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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값 20% 내리면 깡통주택 5만가구↑”

    “집값 20% 내리면 깡통주택 5만가구↑”

    금융연구원이 금융위원회의 용역을 받아 30일 내놓은 ‘가계부채 미시구조 분석’ 결과는 기준이 들쭉날쭉이던 하우스푸어에 대해 금융 당국이 실태를 처음 진단한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국내 집값이 고점 대비 20% 하락하면 고위험가구가 4만 6000가구 더 늘어 14만 7000가구에 이르게 된다. 이렇게 되면 금융권은 16조 6000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더 떠안게 된다. 은행은 큰 문제가 없지만 제2금융권에서는 도산하는 곳이 나올 수 있다고 금융연구원은 경고했다. 경상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율(DSR)이 60%를 넘는 잠재적 하우스푸어 가운데 대출금이 상환능력(집값 평가액의 60%+금융자산)을 웃도는 고위험 하우스푸어(일명 깡통주택)는 10만 1000가구(대출금 47조 5000억원)다. 금융위는 이 10만여 가구만 요즘 문제되는 하우스푸어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매입가 대비 아파트 가격이 10% 이상 하락한 가구는 16만 7000가구로 이 중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한 가구는 약 9만 8000가구다. 우리나라 전체 1750만 가구의 0.56%, 금융대출을 보유한 981만 6000가구의 1% 미만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하우스푸어의 개념이 모호하긴 하지만 당장 급격한 채무 불이행이 발생하거나 금융회사의 부실로 전이돼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이 다소 느슨한 잣대를 들이댔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은행은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DSR이 40%를 넘는 가구에 주목했다. 금융 당국과 금융연은 DSR이 60%를 넘는 57만 가구를 잠재적 하우스푸어로 봤지만 40% 초과로 확대하면 96만 3000가구다. 한은 관계자는 “DSR이 60%를 넘으면 이미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가구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DSR이 40% 넘는 가구가 전체 가구의 20%를 넘어서면 위험한 수준인데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도 20%를 약간 넘었을 때 터졌다.”면서 “우리나라는 이 비중이 16~17%로 추산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민간 연구소인 KB경영연구소도 깡통주택을 금융 당국 분석보다 많은 18만 5000가구로 추정했다. 금융회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는 316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대출금은 279조원이다. 다중채무자 가운데 연간 소득이 1000만~2000만원인 저소득층의 연체자 비중은 2010년 11.4%에서 올 6월 말 현재 17.4%로 불어났다. 저소득 다중채무자 5명 가운데 1명은 빚을 갚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 고령층이 집값 하락의 충격을 가장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고령층의 소득 대비 부채비율(LTI)은 200%를 넘었다. 가계부채의 또 다른 뇌관인 자영업자 대출은 올 3월 현재 350조원으로 추산됐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동작구 임산부·영유아 2400명 지원

    동작구는 한국공공자치연구원 주최 제17회 한국지방자치경영대상에서 창의혁신부문 대상을 수상했다고 30일 밝혔다. 한국지방자치경영대상은 매년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창의혁신·행정서비스·경제활성화·문화관광·보건복지·녹색성장·인적자원육성 등 7개 부문을 심사해 선정한다. 동작구는 2010년 7월 문충실 구청장 취임 이후 전국 최초로 시행한 ▲저소득 가정 산모 건강관리비 지원 ▲만 3세 미만 영유아 A형간염 예방접종비 전액 지원 ▲임산부 배려방 ▲사회적기업 제품 복합판매장 조성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저소득 가정 산모 건강관리비 지원사업으로 588명의 산모들이 3억 5200만원의 혜택을 받았다. 영유아 A형간염 예방접종비는 1811명이 지원받아 주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반도체·디스플레이 ‘한국만 흑자’ 시대로

    반도체·디스플레이 ‘한국만 흑자’ 시대로

    한국의 수출 효자인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에서 한국 업체들의 선전이 두드러지고 있다. 경기 부진의 여파로 타이완·일본의 경쟁업체들이 여전히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는 가운데 거둔 실적이어서 더욱 의미 있다. 앞으로 두 분야에서 한국 업체들만 안정적인 흑자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점쳐진다. ●디스플레이 업계 ‘삼성·LG 천하’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3분기에 매출 8조 4600억원과 영업이익 1조 900억원을 거뒀고, LG디스플레이도 같은 기간 7조 5930억원의 매출에 2534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삼성은 업계 불황에도 12.9%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약진했다. 업체별로 품질 차이가 없어 수익이 거의 없는 모니터와 노트북 패널의 생산을 줄이고, 스마트폰용 아몰레드(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역량을 집중한 덕분이다. LG 역시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하며 8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 독자적으로 개발한 필름패턴편광(FPR) 방식의 3차원(3D) 입체영상 패널과 스마트기기용 고해상도 광시야각(AH-IPS) 디스플레이 등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 제품들의 매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범용 제품 위주로 생산에 나섰던 해외 경쟁업체들은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세계 4위 업체인 AUO(타이완)는 3분기 손실액이 91억 5000만 타이완달러(약 3450억원)에 달했고, 3위 CMI(타이완) 역시 20억 타이완달러(약 750억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샤프(일본)는 상반기(4~9월)에만 4000억엔(약 5조 5000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예상되는 등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반도체 업계 “반도체 치킨게임 한국 승리”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의 3분기 실적은 매출 8조 7200억원, 영업이익 1조 1500억원으로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SK하이닉스는 한 분기 만에 적자로 돌아섰지만, 그 폭은 150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영업손실 규모가 95%나 줄었다. 스마트기기용 모바일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20~30나노급 미세공정 제품 비중을 높여 위기 대응 능력을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삼성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다양한 분야의 반도체에서 고루 수익을 냈다. 반면 타이완과 일본 업체들은 반도체 치킨게임(승자가 정해질 때까지 계속해서 경쟁하는 게임)에서 사실상 패배해 쓰러졌다. 난야(타이완)는 최근 올해 말까지 600명을 구조조정한다고 발표했고, 프로모스(타이완)도 1300여명에 대한 정리해고 계획을 정했다. 올해 엘피다(일본)를 인수한 마이크론 또한 아직 이렇다 할 시너지를 내지 못해 영업손실을 이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위기 상황에도 과감하게 투자와 연구·개발(R&D)을 단행해 경쟁업체들과의 격차를 벌리는 한국 특유의 역발상 경영이 빛을 발했다.”면서 “두 분야 모두 앞으로 한국 업체들만 지속적인 이익을 내는 구조로 재편될 확률이 크다.”고 말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이은주 기자의 컬처K] 제2의 원빈·조인성 어디 없나요

    [이은주 기자의 컬처K] 제2의 원빈·조인성 어디 없나요

    “어디 쓸 만한 20대 배우 없나요?” 영화나 드라마 제작자들을 만나면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최근 몇 년 만에 김수현, 이제훈 등 대형 신인이 나오기는 했지만 20대 스타 기근 현상은 연예계의 오랜 고민이다. 큰 작품의 주연을 맡길 만한 외모와 스타성을 갖춘 제2의 원빈, 조인성 급 배우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아이돌 가수 출신 ‘연기돌’이다. 이제 거의 모든 주연 배우는 가요계에서 찾아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처럼 안방극장이 ‘연기돌’에게 점령당한 것은 가수 기획사와 배우 기획사가 경영에서 구조적인 차이를 보이는 탓이다. 이 두 회사의 수익 구조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가수는 매출에서 각종 경비를 제외한 영업 이익을 기준으로 수익을 분배하는 관례가 정착됐다. 반면 배우들은 매출을 기준으로 수익을 나누고 각종 경비를 기획사에서 부담하는 관행 탓에 적자에 허덕이는 회사가 많다. 경비에는 연예인들의 헤어, 메이크업 비용은 물론 식대, 차량 유지비, 매니저 인건비 등이 포함된다. 톱스타급 배우와 회사의 수익 배분율이 보통 7대3에서 9대1이란 점을 감안하면 회사 측이 이윤을 발생시키기는 쉽지 않다. 그나마 연예인들의 ‘노예계약 관행’을 개선하고자 정부가 지난 2009년 7월 표준 계약서를 도입하면서 배우 기획사의 수익 구조가 개선되기 시작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몇 년 전 한 여성 톱스타가 아침에 지갑도 안 들고 맨몸으로 나와 사우나부터 헤어, 메이크업은 물론 개인 용돈까지 경비에 포함시켜놀란 적이 있다.”면서 “보통 출연료의 15~25%가 경비로 지출되기 때문에 드라마 기준 회당 출연료가 2500만원 이상은 돼야 수익이 발생하는데 그 정도의 스타급이 많지 않아 현재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게다가 배우들은 어느 정도 지명도가 생겨 수익이 발생할 시점에 다른 회사로 이동하거나 1인 기획사를 설립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가수들은 음반 기획부터 홍보까지 레이블을 기반으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1인 기획사로 활동하기가 쉽지 않다. 비교적 안정적인 이익이 보장되는 가요 기획사들이 재투자를 통해 지속적으로 신인을 공급해 만능 엔터테이너인 ‘연기돌’의 양산이 가능해진 것이다. 반면 배우 기획사들은 안정적인 수익 기반이 붕괴하면서 신인 배우 발굴 및 투자가 더딘 악순환의 고리에 들어갔다. 이 같은 현상의 피해자는 시청자다. 시청자들은 안방극장을 연기 연습장으로 삼는 ‘연기돌’의 숙성되지 않은 ‘발연기’를 참고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이에 대형 가수 기획사들은 드라마 자회사를 통해 몸집을 불리고 있다. 한 중소 기획사 대표는 “요즘 웬만한 신인들은 가요 기획사에서 모두 데려가서 쓸 만한 사람을 찾을 수도 없다.”면서 “사무실 유지비 등을 제외한 소소한 경비를 배우가 자신의 수입에서 부담하지 않는다면 한류 드라마의 근간인 배우 매니지먼트 사업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rin@seoul.co.kr
  • 철강사도 잇단 감산… 산업계 위기 확산

    철강사도 잇단 감산… 산업계 위기 확산

    외국 기업에 비해 경기불황을 잘 견디던 국내 철강업계가 생산량 감축에 들어갔다. 아끼고 줄이면서 내핍경영 중인 다른 업종에서도 수출 부진과 내수 감소가 길어지면 임금 삭감과 대량 감원, 공장 폐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1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가 설비 보수 일정을 조정, 이달 중 전기로(하이밀) 열연의 평균 생산량을 줄이기로 했다. 여름 휴가철이나 가격 조정 등에 따른 일시적 감산은 종종 있었지만, 이번처럼 구조적 감산은 창사 이래 처음이었던 2009년 1월 이후 3년 6개월여 만이다. 포스코는 철강재 수요의 감소, 재고분 상승, 중국산 저가 공세 등 삼중고의 상황을 체크하며 조정량을 정하기로 했다. 외국의 유수 철강사들이 이미 감산은 물론 공장 폐쇄, 매각 등 악화 단계인 것에 비하면 양호한 상황이지만, 선두 포스코의 조치는 나머지 국내 철강사들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 현대제철은 충남 당진 A열연공장의 월 2만t에 이르는 수출분 열연강판 20%를 감산했다. 특히 국내 4위 업체인 동부제철은 내년 3월까지 6개월간 1700여명의 전 임직원 임금을 일률적으로 30%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2169억원 적자와 올해 상반기 767억원의 연속 적자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감산에 뒤이어 내린 고육책이다. 동부는 2009년에도 9개월간 임금 30%를 삭감했었다. 앞서 지난 6월 동국제강은 지난 22년간 꾸준히 후판을 생산해온 포항제강소 1후판공장의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내수가 부진할 때에는 물량을 수출로 돌려 생산라인을 유지하는데, 지금은 국제 제품가격이 생산원가 이하로 떨어져 수출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업종의 일부 기업은 한 단계 더 나아가 인적 구조조정이 발생하고 있다. 해당 기업의 특수한 사정을 감안해야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어 우려를 키우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달 전 직원(5500여명)의 14%인 800여명을 희망퇴직시켰다. 영업점 130여개 폐쇄에 이은 조치였다. 한국지엠도 부장급 이상 희망자 130여명의 퇴직 절차를 밟고 있다. 쌍용차는 4년째 무급휴직자 455명의 복직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또 조선업계의 한진중공업 임직원 500여명은 1년 가까이 연봉 50%만 받으며 휴직 상태에 있다. 이 밖에 GS칼텍스(70여명)와 대한항공(50여명)도 희망퇴직을 받았고 오뚜기(574명)와 광전자(352명), 효성ITX(289명) 등은 지난 1년 동안 자연감소 등의 이유로 인원이 줄었으나, 이를 충원하지 않고 있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중인 건설사 9곳에서는 4년간 260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삼성·LG ‘40년 전쟁’] 이병철 “우리도 전자산업 할라카네”… 이 한마디로 ‘전쟁’ 불붙다

    [삼성·LG ‘40년 전쟁’] 이병철 “우리도 전자산업 할라카네”… 이 한마디로 ‘전쟁’ 불붙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기업인 삼성과 LG는 전자를 중심으로 통신, 화학, 금융 등 주요 사업마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라이벌 구도를 이어 왔다. 두 그룹의 역사는 상대방과의 전쟁의 역사라 할 수 있을 만큼 지난 40여년간 각 분야에서 한 치의 양보 없는 대결을 펼쳐 왔다. ●구인회 회장, 삼성과 동양방송 동업관계도 끊어 그(이병철 회장)는 삼성전자의 설립 구상 단계이던 1968년 봄, 안양골프장(현 안양베네스트GC)에서 구(인회) 회장을 만났다. “구 회장! 우리도 앞으로 전자산업을 할라카네.” 이 회장은 별다른 생각 없이 지나가는 투로 한 마디 던졌으나 구 회장은 벌컥 화부터 내며 쏘아붙였다. “이익이 남으니까 할라 카는 거 아이가. 사돈이 논을 사믄 배가 아프다 카더마는 옛말이 그른기 하나도 없는 기라.” 이 회장의 지나가는 말 한 마디에 속이 뒤집힌 구 회장은 작별인사도 없이 벌떡 일어서 등을 돌렸고 이 회장은 난감한 표정으로 구 회장의 뒷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서먹서먹하게 돌아선 두 사람은 이후 동양방송(현 KBS2)의 동업관계도 끊고 말았다. -‘삼성가의 사도세자 이맹희’(이용우 저) “그쪽에서 꼭 그리 하겠다면, 서운한 일이지만 우짜겠노? 서로 자식을 주고 있는 처진데 우짜노 말이다. 한 가지 섭한 점이 있다면, 금성사가 지금 어려운 형편에 있는 점을 노려서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자고 덤비는 것 같은 기라. 그러나 나는 내 할 일만 할란다. 나도 설탕 사업 할라카면 못 할기 있나. 하지만 나는 안 한다. 사돈이 하는 사업에는 손대지 않을 기다.” -‘한 번 믿으면 모두 맡겨라’(구인회)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과 LG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은 어려서부터 함께 자란 죽마고우였다. 동양방송을 공동 설립하고, 사돈까지 맺으며 인생의 오랜 시간을 막역한 사이로 지냈다. 하지만 1968년 삼성이 일본 산요와 합작을 통해 삼성전자 설립을 준비하면서 양측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1958년 금성사를 설립해 첫 국산 라디오 ‘A-501’을 히트시키면서 국내 가전시장을 독점하고 있던 LG로서는 삼성의 도전이 달가울 리 없었다. 당시 LG는 “삼성이 일본 업체를 끌어들여 국내에 막 움트기 시작한 전자산업의 싹을 제거하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정부는 “생산물량 전부를 해외에 수출한다.”는 조건으로 삼성의 전자산업 진출을 허가했다. 흑백 TV 시장에서는 LG가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하지만 삼성은 1981년 컬러 TV 시대 개막과 함께 절전형 프리볼트 TV인 ‘이코노빅’을 내놓아 승기를 잡는다. 전력난에 시달리던 당시 상황과 잘 맞아떨어지는 제품을 내놓으며 삼성은 1984년 국내 TV시장에서 처음으로 1위에 오르게 된다. LG는 이때부터 삼성의 신기술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서로 물고 물리는 혈투를 벌인다. 1992년 삼성전자가 위성수신 컬러 TV를 선보이자 며칠 지나지 않아 LG도 똑같은 기능의 제품을 내놓았고, 1993년 삼성이 원적외선 바이오 TV를 출시하자 한 달 뒤 원적외선에 음이온까지 발생시키는 TV로 맞대응하는 식이었다.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대형 TV 수요가 생겨나던 1995년 삼성이 ‘명품’이라는 이름의 브랜드를 내놓자 LG는 ‘아트비전’으로 응수했다. ●반도체·금융 분야에서 양사 명암 엇갈려 흑백 TV에서 시작된 양사의 40년 전쟁은 컬러 TV, 액정표시장치(LCD) TV,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 등을 거치며 지금은 전자를 중심으로 거의 모든 분야로 확대됐다. 특히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새로운 라이벌전이 시작돼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모두 글로벌 1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분야도 두 업체가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다. 이렇듯 두 기업은 많은 분야에서 세계 1~2위를 다투며 경쟁하고 있지만, 현재 두 그룹의 매출 규모는 삼성(314조원)이 LG(142조원)를 두 배 이상 앞선다. 2003년 GS, LS, LIG그룹과 분리되고, 외환위기 이후 LG가 반도체 및 금융 사업 분야를 포기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삼성전자가 1983년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64K D램을 개발해 반도체 신화를 써 나가자 LG도 곧이어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며 삼성 추격에 나섰다. 하지만 LG의 반도체 사업은 적자로 어려움을 겪다 외환위기 당시 ‘빅딜’을 통해 현대에 사업을 넘겨주게 된다. 금융 분야도 마찬가지. LG카드는 ‘위기가 기회’라는 판단에 따라 외환위기 당시 100만명의 신규 회원을 확보하는 등 저돌적인 경영에 나서 1998년 카드업계 1위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무리한 확장으로 신용카드 연체가 급증하면서 유동성 위기가 닥쳤다. LG그룹은 이미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마친 뒤여서 LG전자·LG화학 등 계열사의 지원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결국 LG카드 최대 주주인 구본무 회장이 직접 나서 자신이 갖고 있던 LG카드, LG투자증권, ㈜LG의 지분을 담보로 내놓고 나서야 어렵사리 사태를 해결할 수 있었다. LG는 당시 사건을 계기로 금융 분야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삼성이 치고 나가면 LG가 곧바로 따라붙어 삼성과 LG의 최근 양상을 살펴보면 ‘삼성이 먼저 치고 나가면 LG가 곧바로 따라붙는’ 식의 경쟁 구도를 확인할 수 있다. 영국 프리미어 리그 축구팀(첼시-풀럼) 후원과 프리미엄 브랜드 휴대전화(애니콜-싸이언) 개발, 제품별 개별 브랜드 전략을 통한 가전 마케팅(파브-X캔버스)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 vs LG 그들의 전쟁은 계속된다’의 저자인 박원규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는 “브랜드 전쟁에서는 일단 삼성이 판정승을 거둔 셈”이라면서 “외환위기 이후 삼성과 LG의 실적 차이가 마케팅·브랜드 투자의 차이로 이어지면서 격차가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가정이긴 하지만 일부에서는 LG가 외환위기 이후에도 반도체와 금융 분야를 계속 가져가고, 2003년 GS와 LS, LIG 등의 분리를 조금 더 늦췄다면 지금의 삼성과 LG의 구도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기업하기 좋은나라 한국 세계8위 올라

    기업하기 좋은나라 한국 세계8위 올라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 8위에 올랐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그랜트 손턴 인터내셔널이 10일(현지시간) 자체적으로 만든 ‘글로벌 역동성 지수’(GDI)를 적용, 전 세계 주요 50개국을 대상으로 기업 경영환경을 조사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이 64.9를 얻어 8위를 차지했다. 이는 전체 1위를 차지한 싱가포르에 이어 아시아 국가 가운데 2위이며, 독일(9위)과 미국(10위), 프랑스(16위), 일본(26위) 등에 비해서도 앞선 것이다. 중국은 20위를 기록했다. GDI는 역동적인 비즈니스 성장을 위한 최적의 환경 수준을 나타내는 지수로, 비즈니스 운영 환경과 경제 성장성, 과학·기술, 노동·인적자본, 금융 환경 등 5가지 분야의 22개 지표를 활용해 측정한다. 보고서는 또 이들 지표의 가중치를 산정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 임원 40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실시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비즈니스 구조는 10대 재벌이 시장자본의 55%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면서 “삼성·현대 등이 기술 혁신의 선두권을 유지하는 수직 계열화된 대규모 납품망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데스크 시각] 전기요금과 전기세/김성곤 산업부장

    [데스크 시각] 전기요금과 전기세/김성곤 산업부장

    어릴 적 내가 살던 농촌 마을에는 단골손님이 몇 있었다. 자전거 뒤에 나무로 된 사각형 아이스박스를 매달고 동네를 누비던 ‘아이스 케키’ 아저씨와 잊을 만하면 찾아와 할머니 방에서 하루를 묵고 가던 방물장수 할머니도 있었다. 아이스 케키 아저씨가 뜨면 동네는 온통 난리가 난다. 엄마, 아니면 할머니를 졸라 10원짜리 지폐와 양푼을 들고 아이스케키 아저씨에게 달려가곤 했다. 아이스케키 아저씨가 다녀가면 ‘달콤한 아쉬움’이 남았고, 방물장수가 가고 나면 가보지 않은 먼 동네의 얘깃거리들이 남았다. 빨간 자전거를 타고 편지를 배달하던 우편배달부 아저씨와 계량기를 체크하고 요금을 징수하던 전기요금 징수원 아저씨도 단골손님이었다. 모두 동네 이웃 같고, 친하기는 매한가지였지만 전기요금 징수원 아저씨는 좀 달랐다. 도전(盜電)은 없는지 꼼꼼히 체크하고, 요금이 연체된 가정에는 독촉장을 전달하고, 필경에는 한국전력에서 나와 전기를 끊게도 하는 악역을 맡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때 전기요금을 ‘요금’이라고 부르지 않고 ‘전기세’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사전에 보면 세금은 ‘국가 또는 지방 공공단체가 필요한 경비로 사용하기 위하여 국민이나 주민으로부터 강제로 거두어들이는 금전이라고 정의돼 있다. 반면 요금은 ‘남의 힘을 빌리거나 사물을 사용·소비·관람한 대가로 치르는 돈’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전기요금은 요금인데 전기세라고 불렀던 이유는 무엇일까. 요즘 전기요금이 논란이다. 80년 만에 찾아왔다는 폭염 때문에 에어컨 등을 많이 틀었던 가정이 전기를 많이 쓸수록 요금이 할증되는 ‘누진제’가 적용돼 최고 10배가 넘는 전기요금 폭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9월 초 요금 폭탄을 맞은 가정의 항의가 쏟아졌고, 인터넷에서도 누진제는 ‘핫 이슈’가 돼 한전과 전력 당국에 몰매를 놓았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 특히 가정용 전기체계에 대한 개선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한전은 물론 정치권까지 가정용 요금체계를 개편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 중이지만, 좀 이상한 것은 이 논의가 전기요금 체계 전반에 대한 논의가 아닌 가정용에만 국한됐다는 것이다. 가정용의 64% 선인 산업용 전기요금의 현실화보다는 개편 논의를 가정용에 국한해 누진제라는 테두리 내에서 해결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더 해괴한 것은 현행 6단계로 돼 있는 누진제 구간을 3단계로 단순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자칫하면 1구간에 머물고 있는 저소득층의 전기요금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실제로 한전은 지난달 누진제가 문제가 되자 이 같은 내용의 개선안을 냈었다. 이후 누진제 개선을 명분으로 삼아 전기요금을 인상하려는 ‘꼼수’라는 여론의 뭇매와 지식경제부의 제동으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런 논의가 진행 중인 것도 사실이다. 지경부 역시 전기요금 추가 인상은 반대하면서도 누진제 손질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누진제를 폐지하면 전기 소비를 억제하는 효과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전기요금에 대해서는 지경부나 한전, 전기 수용자 모두 할 말이 있겠지만 현행 요금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모두 공감한다. 하지만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위한 선결과제는 ‘전기요금=세금’이라는 잠재의식을 바꾸는 것이다. 시대가 바뀌었지만 세금처럼 전기요금 고지서가 발부되고, 요금을 내지 않으면 전기를 끊던 그 기억과 잠재의식이 존재하는 한 전기요금 체계 개편에 대한 저항은 불을 보듯 뻔하다. 아무리 부인해도 한전은 여전히 국민의 잠재의식 속에 공공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이 같은 의식을 변화시키려면 민간 출신 최고경영자(CEO) 한두 명 영입이나 ‘적자 타령’만으로 될 일은 아니다.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처절한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하고, 민간의 부담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산업용 전기요금을 보전해 주던 개발시대의 요금체계도 바꿔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꼼수가 아닌 정도의 추구다. 그래야만 전기세는 전기요금으로 바뀔 수 있다. sunggone@seoul.co.kr
  • 태백 ‘빚덩이’ 오투리조트 경매 위기

    강원 태백의 애물단지인 오투리조트 내의 콘도미니엄과 곤돌라 등 리조트 시설들이 이달 중 법원 경매 물건으로 내몰리게 돼 리조트 운영에 차질이 우려된다. 태백관광개발공사는 5일 8개 동 424실 규모의 오투리조트 콘도미니엄이 협력사이자 채권자인 ㈜조이로드의 경매 신청에 따라 오는 16일 영월법원에서 1차 경매된다고 밝혔다. 이 콘도미니엄은 부지 4만 2500㎡를 포함, 1차 경매 때 최저 응찰가가 760억여원이며 유찰되면 다음 달 20일 608억여원, 12월 26일 487억여원에 추가 경매된다. 이와 함께 일반 채권자 10여명이 경매를 신청했던 곤돌라 캐빈 79점과 눈을 고르는 정설차 6대 등 시설물들 역시 이달 중 영월법원에서 경매될 예정이다. 지난 1월 11억여원이던 곤돌라 캐빈은 9차례 유찰 끝에 이달 중 1억여원에 최저 응찰되며 지난 8월 9억여원이던 정설차는 이달 중 5억여원에 최저 응찰된다. 태백시와 개발공사 측은 “리조트를 통째로 한꺼번에 매각해야지 지금처럼 시설물마다 채권자들이 각각 경매를 신청하면 리조트도 죽고 시설물도 쓸모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투리조트는 2009년 태백관광개발공사가 태백시 출자금 등 4403억원을 들여 함백산 일대 47만 9900㎡에 건설했으며 스키장 12면과 콘도 424실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영업이 부진해 연간 250억여원씩 적자가 발생하는 데다 은행 차입금 1460억여원에 대한 이자 부담 등이 커 누적 부채액이 3500억여원이나 된다. 태백관광개발공사 경영기획팀 관계자는 “곤돌라 캐빈 등 오투리조트 시설들이 경매되면 당장 올 겨울관광 시즌 동안 스키장 운영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태백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CEO 칼럼] 결국은 초혁신이 답이다/윤문석 VM웨어 코리아 지사장

    [CEO 칼럼] 결국은 초혁신이 답이다/윤문석 VM웨어 코리아 지사장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찰스 다윈의 적자생존(適者生存) 법칙을 요즘 식으로 풀어 쓴 버전이란다. 세계 오지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생존의 방법을 보여주는 ‘정글의 법칙’ 속 김병만은 이런 점에서 아주 강하고 대단한 사람이다. 생존하려면 기본적으로 남보다 강해야 하며, 그런 연후에는 변화에도 잘 적응해야 한다. 그런 사람만이 생존할 수 있고, 그래서 강할 수 있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을 거대한 생태계로 놓고 보면 기업들은 그 속에서 약육강식, 적자생존을 거듭하는 개개의 경제 단위이자 생명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의 평균 수명은 갈수록 늘어나는 반면, 기업의 생명은 갈수록 짧아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경쟁 환경이 더욱 척박해지는 까닭이다. 우리나라 100대 기업의 지난 30년간 생존율은 16%, 기업의 평균 수명은 30년에서 조금 모자란다고 한다. 세계 500대 기업의 지난 50년간 생존율도 14%에 지나지 않는다. 초경쟁의 시대라고 한다. 시장과 국가 간 경계와 기업 간 협력과 경쟁의 구분이 모호한 시대, 불확실성은 커지고, 패러다임은 빠르게 바뀌며, 경쟁 우위의 생명력이 날로 짧아지고 있다. 앞서 가는 기업만 뒤쫓다 보면 언제 어떤 기업이 등 뒤에서 나타나 저만치 앞서 갈지 모를 일이다. 이런 시대에는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기업이 필요하며, 그런 기업이 강한 기업이자 위대한 기업이라 할 수 있다. 기업들은 어느 시대건 비슷한 조건 하에서 부침과 명멸을 반복해 왔다. 시대마다 승리의 룰은 달라지겠지만 근래 들어 성공하는 기업들을 살펴보면 이전보다 ‘혁신’과 ‘속도’가 크게 강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른바 잘나가는 기업은 기업이라는 유기체가 변화의 파도 위에서 좌초하지 않도록 균형감·민첩성·효율성을 갖추고, 혁신을 동력원으로 빠르게 고객을 찾아 항해하는 데 익숙하다. 고정된 항로가 아니라 고객이 있는 곳 어디든 항해하고 닻을 내릴 수 있는 뛰어난 레이더도 갖추고 있다. 기업 환경에서 혁신과 속도가 강조되다 보니, 아예 이전에 없던 기술과 가치로 무장한 새로운 기업이 어느 날 등장해 기존 산업의 모든 질서를 흔들기도 한다. 이른바 초혁신 기업들이다. 초혁신 기업은 기존의 먹이사슬 구조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생태계를 구성하고 그 안에서 급속한 성장을 일궈 나간다. 그 과정에서 기존 산업에는 파괴적인 변화가 일어나며, 새로움을 열망하는 고객과는 화학적인 반응이 거세게 일어난다. 중요한 것은 기업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초혁신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무역규모 1조 달러를 돌파한 경제 강국이다. 이런 성과를 일궈낸 기업들에 박수를 보낼 일이다. 잘해 왔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고개 숙인 글로벌 경기 침체는 좀처럼 살아날 줄 모른다. 최근 우리 기업들은 세계 곳곳에서 무역 보복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보호무역주의 대두를 우려하기도 한다. 앞만 바라보며 달려온 시대가 지나고 전후좌우를 살피고 싸우면서 지혜롭고 빠르게 전진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가전이나 모바일 기기 영역에서 우리 기업들이 보여주고 있는 초혁신성이 전 산업으로 확산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21세기 기업의 생존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첫째도 혁신, 둘째도 혁신, 셋째도 혁신이다. 그냥 혁신이 아닌 속도를 수반한 초혁신이 필요하다. 기업들은 초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패러다임을 바꾸며 글로벌 경쟁 우위를 더해가야 한다. 묵은 때를 훌훌 털어버리고 가볍고 빠른 초혁신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리하여 당당히 글로벌 시장을 항해해야 한다. 이뤄질 것이다. 석유 수입국이면서 석유 제품이 수출 1위인 것처럼, 가전 제품 1위에서 휴대전화 수출 1위가 된 것처럼, 코리아의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글로벌 싸이가 된 것처럼….
  • [시론] 대선 정책경쟁의 중심에 서지 못하는 경제/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시론] 대선 정책경쟁의 중심에 서지 못하는 경제/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지난해 이맘때 생각이 난다. 다음 해의 경제전망을 하면서 세계 40여개 주요국에서 펼쳐질 70여개의 각종 선거가 경제 전망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데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아무도 어떤 방향으로 결과가 나올지에 대해서는 예측하지 못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향후 경기가 잘 보이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1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경제전망을 불과 4개월 만에 1.1% 포인트나 내린 2.5%로 발표하자 반응이 뜨거웠다. ‘국가대표 싱크탱크가 민간연구소보다 더 낮은 전망으로 국민을 놀라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어진 안철수 교수의 대선 출마 선언으로 언론의 관심은 예측을 불허하는 국민용 ‘생생 드라마’로 쏠렸다. 정치권은 총선을 치르자마자 대선 모드로 접어들면서 경제를 걱정할 여력이 줄어든 것 같다. 물론 대선 주자들은 저마다 일자리 대통령이 되고 국민 경제를 책임지겠다고 외치고 있지만 현실은 아쉽게도 정반대로 치닫고 있다. 벌써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의 여파가 국내 실물경기 지표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 유로존 전체의 경제성장률은 금년 들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높은 재정적자로 인해 재정 긴축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어서 소비가 위축될 위험이 크다. 지난해 우리 수출의 48.2%를 차지하는 신흥국들이 세계 경제에서 맡던 성장 동력의 역할도 현저히 약화되고 있다. 원전 가동 중단으로 전력 공급에 차질을 빚은 일본 역시 마이너스 성장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믿었던 중국의 성장세도 현저히 둔화되고 있다. 중국 역시 유로존 위기 여파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난해 중국 수출의 28.8%를 떠맡던 대유럽 수출은 올 들어 뒷걸음질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을 단행했지만 기존의 과잉설비투자에 따른 초과 공급과 재고 증가로 추가 투자에 부담을 느낄 것이다. 중국이 내수로 정책 방향을 선회하면서 중국 수출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한국이 직접적 타격을 받을 것이다. 세계 시장에서 경합 관계에 있는 중국과의 경쟁도 더 뜨거워질 것이다. 금년 들어 7월까지 대신흥국 수출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0.8%로 감소세로 돌아선 것도 심상찮은 조짐이다.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 대표주자들은 수출 비중은 낮지만 수출 경합도도 낮아 우리나라 무역수지 흑자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미 시작된 이들 국가의 경제 위축은 우리 경제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세계 각국이 높은 국가채무 문제로 골치를 썩고 있기 때문에 통화신용정책조차도 여력이 없어 보인다. 이미 시장에 무제한 돈을 풀기로 한 미국과 유로존에 대항해 지난 19일 일본중앙은행이 예상 밖의 추가 양적 완화정책을 단행하기로 결정했다. 선진국은 이미 금리가 충분히 낮은 수준이다. 이렇게 되면 ‘엔 케리’ 자금이 한국으로 몰려들 것이다. 이미 유럽과 미국의 양적 완화정책이 보여준 것처럼 자본시장만 과열되고 원화 강세로 우리 경제의 불안은 가중될 것이다. 지난해 이맘때 조심스럽게 경제를 전망하면서 가졌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대선 정국이 점점 뜨거워지면서 한치 앞을 못 보는 기업들이 비상경영 시나리오를 짜면서 긴축경영을 하고 있다. 부채에 허덕이는 가계도 필요 이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가계의 소비심리와 기업의 투자심리가 지나치게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불확실성이 더 커져서 경제주체들이 자기실현형 위기에 빠져 들어가는 느낌이다. 세계 각국들도 저마다 살겠다고 더 극한 경제 처방을 내놓을 것이다. 높은 무역의존도로 세계 시장에서 줄타기로 버텨온 한국경제가 그나마 나은 재정을 동원해 처방전을 내놓은들 효과는 제한적이다. 우리 경제에 대한 비전이 대선 정책 경쟁의 중심에 서주길 바라지만 절대로 그러지는 못할 것이라는 것이 지난해 이맘때 느꼈던 알지 못할 불안감인가 보다.
  • 약국 월수입 천·차·만·별…대형병원 앞 4억 동네약국은 적자

    약국 월수입 천·차·만·별…대형병원 앞 4억 동네약국은 적자

    약국의 위치와 소재지 등에 따라 영업이익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병원 앞에 위치한 약국은 월평균 1000만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는 반면 의료기관과 인접해 있지 않은 동네 약국은 오히려 적자를 보고 있었다. 17일 건강보험공단과 대한약사회가 최상은 고려대 약학대학 교수팀에 의뢰해 작성한 ‘적정보상을 위한 약국 지불제도 개선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약국들은 병원과의 인접 정도, 소재지 및 규모 등에 따라 영업이익의 편차가 컸다. 조사 대상 약국들을 ▲대형 병원 인접(12개) ▲일반 병원급 인접(5개) ▲2개 이상 의원급 인접(32개) ▲1개 의원급 인접(40개) ▲주변 의료기관 없음(3개) 등으로 구분해 분석한 결과 대형 병원과 인접한 약국들의 월평균 수입은 평균 4억 7413만원이었으며 영업이익은 1087만원이었다. 이어 약국들의 영업이익은 2개 이상 의원급 인접 약국(620만원), 일반 병원 인접 약국(538만원), 1개 의원급 인접 약국(208만원) 순인 가운데 주변에 의료기관이 없는 약국은 70만원의 적자를 보고 있었다. 지역별로는 서울과 광역시에 위치한 약국(43개)의 월평균 영업이익이 718만원으로 중소도시 약국(43개) 239만원의 3배에 달했다. 약국을 면적 기준으로 구분해 월평균 영업이익을 분석한 결과 50평 이상인 약국이 1059만원로 가장 많고 그다음이 10평 이하(552만원)였다. 연구팀은 약국 간 경영 수지 격차를 줄이기 위해 수가 차등제도와 복약지도 서비스에 다른 복약지도료 차등 지급을 제안했다. 약국의 연간 총처방 건수를 기준으로, 처방 건수가 많을수록 조제료를 낮춰 지급하고 1일분에 760원인 현행 복약지도료를 약국별로 각기 다른 복약지도 서비스에 따라 차등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장기적으로는 조제 건당 행위료(조제기본료·복약지도료·의약품관리료·약국관리료·조제료)로 묶여 있는 약국 수가를 약사의 전문성을 기준으로 지급되는 복약관리서비스 수가와 조제 수가로 이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변화의 기로에 선 한국철도 18일 113년…“운영체제 후진적…구조개혁 필요”

    한국철도가 18일로 113년을 맞았다. 짧은 기간 눈부신 성장을 했다. 하지만 철도 건설에 따른 부채, 철도 운영 부실과 안전 불감증, 독점 운영에 따른 서비스질 저하 등으로 선진국형 철도 도약은 답보상태다. 변화의 기로에 선 한국철도, 과감하게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00년이 넘는 역사와 달리 우리나라의 철도 운영은 여전히 후진적이다. 2004년 철도를 시설(철도시설공단)과 운영(코레일)으로 분리하는 상하 분리 개혁 이후 철도망 투자는 국가가 책임지고 도로 투자와 유사한 수준으로까지 늘렸다. 하지만 철도 운영 적자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2005년까지 철도 경영난 해소를 위해 부채 3조원을 탕감해줬다. 이후에도 정부가 해마다 4000억~5000억원을 코레일에 지원하고 있지만 부실은 여전해 부채가 10조원을 넘었다. 우리나라의 철도 수송 밀도는 21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위다. 여건은 유리하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구조적인 모순 때문에 막대한 영업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수송 밀도가 유사한 일본은 철도 1㎞당 근무 인원이 6.5명이지만 우리는 9.1명이다. 철도건설 부채 또한 심각하다. 철도시설공단은 고속철도를 건설하는 대신 코레일이 공단에 납부하는 선로임대료를 받아 시설비를 충당하고 있다. 하지만 코레일이 내는 선로임대료로는 건설 비용 이자(2011년 4365억원)도 갚지 못하는 형편이다. 전문가들은 철도운송시장의 구조 개편이 필요하고 수서발 KTX 민간 경쟁 경영 체제 개편이 시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아울러 코레일의 경영 개선, 안전 강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하헌구 인하대 아태물류학과 교수는 “미시적·대증(對症) 요법이 아닌 철도시장 전반에 걸친 미래 지향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한전 공격적 경영, 엇갈린 평가

    건설사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한국전력의 변화를 이끌어온 김중겸 사장이 취임 1년을 맞았다. 김 사장은 취임 후 공격적으로 해외 사업을 확대하고 고강도 자구 노력을 펼치는 등 민간 출신 CEO로서 왕성한 활동력을 보여 왔지만 지난 1년간의 행보는 쉽지는 않았다. 최근에는 지식경제부 등과의 갈등으로 ‘교체설’도 나돌고 있다. 16일 한국전력 등에 따르면 김 사장은 한전의 10조 9000억원에 달하는 누적적자 탈출을 위해 올해를 ‘흑자 전환 원년의 해’로 삼고, 해외사업을 위한 조직 개편과 전기요금 인상, 전력 원가 구조 개선 등 공격경영을 펼쳐왔다. 최근에는 호주 워털루 풍력발전단지와 미국 이베르드롤라 풍력발전단지 인수를 추진하는 등 해외 사업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원가 절감 등 자구 노력도 병행했다. 이 같은 김 사장의 행보는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낸 반면, 정부와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김 사장은 “전기요금 추가인상은 없다.”는 지경부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지난 8월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 지경부와 갈등을 빚었다. 또 전력거래소를 상대로 4조원이 넘는 거액의 소송에 나서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주변에서는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민간 출신 CEO로서 효율을 중시하고, 공격적인 경영을 한 것은 높이 사지만 정부와의 관계를 매끄럽게 이끌지 못하면서 결과적으로 비효율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북극 자원외교 순방과 한전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에 참여하는 카자흐스탄 석탄화력발전소 착공식 수행단에서 빠지면서 “위상이 약화된 것 같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북 상주 출신인 김 사장은 고려대 건축공학과를 나와 1976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줄곧 현대에서 일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부채 청산 선언’ 태백, 오투리조트 버릴까

    부도 위기에 놓인 강원 태백시가 2년 안에 ‘부채 완전 청산’을 선언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갈 길이 멀다. 갈수록 경영난이 악화되는 오투리조트와 국민안전체험테마파크 운영 등 굵직굵직한 ‘돈 먹는 하마’들의 문제해결 없이는 난망하기 때문이다. 11일 태백시에 따르면 김연식 시장은 최근 확대간부회의에서 355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2014년까지 전액 상환할 방침임을 밝혔다. 민간이전 경비, 행사성 경비, 인건비, 업무추진비 등 줄일 수 있는 모든 것을 줄이는 초긴축을 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도 내놨다. 내년에 227억원, 2014년에 197억원을 절약해 2014년까지 지방채무 잔액을 완전히 없애겠다는 취지다. 공무원들은 초과근무수당과 연가보상비 등 각종 수당을 자발적으로 절감하며 동참했다. 비효율적 공유재산 등 돈이 되는 것 가운데 불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모두 팔 계획이다. 이미 농업기술센터와 태백산민박촌, 보건소 건물 등은 새 주인을 찾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궁여지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태백시는 지급보증을 선 오투리조트 때문에 파산조차도 선택할 수 없는 처지다. 오투리조트는 시에서 초기 자금 510억원을 출자해 설립했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시 재정을 압박한다. 4차례에 걸쳐 모두 651억원을 쏟아부었지만 회생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공사비를 마련하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은행에 1460억원의 지급보증까지 섰다. 당장 200억원 규모의 산지복구비를 내야 한다. 하지만 시가 연대보증하지 않으면 보증보험증권도 사실상 발급받기조차 어려운 형편이다. 시는 ‘회생’을 목표로 산지복구비 연대보증, 강원랜드 기부금, 시비 등 500억원 규모의 공적자금 추가 투입을 추진하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일부 시의원들이 오투리조트의 파산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이들은 “살릴 것인가, 죽일 것인가를 결정해야 할 시점이다.”, “파산이 최선의 선택일지 모른다.”, “파산도 회생이다.”라고 공공연하게 주장한다. 여기에 국비 등 1790억원이 투입돼 새달 준공 예정인 국민안전체험테마파크도 관람객 확보가 불투명해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지진 등 각종 안전사고를 체험하게 하고 경각심을 심어주겠다는 취지에서 시작했지만 정작 소방방재청과 행정안전부 등에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 관계자는 “두달째 무료로 시범운영하고 있지만 정부 주도의 운영주체가 정해지지 않아 연간 60억원 이상 소요될 경상경비 충당이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태백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글로벌 시대] 위기에 처한 런던 금융가/강승중 한국수출입은행 런던법인장

    [글로벌 시대] 위기에 처한 런던 금융가/강승중 한국수출입은행 런던법인장

    영국인들에게 올해는 여왕 즉위 60주년 기념행사와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축제의 해’로 기억될 것이다. 그러나 런던시내 금융 중심지인 시티(City)에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올해는 ‘재앙의 해’로 기억될 것이다. 연초부터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등 주요 은행 경영진에 대한 고액 보너스 지급을 둘러싸고 언론, 의회, 정부 등 사방에서 거센 비난이 제기돼 결국 RBS의 은행장이 보너스 포기를 선언했다. 이 와중에 과거 부실발생에 책임이 있는 전직 은행장이 기사 작위를 박탈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4월에는 미국계 JP 모건은행의 런던 소재 재무팀이 파생상품 거래를 잘못해 60억 달러의 손실을 끼친 것이 드러났다. 6월 말에는 바클레이스 은행이 과거에 리보금리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2억 9000만 달러의 벌금을 물고 결국 은행장이 물러나야 했다. 곧 이어 HSBC 은행이 멕시코에서 마약자금을 불법 돈세탁한 사실이 밝혀졌고,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이 불법적으로 대이란 금융거래를 한 혐의가 드러나 3억 4000만 달러의 벌금을 물었다. 여름 내내 런던의 금융가는 또 무슨 일이 터질지 조마조마하며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2008년 금융위기가 은행들의 도산과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하드웨어적 위기라면, 최근의 금융스캔들은 직업윤리의 상실과 내부통제장치의 결함을 드러낸 소프트웨어적 위기이다. 은행의 근간인 고객 신뢰를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더 심각한 위기라 할 수 있다. 리보금리 조작사건과 돈세탁 사건을 놓고 세계 금융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미국과 영국의 힘겨루기라는 분석도 제기되었다. 실제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은 뉴욕시 금융감독당국의 혐의 사실 발표에 거세게 반발했고 일부 영국 언론과 정치권에서 이에 동조하였으나, 결국 거액의 벌금을 납부하는 데 합의함으로써 불법거래 혐의를 스스로 인정했다. 영국계 은행들의 과거 음습한 영업행태가 노출되면서 미국 선물거래위원장은 ‘영국의 금융감독이 구멍났다.’고 비판했고, 한 미국 하원의원은 ‘금융계 모든 재앙이 런던에서 일어나고 있다.’고까지 표현하였다. 영국은 금융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1980년대 후반 금융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개혁조치를 단행하였다. 또한 금융회사의 자율적 규제를 존중하고 상대적으로 느슨한 감독정책을 취함으로써 많은 금융회사를 불러들이고 시장 규모를 키웠다. 그 결과 영국의 경제규모가 미국에 비해 훨씬 작음에도 불구하고, 런던이 규제가 심한 뉴욕을 제치고 금융중심지의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영국 금융감독당국이 불법거래에 미온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으나, 실제로는 영국 정부도 2008년 금융위기를 거울 삼아 감독체계를 개편하고 각종 규제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해 왔다. 문제는 금융회사들이 이러한 규제강화 조치에 반발하여 런던을 떠날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회사 경영진들은 당국자들이 여론을 의식하여 은행장으로 하여금 이미 결정된 보너스를 포기하게끔 종용하고, 문제가 터진 은행의 최고 경영진 사퇴를 직접 나서서 강요하는 정치적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마치 고무풍선의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부풀어 오르듯 금융회사들은 런던 금융시장의 강화된 규제를 피하여 다른 곳으로 떠날 수 있으며, 이 경우 영국의 금융산업은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이러한 염려에 대해 한 영국 금융감독 당국자는 ‘진정한 금융경쟁력은 규정을 준수하는 데서 나온다.’고 강조하였는데, 이는 일시적 시장 쇠퇴를 각오하고 감독과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여겨진다. 전 세계적으로 금융시장이 혼미한 모습을 보이고 금융업계는 탈규제와 재규제의 엇갈린 흐름 속에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국 금융감독 당국의 조치가 런던 금융시장의 미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금융 중심지를 꿈 꾸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 [CEO 칼럼] 유럽발 재정위기를 보면서/김광재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

    [CEO 칼럼] 유럽발 재정위기를 보면서/김광재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

    최근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의 재정 위기로 세계 경기가 침체의 늪으로 빠졌다. 유로존 위기가 자칫 해결 불가능한 수준의 ‘제2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마저 감돈다. 유럽 재정위기를 초래한 주범은 과잉 복지와 공직 부패다. 그리스는 좌파 정권이 오래 집권하면서 공무원 수가 민간 회사원 수보다 월등히 많다. 정부가 실업률을 낮추려고 5년간 공무원 7만 5000명을 뽑았다. 공무원이 노동인구 네 명 중 한 명꼴이라 한다. 한번 뽑은 공무원에게서 ‘철밥통’을 빼앗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리스는 85만명 공무원에게 주는 월급만 국내총생산(GDP)의 53%를 차지한다. 지각 출근자가 많아 제 시간에 출근하면 ‘정시 출근 수당’도 준다. 휴일에도 휴가비를 지급하고 과다한 연금을 주느라 국가재정이 새나갔다. 그런데도 공직 부패가 심해 해마다 탈세액이 60억 유로나 된다고 한다. 결국 그리스 정부는 공무원 4만 5000명을 퇴출시키고 기본 연금을 제외한 추가 연금의 감축과 공기업 직원들의 임금 30~35% 감축 및 각종 휴가비의 단계적 폐지 등 재정 감축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유럽은행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유로존 잔류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다. 과도한 복지지출과 무리한 공공사업 추진으로 지방공기업 부채가 급증하고 있는 스페인도 재정적자가 GDP의 8.5%에 달하고 실업률은 24%까지 급등했다. 파산 위기에 처한 은행들을 구제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은행에 손을 벌린 상태다. 이탈리아도 국가부채가 GDP의 123%, 청년실업이 30% 이상 된다. 탈세 규모가 경제의 30% 이상이다. 세금만 제대로 받아도 구제금융을 피할 수 있을 정도다. IMF 외환위기 때의 기억이 생생한 우리나라도 이들 유럽국가와 다를 바 없다. 지자체의 사회복지지출액은 스페인보다 높고, 지방공기업의 부채도 거의 2배 수준이다. 공무원 봉급을 제때 지급하지 못한 지자체도 나왔다. 하지만 중앙·지방정부, 공기업 할 것 없이 청사에 어마어마한 재원을 투입하고 있다. 1995년 이후 지난 4월까지 65개 기관이 청사를 신축했고, 12개 기관은 청사를 짓고 있다. 신축 65개 기관 중 51개 지자체는 재정자립도가 50% 미만이다. 23개 기관이 옛 청사보다 2배 이상, 일부는 8배까지나 넓게 지었다. 심지어 인구가 늘지 않는데도 2016년의 청사 근무 인원을 현재 인원의 2배 증가를 예상해 설계에 반영한 곳도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공공기관 노조 가운데 방만경영을 타파하고 혁신하려는 기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곳이 한둘이 아니다. 정치권은 이를 고치기는커녕 12월 대선을 앞두고 포퓰리즘 공약만 쏟아내고 있다. 이런 공약을 실행하다 보면 부채는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 지방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도 세금과 부채를 끌어다 쓰고 있다. 2014년까지 지방으로 옮기는 147개 공공기관 중 새 사옥을 짓는 곳은 121개다. 460조원에 이르는 부채를 갚기 위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해야 할 처지지만 수천억원을 들여 호화판 사옥을 짓고 있다. 자의적인 회계 처리로 원가를 부풀리고 공공요금 인상 억제에 사용해야 할 이익을 고액 연봉이나 복리후생비 등 자기들 배 불리는 데 쓰고는 원가 회수율이 낮다며 해마다 요금 인상을 주장하고 있는 공기업도 있다니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었다. 언젠가 공공부채로 인한 우리나라발 재정 위기가 세계 경제를 위기로 내몰지 않을까 염려하는 것은 지나친 기우일까? 70년대 좌파 노동당 정부의 실정으로 IMF 구제금융을 받았다가 영국병의 근원인 국영기업을 민영화하자고 외친 보수당 대처 총리가 압도적으로 당선되고 이를 실천해 다시 성장세를 회복했던 사례가 떠오른다. 우리도 경제 위기 우려를 씻어내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를 기대해 본다.
  • “50년간 농어촌 오지서 우체부 역할 이젠 필요없다고 내치지 말았으면…”

    “50년간 농어촌 오지서 우체부 역할 이젠 필요없다고 내치지 말았으면…”

    “지난 50년과 마찬가지로 국가 우정사업을 돕기 위해 산간 오지에서 우체부의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다만 이제 필요없다고 내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한병천(60) 별정우체국중앙회장은 별정우체국 출범 50주년 기념식(1일 충남 천안 지식경제부 공무원연수원)을 앞두고 31일 할 말이 많은 듯한 모습이었으나 말을 아꼈다. 1961년 8월 정부의 ‘1면 1우체국’ 정책에 따라 민간인 신분에서 우체국 건물을 제공하고 소수의 직원들을 고용해 묵묵히 우편 배달 등을 해 온 게 별정우체국장들이다. 현재 우정사업본부 산하 전체 우체국 2751곳 중 766곳(28%)이 별정우체국이다. 그러나 열악한 임금 구조, 구조조정 압력 등이 오지의 우체부들을 힘들게 한다. →생소한 별정우체국은 어떤 제도인가. -1960년대 근대화 시기에 정부가 관리할 수 없는 산간 오지에서 지역 인사들이 법령에 따라 만들어 우편업무를 수행해 오고 있다. 반세기를 하루같이 주민과 국가를 위해서 일해 왔다고 자부한다. 우편과 금융, 보험업무 등은 우정본부의 직영 우체국과 차이가 없다. →그동안의 성과와 사연은. -중앙회 설립 당시인 1980년에 2만여명이던 직원이 지금 5000여명으로 줄었다. 편지를 배달하는 우체부들은 이미 오지와 낙도 주민들과 한몸처럼 생활하고 있다. 전국 단위 조직이기 때문에 한때 지역 국회의원들에게는 중요한 표밭이고 민심의 가늠자이기도 했다. 솔직히 그때는 우체국장의 인기가 좋았다. 시대가 흐르니 지금은 찬밥이다. →구체적인 애로 사항은. -낡은 우체국 시설을 개·보수할 때 민간인 우체국장이 사재를 털어 애쓰는 점, 한국통신 분리·집배원 광역화 등 우정업무 관련 정부의 조치, 직원들이 실수만 하면 무슨 비리의 온상인 것처럼 몰아붙이는 점 등이 우리를 힘들게 한다. 나랏일을 하는데 공무원만큼이라도 소모성 비용에 대한 지원을 늘려 달라. →정부의 경영 합리화 방안에 대한 견해는. -정부는 별정우체국 경영 합리화를 적자 구조 개선에 두고 있다. 그러나 농어촌 오지의 경우 가구 수가 적고 넓게 분포돼 있어 배달 거리가 도시보다 훨씬 길다. 공공성을 인정해 달라. →별정우체국의 자구책과 비전은. -쌀, 배, 사과, 곰취, 김 등 지역 특산품을 우편 주문 상품 계약업체로 묶어서 우편요금만 받고 도시 지역으로 배송하고 있다. 품질이 좋고 저렴하기 때문에 인기가 좋다. 수익 사업을 통해 우체부들의 처우 개선에 노력하겠다. 도시 별정우체국 설립도 추진해보겠다. 선출직인 중앙회장이 더 열심히 뛰겠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씨줄날줄] 큐셀 vs 한화/이도운 논설위원

    2009년 1월 13일 아침.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자동차로 30분을 달려 비터펠트-볼펜에 도착했다. 옛 동독의 퇴락한 산업단지가 태양광 단지로 변모해 가고 있었다. 출입사무소에서 방문절차를 밟은 뒤 2개의 검문소를 지나 큐셀(Q-Cells) 본사에 도착했다. 홍보책임자 슈테판 디트리히가 반갑게 맞아줬다. 큐셀은 2007년에 수십년 동안 세계 태양광 시장을 장악했던 일본의 샤프를 누르고 세계 1위 태양전지 생산업체로 부상했다. 당시 태양전지 생산능력은 샤프가 700㎿였고, 큐셀은 400㎿에 불과했다. 그러나 원재료인 폴리실리콘 품귀 현상이 나타나면서 태양광 산업에 큰 변화가 왔다. 큐셀은 노르웨이의 REC 등 폴리실리콘 제조업체들과의 끈끈한 유대관계를 구축, 안정적으로 원료를 공급받으면서 선두로 치고올라간 것이다. 디트리히는 ▲사진촬영 금지 ▲기계·물품 접촉 금지 ▲직원들과의 대화 금지 등 10개항이 담긴 서약서에 서명을 받은 뒤 제4 생산라인으로 안내했다. 큐셀의 생산라인 내부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라인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당시에는 중국 업체가 납품한 폴리실리콘 웨이퍼로 태양전지를 생산하고 있었다. 큐셀의 Q는 품질(Quality)을 뜻하는 것이다. 큐셀은 높은 광변환 효율 등 뛰어난 태양전지의 품질과 생산설비 확장을 통해 2008년에도 최고의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그해 말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 및 경제 위기의 태풍을 피하지 못했다. 큐셀은 재정 압박을 받은 유럽 국가들이 태양광 지원 보조금을 삭감하면서 큰 타격을 받았다. 특히 저가 태양전지를 앞세운 중국의 후발주자들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결국 지난해 8억 4600만 유로의 적자를 기록한 뒤 파산을 신청했다. 큐셀 방문 당시 창업자 안톤 밀너 최고경영자에게 “몇 년 앞을 내다보고 사업을 하느냐.”고 물었다. 밀너는 “3년 후의 상황까지를 고려한다.”면서 “급변하는 시장상황에서는 그것도 멀리 보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의 말이 씨가 된 걸까. 큐셀은 3년 후 파산하고 말았다. 매물로 나온 큐셀을 접수한 기업은 한국의 한화. 밀너는 인터뷰 때 “한국의 삼성이나 LG가 태양광 사업에 진출하면 몇 년 안에 메이저 플레이어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지만, 두 회사가 아니라 한화가 태양광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태양은 한화가 오랫동안 다뤄왔던 화약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에너지를 갖고 있다. 한화가 태양광 사업을 어떻게 다뤄 나갈지 궁금해진다. 이도운 논설위원 dawn@seoul.co.kr
  • 경기침체 악순환에 빠진 한국경제

    경기침체 악순환에 빠진 한국경제

    한국 경제가 악순환에 빠져 들고 있다. 경기가 언제 회복될지 모르는 ‘L자형 장기불황’ 조짐이다 보니 가계는 최대한 씀씀이를 줄이고 있다. 일자리를 잃거나 은퇴한 사람들은 재취업이 여의치 않아 돈을 빌려 창업에 나서고 있지만 장사가 안 돼 이자마저 갚지 못하는 실정이다. 떼이는 빚이 늘면서 금융권은 비상이 걸렸다. 결국 감원·감봉이라는 비상카드마저 빼들었다. ■가계, 돈 안쓰니… 외상구매 2분기 연속 감소세, 가계빚 922조원… 사상 최대 신용카드나 할부로 산 가계의 외상구매(판매신용)가 2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소비를 줄였는데도 생활비 등이 모자라 빚을 내면서 가계빚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은 우리나라의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치를 내렸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가계신용은 1분기보다 10조 9000억원 늘어난 922조원이다. 가계신용은 금융기관에서 빌린 대출과 카드·할부금융사의 외상판매에 해당하는 판매신용을 합한 금액이다. 가계신용은 1분기에 8000억원 감소했으나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가계대출이 3개월 사이 10조 9000억원 늘어났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은 310조 4000억원으로 3조 5000억원 늘어났다. 주택금융공사의 유동화 적격대출 등 신규상품이 잘 팔렸고 가정의 달(5월) 자금 수요 등 계절적 요인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신용판매는 53조 5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000억원 감소했다. 1분기(-1조 2000억원)보다 감소세는 크게 둔화됐지만 지갑은 여전히 열리지 않았다. 이재기 한은 금융통계팀 차장은 “신용카드사의 리스크 관리 강화와 소비 부진 등으로 감소세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경기 악화로 가계가 신용카드 등의 씀씀이를 줄이고 있는 것이다. 외국계 IB인 HSBC는 부동산값 하락을 원인으로 꼽았다. 이날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HSBC는 “한국이 주요 아시아 국가 중 부동산 가격에 따른 민간소비 증감이 가장 큰 나라”라며 “부동산의 부정적 전망이 우세해 민간소비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HSBC는 주택가격지수가 10% 떨어지면 민간소비가 0.6~0.7% 감소한다며 한국의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치를 2.1%에서 1.8%로 내렸다. 한은의 수정 전망치(2.2%)보다도 낮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2분기에 1.2%(전년 동기 대비)까지 떨어졌다. 소비 부진은 고용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모건스탠리는 “그동안 고용 증가를 견인해온 서비스 부문의 고용이 민간소비와 투자 부진 탓에 나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상인, 빚 못갚고 대출잔액 한달새 8897억원↑, 연체율 반년새 0.11%P 뛰어 가계가 지갑을 닫다 보니 빚을 내 가게를 차린 자영업자들은 죽을 맛이다. 그런데도 창업자금 대출은 계속 증가세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가 올해 본격 시작된 데다 경기 악화로 구직이 쉽지 않아서다. 국민·우리·신한·하나·농협·기업 등 6대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지난 7월 말 현재 136조 540억원이다. 전달(135조 1643억원)보다 8897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말(128조 8024억원)과 비교하면 7조 2516억원(5.63%) 늘었다. 올해 3월부터 넉 달 연속 1조원 이상 늘었던 데 비하면 소폭 줄긴 했지만, 통상 여름철에는 창업이 많지 않은 계절적 특성을 감안하면 좀처럼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법인이 아닌 사업자등록증을 가진 자영업자에게 빌려주는 기업자금 대출로 중소기업 대출에 포함된다. 개인사업자 대출이 늘어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먼저 정부의 가계빚 억제책으로 가계대출이 은행의 핵심성과지표(KPI)에서 빠졌고, 은행이 넘쳐나는 예금을 운용하려고 경쟁적으로 자영업자 대출에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올 들어 베이비부머 은퇴자를 중심으로 자영업자 수가 늘어난 것도 원인이다. 자영업자 수는 지난해 말 552만명에서 올해 5월 말 585만명으로 급증했다. 지난달에만 19만 6000명이 늘었다. 문제는 연체율도 덩달아 뛴다는 데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91%로 지난해 말(0.80%)보다 0.11% 포인트 상승했다. 가계대출 연체율(0.83%)보다 높다. 개인사업자 대출의 57.3%가 경기에 민감한 부동산·임대업,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에 쏠려 있어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 추가 부실을 피하기 어렵다는 게 금융당국의 분석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초 개인사업자 대출 점검에 나섰다. 이런 영향으로 이달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세는 다소 주춤한 상태다. 신한은행을 제외한 5개 은행의 대출은 이달 들어 3323억원 증가에 그쳤다. 전달 증가분 6081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하나은행은 오히려 감소세(9억원)로 돌아섰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금융 “감봉·감원” 농협, 임원 연봉 10% 깎기로, 보험·카드사 “인력 10% 감축” 가계와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 증가로 돈 벌기가 어려워진 금융회사들은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올해 초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한 데 이어 최근에는 감원, 감봉, 의무휴가 등 특단의 카드까지 쓰고 있다. 외환위기 때의 ‘눈물의 구조조정’이 재연되는 조짐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솔선수범 및 상박하후 차원에서 임원 연봉의 10%를 깎기로 했다. 직원들의 외국 연수도 잠정 중단하고 큰 비용이 들어가는 전국 단위 회의도 축소했다. 시상식과 같은 행사는 아예 없애거나 최소화할 작정이다. 마른 수건도 다시 짜자는 취지다. 중앙회 임원과 경제·금융지주 회장, 계열사 대표는 한달에 한번씩 모여 경비 절감 및 예산 감축 이행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농협금융지주도 7개 계열사 경영진의 월급을 이달부터 연말까지 10% 깎기로 했다. 팀장급 이상 직원의 임금반납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은행은 5일 유급휴가에 5일 무급휴가를 더한 10일제 의무휴가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급여를 줄이는 대신 휴가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젊은 직원들의 호응이 커서 40~50대 직원들을 설득해 실행에 옮길 방침이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10일 웰프로 휴가제’와 ‘15일 리프레시 휴가제’를 전 직원이 쓰도록 독려해 비용절감 효과를 강화할 예정이다. 경기 불황 직격탄을 맞은 카드사와 보험사는 구조조정 강도가 더 세다. 보험업계는 연말까지 인력의 10%가량을 줄일 계획이다. 저금리 기조로 자산 운용에서 적자가 나고, 불황으로 보험 해지가 많은 등 사정이 좋지 않아서다. 지난해 대규모 감원을 단행했던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대형사와 공개매각을 추진 중인 그린손해보험, ING생명 등도 인력 조정이 불가피한 처지다. 카드사도 희망퇴직 등을 통해 인력을 10%가량 줄일 계획이다. 현대카드는 조직을 140개 부서에서 121개 부서로 줄이면서 일부 임원 및 팀장 자리를 없앴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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