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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명탑 정전… 경기 20여분 중단

    부산아시안게임 개막을 불과 엿새 앞두고 축구경기가 열릴 구덕운동장 조명탑이 국제경기 도중 꺼지는 불상사가 빚어졌다. 23일 한국-쿠웨이트의 축구평가전이 열린 구덕운동장에서는 전반전 도중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조명탑 라이트가 꺼져 경기가 20여분간이나 중단됐다.경기가 속개된 뒤에도 조명탑 4개중 1개는 작동되지 않았고,전광판도 전반내내 꺼져 있었다. 구덕운동장이 워낙 노후한 탓으로 보이지만 아시안게임 개막 이후 재연될 경우,국가이미지 실추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구덕운동장에서는 한국-몰디브전(27일)을 비롯,남녀축구 7경기가 열린다. 한편 이날 구덕운동장에는 김정만 북한 축구협회 서기장과 이정만 감독 등이 사전 예고없이 찾아와 경기를 관람,대회 관계자들을 더욱 곤혹스럽게 했다. 경기장 관계자는 “한전측에 확인해 봤지만 문제가 없다는 얘기만 들었을뿐 정확한 정전이유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부산 최병규기자
  • 과장급 개방형직위 첫 민간인 임용 이상협 건교부 과장

    “민간분야에서 쌓아온 경험과 능력을 적극 활용해 교통문제 해결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정부내 과장급 개방형 직위에 처음으로 임용된 이상협(李相協·43) 건설교통부 교통정보기획과장은 다부지게 포부를 밝혔다. 이 과장은 “매일 교통체증을 경험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운전자들이 항상 유용한 교통정보를 얻는 데 목말라하고 있다.”면서 “교통정보 수집 및 제공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확대해 교통정보의 정확성을 높이는 동시에 도로전광판,방송,인터넷뿐만 아니라 PDA와 같은 개인용 매체를 통해 교통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 공대를 졸업한 뒤 미국 버지니아주립공대에서 지능형 교통정보체계(ITS)를 전공,박사학위를 취득했다.지난 94년부터 교통개발연구원에서 건설교통종합정보센터 구축,철도건널목 지능화,대전첨단교통모델도시 건설사업 등 대규모 국가교통정보사업에 참여해 왔다. 이 과장은 일반직 공무원인 4급 과장에 비해 170% 수준으로 임금이 책정돼 기본연봉 이외에 각종 수당을 포함해 약 5900만원의 연봉을 받게 된다. 개방형 직위는 지금까지 주로 국장급 직위에만 지정돼 오다 지난 7월초 과장급까지 확대된 이후 이번에 처음으로 이 과장이 임용됐다.중앙인사위원회는 앞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약관제도과장 등 9개 부처 13개 과장급 직위에 민간인을 임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종락기자
  • 축구협 ‘히딩크 사랑’ 지나쳤나

    축구협회가 남북통일축구경기 때 꺼내든 ‘깜짝카드’는 ‘벤치에 앉은 히딩크’.하지만 두 달여만에 다시 벤치 나들이를 한 거스 히딩크 감독의 모습은 좌불안석 그 자체였다. 7일 역사적인 남북통일축구경기가 열린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히딩크 전 월드컵대표팀 감독이 한국 벤치에 모습을 드러냈다.경기 시작 전 히딩크 감독이 전광판에 비치자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고,히딩크 감독은 목례와 함께 손을 흔들며 답례했다.또 박항서 감독은 히딩크 감독에게 ‘사령탑’자리인 벤치의 오른쪽 끝 좌석을 권하며 전임 감독에 대한 예우를 표시했다.하지만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둘 사이에서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됐다.히딩크 감독은 자신과 박 감독 사이에 통역을 앉히는 등 박 감독과 거리를 두려는 모습이 역력했다.또 경기 내내 몸을 뒤로 기댄 자세로 코칭스태프와 대화도 나누지 않은 채 관전했다.결국 히딩크 감독은 전반전이 끝나자마자 애초 벤치를 지키겠다는 약속과는 달리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귀빈석으로 올라가 버렸다. 불편한 모습을 보이기는 박 감독도 마찬가지.처음에 몇 마디 인사를 나눈 것을 제외하고는 히딩크 감독과 단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또 전반이 끝난뒤 히딩크 감독이 떠날 때조차 한 마디도 건네지 않는 등 냉담한 모습을 연출했다. 히딩크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왜 벤치를 떠났느냐는 질문에 “경기를 더잘 보기 위해”라고 답변했다.하지만 박 감독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대해 “경기에 대해서만 물어봐 달라.”며 답변하기를 꺼렸다. 이날 남북축구경기에서 연출된 박 감독과 히딩크 감독 사이의 묘한 긴장감은 사실 협회가 “히딩크 감독이 벤치에 앉는다.”고 밝혔을 때부터 예견된 것이다.박 감독이 지난 6일 “히딩크 감독이 벤치에 앉는다는 말은 전혀 들은 적 없다.”고 말함으로써 “이 문제에 대해 박 감독과 이미 협의를 거쳤다.”는 협회의 주장을 일축했기 때문이다. 국내 축구인들도 벤치는 감독의 성역인 만큼 히딩크의 벤치 관전이 잘못됐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히딩크가 아무리 뛰어난 성적을 이끌어냈고,그래서 대통령부터 코흘리개까지 다 만나고 싶어하는 ‘영웅’일지라도,이미 전임인 만큼 벤치에 앉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박 감독이 “아시안게임 이후 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것도 협회의 무리수와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두걸기자 douzirl@
  • 일산 불법광고물에 철퇴, 과태료 대폭인상·이행강제금 신설

    일산신도시 등 경기 고양시 관내에 불법 옥외광고물을 설치하려면 최고 수백만원의 과태료나 형사고발 등을 각오해야 한다. 고양시는 6일 퇴폐영업을 조장하고 주거환경을 해쳐온 불법 옥외광고물을 뿌리뽑기 위해 과태료를 대폭 인상하고 이행강제금 제도를 신설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고양시 옥외광고물 등 관리조례’를 마련,이달 중순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시가 이같은 조례를 시행하는 것은 ‘쾌적한 신도시’를 표방하며 조성된 일산신도시 등 고양 일원이 ‘러브호텔·유흥업소의 천국’으로 변질되는 데 화려한 외양의 불법 옥외광고물이 한몫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새 조례는 전례없이 강한 처벌조항을 두어 최고 50만원이던 불법 옥외광고물 설치 과태료를 최고 300만원으로 6배 인상했고,이행강제금 제도를 도입해 시설물을 철거할 때까지 20만∼500만원의 강제금을 1년에 두 차례씩 부과하도록 했다.입간판중 전기를 이용해 조명을 할 경우 해당 과태료나 이행강제금의 1.5배,네온·전광판을 이용하면 2배를 물게 된다. 이밖에 불법광고물로 적발된 후 1년 안에 재설치하면 직전에 부과한 과태료·이행강제금의 30%를 가산해 부과한다. 특히 원상복구에 필요한 계고기간을 1개월에서 10일 이내로 대폭 줄여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거나 강제철거에 나서며 고정광고물은 적발 즉시 형사고발해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할 방침이다. 고양 한만교기자mghann@
  • 대학가 통일축구 열기

    “통∼일한국,오∼통일 코리아!” 9월7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남북통일축구대회와 9월29일 개막되는 부산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개강을 맞은 대학가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전국 대다수 대학들은 총학생회 주도로 ‘ONE COREA’(하나의 한국)라는 문구가 적힌 하늘색 티셔츠와 하늘색 바탕에 한반도를 그린 ‘단일기’를 공동 응원복과 응원기로 사용키로 했다.남북간 축구가 열리는 상암동 경기장에서는 하늘색 대형 단일기를 선보인다. 서울 시청앞과 상암동 경기장 주변 등 도심 곳곳에서 길거리 응원도 준비하고 있다.월드컵의 붉은 물결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상징하는 하늘색 물결로 이어가겠다는 것이다.또 북한측과 공동응원을 펴기 위해 응원가는 ‘아리랑’으로,응원구호는 ‘통∼일한국’,‘오∼통일 코리아’로 단일화하기로 했다. 일부 대학은 경기가 열리는 7일 교내에 대형 전광판을 설치,주민들을 초청해 남북 선수들을 공동 응원할 예정이다. 학생들은 경기를 관전하며 각자의 소망을 적은 종이학을 모아 오는 10월 금강산에서 열리는 남북 청년학생통일대회 때 북한 학생들에게 전달키로 했다. 동국대 총학생회는 교내 만해광장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남북통일축구대회를 응원키로 했다.학생들에게 하늘색 티셔츠와 단일기도 나눠준다. 총학생회장 주완진(27·국어교육 4년)씨는 “지난 6월의 월드컵 열기를 되살려 서해 교전 이후 냉각된 남북관계를 호전시키고 통일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취지”라고 말했다. 경희대와 국민대 총학생회도 각각 교내에서 전광판 응원을 펼친다.서울 거리 곳곳에 하늘색 단일기 달기 운동도 벌인다. 국민대와 광운대,숭실대 총학생회 등은 길거리 응원에서 사용할 하늘색 티셔츠와 단일기를 학생과 시민에게 무료로 나눠주기로 했다. 부산대,경성대 등 부산·경남지역 대학생들은 지역 주민들과 함께 600여명규모의 ‘갈매기 응원단’을 구성,경기장에서 북한선수들을 응원할 예정이다.이들도 ‘ONE COREA’가 적힌 티셔츠를 입는다. 이밖에도 전국 각 대학의 단대 학생회와 동아리들은 곳곳에서 길거리 응원을 펴기로 했다. 대학생들과 함께 응원을 준비하고 있는 ‘남북공동선언 실천연대’ 관계자는 “대학생과 시민이 한데 어우러진 통일문화공연과 길거리 통일응원을 벌일 것”이라면서 “단일기를 본뜬 문구와 옷,게임 등을 현장에서 나눠주고 학생·시민에게 한반도 등을 얼굴에 그려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영표 유영규기자 tomcat@
  • 美 지하철터널서 영화를?

    (워싱턴 백문일특파원) 캄캄한 지하철 터널 벽을 ‘전광판’처럼 활용한다.1999년 설립된 광고회사 ‘서브 미디어’가 지난해 애틀랜타에서 처음 소개한 광고 아이디어다.터널 벽에 일련의 슬라이드물을 설치하면 빠른 속도로 달리는 지하철 안에서는 차창 너머로 한편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필름을 빠르게 돌려 영화를 보는 원리와 같다. 뉴욕에서도 지난 6월 18일 맨해튼과 뉴저지를 연결하는 지하철 ‘패스(Path)’ 라인에 할인체인점 타깃의 광고가 처음 등장했다.맨해튼 14번가와 23번가의 터널 벽에 설치돼 15∼20초 동안 타깃의 로고 등을 보여준다. 비용은 지하철 객차마다 벽보를 붙이는 기존의 광고보다 비싸다.서브 미디어의 광고는 한달에 10만달러(1억 2000만원)가 든다.가로 71㎝,세로 28㎝의 벽보를 객차마다 한달간 붙이는 데 드는 기존의 비용 4만달러(4800만원)의 2.5배나 된다.인터넷 광고도 4만달러면 충분하다. 하지만 광고 효과는 서브미디어가 뛰어나다.예컨대 뉴욕시의 ‘패스’ 라인을 이용하는 승객은 하루평균 24만명.이가운데 4만명이 서브 미디어의 광고가 설치된 구간을 지난다.한달에 100만명이 넘는 승객이 광고를 직접 볼 가능성이 크다는 셈이다. 무엇보다도 광고를 본 승객들의 반응이 좋다.신시내티의 시장조사기업인 버크가 애틀랜타 지하철 터널에 설치된 코카콜라 광고를 본 승객 6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다.응답자의 90% 이상이 새로운 광고가 좋다고 말했으며 90%는 움직임이 더 많은 광고물을 기대한다고 관심을 표명했다.광고 전문가들은 흥미와 관심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광고기법이라고 평가했다. 콜럼비아 대학에서 천체물리학을 전공하다 회사를 창업한 조슈아 스포데크는 “세계 주요도시마다 지하철이 있고 지하철 운영자는 더 많은 수입을 필요로 한다.”며 “특히 터널 벽을 이용한 애니메이션 광고는 승객들의 무료감을 덜어주기 때문에 잠재력이 크다.”고 경제잡지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mip@
  • 고속道 주변 국도 10곳 교통정보제공체계 구축, 내년 추석 연휴부터 가동

    교통 지체가 심한 고속도로 주변 국도 10곳에 첨단교통정보제공체계(ITS)가 설치된다. 건설교통부는 경부고속도로 서울∼대전간,영동고속도로 신갈∼원주간 등 주말이나 명절 연휴에 교통지체가 심한 고속도로 주변 우회 국도 448㎞에 ITS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5일 밝혔다. ITS는 카메라,감지기 등을 통해 수집된 차량속도,교통량 등 실시간 교통정보를 휴대전화와 인터넷,전광판,자동응답장치(ARS)를 통해 운전자에게 전달하는 첨단 시스템이다.모두 498억원이 투자되며 내년 추석 연휴부터 가동할 방침이다. 경부고속도로 주변의 ITS 설치 구간은 국도 1호선 평택∼청주(64㎞),국도 36호선 청주IC∼조치원(7㎞),국도 21호선 목천IC∼천안삼거리(8㎞),국도 38호선 안성IC∼평택(2㎞) 등이다. 영동고속도로 우회 도로인 국도 42호선 신갈∼원주(77㎞)에도 ITS가 구축된다.중부고속도 우회 도로인 국도 17호선 양지∼신탄진(111㎞),서해안고속도로 우회도로인 국도 39호선 안산∼아산(77㎞),국도 34호선 아산∼당진(9㎞),국도 32호선 당진∼서산(28㎞) 등에도 ITS가설치된다. 류찬희기자 chani@
  • [대~한민국 24시] 출근 지하철 환승역/달리고… 부딪치고… ‘인생전쟁’

    하루 24시간 1440분 가운데 2∼3분이면 그다지 결정적인 시간이 아니다.담배 한개피도 여유있게 피우기 힘든 짧은 시간이다.하지만 아침 출근시간대라면 사정은 달라진다.몇분을 사이에 두고 ‘모범사원’과 지각을 밥먹듯이 하는‘무대리형 인간’으로 분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의 발’이라는 서울 지하철의 환승역에서는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아침 8시∼9시 전쟁이 벌어진다.이 전쟁에서 낙오된 ‘전사자’들은 어쩌면 노숙자가 되어 다시 지하역사를 찾아올지도 모를 일이다. ◆ 월요일 오전 8시30분 사당역 = 열대야 때문에 일요일 밤 잠을 설친 29일 사당역은 피곤해 보였다. 저멀리 안산에서 달려온 사람들은 강남 방면으로 가는 2호선 열차를 타기위해 몸을 날린다.월요일 아침인데도,다행히 휴가시즌이 시작돼 혼잡도는 평소의 절반에 불과하다.여유있게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사람도 있다.“혼잡을 피하기 위해 오전 8∼9시에는 에스컬레이터 운행을 중단”하기로 했었지만 오늘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1분1초를 아끼기 위해 계단을냅다 달린다.긴 치마를 살짝 들고 힘겹게 계단을 오르는 여인의 하이힐 끝이 계단 밖으로 삐져나와 위태로워 보인다.열차 들어오는 시간에 1∼2분 정도 오차는 항상 있기마련이어서 매 순간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슬라이딩 도어즈(문이 닫힘과 동시에 탑승에 성공하는 것)’를 기대하기 어렵다. 매일 아침 제복을 갖춰 입고 승강장을 둘러보는 김운기(55) 역장은 “사당역은 매년 4월과 10월 홍역을 치른다.”면서 “승객들의 짜증은 이해가 되지만 지하공간의 특성상 통로를 더 이상 넓히기는 어려워 안타깝다.”고 말한다. ◆ 화요일 오전 8시17분 신도림역 = 30일 ‘혼잡의 대명사’ 신도림역 지상 1층1번 승강장에 국철 청량리행 열차가 도착했다.500여명의 사람들이 튕기다시피 우르르 쏟아져 나온다.오늘도 어김없이 100m 달리기가 시작된다. 교통카드를 찍고 개찰구를 통과하던 사람들도 전광판에 뜬 ‘2번홈 수원행당역 접근’을 보고 냅다 뛰기 시작한다.점잖게 양복을 빼입고 서류가방을 든 40대 아저씨나,하늘색 원피스를 입고 7㎝ 하이힐을 신은 20대 아가씨나 전력 질주하기는 마찬가지다. 방향이 다른 ‘레이서’들의 질주가 용케 충돌을 피하는 것은 공익근무요원들이 ‘인간 분리대’가 되어 트랙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그들은 계단 중간중간에 서서 내려오는 길과 올라가는 길을 온몸으로 구분한다. 오전 7시30분부터 8시40분까지 질서 지도를 하는 공익근무요원 생활을 하고있다는 송만용(21)씨는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치이다보면 온몸이 쑤실 지경”이라고 말한다. 출근길 대이동을 수용하기에 5∼6m의 통로는 너무 비좁다.좁은 계단에 평균200명 정도가 몰려 계단 주변이 부채처럼 보인다.어쩌다 국철과 2호선이 비슷하게 도착하면 올라오는 사람들과 내려가는 사람들은 비좁은 계단에서 한바탕 몸싸움을 해야 한다. 계단을 무사히 내려가자 좁은 승강장에 빼곡히 들어찬 사람들의 열기가 훅밀려온다.신촌 방면으로 갈 사람,강남 방면으로 갈 사람들은 서로 등을 돌린채 열차만 기다린다. “그래도 더운 건 낫죠.”잠실까지 가야 하는 회사원 정지은(28·여)씨는“가끔 신도림행 열차가 들어오면기다린 보람도 없이 맥이 빠진다.”고 투덜댄다. 9시가 넘자 신도림역의 전쟁도 마무리된다.공익요원들도 철수한다.지하1층중앙 광고판 앞에서 밀짚모자를 들고 한가로이 손장난을 하는 여대생 김나영(19)양처럼 놀이공원이나 한강시민공원을 찾아가는 나들이객들이 점점 눈에띈다. ◆ 같은날 오전 8시30분 동대문운동장역 = 오전 8시 20분 지하철 4호선 길음역에서는 시민들이 연신 시계를 보면서 출근길을 재촉한다. 신문가판대 앞에서는 한 글자라도 더 읽으려는 듯 신문을 살짝 들쳐보는 시민들과 못마땅한 눈초리로 쳐다보는 가판대 아주머니의 시선이 마주치면서 멋적은 미소가 교차된다. 객차 안에는 정적이 흐른다.연신 자신의 어깨 위로 떨어지는 청년의 머리를 밀쳐내는 여학생.화들짝 놀라 잠을 깬 청년은 잠시 후 반대편 아주머니의 어깨 위로 머리를 떨구기 시작한다.비좁은 열차 안을 비집고 다니던 중년의 아저씨가 스포츠 신문을 읽던 한 청년 옆에 멈춘다.청년이 신문을 다른 면으로 넘기자 기사를 다 읽지 못한 아저씨의 눈이 살짝 찌푸려진다.시선을 의식한 청년이 뒤를 돌아보자 아저씨는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동대문 운동장역이 가까워지자 이미 역내 지도를 꿰뚫고 있는 승객들이 8호차 3번째 출입문 앞으로 몰려든다.출입문이 열리자 ‘2호선 갈아타는 곳’으로 가는 계단이 코앞에 열린다.너나 할것없이 계단을 뛰어 오르고,저절로 위층까지 데려다 줄 에스컬레이터 위에서도 달린다. 전철 도착 벨소리가 울리자 2호선 승강장이 부산해진다.지하철이 승강장으로 들어오는 순간에도 사람들은 노란 안전선 밖에서 뛴다.역무원이 호루라기를 불면서 위험하다며 노란선 밖으로 나가라고 연신 손짓을 해대지만 조금이라도 한산한 객차를 찾으려는 노력을 막지 못한다. 지하철 4호선은 노원·상계지역 아파트 단지의 서울시민을,5호선은 강동지역의 시민들을 동대문운동장 역에 차례차례 토해낸다.2호선은 다시 시내를 순환하면서 도심으로,도심으로 사람들을 배달하고 있다.거대한 메트로에 노동력이라는 혈액을 공급하는 것이다.지하철이 돌면서 서울은 서서히 혈색이 돌기 시작한다. ◆ 오전 7시 종로3가역 = 한산하던 역사가 갑작스런 인파로 소란스럽다.대부분 일산이나 의정부 방면에서 광화문과 충무로,여의도 일대의 직장으로 출근하기 위해 전철을 갈아타려는 직장인들이다.500여m에 달하는 환승통로가 잰걸음을 옮기는 직장인들의 발자국 소리로 분주하다. 일산에 사는 증권맨 오원상(36)씨는 한달 전 “돼지 같다.”는 딸아이의 놀림에 충격을 받고 그날로 회사 지하의 헬스클럽에 회원등록을 마쳤다.지난주부터는 승용차마저 아내에게 넘기고 여의도의 직장까지 지하철로 출퇴근한다. 직장인들의 출근행렬이 피크를 이루는 8시 30분을 넘기자 이용객의 주류는 대학생 차림의 20대 젊은이들과 종로·청계천 일대의 자영업자들로 바뀌기 시작한다. 차용훈(63)씨는 30년 넘게 종로3가에 금은방을 열어온 ‘종3’터줏대감이다.지하철 1호선이 처음 개통된 74년부터 꼬박 28년을 지하철로 출퇴근해왔다.오늘도 “건강 생각해 쉬엄쉬엄 일하라.”는 늙은 아내의 당부를 뒤로한 채 신길동 집을 나섰다. 오전 10시가 가까워오자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의 발길이부쩍 늘어난다.역사와 가까운 탑골·종묘공원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려고 찾아오는 노인들이다.멀리 의정부나 수원 등지에서 원정방문(?)오는 노인들도 적지 않다는것이 주변 상인들의 전언이다. 1호선 종로3가역의 김진해(48)역장은 “역에서 하루에 발급하는 노인용 무료승차권만도 1만장에 이른다.”고 밝혔다.일반승차권 판매량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류길상 이세영 홍지민 하승희기자 ukelvin@
  • 분당 제2종합운동장 ‘반쪽 구장’ 전락

    비행안전구역에 위치해 어렵게 야간조명시설을 마련한 분당 제2종합운동장이 이번엔 조명 밝기 문제로 밤 경기가 사실상 불가능해 ‘반쪽 구장’으로 전락했다. 24일 성남시에 따르면 분당신시가지의 인구증가로 운동장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지난 97년 8월 분당구 야탑동 일원에 주경기장과 수영장,빙상장,스쿼시장 등 체육시설을 고루 갖춘 제2종합운동장 건립에 착수,지난해 11월 완공했다. 이 가운데 마무리공사 관계로 지난 3월 뒤늦게 개장한 주경기장은 사계절잔디와 최신식 전광판 등 국내 최고 시설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주경기장 조명의 밝기가 500럭스로 방송중계에 적합한 2만럭스에 크게 밑돌아 국제대회나 국내 프로 야간경기를 개최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조명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15일전에 인근 서울공항에 통보해야 하는 번거로움까지 겹쳐 개장 이래 지금껏 단 한차례 야간경기도 치러지지 않았다. 시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조명시설 설치를 위해 14억원의 예산을 투입했고 사용하지 않는 잔디 관리를 위해 한해 9000여만원의 관리비를 쏟아붓고 있다. 게다가 시 운동장 사용에 관한 조례도 국제대회나 국내프로대회,전국규모대회,도(시)단위 대회 결승전 및 개·폐회식만을 열 수 있도록 제한,지금까지 단 1차례의 주간경기를 가진 것을 제외하곤 사용이 전무한 실정이다. 시 관계자는 “조명이 어두워 국제경기 등 큰 행사를 치르는 데 한계가 있다.”며 “조명도 당초 소규모 일반행사를 치를 정도로 낮게 설계돼 이같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
  • 프로축구연맹, K리그 개선방안 논의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3일 축구회관에서 실무위원회를 열고 구단별로 다르게 실시돼 온 K-리그 경기진행을 월드컵 방식에 맞춰 통일하는 등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관중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논의된 개선안중 대표적인 것은 ▲선수들의 입장식을 월드컵 방식으로 하고 ▲선수입장시 연주음악을 2002월드컵 공식주제가로 통일하며 ▲반칙과 오프사이드 장면을 전광판을 통해 리플레이하지 않기로 하는 등 월드컵을 통해 눈이 높아진 팬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방안이 눈에 띄었다. 또 ▲예매관중이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선수단 격려로 인한시간 지연 방지 ▲국민의례시 애국가를 1절만 부르기 등 그동안 팬들의 불만을 샀던 요소들을 없애는 방안도 심도 있게 논의됐다.이같은 방안들은 이사회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 달아오른 K리그…‘400만 관중’ 쏜다

    ‘관중 400만 시대를 연다.’ 프로축구 K-리그가 연일 최다관중 기록을 경신하며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이에 따라 올시즌 총 관중수는 83년 프로축구 출범 이래 사상 최다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된다.월드컵 4강 신화 달성으로 한껏 달아오른 프로축구 열기의 현주소와 전망,열기를 이어가기 위한 대책과 과제 등을 짚어본다. ■프로축구 열기와 과제 점검 요즘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들은 표정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올해 총 관중수가 얼마나 될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답변을 피하려는 눈치가 역력하다.한 직원은 “공연히 떠벌렸다가 부정탈지 모른다는 인식들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그러나 “350만은 넘으리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결국 이들의 말 속엔 막연하나마 400만명 돌파에 대한 기대가 깔려 있다. 지난 20년 동안 프로축구에 최다 관중이 몰려든 해는 98월드컵 이듬해인 99년.195경기가 열린 그해 총 관중은 275만 2953명이었다.하지만 다음해 190만여명으로 격감했고 2001년에 가서야 월드컵 열기를 업고 230만으로회복됐다.이때부터 프로축구계에 구호처럼 굳어진 것이 ‘300만 관중시대의 개막’이다. 이런 염원 속에 찾아든 요즘의 프로축구 열기는 연맹 관계자들조차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이들은 “99년의 열기를 C급 태풍으로 친다면 요즘 열기는 A급 태풍에 비유할 만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있다. 사실 프로축구 관중이 한해 300만을 넘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프로야구가 545경기를 치른데 반해 프로축구는 181경기를 소화했다.총 관중수에서는 프로야구가 325만 8630명,프로축구가 230만 6861명을 기록했다.그러나 경기당 평균 관중수로 보면 프로야구 5979명,프로축구 1만 2745명이었다.결과적으로 프로축구가 한해 300만을 넘기 위해서는 매경기에 프로야구 평균 관중의 3배 정도를 유치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지금의 추세라면 300만을 넘어 400만 시대를 여는 것도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관중이 구단 선수와 함께 호흡하며 특정 팀을 지정해 응원하는 분위기가 정착돼 가고 있기 때문이다.99년 당시 이동국 고종수 등 특정팀의 몇몇 영스타들이 오빠부대를 몰고 다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프로구단들 역시 이같은 분위기를 활용하기 위해 월드컵 스타와 주전들을 홈경기위주로 출전시키면서 홈 승률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이밖에 대한축구협회도 대표팀 소집을 최소화하기로 하는 등 프로축구 활성화를 부추기고 있어 올시즌 프로축구는 400만 관중 시대의 개막을 향해 열기를 더해갈 것으로 전망된다. 박해옥기자 hop@ ■정건일 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지금은 축구 르네상스 시대 K리그 국제화에 노력할것” 정건일(58) 한국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은 지금을 ‘축구 르네상스 시대’로 단정하면서 연맹과 구단,정부와 국민 모두가 프로축구 열기를 정착시키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정 총장은 연맹 차원에서도 팬 서비스 강화와 K-리그의 국제화 등 장·단기 대책을 하나하나 시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금의 프로축구 열기를 어떻게 해석하나. 원동력은 월드컵이다.선수들의 투혼이 국민을 감동시켰고 그것이 열기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월드컵으로 인해 국민들이 축구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됐다.감독과 선수들도 많이 달라졌다.특히 감독들은 ‘흥행사’가 돼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프로팀 감독은 조련사이자 흥행사여야 한다. ◇월드컵 이후 경기장 분위기가 어떻게 바뀌었나. 관중들의 폭이 넓어졌다.전에 없던 ‘아줌마 부대’가 등장했다.이들의 파괴력은 ‘오빠부대’보다 크다.아줌마는 남편과 아이들까지 동원하는 능력이 있다. ◇이들을 지속적으로 잡아두기 위한 방안은. 구단들이 ‘축구장에 가면 재미 있더라.’ ‘축구장에 가면 편하더라.’는 느낌을 심어주어야 한다.이벤트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의자 화장실 등 사소한 것부터 편하고 아늑하게 꾸며 경기장을 하나의 편의 공간으로 인식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연맹 차원의 대책은. 선수의 해외 진출을 돕는 한편 외국의 우수 선수를 지속적으로 영입해 리그 수준을 높여가도록 할 것이다. K-리그의 국제화가 필요하다.월드컵에 함께 나선 한국 일본 중국이 협력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3국 리그 챔피언끼리 내년부터 경기를 치르기로 했다.리그별 4강이 모여 자웅을 겨루도록 추진하고 있다.K-리그 기간을 유럽 등에 맞춰 재조정하는 방안도 장기과제로 검토중이다. ◇서울팀 창단과 월드컵 개최도시 중심의 연고지 재배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구단이 생겨 열기가 서울에서 지방으로 전파되는 게 정상이다.이를 위해 정부가 법적·제도적 장애물을 제거해 줘야 한다.서울팀 창단의 경우 시에 지불해야 할 서울 입성비 250억원이 걸림돌인데 대승적 해결이 필요하다.체육진흥기금을 아마추어 스포츠 육성에만 쓰도록 규정된 시 조례의 개정 등이 시급하다. 연고지 재배치는 현실적으로 어렵다.우리 프로축구단들은 자체 필요에 의해 생겨났다.포항이나 전남 수원 등이 각각 포항 광양 수원을 연고로 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라. ◇올해 관중 예상치는. 지난봄 아디다스컵대회가 대표선수들의 불참으로 한산했다.그러나 이런 추세라면 350만 정도는 되리라 기대한다. 박해옥기자 ■리그운영 개선점 전문가와 팬들은 한껏 달아오른 축구 붐을 이어나가기 위해 한국프로축구연맹과구단이 작은 일부터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말한다. 우선 요즘의 관중 몰이가 일과성에 그치지 않도록 경기장에서의 팬 서비스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7일 K-리그 개막전이 열린 성남종합운동장에서 만난 이진수(46·택시기사·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씨는 “프로축구도 A매치처럼 전광판에 스코어와 함께 골 장면을 보여주는 등의 세심한 배려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프로축구연맹의 신명준(33)과장도 “관중들이 편하게 경기를 즐길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제대로 갖추고 경기장 관리주체인 각 지자체에서도 교통편 확충과 경기장 홍보에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수들이 기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리그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조광래(47) 안양 LG 감독은 “경기일정이 너무 빡빡한 탓에 막판에는 선수들의 체력이 바닥나 일부 팀을 빼고는 시즌 내내 전력을 다할수 없는 형편”이라면서 “팀당 주 2게임씩 치르는 현행 방식을 유지하더라도 경기를 요일별로 분산시키는 방안을 연구했으면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수·토·일요일에만 몰아서 경기를 할 것이 아니라 요일수를 늘리자는 주장이다. 그는 또 심판진에 대해 흥미진진한 공격축구를 유도하는 판정을 해 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송한수기자 onekor@
  • 오피니언 중계석/ “국가차원 축제문화 개발을”

    월드컵을 치르며 우리 국민은 ‘거리응원’이라는 거대한 폭풍 속에 한달을 보냈다.이젠 그때의 흥분과 감격을 가라앉히고 길거리에서 보여준 거대한 힘에서 국가 중흥을 위한 방안을 짜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는 최근 월드컵을 평가하는 종합토론회를 열어 각계 전문가에게서 거리응원에 대한 논평을 받았다.이들은 ‘한국인이 한국인을 사랑한다는 사실의 확인’‘우리 민족의 거대한 잠재력을 보여준 역사적 사건’등 긍정론과 함께,이를 어떻게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이어나갈지에 관한 ‘대안론’을 제시했다.전문가 논평을 요약 중계한다. ●‘월드컵 평가' 토론 ◇ 긍정론 우리 민족의 거대한 잠재력을 일깨운 역사적 사건이다.온 나라의 남녀노소가 용해돼 뿜어낸 일체감은 신비로울 정도다.이번 거리응원은 월드컵이라는 축구잔치가 최첨단 전파매체에 의해 온 국민 한사람 한사람에게 ‘그대로’전달됨으로써 가능했다.결국 ‘왜곡 없는 의사소통’만이 전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평범한 사실을 재확인했다.(윤용규강원대 법대교수). 한국인이 한국인을 사랑하고 있음이 처음으로 드러난 일이다.배타적 우월감이 대두할까 염려스럽기는 하지만 이번 거리응원을 그렇게까지 평가할 필요는 없다.‘배타적’운운하는 것은 자국에 대해 자신없는 사람들의 변명이다.이번 거리응원은 처음으로 국민적 자발성에 의해 생겨난 것인 만큼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등 외부의 악용은 없어야 할 것이다.(박섭 인제대 경제학과 교수) 10대 후반에서 20대에 이르는 젊은이들이 주도한 일종의 사회운동이다.이운동을 이끈 심각한 이데올로기는 없었고,현실적 이해관계도 없었다.‘재미’를 위해 수백만이 결집한 최초의 사회운동으로 기록해야 한다.아울러 그 기술적 기반이 전광판을 통한 축구시합 중계라는 정보통신 미디어의 발전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 무엇보다 자발적인 참여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사회에 대한 개인의 건강한 호기심과,소통하려는 의지가 표출된 것이다.만약 우리 사회가 고도로 개인주의화한 사회였다면 이러한 현상은 좀 다르게 나타났을 것이다.타인과 함께 즐거움에 기꺼이 동참하고자 했던,이전보다 발전한 형태의 공동체 현상이라고 본다.(박성윤 해외입양연대 홍보디렉터). ◇ 대안론 = 한국인의 풍류기질이 월드컵이란 계기를 맞아 폭발한 것이다.그동안 자유분방함,함께 어울림,노래 즐김,집단 엑스터시 등 함께 놀 수 있는 축제가 없는 현실이 사람들을 노래방,관광버스내 춤판 등으로 몰아왔다.이번 월드컵과 거리응원을 계기로 한국인의 풍류기질을 현대적 축제로 담아낼 수있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이번에 응원을 위해 모인 자리가 자연스럽게 그러한 터가 될 수 있을 것이다.(정용화 서울대 사회대 강사) 우리 역사 속에서 대집단의 문화는 데모 문화밖에 없었다.그러나 이번 기회에 축구라는 스포츠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응원문화,거리축제문화가 형성됐다고 본다.이는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축제문화를 개발할 좋은 기회이다.(김동진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이번 거리응원은 자발적이고 건설적이란 면이 두드러진 국민적 축제였다.다만 이것을 어떻게 발전적으로 다른 분야의 에너지로 돌려서 키우느냐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자칫 고질적 습성인 일회성 신바람으로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발전방안이란 구체적 아이디어도 좋지만 무엇보다 젊은이들이 마음놓고 정열을 키울 수 있도록 사회적 풍토의 개선이 전제되어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사회가 보다 제도적으로 합리화 내지는 개선돼야 한다.특히 정치권이 각성해 젊은이들이 사회에 대해 그리고 자기 장래에 대해 좌절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최형진 성균관대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 이번 거리응원으로 우리 국민은 모두가 하나라는 것을 감지했다.이것을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분야에 접목시키는 프로그램의 개발이 시급하다.예를 들어 히딩크식 리더십이 보여준대로 세계화와 국제화에 맞춰 실력 위주의 인사정책과 열린 정신으로 모든 분야에서 투명성을 제고함으로써 우리는 하나라는 국민의식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정리 임창용기자 sdragon@
  • 올스타전 이모저모/ 신예 28명 첫인사

    ◇김병현은 경기전 열린 식전행사에서 밝은 표정으로 4만 3000여석을 가득 메운 관중들에게 인사했다. 김병현은 내셔널리그 올스타팀 예비선수와 투수진 소개 때 팀 동료인 주니어 스피비(2루수)에 이어 장내 아내운서가 이름을 부르자 밝은 미소를 지으며 모자에 손을 대고 관중들에게 가볍게 목례했다. ◇올해 올스타전은 빅스타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나오지 못한 반면 신예들이 대거 출전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까지 10년 연속 올스타에 선정됐던 이반 로드리게스(텍사스 레인저스)는 팬투표에서 탈락해 출전하지 못했고 지난 해 올스타 선발투수였던 랜디존슨(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과 톰 글래빈(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등 에이스 투수들도 부상과 후반기 등판 등을 이유로 출전하지 않았다. 반면 60명 중 김병현 등 28명이 생애 처음으로 올스타 무대를 밟아 90년 이후 대회 중 가장 많은 새로운 선수가 참가한 올스타전으로 기록됐다. ◇이번 올스타전의 MVP상은 지난 7일 타계한 ‘마지막 4할 타자’테디 윌리엄스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특별히 ‘테드윌리엄스상’으로 명명됐지만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는 바람에 수상자를 내지 못했다. 한편 이날 경기에선 월리엄스를 추모하는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졌다.그라운드에는 윌리엄스의 등번호 ‘9’가 흰색으로 새겨졌고 대형 전광판에서는 윌리엄스의 현역 시절 활약하던 영상물이 계속 방영됐다. 밀워키 외신 종합 연합
  • [월드컵 다시보기] (5)기자 방담

    2002한·일월드컵은 브라질이 우승의 감격을 누린 가운데 막을 내렸다.당초첫 승과 16강 진출을 목표로 삼은 한국은 연일 파란과 돌풍을 일으키며 아시아 첫 4강 신화를 이루었다.31일 동안에 걸친 월드컵을 현장에서 취재한 기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나눈 월드컵 뒷얘기를 들어본다. ■안하무인 伊 ‘매너 후진국' 눈총 그야말로 ‘월드컵 외교’란 말이 실감나는 한달이었습니다.10여명의 전·현직 각국 정상들과 200여명의 VIP가 한국을 찾았습니다.외교통상부 직원들은 자녀들까지 동원,의전에 신경쓰느라 진땀을 흘렸다는군요. ◆거스 히딩크 감독의 고향인 네덜란드와는 마치 형제국처럼 돈독한 관계가 됐습니다.반면 오판시비와 음모설을 주장한 이탈리아와 스페인·포르투갈 등지에서는 한때 반한 감정이 증폭되어 교민 보호 주의 지시가 내려지기도 했지요. ◆공연·전시·영화계는 월드컵의 최대 피해자라고 할 수 있어요.미술·음악·연극·퍼포먼스·무용 등 많은 문화행사가 ‘월드컵 특수’를 기대하며 열렸으나 성공한 것은 거의 없었습니다.‘2002 서울공연예술제’는 일부러 행사기간을 월드컵에 맞추어 6월초로 앞당겼지만,한국팀이 경기를 하는 날은 대학로가 인파로 가득차는 바람에 아예 공연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입장권을 반값에 팔아도 객석은 10%도 차지 않았답니다.이런 현상은 극장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TV화면에 이희호 여사가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잡힌 뒤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 대통령 부인이 ‘경기 관람 도중 깜빡 졸았다.’는 얘기가 퍼졌다면서요. ‘기도하는 모습’이 와전된 것이었다고 합니다.오히려 함께 경기를 본 이근영 금감위원장은 “이 여사가 경기 도중 간절히 기도를 올려 주위가 숙연해졌다.”며 어이없어 했습니다. ◆개막식에 초대된 한 부처 차관은 장관과 함께 줄을 서 들어가려다 “초대인 명부에 없다.”는 진행요원의 저지에 얼굴이 홍당무가 됐습니다.장관 전용 출입문이었다는 것이었지요.“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본지가 월드컵의 열기를 살리기 위하여 사용한 ‘대∼한매일’제호는 단연 압권이었습니다.금융감독원 로비에 근무하는수위는 출근하는 본지 기자를 보고는 갑자기 두 손을 번쩍 치켜들며 “대∼한매일”을 외쳤습니다.출근하던 금감원 직원들이 모두 웃어댔죠.‘대∼한매일’의 인기를 다시 한번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월드컵 4강 진출을 예언한 ‘족집게’점쟁이들이 뜬 반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울상을 지었습니다.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이 월드컵 기간 주가 상승을 예언했는데 상승은커녕 대폭락해 증시는 만신창이가 됐지요. ◆한 이동통신회사는 ‘응원 따라하기’CF로 전국민을 ‘붉은악마’로 만드는데 기여했습니다.자연스럽게 수천억원대의 광고효과도 얻었답니다.이 회사는 내심 놀라면서도 상업성 배제를 대박의 원인으로 분석하더군요.만약 ‘붉은악마’를 이용,노골적으로 자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 했다면 국민들의 호응은 없었을 것입니다. ◆홈쇼핑과 편의점 등은 월드컵 특수를 톡톡히 누린 반면 할인점과 호텔업계,인터넷 쇼핑몰은 썩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다만 월드컵 응원도구인 태극문양 상품과 ‘비더 레즈’티셔츠가 불티나게 팔리면서 그나마 매출이 소폭 하락에 그쳐 위안이 됐답니다. ◆제4회 광주비엔날레는 월드컵 탓에 뒷전으로 밀려 ‘개점 휴업’이 됐습니다.기대했던 외국인 관람객도 거의 없어 울상을 지었습니다. ◆히딩크 감독은 이색적인 ‘선물’도 많이 받았습니다.제주도는 서귀포시 예래동 휴양형 주거단지에 전원주택을 히딩크 감독에게 무상으로 주어 ‘히딩크 하우스’나 ‘히딩크 타운’으로 명명키로 했습니다.남제주군도 350년전 네덜란드인 하멜이 표류한 안덕면 용머리 하멜기념비 주변에 히딩크 감독의 골 세리머니 동작을 형상화한 동상이나 선수들과 함께 있는 히딩크 동판을 제작,고마움을 표할 예정입니다. 네덜란드인 하멜이 지은 ‘표류기’의 무대가 된 전남 강진군은 명예국민증에 히딩크의 본적지를 ‘강진’으로 해줄 것을 법무부에 건의했습니다. ■한국팀 투지·열정 외신 찬사 월드컵 기간 동안 세계적인 스타들이 보여준 행동은 가지각색이었지요. 한국과의 첫 경기를 앞두고 폴란드의 선수들과 기자들이 대판 싸움을 벌였습니다.평소에도 다혈질로 알려진 토마시하이토는 기자회견장에서 대표팀에 비판적인 기사를 썼다는 폴란드 기자와 20분이 넘게 설전을 벌였습니다. 보니에크 축구협회 부회장이 겨우 뜯어 말리긴 했지만 남의 나라에서 톡톡히 망신을 당한거죠.꼭 그 때문은 아니겠지만 폴란드는 결국 한국과 첫 경기에서 0대2로 완패를 했지요. ◆스페인은 월드컵 8강에 진출하자 체육부 차관을 한국에 급파하는 등 정부차원의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하지만 총파업이 한창 진행되는 상황에서 파업의 기세를 꺾고자한 ‘정국타개용’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피할수 없었다고 합니다. ◆한국팀이 이탈리아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뒤 ‘심판 매수설’과 페루자구단의 안정환 파문 등이 일자 두 나라 국민사이에 감정적 대립까지 치달았습니다. 이탈리아팀의 오만함은 지나쳤지요.이탈리아는 한국과 16강전을 앞두고 기자회견장 출입이 가능한 믹스트존 카드 40장과 경기장 입장이 가능한 별도의 특별카드를 요구하는 등 규정에도 없는 요구로 한국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을 난처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조직위에서 거절하자 “일본은 요구를 들어줬다.일본을 배우라.”는 등 무례한 언사도 서슴지 않았다고 합니다. ◆자꾸 이탈리아만 거론하는 것 같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이 얼마나 다혈질인지를 알 수 있는 좋은 예가 있습니다.이탈리아 선수들은 지난달 18일 16강전에서 한국팀에 패하자 다음날 새벽 숙소인 국민은행 천안연수원으로 돌아가 문짝을 부수었어요. 패배의 분을 삭이지 못한 듯 디리비오 선수의 방문이 파손된 것이지요.이탈리아 선수단은 연수원측에 손해배상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답니다. ◆한국팀은 외신기자들에게도 인기 절정이었습니다.한국이 뛰어난 성적을 거둔데다 선수들의 투지와 열정,기술이 대단히 매력적이라고 한 목소리로 칭찬하며 한국팀이 움직일 때마다 구름처럼 몰려 다녔어요. 처음 경주에 훈련 캠프를 차렸을 때만해도 국내 기자 20여명에 불과하던 취재진 규모가 스페인전이 끝난 다음날 미사리연습장에서 가진 회복훈련때는 100명을 훌쩍 넘겼지요.CNN,BBC,TF1 등 미국과 유럽의 주요 방송사가 총출동했습니다.한국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브라질 방송사까지 결승상대가 될지도 모른다는 듯 기웃거리는 모습이었습니다. ◆외신 기자들은 한국기자들에게 따뜻한 지지와 연대를 표시해 주더군요.한국과의 4강전을 앞두고 독일 새시쇄(Saeshishae)신문의 스벤 가이슬러 기자는 이탈리아가 8강전에서 탈락한 뒤 연신 심판 판정을 문제삼자 “이탈리아는 경기에 지면 항상 그런다.”면서 “신경쓰지 말라.”고 조언해줬습니다. ◆한국민들이 경기장 안팎에서 벌인 응원 열기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신선한 충격이었다는 반응이 많았지요.특히 젊은층들은 삼삼오오 모인 자리마다 ‘다음 경기 카드섹션 문구는 무엇인지’를 놓고 내기를 벌이는 경우까지 많았다고 하더군요. ◆붉은악마는 여름철 패션 유행을 아예 ‘레드’로 바꿔버리는 놀라운 힘을 발휘했습니다.패션업계는 앞다투어 레드를 이용한 상품을 쏟아내고 있지요. ◆상암동 ‘평화의 공원’에서 펼쳐진 응원은 가족적인 분위기가 특징이었습니다.돗자리와 간식을 준비하는 등 가족 또는 친구,연인끼리 오붓한 시간을 즐기기 위해 나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요.시청처럼 전광판에 한발짝이라도 가까이 가려는 집착을 상암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한국경기때마다 붉은악마들이 내건 대형 카드 섹션은 경기직전까지 베일에 싸였다가 ‘깜짝 공개’하는 방식을 택해 궁금증을 극대화했습니다.외신 기자들도 찬사를 많이 보냈지요. 한 중국 여기자는 ‘AGAIN 1966’,‘Pride of Asia’등은 쉽게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거렸는데 독일과의 4강전때 한글로 쓰여진 ‘꿈★은 이루어진다’가 등장하자 “무슨 뜻이냐.”고 묻더군요.‘Dreams come true.’라고 말했더니 알듯말듯 묘한 표정을 짓던 게 기억나네요. ■일부 미디어 담당관 추태 눈살 경기장 기자석은 본부석 좌우에 마련됐는데 객관적인 자세를 지켜야하는 만큼 아무리 뜨거운 승부도 ‘냉정히’지켜보는 것이 보통입니다.하지만 14일 포르투갈전에서만은 기자들도 ‘한국민의 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박지성이 결승골을 넣은 뒤 ‘붉은 파도’가 경기장을 휘감자 기자들도 환호성을 지르며 동참해 경기장을 온통 ‘파도의 물결’에 휩싸이게만들었습니다.그동안에는 몰려왔던 파도가 기자석에 이르면 잠잠해지다가 다시 일반관람석으로 이어지면 출렁이기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었거든요. ◆각 팀의 미디어연락관 등 일부 자원봉사자들이 주변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것은 ‘옥에 티’였습니다. 물론 대다수 자원봉사자들은 헌신적으로 열심히 일했습니다.하지만 일부는 엉뚱한데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여 민망스럽기까지 했습니다. ◆한국조직위원회가 각국에 파견한 미디어담당관의 일부가 보여준 안하무인격인 행동도 지적됐어요.이들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기자들에게 제공하는 인포뉴스에 각국 팀의 훈련 일정 및 기자회견 일자와 시간을 조정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팀의 미디어담당관은 선수들이 묵고 있는 호텔의 바에서 매일 새벽까지 술을 마시거나 애인을 호텔 숙소로 불러들이는 것이 기자들에게 목격돼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어요.또다른 미디어담당관은 일정을 문의하기 위해 전화한 기자에게 욕설을 해 물의를 빚기도 했습니다. ◆지구촌을 한 달 동안 뜨겁게 달군 월드컵이 큰 탈없이 성공적으로 치러졌습니다.하지만 문제점 또는 보완,반성해야 할 대목도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9월 부산 아시아경기대회 등 굵직한 대규모 국제행사를 잇따라 개최해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 더욱 더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는 생각입니다.우선 교통 숙박 등 관람객들을 위한 기반시설에 문제가 많았다고 봅니다. 특히 각 지자체가 지정한 ‘월드인’은 가격은 턱없이 높은 반면 시설은 대부분 형편없이 뒤떨어져 국내외 이용객으로부터 큰 불만을 샀습니다. ◆한·일 조직위원회를 가장 속앓이시켰던 곳이 FIFA와 숙박 및 입장권 판매대행 계약을 맺은 바이롬(Byrome)사였습니다. 바이롬은 개막식을 4∼5일 앞두고도 입장권 10여만장을 조직위로 보내지 않아 관계자들을 애태웠음은 물론이고 입장권을 구입한 축구팬들을 불안하게 만들었어요. 덕분에 조직위와 축구협회 게시판은 입장권 구입과 관련된 불만이 폭주했습니다.FIFA의 입장 무표명에 따라 정확한 원인과 배경이 밝혀지지는 않고 있지만 기술적 역량도 없고 회사규모도 적은 바이롬의 경험 부족에 따른 업무혼선으로 정리됐습니다.조직위가 나중에는 입장권 파문과 관련된 정확한 원인과 배경 등을 조사해 FIFA 및 바이롬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입니다.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조직위가 보인 수동적이고 비주체적인 모습에 대해서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지요.쏟아지는 축구팬들의 불만과 비판을 모두 바이롬사에만 전가한 것도 좋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정리 박홍기 박록삼기자 hkpark@ ▲월드컵 취재팀 박해옥 곽영완 서동철 임창용 임병선 최병규 이기철 이동구 이종락 송한수 김성수 박준석 조현석 김재천 류길상 박록삼 안동환 ▲국제팀 황성기 도쿄특파원 김규환북경특파원 백문일 워싱턴특파원 유세진 김균미 박상숙 ▲사회교육팀 이창구 구혜영 이영표 윤창수 ▲전국팀 김영주(제주)최치봉(광주) 이천열(충남) 강원식(울산) ▲정치팀 김수정 ▲경제팀 주병철박정현 ▲산업팀 류찬희 강충식 김경두 ▲문화팀 김소연 이송하 ▲사진팀 이종원 김명국 손원천 이언탁 안주영 도준석
  • “우정의 승부 유종의 미를”

    “월드컵 4강 신화에 아름다운 마침표를 찍자.” 월드컵 3,4위전을 하루 앞둔 28일 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한국팀의 선전을 당부했다.주말 저녁 한국팀의 마지막 경기를 거리에서 응원하려는 시민들은 들뜬 표정으로 시간을 재촉했다. -우정의 한판 승부- 시민들은 서포터스의 공동응원 등으로 혈맹 관계를 새롭게 다진 터키와의 일전이 멋진 승부가 되도록 양국 선수들이 ‘페어 플레이’를 펼칠 것을 기대했다. ‘붉은악마’는 승부에 집착하지 않고 경기를 잔치 한마당으로 이끌 예정이다.터키팀의 플레이에 박수를 보내고,일체 야유하지 않도록 선의의 응원전을 유도하기로 했다.관중석 카드 섹션 구호로는 ‘CU@K리그’를 채택했다.이는 ‘See You at K리그’를 신세대 사이버 언어로 축약한 것으로 월드컵 열기를 한국 프로축구 리그로 이어가자는 희망을 담았다. 서울 시청앞 대형 전광판 바로 앞에는 터키 서포터스를 위해 200석이 따로 마련된다.이들은 터키 국기와 태극기를 흔들며 ‘투르키예 투르크,하이디 바스트르(투르크 전사들이여,돌진하라)’를외칠 예정이다. 한차례도 길거리 응원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유중희(37·경기 광명시)씨는 “평생 이런 기회가 없을 것 같아 무리해서라도 서울 시청 앞으로 달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전국에서 400만여명이 거리 응원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서울에서는 광화문 60만명,시청 50만명 등 177만여명이 쏟아져 나온다. -달구벌에서 마지막 잔치를- 대구시민들은 한국-터키의 3,4위전이 4강 신화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경기가 되기를 기대했다.시는 터키 서포터스 100명을 조직,경기장에서 응원을 펼치고 터키 국기 7000장을 관중들에게 나눠주기로 했다. 김민석(23·대구시 중구 동인동)씨는 “혈맹국가인 터키 선수에게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겠다.”고 말했다. -마지막 길거리 응원?- 앞으로 20여년 동안은 대규모 길거리 응원이 열릴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2006년 독일 월드컵에 이어 2010년 월드컵은 아프리카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높다. 두 대회 모두 우리 시간으로 늦은 밤이나 새벽에 경기가 열려 길거리 응원이 힘들 것이라는 계산이다. 2014년이나 2018년 월드컵이 북·남미에서 열리면 길거리 응원은 더욱 힘들다.시청 앞이나 광화문 일대를 통제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새벽이나 출근 시간에 경기가 열리기 때문이다. 우리와 비슷한 시간대인 아시아 지역에서 월드컵이 열려야 길거리 응원이 재현될 수 있지만 현재로선 한국과 일본을 빼면 월드컵을 개최할 역량을 가진 국가를 찾기 힘들다. 이창구 유영규기자 window2@
  • 월드컵 ‘숨은 주역’ 환경미화원 이철규씨

    “또 쓰레기 바다가 됐구만.” 80만 인파가 한국팀의 월드컵 결승 진출을 염원하며 응원을 펼친 25일 밤 서울 시청앞 광장.경기가 끝난 뒤 인파가 썰물처럼 빠져 나가자 중구청 소속 환경미화원 이철규(李喆圭·사진·49·서울 종로구 숭인동 상일아파트)씨가 힘겹게 빗자루질을 시작했다. “경기에 지니 맥이 풀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푸념하면서도 이씨의 손은 바쁘게 움직였다. 한국팀이 경기를 할 때마다 이씨는 동료 200여명과 함께 시청광장 주변 정리를 맡아 왔다.작업은 고되지만 매번 응원 열기에 파묻히는 즐거움이 그런 대로 쏠쏠했다. 무엇보다 대형 전광판에 비춰지는 우리 선수의 모습에 축구 선수인 아들 진형(鎭衡·18·문일고 2년)이가 오버랩되면서 이씨의 얼굴에는 어느새 미소가 감돌곤 했다. 이날도 이씨는 새벽 4시30분부터 오후 2시30분까지 중구 일대 골목길을 청소한 직후 곧장 수원 아주대학교 운동장으로 달려갔다.문일고 축구팀이 아주대팀과 연습경기를 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왼쪽 수비수인 아들이 대학생 형들과 맞서당당하게 겨루는 모습이 자랑스러웠다. 이씨는 “제대로 뒷바라지도 못해주는데 아들이 묵묵히 꿈을 키우는 모습이 고맙기만 하다.”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한국팀의 경기 시간이 다가오면서 이씨는 아들과 저녁식사를 하고 싶은 마음을 접고 급히 발길을 돌렸다. 시청앞 상공에서 한국팀의 선전을 격려하는 폭죽이 터질 때마다 이씨의 얼굴에 맺힌 땀방울이 유난히 돋보였다.바람에 날린 신문지가 이씨의 얼굴에 붙었다가 날려갔고,처치 곤란한 음식물 쓰레기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녹색 작업복이 땀으로 젖어갈 무렵 태극기를 두르고 ‘대∼한민국’을 외치며 거리를 활보하던 젊은이 수십명이 우르르 몰려와 “아저씨,저희가 도와드릴게요.”라며 팔을 걷어 붙였다.이미 자정이 지난 시간이었다. 이씨는 “옆에서 청소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아무데나 버리는 사람도 있지만,선뜻 돕겠다고 나서는 젊은이도 많다.”며 이들을 반겼다. 이날 시청 앞에서만 98t의 쓰레기가 나왔다.중구 전체에서 수거되는 하루 쓰레기량이 평균 260t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만만치 않은 규모다. 쓰레기가 늘면서 이씨의 작업시간도 길어졌다.새벽 3시가 다 돼서야 허리를 편 이씨는 거짓말처럼 말끔해진 거리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언젠가 우리 아들도 수백만명의 응원을 받으며 그라운드를 누빌 것을 생각하면 힘이 절로 생깁니다.”새벽 골목길 청소를 위해 다시 구청으로 향하는 이씨의 어깨가 왠지 가벼워 보였다. 이창구 임일영기자 argus@
  • 월드컵/ 한국·독일戰 열리던 날/꿈… 믿음… 가슴벅찬 6월

    “열심히 싸운 태극전사,당신이 자랑스럽습니다.”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전차군단’ 독일에 아깝게 패한 한국팀에 4700만 국민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사상 최대의 길거리 응원단은 열심히 싸운 히딩크 감독과 선수들을 향해 목이 메도록 ‘대∼한민국’을 외쳤다. ◇잘 싸웠다,대한 건아= 경기가 끝난 직후 전국 397곳에 운집한 650만여명의 길거리 응원단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아리랑’을 부르며 선수들의 투혼을 격려했다.시민들은 아쉽긴 했지만 잘 싸웠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25곳에 모인 250만여명의 인파는 한국팀이 패했는데도 밤늦도록 4강 신화를 실현한 선수들에게 환호를 보냈다. 비록 결승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응원단의 뒤풀이는 밤새 이어졌다.시청 앞 광장에서 응원한 박성현(31·서울 은평구 불광동)씨는 “유럽 강호들과 잇따라 처절한 싸움을 했는데도 선수들이 투지와 정신력으로 잘 버텨냈다.”면서 “한국팀은 이미 우리가 상상도 못한 일을 해냈고 우리 민족을 하나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에 파견된독일 경찰 토렌 뒤센버그(32)는 “한국은 마치 가속도를 밟고 있는 기차와 같이 열심히 싸웠다.”고 격려했다. 이날 길거리 응원장에서는 새벽부터 몰려든 학생들이 틈틈이 교과서와 문제집을 펴들었고 일부 시민은 만화책을 보며 경기시간을 기다렸다.노점상들도 많이 몰려 ‘히딩크표 김밥’,‘송종국표 빵’과 빨간 플라스틱에 하얀색으로 선수들의 이름을 새긴 이름표 등이 인기를 끌었다. ◇상암동에 응집된 민족의 힘= 지구촌의 이목이 집중된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평화의 공원엔 27만여명의 응원단이 모였다.‘꿈★은 이루어진다’라는 붉은악마 응원단의 카드섹션이 전광판을 가득 메우자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경기가 끝난 뒤 평화의 공원에 모였던 시민들은 “괜찮아,괜찮아”를 외치며 한국 선수들을 위로했다.가족 단위 응원단이 많은 평화의 공원에는 아침 일찍부터 시민들이 가족 단위로 나왔다.일부 젊은이들은 공원 호수에 몸을 내던지기도 했다. 시어머니,아이들과 함께 상암동을 찾은 윤정자(37)씨는 “비록 경기에 져서 아쉽지만 세살배기 아들 정수가 ‘대∼한민국’을 외치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모처럼 즐거웠다.”며 아쉬움을 달랬다. 일찌감치 상암동에 집결한 일본축구팀의 서포터스 ‘울트라 닛폰’회원들도 한국팀의 투혼에 박수를 보냈다.고바야시 히로키(27)는 “한국이 아시아의 자존심을 살렸다.”면서 “3,4위전에서 일본 몫까지 다해 승리하길 바란다.”며 ‘대∼한민국’을 외쳤다. ◇이젠 대구로= 한국팀의 요코하마행이 좌절되자 대구시민들은 못내 아쉬워했다.거리 곳곳에 ‘태극전사들,제발 대구로 오지말고 요코하마로 직행하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응원을 펼친 시민들은 “너무나 아쉬운 한판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김익진(41·대구 수성구 지산동)씨는 “태극 전사들의 결승 진출을 염원했는데 아쉽다.”면서도 “우린 이미 신화를 창조했다.”고 위로했다.김태식(55·대구 달서구 상인동)씨는 “한국팀이 대구에서 마지막 투혼을 보여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오∼피스 코리아’= 한국전쟁 52주년인 이날 국민들은 대표팀의 선전과 함께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기원하며 ‘오∼피스(peace) 코리아’를 외쳤다.‘민족의 성전’ 독립기념관도 8만여명이 참가하는 응원장소로 탈바꿈했으며,재향군인회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6·25전쟁 52주년 기념식’을 개최한 뒤 거리의 붉은 물결에 합류했다. 대구 황경근·윤창수 유영규 강혜승기자 geo@
  • [대한포럼] 일본의 열린 마음

    한국이 서울에서 독일과 월드컵 결승 진출권을 다투던 25일이었다.현해탄 건너 일본 열도에서도 ‘대∼한민국’함성이 요란했다.일본을 대표하는 수도 도쿄의 요요기 국립경기장을 비롯해 신주쿠 오쿠보 거리 등에서 대형 전광판을 통해 한국과 독일 경기 중계 방송을 지켜보며 한국을 응원하는 ‘대∼한민국’이었다.일본 월드컵추진의원연맹이 요요기 경기장에 마련한 한국 응원 이벤트에는 5000여명이 몰려 내리는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끝까지 응원했다. 우리 돈으로 2만 5000원을 내고 몰려든 5000여명 가운데 교포들이 많았지만 일본인들도 못지 않았다고 한다.‘붉은악마’또래의 젊은이 혹은 가족들과 함께 나온 일본 사람들이 교포들과 어울려 열렬히 태극기를 흔들어 댔다는 것이다. 이웃은 사촌이지만 국경을 맞댄 이웃 국가는 앙숙이다.프랑스와 독일,이란과 이라크,인도와 파키스탄 그리고 한국과 일본이 그랬다.앙숙은 아니더라도 정말로 지기 싫은 상대였다.그 일본이 기모노 대신 붉은 티셔츠를 입었다.겉 모습을 먼저 바꿨다.일본은 속내와 겉이다르다고 알려진 터라 미심쩍었다.그런데 그들이 이번엔 태극기를 흔들어 댔다.혼신을 다해 ‘대∼한민국’을 외쳤다. 일본은 언제나 경계의 대상이었다.식민 통치를 하면서 착취했기 때문이 아니다.한글을 없애고 태극기를 불사르고 이름을 바꾸도록 강요했다.우리를 아예 말살하려 했던 그들이기에 경쟁해서 이기고 싶었다.일본도 똑같았다.한국을 경멸하며 싸워서 압도하려 했다.이길 수도 있고,질 수도 있는 축구 경기지만 한·일 간에는 무승부가 무난했다.양국의 무한경쟁 심리는 월드컵을 유치하는 과정에서도 불을 뿜었다.공동 개최하기로 해 놓고도 서로 눈을 흘겼다.오른손으로 악수를 하면서도 왼손으론 주먹을 쥐었다. 한국과 일본이 같은 날 월드컵 본선에서 첫 경기를 치렀다.한국은 이겼고 일본은 16강 진출이 불투명했다.으레 시샘해야 할 일본이었다.그런 일본이 일본 몫까지 싸워 달라며 성원을 보낸 것이다.이탈리아를 꺾고 8강에 진출하자 일본 언론은 “한국팀의 기백과 일체감에는 모자를 벗고 경의를 표한다.”고 격찬했다. 스페인을 누르고한국이 4강에 안착하자 일본의 유수한 일간지 마이니치(每日)신문은 “1億(1억의 일본 사람들)이 한국을 응원하고 있어요”라고 한글로 제목을 달았다.그들의 할아버지들이 말살하려던 한글로 신문을 만들었다. 한국 축구에 정신을 차린 것은 일본뿐이 아니다.월드컵 경기를 녹화 방송하면서도 한국팀 경기만 악착같이 빼놓던 북한이 이탈리아와의 8강전을 거의 대부분 방영했다.응원단의 ‘대∼한민국’은 들리지 않도록 처리했지만 ‘대∼한민국’의 또 다른 이름인 태극기는 그대로 내보냈다.36년 전 런던에서 북한이 이탈리아를 격파했던 과거사를 곁들였다고 한다.축구의 불가사의는 휴전선에서도 여지없이 발휘됐다.국군 확성기를 통해 이탈리아전 중계 방송을 듣던 북한 병사들이 한국이 이기자 박수를 쳤다고 한다.축구라는 코드를 입력하면 남북은 이미 하나가 된 셈이다. 축구는 세상의 고해성사를 받아내는 마력도 갖고 있다.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 무라카미 류(村上龍)는 한국과 스페인 경기가 끝나자 호치(報知)라는 스포츠신문에 “내가 틀렸다.지난날 한국 축구 대표팀에(중략) 정말 실례되는 글을 쓰고 말았다.”는 글을 기고했다.한국 축구를 애써 얕잡아 보았던 속내를 토해냈다.무라카미 류는 한국 축구를 비하하면서 ‘신흥 공업국’이라는 어휘를 쓴 것을 크게 후회하는 듯했다.일본의 부(富)를 내세워 한국을 압도해야 할 대상으로 보았던 까닭이다. 확실히 일본은 한국과 월드컵을 함께 치르면서 마음을 열었다.일본의 국민 의식이 민족적 편견을 극복하고 보편적 가치를 수용할 만큼 의식의 외연을 넓혔다는 분석도 있다.한편에선 한·일 양국에서 축구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이른바 ‘월드컵 세대’의 특성에서 해답을 찾기도 한다.20세 안팎의 인터넷 세대로 이질적인 민족적 정서에도 불구하고 공통의 세계관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일본은 이번 월드컵을 매개로 먼저 손을 내밀었다.한편에선 군사 대국화를 시도하는 일본이라 선뜻 믿어지지 않지만 그래도 축구라는 키워드로 새로운 시대를 일궈 볼 일이다. 정인학 논설위원chung@
  • [기고] “붉은악마 광장문화로 새 미래를”

    해방 이후 최대의 인파가 곳곳에 운집하였다.한국의 월드컵 4강진출이 확정되던 날 500만명이 거리로 나섰다.그날 저녁은 모두 믿어지지 않는 양 회한에 젖어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였지만,이 많은 사람들은 다음날 모두 평상심으로 돌아갔다.분명 사회발전이다. 그 동안 얼마나 우울하고 답답했으면 운동장으로,길거리로 사람들이 나섰을까.정쟁과 비리에 지쳐 신나는 일이라곤 없었다.그래서 사람들은 시원한 골 한방에 모든 불만과 고충을 날리고 싶었을 게다. 우리는 월드컵에서 미래의 가능성을 확인하였다.세계의 변방에서 중심축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망이다.‘하면 된다’를 넘어 ‘할 수 있다’는 일종의 자신감이다. 세계 4강 달성이라는 신화창조보다 더 소중한 것이 우리가 보여준 연대감과 신뢰성이다.보라! 과연 붉은악마의 물결에 차별과 구획이 있었던가를.빨간색 안에 성,세대,계층,지역이 녹아들었다.이대로라면 남북을 가른 이념과 체제의 벽도 허물 수 있을지 모른다.실상 그동안 우리는 빨간색에 대해 적지 않은 거부감을 느껴왔다.볼셰비키혁명의 상징으로 북한이 애용하던 색깔을 거리낌없이 우리 모두의 화합과 질서를 위해 사용할 수 있다니 상전벽해와 같다. 한국인의 문화엔 권선징악은 있어도 악마는 없다.그러기에 악마는 해학으로 존재할 뿐이다.우리의 선악구도는 대칭적이지만 배제적이지는 않다.선으로부터 일탈한 것이 악이다.그 악은 언제든 개과천선할 수 있다. 이 붉은악마들이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체면,형식,권위에 도전한다.엄청난 세상의 변화다.그들이 보여주는 개방성과 포용성은 파격의 미를 넘어 새로운 대안문화의 가능성을 열어준다.이기주의와 물질주의로 가득찬 세상에 열정,순수,관용의 가치를 통해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향한 단서를 제공한다. 붉은악마들은 흩어져 있는 관중이 아니라 생각과 정감을 나누는 공중이다.이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합의가 있다.경기의 승패도 중요하지만 응원의 참여가 그것이다.붉은악마들이 운동장 안만 아니라 밖을 누비는 이유다.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동심일체가 되었다.전광판과 사람들이 만들어준 광장문화의 덕분이다.이 소중한 경험을 살려야 한다.사회가 살아 움직이려면 마음이나 몸이 서로 통해야 한다.의사소통이 제대로 되면 겉말과 속말의 차이가 줄어든다.월드컵을 통해 얻은 친밀도를 바탕으로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한국사회는 사적 신뢰는 강하지만 공적 신뢰는 약하다.혈연이나 지연이나 학연 자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그것들이 이해 독점과 사람 차별을 가져오기 때문에 나쁜 것이다.공적 신뢰가 높아지면 연고주의는 설 땅이 없다.월드컵을 통해 환호하면서 얻은 공적 신뢰를 우리 사회의 자산으로 키울 필요가 있다.바로 사회적 자본이다.사회적 자본은 낭비를 줄이고 효율을 높여준다.인치도 법치 앞에 꿈쩍 못한다.우리 사회도 투명해지고,공정해지고,건전해짐은 물론이다. 월드컵을 통해 우리는 가공할 만한 스포츠의 위력을 실감한다.스포츠는 잘 활용하면 보약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아편이다.오늘날 월드컵을 양분하고 있는 유럽과 중남미를 보라.유럽에서 축구는 사회통합을 위해 기여해 왔지만,중남미에서 축구는 갈등봉합을 위해 악용되기도 하였다.브라질·아르헨티나·멕시코·우루과이 등 중남미 축구 강국들이 하나같이 지난날 군사독재와 부정부패,해외부채로 얼룩졌음은 매우 흥미롭다.국민들이 축구에 빠져 있는 동안 포퓰리즘이 자라났다.이들은 지금 경제위기의 전야에 있다.포퓰리즘이 그 진원지다. 월드컵 4강이 준 흥분과 감격을 가라앉히고 우리 사회의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보자.우리 사회의 미래를 짊어질 대다수 젊은이들이 나라가 썩었다고 이민을 가고 싶다는 것이 우리의 숨기기 어려운 현실이다.지난 지방선거에서 보았듯이 이들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우려할 정도다.이들이 붉은악마가 되어 군중심리를 자극하는 동안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 대중마취의 대상이 되고 있는지 잘 헤아려야 한다.정치가 엉망일수록 월드컵은 신명난다는 역설의 진리다. 오늘날 스포츠는 주요한 문화자본이다.월드컵이 보여주듯 스포츠는 권력용도와 상품가치가 빼어나다.정치나 기업이 관심을 갖는 연유다. 전세계 대중으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축구가 점점 정치화되고 상업화되고 있다.인종과 계급의 장벽을 넘어 ‘지고의 경기를 위하여’라는 월드컵의 줄리메 정신은 점점 사라지고 국수주의,상업주의,인종주의가 자리를 메우고 있다. 월드컵을 통해 우리 자신도 반추하자.축구는 인생과 같은 것이다.제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골이 따라주지 않으면 승리의 여신은 비켜간다.프랑스,아르헨티나,포르투갈,이탈리아 등 내로라하는 우승후보들의 탈락이 이를 웅변한다.세계 4강에 오른 한국 축구의 성장은 인고의 덕택이지만 행운도 곁들었다.자만과 과신은 금물이다. 이제 월드컵에 쏟은 에너지를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사용하자.서로 용서하고 화합하자.그리하여 도전과 좌절로 점철된 현대사의 굴레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자.과거는 돌아갈 수 있어도 만들 수 없지만,미래는 찾아갈 수 없어도 만들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우리 모두 맡은 바 자기 영역에서 미래창발의 자세로 꾸준하고 견실하게 노력하자. 임현진/ 서울대 교수·사회학. 현 미국 듀크대 초빙교수
  • 월드컵/ 스페인팀 “인저리타임 달라”

    스페인과의 8강전 연장 후반 스페인이 코너킥을 얻었지만 가말 간두르(이집트) 주심이 종료 휘슬을 불어 스페인 선수들이 크게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전·후반 90분 외에 추가로 배정되는 몇분의 시간을 ‘애디드 타임(Added time)’이라고 한다.‘로스 타임’혹은 ‘인저리 타임’이라고도 하지만 애디드 타임이 더 적절한 표현이다. 주심은 경기가 중단될 때마다 시간을 끊을 수 있는 스톱워치와 전광판 시계처럼 쉼없이 돌아가는 시계를 함께 찬다.부상 선수를 돌보거나 선수교체,프리킥,페널티킥 등에 소요된 시간을 스톱워치로 재 후반 종료 30초 전쯤 애디드 타임을 얼마나 줄지 대기심에게 손가락으로 알리게 된다.객관성 유지와 관중 서비스 차원에서 94년 미국대회 때부터 대기심은 숫자판에 시간을 적어 게시했고 98프랑스대회부터 전광판에도 함께 알리고 있다. 그러나 이날 애디드 타임 게시는 없었기 때문에 주심이 스페인의 코너킥 획득과 관계없이 종료 휘슬을 분 것은 규칙을 정확히 적용한 것으로 결코 시비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임병선기자 bsn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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