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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대북 정책 유연성 발휘 여지 있어”

    “美 대북 정책 유연성 발휘 여지 있어”

    “지난 10여년간 북한 관련 상황을 볼 때 미국 정부의 ‘전략적 인내’ 대북 정책이 왜 나왔는지 이해하지만 유연성을 발휘할 여지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중동 등에 쏠려 ‘아시아 회귀·재균형’ 정책이 비판을 받고 있는데, 매일 드러나지는 않아도 아시아 관련 정책은 미 정부 내에서 항상 중요하게 논의되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에서 38년간 근무하다가 지난달 은퇴한 마크 토콜라 한·미경제연구소(KEI) 신임 부소장은 8일(현지시간) 워싱턴DC KEI 사무실에서 서울신문 기자와 만나 미 정부의 대북, 아시아 정책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주영국 미대사관에서 일하다 최근 귀국한 그는 2009~2012년 주한 미대사관에서 부대사로 일하면서 한·미 관계를 다뤘다. 특히 한국 문화에 대한 높은 관심이 KEI 부소장 자리로 옮긴 배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오늘이 한글날인데, 한글날을 축하한다”며 한국의 전통음악 등에 대해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토콜라 부소장은 “한·미 관계는 매우 견고하다. 미국은 한국을 린치핀(수레나 자동차 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축에 꽂는 핀)으로 평가한다”며 “마크 리퍼트 신임 주한 미대사가 많은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41세로 최연소 주한 미대사가 되는 리퍼트 대사와 관련, “영국 대사관에서 근무할 때 대통령 측근인 40대 초반 대사와 함께 일했는데 그는 새로운 분위기와 에너지를 불러일으켰다”며 젊은 대사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토콜라 부소장은 “한국이 ‘믹타’(MIKTA·멕시코, 인도네시아, 한국, 터키, 호주 등 중견 5개국)에 참여해 중견국으로서 외교력을 확대해 나가는 것에 관심이 많다”며 “한·미 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타산지석인 타이완의 생존법/이석우 정책뉴스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타산지석인 타이완의 생존법/이석우 정책뉴스부 선임기자

    “한국과 대륙(중국)이 오는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한·중 자유무역(FTA)협정을 체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등 한국과의 많은 경합 부분에서 더 어렵게 될 텐데….” 경쟁국 사이인 한국과 중국의 FTA 체결은 타이완 관가와 경제계의 주요 화두 중 하나였다. 최근 타이베이에서 만난 타이완 정부 관계자들은 “APEC 회의 때 체결 가능성이 높으며, 늦어도 연내에는 타결을 예상한다”며 발 빠른 대책을 마련하는 모습이었다. 타이완은 지난해 무역액 303억 달러로 우리의 6대 교역국이다. 2011년 35억 달러, 2013년 10억 7000만 달러 등 우리는 지속적인 흑자를 거둬 왔고, 한 해 54만여명을 웃도는 타이완인들이 한국을 찾고 있다. 두 나라는 중국이란 블랙홀의 흡입력 앞에서 어떻게 경제적, 전략적 자존과 독립성을 유지해 나갈지에 대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동병상련의 처지다. 한쪽으로 기울어가는 경제적 의존성이 전략적 자유와 생존 공간을 좁히고, 취약성을 높인다는 우려와 초조감이 두 나라 대중 전략의 고민에 공통적으로 깔려 있다. 중국의 압박 속에서 지구촌 대부분의 국가들과 국교 없이 비공식 관계만 유지하는 타이완이 국가단위가 아닌 경제체들의 만남의 장인 APEC을 어떻게 국제적 네트워크와 활동 공간을 넓히고, 국격을 높이는 계기로 활용하는지 눈여겨볼 만하다. 오는 11월 베이징 APEC 회의에서 아·태 지역에서의 타이완의 역할과 기여를 부각시키려는 결의와 노력은 인상적이다. 방문 중에 만났던 루시아 린 차관 등 교육부 관계자들은 변화하는 글로벌 환경과 초융합적인 경제환경에 맞는 인재양성과 시장지향적 기술교육 및 직업훈련 등을 설명했다. 타이완이 APEC 회원국들과 성과를 공유해 나가기 위한 틀과 네트워크를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도 소개했다. 농업위원회 천바오지 위원장은 곡물 수확에서 저장·가공에 이르는 과정에서 30%가량의 유실률을 줄일 수 있는 방안과, 이를 동남아 등 APEC 지역국가들과 공유하기 위한 노력도 전했다. 대기업 의존형인 우리와 달리 중소기업이 수출과 경제의 축인 타이완은 중소기업의 글로벌화를 위해 정부와 대학들이 나서서 국제적인 네트워크와 인재 및 정보 소통의 틀을 구축하며, 중소기업의 환경적응 능력에 힘을 불어넣고 있었다. “30대 기업 가운데 28곳은 부진에 빠졌고, 1, 2등 기업도 불안한 미래를 맞고 있다”는 우리에게 유연한 적응력과 단단한 내구력을 가진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시스템을 생존을 위해서라도 벤치마킹해야 할 참이다. 동남아 등 지역에 대한 기여와 촘촘한 글로벌 네트워크로 생존 공간을 넓히고, 정보와 네트워크의 공유 확대를 통해 중소기업과 국가의 활력을 높이는 타이완의 생존 전략은 거대 이웃의 부상 속에서 우리에게 타산지석이다. 출범 초 정부가 외쳤던 ‘정부3.0’과 ‘창조경제’가 껍데기만 남은 것은 아닌지, 일방적인 대기업 의존형 경제가 얼마나 더 유효할지, 지속 가능한 국가 번영의 전략을 다시 한 번 고민하고 숙고할 때다. jun88@seoul.co.kr
  • [과학기술로 돈 만든다] (2) 이상천 국가과학기술硏 이사장

    [과학기술로 돈 만든다] (2) 이상천 국가과학기술硏 이사장

    1966년 미국의 원조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서울 홍릉 일대에 둥지를 틀었다. KIST 강당의 이름도 당시 미국 대통령의 이름에서 따온 ‘존슨 홀’이다. KIST는 해외에서 공부하다 조국의 부름을 받고 돌아온 유치 과학자들의 주도로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소’로 불리며 산업 발전의 원동력 역할을 했다. KIST의 덩치가 커지자 분야별로 정부출연연구소가 갈라져 나오기 시작했고, 대덕연구단지가 등장했다. 선망의 대상이던 출연연은 1990년대 말 벤처 시대를 기점으로 급격히 위상이 낮아졌다. 삼성, 현대차 등 글로벌기업의 등장으로 민간 연구가 활발해졌고 기초분야에서는 대학이 급성장했다. 기초와 응용 모두에서 주도권을 빼앗기면서 ‘갈 길 잃은 출연연’ 논란이 오랜 기간 이어졌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배구조 개편 등 다양한 정책이 시도됐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연 4조원을 먹는 하마’ ‘1만명의 박사급 인력 낭비’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박근혜 정부는 출연연을 ‘창조경제’의 중심축으로 새롭게 설정했다. 여전히 국내 최고 수준인 출연연의 기술력을 이용해 ‘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CDMA)이나 ‘와이브로’ 같은 신성장동력을 개발하는 동시에 민간에 적극적으로 기술을 이전해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것이다. 출연연의 머리 역할을 하는 ‘연구회’ 역시 ‘기초기술연구회’와 ‘산업기술연구회’를 통합해 ‘국가과학기술연구회’(국과연)로 단일화해 힘을 실어 줬다. 지난 28일 이상천 국과연 이사장을 만나 창조경제 시대의 출연연에 대해 들어봤다. →출연연에 민간과 대학이 끼었다는 비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출연연, 대학, 기업은 국가 발전을 이끄는 세 개의 축으로 경쟁이 아닌 상생 관계다. 세계 어느 선진국이든 ‘산학연’이 하나로 묶여 있지 않은가. 다만 출연연의 연구·개발 패러다임이 변해야 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출연연이 처음 태동했던 시대와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150배, 국가별 순위는 93위에서 33위가 됐다. 세계 93위와 33위의 경제 규모를 가진 국가에서의 출연연 역할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창조경제 시대에 출연연의 연구 분야에도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 -변화를 주도하는 키워드는 ‘융합연구’와 ‘기초·원천 기술 개발’이다. 다양한 분야에 다수의 연구자들이 포진해 있는 출연연은 융합연구를 하기에 최적화돼 있다. 통합 연구회가 출범하면서 25개 정부 출연연 모두 독일의 프라운호퍼처럼 교류와 협력에 적합한 구조로 변화됐다. 무엇보다 장기간 대형 장비를 활용하는 위험 부담이 큰 연구는 민간이나 대학 모두 하기가 쉽지 않지만 미래를 열 수 있는 연구다. 이는 출연연만이 할 수 있다. →출연연의 성과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 출연연도 기술을 이전하거나 특허를 활용하고 있나. -현재 한국 출연연이 보유한 국내외 특허는 올해 6월 기준으로 3만 7058건에 이르고 매년 출원, 등록 건수도 증가세다. 특허 양적 수준으로는 전 세계 어느 국가에도 뒤지지 않는다. 보유 특허를 활용한 기술이전도 꾸준하다. 지난해의 경우 1687건의 기술이전 계약을 통해 843억원의 기술료 수익을 거뒀다. 25개 연구소기업도 운영 중이다.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콜마비앤에이치’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화장품 기업인 한국콜마가 합작한 기업으로, 지난해 8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연간 수조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치고는 초라한 성과라고 볼 수도 있다. 미활용 특허도 많아 보인다. -출연연의 역할이 바뀌는 시기이고, 방향은 제대로 잡고 간다고 본다. 지난해 17개 출연연이 530억원을 출자해 ‘한국과학기술지주’를 공동 설립한 것도 출연연의 기술을 창조경제에 맞춰 제대로 활용해 보자는 취지다. 2023년까지 200개의 자회사를 설립하고 2500여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미활용 특허가 많다고 하는데, 지난해 기준으로 기업에 이전돼 기술이 사용되고 있는 특허가 1만 2000건 정도로 전체 특허의 35% 정도 된다. 전체 특허의 절반가량은 특허 활용을 추진하고 있고, 아예 사용되지 않는 미활용 특허는 2009년 23%에서 지난해 16%로 줄었다. →애초에 미활용 특허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나. -최근까지 출연연의 연구·개발 정책은 기초에 집중돼 있었다. 기업이나 시장 수요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성과 확산을 전담하는 조직도 명확하지 않았다. 특히 기관평가와 개인평가에 특허 건수가 반영되면서 특허 쪼개기 등 실적 채우기를 위한 특허 양산이 이뤄진 것도 문제다. 앞으로 ‘강한 특허’와 ‘전략적 마케팅’을 통해 질적 성과 위주로 개선해 나가겠다. →기술을 이전하거나 특허를 활용하는 것 모두 전문가가 필요한 일이다. 과학기술자들이 주를 이루는 출연연에는 쉽지 않은 과제다. -현재 전략, 변리, 법률, 기술가치평가, 기술창업 등의 분야에 233명의 전문 인력을 갖추고 기술사업화에 전체 예산의 2.5%인 1042억원을 배정했다. 사업 기획부터 특허 동향, 기업 수요 조사 등을 포함한 전 주기적 지원을 해 나갈 계획이다. →창조경제 생태계에서는 출연연의 중소기업 지원을 중시한다. 하지만 출연연의 뛰어난 기술력을 중소기업 지원에 치중하는 데 대한 불만도 나온다. -출연연 본연의 임무는 대학과 산업계에서 하기 힘든 공공연구와 미래 원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하지만 출연연에 축적된 노하우와 보유 자원을 이용해 중소기업을 돕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전체 업체 수의 99%, 고용의 88%를 차지하는 국가 경제의 근간이다. 결국 이들이 강소형 기술혁신기업으로 재탄생하도록 돕는 것이 출연연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글 사진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이상천 이사장은 ▲경북 안동 출생 ▲서울대 기계공학과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석사 ▲미 노스웨스턴대 박사 ▲영남대 기계공학부 교수 ▲영남대 총장 ▲한국기계연구원장 ▲창원대 초빙교수 ▲한국산업단지공단 창원혁신클러스터추진단장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자문위원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초대 원장
  • 정몽구 회장, 인도·터키공장서 추석상

    정몽구 회장, 인도·터키공장서 추석상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추석 연휴 기간에 쉬지 않고 인도와 터키 공장을 차례로 방문해 글로벌 시장 점검에 나섰다. 정 회장은 추석 연휴가 시작된 지난 6일 현대차의 소형차 전략생산기지인 인도 공장을 방문해 생산 및 판매 전략을 살피고 현지 임직원과 가족들을 격려했다. 이어 9일 터키 공장을 방문했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달 초 현대·기아차 본사와 국내 생산공장이 여름휴가에 들어갔을 때 현대·기아차 미국 판매법인과 앨라배마·조지아의 공장을 방문해 미국 시장을 점검하기도 했다. 인도·터키 공장을 방문한 정 회장은 “최고의 경쟁력은 철저한 현지화에서 비롯된다”며 “인도와 터키 공장을 축으로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인도, 중동, 아프리카 등 신시장을 확보하라”고 말했다. 또 “시장별 고객들의 성향과 특성을 철저히 분석해 자동차를 개발하고 판매해야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정 회장의 출장은 두 공장의 전략적 역할이 바뀜에 따라 현지에서 생산되고 있는 전략 차량의 품질을 직접 살펴보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현대차는 유럽 수출 전진기지였던 인도 공장을 인도시장에 집중하는 생산 거점으로, 터키 공장을 유럽 소형차의 생산 거점으로 역할을 바꾼 상태다. 이 두 거점을 통해 현대차는 차명과 플랫폼, 디자인은 공유하면서도 차량 크기나 사양은 인도와 유럽 각 시장에 맞는 제품을 판매하는 한편 중동·아프리카 등 포스트 브릭스(BRICs) 시장으로 판매를 확대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오늘 69주년 광복절] “한·일 정상회담 개최 필요… 과거사-외교문제 분리 대응을”

    [오늘 69주년 광복절] “한·일 정상회담 개최 필요… 과거사-외교문제 분리 대응을”

    한반도는 2015년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내년은 2차 세계대전 종전으로 벼락같이 왔던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배 해방과 한반도 분단의 비극이 시작된 지 70주년이 되는 역사적 시점이다. 가해와 피해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은 1965년 국교 정상화로 관계 복원의 반세기를 맞이하고 있지만 양국 간 과거사 문제와 이를 둘러싼 갈등은 청산되지 않고 있다. 70년 전만 해도 세계의 전략적 중심선에서 비켜나 있던 한반도는 이제 글로벌 경제의 주요 축이자 동북아 각국의 이해가 교차하는 전략적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서울신문은 14일 광복 69주년을 앞두고 서희외교포럼(대표 장철균 전 스위스 대사)과 공동으로 ‘한반도 해방과 분단 그리고 극복해야 할 과제’라는 주제의 좌담을 마련했다. 장 대표, 신복룡 건국대 석좌교수, 여인곤 통일연구원 명예연구위원, 도시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최동주 숙명여대 교수 등 참석자들은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 징용 등 역사적 과오에 대한 반성과 시정 조치는 최근까지도 전 세계에서 확인되고 있는 ‘인류의 시대정신’의 발로로 봐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아베 신조 총리가 추구하는 일본의 우경화와 군국주의는 결코 시대정신이 될 수 없으며,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일 양국 관계에 대해서는 과거사와 외교 문제의 분리 대응을 주문했고, 양국 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공동의 인식이 컸다. 좌담에서는 한반도 분단의 일차적 책임은 김일성 주석에게 있으며, 향후 그에게 6·25 전쟁 피해뿐 아니라 통일을 지체시킨 역사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견해가 적지 않았다. 정권 교체 때마다 좌우로 흔들리는 우리의 ‘시계추 대북 정책’이 안정적인 남북관계에 부정적으로 작용해 왔다는 점도 제기됐다. →아베 정부 출범 후 한·일관계의 악화 문제는 무엇인가. -도시환 위원(도 위원):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 징용 등 현재 진행형의 과거사 문제는 일본의 불법적인 강점에 의한 식민주의 범죄로 반인도적 범죄 행위다. 국제사회의 철학이 인권 등 인류보편적 가치를 중시하고 있고, 2001년 서구 노예제도와 식민지 지배의 반인도적 범죄를 인정한 더반선언에 이어 아주 최근인 지난해 6월과 9월에는 영국과 네덜란드가 각각 식민통치를 사죄하고 배상을 하는 등 역사적 과오에 대한 시정 조치는 21세기의 시대정신이 됐다. -최동주 교수(최 교수): 군 위안부 문제가 국제노동기구(ILO)의 의제로 제시됐다는 건 중요한 문제다. 위안부를 강제 노동의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다. 일본은 1932년 11월 강제노동협약을 비준했고, 1944년 11월까지 효력이 유지됐다.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ILO에서 의제로 논의해야 하지만 일본 정부의 강력한 로비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ILO에서 위안부 문제를 의제화하는 데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데는 우리 스스로가 적극적인 외교 활동을 하지 못한 이유도 있다. →아베 정부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강화되고 있다. -도 위원: 일본은 1905년 러일전쟁을 통해 독도를 자국 영토로 침탈했다.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카이로 선언(1943년)과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1951년)을 통해 독도는 일본의 행정적 지배 범위에서 제외됐다.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건 한반도에 대한 점령지 권리 즉, 과거 식민지 영토권을 주장하는 것으로 한국의 독립을 부인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신복룡 교수(신 교수): 독도는 일본 국익에 치명적이지 않다. 절박하지도 않으면서 ‘정치적 제스처’만 하고 있다. 한 일본 학자는 “한국은 독도가 한국 영토를 입증하는 일본 측 자료를 갖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도 일본 영토임을 입증하는 한국 측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이 말이 사실이라는 데 있다. 독도 문제는 한·일 양국 학계 간의 전쟁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과 한반도 분단에 대한 우리 안의 인식 차이도 커 우려된다. -도 위원: 식민지근대화론의 핵심은 일제강점기의 한국 경제가 크게 성장했고, 해방 이후 산업화의 토대가 됐다는 주장이다. 매우 자의적 해석으로 조선 후기의 위기도 과장했을 뿐 아니라 식민 체제에서 우리 경제는 대단히 불평등했다. 생산수단은 소수 일본인이 장악했고, 조선인의 인적 자본 형상은 제한적이었다. -여인곤 위원(여 위원): 한반도의 학교 설립과 신문 창간, 전기·전차·철도 개통, 항만 건설 등 한국의 근대화는 일제의 식민 지배 이전인 19세기 말부터 서양의 투자나 자생적으로 시작됐다. 일제가 경인선, 경부선, 경의선, 경원선 등 철도를 부설하고 항만 등을 건설한 건 한국의 근대화가 아니라 식량과 자원 수탈, 그리고 만주와 중국 침략의 교두보 확보 차원이었다. -신 교수: 한국사학사의 기본적인 함정은 망국에 대한 자기 성찰과 회오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망국의 일차적 책임은 우리에게 있지만 식민지근대화론의 경우 그 용어 자체가 잘못됐다. 친일 사학이 아닌 바에야 식민지 시대가 한국을 근대화시켰다고 말하는 학자는 없다. 다만 식민지 시대를 거쳐 한국의 산업화가 진행되었다고 말할 뿐이다. -여 위원: 해방 후 한반도의 38선 분할은 일본군 무장해제를 목적으로 미국 트루먼 대통령이 제안하고, 소련 스탈린이 동의해 획정된 미·소 양국의 합작품으로 봐야 한다. 하지만 분단의 책임은 김일성 주석과 소련에 있다. -최 교수: 38선은 미국 입장에서 소련의 일본 군정 참여를 저지하기 위해 일본 본토와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소련군 진격을 멈추게 하려는 의도가 작용했다. 결국 38선이 한반도를 지리적, 이념적으로 둘로 나누고 전쟁의 불씨가 된 것으로 평가한다. -신 교수: 김일성 주석은 무력으로 통일할 수 있다고 오판하고 개전한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의 오판으로 300만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고, 통일은 70년이 지나도록 미뤄지는 어리석은 결과마저 초래됐다. 나는 김 주석에게 6·25전쟁의 일차적 책임뿐 아니라 분단과 통일을 지체시킨 책임도 크게 물어야 한다고 본다. →남북관계와 북핵, 한·일 갈등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여 위원: 북핵 위기가 20년이 됐지만 해결 전망이 매우 어둡다. 박근혜 정부가 북핵 폐기를 목표로 하되 우선 차선책으로 북핵 개발부터 동결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 사과 및 핵 동결과 우리의 5·24 대북 조치 해제를 패키지로 다뤄야 한다. -장철균 대표: 남북관계의 안정적 관리가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정권 교체 때마다 대북 정책이 좌우로 흔들리는 ‘시계추 현상’과 이로 인한 ‘안보 공회전’이 반복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대북 정책은 정권에 상관없이 일관적이어야 한다. -도 위원: 아베 총리가 지난해 ‘침략의 정의’를 부정한 데 이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려는 건 2차 세계대전 이전의 군국주의 부활의 궤적으로 봐야 한다. 아베 총리의 의도를 경계하며 주시해야 한다. -신 교수: 일본의 우경화는 시대정신이 아니다.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오히려 오랜 경제 침체와 중국의 부상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한 우경화가 발현되는 측면으로 이해하고, 지혜롭게 대일 접근을 모색해야 한다. -최 교수: 중장기적으로 볼 때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과 일본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개연성이 적지 않다고 본다. 우리가 대일 외교를 정상회담 개최 등을 통해 정상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여 위원: 현재와 같은 과거사와 외교 문제를 연계하는 방식으로는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갈 수가 없다. 두 문제를 분리해야 한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과 관련해서는 자위대의 개입 조건과 범위를 반드시 우리 정부가 미국과도 미리 협의해야 한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사설] 동북아 방정식 국익 앞세워 해법 찾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주 방한 활동을 통해 한국을 ‘친척의 나라’로 호칭하며 강도 높은 ‘러브콜’을 보냈다. 직접적인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미국, 일본 대신 중국과 손을 맞잡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실제 항일 공동기념식 개최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 등 우리 측으로선 상당히 민감할 수밖에 없는 제안도 과감하게 내놓았다. 동북아 정세가 격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앞에 또다시 고차원적인 외교 방정식 숙제가 놓인 양상이다. 어떤 해법을 내놓느냐에 따라 국가와 민족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박근혜 정부 외교안보팀의 어깨에 한없이 막중한 책무가 얹혀졌다고 할 수 있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는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세력 재편의 회오리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미·일 대 북·중’이라는 전통적인 진영 간의 대결구도는 깨진 지 오래다. 아시아 회귀 전략을 구사하는 미국과 이를 저지하려는 중국 간의 긴장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미·일 3각동맹 현 체제 유지에 매달리고 있다. 미국의 지원을 업은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 채비를 갖췄다. 고노담화 검증 등 브레이크 없는 우경화 페달을 밟고 있다. 대북제재 해제에 이어 수교 카드까지 꺼내들어 북핵 공조의 균열을 초래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이 방한해 일본에 대한 공동대응을 제안하고, 북핵 공조를 또다시 확약했다. 북·중 혈맹관계를 확신한 북한이나 “설마”하며 한·중 정상회담을 지켜봤던 일본으로선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특히 북한의 충격은 시 주석 방한을 앞두고 벌인 미사일 시위를 통해서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시 주석이 북한과의 갈등을 감수하면서까지 한국에 대해 이같이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는 까닭은 무엇인가. 결국 한국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고 싶다는 의도가 아니겠는가. 아울러 한·미·일 3각동맹의 핵심 축을 흔들어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줄여보겠다는 뜻도 없지 않을 것이다. 결국 미·중 사이에 낀 우리의 전략적 선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우리로선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편입하자니 이미 경제적으로 한 몸이 된 중국의 반발이 겁나고, 중국과 손을 맞잡자니 전통적 우방인 미국의 눈치가 보여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안팎 곱사등이 신세다. 그렇다고 한탄만 할 수는 없다. 어떤 선택을 하든 국익이 최우선돼야 한다. 주도적 균형외교를 통해 우리의 전략적 몸값을 높여 한반도에서는 미국도, 중국도 아닌 한국이 중심이 될 수 있도록 강하면서도 부러지지 않는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북핵 문제부터 출발점으로 삼길 바란다.
  • [동북아 무한 국익경쟁 시대] “北·日빅딜 정부 전략 제약” vs “北 개혁·개방 도움될 수도”

    동북아시아의 한·미·중·일·러·북 등 6자 관계의 치열한 수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부상하는 중국을 대륙 안에 묶어 두려는 미·일과 자국의 핵심 이익 지역을 동·남중국해로 확대하려는 중국, 납치 재조사와 대북 제재 완화 ‘빅딜’로 외교적 주도권을 쥐려는 북·일, 미국에 맞선 중·러의 군사 공조 행보까지 동북아 안보 지형도 요동치고 있다. 한국의 미·중 균형 외교 역시 기회와 위기의 양면을 위태롭게 오가고 있다. 미국은 한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 편입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고, 중국은 MD 문제를 한·중 관계의 ‘레드라인’으로 긋고 있다. 한편으로는 북한보다 한국을 우선순위에 둔 외교술로 미·일 동맹의 파고를 상쇄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특히 이달 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한·미·중 3국 간 북핵 해법이 도출될지도 관심이다. 그야말로 미·중 양강 구도 속에서 한반도의 남북과 일본, 러시아가 전략적 이익을 좇으며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습이다. 한반도 문제를 핵심 이익으로 삼고 있는 한국 외교도 역내 구도 변화에 따라 출렁일 수밖에 없다. 지난달 29일 북·일이 발표한 스톡홀름 합의의 파장을 주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2일 “북한이 (현 구도에) 답답함이 느껴졌기 때문에 판을 바꾸기 위해 일본을 끌어들인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북한의 숨통을 터줬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는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북·일 간 막혀 있던 일이 처음 풀렸다는 점에서 합의의 의미를 과소평가해서도 안 되지만 동북아에서 가장 고립되고 친구가 없는 두 나라의 합의를 과대평가할 필요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일 합의안에 대북 인도적 지원 검토 내용이 포함된 것과 관련, “일본이 북한에 의미 있는 (규모의) 식량원조를 하면 미국이 가만히 안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는 그동안 중국의 역할론을 지렛대로 한 대북 제재 공조를 북한 비핵화 압박 수단으로 구사해 왔다. 이 때문에 일본의 독자제재 완화가 한·미·중·일의 대북 정책의 단일 대오에 균열을 주는 부정적 영향이 주요하게 제기된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대중 외교를 통해 북한을 압박할 수 있다고 봤지만 북·일이 밀착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전략에도 제약이 생겼다”고 말했다. 한·미·중·일 4자가 균일하게 가해야 할 대북 압력에 김이 샐 수 있다는 우려다. 반면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일 합의의 긍정적 측면을 강조했다. 그는 “북·일 합의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전략적 상상력의 빈곤을 드러냈다”면서도 “북한의 외교적 고립 탈출이 경제 안정화와 개혁·개방 강화에 도움이 되는 효과가 있다”고 봤다. 현 국면에서 남북관계를 한반도 외교의 중심적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 집권 초 남북 관계가 중심이었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집권 2년 차에 국내 정치 메시지 성격이 강한 통일 대박론으로 전환되면서 남북 간 신뢰 프로세스 동력이 급격히 상실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신뢰는 상호주의이며 한쪽의 입장만 관철하는 게 신뢰가 아니다”라며 “5·24 대북조치 해제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남북이 합의하고도 지지부진한 고위급 접촉 카드도 추진체로 쓸 수 있다. 전문가들은 미·중 중심적 접근법을 탈피하는 외교안보라인의 유연한 사고를 주문했다. 신성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중 모두와 협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북한 문제에 대한 우리만의 독자적 전략도 관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정부가 군사안보적 측면만 강조해 북 도발 등 현상에 대응하는 면만 있다”며 “외교안보상의 전략과 위기관리의 두 축이 균형을 맞춰야 하며 역내 주요국의 의도를 종합적으로 읽고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열린세상] 특허심사관은 국가전략자산이다/백만기 한국지식재산서비스협회장

    [열린세상] 특허심사관은 국가전략자산이다/백만기 한국지식재산서비스협회장

    무형자산이 중심이 되는 창조경제에서 가장 핵심적인 자산은 특허와 같은 지식재산이다. 우리나라가 이제 국가 연구개발 투자 규모면에서 세계 6위, GDP 대비 1인당 연구개발투자 비율 측면에서 세계 2위가 됐지만 우리가 자체적으로 시장가치가 높은 고품질의 특허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우리의 창조경제는 사상누각이 될 수밖에 없다. 창의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는 발명가, 변리사, 그리고 특허심사관의 손을 거쳐 고품질 특허로 만들어진다. 에디슨 같은 발명가는 자율, 창의, 열정을 기반으로 실패가 자산이 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태어난다. 이러한 발명가의 아이디어를 보호 가능한 법률 문서로 만드는 역할을 하는 변리사는 국가시험제도를 통해 매년 200명 정도 공급되고 항상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한다. 하지만, 특허심사관은 정부의 공무원 수급정책에 따라서 제한된 인력 공급만이 가능할 뿐이다. 심사관의 역할은 변리사가 작성한 특허명세서를 예리한 면도칼로 도려내듯 선행기술과 차별화되는 기술에 대해 특허라는 독점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심사관의 자질과 능력이 미흡해서 부실특허가 양산되면 국가적 부담은 엄청나게 커진다. 부실 권리 때문에 특허의 유·무효를 다투는 심판과 소송이 많아지면 관련 기업의 경제적 손실은 물론이고 신생 벤처기업은 특허쟁송의 부담 때문에 꽃도 피우기 전에 시들어버리는 사례를 주변에서 종종 보게 된다. 수수료 수입에 의존해서 독립채산으로 운영하는 특허청이 시장의 수요에 따라 양질의 심사관을 계속 채용할 수 있다면 특허권 창출 3대 축의 하나인 심사관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공무원 총정원 유지라는 기존의 틀 속에서 심사관 제도를 운영하는 일이 계속된다면 우리가 경쟁국을 따돌리는 게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다. 무형자산의 시대에 세계 특허5강인 IP5 국가(미국, 중국, 일본, 유럽, 한국) 중 특허심사관의 확보를 국가전략적 차원에서 추진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한 듯하다. 미국은 관련 법제를 고쳐서 작년에 1146명, 금년에 1500명의 특허심사관 증원 작업을 완료했고 이제 전체 심사관 수 1만명, 심사 처리기간 10개월이라는 대 위업을 달성하려고 한다. 중국은 2015년까지 심사관을 추가로 9000명 더 확보해 수년 내에 1만 6000명의 특허심사대국이 된다고 한다. 경쟁국의 이런 통 큰 행보와 달리 우리 나라는 오리걸음하듯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 2011년 70명의 심사관이 증원되었을 뿐 지난 2년간 아무런 증원 없이 심사처리 기간은 경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어지고 있고 심사업무 부담도 미국이나 중국 심사관에 비해 세 배가 넘을 정도로 부담이 과중하다. 천하의 천재들만 모아 특허심사관으로 채용하더라도 미국 심사관보다 세 배 이상의 능력을 보여 주기는 어려울 것이고 무리한 심사 부담은 결국 심사의 질적인 저하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세계의 산업질서는 미국, 일본, 유럽이라는 기술 3극체제에 의해 유지되었지만 이제는 여기에 한국과 중국이라는 새로운 극점이 생겼다. 구한말 이후 우리가 산업기술에 관하여 세계 질서를 리드할 만한 힘을 지금처럼 갖춘 적이 없고 특허5극 체제는 우리가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신세계이다. 이것은 정부의 적극적인 기술드라이브 정책과 과감하게 모험적 투자를 해온 우리 기업들 때문에 만들어진 새로운 세계질서이다. 이의 중심에는 특허제도가 있고 특허심사관은 자국 기술 권리화의 첨병 역할을 하는 국가적인 전략자산이다. 다른 경쟁국과는 달리 우리는 아직도 과거 모방경제의 패러다임에서 특허심사관 문제에 접근하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종두법으로 유명한 지석영 선생이 고종에게 특허제도의 도입을 간청한 상소문을 올린 것이 1882년이다. 구한말에 고종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특허제도의 도입에 엄두를 내지 못하던 때 일본은 1885년 메이지 유신과 함께 과감하게 특허제도를 도입하여 산업기술의 새 시대를 열 수 있었던 것이다. 이번에 찾아오는 우리 역사의 새로운 기회, 즉 산업기술의 맹주로서 자리매김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우리가 이번에는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다.
  • 中 해양패권 야심 본격화… 美·中사이 낀 韓, 운신의 폭 좁아진다

    中 해양패권 야심 본격화… 美·中사이 낀 韓, 운신의 폭 좁아진다

    2010년 남중국해를 놓고 미국과 정면 충돌한 후 은인자중했던 중국이 시진핑(習近平) 체제 출범 후 대국의 ‘근육’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의 재무장을 지지하고 나섰고, 일본은 ‘전쟁할 수 있는’ 보통 국가에 성큼 다가서며 한국과는 날카로운 과거사 대립을 이어가고 있어 한국 외교의 운신 폭도 협소해지고 있다.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는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고, 미·일의 군사적 밀월은 한·미동맹을 추월하는 양상이다. 동북아시아 안보 지형의 급격한 변화 속에 한국 외교는 새로운 시험대에 섰다. 한국은 미·중 간 대립이 격화되고 역내 구조적 긴장 수위가 고조될수록 언제든 국익을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에 동맹 60주년을 맞은 한·미관계는 호재였다. 한·미 양국의 공동 이익을 극대화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략이 일본의 군사적 역할 강화로 귀결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미국이 아베 신조 정권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에 전폭적인 힘을 실어주면서 미·일동맹은 아시아 전략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재정 적자와 예산 부족에 시달리는 미국으로서는 안보 비용을 분담하고 중국 견제에도 힘을 보태겠다고 나선 일본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동북아에서 중국에 맞설 수 있는 나라를 일본으로 보는 인식도 짙어졌다. 일본 카드로 중국을 제압하는 미국식 이이제이(以夷制夷)라고 볼 수 있다. 북핵 문제도 마찬가지다. 미 국무부 내에서는 지난 20년간 ‘승자 없는 게임’(No Winner)으로 여겨지는 북핵 문제에 피로감을 보이고 있다. 직접 당사자인 한국이 더 많은 부담을 지기를 바라는 기류도 두드러지고 있다는 게 워싱턴 소식에 정통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4일 한·일관계가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과거 냉각된 한·일관계의 원인을 일본 탓으로 인식했지만 이제는 한국에도 책임을 돌리고 있다”며 “한국에 대한 워싱턴의 불만이 점차 커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박근혜 외교가 공들여온 한·중관계도 낙관할 수 없다.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양제츠 중국 국무위원으로 대표되는 양국 고위급 인사가 첫 외교안보 대화를 시작할 정도로 가까워진 한·중관계는 힘의 논리가 작동하면서 급속히 경색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중국이 지난 23일 동중국해에 자국 방공식별구역(ADIZ)을 일방적으로 선포한 게 이를 방증한다. 중국의 ADIZ 선포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상대인 일본을 겨냥한 군사적 조치로 보이지만 제주도 서남방 지역과 이어도 상공을 포함시킨 건 자국 국익을 앞세운 전략적 의도로 봐야 한다. 중국의 해양 패권 야심에 한국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메시지인 셈이다. 미국의 패권주의를 비난해 온 중국이 자국의 힘을 과시하는 외교로 전환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전통적 외교 노선인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와 ‘화평굴기’(和平掘起·평화롭게 우뚝 선다)에서 ‘유소작위’(有所作爲·적극적으로 참여해 할 일을 한다)와 ‘대국굴기’(大國?起: 큰 나라로 우뚝 선다)의 강경책을 펴는 수순으로도 지적된다. 중국이 힘을 조절하지 않고 좌충우돌할수록 미·일의 대중 견제 구도는 확고해질 전망이다. 한국이 미·중 간 양자택일의 기로에 서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대일 관계는 박근혜 외교의 딜레마다. 우리 외교의 전략적 레버리지가 됐던 한·일 안보 공조는 아베 정권과의 갈등 속에 휘청이고 있다. 한·일 간 핵심 동맹인 미국을 두고 경쟁하는 모습도 나온다. 과거사 충돌과 별개로 일본에 대한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데는 박 대통령의 대일 강경 의지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 전직 고위 외교 관료는 “현재의 동북아 구도는 분쟁이 격화되는 반면 신뢰와 공조는 극도로 위축되는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가고 있다”며 “각국이 협력보다는 자국 이익을 전면에 내세우는 데다 민족주의와 국내 대중의 불안감을 이용하면서 역내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韓·美 동맹 긴급 진단] 한·미 동맹 축으로 ‘日집단적 자위권’ 부정적 영향 차단

    [韓·美 동맹 긴급 진단] 한·미 동맹 축으로 ‘日집단적 자위권’ 부정적 영향 차단

    미국이 중국 견제 및 안보 비용 분담 차원에서 일본의 군사적 역할 강화를 옹호하면서 동맹의 무게추가 한·미동맹에서 미·일동맹으로 쏠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한·미동맹을 축으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우리 안보와 국익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차단한다는 기조다. 미·일 양국에 대해서도 미·일 방위협력 지침 개정 과정에서 우리와의 조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24일 “미국은 미·일동맹이라는 틀 안에서만 일본의 군사적 역할이 기능하도록 억누른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면서 “일본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한·미동맹이 현실적으로 도전받고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한·미동맹이 옛 소련과 북한 위협에 대응하는 냉전 시대의 전략적 산물이라는 점이다. 미국이 글로벌 전략으로 중국의 군사적 부상과 패권주의를 견제하고 나서는 데 한·미동맹의 역할은 구조적으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반면 미·일 간 군사적 밀착은 대(對)중국 억지력의 확장 성격이 짙다.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전략적 차이가 존재하는 셈이다. 정부의 딜레마도 이 대목에 있다.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을 반대할 현실적 명분이 크지 않은 데다 핵심 동맹인 미국의 아·태 전략에 어깃장만 놓을 수도 없다. 미국도 한·일 간 역사 갈등에는 거리를 두고 있다. 결국 ‘현실 직시’다. 한·미·일 3각 공조는 유지하되 역내 구조적 긴장과 충돌에는 냉정하게 대응하는 국익 위주의 균형 감각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여야, 특위·특검 수용엔 동상이몽… ‘예산’은 연내 처리 가능성

    여야, 특위·특검 수용엔 동상이몽… ‘예산’은 연내 처리 가능성

    박근혜 대통령의 18일 국회 시정연설 직후 새누리당이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특위 설치를 수용한 것은 당청이 ‘국회 정상화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교감한 결과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이 “국회에서 여야가 충분히 논의해서 합의점을 찾아주신다면 존중하고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후속대책인 셈이다. 청와대의 유럽 순방 기간 동안 청와대와 여당 사이 물밑 교감이 있었다는 관측도 나왔다. 시정연설 직후 여권에서는 박 대통령의 인식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는 평가가 나왔다. 앞서 박 대통령은 대선 개입 의혹 등에 대해 “사법부 판단과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원론적 언급 일색이었지만 이날 연설에선 ‘국회 안에서 논의 못할 주제가 없다’ ‘여야 간 합의’ ‘국민의 뜻’을 강조했다. 적어도 국회가 정국을 풀 핵심열쇠인 특검·특위에 대해 포괄적 논의를 하고 합의점을 도출할 여지를 둔 것으로 비쳐졌다. 그러나 연설 직후 민주당 반발에 이어 국토교통위·정무위 전체회의 취소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새누리당은 급하게 특위 제안을 들고 나왔다. 그래도 당장 얽힌 정국을 풀기엔 여야의 간극이 아직 크다. 새누리당은 국회 정상화를 전제로 특위를 수용했지만 특검 도입 요구에 대해서는 ‘수용 불가’로 선을 그었다. 황우여 대표는 전화통화에서 “일단 특위로 (국회 정상화의) 물꼬를 트고 또 기회가 된다면 (특검을) 검토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면서 “야당이 국정원을 개혁하겠다는 본질을 여권이 존중하면서 국민을 보면서 가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이 특검을 요구하는 회의록 유출 관련 의혹은) 검찰 수사 중인데다 무조건 특검을 받은 전례가 없다”고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새누리당의 특위 수용은 진일보한 자세이긴 하지만 특검에 대한 논의도 같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 핵심 관계자도 “야당이 제기한 건 특검과 특위인데 하나만 받겠다는 것은 ‘동문서답’”이라면서 “하나만 수용하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양특 수용‘을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여야가 합의를 이룰 수 있다면 그 고리는 ‘예산’이 될 전망이다. 예산을 연내에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은 여당으로서는 ‘능력’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어서 가장 피해야 할 일이다. 이는 야당에도 예상을 뛰어넘는 역풍으로 작용한다. 이날 민주당이 많은 고민 끝에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춘 것도 여론을 의식한 때문이다. “연내 예산 통과는 요즘 민심이 정치권의 1년을 평가하는 기준이 돼 가고 있다”는 데에 정치권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또 한편으로 민주당은 야권공조의 한 축인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특검 등과 예산안·법안 처리 연계를 반대하고 있어 전략적 절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열린세상] 흔들리는 미국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흔들리는 미국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우리의 전투 항공력과 세계 각국의 전투 항공기를 전시하는 국제에어쇼를 2년마다 공군은 개최한다. 짜릿한 곡예비행도 주목을 끌지만 세계 최첨단 항공 자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국민과 함께하는 항공 축제다. 올해는 청주에서 개최한다. 그런데 이 에어쇼에 우리의 동맹 미국 공군의 전투비행기를 찾아볼 수가 없다. 바로 얼마 전 봉합되었던 미 연방정부 셧다운 (폐쇄조치) 때문에 한국에 비행기를 보낼 수 없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전력운영에 치명적이지 않은 여러 행사를 대부분 취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미국은 처해 있다. 패권국가는 세계 안보와 경제 질서를 자국의 선호에 맞게 운영하는 국가를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패권국가의 동맹국들은 패권국 세계 질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또한 패권 질서의 안정적 유지를 위해서는 패권국의 경제력, 군사력 그리고 정통성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미국의 경제적 어려움은 매우 고질적이다. 이번에 겨우 봉합된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은 미국 경제의 고질적 난맥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앞으로 경기회복이 원만히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케 한다. 따라서 지난 10월 17일 백악관과 의회의 예산안 타결에도 불구하고 미 국방부는 예산의 그늘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1년 통과된 예산법은 국방 예산을 4750억 달러 (약 540조원)로 제한하였다. 따라서 국방부가 아무리 예산을 높게 요구하고 의회가 설사 통과시킨다 하더라도 국방부 예산은 자동으로 삭감된다. 이미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지난 17일 국방부 기자 회견에서 “동맹국들이 ‘우리가 미국과의 동맹에 의존할 수 있는가’, ‘미국은 조약과 약속을 지킬 것인가’ 등의 의문을 제기해 왔다”며 “이는 우리 모두의 중대한 문제로써 국가안보는 물론 세계에서의 미국의 위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사실상 어려움을 실토하였다. 경제적 어려움과 안보적 난관은 경기가 회복되거나 군 자산의 적절한 운영으로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미국의 패권적 정통성에 의심할 만한 일들이 여럿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미국의 주요 동맹국가 중 독일과 프랑스는 자국 대통령과 시민에 대한 미국 정보 당국의 무차별적 도청과 감청에 분노하고 있다.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 시민들의 사생활을 침해한 미국의 행동에 엄청난 비난을 표한다”라고 하였고, 메르켈 독일 총리는 “동맹국들끼리 이런 감시 행위를 하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으며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도청하는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적극 지지키로 하였다. 일본의 방위 예산 증강과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패권적 이익 때문에 그러한 결정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입장에서 역사적 진실을 정직하게 직면하지 않는 일본의 손을 번쩍 들어준 미국이 정말 우리의 동맹인가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한반도 과거사를 부정하는 일본을 지지하는 미국의 도덕적 잣대에 좌절할 수밖에 없다. 결국 미국의 어려움을 활용하여 자국의 이익을 확대하는 일본, 이를 “냉전적 사고를 버리지 못한 채 군사동맹을 강화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중국 사이에서 한국의 이익은 이미 설 자리가 애매모호해진 것이다. 더욱이 전시작전권 환수 연기를 통해 동맹의 그늘 속에서 안주하는 모양새를 연출하면서 남북관계의 건설적 발전이 없는 우리의 처지가 참으로 답답할 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이 과거와 같이 강대국 국제정치 비극에 휩싸이지 말아야 한다는 냉철한 국가관이 필요하다. 한·미동맹은 우리의 이익을 위한 것이지, 우리의 이익이 한·미동맹을 위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점점 현실화하고 있는 미국 패권의 변화를 인식해야 하는 냉철한 판단력과 전략적 상상력이 요구되는 시기에 살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외교안보 정책 결정자들과 보수 및 진보 식자들의 시대 소명적 각성이 요구된다.
  • [광복절 경축사 대북·대일 관계] 韓·日 관계 전망은

    한국의 광복절이자 일본의 패전일인 15일,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일본을 향해 협력과 경고의 메시지를 동시에 던졌다는 점에서 경색된 한·일 관계의 회복 여지는 남겨둔 것으로 평가된다. ‘강온양면’의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일본에 대해 ‘중요한 이웃’, ‘협력 동반자’라고 지칭하면서도, 역사 문제에 대해서는 “영혼에 상처를 주고 신체 일부를 떼어가려고 한다면 어떤 나라, 어떤 국민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일본과 협력할 것은 하되 과거사 왜곡과 독도 도발 등 원칙적 문제에는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대일 정책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일본군 위안부와 독도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책임 있는 조치를 기대한다는 원론적 표현으로 에둘러 경고한 것은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한 일본의 역할과 태도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한·일 관계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행보에 달려 있다는 게 중론이다. 아베 총리가 우경화 정책을 거세게 밀어붙일수록 양국 관계는 최악의 국면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아베 정권이 지난달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데다 2016년까지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선거가 없어 향후 몇년간 일본의 집권 세력으로 탄탄하게 자리 잡았다는 데 있다. 우리 정부로서는 일본이 중요한 역내 파트너이자 한반도 문제와 대(對)중국 정책에 있어서 ‘레버리지’ 역할을 할 수 있는 한·미·일 3각 공조의 주요 축이라는 점에서 마냥 일본을 외면할 수는 없다는 게 현실적 고민이다. 송석원 경희대 교수는 아베 정권과의 대화가 장기적으로 파행을 보이고 있는 것이 정상적 상황이 아니라고 진단하면서 “당장 성과를 내지 못해도 가벼운 현안부터 대화를 이어가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올 하반기 다자 외교 무대에서 한·일 정상 간의 접촉 가능성은 높다. 다음 달 5~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10월 인도네시아 발리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국면 전환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공물 봉납료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대신한 아베 총리가 10월 추계 예대제에 직접 참배한다면 한·일관계는 지금보다 더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창간 특별기획] 한반도는 美·中 새판짜기 핵심… 전략적 외교로 주도권 펼쳐야

    [창간 특별기획] 한반도는 美·中 새판짜기 핵심… 전략적 외교로 주도권 펼쳐야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지난달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새로운 국제 질서의 축으로 ‘신형(新型) 대국관계’ 정립을 본격화하고 있다. 미·중 신형 대국관계는 향후 박근혜정부의 외교적 시험대로 작용할 전망이다. 서울신문은 17일 김흥규 성신여대 교수와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의 대담을 통해 한반도 안보 지형에 미칠 영향을 진단하고 우리 외교 전략을 모색했다. 두 교수는 한반도가 미·중 간 전략적 이익이 교차되는 주요 지역으로 부상하고, 미·중이 새판짜기에 나서고 있는 만큼 한반도 주도권을 전개하는 한국의 전략적 공간 확대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미·중 신형 대국관계 현실화될까. -김흥규 교수(이하 김흥규) 중국은 후진타오 체제까지는 발전도상국으로 인식했지만, 시진핑 시기부터 스스로를 강대국으로 인식하고 있고, 이 맥락에서 신형 대국관계 수립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에 대해 현실적인 중국의 부상을 인정하고, 그에 합당한 호혜 평등의 입장에서 상호 핵심 이익을 존중하자고 주장한다. 신형 대국관계는 향후 세력전이의 판도와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중국은 2020년 이전에 경제적 총량 규모에서 미국을 추월하겠지만, 미 중앙정보국(CIA) 보고서나 중국 내부 평가를 보면 미국과의 군사적 대등 시기는 2030년 이후다. 중국은 2020년까지 전략적 기회의 시기로 보고, 미국이 이끄는 국제질서의 틀 안에서 경쟁할 것이다. 세력전이가 본격화될 향후 10~20년 사이가 신형 대국관계가 크게 시험받는 시기가 될 것이다. 미·중이 핵을 사용하는 전면적 대결은 불가능한 시대다. 중국의 핵전략은 미·소 간 냉전을 가능하게 했던 ‘상호확증 파괴 능력’(Second Strike Capability)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중국의 탄도핵은 50기 이하다. 신형 대국관계의 요체는 중국이 미국에 대한 군사적 도전을 하지 않는 대신 중국의 핵심 이익은 챙기겠다는 의도다. -김현욱 교수(이하 김현욱) 신형대국관계가 미·중 간 협력하는 관계로 나가자는 것이지만, 양국의 속내는 다르다. 2010년 미·중 갈등기를 겪고 난 후 미국이 적극적인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펴기 시작했다. 신형 대국관계는 중국이 미국에 대해 좀 더 균등한 패권국으로 성장할 때까지 시간을 벌려는 의도가 크다. 즉, 중국은 미국의 아시아 정책을 무디게 만들기 위해 대국관계를 제시했다. 향후 5년, 길게 보면 10년까지 신형 대국관계가 유지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미국은 자국 주도의 국제 체제에 중국을 편입하려고 하기 때문에 신형 대국관계는 오랜 기간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시진핑 체제의 중국 외교는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가. -김흥규 시진핑 체제의 핵심 외교 기조는 ‘신형 대국관계’와 ‘균형’이란 개념으로 요약된다. ‘신형 대국관계’는 미국과의 협력에 방점이 있고, ‘균형’은 경쟁에 방점이 있다. 시진핑 주석이 방문한 국가를 보면 러시아, 아프리카, 남미였고, 리커창 총리는 인도, 파키스탄, 독일, 동유럽을 방문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동남아시아를 먼저 찾았다. 그림을 그려보면 미국이 재균형 정책으로 집중하고 있는 아시아를 역으로 포위하는 구도다. 시진핑 외교는 미국과의 조정과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경쟁에 나서는 기조다. -김현욱 신형 대국관계는 이미 존재하고 있다. 소위 G2(주요 2개국) 관계가 신형 대국관계이다. 미·중은 이미 상호 경쟁과 협력 속에서 국제 사회를 이끌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자국 위주의 국력, 인프라, 소프트 파워 개발을 통해 미국 중심 체제에 실질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시기가 오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목표일 것이다. 이를 위해 군사적으로 중국을 압박해 나갈 수 있다. -김흥규 과거 미국은 중국을 지역적 차원의 ‘이해상관자’로 대우하면서 상응하는 책임을 요구했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을 글로벌 차원의 ‘이해상관자’ 지위로 격상했다. ‘신형 대국관계’에 대한 미국의 긍정적 태도는 대중국 전략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신형 대국관계가 한반도에 미칠 영향은. -김흥규 신형 대국관계에서 한반도는 미·중의 전략적 이익이 교차되는 지역이고, 양국 간 협의·조정·타협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직접적인 대결을 회피하면서 주변국 외교를 강화하는 전략을 쓰고 있고, 한국이 그 대상이다. 중국 내 전략사고에서 과거 완충 지대가 북한뿐이었다는 생각이 강했다면, 이제는 한반도 전체를 완충 지대로 보고 있다. 중국이 왜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을 중시했고, 한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제스처를 보이는지 이해할 수 있다. 중국은 북한은 물론이고 한국에 대한 영향력도 확대해 한반도 전체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 한다. 한·중 관계는 중국의 남북한 균형정책 속에서 북·중관계와 맞물려 갈 수밖에 없다. -김현욱 신형 대국 체제에서 미·중 양국은 한반도에서의 갈등 상황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이 북한을 전략적 완충지대로 여겼던 건 미국의 대 중국 압박 정책에 대한 대응이었다. 신형 대국관계로 미·중 간 적대관계를 어느 정도 청산할 수 있다. 중국은 한국을 전략적으로 중시하고 북한에 대해 채찍도 쓸 수 있다. 즉, 중국의 대북정책 변화는 미·중관계 변화로 인한 것이다. 한국이 한·미·중 3자 공조의 공간을 확대해야 하는 이유다. →앞으로 북·중 관계를 전망하면. -김흥규 북·중관계에 혁명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시진핑 체제에서 일어난 2013년 2월 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중국은 북한과의 정상 국가관계를 전면적으로 내세우기 시작했다. 북한이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해치면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인식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중국은 북핵에 대해서도 일정 수준까지는 대미 카드로 효용성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북한의 핵무장을 막지 않으면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자체가 상실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아직은 중국이 북한을 포기할 만한 객관적, 구조적 조건들이 변한 건 없다. 중국의 대북정책은 북한의 태도는 물론이고 한·중, 미·중관계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중국의 고민은 김정은이 김정일만큼 전략적 사고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북한이 자신의 전략적 이익을 존중할 것인지에 대한 불신 속에서, 김정은 정권이 중국에 전략적 부담이 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김현욱 3차 핵실험 이후 북·중 관계가 변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중국은 비핵화를 대북정책의 우선 순위로 격상했다. 그렇지만 이런 변화가 시진핑 시대의 근본적인 대북정책의 변화인지는 미지수다. →우리의 외교 전략을 조언해달라. -김흥규 국제 관계에서 우리(한국) 위상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정권 초에는 늘 원대한 목표와 이상을 제시하고도 정권 말이 되면 전형적인 ‘약소국 외교’로 돌아섰다. 현재의 국제 관계를 이상이나 당위성 차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한국은 중견국이고, 그렇다고 강대국의 게임에 피동적으로 움직이는 약소국도 아니다. 분명한 한계는 있지만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공간도 분명히 존재한다. 우리 외교가 쉬운 답만 찾는 근시안적 처방을 추구하면 안 된다. 약소국이 가장 적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초강대국과의 동맹 외교다. 그러나 미·중 간 세력전이가 일어나는 상황에서는 단기적인 생존 전략일 뿐 중·장기적으로는 치명적일 수 있다. 복잡하고 불가측한 국제 정치를 읽어내고 전략적 사고를 하면서 유연하게 미·중과의 공통 이익을 찾아 나가는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 외교의 인적·조직적 자원을 확충하며 전략적 역량을 키워야 한다. -김현욱 우리가 중국에 밀착해도 한·미동맹은 중시해야 한다. 중국이 왜 한국에 대해 칙사 대접을 할까 생각하면 결과적으로는 미국과의 관계 때문이다. 한·중 관계가 중국의 대미 정책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한·미동맹을 축으로 중국과 북한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이 중국으로서는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을 계속 상기시키는 이유가 된다. 중국과의 신뢰를 확장하고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내실화해야 하지만 우선적으로 중요한 건 한·미동맹이다. 미·중이 한반도를 좌지우지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 미·중관계가 악화되면 한반도가 그 갈등의 희생양이 되거나 휩쓸릴 수 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궁극적 목표는 남북통일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남북통일로 가기 위한 프로세스다. 결국 남북관계의 정상화가 중요하다. 남북관계는 미·중 사이에서 우리가 한반도 상황의 주도권을 쥐고 갈 수 있는 궁극적인 해답이 아닐까 싶다. 정리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김흥규 교수는 -현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및 민주평통 상임위원 -서울대 외교학과 학사 및 석사 -미국 미시간대 정치학 박사 -前 청와대 정책자문위원 및 국가정보원 중국 정책자문위원 ■ 김현욱 교수는 -현 국립외교원 교수 및 미주연구부장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미국 브라운대학교 정치학 석박사 -전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 [열린세상] 두 개의 제국 사이에서/민병원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두 개의 제국 사이에서/민병원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난 5월과 6월은 대통령의 방미·방중 외교로 부산했다. 정부가 바뀌고 남북관계가 위기로 치닫는 과정에서 새롭게 주변 강대국과 현안을 논의하고 입장을 조율하는 자리가 시급했을 것이다. 한·미 간에 이루어진 공동성명에서는 이전 정부 때부터 지속되어온 ‘포괄적 전략동맹’의 구도가 다시 확인되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더불어 비핵, 민주주의, 자유시장의 원칙에 입각한 한반도 평화통일 3원칙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 한·중 간에 이루어진 공동성명을 보면 한·미 간의 성명에 비해 꽤 다른 모습이 관찰된다. 우선 분량이 많다. 한·미 간에는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원칙적인 내용들이 편안하게 표현되고 있는 반면, 한·중 간에는 많은 내용들이 체계적으로 그리고 다소 엄격한 방식으로 기술되고 있다. 번호까지 붙어 있는 걸 보니 고시 답안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문안 합의에 고민과 어려움이 많았음직하다. 정치적으로는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라는 애매한, 그러나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이 제시되었다. 동아시아적 특성을 살린 ‘소통’과 ‘인문 유대’의 측면을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이런 차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한·미 간에는 60년에 걸친 정치적, 군사적 ‘동맹’의 역사가 자리 잡고 있어 많은 이야기를 굳이 명문화하지 않아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는 것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냉전이 종식된 지 벌써 20년이 넘었고, 군사동맹의 목적이나 기능이 변화할 수밖에 없는 지금 시점에서 한·미동맹도 재검토 대상이 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마찬가지로, 한·미동맹의 기능적 필요성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안보위협이 어느 곳보다도 큰 한국 입장에서는 동맹이 이완되면서 나타날 수 있는 ‘방기’(abandonment)의 우려를 떨칠 수 없다. 동맹관계에서 ‘방기’가 걱정되니 매번 만날 때마다 ‘안보 공약’ 재확인을 요구한다. 방위비 분담이나 다양한 군사협력을 통해 동맹이 건재함을 보여주는 일도 한·미동맹 관계의 주요 메뉴다. 그런데 이런 관계가 지나치면 원치 않는 ‘연루’(entrapment) 관계에 대한 걱정도 커진다. 동맹은 쌍방 또는 다자 간의 합의이기 때문에 내가 원치 않더라도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과거 ‘전략적 유연성’의 개념을 둘러싸고 한·미 간에 이견이 노정된 것도 이런 ‘연루’ 관계에 대한 우려가 원인이었다. 그만큼 동맹관계가 너무 느슨해져도 걱정이고, 심화되어도 걱정이다. 한·미동맹은 미·일동맹과 더불어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있어 중요한 축을 이루어왔다. 그런데 이번의 한·중 공동성명에서는 한·중·일 간의 협력 및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별도로 언급하고 있다. 한·미·일 3국간의 기존 협력프레임을 상당한 정도로 흔들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한·미 그리고 한·중 간에 얼마나 심각하게 논의한 결과인지는 알 길이 없으나, 5월과 6월의 정상회담 결과가 서로 잘 들어맞지 않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한국이 기존의 한·미동맹 틀에서 벗어나 중국과의 관계를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하기로 한 것인지 주변 국가들이 궁금해할 일이다. 최근 과거사 문제나 영토문제 등으로 한국·중국과 불편해진 일본은 그렇다 치고, 태평양 건너에서 한·중 간의 대화를 바라보아야 하는 미국의 입장은 또 어떨까? 강대국들 사이의 세력구도 변화가 낳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기에는 한국의 동맹관리 전략이 부실한 것은 아닐까? 역사학자 앙드레 슈미드는 ‘제국, 그 사이의 한국’이라는 저서를 통해 구한말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처한 한국의 고뇌를 탐구한 바 있다. 기울어져 가는 제국인 중국과 떠오르는 제국 일본 사이에서 한국은 ‘민족’이라는 개념을 통해 생존을 모색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21세기가 된 지금, 새롭게 떠오르는 글로벌 파워 중국과 오랜 동맹인 미국 사이에서 한국은 어떤 생존전략을 구상해야 할까? 마침 이달 초에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사고를 일으켰던 항공기는 중국인이 절반을 차지하는 승객을 싣고 미국으로 향하던 한국 국적기였다. 21세기를 움직일 두 제국을 부지런히 연결하는 한국의 모습을 상징하는 듯 안타까운 마음에 더하여 만감이 교차한다.
  • [정전협정 60년] (7) 한반도 분단을 보는 외국의 시각(상)

    [정전협정 60년] (7) 한반도 분단을 보는 외국의 시각(상)

    ■미국·중국의 입장 美 ‘中 견제 전초기지’ vs 中 ‘대미 완충지대’… 전략적 인식 심화 미국은 공식적으로는 조야(朝野)를 막론하고 한반도 분단의 조속한 종식과 평화적 통일을 바란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연방하원의 여야 의원들이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을 맞아 ‘한반도 평화·통일 기원 결의안’을 발의한 것이 단적인 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리 간단치 않다. 한반도 통일은 어디까지나 미국의 국익에 부합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통일 한국’은 친미적이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숨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통일 한국’이 친(親)중국 성향으로 기울 것이란 우려가 제기될 경우 한반도 통일에 대한 미국의 자세는 소극적으로 변할 개연성이 크다. 현실주의 이론의 대가인 미국 시카고대학의 존 미어셰이머 교수는 2011년 한 세미나에서 “그동안 급속한 국력 신장을 이룬 중국이 향후 수십년간 더욱 힘을 키워 미국을 능가할 정도가 된다면 한국은 중국에 편승해 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런 맥락에서 급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것을 동아시아 정책의 기조로 설정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한국에 공을 들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지리적으로 중국에 매우 근접해 있는 한국이야말로 대(對)중국 견제의 전초기지로 삼기에 더할 나위 없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이 틈만 나면 한·미 동맹을 “린치핀”(linchpin·핵심)으로 부르며 중요성을 부여하는 배경에는 이런 계산법이 작용한다. 한반도가 통일되면 북한발 위협이 사라지면서 미국의 한반도 방위 부담이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과거에는 많았지만 최근 중국의 국력이 급신장하면서 이런 전망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반도 통일 이후에도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한반도 방위 역량을 유지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중국과의 갈등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인들이 ‘한국전쟁’ 하면 떠올리는 것은 ‘미군의 북한 침략’이다. 중국의 대표 백과사전 격인 사해(辭海)에는 중국의 한국전쟁 참전과 관련해 “한국에 내전이 일어나자 미군이 북을 침략하고 나아가 중국 변경인 단둥(丹東)까지 치고 올라온 탓에 중국이 전쟁에 참여해 나라를 지키고 북한을 도와 미국을 물리쳤다”고 미화한다. 중국에서도 김일성의 남침설을 제기하는 학자들이 있다. 화둥(華東)대학 역사학과 선즈화(沈志華) 교수는 러시아 비밀 문서를 토대로 한 연구를 바탕으로 꾸준히 남침설을 제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2010년 환구시보 영문판에서 “스탈린이 1950년 4월 김일성의 남침 계획을 허락했고, 그해 5월 중국 베이징에서 마오쩌둥(毛澤東)으로부터 미군이 개입하면 중국이 돕겠다는 승락을 받았다”며 남침설을 주장했다. 그러나 주류 역사관은 아직도 북침이다. 일부 개혁파 지식인들은 “중국의 참전 결정은 마오가 소련과 밀착해 국내 정권 기반 강화 수단으로 삼기 위해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당국의 인식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참전 결정은 마오가 내린 것이고 마오는 중국의 국부여서 마오에 대한 부정은 곧 중국 공산당의 권위를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한·중 관계가 어느 때보다 좋지만 당국이 아직은 한국전쟁에 대한 시각은 물론 한반도에 대한 근본적인 태도를 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역사학자 장리판(章立凡)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핵은 중국에도 위협 요소여서 중국이 북에 대한 지지를 거둬들이고 미국과 협력하면 북한 문제는 바로 해결된다”면서 “다만 이 경우 미군의 도움으로 남한 주도의 통일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중국은 여전히 완충지대로서의 북한을 포기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한반도 분단 해결에는 장애물이 많다”고 내다봤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러시아·일본의 시각 러 “北, 중·러 감정골 이용 땐 분단 상황 지속” 1948년 한반도 분단은 냉전의 산물이었다. 미국과 함께 냉전의 한 축을 이뤘던 소련(현 러시아)은 영토 접경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막을 ‘완충지대’가 필요했다. 홍완석 한국외대 러시아연구소 소장은 “소련은 영토가 크기 때문에 항상 완충지대를 만든다. 유럽의 핀란드, 중앙아시아의 몽골이 대표적이다. 북한도 그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소련은 38선 이북을 동아시아에서 사회주의의 보루로 삼았지만 1950년 한국전쟁 이후 소련이 갖고 있던 영향력의 우위는 서서히 중국으로 넘어가기 시작한다. 북한 문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는 “소련은 미국과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려고 북한 정권을 지지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전쟁 즈음만 해도 북한 지도부가 혁명적 이상주의를 어느 정도 유지했기 때문에 러시아의 시각에서 북한의 남침은 침략이 아닌 해방전쟁이었다”며 한국전쟁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을 설명한다. 그러나 중국이 사회주의 진영에서 러시아의 패권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세력을 확장하면서 중국과 소련 간 감정의 골이 깊어졌고, 북한이 이를 잘 활용하면서 분단이 계속 이어지게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단을 끝내기 위해서는 러시아의 역할이 남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기계형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연구교수는 “러시아는 한국이 통일되는 게 동북아의 안정에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통일 한국이 중국과 일본을 견제할 수도 있는 등 한국의 통일이 러시아의 장기적인 이익과도 일치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분단의 ‘당사자’였다면 일본은 ‘수혜자’였다. 분단이 고착화된 결정적 계기 중 하나인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일본을 한국전쟁의 병참기지로 만들고 싶었던 미국의 입장 때문이다. 미국은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일본과 서둘러 맺었고, 이를 통해 패전국 일본은 정치적으로 ‘정상 국가화’ 됐다. 김민규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일본의 정치인들은 이런 점을 대놓고 말하지 않는 경향이 있지만 한반도의 지정학적 요인이 일본에 혜택을 줬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 [韓·美 정상회담] 朴대통령 “日, 거울 보고 올바른 역사의식 가져라”… 오바마 공감

    [韓·美 정상회담] 朴대통령 “日, 거울 보고 올바른 역사의식 가져라”… 오바마 공감

    동북아시아의 전통적 동맹 구도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두드러진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역사 도발 행태를 거론하고 공동선언에서 한·미 동맹의 성격을 아시아·태평양 지역 평화와 안정의 ‘핵심축’(린치핀)으로 규정한 건 한국의 전략적 위상 강화를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의 우경화 행보에 대해 “일본은 거울을 보고 책임 있는 역사의식을 가져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워싱턴포스트(WP)와 가진 인터뷰에서 동북아 역내 긴장 조성의 한 당사자로 북한뿐 아니라 일본을 지목하는 등 강경 발언을 내놓았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도 “동북아 지역 평화를 위해서는 일본이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언급했고 오바마 대통령도 이에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8년 전 (WP와의) 인터뷰 때도 북핵 위기와 일본의 독도 발언으로 긴장이 고조된 상황이었지만 여전히 조금도 개선되지 않고 이런 상태가 됐다는 것이 답답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뿐 아니라 주변국들의 상처를 이렇게 덧나게 함으로써 결속을 약화시키고 이런 문제에 대해 발목을 잡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또 북한을 제외한 역내 긴장 조성에 누가 책임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영토라는 것이 사람으로 봤을 때 국민의 몸이라면 역사는 그 국민의 혼이라는 말이 있다”며 “역사라는 것은 작은 불씨가 크게 번질 수 있기 때문에 바르고 냉철한 역사 인식을 가지고 가야만 불행한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대외정책은 일본 쪽에 무게가 실려 있던 게 현실이다. 그러나 올해 60주년을 맞은 한·미 동맹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미·일 동맹 구도의 균형추가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린치핀은 마차 바퀴가 이탈되지 않게 축에 꽂는 도구로, 핵심 동맹국을 외교적으로 지칭할 때 쓰는 용어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0년 6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한·미 동맹을 린치핀으로 처음 표현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박 대통령의 당선 축하 성명에서도 이 단어를 썼다. 그동안 미·일 동맹은 린치핀과 ‘코너스톤’(주춧돌)을 혼용해서 표현했다. 김기정 연세대 교수는 “한·미 동맹의 비중이 커졌다는 시각은 우리 해석일 뿐 미·일 동맹을 우선시하는 미국의 기조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한반도 안정을 위한 한·미 동맹의 틀이 잘 작동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워싱턴 정가에서 아베 정권의 역사 왜곡 언행은 한·미·일 3각 공조에 악영향을 주는 골칫거리로 판단하고 있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 박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망동이 동북아 평화 협력를 저해하고 있다는 인식을 분명히 드러낸 만큼 오바마 정부가 강화된 대일 메시지를 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미국 입장에서 일본은 핵심적인 동맹국이지만 한편으로는 미국의 아시아에 대한 전략적 리밸런스(재균형) 정책에서 한국의 역할과 협력의 필요성도 커졌다”며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이 공동선언에서 명확히 드러난 셈”이라고 말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대통령은 야당에 양보할 명분 주고 야당은 정부출범 협조해야”

    “대통령은 야당에 양보할 명분 주고 야당은 정부출범 협조해야”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놓고 청와대와 야당의 정면충돌로 헌정 사상 초유의 ‘국정 공백’이 장기화하자 ‘지금껏 이런 국회, 이런 청와대가 없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조직법 개정이 5년마다 되풀이되는 여야 갈등의 큰 축이지만 이번처럼 국정을 볼모로 자존심 싸움을 확대한 적이 없어서다. 갈등을 치유하고 통합에 나서야 할 대통령과 정치권이 오히려 정치력 부재로 국정을 위기로 몰아넣는 행태에 대해 정치 원로와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시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통 큰 정치’를 주문했다. 이 전 의장은 5일 “모두가 자기 입장과 자기 당만 생각하고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지 않는 편협한 마음이 지금의 사태를 낳았다”고 전제한 뒤 “대국민 담화를 통한 박근혜 대통령의 심경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그런 장면이 나오기 전에 여당은 협상력을 발휘해 야당과 타결점을 찾았어야 했고 야당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는 데까지는 협조하고 출범한 후에 잘못한 국정운영에 대해 비판하고 시정을 요구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쪽의 기싸움에 국민들만 희생을 당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양보하는 사람이 승리하는 만큼 여야 모두 국민의 마음을 얻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창희 국회의장은 “이제 이성과 냉정을 되찾아 역지사지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면서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말이 있듯이 최선보다 나은 차선이 얼마든지 있다는 상식을 떠올리는 것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사생결단식의 정치적 후진성을 버리고 전략적 마인드를 키워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여야가 정부조직법 개정안 하나를 갖고 싸우고 있는데 그보다 중요한 국정 과제들도 있다”면서 “(야당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내주고 기초연금이나 경제민주화, 복지 등에서 얻을 수 있는 전략적 접근과 시야를 넓히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부 이양기 때마다 정부 조직을 바꾸려는 정치권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정부 조직 개편을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당연히 국회가 통과시켜 줄 것으로 판단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대통령만 국민들로부터 위임을 받은 것이 아니라 의회도 국민들에 의해 선출됐다”면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경우 의회를 거쳐야 하는 만큼 (대통령이) 사전에 의회의 협조를 구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야당이 양보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윤 교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대선 승리로 위임받았다고 해석될 수 있는 만큼 박 대통령의 뜻대로 야당이 양보하는 것이 순리이고, 청와대와 여당은 방송 장악을 막을 수 있는 별도의 규제나 제도를 만들어 야당의 우려를 불식하는 것이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밝혔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열린세상] 창조경제의 핵심 기반은 특허제도다/백만기 한국지식재산서비스협회 회장

    [열린세상] 창조경제의 핵심 기반은 특허제도다/백만기 한국지식재산서비스협회 회장

    박근혜 정부의 출범과 함께 요즘은 어디를 가나 창조경제가 화두다. 혹자는 창조경제의 요체는 인재 양성이라 하고, 이스라엘과 같이 벤처창업을 통한 ‘창업대국’이 되는 것이 핵심이란 주장도 있다. 사실 우리가 지향하는 창조경제 자체가 과거의 경제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창조경제와 관련되지 않은 정부 부처는 하나도 없을 것 같다. 대통령의 선거 공약집에는 ‘창의적 상상력에 과학기술을 접목하여 새로운 일자리와 성장기반을 창출하는 것이 창조경제’라고 정의하고 있다. 영국의 경영전략 전문가인 존 호킨스는 2001년 펴낸 ‘창조경제’(The Creative Economy)라는 책에서 ‘새로운 아이디어, 즉 창의력으로 제조업·서비스업·유통업 및 엔터테인먼트 산업 등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을 창조경제라고 설명한다. 새 정부가 추구하는 창조경제는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두 축으로 삼아 산업 간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전략적인 개념이다. 산업의 융·복합화 추세에 따라 세계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좋은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사업화해 창업으로 연결하는 것은 과거의 행정부에서도 다소간 진행돼 왔던 정책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는 ‘시장 선도자’(First Mover)가 될 수 있는 혁신적 발명을 통해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보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건강한 특허제도와 지식재산 생태계의 구축이 필수적이다. 한국경제가 1960년대에 경제 개발을 시작할 때만 해도 우리의 발전모델은 선진국과 너무 달랐다. 즉, 적은 개발비로 최대 효과를 얻는 ‘모방경제’가 발전전략이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과학자들은 세계 최초의 발명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선진국에서 이미 개발한 기술을 한국에 적합하게 도입하고 개량하는 것이 핵심이었던 것이다. 이는 기존 선진국의 발전 모델과 확연히 다르다. 영국은 증기기관의 발명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의 초기부터 발명자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특허제도를 활용했고, 미국은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 건국 초기 국무장관과 특허위원장을 겸직할 정도로 혁신국가의 중심에 특허보호제도를 두었다. 그들의 경제발전은 ‘창조경제’와 함께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도 메이지유신 때 신사유람단이 미국을 다녀온 이후 특허제도 도입을 서둘렀고, 독일도 철혈재상인 비스마르크 시대에 특허제도를 통일독일에 적합한 제도로 완성했다. 반면, 우리의 특허제도는 해방 이후 부지불식간에 도입됐지만 경제 발전전략 차원에서 세심히 설계된 제도는 아니었다. 지적 창작물에 대한 무형의 가치를 인정하고 사유재산권이라는 법적 제도로 확립된 것이 바로 특허 등 지식재산 보호제도이다. 선진국과 달리 해외의 기술 도입을 통해 성장하는 개발도상국은 특허의 강력한 보호보다는 미약한 보호체제가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국가 전체로 연간 50조원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1인당 연구개발 규모가 세계 3위에 이르게 된 우리의 경우, 제대로 작동하는 특허제도의 도움 없이 창조경제를 이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설사 뛰어난 첨단기술을 개발하고 사업화에 성공한 벤처기업이라도 특허 보호가 전제되지 않으면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대기업과 약육강식의 시장에서 제대로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측면에서 신기술 창업과 동반성장 그리고 경제민주화도 건강한 특허제도의 기반 아래에서만 가능하고, ‘창조 경제’의 주무 부서인 미래창조과학부는 국가 전체의 지식재산정책을 하나의 큰 축으로 삼아서 과학기술과 ICT에 씨줄과 날줄로 엮어 넣어야 한다. 중국도 덩샤오핑 집권 이후 특허제도를 새롭게 도입하면서 세계 5대 특허강국의 하나로 우뚝 섰다는 점과 원자바오 총리가 2009년 3대 국가전략의 하나로 지식재산을 지목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향후 5년 내에 IT와 조선 등 우리의 주력기업 10곳 중 4곳이 중국기업에 추월당할 수 있다는 대한상공회의소의 최근 조사는 충격적이다. 이는 우리 경제가 좀 더 빠른 속도로 지식재산 중심의 ‘창조경제 체제’로 이행하지 못한다면 조만간 상당한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 朴 “북핵 용납 못 한다… 대화 창구는 열겠다”

    朴 “북핵 용납 못 한다… 대화 창구는 열겠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당선인 집무실에서 중국 정부 특사인 장즈쥔 외교부 상무부부장을 접견했다. 중국의 차기 외교부장으로 거론되는 장 상무부부장은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의 친서를 전달했다. 박 당선인은 장 부부장과의 만남에서 대북문제와 관련해 “북한의 핵 개발은 국가의 안보 및 국민의 안위를 위해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면서 “추가적 도발에 대해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당선인은 그러면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통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포함해 대화와 협력의 창구를 열어두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장 부부장은 지난해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언급하며 “중국은 국제사회 혹은 유엔의 안전보장이사회가 적정 수준의 반응을 보이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중요한 것은 사태 악화를 초래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중국의 입장을 전했다. 박 당선인은 또 “앞으로 20년간 더 큰 도약을 위해 한·중 양국이 새로운 비전을 마련하자”고 밝혔다. 이에 장 부부장은 “편리한 시기에 조속히 중국을 방문해 달라”며 박 당선인의 중국방문을 공식 요청했다. 박 당선인은 중국어로 “신녠콰이러(新年快ㆍ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장 부부장은 박 당선인이 “중국에서 인기가 아주 높다”고 소개한 뒤 중국어로 함께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같이 여겨진다며 중국내에서 박 당선인에 대한 우호적 분위기를 전달하기도 했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동북아 외교·안보 지형은 요동치고 있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 ‘중국의 굴기’, ‘일본의 우경화’ 등 3대 세력이 정면 충돌하면서 판 자체가 출렁이는 형국이다. 여기에 최대 변수인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어 핵 실험 등 북핵 위기를 재점화할 태세다. 동북아는 1년 새 남북한, 미·중·일 권력 지형이 모두 급변한 전환기적 국면에 있다. 미·중 패권 다툼과 중·일 군비 경쟁이 가속화할 경우 차기 정부의 대외 환경은 어느 때보다 최악의 상황이 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직 인수위가 그리는 동북아 외교 로드맵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이 핵심이다. 한·미 동맹을 한 축으로, 한·중 협력 강화를 또 다른 축으로 신뢰와 내실을 앞세운 균형 외교가 차기 정부의 대외 정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외신 기자회견에서 한·미 관계는 포괄적 전략동맹을 강화하고, 한·중 관계는 전략적 협력동반자로 발전시키며, 한·일 관계는 전통적 협력 관계를 유지하되 독도와 위안부 등 과거사는 협의 대상으로 불용인한다고 못박았다. 한·미 관계는 미국의 대중 견제책인 ‘포위 외교’ 전략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건이다. 오바마 정부가 한·미·일 동맹 강화를 기반으로 중국 견제 강도를 높일 경우 우리의 균형 외교는 ‘히든 카드’가 될 수 있다. 차기 정부의 외교·안보적 고민은 니어(NEAR) 재단이 11일 발간하는 ‘니어 워치 리포트: 한국의 외교 안보 퍼즐’ 정책 조언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보고서는 미·중과 긴밀히 협조해 국익을 최대화하는 ‘연미화중’(聯美和中) 전략과 중국과 차이점을 줄여가는 ‘구동축이’(救同縮異)의 실리적 방책을 조언하고 있다. 대일 외교는 일본 자위대의 재무장 등 군사적 우경화와 독도 마찰 등이 부담이다. 차기정부에서 대미 외교와 한·중 공조를 통한 대일 견제를 이뤄내는 외교적 역량이 중시된다. 윤덕민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중 경쟁이 한반도로 옮겨가면서 양국 모두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하며 러브콜을 하고 있다”며 “한·미, 한·중 관계를 모두 강화해 우리의 입지를 높이는 게 국익을 확대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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