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일부 수업자료 반미감정 유발”/ 공동수업 ‘반미’규정은 유보
윤덕홍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29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공동수업과 관련,“일부 수업자료는 반미감정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그러나 공동수업을 ‘반미교육’으로 규정하기에는 논란의 여지가 크기 때문에 ‘반미교육’으로 확정하는 조치는 유보했다.윤 부총리는 또 “(공동수업에는) 학생들에게 가르치기엔 부적절한 내용도 있다.”면서 “엄격히 말해 (전교조가) 월권하고 있으며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부총리는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반미성향 수업 검토보고’를 통해 이같이 설명했다.앞으로 교육의 중립성을 확보하고 이를 훼손하는 행위는 징계하는 등 엄중 조치하겠다고 보고했다.
●대통령,지금 문제삼지 않는 게 좋겠다
노 대통령은 윤 부총리의 보고를 받은 뒤 “중등교육에 대해 국가가 가치관을 교육할 권리가 있는데,전교조가 국가를 대신해서 그것을 지시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적하고 싶은 점도 있지만,지금의 전교조 교육은 특별히 문제삼지 않는게 좋겠다.”고 덧붙였다.송경희 청와대 대변인은 이에 대해 “징계나 별다른 조치가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국가가 지시하고 강요하는 교육이 되어서는 안된다.”면서 “전교조도 획일적인 지침을 만들어 지시하고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이어 “국가 사이의 평화와 우호동맹도 소중한 가치이므로,이것을 일방적으로 훼손하려 하거나 집단적으로 획일화해서는 안된다.”고도 말했다.
●중립성 훼손하는 ‘공동수업’ 안된다
교육부는 우선 전교조의 공동수업이 인간의 존엄성을 고취하고 평화애호 정신을 배양하는 등의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하지만 일부 내용은 폭력성·혐오감·잔학상을 필요 이상으로 부각시켜 학생들에게 미국에 대한 적대감이나 반미감정을 은연중에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한 예로 이라크전의 경우,‘최소한의 명분도 없는 민중에 대한 일방적인 학살로서 인류에 대한 범죄행위’라는 수업자료의 내용과 반전 퀴즈 등을 들었다.
교육부는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으로부터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 및 반전 공동수업과 관련,문제가 된 수업사례 30건,민원이 제기된 10건,언론에 보도된 16건을 분석했다.교육부 이수일 학교정책실장은 “분석 결과,문제가 있는 내용이 있지만 수업의 특성상 교과별·교사별로 매우 다양하게 이뤄지는 만큼 개개의 수업내용을 일일이 확인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면서 “‘반미교육’으로 규정하기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반미성향 여부도 조사의 기준·시기·방법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따라서 수업사례 30건에 대해서는 다음달 2일 1차 감독권을 가진 시·도 교육감과 협의해 조치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의 교육권·자율권을 충분히 보장할 방침이다.다만 교육과정에 제시되지 않는 공동수업을 실시할 때는 학년·교과협의회 등을 통해 교수·학습안을 작성,학교장의 승인 후 실시도록 한 지침을 엄격히 적용하기로 했다.
●국무회의,교사의 교육권 논란
7년 동안 고교 국어교사를 지낸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은 국무회의에서 “수업은교과 중심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경험·철학을 녹여 하게 돼 있다.”면서 “교육부의 허가를 받고 어떻게 교육하겠느냐.교사에게 자율성을 줘야 한다.”며 경험론을 폈다.최낙정 해양부 차관은 “교사를 통제의 대상으로 볼 것인가,또는 신뢰의 대상으로 볼 것인가.”에 대해 윤 부총리에게 물었다.
노 대통령은 “교사는 통제의 대상,신뢰의 대상도 아니다.토론의 대상으로 본다.정부는 전교조를 토론과 논쟁의 상대로서 존중해야 한다.그런 점에서 정부도 전교조를 상대로 의견을 표시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
한편 전교조는 정부의 조치에 대해 “대응할 가치조차 없을 뿐더러 전교조 흠집내기의 하나”라고 반발했다.공동수업안에 대한 활용 여부는 교사 개개인들의 교육권에 해당하기 때문에 전교조 차원의 대응은 무의미하다고 밝혔다.
박홍기 문소영기자 h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