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 황 기자에게 인간적인 연민 느낀다”
”동아일보 황규인 기자에게 인간적인 연민을 느낀다.”
지난해 12월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을 허락했다는 이유로 서울시교육청에 의해 해임된 최혜원(26) 전 서울 길동초등학교 교사가 12일 ‘자신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조직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했다’는 동아일보 기사에 대해 반박했다.
동아일보는 지난 9일 ‘전교조, 그 이름이 이젠 부끄럽다’ 제목의 기사에서 제보자의 말을 인용, ‘최 교사가 전교조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일어난 조직 내 권력 싸움의 희생양이 됐다.최 교사가 지도부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고 보도했다.같은 날 조선닷컴도 ‘전교조의 배신으로 찢긴 가슴 어찌하나’라는 제목으로 이 기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최 교사는 12일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두 매체의 보도에 대해 “내 글은 일제고사 반대에 대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 일부 지도부에 대한 건설적인 비판 글이었다.”며 “마치 전교조 전체를 비난한 것처럼 보도한 것에 불쾌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전교조 내부에서도 수많은 의견이 있을 수 있고,건설적인 비판도 가능하다.그것이 건전한 조직 아닌가.”라고 반문한 뒤 “전교조 홈페이지에 쓴 글의 댓글들을 보면 알겠지만 내 비판에 대한 대응도 상당히 건설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기사를 단독으로 보도한 동아일보 황규인 기자에 대해서는 “인간적으로 불쌍하다는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최 교사는 “황 기자의 기자블로그를 보니 나를 정치적 교사들의 희생양으로 여기면서 불쌍하게 여기는 듯했다.황 기자가 내 일련의 행적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채 멋대로 평가하는 것에 화가 나면서도 연민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그는 “심지어 ‘이 사람이 동아일보가 돈을 많이 줘서 이런 기사를 쓰나.’ ‘동아일보란 폭력적인 구조 안에서 글을 쓰다 보니 사람이 다 자기처럼 불쌍해 보이나.’란 생각까지 했다.”면서 “황 기자가 마치 ‘까라면 까는’ 전경식 사고방식을 가진 듯해 불쌍해 보인다.”고 말했다.최 교사는 “같이 술이라도 한잔 하면서 ‘내가 그리 불쌍해 보였냐’고 묻고 싶다.”고 심경을 토로했다.그는 아직 동아일보와 황 기자로부터 사과나 해명이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최 교사는 문제의 내용이 전교조내의 비공개 게시판에 실렸고,게시판 글을 제보한 사람의 이름이 익명으로 처리된 것과 관련, “전교조 내에 보수언론과 내통하는 사람이 있거나 동아일보가 전교조 게시판을 해킹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이어 “제보자 A씨가 누구냐고 물어도 신문사가 대답을 해줄 리 없기 때문에 추측만 난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사는 “해당 기사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할 것”이라면서 “개인적인 대응은 하지 않겠지만 전교조 차원에서 이 일에 대한 협의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최 교사는 지난 11일 해당 기사에 대한 반박문을 통해 “동아일보는 내 글의 일부를 짜깁기해 자신들의 원하는 ‘작품’을 만들었다.”면서 “진심을 이미 다 알면서도 사실을 왜곡하고 편집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조선·동아일보는 언론인으로서의 양심도, 윤리도 다 저버린 ‘정권의 나발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 교사는 “기사를 보니 저의 전교조에 대한 뿌리 깊은 애정과 신뢰, 무한한 자부심은 다 짤려져 있고, 오로지 그들이 원하는 부분만을 조각내어 자기들이 원하는 결론을 마음대로 끌어내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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