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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octor&Disease] 이화여대 의대 소아과 이근 교수

    “우리나라도 세계보건기구의 ‘모유대체식품 광고금지법’ 제정에 동의해 91년에 법으로 분유 광고를 못하게 했어요.그랬더니 분유 회사들이 어떻게 한 줄 아세요? 분유를 몽땅 이유식으로 등록했어요.우리 법엔 분유만 광고 금지대상에 넣어두고 이유식은 쏙 뺐거든.이러니 뭐가 되겠습니까?” ●젖동냥 하더라도 분유만은 안돼 한국소아과학회장을 맡고 있는 이화여대의대 소아과 이근(61) 교수.그는 평생 ‘모유 수유’를 외치고 다닌,이를테면 모유의 전도사 같은 사람이다.2년 전에 잡힌 우리나라의 모유 수유율 16%라는 통계가 그의 공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물론 아직은 미국이나 일본의 40% 대에는 턱없이 못미치는 것이지만,그래도 그의 신념은 단호하다.“어떻게 사람에게 소젖을 먹입니까.설령 엄마가 없어 젖동냥을 하더라도 분유는 안됩니다.” 그런 법이 어떻게 만들어졌습니까. -알고 보면 웃겨요.입법에 관여한 정신없는 관료와 국회의원들,분유업체와 짜고 논 거죠.세계보건기구가 모유 대체식품을 ‘분유,유아식,이유식’ 등으로 정해 놨는데도 우리 정부는 규제 범위를 ‘분유’로만 한정해 이유식을 쏙 빼놨어요.분유 회사들은 옳거니 하고 분유를 죄다 이유식으로 등록했고요.분유 회사 연간 광고·홍보비가 1000억원인데,다들 여기에 자빠진 거죠. ●1000억 분유광고 위력에 모유수유 줄어 만나자마자 그는 신문에 못낼 인터뷰를 왜 하느냐고 물었다.까닭인즉 이랬다.“숱한 기자들과 인터뷰를 했지만 제대로 보도된 게 없어요.연간 광고비 1000억원에 어느 언론사가 군침을 흘리지 않겠습니까?”인터뷰 내내 그는 분유를 ‘소젖’이라고 불렀다. 우리나라의 실태는 어떻습니까?좀 나아진 것 같은데. -예전에 비해 관심은 많아졌지만 나아졌다고 보기는 어려워요.젊은 엄마들,모유 생각은 많이 하는데,그들이 모두 모유를 먹인다고는 보지 않아요. 이유는 무엇입니까. -분유 광고죠.귀찮다거나 유방이 처진다거나 하는 근거없는 오해에도 불구하고 16%가 모유를 먹이고 있지만,역시 1000억원의 위력은 대단해요.10년 전만 해도 나이 드신 할머니들 ‘외손자는 분유 먹이고,친손자는 모유 먹이라.’고들 했어요.그런데 요새는 그 할머니들이 ‘분유가 그렇게 좋다는데‘,‘우리땐 없어 못먹였는데‘라며 분유를 권하거든요.남편들도 마찬가집니다.그 10년 사이에 제가 졌고,그게 돈의 위력이겠죠. 왜 그런 상황이 초래됐다고 보는지. -돈바람이죠.저도 유혹 숱하게 받았어요.누구에게 대충 얼만큼의 돈이 들어갔는지도 알아요.업체에서 제게 돈을 가져 와서는 ‘누구누구는 다 받는데,선생님만 왜 그러십니까.’그래요.1000억원이면 서울 명동에 큰 빌딩 4∼5개를 살 돈인데,이걸 1년 광고·홍보비로 쓰고 있어요.그러니…. ●‘소젖’ 먹고 자란 애들은 IQ도 낮아 중요한건,왜 모유를 먹여야 하는가 하는 점인데. -전 의사라 잘 알아요.병을 달고 사는 애들이 모두 분유 먹고 자란 애들입니다.감기,아토피피부염,정서장애 등등 셀 수도 없어요.국민건강도 문제지만 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은 계산도 안 되지요.또 소젖 먹고 자란 애들,엄마젖 먹인 애들보다 IQ가 10쯤 낮아요.우리나라,소젖 먹인지 40년 만에 국민지능 많이 낮아졌어요.애들 안경 쓰는 것,왕따 현상도 따지고 보면 분유 먹고 자란 세대의 특성이 나타난 겁니다.걔들은 따뜻한 사랑이나 깊은 배려를 잘 모르거든요. ●분유광고 법적으로 전면 금지해야 그는 덧붙여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한마디로,정부가 모유 수유를 권장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관련 단체에 주어진 1년 예산이 3000만원가량인데,이걸로 어떻게 1000억원을 감당합니까.새발의 피 아닌가요.” 어느 해인가 의대 사은회때 제자들은 ‘가장 시어머니 같은 교수’로 그를 뽑았다.그러나 그는 자신의 일상이 두루뭉수리해 병원에서도 환자에게 손해 끼치는 일만 아니면 잔소릴 안하는 타입이라고 했다.“그런데 분유 문제는 달라요.그건 엄마젖을 먹어야 하는 아기의 인권을 박탈하는 거니까요.” 해결책은 있습니까. -분유 광고를 전면 금지해야 합니다.정부가 세계보건기구와 한 약속은 지켜야죠.이게 안되면 아무리 애써도 힘들어요.지금부터 광고 금지하면 10년 후쯤 모유수유율이 아마 50%대로 오를 거예요.간단해요.법령 속 ‘분유’라는 용어를 ‘모유대체식품’으로 바꾸기만 하면 되잖아요? 모유수유가 산모들 선택의 문제만은 아니지 않습니까.일선 산부인과에서 모유를 먹일 기회를 아예 박탈하거나 특정 분유를 권장하기도 하는데. -저도 유식하진 않지만,무식한 병원들 많아요.병원들이 다 적자 운영이라 제 정신들이 아닌 것 같아요.젖을 먹이려면 병원들 추가로 돈 들거든요.인력 늘려야지,시설투자 해야지….실은 광고 의식한 언론사보다 분유 회사에 병원들이 더 단단히 발목이 잡혀 있어요.산모들이 이걸 알고 다퉈서라도 모유를 먹여야 합니다. ●포유류중 인간만이 짐승의 젖 먹여 그러면서 그는 엄청난 광고에 세뇌된 국민의식을 탄식하며 방송인 이다도시씨의 사례를 들었다.“얼마전 텔레비전을 보는데,그 분이 둘째 애에게 분유 먹이는 장면이 방영돼요.그도 처음엔 모유를 먹이다 ‘그거 좋다더라.’며 시어머니가 강권해 분유를 먹인대요.얼마나 화가 나던지 방송국에 전화 해서 따졌죠.”모유 수유에 대한 그의 열정이 이 정도다.그런 그도 세 아이 중 위쪽 둘은 분유를 먹였다고 털어놨다.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이 ‘특별한 임상시험’에서도 모유의 우수성은 확인되더라며 모처럼 웃었다.아기에게 모유를 먹이는 것은 ‘자연의 위대한 섭리’라는 그는 300여 종의 포유류 가운데 유일하게 짐승의 젖을 먹이는 인간,그래서 아기를 짐승으로 기르고자 하는 세태를 ‘모성의 실종’이라고 힐난했다.그는 이렇게 인터뷰를 끝냈다.“분유 먹이는 산모들,나중에 ‘왜 내게 엄마 젖을 먹이지 않았느냐.’는 자식들 물음에 뭐라고 답할 것인가.그 때도 유방 처지는 게 싫었다고 말할 것인가.” 글 심재억기자 jeshim@ 사진 손원천기자 angler@ ■ 이근 교수는 △이대의대,서울대 대학원(의학박사)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칼리지병원,아이오와주 아이오와대학병원,테네시주 밴더빌트대학병원,뉴욕의과대학병원,사가모어아동병원 등에서 수학 및 근무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이사 및 산하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 만들기위원회’ 위원장 △대한소아과학회장˝
  • 닭다리 잡고 “꼭이요”

    내가 먹기는 마뜩찮고 남주기는 아깝다는 닭갈비(鷄肋).그 닭갈비가 누구나 즐겨먹는 국민음식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매콤 달콤한 양념과 갖은 야채가 닭고기와 어울려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대여섯번쯤 뒤집기를 하고 나면 산해진미가 부럽지 않다.더구나 닭갈비는 값이 싸고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어서 어딜 가나 인기 ‘짱’이다. ●맛깔스러운 닭갈비 인기 최고 이런 맛깔스러운 닭갈비의 시작에 얽힌 얘기도 재밌다.야유회때 닭백숙으로 즐기려던 사람들이 닭고기를 뼈째 숭덩숭덩 썰어 고추장과 함께 간단히 익혀 먹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는 설과,군부대가 유난히 많았던 춘천에서 외출나온 군인들이 마땅히 먹을거리가 없어 닭갈비가 생겼다는 전설같은 얘기가 전해진다. 이유야 어떻든 닭갈비가 춘천의 다운타운인 명동 뒷골목에 아예 ‘닭갈비 골목’을 형성하며 번성하기 시작한 것은 30∼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당시에는 드럼통으로 만든 화덕에 참숯을 넣고 불판에는 고구마와 양파를 뚝뚝 잘라 닭갈비를 구워냈다.고구마와 양파는 닭갈비에서 흘러나오는 기름을 머금고 노릇하게 구워져 닭고기가 익기 전까지 먹는 에피타이저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 시절을 돌이켜 50∼60대 춘천사람들은 어른 팔뚝만한 왕 가위로 뼈까지 서걱서걱 잘라 먹던 초창기 푸짐했던 닭갈비 맛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이후 참숯이 연탄을 거쳐 가스불로 바뀌었지만 드럼통 둥근 화덕과 재봉틀 쪽 의자의 모습은 여전하다. 닭갈비와 어우러지는 야채도 많이 바뀌었다.초창기에는 고구마와 양파가 전부였지만 요즘엔 양배추·대파,떡볶이 떡까지 섞여 나와 다양한 입맛을 맞추고 있다. ●춘천 닭갈비 맛 세계로 전파 춘천 명동의 ‘닭갈비 골목’은 이런 변천을 겪으며 전국으로 퍼져나갔다.초창기 이곳에서 닭갈비 하나만으로 성공한 골목사람들이 서울로,부산으로 옮겨가면서 닭갈비를 전국에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했다.지금은 미국·일본·중국·말레이시아 등 한국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이면 닭갈비가 나가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가 됐으니 감히 대한민국 대표음식으로 꼽을 만하겠다. 이곳 닭갈비 골목에는 20∼30여곳의 닭갈비 집이 수십년동안 들고나며 완전히 닭갈비집으로 자리를 굳혀 지금은 22곳이 저마다 휘황한 간판을 내걸고 성업 중이다.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틀로 찍어내는 듯한 체인점이나 프랜차이즈점과는 또 다른 매력이 물씬 풍기는 골목이기도 하다.자주 찾는 단골에게는 춘천 막국수를 후식 맛보기로 내며 꾸준히 찾게 한다.이런저런 이유로 이 골목에는 평일에는 하루 1500여명,주말이면 3000명 이상이 찾아 북새통을 이룬다.옛날에는 대학생들이 선술집을 대신해 주로 찾았지만 요즘엔 남녀노소 구분이 없다. ●드라마 뜨면 닭갈비 난다 몇해전부터는 일본·중국·타이완 등 외국인들까지 찾아 성황이다.아예 여행사에서 상품으로 내놓으면서 춘절 등 이들 나라의 휴일이 낀 날에는 하루에도 1000명 이상이 찾아 닭갈비 골목이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춘천 명동과 남이섬 등을 배경으로 만든 드라마 ‘겨울연가’가 이들 나라에서 인기를 끌면서 춘천 닭갈비까지 뜨고 있는 셈이다.골목 곳곳에 드라마 주인공들의 플래카드가 내걸리고 닭갈비집 실내마다 일본어·중국어판 드라마 브로마이드가 붙어 더욱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닭갈비집들이 모여 결성한 춘천 명동 뒷골목 계명회 박성도(54·복천닭갈비 주인) 회장은 “얼마전 조류독감으로 뚝 끊겼던 손님들이 다시 찾고 있어 한숨 돌렸다.”며 “누구든지 한번 찾으면 다시 오고 싶은 영원한 닭갈비 원조 골목으로 가꾸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
  • 혹떼려다 혹붙인 ‘소음전쟁’

    한 상가의 지하에 있는 교회와 호프집이 경쟁적으로 ‘소음 전쟁’을 벌이다 배상신청까지 냈으나 “서로 잘못했으니 방음시설을 설치하라.”는 결정을 받았다. 1일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위원장 김영화)에 따르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S상가에 입주한 A교회와 B호프집은 지난 1월 “소음으로 인해 예배(영업)를 방해받았다.”면서 각각 1500만원과 1000만원의 배상신청을 냈다. 간이 칸막이만 설치한 채 상가 지하 1층에 이웃해서 입주한 이들은 서로의 소음을 탓하며 감정다툼을 해오다 급기야 경쟁적으로 음악을 크게 트는 등 소음 전쟁을 벌여왔다.위원회가 현장조사를 나가 소음도를 조사한 결과 교회는 최고 114㏈,호프집은 106㏈의 소음을 내고 있었다.‘록콘서트’나 ‘전기톱’의 소음과 맞먹는 수치다. 위원회는 이들 교회 전도사와 호프집 주인을 상대로 원만한 타결을 종용했으나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결국 “서로 잘못했으니 배상액은 상쇄하고 소음이 환경기준(낮 65㏈,밤 55㏈)을 넘지 않도록 방음시설을 각각 설치하라.”고 직권 명령을 내렸다. 위원회 관계자는 “집합건물 내의 입주자들이 소음피해를 이유로 (위원회에)쌍방이 배상신청을 해 온 첫 사례”라면서 “별도의 방음장치를 설치하지 않고 영업점을 개방형으로 운영하는 상가들이 증가하고 있어 유사 분쟁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은호기자 unopark@˝
  • ‘速記 대부’ 남상천씨 연구·장학금 10억 기부

    ‘한국 속기(速記)의 대부’격인 남상천(75)씨가 젊은 학생들에게 속기를 전수하기 위해 강단에 선다.남씨는 후학들이 속기를 연구하고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10억원대의 저택을 모교인 성균관대에 기증했다. ●디지털 세대에게 속기 전수 남씨는 22일 “펜 한자루와 종이 한 장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초고속 메모’가 가능하다.”고 말했다.“컴퓨터와 붙어도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한다.성균관대 법률학과 56학번인 그는 속기가 실업계 고교 정규 교과과정으로 지정된 70년대까지 농림부와 농협중앙회에 근무하면서 속기 전도사로 전국에 이름을 떨쳤다.대학 입학 직후 ‘남천식 속기법’을 만들어 보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80년대 들어 공직을 청산하고 사업에 뛰어들어 20년 남짓 ‘외도’를 했다.1983년 음식산업에 뛰어들어 ‘아침햇살’등 보리와 현미음료 제조기술로 특허를 출원해 ‘대박’을 터트렸다.‘이 정도면 됐다.’ 싶어 은퇴를 결심한 2001년 책장을 정리하다 우연히 색바랜 속기 교과서가 눈에 들어왔다. “내가 없으면 속기라는 걸 기억하는 사람도 없겠다고 생각하니 참을 수가 있어야죠.사업 성공한 것도 그걸 기반으로 속기학을 살리라는 하늘의 뜻이었구나 싶더라고요.” ●모교에 장학금과 속기 부설연구소 기증 그는 그때부터 각 대학을 돌며 속기 강의를 맡겠다고 설득작업을 벌였다.20여개 대학에 속기 강의를 제안한 끝에 올 1학기 부터 성균관대와 홍익대에서 새로 개설된 속기학 강의를 맡게 됐다.성균관대의 경우 지난 20일 재학생 수강신청을 마감한 결과 60여명이 몰렸다.신입생 수강신청 기간인 이번 주에는 총 정원 80명을 훌쩍 넘길 것으로 학교측은 전망하고 있다. 남씨는 얼마전 부인(71)과 1남 2녀 등 가족들을 불러놓고 모교에 10억원대의 서울 양천구 목동 자택을 기증하겠다는 유언장을 작성했다.학교내 속기 부설연구소를 건립하고,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데 사용하기 위해서다.자식들이 서운해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남씨는 “속기를 배우겠다는 젊은이는 모두 내 자식”이라면서 “3년 안에 이들을 다 내 자식으로 만들 자신이 있다.”고 환하게 웃었다. ●한 음절이 한 획,가장 경제적인 기록법 ‘남천식 속기법’의 원리는 간단명료하다.한 음절은 한 획으로 표기한다.‘서울신문’을 한글로 쓰자면 총 20획이지만 속기로 쓰자면 4획이면 된다.또 발음나는 대로 표기한다.쓰이는 받침도 ‘ㄱ,ㄴ,ㄹ,ㅁ,ㅂ,ㅅ,ㅇ’ 7개뿐이다.발음이 같은 ‘낮’,‘낫’,‘낯’은 모두 ‘낫’으로 적는다. 속기문자의 모양은 빈도수와 관련이 있다.가로획을 쓰는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점에 착안,국어를 분석해 많이 쓰이는 문자일수록 가로()·대각선(/)·세로()획 순으로 기본모양을 만들었다.남씨는 “30시간만 배우면 강의나 대화 등 연설체 문장을 5분에 1600자까지 받아적을 수 있다.”고 자랑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
  • ‘대우증권 맨’ 전성시대

    “대우증권 출신들이 증권업협회장 자리를 잇는 걸 보니 영향력은 여전하네요.” 최근 황건호 전 메리츠증권 사장이 신임 증권업협회장에 선출되자 한 증권사 임원이 던진 말이다. 황 회장은 메리츠증권으로 옮기기 전까지 대우증권에서 20여년간 일한 ‘대우증권맨’.황 회장에게 자리를 내준 오호수 전 증권업협회장도 1998년 LG투자증권 사장으로 가기 전까지 대우증권(부사장)에서 일했다. 어느 업계나 인재를 많이 배출한 ‘사관학교’가 있기 마련이지만 증권업계에선 증권·투신·자산운용사 요직에 대우증권 출신들이 많이 있다. 증권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했던 지난 80∼90년대 대우증권은 업계 선도업체로서 도제식 교육을 통해 인재들을 많이 배출했다.이 때문에 증권업계에서는 “대우증권에 언제부터 언제까지 있었고,누구누구와 같이 일했다.”는 말을 자랑삼아 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이들 대부분은 실력을 인정받는 ‘스카우트 1순위’이기도 했지만,잘 나가던 대우증권이 99년 ‘대우사태’ 이후 어려움을 겪다가 산업은행에 매각되는 과정에서 이탈한 이들도 일부 있다. 대우증권에서 상당기간 일하다가 다른 업체의 경영진으로 자리를 옮긴 이들은 10여명.황 증협회장과 오 전 회장 외에 이세근 솔로몬애셋투자자문 사장,송종 교보투신운용 사장,손복조 LG선물 사장,최홍 랜드마크투신운용 사장,이남우 리캐피탈투자자문 사장,진수형 서울투신운용 사장 등이 있다. 증권사의 ‘꽃’인 리서치센터를 총괄하는 임원급 센터장들도 상당수가 대우증권 출신이다. 신성호 우리증권 상무를 필두로 백기언 메리츠증권 상무,이종우 한화증권 이사,임송학 교보증권 이사와 김석중 법인영업 담당 상무,윤재현 세종증권 이사,윤세욱 KGI증권 이사 등이 그들이다.동양화재로 옮긴 강희 상무는 자산운용을 맡고 있다.한화증권 이종우 센터장은 “자리를 옮겼지만 대우증권 자료실에 가끔 들러 이전처럼 자료를 찾곤 한다.”면서 “대우증권내 같은 부서 출신끼리 만나는 모임도 많다.”고 전했다. 임원은 아니지만 90년대 말까지 10여년간 이름을 날렸던 대우증권내 대우경제연구소(현 리서치센터) 출신도 증권사 곳곳에 있다. 메리츠증권 조익재,우리증권 이철순 투자전략팀장 등도 대우증권이 배출한 인재다.현투증권 김승현 연구위원과 메리츠증권 고유선 연구위원은 대우경제연구소가 낳은 ‘부부 이코노미스트’다. ‘투자교육 전도사’로 나선 강창희 미래에셋투신운용 투자교육연구소장 역시 77년부터 20년간 대우증권에서 일한 뒤 국민·현대·굿모닝투신 사장을 거치면서 수년째 투자교육사업에 전념하고 있다. 김미경기자 chaplin7@˝
  • '이헌재 경제팀’ 과제·전망-FTA표류 피해액 360억원·원자재값 급등 '4월 대란설’

    ‘구조조정 전도사’가 이끄는 참여정부 2기 경제팀이 닻을 올렸지만,곳곳에 암초가 널려 있어 순항이 쉽지 않아 보인다.한·칠레 FTA(자유무역협정) 체결 지연으로 국가 신용등급은 ‘강등’ 위기에 놓였고,국제 원자재 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금리·물가·환율도 위태위태하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2원 떨어진 1162.2원을 기록,1160선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새 경제팀의 외환정책 등 경제정책의 변화 가능성도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이에 따라 이헌재 신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출발부터 무거운 짐을 지게 됐다.물론 정부는 정책기조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애써 강조한다. ●안팎 악재에 깊어가는 시름 WTO(세계무역기구) 회원국 가운데 FTA를 단 한건도 체결하지 못한 나라는 한국과 몽골뿐이다.FTA 체결 지연사태로 국내 업체들이 떠안은 피해액만 360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대외신인도 추락 등 무형의 손실까지 감안하면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당장 11일부터 시작되는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사의 ‘한국경제 평가’에도 비상이 걸렸다.재경부 권태신 국제업무정책관은 “이번 무디스 방한때 이라크 파병안과 FTA 비준안 처리 지연이 (국가신용등급 평가에)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무디스는 지난 2002년 3월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A등급(A3)으로 올렸으나 북핵 위기 등을 들어 전망은 ‘부정적’(Negative)을 유지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도 심상찮다.한국은행은 10일 낸 ‘국제 원자재 가격의 최근 동향과 전망’ 보고서에서 “수급여건 등을 살펴볼 때 국제유가 및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2·4분기(4∼6월)부터 안정될 것이라던 정부의 관측과 다소 거리가 있다.KDI(한국개발연구원)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대외 교역조건이 악화돼,그나마 우리경제를 떠받쳐 주고 있는 수출도 안심하기 어렵게 됐다.”고 경고했다. ●경제정책 변화 불안감도 재계 등 경제주체들은 2기 경제팀의 ‘컬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전국경제인연합회 이규황 전무는 “이헌재 신임 부총리가 시장을 중시하는 만큼 시장경제의 큰 틀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전임자들이 보여줬던 정책 혼선을 되풀이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이 급락한 것은 새 부총리의 스타일을 감안할 때,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강도가 약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원인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LG경제연구원 오문석 상무는 “미국의 금리인상 움직임,물가 압력 등 추가 악재가 적지 않아 새 경제팀의 정책 운신의 폭이 상당히 제약될 것”이라면서 “이헌재 부총리와 참여정부의 경제철학 코드가 맞을지도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재경부,“큰 틀 안바뀔 것” 재경부 박병원 차관보는 “경제수장이 바뀌었다고 해서 거시정책의 큰 틀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일시적 악재에도 불구하고 올해 5%대 성장,3%대 물가안정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경부는 최근 각종 소비심리 지표들이 살아나고 있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6개월 후의 기대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기대지수는 1월에 98로 기준치인 100에 바짝 다가섰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는 “새 경제팀이 노사관계,신용불량자 문제 등 당장의 경제불안 요인부터 해소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미현기자 hyun@˝
  • 25년 알코올중독자서 ‘단주전도사’로/딸 생각하며 죽을 각오로 술끊은 이동포씨

    “세상은 분명 살 만합니다.그런데 술에 찌들어 자신도 모르게 생명을 단축시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25년 동안 알코올 중독자로 살아오다가 최근 보디빌더이자 10억여원대의 재산가로 새롭게 태어난 이동포(사진·50·충주시 호암동)씨.충북 단양이 고향인 그는 20살 때 술 때문에 탄광촌으로 쫓겨났다.그해 어느 여름날,어머니뻘 되는 동네 아주머니와 길거리 구멍가게에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2홉들이 소주 20여병 정도 마셨을까.둘은 인사불성 지경에 빠졌다.안방으로 착각한 이들은 그만 짙은 애무까지 하게 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때마침 지나가던 동네 사람들에게 목격됐다. 소문은 금세 퍼졌다.도저히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다고 판단한 그는 삼척시 경동탄광으로 얼른 숨어들었다.이때부터 20년 탄광생활이 시작됐고 주량은 계속 늘어만 갔다.소주 2홉들이 10병씩은 마셔야 잠이 올 정도였다.93년 6월 탄광일을 접고 충주로 이사했다.오랜만에 만난 고향친구들과 술자리도 계속됐다.하루는 술에 만취한 그가 부인이 운전하는 승용차에 의지해 귀가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기억상실증에 걸렸다.일주일 만에 회복한 그는 곧 우울증에 걸렸고 폐인처럼 하루종일 술에 의존한 삶이 계속됐다. “96년 5월 정신병원에 입원하던 중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애가 ‘친구들이 알코올중독자의 딸’이라고 놀려댄다며 마구 울었습니다.이때 술을 끊겠다는 결심을 다부지게 했지요.” 술을 못끊으면 죽고 말겠다는 각오로 자살방법과 장소까지 정해 놓고 철저한 자기관리로 술을 멀리하기 시작했다.사람을 만날 때마다 ‘우는 딸의 모습’을 항상 떠올렸다. 그러다 보니 점점 술을 멀리하게 됐고 97년 자신이 겪었던 알코올 중독의 무서움을 알리고자 충주시 보건소가 만든 알코올 중독자 자조모임에 참가하면서 ‘단주 전도사’로 변신했다. 또 건강을 되찾기 위해 99년부터 보디빌딩을 시작,지난해 전국 미스터YMCA 보디빌딩 대회에서 장년부 3위입상,2003 충북 도민체전에 출전해 웰터급에서 우승하는 등 보디빌더로 거듭났다. 또 부인이 미장원을 운영하면서 모아둔 돈과 자신이 일용근로자로 일하면서 악착같이 번 돈 등을 합쳐 아파트를 하나 둘씩 구입하면서 재산을 불려나갔다.현재는 아파트 20여채를 보유한 어엿한 주택임대사업가로 변신,경제적으로도 성공했다. “단주하려면 술을 끊어야 하는 이유를 하루종일 머릿속에 넣고 다녀야 합니다.‘노털카’‘찡따오’ 등의 권주말은 사람의 몸만 축낼 뿐입니다.” 김문기자 km@
  • ‘총선정국’ 일대 회오리/‘한화갑 쇼크’ 민주 재결집

    ‘한화갑 쇼크’가 4·15총선 정국 기류에 일대 변화를 몰고 올 조짐이다.민주당이 강도 높은 대여(對與) 투쟁에 나섬으로써,그동안 형성돼온 3각 전선(戰線)이 청와대·열린우리당의 여권과 한나라당·민주당의 2야(野)간 전면대치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추미애 상임중앙위원은 1일 “노무현당에 대해 전면전을 선포한다.”며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그는 “한 전 대표가 불법적으로 받은 돈이 노 대통령 것의 10분의1을 넘는다면 당장 구속하라.한나라당이 리무진이고 노 대통령이 티코라면 한 전 대표는 세발 자전거도 안 된다.한 전 대표가 경선자금으로 구속된다면 노 대통령은 4년 뒤 당연히 구속된다.”고 노 대통령에게 집중 포화를 퍼부었다. 추 의원은 지난해 7월 노 대통령의 기자회견 내용도 지적했다.“당시 ‘도저히 합법적 틀 속에서 (경선을) 할 수 없었다.경선자금 관련자료를 무슨 자랑이라고 보관했겠느냐.다 파기했다.’고 스스로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증거까지 인멸했다고 말했다.”며 즉각적인 고해성사를 촉구했다.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에대해서도 “좀 더 정직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김홍일 의원의 이날 복당은 민주당 총선전략의 근본적 변화를 상징한다.호남 물갈이를 통한 세 확대에서 호남민심 확보를 통한 제2당 사수 전략으로 전환한 것이다.김 의원과 추미애 의원의 ‘화해’가 이를 말해 준다. 추 의원은 지난달 31일 김 의원의 자택을 찾아가 그의 복당에 뜻을 같이 했다. 김 의원 요청으로 자택을 찾은 추 의원은 복당의사를 적극 환영했고,이에 따라 김 의원의 복당이 이뤄졌다.추 의원은 “한 전 대표 소식에 김 의원이 눈물을 흘리면서 ‘노 정권에 맞서 남은 힘을 보태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당사를 찾은 김 의원은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전날 아들인 김 의원의 결심을 듣고 탈당 때처럼 “네 일이니 네가 잘 알아서 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추 의원은 “김 전 대통령 뜻을 따랐던 대부분이 차가운 감방에 들어갔다.햇볕정책 전도사들까지 범법자가 됐다.이제 DJ 철학과 정책이 담긴 민주당마저 죽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은민주당의 대여투쟁에 엄호사격을 했다.홍사덕 총무는 “현 정권의 ‘호남 죽이기’와 야당 탄압에 모든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며 서청원 전 대표와 함께 한 의원 구명(救命)에 나설 뜻임을 밝혔다.그는 불법대선자금 청문회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자신들의 비리를 감춘채 총선에 임하는 것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민주당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청문회 대신 곧바로 특검을 추진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열린우리당은 김홍일 의원이 전격 복당하자 호남민심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웠다.정동영 의장은 최근 김 의원 탈당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의 중립에 대한 확실한 조치”라고 말한 바 있어 난처해졌다.그러나 신기남 상임중앙위원은 “며칠 전 호남에 가보니 민심이 호락호락하지 않더라.호남 민심에는 아무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경호 박정경기자 jade@
  • 100억달러 중국家電시장 쟁탈전/삼성전자 이상현 사장 VS LG전자 손진방 사장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중원(中原)결투’에 들어갔다. 두 회사는 올해 해외사업의 승패가 ‘제2의 내수시장’인 중국에서 갈린다고 보고 최근 핵심 최고경영자(CEO)를 전면 배치,영업망 확대와 고부가제품 판매 확대에 총력을 쏟고 있다.올 현지 매출 목표도 약속이나 한 듯 100억달러로 정했다.휴대전화와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하는 중국 가전시장에서 사활을 건 대격돌도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이상현(55) 중국전자 총괄사장을,LG전자는 손진방(58) 중국지주회사 사장을 선봉장으로 내세웠다. ●“애니콜 신화 잇는다” 삼성은 이형도 중국본사 부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2002년까지 국내 영업담당 사장을 지냈던 이 사장에게 현지사업을 책임지도록 했다. 이 사장은 ‘마케팅의 전도사’로 불린다.삼성전자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하는 국내영업 부문을 9년간이나 총괄하며 얻은 별명이다.철저히 ‘발로 뛰는’ 영업을 지향하며 스스로도 현장체질이라고 말한다. 국내에서는 ‘애니콜 신화’를 일궈내며 모토로라를 밀어내는 데 크게 기여했다.95년 애니콜 선전문구를 ‘한국 지형에 강하다’로 정한 뒤 제품을 들고 전국을 누볐다.제주를 시작으로 부산,광주,포항,대구 등으로 북상하며 바람을 일으켰다. 임원들이 영업사원의 발을 씻어주는 이른바 ‘세족식’도 그의 아이디어다.99년 4월 천안 상록리조트에서 영업사원들의 발을 닦아주는 행사를 처음 가졌다.일선을 누비는 ‘발’을 ‘다독거리자’는 뜻에서였다.부사장이었던 그도 직접 무릎을 꿇고 사원들의 발을 일일이 닦아줬다.이후 삼성전자 국내지사에서는 지사장 주관의 세족식 행사가 정례화됐다. “애니콜 시절의 결의를 다시 다지고 있습니다.잘 뛰던 말이 서지 않도록 하는 ‘주마가편 마케팅’을 할 것입니다.” 그는 집무실 책상 유리밑에 1만원짜리 지폐를 끼워 놓고 있다.지폐를 보면서 부가가치를 1만원 더 창출해보자고 자신을 채찍질하려는 뜻에서다. 이 사장은 “생산,마케팅,연구개발,디자인이 유기적으로 현지에서 해결되는 ‘현지완결형’ 경영체제를 연내 갖춰 내년에는 매출 100억달러 시대를 열겠다.”고 다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베이징·상하이·광저우 등 3곳에 판매법인을 신설한 데 이어 올해는 동북부와 서부지역 판매 강화를 위해 선양·청두에도 각각 판매법인을 신설한다. ●철저한 현지화로 승부건다 올해부터 LG전자 중국지주회사 대표를 맡은 손 사장은 중국 북부 최대 가전 생산법인인 톈진법인을 만든 주역이다.1997년 톈진법인장 부임 이후 매년 40% 이상의 고성장을 주도했다.2001년 중국 산업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중국정부로부터 기업인 최초로 ‘영주거류증’을 받기도 했다. 그의 활동 덕분에 톈진법인은 2002년 매출 54억위안을 올리는 등 톈진시정부로부터 3년 연속 ‘최우수 외자기업’에 선정된 바 있다. 중국경영 모토는 철저한 현지화와 함께 한국적 장점을 현지에 이식하는 것. 손 사장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중국 서포터스인 ‘추미(球迷)’를 후원했고,2008년 베이징 올림픽 유치를 위해 대장정 행사를 펼치는 등 중국인과 함께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 심기에 주력했다. 지난해 사스사태의 위험을 무릅쓰고 일일 체온체크 등의 예방활동에 앞장서 우수안전경영 기념패를 받기도 했다. ‘혁신을 주도하고 변화를 창출하는 1등 LG인이 우리의 인재상’이라는 신념으로 현지 채용 직원들을 한국 창원공장 혁신학교에 보내 ‘만만디’(느린 습성)를 빠른 실행력으로 변화시켜 ‘수평마인드’에 젖어있는 공장내 체질 개선을 이뤄냈다.한국에서 성공을 거둔 바 있는 ‘노경(勞經)화합(노사화합을 뜻하는 LG 용어)’경영을 중국에서도 구현,노조설립을 적극 지원하는 등 독특한 경영을 선보였다. 손 사장은 중국지주회사 대표로 취임한 뒤 ‘춘제’(설)연휴기간 휴가를 반납한 채 판촉활동에 나서 베이징에서만 10억원어치를 팔아치우는 저력을 과시했다. 지난해 자회사 등 전자계열사 매출을 포함해 중국에서 모두 70억달러의 매출을 올린 LG는 올해 전자계열사가 합작해 100억달러를 달성한 뒤 내년에는 LG전자 단독으로 100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박건승 류길상기자 ksp@
  • 2004 승부를 건다/태권도 80㎏급 문대성

    “올림픽 금메달이 끝이 아닙니다.태권도는 제 전부이니까요.” 문대성(사진· 28·삼성 에스원·80㎏ 이상)에게 태권도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다.도복을 처음 입은 지 벌써 18년째.10대와 20대를 온전히 매트 위에서 보내면서 ‘삶의 전부’가 돼 버렸다.어느새 한국 태권도의 간판이라는 명성도 얻었다. 하지만 올해 아테네올림픽은 남다르게 다가온다.한창 물이 올랐던 4년 전 시드니올림픽 대표에서 탈락한 데다 선발전 직후 아버지가 오른쪽 집게손가락이 잘리는 사고까지 당했다.괴로움을 잊기 위해 소주병에 빠져 사는 생활이 6개월 넘게 계속됐다. 이후 마음을 다잡은 그는 2002부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어느 정도 ‘한풀이’를 했다.하지만 앙금까지 없앨 수 없는 법.“평생 가져갈 ‘시드니 악몽’이라면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고 다짐한다.분위기도 좋은 편.빼어난 외모에도 불구,그 흔한 ‘연애 사업’도 미룬 채 훈련에 몰입하다 보니 어느새 그의 아성을 꺾을 경쟁자들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유럽 선수들이 힘이 뛰어나 섣불리 금메달을 장담할 수 없다.”면서도 “올해 아테네에서 시드니올림픽 때의 한을 금메달로 풀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오는 3월부터 강단에도 선다.올해 국민대 체육학 박사과정에 입학하면서 학부생을 대상으로 태권도 실기 강의를 맡게 된 것.지난해 2월부터 경기도 시흥시 시화지구에서 ‘문대성 태권스쿨’을 운영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초·중·고생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쳐온 ‘사범’이기도 하다. 그의 꿈은 올림픽 금메달에 머물지 않는다.은퇴 이후에는 대학에서 교수로 후진을 양성하는 동시에 국제무대에서 태권도를 알리는 ‘전도사’로 나설 계획이다.아테네올림픽 이후 본격적으로 영어 공부에 매달리기로 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글·이두걸기자 douzirl@ 사진·이언탁기자 utl@
  • 책꽃이

    ●다이애나의 꿈 윌리엄과 해리(크리스토퍼 앤더슨 지음,유경찬 옮김,아라크네 펴냄) 1997년 8월31일 밤 12시21분,파리의 한적한 터널에서 교통사고가 일어났다.차에 타고 있던 아랍계 남자와 금발의 여자가 즉사했다.1981년 영국 왕실의 새 식구가 된 뒤 세계 곳곳의 소외되고 다친 영혼들을 어루만지던 ‘서민의 왕세자비’는 서른 여섯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이 책은 영국의 왕세자비 다이애나와 두 아들 윌리엄과 해리의 이야기다.다이애나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외간남자’ 칸과 파예드에 얽힌 일화들도 소개한다.1만 2000원. ●우리는 사랑하는가(박홍규 지음,필맥 펴냄) 독일 프랑크푸르트 태생의 사상가 에리히 프롬의 생애와 사상을 조명.프롬은 스스로를 “무신론 신비주의자이고,어떤 사회주의 정당이나 공산주의 정당과도 무관한 사회주의자이며,전적으로 비정통인 프로이트파 정신분석학자“라고 했다.저자(영남대 교수)는 이같은 프롬의 평가를 바탕으로 재해석한다.1만 5000원. ●새박사,새를 잡다(윤무부 등 지음,중앙M&B 펴냄) 탱자나무 같은 가시가있는 나무엔 유난히 작은 새가 많이 산다.또 대나무가 우거진 데는 되새가 산다.날카로운 가시와 빽빽한 댓가지들은 자신을 지켜주는 비장의 무기다.힘없는 새들의 생활지혜인 셈.이 책엔 새에 관한 상식과 탐조 요령이 담겼다.날아오르는 광경을 보기 위해 소리를 지르는 등의 행동은 금물.새들은 한번 날아오를 때 엄청난 에너지를 쓰기 때문이다.고니는 한번 날아오를 때 30분 정도 먹은 양의 에너지를 소모한다고 한다.9000원. ●신화와 함께 하는 삶(조지프 캠벨 지음,이은희 옮김,한숲 펴냄) ‘신화 전도사’ 조지프 캠벨은 시대를 초월해 모든 문화에서 처녀 수태와 성육신,죽음과 부활,재림,심판 등 동일한 신화의 모티프가 반복된다고 주장한다.성경에는 예수가 광야에서 40일 동안 단식과 기도를 하면서 사탄의 유혹을 이겨냈다는 이야기가 나오며,불교에서도 싯다르타가 광야에서 40일 동안 앉아 단식과 명상을 할 때 방해한 마귀 마라의 유혹을 이겨낸 이야기가 등장한다.세계의 신화는 왜 이렇게 서로 비슷할까.캠벨은 신화와 종교는 늘 일정한 기본 원형을 따르며 지역을 구분하는 경계를 무너뜨려 왔다고 말한다.1만 3000원. ●죽음,삶이 존재하는 방식(오진탁 지음,청림출판 펴냄) “죽음은 고향으로 가는 것입니다.사람들은 죽으면 어떻게 될지 두렵기 때문에 죽기 싫어합니다.죽음이 무엇인지 안다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테레사 수녀의 말이다.죽음을 어떻게 맞아야 할까.저자는 ‘죽음 준비’의 필요성을 강조한다.1만원.
  • “힘 닿는데까지 함께 나누며 사는게야”공동체운동 실천하는 원경선옹

    ‘나눔의 삶에 멈춤은 없다.’ ‘생명운동 전도사’인 유기농부 원경선(元敬善·90·환경정의시민연대이사장)옹.그는 요즘 28년간을 꾸려온 경기 양주시 회천읍 4만평의 공동체 ‘한삶회’를 정리하고 내년 3월 충북 괴산 청천면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느라 분주하다. “IMF때 현미식혜를 개발했다가 소비위축과 재벌그룹 일반 식혜 덤핑으로 큰 손해를 본 후부터 공동체 이전을 준비해 왔어요.” 양주에선 유기농재배와 함께 현미식혜·두부·야채효소 등의 농산물 가공공장도 운영했지만,괴산에서는 전체부지 7만평중 대부분을 자신이 설립한 풀무원식품의 농장으로 쓰고 6000여평에 20여명의 공동체 식구들이 벼농사와 채소·감자·고구마 등 ‘소금만을 뺀’ 필요한 먹을거리 모두를 농약과 비료를 안 쓰는 유기농으로 경작할 예정이다. ●아직도 트랙터 모는 아흔의 유기농부 원옹은 최근 괴산에서 함께 살 20여명의 공동체 식구들을 선발했다.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이들은 ‘일하지 않으면 먹지 않는다.필요한 것은 나눠쓰고 몫은 따로 챙기지 않는다.’는데 동의했다.자녀들은 고등학교까지 공동체에서 보내준다. “새롭게 시작하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이에요.아직도 트랙터를 몰 수 있어요.자신 있습니다.” 성성한 백발,동안(童顔)의 미소에 괭이를 둘러맨 그의 모습은 언제나 편안한 느낌을 준다.지난 98년 서서영 화백이 그려준 캐리커처에도 이같은 그의 이미지가 잘 표현돼 있다. “공동체운동은 힘이 있는 한 같이 일하고 같이 먹고 나누며 사는 거지요.도둑과 다툼이 없고 전쟁이 없는 세계를 지향하는 평화운동입니다.” 1914년 평안남도 중화의 극빈 가정에서 태어난 원옹은 초등학교를 16살에 간신히 졸업하고 그해 아버지를 여의었다.18살 때 기독교를 알게 된 후 “평생을 전도인의 자세로 살겠다.”고 다짐했다. 23살 때 홀어머니를 모시고 서울로 와 다시 중국으로 건너가 베이징에서 광복 때까지 인쇄소를 운영했고,45년 귀국해 미군부대 공사청부업으로 재산을 모았다.53년 부천 미군비행장 미군 군목의 권유로 떠돌이 전쟁고아나 비행청소년들을 모아 ‘풀무원농장’ 공동체를 만들었다.그대로는쓸모없는 쇳덩어리를 연장으로 만드는 풀무처럼 새 사람으로 만드는 곳이란 뜻을 담았다. ●현미 주식으로 하면서 건강 되찾아 회갑을 넘긴 76년 양주에 터를 잡고 친환경 유기농 공동체를 만들었다.당시만 해도 생소한 유기농법은 처음엔 경험부족 등으로 실패했지만 78년부터 매스컴의 각광을 받고 일반인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해 부인 지명희(86) 여사와의 사이에 얻은 2남 5녀중 맞아들인 혜영(전 부천시장)씨가 서울대총학생회장을 하다 시국사건으로 복역 후 출소,사업에 동참했고 풀무원식품을 설립했다. 원 전 부천시장은 지난 96년 풀무원 경영수익으로 장학재단을 설립,현재 기금이 22억원으로 불었다. 양주에서 유기농사를 지으면서부터 원옹은 100%의 현미만을 먹었고 주위에 현미를 ‘완전식품’으로 권했다. 현미를 주식으로 하면서 어린시절 간디스토마에 걸려 객혈까지 한 이후 그를 괴롭혀온 악성 빈혈증세도 모두 사라졌다.“쌀에 비해 단백질이 조금 모자랄 뿐 부족한 엽록소를 콩류로 보강하면 최고의 건강식이지요.” 원옹은 5개월 전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았다.수술을 집도한 서울 강남의 U정형외과 의사는 원옹의 전반적인 건강과 특히 골밀도가 젊은이 못지않게 높은 데 놀랐다.그래서 젊은이들도 힘들다는 인공관절 요추 삽입수술을 했다. 원옹은 환경과 생명운동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 95년 유엔환경계획(UNEP)의 ‘글로벌 500상’을 수상했고 인촌상과 국민훈장도 받았다.요즘도 일주일에 한 두 차례는 풀무원식품과 이사장을 맡고 있는 환경정의시민연대,경실련(고문),국제기아대책회의(이사),거창고교(이사장) 등에서 종교·사회사업·교육 관련 강의에 나선다. ●“유기농은 땅과 인간을 사랑하는 방법” 서울 나들이에 나설 때면 교통편이 마땅치 않은 양주 ‘한삶회’ 거처에서 의정부까지만 승용차를 타고 나머지는 대중교통을 이용한다.지난 2월엔 금강산 시범육로관광단에 최고령으로 참가해 북한을 다녀오기도 했다. 원옹이 이사장인 환경정의시민연대는 지난해 제1회 ‘올해의 나쁜 광고 대상’으로 ‘맥도널드 해피밀’을 선정한 데 이어 지난달엔 제2회 대상으로 화학물질 남용과 친환경 방법을 부정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P&G의 ‘페브리즈’를 선정했다. “농사지어 먹고 살기 힘들게 된 건 사실이지.그러나 유기농은 포기할 수 없어요.신이 주시고 만든,땅과 인간을 사랑하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니까.” 불혹(不惑)에서부터 반세기,힘든 사람들과 함께하며 든든한 어깨가 되어 준 ‘인간상록수’ 원옹의 겨울은 그래서 미리 다가선 봄날처럼 따듯하다. 글·사진 양주 한만교기자 mghann@
  • 사이버 주간뉴스 톱5

    ●별로 안 닮았는데…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미군에 잡혀 치아검사를 받는 장면이 유포되자 네티즌이 관련자료를 검색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그 정도면 ‘영화폐인’ 전도사 이민(38)씨가 무려 59시간 4분 동안 한 숨도 자지 않고 계속 영화를 보는 신기록을 세웠다는 소식에 네티즌의 환호가 쏟아졌다. ●기다렸어요,반지 원정대! 지난주 개봉한 영화 ‘반지의 제왕’ 시리즈 완결편을 본 네티즌이 앞다퉈 인터넷 게시판에 영화평을 올리면서 다시 한 번 ‘절대반지 열풍’이 불고 있다. ●기자회견 전성시대 이회창씨가 대국민 사과성명을 낭독하고,노무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자청하는 등 정치인의 잇따른 의견발표에 네티즌들은 “말은 그만하고,정치나 바로 세우라.”고 꼬집었다. ●굿바이,한상궁! 인기 방송드라마 ‘대장금’의 빛나는 조연 ‘한상궁’이 끝내 죽음을 맞자 허탈해진 네티즌이 게시판에 추모의 글을 올리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달랬다. 엠파스(www.empas.com)제공
  • 쉬어가기˙˙˙

    시네마TV와 한국영화 아카데미 총동문회가 15일 오후 6시부터 서울 스카라극장에서 마련한 ‘잠 안 자고 영화보기’에서 전도사 이민(39)씨가 59시간 4분으로 1위를 차지.최종 경합자는 배형준(32·약사)씨로 57시간 8분을 기록.이 부분 기네스 공인기록은 37시간이다.일반인 178명과 영화감독,국회의원,탤런트 등이 참여했으며,진행 요원 30여명에 캠코더 20대 이상이 동원돼 5초 이상 눈을 감은 참가자는 탈락시켰다.
  • 강석진 전 GE코리아 회장/화실로 사무실로 하루 두번 출근하는 남자 “미술과 경영은 서로 통하죠”

    그 후 1년…. 그는 달라진 것이 없었다.여전히 사무실과 화실로 하루에 두번 출근하는 직업이 애매한(?) 사람이었다. 명함도 2개다.CEO컨설팅그룹 강석진 회장과 서양화가 강석진.보통 사람들에게는 GE코리아 전 회장이 더 친숙하게 들릴 것이다. 그가 GE코리아 회장직을 그만둔 지 1년이 됐다.어찌 보면 자연인으로 돌아간 듯 보이지만 그는 화가와 교수로,경영건설팅사의 회장으로 ‘제2의 인생’을 만끽하고 있다. ●화단서 ‘개성 강한 작가'로 정평 그의 화실은 여느 작가의 화실처럼 지저분했다.그는 “작가들이 깔끔한 것과는 거리가 멀어요.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나만의 ‘안식처’이기 때문에 그런 것(청소)에는 아예 신경을 안써요.” 강씨는 한국 서양화단에서 개성이 강한 작가로 정평이 나 있다.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풍경 구도는 이미 ‘강석진 구도’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또 광활한 논과 밭은 그의 작품에서만 드러나는 ‘전매특허’라고 한다. 그가 작품을 소개할 때는 ‘눈빛’부터 달라진다.기자의 시선이 100호 크기의 해바라기 그림에 멈추자 그는 갑자기 하모니카를 꺼내 소피아 로렌이 열연한 영화 ‘해바라기’ 주제곡을 즉석에서 연주했다.작품 배경이 영화의 주무대인 러시아 남부 코카서스 지방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의 화가 입문은 30년전 미국 뉴욕의 어느 ‘길거리화가’와의 인연에서 비롯됐다.강씨는 “퇴근길에 그의 작품을 유난히 지켜보던 동양인이 아무래도 신기하게 보인 것 같았다.”면서 “내가 화가의 길을 걷겠다고 하니 그 친구가 그림에 필요한 도구뿐 아니라 그림에 대한 조언까지 해주었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그림 공부는 한국으로 돌아온 뒤 시작됐다.고 박덕순 화백과 박기태 화백 등으로부터 풍경화와 인물화 등을 배웠다.그는 현재 한국미술협회 소속의 ‘정식 화가’다. 또 중견작가 모임인 신미술회와 신미술작전회 회원이기도 하다.본업이 화가가 아닌 그가 이런 단체에 가입된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그는 “가입할 때 회원간에 내부 논란이 많았어요.그러나 오직 그림 실력만으로 판단하자는 회원간의 합의로 가입하게 됐다.”며 수줍게 털어놓았다. 그는 개인전과 단체전,국제전을 꽤 많이 연 능력있는 화가다.올해도 세 차례의 국제 단체전에 참가했다.강 회장은 “작품전에서 그림을 팔게 되면 딸 시집보내는 느낌과 비슷하다.”면서 “그래도 내 그림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는 더욱 많이 팔려야 될 텐데….”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잭 웰치 전 회장과의 약속 그가 GE코리아 회장직에서 물러날 때 가장 먼저 축하 인사를 한 사람은 잭 웰치 GE 전 회장이었다.강 회장은 “잭 회장이 나에게 풀타임 아티스트와 교수로서의 첫 발을 축하한다.”며 “나는 당신이 부럽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들의 첫 인연은 운명적이다.웰치 전 회장이 GE임원들과 상견례 자리에서 강 회장에게 삼성과 의료기합작사업은 ‘돈’이 되는 사업이냐고 대뜸 물었다.강 회장은 한국에서 이런 사업을 하는 회사가 없을 뿐 아니라 삼성은 한국에서 1등 기업이라며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답했다. 웰치 전 회장은 이어 기술 보안에 대해 묻자 강 회장은 ‘당신은 내가 만든 사업계획서를 봤느냐.’면서 ‘보고서에 이와 관련된 모든 내용이 있다.’고 밝혀 신임 회장을 보기좋게 한방 먹였다. 이런 인연은 둘을 평생지기로 이끌며 서로 두가지 약속을 하게 만들었다.우선 웰치 전 회장이 1년에 한번 이상 방한하는 것과 두 사람이 같은 해에 GE를 떠나는 것. 첫번째 약속은 강 회장이 웰치 전 회장에게 요청한 것으로 웰치 전 회장은 수술한 해를 빼고 매년 방한했다.두번째 약속은 웰치 전 회장이 틈만 나면 미술 욕심 때문에 회사를 그만 두려는 강 회장에게 부탁한 것이다.이 때문에 둘은 지난해 동시에 GE에서 물러났다. 강 회장의 GE 입사도 드라마틱하다.그는 당시 대한전선(옛 대우전자)의 수출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그러나 그의 능력을 높이 산 GE가 그를 파견직으로라도 보내달라며 떼를 쓰며 악착같이 매달렸다.대한전선은 가장 큰 고객인 GE를 거부할 수 없어 그를 파견직으로 보냈다.강 회장은 “2년 기한이었지만 양측의 암묵적인 합의로 계속 GE에서 일하게 됐다.”면서 “그러나 아직도 대한전선에 사직서를 쓴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GE에서도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GE에서 CEO로 22년을 보낸 경우는 웰치 전 회장과 강 회장 밖에 없다.국내 외국계 기업에서는 최장수 CEO 기록이다. 1981년 매출액 260억원이던 중소기업을 지난해 매출 4조원,17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그룹으로 성장시킨 것도 그의 능력을 보여주는 증거다.강 회장은 “당시에는 글로벌 마인드가 없어 GE본사의 임원들을 설득시키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면서 “한국과 미국을 수없이 오가며 사업을 추진했던 일은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술회했다. ●대학교 강의도 “베스트” 이렇게 열심히 살던 그도 세월의 무게는 어쩔 수 없는 것일까.나이에 대해 민감할 뿐 아니라 밝히기를 꺼려했다.강 회장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면서 “나의 정신 연령은 아직 30∼40대”라고 강조했다. 그의 열정적인 삶을 돌아볼 때 전적으로 동감하는 부분이다. 그는 현재 중소기업과 벤처 CEO를 지원하는 CEO컨설팅 회장직을 맡고 있다.주변의 설득에 못이겨 경영 전도사로 나선 것이다. 또 강 회장은 서울대 대학원에서 경영전략과목 등을 가르치고 있다.지난 학기에는 학생들이 그의 강의를 베스트로 꼽았다. “경영과 미술의 근본 자세는 똑같습니다.프로정신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하는 종합예술입니다.”강 회장은 자신있게 말을 맺었다. 김경두기자 golders@
  • “어려운 환경이 오히려 배수진”소년소녀 가장 4명 서울대 합격

    “어떤 어려운 환경이라도 이를 극복하는 것은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5일 서울대의 수시모집 발표에서는 소년소녀가장 장희(18·전남 담양 창평고 3년)양과 정신영(18·전주 영생고 3년)군이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사범대를 택한 이들은 그 흔한 과외도 한번 받지 못했지만 뛰어난 성적으로 합격의 영예를 안았다.서울대 관계자는 “소년소녀가장에게는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혜택이 없다.”면서 “이들은 모두 가산점 없이도 합격할 수 있는 성적이었다.”고 밝혔다. 사범대 사회교육계열에 합격한 장양은 어머니와 3살 아래인 동생이 모두 정신지체 장애인으로 이들을 돌봐야 하는 소녀가장이다.장양은 “어려운 환경이 오히려 배수진이 됐다.”면서 “간혹 주저앉고 싶은 유혹에 빠질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4살때 아버지를 잃은 장양은 10살 때부터 몸이 불편한 어머니를 대신해 집안일을 도맡았다.기초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돼 정부의 보조금 등으로 근근이 살아왔다.역시 사범대 과학교육계열에 합격한 정군은 10살때 어머니를 암으로 잃고 3년후 아버지마저 폐렴으로 사망,의지할 곳 없는 고아가 됐다. 다행히 교회에 다니며 어머니와 친하게 지냈던 박순자(55·여) 전도사가 정군의 후원자가 돼 학업을 계속할 수 있었다.정군은 “형편상 한번도 학원이나 과외의 도움을 받은 적이 없었다.”면서 “저처럼 어려운 처지에 있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정군은 부모를 잃은 뒤 한때 방황하다 교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학업에 전념했다.정군의 담임 권승호(43) 교사는 “매우 밝고 꿋꿋한 성격”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대는 장양을 포함해 소년소녀가장 4명이 합격했으며,쌍둥이 신태현(18·인천 대건고 3년)·성현(인천 송도고 3년) 형제도 각각 공과대 응용화학부와 지구환경시스템 공학부에 합격했다고 밝혔다. 이유종기자 bell@
  • 장·차관 절반 판공비 공개 못해

    정부의 장·차관 업무추진비 공개 방침은 ‘빈말’에 불과했나. 당사자인 장·차관 등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공개가 가능한데도 규모와 쓰임새를 공개하지 않는 기관이 전체의 절반가량에 이르는 실정이다. 특히 국민들의 정보공개 청구가 없더라도 자발적·의무적으로 공개토록 규정한 국무총리 훈령이 제정된 지 5개월이 지났지만,일부 기관장들은 ‘나몰라라’식으로 버티고 있다.‘예산집행의 투명성 확보’라는 정부 구호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눈치보며 시기 조절하나 27일 행정자치부가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에게 제출한 ‘업무추진비 공개 현황’에 따르면 49개 정부기관중 21곳(43%)이 소속 기관장의 업무추진비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미공개 기관은 재정경제부·금융감독위원회·법무부 등을 비롯해 국세·관세·검찰·병무·경찰·해양경찰청 등 이른바 ‘힘 센 부처’들이다.정부정책의 ‘전도사’격인 국정홍보처도 포함됐다. 이중 일부는 주무부처인 행자부의 ‘연내 공개’ 독촉에도 불구하고 “내년 4월중 공개”(검찰·국세·경찰청)라거나 “내년 1월중 공개”(법무부·국민고충처리위·검찰청·철도청)를 회신,연내 공개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관계자는 “참여정부 들어 예산집행의 투명성이 많이 높아졌지만 아직도 장·차관들의 판공비(업무추진비)는 숨기고 싶은 정보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부처별로 사용 금액이나 내역이 비교되는 것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공개 시기를 조절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공개 중인 일부 부처의 경우도 자발적이라기보다는 독촉에 밀려 마지 못해 공개한 기색이 역력하다.농림부와 중소기업청 등은 지난 18일 행자부의 이행여부 확인 공문을 받은 뒤 부랴부랴 부처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법제처는 “26일 공개 예정”이라고 회신했으나 이날 현재 공개하지 않고 있다. ●씀씀이를 살펴 보니… 장관(급)별 업무추진비 지출 규모의 편차도 컸다.허성관 행자부장관(2266만원)과 윤영관 외교통상부장관(2030만원)이 월평균 2000만원대를 넘긴 반면 이창동 문화관광부장관(507만원),지은희 여성부장관(530만원),이남주 부패방지위원장(553만원)은 500만원대에 그쳤다.나머지 대부분은 1000만원대다. 규모와는 달리 쓰임새는 대부분 비슷했다.유관단체와의 식대나 정책협의회 간담회 등의 항목에서 가장 많은 지출이 이뤄졌다. 이창동 장관은 ‘8월 613만 5880원’ ‘9월 657만 1760원’ 등 10원 단위까지 지출내역을 기재,특유의 꼼꼼한 면모를 보였다. 이남주 위원장은 ‘한도내 선지출-후정산’ 방식이 아니라 업무추진비 지출 건별로 사전에 금액·일시·장소·참석자 등이 포함된 ‘사전 품의서’를 작성한 뒤 지출하는 원칙을 실행하고 있다. 참여연대 이재명 투명사회팀장은 “정부의 장·차관 업무추진비 공개방침은 국민들의 감시와 견제를 가능토록 한다는 점에서 현 정부의 ‘국민참여’ 국정철학을 온전히 반영하는 시스템”이라면서 “장관들이 마인드를 바꿔 하루빨리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은호기자 unopark@
  • 셰바르드나제 ‘무혈 백기’

    “나는 지금까지 결코 국민들을 배신한 적이 없었으며 이는 내가 사임해야 하는 이유다.” 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사진) 그루지야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사임을 발표하며 비장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그간 국민의 고통을 철저하게 외면해왔다는 비난을 들었던 그는 마지막 순간 불명예 퇴진을 순순히 받아들였다.지난 2일 부정선거로 촉발된 3주간의 반정부 시위가 평화적인 ‘벨벳 혁명’으로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이날 반정부 집회를 위해 수도 트빌리시 국회의사당 광장 등에 모여 있던 수천명의 시민들은 환호와 탄성을 질렀으며 거리 곳곳에선 샴페인 축제와 불꽃놀이가 펼쳐졌다.앞서 셰바르드나제 대통령은 트빌리시 외곽 대통령 관저에서 미하일 사카쉬빌리 국민행동당 당수 등 야당 지도자들과 협상을 가진 뒤 사임을 결심했다. 셰바르드나제 대통령이 이날 TV를 통해 중계된 사임사에서 “내가 권력을 행사하면 유혈참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듯이 그는 시위 군중에 대한 무력 진압을 끝내 불허,유혈사태를 막았다.‘개혁 전도사’에서 ‘부패 대통령’으로 전락,불명예 퇴진을 맞았지만 그는 마지막 순간 용기 있는 결단으로 이번 ‘벨벳 혁명’을 가능케 한 또 한 명의 주역으로 극적인 변신에 성공하며 국제사회로부터도 “훌륭한 결단”이었다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그의 퇴진 운동을 이끌었던 사카쉬빌리 당수도 셰바르드나제가 용기있는 행동으로 평화적 정권교체의 길을 열었다고 높이 평가했다.그는 “대통령은 용기있는 결단을 내렸다.”,“그가 유혈 사태를 피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역사가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이다.”라고 말했다.그러면서 셰바르드나제와 그 일가의 안전을 절대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강경 대응을 천명했던 셰바르드나제가 마음을 바꾸게 된 데는 더이상 기댈 언덕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국회의사당에 이어 대통령 관저에서조차 시위대에 의해 쫓겨난 뒤 조기 대선 실시 등 타협안을 내놓으며 위기 수습에 애썼지만 지난 10년간 지속돼온 극심한 경제난과 부정부패로 사나워진 민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일부 군인과 정부 고위 관리들도 야당측에 가담하는 등 권력 내부의 동요 조짐도 나타났다. 또한 사태 중재를 위해 급파된 러시아의 이고리 이바노프 외무장관은 그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는 푸틴 정권의 입장을 전달했다.러시아의 퇴진 압력과 더불어 미국 등 서방국가의 여론도 그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한편 셰바르드나제 전 그루지야 대통령이 독일 휴양지 바덴바덴에 도착했다고 독일 TV가 24일 국경경찰의 말을 인용,보도했다. 앞서 독일 정부는 “1990년 독일 통일을 도운 인물”에 대한 예우 차원으로 셰바르드나제가 망명을 신청하면 환영할 것이라고 밝혔었다.세계는 여전히 동·서냉전을 끝낸 그의 발자취를 기억하고 있다.10년간의 실정으로 과거의 업적이 빛이 바랬지만 이번 자진 사퇴로 흠집난 명성을 조금은 메울 수 있게 됐다. 박상숙기자 alex@
  • 와인 / 알고 마시면 ‘보약’ 모르고 마시면 ‘독’

    포도주를 마시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조사 등이 신문이나 TV 등을 통해 보도되곤 한다.과연 그럴까.포도주가 몸에 이롭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그 반대로 얘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포도주를 마실 때 얻을 수 있는 이점과 부작용을 함께 싣는다. 포도주의 본고장 프랑스에서는 포도주를 ‘노인의 우유’로 부른다.장수 노인들은 와인을 매일 마시는 까닭이다. 이런 포도주에는 어떤 성분이 들어 있을까. 포도와 ‘자연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발효과정에서의 효모작용으로 유발된 화학반응으로 수백가지의 성분이 생긴다. 대표적으론 수분이 75∼90%,알코올이 8.5∼15%,당분이 0.5∼5%,타닌이 0.1∼2.5% 등이다.약리적으로 항박테리아성 물질,폴리페놀 등의 물질을 함유하고 있으며,이들 성분은 우리 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포도주가 건강에 좋다는 사례로 드는 것이 ‘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와인 건강의 전도사란 별명이 붙은 프랑스 보르도 대학의 세르즈 르노 박사는 프랑스인들이 콜레스테롤과 알코올을 많이 섭취하는데도불구하고,운동과 식이요법을 많이 하는 미국인들보다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낮은 이유를 하루에 3잔 정도 마시는 포도주 덕분으로 풀이했다.즉,적포도주에 함유된 레스베라트롤·케르세틴 등의 폴리페놀 성분이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인 저밀도지단백(LDL)의 함량을 떨어뜨리고,몸에 좋은 고밀도지단백(HDL)의 함량을 높여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으며,혈관내의 혈소판 응집을 지연시켜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한다는 것이다. 르노 박사는 “적포도주에 들어있는 폴리페놀은 포도의 껍질과 씨에 함유된 성분으로 콜레스테롤의 산화와 심장질환의 발병을 억제하는 성분”이라고 말했다.곰팡이와 싸워 ‘자연 살균제’로 불리는 레스베라트롤은 피를 맑게 하고 활성산소를 제거하며,케르세틴은 인체에서 활성화돼 암 발생을 막아준다. 포도주는 뇌졸중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지만 알코올 섭취가 많을수록 뇌졸중 발생률은 다시 높아진다.폐경기 여성들에게도 포도주는 좋은 것으로 나와 있다. 여성이 폐경기에 이르면 여성 호르몬의 결핍으로 LDL 콜레스테롤이몸에 축적돼 동맥경화와 심장질환,뇌졸중 등 여러 질환의 위험이 높다.이 시기에 적포도주를 마시면 이런 질환의 발생을 낮출 수 있다고 한다.하루 권장량은 4온스(2잔)이다. 또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가 일으키는 십이지장 궤양에도 포도주가 효과적이다.포도주의 항박테리아성 물질이 같은 농도(12.5%)의 알코올보다 더 살균효과가 강하고,맥주보다 2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포도주는 알칼리성 식품이므로 노화 지연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이기철기자 chuli@ ■ 도움말 김준철 국산와인 마주앙 개발자,김희수 서울보건대교수,한관규 주한프랑스대사관 경제상무담당실 와인담당,주한프랑스농식품진흥공사 포도주가 몸에 좋다는 것은 폴리페놀 성분, 특히 레스베라트롤 때문이다.신경과 심장,혈관 그리고 항암 효과가 있다는 것이 실험적으로 증명되고 부터다. 그동안 술은 의학적으로 좋지 않다는 점만이 강조되어 왔으나 포도주의 폴리페놀이 건강에 좋다는 사실은 의학자들에겐 관심을 끌 만한 흥미로운 연구 주제다. 포도주가 건강에 좋다는 ‘프렌치 패러독스’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않다.미국 애리조나 대학의 골드핑거 박사는 “프렌치 패러독스 효과는 포도주의 비(非)알코올 성분에서 비롯된 것으로,사람을 대상으로 포도주를 계속 마시게 하거나,못마시게 해서 결과를 분석하는 것은 사회·경제적인 여건상 거의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술 자체는 알코올로 인한 독성이 있으므로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은 반드시 줄이거나 끊어야 하며,와인에 그러한 성분이 있다고 해서 음주를 조장하는 것은 나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실제로 포도주속에 든 알코올은 물 다음으로 15%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이런 알코올을 하루 2잔가량 섭취해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2∼0.03%로 넘어갈 때 중추 신경계 작용이 억제되고,간에 독성이 생기며,비타민 흡수가 방해를 받는다.부작용들은 치매와 간경화의 원인이 된다.알코올도 1g당 7㎉의 열량을 가지고 있어서 다른 생활습관병(성인병)의 원인이 되는 비만을 심화시킬 수도 있다.그리고 몸에 좋다는 성분인 레스베라트롤 등의 폴리페놀은 꼭 포도주에만 들어 있는 것은아니고,땅콩과 녹차에도 많이 들어 있다.이런 성분들은 비교적 건조한 상태에 자라는 식물에서 많기 때문에 예부터 우리가 술로 담가온 머루에도 풍부하다. 그래서 포도주가 부담스러운 이들은 포도주를 과음하기보다는 이런 견과류나 껍질이 있는 과일류를 먹으면 포도주보다 더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포도주가 곁들여진 식사는 대체로 마음의 여유를 갖고,친한 사람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천천히 즐기는 것이다.식사에 포도주를 반주로 할 정도의 사람들은 대개 경제적·시간적 여유가 있고 여가 시간에 운동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대체로 건강하다. 포도주가 건강에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확대 해석하는 것을 경계한다.천천히 골고루 먹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포도주라 해도 과음하면 건강에 나쁘고 위암·간암·고혈압 등의 질병을 일으킬 수도 있다. 윤도경 고려대 의과대학 가정의학과 교수
  • 셰바르드나제 어떤 인물/ ‘개혁 전도사’서 ‘부패 대통령’ 전락

    10년 전만 해도 에두아르드 셰바르드나제(사진·75) 그루지야 대통령은 ‘소련개혁의 전도사’로 무수한 칭송과 존경을 받았다.그랬던 그는 지금 부정부패와 경제난을 심화시켜 그루지야를 다시 위기에 빠뜨린 무능한 대통령이란 비난을 들으며 불명예 퇴진의 기로에 서있게 됐다. 18세 때인 1946년 공산당에 입당한 뒤 국가보안위원회(KGB) 의장을 거쳐 72년 그루지야 공산당 제1서기장에 올랐다.그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서기장에 의해 옛 소련 외무장관으로 발탁되면서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고르바초프와 함께 개혁정책 ‘페레스트로이카’를 공동 입안,옛 소련의 변화를 이끌어내 서방세계의 감탄을 자아냈다. 그가 소련 보수파 쿠데타 실패 뒤인 90년 조국 그루지야로 돌아왔을 때 국민들은 내전과 무질서의 수렁에서 국가를 건질 구세주로 여겼다.92년 앗자리야 등의 분리 독립 요구를 슬기롭게 해결,그루지야를 내전의 위기에서 구해내 기대를 한껏 높였다.95년 국민의 기대와 존경을 한몸에 받고 그는 대통령에 취임했다.취임 초반 그는 국가 및 경제체제변화에 착수했으며 그의 개혁적 이미지에 반한 미국과 유럽연합(EU)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수완도 발휘했다.그러나 오랜 내전으로 인한 가난과 부패,범죄에 찌든 조국을 하루 아침에 바꾸는 일은 쉽지 않았다.그의 개혁성과 청렴성은 날로 퇴색해갔다.조카와 사위가 대기업을 장악하고 일부 특권층이 국가 이권을 독차지 하는 등 그의 집권 아래 부정부패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구 소련 시절 ‘과일 바구니’로 불릴 정도로 경제적 잠재력을 인정받던 그루지야는 낙후돼 갔으며,국민들의 빈곤도 극심해졌다. 2000년 이번과 비슷한 선거부정 의혹을 받으면서도 재선에 성공했지만 민심은 급속히 그를 떠났다.그는 민심을 되돌리기는커녕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을 탄압하는 등 국민들의 고통과 불만을 철저히 외면해 실각 위기를 스스로 자초한 셈이 됐다.역사의 새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던 그가 아이러니하게도 구 시대 역사에 치욕적인 이름을 남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상숙기자 al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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