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美 ‘핵공격 계획’과 北 엄포
미국의 핵태세검토(NPR) 보고서 내용이 유출되어 논란을빚고 있는 가운데,핵타격 대상의 하나로 거론된 북한이 강수(强手)를 빼어 들었다.북한은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부시정부의 ‘핵공격 계획’이 ‘핵 불사용 담보공약’을 깨뜨렸다고 판단,사실일 경우 “어떤 조·미 합의에도 구애됨이없이 상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알려진 NPR에는 ▲비핵공격에 견딜 수 있는 견고한목표물에 대한 타격 ▲핵 및 화생무기 사용에 대한 보복 ▲불시의 군사사태에 핵무기 사용 가능성 제기 등을 담고있다.핵돌발 사건과 관련해서 북한,이라크,이란, 시리아, 리비아,중국,러시아를 지목했다.또 전략무기의 새로운 3대축(New Triad)으로 핵과 비핵공격 수단,미사일방어(MD) 등 방어 수단,그리고 핵기간 시설을 설정하고 있고,대테러전쟁과관련해서 지하벙커 파괴용 미니핵폭탄,민간인 희생 등을 줄일 수 있는 국부타격용 탄두,소규모 목표물에 사용될 수 있는 무기 등의 개발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의 NPR 내용 공개는 부시 정부 출범과 9·11 테러사태이후미국의 대외정책이 강경 기조로 흐르면서 핵태세에서도 공격적인 방향으로 전환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낳았고 그 결과 상당한 국제적 파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또북한의 강경 대응 입장이 알려지면서 우리에게 또다른 큰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특히 북한은 3월 하순에 진행될 한·미연합 전시증원연습(RSOI)과 독수리연습에 대해 조평통 담화와 관영언론 등을통해 “침략전쟁의 서막”이라고 혹평하면서 자신들도 ‘선택의 권리’가 있고 “방어에도,공격에도 그 어떤 대규모현대전에도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최근의 경고에서 북·미 합의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지만,새로운 핵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합의 폐기는 쉽지 않다.북한도 이를 감안해서,NPR가 사실로밝혀져 ‘핵불사용 담보공약’ 즉 비핵국가를 핵무기로 공격하지 않는다는 소극적 안전보장(NSA) 조치와 1993∼94년의 대북 핵 불사용 약속이 무시될 경우 합의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다소 ‘막연한 표현’을 쓰고 있다.
연일 강경 입장이 보도되지만,북한 당국의 공식 발표와 관영언론 등의 관련된 언급은 구분해서 신중하게 봐야 한다.NPR를 둘러싼 최근의 파문은 실제 상황이라기보다 가상 상황에 대비한 군사계획을 둘러싸고 일어났다는 점에서 현실적충돌로 발전하기는 힘들다고 본다.
물론 NSA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경우 북·미간에 핵안전보장 문제가 또 하나의 현안으로 주목될 것이다.그러나,북·미간에 현안 리스트가 산적해 있고,양국 사이에 극도의불신으로 인해 조만간 협상 재개가 가능하지 않은 상황에서이 문제 자체의 영향력은 그다지 크지 않을 전망이다.
결국 북 ·미관계는 이 문제들을 포함한 문제 보따리들을다 풀어놓고 하나하나 따져 가면서 해결해 나가는,이른바‘포괄적 협상’을 통해 해결될 수밖에 없으며 아직 본격협상은 요원하다.13일의 뉴욕실무접촉도 유용했지만 성과는없었다.
이제 남북관계의 개선을 통해, 역으로 북·미관계에 힘을실어주는 프로세스의 시작이 필요하다고 본다.
서주석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