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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릭 이슈] 인터넷 검색금지단어 범위확대 논란

    [클릭 이슈] 인터넷 검색금지단어 범위확대 논란

    “범죄 온상 인터넷 카페, 금칙어로 잡을 수 있을까?” 인터넷 카페 등 온라인 공간에서 범행을 모의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경찰이 위험한 정보의 노출 가능성이 있는 일종의 검색금지단어인 ‘금칙어’의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들도 모니터링 기능을 강화하는 등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단어를 무조건 금칙어로 설정하는 것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도 있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네티즌 역시 범죄 예방과 정보 접근권 가운데 무엇이 우선인지를 놓고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찰 “인터넷 청부용역카페 등 불법행위, 포털과 공동대응”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지난 7일 정보통신부,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인터넷 포털업체 등이 참여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고 인터넷을 매개로 한 범죄의 예방과 단속에 공동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경찰은 ‘킬러’,‘대포’,‘한탕’ 등 위험단어 41개를 금칙어에 포함시키기로 했다.‘ㅈㄱㅁㄴ(조건만남)’,‘원♥조♥교♥제’ 등 금칙어를 변형한 단어를 규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최근 인터넷 심부름센터에 살인을 의뢰하는 등 온라인에서 범죄 모의가 잇따르고 있다.”면서 “지난해 인터넷 불법 유해사이트와 관련된 범죄는 2308건으로, 전년보다 26.7%나 늘었다.”고 지적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 한명호 심의조정팀장은 “금칙어 설정은 전과자 모임이나 한탕 모임 등 범죄의 의도를 가진 카페의 개설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라면서 “초보적인 수준의 네티즌을 일차적으로 거르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털사이트 24시간 모니터링… 매달 1373건 적발 포털사이트들은 이미 금칙어 설정은 물론 모니터링 시스템까지 구축, 불법성이 있는 카페나 블로그 등을 자체적으로 걸러내고 있다. 3700만명의 회원과 540만개의 온라인 동호회를 보유하고 있는 포털사이트 다음에서는 ‘음란’,‘자살’ 등 500여개의 금칙어를 포함하는 카페는 개설과 검색이 아예 불가능하다. 또 60여명의 요원이 24시간 동안 카페를 모니터링하는 ‘클린카페센터’를 운영하면서 문제가 되는 카페는 일시적으로 접근을 막고, 운영자에게 내용의 수정이나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 센터에서는 음란물을 게재하고, 범죄를 모의하거나 유해프로그램을 유포하는 등 불법적 소지가 있는 카페를 한달에 평균 1373.3개씩 걸러내고 있다. 회원 1500만명에 카페 120만개, 블로그 500만개가 개설되어 있는 포털사이트 네이버 역시 30여명의 요원이 공개게시판이나 대글 등을 24시간 모니터링한다. 요원들은 모니터링 결과를 서비스 담당자들에게 보고하고, 해당 카페에 두차례 경고를 한 뒤 접근을 막는 ‘블라인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1주일에 평균 20여건이 적발된다. 네이버는 1000여개의 금칙어를 설정해 놓고 있지만 적용은 탄력적이다. 예를 들어 ‘자살’이라는 단어를 포함한 카페를 개설하거나 게시물을 작성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지만, 뉴스에 의견을 다는 대글 등 사례에 따라서는 ‘자살’이라는 말을 쓸 수 있다. ●“다양한 해석 가능한 단어 무조건 금칙어 설정 무리” 한계 하지만 포털사이트들은 범죄 예방을 위한 공동대응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의 이상훈 홍보실 대리는 “모든 단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금칙어를 걸러내는 기술적인 프로세스보다 적용 범위가 관건”이라면서 “예를 들어 지난해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미아리’를 금칙어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는데 이는 순수하게 미아리에 대한 지역정보를 찾아보려는 네티즌의 정보접근권을 침해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즈 관계자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터넷에서 일어나는 불법행위의 방식도 다양화·고도화되고 있다.”면서 “명예훼손이나 저작권 침해는 권리자의 적극적인 대응 없이는 규제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불법으로 활용될 소지가 있는 정상적인 카페는 불법으로 유형화되기 전 사전 제재에 대한 근거가 미약하고, 주관적·자의적인 제재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면서 “온라인의 특성상 사용자 규모의 거대화로 인한 물리적 한계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네티즌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금칙어 강화에 찬성한다는 네티즌 ‘sunny802’는 “요즘엔 일반인도 미디어와 인터넷 등을 통해 범죄 욕구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면서 “인터넷에서 ‘범죄’나 ‘섹스’,‘자살’ 등과 관련된 카페를 쉽게 찾을 수 있다면 욕구도 쉽게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반면 ‘joony250’은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슈에 대해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뿐인데 아예 검색이 차단된다면 곤란하지 않으냐.”면서 “금칙어 때문에 원하는 정보를 얻지 못하는 선의의 피해자도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지혜 박지윤기자 wisepen@seoul.co.kr
  • “美, 인권문제 논할 자격없다”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중국 국무원은 미국의 인권 상황을 비판하는 내용의 인권기록을 3일 발표했다. 국무원 신문판공실이 이날 발표한 ‘2004년 미국 인권기록’ 보고서는 6번째로 미국의 연례 인권보고 발표와 때를 맞춰 나왔다. 중국 당국은 중국 인권 상황 왜곡에 대한 보복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보고서는 ▲생명ㆍ자유ㆍ신체의 안전 ▲정치적 권리와 자유 ▲경제ㆍ사회ㆍ문화적 권리 ▲인종 차별 ▲부녀ㆍ아동의 권리 ▲다른 나라에 대한 인권 침해 등 6개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보고서는 먼저 2003년 미국 12세 이상 국민 가운데 약 2400만명이 전과자이고 10만명당 475명꼴로 폭력 범죄에 시달리고 있다며 미국 국민들이 범죄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노동자의 경제ㆍ사회ㆍ문화적 권리를 지키는 데 소홀하며 세계 제1의 부자 나라라는 곳에서 빈곤과 기아가 고질병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인종 문제와 관련,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깊이 뿌리내렸다고 지적하고 그들에 대한 사법적인 차별로 인해 교도소 내 수감자의 70% 이상을 유색인종이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녀와 아동에 대한 권리 침해도 걱정스러울 정도라면서 이들의 성폭력 피해 실태를 미국의 통계수치를 인용해 전하는 한편 미군에 의해 저질러진 포로 학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oilman@seoul.co.kr
  • [이젠 사람입국이다] 13. 美 고성장법 성공

    [이젠 사람입국이다] 13. 美 고성장법 성공

    |워싱턴 전경하특파원|미국의 평생학습과 평생고용은 노동력투자법(WIA·Workforce Investment Act)이 기본 틀이다. 지난 2000년 7월 발효된 이 법은 근 60년 동안 연방·주정부 차원에서 개별적으로 존재했던 다양한 노동력 개발 프로그램을 일원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WIA는 주 정부와 카운티(군) 등 지방정부에 산업계 지도자가 51% 이상 참여하는 노동력투자위원회를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WIA의 실행을 담당하는 곳은 노동부의 고용·훈련국(ETA)이다.ETA의 목적은 변화에 빠르고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민첩한’ 노동력을 만드는 데 있다.ETA는 지식기반경제에서 요구되는 기술과 지식 등을 개발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지식기반경제란 생산의 중심이 노동·자본이 아니라 지식이 되는 경제를 말한다. ETA의 예산은 연간 120억달러(12조 3000억원)다. 연방정부 예산의 대부분은 전국에 있는 3590여개의 원스톱경력센터(www.careeronestop.org)를 통해 지방 정부로 흘러간다. 원스톱경력센터는 취업을 원하는 실업자나 자신의 능력 향상을 원하는 취업자들이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현장이다. ETA의 예산이 지방으로 가다 보니 연방정부 차원에서 직접 쓸 수 있는 돈은 매우 적다. 대신 ETA는 ‘고성장 직업훈련법’(고성장법)을 통해 지방 정부에 돈을 쓰는 방법에 대한 모범 사례를 보여주려고 한다. ●지식기반경제, 특정 산업은 구인난 고성장법은 친(親) 기업성향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지난 2001년 12개 산업분야를 대상으로 만든 법이다. 고용주와 공공직업훈련기관,2년제 대학(커뮤니티 칼리지) 등 3개 기관이 주요 역할자다. 다른 일자리 창출 노력과 달리 산업계의 수요를 미리 파악해 대응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미국 공장들이 저임금을 찾아 해외로 떠난 빈자리를 지식기반경제에 입각한 일자리가 채우고 있는데 교육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반성에서다.90년대 후반부터 미국에서도 아웃소싱으로 인한 일자리 부족, 고용없는 성장 등이 큰 정치적 문제가 되고 있다. 12개 산업은 전국적으로 일자리를 만들며 경제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분야를 중심으로 결정됐다. 자동차, 선진제조, 생명공학, 건설, 에너지, 금융서비스, 지리정보, 의료, 서비스, 정보기술, 소매, 교통 등이다.12개 산업분야 중 어떤 분야에 집중할지는 각 지방정부가 지역 특성에 맞춰 정한다. 선진제조는 기술발달로 생산방식이 노동집약에서 기술집약으로 변화된 업종을 의미한다. 미 노동부는 2002년부터 2012년까지 기계제조업에서 12만개, 제약업에서 6만 8000개, 가공금속업에서 9만 7000개, 플라스틱·고무 생산업 13만 8000개 등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만성적인 의료진 부족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미국 정부는 외국인력의 수급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의료장학금 제도 등의 도입으로 사양산업 종사자의 의료업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노동부는 인구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2002년부터 10년 동안 의료업의 일자리가 30% 이상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커뮤니티 칼리지가 평생학습의 중심 고성장법에서 4년제 대학의 참여를 배제하지는 않지만 2년제 대학이 중심이다. 지역사회에 보다 밀접한 2년제 대학들이 변화에 빠르며 4년제 대학보다 수업료가 싸기 때문이다. 또 학생들이 더 공부하고 싶으면 4년제 대학에 편입할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은 2년제 대학의 지지자다. 부시 대통령이 주지사로 근무했던 텍사스주에는 2년제 대학이 많았다. 부시 대통령은 주지사 재직시절 2년제 대학과의 협력관계로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인력개발에 효과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개 기관이 협력관계를 구축해 평생학습을 제공하면 연방정부의 지원금이 주어진다. 지난해말 현재 미 전역에 38개의 협력관계가 구축됐으며 연방정부는 7100만달러를 지원했다. ●전과자 일자리도 지원 부시 행정부는 사회통합을 위해 전과자의 취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상습적 범죄자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수감자들이 사회로 돌아갈 때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2001년 4개년 수감자전환프로그램을 마련,3억달러의 예산을 배정했다. 지난 2002년 뉴욕주의 이스트할렘에서 이 프로그램을 등록한 213명의 전과자 중 6명이 다시 수감됐고 2003년에는 290명의 수강생 중 3명만 다시 수감됐다. lark3@seoul.co.kr ■ 다양한 고성장법 성공사례-40~50세 전직 쉬운편 |워싱턴 전경하특파원|미국 정부가 실행한 노동력투자법, 고성장직업훈련법 등은 다양한 성공 사례를 만들어냈다. 전과자가 매장의 총관리자가 되고 40,50대에 직업을 바꾸는 예도 있다. ●55세 간호사로 전직 버지니아주에 사는 코니 미첼은 어려서부터 간호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러나 가정을 꾸리면서 우체국에서 일하다 항공사의 검색요원으로 일했다. 그는 9·11테러 이후 항공업이 침체기에 빠지면서 일자리를 잃었다. 실업센터에 도움을 요청했고 의료장학금 제도를 소개받았다. 장학금으로 지역사회 대학간호학과를 졸업한 미첼은 올 봄 지역병원에 취직할 예정이다. ●전과자가 연봉 3만5000弗 수입 뉴저지주에 사는 스티븐(가명)은 불법 무기 소지 혐의로 수감됐었다.1년 동안 복역했고 가석방 조건은 취업이었다. 그가 구한 직업은 파트타임에 저임금이었고 안정적인 직업을 구하려고 하면 퇴짜를 맞곤 했다. 결국 그는 소매업 취업을 도와주는 소매기술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센터에서 스티븐은 자신에 대한 평가를 하고, 인터뷰기술을 익히고 자신감까지 회복하면서 시간당 7달러의 임금을 받는 정규직에 취직됐다. 그의 열의와 성장가능성을 눈여겨본 사장에 의해 발탁되면서 그는 현재 연봉 3만 5000달러를 받고 있다. ●담배공장 그만두고 연구원 꿈 올해 48세인 리키 존스는 자신의 직업이 학생이라고 여긴다. 윈스톤살렘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마사지 치료 자격증도 있다. 해군에도 복무했다. 지금은 레널드담배회사에서 야간근무조로 일하고 있다. 담배회사가 구조조정을 단행, 해고의 위험에 놓이게 되자 존스는 생명공학을 공부하기 위해 2년제 대학인 포시스 기술대학에 등록했다. 존스는 야간근무(0시∼오전 8시)가 끝난 뒤 집에서 잠깐 쉬었다가 오전 수업을 받고 있다. 군복무 시절부터 꿈꿔왔던 생명공학 관련 실험실의 일이 그리 멀지 않았다고 느끼고 있다. ●40세주부 간호사자격 획득 인디애나주에 사는 페기 키스는 자식이 셋이다. 큰딸이 대학에 들어가던 2003년, 키스는 인디애나폴리스의 아이비테크 대학에 등록했다. 쉽지는 않았지만 1년의 교과과정을 우수하게 끝낸 뒤 정식간호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1년을 더 공부하기로 했다. 키스는 “간호사가 된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가방을 들고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큰 힘이었다.”고 밝혔다. 현재 키스는 인디애나폴리스는 감리교도병원에서 간호사 보조로 일하고 있다. ■ 비숍 美부차관보 “실업 막는게 평생교육 목표” |워싱턴 전경하특파원|미 노동부 산하 고용·훈련국(ETA)의 메이슨 비숍 부차관보는 “현재 자신이 어디에 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본인 스스로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비숍 부차관보도 야간 박사과정에 등록, 학업을 계속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평생학습은 큰 변화를 겪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평생학습은 실업자, 장애인 등 저소득층이 대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현재의 취업자들을 훈련시켜 실업자로 전락하는 것을 막는 쪽으로 정책의 목표를 바꿨다. 따라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현 위치에서 자신의 능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ETA의 주요 과제다. 노동력투자법(WIA)과 고성장직업훈련법 실행과정에서 축적된 자료가 큰 자산이다. 이 과정에서 ETA는 교육부, 상공부와 많은 협의를 한다. 비숍 차관보는 “교육문제에 있어서는 정책 협동의 역사가 거의 없었다.”면서 “지금은 서로 의견을 조율하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교육부와는 교육기관의 책임은 어디까지이며 교육내용을 성인들에게 어떻게 전달시킬 것인가를 논의한다. 상공부는 많은 예산을 갖고 있고 또 산업체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장점이 있다. 교육과정 마련에서부터 산업체의 목소리를 반영, 교육과 산업체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있다. 비숍 차관보는 “전에는 사람들을 훈련만 시키고 그들이 알아서 노동시장에서 일자리를 찾도록 하는 것이라면 지금은 연결고리 안에서 훈련시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동부는 국방부와도 협의를 한다. 군대에 가면 무언가 기술을 배워나오게 돼 있다는 점에서 군대가 미국의 가장 큰 교육 제공자이기 때문이다.
  • [범죄로 본 2004 서울] 동기없는 ‘묻지마 범행’… 괴담만 떠돌아

    [범죄로 본 2004 서울] 동기없는 ‘묻지마 범행’… 괴담만 떠돌아

    2004년은 어느 해보다도 범죄피해에 대한 불안이 컸다.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 사건을 비롯, 서울 각지에서 흉악 범죄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서울 서남부 지역에서는 부녀자 피살 및 피습사건이 잇따랐다.‘서울판 살인의 추억’이라는 괴담까지 떠돌았지만, 경찰은 용의자조차 특정하지 못한 채 해를 넘기고 있다. 서울신문은 범죄전문가들에게 의뢰해 올 한 해 서울에서 일어난 살인 및 피습사건을 분석했다. 구로·관악·동작·강서구 등에서 잇따른 7건의 ‘서남부 연쇄살인’은 동일범에 의한 연쇄범행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가양동의 20대 여성 살인사건과 용답동 모녀 살인사건은 ‘비오는 목요일’에 일어나 연쇄살인 괴담을 증폭시키는데 한몫했지만, 수사 결과 내연관계에 의한 치정살인으로 드러났다. 지난 5월 대림동 중국동포 살인사건 역시 평소 피해자와 금전 문제로 갈등관계에 있던 탈북자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고 있다. ●’비오는 목요일’은 없다 우연히 사건발생 요일과 날씨가 같았을 뿐 범행도구도 일치하지 않았다. 신림4동 여고생 피습사건에서는 10㎝ 정도, 신대방동 보라매 공원 여대생 살인사건에서는 18∼20㎝ 길이의 흉기가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피해자가 여성이라는 점은 일치하지만 연령은 10대에서 40대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연쇄살인범은 비슷한 범행대상을 고르고, 도구에 집착하는 성향도 짙다. 유영철 역시 20대 전화방 도우미와 출장마사지사를 주로 범행대상으로 골랐다. 형사정책연구원 최인섭 범죄동향연구실장은 “올해같은 ‘살인 괴담’이 등장한 것은 화성 연쇄살인사건 이후 처음”이라면서 “살인사건이 연속적으로 근접한 지역에서 일어나고, 일부 언론이 이를 과대포장하면서 막연한 공포심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최 실장은 “경기불황으로 어려워진 시기에 강력사건까지 잇따라 공포로 시민들의 삶은 더욱 움츠러들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올해 강력범죄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무(無)동기 범행’을 꼽았다. 범행동기나 목적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범인추적 단서가 없다 신대방동 보라매공원 여대생 살인사건의 피해자는 사망 직전 “모르는 사람이 찔렀다.”는 말을 남겼다. 지난 8월 미아4동과 9동에서 10분 간격으로 일어난 심야 부녀자 피습 사건의 피해자들 역시 “갑자기 뒤에서 아무 말 없이 찔렀다.”고 진술했다. 고척2동 여대생 살인사건은 범인이 피해자의 집 현관 앞에서 기다렸고, 피해품이 없는 것으로 미뤄 원한에 의한 면식범 소행으로 추정했으나 주변인 수사는 성과가 없었다. 대부분 피해자를 흉기로 난자했다. 잔인한 범죄는 원한이 개입된 것이라는 상식도 뒤엎었다. 경기대 이윤호 행정대학원장은 “잇따르는 무동기 범죄는 금품을 목적으로 하는 생계형 등 ‘도구형 범죄’가 아니라 사회 전체에 대한 불만 등을 분출하는 ‘표출형 범죄’의 전형”이라고 분석했다.30년 경력의 한 형사는 “용의자가 주변인을 벗어나면 동종전과자에서 사회불만자, 여성혐오자까지 수사대상이 거의 무한대로 넓어진다.”면서 “범행동기조차 뚜렷하지 않아 범인 검거는 더욱 힘들다.”고 털어놨다. 대낮에 사람들의 출입이 잦은 상가에서 흉기를 휘두르고, 범행현장에 불을 지르는 등 범죄의 흉포화·지능화 성향도 짙었다. 지난 8일 오후 1시쯤 석촌동 상가에서 발생한 연쇄피살 사건은 피해자가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는 비디오방 안에 손님이 있는데도 성인남성 2명을 여러 차례 흉기로 찌른 뒤 유유히 사라지는 대담함으로 시민들을 경악케 했다. ●흉포화 끝이 없다 부녀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많았지만 성추행이나 성폭행 시도가 거의 없었던 것도 특징적이다. 정액이나 체모 등 증거가 남을까봐 일체의 성접촉을 하지 않았다는 것. 고척2동과 보라매공원 살인사건 등을 비롯, 지난 5월 용산 원효로에서 목이 졸려 숨진 채 발견된 20대 여성에게도 성폭행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모방범죄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16일 서대문구 홍제동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50대 여성은 머리에 둔기로 수차례 맞아 함몰된 상처가 있었다. 지난 19일 광진구 중곡동에서 50대 건물주를 살해한 세입자 역시 둔기로 피해자의 머리를 수차례 때렸다. 모두 유영철 사건에서 수법을 착안했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 10월 금천구 독산4동에서는 40대 중국동포 여성의 토막난 시체가 여행가방에 든 채로 발견되기도 했다. 경찰대 표창원 교수는 “독재정치나 경제적 궁핍 등 국민을 위협하는 대형이슈가 사라지면서 개인의 범죄피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커지고 있지만, 최근 범죄는 현장에서 과학적인 증거를 잡지 않는 이상 용의자를 특정하기조차 힘들다.”면서 “웰빙 등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살인을 저지르고도 잡히지 않는 ‘괴물’의 존재는 새로운 위협적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유지혜 이재훈기자 wisepen@seoul.co.kr ■ 수난의 공권력-올 25명 순직… 공격받는 경찰 2004년에는 범인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이 목숨을 잃는 사례가 유난히 많았다. 흉기에 찔리거나 총상을 입는 등 공무를 수행하다 부상을 입은 경찰관도 급증했다. 올 한해 순직한 경찰관은 모두 25명이다. 이 가운데 범인에게 피격을 받아 숨진 경찰관은 이학만 사건에서 순직한 2명을 포함, 모두 3명이다. 지난 2003년과 2002년 순직자는 각각 27명,39명으로 올해보다 많았으나, 범인에게 피격된 사망자는 2003년 1명,2002년에는 한명도 없었다. 그만큼 경찰관이 목숨을 위협받는 강력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지난 8월 부녀자 폭행피의자 이학만을 검거하려다 경찰관 2명이 흉기에 찔려 숨진 사건은 경찰이 사건현장에서 처해 있는 위험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상대는 흉기상해까지 저지른 전과 10범이었지만, 두 경찰관은 맨손으로 이에 맞서다 변을 당했다. 지난달에는 대구에서 경찰관이 수십차례에 걸쳐 절도와 방화를 저지른 모자 일당을 검거하려다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이 경찰관은 중상을 입고서도 범인들을 추격, 휴대전화로 지구대에 연락한 뒤에야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공무를 수행하다 다치는 경찰관도 크게 늘었다. 올해 1088명으로 지난해 896명보다 21.4%나 급증했다.2002년에는 803명이었다. 이처럼 범인으로부터 공격을 받아 목숨을 잃거나, 다치는 경찰관이 잇따르자 경찰의 총기사용규정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제한이 많아 실질적으로 범인 제압에 총기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힘들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 9월 경찰이 총격전 끝에 날치기범들을 검거한 것은 총기사용의 선례를 남긴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장에 출동한 영등포경찰서 박현수(45) 경위는 범인이 휘두른 흉기에 오른쪽 엄지손가락이 잘리는 부상을 입으면서도 실탄을 발사, 총기를 소지하고 있는 범인을 검거했다. 함께 출동한 고남귀(30) 경장 역시 허벅지와 엉덩이에 총상을 입고도 2인조 일당 검거에 일조했다. 지난달에도 서울 서부경찰서 한재군(29) 경장이 강도강간 피의자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흉기에 찔려 부상을 입었으나, 현장에 출동한 경찰들이 실탄을 발사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 범인을 제압했다. 서울경찰청 송좌균 강력실장은 “갈수록 범죄가 흉포화하고 있어 경찰관도 언제 어디서 공격을 당할지 모른다.”면서 “총기 사용 교육을 강화한다는 것을 전제로 규정을 좀 더 완화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범죄로 인생역전” 한탕주의 기승 올해는 부유층을 노린 범죄가 어느 때보다 만연했다. 경기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로또복권처럼 ‘한방’에 ‘인생역전’을 꿈꾸는 범행이 잇따라 불황을 힘겹게 헤쳐가는 서민의 마음을 씁쓸하게 했다. 지난 1월30일에는 재력가 집안 여성이 자주 드나드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강남구 청담동의 최고급 옷가게 앞에서 가게 주인(72·여)이 떼강도 일당 5명에게 폭행을 당하고 납치된 뒤 현금 1500만원을 뜯겼다.9월에는 용산구 후암동 모 이동통신회사 전 사장(51) 집 앞에서 부인(51)과 처이모(60)가 금품을 노리던 성모(34)씨에게 흉기로 찔려 처이모가 숨지고 부인이 중상을 입었다. 특히 11월에는 일당 5명이 중소기업 회장(77)과 일가족 3명을 납치한 뒤 대낮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버젓이 현금 5억원을 건네받아 사라진 초유의 사건이 발생, 온 국민을 경악케 했다. 범인들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한탕’이라는 카페에서 만나 범행을 꾸민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하지만 한탕을 노린 범죄들은 결국 성공에 이르지 못했다. 한탕 범죄를 위해 모인 집단은 대부분 돈을 보고 모인 범인들이라 조직력이 허술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소 수억원 이상을 노렸던 청담동 옷가게 주인 사건의 범인들은 현장에서 챙겼던 1500만원이 의외로 적어 밖에서 지휘하던 공범들의 의심을 살까봐 일부러 돈을 가져가지 않기도 했다. 중소기업 회장 일가 납치사건을 수사한 남대문서 송용욱 수사과장은 “한탕을 노리고 다수가 가담하는 범죄는 결국 허점이 남을 수밖에 없다.”면서 “순간적인 허영심으로 한탕을 노린 결과는 결국 초라한 결과를 낳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독자의소리] 소년범 ‘다이버전’ 도입해야/곽원박

    청소년의 탈선 예방활동이 강화되면서 소년범의 숫자는 줄고 있지만 재범률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재범률이 35%포인트 늘었다. 형식적인 선도활동으로 전과자만 양산하고 있는 셈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서는 청소년 범죄를 예방하고 개전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서 경찰의 소년범에 대한 훈방권(다이버전)을 규정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는 그런 제도가 없다. 소년범은 대부분 가정과 학교, 사회의 무관심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 실수를 저지른 ‘피해자’들이다. 그들에게 최소한의 관심과 애정을 베푼다면 사회의 영원한 낙오자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건강하고 밝은 정신을 함양하기 위해서는 관심과 사랑이 중요하고, 나아가 재활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 특히 소년범에 대한 경찰 다이버전(선도조건부 훈방) 도입이 추진되어야 한다. 곽원박
  • [데스크 시각] 어느 女 변호사가 준 교훈/황성기 사회부장

    사실 고민이 컸다. 기사를 내보내는 게 옳은 건지, 대리시험의 범죄를 저지른 12년 전의 여학생이 변호사로 변신했다는 사실이 자칫 오해를 부르는 건 아닌지. 이런 걱정은 기사를 작성하는 취재기자에게 “범죄자가 성공했다더라는 식으론 쓰지 말라.”는 잔소리가 되어버렸다. 1993년 1월30일 서울 어느 대학에서 돈을 받고 시험을 대신 봐주던 19살의 명문법대 1학년 여학생은 시험장을 나서며 쇠고랑을 찬다. 서울신문 사건팀은 당시의 그 여학생을 추적해 지금은 변호사가 된 그를 개인 사무실로 찾아가 만났다. 그의 고백을 서울신문은 지난 7일치 1면 머리기사로 보도한 바 있다. 이 기사를 읽으셨다면 한번쯤 떠올렸음직한 생각을 함께 나누고자 여러 독자 반응을 소개할까 한다. “시험을 대신 봐준 범죄행위로 비록 실형은 살지 않았더도, 그런 죄를 지은 자가 법률을 다루는 변호사가 되어도 좋으냐.”는 질문이 많았다. 일단 그런 논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분이 더러 있었음을 밝혀둔다. 원죄를 지닌 그가 대쪽판사가 되겠다며 법조계에 발을 들여놓은 발상 자체가 잘못이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한쪽에선 “10대에 저지른 단 한번의 실수가 평생을 옭아매는 사슬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동정론도 꽤 있었음도 아울러 밝힌다. 누구든 죄를 지을 수 있지만, 충분히 반성하고 참회하면 언제든, 어디서든 우리 사회가 받아들여야 한다는 논리다. 당사자라면 당사자라 할 수 있는 법조계의 의견을 들어봤다. 먼저 법률적인 문제다. 서울중앙지검의 어느 부장검사는 이렇게 정리해줬다.“국가공무원법이나 변호사 등록조건에도 실형은 만료후 5년, 집행유예는 2년이 지나면 결격사유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법적인 문제는 없다.” 그렇지만 법을 집행하고 강제하는 법관이나 판사의 경우 보다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판·검사 임용에서 배제된 것은 당연하다는 반응에서는 거의 일치를 봤다. 어느 평검사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의 죄를 저지른 사람이 판·검사가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가 공무집행을 방해한 전과자를 뽑을 수는 없지 않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사법연수원을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하고도 대리시험의 전력 탓에 임용에서 탈락한 것으로 충분히 죄의 대가를 치렀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그렇지만 어느 부장판사는 “그의 법조계 진입 자체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그 자체가 평등권이나 직업선택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들려주기도 했다. 올해 터진 입시부정으로 벌써 20명이 구속되고,226명의 수능성적이 무효처리됐다. 고3 재학생들은 학교에서도 징계를 받거나 받을 예정이다. 대개 10대 미성년인 이들을 우리 사회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다독거려야 옳다는 말인가. 마지막으로 가정법원의 어느 판사의 조언을 소개한다.“과거 한번의 실수를 가지고 계속 문제삼거나 그 실수가 평생을 좌우하는 것은 과다한 형벌이라고 생각한다. 가정법원에 오는 소년범과 비슷하다. 이미 그 변호사는 죄의 대가를 모두 치렀다.” 사건팀의 취재과정을 지켜보고, 기사를 내보면서 느꼈던 갈등은 며칠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혀가고 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독자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신지. 평상적인 감정과,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 가야 할 법 이성 사이에서 여러분은 12년 전의 그 여학생이 택했던 길, 그리고 지금 범죄자가 된 우리 아이들에 대해서 어떤 호령을 내리실지, 궁금하다. 황성기 사회부장 marry04@seoul.co.kr
  • “평생 악몽 판사꿈 날렸어요”

    “평생 악몽 판사꿈 날렸어요”

    1993년 1월31일자 서울신문 사회면은 ‘대입 대리시험조직 적발’이 머리기사로 장식돼 있다. 대리시험의 수법, 학부모와 명문대생이 끼었다는 점이 12년이 흐른 지금의 입시부정과 흡사하다. 빗나간 교육열이 부정을 낳았다는 기사제목과 한국사회를 흔든 충격도 2004년 12월과 다르지 않다. 서울신문은 당시 범행에 가담했던 19살의 대리시험생을 추적했다. 명판사가 꿈이었던 이 여학생은 한순간의 범죄행위로 그 꿈을 끝내 이루지 못한 상태였다. 6일 기자를 만난 이모(30)씨는 개인 사무실을 둔 변호사가 돼 있었다. 전문분야 없이 형사·민사·가사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10년이 지났어도 후회가 남는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10년 뒤에도 후회할 일은 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고 회한의 세월을 되돌아봤다. ●어려운 가정에서 대리시험 유혹 명문 법대 1학년생이던 그는 92년 서울 강남지역 생활정보지에 광고를 내 고액과외 자리를 얻었다. 뒤늦게 알았지만 이씨를 채용한 사람은 대리시험 브로커였다. 처음에는 몇 차례 거부했지만 결국 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200만원을 받고 전기 모대학 대리시험을 봤던 이씨는 후기의 모여대 대리시험을 보고 나오던 93년 1월30일 현장에서 체포됐다. 곧바로 대학에서 제적됐다. 구치소 생활 2개월 만에 받은 돈의 대부분을 어려운 집안의 생활비로 보탰다는 점을 참작한 법원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면서 풀려났다. 우여곡절 끝에 95년 같은 대학으로부터 재입학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죄는 너무나 무거웠다.‘아는 친구들이 손가락질하는 것 같은’ 강박관념에 결국 심리상담을 받는 처지가 됐다. 전과자가 된 그는 “공직에 나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법조계 진출의 꿈을 버리지 못했다.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고 2년이 지나서야 사법시험 응시자격을 얻은 그는 97년부터 시험준비에 들어갔다.3년 만인 2000년 합격했으나 대리시험의 전력은 그를 옭매는 사슬로 따라다녔다. 사법연수원을 마치고 판사를 지망했으나 임용 직전 “임용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통고받았다. 차선책으로 검사를 지원했지만 성적이 상위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임용되지 않았다. 대형로펌에 원서를 냈지만 서류 통과조차 쉽지 않았다. ●가까스로 개인 변호사로 정착 성적 상위권 중 진로가 결정되지 않던 그는 지난해 4월에야 한 변호사 사무실에 들어간 뒤 1년 만에 독립했다. 기자가 이날 오전 사무실로 불쑥 찾아가자 그는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그러나 이내 자신과 같은 처지의 후배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순순히 취재에 응했다. 그는 “개인 사무실을 낸 지금에야 마음이 다소 편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도 친한 사람들에게는 내가 ‘대리시험으로 구치소에도 가본 적이 있다.’고 털어놓는다.”면서 과거를 밝히는 것은 앞으로 떳떳하게 살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부정하게 돈을 벌려고 했다가 더 큰 것을 잃게 된 날 냉소적으로 바라봤다.”는 그는 “11년 전 받은 재판이 잘못된 가치관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대리시험을 봤거나 부탁한 아이들 대개는 평소 부모님 말씀을 잘듣고 칭찬만 받던 아이들일 것”이라면서 “이번에 수사받은 아이들이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해서도 안 되겠지만, 너무 좌절하지도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씨는 구치소에 있는 아이들을 만나보고 싶으며 그들이 부탁한다면 변호도 하고 싶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같은 죄도 소득따라 벌금차등…형법 바꾼다

    같은 죄도 소득따라 벌금차등…형법 바꾼다

    1953년 일본의 형법 가안(假案)을 토대로 제정된 형법이 50여년 만에 전면 개편된다.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는 최근 열린 제25차 전체회의에서 법원과 검찰, 변협, 학계 전문가 등이 참여한 위원회를 법무부에 설치, 형법체계의 재정비를 위한 연구 작업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3일 밝혔다. 일부 범죄의 법정형이 지나치게 높거나 낮아 양형을 합리적으로 결정하기 어렵고, 형법과 중복되거나 상충되는 형사특별법이 많아 고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예를 들어 5000만원 이상의 뇌물을 받은 경우 특별법의 적용을 받아 징역 10년 이상의 형을 받아야 한다. 이는 형법상 살인죄가 징역 5년 이상이라는 점에 비춰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위원회가 검토할 주요 형벌제도는 다음과 같다. ●벌금형 똑같은 범죄를 저질러도 소득에 따라 벌금을 차별화하는 ‘일수벌금제’를 도입하는 방안과 벌금을 내지 못했을 때 구치소 대신 사회봉사명령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한다. 음주운전의 경우 현재는 알코올 농도에 따라 벌금액수가 정해진다. 일수벌금제가 도입되면 알코올 농도에 따라 5일,10일,15일 등으로 처벌이 정해지고, 개인의 하루 소득을 계산해 벌금액을 산정한다. 이는 유럽이 도입한 제도다. 또 징역형에만 활용되던 집행유예와 보호관찰, 사회봉사명령 등을 벌금형에 도입할지도 결정한다. ●징역형 감형 또는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절대적 종신형’을 신설할지 논의한다. 현재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더라도 감형 등을 통해 17년 정도면 출소하고 있다. 또 무기징역과 유기징역의 형량 차이가 너무 크다는 지적에 따라 유기징역형의 형량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한다. 현재 유기징역의 최고형량은 15년이며 전과가 있을 경우 25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 실형과 집행유예의 ‘간격’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한다. 현재는 실형을 받은 전과자는 5년 동안 집행유예형을 받지 못하지만, 집행유예형을 받은 전과자는 다음에도 집행유예가 가능해진다. ●집행유예 현재는 집행유예 기간에 범죄를 저지르면 실형을 받아야 하지만, 가벼운 범죄에 대해선 한차례 더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도록 바꾸는 안이 올라와 있다. 보호관찰 등 준수사항을 위반했을 때 무조건 집행유예를 취소, 실형을 살게 하는 것도 보호관찰 기간을 연장하거나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 등으로 다양화하도록 논의한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공연리뷰] 이발사 박봉구

    [공연리뷰] 이발사 박봉구

    대단한 것이었든 아니든 당신이 그 언젠가 품었던 꿈은 언제, 왜, 어떻게 해서 깨졌는가. 지난 19일부터 대학로를 후끈 달구고 있는 연극 ‘이발사 박봉구’는 이런 상념에 젖게 만드는 작품이다. 전과자지만 누구보다 순수한 청년인 박봉구는 이발사로 일가를 이루겠다는 야무진 꿈을 품고 상경한다.“손가락 두개 성하고 눈맵시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사업수완이 있어야 된다.”는 세상의 진리(?)를 뒤늦게 알아채고 절망한다. 그 사업수완이라는 게 별건가. 세월의 주기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변하는 “엿같은 지구”에 대한 내성을 기르는 것이다. 비밀리에 ‘퇴폐’간판을 내걸고 이발관을 불순한 욕망의 배출구로 여기는 사람들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을 강한 비위를 갖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발버둥쳐도 그는 적응할 수가 없다. 박봉구의 하얀 가운은 타협 불가능한 그의 ‘순수성’을 상징한다. 너무 강하면 꺾이는 것도 세상의 이치. 직업에 대한 물정 모르는 자신감은 그가 겪게 될 좌절의 질량을 부풀린다. 그가 “내 길을 막으면 가새로 싹둑 잘라버리고, 내 길을 방해하면 바리캉으로 밀어버려.”라고 소리치는 대목에서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성이 울린다.‘박봉구’의 꿈이 확대, 재생산되는 순간. 하지만 그 꿈이 곧 장렬히 전사하리라는 불안감이 증폭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대기업 회장의 전속 이발사가 돼 퇴폐영업을 접을 수 있겠다는 기대가 수포로 돌아간 뒤,“실전이 하고픈데 훈련만 시킨다.”는 그의 울부짖음에 목이 따끔거려 오기 시작하고 깊은 슬픔으로 이성을 놓아버린 그가 술집주인과 애인 영은을 죽이는 마지막 장면에선 소리죽인 흐느낌이 차오른다. 높이는 다를지 모르지만 세상이란 벽 앞에서 무릎 꿇을 수밖에 없었던 그 시절 혹은 지금의 자신들을 위한 눈물을 쏟아내는 것처럼 말이다. 뜻대로 꿈처럼 살 수 없는 세상.“꿈은 깨지라고 있는 거야.”라는 여주인공 영은의 상투적인 대사가 상처인 동시에 위로로 다가온다. 정은표의 흡입력 강한 연기는 어느 배우도 박봉구에 대해 엄두를 못내게 만들 만하다. 영은으로 분한 이승비의 쓸쓸하면서도 가슴 따뜻한 연기도 진한 여운을 남긴다. 새달 31일까지.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02)762-0010.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부패·전과자 장성진급” 괴문서

    지난달 중순 단행된 군 장성 진급 및 보직 인사 과정에 대규모 비리가 있었다는 내용의 괴문서가 나돌아 군 당국이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국방부 신현돈 공보관은 22일 “국방부 청사 인근의 장교숙소인 레스텔 건물 지하 주차장에서 이날 오전 수십장의 투서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OO 동기회’와 ‘국방부 및 육군본부 대령 연합회’ 명의로 된 A4용지 2장 분량의 괴문서에는 올해 준장진급 대상자인 육사 34·35기 동기생 대표들이 진급 및 보직 인사의 문제점을 논의한 결과라고 적혀 있다. 15~16명 실명이 적시된 괴문서에는 참여정부의 실세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운 2명이 부패에 연루됐거나 하자가 있는데도 준장에 진급했다는 내용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진급에 치명적인 음주 전과자들이 상당수 장성에 진급했으며, 부인이 남편을 진급시키기 위해 인사 과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 중장의 가정집에서 ‘식모살이’를 했거나,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사들이 특정 직위에 보임됐다는 주장들도 제기됐다. 국방부 검찰단도 유사한 내용의 투서를 접수한 청와대의 지시로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측은 일단 이번 인사 결과에 불만을 품은 세력이 군을 음해하기 위해 장성 진급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괴문서를 살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군 당국은 이번 인사 이후 인사권자의 측근이 대거 진급했다는 등 뒷말이 많았던 점 등으로 미뤄 일부 내용은 사실일 수 있다고 보고 진상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한편 이번 정기인사 직전인 9월 말에는 해군 장성급 인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의 투서가 나돌아 군 당국이 출처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中企회장 납치 기사, 인터넷서 공범 모집

    中企회장 납치 기사, 인터넷서 공범 모집

    중소기업 회장 일가를 납치한 용의자는 회장의 전 운전기사 김모(30)씨였다. 김씨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카페에서 범행을 제안하여 공범을 모은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은 이모(28)씨 등 2명이 “인터넷 카페에서 사장을 납치해 돈을 뜯자는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고 제보함에 따라 12일 김씨가 사건을 주도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처럼 인터넷이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는 갈수록 늘고 있지만, 범죄 내용이 오프라인에서 구체화되기 전까지는 사실상 단속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12일 기자가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한탕’이라는 키워드로 카페를 검색하자 수십개의 목록이 올라왔다. 일부 카페에는 버젓이 ‘전과자 구함’‘한탕해서 팔자고치기’ 등의 내용이 소개되어 있었다.‘전과 있으신 분 구합니다. 성공보수와 시기는 통화 뒤 말씀드립니다.’라는 글에는 연락처를 적은 리플이 잇따랐다.‘전과는 없지만 다 할 수 있다.’,‘돈이 필요하다, 뭐든지 하겠다.’는 리플도 있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곽병일 경위는 “강도나 살인은 예비음모죄가 적용될 수 있지만 구체성이 입증되어야 한다.”면서 “자살이나 청부폭력, 전과자 관련 유해사이트는 수시로 모니터링해 폐쇄를 의뢰하지만 사이트를 개설했다는 것만으로는 처벌하기 어렵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유지혜 이재훈기자 wisepen@seoul.co.kr
  • 中企회장 일가 피랍 내부소행? 청부납치?

    中企회장 일가 피랍 내부소행? 청부납치?

    중소기업 회장 일가족이 괴한들에게 납치돼 거액을 건넨 뒤 풀려난 사건이 일어났다. 경찰은 회장이 탔던 레저용 차량에서 범인들의 것으로 보이는 지문 10여개를 찾아낸 데 이어 회장의 가족을 태웠던 1t 화물탑차를 운전한 범인의 얼굴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확보하는 등 수사에 활기를 띠고 있다. ●이른 새벽 등산로 입구에서 납치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10일 “콘크리트 제품 생산업체 B사의 회장 일가를 납치한 뒤 몸값을 받고 풀어준 용의자들을 쫓고 있다.”고 밝혔다. 장모(77) 회장이 서울 집에서 부인과 딸, 회사 운전기사 강모(41)씨와 휴가차 강원도 홍천 대명콘도로 출발한 것은 지난 9일 오전 4시. 오전 6시45분쯤 콘도 뒤쪽 강대월계곡 입구에서 장 회장 일가가 산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나타난 흰색 1t 탑차에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괴한 6∼7명이 우르르 내리더니 뒤에서 이들을 덮쳤다. 이들은 둔기를 들고 “엎드리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위협하면서 점퍼를 덮어씌워 눈을 가리고 케이블을 묶는 흰색 끈으로 손을 결박했다. 이 과정에서 도망치려다 붙잡힌 강씨는 집단폭행을 당해 장이 파열되는 중상을 입었다. 범인들은 등산로 입구에 주차해 둔 장 회장의 렉스턴 승용차에 장 회장을, 박스형태로 되어 있는 탑차 화물칸에 부인과 딸, 강씨를 나누어 태웠다. 이들은 서울로 올라오는 동안 장 회장을 시켜 낮 12시부터 수차례에 걸쳐 아들에게 “이유는 묻지 말고 무조건 현금으로 5억원을 준비하라.”는 전화를 걸게 했다. ●시내 호텔 앞서 접선, 몸값 5억 받고 풀어줘 장 회장의 아들은 급히 마련한 현금을 서류 박스 3개에 나누어 담은 뒤 회사 구매부장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 정문 앞에서 기다렸고, 약속한 오후 3시쯤 범인 가운데 1명이 장 회장을 데리고 나타나 차량 트렁크에 돈을 싣고 사라졌다. 이 과정에서 장 회장은 아들에게 “저 사람은 강도”라고 넌지시 알려줬다. 장 회장이 풀려났다는 소식이 없자 접선장소에 같이 나갔던 구매부장은 오후 3시19분 경찰에 납치사실을 신고했다. 범인들은 비슷한 시간에 남산 3호터널 입구에서 휴대전화와 지갑을 빼앗은 뒤 장 회장을 내려주었고, 탑차에 가둬놓았던 장 회장의 가족도 풀어준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탑차에 타고 있던 범인들은 장 회장의 아들과 접촉하는 동안 주변을 배회하다 몸값을 받는 데 성공했다는 연락을 받고 가족들을 풀어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장 회장의 렉스턴 승용차는 이날 오후 이태원에서 발견됐으며 경찰은 이 차량에서 10여개의 짓이겨진 지문을 찾아냈다. 경찰은 빠르면 11일 오전 이 지문의 주인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회장 일가 잘 아는 주변인물 대상 수사” 경찰은 장 회장이 이른 시각 주변에 알리지 않고 길을 나섰는데도 범인들이 장소와 시간 등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던 점과 처음부터 5억원이라는 거액을 요구한 것으로 미루어 회장 일가와 회사의 현금동원능력 등 내부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연관된 계획적인 범행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범인들은 장 회장 일가가 서울에서 출발할 때부터 홍천까지 미행했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최근 회사를 그만 둔 사람이나 채권관계가 있는 사람 등을 대상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납치됐던 강씨가 기억한 탑차의 차량번호를 토대로 이 차가 경북 경산에 살던 민모(30)씨 소유인 것으로 밝혀냈다. 민씨는 2∼3년전 신용불량자가 되기 전까지 건강식품판매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남산 3호터널 톨게이트의 폐쇄회로(CC)TV에 찍힌 1t 탑차의 운전자 얼굴을 찾아내고, 이 운전자가 민씨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형사대를 민씨의 마지막 주소지인 경산과 가족이 살고 있는 대구로 급파했다. 경찰은 범인의 얼굴을 본 장 회장과 회사 관계자들이 처음 보는 인물이라고 진술함에 따라 이들이 납치를 청부받은 폭력배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동종전과자 등도 수사하고 있다. 유지혜 이재훈기자 wisepen@seoul.co.kr
  • 영세민·마약전과자·이혼녀 ‘건강빵’ 자활

    “건강 쿠키 제조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보낸 지난 2년을 이제야 보상받는 것 같습니다.” 지난 8일 서울 동대문 종합사회복지관에서 만난 김영채 재가복지 과장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자활근로 제과·제빵 사업 참가자 10명이 지난 1월 건강빵 제조법을 개발, 상품을 출시한 데 이어 지난달 2년여의 노력 끝에 건강 쿠키 제조법 개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자 활근로 사업이란 보건복지부가 근로능력 및 의사가 있는 국민기초생활수급대상자와 차상위계층 대상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동대문 종합사회복지관은 지난 2001년 자활후견기관으로 지정돼 3년째 제과·제빵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김 과장은 “제과·제빵사업을 선택한 것은 쌀소비가 감소하고 서구식 식생활이 보급되고 있는 요즘의 추세를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동대문 종합사회복지관 개가 처음 1년을 일반적인 제과·제빵 기술을 습득하면서 보낸 참가자들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건강빵을 만들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보다 특색있는 빵을 만들어 판매해야 자활사업이 활성화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 과장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반면 제품으로 출시된 건강빵은 거의 없었다는 점도 감안했다.”고 말했다. 1년간의 노력끝에 올 1월부터 ‘끌레몽 베이커리’라는 상표로 시판한 건강빵은 버터와 우유, 계란, 설탕 등을 사용하지 않고 통밀·곡류·견과류·올리브유·천연효소 등 12가지 이상의 순식물성 재료만 사용했다. 특히 채식주의자들이나 당뇨환자, 어린이를 둔 부모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계란, 우유 등을 사용하지 않으면 바삭하거나 부드럽게 만들기 어려운 쿠키와 케이크 제조법도 이번에 새롭게 개발해 본격적으로 판매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내년에는 소규모 점포 2∼3곳을 마련해 자활사업 참가자들이 직접 경영하도록 할 계획이다. 동대문 종합사회복지관 엄보석 관장은 “교육을 받은 사람들을 자립시켜 얻은 수익을 기반으로 또 다른 교육참여자를 이끄는 자립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라며 “수급자, 차상위계층자의 굴레에서도 벗어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가자들 정서적 안정도 회복 자활사업 성공과 더불어 참가자들이 정서적 안정을 찾아가는 것도 또 다른 수익이다. 마약으로 교도소를 몇번이나 드나들던 30대 중반의 A씨는 자활사업에 참여한 후 마약을 끊고 제빵·제과사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 남편과 이혼으로 경제적·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B씨는 자격증을 취득한 후 같은 처지로 자활사업에 참가한 여성들에게 제빵·제과 기술을 전수해주고 있다. 한편 동대문 종합사회복지관은 지난 7∼8일 복지관 2층 대강당에서 제품전시회를 개최해 인삼빵, 호박빵 등 신제품을 소개했다. 인터넷(www.clermont.co.kr)또는 전화(02-920-4536)로 이들이 만든 건강빵·쿠키를 구입할 수 있다. 매월 1·3주 일요일 오전 10시∼오후 1시에는 일반인과 고객을 대상으로 건강빵 제조법 무료강좌도 실시하고 있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세상에 이런일이]‘署위트룸’ 신혼여행

    “감히 우리 마누라를 건드려?” 20대 신혼부부가 결혼 첫날 폭행사건에 휘말려 나란히 전과자가 됐다. 덕분에 신혼부부는 첫날밤을 미리 예약해 둔 아늑한 호텔 스위트룸이 아닌 경찰서 피의자 대기실에서 보내야 했다. 지난달 25일 새벽. 전날 결혼식을 올리고 친구들과 피로연을 마친 황모(27)씨와 유모(22·여)씨는 숙소인 부산 해운대 G호텔로 향했다. 로비로 들어서다 부인 유씨는 호텔에서 나오던 여대생 최모(21)씨와 어깨를 부딪쳤다. 말다툼이 격해지는 과정에서 두 여성은 서로 머리카락을 끌어당기고 핸드백으로 얼굴을 내리치는 등 싸움을 벌이다 최씨가 넘어졌고, 신랑 황씨가 넘어진 최씨의 얼굴을 걷어차 전치 4주의 상처를 입혔다. 부부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나란히 연행돼 밤새 조사를 받는 바람에 첫날밤을 경찰서에서 뜬눈으로 지새웠다.
  • 무면허 음주 뺑소니 아빠 딸에게 책임 미루다 덜미

    자신의 뺑소니 교통사고 책임을 대학 1학년생 딸에게 덮어씌우려던 뻔뻔한 아버지가 검찰에 구속됐다. 회사원 정모(46)씨는 지난 8월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자신의 승용차로 택시를 들이받아 운전사 오씨에게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힌 뒤 그대로 달아났다. 술을 마신 상태였던 정씨는 이미 1989년과 1999년 음주와 뺑소니로 각각 집행유예와 벌금을 선고받아 운전면허도 없었다. 사고 현장에서 그대로 도망친 정씨는 다음날 딸(20)을 불러 “뺑소니 사고를 냈는데 이번에 걸리면 크게 처벌될 것 같다.”면서 “너라면 가볍게 처벌받을 테니 사고를 낸 사람은 너라고 말하라.”고 책임을 떠넘겼다. 부인이 앞길 창창한 딸을 희망하는 공무원도 되기 어렵도록 뺑소니 전과자로 만드느냐면서 극구 반대했다. 하지만 승용차 번호를 기억한 택시운전사의 신고로 경찰에 소환된 정씨는 딸이 운전한 것으로 진술했다. 딸은 어쩔 수 없이 허위진술을 했고 결국 경찰은 딸을 입건,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보강수사에 나선 검찰은 피해자가 경찰조사에서는 “운전자가 남자인 것 같다.”고 진술했다가 합의한 뒤 번복한 점을 수상히 여겨 딸을 집중추궁한 결과 자백을 받았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국민이 명예 회복시켜줬다” 로버트김, 후원회에 감사편지

    국가기밀누설죄로 미 연방교도소에 수감됐다 7년6개월 만에 석방,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로버트 김은 30일 “많은 국민이 보내준 사랑은 전과자인 저의 명예를 완전 회복시켜 주었다.”면서 “그저 미국교포가 아니라 진짜 한국인으로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게 됐다.”고 밝혔다. 로버트 김은 이날 ‘로버트 김 후원회’(회장 이웅진)앞으로 보낸 편지에서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건강한 몸으로 석방됐고,교도소 문을 나서면서 조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생각하며 앞만 보고 나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성금으로 과분한 보금자리도 마련하게 됐다.”면서 “각박한 세상에 보기 드문 사랑의 상징”이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그는 “남아있는 인생의 포부는 고액 과외와 조기유학 등 교육 열풍의 그늘 속에 가려진 청소년이 없도록 일조하는 것”이라며 교육사업과 인재양성에 뜻이 있음을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가 강대국이 돼 다른 나라의 영향 없이 주권을 행사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면서 “우리나라는 강대국의 심기를 자극하지 않으려 애국한 사람을 도외시했다.”고 말했다.그는 “저의 사건에 연루됐던 백동일 예비역 대령은 매우 유망한 인재였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로버트 김은 “강대한 나라는 풍부한 정보를 가져야 한다.”면서 “우리나라 산업도 국제경쟁에서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실시간 정보를 보유하도록 노력,생산품을 차별화·고급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인권보호와 법집행’ 경찰·시민단체 열띤토론

    ‘인권과 공권력 확립의 접점은 어디인가.’ 불심검문을 강화하고 총기사용을 확대하기 위해 경찰직무집행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경찰과 그에 반대하는 시민단체가 26일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민간 치안정책제안기구인 경찰혁신위원회(위원장 한완상)가 이날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전문건설회관에서 개최한 ‘인권보호와 법집행의 효율성 제고방안’ 세미나에서였다. ●“정당한 공권력 집행 위해 불가피” 먼저 법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한 김형훈 경찰대 교수.그는 “과거처럼 법적근거도 없이 경찰관 제복만으로 강제하던 시대는 지난 만큼 법적 토대 위에 경찰이 공권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법제화가 절실하다.”면서 “남용될까봐 아예 권한조차 주지 않는다면 법집행이 이뤄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공익을 위해 신체의 자유는 부분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는 불심검문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신원확인 불응자의 경찰서 구금 등 강제적인 방법과 전과자료가 남지 않는 즉결 청구 등 제재 장치 마련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견우 연세대 법대 교수는 “일제와 독재 시대를 거치면서 시민들 사이에 형성된 경찰권에 대한 불신이 현재의 정당한 공권력 행사까지 부정한다면 국가와 선량한 국민에게도 불행이 닥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의 총기사용 규정완화에 대해서는 두 교수 모두 “법규정을 현실적이고 체계적으로 바꾸되 구체적인 사용 기준 마련과 훈련 등을 통해 경찰관의 올바른 총기 사용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편의 위한 인권 희생은 있을 수 없어” 시민·사회단체들은 반박에 나섰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장경욱 변호사는 “법적 근거 없이 경찰이 주관적으로 검문해 시민의 신체적 자유가 억압되는 것은 명백하게 헌법정신을 위배하는 행위”라면서 “불심검문 불응을 처벌하는 것은 헌법상 신체의 자유와 진술거부권,영장주의 등에도 정면 위배되는 조항”이라고 말했다.손혁재 참여연대 운영위원장은 “경찰의 공권력 확보는 제도나 법의 강화를 통해서가 아니라 경찰 스스로 국민의 신뢰를 구축해 이뤄지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경찰이 불심검문 강화와 총기사용 규정 완화로 공권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은 수사력 한계의 책임을 시민에게 돌리는 경찰 편의적 발상”이라고 꼬집었다.그는 “불심검문은 수사와는 구분되는 행정활동이므로 시민 협조는 말 그대로 ‘협조’에 그쳐야 한다.”면서 “헌법에 반하더라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범인만 잡으면 그만이라는 발상 자체가 위험한 사고”라고 말했다. 이들은 총기사용 규정을 완화하기보다 형식에 치우친 사격훈련을 개선하고,현장대응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청소년사범 처벌보다 훈방

    죄질이 비교적 가벼운 청소년 범죄자에 대한 사법처리가 줄어들 전망이다.초범의 경우 가급적 선도·보호해 범죄자 낙인을 쉽게 찍지 않겠다는 취지다.연쇄살인범 유영철이 고교 2학년때 절도죄로 소년원에 간 뒤,범죄의 세계에 들어섰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경찰청은 10일 가벼운 비행을 저지른 청소년을 사법처리 대신 훈방조치하는 ‘다이버전(Diversion)제도’ 도입을 추진키로 하고 이날 오전 전문가 30여명이 참석한 간담회를 가졌다. ‘다이버전 제도’는 범죄인의 사회 복귀와 재범방지를 위해 사회보호 및 선도로 사법처리를 대신해 범죄인을 사회에 되돌려 보내는 것을 말한다.경찰은 미국과 영국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이 제도를 소년법 개정 등을 통해 법제화한다는 방침이다.이 제도가 실시되면 청소년 범죄의 경우 사법처리 이전단계에서 경찰,검사,판사,청소년 전문가,교사,피해자 등으로 구성된 선도위원회가 형사입건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위원회에서 형사입건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한 청소년은 유관부서와 청소년 관련 시민단체 등이 운영하는 ‘선도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조건으로 훈방조치된다. 최기문 경찰청장은 “유영철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사회의 소년범 문제는 교화나 선도보다는 단기적 미봉책인 형사처벌 위주로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이런 탓에 전과자로 낙인 찍히는 청소년이 많고,이들은 한번 빠진 ‘범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한해 전체 소년범의 65%에 해당하는 6만 2883명이 초범이었지만 소년범의 90% 이상이 형사입건돼 전과자가 됐다.또 청소년 재범률은 90년대 중반까지 20%대를 유지했지만 1998년 이후부터는 30%선을 넘어,지난해에는 35%까지 올랐다. 하지만 법제화 이전에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법무부 보호과 김현채 검사는 “논의 중인 다이버전 제도는 형사법상 중대한 예외조항을 인정하는 것으로,경찰 단독으로 진행할 사안이 아니라 대검 등과 논의를 통해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행 ‘훈방제도’가 일종의 다이버전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이 제도가 청소년의 재범화를 막는 데 도움이 되는지부터 먼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마약환자 재활돕는 ‘투캅스’

    “흉악범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우리와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가정과 사회에 다리를 놓아주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10년 전 서울 용산경찰서 강력반의 반장과 형사가 마약투약 전과자들의 사회 적응을 돕는 ‘마약치료 전도사’로 거듭났다.1999년 학자로 변신한 전경수(사진 왼쪽·51) 광운대 마약범죄학과 교수와 방배경찰서 강력반 조형근(오른쪽·48)형사가 그 주인공이다. 1994년부터 1997년까지 한솥밥을 먹으며 용산 일대의 강력 사건을 해결해내던 두 사람이 마약치료 전도사로 나서게 된 데는 조 형사가 지난해 전 교수의 학과에 입학한 것이 계기가 됐다.전 교수가 지난 2월 강남구 논현동의 ‘한국 사이버 시민 마약감시단’에 마약 환자를 무료로 치료해주는 ‘라파 의료조정 교실’을 열자 조 형사도 뛰어들었다. 이들이 하는 일은 마약을 투약하여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풀려난 이들에게 다시 마약에 기대고 싶은 욕망을 통제하도록 돕는 것.주로 일과시간 이후에 짬을 내 사무실을 찾는다. 전 교수는 8일 “사무실을 찾는 마약 전과자들이 이제 입소문을 타고 제법 늘었다.”면서 “열악한 환경이지만 이들이 치료를 마치고 고맙다고 찾아올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조 형사도 “마약중독자들의 재기를 도우면서 범죄자를 새 사람으로 만드는 노력도 검거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고 밝혔다. /연합
  • 관악산 새시대구조봉사대 김지명 대장

    관악산 새시대구조봉사대 김지명 대장

    ‘…/살아서는 육신을 제 멋대로 노닥거리다가/죽어서는 극락자리 탐하고 싶어/…/지옥의 돼지들도/거들떠 보지 않을 육신이고 보니/…/내가 걸어온 길마저 서러워/뒤늦은 참회의 눈물만이 앞을 가로막누나’(참회) ‘관악산 지킴이’인 김지명(53·경기도 과천시 중앙동 81) 새시대구조봉사대 대장은 인명구조는 물론,등산객들에게 자신의 옛날을 반성하고 서로 돕자는 자작시(詩)가 적힌 엽서를 나눠주며 사랑의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고아로 자란 전과 7범… 모두 10년 감옥살이 피붙이의 이름도 모르는 천애고아로 자라 전과 7범이라는 수렁에 빠졌다가 마음을 다잡고 1981년부터 24년째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마지막으로 교도소에 들어갔다가 출소한 뒤인 80년, “이제 다시 들아가게 되면 내 인생은 끝장”이라는 생각에 유서를 쓴다는 각오로 시작한 게 시작(詩作)이다.‘…/미워하는 마음이 있거든/흐르는 물에 띄워 보내 주구려/…/작은 불행이라 할지라도 미련 없이/큰 장군바위 밑에 묻어 두구려/‘(관악산에 오시거든) 과천 쪽에서 관악산을 오르다 보면 초입 길 왼쪽에 새시대구조봉사대라는 간판을 단 나지막한 건물이 나타난다. 김 대장은 지난 날을 떠올리며 “인간으로 되돌아오는 데 무려 20여년이나 걸렸다.”고 말했다.이제서야 진짜 사람다운 삶을 누리고 있다는 말을 들을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학력이라고는 고아원에서 초등학교 2년 다닌 게 전부인 그는 전과자로 두말할 필요없이 사회의 냉대를 받았다.웬만하면 듣기만 해도 무서워할 ‘별’을 일곱 개나 달았다. ●마지막 출소뒤 시 쓰며 참회… 24년째 봉사활동 지금은 산행하는 사람들에게 얼굴이 잘 알려졌지만 아홉살 때부터 스물아홉살까지 감옥살이만 꼬박 10년 했다. 여덟살 때 고아원에서 ‘무작정 탈출’한 뒤 소년원을 들락날락하다 세상물정을 웬만큼 알면서부터 20년 사이에 인생의 절반은 철창 신세였다. “모든 사람의 마음 속에는 스승이 둘,제자가 둘입니다.악한 스승이 가르치는 것을 배우면 악한 제자가 탄생하고,선한 스승이 가르치는 것을 배우면 선한 제자가 탄생합니다.저는 두 명의 스승이 가르치는 것을 과거와 현재를 통해 배웠던 것 같습니다.물론 현재는 선한 스승님이 가르치는 것을 배우려고 무진장 노력하고 있지요.” 김씨의 소식이 알려지면서 “범죄가 범죄만 낳는 게 아니라 이런 세상도 있구나.”라고 여긴 재소자들이 출소한 뒤 인생상담을 위해 많이 찾아온다.별명인 ‘관악산 풍운아’로 불리기를 좋아하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배 곯을 때도 폭력조직 유혹의 손길 뿌리쳐 79년 출소 때 반겨줄 사람이 있을 리 없는 그의 호주머니에는 세 끼니 밥을 사먹을 돈 몇천원뿐이었다.폭력조직에서 스카우트(?)의 손길도 뻗쳐왔다.그만큼 유혹도 컸다.‘전과자가 별 수 있겠나?’‘어딘가에서 돈 챙기려고 구조대 일을 한다.’는 등의 오해도 샀다.하지만 어둡기만 했던 과거를 정리할 요량으로 81년 5월 3범 이상의 전과자 60여명을 모아 사회봉사의 길로 접어들었다. 사회봉사 덕택으로 86년에는 14세 연하인 부인(39)과 결혼,딸 해림(18)까지 낳았다.그러나 김씨는 92년 구조대 일을 시작하면서 다시 빠져들기 쉬운 범죄의 세계와 비로소 인연을 끊을 수 있었다고 되돌아본다. 품에 안기면 포근하지만 자연의 소중함을 모르는 이들에게는 냉혹한 산처럼,정직하게 살아가겠다는 뜻으로 여산(如山)이란 아호도 지었다.관악산 초입에서 식당을 운영하면서 지킴이 역할을 하는 그에게 가장 보람찬 기억은 2002년 이맘 때 폭풍우 속에 길을 잃은 대학생 10명을 구한 일이다. ●조난 당한 대학생 10명 구한 게 가장 큰 보람 “사회가 어둡다,어둡다고 다들 걱정하기 때문에 실의에 빠진 사람들에게 ‘그래도 나 자신은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도록 부끄러운 과거이지만 알리고 싶습니다.80년대 초에야 겨우 새로운 삶을 출발한 점에 비춰 내 나이는 스물을 조금 넘긴 셈이지요.” 김씨는 형편이 닿으면 자신의 어두운 과거가 속속들이 담긴 29세까지의 삶을 정리한 소설을 ‘들개의 미소’라는 제목으로 출간할 생각이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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