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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게 먹을까 과메기 먹을까

    대게 먹을까 과메기 먹을까

    대게 VS 과메기 살튀기는 속살전쟁 바닷물이 차가워지면서 동해안은 만선의 깃발이 드높다. 다리에 살이 꽉 차오른 대게를 실어나르는 어부의 얼굴에도, 씹을수록 고소한 과메기를 말리는 덕장에서 일하는 아낙네의 얼굴에도 해뜨는 곳, 동해의 웃음이 있다. 곰치와 도루묵, 포항물회와 영덕막회도 이곳에선 더욱달착지근하다. 이 겨울에는 동해안 남부쪽으로 가기가 한결 가까워졌다. 대구∼포항 고속도로가 최근에 개통된 까닭이다. 스트레스까지 단숨에 날려버릴 수 있는 동해로 떠나보자. 포항 · 영덕 이기철 한준규 기자 chuli@seoul.co.kr ■영덕 싱싱탱탱 대게잡이 동승기 지난 8일 새벽 4시, 경북 영덕의 대진항.“그만 일어나이소.”라는 굵은 목소리에 잠이 깼다. 전날 대게잡이 배를 동승, 취재하기로 하고 유신호(9.77t)선장 김택열(44)씨 댁에서 눈을 붙였던 것이다. 군대시절 신병처럼 벌떡 일어나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고 숙소를 나섰다. 나름대로 옷을 두껍게 입었지만 칼바람이 그대로 얼굴을 때리고 파고들었다. 유신호에 오르자, 선장 김씨는 엔진 키를 돌렸다. 힘찬 시동과 함께 배는 미끄러지듯 포구를 빠져나왔다. 불빛을 밝힌 다른 배들도 뒤따랐다. 모두 대게잡이로 출항하는 배다. 칠흑같이 어둔 바다, 하지만 서울 도심에선 보기 힘든 별만 영롱했다. 바닷바람을 맞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웠던지 선장 김씨는 “이리 들어가이소.”하며 선장실 안의 작은 방으로 들어갈 것을 권했다. 내실에는 난로가 있었지만 스위치를 암만 당겨도 불이 붙지 않았다. “저기요 이거 불이 안 켜지는데요.”라고 작은 소리로 말하자, 경상도 ‘사나이’는 “아, 가스가 떨어져 삔네, 낭패네…. 추워도 좀 참으이소.”하며 무뚝뚝하게 키를 돌렸다. ‘으미 추운 거.’ 한 시간을 추위에 떨다 갑판으로 나왔다. 우려했던 배멀미가 순식간에 몰려왔다.‘참아야 하느니라….’이를 악물었다. 때마침, 어둠이 가시며 동녘에서는 서서히 붉은 물이 들었다. 아침해가 떠오를 준비를 시작했다. 운행에 가려 일출을 못봐 안타까웠다.11월부터 다음해 5월말까지 대게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11월에는 속이 꽉 차지 않아 어민들은 한 달을 기다려 12월부터 본격적인 대게잡이를 한다는 것이 선장 김씨의 이야기였다. 오전 7시, 유신호가 속도를 줄이자 선원들이 부표를 건져 올렸다. 그러고는 줄을 감았다. 이 해역은 수심 430m의 깊은 바다로 대게의 씨알이 굵다고 한다. 슬슬 그물의 모습이 드러났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빈 그물이다. 선장 김씨는 연신 담배만 피워댔다. 갑판에서 사진 찍을 준비를 하고 있던 나는 선장 김씨에게 다가갔다.“누군가 그물을 건드린 것 같네. 그물이 엉켜 있어.”라며 “아마 오징어배가 그물을 들었다 놓은 모양이야.”라며 한숨을 내쉰다. 아니나 다를까. 그물이 뒤죽박죽이다. 오징어 채낚기 바늘도 걸려 있다. 그래도 계속 그물을 걷어 올렸다. 불가사리, 해초류, 말미잘 같은 것만 올라왔다. 첫 작업은 허탕이었다. 파도에 흔들리는 배는 마치 표류하는 것처럼 심하게 흔들렸다. 나의 배멀미는 정점을 향해 치닫기 시작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입사 10년차 기자, 배위에서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더욱 괴로운 것은 ‘대게가 줄줄이 딸려 올라오는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라고 하는 일 걱정이었다. 보통 그물을 바닷속에 15일 이상 쳐 놓아야 게들이 오가다가 붙는다. 이렇게 오랫동안 바다에 놓아두었던 2000m짜리 그물에 대게 20여 마리가 걸려 올라오다니 정말 통탄할 노릇이다.“보통 여기는 수심이 깊어 씨알이 굵은 놈들로 1000여 마리는 올라와야 하는데….”라며 말끝을 흐리는 김선장. 같이 타고 있는 입장에서도 미안했다. 내 미안함을 눈치챘는지 사나이는 말했다.“그래도 이 정도는 양반이지. 그물을 통째로 가져가는 나쁜 사람들도 있습니다.”며 “다른 곳에서 한번 땡겨보입시다.”라며 아무렇지도 않은듯 출발했다. 오전 10시30분, 그냥 귀항했으면 좋으련만 무심한 유신호는 2m 안팎의 파도를 헤치고 나아갔다.12시쯤 다시 부표를 건져올리고 작업을 시작했다. 와, 드디어 대게가 올라왔다. 마치 줄줄이 사탕처럼 그물에 걸린 대게가 잇따라 올라온다. 속은 울렁거렸지만 마음이 안정됐다. 한 쪽에서 그물에 엉켜있는 대게를 떼냈다. 그다음 먼저 손으로 대게의 등딱지를 잡고 그물을 벗긴 다음 쑥 잡아당기니 길다란 다리가 그물에서 쏙 빠져나왔다. 신기하네∼.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다리가 하나라도 떨어지면 상품성이 확 떨어진다. 그래서 작업은 조심스러웠다. 그물에서 떼어낸 대게가 금방 수북하게 쌓였다. 사진을 몇 장 찍고나니 속이 다시 울렁거렸다. 넘실대는 푸른 바다가 낭만적이기는커녕 이렇게 미워보이긴 처음이다. 오전 일을 망친 어부들에게 빨리 돌아가자고 말할 수도 없고, 정말 바다에 뛰어들어 쉬고 싶었다. 구석에 처박혀 ‘노란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데 선원 하나가 갑자기 애써 잡은 대게를 바다로 집어 던졌다. 힘든 몸을 일으켜 “아저씨, 왜 버려요?”라고 묻자 그는 “대게의 어족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빵게(암게)와 게딱지의 직경이 9㎝가 넘지않는 대게는 다시 놓아주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작은 게를 잡았다가 해경에 적발되면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1년 이하의 징역을 살게된다고 덧붙였다. 영덕대게는 유충에서 9㎝크기로 자라는데 보통 10년이 걸린단다. 드디어 선장은 귀항을 명령했다. 유신호가 대진항으로 선수를 돌렸다.‘빨리 가자.’내 마음은 벌써 대진항에 닿았다. 육지가 이렇게 그리울 수가. 서너 박스의 대게를 트럭에 옮겨 싣고는 수족관에 하나씩 꺼내 옮겨 놓았다. 이로써 하루의 대게잡이 작업이 끝이다. 이제 게들은 음식점이나 택배로 소비자들 식탁으로 올라갈 것이다. 비록 만선은 아니지만 하루 일을 끝낸 어부들의 얼굴에 흡족한 웃음이 번졌다. ●맛있는 대게 고르는 법 영덕대게는 일반게인 홍게(붉은게)와는 다르다. 영덕대게는 색깔이 누런 주황색이며 속살이 꽉 차 있다. 그리고 맛을 보면 약간 단맛이 나면서 쫄깃하다. 값싼 수입산과 달리 몸체와 다리에 하얀 반점(따개비와 같은)이 없고 말갛다. 크기가 크다고 맛있는 게가 아니다. 일단 속이 꽉 찬 대게를 고르려면 다리나 배쪽을 살짝 눌러 보면 된다. 배쪽이 거무스름하고 눌렀을 때 단단한 느낌이 들며 등껍질은 살짝 말랑해야 한다. 겉으로 봐서 다리가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든지 물이 왔다갔다 하면 상품가치가 없는 물게다. ●대게 요리법 ▲대게는 삶기 전에 반드시 미지근한 물에 담가 두었다가 죽은 것을 확인한 뒤 쪄야 한다. 보통 5∼10분을 담가 놓으면 된다. ▲대게는 삶지 말고 김으로 쪄야 한다. 이때 대게의 배를 반드시 위로 향하도록 놓아야 한다. 그래야 뜨거운 김이 들어가더라도 게장이 흘러나오지 않는다. ▲게 비린내를 없애려면 정종이나 맥주, 혹은 녹차를 물속에 조금 붓는 것이 좋다. ▲보통 30분 정도 강한 불에서 찌고,10분 정도 뜸을 들인다. ● 영덕선 대~게 여기서 먹죠 대진항에서 12년째 영덕대게를 팔고 있는 은하수수산(054-733-6447)은 영덕대게가 가장 싼 집이다. 남편이 15년째 대게잡이 배를 타고 있고, 부인이 식당을 운영해 진짜 영덕대게를 믿고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원래는 도매만 했는데 손님들이 “현지에서 게를 쪄 먹고 싶다.”고 해서 간단한 밑반찬과 스팀기로 대게를 20분 만에 쪄 준다. 가격은 8000원짜리부터 10만원까지 크기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또한 배멀미에 자신있는 사람들은 미리 전화하면 대게잡이 배를 같이 타고 조업을 나갈 수도 있다. 물론 성인에 한한다.3만원을 내면 배에서 조업을 하는 것을 보며 대게도 실컷 먹을 수 있다. 주인 김순옥(011-884-9422)씨는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좋은 품질의 대게를 제일 싼 가격에 팔고 있어예.”라면서 “외형이나 시설이 좋은 곳에서 비싸게 드시지 마시고 진짜 드이소.”라고 구수한 사투리로 권했다. 또 대게 음식경연대회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는 김씨는 살아있는 게를 구워먹는 게구이와 회로 먹는 게무침, 게조림 등 다양한 음식도 만들어 준다. 주말은 예약이 필수. 전화로 주문하면 택배로 배달해 준다. 이외에도 물곰탕과 밥식해가 유명한 강구항의 청송식당(733-4675), 모듬물회가 유명한 축산항의 울릉도식당(732-4321), 해물탕으로 이름난 영해의 산해식당(732-2401) 등이 있다. ● 서울선 대~게 이집을 찾죠 대게는 언제 먹어도 맛있다. 서민들에겐 만만찮은 가격이 부담스러운 게 단점.4인 가족을 기준으로 20만원은 잡아야 한다. 이왕 게요리를 맛보려면 대형 음식점이 좋다. 재료의 보관이 좋고 조리법이 체계화돼 맛이 안정적이고 메뉴 선택의 폭이 넓기 때문이다. ●왕돌잠(723-3433) 게요리 전문점의 대명사격인 왕돌잠은 끊임없이 게요리를 개발하는 것이 발길을 잡는 비결이다. 서울경찰청 후문 쪽의 왕돌잠 입구의 거대한 수조엔 킹크랩·러시아산 대게 등도 있는데 요즘은 영덕산 대게를 내놓는다. 대게찜·게다리카레볶음·게살샐러드·킹크랩찜·대게탕 등 게요리 10여가지가 나오는 뷔페(5만원)가 인상적이다. 게찜과 게살영양밥 등이 나오는 점심 코스 정식(2만원), 여기에 생선회와 맑은 생선국 등이 추가된 저녁 진수성찬(5만원)도 인기다. 논현점(3444-3334)도 있다. ●유빙(403-6400) 입구 양쪽에 늘어선 수족관에서 손님이 직접 게를 고른다. 영덕 대게를 비롯해 태평양산의 킹크랩, 북한산 털게, 러시아산 대게, 코코넛 크랩 등 종류가 다양하다. 푸짐한 살에 쫀득한 맛을 내는 킹크랩을 많이 주문한다. 조리법은 담백하며 부드러운 게살과 달착지근한 게향을 즐기기 가장 좋은 게찜요리를 권한다.1인당 권장량은 600g(5만∼6만원)으로 별도 요금 없이 풀코스를 즐길 수 있다. 문정로데오거리의 우성아파트 인근에 있다. ●무화잠(3443-7852) 무화잠은 왕돌잠·신바위와 함께 대게가 많이 사는 동해 바다속의 섬이다. 대게와 함께 킹크랩을 낸다. 점심에는 돌솥게살비빔밥(1만원)도 있고, 게살초밥(3만원) 등을 많이 찾는다. 킹크랩과 대게 등이 들어가는 해물 샤부샤부(3만원)도 많이 찾는 메뉴다. 대게 찜으론 1인분에 600∼700g(5만원선)을 권한다. 양재점(2057-0001)도 있다. ●코오라(540-4244) 게살을 양념에 푹 절였다가 조리하기 때문에 맛이 진하다. 영덕게 샤부샤부(3만원), 왕덕게 스테이크(이상 2만 2000원), 왕게 샐러드(1만원), 왕게 한마리 코스(4만원)도 있다. 도산사거리 만리장성 맞은편 씨네하우스 옆에 있다. ●대게 셀프 카메라 ‘대게’는 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아니다. 다리의 마디 모양이나 누르스름한 아이보리 빛깔이 얼핏 마른 대나무와 비슷하다는 데서 비롯된 명칭이다. 때문에 한자로는 ‘죽해(竹蟹)’라고도 한다. ■포항 구룡포 과메기가 최고 “구롱(룡)포 과매(메)기는 몸에 최고니더. 과매기 무모(먹으면) 감기가 업습디더.”(구룡포의 한 과메기 덕장에서 꽁치를 손질하던 70대 김 할아버지.) “과메기에는 불포화지방산이 많고, 숙취해소에도 좋은 단백질도 풍부하대요. 인공 첨가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 자연 식품이지요.”(울산에서 과메기를 먹으러 온 김승환씨.) “전라도에 홍어삼합이 있다면 포항에는 과메기가 있습니다. 홍어가 코를 똑 쏘는 아린 맛이 있지만 과메기는 생각보다 느끼하지도 비릿하지도 않습니다.”(과메기를 즐기던 김장석씨.) 경북 포항은 요즘 과메기가 한창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구룡포항의 도로옆 바닷가 빈터마다 과메기를 말리는 덕장이다. 과메기가 언제 시작됐는지 잘 모른다.‘할아버지의 할아버지’를 몇차례 거쳐야 할 만큼 오래됐다. 과메기 덕장을 운영하는 범진상사 김진희씨는 “조선시대 후반에 궁궐에 진상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수백년은 됐겠지요.”라고 말한다. 수백년도 어림짐작이다. 과메기를 만드는 옛 방식은 청어를 꼰 새끼에 끼워 부엌의 살창에 걸어 두었다. 밥을 지을 때 솔가지의 연기가 빠져 나가는 살창에 걸어 두면 외풍으로 자연스럽게 얼었다 녹았다하는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솔향까지 뱄다고 한다. 솔향이 밴 청어 과메기가 얼마나 맛 있었으면 궁중에 진상까지 했을까?김삼식(79)씨는 “옛날엔 겨울 밤 식구들끼리 둘러앉아 역거리(통과메기)껍질을 벗겨서 찢어 생미역에 돌돌말아 초고추장에 푹 찍어 먹었지요.”라고 말했다.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1960년대 이후엔 포항 앞바다에서 청어가 잡히지 않아 꽁치를 대신 쓴다. 부엌의 살창이 아니라 해풍이 잘 드는 바닷가에서 과메기 말리는 틀인 ‘대차’에 걸어 얼렸다가 말린다. 대부분 꽁치를 활복, 뼈를 추려 말린다. 이를 ‘찌거리’라한다. 정재덕 구룡포과메기협회장은 “역거리는 말리는데 15일 가량 걸리지만 찌거리는 이틀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과메기는 자연에 노출된 상태이기 때문에 위생이 무척 중요하다. 좋은 과메기를 고르려면 껍질이 은빛이 나는 것이 좋다. 이런 것을 ‘은광어(銀光魚)’라고 하는데 육질과 신선도 면에서 최고의 품질이다. 누른 빛은 피하는 게 좋다. 배쪽은 터지지 않아야 하고, 꼬리쪽은 너무 말라 단단하거나 물렁하지 않아야 한다. 통과메기는 살아 있을 때의 모양새 그대로를 유지해야 한다. 반면 뼈를 추려낸 활복 과메기는 살이 발그스럼하면서 길게 고랑이 진 것이 좋다. 이맘 때면 포항시내 웬만한 음식점에선 과메기를 내놓고 있다. 다행히도 옛날의 청어 과메기를 맛볼 수 있는 곳도 있다. 호미곶 가는 방향의 백경횟집(054-292-7136)은 1월쯤이면 청어를 직접 얼말려 곁들이는 밑반찬으로 내놓는다. 청어 과메기는 꽁치보다 훨신 두텁과 기름진 것이 특징. 포스코의 큰 손님들이 주로 이용하는 회 전문집으로 회는 한 사람에 2만∼5만원. 꽁치 과메기론 웬만한 미식가들은 동국대병원 맞은편의 다락방(283-1915)을 가장 먼저 꼽는다. 주변의 화려한 네온사인이 반짝거리는 것과는 달리 분위기는 소박하다. 과메기 단일 메뉴로 20년을 한자리에서 지켜온 주인 조순옥씨는 “질 좋은 과메기만 받아와 팔고, 좋은 과메기가 들어오지 않으면 장사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직접 담근다는 초고추장 맛도 깊다. 불친절한 듯 보이지만 투박한 포항 사투리에 정은 오히려 깊다. 과메기 1인분(1만 2000원). 스티로폼 포장과 택배비를 부담하면 포장판매도 한다. 양념과 생미역·파 등의 야채까지 넣어준다. 다락방 인근의 소문난 막창 과메기(275-6410)도 손님들이 찾는다. 또 옛 삼성생명 뒷골목의 해구식당(247-5801)을 빼놓을 수 없다. 포항 과메기를 팔기 시작한 원조격에 해당하는 식당이다. 주인 지영자씨가 31년 동안 꽁치 과메기만 팔아 왔다. 발그스름한 과메기 살점을 모양좋게 발라내준다. 역시 포장 판매도 한다. 과거엔 과메기를 겨울 한철만 먹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1년 내내 먹을 수 있다. 진공 포장한 다음 영하 20도에서 보관하는 까닭에 여름에도 내놓는다. 현지에서 과메기 20마리 한 두름에 1만원선이다. 포장과 택배비만 부담하면 집으로 배달된다. 택배 문의는 범진상사(284-5371), 구룡포과메기협회(276-2253). ● 물곰탕·고래고기도 맛보세요 과메기가 겨울 한철이라면 포항의 사계절 음식은 단연 물회다. 물회는 200여년전 포항앞바다에서 고기가 너무 많이 올라와 뱃사람들이 젓가락질할 시간이 없어 개발된 음식이란다. 오대양물회식당 박상규(57)씨는 “막 잡아 퍼덕거리는 생선을 썰어 넣고 야채와 고추장을 풀어 훌훌 마신 것이 물회”라며 “물회 생선은 광어나 도다리 등 넓적한 물고기를 쓴다.”고 말했다. 박정출(42)씨는 “물회는 회를 고추장에 으깨듯이 잘 비빈 다음 물을 풀어 먹는다.”고 말했다. 물회의 양념으론 배·상추·잔파 등을 넣고 깨소금·참기름을 얹어 비벼 먹는 것이다. 고추장을 볶아서 만드는 물회 초고추장에 맛의 비법이 달려 있다. 포항의 횟집마다 메뉴판에 물회를 적어두고 있지만 토박이들은 포항시청 뒤쪽의 오대양물회식당(244-7164)을 단연 최고의 물회집으로 꼽는다. 주인 박씨는 “우리집에선 고조할아버지부터 물회를 만들어 먹는 가전 비법대로 만든다.”고 말했다. 수족관엔 납작한 물고기만 넣어두고 있다. 박씨는 “고기를 섞어 넣어 두면 다른 물고기의 회충이 전염돼 회맛이 반감된다.”고 말했다. 이집의 물회(1만 1000원)는 물을 자작하게 부어 숟가락으로 떠먹고 국물은 마시는데 속까지 후련하게 한다. 다른 서비스없이 밑반찬으로 등푸른 생선, 메가리로 만든 밥식해를 내놓는다. 이집외에도 고속버스터미널 후문쪽의 코리아물회(274-0574)와 죽도시장 가는 길목의 새포항물회(241-2087)도 물회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환호일출공원 인근의 환여횟집(251-8847)은 물회국수(1만원)로 널리 알려져 있다. 맛의 비결은 육수. 배·사과 등의 과일과 함께 여러가지 야채를 넣어 새콤·달콤·매콤한 육수에 국수를 만 것으로 색다른 식도락을 즐길 수 있다. 살짝 얼린 육수는 부서지는 포말처럼 시원하다. 포항은 또한 고래고기로도 유명하다. 포경업은 금지됐지만 그물에 걸려오는 고래고기는 맛볼 수 있다. 죽도시장 안쪽의 할매고래집(241-6283)과 옆집의 왕고래집(247-2552)은 고래육회와 수육을 내놓는다. 한접시에 1만∼3만원으로 고래 특유의 냄새 때문에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거북해할 수도 있다. 주머니 사정이 허락한다면 귀빈예식장 근처의 구룡포돌문식당(276-2705)의 고래고기를 권할 만하다. 질 좋은 참고래를 재료로 써 가격이 만만치 않다. 돼지고기 편육과 비슷한 모양인 우네(가슴부위·3만 5000원)는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술마신 다음날 속푸는 해장으론 생아귀와 물곰이 좋다. 구룡포항의 조포네(276-1219)는 손님이 보는 앞에서 생아귀를 잡아 끓여내는 아귀탕(8000원)이 좋다. 아귀를 큼직하게 4∼5조각 썰어넣고 포항의 명물 부추와 콩나물·무·파를 넣고 끓여 낸 것이다. 국물엔 아귀 내장이 둥둥 떠 더욱 시원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고기는 쫄깃하다. 북부해수욕장 앞의 설옥물곰식당(249-6969)의 물곰탕은 깔끔한 맛으로 술꾼들이 찾는 집이다. 물곰탕(7000원)의 물곰은 살이 흐물흐물하지만 해장국 뿐 아니라 식사도 좋다. 포항은 영덕이나 울진보다도 대게를 더 많이 잡는 곳이다. 구룡포해수욕장의 원경대게회식당(276-1711)은 대게를 비롯해 킹크랩도 내는 대게 전문 음식점이다. 포항에서 입이 궁금하다면 동해안 최대의 수산물 집산지 죽도시장을 찾으면 된다. 식당에 앉아 회를 주문해도 되지만 싱싱한 횟감을 직접 골라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물회나 횟밥 양념값으로 보통 1인당 3000원.3만원 정도면 회와 매운탕까지 먹을 수 있다. 일출을 보러 호미곶으로 갔다면 조금 떨어져 있는 선주회식당(284-9675)과 장기곶회식당(284-7752)이 좋다. 민박집도 겸하고 있는 장기곶회식당은 주인이 직접 배로 잡은 자연산 물고기를 내놓는다. 언덕위에 있어 동해안의 탁트인 조망도 빼어나다. ● 서울선 이집을 찾으세요 ●고래불(556-3677) 포항과 영덕 향토 음식을 많이 내놓는 이집은 거의 이틀에 한번꼴로 구룡포에서 과메기를 가져온다. 과메기(2만원)가 싱싱하다. 서울 역삼동에 있다. ●영덕회식당(2267-0942) 서울시내에서 가자미 종류인 미주구리회를 야채와 초고추장에 비벼 먹는 막회의 원조격으로 20여년 됐다. 수년 전부터 과메기를 들여와 막회 못지않게 인기를 끌고 있다. 충무로 중구청 근처에 있다. ●광교 과메기(720-6075) 조흥은행 본점 뒷골목에 있다. 포장마차 분위기로 상호도 없다. 단골들이 그냥 ‘광교 과메기’로 부른다. 살빛이 붉고 꾸덕꾸덕해 비린맛이 덜하다. 초장을 듬뿍 찍어먹는다. ●영덕대게(3210-1379) 교보문고 뒷골목에서 미대사관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오른쪽에 나온다. 상호는 대게집이지만 대게보다 막회와 과메기를 많이 한다. 과메기는 6월까지 낸다. ● 과메기 셀프카메라 과메기는 이름이 좀 독특한 만큼 유래된 설도 다양하다. 황인 포항향토사학자는 “청어를 새끼를 꼬아 매달아 말린다는 뜻에서 ‘꼬아 메기’에서 유래됐다는 주장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생선의 눈을 꿰어 말린다는 뜻의 관목어(貫目魚)에서 관목의 ‘목’이 포항지역의 사투리 탓으로 ‘메기’라고 발음돼 ‘관메기’로 변하고, 이어 ‘ㄴ’자가 탈락되면서 ‘과메기’로 굳어졌다는 설도 있다. 더불어 어민들이 보릿고개를 넘길 때 먹었다는 뜻에서 나온 ‘과맥어(過麥魚)’에서 유포됐다는 주장도 있다. 조선시대에는 진상품으로 선정된 과메기는 비웃(청어)를 썼으나 1960년대 이후엔 꽁치를 쓴다.
  • 청계천 시작점에 ‘화합의 광장’

    내년 가을에 태평로와 청계천로가 맞닿은 지점(동아일보사∼갑을빌딩)에 분수와 산책로 등을 갖춘 2100평 규모의 ‘화합의 광장(사진 조감도)’이 생긴다. 서울시는 25일 청계천 복원사업이 시작되는 이곳에 ▲마당 ▲수변공간 ▲도로로 이루어진 길이 160m, 폭 50m의 광장(가칭 청계광장)을 조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음달 착공에 들어가 내년 9월말 공사가 끝난다. ‘마당’에는 우리나라 전통 보자기 무늬가 새겨진 돌이 깔리고, 실제 물이 흐르는 청계천 축소 모형과 22개의 청계천 다리의 해설판 등이 만들어진다. 마당과 이어지는 청계천의 시작 지점에는 분수가 설치되고 그 아래로는 높이 4m의 폭포수가 흐르게 된다. 폭포에서 청계천 첫 다리인 모전교까지의 물길 사이에는 황해도 마천석, 평안도 곡성석, 충청도 후동석, 전라도 함양석, 울릉도 운천석 등 8도석이 설치된다. 화합과 통일을 염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청계마당 양 옆 도로는 평일에는 편도 2차로의 차도로 이용되지만 주말이나 국경일에는 차량 통행을 막아 보행자만을 위한 거리로 바뀐다. 시는 도로에 차선을 긋지 않고 광장과 같은 색깔의 돌바닥으로 꾸밀 계획이다. 시는 내년 초 서울시 홈페이지를 통해 광장이름을 공모, 시 지명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한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토종 웰빙을 찾아서 울산 부추!

    토종 웰빙을 찾아서 울산 부추!

    부추는 힘을 돋우고 몸을 튼튼하게 하는 강장(强壯)효과가 뛰어난 채소로 알려져 있다.“첫물 정구지는 아들에게도 주지 않고 신랑에게만 준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정구지는 부추를 일컫는 경상도 사투리. 전라도 지방에서는 솔·소풀, 충청도에서는 졸, 제주도에서는 쇠우리라고 부르는 등 지역마다 이름이 다양하다. 농촌진흥청 생활연구소 자료 등에 따르면 부추는 카로틴과 비타민 B1·B2·C 등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비타민의 보고로 불린다. 단백질·당류를 비롯해 칼륨·칼슘 등 무기질도 풍부하다. 이처럼 각종 영양소가 고루 많은 데다 강한 항균작용이 있어 겨울철에 감기를 예방하고 원기를 회복하는 데 좋은 채소로 꼽힌다. 부추에 멸치젓국을 넣고 담근 부추김치는 배추김치보다 항암효과가 뛰어나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항암작용을 하는 엽록소가 많기 때문으로 갓 담근 것일수록 효과가 좋다고 한다. 부추즙은 만성 위장병에 좋으며 부추를 넣은 된장국은 음식물을 먹고 체해 설사를 할 때 먹으면 그만이고, 부추 재첩국은 숙취에 아주 좋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 부추로 담근 술을 매일 적당량 꾸준하게 마시는 것도 건강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추의 독특한 향은 황함유 화합물질 때문에 나는 것으로 육류의 냄새를 없애는 작용을 한다. 고깃집에 부추가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부추를 게으름뱅이 풀, 양기초로 부르기도 한다.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일은 하지 않고 색만 밝힌다고 해서 붙여진 것으로 전해진다. 불교와 도가에서는 성욕을 높인다고 해서 염교(달래)·파·마늘·생강과 함께 금하는 오신채(五辛菜) 가운데 하나다. 한방에서는 부추는 열이 많은 채소라서 열이 많은 체질은 삼가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부추는 한번 심으면 여러해에 걸쳐 수확하는 다년생 초본이다. 겨울에는 비닐하우스에서 키우기 때문에 일년 내내 생산된다. 보통 11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 수확하는 비닐하우스 부추는 단일지역으로 전국 최대 산지인 울산에서 생산되는 상품을 최고로 친다. 울산지역의 비닐하우스 부추 재배는 포항에서 비닐하우스 부추를 재배하던 한 농가가 98년 울산으로 옮겨오면서 비롯됐다. 그뒤 해마다 재배 농가와 면적이 늘어나 올해는 중구·북구·울주군 지역에서 100여농가,100여㏊에 이른다. 지난 겨울에는 2600여t의 부추를 생산해 70여억원의 높은 소득을 올려 울산의 고소득 농업이 됐다. 특히 울산지역은 비닐하우스에서 겨울 부추를 재배하기에 기후·토지 조건이 알맞다. 다른 지역보다 겨울철 기온이 평균 1도쯤 높아 보온이 유리한 데다 태화강과 동천강을 끼고 있는 재배단지 토질은 물빠짐이 좋고 영양분이 풍부한 사질양토다. 부드럽고 색깔·맛·향이 좋은 최상품의 울산 부추를 생산하는 비결인 것이다. 울산에서 생산되는 부추는 산전부추·큰애기황토부추·섬바위부추 등의 상표로 지역농협을 통해 전량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으로 출하돼 수도권지역에서 소비된다. 올겨울 울산 부추는 지난 7일부터 가락동 시장으로 출하를 시작했다. 울산 병영농협 차동률(46) 과장은 “울산의 겨울부추는 서울에서도 품질을 인정해 가락동 시장에서 가격을 최고로 받고 있으며, 지난해 가락동 시장서 유통된 부추 물량의 절반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글 울산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문학이 머문 풍경] 망향의 恨 타오르는 영산강

    [문학이 머문 풍경] 망향의 恨 타오르는 영산강

    소설가 문순태(文淳太·63)는 고향이 없다? 전라도 전체가 그의 고향인지도 모른다. 그는 일제 말기인 1941년 영산강 상류인 전남 담양군 남면 구산리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다. 무등산 자락과 광주호로 이어지는 산골 마을이다. 평화롭던 마을은 한국전쟁과 함께 폐허로 변해 버린다. 봄이면 지천에 진달래가 만발하고 실개천 너머로 아지랭이가 피어 올랐었다. 그가 초등학교 5학년 때인 1951년 정부군은 ‘빨치산’ 토벌을 이유로 이 마을 일대 모든 집들을 불태워 버렸다. 당시 어린 작가는 그 광경을 똑똑히 지켜봤다. 정부는 아무런 보상도, 마땅한 설명도 없이 ‘공비토벌’이란 이유만 내세웠다. 그의 가족들은 고향을 뒤로하고 유랑에 나선다. 그 바람에 그는 화순, 광주, 신안 비금도 등 전남 곳곳을 떠돌며 어린시절을 보낸다. 어릴적 경험이나 환경이 그의 작품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단정적으로 말할 순 없다. 그러나 그런 정서와 기억이 그의 작품 곳곳에 짙게 묻어난다. 토속적인 향수와 한(恨)을 주된 정조(情調)로 하고 있다. 그렇다고 편협한 지역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이 땅에서 뼈를 묻은 무지렁이 민초들의 삶과 투쟁이 곧 역사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장편소설 ‘타오르는 강’의 머리말에서 “진정한 의미의 산 역사는 민중(民衆)이 그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성댐 수몰민의 삶을 통해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농촌과 도시빈민 문제를 다룬 ‘징소리’나 ‘흑산도 갈매기’‘걸어서 하늘까지’등의 소설도 그런 주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타오르는 강’은 구한말 영산포 일대에 정착한 민중들의 삶을 그린 그의 대표작. 영산강은 노령산맥 골짜기인 담양군 용면에서 서남해 끝자락인 목포에 이르는 120여㎞의 물골을 만들며 흐른다. 상류의 황룡강, 극락강, 지석강 등 3대 강을 따라 장성, 담양, 광주, 나주가 위치하고 그 아래 쪽으로 함평, 영암, 무안, 목포가 이어진다. 하구언이 축조되기 이전인 1970년대 말까지만 해도 고깃배가 영산포 선창까지 오갔다. 영산포는 동학혁명 직전의 무능한 탐관오리들이 세곡(稅穀)을 한양의 경창(京倉)으로 실어 나르는 물류 중심지였다. 일제 때는 기름진 호남평야에서 나는 곡식을 일본으로 빼가는 ‘수탈의 관문’으로 자리잡았다. 소설 ‘타오르는 강’은 1886년 노비 세습제가 폐지되면서 종문서를 받아들고 영산강을 건너는 웅보와 대불이 형제 이야기로 시작된다. 나주의 양 진사네에서 대대로 종살이를 해온 이들 형제는 구진나루를 건너 ‘새끼내’ 제방 너머에 터를 잡는다. 새끼내는 봉황∼왕곡∼영산포에 이르는 영산강의 작은 지천이다. 지금의 나주시 이창동 정량·진포·운곡리 일대가 ‘새끼내 마을’이다. 웅보와 대불이 형제는 노비에서 풀려난 사람들을 모아 새끼내 일대에 마을을 일궈 나간다. 그들은 이곳 주변에 물둑을 쌓고 황무지를 개간한다. 형 웅보는 새로운 고향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그러나 동생 대불이는 상전이었던 양 진사를 도와 인근 영산포 선창에서 세곡 운반을 감독하는 목대잡이 노릇을 한다. 양 진사의 계략에 속은 줄 뒤늦게 깨달은 대불이는 장성 입암산으로 들어가 동학교도가 된다. 그는 동학군이 되어 귀향한 뒤 마을 사람들과 함께 그들의 소중한 땅을 빼앗아간 박 초시네 집을 습격하고 한을 푼다. 그러나 관군의 반격으로 동학군은 퇴각하고 새끼내 마을 사람들도 보복이 두려워 애써 일군 고향 마을을 불태우고 강변 따라 갓 개항한 목포항으로 떠난다. 다시 고향에 돌아올 꿈을 안은 채… 이는 특정시대, 특정 공간에서 일어난 일만은 아니다. 근현대사의 격동 속에서 대부분 사람들의 선대가 겪었던 일이다. 새끼내 마을에서 만난 김판길(82) 할아버지는 “일제때 징용에 끌려갔다가 귀향했으나 살길이 막막해 선창가에 나가 짐꾼 등 막노동으로 살아 왔다.”며 “강 양안의 구릉이나 산지에 선대의 뼈가 묻혀있다.”고 말했다. 작가는 지역 신문기자로 일하던 70년대 초에 나주의 한 종가집을 취재하다가 노비들의 삶을 만난다. 그는 여기에 나주의 이른바 ‘궁삼면 사건’을 보태 소설의 소재로 삼았다. 이 사건은 1886년부터 3년에 걸친 대한(大旱) 때 지금의 다시·왕곡·세지 등 3개면 주민들이 폐농하고 유리걸식하며 각지를 떠돌면서 비롯된다. 이들이 귀향해보니 그동안 밀린 세금이라며 조정에서 농토를 빼앗아 가버리고, 이 사건은 농민운동의 발단이 된다. 죽음과 고통과 수탈의 현장이었던 영산강은 그대로 흐르고 있다. 자유인으로 변신한 노비들이 강 건너 황무지와 개산(새끼내 마을에 자리한 산으로 개가 엎드려 있는 형상)을 바라보며 ‘낙원’을 꿈꿨던 구진포 나루에는 지금도 고깃배가 떠있다. 홍어와 젓갈 등 수산물과 곡물을 실어나르던 영산포 선창의 흔적도 선명하다. 강은 상류 댐들과 하구언 축조로 수량이 줄면서 거친 모래자갈을 앙상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 그 당시와 다를 뿐이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문화재급 金剛松 숲 조림

    문화재급 金剛松 숲 조림

    금강송(金剛松, 일명 춘양목) 숲이 대대적으로 조성된다. 문화재청(청장 유홍준)과 산림청(청장 조연환)은 11일 경북 울진군 서면 소광리 일대 국유림에 금강송 묘목 1111그루를 심었다. 또 앞으로 150년 동안 벌목을 금지한다는 취지의 금송비(禁松碑)도 세웠다. 금강송은 적어도 150년은 자라야 건축자재로 쓸 만하다는 판단에서 이런 큰 계획을 마련한 것이다. 금강송은 경북 북부지방과 태백산맥 일대에 자생하는 소나무로 수형이 아름답고 나무줄기가 곧고 우람해 궁궐과 사찰 등 문화재를 보수·복원하는 건축자재로 주로 사용돼 왔다. 굵게 자라 속이 누렇게 된 황장목(黃腸木)은 왕실이나 귀족들이 관재(棺材)로 쓰기 위해 특별히 보호하기도 한 귀중한 나무다. 그러나 이 ‘으뜸재목’은 일제시대에 마구 베어진 데다 잇단 환경파괴로 군락지가 줄어들어 지금은 문화재 복원에 쓸 금강송도 구하기 힘들게 됐다. 지난해 경복궁 근정전 해체·복원 작업 때에도 주기둥 3개에 미국산 더글러스 소나무를 써야 했다. 이런 현실에서 정부가 금강송의 조림·육성에 발벗고 나선 것은 늦긴 했지만 퍽 다행스러운 일이다.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솔밭을 보호하기 위해 소나무 벌목을 금했다. 이른바 금송(禁松)이다. 또한 조선시대 산림정책으로는 국가적 수용에 충당하기 위해 나무의 벌채를 금지한 봉산(封山)도 있었다.‘속대전’에는 “각도의 황장목을 키우는 봉산에는 경차관을 파견해 경상도와 전라도에서는 10년에 한 번씩 벌채하고 강원도에서는 5년에 한 번씩 벌채해 재궁(梓宮, 임금의 관)감을 골라낸다.”는 기록이 나온다. 울진군 소광리에는 벌목을 금지한다는 황장금표(黃腸禁標)가 지금도 남아 있다. 이번에 건립된 금송비에는 “150년 뒤 후손들이 문화재 등에 귀중한 목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정성과 염원을 담아 금강송 보호비를 세운다.”라고 적혀 있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비문의 내용을 작성했고 서예가 소헌 정도준씨가 글씨를 썼다. 소광리 금강송 숲은 앞으로 문화재 보수와 복원에 필요한 목재를 보다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터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LG 브랜드 도용 240개…‘짝퉁과의 전쟁’ 진땀

    LG그룹 계열사의 한 사장은 최근 전남 지역에 출장을 갔다 깜짝 놀랐다. 소파 등을 파는 가구점 간판이 ‘LG가구하이마트’였던 것이다. 그는 재빨리 자신의 카메라폰을 꺼내 해당 업체 간판을 찍은 뒤 지주회사인 ㈜LG에 제보를 했고 엄중한 경고를 받은 해당업체는 상호를 ‘한국가구하이마트’로 변경했다. 9일 LG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적발된 LG브랜드 도용업체만 240개에 달한다. 키폰대리점인 ‘LG인천통신’, 대부업체인 ‘LG신용’, 물류업체인 ‘LG상운’, 이사업체인 ‘LG이사몰(Mall)’ 등이 대표적인 도용업체.LG 브랜드를 사용하는 계열사가 수십곳을 넘다 보니 일반인들은 이들업체를 진짜 LG계열사로 착각하기 십상이다. LG관계자는 “이들은 불법인 줄 알면서도 영업 전략상 LG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면서 “1차 경고장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는 또 내년부터 계열사로부터 브랜드 사용료를 받게됨에 따라 ㈜LG에 별도의 브랜드관리 전담조직 신설을 검토하는 한편 ‘LG브랜드 중장기 육성전략’을 수립키로 했다. 불법 도용을 막기 위해 ‘도용 제보센터’를 운영하는 등 ‘LG브랜드 사용 감시 시스템’을 구축했다. 건설업체들도 ‘짝퉁 아파트 브랜드’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경북 포항시 오천읍에 있는 한 아파트가 롯데건설의 ‘롯데캐슬’과 비슷한 마크에 아파트 이름은 대우건설의 ‘푸르지오’와 흡사한 ‘푸르지요’란 이름을 붙인 것이다. 푸르지오는 2년전에 이미 상표권 등록을 마쳤기 때문에 법적으로 ‘푸르지요’ 아파트의 이름 변경을 요구할 수 있어 대우건설측은 대응을 검토중이다. 대우가 서울 강남구 청담동 등지에서 사용한 고급빌라 브랜드인 ‘카운티’도 도용당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삼성의 ‘래미안’도 전라도 광주의 한 중소업체에서 ‘미래안’이란 이름으로 쓴 적이 있으며,LG의 ‘자이’와 비슷한 ‘가이’란 아파트도 있었으나 특별한 대응은 하지 않았다. 이밖에 포털사이트 다음을 모방한 ‘다음엔’과 야후코리아와 비슷한 ‘야호코리아’등도 네티즌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류길상 윤창수기자 ukelvin@seoul.co.kr
  • 지자체 너도나도 ‘영어마을’

    전국 지방자치단체들 사이에 ‘영어마을’ 조성 붐이 일고 있다. 경기도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영어마을 안산 캠프’를 설치한 뒤 비슷한 시설을 조성하려는 자치단체나 교육기관의 벤치마킹이 잇따르는 것이다. 9일 경기도영어문화원에 따르면 현재 영어마을 또는 캠프를 운영하거나 조성을 추진중인 자치단체는 모두 14곳. 서울시가 다음달 6일 개원을 목표로 풍납동 ‘영어체험마을’을 시범운영중이다. 강북지역에도 추가로 영어마을 조성을 계획하고 있으며 서울 관악구도 영어마을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 이밖에 전라도·충북도·강원도·인천시·제주도·대전시·대구시 등 광역 지자체 및 교육청은 물론 경기도 안산시와 의정부시 등도 영어마을과 비슷한 교육시설 건립을 추진중이다. 영어마을의 원조격인 안산캠프가 외국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개원이후 지금까지 안산캠프에는 영국 국영방송인 BBC를 비롯해 많은 외국 언론사들이 다녀갔다. 이들은 10년 이상 영어교육을 받고도 외국인을 만나면 말문이 막히는 한국의 영어 공교육 현실과 조기유학 등의 영어 사교육 열기를 지적하며 대안으로 도가 개원한 영어마을의 운영 과정 등을 취재해 보도했다. 또 지난 8월23일 개원이후 지금까지 경기도 영어마을을 다녀간 25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5%(5박6일 프로그램)와 99%(주말가족 프로그램)가 “다시 방문하고 싶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영어문화원 이무광 사무처장은 “입시위주의 우리 영어 교육 현실의 문제점과 과중한 영어 사교육비 지출, 해외어학연수 및 조기 유학으로 인한 막대한 외화 유출 등을 막기 위한 절박함에서 나온 대책”이라고 풀이했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늦가을 관객유혹 마당놀이 3파전

    늦가을 관객유혹 마당놀이 3파전

    질펀한 풍자와 해학으로 묵은 체증을 통쾌하게 날려줄 마당놀이가 늦가을 관객을 유혹한다. 극단 미추와 MBC가 맞대결을 벌였던 마당놀이판에 올해는 극단 예인이 가세해 저마다 개성넘치는 무대로 치열한 3파전을 예고하고 있다. ●극단 미추의 ‘삼국지’ 판소리 다섯마당의 하나인 ‘적벽가’를 모티브로 한 작품. 극작가 배삼식의 재기발랄한 각색과 손진책 연출가의 탄탄한 연출력, 그리고 윤문식·김성녀·김종엽의 화려한 출연진 등 3박자가 딱 맞아떨어지는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적벽대전’을 중심으로 권력을 향한 인간군상의 다툼을 보여줌과 동시에 모든 것이 한줌 재로 돌아간 후의 인생무상을 전하는 것이 이 작품의 메시지. 중국의 삼국(위, 촉, 오)을 각각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로 바꿔 각 지역의 방언을 사용한 점이 재밌다. 또 곳곳에 현재 우리 사회의 정치, 사회적인 코드를 배치해 현실풍자의 묘미를 살린 대목도 눈길을 끈다. 중국 배우 2명이 펼쳐보일 무술연기와 애크러배틱 묘기도 관심거리.20일∼12월12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 마당놀이전용극장.(02)747-5161. ●MBC의 ‘제비가 기가 막혀’ 고전 ‘흥부전’을 현실과 접목시킨 창작극으로, 로또 대박열풍과 황금만능주의가 낳은 폐단을 꼬집는다. 흥부에게 박씨를 물어다주는 제비는 이 작품에서 놀부네 집에서 일하는 하인 마당으로 탈바꿈한다. 남자를 밝히는 놀부 처의 유혹을 거절하다 다리가 부러진 마당을 흥부 처가 간호해주고, 마당이 선물로 준 행운의 상품권이 로또에 당첨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해프닝이 줄거리. 돈에 눈이 어두워 조강지처를 구박하는 흥부, 마당을 유혹하지 못했다고 처를 닦달하는 놀부 등 등장인물들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이 시종일관 폭소를 자아낸다. 탤런트 김자옥이 놀부 처를 맡아 사정없이 망가지는가 하면 개그맨 김한국, 서현선 등이 코믹 연기를 선보인다. 윤정건 극본, 오태호 연출.12일∼12월12일 서울 장충체육관.(02)789-3729. ●극단 예인의 ‘뺑파전’ 판소리 ‘심청전’에서 뺑덕어멈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시대를 풍자한 창극 ‘뺑파전’을 마당놀이 버전으로 만들었다. 심청이 인당수에 팔려간 이후 뺑덕어멈은 심봉사를 속여 돈을 갖고 도망치지만 결국 개과천선하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줄거리. 창극 ‘뺑파전’에서 뺑덕어멈을 맡았던 국악인 김영자를 비롯해 이 작품의 작가이자 판소리 ‘적벽가’의 예능을 보유한 국악인 김일구가 출연하고, 여기에 탤런트 전원주와 안병경 등이 합세한다. 유길촌 연출.13일∼12월5일 서울 열린극장 창동.(02)3444-0651.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광주 찾은 DJ…퇴임후 1박2일 첫 방문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처음으로 광주를 방문한 1일,“광주시민과 전라도민을 평생 잊지 않겠다.”면서 “‘김대중을 지지했다.’는 말을 평생 후회하지 않도록 앞으로도 살아갈 것이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부인 이희호 여사와 함께 1박 2일 일정으로 광주를 방문해 5·18 묘역을 참배한 뒤 열린우리당 소속 광주출신 의원 및 지역 주요인사 100여명과 2시간 30여분 동안 만찬을 함께 하는 자리에서 호남에 대한 ‘절절한’ 애정을 표현했다고 열린우리당 강기정 의원이 전했다. 최근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 결정과 ‘4개 개혁입법 처리’ 등에 대해 독자적으로 입장을 표명해 온 DJ는 이날 “현실 정치에 관여하려면 못할 것도 없었지만, 관여하지 않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해 평화를 키우는 데 노력했다.”면서 국내 정치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DJ의 광주 방문에 대한 여권 일각의 우려에 대해, 열린우리당 김태홍 의원은 “DJ는 민주당 소속의 광주시장·전남도지사의 방문 요청을 민주당 분당과 17대 총선 등 민감한 정치현안이 맞물려 거절해왔다가,10·30 지방 재·보선이 끝난 이후로 방문일정을 연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길섶에서]황톳길/오풍연 논설위원

    “황톳길에 선연한/핏자욱 핏자욱 따라/나는 간다 애비야(중략)낡은 짝배들 햇볕에 바스라진/뻘길을 지나면 다시 모밀밭(중략)부줏머리 갯가에 숭어가 띌 때/가마니 속에서 네가 죽은 곳(김지하의 ‘황톳길’)”“천안(天安) 삼거리를 지나도/수세미 같은 해는 서산에 남는데/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숨막히는 더위 속으로/절름거리며 가는 길(중략)가도 가도 천리(千里)/먼 전라도 길(한하운의 ‘소록도 가는길’)” 암울했던 시절 시인들은 황톳길을 주제로 민중의 애환을 읊었다.이 시들을 읽노라면 눈물이 앞선다.왠지 숙연해지고 가슴 속 깊이 북받쳐 오름을 느낄 수 있다.척박한 식민지의 땅과 그 속에서 목숨을 부지하고 살아온 민중의 체취가 와닿는 듯하다.현대사에 조명된 민중들은 시련과 고난의 연속이었다.수난의 역사라고 할까. 소년의 동네에도 황톳길이 있었다.보리밭과 밀밭을 사이에 둔 길은 끝을 알 수 없었다.특히 도회지로 떠난 누나와 함께 걷던 기억은 잊혀지지 않는다.이젠 어디를 가도 붉은 흙길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고향의 황톳길도 빛 바랜 시멘트로 포장돼 있었다. 오풍연 논설위원 poongynn@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25) 대한민국 경상북도 울릉군 독도리 산 1-37번지에서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25) 대한민국 경상북도 울릉군 독도리 산 1-37번지에서

    필리핀 북쪽의 암초인 오키노토리시마는 ‘더블베드’ 크기다.태평양 복판 쪽으로 혀를 내민 미나미토리시마도 산호초에 불과하다.그러나 이들 암초에 대한 일본의 투자는 융단폭격에 가깝다.무인도에 불과한 조어대,일명 센카쿠 열도로 험난한 중·일 분쟁을 야기하고 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독도 역시 일본의 장기적 해양 영토전략에서 시비가 붙고 있을 뿐 우연한 ‘독도망언’이란 없다. ●일본에 비해 수동적인 우리네 해양관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200해리 배타적경제수역(EEZ)으로 연안국에 광대한 해양관할권을 인정하는 국제해양질서가 성립된 작금의 추세는 일본의 해양력 강화에 매우 유리하다.해양을 포함한 일본의 영토는 실로 엄청나며 우리와 비할 바가 아니다.그러한 점에서 독도는 바둑으로 치면 일본과 맞상대하는 동해판수의 화점(花點)이다. 감성적으로야 독도를 ‘작은 점’,‘손톱만한 섬’이라 지칭해도 무방하겠지만 오키노토리시마 따위와 비견하면 엄청 큰 섬이다.유치환 시인은 울릉도조차도 ‘심해선 밖의 한점 섬’으로 묘사하였지만,대해양 시대의 역사관으로 볼 때는 매우 가깝고도 큰 섬이다.그만큼 우리 사회의 바다관이 수동적이란 증거이리라. 대한민국 국민 김성도씨가 주민등록을 전입했으며,수많은 이들이 호적을 둔 ‘대한민국 경상북도 울릉군 독도리 산 1-37번지’를 찾은 것은 지난 9월19일.국회바다포럼과 민족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모임,바른정치연구모임 소속의 국회의원,해양연구원,해양수산개발원,수산과학원 등의 해양전문가들이 울릉도에 속속 모여들었다.‘울릉군 독도리’로 떠나기 전날,‘해양강국 발전 모색과 영토주권 수호’ 세미나를 갖던 차에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에 대한 예의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자기 나라 섬을 방문하는 것도 막는 지경이니 할 말 잃은 표정들이었다. 예의 ‘내 마누라론’이 재론되곤 한다.어차피 내 마누라인데 제3자에게 내 마누라임을 애써 강조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논리다.독도를 주유하는 부정기 노선의 관광객들도 3시간여를 달려와서 먼발치에서 되돌아가야 한다.까다로운 입도신청서를 작성하고 허가를 기다려야 하는 데다가 날씨마저 궂기 때문에 상륙이 쉽지 않다.돌이켜보면 2000년 독도선착장 준공식에 공사를 책임졌던 해수부장관도 외교문제를 빌미로 참석하지 못하였다.그러하니 내 나라 내 땅에 발을 디디면서도 감격스러울 수밖에! ●대견하고 고맙기만 한 섬 해경 함정으로 울릉도 저동항을 떠난 지 2시간여.독도는 그야말로 ‘불현듯’ 눈앞에 나타났다.섬 그림자의 실루엣이 드러나길 30여분.가파른 바위산으로 솟구친 섬이라 그야말로 도발적으로 다가온다.많은 섬을 다녀 보지만 독도처럼 대견하고 고마울 데가 또 어디 있으랴.조물주의 능력이 오묘한지라 동해에 처음으로 독도를 만들어 놓고 섬이 너무 작아서 마음이 안되었던지 훗날 울릉도를 만들어 주었다.누군가 농을 던진다.“이왕이면 독도 같은 섬 수십개만 쭉 뿌려 주셨더라면! ” 독도수비대에 앞서 토종 삽살개가 마중한다.사람이 그리운지 살갑기가 그지없다.가파른 층계를 올라가면 예의 태극기 휘날리는 경비대 막사와 헬기장,등대 등이 나타난다.초병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망망해대를 지켜볼 뿐이다. “고향이 어딥니까?” “전라도에서 왔습니다.”참 멀리서도 왔다.2개월을 지키다가 울릉도 본부로 나가 임무교대한다.행동반경이 지극히 좁은 섬이라 감옥에 갇힌 폭이다.추석 귀향행렬에 끼지 못하는 이들은 비단 휴전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니 독도경비대 역시 전쟁터에 서 있는 셈이다. “참으로 좋은 날에 오셨습니다.” 이런 날이 별로 많지 않단다.가을바람은 독도에도 어김없이 불어 해국(海菊)이 보랏빛 자태를 드리운다.화산섬에 수백만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어디선가 식물들이 안착하여 무려 60여종이 자라고 있다. ●본섬 외에도 78개 암초로 이루어져 동도 정상에서 굽어보니 서도의 가파른 절벽 사이로 장군바위·감바위 등이 초록빛 바다 위에 떠 있다.울릉도에서 오는 뱃길은 거의 검푸른 빛깔이었는데 동도와 서도 사이의 야트막한 바다는 그야말로 초록빛이라 뛰어들고픈 충동이 불끈 솟는다.독도를 단독섬으로 알고 있는 이들이 많지만 동·서도 본섬과 무려 78개의 암초가 대가족을 이룬다. 독도하면,민족문제와 결부되어 심각한 표정으로 다가오지만,실상 독도의 풍경은 아름다움 그 자체다.머나먼 동해 가운데에 이처럼 불쑥 튀어나왔다는 점도 참으로 절묘하지만 여러 암초를 거느린 가장답게 늠름하고 의연하기가 이를 데 없다.동도와 서도가 거의 비슷한 크기로 중심을 딱 잡고 버틴 가운데 자잘한 암초들이 주변 풍경을 장엄하게 해준다. 괭이갈매기,흑비둘기,멧비둘기 등 60여종에 달하는 새들도 살고 있어 ‘외로운 섬’이란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감태와 모자반,대황군락이 수중림을 형성하는 가운데 난류 영향을 강하게 받아 자리돔 같은 물고기도 쉽게 눈에 띈다.그 자체로 동해의 꽃이며 종다원성의 보고이자 천연보호구역답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90여㎞ 떨어진 울릉도가 선명하게 다가온다.독도를 자신들의 관할에 두고 있다고 주장하는 오키섬은 무려 160㎞나 떨어져 육안 관찰이 불가하다.가시거리에서 조업하는 울릉도민이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오키 어민보다 역사적·현실적 지배력을 지니고 있음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460만년 전에 형성… 제주도의 맏형격 많은 사람들의 오해 가운데 하나가 독도를 ‘동해의 막내’라고 부른다는 점.약 460만년 전에 형성된 독도는 250만년 된 울릉도,120만년 된 제주도의 맏형이다.족보상으로도 어엿한 형일뿐더러 독도를 떠받치고 있는 해저지형은 독도와 울릉도가 비슷한 크기임을 알려준다.육안으로 보이는 독도는 지극히 일부분이다.그러한즉 1965년 한·일협상 과정에서 귀찮은 존재이니 차라리 비행기 폭격으로 지구상에서 없애 버리자고 한 정치인의 발언은 그 얼마나 황당하며 무지에 가까운 망언인가. 돌이켜보면 독도는 지금껏 위정자들보다는 민중의 손으로 지켜왔다.성호 이익이 성호사설에서 ‘안용복은 영웅에 비길 만하다.’고 극찬하였듯이,동래 출신의 일개 어민이 일본까지 건너가 섬을 사수하였다.한국전쟁의 빈틈을 찌르면서 침범하던 일인들을 온몸으로 막아낸 홍순칠 대장 이하 의용수비대 역시 국가와 무관하게 자신들의 몸을 던진 민중이었다.지금도 사이버공간에 들어가면 갖가지 독도사이트들이 총성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이쯤되면 국가가 한 일이 무엇인가를 곰곰 되묻지 않을 수 없다.‘울릉도 동남쪽 뱃길따라 이백리,외로운 섬 하나 새들의 고향’으로 시작되는 ‘독도는 우리땅’조차 금지곡에 오를 정도였으니! ●‘독도 지키기’ 나라는 무얼 했는가 의용수비대원으로 생존한 몇분 중의 하나인 정원덕(76)옹은 아주 간단하게 말한다.“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지요.늘상 배 타고 나가서 미역 뜯고 전복 따던 곳이지요.”울릉도민들에게는 ‘일상의 바다밭’일 뿐이란 말이다.울릉도 사람들,더 나아가 강원도 묵호,경상도 울진 사람들도 출어하던 황금어장이다.따라서 일제가 통감부 지배를 시작하던 1905년에 시네마현(島根縣) 고시40호로 독도를 임의 편입조치하고 토지대장에 기입한 것을 근거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망언은 역사적·현실적 지배를 무시한 국제법상의 명백한 도발에 불과하다. 독도에서 물개바위를 바라보노라니 돌연 귀엽기만한 강치 생각에 마음이 찡하다.물개과의 수만마리 하얀 강치들이 일본업자들에게 학살당하여 씨를 말렸다.그 학살의 책임은 누가 지겠는가.1948년에는 미군 폭격기에 의해 독도에서 고기 잡던 울릉도민들이 학살당하고,1952년에는 한국산악회 독도조사단이 피습을 당한다.우연일까,아니면 재일본미군사령부와 일본의 은밀한 묵계에 의한 것일까.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천년대계의 해양력 설계, 독도에 달려있어 1880년 북경조약으로 두만강 녹둔도가 러시아로,간도협약으로 간도가 중국에 넘어갔다.동북공정으로 고구려와 발해사가 초미의 관심인데 일본은 기회만 있으면 독도망언을 내뱉는다.지극히 조직적인 ‘정치적 망언’이라 치고 빠지기 수준을 뛰어넘는데,우리에게 독도는 아직도 ‘머나먼 당신’이다.피동적인 ‘내 마누라론’만으로 우리들의 당신을 지켜낼 수 있을까.저동항으로 돌아오는 뱃전에서 누구나 합치된 의견이었으니,이제 ‘마누라타령’은 용도폐기할 때도 되지 않았을까. 해군 전략이론가이자 19세기의 가장 뛰어난 해군역사가인 마한이 ‘해양력이야말로 역사의 진로와 국가 번영을 이루는 중요한 고리이다.’라고 하였을때,독도는 우리의 해양력을 시험하는 잣대임이 분명하다.러일전쟁터가 독도 근해였음은 제국의 각축이 언젠가 다시금 독도에서 재현될 수 있음을 시사해 준다.일본 자위대의 무력적 위협이 현실화되는 동해판수의 화점에서 우리는 바둑돌을 어떻게 놓을 것인가.그야말로 천년대계의 해양력을 설계할 일이다.
  • 연휴 마지막날 ‘마술의 세계로’

    지상파 방송사들이 한가위 연휴 마지막날인 29일 마술,웰빙 여행,노래자랑 등 재미있는 소재를 다룬 다채로운 가족 특집 프로그램들을 편성했다. KBS 2TV는 29일 오후 6시50분 유명 마술사 이은결이 다양한 마술의 세계를 공개하는 ‘이은결의 매직 콘서트’를 방송한다.누구나 꿈꾸고 상상해 본 경이로운 환상의 세계인 마술을 온 가족이 안방에서 즐길 수 있도록 꾸몄다.국내 무대를 넘어 세계적인 마술사로 거듭난 ‘글로벌 매직맨’ 이은결이 그림자 마술,심리마술,연인마술,풍자마술 등 방송에서 보여줄 수 있는 마술의 모든 것을 공개할 예정이다. SBS는 29일 오후 8시35분 ‘2004 좋은 세상 만들기’를 방영한다.‘웰빙을 위한 휴먼 여정’을 주제로 하는 인기 스타들의 여행기.푸근함을 지닌 ‘대한민국 대표 아저씨’ 조형기가 모든 일정을 뒤로 한 채 배낭 하나 달랑 메고 전라도 담양의 시골마을을 찾아간다.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연예인 조형기가 하룻밤을 묵게 해달라는 황당한 부탁을 받은 시골 어른들이 그를 어떻게 대하는지 지켜본다.순수한 모습을 지닌 인기 스타 최정원은 서해안의 외딴 섬마을에 무작정 들어간다. iTV 경인방송은 70∼80년대 전국노래자랑대회를 악극화한,팔도색이 물씬 묻어나는 ‘쇼 팔도 노래자랑’을 29일 오후 8시30분에 방송한다.출연자들이 자신의 도를 대표로 그 지역의 사투리를 써가며 노래자랑을 벌이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명절 지친몸 달래볼까 숯가마

    명절 지친몸 달래볼까 숯가마

    여느 해보다 긴 한가위 연휴,노는 것도 힘들다.명절 동안 장거리 운전과 과식·과음으로 지친 몸을 달래야 일상으로 돌아가는 데 지장이 없는 법.연휴 마지막 날에는 숯가마나 전통 불한증막 여행을 다녀오는 건 어떨까. 경기도 광주,용인,일영,광탄 등 근교에 숯가마와 전통 한증막이 생겨 편안하게 찜질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찜질을 갈 때는 꼭 양말과 수건을 가지고 가야한다.옷은 대여하지만 양말이나 수건은 구입해야 하기 때문.또 음식물 반입이 안되는 곳이 있는가 하면 고기를 가져가면 구워먹을 수 있도록 숯불을 피워주는 곳도 있으니 전화로 문의하고 떠나는 것이 좋다. ●경기 광주 나무골 참숯가마 서울 근교에선 규모가 가장 큰 곳으로 숯가마가 무려 10개다.월·수·금요일과 주말에는 가마에서 뻘겋게 달아오른 참나무 숯을 꺼내는 것까지 볼 수 있다. 이곳은 원래 숯생산용과 찜질가마 등 두 가지 목적으로 만들어졌다.사람들의 안전을 생각해 다른 지역의 가마보다 튼튼하게 만들었다.또 가마의 내부를 황토와 분청으로 마감해 원적외선과 음이온이 보통 가마보다 훨씬 많다고 한다.보통 10개의 가마 중 5개에서 찜질을 할 수 있다.내부 온도에 따라 꽃탕,고온,중온,저온,휴식가마로 나뉜다.보통 가마 1개당 참나무를 1t가량 넣고 5일 동안 불을 지펴 숯으로 만든다.그리고 숯을 뺀 지 하루가 지나면 그때부터 사람들이 들어가 찜질을 할 수 있다.하루 지난 가마를 보통 ‘꽃탕’이라 부른다.꽃탕이라는 이름은 숯을 막 빼내 원적외선과 음이온이 가장 많기에 제일 좋은 곳이라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고 뜨거워서 몸에 붉은 반점이 생기기 때문이기도 하다. 꽃탕이 이틀 지나면 고온,고온이 하루 지나면 중온,이런 식으로 시간이 지나가면 자연히 가마의 온도가 내려가 온도가 낮아진다.보통 사람이 제일 찜질하기 좋은 온도는 중온이다.고온은 뜨거운 것을 좋아하는 어르신들이 주로 이용한다.‘중온’가마에 들어가 보았다.8명이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찜질을 하고 있었다.“야 역시 땀이 잘 나는구나.”,“신기하게 숨이 하나도 막히지 않네.” 땀을 연신 수건으로 닦아내며 ‘커∼ 좋다.’를 연발하는 어르신들.가마내의 풍경이 재미있다. 한 2∼3분 지났을까.땀이 나기 시작한다.머리부터 흐르기 시작한 땀이 턱에서 뚝 뚝 떨어진다.정말 신기하게도 숨쉬는 데 전혀 거북함이 느껴지지 않는다.옆에 있던 민형식(51·부동산업)씨는 “피곤하고 지쳤을 때 가끔씩 찾는데 피로회복에 정말 좋다.”며 숯가마 예찬론을 폈다.그는 “여기는 과학으로 접근하면 말도 안 되는 일들이 가끔 일어납니다.아토피 피부염이 있는 사람들이 3∼4일만에 다 나았다,관절염이 좋아졌다는 등 거짓말 같은 체험들을 한 사람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라며 “아마도 원적외선과 음이온 때문인 것 같습니다.”라고 덧붙였다. 10분이 지나자 티셔츠와 바지가 땀으로 흠뻑 젖었다.등에 수건을 대고 가마벽에 기댔다.허리와 등에 느껴지는 따뜻함이 몸 속으로 전해진다.밖으로 나왔다.시원하다 혹은 상쾌하다 라는 표현은 부족했다.그저 ‘날아갈 것’같은 느낌이다.평상에 앉아 앞에 펼쳐진 산들을 감상한다.너무 너무 좋다.나무골 양인승(41)사장은 “숯가마에서 찜질을 하고 나서는 샤워를 하지 않는 게 좋다.몸이 뜨거워져 3∼4시간 동안은 몸에서 노폐물들이 계속해서 나오기 때문이다.”라고 귀띔했다.또 “가마에서 한번에 땀을 흠뻑 흘리고 나오는 것이 짧게 여러 번 반복하는 것보다 더욱 몸에 좋다.”고 알려줬다.그래도 땀을 흘리고 난 다음에 씻지 않는다면 찝찝하지 않을까 싶었다.이상하게도 땀이 마르면서 다시 몸은 뽀송뽀송해졌고,상쾌했다.운동을 하고 땀을 흘렸을 때와는 확실히 다르다.참 이상한 일이다. 배가 출출하다.마침 가마 바로 옆에 조그만 식당이 있다.미역국은 3000원,공기밥은 1000원.간단한 밑반찬도 주는데 미역국 맛이 꿀맛이다.삼겹살도 판다.강원도 횡성처럼 삼초 삽겹살은 없지만 참나무 숯을 피워주고 상추와 야채,삼겹살 1근(600g)을 주고 1만 8000원을 받는다.4인 가족이 충분히 먹을 수 있다.가마에서 나온 참나무숯에 구워 먹는 삼겹살 맛은 말로는 설명이 안 된다.입장료는 7000원,10장을 사면 장당 6000원으로 할인해준다.옷 대여료 1000원.수건과 양말은 본인이 가져가야 한다.음식물 반입은 금지.막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서이다.간단한 탈의실,샤워장을 갖추고 있으며 가마 앞에 10여 개의 평상 등 휴식 공간도 있다.광주시 태전동까지 셔틀이 하루에 왕복 4차례 다닌다.성남,분당,광주지역은 8명 이상이면 봉고차를 보내주는 편의를 제공한다.영업시간은 연중무휴.오전 9시부터 새벽 2시까지.(031)766-5374. ●일영 한국전통불한증막 “들어가서 10초안에 발등에 땀이 나지 않으면 돈을 받지 않습니다.”동네 한증막과 비교를 한다면 이곳 일영 한증막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일단 외관부터 범상치 않다.높이 12m의 탑처럼 생긴 한증막은 흡사 첨성대를 닮았다.전라도 순천에서 가져 온 황토,돌,바다소금 등으로 두께 2m의 벽을 쌓아 열을 저장하고 원적외선과 음이온 등을 만들어 낸다.매일 새벽 5시부터 9시까지 소나무로 불을 지펴 가열한다.‘막’의 상층부는 800℃,중층부는 500℃이고 하층부는 100℃ 내외다. 술 먹은 다음날 취재를 갔기에 몸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들어서자마자 후끈한 열기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동시에 느껴졌다.정말 10초도 안돼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발등에도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100도가 넘는데도 숨은 가쁘지 않았다.다만 몸이 뜨겁다는 생각만 든다.2분도 채 안돼 상의가 땀으로 흠뻑 젖었다.밖으로 뛰어나와 멍석돗자리 위에 누웠다.‘막’에서 나왔는데도 땀이 계속 줄줄 흐른다.숙취가 단숨에 해소됐고 몸이 가뿐해졌다.황찬석(65)사장은 “막에 오래있는 것보다 2분정도 있다가 나와서 휴식을 충분히 취한 후 다시 들어가는 과정을 3번 되풀이하는 게 좋다.”고 가르쳐 준다.다시 한번 들어갔다. 처음에 들어 갈 때보다는 한층 여유가 생겼다.머리를 들어 위를 쳐다보았다.12m높이의 탑 내부가 눈에 들어온다.또한 소나무 향기가 좋다.막의 직경은 10m로 어른 20명이 들어가도 충분할 정도로 큼직하다. 30분 동안 휴식을 취해도 땀이 계속 흐른다.몸속의 각종 노폐물들이 빠져나가는 기분이다.일영 한증막은 이러한 ‘막’이 두개 있다.하나는 여성전용,하나는 남녀공용으로 가족이 즐길 수 있다.간단한 샤워실을 갖추고 있지만 여기도 샤워하는 사람들이 없다.땀을 흐리고 씻지 않았는데도 상쾌하고 기분이 좋다. 1층에는 막과 남·녀 탈의실,샤워장,매점 등이 있고 2층에는 200여평의 휴게실과 마사지실 등이 있다.뒤쪽의 야외휴게실에서는 원하는 사람에게 숯불을 피워준다.삼겹살을 구워먹거나 도시락을 싸와 먹을 수도 있다.식당에선 미역국과 밥이 4000원,맛이 일품인 된장찌개가 5000원이다.삼,황귀,두충 등을 넣고 끓인 한방닭이 3만원.맛과 영양이 좋다. 입장료는 대인 8000원,소인 5000원.입장료를 10장은 장당 7000원으로 ,30장은 장당 6000원으로 할인해 준다.수건과 양말은 본인이 가지고 가야 한다.(031)855-1727. ■여기도 좋아요 ●용인백암 다래참숯가마 휴게시설이 완벽하게 마련된 숯가마를 찾는다면 ‘다래’를 추천한다.6개의 숯가마에 무려 300여평의 휴게실건물이 갖춰져 있다. 다래참숯가마도 찜질을 목적으로 가마를 만들었다.황토에 육각수를 만드는 ‘청옥’이란 돌을 섞어 만들었다고 한다.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는 숯을 꺼내 바로 숯을 뺀 가마 앞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를 직접 느낄 수 있게 한다.휴게실 건물 1층은 탈의실과 목욕탕,2층은 식당,3층은 남·녀 수면실과 휴게실,황토 가족방(하루 3만원)이 있다.또 야외에는 원두막이 있어 쉬기에 안성맞춤이다.음식물 반입은 금지하며 미역국은 4000원,삼겹살은 1인분에 8000원으로 참나무 숯에 구워 먹는다. 금·토·일과 공휴일은 24시간 운영.입장료 8000원.주중에는 오전 10시∼밤 11시까지이며 6000원이다.찜질복과 수건 등을 준다.황토 가족방은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다.(031)339-1113. ●파주광탄 숯굽는 마을 아이들과 자연을 벗하며 찜질을 할 수 있는 곳.가마 5개를 운영한다.여기는 숯을 빼는 날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4∼5일에 한번씩 숯을 뺀다. 가마 한 개당 1.2톤의 참나무를 가득 채워 숯을 만들고 거기서 찜질을 한다. 편의 시설은 다소 떨어지지만 서울 북부쪽에서 찾아 가기 편리해 사람들이 많이 온다.음식물 반입이 가능하고 야외에 주인이 직접 숯불을 피워줘 고기를 구워 먹는 가족도 많다.주변 논에서 메뚜기도 잡고 떨어진 밤도 주울 수 있다.식당에서 미역국 등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고 음료수 등도 판다.입장료는 옷을 포함 5000원이다.영업시간은 오전 9시∼저녁 9시까지.추석과 전날은 쉰다. (031)941-2356,www.charcoaltown.co.kr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서해에서 부는 가을 맛바람

    서해에서 부는 가을 맛바람

    가을은 서해로부터 온다.누런 들판에 선 농부의 웃음이 그렇듯,푸른 바다를 등지고 돌아오는 어부의 하얀 웃음에서도 가을은 빛난다.포구는 살아있다.강화의 민물장어,태안의 새우,서천의 전어,남녘 끝자락 무안의 낙지….주황빛 낙조를 바라보면서 맞는 서해안의 가을,거기에 맛이 있다.넉넉한 웃음과 푸짐한 인심,이맘때 서해안 바닷가에선 누구나 행복해진다. 무안·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태안·서천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강화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태안반도 충남 태안반도에 고소한 냄새가 진동한다.‘가을의 진미’ 대하와 전어 굽는 냄새다.코를 킁킁거리면서 백사장포구로 들어가 봤더니 그물에 걸린 새우를 털어내는 어부들의 손길이 바빴다.서해안 최대의 해산물 집산지답게 포구로 돌아온 배마다 새우와 전어로 만선이다.분주한 어부들의 표정은 밝다.태안반도 천수만 일대에는 대하잡이 배들로 가득하다.올핸 대하가 풍년이다. 포구 뒤로 쭉 늘어선 횟집거리엔 ‘갓 잡은 대하 입하’라고 쓴 간판을 내걸고 있다.수족관마다 싱싱한 새우와 전어가 퍼득거리고 낙지가 꼬물거린다.고소한 냄새가 침부터 삼키게 한다.포구 곳곳에는 노릇노릇하게 구운 새우를 뒤집어가며 까먹고 있었다.한쪽에는 칼집을 넣어 굽는 전어 냄새도 난다. 포구 곳곳에는 발에 우럭을 말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우럭의 배를 갈라 손질하고 소금을 적당히 뿌린 다음 따사로운 가을 햇살에 말리는 것이다.다른 지역에서 보기 힘든 태안만의 광경이다.우럭젓국은 태안의 숨은 별미이기도하다. ●맛이 담백한 대하 ‘몸통 살은 입에서 살살 녹고 바싹 구운 머리는 고소하고 씹히는 맛이 최고.’ 작년에 비해 많이 잡히지만 대하의 시세는 매일 바뀐다.얼마라고 딱 말할 수는 없지만 보통 1㎏에 4만∼5만원선.보통 어른 손뼘만한 크기의 대하가 20마리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10월이 되면 대하 씨알이 더욱 커진다고 한다. 양식과 자연산을 구분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생사여부다.일반적으로 죽은 게 자연산이고 살아 있는 것은 양식이다.그물에 걸린 많은 대하를 배에서 일일이 손으로 떼기 때문에 살릴 수 없다고 한다.양식산은 자연산에 비해 더 검다. 대하는 회나 탕으로도 먹지만 가장 인기 있는 방법은 소금구이다.프라이팬 위에 대하를 가지런히 깔고 하얀 소금을 끼얹고 굽는 것이다.소금의 짠맛이 살짝 배어 간장이나 고추장 없이 먹어도 간이 딱 맞고 담백한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안면도 백사장포구에는 횟집이 즐비하다.그 중에서도 깨끗하면서 10여년을 한곳에서 영업을 해 온 똘순이회관(041-673-6870)이 유명하다.주인 박성식(53)씨는 안면도 토박이로 항상 서해에서 나오는 해산물만을 고집한다.회도 자연산이고 대하도 갓 잡은 녀석들만 손님들에게 낸다.대하값은 보통 1㎏에 5만원.맛있는 밑반찬과 야채 등이 따라 나온다.대하를 사오면 자리와 야채 값으로 1㎏ 1만원을 내면 바다가 보이는 전망 좋은 자리에서 대하를 먹을 수 있게 해준다.이밖에 온누리회타운 (041-673-8966),오뚜기횟집 (041-672-8659)도 있다. ●연포탕은 저리가라.태안 박속낙지 납신다 낙지를 넣고 끓인 전라도식 음식이 ‘연포탕’이라면 태안 쪽에는 ‘박속낙지’가 있다.맛은 연포탕과 비슷하지만 영양과 향 등은 훨씬 뛰어나다.박과 무 등을 넣고 끓인 육수에 산낙지를 넣고 익혀 먹는 음식을 박속낙지라고 한다.박의 싱그러운 풀냄새와 낙지의 담백한 맛이 그대로 살아있는 국물은 정말 ‘끝내준다’. 또한 낙지가 부드럽고 쫄깃쫄깃하다.한동안 끓는 육수에 넣고 삶았건만 전혀 질기지 않다.역시 태안 펄낙지는 삶아도 질기지 않다고 하더니 거짓말이 아니다.낙지가 익으면 다리 세개 정도를 젓가락에 말아 간장소스에 찍어 그냥 먹는다.중간에 자르지 않아도 정말 맛있다.도심에서는 질겨서 엄두도 못낼 일이다. 이렇게 낙지를 건져 먹고는 수제비나 칼국수를 넣어 끓여 먹는다.이것이 박속낙지다.박속낙지는 다른 이름으로 밀국낙지라고도 불린다.6∼7월에 나오는 작은 낙지로 만드는 박속낙지를 일컫는 말이다. 토박이들에게 널리 알려진 집은 정가네 박속낙지탕(041-675-8001).주인 정현규씨는 “낙지는 태안반도에서 잡은 펄낙지를 쓰고,화학조미료는 전혀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무 다시마 등을 넣고 만든 독특한 육수로 맛을 낸다.그래서 맛이 담백하고 깔끔하다.낙지 특유의 향과 맛을 즐기려면 간장소스에 찍어 먹는 것이 좋다.초고추장은 향이 강해 낙지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낙지값은 시세에 따라 차이가 많다.지금은 보통 1인분에 2만원선.낙지 5마리와 칼국수 사리 포함.낙지만을 추가해서 먹을 수도 있다.우리밀로 만든 해물손칼국수는 5500원. ●입에서 살살 가을전어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갔던 며느리 다시 돌아온다.’,‘전어는 며느리 친정간 사이 문 걸어 잠그고 먹는다.’는 가을전어가 한창이다.충남 서천등 서해안 포구에는 전어 굽는 고소한 냄새가 가득하다. 이맘때의 전어가 최고다.산란기를 끝내고 살이 오르며 기름이 올랐기 때문이다.국내 여러 연안에서 나지만 서천 토박이들은 ‘갯벌전어’로 이름난 서천전어를 으뜸으로 친다. 가을전어처럼 지방이 많은 생선은 초고추장이나 냉이고추(와사비)보다 쌈장에 찍어먹는 것이 더욱 맛을 느낄 수 있다.마른 김과 묵은 김치에 싸서 먹는 맛은 정말 별미다. 양파,당근,오이,깻잎 등 갖은 채소를 함께 넣어 초고추장에 버무려 먹는 회무침으로도 많이 먹는다. 하지만 9∼11월초까지 잡히는 전어는 지방이 많아 구워 먹는 것이 최고다.전어 몸통 양쪽에 각각 3∼4 군데씩 칼집을 낸 뒤 소금을 살짝 뿌려 석쇠에 얹어 굽는다.고소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햐,냄새에 집나간 며느리가 돌아올 만하군.’하는 생각이 든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전어의 꼬리와 머리를 잡고 통째로 뜯어먹는다.살과 잔뼈 채를 함께 씹는데 ‘역시 최고야’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부드럽다.고소하다.담백하다. 가을전어는 충남 서천군 홍원항과 안면읍 백사장포구가 유명하다.매일 가격이 틀리지만 보통 횟집에서는 1㎏에 2만 5000원 정도면 간단한 밑반찬과 야채를 포함해 회를 쳐주거나 구워먹을 수 있게 해준다.공판장에서는 1㎏에 1만 5000원 정도.보통 전어 11마리 내외가 올라간다. 포구의 횟집들은 모두 가격이 비슷하다.그중에서 해돋이횟집(041-951-9803)은 2대째 손맛을 대물림한 집으로 알려져 있다. ●국물 맛이 삼삼한 우럭젓국 태안의 주당들은 아침에 속풀이국으로 북엇국 대신 우럭젓국을 먹는다.삼삼하고 시원한 국물이 과음을 하고 난 아침에 속을 달래기에 그만이기 때문이다.따뜻한 국물은 마시면 ‘커 커 시원하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또한 추석 차례상에도 말린 우럭을 올린다고 한다.온 가족이 모인 추석 다음날 아침은 으레 우럭젓국을 먹는 것이 이곳의 풍습이란다. 말린 우럭포를 쌀뜨물에 넣고 끓이면 삼삼한 우럭젓국이 된다.젓갈이나 다른 양념은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짭짤하게 말린 우럭포에서 우러나온 진국이 간과 영양을 적당히 맞추어 준다.우럭젓국으로 유명한 지형수산(041-674-5610)은 자연산 우럭을 고집해 훨씬 더 국물맛이 담백하다.4인분 기준으로 2만 5000원.밥과 밑반찬 포함.우럭포만 팔기도 한다.보통 1만원선. 또한 주문하면 대하,꽃게,어패류를 박스로 택배해 준다.가격은 시기마다 다르므로 전화로 문의하면 된다. ●펄펄 뛰는 오징어 태안의 신진도에는 새벽마다 밤새 잡은 오징어를 내리는 불빛이 대낮처럼 밝다.끝물이라고 하지만 요즘도 오징어가 많이 잡힌다.크기도 동해에서 잡히는 것보다 훨씬 크고 맛있다. 요즘 배에서 막 내린 오징어 20마리가 1만 5000원선.근처 횟집에서 1만원이면 3마리 정도를 회 쳐 주는데 어른 두명이 실컷 먹고도 남는다.황성횟집(041-673-0189)은 싱싱한 오징어로 유명하다.또한 전어 대하 등 가을의 진미들로 맛볼 수 있다. ●쫄깃쫄깃한 펄낙지 “목포의 모래 낙지랑 우리 펄낙지는 비교 대상이 아니지요.펄낙지는 살이 통통하고 씹는 맛이 최고며 끓여 먹어도 전혀 질기지 않아요.”‘낙지박사’ 정현규(42)씨의 태안낙지 자랑이다. 태안반도에는 이원면 앞과 정산포구에서 낙지가 많이 나온다.특히 정산포구에서 낙지는 바지락을 먹고 자라서 영양과 맛이 최고로 친다.낙지는 2∼3월부터 자라기 시작해 7월에는 소위 세발낙지만큼 커지고 지금은 어느 정도 성숙한(?) 청년의 모습이다. ■ 강화도 민물장어는 그 생태가 다 밝혀지지 않은 신비한 물고기다.인공부화가 안 되고,비늘이 없고,실뱀장어 전단계인 렙토세팔루스의 생활이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우리나라에선 전북 고창의 풍천장어,전남 강진의 목리천장어가 유명하다.민물장어는 바다에서 태어나 강과 하천 등지에서 성장한 다음 6400㎞를 역영해 필리핀 해구의 수심 400m에서 산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알이 발견된 적이 없어 일부 학자는 새끼를 낳는다고도 주장한다. 생김새 탓에 뱀장어로도 불리는 민물장어는 정력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어찌보면 남성과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최근의 연구결과 불포화지방과 비타민A·B가 풍부한 것으로 나와 정력에 좋다는 말이 낭설만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장어는 한자로 鰻(만)을 쓰는데,이는 고기어(魚),날일(日),넉사(四),또우(又)로 파자할 수 있다.이를 두고 장어를 먹으면 하루(日)에 네(四)번을 해도 또(又)하고 싶어진다고 풀이하는 사람도 있다. 시중의 민물장어는 양식이거나 수입산이 대부분이다.길이 50∼80㎜의 치어가 바다에서 강으로 거슬러 올라오는 것을 잡아 키운 것이다.5∼12년간 민물에서 살다가 8∼10월 산란하기 위해 바다로 내려간다. 이런 민물장어의 명소로 서울에서 1시간30분가량이면 도착하는 인천 강화도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강화도에서 올해 민물장어 40t이 생산됐고,맛도 기존의 양식 장어보다 훨씬 좋은 까닭이다.강화도에서 생산된 장어는 풍천장어와 같은 종류다. 길이 60∼80㎝의 장어를 고창 등지에서 사다가 강화 갯벌에서 3∼5개월 기른 것이다.동검수산 박용철 대표는 “기르는 동안 인공사료는 전혀 주지 않고 산소만 공급한다.”며 “첫 달은 장어가 비쩍 마르다가 두달째부터 통통해진다.”고 말했다.장어는 강화갯벌에서 먹이활동을 한다.초지대교옆의 황산도횟집 정희옥 사장은 “처음에 갯벌장어의 배를 갈랐는데 새우와 새끼게,망둥어까지 나와 놀랐다.”고 말했다.이런 먹이활동 탓에 머리는 뾰족하나 입은 뭉뚝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맛.푸드칼럼니스트 정신우씨는 “부드러우면서 쫄깃하고 담백하면서 고소하다.”며 “자연산 장어와 맛이 거의 비슷하다.”고 평했다.양식과는 달리 껍질이 두껍고 질긴 것도 특징이다.양식과 비교하면 해감과 흙냄새가 훨씬 적다.그래서 양념구이뿐만 아니라 소금구이로도 많이 먹는다.마니아들은 회로도 즐긴다. 강화지역은 옛날엔 장어로 유명했단다.노양래 강화군 어업관리팀장은 “세계 5대 갯벌 가운데 하나인 강화갯벌은 새끼물고기와 게,수생식물 등 먹이가 풍부하고,한강·임진강·예성강이 만나 바다로 합류하는 기수(汽水)지역이어서 옛날엔 장어 생산지로 유명했다.”며 “이런 연유로 30여년 전부터 강화대교 아래쪽에 수도권에서 가장 큰 장어마을인 ‘더러미장어촌’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근래 들면서 자연산 장어는 구경조차 어려워졌고,급기야 양식 장어를 수송,장어마을 명맥을 이어가던 실정이다. 올해 처음 갯벌에서 키운 강화장어는 자연산과 비슷한 맛으로,초지대교를 중심으로 장어전문점이 한창 생겨나고 있다.강화갯벌장어는 어른 2명 분량인 1㎏에 6만원인 반면 자연산 장어는 ㎏에 12만∼15만원이다.강화도의 직매장에서 사면 ㎏에 4만원이다.다듬어 주기도 하고 비용을 조금 더 주면 양념과 함께 구워주기도 한다. 장어는 생강과 잘 어울린다.느끼한 맛을 산뜻하게 바꾸며 소화 흡수를 돕는다.부추와 같이 먹어도 좋다.반면 복숭아와는 상극이다. 강화갯벌장어는 갯장어와는 다르다.‘하모’로 불리는 갯장어는 전남 여수 등지의 남해안에서 많이 나며 ‘참장어’로 부른다.잔가시가 많으며,회나 탕으로 즐긴다.회로 즐기는 붕장어(일명 아나고)가 1m 전후인데 갯장어는 2m까지 자란다.‘꼼장어’로 많이 부르는 먹장어는 턱이 없고 입이 흡판 모양이다.양념구이로 많이 먹는다. ●장어 맛집들 강화군과 김포시 사이의 한강이 서해로 흘러드는 ‘염하’의 물줄기가 환히 보이는 초지대교를 넘어 강갯벌장어집들이 몰려 있다.갯벌장어 1번지는 초지대교를 건너자마자 왼쪽에 있는 황산도횟집(032-937-4337)이다.상호에서 보듯 생선회가 전문이었지만 이젠 장어에 밀렸다.가장 유명한 것이 양념구이.장어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고 달착지근한 양념과 고소한 장어 맛이 어울려 장어 초보들이 먹기는 그만이다.장어 자체의 맛을 즐기는 이들은 소금구이를 주문한다. 어른 2명이 먹을 양인 1㎏에 6만원이다.안주인 정희옥씨는 “양념구이의 양념에는 고추장과 함께 당귀·천궁·감초 등 30여가지의 약재가 들어간다.”고 말했다.양념이든 소금구이든 다 먹고 나면 장어죽을 내온다.양식장어로는 장어죽을 끓이지 못한단다.해감과 흙냄새가 진동하기 때문에.찹쌀을 갈아 쑨 죽은 수프와 맛이 비슷하다.15번 지방도를 따라 내려가면서 초지숯불장어(032-937-8601),천미숯불장어(032-937-7766),등대참숯불장어(032-937-0749) 등도 갯벌장어를 취급한다. 초지대교에서 오른쪽으로 해안도로를 따라 15㎞ 정도 올라가면 더리미 장어마을이 나온다.장어집 10여곳이 모여 있다.마을 초입에 들어서면 장어굽는 냄새가 미리 마중나온다.양식 장어를 쓰다가 지금은 강화갯벌장어로 바꾸고 있다.가장 대표적인 곳이 별미정숯불장어(032-932-1371)다.양식이 ㎏에 4만원인 데 비해 강화갯벌장어는 6만원이다. 주인 한종호씨는 “손님들이 못보는 초벌구이부터 장어를 숯불에 굽는다.”고 말했다.기름이 적고 담백한 맛이 이 집의 특징.소금구이·양념구이·간장구이를 모두 맛볼 수 있는 코스가 있다.이외에도 더리미숯불장어(032-934-0787),일미산장(032-933-8585) 등이 유명하다. ■ 무안 & 목포 ●낙지 어패류는 ‘개펄’에서 맛이 우러난다.생김새도 바다 밑바닥 여건에 따라 다르다.어류의 육질과 때깔도 차이가 난다.그래서 천혜의 개펄이 발달한 서남해안 해산물은 으뜸으로 친다. 국토의 서남쪽 끝자락에 자리한 무안 ‘펄낙지’가 제철을 맞았다.9∼10월엔 망운,해제,운남면 등지에서 낙지잡이가 한창이다.낙지라면 전국 어디서나 쉽게 맛볼 수 있는 대중 음식이다. 그러나 대부분 중국산으로 무안 펄낙지와는 맛이나 향에서 비교할 수 없다.이곳 낙지는 다른 지역의 것이 붉은 빛을 띠는 데 비해 잿빛 윤기로 반들거린다.다리도 더 길고 육질은 여리고 부드러운 게 특징.동이 트기전 포구에서 도착하는 싱싱한 낙지들이 미식가들의 구미를 당긴다. 전남 무안읍 성동리 하남횟집(061-453-5805)은 인근 개펄에서 갓 건져 올린 낙지 요리로 손꼽힌다.이 집의 주 메뉴는 기절낙지.기절낙지는 중간 크기의 낙지를 골라내 대소쿠리에 넣고 민물로 펄을 빨아낸다.이 과정에서 낙지가 힘이 빠지고 육질이 부드러워지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기절낙지는 낙지를 잘게 썰거나 다지지 않고,발을 잘라 그대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입안에서 깨무는 질감이 일품이다. 또 한 가지 놓칠 수 없는 메뉴는 세발낙지.어른 한뼘 크기의 자잘한 낙지를 산 채로 먹는다.수족관에 오래 보관하지 않고 갓 잡아온 것을 나무젓가락에 말아 한입에 넣는다.양념없이 먹어도 비릿한 바다향이 감칠맛을 느끼게 한다.이밖에 낙지 비빔밥,연포탕,낙지 볶음,회무침,전어회,오도리 등 각종 요리를 즐길 수 있다. 기절낙지는 한접시 3만∼5만원(3∼5명기준),세발낙지 한접시(20마리) 5만∼6만원,회무침 한접시 3만원(4명기준),오도리(새우) 1㎏ 5만원 등이다. 이 집에서 공용터미널을 끼고 100m쯤 가면 무안 뻘낙지 전문점(061-452-9988)이 있다.겉보기엔 허름하지만 낙지 전골,초무침,세발낙지 등을 잘한다.낙지 도소매도 겸하고 있다. 초무침은 3만원(4인기준) 세발낙지 1마리당 3000원,굵은 낙지 한접시(20마리)당 10만∼12만원 등이다. 이들 식당이 자리한 공용터미널 뒷골목에는 무안 낙지만 전문으로 판매하는 소매상이 즐비하다.무안낙지는 지금부터 10월까지 가장 많이 잡혀,값도 이맘때가 가장 싸다. ●민어 민어 역시 잘 발달된 개펄에서 산란하는 어종이다.진상품으로 알려진 민어는 여름∼가을 전남 신안군 임자,암태,지도 등 연안에서 잡힌다.요즘이 제철인 셈이다.주로 4∼5㎏짜리지만 큰 것은 20㎏을 넘는다.열대성 어종이라 수온이 떨어지면 남쪽으로 이동한다.어부들은 회유 경로를 따라 민어를 잡는다.민어는 예부터 노약자나 임산부 등의 보양식으로 사용될 만큼 맛이나 영양이 뛰어나다. 전남 목포시 중앙동 삼화횟집(061-244∼1079)은 민어회로 유명하다.고급 어종인 민어를 사시사철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삼화횟집은 연안에서 갓잡아 올린 민어를 먹음직스럽게 썰어 내놓는다.두껍게 썰었지만 민어살을 초고추장에 찍어 입에 넣으면 살살 녹는다.쫄깃한 민어 부레와 아가미,껍질 등도 곁메뉴로 오른다.다시마와 마른 밴댕이,민어뼈를 고아 만든 민어탕도 식사용으로 나온다.또 굵은 소금에 절여 말린 건민어탕도 별미.말린 민어를 쌀뜨물에 넣고 푹 고아 만든다.건민어탕은 미리 주문해야 맛볼 수 있다. 주인 천안숙(49)씨는 “민어를 냉동실에 보관해 보면 일주일이 지나도 돔이나 농어 등과는 달리 신선도가 그대로 유지된다.”며 민어회의 ‘우수성’을 자랑한다.회는 한접시 4만원(3인 기준),탕은 한냄비 1만원,건민어탕 한냄비 3만원 등이다.
  • [17일 TV 하이라이트]

    ●금쪽같은 내새끼(KBS1 오후 8시25분) 희수는 영실도 한가족이므로 함께 행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진국은 이런 희수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다며 크게 다툰다.진국은 마지못해 희수의 주장대로 덕배와 영실이 서로 마주치는 계기를 만들기로 한다.희수는 민섭이네로 진수를 데려갔다 동네 공원에서 영실과 만나게 한다. ●사랑과 전쟁(KBS2 오후 11시) 아이를 갖지 못해 외로움을 많이 타는 아내 수진.동훈은 강아지 한 마리를 선물하고,시도 때도 없이 자신을 찾아대던 아내가 강아지한테 푹 빠져 좀 편한 듯했으나 그것이 사건의 발단이 될 줄이야….뭘 하든 강아지가 먼저인 아내.침대마저 강아지한테 내줘 동훈은 찬밥신세가 된다. ●열정(MBC 오전 9시) 준태 어머니는 영임에게서 인희의 재혼 상대가 강지의 전 남편임을 전해듣고 깜짝 놀란다.강지는 학교 게시판에 ‘강지가 재단비리 교수’라는 글이 올랐다는 영임의 전화를 받고 급히 준태를 찾아간다.강지는 수업시간에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기다리지만 학생들이 들어오지 않는다. ●진실게임(SBS 오후 7시5분) 머리부터 발끝까지 단 한군데도 닮지 않은 이상한 형제들이 등장한다.초승달 보름달 자매,반쪽 곱배기 형제,공주 장군 남매가 출연한다.나름대로 돈독한 형제애를 자랑하지만 판정단의 질문에 당황해한다.피 한 방울 안섞인 남남형제는 단 한 팀,가짜 형제를 찾아본다. ●TV요리천국(iTV 오전 8시30분) ‘가을이라 더 맛있다 최신애의 가을 국,찌개,반찬’.제철 식재료를 이용해 꾸미는 우리집 식단의 특별 제안이 시작된다.요리전문가 최신애와 함께 우리 가족의 입맛과 건강을 생각하고,여기에 가을 정취까지 물씬한 ‘추어탕 & 더덕구이’요리를 배워 보는 시간이다. ●일과 사람들(EBS 오전 7시10분) 기계공업의 기초가 되는 중요한 공작기계를 제작,생산하는 현장을 찾아가 본다.‘비전 KOREA 직업훈련현장’코너에서는 디지털경제시대에 맞는 미래 지향적 컨설팅 기법과 교육 프로그램을 집중 개발,여러 기업에 보급하고 있는 한국 생산성본부를 찾아간다. ●라이프n조이(YTN 오전 8시30분) 가을 하늘을 유혹하는 꽃의 향기와 오색찬란한 빛의 향연,전라도를 물들인 꽃의 세계를 찾아간다.가을이 시작되는 이 무렵 찾아가는 바다의 색다른 맛이 있다.인천 소래포구의 ‘2004년 바다 축제’.바다의 갯냄새와 재래시장의 정겨움,생동감 넘치는 축제의 현장을 찾아간다.
  • 프로농구 용병 다루기 고민

    다음 달 30일 04∼05시즌 개막을 앞두고 프로농구 10개 구단이 ‘화합’의 화두를 붙잡고 용맹정진하고 있다.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새 외국인 선수들을 어떻게 하면 팀에 융화시킬지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 그동안 토종 선수들과 화합하지 못한 용병 때문에 한 해 농사를 망친 팀이 한둘이 아니다.더구나 이번 시즌부터는 자유계약을 통해 용병을 데려왔기 때문에 감독들은 선수 선발에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애가 타는 감독들은 “실력은 모자라도 좋다.팀과 어울리는 선수가 돼라.”며 용병들을 구슬린다. 우여곡절을 가장 많이 겪은 팀은 모비스.애초 미프로농구(NBA) 하부리그인 USBL 펜실베이니아에서 함께 뛰며 ‘궁합’을 과시한 제이슨 웰스(197㎝)와 프란츠 루이스(199㎝)를 뽑았다.루이스의 실력이 미심쩍었지만 고교시절부터 친구인 웰스가 “꼭 함께 뛰고 싶다.”고 고집하는 바람에 ‘화합’ 차원에서 영입했다.그러나 루이스는 국내 선수들과 호흡이 전혀 맞지 않아 지난 시즌 오리온스에서 뛴 ‘성실맨’ 바비 레이저(207㎝)로 전격 교체됐다. SK도 리 벤슨을 영입했다가 하루 만에 돌려 보냈다.마약 소지혐의로 미국에서 옥살이를 한 벤슨이 한국에 적응하기 힘든 성격이었기 때문.고민 끝에 크리스 랭(205㎝)을 뽑았다.다행히 랭은 붙임성이 좋아 이상윤 감독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KTF의 게이브 미나케(198㎝)는 벌써 전라도 사투리를 흉내내는 등 팀에 잘 적응해 추일승 감독을 흐뭇하게 한다.17일 보름 일정의 일본 전지훈련을 떠나는 LG는 NBA에서 두 시즌 동안 풀타임 출장한 경험이 있는 제럴드 허니켓(199㎝)에 대해 “NBA 경력보다는 성실성을 먼저 봤다.”고 말했다. 2년 만의 정상 복귀를 노리는 TG는 ‘대들보’ 김주성과 가장 잘 어울리는 용병을 고른 끝에 자밀 왓킨스(204㎝)를 선택했다.TG는 브루나이국제대회(18일∼10월2일)에서 왓킨스와 김주성의 ‘궁합’을 점검한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토요일 아침에] 나를 찾는 휴가/여연 스님·대흥사 일지암 암주

    저녁예불이 끝나고 유천(乳泉)의 샘물을 떠서 차 한잔을 마신다. 만경 영안스님께서는 생의 근원을 찾아가는 산승의 하루를 차 한잔에 기대어 이렇게 말씀하셨다. “금사자/ 오음굴 여기 쪼그리고 앉아있다/ 그러나 그 몸 한 조각 수경(水鏡)이/ 모공으로부터 빛 쏟아 일천강에 달빛이어라” 진흙의 푸른 돌속의 뼛속에 소나무는 늙은 용의 비늘 같은 화두를 참구하는 산승에게 시간은 마치 천강의 달빛처럼 무의미한 것이다.요사채앞에 피워놓은 모깃불이 사그라지고 귀뚜라미가 우는 듯싶더니 어느덧 창호지를 바른 창틀사이로 희멀건 달그림자가 떠오른다.벌써 늦은 저녁시간이 된 것이다.차구를 덮고 자리를 털고 일어날 즈음 가까운 산비탈에서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이른 아침 서울서 출발했다던 친근한 처사의 가족들이었다.“아이구 스님 죄송합니다.차가 막혀서요.겨우 지금 도착했습니다.” 처사를 제외한 3인의 가족들은 거의 초죽음이 되어 있었다.늦은 이유는 단 하나 휴가를 떠난 사람들이 많아서 고속도로가 온통 가족을 태운 차량판이었기 때문이었다.산속에 사는 산승은 잘 알 수 없는 이유들이었다.제때 공양을 해야 하고 제때 예불을 드려야 하는 사찰의 시간을 맞추기 위해 온가족이 무던히 애를 쓴 흔적이 역력했다.지친 일상을 피해 전라도 남녘땅 깊은 곳까지 온 그들에게 이번 휴가는 오히려 스트레스를 주는 휴가가 돼버린 것이다. 지금 전국은 휴가중이다.물 좋고 계곡 깊은 곳이나 유명한 해변은 온통 사람들의 바다다.가는 곳마다 사람이 넘쳐나고 그리고 그들이 함께 토해내는 소음과 먹을거리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스트레스를 준다.직장에서 지친 가장들이나 가족의 뒤치다꺼리에 지친 주부들,학업 스트레스에 쌓인 학생들에게 또하나의 스트레스가 더해진 것이다.어느때부턴가 우리나라의 여름휴가는 명절처럼 관례가 되어버렸다.마치 그 대열에 합류를 하지 못하면 떨어진 가족,무능한 가장이 돼버리기 때문이다.우리에게 연례행사처럼 다가오는 휴가를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행과 소비로 써버린다.짧고 고생스러운 휴가에서 돌아오면 일상의 큰 굴레를 힘들게 하는 막막한 공허가 가슴속에 밀려들 수밖에 없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것이다.이쯤되면 휴가는 휴가가 아닌 또 다른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휴가(休暇)’란 말 그대로 사람이 나무아래서 편안하게 쉰다는 뜻이다.그리고 그속에서 잃어버린 나의 생이나 일상을 되돌아보는 사고(思顧)의 시간인 것이다.‘나’를 잃고 사는 삶은 인간에게 무척이나 무의미한 것이다.어느 스님이 동산스님에게 물었다.“진리란 무엇입니까.” 동산스님께서 말씀하셨다.“마삼근.” 조주스님께서는 “뜰앞의 잣나무”,운문스님께서는 “해속의 산을 본다.”, 향림스님께서는 “ 오래 앉아 있으니 피곤하구나.”라고 대답을 하셨다.휴가란 나를 찾는 것이다.그리고 그 ‘나’속에는 우리의 삶의 모든 문제를 풀어낼 화두가 있는 것이다.삶의 휴가란 바로 여행이나 먹는 곳에 있지 않다.나를 찾고 그속에서 내가 살아가야 할 생의 길들을 천천히 음미하고 복기해보는 것이 바로 휴가인 것이다.그리고 마음의 여행을 떠난 자들에게 기다리는 행복이 있다.바로 늘 즐거운 생의 활력이다.지금이,오늘이,내일이 좋은 날이 되는 것이다.우리의 행복은 즐거움에 있기 때문이다.산과 계곡 해변 그리고 집에서도 우리는 ‘나’를 찾는 휴가를 통해 ‘나’를 행복하게 하는 연습을 해야 할 때다.달빛이 산 깊은 곳으로 기울자 수런거리던 서울가족들의 달디단 숨소리가 들려온다.풀벌레 소리와 얕은 물소리가 그들을 깊은 잠으로 이끄는 교향곡인 것이다. 여연 스님·대흥사 일지암 암주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8)임자 타리도·재원도의 민어 복달임

    내일이 중복.‘복날 이름값 한다.’더니 엄청나게 덥다.더러는 개고기를 두고 논쟁도 없지 않으나 복날답게 곳곳의 개장국집은 문전성시다.그래도 ‘복날치레’는 빠뜨릴 수 없어 개고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삼계탕집으로 몰려가는데,정작 민어를 먹겠다는 사람은 씻고 찾아봐도 없다.소문난 개장국집,삼계탕집을 꿰는 사람들이 복날 복달임의 민어풍속은 알지 못하니,이 무슨 망각병인가. 복달임 풍습을 살피자니 서글프고 허전하다.육고기 논쟁이 무성한 지금,선조들이 바닷고기로 즐겼던 복날의 내력이 고스란히 빠진 것 같아서다.복날 바다생선으로는 역시 민어가 으뜸이다.듬직한 민어는 스케일도 예사 고기와 달라 흡사 참치 한 마리에서 수백 개의 통조림이 나오는 격이다. 왜정 때까지만 해도 서울의 대갓집이나 부유한 사람들은 복날이면 민어와 여기에 필요한 이런저런 재료를 준비해 숲 그늘 냇가로 나갔다.그곳에서 큼직한 민어를 회뜨고,매운탕을 끓이는 모습은 요새 개 한 마리를 여러 명이 추렴해 해치우는 모습에 비견된다.살은 물론이고 내장까지 깔끔하게 손봐 끓여냈다. ●길이 1m·무게 20㎏ 대형 물고기 세종실록지리지(1432)나 여지도서(1771)에 골고루 민어가 등장하는 품세로 미뤄 민어 복달임이 서해안 전체에 고루 분포했던 듯싶다.반면에 동해나 경상도쪽 남해안에서는 민어가 잡히지 않아 이런 기록을 찾기 어렵다.민어는 민어(民魚) 뿐 아니라 민어(魚),면어( 魚),표어(魚)라고도 했다. 빛깔이 등쪽은 회청색,배쪽은 연한 흰빛으로 몸길이가 1m를 넘고 무게도 20㎏에 달하니 바닷고기 치고는 귀골이요,크기도 가히 팔척장신이라고 할 만하다.그러니 ‘민어 한 마리로 수십 명이 요족하게 복달임을 했다.’는 말이 과히 허언은 아닌 셈이다. 민어는 속살이 백색으로,살집이 탄력있어 횟감으로도 그만이다.고급 횟집에서 큼직하게 썰어주는 민어회(사실은 수입 민어겠지만),그 입안 가득 씹히는 맛과 육질은 다른 횟감과 비교하기 어렵다.그만큼 두드러진 격조를 갖춘 덕에 젯상이나 혼례상에도 빠짐없이 오른다.비늘이 두껍고 커서 의례상 차림에 맞춤인 까닭이다.또 말린 민어포는 굴비 못지않게 한국인이 좋아하는 건어물로,백중절 우란분(盂蘭盆)에 조기와 더불어 활용했다.물량이 많지 않아 결코 만만한 가격이 아니었다.내로라는 장안 건어물가게의 명색을 가꾸는 커다란 민어포를 상상해 보라. 민어찜의 담백한 풍미 또한 뛰어나 이런저런 찜과는 결코 한 줄에 세울 수 없다.서울에서는 예부터 민어찜을 도미찜보다 한 수 위로 쳤다.민어 살의 기름은 그 양이 넘치거나 부족하지 않아 참조기의 그것과 함께 고급으로 쳤다.게다가 민어 머리의 붉은 껍질과 살이 또한 일미라,어두봉미(魚頭鳳尾)의 전통 식도락 기준에도 딱 들어맞는다. ●‘날껍질에 밥 싸먹는다’ 식담도 국을 끓여도 좋고 구워먹어도 좋다.붉은 껍질은 말려서 튀기거나 날로 밥을 싸먹기도 해 ‘날 껍질에 밥 싸먹는다.’는 식담(食談)까지 생겼다.이같이 민어는 머리부터 꽁지까지 버릴 것이 없다.민어 알젓에 저냐,구이,맑은장국과 회는 물론 포와 찌개,국,조림,아가미젓 등등 민어가 연출하는 식탁에서의 변신은 가짓수를 헤아리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이런 민어의 품격을 현장에서 제대로 보자면 역시나 전남 임자도에 딸린 태이도(일명 타리도)와 재원도로 내려갈 일이다.삼복 더위가 기승인 지금이 민어잡이의 절정기다.과거에는 민어의 주산지가 전남 고흥과 완도,무안,신안,영광,전북의 고군산열도,죽도,경기도의 연평열도,평안도의 신미도,대화도,압록강구 등지였으나 지금은 기록에만 남아 있을 뿐이다. 허균은 도문대작(屠門大爵·1827)에서,민어와 조기,반디,낙지,준치 등 서해에서 나는 고기를 ‘천한 어류’로 분류했다.그의 ‘천하다’는 촌평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아마도 그만큼 ‘흔했다.’는 말이고,‘널리 퍼진 물고기’란 뜻이지,결코 ‘품격이 낮다.’는 의미는 아니리라.민어는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흔한 물고기였으나 남획으로 지금은 귀한 대접을 받는다.‘민어복달임’ 운운하면 조금은 ‘호사스러운’ 말치레일 수도 있다.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게 결코 근거없는 호사만도 아니다.개 반 마리 값이면 요새도 민어복달임이 충분하기 때문이다.문제는 먼 남도로 길을 잡아야 해 발품이 든다는 것 뿐. ●오늘날엔 무안 해제반도가 유일한 집산지 전남 무안의 해제반도,그 잘룩한 개미허리를 벗어나면 이내 장암포구에 닿는다.그곳에서 철부선에 차를 실으면 곧장 임자도에 닿고 그곳에서 한참을 달리면 하우리포구가 나온다.하우리는 오늘날 유일하게 민어가 집산되는 곳.일제시대에 이곳은 민어 때문에 ‘동아시아에서 소문난’ 유명세를 치렀다.일본의 나이든 노인들은 지금도 ‘전라도는 몰라도 타리도는 안다.’고 할 정도다. 하우리에서 조금 북쪽에 위치한 타리섬이 바로 민어잡이의 본산이다.섬타리(대태이도)는 타리섬의 큰 섬이며,뭍타리섬(육타리도,육태이도)은 섬타리 동쪽에 있다.섬타리에는 사람이 살고 있으나 육타리도는 무인도다. 오늘날의 타리도는 아무도 찾지 않는 무인절경(無人絶景)이다.모래밭이 드넓고,섬과 바닷물이 조화를 이뤄 많은 이들이 찾을 법도 한데,일제시대 파시 이후로 ‘막 내린 곳’이 되고 말았다.백사장을 거닐면서 그 옛날 한창 주가를 드높였던 민어파시를 떠올렸다.어디선가 술집 작부들의 젓가락 장단에 실린 신명과 애절의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곳에는 여름철이면 알을 낳으려는 민어떼가 몰려들었다.민어떼가 몰려들면 민어 우는 소리로 온 바다가 시끌벅적했다.어부들도 민어를 따라서 전국 곳곳에서 몰려왔으니,민어와 사람이 이곳에서 들끓어 흥청거리는 민어파시가 형성되었던 것이다.파시란 직역하면 ‘바다의 시장’이니,조용하던 해변이 잠시나마 여름 한철 시장판으로 바뀌는 것이다.옛말에 ‘위도에서 벌어서 타리에 와서 탈탈 털어버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술집이 번창하고 흥청거렸다.파시가 번성하던 시절에는 목포-타리도-낙월도-영광을 잇는 여객선과 화물선의 항로가 개설되기도 했다. ●음력 4월부터 7월까지 이어졌던 민어파시 파시는 보통 음력 4월에 시작해 7월말까지 이어졌다.모래 언덕에는 판잣집이나 가건물이 줄지어 들어서고,색주가가 형성되었다.민어 따라 돈이 몰리고,돈냄새를 맡은 여자들이 이곳으로 몰려들었다.한창 성할 때는 400여 호의 가겟집 중 7할이 논다니 기생집이었다.이곳에는 한국 기생은 물론 일본 기생까지 있었는데,재밌는 것은 이들이 한복을 차려입고 장사에 나섰다는 점이다. 파시는 타리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하우리 바로 건너편 재원도도 파시로 흥청거렸다.교통이 불편해 하루에 2번 배편으로 길이 열릴 뿐이지만 돈있는 곳에 파시 들어서는 것은 당연한 일.재원도 포구에서 예미고개를 넘어가면 예미백사장이 나온다.천연의 사구에 아무도 없는 쓸쓸한 해변.고개를 넘는 숲이 너무 깊어 독사가 혀를 날름거리며 달려든다는 그런 오지다.세상에 그런 곳이 있을까 싶은 험한 길을 헤쳐 겨우겨우 달려가니 반갑게 예미가 길손을 맞는다. 인간의 발자취가 끊긴 이 아름다운 해변도 파시로 흥청거렸다.경기도 고양에서 이곳으로 귀양와 입도주(入島主)가 된 진유걸(陳有傑)의 9세손인 진재언(59·전 어촌계장)의 증언에 따르면,어렸을 때만 해도 제철이 되면 민어 우는 소리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한다. 예쁜 양산을 받쳐 든 아가씨들도 꽃잎처럼 나풀거리며 예미고개를 넘어 재원포구로 몰려왔다. 말하자면,임자도를 중심으로 이에 딸린 타리섬 일대와 건너편 재원도 일대가 모두 민어 밭이었고,민어파시가 형성되었던 유서깊은 해양문화사의 거점이었던 것. ●부레풀까지 요긴하게 사용… 버릴 데 없는 고기 일제시대에 전라도 민어는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되었고,경기도 민어는 서울 일원에서 소비되었다.타리 민어는 품질면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방망이로 민어포를 두들기면 곧잘 바스러지는 다른 포와 달리 이곳 포는 육질이 솜처럼 부풀어올라 최고의 술안주로 대접받았다.무더운 복중에 시원한 맥주 한 컵,그리고 쪽쪽 찢어낸 민어포를 고추장에 찍어 곁들이는 맛이란! 이곳 파시는 한국전쟁 이후 명맥만 유지하다가 1960년대 초반부터는 민어 대신 부세나 병어잡이로 대신하고 있다.그래도 60∼70년대까지는 재원 파시가 열려 끝물의 노랫자락이 포구를 물안개처럼 떠돌았으나 지금은 아름다운 해변만 남아 노랫가락을 타고 흥청이던 그 옛날 파시의 추억을 전할 뿐이다. 천만다행으로 민어잡이가 완전히 끊긴 것은 아니었다.지금도 이 무렵이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지만 몇 안되는 민어떼가 이곳으로 길을 잡아 민어파시의 유서깊은 역사를 증명해 주고 있다.벗들과 어울려 민어 한 마리를 장만해 우리의 복달임을 즐겨볼 일이다.그리고,아귀처럼 먹는 일에만 골몰하지 말고 주변도 돌아볼 한 번 일이다. 지금은 박물관에나 놓인 값비싼 고가구가 모두 민어의 부레풀로 만든 것들이다.어느덧 화학접착제에 밀려나고 말았지만 ‘이풀 저풀 다 둘러도 민애풀이 따로 없네.’란 노랫가사를 음미하며,천년을 간다는 민어풀의 생명력을 고마워 할 일이다.그래서 부레조차 버리지 않을 정도로 알뜰하게 추려 먹고,우려 먹었던 민어복달임을 통해 선조들의 지혜를 곁눈질이라도 해볼 일이다.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8)임자 타리도·재원도의 민어 복달임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8)임자 타리도·재원도의 민어 복달임

    내일이 중복.‘복날 이름값 한다.’더니 엄청나게 덥다.더러는 개고기를 두고 논쟁도 없지 않으나 복날답게 곳곳의 개장국집은 문전성시다.그래도 ‘복날치레’는 빠뜨릴 수 없어 개고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삼계탕집으로 몰려가는데,정작 민어를 먹겠다는 사람은 씻고 찾아봐도 없다.소문난 개장국집,삼계탕집을 꿰는 사람들이 복날 복달임의 민어풍속은 알지 못하니,이 무슨 망각병인가. 복달임 풍습을 살피자니 서글프고 허전하다.육고기 논쟁이 무성한 지금,선조들이 바닷고기로 즐겼던 복날의 내력이 고스란히 빠진 것 같아서다.복날 바다생선으로는 역시 민어가 으뜸이다.듬직한 민어는 스케일도 예사 고기와 달라 흡사 참치 한 마리에서 수백 개의 통조림이 나오는 격이다. 왜정 때까지만 해도 서울의 대갓집이나 부유한 사람들은 복날이면 민어와 여기에 필요한 이런저런 재료를 준비해 숲 그늘 냇가로 나갔다.그곳에서 큼직한 민어를 회뜨고,매운탕을 끓이는 모습은 요새 개 한 마리를 여러 명이 추렴해 해치우는 모습에 비견된다.살은 물론이고 내장까지 깔끔하게 손봐 끓여냈다. ●길이 1m·무게 20㎏ 대형 물고기 세종실록지리지(1432)나 여지도서(1771)에 골고루 민어가 등장하는 품세로 미뤄 민어 복달임이 서해안 전체에 고루 분포했던 듯싶다.반면에 동해나 경상도쪽 남해안에서는 민어가 잡히지 않아 이런 기록을 찾기 어렵다.민어는 민어(民魚) 뿐 아니라 민어(魚),면어( 魚),표어(魚)라고도 했다. 빛깔이 등쪽은 회청색,배쪽은 연한 흰빛으로 몸길이가 1m를 넘고 무게도 20㎏에 달하니 바닷고기 치고는 귀골이요,크기도 가히 팔척장신이라고 할 만하다.그러니 ‘민어 한 마리로 수십 명이 요족하게 복달임을 했다.’는 말이 과히 허언은 아닌 셈이다. 민어는 속살이 백색으로,살집이 탄력있어 횟감으로도 그만이다.고급 횟집에서 큼직하게 썰어주는 민어회(사실은 수입 민어겠지만),그 입안 가득 씹히는 맛과 육질은 다른 횟감과 비교하기 어렵다.그만큼 두드러진 격조를 갖춘 덕에 젯상이나 혼례상에도 빠짐없이 오른다.비늘이 두껍고 커서 의례상 차림에 맞춤인 까닭이다.또 말린 민어포는 굴비 못지않게 한국인이 좋아하는 건어물로,백중절 우란분(盂蘭盆)에 조기와 더불어 활용했다.물량이 많지 않아 결코 만만한 가격이 아니었다.내로라는 장안 건어물가게의 명색을 가꾸는 커다란 민어포를 상상해 보라. 민어찜의 담백한 풍미 또한 뛰어나 이런저런 찜과는 결코 한 줄에 세울 수 없다.서울에서는 예부터 민어찜을 도미찜보다 한 수 위로 쳤다.민어 살의 기름은 그 양이 넘치거나 부족하지 않아 참조기의 그것과 함께 고급으로 쳤다.게다가 민어 머리의 붉은 껍질과 살이 또한 일미라,어두봉미(魚頭鳳尾)의 전통 식도락 기준에도 딱 들어맞는다. ●‘날껍질에 밥 싸먹는다’ 식담도 국을 끓여도 좋고 구워먹어도 좋다.붉은 껍질은 말려서 튀기거나 날로 밥을 싸먹기도 해 ‘날 껍질에 밥 싸먹는다.’는 식담(食談)까지 생겼다.이같이 민어는 머리부터 꽁지까지 버릴 것이 없다.민어 알젓에 저냐,구이,맑은장국과 회는 물론 포와 찌개,국,조림,아가미젓 등등 민어가 연출하는 식탁에서의 변신은 가짓수를 헤아리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이런 민어의 품격을 현장에서 제대로 보자면 역시나 전남 임자도에 딸린 태이도(일명 타리도)와 재원도로 내려갈 일이다.삼복 더위가 기승인 지금이 민어잡이의 절정기다.과거에는 민어의 주산지가 전남 고흥과 완도,무안,신안,영광,전북의 고군산열도,죽도,경기도의 연평열도,평안도의 신미도,대화도,압록강구 등지였으나 지금은 기록에만 남아 있을 뿐이다. 허균은 도문대작(屠門大爵·1827)에서,민어와 조기,반디,낙지,준치 등 서해에서 나는 고기를 ‘천한 어류’로 분류했다.그의 ‘천하다’는 촌평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아마도 그만큼 ‘흔했다.’는 말이고,‘널리 퍼진 물고기’란 뜻이지,결코 ‘품격이 낮다.’는 의미는 아니리라.민어는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흔한 물고기였으나 남획으로 지금은 귀한 대접을 받는다.‘민어복달임’ 운운하면 조금은 ‘호사스러운’ 말치레일 수도 있다.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게 결코 근거없는 호사만도 아니다.개 반 마리 값이면 요새도 민어복달임이 충분하기 때문이다.문제는 먼 남도로 길을 잡아야 해 발품이 든다는 것 뿐. ●오늘날엔 무안 해제반도가 유일한 집산지 전남 무안의 해제반도,그 잘룩한 개미허리를 벗어나면 이내 장암포구에 닿는다.그곳에서 철부선에 차를 실으면 곧장 임자도에 닿고 그곳에서 한참을 달리면 하우리포구가 나온다.하우리는 오늘날 유일하게 민어가 집산되는 곳.일제시대에 이곳은 민어 때문에 ‘동아시아에서 소문난’ 유명세를 치렀다.일본의 나이든 노인들은 지금도 ‘전라도는 몰라도 타리도는 안다.’고 할 정도다. 하우리에서 조금 북쪽에 위치한 타리섬이 바로 민어잡이의 본산이다.섬타리(대태이도)는 타리섬의 큰 섬이며,뭍타리섬(육타리도,육태이도)은 섬타리 동쪽에 있다.섬타리에는 사람이 살고 있으나 육타리도는 무인도다. 오늘날의 타리도는 아무도 찾지 않는 무인절경(無人絶景)이다.모래밭이 드넓고,섬과 바닷물이 조화를 이뤄 많은 이들이 찾을 법도 한데,일제시대 파시 이후로 ‘막 내린 곳’이 되고 말았다.백사장을 거닐면서 그 옛날 한창 주가를 드높였던 민어파시를 떠올렸다.어디선가 술집 작부들의 젓가락 장단에 실린 신명과 애절의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곳에는 여름철이면 알을 낳으려는 민어떼가 몰려들었다.민어떼가 몰려들면 민어 우는 소리로 온 바다가 시끌벅적했다.어부들도 민어를 따라서 전국 곳곳에서 몰려왔으니,민어와 사람이 이곳에서 들끓어 흥청거리는 민어파시가 형성되었던 것이다.파시란 직역하면 ‘바다의 시장’이니,조용하던 해변이 잠시나마 여름 한철 시장판으로 바뀌는 것이다.옛말에 ‘위도에서 벌어서 타리에 와서 탈탈 털어버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술집이 번창하고 흥청거렸다.파시가 번성하던 시절에는 목포-타리도-낙월도-영광을 잇는 여객선과 화물선의 항로가 개설되기도 했다. ●음력 4월부터 7월까지 이어졌던 민어파시 파시는 보통 음력 4월에 시작해 7월말까지 이어졌다.모래 언덕에는 판잣집이나 가건물이 줄지어 들어서고,색주가가 형성되었다.민어 따라 돈이 몰리고,돈냄새를 맡은 여자들이 이곳으로 몰려들었다.한창 성할 때는 400여 호의 가겟집 중 7할이 논다니 기생집이었다.이곳에는 한국 기생은 물론 일본 기생까지 있었는데,재밌는 것은 이들이 한복을 차려입고 장사에 나섰다는 점이다. 파시는 타리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하우리 바로 건너편 재원도도 파시로 흥청거렸다.교통이 불편해 하루에 2번 배편으로 길이 열릴 뿐이지만 돈있는 곳에 파시 들어서는 것은 당연한 일.재원도 포구에서 예미고개를 넘어가면 예미백사장이 나온다.천연의 사구에 아무도 없는 쓸쓸한 해변.고개를 넘는 숲이 너무 깊어 독사가 혀를 날름거리며 달려든다는 그런 오지다.세상에 그런 곳이 있을까 싶은 험한 길을 헤쳐 겨우겨우 달려가니 반갑게 예미가 길손을 맞는다. 인간의 발자취가 끊긴 이 아름다운 해변도 파시로 흥청거렸다.경기도 고양에서 이곳으로 귀양와 입도주(入島主)가 된 진유걸(陳有傑)의 9세손인 진재언(59·전 어촌계장)의 증언에 따르면,어렸을 때만 해도 제철이 되면 민어 우는 소리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한다. 예쁜 양산을 받쳐 든 아가씨들도 꽃잎처럼 나풀거리며 예미고개를 넘어 재원포구로 몰려왔다. 말하자면,임자도를 중심으로 이에 딸린 타리섬 일대와 건너편 재원도 일대가 모두 민어 밭이었고,민어파시가 형성되었던 유서깊은 해양문화사의 거점이었던 것. ●부레풀까지 요긴하게 사용… 버릴 데 없는 고기 일제시대에 전라도 민어는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되었고,경기도 민어는 서울 일원에서 소비되었다.타리 민어는 품질면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방망이로 민어포를 두들기면 곧잘 바스러지는 다른 포와 달리 이곳 포는 육질이 솜처럼 부풀어올라 최고의 술안주로 대접받았다.무더운 복중에 시원한 맥주 한 컵,그리고 쪽쪽 찢어낸 민어포를 고추장에 찍어 곁들이는 맛이란! 이곳 파시는 한국전쟁 이후 명맥만 유지하다가 1960년대 초반부터는 민어 대신 부세나 병어잡이로 대신하고 있다.그래도 60∼70년대까지는 재원 파시가 열려 끝물의 노랫자락이 포구를 물안개처럼 떠돌았으나 지금은 아름다운 해변만 남아 노랫가락을 타고 흥청이던 그 옛날 파시의 추억을 전할 뿐이다. 천만다행으로 민어잡이가 완전히 끊긴 것은 아니었다.지금도 이 무렵이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지만 몇 안되는 민어떼가 이곳으로 길을 잡아 민어파시의 유서깊은 역사를 증명해 주고 있다.벗들과 어울려 민어 한 마리를 장만해 우리의 복달임을 즐겨볼 일이다.그리고,아귀처럼 먹는 일에만 골몰하지 말고 주변도 돌아볼 한 번 일이다. 지금은 박물관에나 놓인 값비싼 고가구가 모두 민어의 부레풀로 만든 것들이다.어느덧 화학접착제에 밀려나고 말았지만 ‘이풀 저풀 다 둘러도 민애풀이 따로 없네.’란 노랫가사를 음미하며,천년을 간다는 민어풀의 생명력을 고마워 할 일이다.그래서 부레조차 버리지 않을 정도로 알뜰하게 추려 먹고,우려 먹었던 민어복달임을 통해 선조들의 지혜를 곁눈질이라도 해볼 일이다.
  • 정병국의원등 8명 강진서 1박2일 농활체험

    20일 아침 용산역에서 KTX(한국고속철도)를 타고 목포로 출발했다.대전까지는 1시간쯤 걸렸지만 대전에서 목포까지는 속도가 새마을호 수준으로 떨어져 1시간50분이 걸렸다.이런 것도 호남인들이 상대적 소외감을 느끼는 원인이 아닐까 생각했다. 우리 8명의 의원은 강진군에서 가장 작은 면인 옴천면에서 농촌활동을 하기로 돼 있었다.우리가 머문 영산리 계원마을 50여 가구 중 20여 가구는 독거 노인의 집이었다.젊은이들이 떠나버린 농촌의 현실을 한 눈에 확인했다. ●농민들 쌀 개방 앞두고 불안 “정말 놀랍소.감사하요.이렇게 많은 국회의원들이 한꺼번에 우리 마을을 찾은 것은 처음이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소.” 주민들의 환대를 받자 출발 전에 가졌던 우려가 부끄러울 따름이었다. 만나본 농민들은 내년 쌀 개방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정부의 대책에 대해 거의 기대하지 않고 있었다.정부는 향후 10년간 119조원을 투ㆍ융자하겠다고 했지만 주민들은 “농촌의 수익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백약이 무효’”라고 했다.쌀 개방을 앞둔 그들은 우려를 넘어 절망하고 있었다.주민들은 대부분 벼농사를 지었고 더러는 강진 특산 한우인 맥우를 사육하거나 민물 새우인 토하를 키우는 집도 있었다.나는 토하 양식과 벼농사를 하는 조경철씨 댁으로 배정됐다. 우리는 잡초를 뽑고 풀베기를 하면서 농촌 현실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주민들은 “1만여평 가까이 농사를 지어도 살림살이가 빠듯하고,애들 공부시키기도 힘들다.”고 했다. ●“의정활동도 모범 보여주세요” 저녁을 먹고는 마을 회관에서 기탄 없는 간담회를 가졌다. 한 분은 “전라도에서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 찾아줘서 기분이 좋다.이제 당을 떠나서 농촌을 체험하고 배우려는 사람들은 누구나 환영한다.”고 했다.다른 분은 “잘 왔다.이런 인연으로 영호남이 가까워지고 정치권이 농업 문제를 피부로 인식하는 계기가 마련되길 진심으로 바란다.서울로 올라가면 무책임한 질책만 하지 말고 대안을 제시하는 의정활동의 모범을 세워줬으면 좋겠다.”는 충고도 해줬다. ●지역벽 허물고 의형제 緣 맺어 간담회를 마치고 농민들과 새벽 2시까지 술자리를 함께 했다.이 순간만은 의원이라는 신분을 떠나고 싶었다.우리는 허심탄회하게 서로의 생각들을 털어놓았다.올해 62세 되는 농가의 주인을 형님으로 모시면서 의형제의 연을 맺은 건 더없는 기쁨이었다. 비록 1박2일의 짧은 체험이었지만 지역주민과 너무나 큰 친밀감을 느꼈고,여기에서는 더 이상 호남의 벽,지역 감정은 우리에게 없는 듯했다.돌아오는 길 주민들이 “이번 일을 계기로 선배 정치인의 구태를 벗고,호남인이 아닌 국민으로서 우리를 대해주길 바란다.”는 한 주민의 진심어린 충고가 귓전을 맴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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