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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41]작년 30만명 의료관광, 외국 환자 유치의 새 패러다임을 보다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41]작년 30만명 의료관광, 외국 환자 유치의 새 패러다임을 보다

     아픈 사람이 의사를 찾는 건 당연한 일이다. 스스로 치료할 수 없으니 전문적인 교육과 수련을 거친 의사를 찾는 것인데, 기왕이면 치료를 잘 하는 의사를 찾는 것도 상식이다. 중증 환자들은 더 절박하다. 그들은 좋은 의사가 있는 곳이면 지구 반대편이라도 찾아간다.  얼른 보기에는 다 같아 보이지만, 의사도 질(質)과 유(類)가 천차만별이다. 그들 가운데서 자기 병을 잘 치료할 의사를 찾는 일은 정말 중요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다. 병이 중증임에도 믿고 맏길 의사를 찾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외국의 ‘잘 한다는 의사’를 찾아가야 하는 이른바 ‘외국 환자’(재외동포를 포함한 개념임)들은 이런 문제에 훨씬 민감하다. 그래서 이것 저것 살피고, 따지는 게 많을 수밖에 없다.  이걸 두고 일부에서는 “요새는 좋은 병원과 좋은 의사를 가리는 일이 예전보다 훨씬 쉬워졌다. 외국 환자들이 많이 찾는 병원, 많이 찾는 의사를 찾으면 되니까”라고 말하기도 한다. 다 맞는 말은 아니지만, 일리가 없지는 않다.  이를테면, 소위 ‘의료관광 브로커’들이 개입해 외국 환자들을 국내 병원으로 데려다 주는 경우라면, 이런 환자의 수를 근거로 병원의 치료 수준을 말할 수 없다. 또, 브로커를 거치지 않고 순전히 자신의 뜻으로 한국을 찾았다 할지라도 의료진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연구 결과나 병원의 질적 수준 등을 면밀하게 검토한 것이 아니라면 이 경우도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하지만, 검증된 연구 논문 등 관련 자료를 면밀하게 검토하고, 의료진의 신뢰도를 충분히 확인한 뒤 ‘그 병원’의 ‘그 의사’를 찾아 치료를 받는 환자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들은 한국을 찾기 전에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정보를 입수, 검토한 뒤 신중하게 ‘한국 치료’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만약 사전 검토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이상하거나 꺼림칙한 문제가 드러나면 ‘한국행’을 유보하고 만다.  누군들 그러지 않겠는가. 외국의 낯선 의사에게 자신의 몸을 맡기는 일이고, 치료에 엄청난 돈이 드는 일이니 생각이 많을 것임은 자명하다. “내 병을 잘 치료할 수 있을까”, “후유증은 없을까”, “의사 소통은 어떻게 하며, 비용은 얼마나 들까” 등등 확인하고, 검토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닐 것이고, 그런 만큼 확신이 서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국내 병원들이 외국 환자 유치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치료 부담이 적은 성형과 피부과 쪽의 수요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 분야의 우리 의료 수준이 비교적 우수한 데다 짧은 기간에 어느 정도는 효과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아직도 치료를 위해 우리 나라를 찾는 해외 중증 환자의 규모는 미미하다. 이런 환자들은 그 나라(언필칭 의료 선진국을 포함해서)에서 치료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그래서 많게는 억대의 돈을 기꺼이 쓰고서라도 찾는다는 점에서 중증 환자의 치료율이야말로 좁게는 특정 의사나 병원, 넓게는 한 나라의 의료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  다음의 사례는 그런 점에서 우리의 외국환자 유치활동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 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방향 제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특정 병원의 사례를 일반화할 수는 없다. 그러나 꼼꼼히 들여다 보면 그 안에 ‘가야할 길’이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외국인 환자수 연평균 35% 폭발적 증가  보건복지부가 척추 전문병원으로 지정한 서울 우리들병원의 사례이다. 이 병원에는 지난해 1200명이 넘는 외국 환자들이 찾았다. 척추 관련 분야만 놓고 볼 때 엄청나게 많은 규모이다. 물론 이는 최근 국내에서 ‘붐’을 이루고 있는 의료관광 추세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들병원이 그동안 지속적으로 구축한 의료 수준에 대한 평가가 반영되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속을 들여다 보면, 우리들병원이 외국 환자 유치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병원의 외국인 환자는 2006년 이후 지금까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5년까지 이 병원의 누적 외국인 환자는 1만 1862명에 이른다. 중국 미국 일본 영국 카자흐스탄 아랍에미리트 러시아 캐나다 몽골 뉴질랜드 호주 등 전 세계 62개국에서 환자들이 몰려왔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 환자수는 2009년 141개국에서 6만여 명이 들어온 이후 연평균 34.7%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2015년 상반기에는 7년간 누적 외국인 환자수가 100만 명을 돌파했으며, 2015년도에 30만 명에 이르는 외국인 환자가 우리나라를 찾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처럼 짧은 기간에 외국인 환자수가 크게 늘어난 것은 중국과 러시아, 중동과 중앙아시아권 등에서 환자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 2013년 5만 6000명이던 방한 환자가 지난해에는 7만 9000명으로 무려 40% 늘었으며, 같은 기간 러시아 환자도 2만 4000명에서 3만 1000명으로 30% 이상 증가했다. 또, 정부 간 환자 송출협약을 맺은 아랍에미레이트에서는 2013년 1151명이던 환자가 2014년에는 2배가 넘는 2633명으로 늘었으며,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등 중앙아시아에서 들어오는 환자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아직도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환자의 대다수는 의료 수준이 낮고 치료 환경이 열악한 나라들임을 알 수 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현상이어서 특이점이 드러나지 않는다. 단순하게 환자의 수만 다룬 탓이다.  이런 관점에서 주목할 점은 우리들병원을 찾은 환자들 중에 소위 의료선진국 환자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으며, 규모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까운 일본을 포함해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런 추세가 무엇을 의미할까. 일부에서는 “국내 의료기술의 발전과 선진화로 세계적 관심과 신뢰가 높아진 것이 일차적인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보건복지부의 분석이 그렇고, 국내 의료관광 관련 단체들도 같은 시각이다. 틀린 분석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분석은 치료를 위해 한국을 찾기 전에 까다롭게 따지고, 치밀하게 검토하는 중증 환자, 그 중에서도 의료선진국의 저명 인사들이 왜 하필 한국을 찾는 지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사실, 이유는 간단하다. 질환의 상태가 중증이어서 자국에서는 치료할 수 없지만, 한국에 가면 치료가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비싼 치료비와 오랜 시간을 할애해 한국을 찾을 이유가 없다. 우리는 쉽게 ‘의료관광’이라고 말하지만, 그들이 가진 중증 질환은 관광 차원의 가벼운 치료 행보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다음의 사례를 보자.   ●외국 명사·의료진까지 수술 받으러 방한  사라 캠벨(Sarah Campbell·58). 영국 런던의 세인트 토마스병원(St.Thomas’ Hospital London)에서 수석 간호사로 일하는 베테랑 의료인이다.  그녀는 10여 년 전부터 목과 허리에 심각한 통증을 겪어왔다. 통증은 등과 어깨를 거쳐 손까지 방사통으로 이어졌다. 잠시만 서있어도 여지없이 엉덩이에서 다리까지 저림 증상이 나타나 주저앉기 일쑤였고, 최근에는 감각 이상까지 겹쳐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그 동안 많은 의사들로부터 치료를 받았지만, 효과는 커녕 정확하게 병명을 일러주는 의사도 없었다. 고작 물리치료나 통증을 완화하는 주사치료로 버텨왔지만 효과는 그 때 뿐이었다. 캠벨은 뭔가 확실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주변에 조언을 구했고, 인터넷과 연구자료를 뒤진 끝에 우리들병원이 고안한 ‘최소침습적 척추 치료술’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 치료술이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캠벨은 “희망을 가질 수 있어 기뻤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그녀는 우리들병원 이상호 박사가 저술한 영문 지침서 ‘최소침습 척추수술 및 디스크치료’를 찾아 읽은 뒤 치료를 확신하고 한국행을 결심했다. 앞서 우리들병원에서 목디스크 수술을 받고 회복한 영국 의사 로버트 웰스(Robert Wells)의 추천이 결정적이었다.  캠벨은 “나는 의료현장에서 평생을 일해 연구의 가치 판별에 익숙한 편이다. 우리들병원의 연구 결과와 로버트 웰스 박사의 천거에 용기를 내 5000마일을 날아 서울을 찾았다”면서 “이 곳에서 척추 MRI 등을 통해 비로소 정확한 진단을 받을 수 있었다. 의료진으로부터 치료 계획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나의 판단이 옳았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검진 결과, 캠벨은 목디스크 탈출증과 추간공협착증, 전방전위증 및 불안정증을 모두 가져 심각한 상태였다. 의료진은 환자의 연령과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최소침습 방식으로 치료하기로 했다. 먼저, 내시경 레이저를 이용해 허리디스크 성형술을 시행했고, 미세 현미경을 이용해 목디스크 수술 및 융합술을 마쳤다.  이후 캠벨이 스스로 “끔직했다”고 했던 통증이 말끔히 사라졌다. 회복 속도도 빨라 수술 후 일주일만에 영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지난 1월 22일 입국, 검진과 치료계획을 잡은 뒤 1월 27일 수술 후 2월 4일 영국으로 돌아가기까지 한국에 체류한 기간은 단 2주에 불과했다.  그녀는 회복이 잘 돼 지금 영국에서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으며, 운전도 다시 시작했다고 전해왔다. 의료진은 온라인 화상채팅을 통해 정기적으로 캠벨과 경과를 논의하면서 관찰을 계속하고 있다. 그녀와 동행해 치료 과정을 지켜본 남편 나이젤 캠벨(Nigel Campbell)은 “수술 후 아내가 더 이상 통증으로 고통스러워하지 않을 뿐 아니라 목의 불안정증이 해소되어 기쁘다. 우리 부부가 낯선 한국에서 믿음을 갖고 치료할 수 있도록 도와준 의료진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수술을 집도한 이상호 박사는 “캠벨처럼 치료 범위가 넓은 환자들은 기존의 관혈적 수술로는 정상 회복이 어렵다”면서 “결국 최소칩습 치료가 최선인데, 내시경과 레이저, 미세 현미경을 이용한 척추 치료술은 매우 정교해 많은 경험과 숙련도를 갖춘 전문의만이 할 수 있지만, 그만큼 치료 효과가 뛰어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고난도 치료술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이 외국의 저명인사들이 우리 병원을 찾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사라 캠벨에게 우리들병원을 추천한 로버트 웰스의 사례도 재미있다. 영국에서 응급외과와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일하는 웰스는 2004년 우리들병원에서 미세 현미경으로 목디스크 수술을 받은데 이어 2007년에 다시 방한해 흉추 내시경 디스크 성형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했다  그 역시 수많은 의료지침서와 의학저널, 인터넷 자료들을 통해 검증한 끝에 우리들병원에 치료를 의뢰했다. 수술 후 건강하게 진료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캠벨의 고민을 알아차리고는 주저없이 한국행을 권유했다.  또 다른 저명인사 치료 사례도 있다. 몇 해 전 우리들병원에서 척추체간 유합술 치료를 받은 스테파너스 J.스커만(Stefanus J.Schoeman)은 주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였다. 평생 외교관으로 지낸 그는 요추 전방전위증과 협착증, 불안정증으로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제 3국에서 수술을 받았으나 나아지지가 않았다. 그러다가 한국으로 부임한 뒤 우리들병원에서 재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았다. 이후 두바이 대사로 옮긴 그는 지금도 아랍권의 저명인사들에게 우리들병원을 소개하는 홍보대사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고 병원 측은 전했다. ●“이제는 가르칠 때도 됐다” 치료술 해외 전파  우리의 의료 수준 평가가 외국인 환자수나 외국 명사들의 치료 사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의사들이 연구해 개발한 치료술을 외국의 의사들에게가르치고 전파하는 것도 중요한 척도일 수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를 찾아 의술을 익힌 외국의 의사들은 자국에서 환자를 치료하다가 난관에 처하면 우리에게 치료를 의뢰하기 때문에 ‘가르침’이 단순한 교육에 그치지 않고 의료시장 확대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상호 박사는 “우리들병원을 찾는 의료선진국의 저명인사가 늘어나는 것은 꾸준히 척추질환 치료술을 연구하면서 구축한 학문적 성과가 토대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들병원 이상호 박사와 의사들은 개원 후 35년간 해마다 1만여 건의 임상 경험을 쌓은 것은 물론, 학술 및 연구활동에도 주력해 지난해까지 모두 20권 74편의 척추수술 관련 의학교재 및 지침서를 단독 혹은 공동으로 집필했다 또, 지금까지 296편의 SCI급 국제 학술논문을 발표했다. 이는 국내 척추 전문병원으로서는 초유의 기록이다.  이처럼 부단하게 연구하고 개발하는 노력은 우리 의료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다시 우리들병원의 사례를 살펴보자.  이 병원은 지난 2003년 이래로 국내·외 척추 전문의를 대상으로 최소침습적 척추치료술을 교육하는 단기과정의 ‘미스코스 프로그램(MISS Course program)’과 6개월 및 1년동안 장기적으로 외국의 의료진을 교육하는 ‘외국인 전임의 코스(International fellowship Course)’ 등을 개설해 자체 개발한 치료술을 전 세계에 전파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등 28개국 360여 명의 척추 분야 전문의들이 이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자국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고난도 수술이 필요해 현지에서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을 한국으로 보내오기도 한다.  교육이 국내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외국의 병원에서 교육을 겸한 치료 시연을 위해 초청하기도 한다. 중증 환자의 경우 장거리 이동 자체가 어려운 데다 최신 치료술을 좀 더 효율적으로 익히고 싶어서다.  이상호 박사팀은 3월 23일 중국의 대형 종합병원인 청도 하이츠병원(靑島市海慈醫院) 요청으로 현지에서 고령 및 중증 환자에 대한 수술을 진행했다. 올 1월 하이츠병원과 의료기술 협력 및 인적 교류를 위한 MOU를 체결한 후 이뤄진 첫 협력사업으로, 의료기술을 수출하는 새로운 모델을 선보인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들병원에서는 이상호 박사와 백운기 원장, 배준석·이세민 신경외과 전문의와 간호사, 방사선사 등 7명의 의료진과 장비를 현지로 보내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 장면은 청도의 QTV에서 녹화중계했다.  우리들병원 측에 따르면, 이날 수술을 받은 두 명의 환자는 모두 고령과 중증으로 현지에서는 달리 치료할 방법이 없는 상태였다. 리 시우친(Li Xiuqin·여·85)씨는 척추관협착증으로 20여 년간 허리와 다리 통증을 겪어 지금은 거동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였고, 고혈압과 관상동맥 질환으로 수술을 받은 병력도 갖고 있었다. 의료팀은 이 환자에게 내시경을 이용한 신경성형술을 적용해 치료했다. 또다른 환자 자오 웨이(Zhou Wei·남·86)씨는 디스크 탈출증 및 척추관 협착증으로 1년 전부터 허리와 다리 통증이 심해져 보행이 어려운 환자였다. 이 환자는 내시경 디스크 절제술로 치료했다.  한·중 의료진은 이후 모든 치료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보행장애가 있던 리 시우친은 수술 부위도 깨끗하고 통증도 크게 줄어 다시 걷기 시작했으며, 자오 웨이 역시 엉덩이 통증이 최고 강도인 VAS 9∼10에서 통증이 거의 없는 VAS 0~1로 개선돼 정상 보행을 하고 있다고 의료진은 전했다.  하이츠병원 정형외과 진덕희(陳德喜) 교수는 “중국은 고령화 사회여서 척추질환자가 많지만 대부분 방치되고 있는 상태”라면서 “우리들병원 의료진의 실력과 내시경·레이저 등 최신 장비에 놀랐다. 앞으로 보다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최소침습적인 척추 치료술이 중국에서 새로운 치료 대안이 되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상호 박사는 “숙련된 의료진과 우수한 치료장비야말로 최소침습 척추수술의 핵심적인 성공 요인”이라며 “앞으로도 우리가 개발한 치료술을 전 세계에 전파, 공유하는 것은 물론 세계 어디에서든 고통받는 환자들이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연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료 부가가치 확대가 답이다  이제 가만히 앉아서 외국 환자를 기다리는 세상이 아니다. 또 어디서나 가능한 치료를 하면서 ‘싼 맛’으로 환자를 모으던 때도 지났다. 우리 의료도 이제는 부가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증 질환으로 눈길을 돌려야 하고, 필요하면 나가서 가르쳐야 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의료계에는 외국의 저명한 의료인들을 초청해 치료시연을 하는 행사가 많았다. 그들의 의술을 배워야 했기 때문이다. 그 때에 비하면 지금은 많은 것이 바뀌었다. 우리의 의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이제는 거꾸로 외국에서 우리에게 치료시연을 요청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앞서 설명한 우리들병원의 사례가 시사하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외국의 의료와 같아서는 앞서갈 수 없다. 앞서 가려면 더 뛰어나야 한다. 뛰어나다는 것은 단순한 임상 사례만으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다. 연구를 동반하지 않은 단순한 치료사례 축적은 ‘같아지기 위한 노력’은 될 수 있어도 ‘앞서기 위한 노력’은 될 수 없다.  안타까운 것은 국내의 많은 의사들이 진보의 관점에서 별 의미가 없는 ‘치료사례 모으기’에만 집착할 뿐 이런 사례를 발전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돈이 된다’ 싶어 외국 환자를 유치하려고 기를 쓰면서도 의료 발전의 가치는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외국 환자를 불러서 어디에서나, 누구나 할 수 있는 치료만을 반복하고 있는 사실이 입증한다. 이렇게 해서는 이전보다 조금 많은 수입을 얻을 수는 있어도 우리 의료가 가진 잠재적 부가가치를 획기적으로 발굴하고, 확대재생산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부단히 연구해야 하고, 외국의 중증 질환자들이 알아서 찾아올만큼 실력을 배양해 검증받아야 하며, 여기에서 나아가 새로운 술기를 외국의 의료진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그것이 교육이어도 좋고, 산업형 투자나 교육 형태의 투자라도 상관없다. 국내의 유수한 대학병원들이야 벌써 이런 가치에 주목해 투자하고 노력하는 동향이 현저하다. 그러나 대학병원의 범주를 벗어나면 안타깝고, 답답한 풍경 뿐이다.  필자는 우리 의료가 ‘단 맛’에 곶감을 빼먹는 일에만 몰두하지 않기를 바란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지만, 빼먹기만 해서는 금방 바닥이 나고 만다. 그러니 직접 만들든, 아니면 사서 들여놓든 채워가면서 먹어야 하고, 기왕에 먹을 곶감이면 혼자 야금야금 빼먹을 게 아니라 자기 주머니는 물론 나라 곳간까지 채울 수 있도록 크게 먹을 궁리를 해야 한다. 그것이 의료가 가진 선의의 역할을 극대화하는 길이라서 하는 말이다.  jeshim@seoul.co.kr
  • 10남매 중 7명 초등학교도 안 보낸 40대 부부

    9명이 5평서 살며 출생신고도 제때 못해 행정·교육 당국 무관심에 수년간 방치 경찰 등 방문조사… 아동 학대 없었던 듯 10남매를 둔 40대 부부가 경제적인 이유로 자녀 7명을 초등학교조차 보내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1일 광주 경찰과 광주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광주에 사는 조모(43·무직)씨 부부의 자녀 10명 중 7남매가 취학 연령이 지났음에도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 부부는 사업에 거듭 실패하면서 빚을 갚지 못해 도망 다니는 과정에서 애들을 처가에 맡겼는데 주민등록증이 말소되면서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녀는 첫째(26) 등 20대 4명, 다섯째(18) 등 10대 5명,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 막내(7) 등 모두 10명이며 이 중 4명은 출생신고도 뒤늦게 했다. 1998년에 태어난 다섯째부터 2004년생인 여덟째까지 4명의 자녀는 지난해 4월 과태료 5만원씩을 내고 출생신고를 했다. 중학교를 중퇴한 큰딸은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졸업장을 따냈으며, 아홉 번째와 열 번째 자녀 2명은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조씨 가족은 다른 도시로 이주한 3명의 자녀를 제외한 9명이 5평 남짓한 단독주택에서 살고 있다, 조씨 부부의 자녀 교육 방임은 광주시교육청이 지난달 학적부에 올리지 않은 교육급여 지원대상 아이 2명의 소재 확인에 나서면서 밝혀졌다. 담당 구청과 주민센터는 조씨가 다섯째 출생신고를 17년 만에 했지만 사실 확인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 부부는 지난 2월 초 동주민센터에 교육급여지원 신청서류를 내면서 뒤늦게 출생신고한 자녀 가운데 초등학생 연령대인 2명을 기재했고 임의로 모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써냈다. 조씨 가족은 수년 전부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제도권 안에 있었지만 교육·행정당국은 무관심했다.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조씨 가정을 방문 조사했지만, 학대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씨 부부에게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구청과 경찰, 교육청, 지역아동복지센터 등 11개 기관은 이날 회의를 열고 조씨 가족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학교를 못 다닌 7명 가운데 초등학생 연령대 2명은 학교에 입학시키고 중학생 나이 2명은 홈스쿨링이나 대안학교 등을 통해 교육을 받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자녀 10명 중 7명 초등학교 안보내도 교육·행정당국은 ‘깜깜’

    10남매를 둔 40대 부부가 빚에 시달리는 바람에 자녀 7명이 학교 문턱에도 못 간 사실이 드러났다. 1일 광주 경찰과 광주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광주 조모(43·무직)씨 부부의 자녀 10명 중 7남매가 취학 연령이 지났음에도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 부부는 사업에 거듭 실패하면서 빚을 갚지 못해 도망 다니는 과정에서 애들을 처가에 맡기고 주민등록증이 말소되면서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녀는 첫째(26) 등 20대 4명, 다섯째(18) 등 10대 5명,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 막내(7) 등 모두 10명이며 이 중 4명은 출생신고도 뒤늦게 했다. 1998년에 태어난 다섯째부터 2004년생인 여덟째까지 4명의 자녀는 지난해 4월 과태료 5만원씩을 내고 출생신고했다. 중학교를 중퇴한 큰딸은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졸업장을 따냈으며, 나이 어린 순으로 2명의 자녀는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조씨 가족은 다른 도시로 이주한 3명의 자녀를 제외한 9명이 5평 남짓한 단독주택에서 살고 있다, 조씨 부부의 자녀 교육 방임은 광주시교육청이 지난달 학적부에 올리지 않은 교육급여 지원대상 아이 2명의 소재 확인에 나서면서 밝혀졌다. 관할 구청과 주민센터는 조씨가 다섯째 출생신고를 17년 만에 했지만 사실 확인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 부부는 지난 2월 초 동주민센터에 교육급여지원 신청서류를 내면서 뒤늦게 출생신고한 아이 가운데 초등학생 연령대인 2명을 기재했고 임의로 모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써냈다. 조씨 가족은 수년 전부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제도권 안에 있었지만 교육·행정당국은 무관심했다.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조씨 가정을 방문 조사했지만 학대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씨 부부에게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구청과 경찰, 교육청, 지역아동복지센터 등 11개 기관은 이날 회의를 열고 조씨 가족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학교를 못 다닌 7명 가운데 초등학생 연령대 2명은 학교에 입학시키고 중학생 나이 2명은 홈스쿨링이나 대안학교 등을 통해 교육을 받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부부 중 1명만 60세 넘어도 주택연금 가입

    주택금융공사 법정자본금 5조로 주택 소유자가 60세 미만이더라도 부부 가운데 1명만 60세가 넘으면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주택연금 가입조건 완화를 골자로 하는 개정 한국주택금융공사법 공포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22일 밝혔다. 완화된 가입 연령기준은 오는 28일부터 적용된다. 현재 주택연금에 가입하려면 주택 소유자가 60세 이상이어야 한다. 개정법은 부부 중 1명만 60세 이상이면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게 했다. 금융위는 이번 연령기준 개선으로 약 54만명이 주택연금 가입대상에 추가로 포함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개정법에는 주택금융공사의 법정자본금을 2조원에서 5조원으로 상향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법정자본금은 주택금융공사 주주인 정부와 한국은행이 출자할 수 있는 한도로, 실제 증액하려면 국회 예산심의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우리은행의 경영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내용의 공적자금관리특별법 시행령 개정안도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에는 우리은행과 예금보험공사가 맺은 경영 정상화 이행약정(MOU)을 완화할 수 있는 근거가 담겼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단독] 7세 딸 암매장한 엄마는 ‘집주인의 꼭두각시’였다

    [단독] 7세 딸 암매장한 엄마는 ‘집주인의 꼭두각시’였다

    “처음엔 단순히 애 엄마(박모씨·42)가 딸을 때려 살해한 뒤 암매장한 사건이라고 봤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꽤 복잡한 사건이더라고요. 아이 엄마는 집 여주인(이모씨·45)이 그저 시키는 대로 행동하는 꼭두각시에 불과했어요. 딸에 대한 폭행도 집주인의 사주에 따라 이뤄졌어요. 아이 엄마에게 집주인은 일종의 교주였던 셈이죠. 집주인 이씨에게 살인죄를, 엄마 박씨에게 학대치사죄를 적용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수사팀 관계자의 말) 박씨의 딸 A(2011년 10월 사망 당시 7세)양이 숨지기 직전 33개월(2009년 1월~2011년 10월) 동안 어른 6명과 그들의 자녀 5명이 함께 생활했던 경기 용인의 72평 아파트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고성 여아 학대 암매장 사건’의 주범인 이씨와 이씨의 언니(50), 박씨, 박씨의 친구 백모(42)씨, 백씨의 친모 유모(68)씨 등 피의자 5명이 최근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사건의 수사를 담당한 검찰과 의학 전문가 등이 전하는 비극의 실상은 당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충격적이었다. 21일 검찰 등에 따르면 박씨가 A양과 둘째 딸 B양을 데리고 이씨의 아파트로 들어온 건 2009년 1월이었다. 대학(서울의 4년제 대학) 동창인 백씨로부터 “기도만 해 줘도 아픈 게 싹 낫는 영험한 분”이라고 이씨를 소개받고서였다. 이씨는 백씨 아들(11)의 학습지 교사였다. 박씨는 당시 몸도 아프고 의지할 곳도 없는 외로운 상태였다. 친정 식구들은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멀리 있었고, 남편과는 별거 중이었다. 이씨는 박씨를 “나와 함께하면 복을 받는다”는 식으로 꼬드겼다. 박씨는 늘 자신만만하고 믿음직해 보이는 이씨를 친언니 이상으로, 그리고 선생님 이상으로 모셨다. 자신의 친정집을 처분해 마련한 9억여원을 이씨에게 건넸을 정도였다. 백씨가 이씨에게 준 돈도 1억원에 달했다. 이씨를 포함한 이들은 모두 기독교 신자였다. 이들에게 이씨는 용인 아파트라는 ‘성전’을 이끄는 ‘교주’였다. 박씨와 백씨가 3년 가까이 이씨 소유의 휴대전화 매장 등에서 월급도 받지 못하고 ‘노예’처럼 일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박씨와 백씨는 주민등록증까지 뺏겨 외부와의 접촉도 막힌 상태였다. 이씨는 “위(하나님)에서 시킨 일”이라는 논리로 집안의 독재자로 군림하며 박씨의 큰딸인 A양을 학대하기 시작했다. 소파 등 가구에 흠집이라도 생기면 “기도해 보니 A가 한 짓이라는 계시를 받았다”며 박씨에게 딸을 때리도록 했다. 그전까지와 달리 박씨가 A양을 폭행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이씨의 사주로 자기 딸을 “희대의 악녀”라고 부르며 베란다에 감금하고, 보름간 하루 한 끼만 주는 등 학대 행위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A양이 숨지던 날에도 이씨는 박씨에게 “A가 여기 사람들을 다 죽여 버려야겠다고 생각하니 교육 좀 시키라”고 지시했고, 박씨는 딸을 의자에 묶은 뒤 30여분 동안 수십 차례 허벅지 등을 때렸다. 이씨는 박씨가 휴대전화 매장으로 출근한 뒤엔 A양을 직접 때리고 4시간 동안 방치했다. 그 결과 A양은 쇼크 등으로 사망했다. 암매장을 지시한 것도 이씨였다. 박씨의 무한 충성에도 불구하고 이씨는 지난해 10월 사소한 일을 트집 잡아 박씨와 일곱 살이던 B양을 매정하게 쫓아냈다. 올 1월 박씨는 충남 천안의 한 막걸리 공장 숙직실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이때의 혐의는 취학연령인 B양을 학교에 보내지 않은 죄(교육적 방임)였다. 그럼에도 A양 피살사건 수사 초기 박씨는 이씨의 존재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검찰 관계자는 “박씨는 ‘선생님(이씨)을 저주하면 천벌받아 죽는다’며 끝까지 이씨를 보호하려 했다”고 전했다. 이씨와 박씨의 지배·종속 관계에 대해 이들을 상담했던 김경우 통영정신병원장은 “박씨에게선 의존성 인격장애 성향이, 이씨에게선 자기애성 인격장애 성향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의존성 인격장애 환자는 보살핌을 받으려는 과도한 욕구 탓에 타인에게 순종적이고 매달리려는 성향을 보인다. 자기애성 인격장애의 경우 타인에게 자신에 대한 복종을 요구하는 게 특징이다. 전체 인구의 각각 1% 정도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한다. 김 원장은 “양극단에 위치해 있는 인격장애 환자들이 만나 최악의 결과로 이어진 매우 드문 사례”라며 “박씨의 경우 가족 등 주위 사람들로부터의 고립이 심해지면서 의존성 인격장애가 악화된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사건의 자문을 맡은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박씨는 재산까지 모두 이씨에게 건넨 뒤 경제적 독립도 불가능해졌다”며 “박씨는 이씨의 끊임없는 이간질로 같은 집에 살던 사람들로부터도 고립되면서 이씨에 대한 심리적인 종속이 강화됐고, 그 결과 자신의 딸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다”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단독] 7세 딸 암매장한 엄마는 ‘집주인의 꼭두각시’였다

    [단독] 7세 딸 암매장한 엄마는 ‘집주인의 꼭두각시’였다

    “처음엔 단순히 애 엄마(박모씨·42)가 딸을 때려 살해한 뒤 암매장한 사건이라고 봤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꽤 복잡한 사건이더라고요. 아이 엄마는 집 여주인(이모씨·45)이 그저 시키는 대로 행동하는 꼭두각시에 불과했어요. 딸에 대한 폭행도 집주인의 사주에 따라 이뤄졌어요. 아이 엄마에게 집주인은 일종의 교주였던 셈이죠. 집주인 이씨에게 살인죄를, 엄마 박씨에게 학대치사죄를 적용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수사팀 관계자의 말) 박씨의 딸 A(2011년 10월 사망 당시 7세)양이 숨지기 직전 33개월(2009년 1월~2011년 10월) 동안 어른 6명과 그들의 자녀 5명이 함께 생활했던 경기 용인의 72평 아파트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고성 여아 학대 암매장 사건’의 주범인 이씨와 이씨의 언니(50), 박씨, 박씨의 친구 백모(42)씨, 백씨의 친모 유모(68)씨 등 피의자 5명이 최근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사건의 수사를 담당한 검찰과 의학 전문가 등이 전하는 비극의 실상은 당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충격적이었다. 21일 검찰 등에 따르면 박씨가 A양과 둘째 딸 B양을 데리고 이씨의 아파트로 들어온 건 2009년 1월이었다. 대학(서울의 4년제 대학) 동창인 백씨로부터 “기도만 해 줘도 아픈 게 싹 낫는 영험한 분”이라고 이씨를 소개받고서였다. 이씨는 백씨 아들(11)의 학습지 교사였다. 박씨는 당시 몸도 아프고 의지할 곳도 없는 외로운 상태였다. 친정 식구들은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멀리 있었고, 남편과는 별거 중이었다. 이씨는 박씨를 “나와 함께하면 복을 받는다”는 식으로 꼬드겼다. 박씨는 늘 자신만만하고 믿음직해 보이는 이씨를 친언니 이상으로, 그리고 선생님 이상으로 모셨다. 자신의 친정집을 처분해 마련한 9억여원을 이씨에게 건넸을 정도였다. 백씨가 이씨에게 준 돈도 1억원에 달했다. 이씨를 포함한 이들은 모두 기독교 신자였다. 이들에게 이씨는 용인 아파트라는 ‘성전’을 이끄는 ‘교주’였다. 박씨와 백씨가 3년 가까이 이씨 소유의 휴대전화 매장 등에서 월급도 받지 못하고 ‘노예’처럼 일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박씨와 백씨는 주민등록증까지 뺏겨 외부와의 접촉도 막힌 상태였다. 이씨는 “위(하나님)에서 시킨 일”이라는 논리로 집안의 독재자로 군림하며 박씨의 큰딸인 A양을 학대하기 시작했다. 소파 등 가구에 흠집이라도 생기면 “기도해 보니 A가 한 짓이라는 계시를 받았다”며 박씨에게 딸을 때리도록 했다. 그전까지와 달리 박씨가 A양을 폭행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이씨의 사주로 자기 딸을 “희대의 악녀”라고 부르며 베란다에 감금하고, 보름간 하루 한 끼만 주는 등 학대 행위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A양이 숨지던 날에도 이씨는 박씨에게 “A가 여기 사람들을 다 죽여 버려야겠다고 생각하니 교육 좀 시키라”고 지시했고, 박씨는 딸을 의자에 묶은 뒤 30여분 동안 수십 차례 허벅지 등을 때렸다. 이씨는 박씨가 휴대전화 매장으로 출근한 뒤엔 A양을 직접 때리고 4시간 동안 방치했다. 그 결과 A양은 쇼크 등으로 사망했다. 암매장을 지시한 것도 이씨였다. 박씨의 무한 충성에도 불구하고 이씨는 지난해 10월 사소한 일을 트집 잡아 박씨와 일곱 살이던 B양을 매정하게 쫓아냈다. 올 1월 박씨는 충남 천안의 한 막걸리 공장 숙직실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이때의 혐의는 취학연령인 B양을 학교에 보내지 않은 죄(교육적 방임)였다. 그럼에도 A양 피살사건 수사 초기 박씨는 이씨의 존재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검찰 관계자는 “박씨는 ‘선생님(이씨)을 저주하면 천벌받아 죽는다’며 끝까지 이씨를 보호하려 했다”고 전했다. 이씨와 박씨의 지배·종속 관계에 대해 이들을 상담했던 김경우 통영정신병원장은 “박씨에게선 의존성 인격장애 성향이, 이씨에게선 자기애성 인격장애 성향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의존성 인격장애 환자는 보살핌을 받으려는 과도한 욕구 탓에 타인에게 순종적이고 매달리려는 성향을 보인다. 자기애성 인격장애의 경우 타인에게 자신에 대한 복종을 요구하는 게 특징이다. 전체 인구의 각각 1% 정도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한다. 김 원장은 “양극단에 위치해 있는 인격장애 환자들이 만나 최악의 결과로 이어진 매우 드문 사례”라며 “박씨의 경우 가족 등 주위 사람들로부터의 고립이 심해지면서 의존성 인격장애가 악화된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사건의 자문을 맡은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박씨는 재산까지 모두 이씨에게 건넨 뒤 경제적 독립도 불가능해졌다”며 “박씨는 이씨의 끊임없는 이간질로 같은 집에 살던 사람들로부터도 고립되면서 이씨에 대한 심리적인 종속이 강화됐고, 그 결과 자신의 딸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다”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전통시장에 외국 관광객 사후면세점 뜬다

    전통시장에 외국 관광객 사후면세점 뜬다

    전주에 내년 선호상품 판매 매장 100만원 한도 20만원 미만 면세 우수시장 10곳엔 연계 투어상품… 40곳 내년까지 글로벌 야시장 투어상품과 사후면세점, 게스트하우스 설치 등 중국인 관광객(유커)을 비롯한 외국 관광객을 전통시장으로 유인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이 추진된다. 상인 고령화를 감안해 청년 상인 육성책도 마련됐다. 중소기업청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4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전통시장 활성화 보완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외국 관광객의 발길을 전통시장으로 이끌기 위해 관광객 특화형 볼거리·살거리·먹을거리를 확충한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유커가 598만명을 넘어섰지만 대부분 쇼핑이 면세점과 백화점에서 이뤄진 데 따른 것이다. 외국 관광객을 겨냥한 전통시장의 타깃 전략인 셈이다. 중기청은 특히 ‘인사동-명동-남대문’ 등 관광 콘텐츠가 우수한 전통시장 10곳 정도를 선별해 주변 관광지와 연계한 투어상품을 운영할 계획이다. 외국인 선호상품을 판매하는 정책매장을 내년 상반기 전주 남부시장에 시범 설치한다. 정책매장을 즉시 환급 가능한 사후면세점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관세청과 협의, 추진하기로 했다. 사후면세점에서는 100만원 한도 내에서 구매 건별 20만원 미만은 세금을 제외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된다. 면세 범위는 부가가치세 10%, 개별소비세 5~20%가 적용된다. 관광객이 선호하는 한국의 밤문화와 먹을거리를 즐길 수 있는 글로벌 야시장을 2017년까지 40곳 개설한다. 외국인의 쇼핑 편의를 위해 시장 주변에 게스트하우스를 설치, 시장에 머물며 문화 체험과 쇼핑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로 했다. 올해 시범 운영 후 2020년까지 3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해외 현지 매체와 한국 관광 홍보 채널을 활용한 전통시장 알리기에도 나선다. 중국 등에서는 포털 검색엔진 및 여행·음식 분야 파워블로거 등을 통한 온라인 홍보를 추진하기로 했다. 하반기에는 전통시장 핵심 점포와 교통, 주변 관광지 등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꾸며 중국어 등 외국어 웹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2014년 기준으로 전통시장의 상인 평균연령이 56세인 점을 감안해 젊은 상인을 대거 육성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20개 이상 점포를 묶어 청년몰을 설치하고, 콘테스트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갖춘 청년 상인을 선발해 전국적으로 1만 8000개가 넘는 빈 점포를 창업 공간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공연·벽화 그리기 등 재능기부와 방송 프로그램을 활용해 낡은 시장의 이미지 개선도 추진한다. 시장 매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온누리상품권 판매와 온라인 유통 체계 구축도 확대한다. 주영섭 중기청장은 “유커 등 외국 관광객 유치와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조재영PB의 생활 속 재테크] 확정형 주택연금, 목돈·연금 동시에 챙겨요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3층 보장’에 의한 노후연금이 완벽하지 못한 현실에서 네 번째 연금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주택연금’ 제도다. 자녀들을 결혼시키고 난 후 대부분의 노후가계에는 거주주택 한 채만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소득은 급격히 줄었지만 그렇다고 주택을 매각하기는 불안한 상황에 딱 어울리는 제도가 역모기지제도인 주택연금이다. 주택연금은 소유 주택을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담보로 맡기고 매달 일정 금액의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2010년 말 4350명이던 가입자 수가 지난달 말 기준 3만 533명에 이를 만큼 인기가 급증하고 있다. 그 대상은 만 60세 이상의 고령자가 9억원 이하의 주택을 맡기는 경우로 부부가 모두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예를 들어 8억원의 주택을 65세(부부 중 연소자) 부부가 담보로 제공하면 매월 216만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주택이 비쌀수록, 연령이 높을수록 연금액은 많아진다. 동일한 8억원의 주택이라도 60세 기준 월 182만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80세 기준인 경우는 340만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담보로 제공하는 주택의 가액은 한국감정원 인터넷 시세, KB국민은행 인터넷 시세, 국토교통부 제공 주택공시가격, 한국감정원 감정평가가격이 순차 적용된다. 부부 중 한 명이라도 장수하면 연금을 오랫동안 받을 수 있지만 부부 모두 일찍 사망하면 오히려 손해를 본다고 걱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상속 시점의 주택 가액에서 기수령한 연금액을 차감해 남은 금액은 상속인들이 받을 수 있다. 또 금리가 상승해도 받던 연금액은 줄어들지 않는다. 가입자의 70% 이상은 종신지급방식을 선택하고 있지만 확정된 기간에만 받을 수도 있으며 목돈과 함께 혼합방식으로 받을 수도 있다. 또 정액형 연금 외에도 증가형, 감소형, 전후후박형 등 선택권이 다양하다. 시행 초기만 해도 가입을 꺼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집값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주택연금 가입이 늘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2016년 1월 말 기준 가입자의 평균연령(부부 중 연소자 기준)은 72세다. 담보로 맡긴 주택가격은 평균 2억 8000만원, 평균 월 지급 연금액은 99만원이라고 한다. 주택연금의 연금 금액은 주택가격 상승률, 장기 기대금리, 기대여명 등에 영향을 받는데 향후 집값 상승률이 둔화되고 장기 기대금리가 하락하면 동일한 조건 아래서 연금 금액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평생 지급받을 연금액을 고정시키려는 가입자가 늘고 있다. NH투자증권 강남센터 PB부장
  • 임신 중 흡연, ‘태아의 노화’ 촉진한다 (연구)

    임신 중 흡연, ‘태아의 노화’ 촉진한다 (연구)

    모든 인간은 언젠가 죽음을 맞이한다는 측면에서, 태어나면서부터 노화가 시작된다는 말은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특정한 상황에서는 태어나기 이전부터 노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영국 캠브리지대학 연구진은 임신한 여성의 습관에 따라 일부 태아는 태어나기 이전부터 DNA 세포가 파괴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임신한 쥐를 세 그룹으로 나누고, A그룹은 일반적인 공간에, B그룹은 일반적인 공간에서 산화방지제를 섭취하게 한 뒤, C그룹은 평균보다 산소수치가 7% 더 부족한 공간에서 임신기간을 보내게 했다. 이후 이 어미쥐들이 낳은 새끼가 성체가 될 때까지 기다려 이들의 유전자를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산소가 부족한 공간에서 태어난 C그룹의 쥐는 A, B그룹에게서 태어난 쥐에 비해 텔로미어의 길이가 더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텔로미어는 유전자 끝을 감싸 세포를 보호하는 부위로, 노화와 수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다면 동일한 연령대보다 노화가 빠르고 수명이 짧으며 질병을 앓을 가능성을 내포한다. 나이가 들수록 텔로미어의 길이는 점점 더 짧아져 노화 역시 점차 빨라진다. 또 일반적인 공간에서 산화방지제를 섭취하며 임신기간을 보낸 B그룹에게서 태어난 쥐는 산화방지제를 섭취하지 않은 A그룹에게서 태어난 쥐에 비해 텔로미어 길이가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텔로미어의 길이는 어미가 산화방지제를 섭취한 그룹 > 어미가 산화방지제를 섭취하지는 않았으나 일반적인 공간에 있었던 그룹 > 산소가 부족한 그룹에서 태어난 새끼의 순이었으며, 심장질환에 노출될 위험은 산소가 부족한 그룹에서 태어난 쥐가 가장 높았다. 연구진이 만든 산소가 부족한 환경은 임신부가 흡연했을 때 혹은 임신부가 비만일 때 체내에 나타나는 증상과 같다. 임신중 흡연하거나 비만이어서 체내 산소수치가 낮은 경우 태아의 텔로미어 길이에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우리는 이미 흡연이나 비만, 운동 부족 등의 습관이 개인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지만, 이러한 습관이 태아의 수명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텔로미어의 길이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산화방지제는 노화를 늦춘다고 알려져 있는데, 임신부가 일부 비타민 등 산화방지제를 섭취할 경우 태아의 노화 속도까지 늦출 수 있다”면서 “이번 연구는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지만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실험생물학 연구 분야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미국 실험생물학 연맹지‘ (FASEB Journal)에 실렸다. 사진=포토리아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태어나기 전부터 노화 시작? 임신중 흡연의 영향 (연구)

    태어나기 전부터 노화 시작? 임신중 흡연의 영향 (연구)

    모든 인간은 언젠가 죽음을 맞이한다는 측면에서, 태어나면서부터 노화가 시작된다는 말은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특정한 상황에서는 태어나기 이전부터 노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영국 캠브리지대학 연구진은 임신한 여성의 습관에 따라 일부 태아는 태어나기 이전부터 DNA 세포가 파괴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임신한 쥐를 세 그룹으로 나누고, A그룹은 일반적인 공간에, B그룹은 일반적인 공간에서 산화방지제를 섭취하게 한 뒤, C그룹은 평균보다 산소수치가 7% 더 부족한 공간에서 임신기간을 보내게 했다. 이후 이 어미쥐들이 낳은 새끼가 성체가 될 때까지 기다려 이들의 유전자를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산소가 부족한 공간에서 태어난 C그룹의 쥐는 A, B그룹에게서 태어난 쥐에 비해 텔로미어의 길이가 더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텔로미어는 유전자 끝을 감싸 세포를 보호하는 부위로, 노화와 수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다면 동일한 연령대보다 노화가 빠르고 수명이 짧으며 질병을 앓을 가능성을 내포한다. 나이가 들수록 텔로미어의 길이는 점점 더 짧아져 노화 역시 점차 빨라진다. 또 일반적인 공간에서 산화방지제를 섭취하며 임신기간을 보낸 B그룹에게서 태어난 쥐는 산화방지제를 섭취하지 않은 A그룹에게서 태어난 쥐에 비해 텔로미어 길이가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텔로미어의 길이는 어미가 산화방지제를 섭취한 그룹 > 어미가 산화방지제를 섭취하지는 않았으나 일반적인 공간에 있었던 그룹 > 산소가 부족한 그룹에서 태어난 새끼의 순이었으며, 심장질환에 노출될 위험은 산소가 부족한 그룹에서 태어난 쥐가 가장 높았다. 연구진이 만든 산소가 부족한 환경은 임신부가 흡연했을 때 혹은 임신부가 비만일 때 체내에 나타나는 증상과 같다. 임신중 흡연하거나 비만이어서 체내 산소수치가 낮은 경우 태아의 텔로미어 길이에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우리는 이미 흡연이나 비만, 운동 부족 등의 습관이 개인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지만, 이러한 습관이 태아의 수명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텔로미어의 길이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산화방지제는 노화를 늦춘다고 알려져 있는데, 임신부가 일부 비타민 등 산화방지제를 섭취할 경우 태아의 노화 속도까지 늦출 수 있다”면서 “이번 연구는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지만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실험생물학 연구 분야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미국 실험생물학 연맹지‘ (FASEB Journal)에 실렸다. 사진=포토리아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뉴스 분석] 규제 확 푼 ‘심야 콜버스’… “요금 5000원” vs “거리 비례로”

    [뉴스 분석] 규제 확 푼 ‘심야 콜버스’… “요금 5000원” vs “거리 비례로”

    자정~새벽4시, 밤10시~4시 중 결정… “요금 규제 풀고 사고 보험 확실히 해야” 정부는 늦은 밤과 새벽 귀갓길 소비자들의 교통 불편을 줄여주기 위해 ‘심야 콜버스’ 규제를 대폭 풀기로 했다. 대형승합택시사업자와 버스사업자에게 모두 ‘심야 콜버스(가칭)’란 이름으로 콜버스 운행을 허용할 방침이다. 다만 당초 콜버스로 시범 운영되고 있는 전세버스는 불법이라고 보고 제외하기로 했다. 22일 국토교통부는 법 개정을 통해 13인승 대형 승합택시를 심야 콜버스로 투입하는 것 외에 11인승 이상 기존 대형 승합택시도 추가하기로 했다. 버스 면허업자들의 심야 콜버스 운행도 허용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이날 서울에서 버스사업자들을 만나 콜버스 운행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정부가 택시업계와 버스업계 모두에 심야 콜버스 운행을 허용하기로 한 것은 대중교통이 끊긴 뒤 심야시간대 택시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을 감안한 조치다. 심야 시간대는 평균 연령 60대 이상인 개인택시(서울시 전체 7만대 중 5만대) 기사들이 운행을 꺼려 운행률이 크게 낮다 국토부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누가 콜버스를 운영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닌 만큼 심야시간대 대중교통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큰 틀에서 제도개선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운행시간대와 요금은 쟁점으로 남아 있다. 운행을 자정~다음날 새벽 4시로 할지 아니면 밤 10시~다음날 새벽 4시로 하는 방안 중에 결정할 방침이다. 요금은 이용객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1인 5000원 정도의 정액제로 운행하는 방안을 정부가 고려하고 있는 반면 버스·택시업계는 거리에 비례해 요금을 더 받는 차등요금제로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용객이 어느 정도가 되느냐에 달렸지만, 정액제를 적용하게 되면 적자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핵심은 공급 문제로 시범 운영 중인 콜버스 4대 정도로는 안 된다”면서 “지속가능성과 과잉 공급 우려까지 같이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전세버스와 관련해서는 법상 다중계약으로 판단되는 만큼 도입하기 어렵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심야 콜버스가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보면서도 요금 규제 등에서 더욱 자율성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기연 홍익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시민 입장에서는 심야시간 운송수단 선택의 여지가 생기는 것이고 업계에서도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는 것이기 때문에 긍정적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다만 전세버스나 대수, 요금 등은 수요가 형성되지 않은 시장에서는 업체가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기정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 연구위원은 “비슷한 목적지로 함께 간다는 점에서 정액제가 일리 있지만 택시와 버스 등이 콜버스로 경쟁하면서 요금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에 요금 규제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안 연구위원은 “사고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우버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콜버스 운행에도 사고 시 소비자 이익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책임 보험 문제를 확실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당신이 오카야마에 간다면

    당신이 오카야마에 간다면

    그러니까 이 모든 건 다 기차 때문이다. 일본 기차 여행이 편리한 건 여행 좀 해본 사람이면 다 아는 사실이라지만, 오사카 간사이공항에서 200km 넘게 떨어진 오카야마가 이렇게 쉽게 연결될 줄은 몰랐다. 꼭 가야 할 곳이라며 기나긴 리스트를 작성하지 않아도 좋은 동네. 느긋한 오카야마로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This stop is Okayama첫 번째 역오카야마岡山 청명함, 단출함 그리고 느긋함 오카야마는 오사카와 히로시마 사이 세토내해와 접해 위치하고 있다. 동쪽으로 간사이 지방, 서쪽으로 히로시마와 규슈, 남쪽으로 시코쿠를 연결하는 지리적 이점으로 인해 이곳은 예로부터 교통과 물류의 요지였다. 게다가 일조량이 풍부하고 기후가 온난해 땅과 바다에서 거둬들인 수확도 풍부했다. 스스로를 청명한 고장이라 칭하는 이곳은 이름처럼 자연과 더불어 느리고 풍요롭게 발전해 온 지방이다. 그러한 오카야마로 최근 외국 여행자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어디로 발길을 돌려도 좋은 그 느긋함을 찾아서다. 오카야마시는 오카야마현의 최대 도시지만 도심 풍경은 단출하다. 서쪽 오카야마 기차역에서 동쪽으로 30여분 거리 안에 오카야마의 자부심인 오카야마성과 일본 3대 정원으로 꼽히는 고라쿠엔을 비롯해 다수의 미술관과 심포니홀 등 문화 공간이 흩어져 있다. 먼저 도착한 곳은 오카야마성. 영주 우키타 히데이에에 의해 1597년에 완성된 오카야마성은 아사히강을 해자처럼 두르고 솟아 있다. 본래 흐르던 강의 줄기를 바꿔 지금처럼 성을 휘돌아 나가게 했다고 전해진다. 당시 영주의 권위와 힘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키다 나오이에부터 이케다 아키마사까지 총 14명의 영주가 280년에 걸쳐 성의 주인으로서 이 지역을 관할했다. 성에서 가장 높은 6층 천수각에 올라 보면 그들이 조망하려 했던 풍광이 어떤 것이었는지 짐작 가능하다. 내부에는 이케다 가문의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일본의 성 중 드물게 검은색을 띄고 있어 우조, 까마귀 성이라는 별명도 얻은 이곳은 1945년 세계대전 중 소실되었고, 1966년 복원해 현재 오카야마시가 관할하고 있다. 오카야마성에서 쯔루미 다리를 건너면 고라쿠엔으로 이어진다. 이바라키현의 가이라쿠엔, 이시카와현의 겐로쿠엔과 더불어 일본의 3대 정원으로 꼽히는 곳이다. 미슐랭 가이드는 음식과 관련한 레드 가이드 외에 여행 정보를 평가하는 그린 가이드도 펴내는데, 레드와 동일하게 그린 역시 별 3개를 최고점으로 친다. 고라쿠엔은 이 그린 가이드에서 당당하게 별 3개를 받은 곳이다. 과거 영주가 찾으면 기거하는 곳이었다던 엔요테이 안쪽의 가쿠메이칸. 다다미로 칸칸이 이어진 내부의 나무문을 열어젖히니 고라쿠엔의 풍광이 바람처럼 왈칵 밀려들어온다. 나무와 물과 바람과 하늘, 자연의 조화가 말 그대로 한 폭의 그림 같다. 감탄하고 있는데 거짓말처럼 두루미 한 마리가 우아하게 날아간다. 고라쿠엔의 홍보담당자 미카 사카모토씨에 의하면 고라쿠엔에는 현재 8마리의 두루미가 있는데, 이들은 매일 산책길을 걷는 등 일정한 훈련을 받고 있단다. 4마리는 아직 초보이고 훈련이 잘 된 4마리가 시간에 맞춰 공원을 우아한 몸짓으로 날아다닌다는 것. 3대 정원의 명성은 거저 얻은 게 아니었다. 약 14만2,000m2의 이 드넓은 정원은 봄의 벚꽃과 매화부터 여름의 꽃창포와 차나무, 가을의 단풍과 겨울의 설경까지 계절을 눈으로 맛볼 수 있다. 어디를 걸어도 절로 건강해지는 기분이 드는 고라쿠엔에서 가장 좋은 뷰포인트를 꼽자면 단연 니시키가오카 언덕이다. 6m 가량 올라온 인공 언덕인데 시선을 가리는 건물이 하나도 없으니 내려다보는 전망이 고층 전망대 못지않다. ▶inside Okayama 모모타로의 전설일본 전역에서 통용되는 동화 같은 설화 모모타로 이야기가 이곳 오카야마에선 특히 자주 등장한다. 모모타로가 구술 전술된 이야기기에 이곳과 관련 있다는 역사적 증거는 없으나 오카야마가 복숭아의 고장이란 점, 유난히 물이 맑고 청명한 지역이라는 것 때문에 자연스럽게 오카야마의 상징이 되었다. 오카야마 서쪽 외곽에는 모모타로 전설의 근원으로 여겨지는 일본의 고대 왕족을 모신다는 기비츠신사도 있다. 도시 곳곳에서 모모타로의 동상과 그림을 볼 수 있으며, 특히 시내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맨홀 위의 모모타로가 앙증맞다. 명물 전차 오카덴 오카야마시에선 이곳의 명물 노면전차 오카덴을 타 보자. 오카야마성과 고라쿠엔에 가려면 오카야마 기차역에서 출발해 시로시타 정거장에서 내리면 된다. 약 5분 남짓 소요된다. 요즘 일본에서 전차의 부활이 유행인데, 오카야마는 비록 운행 구간이 축소되긴 했지만 한 번도 명맥이 끊어지지 않고 100년을 이어 왔다. 전차의 부활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사회학자들은 주민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는 것에서 찾는다. 장년층이 속도 위주의 지하철보다 전차를 훨씬 편안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쇼핑은 이온몰 일본 전역에서 만날 수 있는 대형 쇼핑몰 이온몰. 2014년 오카야마시에 개관했는데 기차역에서 도보 3분이라는 초중심지에 들어선 것이 특징이다. 지하 2층에서 7층까지 도심 속 쇼핑몰로는 꽤 큰 규모인데 패션부터 리빙, 갤러리, 다이닝까지 입점 점포도 훌륭하다. 특히 1층에 질 좋은 슈퍼마켓을 전면 배치했는데 시민은 물론이고 여행자가 이용하기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하다. ●This stop is Kurashiki두 번째 역 구라시키倉敷 곳간에서 꺼낸 우아한 미관지구 오카야마시를 벗어나 오카야마현으로 여행 구간을 넓히면 입소문 1순위는 단연 구라시키다. 오카야마에서 기차로 20분이면 닿는 이곳 구라시키에는 에도시대의 건축물이 그대로 보존된 전통마을이 있다. 구라시키는 에도시대 초반부터 물류의 중심지로 번성했다. 구라시키강을 따라 쌀과 면화를 보관하기 위한 창고가 들어섰고, 물길을 따라 배들이 물건을 실어 날랐다. 구라시키라는 도시의 이름 자체가 광, 곳간을 뜻하는 ‘구라’에서 왔을 정도. 이런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 바로 구라시키 미관지구美觀地區다. 역사보존지구이자 관광지인 셈인데 다른 지역과 달리 상점가 이층에 일반 시민들이 살아간다. 과거와 현재, 관광과 일상이 그윽하게 맞물려 있는 모범적인 예라 하겠다. 구라시키 기차역에서 걸어서 10분여, 미관지구에 들어서면 마치 시간을 건너 뛴 듯 에도시대의 전통가옥과 거리풍경이 펼쳐진다. 오래된 쌀 창고를 개조한 공간에 아름다운 일상용품을 전시한 구라시키 민예관, 수백년이 넘은 상인의 집을 개조한 료칸, 옛 방적공장을 개보수한 아이비스퀘어 등은 이 미관지구를 떠받치는 장소들이다. 미관지구를 풍요롭게 하는 상징적인 장소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오하라 미술관이다. 1930년 일본 최초의 사립미술관으로 설립된 오하라 미술관은 무려 3,500여 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데, 그 작가 목록이 모네, 로댕, 엘 그레코, 샤갈, 고갱, 모딜리아니, 르누아르, 세간티니, 피카소 등 놀랍도록 화려하다. 오하라 미술관은 구라시키에서 방적공장을 일군 오하라 마구사부로와 그가 후원했던 화가 고지마 도라지로의 합작품이다. 성공한 사업가이자 문화 후원에 관심이 높았던 오하라 마구사부로에게 화가 고지마 도라지로는 서양의 대작을 소장할 것을 권유한다. 1920년대 고지마 도라지로는 직접 유럽으로 출장을 떠나 세심하게 작품을 선별했다. 이 과정에서 모네와 마티스에게서 직접 작품을 구입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구라시키의 자랑이 된 오하라 미술관은 그렇게 태어났다. 안타깝게도 고지마는 미술관의 완성을 보지 못하고 사망했지만 그의 뛰어난 감식안과 선견지명은 지금껏 수많은 주민과 여행자들의 예술적 허기를 채워 주고 있다. 오하라 미술관에서 대각선으로 강을 건너 내려가면 아이비스퀘어에 닿는다. 붉은 벽돌로 쌓은 외벽을 담쟁이덩굴이 싸고도는 모양이 이름 그대로다. 이곳은 옛날 방직공장을 리모델링하여 호텔과 레스토랑, 박물관으로 탈바꿈시켰다. 1974년 완성되었는데 건물의 기본 형태는 그대로 유지한 채 내부시설을 바꾸고, 감각적인 인테리어를 가미해 현대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실제로 현지 주민들의 결혼식 야외 촬영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161개의 객실을 보유한 아이비스퀘어호텔 역시 과거의 기억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다. 당시 골조를 살리며 공사하느라 몹시 애를 먹었지만 그 덕분에 특유의 분위기를 이어 올 수 있었다는 평가다. 그러니까 이곳 구라시키는 과거 곳간 창고가 넘쳐나는 물류지대에서 한동안 방직공장이 즐비한 도시였다가 그 역사를 잘 보존해 오늘날 여행자를 품는 곳으로 변모된 셈이다. ▶inside Kurashiki 아기자기한 미관지구 구라시키 미관지구를 생동감 있게 하는 것은 단연 아기자기한 가게들이다. 천편일률적인 토산품 가게가 아니라 제 개성을 뽐내는 곳들이 많다. 공업용 테이프를 생산하던 회사가 이제는 디자인 중심의 마스킹 테이프를 생산하는데 이를 활용한 체험도 가능하다. 이 밖에 과거 구라시키의 직물 생산의 전통을 재현한 가게, 다양한 디자인의 향초 공방 등이 오밀조밀 이어진다. 구라시키강의 유람선3월부터 11월까지는 구라시키강을 오가는 유람을 즐길 수도 있다. 작은 배에 몸을 싣고 버드나무 아래서 올려다보는 미관지구의 풍광은 또 다른 맛이다. 풍요로운 반달, 무라스즈메 구라시키 미관지구에서 자주 눈에 띄는 간식은 반달 모양의 ‘무라스즈메’다. 과거 풍요로운 곳간을 상징하듯 곡물을 활용한 전통 간식이다. 구수하면서도 달콤해 자꾸 집어 먹게 된다. 반죽을 달궈진 팬 위에 얇게 펴 부치고 그 위에 팥소를 넣어 만두처럼 덮어 내는데 만들기 체험도 가능하다. 3개 만들기 체험 500엔. 오카야마 대표 음식들 오카야마현의 대표 음식을 나열하자면 마마카리, 문어, 기비 당고(수수경단) 등이다. 물론 대표 과일인 하얀 복숭아와 피오네 포도도 빼놓을 수 없다. 이중 청어과 생선 밴댕이에 해당하는 마마카리는 다양하게 조리해 먹는데, 초밥으로도 전채로도 인기다. 또 가쓰오부시 육수에 살짝 데쳐 먹는 타코 샤브샤브, 문어밥으로 먹는 타코메시도 대표 메뉴다. ●This stop is Kojima세 번째 역 고지마幸島 청바지를 입은 도시 인구 7만2,000여 명의 작은 도시가 청바지로 인해 세계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다. 계단부터 개찰구까지 청바지가 수놓아져 있고, 기차 역사 밖으로 청바지가 나부끼며, 청바지 래핑을 두른 버스와 택시가 거리를 누비는 이곳은 오카야마현 구라시키시에 있는 작은 마을 고지마다. 고지마는 일찍부터 방직·섬유산업이 발달해 한때 일본 학생복의 90% 이상을 생산했던 곳이다. 이곳에 청바지가 보편화된 건 1964년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일본 전역에 전파된 서양 문화와 맥을 함께한다. 그러나 고지마 관계자는 이미 그 이전 군정 시기에 미군부대를 통해 흘러들어온 청바지를 고지마의 다수가 공유하고 있었다고 회상한다.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1965년 고지마의 ‘빅존’이라는 회사가 처음으로 일본산 청바지를 생산했다. 이때만 해도 미국에서 수입한 청바지 원단을 사용했는데 이것이 몹시 딱딱하고 두꺼워 고지마의 발달된 봉제기술로만 제조할 수 있었다고 한다. 1973년부터 일본산 원단을 직접 생산하면서 뻣뻣한 청바지 원단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고지마의 장인들은 각종 아이디어를 냈다. 기계에 청바지와 돌을 같이 넣고 돌리는 ‘스톤 워싱’도 이곳에서 개발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사쿠라지마의 가벼운 화산석이 그들이 원하는 워싱을 만드는 데 가장 적합하다는 것을 밝혀냈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청바지의 워싱이나 자연스러운 주름이 절로 완성된 게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인체 곡선에 더 편안하게 맞고 더 아름다운 핏을 내는가를 장인들이 고심한 결과다. 패스트 패션이 등장하면서 고지마의 청바지 브랜드도 한때 위기를 맞았지만, 고지마는 질 좋은 일본산 청바지라는 원점으로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한 해 입고 마는 나쁘지 않은 청바지가 아니라, 한번 구입하면 입을 때마다 기분이 좋은 고급화를 추구한 것. 이는 기성품과 오더 메이드 양쪽 모두에 적용되었는데 방향 전환은 빼어난 한 수였다. 누구의 장롱을 열어도 최소 다섯 장은 들어 있을 만큼 청바지는 흔한 아이템이지만, 고작 몇 밀리미터의 차이로 핏이 미묘하고 불편한 어려운 제품이기도 하다. 고지마에서 주문할 수 있는 ‘오더 메이드 진’은 이런 개개인의 체형과 취향을 십분 이해한 세상에 하나뿐인 아이템이다. 베티하우스의 경우 가장 중요한 원단 선별과 패턴 제작부터 시작해, 벨트 레이블, 리벳, 단추, 스티치 등 소소한 부자재도 모두 선택할 수 있다. 원단도 다양해 솜을 누빈 것부터 캐시미어가 함유된 데님도 있다. 평생 패턴을 보관해 주므로 언제든 재주문도 가능하다. 품질 때문에 한 번 입어 본 사람은 다시 찾는데 일본 전역은 물론이고 한국, 중국, 대만뿐 아니라 멀리 유럽에서도 찾아온다는 게 베티 스미스의 이야기다. 인근 체험관에선 자투리 데님 원단을 활용해 핸드폰 고리나 열쇠고리를 만들어 볼 수 있으며, 아이디어 넘치는 소소한 상품 코너도 있다. ▶Travel tip 특급열차를 5일 동안 무제한으로 간사이 와이드 패스 낯선 오카야마현으로의 여행이 수월했던 건 바로 JR에서 의욕적으로 준비한 ‘간사이 와이드 패스’ 덕분이다. 간사이공항에서부터 간사이 지방이 아닌 오카야마현까지 신칸센을 포함해 특급 기차를 5일 동안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기차 패스다. 성인 기준 9,000엔(국내에서 구입하면 8,500엔)으로 일본 내국인의 단순 1회 왕복 요금보다 저렴하다. 때문에 바쁜 오사카 여행 전후로 혹은 오카야마를 콕 집어서 느긋한 시간을 보내는 여행이 충분히 가능하다. 오카야마 공항을 연계하는 직항편도 있지만, 보다 다양한 도시를 보고 싶다면 항공편이 훨씬 다양한 오사카 간사이공항을 통해 이동하는 방법도 괜찮기 때문. 신오사카 1회 환승을 포함해 간사이공항에서 오카야마역까지 약 1시간 40분이 소요된다. JR은 또 간사이공항 인근에 있는 유니버설스튜디오재팬USJ도 연결하므로 하루를 활용해 즐기기도 좋다. USJ는 지난해 해리포터 존 개관으로 월 관람객 신기록을 갱신하는 등 인기몰이 중이다. 에디터 천소현 기자 글 Travie writer 김정은 사진 Travie photographer 이승무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암매장 딸’ 정밀 부검… 살인죄 적용 검토

    두 딸을 데리고 가출해 지인 집에 살던 박모(42·여)씨가 5년 전 7살 난 큰딸을 폭행해 딸이 숨지자 시신을 암매장한 사건을 수사 중인 경남 고성경찰서는 16일 박씨의 큰딸로 추정되는 시신을 양산시에 있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산과학수사연구소로 옮겨 정밀 부검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경기 광주시 초월읍 서하리 야산에서 수습한 시신이 매장된 지 5년이 지나 백골 상태여서 국과수 측은 육안으로는 성별과 연령, 폭행 여부 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소견을 밝혔다. 경찰은 자세한 사인을 규명하기까지는 3주에서 한 달 정도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찰은 시신을 암매장했던 장소인 광주 야산과 큰딸이 폭행당해 사망한 곳인 경기 용인시 아파트에 대한 현장검증을 18일 할 예정이다. 경찰은 시신이 살인죄 여부를 비롯해 적용할 법률의 타당성 등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19일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40세 미만 전업주부 425만명 맞춤형 무료 건강검진

    이르면 내년부터 40세 미만 전업주부가 무료로 받을 수 있는 건강검진 항목을 추가하고 직장인과 건강보험 지역가입자가 받는 일반 건강검진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국민건강검진 체계가 개편된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구체적인 건강검진 개편안을 논의 중이며 상반기 중 이런 내용의 ‘건강검진 5개년 계획’(2016~2020)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때 정부는 40세 미만 전업주부에게도 일반 건강검진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비용 대비 효과가 낮다는 의견이 많아 일반 건강검진 대신 연령대별 맞춤형 무료 검진을 추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현재 일반 건강검진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가구주, 40세 이상 피부양자를 대상으로 제공된다. 직장가입자의 40세 미만 피부양자와 지역가입자 가구원은 무료 건강검진 대상이 아니다. 이처럼 건강검진 사각지대에 놓인 20세 이상 40세 미만 피부양자들은 425만여명이며, 주로 전업주부들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15일 “형평성을 들어 40세 미만 피부양자에게도 일반 건강검진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일률적으로 일반 건강검진을 적용하기보다 연령대에 맞는 맞춤형 건강검진이나 생애주기별 검진을 보강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현재 40세 미만 전업주부가 무료로 받을 수 있는 건강검진은 자궁경부암 검진뿐이다. 복지부는 우선 대사증후군 및 생활습관 상담 등을 추가할 계획이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전업주부에게도 일반 건강검진을 적용하면 좋지만 일반 건강검진은 주로 심혈관계 질환에 초점을 두고 있어 굳이 40세 미만이 받을 필요는 없다”면서 “차라리 검진 항목을 달리해 만족도를 높이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일반 건강검진은 애초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고용노동부가 근로자를 대상으로 시행하던 것이었기 때문에 전업주부와 달리 직장인은 20~39세도 일반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직장인 등이 받는 건강검진도 체계가 복잡해 국민이 알기 쉽도록 재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메디컬 인사이드] 임플란트 평생 쓸 수 있을까

    [메디컬 인사이드] 임플란트 평생 쓸 수 있을까

    올해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희소식이 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7월부터 만 70세 이상 노인들이 대상이었던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 연령을 만 65세로 낮출 예정입니다. 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임플란트 비용은 139만~180만원 수준이어서 경제적 부담이 적지 않았죠. 복지부는 임플란트 시술 의료서비스와 치료재료 가격을 합쳐 기준 수가를 119만원으로 정하고, 50%만 본인이 부담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결국 최저 60만원으로도 임플란트 시술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치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은 아니고 평생 2개로 한정돼 있습니다. 한 해 50만명 정도인 임플란트 시술 노인이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관심이 높아진 만큼 임플란트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아봐야겠죠. 과연 임플란트는 한 번 심으면 평생 사용할 수 있을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14일 대한치과보철학회 부회장인 권긍록 경희대 치과병원 교수를 만났습니다. ●장기사용 최대의 적은 ‘염증’ 권 교수도 임플란트 사용기간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믿는 환자들이 많은데 실제로는 환자에 따라 편차가 크다고 합니다. 임플란트는 나사와 크라운(치아 모양의 덮개)으로 이뤄진 머리부분과 잇몸뼈 속에 들어가는 티타늄 재질의 인공 치근(치아뿌리) 등 상·하부 구조물로 구성돼 있습니다. 권 교수는 “학계 보고에 따르면 하부구조는 처음 시술하고 난 뒤 1년까지 1㎜가 뼈 속으로 흡수되고 그 뒤에는 0.1㎜정도 내려가는 것으로 본다”며 “10㎜ 정도를 심었다고 할 때 염증이 없다면 단순 계산해도 비교적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다만 학계 자료에 따르면 상부구조는 일반적으로 7~8년에 한 번씩 교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이것도 환자가 치아를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드물지만 1980년대 말에 시술한 환자도 문제없이 사용하는 사례가 있다고 합니다.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염증’입니다. 임플란트 치아는 수직구조인데다 자연치 주변부와 같은 촘촘한 조직이 없기 때문에 한 번 염증이 생기면 바로 아래쪽 뼈조직까지 침투합니다. 임플란트를 심은 다음 생기는 부작용의 30%가 ‘임플란트 주위염’입니다. 동양인은 서양인과 비교해 잇몸 넓이가 좁아 하부구조물 직경은 좁고 상부구조물은 큰 부자연스러운 형태이기 때문에 음식물이 낄 확률이 더 높아 주의해야 합니다. 염증은 임플란트 아래쪽 잇몸뼈를 녹이기 때문에 재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칫솔질, 스케일링 등 사후관리가 중요합니다. 권 교수는 “스케일링은 연 1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만, 학계에서는 건강한 사람도 최소 6개월에 한 번은 치과를 방문하라고 권한다”며 “이발소나 미용실을 가는 것처럼 자주 방문할수록, 주치의를 두고 정기적으로 관리할수록 치료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칫솔 교체주기 최소 3개월 치석은 음식물과 광물질, 침샘 분비물이 치아 표면의 플라크(세균막)와 뒤섞이며 형성되는데 칫솔질 습관과 침샘 분비 정도 등에 따라 생성 규모는 차이가 큽니다. 그렇지만 편차를 감안하더라도 6개월까지는 치석이 질병을 일으킬 위험이 낮기 때문에 스케일링을 하든, 하지 않든 반 년에 한 번은 치아 점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칫솔질의 기본은 잇몸에서 치아 쪽으로 덮어내리듯 닦는 것입니다. 칫솔은 3개월 주기로 교체해야 한다고 합니다. 치아가 없으면 입맛을 잃는다고 하죠. 이것은 사실입니다. 치아 뿌리에도 감각 세포가 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치아 뿌리를 대신한 임플란트 부위는 힘은 더 좋고 감각은 떨어지기 때문에 더 왕성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1년간은 부드러운 것부터 씹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아예 사용하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이런 경우 과도하게 사용한 반대쪽 자연치가 망가지겠죠. 이를 갈거나 악무는 습관도 고쳐야 합니다. 상부구조물을 올리는데 3~6개월 정도가 소요됩니다. 병원에서는 시술을 마친 뒤 일주일, 한 달, 3개월, 6개월 단위로 점검하게 됩니다. 이후에는 3~6개월 간격을 두고 치아건강을 점검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임플란트 가격도 궁금하실 겁니다. 권 교수는 “임플란트 디자인과 구강 조건을 고려해 의사와 환자가 상담한 뒤 제품 라인을 결정하는 것이지, 무조건 저렴하거나 비싼 것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라며 “할인행사에 현혹되지 말고 검증된 의료기관에서 받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국산 제품, 외국산 못지 않아 국산 임플란트 제품도 최근 다양하게 개발돼 전문의와 환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졌습니다. 여전히 스웨덴의 아스트라 등 3대 메이저 브랜드가 세계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지만, 기술격차가 크게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국산 제품의 수준도 높아졌다고 합니다. 권 교수는 “일부 브랜드가 신뢰도가 높다고 하는 건 아무래도 역사가 길기 때문에 임상에서 검증을 많이 받아봤다는 의미”라며 “국산차든 외제차든 본인의 선택이고, 사실 굴러가는 것은 똑같다. 크게 드러나는 차이는 없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임플란트를 심을 뼈가 없는 환자는 뼈이식 시술을 추가로 받아야 하는데 아직까지 이 부분은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습니다. 수술 난이도에 따른 가격 차이도 있습니다. 권 교수는 “신경이 지나가는 부위는 시술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부위보다는 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무조건 모든 치아에 임플란트 시술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윗니가 틀니인데 아랫니를 모두 임플란트로 바꾸면 균형이 맞지 않습니다. 이때는 적당한 시술 범위를 정해야 합니다. 또 모든 치아를 임플란트로 하면 비용부담이 크기 때문에 가운데 치아는 브리지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고령자나 치과치료에 거부감이 큰 환자는 발치 당일 임플란트를 심는 ‘즉시 임플란트’도 보편적으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빠진 치아 방치하다간 큰코 그럼 치아가 빠진 채로 놔 두면 어떻게 될까. 권 교수는 “내버려 두면 염증 때문에 그나마 남아 있는 뼈도 다 녹아 내려서 임플란트 시술을 하려고 해도 할 수 없게 된다”며 “무슨 일이든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또 “치아를 빠진 채로 놔 두면 빈 공간으로 치아가 움직인다”며 “치아가 솟구치거나 내려오고, 쓰러지는 증상이 나타나 음식물을 제대로 씹을 수 없게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잇몸약에 대해서는 “소염 기능과 염증 부위를 수축시키는 수렴 작용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뼛속까지 침투한 염증을 두고 잇몸약만 먹으면 겉은 멀쩡해지는데 속은 다 녹아 내리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서울광장] 공직자가 뒤로 빠지면 누가…/임창용 논설위원

    [서울광장] 공직자가 뒤로 빠지면 누가…/임창용 논설위원

    오는 4월 치러질 국가공무원 9급 공채시험에 22만여명이 원서를 접수시켰다고 한다. 역대 최다 기록이다. 지난해보다 17% 가까이 늘었다. 22만명이면 지난해 수학능력시험 응시생 63만여명의 3분의1이 넘는다. 궁금해진다. 아무리 취업이 어려워도 말단 공무원 시험에 이렇게까지 몰릴 만한 가치가 있을까? 더구나 요즘 지원자 대부분이 대학 졸업자라고 한다. 박봉과 힘든 환경에서 고생한다는 말은 엄살이었나? 9급으로 시작해 언제 계장, 과장이 되지? 대체로 이런 의문들이 꼬리를 문다. 한데 얼마 전 그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았다. 지난해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가 사회 이슈로 떠오르고부터다. 올해부터 공공기관을 포함한 300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서 60세 정년이 시행되고 있다. 내년부터는 300인 이하 사업장까지 확대된다. 더불어 임금피크제도 시행된다. 임금피크제의 취지엔 공감한다. 정년 연장에 따른 기업 부담을 덜어 주고, 청년 일자리도 늘린다고 하니 무턱대고 반대만 할 수는 없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무풍지대가 있다. 바로 공직사회다. 정부가 주도하는 임금피크제에서 정작 정부를 이끌어 가는 공무원은 빠져 있다. 나름 논리는 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지난해 9월 “공무원 정년은 이미 60세 이상으로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출입기자 오찬간담회 자리에서다. 그러나 논리가 궁색하다. 지금까지 정년 연령은 사업장 상황에 따라 변해 왔다. 예전엔 60세였다가 58세나 55세로 준 곳도 있고, 반대로 57세였다가 60세로 늘어난 곳도 있다. 지금 정년이 60세니까 임금피크제를 절대 도입할 수 없다는 것은 불합리한 ‘복불복’(福不福) 논리로 들린다.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공공기관 중에는 이미 60세 이상 정년인 곳이 적지 않다. 정부 출연 국책 연구기관들이 그렇다. 한데 모두 임금피크제 대상이다. 정부의 독려로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지난달 “일 잘하는 공무원에게 승진과 급여에서 우대하겠다”며 국무회의에서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인사관리를 성과평가 중심으로 개편한다는 내용이다. 아무리 보아도 뒷북치기다. 대부분의 민간기업은 물론 상당수의 공기업이 이미 시행하고 있는 인사관리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공직사회에서 먼저 모범을 보여야 했던 것을 가장 늦게 도입하면서 대단한 혁신이라도 하는 듯 수선을 떤다. 공무원연금 문제는 어떤가. 정부는 기금 고갈을 이유로 별다른 저항도 받지 않고 국민연금을 두 번 개혁했다. 물론 가입자에게 크게 불리하게 바뀌었다. 1998년 40년 가입자 기준 소득대체율을 70%에서 60%로, 2007년에는 다시 40%로 절반 가까이 떨어뜨렸다. 연금에 40년 가입했을 때 재직 당시 기준소득 월액이 100만원일 경우 40만원을 연금으로 받는다는 의미다. 연금을 처음 받는 연령도 60세에서 65세로 늦췄다. 기존 가입자까지 모두 적용 대상이다. 반면 공무원연금은 질질 끌다 지난해에야 어느 정도 의미 있는 개혁을 했다. 기존에도 몇 차례 했지만 무늬만 개혁이었다. 정부는 공무원연금 기여율을 현재 기준소득월액의 7%에서 2020년까지 9%로 올리기로 했다. 재직 기간 1년당 1.9% 지급되던 연금지급률은 2035년까지 1.7%로 인하된다. 이렇게 바뀌었어도 기존 가입자들은 크게 영향받지 않는다. 국민연금 개혁과 가장 큰 차이다. 33년 근무한 공무원 기준으로 소득 대체율이 65%에 이른다. 현재 부부 공무원 연금수급자 가구 평균 수급액이 558만원이고, 700만원이 넘는 연금을 받은 고액 수급자도 있다. 그래 놓고 인사혁신처는 지난해 12월 청와대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달성했다”고 낯 뜨거운 ‘자화자찬’ 보고를 했다. 9급 공무원이 되려고 한 번에 22만명이 몰리는 현상은 그만한 유인(誘因)이 있기 때문이다. 비록 말단이지만 정년 때까지 쫓겨날 일이 없고, 여전히 국민연금보다 후한 공무원연금 같은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그것이다. 하지만 먼저 보호받아야 할 사람은 공무원보다는 일반 국민이다. 논어의 자로(子路)편에 ‘선지(先之), 로지(勞之)’란 문구가 있다. 정약용 선생은 ‘솔선한 뒤 백성을 위로하라’고 해석했다. 자신은 뒤로 빠지면서 국민을 울타리 밖으로 내모는 것은 공복의 자세가 아니다. sdragon@seoul.co.kr
  • 차세대 총리감 앞세워… 아베 실버 정당 ‘청년 정치’

    차세대 총리감 앞세워… 아베 실버 정당 ‘청년 정치’

    7월 참의원 선거권 18세로 하향 고령층 중심의 정책 불만도 적용 일본 자민당이 장년과 노인에게 의존한 ‘실버 정당’ 이미지를 벗고 젊은층을 끌어들이고자 새 조직을 설치하고, 그 책임자에 30대 스타 정치인을 내세웠다. 젊은 유권자 비중이 높아지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은 4일 자민당이 전날 세대 간 사회보장 격차 문제를 다룰 ‘2020년 이후 경제·재정 구상 소위원회’를 신설하고, 사무국장으로는 고이즈미 신지로(35) 중의원 의원을 선임했다고 보도했다. 고이즈미 의원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아들로 젊은 세대에 인기가 높아 미래 총리감으로 꼽히는 3선 의원이다. 30~40대 젊은 의원들 20명으로 꾸려진 소위원회는 20년 이후의 사회보장 개혁을 본격 논의한다. 고이즈미 의원은 “지금 젊은 세대는 장래에 대한 불안감이 강하다. 성역 없이 논의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닛케이에 따르면 위원회가 신설된 데는 고령자 중심의 사회보장 정책에 대한 소장파 의원들의 적지 않은 불만도 작용했다. 국가의 사회보장 예산 32조엔(2016년도 기준) 가운데 고령자에 대한 연금, 요양 등 개호보험에만도 약 14조엔이 든다. 12조엔의 의료비 대부분도 65세 이상 고령자가 독식하는 상황이다. 소위원회는 앞으로 부유한 고령자의 사회보장 부담을 늘리고, 여기서 확보된 재원을 육아, 교육 등 젊은 세대를 위한 시책이나 제도 확충에 투입하는 것을 검토할 계획이다. 자기부담 상한제를 둔 고액 요양비 제도도 재검토하는 한편 연금 지급 연령을 높이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닛케이는 “선거를 앞두고 노인 중심의 기존 정책에서 벗어나 젊은 세대를 끌어안기 위한 몸짓”이라고 전했다.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선거권 연령이 18세 이상으로 내려가면서 젊은 유권자 비중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자민당은 “지속 가능한 사회보장 제도 개혁으로 차세대에 책임을 다하겠다”는 목표 아래 참의원 선거 공약이나 정부의 재정 운영 정책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다무라 노리히사 전 후생노동상은 “지금까지 고령자 부담을 계속 늘려 왔다”면서 “더이상 어떻게 늘릴 것인가”라고 의문을 표시했다. 자민당 내에서 “‘노인층을 버리라’는 메시지가 되면 참의원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위기감도 팽배해지고 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소액 사고도 3년내 2회땐 보험료 할증

    사고경력·연령 등 요율화해 반영…중대 법규 2회 위반은 50% 껑충 # 직장인 A씨는 최근 자동차보험 갱신 보험료가 크게 오른 것을 보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해 7월 작은 접촉사고가 나 차량 수리비로 45만원을 보험 처리했지만 수리비 200만원 이하는 보험료가 할증되지 않는다고 보험사에서 안내받았기 때문이다. # B씨는 51만원에서 74만원으로 무려 50% 가까이 할증된 보험료 청구서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최근 3년간 보험으로 사고 처리를 한 적이 없는데도 왜 대폭 할증됐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A씨나 B씨처럼 영문을 모른 채 자동차 보험료가 올랐다며 민원을 제기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2013년 72건, 2014년 132건, 지난해 245건이다. 금감원은 “민원 사례를 분석한 결과 자동차 보험 가입자들은 언제, 어떻게 보험료가 할증되는지 자세히 알지 못했고 보험사 역시 할증 요인에 관한 올바른 정보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며 소비자 유의사항을 안내했다. A씨의 보험료가 늘어난 원인은 ‘비용’ 때문이 아니라 ‘사고 횟수’다. 보험처리 비용이 할증 기준(통상 200만원) 이하였지만 최근 3년간 보험 처리한 사고 횟수가 누적돼 할증 요율을 적용받은 것이다. 통상 보험사는 할증기준 금액 외에 보험가입경력, 교통법규 위반경력, 가입자 연령, 과거 사고발생 실적 등 다양한 요소를 보고 보험료를 산출한다. B씨는 쉽게 말해 가입자의 ‘위험요인이 다분하다’고 판단된 사례다. 보험사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3년 안에 사고가 4번 이상 났거나 3년간 중대법규(중앙선 침범, 신호위반 등)를 2회 이상 위반한 경우가 해당된다. 이럴 경우 기본보험료가 50%가량 할증된다. 이갑주 금감원 금융민원실장은 “소액 사고라도 최근 3년 이내 사고를 보험 처리한 이력이 있다면 보험료가 대폭 뛸 수 있으므로 보험처리 여부를 콜센터 등과의 충분한 상담을 거쳐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최소 ‘만 60세 생일’까지 회사 다닐 수 있다

    올해부터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 및 공공기관에서 정년 60세 제도가 시행되는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28일 ‘알기 쉬운 정년제 30문 30답’을 발간했다. 문답집은 60세 정년제의 법령 해석, 정년 연장과 연계한 임금체계 개편 의미, 임금피크제 관련 사항 등을 담았다. 다음은 정년 60세 제도와 관련한 핵심 문답 내용이다. Q. ‘60세 이상’은 만 나이인가. A. 고령자고용촉진법에서 정한 ‘60세 이상’ 정년은 ‘만 60세’를 의미한다. 최소한 만 60세 생일이 되는 날까지는 근로자를 고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만 60세가 종료되는 날까지 고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업장 사정을 고려해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 등에 자유롭게 정할 수 있어 60세를 넘는 연령을 정년으로 정할 수 있다. 올해 1월 1일 퇴직자는 지난해 12월 31일까지 근로계약관계를 지속한 것으로 간주돼 정년 60세 적용 대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Q. 임금피크제로 퇴직금과 국민연금에 손해가 나지 않나. A. 정년 연장을 전제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 때문에 연장기간만큼 퇴직금도 늘어난다. 기존 정년까지의 퇴직금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퇴직금 중간 정산도 허용하고 있다. 퇴직일시금 제도를 확정기여형 퇴직연금(DC형)으로 전환하면 퇴직급여 손실을 방지할 수 있다.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임금이 일부 깎이지만, 정년 연장으로 연금 가입기간도 함께 늘어나기 때문에 국민연금 수령액이 일률적으로 감소하지는 않는다. Q. 임금피크제 지원금은 어떻게 받나. A. 사업장에서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운영하면서 임금피크제를 시행해야 한다. 임금 감액 시점은 55세 이후, 감액률은 10% 이상이어야 한다. 또 근로자는 임금피크제 적용 시점에 18개월 이상 계속 근무해야 한다. 임금피크제 적용 후 소득은 연 7250만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임금피크제 적용 전 최고 임금과 해당 연도 임금을 비교해 10% 이상 낮아진 금액만큼 지원한다. 최대 한도는 연 1080만원이다. 2018년 말까지만 지원한다. Q. ‘근로시간단축 지원금’은 무엇인가. A. 근로계약의 중단 없이 18개월 이상 계속 근무한 만 50세 이상 근로자의 주당 근로시간을 32시간 이하로 줄이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근로자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으로 줄어든 임금의 50%를 연 1080만원 한도 내에서 최대 2년간 받는다. 근로시간 단축 후 연장 근로시간은 1주 12시간 이내여야 한다. 이를 넘으면 해당 주가 포함된 달은 지원금을 못 받는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공무원이 말하는 정책이야기] 양종수 복지부 장애인정책과장에 들어본 ‘장애인 주치의 제도’

    [공무원이 말하는 정책이야기] 양종수 복지부 장애인정책과장에 들어본 ‘장애인 주치의 제도’

    중증장애인이 단골 의사를 주치의로 정해 등록하고서 평생 진료와 건강관리를 받는 ‘장애인 주치의 제도’가 2018년부터 도입된다. 영국이나 스웨덴 등은 한 의사에게 지속적으로 치료·관리를 받는 주치의 제도를 운용하고 있지만 한국에는 아직 없다. 새로운 의료시스템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장애인 주치의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향후 확대 적용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자나 노인층을 대상으로 주치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간 꾸준히 제기돼 왔다. 보건복지부는 이와 함께 공공의료기관을 장애인 건강보건의료센터로 지정해 장애인 건강보건관리 전달체계 구축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관련 제정법인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문정림 새누리당·김용익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 법안 병합)이 국회를 통과했으며, 이 법에 따라 보건당국은 최근 제도 설계를 시작했다. 양종수 복지부 장애인정책과장은 장애인 주치의 제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장애인의 일반건강검진 수검률은 2002년 37.2%, 2008년 60.1%, 2011년 66.9%로 매년 증가하고 있으나 우리나라 전체 수검률 72.6%에 비해 아직 낮은 편입니다. 중증장애인의 수검률은 55.2%로 더욱 낮습니다. 중증장애인 절반은 기본적인 건강검진조차 못 받고 있다는 의미이지요. 장애인이라면 더 세심하게 건강을 관리해야 할 텐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여러 문제가 있지만 가장 큰 요인은 ‘접근성’입니다. 장애인 진료는 비장애인과 다릅니다. 건강검진을 할 때는 물론 일반 진료에도 특수 장비가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건강검진을 하는 의료기관 가운데 장애인에 특화한 의료 장비를 갖춘 곳은 매우 드뭅니다. 중증장애인이 자신에게 맞는 건강검진을 하려면 불편한 몸을 이끌고 멀리 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상당수는 건강검진 받길 포기합니다. 장애인은 10명 중 7명이 만성질환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비장애인보다 건강 상태가 열악한데도 말이죠. 동네 의원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주로 비장애인을 상대하다 보니 의원에 특수 장비를 갖췄거나 장애 친화적 사고를 하는 의료인이 거의 없습니다. 비장애인에게 동네 의원은 접근성이 가장 좋은 의료기관이지만, 장애인에게는 가깝고도 너무 먼 곳입니다. 그래서 장애인 주치의 제도가 필요합니다. 주치의는 의료기관에 특수 의료장비를 갖추고 담당 장애인의 건강정보를 숙지하고서 장애를 집중적으로 치료합니다. 거동이 불편하다면 방문 진료도 합니다. 대상은 중증장애인으로 한정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주치의 제도를 어떤 형태로 만들지는 아직 연구 중입니다. 다만, 주치의는 전국의 각 지방의료원 등 공공의료기관의 의사가 맡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환자의 민감한 건강정보를 다뤄야 하다 보니 민간 의료기관에 맡기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현재 장애인 단체와 관련 전문가를 중심으로 의견을 수렴 중이며, 조만간 가칭 ‘장애인 건강권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제도를 설계하고서 공개 토론회를 열 예정입니다. 올해 말까지 장애인 주치의 제도 도입을 포함한 ‘장애인 건강증진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2017년부터 하위법령 제정에 들어가 2018년부터 시행합니다. 지난해 말 장애인 주치의 제도의 근거법인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해 추진 일정만 남았습니다. 이 법에 따라 국립대병원 등 공공의료기관을 중앙장애인 건강보건의료센터로 지정해 큰 병원으로 가야 하는 장애인은 이곳에서 진료받게 할 계획입니다. 건강보건의료센터는 장애인 특성에 따른 의료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연구 업무도 담당하게 됩니다. 센터로 지정된 의료기관에는 장애인 전문 재활 의료인력을 충원합니다. 재활 전문병원도 확충할 계획입니다. 장애인의 장애 유형과 정도, 연령 등 특성과 생애 주기에 맡는 건강검진 항목을 설계하고 경제적 부담 능력을 고려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검진 비용도 지원합니다. 이 밖에 장애인 건강보건연구사업, 건강보건통계사업 등도 2018년까지 추진할 계획입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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