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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명의 窓] 길고양이의 보은/정찬주 소설가

    [생명의 窓] 길고양이의 보은/정찬주 소설가

    저수지 쪽으로 산책하다가 산골짜기에서 가끔 길고양이와 마주치고는 했다. 한 마리는 검은색이고 또 다른 녀석은 갈색인데 두 마리 다 비쩍 말라 홀쭉했다. 산속에서 먹이라고는 날지 못하는 다친 새나 들쥐밖에 없었을 터. 늘 굶주린 모습인 녀석들은 나를 경계하여 슬금슬금 숲속으로 숨었는데 짠한 생각이 들곤 했다. 눈인사라도 나누고 싶어 다가서면 더 멀리 도망쳤다. 나와 낯이 익어서일까. 지난달부터는 검은 길고양이가 내 산방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녀석은 절대로 앞마당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의심이 많아서인지 뒤쪽 담을 타고 넘어와 부엌을 기웃거리다가 사라졌다. 측은한 마음이 들어 사발에 생선을 주어도 처음에는 잘 먹지 않았다. 이리저리 어슬렁거리다가 돌아가곤 했다. 그러나 불볕더위에 시달렸던지 요즘에는 태양광 그늘에서 대담하게 휴식을 취했다. 뱀을 물고 와 자랑하듯 태양광 그늘에 놓고 가기도 했다. 녀석은 내가 무엇을 저어하는지 잘 모를 수밖에. 산중 생활 16년이 됐지만 아직도 정을 붙이지 못한 생명이 있다면 혀를 날름거리는 뱀인 것이다. 녀석의 출현은 반갑지만 태양광만 보면 답답해진다. 석 달째나 무슨 기기가 고장 났는지 전력을 전혀 생산해 내지 못하고 있다. 작년 여름에는 한 달에 5만~6만원어치 전기를 생산했는데 지금은 무용지물이 돼 있다. 도회지라면 전기회사를 찾아가 문제를 삼았겠지만 산중이라 전화 말고는 항의할 수단이 없다. 폐업했는가 싶었지만 남자 직원이 전화는 받고 있다. 후배에게 누진제에 대한 전화 강의를 한 시간 동안 들은 바 있어 전기계량기 검침원을 마주칠까 두려울 뿐이다. 그러나 검침원은 오토바이를 타고 곡예를 하듯 달려온다. 햇살에 피부를 보호할 목적인지 복면 같은 망사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닌다. 그렇다고 그가 밉상이라는 것은 아니다. 계량기에 문제가 발생하면 누구에게나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사내다. 지지난달에 태양광 계량기에 0이 찍혔다고 말해 준 이도 그 사내였다. 0이 찍혔다는 것은 태양광이 전기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어제는 전기 검침원을 마당에서 마주치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또 검은 길고양이가 제법 긴 뱀을 물고 왔다가 놓고 갔다. 내가 혀를 끌끌 차자 검침원이 “고양이에게 밥을 줍니까?” 하고 물었다. 그의 말에 내가 “가끔 밥을 주지요” 하고 말하자 검침원이 “고양이가 제 딴에는 은혜를 갚으려고 뱀을 물고 온 것입니다”라고 알려 주었다. 검침원이 덧붙여서 “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않는다면 뱀을 물고 오지 않겠지요”라고 말했다. 검침하느라고 농가들을 드나들며 보고 들은 게 많은 그의 설명이기에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올해 9살이 된 검둥개 지장이를 보니 그의 말이 맞는 듯하다. 지장이도 이따금 두더지나 뱀을 잡아 제 집 앞에 보란 듯이 놓아 두곤 했던 것이다. 나는 단순히 맹견 본능이 있어 그런 줄 알았는데 먹이를 챙겨 주는 내게 보은한답시고 그랬던 것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는 지장이가 살생할 때면 야단쳐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려 줘야겠다. 물론 검은 길고양이나 지장이 처지에서는 내게 보은하고자 그랬을 터이다. 은혜를 잊지 않기는커녕 원수로 갚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세상인가. 이달 내 통장에서 빠져나갈 누진제 전기료에 대한 공포를 잠시나마 잊게 해준 길고양이의 보은이 새삼 고맙지 않을 수 없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집 안에 물어다 놓은 뱀을 사립문 밖의 보이지 않는 풀숲에 버리고 왔지만 말이다.
  • 0.4%…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16개월 만에 최저

    0.4%…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16개월 만에 최저

    저유가와 정부의 전기요금 인하 조치 등으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폭염 탓에 배추, 시금치 등 채소 가격이 껑충 뛰었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0.4% 올랐다. 올 들어 가장 낮은 상승폭이다. 지난해 4월(0.4%) 이후 최저치이기도 하다. 통계청은 석유류 가격이 지난해 같은 달 대비 8.8% 떨어지면서 물가 상승률을 0.37% 포인트 끌어내렸다고 분석했다. 이례적인 찜통더위에 정부가 7~9월 전기요금을 한시적으로 내리면서 전기·수도·가스 등 공공요금 가격이 12.6% 떨어졌다. 그 덕에 물가 상승률은 0.57% 내려갔다. 신선채소 가격은 폭염 때문에 큰 폭으로 올랐다. 배추(58.0%)와 풋고추(30.9%), 시금치(30.7%)의 가격 상승폭이 컸다. 생선과 조개류 등 수산물 가격 지수도 1년 전보다 7.9% 올랐다. 유수영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전기요금 인하 효과를 빼면 지난달 물가 상승률은 0.8% 수준”이라면서 “저유가 효과가 점차 축소되면서 물가 하방(하락) 압력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서울시 살리는 반짝반짝 아이디어] ‘제로 에너지’ 노원

    [서울시 살리는 반짝반짝 아이디어] ‘제로 에너지’ 노원

    서울 노원구가 에너지 자급자족을 꿈꾸며 실험적으로 지은 ‘제로 에너지 주택’이 20여년 만의 최악 폭염 속에서 효용성을 입증했다. 한 달 동안 에어컨을 온종일 틀어봤는데 전기료가 일반주택의 7분의1 수준으로 나왔다. 앞으로 원자력발전소가 줄어들면 전기료 인상 가능성이 크기에 노원구의 실험은 전국으로 확산할 필요가 있다. 노원구에 따르면 제로에너지실증단지연구단은 지난 7월 하계동의 실험용 주택(59㎡)에서 냉방 등의 에너지 효율을 조사했다. 실험은 한 달 내내 실내 기온을 25도로 유지하기 위해 24시간 에어컨을 틀어놓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한 달간 냉방에 사용된 에너지는 233로 요금이 5만원 나왔다. 같은 넓이의 일반주택에서 동일하게 냉방하려면 700(37만 4000원)가 든다. 실험용 주택에 살면 일반 주택과 비교해 전기료를 86%가량 절약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노원구는 서울시, 명지대와 손잡고 2013년 국토교통부의 제로 에너지 실증 단지 사업을 따냈다. 내년까지 하계동 1만 7728㎡ 터에 화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아파트와 단독주택 121가구를 만드는 것이다. 구는 단지 조성에 앞서 실험용 주택을 짓고 제로 에너지 주택의 문제점을 찾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제로 에너지 주택은 외벽을 일반주택보다 5배 두껍게 만들고 창문도 2중 유리창 대신 3중 유리창을 써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했다. 또 지붕과 벽면 등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에너지를 모으고 지열을 사용하는 보일러 등도 사용한다. 특히 노원 지역은 아파트가 밀집한 ‘베드타운’이어서 제로 에너지 주택이 앞으로 확산되면 상당한 에너지 절감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김성환 노원구청장은 “폭염과 이상기후를 이길 수 있는 대안으로 제로 에너지 주택의 힘이 확인됐다”면서 “영국 런던의 제로 에너지 하우스인 베드제드처럼 노원 제로 에너지 주택단지도 세계 각국의 정책당국자가 견학 오는 명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현장 행정] 도봉 혁신교육행정… 학교 찾아 이사온다

    [현장 행정] 도봉 혁신교육행정… 학교 찾아 이사온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 친구를 위한 엘리베이터가 우리 학교에 있으면 좋겠습니다. 또 태양열 전지를 설치해서 전기료를 절약했으면 합니다.” 이동진 도봉구청장이 31일 도봉동 도봉초등학교를 찾아 학부모와 학생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구청장 학교 현장의 목소리 듣기’ 시간을 가졌다. 도봉초 6학년 노아군의 제안에 이 구청장은 “인권 감수성과 환경의식이 담긴 아주 좋은 제안”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학부모 대표가 이미 도봉구 2개 학교 옥상에 ‘햇빛발전소’란 지역 협동조합이 태양열 전지를 설치했으며, 옥상 공간 임대료를 장학금으로 쓴다고 설명했다. 도봉구는 2년 전 서울시 혁신교육지구로 처음 선정돼 매년 20억원의 예산을 교육에 투자하고 있다. 시와 교육청이 각 7억 5000만원, 구가 5억원을 더해 방과후교실 운영과 마을학교, 야간자율학습 지원 등에 쓰고 있다. 이 구청장은 도봉지역 47개 학교 가운데 23곳을 9월 말까지 직접 찾는다. 이날 방문한 도봉초는 그가 6년 전 처음 구청장에 당선됐을 때 교장이 “우리 학교에는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호소할 정도로 열악한 곳이었다. 하지만 이 구청장은 어려운 구 재정에도 매년 5000만원씩을 꾸준히 지원했고, 그 결과 도봉초는 다시 태어났다. 학생 숫자가 빠르게 줄어드는 학교에서 모심기, 벼 베기를 학교에서 할 정도로 자연과 함께하는 혁신교육이 알려지면서 학부모들이 도봉초에 자녀를 보내기 위해 이사를 할 정도로 바뀌었다. 이 구청장은 혁신학교가 서울시에 하나도 없을 때부터 혁신교육행정을 펼치겠다는 ‘겁없는 공약’을 내놓았고 이를 실천했다. 그는 “유니세프에서 인증하는 아동친화도시 모델로 프랑스를 찾은 적이 있는데 아기부터 큰 어린이까지 한 어린이집에서 놀더라. 답을 짐작했지만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큰 어린이들이 아기를 돌보면서 배려와 도와주는 마음을 배운다’고 했다”면서 “우리 도봉지역 청소년이 초등학교 때부터 경쟁하는 게 아니라 함께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 구청장은 도봉구가 올해 대한민국에서 세 번째로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로 지정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내년에는 전국 최초로 문화예술 교육센터를 갖춘 문화예술교육특구로 지정받을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의 혁신교육지구 예산은 내년부터 구별로 연간 3억~11억원 줄어들어 초등학교 방과후교실 등에 타격이 있을 전망이다. 이 구청장은 “서울시나 교육청의 지원 예산이 줄면 구에서 최우선적으로 교육지원 예산을 편성할 것”이라면서 “혁신교육에는 조그만 타협도 없이 계획대로 밀고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군대 참 좋아졌지만…그래도 다시 가기는 싫습니다”

    “군대 참 좋아졌지만…그래도 다시 가기는 싫습니다”

    이쯤 되면 “군대 참 좋아졌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합니다. 30일 정부가 발표한 내년 예산안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국방 예산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병영생활 개선에 쓰는 나랏돈입니다. 일단 모든 병영생활관에 에어컨이 보급됩니다. 부대 생활관에 설치비 포함 580억원을 들여 모두 3만 709대를 놔줍니다. 전기료 폭탄 걱정하지 마세요. 6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매일 6시간씩(낮 1시간 30분, 밤 4시간 30분) 트는 것을 전제로 50억원의 전기료 예산도 편성했으니까요. 찜통 같은 무더위에 서는 경계 근무도 한결 시원해집니다. 1개 사단(635명)의 휴전선감시초소(GP)와 일반 전초(GOP) 경계병에게 1벌에 15만 8000원인 아이스조끼가 시범적으로 지급됩니다. 상병 기준으로 2012년 9만 8000원이던 봉급은 내년에 19만 5000원으로 2배 오릅니다. 잘 먹고 힘내서 나라 지키라고 급식비도 1일 7334원에서 7481원으로 150원 정도 오릅니다. 신세대 장병의 입맛을 충족시킬 민간 조리원은 1767명에서 1841명으로 74명 늘어납니다. 좋은 소식 또 있습니다. 지퍼 달린 얼룩무늬 더플백(의류대, 보통 ‘따블빽’이라고 부르죠)이 새롭게 보급됩니다. 자대 배치받은 다음, 가방 속 짐을 무작정 침상 위에 쏟아 붓는 풍경이 사라지려나요? 책을 읽으면서 차 한 잔의 여유를 누릴 수 있는 독서카페도 좋아진다 합니다. ‘맥심’ 대신 고전도 한 번 읽어봅시다. 보급용 생활용품 개선에 502억원이 들어갑니다. 이병과 일병의 서글픈 상징인 등에 허연 땀자국 밴 전투복을 입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1벌씩만 주던 여름용 얇은 전투복, 즉 하계전투복이 2벌 지급됩니다. 부지런히 빨아 돌려 입으면 ‘차도남’ 버금가는 군인은?. 역시 무리겠지만요. 국군 역사상 최초로 맵시 좋은 드로즈형 팬티도 나옵니다. 지금까지는 삼각팬티나 트렁크형 팬티만 줬습니다. ‘짬’이 되는 상·병장들은 오래전부터 ‘사제’ 팬티를 입었지만 어쨌든 기쁜 소식입니다. 다만 군 복무 기간 중 1인당 1장씩만 지급된다 하니 구멍 날 때까지 열심히 입어야겠습니다. 브랜드는 물론 ‘브레이브 맨’이고, 용맹한 얼룩무늬입니다. 얼마 쓰지 않으면 곰팡이 냄새가 나던 세면주머니(이른바 ‘세면백’)도 물빠짐이 좋고, 칫솔, 면도기, 비누, 샴푸, 바디클렌저를 구분해서 담을 수 있는 세련된 모양의 제품으로 바뀝니다. 겨울 생활모로 ‘비니’가 지급됩니다. 지금까지는 중국 인민해방군 아니면 북한 인민군 동계모와 비슷한 털모자를 물려가며 썼잖아요. 내년 겨울엔 멋 좀 내봅시다. 오이·알로에 비누 외에 샴푸를 나눠줍니다. 고급까진 아니어도 괜찮은 브랜드로 넣어주길 바랍니다. 군인 머릿결도 소중하니까요. 아쉽게도 클렌징 폼은 내년에도 안 준다고 하네요. 공용으로 적당히 사이즈 맞춰 돌려 입던 정비병, 전차병, 취사병의 작업, 전투, 조리복도 개인별로 지급됩니다. 군대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지만 그래도 다시 가고 싶지 않는 게 남자의 마음입니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군대 참 좋아졌지만…그래도 다시 가기는 싫습니다”

    “군대 참 좋아졌지만…그래도 다시 가기는 싫습니다”

    이쯤 되면 “군대 참 좋아졌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합니다. 30일 정부가 발표한 내년 예산안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국방 예산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병영생활 개선에 쓰는 나랏돈입니다. 일단 모든 병영 생활관에 에어컨이 보급됩니다. 부대 생활관에 설치비 포함 580억원을 들여 모두 3만 709대를 놔줍니다. 전기료 폭탄 걱정하지 마세요. 6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매일 6시간씩(낮 1시간 30분, 밤 4시간 30분) 트는 것을 전제로 50억원의 전기료 예산도 편성했으니까요. 찜통 같은 무더위에 서는 경계 근무도 한결 시원해집니다. 1개 사단(635명)의 휴전선감시초소(GP)와 일반 전초(GOP) 경계병에게 1벌에 15만 8000원인 아이스조끼가 시범적으로 지급됩니다. 상병 기준으로 2012년 9만 8000원이던 봉급은 내년에 19만 5000원으로 2배 오릅니다. 잘 먹고 힘내서 나라 지키라고 급식비도 1일 7334원에서 7481원으로 150원 정도 오릅니다. 신세대 장병의 입맛을 충족시킬 민간 조리원은 1767명에서 1841명으로 74명 늘어납니다. 좋은 소식 또 있습니다. 지퍼 달린 더플백(의류대)이 새롭게 보급됩니다. 자대 배치받은 다음, 가방 속 짐을 무작정 침상 위에 쏟아 붓는 풍경이 사라지려나요? 책을 읽으면서 차 한 잔의 여유를 누릴 수 있는 독서카페도 좋아진다 합니다. ‘맥심’ 대신 고전도 한 번 읽어봅시다. 보급용 생활용품 개선에 502억원이 들어갑니다. 이병과 일병의 서글픈 상징인 등에 허연 땀자국 밴 전투복을 입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1벌씩만 주던 여름용 얇은 전투복, 즉 하계전투복이 2벌 지급됩니다. 부지런히 빨아 돌려 입으면 ‘차도남’ 버금가는 군인은?. 역시 무리겠지만요. 국군 역사상 최초로 맵시 좋은 드로즈형 팬티도 나옵니다. 지금까지는 삼각팬티나 트렁크형 팬티만 줬습니다. ‘짬’이 되는 상·병장들은 오래전부터 ‘사제’ 팬티를 입었지만 어쨌든 기쁜 소식입니다. 다만 군 복무 기간 중 1인당 1장씩만 지급된다 하니 구멍 날 때까지 열심히 입어야겠습니다. 브랜드는 물론 ‘브레이브 맨’입니다. 겨울 생활모로 ‘비니’가 지급됩니다. 지금까지는 중국 인민해방군 아니면 북한 인민군 동계모와 비슷한 털모자를 물려가며 썼잖아요. 내년 겨울엔 멋 좀 내봅시다. 오이·알로에 비누 외에 샴푸를 나눠줍니다. 고급까진 아니어도 괜찮은 브랜드로 넣어주길 바랍니다. 군인 머릿결도 소중하니까요. 아쉽게도 클렌징 폼은 내년에도 안 준다고 하네요. 공용으로 적당히 사이즈 맞춰 돌려 입던 정비병, 전차병, 취사병의 작업, 전투, 조리복도 개인별로 지급됩니다. 군대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지만 그래도 다시 가고 싶지 않는 게 남자의 마음입니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계층 격차 심화?···다자녀·대가족 전기요금 할인 ‘강남 3구’에 집중

    계층 격차 심화?···다자녀·대가족 전기요금 할인 ‘강남 3구’에 집중

    낮은 출산율과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정부가 마련한 가정용(주택용) 전기요금 할인 혜택이 서울 내에서 강남·서초·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 3구’에 집중적으로 적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전력공사(한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3자녀 이상 가구’에게 적용되는 주택용 전기요금 할인 혜택을 받은 서울 내 아파트 상위 10곳 중 7곳이 강남 지역에 위치해 있다. 나머지 3곳은 강북 지역 아파트다. 가구원 수가 5인 이상인 가구를 위한 ‘대가족 할인 제도’ 역시 강남 지역 아파트에 주로 적용됐다. 대가족 할인 혜택을 받은 서울 내 아파트 상위 10곳 중 강남 지역 아파트가 2013년에는 8곳, 2014년 7곳, 지난해에는 6곳으로 파악됐다. 올해의 경우에는 서울 내 아파트 상위 10곳 중 4곳으로 그 비중이 줄었다. 한전은 복지 서비스 차원에서 장애인 및 국가유공자(1~3급), 기초생활수급자, 독립유공자, 사회복지시설, 차상위계층뿐만 아니라 대가족 및 3자녀 이상 가구에 대해서도 주택용 전기요금 할인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3자녀 이상 및 대가족 할인 혜택을 받고 있는 강남 지역 아파트들은 강동구의 둔촌아파트, 송파구의 올림픽선수촌, 강남구의 은마아파트, 서초구의 반포자이아파트, 강남구의 도곡렉슬아파트 등 ‘고급 아파트’인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최근 3자녀 이상 가구 할인 제도가 적용된 서울 아파트의 할인 금액을 보면 2014년에는 강동구 리엔파크3단지, 지난해에는 반포자이가 가장 큰 혜택을 입었다. 2014년 리엔파크3단지 234가구가 총 2051만 1000원의 전기요금을 할인 받았고, 지난해 반포자이는 222가구에 걸쳐 총 2240만 3000원의 전기요금이 할인됐다. 서울 아파트 내 대가족 가구를 분석한 결과 2012년, 2013년 모두 반포자이에 가장 큰 전기료 혜택이 적용됐다. 2012년에는 247가구가 전기료 총 3121만 4000원을, 2013년에는 244가구가 전기료 총 3003만 1000원을 할인받았다. 유 의원은 “에너지 복지 차원에서 시작된 3자녀 이상 및 대가족 할인제도가 부자 동네인 강남 지역 아파트 거주자들의 전기료를 할인해주면서 계층 간 갈등을 더욱 부추기는 왜곡된 결과를 낳고 있다”면서 “소외계층에게 전기요금 할인 혜택이 더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전기료도 통신료처럼 ‘선택제’… 당정, 11월까지 개편

    정부와 새누리당은 전기요금도 통신요금처럼 생활 방식에 따라 요금제를 선택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당정은 26일 국회에서 ‘전기요금 당정 태스크포스(TF)’ 2차회의를 갖고 소비자의 선택 범위를 넓힐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고 추경호 의원이 전했다. TF에서는 현재 단일 방식의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는 요금체계를 계절별 또는 시간대별로 다양화해 소비자가 선택하는 방향으로의 개편을 검토할 계획이다. 추 의원은 이와 관련, “지금은 단일 요금체계를 적용하는데 앞으로는 ‘A타입’, ‘B타입’의 요금표를 만들어 소비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걸 선택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TF 공동위원장인 손양훈 인천대 교수도 “지금 전기요금 (체계가) 정해진 오래전에는 삶의 형태가 비슷해 단일 방식의 누진제로 됐는데 이제는 국민들의 삶이 굉장히 바뀌었다”며 “전기 사용 방법도 가구별로 다른 만큼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주권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TF는 이 밖에 누진제의 단계 조정 및 누진율 완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논의하기로 했다. 또 유치원을 포함한 교육용 전기요금과 중소기업의 산업용 전기요금 등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저소득층을 위한 지원 방안도 주요 과제다. 다만 손 교수는 한국전력공사의 민영화 문제에 대해선 “그 문제까지 논의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TF에서는 새로운 요금체계를 11월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겨울철 전기 사용량이 늘어나는 12월부터 새 전기요금 체계가 적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전기료도 통신료처럼…당정 ‘소비자 선택 요금제’ 오는 12월 적용 추진

    전기료도 통신료처럼…당정 ‘소비자 선택 요금제’ 오는 12월 적용 추진

    전기요금도 통신요금처럼 생활 습관이나 사용 방식 등에 따라 요금제를 선택하는 방안이 마련될 전망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부와 새누리당은 26일 국회에서 열린 ‘전기요금 당·정 태스크포스(TF)’ 2차 회의에서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를 주요 논의 과제로 정했다고 추경호 의원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TF는 해외 사례 등을 검토해 현재 단일 방식의 누진제인 요금체계를 계절별 또는 시간대별로 다양화해 소비자가 선택하는 방향으로 개편을 검토할 계획이다. 추 의원은 “지금은 단일 요금체계를 적용하는데 앞으로는 ‘A타입’, ‘B타입’의 요금표를 만들어 소비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걸 선택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TF 공동위원장인 손양훈 인천대 교수도 “삶의 형태가 굉장히 많이 바뀌었고, 전기 사용법도 가구별로 다르다”며 요금체계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용량을 실시간 검침할 수 있는 스마트 계량기 보급 등에 맞춰 요금체계도 바꾸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TF는 또 계절·시간대별 차등 요금을 확대 적용하는 한편, 교육용 전기요금과 중소기업의 산업용 전기요금 등의 인하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 밖에 전기요금에 3.7%를 붙여 걷는 준조세 성격의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의 적정성에 대해서도 따져볼 예정이다. 새로운 요금체계가 마련되는 시점은 오는 11월로 예정됐다. 겨울철 전기 사용량이 늘어나는 오는 12월부터 새 요금체계가 적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현장 행정] ‘베란다 햇볕’도 노원에선 돈이 된다

    [현장 행정] ‘베란다 햇볕’도 노원에선 돈이 된다

    “베란다에 드는 햇볕이 돈이 된다는 생각을 왜 못했는지 몰라요. 에어컨 쓰는 게 덜 무서워졌어요.” 주부 박복숙(62·여·서울 노원구)씨는 2년 전 집안에 작은 발전소를 들였다. 노원구의 권유로 미니 태양광 시설을 베란다에 설치한 것이다. 2인용 책상 크기인 태양광 시설이 매달 만드는 전기는 20 정도다. 월 사용 전기량이 200~300 정도 돼 에너지를 완전히 자급자족할 수준은 못 되지만 전기료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박씨는 “태양광 설치 전 6만 6000원 정도 나오던 전기료가 지금은 4만 8000원 정도 나온다”면서 “누진제 적용 구간보다 떨어지니 전기료가 제법 줄었다”고 말했다. 전국이 여름내 계속된 무더위와 에어컨 사용으로 인한 ‘전기료 폭탄’으로 지쳐 있지만 노원구는 비교적 시원한 여름나기를 하고 있다. 김성환 구청장의 ‘녹색실험’ 덕이다. 에너지 고갈과 환경문제에 관심 깊은 김 구청장은 2010년 취임 이후 마을 단위에서 실천해볼 만한 다양한 녹색 사업을 벌이고 있다. 미니 태양광 보급 사업이 대표적이다. 구는 지역의 모든 건물을 작은 발전소로 만든다는 목표로 아파트와 빌딩 등에 미니 태양광을 보급해왔다. 지역 주민의 집 등에 64만원짜리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면 구에서 최대 48만원을 지원하고 직접 설치해준다. 또 임대아파트 주민 등 에너지 취약계층에는 무료로 태양광 시설을 보급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 때문에 구에는 미니 태양광 장비가 모두 1300여개 설치돼 시내 25개 자치구 중 압도적인 1위를 기록 중이다. 김 구청장은 “미니 태양광 시설을 들여놓으면 전기요금이 적게는 7000원에서 많게는 10만원까지 절약된다”면서 “2018년까지 구 전체 가구의 10%에 미니 태양광을 설치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구의 ‘녹색커튼’도 주목받는다. 녹색커튼은 건물 외벽을 나팔꽃과 풍선초 등 초록 식물로 덮어 실내 기온을 낮추는 방법이다. 구는 지난 6월 중계2·3동과 상계2·3·4·10동 주민센터, 노원정보도서관 등 공공기관과 태량중 등 지역 중학교 3곳에 녹색커튼을 조성했다. 구 관계자는 “녹색커튼 설치로 실내 온도가 2~3도쯤 낮아졌다”면서 “시각적으로도 청량감을 줘 업무 효율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김 구청장은 “전기료 때문에 에어컨을 제대로 못 튼다는 주민의 얘기를 들으면 마음이 안 좋은데 태양광시설과 녹색 커튼 등이 숨통을 틔울 작은 대안이 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친환경 정책을 추진해 지구온난화 해결의 씨앗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40도 찜통집’ 한 달, 온몸으로 견딘 다섯 살

    ‘40도 찜통집’ 한 달, 온몸으로 견딘 다섯 살

    컨테이너집 10년째 사는 가족 전기료 부담돼 에어컨 못 틀어 “아침에 해가 매일매일 뜨니까 땀이 계속 나요. 여름이 없어지고 빨리 시원해졌으면 좋겠어요.” 25일 오후 2시 전남 나주시 세지면의 한 배밭 앞에 발길이 멈췄을 때 다섯 살배기 미소(가명)가 초록색 페인트로 칠해진 컨테이너 안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미소가 태어나기 5년 전부터, 그러니까 미소의 엄마·아빠가 10년째 집으로 쓰고 있는, 미소에겐 다른 집이라곤 경험해 본 적도 생각해 본 적도 없을 컨테이너였다. 기상청은 이날 낮 나주 최고기온이 34도에 이를 거라고 했다. 그러나 장담하건대 컨테이너 안의 온도는 40도를 넘는 게 분명했다. 미소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1시간 동안 땀이 비 오듯 흘렀다. 찜질방이 따로 없었다. 1994년 이후 22년 만에 찾아왔다는 최악의 폭염을 미소는 이 집에서 온몸으로 견뎌 냈다. “미소가 열사병에 걸릴까 걱정된다며 3년 전에 자기가 쓰던 에어컨을 한 친척이 줬어요. 에어컨을 트니 아이고 살겠다 싶었죠. 그런데 전기료 폭탄을 맞았어요. 2만원 나오던 게 10만원 나오더라고요. 그 뒤론 에어컨 틀 엄두를 못 냈습니다. 그래도 올해는 너무 더워 매일 한 시간 정도씩 틀었는데 전기료가 얼마나 나올지 걱정입니다.” 미소 아버지 윤모(50)씨는 연신 땀을 닦아 내는 기자를 보며 미안한 듯 띄엄띄엄 말을 이어 갔다. 원래 컨테이너집에는 지붕이 없었다고 했다. 나무판을 펼쳐 널고 구멍난 부분은 비닐로 덮은 채 10년을 지냈다고 했다. 지난 1일 한 독지가가 플라스틱 지붕을 얹어 준 덕에 한결 나아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비가 오면 창문 틈 사이로 물이 샌다고 했다. 그가 벌목 일을 하며 버는 돈은 월 140만원 정도. 3인 가구 최저생계비(143만원)를 간신히 충족한다. 윤씨는 “미소는 덥다고 말하는 대신 물가에 놀러 가자고 조르는 편”이라며 “이 무더운 집에서 크게 아프지 않고 명랑하게 자라 주는 게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소도 컨테이너 밖 개방된 공간에서 샤워를 할 때는 부끄러움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천막과 스티로폼으로 얼기설기 만든 재래식 화장실에 갈 때는 ‘무섭다’고 말했다. 주거 빈곤에 처한 아이들이 올해는 폭염으로 유난히 힘든 여름을 보내고 있다. 미소처럼 컨테이너에 사는 아이들뿐 아니라 지하 단칸방, 옥탑방에 사는 경우도 더위에 취약하다. 열악한 주거 환경은 아이들의 신체 발육과 정신 건강에 막대한 해를 끼친다. 대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인구주택총조사 자료(2010년)를 토대로 실시한 분석에 따르면 12세 미만 아동 1086만 2616명 중 128만 9335명(11.9%)이 주거 빈곤 아동으로 분류된다. 주거 빈곤은 국토교통부의 최저주거기준에 못 미치는 옥탑방, 지하방, 컨테이너방 등에 거주하는 것을 뜻한다. 최저주거기준에 따르면 3인 가구는 36㎡(약 11평) 이상의 공간에 침실이나 거실로 사용할 수 있는 2개의 공간과 별도의 부엌을 갖추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주거 빈곤 아동들은 폭염에 따른 온열병이 발생할 확률이 높고 곰팡이, 집먼지진드기, 바퀴벌레 등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천식, 결핵, 뇌수막염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고주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책임연구원은 “아동에게 학습 공간이기도 한 집은 인지 발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며 “주거 빈곤 아이들이 일반 아이보다 학업 성취도가 떨어지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4·13 총선에서 주요 정당들이 청년과 노인을 위한 주거정책 공약은 많이 내놨지만 아동 주거정책 공약은 거의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컨테이너 등 극히 열악한 주거 환경에 사는 아동부터 임대아파트나 주거 급여를 제공하는 등 복지가 시행돼야 한다”며 “지난 12일부터 최소한의 주거 여건을 보장하는 주거기본법이 시행됐지만 사실상 구속력이 없는 만큼 구속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 나주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미소양을 돕고 싶으신 분은 아래 계좌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윤미소 아동 지원계좌 농협 / 301-0081-6148-11 /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재단 문의전화 061-274-0041
  • [단독] 8월 전기료 ‘폭탄’ 9월엔 ‘핵폭탄’

    [단독] 8월 전기료 ‘폭탄’ 9월엔 ‘핵폭탄’

    #1. 서울 강동구의 한 단독주택에 사는 김모(53·여)씨는 최근 8월(7~8월 사용분) 전기요금 청구서를 받아 보고 눈을 의심했다. 44만 6560원이라는 요금 폭탄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5월 9만 6400원, 6월 7만 850원, 7월 8만 670원과 비교해 봐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김씨는 “무더위가 시작된 7월 하순부터 선풍기를 틀고 생활했지만 에어컨은 하루 30분 정도만 틀 정도로 전기료에 신경을 썼다”며 “사용량이 전월에 비해 높아졌더라도 5배의 금액을 더 내야 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 경기 수원시에 사는 이민희(31·여)씨는 전기요금 체계인 누진제 때문에 8월 전기요금이 크게 올랐다. 한 달 동안 500kwH를 사용해 누진제 5단계(401~500kwH)에 포함된 것이다. 기본요금은 3850원에서 7300원이 됐다. 특히 1kwH당 전력량 요금이 1단계(0~100kwH까지) 60.7원에서 6.9배 수준인 417.7원으로 오르면서 누진제의 무서움을 제대로 느꼈다. 이씨는 “100kwH를 쓰면 전기요금(기본요금+전력량 요금)이 7350원 정도 나온다. 이보다 5배 많은 전력을 썼을 뿐인데 8월 전기요금은 약 13만원이 나왔다”면서 “누진제로 인한 요금 폭탄에 화가 난다”고 비판했다. 8월 전기요금 청구서가 집으로 날아오면서 누진제로 인한 전기요금 폭탄을 눈으로 확인한 시민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누진제 개편방향에 대해 현행 6단계인 누진제 구간을 3단계로 완화하고 누진율 격차를 3~4배로 줄이거나 산업용 전기 요금이 적정한지 논의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국전력공사는 정부와 새누리당이 태스크포스(TF)에서 대책을 논의 중이고, 이미 전기료 20% 경감 대책을 내놔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시민들의 불만은 9월 전기요금 청구서를 받으면 핵폭탄급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폭염특보가 발령되는 등 무더위가 집중됐던 8월 1일부터 31일까지 요금이 나오기 때문이다.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에 거주하는 최모(56·여)씨는 “얼마 전에 검침하고 갔는데 계량기가 542kwH를 가리켰다. 지난달에는 270여kwH를 썼는데 걱정이 많이 된다”면서 “친구들도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바꾸는 등 자발적으로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당정이 지난 11일 발표한 ‘7~9월 가정용 전기료 20% 경감’ 대책도 불만을 잠재우지 못한다. 아이가 두 명인 허모(44·여)씨는 “8월은 아이들 방학이 있어 에어컨을 많이 켤 수밖에 없다”며 “20% 경감 효과를 본다는데 미봉책에 불과하고 누진세 구간 조정 등 본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TF의 연말 대책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누진 구간을 3단계로 줄이고 누진율도 최고 11.7배에서 3배 정도로 완화해야 한다”면서 “누진율을 완화하면 원가 이하로 전기를 쓰는 1단계 소비자가 내야 할 요금이 올라갈 수밖에 없어 에너지 바우처를 활용해 저소득 가정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적절한 요금으로 가정과 기업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는지를 따져 본 뒤 전기요금 산정위원회를 만들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에너지 절약 팁 얻으러 성대전통시장 가자

    20여년 만의 최악 폭염 탓에 ‘전기료 폭탄’을 걱정하는 시민이 많은 가운데 서울 동작구가 생활 속 에너지 절약 정보를 알리는 행사를 연다. 구는 다음달 2일 오후 2~6시 성대전통시장에서 ‘에너지문화거리 축제’를 개최한다고 23일 밝혔다. 행사는 지역 내 환경단체와 에너지자립마을, 마을공동체 등 단체 15곳의 재능기부와 성대시장 상인회의 협찬으로 진행된다. 환경·에너지 관련 체험프로그램은 물론 다채로운 문화공연이 열린다. 퀴즈를 통해 에너지 상식을 알아보고 미니태양광이나 쿨루프(옥상 또는 지붕을 흰 페인트로 칠해 건물온도를 낮춰주는 것) 등 에너지 절약 사례를 공유한다. 주민들의 에너지절약 실천약속을 담는 ‘에너지 약속나무 꾸미기’, ‘에코자전거 자가발전 경진대회’ 등 주민참여형 이벤트도 마련했다. 또 댄스팀 ‘춤추러 와와’와 거리 가수 등이 출연하는 에너지 나눔 콘서트가 열려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킬 예정이다. 구 관계자는 “추석을 앞두고 전통시장에서 큰 축제가 열리는 만큼 시장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우 동작구청장은 “이번 축제를 통해 에너지 절약문화를 확산할 뿐만 아니라 동작구만의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발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오늘의 눈] 인천상륙작전과 헬조선/홍지민 문화부 기자

    [오늘의 눈] 인천상륙작전과 헬조선/홍지민 문화부 기자

    영화를 담당하는 기자로서, 신작 영화를 개봉 전 많이 접하게 된다. 그래서 종종 질문을 받는다. 어떤 영화가 재미있느냐고, 또 어떤 영화를 봐야 하느냐고. 호기롭게 작품을 추천했다가 실망스러웠다는 반응이 돌아온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럴 때면 살짝 당황하면서도 각자 취향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자위하곤 하는데, 이보다 더 황망한 순간은 여러모로 뜯어봐도 잘될 것 같지 않던 작품이 크게 흥행할 때다. 영화 보는 눈이 잘못된 것인지, 대중의 흐름을 모르고 있는 것인지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국내 대형 투자·배급사가 일주일 간격으로 비장의 흥행 카드를 내걸었던 올여름이 특히 그랬다. ‘부산행’(뉴)을 시작으로, ‘인천상륙작전’(CJ엔터테인먼트), ‘덕혜옹주’(롯데엔터테인먼트), ‘터널’(쇼박스)까지, 이른바 ‘빅4’의 시사회 뒤 기자와 평론가들은 대체로 ‘부산행’과 ‘터널’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인천상륙작전’에는 혹평을 쏟아냈다. ‘철 지난 반공 영화’라는 이데올로기적인 이유를 꺼내기에 앞서 영화적 완성도에 대한 아쉬움이 컸기 때문이다. 뚜껑을 열고 보니 여봐란듯이 흥행에 성공했다. 수많은 관객들은 초개와 같이 몸을 던져 자신을 희생하는 무명의 용사들의 모습에 ‘어찌됐든’ 감동했다. ‘덕혜옹주’에도 언론과 평단은 미지근한 반응이었다. 웰메이드임에는 분명하지만 소재나 (멜로에 가깝게 느껴지는) 장르 면에서 흥행감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화려한 볼거리도 부족했다. 그런데 손예진의 열연과 허진호 감독의 섬세한 감정 연출에 대한 입소문이 나며 역주행했다. 물론,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의 비극적인 삶을 보여주며 애국심과 민족주의에 눈물과 감동을 버무린 점도 흥행에 한몫했다. 현재 ‘인천상륙작전’은 관객 700만명을, ‘덕혜옹주’는 500만명을 넘보고 있다. 영화의 만듦새는 논외로 하고, 최근 들어 애국심 등이 흥행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한 것은 두 영화뿐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암살’과 ‘연평해전’이, 2년 전에는 ‘명량’과 ‘국제시장’ 등이 있었다. 아이러니한 점은 극장 안에선 나라 사랑에 뭉클한 관객들이 극장 바깥에서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곳저곳에서 헬조선이라며 아우성이다. 취업에 허덕이는 청년 세대는 연애도 포기, 결혼도 포기해야 한단다. 어찌어찌 취직하고 결혼해도 육아 포기, 내 집 마련 포기가 기다린다. 무엇을 더 포기해야 할지 몰라 N포 세대라는 자조가 횡행한다. 중장년층이라고 더 나아 보이지 않는다. 살아남기 위한 경쟁은 끝이 없다. 100세 시대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민중은 개돼지와 같다”는 고위 공무원의 취중 발언이나, 폭염으로 촉발된 전기료 누진제 폐지 논란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헬조선이라는 인식을 부채질할 뿐이었다. 그런데도 애국심이 흥행 공식 중 하나가 되고 있다는 것은, 나라를 사랑하고 싶어도 마음 줄 구석이 변변치 않은 현실을 역설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영화에서라도 나라 사랑의 판타지를 충족시키고 싶은 것은 아닐까. 어쩌면 국민들은 ‘인천상륙작전’이나 ‘덕혜옹주’ 등을 관람하며 ‘우리나라를 제발 사랑하게 해주세요’라고 외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icarus@seoul.co.kr
  • [사설] 공직사회 ‘복지부동’ 풍조 경종 울려야

    정부 각 부처를 비롯한 공직사회에 ‘복지부동’ 풍조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고 한다. 미세먼지, 전기료 누진제 등 정부가 내놓는 각종 대책마다 절박한 민심과는 겉도는 결과를 낳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게 그 징후다. 심지어 ‘오대수’(오늘만 대충 수습하자)라는 유행어가 관료사회에 회자되고 있을 정도라니 말이다. 어제자 본지 기획 보도에서 분석된 바처럼 정권 4년차부터 ‘3년 일하고 2년 쉰다’는 식의 공직사회의 잘못된 DNA(유전자)가 발현된 것이라면 문제는 사뭇 심각하다. 공직자들도 각성해야겠지만, 임기 말을 향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도 공직 기강을 다잡을 처방을 내놓을 때다. 4월 총선 이후 각 부처가 내놓은 정책 중 제대로 정곡을 찌르지 못하거나 타이밍을 놓친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 수입 자동차 연비 조작과 미세먼지 대책, 가정용 전기 누진제 개선책 등이 그런 사례였다. 야당의 입김이 거센 해운·조선사업 구조조정 대책이 지지부진한 건 그렇다 치더라도 여타 사안은 딱히 ‘여소야대’ 탓으로 돌리기도 어렵다. 특히 가정용 전기료 파문은 관료들의 무사안일을 적나라하게 보여 줬다. 올여름 유례없는 폭염으로 서민들은 ‘전기료 폭탄’을 맞을까 봐 전전긍긍하는데 “에어컨을 하루 4시간만 켜면 된다”는 관료들의 한가한 소리가 가당키나 했겠나. 그러다 박 대통령이 관심을 보인 당일 허둥지둥 개선안을 내놨으니 믿을 만한 근본 대책이 나올 리도 만무했다. 정책 난맥상이 되풀이될 토양이 켜켜이 쌓이고 있다면 더 큰 문제다. 가뜩이나 주요 부처의 세종시 이전으로 공무원과 민원인 간 소통이 단절되고 있는 형편이다. 공무원들이 민생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는 듣지 않고 청와대가 한마디 하면 그때서야 움직이는 시늉만 한다면? 그런 ‘땜질 행정’의 피해는 국민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현 정부 임기가 1년 반 남은 지금 공직자들이 벌써 차기 정권의 향방에나 안테나를 세우고 있다면 안 될 말이다. 역대 정권의 임기 말이 그랬다고 해서 공직사회의 무사안일이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당연시될 수 없다면 정책 추진력의 회복도 현 정부의 책임이다. 엄정한 직무 감찰과 신상필벌이 필요조건이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성과를 낸 공무원이 더 많은 보상을 받게 해야겠지만, ‘설거지하다 접시를 깨는’ 식의 행정 과실을 함부로 징치해선 곤란하다. 공직자들이 소신을 갖고 ‘위민(爲民) 정책’을 생산할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드는 일이 급선무라고 본다.
  • [‘오대수’ 만연 공무원 사회] 靑 ‘만기친람’ 고착화… 대처·자율·소통 ‘公職 신경계’ 마비됐다

    [‘오대수’ 만연 공무원 사회] 靑 ‘만기친람’ 고착화… 대처·자율·소통 ‘公職 신경계’ 마비됐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공직사회 무기력증의 제도적 극복을 위해 ‘사회부총리’ 자리가 신설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현안들을 하나하나 직접 챙기는 이른바 ‘만기친람’에서 벗어남으로써 공직사회의 능동성과 자율성을 높여보자는 게 주된 취지였다. 하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눈과 귀를 청와대에만 집중하고 있다가 뭐라고 한 줄 시그널이 떨어지면 그제서야 액션을 취하는 공직사회의 행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특히 지난 4월 총선으로 정국이 여소야대로 재편되면서 ‘오대수’(오늘만 대충 수습하자) 현상은 한층 더 심각해졌다. 정부세종청사의 한 국장급 공무원은 18일 “공직사회는 국회 탓만 하면서 현안 해결에 미온적이고, 시급한 현안의 해결이 지체되는 것을 마냥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는 대통령이 결국엔 전면에 나서는 현상이 4·13 총선 이후 부쩍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직사회에 시급한 현안에 대응하는 ‘반사신경’, 스스로 정책을 생산하는 ‘자율신경’, 민간 및 타 부처와 소통·조율하는 ‘교감신경’ 등 공무원 사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3대 신경’이 마비됐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교육·사회·문화 정책을 총괄하는 사회부총리가 주재하는 사회관계장관회의는 지난해부터 이달까지 총 22차례 열렸다. 하지만, 회의에서 다뤄진 안건은 시급한 민생 현안과는 거리가 있는 불요불급한 주제들이 대부분이었다. 예를 들면 ‘문화가 있는 날 확산 계획’, ‘유학생 유치 확대 방안’(이상 지난해 5월 5차 회의), ‘광복 70주년 태극기사랑 70일 운동 추진 계획’(지난해 6월 6차 회의), ‘이야기산업 육성 추진 계획’(지난해 8월 8차 회의) 등이다. 그나마 사회적으로 큰 이슈를 다룬 안건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관계부처 협조 대응’(지난해 7월 6차 회의), ‘미세먼지 관리대책 및 부처 간 협조’(지난해 12월 13차 회의), ‘아동학대 예방 강화를 위한 미취학 장기결석 아동 관리 대책’(지난해 12월 14차 회의) 정도였다. 이마저도 심도 있는 토론과 조율이 이뤄졌다기보다는 사건이 터진 뒤 수습을 위한 형식적 논의에 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럼 정작 대책이 필요한 안건은 한 차례도 회의 테이블에 오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공약으로 내세웠던 ‘책임총리제·책임장관제’의 실패에 이어 내각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한 부총리 제도까지 유명무실하다는 평을 받는 이유다. 그러는 사이 정책 방향과 포인트를 짚어 주는 대통령의 만기친람이 다시 강화됐다. 무신경한 정책의 종합판은 지난 6월 발표된 미세먼지 대책이었다. 환경부 등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가 박 대통령이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하자 그제서야 움직였다. ‘특별대책’이라고 이름 붙인 패키지 정책이 발표됐지만, 효율성 문제에 더해 재탕·삼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환경부는 당초 미세먼지 대책에 경유값 인상안을 넣으려 했지만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등의 반발로 무산되면서 부처 간 난맥상도 도드라졌다. 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지기 전에 적극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자율신경계도 무뎌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6월 대기업집단의 자산총액 기준을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공정위는 지난 2년여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해관계와 타 부처와의 조율 문제를 들어 기준을 높이는 게 어렵다는 입장만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지난 4월 언론사 편집국장들과 만나 “대기업 지정 제도는 반드시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자 급히 기준 상향으로 자세를 전환했다. 춘천과 속초를 잇는 동서고속화철도 사업도 마찬가지다. 국토교통부는 이 사업의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지난달 열린 제10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춘천~속초 고속철 사업처럼 수십년간 지역주민이 애타게 원하는 데도 과거 틀에서는 인정받지 못한 사업이 관광·스마트헬스케어 산업 등과 시너지를 내도록 만들면 새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언급하자 곧바로 사업이 추진됐다. 2조여원의 사업비 전액을 국가 재정으로 충당하기로 한 것이다. 전기료 누진제 완화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논란은 민심을 살피는 교감신경이 공직사회에서 작동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줬다. 유례없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에어컨 전기료 부담을 호소하는 민심을 향해 산업부는 전력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누진제를 완화할 수 없다는 입장만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집에서 에어컨도 마음 놓고 쓰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다”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산업부는 하루 만에 일시적인 누진제 요금 경감안을 내놓았다. 국방부는 경북 성주 미사일 포대를 사드 부지로 발표해 놓고 “레이더는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 제3의 장소는 검토하지 않는다”며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소속 대구·경북(TK) 지역 국회의원들과 만나 “성주 내 다른 지역으로 사드 주둔지를 옮기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하자 국방부의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지난 17일 성주 군민들에게 “제3 후보지 배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된 고용노동부의 ‘구직수당’을 핵심으로 한 청년취업 지원제도 부처 간 교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복지정책을 총괄하는 보건복지부는 서울시에 청년들에게 직접 현금을 주지 말라고 하는데, 고용부는 “재단이 주체이고 지원 요건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울시와 비슷한 정책을 발표했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전기요금 폭탄 현실로…당정, 전기료 누진제 TF 출범

    전기요금 폭탄 현실로…당정, 전기료 누진제 TF 출범

    정부가 올해 7~9월 전기요금을 할인해주기로 했지만 일부 가구는 상대적으로 혜택을 덜 받게 되는 등 전기요금 폭탄을 맞을 수도 있어 당정이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개편하기 위한 당·정 태스크포스(TF)가 18일 공식 출범했다. 앞으로 TF는 공청회 개최 등으로 여론을 수렴한 뒤 올 연말까지 현행 6단계(최저구간과 최고구간의 누진율 11.7배)로 구성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비롯한 전기요금 체계 전반에 대한 개편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에서 TF구성안을 최종 의결하고 첫 회의를 개최키로 했다고 김현아 당 대변인이 전했다. TF 위원장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채익 의원과 손양훈 인천대 교수가 공동으로 맡았다. 산자위 소속 윤한홍·곽대훈 의원과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현재·추경호 의원 등이 참가하고, 정부 및 한국전력에서는 우태희 산업부 차관과 조환익 한전 사장 등이 들어온다. 또 소비자 단체 및 학계 관계자 등 외부 민간 전문가들도 참여해 TF는 총 15인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상견례를 겸한 이날 첫 회의에는 김 정책위의장과 주형환 산업부 장관 등도 참석할 예정이다. TF는 매월 한 두차례 회의를 열어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 산업용 전기요금 정상화 문제 등을 중점 논의하고, 한국과 에너지 여건이 유사한 일본 등의 해외 사례를 조사할 계획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아파트 실정에 맞게 ‘전기요금 폭탄’ 줄일 수 있다”···방법은?

    “아파트 실정에 맞게 ‘전기요금 폭탄’ 줄일 수 있다”···방법은?

    계속되는 폭염으로 가구당 전력 소비량이 늘면서 ‘전기요금 폭탄’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상황에서 경기도가 아파트 전기요금을 줄이는 ‘에너지 컨설팅’ 사업을 진행한다. 경기도 관계자는 1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누진제에 따른 전기요금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에너지 컨설팅 사업을 진행한다”면서 “전력요금 계약방식 변경, 전기시설 개선, 태양광 시설 지원 등 3가지로 나눠 컨설팅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아파트 전기료’는 승강기 등 공용시설 전기료와 가구별 전기료를 합산한 것이고, ‘전력요금 계약’은 단일계약과 종합계약으로 구분된다. 단일계약은 공용시설 전기료에 누진제가 적용되지만 가구별 전기료는 싸다. 반면 종합계약은 가구별 전기료가 단일계약보다 비싼 대신 공용시설 전기료에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 관계자는 “아파트 전기 사용 실정에 맞게 계약방식을 변경하면 요금을 줄일 수 있다”면서 “일반적으로 공공시설 전기 사용량이 25% 이하면 단일계약을, 그 이상이면 종합계약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500가구가 사는 의정부시의 한 아파트는 계약방식을 종합계약에서 단일계약으로 바꿔 전기료를 5% 이상 절감했다. 구별로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000원이 줄었다. 이와 함께 경기도는 아파트의 대기전력을 차단하거나 공용시설 조명을 LED로 교체하는 전기시설 개선, 아파트 옥상 등 공용부분이나 각 가구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해 전기료를 줄이는 방법을 소개한다. 또 올해 공용부분과 각 가구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할 때 보조금을 준다. 공용부분 태양광 시설은 ㎾당 60만원, 각 가구 미니 태양광 시설은 W당 1000원을 지원한다. 아파트 에너지 컨설팅을 받으려면 경기도 에너지센터(031-500-3300)에 신청하면 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전기요금 폭탄 현실로…검침일 따라 전기료 할인폭 ‘복불복’ 논란

    전기요금 폭탄 현실로…검침일 따라 전기료 할인폭 ‘복불복’ 논란

    연일 계속되는 기록적인 폭염과 가정용(주택용) 전기요금에만 적용되는 누진제 탓에 ‘전기요금 폭탄’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전망이다. 그런데 검침일에 따라 전기요금 할인 혜택 여부가 달라져 일부 가구는 상대적으로 혜택을 덜 받게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력공사(한전)는 지난 17일 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정부가 올해 7∼9월 중 전기요금을 일시 할인해주기로 했지만 사용기간은 검침일을 기준으로 하는 만큼 할인기간도 검침일에 맞춰 다르게 적용한다고 밝혔다. 검침일이 15일 이후인 경우는 7∼9월분 전기요금을 할인하지만, 12일 이전인 경우는 7월분 사용량이 대체로 8월에 과금되기 때문에 7∼9월분이 아닌 8∼10월분을 할인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검침일별 할인 적용 기간을 보면 일부 가구는 6월 또는 10월에 사용한 것이 할인 적용 기간에 들어가고 그만큼의 일수가 7월 혹은 9월 중 빠지면서 검침일에 따라 희비가 갈릴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한전의 검침은 모두 7차례에 걸쳐 이뤄진다. 차수별 검침일은 1차 1∼5일, 2차 8∼12일, 3차 15∼17일, 4차 18∼19일, 5차 22∼24일, 6차 25∼26일, 7차 말일이다. 납기일도 1차는 당월 25일, 2차는 당월 말일, 3차는 익월 5일, 4차는 익월 10일, 5차는 익월 15일, 6차는 익월 20일, 7차는 익월 18일로 각기 다르다. 예컨대 매월 1일이나 말일이 검침일이라면 7월 1∼31일, 8월 1∼31일, 9월 1∼30일의 사용분을 할인받게 된다. 7∼9월 사용분을 온전히 할인받는 셈이다. 그러나 검침일이 12일인 가구는 할인 적용 기간이 7월 12일∼10월 11일로 초여름인 7월 초 사용분은 할인을 받지 못한다. 반면 검침일이 15일인 가구는 9월 중하순이 빠진 6월 15일∼9월 14일까지가 할인 적용 기간으로 들어간다. 가을보다는 초여름에 전기사용량이 더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검침일로 인해 7월 초중순 사용량이 할인기간에서 빠지는 가구는 상대적으로 혜택을 덜 받게 된 셈이다. 더욱이 검침일은 한전에서 정하는 것이어서 전기요금 ‘복불복’ 논란까지 생길 수 있다. 한전은 일부 날짜에만 검침하는 경우 특정 기간만 업무량이 과중해 업무착오가 발생할 수 있다는 등의 우려로 검침일 통일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최대한 7∼9월이 많이 포함되도록 적용 기간을 잡았다. 이로 인한 유불리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며 “앞으로는 고객이 희망하는 날짜에 검침할 수 있도록 전산시스템을 개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가정용보다 더 비싸고 불합리한 학교 전기료

    이번 주 개학한 초·중·고교도 폭탄 전기요금 걱정에 몸살을 앓고 있다. 폭염이 여전히 꺾이지 않은 가운데 개학한 학교들은 전기료 폭탄을 맞을까 봐 온갖 옹색한 방책을 다 동원하고 있다. 아예 단축 수업이나 임시 휴교에 들어간 곳도 있고, 층마다 번갈아 에어컨을 돌리는 탓에 속수무책으로 찜통 교실을 견뎌야 하는 모양이다. 참 딱한 이야기다.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만 문제가 아니다. 수십 명이 모인 교실에서 폭염에 무방비로 노출된 학생들이 수업을 못 할 정도라면 문제가 크다. 학교의 불합리하게 과다한 전기요금은 번번이 논란거리가 되긴 했다. 지난해 말 정부는 7~8월과 12~2월 일선 학교들의 전력 사용량에 따른 요금을 15% 할인해 주기로 했다. 해묵은 논란에 대한 임시방편이었던 셈이다. 그나마 이번 가정용 전기료 누진제 파동이 없었더라면 납득할 수 없는 학교 전기요금 문제는 제대로 공론화되지도 못했다. 교육용 전기 요금은 산업용은 물론이고 주택용보다 더 비싼 현실이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불합리한 요금 체계는 1년 중 전력사용이 가장 많은 날 하루의 사용량을 기준으로 삼는 현행 기본요금 산정 방식 때문이다. 이 계산법으로는 연간 사용량이 상대적으로 고른 산업용보다 교육용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학교의 기본요금이 산업용보다 17%나 비싸고 심지어 누진제가 적용되는 주택용보다도 높은 이유다. 올해 같은 폭염은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다. 일선 학교들이 전기료 폭탄이 무서워 찜통 수업을 해야 하는 상황은 단순히 절약 차원의 이야기와 다르다. 저런 찜통 교실에서라면 무상급식 밥상은 뭐하러 차려 주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앞뒤 맞지 않은 제도는 당장 손을 봐야 한다. 전기요금 부과 체계에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한 이유는 이처럼 가정용 누진제에만 있는 게 아니다. 지난주 정부가 발표한 주택 전기료 땜질 처방으로는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다. 걱정했던 폭탄 전기요금 청구서가 속속 날아들고 있다. 평소보다 두세 배나 많아진 요금을 내는 것도 답답한데, 왜 이런 액수가 나왔는지조차 계속 안갯속이라면 정부의 존재 이유를 따질 수밖에 없다. 생색내기에 그친 임시 처방으로 뭉갤 게 아니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누진제 개편안을 내놔야 한다. 한전이 전기요금을 매기는 검침일 기준이 왜 옆집하고도 들쭉날쭉 제멋대로인지도 의문이다. 이번 기회에 정부와 한전은 이런 미스터리도 속 시원히 풀어 주고 납득시켜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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