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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⑦ 태평로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⑦ 태평로

    >>도시의 새 심장이 된 서울광장 서울광장은 대한민국의 대표 광장이다. 역사성과 상징성을 품은 공간이다. 도시의 광장은 마치 도시의 가슴과 같다. ‘시청 앞’이라는 한마디에 백 가지 의미가 함축됐다. 3·1운동, 4·19혁명, 6월 민주화 항쟁, 월드컵 거리 응원 등 숱한 근·현대사의 무대이자 현장이었다. 특히 중장년층에게 서울광장은 울분과 정체의 공간이었다. 시위대와 최루탄이 부딪치고, 구호와 바리케이드가 맞선 불행한 탄식의 시간을 잊지 못한다. 또 한편으로는 자동차를 몰고 시청 앞 광장을 통과해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면 비로소 서울 시내에서 운전할 자격이 있다고 여겨졌다. 8가닥의 진입로와 8가닥의 퇴출로가 뒤엉키던 교통 광장이었다. 2004년 메마른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자유로운 보행 공간 ‘서울광장’으로 부활했다. 또 울분과 탄식이 작열하는 분노의 광장에서 여유와 즐김이 있는 문화의 광장, 젊음의 광장으로 진화했다. 서울시청과 서울광장의 존재는 서울의 도시 구조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왔다. 경성부청사는 지금의 신세계백화점 자리에서 이곳으로 옮겨 왔다. 경운궁의 기운을 누르면서 일본인 상업지구인 황금정(을지로)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도 노렸다. 서울시청 신청사는 옛 경성부 청사를 그대로 둔 채 어정쩡하게 짓는 바람에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불평불만의 건물’이 됐다. 얼마 전 건축 전문가 100인이 선정한 ‘최악의 한국 현대 건축물’ 1위에 선정됐다. 건물도 문제지만 건축 과정이 최악이었다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다시 짓자는 얘기가 언제 또 나올지 모른다. 1935년 세워진 경성부민관은 오늘의 서울시의회다. 황국신민화를 부추기는 정치 집회와 위무 공연이 열리던 시민회관 용도로 지어졌다. 부민관 폭파 사건의 현장이었으며 일제 패망 후 미군 사령부로 사용됐다. 1975년 여의도로 이전하기 전까지 국회의사당이었다. 이승만부터 박정희 정권까지 현대사의 질곡이 오롯이 묻혀 있다. 3·15 부정 선거 이후 4·19혁명의 도화선이 이 건물 앞에서 불붙었다. 1980년 태평로 확장 공사 때 옛 부민관은 대부분 잘려 나갔다. 국내 최대 규모 오피스 빌딩 중 하나인 서울파이낸스센터는 최악의 건축물이라는 불명예를 서울시 신청사에 물려준 사연 많은 건물이다. 1984년 호텔을 지으려고 공사에 착수했지만 수뢰 사건으로 공사가 중단되고 건물주가 부도를 맞는 바람에 철골 구조로만 도심에 15년 동안 서 있었던 유령 건물이었다. 완공 전까지 수십 명의 공무원이 구속되고 옷을 벗었다. 싱가포르투자청은 2000년 이 빌딩을 3550억원에 인수했지만 지금은 1조원대를 호가한다고 한다. 한국프레스센터 빌딩은 1985년 서울신문사와 신문회관 자리에 지어졌다. 흩어져 있던 25개 언론 관계기관 및 단체와 5개의 주한 외국 언론기관이 입주한 명실상부한 한국 언론의 총본산이다. 경기도 가평산 화강암을 외벽에 장식하는 등 초현대식 시설을 자랑했다. 신문회관은 옛 경성일보(매일신보) 부지를 넘겨받은 서울신문사 부지 중 568평에다 정부 예산 1억원을 들여 3층짜리 건물로 지었는데 1962년 개관 당시 서울시청을 옆에 두고 국회의사당을 마주하는 태평로 길가의 당당한 건물이었다. 무교·다동 재개발사업의 하나로 지어진 프레스센터는 지하부터 11층까지는 서울신문사가 소유하고 12층부터 20층까지는 한국방송광고공사가 갖는 소유권 수평 분할 방식이 적용됐다. 이는 훗날 맞은편 광화문빌딩(동화면세점) 소유권 정리의 선례가 됐다. >>내 이름 이렇게 태어났어요 태평로(太平路)는 일제가 기획하고 만든 대표적인 신작로다. 세종로사거리에서 서울역에 이르는 너비 50m, 길이 1600m의 주요 간선대로다. 세종로가 정치의 심장부라면 태평로는 사회, 경제, 문화의 중심부다. 도로명 통합에 따라 2010년 세종로와 합쳐 세종대로로 승격했다. 태평로는 조선시대 중국 사신이 묵었던 태평관(太平館)이 있었다고 해서 따온 이름이다. 옛 태평관이 있던 곳은 오늘의 중구 남대문로 4가 대한상공회의소 자리다. 임진왜란 때 원군으로 왔던 명나라 장수 이여송이 남별궁(조선호텔)에 묵기 전까지 사신 숙소로 쓰였다. 이후 남별궁은 주요 사신, 태평관에는 보조 사신(差官)이 주로 묵었다. 조선 초기에는 왕이 직접 백관과 함께 지금의 서대문구 현저동 독립문 옆 모화관(慕華館)에 가서 사신을 맞이하고 나서 경복궁에서 황제의 칙서를 받고 태평관으로 자리를 옮겨 하마연(下馬宴)을 베풀었다고 한다. 중국 사신이 돌아갈 때는 태평관에서 전별연을 연 뒤 모화관까지 배웅했다. 일본 사신이 머물던 동평관(東平館)은 지금의 중구 인현동 2가 인현어린이공원 일대에 있었다. 일제가 새 길을 만들어 이름을 붙이면서 일본 사신 숙소인 동평관을 딴 ‘동평로’가 아니라 중국 사신을 모신 태평관에서 이름을 따온 이유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중국 사신을 모시듯 일본인을 극진하게 모셔라’라는 풀이도 가능하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태평로는 경복궁과 남대문을 직접 잇는 길을 내지 않았던 조선의 남북 간 상징 축선을 무시하고 육조거리를 보호하는 언덕인 황토 마루(세종로사거리)를 깎아내는 등 무리한 공사를 통해 만들었다. 이 길을 내느라 고종이 정사를 보던 경운궁(덕수궁) 담을 헐어내 궁 동쪽 전각들이 잘려 나갔고, 남대문 성곽도 이때 헐어냈다. 성곽을 잃은 남대문은 서울의 외딴 섬 신세가 됐다. 일제는 조선총독부를 잇는 태평로 라인에 경성부 청사(서울시청), 경성역(서울역)을 각각 지었다. 일제가 남긴 3대 건물이다. 경복궁 안에 지은 조선총독부는 민족 정기 회복 차원에서 걷어냈지만 서울시청과 서울역은 건재하다. 지금의 태평로 일부를 ‘황토현 신작로’라고 지칭한 기록이 자주 나온다. 1896년 7월 여러 날의 독립신문에는 ‘경운궁에서 황토현에 이르는 새 길을 낼 계획이 세워져 측량했다’, ‘정동에서 서소문으로 넘어가는 길을 넓힌다’라는 기사가 눈에 띈다. 제국신문과 황성신문에도 ‘경운궁에서 황토현에 이르는 길을 황토현 신작로라고 부른다’라는 기사가 등장한다. 1901년에는 지금의 동아일보 자리에 나무다리를 놓았는데 이를 신교(新橋)라고 불렀다. 1910년에 출판된 경성시가전도를 보면 황토현~서울시청까지를 신교통(新橋通)이라고 표기한 것을 알 수 있다. 대한제국 관보에도 고종이나 순종이 신교통을 통해 종묘에 행차했다고 기록돼 있다. 매일신보 1913년 8월 22일 자에는 남대문에서 광화문에 이르는 태평로 확장 공사 사진이 실렸다. 1914년 태평로는 길 이름이자 동 이름으로 정해져 지금까지 내려온다. >>덕수궁 너만 보면 나도 아파 태평로와 덕수궁은 악연이 깊다. 태평로가 확장되면서 세 번이나 궁이 잘려 나가는 피해를 봤다. 일제가 한 번, 우리 손으로 두 번을 훼철했다. 1912년 일제에 의해 도로 신설 공사가 시작되면서 당시 경운궁 담벼락이 처음 잘려나갔다. 일제가 폭 27m, 길이 1009m의 태평로를 건설하면서 육조거리(광화문광장)의 중심과 태평로의 중심을 맞추지 않고 광화문 우측 끝 선으로 맞춘 것은 고종이 경운궁에 거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손속을 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경운궁을 심하게 축소해서 민심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얄팍한 속셈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개발 연대에는 우리 스스로 덕수궁 훼손에 앞장섰다. 1961년 확장 때 덕수궁 돌담을 헐고 속이 훤히 보이는 철책으로 바꾸면서 공원화하는 우를 범했다. 1968년에는 철책마저 지켜내지 못했다. 대한문(대안문)은 담장과 분리돼 확장된 태평로 안에 홀로 있다가 1970년 현재 위치로 옮겨졌는데 이때 16m 뒤로 밀려났다. 대한제국의 상징인 경운궁은 일제의 상징 길인 태평로 및 일본과 각축하던 제국주의 열강의 외국 공사관, 교회에 터 대부분을 빼앗기고 한낱 도심공원으로 전락했다. 대한제국이라는 국호는 역사책 속에 해프닝처럼 기술될 뿐이다. 일제가 태평로를 확장한 데에는 배경이 있다. 경운궁과 정동을 중심으로 대한제국을 되살리려는 심상찮은 기운이 일자 이를 견제하려 한 것이다. 멀쩡한 경성일보를 옆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 경성부 청사를 지었다. 왕이 하늘에 제사 지내는 천단(天壇)의 역할을 하는 원구단을 허물고 철도호텔(조선호텔)을 지으면서 하늘과 땅의 신령들을 모시는 황궁우를 호텔 장식품으로 배치했다. 조선은행(한국은행)과 미스코시백화점(신세계백화점)을 지어 일본인 중심 상업지역으로 육성했다. 결과적으로 고종이 정궁을 경운궁으로 옮겨 몰락해 가는 조선을 일으켜 세우려 한 것은 서울의 도시 구조를 뒤흔든 대사건으로 작용했다. 이후 현대화 과정에서 서울의 실질적인 중심이 세종로에서 태평로를 따라 개편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joo@seoul.co.kr
  • 안전사고 어쩌지? 불안 그만!

    안전사고 어쩌지? 불안 그만!

    장마가 주춤하면서 자치구들마다 여름철 안전사고 대비에 한창이다. 성동구는 1일 독거노인, 치매환자, 장애인 가구 등 가스 안전에 취약한 계층을 상대로 무상 가스안전점검과 가스안전차단기 설치사업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가스안전차단기는 가스 중간밸브에 타이머를 달아서 설정된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가스를 차단한다. 일일이 가스 밸브를 확인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한 것이다. 620가구가 혜택을 받았다. 예산 3100만원을 투입했다. 설치 뒤 설문조사를 한 결과 96%의 가구가 화재 등 재난 예방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앞서 성동구는 건설교통국을 안전건설교통국으로, 치수방재과를 안전치수과로 바꾸는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등 생활안전도시 구축에 힘 쏟고 있다. 고재득 구청장은 “내년에도 생활안전 위험시설에 대한 점검과 정비를 꾸준히 실시해 안전한 도시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동대문구도 이날 주민 안전을 위해 전농동 배봉산공원과 답십리공원에 119 신고용 위치표지판과 응급구조함 등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사고 위치를 정확하게 신고함으로써 주민들이 신속하게 안전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다. 배봉산공원에는 4개의 위치표지판과 응급구조함 1개를, 답십리공원에는 위치표지판 2개와 응급구조함 2개를 각각 설치했다. 구는 앞으로 청량산과 홍릉공원 등에 재난안전시설을 들여놓아 안전사고에 따른 주민의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예정이다. 진병규 공원녹지과장은 “119 신고용 위치표지판은 안전사고 발생 때 표지판에 적힌 번호를 통해 동대문소방서에 정확한 위치를 알려줄 수 있는 시설”이라며 “이번에 설치한 재난안전시설을 통해 주민의 소중한 생명을 보호하는 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구는 오는 9월 30일까지 ‘폭염대비 종합대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실시간으로 폭염 상황을 관리하고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취약계층 특별보호대책을 총동원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폭염상황관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폭염 땐 폭염대책본부를 구성한다. 치수방재과를 총괄부서로 사회복지과, 의약과, 청소행정과, 환경과 등과 상호 협조 체계를 구축한다. 특히 독거노인과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하루 한 차례 이상 안부전화를 통해 안전을 확인하고 방문전담인력 12명을 투입, 현장 확인을 강화했다. 또 도심 열섬화 현상으로 인한 더위를 막기 위해 한남대로 등 도심의 주요 간선 도로 11곳에 수시로 물을 뿌리고 대대적인 가스안전점검에 나섰다. 주유취급소 31곳도 확인한다. 성장현 구청장은 “부서별 유기적인 협조를 통해 구민이 안전한 여름을 날 수 있도록 제도 운영 등 업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김정은 기자 cho1904@seoul.co.kr
  • 내년엔 EPL서 만나자

    잉글랜드 프로축구 챔피언십(2부리그)에서 뛰는 이청용(25·볼턴)과 윤석영(23·퀸스파크 레인저스)이 3일 각각 번리와 셰필드 웬즈데이와의 개막전에서 새 시즌을 연다. 둘은 소속팀을 프리미어리그로 승격시킨 뒤 다음 시즌 1부 리그에서 만나자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2년 연속 챔피언십에서 보내게 된 이청용의 각오는 남다르다. 2011~12시즌을 앞두고 오른쪽 정강이뼈를 다쳐 시즌 내내 수술과 재활에 시간을 보낸 뒤 팀의 강등을 지켜봤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이적하리란 전망이 많았지만 팀의 승격을 책임지겠다며 남았다. 그리고 막판까지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끝내 팀은 7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의 시즌 성적은 5골, 7도움으로 만족스럽지 않지만 최선을 다한 것이었다. 윤석영은 팀의 1부 승격과 자신의 홀로서기란 두 과제를 눈앞에 뒀다.프리미어리그에 진출했지만 데뷔전도 치르지 못한 채 챔피언십에서 새 시즌을 맞는 아쉬움을 털어내야 하는 그는 프리시즌에서 연거푸 선발로 그라운드를 밟으며 희망의 싹을 키웠다. 이국 생활에 든든한 울타리가 됐던 박지성(32)이 PSV 에인트호번(네덜란드)으로 임대될 가능성이 높아 그 없이 시즌을 소화해야 하는 부담도 털어내야 한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태국, 넘치는 쌀 대방출에 국제 쌀 공급 과잉 심각”

    아시아 지역 쌀 생산국 정부들의 농가 지원 정책이 전 세계의 쌀 공급 과잉 상태를 심화시킨다는 주장이 나왔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태국·인도 등 아시아 지역의 쌀 최대 생산국 정부들이 농가에 보조금을 지급해 쌀이 과잉 생산되고 있다”며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거나 축소해 농민들이 쌀 대신 다른 곡물도 재배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전했다. 영국 런던의 국제곡물이사회(IGC)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쌀 비축량은 지난해보다 2% 늘어난 1억 900만t으로 9년 만에 최대 규모다. 필리핀, 나이지리아 등 쌀 수입국들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태국, 인도, 파키스탄 등 아시아의 대표적인 쌀 수출국들은 수확량을 줄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태국이 1700만t에 달하는 쌀 재고분 가운데 35만t가량을 수출했고, 추가로 25만t을 더 팔려고 하기 때문에 전 세계 쌀 공급 과잉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는 2011년 총선 공약을 지키기 위해 자국 농가가 생산한 쌀을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사들이는 지원책을 펴왔다. 정부의 개입으로 올라간 쌀의 가격은 세계 시장에서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려 재고량은 더욱 늘어났다. 이에 따라 태국 정부는 남는 쌀을 저장하기 위해 폐쇄된 옛 공항 시설을 이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고가로 쌀을 매입하는 보조금 정책에 대해 WSJ는 “쌀의 소매가를 인위적으로 올려 소비자들에게 손해를 입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3년 이상 쌀을 저장하기 위해 화학물질 브롬화메틸을 보존제로 사용하기 때문에 먹거리 안전도 장담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인도의 한 비영리단체 관계자는 “태국이나 인도 같은 나라에 기아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면서 “가난한 사람들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데 쌀이 썩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일종의 범죄”라고 지적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교통사고 나면 다치는 정도 여성이 남성보다 20% 높아

    자동차가 충돌했을 때 여성이 신체구조 때문에 남성보다 최대 20%까지 더 다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상반기 자동차 안전성 평가에서 조수석에 여성 인체 모형을, 운전석에는 남성 모형을 놓고 정면 충돌 시험한 결과 여성 모형이 남성 모형보다 상해 정도가 11∼20% 높게 나타났다고 29일 밝혔다. 정부가 자동차 안전성 평가에서 여성 인체모형을 설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 상반기 출시된 5개 차종을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현대차 아반떼 쿠페는 운전자석은 16점 만점을 받았지만, 조수석은 12.8점을 받는 데 그쳤다. 기아차 K3는 운전자석 15.9점, 조수석 13점이었으며 닛산 큐브는 운전자석 14.3점, 조수석 12.8점이었다. 이들 3개 차종의 인체 부위별 상해 정도를 살펴보면 조수석은 운전석과 비교해 얼굴과 목 부위의 상해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 쏘나타 HEV와 한국GM 트랙스는 운전자석과 조수석 모두 16점을 받았다. 안전도 평가에서 여성 인체 모형을 이용한 것은 여성의 사회적 활동이 증가해 여성 교통사고 사상자가 늘어나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성능시험을 맡은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의 이재완 안전평가팀장은 “에어백이 없던 시절에는 운전대 때문에 운전자가 더 많이 다치는 경향이 있었지만 요즘은 운전석과 조수석의 상해 정도가 거의 차이 없다”면서 “골격이나 근육 특성 때문에 똑같은 충돌에도 여성이 남성보다 쉽게 다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자동차운영과 김용원 서기관은 “여성 모형으로 자동차 안전성을 평가한 것은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가 두번째”라며 “자동차 제조사가 여성, 어린이 등을 고려해 에어백 충격량을 조절하는 등 맞춤형 차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2010년부터 우리나라와 동일하게 운전석에 남성 모형, 조수석에 여성 모형을 놓고 충돌 실험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 올해 현대차 쏘나타 2014년식도 정면 충돌 평가를 한 결과 운전석은 별 5개, 조수석은 별 4개를 받았다. 한편, 이번 상반기 안전성 평가에서는 한국GM 트랙스와 기아차 K3가 각각 93.5점과 84.8점을 얻어 안전도 1등급(100점 만점에서 83.1점 이상)을 받았다. 아반떼쿠페는 82.5점, 쏘나타 HEV는 82.3점, 큐브는 81.3점으로 안전도 2등급(80.1∼83.0점)이었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설국열차 만나러 부천으로...16회 부천국제만화축제 개막 성큼

    설국열차 만나러 부천으로...16회 부천국제만화축제 개막 성큼

    올해 들어 부쩍 만화의 원소스멀티유즈(OSMU)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장철수 감독이 연출한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관객 700만 돌파를 앞두고 있다. 인기 웹툰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한국 3D 영화의 신기원을 연 김용화 감독의 ‘미스터 고’는 한국 최고의 만화가 허영만의 ‘제7구단’에 뿌리를 두고 있다. 여기에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설국열차’가 개봉 직전이다. 만화가 예술로 평가받는 프랑스 쪽 작품이다. 만화는 도대체 어떻게 영화로 옮겨지는 것일까? 궁금하다면 2013년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에 가보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봉준호 감독과 설국열차의 원작자인 장-마르크 로셰트(그림), 뱅자맹 르그랑(글)의 대담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감독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만화, 만화가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세 사람이 대담을 나눈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설국열차의 영화화 소식이 알려진 뒤 2008년 서울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에서 대담이 성사된 바 있다. 하지만 당시는 영화 프리프러덕션에 들어가지도 못한 시기라, 영화가 나온 상황에서 이뤄지는 이번 대담은 격이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출판 만화 중심의 부천국제만화축제가 새달 14일부터 4박 5일 동안 경기 부천 한국만화박물관과 영상문화단지 등에서 열린다. 지하철 7호선이 뚫리며 접근성이 무척 좋아졌다. 16회를 맞은 올해 축제의 주제는 ‘이야기의 비밀’이다. 축제의 꽃인 메인 전시는 ‘미생’ ‘설국열차’ ‘은밀하게 위대하게’ ‘전설의 주먹’ ‘제7구단’ 등 영화로 변신한 만화 원작과 영화 속 명장면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게 꾸려진다. 더불어 만화가들이 직접 말하는 스토리텔링 기법과 작화 방법 등을 배울 수 있다. 원수연, 신일숙 등 국내 여성 만화가 71명이 안데르센과 그림형제 등의 동화를 일러스트레이트로 재해석한 ‘한여름밤의 메르헨’전도 만화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부천만화대상을 받은 송동근 작가의 역사 학습만화 ‘피터 히스토리아’ 특별전과 해외작가상을 받은 아베 야로의 ‘심야식당’ 특별전도 열린다. 올해 초 한국 만화 특별전이 열렸던 세계 최대 만화 축제 프랑스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도 엑기스를 그대로 옮겨온다. 한국만화특별전과 페스티벌 그랑프리 수상작과 특별상 수상작이 전시된다. 더불어 최근 프랑스에서 주목받고 있는 만화가 바스티앙 비베스 초대전이 열린다. 비베스가 직접 부천을 찾아 사인회와 드로잉쇼도 갖는다. 국내 만화 산업의 흐름을 짚어보고 싶다면 전문가 토론회와 세미나를 들여다보는 게 좋겠다. 올해 2회를 맞아 뉴질랜드, 멕시코 등 각국 어린이 40여명이 참여하는 세계어린이만화 대회도 열린다. 올해 규모를 키운 콘텐츠 페어는 국내외 46개 만화 관련 기업이 참여해 해외 시장 진출과 글로벌 만화도시 네트워크 구축 등을 모색하는 자리로 꾸려진다. 이밖에 인기 만화 캐릭터 퍼레이드, 캐리커처 그리기, 만화 딱지왕 선발전, 만화벼룩시장 등 지역 곳곳을 누비는 ‘만화 놀자 페스티벌’, 코스프레 최강자 대회 등 팬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행사도 풍성하게 준비됐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27일 정전협정 60년] “한국, 수십년 흘러도 할아버지의 희생 가치 있게 여겨 감명”

    [27일 정전협정 60년] “한국, 수십년 흘러도 할아버지의 희생 가치 있게 여겨 감명”

    한국전 미국 참전 용사들의 후손들은 한국전쟁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참전 용사의 손녀들이 정전 60주년을 이틀 앞둔 25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알링턴에서 서울신문을 비롯한 한국 언론을 상대로 합동 인터뷰를 가졌다. 이들은 재미 민간단체인 ‘한국전 참전 용사 디지털 기념관 재단’(이사장 한종우)이 26일 발족하는 ‘한국전 참전 용사 청년봉사단’에 참여하기 위해 미 전역에서 모인 젊은이들 중 일부였다. ■서맨사 프레이저(30·교사) 교과서에 너무 짧게 기술돼 제대로 알리는 데 힘쓰고 싶어 조지아주 체로키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서맨사 프레이저는 인터뷰에서 미국 교과서에 한국전쟁이 너무 짤막하게 기술돼 있는 현실을 토로했다. 참전 용사인 외할아버지 헤럴드 메이플스로부터 어려서부터 한국전에 대해 들어 왔다는 그녀는 “교과서에 2차 세계대전은 15~20쪽의 장(chapter)이 별도로 배정돼 있고 베트남전도 여러 쪽에 걸쳐 기술돼 있는 반면 한국전쟁은 두 단락이 전부”라고 했다. ‘미국은 싸울 생각이 없었는데 북한이 침공해서 유엔과 함께 참전했고 나중에 중공군이 개입하면서 후퇴했으며 결국에 가서는 정전과 함께 공산주의 확산도 멈췄다’는 내용 정도라는 것이다. 그녀는 “수업에서 2차 대전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다 보니 한국전쟁 부분은 전쟁이 일어났다는 사실만을 짧게 알려주거나 소련, 중국과의 관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잠깐 언급하고 넘어가는 식”이라며 “그러다 보니 학생들도 한국전에 관심이 없고 질문을 안 한다”고 했다. 그녀는 “한국전에 대해 증언해 줄 참전 용사들이 갈수록 연로해져서 마음이 급하다”면서 “앞으로 한국전이 제대로 알려지는 데 진력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알링턴(버지니아주)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데인 웨버(23·연구원) 팔다리 잃은 할아버지와 함께 한국 갔을때 시민들 진심 반겨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데인 웨버는 미국 내 대표적인 참전 용사로 유명한 ‘한국전 미군 참전 용사 기념재단’의 윌리엄 웨버 회장의 손녀다. 그녀는 이날 인터뷰에서 “한국전에서 오른쪽 팔과 다리를 잃은 할아버지가 정전 이후 지금까지 한국전을 기념하는 데 진력을 다하는 모습은 내게 깊은 영감을 준다”면서 “내 인생 전체가 할아버지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어렸을 때는 할아버지의 잘린 팔다리를 주목하지 않았지만 철이 들면서 그것이 얼마나 할아버지에게 힘든 부분이었을지 생각하게 됐다”면서 “할아버지가 한국전에 몸을 바쳤다면 나는 시간을 바쳐서 현 세대뿐 아니라 다음 세대에 한국전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그녀는 “2010년 할아버지와 함께 한국에 가기 전까지는 할아버지가 한국에서 그렇게 유명한 분인지 몰랐다”면서 “길거리에서 모르는 시민들이 반가워하며 할아버지에게 선물을 주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달리 한국은 수십년이 흘러도 변함없이 할아버지의 희생을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게 매우 인상적”이라고 했다. 알링턴(버지니아주)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재클린 맥그레이스(19·대학생) 잿더미 속 경제발전 이룬 한국 할아버지 너무 자랑스러워해 웰즐리대학 1학년생인 재클린 맥그레이스는 외할아버지 앨빈 밸더스가 한국전 참전 용사이고 아버지와 어머니가 모두 주한 미군 2사단에 근무한 데 이어 현재는 오빠가 주한 미군 2사단에 근무 중인 ‘3대 세습 주한 미군’ 집안이다. 그런데도 재클린은 올여름에야 난생 처음 할아버지로부터 한국전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고 인터뷰에서 털어놨다. 그녀는 “이번에 내가 ‘한국전 참전 용사 청년봉사단’에 참여한다는 얘기를 듣고 할아버지가 비로소 한국전에 대해 입을 열기 시작했다”면서 “그 전까지는 할아버지가 너무나 끔찍했던 전쟁의 참상을 차마 얘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묻지도 않았다”고 했다. 할아버지가 참전 용사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정작 한국전에 대해 배운 것은 할아버지에게서가 아니라 학교에서였다는 것이다. 그녀는 “할아버지와 처음으로 한국전에 대한 기억을 공유하기 시작한 건 내게 아주 뜻깊은 일”이라면서 “할아버지의 희생을 듣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다”고 했다. 이어 “할아버지가 전후 잿더미에서 지금은 엄청난 경제적 발전을 이룬 한국을 누구보다 자랑스러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알링턴(버지니아주)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열린세상] 상상력은 자유롭지 않다!/정재서 이화여대 중문과 교수

    [열린세상] 상상력은 자유롭지 않다!/정재서 이화여대 중문과 교수

    요즘 상상력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처세나 경영을 다룬 서적에서 특히 창조적 아이디어를 강조할 때 꼭 빠뜨리지 않는 언급이 상상력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동 교육에서는 상상력을 길러줘야 한다는 당부가 필수적이라 할 정도이다. 모두 지당한 의견들이라 하겠다. 그러나 ‘상상하는 동물’로서의 인간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과거에는 상상력보다는 냉철하고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 더 바람직하게 여겨졌다. 이제 바야흐로 이성보다는 감성, 논리보다는 상상력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시류에 맞추어 ‘상상하는 동물’이 되고자 할 때 한 가지 의문이 든다. 흔히들 상상력은 자유롭다고 하는데 ‘과연 그러한가?’ 하는 문제이다. 내가 마음대로 머릿속에서 그리고 꿈꾸는 것이 자유롭지 않으면 무엇이 자유롭단 말인가? 머리를 열심히 굴리면 내가 모든 것을 상상할 수 있으니 바로 이것이 상상력의 자유로움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당연히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순진한 생각이다. 상상력에도 정치학과 경제학이 작동한다. 상상력은 이제 중요한 산업적 자원이 되었다. 기발하고 재미있는 상상력을 담은 스토리를 가공하여 게임·영화·애니메이션·만화·드라마 등을 만들어 내는 산업, 이른바 문화산업은 오늘날 유망한 국가 성장동력 산업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이 문화산업은 상상력에 대한 우리의 순진한 생각을 뒤집어 놓는다. 가령, 세계를 지배하는 할리우드 문화산업은 글로벌 시대에 접어들면서 백인 소녀의 우상인 백설공주만으로 더 이상 전 세계 소녀의 환심을 사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렇게 해서 내놓은 작품이 ‘뮬란’이다. 뮬란은 늙은 아버지를 대신하여 남장하고 종군했다는 중국의 효녀이다. 디즈니사는 이 작품을 만들어 아시아권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흥행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뮬란’에서 디즈니사는 신령스러운 용을 하찮은 도마뱀 정도로 묘사하고 중국처녀 뮬란을 백인 남성들이 좋아하는 일본 게이샤 이미지로 바꾸어 놓았다. 동양의 상상력을 자신들 서양의 스타일로 재가공해서 역수출한 것이다. 이렇게 변조된 상상력은 막강한 할리우드 문화산업의 영향력에 의해 우리에게 저항 없이 주입된다.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시리즈’ 등 서양 상상력의 대작들도 마찬가지이다. 서양의 신화나 전설에서 용은 줄곧 사악하거나 별 볼일 없는 동물인데, 이러한 인기 높은 대작들 속에서 부정적으로 묘사된 용에 대한 이미지는 가뜩이나 일찍부터 그리스 신화와 안데르센 동화에 길들여진 우리 아이들의 뇌리에 여지없이 각인되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아이들 중 일부는 용이 나쁜 동물이라고 상상하게끔 되었다. 상상력의 전도라 할 이 현상은 우려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상상력이 마냥 자유롭지만은 않구나 하는 깨달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차제에 상상력의 정체성 문제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 문제는 요즘 유행하는 판타지 문학의 내용을 살펴보면 그 실상이 드러난다. 상상력의 결정이라 할 판타지에도 민족별 정체성이 존재하고 그것이 뚜렷할수록 문화산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 즉, 서양 판타지에서는 마법이나 기사에 대한 상상력이, 동양 판타지에서는 중국의 경우 도술이나 무협에 대한 상상력이, 일본의 경우 요괴에 대한 상상력이 각기 독특한 내용과 분위기를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의 판타지는 아직 고유한 특성을 구현하고 있지 못하다. 대부분 서양 마법담이나 중국 무협담, 일본 요괴담의 내용과 분위기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실정이다. 이것은 우리의 상상력이 문화산업에서 우위에 있는 서양이나 일본, 그리고 엄청난 전통문화의 자원을 지닌 중국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함을 보여준다. 용을 나쁜 동물로 상상하는 아이들이 생겨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어른들은 용꿈을 꾸기라도 하면 당장 복권을 사러 갈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상상력이 자유롭다는 미신에 사로잡혀 우리 상상력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노력을 게을리한다면 지금의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용꿈을 꿀 때 복권을 사러 가기는커녕 “재수 없다”고 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 [피플 인 라운지] 여자 루지 1세대 최은주&성은령

    [피플 인 라운지] 여자 루지 1세대 최은주&성은령

    “야식 먹을 시간이에요.” 밤 9시 30분이 되자 처녀들은 바빠졌다. 루지 국가대표팀 성은령(21·용인대)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가스레인지에 물을 올렸다. 쫄깃한 라면 면발을 후루룩 먹고 밥까지 말아 ‘폭풍 흡입’했다. 최은주(22·대구한의대)는 “한 달 안에 68㎏까지 찌워야 돼요”라며 바로 단백질 보충제를 들이켰다. ‘살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루지대표팀 ‘여자 1세대’ 최은주, 성은령을 25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에서 만났다. 풋풋하고 뽀얀 아기 얼굴과 달리 몸집은 한눈에 봐도 다부졌다. 떡 벌어진 어깨와 팔 근육에는 군살 하나 없었다. 하지만 둘은 루지 세계에서 왜소한 축에 든다. 180㎝에 70~80㎏를 넘나드는 서양 선수들과 경쟁하기에는 턱없이 가볍다. 약 1500m의 슬라이딩 트랙을 썰매에 누워서 내려오는 루지는 무거울수록 가속도가 붙어 유리하다. 0.001초에 순위가 갈리는 걸 감안하면 단 1㎏도 아쉽기만 하다. 가녀린 우리 선수들은 국제 규정에 따라 납 조끼를 입어 무게를 보완하지만 내 몸 같은 편안함이 없는 건 당연하다. 최근 루지대표팀과 평창까지 5년간 장기 계약한 슈테펜 스켈(독일) 코치는 선수들을 보자마자 “평창에서 메달 따고 싶으면 무조건 68㎏까지 찌워라. 못 하겠으면 피겨장으로 가라”고 엄포를 놨다. 60㎏ 초반 몸무게인 선수들은 그래서 먹고 또 먹는다. 살을 빼는 다이어트와 마찬가지로 살을 찌우는 것도 힘들다. 성은령은 “무게는 늘려야 되는데 먹는 건 안 들어가니까 일단 쑤셔 넣고 토할 때도 있었어요. 월·금요일마다 몸무게를 재는데 안 늘면 속상하고 진짜 화나요”라고 말했다. 최은주도 “밥은 한 공기 반씩 먹고 웨이트트레이닝 할 때 단백질 보충제 먹고 밤에는 치킨, 라면, 피자를 돌려 가며 먹어요. 엄청 배부른데 그래도 무거워져야죠”라며 웃었다. 한창 예뻐 보이고 싶을 나이에 몸집을 불리게 만드는 루지의 매력은 뭘까. 최은주는 “처음에는 스피드가 재미있었는데 요즘엔 피니시라인에서 브레이크 잡으면서 올라올 때 쾌감이 느껴져요. 슬라이딩 코스마다 모양, 얼음 상태 등이 다 다른 것도 정복하는 맛이 있고요”라고 했다. 일반인이 보기엔 그냥 누워서 멀뚱히 내려오는 것 같은데 세심한 조종법이 있단다. 시속 100㎞를 넘는 속도로 ‘번개’같이 내려오면서도 커브를 돌 때마다 양손에 힘을 줘 썰매 바닥의 날을 미세하게 다룬다. 코스에 따라, 얼음 상태나 날씨에 따라, 날을 어떻게 갈았는지에 따라 힘을 주는 강도, 타이밍, 길이 등이 전부 다르다고 설명했다. 성은령은 “몇 명밖에 못 해본 운동이니까 사람들이 ‘루지가 왜 좋아?’라고 물어보는 것도 뿌듯하고요”라고 털어놨다. 처음부터 루지에 빠진 건 아니다. 단거리 육상선수였던 최은주는 2010년 선발전을 통해, 태권도 선수였던 성은령은 이듬해 선발전에서 태극마크를 달았다. 둘 다 교수의 추천으로 선발전에 도전했는데 인터넷에 ‘루지’를 쳐 보니 2010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사망한 그루지야 루지 선수 기사만 가득했단다. 당시 휘슬러 슬라이딩센터의 코스 설계가 다소 위험했는데 개막 전 연습하던 그루지야 선수는 속도를 이기지 못해 트랙에서 튕겨 나가 죽었다. 최은주는 “루지를 검색하는데 죽은 선수 동영상밖에 없더라고요. 부모님께서도 사고를 아셔서 반대가 심했어요”라고 회상했다. 걱정이 응원으로 바뀌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최은주는 그해 겨울 아시안컵 주니어에서 여자부 금메달을 따내며 가족을 강력한 후원자로 만들었다. 2011, 2013년 아시안컵 여자부 은메달도 그의 차지였다. 2011년 태극마크를 단 성은령도 그해 아시안컵 주니어 금메달을 땄고 올해 휘슬러세계선수권에서는 팀릴레이 10위로 새 역사를 썼다. 한여름 아스팔트에서 바퀴 썰매를 타며 써낸 위대한 성적표다. 2014소치올림픽 출전도 코앞에 성큼 다가왔다. 내년 1월에 올림픽 티켓이 결정되는데 전망은 매우 밝다. 이창용 루지대표팀 헤드코치는 “우리 위에 있는 세 명 정도를 꺾으면 되는데 2013~14시즌 국제대회에 출전하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포인트”라고 전했다. 소치행이 확정되면 ‘썰매 3종목’ 루지, 봅슬레이, 스켈레톤을 통틀어 한국 여자 최초의 올림픽 출전이 된다. 성은령은 “여자 썰매 최초로 올림픽에 나갔다고 역사에 이름을 새기는 거잖아요”라고 흥분했다. 경사도 겹쳤다. 대한루지연맹은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 출신의 스켈(장비 담당), 페그 로버트(기술 담당) 코치 두 명과 2018평창올림픽까지 계약을 맺고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발벗고 나섰다. 루지 선진국인 독일에서 태어나 2003년부터 캐나다 코치를 맡았던 로버트는 “유럽, 아메리카, 아시아 세 대륙의 루지 기술을 합쳐서 사고를 쳐 보자. 한국인의 강인한 근성과 체력에 우리 기술이 합쳐지면 못할 게 없다”고 힘을 실었다. 스켈은 썰매의 날 관리 노하우를 차근차근 전수하고 있다. 덕분에 2018평창올림픽에 대한 ‘장밋빛 희망’이 가득하다. 최은주는 “2016년에 코스가 완공되는데 많이 연습해서 꼭 메달을 따고 싶어요. 루지 발전을 위해 이 한 몸 바칠 겁니다”라고 말했다. 성은령의 당돌한 한마디도 인상적이다. “외국 애들은 썰매, 헬멧, 유니폼에 스폰서 패치가 가득한데 정말 부럽더라고요. 저희 앞으로 더 잘할 거니까 후원해 주세요. 루지도, 기업도 같이 쑥쑥 클 거라고 약속해요.” 글 사진 평창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용어 클릭] ■루지(Luge)는 유럽 알프스 산맥에서 즐기던 썰매놀이가 스포츠로 정착된 것으로, 얼음으로 굳혀진 1000m 이상의 코스를 내려오는 경기다. 13~16개의 커브를 굴곡 없이 빠르게 내려오는 게 관건이며 1000분의1초까지 시간을 측정해 순위를 가린다. 1964년 인스부르크 동계올림픽 때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소치올림픽에는 남자·여자 1인승, 남자 2인승, 팀릴레이 등 4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 [열린세상] ‘착한 한국사람’ 프로젝트/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열린세상] ‘착한 한국사람’ 프로젝트/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최근 미국에서 몇 년간 살아본 경험이 있는 지인들과 이야기 도중에 다음과 같은 질문이 화제가 됐다. 한국 사람들은 착한가. 모인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그다지 착하지 못한 것 같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듯했다. 최소한 자신들이 경험한 미국 사람, 미국 사회에 비해 한국 사람, 한국 사회는 그다지 착하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때마침 한국전쟁 종전 60주년을 맞아 국내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에서 한국전 참전 미국 병사가 전쟁고아가 된 한국 아이를 미국으로 데려가 자신의 아들로 입양해 미국인으로 키워낸 사례들을 보고 감동과 반성을 했다는 이도 있었다. 한국전을 치른 지 60년이 지나 고도성장을 이룬 한국 사회는 적지 않은 동남아 사람들을 노동자로, 신부감으로 받아들이는 이른바 다문화사회를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열악한 처지에 놓인 필리핀이나 캄보디아 아이들을 내 자식으로 삼아 아낌없이 후원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통계를 찾아 보니, 한국은 여전히 미국으로만 연간 700여명의 아이를 입양시키는 입양 수출국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하는 우리를 과연 착한 사람들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한국 사람들이 선진국 사람들에 비해 착하지 못하다고 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잦은 외세의 침탈과 전쟁, 남북 분단의 갈등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던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우리는 착해질 여유와 성찰의 기회를 갖지 못했다. 고속 경제성장 과정에서는 나의 출세와 가족의 행복을 돌보는 데 여념이 없었다. 나름대로 유교적 도덕관념과 정의의식은 있었지만 남을 보살피고 도와주는 이타적인 심성과 착한 사회적 실천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많은 경우 우리는 내 몸을 챙기고 가족의 행복을 챙기는 데는 착하지만 이웃을 내 몸처럼 돌보는 데는 그다지 착하지 못하다. 텔레비전은 온통 내 몸을 챙기는 건강과 음식 프로그램투성이다. 가족 내 핏줄을 따지며 갈등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화목과 행복을 지향하는 드라마들이 대세를 이룬 지 오래다. 사람들에게 삶의 목적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행복이라고 답한다. 교양 프로그램에는 행복 전도사가 고정 출연하고 행복론이 단골 주제가 된다. 톨스토이는 ‘행복은 인간을 이기주의자로 만든다’고 설파한 적이 있다. 행복지상주의에 빠져 있는 한국사회는 자기 이기주의, 가족 이기주의의 틀에 갇혀 좀처럼 착한 사회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지향하고 있는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경제적 부유함에 맞먹는 정신적 성숙함을 갖춰야 한다. 서로 믿고 서로 위하는 좋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 선진사회 아니겠는가. 높은 도덕적 수준과 구성원 간의 상호 신뢰는 한 사회의 사회적 자본으로 작용해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끈다는 것이 정설이다. 한국사회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경제성장 정책과 함께 ‘착한 한국사람’ 프로젝트라도 가동시켜야 되지 않나 싶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교육은 지식이 많은 ‘든 사람’과 성공한 ‘난 사람’ 만들기에만 몰두했다. 그 결과 경제적으로는 잘살게 됐는지 모르지만 정서적, 정신적으로 잘살고 있는가 하는 데 대해서는 항상 회의적이었다. 진정 정신적으로 행복하려면 착한 한국 사람이 되기 위한 실천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근면과 성실, 절제의 착한 미국인의 표상으로서 ‘모든 양키들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벤저민 프랭클린은 세계적인 인생 교과서가 된 자서전에서 착한 사람이 되기 위한 제일의 덕목으로 절제의 습관과 선행의 실천을 꼽은 바 있다. 인간은 언제든지 세속적 유혹과 잘못, 죄에 쉽사리 빠져들 수 있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쾌락과 식욕, 성벽, 성욕, 격정, 탐욕 등 속세적 행복감에 빠져들려는 유혹을 처음부터 적절히 절제하는 습관을 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프랭클린은 또 매일 ‘오늘은 어떤 선행을 할 것인가’ ‘오늘은 어떤 선행을 하였는가’를 자문하며 이타적 선행을 실천했다고 한다.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는 착한 기업인, 전쟁고아를 입양하는 착한 미국 병사는 결코 우연의 결과가 아니다. 착한 한국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도 공허한 행복을 위한 행복론을 떠들지 말고, 절제의 미덕과 선행의 실천을 가르쳤으면 한다.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배고령이 구월이에게 정분 두고 있다는 것은 이제 막 눈치챈 것이지만, 그 위인이 행중에서 여색을 밝히는 사람이라면 손위 손아래를 막론하고 꾸짖고 면박 주기를 일삼아 도덕군자로 알아왔는데, 구월이를 꼬드겨 꼭지를 따버릴 줄은 미처 눈치채지 못했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헤아리기 어렵다더니 딱 그 짝이군.” “두 사람이 정분을 둔 지가 벌써 한 해가 넘습니다.” “임자는 남의 일을 엿듣고 엿보는 일에 능숙한가?” “겉으로는 사내로 행세하지만, 속내로는 계집편성을 가졌다 보니, 자연 주위에 있는 남의 일에 눈길을 빼앗길 때가 많습니다.” “내가 눈 딱 감고 있을 테니, 어디 두 사람 가시버시 되도록 주선해 보게나. 그건 그렇구… 배고령이 걸핏하면 도덕군자 행세하려 했던 것이 얄밉군. 국량이 깊고 심성도 올곧은 사람인줄 알았더니, 얌전하다는 고양이처럼 남보다 먼저 부뚜막에 올라갈 위인일세.” 만기가 애매한 당나귀들을 들추어 발뺌했으나 속내로는 행중에서 행수로 행세하는 정한조에게 정분을 두고 은근히 따르려 한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평소에 정한조를 수발하고 위하는 행동거지를 눈여겨보노라면 그 속내가 거울 속 들여다보듯 훤하게 바라보였다. 그러나 정한조는 만기를 그런 상대로 볼 수는 없었다. 간구한 집안 살림을 견디다 못해 어린 나이에 집을 뛰쳐나와 객지를 떠돌며 유리걸식하던 계집아이가 우연히 해안가 염전으로 흘러들었다. 울릉도로 드나드는 소금 배의 선원들이나 염전에서 염간들의 떡찌끼를 얻어먹고 연명하던 계집아이가 바로 연임이었다. 그때 나이가 불과 열셋이었다. 그 측은하고 처량한 모습을 보다 못해 만기란 이름을 주고 남장을 시켜 접소로 데려와 중노미 노릇을 시킨 것이었다. 섭생이래야 조석으로 강조밥에 소금국이었지만, 떠돌며 걸식하던 고단함에서 벗어났으니 연임으로선 그런 천행이 없었다. 중노미 노릇 주선한 지 3, 4년이 지난 뒤에 마침 나귀를 들이게 되어 견마잡이로 행중에 섞여 작반하게 된 것이었다. 그로부터 세월이 흐르기 시작하면서 남장은 이제 몸에 배어 편안해졌고, 정한조만 쳐다보며 살아가는 사람이 된 것이었다. 좌정하고 앉아 생각에 잠겨 있던 정한조가 말머리를 돌렸다. “천봉삼이란 위인은 이제 기신을 차리고 일어나서 거동할 때도 되었는데?” “장독이 눈에 띄게 나아지고 있습니다. 도감 어른께서 귀한 소합환을 구해주셔서 구완하고 나서부터 차도가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행보할 만할 것입니다.” 그날로부터 열흘 뒤였다. 먼산 뻐꾸기 울고 오동 꽃이 조롱조롱 피기 시작하는 6월 초순, 곽개천은 천봉삼과 작반하여 말래 도방에서 20여 리에 상거한 매야장으로 발행하였다. 매야장에 인접한 오산 포구 근해에서는 빈한한 어부들이 조업하여 명태, 대구, 고등어, 문어, 양미리와 어물들을 잡아 올렸고 염장품도 심심찮게 거래되었다. 울진 일원의 포구와 비교해서 규모는 보잘것없었으나 염전도 있었다. 역시 보부상들은 매야장에서 어물이나 염장품을 거래하여 높을재*를 넘어 영양과 진보를 거쳐 안동 상주까지 내왕하기도 했는데, 그들 고장에서는 대개 콩과 같은 잡곡을 거래해서 돌아왔다. 그들은 해질 무렵에 매야에서 발행하면 시오리 상거에 있는 높을재 못미처인 동막에서 하룻밤을 잤다. 다시 하루해를 걸어서 높을재를 넘어 깊으내*에서 숙박하고 수비를 거쳐 진보에 당도하였다. 그러나 매야에서 꼭두새벽에 일어나 검댕이만 털고 발행하면 높을재 노루막이에 있는 숫막에 당도하여 객주를 정하고 깊으내까지 당도하여 숙소를 정할 수 있었다. 가근방에 살고 있는 부상들은 옥방에서 내성으로 가는 길을 택하여 새내*에서 하룻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매야와 영양 사이 행보도 십이령길 못지않은 첩첩산중이어서 많은 보부상들이 후미진 자드락길을 돌아설 때마다 불쑥불쑥 나타나서 넋을 빼놓는 짐승들 때문에 고초를 겪었고, 십이령길처럼 협객을 흉내내며 신출귀몰하는 화적은 없었으나, 데데한 좀도둑들이 출몰한다는 얘기는 떠돌았다. 일테면 높을재의 후미진 길목에 상복을 입은 위인이 섬거적에 시신을 둘둘 말아 짊어지고 걸어가면, 그 뒤로 역시 상복을 차려입은 상제가 서럽게 곡을 하며 뒤따른다. 가난한 상제들이 시신을 묻으러 산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러나 알고 보면 그 섬거적 속에는 시신이 아니라, 산협 마을에서 훔친 가축이 들어 있는 것이었다. 그들이 좀도둑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섬거적 속에 들어 있던 돼지가 땅에 떨어져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달아나는 것을 상제 두 사람이 잡으려고 허둥지둥 뒤따르는 것이 행인들에게 목격되었기 때문이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런 좀도둑은 볼 수 없었으나 근자에 이르러 조정이 뒤숭숭하고, 여기저기서 난리가 터지고, 흉년이 거듭되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좀도둑들이었다. 그래서 요즈음은 모이면 적당이 되고 헤치면 양민이란 웃지 못할 얘기까지 떠돌았다. 소금 상단이 평소 출입이 뜸했던 매야 장시와 높을재를 겨냥하고 발행한 것은 까닭이 없지 않았다. 내성의 윤기호를 장시에서 훼가출송시킨 뒤 마땅히 거래할 소금 도가를 찾지 못한 처지였고, 잠적해버린 산적들이 높을재 근처의 산속으로 숨어들었다는 적경을 매야장을 출입하는 상대들로부터 들었기 때문이다. 천봉삼과 함께 작반한 것도 그런 까닭이었다. 매야장에 당도한 곽개천 일행은 허술한 숫막에 식주인을 정하고 행장을 풀었다. 곽개천이나 박원산 같은 원상들은 몇 번 찾아온 경험이 있었으나 나머지는 매야가 초행이었다. 당도해 보니 매야 장시도 대처의 장시처럼 괄시하지 못할 만치 행상인들의 출입이 번다하였다. 바다와 멀리 떨어진 내륙의 영양과 진보 안동의 행상꾼들이 높을재를 넘어 매야장까지 와서 건어물을 거래하면서 장시의 규모가 커진 것이었다. 인총이 드물고 살기가 팍팍한 곳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높을재:고초령 *깊으내:심천 *새내:신천
  • 운동장 대신 숲을 품은 학교… 도심 속 아이들의 ‘힐링 놀이터’

    운동장 대신 숲을 품은 학교… 도심 속 아이들의 ‘힐링 놀이터’

    막연히 나무와 꽃이 주변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지위 높은 사람들이 학교에 순시 왔을 때 심은 ‘기념식수’가 출발점이었다. 지금은 자투리땅이 거의 남지 않고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시의 허파 기능을 할 ‘마지막 희망’ 역할로 주목받고 있다. 학교에 조성된 숲, 학교숲 이야기다. 최근 ‘탄소지킴이 도시숲’이란 제목의 책을 발간한 산림청은 학교숲의 온실가스 저감 효과에 대해 큰 기대를 내비쳤다. 서울시만 해도 전체 초·중·고교가 1341곳이고, 구마다 학교가 골고루 배치되어 있다. 이곳에 ‘녹색 환경’이 조성될 경우 전체적인 산소 배출 효과뿐 아니라 미세먼지 흡착, 소음감소 및 차단과 같은 지엽적인 효과도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산림청은 건물·운동장과 몇 그루 나무, 작은 화단이 있는 일반 학교의 평균 탄소 저장량은 9887㎏C(건조된 목재 1㎥당 탄소저장량은 250㎏C)인 데 비해, 나무와 연못 등 학교숲이 조성된 학교의 탄소 저장량은 1만 412㎏C로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산책로 등 대규모 식재를 통해 학교 공원화를 하면 저장량은 1만 651㎏C로, 학교숲과 학교공원화를 함께한다면 저장량은 1만 1176㎏C로 증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연구 결과에 힘입어 올해 15년째인 학교숲 조성 운동이 재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다. 그동안 진행되어 온 ‘운동장 vs 학교숲’ 논쟁에서 학교숲에 대한 지지가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산림비전센터에서 열린 ‘학교숲이 미래다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학교숲 조성 초기와 달라진 학교 분위기를 설명했다. 오창길 인천구산초 교사는 “조선시대 향교와 서원에는 대개 오래된 큰 나무가 위용을 과시하며 상징물 역할을 했지만, 일제시대 이후 학교는 건물과 운동장으로 꾸며졌다”면서 “운동장이 들어선 데에는 1895년 교과과정에 병식체조를 도입한 학교령이 공포된 것과 관련이 깊다”고 설명했다. 김인호 신구대 환경조경과 교수도 “학교숲 운동의 가장 큰 장애물은 운동장에 대한 막연한 신화(神話) 때문으로, 학교숲 조성 대신 운동장에 인조잔디와 트랙을 설치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기도 했다”면서 “2000년대 중반 인조잔디를 깐 학교들은 최근 낡아서 새로 시공을 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한 반면 학교숲은 환경적 효과뿐 아니라 교육적인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운동장을 대체할 실내 체육관 건립, 자투리 숲 조성기술의 발전도 학교숲 조성에 동력을 보탰지만, 인성교육뿐 아니라 교과교육에서도 유용하다는 점이 학교숲 확산을 이끌었다. 학교숲 운동을 해 온 ‘생명의 숲’은 학교숲이 1999년 700여곳에서 최근 3000여곳으로 늘었다고 집계했다. 허윤선 서울대 조경학과 박사는 “학교 안에 숲이나 텃밭을 조성하거나 담장을 숲으로 대신하는 등 여러 가지 학교숲 조성 방식이 있다”면서 “일단 학교숲이 조성되면 수업시간이나 방과 후 활동 시간에 생태체험 교실을 운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방과 후에는 주민들의 운동공간과 휴식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에서도 지역 커뮤니티와 연계해 녹색학교를 만드는 움직임이 활발하다”면서 “영국의 지속가능한 학교 프로그램은 학교를 중심으로 개인에서부터 타인과의 관계, 지역과의 네트워크 형성에 이르는 범위를 다루며 지속가능한 삶에 대한 인식을 키워 준다”고 강조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중기청과 함께하는 우수기업 열전] “창업은 준비부터 꼼꼼해야 성공…중기청 통한 정보수집도 꼭 필요”

    [중기청과 함께하는 우수기업 열전] “창업은 준비부터 꼼꼼해야 성공…중기청 통한 정보수집도 꼭 필요”

    “지금에 만족하지 않고 신제품 개발에 주력하겠습니다.” ㈜에이스DNC 허영만(44) 대표는 우선 올해 건조기의 제품 다양화에 도전할 예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시판 중인 상하순환식 열풍 건조기는 한꺼번에 165㎏의 농작물을 건조할 수 있는 크기의 제품 한 가지다. 선택의 폭이 좁다 보니 농민들로선 용량이 작은 건조기를 구입하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이 건조기를 사야 하는 실정이다. 농민들의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올해 85㎏과 255㎏ 크기의 건조기를 제작한다는 게 허 대표의 구상이다. 그는 건조과정에 앞서 농작물을 씻어주는 세척기 개발도 계획하고 있다. 농약 잔류물을 씻어내기 위해 세척기는 농민들에게 꼭 필요한 장비이지만 200만원이나 하는 고가인 게 단점이다. 허 대표는 기존 세척기에 장착돼 있는 불필요한 부품들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간단하고 저렴한 세척기를 개발해 가격을 100만원대로 낮추면 경쟁력이 있다고 전망한다. 그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직접 터득한 경험을 예비창업자들에게 알려주는 창업 전도사의 꿈도 갖고 있다. 허 대표는 “창업하려면 준비과정부터 꼼꼼해야 한다”면서 “남들과 차별화되는 아이템이 가장 중요하지만 경험자를 만나고 좋은 책을 읽는 것도 크게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허 대표가 추천하는 좋은 책은 창업에 성공한 선배들의 경험담이 담겨진 ‘초보사장 빨리 벗어나라’와 소비자를 상대할 때나 영업마케팅에 도움이 될 만한 ‘설득의 심리학’이다. 그는 이어 “정보 수집도 창업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면서 “중소기업청의 비즈인포나 창업진흥원, 재택창업시스템 등을 활용하는 게 가장 쉽게 좋은 정보를 습득하는 방법”이라고 추천했다. 또 “정보나 창업 경험, 자금이 없는 사람들에게 중기청의 이런 지원들은 너무나도 큰 손길”이라면서 “물론 예비창업자들에겐 두려움이 앞설 수밖에 없지만 용기를 갖고 도전한다면 성공할 수 있으니 자신감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청원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저자와의 차 한잔] ‘군주의 조건’ 펴낸 스피치 라이터 김준태

    [저자와의 차 한잔] ‘군주의 조건’ 펴낸 스피치 라이터 김준태

    “리더로서 최고의 덕목은 수신(修身)입니다.” 조선 왕들의 결단과 행적을 추적해 ‘군주의 조건’을 낸 스피치 라이터 김준태씨는 이렇게 말한다. 조선왕조실록에 천착해 온 그는 조선 군주들의 리더십을 수신, 의리(義利·명분과 실리), 용현(用賢·용인술), 공효(功效·공을 들인 성과), 건저(建儲·후계) 등 다섯 개로 압축했다. “리더는 장점과 강점, 약점과 단점 등 자신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아야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최선의 선택을 하게 된다”고 배경설명을 한다. 이익집단 간의 갈등 조정 등이 날로 어려워지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도덕적·인격적 완성체로서의 이상적 군주론은 공허해 보인다고 하자 “그래도 리더가 어떤 마음을 먹고 결정을 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여전히 도덕성을 강조했다. 그렇다고 이상론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올바름의 이치를 뜻하는 ‘의리’(義理)가 아니고 올바름과 이로움이 결합된 ‘의리’(義利)라는 개념을 제시한 것에서 이를 읽을 수 있다. ‘의’(義)와 ‘리’(利)는 명분과 실리, 이상과 현실, 동기와 결과를 가리키는 다소 대립적이고 상충되는 개념이어서 하나로 묶기가 쉽지 않다. 그는 “명분과 현실 사이에는 언제나 일정한 거리가 있기 마련”이라며 “그럴 때는 명분과 현실을 조율하여 지금 바로 이 상황에 알맞은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명분을 선택하더라도 철저한 준비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준비는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명분과 의욕만 앞세워 청과 승산 없는 전쟁을 한 인조는 무모했다고 지적한다. 현실에서는 올바름과 이로움이 충돌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숙종 때 흉년이 계속되자 조정에서는 청으로부터의 식량 도입을 논의한다. 그러나 아직도 삼전도의 굴욕이 생생한 사대부들 사이에서는 반대의견이 높다. 하지만 숙종은 황제에게 감사인사만 표시하면 양식을 공급하겠다는 청의 제의를 받아들여 구호양식인 ‘서곡’(西穀)을 들여온다. 비록 원수의 나라라 하더라도 백성의 굶주림을 면하게 하는 이로움이 우선이라고 본 것이다. 그래서 그는 조선 중기 이후 사림파는 지나치게 교조적으로 흘러 현실을 도외시했다며 비판한다. “국가의 가장 큰 명분은 국가의 자존심이 아니라 구성원 자체입니다. 구성원들을 지켜내기 위해 어떠한 일도 할 수 있는 것, 그것이 군주의 도리이고 바로 진정한 명분을 따르는 일입니다.” 국가는 법(제도)과 사람(인사)의 양축으로 통치되고 법을 운영하는 것은 바로 사람이다. 그래서 흔히들 ‘인사가 만사’라고 한다. 이런 점에서 세종의 통 큰 용인술은 오늘의 우리들에게도 울림이 크다. 집현전의 초대 책임자로 자신의 장인인 심온을 죽이는 데 앞장선 박은을 임명하고 사사건건 반대하는 허조에게 이조판서, 영의정을 맡기며 함께 간다. 세종이 고집불통이라고 불평하면서도 허조를 계속 요직에 중용한 것은 그의 반대를 통해 발생 가능한 문제들에 선제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 정책이 더욱 튼튼해지며, 정치가 더욱 건전해지기 때문이었다고 분석한다. 포용력 있는 인사는 수신이 바탕이 됐음은 물론이다. 공(功)을 들여 효험(效驗)을 내는 공효는 개혁과 연관된다. 그는 “리더는 시대상황에 맞게 제도를 적절하게 변화시켜야 하며 공은 나누고 책임은 짊어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주문한다. 임태순 선임기자 stslim@seoul.co.kr
  • 광주시 2019 세계수영대회 유치… 공문서 위조 논란

    광주시가 부다페스트(헝가리) 등 경쟁 도시를 제치고 ‘2019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에 성공했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가 정부의 재정보증 서류를 조작했다는 이유로 강운태 광주시장을 검찰에 고발하고 정부 지원도 하지 않을 방침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국제수영연맹(FINA)은 19일 낮 12시 30분(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광주를 2019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최지로 확정했다. 협의 끝에 투표 대신 합의로 결정했다. 그러나 문체부는 이날 강 시장에 대한 공문서 위조 혐의로 검찰 고발키로 했다. 광주시가 지난해 10월 FINA에 제출한 유치의향서 가운데 정부의 재정지원을 보증하는 대목에서 김황식 전 국무총리와 최광식 전 문체부 장관의 사인을 위조한 사실을 지난 4월 FINA 현지실사 과정에서 확인한 데 따른 조치다. 노태강 문체부 체육국장은 “유치 여부와 상관없이 개최지 결정 이후 법적 절차를 밟기로 한 만큼 그에 따를 것”이라면서 “대회 준비 지원에 필요한 국비 보전도 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지에서 강 시장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그는 “세계 각국이 수영대회 유치에 올인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유치의향서 전달 때 실무자의 착오로 잘못된 부분을 뒤늦게 문제 삼아 고발하려 한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적을 받은 뒤 FINA에 최종 제출한 유치의향서에는 ‘정부가 2011 세계대구육상선수권대회에 버금가는 재정지원을 할 계획’이라는 내용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내용으로 고치는 등 잘못을 바로잡았다는 것이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챔피언십과 마스터스 대회가 통합 개최되는 대회로 202개국에서 챔피언십 7000여명, 마스터스 1만 3000여명의 선수가 참가하는 국제적 이벤트다. 바르셀로나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서울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전도유망 삶 바꿔놓은 연극, 관객과 교감하는 재미 실감”

    “전도유망 삶 바꿔놓은 연극, 관객과 교감하는 재미 실감”

    배우 김의성(48)은 연극에서 출발해 1990년대 충무로에서 주목받았다. 전성기에 갑자기 배우 생활을 접고 사업가로 변신했던 그가 다시 배우로 돌아왔다. 영화를 거쳐 다시 연극 무대다. 강산이 두 번 바뀌었지만 그를 잡아 끄는 연극의 힘은 여전한 듯하다. 서울대 경영학과 84학번인 김의성은 시대와 사회를 치열하게 고민하던 대학생이었다. 2학년 때 대학 연극반의 공연을 보고 뒤풀이에 따라갔다가 연극에 발을 내디뎠다. 암울한 군부독재 시절 대학가에 문화운동이 퍼져나가던 때였다. “뒤풀이에 가서는 신나게 술을 마시고 놀았죠. 하지만 연극을 통해 사회에 발언을 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연극의 힘을 느꼈어요.” 졸업도 하기 전인 1987년 극단 ‘천지연’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노동자 대투쟁이 불붙듯 번져나갈 무렵 그는 파업 현장과 학교를 돌며 사회성 짙은 연극을 했다. 졸업만 하면 대기업을 ‘골라 갈’ 수 있었지만 20대 김의성의 마음은 연극으로 가득했다. “그땐 배우를 업으로 삼겠다는 생각도 없었어요. 그저 연극을 통해 정의의 편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었습니다.” 6년 넘게 연극판을 누비다 브라운관을 거쳐 스크린으로 진출했다. 홍상수 감독의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1996)로 단숨에 주목받았다. 1990년대 중반 충무로의 대표 배우로 승승장구하던 그는 언제부터인가 스크린에서 얼굴을 감췄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그중 하나는 제 연기에 스스로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베트남에서 한국영화 수출, 드라마 제작 등 사업가로 순항했다. 하지만 배우는 운명이었을까. 2010년 한국에 잠시 들어왔다가 홍 감독과 만났고 이듬해 영화 ‘북촌방향’에 출연했다. 다시 배우로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남영동 1985’, ‘건축학개론’, ‘26년’ 등에 연이어 출연하며 배우로의 복귀를 알렸다. 이번에는 ‘우먼 인 블랙’으로 연극판에 돌아왔다. 20년 만의 연극 무대다. 영국 작가 수전 힐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대니얼 래드클리프가 주연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그는 젊은 시절 변호사로 일하다 평생 잊지 못할 공포를 경험했던 주인공 아서 킵스 역을 맡았다. 소리와 조명, 소품으로 오싹한 공포를 전달하는 연극에서 그는 코믹과 호러를 넘나드는 연기로 관객들의 심리를 흔든다. “제가 대중성 있는 연극을 하니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하지만 관객들이 즐겁게 볼 수 있는 공연을 하는 건 의미 있는 일이죠.” 20년 만의 연극은 두려운 도전이었지만 요즘은 관객들과 교감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공연이 끝나면 주연배우들이 공연장 출구에서 관객들을 배웅합니다. 그때 보면 90% 이상은 만족했다는 눈빛이에요. 그게 그렇게 기쁠 수가 없어요.” 올 하반기 영화 ‘관상’과 ‘소수의견’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에게 연극도 다작 계획이 있냐고 물었다. “아직까지 저에게 연극은 현재이기보다 과거입니다. 대기업에 가거나 판검사가 될 수도 있었던 제 삶을 후다닥 뒤집어 놓았던…. 앞으로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연극을 할 수 있었으면 해요. 당장 내년엔 ‘우먼 인 블랙’을 다시 하고 싶습니다. 하하.” 9월 22일까지 서울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전석 3만원. (02)766-6007.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케이블 하이라이트]

    ■꽃보다 할배(tvN 밤 8시 50분) 꽃할배 4인방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과 짐꾼 이서진은 에펠탑과 샹젤리제를 방문한 데 이어 파리에서의 이튿날 여정을 이어간다. 베르사유 궁에 도착한 일행은 입장을 위해 길게 늘어선 행렬에 혀를 내두르고, ‘젊은 내비게이터’ 서진은 외국 관광객들의 안내와 티켓 구입까지 도와줄 정도로 유능한 가이드 역할을 한다. ■하녀(수퍼액션 밤 11시) 이혼한 뒤 식당 일을 하면서도 해맑게 살아가던 은이(전도연)는 유아교육과를 다닌 이력으로 자신에게는 까마득하게 높은 상류층 대저택의 하녀로 들어간다. 완벽해 보이는 주인집 남자 훈, 쌍둥이를 임신 중인 세련된 안주인 해라, 자신을 엄마처럼 따르는 여섯살 나미, 그리고 집안일을 총괄하는 병식과의 생활은 낯설지만 즐겁다. ■막이래 쇼 5(투니버스 밤 7시)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멤버들은 시즌 5의 키워드인 ‘스스로 여행’에 대해 전해 듣는다. 그 첫 번째 미션은 바로 ‘스스로 짐싸기’다. 멤버들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여행 키워드 카드에 맞춰 스스로 여행가방을 꾸린다. 그리고 본격적인 여행을 떠나는 날 아침 팀장이 된 동우와 태엽에게 전달된 미션은 스스로 팀원을 섭외하는 것이다. ■디자인 매거진 룸 2(홈스토리 밤 11시) ‘더 플레이스’에서는 자연을 끌어안은 도심 한가운데의 집을 찾아간다. 그리고 돼지를 소재로 작품을 만드는 팝아티스트 한상윤을 찾아가 그의 예술관을 들어본다. ‘더 데코’에서는 블랙 앤드 화이트 콘셉트로 집안에서 할 수 있는 파티 장식을 선보인다. ‘더 트렌드’에서는 1회에 이어 친환경 인테리어의 모든 것을 알아본다. ■문화갤러리 예감(국회방송 밤 8시 30분)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양보 없는 전쟁을 코믹하게 풀어낸 연극 ‘고부전쟁’과 드라마 ‘수사반장’ 속 긴장감 넘치는 타이틀 음악을 연주하고 편곡한 한국 재즈계의 거장 류복성과 함께한다. 영화 ‘여인의 향기’ 명장면을 빛낸 탱고 연주곡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와 7월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다양한 문화공연 소식 등을 소개한다. ■명탐정 코난(애니맥스 오후 5시) 미란이는 도일이와 데이트를 한다며 집을 나선다. 코난은 미란이가 자신과 약속했다고 거짓말까지 하며 누구를 만나려는지 궁금해 미란이를 따라 카페로 향한다. 미란이는 코난에게 사실은 도일이를 만나려는 것이 아니라면서 코난이 좋아하는 생크림 케이크를 사줄 테니까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한다.
  • [사설] 은행 수익성 나빠지니 고객 주머니부터 터나

    금융감독원이 은행 수수료 재책정 작업에 착수했다. 송금·타행 인출·수표 발행 등 서비스별로 원가를 분석해 은행권 공동 또는 은행별 수수료 모범규준을 만들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원가산정 방식 등도 모범규준에 담아 외부 회계법인과 소비자단체의 검증을 거치도록 할 모양이다. 언뜻 보면 합리적 행정지도로 비쳐진다. 하지만 전후 맥락을 놓고 보면 본말이 전도됐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수수료 문제가 불거진 것은 얼마 전 최수현 금감원장이 “은행들의 수익이 나빠져 어렵다. 수수료를 현실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다. 최 원장은 수수료 등 비(非)이자 수익 비중이 30~40%인 선진국 은행에 비해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12%에 불과하다고도 지적했다. 하지만 최근 1년 새 거의 반 토막 난(3조 3000억원→1조 8000억원) 은행권의 순익이 비단 수수료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지난해 국내 시중은행 직원의 평균 연봉은 7560만원이다. 통계청이 조사한 도시근로자 평균 연봉(3600만원)의 두 배가 넘는다. 국내 10대 그룹 대표기업 평균 연봉(6600만원)보다도 많다. 금융지주 회장의 연봉은 20억~3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은행원 1인당 생산성은 계속 뒷걸음질치고 있다. 그런데도 고액 연봉 구조는 그대로 놔둔 채 손쉬운 수수료부터 올리겠다는 것은 만만한 고객들의 주머니를 털어 급한 불을 끄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 같은 행태를 관리감독해야 할 금감원이 오히려 앞장서 멍석을 펴주고 있는 것에 우리는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자신의 통장에 돈을 넣어도 자산을 안전하게 지켜준다는 명목으로 계좌 유지 수수료 등을 받는 선진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수수료 인심이 비교적 후한 것은 사실이다. 원가에 비해 과도하게 비싼 것도 있어 보이는 만큼 수수료 체계를 손볼 필요는 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은행 임직원의 성과보수 체계부터 점검해야 한다. 인구 수에 비해 너무 많은 지점망과 대출 리스크 분석기법 선진화, 잦은 금융사고 예방대책 등에 대한 근본적 고민도 요구된다. 고객들이 공감할 만한 자구 노력이 선행되지 않는 한 결코 고통 분담에 선선히 나서지 않을 것임을 은행들과 감독당국은 명심하기 바란다.
  • 맞춤법 틀리면 떨리는 신개념 ‘진동펜’ 개발

    맞춤법 틀리면 떨리는 신개념 ‘진동펜’ 개발

    글을 쓰다가 맞춤법이 틀리면 스스로 진동을 일으키는 재미있는 펜이 개발됐다. 최근 독일 출신의 발명가 포크 울스키와 다니엘 키이스마하는 서체와 맞춤법을 고쳐주는 신개념 진동펜 ‘런스티프트’(Lernstift)를 공개하고 투자자를 모집 중이다. 이들 발명가들이 개발한 이 펜에는 자체 센서가 장착돼 있어 사용자의 글쓰는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다. 특히 개발된 펜 버전 중에는 와이파이(Wi-Fi)가 설치된 것도 있어 PC와 스마트폰과 연동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발명가들은 이 제품이 맞춤법을 공부하는 어린이들이나 서체를 수정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발자 울스키는 “아내가 딸 아이의 숙제를 도와주는 것을 보고 이 펜의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면서 “아이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다른 사람의 도움없이 쉽고 재미있게 맞춤법 공부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량 생산을 위해 현재 투자자를 모집 중인 울스키는 차기 버전도 개발 중이라고 언급했다. 울스키는 “차기 버전의 펜은 틀린 문법의 글을 쓸 때 이를 알려주는 기능을 갖는 것” 이라면서 “자국어 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언어를 공부하는 사람들 한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영어와 독일어로만 서비스 되는 이 펜은 향후 40개 이상의 언어로 업데이트 될 예정이며 가격은 우리돈으로 15만원 내외에 판매될 예정이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창조경제의 첨병은 기업이다] LH

    [창조경제의 첨병은 기업이다] LH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동반성장과 신기술 주택·도시개발로 창조경제의 틀을 짜고 있다. 원가절감, 차질없는 국책사업 추진, 신도시 수출에도 힘을 쏟고 있다. LH가 추진하는 동반성장의 핵심 전략은 중소기업 기술개발을 집중 지원, 개발 과제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일정 금액의 제품을 구매해주는 구매조건부 기술개발지원사업을 펼쳐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임대주택의 고질적인 하자보수 방안을 구축하기 위한 기술제안 공모로 중소기업과의 기술협력체계 구축 및 참여 기회도 확대했다. 중소기업 우수제품 활성화 및 신기술 실용화를 촉진, 중소기업이 직접 참여하고 성장하도록 돕고 있다. 공정한 하도급 거래질서 유지에도 힘을 기울인다. 저가낙찰에 따른 원도급 손실비용을 하도급업체에 전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하도급계약 시 하도급률이 일정비율 이상으로 유지되도록 제도를 바꿨다. 하도급대금, 노무비 등이 제대로 지급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을 구축, 하도급거래의 투명성도 확보했다. 우수 자재·공법을 보유한 중소기업이 기술력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고, 역량을 키우기 위한 투자도 앞장선다. 공신력과 실적이 부족한 민간 중소업체의 해외 진출도 지원해주고 있다. 관리비 절감, 쾌적한 주거공간, 저렴한 가격의 주택 건설로 주택산업 발전도 선도하고 있다. 또 올해 23개 지구 1만 7000가구의 신재생에너지 주택지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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