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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낮엔 치과의사 밤엔 가수 이지영

    1인 다역의 삶, 그것도 하나도 소화하기 어려운 치과의사이면서 가수 생활까지 병행하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 괴력의 소유자 아닐까. 말만 들어도 이같은 호기심이 부쩍 이는 이 스토리의 주인공은 바로 치과 의사 이지영(35)씨다. 그녀는 강남 한복판에 자리잡은 치과의 원장님이자 앨범을 두 장 낸 가수다. 아직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는다. 그녀에게 도전은 취미이자 습관이기 때문이다.KBS 2TV 다큐미니시리즈 ‘인간극장’은 바로 이처럼 한편의 패기 넘치는 연극 같은 이지영씨의 삶을 들여다본다. 방송은 12일부터 닷새 동안 매일 오후 7시30분에 시청자를 찾아간다. 학창시절 한번 수학문제를 붙잡기 시작하면 몇 시간이고 책상 앞에 앉아 문제만 풀었다는 이씨. 오래 앉아있어서 엉덩이가 짓물러도 공부가 재미있기만 했다는 그녀.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던가. 이제 서른 중반에 접어든 그녀는 치과의사, 서울대병원 치주과 외래교수, 가수, 방송인, 작가 등 열거하기 숨이 찰 정도다. 그런데 아직도 배가 고프단다. 그림개인전도 열고 싶고 의학지식을 풀어내는 프로그램의 MC도 하고 싶단다. 지금도 낮에는 치과의사, 밤에는 가수, 그리고 갖가지 방송출연으로 눈코 뜰 새 없는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에게서 지친 기색은 찾아볼 수 없다.“바쁠수록 흥이 나고 더 힘이 난다.”며 미소짓는다.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 “타이완 울린다”

    “삼성이 진 빚을 갚겠습니다.” ‘야구의 신’ 김성근(65) SK 감독이 한국 최초로 아시아 프로야구 왕중왕을 가리는 코나미컵 우승에 대한 강한 집념을 변함없이 드러냈다. 올해 한국시리즈를 제패하며 16년 만에 2인자의 설움에서 벗어났지만 아직도 욕심이 채워지지 않았다. 한국을 뛰어넘어 아시아 최고 감독으로 우뚝 서겠다는 것. 김성근 감독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시리즈 예선 2차전에서 중국 올스타팀에 콜드게임승을 거둔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한국 대표로 참가한 삼성이 타이완에 졌는데 이번에는 반드시 그 빚을 갚겠다.”고 말했다. 10일 오후 6시 도쿄돔에서 열리는 타이완 퉁이 라이언스와의 3차전을 승리, 지난해 설욕전도 펼치면서 예선 3연승으로 결승에 올라 정상 등극을 노리겠다는 복안이다. 약팀 중국전 선발로 외국인 원투 펀치인 마이클 로마노(12승4패 방어율 3.69)를 내세워 확실하게 승수를 챙기며 불펜 투수를 아낀 상태다. 특히 김성근 감독은 1차전에서 재팬시리즈 우승팀 주니치를 6-3으로 제압한 뒤 ‘한번 해볼 만 하다.’는 자신감까지 붙었다.‘데이터 야구’를 신봉하는 김성근 감독이 말로만 승리를 장담하지는 않는다. 그는 필승 카드의 하나로 가토 하지메 투수코치를 들었다. 그는 “가토 코치가 지난해까지 타이완에서 활동해 선수들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면서 “퉁이가 어제 중국과 경기하는 것을 봤는데 승부가 되리라 생각한다.SK 야구를 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2회 연속 한국 대표로 출전했지만 우승은 커녕 지난해 타이완의 라뉴 베어스에 2-3으로 역전패를 당해 국내 야구계에 큰 충격을 줬다.2005년엔 타이완의 싱농 불스를 4-3으로 꺾고 결승에 올랐지만 우승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김성근의 마법’이 빛을 발해 타이완전 설욕에 성공하며 당당하게 결승에 진출, 첫 우승까지 일굴지 팬들의 이목이 쏠린다. 김영중기자 jeunesse@seoul.co.kr
  • [한국의 대표기업] (4) LG전자

    [한국의 대표기업] (4) LG전자

    한국전쟁이 끝나고 4년 뒤인 1957년 초, 구인회 락희화학 사장을 비롯해 임직원들이 사무실에 모여 있었다. 당시 기획실장이던 윤욱현씨가 “요즘 LP레코드판을 듣다가 잠을 설치고 있다.”며 이야기를 꺼냈다. 구 사장은 “우리가 그거 만들면 안 되는 거요.”라고 물었다.“기술 수준이 낮다”는 대답에 구 사장은 “기술이 없으면 외국가서 기술 배워오고, 안 되면 외국 기술자 초빙하면 될 것 아니오. 전자공업 해봅시다.”하고 밀어붙였다. 이렇게 해서 이듬해인 1958년 10월 만들어진 회사가 지금의 LG전자다. ●첫 국산 라디오·흑백TV·에어컨 만들어 LG전자의 역사는 한국 전자산업의 산역사라고도 할 수 있다.1959년 국산 라디오 생산을 시작으로 냉장고(65년), 흑백TV(66년), 에어컨(68년), 세탁기(69년) 등을 선보였다. 이들 제품 모두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은 물론이다. 1995년에는 금성사에서 LG전자로 회사이름을 바꿨다. 현재 LG전자는 ▲휴대전화의 모바일 커뮤니케이션(MC) ▲냉장고·에어컨 등 가전인 디지털 어플라이언스(DA) ▲모니터·TV·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등 디지털 디스플레이(DD) ▲오디오·VCR·노트북 PC 등 디지털 미디어(DM) 4개 부문에서 연간 20조원 이상의 매출을 내고 있다. LG전자의 매출액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는 9조 8500억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23조 1700억원으로 늘었다. 또 58년 창업 당시 300명이던 직원 수도 해외 현지법인을 포함해 8만 2000여명으로 급증했다. LG전자는 2010년까지 전자ㆍ정보통신 업계에서 글로벌 ‘톱3’로 진입한다는 중장기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매출뿐 아니라 시장점유율, 수익성, 성장률, 주주가치 등을 모두 포함해 글로벌 톱3가 되겠다는 것이다. 올 초 혁신경영 전도사로 불리는 남용 부회장이 사령탑을 맡으면서 가시적 성과도 보이고 있다. 휴대전화에선 초콜릿폰·샤인폰 등 잇따라 히트작을 내놓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도 크게 높아졌다. 양문형 냉장고, 스팀 드럼세탁기 등도 호평을 받고 있다. ●에너지 R&D에 3년간 2200억 투자 LG전자는 중점 육성사업인 휴대전화, 디지털 TV, 디스플레이, 시스템 에어컨 등과 함께 새로운 성장엔진을 발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일단 에너지와 내비게이션으로 방향을 잡았다. 지열 등을 이용한 ‘에너지 솔루션 사업’과 내비게이션 등 텔레매틱스에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합친 ‘카인포테인먼트(car infotainment)’를 신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이다. 에너지 솔루션 사업은 에어컨사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최근 지열, 천연가스, 바이오에너지 등을 이용한 ‘하이브리드 에너지 시스템’과 냉난방 등 에너지시스템의 제품개발·제안·설계·시공·관리까지 책임지는 ‘에너지 솔루션’ 사업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시장전망도 밝다. 업계는 지열·풍력·태양력 등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규모가 올해 2300억원에서 2010년 4200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올해 2800명인 에너지 사업 관련 연구인력도 2010년까지 40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앞으로 3년간 기술개발을 위해 22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LG전자 DA사업본부장 이영하 사장은 “에어컨 기술력과 에너지 솔루션을 연계한 신사업으로 에너지문제와 친환경 이슈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새 수익원을 창출하는 신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성장동력인 카인포테인먼트사업을 위해 현대자동차와 자동차 오디오는 물론 내비게이션 등 텔레매틱스 제품의 기획·설계·개발까지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단순히 길만 찾아주는 수준이 아니라 차에서도 집에서처럼 홈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제품을 내놓는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2002년부터 그랜저 등 현대·기아자동차 주요 차량에 텔레매틱스 단말기를 공급하고 있다. 또 지난해 DMB복합 내비게이션 제품을 출시하는 등 휴대용 내비게이션 단말기 시장도 적극 공략하고 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LG전자 세계 톱3 되려면 요즘 LG전자 임직원들의 표정이 무척 밝다. 한때 주당 5만원선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마의 벽’으로 불리던 10만원을 넘었기 때문이다. 가전·디스플레이·휴대전화 등 모든 사업부문의 실적이 골고루 호전되면서 주가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LG전자가 이같은 기세를 이어나가려면 보완할 점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PDP패널 등 디스플레이 부문은 여전히 LG전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 물론 올해 성적은 나쁘지 않다. 앞으로 적자폭이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내년이다. 권성률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계절적 비수기인 내년 상반기에 어떤 실적을 보일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승혁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마케팅 특히 퀴담처럼 제품에 별도의 이름을 붙이는 서브 브랜드 마케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실적 상승의 중심축인 휴대전화부문도 물량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익상 CJ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가 연속적으로 휴대전화에서 히트제품을 내놓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분기당 생산량인 2100만대로는 부족하다.”면서 “적어도 분기당 3000만대가 넘어야 저가 제품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권 연구원은 “LG전자가 내년에 9300만대의 휴대전화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생산물량 1억대의 고비를 어떻게 넘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생산량이 1억대가 넘으면 규모의 경제로 수익성이 좋아질 수 있다. 하지만 무리해서 생산량을 늘리면 수익성이 희생될 수밖에 없다. 영업이익을 유지하면서 생산량을 끌어올리는 것이 LG전자의 당면과제인 셈이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남용號 출범 11개월 평가 몸값만 7조원이 늘었다. 지난해 8조원이던 LG전자의 시가총액은 지난 7일 사상 최대인 15조원을 돌파했다. 주가도 처음으로 10만원대를 넘어섰다. 올 1월2일 LG전자의 주가는 5만 7500원이었다.1년도 안돼 89%가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44%)의 두 배다. 이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전략의 귀재, 경영혁신전도사, 적자기업 회생의 마술사 등 다양한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남용 LG전자 부회장이 있다. 업계에서는 주가상승의 이유를 “남 부회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수익성 개선과 원가절감 노력 등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남 부회장은 LG전자의 체질을 튼튼하게 변화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회사의 성장 엔진인 휴대전화 부문의 실적이 크게 좋아졌다. 지난 1분기 휴대전화 부문은 6.6%의 영업이익률(본사 기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적자였다.LG전자 관계자는 “남 부회장은 단순히 손익계산서상의 비용을 줄이는 1차적인 접근이 아니라 건물, 재고, 부채 등 모든 자산으로 최대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종합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 부회장의 경영의 핵심에는 ‘고객’이 있다. 그는 ‘펀앤드펀(Fun & Fun)’이론을 강조한다.“임직원이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는 것뿐 아니라 고객에게 즐거움을 주자.”는 게 펀앤드펀 이론이다. 남 부회장은 올해 첫 임원회의에서 “각 지역의 고객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반영해 그 지역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고안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객의 즐거움을 위해 공급자 위주의 제품별 마케팅 조직을 수요자 위주 지역별 마케팅 조직으로 재편했다.LG전자는 경영회의에 앞서 15분간 고객과 상담원의 통화내용을 듣고 시작한다. 고객의 불만에 대한 개선사항을 남 부회장이 직접 점검하는 것은 물론이다. 제품에 문제가 있다면 해당 제품의 최고 수장인 사업본부장이 직접 보고해야 한다. 해외 출장을 갈 때마다 현지 일반 가정을 방문해 LG제품의 평가를 직접 듣기도 한다. 제품 설명서나 안내 책자에 나오는 외국어와 어려운 용어를 쉬운 표현으로 바꾼 것도 그의 ‘고객 중심’ 경영실천의 일환이다. 남 부회장은 외부에서 30ㆍ40대 젊은 임원을 대거 영입했다. 올해 임원인사에서는 3명의 외국인 임원을 발탁하기도 했다. 남 부회장은 마케팅·구매전문가 등 외국계 인재를 계속 영입하겠다고 밝혔다.“한 명의 글로벌 인재가 1300명의 마케팅 인력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남용식 ‘메기론’의 산물이다. 메기를 넣어둔 논의 미꾸라지가 더 튼튼하게 자라는 것처럼 외부 인재 영입으로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선진 마케팅 기법 등을 받아들이는 계기로 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남 부회장의 이같은 과감한 체질개선은 조직 내 ‘개혁 피로감’을 불러오기도 했다. 외부인재 영입은 경쟁력 확보와 선진 마케팅 기법 전파라는 긍정적 효과뿐만 아니라 ‘인화의 LG’에 균열음을 만들어냈다. 내년부터 전면 시행될 영어 공용화나 현재 시행 중인 낭비제거 운동 등에 대한 ‘스트레스’도 적지 않다.“하긴 해야 하는데 생각보다 힘들다.”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들린다. 한 임원은 “개혁에는 언제나 진통이 따르게 마련”이라며 “성장해가는 과정으로 봐달라.”고 주문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어떻게 지내십니까] 장선섭 전 경수로사업지원기획단장

    [어떻게 지내십니까] 장선섭 전 경수로사업지원기획단장

    “KEDO는 사실상 살아 있습니다.” 대북 경수로 지원사업은 공식적으로 종료되었다. 그러나 그를 위해 만들어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언제든지 활동을 재개할 수 있다는 말에 귀가 번쩍 열렸다. 장선섭 전 경수로사업지원기획단장에게 KEDO는 인생 후반 모든 정성을 쏟은 과제였다. 베테랑 직업 외교관 출신인 그는 10여년을 KEDO 운영에 매달렸다. “경수로 지원합의는 북한과 KEDO간에 이뤄진 계약입니다. 공급협정의 법적 효력은 살아 있습니다.KEDO 사무국 역시 완전 해체된 것이 아닙니다. 뉴욕에서 직원 1명이 KEDO 간판을 지키고 있습니다.” KEDO의 법인격이 살아 있고, 주요 경수로 기자재는 한전이 인수해 잘 보관하고 있다고 했다.“정치적인 결정만 내리면 당장이라도 KEDO 활동을 복원할 수 있습니다. 수조원의 돈이 들어간 프로젝트가 그대로 폐기되면 국가와 국민의 손해입니다. 북한도 경수로 사업 재개를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북한도 잘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 1월초 북한 금호지구에서 마지막으로 철수하는 KEDO 인원을 태운 한겨레호. 장 전 단장의 마음은 착잡하기 그지 없었다. 그의 손을 꼭 잡은 북측 관계자는 절규처럼 얘기했다.“이곳에 남겨진 KEDO 부지와 시설은 염려하지 마십시오. 경비요원을 풀어 현 상태로 잘 보관하겠습니다. 하루빨리 사업이 재개되길 바랍니다.” 장 전 단장은 “당시 닦아 놓은 도로·항만·용수로가 잘 보존되고 있다고 듣고 있다.”고 밝혔다. 얼마전 한전이 원자로와 터빈발전기를 남아프리카공화국에 판매키로 했다는 언론보도에 마음 졸이기도 했다는 장 전 단장. 그는 그러나 “판매설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다.“대북 경수로 지원사업이 끝내 재개되지 않았을 때에 대비해 한전이 남아공·베트남·인도네시아·중국 등에 판매 가능성을 타진한 정도였답니다. 한전도 대북 경수로 지원사업이 다시 시작되는 데 충분히 대비하고 있습니다.” ●경수로는 북한 맞춤형 장 전 단장은 특히 KEDO에 의해 추진된 경수로는 ‘북한 맞춤형’임을 강조했다.“1994년 제네바 합의에 따라 지원키로 한 한국표준형 경수로는 구형 모델입니다. 지금은 신형 모델이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의 겉모양만을 바꿔 모델을 변경한 것과 비슷해서 용량이나 성능면에서는 그리 떨어지지 않습니다. 특히 북한에 이미 닦아놓은 인프라에 맞는 것은 이 모형밖에 없습니다. 북한 외에는 쓰기 어려운 맞춤형 원자로인 셈이지요.” 장 전 단장은 그러나 대북 경수로 지원사업 재개 시기에는 신중했다.“6자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 불능화와 핵폐기가 기정사실화되고, 미국이 북한에 신뢰를 가지는 시점에 되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2∼3년 안에 결정이 나면 기술보완 등으로 짧은 기간에 지원사업을 재개할 수 있을 겁니다.” 지금은 북핵 협상이 워낙 미묘한 단계여서 경수로사업 재개를 주요 현안으로 돌출시키기가 조심스럽다고 장 전 단장은 밝혔다. “KEDO 사업이 한창일 때도 ‘북한이 경수로를 통해 무기급 플루토늄을 빼내면 어떡하느냐.’면서 반대의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때문에 핵 찌꺼기를 중국·미국으로 가져가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입니다. 북한에 핵 찌꺼기를 놓아두더라도 24시간 감시카메라 설치로 얼마든지 사찰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장 전 단장은 북한이 확실하게 핵폐기 의지를 보여주면 경수로 지원의 걸림돌은 사라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경수로 조정자가 필요하다 북핵 협상이 마무리되는 적절한 시점에 경수로 지원이 재개되려면 조정자가 필요하다. 노련한 장 전 단장의 컴백이 필요한 듯싶었다. 하지만 그는 “KEDO 운영 인프라가 완전하게 조성되어 있어서 누가 와서 다시 해도 된다.”면서 손사래를 쳤다.“자문역도 할 수 없느냐.”는 거듭된 질문에 빙그레 웃기만 했다. 장 전 단장의 겸양에도 불구, 그가 없는 KEDO는 생각하기 힘들다. 큰 소리 내는 것을 좀처럼 보기 힘든 그였으나 KEDO 업무를 하면서 화도 냈다고 한다. “때려치우고 싶을 때가 많았죠. 북한이 속 썩이는 것은 그렇다 치고, 한·미·일·EU 등 네 주체를 조율하려니…. 친구간에 동업 말고, 가족간에 돈거래하지 말라는 얘기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 KEDO 사업을 10여년 무리없이 이끌어 왔으니, 그의 조정력과 전문성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장 전 단장의 조정력으로 KEDO는 복잡한 다자협상의 모범이 되었고, 북한을 국제사회 규범에 익숙해지도록 교육시키는 통로가 되었다. 장 전 단장처럼 외교와 북핵 전문가를 대선 캠프에서 놔 둘리가 없다.“일부 캠프에서 참여를 타진해 왔지만 응하지 않았습니다. 각자 가진 노하우를 후보들에게 자문해주는 것은 좋지만 명예욕과 자리 욕심이 앞서서는….” 자식들이 머물고 있는 미국과 싱가포르를 가끔 방문하고, 한 걸음 물러서 한반도 외교를 관전하는 것이 큰 즐거움이라고 했다. 이목희 논설위원 사진 도준석기자 mhlee@seoul.co.kr ■ 그는 누구인가 1963년 외교관 생활을 시작,2006년 6월 44년만에 공직을 떠났다. 공직생활을 마감할 때 그의 나이 71세. 행정부 내에서 최고령·최장수 공무원이었다. 개각 때면 외교부·통일부 장관 물망에 여러 번 오르내릴 만큼 정권을 떠나 업무능력을 인정받은 게 그를 오랫동안 공직에 머물게 했다. 서울대 법대를 나와 고등고시 13회로 당시 외무부에 발을 들여놓았다. 유엔대표부 참사관, 미주국장, 주미대사관 공사, 프랑스 대사 등 엘리트 외교관 코스를 밟았다.1996년 2월부터 무려 10년 4개월 동안 차관급인 경수로기획단장을 맡았다.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중간에 몇번 사의를 표시했으나 “북한과 미·일·EU 등 복잡한 주체를 조정하는 데 더 적임자가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창한 영어와 일어 실력으로 미·일 등 KEDO 집행이사국 대표들도 장 전 단장을 전폭 신뢰했다고 한다. 합리적이고 소탈하지만 너무 신중한 것이 흠이라면 흠. 어떤 일을 맡겨도 끈기있게 해내는 타입. KEDO를 오래 담당한 게 지겹지 않았느냐고 물었다.“재수없게 걸렸다는 생각은 안 했습니다. 외교는 장기적으로 성과가 나는 데 비해 KEDO는 수치로 금방 결과가 나왔습니다. 지루하지 않았고, 재미있게 10년을 보냈습니다.” ■ KEDO와 역대 대통령의 관계 1996년 9월 강릉 북한잠수함 침투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김영삼(YS) 대통령은 노발대발했다. “은혜를 원수로 갚아도 유분수지….” 대북 지원을 모두 끊을 분위기였다. 대북 경수로 지원사업도 마찬가지였다. 잘 굴러가던 KEDO가 깨질 위기에 처했다. KEDO 사업을 살리기 위해 미국이 적극 중재에 나섰고, 유종하 외교부 장관도 YS를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YS의 서슬에 놀란 북한이 사과 의사를 표명했고,YS가 이를 수용함으로써 KEDO는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다. 장선섭 전 단장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기본적으로 KEDO에 대한 애정이 있었기 때문에 대북 경수로 사업이 유지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지금의 노무현 대통령까지 KEDO 사업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대단했다.”고 전했다. DJ 정부 시절에도 KEDO가 깨질 위기가 있었다.1998년 8월 북한이 일본쪽을 향해 대포동 미사일 시험발사에 나섰던 때였다. 일본은 KEDO 불참 의사를 알려왔다. 장 전 단장에게 “KEDO를 살리라.”는 특명이 떨어졌다. 이후 한·미·일 3국간의 숨막히는 막후 외교절충이 있었다. 한·미의 집중 설득으로 일본은 두 달만에 “KEDO에 계속 참여하겠다.”고 태도를 누그러뜨렸다. 세번째 KEDO의 위기는 2002년 가을 불거졌다.DJ 정부 말기였지만 그 뒷수습은 지금의 노무현 대통령 정부가 주로 맡았다. 당시 평양을 방문한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에게 북한이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을 거론했다. 이번에는 미국이 흥분해 KEDO를 포함, 대북 지원과 대화 채널을 중단시킬 태세로 나왔다. 이 역시 6자회담이라는 다자대화의 틀을 만드는 계기가 됨으로써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사례로 남게 되었다. 장 전 단장은 “지금은 KEDO 사업이 중단되어 있지만 정파를 떠나 역대 대통령이 모두 애정을 가졌던 사업”이라면서 “KEDO는 누가 집권하더라도 언제든지 재개할 수 있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목희 논설위원
  • [Seoul In] 불법간판 예방 책자 발간

    동작구(구청장 김우중) 불법 옥외광고물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영업주들이 꼭 알아야 할 내용을 수록한 ‘올바르고 좋은 간판 제작’ 안내책자 5000부를 발간했다. 책자는 16쪽으로 ▲좋은 간판 제작을 위한 조언▲광고물의 일반적인 표시방법▲광고물 종류별 표시방법▲광고물의 허가 및 신고절차▲광고물 안전도 검사▲위반 때 벌칙사항 등으로 구성됐다. 주택과 820-1694.
  • [종교플러스] 선암스님 사진집 출판기념회

    태고종 봉원사 부주지이자 한국사진작가협회 창작분과위원장으로 활동하는 선암 스님이 21일 오후 6시 세종문화회관 별관에서 사진집 ‘출가’ 출판기념회를 연다. 사진집에는 연꽃, 영산재, 불화, 세계민속춤 등 지난 38년간 촬영한 작품들이 담겼다. 같은 장소에서 사진전도 열린다.(02)392-3007.
  • 사르코지는 부시의 새 푸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부시의 새로운 푸들이 워싱턴에 도착했다.” 6일(현지시간) 미국을 공식 방문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을 다루는 기사에서 미 언론들은 이같은 표현을 한줄씩 포함시켰다. 사르코지를 푸들로 그린 만평을 게재한 신문도 있었다. 미 언론의 이같은 ‘기대’에 부합하듯 사르코지 대통령은 미·불 관계가 이라크 전을 둘러싼 갈등을 뒤로하고 새로운 협력의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고 거듭 다짐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날 오후 워싱턴 근교 메릴랜드 주의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통해 도착한 뒤 곧바로 미·불 재계회의에서 강연을 가졌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라크와 함께 미국의 최대 대외정책 현안으로 떠오른 이란 문제와 관련,“단호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면서 미국이 추진 중인 대 이란 제재에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사르코지 대통령과 수행원들은 이날 저녁 조지 부시 대통령의 초청으로 백악관에서 검은 넥타이를 맨 공식 만찬을 가졌다. 부시 대통령은 만찬사를 통해 “프랑스와 미국이 힘을 합치면 어떤 도전도 극복해낼 수 있다.”면서 “미국의 가장 오랜 친구인 프랑스인을 위해 건배하자.”고 제안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답사를 통해 “내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이 말을 전한다.”면서 “불·미 우정 만세! 미국 만세! 프랑스 만세!”를 외쳤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7일 오전 미 상·하원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미 의회에서 연설을 했다. 프랑스 대통령의 미 의회에서의 연설은 11년 만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미국과 프랑스간의 우호 협력관계를 거듭 역설했다. 사르코지와 부시는 이어 조지 워싱턴 미 초대 대통령이 살았던 워싱턴 근교 마운트 버논에서 오찬을 겸한 정상회담을 가졌다.회담에서는 이라크와 이란, 시리아, 중동 문제 등이 두루 협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도 가졌다.사르코지는 특히 기자회견 뒤 워싱턴 지역의 유대인 지도자들을 면담해 눈길을 끌었다. 사르코지는 본인이 친 이스라엘 성향이라고 밝힌 바 있다.dawn@seoul.co.kr
  • [현장 행정] 도봉구 ‘여성만족’ 사업

    [현장 행정] 도봉구 ‘여성만족’ 사업

    ‘여성행복 체감지수’가 가장 높은 자치구는 어디일까. 서울시의 ‘여성정책 인센티브 평가’에서 2004년부터 4년 연속 최우수구로 선정된 도봉구가 앞서나가고 있다. 구정 운영에 유독 여성이 많이 참여하고 구청도 여성을 위한 정책 개발에 유달리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100% 취업보장 여성센터 6일 도봉구에 따르면 이달 말까지 방학동 도봉여성센터에서는 여성만을 위한 제과제빵 등 70여종의 취업·창업 강좌가 열리고 있다. 일부 강좌는 수강 중에 이미 100% 취업이 확정될 정도로 신뢰도가 높아 강의실의 열기가 무척 뜨겁다. 공예체험반의 여성 25명은 이달 말 3개월 과정을 마치는 대로 초등학교의 특별활동 강사로 투입된다. 고액의 강사료는 아니지만 취미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돈까지 벌 수 있는 일이라 수강생들 모두가 열심이다. 문화해설사 과정의 여성들은 관련 커뮤니티에 등록, 여행사나 학교·자치구 등에서 해설사를 원할 때 수시로 투입된다. 수강생들을 원하는 기관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도봉여성센터는 25개 자치구에서 유일한 여성직업훈련기관이다. 지난해부터 분기별로 수강생을 모집해 현재 7기생 1350여명이 공부하고 있다. 지난 6월 구청 앞마당 등에서는 ‘양성평등 축제한마당’이 열렸다. 부부 100여쌍을 초청해 부부가 함께 노래나 장기 자랑을 하고 남녀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프로그램이다. 가족의 의미를 담은 사진전도 열렸다. ●여성정책 연구하는 직원협의체 구성 6급 이상 공무원 227명 가운데 19.4%인 44명이 여성이다. 팀장급 여성이 지난 해보다 19%나 증가한 셈이다. 각종 위원회에서 여성위원이 차지하는 비율도 35.8%(34명)에 이른다. 여성정책부서의 연간 예산도 12.5% 증가한 249억원에 이른다. 또 여성기금 5억원을 조성,‘주부푸르미봉사단’ ‘안전한 먹거리 안내자 양성’ 등 민간 활동에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여성정책 직원협의체’를 만들었다. 각 부서의 남녀 직원 15명이 모여 ‘여성을 진정으로 배려하는 정책’만을 찾아내고 연구하는 일을 한다. 여기서 나온 아이디어가 ▲도봉여성센터에 ‘유모차 주차장’ 설치 ▲주말·야간에 진행하는 ‘찾아가는 아빠교육’ ▲여직원 휴게실에 임산부 용품 구비 등이다. 또 여성을 위해 개정이 필요한 조례 등 제도개선안 18건을 발굴했다. 여성에 대한 각종 정보를 담은 ‘도봉여성 홈페이지(woman.dobong.go.kr)’의 접속자도 월평균 1만 4238명에 이른다. ●4년째 여성이 행복한 지역 선정 서울시는 자치구의 여성정책에 대해 경제, 문화환경, 사회참여, 복지 등 47개 항목,68개 지표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도봉구를 ‘1등구’로 선정했다. 전문가 12명과 설문조사까지 한 결과다. 도봉구는 상금 1억원을 4년 동안 86개 여성사업에 투입하기로 했다. 도봉구 서인숙 여성정책팀장은 “2004년부터 연이어 최우수구로 선정돼 감격스럽다.”면서 “더욱 분발하겠다.”고 다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프로축구] 골… 골… 골… 포항이 들끓다

    세르지오 파리아스(40) 감독의 신들린 마법이 제철도시 포항을 용광로처럼 펄펄 끓게 만들었다. 이번에도 후반에 조커로 투입된 고기구와 이광재가 추가골을 터뜨려 마법의 위력을 더했다. 정규리그 5위 포항은 4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K-리그 챔피언결정 1차전에서 박원재의 선제골과 고기구와 이광재의 추가골을 엮어 장학영의 한 골로 따라붙은 리그 1위 성남을 3-1로 제압,15년 만의 챔피언 등극에 절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포항은 11일 오후 3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한 골 차로만 져도 통산 네 번째 우승의 영예를 안는다. 지금까지 8차례 챔피언결정전에서 1차전을 이긴 팀이 7차례나 우승해 포항은 휘파람을 불며 성남으로 향하게 됐다. 리그에서 유일하게 두 차례(1993∼95년,2001∼03년) 3연패하는 등 모두 일곱 개의 우승 별을 가슴에 단 성남이었지만 파리아스의 마법 앞에 넋을 잃었다. 파리아스 감독은 애용하던 스리백 대신 포백을 선보이며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역습을 노렸다. 일진일퇴의 균형을 무너뜨린 건 역시 ‘세트피스의 마술사’ 따바레즈의 발끝. 전반 31분, 따바레즈가 왼쪽 페널티지역 앞에서 올린 프리킥이 수비수에 맞아 굴절된 뒤 골포스트를 맞고 튀어나오자 박원재가 왼발슛으로 그물을 갈라 앞서나갔다. 파리아스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조네스 대신 고기구를,20분쯤 슈벵크 대신 이광재를 투입하면서 걸어잠그기보다 완승에 대한 집념을 드러냈다. 성남은 13분쯤 장학영이 2대1 패스로 만들어준 공이 살아오자 남기일이 회심의 슛을 날렸지만 정성룡의 손에 굴절된 뒤 골포스트를 맞고 튀어나왔다.18분에도 남기일의 슛이 이따마르 몸에 맞고 꺾이는 등 운마저 따르지 않았다. 이어 숨돌릴 틈을 주지 않는 포항의 맹공이 가해졌다.28분 박원재가 왼쪽 사이드라인을 파고들며 올려준 크로스를 고기구가 헤딩슛으로 살짝 방향만 돌려놓으며 그물을 갈랐고 1분 뒤에는 고기구의 헤딩슛이 다시 크로스바를 맞고 튀어나오자 골키퍼 김용대 바로 앞에서 기다리던 이광재가 김용대의 허벅지 사이로 밀어넣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성남은 인저리타임 1분, 상대 수문장 정성룡이 쳐낸 공이 흘러나오자 장학영이 페널티지역 안에서 오른발로 강하게 차넣어 영패를 모면하는 데 그쳤다. 이날 관중석은 물론, 통로에까지 관중이 가득 들어차 2만 875명을 기록, 시즌 평균의 4배에 이르렀다. 파리아스의 마법이 90년대 명가 포항에 축구 바람을 다시 불어넣고 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박원재 ‘포항의 반란’ 주역으로 프로축구 포항의 미드필더 박원재(23)는 포항이 낳고 키운 프랜차이즈 선수다. 포항시 오천읍에서 태어나 포철동초와 포철중, 포철공고를 거쳐 2003년 포항에 입단한 토박이다. 그런 박원재가 명가 재건을 선언한 포항의 주역으로 우뚝 섰다. 박원재는 4일 성남과의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 왼쪽 미드필더로 출장, 풀타임을 뛰면서 전반 31분 통렬한 왼발 선제골로 3-1 승의 발판을 놓았다. 지난달 31일 수원과의 플레이오프(1-0승)에서도 후반 41분 터뜨린 헤딩 결승골에 이어 포스트 시즌 2경기 연속골.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후반 28분에는 고기구의 헤딩 추가골까지 배달,1골 1도움의 만점 활약을 펼쳤다. 올시즌 기록한 3골 1도움 가운데 공격포인트 3개를 포스트시즌에서 기록해 ‘가을 잔치의 사나이’로 손색이 없다. 프로 5년차지만 대표 경력이 없는 데다 오범석(요코하마FC 임대)이나 황진성 등 입단 동기들에 견줘 주목은 받지 못했다. 입단 초기에는 종종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으며 고참 김기동이나 황지수와 경쟁을 해야 했다. 왼쪽 윙백 자리에서는 2004년 신인상 문민귀(현 수원)와 힘겨운 자리 다툼도 벌여야 했다. 그러나 그는 착실히 경험을 쌓으며 일찌감치 주전을 꿰찼다. 입단 첫해 고작 한 경기를 뛴 박원재는 2004년 29경기를 시작으로 올해까지 매 시즌 20경기 이상을 뛰며 리그 정상급의 왼쪽 윙백 자원으로 컸다. 통산 99경기에 6골 8도움. 박원재는 이날 “이적 제의가 와도 포항에 남겠다.”며 팀에 대한 진한 애정을 전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감독 한마디 ●승장 파리아스 포항 감독 우린 특별한 것이 없다. 그라운드에 선 11명 모두 같은 마음으로 한 방향을 향해 노력해 지금에 이르렀다. 성남은 좋은 팀이다.3-1 스코어는 뒤집힐 수 있다. 준비를 더 잘 하겠다. 다음 원정경기에도 더 많은 팬이 오셔서 응원한다면 승리로 보답할 것이다. 가슴에 새겨진 별 셋의 의미를 안다.(네 번째) 별이 지금 그려지고 있다. ●패장 김학범 성남 감독 힘든 경기를 각오했다. 대량 실점까지 이어진 문제점을 보완해 홈 2차전에 승부수를 던지겠다. 챔피언스리그를 뛰었지만 전반전이 끝나면 경기감각이 올라올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후반 한동원을 투입한 것은 계속 공격하겠다는 의도였다. 동점 또는 역전도 가능했다. 우리는 언제든 득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팀이다. 두 골차는 해 볼 만하다.
  • [HAPPY KOREA] (27) 철원군 김화읍 ‘쉬리마을’

    [HAPPY KOREA] (27) 철원군 김화읍 ‘쉬리마을’

    한반도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군사분계선 248㎞ 가운데 27%인 68㎞가 지나는 곳. 전지역이 군사보호구역으로 군사시설보호법 규제를 받아야 하는 곳. 그렇지만 통일이 되면 가장 왕성한 발전이 기대되는 곳. 강원도 철원군은 이처럼 지역발전에 있어서 열악한 여건과 희망을 동시에 갖춘 곳이다.‘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대상지역으로 선정된 ‘쉬리마을’은 이같은 철원의 특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남북통일의 중심을 꿈꾸는 청정지역 ‘쉬리마을’은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 사업 선정을 위해 이름을 붙인 테마마을이다. 철원군 김화읍 학사 1∼5리와 청양4리 등 남대천을 끼고 자리잡은 6개 마을에 480여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쉬리’의 의미는 두 가지다. 하나는 1급수에만 서식하는 쉬리, 즉 청정함을 뜻한다. 실제 남대천엔 쉬리가 적지 않게 살고 있다. 또 하나는 남과 북의 대치 속에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현실을 담고 있다. 마을 이름은 영화 ‘쉬리’에서 따왔다. 김화읍은 남북 분단 전 김화군의 중심으로 번성했던 지역이다. 휴전으로 군사분계선이 김화군을 가로질러 그어지면서 군의 대부분은 비무장지대와 북쪽에 남겨지고 김화읍만 남쪽에 속하게 됐다. 결국 철원군으로 편입돼 예전의 번화함을 잃고 평범한 농촌마을로 남게 됐다. ●새터민과 함께 50년 전의 영광 일군다 1년 전 김화읍 주민 40여명은 점점 침체돼 가는 마을을 살려보자는 뜻에서 ‘김화남대천 주민연구발전회’라는 조직을 만들었다.34년간 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퇴임한 김동일(58)씨가 회장을 맡아 적극 나서면서 모임이 활기를 띠었고, 발전 방안도 마련됐다. 주민들은 북한을 빠져나와 남측에 살고 있는 새터민들에게 주목했다. 새터민들은 최근 연간 2000여명이 입국하는 등 국내에만 1만여명이 살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편견 등으로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도시 빈민으로 전락하는 게 현실이다. 발전회에선 이들을 껴안으면서 지역발전도 이루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고, 이를 실천에 옮기고 있다. 주민수가 계속 감소하고 있는 지역 현실에서 새터민들은 지역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연구발전회는 이같은 취지로 쉬리마을 조성방안을 만들었고, 철원군과의 협의를 거쳐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사업으로 본격 추진하게 됐다. 김동일 회장은 “김화 주민들은 대부분 북한 출신이어서 새터민들과 잘 어울릴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철원에 많은 대형 원예농가에 노동력이 항상 모자라는 데다, 놀고 있는 땅도 많아 새터민들이 농민으로서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데 안성맞춤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쉬리마을을 남북화합의 시범마을로 주민들은 철원군과 함께 쉬리마을을 새터민들과 정서적으로 상생하는 남북화합의 시범마을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우선 주거환경 개선과 함께 교육문화 서비스와 인프라 확충에 나서기로 했다. 새터민들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깨끗한 주거시설은 물론, 자녀들의 교육과 문화생활을 위한 환경이 조성돼야 하기 때문이다. 1단계로 주민들이 떠난 뒤 방치되어온 빈 집에 새터민들이 거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소수의 새터민들이 이곳에 터를 잡고 정착하도록 도움을 주는 한편, 이들의 적응과정을 모니터링해 시행착오를 줄여보자는 취지다. 장기적으로는 새터민 주거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새터민 유입 본격화에 대비한 방안이다.1단계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이주희망자들을 모집하고, 철원군과 통일부, 행정자치부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단지를 조성할 복안이다. 그러나 새터민들만 따로 거주하는 단지를 조성할 경우 주민들과의 융합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 사업 추진과정에서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새터민 정착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쉬리 평화학교’도 운영할 계획이다. 새터민과 마을주민들, 후원단체를 엮는 구심체가 될 곳이다. 새터민 교육은 물론, 일반인을 대상으로 평화와 통일교육을 실시하게 된다. 또 새터민들 정착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공론화하여 해결하는 역할도 맡는다. 주민들과 새터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사업도 동시에 추진된다. 우선 원어민 영어교사를 지원해 자녀들의 영어교육을 지원하고, 방과후 보육시설 및 보육교사 지원, 정보화교육시설 개선, 학교도서관 활성화 지원 등 교육서비스를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8억여원을 들여 김화보건지소를 신축하고, 주민건강정보 DB를 구축하는 등 쉬리마을 주민들을 위한 건강서비스사업도 본격 추진된다. ●청정과 평화를 상징하는 관광명소 쉬리마을의 특성을 잘 나타낼 수 있도록 마을 재디자인 프로젝트도 진행된다. 우선 7000만원의 용역비를 들여 쉬리마을 공간계획을 수립한다. 쉬리마을엔 청정지역 이미지에 걸맞은 ‘토속어류 전시관’, 지역주민들과 새터민들의 소통의 장이 될 커뮤니티센터, 보건지소 등 새로운 건축물들이 들어설 예정이다. 또 쉬리공원, 쉬리거리, 테마골목, 김화어린이공원, 김화잔디구장, 물체험 공간 및 휴양편의시설, 남대천 산책로도 들어선다. 마을 재디자인은 이같은 건축물과 시설물을 쉬리마을 컨셉트에 맞게 배치하고 가로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주민들은 마을 재디자인 사업이 완료되면, 외부 방문객들이 급증해 관광사업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매년 여름 남대천에서 열리는 다슬기 축제, 농산물 수확체험 등 농촌체험프로그램 활성화, 전방견학, 민박시설 확충 등 관광객 유치를 위한 다양한 방안도 수립해 놓았다. 40여년간 학사리 이장을 맡아온 남성용(75)씨는 “새터민들에겐 이질감이 심한 도시보다 농촌이 정착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쉬리마을은 정서적·경제적으로 최고의 새터민 정착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철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정호조 철원군수 “새터민 정착 성공하면 지역발전 활력소될 것” “땅은 넓지만 이를 활용할 사람은 자꾸 줄어들고 있습니다. 쉬리마을은 새터민들이 남측의 선진 농업기술을 배워 성공적인 농민으로 거듭날 수 있는 재활의 장이 될 것입니다.” 정호조(60) 철원군수는 철원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현실을 설명하면서 새터민들이 지역발전에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정 군수는 우선 새터민들이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이질감이 심한 도시보다는 농촌을 정착지로 택할 것을 권했다. 주거비, 생활비 등 정착비용이 적게 드는 데다 갑작스러운 환경변화로 겪는 혼란도 농촌이 훨씬 덜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쉬리마을은 새터민들에게 있어서 정서적·경제적으로 최적의 정착환경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대형 원예농가가 많아 일거리가 풍부한 점을 들었다. 한겨울만 빼고는 연 8개월 정도는 일 평균 350여명의 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외국인 근로자가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새터민들은 외국인 근로자와 달리 정착민으로서 책임감이 강하고 정서적 공감대가 넓어 노동생산성도 훨씬 높을 것으로 정 군수는 기대하고 있다. 새터민들에게 있어서 가장 큰 이점은 이들이 원예기술을 배워 직접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점이다. 놀고 있는 땅이 많기 때문이다. 정 군수는 “새터민들이 쉬리마을에 성공적으로 정착하면 이들이 결국 농촌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비단 쉬리마을 뿐만아니라, 젊은이들이 빠져나가 고령화가 심각한 우리나라 농촌도 신중히 고려해볼 만한 아이템이라고 강조했다. 정 군수는 남북 대치상황에서 군사지역 주변 주민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주민 소득을 높이고 지역을 발전시키려면 민간자본 유치가 절실한데 각종 규제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정 군수는 “민간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다가도 농지보호운영에관한법, 산림법, 군사시설보호법 등 규제에 걸려 대부분 투자를 포기한다.”면서 “이들이 찾는 규제를 덜 받는 땅은 사실상 철원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농업 생산성이 떨어지는 한계농지의 경우 획기적인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익산 “역세권 개발로 다시 선다”

    전북 익산시가 이리역 폭발사고의 아픔을 딛고 새로운 지역개발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익산시는 참사 30주년을 맞아 4일부터 11일까지 희생자를 추모하는 행사를 개최한다. ‘이리역폭발사고희생자추모사업회(대표 김삼룡)’를 발족, 희생자와 부상자를 위로하기 위한 대대적인 추모행사를 마련했다.행사 기간 창인동 ‘아르케 소극장’에서는 이 사고를 토대로 한 연극 ‘이리’가 공연되고 사고 당시와 이후 익산의 변화된 모습을 담은 사진전도 이 극장과 익산역 등에서 동시에 전시된다.11일에는 익산역 광장에서 진혼제를 열고 익산의 미래를 다짐하는 브랜드 슬로건을 발표한다. 특히 익산시는 호남고속철도(KTX)의 전북 정차역인 익산역과 주변을 포함한 역세권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한주택공사의 용역을 토대로 익산역 환승 체계 및 주차장 확보, 역사(驛舍) 등 역세권 개발에 국비 등 800억원을 투입해 재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이한수 시장은 “치유할 수 없는 깊은 상처로 남아 있는 참사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자.”면서 “역세권 개발을 통해 사고 당시 폐허였던 익산역과 주변을 쾌적하고 살기 좋은 지역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익산 “역세권 개발로 다시 선다”

    전북 익산시가 이리역 폭발사고의 아픔을 딛고 새로운 지역개발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익산시는 참사 30주년을 맞아 4일부터 11일까지 희생자를 추모하는 행사를 개최한다. ‘이리역폭발사고희생자추모사업회(대표 김삼룡)’를 발족, 희생자와 부상자를 위로하기 위한 대대적인 추모행사를 마련했다.행사 기간 창인동 ‘아르케 소극장’에서는 이 사고를 토대로 한 연극 ‘이리’가 공연되고 사고 당시와 이후 익산의 변화된 모습을 담은 사진전도 이 극장과 익산역 등에서 동시에 전시된다.11일에는 익산역 광장에서 진혼제를 열고 익산의 미래를 다짐하는 브랜드 슬로건을 발표한다. 특히 익산시는 호남고속철도(KTX)의 전북 정차역인 익산역과 주변을 포함한 역세권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한주택공사의 용역을 토대로 익산역 환승 체계 및 주차장 확보, 역사(驛舍) 등 역세권 개발에 국비 등 800억원을 투입해 재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이한수 시장은 “치유할 수 없는 깊은 상처로 남아 있는 참사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자.”면서 “역세권 개발을 통해 사고 당시 폐허였던 익산역과 주변을 쾌적하고 살기 좋은 지역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길섶에서] 色 그리고 空/최태환 수석논설위원

    조각가 박헌열은 난해하다. 그로테스크하다.‘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空卽是色)’을 화두로 가진 최근 조각전도 마찬가지다. 그는 무의식의 관념을 뒤틀어 표현했다. 작가는 육신을 가둔 미망의 영혼을 그려내려 애썼다. 욕정이나 세속적 욕망의 덧없음을, 고뇌하는 육신의 형상으로 표현했다.2,3명의 나신이 붙어있고, 머리도 여럿이다. 구상속의 비구상이다. 매끈한 브론즈가 불편함을 더한다. 섹스는 증오와 사랑, 분노의 표출이라고 했다. 얼마전 베니스 영화제에서 ‘색, 계(色,戒)’로 황금사자상을 받은 타이완출신의 미국 영화감독 이안의 얘기다. 한국을 찾았다. 그는 “극도로 억눌린 감정은 마지막에 육체로 표출된다.”고 했다. 하지만 그곳엔 증폭된 심연의 갈등과 고뇌가 뒤엉켜 있다. 어느 탤런트 부부의 간통 공방이 화제였다. 부인은 11년 결혼 생활에 섹스는 10여차례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남편은 정상의 남성이라고 반박한다. 민망하다. 고뇌하는 영혼을 그린 박헌열 조각을 이들에게 보라고 권하고 싶다.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 14일 개봉 ‘세븐데이즈’

    14일 개봉 ‘세븐데이즈’

    ‘7일 안에 납치된 아이를 구출하라!’ 어찌 보면 범죄스릴러 영화 ‘세븐데이즈’의 기본 설정은 너무 단순하다 못해 진부하다. 하지만 그 너머에 승률 100%의 변호사가 딸을 구하기 위해 사형이 거의 확정된 살인범의 변호를 맡아야 한다거나, 자신의 딸을 죽인 살인범이 무죄가 되는 것을 바라봐야 하는 어머니와 맞닥뜨리면, 상황이 그리 간단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재판마다 승소로 이끄는 유능한 변호사 유지연(김윤진)에겐 자신의 목숨만큼 아끼는 딸 은영이 있다. 매일매일 눈코뜰새 없이 바쁜 생활 때문에 딸에게 늘 소홀했다고 느낀 지연은 은영의 학교 운동회에 참석한다. ●딸 납치당한 여변호사의 사투기 딸과의 이어달리기에서 왕년의 실력을 발휘해 1등으로 골인한 지연. 하지만 딸 은영은 운동장 한 가운데서 사라져 버리고, 그녀에겐 “넌 영원히 딸을 못 보게 될 거야.”라는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온다. 은영을 유괴한 납치범 K가 내놓은 조건은 단 7일 안에 살인범 정철진을 무죄로 석방시키는 것. 매사에 이성을 앞세우는 그녀지만, 딸의 목숨이 걸린 이 순간만큼은 냉철한 변호사이기 앞서 한 아이의 어머니에 지나지 않았다. 고민 끝에 2심 재판을 앞두고 변호를 결심한 지연은 조사를 하면 할수록 확실해져만 가는 살인마 정철진의 범행을 알게 되자, 절망에 빠진다. 이때 지연과 절친한 형사 김성열(박희순)이 은영의 납치소식을 듣고 사건 수사에 합세한다. 영화 ‘세븐데이즈’에서 가장 긴장감을 자아내는 요소는 과연 7일이라는 제한된 시간 내에 사형이 거의 확정되다시피한 살인마의 무죄를 입증될 수 있을 것인가다. 여기에는 변호사이지만, 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납치범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는 지연의 딜레마가 흡인력을 발휘한다. 또한 살인범에게 아끼는 딸을 잃은 또 한명의 어머니 한숙희(김미숙)와 지연과의 모성애를 근간으로한 팽팽한 신경전도 극적 긴장감을 더한다. ● ‘미드´ 못지않은 완성도… 탄탄한 연기 칭찬할 만 전작 ‘구타유발자들’로 이름을 알린 원신연 감독은 적어도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미드’(미국드라마) 열풍을 의식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딜레마적인 상황을 탄탄한 긴장감과 치밀한 구성으로 풀어간 것이나 4000여 컷 가까운 화면을 끼워 맞춘 빠른 영상은 ‘24’,‘CSI’,‘프리즌 브레이크’ 등 웬만한 미국드라마의 완성도에 못지않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했던가. 지나치게 미국드라마적 분위기와 형식을 강조하다 보니 영화 자체의 개성이나 색깔보다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화면들의 나열로 느껴질 수도 있다. 이때 빛을 발하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 공력이다. 미국 ABC 드라마 ‘로스트’ 등에 출연하다 2년 만에 한국 스크린에 컴백한 김윤진도 그렇지만, 껄렁껄렁한 형사 역의 박희순과 막판 반전의 주인공인 오광록의 연기는 숨돌릴 틈 없는 영화에 한줄기 바람 같은 역할을 한다. 또한, 일본에서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는 양진우의 마약에 빠진 로커 연기도 눈여겨 볼 만하다.18세 관람가,14일 개봉.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부고]

    ●이근수(전 한진해운 부회장)씨 별세 기봉(유비컨설팅 대표)기택(특허법원 수석부장판사)씨 부친상 이건(큐리넬 부사장)씨 빙부상 2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6일 오전 8시 (02)3010-2295●김성철(대한주택보증 감사위원장)씨 부친상 2일 무안제일병원, 발인 4일 오전 9시 (061)454-9341●허환(미국 거주)훈(〃)섭(코리아나 동성뷔페 회장)경(전 동훈투자신탁 대표·전 SK증권 전무이사)엽(미국 거주·전 중앙디자인클럽 회장)씨 모친상 2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4일 오전 8시 (02)3410-6901●이상철(성북구 도시관리공단 부장)상호(신한은행 지점장)상윤(풀무원 기능성연구소장·상무)상섭(자영업)씨 부친상 2일 신촌세브란스병원, 발인 4일 오전 8시 (02)392-3499●김종화(전 연합뉴스 경남지사장)종명(김해 진영 119안전센터 부장)종호(한라상조 서울강남지사장)씨 부친상 2일 김해 진영 세영병원, 발인 4일 오전 11시 (055)345-6779●박기선(사업)기진(〃)기찬(농업)기종(신한은행 도봉지점)기명(충청투데이 태안주재 기자)씨 부친상 2일 충남 태안군 보건의료원, 발인 5일 오전 9시 (041)671-5233●이상관(LIG넥스원 홍보팀 과장)씨 부친상 정진희(의정부공고 교사)씨 시부상 2일 부산 해동병원, 발인 4일 오전 8시30분 (051)410-6536●김병준(변호사)명규(디지텍인터내쇼날 영업부장)명희(재즈 싱어·예명 윤희정)명순(연세대 교수)명옥(이화여대 강사)씨 부친상 정정권(원광대 교수)씨 빙부상 2일 신촌세브란스병원, 발인 4일 오전 9시 (02)392-0299●이준경(와이제이테크 상무)선경(퓨쳐플래임 대표)씨 부친상 박회창(KBS 엔지니어)씨 빙부상 2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4일 오전 8시30분 (02)3010-2265●김석주(풍수지리교육원 원장)씨 별세 미덕(학원강사)미자(컨버스코리아 실장)미현(미래에셋자산운용 과장)씨 부친상 김원현(인하대 강사)씨 빙모상 2일 경희의료원, 발인 4일 오전 11시 (02)958-9550●이호성(경총 경제조사본부장)씨 빙부상 2일 강남성모병원, 발인 4일 오전 5시30분 (02)590-2579●박근수(박안과의원 원장)씨 모친상 김명옥(한국외대 교수)씨 시모상 2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5일 오전 8시 (02)3410-6920●김명환(전 삼산기공 부회장)씨 별세 홍민(씨에스정보통신 대표)씨 부친상 김용식(수원제일교회 전도사)씨 빙부상 2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5일 오전 7시30분 (02)3010-2236●정민재(경원에스앤에스 대표)씨 부친상 2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4일 오전 9시 (02)3410-6902
  • [여수엑스포 유치 결정 D-25] 유럽표 확보에 ‘올인’ “모로코 추격 막아라”

    2012년 세계엑스포 개최지 발표가 2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수의 유치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2012 여수세계박람회 유치위’는 현재 모로코나 폴란드보다 우세하다는 판세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모로코가 지역과 종교적 연대를 무기로 막판 추격전을 펼치고 있어 안심하기에 이르다는 평이다. 유치위 관계자는 1일 “모로코는 국왕이 앞장서 아프리카와 이슬람권에 ‘왕정 외교’를 펼치는 총력전을 전개하고 있다.”면서 “특히 세계박람회기구(BIE)에 신규로 가입한 국가 대부분이 모로코 지지 성향을 보이고 있어 마지막까지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대륙별 회원국을 보면 유럽이 36개국으로 가장 많다.아프리카 18개국, 중동 10개국, 아시아 19개국, 미주 27개국으로 모두 110개국이다. 연초(98개국)보다 12개국이 늘었다. 유치위의 대륙별 판세 분석에 따르면 여수의 경우 아시아는 ‘강세’, 남미 ‘우세’, 아프리카 ‘경합’, 중동 ‘약세’, 서유럽 ‘약세’, 북·동유럽은 ‘우세’로 내다보고 있다. 대세몰이로 나서기에는 아직 미진한 부분이 없지 않다. 유치위는 부동 국가 20∼30개국을 대상으로 남은 기간 유치 총력전을 전개할 예정이다. 유치위는 또 오는 27일(한국시간) 1차 투표에서 3분의2를 얻지 못하면 2차 결선투표까지 갈 가능성을 감안해 다양한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현재 판세상 여수가 1차 투표에서 회원국의 3분의2 지지를 얻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최근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유치사절단을 파견하는 것도 ‘2차’를 대비한 포석이다. 마지막 표심을 잡기 위한 파리 현지의 유치전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 강무현 해양수산부 장관 등 정·재계 인사들이 오는 21일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BIE 총회 직전까지 회원국 대표들을 상대로 여수 지지를 설득한다.23일에는 BIE 대표와 주불 대사 등 회원국의 정부 고위 인사,BIE 사무국 관계자 등 300여명을 초청해 마지막 표심잡기에 나선다. 유치위는 또 27일 프레젠테이션에서 ‘깜짝 발표’도 검토하고 있다.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여수엑스포 유치 결정 D-25] 유럽표 확보에 ‘올인’ “모로코 추격 막아라”

    2012년 세계엑스포 개최지 발표가 2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수의 유치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2012 여수세계박람회 유치위’는 현재 모로코나 폴란드보다 우세하다는 판세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모로코가 지역과 종교적 연대를 무기로 막판 추격전을 펼치고 있어 안심하기에 이르다는 평이다. 유치위 관계자는 1일 “모로코는 국왕이 앞장서 아프리카와 이슬람권에 ‘왕정 외교’를 펼치는 총력전을 전개하고 있다.”면서 “특히 세계박람회기구(BIE)에 신규로 가입한 국가 대부분이 모로코 지지 성향을 보이고 있어 마지막까지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대륙별 회원국을 보면 유럽이 36개국으로 가장 많다. 아프리카 18개국, 중동 10개국, 아시아 19개국, 미주 27개국으로 모두 110개국이다. 연초(98개국)보다 12개국이 늘었다. 유치위의 대륙별 판세 분석에 따르면 여수의 경우 아시아는 ‘강세’, 남미 ‘우세’, 아프리카 ‘경합’, 중동 ‘약세’, 서유럽 ‘약세’, 북·동유럽은 ‘우세’로 내다보고 있다. 대세몰이로 나서기에는 아직 미진한 부분이 없지 않다. 유치위는 부동 국가 20∼30개국을 대상으로 남은 기간 유치 총력전을 전개할 예정이다. 유치위는 또 오는 27일(한국시간) 1차 투표에서 3분의2를 얻지 못하면 2차 결선투표까지 갈 가능성을 감안해 다양한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현재 판세상 여수가 1차 투표에서 회원국의 3분의2 지지를 얻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유치사절단을 파견하는 것도 ‘2차’를 대비한 포석이다. 마지막 표심을 잡기 위한 파리 현지의 유치전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 강무현 해양수산부 장관 등 정·재계 인사들이 오는 21일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BIE 총회 직전까지 회원국 대표들을 상대로 여수 지지를 설득한다. 23일에는 BIE 대표와 주불 대사 등 회원국의 정부 고위 인사,BIE 사무국 관계자 등 300여명을 초청해 마지막 표심잡기에 나선다. 유치위는 또 27일 프레젠테이션에서 ‘깜짝 발표’도 검토하고 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42) 정선의 ‘박연폭’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42) 정선의 ‘박연폭’

    진경산수는 우리 산천에 어울리는 필법으로 경관의 정취를 회화적으로 재구성했다는데 특징이 있습니다. 겸재 정선(1676∼1759)이 위대한 화가로 대접받고 있는 것은 이런 진경산수의 시조이자 완성자이기 때문이지요. 겸재의 진경산수는 실제의 현장 모습과는 상당히 다른 것이 보통입니다. 현장에서 사생한 초본을 토대로 그린 것이 아니라, 현장을 다녀간 뒤 기억을 되살렸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그의 그림을 보면 진경(眞景)이라는 개념이 실경(實景)과는 어떻게 다른 것인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미술사학자인 이태호 명지대 교수는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풍의 화가들이 얼마나 실제의 경치와 닮게 그렸는지를 수치로 제시하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는데, 겸재의 ‘현장충실도’는 30∼50% 수준에 그쳤지요. 다만 비에 젖은 바위의 강렬한 인상을 강조한 걸작 ‘인왕제색도’에 겸재의 작품으로는 예외적으로 70%를 주었습니다. 최근 개성에서 시범 관광이 이루어지면서 송도삼절(松都三絶)의 하나이자, 조선삼대명폭(朝鮮三大名瀑)의 하나인 박연폭포를 찾은 사람들은 “겸재가 그린 박연폭포와는 닮은 것 같기도 하고, 닮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고 고개를 갸우뚱거렸습니다. 겸재의 ‘박연폭(朴淵瀑)’은 까마득한 곳에서 쏟아지는 폭포수의 장쾌한 기운이 생동감있게 묘사되어 있습니다.‘소리의 리얼리티를 평면에 구현해 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요. 마치 화면에서 폭포수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는 찬사일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바라보는 박연폭포는 그림 속의 그것만큼 높지 않습니다. 그림에서와 같은 기운을 느끼려면 폭포 바로 아래서 올려다볼 때만 가능하지요. 하지만 겸재의 그림은 폭포에서 얼마간 떨어져, 그것도 약간 높은 위치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야 폭포의 전모를 보여주면서, 폭포수의 강렬한 이미지도 화폭에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화면 오른쪽 아래엔 박연폭포에 감탄하고 있는 두 사람의 선비와, 이들을 이곳으로 안내한 듯한 동자승의 모습이 작게 보입니다. 실제로는 오른쪽으로 조금 올라가야 하는 언덕에 지어져 있는 범사정(泛斯亭)도 폭포가 떨어지는 고모담에 바짝 붙여놓았지요. 미술사학자 유홍준은 이를 두고 ‘현장감과 스케일을 동시에 느끼게하는 조형적 배려’라고 했는데, 실제로 이 부분이 없었다면 화면 속의 박연폭포는 그리 장쾌하게 보이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실제의 박연폭포는 펑퍼짐한 바위 위로 물줄기가 흘러내리고 있는 모습이지만, 겸재는 좌우 암벽 사이를 좁혀 긴장감을 더했습니다. 겸재는 진경산수에 이렇듯 특유의 변형방식을 적용했습니다. 다른 그림도 마찬가지여서, 대표작의 하나인 ‘금강전도’(1734년, 삼성미술관 소장)는 마치 새처럼 하늘을 날며 금강산 전체를 굽어본 듯한 풍경이지요.‘금강팔경도첩’(1730∼1740년, 간송미술관 소장)의 ‘정양사’는 천일대에서 내려다 본 정양사와 정양사에서 올려다 본 비로봉 일대를 합성한 시점입니다. 이렇게 실경을 재해석하여 조형적으로 변형시키는 과정을 거쳤으니 겸재의 진경산수는 실제 경치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만년의 걸작인 ‘박연폭’에서 보여주는 과감한 변형은 당연히 예술적 완성도에 대한 겸재의 자신감에서 비롯되었을 것입니다. dcsuh@seoul.co.kr
  • [씨줄날줄] 스페어 후보/ 구본영 논설위원

    대선 정국에 ‘스페어(spare·여분) 후보’란 신조어가 등장했다. 펑크날 때 갈아끼우는 스페어 타이어를 떠올리게 하지만, 낯선 용어다. 이는 대권 3수를 저울질 중인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 측과 이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명박 후보 측의 신경전 과정에서 탄생했다. 이 전 총재의 측근격인 서상목 전 의원이 그제 라디오에 출연,“후보의 신변에 문제가 생기는 비정상적 상황에 대비, 복수의 후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다. 그러자 이 후보 측 박형준 대변인이 “세상에 ‘스페어 후보’가 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고 발끈하면서 기발한 신조어가 첫선을 보인 것이다. 서 전 의원은 지난 지방선거서 박근혜 전 대표가 당한 테러를 상기시키며 “선거 때 후보의 신변 보호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저쪽(범여권)은 여럿이지만 보수(진영)는 이명박 후보밖에 없다.”며 복수 후보론을 제기했다. 이 후보 측은 이를 이 전 총재 측의 대선 출마를 위한 본격적 애드벌룬 띄우기라고 우려하는 것 같다. 후보의 유고를 걱정하는 순수한 충정이 아니라 후보검증 과정서 이 후보의 낙마를 기다리고 있다고 본다는 얘기다. 이 후보 측 핵심참모인 이방호 사무총장이 ‘스페어 후보론’에 대해 “너무나 잔인한 얘기로, 참 서글프다.”고 밝힌 데서 그런 기류가 감지된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정당 추천 대통령 후보가 등록 마감 이후 사망하면 마감 이후 5일까지만 다른 후보를 등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 맥락에선 서 전 의원의 주장이 원론적으론 일리가 있다. 과거 신익희·조병옥 후보의 갑작스러운 유고로 당시 야당이 속수무책의 상황을 맞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작금의 스페어 후보 논란은 본말이 전도된 인상이다. 전문가들은 안티세력이 특정후보에 대한 테러를 못하게 하거나, 그 효과를 없애는 제도개선이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즉 요인경호법을 강화하거나 후보 유고시 대선일을 연기해 새 후보를 뽑도록 선거법을 고치는 일이 우선이란 것이다. 그러지 않고 스페어 후보의 당위성만 강조하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식 어법을 빌리면 “기회주의가 득세하는 세상”을 부추기는 일일 듯싶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천리타향 LA에서 붓 든 채…

    천리타향 LA에서 붓 든 채…

    부산 흥사단 사람들이 불시에 필자를 찾아 왔다. 1975년 필자가 국제신문 문화부장으로 있던 시절이다. 오늘 아침 운여 김광업 선생이 미국에서 타계했다는 부음이었다. 1973년에 로스앤젤레스로 이민간 지 3년만이다. 한국 쪽은 부산에 있는 국제신문의 필자에게 제일 먼저 알리라는 것이 유가족 측의 부탁이었다고 했다. 이 분이 한국에, 아니 부산에 살고 계실 때 그다지 짙은 정을 못 느꼈던 터라 다소 망연자실한 순간이었다. 실은 운여 말고는 그의 유족에 대해 평소에 들은 바는 있지만 면식은 없었다. 아들이 의사라는 것과 운여의 생활이 다소 어렵다는 것 등이다. 또 더 이상 아버지를 고국에 두고 미국에서 자식들만 떨어져 살 수 없다는 것이 아들의 간절한 충정임을 들어 알고 있었다. 운여가 어느 날 “이제 더 못 버티겠어”라고 말했다. 왜냐고 물으니 “아들이 미국으로 들어오지 않으면 의절하겠대”라고 말했다. 듣고 보니 정말 난감한 노릇이었다. 운여는 부산이 이미 정든 고향이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부산을 떠나 일단 서울로 옮겼다가 미국으로 가야 할 운명이었다. 거의 절망 상태에 빠졌다. 거기 가면 글씨며 전각이며 골동 감정하는 재미를 깡그리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강박관념이 그를 번민케 했다. 운여가 부산을 떠난다는 소식을 듣고 동광동 김춘방 시인이 운영하는 벨모르 독서실에서 운여를 보내는 조촐한 모임을 가졌다. 교인인지라 아예 술 같은 건 마련할 필요가 없었다. 김춘방과 필자 등은 지필묵만 준비해 놓는 것으로 전송모임의 준비를 마쳤다. 부산에 거주하고 있을 때 창간 기념 휘호라든지 새로운 연재기획물이라도 마련되면 그 제호쓰기는 10중 8, 9는 운여 몫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이 양반 한 번도 귀찮아하는 내색도 없이 묵묵히 응해주었다. 성품이 워낙 소박한데다 남에게 베푸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자신의 서예작품뿐 아니라 전각 작품까지도 남 주기를 좋아했다. 물욕 같은 것은 버린 사람 같았다. 물론 필자도 어느 날 한글체로 된 이름을 새긴 전각 도장을 받은 적이 있다. 운여는 송별자리에 모인 사람들에게 6절지 한 장씩에 전자(篆字) 글씨를 정성스레 써 손에 쥐어줬다. 다음 날 운여는 서울로 떠났다. 필자는 그에 대한 송별 기사를 통해 처음으로 ‘운여체’란 어휘를 쓰면서 부산에서 전각과 서예를 위해 큰 터전을 일군 그의 공로를 기렸다. 1950년대 월남한 이래 정든 부산을 떠나는 그에 대한 필자의 작은 헌사에 지나지 않는다. 운여는 환속한 청남 오제봉을 위해 창선동 대각사의 선방을 빌려 동명서화원을 차리도록 주선했다. 해마다 서화 전람회도 열고 대구와 교류전도 빠짐없이 열면서 한국화와 더불어 서예, 전각으로 청남과 배재식, 조영제 등 그 제자들이 기량을 나타내고 향상시키는데 적잖이 이바지했다. 그는 기독교 장로이면서 불경에도 조예가 깊었다. 오늘에 와서 중진의 경지에 들어선 맷돌 수안 스님 등이 전각을 배우러 드나든 것도 이 무렵이다. 운여는 일찍이 도산 안창호를 흠모하는 사상가로 63년엔 흥사단 부산분회를 창립, 분회장직을 맡아 청년운동에 남다른 열성을 보였다. 그는 또 우리 골동문화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감식안을 갖고 있었다. 이를 자타가 공인 할 정도였다면 그 감식안의 수준을 알 만하지 않겠는가. 그는 진위를 가려 달라는 청을 받으면 그것이 비록 위작이라 하더라도 “그냥 가지고 계세요”라고 답한다. 상대가 그것을 밖으로 내돌리지 않는 것이 진정한 애호가들을 위해서 좋은 길이란 암시다. 그는 미국 이민 이후에도 부산을 너무 그리워하고 다시 오고 싶어했다. 이민 간 그 해 필자에게 부산 살던 간절한 그리움과 회한을 담은 서신을 보내면서 서신 끝에 ‘나성(羅城)에서 나부 운여(拿父 雲如)’란 서한을 받고 한동안 어리둥절한 적이 있다. 나부란 뜻은 나포된 아버지란 뜻이 아닌가. 그제서야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그토록 가기 싫은 미국 이민을 아들의 강권에 못 이겨 갔으니 나포된 애비가 아니냐는 그런 눈물겨운 뜻이 아로새겨져 있었다. 운여는 미주흥사단의 사무실을 마련하기 위한 자금을 조달하려고 서예전시에 골몰하고 있었다. 밤낮 없이 쓰고 깎고 하다가 밤새 붓을 든 채 책상머리에 엎드려 영원의 잠을 청한 운여! 자기 겸손이 지나쳐 초기 국전 서예부문의 심사위원 위촉마저 사양한 선비. 우리 서예계의 독보적 존재, 고국에 묻히고 싶다던 소원도 이루지 못하고 이국땅에 잠든 운여를 우리는 잊을 수 없다. 그는 1906년 평양에서 태어나 경성의전(현 서울의대)을 나와 평양에서 안과를 개업했다. 광복 후 북한 정부에 차출돼 종합병원에서 종사하다가 1·4후퇴 때 피란 대열에 섞여 대구로 내려 왔다가 수년 뒤 부산으로 옮겼다. 가족들은 수정동 산 언덕배기 판자촌에 기거시켜 놓고 한때 지게꾼 노릇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 뒤에 겨우 자금을 꾸려 창선동에서 ‘광명안과’로 개업하다가 대교동으로 옮겼다. 안과를 개업했으나 서예 쪽에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의 운필은 딴 사람이 흉내 낼 수 없는 매우 독창적인 것이어서 추사(秋史) 이래 큰 재목으로 평가받아 왔다. 글 김규태 시인, 전 《국제신문》논설주간     월간 <삶과꿈> 2007.09 구독문의:02-319-3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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