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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완서의 살아가는 이야기] 내가 꿈꾸는 좋은 세상

    시내에서 모임이 있거나 친구들하고 놀다가 집에 들어올 때는 으레 무엇 타고 갈 거냐는 질문을 받게 된다.차도 없고 운전도 못하는 주제에 교통이 불편한데 사는 게 딱해서 하는 소리라는 걸 안다.전철 타고 가다가 어디서 내리면 택시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고 거기서 집까지는 택시로 십 분이면 갈 수 있는 데라고 안심을 시켜줘도 그럴 거면 처음부터 택시를 타라고 우기는 사람도 있다.낮이면 그런대로 그 자리를 모면할 수가 있는데 밤이면 내 고집이 통하지 않을 때도 있다.내가 마치 돈을 아껴서 그러는 것처럼 택시를 잡아서 태워주고는 택시 삯을 밀어 넣어 주고 도망가는 사람도 있다. 내가 전철을 즐겨 이용하는 것은 택시보다 빠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재미 때문이기도 하다.전철을 잘 안 타본 사람은 내가 재미있으려고 전철을 탄단 말을 잘못 알아듣는다.물론 혼잡한 출퇴근 시간에는 재미고 뭐고 없겠지만 내가 이용하는 시간은 그런 시간대가 아니니까 잠깐 꿀같이 단잠을 즐길 수도,선반에 버리고 간 공짜 신문을 볼 수도 있고,남들이 이야기하는 소리를 귓결에 얻어들을 수도 있다.휴대전화로 대화하는 소리를 들으면 그 사람이 뭐 해 먹고 사는 사람인지 대강 짐작이 가고,때로는 세상을 읽을 수도 있다. 지금 어디까지 왔다고 통과한 역을 계속해서 중계방송하고 있는 월급쟁이 풍의 젊은 남자를 보고 있으면 남편노릇도 쉬운 노릇이 아니로구나,동정심이 우러난 적도 있다.전철에 이런 음흉한 재미만 있는 건 아니다.한산한 전철 속 건너편에 엄마 품에 안긴 아기가 나하고 눈만 맞으면 방긋방긋 웃는 바람에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그만 내려야 할 역을 놓친 적도 있다. 일전에 있었던 일이다.밤늦은 시간의 전철 안은 한산한 편이어서 거의 다 앉아 있었다.승객이 낮 시간보다는 젊어보였지만 다들 피곤해 보였고 눈감고 있는 사람이 뜨고 있는 사람보다 많았다.그래도 전동차가 역에 설 때마다 내릴 사람은 내리고 탈 사람은 탔다.새로 탄 사람들이 다들 앉을 자리를 찾았는데 공교롭게도 노인 한분만이 서있게 되었다.허리가 곧고 정정해 보이는 노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손잡이를 잡았다.노인 앞에 앉아 있던 청년이 얼른 일어서면서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했다.노인이 손사래를 치면서 말했다.“아니,아니 괜찮아요.여긴 노약자석도 아닌데 내가 자리를 뺏는 건 경우가 아니지.”그러고는 그 앞에 서 있는 것조차도 앉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고 판단했는지 서둘러 노약자석 쪽으로 옮겨갔다. 노약자석에도 빈자리는 없었다.다들 노인들만 앉아있는 한가운데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이 책가방을 멘 채 정신없이 골아 떨어져 있었다.학생 옆에 앉은 할머니가 학생을 흔들어 깨우려고 했다.노인이 질겁을 하면서 깨우지 못하게 말리고는 비틀비틀 옆 칸으로 옮겨갔다.옆 칸으로 빈 자리를 찾아 간다기보다는 이 칸은 서 있기도 마땅치 않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고단하게 잠든 학생을 안쓰러운 듯 한 번 더 바라보고 간 노인의 인자한 시선이 인상적이었다.슬하에 고3짜리 손자를 두고 있을 것 같은 눈길이었다.곱게 늙은 경우 바른 노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오래간만에 들어보는 경우라는 말에 대해 이리저리 생각을 굴려보았다. 경우 바르다,경우에 맞다,경우에 어긋난다.경우가 아니다,경우를 모른다 등등 예전엔 참 많이 쓰던 말인데 요샌 통 못 들어본 말을 노인을 통해 듣고는 괜히 기분이 좋았다.경우라고 해야 하는지 경위라고 해야 하는지도 실은 잘 모르겠다.상식적으로 판단한 옳고 그름,공정하되 인지상정에 어긋나지 않는 가치판단,못 배운 사람도 납득할 수 있는 사람 사는 평범한 이치 등을 통틀어 그렇게 말해 왔지 않았나 싶다.노인 덕에 속으로 경우라는 말을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면서 그리움 같은 걸 느꼈다. 내가 꿈꾸는 좋은 세상은 내 머리 꼭대기 허공에 정의가 홀로 시퍼렇게 살아있는 사회가 아니라 우리들 사이에 경우가 윤활유처럼 흘러 우리끼리 나름대로 반듯반듯하고 소박하게 살 수 있는 사회이다.
  • 분당선 구룡역 새달말부터 정차

    공사비 분담문제 등으로 개통이 연기된 서울 수서∼선릉간 분당선 연장구간(6.6㎞)내 구룡역(옛 개포1역)이 6월말 개통된다.30일 서울시와 한국철도시설관리공단,강남구 등에 따르면 구룡역은 현재 공사가 80%가량 진행돼 다음달 중 천장과 바닥,벽체,광장포장 등 공사를 마무리 짓고 시험운전을 거쳐 6월말 개통된다. 552억 7000만원에 이르는 공사비를 둘러싸고 서울시와 철도청,토지공사가 이견을 보였으나 지난해 6월 국무조정실 행정협의조정위원회가 서울시 50%,철도청과 토지공사가 각각 25% 비율로 공사비를 분담토록 조정했었다.이에 서울시가 강남구와 재협의,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해야 할 공사비 50% 가운데 시가 38.98%(215억 4000여만원),강남구가 11.02%(60여억원)를 나눠 내기로 최근 합의했다. 분당지구 택지개발에 따른 교통난 해소를 위해 건설된 분당선 선릉∼수서간 6.6㎞ 구간은 지난해 9월 개통됐으나 강남구 주민들의 요청으로 추가 설치된 구룡역은 공사비 문제로 공사가 지연되면서 그동안 전동차가 무정차 통과해왔다. 이동구기자˝
  • 전동차 국산화시대 개막

    전동차의 국산화 시대가 사실상 열렸다. 현대중공업과 로템은 순수 국산기술로 제작된 국내 최초의 전철인 광주도시철도가 28일 개통식을 갖고 운행에 들어감에 따라 전동차의 국산화를 달성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전동차에는 현대중공업의 독자 기술로 개발된 추진제어장치(자동차 엔진에 해당)를 비롯해 전력 감시장치,전력 공급용 정류기 등이 장착됐다.지금까지는 일본 미쓰비시나 프랑스 알스톰 등 외국업체에 전량 의존했다. 로템도 열차의 두뇌와 눈,귀 역할을 하는 종합제어관리장치와 무인 운전이 가능한 신호보안장치 등을 순수 국산 기술로 개발했다. 또 국내 최초로 전동차 차체를 스테인리스 대신 알루미늄 합금 소재로 제작했다.알루미늄 전동차는 기존 스테인리스 차량보다 20% 가량 가벼워 에너지 절감 효과가 우수할 뿐 아니라 폐차시 재활용이 쉽다. 현대중공업측은 전동차의 전체 부품 가운데 전기소자와 베어링 등 5% 가량이 수입품이지만 채산성 문제로 수입한 만큼 기술적으로는 사실상 완전 국산화가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광주도시철도 제작 과정에서 전철 1편성당 10억원에 이르는 수입 대체효과가 발생했다. 향후 서울과 부산,대구,대전 등 노후 전동차 교체시에도 국산으로 대체할 수 있어 연간 100억원 규모의 외화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5년간 20억원을 투입해 국내 대도시 전동차에 적용되는 직류 1500V,1000㎾급 추진제어장치를 개발했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중국과 인도,타이완,싱가포르 등의 대형 철도사업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지하철 선로 불… 1시간 운행중단

    25일 낮 12시6분쯤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과 강변역 사이 지상교각의 선로에 세워져 있는 고압전선에서 불이 나 삼성역과 을지로 입구역 사이 지하철 운행이 1시간여 동안 전면 중단됐다. 서울시청과 서울지하철공사측은 이날 “구의역 부근에서 전동차에 전기를 공급하는 고압의 급전선이 이탈해 철기둥에 접촉하면서 불꽃과 연기가 발생한 것”이라면서 “전선을 지지하는 애자 연결핀과 볼트가 떨어지면서 전선이 이탈했는데,이는 20년가량 장기사용으로 시설물이 낡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유영규기자 whoami@˝
  • 고속철 자기장 유해 논란

    고속철(KTX)내 자기장이 승객이나 승무원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수준이라는 측정결과가 나왔다. 한양대 환경산업의학연구소 전자파생체영향연구팀은 21일 지난 3일과 6일 고속철을 타고가며 자기장 발생량을 측정한 결과,객차와 객차의 연결통로에서 최고 400mG,평균 100mG의 자기장이 측정됐다고 밝혔다.객실에서 측정된 자기장은 서울∼대구 구간이 최대 70mG,평균 15mG,대구∼부산이 최대 20mG,평균 5mG로 나타났다.G(가우스)는 일정한 세기를 가진 자기력선속(磁氣力線束)이 단위면적을 통과하는 밀도를 나타내는 단위다. 15mG의 자기장은 345㎸의 고압송전선에서 15m 정도 떨어져 있을 때 받는 자기장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이고 고속철 객실과 통로의 평균 자기장 세기는 일반 지하철보다 각각 3배 정도 높은 것이다.연구팀의 홍승철 교수는 “인과 관계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법정 허용치인 1000mG보다 낮지만 장시간 노출됐을 때 승객이나 승무원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실험은 서울∼부산을 고속철로 왕복하면서 자기장 측정장치를 이용해 1.5초마다 한번씩 측정한 값을 시간가중치를 감안,최대치와 평균치를 내는 방법으로 이뤄졌다.홍 교수는 “고속으로 회전하는 전동차의 모터와 전력을 공급하는 고압선이 자기장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대 예방의학교실 안윤옥 교수 등 일부 예방의학 전문가들은 “단순히 자기장의 측정량만 제시하고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섣부른 의견”이라면서 “센 자기장이 측정됐다고 유해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철도청도 이날 해명자료를 내고 “외부 전문기관 및 대학교수 등과 함께 고속철도의 전자파 영향을 측정,연구한 결과 국내외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아 인체에 무해하며 정상이라는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유지혜기자 wisepen@˝
  • [세상에 이런일이] 술이 뭐길래

    서울 노원경찰서는 지난 8일 지하철 문틈에 손가락이 끼자 홧김에 전동차 유리창을 깨뜨린 선모(53)씨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선씨는 7일 오후 8시30분쯤 서울 지하철4호선 이수역에서 당고개행 열차를 탔다가 잠이 드는 바람에 목적지를 지나 종착지인 당고개역에 도착한 뒤 급히 내리려다 왼쪽 손가락 4개가 문틈에 끼였다. 기관사 박모(37)씨가 이를 발견,출입문을 다시 열었지만 선씨는 손가락이 빠진 뒤 출입문 한쪽 유리창을 주먹으로 쳐서 깨뜨렸다. 소주 1병을 마신 상태인 선씨는 “문틈에 1분 정도 손가락이 끼여 화가 났다.”고 주장했으나 기관사 박씨는 “맨 앞칸에서 승객이 소리를 질러 비상코크를 이용해 몇초 만에 곧바로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 지하철4호선 약냉방차 새달운행

    서울시 지하철공사는 전동차의 강한 냉방을 원치 않는 승객들을 위해 다음달부터 기존 냉방온도보다 2℃가량 낮은 ‘약냉방차량’을 운영한다고 12일 밝혔다. 지하철공사는 현재 24∼26도인 지하철 냉방온도가 노약자·여성 등 일부 승객들에게는 다소 춥다는 지적이 많음에 따라 26∼28도로 상향 조정한 차량을 편성한다.이에 따라 우선 4호선 전동차를 대상으로 열차마다 5·6번 차량을 약냉방차량으로 지정,5월 한달 동안 시범 운영한다는 방침이다.약냉방차량에 대한 일반시민들의 호응이 높으면 6월부터는 1∼3호선 등으로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이유종기자 bell@˝
  • 정부 대규모 투자사업비 도로건설등 6000억 삭감

    정부의 대규모 투자사업에서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 총 6000여억원의 투자비가 절감된다.기획예산처는 6일 정부 부처에서 44조 3570억원 규모의 주요 계속사업에 대해 875억원의 사업비 증액을 요청했으나 불필요한 사업물량 증가 억제,낙찰차액 환수 등을 통해 6393억원을 삭감한 43조 7177억원으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예산처는 사업 기간이 2년 이상인 토목공사(500억원 이상)와 건축공사(200억원 이상)에 대해 매년 물가·보상비 상승 등을 감안해 총사업비 규모를 조정하고 있다. 사업비 증액 요인은 물가 상승 3964억원,보상비 인상 1170억원,물량 증가 4829억원 등이다.분야별로는 도로의 경우 올해 완공 예정인 충주∼상주,대구∼포항,동해∼강릉 등의 고속도로는 도로개통에 필요한 사업비 627억원이 증액됐으나 다른 사업은 낙찰차액을 줄여 전체적으로 7671억원이 감액됐다. 철도는 대구지하철 2호선과 대전지하철 1호선이 전동차 안전시설 보강과 물가인상 등으로 555억원의 사업비가 증액됐고,항만은 울릉(사동)항 29억원,군장항 30억원 등 59억원의 사업비가 추가됐다.또 농업부문에서는 592억원,수자원 등 기타 부문에서는 72억원이 각각 증액됐다. 박은호기자˝
  • 대구지하철 불 퇴근시민 공포

    대구지하철 방화참사가 발생한지 1년 남짓만에 또 지하철 역구내에서 화재가 발생,지하철 운행이 한때 전면 중단되고 퇴근길 시민 1만여명이 공포에 떨었다. 6일 오후 7시17분쯤 대구시 동구 방촌동 대구지하철 1호선 방촌역 내 지하 2층 월배역 방향 대합실 구석에 위치한 변전실에서 고압을 저압으로 바꿔주는 장치인 계기용 변성기(MOF)에서 합선으로 추정되는 불이 났다. 이 불로 역구내 전체가 단전되고 시커먼 연기가 짙게 깔렸으나 역무원들이 역사 천장에 설치된 긴급 진화장치인 ‘이산화탄소’를 방출시켜 16분만에 진화됐다. 하지만 이 불로 대구지하철 1호선 상·하행선 열차 23대가 종합사령실의 무선명령에 따라 근접한 역사에 긴급 정차했으며,많은 탑승객들은 열차운행이 재개될 때까지 26분간 전동차 속에서 기다리거나 환불요구와 함께 다른 교통편을 이용하는 등 한바탕 소동을 겪었다.불이 나자 소방차 25대와 소방관 70여명이 긴급출동,방촌역 일대는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대구 황경근기자˝
  • 지하철 9호선 급행열차 선보인다

    강남대로∼김포공항을 잇는 지하철 9호선에 급행열차가 운행되고 승강장마다 스크린도어가 설치된다.김포공항과 인천국제공항을 연결하는 2단계 공사가 끝나면 이 구간에 시속 120㎞의 고속전동차가 투입된다. 서울시 지하철건설본부는 이같은 내용의 지하철 9호선 건설계획을 30일 밝혔다. 오는 2007년말까지 완공되는 김포공항∼강남대로를 잇는 연장 25.5㎞의 지하철 9호선에는 사상 처음으로 급행열차와 완행열차를 동시에 운행한다. 급행열차 운행은 25개 역 가운데 김포공항역·노량진역·당산역·고속터미널역 등 9개 환승역에만 정차하고 나머지 역은 통과한다. 급행열차가 운행되면 강남대로역에서 김포공항까지 약 27분 걸려 기존의 완행(42분)보다 15분 정도 빨리 도착한다. 특히 2단계 구간인 김포공항과 인천국제공항을 연결하는 12.5㎞ 구간에는 시속 120㎞까지 속력을 높일 수 있는 고속전동차를 제작,투입할 방침이다.이와 함께 9호선 25개 승강장 전체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해 승객의 안전사고를 줄이는 쾌적한 환경을 갖추기로 했다. 현재 공정률 32%인 지하철 9호선 건설공사는 2조 3990억원의 사업비 가운데 토목분야를 제외한 차량,신호 등 운영 시스템,건축분야 등을 민자로 건설하고 있다. 한편 서울시는 서부지역과 부천 상동신도시·인천 북부지역의 교통난을 덜기 위해 지하철 7호선 온수역에서 인천지하철 1호선 부평구청역을 잇는 10.2㎞를 7호선 연장구간으로 확정,오는 12월 착공한다. 오는 6월까지 도시철도 기본계획을 확정해 공사를 발주할 예정이다.연장구간에는 9개 정거장이 들어서며 2010년 12월 개통시킬 예정이다. 이동구 이유종기자 yidonggu@˝
  • [고속철 개통 D-2] 눈길끄는 고속철驛

    “어수선한 역보다는 마치 세련된 공항 같은 느낌이 듭니다.” 고속철 개통을 앞두고 속속 모습을 드러낸 고속철 역사(驛舍)가 이용객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고속철 개통으로 새로 조성된 신역사는 12개.그 지역의 교통·사회·문화의 중심지로서 상징성 및 대중교통과의 연계,이용 편의 등을 추구하고 있다. 지난 1월1일 문을 연 서울역은 지하 2층,지상 5층,연면적 2만 8800평 규모로 기존 역의 3배에 달하며 하루 10만여명 수용이 가능하다.활을 형상화해 고속철도의 역동적인 출발과 진취적 방향성을 표현했으며 고속철 시·종착역으로서 첨단성을 자랑하고 있다. 지하역인 광명역은 유리와 스테인리스 지붕으로 첨단 고속철도 이미지를 표현했다.역사 양측 승강장 75m를 오픈해 자연 환기 및 채광이 가능하다.복잡하고 어수선한 대합실 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광명역은 주변 지역을 연결하는 교통 중심축으로서 역할을 맡게 된다.단기적으로는 대중교통망이 확충되고 중장기적으로는 경전철과 철도망이 구축된다.2010년까지 수도권 지하철 1호선 및 7호선과 연계되는 광명 경전철을 비롯,안산∼광명∼청량리역을 잇는 신안산선이 2014년 마무리된다. 고속철 역세권 개발도 한창이다.호남선 중심역인 용산역은 국제업무타운으로 조성되고 광명역 일대 70만평은 종합환승센터 및 비즈니스와 상업,주거 기능이 복합된 시설로 개발된다.천안아산역은 장래 호남고속철 건설과 충남 서남부지역 인구 수용을 목적으로 조성됐다.대전역은 철도청과 대전시가 26만여평에 대한 역세권 개발을 추진중이다. 이와 함께 고속철 정차역은 단거리 열차의 시발역 역할도 맡는다. 서울∼대전을 비롯해 대전∼동대구,동대구∼부산간에 각각 16개(왕복) 무궁화 열차가 운행된다.특히 대전역에서 광주간 새마을호 8개 열차가 투입되는 것을 비롯,익산∼군산간 근거리에는 4개 통근형 전동차도 운행된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
  • [세상에 이런일이] ‘義人’ 에 어인 주먹

    서울 중부경찰서는 지난 11일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자신을 구해준 지하철공사 직원을 오히려 폭행한 어모(35·회사원)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어씨는 이날 0시40분쯤 지하철 2호선 을지로4가역 선로로 떨어진 자신을 승강장 아래 대피공간으로 밀어넣어 목숨을 구해준 지하철공사 직원 박모(44)씨의 눈을 손가락으로 찌르는 등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박씨는 경찰에서 “술취한 승객이 승강장에서 자고 있어 막차를 놓칠까봐 깨웠더니 욕설을 퍼붓다 선로로 떨어진 뒤 그대로 누워버렸다.”면서 “참사를 막기 위해 함께 근무하는 공익근무요원과 이 승객을 승강장 아래 대피공간으로 밀어넣고 함께 전동차를 피한 뒤 다시 승강장으로 끌어올려 왜 뛰어들었느냐고 다그쳤더니 달려들었다.”고 말했다.어씨는 “술에 취해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한 행동”이라면서 “목숨을 구해준 직원에게 폐를 끼쳐 미안하다.”고 뒤늦게 후회했다.
  • 세창장애구두연구소 소장 남궁정부 소장

    유괴,납치,실종,살인,강도….경기 불황으로 생활이 어려워진 탓인지,아니면 다른 요인들이 더 크게 작용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강력 범죄가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고 세상 인심은 날로 각박해지고 있다. 그러나 팍팍해진 생활 속에서도 성실한 자세로 묵묵하게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세상에는 의외로 많다.특히 어려운 사람들이나 거동에 불편을 겪는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밝은 얼굴과 따뜻한 정(情)을 보듬고서. 장애인 구두 전문가인 남궁정부(南宮政夫·64) 세창장애구두연구소 소장은 그런 사람들 가운데 하나다.이순(耳順)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어린아이와 같은 해맑은’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그는 불의의 사고로 오른팔을 잃었으나 남은 왼팔 하나로 장애인들을 위한 특수 구두를 제작하여 장애인들의 또다른 발 역할을 하고 있다. ●“장애인 되고 나니 장애인 심정 알아”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있는 남궁 소장의 사무실 책상 위에는 그가 제작해준 장애인 구두를 신고 편안하게 생활하는 이들이 보낸 ‘감사의 편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구두를 신고보니 무엇보다 발이 편하고 외모가 깔끔해진 것이 기분 좋은 일이고,양복을 입은지도 얼마만인지 모른다.세창 사장님의 정성이 담긴 신은 나를 행복하게 해주었다.-일산에서 장용식-”,“세창에서 제작한 구두를 신고 예전보다 편안한 자세로 걸을 수 있는 것은 물론,장시간 보행해도 불편하지 않았습니다.이에 감사를 드립니다.-서성옥-.”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이곳을 찾아온 임정분(38·여·경기도 남양주시 마석읍)씨는 “저의 경우 왼쪽다리가 조금 짧아 오른쪽과 균형을 맞춰주는 특수 구두가 필요했다.”며 “3년전 이곳에서 구두를 맞춰 신은 뒤 허리와 어깨가 항상 뭉친 것처럼 아프던 것이 말끔히 사라져 날아다니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남궁 소장이 구두와 인연을 맺은 것은 54년 전부터.아버지를 여의고 서울이 수복되던 1950년 가을 열두살나던 해 경기도 부평에서 서울로 이사를 왔다.그는 먹고 살기 어려워 서울 충무로 양화점의 사동(使童)으로 들어가 심부름을 하며 제화기술을 익혔다.그 덕택으로 순탄한 생활이 지속됐다. “그런데 이런 날벼락이 어디 있습니까.1995년이었어요.지하철역에서 내리던 중 술기운에 그만 발을 헛디뎌 전동차에 팔이 끼는 사고를 당해 오른팔을 잃었습니다.눈 앞이 캄캄하더군요.그러나 고민하고 좌절한다고 해서 없어진 팔이 다시 생기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그런 생각이 들자 빨리 잊어버리기 위해 10일만에 퇴원했습니다.” 의수(義手)를 하려고 돌아다니던중 장애인 구두를 제작하는 곳이 없다는 말을 듣고는 “내가 할 일이 이것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남궁 소장은 곧바로 장애인 구두사업 준비에 들어갔다.이때 주변 사람들은 “장애인 구두를 하면 못먹고 산다.”며 말렸다.특히 자식들은 “책 대여점 등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는 일도 많은데 굳이 힘든 일을 하려고 하느냐.”며 극렬하게 반대했다.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300만원으로 시작한 구두사업은 예상대로 형극(荊棘)의 길이었다.자식들이 주는 용돈과 아내가 벌어주는 돈으로 근근이 꾸려나가다 보니 직원 2명의 월급을 주지 못해 밤마다 한숨을 지어야 했다. “자다가 벌떡 일어나 ‘깡소주’를 마신 일이 한 두번이 아니었습니다.슬그머니 오기가 생기더군요.어차피 누가 해도 해야 할 일인데 여기서 그만둘 수는 없다고 결심했습니다.조금만 더 해보자.‘무슨 수가 생기겠지.’하면서 참고 또 참았습니다.다행히 입소문이 나면서 주문이 조금씩 들어와 겨우 생활을 꾸려가게 됐어요.” ●외국 원서 구해가며 최신기술 습득 애옥살이에도 장애인 구두기술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미국 국가신발소매자 협회에서 출간한 ‘장애인 맞춤구두’ 등 3∼4권의 외국 원서를 자식들에게 번역하도록 해 밤새워 읽어 발의 구조나 관절 등은 물론 장애인 구두의 최신 트렌드를 익혔다. “희귀병을 앓아 발바닥이 썩어 들어가 흉측한 모양의 발,발가락 자체가 모두 살속을 파들어가 뭉턱하게 생긴 발,한쪽 다리가 10㎝ 이상 짧아 목발을 짚어야만 하는 발….이들은 자신의 장애 때문에 남에게 발을 보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죠.심지어 남편이나 자식들에게까지 말입니다.그나마 내가 팔을 잃은 장애인이어서 그런지 편하게 대해줘 일하기가 수월해요.” 남궁 소장은 “이들 장애인들이 목발을 짚고 왔다가 자신이 만들어준 구두를 신고 목발을 놓고 가면서 ‘나는 선생님 덕분에 제2의 인생을 산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들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남궁 소장이 장애인 구두를 제작하는데 걸리는 기간은 대략 15일.가격차는 꽤 난다.20만원대에서부터 60만원이 넘는 비싼 구두도 많다. 그는 “장애인들 대부분이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데 그걸 뻔히 알면서도 비싼 값을 다 받아낼 수 없어 그냥 주는 대로 받을 때도 있다.”며 “이 때문에 비싼 가격에 팔아도 겨우 가게를 유지해갈 수 있는 정도일 뿐 돈벌이는 별로 되지 않은 편”이라고 전한다. ●“장애인구두 의료보험 적용돼야” 세창장애인구두연구소를 정기적으로 찾는 사람은 연간 4000여명.지방은 물론 미국과 일본 등 외국에서도 찾아올 만큼 널리 알려졌다.그는 지난 2000년 산업자원부가 선정한 신지식인이 됐고,2001년 미국 롱비치에서 열린 ‘보장구 엑스포’에 참가해 극찬과 함께 미국에 장애인구두 매장을 오픈해 달라는 제의를 받았으나 한국에서 할일이 많다며 거절했다. “지난 2001년 정부에서 켤레당 12만원에 장애인 구두 500켤레를 주문해왔습니다.이 액수로는 도저히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려워 2002년에는 못한다고 했죠.그런데 지난해 문의해 보니 정부가 장애인 구두를 제작해주는 제도 자체가 아예 없어졌답니다.허∼참,이래도 되는 건지….” 그는 의수나 의족과 같은 다른 보장구는 가격의 80%를 의료보험으로 국가가 지원해 주는데 장애인 구두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며 무엇보다 의료보험 적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연락처 (02)477-9376,473-4545,홈페이지는 www.isechang.com. 글 김규환기자 khkim@ ●고마운 할아버지께 저는 17개월 된 현섭이 엄마입니다.우리 현섭이는 왼쪽 편 마비 아이입니다.복지관에서 세창장애구두연구소를 소개시켜줘서 15개월 때 깔창을 맞추었습니다. 그때는 걷지 못하고 왼쪽 발이 똑바로 바닥을 밟지 못했는데 지금은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그리고 지금은 걷기 시작해서 신발을 맞추었는데 앞으로 제 희망은 정상아처럼 똑바로 걷는 것입니다.그렇게 되리라 믿습니다.할아버지께 감사의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감사합니다.” 세창 장애구두연구소 홈페이지 ‘글마당’ 에서˝
  • 서울지하철 속도 빨라진다

    오는 7월부터 지하철 속도가 지금보다 시속 10㎞ 더 빨라지고,전철역 정차시간이 10초 단축된다. 서울시 지하철공사(1∼4호선·사장 강경호)는 8일 발표한 ‘2004 경영개선 계획’에서 전동차 운행속도를 현재의 시속 80㎞에서 90㎞로 높여 운행한다고 밝혔다. 역당 정차시간은 30초에서 20초로 단축된다. 지하철공사는 국철구간이 있어 철도청과 협의가 필요한 1호선을 빼고 2∼4호선에 대해 오는 7월1일부터 시행한다.이는 만성적자 해소방안의 하나로,현재 68편성에서 66편성으로 줄여 연간 160여억원의 운행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 홍콩·파리 등 외국 대도시 지하철은 최고 시속이 80㎞여서 이 안이 시행되면 서울 지하철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된다. 운행속도가 빨라진 것은 레일의 하중용량 극대화에 성공한 데 따른 것이다.레일 길이를 20m에서 200m로 장대화(長大化)하고 급곡선의 경우 50㎏가 세계표준인데 이를 60㎏로 크게 향상시켰다. 이에 따라 2호선 출퇴근시 순환 소요시간이 현재 87분에서 85분으로,평시에는 87분에서 79분으로 2∼8분 단축된다.3호선은 출발역에서 종착역까지 62분에서 57분으로,4호선은 53분에서 49분으로 각각 줄어든다. 공사 관계자는 “지하철 운행소요시간 단축으로 서울시 전체에 미치는 경제효과가 연간 1조원이 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송한수기자 onekor@˝
  • 국철 고장… 50분간 ‘올 스톱’

    26일 오후 9시30분쯤 국철 1호선 서울역에서 청량리를 출발,수원으로 가던 K347호 전동차가 제동장치 고장으로 멈춰 50여분간 국철 1호선 운행이 전면 중단,늦은 퇴근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고장이 난 전동차는 서울역에서 승객을 태우고 10m정도 진행한 뒤 갑자기 멈춰섰다. 전동차가 한동안 움직이지 않자 승객 800여명이 전동차에서 모두 내려 환불을 요구하는 소동을 빚었다.때문에 서울역측은 매표를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사고로 서울에서 수원,인천 등 시 외곽으로 향하는 지하철 13대가 오후 10시20분쯤까지 중단됐고 국철 1호선 전철역 부근은 버스와 택시 등을 이용하려는 시민들로 때아닌 혼잡을 빚었다. 철도청은 사고가 난 전동차를 후속 인천행 전동차로 밀어 구로 차량기지까지 옮기는 한편 ‘전동차가 고장났으니 다른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안내방송을 내보냈다. 안동환기자˝
  • [사설] 고막 터지는 지하철 소음

    서울 지하철 주요 역안의 소음이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 내는 소리에 버금간다는 소식은 충격적이다.시민단체인 녹색교통이 지난달 서울 지하철 1∼4호선의 주요 역 소음을 조사한 결과 혜화역의 순간 소음은 109.7데시벨(㏈)이며 1호선과 3호선의 종로 3가역,시청역 등도 모두 100㏈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는 청각에 손상을 주는 수준인 70㏈을 넘어 비행기가 뜨고 내릴 때의 굉음인 120㏈에 육박하는 것이다. 지난 1999년에 서울 지하철 주요 역의 소음 수준은 80㏈ 안팎으로 밝혀졌다.그후 5년간 소음 수준이 20㏈이나 더 높아진 것이다.이것이 사실이라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하루 수백만명에 달하는 지하철 이용 시민들의 청각에 고통을 주거나 장애를 유발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실제 서울역 등에서 전동차가 정차할 때 내는 브레이크 소리는 그대로 듣기가 어려울 지경이라고 한다.너무 소리가 커 손으로 귀를 막아야 하며 어린아이들이 울음을 터뜨릴 정도다.소음에 자주 노출되다 보니 이명현상까지 들려 치료를 받는 시민들도 있다고 한다. 당국자들은 탁상위에서 이런저런 말을 하지 말고 먼저 지하철 승강장에 나가 소음이 어느 수준인가를 들어보라.소음 조사도 자체적으로 벌여 필요하다면 지하철 객실 내의 소음 기준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승강장 소음 기준도 정하길 바란다.문제가 있다면 노후화된 전동차의 장비를 교체하고 정차할 때 속도를 줄여 불필요한 소음을 감소시켜야 할 것이다.서울 지하철공사뿐 아니라 철도와 다른 도시 지하철도 소음 문제에 본격 관심을 기울일 때다.˝
  • [박완서의 살아가는 이야기] 운수 안 좋은 날

    상상력은 남에 대한 배려,존중,친절,겸손 등 우리가 남에게 바라는 심성의 원천이다.그리하여 좋은 상상력은 길바닥의 걸인도 함부로 능멸할 수 없게 한다. 아침 신문을 뒤적이다가 원로배우 백성희의 사진이 크게 난 것을 보았다.표정은 기사에서 밝히고 있는 연세를 믿을 수 없을 만큼 젊고 품위 있고 당당해 보였지만 손은 보통의 할머니처럼 거칠고 늙어보였다.나는 그 사진으로 그의 전체를 본 것처럼 느꼈고 존경하는 마음과 친밀감으로 흐뭇해졌다.인상적인 손 때문이었을까,달포도 넘게 전에 전철 안에서 당한 일이 생각났다.너무 창피해서 내 자식들한테도 안 하고 묻어 두었던 얘기다. 노약자 석에 앉아 있는 내 옆자리에 어린이를 손잡고 탄 엄마가 앉았다.네댓살 가량 돼 보이는 귀여운 아이가 내 얼굴은 쳐다보지 않고 내 손만 유심히 바라보았다.그러다가 마침내 말을 걸어왔다.‘할머니 손엔 왜 이렇게 주름이 많아?’ 당돌한 질문이지만 귀엽기도 해서 성의 있게 대답하려고 노력했다.‘넌 내가 할머니인 걸 어떻게 알았어?’ ‘이렇게 주름이 많으니까.’ ‘그래 맞았어.오래 살면 남들이 할머니라는 걸 알아보라고 주름이 생긴 거야.아줌마나 언니들하고 헷갈리지 말라고.’ 아이는 쉽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 다음에는 손등에 푸르게 내비치는 힘줄에 대해서 물었다.‘이건 힘줄인데 네 몸에도 있지만 예쁜 살 속에 숨어서 안 보이는 거야.주사 맞을 때나 필요한 건데 아이들은 주사 맞기 싫어하잖아.그래서 꼭꼭 숨어 있는데 늙으면 주사 맞을 일도 자주 생기고,주사 맞는 걸 좋아하니까 자꾸 겉으로 나오나봐.’ 말대꾸를 해주니까 아이는 계속해서 이것저것 묻고 또 물었다.나도 계속해서 그런 식으로 대답했다.우리는 어느 틈에 서로 죽이 잘 맞는다는 걸 느끼고 재미있어하고 있었다. 그쯤 되자 아이는 나하고 충분히 친해졌다고 믿은 것 같다.다시 내 손에 관심을 보이더니 내가 끼고 있는 반지의 알을 손가락으로 만져보면서 이 반지 나 주면 안돼? 하고 물었다.나는 웃으면서 반지를 빼려고 했다.물론 반지를 그 아이에게 주려고 그런 건 아니다.그런 어리광을 부려도 될 만큼 그 반지는 아이 눈에도 만만해 보이는 반지였고,실제로도 비싼 반지가 아니지만 나에게는 추억이 깃든 소중한 건데 아무리 귀엽더라도 오다가다 만난 아이에게 빼주겠는가.나는 일단 아이 손가락에 끼어보게 할 작정이었다.끼어보면 보나마나 헐렁할 테고 그러면 이건 네 손가락에 안 맞으니까 네 것이 아니잖니? 하면서 도로 빼 가지면 알아들을 아이지 그래도 막무가내 떼를 쓸 아이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서로 알아볼 만큼 우리는 친해져 있었다.또 그 반지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반지라는 걸 나는 벌써부터 알고 있었다. 우리 손녀도 어렸을 때 그 반지만 보면 할머니 그 반지 얼마짜리 뽑기에서 뽑았어?라고 물어보곤 했더랬다.그때만 해도 동네 문방구 앞에는 100원짜리나 500원짜리를 넣고 돌리면 내용물이 빙글빙글 돌다가 동그란 게 하나 굴러 떨어지는데,까보면 사탕이나 반지나 열쇠고리 같은 싸구려 장난감이 들어있곤 했다.그걸 뽑기라고 했다.그만큼 아이 눈에 만만해 보이는 반지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일단 끼어보게 하려고 했는데 뜻하지 않은 일이 생겼다.아이 엄마가 아이 팔을 거칠게 낚아채더니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정거장도 아닌데 출입문 쪽으로 아이를 끌고 가면서 중얼거렸다.보자보자 하니 나잇살이나 먹어가지고… 다음 말은 알아듣지 못했다.나잇살이나 처 먹어가지고였는지도 모르겠다.모욕감 때문에 더는 듣고 싶지 않았다.전동차가 멎자 모자는 황급히 내렸다.아이가 나를 자꾸 돌아보았지만 나는 그 아이를 웃는 얼굴로 배웅할 수 없었다.그 역은 실은 내가 내릴 역이었지만 내리지 못했다. 나이가 들면 기억력뿐 아니라 식성,취미 등에도 U턴 현상 같은 게 일어나 옛날 것만 다 좋은 것 같고 마음이 통하는 것도 우리가 길러낸 30,40대보다는 어린이가 편하다.특히 오늘의 주역인 30,40대의 본데없음과 상상력 결핍은 우리가 저들을 어떻게 길렀기에 저 모양이 되었나,죄책감마저 들게 한다.상상력은 남에 대한 배려,존중,친절,겸손 등 우리가 남에게 바라는 심성의 원천이다.그리하여 좋은 상상력은 길바닥의 걸인도 함부로 능멸할 수 없게 한다.
  • [박완서의 살아가는 이야기] 운수 안 좋은 날

    상상력은 남에 대한 배려,존중,친절,겸손 등 우리가 남에게 바라는 심성의 원천이다.그리하여 좋은 상상력은 길바닥의 걸인도 함부로 능멸할 수 없게 한다. 아침 신문을 뒤적이다가 원로배우 백성희의 사진이 크게 난 것을 보았다.표정은 기사에서 밝히고 있는 연세를 믿을 수 없을 만큼 젊고 품위 있고 당당해 보였지만 손은 보통의 할머니처럼 거칠고 늙어보였다.나는 그 사진으로 그의 전체를 본 것처럼 느꼈고 존경하는 마음과 친밀감으로 흐뭇해졌다.인상적인 손 때문이었을까,달포도 넘게 전에 전철 안에서 당한 일이 생각났다.너무 창피해서 내 자식들한테도 안 하고 묻어 두었던 얘기다. 노약자 석에 앉아 있는 내 옆자리에 어린이를 손잡고 탄 엄마가 앉았다.네댓살 가량 돼 보이는 귀여운 아이가 내 얼굴은 쳐다보지 않고 내 손만 유심히 바라보았다.그러다가 마침내 말을 걸어왔다.‘할머니 손엔 왜 이렇게 주름이 많아?’ 당돌한 질문이지만 귀엽기도 해서 성의 있게 대답하려고 노력했다.‘넌 내가 할머니인 걸 어떻게 알았어?’ ‘이렇게 주름이 많으니까.’ ‘그래 맞았어.오래 살면 남들이 할머니라는 걸 알아보라고 주름이 생긴 거야.아줌마나 언니들하고 헷갈리지 말라고.’ 아이는 쉽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 다음에는 손등에 푸르게 내비치는 힘줄에 대해서 물었다.‘이건 힘줄인데 네 몸에도 있지만 예쁜 살 속에 숨어서 안 보이는 거야.주사 맞을 때나 필요한 건데 아이들은 주사 맞기 싫어하잖아.그래서 꼭꼭 숨어 있는데 늙으면 주사 맞을 일도 자주 생기고,주사 맞는 걸 좋아하니까 자꾸 겉으로 나오나봐.’ 말대꾸를 해주니까 아이는 계속해서 이것저것 묻고 또 물었다.나도 계속해서 그런 식으로 대답했다.우리는 어느 틈에 서로 죽이 잘 맞는다는 걸 느끼고 재미있어하고 있었다. 그쯤 되자 아이는 나하고 충분히 친해졌다고 믿은 것 같다.다시 내 손에 관심을 보이더니 내가 끼고 있는 반지의 알을 손가락으로 만져보면서 이 반지 나 주면 안돼? 하고 물었다.나는 웃으면서 반지를 빼려고 했다.물론 반지를 그 아이에게 주려고 그런 건 아니다.그런 어리광을 부려도 될 만큼 그 반지는 아이 눈에도 만만해 보이는 반지였고,실제로도 비싼 반지가 아니지만 나에게는 추억이 깃든 소중한 건데 아무리 귀엽더라도 오다가다 만난 아이에게 빼주겠는가.나는 일단 아이 손가락에 끼어보게 할 작정이었다.끼어보면 보나마나 헐렁할 테고 그러면 이건 네 손가락에 안 맞으니까 네 것이 아니잖니? 하면서 도로 빼 가지면 알아들을 아이지 그래도 막무가내 떼를 쓸 아이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서로 알아볼 만큼 우리는 친해져 있었다.또 그 반지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반지라는 걸 나는 벌써부터 알고 있었다. 우리 손녀도 어렸을 때 그 반지만 보면 할머니 그 반지 얼마짜리 뽑기에서 뽑았어?라고 물어보곤 했더랬다.그때만 해도 동네 문방구 앞에는 100원짜리나 500원짜리를 넣고 돌리면 내용물이 빙글빙글 돌다가 동그란 게 하나 굴러 떨어지는데,까보면 사탕이나 반지나 열쇠고리 같은 싸구려 장난감이 들어있곤 했다.그걸 뽑기라고 했다.그만큼 아이 눈에 만만해 보이는 반지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일단 끼어보게 하려고 했는데 뜻하지 않은 일이 생겼다.아이 엄마가 아이 팔을 거칠게 낚아채더니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정거장도 아닌데 출입문 쪽으로 아이를 끌고 가면서 중얼거렸다.보자보자 하니 나잇살이나 먹어가지고… 다음 말은 알아듣지 못했다.나잇살이나 처 먹어가지고였는지도 모르겠다.모욕감 때문에 더는 듣고 싶지 않았다.전동차가 멎자 모자는 황급히 내렸다.아이가 나를 자꾸 돌아보았지만 나는 그 아이를 웃는 얼굴로 배웅할 수 없었다.그 역은 실은 내가 내릴 역이었지만 내리지 못했다. 나이가 들면 기억력뿐 아니라 식성,취미 등에도 U턴 현상 같은 게 일어나 옛날 것만 다 좋은 것 같고 마음이 통하는 것도 우리가 길러낸 30,40대보다는 어린이가 편하다.특히 오늘의 주역인 30,40대의 본데없음과 상상력 결핍은 우리가 저들을 어떻게 길렀기에 저 모양이 되었나,죄책감마저 들게 한다.상상력은 남에 대한 배려,존중,친절,겸손 등 우리가 남에게 바라는 심성의 원천이다.그리하여 좋은 상상력은 길바닥의 걸인도 함부로 능멸할 수 없게 한다.˝
  • 서울지하철공사 사진작가 원종철씨

    지난 1984년 서울지하철공사 사진전문 직원으로 채용돼 20년 동안 각종 행사나 홍보용 사진촬영을 전담하고 있는 원종철(58)씨.원씨는 서울시내 모든 지하철 역사의 특성과 구간을 훤히 꿰뚫고 있다.그는 “달리는 전동차의 역동적인 모습을 찍기 위해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겼다.”면서 “눈 내린 선로를 달리는 전동차를 찍기 위해 차가운 자갈 위에 누워 두려움과 추위에 떨었던 기억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산목록 1호는 역시 지하철관련 사진들.그동안 촬영한 지하철 작품사진만 6만여점에 이른다.그가 사진과 인연을 맺은 것은 고등학교 때.당시 취미로 사진찍기를 했는데 전국 고교생 사진콘테스트에서 대상을 받는 바람에 평생 사진과 인연을 맺게 됐다. 그는 “고교시절에 받은 상 때문에 대학도 서라벌예대 사진과를 택했고 지금까지 사진기를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외 사진작가들로부터 지하철 사진촬영과 작품에 대한 문의를 받을 때 긍지와 보람을 느낀다.”며 “올해 지하철 개통 30주년을 맞아 사진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진상기자 jsr@
  • [’장애인 외출길’ 동행 르포] 선진국에선

    해외 선진국에서는 장애인이 정상인과 같은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정상화(Normalization)’개념에서 이동권에 접근하고 있다. 스웨덴은 1979년 ‘대중교통수단의 장애인용 시설에 관한 법률’을 제정,택시를 제외한 모든 대중교통 수단에 장애인 시설을 갖추도록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도시를 연결하는 모든 열차에 휠체어용 좌석이,신형열차에 장애인용 화장실이 마련됐다. 영국은 모든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했고 모든 전동차량에 휠체어용 공간을 마련했다.신형버스의 90%에 장애인용 시설이 갖춰져 있고 40% 이상의 택시는 휠체어사용자가 탑승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미국은 열차와 버스 정류장,터미널에서 휠체어 사용자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각종 시설을 갖추고 있다.일본은 장애인이 지하철을 편하게 이용하도록 개찰구의 폭을 넓이고 별도의 화장실을 설치했으며 승차권 자동발매기에는 점자테이프를 붙였다.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는 전체 노선버스 가운데 60%가 장애인이 어렵지 않게 승하차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저상버스로 운행되고 있다. 또 버스정류장까지 접근하기 어려운 중증장애인을 위해 리프트가 장착된 미니밴을 제공해 연간 40만명이 이용하고 있다.캐나다는 버스나 지상철(스카이레인) 등 대중교통 수단에 연결되는 통로에 턱을 없앴고,시내버스의 60%에 휠체어 장착시설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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