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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고]

    ●인상식(교보증권 여의도금융센터장)씨 모친상 25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27일 오전 6시 (02)2258-5940 ●호영진(전 한국경제신문사 사장)씨 별세 웅기(영림원소프트랩 전무)씨 부친상 정규문(김앤장 법률사무소 국제변호사)씨 장인상 이수정(숭실사이버대 컴퓨터과학과 겸임교수)씨 시부상 24일 신촌세브란스병원, 발인 27일 오전 8시30분 (02)2227-7590 ●차문석(청주시 공공건축1팀장)씨 모친상 25일 청주 참사랑병원, 발인 27일 오전 7시 (043)298-9200 ●최대우(전 전북일보 부장)씨 별세 25일 김제장례식장, 발인 27일 오전 9시 (063)548-4700 ●이영화(㈜세화 대표이사) 영주(전 전교조 경남지부장) 승열(전 거제 교육장) 승엽(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준호(서울대 자연과학대학 학장)씨 모친상 이정숙(사천초등학교 교사) 옥은숙(경남 도의원) 고희경(홍익대 교수) 최경란(서울디자인재단 대표이사)씨 시모상 25일 사천시 농협장례식장, 발인 27일 오전 9시 (055)852-0004
  • [부고] 최대우씨 별세, 이승엽씨 모친상, 박수룡씨 별세

    ●최대우(전 전북일보 부장)씨 별세, 25일, 김제장례식장 201호, 발인 27일 오전 9시. 063-548-4700 ●이영화(㈜세화 대표이사)·영주(전 전교조 경남지부장)·승열(전 거제 교육장)·승엽(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전 세종문화회관 사장)·준호(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학장)·선화·연화씨 모친상, 정옥훈·이정숙(사천초등학교 교사)·옥은숙(경남 도의원)·고희경(홍익대학교 교수)·최경란(서울디자인재단 대표이사)씨 시모상, 김병철씨 장모상, 25일, 경남 사천시 사천읍 농협장례식장 301호, 발인 27일 오전 9시, 장지 경남 백천사. 055-852-0004 ●박수룡(서양화가)씨 별세, 박정남씨 남편상, 박준경(롯데GRS 주임)·박유현씨 부친상, 24일 오후 1시20분께,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4호실, 발인 27일 오전 9시. 02-3010-2294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19회] “임종헌 흥분 잠재우려 보고서 세게 써…우리도 다른 판사들과 같아”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19회] “임종헌 흥분 잠재우려 보고서 세게 써…우리도 다른 판사들과 같아”

    -‘[검토] 재항고 인용 결정→ (BH(청와대)와 대법원)양측에 윈윈의 결과가 될 것임. (중략) 결정 시점 - 대법원의 이득을 최대화할 시점에 관한 분석 필요. BH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두 사법 최고기관이 어려운 국정현안에 얼마나 조력, 협력하는지에 따라 양 기관을 평가할 것임. (중략) 통진당 위헌정당 해산심판 선고기일 전에 결정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음’ (2014년 12월 3일자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관련 검토(대외비) 문건 중) -‘국정원 사건 항소심에서 공직선거법 유죄 선고 시 청와대가 불만을 표시했던 전교조 효력 집행정지 사건 등 관심사안 암시 전달, 국정원 사건의 상고심을 조속히 선고해 청와대의 불만과 오해의 기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 항소심 선고 직후 적당한 비공식 라인을 통해 사법부의 진위가 곡해되지 않도록 절차 거쳐야’ (2015년 2월 8일자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 관련 검토’ 문건 중) 판결의 결과를 미리 내다보는 시나리오와 판결 선고는 언제 하는 것이 더 이익이 되는지,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한 이유를 묻자 현직 부장판사는 이렇게 답했다.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문서화 해줄 것을 요청해서 작성하게 된 것입니다.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지시를 한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그 내용을 그대로 문서로 작성해주기를 저에게 얘기해서 작성하게 됐습니다” 아이디어를 제공한 지시자는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었고 작성자는 그 때 기획조정심의관을 지낸 정다주 의정부지법 부장판사다. ●정다주 “임종헌 지시로, 임종헌이 불러준 그대로 보고서 작성”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18회 공판에서는 정 부장판사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법정에 들어선 정 부장판사는 피고인석을 바라보지 않고 곧장 증인석에 서 재판부를 향해 꾸벅 인사를 했다. 가장 첫 질문인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관련 검토’ 문건을 어떤 경위로 작성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당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의 지시를 받아 문건을 작성했습니다”라고 또박또박 답했다. 이후엔 임 전 차장을 “저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한 사람, 저에게 지시를 한 사람”으로 가리켰다. 그리고 여러 문건의 작성 배경을 묻는 물음에는 거의 이렇게 답했다. “지시한 사람이 불러준 문구 그대로 작성한 것입니다.” 정 부장판사가 작성한 2014년 12월 3일자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검토’ 보고서에는 재항고 사건이 인용될 경우와 기각될 경우 각각 청와대와 대법원이 어떤 이득과 손해를 보는지 표로 정리된 내용이 담겼다. 재항고가 기각되면 양측 모두가 손해를 입는 반면 인용되면 양측에 모두 이득이 된다는 것이다. 검찰은 “법리적 판단이 아니라 양 기관의 손해와 이득을 기준으로 작성한 내용인데 아무리 임종헌의 지시를 받았어도 이런 내용을 작성해도 되는지 이의를 제기하거나 의문을 표시한 사실이 있는가“ 묻자 정 부장판사는 “이의제기 한 바 없다”고 답했다. 이어 “(판결을 하는) 대법원에서 판단한 게 아니라 법원행정처에서 판단 내지 작성한 보고서였고, 저는 당시 어디까지나 이런 보고서들이 헌법적 테두리 그리고 법률적 테두리 안에서 쓰일 것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에 특별히 의문을 갖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정원 댓글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항소심 선고공판 전인 2015년 2월 8일자로 작성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 관련 검토’ 보고서에는 ‘전교조 법외노조 효력 집행정지 사건 관련 BH 불만이 누적된 상황’, ‘BH와 여권의 신뢰관계 유지 회복방안을 위한 다양한 방안 실시’, ‘전교조 법외노조 효력 집행정지 사건 등 관심사건 신속 처리’ 등의 문구가 담겼다. 이에 대해서도 정 부장판사는 “임종헌 기조실장으로부터 원세훈 사건의 항소심 판결이 선고되면 사법부 주변의 상황 변화라든지 그에 대해 우리가 취해야 할 입장에 관해 예상하는 보고서를 지시를 받았고, 제가 생각할 수 있는 여러 상황들을 상정해놓고 작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정 부장판사는 이밖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결 선고 관련 각계 동향(2015년 2월 10일자)’, ‘헌법재판소와 관계에서 대법원 이미지 설정방향(2014년 12월 19일자)’, ‘이판사판 야단법석 카페 동향 보고(2015년 3월 2일자)’, ‘과거 왜곡의 광정(匡正·부정을 바로잡아 고친다는 뜻)(2015년 7월 27일자)’ 등의 여러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짙은 보고서들을 작성했다. ‘국무총리 대국민담화의 영향’과 같은 정세를 분석하는 보고서도 썼다. 역시 지시에 따라 불러준 대로 쓴 뒤 일부 문건에 대해서만 자신의 생각을 보탰다는 설명이다. 직접 생각해서 작성해낸 게 아니라며 정확한 작성 경위나 과정은 기억나지 않는다고도 했다. 임 전 차장은 검찰 조사에서 “정 부장판사가 보고서를 잘 쓰고 정세 분석 능력과 정무감각이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양승태 측 “대법원장에게는 보고 안 돼…보고서 실제 실행도 안 돼” 양 전 대법원장 측은 반대신문을 통해 정 부장판사가 작성한 다수의 보고서가 양 전 대법원장에게는 보고되지 않았고 실제로 실행하기 위해 만든 시나리오가 아니었음을 거듭 강조했다. “증인은 임종헌 기조실장의 지시를 받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이게 대법원장에게 보고됐는지는 몰랐죠?”(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 “그렇습니다.” (정 부장판사) “실제 보고됐는지도 정확히 알지 못하죠?” (변호인) “그렇습니다.” (정 부장판사) 이후에도 “임종헌 구술을 통해 급히 작성돼 다소 정제되지 못한 측면이 쓰인 부분이 있죠?”, “그래도 증인은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생각한 방안을 작성한 것이지 위법한 내용을 작성한 게 아니죠?”, “‘대외비’라는 표시가 있는데 증인은 외부에 공개될 것을 전제하지 않고 작성한 거라 다소 과격한 측면이 있었죠?”, “대응방안과 예상 시나리오가 있는 부분은 반드시 그대로 실행될 것을 전제로 기재된 게 아니죠?” 등의 변호인 질문에 정 부장판사는 연달아 “그렇다”고 답했다. 특히 전교조 효력정지 관련 검토 보고서 가운데 ‘재항고 사건을 청와대가 원하는 대로 해주고 대법원은 반대급부로 상고법원 등에 청와대의 협조를 받는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는데, 정 부장판사는 “반대급부라는 단어가 분명히 기재돼 있지만 이 보고서에 언급된 사건의 재판과 반대급부라고 표현된 여러 정책적 조치들 사이의 1대 1 개념, 서로 맞바꾸거나 거래하는 개념이라고 이해하거나 생각하지 않았다”며 이른바 ‘재판거래‘ 의혹을 일축했다. 뒤에 이어진 이에 대한 검찰의 재주신문에서 다시 “거래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는데 무슨 의미인가.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없어 보이는데”라고 검사가 묻자 그는 “제가 저 문구를 작성 지시자 요청에 따라 사용한 것이다. 제가 사용하면서 이해하면서 인식하기를 문구는 저렇지만 재판의 결과와 행정부의 정책 결정을 협상하는 개념으로 내놓을 수 있다는 상황을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일하지 않았다. 저도 그런 상황이 가능하지 않다는 걸 전제로 해서 비록 문구 표현은 저렇지만 전반적인 내용을 종합적으로 봐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이러한 문건들을 작성한 자신에 대해 판결을 하는 법관으로서가 아니라 사법행정의 업무, 특히 기획조정실장을 보좌하도록 직제상 규정돼 있던 기획조정심의관으로서 작성한 것임을 강조했다. 반대신문을 시작하기 전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재판부에 추가로 증거를 하나 신청했다. 정 부장판사가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추가진상조사위원회에서 가진 조사 내용이 담긴 문답서였다. 앞서 검찰도 문답서의 일부를 증거로 제출했지만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 측에서 동의하지 않았다가 이날 양 전 대법원장 측에서 전체 문답서를 다시 증거로 낸 것이다. 문답서가 법정 내 스크린에 띄워졌고 양 전 대법원장은 위원회 조사를 마친 정 부장판사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을 읽기 시작했다. ●정다주 대법원 진상조사위 진술 공개… “임종헌 흥분하고 성격 급해 불 끄기 위해” “행정처에 처음 부임했을 때 어떤 실장님들 차장님들하고 여러 안에 대해 대화 해보고 업무를 해보고 하면 항상 생각이 같지 않았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그거는 세대차이가 있고 가치관이 너무나 다르고 이해관계도 다르고 하기 때문에. 어떤 특정한 주제에 대해 차장님이나 실장님 생각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할 때,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중 논리 대 논리로 설득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또 다른 방법으로는 어떤 급한 상황에 대해서 특히 임종헌 차장님 같은 경우에는 막 흥분하고 워낙에 성격이 급하시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한테 채근하고 할 때는 그 대응방법이 제가 보기엔 좀 너무 좀 아니다 싶었던, 너무 급진적이라든지 좀 이거는 부작용이 많겠다고 할 때, 제가 우리 후배들한테도 이런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거기에 대해 논리 대 논리로 부딪히려고 하면 오히려 해결이 안된다. 차라리 어떤 경우에는 “알았다, 제가 보고서로 정리해 작성하겠다”라고 지금 막 생각하고 있는 그 생각하는 바를 어쩌면 더욱 더 적나라하게 써 가지고 가서 보고를 드리면서 이렇게하면 될 것 같다고 이야기를 드리면서. 그런데 실제 이렇게 하면, 그렇게 보고서를 쓰는 동안에는 또 기간이 지나갑니다. ‘쿨링 다운’이 됩니다. 그러면 오히려 그냥 우리가 나이 많은 우리 부모님들 싸움 말리고 이럴 때처럼, 표현이 영 안 맞습니다만 화도 좀 풀어지시고, “그래 그럼 뭐 굳이…영” 이런 상황이 되면 남는 것은 그 보고서입니다.” 여기까지 읽던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과격한 표현이 있거나 그런 보고서는 이런 경우에 해당돼서 작성한 것도 있었다는 건가” 물었다. 정 부장판사는 “추가조사위 진술 당시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느냐고 물으시기에 ‘한 번 더 깊이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다’고 제가 마지막으로 부탁 말씀을 드린 내용이었다”면서 “특히 통상적인 보고서가 아닌 경우, 그리고 시의성이 급한 보고서의 경우 실제로 보고서의 내용들이 저렇게 논의하고 검토하는 단계에서 상당 부분은 실제로 채택이 되지 않고 다만 그 논의, 검토하는 과정에서 문제점들이 해소되는 경우가 많다는 걸 말씀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를 한 번 세게 만들어서 써 놓으면 자연스럽게 보고서 내용대로 실행하면 안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되기 때문에 하나의 ‘브레인스토밍’ 차원에서 보고서를 쓰는 경우가 있다”, “그러니까 모든 가능성을 정말로 극한까지 낱낱이 적은 거다. 그래야 판단할 사람들이 판단할 수 있는 거다. 제가 바라는 것을 적은 게 아니다. 소수만 보는 보고서에 읽는 사람이 효과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을 사용했다”고도 조사 과정에서 말했다고 한다. 변호인이 실물화상기에 올려놔 법정에 그대로 공개된 조사위원회에서의 정 부장판사의 나머지 진술은 이랬다. “행정처의 보고서는 뭐 이렇게 서면보고 받아서 하는 계획보고서도 있지만 그런 건 물론 거기에 서명한 사람들이 토씨 하나까지 다 본인들이 동의하고 책임지고 앞으로 이걸 집행하겠단 뜻이지만, 그런 것들이 없는 보고서는 발제문 차원에서, 그리고 또 염치 없지만 저희 심의관들은 어떻게 보면 불 끄는 차원에서 활용하는 그런 보고서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우리도 다른 법관들과 똑같이 판결쓰러 판사된 사람들” “그래서 제가 그 말씀은 꼭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 안에 있는 보고서들이 나름대로는 하나하나 다 사연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정책, 우리 생각과는 정반대되는 결과물이 남아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구구하기도 하고 모든 것을 다 기억할 수 없고 하기는 하지만…. 위원님들께서 저희 보고서를 보실 때 ‘아니, 어떻게 이런 생각들을 판사들이 하지?’ 꼭 그렇게 생각하지 마시고 다른 결과물이 남아있을 수 있다는 것도 좀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후배들한테도 그렇게 ‘논리 대 논리’로 부딪혔을 때 결과가 더 안 좋은 경우,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했을 때 그런 것들이 자꾸 쌓이다 보면 요새 말로 당신이 ‘패싱’되고, 아무리 좋은 생각을 갖고 있어도 패싱되고, 오히려 그 정책결정자 옆에는 진짜 ‘예스맨’들만 남아있을 수 있다. 그러면 우리는 현명해야 한다. 때에 따라서는 불 같이, 현명한 방법을 써야겠단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그런 결과물들이 좀 다양한 시각으로 아니라는 것을 좀 봐주셨으면 합니다. 정말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지금 저희들 평심의관들은 다른 법관들하고 똑같이 법원에 들어와서 재판하고 판결문 쓰리라고 생각하고 시험보고 연수원에서 공부하고 온 사람들입니다.” 다른 법관들하고 똑같이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를 생각하며 열심히 일했지만 당장은 닦달하는 상급자에게서 터져 나오는 불을 끄는 데 더욱 급급했던 심의관들. 그래서 법관이 아닌 사법행정 담당자의 태도로 철저히 무장한 채 지시자의 생각을 곧이곧대로, 오히려 더 거칠게 살을 보태 적어낸 보고서들. ‘우리는 현명해야 한다’며 만들어낸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작성한 보고서들은 지금 사법부의 많은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정 부장판사의 말대로 이 재판에 불려나올 많은 심의관 출신 판사들은 그저 판결에만 몰두하다 능력을 인정받아 행정처 심의관이라는 자리에 앉은 평범하고 성실한 판사들이었을 것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지지 않는 태양’ 386세대의 민낯

    ‘지지 않는 태양’ 386세대의 민낯

    386세대. 1960년대 태어나 1980년대 대학을 다니며 5·18, 6·10 등 격변의 현대사를 관통해 온 이들을 설명하는 단어다. 이들이 사회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 1980년대에서 30여년이 지난 지금, 386세대는 날 선 분노와 조롱을 받는 세대로 전락했다. 새 책 ‘386세대 유감’은 ‘못 먹고 못 배운 부모세대를 제치고 일찌감치 30대 때 권력을 거머쥔 뒤, 아랫세대의 길을 막은 채 여태껏 힘과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386세대 비평서다. 20대 민주화운동의 주역에서 50대 기득권 세력이 되기까지 과정을 젠더를 가리지 않고 되짚고 있다. “후속 세대에게 386세대는 지지 않는 태양”(210쪽)처럼 보인다. 오히려 “학연 지연 혈연이 얽히고설키며 그 지위는 더욱 공고”(211쪽)해지는 모양새다. 그러나 부와 권력의 대물림, 기회의 독점 등을 욕했으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그 모순의 수레바퀴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책은 부동산, 일자리 등 여러 예를 들고 있는데, 대표적인 건 사교육이 아닐까 싶다. 1991년 학원수강이 실질적으로 허용되면서 학원은 일부 운동권 출신 대학졸업자, 전교조 해직교사 등의 피난처가 됐다. 이후 386 출신들이 세운 M학원, E논술학원 등은 사교육 시장의 공룡으로 성장했다. 386세대가 학생이었을 때 유행했던 우스갯소리 중 하나가 ‘사교육이 나라를 망친다’-물론 언론도 그중 하나다-였다. 그런데 정작 자신들은 “사교육 시장을 장악해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의 돈을 번 뒤 이제는 교육 개혁을 막는 거대한 세력”(130쪽)이 됐다. 이뿐이랴. 영어 발음을 문제 삼아 자녀에게 혀 수술을 받게 할 만큼 교육에 광적으로 집착한 이들 역시 386세대였다. 책에선 과도한 일반화의 오류들이 가끔 눈에 띈다. 여러 수치와 통계를 제시하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당시를 절대 가늠할 수 없고, 이해한다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이는 후속세대를 이해한다는 386세대의 헌사에 아랫세대가 코웃음 치는 것, 386세대가 자신보다 앞선 세대의 가치관을 조롱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386세대가 곱씹어야 할 책의 메시지는 강력하다. ‘애초 당신 세대가 추구하던 가치와 본령을 굳건히 지킬 의지와 역량이 없다면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죄 많은 엄마’의 외침 “도제학교 법제화 중단하라”

    ‘죄 많은 엄마’의 외침 “도제학교 법제화 중단하라”

    “일·학습 병행지원제 통과하면 직업계 학교는 직업훈련소될 것”도제기업에서 주로 하는 일은 청소 20.4%, 허드렛일 12.1% “저는 아이를 마이스터고에 보낸 죄 많은 엄마입니다.” 2014년 충북 진천 CJ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다가 사망한 김동준(당시 18세)군의 엄마인 강석경씨는 “현장실습을 하던 중 직장 내 괴롭힘과 폭행, 협박으로 사고가 났다”면서 “실습현장에 물량을 맞추기 위한 관리자들의 압박만 있고 어떠한 관리와 교육도 없었다”고 흐느꼈다. 강씨는 “교육이 없는 일·학습 병행제는 폐지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현장실습대응회의와 현장실습피해유가족 등은 17일 오전 여의도 국회 앞에서 ‘나쁜 현장실습, 도제학교 법제화 중단하라! 일·학습병행제 지원법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미 운영 중인 도제학교 관련 법안을 이제 와서 통과시키려고 한다는 것은 그동안 도제학교가 법적 근거없이 운영돼 왔다는 의미”라면서 “만약 이 법이 통과되면 학생들은 ‘학습근로자’라는 모호한 위치에 놓이게 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현재 산업현장 일·학습병행 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2017년 기준 63개 사업단, 198개 학교에서 운영 중인 산학일체형 도제학교의 설립 근거가 이번 법률에 담겨있다. 권종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은 “그동안 문제가 많았던 현장실습이 학생이란 신분을 유지했다면, 이번 법에는 학생을 노동자로 취급하고 있다”면서 “결국 직업계 학교는 기업에 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직업훈련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도 부실하게 운영되는 도제교육을 확대하려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직 교사인 이주연 전교조 조합원은 “올해 전남에서 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도제교육이 단순 노동과 심부름, 위험한 일자리로 연계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면서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에도 중도포기율 30%, 끝까지 마친 훈련생의 고용유지율 64%, 훈련 도중 폐업·도산 기업 408곳 등 도제학교의 운영 전반에 문제가 많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전남교육청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운영 전면 실태조사 태스크포스(TF)가 전남도 내 16개 학교에서 도제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 644명 중 428명(75%)을 대상으로 실태조사 한 결과에 따르면 학생들이 도제기업에서 주로 하는 일은 청소 20.4%, 허드렛일 12.1%, 기타(페인트칠·크레인 조정·본드 칠하기 등) 43.9%였다. 학생 38.3%는 “학교 수업과 기업 업무가 전혀 관련이 없다”고 했고 학생 53.2%는 “도제반을 다시 선택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교육부와 고용노동부, 국회 의원들에 대한 항의도 이어졌다. 이 교사는 “유은혜 교육부총리가 국회의원시절에는 이런 문제를 함께 파악했었다”면서 “자신이 파악했던 것을 근거로 직업계고 교육을 정상화하고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성과위주의 실적 때문에 학생들을 위험한 일자리로 내모는 것이 개탄스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전직 교사이자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인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 이용관 한빛미디어 노동인권센터 이사장은 “어떻게 학생들 대상으로 하는 교육제도가 환경노동위원위원회에서 만들어질 수 있습니까. 어떻게 학생들의 학습을 지원하는 법을 노동관련법으로 상정합니까. 이게 나라고, 국회입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학습 병행 지원법률의 문제점에 대한 규탄 발언도 나왔다. 전국불안정철폐연대 최은실 노무사는 “해당 법률안의 목적과 대상이 불투명하다”면서 “애초 법률은 이미 산업현장에 진출한 노동자들의 능력향상과 기술개발을 위한 것인데, 현재는 신규입직자들에게 미리 기술교육을 해 이후 기업이 노동자들을 채용할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변질이 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도제교육은 전문 기술이 필요한 산업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이 법안에서는 산업수요를 적극 반영하게 함으로써 값싼 노동력이 목적이라는 것을 매우 뻔뻔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성과연봉제 폐지·교섭 성실 이행”… 공무원노조 내일 연가투쟁 나선다

    “성과연봉제 폐지·교섭 성실 이행”… 공무원노조 내일 연가투쟁 나선다

    공무원노동조합이 17일 연가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공무원 성과연봉제를 폐지하고 공무원보수를 결정할 때 보수위원회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서다. 올해 정부교섭을 앞두고 전열을 가다듬는 것이지만 국민적 지지를 받을지는 미지수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17일 서울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이런 내용의 공무원·교사 결의대회를 연다고 15일 밝혔다. 공무원노조에 따르면 전국에서 조합원 1500명이 연가를 내고 이날 결의대회에 모일 예정이다. 공무원노조는 가장 먼저 공무원보수위원회가 건의한 공무원의 보수 인상률을 정부가 성실히 반영할 것을 요청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중단된 ‘2008 정부교섭’이 지난해 재개돼 올해 초 11년 만에 타결됐다. 여기서 정부와 공무원노조는 인사혁신처 산하에 공무원의 처우와 보수를 심의하는 공무원보수위원회를 두기로 했다. 여기서 건의한 내용을 기획재정부 등 정부가 제대로 반영하지 않을 거라는 게 공무원노조가 우려하는 지점이다. 그러나 공무원의 보수는 정부의 예산과 직결된다. 기재부를 떠나서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사안이다. 기재부가 공무원보수위가 요구하는 만큼 높은 보수 인상률을 국회에 가져갈 수 없는 것은 논의 과정에서 삭감될 것이 분명하고 괜한 분란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노조는 성과연봉제도 폐지하길 요구하고 있다. 현재 5급 사무관 이상은 성과연봉제로 운영하고 6~9급 공무원은 호봉제를 적용하고 있다. 공무원노조는 공공부문에서 성과연봉제를 운영하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다양한 행정업무를 공평하게 측정할 만한 기준이 없고 주관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국민의 공무원’이 아닌 ‘정권의 공무원’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인사처가 6~9급 공무원에게도 호봉제를 폐지하고 직무급제(업무 성격에 따라 급여 결정)를 도입할 것을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공무원노조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인사처는 “연구를 위한 것일 뿐 실제로 도입하는 것을 검토한 적은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해고자를 노조원으로 가입시켜 ‘법외노조’ 처분을 받은 전교조 등은 이날 결의대회에서 해고자 복직과 공무원·교사에게도 노동기본권을 온전히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무원노조법과 교원노조법에서는 해고자를 노조원으로 받아들일 수 없게 돼 있다. 다만 정부가 추진하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을 비준하면 해고자를 노조원으로 받을 수 있다. 법외노조인 전교조가 합법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기에 비준 자체가 어려울 거란 전망이 많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李총리 “자사고 재지정, 교육부가 법령 합치 여부 중점적 판단”

    전희경 “文정부, 전교조 법 위에 군림” 李총리 “국회도 법 지키길” 맞받아쳐 유은혜 “자사고 지정취소 동의 여부 경기 다음주·서울 이달말 결정 예정” 박상기 “윤석열, 檢 변화·개혁 적임자 대통령에 지명 철회 건의할 생각 없어” 이낙연 국무총리는 11일 전국 시도교육청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취소 논란에 “이번 평가는 자사고를 획일적으로 없애겠다는 의도를 가진 것이 아니다”라며 “교육부는 평가 절차가 법령에 합치하는지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국회 교육·사회·문화 대정부질문에서 평가 절차가 올바르지 않다는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의 질의에 이렇게 답했다. 하 의원은 전주 상산고와 부산 해운대고 등이 평가기준 통보 시점보다 실제 평가 시점이 앞선다는 점을 지적하고 “오늘 정한 룰로 옛날 일을 처벌하면 사회안정성이 깨진다”며 형벌불소급원칙을 들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자사고를 일방적으로 폐지하는 게 아니라 설립 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되는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라고 말했다. 또 경기·전북·부산 지역은 다음주 말, 서울은 이달 말쯤 각각 지정취소 동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교육부가 초등학교 6학년 사회 교과서의 불법 수정을 지시했다는 자유한국당의 주장에는 “교과형 도서에 관한 규정에 근거해 수정이 필요하면 수정을 지시할 수 있다”며 “지금 문제를 삼는 초등 6학년 교과서에는 교육부가 전혀 개입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한국당 전희경 의원과 이 총리는 말을 끊으며 설전을 벌였다. 전 의원이 “문재인 정부는 전교조가 무원칙, 법 위에 군림하게 한다”고 하자, 이 총리는 “우리 국회도 법을 잘 지켜주시기 바란다”고 맞받았다. 전 의원은 “이 정권은 자기 자식은 자사고, 특목고, 유학 보내면서 남의 자식은 사다리를 걷어찬다. 위선 정권의 위선 교육 정책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 총리는 자신의 답변마다 웃음을 보인 전 의원의 질의 태도에 “그렇게 비웃지 마라”고 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인사청문회 위증 논란이 제기된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와 관련해 ‘대통령에게 지명 철회를 건의할 용의가 있느냐’는 한국당 박명재 의원의 질의에 “그런 건의를 할 생각은 없다”고 일축했다. 또 “윤 후보자는 제가 제청했던 바와 같이 총장으로서 검찰 변화와 개혁을 이끌어 갈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일본의 경제보복 관련 질의도 오갔다. 이 총리는 일본의 대북 제재 위반 주장에 “근거도 없이 어떤 의도인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유지한 한미일 안보를 흔들 수 있는 위험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반일 감정 고조에 대해선 “일본의 혐한 반응에 한국이 반일로 맞대응하는 악순환은 불행한 일”이라며 “아무리 그래도 선은 지켜야 한다는 것을 일본 지도자에게 저의 우정을 담아서 말하고 싶다”고 했다. 한편 이 총리는 총리실로 넘어간 동남권 신공항 논의와 관련해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객관성, 공정성, 과학성을 갖춘 검증 기구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한국당 의원들의 경찰 소환 불응에는 “정치의 불신을 부채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상산고, “전북교육청 평가에 중대한 하자”…지역여론 재지정 찬반 대립

    상산고, “전북교육청 평가에 중대한 하자”…지역여론 재지정 찬반 대립

    전북도교육청의 전주 상산고 자사고 재지정 평가 과정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문제가 거듭 제기되면서 지역 민심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박삼옥 상산고 교장은 2일 “원칙과 법에 따라 평가하면 상산고는 79.61점이 아닌 84.01점을 받아야 한다”며 “도 교육청이 부당하게 설정한 기준점인 80점마저 무난하게 통과하는 점수이므로 자사고 지위를 당연히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교장은 이날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에서 “전북교육청의 상산고 자사고 재지정 취소 결정을 취소하라”며 평가 과정의 부당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그는 우선 ‘감사 등 지적 및 규정 위반 사례(감점) 평가 지표’를 문제 삼았다. 상산고에 따르면 도 교육청이 통보한 ‘2019년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계획’에는 ‘최근 5년(14~18학년도, 2014년 3월 1일∼2019년 2월 28일)간 학교운영과 관련한 감사 등 부적정한 사례 검토’로 명시돼 있다. 그러나 도 교육청은 평가 대상 기간 이전 시기의 감사 결과 처분 일자가 평가 기간 내에 들어있는 것을 근거로 감점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전북교육청은 2014년 2월 25~2월 27일 실시한 감사에서2012년 4월 24일과 2013년 7월 2일에 발생한 문제를 적발해 같은해 4월 23일 처분 결과를 통보했다. 특히, 이번 자사고 평가에서 2014년 2월 하순 실시한 학교운영 감사 결과 처분일이 그 해 4월로 평가 기간(2014년 3월 1일∼2019년 2월 28일) 내에 포함됐다는 이유로 2점을 감점했다. 이에대해 박 교장은 “상산고는 평가 대상이 아닌 시기의 감사 결과 처분으로 2점을 감점 당했다”며 “이는 중대한 과오로 평가의 타당성과 신뢰 확보를 위해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못한 전북 교육청의 귀책 사유”라고 주장했다. 사회통합 전형 대상자 선발 평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문제를 제기했다. 박 교장은 “도 교육청은 지난 5년 동안 상산고 입학전형 요강 승인 과정에서 ‘학교 자율로 정한 비율에 따라 선발’, ‘3% 이내 선발’이라고 공고 또는 통보했다”며 “상산고는 이를 근거로 적법하게 사회통합 전형 대상자를 선발했는데 해당 항목에서 만점인 4점에 못 미치는 1.6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상산고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부칙(대통령령 제21375호) 제5조 경과 규정에 따라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의무가 없으나 전북도교육청은 이 분야를 평가 대상에 포함시켰다. 박 교장은 “이같은 문제점이 해소될 경우 상산고는 감사 부문에서 2점, 사회통합 전형 부문에서 1.6점 등 3.6점을 더 받아야 하는 만큼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지역 정치권과 학부모, 시민·사회단체들이 상산고 자사고 재지정 찬반을 놓고 격하게 대립하고 있다. 정치권은 대부분 상산고의 주장에 무게를 실어주는 분위기다. 전북에 지역구를 둔 10명의 여야 국회의원과 전북 출신 국회의원들은 상산고 자사고 재지정 취소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부모들은 상산고 자사고 유지와 취소를 놓고 주장이 엇갈리지만 지역의 명문고를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크다. 반면 전교조와 일부 시민·사회단체들은 전북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취소를 지지하고 있다. 이에대해 법조계는 자사고 재지정 문제는 객관적인 평가 규정에 따라 공정하게 평가하고 그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는게 중론이다. 법무법인 대언의 유길종 변호사는 “전북교육청의 상산고 자사고 재지정 평가 과정은 공정성과 적법성에 하자가 있다는 상산고의 주장에 타당성이 있어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상산고 안팎에서는 전날 강원도 횡성 민족사관고가 79.77점(기준점수 70점)을 취득해 자사고로 재지정된 것과는 달리 상산고는 79.61점(기준점수 80점)으로 불과 0.16점 차이인데도 지정취소 된 데 대해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한국당 등 野3당 ‘자사고 지정취소’ 반발…민주는 ‘침묵’

    한국당 등 野3당 ‘자사고 지정취소’ 반발…민주는 ‘침묵’

    한국·바른미래·평화당 “대통령 공약 지키기 혈안”정의당 “입시사관학교 불명예…취소절차 무리 아냐”靑 “자사고 지정취소 동의 여부는 교육부 권한”전북 상산고와 경기 안산 동산고가 전날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을 받은 것을 두고 여야는 21일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일선 교육청들이 대통령 공약을 지키기 위해 ‘자사고 죽이기’에 나섰다며 비판했다. 전북을 주요 지지기반으로 둔 민주평화당도 강하게 반발했다. 반면 정의당은 자사고는 입시 위주 교육의 산물이라며 지정취소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공식 논평을 내지 않고 침묵했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자사고만 폐지하면 입시경쟁을 막고 고교 서열화를 없앨 수 있느냐”면서 “하향 평준화만 지향하는 이번 정권에서 대한민국 교육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 대변인은 “합법적으로 설립된 학교에 온갖 불이익을 주고, 결국은 주저앉히는 게 이 정부의 교육 철학인가. 교육마저 사회주의화 시키는 게 문재인 정권”이라면서 “친 전교조 교육감들은 대통령 공약 지키기에 혈안이 돼 눈물겨운 과잉 충성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은혜 교육부 장관만 동의하면 상산고는 일반고로 전환된다. 좌파교육감의 폭주를 막지 못하면 유 장관은 교육부 장관의 자격도 없다”면서 “정권 눈치 보기 맞춤형 장관인가, 교육 백년대계 미래를 그리는 장관인가, 유 장관은 선택하라”고 압박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80점에 0.39점 모자라는 점수로 상산고의 자사고 폐지를 결정한 전북교육청의 행태는 한편의 코미디를 방불케 한다”면서 “타 시·도는 커트라인이 70점인데 전북교육청만 80점으로 높였고, 법적 근거도 없는 배점항목을 넣는 등 애초부터 공정성이 결여된 평가였다”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교육부는 자사고 재지정 취소 파문을 직시하고 신중한 결정을 해야 한다”면서 “대통령 공약이라고 밀어붙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박주현 평화당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불과 0.39점이 모자란 상황에서 재지정이 취소되면 수도권 지역 70점 받은 학교가 재지정되는 경우와 비교해 공정성과 지역 불균형성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교육부는 상산고의 자사고 재지정 취소 결정에 대해 진지하게 재고를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자사고는 지난 10년 간 학생들의 다양한 가능성을 발굴해 성장시키기보다 입시 위주 교육으로 입시사관학교라는 불명예만 얻어 근본적인 재평가가 필요하다”면서 “재지정 평가 탈락에 따른 지정취소 절차를 밟는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별도의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다만 당내 일각에서는 상산고의 자사고 재지정 취소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전북 출신인 정세균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전북지역 학생들에게 상산고는 수십 년간 미래인재 산실로 자리매김해왔다”면서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인재육성의 길이 막힌다는 것에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또 “타지역 자사고보다 건실하게 학교운영을 해왔는데도 상산고가 재지정에서 탈락하면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면서 “국가교육 차원에서 상산고 문제가 합리적으로 해결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한편 청와대는 전북교육청 결정에 대해 청와대가 ‘자의적 평가’라고 우려를 표하며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 철회에 제동을 걸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이와 관련한 의사결정을 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취소 동의 여부는 교육부 권한”이라고 전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자사고 지정 취소’ 野3당 반발…與일각 우려 목소리도

    ‘자사고 지정 취소’ 野3당 반발…與일각 우려 목소리도

    여야는 21일 전북 상산고와 경기 안산 동산고가 전날 자율형사립고(자시고) 지정취소 처분을 받을 것을 두고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 야당은 일선 교육청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지키기 위해 ‘자사고 죽이기’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전북을 주요 지지기반으로 하는 민주평화당도 강하게 반발했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공식 논평을 내지 않고 침묵했다. 정의당은 자사고는 입시 위주 교육의 산물이라며 지정취소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자사고를 ‘귀족학교’ 프레임으로 가둬놓고 짜맞추기식으로 잘라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친전교조’ 교육감들은 대통령 공약 지키기에 혈안이 돼 있다”며 “그들의 대단한 과잉 충성이 눈물겹다”고 비판했다. 민 대변인은 “자사고만 폐지하면 우리나라의 입시 경쟁을 막을 수 있는가. 자사고만 폐지하면 고교 서열화를 없앨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하향평준화만 지향하는 이번 정권에서 대한민국의 교육은 뒷걸음질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 큰 문제는 이 정부 좌파 교육감들의 위선”이라며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두 아들은 외고를 졸업했고, 이재정 경기교육감의 딸도 외고에 입학했었다. 내 자식은 특목고에 보내놓고 남의 자식은 자사고에 못 보내게 사다리를 걷어차는 것이 좌파교육감들의 교육 철학이자 혹세무민하는 행태”라고 진보 교육감을 직접 공격했다. 민 대변인은 “유은혜 교육부 장관만 동의하면 상산고는 일반고로 전환된다”며 “교육계의 불신을 자초한 좌파 교육감의 폭주를 막지 못한다면 유 장관은 교육부 장관으로서 자격도 없다. 정권 눈치 보기 맞춤형 장관인가, 교육 백년대계 미래를 그리는 장관인가, 유 장관은 선택하라”고 교육부 장관을 성토했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특히 80점에 0.39점 모자라는 점수로 상산고의 자사고 폐지를 결정한 전북교육청의 행태는 한편의 코미디를 방불케 한다”며 “타 시·도는 커트라인이 70점인데 전북교육청만 80점으로 높였고 법적 근거도 없는 배점 항목을 넣는 등 애초부터 공정성이 결여된 평가였다”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교육부는 자사고 재지정 취소 파문을 직시하고 신중한 결정을 해야 한다”며 “대통령 공약이라고 밀어붙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도 전날 논평을 통해 “교육부는 상산고 자사고 재지정 취소결정에 대해 진지하게 재고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낙후된 지역에서는 그나마 교육여건이 좋은 자사고가 지역의 인재를 지역에 붙잡아두고 타 지역의 인재도 끌어들이는 지역격차 완화의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전주의 상산고의 경우, 타 지역의 70점에 비해 10점이나 높은 80점이라는 재지정 기준에 의해 평가돼 형평성의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79.61점을 받아 불과 0.39점이 모자란 상황에서 재지정 취소가 된다면 수도권 지역의 70점 받은 학교가 재지정되는 경우와 비교해서 공정성과 지역불균형성의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자사고는 다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다. 그러나 자사고는 지난 10년 동안 학생들의 다양한 가능성을 발굴, 성장시키기 보다는 입시 위주 교육으로 ‘입시사관학교’라는 불명예만 얻었다”며 “자사고에 대한 근본적인 재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자사고 재지정 평가와 운영기준은 교육감과 교육청 고유의 권한”이라며 “법에 따른 평가를 적법하게 진행하는 것으로 재지정 평가 탈락에 따른 지정 취소 절차를 밟는다면 결코 무리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별도의 공식적인 논평을 내지 않고 자사고 재지정 취소 문제에 대해 침묵했다. 다만 당내 일각에선 상산고의 자사고 재지정 취소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불거졌다. 전북 출신인 정세균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전북 지역 학생들에게 상산고는 수십 년간 미래 인재 산실로 자리매김해왔다”며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인재 육성의 길이 막힌다는 것에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타지역 자사고보다 건실하게 학교 운영을 해왔는데도 상산고가 재지정에서 탈락하면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며 “국가 교육 차원에서 상산고 문제가 합리적으로 해결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청와대는 전북교육청 결정에 대해 청와대가 ‘자의적 평가‘라고 우려를 표하며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 철회에 제동을 걸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이와 관련한 의사결정을 한 바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취소 동의 여부는 교육부 권한”이라고 설명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뉴스 분석] 원론만 되풀이하는 노사…ILO 핵심협약, 비준할 수 있을까

    [뉴스 분석] 원론만 되풀이하는 노사…ILO 핵심협약, 비준할 수 있을까

    ILO 핵심협약 비준 논의 공회전토론회서 노사는 원론만 되풀이사회적 합의, 국회 통과도 난망“협약에 과열된 기대와 우려 버려야”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둘러싼 논의가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원론만 되풀이하고 있어서다. 협약을 둘러싼 노사 양측의 평가가 너무 커서 서로 양보를 하지 않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ILO 협약 비준만으로 노동계의 기대나 경영계의 우려 만큼 노사관계 지형이 근본적으로 바뀌진 않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노동자를 위한 안전장치…국제사회 압박도 거세 2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한국이 비준하지 않은 ILO 핵심협약 4개 중 3개를 비준하고자 법·제도 개선 절차에 착수했다. 정부는 총 3가지 대안을 가지고 개선 방안을 찾고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공익위원 합의안 ▲사회적 대화 과정에서 노사가 제시한 요구안 ▲국회에서 발의한 노동관계법 개정안 등이다. 전문가 등 각계각층 의견 수렴을 거쳐 오는 9월 정기국회에 개정안과 비준 동의안을 제출하는 게 정부의 목표다. 주요 내용으로는 ▲실업자·해고자 노동조합 가입 ▲공무원 노조 가입 직급제한 폐지 ▲교섭창구단일화제도 정비 등이다. 정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이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보고 있다. 한국이 협약을 서둘러 비준해야 한다는 유럽연합(EU) 등 국제 사회의 압박도 최근 상당히 거세졌다. ●노사 온도 차만 드러낸 토론회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노사의 시선에는 온도 차가 크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 주최로 열린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입법적 쟁점 토론회’에서는 지금껏 반복됐던 노사의 입장 차이만 명확하게 드러났다. 일단 경영계는 ILO 협약을 비준하려는 마음이 크지 않다. 노사관계가 노동자 쪽으로 크게 기울어진 ‘한국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자의 단결권을 지금보다 더 보장하면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어렵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정부가 협약 비준에 직접 나선 것도 불만이 많다. 대통령이 약속한 ‘국정과제’라는 것 이상의 당위가 없다는 게 경영계의 시각이다. 김영완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본부장은 “정부가 협약을 바라보는 시선을 짧게 요약하면 ‘국정과제라서 추진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면서 “노동계도 엄밀하게는 조직력이나 영향력 등 자신들의 세력을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ILO 핵심협약은 이미 ‘글로벌 스탠더드’(국제 기준)이기 때문에 이러저러한 조건을 달지 말아야 한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비준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정부에게도 ‘의지가 없다’고 몰아세우고 있다. 노동계는 ILO 협약 비준을 한국이 지금껏 미뤄뒀던, 일종의 ‘숙제’라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노동자의 기본적인 노동권조차 보호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노조법 시행령 개정이나 (전교조 법외노조) 직권 취소 등 정부가 국회의 동의를 받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면서 “그런 일을 하지 않으면서 토론회만 열고 있으니 정부가 의지가 없다고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회적 대타협 난망, 국회 통과는 가시밭길 앞서 경사노위는 지난해 7월부터 사회적 대화를 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경영계가 끝내 반대했기 때문이다. 경영계는 비준에 앞서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폐지 ▲사업장 내 쟁의행위 금지 ▲단협 유효기간 4년으로 확대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다른 요구 사항은 논의로 하더라도 파업 시 사업장 내 대체근로 금지 조항을 삭제해달라고 요구한 것에 대해서는 노동계뿐만 아니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무리한 요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동자의 ‘마지막 협상 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 단체행동권 자체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노사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런 상황에서 극적인 합의가 나오기는 난망하다. 어찌 됐든 정부가 오는 9월까지 개정안과 비준 동의안을 만들기로 했지만 경영계와 야당의 반대가 심해 통과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 문턱을 넘으려면 국민적 공감대가 필수다. 하지만 ILO 협약을 둘러싼 논의가 너무 난해해서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교섭창구단일화제도’, ‘쟁의대상’, ‘필수유지업무제도’ 등 추가적인 설명이 없으면 이해할 수 없는 용어들로 가득하다. 일반 국민에게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ILO 협약을 비준하면 손흥민도 군대에 가야 한다’ 등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이 여러 언론을 통해 전달되면서 공감대는커녕 근거 없는 반감만 쌓이고 있다. ●“ILO 협약에 대한 과열된 기대와 우려 버려야” 노사가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ILO 핵심협약이 가져올 효과가 너무 과대평가 돼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한마디로 노동계는 너무 큰 기대를, 경영계는 너무 큰 우려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대가 크기에 노동계는 지금까지의 숙원 과제를 한꺼번에 처리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경영계는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지레 겁을 먹어 서로 양보가 어렵다는 얘기다. 김기선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ILO 핵심협약 비준은 노동존중국으로서의 선언이지 한국적인 특수성과 노사관계의 지형을 바꾸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한국의 노사관계에 문제가 있다면 (ILO 협약이 아니라) 다른 정부에서도 그랬듯 다른 위원회를 만들어 풀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이런 상황에서) 제가 보기에 ILO 협약 비준은 굉장히 난망하다”고 덧붙였다.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ILO 핵심협약을 비준으로 노사관계가 본질적으로 달라질 거라고 전제하고 있는 게 합의를 못 하고 논란이 이어지는 이유”라면서 “외국에서도 협약 비준으로 노조 조직률이 급격히 오르거나 적대적인 노사관계로 변하는 등 노동계가 기대하는 것이나 경영계가 우려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ILO 핵심협약은 최소한의 인권”이라면서 “노사관계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게 지금까지 역사적인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전교조 “특권학교 폐지를” vs 교총 “평가 지표 불공정”

    전주 상산고와 안산 동산고의 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에 교육계가 둘로 갈라섰다. 보수 교원단체와 자사고 법인들은 “우수한 학교를 불공정한 평가로 없애려 한다”며 반발했지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진보 교육계는 “특권학교 폐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교육 경쟁력 강화 기여한 자사고 폐지 안 돼” 20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전북교육청의 상산고 지정 취소 결정에 대해 성명을 내고 “지정 취소 기준점을 다른 시도교육청보다 10점 높인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불리한 지표는 배점을 높이고 유리한 지표는 배점을 낮췄다”면서 “고교 교육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해온 학교를 지정 취소하는 것은 교육법정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총은 “동의권을 갖고 있는 교육부가 전북교육청의 결정을 취소하고, 평가 지표의 타당성과 공정성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는 “자사고는 학력 향상과 인성 교육, 문화예술 활동, 비교과 활동 등을 활발하게 전개하면서 교육 경쟁력 강화에 기여해왔다”면서 “교육부는 시도교육청이 자의적으로 자사고 지정 취소를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고·국제중도 일반 학교로 전환 추진해야” 반면 전교조는 이날 논평을 통해 “자사고는 고교 서열화 체제를 강화하고 학교를 입시교육 기관으로 만들었으며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 고교 입시를 위한 사교육 팽창 등 공교육 파행을 낳았다”면서 “(자사고 재지정 평가 중인) 서울교육청을 비롯한 9개 교육청은 공정하고 엄격한 원칙에 따라 평가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교육단체협의회와 특권학교폐지촛불시민행동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자사고와 외고, 국제중을 일반 학교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을 단호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의 자사고 학부모들은 이날 서울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자사고 재지정 평가의 평가위원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서울자사고학부모연합회는 “한 학교라도 지정 취소가 결정되면 모든 학교가 공동행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상산고 학부모 상복 집회…자사고 재학생 부모의 분노 왜

    상산고 학부모 상복 집회…자사고 재학생 부모의 분노 왜

    “일반고 전환시 기존 자사고 학생 역량 저평가”“면학 분위기 해칠까 우려…사회경제적 손해”“학비 차 3배 나는데 일반고 전환시 시설공유도 불만”일각선 선발기준 등 ‘특혜’ 자사고 기준 엄격 마땅“서울도 2014~2015년 타지역比 10점 더 높아”교육계 찬반 엇갈려…서울자사고학부모도 반발전북 전주시 상산고등학교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취소 발표가 이뤄진 20일 전북도교육청 앞에는 검은 상복을 입은 학부모들의 항의집회가 열렸다. 상산고 학부모 100여명은 이날 오전 도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전북교육은 죽었다”고 선언했다. 통상 자사고 입학을 준비해왔던 중학생 학부모들의 반발과 달리 이미 자사고에 재학 중인 학부모들은 왜 자사고 지정 취소에 이렇게 극렬히 반대하고 나선 것일까. 검은 상복을 입은 학부모들은 ‘김승환 도교육감은 퇴진하라’, ‘불공정한 자사고 심사 원천무효’, ‘상산고를 살려내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전북교육은 죽었다’는 의미로 도교육청을 향해 절을 하고 근조 조화를 세우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연달아 마이크를 잡고 전북교육청의 자사고 폐지 결정을 성토했다. 한 학부모는 “전북교육청의 자사고 평가 기준은 엉터리”라면서 “다른 시·도에서는 70점만 맞아도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는데 전북은 79점을 넘어도 자사고를 폐지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다른 학부모는 “상산고 자사고 폐지 결정 소식을 듣자마자 아침밥도 거르고 회사에 연차를 내고 달려왔다”면서 “79점을 맞은 상산고를 자사고에서 탈락시킨다면, 전국에서 살아남을 자사고가 대체 몇 곳이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 학부모는 ‘소시오패스’나 ‘구속’과 같은 극단적인 단어를 사용하며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다. 임태형 상산고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오늘은 한 학교의 운명을 결정하는 재지정 평가 발표의 날”이라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평가를 담당한 기관의 당사자인 김승환 교육감은 교육청을 비우고 특강을 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의로운 사회를 외치던 교육감이 정작 자신은 모두 편법과 불법에, 비정상적인 행위로 자사고를 탄압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기동대 등 경력 100명을 도교육청 주변에 배치하고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교육업계는 상산고 지정 취소와 관련해 자사고 재학생 학부모들이 다른 교육청은 70점이고 전북도교육청은 이보다 10점이 높은 80점이 통과 기준이라며 절차상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등의 얘기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불만은 다른 데 있다고 보고 있다.복수의 교육단체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우선 일반고보다 3배나 많은 등록금을 내는 자사고가 내년부터 일반고로 전환될 경우, 기존 학생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학교시설과 교육 프로그램에는 큰 차이가 없는데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등록금을 내고 들어오는 입학생들과 모든 것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업계 관계자는 “비싼 값을 치르고 어렵게 자사고를 준비해 들어온 학부모와 재학생들의 경우 면학 분위기가 깨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크고, 학비를 싸게 들어온 학생들과 동일 시설을 공유하는 데 대해 손해를 본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고 전했다. 선발기준 등에서 엄격한 자사고와 다른 일반고 전형으로 들어온 학생들과 같은 대우를 받는 게 싫다는 게 요지다. 학부모들의 반발이 심한 상산고는 자사고 가운데서도 정시 위주,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한 재학생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다른 이유는 입시경쟁에서 기존 재학생들이 자사고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불리해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학부모과 학생들을 인터뷰하는 질적 연구를 진행해보면 일반고 3등급과 자사고 등 특목고 3등급은 다르다는 얘기를 한다”면서 “자사고를 선호하는 이유 중에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선발할 때 이왕이면 특목고 3등급을 우대하지 않겠느냐는 심리가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자사고 학부모들은 일반고로 전환될 경우 기존 자사고 전형을 치르고 들어온 학생들의 역량이 저평가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상산고는 지역 명문고로 외부학생들도 많이 유치하고 있어 사회경제적인 여파도 학부모로서는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 취소 과정이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보고 있다. 상산고 학부모들이 불만으로 제기한 자사고 지정 커트라인이 80점으로 다른 지역보다 10점 높은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 아닌 지역마다 다른 교육여건을 반영한 결과라는 것이다. 김은정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선임연구원은 “서울의 경우 2014~2015년 1차 평가 당시 다른 지역보다 10점 높게 평가 기준을 설정해 자사고 평가기준을 강화했었다”면서 “자사고 평가는 지역여건에 따른 교육감 재량 사업이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또 학생들을 추첨 배정하는 일반고와 달리 선발시기와 선발방법에서 특혜를 받고 있는 자사고의 경우 운영과 학교시설의 측면에서 더 높은 기준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 선임연구원은 “사회통합자 전형의 책무를 소홀히 한 상산고도 문제지만 당초 자사고를 설립 기준에 미달이면 마땅히 일반고로 전환시키는 게 맞다고 본다”면서 “자사고가 고교서열화와 무슨 상관이냐고 하지만 실제로 교육 현장에서는 자사고를 가지 못한 일반고 학생들이 대입에서 밀렸다는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면서 초등학교부터 자사고를 준비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그는 “자사고 폐지 수단으로 재지정 평가를 악용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엄격한 기준 없이 ‘특권학교’로서 그대로 유지해주는 것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전북교육청은 상산고가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기준 점수(80점)에 미달하는 79.61점을 받았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은 이날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체평가단 평가와 심의 등을 거쳐 상산고에 대해 자사고 지정취소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도교육청이 밝힌 항목별 점수를 보면 상산고는 31개 항목 중 대부분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일부 항목의 점수가 현저히 낮았다.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사회적 배려 대상자)’ 지표에서 4점 만점에 1.6점을 받았고, 학생 1인당 교육비 적정성 점수(2점 만점에 0.4점)도 저조했다. 특히 감사 등 지적 및 규정 위반 사례가 적발돼 5점이 감점됐다. 상산고의 평가 점수가 기준점수인 80점에 불과 0.39점 부족했던 점에 비춰볼 때 이는 상산고의 생사를 좌우한 핵심 요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이 감점은 전북도교육청이 2014년과 2018년 상산고에 대해 감사를 벌인 결과를 근거로 했다.이에 대해 교육계 반응은 엇갈렸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상산고 운영평가결과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전북교육청이 일방적으로 재지정 기준점을 설정하고 평가지표를 변경했다”면서 “불공정한 결정이 내려진 만큼 이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총은 “재지정 기준점이 70점인 다른 시·도와 달리 전북은 기준점이 80점이어서 상산고와 다른 자사고 간 심각한 차별이 발생했다”면서 “사회통합전형을 통한 학생선발 의무가 없는 상산고 평가 때 관련 항목을 넣은 것은 정당성도 없고 법령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자사고를 비롯한 특권학교를 폐지해야 한다”면서 “상산고도 공정하고 엄격한 기준과 위원회 심의에 따라 평가가 이뤄졌다면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고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서울시교육청을 비롯해 다른 9개 교육청도 공정하고 엄격하게 운영평가를 진행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을 서둘러 이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이와 관련해 서울자사고학부모연합회(서울자학연)는 이날 오전 “서울의 자사고 평가가 공정하지 않게 진행되고 있다“며 서울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는 평일 낮임에도 서울 자사고 22곳 학부모 1000여명(주최 측 추산)이 참여했다. 전수아 서울자학연 회장은 “한 학교라도 지정취소가 결정되면 모든 학교가 공동행동에 나설 계획”이라면서 “교육청이 우리를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13개 자사고 평가결과는 다음달 초 나온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교육은 뒷전…일하러 간 도제학생 심부름만 시키는 기업들

    교육은 뒷전…일하러 간 도제학생 심부름만 시키는 기업들

    주로 하는 일 ‘청소’ 20.4% ‘허드렛일’ 12.1%학생 53.2% “도제반 다시 선택 안 할 것”노동부 “제도 자체는 제대로 돼 있다”지만중소기업은 학생들 ‘대체인력’으로만 생각‘산업현장 일·학습 병행 지원법안’ 국회 계류 중“도제학교 학생들과 함께 플라스틱 제품 검사했어요.” 2016년 특성화고 현장실습을 하고 이듬해 광주의 플라스틱 부품 공장에 취업한 이상민(21·가명)씨는 “도제반 학생들에 대한 기업의 기술전수는 명목상이었고, 전공과 상관없이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은 일에 투입됐다”면서 “현장실습과 별반 다른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씨가 근무한 공장은 단순노동에 기반해 기술 전수가 필요 없었는데도 도제학교 학생들이 왔다는 것이다. 그는 “도제제도 자체는 좋은 목적을 가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취업률을 위해 수준 미달의 교육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을 값싼 노동력으로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014년부터 독일 및 스위스식 도제교육을 한국 현실에 맞게 도입한다면서 고교 2학년부터 학생이 기업과 학교를 오가며 교육훈련을 받는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를 시범운영했다. 기업에서는 숙련노동자가 현장교사 역할을 하며 학생을 가르친다. 졸업 후에는 해당 기업의 일반 근로자로 전환되는 방식이다. 직업교육의 현장성을 높여 고용의 미스매치를 해소하고 청년취업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된 직업훈련교육이 되고 있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지난 4월 전남교육청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운영 전면 실태조사 태스크포스(TF)가 전남도 내 16개 학교에서 도제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 644명 중 428명(75%)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학생들이 도제기업에서 주로 하는 일은 청소 20.4%, 허드렛일 12.1%, 기타(페인트칠, 크레인 조정, 본드 칠하기 등) 43.9%였다. 학생 38.3%는 “학교 수업과 기업 업무가 전혀 관련이 없다”고 했고, 학생 53.2%는 “도제반을 다시 선택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광주의 직업계고 고등학교 3학년인 김수민(18·가명)군은 “1학년 때 신청을 해 2학년 때부터 도제학교를 경험한 친구들은 기업에서 청소나 심부름을 하고 왔다고 했다”면서 “기술교육을 해줄 수 있는 기업들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근 학교에서는 30명 중에 15명이 포기했다고 한다”면서 “성공사례를 보고 혹해서 신청했다가 나중에 후회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전했다. 2016년부터 정식으로 운영된 도제교육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도제학교를 확대하면서 법제화에도 나서고 있다. 산학일체형 도제학교의 근거법률인 ‘산업현장 일학습병행 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률은 일학습 근로 기간이 끝난 학습근로자가 일정수준의 평가에 합격할 경우 국가자격을 주는 내용 등을 담았다. 그동안 전교조 등 교육단체에서는 법적 근거도 없이 도제학교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이 산업체로 파견하고 있다며 비판해왔다. 김경업 전교조 직업교육위원장은 “박근혜 정권 때 법적인 근거도 없이 도제학교를 밀어붙이며 시작했던 것을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면서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는 법률적인 근거를 마련한다고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업현장 일학습병행 지원에 관한 법률안’ 공청회에 참석했던 대구대 이승협 사회학과 교수도 법률안에 부정적인 의사를 표했다. 이 교수는 “법률안은 일학습병행제에 참여하는 이들을 근로자로 규정하지만, 훈련생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심지어 현장실습에서도 학교는 학생을 훈련생으로 기업에 보내는데, 기업은 학생을 근로자로 보고 가르치지는 않고 노동력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독일이나 스위스는 마이스터(장인)가 아니면 절대로 가르치지 못하게 하고, 훈련비용도 대부분 기업이 부담하면서 필요한 인력을 훈련시킨다”면서 “우리나라 도제기업들은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중소기업들이 많아서 체계적인 교육을 시키지 않고, 학생을 대체인력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도제학교가 장기실습을 통해서 실무능력을 늘리는 것이라면 직무에 대한 프로그램을 제대로 준비하고 실시해야한다는 것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일학습병행에 참여하는 기업은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프로그램 지원을 받고, 그것에 따라 (학생들에게) 훈련을 실시해야 한다”면서 “현장에서 이를 적용하는 일부 기업체에서 제대로 훈련을 실시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는 있지만, 제도 자체는 제대로 돼 있다”고 말했다. 한편, 2017년 12월 말 제주도 음료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기계에 깔려 사망한 이민호군의 아버지 이상영씨는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는 “저의 애가 학생이었기 때문에 지금 국회에 계류 중인 일학습 병행 도제 제도에 대해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힌다”면서 “왜 특성화고를 도제학교로 지정해 학생들을 노동자로 만들어야 합니까. 일학습병행 도제학교 제도를 없애주십시오”라고 요청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7회]‘임종헌 USB’ 파일과 출력물의 동일성 검증 ‘쳇바퀴’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7회]‘임종헌 USB’ 파일과 출력물의 동일성 검증 ‘쳇바퀴’

    박병대 측 검찰의 조작 가능성 주장하며 파일 1142개 검증 요구지난 14일에도 7시간 내내 파일과 출력물 일일이 대조 작업 반복18일에는 “안과 진료 가야하는데”···재판부는 불허···검찰은 분통“파일의 제목은 HY수평선B체이고 날짜는 휴먼옛체입니다. 날짜도 지금 이의를 제기하십니까?”(재판장)“날짜는 비슷해 보입니다.”(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 “날짜는 빼고요. (작성자인) ‘기획조정실’이 다르다는 거죠? 기획조정실은 파일에는 HY수평선B체로 돼있고 출력물에는 제목과 기획조정실 표시는 글자체가 다른 것을 확인했습니다. 내용은 똑같고 글자체가 다른 것입니다. 설명해주시겠습니까?”(재판장) “네, 이 문건은 컴퓨터에 설치된 폰트 부족 등으로 글자체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아 출력 시에 기본 글자체로 출력된 것으로 보입니다.”(검사)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이동식저장장치(USB)에 들어있던 267번 파일과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885번의 문건은 같은 내용이다. 2015년 1월 18일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이 작성한 ‘최민호 판사 관련 대응방안’ 문건이다. 그런데 PC로 보는 파일 내용과 종이로 보는 문건의 제목과 기획조정실 표기가 글씨체가 달랐다. 변호인은 이의를 제기했다. 2014년 12월 3일 작성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관련 검토’ 문건은 임 전 차장의 USB 7636번 파일에서는 1쪽부터 8쪽까지 페이지 번호가 매겨졌는데 검찰이 출력물로 제출한 증거 932번 문건에서는 77쪽부터 84쪽까지 페이지 번호가 적혀있었다. 문건의 내용은 같다. 변호인들은 이의를 제기했고 검찰은 “여러 파일을 하나로 합쳐놓으면서 페이지 순서가 1쪽이 77쪽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종헌 USB’ 속 파일과 출력 문건 같은지…일일이 열어 글씨체까지 확인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6회 공판기일에서는 오전부터 내내 이 같은 검증이 이뤄졌다. 지난 14일 5회 공판에서도 오후 2시 20분부터 밤 9시 20분 남짓까지 7시간을 내내 파일과 출력물을 비교했지만 검증해야 할 전체 양의 15%에 불과하다고 검찰은 말했다. 검증하기로 한 파일의 양은 무려 1142개. “증거 순번 871번, 2015년 10월 1일자 사법정책실 양형위원회 작성의 ‘헌재 관련 비상식 대처 방안 검토(대외비)’ 문건, 임종헌 USB 파일 목록 순번 3872번 출력물입니다.” “네. 871번 출력물 같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재판장) 검증 방식은 이렇다. 검찰이 해당 문건의 한글 파일을 열어 페이지 끝까지 천천히 스크롤을 넘긴다. 재판부와 변호인들은 빠르게 출력물과 비교를 한 뒤 재판장인 박남천 부장판사가 동일한 내용이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선언하면 그 다음 파일로 넘어간다. 이렇게 온종일 재판이 이어졌다. 조금이라도 다른 부분이 발견되면 곧바로 변호인들이 설명을 요구했다. PC 화면에서 파일을 하나씩 모두 열어보고 페이지수와 글자체까지 꼼꼼하게 확인하며 갖고 있는 출력물과 같은지를 확인하는 작업은 애초 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의 문제 제기에서 비롯됐다. 재판준비 절차에서부터 박 전 대법관 측은 ‘동일성’과 ‘무결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임 전 차장의 USB를 통해 많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된 문건들이 확보됐지만, 임 전 차장이 받은 파일이 심의관 등 전·현직 법관들이 사용한 파일 그 자체인지는 사실 분명하지 않다. 임 전 차장이 수정을 해서 USB에 담아놨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변호인단이 문제삼는 건 그것이 아니다. 검찰이 증거를 조작했을 가능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검찰이 압수한 파일과 법정에 증거로 낸 출력물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조차 용납할 수 없다는 얘기다. 공판준비기일에서부터 몇 차례 논쟁을 벌이며 핵심 문건 30여건에 대해서만 검증을 하도록 의견을 좁혔다가 박 전 대법관 측에서 전체 파일을 모두 확인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하면서 증거로 쓰기로 한 1142건의 파일을 모두 법정에서 열어보게 됐다. 지루한 검증에 검찰과 변호인은 예민해진다. 거의 매 재판마다 “증거를 파일 원본으로 주면 되는 것 아니냐”는 변호인들의 항의가 있었지만 검찰은 “개인정보 유출 등의 문제가 있어 원본은 제공할 수 없다. 확인이 필요하면 검사실로 오시라”는 대응을 반복했는데 이날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또 한 차례 고성이 오갔다. 박 전 대법관 측에서 임 전 차장의 USB에서 확보되지 않은 144건의 출력물에 대해서도 원본 파일과 동일한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였다. 예를 들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확보한 410개의 파일과 같이 법원행정처에서 임의로 제출했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확보된 문건들에 대해서 또 다시 무결성과 동일성을 주장한 것이다. ●박병대 측 “안과 진료 위해 오후 변론 분리해 달라”…검찰 “무책임” 발끈이와 함께 박 전 대법관 측에서 박 전 대법관이 이날 오후 3시 30분 안과 진료가 예약돼 있어 이날 재판만 변론을 분리해 따로 재판을 진행해 달라는 의견서를 냈다고 재판부가 소개하자 검찰은 불만을 터뜨렸다. 검찰은 “주로 박병대 피고인의 변호인들이 검사가 증거를 조작했을 수 있다는 중대한 의혹을 계속 제기했고 결국 재판장님께서 문건 하나 하나를 확인하겠다고 하고 지난 기일부터 원본과 출력물을 일일이 대조하고 있다”면서 “임 전 차장의 USB 속 파일만 1142개인데 그 중 15%만 검증을 했다. 이런 검증 절차를 마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시며 부득이 오늘 추가 기일을 또 지정했는데 정작 박병대 피고인의 변호인은 어제 오후에서야 오늘 오후 재판을 분리하겠다고 한다. 지금 이걸 박병대 피고인의 변호인 때문에 진행하고 있는데 그 피고인은 불출석하고 변호인은 방청석에서 보겠다고 하니 매우 무책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사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실제 지난 기일에 밤 9시까지 검증을 했음에도 문제될 만한 증거는 없었다. 오히려 검증 과정에서 드러난 변호인의 문제 제기 근거는 ‘검사가 인위적으로 조작했다’는 것이 아니라 ‘왜 원본에는 간인이 돼있는데 여긴 안 돼있느냐’, ‘원본에는 주민등록번호가 있는데 출력물엔 왜 가려져있느냐’는 것들이었다. 이런 점을 근거로 증거가 조작됐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매우 놀랍다. 경력이 풍부한 여러 변호인도 계시지만 검찰의 신뢰와도 직결된 증거 검증 과정에 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 1명(박현상 변호인)에게만 맡겨두고 다른 변호인들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다.” 변호인들이 웅성웅성하며 일어나서 반박하기 위해 몸을 들썩거렸다. 재판부가 잠시 조용히 하라고 제지하자 검사가 발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계속된 근거 없는 이의를 제기하고 있고, 다른 피고인의 변호인들은 방관자적인 태도를 보인다.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쪽수와 날짜가 다르다는 것이 의혹의 전부인지, 다른 내용이 의심되는 무언가 있는지, 박병대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아도 되는 문제인지 재판부께서 변호인들에게 설명을 요구해 주시고 향후 이런 근거없는 의혹 제기가 아무런 검토 없이 법정에 노출돼 국가의 신뢰가 훼손되지 않도록 적절한 소송지휘권을 행사해주시기 바란다.” ●현직 법관들 “재판일정 때문에 증인신문 못 나간다”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 중 한 명이 일어섰다. “변호인으로서 검찰이 제시한 증거에 대해 따지는 것을 근거 없는 의혹 제기라고 한다면 지금 (법정에) 앉아 계신 기자들을 위한 말일지는 모르나 재판부에 대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재판부는 결국 박 전 대법관에 대한 변론을 분리하지 않기로 했고 이날 오후 박 전 대법관은 안과를 갈 수 없었다. 파일 하나 하나에 대한 확인은 금방 지나갔지만 양이 너무 많다 보니 마치 빠르게 돌아가는 쳇바퀴 같이 법정의 시간이 흘렀다. 양 전 대법원장은 눈을 질끈 감고 피곤한 기색을 자주 보였고, 두 전직 대법관도 고개를 뒤로 제꼈다가 또 고개를 푹 숙이고 열심히 메모를 했다가, 표정은 지루했지만 경계를 놓지 않아 보였다. 오는 21일 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을 지낸 정다주 의정부지법 부장판사를 시작으로 핵심 문건들을 작성한 현직 법관들에 대한 증인신문이 시작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 부장판사를 비롯해 시진국(6월 26일)·김민수(7월 3일) 부장판사가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재판 일정을 이유로 정해진 날짜에 법정에 나올 수 없다고 재판부에 알렸다. 재판부는 증인신문을 하지 못하게 되는 날에도 계속해서 이 같은 검증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오후 3시 45분부터 15분 휴정을 한 뒤 다시 시작된 재판에서 박남천 부장판사는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지난달 30일 하계 법정에서의 복장에 관한 협조요청 공문을 법원에 보내왔다”면서 “6월부터 8월까지 변호인들이 넥타이를 하지 않도록 권고했으니 법원에서도 적극 협조를 해달라는 내용이다. 법원장님도 결재를 하셨으니 넥타이를 매지 않으셔도 된다”고 알렸다. 박 부장판사는 이어 “피고인들도 넥타이를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당장 지금부터 넥타이를 푸셔도 됩니다”라면서 “검사님들은 여기(공문)에 없네요. 검사님들은 어떻게 되시는 건지”고 말하자 상기됐던 법정에 잠시 웃음이 돌았다. 그리고 다시 파일들이 열렸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5)] ‘유능한 후배들이 스스로 알아서’…책임 미루는 양승태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5)] ‘유능한 후배들이 스스로 알아서’…책임 미루는 양승태

    서울신문은 전직 대법원장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2019년 5월 29일부터 매주 수요일, 금요일 두 차례 열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을 지면 제약에서 벗어난 온라인을 통해 글로 생생 중계 합니다. 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 사이가 그렇게 지시를 하는 사이가 아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유능한 사람이기에 알아서 하는 것이고 나는 지시한 적이 없다”, “인사심의관실에서 왜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다.”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4회 공판에서 양 전 대법원장이 검찰 조사에서 진술한 피의자신문 조서가 일부 공개됐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짙어지자 집 옆 놀이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입장을 밝힐 때부터 검찰 수사 과정 내내 양 전 대법원장이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는 것은 알려졌지만 그가 검찰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진술을 했는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공개된 양 전 대법원장의 검찰 진술을 종합하면 “나는 지시하거나 관여하지 않았다”로 모인다. 사법행정의 최종 결재권자이자 책임자인 만큼 각종 문건을 승인한 것은 자신이 맞고 관련 내용을 보고 받은 것도 맞다고는 인정했다. 그러나 그 보고 내용들은 결국 하급자들이 ‘알아서 한 것’이고 자신은 가장 마지막에 보고를 듣기만 했을 뿐이라는 취지다. 이른바 ‘재판거래 의혹의 핵심인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과 관련해서 사법부 고위 관계자들이 청와대, 외교부와 재판 관련 논의를 했다는데도 양 전 대법원장은 ‘아무것도 몰랐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 “그런 것 하는 데 왜 대법원장 지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2013년 12월 당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공관에서 열린 이른바 ‘소인수회의’에서 청와대와 대법원, 외교부, 법무부 고위 관계자들이 모여 일제 강제징용 사건을 논의한 데 대해 양 전 대법원장은 “보고받은 기억이 없다”고 했다. 회의에 차한성 당시 법원행정처장이 참석한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도 “보고받은 기억이 없다. 들은 적이 있으면 기억하겠지만 전혀 들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2014년 3월 당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만난 사실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분을 알지 못한다”며 부인했고, 윤 장관에게 법관의 재외공관 파견을 요청한 사실 있냐는 질문에도 마찬가지로 윤 장관을 만난 사실도 없다고 잡아뗐다. 검찰이 외교부 직원의 이메일에서 ‘양승태 대법원장이 윤병세 장관과 조우한 계기에 양 대법원장이 재외공관 확대에 대해 논의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발견됐다고 제시하니 양 전 대법원장은 “조우라는 것은 우연히 만났다는 건데 우연히 만난 것을 일일이 기억할 순 없는 것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2014년 10월 열린 2차 소인수회의에서도 당연히 “몰랐다”는 반응이 나왔다. 양 전 대법원장은 2차 소인수회의에 박병대 당시 법원행정처장이 참석한 사실에 대해 “사후에 보고받아 알게 됐고 사전에는 몰랐다”고 밝혔다. “박 대법관이 다녀와서 얘기한 것 같다. 전혀 사전 보고는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박 전 대법관과의 진술이 엇갈린 것이 확인됐다. 박 전 대법관은 검찰 조사에서 “그런 정도의 자리라면 대법원장에게 보고하고 참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거듭 물었다. “박 전 대법관이 2차 회의에 참석하기 전 각급 법원을 상대로 일제 식민지 시대 관련 과거사 사건의 현황을 조사한 뒤 이를 회의에 지참한 사실이 확인되는데 피고인(양 전 대법원장) 지시로 박 전 대법관이 이를 지참하고 회의에 참석 한 것 아닌가”,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박 전 대법관이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을 챙긴 것 아닌가” 그러자 양 전 대법원장은 오히려 “처장은 업무 하나 하나마다 대법원장의 지시를 받고 하는 게 아니다. 처장은 대법관이다”, “대법원장과 처장 사이가 그렇게 지시를 하는 사이가 아니다. (처장은) 대법원장이 사건 하나 하나를 갖고 지시를 하는 지위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의 핵심 실행자이자 중간 책임자인 임 전 차장에게도 전혀 지시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이어갔다. 임 전 차장이 2016년 4~5월쯤 청와대 등을 통해 외교부에 강제징용 사건 관련 의견서를 내라고 독촉한 것과 관련, 양 전 대법원장은 “임 차장이 굉장히 유능한 사람이기에 알아서 하는 것이고 나는 지시한 적이 없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굉장히 유능한 사람이어서 챙겨보라고 따로 지시해야 할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그 사람들(외교부와 청와대)을 직접 접촉한 사람이 아니겠느냐. 임 차장이 의견서를 내기로 했는데 왜 안 내냐고 했을 뿐이다. 저와 연관된 사안은 아니다.” 처장도 차장도 대법원장의 지시 없이 ‘알아서’ 청와대와 외교부를 접촉한 뒤 모든 논의가 이뤄진 뒤에 대법원장에게 결과만 보고됐다는 것이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이나 법원행정처 심의관을 지낸 후배 법관들을 향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과 관련, 특정 쟁점에 대해 재판연구관에게 검토를 지시한 적이 있나요?”(검찰), “지시한 적 없습니다.”(양 전 대법원장) “정다주 전 기획조정심의관(현 지방법원 부장판사)이 작성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 효력 집행정지 관련 검토 문건을 알고 있나요?”(검찰), “전혀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양 전 대법원장) “통합진보당 행정소송을 심리하던 재판부에 법원행정처 입장이 담긴 문건을 전달하도록 승인하지 않았나요?”(검찰), “그런 것을 하는데 왜 대법원장이 꼭 지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저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양 전 대법원장)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전 고등법원 부장판사)이 통진당 소송 현황을 상시적으로 보고했는데, 대법원장의 지시가 있던 것 아닌가요?”(검찰), “제가 시켜서 보고를 한 것은 아닙니다. 스스로 생각해서 한 것입니다”, “대법원장이 최고위급 간부에게 그런 식으로 지시를 한다는 게 말이 안 됩니다.”(양 전 대법원장) ◆‘물의 야기 법관 리스트’ 결재는 시인···“인사 조치 이유는 인사실이 알아서”당시 사법부의 정책에 반대하거나 정부를 비판하는 의견을 밝힌 법관들을 비롯해 이른바 ‘물의야기 법관’ 리스트를 작성해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와 관련해서는 양 전 대법원장은 최종 결재를 했음은 인정했다. 그는 “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들이 ‘물의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 문건을 대법원장에게 보고할 때 한 명 한 명에 대해 설명하면서 정책 결정을 받았다고 진술했는데 사실인가”라는 검찰의 질문에 “사실이다”라고 답했다. 인사조치 방안에 승인한다는 뜻으로 문건에 표시된 ‘V’표시에 대해서도 “제가 했다. 제가 했거나 옆 사람에게 체크하라고 했으니 제가 한 게 맞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양 전 대법원장은 인사조치를 왜 했냐는 질문에는 “인사실에서 왜 그렇게 한 것인지 알지 못한다”면서 “결재를 했다고 해서 이런 내용까지 다 확인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헌법재판소 파견 법관 인사안에 대해서도 “결재는 내가 한 게 맞다”면서도 “행정처에서 올린 의견대로 결정한다. 실질적으로 대법원장이 관여하는 게 거의 없다”고 반박했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각종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이 벌어진 가장 핵심적인 원인으로 ‘제왕적 대법원장’의 권한이 지목됐다. 그러나 정작 그는 ‘유능한’ 후배 법관들이 ‘스스로, 알아서’ 논의하고 처리해 온 일들을 결과만 보고받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으로 법정에는 양 전 대법원장이 인정한 유능하고 스스로 일한 후배 법관들이 증인으로 나와 그와 마주하게 된다. 양 전 대법원장의 검찰에서의 진술을 후배 법관들이 어떻게 설명할지 주목된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文정부 법외노조 취소 거부 규탄” 1년 만에 또 거리로 나선 전교조

    “文정부 법외노조 취소 거부 규탄” 1년 만에 또 거리로 나선 전교조

    맞불집회 연 학부모단체와 한때 설전도 교육부 “복무관리 철저히” 공문만 보내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다시 거리로 나섰다. 문재인 정부가 취임하면서 법외노조 조치를 취소할 것을 요구해왔지만 정부가 ‘대법원의 판결에 따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자 대정부 투쟁에 돌입한 것이다. 전교조는 12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법외노조 취소 거부하는 문재인 정부 규탄 전국교사결의대회’를 열었다. 교사 1000여명(전교조 추산)이 참여한 이날 대회에서 전교조는 결의문을 통해 “국정농단과 사법농단의 합작품인 법외노조 조치를 두고서 촛불정부라 말할 수 있는가”라면서 “청와대는 촛불의 명령을 외면한 채 정치 논리의 허상에 빠져 사법부와 입법부 뒤로 숨어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교조는 법외노조 조치로 해고된 교사들의 원직 복직을 요구하며 “법외노조 조치를 즉각 취소하고 피해를 배상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집회는 평일 오후에 이뤄져 사실상 ‘연가(年暇)투쟁’이라는 시각이 많다. 교사들이 평일에 열리는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연가를 내야 하는데, 이는 학생의 학습권 침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교조는 교사들이 연가를 내지 않고도 참석할 수 있도록 해 공식적으로 연가투쟁이 아니며, 교육권 침해도 없다는 입장이다. 정현진 전교조 대변인은 “(집회 장소와) 가까운 거리의 교사들은 퇴근 후 참석이 가능하며 학교별로 1명 정도만 참석하도록 했다”면서 “교사의 조퇴나 연가가 있을 때 사전 수업교환이나 대체 강사 등의 시스템이 있어 수업 결손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교조의 연가투쟁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이번이 세 번째이지만 정부는 과거처럼 전교조를 제재하지는 않았다. 과거 정부에서는 교사들의 연가투쟁을 국가공무원법에서 금지하는 집단행동으로 보고 연가 및 조퇴 신청을 불허했다. 이번 교사대회를 앞두고 교육부는 각 시도교육청에 “교원 복무관리를 철저히 해달라”는 내용의 공문만 보냈다. 한편, 이날 보수성향 학부모단체인 전국학부모연합은 전교조에 ‘맞불 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500여명은 전교조의 집회가 열린 시각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집회를 열고 “전교조의 해체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전교조가 청와대로 행진하는 과정에서 “전교조 아웃” 등의 손팻말을 들고 있는 이들 단체 회원들과 마주치면서 참가자들 간 설전도 벌어졌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서울포토] 전국교사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는 전교조 노조원들

    [서울포토] 전국교사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는 전교조 노조원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노조원들이 12일 서울 세종로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전교조의 법외노조 취소를 요구하기 위해 열린 전국교사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 6. 12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 [시론] 전교조 법외노조 유지, 비정하다/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

    [시론] 전교조 법외노조 유지, 비정하다/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

    국제학업성취도 세계 1위는 어느 나라일까? 교육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다 아는 뻔한 질문과 답이다. ‘핀란드.’ 그다음으로 이어져야 하는 질문은 ‘그렇다면 누가 이런 교육을 만들어 냈고, 그 철학과 방식은 어떠하길래?’이다. 핀란드 교육에서 가장 주목되는 특징은 성적순 경쟁을 교육에서 철저하게 배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협력 교육은 당연하고, 각자 설정한 자기 목표에 대한 성취도가 평가 기준이 된다. 자기와의 싸움, 자기 가치의 발견을 목표로 하고 무엇보다도 독서와 토론이 핵심이 된다. 자신을 자기의 설계로 ‘발명’해 가는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이런 교육 생태계를 만들어 내고 있을까? 교사들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핀란드 교원노조다. 이들은 정부를 상대로 찬반 논쟁을 통해 교섭과 합의를 이뤄 가면서 교육 내용을 선진적으로 창조하고 있다. 이들의 정치사회적 발언권이 법과 제도로 보장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로써 교육 현장과 정부의 교육 정책은 매우 전문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발언권이 봉쇄돼 이를 뚫기 위해 겪어야 하는 교육적 에너지의 소모적인 탈진이 없다. 교원노조를 거론할 때 ‘교육자가 노동자인가’라는 질문은 교육이 가지는 정신노동의 본질을 외면하는 것이자 생활인으로서의 기본권을 박탈하는 태도다. 교사들의 노조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교육이며 사회 진보를 위한 교과서다. 교원노조는 권력과 자본의 기득권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교육의 진정한 목표에 헌신하는 교사들의 교육적 집단지성을 발휘하게 하는 실체다. 핀란드 교원노조가 그 실례다. 일하는 이들의 기본권을 보장하지 않고 교육을 말하는 것은 그 자체가 이미 반교육적이다. 한국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역시 핀란드 교원노조와 다를 바 없는 가치관과 역사적 책임감으로 탄생했다. 멀리 돌아갈 것도 없이 이미 우리 안에 있는 소중한 교육 에너지와 자산이다. 1989년 창립 이후 전교조는 교육 현장을 엄청나게 바꾸어 놓았다. 그 핵심은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교육’이다. 학생들이 교육의 피동태로 머물지 않고 주체로 자라날 수 있는 환경과 내용을 일구어 온 것이다. 이러면서 아이들은 우리 역사의 진상을 알게 됐고, 자기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존재로 변화했으며, 자신의 권리에 대해 당당하게 밝힐 줄 아는 힘을 기르게 됐다. 이런 시민으로 자라나는 것은 권력과 자본의 입장에서는 불편하기 짝이 없다. 자신들이 요구하는 기술과 역량을 제공하면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적당하게 현실에 안주하는 시민을 양성하려는 전략과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전교조에 대한 탄압의 역사는 바로 이러한 권력과 자본의 욕망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과정이기도 했다. 전교조의 역사는 이 욕망이 지배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내기 위한 투쟁의 기록이다. ‘똑똑한 것 같지만 멍청해지는 세상’에 대한 저항이자 진정한 사유 능력을 잃어 가는 시대에 대한 도전이다. 전교조를 비판할 때 진보 언론들조차 투쟁 일변도의 운동 방식과 젊은 세대와의 소통능력 부족을 짚는다. 이것만큼 부당한 게 있을까. 투쟁할 이유가 없도록 해줄 의무가 있는 쪽은 질타의 대상이 되지 않고 있고, 젊은 세대 쪽의 소통능력 부재는 없는지 따져 보지 않는다. 그에 더해 전교조에 속한 젊은 교사들의 헌신과 활약은 아예 주목하지도 않는다. 교육적 에너지를 끊임없이 탈진시키고 있는 쪽의 책임 거론이 순서적으로 먼저다. 자본의 지배 체제에 순응해 버린 세대에 대한 문제의식은 이런 비판 속에 없다. 전교조에 대해 비판할 수 없다는 게 아니라 그 비판의 조건과 지점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전교조의 교육 내용에 대한 토론과 논의의 공간 자체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걸로 비판하려 드는 걸까? 이런 식으로는 내세울 근거가 없지 않은가? 악의적 소문이나 음해가 근거로 되기 십상이다. 함께 교육운동에 헌신하다 해고된 동지들을 해고자라는 이유로 내치는 조직이 있다면, 그 조직은 비정한 조직이다. 해고자를 노조원으로 받아들였다는 이유로 내려진 법외노조 조처를 풀지 않고 있는 것은 전교조가 살고자 한다면 그런 비정한 조직이 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반교육적 조처다. 법외노조 조처를 풀 쉬운 방법을 놓아 두고 있는 정부가 있다면 그 정부도 비정한 정부가 되는 거다. 답은 전혀 어렵지 않다.
  • 교육부 “조선일보 공동주최 ‘올해의 스승상’ 승진점수 폐지” 왜

    교육부 “조선일보 공동주최 ‘올해의 스승상’ 승진점수 폐지” 왜

    교육부가 조선일보와 함께 주최하는 ‘올해의 스승상’ 수상자에게 주던 승진점수를 폐지하기로 했다. 다만 제도를 없애지는 않고 포상과 상금은 유지한다. 교육부는 3일 조선일보, 방일영문화재단이 공동주최하는 ‘올해의 스승상’ 수상자에게 부여해오던 연구실적평정점을 올해부터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 상은 교원 사기를 진작하고 스승 존경 풍토를 조성한다는 취지로 제정됐다. 교육부에 따르면 해마다 수상자 10∼15명에게는 각각 상금 1000만원과 교육공무원 승진규정에 따른 연구실적평정점 1.5점이 주어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해당 승진점수가 교사가 직무 관련 석사학위를 받았을 때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과도한 혜택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교육부는 “수상자에게 승진점수를 부여하는 것이 스승상 취지에 부합하지 않다는 등 지적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연구실적평정점은 폐지하겠다”면서 “대신에 사회적 귀감이 되고 미래교육을 개척하는 교사에게 포상과 상금을 수여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인사상 특전을 폐지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이달 중 시·도 교육청 인사담당자 협의회 등을 개최해 교육 현장 의견을 수렴하고, 교육공무원 승진규정 및 연구대회 관리 훈령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앞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실천교육교사모임 등 교사단체들은 “언론사와의 공동주최를 중단하거나 상을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전교조는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고 “교육부는 조선일보와 ‘올해의 스승상’ 공동 주최와 수상자들에게 승진 점수를 부여하기 위한 ‘올해의 스승 교육발전연구실천대회’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전교조는 “연구대회를 만들어 ‘올해의 스승상’ 대상자들에게 특혜 승진 점수를 부여하는 편법을 동원한 것은 교육부가 해마다 비교육적 행위를 앞장서 실천해왔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교육부가 조선일보의 뒤치다꺼리나 해주는 기관이냐”면서 “우리는 일개 언론사가 교원 승진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정부가 조력해 왔다는 사실을 개탄한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광주시교육청은 교육부에 폐지 의견을 전달하고, 오는 7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의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연구실적평정점은 2001년 상 제정 당시 영예를 제고하기 위해 부여했던 것이고, 조선일보와 방일영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하면서 상금을 수여한 것은 2002년부터였다”고 해명했다. 언론사 영향으로 승진점수를 부여해왔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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