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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성 축산농가 깊은 시름/“오리까지… 앞날 막막”

    “이게 웬 날벼락입니까.자식처럼 키웠던 오리를 모두 땅에 묻어야 한다니 그저 앞날이 막막합니다.” 지난 12일 충북 음성군 삼성면의 한 종계장에서 홍콩 조류독감과 같은 형의 고병원성 바이러스(H5N1) 감염이 확인된 후 이 일대 축산농가들은 밤잠을 설쳐가며 방역활동을 벌여 왔지만 16일 또 다른 오리 농장의 추가 감염 사실이 알려지자 깊은 시름에 잠겼다. ●판로 걱정에 사람도 옮을까 걱정 추가 감염이 확인된 농장의 김모(50)씨는 “오리알 과잉공급으로 지난 10월 초 큰 손해를 보고 5000여마리를 도태시켜 3000여마리만 남았는데 이마저도 모두 매립처분해야 한다니 땅이 꺼지는 심정”이라며 “이젠 완전히 망했다.”며 허탈해했다. 이 일대 축산농가들은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하루종일 축사 방역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 판로가 막힐 것을 우려한 듯 일손이 잡히지 않는 표정이다. 2만 5000여마리의 닭을 사육하고 있는 박모(52)씨는 “축사를 소독하느라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을 틈이 없다.”며 “최근 육계 1마리의 가격이 5000원에 불과해생산비도 건지기 힘들었는데 조류독감까지 겹쳐 사육하고 있는 닭의 판로가 걱정”이라며 연방 한숨을 내쉬었다. ●주민 발길 뚝… 적막감 감돌아 또 조류독감이 인체에 감염될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이 일대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군보건소에서 채혈과 예방접종을 받고 있는 주민들도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 일대 마을은 방역 차량만 분주하게 움직일 뿐 주민들의 발길이 뚝 끊겨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조류독감 확산으로 이날 오후 2개 농가의 닭 9000여마리와 오리 3000여마리가 매립처분될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진 데다 마을 진입도로를 방역 요원들이 차단해 놓고 있는 형편이다. 음성 연합
  • “둔황 벽화 원초적 힘에 매료”베이징서 벽화 개인전 연 서용씨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제가 받은 둔황(敦皇)에서의 충격과 희열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간쑤(甘肅)성 둔황의 불교 벽화에 미쳐 둔황 막고굴(莫高窟)에서 7년을 지낸 동양화가 서용(徐勇·사진·41)씨는 9일 베이징에서 열린 둔황 벽화 개인전 소감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베이징의 왕징(望京) 근처 중앙미술학원 미술관에서 개막된 ‘서용,그리고 돈황’ 개인전에서는 중국 불교예술의 정수인 둔황 492개 벽화를 재창조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출품된 50여개의 작품 중 절반은 둔황 벽화를 그대로 재현했고,나머지는 둔황의 원시미와 7년간의 영적 체험을 바탕으로 재창조한 작품들이다. 9m90㎝×2m45㎝ 등 대형 벽화 그림들을 둔황 현지에서 직접 트럭에 싣고 5일간을 달려왔다고 한다. 서씨는 “둔황 명사산(鳴沙山) 모래산에 눈이 내리면 사람을 미치게 하는 무엇이 있습니다.눈덮인 겨울 사막의 길을 걸으면 구도자의 느낌이 절실해지죠.”라고 ‘둔황에서의 7년’을 압축했다. 그는 자신의 둔황 사랑을 “기이한 운명”이라고 표현한다.베이징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 직전인 96년 10월 둔황을 찾았을 당시 그는 베이징 개인전에서 성공적이란 평을 받았지만 내적으로 알 수 없는 공허감에 시달렸다고 한다.“맹목적으로 유행을 좇고 순간성·단일성에 매달려 어거지로 그림을 그리다가 둔황 벽화의 원초적인 힘과 자연적인 편안함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자신의 표현대로 ‘한방 먹은’ 그는 곧바로 둔황 막고굴에서 월 660위안(10만원)짜리 셋집을 얻어 492개 동굴 벽화에 대한 연구에 들어간 동시에 란저우(蘭州)대학에서 둔황학 박사과정도 수료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7년간 갖은 아르바이트도 마다하지 않았던 그를 두고 중국 스승인 쑨징보(孫景波) 중앙미술학원 벽화과 학과장은 “중국의 사막에서 고독과 적막을 벗삼아 모든 정열을 벽화 예술에 바쳤다.”며 치열한 예술혼을 평가했다. 서울대 미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서씨는 국내 벽화의 대가이자 지도교수이던 이종상(李鍾祥) 전 서울대 박물관장의 영향으로 벽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92년 한·중수교 때중국으로 건너와 중앙미술학원에서 벽화과 석사학위를 받았다. “경주 석굴암이 실크로드의 종착역같이 느껴진다.”는 서씨는 베이징 전시회에 이어 내년 4월 서울에서 다시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oilman@
  • 전남 여수 금오산·사도/서글픈 푸른빛에 처마끝 풍경도 소리를 잊고

    전남 여수 돌산도 남단에 자리잡은 금오산(金鰲山).동쪽 바다를 향해 엎드린 금거북이 모양을 하고 있어 이같은 이름이 붙은 이 산은 마치 거북 등껍질처럼 주름진 바위로 뒤덮여 있다. 많은 사람들은 금오산이란 이름엔 생소하다는 반응을 보이다가도 산 서쪽 중턱에 자리잡은 향일암을 말하면 ‘아 그 산’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마련이다.대부분 향일암까지만 올라갔다가,발길을 돌려 내려와 산 자체의 진면목을 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향일암은 우리나라에서 일출이 가장 아름다운 곳 중의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금오산 산행길의 진수는 향일암을 지나서부터다.해발 323m로,향일암에서 정상까지 불과 30여분의 짧은 산행길이지만,완급의 조화를 이룬 바위길과 시원한 남해 풍광,정상에서 바라보는 황홀한 일몰과 월출이 산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준다. ●월출이 아름다운 ‘향일암' 여수반도 서쪽에 위치한 작은 섬 사도 또한 오동도나 향일암,거문도 등 여수의 큼직한 관광 명소들에 가려 지나치기 쉬운 곳.그러나 한나절쯤 시간을 쪼개면,다양한 기암괴석과 수백개의 공룡 발자국,신비의 물 갈라짐 현상 등 색다른 볼거리를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사도다.남도의 미항 여수 여행에서 빼놓기 쉬운 금오산 정상 산행과 사도 답사에 나섰다. 금오산 오르는 길은 두가지.산행 기점인 임포마을에서 새로 난 향일암 가는 길을 따라 가다가 암자 못미쳐 정상으로 가는 길로 빠지거나,향일암 가는 옛길로 처음부터 올라가면 된다. 새 길을 선택했다.향일암까지는 네댓 사람이 나란히 손을 잡고 걸어도 될 만큼 길이 널찍하게 닦여 있다.길이 넓다보니 돌산의 아기자기함을 체험할 수 없다는 게 아쉬움.새해를 맞을 때마다 구름떼처럼 몰려드는 이들을 위해서라고 하지만,바위산을 가르는 포장된 큰 길이 영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향일암을 지나고,가파른 철계단과 아슬아슬한 바위길이 이어지면서부터 이같은 불만은 탄성으로 바뀐다.바위길을 한 굽이 돌 때마다 어김없이 나타나는 너럭바위.이마에 흐르는 땀을 잠시 식히면서 시원한 바다 풍광을 감상하기에 그만이다.너럭바위 하나하나는 곧 바다 전망대다.동남쪽으로 구불구불 이어진 해안을 따라 펼쳐진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자태가 그림같다. 등산로변엔 군데군데 계절을 잊은 듯 바위 틈새로 자란 벚나무가 꽃을 피워 이색적인 분위기를 띄운다. 커다란 바위들로 이루어진 정상에서의 조망은 그야말로 사통팔달이다.서쪽은 이미 붉은 물이 들기 시작했다.마치 광활한 호수를 연상케 하는 가막만 뒤로 펼쳐진 수많은 섬 너머로 만추의 홍시 같은 해가 진다.자그마한 한 섬 위에 걸리는 듯하던 해는 불과 2∼3분 만에 뚝 떨어지고 만다. ●일몰과 월출을 한자리서 누군가 고개를 돌려보라고 재촉한다.동쪽 바다 수평선 위로,정말 쟁반 같은 보름달이 둥실 떠오르고 있다.한 자리에 앉아 일몰 감상 직후의 월출 구경이라니! 저마다 탄성을 토해낸다. 내려갈 때는 향일암에 들렀다.일출이 유명한 곳의 달구경은 어떨까 궁금했기 때문.어둠이 깔린 암자는 적막하기만 하다.사방이 어두워서인가,아니면 청정지역이어서인가.암자에서 보는 달은 푸른빛이 선연하기 그지없다.종루 처마에 달린 풍경(風磬) 너머 걸린 달은 서늘하다 못해 시리게가슴 속을 파고든다.임포마을에서 정상,정상에서 향일암을 거쳐 마을까지 내려오는 데는 3시간이면 넉넉하다. 여수 서쪽 27㎞ 지점에 위치한 사도는 증도·추도·사도·장사도·나끝·연목·중도 등 7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여수항에서 여객선으로 1시간20분 정도 가야 한다. ●공룡 발자국 보며 고생대 체험도 7개의 섬에 사는 주민이라야 수십가구에 불과해서인지,사람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하지만 선착장은 깔끔하고 큼직하다.세계 최장의 보행렬(84m)을 포함해 400여개의 공룡 발자국이 발견된 이후 고생태 체험학습을 위한 학생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최근 조성했다. 마침 만조 때라서 수중에 감춰진 공룡 발자국을 볼 수 없단다.미리 시간을 확인해보고 오지 않은 것이 영 후회스럽다.하지만 선착장에서 조금만 가면 공룡 발자국과 서식 흔적을 재현하고 설명해놓은 공원이 있어 그나마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사도는 물 갈라짐 현상이 일어나는 곳이기도 하다.음력 정월 대보름,2월 보름 등 연간 5차례 정도 이같은 ‘모세의 기적’이 일어난다고 한다.약 2∼3일간 물이 갈라지는 이때는 7개의 섬이 ‘ㄷ’자로 이어지는 장관을 연출한다.이때 시간을 맞춰가면 마을사람들과 함께 바닷길에 들어가 지천으로 널린 고둥과 개불,해삼 등을 주울 수 있다. 사도엔 다양한 전설이 어린 기암이 많다.이순신 장군이 나랏일을 근심하며 앉아 있었다는 장군바위,거북 모양의 거북바위,예부터 사도의 여인들이 출산 후 젖이 부족할 때 치성을 드리면 맑은 물이 솟아났다는 젖샘바위,제주 용두암의 꼬리라는 용미바위 등이 볼 만하다. 여수 글·사진 임창용기자 sdargon@ 가이드 ●가는 길 서울,수도권에서 여수까지는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부∼천안·논산∼호남∼남해고속도로 순천IC 코스가 가장 빠르다.순천IC에서 17번 국도를 타면 여수 돌산도까지 곧바로 갈 수 있다.항공편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매일 5차례 김포와 여수를 왕복 운항한다.여수행 버스는 서울에서 하루 16회,광주에서 40회 있다. 금오산은 17번 국도를 타고 돌산대교를 건너 시덕리에 이른 뒤,1번 지방도를 타면 산 입구에 닿는다.여수항에서 사도로 가는 배편은 하루 두 차례 있다.1시간20분 소요.배삯은 어른 7500원,어린이 3800원.문의 여수시외버스터미널(061-652-6877),여수역(1544-1788),㈜한려수도(061-644-6255). ●숙박 호텔은 여수시내의 여수비치관광호텔(061-662-3131),오동도 인근의 노블레스관광호텔(061-691-1966)이 묵을 만하다.금오산 인근엔 종점모텔(061-644-4737),한솔모텔(061-644-5089) 등 10여개의 여관이 있다.사도에선 사도식당횟집,장석례씨집(061-665-9203) 등 몇몇 식당과 민가에서 민박을 운영한다. ●해넘이 해안 드라이브 돌산도 서쪽 금천에서 항대,모장,평사에 이르는 해안길은 해넘이 드라이브 코스.오른쪽엔 산과 들녘이,왼쪽엔 수많은 섬들이 펼쳐져 장관을 이룬다.이 구간엔 굴 양식장이 늘어서 있는데,굴이 주렁주렁 달린 모양이 이색적이다.아직은 좀 이르지만 11월에 들어서면 해가 넘어갈 무렵,차를 세우고 굴구이집에 들어가 고소한 굴을 맛보는 재미가 쏠쏠하다.여수시 문화관광과(061-690-2225). 식후경 여수는 남도 먹거리 1번지로 통할 만큼 음식이다채롭다.그래서 식도락가들이 여수에 가면 특유의 한정식을 한번쯤은 맛본다. 오동도 입구의 ‘동백회관’은 맛과 다양함을 함께 갖춘 곳으로 평가받는 해물 한정식집.음식값은 2인상 4만원,3인 이상은 1인당 1만 5000원이다.음식은 3차례로 나뉘어 나온다.먼저 도미·우럭·전어 등 회와 함께 떡가재 찜,낙지 무침,회초밥,생 피조개 등 30여가지의 찬음식으로 상을 차려낸다.이 음식을 거반 먹을 즈음해서 복어 중심의 뜨거운 요리가 나온다.복 조림,복 튀김,복죽,송이 조림 등이 주된 요리.이 음식을 대충 비우면 그제서야 밥이 나온다.대나무통에 쌀을 넣고 찐 대통밥과 함께 몇가지 나물,젓갈,매운탕이 상에 오른다.이렇게 총 60여가지의 음식이 나온다. 여수 인근 바다에서 나는 재료를 쓰다보니 음식 맛도 일품 요릿집 못지않다.(061)664-1487. 사도에선 선착장 앞의 사도식당횟집에 들러보자.도미,농어 등 자연산 회가 너무 싸다.마리 단위로 회를 쳐주는데,1.5㎏짜리 감성돔 한 마리를 3만원에 먹을 수 있다.쫄깃하면서도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감성돔 회맛이 일품이다.(051)666-9199.
  • 흉가 사이로 오싹한 등교길

    지난 2일 오후 서울 잠실동 영동여고가 있는 잠실 3단지에 들어서자 적막감이 감돌았다.재건축에 따른 아파트 철거로 인적조차 드물었다.5층짜리 아파트 주변에는 깨진 창문 유리조각과 쇠파이프,각목 등이 나뒹굴었다.철쭉이 피었던 아파트 화단에는 잡초만 무성했다. 아파트 바깥 벽은 ‘철거’‘XX’등의 문구가 붉은색과 검은색 스프레이로 어지럽게 휘갈겨져 있었다.빈 아파트에서는 노숙자가 소주병을 기울였다.단지 전체가 흉가였다.100여m를 더 들어가자 학교 정문이 모습을 드러냈다.단지 한 가운데 자리잡은 이 곳에서는 42학급 1550명의 학생이 한창 수업을 받고 있었다. ●불안에 떠는 학생들 매일 이 길을 따라 등하교해야 하는 학생들은 불안하기만 하다.2학년 김모(17)양은 “최근 등교 때나 하교 때 따라오는 부랑자 때문에 같은 반 친구가 공포에 떨었다.너무 무섭다.”고 했다.흉가로 변한 학교의 진입길 탓에 요즘 신경이 무척 날카로워졌다는 2학년 오모(17)양은 “아예 여러 친구들과 함께 등교해야 안심이 된다.”고 털어놓았다. 권용란(여)교감은 “학생들의 이같은 호소에 지난달부터 오후 5시 정규수업만 마치고 학생들을 귀가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학교와 조합은 ‘줄다리기’,뒷짐진 교육청 불안한 등하교 및 어수선한 수업 분위기 등 학생들의 피해는 4년 전에 예견됐었다.재건축조합은 출범에 맞춰 학교 및 서울시교육청과 학생들의 안전 문제를 논의했지만 비용 문제로 4년 동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학교측은 재건축에 따른 학교의 피해가 막대한 만큼 다른 곳으로 임시 이전하더라도 현 부지의 학교 신축비용은 조합측이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영동여고 하정 행정실장은 “학교 옆에 17∼22층의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게 되면 지반침하로 학교 건물이 붕괴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재건축조합 신현화 부조합장은 “조합에 신축 비용까지 떠넘기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손사래를 쳤다.신축 비용은 학교와 교육청이 해결할 문제라는 것이다. 시교육청은 최근 사태가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자 뒤늦게 “내년 3월 개교 예정인 인근 문정고교의 개교를 늦춰 이 곳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그러나 재건축 비용에 대해서는 “학교와 조합측이 해결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교육청이 나서라” 문제는 이와 비슷한 학생들의 피해가 잇따를 것이라는데 있다.조만간 재건축에 들어갈 서울 강남의 잠실·주공 시영아파트 단지와 서울시 뉴타운 사업이 추진되는 강북 지역에서도 학생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그러나 시교육청은 재건축에 따른 학생들의 예상 피해파악은 물론 대책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부모들은 학교와 교육청,조합측의 책임 떠넘기기에 잔뜩 화가 난 상태이다.박종순(45·여) 학교운영위원장은 “우선 학생들이 안심하고 공부할 수 있는 해결책이 선행돼야 한다.”며 교육청에 학교 이전을 강력히 촉구했다. 학부모대표 김기자(48·여)씨는 “당장 이달 말에 신입생 모집이 끝나면 내년 3월 개교 예정인 문정고로의 임시 이전도 물거품이 될 것”이라면서 “교육청이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
  • 두드려라 ~ 고궁이 깨어난다/9~11일 서울드럼페스티벌

    ‘도심에서 신나는 두드림 축제를 즐기세요.’ 오는 9일부터 11일까지 3일간 경희궁과 세종문화회관 분수대,덕수궁길 등지에서 ‘서울드럼페스티벌’이 열려 많은 볼거리를 선사한다.특히 국내외에서 많은 단체가 참가,우리의 귓전에 행복한 ‘두드림의 세계’가 울릴 전망이다. 축제에는 난타,풍장21,발광,뿌리패 등 12개의 국내팀과 미국의 여성트리오인 ‘카이자’,일본의 살사밴드 ‘손 레이나스’,세네갈의 ‘디젬버리듬’ 등 해외초청 5개팀이 공연에 참가해 동·서양,전통과 현대가 한데 어우러진 드럼의 진수를 선보인다. 특히 개막식이 열리는 경희궁(옛 서울고자리)은 옛 조상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곳으로,고요한 고궁에서 적막을 깨는 ‘두드림’행사가 열리는 것 자체가 이색적이다.경희궁에 마련된 야외특설무대 역시 거대 콘크리트 도시인 서울에서 경희궁의 자연적인 이미지를 살리는데 주안점을 뒀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놓치지 말아야 할 행사로는 개막식 레이저 퍼포먼스.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영상디지털 기법으로 지난 4회 동안의 행사 장면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했다.경희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가을밤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 같다.‘카이자’ ‘손 레이나스’ 등 외국 초청팀의 공연도 놓치기 아깝다. 9일 오후 5시부터 6시에는 행사의 시작을 알리기 위해 왕궁수문장 교대의식 행렬을 선두로 참가팀들이 덕수궁∼정동길∼경희궁을 행진해 볼거리를 선사한다.10일과 11일 이틀간 오후 4시부터 정동길과 광화문빌딩 앞에서는 거리 포퍼먼스가 열려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아름다운 두드림의 선율을 제공한다. 경희궁 잔디마당에서는 드럼전시회가 열리고 어린이들이 직접 드럼을 두드려 볼 수도 있다.세종문화회관 분수대에서는 타악경연대회도 열리고,경희궁에서 먹을거리장터도 꾸려진다.장터에서는 한국 전통음식과 함께 맥주, 막걸리를 무료로 맛볼 수 있다. 안승일 서울시 문화과장은 “행사는 영국 에든버러의 국제 연극 페스티벌,브라질의 리오카니발 등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관광객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국제적인 문화축제로 진행된다.”면서 “두드림의 축제를 통해 일상생활에서의 지루함을 잠시나마 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덕현기자 hyoun@
  • “칼날은 온유함을 못베지”/국내 유일의 검도9단 조승룡 씨

    눈빛은 칼날보다 날카로웠고,쩌렁쩌렁 울리는 기합소리는 체육관을 휘감은 초가을 저녁의 적막을 깼다. “보잘 것 없는 촌로를 무슨 일로 찾으셨습니까.” 50대 제자와 목검 대련을 마친 노검객이 악수를 청했다.믿기지 않는 손아귀 힘에 또 한번 기가 질렸다. 국내 유일의 검도 9단 조승룡(76)씨.검도계의 큰 스승에게서는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이 느껴졌다. 맹호 같던 눈빛은 검을 놓자 이웃집 할아버지처럼 변했고,깊은 명상에 빠질 때면 수도승처럼 바뀌었다.참나무 장작 같은 팔뚝과 카랑카랑한 음성은 청년과 진배없다. ●최고 검객들이 추대한‘진정한 1인자’ 일제의 서슬이 퍼렇던 11세 때 죽도를 처음 잡은 그는 60년이 넘도록 검도 외길을 걷고 있다.1950년 초단에 오른 이후 전국대회에서만 50여차례 ‘검도왕’에 등극했다. 그가 길러낸 검도 사범만 500여명에 이르고,지금도 서울시검도회 수석사범으로 활동한다.매주 두 차례 제자 김시만(52·5단) 사범이 운영하는 서울 성북구의 만청관을 찾아 손자뻘 되는 후학들에게 검술을 가르친다. 대한검도회의 최고의결기구로 36명의 8단 고수들로 구성된 ‘심의위원회’는 지난해 9월 그를 만장일치로 9단에 추대했다.2000년 초 김영달 9단의 사망으로 공석이었던 검도계의 ‘상석’이 2년이 지나서야 주인을 맞은 것. 9단 추대는 그의 검도에 대한 열정과 검도 발전에 이바지한 공 때문만은 아니었다.후배들은 쉬지 않고 연마해온 그의 실력을 가감없이 평가해 한국 최고의 검객이라는 명예를 수여했다. “젊은 후배들이 대련에서 봐주지 않느냐.”는 과문한 질문에 그는 “상대방을 제압하는 것은 검이 아니라 기”라고 짧게 답했다.스승과 매주 한 번씩 목검 대련을 벌인다는 김 사범은 “선생님의 손목치기는 아직 따라갈 사람이 없다.”면서 “연륜이 쌓일수록 빛나는 게 검술”이라고 말했다. ●검도의 정신은 겸손과 예의 그가 평생 검도를 하면서 배운 것은 무엇일까.그는 “검도는 사람을 겸손하게 만든다.”고 말했다.아무리 낮은 하수와 겨룰 때도 겸손하지 않으면 머리와 손목,허리가 남아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평생 승단에 마음 써본 적이 없다는 그는 “9단이라는 칭호는 늙은이에게 붙은 꼬리표일 뿐”이라면서 “권위의식에 사로잡혀 후배들에게 무례를 범하지 않을까 항상 두렵다.”고 말했다. 그가 그토록 강조하는 겸손과 예의는 죽도를 대하는 마음가짐에서 시작된다.“죽도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가르쳐 줍니다.항상 자신을 비우고,시간의 흐름에 맺고 끊는 마디를 갖출 줄 알며,구부러지지 않는 죽도처럼 살면 성공한 인생 아니겠습니까.” 죽도를 넘어 다니거나 삐딱하게 짚고 서 있다가 눈물이 쏙 빠지도록 불호령을 맞은 후배들이 한둘이 아니다. ●당당하고 여유로운 노검객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그 어떤 노인이 우여곡절이 없을까마는 그의 삶도 굴곡이 많았다.그의 왼쪽 팔에는 동족상잔의 흔적이 깊게 파여 있다.지난 49년 경찰에 투신한 그는 51년 겨울 어느날 지리산에서 빨치산과 교전중에 총상을 입었다.80년에는 신군부의 공무원 숙청 작업에 휘말려 경찰복을 벗기도 했다.공무원이라기보다는 검도인으로서의 명예를 위해 청렴하게 살고자 한 그에게 강제 퇴직은 받아들이기 힘든 멍에였다. 그는 아직도 서울 도봉구 창동의 허름한 집에서 부인과 단출하게 살고 있다.지난 1월에는 나이 50이 된 아들을 백혈병으로 잃는 아픔도 겪었다.단 하루도 죽도를 놓은 적이 없는 그였지만 이때 검도를 그만둘 생각을 했다.식음을 전폐했던 그는 “너무 오래 살아서 못볼 꼴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그러나 그를 다시 일으킨 것은 결국 검도였다.신새벽 죽도를 휘두르며 자식을 먼저 보낸 아버지의 설움을 베어 냈다. 그는 기회있을 때마다 노인들에게 검도를 권한다.나이가 들수록 정신수련이 필요하며,정신수련과 체력단련에 검도보다 좋은 운동은 없다는 신념 때문이다.“검도는 호구를 착용하기 때문에 부상의 염려가 없고,몸이 직접 부딪치는 격투기가 아니어서 힘이 다소 떨어져도 무리없이 계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특히 상대방의 죽도에 맞다 보면 자신도 공격을 하게 되며,이러한 원리 때문에 매사에 적극적이 된다고 설명한다. 그는 검도만큼이나 낚시도 즐긴다.서로 닮은 점이 많기 때문이다.찌가 움직일 때까지 한눈 팔지 않고 기다리는 것은 상대방의 죽도를 노려보는 인내와 비슷하다.정확하게 물고기를 낚아채는 묘미는 검도에서 득점을 올릴 때와 같다.검도와 낚시가 아내와 함께 평생의 반려자가 된 셈이다. “설치지 말고,이기려 하지 말자.돈 욕심 버리고 고마워하자.옛날 일은 잊고 오늘과 내일을 위해 살자.손자 손녀에게,이웃에게 좋은 할아버지로 살자.아프지 말고 아무쪼록 오래 살자.” 남은 인생을 이렇게 살고 싶다는 그는 “늙었다는 이유만으로 대접받는 것은 사양한다.”며 실랑이 끝에 소주 값을 손수 계산했다. 글 이창구기자 window2@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
  • 화물연대 파업/적막감 도는 물류기지

    화물연대 재파업 이틀째인 22일 부산항 컨테이너 터미널과 광양만 컨테이너기지,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경인ICD) 등은 화물 운반차량의 운행이 뚝 끊겨 적막감이 감돌았다.이들 3곳은 우리나라 수출입 화물 물동량의 상당부분을 처리하는 곳으로,하역과 운반작업이 장기간 이뤄지지 않으면 바로 물류대란으로 이어진다. ●부산 신선대 컨테이너 부두 부산항 컨테이너 물량(2만 2000TEU)의 20여%를 취급하는 이곳은 평소 같으면 차량들로 붐빌 시간대인데도 파업 여파로 간간이 차량이 보일 뿐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정문 경비원 이모씨는 “평소보다 출입 차량이 확연히 줄어들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파업이 예견됐고 지난 5월 파업으로 호된 곤욕을 치른 터미널 운영사측이 대비책을 마련해 아직은 어려움 없이 하역과 선적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컨테이너 야적장 안으로 들어서자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용 대형 크레인 11대와 하버크레인 32개 등 총 43대의 크레인도 정상 가동을 하고 있었다. 부두선석에서는 전날 입항한 컨테이너 운반선의 하역작업을 위해 크레인이 기계음을 내고 있었다. 지난 5월 1차 파업때에는 18만여평의 드넓은 야적장에 빼곡히 들어찬 컨테이너로 발디딜 틈조차 없었으나 이날은 빈공간이 많아 대조를 이뤘다.파업을 예측하고 파업 전 부두내 장기 체화된 화물을 부두밖 장치장으로 빼냈기 때문이다. 운영 책임자인 임성택 운영팀장은 “현재 야적장 장치율은 평소의 60.4%로 비교적 여유가 많은 편이며 전면파업에 들어가더라도 10여일은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야적장 안의 풍경은 평소와 다름없었지만,야적장 바깥은 파업이 서서히 밀려오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부두길에는 평소보다 컨테이너 차량의 운행이 크게 줄어들었다. 임 팀장은 “신선대 부두의 경우 일일 평균 2800∼3000여회 컨테이너 차량이 운행됐으나 파업후 1600여회로 운행 횟수가 뚝 떨어졌다.”고 귀띔했다.경인지역의 번호판을 단 차량을 거의 볼 수 없어 파업을 실감할 수 있었다. ●광양 컨테이너 부두 지난 19일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가면서 부두내 장치장은 적막감에 휩싸여 있었다.개점휴업이나 마찬가지다. 당국은 하루 평균 800여대씩 드나들던 트레일러가 200여대로 줄었다고 발표했지만 장치장 안에서 움직이는 차량을 거의 찾기 힘들었다. 부두에 정박한 배에서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는 엄청난 크기의 겐트리 크레인도 고개를 바짝 쳐든 채 서버렸다.장치장으로 들어가는 왕복 8차선 갓길은 멈춰선 트레일러 차량들로 메워져 을씨년스러웠다. 한진해운 통제실에서 일하는 하성수(44)씨는 “앞으로 일주일만 더 파업이 지속되면 야드가 차고 공간이 부족해져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는 데 문제가 된다.”고 내다봤다. 대한통운 김영보 운영팀장은 “운송량은 평상시의 40%선으로 추락했다.”고 강조했다.이 때문에 화주들은 파업 강도가 상대적으로 덜한 부산항으로 물량을 이동하고 있다.클레임을 우려하는 화주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경인ICD) 평소 같으면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차량들로 활기를 띨 오전 11시인데도 운행하는 차량은 10∼20분에 1대꼴로 눈에 띄었다.‘수도권 물류의 심장부’라는말이 무색할 정도다. 22만 8000여평의 기지 곳곳에는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빈 컨테이너와 주인을 기다리는 차량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날 오전 11시까지 기지에서 반출입된 컨테이너는 183TEU로 평소의 20% 수준이다.이마저 64%는 철도로 부산항에서 올라온 화물이다. 운송업체들은 직영차량과 화물연대 미가입 차량 등을 총동원,비상운송에 나서고 있으나 역부족이다.D운송업체의 경우 소속 차량 50대 가운데 43대가 운행을 중단하는 바람에 일손을 놓은 채 대책마련에 전전긍긍이다. 이 회사 김모(33) 대리는 “화물운송을 계약한 화주들로부터 항의성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며 “이번 일로 거래선이 끊기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의왕 김병철 광양 남기창기자 jhkim@
  • [젊은이 광장] 대학에 ‘대학문화’가 없다

    여름방학도 이제 끝나간다.곧 2학기 수강신청 기간이고,그래서 친구들은 각자 시간표를 짜느라 바쁘다.하지만 필자는 별 관심이 없다.휴학을 신청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휴학기간 중에 군입대 휴학을 신청하고 군대에 다녀올 테니,적어도 3년이 지나야 다시 대학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년 반 동안의 대학생활을 돌이켜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진정한 ‘대학문화’를 누리면서 살아왔는가? 동시에 새내기 시절의 단상 두 개가 떠올랐다. 설렘을 가득 안고 입학한 대학에서 3월 내내 술을 마셨다.신구 대면식,동기모임,기숙사 입사식 등 명목은 실로 다양했다.하지만 술자리에서 이른바 ‘지성인’이라는 대학생의 진지한 눈빛을 보긴 힘들었다.대부분의 선배들은 잡담을 늘어놓으며 “마셔,마셔.”를 연발했고,동기들 사이에선 이성과의 불꽃튀는 연애담만이 화제였다.실력보다 낮게 나온 수능점수를 개탄하며 재수나 편입을 고민하는 기막힌 술자리도 있었다.술을 계속 마시면서 술 말고 다른 것이 채워지길 바랐다.그러나 그러한 소망은 이뤄지지 않았고,알맹이 없는 술자리는 짜증스러울 뿐이었다. 또 하나의 단상.5월이 오고 대학마다 대동제가 열렸다.친구와 함께 다른 대학의 대동제에 가보았다.정작 본행사에는 관심이 없던 학생들이 인기가수의 공연순서가 얼마 남지 않자 노천극장으로 몰렸다.가수의 공연이 시작되자 학생들은 열광했다.이윽고 노래가 끝나자,학생들은 썰물처럼 노천극장을 빠져 나갔다.사회자는 학생들에게 “가지 말아달라.”고 외치며 텅 비어가는 자리를 망연히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나라에 대학문화는 없다.저항과 도전의 정신이 살아 숨쉬던 대학문화는 1090년대 들어서면서 대중문화 속에 완벽하게 흡수됐다.왜 어느 모임을 가도 장기자랑이 TV 코미디 ‘개그콘서트’ 특정코너의 똑같은 모방이어야 하는가.대학생이 주체가 되어 대학 내에서 표현·향유하는 문화적 양상이 곧 대학문화일 텐데,이 시대 대학문화는 자본주의 상품문화의 포로가 돼버렸다.사실 ‘취업양성소’로 전락해 버린 지금의 대학에서 이같은 현상은 필연적인 결과일지 모른다.가치관과 이념의 혼돈속에서 대학생들은 상업적인 자본주의 문화를 아무 말없이 받아들이고 있다.밤낮으로 북적이는 대학가는 그래서 한없이 적막할 뿐이다. 필자가 복학할 때는 06학번이 새내기로 대학에 들어온다.똑같이 기대감을 안고 대학에 올 그들이 필자와 같은 절망감을 느끼지 않길 바란다.어렵지만,희망은 있을 것이다.최근 ‘대학문화연대’라는 이름의 한 인터넷 동호회를 발견했다.대학생들만의 건전한 문화를 창조하며 가꾸어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이 동호회에는 2000명이 넘는 대학생들이 서로 소통하며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모두가 꿈꾸는 대학생활이라는 것이 취직시험 준비와 학점에만 매달리는 현재 우리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대학생으로 마땅히 해야할 일과 해야할 사고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 보려고 한다.” 동호회를 만든 어느 대학생의 말이다. 왠지 대학에 들어올 때 느꼈던 설렘이 전해져 왔다.필자는 동호회에 가입하면서 기원했다.대학생 스스로 ‘실종된’ 대학문화를 찾아 내려는 이 같은 노력이 계속되기를.대학생들이 문화의 소비자로 만족하기보다 문화의 주체가 되려고 힘쓰기를.실수하고 가끔씩 실패하더라도,새로운 대학문화를 만들기 위한 실험을 중단하지 말기를.그래서 마침내,우리를 짓누르고 있는 답답한 일상으로부터 탈출하는 해방감을 맛볼 수 있기를 바란다. 양 창 모 외대 신문사 사회부장
  • [21세기 한국을 읽는다]방민호 교수가 만난 문학지성 (2)김윤식

    ‘국문학계의 살아 있는 전설’ 김윤식 선생을 뵙고 한국문학 연구의 현 단계를 묻기로 했다.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선생이 일생에 걸쳐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직분의 논리다.사람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밖에 할 수 없고 그것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그는 이렇게 말했다.“안일한 나날보다도 비통한 나날을,죽음 이외의 휴식은 없는 것이다.” “노예선의 벤허처럼 눈에 불을 켜야만 나는 사는 것이었다.” 인터뷰 때 찢어진 바랜 잡지를 가리키며 묻는 내게 그는 이렇게 말했다.“월평 쓰려고 준비하기 위해 갖고 다닌 거요.그 옆에 종이는 작품 읽고 메모해 놓은 거고.월평을 쓰려면 세 번 읽어야 된다고.한 번 읽고,쓸 때 다시 꺼내가지고 읽고,쓰고 난 다음에 대조해가면서 다시 읽고.그래야 돼.외국 갈 때는 잡지를 찢어가지고 가방에 넣어가.안 그러면 무거워서 많이 못 가져가니까.” 김윤식 선생을 만나러 가는 날은 몹시 긴장되었다.내게 무서운 선생님인 까닭이다.강의실에서 선생의 꾸짖는 소리를,고개를 숙이고 숨소리를 죽여 가며 들어야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그런 무서움에 앞서 선생은 제자들보다 더 일찍 연구실에 불을 켜놓는 부지런함 때문에,날마다 읽고 쓰는 놀라운 규칙성 때문에 존경받는 ‘스승’이었다. 딱딱한 안면,퉁명스러운 말씀을 떠올리며 용산 자택으로 찾아갔다.기어들어 갔다고나 해야 할까.예상 외로 강의실에서와는 달리 선생은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그래,어떻게 지내나?” “….” 선생이 건네는 말씀은 독백이라는 것을 알기에 이렇다할 대답을 하지 않는다.간단한 ‘요식 절차’가 끝나자 인터뷰를 서두른다.여전히 긴장한 탓이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요.” “책을 하나 써서 곧 나올 때가 되었어요.우리 세대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연구는 일제 강점기 문학이니까….정년 퇴임 후에 일제말기 한국 작가들이 일본어로 글 쓴 행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연구해 왔고….한 400페이지 되는 책으로 나올 것 같아요.” “내용이라면?” “유진오,김사량,이효석 이 세 사람이 일본말 창작을 자유롭게 했는데 이중에 이효석이 제일 정확하고 언어감각이 뛰어났어요.그냥 일본말로 바로 창작을 했지요.유진오도 대단히 정확했고 김사량은 그중 제일 서툴렀고….” “일제 말기 일본어 문학 행위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입니까.” “말하자면 그들은 이중어 글쓰기를 했던 셈인데,한국의 근대문학이라고 했을 때 그 문학은 근대국가가 만든 말을 가지고 해야 하지 않겠소? 그게 국어지.그런데 우리는 국가가 망하고 없었으니 조선어학회 같은 곳이 국가 역할을 대행했어요.그런데 일제 말기에 국가를 대행하는 이것을 잡아 가둬 버리기 시작한 것이 1942년 10월이에요.33인을 잡아넣었어요.33인이라는 것은 삼일운동 때 33인,그걸 맞추기 위해서 그렇게 한 거죠.그래서 그때부터 1945년 광복까지가 암흑기라는 것이오.1942년 10월까지는 조선근대문학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그 다음부터는 없어요.그럼 작가들은 어떻게 해야 되느냐.조선근대문학을 할 수 없으니까 그냥 문학을 하는 수밖에 없고 일본어로 문학을 할 수밖에 없었던 거지.” “한국근대문학의 고통스러운 운명이 느껴지는군요.” “근대문학이 뭐냐 하면,자본재 생산양식 또는 국민국가주의가 문학에 투영된 것이잖소? 그런데 우리는 근대국가를 만들면서 동시에 일제라는 제국주의와 싸워야 했단 말이에요.근대국가라는 것이 사실은 ‘제국주의’인데 ‘제국주의’가 제국주의와 싸워야 했던 거죠.이 특수성,자기모순,우리 근대문학은 근대문학으로서의 보편성 외에 이 특수성을 반영하는 문학이었어요.” “최근 들어 특수성 대신에 보편성,즉 식민성 대신에 근대성을 강조하는 흐름이 강하지 않습니까.” “지금 세계에 176개의 나라가 있지만 근대화하지 않은 나라는 아무데도 없어요.국민국가주의라는 것이 얼마나 고약한 것인가는 천하가 다 아는 거라고.우리만 사람이고 우리 아닌 사람은 다 짐승이고,그래서 잡아먹어도 괜찮다,카니발적인 거라고.카니발리즘.그러나 좋은 점이 하나 있어요.우리끼리는 잡아먹지 말자는 거죠.그러니까 지금 사람이 생각해낸 것 중에서 제일 고약하지만 합당한 원리는 이것밖에 없단 말이에요.” 이 대목에서 선생의 일생을 지탱해온 문학 근대주의자 면모를 새삼 재발견한다.그렇다면 문학 역시 특수성에 연연하기보다는 아직도 충분히 달성하지 못한 근대화를 향해 나아가는 문학이 되지 않으면 안될 터. “그렇다면 한국문학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내가 김현하고 문학 활동하던 그 세대에는,어땠냐면,어떻게 하면 식민지 사관을 극복하느냐가 관건이었어요.임화의 이식문학론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이걸 가지고 떠들고 했어요.자본주의가 우리 내부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하려고 했었고.그런데 요새는 어떠냐.안병직씨 이론이 더 맞다고 하잖소.조선은 근대화할 능력이 없었다,일본이 와서 근대를 이식했다는 거지요. 그러면 이식문학 극복하자고 떠들던 우리는 어떻게 되느냐? 국민국가문학,이런 거 하는 것보다도,문학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이게 광복 직후에 김사량이 펼친 주장이잖소.이태준이 김사량 보고 너 일제시대 때 일본말로 글 쓰지 않았느냐 했더니,김사량이 뭐라고 했소.나 큰소리 안 친다 말이야,그러나 당신은 그럼 뭘 했는가.아무 것도 하지 않았지 않느냐.나는 일본말로 썼든 뭐로 썼든 쓰지 않았느냐. 요즘 시점에서 보면 이 김사량의 입장이 뚜렷한 의미를 갖고 부상하는 것 같습니다.요즘 젊은 세대들은 6·25도 일본하고 전쟁한 거라고 보지 않아요? 이런 세대가 부각되고 있음을 사실로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선생의 말씀을 들으며 나는 어딘가 거북해진다.386세대의 일원인 나는 특수성에 목을 매고 살아온 까닭이다. 한편으로 보면 식민성이니 제국주의니 하는 특수성을 떨치고 세계화니 현대화니 하는 보편성을 향해 거침없는 진군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그러나 나는 다시 한 번 선생의 관심사를 한국문학이라는 특수성 쪽으로 환기시키려 해 본다. “선생님께서 생각하시기에 한국근대문학의 특질은 무엇입니까.” “한국근대문학사를 공부해 오다 보니까 이게 일본근대문학사로부터 대단한 영향을 받았음을 알게 되지 않았겠소? 한국근대문학을 일본근대문학과 비교하면서 보는 시각은 한국근대문학만 보는 시각하고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중요한 것은 지금 세계의 관심사가 언어와 문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오늘날 국문학도가 살아남으려면 국문학만 해서는 안됩니다.한국근대문학사의 특질이다,뭐다,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본은 어떻고 중국은 어떻다,하는 시각을 갖고 동북아시아 전체를 하나의 문화틀 속에서 견주어 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선생은 오히려 나를 선생의 시각 속으로 끌어 들이고 있었다. “그렇다면 한국현대문학은 세계문학사의 관점에서 볼 때 어느 수준에 와 있습니까.한국문학은 세계문학사상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까.” “언어나 문학이나 이제 단일성만 주장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해요.이런 상태에 머물고 있는 나라는 아마 일본이나 한국 정도가 아닐까 해요.다른 문화권은 이미 단일성을 주장하지 않아요.우리만 한국어라는 단일한 전제를 갖고 한국어로 된 문학이 국민정서 전체를 버티고 있는 거죠. 그러나 한국문학에 대해 한마디 한다면,우리 문학이 늘 위대하다고 생각합니다.우리 문학은 늘 인간은 벌레가 아니라고 주장해 왔어요.인간의 위엄에 어울리는 문학을 우리는 해왔단 말이에요.일제 때도 그렇고,광복 후 분단 문제와노사문제를 다룬 것도 그렇고.그런데 20세기 이후 21세기의 한국문학은 방향이 바뀌고 있어요.거꾸로 인간은 벌레라고 주장하고 있어요.인간은 벌레다,짐승이다,요녀다,물고기다.이런 작품들이 나오고 있어요.이것이 한국문학의 단일한 정체성에 파열구를 내고 그 방향을 바꾸고 있어요.인간을 하나의 생물로 보는 커다란 상상력을 통해 한국문학은 세계문학에 곧바로 연결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학 국적성의 해체 국면이군요.” “한글로 쓰든 영어로 쓰든 지금 제일 중요한 건 DNA예요.DNA 문제예요.여기서는 한국이고 뭐고 세계가 다 똑같다는 거죠.” “그렇다면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문학의 미래는 어떠합니까.” “그렇다 해도 나는 여전히 하버마스 쪽을 지지하고 있어요.이성이 아무리 도구적인 이성이 되어 가지고 유태인을 죽이고 미사일 가지고 실험한다 하지만 창조하는 것도 이성이란 말이에요.인류는 어떻게 하든 간에 이성을 살려가면서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내가 제일 많이 흔들린 때는 구소련이 무너졌을 때였어요.프랜시스후쿠야마가 역사가 끝났다고 하더군요.역사가 끝장났다면 인간은 그럼 뭐냐.나는 역시 이성을 믿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이성이 아무리 못된 짓을 많이 했지만 그것을 버리면 허무주의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거죠.” 정년퇴임한 선생이 나이 어린 나보다 더 젊게 보이는 느낌을 막을 수 없었다.선생은 세계화라는 시대의 대세를 거침없이 받아들이며 또 다른 국면을 펼쳐가고 있는 것이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선생의 아파트를 빠져나올 무렵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예사 장맛비가 아니라 좍좍 내리 퍼붓는 소나기였다.앞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험한 비가,장대 같은 빗방울이 내 이마에 꽂히고 있었다.나 또한 매일 젊어져야 하리라. 문학평론가·국민대교수 ■방교수가 본 평론가 김윤식 ●조선 향기 가득한 자택 겉모습만 보면 김윤식 선생은 서구식 멋쟁이다.가운데 가르마를 타서 뒤로 잘 빗어 넘긴 머리칼은 지성을 상징한다.양복과 와이셔츠와 넥타이는 항상 세련된 조화를 벗어나는 법이 없다. ‘모던 보이’ 같은 외모와는 달리 뜻밖에 아파트는 전통미가 살아 숨쉰다.흔한 서구식 응접세트 대신에 자리를 깐 마룻바닥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야 안성맞춤인 낮고 넓은 옻칠 탁자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그 위에는 우리네 화병이 하나,흰 접시가 하나,접시 위에는 산수유 열매 몇 점. 한쪽 벽에는 백자며 분청사기가 정갈하게 놓여 있어 고전미를 자아내는데 방문은 모두 격자무늬다.선생의 서구식 외모와는 전혀 다른 ‘조선식’ 생리를 발견한 것이 더할 수 없이 반가웠다. 그런데 내외만 사는 그곳엔 먼지 한 점 찾을 수 없다.여인은 어디론지 나가고 없고 선생 혼자 지키는 대낮의 실내는 적막하기만 하다.선생은 국문학이라는 바다를 헤쳐나가는 고독한 항해자였다. ●문학 유목과 지적 여정 1936년생인 김윤식은 한국 현대소설 및 비평 연구 분야를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연구자이자 현재 활동하고 있는 비평가 가운데 가장 많은 작품을 읽고 소화해 내는 현역 비평가다.한국전쟁 이래 한국 현대문학사의 뼈대를 만든 ‘살아 있는 역사’이다. 그는 1960년대 후반 이래 숱한 연구와 저술활동을 벌여 100권을훨씬 상회하는 한국현대문학 관련 저서를 출간했으니,그로 인해 한국 현대문학 연구는 하나의 독자적인 학문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이광수와 그의 시대’,‘염상섭 연구’,‘김동인 연구’,‘김동리와 그의 시대’ 등으로 대표되는 그의 작가 연구는 젊은 국문학도라면 누구나 읽어야 할 필독서.이외에도 ‘한국근대문예비평사’,‘한일문학의 관계 양상’ 등은 한국현대문학사를 일본문학과의 관계 속에서 검토하고자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연구서다. 또 ‘황홀경의 사상’ ‘낯선 신을 찾아서’ 등의 예술·기행 산문집은 현대 산문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
  • 이 주일의 어린이 책/누가 바보일까요?

    이현주 글 / 이선주 그림 아이세움 펴냄 아이세움에서 펴낸 ‘누가 바보일까요?’(이현주 글,이선주 그림)는 나누는 삶의 미덕을 조용히 웅변하는 그림책이다. 나팔꽃이 소담스럽게 핀 표지를 열면 평화로운 아침의 정경에 흐뭇한 미소가 먼저 번진다.‘포근한 주일아침.환한 해가 지붕위로 솟았습니다.’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책은 넉넉한 풍경화 한폭을 펼쳐놓는다.벽돌담을 타넘는 진보라색 나팔꽃,들마루 끝에서 졸고 있는 게으름뱅이 고양이,귓속을 간질이는 산들바람…. 나른한 적막을 깨는 건 잉잉 꿀벌의 날갯짓 소리다.날아온 꿀벌을 도둑이라고 핀잔주며 내쫓는 나팔꽃.그와는 반대로 살갑게 맞아주는 호박꽃.잠깐의 갈등구도를 그린 뒤 책은 이내 명료한 주제의식을 드러낸다.시간이 흘러 나팔꽃도 호박꽃도 똑같이 시들어가지만,꿀벌에게 마음을 열었던 호박꽃 품에는 어느새 탐스런 아기호박이 자라나고 있는데…. 나눔의 가치를 역설하는 주제어도 믿음직하거니와 서정 넘치는 표현들도 어린 감성을 마구 들깨울 것 같다.“산들바람이 불어와 귓속을간질이네요.귀찮은듯 나팔꽃은 고개를 돌리고,간지러운듯 호박꽃은 고개를 젓습니다….” 금방이라도 손끝에서 번져날 것 처럼 소박한 수채화가 질리지 않는다.5세이상.7000원. 황수정기자
  • [녹색공간] 우리가 숲을 찾는 이유

    주변이 번잡스럽거나 소란스러우면 뒷산 숲을 찾는다.숲에는 고요함이 있고 침묵을 지킬 수 있다.소음과 번잡스러움은 산업문명의 틀 속에서 사는 도시인에게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그러나 이런 숙명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도 가끔씩 침묵과 적막함을 경험할 필요가 있다.침묵하는 일은 내적인 고요를 연습하는 길이다.적막함을 경험하는 일은 고독을 맛보는 길이다.그래서 사람은 가끔씩 조용한 장소를 본능적으로 찾는지도 모른다. 숲을 찾는 동안에는 찾아오는 사람도 만나야 할 사람도 없다.따라서 숲에서는 어떤 이야기도 필요 없다.숲에서 갖는 이런 침묵은 우리들이 일상적으로 잊고 있던 거리낌 없는 마음의 자유를 되살려 낸다.우리들은 제 자신과 대면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지만,숲에서는 잊고 지내던 제 자신을 이처럼 자연스럽게 만난다. 그러나 숲은 아무런 노력 없이 그냥 다가갈 수 없다.자연의 충만함과 원기를 느끼고자 한다면 자연의 운행 질서에 순응하면서 두발로 걸어야 하며,때때로 가쁜 숨과 땀방울이 요구되기도 한다. 이런 속성 때문에 숲은 질주의 마법을 깨뜨릴 수 있는 아름다운 장애물로 여겨진다.따라서 숲은 광속의 시대에 느림을 대변한다고 말할 수 있다. 숲을 찾으면서 얻은 또 하나의 깨달음은 숲이 비움의 공간이라는 사실이다.어느 날 매번 다니던 뒷산 숲길이 지루하여 새로운 숲길로 내려오다가 소나무들이 옹기종기 자라고 있는 한적한 장소를 만났다.소나무들로 둘러싸인 그곳은 우선 조용했다.가끔 솔숲을 지나는 바람소리나 새소리도 들렸지만 소음은 아니었다.땀도 식힐 겸해서 솔가리 위에 다리를 펴고 꽤 오랫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아무런 행위 없이 우두커니 앉아 있는 기분은 새로운 경험이었다.읽어야 할 책도,만나야 할 사람도,해야 할 이야기도,봐야 할 뉴스도,들어야 할 음악도 없이 그저 자연 속에 자신을 멍하니 놓아두었을 때 느끼는 그 자유로움,그 한적함,그 편안함을 잊을 수 없다.그렇다.숲은 일상의 짐을 내려놓고 잠시나마 꽉 찬 머리를 비워서 빈 마음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영묘한 공간이다. 숲을 찾는 묘미는 바로 이런 ‘느림과 비움’의 여유를 갖는 데있다.느림과 비움의 여유 속에 침잠해 보는 즐거움은 숲을 찾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자유이다. 숲은 누구에게나 이런 자유를 공평하게 안겨주지만,숨가쁜 우리네 일상은 그걸 옳게 담질 못한다.효율과 속도와 진보에 대한 맹신만 접어두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인데도 그 가치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숲의 사회적 효과는 ‘환경행동학’ 또는 ‘녹색심리학’이라는 영역으로 오늘날 새롭게 관심을 끌고 있다.숲이 공동체를 결속시키며,업무 및 학습 능률을 향상시키고,애사심이나 애교심을 발휘하게 만들며,현대병인 스트레스를 치유하는 살아 있는 병원 역할을 한다고 밝혀지고 있다.따라서 녹색으로 대표되는 숲은 인간 유전자에 박혀 있는 자연생명 친화본능을 일깨우는 자극제라고 할 수 있다.500만년 동안 숲과 함께해온 인류의 발자취를 되돌아보면 우리들이 숲을 통해서 ‘느림과 비움’을 읽어내는 일은 지극히 당연하다. 숲을 찾는 데는 거창한 절차가 필요 없다.꽉 찬 머리를 적당히 비울 수 있는 정신적 자세와 오관을 활짝 열 정서적 여유만 있다면 언제든지 훌쩍 나설 수 있는 곳이 숲이며,그 대상은 바로 우리 주변의 숲이다. 전 영 우 국민대 교수 산림자원학
  • [씨줄날줄] 落花

    DJ정부의 2인자였던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구속 수감은 권력의 무상함을 실감케 한다.그는 18일 밤 서울 구치소에 수감되기 직전 “꽃잎이 진다고 해서 바람을 탓하지 않겠다. 다만 한잎 차에 띄워 마시면서 살겠다.”고 했다. 한국 근대정치사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역대 정권의 2인자들은 어김 없이 수난의 길을 걸어야 했다.5공시절 경호실장을 지낸 장세동씨,6공의 황태자로 불린 박철언씨,그리고 문민정부에서 ‘소통령’이라는 별칭을 들었던 김현철씨.그들은 모두 재임기간에 최측근에서 대통령을 모시면서 위세를 떨쳤지만 다음 정권에 들어서는 감옥행을 피하지 못했다. 박지원씨도 마찬가지다.그는 지난 1983년 김 전 대통령의 미국 망명시절 재미 동포 사업가로 만난 이후 91년 귀국해 뒤늦게 DJ사단에 합류했다.당시 평생을 동고동락한 동교동계 정치인들이 많았지만 그는 타고난 부지런함과 빠른 판단력으로 DJ식 사고에 일찍 눈을 떠 DJ의 각별한 신임을 받았다.DJ집권 후에는 청와대 대변인,문화관광부장관,정책기획수석,정책 특보,그리고 임기 말에는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승승장구했다.남북정상회담의 특사를 주무부서가 아닌 박지원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맡긴 것은 그에 대한 김 전 대통령의 신임이 얼마나 깊은지를 말해준다. ‘리틀 DJ’로 통하는 그도 자신의 앞날을 예견했던 것일까.그가 특검에 불려가기 며칠 전에 김대중 전 대통령은 식사를 함께하자며 그를 동교동 자택으로 불렀다.그러나 그는 혹시라도 특검 수사의 와중에 불필요한 오해를 사 김 전 대통령에게 누를 끼치게 될까봐 가지 않았다고 한다.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아는 이 있을까 저허하노니/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청록파 시인 조지훈이 일제 말에 감시망을 피해 강원도에 숨어지낼 때 지은 ‘낙화(落花)’라는 시다.떨어지는 꽃을 바라보며 세상을 등지고 홀로 사는 적막함과 망국한을 노래한 것이다.지는 꽃의 아름다움을 통해 삶의 비애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감옥에 들어간 박 전 비서실장이 ‘지는 꽃’에 실어보낸 권력의 무상함이 진하게 전해온다. 염주영 논설위원
  • [길섶에서] 안개 산행

    산에는 사람을 다르게 만드는 그 무엇이 있다.산을 오르면서 겸손해지는 법을 배운다.산을 오를 땐 누구나 몸이 숙여지며 겸손한 모습을 한다.비탈이 가파를수록 땅과 몸 상반신의 거리는 좁혀진다.몸을 꼿꼿하게 세우고서는 발을 뗄 수가 없다.몸을 숙이면 마음도 따라서 숙여지는 모양이다.오만한 자여,당장 산에 오르라. 제법 많은 양의 봄비가 지나간 뒤 안개가 사방을 휘감았다.신발끈을 조여매고 무작정 산에 오른다.적막만이 동반자였다.중턱에 오르니 발 아래 나무뿐,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안개가 눈에 익은 산아래 풍경을 삼켰다.선경(仙境)이 따로 없을 것 같은 오묘함이 연출된다.한걸음 한걸음 힘겹게 오르는데,앞에 희뿌연 물체가 버티고 있다.성곽이었다.정상이다.번잡스러운 생각이 한순간 사라지는 듯했다.오랜만에 고즈넉함에 젖는 사치를 누려본다. 산과 나무들은 우리에게 속삭인다.“왜들 그렇게 안달하며 세상을 살아가느냐.”고.산이 느림의 미학,여유로움을 가르치고 있는 듯하다. 이건영 논설위원
  • [나의 건강보감] ‘국창’ 조상현

    소리꾼 조상현(65).사람들은 그를 ‘국창’이라고 불렀다.그의 소리 굽이굽이 꿈결처럼 더듬으며 절창에 울고,재담에 웃었던 사람들.그들은 조상현의 울대에 굵은 핏대로 선 신열의 소리를 들으며 혼절할 것만 같은 한(恨)의 깊이를 가늠했고,또 바닥 모를 정(情)의 무게를 달았다.그들의 흉금속 조상현은 아직도 ‘국창’이다. 어지러운 시절을 불꽃처럼 살면서 한 시대의 국민정서를 쥐락펴락한 그는 소리의 혁명가였다.그 전까지 반가(班家)의 완상 놀이로만 명맥을 이어오던 판소리는 조상현에 이르러 ‘한국의 소리’로 거듭났다.그만큼 그의 소리는 우람하고 울창했다. 그렇게 한 시대를 풍미한 ‘소리꾼’이지만 ‘힘겨웠던 시절’을 살아오면서 언감생심 따로 건강을 살핀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얘기중 그는 아,하고 입안을 내보였다.어금니 자리가 모두 텅 비어 있다.소리하는 게 이에 영향을 주는데다 당뇨 때문이란다. ●‘힘겨웠던 시절' 건강 못챙겨 ‘환장하게 화창한 봄날’ 그는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약속 장소에 나왔다.백내장 때문에 색안경을 끼지 않으면 안된다고 했다.불편한 곳은 없느냐고 물으니 고혈압과 당뇨를 꼽았다.두가지 다 소리꾼에겐 천형같은 질환.특히나 고혈압은 앉은 자리에서 혼신의 힘을 쏟는 소리꾼에게 억장 무너지는 장애가 아닐 수 없다.그러나 그는 달랐다.“아,병이 아무리 깊단들 내 정신꺼정이야 건들겄소?” 그는 약을 먹으면서도 무대 오르는 일을 주저해 본 적이 없다.“신명 아니면 누가 소리를 하겄소?”라는 그의 얼굴에는 소명에 몸을 맡긴 한 인간의 애잔한 이력이 배어났다.그러길래 사람들은 아직도 우렁찬 우조(羽調)와 슬픈 애원성의 경계를 넘나드는 조상현의 소리를 그리워하는 것인지도 모른다.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나이 예닐곱 시절부터 유성기를 통해 임방울은 물론 그의 수양어머니이자 소리 스승인 박녹주 선생과 전정렬,송만갑,이동백,김창완 등 다섯명창의 소리를 들으며 자란 그는 열세살 나던 해 명창 정응민씨 문하에 입문,본격적인 소리공부를 시작했다. ●고혈압·당뇨 소리꾼엔 ‘천형' 말이 공부지 스승 집에 기숙하며 농사일 짬짬이 소리를 배우는 식이었다.이렇게 7년동안 내공을 쌓아 춘향전과 심청전,수궁가를 배운 그는 광주로 옮겨 박봉술씨에게서 적벽가를 배우는 등 소리꾼의 험한 삶을 시작한다. “그때사 소리꾼이 천한 직업이었소만은 소리 배운 이후 ‘넓을 광자,큰 대자 광대(廣大)’ 된 것을 한번도 후회 안허고 살었소.내가 광대라도 잔칫집 가서 술이나 얻어 먹는 ‘또랑광대’ 노릇은 안했응께.”그의 목소리는 ‘국창’의 자부심으로 자꾸 높아졌다.그 후,광주,목포에서 재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천하의 임방울이 “그 놈,물건 하나 났다.”며 무릎을 쳤던 그다. 군복무를 마친 뒤 박녹주씨 눈에 띄어 수양 아들이 된 그는 지난 71년 상경해 국립극장 정단원으로 일하며 자신을 세상에 알리기 시작했다.당시 TBC에서 첫 방송을 한 그는 잇따라 KBS ‘창극무대’와 MBC ‘내강산 우리 노래’ 등 방송 3사의 국악 프로그램을 모두 장악,‘1인 천하’시대를 열었다. 이 즈음의 일화 하나.당시 TBC에서 판소리 녹화중 눈빛이 형형한 초로의 신사와 만나게 된다.이 신사는 끝까지 그의녹화장면을 지켜본 뒤 정중하게 저녁식사에 초대했다.장소는 지금의 에버랜드가 들어선 용인의 한 별장.저녁 자리에는 몇몇 다른 사람들도 함께 해 그의 소리에 넋을 잃었다.이 노인이 바로 삼성그룹 창업자인 고 이병철 회장이다.그 후 이 회장은 틈나면 그를 불러 소리 삼매경에 빠지곤 했다.교보 신용호 회장과 민복기 대법원장 등도 자주 함께 했다.이 회장은 그의 소리에 감복해 아예 석관동에 거처까지 마련해 주며 그가 ‘국창’으로 자라도록 뒷바라지를 아끼지 않았다.이 회장은 “신언서판(身言書判)을 갖췄다.천년 안에는 못볼 명창이다.”고 했고,조상현은 그런 이 회장을 “참으로 정깊고 격조를 아는 선비였다.”고 회고한다. ●태권도 품세 응용한 체조 시작 그렇게 한국의 소리판을 거침없이 누빈 한 시절,그러나 호사다마일까.20년쯤 전,경북 상주에서 공연을 마치고 귀경길에 그만 넋을 놓고 말았다.혈압이 치고 올라 와 혼절하고 만 것이었다.지난 91년 국위선양한다며 나선 해외 공연길,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서 다시 한번 쓰러졌다. 이때 시작한 운동이 태권도 품세를 응용한 ‘조상현식 맨손체조’다.그는 지금도 이 체조가 참 좋다고 믿는다.당뇨로 인슐린이 필수품이 됐지만 ‘소리’를 위해 먹거리를 따로 가리지는 않는다.그렇게 먹지 않으면 완창에 6∼7시간이 걸리는 판소리,특히나 기력을 쏟아부어야 하는 보성 소리는 감당하지 못한다.“다른 소리 10시간을 하지 그 소리 한 시간 못한다.”는 보성소리다. ●정신력으로 버티며 무대 올라 그러나 병마를 다스리는 그의 비전은 역시 정신력이다.애당초 술은 멀리 한데다 담배도 15년전 끊었다.그런 가운데 덮친 혈압과 당뇨로 자신이 위축될 때마다 ‘정신일도금석가투(精神一到金石可透·정신을 하나로 모으면 쇠나 돌도 뚫을 수 있다)’를 되내며 스스로를 매질했다.지금도 그는 병마에 눈앞이 흐려지면 이렇게 염원한다.“하늘이여,나는 아직도 할 일이 많습니다.” 다시 그의 절창이 온 방에 넘쳐난다.‘…쑥대머리 귀신형용 적막옥방의 찬 자리에 생각나는 것은 임뿐이라 보고지고 보고지고 보고지고 한양 낭군을 보고지고…’ 세상이 변했다지만 어찌 한 나라에 내리받이 정신이 없고,또 정서가 없으랴.사람들은 새삼 ‘국창’ 조상현을 그리워한다.마치 옛적의 눈물겨운 가난이 한참 세월이 흐른 지금에야 참말로 그리운 향수이듯. 글 심재억기자 jeshim@ 사진 이종원기자 Jongwon@ ■맨손체조의 건강학 맨손체조가 운동이 될까 싶지만 사실 그만큼 좋은 유산소 운동도 흔치 않다.모든 운동의 기초 및 마무리 운동으로 활용되는 것은 물론 혈압·당뇨환자에게는 필수적 치료 운동이기도 하다. 조상현씨의 경우 혈압으로 쓰러져 당뇨까지 확인되자 지체없이 운동을 시작했다.무슨 운동을 할까 많은 고민도 했고,주변의 조언도 들었다.그렇게 해서 내린 결론이 맨손체조였다.벌써 20년째다.그의 맨손체조법은 특정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교본과는 다르다. 공인 3단의 태권도 실력을 갖춘 그는 태권도 품세를 체조로 활용한다.기합과 함께 전신의 힘을 순간적으로 모으는 태권도 품세는 일순간 기력을 모아 발산하는 판소리의 성음체계와 흡사해 제법 어울리는 운동이다 싶었다.거실을 마당삼아짧게는 30∼40분,길게는 1시간씩 그렇게 맨손체조를 하며 땀에 흠뻑 젖도록 온 몸을 움직인다.그게 일상화돼 이젠 체조를 하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가 됐다.“내가 몸을 지탱하는 것은 체조 덕인데,해보니 그만한 운동도 없더라.”는 그다. 맨손 체조는 시설이나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고 필요에 따라 운동량과 시간을 임의로 조절할 수 있는 운동이다. 요가나 중국의 파룬공도 동양식 맨손 체조의 일종이다.보통 여러 동작을 체계적으로 연결한 일련 체조를 비롯,교정 체조,꾸미기 체조,짝 체조와 스트레칭 등이 있어 각자가 필요한 동작을 취하면 된다.당뇨 치료를 위한 맨손 체조도 종류가 많아 몸 상태에 따라 의사와 상의해 결정하면 된다. 처음에 간단한 동작부터 시작해 후반에 운동량을 늘렸다가 다시 가벼운 정리 운동으로 마무리하는 게 순서다. 부위별로는 다리-팔-목-가슴-옆구리-등-배-몸통-온몸-팔다리-숨쉬기 순서가 좋으나,꼭 순서에 얽매이기보다 각각의 필요에 따라 몸에 익히면 된다. ■ 도움말 분당차병원 김성원 재활의학과장 심재억기자
  • [메트로 인사이드]‘시민의 숲’ 조성사업 확정,뚝섬 35만평 시민휴식처로

    축구 동호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뚝섬축구장이 사라지고 업무시설 등이 들어선 분당선 성수역 역세권 시설부지로 거듭난다.승마장은 50년만에 자취를 감춘다.7홀짜리 퍼블릭 골프장은 가족피크닉 장소로,승마장 사무실은 유스호스텔로 바뀐다. 서울시는 17일 이런 내용의 ‘뚝섬 숲 조성사업’ 계획을 발표했다.기본계획안 현상설계 당선작인 서울시립대 조경진 교수 등의 공동작품을 뼈대로 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뚝섬 숲 35만평은 시민이 함께 만드는 ‘참여의 숲’ ‘기쁨의 숲’ ‘생명의 숲’이라는 기본 개념아래 개발된다.주변에 나비온실,우리꽃정원,수생식물원,미디어아트 마당,야외공연장,청소년 X게임장 등을 갖춰 시민들이 휴식과 여가활동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진다. 축구장 5개면은 역세권 시설부지로 흡수되지만 주변에 축구장 1면을 새로 만들고 테니스장,숲속 배드민턴장 등을 조성해 시민들의 스포츠 수요도 흡수할 방침이다.뚝섬 승마장은 폐쇄되는 쪽으로 방향이 정해졌다. 뚝도정수장의 물을 이용해 숲속에 계곡이 흐르게 하고,뚝섬 유람선선착장에서 가족피크닉장까지 ‘전망보행다리’를 건설,시민들이 숲을 내려다보며 뚝섬을 가로지를 수 있게 된다.한강변 자전거도로와 숲을 연결,가까운 곳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뚝섬 숲으로 올 수 있다.느티나무·은행나무·잣나무 등 키 큰 토종나무 위주로 가꿔진 숲에서는 사슴 등 야생동물이 뛰노는 모습도 기대할 수 있다. 시는 이를 위해 오는 5월4일 시민들이 숲 조성부지에 직접 나무를 심는 행사를 마련,사업을 알리고 9월까지 기본·실시설계를 거쳐 10월쯤엔 첫 삽을 뜰 예정이다.시민 참여 의식을 높이기 위해 시민기금으로 다 자란 나무를 사들여 처음부터 울창한 숲을 만들 계획이다.숲 조성 공사는 2005년 6월 마무리된다. 공사비 514억원,이주보상비 2000억원 등 총 사업비 2510억원은 보상부지와 시설부지를 바꾸는 방법으로 사업비를 줄여갈 방침이다. 뚝섬은 조순 전 시장 때 돔구장 건설 후보지로,고건 전 시장 때는 대규모 문화관광타운 후보지로 조감도까지 발표됐었다.그러나 이명박 시장 취임 직후 숲 조성 부지로 갑자기 운명이 바뀌었다. 이에 대해 일부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고,시의회도 올해 숲 조성 사업비로 책정된 예산 37억원을 전액 삭감하는 등 탐탁지 않은 눈치여서 준공까지는 많은 장애물을 안고 있다. 시는 뚝섬길 일부 구간을 교량으로 처리,숲 경관 파괴와 소음을 최소화할 계획을 갖고 있다.그러나 성수대교 북단부터 왕복 8차선 ‘응봉로’가 숲을 동서로 가르고 있는데다,‘뚝섬길’이 연장되면 남북으로도 나뉘게 돼 자동차 소음 등으로 숲의 적막감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류길상기자 ukelvin@
  • [마당] 양지면에 살다

    용인시 양지면 제일리로 이사한 지 어느덧 2년여가 지났다.판교로 이사와 주소를 서울특별시 대신 경기도라고 적을 때도 약간 생소함을 느꼈었는데,이제는 OO면 OO리로 적어야 하니 농촌으로 퇴거한 느낌이다.그러나 무슨 상관이랴! 고속도로가 막히지 않으면 강남은 1시간내 도달할 수 있고,생활에 불편이 없으니 자족하며 산다.양지는 고읍으로 해발 300m 산줄기로 에워싸인 과히 넓지 않은 분지에 자리잡은 햇살 바른 동네이다. 면사무소는 양지산(해발 약 290m) 자락에 자리하여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대지에 나지막하고 길게 지은 흰색의 청사로,주소 이전 신고하러 찾았을 때 산뜻하면서도 정겨운 인상이었다.마당 한쪽에는 옛날 양지현 시절 현감들의 송덕비 불망비 등이 줄서 있어 양지 향교와 함께 전통어린 동네에 왔다는 자긍심에 일조한다. 그러나 정작 짧은 시간에 일체감을 불러일으킨 것은 양지산 능선에 나 있는 산책로와 면사무소 마당 끝에 있는 약수터였다.등산로를 찾던 여름에 우연히 알게 된 산책로는 참으로 반가웠다.산은 과히 높지않지만 능선 양측은 급경사를 이루고 꾸불꾸불 나 있는 3∼4㎞의 산책로는 무성한 숲과 함께 심산에 든 느낌을 준다.불도저로 길을 밀었는지 양쪽에 생긴 작은 둑은 마치 오래 된 토성의 폐허 같아서 산책에 흥취를 돋운다.소나무와 잡목이 빽빽하고,사이사이 햇살이 드는 곳엔 철쭉이 덩굴을 이루고,봄철 숨은 듯 음지에 파랗게 돋아난 은방울 꽃밭은 이목은 끌지 못하지만,일본 이름 ‘스스란’ 그대로 오래된 고향의 상징이다.초가을부터 이른 봄까지 솔잎에 덮인 푹신한 길은 스산한 바람에도 날리지 않아 안온한 느낌을 주며,군데군데 설치한 벤치는 땀을 식히며 쉬는 데 더없이 편하다.걷히는 안개 자락을 따라 걸을 땐 사색하기에 십상이다.내자와 걷는 1시간여의 산책은 적막하기 쉬운 농촌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활력소이다.나는 면사무소 마당에 있는 약수터에서 3일에 한번씩 물을 긷는다.물 맛이 좋아 수질검사표를 들여다 보지 않아도 믿을 수 있다. 분지의 동남쪽 골짜기로 오르는 해발 300m 산의 북사면에는 스키장이 있다.그리고 앞 골배마실 깊은 골에는 김대건 신부의 생가터가 있다.천주교 최초 신부의 유적은 마치 삼국유사에 나오는 이차돈의 행적을 보는 듯하다.종교는 달라도 주민으로서 자긍심을 느끼기에 충분하니 역시 우연한 행복에 속한다.다시 문수봉 줄기를 타고 남으로 가면 미리내 성지에 닿게 되는데,골짜기 곳곳에 천주교 박해시절 은둔지였던 성지가 남아 있다. 어디 그뿐이랴! 봄철에는 꽃나무 묘목과 고추 배추 등의 모종을 5일장이 서는 김량장과 백암장에서 산다.더러는 죽산과 진천으로 진출하기도 한다.시골장에서 자질구레한 물건을 사는 재미도 재미려니와 이것저것 들고 나와 옹기종기 모여 앉은 촌로들의 모습은 농촌의 원형이 남아 있는 듯 보여 안도를 하기도 하는데,이 풍경도 지나칠 수 없는 재미다. 뭐니뭐니 해도 양지면에 살면서 누리는 큰 행복은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오대산 설악산을 손쉽게 드나드는 것이다.양지 톨게이트를 나서서 1시간이면 소사 휴게소에 닿을 수 있어 강원도 접경지대에 사는 듯 생각하며 쉽게 문을 나선다.월정삼거리·진부장에서 사는 고랭지 쌀·채소는 우리 식탁의 축복이다.양지면에서 사는 동안 욕심 떨어버리고 고즈넉하고도 넉넉하게 누리며 살고 싶다. 강 인 구
  • 대구 지하철 참사/비탄에 잠긴 대구… 허탈·원망

    “허탈하고 원망스럽습니다.” 대구 시민들은 어제에 이어 오늘도 비탄에 잠겨 하루를 보냈다.전국에서 걸려오는 안부 전화를 받으며,이웃의 불행을 지켜보며 시민들은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거리에도 사람의 발길이 뜸하다. 19일 오전 10시.대구지하철 진천역 승강장에는 음습한 적막만 감돌았다.열차를 기다리는 승객은 상하행 통틀어 단 3명.평일 같은 시간대의 10분의1도 안되는 승객이었다. 사정은 열차 안도 마찬가지였다.6량짜리 열차였지만 승객은 10명이 채 되지 않았다.자영업자 배종철(45)씨는 “가뜩이나 경기도 안 좋은데 대형사고가 잇따라 터져 도시 이미지만 나빠지고 있다.”고 푸념했다. 그는 “대형참사의 근본 책임은 정부에 있다.”면서 “국고지원이 없어 시설투자를 부실하게 하는 바람에 희생자가 컸다.”고 원망했다. 주부 이상저(65·여)씨는 당국과 시민들의 ‘안전불감증’을 꼬집었다.이씨는 “90년대 초까지 대형사고 한 건 일어나지 않은 평온한 도시가 대구였다.”면서 “너무 오랫동안 탈 없이 살다보니 공무원과 시민들의 안전의식이 무뎌졌다.”고 말했다.사고수습이 안 된 탓에 열차는 불과 10개 역을 지나 교대역에 멈춰섰다. 재래시장으로는 규모가 가장 큰 서문시장으로 향했다.18일의 충격으로 문을 열지 않은 상점도 눈에 띄었다.상인들은 삼삼오오 모여 참사를 얘기하며 한숨과 함께 연신 담배연기를 뿜어 냈다. 택시기사 백모(58)씨는 당국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그는 “지금 대구 경제는 대한민국에서 최악인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사고마저 비켜가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서문시장에서 20년 넘게 옷가게를 하고 있다는 김정덕(64)씨는 “서울·부산 지하철과 달리 정부지원이 없으니 시설과 인력 투자가 안 돼 지하철도 부실하게 운행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사고의 근본 원인은 대구시의 무리한 지하철 건설과 부실한 재난방지시스템에 있다는 지적도 많다.대학생 이승용(22)씨는 “지역실정에 안맞는 데도 무리하게 지하철을 건설하다보니 이용객이 적어 적자가 누적된 것”이라면서 “처음부터 지하철 건설은 무리였다.”고 말했다. 대구참여연대 김중철 사무처장은 “참사의 가장 큰 원인은 재난방지시스템의 부재에 있다.”면서 “대구시가 시민들의 피해의식에 편승,책임을 회피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사회연구소 이창용 사무국장은 “이번 참사는 부실한 설비투자와 안이한 재난관리시스템이 빚어낸 인재”라며 국가차원의 재난관리시스템 수립을 주문했다. 특별취재반
  • 월드컵구장 골칫거리되나/상암구장 빼면 운영·관리비 못건져

    대구·인천 연고팀 없고 광주는 활용구상만 서귀포 복구공사중… 연 수십억씩 날릴판 월드컵구장 골칫거리되나 온국민의 여망을 담아 4강의 꿈★이 이뤄진 2002년 월드컵.이를 계기로 나라의 위상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그러나 월드컵의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함성의 진원지였던 월드컵경기장은 골칫거리로 변하고 있다.경기장 활용 대책이 막막하기 때문이다.수익사업 등을 통해 경기장을 제대로 활용하는 곳도 있지만 대다수는 놀리거나 활용방안을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한 해가 지나봐야 알겠지만 적자규모가 수십억원 되는 곳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관리를 맡은 자치단체로서는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일부는 활용,상당수 대책 막막 인천시 남구 문학동 80 일대 44만 1600㎡에 세워진 인천문학경기장.이곳에서는 지난 월드컵 때의 열기를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하다.고대 로마 경기장을 연상시킨다.밤에 경기장 상층부에서 내뿜는 녹색의 네온사인만이 이곳이 불과 8개월 전 우리나라가 포르투갈전을 승리로 이끌며16강 진출을 확정지은 역사적 현장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릴 뿐이다. 이 경기장은 무려 3200억원을 들여 7년여에 걸쳐 건립됐지만 월드컵이 끝난 이후에는 단 한 번의 축구경기도 열리지 않았다.게다가 관리사무소측이 잔디보호 등을 이유로 시민들에게 경기장을 개방하지 않아 도심 속의 적막한 성(城)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인천시는 최근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GM대우차’측에 인천을 연고로 하는 프로팀 창단을 제의했으나 이 또한 ‘희망사항’으로 남아 있다. 시는 이밖에 경기장을 다양하게 활용하기 위해 식당가 및 그린시설,다목적 이벤트홀,예식장,연회장,문화센터,비즈니스센터 등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구체화된 것은 없는 실정이다.이로 인해 연간 56억원에 달하는 경기장 관리비만 축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해 여름 태풍으로 경기장 지붕막 6787㎡가 찢겨져나가 ‘어떠한 태풍에도 견디게 설계되었다.’는 당국의 말을 무색케 한 제주 월드컵경기장은 아직까지 복구공사조차 끝나지 않아 경기장활용을 논할 계제가 아니다.공사는 오는 8월쯤 끝날 예정이다.복구공사가 끝나야 제대로 경기를 치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운영비는 꼬박꼬박 들어 경기장이 ‘돈먹는 하마’로 전락했다.지난해 경기장 운영비로 14억 6100만원을 지출했으며,올해부터는 연간 18억원 정도가 들 전망이다. 서귀포시는 경기장 운영비를,각종 대회를 유치해 여기서 나오는 입장료 수입 등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그러나 제주에서 국제적 규모의 경기를 다수 개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시는 궁여지책으로 경기장 부지 13만 4000㎡와 건물 7만 6000㎡ 중 공공목적의 필수시설을 제외한 부지 5만 1307㎡와 건물 2만 6510㎡에 대해 수익사업을 펼치기로 하고 운영사업자 선정을 경쟁입찰에 부치기로 했다.하지만 임대 예정가가 13억 2000만원이어서 응찰자가 나선다 해도 4억 8000만원 정도의 적자를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연간 관리비가 20억원 정도 들어가는 전주 월드컵경기장 역시 뚜렷한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공청회를 개최하는등 묘안 찾기에 부심하고 있으나 뾰족한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우선 경기장 주변 잔디밭을 활용해 6홀 규모의 퍼블릭 골프장을 조성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그러나 도심에 골프장을 건설할 경우 환경단체 등이 반대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해 사업추진 자체가 미지수다. 광주시는 광주 월드컵경기장을 인근 염주종합체육관 시설과 연계 개발해 시민들의 종합레저스포츠타운으로 조성한다는 구상이다.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없는 데다 설령 개발이 이뤄진다 해도 시일이 상당기간 걸릴 전망이다. 울산은 현대 프로축구팀이 있기 때문에 프로축구팀이 없는 지역보다 월드컵경기장 활용여건이 그래도 나은 편이다.시는 현대축구단측에 연간 사용료로 30억원에 전용이용 계약을 제의했으나 현대측은 필요할 때마다 사용료를 내고 쓰기로 해 정리가 됐다.입장료의 20%와 시설사용료를 경기가 있을 때마다 받기로 한 것.지난해에는 월드컵경기장인 문수 축구경기장에서 모두 17차례의 프로축구 경기가 열려 입장료와 시설사용료,매점운영 등을 통해 모두 14억 80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 정도 수입으로는 연간 관리비 28억원을 충당하기 어려워 울산시는 경기장 지하 1·2층과 지상 1층 시설,야구장부지 빈 터 등을 묶어 한 민간업체와 연간 6억 7000만원에 10년간 임대계약을 맺었다.업체측은 레스토랑,커피숍,기념품판매점,스포츠시설,자동차전용극장 등을 설치해 오는 5월 말부터 영업에 들어간다. 울산시 관계자는 “월드컵 경기장은 시민들을 위한 공익시설이기 때문에 운영이 흑자냐,적자냐 하는 것보다 시민들을 위해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전국 최대 규모(6만 5857석)인 월드컵경기장 활용을 위해 현재 시민주 공모를 통해 대구 프로축구단(대구FC) 창단작업을 진행 중이다.대구FC는 창단과 함께 올해부터 K리그에 참여,홈경기 22경기를 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 경기장 활용도를 높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대구 월드컵경기장은 또 오는 8월 열리는 ‘2003하계유니버시아드’ 주경기장으로 이용될 예정이어서 또 한번의 큰 잔치를 치를 경기장답게 활기에 차 있다.경기장 관리실태도 매우 양호한 편이다. 대구시는 유니버시아드대회 이후 경기장 서쪽 주차장에 대형할인점을 유치하고 경기장 관람석 하부에 헬스·에어로빅·스쿼시 등 복합 스포츠공간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활용면에서 가장 모범적인 곳은 서울 상암월드컵 경기장이다.아시아 최대 축구전용구장으로 지어진 상암경기장은 ‘월드컵 몰(Worldcup Mall)’로 변신 중이다.경기장 동쪽 지하 1·2층에 들어설 할인점(9117평)과 남쪽 1층 스포츠센터(690평)는 지난해 7월 공개입찰을 통해 연간 91억원의 임대료를 내기로 한 한국까르푸에 낙찰됐다.10개의 스크린에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복합상영관은 CGV가,예식장은 신촌웨딩플라자가 각각 임대했다.오는 5월이면 이들 시설이 모두 들어선다.서울시는 경기장 임대수익 등으로 연간 150억원을 벌어들이는 반면 지출은 인건비와 시설관리비를 더해도 70억원이 넘지 않아 매년 80억원의 흑자를 예상하고 있다. 이같은 수익사업도 좋지만 축구경기장의 ‘본용도’를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하루빨리 서울을 연고로하는 프로축구팀을 창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전시는 월드컵경기장을 일괄 위탁하기 위해 지난 14일 입찰공고를 냈다.시는 임대수익을 높이기 위해 경기장 건물을 수영장·미용실·에어로빅실·실내 골프연습장·유스호스텔 등으로 활용하는 것을 위탁 조건으로 내걸었다. ●임대사업 통한 수익 올려야 월드컵경기장 활용 여부는 전적으로 경기장이 있는 지자체로 공이 넘어간 상태다.월드컵이 끝난 직후인 지난해 8월 행정자치부 주최로 열린 ‘월드컵경기장 활용 제고를 위한 개최도시 합동워크숍’에서 경기장을 각 지자체가 책임지고 관리·운영키로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지자체는 우선적으로 프로팀 창단을 추진하고 있으나 대체로 부진하다.따라서 10개 개최도시 중 현재 프로팀이 있는 부산·울산·대전·전주 등만이 입장료 등 고정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경기장 임대사업을 통해 수익을 올려 운영비 등을 감당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현재 수익사업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 곳은 서울상암구장 정도에 불과하다.수익사업을 펼치더라도 공익성이 어느 정도 전제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따라붙는다.수익만을 고려해 사우나·극장·예식장 등의 위락시설을 지나치게 많이 유치할 경우 월드컵 개최의 기본정신에 어긋난다는 것이다.따라서 롤러스케이트·헬스·스쿼시 등 생활체육시설이 바람직한 임대종목으로 거론된다.하지만 수익성이 떨어져 임대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 한계다.문화관광부 관계자는 “월드컵 개최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는 범위에서 수익성과 공익성을 적절하게 고려해 임대사업을 펼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국 정리 김학준기자 kimhj@
  • 꿈은 이루어진다 2003년 꿈나무/검도 백상기

    ‘혹한에도 담금질은 계속된다.’ 요즘 강원도 춘천시의 춘천댐 상류 언저리에서 검도 국가 대표들이 한창 칼날을 곧추세우고 있다.얼음이 두꺼운 강과 눈 덮인 산을 훈련 도장 삼아 국가 대표 8명이 연마중이다. ‘신세대 검객’ 백상기(사진·22·대구대 3년)의 ‘얍!’하는 기합이 호젓한 산골짜기의 적막감을 깨뜨렸다.대표팀 막내 백상기는 대학생으론 드물게 태극마크를 달았다.지난 94년 박상섭(청주시청) 이후 8년 만이다. 실전 경험이 중요한 검도에서 대학생 국가 대표는 희귀한 존재다.백상기는 3단이지만 경기를 풀어나가는 노련미는 4∼5단과 맞먹는다는 평을 듣고 있다.그가 대표팀에 발탁된 이유다. 갸름하면서도 부드러워 보이는 얼굴의 백상기는 검도의 비원을 풀어줄 기대주.세계선수권대회 첫 우승이 그것이다.호면 안에 감춰진 그의 눈빛은 보이지 않지만 칼끝에는 자신감이 배어 있다. 올해엔 검도에서 가장 큰 대회인 제12회 세계선수권대회가 예정돼 있다.3년에 한번씩 열리는데 이번엔 오는 7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린다.종목은남녀 개인 및 단체전. 세계 100여국이 대회에 출전하지만 한국과 일본의 양강 구도다.지난 33년 동안 한국은 번번이 일본에 밀려 준우승에 그쳐야 했다. 하지만 181㎝·74㎏의 백상기는 “올해는 다를 것”이라며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안다.”고 말했다. 인천 동명초등학교 6학년 때 취미로 처음 검을 잡은 백상기는 상인천중학교로 진학하면서 검과 한몸이 됐다. 3단으로 승단하던 2001년 3단부 우승으로 일찌감치 차세대 대표를 예약했고,국가 대표로 처음 뽑힌 지난해에는 회장기 대학검도 개인전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방학진 국가대표 감독은 “상기는 상대가 바늘구멍 같은 틈만 보여도 어떤 각도에서든 주특기인 ‘머리치기’를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은 도복에 검은 보호대를 한 백상기는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으로 검도의 30년 비원을 꼭 풀겠다.”고 다짐했다. 이기철기자 chuli@
  • 책꽂이/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외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김인숙 외 지음) 2003년도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김인숙의 ‘바다와 나비’를 비롯,특별상 수상작인 전상국의 ‘플라나리아’,추천 우수작인 복거일의 ‘내 얼굴에 어린 꽃’,하성란의 ‘자전소설’,전경린의 ‘부인내실의 철학’,김경욱의 ‘고양이의 사생활’ 등을 실었다.문학사상사 9000원. ●한국 현대문학사(김윤식 외 지음) 한국 현대문학 100년사를 통시적으로 조감했다.시와 소설,희곡,평론에 걸친 각 장르의 현역비평가 34명이 1900년부터 2000년까지 한국문학의 흐름을 정리,문학 사료집으로 꾸몄다.김윤식 김우종 정현기 조남현 이동하씨 등이 집필했다.현대문학 1만 3000원. ●섬,나는 세상 끝을 산다(한창훈 지음) 지난 98년 소설 ‘홍합’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저자의 신작 장편소설.섬의 외진 곳에서 혼자 적막한 생활을 하는 주인공이 변방 사람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열 두개의 이야기를 연작형식으로 엮었다.창작과비평사 8000원. ●피아노소리(김연화 지음) 제2회 ‘문학과 경계 문학상’ 장편소설 부문 당선작.경기도일산 신도시에 있는 월마트를 무대로 중산층에 편입하려는 변두리 사람들과 외국 근로자들의 고달픈 생활을 그렸다.문학과경계 8000원. ●2003 신춘문예 당선시집 대한매일 등 올해 전국 주요 일간지의 신춘문예 당선 시와 시조를 수록했다.시집에는 대한매일 시 당선자인 김경주의 ‘꽃피는 공중전화’등 14명의 당선작과 신작시 각 5편,심사평,당선소감과 당선자들의 약력 등을 실었다.문학세계 8000원. ●커피이야기(줄리아 알바레스 지음,송은경 옮김) 저자가 남편과 함께 고향인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나무그늘을 이용해 환경친화적으로 커피를 재배,생산하며 이 체험을 소설로 썼다. 나무심는사람 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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