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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마당] 코로나가 출판 문화에 남긴 것들/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문화마당] 코로나가 출판 문화에 남긴 것들/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출판의 한 해가 시작됐다. 작년 내내 ‘거리두기’와 ‘마스크’와 ‘집콕’으로 압축되는 비대면 사회의 일상은 출판을 강도 높게 변화시켰다.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을까. 무엇보다 여가는 책의 소비를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점이 가장 중요하다. ‘2019 국민독서실태조사’를 보면 성인은 독서 장애 요인으로 ‘책 이외 다른 콘텐츠 이용’(29.1%), ‘일(공부)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27.7%)라고 꼽았다. 강요된 일중독 사회는 시민의 여가를 빼앗는다. 모바일 콘텐츠 이용으로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독자는 줄어들고 독서율은 급속히 낮아지는 중이다. 그러나 팬데믹으로 인한 재택근무나 원격수업 때문에 온 가족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자 넷플릭스 등 온라인 구독 콘텐츠 소비뿐만 아니라 도서 구매 역시 증가했다. 예스24의 경우 전년 대비 전체 도서 판매량이 23%나 증가했다. 독자들 관심은 네 가지로 집중됐다. 첫째, 교육이다. 아동서·초등학습서·자녀교육서 등 교육 관련 서적의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학교에 가지 못해 부족해진 아이들의 공부를 돕고, 경험의 폭이 줄어든 아이들 세계를 확장해 주려는 마음이 독서를 일으켰다. 거리두기 탓에 도서관 이용이 불편해진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아이와 같이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잔소리를 대신할 좋은 대화법을 찾는 부모들이 많았던 것도 주목할 만하다. 둘째, 실용이다. 주식·부동산 등 재테크 관련 서적과 요리·다이어트·홈트레이닝 등 취미·스포츠 관련 서적 판매량이 늘었다. 1997년 국가 부도, 2008년 금융 위기에 이은 세 번째 재난을 맞은 사람들은 관료나 전문가의 크고 작은 경고를 더는 듣지 않았다. ‘동학개미’와 ‘부동산 영끌’의 장기적 결과를 짐작하긴 어렵지만, 재난 속에서 사람들이 돈의 흐름을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기를 욕망한 것은 분명하다. 아울러 우리는 어느 때보다 창조적이었다. ‘집콕 생활’을 더 흥미롭고 풍요롭게 만들기를 바랐고, 기꺼이 책을 길잡이로 삼았다. ‘집콕 요리’, ‘집콕 운동’ 등이 내내 화제였다. 셋째, 전망이다. 코로나19를 비롯한 바이러스 및 감염병 관련 과학 서적과 팬데믹 이후의 세상을 예측하는 경제경영 서적의 판매량이 급증했다. 우리는 알고 싶었다, 이토록 의학이 발달한 시대에 메르스, 사스, 조류인플루엔자 등 감염병이 갈수록 잦아지는 이유를. 우리는 확인했다, 팬데믹이 기후위기와 공장식 축산과 무분별한 개발이 낳은 참사였음을. 우리는 고민했다, 팬데믹이 우리의 먹고사는 일상을 어떻게 바꾸어 갈 것인지를. 코로나19는 비대면의 일상화를 가져왔고, 인공지능·플랫폼 자본주의를 승자로 만들었다. 인공지능 시대의 핵심 지식인 수학책이 붐을 이룬 것은 당연하다. 넷째, 성찰이다. 재난의 시기에는 항상 문학의 판매량이 늘었다. 시민들은 무엇보다 이야기를 통해서 재난이 가져온 고통을 다스리고 슬픔을 치유할 힘을 얻는 한편 삶의 태도를 가다듬고 자신을 돌아보고자 했다. ‘페스트’ 등의 고전도 주목을 받았으나, 한국 소설 판매량이 역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청소년 소설, SF 소설, 드라마 소설 등이 새로운 주류로 떠올랐다. 어두움도 있다. 작가 강연, 독서 모임, 취향 저격 공간 등이 매력이었던 동네책방 위기는 심각하다. 폐업 소식이 들려오는 곳도 많다. 이들과 함께하는 활동을 통해 적지 않은 수입을 얻었던 작가들도 힘든 상황이다. 도서 마케팅이 줌미팅 등 온라인 중심으로 급격히 이동하는 과정에 대응하기 어려웠던 소출판사도 어렵다. 문화 다양성의 상징인 이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긴급하다.
  • “올해 재건축 최대어 수주하라”… 현대·GS·DL·삼성 ‘4자 대결’

    “올해 재건축 최대어 수주하라”… 현대·GS·DL·삼성 ‘4자 대결’

    올해 국내 재건축 시장의 최대어 중 하나로 꼽히는 부산 해운대 삼호 가든 아파트(우동1구역) 수주전을 놓고 현대건설, GS건설, DL이앤씨(구 대림산업), 삼성물산 등 주요 건설사가 신년 대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해외시장이 올스톱되면서 올해 국내 재건축·재개발 시장에서 승기를 잡겠다며 경쟁이 불붙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우동1구역 재건축사업조합은 7일 현장설명회, 2월 말 입찰 마감, 3월 말 시공사 선정 등 일정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 1104-1번지 일대에 삼호가든아파트를 아파트 13개동 1476가구로 짓는 사업이다.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이 대표로 오른 첫해부터 이 사업을 시작으로 도시정비사업 수주 호조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도시정비 사업에서 4조 7383억원을 수주하는 등 도시정비사업 최강자로 꼽힌다. 윤 사장은 지난해 주택사업본부장(부사장)으로서 단군 이래 최대 재개발 사업으로 불린 1조 8800억원 규모의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3구역 재개발 사업 수주전에서 직접 조합원이 돼 조합원 지지를 이끌어 내는 등 적극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윤 사장의 권한이 커진 만큼 강점을 보인 도시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더욱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점쳐진다. 이번 수주전에서 하이엔드 브랜드인 디에이치(THE H)를 지방에서 처음 선보일지도 관심이다. 지난해 도시정비 분야에서 2조 5092억원의 수주 실적을 올린 GS건설의 설욕전도 주목된다. GS건설은 한남뉴타운 3구역과 앞서 2017년 반포주공1단지 1·2·4구역 재건축 사업에서 현대건설에 연속으로 패했다. GS건설은 2015년 임병용 부회장의 지휘로 8조원 규모의 도시정비 사업을 수주한 적이 있을 만큼 한때 도시정비사업 강자로 꼽혔다. GS건설은 올해 목표를 최소 3조원으로 잡고 있다. 올해 마창민 사장을 수장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DL이앤씨는 적극적으로 물밑 작전을 펼치는 분위기다. DL이앤씨는 지난해 말부터 ‘평당 1억원의 신화 아크로, 부산 최초로 우동1구역에 옵니다’라는 플래카드 내걸고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아크로는 DL이앤씨의 하이엔드 브랜드로 서초구 반포동에 지은 ‘아크로 리버파크’가 지난해 첫 평당 1억원 시대를 열며 이름의 무게가 더 커지고 있다. DL이앤씨는 지난해 1조 3958억원을 수주하며 도시정비 분야 5위를 기록했다. 삼성물산도 지난해 재건축 조합 설립 축하 현수막을 거는 등 일찍이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도시정비분야에서 지난해 1조 487억원을 수주했다. 새로 선임된 오세철 사장은 첫 기술직 출신의 물산 건설부문 대표로 그의 취임을 계기로 그동안 소홀했던 도시정비분야에 힘을 쏟을 것으로 전해졌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르노삼성 XM3 돌풍… 소형 SUV 판매 2위

    르노삼성 XM3 돌풍… 소형 SUV 판매 2위

    르노삼성자동차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XM3는 지난해 3월 출시된 이후 연말까지 3만 4091대가 팔리며 소형 SUV 시장 2위에 올랐다. 월평균 3409대꼴이다. 월 4123대를 기록하며 1위에 오른 기아차 셀토스와는 714대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XM3는 최근 국토교통부의 ‘2020 자동차 안전도 평가(KNCAP)’에서 종합점수 88.2점을 받아 최고 안전등급인 1등급을 획득했다. 특히 충돌 안전성에선 제네시스 G80·GV80, 기아차 쏘렌토·카니발과 함께 최고점인 60점 만점을 받았다. XM3는 올해부터 유럽과 중남미, 일본, 호주 등 세계 각지로 수출될 예정이다. 수출 주력 모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가 국내에 출시될 거란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XM3 판매가격은 1763만~2597만원이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안전도시’ 성북, 자연재해 지역안전도 최고등급 받아

    ‘안전도시’ 성북, 자연재해 지역안전도 최고등급 받아

    서울 성북구가 풍수해, 지진 등 자연재해 관련 정비를 철저히 한 결과 전국 243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실시된 행정안전부 주관 ‘2020년 지역안전도 진단’에서 최고 등급인 A등급을 받았다고 6일 밝혔다. 행안부가 평가하는 지역안전도 진단은 ‘자연재해대책법’에 따라 매년 전국 지자체 대상 자연재해 위험요인과 예방대책, 시설정비 등 53개 안전진단항목에 대한 검증을 거쳐 총 5개 등급(A~E등급)으로 안전도 등급을 매긴다. 성북구는 재난 발생 시 구청 도시안전과를 컨트롤타워로 해 신속·정확한 상황관리체계를 구축했다. 풍수해를 대비해 빗물받이, 하수도, 보 등 주요 방재시설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과 수시점검 등으로 방재 성능을 향상시켰다. 또 지진방지 시행계획에 따라 4년여에 걸쳐 지역의 공공건축물 전수에 대해 내진성능평가 사업을 완료했다. A등급을 받은 성북구는 앞으로 태풍 등에 의한 피해복구 시 국고 추가지원 2%를 지원받는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매년 큰 피해를 발생시키는 집중호우와 태풍 등에 대한 대비는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며 “이번 진단 결과에 안주하지 않고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성북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신년벽두 DL이앤씨·삼성물산·현대건설 수주전 격돌

    신년벽두 DL이앤씨·삼성물산·현대건설 수주전 격돌

    디에이치, 아크로, 래미안, 자이. 올해 국내 재건축 시장의 최대어 중 하나로 꼽히는 부산 해운대 삼호 가든 아파트(우동1구역) 수주전을 놓고 현대건설, DL이앤씨(구 대림산업), 삼성물산, GS건설 등 주요 건설사가 신년 대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해외시장이 올스톱되면서 올해 국내 재건축·재개발 시장에서 승기를 잡겠다며 경쟁이 불붙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우동1구역 재건축사업조합은 7일 현장설명회, 2월 말 입찰 마감, 3월 말 시공사 선정 등 일정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 1104-1번지 일대에 삼호가든아파트를 아파트 13개동 1476가구로 짓는 사업이다.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이 대표로 오른 첫해부터 이 사업을 시작으로 도시정비사업 수주 호조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도시정비 사업에서 4조 7383억원을 수주하는 등 도시정비사업 최강자로 꼽힌다. 윤 사장은 지난해 주택사업본부장(부사장)으로서 단군 이래 최대 재개발 사업으로 불린 1조 8800억원 규모의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3구역 재개발 사업 수주전에서 직접 조합원이 돼 조합원 지지를 이끌어 내는 등 적극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윤 사장의 권한이 커진 만큼 강점을 보인 도시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더욱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점쳐진다. 이번 수주전에서 하이엔드 브랜드인 디에이치(THE H)를 지방에서 처음 선보일지도 관심이다. 지난해 도시정비 분야에서 2조 5092억원의 수주 실적을 올린 GS건설의 설욕전도 주목된다. GS건설은 한남뉴타운 3구역과 앞서 2017년 반포주공1단지 1·2·4구역 재건축 사업에서 현대건설에 연속으로 패했다. GS건설은 2015년 임병용 부회장의 지휘로 8조원 규모의 도시정비 사업을 수주한 적이 있을 만큼 한때 도시정비사업 강자로 꼽혔다. GS건설은 올해 목표를 최소 3조원으로 잡고 있다. 올해 마창민 사장을 수장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DL이앤씨는 적극적으로 물밑 작전을 펼치는 분위기다. DL이앤씨는 지난해 말부터 ‘평당 1억원의 신화 아크로, 부산 최초로 우동1구역에 옵니다’라는 플래카드 내걸고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아크로는 DL이앤씨의 하이엔드 브랜드로 서초구 반포동에 지은 ‘아크로 리버파크’가 지난해 첫 평당 1억원 시대를 열며 이름의 무게가 더 커지고 있다. DL이앤씨는 지난해 1조 3958억원을 수주하며 도시정비 분야 5위를 기록했다. 삼성물산도 지난해 재건축 조합 설립 축하 현수막을 거는 등 일찍이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도시정비분야에서 지난해 1조 487억원을 수주했다. 새로 선임된 오세철 사장은 첫 기술직 출신의 물산 건설부문 대표로 그의 취임을 계기로 그동안 소홀했던 도시정비분야에 힘을 쏟을 것으로 전해졌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옛 도청 부지에 D·N·A 인프라… 북구를 미래 대구 성장 축으로”

    “옛 도청 부지에 D·N·A 인프라… 북구를 미래 대구 성장 축으로”

    “옛 경북도청 부지와 삼성창조캠퍼스, 경북대를 연계한 트라이앵글 지역을 도심융합특구로 조성하겠습니다.” 배광식 대구 북구청장은 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를 통해 북구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배 구청장은 “옛 경북도청 부지 개발 종합개발 추진과 함께 엑스코선 건설, 복현고가교 철거 등도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하 배 구청장과의 일문일답.-옛 경북도청 부지 개발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이 높다. “지난해 2월 도청 부지 개발을 위한 전담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다. 7월에는 도청 부지개발추진단을 신설해 도청 부지 개발의 기반 마련을 위한 준비를 해 왔다. 지난해 3월 도청 부지 및 주변 권역별 발전과 미래 북구의 새로운 성장모델을 제시하기 위한 도청 부지 종합개발 기본 구상안을 마련했다. 이는 대구시의 도심융합특구 조성계획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 또 이 계획으로 지난해 12월 22일 국토교통부로부터 도심융합특구로 최종 선정됐다. 도청 부지 및 주변 지역에 데이터(D), 네트워크(N), 인공지능(A) 분야의 핵심 인프라 구축과 기업 및 청년 창업공간, 첨단기술 연구개발(R&D) 시설을 유치하겠다. 이를 통해 이곳에 우수한 복합 인프라를 갖춘 도심 내 고밀도 혁신공간을 조성하겠다. 그렇게 되면 경북도청 부지는 금호워터폴리스와 엑스코 등 인근 지역과 함께 미래 대구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자연스럽게 북구는 대구 경제 핵심 축으로 도약하게 된다.” -경북도청 이전 후 주변인 산격동 인근이 낙후됐다는 지적이 있다. “산격동 등 옛 경북도청 주변 지역은 전형적 구도심 지역으로 상당히 낙후돼 있다. 경북도청 이전 후 시청별관마저 이전이 확정되면서 지역 주민들의 소외감이 높았다. 도청 터 및 주변 지역의 개발은 지역주민들의 간절한 염원 실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이에 따라 도심융합특구 용역 단계에서부터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개발계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개발의 타당성을 확보하고 지역 주민들의 행복이 실현될 수 있는 개발이 되도록 노력해 나갈 예정이다.”-도시철도 엑스코선 건설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지난해 12월 29일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 심의에서 최종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내년부터 기본계획 수립을 시작으로 2028년 준공 목표로 추진될 예정이다. 엑스코선 건설로 도심융합특구와 시너지 효과 창출이 기대된다. 또 경북대와 엑스코 등의 많은 유동인구에 도시철도망을 제공해 대중교통 복지사각지대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도심융합특구 조성에 발맞춰 구상하고 있는 계획은. “산격동 구암서원과 침산동·칠성동에 걸쳐 있는 근대산업유산, 경북대 스마트타운을 연계해 역사와 첨단을 아우르는 시티투어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 또 다양한 문화공간과 신천 수변공간 개발을 통한 휴식공간을 조성하고 스마트시티 및 빅데이터 관련 도시기반시설을 구축하겠다. 교통체계를 개선해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도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북구의 성장이 대구의 미래라는 말도 있다. “옛 도청 부지 개발과 함께 대구 군공항 이전도 추진된다. 여기에다 금호워터폴리스가 착공에 들어갔다. 2023년까지 금호워터폴리스가 조성되면 금호강의 수려한 수변, 그리고 유통단지와 연계한 첨단 미래형 복합산업단지가 조성된다. 대구의 미래산업을 견인할 경쟁력 강화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힘이 될 것이다.” -지난 한 해 북구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했던 감염병의 확산과 긴 장마, 잦은 태풍으로 온 나라가 힘들었고 북구 주민에게도 힘든 한 해였다. 지난해 최우선 과제는 당연히 구민들의 건강을 지켜내기 위한 빈틈없는 방역과 감염병 확산 방지였다. 이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또 경제 회복을 위해 120억원을 들여 129개 희망일자리를 만들었다. 저소득 위기가구를 위한 긴급 복지지원금 182억원, 소상공인 생존자금 388억원을 투입, 긴급복지 지원정책을 시행했다. 대면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치매예방버스 운행과 치매안심 기억보따리 운영 등의 치매안심서비스, 노인복지관 서비스 공백 최소화를 위해 비대면 노래교실, 건강강좌 등을 실시했다. 옥산로 일대와 이태원길 구간에 희망의 빛거리를 운영해 주민들에게 희망과 극복의 메시지를 전달했다.”-임기 동안 구정 운영 성과를 꼽는다면. “경제 쇠퇴, 성장동력의 부재, 인구유출과 고령화 등으로 산격동, 침산동, 복현동, 칠성동 등 구도심 지역에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통해 이들 지역에 주민 자생적 성장기반을 마련했다. 대구 국제고, 청소년 문화의 집 등의 개교를 통해 청소년이 꿈꾸는 행복한 세상을 만들었다. 국제고 개교는 글로벌 인재 양성의 터전으로, 청소년 문화의 집은 청소년들에 대한 다양한 활동 공간으로 각각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산격시장 청년몰과 칠성야시장 개장으로 전통시장 상권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했다. 그동안 중대형 마트의 유입과 상인들의 고령화 진행 등으로 전통시장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 칠성야시장의 경우 대구를 대표하는 야시장으로 관광명소화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생활권 내 녹지공간 확충으로 주민 행복체감 지수를 높였다. 대표적으로 명봉산, 함지산을 비롯한 6개 구간의 등산로 정비와 연암공원, 침산공원 등 5개 구간에 맨발산책로를 조성했다. 또 대구3공단 공업단지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 등의 오염물질 저감과 열섬·폭염 완화를 위한 차단 숲 조성을 완료했다. 올해는 동암로 및 구리로 일대에 미세먼지 차단 숲 공사를 계획하고 있다.” -북구가 역사 문화도시로 탈바꿈했다는 평가가 있다. “2015년 제1회 바람소리길 축제를 개최했다. 그동안 지역마다 산재했던 작은 축제들을 통합해 북구민이 함께 참여하고 소통하면서 즐기는 축제이다. 금호강변에 ‘오토캠핑장’을 조성했다. 캠핑장 16면과 다목적광장, 편의시설, 놀이시설 등이 있어 주말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휴식과 힐링을 제공하고 있다. 또 어두침침했던 상가 뒷길을 정비해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는 ‘이태원길’도 올해 개장했다. 이태원문학관, 버스킹 존, 이태원광장 등을 조성했다.” -올해는 어떤 부문에 중점을 두고 구정을 추진할 계획인가. “감성마켓 조성 사업으로 서리지로를 만든다. 도시철도 3호선 칠곡경대병원역에서 서리지 입구까지 이색 이정표와 포켓전망대를 만들겠다. 3~4월에 열리는 하중도 유채꽃 축제를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겠다. 구암동 고분군에 첨단기술인 VR을 도입해 고분군 발굴현장을 체험토록 하겠다. 게임적 요소를 가미해 방문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도록 하겠다. 구암동 고분군을 운암지 수변공원 등 주변 관광자원과 연계해 개발할 계획이다. 국민대표 간식인 떡볶이를 소재로 한 페스티벌 개최를 구상하고 있다. 세계 최초 떡볶이박물관이 북구에 있어 지역 관광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복지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도 높다. “장애인 체육재활센터를 고성동 시민운동장 내에 만들겠다. ‘행복북구 통합 가족센터’를 2022년 준공 목표로 건립하겠다. 고령층의 건강관리, 운동, 여가활동 등을 할 수 있는 경로당사업을 추진하겠다. 가동이 중단된 서변가압장에 어린이 물놀이장과 꿈 놀이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주민들을 위한 평생학습 야간강좌도 운영하겠다.” -주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올해는 ‘뜻이 있으면 마침내 이룬다’는 유지경성의 자세로 구정을 펼치겠다. 북구의 비전이 담긴 정책들이 순조롭게 실현돼 북구에 산다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 새해에도 주민 여러분 가정과 직장에 사랑과 행복이 가득하고 항상 건강하길 기원드린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나경원 “내 선거 중심지는 늘 서울… 국민에 위로 줘야”

    나경원 “내 선거 중심지는 늘 서울… 국민에 위로 줘야”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유력 야권 후보로 꼽히는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4일 “내 선거 중심지는 늘 서울이었다”며 “(이번 선거에) 제가 생각한 키워드는 위로”라고 밝혔다. 또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의 피해자나 대리인을 만나 보고 싶다”고도 말했다. 사실상 보궐선거 출마에 무게를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나 전 의원은 이날 동작구 지역사무실에서 진행한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나는 서울을 지켜 온 사람으로 서울에 대해 가장 잘 안다고 자신할 수 있다”며 서울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나 전 의원은 2004년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후 서울 중구에서 재선, 동작을에서 3·4선을 했다. 그는 당의 요청에 따라 2011년 서울시장 선거 등에 나섰던 것을 언급하며 “정치에 입문한 후 당이 어려워 희생하라고 할 때 마다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나 전 의원은 출마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다. 그는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명분”이라며 “승리와 (시장직을) 잘할 수 있느냐 두 가지 부분에 대해 깊이 고심하고 있다. 곧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은 이번 4·7 재보궐선거에 대해 “이번 선거에는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를 통틀어 뚜렷한 후보가 보이지 않는 것은 정치권이 지친 국민에게 ‘위로’를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 전 의원은 “미투 사건으로 시작된 선거인데 본질이 많이 흐려졌다”면서 “박원순 성추문 사건 수사 결과를 보면 본말이 전도되고 진실을 밝히는 노력은 없는 것 같다”고도 꼬집었다. 그러면서 “기회가 된다면 박 전 시장 사건의 피해자나 대리인을 만나 보고 싶은데 너무 정치적 행위로 보일까 봐 조심스러워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 문제의 억울한 부분, 재발 방지에 역할을 할 수 있다면 해 보고 싶은 마음”이라고도 덧붙였다. 최근 서울시장 후보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선전에는 “아직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으며 “더불어민주당은 싫지만, 아직 국민의힘은 못 찍겠다고 생각하는 분들의 지지가 안 대표 지지율로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방정부의 수장 자리는 중앙정부나 중앙 국회와의 관계를 무시할 수 없어 공당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서울시장 선거에서 제1야당인 ‘국민의힘 후보’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나 전 의원은 지난 3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만나 보선 출마 등 정치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나 전 의원은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야권 전체의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회동은 안 대표 독주에 제동을 걸기 위한 물밑 탐색전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인터뷰]나경원 “내 선거 중심지는 늘 서울…언제나 당 위해 희생해 왔다”

    [인터뷰]나경원 “내 선거 중심지는 늘 서울…언제나 당 위해 희생해 왔다”

    “정치 입문 후 당 요청에 희생 마다한 적 없다”“서울시장 선거 키워드는 위로, 국민에 힘 줘야”“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건 명분…곧 결단할 것”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유력 야권 후보로 꼽히는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4일 “내 선거 중심지는 늘 서울이었다”며 “(이번 선거에) 제가 생각한 키워드는 위로”라고 밝혔다. 또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의 피해자나 대리인을 만나 보고 싶다”고도 말했다. 사실상 보궐선거 출마에 무게를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나 전 의원은 이날 동작구 지역사무실에서 진행한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나는 서울을 지켜 온 사람으로 서울에 대해 가장 잘 안다고 자신할 수 있다”며 서울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나 전 의원은 2004년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후 서울 중구에서 재선, 동작을에서 3·4선을 했다. 그는 당의 요청에 따라 승리 가능성이 작았던 2011년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 박원순·안철수 연대와 맞섰던 것 등을 언급하며 “정치에 입문한 후 당이 어려워 희생하라고 할 때 마다한 적이 없다”고 했다. 나 전 의원은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명분”이라며 “승리와 (시장직을) 잘할 수 있느냐 두 가지 부분에 대해 깊이 고심하고 있다. 곧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은 이번 4·7 재보궐선거에 대해 “이번 선거에는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를 통틀어 뚜렷한 후보가 보이지 않는 것은 정치권이 지친 국민에게 ‘위로’를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 전 의원은 “미투 사건으로 시작된 선거인데 본질이 많이 흐려졌다”면서 “박원순 성추문 사건 수사 결과를 보면 본말이 전도되고 진실을 밝히는 노력은 없는 것 같다”고도 꼬집었다. 그러면서 “기회가 된다면 박 전 시장 사건의 피해자나 대리인을 만나 보고 싶은데 너무 정치적 행위로 보일까 봐 조심스러워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 문제의 억울한 부분, 재발 방지에 역할을 할 수 있다면 해보고 싶은 마음”이라고도 덧붙였다. 최근 서울시장 후보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선전에는 “아직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으며 “더불어민주당은 싫지만, 아직 국민의힘은 못 찍겠다고 생각하는 분들의 지지가 안 대표 지지율로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방정부의 수장 자리는 중앙정부나 중앙 국회와의 관계를 무시할 수 없어 공당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서울시장 선거에서 제1야당인 ‘국민의힘 후보’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어 “야권의 승리를 위해 결국 힘을 합쳐야 한다”며 안 대표가 향후 후보 단일화에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촉구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In&Out] 과학기술 한류 ‘K-R&D’를 열자

    [In&Out] 과학기술 한류 ‘K-R&D’를 열자

    1497년 11월, 바스쿠 다 가마 선단은 희망봉을 넘어 인도 항로를 개척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고 5년 뒤였다. 연안을 따라가면 될 듯한 인도 항로 개척이 대서양을 횡단하는 신대륙 발견보다 늦은 것이다. 당시 범선이 아프리카 연안을 따라 남쪽으로 항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러나 바스쿠 다 가마는 과감하게 연안 항로를 벗어나 망망대해로 나아갔다. 대서양 한가운데에 이르러 뱃머리를 다시 희망봉으로 향하며 결국 신항로를 개척했다. 기술 발전도 비슷한 면이 있다. 2000년대 우리 연구팀은 휴대전화에 들어갈 초소형 선형모터에 도전했다. 회전을 직선운동으로 바꾸는 기계 장치를 모터에 결합하는 기존 방식은 한계가 분명했다. 밤샘 연구에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었다. 초음파 가습기의 진동자를 이용하면 소형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대담하게 연구 방향을 전환했다. 핵심은 직선운동을 만들 방법이었다. 급가속을 반복하는 퇴근길 버스에서 해답을 얻었다. ‘전압을 높이다가 갑자기 떨어뜨린다. 그럼 진동자는 축을 밀어놓고 튕기듯 제자리로 돌아온다. 이를 반복하면!’ 바로 연구실로 돌아왔다. 물결 모양의 전압을 톱니 형태로 변형했다. 대성공이었다. 20년 전 혁신적 제안과 성공의 짜릿함을 아직 기억한다. 연구개발(R&D) 현장의 많은 연구자는 기존 한계를 돌파할 수 있을 듯한 아이디어에 전율을 느끼며 도전에 나서고 싶어 한다. 도전에 나서면 성공을 열망하며 사력을 다한다. 참된 연구자의 본성이다. 하지만 강산이 두 번 바뀐 세월에도 당시 느낀 두려움 역시 생생하다. 기존 기술을 개선하는 연구는 최소한의 성공을 담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방법은 완벽한 실패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작지 않았다. 학문적 상호 신뢰와 직·간접적 협력은 연구 활동의 근간이다. 그래서 연구자에게 평가와 평판은 단순 체면치레가 아닌 연구수행을 위한 핵심 자산이다. 연구자 본인이 선택한 도전으로 인한 실패 때문에 동료 연구자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두려움은 연구자를 약하게 만든다. ‘공공 R&D 성공률 97%’라는 자랑스럽지 않은 기록의 근본 원인은 매너리즘이 아닌 두려움이다. KIST가 ‘위대한 도전’ 제도를 도입하려는 이유이다. 누구라도 인정하는 게임체인저급 도전이라면 결과의 우수성이 아닌 과정의 우수성을 평가해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포상하겠다는 것이다. 더는 유효하지 않은 성공 방식을 넘어선 K-R&D를 만들자는 진심을 담고 있다. 접두사 ‘K’는 K팝, K방역에서 알 수 있듯 세계가 주목하고 부러워하는 최고 수준을 의미한다. 과학기술의 한류, K-R&D는 단순한 양적 성장과 생산성 극대화로 이룰 수 없다. 국가와 국민 그리고 이 시대가 과학기술계에 거는 기대와 희망을 깊이 깨닫고 용기 있게 나서야 가능하다. 그렇기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대담한 도전에 나서는 R&D 문화 정착은 K-R&D를 향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 ‘서복’의 공유·박보검 vs ‘비상선언’의 송강호·이병헌… 흥행보증수표 이름값 누가 할까

    ‘서복’의 공유·박보검 vs ‘비상선언’의 송강호·이병헌… 흥행보증수표 이름값 누가 할까

    올해 영화계는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코로나19 여파로 주요 기대작들의 개봉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지만 지난해 개봉을 연기했던 영화들이 몰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소울’을 비롯해 ‘서복’, ‘모가디슈’, ‘영웅’, ‘한산: 용의 출현’, ‘탑건: 매버릭’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우선 이번 달 개봉이 예정된 기대작은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소울’과 지난해 11월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커넥트’다. 오는 20일쯤 개봉하는 소울은 제각각 성향을 가진 영혼이 ‘태어나기 전 세상’에 있다가 지구에서 인간으로 출생한다는 독특한 상상력으로 그려 냈다. ‘몬스터 주식회사’, ‘업’을 연출한 피트 닥터 감독의 작품이다. 20일 개봉이 확정된 ‘커넥트’는 제이컵 체이스 감독의 미스터리 공포물이다. 디지털 기기 화면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존재의 표적이 된 소년과 엄마가 살아남고자 모든 전자 기기로부터 도망을 쳐야 하는 상황을 그렸다. 하지만 올해를 기약한 기대작 대부분이 아직 개봉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CGV 관계자는 “설 대목 등을 주시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상황을 더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개봉하려다 미뤄진 SF 영화 ‘서복’은 ‘흥행 보증 수표’ 공유와 박보검의 출연으로 기대를 모았다. ‘건축학개론’(2012)의 이용주 감독이 9년 만에 내놓은 이 영화는 전직 정보국 요원 기헌(공유)이 마지막 임무로 인류 최초 복제인간 서복(박보검)을 극비리에 옮기는 여정을 담고 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할리우드 영화 ‘듄’도 SF 열기를 이어 갈 것으로 보인다. 사막 행성 ‘아라키스’를 배경으로 은하계에서 가장 중요한 물질 ‘멜란지’를 두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트레일러 영상이 공개된 지 하루 만에 조회수 1200만회를 돌파했다. 지난해 개봉을 못 한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도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1990년대 소말리아 내전 당시 고립된 남북한 대사관 공관원들이 생사를 걸고 함께 탈출한 실화를 모티브로 삼았다. 역사물들도 잇달아 극장가를 찾아온다. 윤제균 감독의 뮤지컬 영화 ‘영웅’은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사형선고를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의 생애 마지막 1년을 그렸다. 정성화, 김고은, 나문희 등이 출연한다.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인 ‘한산: 용의 출현’은 1700만 관객을 동원한 ‘명량’(2014)의 후속작으로, 임진왜란 개전 후 왜군과의 첫 번째 전면전을 다룬다. 재난 영화로는 김지훈 감독의 ‘싱크홀’,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 등이 있다. ‘싱크홀’은 11년 만에 마련한 내 집이 1분 만에 싱크홀로 추락하며 벌어지는 현실 재난 영화로 차승원, 김성균, 이광수가 주연을 맡았다. ‘비상선언’은 사상 초유의 재난 상황에 직면해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를 두고 벌어지는 항공 재난 영화다.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관심이 뜨겁다. 이 밖에 톰 크루즈 주연의 기대작 ‘탑건: 매버릭’도 올여름 개봉할 예정이다. 전투기 영화의 고전과도 같은 ‘탑건’(1986)의 후속편으로 35년 만에 톰 크루즈가 전투기 조종사를 연기한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제주, 애도/윤치규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제주, 애도/윤치규

    그러니까 빙의가 될 거라고 했다. 무당이 바다에 빠져 죽은 넋을 건져 올릴 거라고. 정확히는 무당이 아니라 심방이었다. 제주도에서는 무당을 심방이라고 불렀다. 처음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당연히 농담인 줄 알았다. 내가 아는 양 차장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굿을 한다니. 그것도 아는 사람도 아니고 억울하게 죽은 귀신을 위해 제사를 올린다니.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나로서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제주도의 밤이 푸른 이유는 어둠 속에 귀신이 섞여서 그런 거야.” 바다 위에는 아주 작은 불빛도 떠 있지 않았다. 양 차장의 말과 정반대로 하늘은 어두웠고 바다는 그것보다 더 어두웠다. 아득히 먼 곳에서 파도만 끊임없이 밀려왔다. 파도는 내 발밑에서 잠시 반짝이다가 물거품이 되어 사라졌다. 그 지루한 반복을 지켜보면서 돌아갈 핑계를 찾았다. 억울하게 죽은 귀신보다 지금 내 처지가 더 분하고 답답했다. 도대체 난 무엇을 바라고 제주도까지 내려온 걸까? 양 차장이 이렇게 변해버린 줄 알았다면 아마 내려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따가 상주 역할 좀 맡아줄 수 있어?” “제가 그런 걸 어떻게 해요.” “왜 못해? 현충원에서 대표로 묵념하는 거랑 똑같은 거야.” 아무리 그래도 그런 일은 꺼림칙했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을 위해 상주를 맡으라니. 부모님이 멀쩡히 살아계신데 그런 역할을 맡아도 되는 건가? 만약 그게 예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해도 그런 경험은 전혀 해보고 싶지 않았다. 상주는 심방이 칼을 들고 춤을 출 때 그 앞에서 미안하다고 흐느끼며 대신 매를 맞아야 했다. 양 차장은 별거 아닌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딱히 그런 일을 자처해서 겪어보고 싶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냥 한 번 해봐. 시늉만 해보는 거야.” “진짜 싫어요. 아무리 차장님 부탁이라고 해도 이건 아닌 것 같아요.” 남서쪽으로 내려오는 해안선을 따라 승합차 한 대가 전조등을 켜고 다가왔다. 승합차는 우리가 서 있는 곳을 지나 동쪽으로 향하다 문 닫은 어촌계 앞에서 차를 돌려 해변 뒤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시동이 켜진 상태로 문이 열렸고 차 안에서 네 사람이 내렸다. 셋은 남자였고 한 명은 여자였다. 그들은 모두 한복 위에 두툼한 패딩점퍼를 걸치고 있었다. 어깨에 저마다 북과 장구, 징 같은 악기를 하나씩 짊어지고 서로 짝을 이뤄 무거운 상자를 옮겼다. 그들은 해변에 짐을 내려놓고 눈짓으로 인사했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가 크기가 가장 큰 현무암 바위 앞에 모였다. 서로 손을 붙잡고 기도하듯 눈을 감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래사장 위에 멍석이 깔리고 천막이 세워졌다. 멍석은 전통방식으로 짚을 엮어서 만든 것이었지만 천막은 철제 캐노피였다. 천막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네 귀퉁이 위에 큼지막한 돌멩이를 올려놓고 고정끈을 단단하게 묶었다. 누가 지시하지 않아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준비하는 모습이 다들 전문가처럼 보였다. 천막 안에는 여섯 칸짜리 병풍을 펼쳤다. 그 앞에 직사각형 밥상을 놓고 놋으로 된 제기 위에 청귤과 보리빵, 고기산적을 올렸다. 작은 반상 위로 소주도 한 병 보였다. 여자는 소주를 노란색 주전자에 붓고 빈 병은 멍석 바깥쪽에 두었다. 그사이 남자들은 바지 끝단을 걷어붙이고 바다로 향했다. 현무암 바위에 오색 줄을 두르는데 뒷부분이 물에 조금 잠겨 있었다. 그들은 발이 젖어도 신경 쓰지 않고 줄을 동여맸다. 오색 줄은 어느 한 곳도 느슨하거나 처진 곳 없이 단단하게 묶였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여자가 승합차로 돌아가 심방을 모셔왔다. 심방은 연세가 아주 많은 할머니였다. 흰색 고깔을 머리에 쓰고 붉은색 도복을 입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 겉옷 밑단으로 삐져나온 도복이 부산하게 펄럭였다. 머리에 쓴 고깔이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 같았다. 심방은 느리고 우아하게 한 걸음씩 바닷바람을 뚫고 걸었다.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발을 내딛는 모습이 묘한 경외감을 주었다. * 휴가도 아닌데 주말에 일부러 제주도까지 내려온 이유는 양 차장을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정기 인사를 앞두고 본부장이 새로 설립된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의 총괄 책임자로 양 차장을 추천했다. 본부장은 나를 따로 불러 양 차장의 의중을 알아보라고 시켰다. 전화로도 충분히 물을 수 있었던 일을 주말에 직접 찾아오기까지 한 이유는 나 또한 누구보다 양 차장의 복귀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양 차장은 마땅히 돌아와야 하는 사람이었다. 과수원 한가운데 귤 창고를 개조해 놓은 카페에서 양 차장을 만났다. 볕이 좋은 테라스에 앉아 청귤 라떼를 마시며 그동안의 안부를 물었다. 남편과 아들의 장례식 이후로 일 년 반 만이었다. 그래도 표정이 전보다 한결 나아졌다고 생각했다. 대화 중에 농담도 자주 섞었고 먼저 웃음을 보일 때도 있었다. 이제 어느 정도는 괜찮아진 사람처럼 보였다. 정말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그렇게 보일 수는 있게 된 것 같았다. “다시 돌아오셔야죠. 이렇게 한가로운 곳에서 경력 다 썩히기는 아깝잖아요.” “제주도는 안 바쁜 줄 아니? 여기도 정신없어. 오히려 그때보다 시간이 더 부족해.” “여기는 안 어울려요. 화려하게 복귀하셔야죠. 그 덕에 저도 승진 좀 하고요.” 일부러 추켜세워주려고 한 말이 아니라 양 차장의 경력은 은행 내에서도 독보적이었다. 영업점 경험은 기본이고 본부에서도 핵심 부서로 손꼽히는 자본시장부 출신이었다. 대리 때는 글로벌 인재로 선발되어 아이비리그에서 경영학 석사과정을 수료했고, 과장 때는 은행장의 비밀 장부라고 불리는 도쿄지점의 첫 여성 책임자로 발령받기도 했다. 이런 사람을 초임지 때 사수로 만난 건 내게 정말 큰 행운이었다. 실제로 아무 연줄도 없었던 내가 자본시장부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양 차장의 추천 덕분이었다. “차장님 안 계시니까 저 완전 찬밥 됐어요. 승진도 벌써 몇 번째 밀리는지 몰라요.” “나 없어도 잘하잖아. 승진은 때가 되면 하게 될 거야.” “부사수를 끝까지 책임지셔야죠. 자꾸 이러시면 제가 제주도 따라옵니다.” 가족을 잃은 직후 양 차장은 은행을 그만두려고 했다. 그때도 설득하기 위해 제주도까지 내려온 사람은 나였다. 인사부가 먼저 고향에서 근무할 수 있게 배려해주었다. 전례 없는 특혜지만 그만큼 사고가 비극적이었다. 교통사고로 남편과 이제 막 초등학교를 졸업한 아들을 모두 잃었다. 한라산을 가로지르는 1139번 국도의 좁은 커브 길과 군데군데 얼어붙은 빙판, 그리고 중앙선을 침범한 트럭은 두 사람의 생명뿐만 아니라 양 차장의 미래까지도 한순간에 앗아갔다. “나 지금은 여기에서 꼭 해야 할 일이 있어. 나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야.” “어머니 따라서 귤 농사라도 이어받아요?” “그런 건 아니고. 궁금하면 너도 같이 가볼래?” 양 차장이 가방에서 팸플릿을 꺼냈다. 만장굴에 대한 안내 책자였다. 유네스코 삼관왕이라느니, 세계 7대 자연경관이라는 수식어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었다. 접혀 있는 종이를 펼치니까 그 안에 동굴 속 사진이 여러 장 실려 있었다. 주석에는 이 동굴이 수십만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서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의 화산 동굴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게 다 뭐냐고 묻자 수줍게 치아를 내보이며 미소를 지었다. 고향을 잃은 사람에게 고향을 다시 돌려주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는데 그게 정확히 어떤 일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런 일을 하면 마음이 좀 나아져요?” “그게 무슨 말이야?” “이런 게 좀 도움이 되시냐고요.” “너는 어떻게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니?” 양 차장이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노려봤다. 말해 놓고 보니 마음이 뜨끔했다. 미안하다고 사과하려다가 다시 입을 다물었다. 양 차장은 잘못했다는 말을 싫어했다. 그때 당시 신입이었던 내가 어떤 실수를 저지르면 고개를 숙이거나 반성하지 말고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 방안부터 제시하라고 다그쳤었다. 최선을 다했다고 변명하거나 죄송하다면서 울먹거리는 것은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노력했어도 결과가 좋지 못하면 책임을 질 뿐이다. 책임에는 후회와 반성이 필요하지 않다. 죄송하다는 말은 자기 연민일 뿐 상황을 개선하지 않는다. 내 기억 속의 양 차장은 그런 말을 단호하게 내뱉는 사람이었다. “차장님 혹시 예전에 저한테 자주 했던 말 기억하세요?” “어떤 말? 너한테 맨날 그만두라고 했던 거밖에 기억 안 나는데.” “은행원답지 않게 너무 사연에 연연한다면서요. 특히 신용평가표 작성할 때마다 그랬잖아요. 은행원은 모든 것을 숫자로 말하고, 숫자에는 구구절절한 서사가 없다.” 지점에서 처음 업무를 배울 때 내가 가장 어려웠던 것은 취급자 의견을 작성하는 일이었다. 대출을 해줘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단계인데 이상하게 반려되거나 보류되는 경우가 많았다. 신입이 올린 평가여서 더 까다롭게 보기도 했겠지만, 그보다 핵심적인 이유는 내가 그 의견을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승인권자가 궁금해하는 건 차주가 어떤 곤란한 사정으로 어디에 쓰려고 돈을 빌리는지가 아니었다. 오직 담보와 소득, 매출액과 순수 자본 비율 등을 고려해 얼마나 보장받을 수 있는지, 어떻게 회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양 차장은 내게 서류를 검토할 때는 숫자만 정확히 산출하면 다른 것을 고민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고객마다 털어놓는 복잡하고 어려운 사정은 계산식 어디에도 들어가지 않는다고.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매출액과 영업이익처럼 계량화할 수 있는 수치뿐이라고. 숫자가 나쁘면 대출은 진행될 수 없었다. 반대로 숫자가 좋으면 필요하지 않더라도 대출을 적극적으로 권유해야 했다. 반기별로 할당되는 이익 목표를 채우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 기업이 아니라 돈을 갚을 수 있는 기업에 더 강하게 대출을 밀어줘야 했다. 그렇게 사정이 어려운 업체는 조금씩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고 여건이 되는 업체는 기존의 대출을 유지하기 위해 쓸데없는 대출을 추가로 끌어안았다. 한번은 그런 방식에 의문을 품은 적이 있었다. 정말로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대출이 나갈 수 없고, 돈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에게 억지로 대출을 밀어 넣는 일에 대해서. 당장 거래처에 문제가 생겨 대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소기업 사장에게 고금리의 제2금융권을 소개해 일정 비율 원금을 변제시킨다거나, 여유 자금이 생겨 대출을 갚겠다는 사람을 내부 평가 기간에 맞춰 억지로 미루게 하는 일은 정상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양 차장은 그런 걸 정상이라고 말했다. 정말 조금도 망설이거나 주저하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은행이 자선단체는 아니잖아? 그 답은 간단하면서도 명료했다. 영리법인의 선과 정의는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확신에 차 있던 사람이 이제는 제주도에서 이런 짓을 벌이고 있었다. 자카르타마저 포기한 채로. 아무리 사람이 쉽게 변한다고 해도 이건 너무 무책임할 정도로 변해 버린 것 같아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 굿당에 도착한 심방이 멍석 위에 고무신을 벗어 앞코를 뒤집어 놓았다. 옷매무새를 천천히 매만지며 비뚤어진 고깔부터 버선까지 다시 한번 점검했다. 덧신을 신고 멍석 위에서 채비를 갖추자 여자가 흰색 술을 가져왔다. 가닥이 풍성하고 끝이 구불구불한 술이었다. 심방은 술 안에 손가락을 넣어 위에서 아래로 몇 번 쓸어내렸다. 꼬여 있던 술이 한 올씩 풀리자 신기하게도 바람이 거짓말처럼 잦아들었다. 심방은 노란 주발에 쌀을 가득 담았다. 놋그릇 안에 흰 쌀을 붓고 무명으로 감쌌다. 쌀이 쏟아지지 않게 끈으로 단단하게 묶고 그 밑에 머리빗 하나와 소주병을 같이 얽어맸다. 무명천 밑에 매달린 머리빗과 소주병이 부딪치면서 달그락 소리가 났다. 주변이 적막한 탓인지 그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남자 중 한 명이 그걸 들고 바다로 향했다. 물에 잠긴 바위를 지나 더는 들어갈 수 없는 깊은 곳까지 걸었다. 달그락 소리는 무명천에 감싼 주발을 물속에 던져버리고 나서야 사라졌다. 바람이 그치자 파도의 기세도 한결 약해졌다. 여자가 소반을 들고 굿당에서 나왔다. 심방이 정해준 장소에 소반을 내려놓는데 제기 위에 있던 청귤 몇 개가 백사장 위에 떨어졌다. 여자는 그걸 주워 소매로 닦아 내게 하나 건넸다. 양 차장이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두 손으로 받기는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쥐고만 있었다. 청귤은 전체적으로 녹색이었고 군데군데 노란 빛을 띠었다. 껍질은 무르지 않아 아직 단단했다. 양 차장이 내 손바닥에 놓인 것 중에 알이 작은 것 하나를 집어 향을 맡았다. “이촌역 지점에 있었을 때 모셨던 지점장님 기억나?” “저랑은 악연이에요. 그분이 고과를 긁어놔서 지금도 승진을 못 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퇴직해서 그런지 얼굴이 좋아졌더라. 청귤청도 두 상자나 사 갔어.” 이촌역 지점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청귤 향이 떠올랐다. 양 차장의 어머니가 직접 담근 청귤청이 지점장실뿐만 아니라 창구에도 하나씩 놓였다. 청귤차라는 게 별것도 아닌데 고객에게 반응이 좋았다. 상담할 때면 새콤달콤한 향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 덕분에 고객에게 청귤차 한 잔을 내오는 건 이촌역 지점만의 특별한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달콤한 차는 금리나 신용처럼 민감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씁쓸한 커피나 떫은 차를 대접할 때보다 더 대화가 잘 풀렸다. 설명 듣는 시간이 길어져도 불만이 적었다. 가끔은 어떤 상품에 가입해야 청귤청을 사은품으로 얻을 수 있는지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인기가 좋았던 청귤차가 지점에서 사라진 건 지점장과 양 차장이 언쟁을 한 이후부터였다. 두 사람이 다투게 된 원인은 내가 거절한 어떤 대출 때문이었다. 지점장은 자신의 친구라며 손님 한 명을 내게 소개해주었다. 직접 만나기도 전에 서류부터 건네는 게 처음부터 예감이 좋지 않았다. 그 고객이 신청한 대출은 서민구제금융 대출이었다. 재직만 확인된다면 신용등급을 따지지 않는 상품이었다. 취급하기에 그렇게 까다롭지는 않았다. 만약 돈을 갚지 못한다고 해도 국가기관에서 대신 갚는 담보 특약이 있어 부담이 적은 대출이었다. 다만 문제는 그 고객이 직장을 다니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내가 알아차려 버린 것이었다. 지점장이 준 서류는 위조된 것이었다. 자신이 아는 업체 사장에게 부탁해 용역회사에서 청소직으로 근무하는 것처럼 꾸몄다. 건강보험료까지 정식으로 내고 있어 서류만으로는 문제가 될 게 없었다. 내가 그게 위조라는 사실을 아예 몰랐다면 전혀 꺼릴 게 없었다. 하지만 이미 알아버린 이상 그대로 진행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그 고객이 폐암 4기이며, 이미 너무 많은 종류의 항암제를 써서 더는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치료밖에 남지 않은 상태라고 해도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지점장님은 곧 퇴직하니까 상관없었던 거예요.” 재직 문제로 대출이 어렵다고 보고하자 지점장이 나를 따로 불러냈다. 그러면서 유연하게 처리할 방법이 없냐고 은근히 압박을 넣었다. 외부에서 감사가 나오더라도 서민구제금융은 그렇게까지 엄격하게 따져보지 않는다면서 다시 한번 판단해보라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서류에 도장을 찍고 처리하면 모든 것이 내 책임이 될 것 같았다. 이대로는 진행할 수 없어 사수였던 양 차장에게 도움을 청했다. 양 차장은 길길이 날뛰며 곧바로 지점장에게 따졌다. 지점장은 한 걸음 물러서며 내 자율에 맡긴 거라며 선을 그었다. 그 말은 결국 내게 양 차장을 따를지 자신을 따를지 결정하라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지점장이 나를 거칠게 몰아세웠다면 오히려 마음이 편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능숙한 사람이었다. 지점장은 그 동기가 외환위기 때 어쩔 수 없이 그만둔 사람이고, 그가 그만두지 않았다면 어쩌면 자신이 그렇게 됐을 수도 있었다며 속사정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내게 그런 걸 상상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제비뽑기처럼 누군가는 잘리고 누군가는 살아남았던 시대를. 아무 잘못도 없이 운이 조금 나쁘다고 해서 그 사람이 평생 어떤 수모와 고통을 감내해야 했는지. 그런 말을 듣는 내내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딱히 대답할 수 있는 말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 사정은 분명히 안타까웠지만 아무리 따져봐도 나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일 같았다. * 멍석 위에 앉은 남자들이 악기를 집었다.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예행연습을 시작했다. 북채를 쥔 고수가 북을 두드리자 장고수가 장단을 더하며 합을 맞췄다. 징수는 징을 한 번 쳤다. 크고 웅장한 징소리가 먼바다까지 닿아 사라지면 다시 징을 쳤다. 심방은 징 소리에 맞춰 사방으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올렸다. 장고수의 박자가 조금 빨라지자 심방이 천천히 춤사위를 시작했다. 버선발을 높게 세우고 두 팔을 하늘로 뻗었다가 무릎을 굽히면서 다시 땅 밑으로 늘어뜨렸다. 제자리에서 낮게 뛰기도 하고 절을 하듯 허리를 굽히기도 했다. 춤사위는 아주 느렸다가 갑자기 속도가 붙었다. 횟수가 반복될수록 동작이 조금씩 격해지고 빨라졌다. 북과 장구의 박자도 그에 맞춰 더 급해졌다. 어둠 속에서 흰색 술은 선명하게 빛났다. 밤바다 앞에서 흰색 궤적을 그리며 허공 위에 흔들렸다. 징수가 채를 한 번 휘두르면 하늘로 치솟았고, 고수가 매화점을 두드리면 땅으로 떨어졌다. 그 잔상은 구천을 떠도는 도깨비불 같다가도 업을 풀고 승천하는 혼령처럼 보이기도 했다. 누군가를 부르면서도 내쫓는 것 같았고, 원망하면서도 그리워하는 것 같았다. 한참 동안 그 자국을 두 눈으로 좇다 보니 나도 모르게 넋이 나갈 것 같았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주변에 사람이 늘어나 있었다. 뭔가에 홀린 것 같아 서둘러 돌아보는데 어쩐지 낯이 익었다. 자세히 보니 낮에 양 차장을 따라 만장굴에 갔을 때 만났던 사람들이었다. 한낮이었지만 만장굴 내부는 굉장히 어두웠다. 입구에서 계단을 내려갈 때만 해도 땅속으로 들어간다는 걸 실감하지 못할 정도였다. 동굴이니까 어두운 게 당연하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어두운 줄은 몰랐다. 바닥에 설치된 조명은 박쥐 때문에 밝기를 제한하고 있었다. 굴의 내부는 좁고 어두워 천장에 매달린 종유석 같은 걸 조금만 구경하려고 해도 금방 뒷사람이 다가왔다. 바닥은 또 울퉁불퉁해서 자주 돌부리에 걸렸고 천장에서 떨어진 물이 군데군데 고여 신경 써서 걷지 않으면 미끄러질 수도 있었다. 양 차장이 인솔한 단체는 오사카 지역의 이쿠노구에서 온 재일 교포 상인회였다. 조센이치바라고 불리는 시장의 정식 명칭은 미유키모리 쇼오텡가였지만 일본에서는 코리아타운이나 조선 시장 같은 속칭으로 더 유명하다고 했다. 내가 처음 들어본다고 하자 일행 중 비교적 한국말이 유창한 어떤 노인이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킨테츠선의 츠루하시역과 이마자토역 사이에 작은 강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면 조센이치바가 나온다고. 과거에 제주에서 일본으로 떠난 사람 대부분이 그 일대에서 자리를 잡았다고. 양 차장은 만장굴에서 가장 인기가 좋다는 거북바위 앞에서 일행을 모았다. 그곳에서 마이크를 켜고 거북바위와 해안동굴에 대한 설명을 잠깐 들려주었다. 노인과 함께 어깨를 맞대고 양 차장의 해설을 들었다. 바위는 위에서 내려다보면 그 모습이 제주도와 닮아 있었다. 가운데 볼록한 부분은 한라산이 솟은 것 같았고, 전체적인 윤곽도 해안선과 비슷했다. 바위의 아래쪽에는 유선이 아직 남아 있었다. 동굴 벽면에 그려진 것과 거의 같은 높이였다. 아마도 천장에 붙어 있던 암석이 떨어졌을 때 그만큼의 수위로 용암이 흐른 것 같았다. 용암에 잠긴 부분은 모두 쓸려갔지만, 윗부분만큼은 섬처럼 남은 것이다. “화산 동굴은 용암의 겉과 속이 식는 속도가 달라서 생깁니다. 겉은 식어서 단단하게 굳지만 속은 여전히 뜨거운 상태로 계속 흘러 이렇게 텅 비는 거예요.” 설명을 다 듣고 동굴 속을 걷는데 생각보다 길이 일찍 끝나버렸다. 조류에 휩쓸리듯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더듬거리며 앞으로 걷다 보니 어느 순간 공간이 넓어지고 조명이 환한 곳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곳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도 있고 비상 전화기 같은 것도 설치되어 있었다. 우리는 무너진 천장에서 용암이 쏟아져 내려 생긴 근사한 돌기둥 앞에서 줄지어 사진을 찍었다. 그제야 뒷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겨우 유선과 종유석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는데 우습게도 그곳이 반환점이었다. 반환점에서 노인은 눈을 감고 벽에 귀를 가져다 댄 채로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용암 벽 너머로 무언가가 들리는 것처럼 두 손으로 귀를 모았다. 그의 표정은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었다. 손주들이 포켓몬스터와 던전 같은 단어를 내뱉으며 신나게 뛰어노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그는 한참이나 벽 안쪽의 소리를 들었다. 점자를 읽듯 조금씩 색이 다르고 층이 나누어진 선명한 가로줄을 하나하나 손으로 짚었다. 그는 그 벽 너머에 어렸을 때 들었던 소리가 선명하게 남아 있다고 했다. 그가 기억하는 것은 대낮의 호루라기 소리나 새벽녘의 군화 소리, 누군가가 끌려가며 질렀던 비명. 고막을 찢는 일방적인 사격 소리 같은 것들이었다. 기억이 청각으로만 남은 이유는 그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누군가가 눈을 가려주었기 때문이었다. 노인은 그때 자신의 두 눈을 덮어주었던 주름진 손바닥에 대해 회상했다. 노인을 지켜준 손은 여러 명의 것이었다. 해변에서는 아버지였고 방안에서는 어머니였다. 마을이 불탔을 때는 삼촌이 되었다가 밀항선에 숨을 때는 이웃집 아저씨가 되기도 했다. 그는 산지항에서 무역선 배 밑창에 몸을 싣고 일본으로 오기 전까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게 너무 후회된다면서 벽에서 귀를 떼지 못하고 오랫동안 흐느꼈다. 관람이 다 끝나고 양 차장은 그들에게 기념품을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탁자 위에 장식용으로 두는 돌하르방이었다. 돌하르방은 겨울 모자를 눌러쓰고 양손을 가슴과 배 위에 올려놓았다. 돌하르방의 모습은 어쩐지 지점장의 친구였던 그 고객과 닮은 것처럼 보였다. 그 고객은 항암 치료 부작용으로 빠진 머리털을 가리려고 모자를 썼다. 스테로이드와 호르몬 약의 부작용으로 눈과 코가 부어올랐고 얼굴에는 검버섯이 가득했다. 그와 마주 앉은 것은 아주 잠깐뿐이었지만 그 인상은 오래도록 내 기억 속에 남았다. 눈을 감으면 지금도 얼마든지 떠올릴 수 있었다. * 본격적으로 굿판이 시작됐다. 구경하는 사람은 서로 대화도 나누지 않고 진지하게 제사를 지켜봤다. 낮에 본 노인은 맨발로 천막 안에 들어가 있었다. 나머지는 자리가 부족해 모래 위에 그대로 서 있었다. 나이가 어린 아이들은 하나같이 부모 뒤에 몸을 숨겼다. 처음 보는 낯선 풍경에 겁을 먹은 것 같았다. 붉은 도복에 흰 고깔을 쓴 심방이 무서운지 실눈을 뜨거나 아예 눈을 감아버린 아이도 있었다. 어떤 아이는 돌하르방을 손에 꽉 쥐고 있었다. 낮에 들은 설명 때문인 것 같았다. 양 차장은 마을마다 돌하르방을 세우는 목적이 복을 기원하는 게 아니라 화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심방의 옆에서 시중을 들던 여자가 직사각형의 종이를 조심스럽게 들고 왔다. 중간에 가짜 돈이 매달려 있고 위쪽이 삼각형으로 접혀 있는 종이였다. 여자는 그 종이를 심방의 등 뒤에 붙였다. 그러자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심방의 걸음걸이와 표정이 바뀌었다. 심방은 주위에 모인 모든 사람을 데리고 바다로 나가 짚으로 만든 인형을 내려놓았다. 파도는 작게 들이쳐 인형의 밑을 적셨다가 빠져나갔다. 인형에 수의를 입히고 염포로 단단하게 묶었다. 두꺼운 상자를 펼쳐 상여를 만들고 그 위에 인형을 시체처럼 올렸다. “인형에 염을 하고 나면 굿당 가운데 잠깐 앉아 있어 줘.” “저는 진짜 못하겠어요. 솔직히 이게 다 뭐 하는 건지도 잘 모르겠어요.” “나 대신한다고 생각해. 나도 그런 적 있었잖아.” 최후의 일격처럼 긴 파도가 뭍 안쪽으로 깊이 밀려들어 왔다. 파도는 양 차장의 운동화를 덮치고 용왕상까지 닿았다. 파도에 두 발이 다 젖었는데도 양 차장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운동화와 양말을 벗어 멍석 귀퉁이에 올려놓고 맨발로 모래를 밟고 섰다. 발이 시릴 텐데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 심방이 염포의 끝을 넉넉하게 잡고 내게 건넸다. 그걸로 상여를 굿당까지 끌고 오라는 것 같았다. 당황해서 멀뚱히 있자 양 차장이 등을 떠밀었다. 왜 내가 이런 일까지 맡아야 하는지 혼란스럽고 이상했다. 시키는 대로 일단 상여를 억지로 끌고 와 굿당 앞에 놓았다. 신발을 벗어 멍석 중앙에 앉아 무릎을 꿇었다. 그 사이 무아지경에 빠진 심방의 무용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무악은 요란해졌고 주변에 모인 사람들은 곡을 시작했다. 곡소리와 북소리가 절정에 닫자 심방은 도포 자락을 펄럭이며 제자리에서 뛰어올랐다. 한순간에 춤이 멈추고 심방이 내 앞에 우뚝 섰다. 흰색 술을 바닥에 내려놓고 댓가지를 꺾어 만든 기다란 회초리 묶음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그걸로 내 등을 내리쳤다. 댓가지가 얇아서 아프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한 대 두 대 맞을 때마다 도대체 내가 무슨 이유로 매를 맞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자 그곳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모두 조용히 흐느끼고 있었다. 지점장이 지시했던 대출은 결국 불가 판정을 내렸다. 내게는 지점장보다는 양 차장에게 잘 보이는 게 중요했다. 지점장은 의외로 순순히 받아들였다. 다만 그를 한 번이라도 직접 만나보고 다시 결정하라고 부탁했다. 그 고객이 직접 찾아온다고 해서 위조된 서류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건 내 입으로 직접 거절의 뜻을 전하라는 의도였다. 자신이 맡기 싫은 역할을 내게 떠넘기는 짓이었다. 지점으로 찾아온 그 고객은 행색이 지나치게 초라했다. 오랫동안 고생한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비굴함이 몸 전체에 배어 있었다. 그는 나를 계장님이라고 깍듯이 호칭했다. 의례적으로 묻는 말에도 변명하듯 눈치를 보며 둘러댔다. 차라리 선배라고 거들먹거리는 부류였다면 거절하기가 더 나았을 텐데. 이상하게도 대출이 어렵다는 말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양 차장이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 자리에서 그를 칼같이 잘라내지 못했다. 그에게 대출이 거절되었다고 말한 사람은 양 차장이었다. 내가 우물쭈물하자 양 차장이 도와주려고 다가왔다. 양 차장은 그에게 친절하게 웃으며 자리를 옮겨 달라고 부탁했다. 그 고객은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겨우 단 한 칸 옆으로 옮기는 것뿐이었지만 그를 비추고 있던 어떤 불빛 같은 게 꺼지는 것 같았다. 그는 내게 곤란하게 만들어서 미안하다고 한 번 더 사과했다. 창구에 앉아 그가 떠난 의자를 바라보면서 대화를 엿들었다. 대출이 안 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 듣는 동안 그는 계속 기침을 쏟았다. 입안이 바짝 말랐는지 마른 혀를 계속 다시는데도 양 차장은 능숙하게 키보드만 두드렸다. 그 일이 있고 난 뒤로 지점에서 청귤청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지점장이 자신의 집무실에 있던 것을 치우게 하자 창구에 놓였던 것도 자연스럽게 버려졌다. 그 외에는 딱히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지점장과의 신경전도 끝났고 우려했던 인사 보복 같은 것도 전혀 없었다. 다만 나는 며칠 동안 악몽에 시달렸다. 아무도 없는 지점에 나와 그 고객이 단둘이 마주 앉아 있는 꿈이었다. 그 꿈은 지금도 가끔 꿀 때가 있었다. 꿈속에서 그 고객은 날 원망하지 않았다. 그저 내 앞에 앉아 기침을 쏟을 뿐이었다. 나 역시도 딱히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몇 번을 곱씹어도 그날의 결정은 옳은 일이었다. 다만 후회하는 것은 그때 내가 따뜻한 차 한 잔을 내오지 못한 것이었다. 야윈 목에서 쏟아지는 메마른 기침 소리를 들으면서도 그에게 청귤차 한 잔을 권하지 않았다. 아무리 잘못한 게 없더라도 그 정도는 할 수 있었을 텐데. “설운 어멍아 이런 변고가 어디 있수광. 구름 질로 바람 질로 고향산천 온 줄 모릅니까. 한 달을 그물고 두 달을 그물어도 경해도 원망하고 있수광. 이승에서 못한 것 저승에서 허쿠다. 잘들 삽서 하다하다 걱정말앙 잡들삽서. 살암시민 살암십서.” 심방이 백안을 뜨고 귀신에 씐 것처럼 여러 목소리를 냈다. 노인처럼 한탄하다가 아기처럼 울었고 남자처럼 화를 내다가 여자처럼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그 앞에서 나는 고개를 숙이고 죄인처럼 엎드려 있었다. 양 차장은 두 손을 맞잡고 기도하듯 무언가를 빌었다. 나는 시킨 대로 고맙수다 라고 말하며 심방에게 절을 해봤다. 고맙수다, 고맙수다. 기계적으로 말을 반복할 뿐인데도 내가 진짜 상주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심방은 매질을 멈추고 제풀에 꺾인 듯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멀리 바다를 바라봤다. 밤하늘은 여전히 별도 없이 캄캄했지만, 바다에 가까워질수록 그 밑이 아주 조금은 푸른 듯 보였다.
  • 현대차 제네시스 G80, 올해의 가장 안전한 차 선정

    현대차 제네시스 G80, 올해의 가장 안전한 차 선정

    현대차 제네시스 G80이 ‘올해의 가장 안전한 차’로 뽑혔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국내에서 판매된 국산 8개·수입 3개 차종을 대상으로 안전도를 평가한 결과 제네시스 G80을 비롯한 10개 차종이 1등급을 받았다고 31일 밝혔다. 1등급을 받은 차는 국산차로는 기아차 K5, 쏘렌토, 카니발,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현대차 아반떼, 제네시스 G80, GV80, 르노삼성 XM3 등이다. 수입차는 르노 캡처, 벤츠 A220이 1등급을 받았다. 아우디 Q7은 5등급으로 평가됐다. 중·대형 세단 분야 1등급 차량 가운데 종합등급 점수를 가장 많이 받은 차는 제네시스 G80으로 97.3점을 받았다. G80은 충돌 안전성에서 만점을 받았고 보행자 안전성과 사고예방 안전성에서 각각 최고점수를 기록했다. 아우디 Q7은 5등급을 받았다. 정면충돌 안전성 평가에서 뒷좌석 인체모형 머리에 가해지는 충격량이 상해 기준값 상한선을 넘어 중형 SUV, 대형 SUV 분야에서는 리콜을 받은 사례가 있어 우수차 선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아우디 Q7은 종합등급 5등급을 받았다. 충돌평가에서 탑승자 충격량이 인체 상해 상한을 초과했기 때문이다. 충돌 순간 안전띠를 조여주는 프리텐셔너가 뒷좌석 좌석 안전띠에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진환 국토부 자동차정책관은 “전기차 차종이 다양해지고 판매량이 증가함에 따라 내년에는 전기차를 평가 차종으로 정해 배터리 화재 및 폭발 위험성, 고전압 감전 위험성 등을 평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토트넘-풀럼 킥오프 3시간 전 연기, 손 ‘100호 도전’ 새해로

    토트넘-풀럼 킥오프 3시간 전 연기, 손 ‘100호 도전’ 새해로

    손흥민(28)의 소속팀인 토트넘 홋스퍼와 풀럼의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경기가 킥오프 3시간을 앞두고 전격 연기됐다. 31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3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풀럼과의 2020~21시즌 프리미어리그 16라운드 경기가 풀럼 측이 EPL 사무국에 연기를 요청했으며, 논의 끝에 경기 시작 3시간 전에야 연기 결정이 이뤄졌다. 토트넘은 성명을 내고 “토트넘의 모든 구성원은 풀럼의 안전과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손흥민의 토트넘 100호 골 도전도 새해도 미뤄졌다. 앞서 EPL이 21∼27일 전 구단 선수와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17차 코로나19 진단 검사 결과 시즌 최다인 18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이 중 일부가 풀럼 소속이었다. 같은 검사에서 확진자가 다수 나온 맨체스터 시티와 에버턴의 16라운드 경기도 열리지 못했다. 이 경기는 지난 28일 열릴 예정이었는데 킥오프 4시간 전에 연기가 결정됐다. 조제 모리뉴 토트넘 감독은 사무국의 연기 결정이 늦었다며 불편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현지 언론들은 하루 전부터 연기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사무국은 경기 당일 오후에 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했다. 모리뉴 감독은 연기 결정이 나기 약 1시간 전, 즉 경기 시작 4시간 전에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대기 중인 선수단의 영상을 올리며 “경기 시간은 오후 6시(현지시간)인데 우리는 아직도 경기 개최 여부를 알지 못한다. 세계 최고의 리그답다”고 비꼬았다. 한편 EPL 사무국은 최근 영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는데도 “시즌 중단은 없다”는 태도를 분명히 밝혔다. 사무국은 이날 “리그가 예정대로 계속될 수 있도록 코로나19 프로토콜을 신뢰하고 있다”라며 “코로나19 프로토콜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수들과 스태프의 건강이 우선인 상황에서 사무국은 각 구단의 코로나19 프로토콜 이행 상황을 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PL 사무국은 각 구단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늘고 있지만 ‘시즌 중단’ 대신 개별 경기의 연기와 무관중 경기로 대응하는 모양새다. 영국 정부 역시 엄격한 방역 기준을 앞세워 경기 중단을 권유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 지금 상황에 리그를 중단하면 결국 리그 취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EPL 사무국은 팀에 14명 이상의 선수만 뛸 수 있으면 경기를 속행하도록 하고 있다. 무관중 경기 지역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리버풀이 코로나19 대응 3단계 지역으로 격상됨에 따라 리버풀의 홈구장인 안필드와 에버턴의 홈구장인 구디슨 파크도 관중 입장이 금지된다. 두 곳은 2단계 때 최대 2000명의 관중 입장이 허용됐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사설] 성추행 의혹 못 푸는 경찰, 권력비리수사 제대로 하겠나

    서울지방경찰청이 그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공소권 없음’, 서울시 부시장 등 7명의 강제추행 방조는 ‘혐의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반면 고소문건 유출, 악성댓글 등에 대해서는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이는 성추행과 방조라는 본질은 규명되지 않은 채 일부 2차 가해를 처벌 대상으로 삼는 본말이 전도된 수사 결과라 할 만하다. 무엇보다 경찰은 5개월간 46명의 수사인력을 동원했다지만, 과연 수사 의지가 있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은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이 지적한 대로 “범죄 혐의와 별개로 피해자가 소명하고자 했던 사실관계조차” 밝히지 않았다. 경찰이 가해자들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준 상황이라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더 기승을 부리는 것이다. 박 전 시장 측근들은 “4년에 걸친 성폭력 주장 또한 그 진실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하며 피해자가 쓴 손편지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경찰 수사 결과는 무고 및 방조 혐의가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지 피해자의 성폭력 주장이 거짓이라는 발표가 아니다. 오히려 검찰이 어제 밝힌 박 전 시장이 텔레그램에 남긴 “이 파고는 넘기 힘들 것 같다”는 심경이 성추행의 정황을 보여 준다고 할 수 있겠다. 이번 ‘무혐의’ 수사 결과는 ‘이용구 법무차관 수사 논란’에 이어 경찰이 권력과 맞서 부패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심각한 의구심을 던진다. 1차 수사종결권과 대공수사권을 행사하는 ‘공룡 경찰’을 견제하고 인권을 보호할 장치도 필요하지만, 권력 앞에서 추상같은 수사를 할 능력과 용기도 필요하다는 점을 경찰이 스스로 노출시켰다.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의 실체를 밝힐 주체로 이제 검찰과 국가인권위원회가 남았다. 인권위가 실체적인 진실은 물론 위계에 의한 성폭행을 막을 제도적 개선 방안 등을 조속히 발표하고, 검찰도 사건의 진실 규명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 다시 설렌다… 거장들의 위로

    다시 설렌다… 거장들의 위로

    미술관이 문을 닫고 전시가 취소되는 등 코로나19로 전례 없는 혼란과 고통을 겪은 미술계가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새해를 준비하고 있다. 아무 제약 없이 전시장 나들이를 할 수 있는 평범한 일상으로의 빠른 복귀를 기원하며 예술이 지닌 성찰과 치유의 힘으로 관람객을 위로할 다양한 전시가 대기 중이다. 우선 전 지구적 재난인 코로나19를 주제로 한 기획전이 돋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은 5월 팬데믹과 사회, 개인의 삶을 고찰하는 ‘코로나19 재난과 치유’(가제)전을 개최한다. 팬데믹을 바라보는 미술가들의 시각을 표출하고, 예술적 차원에서 재난을 어떻게 극복할지 모색하는 자리다. 무진형제, 에이샤 리사 아틸라 등 국내외 동시대 미술작가들이 함께한다. 아트선재센터는 팬데믹으로 인류가 함께 겪은 불안의 감각이 개인과 사회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조형 언어를 통해 살펴보는 기획전 ‘겹쳐진 표면의 틈’(가제)을 5월에 연다. 익숙한 도시 풍경을 낯설게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을 하는 작가 3명이 참여한다. 10월에는 지역과 환경에 따른 불균형이 인간의 신체에 미치는 차이, 질병과 보건 및 죽음의 문제를 다루는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학고재 갤러리도 전염병 확산을 계기로 인간의 몸과 세상의 관계를 돌아보는 기획전 ‘38℃’를 1월 6일부터 펼친다. 박미란 큐레이터는 “체온 38도는 공공장소 출입이 제한되는 고열의 기준점이자 사람이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목욕물 온도”라며 “몸과 정신, 물질과 자연의 네 가지 범주로 나눠 갤러리 소장 작품들을 선보인다”고 소개했다. 강요배, 이우성, 장재민, 팀 아이텔, 애니시 커푸어 등의 작품이 전시된다.미술과 다른 분야의 활발한 만남도 주목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 근대미술 흐름 속에서 미술과 문학의 관계를 조명하는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2월)를 진행한다. 이상, 구본웅, 박태원, 김환기, 이중섭 등 문인·미술가 50여명의 작품 130여점과 각종 원본 자료 150여점이 전시된다. 가상현실(VR)과 인공지능 등 최첨단 기술과 미술의 결합을 보여 주는 ‘융복합 프로젝트’(가제), 국립중앙박물관과 공동으로 여는 ‘한국미술의 전통과 현대’(가제)도 준비 중이다. 세종문화회관은 오디오아트의 도입으로 미술의 확장성을 모색하는 융복합 콘텐츠 공모 기획전 ‘Data Composition’(데이터 콤퍼지션·3월)과 영국의 팝아티스트이자 디자이너인 필립 콜버트의 내한 전시 ‘넥스트 아트: 팝아트와 미디어 아트로의 예술여행’(5월)을 라인업에 올렸다. 국내외 대표 작가들의 개인전도 풍성하다. 서울시립미술관은 2월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가 이불의 예술 세계를 조망하는 대규모 전시를 연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국민 화가 박수근(11월), 한국 모더니즘 회화 대표 작가 정상화(5월) 개인전을 개최한다. 국제갤러리는 2월 현대사진의 새 지평을 연 미국 사진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국내 첫 회고전을 시작으로 줄리언 오피, 루이즈 부르주아, 박서보의 작품을 선보인다. 10월 부산점에서 열릴 영화감독 박찬욱의 사진전도 눈길을 끈다. 갤러리현대는 한국실험미술의 거장 이강소와 이건용을 비롯해 김민정, 이강승 개인전을 마련했다. 올해 연기됐던 주요 비엔날레도 잇따라 열린다. 국내 최대 비엔날레인 광주비엔날레는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을 주제로 2월에,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는 ‘하루하루 탈출한다’라는 제목으로 9월에 개막한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수백만원 수의 필요할까… 웰다잉은 자기 결정권”

    “수백만원 수의 필요할까… 웰다잉은 자기 결정권”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 죽는다는 것을 알지만 살아 있는 동안 어떻게 죽음을 준비할 것인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무의미한 연명 치료 중단, 장기와 시신 기증, 유언장 작성, 유산 기부 등에 대해 스스로 주체가 돼 내 삶을 어떻게 마무리할지를 준비하는 ‘웰다잉’(Well-dying)이 우리에게는 낯설다. 29일 서울 중구의 사무실에서 만난 원혜영(69)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웰다잉은 자기 결정권의 문제”라며 “고인이 원한다고 한 적이 없는 수백만원짜리 수의와 관을 가족들이 결정하며 남은 이들에게 부담을 줄 이유가 없다. 내 삶의 마무리는 내가 결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식품기업 풀무원의 창업주이자 두 차례 부천시장을 지냈다. 5선의 국회의원을 거치며 차기 국회의장으로까지 거론됐던 원 전 의원은 지난 4월 21대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정치권을 떠났다. 그런 그가 ‘웰다잉 전도사’로 변신했다. 사단법인 웰다잉시민운동의 대표를 맡아 어떻게 하면 ‘아름다운 죽음’을 준비할 수 있을지 대중을 상대로 웰다잉에 대한 홍보와 강연을 하고 있다. 원 전 의원이 웰다잉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2009년 대법원이 ‘김 할머니 사건’에 대해 연명 치료 중단을 인정한 판결이 그를 웰다잉의 세계에 눈뜨게 했다. 김 할머니는 2008년 폐암 조직검사를 받다 과다 출혈로 식물인간이 됐고, 자녀들은 인공호흡기 도움을 받는 연명 치료 중단을 요구했다. 재판 끝에 대법원은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른 환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에 기초해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연명 치료 중단을 허용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원 전 의원은 “대법원 판결 이후 그 문제(무의미한 연명 치료 중단 논란)가 해결됐는데, 법적 근거 없이는 같은 내용의 재판이 계속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19대 국회 때 여야 의원들과 함께 ‘웰다잉 문화 조성 국회의원 모임’을 만들어 관련 입법 운동을 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19대 국회 종료를 앞둔 2016년 1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본인이 동의하거나 가족이 동의하면 연명 치료를 받지 않게 됐다.원 전 의원은 “법을 만들다 보니 연명 의료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는 게 왜 중요하고 그게 안 되고 있는지를 처음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노인 빈곤층이 심각하다 보니 당장 먹고사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웰다잉을 생각할 여유가 있겠느냐는 질문에 원 전 의원은 “재산이 많고 적음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초고령 사회가 된 현재, 세금을 거둬 꼭 해야 할 복지정책이 있는 것과 별도로 수천만원의 보증금이 있는 집을 갖고 있는 사람이나 수천억대 자산가나 죽고 나서 내 재산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모두가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 죽음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고민하고 정리하자는 문화를 만들자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평생 모은 재산의 크기가 어떻든 내가 세상을 어떻게 정리하고 떠날까 생각한 사람의 삶의 자세는 다르다”며 “앞으로 내 남은 삶을 생각하며 그 소중함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내와 함께 아들 둘을 둔 원 전 의원 역시 사전연명의료 의향서 작성은 물론 유언장 쓰기까지 마쳤다. 그는 “사전연명의료 의향서 작성은 낯선 개념이고 유언장은 훨씬 친숙한 개념인데 사람들은 여전히 유언장 쓰는 걸 꺼린다. 왜냐하면 주변에서 아무도 안 하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생각하면서 살아라, 그렇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이 있는데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는 게 아니라 ‘아무 생각 없이 살게 된다’”고. 그는 “연명 의료에 대한 문제, 장기 기증에 대한 문제, 화장을 할 것인지 매장을 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 내 유산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또 내가 잘못될 경우 내 대리인을 정하는 문제에 대해 한 번쯤 매듭을 지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원 전 의원이 이처럼 매듭을 짓는 행위가 중요하다고 판단한 데는 남은 가족을 위한 일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원 전 의원은 “유언장을 써서 남은 재산을 어떻게 할 것인지 정리해 놓지 않았기 때문에 그 재산을 놓고 가족 간, 자식들 간 싸움이 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유언장 쓰기를 넘어 유산 기부 운동까지 확대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원 전 의원은 “영국에서는 유산의 10분의1은 좋은 곳에 기부하는 운동이 진행 중인데 이런 유산 기부 운동을 활성화하는 것도 우리 사회를 통합하고 품위 있게 만드는 데 중요하며 그게 밑바탕이 되려면 유언장 쓰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 전 의원은 연명 의료 중단은 낮은 수준의 존엄사를 의미한다며 안락사에 대해서도 조금씩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의학을 동원해 직접 내 목숨을 단축하는 것은 적극적 의미에서 안락사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이라면서 “다만 중증 치매라든지 의식도 없고 한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조건을 갖추지 못하고 생명만 유지하고 있을 때 이런 경우에 대해선 어떻게 할 것인지 아주 조심스럽지만 논의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또 “복지가 좋아지고 의료 기술이 발달하면서 생긴 기대하지 않았던 효과와 문제에 대해 보다 신중하고 폭넓은 고민이 전 세계적으로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30년 정치 인생을 마감하고 웰다잉 전도사로 나선 원 전 의원에게 아쉬운 부분은 없을까. 웰다잉에 대해 거침없이 이야기를 풀어 놓던 원 전 의원은 이 질문에 대해 잠시 머뭇거렸다. 그는 “아쉬울 때 떠나라는 말이 있지 않겠나. 아직 건강하고 뭔가 일을 할 수 있을 때 정치를 더 붙잡고 있기보다 아름답게 물러나는 게 좋은 것 같다”며 엷은 미소를 띠었다. 이어 “장수 시대이고 70대에 접어든 지금 앞으로 10년 이상이 될지 20년 이상이 될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할 수 있을 때 새로운 일을 해 보고 싶었다”고 했다. 다만 그는 20대 국회 막바지에 발의했지만 임기 종료로 폐기된 웰다잉 기본법에 대해 21대 국회 후배 정치인들이 해결해 줬으면 한다는 소망을 밝혔다. 원 전 의원은 “웰다잉을 문화적으로 체계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법과 제도를 만드는 게 필요한데 21대 국회가 그 일을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인선 등으로 둘러싼 여야 갈등에 대해 원로 정치인으로서 이런저런 언급을 하는 게 부적절하다며 말을 아꼈다. 원 전 의원은 “여러 언론사에서 정치 현안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고 있지만 정치 은퇴를 밝혔기 때문에 이에 대해 말하지 않기로 했다”면서도 “정치라는 게 다 녹아들어 가는 것인데 하루아침에 좋아지겠나”라고 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원혜영 전 의원 프로필 -1951년생(69세), 경기 부천 출생 -서울대 역사교육학과 -풀무원식품 창업주 -민선 2·3기 부천시장 -제14·17·18·19·20대 국회의원 -민주당 원내대표, 열린우리당 최고위원, 민주통합당 공동대표 -현 사단법인 웰다잉시민운동 대표
  • [전문] 김두관 “윤석열 탄핵은 국민에 대한 의무”…정의 “文에 반해”(종합)

    [전문] 김두관 “윤석열 탄핵은 국민에 대한 의무”…정의 “文에 반해”(종합)

    김, 여권 성향 의원들에 ‘尹탄핵 동참’ 친전“압도적 지지 보내준 국민에 응답할 의무”“尹 두고 선거치르면 교도소 담장 위 걷는 것”김 측 “탄핵 취지에 공감한다는 의원들 있다”김 25일엔 “국회서 尹 탄핵안 준비하겠다”정의 “무리한 주장, 文 의사에도 반해” 비판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민주당 의원들에게 윤석열 검찰총장의 탄핵에 동참해달라며 친전을 보내 “윤 총장을 그대로 두고 보궐선거를 치르는 것은 교도소 담장 위에서 선거를 치르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윤 총장을 탄핵하지 않으면 문재인 대통령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지난 크리스마스 때 주장했다. 친전을 받은 정의당은 “문 대통령이 사과까지 했는데 윤 총장에 대한 탄핵 주장은 문 대통령의 의사에 분명히 반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윤석열 ‘반여친야’ 정치 행위일일이 열거조차 어려워” 김 의원은 이날 민주당·정의당·열린민주당·기본소득당·시대전환 소속 의원과 여권 성향 무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글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준 국민들과 지지자들의 목소리에 응답할 의무가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김 의원은 ‘윤석열 검찰총장 탄핵에 함께 해주시기를 간곡히 호소합니다’라는 제목의 친전을 보냈다. 김 의원은 친전에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신중하게 내린 결단”이라면서 “검찰이 수사권과 검언유착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살해한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역사의 시곗바늘이 거꾸로 돌려지는 것을 보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반발이 이렇게 강할 줄은 몰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압수수색과 인사청문회 종료 후 기습적인 기소는 그 정점이었다”면서 “윤 총장의 중립의무 위반과 ‘반여친야’(反與親野) 정치 행위는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런 대담한 행보에는 보수언론과 국민의힘이라는 뒷배가 있다”며 언론과 야당을 탓했다. 김 의원은 “검찰총장 탄핵에 힘을 모아 달라. 단결된 소수와 싸울 때는 우선 그 정점에 타격을 가해야 한다”면서 “뜻을 함께하는 의원님들과 머리를 맞대고 법률검토와 더불어 충분히 논의했으면 한다”고 적었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의원들에게 공식적으로 탄핵에 참여할 것을 요청하기 위해 친전을 보냈다”면서 “탄핵 취지에 공감한다며 호응해 오는 의원들이 몇몇 있다”고 말했다.“尹 탄핵, 검찰개혁 안하면 文대통령 안전 보장 못해” “추미애, 다시 절차 밟아 尹 해임해야” 김 의원은 지난 25일 법원의 윤 총장에 대한 직무 복귀 결정과 관련, “윤 총장을 탄핵해야 한다. 국회에서 탄핵안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법원이 황당한 결정을 했다. 정치검찰 총수, 법관사찰 주범, 윤 총장이 복귀했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의 권력을 정지시킨 사법 쿠데타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은 언론-보수 야당으로 이어진 강고한 기득권 동맹의 선봉장”이라면서 “검찰을 개혁하지 않고는 대한민국 미래도, 민주주의 발전도, 대통령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주의를 지키고 대통령을 지키는 탄핵의 대열에 동료 의원들의 동참을 호소한다”면서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선출된 권력을 짓밟는 일을 반드시 막겠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의 통치행위가 검찰과 법관에 의해 난도질당하는 일을 반드시 막겠다”고 했다. 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에서 책임지고 징계위원회를 다시 소집해야 한다”면서 “정직 2개월 결정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절차가 문제라고 하니 절차를 다시 밟아 해임이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정의 “윤석열 탄핵? 文 입장에도 반해”“여당 내서도 尹 탄핵에 호응 미약해” “연일 탄핵 주장, 혹 다른 생각 있나 의구심” 정의당은 이날 민주당 소속 일부 의원의 윤 총장에 대한 탄핵 촉구 관련해 “무리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 논평을 내고 “민주당 김두관 의원 탄핵 주장은 분명 대통령 입장에 반하는 것”이라면서 “이미 집권여당 내에서도 윤 총장 탄핵에 대한 호응도 미약하다”고 밝혔다. 정 수석대변인은 “이미 대통령이 법원 판단을 존중하며 혼란을 끼친 점에 대해 국민께 사과한 상황”이라면서 “상황을 모르지 않을 중진 의원이 연일 탄핵을 주장하고 있으니 혹 다른 생각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반복된 무리한 주장이 악수(惡手)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이제는 민생개혁과 권력기관 개혁의 쌍두마차로 나아갈 때”라고 제안했다.다음은 김 의원이 의원들에 보낸 전문 안녕하십니까. 김두관 의원입니다. 제가 ‘윤석열 탄핵’을 주장한 것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이 복잡하실 것 같습니다. 공감한다는 격려도 있었고 우려스럽다며 염려하신 분도 계십니다. 우선 저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신중하게 내린 결단이었다는 점을 먼저 말씀 올립니다. 제3기 민주정부가 들어서기까지 우리는 거친 산을 오르고 깊은 강을 건넜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산은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이었습니다. 검찰이 수사권과 검언유착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을 살해한 이후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역사의 시계 바늘이 거꾸로 돌려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결국 촛불 시민들은 문재인 정부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검찰개혁은 문재인 정부의 숙명이 되었습니다. 저는 지난 총선에서 우리 민주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했을 때 ‘이제 검찰개혁이 가능하겠구나’하고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의 반발이 이렇게 강할 줄은 몰랐습니다. 검언유착과 특권의식의 뿌리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조국 장관에 대한 압수수색과 인사청문회 종료 후 기습적인 기소는 그 정점이었고 이때부터 검찰개혁에 대한 노골적인 반발과 대통령에 대한 지속적인 항명이 계속되었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중립의무 위반과 ‘반여친야’ 정치행위는 일일히 열거하기조차 어렵습니다.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하라’는 대통령의 말씀을 ‘살아있는 권력만 수사’하는 것으로 화답했습니다. 그런 행보의 정점이 대전지검을 통한 ‘원전수사’입니다. ‘국가정책’을 수사하는 검찰은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가 어떤 각오로 대통령에 대항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입니다. 이런 대담한 행보에는 보수언론과 국민의힘이라는 뒷배가 있습니다.제가 윤석열 총장 탄핵을 주장하는 다른 이유는 민주주의의 기본에 관한 것입니다. 행정부가 결정한 징계를 사법부가 정지시킨 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입니다. 그렇다면 입법부는 어찌해야 합니까? 사법부의 결정을 불가역의 최종결정으로 받아들여야 합니까? 저는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사법부와 행정부를 통제하고 견제하는 것이 입법부의 역할이자 책무이며 탄핵소추권은 입법부의 가장 전통적인 무기입니다. 대통령께서도 인사권자로서 국민앞에 고개를 숙이셨는데 정작 당사자인 윤총장은 국민앞에 사과 한마디 없습니다. 임명직 공직자의 기본 자세를 포기한 것입니다. 이런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마지막 보루가 국민이 선출한 입법기관인 바로 여러분, 국회의원입니다. 이것이 원칙입니다. 이번 사안을 대하는 의원님의 무거운 마음과 신중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준 국민들과 지지자들의 목소리에 응답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제 윤석렬 검찰은 정권에 대한 전방위적 공격으로 개혁을 무력화시킬 것입니다. 그 공격의 정점을 무너뜨리지 않고 개혁은 불가능합니다. 보궐선거에 불리하다는 의견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의 윤석렬을 검찰총장에 그대로 두고 보궐선거를 치르는 것은 교도소 담장 위에서 선거를 치르는 것과 같다 생각합니다.대통령과 민주주의를 지켜야 합니다. 권력기관 개혁은 우리 민주당에게 부여한 국민의 명령이며 역사의 책무입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탄핵과 제도개혁을 함께 해야 합니다. 어느 하나는 옳고 어느 하나는 틀린게 아닙니다. 170석이 넘는 민주당은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습니다. 탄핵은 제도개혁의 필요조건이며 제도개혁은 국민의 명령을 달성하는 충분조건입니다. 검찰총장 탄핵에 힘을 모아 주십시오. 단결된 소수와 싸울때는 우선 그 정점에 타격을 가해야 합니다. 검언단결의 전선을 흐트려 놓지 않고 개혁에 나서는 것은 지난 3년 6개월의 반복에 지나지 않습니다. 뜻을 함께하는 의원님들과 머리를 맞대고 법률검토와 더불어 충분히 논의했으면 합니다. 의원님의 뜻있는 회답을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두관 올림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中 게임업계 39세 기린아 독살 의심, 동갑 동업자 소행?

    中 게임업계 39세 기린아 독살 의심, 동갑 동업자 소행?

    중국 게임업계에서 청년 신화를 일군 서른아홉 살 린치(林奇·사진) 회장이 동료에게 독살 당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상하이시 공안국이 밝혔다. 28일 영국 BBC에 따르면 게임회사 유주(游族)는 지난 성탄절에 웨이보에 올린 성명을 통해 상세한 경위는 밝히지 않은 채 회사 창업자이자 최대 주주인 린 회장이 병원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성명을 본 사람만 2억 9000만명에 이르고 수천개의 댓글이 달렸다. 이날 수백명의 전현직 직원들이 회사 건물 앞에 모여 그의 안식을 기원했다. 업계에는 지난 16일쯤부터 린 회장이 갑작스럽게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당시 회사 측은 린 회장이 몸이 불편해 입원했지만, 상태는 안정적이라고 전했다. 린 회장이 눈을 감기 하루 전 상하이시 공안국은 린 회장이 독극물에 중독된 것으로 의심된다면서 동갑의 동료 쉬(徐)모 씨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중국경제주간이 정보의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유주의 영화제작 자회사인 ‘삼체우주’(三體宇宙) 최고경영자(CEO) 쉬야오(徐堯)가 업무상 분쟁으로 약에 독을 섞어 린 회장을 독살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매체들은 중국에서도 큰 관심을 끌었던 공상과학(SF) 소설 ‘삼체’(三體)의 영화화 문제가 이번 사건의 배경이 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유주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중 휴가지에서 읽었고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도 좋아하는 것으로 입소문을 타는 등 중국 안팎에서 큰 인기를 얻은 류츠신(柳慈欣) 원작의 영화 제작권을 확보하고 2000억원을 들여 6부작 영화로 제작하려 했다. 작가 류츠신은 이 작품으로 아시아인 최초로 권위 있는 SF 문학상인 휴고상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몇년 동안 이 프로젝트는 지지부진했다. 이 틈을 타 넷플릭스는 지난 9월 텔레비전 판권을 손에 넣었다. 가해자로 의심 받는 쉬야오는 삼체의 영화화 관련 사업을 추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삼체의 영화화 전망이 더욱 어두워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다 전도유망한 청년 사업가가 끔찍하게 동료로부터 죽임을 당했다는 점에 경악하고 있다. 1981년생인 린치는 2009년 게임회사 유주를 세워 큰 성공을 거뒀고 일약 중국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청년 기업인으로 부상했다. 중국 부호 리포트 ‘후룬’에 따르면 유주의 지분 24%를 보유한 린 회장의 재산은 약 10억 달러(약 1조 1000억원)로 추정된다. 유주는 중국 게임회사로는 드물게 중국을 벗어나 적극적인 해외 영업에 나선 회사이기도 하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의 거의 절반이 외국에서 나왔다. 이 회사는 미국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원작으로 한 게임 ‘게임 오브 쓰론 윈터 이즈 커밍’의 제작사이기도 하다. 또 텐센트와 함께 슈퍼셀의 인기 게임인 브롤스타즈의 중국 배급사 역할도 맡고 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따로 또 같은 고려의 수학적 미학… 한국 건축의 황금시대 ‘우뚝’

    따로 또 같은 고려의 수학적 미학… 한국 건축의 황금시대 ‘우뚝’

    현존하는 고려의 목조 건축물은 한반도 전체를 꼽아도 열 손가락이 남는다. 북한의 심원사 보광전과 성불사 응진전을 비롯해 수덕사 대웅전, 부석사 조사당, 거조암 영산전, 강릉 객사문 등이다.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역사적 가치는 물론 건축적 가치도 뛰어난 유산들이다. 특히 봉정사 극락전과 부석사 무량수전은 구조적 결구법이나 건물의 형식미에서 고려 목조건축물을 대표한다.●가장 오래된 목조건물 봉정사 극락전 천등산 깊은 산속에 자리잡은 봉정사는 신라 의상대사의 제자인 능인이 7세기 후반에 창건했다 전한다. 현존하는 봉정사의 건물들은 하나하나 모두 중요해 살아 있는 건축박물관을 이룬다. 고려 중기의 극락전(국보 15호)을 비롯해 조선 초기의 대웅전(국보 311호)과 고금당(보물 449호), 조선 중기의 화엄강당(보물 448호)과 만세루, 조선 후기의 영산암 등이 시대적 특징들을 잘 간직한 채 한자리에 모여 있다. 이처럼 시대적 건물들이 순차적으로 보존된 곳은 봉정사가 유일하다. 특히 극락전은 가장 오래된 현존 목조건물이다. “1363년 지붕을 수리했다”는 기록을 발견했다. 통상 지붕 해체 수리는 건설 후 150년 정도 뒤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최초 건립 연대는 고려 중기인 13세기 초반이다. 건립 시기가 확실한 수덕사 대웅전(1308년)보다 한 세기 정도 앞서는 셈이다. 극락전은 ‘정면 3칸×측면 4칸’ 몸체에 맞배지붕을 얹었다. 한식 건물로 정면보다 측면의 칸 수가 더 많은 건 희귀하다. 정면 한 칸은 4m 내외, 측면 칸은 1.5~2m로 매우 짧다. 측면에 기둥을 비정상적으로 촘촘히 세운 셈이다. 5개 기둥을 지붕 밑까지 세워 높이가 모두 다르다. 기둥들 윗부분을 수평부재가 꿰뚫어 서로를 연결한다. 그 위로 사선 부재들이 높이가 다른 기둥 끝들을 다시 연결한다. 그 위에 9개의 도리를 걸고 서까래를 얹어 지붕을 만들었다. 벽면의 크기에 비해 엄청 많은 부재들로 견고한 벽을 만들었다. 이 정도면 기둥식 구조가 아니라 벽식 구조라 불러야 할 지경이다. 중국에서는 이를 ‘천두식’이라 하여 남부 지방에서 흔히 쓰는 구조법이다. 신라 때 조성한 양양 선림원 터 법당에도 이러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고려 중기까지 천두식 구조는 종종 쓰였을 테지만 봉정사 극락전만 유일하게 남아 있다.●봉정사 극락전과 너무 다른 무량수전 영주 부석사는 의상대사가 676년 창건한 최초의 화엄종 사찰이다. 소백산맥 급경사지에 10여 단의 석축을 쌓고 건물들을 배열해 독특한 가람을 조성했다. 가장 높은 단의 무량수전(국보 18호)이 현재 본전이며 뒷산에 의상을 기리는 조사당(국보 19호)이 위치한다. 조사당을 1377년 재건했고, 바로 전해에 무량수전을 다시 세웠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하지만 현 무량수전의 창건 연대는 그보다 150년 앞선 13세기 초로 보는 것이 주류 학설이다. 봉정사 극락전이 재평가되기 전까지 무량수전이 가장 오래된 건물이라는 영예를 누렸다. 두 건물은 비슷한 시기에 근접한 지역에 세워졌지만, 구조와 형태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무량수전은 ‘정면 5칸×측면 3칸’의 몸체에 팔작지붕을 얹었다. 정면과 측면 모두 기둥 간격이 넓고 기둥 높이도 거의 동일하다. 이러한 구조는 ‘대량식’ 또는 ‘들보식’이라 하여 조선 이후 모든 목조건축의 구조법이다. 극락전의 천두식 구조에 비해 부재의 수를 급격하게 줄여 경제적이고 넓은 공간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천두식에 비해 덜 견고해서 별도의 구조체를 고안해야 했다. 내부에 두 열의 높은 기둥을 세워 건물 전체의 중심 구조체를 만들었다. 자연히 가운데 높은 내진 공간이, 그 앞뒤로 낮은 외진이 만들어진다. 마치 중세 유럽 성당의 바실리카 공간과 같은 구성이다. 무량수전은 남쪽이 정면이지만, 내부의 아미타불은 서쪽에 앉아 동쪽을 바라본다. 고주 열의 방향에 맞추어 내부공간의 방향성을 바꾼 것이다.●불안을 잠재우는 감각적 정교함 한식 건축의 구조는 무겁고 경사진 지붕면을 선적 요소인 목재로 지지하기 위한 공학적 틀이다. 뒤집어 말하면, 육중한 기와지붕의 무게가 목조 뼈대를 눌러 건물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봉정사 극락전의 천두식 구조나 부석사 무량수전의 고주 집합체는 각기 지붕의 하중을 감당하려 개발된 서로 다른 구조체계였다. 그러나 두 건물에 사용된 세부기법들은 놀랍게도 공통적이다. 부재들은 모두 목재이며 나무의 물질적 속성은 공통적이기 때문이다. 나무는 죽어서도 유기체적 성질을 유지한다. 휘기도 줄어들기도 비틀리기도 한다. 특히 한식 건물의 주재료인 소나무는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형이 심하다. 목재의 변형에 대해 이를 상쇄할 여러 기법들이 발전했고, 그 완성을 고려의 두 건물에서 볼 수 있다. 무거운 지붕의 하중은 모퉁이 기둥에 집중돼 안쪽 기둥에 비해 좀 더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귀솟음’이라 하여 모퉁이 기둥을 좀 더 높게 만든다. 경사진 지붕은 기둥을 바깥쪽으로 밀어내게 된다. 이를 방지하려 수직선보다 약간 안쪽으로 기둥을 기울인다. 중국 송나라 때 출간된 건축기술서 ‘영조법식’에는 귀솟음과 안쏠림의 기준 수치들을 계산하여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고려의 건축은 기계적인 중국식 기술보다 전체의 조화를 우선해 유연한 기술이 발달했다. 창작자로서 목수의 판단과 안목이 건축의 격을 좌우하게 됐다. 이러한 세부기법들은 물리적 변형을 보완하려 개발됐으나, 궁극적으로 심리적 불안을 제거하고 시각적 안정을 얻기 위한 방편이 됐다. 지붕 처마를 수평선으로 맞춘다면 처마선은 처질 것 같아 불안해 보인다. 그래서 아예 좀 심하게 들어 올린다. 처지더라도 들어 올린 채로 안정된다. 기둥의 가운데를 볼록하게 배흘림하면 더 견고해 보인다. 두 점을 지나는 직선은 단 하나지만 곡선은 무수히 많다. 직선이 휘어지면 곡선이 되지만, 곡선은 휘어도 곡선이다. 귀솟음도 안쏠림도 배흘림도 물리적 변형을 막지는 못한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수평, 수직, 직선으로 변하지 않는다. 변형되더라도 여전히 솟은 채로, 쏠린 채로, 배흘린 채로 안정돼 있다.●세밀가귀, 건축은 큰 가구다 봉정사와 부석사는 운 좋게도 전쟁도 피해 가는 깊은 산속에 있어 지금까지 보존됐다. 극락전은 경전을 보관하는 대장전이었고 무량수전은 강당이었다는 설도 있다. 산골 사찰에 있는, 주불전도 아닌 부속건물이었다. 거조암 영산전 역시 시골 사찰의 강당이었고 강릉 객사문은 지방 관청의 정문에 불과했다. 당대 최고의 격을 갖춘 건물이라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뛰어나게 아름답고 정교하다. 우연히 남은 변방의 건축물들이 이럴진대 최고작들의 수준은 얼마나 더 높았을까? 고려의 대들보는 항아리 모양으로 윗면은 두껍고 둥글게, 아랫면은 얇고 직선으로 가공한다. 윗면은 지붕의 하중을 담당하며 아랫면은 시각적 날렵함을 제공한다. 봉정사 극락전 항아리보의 밑면 두께는 4치(약 3㎝)인데 이 수치가 모든 부재들의 기본이 된다. 다른 부재들은 1.5배, 2배, 2.5배가 되어 6치, 8치, 1자 등으로 규격화된다. 이런 수학적 관계를 가져야 수많은 부재들을 정교하게 가공할 수 있고 짜 맞출 수 있다. 부석사 무량수전의 폭과 높이, 길이의 비율은 1대1대1.62로 황금비율이다. 정면 한 칸의 높이와 길이는 1대1.4로 루트2비율이다. 이 비례들은 기둥과 도리와 보의 길이 등 구조 부재들의 관계다. 그러한 수학적 관계 속에서 부재를 마련해야 견고한 뼈대를 만들 수 있다. 합리적인 구조와 골격의 비례는 황금비나 루트비 등 비례를 낳았고 동서를 막론한 고전적 형식미가 되었다. 고려가 남겨준 어떠한 건축물도 완벽하고 아름답다. 정교한 수학적 비례의 구조, 그리고 시각적 안정성까지 고려한 섬세한 세부기법들이 하나의 전체로 통합된 까닭이다. 고려의 건축은 너무나 공예적이어서 한 점의 큰 가구와 같다. 목재의 물성을 탐구하고, 부재를 정밀하게 가공하고, 합리적인 구조 뼈대를 짜 맞추었다. 송나라 사신 서긍은 ‘고려도경’에서 고려의 공예품들을 “세밀함이 가히 귀하다 할 만하다”(細密可貴)고 평했다. 고려의 건축은 여기에 완벽한 전체적 아름다움까지 더했다. 그리고 지금은 사라진 천두식과 같이 다양한 실험들을 시도했던 한국 건축의 황금기였다. 건축학자·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 美 코로나 연말 ‘2020달러 팁’ 릴레이는 계속된다

    美 코로나 연말 ‘2020달러 팁’ 릴레이는 계속된다

    배우 도니 월버그 1월 ‘2020달러 팁주기’ 시작11월 다시 식당서 2020달러 팁 남기며 재점화이후 동료 배우 톰 셀렉과 익명의 시민들도 동참SNS 팁 모금 운동에, 20.20달러 중산층 버전도코로나19로 힘든 소상공인에 응원보내기 의미도미국에서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하면서 힘든 상황에 처한 식당 종업원들을 도우려는 소위 ‘2020달러(약 223만원) 팁 주기’가 이어지고 있다. 소위 ‘팁 챌린지’로 불리는 색다른 기부가 연말의 미국 사회에 적지 않은 감동을 주고 있다. USA투데이는 영화배우 톰 셀렉이 지난달 뉴욕의 한 레스토랑에서 약 200달러 상당의 식사를 한 뒤 2020달러의 팁을 주었다고 지난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는 함께 남긴 메모에 ‘2020년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희망을 담아 내 친구인 도니 월버그의 팁 챌린지에 참여한다’고 썼다. 셀렉은 월버그와 TV드라마 ‘블루블러드’에 함께 출연하고 있다. 원조 아이돌그룹 ‘뉴키즈 온 더 블록’의 멤버이자 배우인 월버그는 지난 1월 2일 일리노이주 세인트찰스의 한 식당에서 2020달러를 팁으로 남기며 ‘팁 챌린지’를 시작했다. 미시간주 앨피나의 한 식당 종업원이 익명의 고객에게서 2020달러의 팁을 받은 것을 미 언론들이 1월 1일에 보도하자 곧바로 뒤를 이은 것이다. 코로나19 발생으로 그간 주춤했던 팁 챌린지를 다시 시작한 것도 월버그였다. 그는 지난 11월초 매사추세츠주의 한 식당에서 35달러 상당의 식사를 한 뒤 2020달러의 팁을 남겼다. 당시 식당 종업원이 거액을 팁으로 주는 이유를 묻자 “다음은 누굴까”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이후 익명의 가족 4명이 지난 5일 같은 주 노스 그래프턴의 한 식당에서 약 100달러 상당의 점심식사를 한 뒤 2020달러를 팁으로 남기고 영수증에 ‘감사합니다 #2020’이라고 썼다고 지역 언론이 전했다. 팁을 받은 종업원은 “환각증상을 겪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의 한 식당에서도 코로나19 확산으로 4주간 실내 매장을 폐쇄하기 직전 한 손님이 2020달러의 팁을 줬다. 영수증에는 “행운을 빌어요. 잘 지내요”라는 응원 문구가 써 있었다. 플로리다주 러스킨의 한 피자집에서도 지난 16일 29달러 짜리 피자를 시킨 고객이 2020달러의 팁을 주고 “모든 종업원이 골고루 받도록 해달라”고 말했다고 ABC방송이 전했다. CNBC는 부유하지 않지만 독창적인 방법으로 팁 챌린지에 참여하는 시민들도 있다고 전했다. 마자 매건이라는 여성은 ‘크라우드 펀딩’을 택했다. 지난달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불과 12시간만에 2020달러를 모금했고, 이틀 뒤 한 술집의 종업원이 이 돈을 받고 눈물을 흘리는 영상을 올렸다. 이후 성금이 이어지면서 현재까지 13명에게 각각 수백달러 이상의 팁을 줬다. 이와 별도로 소위 ‘중산층 버전’으로 불리는 ‘20.20달러 팁 챌린지’도 확산되고 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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