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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신용등급 한국보다 낮아졌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일본의 신용등급을 종전 Aa3에서 A1으로 한 단계 강등한다고 1일 밝혔다. 무디스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일본 정부가 중기 재정적자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점을 반영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본의 신용등급은 한국(Aa3)보다 낮아졌다. 지난달 일본 정부가 소비세율을 8%에서 10%로 재인상하는 안을 1년 6개월 연기하기로 결정하면서 최근 일본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일본은 그간 재정수지 적자를 2015년까지 2010년의 절반으로 줄이고 2020년까지 흑자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제시해 왔는데 소비세 재인상 연기로 인해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무디스는 또 디플레이션 압력 아래에서 성장 전략의 타이밍과 유효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도 신용등급 강등의 이유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이번 무디스의 일본 국가 신용등급 강등을 놓고 일본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국제적 우려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또 엔화 약세가 당분간 한국 경제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내다봤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기획] 달을 넘어 화성까지... 오리온 우주선 4일 첫 도전

    [기획] 달을 넘어 화성까지... 오리온 우주선 4일 첫 도전

    아폴로 계획은 인류를 달에 보낸 것 이외에도 우주항공 분야에서 미국의 적수는 없다는 것을 세계에 알린 하나의 이정표였다. 그러나 그 후 45년간 인류는 달을 넘어 더 먼 우주로 나가기는커녕 다시 달에도 가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인류의 달 착륙 자체가 사기라는 음모론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미국과 미국항공우주국(NASA)으로서는 자존심을 구기는 일이 아닐 수 없는데, 여기에 종지부를 찍고 인류를 달 너머로 실어나를 차세대 우주선이 테스트를 준비하고 있다. ▲ '인류 달 착륙은 사기' 음모론속 첫번째 비행 테스트 인류를 달 너머 저 멀리 우주로 보낼 차세대 우주선의 이름은 오리온(Orion Multi-Purpose Crew Vehicle (MPCV))이다. 미국 현지시간으로 2014년 12월 4일 이 우주선이 첫 번째 비행 테스트를 시도한다. 오리온 우주선은 과거 미국 우주 과학의 자존심이었던 우주 왕복선(Space Shuttle)의 후속으로 개발된 것이다. 우주 왕복선은 멋진 외관과는 달리 실제로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일단 그 태생부터가 본래 목표와는 거리가 멀었다. ▲ 우주 왕복선 잇단 인명 희생 '실패' 본래 나사가 1970년 아폴로 프로그램을 종료하고 계획했던 것은 일회용 로켓을 대신할 반복 사용 우주선이었다. 비싼 로켓을 한 번 쓰고 버리니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여긴 나사는 여러 차례 반복 사용이 가능한 어미-자식형 로켓을 개발하려고 했다. 항공기의 형태를 한 대형 로켓에 이보다 작은 로켓이 올라타고 우주로 화물을 실어나르는 구상이었다. 이 경우 버리는 부분 없이 모두 재활용이 가능했다. 또 각 로켓은 항공기 수준으로 유지 보수가 간단해 유지비가 적게 든다는 구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1970년대 베트남 전쟁과 인플레, 석유파동 등을 겹치면서 예산 확보가 불투명해졌고 결국 계획을 대폭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최종적인 디자인은 결국 우리에게 친숙한 우주 왕복선의 모습으로 결정되었다. 이 디자인은 오비터라고 부르는 왕복선과 고체 로켓 2기는 재사용하고, 거대한 주황색의 연료 탱크는 일회용으로 사용하고 버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디자인은 구조가 너무 복잡했다. 우주 왕복선을 한번 발사하기 위해서는 거의 우주선을 새로 조립하는 수준의 노동력과 시간이 투자되었으며 비용 역시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그 결과 아이러니하게도 발사 비용을 낮추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서 개발된 우주 왕복선이 오히려 기존의 로켓보다 더 비싸졌다. 하지만 더 당혹스러운 문제는 사고였다. 우주 왕복선은 135회의 임무 동안 2차례의 사고를 일으켜 탑승한 우주 비행사 전원이 사망했다. 우주 왕복선은 만약 사고가 나는 경우 비상 탈출 방법이 없었고, 단순 화물 수송 임무에도 사람이 탑승해야 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 사고 시 물자만 잃는 게 아니라 인명까지 같이 희생당했다. 나사는 새로운 우주 수송 수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10여 년 전 새로운 방식의 로켓인 SSTO(Single Stage to Orbit)를 개발하고자 시도했으나 기술 및 예산 부족으로 중간에 포기했다. 이 실패를 딛고 우주 왕복선과 아폴로 우주선의 유산을 최대한 다시 활용한 우주선이 바로 오리온 우주선과 SLS(Space Launch System)이다. ▲ 오리온 우주선의 탄생 오리온 우주선은 그 외형에서 아폴로 우주선의 사령선과 유사하게 생겼다. 사실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여러 가지 면에서 닮은꼴 우주선이다. 높이 3m, 지름 5m의 원뿔형 우주선인 오리온은 사실 아폴로 우주선과 같은 방식으로 낙하산을 써서 지구에 착륙한다. 오리온 우주선은 약 8t 정도 무게를 가지고 있으며 4명 정도의 우주 비행사가 탈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이 우주선에 여러 가지 서비스 및 임무 모듈이 장착되어 임무를 수행한다. (세번째 사진 참조) 외형만 보면 사실상 우주 왕복선보다 퇴보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들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나사가 다시 이 오래된 디자인을 되살린 것은 비상 탈출 시스템을 위한 것이다. 오리온 우주선을 발사 시에 마치 고깔모자 같은 구조물을 그 위에 올리는데 이는 비상 탈출 시스템이다. 로켓이 발사되는 과정에서 뭔가 이상이 감지되면 신속하게 이 비상 탈출 시스템의 로켓 작동해서 우주 비행사가 탑승한 오리온 우주선 부분만 분리한다. 그 후 오리온 우주선은 우주 비행사를 안전하게 태우고 지구로 귀환하면 되는 것이다. 이 오리온 우주선은 아폴로 우주선과 비슷하게 여러 가지 형태의 서비스 모듈 및 다른 우주선들과 결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이 중에는 유인 화성 탐사 임무를 위한 우주선도 있고 알테어(Altair)라는 이름의 달 착륙선도 있다. 다만 현재까지 차기 유인 미션의 목표는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달에 갔다 온 이상 다음 목표는 그 너머의 화성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 험난했던 로켓 개발... 좌절 연속 이 오리온 우주선은 본래 아레스 I(Ares I)이라는 로켓으로 실어나를 계획이었다. 아레스 I 로켓은 본래 우주 왕복선 양옆에 탑재되었던 대형 고체 로켓 부스터(SRB, Solid Rocket Booster)를 개조한 것으로 이 역시 재활용이 가능하게끔 디자인되었다. 다만 이 중형 로켓으로 인류를 화성까지 실어나를 수는 없으므로 또 다른 대형 로켓을 개발되었는데 아레스 V(Ares V)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아레스 V는 너무 거대해서 다시 회수해서 재활용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았다. 나사가 두 가지 로켓을 동시에 개발한 건 물론 우주 왕복선의 교훈 때문이었다. 화물 수송 임무도 사람이 탑승하는 우주 왕복선을 사용한 결과 실제로 실어나를 수 있는 화물도 적었고, 한번 사고가 나면 귀중한 인명이 모두 희생되었다. 화물 수송용 로켓을 따로 만들면 이와 같은 문제는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먼저 테스트 된 아레스 I 로켓부터 문제를 일으켰다. 고체 로켓 부스터는 본래 우주 왕복선 연료 탱크 양옆에 탑재하기 위해 개발된 만큼 사실 단독으로 1단 로켓으로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진동과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2009년에 첫 번째 비행 테스트에서 성공했다는 사실은 퇴색되었다. 여기에다 2008년 이후 국제 금융 위기가 닥치고, 미국 연방 정부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레스 로켓과 오리온 우주선을 포함한 콘스텔레이션 계획(Constellation Project)은 사실상 좌초되었다. 예산이 없는 상황에서 나사는 차세대 우주 개발 계획을 포기하든지, 아니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든지 하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되었다. ▲ 지구 공전한 후 지구 대기권에 재진입 테스트 몇 차례의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나사가 제시한 '더 저렴한' 대안은 두 개의 로켓 대신 하나의 로켓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가능한 우주 왕복선을 활용하는 방식이었다. 이 로켓의 이름은 SLS(Space Launch System)이다. 나사는 개발 비용 및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우주 왕복선의 연료 탱크와 RS-25D/E 엔진을 사용하는 방식이 사용했다. (물론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고 상당부분 개조될 예정이다) 과거 우주 왕복선에 사용되던 고체 로켓 부스터는 역시 SLS의 양옆에 탑재되어 비용을 절감하게 된다. 다만 엄밀하게 말하면 여기에는 아레스 로켓의 유산이 들어가게 된다. 즉 아레스 I을 개발하는 데 사용되었던 5단 고체 로켓 부스터가 탑재되는 것이다. 이 로켓 부스터는 기존의 셔틀의 4단 부스터보다 더 강력하다. 본래 우주 공간에 화물(인간을 달 너머로 보내기 위한 우주선과 착륙선을 포함)을 수송할 대형 로켓과 오리온 우주선을 발사할 중형 로켓 두 가지를 개발하는 계획은 수정되어 코어 스테이지라고 명명된 1단 로켓과 고체 로켓 부스터는 공유하고 2단 로켓 이상 부위를 달리하는 방식이 사용된다. 비효율적이긴 하지만 두 개의 로켓을 개발할 예산이 없는 상태에서는 고육지책이라고 할 수 있다. 대신 SLS는 화물과 오리온 우주선을 발사하는 페이로드 70t급, 105t급, 130t급 등 여러 버전이 있다. ▲ 나사의 '유인 우주 탐사'로 이어질까 그런데 오리온 우주선은 아레스 로켓과는 별도로 순조롭게 진행되어 2014년에 최종 우주 비행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이를 탑재할 SLS가 아무리 빨라도 2018년 첫 테스트 비행을 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에 대비해서 나사는 대비책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현재 나사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큰 로켓인 델타 IV 헤비 로켓을 사용하는 것이다. 오리온의 첫 번째 비행 테스트인 Exploration Flight Test-1(EFT-1)은 SLS 대신 델타IV 헤비 로켓이 사용된다. 이 테스트 비행에서 오리온 우주선은 지구 주변을 공전한 후 지구 대기권에 재진입해서 발사 및 대기권 재진입이 가능한지 테스트하게 된다. 단 승무원이 탑승하지 않은 무인 테스트이다. 이 임무는 과거 아폴로 계획에서 아폴로 4호가 1967년 담당했던 임무와 유사하다. 다음 단계 테스트는 2018년쯤에 진행될 EM-1(Exploration Mission 1)으로 오리온 우주선과 SLS가 결합해서 우주선을 달까지 수송하게 된다. 단 착륙은 하지 않고 달을 한 바퀴 돌고 오게 되는데, 이런 점에서 1968년의 아폴로 8호와 같은 성격의 임무가 될 것이다. 물론 이 테스트를 진행하려면 우선 첫 번째 시험 비행에 성공해야 한다. 이번 테스트는 미국이 다시 달 너머로 인간을 보낼 수 있을지를 시험하는 첫 번째 무대가 되기 때문에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실패가 나사의 유인 우주 프로그램의 종말을 의미하지는 않겠지만, 중대한 차질이 생길 수는 있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
  • [서울신문 보도 그수] “평창올림픽, 경제활성화 명목으로 환경·경제 모두 손실”

    “숲을 망가뜨리는 나라는 더 이상 미래가 없습니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환경 훼손, 적자 우려, 평창동계올림픽(2018년)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 “경제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대규모 국제 스포츠경기를 유치하지만 실상은 엄청난 환경훼손과 경제적 손실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 ‘산과 자연의 친구 우이령 사람들’의 이병천 회장은 “우리나라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무리한 경기장 건설 요구를 협상 없이 그대로 받아들였다”며 “용평, H1, 무주 등 기존 스키장은 고려하지 않고 ‘올림픽 특구지정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사전 환경성 검토까지 생략하며 가리왕산을 훼손했다”며 비판했다. 그는 정부의 방침이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때 일본 정부와 비교된다고 지적했다. 당시 IOC는 새로운 스키 활강경기장을 짓도록 요구했으나 일 정부는 이에 맞서 기존 하코네 스키장 사용을 관철시켰다. 또한 고산 희귀식물 자생지 훼손을 막기 위해 활강경기장 높이를 높이라는 IOC의 요구도 거부했다. 전문가들은 평창동계올림픽 슬라이딩센터(봅슬레이·스켈레톤·루지 경기장) 건설 현장에서 1만 2000여㎡(약 3600평)의 산림이 불법 벌목된 사실과 관련, 이날 토론회에서 “시공사가 승인도 없이 불법 채벌해 기소된 사례도 있지만 가리왕산(1561m)처럼 여러차례 공론화되지 않으면 복원이 더 어렵다”고 설명했다. 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 스키 활강경기장 건설을 위해 가리왕산 정상부 일대 수목이 대규모 벌채됐다. 훼손된 숲 대부분은 녹지자연도 8등급(1~10등급 중 높을수록 자연 원형에 가까운 상태)에 해당한다. 토론회에서는 경제적 효과의 허구성도 지적됐다. 정희준 동아대 체육학과 교수는 “올림픽 경기장 건설은 땅값 올리기 프로젝트”라며 “내수 진작 효과도 매우 제한적”이라고 주장했다. 윤상훈 녹색연합 협동처장은 “올해 말 기준 강원도 부채규모는 5800억원”이라며 “올해 동계올림픽 유치로 55조 5000억여원(500억 달러) 적자를 본 러시아 소치를 비롯해 앞서 올림픽 유치한 도시 재정은 빚더미에 올라있다”고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영원한 棋聖 우칭위안 9단, 100세에 돌 거두다

    영원한 棋聖 우칭위안 9단, 100세에 돌 거두다

    바둑계의 ‘큰 별’이 졌다. ‘현대 바둑의 창시자’ ‘영원한 기성(棋聖)’로 불리던 우칭위안(吳淸源) 9단이 100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한국기원은 1일 우칭위안이 지난달 30일 새벽 일본 가나가와현 오다와라에서 노환으로 생을 마감했다고 밝혔다. 그는 1933년 바둑의 혁명으로 불리는 ‘신포석’(新布石)을 만들어 현대 바둑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로 1930~1950년대 일본 바둑계 1인자로 군림하며 ‘바둑의 신’으로 불렸다. 특히 그는 ‘바둑 황제’ 조훈현(61) 9단의 동문 사형(師兄)으로 국내에 잘 알려져 있다. 일본 바둑계 원로인 세고에 겐사쿠(1889~1972)는 평생 한국과 중국, 일본에 한명씩 3명의 내제자만을 뒀는데 중국에서는 우칭위안, 일본에서는 하시모토 우타로, 한국에서는 조훈현이었다. 우칭위안은 1928년에, 조훈현은 1963년에 각각 세고에의 내제자로 들어갔다. 우칭위안은 1914년 중국 푸젠(福建)성 푸저우(福州)에서 태어나 부친의 영향으로 일곱 살 때 처음 ‘돌’을 잡았다. 세고에 문하에 들어가 평생 바둑책을 손에서 놓지 않아 왼손 손가락이 기형으로 굽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엄청난 노력파였다. 1933년에는 기타니 미노루(당시 5단)와 함께 ‘신포석’을 발표했는데 이는 ‘흉내 바둑’과 ‘3·3, 화점, 천원 착점’ 등 기존 관념을 깬 파격적인 포석이어서 당시 바둑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그는 1939년부터 시작된 기타니와의 ‘치수 고치기 십번기’에서 승리하며 일본 바둑계 1인자로 등극했다. 이후 1956년까지 이어진 가리가네 준이치, 후지사와 구라노스케, 하시모토 우타로, 이와모토 가오루 등과의 치수 고치기 십번기에서도 거푸 이겨 일본 바둑계를 평정했다. 10번기 총전적은 10승 1무 1패였다. 1984년 은퇴한 뒤 부인과 함께 오다와라시 요양원에서 말년을 보냈다. 문하에는 국내에서 활동했던 중국인 여류기사 루이나이웨이(芮乃偉) 9단과 린하이펑(林海峰) 9단을 두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일본에서 그의 ‘백수(百壽) 축하연’이 열리기도 했다. 일본과 중국도 그의 별세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일본 NHK는 고세이겐(우칭위안의 일본식 명칭) 별세를 보도하며 “화려하고 자유로운 기풍과 압도적인 힘으로 팬을 매료해 ‘바둑의 신’으로 불렸다”고 평가했고, 아사히신문은 “신포석을 발표해 바둑계의 혁신을 가져왔다”고 그의 업적을 전했다. 중국 반관영인 펑파이(澎湃)신문망은 그가 중국 출신의 귀화 일본인이라는 점에서 그가 세 차례 국적을 바꾸며 살아온 인생 이야기를 집중 조명했다. 펑파이에 따르면 그는 일본의 중국 침략이 본격화되던 1936년 일본 내 활동 편의를 위해 일본으로 귀화했는데 중국에서는 배반자로 낙인 찍히고 일본에서는 중국을 싫어하는 일본인들의 살해 협박에 시달렸다. 1946년 일제 패망 직후 화교 이웃들이 패전국의 국적을 버려야 한다며 제멋대로 그의 국적을 취소시켜 3년간 무국적자로 떠돌았다. 이후 대만 국적으로 살다가 1979년 아이들의 학업과 취업 문제로 다시 일본인으로 귀화했다. 펑파이는 그가 말년에 중·일 우호를 위해 힘썼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금융위, 우리은행 매각 재추진… ‘쪼개 팔기’ 가능성

    정부가 실패로 돌아간 우리은행 매각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네 차례의 매각 시도가 번번이 실패해 ‘양치기 소년’이라는 냉소마저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30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가 존재하는 한 우리은행 매각에 최선을 다한다는 정부 방침은 그대로”라며 “매각이 반드시 성사되는 방안을 찾아 다시 한번 민영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시기와 방법인데 기존에 추진했던 경영권 지분(예금보험공사가 갖고 있는 30%) 통째 매각 방안이 성공하지 못한 만큼 ‘분산형 매각’에 더 무게가 실리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로서는 ‘쪼개 팔기’ 가능성이 가장 높다. 최소·최대 매입 가능한 수량을 정해 놓고 가장 높은 가격을 써 낸 매수 희망자에게 지분을 파는 방식(‘희망수량 경쟁입찰’)이다. 이번 우리은행 소수지분 매각에 사용된 방법이다. 국민은행처럼 ‘주인 없는 민영화’ 모델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지배구조 약화 등 문제점이 적지 않아 논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분을 쪼개 팔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하는 것인데 이는 그 자체로 큰일이니만큼 하루아침에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공자위는 오는 4일 회의를 열어 후속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우리은행 경영권 입찰이 실패한 원인에 대한 진단과 매각 조건의 문제점, 현재 시장상황 점검 등을 마무리하는 자리가 될 예정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국외 자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극복하기 힘든 만큼 ‘매각이익 극대화’라는 국가자산 매각 원칙을 우리은행 매각에서 예외로 적용하고, 경영권 매각보다는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으로 지분을 정리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은행업이 과거처럼 돈 버는 사업이 아니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정부가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28일 마감된 우리은행 경영권 예비입찰에서는 중국의 안방보험만이 참여해 유효경쟁 미달로 매각이 무산됐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재계 인맥 대해부 (2부) 후계 경영인의 명암 현대차그룹(하)] ‘디자인·해외경영’으로 기아차 체질 바꿔… 현대차 재도약 숙제로

    2005년 기아차 대표이사에 선임된 정의선 당시 사장에겐 큰 숙제가 있었다. 1998년 부도로 쓰러졌던 기아차는 현대차가 인수한 뒤인 1999년 이후 흑자로 돌아섰지만 정작 기아만의 차별성이 부족했다. 국내 레저용차량(RV) 시장 위축과 환율 하락 등의 악재가 겹치자 다시 적자로 돌아서기도 했다. 단기적인 해법을 넘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이를 위해 정 부회장이 꺼낸 카드는 ‘디자인경영’이다. 현대차와 차급도 성능도 비슷하다면 ‘디자인’에 차별화를 둬야 한다고 판단했다. 기아차 기획실장에 취임한 이후 국내외 전문가들과 만나 의견을 나누고 해외 모터쇼와 포럼을 돌며 긴 시간 고민해 내린 결론이었다. 이를 위해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았다.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알려진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하려고 정 부회장이 직접 나섰다. 유럽까지 찾아가 끈질긴 설득 끝에 그를 디자인 총괄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디자인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단행했다. 당시 기아차에서 가장 우선시된 제작 기준은 성능이었다. 아무리 디자인이 훌륭해도 설계로 구현하기 어렵거나 생산 과정에서 효율성이 떨어지면 디자인을 먼저 포기했다. 이 같은 과거의 전략은 전면 재수정됐다. 설계를 위해 디자인을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위치에서 디자인 원안을 최대한 유지하며 성능과 효율성을 추구했다. 슈라이어는 독자 디자인 개발에 착수했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 디자인센터를 총괄하며 별다른 특징이 없던 기아차의 얼굴에 ‘패밀리룩’이라는 그림을 그렸다. 그로부터 2년 후인 2008년 6월 ‘직선의 단순화’를 기반으로 한 기아의 패밀리룩이 탄생했다. 로체 부분 수정 모델을 시작으로 포르테, 쏘울 등이 출시됐다. 쏘렌토R, K7, 스포티지R, K5 등 R시리즈와 K시리즈가 등장하자 기아차 영업이익은 조 단위로 상승했다. 특히 국내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박스카 쏘울은 대중적인 세단이 아님에도 출시 후 넉달 동안 9500대가 판매됐다. 쏘렌토R은 2009년 월평균 4900대가 출고되며 이전 모델 대비 판매량이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2006년 27만대에 불과했던 국내 판매는 스포티지R과 K5가 출시된 2010년 48만 5000대로 79% 증가했다. 정 부회장은 또 하나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2006년 당시 기아차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환율이었다. 당시 환율은 900원대 초반으로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자연스레 기아차 이익은 급감했다. 중국을 제외하고는 해외 생산 거점이 없어 해외 판매의 대부분을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었다. 해외시장 판매 비중이 79%에 달하지만 해외 생산 비중은 9%에 불과해 환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구조였다. 해외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 차량은 생산할 수 없었다. 정 부회장은 해외 공장 건설 프로젝트와 해외 법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현대차그룹 최초로 세운 유럽 공장인 슬로바키아 공장과 미국 조지아 공장은 정 부회장이 직접 챙긴 작품이다. 공장의 설립 계획 단계부터 완공 단계까지 사업을 직접 진두지휘했다. 이 같은 체질 개선 전략이 궤도에 오르면서 기아차의 재무구조는 크게 개선됐다. 2008년 169.1%에 달하던 부채 비율은 2010년 92.8%를 기록하며 100% 밑으로 떨어졌다. 2008년 4조 6000억원에 달했던 순차입금도 2010년에는 6280억원으로 내려갔다. 대신 보유 현금은 증가했다. 2006년에는 6320억원에 불과했던 현금 보유액이 2010년에 2조 2560억원으로 크게 늘어 재무구조가 굳건해졌다. 2009년 8월 현대차 부회장에 취임한 정 부회장은 또 다른 숙제를 풀고 있다. 현재 글로벌 5위를 기록하며 순항 중인 현대차그룹을 한 단계 도약시켜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만들고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문제다. 이를 위해선 현재의 브랜드 가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그동안 현대차가 보급형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로 인식됐다면 고급차와 고성능차도 잘 만들어 ‘갖고 싶은 차’를 만드는 브랜드로 한 단계 올라서야 한다. 프리미엄 시장에서 독일차와 유럽, 일본차가 치열하게 경쟁하며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쉽지 않은 도전이다. 또 국내 시장의 높아 가는 수입차 선호 현상 속에서 현대차에 대한 뿌리 깊은 ‘안티’도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기아차에서 풀었던 숙제보다는 훨씬 난도가 높고, 단기간에 이룰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정 부회장이 이 같은 과제를 풀지 못하면 현재와 같은 미래도 보장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정 부회장에겐 엄혹한 현실이 놓여 있는 셈이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이슈&이슈] “수익성보다 시민 교통복지가 우선”

    [이슈&이슈] “수익성보다 시민 교통복지가 우선”

    도시철도 2호선은 공공재이다. 이윤 추구나 수익성보다는 시민의 교통복지 차원에서 건설·운용되는 것이다. 비용 가치보다는 시민 편익과 도시 경쟁력 높이기 등 순기능이 크다. 그런 만큼 적자가 불가피함에도 세계 주요 도시들이 이를 운용하고 있다. 특히 윤장현 시장이 2호선 건설을 포기하면서 국비 1조 2000여억원이 사라진다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이 사업은 지난 10여년간 건설 방식 등을 바꾸는 등 검토와 연구를 거듭해 왔다. 정부도 사업 타당성을 인정해 관련 예산을 반영했다. 지역경제 파급효과, 재원조달, 수요 예측의 적정성 등에 대한 검증이 끝났다. 대부분 시민들도 2호선 건설을 고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럼에도 시가 2호선에 대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부정적인 여론을 퍼뜨려 나간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국토교통부도 최근 국회 예산 심의를 고려해 11월까지 결론을 내 줄 것을 시에 통보했다. 우물쭈물할 경우 내년도 실시설계비 136억원도 삭감될 수 있는 만큼 조속한 입장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집행부가 공약대로 2016년 하반기 착공해 2025년 완공할 수 있도록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 2호선은 사회기반시설이다. 재정 문제로만 접근하면 안 된다. 2호선 재검토 입장을 즉각 철회하고 원안대로 추진하길 바란다.
  • [이슈&이슈] 도시철도 2호선 건설 두고 딜레마 빠진 광주

    [이슈&이슈] 도시철도 2호선 건설 두고 딜레마 빠진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을 결코 포기해선 안 된다.” vs “만성 적자 예상되는 도시철도 건설에는 반대한다.” 지난 28일 현재 광주시 홈페이지 ‘시장에 바란다’의 직소 민원 코너는 도시철도 2호선 건설 여부를 둘러싼 찬반 여론이 팽팽하다. 일부 시민은 윤장현 시장이 2호선 건설을 포기할 경우 주민 소환 운동에 나서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시민은 “시장님의 오락가락 정책에 질린 시민들이 이제는 주민소환 요청 이야기까지 한다”며 “공약은 시민과의 약속인 만큼 신속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사업비(국비) 1조 2000억원을 아끼면 중앙정부가 인구 늘어나는 다른 도시의 도시철도 건설을 위해 잘 쓸 수 있다”며 “사람이 계속 빠져나가는 도시에 무슨 도시철도 같은 사업을 하느냐”고 반대 의견을 내놨다. 도시철도 2호선 건설 여부는 시민들 사이의 논란을 떠나 집행부와 시의회·자치구 의회 간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수차례의 TV 토론회와 의회 토론회, 시민사회단체 등을 상대로 한 설명회 등이 잇따라 열렸지만 이렇다 할 결론에 이르지 못하면서 갈등만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는 12월 첫주쯤 2호선 건설 여부에 대한 최종 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마지막 수순으로 지난 28일 ‘광주공동체 시민회의 위원’ 514인을 대상으로 이에 대한 의견 청취와 설명회를 갖기도 했다. 설명회에서는 그동안 진행해 온 도시철도 2호선 전담팀(TF)과 대구·대전 등의 타 시 사례 조사, TV토론을 통해 제시된 의견 등이 종합적으로 논의됐다. 이에 따라 도시철도 2호선 건설 여부가 조만간 판가름날 예정이지만 후폭풍은 만만찮을 조짐이다. 이런 논란은 윤 시장이 민선 4~5기 때 계획 수립과 노선 확정 등을 거쳐 최근 기본 설계에 들어간 도시철도 2호선에 대해 “재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촉발됐다. 시장 인수위는 민선 6기 출범 때 1호선의 운영실태 분석을 토대로 2호선을 건설할 경우 연간 1000여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윤 시장에게 보고했다. 윤 시장도 이를 수용해 지금까지 최종 방안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윤 시장은 그동안 국회의원, 시민단체, 언론 등을 상대로 “2호선 운영 적자가 심각할 것으로 예측됐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해 왔다. 이는 1호선의 부실한 운영 탓이다. 2008년 개통된 1호선은 계획 당시 예상 승객을 25만 7100명으로 추정했으나 실제로는 12%인 3만여명에 불과하다. 인구 예측도 빗나갔다. 2011년 인구를 230여만명으로 잡았으나 147만명에 머물면서 해마다 390억원(2013년 기준)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1호선의 수송 분담률 역시 승용차 38%, 시내버스 36%, 택시 14%에 비해 2.7%로 미미한 수준이다. 2호선을 건설, 운영할 경우 2023년 누적 적자가 656억원, 2030년 2285억원, 2044년 1조 716억원 등 연간 최고 1460억원의 적자가 날 것으로 예측됐다. 국내 최초로 도입되는 ‘저심도 경량전철 시스템’도 소음과 진동 등에 대한 검증도 이뤄지지 않았다. 2호선의 사업 기간 동안 도심 교통체증과 푸른길 훼손 등도 논란이다. 시는 무엇보다도 사업비 1조 9053억원(2011년 기준) 가운데 국비 지원금 1조 1432억원(60%)을 제외하고도 8000여억원의 지방비 투입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다. 윤 시장은 최근 한 방송 토론회에서 “광주시가 2호선 건설로 모라토리엄(채무지불유예) 상황에 빠질 수 있다”며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5년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2019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등 굵직한 국제대회 준비에 따른 시 재정 문제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구의회, 건설업계, 상당수의 주민들은 “2호선은 계획대로 추진돼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의회 의원 12명과 광산구의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도시철도는 이윤추구가 목적이 아닌 공공재“라며 “윤 시장이 2호선 건설을 포기한다면 그에 따른 정치·경제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지역 건설 업계와 2호선 노선 주변 주민 등도 시 홈페이지 등에 잇따라 건설을 촉구하는 내용의 글을 올리는 등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윤 시장은 “교통 수요를 고려한 적정한 대중교통 체계구축 방법과 투자의 합리성을 따지느라 시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자세히 검토해 왔다”며 “12월 초 최종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與 공무원연금 개혁 연내 처리 녹록잖네

    새누리당은 28일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한 일정을 동시다발적으로 개최하며 꺼져가는 연내 처리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다급한 마음에 찬물을 끼얹는 주장이 잇따라 터져 나오면서 개혁안 추진 동력에는 썩 힘이 실리지 않는 분위기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중도 보수를 표방하는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 대표단과 면담을 했다.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한 여론을 청취하기 위한 자리였다. 김 대표는 “국민 세금으로 보전해야 하는 연금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어 국민 입장에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준모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은 “정기국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연내 처리 동력을 잃어 안타깝다”면서 “공무원들과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들도 외면해선 안 된다”고 화답했다. 신보라 미래를 여는 청년포럼 대표는 “공직사회에 있는 분들이 더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 전원이 새누리당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같은 시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공무원연금제도개혁태스크포스(TF) 주최 정책간담회에서는 이와 상반된 주장이 쏟아졌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무원연금을 줄여 국민연금 수준으로 하겠다는 것은 하향평준화”라면서 “공무원은 높은 도덕성, 청렴성을 요구받고 재직 중 영리활동과 퇴직 후 재취업 등이 제한될 뿐 아니라 형사처벌을 받으면 연급액도 절반이 깎이기 때문에 공무원의 소득 보장은 민간보다 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새누리당이 연금개혁을 안 하면 미래세대가 어려워진다고 하는데, 새누리당 안으로 개혁을 하면 미래 공무원들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무원 노조 측은 이날 간담회 참석 요청을 거부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손님 다 막아 놓고”… 우리은행 4번째 주인 찾기도 불발

    “손님 다 막아 놓고”… 우리은행 4번째 주인 찾기도 불발

    지난해 초 취임하자마자 “우리금융 민영화에 직을 걸겠다”고 한 신제윤 금융위원장에게 ‘관료 선배’인 박병원(행시 17회) 전국은행연합회장이 이런 말을 했다. “지금처럼 진입 문턱(비금융 주력자의 은행 지분 소유 한도 4% 제한)이 높으면 공적 자금을 회수하기 어렵다. 국민 세금으로 살려 놓은 은행을 세계적인 펀드에 못 팔 이유가 없다. 글로벌 펀드나 연기금은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여러 업종에 돈을 나눠 놓기 때문에 대부분 비금융 주력자들이다. 차 떼고 포 뗄 만큼 우리가 팔겠다는 상품이 엄청 매력적이라면 몰라도 그렇지도 않은 상황에서 손님들 다 쫓아내고 어떻게 흥행을 바라겠다는 것인가. 진입장벽을 허물지 않으면 (우리금융) 민영화는 요원하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28일 우리은행 경영권을 매각하려던 정부의 네 번째 시도가 또 좌절됐다.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는 이날 “예비입찰을 마감한 결과 제안서를 제출한 곳이 중국의 안방보험 한 곳뿐이었다”며 “유효경쟁이 성사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막판까지 눈치를 보던 교보생명은 결국 불참했다. 교보생명 측은 “해외 투자자 및 컨설팅사와 검토한 결과 문제점이 제기돼 참여를 유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경쟁입찰을 통해 우리은행을 팔려던 정부 계획은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금융 당국의 위상도 안팎으로 타격을 입게 됐다. 경영권을 한꺼번에 팔겠다는 데만 몰두해 시장 상황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무모하게 입찰을 강행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내달 초 회의에서 후속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남은 가능성을 크게 세 가지로 본다. 아예 못 팔거나 헐값 매각, 쪼개 파는 방법이다. ●민영화 포기 우리은행 경영권 지분 매각 입찰이 물 건너가면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되는 소수지분(26.97%) 매각만 남게 된다. 엄영호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수지분 매각에라도 집중해서 매각 가치를 극대화하고 공적자금을 부분적으로나마 회수해야 (다음번 다시 이뤄질지도 모를) 경영권 매각도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수지분 매각이 일정 부분 성과를 내도 민영화 구상이 시작부터 꼬여 현 정권에서 재추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헐값 매각 일각에서는 교보생명이 중국계 자본의 참여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이번 입찰의 유효경쟁 자체를 무효화했다는 분석과 입찰가격을 낮추려는 포석이라는 해석도 내놓는다. 물론 정부가 재입찰에 나서야 유효한 시나리오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재입찰을 하려면) 매각 희망가를 확 낮추든 진입장벽을 낮추든 조건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외환은행 헐값 매각 시비처럼 정부가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공직사회의 ‘변양호 신드롬’(복지부동)도 변수다. ●쪼개 팔기 성사 가능성이 낮은 경영권 인수에 계속 매달리느니 아예 지분을 전부 쪼개 파는 분산형 매각 가능성도 거론된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지분을 전부 소수지분 입찰로 전환하는 것도 방법”이라면서 “다만 이 경우 지배구조가 취약해질 수 있는 만큼 책임경영이 가능하도록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고래 싸움에 새우등 펴나

    고래 싸움에 새우등 펴나

    중동 산유국과 미국의 ‘오일 전쟁’이 시작됐다. 이번 전쟁은 세계 석유시장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가격을 낮추는 성격이어서 원유를 수입해야 하는 우리나라로서는 나쁠 게 없다. ●OPEC 감산 않고 美 셰일유와 가격 대결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27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각료회담에서 원유 생산량을 줄이지 않기로 했다. 원유가격 하락세를 막기 위해 5% 감산을 논의했으나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반대로 감산 합의에 실패한 것이다. 대신 하루 3000만 배럴 생산 목표치를 유지하며 국가별 시장공급 할당량(쿼터)을 준수하기로 했다. 쿠웨이트의 알리 살레 알오마이르 석유장관은 “배럴당 80달러든, 60달러든 어떤 시장가격도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국제 유가는 급락했다. 런던 선물시장에서 1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전날보다 5.17달러(6.6%) 내린 72.5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6월보다 34%나 떨어진 가격이다. 뉴욕 시장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4년 반 만에 최저치인 배럴당 69.05달러를 기록했다. ●생산비 줄어 제품값 싸져 소비 촉진 기대 OPEC의 이번 결정은 낮은 유가를 유지해 미국산 셰일오일과의 가격 격차를 벌려 시장지배력 우위를 이어가려는 사우디의 의도가 크게 반영된 것이다. 미국은 2010년 이후 대대적인 셰일가스·오일 생산에 나서 저가 경쟁을 촉발했고, 위협을 느낀 사우디는 가격을 더 낮춰 미국 업체를 시장에서 고사시키려 하고 있다. 다만 OPEC 내에서도 석유를 팔아 재정 적자를 메워야 하는 베네수엘라 등은 가격을 높이기 위해 감산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이에 따라 54년간 이어온 ‘OPEC 카르텔’이 깨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가 하락은 우리나라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원유 수입 가격이 낮아지면 기업이 생산비를 아낄 수 있고, 제품 가격이 낮아져 소비를 촉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길이 열린다. 다만 저유가 상황이 계속되는데도 투자와 고용이 늘지 않으면 오히려 물가 하락과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이창구 기자 window2@seoul.co.kr
  • [기고] 제조업 혁신 3.0은 어떻게 가능한가/이상홍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장

    [기고] 제조업 혁신 3.0은 어떻게 가능한가/이상홍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장

    금융위기 이후 중국 제조업의 급격한 질적 성장으로 우리나라는 사면초가의 위기에 봉착했다. 세계은행과 한국무역협회 발표에 따르면 중국 제조업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2009년 9.5%에서 2012년 11%를 넘어섰고, 세계 1등 품목은 1231개에서 1485개로 급증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수출점유율은 2.8%에서 2.9% 상승에 그쳤고, 세계 1위 품목은 73개에서 63개로 줄어 중국의 4% 수준으로 전락했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경제의 밑기둥으로 자리했던 제조업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2014년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의 판매량은 LG전자를 추월했고, 세계 10대 철강사 중 60%를 중국 업체가 차지하는 등 대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비슷한 상황을 맞은 제조 선진국들은 돌파구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 일본, 독일 등에서 추진되는 첨단제조기술사업(AMP), 전략적 이노베이션 창조사업(SIP), 인더스트리4.0 등의 국가적 전략 사업이 바로 이런 움직임이다.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함으로써 제조업을 부활시키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우리나라도 제조업 생산 혁신을 위한 노력을 일찍부터 기울여 왔다. 1992년 당시 상공자원부 주도 아래 G7 프로젝트로 첨단생산 시스템 사업이 10년간 수행됐지만, 생산공정의 부분적 기술 향상이 있었을 뿐 당초 계획했던 목적에는 크게 부족한 상태로 종료됐다. 2001년 많은 이들에게 ‘전사적자원관리(ERP) 보급 사업’으로 불리는 ‘3만개 중소기업 정보기술(IT)화 지원 사업’ 역시 정부의 무리한 지원 및 보급·확산 추진으로 당시 경쟁력 있던 벤처나 중소 ERP 기업들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최근 정부는 제조업 혁신 3.0이란 슬로건 아래 제조업에 대한 각종 지원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6월 말 산업통상자원부는 1조원의 예산으로 1만개 중소기업에 대한 제조 혁신을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통합생산관리시스템(MES)를 중소기업에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제조 혁신을 위한 노력은 ICT 기술의 기반 없이는 불가능하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사업의 핵심 역시 ICT 기술의 제조업 적용이다. 얼마 전 한국을 찾은 독일 지멘스사의 조 케저 회장은 한국을 향후 디지털 시대를 선도할 완벽한 나라로 평가했다. 훌륭한 ICT 인프라와 높은 기술력, 풍부한 인력 기반을 갖췄다는 것이다. 사물인터넷(IoT), 사이버물리시스템(CPS),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ICT 기술의 경쟁력은 우리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사물인터넷, 사이버물리시스템 등 ‘초연결’ 기술을 제품 생산과 유통에 접목해 제조 패러다임의 전환을 꾀하고 있는 초연결스마트팩토리(CSF)는 제조업 혁신 3.0을 견인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CSF의 등장이 제조업 3.0의 성공적인 정착을 돕고, 새로운 형식의 노동(일자리) 창출에 기여함으로써 창조경제를 구현할 새로운 제조업의 모델이 되길 기대해 본다.
  • [손성진 칼럼] ‘빅 히어로’는 없는가

    [손성진 칼럼] ‘빅 히어로’는 없는가

    세상은 여전히 따뜻하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 건 ‘리틀 빅 히어로’라는 방송 프로그램을 알고 난 후였다. 남몰래 묵묵히 선행을 베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탐욕으로 가득 찬 세상과는 다른 별세계의 이야기 같다. 1년 동안 새벽에 일어나 둘이 함께 화장실 청소로 번 돈 1029만원을 기부한, 허리가 꼬부라진 노부부나 생의 마지막 순간에 동반자가 돼 주는 두 남녀의 선행은 남발되는 훈장쯤으로는 도저히 보답할 수 없는 일이다. 인간의 이기심은 불공평한 세상을 더욱 불공평하게 만든다. 기득권층은 자신의 재산과 권리를 지키는 것뿐만 아니라 불리는 데 골몰한다. 권력자는 더 큰 권력을 추구하고 부자는 더 많은 재산을 끌어모으려 한다. 밥벌이를 위해 불의를 서슴없이 합리화할 만큼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좇는 세상이다. 비록 정당한 절차를 거친다 하더라도 이기심으로 점철된 그들의 욕망은 인지상정으로만 이해할 수는 없다. 철저한 경쟁주의에서 낙오된 약자들은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는 극한의 상황에 내몰린다. 수십만의 또 다른 ‘송파 세 모녀’ 가구가 있고 그보다 별 나을 것도 없는 빈곤층이 천만에 육박한다. 3만 달러를 향해 거침없이 질주해 온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더 길고 짙게 드리워졌다. 빈곤 문제는 그만큼 심각하다.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왔을 뿐 뒤는 돌아보지도 않은 탓이다. 스스로 겪어 보지 않고 책상머리에 앉아서 그런 상황을 체감하기는 어렵다. 현실을 정확히 이해하면서 빈곤 해결에 발벗고 나섰던 지도자를 기억해 낼 수 있는가. 없다. 아래를 내려다보지 않는 권력자, 지도층이 현실조차 제대로 모르니 시정하려는 행동을 하지 않거나 느리다. 마침 이를 입증하는 뉴스가 나왔다. 한국의 빈곤율은 18.9%에 이르는데 정부 정책으로 빈곤율이 감소한 효과가 가장 적은 나라라는 반갑잖은 소식이다. ‘리틀 빅 히어로’에 나오는 ‘불량 농부’ 김은규씨는 이런 세상을 작은 힘으로나마 변화시키려 노력하는 인물이다. 수확한 농작물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거저 주기도 하고 다급한 사람에게 외상으로 준다. 갚지 않아도 그만이다. 그가 이런 일을 하게 된 것은 생활고에 시달리다 굶주린 시신으로 발견된 영화감독 최고은씨 때문이었다고 한다. 김씨는 통장이 마이너스인 적자 인생을 살면서도 위기 상황에 빠진 이웃을 기꺼이 도와준다. 이런 노력은 바이러스처럼 번져 나가 그의 활동에 동조하고 도와주는 사람들이 제법 생겼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들먹이기 전에 우리 사회의 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은 이웃에 냉소적이다. 집에 둘러친 높은 담처럼 그들은 자신만의 세상에서 쾌락을 향유하는 것을 인생의 목적으로 삼는다. 천박한 이기심에 파묻힌 그들에게 주변의 삶이 안중에 들 리도 없다. 타인을 억누르고 이득을 강탈해 가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 ‘리틀 빅 히어로’, 작은 영웅들이 하나둘 늘면 세상도 바뀌리라 믿는다. 김은규씨 같은 사람이 천 명, 만 명을 넘어설 때 적어도 굶어 죽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 본다. 분명히 지금 이 순간에도 붕괴의 위기에 빠진 사회를 지탱하는 힘은 오롯이 그들의 가상하고도 아름다운 마음이다. 민초(民草)의 힘이 잘못된 정치를 바꾸듯 빈곤 문제도 미력한 백성의 십시일반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한계가 있다. 또 빠른 길도 있다. 국가와 지도자, 또 지도층이 ‘빅 히어로’가 된다면 한쪽으로 쏠린 불공평을 한층 쉽게 바로잡을 수 있다. 자신을 돌보지 않고 남을 위해 사는 ‘리틀 빅 히어로’들처럼 한 번만이라도 타인의 삶에 눈길을 돌린다면 세상은 금세 달라지리라 의심치 않는다. 기업들은 연말이면 수백억원씩 기부금을 내고, 주머니를 털어 이웃에 작은 도움을 베푸는 시민들도 물론 많다. 하지만 사회적 리더들의 힘이 필요하다. 저 자신, 제 가족만 생각하는 좁은 식견에서 빠져나와 보이지 않던 세상을 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빅 히어로는 어디에 있는가.
  • [단독] 공무원연금법 안행위 상정 무산 다음날 국무조정실장·총리실 직원 ‘번개팅’

    [단독] 공무원연금법 안행위 상정 무산 다음날 국무조정실장·총리실 직원 ‘번개팅’

    “공무원연금의 돈을 내주고, 대주는 것은 국민이다. 개혁을 더이상 미룰 수 없다. 10년, 20년 뒤 우리 자식들이 자신들의 혈세로 공무원 연금을 지탱하는 것에 동의할지 고민해 달라.” 2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1동 강당. 국무조정실과 총리비서실 소속 직원 200여명이 연금개혁의 시급성에 대한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의 설명과 동참 호소에 심각한 표정으로 귀를 기울였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상정이 전날 무산되는 등 연금개혁이 뜨거운 현안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는 상황에서 가진 ‘번개 간담회’였다. 참석하지 않은 직원들은 사무실에서 실시간 중계 영상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는가 하면 불만을 늘어놓는 등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공무원연금이 미래에도 지속되도록 지혜를 모아 달라”고 추 장관은 운을 뗐다. 또 “국가와 국민을 우선시해야 하는 게 공직자의 숙명과 같은 가치”라면서 “정부 각 부처를 통할하는 총리실 직원들이 먼저 연금개혁의 당위성과 시급성을 이해하고 고통을 감내하는 결단과 행동을 하길 기대한다“는 메시지도 던졌다. 연금 전문가인 천지윤 인사혁신처 연금복지과장이 개혁 없이는 왜 공무원연금제도를 지속하기 어려운지, 어떻게 달라지는지 등을 설명하자 “정년을 보장하고 정년 연장 추세를 반영해 달라”는 일반 직원들의 주문도 나왔다. 추 실장과 직원들은 전문가 설명과 질의 응답 등 타운홀미팅 형식의 대화를 한 시간가량 이어갔다. 직원들의 하소연과 불안도 터져 나왔다. “재정적자가 쌓여 가는 상황에서 개혁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렇지만…” 하는 말들이 주를 이뤘다. “60세까지 정년 보장이 없는 상태에서 연금 수급까지 5년 또는 7~8년을 수입 없이 보내야 된다고 하니 걱정”이라고 20년차인 한 직원은 말했다. 다른 직원은 “예측 가능성 없이 지나치게 일방적으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도 또 한 단계 높여 다시 추진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크다”고 털어놓았다. 재직 10년 안팎인 한 주무관은 “고액 연금을 받는 고위 공무원에 비해 현직 및 신규 (하급) 공무원들에게 지나치게 불공평한 개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젊은 사무관도 “더 내고 덜 받는 부분으로 고소득 수급자의 연금을 보전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도 있다”면서 “연금개혁 동참 서명자인 고위 공무원들은 연금 개혁의 영향을 받지 않거나 영향을 받더라도 미미한 수준이 아니냐는 말도 있다”고 전했다. 적지 않은 총리실 직원들은 “공무원연금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됐지만 왠지 그대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속 곪은 대구 버스 준공영제 손 본다

    대구시가 세금 먹는 하마로 변신한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대대적으로 손질한다. 시는 2006년 2월 대구시내버스 준공영제 도입 이후 승객은 감소하고 버스업체에 지원하는 재정지원금은 눈덩이처럼 증가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2006년 413억원이던 재정지원금이 이듬해에는 564억원으로 151억원 증가했다. 이후에도 해마다 증가해 2010년 840억원, 올해 948억원을 지원했으며 내년에는 955억원(예상치)에 퇴직금 130억원을 합하면 1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구의 준공영제 시내버스는 모두 1561대에 이르며 서울 등 준공영제를 하는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적정 버스 대수보다 200대 정도 많다는 지적이다. 또 110개 버스 노선 중 95%인 105개가 적자 노선이다. 여기에다 대구도시철도 3호선이 내년 상반기 중 개통되면 칠곡과 범물 버스노선에서 6만여명이 3호선으로 갈아탄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시내버스 준공영제의 문제점은 시의회에서도 제기됐다. 이날 열린 대구시의회 정례회에서 김혜정 새정치민주연합 시의원은 “준공영제가 결국 시민 편의와 안전을 볼모로 민간버스회사에 세금을 지원하고 업체의 배만 불리는 제도”라며 시내버스 준공영제 협약서 갱신과 서비스 개선 등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시는 잉여 차량의 감차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현재 6.2%인 잉여 차량을 4% 정도로 줄여나가겠다는 것. 시내버스회사의 통폐합을 통해 대형화를 추진하고 버스기사 채용관리 투명성도 확보하기로 했다. 권영진 시장은 “준비 없이 준공영제가 도입돼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준공영제 도입에 앞서 적정규모의 버스회사 구조조정과 통폐합이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PSMC, 해고 근로자 42명 3년 만에 복직 결정

    사측의 정리해고에 반발하며 3년 넘게 생존 투쟁을 벌였던 피에스엠씨(PSMC, 구 풍산마이크로텍) 해고자들에게 복직결정이 내려졌다. PSMC는 2011년 정리해고 이후 희망 퇴직한 근로자를 제외한 42명에 대해 다음 달 2일 자로 전원 복직시키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해고 근로자들은 1년 안에 해고기간 받지 못했던 임금을 받을 수 있게 됐으며, 다음달 2일부터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안전보건 및 기술 등 업무 적응 훈련을 받은 뒤 현업에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반도체 칩을 플라스틱 등으로 포장하는 데 사용되는 금속기판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2011년 상반기에만 4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자 11월 노조간부를 비롯한 현장 근로자 58명을 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정리해고했다. 당시 정리해고된 근로자들은 사측의 일방적인 부당 해고를 주장하며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 해고 구제신청 심판을 제기했다.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부당 해고 구제신청에 나선 해고자 52명 전원을 부당 해고라고 판정했지만 중앙노동위원회는 52명 중 30명의 부당 해고 구제신청을 기각했다. 노사는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에 불복해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부당 해고 구제신청을 한 해고자 52명 중 4명은 소송에 참가하지 않았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9월 24일 열린 항소심에서 48명의 노동자들이 부당 해고에 해당한다는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현재 이 사건은 사측의 상고로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파업이 3년 넘게 이어지면서 처음 58명이던 해고자 가운데 일부는 희망퇴직을 신청해 지금은 42명으로 줄어든 상태다. 이날 해고 근로자들에게 복직 결정을 내린 PSMC 관계자는 “아직 대법원의 최종 결정이 남았기 때문에 복직 결정에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영섭 PSMC 노조 지회장은 “사측의 복직 결정을 환영한다”면서도 “해고된 노조원이 전원 복직될 수 있도록 사측이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 오성택 기자 fivestar@seoul.co.kr
  • 금품수수 비리 직원 최대 5배 환수한다

    금품수수 비리 직원 최대 5배 환수한다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직원도 입찰 과정에서 금품 수수 등의 비리를 저지를 경우 최대 5배를 배상해야 한다. 또 노동이사제도를 도입해 근로자가 경영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된다. 서울시는 지난 8월 발표한 일명 ‘박원순법’으로 불리는 공직사회 혁신 대책을 시 산하 18개 투자·출연기관에 확대 적용한다고 24일 밝혔다. 이를 위해 시는 청렴, 재정 등 6대 분야 22개 과제를 선정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참여형 노사 관계 모델 도입이다. 시는 노동이사제를 새로 도입해 기관별 노동이사의 이사회 참여를 보장하고 노사경영협의회도 설치하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노동이사의 역할이 명확하게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면서 “산하기관 직원들이 혁신의 대상이 아닌 주체가 되게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청렴 분야에선 입찰자격기준심의제를 도입해 입찰 심의에 외부 전문가가 과반 참여하게 했다. 또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통해 입찰 비리에 연루된 직원은 파면 등의 중징계를 한다. 시 관계자는 “1000원이라도 금품을 받으면 직무 연관성을 따지지 않고 처벌할 것”이라면서 “징계부과금제를 통해 받은 금액의 최대 5배를 환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정 분야에선 통합재정관리시스템을 구축해 대규모 사업을 하거나 구조적 적자에 시달리는 기관을 집중 관리한다. 이는 18개 기관 홈페이지를 통해 시민들에게 공개된다. 또 전국 최초로 산하기관에 시민참여예산제와 예산낭비신고센터가 도입된다. 기관별 안전목표제도 도입된다. 시는 화재, 지진, 폭발, 침수 등의 안전사고 유형을 최대한 다양화해 대응 매뉴얼 정비에 나선다. 현재 1%인 전문 개방직 비율을 10%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이 과정에서 외부 전문가가 절반 이상 참여하는 채용자격기준심의제도를 통해 검증을 진행하고, 검증 과정에서 비위 채용자로 밝혀지면 파면하고 재응시 자격을 영구 박탈한다. 시 관계자는 “채용 혁신 과정에서 장애인 고용을 5%까지 늘릴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서울시 혁신 대책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노동이사제의 경우 아직 시도 명확한 역할 모델을 잡지 못하고 있고, 청렴 분야는 공무원 복무규정보다 지나치게 강화돼 실제로 적용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시는 이 혁신 대책을 가이드라인으로 삼아 기관별로 혁신 방안을 내년 2월까지 마련하고 시민과 시장, 기관장 등 3자가 참여하는 혁신약정을 체결해 인사·회계규정 등에 명문화하고 실천할 계획이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데스크 시각] 메가스포츠 이벤트의 그늘/조현석 체육부장

    [데스크 시각] 메가스포츠 이벤트의 그늘/조현석 체육부장

    “쎄울~.” 1981년 9월 30일 독일 바덴바덴에서 들려온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이 한마디는 전 국민을 감동과 흥분에 휩싸이게 했다. 국민들은 건국 이래 처음으로 열리는 올림픽이라는 말에 솔깃했고, 각종 체육 행사 때마다 88서울올림픽 유치를 환영하는 매스게임이 단골처럼 등장했다. 올림픽이 열리면 국제적인 위상이 높아지고, 수조원의 경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뉴스는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이후 올림픽과 월드컵 등 ‘메가스포츠’ 이벤트 개최와 국위선양, 경제발전은 등식처럼 국민들의 머릿속에 각인됐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에는 메가스포츠 이벤트 개최 소식이 국민들에게 반갑게 들리지만은 않는다. 이미 올림픽과 월드컵, 아시안게임을 개최한 탓도 있지만 대회를 치른 국내외 도시들이 경기장 유지 관리로 인해 재정 압박을 받는다거나 경기장 활용 방안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소식이 잇따라 들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아시안게임이 열렸던 인천의 경기장들은 벌써부터 인천시 재정을 압박하는 애물단지가 됐다. 민자 유치에 실패해 경기장 건설비 4900억원을 국비와 시비로 쓴 인천은 앞으로도 연간 수십억원을 경기장 유지 운영비로 써야 한다. 인천 남동구는 막대한 관리비 부담을 이유로 남동경기장 운영을 포기하고 시에 반환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외국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1976년 올림픽을 개최한 캐나다 몬트리올은 15억 달러(약 1조 6680억원)의 빚을 졌고, 30년 만인 2006년에야 겨우 빚을 청산할 수 있었다. 국민들의 반대 속에 지난 6월 월드컵을 치른 브라질은 관련 경기장 시설 활용에 애를 먹고 있다. 예상했던 만큼의 경제 효과는 없었고, 한국-러시아전이 열렸던 쿠이아바 등 각종 경기장이 방치될 위기에 놓였다. 지난 7월 카자흐스탄 알마티, 중국 베이징과 함께 2022년 동계올림픽 개최 후보 도시로 선정된 노르웨이 오슬로는 최근 재정 부담과 정치적 문제로 2022년 동계대회 유치를 포기했다. 회원국들의 재정적자 문제가 도마에 오르자 IOC는 지난 18일 2개국 공동 개최, 2개 도시 이상 분산 개최를 허용하는 내용의 ‘올림픽 어젠다 2020’을 발표했다. 2020년 올림픽을 개최하는 일본은 IOC에 경기장 변경을 요청해 2000억엔(약 1조 90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하기로 했다. 전체 31개 경기장 중 28개 경기장을 선수촌 반경 8㎞ 이내에 배치한다는 유치 신청 당시 계획을 포기하고 멀리 떨어져 있는 경기장을 추가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평창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대회 종료 후 철거를 전제로 짓는 일부 경기장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가 적지 않지만 건설 비용 절감이나 사후 활용방안 등에 대한 계획은 나오지 않고 있다. 강원도는 현재 알펜시아 건립 과정에서 생긴 부채로 연간 430억원의 이자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데 대회가 끝난 뒤 경기장 시설 유지와 운영비용 등으로 재정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메가스포츠 이벤트를 개최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대회가 끝난 뒤 관련 시설들이 ‘혈세 먹는 하마’로 전락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무작정 경기장을 짓기에 앞서 기존 시설을 최대한 재활용하고, 재정 범위에서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hyun68@seoul.co.kr
  • 왜 한국의 직장인들은 ‘未生’인가

    왜 한국의 직장인들은 ‘未生’인가

    “우린 성공과 실패가 아니라 죽을 때까지 다가오는 문만 열면서 살아가는 게 아닐까.” tvN 드라마 ‘미생’에서 김동식 대리가 장그래에게 한 말이다. 드라마 속 종합상사 ‘원 인터내셔널’의 사원들은 업계 최고의 대기업에 입사했다는 기쁨을 누리는 것도 잠시,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분투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원 인터내셔널’은 대한민국 직장의 축소판이다. 장그래와 김 대리, 오 과장 그리고 대한민국의 직장인은 모두 ‘미생’(未生·완성되지 않은 존재)이다. 인사관리와 노동 전문가들에게 ‘원 인터내셔널’의 사원들이 왜 ‘미생’일 수밖에 없는지 물었다. ‘미생’ 속 인물들은 자신이 넘어야 할 문턱이라며 묵묵히 감내하지만,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진단과 해법은 개인이 아닌 우리나라 직장의 구조적 문제들로 수렴하고 있다. 안영이, 장백기, 한석율은 명문대 출신의 엘리트이지만 인턴 기간을 거친 뒤에야 정규직을 얻었다. 이들은 인턴 기간 필요하다면 서로를 밟고 올라서는 경쟁을 벌였고, 끊임없이 시험대에 올랐다. 고졸 학력의 장그래는 2년 계약직이라는 문턱을 하나 더 넘어야 한다. 이 같은 채용 절차는 1990년대 중반에 시작돼 외환위기 이후 본격화됐다. 김용성 한국개발연구원 인적자원정책연구부장은 “기업의 불안정성이 심화되면서 노동시장도 유연해졌고 기업은 비용 절감을 위해 신입들을 임시직으로 채용해 옥석을 가리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개월에서 수년을 투자하고도 정규직을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은 젊은이들의 삶을 출발부터 불안하게 만든다. 김 부장은 “안정적인 일자리가 쉽게 늘지 않는 만큼 노동시장이 유연하면서 사회적 안전망도 갖춰진 ‘플렉시큐리티’(flexecurity)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입들에게는 능력을 발휘할 기회도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기대와는 달리 잔심부름과 허드렛일만 떠맡기 때문이다. 장백기는 선임인 강 대리에게 사업 기획안을 내밀었지만 돌아온 건 “기본부터 배우라”는 꾸짖음과 잡다한 서류정리 업무였다. 전문가들은 세대 간 차이가 반영되지 않은 신입교육 관행을 지적한다. 김현기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19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에 태어난 신입사원들은 과거의 신입사원보다 역량이 높지만 이전 세대는 여전히 허드렛일부터 시작하는 도제식 교육을 선호한다”면서 “반면 장기적·주도적으로 자신의 역량을 키워 나갈 줄 알던 이전 세대의 장점은 신세대에서 약해졌다”고 분석했다. 다행히 장백기에게는 그의 부족한 부분을 깨닫게 해주는 강 대리가 있지만, 그런 ‘좋은 멘토’에게만 의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김 연구원은 “신입사원들이 팀 단위의 프로젝트에 참여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고 팀워크와 기본기도 배울 수 있도록 설계해 주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입에서 대리, 과장에 이르기까지 ‘원 인터내셔널’의 사원들을 짓누르는 건 “열심히 일해도 돌아오는 게 없다”는 좌절감이다. 한석율의 선임인 성 대리는 한석율이 해놓은 일을 자기가 한 것인 양 과장에게 보고했다. 대리는 신입사원의 공을, 부장은 과장의 공을 빼앗는 ‘갑을관계’가 만연해 있다. 노용진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성과주의가 가져온 부작용”이라면서 “개인이 팀이나 상사에게 공헌해도 인정을 해주고 개인보다 팀 단위의 성과를 반영하는 식으로 성과주의가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업3팀의 오상식 과장은 상사맨으로서의 역량과 후배들 사이에서의 평판 모두 좋다. 그러나 ‘사내 정치’에 서투른 탓에 승진과 거리가 멀다. 성숙되지 않은 성과주의가 촉망받는 인재를 나락으로 떨어뜨리기도 한다. 박종식 과장은 1억 달러의 거래를 성사시켰을 정도로 뛰어난 상사맨이었다. 그러나 높은 성과를 이뤄도 공은 상사들이 챙기는 모순 속에서 박 과장은 언젠가부터 뒷돈을 챙기기 시작했고, 비리 사원으로 전락했다. 서울의 한 대학 경영학과 교수는 박 과장의 에피소드에 대해 “드라마인 탓에 과장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성과주의가 잘 정착되기 위해서는 인프라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성원들의 노력이 공정하게 평가되는 제도와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 개인의 단기적 성과를 넘어 조직의 장기적 성과를 위해 협력하는 신뢰와 팀워크가 구축돼야 하며 이 같은 인프라가 없이 개인의 성과에 대한 보상만을 강조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유가 하락 어디까지] 유가 급락에도 공공요금 인상… 방만경영 적자 국민에 떠넘겨

    [유가 하락 어디까지] 유가 급락에도 공공요금 인상… 방만경영 적자 국민에 떠넘겨

    국제유가 급락에도 연료비가 원가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각종 공공요금은 이미 올랐거나 오를 조짐이다. 서울시 등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은 시민의 발인 시내버스와 지하철 요금 인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원가가 싸졌는데도 요금을 올리려는 공공기관과 지자체 등에 대해 국민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강력한 공기업 구조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23일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관계자는 “시내버스 요금을 200~300원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통합 환승제도 때문에 지하철과 인천·경기 시내버스 요금도 같이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1050원(교통카드 기준)인 기본요금을 1250~1350원으로 올리려는 계획으로 인상 폭이 최대 28.6%에 이른다. 시내버스 사업비 가운데 연료비는 3000억원으로 전체의 20%다. 원가 부담이 크게 줄었는데도 요금을 올리겠다는 것은 적자 운영 부담을 시민들에게 떠넘기려는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운전기사 인건비가 사업비의 55%를 차지하는 등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워낙 크다”면서 “연평균 2000억원 안팎의 적자에서 벗어나려면 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항변했다. 기름값과 거꾸로 가는 공공요금은 시내버스 요금만이 아니다. 지난달 전체 소비자물가는 1.2% 상승하는 데 그치면서 24개월째 1%대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전년 동월 대비 석유류 가격이 6.2% 하락하는 등 15개월 연속 떨어진 영향이 컸다. 하지만 도시가스(4.8%), 전기(2.7%) 요금은 물가 상승률보다 더 많이 올랐다. 강원 춘천, 원주, 태백, 동해 등은 이미 시내버스 요금을 최대 9.1% 인상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전기요금을 평균 5.4% 인상했다. 전기요금이 생산원가보다 낮고 기름, 가스 등 다른 에너지 가격에 비해 싸다는 것이 이유였다. 국내 전기 생산은 원자력(30%)을 제외하면 화력발전에 대부분 의존한다. 국제유가와 연계된 가스, 석탄 가격이 내렸지만 정부가 전기요금을 내릴 계획은 없어 보인다. 2011년 7월 국제유가가 오를 당시 도입했다가 시행을 미뤘던 연료비 연동제도 최근 기름값이 안정되자 아예 폐지해 버렸다.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달러 떨어지면 한국전력은 연간 970억원의 연료비 부담이 줄어든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등을 제외하고 기름만으로 돌리는 발전량은 전체의 5% 정도여서 국제유가와 전기요금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면서 “아직도 전기요금이 원가보다 낮아 기름값이 내렸다고 요금을 인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른 공공요금도 줄줄이 오를 전망이다. 행정자치부가 지난 6월 수도요금을 원가의 90%까지 현실화하라고 지자체에 권고함에 따라 전국적으로 수도요금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 경기 용인시는 내년부터 쓰레기 종량제봉투 가격을 최대 50% 인상하기로 했다. 충북 청주시도 수도요금을 9.7% 올렸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위원을 지냈던 박광서 전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름값이 싸져서 공공기관 적자폭이 줄어들게 됐는데도 공공요금을 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인건비를 줄이는 등 공공기관의 강력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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