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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업 희망을 쏜다] (20·끝) 전문가 좌담

    [농업 희망을 쏜다] (20·끝) 전문가 좌담

    우리 농업의 근대화는 일천하다. 최근까지도 세계 시장의 동향에 어두웠고 ‘생계형 농업’에만 의지해 왔다. 하지만 개방은 이미 대세로 굳혀졌다. 때문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반대만 하고 있을 처지가 아니다.‘위기’를 ‘기회’로 바꿀 지혜가 필요하다.‘농업 희망을 쏜다’ 시리즈를 마감하면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을 지낸 이정환 GS&J연구소 원장, 김달중 농림부 정책홍보관리실장, 정운천 한국농업CEO연합회 회장 등과 함께 우리 농업의 현주소와 대안을 짚어 봤다. ▶관세화를 10년간 유예받은 쌀 농업의 생존 전략부터 찾는다면. -이 원장 국내 쌀 농가들은 7∼8년 뒤 외국쌀이 12만∼13만원(80㎏ 기준)에 팔리는 것에 대비해야 한다.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보전할 수 있도록 영농 규모를 늘리고 브랜드화로 가격 차별화를 추구해야 한다. -김 실장 쌀값 하락을 보전해 주는 장치는 이미 마련됐고 농지은행을 통해 규모화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는 브랜드화 작업이 핵심이다. 현재 전국에 쌀 브랜드가 1800개 있는데 ‘이름짓는’ 수준에 불과하다. 미곡종합처리장(RPC)을 주식회사 등으로 통합, 소비자들이 이름만 보고도 찾을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도록 하겠다. -정 회장 소득보전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생산을 차별화해 품질을 고급화하는 브랜드화 작업이 중요하다. 개방은 공급 과잉을 가속화시킨다. 따라서 공급자 위주에서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중시하는 쪽으로 농업의 패러다임을 정해야 한다. 공급이 부족하던 ‘배고픔의 시대’에서 생산만 하면 해결되는 상황은 끝났다. 무점포도 대안이 될 수 있다.10만명이 인터넷으로 모여 유통망과 판매망을 개척하는 것이다. -이 원장 브랜드는 기본적으로 품질관리가 돼야 한다.RPC가 물벼로 매입해 정해진 공정에 따라 파는 쌀은 전체 물량의 25% 정도이다. 나머지 75%는 수확 이후 품질관리가 제대로 안 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1년간 똑같은 품질의 쌀이 나오려면 수확기에 모든 쌀이 RPC로 집중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가격을 놓고 실랑이를 벌일 게 아니라 정해진 룰(규칙)에 따라 쌀을 매입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요구된다. ▶농가의 전업화와 규모화도 시급하지 않은가. -이 원장 이미 전업화와 규모화가 이뤄지고 있다. 쌀의 경우 2㏊ 이상의 농가가 생산하는 쌀이 25%에 이른다.10년전에는 10%도 안 됐다. 농지가 0.5㏊ 이하인 영세농은 전체 농가의 42%인데 생산량은 12% 정도로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다. 영세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농지는 12만㏊이다. 농업의 구조조정에 결정적인 걸림돌은 될 수 없다. -김 실장 논벼를 생산하는 농가는 64만가구이다. 이 가운데 2㏊ 이상이 10만여 가구이다. 규모화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또한 농가의 59%가 연령층이 60세를 넘는다. 이런 농가들은 10∼15년 뒤 농사를 짓기 어려워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이뤄지게 된다. 또 일할 사람이 없어 유휴농지도 많이 나올 것이다. -정 회장 앞으로 10년간은 자연적인 구조조정이 활발할 것이다. 지금도 5만평이나 10만평 규모로 농사짓는 사람이 있다. 소비시장이 할인마트와 인터넷 홈쇼핑 등으로 바뀌는 만큼 생산에서 유통·판매까지 계열화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누가 의도해서가 아니라 시장이 요구하니까 따라갈 수밖에 없다. -김 실장 개별 농가의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추지는 않는다. 혼자 생산해서 혼자 파는 농가는 신뢰를 못받는다. 소비자가 브랜드를 보고 믿을 수 있도록 중간에 경영체가 있어야 한다. 조합도 좋고 농협도 좋다. ▶쌀 이외의 전략적인 품목을 육성, 농가의 경쟁력을 높일 필요성은. -이 원장 쌀 의존도가 커 쌀 분야에 문제가 생기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충격이 크다. 때문에 품목을 다양화시켜야 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맞다. 다만 쌀을 파프리카처럼 다른 품목으로 대체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또한 연간 생산액이 500억원인 작물이 1년에 20% 성장하더라도 10년 뒤에는 1200억원이 된다. 하지만 쌀 생산액은 지금 10조원이다. 쌀 생산의 부가가치는 농업 전체의 40%를 차지한다. 때문에 농업에서 차지하는 쌀의 위상은 앞으로 변화가 없을 것이다. -김 실장 틈새시장을 노린 다양한 작목들이 나오고 있다. 예컨대 논벼의 대체 수단인 연꽃과 연근만 갖고 쌀소득의 3배를 올린다. 해바라기도 논벼 수확의 2배나 된다. 전북 완주의 동산면은 아예 벼가 없다. 콩만 심어 과거보다 2∼3배의 소득을 내고 있다. 알곡으로 수확하지 않고 벼대까지 함께 수확하는 총체보리도 10만㏊까지 늘리려 한다. 안타까운 것은 기술인력이 모자란다는 점이다. -정 회장 인위적인 품목 조절은 자칫 공급과잉으로 농가에 다시 아픔을 줄 수 있다. 농가가 주체적으로 연구한 결과를 정부에 보고하면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경영 주체들이 새로운 품목을 개발하면서 농업을 이끄는 시스템이 돼야 한다. ▶연구개발에 많은 농가가 자금부족과 농협의 적극적인 역할을 호소한다. -정 회장 농협은 신·경 분리보다 고객 중심의 판매사업에 집중해야 한다. 개방으로 농업은 전 세계 생산자와 경쟁하고 있다. 협동조합이 면 단위로 가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커지고 군단위에 유통회사를 세우고 CEO도 뽑아야 한다. 농협은 자금이 200조원이 된다고 카드사를 사려고 할 게 아니라 서울에 마트를 수십개 만들어야 한다. 중국에 마트를 세우면 국산 농산물을 팔 수도 있다. 농협중앙회가 지렛대 역할을 해야 한다. -이 원장 맞는 말이다. 농가가 할 수 없는 일이 판매다. 농가가 도매시장에 물량을 내놓던 시절은 지나갔다. 개별 농가의 정보력과 수집력에도 한계가 있다. 농가가 열심히 생산하면 농협이 조직화해 대형 브랜드로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 농업 연구의 수준은. -이 원장 농업기술의 연구가 쌀 중심이다. 분야도 좁고 연구 인원도 적다. 연구인력의 전문화는 시장 수요가 늘어나는 작목에 맞춰야 하는데 취약하다. 영농을 시작하려는 사람은 국가기관의 연구가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불평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김 실장 산·학·연 연구가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연구도 못한다. 우리 농업의 근대화에 비춰 기초 연구가 미흡하다. 애로 사항을 찾아내 전문가에게 연구를 의뢰할 것이다. -정 회장 외국은 산·학·연 연구가 클러스터를 통해 유기적으로 돌아간다. 산업체가 주도해서 학계와 관계, 연구소를 끌고 가는데 우리는 그런 산업체가 없다. 연구소는 연구를 위한 연구만 하고 학교도 그렇다. 톱니가 안맞는다. 산업체가 톱니의 축이 돼야 한다. ▶농업의 관광화 움직임이 거세다. -김 실장 주 5일 근무를 계기로 농촌은 도시민들의 휴양공간, 낙향한 뒤의 정주공간으로 발전해야 한다. 이런 목표로 체험마을 800개가 조성되고 있다. 선진국도 관광화를 통해 도·농 통합을 일궜다. 땅을 많이 차지하는 농산물은 개발 확대로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또한 먹는 농업에서 앞으로는 보는 농업, 듣는 농업, 향을 맡는 농업으로 가게 된다. -정 회장 관광마을을 의도적으로 만드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시장 수요에 따라 자연 발생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주 5일제로 농촌 현장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 것이다. -이 원장 소득이 3만달러에 이르면 시간을 보내는 사업과 건강을 파는 사업이 무한히 커지게 된다. 농촌공간과 농산물은 시간과 건강에 대한 공급원이 될 것이다. 다만 정부가 과도하게 끌고 가려고 하면 과잉·부실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 산지에서 동기 부여가 이뤄져야 한다. -김 실장 그래서 종합마을사업을 2010년까지 늦췄다. 시장의 수요를 기다리고 리더를 양성할 시간을 갖기 위해서다. 농민들의 의지를 불러낼 시간도 필요하다. 다만 현장 중심으로만 가면 너무 늦다. 정부가 속도를 조절하도록 애쓰고 있다. ▶한·미 FTA 등에 직면한 농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김 실장 우루과이라운드(UR) 이후 농업이 망한다고 했지만 농업 생산액은 늘어났고 많은 분야가 발전했다. 농민과 농업계 등이 합심해 노력한 결과이다. 앞으로 개방이 확대되더라도 서로 양보하고 리더와의 논의를 거쳐 브랜드를 키워나가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합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 회장 FTA 때문이 아니라 시대가 개방화로 가고 있다. 피할 수 없는 대세이다. 당장 이해관계 때문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위기는 반드시 기회를 수반한다. 과거 생산 중심의 농업에서 시장·경영 중심의 농업이 돼야 하며 이 과정에서 농민이 해결의 주체가 돼야 한다. -이 원장 FTA에 반대하는 것은 심정적으로 이해가 가지만 지나치게 두려워 하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은 가격이 아니라 소비자의 기호와 신뢰이다. 사회 백문일차장 정리 전경하기자 mip@seoul.co.kr
  • [사설] 전공노 을지훈련 폐지 주장 부당하다

    법외단체인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이 오는 23일까지 계속되는 을지훈련의 폐지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지난 17일 발표했다. 전공노는,‘우리민족끼리’라는 기치를 들고 8·15 통일대축전을 대대적으로 치른 지 이틀만에 한 축으로는 민간교류를 통해 통일을 앞당기자고 하면서 다른 한 축으로 북한을 대상으로 한반도에서 전쟁연습을 일삼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는 을지연습이 유사시 외부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방위하기 위한 한·미 협조관계, 업무수행 절차, 계획 및 체계를 평가, 발전시키기 위한 민·관·군의 종합적인 전쟁대비 훈련이라지만 실제로는 한반도의 긴장과 전쟁의 위험을 높이고 있다며 북한이 동원하는 선전 논리를 되풀이했다. 우리는 단체행동권 보장 등을 내세워 합법 전환을 거부하는 전공노가 무슨 의도로 이런 성명서를 내놓았는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전공노는 2년 전에도 조합원 교육과정에 북한의 주체사상과 유사한 내용을 포함시켰다가 이적성 시비에 휘말린 적이 있다. 전공노 탈퇴를 종용하는 정부에 맞서는 방편으로 ‘반미·자주’의 깃발을 내세웠다면 전략적으로 중대한 착오다. 불법성을 해소할 궁리는 하지 않고 선명성으로만 치달을 경우 노동조합의 존립 기반인 대중성은 와해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전공노 조합원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공무원들이다. 전공노를 제외한 나머지 공무원노조들은 속속 합법으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노동3권 완전 쟁취’라는 불가능한 목표에 집착하기보다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근로조건 개선과 복리 증진이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공노도 국민과 조합원의 요구 수준이 무엇인지 숙고해야 할 것이다.
  • ‘李빠진 첫 회의’ 경선 후폭풍

    한나라당 신임 대표 선출을 둘러싼 후폭풍이 거세다. 당 대표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대권 대리전’ 비난과 ‘색깔론’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후유증이 깊어지고 있다. 전날 전대에서 2위에 그쳐 당권 도전에 실패한 이재오 신임 최고위원이 12일 열린 새 지도부 첫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한 것이 단적인 예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감정의 앙금’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는 경선 막판 불거진 ‘박근혜-이명박’ 대리전 논란에 대해 “저쪽(박근혜 전 대표쪽)이 다 공작한 것”이라며 “대리전 냄새를 풍겨서 ‘박심(朴心, 박근혜 의중)’을 자극하고, 박근혜 전 대표도 노골적으로 가담한 것”이라고 불만을 털어 놓았다. 나아가 “박 전 대표가 그러면 안된다.”며 “어제 내가 연설할 때 박 전 대표가 자리를 뜬 것은 사실상 연설방해 행위로밖에 안 보이는데 원내대표 할 때 그렇게 잘 모셨는데 한마디로 배신행위 아니냐?”라며 반발 수위를 높였다. 이에 대해 강재섭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시골 이장 선거도 끝나면 후유증이 있는데 제1 야당 전당대회 뒤에 어떻게 갈등이 없겠느냐?”고 반문한 뒤 “그렇지만 그것은 서로 사랑하며 경쟁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잘 봉합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당분간 갈등 봉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박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등 대권 주자의 개입 여부를 떠나 선거 과정에 ‘대권 대리전’ 공방이 벌어졌고 그 과정이 선거 결과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는 향후 대권 레이스를 부정적으로 과열시키면서 내부 균열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당의 미래를 지향하는 모임’(미래모임) 소속 의원은 “선거 막판에 박근혜 전 대표를 전략적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금도를 넘어선 것이고 박 전 대표에게도 안 좋은 것”이라면서 “이런 부정적 양상은 당의 분열을 재촉하면서 더 큰 위기를 부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당 일각에서는 ‘새 한나라당’이라는 말도 나돈다. 당이 쪼개지지 않을까하는 위기감의 반영이다. 중도 성향의 한 초선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나 이명박 전 시장의 개입 여부를 떠나 측근 인사들이 자기들의 권력욕을 채우기 위해 두 사람을 정략적으로 움직이려 한 게 더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소장·개혁파 의원의 한 축인 원희룡 의원도 “특정 세력·인물들이 당내 여러 기득권을 통해 왜곡시킨 게 있다면 국민이 나중에 심판할 것”이라면서 “특정 대권 주자가 위원장에게 전화를 했다든지, 격노해서 어떻게 했다든지 이런 땅따먹기 양상으로 나타난 부분은 굉장히 염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래모임 소속 다른 의원은 “당장 접점을 찾기는 어렵겠지만 분열은 동반 몰락이라는 공감대 아래 냉각기를 갖고 지혜를 모으면 봉합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北 미사일 발사] “美, 내부정보 부족…결국 협상 나설듯” 전문가진단

    ●이기택 연세대 명예교수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자체 군사력을 과시하려는 의도이자 미국에 대한 직접적 위협용으로 보인다. 남한측에는 압도용(군사적 우위 과시용) 카드라는 전략적인 목적이 있는 것 같다. 이 대목에서 북한의 대남정책이 재편성되는 시점으로 이해된다. 그동안 외교와 책략 등이 대남전략의 요체였지만 이제 군사정책을 통해 체제수호를 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북한이 여러 개의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행여 대포동 미사일이 미국측의 미사일 방어(MD) 요격시스템에 걸릴 경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권위가 추락되고 군부도 망신을 받는 결과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6자회담과 양자협상 등 협상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그러나 미국측은 대북 압박 강도를 높이는 가운데 북한측의 벼랑끝 전술에 휘말리지 않고 강경하게 나갈 것으로 보인다. 송민순 외교안보실장이 방미했지만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미사일 문제를 논의하러 한국과 일본으로 가겠다고 한 것은 한국 정부와 상대하지 않겠다는 의사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 미국측에 양자협상에 임할 것을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4일에 맞춰 발사한 것은 미국 국민들에게 충격을 줘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다른 측면에서 북한이 정치적 목적을 떠나 기술적으로 미사일 발사 실험 필요성이 있었던 것 같다. 노동 미사일을 포함해 여러 개의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미사일 기술을 업그레이드시킬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충격을 줘서 북한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하고 나아가 미사일과 핵을 포함, 대북정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그 결과는 미국이 단기적으로는 강하게 압박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양자협상으로 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외교적 해결책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쏜 것은 미국이 양자협상에 조속히 응할 것을 재촉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북한 정보 부족과 효과적인 대처방안이 미비한 상태에서 협상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 미국은 북한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방북초청을 거부하고 발사 준비 움직임에 대해서도 대화보다 위협으로 대응했다. 북한은 미국에 협상을 압박하기 위해 미사일 발사 능력을 과시할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다. 굴복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당장 강경론이 우세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 내부 여론이 행정부를 압박함으로써 협상쪽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나 관련국들이 6자회담의 유효성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6자회담 재개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확인 됐고 유엔안보리로 넘어갔다. 북한이 다양한 형태의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단거리는 남한, 중거리는 일본, 장거리는 미국 등에 위협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미 국민에 안보 불안감을 불러 일으켜 협상을 종용하기 위한 의도가 큰 것으로 보인다. ●정영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선임연구원 미국측이 양자회담, 즉 직접 대화에 임하라는 요구로 해석된다. 특히 여러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북한의 능력을 보여 주는 가운데 미국측의 선택을 강요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미사일을 발사한 자체가 미국을 직접 겨냥한 것이다. 단기적으로 북·일, 북·미, 남북관계가 경직될 수밖에 없다. 장성급회담 개최도 불투명해졌다. 미국의 경우 곧바로 양자회담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굴복을 뜻하기 때문이다. 지난 98년 1차 미사일 발사 때 상징적 조치로 유엔 의장 성명이 발표됐었다. 그 다음 북·미 외교회담이 열렸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미국은 양자협상을 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대포동 미사일 발사가 실패했고 북한측이 노리던 효과는 반감됐다. 갈등 상황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북한이 추가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 6자회담은 더 어려워진다. 미국은 중국에 영향력 행사를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스스로 힘에 의한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적다. 일본은 경제제재에 들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만경봉호 입항금지가 대표적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흔히 국가안보의 두 축이 외교와 국방이라고 할 때 최근 북한의 외교적 성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강조하고 북한측은 강경파 입지가 강화되고 있다. 외교를 믿고 국방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체 억제력을 강화하는 방법을 택했다. 외교적 카드로 미사일 발사를 활용했더라면 시점이 중요했겠지만 국방력 강화가 목표였기 때문에 발사 시점은 각별한 의미가 없다. 미사일 발사의 1차 동기는 군사적 억제력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다. 핵·미사일 문제도 협상을 통해 풀겠다는 평화적 의지가 있지만 미국이 금융제재를 택할 뿐 아니라 양자회담 요구에도 무시전략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개의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맞춤형 억제력’이 요인이다. 스커드 미사일은 주한미군을, 노동 미사일은 주일미군을, 대포동 미사일은 미국 본토를 직접 겨냥한 것이다. 향후 6자회담 관련국 간의 외교적 해결 전망은 불투명하다. 미국은 한국과 중국을 압박하는 가운데 북한을 고립시키는 5대 1 구도를 확실히 할 것으로 보인다. 정리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책임론’ 기로에 선 정동영

    “민심을 겸허하고 무겁게 받아들인다. 크든 작든 모든 책임을 질 것이다.” 31일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밝힌 선거 결과에 대한 소감이다.‘참패’ 앞에 할 말을 잃은 표정이었다. 정 의장은 침통한 얼굴로 “향후 대책은 1일 당 공식기구를 통해 밝히겠다.”며 서둘러 당사를 떠났다. 이제 당 안팎의 초점은 정 의장의 거취 문제로 모아지고 있다. 출구조사를 지켜보기 위해 당사로 나오기 전 정 의장은 측근들과 함께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긴 회동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있었던 한 측근은 “선거 상황을 지켜봤다. 고독해보였다.”고 전했다. 거취 문제와 당의 진로까지 거론한 무거운 자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투표 직후 “나름대로 올바른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데 실패한 것 같다.”고 자평했다. 의장 취임 3개월, 정치 인생 10년 만에 최대의 위기를 맞은 것이다. 정 의장의 소회를 거취 문제에만 국한시킨다면 일단 당 의장 사퇴로 좁혀진다. 의원과 당직자 등 핵심 측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팽팽하다.‘조건없는’ 사퇴만이 국민을 보고 정치했다는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입장이 한 축이다. 한 관계자는 “사퇴하는 것이 맞다. 거취 문제는 국민이 판단하는 것이라고 주장해온 만큼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사퇴 쪽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사퇴 불가론’도 만만치않다. 일부 중진 의원들은 지난 30일 긴급회동을 갖고 “당 의장이 물러난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게 아니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은 “전당대회 이후 전략적인 잘못이 있다면 책임져야 하지만 이번 결과가 지난 2년에 대한 종합평가라면 의장에게만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많이 고민했고 결정은 내가 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정 의장이 7월 재보선에서 서울 성북을에 출마해 정치 재개를 선언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하지만 성사 가능성은 높지 않은 듯하다. 핵심 측근은 “어떤 선택을 하든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는 마당에 개인의 재생을 위해 출마한다는 것은 몰상식한 일”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향후 정치적 입지를 세우려면 모든 프리미엄을 버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여당내 가장 유력한 대권 후보라는 기득권을 포기하고 ‘미래세력 연대’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얘기다.1일 정 의장이 어떤 수습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중계석] 미·중·일 역학관계 주시할 때/이홍표 일본 규슈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최근 미·일이 군사일체화를 표방하면서 동아시아의 역학관계 변화와 안보가 화두로 대두되고 있다.‘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대표 장성민)은 4일 서울 홀리데이인 서울 호텔에서 ‘중·일의 전략적 각축과 21세기 동아시아 안보’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홍표 일본 규슈대 교수의 주제발표문을 간추린다. 동북아시아가 어수선하다. 양대 강국인 일본과 중국 관계는 1972년 수교 이래 최악의 상태다.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와 상임이사국 진출을 계기로 지난해 4월 발생한 베이징에서의 반일시위 이후 본격화된 냉각은 일시적 현상보다는 구조적 갈등과 모순이 노정된, 목표와 전략적 이해의 충돌 차원이다. 냉전 이후 미·중 양국은 소원한 상태로 경계하는 반면, 미·일은 더욱 밀착돼 있다.90년대 중반까지 가장 영향력 있는 국가지위를 향유한 일본은 경제침체와 함께 중국의 경제·군사적 부상에 경계하기 시작했다. 중국도 결사적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중국의 21세기 추진전략은 세계차원의 강대국이 되는 것으로 동아시아 지역 질서를 이끄는 중심 국가가 돼야 하는데 장애세력은 바로 일본이다. 일본은 국내 통합과, 미국과의 관계 강화로 전략을 짜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가 개인적으로 부시 미 대통령을 좋아한다기보단 향후 일본의 미래를 위해 미국의 파트너가 되려는 것이다. 경제적 이해 등으로 중·일이 단기적으로는 정면 충돌할 가능성은 적다. 중국은 평화 5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 군사력이 일본을 압도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중·일 국력차가 줄고 군사력이 일정수준에 오를 때, 중국의 의도는 한순간에 바뀔 수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결국 중요한 것은 미국의 입장. 미국은 동북아의 균형자 역할을 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중·미를 축으로 한 패권 대결, 미·일 동맹의 강화라는 상황이 상당기간 유지될 것이다. 한국은 미·중·일간의 세력관계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지금 동북아는 불투명하다. 누가 우리의 안보에 해를 끼치는지가 불분명한 상황이다. 한반도 안보이익 확보를 위해 비용대비 효율이 높은, 그리고 지난 50년간 이미 검증된 한·미관계를 강화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이홍표 일본 규슈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 압둘 칼람 인도 대통령 현지 대담

    압둘 칼람 인도 대통령 현지 대담

    압둘 칼람 인도 대통령은 “한국은 인도의 중요한 전략적 동반자”라면서 “포괄적 경제파트너 관계 등 기술·지식협력의 확대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뉴델리 인도 대통령 궁 ‘라스파티 바반’의 대통령 집무실에서 가진 인터뷰를 통해 칼람 대통령은 지난 2월의 한국 방문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분단국가의 평화적 통일 노력에 지원을 보낸다고 밝혔다. 이정옥 대구 가톨릭대 교수(사회학)와의 대담을 간추린다. ▶지난 2월 초 눈발이 날리던 날 인도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에 대한 인상은. -눈 덮인 산야에서 한국인들이 흘린 땀방울(Sweat in the Snow)을 보았다. 연세대에서 만난 교수와 학생들, 대덕 연구단지의 과학자들, 기업인들. 그들에게서 열정과 헌신을 발견했다. 열정과 헌신이 있는 나라는 아름답다. 한국은 아름답고 위대한 나라였다. 내 자서전 ‘불의 날개’가 한국어로 번역되어 청소년들에게 다가갔다고 생각하니 더욱 마음이 설다.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 만찬 때 많은 유익한 얘기를 나눴나. -노무현 대통령은 열정적이었다. 정말 얘기가 잘 통했다. 발전과 협력이란 주제를 놓고 두 시간 동안 쉴 새 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노 대통령은 전쟁 없는 상태를 이루기 위한 방안과 평화정착을 많이 강조했다. 우리는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사이에 신뢰와 협력관계를 정립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모든 나라가 발전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신뢰를 보여주면서 발전국가로 이끌어주는 신국제질서가 만들어지는 데 한국이 모범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인도의 국제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북한을 방문해 남북관계에 대한 적극적인 평화매개자가 될 의향은. -평화를 세계화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겠다. 인도 건국의 아버지인 마하트마 간디의 정신은 바로 비폭력 정신이다. 아쇼카 대왕이 제국을 만들고 난 뒤의 깨달음도 바로 아힘사(평화)였다. 인도는 국가정신인 평화를 세계화하는 일을 담당할 것이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 후보로 나섰다. 인도의 입장은. -우리는 전쟁이 없는 상태를 만들어내는 사람, 평화를 가져올 능력이 있는 사람이 유엔 사무총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인도간의 협력강화방안은. -인도의 지식기반 서비스산업과 한국의 제조기반산업의 결합은 유망하다. 역할이 커지는 지식과 기술협력의 강화를 희망한다. 인도의 주요 대학과 연구소를 한국의 대학·연구소와 초고속 인터넷으로 연결하고 교류를 확대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각 분야별로 협력체제를 제도화하자는 의미에서 ‘지식 플랫폼’의 협력체계 수립도 희망한다. 실질적 진전을 기대한다. ▶한·인도의 협력관계 중 특별히 심화시키고 싶은 부분은. -인도가 한국에서 가져오고 싶은 것은 일에 대한 열정과 운명을 개척하는 정신이다. 한국인들이 경제발전과 민주화에서 흘린 땀과 어려운 조건 아래서도 좌절하지 않았던 그 정신을 공유하고 싶다. ▶‘인디아 비전 2020’을 직접 작성하고 인도 젊은이들의 마음에 비전을 심기 위해 헬리콥터를 타고 인도 전역을 다닌 것으로 안다. 대통령이 된 뒤 비전 실현을 위해 무엇에 가장 역점을 뒀나. -인도인의 가슴에 자신감과 발전에 대한 확신을 심어준 것이 가장 큰 성과가 아닐까 싶다. 국민들의 마음과 혼이 실릴 때 비로소 발전은 가능하다. 초등학교 때 선생님은 새가 나는 것을 가르쳐 주려고 나와 우리 반 친구들을 데리고 바닷가로 가서 설명해 주셨다. 설명을 들으면서 나는 새처럼 하늘을 날고 싶다는 꿈을 품었다. 그 꿈을 실현하려고 미사일을 만들었다. 나는 꿈을 품는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교육에서 선생님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안다. ▶대통령으로서 고민은. -2억 7000만명의 인도인이 하루 1달러 미만을 버는 절대빈곤 상태에 있다. 이들이 발전의 햇볕을 쬐려면 지속적으로 연간 경제성장률 10%의 고속 성장엔진이 작동해야 한다. 고도성장을 강조하다 보면 잘 나가는 도시의 첨단 부문만 발전한다. 균형 발전을 이루려면 첨단 기술의 혜택이 농촌이나 낙후된 지역까지 미쳐야 하는데…. 의료·문화시설의 농촌보급을 위한 PURA시범단지를 운영 중이다. ▶직접 설립·경영에 참여한 비영리 공익기관 케어 파운데이션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이곳에선 컴퓨터를 이용한 화상진료 및 원격교육시스템을 통해 가난한 농촌 젊은이들이 교육받고, 환자들이 도시 의사들의 진료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넓혀 나가는데 주력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등 세계 정치·경제지도자들의 인도 방문이 잇따르고 있다.‘인도 열기’이유는 무엇인가. -민주주의를 축으로 언어도, 종교도 다른 11억의 인도인들이 어떻게 성공적인 화합의 장을 펼치며 빠르게 발전하는지 직접 ‘보러’왔다고 생각한다. 다른 종교·문화를 가진 세계인들의 화합은 전 지구적 과제다. ▶내년 7월이면 임기가 끝난다. 연임 추대분위기가 뜨거운데. -젊은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이다. 대학으로 돌아가서 기술의 발전을 통해 어떻게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가르치겠다. ▶수면시간이 하루평균 4시간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 건강 비결은. -라메스와람 섬에서 아버지는 항상 아침 일찍 수㎞를 걸어 코코넛 밭에서 코코넛을 따다 집안 식구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나도 아버지의 아침 산책길에 동행하곤 했다. 이른 아침의 산책, 신선한 코코넛 주스, 그리고 시고 쓴 오렌지 덕분이라고나 할까. 나는 자연 속에서 신의 섭리를 느끼면서 무한한 힘을 느낀다. 은하수, 아름다운 꽃, 자라나는 청소년, 헬리콥터 추락 때 꿈에서 나타났던 간디·네루·아쇼카왕 등의 성인들. 그들이 항상 새로운 힘을 준다. 정리 뉴델리 이석우특파원 jun88@seoul.co.kr ■ 접견때 이런 대접을칼람 대통령과의 대담은 지난달 22일 오후 두 시간동안 대통령 집무실에서 이뤄졌다. 책상과 소파 등이 놓여진 집무실 한편에는 간디 동상이 있었고 네루 등 역대 지도자들의 사진이 벽에 붙어 있었다. 창가 책상 위에는 컴퓨터와 책들이 쌓여 있었다. 서울신문 100주년 기념 머그컵과 백제금동향로 사진집을 전하며 이야기의 문을 열었다. 이정옥 교수는 칼람 대통령의 자서전 ‘불의 날개’(Wings of fire)의 한국어판 번역자이다. 이 교수는 비영리 공익기관 케어 파운데이션에 관여하면서 대통령과 돈독한 친분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이날 대담에서도 마치 친딸을 대하는 듯한 다정함이 묻어났다. 접객용 테이블이 아니라 직접 집무를 보는 책상에 둘러앉아 코코넛 주스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눴고, 무굴황제가 거닐던 집무실 옆 무굴 정원까지 나가 산책을 하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또 정원에서 대통령은 자신이 즐겨 먹는다는 작은 오렌지를 직접 따 주기도 했다. 대통령이 무굴 정원의 오렌지를 직접 따 대접하는 것은 방문객에 대한 최상의 다정함의 표시라고 배석자들이 전했다. 뉴델리 이석우특파원 jun88@seoul.co.kr ■ 칼람 대통령은 누구칼람 대통령은 그냥 한 사람의 정치지도자가 아니다. 인도를 이끌고 있는 ‘국민적 선생’이자 영적 지도자다.‘인디아 비전 2020’을 직접 수립, 비전을 제시하며 인도인들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경건한 무슬림이면서도 다수가 힌두교인 인도사회에서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다. 인도 과학영웅이다. 결혼도 하지 않고 재산도 없는 그의 청렴함은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자서전 ‘불의 날개’를 통해 ‘알려진 비밀’이 됐다. 인도인들은 학창시절 그가 장학금을 얻기 위해 사흘 밤낮을 침식을 잊고 과제에 몰입했다는 이야기, 미사일 발사 성공 후 당시 인디라 간디 총리의 초청을 받았으나 입고 갈 옷이 없어 쩔쩔맨 일들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불의 신’의 이름을 딴 아그니 미사일은 단순한 미사일이 아니라 인도인의 가슴에 불꽃을 지폈다. 1931년 남부 인도 타밀나두주 어민의 아들로 태어나,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한 기술자로서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에서 사회 첫발을 내디뎠다. 인도 우주연구소에서 일하며 인도 최초의 위성과 미사일 발사를 성공시키는 등 인도 과학기술의 오늘을 만들었다. 하늘을 날고 싶었던 가난한 무슬림 소년의 꿈은 이제 인도를 2020년까지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시키겠다는 현실적인 비전이 되고 있다. 뉴델리 이정옥교수
  • 아람코-롯데, 에쓰오일 공동경영?

    아람코-롯데, 에쓰오일 공동경영?

    에쓰오일의 최대 주주인 아람코가 ‘공동 경영’ 파트너를 찾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호남석유화학을 중심으로 세(勢) 불리기에 나선 롯데를 유력한 파트너로 꼽고 있다. 김선동 에쓰오일 회장은 지난 30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전략적 파트너를 찾아 자사주 28.4%를 넘겨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고경영자(CEO)가 자사주 매각 방침을 공식적으로 언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최대 주주인 아람코가 15년간 경영 전권을 김 회장에게 맡긴 관례에 비춰볼 때 자사주 28.4%를 인수하는 기업이 사실상 에쓰오일 경영권을 행사할 전망이다. ●매각대금 2조 4000억대 자사주 매각 대금으로는 2조 4000억원 안팎이지만 아람코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요구한다면 3조원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에쓰오일이 손수 마련한 장(場)에 뛰어들 기업은 누가 있을까. 지난해부터 에쓰오일과 수차례 접촉한 롯데가 첫번째로 떠오른다. 롯데쇼핑 상장으로 4조원대의 여윳돈을 확보한 데다 사업구조상 석유화학의 수직계열화를 위해서는 정유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호남석유화학과 롯데대산유화,KP케미칼 등 3개의 석유화학 공장을 보유한 롯데는 연간 410만t의 나프타를 국내 정유사와 해외로부터 조달하고 있다. 여기에 신동빈 롯데 부회장이 정유·석유화학사업을 그룹의 차세대 ‘먹을 거리’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도 롯데의 ‘인수 유력설’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에쓰오일 관계자는 “현재 롯데와 매각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는 않다.”고 부인했다. ●김회장 경영권 유지여부 관심 김선동 회장의 ‘장수 CEO’ 비결에는 최대 주주인 아람코의 절대적인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공동경영의 한 축으로 떠오를 2대 주주가 이를 보장할 가능성은 그다지 많지 않아 보인다. 경영권 참여없이 대주주 신분만 주어진다면 어느 기업이 이런 엄청난 투자를 하겠느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특히 정유·석유화학을 그룹의 주력사업으로 키울 계획인 롯데가 자사주를 인수한다면 기존 경영진의 퇴진은 당연한 수순으로 예견된다. 안상희 대신증권 연구원은 “롯데가 현재 정유사업의 노하우가 없는 만큼 김 회장의 도움이 한시적으로 필요할지 모르겠지만 적응기간이 끝나면 현재의 지위를 계속 보장해 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대우건설 인수 누가 뛰나] 프라임그룹

    [대우건설 인수 누가 뛰나] 프라임그룹

    프라임그룹은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 기업 인수·합병(M&A) 경험자들과 부동산 개발 전문가들이 뛰고 있다. 다른 인수 후보기업과 달리 재무적 투자자를 공개하는 등 자금 동원에도 자신감을 내비친다. 대우건설 인수 자체를 서로 필요로 하는 ‘윈윈 만남’임을 강조한다. ●골리앗 잡는 다윗… 데이비드팀 가동 대우건설 인수전은 백종헌 회장이 총괄 지휘한다. 백 회장의 특별지시로 대우건설 이니셜에서 따온 ‘데이비드팀’을 1년전부터 가동하고 있다. 데이비드는 성서에 나오는 ‘다윗’을 의미하며,‘골리앗’과 같은 거대 기업들과 경쟁에서 반드시 이기겠다는 결의가 담겨 있다. 태스크포스팀 20여명과 M&A·법률자문가 등 50여명이 뛰고 있다. 데이비드팀의 수장은 김용훈 구조조정본부 사장.20여년간 공무원으로 재직하다가 2000년 프라임에 합류,2002년부터 경영기획실장을 맡았고 지난해 9월 구조본으로 개편되면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재무·전략적 투자자 등 프라임컨소시엄 구성을 주도했다. 그동안 계열사간 업무조정과 장기전략 수립에 탁월한 성과를 보였다. 프라임그룹의 모기업인 프라임산업 진대오 사장도 대우건설 인수의 한 축을 맡고 있다.20년간 한국토지공사·한국토지신탁에서 근무한 부동산 개발 전문가. 프라임산업 개발사업본부장으로 입사해 명동 아바타, 신도림역 테크노마트 등 굵직한 개발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계열사 엔지니어링업체인 삼안과 연계해 중국, 인도네시아, 중동 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다. 데이비드팀의 실무책임은 전략기획팀장인 이강욱 이사.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프라임의 굵직한 신규 사업을 추진해 왔으며 합리적이면서도 추진력이 뛰어난 인물로 평가받는다. 위성복 전 조흥은행장도 돕고 있다. 프라임 고문으로 오래전부터 백 회장과 가깝게 지냈다. ●시너지 효과 논리와 풍부한 자금 확보 지난 1월 예비입찰 참여선언과 함께 재무적 파트너로 농협·우리은행과 독점적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컨소시엄 성공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다. 국내외 금융기관, 지방 건설사 등과 추가 참여 협의가 활발히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확보 자금도 1조원이 넘는다고 프라임측은 덧붙였다. 다양한 기업의 M&A경험도 강점이다. 외환위기 직후 부도 직전에 몰린 엔지니어링 업체 삼안을 인수, 국내 최고의 엔지니어링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벤처기업인 한글과컴퓨터, 프라임상호저축은행 등을 인수해 모두 흑자로 돌렸고 해마다 20% 이상 성장하는 회사로 키웠다. 다양한 인수경영 노하우를 축적했다. 대우건설을 인수하면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명분도 쌓았다.‘부동산 개발(프라임산업)+설계·감리(삼안)+시공(대우건설)’을 통해 대우건설을 대표 건설업체로 키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진대오 사장은 “프라임그룹은 대우건설 인수에 필요한 자금, 경영능력, 미래비전, 명분 등 인수요건에 부합하는 최적의 기준을 갖추고 있다.”며 “대우건설을 세계적인 건설회사로 키울 적임자”라고 말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열린세상] 중국의 21C 백서와 2006년 한반도/정종욱 아주대 교수·전 주중대사

    작년 12월22일 중국정부는 ‘중국의 평화발전의 길’ 이라는 제목이 붙은 백서 한권을 내놓았다. 중국이 추구하는 부국강병의 길이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촉진하는 긍정적 요인임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중국정부가 기회 있을 때마다 되풀이해온 얘기이다. 문제는 왜 중국정부가 새해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새롭지 않은 이런 얘기를, 그것도 백서라는 형식으로 다시 끄집어 냈느나는 점이다. 물론 이에 대한 대답은 아직도 많은 국가들이 중국의 부상을 그들의 이익을 위협하는 경계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위험론은 천안문 사태 이후 1990년대 중반까지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최대 관심사이었다가 97년 클린턴 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작년 1월13일 미국 국가정보위원회가 만든 ‘2020년의 세계’라는 보고서가 나오면서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19세기가 영국의 세기이었고 20세기가 미국의 세기이었던 것처럼 21세기는 중국과 인도의 세기가 될 것이다.”라는 예언이 바로 이 보고서에서 나왔다. 중국과 인도의 세기라 했지만 자세히 읽어 보면 중국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중국의 부상으로 세계 유일의 패권국가로서 미국의 지위가 흔들릴 수밖에 없으며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을 촉구하는 게 이 보고서의 목적이었다. 그리고 ‘폭정의 종식’으로 유명해진 부시 대통령의 취임 연설이 1주일 후에 있었다. 재임에 성공한 부시가 미국이 민주주의의 확산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독재자들의 억압적 폭정을 종식시키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것이다. 물론 중국을 종식시켜야 할 폭정의 대상으로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인권을 앞세워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를 간파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였다. 적어도 중국정부는 그렇게 이해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중국정부가 내놓은 백서는 ‘2020년’ 보고서에 대한 중국의 반격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래 저래 새해에도 폭정과 중국 위험론, 그리고 이에 맞선 반패권과 중국 기회론이 국제사회의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될 것 같다. 그러나 지나치게 비관할 필요는 없다. 새해에 전개될 중국위험에 대한 담론은 90년대와는 많이 다를 것이다.90년대에는 중국의 경제 성장이 세계 자본주의 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되었던 데 반해 새해의 담론은 중국의 부상을 기존 세계질서에 어떻게 접목시키느냐는 점에 집중될 것이다. 중국에 대한 견제나 억압보다 협력과 수용이 담론의 초점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중국 경제에 중대한 문제가 생기면 자본주의 국가들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을 정도로 중국이 세계경제 체제 속에 몰입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중국이 세계 자본주의국가들과 공동운명체가 된 것은 아니지만 상호의존의 관계가 그만큼 깊어졌다. 미·중관계에서 대립과 갈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서로 등을 돌리고 있는 현재의 중·일관계에서도 극적인 돌파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미국과 중국을 축으로하는 편가르기가 구체화될 가능성은 적을 것이다. 전략적 동반자가 되기에는 메워야할 간격이 너무나 크지만 전략적 협력관계에의 모색은 시도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새해 전망은 우리에게도 대단히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새해는 한반도의 평화정착에서 가장 중요한 해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빨리 6자회담이 속개되어 금년 내에 북핵문제가 실질적으로 타결될 수 있는 구체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런 토대 위에서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어야 한다. 새해에는 중국의 부상이 국제사회의 위험이 아닌 기회라는 중국정부의 백서가 한반도에서 먼저 입증되는 희망의 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정종욱 아주대 교수·전 주중대사
  • [열린세상] 주목되는 남남협력의 지정학/ 이성형 이화여대 정치외교학 교수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13일 도하개발어젠다(DDA)를 다루기 위해 홍콩에서 열린다. 하지만 아직도 협상은 정체국면에 있다. 선진국들의 농산물 보조금을 철폐할 것을 주장하는 브라질과 인도의 입장에 미국은 어느 정도 양보할 태세를 갖추고 있지만, 프랑스를 위시한 유럽연합측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2003년 칸쿤 회의에서 브라질이 주도한 G-20은 선진국의 농산물 보조금 철폐를 강력하게 주장했고 그 결과 DDA는 무산되었다.1980년대부터 국제무대에서 발언권을 잃었던 제3세계가 2003년 인도, 브라질, 남아공(IBSA)이 결성한 G-3를 계기로 다시 발돋움을 하고 있다.G-3는 칸쿤회의에서 G-20으로 확대되었고, 선진국의 협상 주도에 블록을 만들어 대응했다. 룰라 대통령과 셀조 아모링이 이끄는 브라질 외교부가 이 새로운 흐름을 이끌어 간다. 룰라의 공세적인 남남협력 모델은 그동안 공산품과 서비스 시장의 개방으로 피해를 감수해야만 했던 제3세계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룰라 정부는 인도, 중국, 남아공과 더불어 전략적 동맹을 결성하고, 유럽연합과 미국이 주도하는 다자협상 테이블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낸다. 이런 변화에는 차이나 달러가 일조한다. 에너지와 식량을 찾아 공세적으로 접근하는 중국의 투자와 무역의 흐름 때문에 제3세계 각국은 그만큼 미국과 글로벌 금융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게 되었다. 미주의 뒤뜰에서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쿠바가 미국과 IMF에 큰소리 치는 것도, 브라질이 미국의 미주자유무역지대안(FTAA)에 맞서는 남미국가공동체를 구체화한 것도 1990년대보다는 다극화된 지정학적 변화의 산물이리라. 룰라의 지정학적 구상은 거대한 남남 벨트를 짜는 것이다. 브라질은 중국에 ‘시장경제’ 지위를 부여한 대가로 에너지와 인프라 부문에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였다. 양국의 무역도 비약적으로 증가하여 올해에는 300억달러 규모가 되었다.G-3 국가 외에도 라틴아메리카와 아랍의 정상회담도 정례화시켰다. 중동과 남미를 연결하는 새로운 축을 미국이 곱게 볼 리 없다. 브라질의 공세적 다자협상 전략도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인도와 브라질은 2003년 8월에 빈국에 제너릭 의약품을 쉽게 접근케 하는 잠정합의를 WTO 146개국으로 끌어낸 바 있다.HIV로 고통을 받고 있는 아프리카 나라들이 혜택을 입게 되었고, 이 분야 제약업이 발달한 브라질과 인도가 덕을 보게 되었다. 같은 해 설탕산업 대국인 브라질은 태국 및 호주와 더불어 유럽의 설탕산업 보조금 지급 사례를 문제 삼았고, 유럽위원회로부터 1년 뒤에 삭감하겠다는 동의를 얻어내었다. 경쟁력이 있는 브라질 설탕업계가 환호하는 것은 당연했다.2004년에는 미국 정부의 면화재배에 지불하는 보조금을 문제시하여 WTO에 제소하여 승소하였다. 면화를 재배하는 제3세계 역시 이 조치의 덕을 볼 것이다. 올해 있었던 제4차 미주정상회담에서는 농산물 보조금을 문제시하여 미국의 FTAA 제안에 각을 세웠고, 또 베네수엘라는 남미공동시장에 정회원으로 가입하여 룰라의 프로젝트에 힘을 실어 주었다. 외채 때문에 국제금융권의 압박을 강하게 느끼는 브라질 경제에도 불구하고 룰라 정부는 다자협상의 공간에 제3세계의 목소리를 다시 채우고 있다. 하지만 그의 노선은 비동맹외교나 반제국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그가 바라는 것은 크게는 남측이 북측으로부터 정당한 대접을 받는 것이고, 작게는 브라질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다. 그는 실리주의자이지 이데올로그는 아니다. 그래서 이런 비판도 있다. 제3세계 대변자로 나서는 그가 남측의 공동이익은 제쳐두고, 자국 이익만 옹호하고 관철하며, 남측 시장의 보호와 전통적인 소농의 보호에 무관심하다고. 이성형 이화여대 정치외교학 교수
  • [지금 경북에선] 국제기구본부 첫 유치…지방외교 ‘희망’

    [지금 경북에선] 국제기구본부 첫 유치…지방외교 ‘희망’

    국내에 국제기구의 본부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동북아 자치단체연합(NEAR) 상설사무국이 지난 5월 경북 포항공대 내 포항테크노파크에 설치돼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국내 최초의 국제기구 본부로 6개국 40개 지방자치단체가 가입돼있다. 지방자치제 시행 10년을 맞아 국제교류가 잦아지고 있는 가운데 NEAR의 위상강화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사무국 유치는 지방외교의 성과 동북아자치단체연합 상설사무국의 경북 유치는 자치단체가 이뤄낸 지방외교의 성과로 평가된다. 외교라면 으레 중앙정부의 몫으로만 치부돼 온 터이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의 힘만으로 국제기구의 사무국을 유치했다는 점에서 지방자치의 새로운 희망을 보여주는 쾌거라 할 수 있다. 사무국 유치는 무엇보다 일본 회원단체들의 견제속에 이끌어낸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크다. 경북도는 사무국 유치에는 이의근 지사를 비롯한 당시 대표단의 전략적 승리였다고 자체 분석한다. 지난해 9월7일부터 9일까지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에서 열린 제5회 동북아자치단체 총회에서 이 지사는 사무국 유치를 통해 동북아에서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판단아래 총회 개최전 러시아 하바로프스크와 허난(河南), 산둥(山東), 헤이룽장 등 중국쪽 대표들과 연쇄 접촉을 갖고 지지를 확보했다. 오전 회의를 마친 뒤에는 북한과 몽골 등의 대표들에게도 지원을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 끝에 만장일치로 유치를 확정지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 5월19일 열릴 예정이던 사무국 개소식은 갖지 못했다. 당시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이름)의 날’ 조례 제정으로 자매결연을 철회한 일본 시마네현에 초청장을 보낸 것이 화근이 되었다. 경북도는 독도문제와 상설사무국 개소식 문제는 별개로 생각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결국 여론의 압력에 못이겨 개소식을 무기연기했다. ●다양한 사업추진 개소식은 갖지 못했지만 상설사무국은 회원단체간 실질적인 교류협력사업을 추진하는 인프라 기능은 물론 사실상의 본부 성격을 띠게 돼 경북도뿐 아니라 국가 이미지 제고에도 기여하고 있다. 경북도는 상설사무국 개소와 함께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회원단체들의 홍보 전시관을 상설사무국내에 마련했다. 공예품, 특산물, 기념품, 책자, 사진 등을 회원 지자체들로부터 기증받아 전시해 놓았다. 지난 10월5일에는 경주시에서 동북아비즈니스회의를 열었다. 우리나라를 비롯, 중국·일본·러시아·몽골 등 5개국 19개 지자체에서 바이어와 수출업체 대표 등 400여명이 참가해 수출교류 촉진과 상담활동을 벌였다. ‘동북아자치단체연합센터 네트워크’ 구축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회원단체들의 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체계적으로 홍보하고 통상교류를 촉진하기 위해서다. 지난 7월1일 경주 현대호텔에서 시연회를 가졌다. 내년 2월에 구축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그동안 NEAR 활동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백서 발간도 준비하고 있다. 분야별 연대별로 정리해 5개 국어 500쪽 분량으로 만들 예정이다. 또 회원단체들이 제안한 프로젝트의 추진상황 등을 데이터베이스로 제작해 관리해 나갈 방침이다. NEAR 사무국 설치 및 활동현황을 알리는 홍보물을 5개 국어로 제작, 배포하고 있으며 ‘NEAR 뉴스’ 책자를 매달 발간하고 있다. 이와 함께 NEAR 사무국 설치를 해외에 널리 알리기 위해 그동안 홍보단을 3차례에 걸쳐 회원단체에 보냈다. 홍보단은 사무국 운영에 필요한 자료를 회원단체들로부터 받아오는 임무도 수행했다. 내년 부산에서 열리는 NEAR 제6차총회를 위한 실무위원회 회의가 오는 29일과 30일 이틀동안 부산에서 열린다. 사무국 예산분담방안, 회원단체 직원 상설사무국 파견, 회비제 도입, 연합휘장 제정 등 내년 총회에서 논의될 안건을 정리한다. ●과제도 많아 NEAR가 동북아 대표 국제기구로 위상을 정립해가기 위해서는 회원단체의 확대가 필요하다. 현재 가입된 지자체는 40개로 회원자격을 갖춘 138개 지자체의 29%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비회원 단체를 대상으로 NEAR 홍보 및 가입작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동북아연합센터 건립도 추진되어야 한다. 경북도는 현재 상설사무국이 설치된 포항시에 건평 2500평,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센터를 건립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사업비 400억원의 절반 정도를 국비로 지원받기 위해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이의근 경북지사 인터뷰 “동북아 자치단체연합 상설사무국 유치는 지방자치단체가 어렵게 이룬 성과입니다. 국가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와 언론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이의근 경북지사의 NEAR에 관한 애정은 남다르다. 이 지사는 “21세기의 큰 흐름은 지방화, 세계화이고 참여정부도 동북아 중심국가를 구상하고 있다.”며 “NEAR는 여기에 가장 걸맞은 모임”이라고 말했다. 그가 NEAR에 대해 관심을 가진 것은 관선 경북지사로 있던 1993년.“일본에서 한국·중국·러시아 등 4개국 11개 광역자치단체장들이 모여 동북아 자치단체회의를 처음 개최했다. 한국에서는 혼자 참석했는데 가서 보니 일본이 동북아 선점을 위해 애쓰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 지사는 “일본에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민선지사 취임직후 1995년 9월 러시아 하바로프스크에서 열린 회의에서 ‘회의체가 아닌 국제 연합체를 결성하자.’고 먼저 제안했다.”며 “이 제안이 중국·러시아·몽골 등의 전폭 지지를 받아 이듬해 경주에서 NEAR를 출범시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2년 러시아 하바로프스크에서 열린 NEAR회의에서 이 지사는 하바로프스크 지사와 함께 북한의 가입을 적극 추진, 함경북도와 나선시를 동참시키기도 했다. 이 지사는 “북한의 가입은 민간에만 한정되었던 남북교류를 지방정부로 확산시켰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경북 행정부지사가 겸직하고 있는 사무총장에 대학이나 외교부,KOTRA 등지에서 능력있는 국제관계전문가를 영입할 계획”이라며 “이달 하순 예정된 실무위원회 회의를 계기로 상설사무국이 활성화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동북아자치단체연합’은 어떤 기구 세계 정치·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동북아시아. 동북아자치단체연합(NEAR)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북아자치단체의 모임이다. 활발한 교류협력을 통해 공동 발전을 추구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지난 1996년 경주에서 창설모임을 가졌다. 당시에는 한국·중국·일본·러시아 등 4개국 29개 광역자치단체장이 참석했다. 초대 의장은 이의근 경북지사가 맡았다. 이들 자치단체들은 지난 1993년부터 ‘동북아지역 자치단체회의’라는 모임을 가져왔다. 모임을 더 내실있게 하기 위해 국제기구로 발전시키는 게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NEAR를 출범시킨 것이다. NEAR(North East Asia Regional Government association)는 약칭대로 가깝고 친밀함을 뜻하는 영문 단어이기도하다. 2년마다 순회하며 총회를 개최하고 총회 의장과 순회 사무국은 개최지 자치단체에서 맡는다. 또 경제통상, 문화교류 등 6개의 분과와 각 나라별로 1명씩의 감사를 두고 있다. 의사결정은 회원단체별로 1개의 투표권을 주고 재적회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회원 3분의 2의 찬성으로 이뤄진다. 경북도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지난 2002년 러시아 하바로프스크에서 열린 총회에서 북한의 함경북도와 나선시가 회원단체로 가입했다. 이로써 6개국 40개 단체로 늘어났다. 한국이 경북을 비롯해 10개, 일본이 니가타현 등 11개, 러시아가 하바로프스크 등 10개, 중국이 헤이룽장성 등 5개, 북한과 몽골이 각각 2개 자치단체 등이다. 제 6차 총회는 내년 부산에서 열린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혁신 공기업 탐방] (19) 이재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혁신 공기업 탐방] (19) 이재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제주와 강원도, 북한 개성을 잇는 거점 지역. 국제적으로는 중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아시아의 관문. 패션산업을 주축으로 하는 해양도시. 오락, 관광, 숙박, 쇼핑, 금융, 비즈니스가 가능한 복합공항도시. 이재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내다보는 향후 인천공항의 청사진이다. 사람과 화물이 오가는 종전의 공항기능이 아니라 초일류 허브공항으로 키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 사장은 15일 “복지부동과 같은 부정적인 공기업의 기업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인천공항은 다른 나라의 국제공항에 주도권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면서 “인천공항의 비전에서부터 조직의 구성이나 운영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인 큰 틀을 확 바꿔놓겠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오풍연 공공정책부장이 민간경영인 최초로 인천공항 사장으로 취임한 이 사장을 만나 비전과 전략을 들어봤다. ▶여건이 좋다는 다국적기업에서 공기업으로 온 이유부터 말해달라. -경영여건이나 보수 등에서 다국적기업이 국내 공기업보다 나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20여년 동안 다국적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 일해 오면서 한번쯤은 국가를 위해 일하고 싶었다. 이런 꿈이 있었기 때문에 기득권을 포기하고 인천공항을 택하게 됐다. 요즘은 출근할 때마다 무거운 책임감과 새로운 도전에 대한 설렘을 느낀다. 의욕을 갖고 전력투구할 목표가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인천공항에 대한 느낌은 어떤가.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훌륭하다. 건설과 운영, 서비스, 영업실적 등이 매우 좋다. 인천공항은 세계적으로도 전무후무한 성공사례를 갖고 있다. 개항 4년 만에 흑자로 전환하고 공항서비스부문 세계 2위를 달성한 것도 놀라운 일이다. 인천공항을 축으로 법무부·세관 등 입주기관, 공항 협력업체, 입주업체간의 네트워크도 비교적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고 종사자들의 자부심이나 서비스 의식 또한 남다르다. ▶서비스부문에서 호평을 받는 이유는 뭔가.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국제민간항공수송협회(IATA) 등에서 매년 공항서비스에 대해 모니터링한다. 과거 김포공항에서 국제선을 담당할 때에는 순위가 최하위권인 50위 내외였다. 그러나 인천공항 개항 이후에는 줄곧 5위권을 유지해 왔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선두권으로 올라섰다. 서비스개선위원회를 설치, 공항이용객의 체감도가 높은 분야를 집중적으로 개선한 덕분이다. 이를 통해 전날의 이용객 수를 미리 예고하는 승객예고제를 도입했고, 이용객이 좀 더 쉽게 목적지를 찾을 수 있도록 각종 안내표지판을 행선지 위주로 변경했다. 또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한 전용라운지(한마음라운지)를 설치하여 특수고객에 대한 편의도 더욱 세심하게 배려했다. 공항 내에서 우리나라 전통문화는 물론 첨단 정보기술(IT)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이용객들에게 ‘문화공항’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심어주기도 했다. ▶공사직원들의 역량을 평가한다면. -1단계 건설 공사를 성공적으로 끝낸 것을 보면 직원들의 자질이 훌륭한 것 같다. 전체적으로 훈련이 잘 된 조직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만 유연성이라는 측면은 보강돼야 할 것으로 본다. 앞으로는 건설조직뿐만 아니라 관리조직도 강화하겠다. ▶인천공항이 초일류공항으로 발돋움하려면 직원들의 꾸준한 자기계발이 필요한데. -물론이다. 그래서 주간·야간반으로 나눠 초일류공항에 대한 시스템 등을 집중 교육하고 있다. 또 직원들에게 1년 동안의 기간을 줄 테니 영어를 공부해 앞으로는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고 제안했다. 인천공항 직원의 30% 정도는 정말 영어를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세계적인 공항을 벤치마킹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 ▶인천공항을 이끌 방향은 어떻게 설정하고 있나. -인천공항이 보인 지금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세계 초일류 허브공항의 기반을 확고히 다지겠다. 인천공항의 하드웨어는 세계 정상급이다. 따라서 앞으론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에 더 큰 비중을 둘 것이다. 기존의 공기업 마인드로 일류는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초일류가 될 수는 없다. 세계 초일류가 되기 위해서는 외형적인 실적뿐만 아니라 각종 시스템에서 마인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글로벌스탠더드가 되어야 한다. ▶이를 실현할 구체적인 전략은 무엇인가. -5가지 전략을 도출해냈다. 세계 최고의 동북아 물류허브 구현,2단계 사업의 성공적 완수, 전략적인 공항 주변 개발을 통한 복합공항도시 건설, 초일류 공항기업의 실현, 다양한 이해당사자와의 협조 등이다. 우선 외국항공사의 취항을 위해 전략적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공항 주변 지역에 글로벌 물류기업의 물류센터나 지역본부를 유치하겠다. 공항 주변의 360여만평 여유부지에 국내외의 민간투자자본을 끌어들여 물류, 오락, 비즈니스, 숙박, 관광, 쇼핑 등 다양한 지원기능을 갖춰 나갈 것이다. 이러한 허브기능이 공항 인근 용유지역의 관광기능, 인천항의 해운기능과 연계되면 그 파급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가능하다면 공항 주변과 영종∼용유지역을 넘어서 청라∼송도 자유무역지역, 제주도, 강원도는 물론 더 나아가서는 남북관계가 잘 풀릴 경우, 개성까지 확장하는 거시적 가능성도 구상해보고 싶다. ▶벤치마킹할 곳은 있나. -홍콩의 첵랍콕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 네덜란드 스키폴공항 등이다. 인천공항은 2010년쯤 이같은 세계의 일류 공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실상부한 초일류공항으로 발전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 ▶2단계 건설사업도 초일류공항으로 가는 관건인 것 같다. -2단계 건설사업은 베이징올림픽으로부터 유발되는 항공수요를 흡수할 수 있도록 2008년 내에 완료해야 한다. 대규모 투자사업인 만큼 발주단계에서부터 투명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불필요한 잡음이 일지 않도록 하겠다. 2단계 사업은 공항 운영과 병행돼야 하므로 운영·건설시스템간의 유기적인 연계가 관건이다. 이 때문에 안정적인 공항운영과 고품질의 공항건설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도록 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하여 관리할 것이다. 사전 검증시스템과 함께 충분한 시운전기간을 확보해 만일의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 공항 확장은 중장기적인 공항경쟁력과 직결되므로, 항공수요 추세를 면밀하게 검토하여 2단계 이후 3단계 확장사업에 대해서도 대비하겠다. ▶노사문제는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특별히 풀어나갈 것이 없다는 판단이다. 노조와 대화를 나눠보니 정말로 순수했다. 나에게 요구하는 것이 낙하산 인사 막아달라거나 경영을 투명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노조측에 내가 사장으로 취임한 이유가 바로 그 같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 임무니까 요구하지 않더라도 반드시 해나가겠다고 했다. 물론 그동안 일부 노사문제가 불거져 나오기도 했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항상 열린 마음으로 노조와 대화할 것이며, 균형과 효율성을 지켜 원칙과 기본에 어긋나는 타협은 하지 않을 방침이다. 올해 안으로 다른 기업의 모범이 될 만한 선진적인 노사문화를 정착시킬 것이다. 정리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이재희 사장은 이재희(58)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물류 전문가다. 다국적기업인 TNT익스프레스 북아시아지역 사장을 역임하는 등 20여년 동안 물류분야와 다국적기업에서 근무했다. 순수한 민간경영인 출신으로는 첫번째 인천공항 사장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인천공항 사장은 건설교통부 출신 관료들이 맡아왔다. 이 사장은 이미 검증된 CEO다. 그는 1999년 외환위기로 국내 철수를 고려 중이던 유니레버코리아의 회장으로 취임,3년 동안 연평균 55% 성장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일궈냈다. 문닫기 직전의 회사를 회생시켜 놓은 것이다. 이때 이 사장은 ‘위기돌파형 CEO’라는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치열한 기업경영을 게임처럼 즐기는 여유도 있다. 현재 공사·공단 등 213개 정부산하 공공기관의 기관장 가운데 순수 민간경영인은 이 사장과 한행수 대한주택공사 사장뿐이다. 이 사장은 “민간경영인이 관료나 정치인 출신보다 경영을 잘 한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면서 “특히 주공 한 사장과의 경쟁은 재미있는 게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격식이나 권위를 강조하지 않는다. 그는 지난달 취임 직후 구내식당의 임원전용 식당칸을 없앴다. 사소한 칸막이가 경영진과 직원들 사이에 벽을 만든다는 생각에서다. 지금은 직원들이 격식 없이 뒤섞여 점심을 먹는다. 사내 전산망에 감명깊게 읽었던 시를 올리기도 하는 로맨티스트이기도 하다. 경남 김해 출신의 이 사장은 부산고와 부산대 상대를 졸업한 뒤 1970년부터 8년 동안 세계적인 컨설팅기업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이후 하얏트 리젠시서울 상무이사와 TNT익스프레스 북아시아지역사장, 유니레버코리아 회장, 대통령직속 동북아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이 사장은 인천공항 사장 공모가 3차례나 불발로 그친 뒤 4차 공모에서 헤드헌팅업체의 추천을 받아 사장으로 선임됐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열린세상] 한국의 동북아 균형자 역할과 일본/안인해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일본으로부터 광복된 지 60주년을 맞아 새로운 한·일관계 정립을 모색해 볼 시점이다. 일본은 고이즈미 총리가 정권의 명운을 걸다시피 한 우정민영화법과 유엔상임이사국 진출이 모두 무산될 결과를 맞았다. 우정법 통과 실패에 따라 고이즈미 총리는 예고한 대로 중의원을 해산하고 다음달 총선을 앞두고 있다. 한국은 일본의 상임이사국 저지를 위한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 목표를 이룰 듯이 보인다. 이러한 외교 행태로 과연 향후 한국이 아쉬워할 때 일본이 적극적으로 동참하게 될 수 있을 것인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유엔 상임이사국 진출을 위해 일본, 독일, 인도, 브라질로 구성된 G4는 안보리 결의안이 총회를 통과하기 위한 191개 회원국의 3분의2인 128개국의 찬성을 얻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들은 아프리카연합(53개국)의 지지를 얻기 위해 협상을 벌였으나 실패하여 서로 다른 안을 상정하게 되었다. 한국과 이탈리아 등 ‘합의를 위한 단결’(United for Consensus)그룹의 12개 회원국은 독자적인 안보리 개편 결의안을 유엔에 제출했다. 이들 UFC는 커피를 마시며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모임이라고 해서 ‘커피클럽’이라고도 불린다.UFC 국가들은 상임이사국 확대를 반대하고 연임 가능한 비상임이사국만 10개국 늘려 다양한 국가들이 안보리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거부권을 가진 미국과 중국이 G4국가의 안보리 확대시도 저지에 공동보조를 취하고 나섰다. 한국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처럼 일본에 비쳐지지 않았어도 사실상 일본은 그들의 꿈을 이루기가 쉽지 않을 것이었다. 한국이 일본에 결정적인 타격을 준다면, 향후 일본도 한국에 결정적인 불이익을 줄 수도 있는 것이다. 동북아 균형자를 자처하며 한국은 한·미동맹을 축으로 중국과 일본이 갈등을 겪을 때 한국이 이를 중재하면서 할 말은 하겠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예를 들면 일본의 역사왜곡 문제에 대해 중국과의 공동보조로 일본에 영향력을 행사, 이를 시정토록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을 위해 중국을 비난하기보다는, 그동안에는 미국·일본에 동참해 왔지만 앞으로 중국과 보조를 맞추겠다는 의도로 의심받고 있다. 그렇다고 중국이 한국의 공동보조 요구에 순응하여 일본을 규탄하는 입장을 취하지는 않는다. 독자적인 판단으로 국익을 내세우며 수위를 조절한다. 한국이 균형자 역할을 하려면 신뢰를 바탕으로 중국과 일본 모두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일본에 필수적 이익이라고 간주되는 사항에 대해 중국과 같은 편이 되어 일본을 공격한다면 일본과의 신뢰는 형성될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중국에 일본의 입장에서 이를 이해시키려는 노력을 보여야 일본과의 믿음이 쌓일 수 있다. 또한 중국의 필수적 이익이라고 간주되는 사항에 대해 일본과 같은 편이 되어 중국을 공격한다면, 중국과의 신뢰 역시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국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일본을 설득시키는 공동의 노력을 하는 것으로 비쳐져야 양국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어릴 적에 들은, 박쥐가 동물도 아니고 새도 아니라서 모두에게 따돌림받았다는 이야기의 교훈을 새길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 유리하게 편을 만들어 돌아가며 짝을 짓겠다면 모두에게서 따돌림당하는 신세가 될 것이다. 서로에게 언제라도 어려울 때, 필요할 때 나의 친구가 되어 나를 대변해 줄 수 있다는 믿음을 얻어야 하는 것이다. 강대국들을 이웃으로 둔 한반도의 숙명을 고려한 고도의 전략을 세워야 한다. 때로는 ‘전략적 모호성’으로 친구를 배려하는 사려깊은 처세술이 필요하다. 안인해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 [일본을 다시본다] (16) 힘의 외교 추구

    [일본을 다시본다] (16) 힘의 외교 추구

    |도쿄 특별취재팀|올해 일본 외교의 출발 소리는 요란했다.‘국민을 지키는 외교’‘선두에 서는 외교’‘주장하는 외교’‘저력있는 외교’. 이런 정책방향에 따라 일본은 연초부터 한국과 중국, 러시아, 타이완 등 주변국과 영토 분쟁을 불사했다. 역사교과서 채택과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의 역사문제로 한국과 중국을 자극했다. 저력을 발휘, 선두에 서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목표로 엔화를 쏟아부었다. 국제외교 무대에서도 일본 입장을 강력히 전개했다. 하지만 패전 60주년인 현재 일본외교는 6자회담에서, 유엔에서, 국제외교무대에서 더욱 고립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일본은 패전 이후 60년간 와신상담, 패전국의 멍에를 떨쳐내기 위해 때론 속내를 숨기며, 때론 정면으로 힘을 내세우는 외교전략을 펼쳤다. 특히 패전 60주년을 앞두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진출, 강한 외교력을 행사하려는 의지가 무척 강했다. ●일본외교, 막다른 골목에 서 있다 하지만 일본외교는 점점 고립되는 양상이다. 후와 데쓰조 일본공산당 중앙위원회 의장은 일본외교가 막다른 골목에 서 있다고 표현한다. 한국·중국과의 관계는 물론 아시아 각 국들과 야스쿠니신사 참배나 과거사 문제 등으로 뒤틀려 있다고 진단한다. 즉 아시아 경시 외교로 인해 아시아에서 고립감만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후와 의장은 “주변국과 평화적 관계를 설정하는 대전략을 가져야 한다.”고 일본외교의 방향 수정을 제시했다. 현재 일본외교는 이른바 아시아 전략이 없다는 비판을 듣는 만큼 “상대국이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서로의 실정을 살피는 장기전략을 세워 (말만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언론들도 여름 들어 ‘시련의 일본외교’,‘위기의 일본외교’라고 진단한다. 조셉 나이 미 하버드대 교수는 “일본은 미국이란 후원자가 있기는 하지만, 동남아 국가들과 적극적인 접촉·교류를 도모해야 한다.”면서 이들 국가와의 문화교류 등을 통한 외교기반 강화를 주문했다. 역시 하버드대 이리에 아키라(미국사) 교수는 일본이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과 ‘장래에 대한 비전’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3국간 관계개선을 위해서는 민간 레벨의 접촉이나 교류가 불가결한 요소라고 제시했다. ●일본, 그래도 힘의 외교는 한다 일본정부는 그럼에도 힘의 외교를 고집하는 양상이다. 지난달 발표된 통상백서는 일본이 동남아국가연합(ASEAN) 역내 국가의 경제통합을 주도하고, 자유무역협정(FTA)을 축으로 무역과 투자활성화를 뒷받침할 제반 규칙을 조성해 나갈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일본의 힘으로, 중국의 힘을 제어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백서는 중국 경제 부상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일본 기업들에 아세안 국가 등으로 투자처를 다변화할 것을 강력히 주문했다.‘동아시아 투자의 일극집중(一極集中)’을 막아내야 할 사명이 일본기업에 있다는 것이다. 동아시아 패권을 중국에 양보할 수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외교는 돈의 힘을 앞세웠다. 지난해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직접 나서 올해 내 상임이사국 진출 의사를 천명했고, 올해 엔화를 앞세워 아프리카, 중남미 등 표밭 공략에 집중했지만 최근 들어 점차 좌절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마치무라 노부다카 외상 등이 거부권이 있는 상임이사국 진출 꿈을 접을 수도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기류를 반영한다. ●미국편향 외교 치열한 논란 유발 일본외교의 미국 편향성은 심각한 수준으로 우려된다. 사가키바라 에이스케 게이오대 교수는 화제를 불러온 저서 ‘경제의 세계세력도’에서 “일본은 반(半)주권국가로서 미국의 충실한 파트너 역할을 하려고 한다.”면서 “미국의 경제가 정체, 군사비를 견디지 못할 상황이 오거나 동아시아 안전보장에서 손 떼는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면서 아시아 공동통화 등 아시아외교 강화를 주문했다. 도쿄대 대학원 후카가와 유키코 교수는 일본이 전후 경제·정치적으로 미국이나 아시아국가(중국) 중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할 운명이었다고 분석한다. 그런데 지금은 미국의 시대이고, 그래서 미국을 선택, 안보를 미국에 의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후카가와 교수는 “중국과 북한으로부터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는 일본은 지금 핵무장을 할 수 없으니 미국에 의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중국이 해군을 늘리는데 이런 위험에서 지켜줄 힘은 미국밖에 없다. 그래서 (승전국)미국에 대해 복잡한 심경으로 의지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taein@seoul.co.kr ■ 日주장 ‘미들파워’란 미들파워(middle power)라는 개념은 국가안보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중급국가’로 번역되고 있다. 캐나다나 호주가 자신들의 외교를 표현하는 용어다. 일본에서는 소에야 교수가 ‘일본의 미들파워 외교’라는 저서에서 사용, 빠르게 퍼지면서 주목받고 있다. 소에야 교수는 국가들을 ‘슈퍼파워(초대국)’,‘그레이트파워(대국)’,‘미들파워’,‘스몰파워(소국)’라는 4개의 부류로 분류했다. 초대국은 현 시점에서 미국이 유일하고 냉전시대는 미국과 소련이었다고 분류한다. 국제정치의 기본적 질서를 구성하는 대국은 현재는 중국과 러시아를, 잠재적으로는 인도를 꼽았다. 인도는 국민 정서가 대국으로서의 발상을 하고 있고, 핵무기도 갖고 있어 독자적인 안보나 외교수행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대국은 아니지만 국제질서에 대해 일정 정도의 수정을 촉구하는 힘만을 가진, 독자적인 안보능력이 없는 나라인 미들파워로는 일본과 독일 등을 분류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영국과 프랑스는 대국과 미들파워의 중간단계로 분류했다. ■ 소에야 게이오大 교수 인터뷰|도쿄 특별취재팀|“일·미 안보조약이 일본안보의 요체이기 때문에 미국은 모든 일본외교의 기초입니다. 미국을 전제로 하지 않는 일본외교는 없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일본을 어떻게 볼 것이냐는 논의의 시발점이 됩니다.” 게이오대학 법학부 소에야 요시히데 교수의 전공은 일본외교이다. 그는 요즘 들어 고민이 적지 않다. 일본외교가 올 한해 6자회담이나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외교 등에서 고립돼 있다는 지적을 받기 때문이다. 도쿄시내 한 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일본이 힘의 외교를 추구한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일본내의 혁신세력이나 한국, 중국 등에서 보면 힘의 외교를 하고 있다고 비쳐질 것이다. 일본이 2차대전 패전 전에는 대국으로서 힘의 외교를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후는 다르다. 힘의 외교를 할 수 없게 됐다. 한국인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전후 일본외교는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기본 스탠스다. ▶일본이 아시아 경시외교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 -대미관계가 일본외교의 기본전략이다. 좌, 우로부터 비판이 있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우파들이 요구하는 미국으로부터의 외교적 독립은 미국측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고, 좌파들이 요구하는 비무장 중립국도 현실성이 없다. 전후 일본의 불행은 대미의존이 지나치다는 점이다. 아시아 외교도 대미동맹을 전제로 전략을 짤 수밖에 없는 처지다. ▶주변국과 마찰의 원인은 무엇인가. -역사문제이다. 일본이 전전 대국으로서 힘의 외교를 했고, 그런 인식이 한국인들에게 지금도 남아 있다. 반성하지 않고, 역사를 잊고, 대국외교를 하려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래서 주변국민들의 두려움이 있는 것이다. 역사문제는 전략적인 문제로 충돌하는 경향이 강하다. 같은 입장을 가진 각 국의 시민단체들이 해결하면 빠르다. 일본의 역사문제 대응은 지금보다 더 전략적이어야 한다. ▶일본이 외교적으로 고립돼 있는데. -6자회담에서 일본이 납치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납치문제가 국내정치 문제이긴 하나, 외교가 국내정치와 별개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정부는 북핵문제 해결 얘기만 하려고 했다. 하지만 국내정치도 현실인데 어쩌겠나. ▶일본이 돈 외교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일본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들어가려고 ‘와이로(뇌물) 외교’를 하는 것은 아니다. 빈곤타파와 인간안전보장을 위해 정부개발원조(ODA)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얘기는 비판을 위한 비판이다. 일본이 전후 60년간 평화외교를 했다는 사실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은 ‘일본의 노력부족’에도 원인이 있다고 본다. ▶일본외교의 돌파구는 무엇인가. -일본 국내여론을 좌나 우로 일방통일은 못한다. 우로 하면 중국은 물론 미국도 반대한다. 따라서 일·미 동맹을 전제로 한국이나 동남아국가들과 상호 협력하는 ‘미들파워(중급국가) 외교’를 해야 한다. 특히 평화주의자들이 개헌론을 제기, 현실적 모순을 없애주면 5∼10년 뒤엔 일본외교가 움직이기 쉬워질 것이다. 평화주의자들의 개헌론은 우익들과는 다르다. 최소한의 부분만 고쳐도 좋다. taein@seoul.co.kr
  • [지금 光州에선] 2023년까지 2조원 투입… 드러나는 밑그림

    [지금 光州에선] 2023년까지 2조원 투입… 드러나는 밑그림

    광주가 아시아문화의 중심축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최근 본격화된 ‘광주 문화중심도시’ 조성 사업의 밑그림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전체적인 문화공간의 얼개도 짜여졌다. 처음엔 ‘문화도시’라는 개념 정리에도 상당한 논란이 일었다. 지금은 ‘아시아 문화중심도시’라는 위상이 설정돼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국립 아시아문화전당 건립 사업도 순풍에 돛을 달았다. 자유, 민주, 평화 등 인류 보편적 가치의 씨앗이 ‘문화’라는 이름으로 뿌려진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아시아의 정신문화를 생산·보급하고, 세계를 향해 영향력을 넓혀 나가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하드웨어 구축은 계획상 20년으로 잡혀 있다. 정부는 이 기간 동안 2조원을 투입, 각종 문화 인프라를 갖춘다. ●문화중심도시 조성 배경 광주는 예부터 무등산을 중심으로 시가(詩歌)문화가 꽃을 피웠던 곳이다. 판소리와 남종화(南宗)도 번성했다. 이런 문화적 역량이 세계적 미술축제인 광주비엔날레를 탄생시켰다. 노무현 대통령은 후보시절 ‘광주 문화수도 육성’을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프로젝트는 2003년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 조성계획 보고회를 통해 참여정부의 국책사업으로 구체화됐다. 오는 2023년까지 2조원을 들여 광주를 아시아 문화예술의 메카로 조성한다는 것이 골자다.‘2004 광주비엔날레 개막식’에선 ‘문화수도 원년’ 선포식이 열렸고, 대통령 직속으로 ‘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이어 문화부에는 ‘문화중심도시추진기획단’이 생겼다. 이들 두 정부 기구가 이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으며, 광주시는 행정적 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이 사업은 현재 중점투자 및 육성분야 선정 등 밑그림을 그리는 ‘종합계획’수립 단계다. 이와 관련, 문화도시 기본구상과 운영, 문화전당 건립 등 모두 9개 용역이 발주됐다. 결과는 오는 10월쯤 나온다. 도시운영전략, 문화산업 육성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 등이 주요 과제다.‘추진기획단’은 국제세미나와 관련 부처 협의 등을 거쳐 종합계획안을 마련한다. 핵심 내용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 ▲도시 리모델링 ▲문화산업 육성 등 3개 분야의 큰 틀로 짜여졌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문화도시’의 ‘얼굴’이나 다름없다. 프랑스 파리의 퐁피두센터나 영국 런던의 바비칸센터 등 유럽의 복합문화센터를 염두에 두고 설계된다. 장소는 동구 광산동 전남도청 자리로 정해졌다. 도청이 오는 10월 남악신도시(전남 무안)로 옮겨가면 현 건물은 곧바로 헐리게 된다.‘도심 공동화’를 막기 위한 ‘재개발 개념’이 도입된 셈이다. 문화전당은 전체 3만 5000여평의 부지에 연면적 4만 3000평 규모다. 하나의 건물 안에 테마별 공간 구성이 이뤄질지, 건물이 몇개 군(群)으로 나뉘어 배치될지는 설계에 따라 달라진다. 이 사업에는 모두 7200여억원이 투입되며, 오는 12월 착공돼 2010년 완공된다.5·18민주화운동 30주년에 맞춰 개관된다. 전체 2605억원의 편입토지 보상액 중 올 예산에 반영된 866억원이 최근 거의 지급됐고, 내년 보상분에 대한 감정평가 작업도 끝났다. 또 최근 국제건축가연맹(UIA) 승인 아래 실시한 문화의 전당 건축설계 공모에 54개국 467명의 건축가가 응모했다. 당선작은 오는 12월2일 발표된다. 이곳에는 아시아문화교류센터, 아시아문화창조센터, 아시아문화원, 아시아아트플렉스, 어린이지식박물관 등이 들어선다. ●중외공원·사직공원은 문화예술벨트로 문화중심도시 조성 사업은 도시를 통째로 바꾸는 프로젝트다. 문화의 전당을 중심으로 시외곽 5개 지역별 시설과 네트워크로 연결한다. 어린이 교육문화 파크(서구), 아시아 전승놀이 테마파크(남구), 미디어센터(북구), 농경문화 테마파크(광산구) 등이 각각 분산·배치된다. 또 비엔날레가 열리는 중외공원과 사직공원은 각각 문화예술벨트와 예술공원으로 조성된다. 이들 지역엔 보행전용 다리, 오색음악분수대, 황톳길 등이 들어선다. 문화전당과 이웃한 충장로는 특화거리로 바뀐다. 청소년 광장 조성 등 젊은층이 많이 몰리는 특성을 살려 새롭게 꾸며진다. 도심 곳곳에는 미술관, 야외 음악당 등 관련 시설들이 문화전당 개관에 앞서 연차적으로 설치·운영된다. ●문화산업 육성 광주시는 정책수립 초기 때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도심 외곽에 건립해 줄 것을 문화부에 요구했다. 문화전당과 문화산업 복합단지를 한 데 묶어 시너지 효과를 높이자고 제안했던 것. 그러나 예산난 등의 이유로 무산됐다. 정부는 그 대신 도심권에 ‘문화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할 방침이다. 영상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문화콘텐츠 기반을 구축하는 데 목표를 뒀다. 이를 위해 영상예술센터, 영상문화관, 정보문화산업진흥원, 영상복합문화관 등을 설립한다. 컴퓨터 형성 이미지(CGI) 산업도 육성한다. 전문인력 양성, 해외인력 교류 및 유치, 교육프로그램 개발 운영 등을 통해 디지털 콘텐츠산업 집적화를 꾀하기로 했다. 이밖에 문화콘텐츠 특성화 브랜드 개발, 문화콘텐츠 테마타운 조성도 이뤄진다. 문화상품의 전시·홍보·체험·학습 등을 통해 투자유치, 마케팅 지원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창작·전시·공연 등 장르별 문화활동 지원을 위한 각종 시민참여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문화부는 이와는 별도로 광주시가 건의한 ‘문화복합단지’ 조성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산업시설과 관광 등 복합기능을 갖춘 80만∼100만평 규모의 ‘신도시 모델’을 생각 중이다. 접근성이 좋은 외곽에 복합단지를 조성해 ‘문화수도’를 선도할 핵심 전략기지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국제문화교류 협력체계 구축 아시아문화와 세계문화 교류 사업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분야다. 오는 12월 전남대에서 ‘아시아 문화예술단체 네트워크 구축 포럼’이 열린다.‘식민지의 극복에서부터 아시아문화 교류까지’란 주제로 열리는 이번 포럼은 아시아 각국 문화교류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광주시는 ‘세계문화 포럼’(2011년 예정)을 유치하기 위해 유치추진위원회 및 실무기획단을 구성, 운영하기로 했다.2006년 광주비엔날레도 세계 문화교류의 장으로 활용된다. 이번 행사 때는 최우수작품 테마파크를 조성하고 전시관 개보수·진출입로 확충 등도 이뤄진다. 주제 및 참여작가 등도 ‘광주 문화수도’ 이미지와 걸맞게 선정하기로 했다. 광주시는 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의 효과적 추진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기로 했다. 관련 연구용역을 마치고 올 정기국회에 의원 입법 형식으로 법안 상정을 추진한다. 법 이름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에 관한 특별법’(가칭)이다. 이 법은 ▲생태적 도시 문화조성 ▲투자진흥지구 지정 ▲문화사업 투자조합 설립 ▲특별회계설치 등 이 사업의 안정적 추진을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과제와 전망 이 사업이 계획대로 완료됐을 경우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클 것으로 보인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광주시 등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문화전당이 개관하는 2010년에는 초기 무대기술 전문인력 2500명, 큐레이터 100명 등 1만 2000여명의 고용이 창출된다. 또 1919억원의 부가가치와 9877억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기대된다. 사업이 완료되는 2023년까지는 2만 3000여개의 일자리가 생기고,2000여억원의 관광수입이 예상된다. 건설·교육산업 등 다른 분야까지 합하면 수조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각종 장밋빛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이 제대로 진행될지에 대한 우려도 많다. 참여정부가 끝나면 흐지부지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광주전남 문화연대’ 김지원(39) 사무국장은 “문화중심도시 프로젝트는 종합계획이 수립된다 할지라도 20년 동안이나 이어져야 할 계속사업”이라며 “제도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특별법’ 등 후속조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핵심사업으로 꼽히는 문화전당이 문화연구와 교류 등 기능적 역할에 그칠 경우 이 지역 ‘문화발전소’로서의 기대에 부응하기 어렵다.”면서 “관광·산업분야 등으로 연계 발전시킬 수 있는 전략적 판단과 장기 플랜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박광태 광주시장 “문화 도시 건설에 모든 행정력 집중” “한마디로 ‘문화로 밥 먹고 살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겠습니다.” 박광태 광주시장은 “광주 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은 문화를 21세기 성장동력 산업으로 키우기 위한 국가적 이정표를 세우는 일”이라며 “‘문화’라는 상품은 반드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스템과 결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화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영상·애니메이션·컴퓨터게임·콘텐츠개발·예술학교 등 전체 분야를 집적화한 ‘문화특구’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아시아문화전당과는 별도로 시외곽 그린벨트 지역에 상당한 규모의 복합문화단지 조성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렇게 될 경우 모든 문화계 인사들이 앞다퉈 광주에 ‘둥지’를 틀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시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세계문화시장 점유율은 미국·일본 등 일부 선진국들에 비해 크게 뒤진 1.5%에 불과하다.”면서 “광주가 문화인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이들의 경쟁력을 기르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특히 “올 정기국회 때 ‘특별법’이 상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이 사업이 훨씬 원활히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재탕’ 대책… 공장총량제 안풀어

    176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계획 발표로 심리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수도권 주민들을 위한 수도권 개발방향이 대체적인 윤곽을 드러냈다. 정부는 서울을 중심으로 하고, 인천과 수원을 거점 도시로 동서남북 4개 지역을 특성화, 수도권을 금융·물류·정보기술(IT)을 토대로 동북아 경제중심지로 발돋움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날 대책은 대부분 이전에 나온 것들로서 과거 대책의 `재탕’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서울·경기·인천에서 모두 57개 주요사업을 벌이기로 한 것도 새로울 게 없는 내용이다. 수도권 지자체가 원하는 공장총량제나 고밀도화 개발 등은 포함되지도 않았다. 서울·수도권 지역내 군부대나 교도소, 공공기관 소유 유휴지 등의 활용방안 등이 새로 추가된 정도다.●수도권 지형도 어떻게 바뀌나 정부는 우선 오는 2020년 수도권 인구를 2004년 말 현재의 47.9% 수준으로 억제한다는 기본 원칙아래 서울·수도권에 27개 중소규모 산업클러스터를 조성하고,57개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서울의 특성화 목표는 ▲동북아 국제 비즈니스·금융산업의 거점도시 ▲권역별로 특화된 지식기반산업 클러스터 육성 ▲역사, 문화와 자연이 융합된 고품격 문화도시 조성이다. 이를 위해 서울을 베세토(베이징·서울·도쿄)의 중심지로서 입지적 우위와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조화시킬 방침이다. 도심과 용산, 강남, 여의도, 상암동을 국제업무 거점으로 해 다국적기업 지역본부, 국제기구 등을 적극 유치하고 국제회의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또 종로ㆍ중구 문화, 강남 소프트웨어, 구로·금천 하드웨어, 상암 미디어ㆍ엔터테인먼트, 공릉 나노+IT 등 5곳을 IT의 중심지로, 홍릉벤처밸리, 강북 메디클러스터, 관악벤처밸리를 3대 바이오테크놀러지(BT) 클러스터로 각각 조성한다. 용산미군기지 부지는 효창공원과 연계, 민족역사평화공원으로 만들고 북한산-남산-관악산 축의 생태공원을 조성, 서울의 허파기능을 회복키로 했다. 광화문과 세종로 일대는 역사문화자원을 담은 녹색 보행축으로 조성된다. 다음달중 한국투자공사(자본금 1조원)를 출범시켜 국내 자산운영업의 활성화를 주도케 할 방침이다. 또 인천시를 동북아 관문도시로 육성하기 위해 공항 구역에 1단계로 63만평 규모의 자유무역지역을 개발, 다국적 물류·생산기업을 유치하고 경제자유구역내에 외국대학의 설립을 허용키로 했다. 또 송도지역 2만 4000평에 글로벌기업과 혁신선도형 국내 기업이 집적된 유비쿼터스-IT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첨단산업 R&D 센터를 적극 유치하며, 청라지구(옛 동아매립지)에 70만평의 테마파크와 골프장 등 레저공간을 조성해 국제업무기능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경기도의 경우 7개 권역별로 지역특성에 맞는 첨단·지식기반 사업을 육성,‘실리콘밸리화’ 플랜을 구현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서부는 국가혁신 및 창조산업클러스터, 남부는 IT·BT클러스터, 중부는 지식기반클러스터, 동부는 IT복합단지 및 도자문화산업클러스터, 북부는 문화관광클러스터, 북서부는 LCD클러스터, 북동부는 실리우드 클러스터(디지털기술과 문화콘텐츠 결합산업단지) 등으로 개발된다.●“고밀도 개발 허용땐 집값상승 초래” 정부는 수도권 주민의 삶의 질 개선 차원에서 녹지총량제, 녹지 활용계약제, 수질오염총량제 등을 도입키로 했다. 공장 총량제 등은 공공기관 이전이나 행정중심복합도시 이전과 속도를 같이 한다는 계획이다.3조원대가 넘는 규모의 LG전자 등 4개사의 파주 이전도 당분간 허용하지 않을 전망이다. 물론 수도권에 접경지역 등 낙후지역이나 공공기관 이전지를 중심으로 ‘정비발전지구’ 제도를 도입, 공장총량제 등을 완화해 주고 세금도 줄여줄 계획이지만 역시 중장기 과제로 남겨 뒀다. 뿐만 아니라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고밀도 개발도 당분간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고밀도 개발을 허용하면 다시 집값상승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수도권 대책이 당정은 물론 수도권 주민들로부터도 환영을 받지 못함에 따라 당정은 새 대책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균형발전에 역행한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4시간50분 면담 분석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정동영 장관과의 17일 면담에서 작심한 듯,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고강도’ 발언을 쏟아냈다. 4시간50분이라는 시간도 파격적이다. 특히 2시간30분간의 독대에서 핵 문제를 비롯, 정치·경제·군사에서 이산가족 문제 등 인도적 문제까지 대화는 남북간 현안을 거의 대부분 망라했다. 김 위원장의 대화 태도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서해 항로가 아닌 육로 직항을 먼저 제안하는 등 ‘통큰 정치’를 연출해냈다.“핵문제가 해결되면 국제사찰을 모두 수용해 철저히 검증받을 용의 있다.”고 한발 더 치고 나가기도 했다. 짐짓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도 큰 호감을 드러내려는 모습도 보였다. 정 장관이 그를 두고 “시원시원하고 결단력 있는 지도자”라고 표현한 건 이런 모습들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이번 면담은 남측의 요청에서라기보다는 김 위원장의 필요에 의해 이뤄진 측면이 많아 보인다. 뭔가 전략적 결단을 앞두고 노무현 대통령 특사와의 ‘깜짝 면담’을 통해 그 효과를 극대화하려 한 듯한 인상이다. 그래서 이번 만남은 3년 전 임동원 당시 외교안보통일 특보의 방북 때와 많은 유사점을 보이고 있다.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방북한 임동원 특보와의 면담을 통해,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으로 급속 냉각됐던 북·미 관계가 완화됐고 경색 국면도 전환됐다. 정 장관이 전한 김 위원장의 언급처럼 북한이 실재로 오는 7월 6자회담에 복귀하고, 장성급 군사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이 재개된다면 그 효과는 3년 전을 훨씬 능가하게 된다. 북핵으로 인한 한반도 긴장은 당시보다 훨씬 증가했으며 남북관계 역시 더욱 악화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정 장관으로서는 가장 중요한 시점에 화려하게 ‘북한 무대’에 데뷔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지난해 12월 개성공단을 방문했다가 연설 도중 북측 대표가 자리를 뜨고 북 언론은 자신의 방문 사실조차 언급하지 않는 등 노골적인 푸대접을 경험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약진’이다. 지난해 7월 김일성 주석의 사망 10주기 조문 불허 이후 10개월여 중단됐던 남북 당국간 관계가 복원되고 있다는 징표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한편 두 사람의 면담은 16일 늦은 밤에 전격 결정됐으나 “남측 대표단 내에서도 몇 사람만이 알고 있을 정도로 보안에 신경을 썼다.”고 정부 당국자는 전했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논술이 술술] 시사 키워드/동북아균형자론

    [논술이 술술] 시사 키워드/동북아균형자론

    리처드 롤리스 미국 국방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부차관보가 지난달 31일 홍석현 주미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주창하고 있는 동북아균형자론과 한·미동맹은 양립될 수 없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일 동맹을 바꾸고 싶다면 언제든지 말하라. 하고 싶은 대로 해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이른바 ‘동북아균형자론’을 불만스럽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발언이다. 동북아균형자론이란 쉽게 말해 우리나라가 한반도 주변의 역학 관계 속에서 주도권을 잡고 능동적인 역할을 해나가겠다는 것이다. 한반도는 19세기말 이후 지정학적으로 열강의 각축장이 되었고 한국은 미국과 중국, 일본의 틈바구니에 끼여 수동적인 자세를 취해온 것이 사실이다. 균형자론은 미국이나 일본 등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주관적으로 일을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균형자가 되려면 먼저 주변 국가에 충분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강대국다운 국력이 있어야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언급 노무현 대통령이 동북아균형자론을 제시한 것은 지난 2월 25일 취임 2주년 국정연설에서였다. 노 대통령은 “동북아의 균형자로서 동북아의 평화를 굳건히 지킬 것”이라고 언급한데 이어 지난 3월8일 공사 졸업식에서도 비슷한 발언을 했다. 노 대통령은 국방 3원칙으로 ▲동북아 균형자로서의 군의 역할 ▲자주국방역량 강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들었다. 이어 “우리의 의지와 관계 없이 동북아의 분쟁에 휘말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3월22일 육군3사관학교 졸업식에서도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균형자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면서 “따질 것은 따지고 협력할 것은 협력하면서 주권국가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다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NSC의 설명 개념 정의를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지만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공식 자료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전환기적 시대 상황에서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역할이 부족할 경우 역사는 언제나 우리에게 시련을 안겨주었다. 동북아균형자론은 한·미동맹을 기초로 추진될 것이다. 무력이나 힘에 의존하지 않고, 과거 우리가 종속적 변수였던 상황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역할을 찾아 나가자는 것이다. 연성국력(soft power·교육 학문 예술 과학 기술 등 문화와 정치 외교 분야에서 나오는 국력)도 우리의 소중한 외교자산이다. 우리의 역사적·도덕적인 힘이 국경을 넘어 보편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군사력이나 경제력에 있어서는 초강대국들에 미치지 못하지만, 뜻을 같이하는 나라들과 협력하고, 세계 여론의 지지를 받으며 평화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면, 그것이 바로 균형자 역할을 할 기반이 된다. ●동북아균형자론에 대한 비판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동북아균형자론이 한·미동맹의 신뢰를 깨고 훼손시켰고 일본과의 공조도 어렵게 만들었으며 한국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고 소외시켰다.”고 비난했다. 박 의원은 “남북통일 과정에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할 때 과연 한국에 대해 안보공약을 지킬 수 있는 나라가 어디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유기준 의원도 “현실적으로 균형자를 할 힘이 없는데도 마치 힘이 있는 나라가 일방적으로 선언하는 독트린 형태로 균형자론을 주장했고,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현실성이 없는 선언을 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미국 위주의 일방적 동맹 재편 시도에 대해 독립적인 목소리를 낸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균형자라는 용어가 냉전적 발상이고, 한·미 동맹에 기초한 동북아균형자 역할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삼각동맹 탈피 논란 동북아균형자론에서 등장하는 것이 ‘남방 3각’ ‘북방 3각’이다. 비판하는 쪽에서는 한·미·일의 남방 3각 동맹을 탈피해서 중·러·북의 북방 3각에 편입하겠다는 뜻이냐고 따지고 있다. 실제 노 대통령은 “한국이 남방 3각동맹의 한 축을 담당했던 동북아 질서는 냉전시대에 만들어졌던 것”이라면서 “우리가 언제까지 그 틀에 갇혀 있을 수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당의 옹호론과 청와대의 해명 열린우리당 이원영 의원은 동북아균형자론을 “열강의 이해관계에 의해 휘둘리지 않고 주체적이고 자주적으로 민족의 미래를 설계해 나가겠다는 적극적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당 송영길 의원은 “냉전시대 공동의 적을 기초로 한 군사동맹의 성격인 한·미동맹의 성격 변화는 불가피하다.”면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주의, 인간의 기본권 실현 등을 위한 가치동맹적 지역평화 구축자, 조정자로서의 역할로 발전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태영 청와대 제1부속실장은 동북아균형자론이 한ㆍ미 동맹과 배치된다는 비판에 대해 “오히려 철저하게 한ㆍ미 동맹 토대 위에서 동북아균형자를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노 대통령이 지난 3월6일 ‘대원군 선택’을 논하면서 우리가 개방을 하든 쇄국을 하든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것이 아니었는가 하는 문제를 제기했으며 이는 바로 우리 스스로의 선택이 운명을 바꾸는 데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었던 부끄러운 역사에 대한 반성이었다.”고 했다. ●어떻게 봐야 하나 최근 동북아시아는 다시금 세력 각축장이 되고 있다. 중국은 거대 경제대국으로 팽창하고 있으며 일본은 역사왜곡과 독도 문제 등을 일으키며 군사대국을 지향하고 있다. 북한은 핵을 무기로 역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 이런 틈바구니에서 한국의 외교적 대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과거의 아픈 역사를 돌이켜 볼 때 더 이상 강대국들의 손아귀에서 놀아나지 않고 주체적인 역할을 해야 할 필요가 있고 이것이 동북아균형자론의 요체다. 그러나 국제 관계는 힘은 약한데도 의지만 있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경제력은 괄목할 만큼 성장했다고 하지만 종합적인 국력은 강대국에 미치지 못함은 부인할 수 없다. 정부·여당도 밝히고 있듯이 한·미동맹은 깨기 어렵다. 그렇다면 한·미동맹과 동북아균형자론이 양립할 수 있는지는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기본 기조는 유지하되 다시 한번 개념을 정리하거나 수정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는 실질적인 ‘통합의 독트린’이 되기 위해서는 ▲동북아 평화형성전략 공론화 ▲평화적 개입원칙 천명 ▲국가경계를 넘어선 지역 협력안보 강조 ▲동북아 균형자가 아닌 평화교량자 역할 표방 등이 보완돼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손성진 기자 sonsj@seoul.co.kr
  • [시론] 한미정상회담, 6월위기설 잠재워야/박태우 타이완국립정치대학 객좌교수·국제정치학박사

    어중간한 민족공조 논리를 버리지 못하고 중재자로의 역할을 언급하는 자리가 된다면 우리의 위상을 더 악화시키는 외교적 자충수를 초래할 것이다. 1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개최될 한·미 정상회담의 무게와 중요성에 전세계 언론이 주목하고 있다. 한반도 주변의 급박한 상황전개를 반영, 통상적인 의전을 초월하여 계획된 이번 정상회담은 한반도의 운명을 상당부분 결정하는 역사적 회담이 될 것이다. 한·미동맹의 포괄적 성격 및 주한미군의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유연성을 놓고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단호한 어법으로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외교안보정책의 큰 그림을 제시할 것이다. 특히, 북핵 해법과 관련해 마지막으로 외교적 해결을 위한 북한의 회담복귀를 주문하면서 북한측에 복귀 명분을 제공하기 위한 평화적 해결의 기본원칙을 노무현 대통령의 목소리를 일정 부분 수용하는 선에서 재확인할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점은 외교적 수사(修辭)에 기반한 원론적 합의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핵 보유국을 향한 북한의 위장전술에 대한 인내심이 한계에 이른 미국 부시 행정부가 최종적으로 마련한 ‘북핵 독트린’을 우리 정부가 어떻게 조율하고 수용하느냐 여부일 것이다. 이미 북한도 이번 정상회담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지난 6일에 미국의 조지프 디트라니 북핵 대사 및 국무부의 한국과장이 북한 유엔대표부를 방문해 협의하는 과정에서 6자회담 복귀가능성에 대한 북측의 의도를 일정부분 보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외교적으로는 국무부의 라이스 장관 및 한반도 담당 참모들을 통해 북한의 회담 복귀 및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명시적으로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은 최근 북한 제재를 위한 무언의 정지작업을 하고 있는 미국의 속내일 것이다. 아직도 우리의 외교부가 이론적 적실성이 현실적인 국내외 상황과는 동떨어진 ‘변형된 동북아 균형자론’을 이야기하면서, 미국 정부의 최근의 민감한 움직임에 대해 국내언론의 과민반응 운운하고 우리에게 많은 시간이 있는 것처럼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점이다. 군사제재에 앞서서 일단은 부시 대통령의 단계적 북핵 해법 제시에 대해 노 대통령은 어떻게 대응할 것이지 온 국민이 숨 죽이며 지켜보고 있는 형국이다. 필자가 보기엔 이미 미국은 북한에 대한 경제 및 해상 봉쇄와 유엔의 안보리에 상정하는 결심을 굳힌 것 같다. 이번 회담은 우리의 입장에선 한반도의 현실성을 담아낸 진일보한 북핵 해법을 설명하고 우리의 한·미동맹관(觀)을 전달하는 자리도 되겠지만, 이보다는 부시 대통령의 단호한 결심을 노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이의 수용여부를 물음으로써 균열조짐을 보이고 있는 한·미동맹에 대한 우리정부의 진정한 의도를 묻는 확인 장(場)으로서의 의미가 더 큰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일 정권의 교체까지 생각하고 있는 미국의 부시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어중간한 민족공조 논리를 버리지 못하고 중재자로의 역할을 언급하는 자리가 된다면, 변변한 ‘고위급대북대화채널’도 확보하지 못한 정부로서는 미국의 장기적 동아시아전략의 운영 축에서 동맹국으로서 입지가 일정부분 흔들리고 있는 우리의 위상을 더 악화시키는 외교적 자충수를 초래할 것이다.21세기의 새로운 지구촌시대의 변화에 걸맞은 한국의 위상을 한·미동맹의 틀에 반영하고 과거의 양국간 불평등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틀을 만들어서 담아내는 정부의 주장은 당연한 것이고 모든 국민들의 바람을 담는 당연한 노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민들의 생존과 안위가 걸린,50년 동안 지속되어온 동맹체제 및 한반도의 불안정한 안보상황의 주범인 북핵 문제 해법을 다루는 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은 검증되고 확실한 노선을 미국과의 공조 틀 내에서 우선 선택하고, 인도적 차원의 민족의 문제와 연관된 우려와 견해 피력은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끈 다음에 해도 늦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박태우 타이완국립정치대학 객좌교수·국제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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