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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공직사회 머리부터 발끝까지 쇄신하라

    하루하루를 살아가기가 힘든 시련의 나날이다. 세월호 참사 열흘째, 오늘도 통한의 진도 앞바다에 희망은 떠오르지 않는다. 아직도 가족 품으로 돌아와야 할 실종자들이 도대체 얼마인가. 그런데 한쪽에선 유족들을 두 번 죽이는 일들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다. 모범을 보여야 할 공직자들이 추태의 장본인이다. 80명을 구했으면 대단한 것 아니냐는 해양경찰 간부가 있는가 하면 사고 현황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쫓겨난 고위 공무원, 식음을 전폐한 유족들 앞에서 천연스레 라면을 먹는 장관도 있다. 마침내 국가안보실은 재난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며 청와대 책임론을 반박하는 국가안보실장까지 나타났다. 그 천박한 공직 의식에 국민은 가슴이 무너져 내릴 지경이다. 대통령의 지적이 아니어도 국민이 공무원을 불신하고 책임행정을 펼치지 못한다면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 어쩌다 공무원 사회가 영혼은 없고 정신은 썩은 ‘무뇌(無腦) 집단’이 됐는가. 세월호 참사를 되돌아보면 우리 사회 어느 조직 하나 제 기능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 한마디로 ‘시스템 실패’다. 그 책임의 태반은 이런 체제를 만들고 관리해온 정부 관료들에게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지 못하는 정부는 정부가 아니다. 이번 참사 이면에 관료들의 총체적인 무능과 부도덕이 똬리를 틀고 있음이 만천하에 드러난 이상 공직사회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은 불가피하다. 지금 공직사회는 무사안일과 보신주의를 넘어 불치에 가까운 조직 이기주의에 빠져 있다. 오죽하면 관료집단에 비밀 범죄조직을 일컫는 마피아라는 말이 붙었겠는가. 이름하여 ‘관피아(관료 마피아)’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은 출항 전 점검보고서에서 탑승 인원과 선원 수, 화물 적재량 모두 엉터리로 기재했지만 한국해운조합 운항관리자는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한다. 해운조합 이사장 자리는 38년째 관료 출신이 낙하산으로 꿰차고 있다. ‘한통속’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니 무슨 여객선 안전운항 관리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해운조합과 관료들 간의 공생·유착관계는 상상을 초월한다. 명절 때면 수백 만원 상당의 선물이 뿌려지고, 관료들은 자기 부처 출신들을 조합에 취직시키려고 압력 행사도 불사한다고 한다. ‘조폭형’ 관료문화를 낱낱이 도려내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이번 참사에서도 드러났듯 공무원 집단의 도덕적 위기는 심각한 양상이다. 퇴직 공직자의 무차별 낙하산 취업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 정치권 일각에서 ‘해피아(해양마피아) 등 관료 낙하산 방지법’을 추진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현재 사기업·법무법인 등으로 한정된 공직자의 퇴직 후 취업제한 대상을 공직유관단체(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출자·출연·보조를 받는 기관·단체 및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업무 위탁을 받아 수행하는 기관·단체)로 확대 적용하자는 게 골자다. 기존의 공직자윤리법은 하루라도 빨리 손봐야 한다. 내친김에 전면 개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실종자 구조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신중히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그러나 이번 참사는 인재(人災)이자 관재(官災)라는 점에서 어떤 식으로든 공직사회에 대한 인적 쇄신은 이뤄져야 마땅하다. 제2, 제3의 ‘변종 관피아’를 막기 위해서도 그렇다.
  • [세월호 침몰-예고된 인재] 합수부 “사고 원인은 우현 급선회… 해경도 수사 대상”

    [세월호 침몰-예고된 인재] 합수부 “사고 원인은 우현 급선회… 해경도 수사 대상”

    세월호가 항해사 실수와 선체 결함 등의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침몰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해경의 초기 대응 및 구조 작업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이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24일 “세월호는 과도한 우현 변침과 화물 적재 잘못, 선박구조 변경에 따른 복원력 약화, 강한 조류 등 여러 요인 때문에 침몰한 것으로 잠정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5일 서울대 조선공학과, 한국해양대, 한국수산연구원 교수 등 전문가 13명으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한 뒤 세월호의 입체 및 실물 동영상을 작성하는 등 시뮬레이션을 통해 구체적인 사고 원인을 규명키로 했다. 또 이날 제주~인천 항로를 오가는 오하마나호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본부는 세월호와 비슷한 이 배의 내부 구조와 구명장비, 비상시 대피 요령 등을 살펴 사고 원인 규명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어 이미 구속된 선장 이준석(69)씨 등 3명에 이어 1등 기관사 손모씨 등 4명을 유기치사와 수난구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추가 구속했다. 이로써 구조된 선박직 선원 15명 가운데 11명이 구속됐다. 나머지 조타수 박모(59)씨 등 4명에 대해서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수사본부는 사고 전후 이들의 보다 구체적인 행동을 살피기 위해 침몰한 선박의 조타실 내 폐쇄회로(CC)TV를 확보해 분석할 방침이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이들이 승객을 보호할 법률상, 계약상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지키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할 경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한다”며 “촬영된 영상, 사진 등에 의하면 이들이 구호 조치를 취하지 못할 급박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수사본부는 선장과 항해사 등이 사고 당시 “조타실을 지키며 승객 퇴선 명령을 내렸고 일부는 구조에 나섰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신빙성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들이 같은 종교를 갖고 있는지, 그것이 집단 탈출과 관련이 있는지 등도 살피고 있다. 수사본부 총괄책임자인 안상돈 광주고검 차장검사는 세월호 침몰 후 해경의 초기 대응 및 구조 작업과 관련해 공무원들을 수사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안 차장검사는 해경 공무원 등의 수사에 대한 질문을 받고 “수사본부 출범(17일) 당시 국민에게 사고 원인과 사고 발생 후 구조 상황을 제대로 조사하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초기 대응과 구조 과정에 문제점이 없었는지 해경을 상대로 수사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편 선박의 검사와 인증을 담당하는 사단법인 한국선급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 부산지검은 이날 전임회장 A씨가 회사 돈을 빼돌린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른 전·현직 간부 3명은 각각 정부 지원 연구비 등 125만∼6100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한국선급의 역대 회장과 이사장 12명 가운데 8명이 해수부나 정부기관 관료 출신이고 임원들도 해경 고위 간부 등으로 이뤄진 점을 중시하고 이들이 선박 안전검사 과정 등에서 선박업계의 로비 창구로 이용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선박회사로부터 뒷돈을 받고 안전검사를 내 준 사례가 있는지 중점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목포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해운사 권익 옹호 단체서 운항·안전 감독 ‘모순’

    해운사 권익 옹호 단체서 운항·안전 감독 ‘모순’

    세월호 침몰 원인을 지적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해운조합이다. 세월호에 대한 운항 관리와 안전점검 등 총체적인 관리를 해운조합 인천지부 운항관리실이 맡아 왔기 때문이다. 해운조합은 연안 해운업자들이 1949년 9월 비영리특수법인으로 설립했다. 현재 해운조합은 2100여개 회원사로 구성돼 있으며 이들은 전국 270여개의 유인 도서에 100여개 항로를 운항하고 있다. 한국해운조합 홈페이지에는 “연안해운업 조합원사의 경제·사회적 지위 향상과 자립 기반 조성, 권익 보호를 위해 설립됐다”고 명시돼 있다. 선사에 대한 감독보다는 이익을 옹호하는 이익단체임을 보여준다. 묘하게도 해운법에는 국내 여객운송사업자는 해운조합으로부터 선박 운영에 관한 지도·감독을 받도록 돼 있다. 해운조합이 임명한 선박 운항 관리자가 해운사의 안전 관리 업무를 맡는다. 이익단체인 해운조합이 ‘셀프 감독’으로 여객선 관리에 부실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정부 스스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운항 관리자는 해운조합 직원으로 3급 항해사 또는 3급 기관사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운항 관리자는 선박 운항관리규정 이행 상태를 확인하고 구명장비, 소화설비, 탑승 인원, 화물 적재 상태 등을 점검해야 하는 다양한 업무를 맡고 있다. 하지만 전국 13개 해운조합 지부에 근무하는 인원은 곳당 3~4명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해운조합 측은 정확한 인원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인천항 관계자는 “해운사의 회비로 운영되는 단체가 회원사들의 안전 관리를 감독한다는 것은 엄청난 모순”이라며 “해운조합이 회원사 운항에 불편을 주면서까지 엄격하게 관리한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는 결국 여객선 안전 관리 부실로 이어졌다. 해양조합 인천지부는 지난 2월 25일 해경 등과 세월호 특별점검을 벌인 결과 수밀문(침수방지시설) 작동 불량 등 심각한 하자가 여럿 발견돼 시정조치를 명했다. 하지만 선사 측은 별다른 보수 조치 없이 ‘지적 사항 시정 조치’라는 형식적인 문서를 보냈고 재점검은 하지 않았다. 게다가 세월호가 출항 전 엉터리로 보고한 승원 인원, 화물 적재량 등에 대해서도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다. 이 같은 지적에 따라 인천지검은 23일 한국해운조합 본사와 해운조합 인천지부 운항관리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해운조합이 세월호 사고와 연관성이 많다고 보고 특별수사팀과 별도로 수사팀을 꾸렸다 해운조합은 ‘이상한 제도’를 만들어준 정부에 보답이라도 하듯 이사장을 줄줄이 정부 퇴직 관료에게 맡겨 왔다. 조합 설립 이후 지금까지 12명의 이사장 가운데 10명이 전직 고위 관료 출신이다. 대부분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옛 국토해양부)와 해경 출신이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주성호 이사장은 국토해양부 2차관 출신이며 본부장 3명 가운데 한홍교 경영본부장과 김상철 안전본부장 역시 각각 해수부와 해경 고위 간부 출신이다. 해운조합과 상급 주무 부처의 끈끈한 유착관계를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은 23일 “여객선 안전 운항에 대한 지도·감독을 맡는 해운조합은 정부 부처의 ‘낙하산’들에 의해 오랫동안 운영돼 왔다”고 질타했다. 국내 유일의 선박 검사기관인 한국선급도 12명의 역대 회장 가운데 8명이 해수부나 관련 정부기관 출신이다. 한국선급은 지난 2월 실시한 세월호 중간검사에서 배수와 조타시설, 통신시설, 화물결박장치, 구난시설 등 200여개 항목에 대해 모두 ‘적합’ 판정을 내린 바 있다. 선박안전기술공단도 부원찬 이사장이 해수부 출신이다. 공단은 정부의 위탁을 받아 선박 도면 승인 등의 안전검사업무를 맡고 있다. 이들 단체를 해수부와 묶어 ‘해피아’(해양 마피아)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해수부는 뒤늦게 운항관리실을 해운조합에서 독립시켜 운항 관리가 철저히 이뤄질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퇴직 관료 챙겨 주기’에 해운조합 등을 달콤하게 활용해 온 해수부로서는 ‘사후약방문’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유씨·측근 공동체생활… 현금 오가는 ‘구원파’ 비리온상 의심

    유씨·측근 공동체생활… 현금 오가는 ‘구원파’ 비리온상 의심

    세월호 침몰 사고와 선사, 선주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사고 원인과는 별개로 선박회사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유씨와 청해진해운 관계사 임직원 등의 비자금 의심계좌를 확보해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검찰의 1차 수사 대상은 청해진해운의 경영상 비리에 맞춰져 있지만 횡령과 배임 등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유씨 일가가 재산 국외 도피 등을 위해 해운·항만 관계 당국에 로비를 했을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김진태 검찰총장이 부산지검에 해운·항만업계 전반에 대한 수사를 지시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23일 검찰 등에 따르면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은 유씨와 장남 대균(44), 차남 혁기(42)씨 등을 대상으로 횡령, 배임, 탈세, 재산 국외 도피, 뇌물공여 혐의 등을 추적 중이다. 사진작가 ‘아해’로 활동 중인 유씨가 임직원에게 자신의 사진 작품과 달력 등을 구입하도록 강요했다는 개인 비리 의혹까지 포함됐다. 검찰은 수사 대상에 이례적으로 일명 ‘구원파’로 불리는 기독교복음침례회도 포함시켰다. 구원파가 단순히 세모그룹 임직원 다수를 신도로 두는 차원을 넘어 그룹 경영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상당액이 현금으로 오가고 세금 문제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운 종교단체 자금이 비리의 온상이 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유씨 일가와 세모그룹 고위 임원들은 서울 서초구 염곡동 일대 고급 주택단지에 이른바 ‘세모타운’을 만들어 종교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유씨 일가 자택을 포함해 청해진해운 관계사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한 검찰은 청해진해운 관계사 임직원과 유씨 측근 등의 비자금 의심 계좌를 확보해 자금 흐름 추적에 착수했다. 검찰은 그룹 계열사 간 부정한 자금 거래가 있었는지를 살피기 위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자료를 요청했다. 검찰은 특히 유씨 일가가 서류상에만 존재하는 컨설팅 회사(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확보한 금융 계좌는 2000만원 이상 현금이 거래된 40여개 계좌로 알려졌다. 검찰은 유씨 일가가 만든 S컨설팅에 주목하고 있다. 청해진해운의 관계사들로부터 컨설팅 명목으로 대규모 자금을 지원받아 비자금 조성과 땅 투기 등에 활용했을 가능성을 살펴 보고 있다. 검찰은 유씨 일가가 비자금을 조성한 뒤 이를 해운·항만업계 공무원 로비 자금으로 썼을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유씨 일가가 여객선 탑승 인원과 화물 적재량을 축소 신고하는 방법을 통해 세금을 빼돌려 개인 재산과 비자금 등을 쌓았을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금융 자산 변동 상황과 금융 거래 내역, 국외 송금 현황을 집중적으로 추적하고 있다. 결국 향후 수사는 유씨 일가가 회사 돈을 빼돌려 재산과 비자금을 쌓아 가면서도 선박 안전과 운항 측면에서는 경영자로서의 관리·감독 임무를 방기한 혐의와 그 과정에서 감독기관에 뇌물을 준 정황 확인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인천지검과 부산지검의 특수부가 중심이 돼 수사를 한다는 것은 개인을 넘어 해운업계와 관계(官界)로까지 수사를 확대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반론보도문] 유병언 전 회장 측은 유 전 회장이 청해진해운의 주식을 소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회사의 실소유주가 아니라고 밝혀왔습니다.
  • [로스쿨 탐방] (4)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로스쿨 탐방] (4)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서울신문이 더 나은 법조인 양성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한 ‘로스쿨 탐방’ 4회는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찾았다. 인천에 뿌리박은 로스쿨답게 물류 관련 법조인 양성을 강조하는 인하대는 인권법과 노동법 등 사회적 정의를 고민하는 데도 열심이다. 전임 대법관으로서 이름을 날린 뒤 후학 양성에 매진하고 있는 박시환 원장을 23일 만났다. →인천에서 유일한 로스쿨로 지역의 관심이 크다. -인하대란 이름 자체가 인천과 하와이의 첫 글자를 땄다. 하와이 교민들이 보내 준 성금으로 세운 학교다. 인하대 로스쿨은 인천이라는 지역사회에 뿌리박은 로스쿨을 지향한다. 지역사회에서도 기대가 크다. 남동공단, 자유무역구역 등에 진출하는 졸업생도 꽤 된다. 앞으로 송도에 국제기구가 많이 들어서면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인천은 하늘길과 바닷길을 통해 세계로 나가는 관문이다. 인하대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물류대학원이 있는데 로스쿨도 지적재산권, 국제통상 등 물류 관련 전문가 양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물류와 법률은 얼핏 연결이 잘 안 되는데. -물류는 넓은 개념이다. 생산 이후 소비자 손에 들어가기 전까지 계약, 운송, 보험, 해상, 결제, 창고, 세관, 대외 지급 등 모든 과정을 포괄한다. 다른 로스쿨에는 없는 물류 관련 과목을 교육 과정에 많이 포함시켰다. ‘물류와 법’, ‘물류행정법’, ‘국제통상 사례연구’, ‘국제물류분쟁해결법’ 등이 대표적이다. 본교 물류대학원과 학점 교류도 한다. 교수 중에는 판사로 일하면서 물류대학원에서 학위를 받은 분도 있다. →현직 배우가 교수로 활동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홍승기 교수는 아역배우 출신으로 연기 활동을 하면서 변호사 자격증을 땄다. 영화진흥위원회 부위원장이기도 하다. 그것도 국내 유일이 아닐까 싶다. 덕분에 엔터테인먼트 관련 법 과목이 여럿 있다. 그쪽으로 공부하고 싶어서 일부러 우리 학교를 찾아오는 학생도 있을 정도다. →장학금 혜택이 눈에 띈다. -장학금이 전국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한다. 전임교수 40명에 1년 신입생이 50명이기 때문에 학생 수 대비 교수 비율도 전국 1등이다. 특히 현장 경험이 풍부한 실무교수 숫자가 가장 많고 교육 내용도 우수하다는 건 자랑하고 싶다. 매년 3명은 사회적 취약계층 특별전형으로 뽑는다. 1기 졸업생 중에 지체장애인이 있었는데 잘 졸업해 현재 법무법인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소아마비인 그 학생은 이주민이나 난민 문제에 관심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쪽 일을 하는 법률사무소를 열고 활동하고 있다. 특히 기억나는 한 학생은 성격이 밝고 학생회 활동도 열심이라 생활이 어렵다는 사실을 한참 뒤에 알았다. →인권법과 노동법 전통이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국순옥 명예교수와 이영희 명예교수의 영향이 큰 게 아닌가 싶다. 현직 교수 중에도 그쪽에 관심과 애정을 가진 교수가 많다. 자연스레 학생 중에도 그 분야를 공부하려는 신입생이 꾸준히 들어온다. 노무사 자격증을 갖고 우리 로스쿨에 입학해 공부하는 학생이 해마다 한두 명씩 있는데 지금은 9명이나 된다. 아마 이것도 전국에서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다 보니 인권법학회나 ‘등대지기’(청소년 노동인권 교육 동아리) 같은 활동도 활발하고 로스쿨 인권연합회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 양심적 병역거부로 실형을 살고 관련 책을 낸 학생도 있다. ‘리걸클리닉센터’에서는 정신병원 강제입원 관련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을 만큼 건강한 법조인으로 사는 길에 관심이 많은 분위기다. →알게 모르게 지방대 로스쿨이 차별받는다는 우려는. -우리는 지방대가 아니라 수도권대학이다(웃음). 법조계에서 오래 일한 경험에 비춰 본다면 우수한 학생들은 출신 학교가 큰 상관이 없다. 자질 있는 학생들은 어디 가도 티가 난다. 일정 수준 이상이 되는 졸업생을 모아 놓는다면 대학 구별이 무의하다는 걸 금방 느끼게 된다. →대법관까지 지낸 뒤 연고도 없는 인하대에 온 계기는. -초임 판사 시절 인천에서 일한 게 연고라면 연고다. 대법관 임기를 마친 뒤 전관예우 소리를 듣기 싫어 변호사는 하지 않아야겠다 생각했고, 학교 쪽으로 알아봤다. 마침 아는 분을 통해 이 소식을 들은 인하대에서 적극적으로 접촉을 해 왔다. 달리 불러 주는 곳도 없어서 퇴임하고 한 달 만에 오게 됐는데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 아닐까 싶다. →로스쿨 운영 철학은 무엇인가. -논리적인 추론과 사고 능력, 사람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눈, 불의에 분노하는 정의감이 있는 학생들을 법조인으로 많이 배출하자는 게 소박한 목표다. 막상 학교에 오니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합격률을 너무 낮게 설정한 제도적 모순 때문에 학생들이 법 정신을 충분히 고민하지 못하고 시험 준비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 시험에 판례가 많이 나오다 보니 자꾸 세세한 부분만 공부하게 되고 큰 틀에서 생각하는 공부가 부족해진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박시환 원장 ▲1953년 김해 ▲서울대 법학과 ▲사법시험 21회 ▲해군본부 군법무관 ▲인천·춘천지법 판사 ▲서울민사지법 판사 ▲전주·인천·서울지법 부장판사 ▲법률사무소 변호사 ▲대법관
  • 檢 지난달 해운 비리 수사했더라면…

    검찰이 초과·허위 화물 적재 등 해운업계의 고질적인 비리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또 여객선 운항이 많은 항구 등에 대해 일제히 긴급 점검에 나섰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이미 지난 3월 “비행기, 철도, 선박 등 국민 안전과 직결된 운송 수단에 대한 비리 수사를 최우선적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검찰은 세월호 사고가 난 뒤 이제서야 수사, 점검에 나선 것으로 ‘뒷북 수사, 점검’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부산지검은 23일 특수부(부장 박흥준)를 중심으로 특별수사팀을 꾸려 선박 검사·인증을 담당하는 한국선급(KR) 등 해운업계의 전반적인 비리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대검찰청 형사부(부장 조은석 검사장)를 필두로 인천지검 등 검찰청도 이날 전국의 항만 등에 수사관들을 투입해 운행 과정의 비리 등을 긴급 점검했다. 검찰 수사 향방에 따라서는 원전 비리를 능가하는 ‘음성적인 정·관계 비리 구조’가 수면 위로 떠오를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검찰의 해운업계 비리 수사는 올해 초부터 예고된 것이었지만 ‘세월호 침몰’ 사건이 터진 뒤 여론에 등 떠밀려 착수한 면이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황 장관은 지난 3월 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 가장 시급한 건 국민 안전과 직결된 공공기관 비리 척결”이라며 “비행기, 철도, 선박 등 국민 안전과 직결된 운송 수단의 경우 잘못된 부품이 공급되면 한순간에 사고로 번질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비리 척결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운송 수단 비리의 심각성에 대해 검찰도 올해 초부터 인식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검찰이 지난 3월에만 해운업계 비리 수사에 착수했더라면 세월호 침몰의 원인으로 알려진 초과·허위 화물 적재 등의 폐해는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세월호 침몰-불거지는 책임론] ‘얼렁뚱땅’ 해수부

    세월호 침몰 사고를 계기로 부실한 정부의 선박 안전관리 실태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해사 안전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가 관리감독만 제대로 했어도 희생자 규모가 크게 줄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세월호도 서류상으로는 승객 대피 훈련을 해 왔다. 올 2월 훈련계획표를 작성해 해양경찰청 심사를 통과했다. 10일마다 소화훈련·인명구조·퇴선·방수 등 해상인명 안전훈련을 하고, 3개월마다 비상조타훈련을, 6개월마다 선체손상 대처훈련·해상추락 훈련을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조사 결과 세월호 소속 청해진해운은 이 같은 훈련을 거의 실행에 옮기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해수부(해경)나 국토교통부(지방해양항만청)가 훈련이 계획대로 실시되는지 감독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승선 인원과 화물 적재량 관리도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청해진해운은 출항 전 점검보고서에서 화물 657t, 차량 150대를 실었다고 보고했지만 사고 후 화물이 1157t, 차량이 180대라고 바꿔 발표했다. 이런 축소 보고를 걸러 냈어야 할 감독기관은 이 사실을 새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점검보고서는 오직 한국해운조합에만 제출되는데 이 조합이 해운사들의 회비로 운영된다. 그러다 보니 화물적재 등에 대한 관리감독이 애초에 불가능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해수부 현직 공무원들이 사안마다 책임을 하급기관으로 미루는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항로 이탈 의혹이 일자 일부에서 세월호의 항로도를 요구했지만 해수부는 “그건 해경에서 갖고 있다”고 답변했고, 운항관리 규정을 요청해도 “해경에서 심사하고 심사필증을 내준 것이어서 우리는 모른다”고 답했다. 하지만 해운법 21조는 운항관리 규정을 심사할 의무는 해수부에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서울광장] 침몰선, ‘두부학교’, 부패한 자본주의/박홍환 논설위원

    [서울광장] 침몰선, ‘두부학교’, 부패한 자본주의/박홍환 논설위원

    누군들 상상이나 했겠는가. 높이 30m의 6825t급 대형 여객선 세월호가 맥없이 진도 앞바다에서 옆으로 드러누운 장면을 보고도 선뜻 믿기지 않았다. 그 안에 갇힌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250여명에게 구조의 손길이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는 더더욱 믿기 어려웠다. 황급히 진도로 달려가 외동자식의 이름을 외치며 오열하던 엄마는 끝내 혼절할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 “스스로 미치지 않는 게 저주스러웠다”고 토로한 그 참척(慘慽)의 고통을 어떤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침몰선 세월호는 우리 가슴에도 아물 수 없는 내상(內傷)을 남겼다. 엄습하는 바닷물의 공포에 아이들이 떨고 있을 때 과연 무엇을 했는가 자책하면서 두고두고 회한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게 만들 것이다. 왜냐 하면 어린학생들을 사지(死地)로 내몬 그 비극의 원죄가 다름 아닌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다. 승객들은 나몰라라하고 제 몸만 챙긴 비양심적인 선장. 허둥지둥 우왕좌왕하느라 ‘황금시간’을 놓쳐 버린 무능한 구조 당국. 수천 가지의 매뉴얼만 갖춰 놓고 제대로 작동하는지조차 점검도 하지 않은 무책임한 정부. 이 모든 게 복합적으로 작용해 대참사가 벌어졌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초’를 남겨 재발방지를 위한 계명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근본적 요인은 정작 다른 데 있을지도 모른다. 침몰선의 저변에서 풍겨져 나오는 역한 돈 냄새가 그 증좌 가운데 하나다. 선주인 청해진해운은 중고선을 들여온 것은 물론 선미 부분에 선실을 증축해 배의 안전성을 해쳤다. 연간 선원 안전교육 비용은 달랑 50여만원에 불과했다고 한다. 연봉 2000만~3000만원의 계약직 선원들에게 타(舵)를 맡겼고, 적정 화물적재 중량을 초과해 실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몇 푼 더 버는 데만 혈안이었을 뿐 승객 안전은 도외시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최소 비용·최대 효과, 이윤 추구 등 경제 원칙과 자본의 목적까지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부패한 자본주의, 나쁜 자본주의를 더 이상 그대로 놔둬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자는 것이다. 악하고 부패한 천민자본주의는 어린학생 등 사회적 약자는 안중에도 없다는 사실이 이번에 그대로 드러난 것 아닌가. 불현듯 5년 전 이맘때 중국 쓰촨(四川)성 두장옌(都江堰)에서 만난 우쿤췬(吳坤群·여)의 핏기 없는 얼굴이 생각 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쓰촨 대지진으로 중학교 졸업을 앞둔 외동딸을 잃은 그는 1년이 지난 당시까지 여전히 절규했다. “수천 년 된 수리시설이나 주변의 다른 건물은 멀쩡한데 왜 학교만 맥없이 무너졌나요.” 성장 일변도의 중국에서는 건축업자들이 더 많은 이윤을 챙기기 위해 철근을 빼먹는 등 학교 부실공사를 일삼았고, 지진이 나자 학교들이 두부가 으깨지듯 무너져내렸다. 그의 딸이 다닌 두장옌 쥐위안(聚源) 중학교에서 250여명이 희생되는 등 정부 공식 발표로만 5335명의 학생들이 학교 건물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두부교실’, ‘두부학교’라는 자조 섞인 분노의 목소리가 들끓었다. 자본주의 도입 30년 만에 부패의 구렁텅이에 빠져 아이들을 사지로 내몬 현실에 중국인들은 낙담했다. 전혀 연관지을 단서가 없어 보이는 세월호 참사와 쓰촨 대지진의 공통점은 이처럼 어린학생들이 대거 희생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돈벌이에 급급한 어른들의 못된 욕심이 똑같이 근저에 깔려 있다. 악하고 부패한 자본주의가 가져온 비극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제 어찌해야 하는가. 낙담만 하고 있을 것인가. 착한 자본주의, 신선한 자본주의는 정녕 ‘신기루’일 뿐인가. 그런 점에서 이젠 진정 국가와 정부가 나설 때이다. 주주들을 위한 숫자놀음에만 급급한 ‘빈 카운터스’(재무관리자)나 오로지 더 많은 이윤에만 관심 있는 악한 주주들을 제어해야 한다. 악해지고, 부패해지려는 자본주의의 키를 부단하게 돌려놓는 조타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더 이상 어린 생명들을 사지로 내몰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부패한 자본주의와의 전쟁’을 선포해야 한다. stinger@seoul.co.kr
  • [세월호 침몰-불거지는 책임론] 해운조합, 화물과적 묵인 의혹…출항전 점검 준수 여부 밝혀야

    화물 과적과 허술한 ‘라이싱’(화물차량 등 고정) 등이 세월호 침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어 선사와 함께 해운조합의 책임 소재도 가려야 한다. 선사가 상대적으로 운임이 높은 화물 부문의 영업을 강화했다면 여객선 안전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한국해운조합이 이를 묵인해 줬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선사는 승선인원 수마저 제대로 파악하지 않아 사고 초기 탑승객 및 실종자 수를 제대로 집계하지 못하는 혼란을 빚기도 했다. 사고 당시 세월호에는 차량 180대와 화물 1157t 등 모두 3608t의 화물과 차량이 적재됐다. 출항 보고서에는 없는 컨테이너가 CCTV 화면에 포착됐고 차량은 한도보다 30대를 초과했다. 하지만 이날 신고된 세월호의 화물 적재량은 이보다 훨씬 초과했을 것이라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2004년부터 세월호를 자주 이용했다는 화물차 운전기사 김모(46)씨는 “4.5t 화물차의 짐칸에는 보통 20t이 넘는 화물을 싣는다”면서 “세월호는 거의 과적단속을 안 하기 때문에 화물차 운전자에게 인기”라고 말했다. 승객 수송보다 단가가 높은 화물 부문 수익을 올리려는 선사와 화물 수송 단가를 줄이려는 화물차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과적 화물차 적재가 관행으로 굳어 버린 것이다. 승용차, 화물차량 등을 선박 바닥에 고정하는 라이싱이 허술했던 점도 수사 과정에서 밝혀져야 한다. 세월호 탑승했다가 생존한 트레일러 기사 이모씨는 “세월호에는 트레일러 3대가 실려 있었는데 여객선이 급회전하자 쓰러졌다”면서 “트레일러와 화물이 한쪽으로 쏟아지면서 여객선이 짧은 시간에 침몰했다”며 라이싱의 허술함을 뒷받침했다. 여객선의 안전관리를 점검하는 한국해운조합이 세월호 출항 전 제대로 점검했는지도 밝혀내야 한다. 해운조합이나 선사들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끼리끼리 편리를 봐주는 게 해운업계의 관행으로 알려져 있다.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이 제출한 엉터리 탑승 인원과 선원 수, 화물 적재량 등을 한국해운조합 소속 운항관리사가 제대로 확인했다면 이번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2100여개 선사를 대표하는 이익단체인 해운조합이 회원 업체를 감독할 수 있겠느냐”면서 “안전관리 부문을 해운조합에서 분리해야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탈출 선원들, 승객 구조 시도조차 안했다

    탈출 선원들, 승객 구조 시도조차 안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승객을 내버려 둔 채 탈출해 살아남은 선장과 항해사 등 선박직 선원들이 승객을 구조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선장 이준석(69·구속)씨를 포함한 선원들에게 ‘부작위(不作爲)에 의한 살인’ 혐의 적용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22일 검경합동수사본부와 법무부 등에 따르면 구조된 선원을 상대로 ‘구조활동이 없었다’는 취지의 자백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합수부 조사에서 한 선원은 “사고 당일인 지난 16일 오전 9시 29분부터 38분까지 진도해상교통관제센터(VTS)와 짧게 교신한 것 외에 선교에 모여 있던 선원들은 어떤 구조활동도 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단은 세월호 정기 중간검사와 증축 당시 복원성검사 등을 맡았던 한국선급 관계자 2명 등 10여명을 소환조사했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은 이날 청해진해운 실소유주인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등 회사 관계자 44명을 출국금지했다. 특별수사팀은 이 회사 경영진이 승선 인원과 화물 적재량을 허위로 작성하고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의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일부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유씨와 두 아들 등이 국외로 빼돌린 재산 여부와 규모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수사팀은 압수수색 자료를 통해 청해진해운 여객선이 안전점검을 받는 과정이 부실하게 이뤄진 정황도 포착하고 여객선 인허가를 맡고 있는 해경, 운항관리 규정을 점검하는 해수부, 인천지방해양항만청과의 유착 여부도 확인할 계획이다. 한편 민·관·군 합동구조팀은 이날 실종자 다수가 갇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세월호 3~4층을 집중 수색했다. 구조팀은 노래방 등 편의시설이 집중된 3층 휴게공간과 학생들이 머문 4층 선미 객실에서 다수의 시신을 수습했다. 23일 오전 1시 현재 사망자는 121명으로 늘었다. 승선자 476명 중 174명이 구조됐으며, 181명은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목포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목포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반론보도문] 유병언 전 회장 측은 유 전 회장이 청해진해운의 주식을 소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회사의 실소유주가 아니라고 밝혀왔습니다.
  • [세월호 침몰-엉터리 정부] 중징계 5년간 0건… 솜방망이 처벌 무사안일 키웠다

    [세월호 침몰-엉터리 정부] 중징계 5년간 0건… 솜방망이 처벌 무사안일 키웠다

    해마다 선박 100척 중 1척꼴로 충돌, 좌초, 침몰 등의 해양 사고가 일어나지만 지난 5년간 사고를 일으킨 선원에 대해 면허 취소 등의 중징계를 한 사례는 전혀 없었다. 국회 및 감사원은 지난해 선박 안전을 지적했지만 이원화된 선박 검사 및 선원 교육 시스템으로 무용지물이 됐다. 아예 안전검사를 받지 않은 선박도 600척에 육박했다. 22일 해양안전심판원에 따르면 지난해 등록된 선박 수는 8만 360척이고 해양 사고가 발생한 선박 수는 818척이었다. 해양 사고 발생률은 1%로 최근 5년간 1% 초반대를 유지했다. 100척 중 1척꼴로 사고가 났다는 의미다. 지난 5년간 발생한 사고 중 82.1%(1153건)는 경계 소홀, 항행법규 위반, 당직근무 태만 등 선원의 운항 과실이 원인이었다. 선박의 결함으로 인한 사고는 10.1%(142건)였고 여객·화물의 적재 불량 및 기상 악화 등으로 인한 기타 사고가 7.8%(109건)였다. 하지만 해양 사고로 업무 정지와 견책 등의 징계를 받은 항해사, 기관사, 도선사, 선박조종사 수는 2009년 207명에서 지난해 154명으로 줄었다. 중징계인 면허 취소는 아예 없었다. 선원관리 법안은 선원법, 선박직원법, 해운법 등 세 가지나 되고 실질적으로 선원자격증 심사는 항만청이, 선원 안전교육은 해양수산연수원이 맡고 있다. 게다가 최근 5년간 선박안전기술공단의 선박 안전검사 합격률은 평균 99.9%인데 ‘선박 결함’으로 인한 해양 사고 비율은 낮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안전 대책을 만들라는 지적이 나왔다. 선박안전기술공단은 선박 검사를 강화하고 맞춤형 선원 교육을 실시했지만 사고가 발생한 세월호는 사단법인인 한국선급에서 검수를 받았다. 한국선급에서 검수를 받으면 선박의 보험료율을 낮출 수 있어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국회, 감사원 등의 통제를 받지 않게 됐다. 통상 5년마다 받는 선박 정기검사를 받지 않은 미검수 선박도 지난해 말 기준으로 595척이었다. 선박 등록은 지자체에서, 검사는 선박안전기술공단 및 한국선급에서 받는 이원화된 구조 때문에 미검사 선박주의 위치를 찾기 힘든 탓이다. 일각에서는 이들 선박이 바다 위의 시한폭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최근 5년간 선박 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난 곳은 서해 영해 상이었고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시간은 오전 4~8시였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흘려보낸 2시간 20분… 내부에 로프라도 연결했다면

    흘려보낸 2시간 20분… 내부에 로프라도 연결했다면

    ⑥ 과도한 증축과 화물 적재 제대로 고정 안 한 화물… 급선회에 우당탕 쓰러져 세월호 침몰 사고를 막을 수 없었던 이유들 가운데 과도한 증축과 잘못된 화물 적재 방식을 빼놓을 수 없다. 세월호는 1157t의 화물을 실은 컨테이너 박스와 차량 180대를 실었으나 인천항 운항 관리실에는 이보다 적은 일반 화물 657t과 차량 150대가 실렸다는 가짜 보고서가 제출됐다. 적재량을 의도적으로 줄였다는 점에서 실제로 추가 적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세월호는 또 적재된 화물을 제대로 고정하지 않았다. 세월호에 타고 있던 한 트레일러 기사는 20t가량의 대형 철제 탱크가 실린 트레일러 3대가 여객의 급회전으로 쓰러졌다고 증언했다. 적재된 화물을 제대로 고정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세월호에는 장거리 외항 선박들이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로딩 마스터’가 없었다. 로딩마스터는 화물을 선적할 때 좌우 균형을 맞춰 자동으로 위치를 정해주는 프로그램으로 무게가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과도한 증축도 문제였다. 1994년 일본에서 5997t으로 진수된 세월호는 2012년 국내로 들어오면서 5층을 증축하고 239t 분량의 객실을 추가했다. 수직 증축은 선체가 흔들리다가 원 상태로 돌아오는 ‘오뚝이’와 같은 회복력을 떨어지게 만든다. ⑦ 무심한 해상 날씨 사고 다음날 거센 비·바람… 구조대 수색 작업 걸림돌 세월호가 출항한 지난 15~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는 운항 루트에 별다른 기상악화는 없었다. 사고 당일인 16일 오전 전남 진도 앞바다 사고 해역인 병풍도 날씨 역시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사고 다음 날인 17일부터 비바람이 거세지면서 발생했다. 흐린 날씨 탓에 탁한 시야 등은 구조대의 수색작업을 방해했다. 게다가 정부가 민·관·군의 지휘체계를 일원화하는 등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서 구조작업은 더욱 난항을 겪었다. 거센 조류도 한몫했다. 사고가 발생한 시점은 물살이 세고 조석간만의 차가 큰 시기인 ‘대조기’(4월 15~18일)였다. 이 시기에 사고 해역인 맹골수도의 최대 유속은 시간당 8㎞ 이상이다. 맹골수도는 국내에서 두 번째로 물살이 거센 곳이기도 하다. 조류가 약한 ‘정조’(밀물과 썰물이 교차해 조류가 약해지는 시간대)는 하루 네 번. 구조 작업을 위해 잠수요원들이 정조 때에 맞춰 투입됐지만, 펄이 많은 탓에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다. 구조활동이 한창 이뤄졌어야 할 17일 오전 10시 사고 해역의 바람은 초속 8.9m로 나무가 흔들리는 정도였다. 수온 역시 12도 안팎으로 가만히 있어도 통증을 느낄 수 있어 물에 빠진 승객들의 저체온증이 염려됐다. 낮은 수온은 수색작업을 하는 구조대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⑧ 잘못된 첫 신고 제주 VTS로 사고 신고… ‘골든타임 11분’ 허비해 사고가 발생한 16일 세월호의 첫 신고는 80㎞ 떨어진 제주 해상교통관제센터(VTS)로 접수됐다. 세월호 사고 지점은 가까운 전남 진도 VTS로 신고해 조치를 받아야 했지만 승무원의 안이한 대응으로 승객을 구조할 수 있는 ‘골든타임’ 11분을 허비했다. 검·경합동수사본부에 따르면 세월호는 사고가 발생하자 지난 16일 오전 8시 55분 교신채널 ‘12번’을 통해 제주 VTS에 신고를 했다. 세월호는 진도 지역을 지날 때 교신 채널을 ‘67번’인 진도 VTS로 맞춰야 했지만 미리 목적지인 제주 VTS로 맞춰 놓고 운항한 것이다. 사고가 나자 교신을 맡은 선임급 항해사가 채널을 변경하지 않아 신고가 제주 VTS로 가게 됐다. 결국 11분이 지난 오전 9시 6분 진도 VTS는 세월호의 침몰 사실을 확인하고 교신을 했다. 또한 구조 신고 당시 일반주파수를 사용하지 않은 점도 문제였다. 해상 통신은 일방 통신으로 단거리 근접 통신망(VHF)을 사용하는데 일반주파수인 ‘16번’을 제외하면 다른 선박들은 교신 내용을 들을 수 없다. 합수부 한 관계자는 “구조 교신을 할 때는 주변 선박 등이 모두 들을 수 있도록 일반주파수 16번을 사용해야 하는데 세월호는 이를 어겼다”고 지적했다. ⑨ 때 놓친 탈출명령 침몰 직전에도 “선내 대기”… 승객 탈출 기회 날려버려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은 침몰 위기 상황에서 승객들을 내버려둔 채 ‘나홀로’ 탈출을 했다. 사고 직후 세월호 주변에는 민간 어선들이 대거 모여 있는 상태여서 선장과 승무원이 도망가지 않고 제때 탈출 명령만 내렸더라면 지금과 같은 큰 피해는 막을 수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해경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전 8시 58분 전남 목포해양경찰청 상황실에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17㎞ 해상에서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주변에 있던 민간 어선 수십 척에 무전으로 구조활동을 요청했다. 민간 어선 40여척과 해경 경비정, 헬기 등이 세월호 주변에서 구조활동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세월호가 이미 심하게 기울어 침몰하기 직전인 상황이었는데도 여객선 주변 해상에서 구조를 요청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생존자들에 따르면 선장과 승무원이 탈출한 뒤 한참이 지난 오전 10시 15분까지도 선내방송을 통해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선내에 대기하라는 말 외에 별도의 대피 명령이 없었다. 세월호는 신고가 접수된 지 2시간 20여분 만인 오전 11시 20분 뒤집힌 채 침몰했다. 선장과 승무원이 탈출한 오전 9시 37분에 승객들에게 탈출 명령만 내렸더라면 많은 사람들이 구조됐을 것이라는 주장이 안타까움을 더한다. ⑩우왕좌왕 초동 대처 정부 어리바리 현장 지휘… 선체 내부인원 구조 못해 세월호 침몰 참사는 승객 구호조치를 하지 않고 배를 탈출한 선장과 승무원들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 구조 활동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인 정부의 초동 대처도 문제로 지적된다. 선박 침몰 사고는 승객을 구조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가장 중요한데 신속한 초기 구조활동이 미흡했다는 것이다. 재난 전문가들은 해난 사고에 능숙한 전문가가 일사불란하게 현장을 지휘했더라면 인명 피해를 더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장에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 구조선과 선박, 헬기 등이 많았지만 선체 외부 인원의 구조활동에 급급해 선체 내부에 있는 인원에 대한 구조 조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선체가 급격히 기울어지기 전에 선체 내부에 진입해 적극적인 구조활동을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여객선 침몰 사고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장비와 인원도 부족했고, 세월호가 침몰하는 것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아울러 세월호가 완전히 침몰하기 전에 여객선 곳곳에 긴 로프를 연결해 놓았다면 침몰한 뒤 구조와 수색도 좀 더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사고가 발생하고 침몰하기까지 2시간 20분 동안의 시간을 밀도 있게 활용하지 못해 더 많은 인명을 구하지 못했다는 것이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 장관부터 말단까지… 朴대통령 “눈치만 보는 공무원 퇴출”

    장관부터 말단까지… 朴대통령 “눈치만 보는 공무원 퇴출”

    2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나온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은 ‘문책’의 의지와 강도, 범위가 어디까지일지를 가늠케 한다. 박 대통령은 “이번 사고를 접하고 현장에 내려가 실종자 가족들을 만났더니 공무원들에 대한 불신이 너무 컸다. 국민이 공무원을 불신하고 책임 행정을 하지 못한다고 비난한다면 공무원들이 그 책무를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며 존재 이유가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 “헌신적으로 근무하는 공무원까지 불신하게 만드는, 자리 보전을 위해 눈치만 보는 공무원은 이 정부에서 반드시 퇴출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그리고 그 이유와 사유를 모든 국민에게 소상히 알려 자리 보전을 위한 처신이 자리 잡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말해 ‘징계의 목적’을 분명히 했다. 대통령의 언급 범위는 장관급 이상 등 고위 공무원부터 말단 직원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반드시 단계별로 철저히 규명해 무책임과 부조리, 잘못된 부분에 대해 강력히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지위 고하를 막론한 민형사상 책임’을 직접 거론했다. 예컨대 과거 같으면 특정 부처의 장관 경질로 끝났다면 이번에는 장관 문책뿐만 아니라 문제가 있는 책임라인 모두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 내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과거 개각 요인까지 포함한 전면적인 내각 개편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단계별’ 책임 추궁에 대한 의지는 문제점에 대한 구체적인 지적을 통해 내다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청해진해운이 운항 관리실에 제출한 출항 전 점검보고서에 적재 중량을 허위로 기재했고 화물 결박을 부실하게 한 것이 사고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 또한 안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사고를 예견할 수 있는 부분이다. 어떻게 통과가 됐는지도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분야별로, 단계별로 드러난 문제점을 모두 직접 되짚어보겠다는 얘기다. 책임이 있는 민간에 대해서도 정부로서 추궁을 다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선장과 일부 승무원들이 승객 구조를 방기하고 홀로 대피한 것에 대해 “법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유언비어의 확산에 대해서도 “거짓말과 유언비어의 진원지를 끝까지 추적해 그들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거와는 달리 문책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날 현장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던 안행부 감사관을 일벌백계 차원에서 해임 조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책임이 있는 관계자들에 대해 신속하게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합동수사본부가 조사를 진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으로는 진상조사를 해야 할 시점에 해당 장관, 기관장을 교체해 업무의 공백 상태를 초래하는 일이 합리적인가를 고려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정무직에 대해서는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경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선박 검사 봐주기 뒤에 ‘해피아’

    세월호 침몰 사고로 드러난 선박 관리, 검사 체계의 문제점에는 ‘해피아’(해양수산부+마피아)의 병폐도 숨겨져 있었다. 21일 정부와 해운업계 등에 따르면 운항관리를 하는 한국해운조합과 선박 검사를 하는 한국선급에는 해피아 출신이 낙하산으로 가고 있었다. 해수부는 해운조합이 임명한 운항관리자가 해운사의 안전관리 업무를 맡도록 정해놨다. 해운조합은 회장 아래 이사장을 두고 있는데 회장은 선사 출신이, 이사장은 관료 출신이 각각 맡는 게 관행으로 이뤄져 있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주성호 해운조합 이사장은 해수부 출신으로 국토해양부 2차관을 지냈다. 뿐만 아니라 1962년 이후 이사장을 지낸 12명 가운데 10명이 해수부 및 국토부 관료 출신이다. 세월호의 선박 안전 검사를 맡았던 사단법인 한국선급 역시 해수부 출신이 낙하산으로 가고 있다. 1960년 한국선급이 출범한 이래 전영기 현 회장 등 3명을 제외한 8명의 회장이 해수부 등 관련 기관 출신이다. 이 외에도 어선과 소형 선박의 검사를 대행하는 선박안전기술공단도 국토부 해양교통시설과장 등을 지낸 부원찬 이사장이 2012년부터 취임한 상태다. 이처럼 해수부 고위 관료 출신이 관련 기관으로 가면서 봐주기식 선박 관리, 검사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월호가 출항 전 점검 보고서에서 탑승 인원과 선원 수, 화물 적재량 등을 엉터리로 보고했지만 해운조합 소속 운항관리자는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2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해운조합에 대해 구조적으로 잘못됐다며 질타해 앞으로 해피아의 낙하산 인사 등에 대한 문책이 이뤄질 전망이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인천지검, 직무 태만 해경·인천해양항만청까지 수사할 듯

    인천지검, 직무 태만 해경·인천해양항만청까지 수사할 듯

    청해진해운과 실제 사주 등의 과실을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청해진해운 최대 주주인 유모씨 형제와 회사 대표를 출국금지한 데 이어 21일 선사 직원과 선박 안전관리 관계자 등을 추가로 출국금지시켰다. 수사팀은 또 세월호 선사 직원과 한국해운조합 인천지부 운항관리실 관계자 등도 소환한다. 해경과 인천지방해양항만청도 수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세월호에 대한 인허가는 인천해양항만청이, 운항관리실 직무에 대한 점검이나 지도감독은 해경이 맡고 있기 때문이다. 여객선의 운항관리규정 역시 해경이 심의를 맡고 심사필증을 내 준다. 검찰은 세월호 화물 적재를 담당했던 하역사와 항만용역업체 직원들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수사팀은 특히 선사 경영상태, 직원관리 등에 대해 중점적으로 수사하기로 했다. 청해진해운 대표는 김한식(72)씨이지만 사실상 ‘바지사장’이며, 최대 주주는 유모(73) 세모그룹 전 회장의 장남과 차남이다. 이들의 재산 해외도피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원인을 수사 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세월호의 침몰 주요원인으로 기계 결함, 항해 미숙, 화물 과적 등을 꼽고 이 부분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이날 총체적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 핵심 선원, 해운사, 선박 개조 업체 관계자 등 20여명을 불러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수사본부는 앞서 당시 조타실을 맡았던 3등 항해사 박모(25·여)씨와 조타수 조모(55)씨 등의 “변침점에서 5도 우회를 지시했고 조타수가 키를 돌리는데 평소보다 많이 돌아갔다”는 진술에 주목하고 있다. 변침 당시 뱃머리가 당초 지시받은 5도보다 훨씬 크게 꺾이면서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 것이 조타 실수보다는 기계적 결함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수사 실무를 맡고 있는 양중진 광주지검 공안부장은 이에 대해 “지금 뭐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선체 인양 후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사고 2주 전 한 선원이 회사 측에 요청한 ‘세월호 수리신청서’와 수리 내역 등을 확보해 사고 훨씬 이전부터 선박에 기계적 문제가 있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이어 사고 당시 휴가 중이던 신모(47) 선장도 참고인으로 불러 선체결함 여부를 확인했다. 신 선장은 평상시 선원 등에게 “세월호가 좌우 흔들림이 심하다”는 얘기를 자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의 수직 증축과 무게중심 이동에 따른 복원력 저하 논란, 화물 과적, 선박 검사 과정 등도 규명하기로 했다. 선박개조업체 관계자를 상대로 선체의 구조적 결함이 발생했는지 여부를 따졌다. 또 이미 압수수색을 통해 압수한 개조업체 2곳과 선박검사업체 1곳의 관련 자료를 분석 중이다. 승객과 승무원 400여명의 ‘카카오톡’ 내용도 압수수색해 항해 중인 선박의 결함, 사고 당시 상황, 구호조치 여부 등을 살피고 있다. 앞서 청해진해운은 세월호에 실린 화물이 657t, 차량은 150대라고 보고했으나 실제로는 화물 1157t과 차량 180대를 실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한국해운조합 소속 운항관리자는 화물 적재 상태 등을 확인할 의무가 있으나 이를 소홀히 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본부는 이날 선박·해양 분야 전문지식을 가진 검사 2명 등 수사검사 4명을 증원해 18명으로 늘렸다. 목포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인천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세월호 침몰 참사-엉터리 위기관리 시스템] ‘국민안전’ 국정기조 심각한 난맥상

    [세월호 침몰 참사-엉터리 위기관리 시스템] ‘국민안전’ 국정기조 심각한 난맥상

    박근혜 정부가 ‘국민 안전’을 주요 국정목표로 출범했으나 재난에 대한 예측성과 선제적 준비에 대한 부족으로 ‘예기치 않은 사고’에 속수무책 당하면서 ‘국정 지표’가 무색해지는 상황에 처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근혜 정부는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개편해 국민안전을 담당하는 총괄조정 부처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면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대폭 개정해 지난 2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통합 재난대응 시스템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중심으로 구축하고 본부장을 맡는 안행부 장관이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지휘할 수 있도록 법률에 명확히 규정해 지휘권을 강화했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 사고 수습 과정에서 중대본은 정보 공유 부재와 각 부처 간 혼선을 통제하지 못하면서 컨트롤타워로서 역량 부족을 드러냈다. 결국 17일 정홍원 총리를 중심으로 범정부 차원의 대책본부가 구성됐다. 이는 정부 스스로 정부 차원의 재난대응 시스템을 부정하는 꼴이 되면서 정부의 국정기조는 심각한 난맥상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140대 국정과제만 놓고 보아도 세월호 침몰 사고의 주관 부처가 안행부인지 국토부인지, 그것도 아니면 해수부인지 모호하다. 국정과제 83번인 ‘총체적인 국가 재난관리’는 주관 부처가 안전행정부이고 84번인 ‘항공, 해양 등 교통안전 선진화’ 항목은 주관 부처를 국토교통부로 명시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재난관리 방향이 정부기관 위주로 돼 있는 반면 실제 인적재난 상당수는 다중이용시설이나 선박, 공장 등 민간 부문에서 발생한다는 것도 되짚어 봐야 할 대목이다. 특히 사회가 고도화·첨단화·산업화·도시화되면서 정부 부처가 지원·협력·조정·네트워크(연계) 기능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지만 최근 정부 분위기는 장관들조차 청와대 눈치만 보며 지시만 바라본다는 지적이 많다. 현장 판단이 들어설 자리가 더 좁아진 셈이다. 양기근 원광대 소방행정학부 교수는 “정부가 안전을 1~2년 강조한다고 곧바로 안전해지는 건 아닌 만큼 장기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예컨대 선장을 비롯한 책임자를 처벌하면 모두 해결된다는 식으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모든 부처를 관장할 수 있는 국가위기관리위원회와 같은 독립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안전 관련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원칙으로 ‘하인리히 법칙’이 있다. 큰 사고가 하나 있기 전에는 비슷한 원인을 가진 사고가 29번이 존재했고, 또 그전에는 300번은 위험에 노출된 경험이 있었다는 것이다. 즉 이번 여객선 침몰 이전에도 수십 번이나 되는 경미한 사고가 분명히 있었지만 놓쳤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안전과 환경은 규제 완화의 대상이 되선 안 된다”면서 “조그만 사고가 많이 나는 부분을 선제적으로 보고, 대형 사고를 가정한 시뮬레이션을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사설] 주검이 된 아이들,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는다

    참담한 아침이다. 솟구치는 슬픔과 분노를 억누르기 힘든 아침이다. 그래도 새파란 생명이니 저 거친 물살을 어떻게든 이겨내 줄 것이라 믿었던 온 국민의 실낱같은 희망과 애끓는 소망이 하나씩 하나씩 황망하게 무너지는 아침이다. 아이들이 주검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더디고 더딘 구조작업이 참사 발생 나흘째인 지난 주말부터 본격화됐으나 너무나 안타깝게도 진도 앞 검은 바다에서 건져 올려진 것은 좌절과 절망뿐이다. 그토록 염원하던 단 하나의 기적도 우린 낚아올리지 못했다. 세월호 침몰 첫날인 지난 16일 국민 모두의 눈앞에서 바닷속으로 잠겨 들어간 302명의 생명 가운데 어느 누구도 우린 죽음으로부터 건져내지 못했다. 시간이 야속하고 바다가 야속하다. 우린 정녕 이렇게 사랑하는 아이들을, 가족들을 이토록 허망하고 속절없이 바다에 묻어야 하는가. ‘아빠 걱정하지마. 구명조끼 입고 애들 모두 뭉쳐 있으니까’라며 외려 가족을 걱정했던 그 의젓한 아이도, ‘어떡해. 엄마 안녕. 사랑해’라며 준비 못 한 이별 앞에서 떨었을 아이도, 참가비 30만원이 아빠에게 짐이 될까 싶어 한사코 수학여행을 가지 않으려 했던 속 깊은 아이도 그냥 이렇게 떠나 보내야 하는가. 이젠 정말 이들과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것인가. 이게 정녕 우리 대한민국이라는 말인가. 하나 둘 검은 바닷속에서 건져 올려지는 어린 학생들의 주검이 이 아침, 우리에게 묻는다. 국가는 대체 무엇이냐고. 원칙은 무엇이고, 우리는 무엇을 잘못 했느냐고. 우린 지금 왜 죽는 것이냐고. 참담한 심정으로 이제 그 답을 준비해야 한다. 바닷속으로 잠기기 직전까지 ‘가만히 앉아 기다리라’는 방송을 믿고, 그렇게 하면 반드시 어른들이 우리를 구해 줄 것이라 믿었을 아이들의 주검 앞에서 처절한 마음으로 반성문을 써야 한다. 아이들이 죽음으로 보여준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민낯 앞에서 기성세대는 더 이상 고개를 돌리지 말아야 한다.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얽히고설킨 부조리와 나태와 무모함과 무책임과 무신경을 고백해야 한다. 젊은 초보 항해사에게 배를 맡기고는 위기의 순간이 닥치자 나부터 살고 보자며 가장 먼저 배에서 뛰어내린 선장이 세월호 참사의 근인(近因)일 수는 있을 것이다. 탑승자 숫자는 물론 적재화물의 개수와 중량도 기록하지 않았을 만큼 허술하게 운영돼 온 연안여객 안전관리도 직접적 요인일 것이다. 엄청난 참사 앞에서 실종자 숫자조차 파악 못 하고 매일 바꿔 불러대며 허둥댄 정부의 무능한 대응도 화를 키운 요인으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씩 하나씩 화근(禍根)의 줄기를 잡아 캐내 올라가다 보면 결국엔 ‘기본의 상실’이라는 만화(萬禍)의 뿌리에 다다르게 될 것이다. 서로가 제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상응한 보상을 받을 수 없는 기형적이고 불공정한 사회 구조가 적당주의를 낳고, 반칙을 낳고, 부실을 낳는 것이다. 사회 지도층의 책무를 비롯해 나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는 공공선의 공적 가치에 있어서 대한민국이 얼마나 척박하고 가난한 나라인지를 지금 바닷속 아이들이 일깨워준다. 책임자 처벌과 희생자 보상, 관련 법령 정비라는 뻔한 수습책으로 이번 참사를 끝낼 수는 없다. 재난 대응, 그 너머를 생각해야 할 때다. 국가는 무엇이고, 그 구성원 각자의 책무는 무엇인지 모두가 무릎을 꿇고 그 답을 써야 한다.
  • [세월호 침몰 참사-엉터리 선사·운항관리] 세월호, 두달 전 비상훈련 평가서 ‘양호’ 논란

    [세월호 침몰 참사-엉터리 선사·운항관리] 세월호, 두달 전 비상훈련 평가서 ‘양호’ 논란

    전남 진도 인근 해역에서 침몰한 세월호가 지난 2월 특별 안전점검을 받았을 때 ‘선내 비상훈련 실시 여부’ 평가 결과 ‘양호’를 받은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의원이 20일 해양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해양경찰청 등은 특별 안전점검 당시 소방훈련·구명정 훈련 및 비상 시 대비 훈련 실시 여부에 ‘양호’ 등급을 매겼다. 선장이 제일 먼저 여객선에서 탈출하고 승객들은 객실에서 배가 침몰할 때까지 대기하는 등 사고 대응이 잘못돼 인명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오는데도 세월호는 두 달 전 비상 시 대비 훈련에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조타기 정상 작동 여부, ‘차량적재도에 준한 고박장비(화물을 배에 고정하는 장비) 비치 여부’ 등도 모두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객선이 급격하게 방향을 전환할 때 결박하지 않은 화물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선박이 원위치로 돌아오지 못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 같은 평가 결과 역시 충분한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반면 배가 침수됐을 때 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막아주는 수밀문의 작동은 불량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객실 내 방화문 상태도 ‘불량’ 평가를 받았고 비상조명등 작동, 화재경보기 작동법 숙지 상태, 비상발전기 연료유 탱크 레벨게이지 상태도 ‘불량’ 평가를 받았다. 자료에 따르면 점검단은 화재경보기 작동법 숙지 상태, 비상발전기 연료유 탱크 레벨게이지 불량과 관련해서는 적발 현장에서 이를 바로잡았다고 기록했다.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은 수밀문 불량 등 나머지 지적 사항에 대해서는 검사 열흘 뒤인 3월 4일에 ‘시정조치를 모두 마쳐 정상 작동하고 있다’고 해운조합 인천지부에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국민을 위한 정부는 어디에…

    국민을 위한 정부는 어디에…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100시간이 넘었지만 구조와 수색에 우왕좌왕하는 정부의 무기력한 대응에 국민들은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정부는 1970년 326명이 숨진 남영호 침몰 참사 이후 재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재발 방지를 외쳤지만 이번에도 40여년 전과 달라진 것은 거의 없었다. 20일 재난·방재 전문가들에 따르면 남영호 침몰 참사 이후 1993년 292명의 사망자를 낸 서해 훼리호 참사, 2010년 46명의 장병이 희생된 천안함 침몰 사건 등이 터졌을 때 정부 안팎에서는 선진 재난대응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정부의 제대로 된 후속 조치는 없었다. 천안함 침몰 사고 1년 뒤인 2011년 정부가 발간한 ‘천안함 피격사건 백서’에는 사건 초기부터 침몰 상황에 대한 보고 및 전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혼선을 초래했고, 위기관리 시스템에 따른 대응과 조치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이러한 문제점은 판박이처럼 되풀이됐다. 서해 훼리호 참사 이후 승선자 명단 파악이 의무화됐지만 여전히 지켜지지 않았다. 세월호에서는 승선자 명단에도 없는 사망자가 나오는 등 탑승자 숫자가 다섯 차례나 변경됐고, 구조자 숫자도 여덟 차례 바뀌는 등 혼선이 벌어졌다. 또 ‘해상안전에 대한 국제협약’에 국제선을 운항하는 3000t 이상 크루즈는 통신과 항적 변화를 기록하는 블랙박스 설치가 의무화됐다. 하지만 세월호는 6000t급이 넘지만 국내 여객선은 협약 준수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설치돼 있지 않았다. 과적이 원인이 된 남영호 침몰 사고 이후 한국해운조합에서 선박 화물적재 상황을 점검하고 있으나 실제 화물 적재량과 해운조합에 보고한 기록은 서로 달랐고, 점검도 형식적인 것에 그쳤다. 해상 재난사고 대응 매뉴얼도 부실했고,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았다. 승객 대피를 책임져야 할 선장 이준석(69)씨와 항해사, 조타수, 기관사들은 현장 지휘와 응급처치, 구명정 작동, 외부와의 교신 등을 담당해야 했지만 가장 먼저 현장을 빠져나왔다. 이들 선박직 15명은 전원 생존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은 325명 중 75명(23%)만 구조됐다. 정부의 컨트롤타워가 제 역할을 못하다 보니 사고 초기부터 우왕좌왕했다. 해경과 해군, 어선이 투입됐지만 역할 분담이 제대로 안 되면서 사고가 발생해 배가 침몰할 때까지 2시간 20분 동안 제대로 된 구조 작업을 하지 못했다. 방재 안전 전문가인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사건은 현장에서 일어나지 정부 청사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국가 비상 시스템을 현장 중심으로 법·제도화하고 그에 걸맞은 권한과 책임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난 전문가인 이동규 동아대 석당인재학부 교수는 “위기 발생 시 우왕좌왕하지 않도록 현장 ‘사고지휘시스템’(ICS)의 통합 구축이 절실하다”면서 “위기 상황을 사례별로 판단할 수 있는 전문가들을 양성하고 직급에 상관없이 그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도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서울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서울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아리아케호 사고, 세월호와 크기·제조사·사고 과정 등 유사…어떤 사고?

    아리아케호 사고, 세월호와 크기·제조사·사고 과정 등 유사…어떤 사고?

    ‘아리아케호’ 지난 2009년 일본에서 발생한 여객선 아리아케호 사고가 재조명 받고 있다. 두 배의 제조사 및 규격이 비슷할 뿐만 아니라 두 사고가 유사점도 많다는 게 그 이유다. 따라서 아리아케호 사고가 이번 세월호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데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시되고 있다. 지난 2009년 11월 13일 일본 미에현 앞바다에선 7000t급 카페리 아리아케호가 오른쪽으로 90도 가까이 기울며 침몰했다. 이 사고는 여객선 좌측 뒷부분이 강한 파도를 맞아 배에 선착된 컨테이너·차량 등 화물 약 2400t이 일시에 한쪽으로 쏠리면서 배가 중심을 잃고 좌초된 것으로 밝혀졌다. 아리아케호 사고는 사고 발생부터 좌초에 이르는 전 과정이 세월호와 유사한 부분이 많다. 게다가 당시 사고를 당한 아리아케호는 세월호를 한국에 판매한 ‘마루에 페리’ 소속 여객선인 데다 배를 건조한 조선소도 같다. 세월호는 지난 1995년에 건조됐고, 아리아케호는 1년 뒤 만들어졌던 것. 이 뿐만 아니라 세월호와 아리아케호는 크기와 무게, 속도 등의 설계와 기능이 대부분 유사하다. 전문가들은 “두 배 기능과 운용 방식들이 거의 비슷한 데다 적재된 화물이 쏠리면서 배가 한쪽으로 쓰러졌다는 점에서 사고 과정까지 거의 유사하다”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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