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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트&이슈] 어! 미술 경매장이 ‘바글바글’

    [아트&이슈] 어! 미술 경매장이 ‘바글바글’

    미술품 경매문화가 대중화하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평창동 ㈜서울옥션(대표 이호재) 경매에서는 고려시대에 제작된 ‘청자상감매죽조문매병’이 국내 미술 경매사상 최고가인 10억 9000만원에 팔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고가 미술품 경매와는 별개로 중저가 미술품 경매가 한층 활성화돼 미술경매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서울옥션이 18,19일 이틀 동안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개최한 제1회 ‘열린 경매’에서는 40%의 낙찰률을 기록해 미술품 경매문화가 우리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음을 보여줬다. 이날 경매장에서는 회화·조각·고서화·도자기 등 100만∼200만원대의 중저가 작품들이 주를 이뤘다. 주최측은 “경매가 뭔지도 모르는 이들이 하루 200명씩이나 참여해 미술품 경매에 커다란 관심을 보여줬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중저가 미술품 경매의 정착 가능성은 서울옥션이 지난 10월 국내 처음으로 실시한 ‘무가(無價)경매’에서 이미 확인됐다. 낙찰 예정가 없이 1만원부터 작품을 내놓은 이 무가경매는 하루에 300점의 매물이 쏟아져 나오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의 ‘열린 경매’는 그 연장선에서 이뤄진 것. 서울옥션은 이같은 반응에 힘입어 내년부터는 매달 정례화한다는 방침이다. 온라인 경매 또한 미술품 경매 활성화에 한몫하고 있다. 서울옥션 전시경매기획팀의 구화미씨는 “서울옥션의 경우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온라인 경매가 이뤄져 지금은 온라인 경매 고객층이 확고하게 형성돼 있는 상태”라며 “컬렉터 층이 두꺼워짐에 따라 작품을 직접 보지 않고 구입하는 고객도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활동중인 미술품 경매 회사는 4개 정도로 미국의 200여개, 영국의 100여개 등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수치다. 국내 미술품 경매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곳은 단연 서울옥션. 지난 98년에 설립된 서울옥션은 연간 매출액이 100억원대로, 매년 2000여건의 작품을 경매에 올려 60∼70%의 낙찰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옥션의 이학준 총괄상무는 “선진 외국의 경우 미술품 거래의 절반 이상이 경매시장을 통해 이뤄지는 데 비해 한국은 1000억원 미술시장의 10% 정도가 경매를 통해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앞으로 젊고 유망한 작가들의 ‘시장’을 창출하는 데 최선을 다할 작정”이라고 밝혔다. 그런 점에서 서울옥션이 1년에 두 번 실시하는 ‘커팅 에지(Cutting Edge)’ 경매는 전도 유망한 신진작가들의 작품을 거래하는 역동적인 경매 현장으로 주목할 만하다.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재계 인사이드] LG전선그룹도 ‘브랜드 독립’

    [재계 인사이드] LG전선그룹도 ‘브랜드 독립’

    허씨계열의 GS그룹에 이어 구본무 LG회장의 삼촌인 구자홍 회장과 구자열 부회장이 이끄는 LG전선그룹도 ‘LG’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맞춰 구 회장과 구 부회장의 발걸음도 더욱 바빠지고 있다. 20일 업계 등에 따르면 LG전선그룹은 ‘LG’ 대신에 새 브랜드를 사용하기로 하고 ‘LS’,‘UB’ 등 5개의 브랜드를 국내외에 상표출원하는 등 선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LS’는 ‘Leading Solution’,‘LG+GS’의 의미를,‘UB’는 ‘Your Benefit’(고객의 이익을 위해),‘유비쿼터스’(Ubiquitous)를 의미한다. LG전선,LG산전,LG니꼬동제련, 극동도시가스,E1(구 LG칼텍스가스), 가온전선(구 희성전선) 등 계열사 가운데 LG전선,LG산전,LG니꼬동제련이 브랜드 교체 대상이다. 그룹측은 브랜드 개정 작업을 내년 1월안으로 일단락짓고 공식 변경은 주총이 끝나는 3월말쯤 확정할 계획이다. 분가 1년 만에 ‘LG색깔’을 완전히 지우게 되는 것이다. 구자열 부회장이 CEO를 맡고 있는 LG전선은 지난 9월 신사업 진출, 해외 현지화 강화를 통한 전자·IT 부품·소재기업으로의 사업구조 혁신을 골자로 한 ‘비전 2012’를 선포하고 최근 진로산업을 인수하는 등 독자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소규모이긴 하지만 관련 자회사를 속속 인수·설립해 해외법인 포함 22개로 늘렸다. 그룹회장으로서의 보폭을 넓혀가고 있는 구자홍 회장은 지난달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APEC ‘CEO 서미트’에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최용권 삼환기업 회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등과 나란히 참석해 외부에서도 ‘회장 신고식’을 치렀다. 구자열 부회장도 22박 23일의 장기 해외출장을 소화하는 등 올들어 2개월 가까이를 해외에서 보내며 ‘현장 경영’에 매진하고 있다. 이처럼 실질적인 분가가 가시화됨에 따라 여의도 트윈타워에 입주해 있는 LG산전도 내년 3월이면 ‘LG둥지’를 떠날 계획이다.LG전선,LG니꼬동제련,E1은 이미 서울 삼성동 아셈타워에 자리를 잡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LG전선그룹은 자산규모 5조 1000억원으로 신세계에 이어 재계 22위(공기업 포함)에 랭크됐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月10만원 버티기… 왕소금 살림”

    “月10만원 버티기… 왕소금 살림”

    요즘 서민들의 키워드는 단연 ‘절약’이다. 시민단체의 구호에 그치던 ‘구두쇠 정신’이 짙게 드리운 불황의 그늘을 헤쳐가는 중요한 생존전략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들은 생활 속의 작은 실천으로 전기요금과 가스비 등을 절약하며 새로운 희망을 꿈꾸고 있다. 인터넷에서도 ‘절약’이 젊은 세대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절전은 기본… 승강기 함께 타고 내려 서울 양천구 목동 한신아파트에 사는 주부 김미경(46)씨는 ‘절약 실천 전도사’로 불린다. 김씨는 4년 전 동사무소에서 우연히 에너지절약을 위한 권고사항을 본 뒤 집에서 쓰지 않는 전등을 끄는 습관을 익혀 나갔다. 지난해에는 스위치를 꺼도 가전제품에 흐르는 ‘대기전력’을 줄이기 위해 간단히 전원을 차단할 수 있도록 멀티탭을 모든 가전제품에 연결했다. 또 열소비가 많은 백열등을 고효율 삼파장 전등으로 교체했다. 가전제품을 살 때는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이 높은 것부터 따졌고 전열기구는 사용을 줄였다. 그러자 지난해까지 한달에 5만∼6만원까지 나오던 전기요금이 올들어 최저 2만 9800원까지 줄었다. 최근 김씨는 이웃에게도 에너지절약운동을 권하고 있다. 전기요금 영수증을 들이밀며 설득하는 김씨를 따라 이웃에서도 멀티탭을 설치하는 등 절약 붐이 일고 있다. 아래 위층 주민이 함께 엘리베이터를 탈 때는 같은 층에서 내린 뒤 계단으로 아래 위 자기 집으로 가는 신풍속도 생겼다. ●전기료 월10만원 내다 4만원으로 줄여 프리랜서 성우 오지향(25·여)씨도 지난 3월부터 에너지절약운동에 푹 빠졌다. 출근 전 멀티탭 끄기는 기본. 하루종일 꽂아두기 쉬운 휴대전화 충전기는 초록불이 들어오면 전원을 끄고, 전기밥솥으로는 먹을 만큼만 밥을 지어 보온기능은 아예 쓰지 않는다. 언니(28)와 같이 사는 오씨는 별 생각 없이 전기를 쓸 때 10만원 안팎이던 전기요금이 지난달 4만 700원으로 줄자 더욱 재미가 붙었다. 외출 때는 보일러를 끄기보다는 절약모드로 해둔다. 완전히 식은 방을 다시 덥히려면 가스가 더 많이 소비되기 때문이다. 목욕할 때도 더운 물을 아껴 쓰고 음식을 만들 때는 되도록 가스를 중불로 사용한다. 그러자 지난해 11월 7만원이던 가스요금이 올 11월에는 4만 8000원으로 줄었다. ●“PC주변기기 꺼두면 절전” 네티즌들 권장 회원이 37만명에 이르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짠돌이’ 카페에는 하루에만 수백개의 글이 오른다.‘디데이04’라는 네티즌은 ‘컴퓨터 소비전력 줄이기 10가지 방법’으로 눈길을 끌었다. 컴퓨터 안쓸 땐 전력사용 70%를 차지하는 모니터라도 꺼두기, 프린터나 스피커, 스캐너 등 주변기기는 쓸 때만 켜기,CD롬 드라이브에 CD롬 넣어두지 않기 등을 권했다. ‘한달 10만원 생활기’라는 게시판에서는 수십명의 네티즌이 스스로 한달 소비금액을 정한 뒤 일일 가계부를 공개하며 계획 이상으로 소비하지 않도록 서로 감시한다. 이 운동을 제안한 ‘대왕소금’은 “10만원이 적어 보이지만 막상 마음먹고 달려들어 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더라.”라고 말했다. ●내복 입기로 난방비 줄이고 환경오염 극복까지 회원이 8만명에 이르는 에너지시민연대는 21일부터 ‘내복 입기 캠페인’에 들어간다. 겨울철에 내복을 입으면 체온을 3도 이상 올릴 수 있다고 한다. 한 사람이 1도 올리는 데 필요한 에너지 소비량만 줄여도 전국에서 4600억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시민연대 김태호 사무처장은 “내복 입기는 환경오염을 극복하는 적극적 대안이기도 하다.”면서 “간단한 실천으로 각 가정에서 에너지 소비를 10%만 줄인다면 가계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환경오염 논란을 일으키는 원자력발전소를 새로 짓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삶과 경영 이야기] (38) ‘두산동아’ 제2 전성기 이끄는 최태경 두산출판BG 사장

    [삶과 경영 이야기] (38) ‘두산동아’ 제2 전성기 이끄는 최태경 두산출판BG 사장

    국내 출판업계의 선두주자인 ㈜두산 출판BG(Business Group)는 지난 20여년간 사용해온 ‘두산동아’라는 브랜드로 더욱 친숙하다.1985년 동아출판사를 인수한 뒤 탄탄대로를 걷다가 외환위기때 시련에 부딪쳤지만 이를 극복하고 ‘제2의 전성기’를 누리게 된 데는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최태경(58) 사장의 남다른 도전정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는 게 출판계의 평가다. ●30년 두산맨, 출판사장으로 -68년 두산상사에 입사한 뒤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당시 무역이 최고로 중시되던 때라서 대학원 졸업 후 미쓰비시 뉴욕지사에 입사해 3년간 일했다.80년 다시 두산상사로 돌아왔다. 이후 두산컴퓨터와 오비씨그램, 두산제관 등에서 임원을 했고 97년 두산정보통신 대표를 맡았다.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8월 두산동아 대표로 옮겨 99년 2월 사명이 두산출판BG로 바뀌면서 초대 사장이 됐다. 책을 읽는 것은 평소에도 좋아했지만 ‘두산맨’ 30여년간 출판쪽과 인연을 맺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출판업은 재고관리를 위한 데이터베이스(DB)가 중요시되는 위탁산업이자 대리점 영업이다.DB를 통해 물량을 예측해야 반품을 줄일 수 있다. 대리점 관리 또한 중요하다. 이 때문에 컴퓨터·주류 계열사에서 DB 및 대리점 경험을 한 내가 출판사를 맡게 된 것 같다. ●50억원 들여 재고 사전 모두 회수 -외환위기 직후 외국 컨설팅사와 함께 회사를 살려낼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잡히는 것이 없었다. 고민하던 차에 고객 만족을 생각했다. 회사고객을 내부고객인 직원들과 외부고객인 대리점·학부모·학생 등으로 나눴다. 당시 회사가 적자에 허덕이며 매우 어려워 구조조정을 한다는 둥, 문을 닫는다는 둥 뜬소문이 많아 직원들이 굉장히 불안해했다. 외부고객들도 두산출판이 책을 계속 낼 것이냐, 어떻게 할 것이냐식으로 반신반의했다. 그런 와중에 98년 11월 양쪽 고객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큰 결심을 했다. 단돈 1억원이 아쉬웠던 때, 대리점을 통해 재고 사전을 모두 반품받기로 한 것이다. 반품된 사전은 일부 기증하고 나머지는 폐기처분했다. 사전 반품에 30억원 투자키로 했으나 50억원 가까이 썼다. 그러나 효과는 엄청났다. 재고 사전을 거둬들임으로써 회사가 문닫지 않고 계속 영업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외부에서 “두산출판이 몇십억원이나 투자했으니 다시 한번 해볼 모양이다.”라는 평가가 들렸다. 직원들의 눈빛도 완전히 달라졌다. 다시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였다. 대리점 사장들도 반품 처리에 고마워하며 우리 책을 더 많이 팔아줬다. 분위기가 확 달라졌고 신바람이 났다.99년 들어 매출이 어느정도 회복됐지만 적자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직원과 고객의 신뢰를 회복했으니 새로운 수익 창출이 관건이었다. ●직원의 자율성 강조 적중 -새로운 책을 준비하면서 ‘엉터리 책은 절대 안 낸다.’고 마음먹었다. 거래처들이 “두산출판에서 나온 책 맞아?”라고 할 정도로 내용은 물론, 디자인과 레이아웃, 컬러 등을 일대 쇄신했다. 직원들이 모든 과정을 미주알고주알 나한테 가져오는 관행도 없앴다. 사장이 기획안을 결재하면 그 다음부터는 직원들이 모두 알아서 하라고 했다. 처음에는 직원들이 우왕좌왕했지만 고객의 니즈(요구)를 파악한 뒤 시장조사를 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밟기 시작했다. 책 한권이라도 마케팅·디자인·영업·편집팀 등에서 1명씩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TF에서 결론이 나면 끝까지 밀고 나가도록 했다. 위에서 지시만 받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직접 책임지고 철저한 시장조사 결과에 따라 만드니까 반응이 훨씬 좋았다. 물론 직원들끼리 합의해 만드는 데 시간은 더 걸린다. 그러나 좋은 책이 나오는 과정이기 때문에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 이제는 자연스러워졌다. -직원들에게도 고객은 두가지다. 편집직원의 내부고객은 영업직원이다. 좋은 책을 만들어야 팔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선생님·학부모·학원강사 등 외부고객이 뭘 원하는지도 알아야 한다. 고객의 마음을 알아야 성공할 수 있으며, 그것이 곧 마케팅이다.3년째 모든 직원들이 한양대 마케팅 교수들과 팀을 이뤄 마케팅 교육을 받고 있다. 일을 잘한다고 해서 스카우트해오면 우리 회사의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해 나가기도 한다. 시키는 일만 하다가 능동적으로 하려니 못 견디는 것이다. 우리 회사는 직원이 자산이다. 시키는 일만 해서는 어떤 경쟁에서도 이길 수 없다. ●투명경영으로 회사 비전 제시 -마케팅을 통한 핵심역량 강화, 선택과 집중에 의한 수익 극대화도 중요하지만 투명경영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사장이 되자마자 임직원 대상 분기별 경영설명회를 계획했다. 임원들이 “회사 치부까지 드러내면 타사에 들어가 곤란하다.”며 들고 일어났다. 그러나 직원들을 모아놓고 직접 매출·손익 등을 설명했다. 처음에는 정보가 외부로 많이 나갔지만 2∼3번쯤 하니까 유출이 싹 없어졌다.‘이 부문의 실적이 안 좋은데 우리끼리 숨길 것도 없고 얘기하고 반성하자. 이 부분은 잘 되는데 잘 되는 이유를 나눠보자.’는 식으로 토론을 했다. 지금은 경영설명회가 자연스럽게 기업문화가 돼 매년 4번씩 한다. 실적이 안 좋았을 때보다 지금이 효과 만점이다. 결국 투명경영이 이긴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장 취임 후 3∼4년 정도는 회사를 안정시키기 위한 시간이었다.4년째 되니 이익도 좀 났다. 그러나 이에 만족할 수 없다. 투명경영을 통해 회사 비전을 보여줘야 직원들이 따라온다. 직원들이 떠나지 않는 회사만이 희망이 있는 회사다. ●등산 통해 도전정신·끈기 길러 -지난 3년여간 백두대간을 종주한 것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다.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됐고, 경영에도 큰 도움을 받았다. 산을 타게 된 것은 회사가 적자에 허덕이던 98년. 하루종일 회의에 시달리다가 머리를 식히러 공원 등에서 매일 1시간씩 산보를 한 것이 계기가 됐다. 머리가 맑아지고 생각도 많이 하게 됐다.99년 들어 남산·북한산 등을 타면서 ‘회사 식구만 200명이 넘는데 회사가 잘못되면 안 된다.’고 다짐했다. 회사를 살리려면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 했다. 이를 위해 개인적으로 어려운 목표를 세워 도전하기로 결심하고 53세의 나이에 백두대간 종주를 타깃으로 삼았다. 내 스스로 도전해서 이기지 못하면 직원들도 따라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침 출판인산악회가 백두대간에 도전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연습을 시작했다. 속리산 등을 헤매며 동계훈련을 끝내고 2000년 3월 소백산에서 첫 등정에 나섰다.3년3개월간 매월 한번씩 탔는데 한번도 빠지지 않았다. 하루 18시간 걷기도 했고 죽을 뻔한 고비도 많이 넘겼지만 종주를 끝내니 뿌듯했다. 당시 직원들에게 장문의 메일을 보냈다.‘백두대간은 끝났지만 또다시 시작이다. 뭔가를 이뤘다고 해서 멈추면 안 된다. 변화와 도전을 위해 또 걷자, 또 오르자.’고 썼다. 매년 2번씩 직원들과 산을 탄다. 최근에는 설악산에서 분기설명회를 했다. 직원들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끈기를 기르기 위한 교육에 따라와줘 고마울 뿐이다. -조직의 리더는 ‘페이스메이커’다. 돌격할 때도 있고 1보 전진했다가 2보 후퇴도 있다. 등산과 마찬가지로 경영도 좀 쉬면서 영양을 보충하기도 하고, 부상자도 치료해야 한다. 등산하기 전 장비와 식량을 준비하는 것도 경영과 같다. 무작정 하는 것이 아니라 효율성이 최고 미덕이다.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등산도 경영도 망치고 만다. ●책은 인생의 최고 스승 -책이라는 것은 제일 좋은 선생님이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책을 읽는 만큼,‘평생교육을 통한 자아실현’이 우리 회사의 모토다.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자부하는 초·중·고 학습물을 비롯, 유치·유아 부문의 교재를 새롭게 출시하고 있다. 강제로 시키는 것이 아니라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레고 등을 이용한 다양한 형태의 학습물도 만들고 있다. 중등 온라인교육 및 전자사전 시장에도 뛰어들었으며, 토익·토플 등 성인 영어교재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오랜 전통의 백과사전도 야생화 및 한국의 산, 세계의 문화유산 등을 가다듬어 펴내려고 한다. 일본의 대형 종합출판사를 벤치마킹해 임신·출산·육아 및 실버 관련 출판물도 기획해 시장을 넓힐 계획이다. 올해는 기존제품 대비 신상품 비율이 95대 5 정도였지만 내년에는 85대 15로 만든 뒤 2007년 7대 3,2009년 6대 4 정도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최태경 사장은 회사 안팎에서 ‘카리스마 최’로 불린다는 최태경 사장을 만나 보니 나이에 비해 동안(童顔)인 데다가 캐주얼한 의상, 부드러운 눈웃음에 깜짝 놀랐다.‘고상한’ 출판사 사장의 이미지를 보여준 것도 잠시, 다양한 계열사를 돌며 쌓은 경험과 백두대간 종주 등의 인생 스토리에서 관록이 묻어나왔다. 연세대 경제학과와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미국에서의 한차례 ‘외도’를 제외하고 줄곧 두산그룹을 지켜온 최 사장. 지난 6년간 책과 등산에 관심을 쏟아 몸도 마음도 건강해졌다고 했다. 주중 야근은 물론, 주말·휴일에도 나와 일하는 직원들을 보면 회사가 생기있게 돌아가는 것 같다고 자랑한다. 대학교수인 아내가 미국 초빙교수로 일하고 있어 2년째 떨어져 살고 있지만, 영문학 전공인 아내의 교육컨설팅이 큰 도움이 된다고 귀띔했다.
  • [부고]

    ●구서칠(전 곡성경찰서장)씨 별세 창회(오리온코리아 대표)경회(자영업)영회(MBC 경영본부장)회선(자영업)씨 부친상 이대원(자영업)오창근(전 동아건설 부장)씨 빙부상 19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1일 오전 8시 (02)3010-2291 ●박성기(문화관광부 국제문화협력과 과장)씨 부친상 19일 부산 대동병원, 발인 21일 오전 8시 (051)550-9956 ●박영철(한국씨티은행 경인영업추진부장)씨 부친상 국승길(전 신반포중 교장)씨 빙부상 19일 신촌세브란스병원, 발인 21일 오전 9시30분(02)392-3299 ●김용문(한국은행 검사역)씨 별세 은수(부평제일감리교회 전도사)씨 부친상 김상두(현대자동차 대리)씨 빙부상 18일 국립암센터, 발인 20일 오전 6시 (031)920-0301 ●송석효(자영업)석호(회사원)석민(교사)석중(충청북도체육회 운영과장)은순(충주시보건소 진료계장)씨 모친상 18일 청주 참사랑병원, 발인 21일 오전 9시 (043)286-9415 ●박건태(전 수성중 교장)씨 별세 계주(제일은행 대리)씨 부친상 정상현(영남대 사서관)이삼호(국민은행 차장)유규창(대구은행 〃)김창현(매그나칩반도체 과장)전용성(한국전자통신연구소 선임연구원)씨 빙부상 18일 경북대병원, 발인 20일 오전 8시 (053)420-6141 ●유인호(전 한국전력공사 지점장)씨 별세 병철(아시아나항공 과장)병주(삼성전자 대리)씨 부친상 19일 신촌세브란스병원, 발인 21일 오전 6시 (02)392-0699 ●박희우(우원디자인 부사장)씨 별세 19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1일 오전 9시 (02)3010-2238 ●전제훈(강원도민일보 기자)씨 모친상 18일 경기도 동수원병원, 발인 20일 오후 1시 (031)214-2161 ●이일형(삼성전자 수석연구원)복희(대구 가톨릭대 교수)혜정(콤위버 선임연구원)씨 부친상 홍양호(남북회담사무국 상근회담대표)박승택(날코코리아 이사)씨 빙부상 19일 경북대병원, 발인 21일 오전 6시 (053)420-6152 ●고택영(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 대목장 기능보유자)씨 별세 19일 부안장례식장, 발인 21일 오전 9시40분 (063)581-8008 ●홍승우(한화그룹 홍보부장)황경익(자영업)박원석(대륙KC대표)김철환(자영업)씨 빙부상19일 인천의료원, 발인 21일 오전 8시30분 (032)580-6001 ●윤성진(㈜환경시설 관리공사사장)의진(개인사업)홍진(재미)씨 부친상 19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2일 오전 6시 (02)3010-2294
  • ‘알렉산더’ vs ‘내셔널 트레져’ 두영웅 누가 셀까?

    겨울 성수기를 맞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두 편이 힘차게 기지개를 켰다.‘내셔널 트레져’와 ‘알렉산더’. 두 편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모두 ‘역사’지만 분위기와 모양새는 사뭇 다르다. 전자가 역사에서 단서를 찾는 현대의 어드벤처물이라면, 후자는 기원전의 역사속으로 들어가는 고대의 서사극이다. ●보물 찾기 모험극 ‘내셔널 트레져’ 보물을 찾아간다는 줄거리만 놓고 ‘인디애나 존스’류의 모험을 상상했다면 할리우드를 얕보는 것이다. 최근 할리우드는 자기 복제를 넘어선 번식 능력으로 온갖 잡종 장르를 탄생시키고 있기 때문. ‘내셔널 트레져’(National Treasure·31일 개봉) 역시 액션 어드벤처물에 ‘미션 임파서블’같은 첩보영화식 두뇌게임을 접합시켰다. 신비스러운 보물을 찾는 대부분의 무대도 피라미드 가득한 미지의 세계가 아니라, 빌딩숲으로 덮힌 미국의 대도시다. 미국의 현대사에 감추어진 비밀을 씨줄로, 또 현재 발 딛고 사는 대도시에서 펼쳐지는 모험극을 날줄로 엮어, 과거와 최첨단을 넘나드는 다양한 오락적 요소를 끌어들였다. 결과는 성공적인 편이다. 보물 탐사에 나서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고 불평하는 관객도 있겠지만, 철통경비를 뚫고 독립선언문을 얻어내기까지의 오랜 과정도 결코 지루하지 않다. 미합중국의 국부들이 남겨놓은 흔적을 따라 장장 6대에 걸쳐 보물을 찾는 게이츠가의 후손인 벤저민(니컬러스 케이지). 단서를 쫓다가 독립선언문 뒷면에 보물지도가 숨겨져 있음을 알게 되고 이 지도를 노리는 악당들에 앞서 독립선언문을 훔치는 과정은, 온갖 최첨단 기법이 동원돼 흥미진진하다. 일단 독립선언문을 손에 얻은 뒤로는 본격 보물찾기에 나선다. 미국의 지폐나 벤저민 프랭클린이 발명한 이중초점렌즈 등에 숨은 단서들은 굳이 미국역사를 모르더라도 혀를 내두를 만하다. 미국식 영웅에 거부감이 없거나, 역사나 캐릭터에 대한 깊이있는 시각만 기대하지 않는다면 더없이 좋을 오락영화.‘당신이 잠든 사이에’‘쿨 러닝’의 존 터틀타웁 감독.12세 관람가. ●세상끝까지 꿈을 좇는 영웅 ‘알렉산더’ ‘내셔널 트레져’가 전형적인 할리우드의 공식을 짜깁기한 영화라면,‘알렉산더’(Alexander·30일 개봉)는 감독의 목소리가 뚜렷한 영화다. 하지만 내레이션이나 인물의 대사를 통해 주제를 여러번 강조하다 보니 지루한 동어반복이 돼 재미를 반감시켰다. 영화는 알렉산더(콜린 파렐)가 독재자였는지 영웅이었는지를 판단하지 않는다. 영화가 주목하는 건 ‘꿈을 좇는 인물’이다. 남들이 무모하다고 해도 포기하지 않고 세상끝까지 나아갔던 알렉산더.“새로운 땅을 밟을 때마다 환상이 깨져.”라고 말하지만 그래도 멈추지 않고 꿈을 꾸는 것이 인간의 가장 위대한 모습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기원전 356년 마케도니아의 군주 필립왕(발 킬머)의 아들로 태어난 알렉산더는 신화속 인물들을 동경하며 자란다. 성질이 독한 왕비(안젤리나 졸리) 대신 필립이 다른 여인과의 결혼을 계획하면서 왕위 계승이 위협을 받게되지만, 왕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그는 왕이 된다. 그리고 8년간 동방정복의 피비린내나는 전투가 이어진다. 영화는 중요한 사건들을 위주로 심층적으로 파고든다. 나름의 포인트를 살린 것이 지루하게 일대기를 구겨넣는 것보다 나은 전략이었는지 몰라도, 영화에선 성공적으로 표현되지 못했다. 모래바람 사이를 뚫고 찢고 찢기는 잔인한 전투가 오래도록 클로즈업되면서 지루해졌고, 극의 흐름을 툭툭 끊으며 주제를 장황하게 말하는 내레이션도 도를 넘었다. 하지만 독수리의 눈으로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장대한 전투신이나 바빌론 침공후 화려하게 펼쳐지는 이국적 풍경 등은 볼 만하다. 올리버 스톤 감독의 작가주의적 ‘만용’만 아니었다면 더 좋은 작품이 될 뻔한 영화.15세 관람가. ●새해 첫 흥행 강자 누가 될까 현재 미국 개봉성적만 보자면 ‘내셔널 트레져’의 압승이다. 하지만 미국 박스오피스에서는 부진했던 ‘트로이’가 지난 5월 개봉해 전국 400만 관객을 넘기며 국내 극장가를 휩쓴 것을 보면 같은 고대 서사극인 ‘알렉산더’의 선전도 기대해볼 만하다. 연말 연시 가벼운 마음으로 오락적인 재미를 느끼려면 ‘내셔널‘에, 역사의 영웅을 만나기 위해 170분의 러닝타임을 기꺼이 견딜 수 있다면 ‘알렉산더’에 발길을 옮겨 보자.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47)시흥 소래염전과 소래포구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47)시흥 소래염전과 소래포구

    겨울의 을씨년스러움이 폐허의 소금밭을 뒤덮고 있다. 수인선 철길이 끊긴 지 오래 되어 잡초만 무성하다. 염부들이 떠난 폐염전이 고즈넉하다 못해 음산하기까지 하다. 무너져 내린 소금창고만이 얼마 전까지 소금을 만들었던 노동의 역사를 말해줄 뿐이다. 소금밭에는 갈대가 우거져 있고, 어디서 나타났는지 고라니 한 마리가 갈대 속으로 몸을 낮춘다. 염판에 깔던 옹기편만이 햇빛에 반짝거리며 화려했던 옛 시절을 말하고 있다. 누군가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데 없고….’라고 했듯 오랜만에 둘러본 소래 풍경도 수상하다. 옛 염전을 둘러싼 외곽에는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기 시작해 머잖아 마지막 남은 이 소금밭으로 침공을 개시할 태세다.2004년 겨울. 소래는 이렇듯 불안정한 풍경으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싸고 싱싱한 새우젓으로 소래포구 ‘북적북적’ 경인지역에서 자란 사람들은 누구나 기억하리라. 수원∼인천을 오가는 협궤열차를 타고 가자면 끝없이 펼쳐지던 군자와 소래의 염전을. 조개나 새우젓 따위를 광주리에 얹은 아낙들이 오르면 기차는 순식간에 어물전으로 돌변했다. 화성의 야목 같은 정거장에서도 맛, 굴 등을 준비한 아낙들이 올라타 ‘어물전’풍경에 또 다른 색을 덧칠하곤 했다. 사람들은 김장철이 되면 으레 소래포구로 나가 새우젓 등속을 준비했다. 마포새우젓이 명성을 다해 역사 뒤편으로 사라진 이후 소래포구가 그 역할을 이어 경인지방의 새우젓 물량을 감당해 오고 있다. 소래까지 오고가는 차비가 더 들 수도 있지만 싸고 싱싱한 맛에 멀다 않고 소래포구를 찾곤 한다. 수인선 열차는 낭만의 표상처럼 인식돼 연인들의 단골 데이트코스가 되기도 했다. 드넓은 염전지대를 거친 뒤, 왁자지껄한 포구를 지나서 갯냄새 물씬한 인천항에 당도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열차의 낭만성을 보증하고 남았다. 그러나 이제 염전도 사라지고, 기차도 없고 남은 것은 추억뿐이다. 시흥시 군자동에 있던 군자염전 터는 아파트단지로 바뀌었고 군자역만 남아 옛날을 말하고 있다. 남동염전 터는 인천시 남동구 남동공단에 편입돼 공장지대로 변했다. 시흥의 소래염전만이 어정쩡한 ‘대기발령’ 상태로 남아 있을 뿐이다. 소래염전터에서는 포동, 일명 새우개라 부르는 마을을 주목해야 한다. 큰 당나무들이 동산 위에 서 있고 당집도 남아 있어 예부터 마을신을 크게 모셨던 곳임을 알 수 있다. 해마다 배치기 신명에 고기잡이 풍어를 만끽하던 포동 당제는 끊긴 지 오래이고, 신성 공간이었던 당집 주변엔 온갖 영세 공장과 너저분한 쓰레기가 산더미를 이루고 있다. 당집 바로 옆 컨테이너박스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가롭게 라면을 끓이고 있다. 소래포구가 각광을 받기 전에는 모든 배들이 새우개포구로 몰려들었다.1930년대까지만 해도 잘나갔던 새우개포구는 염전이 생기면서 막을 내렸고, 그 임무를 소래포구에 넘겨주었다. 즉, 포리포구는 소래철교의 부설과 더불어 그 명맥이 끊기게 된 것. ●소래염전터 서해안 ‘마지막 남은 허파’ 노인정에서 만난 이 마을 토박이 황구인옹은 “포동 사람들도 지금은 소래포구로 나가 장사들을 하는데, 그때는 소래에 집이나 있었나. 포동이 훨씬 컸지. 소래에 배 닿기 시작하면서 저렇게 커졌는데, 그게 불과 30년도 안돼. 월곶은 10년도 안됐고…. 포동에 배 없어진 건 소래다리를 놔서 염전다리 놓는 바람에 배가 못들어와 그렇게 됐어.”라며 이곳의 역사를 소개했다. 유흥가로 변한 월곶이나, 번화한 저잣거리 같은 소래포구나 모두 근래 생겨난 곳임이 황옹의 증언으로 확인된다. 시흥시 향토자료실 김낙기 위원은 “경기 서해안은 워낙 민감하게 변화를 거듭해 세심하게 보지 않으면 그 역사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마침 학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20세기 민중생활사연구단(단장 박현수)에서 이들 지역을 집중 조사하고 있어 조만간 지난 100년의 사라질 뻔한 역사가 복원돼 전모를 드러낼 전망이다. 소래염전은 경기 서해안의 ‘마지막 남은 허파’이다. 면적도 엄청나게 넓다. 생태환경공원을 꾸미자는 주장에서부터 토지분양으로 수익을 올리려는 소유주의 집요한 주장까지 가세, 이 땅의 용도가 쉬 정리되지 않고 있다. 시골포구였던 월곶도 번쩍이는 관광지로 변한 지 오래다. 소래염전마저 아파트용지로 내주고 만다면, 이곳 서해안은 얼마다 더 황량하고 복잡해질 것인가. 천만 다행인 것은 시흥시가 생태용도로 지켜나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는 점이다. 경기 서해안에 이만한 땅은 이곳뿐이므로 소래염전의 운명에 관해 모두들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들 폐염전은 불과 70여년 전만 해도 갯벌이었다. 소래염전이 1930년대, 군자염전은 그보다 조금 이른 1920년대 초반에 생겼다. 군자·소래염전은 한반도 최대의 염전이었다. 우리나라의 천일염 역사는 1907년 일본인이 중국인 기술자를 고용, 주안에 1정보 규모의 시험용 염전을 만든 데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규모면에서는 이곳 염전들이 가히 압도적이다. 조용하던 이곳의 지역적 정체성과 단일성이 흔들리는 최초의 사건이 염전에서 시작됐다. 그때 중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들어왔으며, 그 바람에 일본 대신 중국의 천일염 기술이 전파되었다.3·1운동이 났던 해, 중국 산둥성에서 중국노동자들이 몰려와 염전 공사를 도맡았고, 자본은 일본인이 댔다. 재미있는 것은 그 무렵 남한보다 일찍 염전 기술을 익힌 평안도 사람들이 집단으로 남하해 이곳에 ‘평안도촌’을 형성했다는 사실이다. 평안도촌은 군자역 주변 마을로,1922년 군자염전 축조사업 때 평안도 용강 등지의 사람들이 집단으로 이주해 오면서 취락으로 발전했으며, 당시 사람들은 이곳을 ‘피양촌’이라고 불렀다. 군자역 서북쪽 지역은 ‘웃피양촌’, 북쪽 지역은 ‘아래피양촌’으로 불렸다. 또 군자역 뒤는 군자염전 염부들이 이사와 사는 곳이라 하여 염전이민사나 염전사택으로 불리곤 했다. 오늘날 전철 4호선 군자역이 바로 이 지역으로, 평안아파트에 그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다. 일제는 소금을 실어나르기 위해 이곳에 협궤열차를 부설했다. 민간이 부설한 철도로, 순전히 경제적 목적의 철도였다. 처음에는 경동철도라 불리다가 후대에 수인선으로 바뀌었으며, 소래포구의 철교도 경동철교에서 나중에 소래철교로 바뀌었다. 이런 사실을 아는 사람들도 수인선은 기억하지만 수려선은 까마득히 잊고 있다. 당시에는 수원과 여주 사이에도 경제철도가 있어 이곳의 소금이 인천·수원뿐 아니라 멀리 여주까지 공급되었고, 여주에서 좀 더 내륙까지 전해지는 파급효과를 보여 주었다. ●협궤열차도 소금 실어나르기 위해 생겨 이 철교 명칭을 둘러싸고 아직까지 인천시와 시흥시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인천시 남동구는 소래철교를 인근 소래포구와 연계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철도청에 철교매각 요청서를 제출했다. 인천시가 문화재청에 근대문화유산 지정신청을 내고 지정예고를 공고하는 과정에서도 논란이 불거졌다. 인천시는 ‘인천 소래철교’, 시흥시는 그대로 ‘소래철교’를 주장한 것이다. 지자체 간의 문화관광수입 증대를 노린 어처구니없는 싸움이다. 이 철교는 남동구 논현동 소래포구와 시흥시 월곶동을 잇는 총연장 126.5m, 폭 2.4m 규모로, 전체 길이의 49%는 남동구,51%는 시흥시에 속한다. 이러니 철교를 두토막으로 잘라내지 않을 바에야 양측이 타협하여 공동의 문화유산으로 보듬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소래·군자 일대는 천혜의 갯벌이 펼쳐졌던 곳으로 최고의 염전 적지였다. 일제는 눈치 빠르게도 이곳을 주목했다. 소금은 생필품으로만 중요한 게 아니라 화약제조용 군수품으로도 소중했기 때문이다. 소래와 군자의 소금은 인천으로 옮겨져 국내는 물론 일본과 멀리 만주로도 실려 나갔다. 일본인들은 오늘날 시흥시 옥구공원이 있는 옛 옥구도에 취락을 형성, 집단적으로 모여 살면서 신사까지 지었다. 그 후, 포동에 신촌이 형성되면서 충청도의 노동력들이 염전을 찾아 대거 몰려들었다. 시흥의 한적할 것 같던 바닷가가 중국인, 일본인, 그리고 국내 외지인들이 북적이는 곳으로 변모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 ‘근대의 시작’은 이처럼 바닷가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이곳에는 다시 새로운 인구가 유입되었다. 시흥의 평안도촌과 인연을 맺은 다수의 평안도 사람들이 인맥을 따라 오이도 인근에 정착하였다. 이들은 월남 이전부터 이곳 평안도촌의 존재를 잘 알고 있었으며, 그런 인연으로 전쟁통에 무리지어 이곳으로 흘러들어 온 것이다. 여기에다가 1980년대에는 호남인들이 다수 유입되기도 했다. 경기 서해안의 복잡다단한 인구 구성은 이런 단계를 거쳐서 중층적으로 이뤄졌다. ●인천·시흥시, 소래철교 명칭싸고 갈등 군자염전 터 남쪽으로 조금만 더 내려가면 오이도가 있어 이곳 바다풍경의 끝자락을 펼쳐보이고 있다. 말이 오이도지 더 이상 섬이 아니다. 신석기 패총이 무더기로 발굴된 곳이니, 선사시대 이래 인간이 터를 일구고 살아온 곳이다. 오이도 역시 새롭게 탄생했다. 예전의 오이도는 시화호 개발로 사라졌고, 갯벌을 매립한 곳에 계획도시가 들어섰다. 조개구이집 등 횟집이 즐비한 지금의 오이도에서 수인선의 정취를 느끼기란 쉽지 않다. 시화호가 그림처럼 펼쳐지고 방조제가 오이도에서 대부도 방아머리까지 연결되어 차량이 쉴새없이 오간다. 갯벌 가운에 말없이 졸고 있던 오이도는 간데없고 그 자리는 나들목 같은 분주함뿐이다. 수인선 협궤열차에 몸을 싣고 군자역쯤에서 하차하여 오이도로 걸어나가면서 굴을 따먹던 그때의 연인들은 모두 장년이 되어 버렸다. 수인선 협궤열차는 사라졌어도 그렇듯 풍성한 추억거리를 남겨 이 겨울을 좀 더 따스하게 감싸는 것이리라.
  • [정인학 교육대기자 실전논술] ④한류와 우리의 문화적 자세(끝)

    [정인학 교육대기자 실전논술] ④한류와 우리의 문화적 자세(끝)

    마지막 실전논술 지상강의의 논제는 ‘한류(韓流)와 우리의 문화적 자세’였다. 제시문으로 서울신문 홈페이지에 게재한 4편의 글을 읽어 보면 한류 현상을 분석하고 한류를 세계적 문화 흐름으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점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다. 이는 논제와도 부합되는 논지로 최근 사회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대중문화에 대한 이해를 다지는 한편 입시에서 자주 출제되는 이른바 ‘문제 해결형’ 논술의 습작 기회로 마련했다. 문제 해결형은 특정 논지를 뒷받침하는 논점들을 체계적으로 동원하여 자신의 입장이나 주장을 펴는 구조를 갖는다. 미리 예정한 논지를 자연스럽게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논점을 치밀하게 제시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논지 도출 과정 역시 치밀한 논리적 틀을 이뤄야 한다. 이번 논술에서는 외형적 틀 이외에도 내적인 논리적 틀에 주목하면서 작성해 보는 게 좋을 것이다. 한류의 이해 한국의 TV드라마, 가요 그리고 영화로 대표되는 대중문화에 매료되는 아시아권의 흐름을 지칭한다. 당초 중국에서 처음 일기 시작하면서 한자식으로 명명되어 지금은 보통명사가 되었다. 한국의 TV드라마 ‘겨울연가’가 3년 전 ‘가을동화’가 타이완에서 그랬듯 올해 일본 전역을 강타하며 시들어 가던 한류 열풍을 되살렸다. 정치·경제적 열등감에 가뜩이나 주눅이 들어 있던 우리에게 뿌듯한 자긍심을 심어 주었다. 행여 일본 대중문화에 ‘정신’을 빼앗길까 노심초사했던 터라 일본판 한류는 더욱 세상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한류는 멀리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의 드라마들이 개혁과 개방 바람을 타고 화교 문화권의 심장인 중국에 상륙한다. 그리고 1998년쯤이면 한류 열풍이 가요로 옮겨 붙는다.2000년 2월 중국의 심장부 베이징에서 인기 댄스그룹 H·O·T의 공연을 계기로 중국 언론들이 ‘한류’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 타이완과 홍콩 그리고 싱가포르 등 화교 문화권에 이어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가 온통 한류에 휩싸였다. 그리고 2001년 2월 TV드라마 ‘가을동화’가 타이완에서 방영되면서 한류는 절정에 이른다. 한류는 질적으로도 변화를 겪었다. 한국의 대중문화에서 외연을 넓혀 한국 상품 특히 첨단 테크놀로지 상품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컴퓨터 모니터에 컴퓨터 게임 그리고 한국의 휴대전화는 가히 명품 반열에 올랐다. 한류 스타들이 등장하는 상품이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선풍적 인기를 모았다. 한국을 좋아하는 중국 청소년들이라는 의미의 하한쭈(哈韓族)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한류는 한국의, 한국인의 그리고 한 국적인 정신의 총체였고 한국의 정신이 아시아를 석권하는 듯했다. 그러나 기대만큼 도도한 흐름을 이루지 못했다. 한국적 정신이 충전되지 못하며 흐물거리고 있었다. 그러던 엊그제 일본에서 한류가 다시 타올랐다.‘겨울 소나타’란 이름으로 일본 안방을 휘어잡은 TV 드라마 ‘겨울연가’가 꺼져 가는 한류를 되살렸다. 한국의 대중문화를 국제적 문화로 구체화하는 작업을 이번에 이뤄내야 한다. 중국 대륙을 휩쓴 한류가 문화적 유기체로 성숙하지 못하고 일과적인 유행으로 명멸한 까닭을 가슴 아파해야 한다. 무엇을, 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지금 얘기하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대중문화는 세상살이를 지탱하는 불문율로 결국은 문명 세계를 좌우하는 기반이라는 사실을 새겼으면 한다. 제시문 독해 제시문은 주제에 관계없이 신문에 게재된 날짜 순으로 배열했다. 제시된 글을 하나하나 읽어 전체를 통합해서 논제를 도출하고, 논점을 찾아 논증 과정을 거쳐 한편의 논술문을 완성해 보자는 의도 때문이었다. 대학입시의 주어진 제시문에서 논제를 찾아내 이를 일반화하고 논술문 작성에 활용하는 방식을 그대로 밟아 보자는 것이다. 글(가)는 한류의 근본적인 동인(動因)을 짚어 보면서 한류가 궁극적으로 발전해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이 대중문화의 열등의식을 극복하고 대중문화의 문호를 개방하면서 일본의 한국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해 일본판 한류를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염려와는 거꾸로 일본으로 한류가 흐르며 한·일간 정치·경제적 이질감을 녹여낼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문화는 이질적 요소를 활용하면서 성장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글(나)는 일본의 한류 열풍을 짚으면서 바로 우리가 극복해야 할 과제들을 제시하고 있다. 한류가 일본을 가히 휩쓸고 있지만 한국을 이해시키지 못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지금의 한류 열풍이 일과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대중문화의 콘텐츠를 대폭 다양화하고 고도화해야 한다는 문제를 지적한다. 또 겨울연가가 기폭제가 되어 우리말과 글을 배우려는 열기가 치솟고 있지만 우리가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도 지적한다. 글(다)는 한류의 진원지인 중국 얘기다. 글(나)보다 구체적으로 한류를 세계적 문화로 승화시키지 못하는 까닭이며, 서둘러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할 과제들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다. 글쓴이가 다르고 기사를 작성한 시점이 6개월 이상 차이가 있는데도 우리의 과제로 지적한 내용들은 비슷하다. 요약하면 한국의 얼이 배어 있는 우리말과 글을 제대로 보급시키지 못하고 있고 대중 스타가 만들어 낸 한류를 문화적 콘텐츠가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음을 안타까워했다. 우리가 논술문에서 논점으로 활용할 대목들이다. 글(라)는 대중문화를 산업적으로 규모화하는 전략을 짚고 있다. 한류 스타들이 대중문화의 전도사가 되지 못하고 일회적 상업 수단에 머물고 있는 현실을 개탄한다. 당장 돈벌이에 급급한 나머지 한국의 스타를 중국의 스타로 재탄생시키지 못하는 근시안적 접근 태도를 사례를 들어 비판한다. 대중문화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제작과 보급 등에서 기본체제를 정비해야 한다는 사실을 덧붙여 강조하고 있다. 논술문 얼개짜기 1200자 논술문이기 때문에 300자를 단위로 네 단락으로 나눈다. 첫 단락인 서론에선 논제인 한류를 소개하고 평가하고 문제점을 제기해 논의의 교두보로 삼는다. 본론은 두 단락으로 나누어 겉으로 불거진 문제점과 본질적인 과제를 짚는다. 결론에선 본론에서의 논의를 바탕으로 한류를 국제적 문화 현상으로 확산 발전시키는 방안을 제시한다. 1. 서론 요즘 한창 화제가 되고 있는 TV 드라마 겨울연가를 얘기하면서 한류를 논제로 끌어들인다. 일본에 앞서 돌풍을 일으켰던 중국에서의 한류를 평가하면서 한류 전반에 대한 문제를 언급한다. 서론에서 지적한 문제는 곧바로 본론에서 논의할 논점으로 활용한다. 문제 제기에 이어 논지를 이끌어 내야 할 빌미를 마련해야 한다. 즉 한류를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발돋움시켜야 한다고 논술문을 쓰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논지를 넌지시 암시해야 한다. 2. 본론 한류가 일과적인 현상에서 머물고 있는 현주소에 대한 진단을 근거로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는다. 이 글에서는 가시적인 제도적 문제점을 논점Ⅰ로 그리고 내면적 의식의 문제를 논점Ⅱ로 잡으려 한다. 만일 대입시에서 1200자가 아닌 1500자 안팎의 분량을 요구했다면 논점Ⅰ의 내용을 둘로 세분해 논점을 잡으면 된다. 또 1800자 안팎의 분량을 써야 한다면 이번에는 결론을 둘로 논점Ⅰ과 논점Ⅱ에 대한 대책을 나누어 작성하면 좋을 것 같다. 중요한 것은 문단을 나누어 배치하는 것보다 글을 실제로 작성하는 기법이다. 여섯 단락으로 나눌 수 있는 1800자 안팎의 분량이라면 결론에 두 단락을 할당할 수 있다. 즉 결론을 세세히 쓸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본론의 문제점 논의에서 문제만을 진단하고 그 문제에 대한 처방은 결론에서 다루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1200자 혹은 1600자 분량으로 네 단락이나 다섯 단락으로 이뤄진 논술이라면 글쓰기 기법을 조금 달리 하는 게 좋다. 본론의 문제 진단에서 대책을 충분히 암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신문 홈페이지에 게재될 ‘예시 논술문’을 예로 들어 본다.‘한국의 대중문화에 매료되어 한국을 알고 싶어했지만 언어 장벽에 막혔다.’고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그 자체가 바로 대책을 내포하고 있다. ‘예시 논술문’ 결론에서 확인할 수 있듯 정부에 인터넷 등을 활용해 그 나라 말과 그 나라 글로 한국의 대중문화를 소개하고 관련 뉴스를 서비스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본론에서 문제를 지적하되 대책을 포함시키면 결론에서 논지만 밝혀도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분량이 길지 않은 논술문에서는 찬반 논의를 편다거나 문제를 분석하는 대목에서 결론에서 내세우려는 논지를 어느 정도 포함시키는 게 좋다. 3. 결론 결론에선 자기의 입장이나 주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물론 본론에서 논의된 논증의 결과를 토대로 논지를 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예시 논술에서는 본론에서 논의한 순서를 대체로 지키되 주체별로 묶어 논지를 폈다. 결론은 본론에서 논의한 쟁점별로 논지를 맺어 주는 것도 좋지만 본론의 논의 내용을 주제별 혹은 논지를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할 주체별로 재편성해도 나쁠 게 없다. 글 쓰기에는 절대적인 정답이 없다. 주장 혹은 자기의 입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면 그게 정답이다. 끝으로 결론은 반드시 짧아야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논제가 ‘∼을 분석하고 대책을 제시하라.’고 했다고 하자. 이 논술문에서 비중은 아무래도 대책에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형식적으로만 접근하면 본론은 분석이 되고 결론은 대책이 된다. 따라서 결론을 짧게 쓴다면 대책이 소홀히 취급될 수 있다. 그러면 안된다. 따라서 대책을 본론에 포함시키든지 아니면 결론에 단락을 많이 배정해야 한다. 논술문 내용의 비중을 판단해서 글의 분량을 배정하고 서론, 본론, 결론의 형식을 갖출 일이다. chung@seoul.co.kr
  • [되돌아본 2004 산업] ① 전자·반도체 부문

    [되돌아본 2004 산업] ① 전자·반도체 부문

    올해 산업계는 고유가와 원화절상 등 온갖 악재를 딛고도 전자,IT, 자동차 등의 선전으로 수출 2500억달러를 달성할 전망이다. 하지만 극심한 내수침체와 중국 기업의 파상 공세 등으로 수출과 내수, 대기업과 중소기업,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으로 실적이 극도로 양극화됐다.‘산업전사’들의 환호와 눈물이 겹친 올 한 해를 업종별로 되돌아본다. ‘삼성전자 날고,LG전자 뛰고, 하이닉스 벌떡 일어서다.’ 전자 및 반도체 업계는 매 분기 실적발표마다 ‘사상최대’를 경신했다. 올해 전자·IT제품은 사상 처음으로 수출 1000억달러 돌파를 예고하고 있다. 전체 수출 2500억달러의 40%에 해당한다. ●연일 최고, 최대 삼성전자의 3·4분기까지 매출은 43조 7000억원, 순이익은 8조 9600억원으로 매출은 지난해 전체 실적(43조 6000억원)을 앞질렀고 순이익도 지난해의 5조 9600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영업이익은 10조 4843억원으로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10조원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전세계적으로도 10조원대 영업이익을 내는 곳은 일본의 도요타 등에 불과하다. LG전자의 선전도 눈에 띄었다. 휴대전화 등 정보통신 비중이 커지면서 3·4분기까지 매출 18조 1379억원, 순이익 1조 3825억원으로 순이익이 벌써 지난해 전체(6628억원)의 두 배가량이 됐다. 지난해 2조 3130억원의 순손실을 냈던 하이닉스반도체는 D램 경기 활성화에 힘입어 3·4분기까지 매출 4조 5230억원, 순이익 1조 5060억원으로 5분기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SDI도 3·4분기까지 누적매출 7조 770억원, 영업이익 8147억원, 순이익 7076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실적에 근접했고 순이익은 이미 지난해 수준을 넘어섰다. 지난 7월 한·미 증시에 동시 상장한 LG필립스LCD도 하반기 들어 실적이 주춤하긴 했지만 3·4분기 누적 매출 6조 2290억원, 순이익 1조 6200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실적(6조 310억원,1조 1130억원)을 뛰어넘었다. ●메모리 반도체 이어 디스플레이 ‘천하통일’ 한국은 브라운관(삼성SDI·LG필립스디스플레이),TFT-LCD(삼성전자·LG필립스LCD)에 이어 올해 PDP(삼성SDI·LG전자),OLED(삼성SDI)에서도 일본과 타이완을 누르고 세계 1위를 차지해 디스플레이 부문 ‘4관왕’에 올랐다. 특히 LCD는 삼성전자가 충남 탕정에 20조원,LPL이 경기도 파주에 25조원을 쏟아붓기로 하는 등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한·일간 디스플레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PDP 분야에서는 한·일 특허분쟁이 불거졌다. 삼성SDI와 후지쓰의 특허분쟁은 마무리됐지만 지난 11월 초 본격화된 마쓰시타와 LG전자의 특허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반도체 신화는 올해도 계속됐다.60나노 8기가 난드 플래시메모리,80나노 공정 2기가 DDR2 D램 개발에 성공한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매출이 지난해보다 56%나 증가한 151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우울한 2005년? 데이터퀘스트는 내년 반도체시장 성장률이 올해 30%보다 낮아진 9∼10%가 될 것으로 내다봤고,WSTS(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는 1.2% 성장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본격화된 LCD 가격 하락도 변수다. 물량은 올해 1억 3000만개에서 내년에는 1억 8000만개로 38.5% 늘어나지만 매출액은 350억달러에서 390억달러로 11%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한국 전자산업이 87년 수출 100억달러에서 올해 1000억달러로 급성장해 왔지만 앞으로는 이같은 성장세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디지털시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스피드’로 경쟁력을 누려 왔지만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의 압박과 중국의 무서운 추격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열린세상] 지배세력의 교체/이영호 인하대 한국사 교수

    올해 초 과거사 진상규명법들로부터 시작된 개혁법안은 지금은 국가보안법 폐지, 언론기본법 및 사립학교법 개정 등 4대 개혁법안으로 확대되어 있다. 이것을 왜 개혁법안이라 하는가. 군사독재체제에서 벗어난 지 불과 10여년에 이룩한 민주화의 성과가 이제 새로운 패러다임에 의하여 움직이는 새로운 사회체제의 구축을 향하고 있고, 개혁법안들이 그것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4대 개혁법안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현재의 답답한 상황은 압축적 민주화의 주름진 모습일 것이다. 여기서 나는 역사학자로서 과거사 진상규명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싶다. 과거사 진상규명의 대상은 멀리는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의 명예회복에서 시작하여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 일제에 의한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권위주의시대 인권침해 진상규명 등에 걸친다. 이 중 동학, 친일, 강제동원의 진상규명을 위한 법률이 16대 국회에서 이미 제정되었다. 그러나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의 명예회복을 위한 작업만이 무리없이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친일에 대하여는 개정안이, 다른 안건들은 통합안으로서 여당의 경우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진상규명 기본법’이, 한 야당에 의해서는 친북활동까지 포함하는 ‘현대사 연구·조사를 위한 기본법’이 제안되어 있다. 이웃 나라 국토를 유린하면서 청일전쟁을 승리로 이끈 일본군이 초토화전술로 처절하게 진압한 동학농민군의 그 혁명적 활동은 동학당의 반란으로 폄하되고, 일제에 의한 수탈과 인권탄압은 식민지근대화론으로 미화되는 가치의 전도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광복 후 냉전·분단상황에서 벌어진 인권침해는 북한위협론이나 개발독재론에 의하여 불가피성이 호도되고 있다. 과거사 진상규명은 이러한 전도된 가치를 바로 세우는 작업이다. 한국역사의 변화와 발전을 ‘사회적 지배세력의 변천’에 초점을 두어 파악한 역사서가 있다. 오랫동안 한국사 개설서의 지배적 지위를 점해 왔고, 세계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된 이기백 선생의 ‘한국사신론’이 바로 그것이다. 이 책에서는 지배세력의 변천을 지표로 삼아 역사의 시대적 발전을 설명한다.‘신흥사대부의 등장’,‘사림세력의 등장’,‘중인층의 대두와 농민의 반란’,‘개화세력의 성장’ 등의 소시대를,“낡은 시대의 잔재들보다는 다음 시대의 새 요소들의 성장과정을 중요시하는 입장”에서 설정하였다. 이러한 시대구분법에 전적으로 찬동하는 것은 아니지만 소시대의 설정에는 시사되는 바가 없지 않다. 낡은 시대의 잔재를 청산하고 새시대의 새요소가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세워야 역사가 발전할 수 있다. 과거사 진상규명은 바로 그 낡은 시대를 청산하는 작업이며 그 귀결은 단지 정치지형의 변화나 집권세력의 유불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새로운 시대를 담당할 지배세력의 교체를 초래할 것이다. 수도이전을 둘러싼 논란 중에 ‘지배세력 교체론’이 제기되었다. 수도이전을 역사상의 천도에 빗대어 지배세력의 교체라고 했던 집권세력이 이에 반대하는 야당의 공세에 주워담기는 했으나, 집권세력이 정치권력의 유지 재창출을 염두에 두고 그것을 지배세력의 교체라고 했다. 그러나 지배세력의 교체가 쉬운 일이 아니란 것은 헌재에 의한 수도이전의 좌절에서 증명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894년 동학농민의 저항운동에서부터 110년, 이제 식민지와 분단시대의 시련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고 있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역사의 시계추를 되돌리려는 시대역행적 퇴행적 세력의 목소리가 길거리에 난무하지만 시대는 변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수 있는 실력과 사회적 리더십을 갖춘 세력이 형성되어 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때는 도래했는데 그것을 주도할 세력의 결집을 보기 어렵다. 과거사 진상규명을 비롯한 4대 개혁법안의 돈좌(頓挫)는 그것을 웅변한다. 이영호 인하대 한국사 교수
  • [수능특집] 전문가들 판도 분석

    올해 수능은 과목간 점수차가 대학지원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대학 정시모집 인원과 수험생이 줄어 중하위권 경쟁률은 낮아지고 점수대가 두꺼운 중위권의 경우 경쟁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상위권 대학은 수능의 변별력이 상대적으로 낮아져 논·구술과 면접이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중위권은 상위권과 달리 등급별 인원이 많아 표준점수 1점 차이에도 백분위 점수차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그 어느 해보다 중위권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복수지원 기회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 가에 따라 합격 가능 여부가 달려 있다. 대성학원 이영덕 평가실장은 “같은 대학이라도 모집군에 따라 반영하는 전형요소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합격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위권 대학의 경우 논·구술고사를 보지 않는 곳이 많아 지원하는 대학의 학생부 반영 여부와 방법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역별로는 1∼2등급 상위권 학생의 경우 수리와 외국어 영역에 따라 점수 차이가 크게 났다. 따라서 이 두 영역의 점수가 지원가능 대학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위권 대학 자연계 학과의 경우 수리 ‘가’형과 외국어 영역이 당락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겠다. 인문계 학과 역시 수리영역이 중요한 요인이 되겠지만 수리 영역을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아 외국어 영역이 합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위권 대학도 마찬가지로 수리와 외국어 영역으로 합격이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자연계 학과의 경우 수리영역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상위권의 경우 논술고사와 구술고사·면접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보다 더 커지겠다. 대학별로 논술고사 반영 비율은 2∼10%로 다양하지만 수능 변별력이 지난해보다 낮아졌기 때문이다. 모집단위별로 지원하는 수험생들의 수능점수와 학생부 성적이 비슷한 것도 한 요인이다. 또 면접·구술은 이를 점수화해 반영하는 경우 최종단계에서 합격자 30∼50%의 당락이 바뀔 만큼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중앙학원 김영일 원장은 “논술이나 면접·구술고사에서 5점 안팎의 점수를 만회할 수 있다.”면서 “남은 기간 동안 기출문제 유형을 검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막판 눈치작전도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중위권이 두꺼워지고 수능 변별력이 떨어지면서 수험생 대다수가 하향 안정지원을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리 모집군별로 희망대학을 2∼3개 선정한 뒤 원서 접수 마감 날 경쟁률 확인후 원서를 넣는 수험생들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학별 접수 현황은 대개 1시간 전 집계 내용이다. 따라서 눈치 작전이 심해질 경우 최종 경쟁률이 ‘뜻밖에’ 높은 대학들이 속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마니아] 한지 공예 푹 빠진 외국여성들

    [마니아] 한지 공예 푹 빠진 외국여성들

    “It’s very nice lamp.Cut this blue paper and put on a right side.”(“등을 예쁘게 잘 만들었네요. 이제 파란색 한지를 오려 등 오른쪽에 붙여보세요.”) 지난 10일 오전 서울 이태원의 한지공예 작업실 ‘Song’s studio’.5명의 외국인 여성들이 등과 쟁반 등을 책상 위에 올려 놓고 문양을 붙이고 있었다. 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한지공예가 송수정(30·여)씨와 이들의 다정한 대화는 10평 남짓한 공방을 밝게 감싸고 있었다. 이들은 혈통과 국적은 다르지만 그 순간은 ‘문화적 한국인’이었다. ●미·호주·레바논·남아공인·대사부인등 수강생 다양 송씨가 외국인들에게 한지 공예 강습을 시작한 것은 1998년. 그동안 송씨 손을 거친 외국인만 벌써 200여명이다. 방학과 휴가철을 제외하고 40여명이 수업을 듣고 있다. 수강생들의 면면도 다양하다. 대부분은 미국과 호주 등 영미권 국가와 아시아, 유럽 출신들. 그러나 레바논, 남아공, 헝가리 등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 기업인인 남편을 따라 한국에 온 가정 주부가 대다수. 각국의 대사 부인들도 종종 수업에 참여한다. 한지 공예에 어느 정도 ‘물’이 오르기 위해서는 6개월 정도 걸린다. 그러나 송씨의 공방에는 2년 가깝게 수업을 들은 외국인들도 많다. 예술미와 실용성을 겸비한 한지 공예의 매력은 한번 ‘맛’을 들이면 쉽게 헤어나지 못하기 때문. 캐나다 출신의 영어 강사 캐서린 무노즈 스미스(26·여)는 “한지로 온갖 색깔의 실용품을 만드는 재미에 1년 반 가까이 배웠다.”면서 “한국 문화를 더 잘 이해하는 것은 물론 각국의 친구들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격찬했다. 송씨는 “한지만의 따뜻한 질감은 세계 각국의 어느 종이도 따라오지 못한다.”면서 “더구나 비교적 짧은 시간에 스스로 작품을 만들었다는 성취감과 작품을 실생활에서 쓸 수 있다는 실용성에 외국인들이 매료되곤 한다.”고 설명했다. ●따뜻한 질감·성취감·실용성에 매료 송씨의 전공은 미술이 아닌 무역학(강남대 93학번)이다. 대학 4학년 때인 지난 97년에야 취미로 배우기 시작했다. 대학 졸업 뒤에는 여행사와 헤드헌터 회사에 다녔다. 그러나 늦게 접한 한지공예에 매료된 송씨는 결국 한지공예 전문가의 길로 나섰다. “원래 영어 회화에는 자신이 있었어요. 외국인을 상대로 한지공예를 가르치면 희소성도 있고 우리 문화도 알릴 수 있겠다 싶었죠.” 하지만 시작은 쉽지 않았다. 서울 한남동 국제루터교회 창고를 어렵사리 빌려 작업실 겸 강의실을 차렸지만 처음에는 수강생이 네덜란드 출신 주부 한 명에 불과했다. 집에서 용돈을 받는 생활이 한동안 계속됐다. 문화적 차이도 큰 벽으로 다가왔다. 송씨는 “외국인들은 새로운 것을 배울때면 ‘왜 이렇게 해야 하냐.’라고 이유를 꼭 묻는다.”면서 “선생님의 지시에 일단 따르는 우리 문화와는 달라 처음에는 애를 먹기도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나 송씨의 수업이 입소문을 타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거의 유일한 한지공예 영어 강습이었기 때문. 어느새 송씨의 강의는 외국인들 사이에서 ‘명물’이 됐다. 지난 2002년에는 재경 외국여성 단체인 시와(SIWA·Seoul International Women’s Association)에 송씨가 한국인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가입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대화식 영어강습… 한국문화 이해의 폭 넓혀 송씨의 수업은 강의식이 아닌 대화식. 외국인들은 송씨와 함께 한지 공예뿐 아니라 서울에서의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외국인들이 송씨를 통해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를 쌓는 것은 당연한 일. 또 1주일에 서너 시간 동안 1년 넘게 만나다 보면 자연스레 수강생들과 친구가 되곤 한다. 그러다 보니 가장 힘든 일은 수강생 친구들을 떠나 보내는 일. 송씨는 “가장 가까운 친구도 일본, 헝가리 등 외국 출신”이라면서 “가끔씩 해외 여행이나 인터넷 화상 채팅으로 이들을 만나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미소지었다. 송씨는 한지공예 선생님 이전에 어엿한 한지공예가이다. 지난 1월 서울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주위 동호인들과 함께 한지공예 작품전을 갖는 등 해마다 전시회를 거르지 않는다. 이태원 등 전통제품 매장에서 작품을 팔기도 한다. 최근에는 인터넷에 ‘외국인과 함께하는 우리한지공예’라는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주말마다 국내 동호인들에게도 한지공예를 가르치고 있다. 송씨의 계획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수강생들이 꾸준히 한지공예를 접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 화상 수업도 하면서 한지공예 재료를 저렴하게 팔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를 조만간 구축할 생각이다. 전통 한옥에 작업장 겸 강의실을 마련하는 것도 또 다른 목표. 송씨는 “한지공예 등 뛰어난 우리의 문화 유산들이 중국이나 일본의 문화보다 세계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면서 “우리 것을 세계화하는 한국 문화의 ‘전도사’로 계속 남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한지공예 ?? 한지(韓紙)는 보통 조선 종이로 불린다. 닥나무(楮)나 삼지닥나무(三枝楮) 껍질을 원료로 우리만의 기법으로 제작한 독특한 종이다. 한지공예는 천연 염료로 물들인 한지를 다양한 기법으로 등이나 쟁반, 차받침 등 실용품과 인형, 가면 등 장식품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전통적으로 적, 청, 황, 흑, 백 등 다섯 가지 색깔이 쓰인다. 한지공예의 기법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먼저 지승공예(紙繩工藝)는 한지를 실처럼 꼬아 엮은 뒤 옻칠을 해 바구니, 망태 등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지호공예(紙湖工藝)는 물에 불려 찹쌀풀과 반죽한 한지를 그릇의 골격에 붙여 말린 뒤, 골격을 떼어내고 옻칠로 마무리하는 기법. 반짇고리, 접시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됐다. 혼례용 꽃을 만드는 지화공예(紙花工藝)는 한지를 여러 번 접고 오리는 기법. 지화공예(紙畵工藝)는 한지 위에 민화나 글씨를 그려 집안을 꾸미는 데 사용됐다. 이밖에 다양한 색깔의 한지 위에 여러 무늬를 오려 붙이는 전지공예(剪紙工藝) 등 다양한 기법이 있다. 찻잔이나 접시 등 기초 수준의 한지 공예는 일반인들도 쉽게 할 수 있는 편. 기본 요령은 인터넷의 한지공예 사이트에 비교적 자세히 설명돼 있다. 인터넷 쇼핑몰이나 인사동 한지공예 매장에서 재료는 쉽게 구할 수 있다. 또 최근에는 ‘DIY’(Do It Yourself) 붐을 타고 모양대로 잘린 골격과 한지도 등장했다. 집에서 접착제 등으로 붙이기만 해도 어엿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등이나 반짇고리 등 비교적 까다로운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강좌를 들어야 한다. 각종 문화센터나 서울 인사동에 한지공예 강좌가 많이 개설돼 있다. 강좌료도 한 달에 10만원 안팎으로 저렴한 편. 종이를 이용한 장식품은 세계적으로는 한지공예보다 일본의 오리가미가 널리 알려져 있다. 영어인 페이퍼폴딩(Paper folding) 대신 미국에서도 통용될 정도. 현재 일본 초등학교 정규 교과과목에도 채택돼 있다. 그러나 장식품 이상의 기능은 하지 못한다. 실용성의 면에서는 한지공예를 따라오지 못한다. 한지공예에 합리성을 중시하는 서구인들의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글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14일 TV 하이라이트]

    ●김용만 신동엽의 즐겨찾기(SBS 오후 11시5분) 이성재 김현주 신이 최은경 정형돈 윤은혜가 등장한다. 스타들이 알고 있는 지식을 총동원하는 ‘5인 공감 열맞춰’. 한국 성인영화의 역사를 나열하라. 이봉주 브래드 피트 최수종 박준규를 나이 순서대로 나열하라. 생활 속의 범칙금 순서를 알아맞혀라 등 문제를 풀어본다. ●신약(YTN 오전 8시25분) 불치병 치료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신약’의 개발과 임상시험 과정 등을 살펴본다. 미국과 스웨덴, 스위스, 독일 등의 현지 취재를 통해 거대한 다국적 제약사들이 수조원의 천문학적인 개발비용을 들여 신약개발에 나서고 있는 ‘총성없는 전쟁’의 현주소를 생생한 화면과 함께 소개한다. ●문화 문화인(EBS 오후 11시40분) 아이들에게서부터 쉽고 친숙한 오페라의 문화를 전도하고 있는 이은순 단장. 소외지역, 문화의 혜택을 받기 어려운 작은 도시의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삼아 정서적, 교육적으로 일생을 좌우하게 될 음악의 힘을 믿으며 발벗고 뛰고 있는 이은순 단장의 활동 현장을 찾아가 본다. ●최종분석(세계의 불가사의)(iTV 오후 10시) 아이들의 눈에는 어른의 눈에 보이지 않는 신기한 현상이 보인다고 한다. 공포의 유령을 목격한 아이들이 있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유령에 희생될까봐 공포에 떨고 있다. 유령을 만난 아이들의 증언을 들어보고, 과학의 힘과 인간의 직감을 동원해 유령의 정체를 파헤쳐 보자. ●TV특종 놀라운 세상(MBC 오후 7시20분) 정비소 일을 한 지 10년이 넘는 강찬호씨는 매일같이 타이어를 만지다 우연히 펑크난 타이어에서 나는 소리를 가지고 음을 만들어 냈다. 강찬호씨의 신기한 타이어 연주를 들어본다. 사람 집보다 럭셔리한 강아지 집이 있다. 가지각색으로 꾸민 강아지 집을 살펴본다. ●미안하다, 사랑한다(KBS2 오후 9시55분) 윤은 은채의 마음을 잡아두기 위해 무혁이 지켜보는 가운데 청혼을 한다. 한편, 오들희는 무혁의 마음을 얻기 위해 선물을 잔뜩 사들고 서경의 집을 찾아간다. 무혁은 뒤늦게 오들희가 심장에 좋은 약을 두고 간 사실을 알고 분노와 서글픔에 휩싸인다. ●금쪽같은 내새끼(KBS1 오후 8시25분) 영실과 덕배는 진국이 희수에게 별장을 사주고 매주 처가 식구들과 놀러 다닌다고 오해한다.“또 외출이냐?”는 덕배의 나무람에도 불구하고 진국과 희수는 성애에게 상담을 받으러 간다. 지혜와 재민은 여행을 떠나는데, 민섭의 빌라로 아기를 낳고 사라졌던 생모 경아가 나타난다.
  • [메디컬 라운지] 홍삼 사포닌성분 발기부전 치료

    홍삼이 남성의 성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최근 서울대 천연물과학연구소에서 열린 고려인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영동세브란스병원 최형기 교수팀은 ‘홍삼이 음경해면체 평활근을 이완시키고 혈액순환을 촉진해 발기력을 강화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최 교수는 홍삼 300㎎정(錠)을 하루 2차례씩 1∼3개월 동안 섭취한 발기부전 환자 19명과 같은 기간 위약을 섭취한 9명을 대상으로 음경의 혈류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성기능 개선효과를 비교한 결과 홍삼투여군에서 19명 중 11명이 호전돼 57.9%의 개선율을 보여 9명 중 2명에 그친 위약투여군의 22.2%를 크게 웃돌았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환자의 주관적 증상 호전도도 홍삼투여군이 63.2%로 위약군의 33.3%를 2배나 앞선 것으로 나타났으며, 약물의 안전성 평가에서도 특이반응이나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한나라 발전연·뉴라이트…‘이념 동거’ 험로 예고

    한나라당 이재오·홍준표 의원 등 3선(選) 의원들이 주축이 된 국가발전전략연구회가 ‘뉴라이트(New Right·신보수)’와 만났다. 발전연이 지난 11일 경주에서 동계 MT를 개최하면서 뉴라이트 운동측과 공동 세미나를 연 것이다. 이들의 만남은 현 정권의 이념적 성향에 반대하는 공통 분모를 토대로 ‘정치적 연대’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예측을 낳으며 큰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뉴라이트 내부에서도 이견이 만만치 않아 이들의 ‘이념적 동거’는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뉴라이트 진영 내부의 이견이었다. 양축을 이끄는 자유주의연대 신지호 대표와 기독교사회책임의 서경석 목사가 정치권과의 연대 가능성을 놓고 평행선을 내달렸기 때문이다. 서 목사는 “뉴라이트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포장하는 것이 문제”라며 자유주의 연대와의 차별성을 부각시켰고,“뉴라이트에는 현 정부와 여당을 ‘작살내야’ 할 대상이라는 의미가 포함됐기 때문에 한나라당과 결합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한나라당과 연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반면 자유주의연대 신 대표는 “서 목사가 뉴라이트를 잘 모르는 것 같다.”면서 “정부를 비판했기 때문이 아니라 희망을 노래하는 합리적 보수 우파를 고대하는 국민의 바람과 맞아 떨어져 주목받는 것”이라고 대립각을 세웠다. 이어 “‘한나라당에 빌붙기 위한 운동’이라는 언급은 사과하라.”고 요구해 의견 차이를 명확히 드러냈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생각도 엇갈렸다. 이재오·박계동 의원 등은 “새로운 우파의 흐림이 정치권을 견인해야 한다.”,“발전연이 당 쇄신의 구심점으로 자리잡기 위해서 뉴라이트와 공동으로 정치 세력을 구축해야 한다.”면서 ‘구애’ 작전도 폈다. 반면 이계경·이군현 의원 등은 “뉴라이트는 정치권과 거리를 둔 순수한 시민 운동을 진행시키고, 한나라당이 깊은 관심을 갖는 정도로 하는 게 좋다.”고 반박했다. 다만 자유주의연대 신 대표는 “역사적으로 보면 권력을 쥐고 있을 때 성공적으로 자기 혁신을 이룬 경우가 거의 없다.”면서 “현 정부의 진보 세력을 교체할 ‘뉴레프트(New Left)’가 등장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차기 대선은 결국 ‘뉴라이트’와 ‘올드레프트(Old Left)’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해 한나라당과의 노선 연대를 일부 시사했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MD의 훈수] ‘웰빙 속옷’ 한번 입어봐!

    [MD의 훈수] ‘웰빙 속옷’ 한번 입어봐!

    ‘웰빙’은 시나브로 우리네 문화 속에 파고 들어와 또 하나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내의는 피부와 맞닿는 상품이기에, 선택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웰빙 내의’가 일반 내의보다 20∼30% 정도 비싸지만, 이를 찾는 소비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여기에 맞춰 속옷업체들은 ‘웰빙 내의’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현재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은 천연성분을 가공하거나, 천연소재를 사용한 제품들. 쑥, 녹차, 대나무, 숯, 콜라겐, 홍삼 등 몸에 이로운 다양한 천연성분이 내의의 소재가 되고 있다. 알레르기나 아토피성 피부염 등 민감한 피부로 고생하고 있다면 ‘웰빙 내의’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죽(竹)섬유 내의 순 식물성 무공해 원료인 대나무 성분을 첨가했으며 염색, 가공까지 환경친화적 공정으로 생산됐다. 대나무에서 추출해 만든 죽섬유는 열전도율·항균력·탈취 효과가 우수한 데다 천연 실크의 부드러운 촉감과 광택을 지녔다. 보디가드 여성용 팬티 1만원, 남성용 내의 세트는 3만원. 휠라 인티모 러닝 남성용 1만 6800원, 여성용은 1만 3000원. ●쑥 가공처리 내의 쑥 원액을 원단에 특수 가공하여 침투시킨 내의로, 항균·방취·혈액순환 및 부인병에 효과가 있다. 와코루 내의 남성용 11만 8000원부터, 여성용은 12만 3000원부터. 임프레션 여성용 내의는 5만 9000원. ●키토리오 섬유 내의 키토리오 섬유는 땀 냄새와 잡균 번식을 막아 피부를 항상 청결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입에 닿아도 안전하며 아토피성 피부염 방지에도 좋다. 세탁을 여러 번 해도 거의 영구적으로 효력이 지속된다. 트라이엄프 여성용 내의 7만 3000원. ●음이온·콜라겐 특수 가공 내의 식물성 콜라겐 성분을 섞어 피부의 수분과 탄력을 유지시킨다. 음이온은 삼림욕의 상쾌감, 혈액 순환, 신진대사 촉진, 피로 회복 효과가 있다. 트라이엄프 여성용 슬립 3만∼5만 9000원. ●라즈베리 소재 내의 장미과의 재배목 딸기류 과수로,‘라즈베리 캡톤’은 지방 분해에 탁월하다. 지방 연소를 촉진하는 단백질의 양을 증가시키는 한편 장에서의 지방 흡수를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비너스 러닝 및 내의 팬티 4만 6000원. 와코루의 여자용 내의 9만원. ●바이오 세라믹 섬유 내의 폴리에스테르에 특수 바이오 세라믹(일라이트)을 섞어 제조했다. 인체에 유익한 태양광선으로 혈액 순환을 촉진해 인체의 면역 기능을 강화시키는 원적외선 방사 기능이 있다. 열을 축적했다가 기온이 내려가면 열을 방사하여 체온을 유지시키는 축열 보온 기능, 특수 바이오 세라믹의 강력한 제균력으로 식중독균과 폐렴균 등을 제거하는 항균기능도 지녔다. 와코루 내의 남성용 12만 4000원부터, 여성용은 12만 3000원부터. ●옥 성분 첨가 브래지어 멋진 몸매를 만들어 주는 기능과 건강에 이로운 옥 성분을 첨가한 것이 특징. 헬씨 메모리 패드는 살과 맞닿는 안쪽에 옥 성분을 부착시켜 혈액 순환을 촉진하고, 체내 노폐물을 배출해 신체리듬을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다. 비비안 브래지어 5만 7000∼6만 9000원. ●황토 성분 내의 원적외선을 방출하여 생리작용을 활성화시키고, 수은·카드뮴·납 등 중금속을 분해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며, 방균·방충효과 및 습도 조절 기능, 탈취 기능이 우수하다. 노화 방지에도 탁월한 효능이 있다. 보디가드 남성용 내의 5만 8000원. ●키틴·키토산 원단 내의 건조해서 민감해진 피부, 아토피성 피부염에 효능이 있다. 보습·흡습성이 우수해 착용감이 뛰어난 데다 항균 방취·소취 기능도 있다. 보디가드 남성용 내의 1만 3600∼1만 7000원.
  • [기고] 수돗물 보도 신중하고 정확해야/박재광 건설환경 상하수도전공 美 위스콘신대교수

    미국은 1999년 이후부터 25명 이상에게 공급하는 수돗물에 대한 수질을 소비자에게 알리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수돗물에서 건강 위해물질 검출 여부를 알려 주기 위한 것이다. 오염 물질이 검출되면 농도와 출처에 대한 기록과 함께 오염물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소비자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이것이 바로 ‘수돗물 수질에 대한 소비자 신뢰보고서’다. 그러나 미국 전역의 신뢰보고서 어디에도 원수 수질에 대한 언급은 없다. 단지 원수 출처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는 정도다. 이유는 간단하다. 과학적인 이해 없이는 원수 수질이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사실’이 심하게 왜곡돼 전파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수돗물은 과학이 창조한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이다. 물이 그냥 물이지 거기에 무슨 과학이 있느냐고 하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수돗물은 과학이 잉태한 생명이자 은총이다. 수돗물은 생명과 생활에 필수적인 공기와 같다. 따라서 수돗물 관련 보도는 매우 신중하고 정확해야 한다.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확산된 상황에서 정확한 사실 확인과 이해 없이 보도하는 것은 국가차원에서도 큰 손실이다. 수돗물의 원수 수질에 대한 언급은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느낌’과 ‘추정’이 ‘사실’과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장균,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 등 수질관련 인자는 정도를 나타내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한강물의 경우 정수에는 큰 문제가 없다. 막연히 1급수로 처리한 물이 더 좋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2급수의 물도 기존 공정으로 철저하게 처리하면 전 세계의 어떤 수돗물 수질기준에도 맞출 수 있다. 다시 말해 지금 한국은 물론 전세계에서 널리 사용되는 정수방식으로 생산된 수돗물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수질검사는 정확도 면에서 실험실에 따라 큰 차이가 날 수 있다. 특히 미생물이나 미량유해물질의 경우 오차는 더 커질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에서 각 실험실에 공인해 주고 있으나 그처럼 까다로운 제도에서도 많은 오차가 나고 있다. 이러한 실험오차가 만일 고의로 행해졌다면 바로 시정돼야 한다. 그러나 실험오차 범위라면 언론에서 크게 다룰 사항은 아니라고 본다. 수돗물과 원수의 수질검사와 공표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상수도 선진국도 수돗물수질평가위원회 같은 민간 차원의 수질 감시 단체는 거의 없다. 그런 점에서 수질평가위원회 제도를 도입해 객관적인 수돗물 수질 자료를 시민에게 제공하는 것은 참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각 지자체와 수질평가위원회도 운영과 수질 평가 과정에 많은 신경을 쓰고 정성을 들여 자그마한 오해의 소지도 없도록 해야 한다. 발암물질, 내분비장애물질, 독극물 등 자극적인 용어들이 과학적인 설명이 없이 보도될 경우 국민은 정수기를 설치하거나 생수를 사 마시는 등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된다. 과학적이고, 공학적인 사실에 바탕을 둔 보도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야 한다. 국가차원에서 수돗물에 대한 안전도를 검사해 볼 필요가 있다. 만일 수돗물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시급히 해결해야 하며 안전하다면 국민들에게 정확한 사실을 알려야 한다. 미국의 경우, 원수 수질이 한강보다 더 나쁜 곳도 많지만 80% 이상이 수돗물을 마신다. 그러나 서울시민의 수돗물 직접 음용률은 1%대에 머물고 있다. 수돗물 불신이 얼마나 큰 국가적 낭비를 초래하는지, 그 대안은 무엇인지를 심사숙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박재광 건설환경 상하수도전공 美 위스콘신대교수
  • 15일 국립민속박물관 ‘한반도와 바다’ 특별전

    바다를 무대로 한 우리 민족의 해상교류와 바닷가 사람들의 생활상을 조명하는 ‘한반도와 바다’ 특별전이 15일부터 내년 2월14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개최된다. 민속박물관과 해상왕장보고기념사업회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특별전은 5부로 구성되어 있다.1부 ‘바다가 있다’에선 고지도와 회화자료, 해저 출토품, 전남 완도 청해진 유적 출토품을 비롯한 바다 관련 유물 100여 점이 출품된다. 고지도와 회화자료들은 우리 바다가 조상들에게 어떻게 인식됐는지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된다. 조선전기에 세계전도로 제작된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混一疆理歷代國都之圖·1402년, 모사도), 넘실대는 파도의 형상을 굵은 선으로 표현한 조선후기 화가 백은배 의 산수도(山水圖)가 특히 볼 만하다. 백은배의 또 다른 작품인 해상군선도(海上群仙圖)나 이인상의 신선도해도(神仙渡海圖) 등에 표현된 바다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의 대상이자 선인들의 공간으로 상징화된다. 2부 ‘바닷길’에선 바다가 문화교류의 길이었음을 부각하기 위해 신안해저유물을 비롯해 서남해안 각지에서 발견된 바다 관련 유물을 한 코너에 모았다. 장보고와 그가 이룩한 문화의 흔적인 청해진 유적 출토 유물도 등장한다. 비녀, 바늘, 은제요대장식 등 청해진 출토 유물들은 장보고가 청해진을 본거지로 9세기 동아시아 해상무역을 좌지우지했던 흔적을 잘 보여준다. 3부 ‘바닷가 사람들의 삶과 믿음’에선 뻘배 혹은 낙지가래 등 오랜 기간 갯벌에서 사용되어온 채취어구를 통해 바닷가 사람들의 일상을 살펴본다. 소망과 액운을 바다에 실어보내는 위도띠배놀이를 재현하는 간접 체험의 장도 마련했다. 이밖에 4부에선 파도가 밀려오고 밀려가는 소리, 몽돌소리, 해녀들의 노래, 멸치잡이 노래, 동·서해안의 풍어제 등 바닷가 사람들의 땀과 노래를 소리로 느끼는 자리가 마련되며,5부에선 사진작가가 카메라로 담아낸 다양한 바다의 자태를 구경할 수 있다.(02)3704-3154.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고객들 “선택은 즐거워”

    현대차와 르노삼성이 중형차와 대형차 시장에서 맞붙었다. 기존 모델이 아닌 신차를 앞세워 벌이는 싸움이라 신경전도 치열하다. 서로 “적수가 안 된다.”며 비교되는 것 자체를 불쾌해 한다. 덕분에 즐거운 쪽은 고객이다. 선택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르노삼성 “타본 뒤 말하라” 지난 1일 공식판매에 들어간 SM7은 사전예약분까지 포함해 일주일 만에 7550대가 팔렸다. 기대 이상의 선전이다. 주문이 한꺼번에 몰려 영업전산시스템이 한때 다운되기도 했다.SM7은 2.3(2349cc)과 3.5(3498cc) 모델 두 종류. 회사측은 ‘대형차’ 이미지를 적극 부각시키고 있지만 판매량의 60% 이상은 2.3 모델이다. 때문에 한달 앞서 출시된 뉴쏘나타 2.4(2359cc)와의 경쟁이 볼 만하다. 엇비슷한 가격에 힘은 SM7이, 연비는 뉴쏘나타가 낫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SM7은 대형차 개념으로 만들어진 차이기 때문에 중형차 개념의 뉴쏘나타와는 성능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면서 “지각있는 소비자라면 당연히 같은 값에 성능좋은 차를 선택하지 않겠느냐.”고 자신감을 내보였다.SM7 2.3은 4500여대가 팔려, 뉴쏘나타 2.4 판매량(2468대)을 벌써 앞질렀다. ●현대차 “명차 흉내 아무나 내나” 현대차는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표정이다.“쏘나타보다도 폭이 좁은 차를 들고 어떻게 대형차라고 주장하는지 모르겠다.”면서 “SM3가 아반떼에 참패했듯,SM7 2.3과 쏘나타 2.4의 승부도 시간이 지나면 명확해질 것”이라고 무지른다. 하지만 속으로는 적잖이 신경쓰는 눈치다.SM7의 출시에 맞춰 ‘누구나 명차의 품격을 말할 수 있지만 아무나 그 상징이 될 순 없습니다.’라는 의미심장한 문구의 큼지막한 맞불광고를 내기도 했다. 현대차측은 “신차 출시 초기에는 사들이는 주체가 명확치 않기 때문에 좀 더 두고봐야 한다.”면서 “그랜저XG 후속모델이 없는 틈을 타 잠시 SM7이 강세를 보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내년 상반기에 그랜저 후속모델이 나오면 ‘어정쩡한’ SM7의 입지는 현격히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다. 관전하는 입장인 업계 관계자는 “SM7 2.3은 중형차인 쏘나타에,SM7 3.5는 대형차인 그랜저 후속모델에 다소 밀릴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라면서 “이런 예상을 깨고 SM7이 초반돌풍을 이어간다면 대단한 성공”이라고 관측했다.SM7이 표방하는 ‘오너 드리븐 차’(운전기사를 두지 않고 직접 운전하는 고급차)도 외제차라는 힘겨운 경쟁상대를 넘어야 한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좋은도시 만들기] (4)아파트 초고층 바람

    [좋은도시 만들기] (4)아파트 초고층 바람

    “농촌의 공동주택 모델을 5층으로 설계했더니 농민들이 실망했습니다. 농민들은 트랙터를 몰고 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고층 아파트의 집으로 들어가길 원했던 겁니다.”한 대학교수는 우리나라의 고층 선호경향이 농촌에까지 확산됐다고 혀를 찼다.‘고층일수록 아파트값이 비싼’ 것도 지극히 한국적인 현상이다. 선진국에선 대부분 기피하는 고층 아파트에 부유층들이 몰리며 값이 더 센 추세도 한국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미국 뉴욕의 월드트레이드센터(WTC)가 9·11테러로 무너져버린 직후 초고층 빌딩에 대한 기피현상도 잠깐, 한국은 다시 초고층으로 치닫고 있다.30층이 넘는 아파트가 수두룩한 데다 심지어 100층짜리 아파트 건설까지 거론되고 있다. 좁은 국토에서 사람들이 몰려 사는 바람에 ㎢당 인구밀도는 478명으로 세계에서 4번째로 높은 현실에서 초고층 건설에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그러나 초고층화의 경향뿐 아니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어느 정도까지 초고층 건물을 허용해줄 것인가를 놓고 반대론도 적지 않다. ●농촌도 고층 아파트 선호 지난 10월14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종로와 명동 등 4대문안 재개발 지역의 건물 최고 높이를 90m에서 130m로 높여줬다. 이에 따라 35층짜리도 지을 수 있게 된다. 여의도에는 롯데건설이 35층과 39층의 주상복합상가를 내년 중 완공할 예정이다. 잠실에는 롯데가 112층의 제2롯데월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 타워팰리스는 69층이다. 서울 대치동에 동부건설은 35층 아파트를 짓고 있다. 강남구청은 압구정동 재건축을 통해 50층 이상의 아파트를 지을 계획인데 강남구청장은 100층을 거론하고 있다. 지방도 예외는 아니다. 부산시는 30∼50층짜리 아파트를 짓겠다는 건설사의 계획을 승인했다. 해운대 앞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20여층 아파트 바로 앞쪽에 41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 10월 수성구 범어동에 지상 39층짜리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신축 등에 따른 교통영향평가안을 통과시켰다. 이미 범어네거리에는 지하 6층 지상 45층의 주상복합건물이 있다. ●왜 초고층 러시인가 좁은 땅에 건물을 높이 짓는 것은 좁은 국토인 우리 현실에서 바람직하다. 또 일정 지역의 상징으로 통해 건물 이미지를 높이는 점도 있다. 건설회사나 지자체의 경우 초고층 건물을 선호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또 초고층일 경우 단가가 낮아져 건설사들은 최대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 김 교수는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나 볼 법한 초고층 빌딩이 아시아에 유행하는 것은 미국 건축회사들의 영향”이라고 진단했다. ●초고층 아파트 허용 기준 논란 우리나라 도시와 농촌 풍경이 어수선하게 보이는 중요한 이유중의 하나는 고층아파트가 도심뿐 아니라 대도시 외곽이나 심지어 논과 밭 한가운데에도 널려 있기 때문이다. 도시미관을 해치는 데다 산과 강의 조망도 가로막는다. 지난 10월23일에는 ㈜포스코건설이 짓고 있는 부산 재송동 ‘센텀파크’ 아파트 신축 공사장 정문 앞에서 주민 500여명이 초고층 아파트 신축으로 조망권 등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데모를 벌였다. 주민들은 특혜 의혹을 주장하고 나섰다. 고층 아파트를 허용해 주는 지역기준도 논란의 대상이다. 압구정동 초고층 아파트에 대해 연세대 유완 교수는 “압구정동은 도심지역으로 간주해 초고층 아파트를 허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강 조망권을 훼손한다며 압구정동에 초고층 아파트 건립을 반대하는 의견도 나온다. ●초고층 건물의 과제 서울시 외곽이나 부도심 지역과 다른 지방도시까지 고층 건물이 곳곳에 등장하는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초고층 건물 신축이 허용될 지역을 가리는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국토연구원의 신정철 박사는 “고층 아파트의 경우 물과 전기가 한나절 끊기면 입주자들은 호텔에서 자야 할 것”이라며 초고층은 주거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욱이 도심 지역이 아닌 곳에서 10층 이상 빌딩을 짓는 것은 안 된다.”고 못박고 “뉴욕의 초고층화는 센트럴파크라는 대규모 녹지가 도시의 허파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며 “우리나라는 이런 녹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강남구가 압구정동에 추진하는 초고층 아파트의 경우 대규모 녹지를 끼고 있어 비교적 주변 환경은 양호하다. 그러나 부산 등에서 지어지는 초고층 아파트의 경우 빛이 제대로 들지 않을 정도로 동 사이 간격이 짧아 조기 슬럼화 우려도 나온다. 건축기술상 초고층 건물의 안전도 높여야 한다. 서울대 건축공학과 홍성걸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고층 아파트 건축에 사용하는 철골의 경우 진동에 민감하다.”며 “특히 바닥온돌에 철골을 깔 경우 주민들의 반응이 더욱 예민해진다.”고 말했다. 또 “건설업계의 하청구조에서 원가 후려치기가 만연해 화재나 가스폭발 등 대규모 재난에 대비한 설계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일 논설위원 bruce@seoul.co.kr ■ 초고층이란 우리나라의 초고층 아파트는 대개 16층 이상을 가리킨다.16층 이상이면 내진설계와 스프링클러의 설치 등이 법상 의무화되어 있다. 외국의 경우 유럽과 미국은 초고층을 각각 12층과 70∼80층으로 정의하고 있다. ■ 서울 강남구청의 입장 서울 강남구청은 앞으로 5년내에 57곳의 아파트 3만 5000여가구를 재건축해 타워팰리스, 아이파크 형태의 초고층 아파트로 개발할 예정이다. 계획안의 요체는 기존 15층 미만의 아파트 여러개 동을 1∼2개의 고층아파트로 흡수하는 대신 나머지 공간은 녹지로 활용하고 모노레일 등의 대중교통으로 복잡하지 않은 탁 트인 도시공간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권문용 강남구청장은 “압구정동의 현대아파트단지나 청담동의 한양아파트 등을 100층 정도의 초고층으로 재건축하면 불과 5∼6개의 아파트로 기존 주민을 흡수하고 나머지 공간은 한강과 어우러진 녹지, 복지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남구는 이 같은 고밀도의 초고층 개발에 대한 시뮬레이션까지 이미 끝냈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강남구는 현재 17개동에 1560가구가 거주하는 청담동 한양·삼익아파트를 용적률 200% 수준으로 45층 규모로 재건축할 경우 단 6개동만으로 가능하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에 비해 기존의 재건축방식 처럼 12층 이하의 중·저층으로 재건축할 경우 39개동이나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대·한양·미성 아파트 등 1만여가구가 몰려 있는 압구정동은 60∼100층짜리 초고층으로 재건축할 경우 불과 30개동으로 1만 4600여가구까지 수용 가능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로 인한 건폐율(건물이 차지하고 있는 토지비율)은 종전 25%대에서 10% 이하로 크게 줄어 녹지·휴식·도로·공공시설 등 많은 여유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견됐다. 강남구는 이 같은 방식의 재건축 추진을 위해 건교부, 서울시 등에 법률과 조례의 제·개정 등 제도적 뒷받침을 요구하고 있다. 강남구 정종학 주택과장은 청담동 한양, 삼익아파트 1680가구를 초고층아파트로 재건축할 경우 위치상 주변주민의 민원발생소지가 없고 한강변에 위치한데다 도로, 하천 등 기반시설이 완비되어 있는 만큼 서울시가 특수성을 인정해 줘도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권기범 주거정비과장은 “대규모 녹지와 초고층 아파트로 재건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고도제한 완화에 뜻을 같이 하고 있다. 하지만 도시계획국은 “강남구에 대해서만 일반주거지역에 대한 높이제한을 무시한 채 초고층 아파트를 허용하면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문제가 제기되고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현재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용적률(250% 이하)과 층수(15층 이하)의 규제로 대부분의 아파트는 초고층 재건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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