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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드라운 고기, 눅진한 육수 ‘영혼의 보양식’

    보드라운 고기, 눅진한 육수 ‘영혼의 보양식’

    놋그릇에 갖가지 고기 편육과 채소 등의 재료를 푸짐히 담아 둥그렇게 둘러앉아 육수를 부어 가며 사이좋게 먹는 음식, ‘어복쟁반’. 업진살, 양지머리 등 소의 뱃살과 젖 부위에 해당하는 유통살 등 암소의 연한 가슴쪽 살들을 이용해 만드는 전골 음식이다. 어복쟁반은 평양의 상가에서 생겨나 발달했으며, 이른 아침에 주로 먹는 음식이었다고 여러 증언을 통해 전해진다. 상인들은 서로 흥정을 하면서 문제가 생기거나 다투게 될 때 쟁반 한 그릇을 함께하며 감정을 풀었다고도 한다. 그야말로 ‘정’의 음식이다.북의 조선어사전에서는 ‘소의 갈비 밑 배 부분에 있는 연한 살’을 ‘어북살’로 정의하고 있고, 우리 국어사전에는 어북살의 정의가 없기에 어북쟁반이 맞는 표현이지만 현재 대중적으로는 ‘어복쟁반’으로 쓰이고 있다. 두 해째 이어지는 거리두기로 여럿이 모이지는 못하지만, 삼삼오오 모여 정을 나눴던 따뜻한 공동체 음식 어복쟁반을 찬찬히 살피며 온기를 느껴 보자. 서울 충무로역 6번 출구에서 나와 조금 걷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큼직하게 걸린 굵은 필기체의 진고개①. 붉은 네온과 초록 네온이 강렬하게 대비되는 간판 글자에서부터 맛에 대한 자신감이 강렬하게 느껴진다. 1963년부터 영업을 이어 온 노포 중의 노포로 유서도 깊고 맛도 깊은 곳이다. 처음 진고개에서 어복쟁반을 맛봤을 때 충격의 크기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안 그래도 큰 테이블을 압도해 버리는 엄청난 크기의 놋쟁반. 여기에 바닥이 보이지 않을 만큼 가득 담긴, 아니 쌓인 고기와 채소들. 떡과 만두, 달걀, 각종 버섯, 양지와 사태에 이르기까지 퍼도 퍼도 끝없이 나오는 재료들의 푸짐함과 냄새만으로도 진국임을 딱 알아볼 수 있는 국물에 그대로 첫눈에 반해 버렸다. 국물에 끓던 뜨거운 고기를 아무렇지 않게 손으로 북북 찢어 접시에 담아 주시는 아주머니 모습에 한 번 놀라고 국물을 촉촉하게 품은 따뜻하면서 세상 부드러운 살코기에 많이, 아주 많이 놀랐다. 지금까지도 진고개를 생각하면 온몸과 감정이 사르르 녹는 느낌이다. 현대적인 느낌과 한정식의 정갈함을 꾹꾹 눌러 담은 한남동 미미담②의 어복쟁반. 고퀄리티의 한우 수육을 올린 어복쟁반을 푸짐하게, 고급스럽게 내면서도 합리적인 가격 정책으로 대중에게 한 발짝 다가간 점이 인상적이다. 게다가 직접 담은 궁중 보쌈김치를 함께 제공해 메뉴판을 두 번 세 번 확인하게 하는 그야말로 믿기지 않는 가성비를 자랑한다. 차돌과 양지, 우설, 사태, 머릿고기 등 기가 막힐 정도로 똑 떨어지게 커팅한 수육들은 수북이 쌓인 야채를 산처럼 탄탄히 에워싸고 있다. 야채 안에는 또다시 스지, 양, 치마살 등 국물을 풍성하게 북돋아 주는 재료들이 숨어 있고 버섯 종류만 해도 은목이, 검은목이, 새송이 등 다양한 맛과 식감으로 가득해 다양한 입맛을 충족시키는 재미가 있다. 국물이 졸아들 때마다 한우 갈비덧살과 사태를 가득 넣고 끓여 깔끔하게 낸 육수를 첨가하면 야채산 곳곳에 스며들어 끓으면서 시원한 맛으로 보답한다. 강남 일대 거주민의 평양냉면에 대한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청담동 피양옥③은 모던하면서도 중후한 매력이 공존하는 곳이다. 기존 이북음식점의 기본기를 탄탄히 가져가면서, 현대적인 감성이 곳곳에 묻어나기 때문이다. 피양옥의 어복쟁반은 최근에 우후죽순 생겨나는 평양음식 전문점의 지표와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쟁반 중간에 늘상 놓여 함께 끓던 간장종지 대신 푸짐한 야채와 더욱 다양한 부위의 고기로 대체한 것이다. 더불어 꼬리한 치즈맛이 나는 유통, 식감이 매력적인 우설, 국물에 풍미와 맛을 더하는 생살치살 등 고기의 맛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수육종합세트 스타일을 구성했다. 계절에 따라서 가을에는 자연산 송이를, 이 외에는 능이를 추가해 자연스러우면서도 새로운 국물 맛을 끌어내는 창의성이 돋보인다. 으뜸으로 기운을 보충하는 집이라는 의미의 성수동 원기옥④. 모던 중의 모던, 온통 은빛으로 점철된 입구부터 화이트톤의 깔끔한 내부 공간은 젊고 트렌디한 기운이 안팎으로 낭낭하다. 원기옥에서는 어복쟁반의 변주로 ‘한우 보양전골’이라는 메뉴를 내고 있다. 한우양지 삶은 물과 능이버섯 달인 물을 섞어서 육수를 만들고, 산낙지를 얹어 그야말로 보양의 끝판왕을 만들었다. 쟁반의 반 이상은 머릿고기부터 차돌, 사태 심지어 내포, 우설, 새끼보, 꼬리까지 열 가지에 달하는 부위를 총집합해 소 한 마리의 기운을 담아냈다. 여기에 유명 만화 ‘드래곤볼’의 원기옥에서 착안한 별을 당근으로 형상화해 재미와 위트마저 담았다. 푸드칼럼니스트
  • 새해 2월 전라도 관찰사 밥상 맛볼 수 있다

    새해 2월 전라도 관찰사 밥상 맛볼 수 있다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인 전북 전주시가 내년 2월부터 조선시대 전라도 관찰사 밥상을 일반에 선보이기로 해 미식가들의 관심이 높다. 전주시는 철저한 고증을 거쳐 재현한 관찰사 밥상을 ‘맛의 고장’을 대표하는 관광상품으로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선보이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전주시는 이달 중에 관찰사 밥상을 판매하는 음식점 2곳을 선정해 업주와 종업원들에게 전라감영 음식, 문화, 역사, 조리법 등을 교육한 뒤 새해 일반에 정식 판매할 계획이다. 관찰사 밥상은 정식상(9첩 반상), 간소상(5첩 반상), 국밥 2종(소고기뭇국, 피문어탕국) 등 3종이다. 전주시는 1884년 전라감영을 방문했던 주한미국공사관 대리공사였던 조지 클레이튼 포크의 일기장, 전라감사 서유구가 기록한 완영일록, 유희춘의 미암일기 등을 토대로 조선시대 전라도 식재료와 조리법을 연구해 관찰사 밥상을 재현했다.관찰사 밥상에 오른 기본 음식은 쌀밥, 고깃국, 김치(생강뿌리를 넣은 김치, 배추김치, 물김치), 장류(간장, 초간장, 초고추장), 찌개(생선조치, 조기찌개), 닭찜, 소고기전골 등이 선정됐다. 반찬은 무생채, 미나리나물, 숭어구이, 생치조림, 양하전, 죽순해, 소고기자반, 새우젓, 어채 등이 이름을 올렸다. 전라 관찰사 밥상은 현재의 전주 한정식의 원형이 됐고 음식문화 유산으로 계승되고 있다.
  • ‘신태용 매직’ 인니, 동아시아 스즈키컵 첫 우승 도전

    ‘신태용 매직’ 인니, 동아시아 스즈키컵 첫 우승 도전

    신태용(51)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이 ‘동아시아의 월드컵’인 아세안축구연맹(AFF) 챔피언십(스즈키컵) 결승에 올랐다. ‘신태용 매직’으로 돌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인도네시아 대표팀이 최초로 스즈키컵 우승에 도전한다. 인도네시아는 25일(한국시간) 싱가포르 칼랑 국립 경기장에서 싱가포르와 치른 2020 AFF 스즈키컵 준결승 2차전에서 연장끝에 4-2로 승리해 1, 2차전 합계 5-3으로 결승에 올랐다. 인도네시아는 26일 오후 9시 20분에 열리는 베트남-태국의 준결승 승리팀과 결승에서 맞붙는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대표팀은 준결승 1차전에서 태국에게 2-0으로 패했다. 결승은 오는 29일과 다음 달 1일 1, 2차전으로 승부를 가린다. 인도네시아는 전반 11분 에즈라 왈리안이 선제골로 앞서갔지만 남은 전반에 추가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싱가포르는 사푸완 바하루딘이 전반 추가 시간에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했지만 49분 한국 출신 귀화선수 송의영의 동점골로 인도네시아를 추격했다. 싱가포르는 후반 22분 이르판 판디가 퇴장 당하면서 9명으로 불리한 경기를 이어가던 중 후반 29분 술라이만의 역전골로 오히려 인도네시아를 앞서갔다. 인도네시아는 후반 42분 프라타마 아르한의 동점골로 겨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연장으로 넘어가 인도네시아는 숫적 우세를 앞세워 강하게 상대를 밀어붙였다. 연장 전반 1분 싱가포르 샤왈 아누아르의 자책골로 한 점을 도망간 인도네시아는 전반 17분 에기 마울라나의 쐐기골로 4-2 승리를 가져겼다.
  • 골목도시 대구, 골목 경제권 띄운다

    골목도시 대구, 골목 경제권 띄운다

    ‘대구형 골목상권 활성화 중장기 사업’이 추진된다. 240억원을 들여 2021년부터 2025년까지 120개소 이상의 골목상권을 조직화한다. 대구시를 대표할 수 있는 명품 골목경제권을 전략 육성하는 등 골목상권과 소상공인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자생력을 키워 일상회복 시대의 지역경제 활력 회복을 적극 도모할 계획이다. 1단계에선 지역 골목상권 현황을 심층 분석하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곳을 찾아내 마케팅, 브랜드 개발, 기초 인프라 구축 등을 지원한다. 2, 3단계로 상권별 스토리 발굴, 창의적 아이디어를 활용한 특화 거리 조성, 상권 내 사회적 기업·협동조합 설립 등이 추진된다. 2019년 기준 대구 소상공인 사업체 수는 지역 전체 사업체의 85.6%로 전국 평균(82.9%)보다 높다. 대구에는 약전골목, 북성공구골목, 덕산떡전골목, 남산자동차부속골목, 동인찜갈비골목, 교동귀금속거리, 중리동 곱창골목 등이 있다. 시 관계자는 “대구형 골목상권 활성화 사업이 코로나 사태로 침체한 대구 경제에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대전의 반전… 승강PO 진출, 7년 만의 ‘1부 복귀 꿈’ 바짝

    프로축구 K리그2 대전하나시티즌이 FC안양을 꺾고 7년 만의 K리그1 복귀에 바짝 다가섰다. 대전은 7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단판으로 열린 안양과의 K리그2 플레이오프(PO) 원정에서 박진섭의 동점골과 바이오의 결승·쐐기골에 힘입어 3-1로 역전승했다. 올해로 8번째인 K리그2 PO에서 역전승이 나온 건 처음이다. 올 시즌 정규리그 3위(승점 58)에 올라 준PO에서 전남 드래곤즈를, 이날 PO에서 안양을 꺾은 대전은 이로써 다음달 K리그1 11위 팀과 승강 PO를 통해 재도약을 노리게 됐다. 2015년 K리그 클래식(당시 1부) 최하위에 그쳐 강등돼 6시즌을 보낸 대전은 7시즌 만에 1부리그 승격에 도전한다. 반면 K리그2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2013년 창단 이후 구단 사상 최고 성적인 2위에 오른 안양은 창단 후 첫 승강 PO 진출과 함께 첫 1부리그 승격을 꿈꿨지만 대전을 넘어서지 못해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안양과 대전은 전반 한 골씩을 주고받으며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선제골은 안양이 신고했다. 전반 12분 대전 수비진의 실수를 놓치지 않은 안양의 ‘주포’ 조나탄이 공을 가로챈 뒤 페널티 지역 왼쪽으로 질주해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그러나 전반 32분 ‘캡틴’ 박진섭이 막혀 있던 대전 공격의 ‘혈’을 뚫었다. 공민현-원기종으로 이어진 패스를 받아 페널티 아크 오른쪽 부근에서 벼락같은 오른발 슈팅으로 동점골을 뽑아낸 것. 이후부터는 바이오의 독무대였다. 그는 후반 24분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이현식이 내준 공을 오른발로 차넣어 역전골을 뽑아냈고, 후반 40분 추가골로 두 골 차 승리를 확정지었다.
  • 음바페가 살렸다… 프랑스, 네이션스리그 우승

    킬리안 음바페의 역전 결승골을 앞세운 프랑스가 ‘무적함대’ 스페인을 꺾고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 왕좌를 차지했다. 프랑스는 11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시로 경기장에서 끝난 UEFA 네이션스리그 결승에서 후반 35분 터진 음바페의 결승골로 스페인에 2-1로 역전승했다. 후반에만 세 골이 터지는 접전에 종지부를 찍은 건 음바페였다. 후반 19분 미켈 오야르사발에게 선제골을 내준 프랑스는 2분 뒤 카림 벤제마가 바로 동점골을 넣어 균형을 맞췄고 음바페가 승부를 가르는 역전 결승골을 터트려 2019년 첫 대회 포르투갈에 이어 이 대회 두 번째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스페인은 볼 점유율을, 프랑스는 스피드를 앞세워 상대의 골문을 노렸지만 골 없이 전반을 마쳤다. 골문을 먼저 열어젖힌 건 스페인. 후반 19분 세르히오 부스케츠의 종패스를 받은 오야르사발이 몸싸움 뒤 골 지역 왼쪽에서 왼발로 프랑스의 골망을 흔들었다. 그러나 프랑스는 불과 2분 뒤인 후반 21분 음바페로부터 공을 건네받은 벤제마가 페널티지역 왼쪽 모서리 부근에서 오른발 감아차기로 공을 골문 구석에 꽂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후반 35분에는 스페인 수비 뒷공간을 파고든 음바페가 에르난데스의 패스를 받아 왼발 역전골로 승부를 갈랐다. 동점골을 터뜨린 벤제마는 경기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앞서 이탈리아 토리노의 유벤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3~4위 결정전에서는 후반 1분과 20분 니콜로 바렐라와 도메니코 베라르디의 페널티 골을 앞세운 이탈리아가 벨기에를 2-1로 꺾었다.
  • 1분 남기고 극장골… 벤투호 구한 ‘캡틴 손’

    1분 남기고 극장골… 벤투호 구한 ‘캡틴 손’

    시리아전 후반 막판 역전골로 2-1 승손흥민, 2년 만에 A매치 필드골 성공“마지막 기회, 집중해 골대로 보냈다” 12일 ‘원정 무덤’ 이란전 부담감 덜어벤투호가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캡틴’ 손흥민(토트넘)의 ‘극장골’에 힘입어 2연승의 휘파람을 불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 대표팀은 7일 경기도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린 A조 조별리그 3차전 시리아와의 홈 경기에서 황인범(루빈 카잔)의 선제골과 후반 막판 터진 손흥민의 결승골을 앞세워 2-1로 이겼다. 1무 뒤 2연승을 달린 한국은 최종예선의 가장 큰 고비인 이란 원정을 향한 발걸음이 다소 가벼워지게 됐다. 시리아는 1무2패. 한국은 시리아와 역대 전적에서 5승3무1패가 됐다. 장거리 이동에 시차 적응까지 해야 했던 해외파 컨디션은 크게 나빠 보이지 않았다. 벤투 감독은 손흥민과 황의조(보르도)를 중앙에 뒀는데 그러자 좌우에서 황희찬(울버햄프턴)과 송민규(전북)에 공간이 자주 열렸다. 송민규의 움직임과 활동량이 특히 좋았다. 전반 10분 홍철(울산)의 오른쪽 코너킥을 송민규가 헤더로 연결했으나 크로스바를 때린 게 아쉬웠다. 시리아는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라인을 끌어올려 압박하며 역습을 자주 시도했다. 전반 17분 오마르 알 소마가 날린 슛을 김승규가 몸을 날려 쳐내기도 했다. 점유율 70% 안팎을 유지하는 가운데 황의조, 황희찬, 황인범, 손흥민 등의 슈팅이 이어지며 영점을 잡아가던 한국은 후반 3분 선제골을 낚았다. 전반에 뒷공간을 노리는 결정적인 전진 패스를 수 차례 번뜩였던 ‘벤투호 황태자’ 황인범이 해결사로 나섰다. 황인범은 페널티 아크 부근에서 황희찬의 패스를 받아 벼락 같은 왼발 중거리슛을 날려 골망을 갈랐다. 황인범은 A매치 26경기 출전에 4골째. 황희찬은 2경기 연속 도움을 기록했다. 한국은 추가 골을 넣을 기회를 꾸준히 잡았으나 번번이 날렸다. 또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며 이따금 시리아 공격수를 놓쳐 간담이 서늘해지는 장면이 이어졌다. 교체를 아끼던 한국은 결국 후반 39분 시리아의 오마르 크리빈에게 동점골을 얻어맞고 말았다. 그러나 5분 뒤 손흥민이 벤투호를 구해냈다. 프리킥 상황에서 김민재(페네르바체)가 머리로 떨궈준 공을 손흥민이 왼발로 가볍게 골대 안으로 차 넣었다. 손흥민은 지난 6월 레바논과의 2차예선 경기에서 페널티킥 득점을 올리기는 했으나 필드골을 넣은 것은 2019년 10월 스리랑카와의 2차 예선 경기 이후 2년 만이다. A매치 93경기 28골째다. 손흥민은 경기 뒤 “많은 선수들이 고생해준 덕분에 찬스가 왔는데 마지막 기회라 여겨 어떤 상황보다 집중해서 골대로 보낸다는 생각으로 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란 원정은 특히나 어려운 원정이지만 좋은 경기를 치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벤투호는 하루 회복 훈련을 거쳐 9일 이란으로 향한다. 한국은 아자디 스타디움 원정 사상 첫 승, 2011년 1월 이후 이란 10년 9개월 만의 승리를 노린다. 원정팀의 무덤인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승점을 따내면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가능성을 더 부풀리게 된다.
  • 호날두 또 벗었다… 맨유 걱정은 벗겼다

    호날두 또 벗었다… 맨유 걱정은 벗겼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6·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유럽 챔피언스리그(UCL) 최다 출전 신기록 작성 무대에서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역전 결승골까지 터뜨려 7만 3000여명이 운집한 올드 트래퍼드를 ‘마법’에 빠트렸다. 호날두는 30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비야레알(스페인)과의 2021~22 UCL 조별리그 F조 2차전 홈 경기에서 1-1 무승부 분위기가 짙던 후반 50분 극장골을 터뜨려 맨유에 승리를 안겼다. 지난 15일 영보이스(스위스)와 1차전에서 1-2로 졌던 맨유는 이날 아탈란타(이탈리아)에 0-1로 잡힌 영보이스와 1승1패 동률을 이뤘으나 상대 전적에서 밀려 조 3위가 됐다. 아탈란타(1승1무)가 1위, 비야레알(1무1패)이 4위. 맨유는 후반 8분 파코 알카세르에게 선제골을 얻어맞았으나 7분 뒤 알렉스 텔레스의 그림 같은 왼발 발리슛으로 균형을 맞추고 접전을 이어갔다. 무승부로 끝났다면 16강에서 멀어질 수도 있었던 맨유를 수렁에서 건져낸 건 호날두였다. 정규 시간이 다 지나고 추가된 5분도 40여 초 남았을 때 호날두는 제시 린가드가 상대 수비와 경합하며 살짝 내준 공을 받아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호날두는 열광하는 홈 팬 앞에서 유니폼 상의를 벗어 던지고 포효했다. 물론 옐로카드가 뒤따랐다. 호날두는 경기 뒤 “이것이 내가 맨유에 돌아온 이유”라며 “난 이곳에서 역사를 만들었고 역사의 또 다른 챕터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호날두는 지난 2일 카타르 월드컵 유럽 예선 아일랜드전에서도 후반 44분과 51분 거푸 골망을 가르며 포르투갈에 기적 같은 2-1 역전승을 안기고 또 A매치 역대 최다 득점 신기록(111골)을 세웠을 때도 상의 탈의와 경고를 맞바꿨다. 호날두는 이날 UCL 통산 178경기 출전을 기록하며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시절 동료였던 이카르 카시야스(은퇴)를 뛰어넘어 역대 최다 기록을 새로 썼다. 또 대회 통산 최다 136골로 전날 1골을 추가한 리오넬 메시(34·파리 생제르맹)와 15골 차를 유지했다. 호날두는 12년 만에 맨유 유니폼을 다시 입고 지금까지 5경기를 치르며 5골을 넣는 괴력을 발휘했다.
  • 명절 뒤 남은 ‘한우’ 요리로 활용하는 방법 6가지

    명절 뒤 남은 ‘한우’ 요리로 활용하는 방법 6가지

    진공 포장도 21일 넘기지 말아야포장 제거하면 2~3일 내에 사용올리브유 사용하면 육즙 손실 방지추석 기간 한우 선물이 늘어나면서 남은 고기 활용법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위원장 민경천)는 27일 한우의 올바른 보관법과 요리 활용법을 공개했다. 단기간에 먹을 수 있는 양이라면 냉장 보관하면 된다. 한우자조금에 따르면 한우 고기는 4도에서 14~21일간 숙성한 것이 가장 즙이 많고 연하며 향미가 우수하다. 진공 포장된 상태라면 도축일 기준 21일을 넘기지 않도록 냉장 보관했다가 먹으면 된다. 다만 진공 포장을 제거하면 냉장 보관 기간이 2~3일 정도로 줄어들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포장을 제거했다면 변질을 막기 위해 고기의 수분과 핏물은 제거하는 것이 좋다. 냉동보관도 마찬가지다. ●보관 땐 수분·핏물 미리 제거해야 냉동 전에는 핏물과 물기를 키친타월이나 깨끗한 마른행주로 제거한 뒤 고기 위에 올리브유를 붓고 표면에 코팅이 될 수 있도록 충분히 발라준다. 고기는 냉동이 되면 수분이 빠져나와 얼기 때문에 해동 후 맛이 떨어진다. 이 때 올리브유가 유막을 형성해 육즙 손실을 막아준다고 한우자조금은 설명했다. 고기 사이에 종이호일이나 비닐을 깔고 넓게 펴 보관하면 필요할 때 하나씩 걷어내 해동하기 좋다. 해동할 때는 먹기 전날 냉장고로 옮겨 서서히 해동하고 한번 해동한 고기는 세균이 번식하기 쉬우므로 다시 냉동하지 말아야 한다. 냉동이라고 해서 모두 안전하지는 않다. 냉동 날짜를 기록해 3개월을 넘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명절 단골 음식, 한우 불고기는 잘게 자른 후 볶아서 지퍼백에 소분해 냉동 보관하면 여러 가지 요리에 활용할 수 있다. 한우자조금이 추천하는 가장 간편한 음식은 ‘한우 불고기 볶음밥’이다. 먼저 한우불고기를 해동해둔다. 다음으로 대파를 썰어 달군 팬에 파기름을 내고 각종 채소와 밥을 넣고 함께 볶다가 해동해 둔 불고기를 넣고 한 번 더 볶는다. 간장으로 간을 맞추면 맛있는 한우불고기 볶음밥이 완성된다. 한우불고기를 한우버거나 샌드위치 소로 넣어 만들어 먹는 것도 별미다. 냉동된 한우불고기를 꺼내놓았다가 살짝 얼어있는 상태에서 칼로 잘게 썬다. 녹아서 부스러지며 굵게 갈아 놓은 고기처럼 될 때, 흐르는 물에 고기를 살짝 헹궈 채 썬 양파와 함께 볶으면 햄버거나 샌드위치에 활용이 가능하다. 빵의 안쪽에 버터나 크림치즈를 바르고 상추 위에 볶은 고기를 올리면 된다. 토마토와 슬라이스치즈를 쌓고 소스는 취향껏 골라 추가하면 된다. ●한우 산적은 ‘한우 탕수육’으로 활용 가능 한우 산적은 시간이 지날수록 빳빳해져서 재활용이 쉽지 않다. 이 때는 명절 과일인 배와 사과를 활용해 ‘한우탕수육’으로 활용하면 된다. 먼저 한입 크기로 썬 산적에 달걀과 찹쌀가루, 녹말가루로 튀김옷을 입혀 기름에 튀겨낸다. 팬에 물과 설탕, 참기름, 간장과 케첩을 넣고 한소끔 끓여 소스를 만들고 사과와 배, 파프리카나 버섯 등을 넣는다. 녹말가루를 물에 풀어 소스에 조금씩 넣으며 농도를 맞춘다. 튀긴 한우 산적을 한 김 식힌 후, 소스를 부어 먹으면 된다. 산적은 ‘샐러드’로도 활용할 수 있다. 한우 산적을 한 번 더 구워 채 썰고 양파와 생강을 썰어 물에 담가 매운맛을 제거한다. 원하는 각종 채소를 선택해 마찬가지로 채 썰어 준비한 뒤 간장샐러드 소스를 만든다. 식초와 간장을 1대1로 넣고 마늘과 올리고당을 조금 추가한 후 고기와 양파, 생강과 함께 버무려 먹으면 된다.한우 탕국은 여러가지 국물 요리의 밑국물로 활용이 가능하다. 기름진 명절 음식에 질렸다면 매콤한 육개장으로 변신시킬 수 있다. 고추장과 고춧가루, 참기름과 국간장에 다진 마늘을 추가해 육개장에 사용할 양념을 만들어 숙주, 고사리와 함께 무친다. 남은 소고기 산적을 찢어 함께 버무려도 좋다. 남은 제수용 탕국에 버무린 재료를 넣고 함께 끓이면 완성된다. ●남은 전 활용해 ‘모듬 전골’ 만들기 추석 차례 후 남은 전들로 ‘모듬 전골’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 두부전, 동태전, 동그랑땡, 버섯전, 육전, 꼬치 등을 취향껏 넣으면 된다. 전골냄비에 모듬전을 담고 쑥갓과 버섯, 대파와 고추 등을 올린다. 불린 당면을 함께 넣어도 된다. 한우 탕국의 국물을 냄비 가장자리에 빙 둘러서 육수로 붓는다. 국물과 전에 밑간이 되어 있어 한소끔 끓여 먹으면 되지만, 부족하다면 후추와 소금으로 살짝 간을 해준다. 취향에 따라 고춧가루를 추가해도 된다.
  • 멈추었던 설악의 명물 ‘오색약수’ 다시 펑펑 솟는다

    멈추었던 설악의 명물 ‘오색약수’ 다시 펑펑 솟는다

    강원도 설악의 명물로 관광객들에게 사랑 받던 제1오색약수가 용출을 엄춘지 4개월만에 다시 솟아나기 시작해 주민들이 반기고 있다. 양양군 오색리 오색관광지구 주민들은 올 여름 내내 나오지 않던 제1오색약수가 1주일여 전부터 다시 용출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예전처럼 많은 양은 아니지만 관광객들이 짜릿한 약수 물 맛을 보고 갈 수 있을 정도로 용출 되고 있어 단풍철을 앞두고 애를 태우던 주민들은 반기고 있다. 오색약수는 철분이 다량 함유된 탄산약수로 위장병 등에 효험이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국내 최고의 유명 약수로 알려져 있다. 설악산 오색관광지구의 명물로 관광객들에게 사랑받던 제1오색약수가 말라버린 것은 지난 5월 중순쯤이었다. 용출량이 조금씩 줄어들더니 5월 20일쯤부터는 아예 나오지 않았다. 약수터를 찾은 관광객들은 아쉬움에 발길을 돌려야 했고, 인근 호텔의 탄산온천 증설을 원인으로 지목한 주민들은 양양군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주민들 요구에 따라 지난 6월 대책 마련에 나선 양양군은 증설 부분 가동을 중단하고, 약수 용출 여부를 살펴보기로 호텔 측과 협의했다. 호텔 측도 주민들과의 상생 차원에서 온천수 취수량을 줄였다. 또 제1오색약수에서 주전골 등산로 방면 1.5㎞지점에 있다가 지난 2006년 집중호우 때 토사에 묻힌 제2오색약수를 찾는 공사를 벌여 최근 다시 발굴해 내기도했다. 주민들은 약수가 되살아나 다행이라는 반응들이다. 주민들은 “관광객들이 약수를 받아 갈 수 있을 정도의 많은 양은 아니지만, 약수가 다시 나오고 있어 다행이다”며 “용출량 변화는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홍형표 양양군 홍보팀장은 “용출을 멈추었던 제1오색약수가 다시 솟아나고 집중호우로 잃었던 제2오색약수까지 찾아 다행이다”며 “설악과 양양의 명소로 다시 돌아 온 약수를 찾아 많은 관광객들이 이용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양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메시 없는 바르사, 뮌헨 복수극은 없었다

    메시 없는 바르사, 뮌헨 복수극은 없었다

    리오넬 메시가 떠난 FC바르셀로나(스페인)가 ‘리스본의 비극’ 이후 13개월 만에 바이에른 뮌헨(독일)을 마주했으나 또다시 완패했다. 바르셀로나는 15일(한국시간) 스페인 캄프 누에서 열린 2021~22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E조 1차전 홈 경기에서 뮌헨에 0-3으로 무릎을 꿇었다. 두 팀의 만남은 지난해 8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2019~20시즌 대회 8강전에서 바르셀로나가 2-8로 무참하게 패한 이후 처음이라 관심을 끌었다. 당시 경기에서 망연자실한 모습을 보이던 메시는 구단에 이적하겠다고 공표해 세계 축구계를 뒤흔들었다. 새로운 구단 수뇌부의 설득에 마음을 돌려 바르셀로나에 남으려던 메시는 결국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 돼 지난달 파리 생제르맹(프랑스) 유니폼을 입었다. 메시가 없는 바르셀로나는 리스본 비극 당시 멀티골을 넣었던 토마스 뮐러에게 전반 34분 결승골을 얻어맞았다. 뮐러의 중거리슛이 수비수 에릭 가르시아의 몸에 맞고 굴절되어 골망을 갈랐다. 후반 11분과 40분에는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에게 연속 골을 허용했다. 동료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온 것을 두 차례나 놓치지 않은 레반도프스키는 공식전 18경기 연속 득점 행진을 벌였다. 바르셀로나는 슈팅 5개에 유효슈팅은 0개에 그치며 완벽하게 눌렸다. 한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이날 UCL 최다 출전 타이기록(177경기)을 세우고 골까지 넣어 자신이 가진 UCL 역대 최다 득점 기록을 135골로 늘렸으나 팀의 역전패로 빛이 바랬다. 맨유는 영보이스(스위스)와의 F조 1차전 원정 경기에서 전반 13분 호날두가 포르투갈 대표팀 동료인 브루노 페르난데스의 크로스를 받아 골문을 열었다. 그러나 전반 35분 에런 완-비사카가 깊은 태클로 퇴장당해 수적 열세에 처하며 흐름을 잃었다. 맨유는 후반 21분 무미 은가말루에 동점골을 허용한데 이어 후반 50분 제시 린가드의 치명적인 백패스 실수로 조르당 시바우체에게 역전골을 얻어맞으며 무너졌다.
  • 동치미 함께 꿀맛, 늦더위 날릴 빨간맛… 아구라 불러야 아! 그맛

    동치미 함께 꿀맛, 늦더위 날릴 빨간맛… 아구라 불러야 아! 그맛

    코로나19의 장기화와 유례없는 폭염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올여름은 유난히 길고 힘들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열대야로 잠 못 이룬 밤이 얼마인지 모른다. 어느새 몸과 마음은 지치고 입맛은 저만치 떨어져 나갔다. 삼복더위 말복을 지나면서 그나마 수그러들겠지만, 아직도 도심거리에서 내뿜는 열기가 우리를 지치게 한다. ‘이열치열’이라 했던가. 우리 조상들은 이맘때 뜨거운 음식과 열을 내는 매운맛으로 무더위를 식혔다. 대체로 여름 보양식으로 삼계탕, 장어, 보신탕 등을 즐겨 먹었다. 바다를 낀 해안가 지역에서는 귀족 생선인 민어와 낙지 등도 여름 보양식의 명단에 올랐다. 집 나간 입맛을 찾는 데는 매운 아귀(아구)찜만한 게 없다. 아귀는 경상도 사투리인 아구라 불러야 제맛이 난다. 사람들이 자장면을 짜장면으로 부르듯이 말이다. 아귀는 정말 못생겼다. 커다란 입에 조그만 꼬리가 볼품없다. 하지만 생김새와 달리 맛이 일품인 아귀요리로 늦 더위를 훨훨 날려 보내자. ●볼품없지만 맛은 최고 아귀는 부위별로 다양한 맛이 난다. 살은 부드럽고 껍질과 내장은 쫄깃하다. 생아귀의 부드러운 살점과 간(애), 위장 등을 초고추장에 듬뿍 찍어 한 입 먹으면 오물오물 씹히는 감촉이 그만이다. 아귀는 다른 생선과 달리 비타민 A 성분과 단백질이 풍부해 피부 미용과 다이어트에 좋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또 비린내가 나지 않고 소화가 잘되는 담백한 생선이다. 아귀찜 요리에는 콩나물과 미나리, 방아, 고추, 채소류 등이 듬뿍 들어가 비타민 C도 보충할 수 있다. 아귀찜 특유의 화끈하고 매운맛은 잃어버린 입맛을 돌아오게 한다. 아귀찜 애호가인 박공수씨는 “아귀찜은 여름철을 비롯해 사계절 내내 맛볼 수 있는 음식이지만, 여름철 입맛 없을 때 먹으면 제격”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아귀는 주로 남해와 서해에서 잡힌다. 부산에서는 다대포 앞바다에서 아귀가 많이 잡힌다. 아귀는 지역마다 부르는 명칭이 다르다. 흉측하고 못생겨서 재수 없다고 여긴 어부들은 아귀가 그물에 잡히면 바로 버리거나 밭에 거름으로 썼다고 한다. 잡히면 바다에 바로 버렸다고 해서 ‘물텀벙’이라고도 부르기도 했다. 부산과 경남 일대에서는 아구, 물꽁 등으로 불린다. 입이 몸 전체를 차지할 만큼 크며 몸길이가 1m에 달하는 것도 많다. 아귀의 입 바로 위쪽, 즉 머리 앞쪽에는 가느다란 안테나 모양의 촉수가 있다. 이것을 좌우로 흔들어서 먹이를 유인, 고기들이 접근하면 순간적으로 큰 입을 벌려 통째로 삼켜 버린다. 아귀의 대부분은 머리가 차지한다. 위도 크다. 배를 가르면 내장의 절반이 위이다. 큰 입과 위를 가지고 있어 소화력이 매우 뛰어나다. 조기와 병어, 가자미, 도미 등 값비싼 물고기를 통째로 삼켜서 녹여 소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귀를 잡아 위에서 채 소화하지 못한 생선을 꺼내 팔면 아귀 값보다 더 나온다는 말이 전해져 내려온다.또 한 번에 자기 체중의 30% 이상을 먹는 아귀의 대식성은 탐욕과 욕심의 상징으로 회자되기도 한다. 먹기는 많이 먹으면서 일은 도무지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먹기는 아구같이 먹고, 일은 장승같이 한다’거나 ‘아구같이 먹고, 굼벵이같이 일한다’는 속담도 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아귀를 조사어(釣絲魚)라 했으며 속명으로 아구어(餓口魚)라 기록했다. 속명 아구어가 아귀로 정착된 것으로 전해진다. 1909년 조선총독부가 한반도의 수산자원을 조사 기록한 책인 한국수산지에도 아귀가 기록돼 있다. ●마산에서 유래한 아귀찜 아귀는 아귀찜, 아귀수육, 아귀탕으로 요리하는데 아귀찜이 가장 대중적인 음식이다. 해물 볶음, 불고기 전골, 불갈비, 해물찜 등의 요리 재료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아귀찜은 경남 마산(현 창원시 마산합포구)에서 유래한 찜 요리로 알려졌다. 옛 마산시에서는 관광객 유치 홍보를 위해 아귀찜을 5미(味) 가운데 1미로 선정하기도 했다. 표준어는 아귀찜이나 경상도 지역에서는 ‘아구찜’으로 통한다. 고춧가루와 다진 파, 마늘 ,미더덕, 콩나물, 미나리 등으로 맛을 낸다. 마산 아귀찜은 아귀를 20~30일 정도 꾸둑꾸둑하게 말린 후, 고온에 쪄서 조린 콩나물 등 양념을 넣어 만든다. 반면 부산 등에서는 생아귀를 재료로 사용한다. 미식가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 ●온천장·보수동·수영구 식당 유명 아귀찜을 연상하면 벌써 입안에서 매운맛이 감돈다. 매운고추(땡초)와 고추씨 등 매운 양념으로 조리해 한입 넣으면 입안이 화끈거리며 물을 찾는다. 대부분 아귀찜 식당에서는 아귀찜과 함께 달짝지근한 동치미 국물이나 오이냉국을 식탁에 내놓는다. 입안이 얼얼할 정도로 화끈거릴 때 국물을 마시면 매운맛이 일순 사라진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부분 손님들의 요구에 따라 매운맛의 강도를 조절한다. 부산 온천장 아귀찜 전문식당인 ‘구수한 아구찜’에서는 매운맛 강도를 1단계 5단계까지 만들어 놨다. 대부분 2~3단계를 찾지만, 더러 4~5단계를 요구하는 손님들도 더러 있다. 부산 중구 보수동의 ‘보수동 물꽁아구찜’은 부산지역 아귀찜의 원조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965년 식당 주인 홍계순씨가 중구 보수동의 흑교 근처에서 상호도 없이 아귀 요리를 팔았다. 이후 1973년에 중구 보수동의 광복교회 옆으로 이전했는데, 당시 부산의 한 주류회사에서 소주 광고를 담은 간판을 달아 주려고 하자 상호가 없었다. 주류회사 직원이 “지금 팔고 있는 게 뭐냐”고 묻자 ‘물꽁’이라고 대답해 현재의 상호인 ‘물꽁식당’이 탄생하게 됐다고 한다. 2009년 6월 부산 향토 음식점으로 지정됐다. 다시마와 양파, 무, 파, 멸치 등을 넣어 끓여 낸 육수에 들깻가루, 찹쌀가루, 매운 고춧가루 등 갖은 양념과 아귀의 간에 해당하는 ‘애’를 다져 넣어 독특한 맛을 낸다. 부산시청 인근 연산동에서 셋째 딸인 윤애순(61)씨가 분점을 운영하고 있다. 부산 수영구 ‘옥미(鈺味) 아구찜’ 음식점도 맛집으로 이름나 있다. 1984년 개업했으며 2002년 부산 향토 음식점으로 지정됐었다. ‘옥미’라는 이름은 인공 조미료를 쓰지 않고, 최고의 맛을 내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부산 중구 남포동 ‘김해식당’은 담백한 맛을 내는 아귀 수육으로 유명하다.
  • 130년 전 ‘관찰사의 밥상’ 찐 전주의 맛이 돌아왔다

    130년 전 ‘관찰사의 밥상’ 찐 전주의 맛이 돌아왔다

    1884년 전라감영 찾은 美 해군무관“모든 소리·유흥 中보다 웅장·환상적”17가지 음식 종류 등 그림으로 기록 전주시, 외국인 접대상 등 현대적 복원9월까지 음식점 선정 일반에 판매 벼슬아치는 아전만 못하고(官不如吏), 아전은 기생만 못하며(吏不如妓), 기생은 소리만 못하고(妓不如音), 소리는 음식만 못하다(音不如食). 조선시대 전라감영이 있던 전북 전주시는 4불여(不如)의 고장으로 전해온다. 이는 예로부터 전주가 음식으로 내로라하는 고장이었음을 칭송하는 글귀다. 최고의 맛을 자부하는 전주 음식의 뿌리는 조선시대 ‘관찰사 밥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관 종2품의 왕권대행자 전라 관찰사에게 올리는 밥상은 전주 음식의 결정체로 ‘찬품극정결’(饌品極精潔·음식에 극진히 정성을 다해 바르고 훌륭하다)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전주시는 고증을 바탕으로 전주 음식의 계보를 추적해 원류인 관찰사 밥상을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관찰사 밥상은 올가을쯤 전주 한정식집에서 일반에게 선보일 예정이어서 벌써부터 미식가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전주는 전라도의 중심지로 산물이 풍부한 지역이었다. 교통이 편리해 넓은 평야, 산, 강, 바다에서 생산되는 산물이 모두 모여 교환되는 결절지(結節地) 역할을 했다. 이는 식재전주(食在全州)라는 이름을 가질 정도로 음식이 발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전라도와 제주도를 통치했던 전라감영은 전주 음식의 탯자리 역할을 했다. 전라감영에는 800여명의 영리가 근무했고 외부 손님과 고을 백성이 수시로 찾아 영주(주방)에서는 이들을 위한 다양한 음식을 준비했다. 감영에서 열리는 잔치도 많았다. 고종 황제 탄생일인 칠월연에는 당대의 판소리 명창들이 밤늦게까지 경연을 했고 끝나면 떡과 국수, 유과 등을 나누어 주었다. 동짓날에는 판소리 장원을 뽑는 대사습놀이가 열리는 동안 팥죽을 맛보게 했다. 특히 전라 관찰사의 진지상과 손님 접대상, 사대부와 지방 아전의 격식 있고 풍성한 반상이 한정식을 형성하고 음식이 발달하는 기원이 된 것으로 전해 내려온다. ●국내 최초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 뿌리 깊은 전주 음식의 발달 과정을 짚어보면 전국 어느 도시를 가나 맛집으로 소문난 음식점의 상호에 ‘전주’라는 지명이 붙은 사례가 유난히 많은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란 것을 짐작게 한다. 음식 앞에도 전주비빔밥, 전주콩나물국밥, 전주한정식, 전주막걸리 등 ‘전주’라는 상징적 단어가 붙어야 더욱 맛깔스럽다. 여기에 전라도의 손맛과 훈훈한 인심까지 더해져 전주 음식은 한층 게미(전라도 방언·음식 속에 녹아 있는 독특한 맛)를 더한다. 이 같은 전통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2012년 전주시가 국내 최초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로 선정되는 배경이 됐다. 세계적으로도 콜롬비아 포파얀(2005년), 중국 칭다오(2010년), 스웨덴 외스테르순드(2010년)에 이어 네 번째다. 당시 유네스코 심사위원들은 전주시가 음식을 포함한 지역의 다양한 전통문화를 창의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온 점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또 수천년 전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정성 어린 가정 음식, 한식전문 인력 양성 과정, 한 스타일 전문코디네이터 양성 등 창의적 인재 양성 노력 등을 높이 평가했다. 또 영국의 3대 일간지인 가디언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기념한 ‘대한민국음식기행’이란 기획에서 전주를 ‘한국에서 음식으로 대적할 곳이 없는 도시’로 소개하기도 했다.●미국서 기록으로 발견된 전라 관찰사 밥상 전라 관찰사의 상차림과 감영의 접대·유희는 2008년 미국의 한 교수가 주한미국공사관 해군무관 조지 클레이턴 포크(1856~1893)의 일기를 책으로 펴내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1884년 11월 10일 전라감영을 방문한 포크는 관찰사 김성근(1839~1919)으로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은 다음날 오전 10시 전주 객사인 풍패지관(豊沛之館)에서 받은 아침 밥상을 “가슴까지 차오르는 엄청난 성찬”이라고 극찬했다. 그는 콩을 섞은 쌀밥, 무와 계란이 들어간 소고깃국, 꿩탕, 숯불고기, 닭구이, 콩나물무침 등 17가지 음식의 종류와 위치를 그림으로 그리고 번호를 매겨 여행일기에 자세히 기록했다. 포크는 전라감영에서 받은 융숭한 대접에 대해 “모든 소리와 유흥은 중국에서 본 어떤 것보다 웅장했다. 실로 환정적인 날이다. 감영은 작은 왕궁이다”라고 적었다. 이 기록은 전주의 음식문화와 조리법을 알 수 있는 최초의 문헌이자 다른 지역 감영에서는 발견되지 않은 접대·연희·상차림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전주 음식은 ‘세종실록지리지’ 등 다양한 문헌과 ‘미암일기’(유희준), ‘호남일기’(이석표·이상황), ‘완영일록’(서유구) 등 전라감사들이 기록한 일지에 등장하지만 식자재와 조리법을 유추할 수 있는 기록은 없었다.●관찰사 밥상 복원해 상품화 나서 전주시는 3년 전인 2018년부터 포크의 일기를 토대로 관찰사 밥상과 외국인 손님 접대상, 연회 복원에 나섰다. 전주대 송영애 교수는 문헌 연구와 사례를 통해 전라감영 관찰사 밥상을 개발했다. 송 교수는 또 130여년 전에 전라감영을 방문한 외국인 손님에게 차려낸 상차림도 재현했다. 관찰사 밥상은 조선시대 전라감영 관찰사(종2품)의 상차림을 기본으로 전주 식자재와 조리법을 활용하되 현대 식문화까지 고려해 수라상(12첩)보다 한 단계 낮은 9첩 반상으로 구성했다. 최종 음식선정 기준은 가치성, 지역성, 현실성 등을 반영해 밥, 국, 김치, 장류, 찌개 등 7종 11가지 기본 음식과 나물, 구이, 젓갈 등 반찬 9첩을 제시했다. 감영이 위치한 전주의 식재료와 조리법도 고려했다. 관찰사 밥상에 오른 기본 음식은 쌀밥, 고깃국, 김치(생강뿌리를 넣은 김치, 배추김치, 물김치), 장류(간장, 초간장, 초고추장), 찌개(생선조치, 조기찌개), 닭찜, 소고기전골 등이 선정됐다. 반찬은 무생채, 미나리나물, 숭어구이, 생치조림, 양하전, 죽순해, 소고기자반, 새우젓, 어채 등이 이름을 올렸다. 송 교수는 “전라감사는 국가적 축하나 의례행사가 끝나면 진지상을 아랫사람들에게 물려주었고 상물림이 끝나고 나면 남은 음식은 기름종이에 싸서 백성들이 골고루 나누어 가지고 갔으며 이 같은 밥상 물림과 싸 가지고 간 음식이 공간적, 시간적 음식문화유산으로 계승돼 오늘날 전주 한정식이 됐다”고 말했다. ●“전라 관찰사 밥상은 전주 한정식의 원형” 전주시는 관찰사 밥상을 전주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상품화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관찰사 밥상과 외국인 접대상을 현대적으로 복원해 전라감영 재창조 복원사업과 더불어 전라감영의 식문화를 널리 알리는 데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지난 1월에는 관찰사 밥상 정식 출시를 앞두고 온라인을 통해 9첩 반상 2종(춘하·추동), 5첩 반상 1종, 국밥 2종, 다과 1종, 도시락 1종을 선보였다. 관찰사 밥상은 유튜브 채널 전주맛(https://youtu.be/t1W1BEY8jiA)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주시는 오는 9월까지 관찰사 밥상 판매업소를 선정할 방침이어서 빠르면 올가을 전라 관찰사 밥상을 체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주시 관계자는 “전라 관찰사 밥상은 현재의 전주 한정식의 원형이 됐고 음식문화 유산으로 계승되고 있다”며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로서 ‘전주음식’의 뿌리를 찾아 위상을 높이고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지역 음식문화를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물왕저수지 맛집 한 바퀴… 걸으며 ‘뷰 맛집’도 한 바퀴

    물왕저수지 맛집 한 바퀴… 걸으며 ‘뷰 맛집’도 한 바퀴

    마산과 갈뫼산, 운흥산으로 둘러싸인 경기 시흥에 있는 물왕저수지는 경치가 빼어나고 맛집도 많아 수도권 주민들이 많이 찾는다. 물왕동과 산현동에 걸쳐 있는 물왕저수지는 1946년 농업용으로 축조됐으며 면적이 58만㎡에 이른다. 물왕저수지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낚시를 즐겼다는 일화가 전해 내려올 정도로 오래전부터 유명한 곳이다. ●물왕동서로길 인근 1㎞ 음식점 밀집 1990년대 초만 해도 물왕저수지 주변은 베니스와 카리브해·파인힐 등이 들어선 라이브 카페 거리였다. 라이브 카페 열기가 식으면서 음식점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초가한옥집에서 보리밥을 파는 고향집식당이 처음으로 영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남원추어탕 뒷자리다. 카페가 속속 음식점으로 바뀌면서 음식거리로 입소문이 났다. 7년여 전부터 음식점들이 급증하면서 더욱 활성화됐다. 저수지 인근 1㎞ 이내에 카페까지 포함해 50여곳이 성업하고 있다. 현재 지역주민이 하는 음식점은 2~3곳만 남은 것으로 전해진다. 칼국수를 비롯해 오리고기·한우·해물탕·장어·만두·보리밥·추어탕·간장게장·주꾸미·냉면 등 수십 가지의 다양한 메뉴가 있어 골라 먹는 재미가 있으면서 더욱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이 가운데 본가만두전골집이 주꾸미 비빔밥을 파는 참소예 식당과 쌍두마차 격으로 유명하다. 채소와 고기 샤브샤브에 만두를 1인당 4개 제공하고 칼국수를 끓여 주는데도 만원 한 장이면 해결돼 가성비가 최고이기 때문이다. 물론 맛도 뛰어나다. 참소예는 주말 점심시간에 서비스로 제공되는 커피를 마시는 데 대기시간이 음식 나오는 시간보다 더 걸릴 정도다. 어렸을 적 먹었던 추억의 팥죽을 파는 전라도팥칼국수집은 15년간 손님들로부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팥은 전북 남원산으로 직접 공수해 온다. 물에 30분가량 불렸다가 초벌물은 버리고 다시 1시간 정도 끓인다. 삶은 팥을 갈아 손님이 오면 그때그때 사용한다. 새알 재료는 직접 쌀을 빻아 5시간 불려 만든다. 팥칼국수도 직접 반죽해서 12시간 냉장 숙성시킨 후 쓴다. 박수진 전라도팥칼국수 사장은 “초창기에 임신해서 온 엄마가 출산한 뒤 아이까지 데리고 올 정도로 오래된 단골손님이 많다”면서 “전라도팥죽은 아이들부터 어르신까지 두루 즐겨 찾는다”고 자랑했다. 여름철 계절메뉴로는 콩국수가 있다. 잣·호두·땅콩 등 6가지 견과류도 첨가한다. 또 닭으로 육수를 내고 닭 가슴살과 한약재로 새콤달콤하게 간을 낸 초계국수도 콩국수 못지않은 인기를 얻고 있다. 박 사장은 매년 동짓날에는 하루 매출액 전액을 목감복지관과 목감동주민센터에 기부한다. 이뿐만 아니라 매달 치매환자나 극빈자를 위해 ‘글나라의집’ 노인복지센터에 팥죽 50그릇도 무료로 제공해 기부천사로 불린다. 지난 4월에는 허영만 작가의 만화 식객27권(진주냉면)편에 등장하는 진주냉면 중 하나인 ‘박군자진주냉면’이 문을 열었다. 진주냉면은 70년 전통의 비법 육수와 육전을 비롯한 푸짐한 고명을 올린 경남 진주 음식으로 조선시대 양반과 기방문화가 어우러져 풍류의 중심지로 발달한 진주교방을 중심으로 진주의 대표적 먹거리로 발달했다. 일제강점기 때 진주교방이 폐쇄되면서 진주냉면의 명맥이 끊어졌다. 하거홍·황덕이 부부가 광복 이후 진주중앙시장에서 영업을 시작하면서 다시 진주냉면이 보존됐다. 장남인 하연규·박군자 부부가 가업을 이어 ‘박군자진주냉면’으로 2대에 걸쳐 진주냉면의 명맥을 이어 오고 있다. 진주냉면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육수다. 고기와 더불어 멸치·디포리·건새우·황태·바지락 등 10가지가 넘는 해산물을 우려낸 육수로, 특별한 비법으로 비린내를 잡았기 때문에 깔끔하고 깊은 맛을 낸다. 소고기육전이 고명으로 올라가고 무김치·오이·배·계란·편육·지단으로 꽉 채워진 진주냉면 한 그릇이면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유학파 요리사 이성춘씨가 운영하는 남도갈비는 부드러운 소갈비찜으로 유명하다. 꼬막과 초계탕도 곁들여 내놓는다. 갈비가 4일간 숙성시켜 굉장히 부드럽고 담백한 게 특징이다. 이씨는 서울 롯데호텔과 힐튼호텔 주방장 출신으로 유럽에 요리유학도 다녀왔다. 서양요리를 참고로 퓨전식으로 갈비찜을 만들었다. 꼬막은 벌교에서 매일 공수해 와 꼬막데침, 꼬막전, 조기매운탕, 꼬막무침, 돌솥밥 순으로 코스요리도 구성했다. 시원한 맛을 자랑하는 조개매운탕 때문에 찾아오는 단골들이 많다. 소갈비찜을 시키면 꼬막을 서비스로 준다. 7월에 오면 농장에서 직접 수확한 자두를 디저트로 맛볼 수 있다.●주변엔 이숙번·한정동 묘 찾아가 볼만 이보성 전 상인회장 겸 목감동 주민자치위원장은 25일 “시흥시에서 이곳 물왕리 식당들에 단속 위주가 아닌 위생점검 지도교육 및 서비스 방법, 저염도식단 차리기, 1회용 쓰지 않기, 간판 정리 등을 친절히 안내해 줘 고맙다”면서 “저수지 동쪽은 음식점이 많아 주말이면 발 디딜 틈이 없지만 안산 방향의 서쪽은 음식점이 몇 군데 없어 썰렁해 시에서 적극적으로 활성화 방안을 제시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10년 전 물왕저수지에 연음식테마 거리를 조성했으나 사람들이 찾지 않자 2019년 4월 음식문화특화거리로 지정했다. 물왕저수지 주변 산에는 유명인의 묘가 있어 찾아가 볼 만하다. 갈뫼산에는 조선시대 태종 이방원의 오른팔이었던 이숙번의 가묘가 있다. 시 향토유적 제18호로 지정됐다. 이숙번은 1차 왕자의 난에서 정도전을 참살하고 2차 박포의 난을 진압했으며 조사의의 난을 평정한 뒤 병조판서·좌참찬·찬성 등에 올랐고 안성부원군을 지냈다. 이후 태종의 비위를 거슬러 벼슬을 잃고 경상도 함양으로 유배됐다. 사후 복권돼 영의정에 추증됐다. 운흥산에는 아동문학가이며 ‘따오기’ 저자 한정동 선생의 묘가 있다.
  • 과천 경찰, 먹던 음식 ‘공용 간장통’에 넣은 50대 입건

    과천 경찰, 먹던 음식 ‘공용 간장통’에 넣은 50대 입건

    음식점 관계자로부터 ‘식사를 서둘러달라’는 요구를 받은데 불만을 품고, 먹다 남은 음식을 공용 간장통에 몰래 넣은 50대가 경찰의 수사를 받게 됐다. 경기 과천경찰서는 음식점 공용 간장에 자신이 먹던 음식물을 몰래 넣어 훼손한 혐의(재물손괴)로 A(50)씨를 불러 수사할 예정이라고 18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6일 오후 2~3시 과천 한 음식점에서 일행들과 식사한 뒤 자신이 먹던 만두전골 국물을 손님들이 다함께 사용하는 간장통에 넣은 혐의를 받고 있다. A씨의 비상식적인 행위는 식당 내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반주를 곁들여 식사하던 A씨는 음식점 관계자로부터 ‘식사를 서둘러달라’는 요구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음식점 관계자는 휴식시간(브레이크 타임)을 고려해 A씨 일행을 재촉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손님이 결제한 카드 내역서로 당사자 신원을 파악해 재물손괴 혐의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김학범호, 어수선한 분위기 속 역전패로 빛바랜 출정전야

    김학범호, 어수선한 분위기 속 역전패로 빛바랜 출정전야

    도쿄올림픽 장도를 하루 앞두고 열린 출정식이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역전패로 막을 내렸다. 와일드 카드 김민재(25·베이징 궈안)의 도쿄행이 끝내 불발돼 박지수(27·김천 상무)가 대체 발탁됐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 축구 대표팀은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1-2로 역전패했다. 지난 13일 아르헨티나전보다는 상대와 대등하게 맞서며 점유율을 끌어올렸으나 공격에서 마무리가 아쉬웠다. 또 경기 막판 선수들이 거푸 교체되는 과정에서 수비 집중력이 흔들려 아쉬움을 남겼다. 김 감독은 이날 프랑스 축구를 잘 알고 있는 황의조(보르도)와 권창훈(수원 삼성), 그리고 ‘막내형’ 이강인(발렌시아)을 선발로 내세웠고, 여기에 사흘전 극적인 동점골을 넣었던 엄원상(광주FC)을 보태 공격진을 구축했다. 최종 리허설 2연전에 연속 선발로 나선 것은 엄원상에 수비수 정태욱(대구FC), 수비형 미드필더 김동현(강원FC)까지 3명이었다. 유럽 예선 3위로 도쿄행 티켓을 따낸 프랑스는 일본과 함께 A조에 속해 한국과는 8강, 또는 4강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는 팀이다. 프랑스는 긴 크로스를 활용한 선 굵은 축구를 구사하며 한국에 맞섰다. 그라운드 곳곳에서 국지전이 펼쳐졌다. 한국은 황의조, 엄원상 등의 슈팅이 나오기는 했으나 그다지 날카롭지는 못했다. 반면 시간이 흐를 수록 지냑, 토뱅, 사바니에 등 프랑스 유효 슈팅은 늘었다. 전반을 소득 없이 마친 한국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이동준(울산 현대)과 송민규(포항 스틸러스)를 투입해 스피드를 끌어올렸다. 조금씩 한국 분위기가 살아났다. 한국의 거친 태클에 동료가 쓰러진 프랑스의 집중력이 흐트러진 사이 뒷공간 침투로 박스 안으로 질주한 이동준이 상대 반칙을 끌어내며 페널티킥을 얻었다. 키커로 나선 권창훈이 후반 17분 침착하게 선제 득점을 기록했다. 한국은 곧이어 투입된 ‘황금 왼발’ 이동경(울산)이 날카로운 왼발 슛을 날렸으나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프랑스는 후반 22분 4명을 한꺼번에 교체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한국은 후반 36분 황의조 대신 수비수 김진야(FC서울)를 투입하며 굳히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2분 만에 무아니에게 동점골을 내줘 머쓱한 상황이 연출됐다. 한국은 또 후반 41분 발에 통증을 느낀 이동준을 수비수 설영우(울산)로 대체했는데 3분 만에 역전골을 내줬다. 송범근(전북 현대)이 음부쿠의 중거리 슈팅을 가랑이 사이로 흘리며 고개를 떨궜다. 한편, 이날 앞서 유럽 이적 추진 과정 중인 김민재가 올림픽 출전에 대해 소속팀의 승인을 받지 못해 소집 해제 됐다. 김민재의 플랜B는 박지수였다. 박지수는 경북 문경의 국군체육부대에서 올라와 밤늦게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로 합류했다. 박지수는 실전에서 동료들과 한 번도 호흡을 맞춰보지 못한 채 일본으로 건너가게 됐다.
  • [길섶에서] 음식의 소중함/이종락 논설위원

    조선시대 임금에게 올리던 수라상(水刺床)은 기본음식 외에 12가지 찬품을 올리는 12첩 반상을 원칙으로 했다. 밥·국·김치·장·조치·찜·전골 등 기본 외에 숙채·생채·구이·조림·전·적·자반·젓갈·회·편육·장과·별찬 등을 곁들였다. 그야말로 진수성찬. 하지만 임금이 전란이나 내란을 피해 지방으로 갔을 때는 지참한 식료품이 충분치 않고, 피란지에 맛난 음식이 있지도 않아 초라한 수라상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서민들이 즐겨 먹던 음식을 입에 댔다. 인조가 이괄의난으로 6일간 공주로 피란 갔다가 임씨 성을 가진 백성이 콩고물을 묻힌 떡을 진상하자 이를 맛보고 “절미”(뛰어난 맛)라고 극찬했다. 이후 ‘임절미’로 불리다가 발음상 편의로 ‘인절미’로 굳어졌다. 선조도 임진왜란 때 의주 피란길에 ‘묵’이라는 물고기를 맛보고 ‘은어’(銀魚)라는 근사한 이름을 하사했다. 하지만 환궁한 뒤 다시 먹어보니 옛날의 그 감칠맛이 아니어서 “에이, 도로(다시) 묵이라 불러라”라고 해 도루묵이라는 새 이름이 생겨났다. 예나 지금이나 자신이 놓인 환경이 열악해야 음식의 제맛을 느끼는 모양이다. 배부른데 웬만한 음식이 성에 찰 리가 있겠는가. 오늘 삼시 세끼도 피란 갔던 임금의 심정으로 소중하게 대해 맛있게 먹어야겠다.
  • “중·고 중국어 교과서에 김치→파오차이 오역…시정 요청”

    “중·고 중국어 교과서에 김치→파오차이 오역…시정 요청”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는 29일 우리나라 중·고교생용 중국어 교과서에서 김치가 ‘파오차이’(泡菜)로 잘못 번역됐다고 밝혔다. 반크는 오역한 국내 대표적 중국어 교과서 출판사인 다락원, 시사북스, 능률, 지학사, 정진 등을 대상으로 시정을 요청했다. 파오차이는 중국 쓰촨(四川)성의 염장 채소로, 피클에 가까운 음식이다. 중국은 김치를 ‘한궈 파오차이’(韓國 泡菜)로 부르며 김치의 기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크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학사는 ‘한국 식당의 차림표’라는 소개에서 ‘김치라면전골’을 ‘파오차이라멘훠궈’로, 정진출판사는 한국 음식을 중국어로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소개하며 김치를 ‘파오차이’로, 시사북스는 ‘너는 김치를 담글 줄 아니?’라고 묻는 예문에서 ‘파오차이를 담근다’(做泡菜)‘라고 각각 번역했다. 능률출판사는 음식 맛을 묻고 답하는 표현에서 김치 삽화와 함께 ’파오차이‘(泡菜)와 ’맵다‘를 의미하는 단어 ’辣‘(랄)을 함께 제시해 ’김치가 매워요‘라는 문장을 완성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사시북스, 능률출판사의 경우 본문뿐만 아니라 어휘 색인에서도 파오차이(泡菜)를 김치로 뜻풀이를 하고 있다. 박기태 반크 단장은 “중국이 김치 종주국인 한국을 무시하고 김치가 중국의 음식이라고 왜곡하는 상황에서 이같이 중고등학생들이 배우는 중국어 교과서에서 김치를 ’파오차이‘로 오역하는 것은 중국의 국제 홍보에 악용될 수 있기에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파오차이‘를 국제표준으로 정하면서 “한국 김치도 파오차이에 해당하므로 이젠 우리가 김치산업의 세계 표준”이라는 주장을 국제 사회에 홍보하고 있다. 반크는 해당 출판사에 농림부가 제정한 김치의 중국어 표기인 ’신치‘(辛奇)로 바꾸거나, 김치 고유명사 그대로 수정할 것을 요청했다. 반크는 앞서 한국관광공사, EBS 중국어 수능 교재, 국립국어원 사이트 등의 김치를 ’파오차이‘라 표기한 오류를 지적했고, 시정한 바 있다.
  • 아귀찜·복국 잡솨봐… 갯장어샤부 빼면 섭합니데이

    아귀찜·복국 잡솨봐… 갯장어샤부 빼면 섭합니데이

    [이우석의 미시 여행] <3>‘경남의 명동’서 먹거리 타운으로… 옛 마산의 기개 오롯한 창원 창동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일대, 오늘은 창원이 아니고 ‘마산’이다. 2010년 마산 창원 진해의 통합 전, 구 마산시의 원도심 지역이다. 마산에서 창동은 서울 명동보다 컸다. 명동과 종로, 무교동, 남대문시장 등을 모두 합친 개념이 창동이었다. 실제 면적이 큰 것이 아니라 하나밖에 없는 도심이라 그렇다. 1990년대 초반까지 마산에서 “시내 나가자”고 하면 창동으로 갔다. 대표적 문화시설인 극장이나 나이트클럽에 가려면 마산밖에 없었다. 창동 길을 걷다 보면 그날 외출한 사람들을 죄다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또 마산어시장, 부림시장, 유흥가인 오동동과 이어져 밤낮으로 소비가 이뤄지는 특구를 이뤘다.창동(倉洞)은 조선시대 대동법 시행 이후(1760년) 조창이 생겨났대서 붙은 지명이다. 인근 농산물과 건어물 등 세곡이 여기에 모였다가 한양으로 올라갔다. 그때부터 이미 돈이 돌던 지역이다. 일제강점기와 근대화 시기에도 수출자유지역으로 번성했다. 경남 최대 어시장인 마산어시장에 물건을 떼러 온 상인들과 제수용 생선을 사러 멀리 산청, 함양, 진주에서 온 사람들이 이곳에 있었다. 한일합섬 등 섬유산업에 종사하던 여성 직장인들도 주말이면 창동에 나와 도심 나들이를 즐겼다. 당연히 술집, 식당, 찻집 등 외식산업이 발달하고 세련된 옷가게와 서점, 금은방 등이 창동 거리를 빼곡하게 채웠다. 곳간이 차면 예술혼이 무르익는 법. 조각가 문신, 시인 김춘수, 이은상, 천상병, 정진업 등이 마산에서 자라며 감성을 키웠다. ‘경남의 시내’였던 창동은 주거지역의 이동과 대체상권 형성 등으로 인해 한때 상권을 잃어버리며 빛이 바랬다. 하지만 창원시가 십여 년 전부터 진행한 도시재생 프로젝트 덕에 과거의 영화를 되찾아가고 있다. 창동은 단지 법정동 ‘창동’만을 이르는 것이 아니다. 마산어시장 일대부터 복집골목, 오동동 아귀찜골목, 창동 예술촌, 부림시장을 잇는 원도심 벨트를 의미한다. 마산어시장부터 들른다. 엄청나게 크다. 아쿠아리움이 따로 없다. 요즘은 제철인 갯장어가 나온다. 갯장어는 개(犬)장어란 뜻이다. 이빨이 날카롭고 하도 잘 물어댄대서 개장어다. 갯장어는 육수를 팔팔 끓여 샤부샤부로 찰방찰방 슬쩍 익혀 먹으면 된다.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어시장 바닷가 쪽에 장어를 맛볼 수 있는 곳이 몰려 있다. 붕장어도 판다. 고추장 양념이나 소금구이로 구워 파는데 싱싱한 놈은 ‘부산식’(마산 사람들이 화를 낼 테지만)으로 다짐 회를 썰어 달래도 된다. 출입구가 여러 곳인데 입구 쪽엔 반드시 식당가가 있다. 들어오거나 나갈 때 뭔가를 꼭 먹게 되는 이유다. 젓갈이나 건어물 코너에는 이것저것 살 것도 많다. 딱 어시장만 이리저리 둘러봐도 반나절은 족히 지나간다.길을 건너 오동동 쪽으로 오르면 복국 골목이 있다. 곳곳에 ‘복’이라 쓰인 간판 일색이다. 왠지 복 받는 느낌이다. 복매운탕이나 복맑은탕이 아니라 복국이다. 시원하게 끓여 한 뚝배기씩 내 준다. 집집마다 조금씩 메뉴가 달라 전골을 파는 집도 있다. 마산만에서는 복어가 많이 잡힌다. 일찌감치 복국이 발달한 이유다. 가장 오래된 ‘남성복집’은 양복을 파는 집이 아니다. 일제가 패망하던 1945년 개업한 유서 깊은 복국집이다. 3대째 운영하고 있다. 미나리를 넣은 시원한 국물이 일품이라 아침이나 늦은 밤 해장거리로 남겨 두는 것이 좋다.창동 어귀에 접어들면 장을 보러 온 행인이 많이 지난다. 부림시장에서 푸성귀를 사고 어시장에서 생선을 사 저녁상을 차리려는 마산 시민들의 발걸음이 바빠진다. 과거 경남의 대표적인 전통 재래시장답게 주전부리도 푸짐하다. 이미 관광객들 사이에 입소문이 날 대로 난 6·25떡볶이는 물론 명태 한 마리를 통째로 지져 주는 명태전, 참기름 냄새 고소한 꼬마김밥집 등 시장 안에는 ‘뭔가 살 일 없는’ 내가 가도 한참을 머물 수 있다. 6·25떡볶이는 시장 좌판 노점으로 시작해 어엿한 점포를 이루며 ‘전국구’ 떡볶이 맛집으로 소문났다. 1970년대까지도 좌판을 가운데 두고 둥그렇게 모여 쭈그리고 앉아 떡볶이를 먹었다. 그 모습이 한국전쟁 당시 배급장 풍경 같대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떡볶이 그릇을 받치는 화분받침도 그때부터 시작됐다. 쫀득한 떡에 진한 어묵의 풍미가 배어난다. 후루룩 허기 때우기 좋은 맹숭한 잡채도 판다.부림시장 입구 쪽에서 나오면 창동에서도 가장 중심가가 펼쳐진다. 분식점이 많다. 성지여고 학생도, 한일합섬 여공도 주말이면 거리로 쏟아져 나와 호호 웃음보를 터뜨리며 먹던 분식들이다. 우동과 메밀국수를 잘하는 만미정, 떡볶이와 팥빙수 명가 복희집, 새로 생긴 짬뽕맛집 울트라반점 등에서부터 전통의 고려당 제과 등이 거리를 지키고 있다.1970년대 초반 문을 연 창동복희집 팥빙수는 정말 예스럽다. 들들 갈아 낸 통얼음에서 쏟아진 날카로운 얼음 조각이 장비의 장팔사모처럼 순식간에 혀를 베며 냉기를 집어넣는다. 직접 쑨 고소하고 달달한 통팥이 “내가 진정한 팥빙수요”라고 외치는 듯하다. 떡볶이와의 궁합도 ‘최수종·하희라 커플’처럼 딱 맞아떨어진다.1959년 개업한 마산 고려당은 오랜 세월 마산시민의 입맛을 지켜 온 노포 베이커리다. 걸핏하면 싹 갈아엎는 서울과 달리 마산은 그리 바뀌지 않았다. 맛 좋은 ‘빠다빵’으로 소문난 고려당 빵집도 그대로 남았다.초밥 노포도 당당히 세월을 거스른 채 자리를 지켜 오고 있다. 창동 신라초밥은 신라시대보다는 ‘좀 많이 늦은’ 1977년 개업한 집이다. 서울 강남처럼 세련된 ‘오마카세’(주방장에게 맡긴다는 뜻의 일본어) 일식집은 아니다. 호주머니 사정 가볍던(지금도 뭐 별반 나아지진 않았다) 필자의 어린 시절, 창문으로 흘끔흘끔 엿보던 그 옛날식 초밥집 분위기 그대로다. 주방장이 정성껏 깔끔하게 빚어내는 초밥은 이미 일본의 ‘스시’가 아니다. 우리 입맛이다. 이를 확인이라도 하듯 김치를 얹은 김치초밥이 이 집의 간판 메뉴다.창동에는 예술촌이 있다. 화가, 디자이너, 공예 등 예술인이 상주하며 작업을 하고 작품을 판매한다. 관광객들은 50여개 입주시설과 12개 체험공방에서 마산의 우수한 ‘예술 유전자’를 일부 수혈받고 갈 수 있다. 예술에 관심이 있든 없든 골목을 거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파리의 뒷골목에 온 듯하다. 곳곳이 포토존이라 인증샷 투어의 재미도 쏠쏠하다.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 마산시민의 오랜 약속 장소인 ‘학문당 서점’과 시민극장 역시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학문당 서점은 여전히 영업 중이나 시민극장은 영화관 대신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모했다. 개관 100년, 문 닫은 지 20여년 만에 시민극장이란 이름으로 지난 4월 다시 문을 열었다. 물리적 공간은 좁지만 넓고 깊은 예술 세계가 담긴 창동 예술촌을 차근차근 둘러보고 문신미술관이 있는 ‘가고파 꼬부랑길’을 걸어 보면 마산의 야경과 그 안에 숨은 멋을 제대로 느껴 볼 수 있다.창동과 오동동 사잇길에는 ‘상상길’이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세계 각국의 외국인들에게 응모를 받아 그들의 이름을 타일로 새겨 조성했다. 국내 딱 한 곳 창원 창동밖에 없다. 멀리 외국에 자신의 이름이 박힌 길이 있다면, 게다가 주변에 아름다운 예술촌까지 있다면, 어찌 가 보고 싶지 않을까. 색색 타일로 수놓은 길은 창동 예술촌의 중앙을 지나 여러 테마의 골목을 연결한다. 조만간 역병이 물러가고 나면 이곳에서 ‘창원’과 ‘자신의 이름’을 똑똑히 기억하고 먼 길을 떠나온 각국의 외국인 관광객들을 만날 수 있을 듯하다. 창동에서 좁은 찻길을 건너면 바로 오동동이다. 오동동 타령의 가사 “오동추야 달이 밝아 오동동이냐, 동동주 술타령이 오동동이냐”에 나오는 바로 그 유명한 동네다. 오동추야(梧桐秋夜)는 오동잎이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가을 밤을 뜻한다. 가을 밤 운치나 동동주 한 사발의 흥겨움, 기생의 장구 치는 소리, 한량들의 술놀음 등 이 모두가 오동동으로 귀결된다. 오동동은 그런 곳이다. 전국을 통틀어 이토록 술집 골목을 흥겨이 노래한 적이 있었나. 아마도 오동동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전통 유흥가일 것이다. 지금 기생집의 흔적은 아예 사라지고 없다. 다만 달빛 아래 좁은 골목에서 비틀거리며 튀어나오는 나카오리(중절모) 차림 시인의 환영이 보일 듯하다. 오동동 골목 어디선가 상을 때리는 젓가락 장단이 들려올 듯도 하다.지금의 오동동은 아귀찜과 통술거리로 더욱 유명하다. 창동에서 이어진 골목엔 통술집이 줄을 섰고, 복국골목으로 내려가는 길엔 아귀찜 식당들이 가득하다. 마산 특유의 술문화인 ‘통술집’은 통영 다찌집, 진주 실비집, 전주 막걸리집과 비슷한 방식이다. 사실 통술은 예전 우리나라의 술문화였다. 안주를 따로 팔지 않고 술을 주문하면 먹을 만한 안주를 해 주는 것이다.이젠 통술집도 많이 바뀌었다. 요즘이야 예전처럼 술을 많이 마시는 분위기도 아니고 관광객들이 몰려와 안주만 바라니, 지금은 대부분 ‘한 상에 얼마, 몇 인 상에 얼마’ 하는 식으로 영업한다. 아무튼 제철 재료나 특별한 안주를 한상 가득 깔아 주니 물가가 턱없이 높은 서울에서 온 이들로선 눈이 휘둥그레진다.제철 안주를 찌고 볶고 삶아서, 때론 생으로 내온다. 호래기(참꼴뚜기)부터 멍게, 부침개, 냉채, 전복회, 오만둥이찜, 미더덕찜, 가오리, 오징어볶음, 소고기 장조림, 생선구이, 찌개, 회까지 줄을 이어 한 상에 연착륙한다. 어떠한 입맛에도 맞출 수 있는 구성이다. 아, 물론 집집마다 계절마다 구성은 달라진다. 호사도 이런 호사가 없다. 술을 많이 주문할수록 안주는 더 나온다. 그래서 필자는 통술집에서 거의 ‘국빈급’ 환대를 받는다. 통술골목에서 거나하게 취하면 안 된다. 아직 아귀찜이 남았다. 역시 마산은 아귀찜이 가장 유명하다. 전국적으로 이름난 아귀찜집 간판에는 보통 ‘마산’을 쓴다. 흉측하게 생겨서 어부들이 죄다 버렸다던 아귀다. 자연적으로 말라비틀어진 아귀를 주워다 불려 콩나물을 얹어 찜을 했더니 그게 맛이 좋아 지금의 ‘값비싼’ 안줏거리가 된 신데렐라 생선이다. 아귀는 투실하고 시원하면서도 비린내가 없어 칼칼한 양념의 찜은 물론 수육이나 전골도 좋다. 특히 부드럽고 녹진한 간과 쫄깃한 껍질 등 버릴 것도 없다. 영화 ‘타짜’에서 나온 ‘전라도 아귀’(김윤석 분)와 조금 헷갈리지만 사실 마산에선 ‘아구’라 부른다. 아귀찜의 원조로 유명하니 아귀라 쓰고 아구라 읽는 것이다. 아귀찜 골목에는 식당마다 특색이 있다. 구수한 맛, 칼칼한 맛, 매콤한 맛 등 입맛대로 즐길 수 있다. 아귀찜뿐 아니라 담백하고 시원한 국물의 아귀탕과 부드럽고 담백한 아귀 수육도 별미다. 생아귀와 건아귀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투박하지만 현지의 맛을 즐긴다면 건아귀를, 좀더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맛을 찾는다면 생아귀찜을 주로 취급하는 집으로 가면 된다. 오동동아구할매집처럼 둘 다 취급하는 집도 있다.마산 창동은 놀고 먹기에만 좋은 곳이 아니다. 근현대사에서 마산은 대한민국 역사를 바꾼 민중항쟁이 두 번이나 일어난 저항의 도시다. 그 중심에 창동이 있었다. 1960년 3·15 당시 마산 시내 중고교생이 창동에 모여 이승만 정권의 부정선거에 대한 저항에 나섰다. 그중 한 명이 전북 남원 출신의 김주열 열사다. 당시 명문이었던 마산상고(현 용마고)에 진학하기 위해 창동을 찾은 김 열사는 시위에 참가하다 행방불명됐고 4월 11일, 마산 중앙부두에서 최루탄이 눈에 박힌 시신으로 떠올랐다. 이는 4·19혁명으로 이어졌다. 1979년 10월에는 유신독재에 항거한 부마민중항쟁이 펼쳐졌다. 마산 시민들의 저항정신을 보여 주는 두 가지 사건이다. 마산 사람들은 거침없는 다혈질 성향으로 인식된다. 그 혈기가 정의감과 애국심으로 이어진 경우가 많다. 2005년 일본 시마네현이 독도의 날을 제정하자 마산시의회(현 창원시의회)는 곧바로 대마도의 날을 만들어 맞대응했다. 전국 최초다. 날짜는 6월 19일. 이종무 장군이 대마도 정벌을 위해 마산포에서 출정한 날을 골랐다. 얼마 전인 19일, 창원시의회는 제17회 대마도의 날 기념식을 진행했다. 대단한 기개가 아닐 수 없다. 지방 여러 도시가 있지만 이토록 원도심의 매력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은 드물다. 한때 경남을 대표했던 도시 마산. 지금 그 이름은 창원특례시 안에 묻혀 있지만, 적어도 도시를 찾는 관광객들에게만큼은 창동의 무궁한 매력과 함께 나란히 오랫동안 기억될 듯하다. 글 사진 놀고먹기연구소장 demory@naver.com ■ 마산 창동여행 체크리스트 어떻게 가나 : KTX 마산역에서 800번 좌석버스를 타면 마산어시장, 창동까지 간다. 동마산병원 앞에서 승차하고 삼성생명 맞은편 정류장이나 상호신용금고 앞에서 하차하면 된다. 무엇을 볼까 : 굿데이뮤지엄은 ‘무학소주’를 만드는 무학에서 운영하는 주류 박물관이다. 전 세계 5대륙 권역별로 주류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볼 수 있다. 어디서 잘까 : 마산어시장 인근의 호텔 레이지 헤븐과 스카이뷰 호텔이 평점이 좋다. 창동 쪽엔 퍼스트클래스 호텔이 있다.
  • 울산, 전북 독주 엎다

    울산과 전북의 ‘현대가’ 더비에서 난타전 끝에 울산이 승리하며 63일 만에 K리그1 선두에 복귀했다. 울산은 1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17라운드 원정에서 불투이스의 결승골과 이동준의 쐐기골에 힘입어 전북을 4-2로 제압했다. 리그 세 경기 만에 승점 3점을 얻은 울산(승점 30점·8승6무2패)은 한 경기를 덜 치른 전북(승점 29점·8승5무2패)에 승점 2점차로 앞서 64일 만에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울산은 또 2019년 5월 맞대결 이후 738일 만에 전북을 상대로 승리를 신고했다. 리그에서만 전북전 7경기 무승(3무4패)의 사슬도 끊었다. 상대전적도 37승27무38패로 균형을 맞췄다. 지난 9일 수원 삼성에 져 개막 후 무패행진에 제동이 걸렸던 전북은 이날 홈 경기까지 울산에 뺏겨 첫 연패에 빠졌다. 최근 5경기를 치렀지만 연속 무승(3무2패)에 그친 게 더 뼈아팠다. 전반 8분 만에 김민준의 선취골로 앞서나간 울산은 그러나 17분과 24분 전북 한교원에 동점골과 역전골을 얻어맞으며 끌려갔다. 11분 뒤 힌터제어가 시즌 2호 골로 터뜨려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울산은 후반 11분 윤빛가람의 프리킥을 불투이스가 헤더로 마무리해 전세를 뒤집은 뒤 교체 투입된 이동준이 2분 만에 쐐기골을 터뜨려 승부를 마무리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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