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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벼룩시장 시간여행

    벼룩시장 시간여행

    ‘우리 아버지는 고물상, 아버지 직업란엔 철강업이라고 썼지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던 아버님의 그 어깨위에 짐만 아니라 사랑이 가득했다는 사실은 다 자라서야 알았지 뭡니까.’ 어떤 이는 이렇게 털어놓습니다. 너나없이 어려웠을 때, 버려진 것들을 주워다 식구를 돌본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벼룩시장 사람들이지요. 벼룩이 들끓을 것 같다고 해서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이름이 붙여진 곳. 그러나 오래 묵은 것들이 다른 손에 쥐어져 값지게 쓰이기도 하고, 없이 사는 이들에겐 아직도 입에 풀칠을 하게 해주는 삶의 터전이랍니다. 더욱이 감춰진 보물을 뜻밖에 건질 수도 있다니…. 안방을 밝힐 옛 호롱불은 어떻습니까. 이삿짐을 싸면서 버린 당신의 손때 묻은 지갑이 굴러다니다 그곳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만물(萬物)이 숨쉬는 벼룩시장으로 시간여행을 한번 떠나봅니다. 글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동대문풍물시장 916명 옹기종기 “아∼따 참말로, 교통사고(?) 날 뻔했지 뭐여.”“그건 그렇고 하루종일 돌아도 다 못 보겄네.” 16일 오후 6시30분, 서울 동대문풍물시장. 청계천 쪽으로 난 북문(北門)에서 걸쭉한 사투리가 들렸다. 발 디딜 틈도 없는 장터에서 앞뒤를 살피지 못해 한 여성과 부딪칠 뻔한 사내와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고 할 만큼 신기한 물건에 넋을 잃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한 데 뒤섞여 왁자지껄하다. 주소는 서울 중구 을지로7가 1, 흥인문로 35.‘동대문시장에는 동대문(흥인지문=종로구 숭인동)이 없다.’는 말처럼 중구인 데도 여전히 흥인문로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동대문운동장 옛 축구장에 자리한 동대문풍물시장은 하루 벌이에 울고 웃는 ‘가지지 못한 사람’ 916명이 아린 가슴으로 모여든 곳이다. 청계천 때문에 한가닥 꿈을 품었다가, 청계천 때문에 절망의 한숨을 내쉬어야 했던 옛 청계천변 황학동 노점상들이다. 거대한 천막 아래 풍물시장에 들어서자 ‘춘자야 보∼고 싶구나’라는, 시쳇말로 관광버스 가요가 흘러나왔다. 시끌 벅적하게 온갖 소리가 뒤섞여도 누구 하나 간섭하지 않는다. 시골 장터에서나 볼 수 있는 정겨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육교××’란 상호는 청계고가도로가 철거되기 전 육교에 있던 노점상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난다. 청계천 복원공사와 함께 차례로 설 땅을 잃은 청계7∼8가 노점상들은 2003년 11월부터 운동장으로 하나둘씩 옮겨 왔다. 그리고 지난해 1월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1926년 준공돼 우리나라 경기장으로선 원조인 동대문운동장의 역사를 살리고, 세계적인 황학동 벼룩시장의 명성을 이어가자는 데 노점상들과 서울시가 뜻을 모았다. 운동장 본부석엔 ‘선수는 경기질서, 관중은 관람질서’라는 글이 남아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멈춰선 전광판 시계에서 이곳에선 시간마저 정지된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옛 황학동 노점들은 본부석 앞만 빼고 트랙을 둘러싼 ‘U’자 모양으로 들어서 있다. 노점상들은 풍물시장의 변화가 미흡하긴 하지만 새 삶의 터전인 만큼 기대감에 들뜬 모습이다. 허리띠를 판매하는 고광전(46)씨는 “고향인 충남 금산에서 올라와 청계천변에 노점이 들어설 무렵인 84년부터 장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탱크 말고는 다 있다던 벼룩시장의 원조 그는 이어 “당시는 사회정화 깃발을 내건 군사정권 아래여서 ‘묻지마 단속반’이 심심하면 들이닥쳤다.”면서 “보따리를 메고 도망쳤다가 나오는 숨바꼭질 시절에 비하면 얼마나 좋아졌는지 모른다.”고 웃었다. “친구야, 오늘 나 명함 팠다. 기분 째지네. 우리 커피나 한잔 할까.” 오디오, 비디오,TV,DVD 등 중고 전자제품을 파는 정복일(48)씨는 이웃한 상인과 이런 말로 바쁘게 움직였다.‘동대문풍물시장 아무개’라는 명함을 새로 만들어 마음가짐도 새로워졌다는 순박한 맘씨가 엿보였다. 하루 매출이 10만∼20만원대인 상인도 제법 많다. 그러나 서민들을 더 힘겹게 만드는 경제난은 이들에게도 어김없이 들이닥쳤다.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지만 기대에는 못미치고 있다. 청계천 삼일아파트 21동 앞 도로변에서 옮겨 왔다는 잡화상 이철우(68)씨는 “장사한 지 8년째 접어들었는데 자식들이 학업을 마치는 데 밑천은 됐다.”면서 “그런데 평일 7000∼8000원, 많으면 3만∼4만원어치를 팔고 땡친 뒤 휴일에 충당할까 말까.”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는 “아무래도 사람이 몰려야 팔리든지 말든지 하기 때문에 기대가 크다.”면서도 “90년대 말 IMF 땐 국가가 나서서 어려움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실제 밑바닥 경제가 더 나쁜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입을 다셨다. 나이가 지긋한 한 고객은 “자주 오는 편인데 아들, 며느리에게 용돈 2000∼3000원 달라고 손을 내밀기도 어렵다.”고 거들었다. 차량들은 풍물시장을 쉴새없이 오갔다.544대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은 30분 기본요금이 2000원,10분에 500원을 추가로 받는다. 운동장 뒤편에는 90대 규모의 부설 주차장도 있다.500번과 507번 간선버스의 주차장도 품었다. 청계천 물길을 구경하다가 중간쯤에 놓인 오간수교 옆 계단을 타고 동대문상가 쪽으로 올라오면 풍물시장을 만나게 된다. ●‘인정, 재미, 음식’ 3가지 맛의 어울림 중간쯤에서 ‘골프공 10개 2000원, 가격 절충’이라는 글씨가 적힌 노점과 마주쳤다.1개 200원도 비싸다면 얼마든지 흥정할 수 있다는 얘기이니 단연 눈길을 끈다. 옛 호롱불부터 심지어 요강까지 품목을 대라면 노점들 대표도 고개를 내저을 정도로 다양하다. 꼼꼼히 살펴보면 다른 데라면 엄두도 못낼 가격으로 숨겨진 보물을 건질 수도 있다. 보물을 찾으려면 워낙 물건이 많아 시간을 들여야 한다. 정치개혁론에 휩쓸려 적어도 겉으로는 자취를 감춘 정당 지구당위원장의 검정색 명패, 명문 고등학교 졸업기념 앨범, 녹슨 못 꾸러미, 먼 옛날의 향수를 자극하는 골동품, 때가 꼬질꼬질하게 묻은 헌 가죽옷과 구두, 미제 전투식량인 시레이션, 재킷이 누렇게 변한 LP판 등이 수북이 쌓여 있다. 값은 ‘대한민국 최저가’라고 뽐낸다. 면양말 열 켤레 500원, 자동 허리띠 3000∼5000원 등등….‘도둑 맞고 후회 말고 자동경보기 설치하자.’는 글을 읽고 있자니 누군가 “3000원이라예∼.”라며 소리쳤다. 오후 7시가 되자 어디선가 스피커를 통해 노래가 요란하게 울려퍼졌다. 처음엔 녹음기를 틀어놨나 했더니 “다음 불러드릴 노래는….”이라는 말이 ‘생’으로 들려왔다. 통기타 가수를 초청한 라이브 무대가 펼쳐진 것이다. 바로 옆 포장마차에 있던 손님들까지 “공짜로 들으니 더 좋당께.”라고 사투리를 섞어가며 덩실덩실 춤까지 추자 분위기는 단숨에 달아올랐다. 비단 가수를 부른 가게뿐 아니라 다른 가게를 찾아온 손님도 즐길 수 있으니 풍물시장 전체의 무대인 셈이다. 메추리, 고갈비(고등어 구이), 곱창볶음, 비빔국수 등 온갖 음식을 값싸게 파는 포장마차가 총집합했다. 이 또한 황학동 벼룩시장에서 장사하다 옮겨온 노점들이다. 이처럼 갑자기 둥지를 잃게 되면서 절망도 했지만 청계천 복원으로 손님이 밀려드는 등 변화에 발맞추려는 상인들의 몸부림은 금세 읽혀진다. 라이브 공연을 지켜보던 이세연(46)씨는 “아이들이 쓸 스포츠 장갑 두 켤레를 1만원 주고 샀다가 노래가 좋아 앉았는데, 맥주 2병과 안주 하나에 1만 8000원을 써 배보다 배꼽이 커졌다.”며 활짝 웃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상인들이 먼저 변화모습 보이고 홍보 강화·편의시설 확충 바람직 “황학동 이름에 걸맞으려면 많이 달라져야 합니다. 물론 상인들 스스로 먼저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죠.” 동대문풍물시장 상인들의 ‘심부름꾼’을 자처하는 한기석(51) 자치위원장은 17일 “청계8가 성동기계공고 담벼락에서 장사를 하다 자리를 옮겼는데, 때마침 청계천 복원으로 활로를 찾으려다 보니 24시간이 모자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시가 당초 약속했던 것들이 대부분 지켜졌지만 당장 하루살이가 걱정인 상인들이 생각하기에는 여전히 고쳐야 할 점이 많다. 차근차근 살펴보기엔 너무나 급한 나머지 마음이 앞선 이들을 다독거리는 것도 쉽지 않다. 다행히 수도·전기 등 영업을 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은 갖췄다. 홍보 문제를 첫 손가락에 꼽았다. 세계적인 명소 노릇을 하려면 앞서야 할 부문이라고 강조한다. 예컨대 인천국제공항과 같은 곳에 풍물시장을 알리는 책자나 안내판이라도 들여 놓자는 것이다. 흩어져 있을 때에 비하면 하나의 단지로 꾸며져 알려지기만 하면 사람들이 몰려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꼭 그렇지도 않단다. 일부러 알고 찾아오지 않으면 접근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화장실·쉼터 등 편의시설 확충과 풍물시장 건축물 정비를 들었다. 이에 따라 용역을 의뢰해 웰빙 시대에 알맞는 운동장 안팎의 디자인을 만들었다. 유서가 깊은 운동장을 재활용했다는 장점을 살렸다. 청계천 쪽에서도 눈에 띄도록 산뜻하고 도심 분위기에 어울리는 이미지 통합 작업을 추진한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서울시가 운동장을 공원 등으로 재개발한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상인들은 “머리에 담아두지도, 그럴 여유도 없다.”고 입을 모은다. 더 이상 물러설 자리가 없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좌판 규격화, 정직하게 판매하기 등 찾아오고 싶은 곳으로 만들자는 결의와 매월 노숙자·노인들을 위해 점심식사를 제공하는 등 나름대로 사회공헌에도 노력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담당 공무원이 바뀔 때마다 처음부터 새로 협의해야 하는 등 무성의 때문에 심하게 다툰 적도 여러번 있었다.”면서 “세계적인 풍물시장을 육성한다면서 어두침침해 발을 들여놓기 두려운 곳으로 남겨두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말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황학동 벼룩시장 옛터에선? 황학동 벼룩시장은 1950년대 초부터 고물상들이 모인 곳이다. 도깨비처럼 낡고 희한한 물건들을 팔고, 사람들이 어두워지면 거짓말같이 사라진다고 ‘도깨비 시장’으로 불렀다. 그러다 73년 청계천 복개공사가 끝나 그럴 듯하게 좌판을 깔 수 있는 콘크리트 길이 들어서면서 중흥기(?)를 맞는다. 황학동 벼룩시장이 워낙 알려져 사람들은 아직도 옛 청계천변에 자리한 줄로만 알고 기웃거리기도 한다. 새물맞이로 주가가 껑충 뛴 청계천은 그러나 상인들에게 달갑잖은 변화를 가져다줬다. 지금 청계7∼8가에는 위층 주거공간이 헐리고 상가만 남은 삼일아파트 13∼23동 1층에 100여개 점포가 명맥을 잇고 있다. 다산교∼영도교∼황학교 구간으로,18동부터는 기계 전문상가여서 벼룩시장과는 거리가 멀다. 의류를 취급하는 천모(42)씨는 “청계천이 복원돼 난리이지만 우리는 쫄땅 망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사람들이 다들 물이 가까운 아래쪽만 다닌다.”면서 “봐야 뭘 사든지 말든지 할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를 말하듯 셔터를 내리고 ‘폐업 정리’‘창고정리 대방출’이라는 현수막을 내걸었거나 간판과 달리 중고물품 등을 취급하는 가게가 더러 눈에 띄었다. 다른 상인은 “청계천 구경꾼들이 아무래도 먹을거리와 볼거리가 곁들여진 동대문상가 쪽으로 몰릴 것”이라고 비관 섞인 말을 털어놓았다.“그러잖아도 (재개발로) 올해 안으로, 길어야 1년 안에 우리는 짤린다.”고 덧붙였다. 그의 등 뒤로 레미콘트럭들이 올 11월 분양 예정인 ‘××캐슬’ 공사장을 줄지어 오가는 모습이 보였다. 반면 ‘청계천도 식후경’이라나. 음식을 파는 업소들은 바빠졌다. 중앙시장으로 가는 길목에는 곱창집 20여곳이 공사장 차단벽에 기대 힘겹게 버티고 있었다. 건너편 종로구 쪽의 한 상인은 “꽤 알려진 편이지만 청계천 공사 땐 너무 장사가 안돼 걱정했다.”면서 “평일에도 등산객 등이 찾아와 자리가 모자랄 정도”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서도 ‘이전 예정’을 알리는 플래카드를 내걸어 훗날을 기약하지 못하는 듯했다. 옆에는 ‘노점 및 노상 적치물 정비-근절 때까지’라는 현수막이 마지막 몇몇 노점들의 내일을 알려주고 있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동대문풍물시장 가는 길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 6번 출구 #4호선 동대문역 7번 출구 #2,4,5호선 동대문운동장역 1번 출구 ▶버스 #파랑색 간선 = 500,507번(풍물시장 직행) 101,105,106,144,301,302번 #초록색 지선=0013,0212,1014,1017,2012,2014번 #노랑색 순환=01,02번 #빨강색 광역=9403번 ▶승용차 #잠실 방면 잠실역→올림픽대로→동호대교→금화터널→장충체육관 네거리 우회전→광희동 네거리→을지로7가 네거리→동대문운동장 #상계 방면 노원역→창동교→동부간선도로(성수 방향)→군자교→장한평역→답십리역→신답지하차도→청계9가로→청계7가 좌회전→성동공고 앞 우회전→기동경찰 네거리 좌회전→을지로7가 네거리 우회전→동대문운동장
  • “APEC 빠~져 보시겄습니까”

    “APEC 빠~져 보시겄습니까”

    “APEC 2005 KOREA, 여러분도 한번 빠∼져보시겄습니까?” 국정홍보처가 오는 11월18일 부산에서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 홍보를 위해 ‘안어벙’ 버전의 APEC 컬러링(통화연결음)을 제작했다. 인기개그맨 안상태씨를 모델로 APEC 정상회담 개최를 알리는 이번 컬러링은 12일부터 관계기관의 사무전화와 공무원들의 휴대전화 연결음으로 사용된다. 국정홍보처 담당자는 “국민들이 각 기관에 전화를 걸 때 부담없이 들을 수 있도록 APEC 컬러링을 제작했다.”면서 홍보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국정홍보처는 APEC행사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앞으로 한 달간 총 15억원 가량을 투입,TV·라디오·신문·전광판 광고를 벌일 예정. APEC 컬러링은 국정홍보처 홈페이지(www.allim.go.kr)에서 직접 들을 수 있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박기철의 플레이볼] 포스트시즌 반가움과 섭섭함

    한국, 일본, 미국 세 나라가 모두 야구 포스트시즌의 열기로 뜨겁다. 포스트시즌에 들어가면 반가움과 섭섭함을 동시에 느낀다. 먼저 반가운 일들을 살펴보자.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포스트시즌 최고령 승리투수 기록을 갈아치우며 팀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킨 송진우와 연장 18회라는 혈전에 8번째 투수로 등판해 마지막 3회를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팀을 리그 결승전에 진출시킨 휴스턴의 로저 클레멘스. 정규 시즌에 활약하는 모습만 보아도 반가운데 포스트시즌에서 결정적인 역할까지 해내면 반가움은 더 커진다. 잠실 구장을 흰색과 빨간색으로 양분하며 경기장을 꽉 채운 관중의 모습도 반갑다.1997년 이후 정규 시즌 최다 관중을 돌파하기는 했지만 구장의 관중석이 두 가지 색깔로 확연히 구분되는 경기를 보기란 쉽지 않다. 섭섭하게 느껴지는 일도 있다. 매년 포스트시즌에는 응원도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새로운 응원 방법이 등장하며 치어리더 숫자도 늘리고 앰프도 훨씬 고출력을 낸다. 그러다 보면 의욕이 넘쳐 경기를 방해하는 일도 주로 포스트시즌에 나타난다. 정신을 최고조로 집중해 다음 플레이를 생각하는 선수들에게 귀청을 찢는 앰프의 기계음은 주의력을 산만하게 만든다. 경기장 외부의 일로 플레이가 중단되면 팬들이 원하는 멋진 경기는 기대하기 어렵다. 야구장에는 치어리더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까지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치어리더가 이끄는 응원문화가 한국적 응원으로 자리잡았다고 인정하더라도 제발 이닝 사이에만 해야 한다. 이닝이 시작되면 야구장에 어떠한 기계음도 들려서는 안 된다. 앰프의 반주가 없는, 순수한 함성과 노래가 시끄러운 반주가 있는 노래보다 관중의 열기를 끓게 하는 효과는 더욱 크다. 이런 간단한 사실을 우리의 응원단 리더들은 왜 무시하는지 모르겠다. 아쉬운 일도 있다. 포스트시즌은 항상 경기가 끝나면 양 팀 감독과 수훈 선수의 인터뷰를 갖는다. 경기장 안에서 방송을 위한 인터뷰가 이루어지고 다음에는 실내에서 신문 기자를 위한 인터뷰가 이어진다.이때 관중석에서는 진 팀 관중은 분하고 아쉬운 마음으로 발길을 돌리고, 이긴 팀은 신나게 치어리더의 율동에 맞춰 응원가를 몇 곡 더 부르고 구장을 나선다. 이때 실내 인터뷰야 어렵겠지만 실외 인터뷰를 구장의 컬러 전광판에 표출해주면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긴 팀은 이긴 대로 자신이 응원한 감독과 선수의 생생한 모습을 보며 감동을 더할 수 있고, 진 팀이라도 감독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으며 마음을 나눌 수 있을텐데.‘스포츠투아이’ 전무이사tycobb@sports2i.com
  • [지금 그곳은] 창동 운동장

    [지금 그곳은] 창동 운동장

    “인조 잔디 축구장에서 뛰다보면 마치 프로 선수가 된 것 같아요.” “아이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뛰놀 수 있는 공간이 생각보다 좁아요.” 창동역 주변 2만 500평에 서울시가 380억원을 들여 조성한 창동문화체육센터가 10월1일이면 개장 한 달째를 맞는다. 축구장, 게이트볼장 등 운동시설에 대해서는 ‘만족한다.’는 의견이 많은 반면 주민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녹지공간이 부족하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8개면 게이트볼장 노인들 사랑방으로 자리잡아 23일 오후 문을 열어 둔 수영장, 헬스장, 배드민턴장, 게이트볼장, 축구장 중 가장 많은 시민들이 몰린 곳은 게이트볼장. 모두 8개면으로 널찍하게 자리잡은 게이트볼장은 이날 ‘서울시 게이트볼 대회’가 열려 동호인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현재 게이트볼장은 서울시 게이트볼연합회가 운영하고 있으며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덕분에 대회가 열리지 않는 날도 노년층 동호인들이 이곳을 찾아 수시로 경기를 열고 있다. 도봉구 게이트볼연합회 박성덕 회장은 “창동운동장의 게이트볼장이 노인들의 ‘사랑방’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면서 “최근 동호회 신입 회원이 70명이나 더 생겼을 정도”라고 말했다. 게이트볼장 옆에 위치한 인조 잔디 축구장은 다양한 연령층의 축구 동호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하루 3건 이상 대관 신청이 들어오고 있고, 주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축구 강습 프로그램은 신청자가 몰려 강습반을 늘렸다. 박철훈 도봉구 시설관리공단 시설운영팀장은 “조기 축구회부터 직장 축구단까지 다양한 축구 동호인들이 이곳을 찾는다.”면서 “하키장 겸용이라 잔디가 짧은 편이지만 관리가 잘 돼 있고 조명시설 등이 갖춰져 있어 야간까지 게임을 즐기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헬스장 신종 운동기구 눈길, 수영장은 시설 보완 필요 정식 개장에 앞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해 놓은 수영장은 미끄럼 방지 시설 보완이 필요한 상태였다. 헬스장은 체질 점검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었고 신종 운동기구인 ‘체지방 분해 기구’가 눈길을 끌었다. 내달 1일 개장하는 실내 체육관, 에어로빅실, 테니스장 중 가장 돋보이는 공간은 실내 체육관. 마룻바닥으로 만든 농구 코트에 2∼3층 규모의 관중석과 대형 전광판까지 마련돼 있어 대형 대회를 치러도 손색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무 때나 회원 가입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녹지공간과 어린이 놀이터는 전체 규모에 비해 작은 편이다. 주민 김정민(35·여)씨는 “체육시설이 많아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다소 좁은 것 같다.”면서 “회원이 아닌 일반 시민이나 어린이도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개발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도봉구는 창동운동장 정식 개장을 맞아 다양한 문화 체육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필라테스, 요가, 어린이재즈, 태보, 주말 농구단, 탁구반 등 다양한 체육 강좌와 노래교실 등을 운영한다. 참가비는 월 1만 4000원부터 4만원대까지 다양하며, 축구장 평일 대관료는 2시간 기준 5만 5000원, 실내 체육관 일일 사용료는 개인 4000원, 단체 15만∼30만원까지이다. 이용 문의는 도봉구시설관리공단(02-901-5221)으로 하면 된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의원 수시 보좌관제’ 첫 도입

    ‘의원 수시 보좌관제’ 첫 도입

    서울시의회가 지방의회 최초로 의원보좌관제를 도입키로 하는 등 또 한단계 업그레이드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최근 국회와 때를 같이해 본회의장을 디지털화하는 등 온·오프라인 양면에서 지방의회 맏형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분기·회기별 전문인력 활용 임동규 서울시의회 의장은 22일 광역의회의 수준향상을 위해 ‘의원보좌관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 의장이 구상중인 의원보좌관제도는 의원개인별로 ‘인턴보좌관’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는 국회처럼 4급 상당 공무원 신분의 전문보좌관을 확충하는 것이 아니라 분기별, 회기별로 일시적으로 전문인력을 활용하는 방안이다. 이 경우 의원들은 사안별로 필요한 시기에 전문인력을 집중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 의장은 이를 위해 올 연말 예산을 확보, 내년 초 곧바로 시행할 계획이다. 물론 비용부담은 서울시의회의 운영비로 충당된다. 당초 서울시의회를 비롯한 16개 광역시도의회는 보좌인력 확충을 정부측에 꾸준히 요구해 왔다. 하지만 최근 공직선거법개정 등에서 이 문제가 전혀 논의되지 않은 데다 정부측에서도 별다른 반응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임 의장은 “서울시 의원의 경우 1인당 연간 1500억∼2000억원의 예산을 심의하는 등 웬만한 지방 출신 국회의원보다 업무량이 많고 전문성이 요구된다.”며 보좌인력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전자회의 시스템도 구축 하드웨어 측면에서도 서울시의회는 지방의회의 모범이 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열린 제158회 임시회부터 서울시의회는 ‘전자회의 시스템’을 활용, 회기를 마쳤다. 국회에 이어 지방의회로서는 전국 최초로 도입된 것이다. 이 시스템은 5억 7000여만원을 들여 대형고화질 전광판, 전자회의 단말기 등을 갖추고 본회의 모든 과정을 디지털화한 것이다. 대형고화질 전광판은 126인치 크기로 본회의장 정면에 2개 설치, 본회의에 참석한 의원, 공무원, 방청객 등 모두가 통계자료, 사진, 비디오상영물 등을 직접 볼 수 있다. 이를 이용해 의원들은 영상물을 제작해 보다 효과적인 시정질의를 할 수 있게 됐다. 전자회의 단말기는 자료열람기능, 전자투표기능, 회의 발언자 결정기능, 출석체크 기능 등을 갖추고 있다. 특히 회의중 각종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회의진행자에게 대안 시나리오를 제시해 최적의 시나리오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워크숍 통해 의회운영 정보 교환 서울시의회는 28일부터 30일까지 속초 공무원수련원에서 ‘의사업무담당 공무원 워크숍’을 개최한다. 워크숍에는 시의회 공무원 25명과 25개 자치구의회 의사업무담당 공무원 50명 등 75명이 참석한다. 워크숍을 통해 광역·기초의회마다 서로 다른 환경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회 운영의 노하우를 상호교환하고 연구분위기를 조성해 공무원의 직무능력을 향상 시키게 된다. 특히 워크숍을 통해 각 의회별 우수사례를 수집, 연구·보급하는 계기를 마련키로 하는 등 서울시의회가 지방의회의 수준을 더욱 높여나가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프로축구 2005] 김도훈 해트트릭 최다득점 신기원 113호

    ‘111호,112호,113호…. 그가 내딛는 한 걸음이 프로축구의 새로운 역사다.’ ‘토종 골잡이’ 김도훈(35)이 자신의 통산 여섯 번째 해트트릭을 몰아치며 프로축구 23년 통산 최다골의 새 역사를 썼다. 성남 김도훈은 31일 성남제2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 인천과의 경기에서 0-1로 뒤지던 후반 11분 헤딩슛으로 골망 왼쪽을 흔들며 김현석(통산 110골·전 울산)을 밀어내고 프로축구 통산 최다인 111호 골을 터뜨렸다. 김도훈은 내친김에 후반 23분 자신이 직접 얻어낸 페널티킥까지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112호골로 한 걸음 더 나아갔고,3분 뒤 또다시 골을 추가했다. 전후기 통산 8호골. 성남은 경기 종료 직전 모따의 마지막골까지 어시스트한 김도훈의 ‘역사적인 활약’에 힘입어 4연승을 달리던 인천을 4-2로 꺾었다. 김도훈은 최근 2경기에서 5골 4도움으로 절정의 감각을 과시했다. 현재 통산최다골 부문에선 은퇴한 김현석을 제외하면 우성용(32·성남)이 81골로 멀찌감치 있어 향후 몇 년 동안 김도훈의 대기록은 쉬 깨지지 않을 전망이다. 김도훈은 대기록을 의식한 듯 전반 10분 오프사이드를 범하는 등 부진했다. 전반 39분 중거리슛이 동료 남기일의 엉덩이를 맞고 골대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순간 전광판에 ‘김도훈 골’ 기록이 뜨며 일제히 환호성이 쏟아졌지만 부심의 오프사이드 깃발이 이미 올라간 상태. 하지만 후반 들어 마음을 비운 듯 김도훈의 눈빛은 편안해졌다. 비우면 곧 채워지는 법. 김도훈은 후반 11분 브라질 용병 듀오 두두, 모따의 도움으로 손쉽게 통산 최다골 신기록 축포를 성남 밤하늘에 쏘아올렸다. 두두가 왼쪽으로 파고들며 크로스해준 공을 모따가 헤딩으로 김도훈에게 떨궈줬고, 김도훈은 이를 헤딩으로 연결지은 것. 대기록을 달성한 김도훈은 이때부터 펄펄 날았다. 후반 30분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더니, 후반 33분 또다시 모따가 페널티에어리어 왼쪽에서 크로스한 공을 넘어지면서 슬라이딩 헤딩 슛, 해트트릭을 완성지었다. 한편 수원은 전남을 2-0으로 눌렀다. 대전과 포항은 부산과 FC서울을 각각 2-1로 꺾었다. 또한 대구는 광주를, 부천은 울산을 각각 1-0으로 이겼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서울시의회 ‘전자회의 시스템’ 전국 첫 가동

    서울시 의회가 투명하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최근 본회의장에 전자명패, 단말기, 대형 전광판 등 전자회의 시스템을 구축,30일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서울시 의회가 전자회의시스템을 갖춘 것은 전국 광역의회 가운데 처음이다. 전자회의 시스템 구축에 따라 회의장 의장석 뒤편 좌우에 126인치 전광판이 각각 설치됐다. 또 의원 자리마다 컴퓨터 단말기가 설치돼 이를 통해 도면, 통계자료, 사진, 비디오 영상물 등 다양한 영상자료를 보면서 발언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각종 회의자료, 자치법규 등 관련자료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돼 있다. 또 의원들의 출석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도 의원들이 단말기에서 출석버튼을 누르면 출결 상황을 집계할 수 있게 됐다. 안건에 대한 전자투표도 가능하다. 시의회는 이날 오후 시의원 전체가 참여한 가운데 전자회의 시스템 시연회를 갖고 제158회 임시회를 열었다. 시의회 관계자는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의 시의원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어 보다 효율적이고 투명한 의회 운영이 이뤄지게 됐다.”고 말했다.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마카오 유럽인가 중국인가

    마카오 유럽인가 중국인가

    홍콩에서 서쪽으로 64㎞쯤 떨어진 마카오(澳門)는 면적이 23.8㎢에 불과한 조그만 땅이다. 중국 대륙의 주하이(珠海)시와 접한 마카오 시구와 타이파섬, 콜로안섬의 면적을 모두 합해도 홍콩의 5분의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마카오의 인구는 약 45만명. 이중 95%가 중국인이며 수천명의 포르투갈인이 살고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면 마카오는 포르투갈의 지배 아래서 동양과 서양을 연결하는 중계무역항이었으며 기독교 포교의 중심지로 명성을 떨쳤다. 오늘날 세계화는 마카오가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간의 무역중심지였던 18세기 후반 마카오에서 시작됐다고 주장하는 역사가들도 있다. 지금은 영향력을 점차 상실해가고 있지만 마카오는 여전히 과거의 영광을 간직한 ‘향수의 도시’로 사랑받고 있다. 마카오까지는 지난해 인천∼마카오간 마카오항공 직항노선이 개설돼 한층 편리하게 갈 수 있다. 글 사진 마카오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Fusion City (1) 유럽의 문화재 ●돌에 새긴 대자연의 교훈 마카오의 정식 명칭은 중화인민공화국 마카오 행정특별자치구다. 마카오는 ‘도박의 도시’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마카오야말로 옛것과 새것, 동양과 서양이 어우러진 유서 깊은 문화의 고장임을 알 수 있다. 수백년 동안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은 마카오에는 아직도 유럽의 정취가 남아 있다. 마카오 시내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라면 단연 성바울 성당 유적이다. 이곳은 원래 중국의 첫번째 교회이자 예수회의 대학이었다.17세기 초 이탈리아 예수회 신부인 카를로 스피놀라가 디자인한 이 성당은 일본의 종교박해를 피해 나가사키에서 건너온 일본인 기독교 석공들의 도움으로 완성됐다. 1835년 태풍 때 화재로 소실돼 지금은 건물 정면과 계단, 지하실 등만 남아 있다. 유럽과 아시아 예술양식이 결합된 건물 정면에는 성직자들의 청동상이 안치돼 있다. 성당 벽면에는 성모 마리아가 발로 뱀의 머리를 짓밟고 있는 형상이 있는가 하면 ‘죽을 때를 생각해 죄를 짓지 말라.’는 구절도 새겨져 있다. 이것들은 종종 ‘자연물에 숨은 교훈(sermons in stones)’이라 불린다. 성당 지하에는 1996년 문을 연 천주교예술박물관이 있다. 이곳에는 예수회 신부의 묘와 일본인 선교사 등의 유골,17세기 종교예술 작품 등이 진열돼 있다. 유리 케이스에 담긴 순교자의 뼈가 주위를 숙연하게 만든다.1600년대 마카오에는 종교박해를 피해 건너온 일본 기독교인들이 특히 많았다. ●네덜란드 공격 막아낸 요새 성 바울 성당 터 동쪽의 꾸불꾸불한 ‘포트리스 힐’(요새 언덕)을 올라가면 구릉 모양의 ‘몬테 요새’에 이른다. 원래 성 바울 성당과 같은 시기인 1617년 예수회의 의식용으로 세워진 것으로 1626년 요새로 바뀌었다. 몬테 요새는 네덜란드의 공격으로부터 마카오를 지켜낸 곳으로 유명하다.1622년 세례자 성 요한의 축일인 6월24일 예수회 신부가 네덜란드 화약고에 대포를 발사해 적으로부터 마카오를 구해낸 곳이 바로 이곳이다. 몬테 요새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면 마카오의 도시 풍경과 이웃 주하이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요새는 훗날 총독의 관저로 사용됐다. 현재는 마카오박물관이 들어서 있어 지난 4세기 동안의 마카오 역사를 웅변해 준다. ●한국천주교의 상징 김대건 동상 성 바울 성당에서 골동품·재활용 가구 거리인 루아 데 산토 안토니오거리를 지나면 카모에스 공원이 나온다.1557년 한때 마카오에서 살았던 포르투갈의 국민시인 카모에스를 기려 만든 곳이다.‘흰비둘기 공원’이라고도 불리는 카모에스 공원에는 김대건 신부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최초의 한국인 사제인 김대건 신부는 1837년 마카오 파리외방전교회 극동 대표부에 도착해 신학수업을 받았다. 김대건 신부 동상은 1985년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서 제막한 것. 홍콩과 마카오의 한국인 가톨릭 신자들이 이를 다시 보수해 1997년 새로 봉헌했다. ●마카오 시내의 세나도 광장 세나도 광장은 분수와 나무, 벤치, 카페와 공공행사를 위한 공간을 갖춘 보행자 전용 광장이다. 물결무늬가 인상적인 이 광장은 수세기에 걸쳐 도시의 허브 역할을 해왔다.1999년 12월 마카오가 중국에 반환될 때 포르투갈에서 돌을 가져와 새로 깔았다. 포르투갈 장인에 의해 만들어진 광장의 물결무늬는 세나도에서 성 바울 성당까지 이어진다. 광장 한쪽 편에는 시의회 건물이 있으며 반대편에는 16세기에 지어진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자선시설 인자당(仁慈堂)이 있다. 광장 끝 쪽에는 17세기 도미니크회에서 지은 바로크 양식의 성 도미니크 성당이 웅장하게 서 있다. ●유럽풍의 콜로니얼 건축물 세나도 광장에서 택시로 15분 거리에 있는 타이파 주거박물관에서는 20세기 초엽 마카오에 살던 포르투갈인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콜로안 섬을 바라보고 있는 박물관 주변에는 400년 전 포르투갈인이 가져와 심었다는 가(假)보리수가 가로수처럼 늘어서 있다. 박물관 안에는 초기 포르투갈 정착민과 ‘토생포인(土生葡人·마카오에서 태어난 포르투갈인) 등의 주거생활을 보여주는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마카오의 또 다른 상징은 마카오 타워다.2001년 개장한 마카오 타워는 높이가 338m로 세계에서 10번째로 높은 초고층 건물이다. 마카오 전경과 주강 삼각주의 모습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마카오 타워에서는 안전벨트를 맨채 타워 바깥 수백m 고공을 걷는 스카이워크(skywalk)라는 프로그램도 있어 관광객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참가자로선 스릴을 느낄 수 있지만 전망대에서 시내를 조용하게 조망해 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좀 산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 Fusion City (2) 중국의 전통문화 ●마카오 최고(最古)의 사원 신앙의 자유가 보장돼 있는 마카오 사람들은 대부분 불교를 믿는다.7% 정도는 가톨릭 신자다. 아마 사원은 마카오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 가운데 하나다. 배를 타는 사람들의 수호신인 도교 여신 아마(阿)와 불교의 여신인 쿤람을 모신 사원이다. 입구에는 마조각(祖閣)이라는 글자가 걸려 있다. 사원 안에는 늘 향 냄새가 진동한다. 마카오 사람들은 현재와 과거, 미래를 상징하는 뜻에서 보통 향을 세 개씩 피운다. 아마신은 특히 푸젠성 사람들과 타이완인들이 많이 섬기는 신이다. 아마 사원은 마카오라는 지명의 발상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포르투갈인이 마카오에 처음 상륙해 지명을 묻자 원주민이 현지어로 ‘아마카오’라고 대답했는데, 그때부터 마카오가 되었다는 것이다. ●부끄러움 막아주는 나무 마카오 시내에서 또 하나 들를 만한 곳이 전당포박물관이다. 박물관 직원은 1994년까지만 해도 이곳에서 실제로 영업을 했다고 말한다. 입구에는 ‘차수판(遮羞板)’이라는 붉은 색 칸막이가 설치돼 있어 눈길을 끈다. 부끄러움을 막아주는 나무라는 뜻이다. 가난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 불편할 뿐이라는 말도 있는데…. 하지만 남에게 돈을 빌린다는 것은 중국인에게도 역시 수치스러운 일인가 보다. 전당포에 들어가는 문과 나오는 문이 따로 돼 있는 점도 특이하다. 박물관 나무기둥 아래에는 물이 담긴 돌받침이 깔려 있다. 마카오에는 개미가 유난히 많아 이런 장치가 필요하다고 한다. ●장대한 스케일의 민속공연 중국의 민속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원명신원(圓明新園)도 주하이의 빼놓을 수 없는 명소. 청나라 황제의 정원인 원명원이 열강의 침략으로 불탄 뒤 주하이에 이를 그대로 옮겨 지었다는 곳이다. 원명신원은 황제의 정원답게 아름다운 경관으로 유명하다. 이곳에서는 화려한 중국 전통의상을 차려입은 야외쇼가 하루 한차례 열린다. 무도사극 ‘대청(大淸)황조’도 그중 한 레퍼토리다. 드럼 위에서 춤추는 고상무(鼓上舞), 방패춤인 순패무(盾牌舞), 청나라 병사의 위용을 그린 팔기병무(八旗兵舞) 등 20여개의 춤이 중국인의 웅대한 스케일을 느끼게 한다. ■ Fusion City (3) 휴식: 라스베이거스+온천 마카오의 문화유적과 카지노를 즐겼다면 휴식을 위해 하루쯤 마카오와 이웃한 주하이에서 머무르는 것도 괜찮다. 주하이 사람들은 “주하이는 공기가 깨끗해 깡통 포장을 해 수출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자부심이 대단하다. ‘남중국의 진주’라 불리는 주하이는 주강삼각주(Pearl River Delta)의 한 축을 이루는 경제특구. 중국에서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가장 먼저 받아들인 이 곳은 쑨원의 정치활동 무대이자 국민당 혁명의 근거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주하이는 146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백도지시(百島之市)´라 불린다. 북쪽으로는 중산시, 남쪽으로는 마카오와 연결돼 있다. ●꿈꾸는 ‘동방의 라스베이거스’ 마카오의 밤은 화려한 카지노 전광판으로 불야성을 이룬다. 마카오에는 처음으로 지어진 리스보아 카지노를 비롯, 지난 5월 문을 연 미국 ‘라스베이거스식’ 진사(金沙)오락장(일명 샌즈 카지노) 등 모두 19개의 카지노가 있다. 특히 샌즈 카지노는 카지노 겸 엔터테인먼트의 복합시설로 100만평방피트의 규모를 자랑한다. 카지노는 크게 미국식과 유럽식, 그리고 동양식으로 나눌 수 있다. 미국식은 대규모 테마파크 같은 유희시설을 갖춘 가족 단위 개념이 강하다. 반면 유럽식은 멤버십 개념으로 상류사회의 사교클럽 형식을 띤다. 동양식 카지노는 게임 위주의 소규모 형태로 운영되는 게 보통이다. ●주하이 최고의 웰빙온천 주하이에서 무엇보다 가볼 만한 곳으로 꼽히는 곳은 온천이다. 특히 광둥성 지역에서 최고·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어온천(御溫泉)은 홍콩자본으로 지어진 일본식 노천탕으로 꽃탕, 삼합탕, 화흥탕, 명주탕, 성신탕, 명목탕, 감무탕, 광피탕, 폭포탕, 지열탕, 망경탕, 욕족탕, 육복탕, 커피탕 등 다양한 온천탕을 갖추고 있다. 어온천은 당나라 시대의 독특한 건축 양식과 우아한 모습으로 관광객을 유혹한다. 입장객에게는 전통차와 음료, 샌드위치 등이 무료로 제공된다. ●발의 즐거움을 안다 주하이 여행의 피로는 주하이의 유서깊은 발마사지로 풀 수 있다. 이곳에서 누구나 아는 발마사지 가게는 ‘지족락(知足樂)’이다. 발의 즐거움을 안다는 제목이 운치가 있다. 이곳의 발마사지사들은 3개월 길게는 6개월의 교육을 받은 뒤 자격증을 딴다. 그렇게 천하지도 흔하지도 않은 직업이다. 피부미용사 정도다. 이들은 기숙사 생활을 하며 1일 3교대로 하루 24시간 영업한다. 값은 한국돈으로 5000원 정도니 별 부담은 없다. ●이렇게 가세요 마카오항공에서 주 5회 마카오 직항편을 운행한다. 목요일과 일요일은 부산에서, 나머지 요일은 인천에서 출발한다. 단 9월부터 매일 인천에서만 출발한다. 마카오는 홍콩에서는 배로 한 시간, 헬기로는 15분 걸린다. 마카오를 통해 주하이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마카오 반도 북쪽의 궁베이세관이나 타이파와 콜로안 섬 사이 매립지에 만들어진 연화대교를 건너 횡금도에 있는 횡금(橫琴)출입국장을 거쳐야 한다. 마카오관광청 서울사무소(02)778-4402, 자유여행사 (02)3455-8888, 에어마카오 (02)3455-9900.
  • [일본을 다시본다] (12)꿈틀대는 정치권 세대교체 갈망

    [일본을 다시본다] (12)꿈틀대는 정치권 세대교체 갈망

    |도쿄 특별취재반|1866년 여름 도쿠가와 막부는 조슈 번과의 전투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다. 결국 이듬해 12월 정권은 조슈와 사쓰마 지역의 젊은 사무라이들에게 넘어가고 구태와 무능으로 일관했던 막부는 공식 폐지된다.‘메이지 유신’으로 이어지는 이 혁명을 주도한 핵심은 신흥계급이 아니라 기존 엘리트층인 사무라이들이라는 점이 유럽의 근대적 혁명과의 차이다. 일본은 특유의 ‘위로부터의 혁명’으로 근대화의 문을 열어젖힌 셈이다.2005년 5월. 일본 정치권에선 또다시 ‘위로부터의 개혁’의 기운을 감지할 수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는 내년 9월이지만 ‘우정민영화’ 법안으로 다음달 중의원 해산 후 조기 총선이 가시화되고 있는 긴박한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지금 여야를 막론하고 일본 젊은 정치인들의 화두는 ‘세대교체’다. 그들 대부분은 아버지의 대를 이은 2세 정치인. 그러면서도 원로 정객들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메이지 혁명’의 메커니즘과 절묘하게 닿아 있다. 젊은 의원들은 향후 정치판도를 기득권층 대 신진세력의 구도로 그리고 있다. 집권 자민당에서 ‘부간사장’이란 핵심 당직을 맡고 있는 고노 다로(43) 중의원은 마치 다른 당을 비판하듯 신랄하게 자민당을 난타했다. 차기 총선의 전망을 묻자 “세대교체에 성공하면 계속 집권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자민당은 몰락할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고노 요헤이 전 자민당 총재의 아들로 전형적인 2세 정치인에 해당하는 그는 지난 총선에서 자민당이 민주당에 일격을 맞은 데 대해 “연금개혁을 추진한 사람이 원로들과 바보같은 개혁을 했기 때문”이라며 “낡은 의원들이 언제까지 해먹느냐가 문제”라고 일갈했다. 자민당의 장기 집권에 따른 장단점을 설명해달라는 주문에는 “거의 다 단점이다. 자민당의 의사결정 메커니즘과 국회운영 방법은 재앙이다.”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이런 수준의 ‘자아비판’은 당혹스럽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1년 민주당에서 소장파 의원들이 동교동계를 겨냥해 정풍운동을 일으킨 적이 있었으나, 의원 개인 차원에서 고노 의원과 같은 과격한 비판은 감히 하지 못했었다. 소장파 의원들이 힘을 모아 성명을 발표하는 경우에도 수위를 극도로 조심했다. 그런데 지금 일본은 핵심 당직자가 원로들을 향해 대놓고 물러나라고 소리치고 있는 격이다. 그의 단호한 눈빛에서 젊은 사무라이의 섬뜩함이 연상됐다. 야마모토 도미오 전 농수산상의 후광으로 정계에 입문한 야마모토 이치다(47) 참의원은 좀더 구체적인 그림을 그렸다. 그는 “현역 중 나이가 많거나 지지율이 낮은 후보자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젊은 정치인으로 물갈이시켜야 총선에서 자민당이 승리할 수 있다.”면서 “지금 일본 역사상 처음으로 세대교체, 정당교체가 일어나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야마모토 의원에 따르면, 자민당내 30∼40대 젊은 의원들은 차기 총재 선거를 앞두고 세를 모으고 있다고 한다.20명선에서 출발한 ‘혁명군’이 지금은 70∼80명으로 늘었다는 주장이다. 야마모토 의원은 “이전 세대가 주축이 된 기득권 세력이 차기 총재 경선에서 또다시 승리해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린다면 자민당엔 미래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만약 그런 사태가 빚어진다면 나는 야당인 민주당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정권 자체를 교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는 충격적인 말까지 던졌다. 놀란 기자가 ‘민주당에 입당하겠다는 의미냐.’고 묻자 “실제로 가겠다는 말이 아니라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톤을 낮추면서도 “중요한 것은 정권을 잡느냐 못 잡느냐가 아니라, 경제부흥을 이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1 야당인 민주당의 미카즈키 다이조(34) 의원도 “지금 민주당에는 자민당 출신이 많은데, 그들 대부분은 자민당식 사고방식에 젖어 있다.”며 “지금처럼 민주당이 국민에게 자민당과의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총선에서 이길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책 한두개로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진정한 세대교체를 통해 정권교체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 공천 과정에서 대규모 세대교체가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일본은 파벌간 나눠먹기에 의한 하향식 공천이 대세이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이 지역구 예산 확보에 대한 기대로 다선(多選) 중진 정치인들을 선호하고 있는 경향도 공천 혁명을 가로막는다. 하지만 우리가 유념할 대목은 젊은 유망 정치인들의 ‘위로부터의 혁명’의 기세가 간단치 않다는 것이다. 이들이 일본 정치의 구질서를 혁파하는 데 성공한다면, 그것은 또한번의 ‘기득권층의 변신’으로 기록될 수 있다. 민주당 미카즈키 의원은 “자민당 의원들은 자민당적인 정치방식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세대교체란 화두를 전술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지금껏 일본이 가치를 뒀던 분야가 아니라, 환경과 평화와 같은 미래지향적 가치를 위해 세대교체가 단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치의 진정한 미래는 세대교체 자체가 아니라, 세대교체의 질에 있다는 지적이다. carlos@seoul.co.kr ■ 日국회의원회관 가보니 |도쿄 특별취재반|일본 국회의 의원회관은 ‘본받을 점’이 많았다. 무엇보다 회관의 정문으로 의원들뿐 아니라 일반 민원인들도 ‘버젓이’ 출입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 의원회관은 오직 의원들만 햇볕이 잘드는 정문의 커다란 유리 자동문을 통과할 수 있다. 보무도 당당하게 붉은 카펫을 밟으며 출입하는 의원들의 자태에서 ‘민주’(民主)의 이미지를 찾는 일은 허망하다. 의원들을 수행하는 보좌관들도 ‘감히’ 이 자동문은 통과하지 못한다. 양옆에 달린 좁은 회전문이 보좌관과 일반직원의 통로다. 그래서 한국의 의원회관 정문에서는 함께 걸어오던 의원과 보좌관이 각각 다른 문을 통과한 뒤 바로 다시 ‘상봉’하는 웃지못할 촌극이 이어진다. 안타까운 것은 민원인들이다. 국회 지리를 잘 모르는 이들이 어렵게 물어물어 정문까지 왔다가, 경비직원들한테 제지당하고 다시 한참을 돌아 건물 뒤편의 지하 후문으로 가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일본 의원회관의 경우 복도 곳곳에 전광판식으로 본회의 및 상임위원회 일정이 계속 ‘보도’되는 것도 인상적이있다. 의원들이 전광판을 수시로 마주치다 보면 아무래도 회의를 빼먹기가 좀 미안할 듯싶었다. 마침 의원회관 1층에서 입법 관련 공청회가 열리고 있었는데, 좁은 회의실에 사람들이 입추의 여지없이 들어차 있었다. 그래도 침 삼키는 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분위기는 진지했다. 자꾸 드나들어 주의를 산만하게 하거나 회의장 바깥에서 떠드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carlos@seoul.co.kr ■ 日 젊은 정치인들 솔직·당당 |도쿄 특별취재반|혼네(本音·진짜 속마음)와 다테마에(建前·겉으로 드러내는 마음). 흔히 일본인의 이중적 기질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런데 적어도 일본의 젊은 정치인들한테는 이 말이 적용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들은 다분히 직설적이었고, 속내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고노 다로 중의원은 직선적인 매너로 기자를 당황스럽게 했다. 사무실 위치가 헷갈려 약속시간에 3분 정도 늦었는데, 그는 못마땅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인터뷰 도중 통역이 매끄럽지 않자 마침 곁에 있던 한국 특파원 출신 일본인 기자에게 “당신이 통역하라.”고 해 기자가 데려간 통역사를 무안하게 했다. 야마모토 이치다 참의원은 자화자찬에 거리낌이 없었다. 그는 대화 도중 “유력한 차세대 총리 후보인 나로서는…”이란 말을 수시로 했다. 자신을 차세대 정치인으로 소개한 책자를 ‘선물’로 건네기도 했다. 기자를 가장 놀래킨 사람은 30대의 미카즈키 다이조 중의원이있다. 한참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 보좌관이 들어와 귀엣말로 뭐라고 속삭였다. 순간 벌떡 일어나 수화기를 집어들더니 사무실이 떠나갈 듯 큰 소리로 “하이(예), 하이”하면서 90도로 연신 허리를 숙여가며 통화를 했다. 나중에 물어보니 같은 당 원로 의원의 전화였다. 보이지 않는 상대를 향해 혼신을 다하는 자세에서 혼네와 다테마에의 구분은 무의미해 보였다. carlos@seoul.co.kr
  • HI-SEOUL 잉글리시

    #1. 한강 수영장 개장 Here are some great places where you can beat the sizzling summer heat in Seoul! 서울에서 한여름의 찌는 듯한 더위를 잊을 수 있는 장소를 소개합니다. They’re the 6 Hangang Riverside Park outdoor pools,which have opened for the summer at Mangwon,Ddukseom,Jamwon,Gwangnaru,Yeouido,and Jamsil. 바로 여름을 맞아 개장한 망원, 뚝섬, 잠원, 광나루, 여의도, 잠실 지구에 있는 6개의 야외 수영장입니다. They open through next month daily from 9 a.m.to 7 p.m. 수영장들은 8월까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문을 엽니다. #2. 뉴욕에 한국 홍보 전광판 설치 A big screen showing looped promos for Korea 24 hours a day went into operation in central Manhattan,New York lately! 최근 뉴욕 번화가인 맨해튼에 한국 홍보 대형 전광판이 설치돼,24시간 내내 한국 홍보 광고가 나가고 있습니다. The Consulate General of Korea in New York said it set up the electronic billboard in the city’s Korea town,at the intersection of Broadway and 32nd Street. 뉴욕 대한민국 영사관은 뉴욕 한인 타운에 있는 브로드 웨이가와 32번가를 잇는 교차로에 전광판을 설치했다고 밝혔습니다. After a test run,the embassy began feeding it video material. 시험 방송을 마치고 영사관은 홍보 비디오를 내보내기 시작했습니다. This is the 1st time a government institution has set up such an advertising device overseas. 이번 전광판은 국가 기관에서 해외에 설치한 첫 한국 광고입니다. ●어휘풀이 *sizzling 몹시 더운, 지글지글 소리내는 *looped 연이은, 동그라미 모양의 *promo 광고 *went into operation 가동하다 *lately 최근 *Consulate General 영사관(직) *set up 설치하다 *electronic billboard 전광판 *institution 기관 제공 : (교통방송, FM 95.1 MHz, ‘Hi Seoul’(9:06∼9:09), ‘I Love Seoul’(21:06∼21:09)
  • “흔들리는 선유도 안전에 문제없다”

    서울시는 23일 영등포구 양평동과 선유도를 잇는 길이 469m 선유교가 흔들리지만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는 프랑스 전문가 2명과 국내 전문가 20여명으로 구성된 특별안전점검반을 구성, 지난 4월20일부터 23일까지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그 결과 선유교는 1㎡ 당 7인(500㎏)이 통행해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교량의 진동을 줄이는 진동감쇄장치도 정상작동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시 관계자는 “선유교의 아치구간 120m는 장경간다리(교각과 교각사이가 긴 다리)이며, 이곳과 이어지는 다른 다리와 7도 틀어진 구조로 설계돼 있다.”면서 “구조상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시는 시민들이 선유교를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다리 앞뒤에 진동측정치를 안내하는 LED전광판을 설치했다. 앞으로 시는 ‘흔들다리’라는 선유교의 특성을 살려 한강명물 교량으로 관리해 나갈 방침이다.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상암’서 즐겨라…오늘밤 청소년축구 브라질전

    ‘상암’서 즐겨라…오늘밤 청소년축구 브라질전

    ‘말아톤 보고, 축구 응원을….’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은 18일 오후 11시 네덜란드 에멘에서 열리는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 예선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경기를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대형 전광판을 통해 중계 방송한다. 부산시도 아시아드 주경기장을 오후 9시부터 경기종료 때까지 개방한다.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은 앞서 오후 8시30분부터 영화 ‘말아톤’을 무료 상영, 분위기를 달군다. 월드컵 예선 및 세계청소년축구 1,2차전 하이라이트도 준비했다. 경기가 끝난 뒤 비기거나 이겼으면 리조트 숙박권, 에어컨, 상품권 등 경품을 추첨하는 행사도 마련됐다. 당초 FC서울의 기획으로 전광판 응원이 거론됐으나 입장료와 관련한 규정 때문에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은 무료 행사를 반대했다. 시설공단은 그러나 “국민적 축구열기를 이용해 돈벌이에 나선다.”는 비난 여론과 이명박 서울시장의 지시로 입장을 바꿨다. 대신 전기료와 청소용역비 등 행사에 드는 비용 2500만원은 FC서울이 부담한다. 상암 월드컵경기장 전광판 응원전이 가능해짐에 따라 관람객들은 ‘축구 천재’ 박주영과 강적 나이지리아를 격파한 백지훈(20·FC서울)의 활약상을 실감나게 지켜보며 신명난 응원전을 펼칠 수 있게 됐다. 경기장면을 비춰줄 전광판은 가로 14.8m, 세로 8.4m 규격으로 경기장 남·북쪽에 각각 1대씩 설치돼 있어 관중들은 어느 방향에서나 우리나라 청소년대표팀이 뛰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문제는 교통처리다. 시설관리공단과 FC서울은 관람객 귀갓길을 놓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상암경기장에서의 전광판 생중계는 전례가 없어 얼마나 많은 인원이 찾아올지 가늠이 쉽지 않은 데다 경기가 다음날 새벽 1시, 늦으면 2시 무렵에나 끝나 대중교통편이 여의치 않다. 서울시는 교통국, 경찰청 관계자들과 비상수송 대책회의를 갖고, 버스 및 지하철 연장 운행 등을 협의했다. 시설관리공단 간부는 “잔디 보호를 위해 그라운드 입장은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관중석에서만 응원이 가능하다.”면서 “오후 8시부터 입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상암경기장의 좌석수는 6만 6806석이다.(02)2128-2971.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2005세계청소년축구] 브라질도 꺾는다

    전광판의 시계는 종료 1분전을 가리키고 있었다.0-1. 승부는 이미 끝난 것처럼 보였다. 전반에 나이지리아의 기습공격에 선제골을 내준 게 못내 아쉬웠다. 이대로 끝나면 스위스전에 이어 2연패. 당연히 16강행도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새벽잠을 설치며 TV앞을 지켜줬던 축구팬들을 위해 한국팀은 ‘기적의 3분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었다. 주인공은 ‘축구천재’ 박주영. 후반 44분 주장 백지훈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을 돌파하다 반칙을 얻어냈다. 프리킥 찬스. 키커는 박주영이었다. 앞서 페널티킥을 실축한데다 공중볼을 다투다 넘어지면서 왼쪽 팔꿈치마저 빠져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마음을 다잡았다. 세트 플레이 훈련때 짧은 거리 프리킥은 도맡았기 때문에 자신은 있었다. 심호흡을 하고 각도를 재본 뒤 오른발 인스텝으로 공을 감아찼다. 길게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공은 골키퍼가 손써볼 틈도 없이 골문왼쪽 구석으로 그림 같이 빨려 들어갔다. 극적인 동점골. 일단 패배를 면하자 공격은 더 거세졌다. 인저리타임이 적용되던 후반 47분. 박주영의 몸놀림이 다시 빨라졌다. 아크 정면에서 수비수 3명을 제친 박주영이 기습적인 오른발 강슛을 날렸다. 골키퍼가 손으로 간신히 쳐냈지만 공은 왼쪽 엔드라인쪽으로 흘렀다. 그러자 백지훈이 이 공을 받아 페널티지역 왼쪽 사각에서 크로스를 올리는 척하다 골키퍼와 골문사이의 좁은 틈을 비집고 강력한 왼발 슛을 꽂아 넣었다.2-1.‘기적의 드라마’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이어 인저리타임 4분이 모두 지나고 종료휘슬이 울렸다.‘아프리카 챔피언’ 나이지리아는 전·후반 89분을 앞섰지만 막판 3분 동안 연속골을 내주며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한국이 6일 새벽 네덜란드 에멘에서 벌어진 2005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F조 예선 2차전에서 나이지리아에 극적인 2-1 역전승을 거두고 1승1패를 기록하며 16강 진출 가능성을 살렸다. 한편 A조에서는 개최국 네덜란드가 호주를 3-0으로 완파하고 2연승으로 중국, 스페인에 이어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같은 조의 일본은 베냉과 1-1로 비겨 1무1패로 조 3위에 머물렀다.E조에서는 콜롬비아가 캐나다를 2-0으로 꺾고 2승으로 16강에 올랐고 시리아에 1-2로 덜미를 잡힌 이탈리아는 2연패를 당하며 탈락 위기에 몰렸다. 김성수기자 skim@seoul.co.kr
  • 개미 투자패턴 바뀐다

    개미 투자패턴 바뀐다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자치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10년동안 굵직굵직한 정치인을 숱하게 낳았다.‘강산도 변한다.’는 이 기간 동안 무명의 지역 정치인에서 전국적인 스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비상한 이들도 있다. 중앙 정치무대에서 쌓은 탄탄한 연륜을 지방에서 꽃피운 이들도 적지 않았다. 김두관 대통령 정무특보,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 등이 전자의 경우라면 부총리 겸 경제부총리를 지낸 최각규 강원지사가 후자에 속한다. 14일 증권선물거래소와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419억원을 순매도하는 등 지난달 4일부터 28일째 순매도 우위를 보였다. 이는 1995년 6월과 7월 사이 23일 동안 순매도한 기록을 뛰어넘는 최장기 순매도 기록이다. 외국인도 357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만 883억원을 순매수해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6.74포인트 내린 983.75를 기록했다. ●주식매매에서 펀드구입으로 지난달 2일(918.42)부터 지난 10일(990.79)까지 40일 동안 종합주가지수는 7.8% 올랐다. 그러나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 4759억원, 코스닥시장에서 3108억원 등 총 2조 7867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이 기간에 주식형 펀드의 수탁액은 적립식펀드의 판매호조에 힘입어 11조 5110억에서 12조 8470억원으로 1조 3360억원이 증가했다. 주식매입이나 이탈 등을 위해 증권사에 맡기는 고객예탁금도 1조 8000억원가량 늘었다. 개인자금이 주식을 팔아치웠으나 증시를 떠나기보다는 간접투자를 위해 펀드쪽으로 방향을 튼 셈이다. 요즘 서울 여의도 증권가 객장에서는 종목시세 전광판을 살펴보는 투자자들을 찾기가 힘들다. 증권사 직원들은 “어느 종목이 오르겠느냐.”는 고객의 질문은 거의 없고, 대신에 “어떤 펀드가 수익률이 높으냐.”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말한다. ●안정적인 선진국형 변화 전문가들은 이같은 변화를 증시에 대한 투자구조가 바뀌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주식을 직접매매해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경험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펀드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개인의 직접투자 감소는 이미 선진국들이 거쳐간 과정”이라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개인 매도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2003년 이후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흐름”이라고 진단했다.2003년 이후 개인은 총 17조 8137억원을 순매도했다고 덧붙였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원은 “주가가 어느정도 오르고 있는 점으로 미뤄볼 때 개인이 팔고 기관이 사들이는 과정에서 투자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면서 “이탈자금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판교 등 부동산 쪽으로 이동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외국자본 투자패턴도 변화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영국계 자금이 지난 1년 동안 2조원 이상 국내시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영국계 투자자들은 ‘차이나 쇼크(중국 긴축파문)’이후 지난해 5월부터 지난 4월까지 국내증시에서 2조 1668억원을 순매도했다. 이와는 달리 이 기간에 미국계 자금은 3조 2814억원이 순유입됐다. 영국계 자금은 미국계 자본에 비해 투기성이 강한 헤지펀드로 알려졌다. 지난 4월 영국 법인 도이치뱅크런던이 유가증권시장에서 고려시멘트, 나산, 웅진코웨이 등의 주식을 전량 매각했다. 이에 앞서 헤르메스는 삼성물산 지분 5%를 모두 처분했다. 이에 비해 뮤추얼펀드와 연기금 등이 주축인 미국계 투자자들은 현대미포조선, 계룡건설 등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이에 대해 외국계 증권사 직원은 “영국계 자금은 단기 수익만 추구하는 헤지펀드로, 한국에서 빠져나온 뒤 상대적으로 수익을 내기 쉬운 동아시아 금융시장으로 흘러갔다.”면서 “이는 국내증시에 안정성을 높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일본을 다시본다] (1) 일본은 ‘미래’를 대비했다

    [일본을 다시본다] (1) 일본은 ‘미래’를 대비했다

    도쿄만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도쿄 시내 시오도메의 덴쓰빌딩 47층 ‘지팡구’나 시내 한복판 도쿄돔호텔 4층의 ‘유교안’ 등 고급식당은 요즘 예약이 어려워졌다. 골프장의 부킹도 힘들어졌고, 할인요금은 사라졌다. 장기 불황시대와 대비되는 풍경이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이나 서민들이 이용하는 시설 등은 여전히 어렵다. 국내총생산(GDP) 등 거시경제 지표와 소비·생산·수출 등도 낙관과 비관이 엇갈리는 것이 장기불황의 터널 끝에 서 있는 일본이다. |특별취재팀|최근 1∼2년 사이 도쿄의 스카이라인이 확 바뀌고 있다. 도쿄 시내의 시오도메, 롯폰기, 시나가와 등에는 40층 안팎 초고층 빌딩들이 재개발이나 도시정비 사업으로 속속 들어섰다. 요즘은 도쿄역 부근에서 재개발이 진행 중이다. 이른바 ‘잃어버린 10년’ 동안 10∼20년 후를 대비한 상징적 모습으로 꼽힌다. 국회 주변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개혁정책의 결정판이라는 우정사업 개혁문제로 시끄럽다. 고이즈미 총리가 중의원 해산까지 시사하며 밀어붙이고 있지만, 집권 자민당내 ‘우정족’ 의원을 중심으로 한 108명이 야당인 민주당과 연대 운운하며 결사적으로 반대한다.19일 끝나는 정기국회 회기를 연장하자는 주장과 우정민영화 절충론이 9일 동시에 나오고 있다. 집권 5년차로 들어선 ‘고이즈미 개혁’은 곳곳의 철밥통을 깨고 있다. 사법개혁, 도로공사 민영화, 연금개혁, 국립대학 등의 특수행정법인화, 기초자치단체의 대대적 합병 등이 숨가쁘게 이뤄졌다. 공무원들도 실적주의가 도입되고, 국회 직원 수도 대폭 축소된다. 그런 탓에 인사, 돈, 정보의 3대 축으로 이뤄지던 낡아빠진 파벌정치도 크게 약화됐다. 민간부문도 낡은 것을 벗어던지는 변신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신흥 인터넷기업인 라이브도어의 호리에 다카후미(32) 사장 등 30∼40대의 야심찬 기업가들이 인수·합병 등을 앞세워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정부와 기업·가계 등 전 부문이 “패전 60주년을 맞아 패러다임을 확 바꾸겠다.”는 의지가 넘쳐난다. ●거품과 비효율이 제거된 10년 유명한 온천휴양지인 이즈반도 해안지대에 가면 폐업했거나 휴업 중인 중규모 호텔들의 을씨년스러운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거품경제 시절 과도한 접대비로 회사나 각종 단체의 연수, 회식 등의 ‘이벤트 손님’이 사라진 것이 이런 현상을 촉발한 것이다. 기업들도 대전환기를 맞았다. 현재 기업들은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거쳐 체력을 강화한 뒤 고용을 다시 늘리는 ‘선순환적’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고 노무라증권연구소의 와코 주이치 수석연구원은 분석한다. 아시아경제연구소 히라쓰카 다이스케 지역통합연구그룹장도 “지난 10여년간 특히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좋아졌다.”라고 평가했다. 일본의 거품붕괴는 미국의 베트남전 패전과 같은 충격이었다고 한다. 세계적인 통신사 특파원 출신의 자유기고가 도쿠모토 에이치로는 “학연이나 지연, 파벌 등 부정적인 요소들이 많이 사라졌다.”며 “능력에 의해 경쟁하는 시스템이 갖춰졌다. 특히 IT업체의 창업이 활발해지며 기득권적인 기업구조에 커다란 충격을 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스피드 경영의 싹이 보인다 일본이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물건을 사고 배달을 요청하면 1주일 정도 기다려야 하던 것은 옛말이다. 급행료를 내면 다음날 혹은 당일도 배달된다. 관청이나 기업, 은행 등도 민원을 신청하면 종전엔 1∼2주일가량 기다려야 했으나 지금은 빠르게 해결되는 곳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스피드 경영도 요즘 기업들의 화두다. 도요타자동차의 오쿠다 히로시 회장은 95년 사장 취임 때 “해외사업을 위해 스피드를 향상시켜야 한다.”며 스피드 경영을 진두지휘, 오늘의 초일류 자동차 기업을 일궈냈다. 한 발 앞서 문제점을 개선하고,1초도 아낀 부품조달 등으로 속도를 높인 것이다. 일본인만에 의한 기업경영도 옛말이 됐다. 도요타·닛산·혼다·미쓰비시·마쓰다 등 5대 자동차 업체 중 닛산 등의 3개사 최고경영자가 한동안 외국인이었다. 일본의 자존심이라는 소니도 22일 주주총회에서 미국인인 하워드 스트링거를 회장으로 정식 추대한다. 스피드 경영은 일본 최대 IT재벌인 소프트뱅크 손정의 사장, 온라인 쇼핑몰 업체 라쿠텐의 미키타니 히로시 회장 등 신세대 벤처기업인들이 선도하고 있다는 데 이견이 없어 보인다. ●거품붕괴 이후 위기경보 강화돼 요즘 마루젠이나 기노쿠니야 등 대형 서점에 가면 ‘허구의 경기회복’,‘국가재정파탄’,‘희망격차사회’‘이극화 일본’ 등 향후 일본경제의 위기를 경고하는 서적들이 넘쳐난다. 거품붕괴 뒤 일본에선 ‘위기에 대한 경보’가 발달했기 때문이란 해석이 일반적이다. 거품경제 내내 언론이나 분석가들이 일본의 장밋빛 미래만을 찬양하다가 거품이 붕괴되자 그 반성으로, 사전 경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방송 아나운서인 오노 게이코는 “지난해 시중에 경제가 좋다는 책들이 넘쳤는데 실제 GDP는 2분기나 마이너스였다. 반면 올해는 경기가 좋지 않다는 책들이 주류다. 그것은 경기가 좋다는 방증”이라고 소개했다. ●후유증, 그늘도 많이 남겼다 5월말 도쿄도 시나가와구의 오이마치역 인근의 라면가게와 술집 밀집 골목은 오후 7시인데도 문을 열지 않은 곳이 많았다. 실직이나 비정규직 전환 등의 서민들에게는 장기불황 후유증이 큰 것이다. 장기불황의 그늘과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기업들이 10여년 동안 고용을 기피,“생산직은 물론 사무직, 연구소도 91년 이후 신입사원 선발을 안한 곳이 많아 기술·기능 전수에서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10년 이상 된 사원이 오차 심부름을 하는 곳이 많다.”라고 환동해권 경제연구소 에리나의 미무라 미쓰히로 연구원은 우려했다. 글로벌화 부작용도 극복해야 한다. 도요타자동차·소니 등 굴지의 대기업에는 미국·중국 등 다국적 사원이 많다. 대부분 영어로 이뤄지는 회의에서 ‘사원간 의사소통 효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아울러 구조조정이 가속화하고 정사원, 계약사원, 촉탁사원, 파견사원 등 사원제도가 복잡해지면서 조직 화합이 어려워진 것도 큰 숙제로 부상했다. 양극화가 심화된 것도 사회적 과제다. taein@seoul.co.kr ■ ”日은 대수술 막 끝낸 환자” 후카가와 도쿄대교수 인터뷰 |특별취재팀|“일본경제는 커다란 수술을 받은 직후의 환자 같은 상황이다. 연간 0∼2%의 성장을 할 수는 있게 됐지만 그나마 이전 같은 고성장은 없을 것이고 미국·중국 등의 외부 충격에 약하다.” 후카가와 유키코 도쿄대 대학원 교수는 학교 연구실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현재 일본 경제의 상태를 이같이 요약했다.10여년의 장기불황 기간 중 중반까지는 재정의 과도한 사회간접자본 투자 등으로 우왕좌왕했지만, 이후 실효적인 개혁이 시작되면서 좋아졌다는 설명이다. 후카가와 교수는 “7년 정도는 잃어버린 것이 많았다.”면서도 “하지만 이 기간과 이후 기업·가계 부문의 의미있는 개혁들도 진행됐고, 제조업이나 은행 등의 부채 처리가 잘 되면서 전체적으로 개혁작업이 본궤도에 진입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이 기간 일본을 부정적으로 짓눌렀던 학벌지배 현상이 약화되는 등 체질개선이 많이 이뤄진 것으로 진단했다. 오랫동안 도쿄대 법학부 출신들이 경제부처를 좌지우지했으나 세계적인 변화에 대응할 능력을 갖춘 경제분야 인재들이 이들을 대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부실기업과 구조조정이 늦어진 기업들이 망해도 사회적 충격을 최소화할 법 정비도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본 주가가 저평가됐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쓰러질 기업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주가는 지금 정도가 적당하다.”면서 주가 저평가론을 부인했다. 나아가 지금까지는 시장을 공업기술이 이끌었지만 앞으로는 마케팅이나 소비가 주도하는 시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삼성이 소비자가 원하는 디자인과 스피드로 제품을 만들어 성공했다.”며 “시대가 변했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재 일본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만성병이 천천히 진행되는 것처럼 일본의 위기가 그렇다는 설명이다. 이런 까닭에 일본은 ‘조용히, 천천히 성장하는 사회’로 변모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래에 대한 조심스러운 낙관이다. 그러면서 환경기술에서 프런티어 정신을 발휘할 경우 제1의 희망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진·태풍 등 환경·자연재해를 극복하기 위해 발달시킨 환경·기상기술 등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750조엔에 이르는 재정적자에 대해서는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taein@seoul.co.kr ■ 김상연기자의 “일본은 있었다” “일본의 사정은 어떠한가.” “신이 본 바로, 쇼군은 군병의 일을 힘쓰지 아니하여 사람들이 포성을 들으면 어쩔 줄 몰라하였습니다.” 지난달 16일 특별취재를 위해 도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 때 머릿속은 1636년 조선통신사로 일본에 다녀온 임광과 인조(仁祖)의 대화로까지 달려 올라갔다. 일본 근대화의 배아를 잉태했던 그 도쿠가와 막부시대로부터, 근대화를 완성한 120년 전 김옥균(金玉均)의 황망한 도일과 40년 전 김종필(金鍾泌)의 다급한 방일, 그리고 21세기 대명천지에도 현재진행형인 독도, 야스쿠니 등등…. 번잡한 상념이 무색하게 비행기는 ‘쿵’ 하는 굉음과 함께 나리타공항에 착륙했다. ●개별과 집단 사이… 도쿄시내 남쪽 시나가와역에서 처음 맞닥뜨린 거대한 인파는 이방인을 익사시킬 것만 같다. 바쁜 걸음으로 각자의 방향으로 돌진하는 사람의 물결은 윌리엄텔 서곡 2부의 리듬을 연상시킬 만큼 일관성 있게 빠르고 역동적이다. 그러나 식당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풍경은 돌변한다. 식객의 주류는 혼자서 밥 먹는 사람들. 다른 사람한테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후다닥 먹고 서둘러 나간다. 전철역 인파를 보고 ‘일본은 있다.’고 하고, 식당안을 보고는 ‘일본은 없다.’고 하는 건가? 식당안의 그저그런 ‘나카무라’들이 고니시 유키나가나 이토 히로부미 같은 ‘촉매’를 만나면 전철역의 위협적인 검은부대로 변신하는 건 아닐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사이… 아무리 붐벼도 열차에서 승객이 내리기 전에 몸을 밀치며 올라타지 않는 사람들. 도로에선? 횡단보도를 밟고 선 자동차는 없다. 자로 잰 듯 정차해 있다가 일제히 평행을 유지하며 주행하는 행렬. 각박함이 지배했을 법한 ‘잃어버린 10년’도 일본인의 소프트웨어 진보는 막지 못했다. 계층과 빈부를 막론하고 국민 전체가 한몸처럼 움직이는 질서의 소프트웨어는 오랜 시간에 걸친 축적의 발현일 것이다. 그것이 메이지(明治)유신에서 발원한 전체주의적 교육의 소산이든, 이지메(집단 따돌림)를 두려워하는 일본인 특유의 DNA 때문이든. ●전통과 외래 사이… 서울보다 사람이 많다는 도쿄지만 식당 간판이나 인테리어 디자인만큼은 전통 일본풍이다. 그러나 시부야 같은 번화가는 ‘자본주의의, 자본주의에 의한, 자본주의를 위한’ 일본의 다른 얼굴이다. 고층빌딩들의 앞면에 매달린 대형 광고전광판에서부터 바닥에 엎드린 소규모 상점들의 스피커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볼륨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린다. 소리가 소리를 누르기 위해 더 큰 소리를 동원하는 메커니즘은 초기 자본주의의 원초적 경쟁을 연상시킨다. 전통과 외래가 자본이라는 동질의 목표를 향해 각개약진하는 모습은 불안하면서도 절묘하다. 인상적인 점은 억압보다는 방임으로 균형을 맞춰 가고 있다는 것. 여고생들이 미니스커트에 가까운 교복을 거리낌없이 입고 다니는 광경에서 전통과 외래의 절묘한 ‘팽창 시너지’가 느껴졌다. “그래, 일본은 어떠한가.” “신이 본 바로, 일본은 있었습니다. 언제든 계기가 주어지면 무섭게 뭉칠 수 있는 잠재력이 엿보였습니다. 방비를 게을리 하다간 장래에 큰 화가 다시 닥칠까 심히 염려되옵니다.” carlos@seoul.co.kr ■ 도움 주신 분들 이번 한·일 수교 40주년 특별기획에 도움주신 분들을 2회에 걸쳐 싣습니다(무순입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자민당 중의원(부간사장) ▲구사노 다다요시(草野忠義)일본 노동조합총연합회 사무국장 ▲다카하시 요시오(高橋由夫) 일본 노동조합총연합회 사무부국장 ▲구마가이 겐이치(熊谷謙一) 일본 노동조합총연합회 국제국장 ▲무쿠타 사토시(田哲史) 일본경제단체연합회 환경·기술본부장 ▲마스다 기요시(益田淸) 도요타자동차 이사 환경부장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 도쿄대학교 대학원 교수 ▲야마모토 이치타(山本一太) 자민당 참의원 ▲기타하시 겐지(北橋健治) 민주당 중의원(역원실장) ▲미카즈키 다이조(三日月大造) 민주당 중의원 ▲기타지마 가즈토시(北嶋一甫) ㈜기타지마 시보리 제작소 사장 ▲오이케 가즈오(尾池和夫) 교토대 총장 ▲사사키 미사오(佐佐木節) 교토대 기초물리학연구소 교수 ▲나카무라 가즈야(中村一也) 교토대 총장 비서실장 ▲사고 노리치카(佐合紀親) 오사카대 우주물리학 박사 ▲다카하시 도루(高橋徹) 교토대 기초물리학연구소 박사후 과정(오사카대 핵물리학 박사) ▲이시무라 시게이치(石村繁一) 남코(NAMCO) 사장 ▲히라이 아쓰오(平井淳生) 경제산업성 상무정보정책국 정보통신기기과 과장보좌 ▲나카지마 구니오(中島邦雄) 정책대학원대학 교수 ▲오카타 야스오(緖方靖夫) 일본공산당 중앙위원회 국제국장, 참의원 의원 ▲오모카와 마코토(面川誠) 일본공산당기관지 新聞赤旗 외신부 기자 ▲노히라 신사쿠(野平晋作) 피스보트 공동대표 ▲다나카 쓰네유키(田中恒行) 일본경제단체연합회 노동정책본부 기획조사그룹장 ▲스즈키 아키히코(鈴木明彦) UFJ종합연구소 조사부 수석연구원 ▲이노우에 사토시(井上哲) 인사원 직원복지국제과 주임국제전문관
  • [스포츠 포커스] 전덕형 10초34 ‘마의 벽’ 깬다

    [스포츠 포커스] 전덕형 10초34 ‘마의 벽’ 깬다

    지난 3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승. 경기장을 찾은 팬들과 대한육상경기연맹 관계자들의 눈길이 185㎝,74㎏의 한 건장한 청년에게 온통 쏠렸다.‘탕’ 소리와 함께 스프링처럼 튀어나간 그는 잔뜩 상체를 숙인 채 초반 30여m를 질주하더니 탄력이 붙자 경쟁자들을 멀찍이 따돌리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시선은 일제히 전광판으로 옮겨갔고, 순간 여기저기서 ‘와∼’하는 탄성이 쏟아졌다.10초51. 한국 육상 단거리의 꿈이 영글고 있다. 그 주인공은 21살의 기대주 전덕형(충남대)과 스승인 일본 육상의 대부 미야카와 지아키(58·도카이대) 교수다. 이들은 무려 26년간 깨지지 않는 육상 남자 100m 기록을 무너뜨리기 위한 ‘꿈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이 단거리의 사활을 걸고 전덕형에 ‘올인’하는 초유의 지원 프로젝트다. 현재 남자 100m 한국기록은 1979년 9월9일 멕시코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서말구(49·해군사관학교 체육과) 교수가 작성한 10초34. 팀 몽고메리(미국)가 2002년 9월 세운 세계기록(9초78)과 일본의 이토 고지가 98년 12월 수립한 아시아기록(10초F)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은 물론 가장 오래된 부끄러운 기록이다. 불명예를 깨기 위해 ‘한국 단거리의 희망’ 전덕형이 지난해 10월 일본 도카이대로 건너가 기록과의 외로운 투쟁을 하고 있다. 이토와 ‘일본 단거리의 샛별’ 수에쓰구 신고(25·10초03) 등을 키워낸 ‘명장’ 미야카와 교수에게 1대1 교습을 받으며 구슬땀을 쏟고 있는 것. 초반 미야카와 교수는 전덕형에게 가벼운 조깅을 시켰다. 주법을 지켜본 교수는 대뜸 지적했다. 스타트부터 끝까지 앞꿈치로만 콕콕 찍듯이 달리지 말고 뒤꿈치부터 디디면서 발바닥 전체로 가속도를 붙여야 한다고 혼냈다. 전덕형은 그대로 따라 훈련했고, 뭔가 변하고 있다는 느낌을 감지했다. 또 파워가 월등한 서양선수들처럼 무턱대고 무릎을 높이 올리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쭉 뻗으며 스피드를 살리는 주법도 병행됐다. 게다가 전덕형의 떡 벌어진 가슴도 문제였다. 무턱대고 근력을 키우느라 가슴 근육이 필요 이상으로 커져 앞뒤로 팔을 흔드는 데 방해가 됐던 것. 미야카와 교수는 단거리 뜀박질에 필요한 날개 근육만 새롭게 단련시켰다. 점차 새 주법이 몸에 익고 뜀박질에 적합한 근육만 몸에 남게 되면서 전덕형의 스피드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야카와 교수는 전덕형에게 기록에는 신경쓰지 말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대구 육상선수권을 앞두고 보름동안 스파이크도 신지 못하게 했다. 새로운 스피드 감각을 몸에 익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결과는 기대 이상. 전덕형은 4년 전 세웠던 자신의 100m 최고기록 10초62를 0.11초나 앞당겼고 이튿날 열린 200m 경기에서는 한국기록 보유자 장재근(20초41) 이후 20년만에 20초대 기록인 20초98을 끊기도 했다. 이 페이스대로 가면 한국기록 경신 가능성은 짙다. 전덕형의 100m 기록 경신 도전에 한국 육상계가 몹시 들떠 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日육상 대부 미야카와 지아키 교수 “가까운 시일 안에 한국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가 될 겁니다.”일본 육상의 대부 미야카와 지아키(58) 도카이대 교수는 요즘 대한해협 너머의 한 청년에게 푹 빠져 있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군소리 하나 없이, 가르침 하나를 익히지 못하면 일과도 끝내지 않는 전덕형이 바로 그 청년이다. 때문에 미야카와 교수는 지난해 10월부터 하루 5시간씩 꼬박 전덕형과 씨름하고 있다. 미야카와 교수는 “신체조건이 아시아 수준을 넘어선 데다 성실성까지 갖춰 앞으로 계속 기록을 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아직 복근력이 부족해 일본으로 돌아가면 체조 코치를 초빙해 복근을 강화하고 자신보다 빠른 경쟁자들과 연습시키며 스피드를 끌어올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1970년대 일본 국가대표로 뛰며 10초30을 기록했던 미야카와 교수는 “당시에는 한국 육상이 아시아 최고였었다.”면서 “동양인들이 9초대를 돌파해 세계 기록을 세우는 것이 결코 불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함께 노력해 성공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하프타임] 北·日축구 길거리 응원 무산

    국제축구연맹(FIFA)은 오는 6월8일 태국 방콕에서 제3국 무관중 경기로 열리는 북한과 일본의 독일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전 대형 전광판 중계를 허용하지 않을 것으로 31일 알려졌다. 당초 태국축구협회와 FIFA는 북-일전이 열리는 수파찰라사이 국립경기장 이외 방콕의 다른 경기장 또는 공공장소에서 전광판으로 경기를 중계하는 방안을 협의했으나 무산됐다. 이에 따라 태국 현지 교민들과 일본 서포터스 ‘울트라닛폰’과의 길거리 응원 대결 또한 성사되지 않을 전망이다.
  • [이사람] 신생 케이블채널 엑스포츠 이희진 사장

    [이사람] 신생 케이블채널 엑스포츠 이희진 사장

    조금 부풀려 이야기하자면, 그가 없었으면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세계를 놀라게 했던 붉은 악마의 길거리 응원은 성사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부활한 코리안 특급 박찬호와 함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신생 스포츠전문 케이블 채널 엑스포츠(Xports)의 이희진(40) 사장.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그는 KBS MBC SBS 등 국내 지상파 3사를 제치고,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직접 중계권을 사려 했다. 하지만 막대한 비용 부담이 문제였다.FIFA와 작성해 나가던 계약서를 그대로 지상파 3사에 넘기고 말았다. 이 계약서에는 ‘퍼블릭 뷰잉(Public Viewing)’이라는 추가 권리도 담겨 있었다. 이는 전광판이나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경기를 옥외에서 내보낼 수 있는 권리. 이 조항이 국내 기업의 홍보 마케팅, 한국대표팀의 선전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서울 광화문을 포함해 전국 방방곡곡을 붉은 물결로 물들인 길거리 응원이라는 월드컵 사상 초유의 역사가 이뤄질 수 있었다. 월드컵을 공동 개최한 일본은 어땠을까. 이 권리가 FIFA측에 있었기 때문에, 한국처럼 대대적인 길거리 응원이 생겨나지 못했다. “계약이 2006년까지 유효하기 때문에 내년에도 대대적인 붉은 악마의 물결이 재현되지 않을까요?” ●돈키호테 또는 봉이 김선달? 이 사장은 올해 초 스페인 한국 교포 기업가의 지원을 받아, 지상파 3사를 따돌리고 4년 동안의 메이저리그 독점 중계권을 따냈다. 가격은 약 4800만 달러(약 470억원) 정도. 지난해 박찬호를 비롯, 한국 메이저리거들과 일본에 진출한 이승엽의 성적이 신통치 않았기 때문에 주변에서는 무모한 도박으로 여겼다. 한편으로는 중계권료를 높였다는 비난도 나왔다. 이 사장을 두고, 돈키호테 또는 봉이 김선달이라는 말도 일었다. 원래는 지상파와 케이블 등에 재판매할 계획이었지만, 지상파에서 중계를 꺼려하자, 자체 채널인 엑스포츠를 덜컥 만들게 됐다. 이제 케이블 신규 채널로 개국한 지 한달 반이 조금 넘은 상태. 벌써 가입자 수가 1000만(총 가입자 약 1200만)을 훌쩍 뛰어넘었다. 전무후무한 일이다. 시청률도 200여개 케이블 채널 가운데 최고 2위까지 뛰어오르는 등 당초 예상을 깨고 고공 비행을 거듭하고 있다. 물론 박찬호와 최희섭의 상승세가 이러한 비상에 뒷바람이 된 것은 사실. 하지만 이 사장은 “지난해 한국 메이저리거들이 바닥을 쳤을 때도 메이저리그 국내 중계는 이윤을 남겼다.”면서 “무모한 도전이 아니라, 사업상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환율이 떨어졌기 때문에 앞으로 발생할 환차익을 고려하면 중계권료를 턱없이 비싸게 주고 산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메이저리그 중계만 밀고 나갈 생각은 없다. 앞으로 지상파를 비롯해 DMB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메이저리그 경기를 전달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또 다매체 시대를 맞아 콘텐츠를 다양화하고, 품질을 높이는 것만이 호황을 유지하는 길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달 말부터 세계 3대 메이저 종합격투기대회의 하나로, 미국에서 열리는 UFC(Ultimate Fight Championship)도 방송, 콘텐츠의 다변화를 꾀한다. 또 연말에는 메이저리그 올스타팀을 초청, 국내 프로야구 올스타팀과 경기를 벌이는 이벤트도 추진하고 있다. 게다가 내년 3월 예정된 야구 월드컵의 국내 방송 배급권을 따낸 상태. 그는 “올해에는 1·4분기 영업이 없어서 적자가 나겠지만, 채널 영업으로 2년 만에 흑자를 낼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좌충우돌 스포츠 마케팅 수업 배구 농구 등 스포츠를 즐겼지만, 처음에는 스포츠 시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국 외국어대학 영어과를 졸업하고 사회에 첫 발을 디딘 것도 91년 KBS영상사업단을 통해서다. 원래는 기자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당시 해외로부터 영화나 만화, 다큐멘터리 등을 사들여 편성하는 일을 맡았다. 스포츠와 운명적인 만남을 가지게 된 것은 97년. 박찬호가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승격했고,KBS가 독점 중계했다. 그리고 이 계약을 이 사장이 담당했다. “스포츠 마케팅이 막 움트기 시작할 때였습니다. 무엇인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생각이 번뜩 들더라고요.” 이 때부터 이력서가 화려하게(?) 채워졌다. 다국적 스포츠 마케팅사인 IMG에 들어가 이 분야에 대한 본격적인 수업을 쌓기 시작했다.IMG 한국 지사장까지 지낸 뒤에는 미국에 모기업을 둔 Sports.com이라는 인터넷 미디어 회사로 옮겼다. 이후 그의 발걸음은 홍콩 NBA지사를 거쳐, 창업의 길로 이어지게 된다. “주변에서 너무 쉽게 직장을 바꾸는 것이 아니냐고 말리기도 했지만, 스포츠 마케팅이라는 커다란 틀에서 여러 가지를 배워 보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 프로축구 K-리그를 일본 등 해외에 판매하기도 했고, 국내 종합 격투기대회 스피릿MC도 만들어 내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어려웠던 시절도 많았다.2000년 한 때 나스닥에 상장되기도 했던 Sports.com에서는 모기업의 지원이 끊어지며, 자신이 직접 채용했던 직원들을 눈물을 머금고 집으로 돌려보내는 아픔을 겪었다. 또 2003년 3월에는 브라질 축구올스타팀을 초청, 경기를 벌였지만 관중 동원에 실패하며 목돈을 까먹고 휘청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스포츠마케팅을 해보자는 일관된 생각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사실 운이 좋았습니다. 지상파 방송사의 경험을 시작으로 다양한 곳에서 감각을 키울 수 있었으니까요. 구매자로, 때로는 판매자나 개인 사업자 등 여러 관점에서 스포츠를 바라보게 됐습니다.” 이 사장은 국내 인구의 70∼80% 이상이 케이블 등을 접하는 상황에서 지상파도 여러 매체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여기고 있다. “물론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큰 대회는 지상파가 담당해야 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미디어가 속속 출현하고 있는 가운데 지상파가 타 매체에 대한 도움을 꺼리는 등 오히려 각 매체 사이의 벽이 견고해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이 사장의 궁극적인 목표는 스포츠와, 이를 방송하는 채널, 그리고 기업으로 이어지는 커뮤니케이션의 중간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 한국 기업들이 스포츠를 징검다리 삼아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통로를 활성화시키는 데에 꿈을 두고 있다. ■ 이희진사장 프로필 ●1965년 서울 출생 ●서울 문창초-신림중-문일고-한국외대(영어과)졸업 ●부인 임지희(36)씨와 1녀 ●1991년 KBS영상사업단 입사 ●1997∼2000년 IMG 한국지사 근무 ●2000년 미국프로농구(NBA) 홍 콩 지사, 인터넷미디어사 Sports.com 근무 ●2001년∼ 스포츠마케팅사 SNE 사장·2005년 스포츠전문 케이블 채널 Xports 및 스포츠마케팅사 IBsports 사장 글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수도권플러스] 잠실 주경기장 웨딩촬영 개방

    서울시체육시설관리사업소는 17일 초대형 전광판을 이용할 수 있는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을 웨딩 야외촬영 장소로 개방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올림픽주경기장 주변 체육공원은 야외촬영 장소로 많이 활용됐으나 경기장 내부가 개방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예비부부들은 이곳에서 가로 38.4m 세로 14.2m 크기의 초대형 전광판에 자신들의 모습이 비춰지는 것을 감상할 수 있으며 원하는 문구를 넣을 수도 있다. 경기장 내부에서 웨딩촬영을 하는 비용은 전광판 이용료를 포함에 30분에 20만원이다.10만원을 추가하면 30분 연장 사용이 가능하다. 반드시 전화를 통해 미리 예약해야 하며 경기장에서 공식행사가 없는 날은 언제라도 이용 가능하다. 이용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다.(02)2240-8711,8746).
  • [박기철의 플레이볼] 야구의 산증인 ‘야구 기자’

    1989년 7월19일,MBC 청룡과 OB 베어스의 잠실 경기의 공식기록원이던 필자는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판정을 내렸다.1회초 청룡의 2번타자 윤덕규의 타구가 불규칙 바운드를 일으키며 2루수 어깨를 맞고 옆으로 튀어나갔다. 타자는 당연히 1루에 세이프. 불규칙 바운드이긴 했지만 몸으로 각도만 잘 잡으면 잡을 수 있었던 타구로 생각한 필자는 2루수 실책으로 판정을 내렸다. 그런데 문제는 김광수가 그날까지 2루수로서 64경기 연속 무실책 기록을 이어오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안타로 판정을 했다면 그의 대기록은 상당 기간을 더 이어질 수 있었다. 전광판의 에러 표시등에 불이 켜지자 기록실 옆의 창문이 세차게 열렸다. 기록실 옆은 기자실이 있었다. 창문을 연 사람은 스포츠서울의 이종남 기자.“야! 그게 에러야?” “그렇게 봤는데요?” “그래? 알았어!” 창문이 열릴 때보다 더 세게 닫혔다. 다음날 신문에는 기록원의 잘못으로 선수의 대기록이 중단되었다는 기사가 대문짝만 하게 실렸다. 메이저리그의 초창기에 공식기록원은 야구 기자가 겸직하던 직책이었다. 최초의 공식기록원은 야구 기자로도 최초이던 헨리 채드윅이 맡아서 타율이나 방어율 등 요즘 야구의 기록법을 창안해 냈고 신문에 박스스코어를 게재하기 시작했다.19세기말의 역사다. 채드윅은 저널리즘을 통해 야구를 보급하는 데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 최초의 야구규칙서 출판, 최초의 박스스코어 게재, 최초의 야구 가이드북 발간 등을 시작한 그는 1938년, 창립 2년차인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다. 영국 출신인 채드윅은 어릴 때 크리켓을 즐겼다. 언론인 출신의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온 그는 신혼 여행길에 뉴저지의 엘레지안 필드에서 진행 중인 초창기의 야구 경기를 보고 그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그때부터 야구 기자를 천직으로 선택한 그는 뉴욕 클리퍼, 뉴욕 트리뷴, 스폴딩 가이드의 기자와 편집장을 거치며 언론을 통한 야구 보급에 일생을 바친다. 김광수의 실책 판정을 매섭게 질책했던 이종남 기자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채드윅과 같은 역할을 했다. 스포츠서울의 창간 멤버로서 박스스코어보다 더욱 상세한 ‘땅표’를 최초로 게재했다. 초임기자 시절에 ‘야구산업사’라는 거창한 이름의 출판사를 차려 ‘스탠드의 명심판’이라는 책을 발간한 것을 시작으로 20여권에 달하는 야구 서적을 출간했다. 야구 기자로서 많은 후배 기자들은 물론이고 필자처럼 다른 분야에 있는 사람들까지 챙기고 야단치며 키워낸 그의 공헌은 채드윅 이상이다. 최근에 출간한 ‘인천야구사’는 신문사의 경영진으로서 바쁜 시간을 틈내 병마와 싸우면서도 저술해냈다. 지금은 일선에서 은퇴했지만 하루 빨리 쾌차하길 기원한다. ‘스포츠투아이’ 상무이사 tycobb@sports2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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