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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년만의 행정조직 개편 인상적/고바야시 가즈히로

    ◎통일 대비한 국민역량 결집이 과제 한국 정치는 다이내믹하다.좋게 말하면 활력이 있는 반면 혼란과 격동을 되풀이해 왔다고도 할 수 있다.앞선 대통령은 쫓기듯,때로는 테러에 의해 정치생명을 마감하고 그 다음 대통령은 과거 전부를 부정하는 것을 시발로 스스로의 체제를 구축했다.이 때문에 세상 전체가 정치를 중심으로 요동치는 역사를 되풀이했다.이것이 한국 정치에 대한 인상이다. 김영삼대통령 취임 2년이 지났다.그동안 한국 정치의 다이내믹함은 혼란이 아닌 활력이 전면에 나오는 플러스 방향으로 움직였다.「신한국의 창조」를 기치로 내세운 김대통령은 우선 부정·부패의 적발을 강력하게 추진했다.성역인 군과 안기부 혹은 정계실력자,경찰및 검찰,여기에 은행 등에도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댔다.또 3대째 이어오는 군출신 대통령을 떠받쳐온 이른바 「정치군인」의 제거도 단행했다.김대통령이 슬로건으로 내세운 「문민정치」는 착실하게 열매를 맺고 있다. 앞서 한국정치는 권력 대 반체제라고 하는 대립 구도가 계속됐다.이는 혼란의 커다란원인이었다.지금 반체제는 급속히 세력이 줄어들어 국민의 동조를 얻지 못하게 됐다.「문민정치」의 정당성을 국민들이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게다가 금융실명제를 실현하고 지난해 말에는 40년만이라고 하는 대폭적인 행정기구 개혁을 단행했다.정치의 지도력이 행정개혁의 문턱에서 우물쭈물하고 있는 일본 입장에서 본다면 대통령제의 장점을 충분히 살려 지도력을 발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제부터 김대통령은 정권의 반환점에 다다른다.지금까지 많은 성과를 거뒀지만 대통령으로서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가 아닌가는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지난해 가을 한국 국내를 비탄에 빠지게 하고 또 분노를 맛보게 한 성수대교 추락 사고에서 보는 것처럼 경제성장지상주의,금전만능주의는 공공 건조물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의식 속에도 들어가 있다.외국인들 대부분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김포공항 택시의 바가지 요금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광경이다.길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가짜상표 제품도 「선진조국」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다. 『사회의기강이 해이해져 무책임과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있다.과소비와 사치가 넘치고 금전만능의 검은 구름이 이 땅을 덮고 있다』고 김대통령이 지적한 것처럼 「한국병」의 치료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김대통령은 개혁에 나서면서 『우리 모두가 고통을 분담하자』고 국민에게 여러번 호소했다.개혁에는 고통과 인내가 따르는 법이다.그러나 국민이 고통을 참는데는 참으면 멀지않아 공평한 이익을 얻을 것을 실감할 수 있어야 한다.줄을 서서 기다리면 반드시 자기 차례가 와서 똑같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면 기다리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한국병」의 치료도 곤란할 것이다. 역대 정권들도 발족 당시는 사회개혁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부정없는 공정한 사회의 실현에 몰두했다.그러나 곧 주위에는 예스맨만 모여들어 지연·혈연의 정실로 흘러 썩은 냄새를 풍기곤 했다.그러나 김대통령의 사회개혁 제도개혁의 추진 방법은 전광석화와 같아 가슴이 후련해지는 기분이 들도록 한다.청렴결백은 김대통령의 가장 매력있는 부분이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개혁을 실행하는 방법에 있어 원맨,독주 등의 비판이 있다는 것이다.이 비판을 되돌리기 위해 김대통령은 모처럼 실현한 민주화의 길을 넓혀 다음 세대에도 계속되도록 할 책임이 있다.누가 하더라도 민주적 정치가 가능하도록,민주정치로부터 벗어나면 국민이 시정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법과 제도로서 확립시켜야 한다.이번 개혁이 김대통령 개인의 역량에 따라 행해진 것은 틀림없지만 단절되지 않는 개혁과 민주화를 진전시킬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두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정착되지 않는다. 사람과 정에 의한 「인치국가」,「정치국가」가 아닌 「법치국가」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이것이 김대통령이 다음 과제로서 내세운 세계화를 실현하는 길로 이어지는 것이다. 「세계화」는 선진국을 목표로 정치 경제 사회 그리고 국민의식까지도 개혁하자는 것이 아니겠는가.「세계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는데는 국민이 개혁의 열매를 손에 넣는 것이 가능하다고 확신하는가 아닌가가 열쇠다.그래서 「세계화」는 멀지않아 오게 될 남북통일의 준비도 된다.역대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김대통령에게도 남북통일은 최고의 과제다.남북 정상회담에 합의했지만 상대를 잃었다.모처럼의 기회를 놓친 것은 아무래도 아쉽다.조속한 시일안에 남북교류와 화해는 어렵다. 냉전종결이 멀지않아 한반도에도 남북통일을 가져올 것은 틀림없다.하지만 남북의 국력 차가 6대1,7대1이나 되는 현상황에서 조용한 통일은 어렵다.한국에 막대한 경제적 부담이 지워질 것은 분명하다.남북통일을 가능한 한 혼란없이 이루는데는 한국의 경제기반을 보다 강고히 하고 필요하다면 생활수준의 저하도 받아들일 국민의식 형성이 필요하다. 「세계화」는 한국인의 비원인 통일국가 실현과 크게 관련돼 있다.다양한 의식을 갖는 「세계화」에 대해 어느 정도 국민의 이해와 협력을 얻을 수 있는가가 김대통령의 3년째 이후를 점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 불 여객기 납치범 진압 “긴박의 순간”

    ◎기내교전→인질구출 「15분 섬광작전」/출입문 폭파… 검은 복면 요원들 진입/조종실앞 수류탄 공방… 납치범 소탕 전광석화같은 진압작전은 불과 10여초,인질들이 모두 기내를 탈출해 상황이 끝날때까지도 불과 1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GIGN으로 불리는 프랑스 특수진압부대요원들의 에어프랑스여객기 인질구출작전은 범인들이 파리로 가기 위한 연료를 넣으라고 요구한 최후통첩시한인 26일 하오5시(한국시간 27일 상오1시)가 조금 지나 개시됐다.이 시각 발라뒤르 프랑스총리가 최후통첩을 무시한채 공격명령을 내렸던 것이다. 최후통첩시간까지 연료를 넣지 않을 경우 인질들을 모두 사살하겠다고 위협하던 범인들이 마침내 인질 한명을 사살하고 이어 관제탑을 향해 수발의 총격을 가했다. 순간 갑자기 활주로상 비행기주변에는 연막탄이 떨어졌고 곧이어 비행기의 오른쪽 앞과 뒤·중간 출입문쪽에 검은색옷에 복면을 한 50여명의 진압요원들이 재빠르게 몸을 움직여 비행기를 감쌌다.시간은 하오 5시15분. 앞쪽 출입구에는 트랩이 놓여있었는데 요원 6∼7명이 그위를 사뿐이 올라 한사람은 출입문을 열기 위해 앉은 자세로 손을 움직였고 나머지는 총을 비행기안쪽으로 겨눈채 수초동안 긴장된 순간을 보냈다. 이 사이 중간과 뒤쪽의 출입문에도 요원들은 순식간에 비상문에 폭발물을 설치했다.곧이어 짧은 폭발음이 나면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문이 활짝 열림과 동시에 요원들이 총격을 가하며 안으로 들어갔다.앞문으로 올라간 요원들도 잽싸게 문을 활짝 열어젖혔고 2∼3명은 즉각 안으로 총을 쏘며 뛰어들었다. 인질을 잡고 있으니 어떻게 하겠느냐며 마음놓고 있던 범인들은 급작스런 폭음과 총격에 놀라 진압요원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그 순간 조종석에서는 승무원 한사람이 인질상태로 있다가 범인들이 놀란틈을 이용,창문으로 몸을 날려 활주로바닥에 떨어져 탈출했다.그는 다리와 팔에 골절상을 당했음에도 절뚝거리며 자리를 피해 달아났다. 범인가운데 앞문쪽에 서있던 한명이 수류탄을 던졌다.먼저 들어간 요원 한명이 피할 겨를도 없이 폭발과 함께 팔이 잘린채 그자리에 쓰러졌다. 범인들의 완강한 응사에 잠시 멈짓하던 앞쪽의 특수대원들은 조정석의 승무원 인질이 안전하게 탈출한 것을 알고는 조정석부근에 몰려있는 범인들을 향해 수류탄을 던졌다.그러나 첫번째 수류탄이 불발이 되고 범인들도 순간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요원들은 재차 2·3번째 수류탄을 던졌고,이 수류탄들이 문틈을 통해 조정석안으로 들어가 터지면서 오렌지색 섬광이 번쩍였다.비행기 앞쪽내부가 파괴되면서 이곳에 몰려있던 3명의 범인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동시에 중간문으로 올라간 요원들은 승객들을 향해 『업드려!』라고 외치며 앞쪽의 복도중간에 서있던 범인 한명을 향해 응사하는 사이 또다른 요원은 총격속에서도 승객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문을 열고 비상슬라이드를 폈다. 총격속에 몇분이 지나지 않아 승객들은 열어진 총성속에서 슬라이드를 타고 내려오기 시작했고 비행기주위에서 경계중이던 요원들이 이들을 호위했다. ◎인질구출 주역 GIGN 알제리 과격파 회교원리주의 납치범들에게 억류된 에어 프랑스여객기를 기습,인질들을거의 완벽하게 구출해낸 특공대는 프랑스 국방부산하 헌병대의 최정예 특수작전부대. 정식명칭이 GIGN(GROUPED’INTERVENTIONDELAGENDARMERIENATIONALE)으로 알려진 이 특수테러진압부대는 지난 72년 뮌헨올림픽 선수촌학살사건이 있은후 74년 은밀하게 창설됐다.지휘관은 드니 파비에소령.파리근교 사토리에 본부가 있는 GIGN은 작전요원 60명을 포함,87명의 4개 작전단으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정예작전요원들은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인질·테러사건들을 분석하고 이러한 사건의 해결을 위해 혹독한 훈련을 받고 있다. 프랑스가 마지막 순간에 비장의 카드로 활용하고 있는 이 부대는 지금까지 비행기 납치,프랑스 옛식민지의 게릴라전,흉악범및 교도소폭동등 6백50여차례의 특수상황 진압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오며 5백20여명의 여객기승객을 구출해냈다.과학적인 작전계획과 엄청난 병참지원으로 아직까지 작전에 실패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마르크와 루블(외언내언)

    제1차대전이 끝난 뒤 독일의 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막 끝낸 미국인에게 웨이터가 수프 한 접시를 추가로 날라다 주며 말했다.『손님이 식사하시는 동안에 달러에 대한 마르크화의 가치가 수프값만큼 또 떨어 졌습니다』 당시 독일은 전쟁으로 많은 산업시설이 파괴돼 물자공급이 달리는 데다 패전에 따른 배상금마련을 위해 마르크를 마구 찍어 냈던 것이다.당연히 돈 값어치는 매우 빠르게 떨어져 21년초 1달러에 4마르크이던 교환비율이 두해가 지난 23년1월에는 4만 마르크로,7월 1백만 마르크 그리고 10월에는 1조마르크로 하락했다.가히 천문학적 수치요 전광석화의 속도였다.23년 11월 시점에서 볼때 10년전에 비해 물가는 무려 1조4천2백29배가 오른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결국 승전국들은 배상금을 거의 받지 못한채 마르크의 명목가치를 1조대1로 바꾸게 함으로써 극치를 이루던 독일인플레의 드라마는 막을 내렸다. 그러나 이같은 마르크화의 폭락은 역사상 가장 민주적인 헌법을 만들었다는 바이마르공화국대신 히틀러의 독재정권을 등장시켰던 것이다.때문에 적잖은 서방 전문가들이 요즘 거듭되는 러시아루블화의 폭락현상을 지켜보면서 과거 독일의 예를 떠 올리는 것 같다. 14세기부터 사용된 오랜 역사를 지닌데다 옛 소련 경제권의 당당한 기축통화였던 루블은 70,80년대만해도 1달러에 0.6루블로 공시될 정도의 체면을 지킬수 있었다.그러던 것이 90년대에 들어 걷잡을 수 없게 끔 약세를 보여 지난해 5월 달러당 1천루블에서 올 7월 2천루블,최근엔 4천루블에 육박하고 있으며 연말쯤엔 1만루블선으로 곤두박질할 전망이다.그만큼 경제가 곤경에 빠졌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경제파탄과 함께 옛 영광의 회복을 명분으로 내세우는 강성공산보수세력이 다시 등장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수는 없을 것 같다.
  • 미·북 회담절차·내용 함구로 일관/베를린 전문가회의 이모저모

    ◎미대표단 10명 택시타고 회의장 도착/북관계자 독 경수로에 관심표명 “눈길” 제네바 북미고위급회담을 2주 앞두고 핵문제해결의 기술적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10일 상오10시 베를린에서 열린 전문가회의는 내용은 물론 일정조차 일체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는등 극도의 보안속에 진행됐다.베를린 현지의 한 외교소식통은 이와관련 『미국측은 이번 회의가 정치적으로 확대해석돼 요란스레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것 같다』며 따라서 이번 회의는 발표문도 없고 브리핑도 없으며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조차 없는 특이한 국제회의가 될것이라고 전망했다.이에 반해 북한측은 취재기자등록을 받는등 홍보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으나 회담내용에 대한 「함구」는 미측과 마찬가지였다 ○…게리 세이모어 국무부 지역비핵확산국 부과장을 수석대표로 하는 미전문가 대표단 10명은 10일 상오 9시40분쯤 베를린 중심부에 위치한 북한 이익대표부에 도착,첫날 회의 일정에 들어갔다. 이들은 예상외로 3대의 택시에 나눠타고 도착해 이번 회담을 될수록 드러나지않도록 조심스럽게 진행할 것이라는 미국측 기본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케 했다. 한 미국 대표단 관계자는 차에서 내리면서 『안녕하십니까』라고 우리말로 북한측 김정우대표에게 인사해 눈길을 끌었고 한국인으로 보이는 남자도 대표단에 포함돼있어 미측이 의사소통의 명료성 확보에 크게 신경을 썼음을 입증. ○…북한이익대표부 관계자는 이날 몰려든 50여명의 외신및 한국취재진중 일부가 북한의 「독일경수로 관심설」에 대해 질문하자 분명하게 『관심있다』고 답변해 눈길. 그는 그러나 이 문제가 어떻게 풀려나갈지에 대해서는 『회담이 진행되어야 알수있을 것』이라고 말해 북한측이 이 문제를 최종대안으로 강력히 밀고나갈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않음을 시사. 북측은 이번 회담 취재진의 편의를 위해 이익대표부 입구쪽 경내 일부를 개방했으나 회담이 진행되고 있는 건물주변에는 차단선을 치고 접근을 통제했다. ○…이날 회의가 열린 베를린 주재 북한이익대표부는 구동독주재 북한대사관건물로 통독이후 북·독외교관계가 끊어짐으로써 「이익대표부」로 간판만 바꿔단 건물. 동베를린 중심가인 글링카가 7에 위치한 북한 이익대표부는 5층짜리 본관건물과 공관원숙소등 모두 3개 건물에 대지 2천평의 대형공관. 이 공관에는 평양에서 파견된 9명의 외교관이 근무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건물의 상당부분은 현지인들에게 세를 놓아 임대료수입만도 상당한 액수에 이른다. ○…한편 지난 8일 베를린에 먼저 도착한 김정우 대외경제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은 공항에서 「전광석화」같은 도착성명 발표후 일체 질문도 받지않고 바로 북한 이익대표부내 숙소로 직행했었다. 이익대표부측은 취재기자 등록신청을 받는등 회의의 모양을 갖추려는 움직임도 보였으나 회의 개막전날인 9일 저녁까지도 이번 회담과 관련한 실질적 내용이나 심지어는 절차사항까지도 일체 문의에 답하지않았다. ◎갈루치 대북정책세미나 일문일답/“「특별사찰­경수로 지원」 연계 확고/한·미 북핵대응 공조체제 변함없다/핵 해결돼야 「연락사무소」 상호개설 미·북고위회담의 미측 수석대표인 로버트 갈루치 국무부차관보는 9일 카네기평화재단의 「클린턴행정부의 대북한정책」세미나 초청연사로 참석,앞으로의 대북핵협상에 임하는 기본입장등을 상세히 밝혔다.오는 23일 제네바에서 속개될 미·북고위회담을 앞두고 밝힌 그의 견해는 미국의 입장을 총정리한 것으로 평가된다.다음은 이날의 질문답변요지. ­남북한관계와 미·북관계는 어떤 함수관계에 있는가. ▲남북한관계는 별진전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핵문제의 광범하고 철저한 해결의 일환으로 연락사무소개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나아가 북한과 관계정상화를 지향하고 있다.그러나 우리가 그같은 방향으로 진전할 수 있느냐 여부는 북한이 한국과의 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느냐 또 그러한 자세가 되어 있느냐에 달려 있다.북한이 우리와 문제를 해결하려면 남북관계를 진전시켜야 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우리는 한국과의 관계를 희생시키면서까지 북한과 화해를 추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특별사찰전에 연락사무소개설과 경수로지원이 가능한가. ▲협상중에 있기 때문에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다.그러나 북한이 핵안전조치를 십분 수용,특별사찰을 받아야 하며 그 이전에는 경수로는 물론 이의 건설에 따르는 어떤 주요장비도 제공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히 할 수 있다.특별사찰은 움직일 수 없는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다.경수로건설은 여러 변수에 따라 5년,8년 또는 9년이 걸릴 수도 있다.또 건설과정에서 필요한 조치들도 이행되어야 한다.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체제에 완전복귀하면 전면적인 핵안전조치에 의거,일반및 임시사찰을 즉각 받아야 한다.물론 핵동결도 계속 이행되어야 한다.특별사찰의 실질적 이행은 문제해결을 위해 당장 이뤄질 필요는 없다는 것이 우리의 견해다.그러나 경수로가 제공되기까지는 여러가지 이행되어야 할 사항들이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특별사찰이다.나머지 사항은 협상을 앞두고 있어 더이상 언급할 수 없다. ­저수조에 담겨 있는 폐연료봉이 언제부터 위험한 상태에 들어가는가.대체에너지의 공급은 석유공급을 의미하는가,아니면 한국으로부터의 송전을 뜻하는가. ▲폐연료봉의 위험도는연료봉에 입힌 피복의 종류,저수조 물의 상태,저수조보관당시의 연료봉상태에 따라 달라지므로 그 정확한 실태는 북한밖에 모른다.부식이 심해지면 방사능이 유출되는 것은 물론 화재를 일으킬 수도 있다.국제원자력기구(IAEA)도 감시만 하고 구체적인 분석은 할 수 없기 때문에 위험수준을 알 수 없다.우리가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는 기술지원을 제의했지만 북한은 자신들이 처리하겠다며 거절했다.폐연료봉 부식에 따르는 위험은 전적으로 북한의 문제다. 북한이 건설해오던 2개의 원자로가 완공될 경우 2백50MW의 발전용량을 가지게 되나 이를 중지하고 대신 2천MW 경수로를 지원받기로 한 것이다.전자의 완성시기가 96년,97년인데 경수로건설은 5∼9년이 걸리므로 이 기간의 에너지공급 공백을 메우기 위해 대체에너지공급방안을 강구하는 것이다. ­평양의 연락사무소개설을 위한 전문가회의는 무엇을 다루게 되는가. ▲매우 실무적인 사항으로 기술적인 것들이다.연락사무소를 개설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해결해야 할 사항들이 많다.전문가회의는 협상을하는 곳은 아니다.또한 연락사무소개설에 따르는 조건들을 따지는 것도 아니다. ­남북대화와 연락사무소의 개설은 어떤 연관이 있는가. ▲대북전략전술에 대해서는 정부간 또는 정부내에서도 이견이 있을 수 있다.한·미간에도 협상전술면에 견해차이가 없다고 한다면 오히려 그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일 것이다.그러나 본질적인 입장차이는 전혀 없다.최근 한국에서의 일부보도들은 양국간의 이같은 차이를 확대한 것이다.때때로 연기는 났을지 몰라도 결코 불이 난 적은 없다.한·미간에는 그 어느때보다 더 밀접한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경수로제공 자금조달은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의 처음 구상은 북한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경우 여러 나라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뒷받침하자는 것이었다.이 문제에 대한 우리의 목표는 한국형경수로를 북측에 판매토록 하는 것이 아니라 핵비확산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다.그러나 우리는 경수로지원 프로젝트에서 한국이 재정면으로나 건설면에서 중심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앞으로 여러 나라들과 더 협의를 할것이다. ­북한은 독일형경수로를 희망하고 있는가. ▲북한측에서 독일의 지멘스원자로를 염두에 두고 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으나 아직 그 문제를 논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 없다. ­북한의 NPT복귀의 결과로 연락사무소개설이 이뤄지는 것인가.시간적으로 어느 것이 먼저 오는 것인가. ▲연락사무소가 언제 개설된다고 그 시기를 말할 수는 없다.그러나 개설준비 자체는 앞으로 진행될 것이다.연락사무소개설은 정치적으로 중요한 단계적 조치이기 때문에 핵문제해결과정이 충분히 성숙되었을 때 이뤄질 것으로 본다.
  • 과연 전쟁은 날것인가(이동화칼럼)

    『한국에서 과연 전쟁상황이 벌어질 것인가』­. 지난달 22일부터 약2주일동안 미국의 몇몇 도시를 다니며 남북문제에 관해 교민들과 의견을 교환할 기회를 가졌을때 집중적으로 제기됐던 관심사가 바로 이점이었다.평통자문위원 뉴욕·애틀랜타·휴스턴·로스앤젤레스지역협의회가 주최한 통일문제토론회에서마다 참석교민들의 질문초점은 여기에 맞춰져 있었다. 그러지 않아도 한반도정세에 불안을 느끼던 터에 때마침 판문점남북접촉 도중 북측대표가 『서울이 불바다가 될것』이라는 협박성 폭언을 한 직후라 많은 교민들은 한국에서 전쟁이 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매우 염려하고 있는 중이었다.공사석에서 만난 교민들중 여러명이 한국의 가족과 친지들에게 분위기와 안부를 묻는 전화를 했으며 심지어 걱정이 되어 한국에 달려간 사람도 있다고 알려주었다. 마치 LA에 강도높은 지진이 났거나 흑인폭동이 일어났을때 현지를 걱정하던 서울의 모습과 비슷한 상황이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한국쪽에 전화를 해본 이들은 그곳의 너무나도 태평한 반응과 분위기에 오히려 당혹하는 모습들이었다. ○미국의 결정은 곧 행동 「전쟁」의 가능성을 보는 교민들의 관점은 약 세가지로 집약되었다.첫째 미국 정부는 어떤 결정을 내리면 곧바로 행동에 들어간다는 것이었다.상대가 누구든 제삼자가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말이다.이라크의 후세인에 대한 응징공격,리비아의 카다피 숙소폭격,파나마의 노리에가 납치구속등 군사행동은 결정되자마자 전광석화와 같이 실행되었던 것을 예로 들었다. 둘째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현재 「화이트 워터 스캔들」속에서 허덕이고 있다.워터게이트호텔 도청사건으로 대통령직에서 도중하차한 닉슨의 경우가 되고마느냐 아니냐의 기로에 서있는 것이다.이같은 궁지에서 벗어나기위해 북한응징카드를 씀으로써 국민들의 이목을 돌리고 국면을 전환해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셋째 국제무기상들의 로비에 크게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들었다.특히 미국의 군수산업은 미소를 축으로 했던 냉전의 해소와 함께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이제 생사의 기로에 몰려있기에 「전쟁로비」를 할 수밖에없으며 그 대상이 한반도 일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제기에 대해 ▲미국이 만약 「결정」을 한다면 보다 명분을 축적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국내문제를 호도하기위해 밖에서 일을 만들어 국민들의 눈을 돌리게하는 짓은 합리성을 결여한 것으로 후진적 사고에서 나올수 있는 가상이다. ▲한반도에서는 전쟁아닌 긴장조성만으로도 물건을 팔수있다는 등의 반론도 있었지만 토론 대세는 전쟁가능성이었다. 교민들의 이같은 관점은 북한의 도발에 의한 전쟁이라 하더라도 미국의 교묘한 유도에 의 한 것이 될것이라고 보는 것이기에 놀라웠다.미국사회에 대한 강한 불신의 표현으로 생각되었다.소수민족으로서 살아가는데 많은 고초를 겪었다는 증좌이다. 어떤 사람은 본국에 전쟁이 나면 그동안 이민와서 고생한 것이 부질없는 짓은 아니었다는 보상심리적 측면의 고백을 하기도 했으나 사실 이들의 「전쟁론」에 가장 결정적 영향을 미친것은 미국의 언론이었다.신문·방송 특히 TV가 한국에 곧 전쟁이라도 터질것같이 호들갑을떨었고 이를 직접보거나 전해들은 사람들의 사고가 그쪽으로 경도되는 것은 당연했다. 걸프전에서 재미를 본 CNN이 한국에도 전쟁중계팀을 대거 보냈다가 맥없이 철수한 적이 있지만 ABC·CBS·NBC가 주말의 한국사태 악화에 대비하는 경쟁을 벌이는 휴스턴에서의 모습은 정말 충격적이었다.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주말에 집을 지키다 코멘트를 해줄 교민의 알선을 한인회에 모두 부탁해온 것이다.이런 상황이니 분위기가 「전쟁우려」로 갈만했다. ○역량강화로 억지력을 그러나 한국에서는 떠나기 전에도 돌아온 후에도 전쟁에 대한 우려나 긴장감은 거의 없어 신기한 느낌이 들 정도다.전쟁이 나지야 않겠지만 이문제를 심각히 생각해보지조차 않는다면 이 또한 큰일이다.물론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정부로서는 최악의 사태에 대비함은 물론 파급효과를 최소로 줄이는 노력을 배가함이 필요하다.이미 외국인투자와 관광객유치등에 영향을 받고있지 않은가. 이번을 계기로 다잡아야 할것이 있다.우선 강한 안보역량의 확보로 전쟁억지력을 키워야 한다.여기에는 패트리어트같은 신무기도 필요하지만 군의 기강과 사기의 확보가 중요하다.군인이 폭행과 강도까지 하는 사례가 자주 나와서는 안된다. 또 국민들의 감상적 대북관 시정이 필요하다.북한의 정권이나 지도자를 북한주민과 혼동해서 보는데서 감상이 싹튼다.이런 지적이 「보수」또는 「시대착오」라는 역매카시즘의 표적이 되어서는 더욱 안된다.
  • 신한국 기틀 다진 김영삼 개혁 1년(사설)

    김영삼대통령의 문민정부가 변화와 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돛을 올린지 오늘로 1년이 된다.지난 한햇동안 나라와 사회의 겉과 속이 탈바꿈한 정도와 진폭은 새로운 역사의 출발에 가름될 혁명적인 전환이라 할만하다. 사소한 문제점을 논외로 한다면 비민주와 저효률의 낡은 권위주의체제를 민주화와 경쟁력의 새로운 문민체제로 탈바꿈하는 계획된 개혁을 그처럼 짧은 기간에 순조롭게 진전시킨 사례는 사실 흔치 않다. 러시아나 일부 동구권의 예를 빌리지 않더라도 불과 1년여전의 국내 상황을 돌이켜보면 문민정부의 개혁1년은 하나의 값진 승리의 기록으로 두드러진다.92년말 김영삼후보가 40%정도의 지지로 당선됐을때만 해도 개혁의 의지와 능력은 미지수였으며 한세대에 걸친 권위주의체제의 청산과 개혁에 의한 부패척결·기강확립 과제를 제시했을때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던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개혁의 솔선수범 개혁의 역학관계에 입각한 당시 일말의 회의론은 문민우위의 전통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강권통치수단이 없는데다 문민정부의 문약성때문에 아무리 정통성이 있다 하더라도 과연 거대한 구체제의 잔재를 제압할 수 있을 것인가,만약의 심각한 위기상황이 올 가능성은 없는가 하는 것이었다. 더욱이 세대간 지역간 계층간에 깊게 패인 갈등구조 속에서 법과 질서,사회기강의 확립에 실패한 구정권의 전철을 밟아 혼란과 무질서라는 과비용을 강요하거나 새로운 리더십자체가 스스로의 정권관리의 필요성 때문에 부패구조에 안주하는 기득권수호자로 변질되지 않을까 하는 불신감에 비추어 볼 때 지난1년은 권력에 대한 재래의 고정관념이 빗나가는 이변을 경험한 기간이기도 하다. 취임하자마자 칼국수와 새벽조깅으로 상징되는 역동성과 한푼의 정치자금도 받지 않겠다는 반부패선언으로 점화된 김영삼개혁은 출범전의 우려와 불안을 말끔히 씻고 당초 국민적 기대수준을 초과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된다. 30여년간 권위주의통치가 남긴 모든 분야의 비정상을 정상으로 복원하고 무한경쟁으로 요약되는 세계적 변화의 도전을 극복할 수 있는 민주적이고 효율적인 국가체제의 기반을 튼튼히구축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기대이상의 성공 대통령의 전광석화같은 사정의 칼로 시작된 개혁의 질풍노도는 전시대의 숙원이었던 권위주의 잔재와 부패구조의 청산을 단숨에 끝내고 국민의식과 행태의 변화와 제도적인 틀을 바꾸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성역없는 사정을 통한 공직사회정화와 군부내의 사조직정리,군인사개혁,안기부와 경호실책임자의 민간인기용과 정치사찰금지등 권력운용의 문민우위전통확립과 비정상적인 통치구조의 개편은 국가안보 부서를 제자리에 돌려놓은,획기적인 민주체제의 공고화로서 역사적 의미를 부여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대통령이 스스로의 재산을 공개함으로써 시작된 공직자재산등록과 공직자윤리법의 개정,금융실명제의 실시는 지금까지 어떤 정권도 실현하지 못했던 개혁 제도화노력의 결실이다.또한 1천3백여명의 비위공직자정화를 비롯한 부패척결작업은 사회의 도덕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민주·효율의 체제 새로운 문민질서가 정착되면서 우리사회는 이제 과거시대와 같은 정권상대의 극한적저항이 해소되고 각부문의 관심이 각론적정책과제로 쏠리는 선진국 수준의 안정된 분위기로 변모하고 있다.국민역량의 소모를 가져온 학원과 노사의 긴장상황이 평온해지고 반체제세력의 활동이 입지를 잃고 있는 새로운 현상이 그것이다. 앞으로 개혁의 과제는 지난 1년동안에 나온 「대통령 혼자서하는 개혁」이라는 비판과 지적속에 압축되어 있다.지금까지 실현된 개혁사례는 대부분 대통령이 주체가 되었다. 정치자금 수수중단,재산공개,금융실명제,사정 그리고 법과 제도개혁등 중요한 것은 모두가 대통령의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다.통합선거법등 정치관계법의 개혁은 대통령이 정권적차원의 과거식 기득권을 포기하면서 정치권에 맡겼으나 여당은 물론 야당까지 대통령의 성화를 볼모로 삼아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켜보려는 구태의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어 지지부진의 상태다. 공직사회의 무사안일과 복지불동도 같은 맥락의 현상이라 할만하다.내각과 행정부도 대통령을 따르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본격적 개혁은 이러한 한국 병을 스스로 치유하는데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정치권 개혁이 과제 권력의 핵심이 개혁으로 돌아선 이상 대칭되는 입장에 있는 지식인,언론,기업등 사회 각부문과 제세력,나아가 국민 각자의 행태가 함께 바뀌지 않고서는 온전한 개혁이 될 수 없다.저항과 대립의 논리는 개혁이 변함없는한 창조와 협력의 동참으로 이어져야 한다.경쟁력 있는 체제는 생산의 결과를 위한것인만큼 고통분담과 생산의 증대에 나서야 할것이다. 그런점에서 초기의 불가측성을 전술로 하는 전격적 개혁이 예측가능성을 넓히는 법과 제도,정책의 개혁으로 바뀌고 있음을 모두가 좀더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이 요청된다.함께 헌신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물가,노사문제의 해결과 경제회생은 국가 경쟁력의 강화와 더불어 보다 확실히 가시화 될것이다.
  • 양수겸장과 전광석화(이동화칼럼)

    행정의 질을 높이기 위한 개혁차원의 문제제기와 구상들이 최근 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앞으로의 진전이 주목된다. 대표적으로 지난연말 우루과이라운드(UR)강정에 따른 국제경쟁력 강화문제,올들어 낙동강 수돗물 파문속에 나온 깨끗한 물 관리문제가 제기됐다.그 가운데 막대한 투자재원이 필요한 사안은 제쳐놓고 기업등에 대한 규제의 대폭완화라든가 수돗물 관리체계의 일원화 등은 개선이 아닌 행정개혁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과제들이다. 또 내년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최근 여야간에 활발히 오가고 있는 지방행정구역 통합개편 논의 역시 이 범주에 속한다 하겠다.지난해 정부기구개편 과정이후 단속적으로 제기되었던 경제기획원의 기구축소나 존폐문제라든가 서해페리참사직후 나왔던 해양관할부서의 일원화 등도 행정개혁적 측면의 접근이었다. 이 문제들이 어떤 결과에 도달할지는 아직 예측할 수 없지만 그 성패에는 추진하는 사람이나 세력의 의지,효율적 방안의 연구,장애요소와의 투쟁,그리고 국민적 지원을 얼마만큼 끌어낼수 있는지 여부등 복합적 요소가 작용할 것이다. 이런 요소들에 앞서 문제의식이 있어야 하고 나아가 문제제기부터 되어야 하는 것이 순서이다.최근 표출된 행정분야의 여러 개혁과제들은 고조된 개혁분위기에 무작정 편승한 측면도 적지 않겠지만 「시작이 반」이란 의미에서 매우 바람직한 것이다. 이같이 다양한 문제제기 현상은 올해 제도개혁이 본격화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문민정부 출범후 지난해의 개혁이 주로 사정에 중점을 둔 인적개혁의 인상이 짙었던 것과는 다르게 이제 개혁이 본궤도에 진입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특히 행정제도의 개혁은 군림하던 행정에서 서비스의 행정으로 바꿔보겠다는 방향전환의 강한 의지가 담겨있다. 이러한 개혁의 포인트는 비용을 줄이면서 효과를 끌어올리는 것이다.얼핏 생각하면 모순된 말이지만 행정 구석구석에 모순과 비합리가 도사리고 있기에 「양수겸장」이 가능한 것이고 그것이 행정개혁의 묘미라 할만하다. 그러나 모든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어떤 개혁이든 그렇지만 행정개혁도 기득권이라는 장애물과 힘든 씨름을 해야하기 때문이다.이 기득권은 관료편의주의와 부처이기주의로 무장되어 있기에 더더욱 부수기가 어렵다. 지난 88년 노태우대통령의 당선 직후 「작은 정부」를 내걸고 민관혼성의 행정개혁위원회까지 만들어 1년간의 심의끝에 나온 정부기구축소안이 불이익을 당할 해당부처의 이기적 반발에 부딪쳐 무산된 것이 그 예이다.아니,「작은 정부」는 커녕 오히려 기구가 늘어나기까지 했다.그때 해당부처의 로비는 그야말로 필사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었다. 또 하나의 사례로 그 당시 행정개혁의 문제가 떠올랐을때 어느 여당국회의원이 국회본회의 대정부질문을 통해 검찰·안기부·감사원등의 직급문제를 제기하려고 시도했다.이들 부서의 국·과장등 모든 직급이 타부서에 비해 높으니 힘도 세고 직급도 높아서야 되겠느냐는 지적을 하려한 것이다. 그러나 그가 사전에 질문원고를 배포하자 소속정당의 간부는 물론 친구·친척등 모든 채널을 통해 압력이 들어왔고 그는 결국 질문을 우회하고 말았고 이것이 두고두고 국회주변에서 화제로 남았었다.그만치 기득권 깨기가 어렵다는 증거이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문민정부의 발족과 함께 체육부가 문화부에,동력자원부가 상공부에 흡수 통합되어 제도개혁의 첫 작품으로 평가받았다.이같은 가시적 성과를 조기에 거둘 수 있었던 것은 88∼89년에 행정위를 통한 연구검토결과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89년 당시에도 이 연구안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있었으나 개혁의 기운이 기득권을 뚫을 수 없을 정도로 약했기 때문에 이루어지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개혁마인드가 강력한 새정부가 들어서니 이를 단번에 이룰 수 있었다.다만 개혁의지가 강하더라도 그런 문제에 대한 연구검토가 없어 뒤늦게 이를 시작했다면 전광석화같이 기득권의 벽을 뚫을 수 있었을까 의문이다.금융실명제도 이미 사전준비와 연구가 있었고 여기에 가장 중요한 개혁실천의지가 있었기에 예상보다 조기실시가 가능했으리라. 최근에 나온 「물 대책」을 놓고 일부에서는 「페놀사고대책」의 재판이라지만 그때 이미 물문제가 심각했으나 실천의지가 없었고 지금은 앞선정권으로부터 물려받은 멍에임에도 불구하고 개혁적 실천의지가 있기에 기대해 볼만한 것이다. 이런점에서 볼때 개혁,특히 행정개혁을 확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문제제기와 연구가 계속되는 분위기를 더욱 고양시킬 필요가 있다.행정부는 행정부대로,국회는 국회대로 또 민간은 민간대로 보다 다양하게,보다 심도있게 개혁과제가 연구·검토되는 분위기 말이다.
  • 기획원「개혁시계」는 거꾸로 도나/공기업경영쇄신안 후퇴에 비난 빗발

    ◎노총반발 심하자 나흘만에 뒤집어/정책번복 잦아 무능노출·권위 실추 개혁의 길은 마냥 멀고도 험난한가.정부의 개혁정책이 집단이기주의와 기득권세력의 저항에 이리저리 밀린다.소신없는 관료들의 엉성하고 무성의한 정책집행이 개혁을 멍들게 한다. 경제기획원이 방만한 경영에 젖은 정부투자기관의 경영을 쇄신하기 위해 지난 주 발표한 공기업경영개혁추진방안이 노총의 반발로 착수하기도 전에 후퇴하고 말았다.집단이기주의의 저항으로 정부정책이 빛을 못본 것은 과거 권위주의정부시절에 흔한 일이었다.그러나 문민정부 아래서도 개혁정책이 쉽게 후퇴하는 것은 관료들의 단견과 일관성 없는 행정,그리고 개혁의지의 부족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당초 기획원이 야심작으로 내놓은 공기업경영개혁추진방안은 한전등 23개 정부투자기관의 복지·후생수준을 낮추는등 12개 과제를 쇄신하고,77개 출자회사 및 투자기관의 민영화와 통·폐합을 연말까지 동시에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이경식부총리는 지난 21일 정부투자기관경영평가위를 주재,이 방안을확정했다.그러나 25일 노총위원장등 노조대표들의 강력한 항의를 받고 『개혁을 해도 12개 쇄신방안 중 휴가제도·자녀학자금지원·주택관련지원제도 등 근로조건과 복지제도에는 손대지 않겠다』고 번복했다.자신이 의사봉을 쥐고 의결한 내용을 나흘 만에 스스로 뒤집은 셈이다. 기획원은 개혁방안 발표당시 『이것이야말로 문민시대의 알짜배기 개혁』이라고 강조했다.노동법에 따라 노사가 합의한 단체협약상의 복지제도를 정부가 어떻게 연말까지 전광석화처럼 끝낼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언론만 협조해주면 문제없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결과는 따귀 빼고 기름 뺀 설렁탕이 될 공산이 커졌다.사장실 축소나 노조에 대한 차량지원중단등 극히 일부만이 유효하게 됐다.이는 노총의 조직적인 대응에 아무런 사전준비나 치밀한 대응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노총은 정부방침이 철회되지 않을 경우 철야농성을 비롯,27일의 노·사·정 토론회 불참,대규모 항의집회 개최등 다각적인 위협카드를 들이댔다.여기에 이부총리가 쉽게 굴복한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정책의 조타수인 기획원은 신경제정책을 입안하면서부터 발표내용의 잦은 번복과 조정·통제능력의 부족으로 정부의 권위와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렸다. 최근 삼성그룹의 기아자동차 주식매집사건과 관련한 해프닝도 한 예다.책임있는 고위관료가 이와 비슷한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공정거래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그러나 같은 날 밤 이부총리는 국회에서 『그럴 필요가 없다』고 번복했다.위아래로 모두 나사가 풀린 인상이다. 개혁에는 원래 저항과 반발이 따른다.공기업개혁도 마찬가지다.그런데도 이를 예상하지 못했다면 무능력을 드러낸 것이고,알았다면 무모하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 서경석 경실련사무총장(「2단계개혁」을 말한다:2)

    ◎“「참여하는 민주주의」로 개혁 가속화”/관망자세 탈피,시민운동 조직화 필요/대통령 개혁 청사진 충분히 제시돼야/법·제도 보완 아직 미흡… 국회의 적극적 역할 기대 『앞으로 계속될 2단계 개혁은 국민주도로 추진돼야 할것입니다』 서경석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44·목사)은 『개혁이 이 시대의 최대 과제임에는 분명하나 지금까지는 김영삼대통령 한사람에 의해 주도되다시피 했다』면서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주체가 돼 충분한 토론과 합의아래 국민 자율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프린스턴대와 유니온신학대에서 기독교 윤리학을 전공,목사가 돼 귀국한뒤 경실련을 만들어 시민의 사회참여를 부르짖어온 그는 금융실명제 실시등 지난 6개월동안 새정부의 개혁조치를 보면서 이제는 새로운 개혁 감시세력으로 나갈 것임을 다짐하고 있다. ­새 정부가 힘을 쏟고있는 개혁에 대한 경실련의 평가는. 『크게 볼때 김영삼대통령의 사정및 개혁작업은 기대이상으로 실천되고 있다고 봅니다.때문에저희 경실련을 비롯한 시민운동단체들은 그동안의 관변단체·재야단체라는 2분법적 상황을 뛰어넘어 개혁이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서로 협력 하는 것이 필요한 단계입니다.그러나 개혁의 주체가 한사람에 국한돼 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물론 때로는 전광석화 같이 신속한 속도가 필요함을 인정합니다.아직 곳곳에 기득권층이 포진해 있기에 청와대 독주가 없이는 진정한 개혁을 할 수 없는 불가피성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독주에 의한 개혁은 위험한 것이고 옳지 않은 판단에 의한 개혁이 진행됐을 때 그 역기능은 더 큰 피해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사회개혁을 강하게 부르짖어왔던 서총장이지만 새 정부의 개혁성과를 평가하는데는 동안의 부드러운 인상처럼 상당히 후했다.그러나 단도직입적으로 최근의 개혁과정에 대해 묻자 그의 얼굴은 어느새 빈틈없이 다부진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진행될 2단계 개혁은 어떤 방향으로 추진돼야 하겠는지요. 『어떠한 사회의 개혁도 국민 내부의 충분한 토론을 거친뒤 합의를 도출해 내는 과정이선행돼야 합니다.따라서 국민들도 과거의 피동적인 태도에서 과감히 탈피해 적극적으로 시민단체나 운동에 참여,정의가치실현에 나서야 하며 자신들의 의견을 당당하게 개진해야 합니다. 지금 진행되고있는 개혁의 속도는 개인적으로 볼때 적절하다고 봅니다만 다만 대통령이 지금보다 좀더 신중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즉 국민의 토론과 합의를 거친 개혁안을 실천에 옮겨 국민이 개혁을 주도하는 모양을 띠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개혁을 대통령이 주도 한다면 개혁의 청사진이 충분히 제시돼야 할 것입니다.그렇지 못할 경우 국민들은 개혁의 방향과 속도를 알 수 없어 정신을 못 차리는 부작용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아울러 개혁조치에 따른 법적·제도적 정비를 서둘러야 할 것입니다.이점에 있어 국회가 제반 법적조치에 소극적 자세를 보이는 것같아 대단히 유감스럽습니다』 ­금융실명제가 전격 실시돼 경제정의를 비롯한 사회부조리 제거에 전기가 마련됐다고 보는데요. 『금융실명제의 긍정적인 효과는 굳이 여기서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이 조치로 이제 각 분야가 제길을 찾아 정상화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습니다.국민들은 실명제가 정착되도록 하기위해 모든 에너지를 모아야 할 것입니다.실명제의 실시까지는 청와대가 주도 했으나 그의 정착은 국민들의 몫입니다』 그는 국민쪽에 서서 사회운동을 벌여 왔음에도 새 정부의 과감한 개혁에 국민들의 참여가 오히려 미흡했음을 지적한다. ­개혁에 국민의 충분한 토론이 중요하지만 최근에는 참여에 편승한 집단이기주의가 새로운 병폐로 지적되고 있는데. 『개혁과정에 국민의 힘을 모으기 위해서는 국민 스스로의 각성이 전제돼야 합니다.과거 권위주의시대에 뒷짐지고 바라만 보던 자세에서 탈피해 적극적으로 시민운동에 참여하고 조직화해 「참여하는 민주주의」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최근 집단적으로 자기이익만을 주장하는 병폐는 그동안 노동·민주운동을 억압해온 정부의 책임도 크다고 봅니다.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고 진정한 합의점을 이끌어 냈을 때 이기주의가 어떤 것인지 스스로 확인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경실련이 보는 앞으로의 개혁과제는. (이 질문에 그는 천장을 보며 한참동안 생각했다) 『금융실명제 실시로 경제개혁의 정착조건은 마련됐습니다.그러나 2단계금리자유화조치등 금융자율성을 제고하지 않으면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것입니다.부동산투기근절을 위한 종합토지세부과·중앙은행의 독립등의 조치가 그것입니다.또 근로소득세·법인세·상속세·증여세등 각종 세율을 인하해 세원을 확대하고 금융정보가 남용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경제외적으로는 정당법·정치자금법·선거법등 각종 정치관계법령도 정비해 깨끗한 정치풍토를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서총장은 개혁이 확실하게 성공하기위해서는 언론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국민역량을 개혁목표에 집중시킬 수 있도록 힘써주어야 된다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 농담하는 대통령부인(송정숙칼럼)

    냅킨으로 부군이 토한 것을 황망하게 훔쳐내는 바바라 부시의 모습이 담긴 「또하나의 필름」이 물의를 빚었다고 한다.부시대통령의 「재선」을 방해할 수 있는 증거가 될 수 있는 필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두번째 필름은 우리의 인간적 연민을 자극한다.졸지에 쓰러지며 식탁앞에서 먹은 것을 토해내는 남편이 아내에게는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미국대통령이라는 어마어마한 지위의 지아비라도 이럴때 반사적으로 냅킨을 집어들고 닦아줘야 할 사람은 늙은 아내이고 아내만이 이 부끄러움에서 남편을 쓸어덮으려고 안간힘을 다할 수 있다. 이 장면은 문득 한기억을 되살려 주었다.8·15경축식장에서 느닷없는 흉탄에 쓰러진 아내 육영수여사가 들쳐져 나간뒤 참담한 분위기로 단상을 떠나던 박정희대통령은 자신의 발길 언저리에 아무렇게나 떨어져있던 흰고무신 한짝을 발견한다.그 흰고무신 한짝을 그는 몸을 구부려 얼른 집어들었다.그것은 성한 정신으로라면 천하없어도 그런 모습을 남길리 없는 지어미 육영수의 것이었다. 비록 대통령이라도,가부장의 권위가 쩌렁쩌렁한 이땅의 정상이라도,아내의 피치못할 부끄러움을 솔선해서 수습하는 것은 지아비된 사람의 본능적 몸가짐이었을 것이다.고통과 연민이 혼합된채 뇌리에 새겨져서 오래 잊히지 않던 그 모습이 냅킨으로 남편의 토한 물건을 수습하는 부시부인에게서 되살아났다. 방일중인 부시대통령이 만찬자리에서 쓰러졌다는 뉴스는 우리로 하여금 저녁상에서 수저를 떨어뜨릴만큼 놀라운 것이었다.그러나 그 「첫번째 화면」은 조금 의아스러웠다.잠깐동안 쓰러진 부시의 모습과 당황하게 추스르는 주변의 모습이 스쳐간 뒤 이내 부시대통령은 일어나 자기발로 걸어나가는 듯했고 그리고는 골격이 크고 백발이 드세보이는 미국대통령부인 바바라 부시가 당당히 일어서서 연설을 하고 「농담을 하는」장면이 비쳤다. 남편은 쓰러졌다가 황망히 응급한 처치를 받으러 퇴장했는데 그 아내인 아녀자가 남아 그 자리에서 「연설」이나 하고 「농담」이나 했다는 구도의 화면은 부자연스럽고 의아했었다.이렇게 의아스런 장면을 놓고 일본측은 「의연한 퍼스트레이디」라고 입에 침이 마르게 칭송을 하고 있었다. 두번째 밝혀진 필름을 보고서야 이런 의아스러움은 풀릴수 있었다.위기의 순간,오래 해로해온 조강지처는 기민하고 능숙하게 남편의 곤혹을 수습했고 남편이 나간뒤 「빈자리」를 최소화시키는 역할을 바바라 부시는 대통령부인의 의무로 해낸 것이다. 그러고보면 그 기지에 찬 농담은 고답하게 다목적 과녁을 향해 쏜 것이었다.부군의 졸도는 노령의 한계나 근원적인 건강의 문제가 아니라 단순히 테니스에서 진 오기탓정도였고 그것은 또 한조를 이루었던 「집안식구」인 주일미대사의 서툰 테니스솜씨때문이었다는 것이다. 『…내 남편은 지는 일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다』라는 말은 얼마나 함축적인가.이겨야 할 가장 큰 승부(대통령 재선)를 눈앞에 둔 남편의 「지지않을 결의」를 당당하게 피력해버린 「농담」이다.경국의 예를 갖추어 모셔놓은 「대국손님」이 대접하던 음식상에서 구토를 일으키고 쓰러졌다는 것은 「독미」를 의심받을만큼 곤란한 일이다.송구스러워 당황한 일본을 향해 「우리집안 식구탓」을 자인해준 외교적 절묘함과 「질줄 모르는 이미지」를 심으려고 한 탁월한 솜씨가 이 「농담」에는 담겨 있다.백악관의 퍼스트레이디라면 이만은 해야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런 방식의 「대통령부인노릇」을 우리도 수용할 수 있을까.한국대통령의 부인이 이런 상황에서 이런 대응을 했다면 어땠을까.「하늘같은 지아비」가,게다가 나라의 운명을 짊어진 대통령남편이 졸도했다가 퇴장을 했는데 놀랍고 창황하여 따라나가 그 곁을 지켜야지 어딜 나서서 「연설」은 다 무엇이며 「농담」은 또 무슨 해괴한 짓인가라고 구설수가 낭자했을지도 모른다. 문화가 다르고 풍속이 다르므로 비교하거나 불평할 일도 아닐지 모른다.그렇기는 하지만 바바라 부시가 보여준 그 의연하고 당당한 태도는 분명히 「능력」이었다.대통령부인으로서의 역할을 「의무」로 수행하는 과정에서 얻어질 수 있는 능력인 것이다. MBC­TV는 최근 명앵커출신의 이득렬씨와 회견하는 영국의 대처 전수상모습을 보여주었다.그가 재임중에 얼마나 탁월한 재상이었는지를 소급해서실증해준 회견이었다.수입이 가능한 것이라면 이런 공직자 하나쯤 초빙하고 싶을만큼 탐이 나는 인물이었다. 역할이 주어지고 그 역할의 수행의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사람을 탁마하고 성장하게 한다.인물은 그렇게 만들어진다.붓글씨로 「한미우호」를 쓰도록 익혀오고 위기에 직면하면 전광석화같은 순발력으로 도양큰 「농담」을 던질 수 있는 퍼스트 레이디도 그렇게 단련되어 이뤄졌을 것이다.조금만 겉으로 두드러지면 악의적 험담으로 시까스르고,한발자욱 뒤에서 숨을 죽이고 따라다니는 「미덕」을 강요받는 아내들에게서는 그런 능력은 잘 발휘되지 못할지도 모른다. 고학력여성의 양산체제에 들어간지는 오래인데 능력을 발휘하고싶은 욕구는 억압된채 내숭스런 일상을 살아야 함으로 그 기운이 온통 치맛바람으로 잘못 분출되는 것 같은 우리에 비하면 「농담하는 대통령부인」은 통쾌해 보였다.
  • 생활고 러시아(움직이는 세계:특파원코너)

    ◎국경 넘나드는 보따리장수 급증/파·독등에 가전품 팔고 생필품 사와/“한탕하면 겨울난다” 1천만명 여행/가격자유화한뒤 주부들 부업으로 번져 구 소련의 경제가 파경을 맞고 있는 가운데 가혹한 겨울을 극복하기 위해 식품과 생필품을 구입하려는 구 소련 시민들의 해외 보따리장사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특히 그들보다 경제적 상황이 나쁘지 않은 폴란드 등 구 동구권국가로 몰리고 있으며 일부는 독일의 베를린이나 포츠담·드레스덴으로까지 구매여행을 하고있어 보부상시장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다. 구 소련인 보부상은 올들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가격자유화 조치를 취해 물가가 상승하자 더욱 크게 늘어나고 있다. 루드밀라 바실예프 여인은 오른손에 우산을,왼손에는 우비를 들고 그녀가 팔기 위해 내놓은 낡은 전기밥통과 토스터를 가리고 있었지만 보잘것 없는 가전제품은 이미 비에 젖어있었다. 흑해연안의 소치라는 조그마한 도시에서 사서로 일하고 있는 바실예프 여인(46)은 그래도 고향에서는 형편이 괜찮은 편이어서 한달 6백루블(약 4천6백원)의 월급으로 생활하고 있다. 그녀는 처음에는 비행기로,다음에는 버스로 3천여㎞ 떨어진 동부 폴란드 국경까지와 3일을 기다린뒤 베를린 브란덴부르크광장의 시장에서 이들 가전제품을 팔아 필요한 물건을 사가지고 돌아가려 한다. 그녀를 태우고 국경을 넘은 버스는 이틀후 다시 국경을 넘어 고향으로 돌아간다. 바실예프 여인은 그때까지 가지고 온 물건을 모두 팔고 돌아가는 길에 폴란드의 지들체에서 카셋녹음기와 두툼한 웃옷을 사갈수 있기를 바랐다. 그녀가 산 물건을 자기나라에서 팔면 5천루블(50달러)은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남편과 애들 등 한가족이 이번 겨울을 굶지 않고 날수 있다는 계산이다. 루드밀라 여인은 이번겨울 러시아·벨로루시·우크라이나·그루지야 등지에서 동구권으로 와 물건을 팔고 이윤이 남는 물건을 사러온 사람들 중의 한사람이다. 구 소련인 보부상들이 몰리자 폴란드 국경도시에는 시장이 크게 번창하고 있다. 구 소련인 상가에서는 서구상품들이 폴란드제품에 비해 값이 무척 비싸며 그렇다고 값싼 폴란드상품이 넉넉히 공급되지도 않는다. 그래서 값싸고 물량이 풍부한 동구 각국 상품들이 이들 시장에 진열되고 활발하게 거래된다. 어린이신발·차·양말 등이 가장 잘 팔리며 플라스틱제품 장난감·커튼·촛대·캐비어 등도 인기가 높고 심지어 코카시아지방의 염소와 양까지 팔리고 있다. 구 소련인들은 이들 가축들에게 술을 먹여 소리를 내지 못하게 해 포대 등에 넣어 국경 통과시 세관원들의 검색을 피하는 수법을 흔히 쓴다. 보드카는 큰돈을 남길수 있어 전에는 소련인들이 독일로 많이 가지고와 팔았지만 최근 세관검사가 강화돼 국경통과가 힘들다. 지난해 구 소련인들이 장사를 하기위해 출국한 사람은 1천여만명으로 집계되었으며 독일대사관에서 비자를 발급한 수는 1백20만명이나 되었다. 우크라이나 국경에 있는 전통적인 조그마한 도시 플체미슬역은 서쪽으로 가는 승객들로 초만원을 이루어 일반 여객들이 이용할 수 없을 정도로 초만원이다. 출국한 구 소련인들 중에는 얼마나 고향으로 돌아가는지를 정확히 알수도 없다. 폴란드 이민국은 단지 소련인여행객중 25만여명이 폴란드에 불법으로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독일에서와 마찬가지로 폴란드에서도 외국인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도난차량이 급증하고 도난당한 차량은 번개처럼 국경너머로 보내진다. 외국인이 비싼 차를 타고 폴란드를 방문해 잠깐 차를 비운 사이에 차량을 도난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며 도난차량은 통제가 안되는 소련군용기에 실려 나가기도 한다는 것이다. 독일과 폴란드 경찰은 차량범죄조직을 적발하기 위해 합동수사를 하지만 이들 조직은 전광석화처럼 범행을 하기 때문에 일단 도난당한 차량을 되찾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거대한 소련시장으로 변한 바르샤바 체육관에서 자리를 얻으려면 소련 마피아에 자리세를 내야되는 것은 일반화 된지 오래며 모처럼 폴란드까지 와서 가진돈을 동족의 범죄조직에게 빼앗긴 소련사람들이 폴란드경찰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구 소련인 여행객들은 독일과 폴란드에서 취업이 금지되어 있으나 일부 소련인들은 노동을 해 돈을 벌기도. 특히 젊은이들은 암노동시장에서 건축노무자로 일하고 있다. 폴란드의 경기가 침체하고 있지만 민주화이후 건설붐이 일어나 도처에 빌라가 들어서고 있으며 많은 구 소련인 일당 노동자들이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모닥불을 피우며 건축현장에서 새우잠을 자며 일하고 있다. 루드밀라 바실예프는 『독일사람들이 매우 친절하게 대해줘 마음에 든다』며 옐친 대통령이 이미 시장경제의 실천에 들어갔기 때문에 러시아도 언젠가는 폴란드수준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 전쟁의 공포 휩쓰는 페만전장 언저리

    ◎요르단 국경에 이라크난민 탈출행렬/“이스라엘 피격”에 암만은 공포분위기/미 토마호크미사일,목표물 90% 명중 ○…미국주도 다국적군이 이라크군을 쿠웨이트로부터 몰아내기 위해 바그다드의 군시설을 폭격하자 이라크로부터의 요르단으로 넘어오는 전쟁난민 행렬이 시작됐다. 지난 35년동안 쿠웨이트에서 공무원으로 일해온 한 요르단인이 요르단 국경초소에 도착하자 『우리는 1백㎞ 가량을 차를 몰고 달려왔다』고 말했다. 그를 비롯한 많은 요르단인 및 팔레스타인인들은 다국적군의 공습이 바그다드의 하늘을 밝힌 이래 대형 미군트럭을 타고 요르단으로 향하고 있다. 이라크는 지난해 8월2일 자국민에 대해 여행금지 조처를 내렸었다. ○…미 국방부 관리들은 17일(현지시간) 이라크에 대한 미국 및 다국적군의 대공습이 시작된후 1백기 이상의 토마호크 크루즈미사일이 발사됐다고 말했다. 파월 미 합참의장은 해상발사 장거리 미사일들이 주로 방호상태가 양호한 이라크내 고정목표물 공격에 사용됐다고 밝혔는데 한 해군 소식통은 16일의 대이라크공격 초기에 발사된 토마호크 미사일들이 90% 이상의 명중률을 보였다고 첨언. ○…제임스 베이커 미 국무장관은 17일 이스라엘을 비롯한 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시리아 등 미국주재 중동 4개국 대사들과 이라크의 대이스라엘 미사일 공격에 관해 협의했다고 마거릿 터트와일러 대변인(여)이 밝혔다. 터트와일러 대변인은 베이커장관이 백악관에서 조지 부시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관리들과 함께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말했으나 더이상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프랑스 주재 이라크대사는 17일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고 미국이 전쟁종결 시점에 대한 결정권이 없다고 주장했다. 후세인이 다국적군의 공격에 불복하겠느냐는 질문에 압둘 라자크알 하시미대사는 비웃음을 띠며 『굴복… 무엇을 위해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프랑스의 라셍 TV와의 인터뷰에서 『이 전쟁은 매우 긴 장기전이 될 것이다. 부시는 이 전쟁을 먼저 시작했고 지금도 하고 있으나 끝은 마음대로 되지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페르시아만 전쟁 개전 첫날인 17일 쿠웨이트 점령 이라크군들은 민간인들의 복장으로 위장하고 진지를 탈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압둘 라만 알 아와디 망명 쿠웨이트 국무장관은 쿠웨이트 시민들이 자신에게 이라크 군인들이 민간인 복장으로 위장하고 진지를 탈출해 숨을 곳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라크가 미국으로부터 공습을 당한지 하룻만인 18일 새벽 이스라엘을 향해 반격을 가하자 양국 사이에 끼여있는 요르단 국민들은 한편으로는 흐뭇해 하면서도 이스라엘의 보복공격이 당연히 있을 것으로 보고 불안에 떠는 등 희비가 교차하는 분위기. 식자층들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과는 달리 요르단 국민의 70%를 차지하는 팔레스타인 계열중 특히 젊은 노동자층들은 팔레스타인의 이익을 대변하는 막강한 이라크가 미국의 기습공격 한방에 완전히 무력화된 것처럼 알려진데 대해 실망을 금치 못하던 차에 이스라엘에 역습을 가했다는 소식을 접하자 환호성을 올리며 일부는 자원입대를 서두르기도. 요르단 정부는 18일다국적군이 아랍국가를 파괴한데 대해 통탄을 금치 못한다는 내용의 공식입장을 발표,간접적으로 다국적군을 비난. ○…이라크의 이스라엘 기습공격 소식이 전해지자 요르단에 특파된 6백여명의 외신기자들 가운데 미국의 ABC­TV 등 강대국 언론사 요원들은 숙소내에서 방독면과 양호복을 착용하는 등 즉각 화학전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갖춘데 반해 「약소국」의 보도진들은 별다른 준비없이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동요하는 분위기. 한편 요르단주재 한국대사관측은 17일 이집트로 빠져나간 삼성직원 15명을 제외한 44명의 한국교민들에게 출국할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종용. ○…요르단의 한 고위장교는 18일 이스라엘의 이라크에 대한 보복에 대비,요르단군이 지난 67년이래 최고의 경계에 돌입했다고 전언. ○…미 해병 2명과 해군 위생병 1명이 17일 사우디­쿠웨이트 국경 근처에 있는 벙커에서 이라크군의 포공격을 받아 다리와 팔에 가벼운 부상을 입고 헬기로 후송됐다고 전선의 기자들이 18일 전했다. 미국을 주축으로 하는 다국적군의 대규모 공세를 시작으로 페르시아만에서 전쟁이 발발한 후 지상전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구체적인 보도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라크군 당국은 이스라엘 비행기 64대가 18일 다국적군의 대이라크 공격에 참가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의 공군기지들에 착륙했다고 주장했으나 다국적군측은 이같은 보도를 『완전한 넌센스』라고 부인했다. 이라크 관영 INA 통신은 비행기 4대가 처음으로 바그다드 시각 상오4시30분(한국시각 상오10시30분)에 이스라엘을 떠났으며 대이라크 공격에 참가하기 위해 6시간 가량 뒤 다른 60대의 비행기가 그 뒤를 따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다국적군 관리들은 그같은 주장을 완전한 넌센스이며 개전이래 이라크측의 상투적인 선전이라고 일축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미사일공격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벨기에주재 이라크대사 자이드 하이다르가 18일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전광석화같은 공격」 전략과 이라크의 「장기적이고 방어적」인 전략은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 「분단 41년」의 청산과 과제(새 독일 탄생:3)

    ◎“과도기 없이 통일”… 현실적 융화에 어려움/낙태ㆍ환경보호문제 등 의견 대립 첨예/베를린행 인파 급증… 주택ㆍ교통난 심화/동독기업 도산 속출… 연말가면 실업 1백만 예상 최근 베를린 도심에서는 급격히 늘어난 교통량을 해소하기 위해 간선도로마다 버스ㆍ택시전용차선이 등장했다. 일반승용차가 버스전용차로 운행할 경우에는 20마르크(9천2백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버스전용차선으로 다니는 승용차가 심심치 않게 눈에 띄고 벌금을 둘러싼 시비가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규율과 질서를 존중하던 독일정신(Deutsche Geist)의 실종이라고 하겠다. 이 문제에 대해 지난 9월28일자 「베리리널 몰겐포스트」지는 다음과 같이 관계자의 의견을 소개하고 있다. 만프레드 카이절(49ㆍ열쇠공)은 『최근엔 버스를 타도 전보다 30여분 늦게 귀가하게 된다. 나는 직장에 늦지 않게 출근하고 싶으며 역시 퇴근후 정확하게 집에 도착하고 싶다. 그래서 가끔 차량들이 없는 버스차선을 이용하게 된다. 교통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디터 스캄브락스(37ㆍ경찰국 경감) 『동독지역서 온 운전자들이 버스차선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그들은 버스차선에 대해 전혀 유념하지 않고 있다. 최근 악화된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해 다른 방법은 없기 때문에 공공교통수단의 우선 소통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서독의 서민대상 백화점인 알디(ALDI)에는 요즘 이른 아침부터 물건을 사려는 동독지역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며 줄을 서 있다. 아침 10시부터 개점하는 백화점은 오전중에 일부 상품이 동이 나 줄서기에 익숙하지 못한 서베를린 사람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이들이 선호하는 상품은 주로 가전제품이어서 컬러TVㆍ비디오제품들을 들고 가족들이 무리를 지어 베를린 도심을 다니는 동독지역 주민들이 눈에 많이 띈다. 1마르크라도 절약하기 위해 알디의 바겐세일을 고대하던 서베를린 중산층은 뒷전으로 물러나고 가격도 상승해 생활의 불편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밖에 통독 이후 호황을 누리고 있는 업종은 주택임대업자와 중고자동차판매업 등이지만 가격이 폭등하는 바람에 서민들의 생활이 쪼들리고 있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시내 주택임대사무실에는 임대 신청을 하기 위한 시민들이 길게 늘어서 있으며 임대료가 몇달새 2배까지 오른데다 신청이 접수된 뒤에도 2∼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방3에 응접실이 있는 1백㎡ 규모의 아파트는 월 임대료가 연초 2천5백마르크 정도였으나 최근엔 4천여 마르크로 치솟았다. 통일뒤 베를린에만 30여만명의 외래인이 몰려 들었다는 집계여서 주택문제가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2∼3년된 중고차도 여유있는 동독출신 사람들이 몰려들어 벤츠 300의 경우 2만5천∼3만마르크를 홋가,통일전에 비해 5천∼1만마르크가 상승한 가운데 거래되고 있다. 이같은 모든 문제는 독일통일 예상을 뒤엎고 급속히 진전되는 바람에 독일정부가 국민들의 통일요구에 사전준비가 제대로 안된채 끌려간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독일통일의 동기를 여러측면에서 분석할 수 있겠으나 지난해 가을 서독으로의 대탈출로 불이 당겨진 이후 전광석화처럼 통일 작업이 추진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미리 계획된 통일이 아니라 내부로부터 분출된 갑작스런 욕구때문에 이뤄진 통일이어서 많은 문제점과 갈등을 과제로 남겨 두었다고 하겠다. 통일의 직접동기는 여행자유화였던 것이다. 여행을 마음대로 할 수 없도록 묶어둔 동독의 사회제도는 국민들로 하여금 불만과 반발을 자초했으며 평소 강제로 주입시켜온 「제국주의」에 대한 적개심도 퇴색시켰다. 지난해 동독시위의 첫 구호는 「여행자유화」였으며 이것이 공산당 일당독재의 장기화,이에 따른 폐쇄사회의 모순,경제침체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져 서독으로의 대탈출 사건이 발생했다. 처음부터 체제의 변화를 목적으로 들고 일어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갑작스런 통일은 많은 갈등을 과제로 남겨놓고 있다. 이때문에 40여년 분단갈등의 해소문제는 이념적이거나 정치적인 것보다는 사회주의 체제에 익숙해진 동독사람들이 경쟁과 능력을 중시하는 시장경제 사회에 어떻게 빨리 적응하느냐 하는 사회적인ㆍ경제적인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독일통일조약에 따라 사회주의 동독의 각종 제도는 서독체제에 맞도록 개편되어야 하는데이 과정에서 벌써부터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 대표적인 과제들중에는 낙태법ㆍ실업ㆍ투자ㆍ환경문제 등이다. 이런 문제들은 통일독일 정부가 앞으로 시간을 가지고 풀어나가야 할 과제이지만 서독국민과 동독국민들 사이에 의견의 차이가 많아 쉽사리 실마리를 찾기가 힘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서독에서는 낙태를 금지시키고 있으나 동독은 이를 허용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통일후 서독 여성들이 동독으로 건너가 낙태시술을 받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서독의 집권 기민당은 낙태법문제에 관해서는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으나 2년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낙태에 관해서는 기소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통독후 가장 골치아픈 문제로는 실업문제와 인플레현상이다. 사회주의경제가 다 그러하듯 동독의 경제는 지금까지 적정인력 투입이나 균등분배에 중점을 두어왔기 때문에 통계상으로는 실업률 0% 였으나 경제통합후 3개월만인 현재 동독지역의 실업자수가 30여만명에 이르는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전독 문제연구소의 쿳페박사는 최근 『새 경제질서는 충분한 사전준비나 과도기도 거치지 않고 갑자기 닥쳐왔다』며 『향후 2년내에 동독기업의 30%가 도산할 것이며 실업자수는 연말까지 1백만명,91년까지 전체 노동력의 25%인 2백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장기간에 걸친 양국의 체제가 합치는 과정에서 표출되는 갈등은 시간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며 독일인들은 이를 현명하게 해결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 「춤추는 가얏고」 유감/송정숙 논설위원(서울칼럼)

    걸찍한 사투리의 고두심의 연기가 좋아서 즐겨 시청하는 「춤추는 가얏고」가 요즘들어 여러가지로 유감스럽게 하고 있다. 화면 한복판에,드라마의 내용이 특정학교와 관계 없음을 표시하는 자막이 큼직하게 몇번씩 들어가게 하기 때문이다. 그 자막은 하도 크고 느릿해서­약 광고에 나오는 주의문은 전광석화 처럼 빠른데­관극에 가로거칠 지경이다. 그러나 유감스런 것은 그런 물리적 이유때문만이 아니다. 창작예술인 드라마의 내용에 시비를 걸고 집단 항의를 벌인 학생들 때문에 이런 자막이 들어가게 된 경위가 연상되기 때문에 번번이 유감스러움을 되새기게 되는 것이다. 이 사회의 가장 우수한 집단중의 하나인 대학생들이,예술창작에 있어서의 표현의 자유에 대해 이렇게 협량하게 군다는 사실이 자꾸만 마음에 걸린다. 그렇잖아도 우리 사회는 집단이기주의에 의한 과잉방어에 걸려 소재선택의 자유가 거의 위축당해 있는 형편인데,이 협량한 젊은이들이 자라서 정치도 하고 사회도 이끌게 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경직되고 자유롭지 못한 사회가 되는것이 아닐까 싶어 암담한 느낌까지 든다. 학생들이 드라마 「춤추는…」에 대해서 「방송중지」까지 요구하며 물리적 시위도 불사하겠다고 격렬하게 항의를 한 요인은 3가지로 정리되는 듯하다. 첫째 드라마속에서 구체적으로 특정대학이 지칭된 점,둘째 국악이 기생문화처럼 묘사된 점,셋째 국악도가 연회장에서 가야금 연주를 하고 사례비를 받는 장면 등이다. 이 작품은 처음부터 「픽션」을 표방하고 있다. 대한민국 제일의 명문대학을 소재로 작가가 상상력을 발휘하는 자유에 관대할 수 있어야 명문의 명문다움과 트인 인재들의 모임이라는 인정을 받지 않을까. 찰스 황태자는 학교 시절에 연극에서 거지역을 한적이 있었다. 그러나 『대영제국의 왕위계승권자가 거지역할을 하다니!』하고 반대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예술작품의 상상속의 모델이 되었다고 해서 그 피사체가 권위를 손상당하지는 않는다. 그것에 대응하는 태도에 따라 격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오히려 있을 뿐이다. 『(그시절에는) 춤을 배우려면 권번으로 밖에 갈곳이 없었다. 오늘처럼 대학무용과나 대학원이 있었다면 나도 거기에 갔을 것이다. 나는 나의 과거가 잘못된 것으로는 생각지 않는다』­이것은 최근에 한 예술단체 「장」에 출마하여 당선된 후보자가 선거운동중에 한 말이라고 한다. 이 한마디 응수는 그의 라이벌을 침묵시킨 셈이다. 『권번출신의 예인에게 예술단체를 맡길 수는 없지 않느냐』며 자신의 지난날을 흑색선전에 이용하는 정적을 보고 당당하게 선언한 말이다. 적어도 예술단체의 리더가 될 사람이라면 문학이라든가 평론같은 다소 논리적 분야의 지식을 갖춘 인사가 합당하지,무형문화재적 사고의 인사로는 너무 한계가 있지 않은가라고 생각했던 문화계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 한마디로 그런 우려를 가졌던 사람들까지 그의 리더로서의 등장에 군소리를 하지 않게 됐다. 그만큼 트인 인품이라면 능히 「장」감이 된다는 생각에 공감하게 된 것이다. 가난때문에 팔려서 갔든,의식을 가지고 선택을 했든 국악이나 춤의 예를 이어온 노고에서 이땅의 기생들을 제외시킬 수는 없다. 그들하고 연결짓는일이 불명예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하는 것은,귀족예술만을가치평가의 우월적인 위치에 둔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권번의 예」로 천시되던 민족의 정서를,예술로 재평가하여 학문으로까지 정착화할 수 있었던 큰일을 한 것이 바로 대학의 국악과이고 그 연구자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국악과의 공은 더 크고,업적은 빛난다. 국악은 기생이나 하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갖바치같은 상놈이 하던 일이므로 밍크나 가죽패션은 거부한다든가 『굶어죽어도 양반이 고기장수는 할 수 없다』고 통조림산업을 거부하는 것과 같은 시대착오적 고루함일 뿐이다. 진보적이고 자유의 이상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그 틀에서는 진작 졸업했어야 마땅하다. 국악도가 연회장에서 가야금연주를 하고 사례비를 받는 장면에 대해 항의한다는 발상은 좀 이해하기 어렵다. 모든 연희자는 출연료에 의해 능력의 등급이 매겨진다. 음대생이 아르바이트를 위해 살롱에서 연주를 하는 것은 흠이 안되고,연회장에서 가야금타는 것은 수치스런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좀 잘못된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일이다. 옛날사람들은 기생이라면 『예도 하고 수청도 들었다』는 생각에 아직도 사로잡혀 있는 사람이 많을지는 모른다. 이 드라마의 장면이 그런걸 연상시키는 바가 없지 않았기 때문에 저항을 느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오늘날의 누구도 대학의 국악도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도록 당당하고 고급한 수준의 국악예술계가 이미 형성되고 있다. 지난날의 관습에 스스로 사로잡혀 새삼스럽게 위축된다면 밖에서 보는 국악에 대한 잘못된 시각을 바로잡기 어렵다. 아름답고 소중한 전통예술을,가진 계층의 노리개의 위치에서 환수해다가 민족이 향유하는 고유예술로 승격시켜온 예술교육의 공적을,옹졸하고 편협한 소견때문에 평가절하하게 해서는 안된다. 표현과정에서 다소 졸렬하고 저급하고 완성도가 낮은 드라마라고 하더라도 그걸 참는 아량이 있어야 트인 태도다. 예술가의 영혼은 그런 자유로움을 지닐 수 있다. 철근 콘크리트로 만든 철옹성같은 옹벽도 올해처럼 큰 장마에는 무너졌다. 그 무너진 원인중가장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배수로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사회에서는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묘사가 나가면 모든 이익집단이 들고 일어난다. 의사 변호사 신문기자 승려 간호사 우체부 모두가 떼를 지어 나선다. 자유추구의 이상인 「창작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은 사회의 배수로를 틀어막는 것과 같은 일이다. 이런 일에,가장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젊은이들 조차가 협소한 도량의 태도를 지닌 듯한 사례를 남겼다는 일이 유감스럽다. 이 글이 마음에 안든다고 또 어떤 집단이 협박을 하러 오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생각만으로도 암담하고 우울하다.
  • “민심수습ㆍ문책” 함께 겨눈 보각/「9ㆍ19」3부장관 경질의 함축

    ◎“전례없는 전격”… 통합스타일 변화 예고/무책임ㆍ무소신 공직자 과감히 배제/집권 후반기 「누수현상」 예방도 겨냥 9ㆍ19 3개부처 전격개각은 민심수습 차원과 문책성을 함께 겨눈 보각인사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개각의 특징은 이같은 평면적인 분석보다는 이 인사에 담긴 노태우대통령의 집권후반기 통치스타일의 변모 예고라는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6공출범 이후 노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은 문제가 누적되고 인사요인이 쌓여가면서 여론이 끓어오르면 진을 빼는 장고 끝에 단행하는 것이 통례였다. 인사의 충격성,분위기 쇄신의 효과가 반감되더라도 외형적 모양 갖추기와 여론의 수렴이 강조되는 듯한 형태였다. 그러나 이번 개각은 전광석화같은 속결성에 종전과 다른 새로운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또 하나는 대통령만이 갖고 있는 인사 고유권한을 십분발휘,집권 후반기의 통치권행사를 확실히 해나가겠다는 의지가 분명히 드러났다는 점이다. 이는 3당통합에 따라 민자당내 민주계 영입 케이스로 입각한 강보성농림수산부장관을 경질하면서 계파별 안배를 완전 배제하고 김영삼대표최고위원 등 어느 누구와도 사전협의를 하지 않는 데서 잘 나타나고 있다. 이번 인사의 구체적 배경을 보면 우선 권영각건설부장관은 한강유역 수해와 관련한 민심수습차원의 문책인사로,강보성농림수산부장관은 「무능력」 인책과 팀웍이 없는 각료배제로,주병덕충북지사는 공권력위신 훼손 케이스로 분석된다. 권 장관의 교체는 수해와 관련한 포괄적인 민심수습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지난 8월20일 건설부 직제개편에 따른 건설부직원들의 집단 항명사태로 물의를 일으켜 지휘책임문제가 한때 거론된 것은 사실이나 당시 청와대는 직제개편의 방향이 옳고 권 장관의 업무추진력과 소신을 높이 사 더이상 문제를 삼지 않기로 했었다. 청와대의 고위소식통도 『소신있는 권 장관의 경질은 매우 아쉬웠으나 수해에 따른 민심수습차원에서 불가피했다』고 말하고 있다. 강 장관의 경질은 행정경험이 없는 정치인 출신으로 국가경제전반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주장을 곧잘 펴왔고 특히 우루과이라운드와 관련한 농정의 추진과정에서 지나치게 일부 농민들의 일방적 주장을 대변해 각료로서보다는 정치인으로서의 인기관리에 집착한다는 비판을 내각안에서 들어온 것이 주요인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달 성환에서 열린 농어민후계자대회에서 연설도중 농민들의 야유에 밀려 하단한 행동도 장관으로서의 체통을 지키지 못한 것으로 지적됐다. 그는 농림수산부실국장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농민의 불만고조가 언론에 집중 보도됨으로써 농림수산부의 위상을 높이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었다고 발언하는가 하면 획기적인 예산지원만이 유일한 농어촌대책이라는 등 농정의 전문성이 결여된 주장으로 일관해 경제각료들의 팀웍에 상당한 차질을 빚게 한 점도 이번 경질의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 감사위원에서 도백으로 기용된 지 6개월도 채 못돼 경질된 주 지사는 지난 14일 충북 단양지역의 수몰지역 시찰때 국도를 점거한 수재민들에게 붙들려 그들이 미리 준비한 「이번 수재는 충주댐 설계 당시 수몰선 책정을 잘못한 데서기인하므로 피해를 전액보상하고 수해지역민을 이주시켜 줄 것을 약속한다」는 각서에 서명하고 그 자리를 모면함으로써 책임있는 공직자로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을 해 노 대통령의 진노를 산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강 장관이 농민의 야유에 물러난 것이나 주 지사가 무책임하게 각서에 서명한 행위는 공권력의 위신을 크게 실추시킨 것으로 매우 중대하게 파악하고 있다. 더욱이 집권 후반기에 나타나기 쉬운 통치권 누수현상을 사전에 예방하고 지난 2년 동안 풍토병처럼 되어온 「집단행동을 통한 목적 관철」의 사회분위기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명감과 책임감에 투철한 공직상을 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이번 전격인사의 중요한 배경도 바로 여기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후임인사로 조경식농림수산,이상희건설,허남훈환경처장관의 기용은 다소 신선미면에서는 일반의 기대에 미흡한 것이 사실이지만 풍부한 행정경험과 경제부처간의 팀웍을 중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전격개각을 통해 노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의 몇가지 통치방식과 방향을 시사해주고 있다. 그것은 그때그때 문제가 있을 때는 지체없이 인사를 단행,내각을 긴장시켜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무책임하고 소신없는 공직자는 과감히 배제하며 공권력의 권위를 확실히 세워나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개각이 있었다고 해서 연말연시를 계기로 한 개각의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5ㆍ7특별담화에서 「연말까지 정치ㆍ경제ㆍ사회안정」 약속을 한 이상 이에 따른 평가와 함께 후속조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자리수 물가안정」 성패와 관련,이승윤경제팀의 진퇴문제가 남아 있을 수 있고 연말까지의 경제ㆍ사회상황 추이에 따라서는 보다 폭넓은 민심수습이 필요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또 내각차원을 넘어 무기력한 정치권에 새 분위기를 유도하고 집권 여당의 국정책임을 강조하기 위해 민자당총재로서 핵심당직에 대한 인사도 전격적으로 단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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