여러 가지 협상카드를 가질 수 있도록 지켜봐 달라. →법인세 감세 철회 입장을 번복한 것처럼 혼선이 빚어진다. 정확한 입장은. -원내대표 경선에서 제시한 공약이다. 추진할 것이다. 다만 조정 과정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공약을 바꾸겠다는 말이 아니다. 반대가 심하다면, 그 이견을 조정하고 정부 입장도 들어보고 야당과 타협해서 하나의 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서민정책에 예산을 써야 한다는 방향성은 불변이다. →당권·대권 분리를 고수하고 있다. 흥행은 포기하겠다는 것 아닌가. -일부 동의한다. 그러나 대통령제에서는 당권·대권 분리가 맞다. 차기 대권후보가 당 대표를 맡는다면 경선에서 우월적 지위를 가질 수 있는 만큼 이를 어떻게 견제하느냐도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결정할 문제이다. ●“박 前대표와 자주 만날 것” →공천개혁 차원에서 논의되는 완전국민경선제는 현역 의원에게 유리한 방식이라는 지적도 있다. -공천개혁은 전당대회 준비로도 벅찬 비대위에서 다루기에는 무리가 있다. 당 공천개혁특위 위원장인 나경원 의원이 계속해 줬으면 한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와도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 →예정된 인사청문회에 대한 전략은. -무전략이 전략이다. 청문회가 청문회답게 진행되고 거기서 결과가 나올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와는 어떤 관계를 형성할 생각인가. -박 전 대표는 우리 당의 큰 자산이고 국민의 신망을 받는 분이다. 자주 만나겠다. 무엇을 원하는지, 그 일을 하려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화를 하려 한다. 박 전 대표가 충분히 일할 수 있는 장이 열렸으면 한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할 텐데, 두 사람 사이에 교량 역할을 할 수 있나. -필요할 때 하려 한다. →이재오 특임장관 역할론은 어떻게 보나.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겠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전 대표가 언급한 보수대연합에 대한 견해는. -가능성은 언제든 열어놓겠다. 다만 중요한 것은 한나라당이 먼저 국민이 바라는 수준으로 반성하고 변화하는 것이다. 그래야 보수대연합도 국민이 인정할 것이다. →내년 총선 공천 과정 등에 영향력을 갖는 원내대표이자 당 대표 권한대행이다. 부여받은 권한을 충분히 행사할 것인가. -생각이 좀 다르다. 그동안 몇몇 지도자의 공천권 남용이나 과잉 통제를 비판해 왔다. 여전히 이에 대한 저항감이 있고, 의원들도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이지운·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클라우드 컴퓨팅 육성 나선다

    클라우드 컴퓨팅 육성 나선다

    세계적인 클라우드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정부가 법제도 완화, 공공부문 클라우드 전산센터 구축 등 관련 정책을 강화한다. 행정안전부, 방송통신위원회, 지식경제부 등 3개 부처는 11일 경제정책조정회의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클라우드 컴퓨팅 확산 및 경쟁력 강화 전략’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클라우드 컴퓨팅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현실에 맞지 않는 관계 법령을 우선 손질하기로 했다. 교육·의료·금융 등 사업 인허가 요건인 ‘전산설비 구비 의무’를 완화하는 한편, 개인정보 유출·보안 관리 지침을 마련할 방침이다. 또 중앙부처가 보유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 환경으로 전환하는 등 2015년까지 정부통합전산센터 IT 자원의 50%를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바꾼다. 정부는 클라우드를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사무실과 똑같이 근무할 수 있는 환경도 구축하기로 했다. 모바일과 데스크톱에 적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개발하고, 표준화 작업을 통해 특정 사업자의 독식도 막겠다는 복안이다. 코리아 IT 펀드(KIF) 등을 통해 클라우드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도 활성화 한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 정보기술(IT) 자원을 인터넷으로 빌려쓰고 사용한 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서비스로, 이용자는 클라우드(데이터센터)에 저장해둔 데이터를 언제 어디서나 임의로 사용할 수 있다. 정부는 이 시스템이 활성화되면 비용 및 에너지 절감, 생산성 향상, IT관련 신사업 성장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정부는 이날 5년간 3000억원을 투자해 제2도약을 도모하는 ‘발광다이오드(LED)산업 제2도약 전략’도 발표했다. 정부는 2015년에 LED 조명·융합사업 글로벌 선두권 진입을 목표로 제시하고 이를 위해 ▲신시장주도를 위한 경쟁력확보 ▲시장창출·소비자 신뢰확보 ▲선순환적 산업생태계 조성 등의 3대 주요 정책을 과제로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LED산업의 신시장 개척을 목표로 새로운 기능을 갖춘 ‘시스템 조명’ 개발이 추진된다. 시스템 조명은 개별·중앙제어 시스템을 통한 에너지 절감이 가능하고, 사용자의 심리와 생리를 고려하도록 설계된다. 살균·정화 등의 기능도 갖추게 된다. 아울러 정부는 지능형 자동차 전조등, 식물공장·LED피부테라피 등 핵심 유망 LED융합제품 개발에 대한 투자도 확대할 예정이다. 시장창출 및 LED 제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제고를 위해선 대규모 공공프로젝트를 추진하고 해외진출 지원, 범부처 협력을 통한 융합산업 활성화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키로 했다. 세종시의 청사조명 70%를 LED로 바꾼다는 목표도 세웠다. 또 4대강 유역 LED 조명 사업을 실시해 올해 안으로 4대강 16개 보 경관조명의 약 60%를 LED 조명으로 설치하기로 했다. 황수정·오상도기자 sjh@seoul.co.kr
  • SNS, 범죄수사·의료정보 교류에 활용

    SNS, 범죄수사·의료정보 교류에 활용

    이르면 내년부터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의료 정보를 교류하고 범죄 신고와 수사 등에 SNS를 활용하게 된다. SNS가 국가·사회적 의사소통 수단으로 격상되는 셈이다. 정부는 개인정보보호 강화를 위해 사용자가 원할 경우 SNS에 올린 게시물과 콘텐츠를 삭제할 수 있는 ‘잊혀질 권리’(The Right to be forgotten) 제도도 도입키로 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일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에 SNS를 국가·사회적 소통 수단으로 활용하고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창출하는 생태계 조성 등을 골자로 한 ‘소셜플랫폼 기반의 소통·창의·신뢰 네트워크 사회 구현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앞으로 방통위, 행정안전부, 지식경제부, 교육과학기술부,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가 협력해 교육, 건강, 재난 대응, 치안, 민원 등 주요 공공 서비스를 SNS와 결합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교육 현장에서는 SNS를 통해 지식을 공유하고 학습 이력을 관리하는 ‘소셜 학습’이 본격화된다. 또 SNS로 환자와 의사 간 실시간 정보를 교류하고 치료 중심의 의료 체계를 관리·예방과 환자 중심인 ‘소셜 의료’로 바꿔 그 기반을 조성한다. 지진 등 대형 재난사고가 발생한 지역에는 임시 재난용 소셜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정부 부처에는 SNS를 통한 소통을 담당하는 소셜커뮤니케이션 전략담당자(Social CIO)가 배치되고 소셜 플랫폼의 활용도를 평가하는 ‘소셜 인덱스(지수)’가 적용될 계획이다. ‘소셜 비즈 파트너’ 인증제도 도입된다. 아이디어와 자본·인력 등을 연계하고 지원하는 투자사를 정부가 인증해 SNS 창업을 지원하고, 참여형 소셜펀드를 조성해 비즈니스 활성화에 나선다. 소셜 시대의 역기능인 개인정보 유출 등을 방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SNS 이용자가 본인의 글이나 사진 등을 파기하거나 삭제할 수 있는 ‘잊혀질 권리’를 도입하기로 했다. 잊혀질 권리는 유럽연합(EU) 등이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다. 또 SNS의 허위·유해 정보로 인한 사회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서비스 사업자에 대한 ‘온라인 평판시스템’도 고도화하기로 했다. 방통위는 올 하반기에 실현 가능한 모델을 개발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서비스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 황소 증시에 개미들 어디 숨었나

    황소 증시에 개미들 어디 숨었나

    “코스피가 최고치를 경신해도 신바람이 안 납니다. 개미(개인 투자자)들이 얼씬도 안 해요.” 모 증권사 영업 직원의 말이다. 코스피 지수가 이달 들어 신고점인 2200선을 돌파하는 등 주식시장이 ‘황소 장’(Bull market·강세 장)이지만 개인 투자심리는 꽁꽁 얼어 있다. 증권사들은 연말 주가가 최소 2400에서 2550까지 오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앞다퉈 내놓지만 개미들은 시들한 표정이다. 왜 그럴까. 주된 원인은 ‘2007년 학습효과’로 분석된다. 주가가 사상 처음으로 2000선을 넘었던 2007년 10월, 자녀 결혼자금, 아파트 중도금으로 펀드에 가입하는 등 너도나도 주식 투자에 뛰어들었던 개미들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정확히 1년 뒤 주가가 930대로 떨어지는 악몽을 맛봤다. 지난해부터 주가가 다시 2007년 수준을 회복하자 개미들의 본전 찾기 심리가 발동했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주식형펀드에서 이달 들어 지난 27일까지 3조 6564억원이 빠져나갔다. 최근 1년간 모두 21조 5697억원이 유출됐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가가 2000일 때 펀드에 물렸다가 반토막 난 경험이 있는 투자자들은 주가 2200선에서 섣불리 투자에 나서기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불신도 한몫 했다. 6년째 주식 투자 중인 회사원 주민선(32)씨는 “국내 주식시장은 외국인의 투자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타는데 이들이 언제 한국 시장을 떠날지 몰라 불안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21조 3940억원을 꾸준히 사들였던 외국인은 연초 들어 ‘바이(Bye) 코리아’의 징후를 드러냈다. 지난 2월, 17거래일 중 5일을 제외하고 매도세를 보이면서 3조 4756억원을 팔아치웠다. 지난달에도 2~15일 1조 7584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 27일에는 외국계 증권사 JP모건이 “한국 경기가 안 좋고 기업실적이 악화해 2분기에 코스피가 하락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자 장중 주가가 30포인트가량 뚝 떨어졌다. 외국인이 언제든 주식을 팔고 떠날 수 있다는 데 대한 불안심리가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개미들이 아예 주식시장을 등진 것이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연말에 2400까지 주가가 오른다고 가정할 경우 2200선에서 투자에 들어가면 수익률이 10%도 안 난다. 따라서 개미들이 주가가 조정되는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맡긴 돈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해 말 13조 7020억원에서 지난 28일 17조 382억원으로 26.8%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 수준에 이르렀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식 대기자금을 넣어둔 투자자들이 주가가 단기간에 300포인트 가까이 오른 데 부담을 느끼고, 시장을 지켜보면서 들어갈 타이밍을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수도권 첨단업종 진입 확대’ 입법예고… 비수도권 “지방 공장 다 떠날 것” 반발

    ‘수도권 첨단업종 진입 확대’ 입법예고… 비수도권 “지방 공장 다 떠날 것” 반발

    “수도권 규제 완화보다 국가 균형 발전이 우선 아닌가.” 정부가 수도권의 각종 개발 규제를 푸는 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자 지방 자치단체들이 성났다. 자치단체와 지역 출신 정치권은 “지방의 공장들이 다시 수도권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자체 투자유치 어려울 것 25일 지자체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산업 집적 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은 수도권에 진입할 수 있는 첨단 업종을 대폭 확대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에 대해 비슷한 분야를 지역 특화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광주와 경북 구미 등지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민주당 김재균 의원(광주 북을)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 개정안은 수도권에 설치할 수 있는 첨단 업종을 유사 반도체 제조업 등 27개 업종 63개 품목으로 하고, 해당 업종은 공장이 수도권 과밀 억제 권역에 있더라도 공장 시설용지 면적의 2배까지 증설할 수 있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에 담긴 신규 첨단 업종 중 다이오드, 광반도체 모듈, 광학렌즈 등은 광주시의 전략 산업인 ‘광산업 분야’와 겹쳐 기존 업체의 수도권 유출이나 관련 업계의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줄 거라는 것이다. 실제로 해당 업종의 기업 중 현대모비스는 태양전지 등에 500억원, KCC는 섀시 모듈에 2조원, 프렉스코리아는 초고순도 질소가스에 1180억원 등 수도권에 신규 투자하게 될 것이라고 김 의원 측은 전망했다. ●“국가 전체 경쟁력·발전 고려를” ‘구미풀뿌리희망연대’도 성명을 내고 “개정안에는 카메라·무선통신장비 등 지역 특화 업종이 모두 포함됐다.”며 “개정안이 시행되면 구미공단에 입주해 있는 관련 업체의 이전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책사업은 당장의 경제성·소수의 이익보다는 국가 전체의 경쟁력 강화와 균형 발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비수도권 지역의 국회의원들도 이번 시행규칙을 아예 관련 법에 명시함으로써 정부가 맘대로 손질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삼성, 동반성장 2차 협력사까지 확대

    삼성, 동반성장 2차 협력사까지 확대

    삼성이 필요한 범위 안에서 계열사 특허를 1, 2차 협력업체가 무료로 쓸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5200여 협력사에 61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고, 1차 및 2차 협력업체 간 동반성장 협약도 유도해 이를 성실히 이행하는 곳에 인센티브도 주기로 했다. 삼성은 13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5층 다목적홀에서 김순택 미래전략실장, 최지성·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측 경영진과 이세용 협성회(삼성전자 협력사 모임) 회장 등 1, 2차 협력사 대표 165명이 참석한 가운데 ‘삼성그룹·협력사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 협약’ 체결식을 가졌다. 이번 행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는 동반성장지수 평가 대상 56개 대기업 가운데 현대차에 이어 두 번째로 열렸으며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과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정병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 체결식은 삼성의 9개 계열사가 1차 협력사 3021곳과 협약을 맺고, 1차 협력사가 2차 협력사 2187곳과 또 한번 체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삼성은 2차 협력사와 협약을 성실하게 이행한 1차 협력사에 납품 물량 배정 및 포상 등에서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삼성은 특히 자사 기술 특허를 필요한 범위 내에서 1, 2차 협력사에 공개, 업체들이 이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삼성 관계자는 “그동안 일부 협력사에 한해서만 이를 제공했지만 앞으로 제조 경쟁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는 협력사에 이를 공유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기술자료 임치제도(중소기업의 특허 등을 신뢰성 있는 전문기관에 보관해 기술 유출을 막는 제도)를 도입해 협력회사의 기술을 보호해 주는 동시에 그간 일부 기술을 무단으로 써 오던 관행에서도 탈피해 정당한 대가를 치르기로 했다. 아울러 계열사별 동반성장 실천 전담부서를 운영하고 임원 인사 고과평가에 동반성장 실적을 반영하기로 했다.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른 적극적인 단가 조정 등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협력사의 재무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총 6100억원을 협력사에 지원하고, 하도급 대금의 현금성 결제 비율을 지금처럼 100%로 유지하기로 했다. 1차 및 2차 협력사들도 ▲표준하도급 계약서 사용 ▲60일 이상 어음 결제 퇴출 ▲납품단가 조정 정보 공개 등을 내용으로 하는 협약을 맺었다. 협력업체들 또한 삼성의 동반성장 의지에 뜻을 같이 하겠다는 의미다. 동반성장 협약을 체결한 삼성 계열사는 동반성장 지수 평가 대상인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삼성중공업, 삼성코닝정밀소재, 삼성테크윈, 삼성물산 건설부문 등이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동반성장은 삼성이) 30년 전부터 추진하고 강화해 오던 것인데, 이번 협약식을 기회로 더욱 열심히 하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외규장각 도서는 국보급… 세계기록유산 등재 가능”

    “외규장각 도서는 국보급… 세계기록유산 등재 가능”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죠. 이것조차 20년 동안 각계의 노력이 있어서 겨우 가능했던 것 아니겠습니까. 앞으로 더욱 지속적이고 더욱 끈질기게 반환 요구를 펼쳐야 합니다.” 지난 2월 문화재청장에서 물러난 이건무(64) 용인대 문화재대학원장은 오는 14일 한국에 들어오는 외규장각 도서를 ‘절반의 성공’으로 규정했다. 불과 두달 전까지 외규장각 문제를 직·간접적으로 다룬 그다. 미진한 부분에 대한 아쉬움, 앞으로 해야 할 과제 등이 더욱 크게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 11일 서울 상도동 한 찻집에서 만난 이 원장은 “독도 문제에서 흔히 쓰이는 개념인 ‘실효적 지배’와는 상황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외규장각 도서는 실질적으로 우리의 것이 명백하며, 병인양요 시기의 약탈품이라는 사실이 국제적으로도 분명한 만큼 우리가 잘 보존하고 활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외규장각 도서는 국가와 국민 모두의 문화재라는 입장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연구자의 관점에서 학술 자료로만 접근한다면 우리가 국민적 열망 속에 이를 지켜 낼 수 있는 힘도 그만큼 약해집니다. 전문적 지식이 없더라도 누구나 편안하게 볼 수 있도록 무궁무진한 가치를 알리고 전시도 늘려야 합니다.” 이 원장과 함께 외규장각 도서 반환을 둘러싼 ‘쟁점’ 10가지를 짚어 봤다. ① Q. 외규장각 도서 가치는. A. 국보급 요즘으로 치자면 정부 영상기록물이나 마찬가지다. 세밀한 그림이 있고, 그에 대한 꼼꼼한 기록을 담아 놓았다. 조선 왕조의 우수한 문화를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정보 자료다. 예컨대 당시의 복식이나 왕릉 조성 과정·공법 등을 알 수 있다. 역사 속 어느 나라, 어떤 왕조에서도 볼 수 없는 소중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학문 연구자료로서의 가치는 물론, 그 자체가 이미 국보급 문화재이다. ② Q. 국보 지정은 가능한가. A. 어려울 듯 소유하지 못한 상태에서 국보로 지정하는 것은 내부적으로도 법적 논란이 일 수 있다. 프랑스와 외교적 논란도 예상된다. ③ Q. 그렇다면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A. 가능 개인적으로는 유네스코에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 이미 2007년 조선왕실의궤를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시키지 않았나.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④ Q. 임대 조건은. A. 5년마다 갱신 우리 정부는 조건 없는 반환을 원했으나 아쉽게도 좌절됐다. 5년마다 임대 계약을 갱신하는 형식의 영구 임대다. 반환이 아닌 임대, 그것도 5년마다 프랑스에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지라 자존심이 상할 수는 있지만 우리의 중요한 문화재를 일단 확보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다각도로 반환 요구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⑤ Q. 대여를 반환으로 바꿀 가능성은. A. 끈질긴 노력 필요 독도의 영토 분쟁을 시도하는 일본에 맞서는 것은 1회적인 이벤트나, 또 다른 독도 개발 같은 것이 아니다. 독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를 높이는 방법은 다른 나라 국민들, 세계 지성에 독도의 역사, 현재 등을 정확히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외규장각 도서도 마찬가지다. 외규장각 도서가 어떻게 프랑스로 가게 됐는지, 대한민국에 어떤 의미를 지닌 문화재인지,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반환을 염원하는지 등을 세계에 알리는 작업을 해야 한다. 지속적이고 아주 끈질기게…. ⑥ Q.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 A. 좀 더 많은 국민이 볼 수 있게 이미 서울대 규장각 수장고에 조선왕실의궤가 많이 있다. 조선 왕실의 풍속, 행정, 건축, 미술 등 풍부한 학술적 가치를 담고 있다. 하지만 문화재는 더욱 많은 국민들이 직접 누리고, 감동하도록 하는 것이 최고의 활용이다. 이번에 돌아오는 외규장각 도서를 국립중앙박물관이 보관하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당연하다. 7월부터 중앙박물관에서 외규장각 도서 특별전이 열리는데 좀 더 다양하고 입체적으로 전시해야 한다. ⑦ Q. 다른 문화재 ‘볼모론’ 진실은. A. 어불성설 2015년 한·불 수교 130주년을 맞아 외규장각 대신 우리의 다른 문화재가 볼모로 잡힌다는 얘기가 있는데 어불성설이다. 외규장각과 비슷한 가치의 다른 문화재와 바꾼다는 등가 교환설도 낭설이다. 2015~2016년 상징적으로 외규장각 도서 일부가 프랑스로 건너가 전시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게 와전된 것 같다. ⑧ Q. 문화재 해외 유출 실태는. A. 주먹구구식 파악 약 12만점 정도가 해외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는데, 솔직히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진 실태 파악이다. 외국 박물관 수장고를 낱낱이 들여다보기 어려우니…. 유출 경로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것도 난관이었다. 약탈 문화재인지, 합법적 거래를 통해 나간 것인지 확인해야 하는데 여기서부터 막혔다. 예전에는 개인들이 선물로도 많이 줬으니까…. 변명하자면 문화재보호법이 만들어진 지 50년밖에 되지 않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⑨ Q. 앞으로 대응 전략은. A. 투 트랙으로 다음 달 문화재청에 해외문화재 환수를 전담하는 부서가 신설될 예정이다. 내가 있을 때 예산 등을 확보했다. 그동안 기존 국제교류과 1.5명 정도가 담당하던 일을 전담 부서가 생김으로 해서 더욱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진행이 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해외 문화재 환수재단’ 같은 것을 만들어 민간이 주도하되,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투 트랙(two track) 방식이 현실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10 Q. 외국은 유출 문화재 어떻게 다루나. A. 佛·伊는 돌려받아 프랑스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베르사유 조약에 따라 독일에 빼앗긴 문화재를 모두 돌려받았다. 당시 1870년 보·불 전쟁 때 프러시아가 약탈한 것까지 소급해 반환받았다. 이율배반적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자국이 보유한 문화재를 해당 박물관에 ‘장기 대여’ 하는 것을 조건으로 지난해 1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등 미국 각지의 박물관으로부터 총 96점의 문화재를 돌려받았다. 국력의 크기에 비례하는 측면도 있지만 당장은 민·관이 함께 힘을 모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절실하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서울광장] 오만한 일본, 흥분한 한국/이춘규 논설위원

    [서울광장] 오만한 일본, 흥분한 한국/이춘규 논설위원

    후쿠시마·미야기·이와테·아오모리·야마가타·아키타 현이 있는 일본 도호쿠지방은 한의 땅이다. 긴 세월 결혼도 차별받았다. 인구 과소화·고령화가 심하다. 부품·소재 산업이 강하고 도요타자동차 공장도 들어섰지만 여전히 낙후지역이다. 도호쿠를 궤멸시킨 3·11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 4주가 지나며 방송들은 재난방송체제를 끝냈다. 각료들은 4월 들어 방재복을 벗고 평상복을 입었다. 외국에 일본이 불안하다는 인상을 줄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니 일본스럽다. 실체는 감추기 어렵다. 8일 현재 2300개 대피소에 16만여명이 피난 중이다. 피난민들은 “절망적인데 다른 사회는 사회대로 움직이고 있다. 정부가 해 준 게 없다.”며 소외감을 드러낸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방사능 누출 공포는 해소될 기미가 없다. 원전 반경 20㎞ 내 지역의 출입 금지를 검토 중이라 다수는 고향을 잃을 수 있다. 피난민들에게 현실은 잔혹하다. 이재민들은 빠르게 지쳐간다. 가설주택은 시급한 수요의 8%에 그칠 정도로 심각하다. 이와테 현 리쿠젠다카다 시의 첫 가설주택 경쟁률은 53대1이었다. 다음 주에나 입주할 수 있다. 수도권 사람들의 방사능 공포도 시간이 지나며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방사능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격감하자 한 유력 신문은 ‘해외언론의 과잉보도 때문’이라고 억지다. 낯선 제한송전은 시민들의 인내력을 시험했다. 사재기 자제 공익광고는 계속 중이다. 선진국으로서의 국격이 말이 아니다. 관계자들은 도호쿠를 스마트시티·콤팩트시티 등으로 재건하겠다고 장담한다. 제2 열도 개조론까지 나오지만 다수의 피난민들은 “우리 삶은 3월 11일에 멈춰 있다.”며 억제했던 불안·불만을 터뜨린다. 마음의 상처는 세대·계층을 초월한다. 학교·친구를 잃은 동심은 상처가 크다. 자식 잃은 노인은 암담함에 넋을 잃었다. 불안이 극에 달한 임신부들은 남쪽으로, 남쪽으로 피난갔다. 공무원들은 구호물자를 제때 전달하지 못했다는 무력감에 떤다. 의사도 환자를 돌보지 못했다며 자책한다. 원전 주변 농민들은 방사능 오염을 우려한 정부 권고로 제철인 벼농사를 시작도 못했다. 인근 지역도 쓰나미로 바닷물이 2만㏊의 논을 삼켜 1~2년 이상 염해로 농사를 지을 수 없다. 어민들도 방사능 오염수 방류로 터전을 잃게 됐다며 불만이다. 침묵하던 농민·어민·상인들까지 정부에 불만을 폭발시키기 시작했다. 도호쿠 재창조 계획에 쓴웃음을 짓는다. 일본정부의 대응은 세계를 아연실색케 한다. 방사능 유출 상세정보는 감춘다. 방사능 오염수를 슬쩍 바다에 방류해 버린다. 위기관리 능력은 한심하다. 세계 각국에 미운 오리새끼 신세다. 강대국 미국과는 사전 협의하고, 인접국 한국은 무시했다. 그리고 마지못해 입으로만 사죄한다. 피해 복구보다 방사능 정보 단속에 급급하다. 은폐 체질에 세계의 시선이 싸늘하다. 고생하는 일본 국민은 응원하지만 재난 초기의 세계적인 호평은 약해졌다. 일본 국민의 시민의식은 여전히 세계최고 수준이지만 정부는 철면피다. 미증유의 재앙에 지도자들은 허둥대면서 매뉴얼에만 매달렸다. 창의성을 발휘해 국난을 극복할 수 있을지 의심받는다. 그러면서도 국수주의적 정치외교 전략은 치밀하다. 어이없게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억지다. 1923년의 대재앙 간토대지진 이후와 같은 우경화 폭주 우려도 나온다. 우리가 호의를 베풀어도 무시했다. 진보세력·언론도 국익 앞에선 침묵한다. 심각하다. 일본은 원래 이런 나라다. 이런 이웃을 둔 한국인은 짜증난다. 오만한 일본정부에는 집요한 한국을 보여주자. 정부도, 국민도 일관된 자세가 절실하다. 흥분했다가 식어버리는 대한민국식 대응은 반성해야 한다. 우리가 국력이 강하지 못해 일본이 무시하는 것은 싫지만 현실은 냉엄하다. 굴욕적이기도 하다. 원천기술을 일본에 의존하는 게 많다. 기술독립이 시급하다. 1997·2008년 경제위기 때마다 손을 벌렸다. 무시당했다고 열 받지 말자. 흥분할 시간에 실력을 키우자. taein@seoul.co.kr
  • 중대본 파견 6개 부처 과장들, 숨가빴던 4개월을 말하다

    중대본 파견 6개 부처 과장들, 숨가빴던 4개월을 말하다

    구제역은 지난해 11월 28일 경북 안동에서 첫 발생 신고가 접수된 이후 요원의 불길처럼 전국으로 확산됐다. 수많은 소·돼지가 동시다발로 살처분되다 보니 부실 매몰지에서의 침출수 유출로 인한 2차 환경오염 문제가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정부는 원활한 사태 수습을 위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5개 부처에서 선발된 인력으로 부처합동 매몰지관리 지원팀을 꾸렸다. 또 행정안전부 재난대책과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 중대본은 3월 31일 자로 해체되고 파견자들은 1일 소속 부처로 복귀했다. 서울신문은 중대본에 파견됐던 6개 부처 과장들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숨가쁘게 일했던 그간의 소회를 들어봤다. 행정안전부 안병윤, 보건복지부 권준욱, 농림수산식품부 신현관, 환경부 백운석, 문화체육관광부 김재환, 국토해양부 이철조 과장 등이 인터뷰에 동참했다. →처음 합동 근무 명령을 받았을 때의 심정과 각오는. 권준욱 복지부에서 신종플루로 한동안 정신없었던 일을 떠올리며, 다른 부처 일로만 여겼던 구제역이 나의 일이 됐다는 것에 사실 두려운 생각마저 들었다. 근무를 시작하고 맞이한 토요일(2월 19일), 파견자들이 모여 구제역 괴담 등 국민들의 불안감을 없애는 데 최선을 다하자고 결의를 다졌다. 마치 전투 중에 최일선에 선 첨병과도 같은 심정이었다. 신현관 축산정책과장으로 구제역 중심에 있다가 중대본 파견 근무 명령을 받고 당황스러웠다. 구제역이 방역 지원과 조정(1차 백신접종이 거의 완료단계)에서 매몰지 침출수 문제가 이슈로 등장하면서 매몰지관리 지원에 초점이 맞춰졌다. 파견 중이던 국장이 국립식물검역원장으로 발령 나, 교체 파견자로 발탁된 것이다. 농식품부가 주무 부처였다가 여러 부처 공동 일이 돼 구제역과 매몰지 문제 종식을 위해 일익을 해내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마음을 추슬렀다. 안병윤 재난대책 과장으로 지난해 9월 태풍 곤파스와 수도권 홍수피해, 연평도 포격 등 재난대응과 피해복구 지원에 직원들이 녹초가 된 상황이었다. 구제역 문제가 제발 중대본 체제로 가지 않기를 바랐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경기 북부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경기 제2청사에 정부합동 지원반을 구성한 것을 시작으로 본부에 구제역 매몰지 지원팀까지 구성하게 됐다. 중대본 총괄과장이다 보니 휴일과 낮과 밤 구분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것 같다. →합동 근무의 의의와 성과를 꼽는다면. 백운석 정부 부처 직원들이 합동으로 지원팀을 구성해 운영한 것은 재난 대응에 있어서 통합적인 관리체제의 한 모델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전 부처가 힘을 합쳐 대안을 제시하고, 중대본 지휘체제로 일원화해 전국 지자체까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는 점에서 앞으로 재난대응에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소속 부처 업무를 가리지 않고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모습에서 큰 동료애도 느낄 수 있었다. 이철조 당초 예정됐던 3월 말까지 매몰지 정비사업을 차질없이 진행한 것이 최대 성과이다. 전국 매몰지에 대한 전수조사, 정비대상 매몰지 선정, 정비를 위한 설계 시공 등 일련의 과정을 계획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중대본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한다. 향후에도 좋은 본보기로 남을 것이다. 중앙부처 외에도 각 부처 산하기관 소속 전문가들의 참여도 큰 힘이 됐다. 정비 대상 매몰지에 대한 설계와 시공상황을 점검해 준 기술 전문가들께도 감사를 드린다. 신현관 중대본이 꾸려지기 전에는 각 부처 일에만 충실하다 보니 의견이 충돌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농식품부는 방역에 초점을 두고, 환경부는 환경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다 보니 제대로 조율이 안 된 내용이 국민에게 전달돼 혼란을 야기시켰다. 중대본이 설치됨으로써 정부 내 의견이 조정돼 언로가 일원화되고, 군·경 병력의 동원과 지자체장의 관심을 유도하는 등 범정부적인 대처가 이뤄질 수 있었다고 본다. →힘들었던 점과 보완이 요구되는 사안은. 김재환 구제역과 매몰지 정비작업이 이뤄지는 동안 언론과 인터넷에서 ‘식수대란’, ‘침출수 비상’, ‘축산업 붕괴’, ‘대재앙’ 등 극단적인 표현들이 나와 힘들었다. 물론 상황이 그만큼 심각했기 때문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달랐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사실보다 과도한 표현들이 국민에게 큰 불안을 안겨 준 측면이 크다. 특히 인터넷의 경우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잘못된 정보도 많고, 과장된 해석도 많았다. 실제 구제역으로 인해 치러야 할 ‘언어의 비용’도 많았다. 백운석 연일 아침 일찍 나와서 밤늦게 들어가다 보니 육체적인 피로와 잘해야 된다는 정신적 부담감도 컸다. 무엇보다 일부 언론에서 매몰 초기 급박한 상황에서 발생한 부실 매몰지에 대한 문제를 반복적으로 제기하고, 매몰지가 아닌 지역의 일반적인 오염도까지 매몰지 때문으로 보도할 때는 힘이 빠졌다. 안병윤 재난 대응 인력의 전문성이 부족하고, 오랜 기간 연일 긴장된 업무를 수행하다 보니 피로를 해소해 줄 수 있는 메커니즘이 부족했던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현재 우수한 전문인력이 재난관리 분야에 근무하도록 유인하는 조직상의 메리트가 부족하다. 또 교대근무를 할 수 있는 인력도 부족하다. 이번 중대본 운영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지만 전문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일본 지진을 계기로 우리는 어떤 대비책이 필요한가. 이철조 기존 시설물의 내진 성능을 효과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기술개발에 나서야 한다. 매뉴얼과 분야별 대응 전략도 정비가 필요하다. 평소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대응훈련도 내실 있게 실시해야 한다. 국민들이 행동요령을 숙지해 따를 수 있도록 반복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권준욱 미국 유학 시절 토네이도가 온다는 경고를 텔레비전을 통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재난 시 자동으로 텔레비전이 켜지면서 경고 방송이 나왔다. 우리도 통신·방송수단 등을 통해 신속히 알리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 정부 역시 부처 간 합동 태스크포스를 가동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기반이 필요하다. 신현관 자연에 순응하는 사회 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시장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을 만큼의 정부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가축 매몰 매뉴얼만 봐도 현실 대응능력이 떨어진다. 각 지역의 상황이 다르지만 일률적으로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도록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큰 틀의 가이드라인으로 해당 지자체장이 지역 여건에 맞게 운용하도록 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다. →합동근무를 마치고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재환 구제역 방지 업무를 하다 유명을 달리한 9명의 명복을 빈다. 이런 분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흙더미에 묻혀 사라진 347만 마리 가축의 영혼도 위로하고 싶다. 죽어가면서까지 새끼에게 젖을 먹였던 횡성의 어미소 사연은 가슴 아팠다. 우리는 살처분된 동물에게 미안함을 갖고, 두번 다시 이런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권준욱 중대본 매몰지 지원팀 팀장으로 어깨가 무거웠던 게 사실이다. 이제 파견근무를 끝내고 소속 부처에 복귀해 새로운 과제에 매달리고 있다. 당분간 주말에는 부족한 잠을 푹 자고 싶다. 전국의 많은 공직자들이 구제역으로 고생했다. 특별히 지면을 할애해 지원팀 근무자들의 뒷얘기를 취재한 서울신문에도 감사드린다. 백운석 구제역이 동시 다발적으로 확산되다 보니 부적절한 장소에 매몰하거나 침출수 유출 방지를 위한 차수시설이 미비한 곳도 있었다. 이번 사례를 거울로 매몰 처리 시 침출수 문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고밀도 폴리에틸렌라이너를 차수재로 사용하는 등 매몰 방법의 개선이 필요하다. 과거 사례를 답습해 예방적 살처분이라는 명목을 내세워 구제역에 걸리지 않은 가축들도 살처분했는데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도 진지하게 모색해 볼 때이다. 신현관 구제역 매몰지 문제해결을 위해 부처합동 근무로 지원팀을 꾸렸던 것이 국민과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 자리였던 것 같아 좋았다. 구제역 위기에 관련 부처들이 상시적인 정보와 협의를 통해 대처한 것은, 향후 어떤 위기상황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부여하는 계기가 됐다. 안병윤 최선을 다해 구제역을 막았는데 한 세기 만의 혹한으로 방역효과가 잘 먹히지 않았다. 또한 사료차량 등 축산 관련 차량으로 인해 계속해서 구제역이 확산될 때는 맥이 풀렸다. 구제역 예방과 종식은 축산농가의 환경개선에 있다고 본다. 아울러 현재 우리나라는 국민들의 재난안전에 대한 요구를 정부 시스템상 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재난안전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시대의 변화에 맞는 시스템 개선과 즉각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NFC ‘10㎝ 혁명’이 삶을 바꾼다

    ‘10㎝의 혁명이 한국인 삶을 바꾼다.’ 2015년에는 공항에서 탑승권이 필요없게 된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근거리무선통신(NFC)으로 탑승 게이트의 태그에 스마트폰만 갖다 대면 된다. 또 영화 포스터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예매되고, 현재의 플라스틱 카드는 ‘스마트 지갑’으로 대체된다. 정부가 2015년까지 구현하기로 한 ‘스마트 라이프 서비스’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9일 NFC 기반 서비스를 통해 5년 동안 1조 340억원의 생산 유발과 3475억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 5707개의 일자리 창출에 나선다고 밝혔다. 국내 NFC 기반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이동통신사, 카드사, 제조사 등이 연합한 ‘그랜드 NFC 코리아 얼라이언스(Grand NFC Korea Alliance)’를 구성하고, 관련 인프라도 공동 구축한다. 코리아 연합은 방통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 정부 기관뿐 아니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와 하나SK카드, 신한카드,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이 참여한다. 정부가 NFC 사업의 전면에 나선 것은 통신사와 카드사의 시장 주도권 경쟁으로 표준화 갈등, 중복투자 등의 문제점이 노출됐기 때문이다. 애플,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이 차세대 핵심 사업으로 NFC 서비스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방통위는 2015년까지 NFC칩세트가 탑재된 스마트폰 비중을 60%로 확대하고, 모바일 결제 비율도 60%로 끌어올리는 등 3개 분야 총 9개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 NFC 기반의 각종 응용서비스도 개발된다. 기존의 카드나 현금 대신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는 스마트 지갑부터 관광, 공연 티켓 예매, 진료 기록관리, 주차 확인 등 생활밀착형 서비스가 제공된다. 또 자택부터 공공기관 등의 출입도 스마트폰으로 제어된다. 방통위는 스마트폰의 안전성 강화를 위해 개인정보 유출, 악성 트래픽을 보호할 수 있도록 제조사에 대해 보안 모듈이 탑재된 단말기 생산과 보안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용어 클릭] ●근거리무선통신(NFC·Near Field Communication) 비접촉식 근거리 무선통신으로 10㎝ 이내의 거리에서 스마트폰 등 단말기끼리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술이다.
  • “中企, 정부와 사랑은 하되 결혼은 말아야죠”

    “中企, 정부와 사랑은 하되 결혼은 말아야죠”

    중소기업이 정부를 상대로 영업할 때는 무엇을 조심해야 할까. “사랑은 하되, 결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이경만(46·행시 38회)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안전과장은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 행위를 단속·시정하는 업무를 담당했던 경험을 살려 중소기업이 살아남는 전략을 담은 ‘젊은 사장이 꼭 알아야 할 거래의 7가지 함정’(21세기 북스)을 출간했다. 공무원 사회에 대한 지식을 활용, 정부와 거래할 때의 7가지 요령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정부가 중소기업 제품 구매 등을 정책적으로 장려하지만 “가까우면 타 죽고 멀면 얼어 죽는다.”며 “정부 돈을 받는 순간 생존감각이 무뎌지는 만큼 정부 돈은 공짜라도 받지 말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조언은 행시 ‘늦깎이’로 당시 내무부에 지원해 지방자치단체에서 동장, 청소행정과장, 시청 계장 등을 거쳐 2003년부터 공정거래위원회에 근무한 경험에서 나온 충고다. 이 과장은 중소기업 경영정보 사이트인 ‘지식비타민’(www.1234way.com)을 운영 중이다. ●“사업제안 땐 공무원 업무경력 살펴야” 이 과장은 공공 분야에서 마케팅이 성과를 거두려면 최소한 2~3년이 걸린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이때까지 버틸 자금과 마케팅 여력이 없다면 접근하지 말 것을 충고했다. 중소기업이 낸 좋은 사업 제안으로 예산이 편성돼도 일정 규모가 넘으면 경쟁입찰이 돼 대기업이 가져갈 가능성이 크므로 정부나 지자체를 대상으로 너무 큰 사업을 제안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중앙 정부와 지자체는 예산 편성과 집행 시기가 다르므로 예산 편성 시기에 사업을 제안하고 집행 시기에 입찰에 필요한 서류 등을 갖추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무자가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를 받게 되면 실무자에게 미운 털이 박혀 사업이 안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실무 공무원부터 접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승진을 앞둔 공무원에게는 기관장의 칭찬과 인정이 중요하므로 전국 또는 세계 최초 사업이, 위험부담을 느끼는 공무원에게는 다른 자치단체나 중앙정부, 외국 등에서 이미 하고 있는 사업이 매력적이라고 조언했다. 2년가량 해당 업무를 한 공무원은 전보 대상자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해당 업무를 맡은 초기에 집중적으로 마케팅하는 것이 유리하고 사업을 제안할 경우 그 업무를 언제부터 했는지 알아보라고 덧붙였다. 이 과장은 또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대기업과의 거래에서 빠지는 불공정거래 함정을 7가지로 분류·소개했다. 전속거래, 핵심 기술 유출, 핵심 인재 이탈, 납품가 인하 요구로 인한 실속 없는 매출, 대기업의 구매선 교체, 대기업의 중소기업 영역 진출을 통한 시장 잠식, 입찰 경쟁 등이다. ●“中企, 대기업 전속거래 유혹 피하라” 그는 중소기업 제품이 잘 나가면 대기업 유통회사들이 전속 거래라는 달콤한 유혹을 제안하는데, 이를 가급적 피하라고 조언했다. 전속은 예속으로 전락해 협상력을 떨어뜨리는 만큼 매출 비중이 한 기업에 60% 이상 쏠리지 않도록 하라고 충고했다. 거래하면서 대기업이 원천 기술 도면 등을 요구하는데, 이에 응했다가는 기술 자체를 통째로 빼앗길 수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이 수년간 키운 직원이 대기업으로 옮기는 경우에 대해서는 충분한 보수, 인간적 대우 등 총체적 경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과장은 이 같은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자신만의 유통모델을 갖출 것 ▲해외 시장에 먼저 진출하는 것을 검토할 것 ▲핵심 기술을 보유할 것 ▲작은 시장이라도 독과점해서 공급할 수 있는 모델을 찾을 것 등을 조언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글로벌 시대] 환경위기에서 보는 중·미 협력의 미래/류진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 교수

    [글로벌 시대] 환경위기에서 보는 중·미 협력의 미래/류진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 교수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유출 위기는 국경을 넘어선 환경문제의 엄중성을 다시 일깨운다. 농산물과 수돗물 오염 확산으로 유럽과 미국에서도 후쿠시마발 방사능 물질이 검출되면서 지구촌은 화들짝 놀랐다. 방사능 위기가 아니더라도 각종 환경재앙에 지구촌은 몸살을 앓고 있다. 환경 문제는 일상의 삶과 생존에 직결되는 현안이 됐다. 이런 가운데 개별국가들은 국제적인 환경 안전과 환경 이익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국제적 경쟁과 갈등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환경문제에 대한 국가 간 상호의존도 커졌고 국제 간 협력이 더 필요해졌지만, 이해가 커지면서 그만큼 환경문제를 둘러싼 개별국가들 간의 합종연횡은 더 복잡해졌다. 환경문제는 점차 ‘국제 이익분배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면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각각의 진영으로 갈라놓고 있다. 이 같은 국제적 갈등의 중심에 중국과 미국이 서 있다. 초강대국 미국과 덩치 큰 개발도상국 중국은 국제체제에서 지위와 시각 차가 현격하다. 두 나라는 환경외교의 원칙과 목표에 있어서도 차이가 크다. 전 지구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양의 절반가량을 뿜어내고 있는 두 나라는 때로는 날카롭게 대립한다. 2009년 코펜하겐 기후회의에서 미국은 공격의 칼날을 중국에 겨눴다. 미국은 “중국의 탄소배출량은 계속 가파르게 늘고 있고, 중국의 과감한 실천 없이는 국제사회의 배출량 삭감 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며 압박했다. 미국은 2010년 11월 칸쿤 회의에서도 “중국 등 신흥경제대국들이 배출량에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환경문제의 진전은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반면 중국은 선진국들이 지난 여러 세기 동안의 산업화를 통해 발생시킨 지구촌 오염에 대해 보다 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본다. 또 “개별 국가들이 환경문제에 있어서 공통의 책임은 져야 하지만 그 책임은 똑같을 수 없고 ‘차등적인 책임’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환경오염에 대한 책임 소재, 환경기술 및 환경자본의 공유에 대해서도 두 나라의 입장 차는 뚜렷하다. 중국은 환경보호 문제가 경제 개발의 발목을 잡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경계하지만, 미국은 국익의 극대화를 위해 환경 문제를 정치화하면서 기득권 보장에 활용하고 있다. 상황이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두 나라의 환경협력은 국교정상화 다음해인 1980년부터 시작돼 연륜을 더하고 있다. 중국은 대기 및 수질오염 관리 등에서 미국의 앞선 경험을 배웠다. 1990년대 클린턴 대통령 시절 환경보호 문제는 양국 수뇌의 가장 중요한 사안 중 하나가 됐으며 관계 발전의 추진력이 됐다. 2001년 조지 부시 대통령 때 환경문제는 고위 전략대화에 포함됐고, 2007년 3차 전략경제대화(SED) 때 두 나라는 ‘향후 10년 동안 클린에너지 개발 등 자원의 지속 사용과 기후변화 대처 기술 개발 합의’를 이끌어냈다. 2008년 4차 SED 때는 클린 교통 및 대기 기술, 습지보호 등 5개 분야 분과를 설치하고 실천에 옮겼다. 2009년 5차 SED 때는 에너지 효율 목표를 설정하고, ‘중·미 에너지 10년 협력의 틀과 녹색협력파트너 계획’에 합의했다. 또 연구소, 대학, 각급 정부 간 협력과 공동 연구의 촉진 방안도 마련했다. 지난 1월 후진타오 주석의 미국 방문에 때맞춰 두 나라의 여러 기업들은 각종 신에너지개발 협력사업에 합의했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신에너지 개발 및 환경협력의 중요성에도 공감하고 이를 발전시키자고 합의했다. 클린에너지공동연구소, 재생에너지파트너십, 에너지안전협력 등에 대한 여러 프로젝트들도 이제 걸음마를 시작했다. 물론 두 나라가 환경협력에서 ‘한 배를 탔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전략적 상호신뢰, 협력시스템의 제도화, 환경문제와 주권 불침범 원칙의 확립 등 두 나라가 갈 길은 멀다. 그러나 차이와 갈등 속에서도 최근의 노력들은 미래의 희망을 느끼게 한다.
  • [이춘규 논설위원 도쿄 리포트] 너도나도 사재기… 자제하던 그들의 눈빛이 변했다

    세계 3위의 경제대국 일본이 추락이냐, 반전이냐 하는 기로에 서 있음을 이곳 도쿄에 와서 지켜보고 있다. 3·11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피해는 열도에 궤멸적인 타격을 가했다. 대지진 여파로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방사능이 잇달아 누출, 수도 도쿄까지 위협하며 마스크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방사능 공포까지 덮쳐 왔다. 억제된 불안과 공포의 눈빛들을 보게 된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 등은 대지진·방사능 유출을 2차대전 이후 가장 큰 국난이라고 탄식하고 있지만 대재앙을 헤쳐 나갈 지도력을 의심받고 있다. 거대 지진에 방사능 유출 공포까지 겹치자 정치권 전체가 통제력을 잃고 우왕좌왕하고 있다고 아사히·요미우리 신문 등 현지 언론들은 탄식한다. 문제는 일본이 변혁을 이뤄내지 못하면 추락할 수 있는 전환점에 서 있다는 데 있다. 1868년 메이지유신을 단행한 일본은 근대화를 추진, 늦었지만 당당하게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 메이지유신 주역들은 한반도 등 식민지를 개척했고, 태평양전쟁을 도발해 결국 패전국이 된다. 그러나 일본 사회 주류는 변하지 않았다. 승전국 미국이 공산권 견제 전략에 따라 이들에게 의지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1960년대 경제 부흥을 이끌었고, 1980년대에는 미국을 위협하는 수준의 경제를 일궈 냈지만 흥청망청은 오래가지 못했다. 풍선이 터지는 것처럼 1990년 이후 일본 경제의 거품은 꺼졌다. 잃어버린 10년의 시작이다. 아베 신조, 후쿠다 야스오, 아소 다로 등 자민당 총재들이 단명 총리로 마감했다. 마침내 2009년 9월에는 54년 만에 자민당 정권이 무너지고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의 민주당이 집권했다. 하지만 하토야마도 11개월로 단명하고, 뒤이은 간 정권도 취임 9개월인데 지지율 10%대에서 헤매고 있다. 이 상황에서 재앙이 몰아치며 정치권이 허둥대자 일본 국민들은 등을 돌리고 있다. 정치권에 대한 믿음을 접었다. 대참사에 갈팡질팡하자 일본인들은 ‘우리’보다 ‘나’를 찾기 시작했음을 실감한다. 나부터 살기 위해 컵라면, 생수, 응급약품을 사들이며 상품이 순식간에 동나고 있다. 일본 역사에서 일찍이 보지 못했던 기이한 현상이다. 도쿄 도심 여기저기 편의점 생필품 진열대는 놀랍게 텅 비어 있어 을씨년스럽다. 전염병처럼 확산되고 있다. 은근하고 조심스럽던 사재기를 눈치 볼 것 없이 하고 있다. 매점매석도 성행한다. 불신받는 정부가 자제를 부탁해도 안 통한다. 내재된 야만성이 분출하는 기세다. 도쿄 주변과 도호쿠 지방에서 쉴 틈 없이 이어지는 강력한 여진은 공포심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일본이 다시 혼란에 빠져 새로운 주도 세력을 만들어 낼지, 아니면 지진과 방사능 공포를 잘 수습해 점진적인 개혁을 이뤄 낼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한·일 관계도 변곡점을 맞고 있음을 확인한다. 따라서 단순하게 현재 진행 중인 지진·방사능 유출 사태만을 보면 안 된다. 일본 정치권, 사회 전체의 거대한 소용돌이를 주시해야 한다. 도쿄에서 지인들을 만나며, 출퇴근길 시민들의 표정에서, 언론을 통해 변화의 에너지가 임계점임을 감지한다. 수년 전과는 완연하게 달라진 일본, 일본 사람이 왠지 낯설다. 전환시대 일본이 140년 만에 격동에 휩싸이면 한·일 관계도 영향받는다. 대재앙 이후 일본의 변화를 전혀 새로운 차원에서 지켜봐야 한다. 일본의 근본적인 변화에 대응하는 외교 전략을 기대한다. 수면 위보다 물밑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본의 근본적인, 거대한 변화의 에너지를 추적하자. taein@seoul.co.kr
  • 日 70여년째 국제사회 지원… 88개국 앞다퉈 “日 돕겠다”

    ①한발 앞선 ‘공공외교’ 비록 지난해 중국에 추월당해 ‘넘버3’로 내려앉았지만 일본은 여전히 초경제대국이다. 초유의 국가적 재난을 당했지만, 경제력만으로 따지면 어느 나라보다 강한 복원력을 지닌 나라인 것이다. 그럼에도 전 세계 88개 국가가 일본을 돕겠다며 앞을 다투고 있다. 적어도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86개국은 일본보다 경제력이 뒤진다. 그중에는 아프가니스탄처럼 오랜 전쟁을 겪고 있는 나라들도 적지 않다. 이들이 지원 대열에 줄을 선 것은 바로 일본이 지닌 국제적 위상, 그리고 소프트파워의 힘이다. 일본이 수십년 동안 펼쳐온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가 이번 지진·쓰나미 위기 속에 도움의 손길로 되돌아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로 일본 ‘공공외교’의 힘이다. 그동안 센카쿠 열도를 놓고 일본과 영유권 갈등을 빚어온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선 “쓰촨 대지진 때 보여준 그들의 행동이 고마워 일본을 미워하지 않는다.”며 신속히 일본을 지원하라고 촉구하는 글이 인터넷에 올랐다. 중국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일본은 중국과 긴장 관계 속에서도 쓰촨 대지진 구호뿐 아니라 1979년부터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중국에 도움을 줬다. 1979년부터 2009년까지 유상자금협력이 3조 3160억엔, 무상자금협력 1544억엔, 기술협력이 1704억엔 등에 이른다. 지난해만 해도 인재육성 장학계획이란 이름으로 4억 9200만엔을 지원했다. 기존 외교가 전문외교관 대 전문외교관 중심이라면 공공외교는 장기적인 국가이익을 목표로, 정부를 포함한 상대국 대중을 대상으로 한다. 수행 주체도 외교관이 아니라 정부, 개인, 비정부기구 등을 포괄한다. 공공외교에는 국제사회 대중의 요구를 이해하고, 자국의 관점을 제시하고, 자국과 국민에 대한 오해를 교정하고, 국제사회의 공통된 대의에 참여하고, 리더십을 키우는 일과 같은 광범위한 영역이 포함돼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출범에 즈음해 미국의 ‘소프트파워위원회’가 제시한 5대 전략목표 가운데 세 번째가 바로 공공외교였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소프트파워위원회에 따르면 공공외교의 목적은 “한 나라의 ‘정부’가 아닌 ‘국민’과 소통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의 공공외교는 아시아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다양한 노하우를 자랑한다. 일본의 공공외교는 1934년 국제교류진흥회를 세우고 해외 문화단체와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일본을 소개하는 등의 활동을 시작한 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40년 아시아 국가로는 최초로 체코 프라하에 일본 정보문화원을 개설한 것도 특기할 만하다. 일본의 공공외교는 1970년대에 골격이 형성됐다. 개발도상국의 문화와 교육 활동을 지원하는 정부 원조가 본격화된 것도 이때부터다. 1978년 아세안(ASEAN) 문화기금을 설립하고 대규모 지원을 시작했고, 1980년에는 아세안 국가의 차세대 젊은이들을 후원하는 청년장학금제도도 마련했다. 1980년대부터는 일본국제교류기금을 중심으로 일본어 보급 사업도 본격화했다. 1990년대부터는 NHK 월드 등을 통한 미디어 공공외교로 확장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②‘메이와쿠’는 없다 사재기·새치기·울부짖는 사람 거의 없어 지진이나 태풍, 화재 등 국가 재난이 발생하면 흔히 범죄와 약탈, 무질서와 폭동이 횡행한다. 사재기도 판을 친다. 하지만 도호쿠 대지진이 일어난 지난 11일 이후 일본에서는 이런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다. 길게 늘어선 줄에서 차례를 기다리다 자신에게 순서가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새치기를 하거나 다른 이를 밀치는 사람도 없다. 실제로 지진 이후 신오쿠보에서 목격된 장면은 일본인의 질서의식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코리아타운 내 슈퍼마켓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24·여)은 “11일 지진이 발생했을 때 많은 사람이 놀라서 모두 밖으로 몰려 나가는데, 계산대에 있던 일본 사람들은 끝까지 기다리다 계산을 마치는 모습이 특이했다.”면서 “우리 같으면 계산이고 뭐고 일단 바구니 던지고 뛰쳐나갈 텐데 참 대단했다.”고 말했다. 사재기가 없는 것도 ‘이방인’의 눈에는 특이했다. 대지진 첫날에는 주택가나 사무실 주변 슈퍼마켓 등에서 라면과 빵 등 비상 생필품을 사려는 사람들이 간혹 눈에 띄었지만, 4일째인 14일에는 그런 모습이 거의 자취를 감췄다. 주택가 슈퍼마켓에는 다시 라면과 빵, 음료수가 쌓이고 있다. 일본 사람들의 질서의식은 어릴 때부터 몸에 밴 ‘메이와쿠(迷惑) 회피 정신’에서 나오는 것이다. 메이와쿠는 ‘남에게 끼치는 폐’를 뜻한다. 일본의 가정과 학교에서는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고 수시로 교육한다. 이런 뜻인 ‘메이와쿠 가케루나’를 아예 가훈으로 삼는 집도 적지 않다. 또 일본 학교에는 ‘인내하는 힘’(耐える力)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붙어 있는 곳이 많다. 단체생활을 위해 개인은 참고 순응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일본인들은 꾸준하고 일관된 재해 대처 교육을 유치원 때부터 받는다. 책상 옆에는 늘 재해에 대비한 방재 두건이 걸려 있다. 이러한 철저한 재해 예방 교육은 메이와쿠 정신과 함께 대형 재해에 침착하게 대응하게 하는 비결이 된다. 재해를 당한 일본인들이 크게 흐느끼거나 울부짖는 일도 거의 없다. “내가 그런 행동을 하면 나보다 더 큰 피해를 당한 이들에게 폐가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전력이 제한 송전에 나선 14일 예상치보다 전력 수요가 많지 않아 오전 6시 20분부터 오전 10시까지 송전을 제한하려던 제1그룹에 대해 송전 제한 계획을 취소한 것에서도 다른 사람을 위해 내가 전기를 아껴 쓰겠다는 일본인의 고통분담 정신을 확인할 수 있다. 대지진과 쓰나미, 원전의 방사능 유출로 인해 일본이 초토화되고 있지만 일본인들이 무서울 정도로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이런 배려 정신의 발로인 셈이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③세계 최고 지진경보 체제 세계 1000개 관측소 연계 “전국민에 지진 1분 전 경보” 지난 11일 일본을 강타한 지진은 인간의 힘으로 막기엔 너무나 무시무시한 재앙이었다. 그럼에도 일본이 입은 피해는 재앙의 크기에 비해서는 약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철저한 사전 대비를 제도화한 시스템의 힘으로 열악한 자연환경을 극복한 셈이다. 차분한 준비와 침착한 대처에 세계 외신들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AP통신은 “일본이 세계 최고 수준의 대비를 한 덕분에 2004년 인도네시아 쓰나미와 지난해 아이티 지진 때보다 피해가 훨씬 적었다.”고 보도했다. 규모 7.0이었던 아이티 대지진 사망자는 30만명이 넘었고 인도네시아 쓰나미 사망자는 약 23만명이었다. 일본의 지진 경보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이번 지진은 이마저도 뛰어넘을 정도로 강력했다는 점에서 불가항력이었던 점도 있었다. 일본 기상청이 동북부 해안에 쓰나미 경보를 내린 것은 11일 오후 2시 49분. 높이 10m의 쓰나미가 해안을 덮친 건 오후 3시 정각 무렵이었다. 해안가 주민들은 대피할 겨를도 없었다. 그러나 기상 전문가들은 “일반적인 재난상황을 감안했을 때 이번 지진경보가 늦었다고 보기는 힘든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외신에서도 일본의 사전 경보 시스템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AFP통신은 “일본 국민 수천만명이 지진경보 시스템을 통해 진동이 발생하기 약 1분 전에 지진이 발생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서 “이는 전 세계 1000여곳의 지진관측소와 연계된 일본의 정교한 재해경보 시스템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도 “철저한 준비 덕분에 최악의 사태를 면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보도했다. 다만 일본 정부가 지진이 잦았던 도쿄 남서부를 중심으로 지진 대비책을 준비하고 별다른 지진이 없었던 도호쿠 지역에 대한 대비는 상대적으로 등한시했다는 지적은 뼈아픈 대목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평소 쓰나미에 대한 경계심과 대피 훈련 덕분에 피해자를 줄일 수 있었다.”고 전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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