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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고없는 일터 만들기] 이상수 노동부장관 기고

    [사고없는 일터 만들기] 이상수 노동부장관 기고

    직장은 삶의 소중한 보람을 느끼게 하는 삶의 터전입니다. 근로자는 직장을 통해 나를 발전시키고 가정의 행복까지 지켜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간혹 직장이 불행의 단초를 제공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직업병에 노출되거나 각종 심각한 안전사고를 당했을 경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아직 OECD국가 가운데 산업재해율이 높은 국가라는 오명의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근로자 1만명당 안전사고 사망률이 1.14명으로 일본, 미국, 독일 등에 비해 2∼16배 정도 높은 수준입니다. 지난해 무려 8만 9900명의 근로자가 산업재해를 당했고 2453명은 생명을 잃었습니다. 하루평균 246명이 산재를 당하고 매일 7명은 소중한 목숨까지 잃는 셈입니다. 직장에서 이런 안전사고가 그치지 않는다면 직장은 더 이상 생활의 터전도 보람을 주는 곳이라 말할 수 없습니다. 근로자와 가족, 나아가서는 사회적으로 더할나위 없는 고통을 주는 곳이 됩니다. 정부는 근로자들을 위협하는 각종 안전사고와 직업병 등 안전보건을 위해 꾸준히 정책을 개발하고 예산을 지원해 오고 있습니다. 산업보건의 제도 등을 활성화하고 기업에 근로자의 건강관리 의무를 부여하는 등 행정·제도적 보완작업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영세 기업들에게는 안전하고 쾌적한 작업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클린사업은 이미 국민들에게 제법 알려져 있습니다. 매년 1000억원의 막대한 재원을 투자, 지금까지 전국 3만 4000여개 업체가 작업환경을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 예산만도 무려 3487억여원이 투입됐습니다. 근로자의 건강을 유지·관리하는 데도 다양한 정책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석면 등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근골격계질환 등 각종 직업병 예방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개발, 보급해 왔습니다. 정부는 매년 7월 첫째 주를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으로 정해 산재예방 유공자 포상, 세미나, 국제학술대회 등 각종행사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산업안전과 보건에 대한 국민의식을 고취시켜 안전한 일터를 꾸며보자는 취지입니다. 내년에는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안전올림픽이라고 말하는 ‘제18회 세계산업안전보건대회’가 서울에서 개최됩니다. 우리의 이런 노력들이 모여 안전한 직장, 안전한 사회, 안전한 국가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안전하고 건강한 일터가 좋은 일자리’라는 지극히 평범한 사실을 전 국민이 인식하고 실천할 때까지 정책적 지원에 소홀함이 없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 세상의 모든 지식/김흥식 지음

    백과사전도 아니고 대용량의 하드 디스크도 아닌데 세상의 모든 지식을 어떻게 한 권의 책에 담을 수 있을까. ‘세상의 모든 지식(김흥식 지음, 서해문집 펴냄)’은 모든 지식이라기보다 ‘특별한’ 지식을 담고 있는 책이다. 야심찬 제목으로 책을 펴낸 저자는 류성룡의 ‘징비록’을 번역 출간한 경력이 있는 현직 출판인. 책에 소개된 150가지 특별한 지식은 역사, 정치, 지리, 음악, 종교, 과학 등 동서고금의 지성의 역사다. 고양이 한 마리를 산 딕 휘딩턴이 어떻게 600년에 걸친 자선사업의 실마리를 마련했는지, 베토벤은 왜 죽기 25년이나 전에 유서를 써 두었는지,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제자들은 왜 스승이 죽자마자 그 목을 자르고 시신을 솥에 넣고 삶아 버렸는지 등 자못 흥미로운 내용이다. 그림, 사진, 도표, 지도 등과 함께 정리돼 있어 이해를 돕는다. 첫번째 지식으로 소개된 고양이 상인 딕 휘딩턴은 1350년 영국에서 태어난 운좋은 고아소년. 무역상 휴 피츠워런이 그를 거뒀고, 다락방에서 생활하던 휘딩턴은 쥐를 쫓기 위해 어느날 고양이를 한마리 산다. 피츠워런은 동방에 무역선 한 척을 띄우고, 휘딩턴은 고양이를 배에 실어보낸다. 일행을 실은 배는 낯선 항구에서 그곳 지배자가 연 연회에 참석하는데, 산해진미를 망친 쥐새끼들을 없애는데 휘딩턴의 고양이가 큰 활약을 한다. 덕분에 휘딩턴은 일확천금, 이후 런던 시장을 4차례나 지내며 전 재산을 사회에 남긴다. 네덜란드의 화가 렘브란트의 대표작 ‘야경(夜警)’이 사실은 낮 장면을 묘사한 그림임을 밝힌 대목도 눈길을 끈다. 이런 터무니없는 제목이 붙게 된 것은 그림을 의뢰한 국민병 본부 건물에 엄청난 그을음을 내는 이탄 난로가 있었기 때문이다. 빛과 그림자의 대비를 추구한 렘브란트의 그림은 갈수록 어두워졌고,100년이 지나자 결국 사람들은 그것을 야밤을 틈타 이뤄지는 기습 장면으로 여기게 됐다. 이 그림의 원래 제목은 ‘프란스 반닝 코크 대장의 민방위대’였다. 베토벤은 32살의 나이에 두 아우 앞으로 유서를 남긴다. 그는 귓병뿐 아니라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부터 간경화, 신장질환, 폐질환 등 온갖 질병을 겪었다. 수많은 합병증을 동반한 베토벤의 육체적 고통의 원인은 2000년 그의 모발 분석 결과가 발표되면서 납 중독으로 밝혀진다. 베토벤 유서의 첫 머리는 “너희들은 나를 적의에 차고 사람들을 혐오하는 고집쟁이로 여기고 있지만 그것이 얼마나 그른 일인지 모르고 있다.”로 시작된다. 육체적 고통 때문에 정신 질환을 겪은 그의 괴로움을 잘 보여준다. 저자는 각종 도서와 위키디피아를 비롯한 수많은 인터넷 사이트가 ‘세상의 모든 지식’의 참고 자료가 됐음을 밝힌다.1만 95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칸의 여왕’ 전도연 옥관문화훈장

    정부는 제60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전도연(34) 씨에게 옥관문화훈장을 수여키로 했다. 문화관광부는 28일 “전씨가 영화 ‘밀양’에서 뛰어난 연기력으로 한국영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린 공로를 인정해 훈장을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 [최태환칼럼] 대통령의 모노드라마/수석논설위원

    [최태환칼럼] 대통령의 모노드라마/수석논설위원

    연극배우 추송웅을 기억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1970∼80년대 우리 연극의 자존심이었다.‘우리들의 광대’는 ‘빨간 피터의 고백’과 함께 추송웅 브랜드의 모노드라마였다. 그는 온몸으로 열연했다.‘우리들의 광대’는 보컬그룹 리더인 김혁진이라는 젊은이를 통해 암울했던 당시를, 아프지만 무겁지 않게 그려냈다. 김혁진은 음악을 잃어버린 세대에게 우리 음악을 찾아주겠다는 꿈에 부푼다. 성취 강박관념에 빠진 그다. 그룹 멤버들과 열심히 연습을 한다. 하지만 불협화음이다. 자신의 음이 반음 높기 때문이다. 그는 “누가 음을 제대로 못 맞추느냐.”라고 목청을 높인다. 막무가내였다. 그가 열성일수록 반목은 더했다. 그의 꿈은 끝내 좌절한다. 80년대 중반 명동의 소극장 ‘떼아뜨르 추’에서 ‘우리들의 광대’를 만났다. 무대가 5평 남짓 됐을까. 말이 소극장이지 작은 레스토랑이었다. 추송웅은 1인6역이었다. 관객들은 숨을 죽였다. 연일 만원사례였다. 그는 500회이상 무대에 올랐다. 음습했던 시절 많은 젊은이들은 이 드라마를 통해 김혁진류(流)의, 막무가내의 벽이 무너지는 새 날을 갈망했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거침없는 행보를 보며, 문득 ‘우리들의 광대’를 떠올렸다. 불경스러운 연상이다. 고군분투, 좌충우돌하는 모습이 마치 일인다역의 추송웅 같기도 하고, 극중의 주인공 김혁진 같기도 해서다. 노 대통령의 모노드라마는 끝이 없다. 언론을 바로잡아야 하고, 야당 후보들도 비판해야 한다. 대선후보 선거공약도 검증해야 한다. 그런데 중앙선관위는 이런 충정도 모르고 선거법 위반이라는 훈수를 뒀다. 그는 지난주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계급장을 떼고 제대로 따지겠단다. 국민으로선 그가 반음 높아 보이는데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마이웨이만이 보인다. 대선에 올인하는 대통령 모습이 날이 갈수록 결연하다. 전방위로 대선 예비후보들과 전선을 넓힌 지 오래다. 그럼에도 정치권내 친노 세력은 더욱 위축되는 형국이다. 범여 통합이 지지부진이다. 열린당내 친노그룹 배제 여부가 지지부진의 한 축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제 대통령이 한발 물러서게 해야 한다. 친노 멤버들이 나서야 한다. 명확한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 노 대통령의 가치와 이념을 함께했던 이들이다. 김혁진처럼 노 대통령이 반음 틀렸다면 고치자고 건의하고, 옳다고 확신한다면 국민 동의를 얻어내는 데 함께 나서야 한다. 전도사로 나서는 방법을 모색할 때다.‘김혁진류’의 좌절을 방관해선 안 된다. 하지만 열린당내 친노인사들은 무대 뒤에서 좌고우면이다. 진작 행동으로 나서야 했다. 범여권 통합에 기대를 걸어서일까. 하지만 ‘도로열린당’으로의 재탄생을 꿈꾸는 것은 떳떳하지도 않고, 명분도 없다. 확신이 있다면,2개의 범여 조직으로 심판받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 과정에서 후보단일화 방법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참여정부평가포럼도 마찬가지다. 친노 정치세력의 일부로 분명히 자리매김하는 것이 맞다. 그것이 노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는 길이다. 국민은 정치조직으로 치부하는데도 아니라고 손사래친다. ‘우리들의 광대’의 교훈은 어디 갔는가. 무대에서 짧은 생을 마감한 추송웅과 함께 흘려 보내긴 너무 아쉽다. 수석논설위원 yunjae@seoul.co.kr
  • 사람도 차도 모두 오른쪽으로

    사람도 차도 모두 오른쪽으로

    ‘사람들은 왼쪽길, 차나 짐은 오른쪽길. 이쪽저쪽 잘 보고 길을 건너 갑시다.’ 어릴 적에 불렀던 동요 ‘네거리 놀이’가 송파구에서는 옛노래가 될지도 모른다. 26일 송파구에 따르면 2008년 세계보건기구 WHO의 안전도시 공인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잦은 보행사고를 일으키는 ‘좌측통행’을 개선하고, 일상적인 생활습관과 친밀한 ‘우측통행’을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하기로 했다. 구 관계자는 “길을 걸을 때 좌우 구분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어릴 때부터 좌측통행을 강요받아왔다. 그러나 이는 일제강점기의 잔재인데다 생활시설물의 동선(動線)과 일치하지 않아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우측통행의 필요성을 밝혔다. 실제로 미국, 캐나다, 독일, 오스트리아, 영국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신체발달상 오른손잡이가 많은 점을 고려해 우측통행을 기본 보행방법으로 삼고 있다. 회전문이나 공항 출입구, 에스컬레이터, 지하철 개찰구 등 생활시설물이 모두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것은 자연스럽게 국제적 기준에 맞춰진 것이다. 황덕수 교통안전공단 도로안전본부장은 “우리나라는 예부터 사람이나 우마차나 모두 우측통행을 했으나 일제강점기에 왼쪽에 칼을 차던 일본인들이 칼에 걸리적거리지 않도록 좌측통행으로 바꿨다.”면서 “일본도 좌측통행이 불합리한 것을 깨닫고 우측통행을 적용하고 있으나 우리만 이 관습을 남겨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 본부장은 또 ‘보행자는 보도와 차도 구분이 없는 도로에서 좌측으로 통행해야 한다.’는 도로교통법 8조 2항을 들며 “좌측통행을 법적으로 규정한 조항은 안전을 위해 가급적 차를 마주보고 걷는 내용으로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구는 보다 안전한 통행방법으로 알려진 우측통행을 홍보하기 위해 27일 오후 7시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우리는 안전한 환경 속에서 살고 싶어요’를 주제로 우측통행 캠페인을 연다. 씨랜드화재(1999년 6월30일) 피해 부모들이 중심이 된 한국어린이안전재단과 함께 재단 출범 7주년에 맞춰 어린이 통학버스제도, 스쿨존, 차량용 유아보호용장구 착용 등 어린이 교통안전에 관한 세미나도 진행한다. 구는 또 7월 중에 우측통행 선포식을 갖고, 도로교통법 개선운동, 우측통행을 위한 공동선언문, 관계기관 담당자 교육 등을 순차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구로구, 일하는 여성 위해 발벗다

    구로구, 일하는 여성 위해 발벗다

    구로구가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를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구로구는 26일 서울신문사 후원으로 여성전문가와 여성단체연합회 회원, 여성지도자 등 80명을 초청해 ‘여성정책포럼’을 열었다. 양대웅 구로구청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21세기는 여성 인적자원의 사회적 활용이 중요하다”면서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를 위해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성정책포럼의 주제는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로 정했고 소주제는 여성 노동정책과 육아정책 지원, 여성 네트워크의 역량강화, 결혼이민자의 가정지원 등 4가지로 잡았다. 고선주 서울여성정책개발 부장이 사회를 맡았으며, 서명선 전 한국여성개발원장이 발제자로 나섰다. 서 전 원장은 우리나라가 선진국 문턱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게 된 원인으로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저조했던 것을 꼽았다. 장화경 성공회대학교 교수와 이옥 육아정책개발센터 소장, 지영림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수석위원, 현경자 우리사회복지 연구소장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구 관계자는 “정책포럼에서 나온 여성 다원화사회 실현과 이주여성 통합지원 등의 아이디어는 구정에 반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구는 ‘여성의 파워가 지역사회에서 발휘될 수 있어야 지역 발전도 빨라진다.’는 판단으로 올 초부터 다양한 정책을 시도해 왔다. 지난 3월부터 다음달까지 독서논술 지도사 과정, 쇼핑몰 창업교육, 산모 도우미 육성, 자연생태 여성전문 해설가, 경리실무 과정 등을 다루는 취업교실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4월30일에는 여성단체연합회 회원 30명과 차세대 지역 여성지도자 50명 등 총 80명을 대상으로 지도자 연수과정도 진행했다. 올 하반기에는 구직자와 기업, 여성 기업인들이 함께 만나는 ‘여성취업박람회’도 계획하고 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조각가 이환권 두번째 개인전

    조각가 이환권 두번째 개인전

    길게 늘어나거나 짜부러진 인물 조각들이 어딘지 기묘한 매력으로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지난해 11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2점의 작품이 예상가의 10배가 넘는 7500만원에 각각 팔리면서 세간의 주목을 끈 이환권(33)의 두 번째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서울 대치동 포스코미술관(02-822-3457)은 다음달 12일까지 ‘바람부는 날’이란 제목으로 이환권의 조각전을 연다. 합성수지인 FRP로 정감있게 빚어 낸 이환권의 인체는 심하게 왜곡돼 있지만, 어떤 특정한 몸짓을 간직하고 있다. 의자에 앉아 독서를 하거나(‘책이 되다’), 책상에 엎드려 있고(‘오늘은 공부하기 싫어’), 혹은 우체통에 편지를 넣는(‘바람부는 날’) 등 평범하고 일상적인 동작들이다. 작가는 지인들을 여러 방향에서 촬영한 뒤에 포토샵을 이용해 일정한 비례로 가로 또는 세로의 방향으로 늘인다. 만들어진 사진을 조합해 흙으로 빚고 다시 FRP로 떠내는 작업은 적지 않은 노동을 거친다. 이런 과정을 거쳐 길쭉해진 이웃의 모습은 어딘지 애련한 모습이다. 화가 에드바르트 뭉크의 ‘절규’가 연상되기도 하고, 스위스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길쭉한 검은 인물상이 떠오르기도 한다. 시각적으론 즐거우면서도 괴로움을 안겨주는 작품들이다. 대학로의 공공미술 작업 ‘낙산 프로젝트’에도 참여한 그의 조각작품 ‘앉아 있는 민형’은 담벼락 위에 오도카니 앉아서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의 조각 작품은 지난해 2억 4000만원의 판매고를 올릴 정도로 각광받았고 올해는 홍콩 소버린 아트파운데이션, 타이완 아트센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애드윈갤러리 등으로부터 5억원 규모의 작품을 주문받은 상태다. 오는 10월에는 독일 뒤셀도르프 안데스 갤러리에서 첫 해외 개인전도 열 예정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20&30] 사투리, 그들의 ‘이중생활’

    [20&30] 사투리, 그들의 ‘이중생활’

    ‘니들이 사투리를 알어?’강원도,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제주도 사투리 등은 각종 드라마와 코미디 프로그램의 단골 소재로 등장해 구수한 옛 정취를 풍겨낸다. 밋밋한 서울말보다는 거친 한마디 말이 더 감동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드라마나 코미디 프로그램 만큼 녹록지 않다. 현실에서는 사투리로 인해 부끄러워하고 좌절했던 경험을 가진 사람이 적지 않다. 일부에서는 사투리로 사람에 대한 편견을 갖기도 하기 때문이다.‘서울 사투리’는 ‘표준어’지만 지방 사투리는 ‘비표준’이라고 불리는 현실속에서 사투리와 ‘사투’를 벌이며 살았고, 살아가는 ‘20&30’들의 속내를 들어봤다. ●놀림받기 일쑤… 피나는 서울말 연습 회사원 손모(27·여)씨는 대구에서 20여년을 살다가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하면서 심한 ‘사투리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사투리 스트레스는 여자들한테 더 심합니다. 촌스러워 보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간혹 사투리가 귀엽다는 사람도 있지만, 서울말 우아하게 쓰는 사람들 보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몰라요.” 풋풋한 대학생활을 시작하면서 여대생들의 관심사인 ‘미용’ 말고도 손씨는 ‘말투’까지 관리해야 했다.“친구들이 저랑 얘기할 때 제 말투를 흉내 내더라고요. 처음엔 따라 웃었는데, 계속 그러니까 나중엔 솔직히 짜증이 났어요. 그래서 말투를 고치기 시작했죠.” 회사원 송모(26)씨도 대학시절 입만 열면 튀어나오는 심한 전라도 사투리 때문에 촌스러워지는 자신이 부끄러웠던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신입생 때였어요. 미팅을 나갔는데 친구들에게 ‘화장실 가야쓰것다.’고 했더니 배꼽을 잡고 웃는 거예요.‘나도 서울말 쓸 줄 안다.’고 외치면서 ‘화장실 가야것다.’고 말했더니 애들이 뒤로 쓰러지며 웃더군요.” 송씨는 이후 사투리를 쓰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열심히 서울말 연습을 했다. 지금은 오랜 친구가 아니면 다들 자신을 서울 사람으로 착각한다고 한다.“사투리에 얽힌 추억을 말하라면 며칠 밤도 모자랄 겁니다. 지금은 옛 친구를 만날 땐 전라도 말로, 대학 친구를 만날 때 서울말을 씁니다.2개 국어인 셈이죠.” 5년전 대구에서 올라온 전모(34)씨는 처음 두 달 정도는 자기도 모르게 위축돼 말을 제대로 못했다고 밝혔다.“내 말을 사람들이 자꾸 못 알아듣는다는 게 큰 스트레스였어요. 심지어 사람들이 이상한 눈길로 나를 쳐다본다는 기분이 들기도 했죠.”서울말이 익숙해진 지금은 고향에 갈 때가 문제다. 언어습관에 관한 한 완벽한 ‘경계인’이 돼버린 것. “이제는 고향에 가면 사람들이 나를 쳐다봐요. 대구가 원체 보수적인 곳이고 외지 사람들이 별로 없거든요. 가끔 대구에 가는 게 싫어질 정도예요. 한번은 대구에 있는 식당에 갔더니 주인이 어디서 왔느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고향 친구들도 내 말투가 간지럽다며 놀립니다.” ●사투리 속에 감춰진 편견과 선입견 회사원 김모(28·여)씨는 강원도 강릉이 고향이다. 그는 자신이 서울 사람들 앞에서 사투리를 쓰지 않는 이유에 대해 “서울에 살면서 사투리를 쓴다는 건 촌스럽다, 순진하다, 멍청하다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이미지를 사람들에게 심어준다.”고 말한다. 경상도가 고향인 전모(34)씨와 그의 아내는 네 살 된 아들이 경상도 사투리를 배우지 않을까 싶어 아들 앞에서는 최대한 서울 말씨를 쓴다. 아들이 어린이집에서 말투가 이상하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으면 안 된다는 걱정 때문이다. 전씨는 “아들이 태어나서 두 살 때까지 대구에서 자랐기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사투리 속에는 편견과 선입견이 감춰져 있다. 과거 전라도 사람들은 “왜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악역은 전부 전라도 사람으로 나오느냐.”는 불만을 털어놓으며 지역 차별의 한 징표로 생각하곤 했다. 그래서인지 전라도 출신으로는 최초로 김대중씨가 대통령에 당선될 즈음에 방영된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에서는 주인공의 어머니를 괴롭히는 악당이 경상도 사투리를 써서 장안의 화제가 됐을 정도다. 안진걸 희망제작소 사회창안팀장은 평소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를 쓰지만 전화를 받을 때는 언제나 또박또박 서울말을 쓴다. 그는 “특히 항의전화가 왔을 때 사투리를 쓰면 ‘시민운동하고 데모하는 놈들은 전부 전라도 것들이지.’라는 황당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면서 “민감한 정치적 사안일 경우 지방 출신 시민운동가들은 말을 할때 굉장히 조심스러워 한다.”고 귀띔한다. ●독특한 말투는 취업 방해꾼? 20년을 대구에서 살았던 회사원 주모(26·여)씨는 학창시절 꿈꿔 왔던 아나운서도 포기하고 대기업에 입사했다. 말끝마다 배어나오는 경상도 억양이 화근이었다. 주씨에게 완벽한 서울말을 구사해야 하는 아나운서는 넘기 힘든 강이었다.“고등학교 방송반 활동을 했을 때에는 몰랐는데,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하면서 방송국 활동을 하다 보니 서울말이 어렵다는 게 뼈저리게 느껴지더라고요.” 고등학교 때까지 전남 순천에서 나고 자란 서울 모대학 졸업반 윤모(26)씨는 취업을 앞두고 고민이 많다.“면접 볼 때에는 깔끔한 서울 말씨를 써야지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잖아요. 아무리 고치려 해도 특유의 억양은 고치기 힘들더군요. 행여나 면접관들이 ‘저 사람은 말투하나 못 고쳐서 어디다 쓰나.’하고 생각할까 걱정입니다.” 서울에 처음 와서 친구들이 장난으로 촌스럽다 놀려대도 가볍게 웃어 넘겼지만, 취업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하니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얼마 전에는 존경하는 교수가 “요즘 취업 준비생들은 잘난 사람이 하도 많아서 조그만 약점이라도 눈에 띄면 감점요인이 된다.”면서 “사투리가 약점이 될 수 있으니 꼭 고쳐야 한다.”는 충고 아닌 충고를 하기도 했다. ●사투리? 뭐가 어때서! 사투리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사는 사람들도 있다. 대학생 이모(27)씨는 주변에서 뭐라 하든 상관 않고 꿋꿋이 정통 부산 사투리를 쓴다. 친구들이 그만 고치라고 해도 개의치 않는다. 이씨는 학원 강사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항의 아닌 항의를 받았다고 말한다.“선생님은 왜 맨날 싸우는 말투에요?” “선생님 말 너무 빨라요.” 등 종종 학생들이 불만을 말하기도 한다. 그래도 이씨는 “원래 경상도 말이 이렇다. 이 기회에 경상도 말 한번 배워봐.”라고 당당하게 대답해준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자신만 당당하면 된다는 게 이씨 생각이다.“사투리도 똑같은 언어입니다. 단지 문화 차이 때문에 쓰는 언어가 다소 달랐을 뿐입니다. 부산이 수도였으면 부산 말이 표준어 아니겠습니까. 뭐 문제될 게 있나요.” 강국진 이경원기자 betulo@seoul.co.kr ■ 오해를 부르는 사투리 “‘빠구리’치러갔는데요….” 경상도가 고향인 장모(38)씨는 10여년 전 광주에서 대학 시간강사를 맡았다가 당황스러웠던 경험을 밝히며 활짝 웃었다. 장씨는 “출석을 부르는데 ‘아무개 학생 안왔나?’하고 물으면 하나같이 ‘빠구리치러 갔다.’는 거예요. 내가 알기로는 ‘성교(性交)’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 알고 있는데 한두명도 아니고… 부끄러운 줄도 모르나 싶기도 하고 내가 경상도 사람이라고 놀리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들고. 기분이 그렇게 나쁠 수가 없었습니다.” 이후 그는 전라도 목포가 고향인 친구로부터 “학생들이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너는 수업 빼먹고 빠구리쳐본 적 한 번도 없냐? 나도 대학 다닐 때 빠구리 꽤나 쳤는데.”라는 말을 듣고 전라도 사투리에서 ‘빠구리’는 ‘학교나 직장을 몰래 빠져나온다.’ 다시 말해 ‘땡땡이’를 가리키는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물론 이제는 전라도에서도 그 말을 쓰지 않는다. 전라도가 고향인 회사원 강모(33)씨는 중학교 때 사투리 때문에 오해를 받아 봉변을 당할 뻔한 적이 있다. 서울로 전학온 그는 갑자기 선배로부터 ‘버릇이 없다.’며 학교 뒤편으로 끌려 갔다. 강씨는 한참이 지나서야 그 선배가 왜 그렇게 노발대발했는지 알았다. 강씨는 부모나 가까운 친척, 형이나 누나들에게 무언가를 물어볼 때 “누나, 밥 먹었능가.” “아버지, 진지 잡능가.” 등의 식으로 물어봤는데 그 선배는 그것을 자신에게 반말을 한 것으로 오해를 한 것이다. 고등학교까지 서울에서 다니다가 경북지역 대학에 입학한 소모(25)씨는 경상도 사투리를 오해해 밤새 술을 마시게 된 적이 있다.“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학과 선후배들과 술자리를 하는데 피곤하고 하숙집에서 해야 할 일도 있어서 같은 하숙집을 쓰는 선배에게 그만 가보겠다고 했지요.” 그 선배는 소씨에게 “그래. 들어가자.”라고 답했다. 소씨는 같이 하숙집으로 돌아가자는 말로 알아듣고 선배가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 선배는 일어날 기미가 없어 결국 새벽까지 술을 마셔야만 했다. 소씨는 “그 선배가 말한 ‘들어가자.’는 나에게 ‘그래. 너 들어가라.’는 뜻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면서 “그 선배 입장에서는 ‘들어가라.’고 계속 말했는데도 들어가진 않고 ‘들어가겠다.’는 말만 계속하는 내가 이상하게 보였을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인터넷 사투리 사전도 있다 말의 철자, 발음, 의미를 전달하는 책 ‘사전’에 사투리만 모아놓은 사투리 사전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표적인 것은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오픈 백과’라 불리는 인터넷 사투리 사전이다. 기존의 사전과의 차이라면 전문가에 의해 가나다 순으로 체계적으로 집필돼 있는 것이 아니라 네티즌들의 ‘업데이트’에 의해 이뤄지지고 있는데, 상세한 풀이를 담고 있다. 네티즌들은 생활 속 사투리를 직접 올리고, 공감 정도에 따라 평점을 매긴다. 인터넷 사투리 사전에는 1만 3400여건의 사투리가 올라와 있다. 그렇다면 수많은 사투리 가운데 가장 높은 평점을 받은 영예(?)의 1위는 뭘까. 바로 평점 134점을 받은 ‘천지빽가리’다. 이 말은 무엇이 정말 많을 때 과장되게 표현하는 경상도 사투리다. 하늘과 땅을 의미하는 ‘천지’와 벽성의 준말인 ‘벽’, 곡식과 땔감을 쌓은 더미인 ‘가리’가 합쳐 ‘하늘과 땅 사이에 곡식 더미가 성처럼 쌓여 있다.’를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어원은 분명하지 않다. 2위는 평점 105점을 얻은 ‘신찬하다.’.‘품질이나 상태가 좋지 않다.’를 의미하는 전라도 사투리로 표준어인 ‘시원찮다.’와 발음이 유사하다.‘총각무’를 일컫는 강원도 사투리 ‘꼬달무’가 평점 92점으로 3위에 올랐다. 이외에도 ‘오두방종’의 경상도 사투리인 ‘녹띠방정’,‘말해줘도 모른다.’는 뜻의 제주도 사투리 ‘고랑몰라.’,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를 일컫는 전라도 사투리 ‘떡애기’ 등이 순위에 올랐다.‘쭉담’,‘깻대’,‘갈부랭이’,‘왁왁 이우다.’등도 인기 목록이다. 네티즌들은 이러한 의견에 리플을 달며 의견을 교환하기도 한다.‘이 말 우리 할머니한테 들어봤다.’,‘정말 재미있다.’는 공감어린 리플에서 ‘그것 외에도 다른 뜻으로 쓰인다.’,‘꼭 그런 의미는 아니다.’는 보충 설명까지 반응은 다양하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해가 쉽도록 예문을 달아 놓기도 한다. 네티즌들은 사투리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며 우리나라 각 지방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고 말한다. 인터넷 사투리 사전을 자주 이용하는 김모(26)씨는 “처음에는 재미로 이용하기 시작했지만, 다양한 지역의 사투리를 보면서 문화 이해에도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씨줄날줄] 양말산과 이카루스/구본영 논설위원

    국회의사당이 자리잡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1번지는 예전에 ‘양말산’(養馬山·羊馬山)으로 불렸다. 양과 말을 키우던 곳이란 뜻이다. 한문으로 ‘너의 섬’이란 말인 여의도(汝矣島)란 이름도 양말산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장마철 큰물이 질 때면 물위로 양말산만 보이자,‘나의 섬’‘너의 섬’이라고 불리다가 정착된 지명이란 것이다. 물론 ‘넓은 섬’이라는 말에서 유래했다는 이설(異說)도 있지만…. 요즈음 여의도가 다시 흥청거린다고 한다. 양과 말들만 놀던 곳에 사람이 몰리고 돈이 돌고 있다는 얘기다. 점심·저녁 때면 고급 식당가가 대선캠프 인사들로 북적인다는 소식이다. 밤에도 증권맨들이 돈을 풀어서인지 주점마다 불야성이란다. 주가가 연일 상한가를 치면서부터다. 특히 국회 인근 빌딩가는 ‘실리콘 밸리’에서 따온 ‘캠프 밸리’라는 별칭이 붙은 지 오래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등 대선 주자들이 속속 둥지를 틀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민노당 노회찬 의원,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한지붕 세가족’처럼 한 빌딩에 캠프를 차렸다. 한국의 월스트리트 격인 여의도 증권가에 오랜만에 볕이 들었다니,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여의도가 선거 열기로 후끈 달아오른 건 왠지 달갑지만은 않다. 얼마전 불법 다단계 영업 혐의로 기소된 제이유그룹 주수도 회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주 회장을 “하늘을 나는 이카루스”라고 지칭한 재판장의 비유가 떠오른 탓이다. 그는 “날개에 균열이 생기는데도 너무 많은 사람을 태워 동반추락했다.”라고 주 회장의 과도한 욕심을 지적했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범여권에선 여론조사 지지율 0.5%도 안 되는 이들까지 너도나도 유행병처럼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아직 뚜렷한 주자가 없어서인지, 다음 총선을 위한 ‘이름 팔기’용인지 모르나, 출마는 당사자의 권리일 수 있다. 하지만 당선가능성도, 비전도 없이 욕심만 앞세우다간 본인 스스로는 물론 국민을 피해자로 만들 수 있음을 알았으면 싶다. 신화 속의 이카루스도 밀랍 날개만 믿고 지나친 욕심으로 태양 가까이로 날다가 추락하지 않았나.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 새달 12일 개막

    한여름 더위를 날려줄 열흘간의 환상·공포 여행! 올해로 11회를 맞는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가 새달 12일부터 21일까지 부천 시민회관 대공연장, 복사골 문화센터 등 부천 일대에서 열린다. 10주년을 맞은 지난해 갑작스러운 집행위원장 교체, 영화계 보이콧 등으로 흔들렸던 이 영화제는 한상준 집행위원장이 새롭게 살림을 맡아 전열을 정비했다. ●개막작은 황규덕 감독 ‘별빛 속으로´ 향후 10년을 내다보며 재도약을 준비하는 영화제는 유럽판타스틱영화제와의 제휴를 통해 국제영화제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한편 영화제가 끝난 후에도 경기 북부 지역 순회상영을 계획, 시민과 함께하는 영화제로 자리매김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33개국 215편의 영화가 관객들을 맞는다. 개막작은 한국영화 ‘별빛 속으로(For Eternal Hearts)’가 선정됐다.40대 대학교수인 주인공이 과거를 회상하는 판타지 영화로 70년대를 주요 배경으로 현재와 과거,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첫사랑, 운명, 시대에 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꼴찌부터 일등까지 우리반을 찾습니다’로 데뷔한 황규덕 감독이 연출하고 정진영, 정경호, 김민선이 출연한다. 권용민 프로그래머는 “외형은 판타지이지만 스릴러적인 분위기와 안정적인 드라마가 있는 영화로 영화제 분위기와 썩 어울린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대장정을 마감하는 폐막작은 인도의 조코 안와르 감독의 ‘비밀(Kala)’이다. 기면증을 앓고 있는 기자가 집단 방화사건 이면에 숨겨진 음모와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로 6억원의 제작비가 무색할 정도로 현란한 비주얼을 자랑한다. ●33개국 215편 7개 섹션으로 상영 …국내 첫 개봉작도 영화제는 경쟁부문인 부천초이스를 비롯해 월드판타스틱시네마, 판타스틱단편걸작선, 금지구역, 패밀리 판타와 애니판타, 특별전, 회고전 등 총 7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부천 초이스 장편 부문은 지난해와 달리 전통적인 판타스틱 장르를 고수하는 9개국 10편의 영화들로 장식돼 마니아들의 관심을 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하드고어적인 독일 영화 ‘그림 러브 스토리’, 인간의 고독과 광기를 다룬 ‘리빙 앤 데드’ 등이 선보인다. 프랑스 SF 영화들로 채워진 특별전도 눈여겨 볼 만하다. 할리우드 SF에 식상한 관객들이라면 신선한 맛을 느끼지 않을까. 루이 말의 ‘검은 달’과 알랭 레네의 ‘사랑해 사랑해’는 국내 처음 개봉되는 작품들이다. 회고전에서는 미국 B급영화의 영웅 몬테 헬만과 가족 코미디 영화의 대가 이봉래 감독의 작품을 감상해 보자. 박찬욱 감독에게 영감을 준 인물로 알려진 몬테 헬만은 독특한 스타일을 보여준 감독.‘지옥으로 향하는 뒷문’‘슈팅’ 등 그의 대표작 5편이 첫선을 보인다. 가족코미디 영화로 50∼60년대 한국영화 중흥기의 한 축을 담당했던 이봉래 감독. 그의 대표작인 ‘삼동과장’‘월급쟁이’등 코미디 영화와 누아르 분위기의 멜로 영화로 도시 하층민의 세계를 그린 ‘육체의 문’ 등이 관객을 찾는다. 비위가 강한 18세 이상의 성인이라면 ‘금지구역’을 놓치지 말 것. 치킨 가게 종업원과 인디언 혼령이 깃든 죽은 닭들과의 한판을 그린 ‘폴트리 가이스트’를 비롯해 ‘도살자’‘먹이’ 등 위험하지만 나름의 진정성을 갖춘 5편이 준비돼 있다. ●한·일·홍콩 특수분장 전문가 워크숍도 눈길 올해 새롭게 신설된 애니판타 섹션의 ‘추억을 찾아서:나가이 고와 로봇대전’은 30대들에게 추억을 선물한다. 나가이 고는 ‘마징가Z’‘그랜다이저’ 등 추억의 만화영화 원작자로 어린 시절을 꿈과 환상으로 채워준 인물. 활동 40년을 맞는 그에게 경의를 표하는 이번 코너에서는 그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진 체인지 게타로보 세계 최후의 날’‘큐티 하니’‘마징카이저’‘강철신 지그’ 등 5편이 선보인다. 이밖에 영화제가 자신있게 내세우는 프로그램 중의 하나는 한·일·홍콩의 특수분장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환상교실:아시아 영화의 특수분장’ 워크숍이다.‘친절한 금자씨’‘타짜’ 등을 작업한 국내회사 ‘셸’, 일본회사 ‘니시무라 공작소’, 청룽(成龍), 저우싱츠(周星馳), 저우룬파(周潤發)의 특수분장을 맡아온 홍콩의 ‘미셸 왕’ 등 전문가로부터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는 기회다. 참가비는 3만원. 교육효과를 높이기 위해 1작품 이상 제작했거나 연출 경험이 있는 학생 및 영화감독 30인으로 참가자격을 제한했다. 영화예매는 27일부터 7월20일까지 부천영화제 홈페이지(ticket.pifan.com)에서 할 수 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제2의 김근태를 기다리며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제2의 김근태를 기다리며

    또다시 선거망국론이 나올 지경이다.‘이 놈의’ 나라는 사실 선거와 무관한 때가 거의 없지만, 이번 대선 정국은 좀 심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점화된 대선 정국은 연말까지 온 나라를 들쑤실 것이고, 다음 선거 일정인 내년 4월의 국회의원 총선은 적어도 상반기까지 대한민국 호의 불투명성을 확대시킬 것이다. 자질과 능력, 비전 제시 대결은 뒷전인 채 오로지 과거사 캐기 검증 공방에만 매몰돼 있다. 측근들간의 막말 공방은 도를 넘은 지 오래다. 일부는 의원직까지 내걸고 공방을 벌인다. 한나라당 얘기다. 하지만 서서히 윤곽을 잡아가는 범여권도 이런 기류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급기야 ‘보이지 않는 손’ 논란까지 가세해 정치권 전체로 전선이 확대되면서 민망스러운 행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한나라당 이명박 경선후보측은 청와대 및 범여권과 박근혜 후보측의 연대설까지 주장한다. 정치도의상 이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만약 일부라도 사실로 드러난다면 ‘막장’ 정치판이 되는 것은 불문가지다.‘막장’ 인생처럼 말이다. 더욱 놀랄 일은 후보들까지 직접 나서 상대 후보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후보는 박 후보를 겨냥하고, 박 후보 역시 그동안 자제 모드에서 탈피해 직접 이 후보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범여권의 ‘빅3’인 손학규·정동영·이해찬 3자간의 신경전과 상호 비방전도 갈수록 강도가 세질 전망이다. 이쯤 되면 같은 당, 같은 진영이라고 누가 믿겠는가. 겉으로는 어쩔 수 없이 어깨동무를 하고 있지만, 내심 상대방에게 회복 불능의 치명타를 안기려는 생각뿐이다. 한나라당에는 살생부가 2개나 있다고 한다. 하나는 이명박 후보측에서 ‘도저히 함께할 수 없는 사람들’로 낙인찍은 박근혜 후보측의 핵심 인사 명단이고, 다른 하나는 박 후보 캠프에서 같은 이유로 만든 이 후보측의 핵심 인사 명단이란다. 서로가 ‘응징’이란 단어를 거리낌 없이 쓰고 있다. 심각한 후유증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사즉생’의 각오로 경선에 임하는 자세는 좋다. 그러나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유아독존식의 사고방식은 버리는 게 낫다. 네거티브 공세도 다 그런 데서 연유한다. 국가 발전과 정치 발전을 위해 이 한몸 밀알이 돼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한번쯤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차제에 ‘말 한마디로 천냥 빚도 갚는다.’는 속담처럼 한마디 한마디에 신중을 기했으면 한다. 말 잔치 속에서 당사자들은 즐겁고 정치인으로서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확인할지 모르나, 국민 다수는 불쾌해한다.‘정치혐오지수’만 상승곡선을 그릴 뿐이다. 동국대 박명호(정치학) 교수는 “대통령선거에 나설 의향이 있는 후보라면 어느 정도 품위와 격식을 갖춰야 하는 것은 상식”이라면서 “자기 자신을 냉정하게 되돌아보고 정치가 국민들에게 줄 수 있는 카타르시스가 무엇인지 고민할 때 정치의 업그레이드가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근태 의원은 얼마 전 대선 후보에 대한 욕심을 과감하게 내던졌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기에 ‘살신성인’이라는 칭찬이 자자하다. 그가 킹 메이커가 되든, 안 되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여야 모두 투쟁만을 외치는 각박한 정치현장에서 김근태처럼 살신성인의 자세를 보여주길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일까. 그럼에도 자꾸만 제2, 제3의 김근태를 기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jthan@seoul.co.kr
  • 지자체 여권 발급 몸살

    지자체 여권 발급 몸살

    대구에서 사업을 하는 정명성(38)씨 부부는 7월 말 초등학생인 두 딸과 함께 일본 도쿄로 가족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하지만 원하는 날짜 항공권이 동이나 휴가 계획을 변경해야 할지 고민이다. ●부산 페리호 승선권은 벌써 ‘바닥´ 부산 국제여객터미널 대합실에도 요즘 발디딜 틈이 없다. 엔화 약세로 부산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려는 여행객들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부산 국제터미널을 이용, 일본으로 간 여행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정도 늘었다. 이달 들어서도 이같은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 더구나 7월과 8월에는 아예 승선권이 바닥이 났다. 부관훼리호 관계자는 “엔화 약세로 일본 관광비용이 낮아져 원정쇼핑 등을 위해 일본을 찾는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며 “후쿠오카 나가사키 벳푸 쓰시마 등 온천이나 골프를 겸할 수 있는 지역도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22일 대구시 등 지자체와 여행업계에 따르면 해외 여행객이 늘면서 여권 발급 신청도 폭증하고 있다. ●대구선 하루 1300건 신청… 사상 최고 대구의 경우 여권 발급 신청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 18일 하루 신규 여권 발급신청은 1300여건으로 대구시가 여권 발급 업무를 개시한 1983년 4월 이래 가장 많았다. 올해 들어 5월 말까지 여권 신규 발급 건수는 8만 802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만 5314건에 비해 16.9% 늘었다. 특히 휴가철을 앞둔 6월에는 하루 평균 1200여건이 몰리고 있다. 경남의 여권발급 건수는 올 들어 5월말 현재 1만 766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 4356건에 비해 23% 증가했다. ●충남은 올 들어 76% 급증 충남은 올 들어 5월 말까지 5만 9900건의 여권을 신규로 발급, 지난해 같은 기간 3만 4089건에 비해 무려 75.7%나 늘었다. 대전도 14.7% 증가한 5만 670건, 충북은 14.9% 증가한 4만 4884건의 여권을 각각 발급했다. 전남은 올 들어 지금까지 여권발급 건수가 4만 7000여건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0% 늘었다. 연말까지는 지난해 9만 9800여건보다 30% 정도 증가한 13만여건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충청과 전라지역 여행객은 주로 중국을 많이 찾고 있다. 절반가량은 중국이고 나머지는 일본과 동남아시아로 출국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최근 휴가철을 앞두고 여권 발급 신청이 처리 한계인 하루 1000건을 넘어선 상태”라며 “앞으로 담당 인력을 2명 늘리고 구청에서도 여권 업무를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국종합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길섶에서] 분노와 망각/이목희 논설위원

    영화 ‘밀양’을 본 아들이 심각하게 물었다.“기독교에서는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하나님만 믿으면 구원받나요? 수십명을 죽인 살인자가 회개한다고 천국 간다는 것은 불공평한 것 같은데….” ‘밀양’에서 전도연은 “깊은 상처를 입은 피해자를 놔두고 왜 하나님이 살인범을 먼저 용서하느냐.”며 처절하게 괴로워 한다. 아들의 질문과 전도연의 분노에 딱히 대답해 줄 종교지식이 없었다. 목사님에게 답변을 구했다.“온갖 나쁜 짓을 하다가 죽기 직전에 믿는다고 하면 천국 갈 것 같습니까?”라는 되물음이 있었다. 목사님은 “말만의 회개는 하나님이 받지 않을 겁니다.”고 잘라 말했다. 살인범이 구원을 받을 만큼 진실한 회개를 하기 어렵고, 수용 여부는 하나님이 판단한다는 설명이었다. ‘밀양’은 막바지에 세월이 전도연의 아픔을 치유할 것임을 시사했다. 살인범의 구원이 인간이 고민할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면 망각도 괜찮은 방법일 듯싶다. 자기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넘어 신과 싸우며 마음을 깎을 이유가 없다고 본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세계 기독대학생등 대거 참석

    1907년 평양 장대현교회를 중심으로 전국에 불같이 번져 교회의 물적·영적 성장과 사회변화를 몰고온 평양대부흥운동. 이 평양대부흥운동 100년을 맞아 개신교계가 대규모 기념행사를 잇따라 마련, 초기 교회의 정신 되찾기에 나선다. 이 가운데 다음달 2∼6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세계대학생선교대회(Campus Mission 2007·CM2007)와 8일 오후 6시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평양대부흥 100주년 기념대회’는 가장 대표적인 행사로 꼽힌다.●‘지구촌 미전도 대학들에 복음의 씨앗을’-CM2007 전 세계 기독 대학생들이 모여 새로운 선교 전략을 집중 논의하는 대규모 대회. 한국 CCC(Campus Crusade for Christ)가 지난 4년여간 준비해와 세계 대학생선교회의 주관으로 열린다. 세계 120여개국 CCC 대표 6000여명과 국내 대학생 1만 5000명 등 모두 2만명이 참가할 예정. 세계적으로 선교와 관련해 대학생들만의 대규모 행사가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전 세계 8000여개의 주요 대학 가운데 6000여개의 대학에선 선교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 따라서 ‘CM 2007’은 이들 미전도 캠퍼스에 대한 영적 운동을 한국 교회가 주도하고 나섰다는 의미를 갖는다. 7월2일 개회예배로 시작되는 행사는 ‘우리 세대에 주님의 지상명령 성취’라는 슬로건 아래 ‘선교사명 완수’‘연합된 영적 운동’‘그리스도께 영광’ 등 세 가지 큰 주제로 짜여질 예정. 각 주제별 예배와 선교모임, 세미나, 나라·지구별 모임, 도시·시골 순례전도 등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평양대부흥 100주년 기념대회 100년전 성령의 역사를 되살려 한국교회가 새롭게 부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가 공동으로 여는 행사. ‘교회를 새롭게 민족에 희망을’이라는 주제 아래 국내 개신교 주요 교단이 모두 모이며 10만명의 신자가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기념감사예배, 성찬식, 평양대부흥 100주년 기념식에 이어 100명의 무용수가 출연하는 대형 무용공연과 가수 윤복희 등이 출연하는 축하무대, 한국 선교역사 아트영상쇼와 부흥의 불꽃놀이 등 3시간 동안 진행된다. 특히 2007명의 목사가 10만명의 신자를 대상으로 동시에 진행하는 대규모 성찬식도 있다. 세계교회에 한국교회의 부흥의지를 드러내기 위해 국내 대표적 신학자들이 공동 작성한 ‘2007 부흥 서울선언’도 발표된다.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인제 내린천 ‘세계 래프팅대회’ 27일~새달 2일 개최

    인제 내린천 ‘세계 래프팅대회’ 27일~새달 2일 개최

    “시원스러운 물살과 함께 한여름 더위를 싸∼악 날립시다.” 각국의 래프팅 선수들이 기량을 겨루는 세계래프팅대회가 강원 인제군 내린천에서 27일부터 새달 2일까지 펼쳐진다. 네번째 행사이며, 아시아권에서 처음으로 열린다.2년마다 개최된다. ●미국 등 34개국 46개팀 참가 미국·독일·러시아 등 세계 34개국에서 46팀의 국가대표 선수가 참가해 경기를 치른다. 종목은 기록 경기인 스프린트(단거리)와 슬라롬, 순위 경기인 다운리버 등 3개이다. 남성팀과 여성팀이 나눠져 진행된다. 육상에서 단거리에 해당되는 스프린트 경기는 인제읍 원대교에서 내린천을 따라 하류로 500m 거리에서 펼쳐진다. 단거리 속도 경주이다보니 가장 빠른 급류를 선점하기 위한 선수들간의 격렬한 몸싸움이 경기의 백미로 꼽힌다. 슬라롬 경기는 인제읍 피아시마을 일대 내린천에서 열린다.640m의 물길 속에 8∼12개의 깃발을 세워 놓고 지그재그로 통과하거나 회전하는 경기다. 물길을 따라 내려왔다가(순기문) 물살을 가르며 올라가며(역기문) 치러진다. 체력이 많이 소모된다. 마라톤에 해당하는 다운리버 종목은 13㎞에 이르는 장거리 경기다. 내린천 미산계곡에서 펼쳐진다.6명이 한팀이 돼 한꺼번에 4∼6개팀이 출발해 순위를 다툰다. 역시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기대되는 종목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이 대회 유치 경쟁을 벌였던 일본과 맞대결하게 돼 뜨거운 한·일 응원전도 예상된다. ●한국대표팀 10위권 진입 목표 27일부터 29일까지는 선수들이 내린천 계곡에 적응하는 기간으로 정해졌고, 실제 경기는 30일부터 2일까지 치러진다. 유력한 우승 후보는 2003년과 2005년 부문별 우승국인 러시아, 체코를 비롯해 미국, 독일 등이 꼽힌다. 체코는 지난 대회에서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미국, 독일도 2005년 대회때 3위를 하면서 래프팅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팀은 지난 대회때 10위권 진입에 성공한 일본을 제치고 10위권에 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물놀이 등 문화축제도 ‘풍성´ 대회 기간에 이곳을 찾으면 인제 수변공원 등에서 경기를 볼 수 있다. 이번 대회에는 선수들을 위해 다양한 문화축제 행사도 함께 준비했다. 대회 기간에 백담사 주변의 만해마을과 미리내마을, 수변공원 등의 특설무대에서는 사물놀이, 전통음식, 복장체험 행사가 열려 또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세계적인 스포츠전문채널인 ESPN은 이 대회의 모든 일정과 내린천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중계한다. 박삼례 인제군수는 “이번 대회는 2년마다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래프팅 경기”라면서 “설악을 끼고 있는 인제의 아름다운 자연을 세계에 알리고 인제를 레포츠의 고장으로 각인시키겠다.”고 말했다. 인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볼거리 먹을거리 - 산채나물·황태구이에 약수 한 모금 인제는 맑은 물, 아름다운 설악을 끼고 있는 국내 최고의 청정지역이다. 내설악산의 골짜기를 타고 흘러내리는 내린천에는 여름이면 래프팅·번지점프장이, 겨울에는 빙벽을 즐기려는 모험 관광객의 발길로 북적인다. 백담사와 12선녀탕 등을 거쳐 내설악산으로 오르는 등산객들도 연중 찾는 곳이다. 백담사를 통해 봉정암과 소청봉·중청봉을 거쳐 대청봉으로 오르는 등산 코스는 사계절 국내 최고의 풍광을 자랑한다. 불심이 깊은 신도가 백담사와 봉정암을 많이 찾는다. 설악산 초입의 백담사 만해마을에서는 만해 한용운 선생의 삶의 자취도 느낄 수 있다. 이곳에서는 심성수련교실, 주말사찰체험 등 찌든 도시생활을 벗어나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주변에는 방태산자연휴양림과 용대자연휴양림, 미산계곡, 진동계곡, 하추리계곡, 산촌마을박물관, 필례지역 황토민박 등이 있어 자연속에서 토속적인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 계곡과 휴양림이 있는 곳에는 방동약수와 필례약수, 개인약수 등 이름있는 약수터가 손님을 반긴다. 산촌마을이어서 산채나물이나 황태 등 순도높은 토속음식점이 마을마다 있어 미식가의 입맛을 돋운다. 특히 용대리 황태마을에는 겨우내 얼리면서 말린 황태 해장국과 구이를 맛볼 수 있다. 밑반찬인 나물류도 인제지역에서 나는 산나물을 사용해 인기를 끈다. 인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데스크시각] 만델라의 유산과 치명적 유혹/이석우 국제부장

    “우리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국경 너머 짐바브웨에서 발생한 사태가 안 일어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남아공 백인 커뮤니티는 극도의 긴장 속에 있다.” 아프리카 남단 케이프타운에서 싱가포르까지 11시간가량을 옆자리에서 비행기를 함께 타고 온 남아공 백인 청년의 말이었다. 최근 남아공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서였다. 시드니대학을 다닌다는 23살의 이 영국계 청년은 2000년 짐바브웨 정부가 백인 농장을 강제 몰수, 국유화했던 일을 상기시켰다.1994년 백인으로부터 흑인에게 권력이 넘어간 뒤 백인들이 어떻게 사회 각 분야에서 주변으로 밀려나고 있는지를 강조했다. 그의 지적대로 남아공 백인사회는 오는 12월 흑인정당인 집권 ANU 당권선거에서 강경파가 득세하면 백인소유 농장몰수 및 기업지분 강제양도 등 개혁이 보다 격한 방식으로 이뤄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에너지와 자원가격이 뛰면서 남아공 위상이 올라가고 ‘검은 중산층´들이 크게 늘었지만 오히려 흑인 급진파의 목소리는 커졌다.40%대의 실업률, 벌어지는 빈부차, 치솟는 기대심리 속에 더 많은 흑인들이 더 빠른 개혁,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한 때문이다. 남아공인종연구소 프란스 크로냐 소장 같은 이는 “정치화된 노조와 표에 눈이 먼 정치인들이 급진 분위기를 부채질했다.”고 지적했다.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이 수십만명씩 서로 죽이며 내전을 치를 때 우리는 평화로운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무지갯빛처럼 다양한 종족과 인종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자부심이 퇴색하는 걸까. 점진적인 변화의 틀을 만든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과 그의 후계자 타보 움베키 현 대통령의 온건·화합 정책이 막을 내리고 있는 걸까. 집권당 대변인조차 “개혁 속도를 높이라는 압력이 유권자와 당내부에서 강하게 일고 있다.”고 시인할 정도다. 급진개혁에 대한 약속은 유권자의 기대감을 부풀게 하고 표심을 끌어당기기 쉬운 길이지만 효율적인 국가 발전에는 치명적 함정이 될 수 있다고 움베키정부는 보고 있었다. 부통령실의 한 흑인 고위보좌관은 “급격한 개혁은 지속적인 발전에 치명적일 수 있지만 그 치명적인 유혹은 거부하기 힘들게 우리를 흔들어대고 있다.”며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음을 토로했다. 현 대통령의 영향력을 무색케 할 정도로 커가는 흑인 급진파의 입김은 어디에서나 정치권이 대중 영합적인 정책이란 유혹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 건강한 민주주의의 유지는 한꺼번에 여러개의 공을 공중으로 던져 떨어지지 않게 하는 저글링 게임처럼 고단한 일이다. 만델라의 유산이 치명적 유혹을 버텨낼까. 올 12월 대선을 앞두고 한반도 남쪽에서도 표심을 향한 약속과 공방이 난무하고 있다. 선거판은 건곤일척의 결전으로 치달으며 더 많은 유혹들을 쏟아내고 있다. 최소한의 도덕성과 비전도 포기한 대중 영합적인 유혹에 취약하기는 남아공이나 지구반대편 한반도에서나 크게 다르지 않은 듯싶다. 지역 이기주의를 부추기고 국민적 반목을 불러일으킨다 해도 표를 향한 흥행의 성공이 우선인 탓이다. 권력을 향한 급한 마음이 한국사회의 지속적 발전과 공존 기반을 허물어뜨려도 마땅히 이를 막거나 벌할 방법도 찾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정치인의 도덕성과 자질에 문제 해결을 기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치인들의 공약을 검증하겠다는 매니페스토운동 등은 정치인들의 약속과 행동을 감시하기에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고 이들의 말과 행동을 시간이 지나서도 보증하고 책임질 정당 정치의 틀과 연속성도 결핍돼 있다. 흔들거리는 만델라의 유산을 지켜내려는 남아공인들의 힘겨운 안간힘만큼이라도 우리에게 치명적 유혹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은 있기나 한 것일까. 이석우 국제부장 jun88@seoul.co.kr
  • ‘황혼의 뮤지컬’ 무대 오르다

    ‘황혼의 뮤지컬’ 무대 오르다

    ‘지공(지하철 공짜) 세대의 열정, 드디어 막을 올리다.’노인 창작뮤지컬 ‘심청-영원히 늙지 않는 청년의 마음’의 첫 공연을 하루 앞둔 19일 중구 신당동 충무아트홀 소극장. 어르신 배우들은 쉼없이 소리를 내질렀다.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었다. 그리고 너무 좋아했다.“세상이 아름답게 보였다.”는 김천혜자(63) 할머니의 한마디는 지난 과정의 소중함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어르신들은 황혼의 열정이 젊음의 혈기 못지않음을 온 몸으로 보여줬다. ●1막-몸과 마음이 따로 놀다 지난달 2일 ‘뮤지컬 실버파워’의 공개 오디션 이후 어르신들은 ‘이팔청춘’으로 되돌아갔다. 뮤지컬 연습은 어릴 적 동무와 함께했던 놀이와 같았다. 노래, 안무, 의상, 소품 등 뮤지컬에 필요한 모든 부문에 직접 참여했다. 음악에 조예가 깊은 이윤영(76) 할아버지는 실버 뮤지컬파워의 주제곡을 작사·작곡까지 했을 정도다. 충무아트홀 장미실은 한달 보름 동안 어르신들의 열정과 긴장, 행복으로 가득찼다고 한다. 어르신들의 연습 과정을 지켜본 한송이 어린이문화예술학교 팀장은 “다들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면서 “어르신들끼리 알아서 반장도 뽑고, 간식도 서로 챙겨 나눠먹으면서 친해지는 모습이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월은 어쩔 수 없다고 했던가. 간혹 몸이 따르지 않아 웃음꽃이 피기도 했다. 이윤영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에피소드 한토막.“연출 선생님이 기초 교육을 할 때 시범 삼아서 잔걸음으로 뜀박질을 했지. 근데 이를 따라하던 할머니들이 넘어진 거야. 그 모습이 얼마나 재미있던지… 박장대소를 했습니다.” 그럼에도 몸을 사리지 않은 어르신들이 적지 않았다. 이애우(72) 할머니는 투석까지 받아가며 연습에 참여하는 악바리 기질을 보였다. 공연 관계자들은 이런 어르신들 때문에 수시로 “제발 좀 쉬세요.”라고 했다고 한다. ●2막-이 나이에도 떨립니다 공연을 하루 앞둬서 그런지 긴장하는 어르신들이 많았다. 무대의 동선 연습이 한창이었지만 어색한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쑥스러우시죠.” 연출자 김소정씨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정인남(69) 할머니는 “연습할 때는 잘 했는데 막상 무대에 서니 잘 안되네. 딴 사람이 된 것 같아.”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볼 사람이 많아서 공연 티켓을 30장이나 챙겼는데 공연 도중에 망신당하면 안 되는데….”라고 말했다. 이윤영 할아버지도 “공연 때문에 잠을 설친다.”고 토로했다. ●3막-한여름 밤의 꿈인가 처음에는 배역을 놓고 신경전도 있었지만 실버 뮤지컬에서 삶의 활기를 찾았다는 어르신들. 조선희(62) 할머니는 “성취감 때문인지 집에서도 흥얼흥얼하는 내 모습을 본다.”면서 “또래들이 너무 부러워한다.”고 행복해했다. 그러나 공연이 끝나면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쓸쓸함을 비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실버 뮤지컬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랐다.“공연 전 두근거리는 마음 때문에 밤에 잠을 설쳤는데 공연이 끝나면 허탈해서 잠을 더 설칠 것 같아.” 이윤영 할아버지의 혼잣 말이 애잔하게 들린다. 한편 노인 창작뮤지컬 ‘심청’은 20일 오후 1시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랙에서 공연된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사설] 정동영씨 탈당이 보여준 무책임 정치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어제 탈당했다. 열린우리당의 탈당 행렬이야 이제 새삼스러울 것도 없으나 그의 정치적 운신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이른바 ‘천·신·정’으로 불렸던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 3명의 일원이자 핵심이었다. 훗날 노무현 대통령이 밝혔듯 대통령의 만류를 뿌리치고 민주당을 깨고 나가 열린우리당을 만든 인물이다. 국민이 원내 과반의석을 안겨준 2004년 총선 때 당의장을 했고, 이후 통일부 장관을 지낸 뒤 한차례 더 당의장을 맡아 당을 이끌었다. 열린우리당과 성쇠를 같이해야 할 인물인 것이다. 그런 그가 어제 탈당회견에서 “고뇌와 상처, 회한은 가슴에 묻고 민주개혁세력의 대통합과 승리를 위해 온 몸을 던지겠다.”고 했다. 사즉생의 각오로 대통합의 마중물이 되겠다고도 했다. 대통합이라는 거창한 간판 뒤로 집권여당 실정의 책임을 마치 쓰레기 버리듯 내던지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국민 어느 누가 그에게 고뇌와 상처, 회한을 가슴에만 묻으라 했나. 열린우리당 ‘실패’의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으나, 도무지 어느 한 구석 책임 통감의 자세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가 몸을 던져야 할 것은 대통합이 아니라 열린우리당 실패에 대해 국민에게 사죄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일이다. 친노 세력의 둥지가 된 열린우리당에서는 살아남기 힘드니 대통합이라는 시류를 타고 활로를 찾으려 하는 행태는 책임 있는 정치 지도자의 모습이 아니다. 다른 탈당인사들도 마찬가지다. 아무런 책임의식이나 비전도 없이 한나라당 빼고 다 모이라는 식의 선거공학으론 민심을 얻기 어렵다. 책임을 지지 않는 정치인에게 국민은 두 번 다시 국정을 맡기지 않는다. 통합 주도권 싸움에 앞서 지금이라도 실정을 사과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 [강유정의 영화 in] 황진이

    [강유정의 영화 in] 황진이

    예고편에서 그녀는 내뱉는다.“기생년을 이렇게 어렵게 품는 양반이 어딨답니까?” 대사의 질감보다 먼저 그녀의 야멸찬 시선이 뇌리에 꽂힌다. 설시를 내뱉는 그녀는 한마디 한마디를 또박또박 앞의 남정네에게 꽂아 둔다. 만만치 않다. 시선의 농도와 입술의 맵시, 이 한 장면만으로 관객들은 이미 새로운 ‘황진이’를 만난 듯했다. ‘16세기에 태어난 21세기 여인’이라는 광고 문구와 함께 찾아온 그녀, 과연 황진이는 누구란 말인가? 장윤현 감독의 ‘황진이’는 그렇게 소문이 작품보다 먼저, 호기심이 기대보다 앞서 다가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 ‘황진이’에는 ‘송혜교’는 있지만 ‘황진이’는 없다. 두꺼운 책을 감싼 띠지처럼 그렇게 황진이는 송혜교의 이미지를 채색해 준다. 아니 채색이라는 말은 부적합하다.‘황진이’를 통해 송혜교는 배우로 거듭났음이 분명하다. 그녀는 애교 섞인 부정확한 발음에서 벗어났고 순정 멜로를 연상케 하는 나약한 눈빛을 버렸다. 영화 속 송혜교는 어여쁘기보다 결기 있어 보인다. 단정하면서도 단단해 보이는 스크린 속 그녀는 분명 이전의 송혜교와는 다르다. 문제는 그녀가 연기하는 황진이가 16세기의 21세기 여인이기는커녕 16세기의 늪에서 허덕이는 여인에 가까워 보인다는 사실이다. 세상을 발아래 두겠다고 선언하지만 그녀는 당대 사회의 지배적 질서를 힘겹게 관통할 뿐이다. 이에 다짐은 당대에 대한 결기 어린 도전이라기보다 간절한 자기 최면으로 다가온다. 영화에서 그녀는 16세기의 이데올로기 그 한복판에 놓여 있다. 그저 세상의 흐름에 갇혀 그녀는 조선조의 가부장제의 주변을 맴돈다.TV 드라마 속 황진이가 사랑의 실패를 예술로 승화해 냈다면 영화 속 황진이는 박탈된 신분을 사랑으로 초월하고자 하는 셈이다. 놈이, 괴똥이, 이금이를 통해 그려져야 할 생생한 민중의 질감은 진부한 멜로적 장애로 전도된다. 사랑하는 남자에게 순결을 바치고 그 남자를 위해 숭고한 육체를 거래하는 그녀는 황진이라기보다 오래 묵은 관습적 여성형에 가깝다. 이를테면 영화 속 황진이의 인생은 사나운 운명의 장난일 뿐 선택이라고 할 만한 지점이 전무하다. 16세기라는 부표 위를 떠도는 아름다운 꽃잎처럼 그렇게 황진이는 그 곳에 갇혀 있다. 그 어떤 욕망도 그녀의 내면 깊은 곳에서 비롯된 바는 없다. 왜 모든 여성 인물들은 그토록 사랑으로 인해 좌절하고 변모하고 떠돌아야 하는 것일까? 여성적 자아에 대한 발견도 세상과의 대면도 모두 사랑의 좌절과 실패에서 찾는 그들,21세기에 호명된 16세기 여인들의 형편은 이 지점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놈이와의 만남으로 시작해 놈이의 유골을 뿌리는 것으로 끝나는 서사는 이를 잘 보여준다. 그녀는 철저히 놈이에 의해 태어나 놈이에 의한 삶을 살고 놈이로 인해 삶의 전환을 맞는 여인이다.‘황진이’에는 놈이의 선택과 운명이 있을 뿐 황진이의 운명은 없다. 그렇게 ‘황진이’에는 황진이가 없다. 영화평론가
  • [서울광장] 아직도 ‘타는 목마름’ 인가/구본영 논설위원

    [서울광장] 아직도 ‘타는 목마름’ 인가/구본영 논설위원

    삼전도의 치욕을 앞둔 산성에서도 ‘말의 성찬(盛饌)’은 일상사였나 보다. 작가 김훈은 소설 ‘남한산성’에서 이를 “말(言)들이 창궐해서 주린 성에 넘쳤다.”고 표현했다. 백성들은 배를 곯고 있는데, 왕과 중신들은 척화론이니, 주화론이니 끝없는 설전만 벌이지 않았던가. 청 태종 앞에서 인조가 세번 절하고 머리를 땅에 아홉번 찧는 수모를 당하기 직전까지도 말이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정치판의 험구(險口)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청와대, 여야가 뒤엉켜 피아조차 가리기 어렵다. 오죽하면 고은 시인이 “입만 있고, 귀는 없다.”고 대선정국을 개탄했을까.‘말 먼지’ 자욱한 난전의 최전선에 노무현 대통령이 서 있다. 노 대통령은 하루가 멀다 하고 이명박 박근혜 등 야권 주자뿐만 아니라 범여권 주자들도 겨냥해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그 서슬에 놀란 듯 고건 정운찬 김근태는 벌써 ‘낙마’했다. 100년 정당이 될 거라고 큰소리 치던 열린우리당이 헤쳐모여 방식을 놓고 해체파와 사수파로 나뉘어 막가는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참모들끼리 ‘살생부 공방’을 벌였던 한나라당 이명박 박근혜, 두 대선주자 진영간 설전도 가관이다. 한쪽이 후보검증문제로 여권과의 내통 의혹을 제기하면 다른 쪽에서 “미쳐 날뛴다.”고 치받는다. 정치는 본시 말로 이뤄지는 게 본질적 속성이긴 하다. 문제는 독설과 야유만 난무할 뿐 책임지려는 정치 주체는 없다는 사실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주 원광대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은 자리에서 “참여정부 실패론은 중상모략”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언론이 민중을 속이는 데 앞장서고 있다.”며 언론에 화살을 돌렸다. 참여정부와 국정 책임을 공유해야 할 열린우리당이 여권 지지도가 바닥에 이르자 통합신당을 명분으로 간판을 내리겠단다. 하지만 책임을 피하려는 위장폐업임은 국민들이 모를 리 없다. 헌신과 희생이 없이 ‘네탓’만 하는 정치에 누가 감동하겠는가. 이명박 박근혜 두 주자도 ‘좌파 정권 10년 종식’을 외치지만, 그것만으로 유권자들을 사로잡기엔 역부족일 것이다. 왜 야권이 두 차례나 패배했는지에 대한 성찰, 부패했던 보수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갖지 않는 한 현 지지율도 거품일 수 있다. 두 주자 모두 지지율이 범여권 주자들의 그것을 합친 것보다 높은 데도 정작 후보캠프에선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게 그 방증이다. 혹자는 말한다. 할 말·안 할 말이 마구 분출되는 것, 그 자체가 권위주의가 퇴조한 증좌라고. 그 연장선상에서 일부 학자들은 “이제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가 안착 단계”라고 주장한다. 제도로서 민주주의는 이미 정착됐고, 문제가 있다면 일부 정치 주체들의 빗나간 정치 행위일 뿐이란 얘기다. 과연 그럴까. 정치무대의 주역들이 책임없는, 비타협적 자기 주장만 하는 한 교과서적 민주주의의 갈 길은 멀다는 생각이다.6월 항쟁의 주역은 누가 뭐래도 ‘넥타이 부대’를 비롯한 시민이었다. 그 수혜를 입고 기득권자가 된 일부 386세력이 작금의 국정난맥에 대해 언제 ‘내탓이오’를 외쳤던가. 70년대, 시인 김지하는 민주화를 향한 애끓는 갈망을 ‘타는 목마름으로’ 절규했다. 그의 시구에서처럼 “끌려가던 벗들의 피묻은 얼굴”도, 돌을 던지면 최루탄으로 막는 독재정권도 이젠 없다. 하지만, 책임정치와 타협의 문화가 뿌리내리지 않는 한 이 땅에서 민주화는 여전히 진행형일 뿐이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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