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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盧대통령 “주한미군 동북아분쟁 개입 반대”

    盧대통령 “주한미군 동북아분쟁 개입 반대”

    노무현 대통령은 8일 주한미군이 ‘우리의 의지와 관계 없이’ 동북아의 분쟁에 휘말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10년내 작전권을 가진 자주군대로 발전해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조건부 인정과 한국측 의사 우선존중 원칙을 비롯, 동북아시아 균형자로서 우리 군의 역할, 자주국방역량 강화 등 참여정부의 ‘국방 3원칙’을 천명했다. 노 대통령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시점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공군사관학교 제53기 졸업 및 임관식에 참석해 “최근 일부에서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를 둘러싸고 여러가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이는 전략적 유연성에 관한 문제”라면서 “분명한 것은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우리 국민이 동북아시아의 분쟁에 휘말리는 일은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언급은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즉, 주한미군의 광역기동군화를 의미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하긴 하지만 그 범위는 한반도 안보공백을 초래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전략적 유연성은 9·11 이후 해외 주둔 미군을 경량화·신속화·기동화해서 새로운 위협에 대처한다는 미국의 해외주둔미군재배치계획(GPR)의 핵심 개념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주한 미군을 이라크로 빼는 것은 가능할 지라도, 동북아지역의 분쟁에 투입하는 것은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 개념을 처음으로 인정하면서, 동북아지역을 예외로 하는 제한성을 두고 있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진행될 한·미 안보전력구상(SPI) 회의에서는 주한미군의 한반도 이외지역 차출시 양국이 사전협의하거나 통보하는 문제가 적극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10년 안에 스스로 작전권을 가진 ‘자주 군대’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언급은 종국적으로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를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박정현 조승진기자 jhpark@seoul.co.kr
  • [사설] 60억 對官로비, 이번엔 밝혀보자

    경기도 광주 주택조합아파트 건축인허가관련 비리 공판에서 건설업자가 6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정관계 로비 등에 썼다는 진술을 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현재 기소된 뇌물 액수는 박혁규 한나라당 의원 8억원, 김용규 시장 5억원뿐이다. 이외에 47억원의 거액이 관청 등의 로비에 더 뿌려졌다는 얘기다. 사실 여부를 밝힐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 건설업자로부터 압수한 수첩에서는 광주시 공무원 등의 명단도 발견됐다. 검찰은 이번만은 지방자치단체의 토착비리를 뿌리째 뽑아 보이겠다는 의지를 갖고 강도높은 수사를 벌여야 할 것이다. 한강변 등 경기도 수질보전권역 내에 하루가 멀다 하고 들어서는 숙박업소 유흥음식점과 공동주택들을 볼 때마다 국민들은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불가사의함을 느낀다. 난개발, 토착비리에 대한 숱한 비판과 경고는 그야말로 말잔치로 끝나고 있을 뿐이다. 이번 사건도 국회에서 특혜의혹이 제기되고 나서야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지역 유지와 지자체의 토착 부패고리가 검·경, 법원에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와도 할 말이 없을 판이다. 건설업자는 공판에서 나머지 비자금은 대부분 관청상대 업무에 썼다고 했다. 이말이 사실이라면 검찰은 국회의원, 시장에게 간 뇌물보다 더 많은 돈이 관청 어디어디로 갔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 광주시는 오염총량제를 도입하면서 수질 관련 법 적용을 배제하고 대규모 리조트 건설 등 무려 23개의 지역개발사업을 무더기로 허가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더이상 지자체가 ‘비리 자유지역’이 돼선 안 된다. 검찰 수사 결과를 주목한다.
  • [스포츠라운지] LPGA 비즈니스 코디네이터 심규민씨

    [스포츠라운지] LPGA 비즈니스 코디네이터 심규민씨

    “한국 선수 28명이 리더보드 상단을 꽉 채우면 좋겠습니다.” 미여자프로골프(LPGA)에서 ‘비즈니스 어페어 코디네이터’로 일하는 심규민(25)씨의 올해 소원이다. 지난해 3월부터 LPGA에 몸을 담았으니 내일 모레면 일년 째가 된다.90명 직원 가운데 유일한 동양인이자, 한국인. 이를테면 LPGA에서 뛰고 있는 한국의 ‘청일점’인 셈이다. 투어가 열리는 곳이면 무전기를 들고 진행 상황을 체크하며 이곳 저곳을 누비는 그는 최근에 한국 갤러리를 끌어 모으기 위한 마케팅 전략을 짜는데 여념이 없다. 해마다 늘어나는 한국 루키들의 적응을 돕는 것도 중요한 업무 가운데 하나다. ●한국 골퍼 스코어에 가장 눈길 11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온 그는 대학에서 정보통신과 비즈니스 경영을 전공했고, 디즈니랜드 호텔에서 일하다가 ‘변화를 바라는 시점’에 친구의 소개로 직장을 ‘덜컥’ 옮기게 됐다. 스타들과 함께 하는 마냥 즐거웠던 일년은 아니었다.LPGA 본부가 있는 플로리다 데이토나비치가 집이지만 머무는 시간은 일년에 채 절반도 안된다. 지난해에는 28주 동안 미국 전역은 물론, 세계를 돌아 다녔다. 한국 선수들이 많다 보니 한때 이런 저런 일로 새벽까지 시간을 가리지 않고 걸려오는 한국발 전화에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솔직히 박봉에 육체적으로 고되기도 해서 “일을 계속해야 되나.”는 고민도 했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이 선전하는 모습을 보면 ‘피로가 싹 가시는 느낌’이라고 털어 놓았다. 모든 선수들에게 공평해야 하지만 한국 선수들의 스코어에 먼저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심씨는 “여기서도 박세리 박지은 김미현 한희원 등을 모르면 간첩일 정도로 한국 골퍼의 인기가 좋다.”면서 “한국인으로서 자부심과 보람이 생긴다.”며 미소를 지었다. ●한국 돌풍 이상무! 유명 스포츠 스타들에 대한 선입견도 있었지만,‘고향 누나’들을 접하면서 싹 바뀌게 됐다. 객지에서 서로 돕고 격려하는 모습은 언제라도 보기 좋다. 싹싹한 성격으로 선수 부모 사이에서도 인기만점. 한국 여자 골퍼들과는 ‘누나, 동생’할 정도로 벌써 막역한 사이가 됐다. “혹시라도 실수할까봐 세리 누나 같은 왕언니들은 아직도 무서워요.”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미국 생활 5∼6년이 넘는 고참급들은 사실 신경이 덜 쓰이는 편. 하지만 언제 사고를 칠지 모르는 루키들에게는 상당히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올해도 전경기 출전권자만 8명이 늘었다. 미국에서는 준비해야 할 서류가 많아 신참들이 자주 골탕을 먹는다고 한다. 올 시즌 개막전인 SBS오픈에서도 일부 선수들은 대회 폐막을 하루 앞두고서야 상금을 수령할 은행 계좌를 트기도 했다. 그는 “그동안 은행 계좌가 없어 지난해 12월에 끝난 퀄리파잉스쿨 상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선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단지 선수들이 게을러서가 아니다. 치열한 연습에 연습으로 시간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바로 그런 일상 소사의 빈틈을 그가 채워줘야 할 부분이다. LPGA에 ‘코리안 돌풍’이 괜히 이는 것이 아니다. 한국 골퍼들만큼 훈련에 훈련을 거듭하는 선수들도 없다는 것. 그는 “새벽 5시에 일어나 해가 질 때까지 연습을 거듭하는 모습을 보면 골프 칠 생각이 싹 가시기도 한다.”며 고개를 저으면서도 “성실성을 바탕으로 올해에도 한국 돌풍은 거세게 불 것”이라고 자신했다. 글 카후쿠(미 하와이주)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월드골프챔피언십] ‘탱크’ 최경주 또 스톱

    최경주(35·나이키골프)가 ‘별들의 잔치’에서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세계랭킹 26위 최경주는 2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스배드의 라코스타골프장(파71·6942야드)에서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시리즈 액센츄어월드매치플레이챔피언십(총상금 750만달러) 1회전에서 37위 톰 레먼(미국)에게 2홀을 남기고 4홀을 뒤져 32강 진출에 실패했다.3년 연속 대회에 초대된 최경주는 한 번도 2회전에 오르지 못했다. 올 들어 소니오픈 9위에 이어 뷰익인비테이셔널 준우승 등 재기의 조짐이 뚜렷한 레먼을 상대한 최경주는 5홀차로 뒤지던 13번홀(파4)에서 버디를 낚고, 레먼의 14번홀(파4) 보기로 마지막 추격의 불씨를 살리는 듯했지만 16번홀(파3) 티샷을 물에 빠트리면서 무너졌다. 2번 시드 타이거 우즈는 노장 닉 프라이스(짐바브웨)를 맞아 15번홀에서 4홀차로 앞서는 압승을 거두며 2회전에 진출해 대회 3연패와 세계랭킹 1위 탈환의 첫 걸음을 가볍게 내디뎠다. 매치플레이 13연승을 달린 우즈는 이 대회 24차례 경기에서 21승을 올려 ‘매치플레이의 귀재’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세계 1위 비제이 싱(피지)은 가타야마 신고(일본)를 3홀을 남기고 4홀차로 눌렀고, 필 미켈슨도 로렌 로버츠(이상 미국)에게 3홀차 승리를 따내 이 대회 ‘빅3’의 출발이 모두 상쾌했다. 세계랭킹 10걸 가운데는 대회 출전권을 겨우 딴 68위 커크 트리플릿(미국)에게 덜미를 잡힌 마이크 위어(캐나다·9위)만이 탈락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18세 이진권, 상하이行 스매싱

    ‘차세대 대들보’ 이진권(18·중원고2)이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오는 4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중국 상하이)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이진권은 24일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대표선발최종전 마지막날 경기에서 오상은에게 0-4로, 최현진에게 2-4로 무릎을 꿇었지만 종합전적 2승4패를 거둬 중국행 티켓을 따냈다. 이로써 이번 세계선수권에는 세계탁구연맹(ITTF) 랭킹 5위로 자동출전 자격을 가진 ‘탁구황제’ 유승민(삼성생명)을 비롯해 이정우와 최현진(이상 농심삼다수), 오상은(KT&G) 윤재영(삼성생명) 이진권이 나서게 됐다. 소속팀과 법정 소송에 휘말린 ‘수비의 달인’ 주세혁이 불참한 행운도 따랐지만, 두터운 선수층의 남자탁구에서 고교생이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선수권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다. 김택수(87년)와 유승민(99·00년)에 이어 3번째.88올림픽 단식 금메달리스트 유남규는 중3 때부터 대표를 지냈지만 85세계선수권 당시 스웨덴 유학중이어서 선발전에 불참했다. 부천 오정초교 4학년 때인 97년 교보생명컵 단식 정상에 올라 이름을 알린 오른손 셰이크핸드 이진권은 날카로운 백핸드드라이브와 감각적인 쇼트를 발판으로 일찌감치 유남규(37·농심삼다수 코치)와 김택수(35·KT&G코치), 유승민(23·삼성생명)의 뒤를 이을 ‘차세대 에이스’로 주목을 받아왔다. 앞으로 이진권이 대표팀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되는 포핸드 파워와 순발력을 키우고 경험을 쌓는다면 오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주역을 담당할 가능성도 짙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법무·행자·여성부 서울 남는다

    법무·행자·여성부 서울 남는다

    행정수도 이전문제를 둘러싸고 2년 가까이 계속되어온 여야간의 대립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23일 각각 의원총회를 열고 충남 공주·연기에 12부와 4처 2청 등을 포함한 49개 중앙행정기관을 이전,‘행정중심복합도시’를 건설하는 내용의 여야 합의안을 추인했다. 여야는 또 국무총리실의 공주·연기 이전에도 합의했다. 이에 따라 올해 말부터는 토지 매입과 보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국회 신행정수도특위의 박병석 소위원장은 밝혔다. 이전 대상으로 확정된 12부는 재경·교육·문화관광·과기·농림·산자·정통·보건복지·환경·노동·건교·해양수산부 등이다. 또 4처는 기획예산처·국가보훈처·국정홍보처·법제처 등이며, 국세청·소방방재청 등도 이전한다. 반면 청와대를 비롯해 국회, 대법원과 함께 정부 부처 가운데 통일·외교·국방·법무·행정자치·여성부 6개부는 서울에 남게 됐다. 여야는 그러나 착공 시점을 놓고 열린우리당이 ‘2007년 대선 전’에 하자는 반면 한나라당은 ‘대선 후’를 주장하면서 합의문에 명시하지 않아 앞으로 논란 소지를 남겨 놓았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정부 부담액과 관련해서는 열린우리당의 10조원과 한나라당의 5조원 가운데 8조 5000억원으로 절충하는 선에서 합의점을 찾았다. 여야는 전날 국회 행정수도후속대책특위의 간사단이 잠정 합의한 내용에 대해 오전에 각각 의총을 열었으나 열린우리당의 충청권 의원, 한나라당의 수도권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진통을 거듭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전권을 위임받은 양당 간사단이 극적으로 합의안을 마련하자, 열린우리당은 오후에 긴급 의총을 열고 만장일치로 추인했다. 임채정 의장은 “불만스럽더라도 타협을 함으로써 보다 큰 생산적 효과를 얻는 것이 타협의 장점일 것”이라고 의원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오후 의총에서도 합의안을 놓고 수도권 의원들의 거센 반발에 따라 찬반 격론을 벌인 끝에 표결을 실시해 찬성 46표, 반대 37표로 합의안을 추인했다. 박근혜 대표는 대구 방문 일정도 취소한 채 비상의총에 참석해 “합의안이 파기되면 충청도민은 배신감을 느낄 것이고 정부가 마음대로 할 것”이라며 현명한 판단을 당부했다. 양당은 합의안을 골자로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을 이날 건설교통위에서 통과시켰다. 이어 28일 법사위 심의를 거쳐 다음달 2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공직이 변해야 나라도 변한다] ⑧ 정통부 양청삼 사무관

    [공직이 변해야 나라도 변한다] ⑧ 정통부 양청삼 사무관

    지난해 10월1일, 정보통신부와 문화관광부간에는 몇해나 묵어있던 현안 하나가 시원스레 해결됐다. 두 부처가 게임정책과 관련, 모든 사안을 협의 아래 추진할 것을 합의한 것이다. 업무 영역이 겹치면서 양보없이 다퉈오던 ‘게임분야 밥그릇 싸움’이 해결된 것을 두고 언론은 부처간 첫 MOU(양해각서) 교환이라며 의미를 부여해 보도했다. 게임산업은 IT분야 중에서 부가가치가 상당히 높아 두 부처간의 주관 싸움은 해가 지날수록 더했었다. 사태 해결의 최일선에 섰던 정보통신부 양청삼(37·지식정보산업과 게임산업 담당) 사무관은 ‘실무진들의 도전과 신뢰 회복’ 결과물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지난해 8∼9월에만 해도 이를 놓고 10번 정도 만났지만 최종 문안을 놓고 ‘기’만 쓰다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곤 했다고 했다. 기술개발을 어느 부처 소관으로 할 것인가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두 부처 실무진에서 해결책을 도출해 보세요.” 이런 와중에 양 사무관 등 실무진에게 ‘전권 위임’이란 지시가 떨어졌다. 그는 “90년대 말부터 5년간 두 부처간에 한치의 양보가 없었고,MOU 교환 직전에는 갈등이 최고조였다.”면서 “시급한 것은 실무자간의 신뢰 회복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모든 현안을 ‘국민과 기업의 관점’에서 보자는 공감대를 갖고 수없는 만남을 가졌다. 긴 여정의 마침표를 찍은 결과물이 마침내 도출됐다. 문화관광부가 ‘문화 콘텐츠’ 관련 분야에서, 정보통신부는 ‘디지털 콘텐츠 기술’ 관련 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국·과장과 실무자로 구성된 정책협의회를 정기적으로 운영하기로 한 것. 향후 인사 교류도 해보자는 제안도 나왔다. 또 불법 복제 등 또다른 협력이 필요한 현안에도 공동 대처하고 홍보와 교육도 같이 하기로 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란 지적도 나왔지만 결과는 모두 녹록하지 않은 것들이었다. 그는 임무를 받고서 “괜찮은 그림을 만들어 보자는 욕심과 오기가 발동했다.”며 5년 묵은 난제를 푼 곡절들을 소개했다. 그동안 공직은 조직의 능력을 떠나 ‘대응’에만 치중한 측면이 많았다며, 일하고 싶었기 때문에 내일같이 했다고 밝혔다. 이런 와중에서 두 부처의 게임기술 개발분야 중복에 대한 감사원의 지적도 사태 해결에 큰 원군이 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합의 도출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았다.“너무 많이 양보했다.”는 불만과 함께 이에 따른 강·온파가 갈리면서 부담으로 작용했다. 어떤 이는 “외부기관의 압력에 시늉만 낸 게 아니냐. 구체적인 사안에 가서는 또다시 갈등이 재현될 것”이란 냉소도 보였다. 실무진의 값진 합의 결과는 서서히 가시화되고 있다. 두 부처는 오는 11월 경기도 일산에서 개최되는 ‘글로벌게임엑스포-지스타(Game Show & Trade,All-Round)’ 준비를 위한 국제게임전시회 조직위원회를 함께 출범시켰다. 두 부처는 5억원씩을 투자하기로 결정하는 등 이 행사를 세계 3대 게임 행사를 만들겠다는 각오도 새롭게 다지고 있다. 혁신담당관실에서 일하기도 한 양 사무관은 “기업이 제품을 만들기 전에 수없은 기획을 하듯 정책도 사전 기획이 꼭 필요하다.”면서 “젊은 공직자들의 조직 변화 몸부림은 어느 때보다 큰 요동을 치고 있다.”고 공직자들의 일에 대한 열정을 전했다. 밥그릇 싸움은 어느 정도 마무리됐지만 그에겐 남은 일이 많다. 업계 일각에서 이번 합의가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모든 행정 영역이 컨버전스(융합)란 과정을 겪고 있기에 정책도 부처간, 사업간의 파트너십이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 그림 속의 음식, 음식 속의 역사/주영하 지음

    그림 속의 음식, 음식 속의 역사/주영하 지음

    참 기발한 발상이 아닌가? 그림을 통해 음식의 역사를 보고, 음식의 역사를 통해 그 시대의 사회상을 엿본다는 것 말이다. 지금까지의 음식사 연구가 백과사전적 혹은 민족적 정체성 확보를 위한 계몽주의적 경향을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림 속 음식을 통해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들여다 본다는 것은 신선·발랄하기까지 하다. ●음식사의 계몽성 거부… 저자 상상력 덧칠 한국학중앙연구원(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민속학)인 주영하의 ‘그림 속의 음식, 음식 속의 역사’(사계절 펴냄)는 음식사의 계몽성을 거부했다는 점에서 도발적이고, 풍속화 속 음식에 돋보기를 들이댔다는 점에선 문화적이다. 저자는 ‘음식의 변화상은 이른바 ‘유행’이라는 풍속의 그릇에 시대정신을 오롯이 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이 책을 썼다고 서문에서 밝힌다. 대부분 조선 후기에 그려진 23편의 풍속화에 담긴 음식과 인물들에게 돋보기를 대고, 그림 안팎을 넘나들며 나는 듯 펼쳐나가는 저자의 상상력이 유독 돋보인다. ‘앙상하게 말라버린 나무들 사이에 비석이 뽐내듯이 서 있다. 그 아래 난 길에 아이를 안은 아낙이 쓰개치마를 머리에 두르고 겸연쩍은 듯 황소의 등에 올린 등거리에 앉아 있다…. 그 옆에서 갓과 두루마기를 갖추어 입은 양반이 술 한 잔으로 들병이와 수작을 부리다가, 갑자기 나타난 젊은 양반 부부에 놀란 듯 오른손으로 하릴없이 귓밥을 만지작 거린다.’ 김홍도의 ‘행려풍속도병’(行旅風俗圖屛·국립중앙박물관 소장)에 대한 묘사다. 지은이는 그림에 ‘노방노파’(路榜 婆)란 화제(畵題)를 붙였다. 그림의 주인공이 노방(길가)의 노파(술독을 지키는 할머니)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술이다. 노파의 독에 담긴 술은 청명주나, 한산소국주 같은 ‘앉은뱅이’ 술임에 틀림이 없다. 그래야 객지를 떠돌아 성읍에 다다른 과객의 호주머니를 훔칠 수 있지 않겠는가! 김홍도의 ‘벼타작’(국립중앙박물관 소장)에서 저자가 보는 것은 타작에 여념이 없는 농군들 옆에 돗자리를 펴고 비스듬히 누워 곰방대를 문 채 졸고 있는 양반, 아니 양반 같은 이다. 거드름이 잔뜩 밴 그는 ‘분명 소작인의 타작을 감시하기 위해 온 지주의 대행인 마름’이라는 게 저자의 상상이다. 그 옆엔 술병과 술잔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비록 소작인이라 ‘반타작’도 못하겠지만 그래도 타작은 즐거운 듯 얼굴마다 웃음이 가득하다. ●농군옆에 술병 놓고 졸고있는 양반… 이어 음식인 쌀에 대한 ‘수다’가 시작된다. 한국 음식의 반찬은 쌀밥을 먹기 위해 마련된 부식이라는 이야기부터 쌀로 만든 술과 과자, 제물로서의 쌀,‘쌀의 나라’이면서도 몰락해가는 현대의 쌀밥 등등. 19세기 작품인 ‘야연’(野宴·국립중앙박물관 소장)에 이르면 소나무 아래서 기생들을 옆에 끼고 숯불에 쇠고기를 구워 먹으며 술잔을 기울이는 양반들의 주연이 마냥 흥청거린다. 여기서 지은이는 동국세시기를 지은 홍석모(洪錫謨)를 떠올린다. 홍석모가 이 풍경을 보았다면 아마 “요사이 한양풍속에 화로에 숯불을 활활 피워놓고 번철을 올려놓은 다음 쇠고기를 기름·간장·계란·파·마늘·고춧가루에 조리하여 구우면서 화롯가에 둘러앉아 먹는다. 이것을 난로회(煖爐會)라 한다.”고 동국세시기에 기록했을 것이라는 게 저자의 상상이다.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은 남자 다섯에 여자 둘. 지은이가 보기에 이들은 권세가들과 기생이다. 어지간히 취했을 법한 남정네들이 기생들과 어우러져 즐겼을 듯한 걸죽한 입담을 지은이 또한 거침없이 펼쳐나가고 있다. 안중식의 작품인 ‘조일통상장정(朝日通商章程) 기념 연회도’엔 서양음식이 등장한다. 조선 관리 몇 사람과 일본 사람, 서구적 풍모의 인물들이 사각 식탁에 둘러앉아 있다. 각자 앞엔 접시와 나이프·스푼 등 서양식기가 세팅돼 있고, 상 중앙엔 꽃을 담은 조선꽃병이 서양식 촛대와 함께 놓여 있다. 마치 양복 입고 갓 쓴 어색함이 가득해 절로 웃음이 터진다. 이 그림은 1883년(고종 20) 6월22일 조선측 전권대신인 민영복과 일본측 전권대신인 다케조에 신이치 사이에 조인된 조일통상장정 조인식을 끝낸 뒤 있었던 연회를 그린 것이다. 재미 있는 것은 자리 배치인데, 양 협상 당사자가 마주 앉지 않고 상석에 앉은 민영목 오른쪽으로 다케조에가 아랫사람 입장에서 앉아 있는 모습이다. ●시대적·정치적 상황 곁들여 설명 저자는 당시의 복잡한 시대적·정치적 상황을 설명하며 그림의 의미를 풀어본다. 또 커틀릿과 포도주, 위스키가 당시 어떻게 조선 관리들에게 받아들여졌을지 다양한 시각에서 상상력을 발휘한다. 책은 다양한 풍속화에서 서민의 애환이 담긴 음식뿐만 아니라 국가적 행사 때 쓰인 궁중음식, 조선 관료들의 음식을 골고루 끄집어내 조선 사회를 엿손다. 거대담론이 아닌 시시콜콜한 음식이야기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지만, 사소한 일상 자체로 역사와 대면하고자 하는 의미심장한 의도가 읽힌다.1만 5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월드 이슈-총선 D-9 이라크 미래는] ‘반쪽선거’ 시비땐 내전 치달을듯

    [월드 이슈-총선 D-9 이라크 미래는] ‘반쪽선거’ 시비땐 내전 치달을듯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할 때 내세운 이유는 테러 위협이었다. 사담 후세인 정권이 대량살상무기를 가졌고 테러세력과 연계됐다고 했다. 후세인 정권을 제거하면 국제사회는 더 안전해지고 선거를 통해 중동에 ‘민주주의의 꽃’을 피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오는 30일 이라크에선 총선이 치러진다. 그렇다면 미국의 시나리오는 과연 성공하고 있는 것일까. 최근 미 국가정보위원회(NIC)는 테러리즘이 줄어들기보다는 과거 아프가니스탄처럼 미군 치하의 이라크가 테러리스트를 양성하는 ‘훈련소’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선거는 내전으로 가는 길? NIC는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뒤 오사마 빈 라덴과 연계된 이슬람 무장세력들이 이라크 민족주의자들과 새로운 관계를 쌓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라크 인구의 20%로 후세인 정권을 뒷받침했던 수니파들이다. 수니파는 인구 60%를 차지하고 있는 시아파에 승산이 없다고 판단, 선거를 보이콧했다. 시아파는 미국의 지원에다 이라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이란의 도움도 받고 있다. 백악관도 이번 선거가 불완전하게 치러질 것임을 시인한 상태다. 미 중앙정보국(CIA)과 국무부 정보국도 선거 이후 폭력사태가 더 확산되고 시아파와 수니파간의 ‘내전’으로까지 치달을 수 있다고 평가한 것으로 미 일간 ‘나이트라이더’가 19일 보도했다. 특히 부시 행정부가 주창한 이라크와 테러세력의 연계가 이라크 침공 이전이 아니라 그 이후에 형성된 점이 뚜렷하다고 전했다. ●美 일방적 짜맞추기로 기형적 선거 초래 이번 총선은 이라크 현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부시 행정부의 일방적인 ‘짜맞추기’ 결과다. 유권자를 파악할 인구조사를 실시하거나 선거구역을 정할 시간조차 없었다. 그러다보니 이라크 전역을 단일 선거구로 하는 ‘기형적 선거’형태를 초래했다. 이는 지역기반이 약한 해외 망명세력이 의도한 바이기도 하다. 반면 소수인 수니파나 지역에서만 알려진 인사들은 당선될 가능성이 적어졌다. 저항세력이 통제하는 3∼4개 주에서는 아예 투표 자체가 봉쇄돼 투표율이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수니파가 10% 이상 득표하기란 힘들고 이를 계기로 수니파와 시아파의 반목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시아파 망명세력들을 지지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수니파의 득표율이 5∼6%에 그치는 점을 가장 우려하는 것은 아이로니컬하다. 유엔과 미국 관리들은 선거 이후 정통성 시비가 최대 관건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선거 후유증을 예상,275석의 제헌 의회와 새로 수립될 정부 각료에 수니파의 몫을 배정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 선거를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라크 임시정부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총선 연기는 시아파의 반발을 부르고 저항 세력에는 자칫 미국의 패배로 비춰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민주정부 수립까지는 가시밭길 제헌의회는 8월15일까지 헌법을 제정하고 12월15일 이전에 총선을 다시 실시한다. 하지만 선거의 정통성 시비가 불거지고 저항세력의 공격이 거세지면 제헌 과정 역시 순조로울 것 같지 않다. 중동지역의 왕정국가들도 선거로 수립되는 이라크 정부를 탐탁지 않게 여긴다. 이들은 ‘선거의 도미노’를 우려해 경계심을 강화하고 그 결과 이라크 주둔 미군의 철수에다 초점을 맞춘 외교력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언론들도 집권이 예상되는 통일이라크연맹(UIA)이 정통성 확보와 지지기반 확충을 위해 미군의 철수 일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렇다고 미군이 군사작전의 전권을 이라크에 넘길 것 같지는 않다. 결국 종파간 갈등에다 폭력사태의 악순환, 이란 등 주변국과의 미묘한 외교적 관계 등으로 미국이 바라는 민주정부 수립은 원점에서만 맴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낮은소리] 화려한 은막뒤 ‘배곯는 스태프’

    [낮은소리] 화려한 은막뒤 ‘배곯는 스태프’

    “흥행에도 어느 정도 성공한 영화의 조명 스태프로 일했습니다. 혹독한 겨울에 사지가 덜덜 떨려서 수십도까지 오르는 열로 사경을 헤매는 일도 많을 만큼 고생했는데 아직도 잔금을 못 받았습니다.” “기획 시나리오 집필 제의를 받고 몇 달 동안 썼습니다. 영화사는 계약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갑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엎었고, 고료 지급을 요구했지만 작품을 의뢰한 적이 없다는 대답뿐입니다.” 한국영화 조수연대회의가 지난해 6월 개설한 ‘영화인 신문고’에는 애달픈 사연이 넘쳐난다.‘관객 1000만 시대’를 만든 숨은 주역들인 이들이, 실제로는 최저생계비도 못 벌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영화계에서 스태프들의 처우 문제가 수면 위에 오른 지는 오래됐지만, 개선의 속도는 한국사회의 어느 영역보다 더디다. 최근 조수연대회의가 한 영화사를 상대로 3억 4000여만원 상당의 채권가압류 신청을 내는 등 스태프들의 단합된 힘이 커가고 있지만 아직은 ‘낮은 소리’일 뿐이다. 영화를 향한 열정과 꿈을 저당잡힌 채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한국영화 스태프들의 현주소를 들여다본다. ●최저생계비도 못 버는 허울뿐인 프리랜서 7년동안 연출부를 거쳐 3편의 영화에서 조감독으로 일한 김모씨는 그동안의 총수입이 3000만원도 안 된다. 지금은 그나마의 벌이도 포기하고 시나리오를 쓰며 감독 데뷔를 준비중이다. 그는 “경제적인 문제로 떠나간 사람이 수없이 많다.”면서 “그래도 아직까지 남아있는 나는 행복한 편”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영화공부를 하고 돌아왔지만 3년째 조감독으로 1000만원을 번 것이 전부라는 강모씨는 “부모님이 용돈을 쥐어주시면서 우시더라.”면서 “감독의 꿈만으로 버티기에는 너무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현재 영화 스태프들이 당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생활이 불가능한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이다. 지난해 10월 국회 문화관광위에서 스태프 12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월 평균 61만 8000원을 벌었고 50만원 이하의 소득자도 47%에 달했다. 대부분 생계 유지가 어려워 부모나 배우자에게 의지하거나(39%) 아르바이트를 병행(36%)하고 있었다. 이에 비해 노동시간은 길었다. 하루 평균 13.9시간을 일했고 18시간 이상도 10%나 됐다. 불안정한 계약으로 그나마의 임금을 못 받는 경우도 많다. 임금 계약은 보통 ‘통계약’이라는 형태로 맺는다. 제작사가 각 파트 정상급(퍼스트급) 스태프들과만 계약을 맺으면, 퍼스트급이 이하 스태프들에게 분배하는 형식이다. 그러다 보니 돈을 받지 못해도 법적으로 대처하기가 힘들다. 촬영 종료 뒤 임금의 절반가량을 지급하는 관행 때문에 흥행에 실패한 영화의 경우에는 잔금을 떼이는 경우도 허다하다. 실제로 지난해 4월 ‘영화현장스태프의 근로조건개선과 전문성 향상을 위한 연구’공청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조사대상자의 72%가 임금체불이나 미지급의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시간에 비례하지 않고 ‘작품 한 편당 얼마’식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작품당 계약’ 관행도 저임금을 촉발시키는 큰 원인이다. 한 영화가 기획에 들어가서 극장에 걸리기까지 보통 1∼3년이 걸린다. 캐스팅, 투자, 촬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해 질질 끈다면 스태프들은 기약없이 노동력과 시간만 축내게 된다. ●‘영화 향한 열정’ 이용한 노동착취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인력이 넘쳐나는 이유는 뭘까. 감독으로 성공하리라는 꿈과 영화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국감자료에서도 전직을 희망한 응답자는 21%에 불과했고, 전직을 원하지 않는 이유로 67%가 “영화가 좋아서”라고 대답했다.‘영화판’에서 일을 배우며 한단계씩 나아가야 하는 스태프들은 그렇기에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대부분 넘어간다. 소위 B급 영화사에서 조감독까지 했지만 지난해 A급 영화사로 옮겨 연출부 스태프로 일한 이모씨는 임금을 거의 받지 못했으면서도 “고급 인력과 친분을 갖게 되고 일을 배운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를 제기했다가 기껏 쌓은 인맥을 잃을까 두렵다는 것. 하지만 조수연대회의의 자문을 맡고 있는 이종구 노무사는 “어느 사업장이나 돈을 버는 것과 일을 배우는 것이 함께 이루어지는데, 일을 배운다는 이유로 저임금을 받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열악한 환경을 딛고 감독으로 성공하는 경우는 확률적으로 드물다. 대부분 ‘죽도록’ 일만 하다가 젊은 시절을 허비한다.‘조폭 마누라2’의 장동현 조감독은 “제작비도 못 건지는 영화가 많다는 것은 잘 알지만 모든 희생을 스태프들에게만 떠넘기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면서 “자원봉사자가 아닌 만큼 전체 파이를 나누는 데 있어 일한 만큼의 몫을 받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주장했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이상필 조수연대의장 더이상 한국영화 스태프들은 숨죽이고만 있지 않다. 조감독·제작부·촬영조수·조명조수 협회로 구성된 한국영화 조수연대회의(의장 이상필)는 ‘영화인 신문고’(filmunion.ivyro.net)에 접수된 22건의 체불임금 관련 사안에 대해 중재에 나섰고, 한 영화사를 상대로 3억 4000여만원의 채권가압류 신청을 냈다. 스태프들의 공식적인 첫 법적대응으로 기록될 ‘사건’을 이뤄낸 한국영화 조수연대회의의 이상필 의장은 “신문고에 올라온 사안의 진위를 가린 뒤 권고안을 제시하는 등 우선적으로 중재를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면서 “하지만 ‘법대로 하라.’는 제작자들도 있어 법적 대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에 이들의 ‘레이더’에 걸린 영화사는 70% 정도 촬영이 진행된 뒤 영화를 엎었고, 임금을 거의 지불하지 않은 채 3년을 끌었다. 이 의장은 “그래도 이 영화사는 수입·배급사업을 하고 있어 가압류 신청이 가능했다.”면서 “신문고 안에는 제작사가 임금을 주지 않은 채 파산한 뒤 1년이 지나 법적으로 구제를 받을 수 없는 사안도 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당장 스태프들이 못 받은 임금을 챙겨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의장은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세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스태프들의 임금·고용·복지와 함께 제작시스템을 개선하는 일, 현장 영화인 재교육과 라이선스 제도화, 영화관련협회의 영화정보 공동 데이터베이스화 등이 그것이다.“투자자가 전권을 쥔 기형적인 영화산업구조와, 산업화과정에서 제대로 규정짓지 못한 채 굳어져온 관행이 원인인 만큼, 법에 의존하기보다는 영화계 스스로가 체질 개선을 해야 합니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스태프도 근로자… 근기법 적용을” 한국영화 스태프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근로기준법을 적용시켜 노동자로 대우받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비정기적인 영화 일의 특수성 때문에 아직은 스태프들을 프리랜서로 보는 시각이 많아 당장 적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현재 한국영화 조수연대회의는 영화 스태프들을 근로자로 인정받게 하기 위한 법적 대응 방안을 모색중이다. 현장에서 다쳤을 경우 산재보험을 청구한다든지, 회사가 부도날 경우 3개월치 임금을 보전해주는 체당금을 신청하는 등의 방법으로 ‘영화스태프는 근로자’라는 판례를 이끌어내겠다는 것. 박형섭 변호사는 “법적인 선례가 생긴다면 스태프들이 일한 만큼의 추가수당을 받고 노동시간을 조절하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적 해결에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우선 영화인들이 자발적으로 ‘근로환경 규정’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현재 영화진흥위원회와 조수연대회의는 이 문제로 협상을 진행중이다. 영진위는 임금, 계약기간·방식, 노동시간의 기본틀과 함께 4대보험지원센터를 운영하는 내용의 ‘스태프 처우개선을 위한 권고안’을 제안한 한편, 조수연대회의는 연구원이 만드는 ‘선험적’인 권고안이 아닌 실질적인 주체인 스태프들이 적정수준을 제시하고 제작가협회와 협의한 뒤 영진위와 권고안을 논의하는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조수연대회의 최진욱 사무국장은 “영진위가 국감의 결과물을 내는 데만 급급해하고 있다.”면서 “영화인 신문고에도 최소한의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영진위 국내진흥부의 김보연씨는 “3년전부터 스태프의 처우개선을 위한 연구사업을 지원해왔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사업을 입안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앞으로 진통이 예상되지만 3자가 협의해서 의견을 모아보자는 데는 이견이 없는 만큼 조만간 의미있는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제작가협회와 조수연대회의도 첫만남을 갖고, 새달초 영화인 근로환경과 제작시스템을 제고하기 위한 정책 세미나를 열기로 합의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영화 스태프의 처우 개선을 위한 첫삽은 뜬 셈이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하프타임] 미셸위, LPGA 4개 메이저 출전

    미셸 위(16)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4개 메이저대회에 모두 출전할 전망이다.LPGA 사무국은 18일 오는 6월 열리는 LPGA챔피언십에 미셸 위를 초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셸 위는 이미 초청장을 받은 나비스코챔피언십, 그리고 지난해 상위권 입상(13위)으로 예선 면제를 받은 US여자오픈에 이어 3개 메이저대회 출전이 확정됐다. 미셸 위는 조만간 브리티시여자오픈 출전권까지 확보할 것으로 보여 한 해에 4개 메이저대회에 모두 출전할 전망이다.
  • 도시주변 관리지역 소규모공장 신설 허용

    앞으로 도시 주변의 관리지역에서도 1만㎡(303평) 미만의 소규모 공장을 건립할 수 있다. 건설교통부는 중소기업 지원 차원에서 관리지역(옛 준도시지역 및 준농림지)에 소규모 공장 신설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의 국토계획법 시행령·시행규칙을 개정,17일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올 상반기에 시행 예정이다. 이에 따라 관리지역에 1만㎡ 미만의 소규모 공장 신설이 허용된다. 지금까지 이들 지역에서는 1만㎡까지 증설은 가능했지만 신설이 금지됐다. 하지만 하루에 폐수 배출량이 2000㎥ 이상되는 업종 등 환경오염의 우려가 있는 업종은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또 난개발 및 환경훼손 방지를 위해 건축허가때 반드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 또 자연환경이나 상수원 보존 등을 위해 지정된 특별대책지역 및 자연보전권역에는 소규모 공장이 들어설 수 없도록 했다. 개정안은 건축법과 국토계획법으로 이원화돼 있는 도로확보 기준을 건축법으로 단일화해 건물을 지을 때 의무적으로 건설해야 하는 도로의 폭을 현행 4m에서 주변에 큰 도로가 있을 경우 2m로 완화하기로 했다. 이밖에 골프장 건설을 위한 도시관리계획 수립때 주민의견을 묻는 절차를 거쳤을 경우 시·군의회 의견 청취 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부패방지팀 가동 1년만에 ‘클린 한국전력’

    부패방지팀 가동 1년만에 ‘클린 한국전력’

    한국전력이 ‘깨끗한 회사’로 확 바뀌었다. 한전은 그동안 전기공사 시공업체와 각종 민원인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금품수수 등 불미스러운 일이 적지 않았으나 지금은 말끔히 사라졌다. 부패근절을 위한 1년간의 ‘치밀한 작전’ 덕분이다. ●수년째 하위권에서 획기적인 변신 지방도시에서 전기시설 시공업을 하는 A씨는 지난해 초 한전의 지방사업소로부터 5000만원짜리 공사를 수주하면서 사업소의 중간 간부에게 200만원을 사례비로 전달했다. 지난해 설 명절을 앞두고 30만원짜리 선물에 30만원어치 상품권을 보태 선물한 적이 있다. 그런데 자신의 사업장 근처에 있는 전신주에 문제가 생겼다. 신고를 받고 나온 현장 직원이 신속한 처리를 대가로 웃돈을 요구했다. 그는 답답한 노릇이었지만 5만원을 건넬 수밖에 없었다고 한전 중앙본부의 부패실태 조사반에 털어놓았다. 그러나 이같은 부패 사례는 이미 옛일이 되고 말았다. 한전은 국무총리실 산하 부패방지위원회가 민원인 7만 5317명을 대상으로 2004년 공공기관 청렴도를 조사한 결과,1년 사이에 가장 많이 향상된 기관 1위로 선정됐다. 한전의 종합청렴도 점수는 10점 만점에 8.92점. 전년도에 비해 2.92점이 올라 향상도가 313개 정부부처·자치단체·공기업 등을 통틀어 가장 높았다. 청렴도 점수는 조사대상 평균보다 0.26점 높았다. 한전은 2003년엔 5.80점,2002년엔 4.47점으로 수년째 하위권을 맴돌던 처지에서 종합 4위로 올라섰다. ●투망식 부패방지 작전 한준호 한전 사장은 지난해 3월 취임 직후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깜짝 놀랐다. 한전이 해마다 실시하는 부방위의 청렴도 조사에서 바닥을 헤매고 있었기 때문이다.‘무슨 인허가 업무가 그리 많다고 이렇게 썩었단 말인가.’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직원은 부패의 실상에 대해 무감각한 모습이었다. 부패를 뿌리뽑지 않으면 회사가 망할 지경이었다. 한전은 전국 사업소에서 가장 청렴하다고 소문난 과장급 직원 18명을 뽑아 감사실에 배치하고 부패방지팀을 만들었다. 전권을 부여받은 18명은 1주일 동안 합숙하면서 아이디어를 짜냈다. 우선 의식을 바꾸고 제도를 보완하는 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 전국 239개 사업장을 돌면서 1만 7000여명 전 직원을 대상으로 부패방지에 대한 정신교육을 했다. 소장급 간부 271명은 추가로 불러 거래업체와의 관계 등에 대해 별도교육을 했다. 일반 연수에도 부패방지 시간을 배정했고, 사이버교육도 수시로 했다. 이쯤되자 직원들의 입에서는 “부패라는 말만 들어도 소름이 끼친다.”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이어 청렴계약 규정을 만들었다. 이를 어긴 입찰업체에는 2년 동안 입찰자격을 제한했다.300만원 이상의 공사에 대해서는 전자입찰을 실시했고, 수의계약의 범위를 200만원 이하로 줄였다. 모든 공사에는 표준집을 만들어 그대로 시행하도록 했다. 표준집은 한국전기안전공사에서도 채택할 정도로 우수하게 만들어졌다. 부패방지 활동이 활기를 띠면서 부패에 취약한 업무에 대해 집중적인 감찰활동을 했다. 한전에서 부패에 취약한 업무는 신규 전기공사를 한 건물 등을 대상으로 한 사용전 점검 업무다. 한전의 인증이 떨어져야 전기계량기를 설치하고 전기를 사용하게 된다. 이 때문에 사업주들은 점검을 나온 한전 직원에게 1만∼15만원의 수고비를 주고 서둘러 인증을 부탁하곤 한다. 암행감찰반은 전국을 돌면서 4건의 부패현장을 적발했다. 부조리 신고전화에 신고하면 포상금도 지급했다. ●단돈 10만원에 목숨 걸지 말자 직원들도 변하기 시작했다. 높은 강도의 부패방지 교육이 효력을 나타냈다. 우선 ‘단돈 10만원에 목숨 걸지 말자.’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돌았다. 회사는 직원들의 고소득을 보장하는 대신에 그에 걸맞은 능력과 품위를 요구했다. 이어 불우이웃돕기, 헌혈행사, 자원봉사 등을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 참여하면서 직원들도 ‘봉사참여의 즐거움’을 느끼도록 했다. 한 사장은 앞으로는 직원들이 글로벌 에너지기업에서 일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깨닫도록 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부패방지팀 관계자는 “기업부패의 폐해를 직원들 스스로 느끼고 깨닫게 함으로써 회사 방침 때문에 참여하는 것이 되지 않도록 치밀한 계획을 짠 것이 적중했다.”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서해 관광명소로 변모 한국전력은 지난해 서해상에 세계적인 볼거리 하나를 만들었다. 인천광역시 옹진군 영흥도에 국내 최대용량의 화력발전소 2기를 지었고, 발전소에서 경기도 시흥까지 세계최대 규모의 해상 송전선로를 완공했다. 영흥발전소는 해마다 전력부족으로 공급 중단의 위험에 놓이는 수도권 지역에 차질없는 전력공급을 책임지게 됐다. 기존의 50만㎾급 화력발전소에 비해 출력을 60% 이상 향상시켜 국내 최대용량인 80만㎾급 발전소로 건설됐다. 그러면서도 연료는 석탄을 사용, 액화천연가스(LNG)에 비해 연료가격을 3분의1로 낮췄다. 연간 5873억원의 외화를 절약할 수 있게 됐다. 첨단공법으로 친환경시설도 잘 갖춰 1999년 착공 당시 온수 배출에 따른 해수온도 상승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를 깨끗이 잠재웠다. 한국전력과 발전소 운영자회사인 한국남동발전은 1716억원을 들여 선제대교와 영흥대교도 지어 지역주민들로부터 대환영을 받고 있다. 영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까지 공급하는, 세계에서 보기 드문 해상송전 선로도 일반인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발전소에서 대부도와 시화호를 거쳐 신시흥변전소까지 78㎞ 구간에 600m 간격으로 송전탑 137기를 세운 것이다. 대부도에서 바라보면 바다위에 일정한 간격으로 높이 솟은 탑이 장관을 이룬다. 해상구간 송전탑의 높이는 세계 최고인 170m에 달한다. 송전탑에 겹겹이 걸쳐져 지나는 전선의 길이는 자그마치 1900㎞로, 서울과 제주(452㎞)를 네번 왕복할 수 있다. 이같은 규모의 송전탑 건설을 아무나 할 수 없기 때문에 세계에 자랑할 만한 기술로 꼽힌다. 우선 송전탑의 간격이 일반 송전탑의 간격(350m)보다 훨씬 길다. 국내에서 처음 개발된 ‘고장력 내열전선’ 덕분이다. 또 태풍이나 지진, 파도, 염해 등 해상의 악조건에도 송전탑이 바다 속에서 끄떡없이 지탱할 수 있는 밑바탕에는 신공법과 특수자재의 역할이 크다. 시화호의 환경오염 방지를 위해 철 구조물의 겉은 모두 특수코팅 처리했다. 영흥발전소와 해상선로 건설은 5년4개월이나 걸린 난공사였다. 총 사업비는 2조 3174억원, 연간 작업인원만 275만명에 달했다. 그러나 발전설비의 효율성을 높이고, 해상을 관통하는 놀라운 건설공법으로 연간 9623억원의 외화를 절감했다. 한국전력 홍혁 홍보실장은 “한마디로 신기술 개발과 환경보호, 외화절약의 3박자를 모두 만족시킨 대역사(大役事)”라면서 “우리나라와 한전의 큰 자랑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한준호 한국전력 사장 “공기업의 윤리경영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생존이 걸린 문제입니다.” 한준호(59) 한국전력 사장은 요즘 공기업들 사이에 불고 있는 윤리경영과 구조조정 바람을 언급하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올해 초 부패방지위원회의 청렴도 조사에서 한전이 높은 평가를 받은 데 대해 “한전의 모든 가족들과 함께 축하받고 싶다.”며 뿌듯하게 여겼다. 한 사장은 이어 “한전은 수년 안에 글로벌 에너지그룹으로 발전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걸맞은 모습으로 변신해야 한다.”면서 “우선 윤리경영과 열린경영을 정착시켜 구태의 이미지를 벗는 것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향상시키고 지역사업소에도 책임경영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사장은 최근 과장에서 부장으로 세 직급을 파격적으로 승진시킬 수 있는 권한을 사업소장에게 위임했다. 보건복지부가 정한 기초생활수급자 가구의 경우 2개월 이상 전기요금을 내지 못해도 혹서기(7∼8월), 혹한기(1∼2월)에는 일반 가구와 달리 단전을 하지 않고 있다. 한전은 지난 5년을 끌어온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배전(配電)분할 추진의 중단’으로 가닥이 잡히자 필리핀, 중국 등 해외사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 사장은 “한전이 현재 필리핀 전체 발전의 14%를 책임지고 있다.”면서 “세부(Sebu)섬에 지을 20만㎾급 화력발전소를 세계 신혼부부들의 관광명소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재임 중 그의 꿈은 중국 전역에 건설될 30기의 원전 사업을 한전이 주도할 수 있는 기틀을 세우는 것이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김좌진 군자금 모금은 강도죄” 판결록 공개

    “김좌진 군자금 모금은 강도죄” 판결록 공개

    일제시대 때 군자금을 마련하려던 김좌진 장군은 무슨 죄로 처벌받았을까. 답은 강도죄다. 법원도서관은 일제 강점기인 1909∼1943년 대한제국 대심원과 통감부·조선총독부 고등법원의 민·형사 사건 판결록 일부를 한글로 번역, 발간했다고 6일 밝혔다.2만쪽 분량의 판결록 30권 가운데 1909∼1912년의 형사사건 51건, 민사사건 125건을 다룬 제 1권을 출간한 것이다. 당시엔 고등법원이 최종심을 맡아 이 판결록은 대법원 판례집에 해당한다. 시대상과 법률관습을 엿볼 수 있는 자료로 평가된다. ●의병활동에 강도죄나 강도살인죄 적용 형사편엔 백야 김좌진 장군의 판결문이 있다. 김 장군은 1911년 21세 때 북간도에 독립군 사관학교를 설립할 계획을 세웠다. 그는 군자금을 마련하고자 할아버지뻘인 친척 김종근씨를 찾아갔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대문 감옥에 갇힌 김 장군은 고등법원에서 안승구씨와 공범으로 재판을 받았다. 판결문은 “김좌진은 김종근 집에서 재물을 훔칠 계획을 세웠지만, 집 안에 사람이 많아 실행하지 않은 ‘강도미수범’”이라고 했다. 김 장관은 친척에게 협박, 폭력을 행사해 금품을 빼앗을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고등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2년 6월형을 확정했다. 기오(木尾虎之助), 이와모토(岩本英夫)란 이름의 일본 변호사 2명이 김 장군을 변론했다는 기록이 눈길을 끈다. ●흥분해 원수를 죽인 것은 죄가 아니다 1910년 9월 9일 오후 8시쯤 이모씨는 친구 김모씨 집을 방문했다가 싸움 끝에 맞아 숨졌다. 이 소식을 들은 이씨의 아내 홍모씨와 첩 엄모씨는 김씨 집으로 달려갔다. 김씨를 묶어 놓은 뒤 3시간 동안 남편을 살리려 온갖 수단을 썼지만 소용없었다. 흥분한 두 여성은 마침내 김씨를 때려 숨지게 했고, 경찰에 자수했다. ‘부모나 남편, 자손을 죽인 살인자를 흥분한 마음에 그 자리에서 곧바로 살해한 경우 죄를 논하지 않는다.’는 형법대전 493조를 들어 이들은 무죄를 주장했다.1,2심은 “남편이 살해당한 시간과 아내가 살인범을 죽인 시간이 다르다.”며 이 법을 적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고등법원은 아내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조선에선 조선의 관습을 따른다 1911년 꼬마신랑 송모(11)군과 결혼한 여성 김모(18)양과 성관계를 맺은 일본인 가와하라(川原貞季)가 법정에 섰다. 가와하라측은 “민법이 남자 17세, 여자 15세 이상이 되지 않으면 혼인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 송군의 결혼은 무효이며 간통죄도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고등법원은 “조선인은 연령에 상관없이 혼인하는 풍습을 갖는다.”면서 “김씨는 유부녀로 간음은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고등법원은 또 자식을 부양하는 의무는 아버지가 진다는 관습을 지적하며 따로 살며 사생아를 키운 첩에게 아버지는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갑오경장 때 과부의 재혼을 허가한 뒤 사대부들이 재혼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며느리에게 돈을 준 사례도 나타났다.1911년 며느리 신모씨는 재혼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함께 시댁에서 논밭과 가옥, 소 등을 받았다. 그러나 재혼했고, 시댁은 재물 반환 청구소송을 냈다. 신씨는 “재혼을 금지한 계약이 재혼을 허가한 법률을 위반했으므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고등법원은 “계약을 어겼으니 재물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법원도서관은 앞으로 매년 2∼3권씩 판결록 번역작업을 진행, 앞으로 10∼15년내에 전권을 완역할 계획이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사설] 우려되는 여야 리더십 붕괴

    국가보안법 등 쟁점입법을 지난해 마무리짓지 못한 것과 관련, 여야 정당 모두 지도부가 흔들리고 있다. 여야 지도부가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협상과정에서 우왕좌왕했던 점은 책임져야 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정당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어떤 지휘부가 들어선다 해도 원활한 여야 협상과 입법을 이끌 수 없다. 여야는 사람을 바꾸는 데 그치지 말고 제도적 개선책을 모색해야 한다. 지난해 말 여야의 행태는 현재 정치권의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지도부가 어렵게 타협해놓으면 소속 의원들이 의총에서 뒤집었다. 협상대표가 사인까지 한 합의문은 일순간에 휴지조각으로 변했다. 일부 중진들이 나서 타협점을 찾았으나 이 또한 각 당의 지도부에서조차 공감대를 이루지 못해 추진력을 상실했다. 지도부와 일부 의원들이 따로 노는 현상은 너무 심각해 함께 당을 할 수 있을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 이런 난맥상의 근본 이유는 이념적 지향점이 다른 인사들이 한 정당내에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극복하기 어려운 온건·강경파의 견해차는 리더십의 붕괴로 나타났다. 이를 개선하지 않으면 2월 임시국회에서도 국보법 등 쟁점입법 협상이 원활히 이뤄질 수 없다. 열린우리당은 천정배 원내대표가 사퇴함으로써 새 지도부 구성이 불가피해졌다. 대화·타협의 기조를 내건 지도부가 탄생해 쟁점입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원만하게 처리함으로써 경제회생의 걸림돌이 되지 않게 하길 바란다. 한나라당도 당직개편을 통해 좀더 개혁쪽으로 리더십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여야는 주요 협상에 앞서 의총에서 내부협상안을 다양하게 만들어 지도부에 미리 위임토록 하든지, 아니면 지도부에 협상전권을 주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해보라.
  • [2005 대전망] 2차 남북정상회담 열린다면…박재규총장·최상용교수 대담

    [2005 대전망] 2차 남북정상회담 열린다면…박재규총장·최상용교수 대담

    2005년 새해 들어 제4차 6자회담이라는 협상테이블을 통해 북한핵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한과 미국 등 관련국들의 줄다리기가 본격화된다. 이와 맞물려 남북간 화해협력 분위기 확산과 평화통일의 기반 조성을 위해 올 한해 남북정상회담에 거는 기대도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서울신문은 신년 특별기획으로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박재규 경남대학교 총장과 주일대사를 지낸 최상용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대담을 갖고 북핵문제 해결 전망과 남북 정상회담을 통한 한반도 평화 기반 정착 가능성을 미리 짚어보았다. 대담은 ‘남북 정상회담에 바란다’라는 주제로 서울 종로구 삼청동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진행됐다. ●박재규 정상회담은 정례화돼야 한다. 지난 2000년 6·15 정상회담 때 조속한 서울 답방과 제2차 정상회담 개최라는 우리의 제의에 대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아직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반도의 평화 통일을 위해서 ‘정상간의 신뢰 구축과 정상회담의 정례화’가 꼭 필요하다고 설득했다. 그 결과 ‘적절한 시기’에 서울 답방이라는 공동선언이 도출됐다. 북한이 응할지, 않을지는 김 위원장의 몫이다. ●최상용 우선 북한이 6·15 합의정신을 지킨다면 언젠가는 성사될 것이다. 정상회담의 정례화는 우선 불신 해소를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정상회담 관례화에 따른 불신 해소만 가지고는 만족을 못할 것이다.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결정적 계기를 마련해줘야 후유증이 크지 않다.2005년에도 정상회담의 성사를 위해서는 북핵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 우선 순위가 돼야 할 것이다. ●박 북핵 문제는 남북한의 문제이면서도 국제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정부는 북핵문제를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위해 지난 2년 동안 꾸준히 노력해 왔고, 그 결과 6자회담이라는 대화의 틀이 형성되고 세 차례의 회담도 가졌다.6자회담의 틀은 갖추어졌지만 실질적인 결실을 위해서는 북·미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참가국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지난 2년동안 북한은 체제보존과 김정일 위원장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서 노력해왔다. 미국에 체제 보장과 경제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재선되고 집권2기가 출범했는데도 북한의 기존 주장이 지속된다면 미국의 대북압박·제재와 북핵문제의 유엔안보리 상정이라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도 더 이상 환경과 여건을 탓하지 말고 회담에 참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최 북핵문제는 민족문제인 동시에 국제문제다. 우선 민족문제로서, 북한은 체제 존망의 문제이고 남한의 입장에서는 제2의 한국전쟁을 막고 선진 경제 재도약의 계기를 마련하는 문제이다. 국제문제 관점에서 볼 때는 6자회담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자 협력체제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제1 상대는 미국이다. 미국의 경우 아직 부시 2기 정권의 북한에 대한 정책이 나와 있지 않다. 이라크 총선 결과가 나오고 부시 2기 집행부가 출범하더라도 실질적으로 6자회담의 틀 속에서 북·미 대화도 가능하다. 따라서 2005년 초에는 남북정상회담도 기대하기 어렵고 미국·중국·북한이 다같이 사태의 진전을 주시할 것이다. ●박 주변국의 한반도문제 전문가들은 정상회담이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뿐만 아니라 남북간 화해·협력의 활성화와 평화통일의 길을 여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최근 김정일 위원장과도 친분이 두터운 러시아 극동지역의 대통령 전권대표가 다녀갔는데 핵문제 해결 전이라도 남북한의 사정상 서울과 평양에서 정상회담 개최가 어렵다면 양 정상의 합의에 의해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핵문제가 먼저 해결되고 정상회담이 개최되어야 좀더 성공적인 회담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전했다. ●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정상회담이 필요하다는 것은 원칙적으로 맞지만 현실적으로 간단치 않다. 몇가지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6자회담에 도움이 되어야 하고 투명성과 국민적 합의가 중요하다. ●박 실패라는 심각한 문제를 머리에 담고 싶지 않다. 실패한다면 무력 충돌의 가능성이 있고 다시 냉전체제로 돌아갈 수도 있다. 김 위원장도 해결이 안 되면 체제 유지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해결방법의 합의 도출에 너무 시간을 허비한다면 북한 경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6자회담이 재개되지 않으면 정상회담을 앞당기는데도 결코 도움이 안 된다. ●최 비관적인 결과를 예상해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나열하고 싶지는 않다.‘조심스러운 낙관’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어렵고 복잡하지만 끝내는 평화적으로 해결이 되리라고 본다. 좀더 확신을 가지고 당사자들이 실천하면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합의한 주변의 책임 있는 정치가들이 평화적으로 해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실패라고 한다면 두가지 가정이 있을 수 있다. 우선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그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경우이다. 북한이 이를 이용해 시간을 번다는 나쁜 전망을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실제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교섭카드로 끝까지 버티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 정상회담의 가능성과 선택의 폭은 크게 줄어든다. ●박 1차 정상회담 추진은 지난 1999년 연말 현대아산이 주관한 통일농구대회가 열리면서 시작된 것으로 봐야 한다.1998년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긴장 완화를 위해 장소와 때에 관계없이 회담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상회담 추진을 위해 의제를 모으면서, 외교채널을 통해서 우리의 준비상황을 미국에 충분히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회담 직후에도 김 전 대통령이 황원탁 당시 외교안보수석을 특사로 미국에 파견해 정상회담의 내용 설명과 북·미 접촉을 권고했다.2000년 조명록과 올브라이트의 상호 방문에 잘 나타나 있다. ●최 21세기 국력은 경제력 못지않게 외교력이 중요하다. 외교기술적으로 ‘사전 협의’와 ‘사후 설명’이 있을 수 있다. 협의해서 금방 긍정적 해답이 예상되는 사항은 사전 협의를 충분히 해야 한다. 그러나 외교사안에 따라서 성실한 사후 설명이 필요한 때도 있다. 세계적 수준의 냉전은 붕괴되었지만 한반도는 냉전이 남아 있다. 냉전 극복을 위한 몸부림이 6·15 정상회담이었다. 정상회담이 정례화됐다면 불신 해소에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박 만남 자체의 의미도 크다. 그렇지만 2차 정상회담이 열리게 되면 실질적인 한반도의 긴장 완화를 위해 평화공존문제가 논의돼야 한다. 군비경쟁을 완화하고, 군사적 무력충돌 가능성이 높은 북방한계선(NLL)문제를 논의하고,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 문제도 논의해야 한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평화공존 방안이 나와야 한다. 다른 의제는 경제협력이다.2차 정상회담에선 우리의 경제상황을 고려해 장기적인 지원책을 찾아야 한다. ●최 지난 5년 동안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은 데는 북한은 경제문제를, 우리는 핵문제를 최우선 순위로 하고 있다. 북한이 경제문제에서 기대했던 일본인 납치·유골문제로 어려움에 빠져 있다. 경제문제에 관한 한 북한의 당면 관심은 중국과 한국에 있을 것이다. 2005년은 광복 60년, 을사조약 100년이 되는 해이다. 북핵문제를 잘 해결하면 올해는 세계의 시간과 민족의 시간이 일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무엇보다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실질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민족 화해와 함께 국민통합이 더없이 중요하다. 정리 구혜영 김준석기자 koohy@seoul.co.kr
  • [시론] 배심원제도 虛와 實/션 헤이스 헌법재판소 연구관·코네티컷 로펌 변호사

    [시론] 배심원제도 虛와 實/션 헤이스 헌법재판소 연구관·코네티컷 로펌 변호사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는 최근 국민의 사법참여(배심·참심제)란 야심적이고 과감한 개혁안을 내놓았다. 국민 사법참여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세계 최초로 배심제를 채택한 미국 사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국 헌법은 국민이 배심원에 의해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형사재판 배심원단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12명으로 구성된다. 피고에 대한 유죄 판결은 배심원 12명이 만장일치로 선고해야 가능하다. 배심원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면 의견을 모을 때까지 토론해야 한다. 반대로 배심원단이 무죄라고 판단하면, 상급법원의 판단없이 무죄로 확정된다. 미국 배심제는 국민들이 정부의 손에 모든 권력을 맡긴다는 데에 반대하고 거부하면서 탄생했다. 연방 대법원 판사인 바이런 화이트는 “국민의 생명과 자유에 대한 전권을 판사 몇몇에게 부여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배심제는 시작됐다.”고 말했다. 또 유명한 법학자인 라이샌더 스푸너는 “배심원은 사건 진상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법이 추구하는 정의가 무엇인지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수많은 영웅들이 ‘잘못된’ 배심원의 결정으로 면죄부를 받았다. 법률적으론 유죄임에도 배심원이 그 적용 법률 자체가 정의롭지 못하다며 유죄 판결을 내리기를 거부한 것이다.1734년 뉴욕 식민법원은 영국 국왕을 비판하는 자료를 출판한 피터 젠거에게 분명 유죄였지만 무죄를 선고했다. 남북전쟁 이전, 미국에서는 탈출한 노예를 숨겨주는 것이 위법행위였음에도 수많은 북부 노예제 폐지론자들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최근에도 베트남 전쟁을 반대하거나, 징집을 거부한 사람들, 불법 망명자들을 숨겨준 시민들에 대한 무죄 판결이 계속됐다. 그러나 과거 반정부 활동을 하던 한국 학자들의 경우 투옥되거나 사형을 선고받았다. 배심제가 도입됐다면 이러한 권력의 남용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저명한 법학자인 프레드 스트로트벡은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이 아니라 다양성이라고 주장했다. 스트로트벡은 미국 판사들이 엘리트 교육과정을 거친 사회 지도층이기에 다양한 사회적 배경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다양한 출신으로 구성된 배심원단과 비교하면 진실규명 과정에서 부정확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더욱 크다고 말한다. 한국 판사들도 소수 특정 대학 출신으로 성년기 대부분을 서울 지역에서 보낸다. 이는 다양성을 저해하고, 때론 정확한 진상 규명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배심원제가 사법부의 독립성을 저해할 수도 있다. 판사들은 대중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결정을 내릴 때 심각한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연방법원 판사인 윌리엄 슈워저는 “판결로 인해 판사는 가끔 경력에 흠집을 입고, 가족까지도 고통받는다. 하지만 배심원단은 익명성을 보장받는데다 사건이 끝나면 대중의 눈에서 사라져 논쟁적인 사건을 결정하는 데 적합하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배심제를 도입하자는 제안에는 많은 비판이 제기돼 왔다. 배심원단이 법률적 지식이 부족해 어려운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 능력이 떨어질 것이란 지적이 대표적이다. 고비용과 비효율성도 문제로 꼽힌다. 사법제도 및 법률 교육 자체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과 배심원으로서의 공명정대한 태도도 필수적이다. 배심제에 대한 반대 의견은 찬성 논의만큼이나 타당하다. 따라서 한국사람들은 이같은 점들을 숙고하고 각자 자신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션 헤이스 헌법재판소 연구관·코네티컷 로펌 변호사
  • ‘답사여행 길잡이’ 시리즈15권 완간

    ‘답사여행 길잡이’ 시리즈15권 완간

    전국 구석구석에 산재한 우리 문화유산을 답사기 형식으로 소개해온 답사여행 안내서 ‘답사여행 길잡이’(돌베개 펴냄) 시리즈가 서울편을 마지막으로 11년 만에 15권 전권이 완간됐다. 1994년 전북편을 시작으로 이번에 마지막을 장식한 서울편까지 한국문화유산답사회 회원들이 우리 문화유적 하나하나를 일일이 찾아가 사진을 찍고 해설을 붙여 엮은 이 책엔 우리나라의 주요 문화유적이 빠짐 없이 수록되어 있다. 한국문화유산답사회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로 유명한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대표를 맡고 있으며, 시리즈가 완성되기까지 유 청장을 비롯해 30여명이 넘는 문화유산 전문가들이 발품을 팔았다. 비교적 상세하면서도 쉽게 읽힐 수 있는 해설과 생생한 사진 등에 힘입어 이 시리즈는 첫 발간 이래 현재까지 모두 40만 부 가량 판매되는 인기를 누렸다. 전국을 문화권 또는 행정구역으로 나눠 역사적·문화적 가치가 담긴 유ㆍ무형의 문화유산을 소개하되, 누구나 쉽게 답사여행할 수 있는 가이드로서의 역할에 비중을 두었다. 이를 위해 각 문화유적을 소상히 소개하는 한편, 그와 관련된 인물 이야기, 전설 등과 함께 문양·그림을 다양하게 수록했다. 또한 서울을 제외한 지방의 경우 답사지 현장을 찾아가는 길과 잠자리·먹거리 등 기본 여행정보도 빠짐없이 곁들여 여행 실용서로도 손색이 없다. 각권 부록에는 각 지역을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는 주제별 답사코스와 기차ㆍ고속버스ㆍ시외버스 시간표, 각 지역 문화재 안내문 등을 담았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국보법 23일부터 본격 절충

    국보법 23일부터 본격 절충

    여야는 21일 4인 대표회담을 통해 임시국회 정상화에 극적으로 합의함으로써 일단 ‘윈-윈’을 이뤄냈다. 양측은 실리와 명분을 주고받은 ‘절묘한 조합’을 도출했다. 열린우리당은 새해 예산안과 이라크 파병동의안에 대한 협조를 한나라당으로부터 얻어냈다. 한나라당은 국가보안법 등 4대 법안에 대한 ‘합의 처리’를 열린우리당으로부터 양보받았다. 대신 ‘회기 내 처리를 위한 최선’을 약속했다. 하지만 ‘미완의 합의’라는 분석도 나온다. 무엇보다 ‘합의 처리’와 ‘회기 내 처리’를 동시 달성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견이 여전히 존재하고, 그 폭을 좁히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닌 상황이다. 강경파와 온건파가 양립하는 양당 내부의 속사정이 걸림돌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는 상당한 부담감을 안고 ‘마라톤 회담’에 임했다. 하지만 회담 결렬 시 감당키 어려울 정도로 악화되고 있는 여론의 비난을 우려한 때문인지 극적 타결을 이끌어 내기에 이르렀다. 양당 의원총회에서 협상 전권을 위임한 것도 이런 배경을 깔고 있다. 회담에 앞서 여야가 국가보안법의 연내 처리를 유보하는 대신, 나머지 법안은 연내 처리한다는 이른바 ‘3+1 방식’이나 국보법에 또 하나의 쟁점법안을 포함시켜 연내 처리를 유보하는 ‘2+2 방식’으로 절충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4대 입법을 분리하지 않고 한데 묶어 합의했다. 표면적으로는 4대 입법의 연내 처리를 주장했던 여당의 입장이 100% 반영된 셈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회기내 처리’ 합의문구에 앞서 ‘합의처리’라는 문구를 넣는 데 성공함으로써 ‘2+2 방식’에 버금가는 실리를 챙겼다. 결국 열린우리당이 회기내 강행 처리를 주장하더라도 ‘비토권’을 확보한 셈이다. 열린우리당 강경파 사이에서는 “여차하면 4개 법안 가운데 하나도 연내에 처리할 수 없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4대 입법이 연내 처리되지 못할 경우 내년 2월 임시국회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회담 후 기자와 만나 “한나라당도 4대 법안의 연내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합의가 안될 경우는 해를 넘길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양측은 4대 법안 외에 기금관리기본법·민간투자법·국민연금법·예결위 상임위화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22일 상임위를 재개하기로 했다. 국가보안법은 23일 오전 10시 4인 대표회담에서 본격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날 파행 국회의 정상화를 이끌어낸 ‘4인 대표회담은 여야의 새로운 협상모델로 등장했다. 기존 여야 영수회담과 달리 여야의 대표와 원내대표가 2명씩 참여하는 방식으로 여야 협상의 ‘최종 출구’ 성격을 지닌 협의채널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전광삼 김준석기자 hisam@seoul.co.kr
  • 여야 ‘4자회담’ 전격합의

    여야 ‘4자회담’ 전격합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양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참석한 ‘4자회담’을 갖는다. 열린우리당이 20일 4대법안 처리 방식과 시기를 비롯해 임시국회 정상화 방안과 관련, 회담 개최를 제안하자 한나라당이 이를 전격 수용하면서 열리게 됐다. 17대 국회 들어 양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한 자리에 만나는 것은 처음으로 여야 대치로 12일 동안 이어진 ‘반쪽 임시국회’를 풀 단초를 마련한 것이다.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4대법안 합의처리’를 전제로 한 ‘조건부 등원’ 제안에 대해 “양당의 최종 책임이 있는 지도부가 각각 의원총회에서 전권을 부여받은 뒤에 협상을 진행할 것을 제안한다.”면서 “즉시 4인이 만나 전권을 갖고 협상해 가부간에 결과를 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한나라당은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4자회담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열린우리당의 4자회담 제안은 박근혜 대표의 정국 정상화 제안에 대한 응답”이라면서 “내일 회담에서 예산안과 이라크 파병연장 동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등 임시국회의 전반적 일정부터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열린우리당이 모처럼 의원총회에서 정상화 방안과 관련, 지도부에 전권을 위임했으니 대화와 타협의 정신을 살려 회담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가파른 대치로 일관해온 ‘반쪽 임시국회’가 정상화될 물꼬가 트였고 4대법안을 비롯, 예산안, 이라크 파병연장 동의안, 민생관련 법안 등에 대한 논의가 본격 진행될 전망이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4대법안 연내 처리’ 방침을 고수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합의처리와 연내 처리 불가’로 맞서고 있어 조율 과정에서 난항을 거듭할 가능성이 높아 여야의 대타협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이에 앞서 열린우리당은 이날 상임중앙위와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고 4대법안의 연내처리를 재촉구한 뒤 임시국회 정상화 방안과 관련, 천 원내대표에게 전권을 위임하기로 결정했다. 또 유시민 의원 등 재야파 출신 의원 36명은 기자회견에서 “31일까지 국회 본회의장에서 240시간 연속 의원총회를 열겠다.”고 선언한 뒤 “탄핵으로 시작된 2004년을 국가보안법 폐지로 마무리하는 것이 역사와 국민이 준 엄중한 의무이자 권한”이라고 주장했다. 이종수 박록삼기자 vie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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