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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 前대통령 국민장] 발인까지 지켜보자… 밤을 잊은 애도

    [노 前대통령 국민장] 발인까지 지켜보자… 밤을 잊은 애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을 하루 앞둔 28일에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는 이른 아침부터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도 줄지어 조문하는 데에 3시간 이상 걸렸다. 일부 조문객은 29일 오전 5시 거행될 발인까지 참가하겠다며 봉하마을에서 밤을 지새웠다. 국민장 장의위원회는 이날을 포함, 지난 6일 동안 봉하마을을 찾은 조문객을 100만명 이상으로 집계했다.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이날 아침 처음으로 분향소를 찾았다. 권 여사는 검은색 상복을 입고 왼쪽 가슴에 베 리본을 달았으며, 매우 수척한 모습이었다. 여 비서관의 부축을 받아 걸으면서도 휘청거렸다. ●노 전 대통령 강금원 보석 늦어져 상심 권 여사는 이날 오전 7시20분쯤 마을회관 앞에 설치된 분향소에 나와 남편의 영전에 국화꽃 한 송이를 바치고 허리를 깊숙이 숙여 묵념했다. 이어 상주 역할을 하는 참여정부 인사들에게도 깍듯이 인사하고, 분향을 위해 줄을 선 조문객들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시했다. 장의위 관계자는 “권 여사의 판단에 따라 분향소로 나와 조문객과 자원봉사자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 직전에 후원자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에 대한 보석결정이 늦어지자 크게 상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은 서거 4일 전인 지난 19일쯤 뇌종양으로 투병 중인 강 회장이 보석으로 풀려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뤄지지 않은 뒤에 지인들의 전화도 아예 받지 않는 등 매우 상심했다고 측근들이 전했다. 이날 오전 조문객 중에는 민중가요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로 유명한 가수 안치환도 눈에 띄었다. 안치환은 조문을 마친 뒤 장례위에 자신의 앨범 ‘비욘드 노스탤지어’ CD를 전달했다. 또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신부와 신자 200여명도 빈소를 방문, 1시간여 동안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미사를 올렸다. 사제단이 분향하는 시간에는 아들 건호씨가 상주로 앞에 나와 예를 갖췄다. 미사를 마치자 건호씨는 분향소를 찾은 직장 동료 10여명과 이야기를 나눴다. 아울러 각 언론사의 취재진도 이날 정식으로 조문했다. ●봉하마을 6일간의 진기록들 빈소가 마련된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는 6일간 각종 진기록이 쏟아졌다. 누적추모객은 하루 20만명씩, 100만 이상이었다. 자원봉사자들이 조문객들에게 배식한 소고기 국밥의 재료로 하루 80㎏짜리 쌀 125포대가 소비됐다. 소고기도 하루평균 800㎏ 이상이 들어갔다. 황소 1마리 무게와 맞먹는 양이다. 김치 300㎏과 수박 500여개, 생수 1만병, 떡 10t 등이 하루를 채 버티지 못했다. 국화도 하루 평균 10만송이 이상 쓰였지만, 몰려드는 조문객을 감당하지 못해 깨끗한 것을 골라 재활용됐다. 김해 김정한 박정훈 김승훈기자 jhkim@seoul.co.kr ■ 발인식 앞둔 전국 각지 표정 광주·전남 시민 수천명 추모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을 하루 앞둔 28일 전국 각지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전날보다 더 많은 추모객이 나와 고인을 애도했다. ‘국민장 장의위원회’는 고인의 미공개 자료와 유품 등을 입수하는 대로 인터넷 등에 공개했다. ●추모객 “내일이면 만날 수 없어…” 이날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마련된 분향소에 4살짜리 손녀와 함께 나온 김덕주(62)씨는 “내일이면 영영 떠나 보내야 하는데 가슴 한가운데가 뻥 뚫린 것 같은 이 슬픔을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훔쳤다.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은 분향소 옆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가슴 깊은 애도를 표하며 전국 대학생들의 힘을 모아 이런 비극을 부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덕수궁 분향소에는 간이화장실 3개가 설치됐다. 서울시는 지하철1호선 시청역2번 출구와 상공회의소앞, 시청 서소문청사 주차장 입구 등 3곳에 변기 27개(여자용 12개, 남자용 15개)가 마련된 이동박스를 설치했다. 서울역사박물관과 서울역 등 정부분향소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재오 한나라당 전 최고위원 등 정재계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 김종선 한진그룹 부회장, 손욱 농심 회장, 이석채 KT 회장 등이 분향소를 방문했다. ●고인이 마지막까지 아낀 책 공개 이날 오후 7시 광주 동구 광산동 옛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는 시민 등 수천여명이 모인 가운데 ‘노무현 전 대통령 광주·전남추모위원회’ 주관으로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문화제는 송기숙 위원장의 추모사와 김준태 시인의 헌시, 아침이슬·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영상 상영, 자유발언,추모 나비 날리기 등 순으로 밤늦게까지 진행됐다. 추모객들은 분향소에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적힌 가로, 세로 1m 크기의 대자보를 내걸었다. 이날 오후 8시부터 전남 진도군 진도읍 철마광장에서는 고인의 넋을 기리는 씻김굿이 4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국민장 장의위원회는 이날 노 전 대통령이 2007년 12월27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마지막으로 가진 송년회를 기록한 미공개 영상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장의위는 또 고인이 서거하기 일주일 전에도 “책과 자료를 구해달라.”고 할 정도로 독서열이 높았다고 전하면서 고인이 남긴 책 20권을 ‘노무현이 만난 책, 노무현이 만날 책’이라는 제목으로 홈페이지에 소개했다. 전국종합 광주 최치봉·서울 김민희기자 cbchoi@seoul.co.kr
  • [노무현 前대통령 서거] 덕수궁 분향소 경찰버스 봉쇄 풀어

    [노무현 前대통령 서거] 덕수궁 분향소 경찰버스 봉쇄 풀어

    서울 덕수궁 대한문의 시민 분향소를 에워쌌던 경찰버스들이 봉쇄 나흘 만에 사실상 철수했다. 덕수궁 앞에 마련된 ‘범민주시민 국민 분향소’에는 이날도 2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고인의 영면을 기원했다. 이 분향소에는 첫날에 4만명, 둘째날 12만명, 셋째날 15만명이 몰렸다. 이날 30도를 넘나드는 무더위도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객들의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쯤부터 단계적으로 분향소옆 차도의 버스를 빼기 시작해 낮 12시30분쯤 150여m 떨어진 성공회 서울교좌 성당 인근에 세워진 버스 9대를 제외하곤 모두 철수시켰다.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봉하마을에서 “질책도, 사랑도 국민의 뜻”이라면서 “국민의 뜻에 따라 서울광장을 열어주는 게 민주주의 정신”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박희태 대표는 방명록에 “서민 대통령으로 영원히 국민의 가슴 속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 정몽준 최고위원 등은 전날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찾았으나 마을 입구에서 일부 시민들이 막는 바람에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서울역사박물관 분향소를 찾은 거물급 인사들의 행태가 서민 추모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더운 날씨에 땀을 흘리며 세살배기 아기를 품에 안은 주부 등과는 달리 고급 승용차를 타고 등장한 정치인이 몰려와 정숙해야 할 분향소를 시장바닥처럼 시끌벅적하게 만들었다. 노 전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는 광주에서는 ‘시민추모위원회’가 꾸려지는 등 영결식이 다가올수록 추모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광주·전남지역 시민사회단체 등 330여명으로 구성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광주·전남 추모위원회’는 영결식 전날인 28일 오후 7시 옛 전남도청 일대에서 대규모 시민추모제를 열기로 했다. 김해 봉하마을과 교류협약을 맺은 전남 함평군 신광면 연천마을에도 부엉이바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바위는 부엉이가 사는 굴 주변에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주민들과 같이 연천마을을 방문, ‘2008 함평세계나비·곤충엑스포’를 관람하는 등의 인연을 맺었다. 전국종합 광주 최치봉·서울 주현진 오달란기자 cbchoi@seoul.co.kr
  • [노 前대통령 서거] 봉하에서 덕수궁까지… 전국 애도 물결

    [노 前대통령 서거] 봉하에서 덕수궁까지… 전국 애도 물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틀째인 24일에도 전국 곳곳에 마련된 분향소에 고인의 영면(永眠)을 기원하는 추모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 설치된 임시 분향소에는 오전 8시쯤부터 가슴에 검은 리본을 단 시민들이 줄지어 늘어섰다. 일부 시민들은 영정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며 보도에 주저앉기도 했다. 조문은 10여명 단위로 한꺼번에 진행됐는데도 기다리는 행렬이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지하철2호선 시청역 지하대합실과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인근까지 3㎞ 넘게 꼬불꼬불 이어졌다. 추모객들은 길에서 3시간 이상을 기다리기도 했다. 추모행사를 주관한 노사모 회원은 “경남 봉하마을 빈소 등 전국 분향소에서 오늘 하루 30만명이 분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분향소를 찾았던 시민 중 500여명이 오후 8시10분쯤 “시민광장인 시청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하자.”며 시청광장 진입을 시도했다. 이들은 한때 시청에서 충정로로 향하는 편도 3차선 도로 가운데 2개 차로를 점거하기도 했다. 전날 대한문 앞에 분향소가 설치된 이후 추모객 중 일부가 도로를 점거한 것은 처음이다. 경찰은 시민들이 도로를 점거하자마자 곧장 이들을 에워싸고 인도 쪽으로 밀어냈다. 이 과정에서 양측간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공무원 곽모(50)씨는 “훌륭한 대통령을 떠나보낸 게 한없이 부끄럽고 가슴아프다.”고 말했다. 여대생 임모(22)씨는 “노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이 아닌 대한민국의 아버지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경기 부천지역 노사모가 송내역 북광장에 마련한 분향소와 수원지역의 시민사회단체가 수원역 앞에 설치한 분향소에도 수천명의 시민들이 조문했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에서는 모교인 개성고(옛 부산상고) 총동창회가 서면 장학회관 6층에 마련한 분향소에도 조문이 이어졌다. 강태룡 총동창회장이 직접 추모객을 맞이한 가운데 동문인 윤광웅 전 국방부 장관이 이른 아침에 분향소를 찾았다. 시민·학생·시민단체 등 100여명은 전날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태화 옆에서 시작한 촛불추모제를 이날 오후에도 계속했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후원지였던 광주지역 곳곳에 마련된 분향소에도 발길이 이어졌다. 옛 전남도청 본관 앞에 설치된 분향소에는 아침 일찍부터 추모객들이 몰려들더니 오후 한때 조문 행렬이 100여m나 이어졌다.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과 민형배·이형석 전 비서관 등 이 지역 참여정부 인사들이 온종일 분향소를 지키며 애도했다. 전북 전주시내 오거리문화광장 분향소를 찾은 이모(40)씨는 “대통령이기 전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아들과 딸까지 수사대상에 오르니 심적인 고통이 상상을 초월했을 것”이라고 했다. 인터넷상에서도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노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된 특집 코너가 마련된 인터넷 포털 게시판에는 네티즌들이 글머리에 ‘▶◀근조’ 리본을 달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다음 토론방인 ‘아고라’의 추모 서명에는 이날 자정 현재 16만여명의 네티즌이 헌화와 함께 ‘지못미(지켜드리지 못해 미안합니다)’라는 댓글을 남겼다. 네이버의 추모 게시판에는 38만여명의 네티즌들이 애도 글을 남겼다. 아이디 ‘조국’은 “대통령님,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부디 그곳에선 힘들어하지 마세요.”라고 적었다. 전국종합 서울 김승훈 오달란기자 jhkim@seoul.co.kr
  • “광주정신 권력·상품화 안돼”

    “광주정신 권력·상품화 안돼”

    판화가 홍성담(54)씨는 ‘5월 광주’를 대표하는 판화가이자 당시 문화선전요원으로 활동했던 시민군이었다. 홍씨는 5월 광주를 겪는 동안 법원 앞에 있던 화실의 커튼을 뜯고 종이를 있는 대로 모아 시민군들과 함께 활동했다. 홍씨가 기억하는 광주 정신은 ‘대동세상’이었다. 홍씨는 광주민주화운동 29돌을 하루 앞둔 17일 “당시 시민군에게 6000여점의 총이 지급됐지만 단 한 건의 총기사고도 없었다.”면서 “높은 도덕성을 유지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되돌아봤다. 장사하는 사람들은 먹을 것을 내줬고 차량들은 시민군을 태우기 위한 공용차량이었다. 서로를 지키면서 한편으로 뭉쳤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홍씨의 광주 관련작 50여점 가운데 ‘대동세상’ ‘횃불행진’, ‘사시사철-봄’ ‘깃발’ 등만 봐도 총칼이 난무하거나 핏빛으로 얼룩진 그림은 거의 없다. 홍씨는 “광주 이야기가 다른 사람에겐 악몽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행복한 기억이었다. 그래서 내게는 광주가 믿음과 연대의 마당이었다.”고 기억했다. 그런 홍씨에게 최근 전남도청 별관 철거를 둘러싼 충돌은 안타까운 일로 다가온다. 그는 “정부가 가장 큰 국가 폭력의 비극인 ‘80년 광주’의 교훈을 잊은 듯 행동한다.”면서 “5·18이라는 숭고한 역사적 사건을 권력화해 상품으로 이용하려는 일부 단체들의 행동도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5월 판화’ 연작으로 광주를 세계에 알리고 민족해방운동사 그림사건으로 고문과 옥고를 치른 뒤 홍씨는 광주를 떠나 1997년 서울로 올라온 뒤 현재는 경기도 안산에 자리를 잡았다. 5월 광주를 둘러싸고 분파가 생기고 계보가 생기는 등 점점 변질되는 과정이 그에겐 기득권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그는 국가 폭력이 낳은 비극의 현대사를 형상화하는 것이 예술가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2007년 11월부터 일본 도쿄와 제환 등을 순회하며 ‘안티 야스쿠니전’을 벌여왔다. 오는 8월15일 서울 인사동 평화박물관 전시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린다. 이제 내년이면 30대 청년으로 접어드는 5월 광주. 그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경제 지향적인 사고 탓에 구성원간 믿음이 무너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5·18이 남긴 용기와 신뢰, 연대의 의미를 되살려 지도자와 지식인들은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해야 하고 서민들은 연대를 통해 불합리한 현실을 벗어나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갇힌 자들의 희망 찾기 유쾌한 정신병원 탈출기

    두려운 밤이었다. 아무리 귀를 틀어막아도 총소리는 멈출 줄 몰랐다. 인적이 사라진 골목길은 적막, 그 자체였다. 열 네 살 소녀는 불빛 한 점 새나가지 않도록 이불로 창문을 꼼꼼히 덮었다. 악몽같은 이 밤이 어서 지나갔으면, 훌쩍 잠이 들어 눈을 떠보니 아침이 됐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 소녀는 그저 빨리 잠들고 싶어 누런 종이에 세로쓰기된, 별 흥미 가지 않는 소설책 한 권을 꺼내 읽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며 밤을 꼬박 새웠고 창에 덮인 이불을 살며시 들춰본 아침, 어처구니없이 환한 밝음에 펑펑 울어야 했다. 꺽꺽거리며 눈이 퉁퉁 붓도록. 어린 영혼 위에 내려진 공포와 절망, 죽음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자유에 대한 갈망의 첫 경험이었다. 계엄군이 전남도청 진압 작전을 펼치던 1980년 5월27일 광주의 그날밤 자취방에서 혼자 벌벌 떨던 시골 출신 어린 소녀의 경험이다. 소녀가 읽은 책은 잭 니콜슨이 주연한 영화로 더욱 유명해진 소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였다. 정신병동을 무대로 개인을 억압하는 체제에 저항하고 끊임없이 자유를 갈망하는 인물들을 담아낸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그날 밤의 기억과 함께 소녀의 심장 한 구석에 ‘소설적 파천황(破天荒)’의 기억을 새겨놓았다. 그리고 이 기억은 언제일지 모르지만 어떻게든지 해원(解寃)해야 할 자신만의 빚으로 남게 됐다. ‘내 심장을 쏴라’(은행나무 펴냄)로 1억원 고료의 제5회 세계문학상을 받은 정유정(43)이다. 이 소설은 어릴 적 기억에 대해 스스로 벌인 씻김굿이다. 소설의 무대는 강원도 정선 외딴 곳에 있는 수리 정신병원. 화자 ‘이수명’은 정신분열증으로 열여덟 살 때부터 정신병원 신세를 진다. 같은 날 재벌의 혼외 자식인 스물 다섯 동갑내기 ‘류승민’도 상속 다툼 탓에 강제로 수리 정신병원에 들어온다. 야맹증으로 점점 시력을 읽어가는 류승민은 찬란하고도 절대적인 자유를 꿈꾸며 끊임없이 무모한 탈출을 시도한다. 이수명 역시 세상으로부터, 자신으로부터 끝없이 도피해오지만 류승민의 자유를 향한 의지, 절망의 밑바닥에서도 끊임없이 꿈꾸는 희망에 서서히 물들어간다. 비록 정신병원에서 ‘미쳐서 갇힌 자’ 또는 ‘갇혀서 미친 자’들의 얘기지만, 결코 우울하지 않다. 오히려 매우 유쾌하다. 박민규를 연상시키는 간결하면서도 키득거리게 만드는 문체, 시니컬한 블랙 유머, 그리고 짜임새있는 서사 구조는 소설을 잡자마자 단숨에 읽게 만든다. 정유정은 “이 작품은 분투하는 청춘들에게 바치는 헌사“라면서 “운명이 내 삶을 침몰시킬 때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썼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세대가 절망에 좌절하지 않고 이수명, 류승민처럼 당당하게 희망을 품고 맞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고 덧붙였다. 정유정의 이력은 특이하다. 문장 수업, 창작 수업은 따로 받지 않았다. 신춘문예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간호대학을 나와 간호사 생활, 직장(건강보험 심사평가원) 생활을 하며 혼자서 책을 읽고, 글을 썼을 뿐이었다. 미국의 추리작가 레이먼드 챈들러와 스티븐 킹을 문학 스승으로 삼는다니 비주류가 맞는 것 같다. 그렇게 읽고 쓰다가 어느날 늦깎이 소설가가 됐다. 2007년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로 세계청소년문학상을 받으며 ‘공식’ 등단했고, 이번에 ‘내 심장을 쏴라’로 장르를 떠나 인간과 세계의 본질을 풀어나가는 만만찮은 실력을 가진 작가임을 확인시켰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5·18 코앞인데…

    5·18 코앞인데…

    5·18 민주화운동 29돌 기념일을 일주여일 앞둔 11일 현재 옛 전남도청 별관 철거를 둘러싸고 5월 단체간 대립과 갈등이 도를 넘어서면서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 단체들의 갈등은 5·18이 지향했던 ‘대동 세상’이나 화합과는 정반대로 치달으면서 5월 정신마저 퇴색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5월 3개 단체 가운데 하나인 5·18구속부상자회 회원 200여명은 10일 유족회와 부상자회가 11개월째 농성 중인 옛 전남 도청 별관 앞에 몰려가 농성장 철거를 요구하는 등 물리적 충돌 직전까지 가는 상황이 연출됐다. 구속부상자회는 이날 농성장 진입에 앞서 “농성이 장기화되면서 아시아문화전당 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법원도 최근 농성장 철거를 명령했는 데도 2개 단체는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며 “농성장을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족회와 부상자회는 “이의신청을 통해 법원의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으려고 하는데 농성장 철거에 대한 어떤 권한도 없는 구속부상자회가 철거 운운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며 항의했다. 유족회와 부상자회는 또 “구속부상자회의 농성장 난입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추진단과 사전에 공모한 것으로 보인다.”며 “추진단이 특정 단체를 선동해 공사를 강행하려 하는 것에 경고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단체간 갈등은 5·18기념재단 이사장 선출과 통합 공법단체 출범, 29돌 기념식 등 현안 해결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5·18기념재단은 5월 단체들의 반발로 4개월 넘게 새 이사장을 선출하지 못하고 있다. 기념행사도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도청별관 보존을 주장하는 5월 단체 중 유족회와 부상자회가 17일 추모제를 국립5·18민주묘지가 아닌 도청별관에서 따로 치를 계획이다. 또 내년 5·18 30주년을 앞두고 어렵게 합의한 공법단체 구성마저 불투명하게 됐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5월 단체의 갈등이 5월 정신을 흠집나게 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뒤숭숭한 광주’ 5·18을 기념하다

    ‘뒤숭숭한 광주’ 5·18을 기념하다

    5·18민주화운동 29돌 기념행사가 광주·전남 일대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옛 전남 도청 별관 철거 문제로 단체간 갈등이 지속되면서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4일 5·18민중항쟁 29주년 기념행사위원회(이하 행사위)에 따르면 이날부터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5·18 어린이학교 개교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행사에 들어갔다. 행사위는 앞서 이번 기념행사의 슬로건을 ‘민중의 뜻대로!다시 오월이다’로, 주제어는 ‘공감’과 ‘저항’으로 결정했다. 전교조 광주지부의 어린이 학교가 4일 광주 방림초교와 광산구 운남동 근린공원, 전남 담양 등지에서 열려 5월 행사의 서막을 알렸다. 작은 운동회와 각종 체험활동이 펼쳐진다. 9~24일 열리는 5·18역사기행은 버스를 타고 역사의 흔적을 찾아보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외지 참배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어 올해도 계속된다. 항쟁의 현장을 돌며 계엄군에 맞서는 시민군 역할과 상무대 감옥 체험 등을 통해 당시 피해자의 고통을 함께 나눈다. 행사위 관계자는 “5·18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가 현대사의 비극인 5월의 현장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5월 정신계승에 앞장서야 할 5월 단체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들어설 옛 전남도청 별관 철거 문제를 놓고 사분오열이다. 시민들은 행사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5·18 유족회 등은 매년 5·18묘지에서 치렀던 추모제(17일)를 올해는 농성 중인 옛 전남도청 안 천막 앞에서 치르기로 했다. 18일 열릴 29주년 기념행사는 전국적인 행사인 만큼 참석하기로 했다. 안성례 행사위원장은 “5·18 기념행사 중 가장 의미 있는 행사인 추모제 장소를 놓고 유족회 대표 등과 몇차례 만나 설득했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며 “29주년 행사가 옛 도청 별관 철거문제로 차질이 빚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옛 전남도청 별관 결국 헐리나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공사방해 금지 및 방해물수거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지난해 12월 이후 중단된 공사 재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5·18민주화운동 유적지인 옛 전남도청 별관 보존을 요구하며 10개월째 농성 중인 5월 단체가 “자진 해산 불가” 방침을 밝혀 물리적 충돌이 우려된다. 13일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 등에 따르면 추진단이 5·18유족회와 부상자회 두 단체 대표를 상대로 낸 가처분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여 옛 도청 별관 철거가 진행될 예정이다. 추진단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5월 단체가 현장에 설치된 천막을 자진 철거토록 요청키로 했다. 5월 단체는 법원 결정문 송달일로부터 3일 내에 별관 앞에 설치한 농성천막 등의 시설물을 스스로 철거해야 한다. 그러나 5월 단체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추진단은 법원에 강제집행을 요청할 계획이다. 추진단은 또 5월 단체가 별관 철거공사를 방해할 경우 그동안의 공사지체보상금 1억 7000만원 상당에 대한 가압류 및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별도로 형사고발을 추진키로 했다. 추진단 관계자는 “5월 단체와 대화를 지속하면서 이들에게 법원 판결에 따라줄 것을 요청하겠다.”며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판결대로 집행할 수밖에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나 5월 단체는 농성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강제 철거에 들어간다면 집단소송제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들은 14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5월 단체 관계자는 “추진단이 공사를 강행할 경우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이를 막겠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지방행정구역 60~70개 광역시 개편땐 청사 이전비만 최대 45조 소요” 주장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처럼 지방행정구역이 60~70개 광역시로 개편되면 청사이전비용만 최대 45조원이 든다는 주장이 나왔다. 조성호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새사회전략정책연구원’이 발간한 ‘KINS 정책시리즈’에 ‘정치권의 지방행정체제개편론의 본질과 문제점’이라는 제목의 연구서를 싣고 이같이 주장했다. 조 위원은 지방행정구역이 60개 광역시로 개편된다고 가정할 경우 현재의 15개 광역시·도청사(서울 제외) 외에 추가로 45개의 청사 신축이 불가피하며, 지난 2000년 개청한 경기도 제2청사 건립비용과 2005년의 전남도청 이전비용을 고려하면 광역청사 1개를 신축할 때마다 5000억~1조원의 비용이 들 것이라고 밝혔다. 조 위원은 경기도 제2청사 신축 당시 본청과 외청사 설치·운영비용 등으로 모두 1조 580억원의 비용이 들었고, 전남도청 이전에는 청사 신축과 기반시설 마련 등에 1조원의 재원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조 위원의 주장은 계량학적 방법에만 치우친 것”이라며 “기존의 기초 지방자치단체 청사를 활용하는 방안도 있기 때문에 실제 비용은 훨씬 적게 들 것”이라고 말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지방시대] 옛 전남도청별관 문제 광주시민이 결정해야/김준태 시인

    [지방시대] 옛 전남도청별관 문제 광주시민이 결정해야/김준태 시인

    “도대체 ‘전남도청 별관’ 문제는 언제쯤이나 풀리는 겁니까? 사업추진단이 5월단체를 상대로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지요. 광주지역 국회의원들이 해결사로 나서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던데….” 옛 전남도청 앞에서, 50년 가까이 내과병원을 하는 K박사가 나를 보자마자 대뜸 몇 마디 질문을 던진다. 오늘은 꽤 정색을 하면서 아주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나의 의중을 타진해 온다. K박사는 내가 몇 년 전에 ‘5·18구속자동지회장’을 지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그렇게 살짝 의견을 물어본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순간 머뭇거린다. 5·18 현장 옛 전남도청 별관의 철거문제는 2009년 현재 광주에서는 가장 ‘뜨거운 감자’다. 솔직히 광주광역시장도, 8명의 광주권 국회의원들도 이 문제가 워낙 예민해 입을 다물고 있는 상태다. 지난 3월에는 이 문제로 모 시민단체의 대표가 5월단체와 말싸움을 한 끝에, 다행히 심한 부상은 아니었으되 병원에 입원을 한 일도 있다. 다시 K박사의 이야기로 가 본다. 그는 의학박사이기도 하지만 1960년대 중반에 ‘현대문학’을 통해 김현승 시인의 추천을 받고 문단에 나온 원로시인이요, 무등산 토박이다. C대학 의과대학을 나와 이 대학 교수를 거쳐 무려 50년 가까이 광주광역시 금남로 1가에서 병원문을 열고 있다. 옛 전남도청 별관과 직선거리로 100여m밖에 안 되는 자신의 병원에서 5·18항쟁 기간 중 단 하루도 어디로 도망가지를 않고 시민항쟁의 모든 것, ‘1980년 5월광주’의 심장부를 지켜보며 살았다. 언젠가 그가 말한 것을 기억한다. “김준태 선생, 아니 김준태 시인! 세월이 흘러도 나는 남겨둘 것이에요. 저 총구멍들을!” K박사는 M16 자동소총인가, LMG 기관단총인가에 의해 숭숭 총구멍이 나버린 자기집 대문과 병원 현관문, 담벼락에 뚫린 총구멍을 그대로 놔두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아, 그렇군요.” 안집(살림채)에 연결시켜 지은 자신의 병원을 보여주던 K박사의 두 눈에도 1980년 오월의 무등산이 말없이 솟아 있었던 것 같다. 5·18항쟁(외신은 ‘광주시민봉기Gwangju Uprising’라고 표기한다) 29주년이 가까워오는 이 시점에서, 올해 희수(喜壽·77세)를 맞은 K박사와 환갑(60세)을 2년 넘긴 나는, 모처럼 옛 전남도청 앞으로 다가가서 나란히 서 본다. 9개월 가까이 “5·18항쟁의 마지막 유적지, 제대로 보존하라!”고 외치는 유족회원들을 본다. 그리고 한 시대를 무등산과 함께, 금남로와 함께 살아온 내과의사 K박사! 결국 나는 그에게 다음처럼 말할 수밖에 없었다. “공사가 지연된다고, 문화중심도시추진단이 5월단체를 상대로 법원에 ‘공사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은 모양이 안 좋습니다. 이 문제를 ‘법적’으로만 풀어가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또 문화중심도시 조성위원장이 이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도청별관 철거와 관련해 입장을 밝혀주라는 편지를 냈다고 하는데 그것 역시 좁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먼저 전 광주시민 차원에서 의견을 물어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5·18은 어떤 특수계층이 아니라 광주시민 모두의 참여로 일어난 민주항쟁이기 때문입니다. 한마디 붙이고 싶습니다. 30년전쟁(1618~1648년)을 베스트팔렌조약으로 종결지은 역사의 현장 독일의 ‘뮌스터시청’은 361년이 지난 오늘날도 벽돌 한 장 허물지 않고 그대로 보존하고 있더군요. 뮌스터 시는 우리에게 고 김수환 추기경이 공부한 800년 역사의 뮌스터대학으로도 유명합니다. 네, 이제 우리들도 그것을 배워야 합니다. 옛 역사를 빼앗기지 않아야 새로운 시대가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김준태 시인
  • 5·18단체들 끝없는 분란 ‘눈총’

    5·18 단체들이 최근 옛 전남도청 철거 문제 등으로 단체간의 갈등이 그치지 않으면서 시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18일 5월단체에 따르면 전날 5·18구속부상자회는 아시아문화전당 설계안을 존중해 별관 철거에 동의하고, 8개월째 진행 중이던 농성장을 철수했다. 그러나 5·18유족회와 5·18부상자회는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유족회 등은 이날 문화체육관광부의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이 이달 말부터 공사 재개를 알리는 기자회견장을 점거해 몸싸움을 벌이는 등 갈등을 빚었다. 또 5·18기념재단 이사장 선출을 둘러싼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5·18기념재단은 최근 이사장 선출을 위해 이사회를 열었으나 5월 관련 단체들의 항의에 부딪혀 선출이 또다시 무산됐다. 이들 단체는 “후보 재공모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사장 선출을 끝까지 막겠다.”고 밝혀 재단의 파행 운영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5·18과 관련된 각종 현안 사업 추진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당장 1년 앞으로 다가온 5·18 30주년 행사 준비와 몇년째 끌어온 5월 단체 통합 등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5·18구속부상자회와 5·18부상자회, 5·18유족회 등 3개 단체는 지난해 말 ‘5·18 정신 계승의 실질적인 주체로 새롭게 출발하겠다.’며 통합을 위한 공법단체 추진을 선언한 바 있다. 이런 갈등과 내분이 끊이지 않으면서 5월 단체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한 시민은 “5월 단체가 현안마다 내부 갈등을 빚으면서 지역의 이미지마저 나빠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5월 단체의 한 관계자는 “단체간 이견은 있으나 30주년 기념행사와 단체통합은 별개의 문제인 만큼 향후 머리를 맞대고 풀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전남 ‘한우 직판장’ 열풍

    전남 ‘한우 직판장’ 열풍

    전남의 주요 길목마다 들어선 한우 직판장이 소비자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전남 장흥 토요시장 내 한우직판장이 대박을 터뜨리자 우후죽순 격으로 앞다퉈 매장이 문을 열고 있다. 18일 전남도에 따르면 축협과 생산자단체가 도내 시·군에서 영업 중인 한우직판장은 27개이고 개인들이 하는 곳도 22개에 이른다. 문을 열려고 서두르는 곳도 서너 개에 달한다. 이들 직판장은 육질 부위에 따라 시중가보다 30%에서 절반가량 싸게 팔면서 믿을 수 있다는 신뢰감이 더해져 소비자들에게 인기다. 더욱이 직판장은 차량 통행이 많고 접근성이 편리한 큰 길 주변에 자리해 오가는 손님들로 만원이다. 직판장에서는 대부분 고기를 판 뒤 자체 식당이나 인근 식당에서 구워먹을 수 있어 가족이나 친척 단위 손님들이 애용하고 있다. 직판장에서 친구들과 계 모임을 자주 한다는 회사원 김모(46·목포시 옥암동)씨는 “한우직판장으로 가면 값싸고 질좋은 고기를 양껏 먹을 수 있어 회원들 모두 좋아한다.”고 말했다. 영암 덕진농협은 국도 2호선인 영산강 하구둑 바로 앞에 영암매력한우 직판장을 열고 요리하는 식당도 함께 갖췄다. 이곳은 전남도청을 낀 남악 신도시와 목포시, 해남과 진도로 들어가는 진입로여서 목이 좋은 곳으로 알려졌다. 또 생산자단체인 나주배 한우촌발전협의회는 20일 영산강변인 영산포 풍물시장에서 나주배 한우촌을 연다. 이 직판장은 현재 6단계의 유통구조를 절반으로 줄이고, 암소 한우와 거세우만을 취급해 승부를 낸다. 또 소비자가 직접 구워먹을 수 있도록 지정식당제를 도입한다. 한편 최대 매출을 자랑하는 장흥 토요시장 안 10개 한우직판장의 월 판매액은 줄잡아 21억원(360마리)에 이른다. 순천축협 등 전남 동부권 8개 축협이 순천시 별량면에서 공동운영하는 지리산 순한 한우 명품관도 판매액이 월 3억원을 웃돈다. 무안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옛 전남도청 별관 결국 ‘역사속으로’

    옛 전남도청 별관 결국 ‘역사속으로’

    5·18 단체들의 반발로 2개월 넘게 공사가 중단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이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5월 단체로 구성된 ‘옛 도청보존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12일 잇따라 연 실무진 회의와 집행위원회의에서 박주선 민주당 의원이 제시한 중재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따라 옛 전남도청 별관이 아시아문화전당의 설계대로 철거되고, 대신 5·18상징물 건립이 유력시된다. 공대위 관계자는 “7개월째 진행 중인 농성을 풀고, 아시아문화전당 공사가 빨리 재개돼야 한다는 데 내부 의견이 모아졌다.”고 밝혀 문제 해결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중재안은 ▲공대위의 농성해제 및 철수 ▲아시아문화전당 원래 설계대로 공사 재개 ▲광주시내에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상징조형물 건립 및 건립자문위에 5·18 단체 대표 참가 ▲아시아 문화전당 내 민주평화교류원 운영자문위에 5·18 단체 대표 참여 ▲5·18 30주년 기념행사 때 문광부의 지원추가 및 지원내용 5·18 단체와 협의 ▲공사가 지연된 데 대한 공대위측의 유감 표명 등 7개항으로 돼 있다. 5·18 유족회, 부상자회, 구속부상자회 등으로 구성된 공대위가 박 의원의 중재안을 최종 추인하면 공사 재개 등 향후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의원은 공대위측의 최종 결정이 나오는 대로 이를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추진단 측에 넘길 예정이다. 추진단이 동의할 경우 양측이 서명날인한 합의서를 작성하게 된다. 추진단 관계자는 “그동안 가장 큰 걸림돌은 별관 철거문제였던 만큼 이 문제가 해결되면 곧바로 공사 재개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공대위가 7개월째 줄다리기를 해온 ‘별관 철거’를 전격 수용키로 한 것은 문화전당 공사가 계속 지연되면 여론의 역풍을 맞을 것이란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장기 농성으로 두 달 넘게 공사가 중단된 데다 지난 8일부터는 사업주체인 문광부가 시공업체에 하루 1000만원이 넘는 지체보상금을 물어야 할 판이어서 이 역시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추측이다. 한편 공대위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부지 내 옛 도청 별관의 보존을 요구하며 지난해 6월24일부터 천막농성을 벌여왔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광주 光엑스포 과학·예술 축제로

    광주 光엑스포 과학·예술 축제로

    ‘미래를 켜는 빛’이란 주제의 ‘2009광주세계광엑스포’(10월9일~11월5일)의 윤곽이 밝혀졌다. 광주시는 11일 가진 광엑스포 세부실행계획 최종 보고회에서 주제전시 등 구체적 일정을 확정했다. 행사는 ▲9개 전시관으로 구성된 주제전시 ▲세계빛도시 연합(LUCI) 연차 총회를 비롯한 국내외 1000여 광(光)기업과 세계 석학의 초청강연 등이 펼쳐질 산업전시·콘퍼런스 ▲화려한 빛을 이용한 ‘빛의 축제’ 등으로 이뤄졌다. 주제전시는 과학의 빛·첨단기술의 빛·산업의 빛·문화예술의 빛 등 부제로 나눠 상무지구 김대중컨벤션센터와 금남로 등 옛 도심에서 열린다. 전시에는 빛주제영상관·빛우주누리관·빛하늘모험관·빛과학체험관 등이 설치, 운영된다. 이 전시에서는 우주 생성부터 신성장산업으로서 빛의 역할, 예술 속에서 만나는 빛의 즐거움 등을 보여 준다. ‘빛주제영상관’은 빛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과학적 에피소드를 3차원 입체영상으로 구현했다. 광주 출신 국내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박사의 꿈이 담긴 ‘빛우주누리관’은 우주에서 광기술의 무한한 상상력을 선뵌다. 또 ‘빛하늘모험관’은 국내 빛 관련 첨단 항공기술을 체험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항공기와 항공기 첨단장비 전시를 공군측과 협의 중이다. ‘빛과학교육관’은 교사와 학생들에게 빛의 원리를 기초로 하는 다양한 과학활동을 제공할 예정이다. ‘광주, 빛으로 물들다’란 테마로 열리는 ‘빛 축제’는 옛 전남도청 일대에서 열린다. 거리·건물 경관 조명과 건물 영상조명 쇼로 이뤄진 빛 디스플레이와 각종 공연·멀티미디어 쇼·불꽃놀이 등으로 이뤄진다. 축제는 세계적 빛축제의 대가 프랑스의 알랭 길로가 총감독을 맡는다. 프랑스 파리와 리옹, 중국의 상하이 등에서 선보인 그의 예술적 성과를 광주에서도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0월19일부터 4일간 열리는 세계빛도시연합(LUCI) 연차총회는 광주가 세계 도시네트워크의 구심점으로 작용할 중요 행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 관계자는 “행사를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빛 축제로 만들고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용어 클릭 ●세계빛도시연합(LUCI) 지난 2002년 프랑스 리옹 시가 ‘빛을 이용한 도시문화 재창조’를 기치로 세계적 빛의 도시들을 규합, 창립한 국제기구다. 현재 22개국 53개 도시와 필립스 등 20여 국제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국내에선 서울·광주·인천·김해가 가입했다.
  • [2009 별을 쏜다] (10) 男체조 차세대 에이스 김수면

    [2009 별을 쏜다] (10) 男체조 차세대 에이스 김수면

    “새해 제 소망요? 운동하면서 다치지 않는 거요.”본격 훈련에 앞서 준비운동을 하던 남자 체조 차세대 에이스 김수면(23·한국체대4년)은 이렇게 말했다. 태릉선수촌의 기상시간은 새벽 6시. 매일 저녁 7시까지 이어지는 체력보강훈련과 기술훈련을 반복하다 보면 지루할 만도 하지만, 준비운동 단계부터 그의 눈빛은 진지했다. “운동을 마치면 사우나에 가서 몸을 푸는 게 제 컨디션 유지의 비결이죠.” 김수면이 몸 관리를 중요시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을 2개월여 앞둔 6월 체조국제연맹(FIG) 월드컵이 중국 톈진에서 열렸다. 그날 따라 느낌이 안 좋았던 그는 결국 시합 도중 발목 부상을 당했다. 올림픽까지 2개월도 남지 않은 터라 비상에 걸렸다. 수중 재활치료까지 했지만 발목은 쉽게 낫지 않았다. 결국 완치되지 않은 채로 올림픽에 나섰다. 이미 마루와 도마에서는 세계적인 기량(스타트 점수가 세계 5위권)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메달을 기대하기는 무리였다. “평소 컨디션이었다면 메달을 딸 수도 있었는데, 부상 탓에 두 달 동안 훈련량이 절반으로 줄어든 게 아쉬웠죠. 런던에서는 마루, 개인종합 모두 금메달을 따고 싶어요.” 올림픽의 아픈 기억을 뒤로 하고 나간 지난해 11월 제4회 아시아체조선수권대회(카타르)에서 그는 마루 1위, 안마 2위, 개인종합 3위로 3개의 메달을 목에 걸며 차세대 선두주자의 입지를 굳혔다. 이미 그는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의 막내로 출전, 생애 첫 국제대회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양태영과 김대은을 이을 유망주로 주목받았던 실력파. 김수면은 먼저 체조를 시작한 형 영민(24)을 따라 포철서초교 2학년 때 우연히 체조에 입문했다. 어머니 송정희(52)씨를 따라 형이 체조하는 걸 구경하러 갔다가 감독의 눈에 띈 것. 그는 포철중·고교를 거치면서 한눈 팔지 않고 체조에 열중한 끝에 고교 2학년 때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또 고교 3학년 시절 전국체전 등 전국대회에서 잇따라 개인종합 1위에 오르며 남자 고등부의 최강자가 됐다. 하지만 2006아시안게임을 준비할 때 슬럼프가 찾아왔다. 그는 마음을 추스르며 정면으로 부딪쳐 보기로 했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반열에 당당히 올랐다. 그는 “어떻게 해야 되나 막막했죠. 잠을 못 이룰 때는 정말 괴로웠어요. 혼자 밤에 나와 리듬을 찾기 위해 개인운동도 하고 운동 훈련량도 늘리면서 노력으로 극복했죠.”라며 씩씩하게 웃었다. 김수면은 최근 포스코건설과 계약금·연봉 포함, 1억 5000만원선에서 입단 계약을 마쳤다. 정신적 안정으로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 2년 전 김대은(25)과 김승일(24)이 전남도청에 입단하면서 받은 1억 4000만원을 넘는 역대 신인 최고액. 남자 국 가대표 팀 이주형 감독은 “(김)수면이는 순발력과 몸 컨트롤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근력만 좀 붙으면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개인종합 1위도 가능하다.”고 기대했다. 글 사진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호남고속철 앞당겨 건설”

    “호남고속철 앞당겨 건설”

    이명박 대통령은 16일 “새 정부는 지역색과 정치적 논리를 일절 배제한다.”면서 “지역 특색에 맞게 지역이 하고자 하는 열정과 계획에 맞춰 중앙정부는 지원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전남 무안의 전남도청에서 열린 광주·전남 업무보고에서 “이 지역에선 호남고속철을 가능한 한 빨리 앞당겨 건설할 생각을 갖고 있다.”며 “호남고속철이 건설되면 산업과 관광 등 여러 분야에서 발전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중앙정부의 예산집행 문제와 관련, “경춘선 복선 전철화 사업도 당초 예산이 충분히 지원되지 않아 완공시기가 늦어질 뻔했다.”고 소개하면서 “관광자원 개발에 힘쓰고 있는 광주·전남을 위해서라도 호남고속전철이 빨리 완공되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제 광주·전남 지역이 낙후되었다는 과거의 고정관념은 떨쳐버리자.”면서 “첨단소재, 신재생에너지, 광(光)산업 같은 미래지향적 산업 육성에 매진하는 이 지역에는 희망이 있고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은 “신재생 에너지와 연구개발(R&D) 특구 조성, 관광사업 개발에 관한 예산은 우선적으로 내려보내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의 이번 지역 방문은 새해 들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이 올 들어 첫 지방 방문으로 한나라당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호남지역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한편 광주시는 R&D 특구 지정 사업과 자동차부품산업 클러스터 조성 사업 등 6개 현안에 대한 국비 지원 등을 요청했다. 전남도는 영암·해남에 조성 중인 서남해안관광레저기업도시(J-프로젝트) 건설과 관련, 사업부지 내 6개 지구 중 개발계획이 신청된 3개 지구를 조기 승인해주고 나머지 지구의 간척지(73㎢·2226만평) 양도·양수 문제를 매듭지어줄 것을 건의했다. 이종락기자·광주 최치봉기자 jrlee@seoul.co.kr
  • 전남도청 최고품 ‘양란’ 반값 판매

    최대 명절인 설날을 맞아 최고품 양란(심비디움)이 전남도청에서 시중가 절반 이하에 팔린다. 전남도 농업기술원은 20일 무안군 삼향면 도청 1층에서 도내 심비디움 농가들이 재배한 양란을 모아 직판행사를 한다. 화분에 담긴 게 2만원, 하우스에서 가져온 그대로는 1만원. 도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이미 신청받은 양란만 화분으로 7000여개로 1억 5000만원에 이를 정도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양란은 최근 중국 춘절(우리나라 설날)을 맞아 선물용으로 화분당 3만원에 컨테이너 16개 분량(15억원)이 상하이로 수출됐다. 나주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로컬플러스] 목포·광양시 지난해 인구 늘어

    전남 22개 시·군 가운데 목포시와 광양시가 지난해 인구가 불었다. 목포시는 2339명이 는 반면 같은 시 단위인 나주시는 2555명, 순천시 951명, 여수시 306명이 각각 줄었다. ‘철의 도시’인 광양시(14만 2399명)는 광양제철소와 컨테이너부두 등으로 지난해 2664명 등 해마다 인구가 늘고 있다. 목포시 인구는 그동안 내리 줄다가 2005년 11월, 전남도청이 목포시와 경계인 무안군 삼향면으로 옮겨온 이후부터 상승곡선으로 바뀌었다. 목포시에서는 영·유아 양육비, 산모와 신생아 도우미, 임산부 의료비 지원 등 출산장려 종합대책과 도청 신도시 조성 등을 인구 증가 요인으로 꼽았다. 무안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단체장 새해 설계] 박광태 광주시장

    [단체장 새해 설계] 박광태 광주시장

    “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 모든 시민의 지혜를 모으겠습니다.” 박광태 광주시장은 “지방채를 발행해서라도 투자를 확대하는 등 실물경제가 되살아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의 경제 살리기를 위한 신념은 남다르다.경제 살리기는 민선 3·4기 동안 그의 첫번째 단골 공약이었다.국비 확보와 국가사업의 지역 유치에 온 힘을 쏟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간부회의 때마다 “열심히 일하는 공직자는 승진 등 인사에서 우대하겠다.”고 강조한다. 기업유치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공을 세운 직원들은 승진이나 원하는 보직을 받는다. 그렇지 못한 직원은 불이익을 피하기 어렵다. ●광산업·자동차·가전 등 3대 주력산업 그가 내걸었던 경제 살리기 효과는 각종 수치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2002년 5282억원에 불과했던 국비 지원액이 2006년 1조1257억원, 올해엔 1조 6492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이런 덕택으로 광산업을 비롯해 자동차, 디지털생활가전 등 3대 주력산업이 광주 경제를 이끌어 나갈 성장동력 산업으로 자리를 굳혔다. 광주시가 2000년 광산업 육성에 첫발을 내디딜 때만 해도 관련 업체는 47개, 매출액은 1136억원에 불과했다. 당시 벤처기업 수준에 머물던 기업들은 시의 지원 등에 힘입어 성장을 거듭했다. 지금은 매출액 100억원을 넘는 기업 10여개를 비롯해 300여 업체가 광통신, 발광다이오드(LED)소자, 광정밀 부품 등을 생산하고 있다.이들 업체의 전체 매출액은 1조 2000억원을 넘어섰다. 불과 8년여만에 국비 등 7000여억원을 투입해 이뤄낸 성과이다. 올부터 2012년까지 3단계 사업 기간엔 527억원이 추가 투입된다. LED와 광가입자망(FTTH) 서비스 개발 확대가 주요 목표이다. 이를 통해 2010년엔 관련 기업을 402개, 고용 3만 2000명, 매출액 7조 2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복안이다. 또 10월엔 ‘세계광엑스포’를 열어 광산업 도시로서의 이미지를 알리고, ‘빛의 도시’란 브랜드도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와는 별도로 클린디젤자동차 부품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한다. 반면 시는 현재까지도 정부가 요구해온 ‘5+2광역경제권 개발계획’의 선도산업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호남권을 2개로 분리하는 광역경제권 재조정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이를 대체하는 지역 프로젝트인 ‘클린 디젤자동차’ 분야의 전폭적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저탄소 녹색성장 시대에 걸맞은 차세대 자동차 산업을 선점하겠다는 의지이다. 이를 위해 2015년까지 3000억원을 투자,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술개발과 기업 지원에 나선다. 신재생 에너지 사업 육성에도 박차를 가한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탄소은행제를 도입, 운영하고 있다. 이는 각 가정에서 에너지 사용을 줄여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인 만큼 현금으로 되돌려 주는 제도이다. 2014년 세계수소에너지대회를 유치해 놓고 있다.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에 들어서는 한국전력거래소에 ‘탄소배출권 거래소’ 유치를 추진 중이다.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해 첨단부품 소재·디자인·문화콘텐츠 등 4대 전략산업의 기반구축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한다. ●녹색에너지·문화중심 도시 광주 건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사업도 본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옛 전남도청 별관 철거문제로 공사가 일시 중단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정상화한다. 이 사업에는 2004~2023년 국비 2조 7679억원 등 모두 5조 2912억원이 투자돼 아시아 문화 허브로 육성된다. 이 밖에 노인건강타운 개원, 2015년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유치, 제3순환도로 개설 등 현안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박 시장은 “녹색 에너지, 광산업 등 미래를 선도하는 산업 기반을 구축하고, 그 위에 문화도시로서의 이미지를 덧씌워 꿈과 희망이 넘치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글 사진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행정구역 개편을 말한다] 행정구역개편 가상 시나리오

    [행정구역 개편을 말한다] 행정구역개편 가상 시나리오

    새해 아침,지리산 정상인 천왕봉(해발 1915m).산 아래 마을인 함양,산청,하동,남원,구례 등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내뱉는 구수한 사투리로 영·호남 사람들이 모이는 화개장터처럼 왁자지껄했다.천왕샘에서 약수물을 떠서 건네며 “와따 친구 반갑네잉.올해는 소원풀이 하소잉. 니도 복 많이 받어뿌라마.” 잠시 후 먼 산 너머에서 이글거리는 불덩어리가 불끈 솟아 햇살을 비추자 환호하는 메아리가 울림으로 되돌아왔다.경제권,생활권,개발권을 중심으로 경상도와 전라도를 아우르는 ‘지리산’ 통합시가 생겨나면서 지역감정이 눈 녹듯 사라지고 이웃 사촌끼리 트고 지내는 미풍양속이 되살아났다.행정구역 개편에 따른 일상을 가상 시나리오로 엮어봤다. ●지리산처럼,섬진강처럼 포근하게 산을 내려온 몇몇이 하동군 화개면 화개장터에 모여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덕담을 건넸다.“우리들끼리 언제 경상도,전라도가 있었나.그래서 인자 맘이 놓이네.”화개장 손님들은 구례군 토지면과 구례읍 사람들이 더 많다.반대로 화개면 주민들은 하동장이 아닌 구례읍장 단골손님들이다. 구례 토박이인 구제훈(64·토지면 기촌마을)씨는 “마을에서 2㎞ 떨어진 화개장터는 어릴 때부터 자주 다닌 장이고 거기 사는 서재근,정재은이가 친구여서 늘 만난다.”고 자랑했다.토지면과 화개면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서로가 분별없이 잘 지내다가 지역감정으로 조금 꺼림칙했으나 이런 거 저런 거 다 사라지니까 다들 좋아한다.”고 전했다.같은 생활권인 구례와 하동,함양군 등 산사람들이 지리산 품처럼 통크게 합쳐지면서 부쩍 내왕이 잦아지고 농산물 판매량이 늘었다. ●먼 친척보다 이웃사촌 “지역감정 몰라요” 구례읍사무소에서 20년 넘게 근무하던 이모(50)씨는 새해부터 경남 함양군 마천면사무소로 출근했다.이씨는 “마천면에 홀로 사시는 장모님이 거동이 불편해 외동딸인 아내가 병수발을 맡기로 했다.”고 설명했다.광양시 다압면사무소도 새해부터 사무실 분위기가 한결 밝아졌다.섬진강 다리 건너 하동읍에 사는 신참 여직원 2명이 기능직에 배치되면서부터다.구례군 토지면 이일권(54·중기마을)씨는 “우리 마을 40가구 가운데 대여섯 가구는 경상도에 처가가 있고 행정구역이 통합되면서 영·호남이 한 가족이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지리산 칠선계곡을 사이에 두고 위아랫마을인 경남 함양군 마천면과 전북 남원시 산내면도 교류가 잦아졌다.함양에는 남원댁이,남원에는 함양댁이 적잖다.마천면사무소 남자 직원은 “주민 가운데 50대 후반만 하더라도 두 지역에서 혼사를 자주 했는데 1980년대 후반부터 지역감정으로 거의 막혀 아쉬웠다.”고 웃었다. ●아직까지는 영~ 어색하구먼 많게는 4~5군데 군이 합쳐져 통합시가 됐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어색하다.전남 중·남부권인 고흥·장흥·보성·화순군이 합쳐졌으나 일부는 “어디 사냐고 물어보면 통합시를 말해야 할지 나고 자란 고향을 내세워야 할지 모르겠다.”고도 불평했다. 1000여명에 이르던 전남도청 직원들도 대부분 고향과 연고지의 시·군청으로 전진배치됐다.고위 직급은 한정되고 직원들이 넘치면서 눈치보기,편가르기,연고찾기가 더 심해졌다.예산을 맡은 한 공무원은 “옛날에는 도청을 통해 국비를 받아 쓰니까 일하기가 편했는데 정부에서 직접 예산을 관장한 뒤로는 현지 사정도 모른 채 까다롭게 군다.”고 불만을 터트렸다.통합시장은 지역별 재경 향우회가 통합이 안 되고,그대로 유지되면서 참석에 부담을 느낀다고 하소연했다.연례행사였던 읍·면·동별 체육대회는 군 대항으로 규모가 커지면서 횟수가 줄었고 주변 상인들의 거친 항의로 통합 이전 군 단위로 돌아가면서 열린다. ●‘2012년 여수 세계박람회´ 남해안축제로 발돋움 전남 여수시가 2007년 말 2012년 세계박람회 개최지로 결정되면서 한동안 경남 쪽에서 “우리가 들러리냐.”는 등 볼멘소리가 들렸다.그러나 지금은 정반대다.호화 유람선이 그림 같은 남해안 일대를 오가면서 육지와 바다를 잇는 거점별 테마 관광이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김용우(52) 여수시 기획계장은 “여수 세계박람회 방문객들이 여수는 물론 순천,광양,고흥과 경남 하동,진주 나아가 부산까지도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하승완(57·지방자치) 조선대법대 교수는 “행정구역 통합은 예산을 통한 중앙정부 직접 통제 강화로 풀뿌리 지방자치를 뿌리째 흔드는 잘못된 일”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무안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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