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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조실 방통위 감찰 착수...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과정 조사

    국조실 방통위 감찰 착수...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과정 조사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실이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 지난 정부의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과정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져 공영방송에 대한 영향력 행사 논란으로 번질 우려도 제기된다. 4일 국무총리실 관계자에 따르면 공직복무관리실은 전날 방통위 감찰에 착수했다. 종료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일반적인 조직 운영을 들여다보는 정기 감사가 아닌 특정사항에 대한 감사다. 다만 이 관계자는 “구체적인 첩보를 바탕으로 확인차 조사에 나선 것”이라며 “내용에 대해선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이번 감찰은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과정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감찰반은 공영방송 선임 업무를 담당하는 행정법무담당관실로부터 2018년 공영방송 이사 선임 관련 자료를 제출받았다. 2018년에는 KBS와 EBS 이사회,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이 모두 선임됐다. 일각에서는 유시춘 EBS 이사장의 선임 과정에 대한 감찰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유 이사장이 2017년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공식기구인 ‘꽃할배 유세단’에서 활동한 것을 숨기고 2018년 방통위 인사 검증을 통과했다고 주장했다. 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는 선거에서 자문·고문 역할을 한지 3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를 임원 결격 사유로 보고 있다. 그러나 유 이사장은 해당 의혹이 법원과 검찰에서 이미 해결돼 감찰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시 자유한국당이 2018년 제기한 직무집행정지, 임명무효소송 모두 이듬해 법원에서 각하 결정이 나왔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검찰에 고발된 것 역시 2021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유 이사장은 “관련 보도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찰반이 공영방송 사장 선임 권한이 있는 이사진 선임 과정을 들여다 보면서 사실상 공영방송에 영향력을 미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KBS·EBS와 방문진 이사진은 2021년 8월 교체됐고 임기는 3년이다. 방통위는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조작 의혹 감사·수사에 이어 국무조정실 감찰까지 받게 된 상황이다.
  • 아직 시동도 못 건 ‘민간주도성장’… 위태로운 한국 경제 어디로 향하나

    아직 시동도 못 건 ‘민간주도성장’… 위태로운 한국 경제 어디로 향하나

    윤석열 정부가 펼치는 경제정책은 ‘민간주도성장’(민주성)이란 시스템 아래 작동하고 있다. 국가 재정이 아닌 민간 자본으로 경제 성장을 이루겠다는 의미다. 한국이 채택한 자유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하지만 경기 둔화와 고용 증가폭 감소 등 암울한 경제전망이 잇따르면서 경제학자들은 민간주도성장에 하나둘씩 의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소주성) 정책을 뒤집는 것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혹평도 나온다. 위태로운 한국 경제, 어디로 가야 할까. 어떤 변화를 선택해야 복합·다중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6월과 12월 두 차례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세제·규제 완화’였다. 세금을 내리고 규제를 풀어 투자를 촉진하면 다시 세수가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나타난다는 정책적 구상이다. 그러면서 정부는 ‘친기업·시장주의’를 강조하며 기업을 같은 편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시그널을 꾸준히 보냈다. 지난 3일에는 대기업의 반도체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최대 25%까지 파격적으로 높이겠다고 밝히며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갈구했다. 민간주도성장을 실현하는 데 재계의 자본력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으로 읽힌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 달리 민간주도성장은 새 정부 출범 8개월이 다 되도록 시동조차 걸리지 않고 있다. 정부가 아무리 ‘투자 햇볕정책’을 쏟아 내도 세계 경기가 둔화하고 초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기업이 전략산업에 투자를 확대하는 게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닌 까닭이다. 특히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반도체 투자 촉진 정책이 기업이 만족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파격적인 보조금 정책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미국과 유럽연합(EU), 대만이 반도체 특별법을 발표했는데, 세제혜택이나 보조금 등 우리가 추진하는 정책보다 혜택이 훨씬 더 풍부하다. 일본도 TSMC에 파격적인 보조금을 지급하고 생산 공장을 유치했다”면서 “국내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해 우리 정부의 지원이 충분히 매력적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민간주도성장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급격한 ‘우회전’을 하는 데에만 치중했다는 비판도 있다. 최성락 SR경제연구소장은 “민간 세금 증가, 기업 규제 강화 등 문재인 정부의 반기업적 정책에서 유턴하기 위한 논리로 민간주도성장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단순히 이전 정권의 정책을 뒤집자고 주장하는 것보단 민간주도성장을 주장하며 뒤집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복합·다중 위기는 정부의 재정 정책에도 혼선을 일으키고 있다.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돌파하고, 물가 상승률이 5%대 고공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는 점은 정부의 ‘긴축·건전 재정’ 기조에 힘을 싣는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도 시중에 풀린 돈을 회수해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효과적인 정책 수단이다. 하지만 고금리에 따른 부동산 시장 침체와 경기 둔화에서 벗어나려면 정부 재정을 통한 부양, 일종의 ‘정부주도성장’이 필요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 위기 국면에서 정부가 나름대로 재정을 적극 활용했는데, 만약 고물가 기조하에서 경기침체가 지속된다면 정부가 재정건전성 기조에 갇혀 재정을 소극적으로 운영하기보단 탄력적이고 적극적인 재정을 운영해 위기 국면을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거대 야당이 국회를 계속 지배하면서 경제 시스템이 아직 문재인 정부 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도 경제정책의 추진 동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사회주의 방식의 국가 주도 경제정책이 산업계 전반에 덧씌워 놓은 ‘규제’의 굴레를 하루속히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김광주 SNE리서치 대표이사는 “국내 기업의 기술 역량이 아무리 뛰어나도 정부의 전폭적인 규제·세제 지원이 없으면 해외 시장에서 성장을 도모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정부는 인프라 구축 등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시장 성장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 PGA 왕중왕전 앞둔 이경훈 “올해 메이저 우승할 것”

    PGA 왕중왕전 앞둔 이경훈 “올해 메이저 우승할 것”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왕중왕전’인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총상금 1500만 달러)에 출전하는 ‘코리안 브라더스’의 맏형 이경훈(32)이 올해를 ‘톱 텐’으로 시작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경훈은 2023년 PGA 투어 첫 대회인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개막을 앞둔 4일 한국 매체들과 온라인 인터뷰에서 “매년 이 대회에 오는 것이 목표”라면서 “첫 시합을 톱 텐으로 기분 좋게 시작하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이경훈은 지난해 첫 출전에서 공동 33위에 그쳤다. 하지만 PGA 투어 AT&T 바이런 넬슨에서 2연패에 성공해 이번 대회 출전 자격을 확보했다. 이 대회는 지난해 PGA 투어 대회에서 우승했거나 30명만 출전하는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 출전했던 선수들만 나올 수 있는 ‘왕중왕전’이다. 6일(한국시간)부터 나흘 동안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의 카팔루아 플랜테이션코스(파73)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이경훈은 지구력 향상에 집중했다. 그는 “컨디션이 안 좋을 때 몸에 힘이 들어가고 순서가 흐트러지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일관성을 갖추기 위해 아침저녁으로 유산소 운동을 하며 체력을 길렀고 가벼운 몸 상태를 만들려고 시간 투자를 했다”고 말했다. 또 “기술 연습도 체력이 뒷받침돼야 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나이가 들어도 원하는 만큼 연습을 하기 위해서 체력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부상 방지 목적도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경훈은 기술적인 부분에선 퍼팅에 집중했다면서 “톱 선수들을 보면 결국 퍼팅인 것 같다”며 “잘되는 날이 있다가 잘 안 되는 날이 있는 등 격차가 있는데 일관성이 좋아져야 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한국 선수 최초로 PGA 투어 2연패,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 진출, 개인 최고 랭킹(33위)을 기록한 최고의 해를 보낸 이경훈은 “올해는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 찬스를 만들고 싶다”면서 “투어 챔피언십에서 작년보다 좋은 성적을 내고 바이런 넬슨에서도 한 번 더 우승하고 싶다”고 결의를 다졌다. 이번 대회에는 세계랭킹 20위 이내 선수 17명이 출전하고, 이경훈을 필두로 김주형(21)과 임성재(25)도 우승 도전에 나선다.
  • 2시간 만에 묻지마 살인 3차례…20대 살인마 사진 공개 [여기는 남미]

    2시간 만에 묻지마 살인 3차례…20대 살인마 사진 공개 [여기는 남미]

    묻지마 연쇄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검거됐다. 2일(현지시간) 콜롬비아 언론에 따르면 검찰은 1년 전 안티오키아에서 발생한 연쇄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된 미겔 앙헬 레갈(22)을 구속했다. 검찰은 “용의자가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법원이 구속수사를 허락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국적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속된 용의자는 외국인이다. 그는 지난해 하루 3건의 묻지마 연쇄살인을 저질렀다. 지난해 1월 8일 오전 0시40분경 20대 남자를 살해한 게 첫 범행이었다. 용의자는 복수의 공범과 함께 안티오키아의 한 주택에 침입, 자고 있던 26살 청년을 총으로 살해했다. 용의자는 살해한 청년의 오토바이를 훔쳐 도주한 뒤 곧바로 2차 범죄를 저질렀다. 이번엔 67세 남자가 피해자였다. 용의자는 이번에도 피해자 주택에 들어가 곤히 자고 있는 남자에게 권총을 난사했다. 함께 살던 남자의 친구도 총을 맞았지만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범행 후 바로 현장을 떠난 용의자는 같은 블록에 있는 또 다른 주택에 침입해 3차 범행을 저질렀다. 잠을 자다 비명에 간 피해자는 66세 남자였다. 3차 범행 후 용의자는 오토바이를 버리고 도주했다. 1차 사건부터 3차 사건을 벌이기까지 걸린 시간은 2시간이 채 안 됐다. 검찰에 따르면 첫 살인은 오전 0시40분, 마지막 범행은 같은 날 오전 2시30분경 발생했다. 35분마다 1명꼴로 살인을 저지른 셈이다. 끔찍한 사건이었지만 용의자는 금품을 노리지 않았다. 용의자가 훔친 건 첫 범행 후 도주할 때 이용한 피해자의 오토바이가 전부였다. 검찰은 “처음엔 강도사건인 줄 알았지만 집안을 뒤진 흔적도 없고 짧은 시간에 연쇄적으로 사건이 터져 수사의 방향을 다시 잡아야 했다”고 말했다. 사건을 살인을 위한 살인, 일명 묻지마 살인으로 보고 있는 검찰은 범행의 동기를 파악하기 위해 수사를 진행 중이지만 용의자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추궁을 하고 있지만 용의자가 자신은 사건과 관계가 없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어 수사가 난항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죄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검찰이 해야 할 일이다. 검찰이 확인한 행적을 보면 용의자는 사건 후 콜롬비아의 지방을 전전했다. 무장 게릴라 단체의 공격이 잦았던 오지를 포함해서다. 이런 곳에서 살인이 발생했다면 제대로 신고가 접수되지 않았을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과거 오지에서 게릴라 단체가 일가족을 몰살해도 아무도 몰랐던 경우가 있었다”면서 “그의 행적에 따라 여죄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힘들지만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콜롬비아 검찰은 체포된 용의자의 얼굴을 그대로 공개했다. 검찰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용의자는 검은 셔츠와 청바지 차림에 야구모자를 쓰고 있었지만 얼굴은 그대로 노출한 채 수갑을 차고 있었다. 
  • 배정근, 아내 가정폭력 고백…아내 “벌 준 것”

    배정근, 아내 가정폭력 고백…아내 “벌 준 것”

    코미디언 배정근, 김단하 부부가 심각한 갈등을 고백했다. 3일 방송된 SBS 플러스 ‘끝장부부 합숙소 당결안(당신의 결혼은 안녕하십니까)’에는 배정근, 김단하 부부가 출연했다. 김단하는 남편이 이상형에 가까웠지만, 결혼 이후 위생·청결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고 고백했다. 여기에 육아, 가사노동까지 자신이 혼자 하면서 불만이 쌓였다고 토로했다. 배정근 역시 “답답하고 이 감정이 쌓이면 원망이 될 것 같아 출연을 결심했다”며 “표현 방식의 문제다. 아내는 너무 가르치려고 한다. 아내와 아버지가 비슷하다. 똑같이 보인다. 본인은 인지를 못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제 인생을 다 끝내버리고 싶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그 어떤 것보다도 아내가 세상에서 제일 힘들고 짜증나고 어려웠다”고 말했다. 배정근은 아내가 화를 주체하지 못해 자신에게 물건을 던진 적도 있다고 폭로했다. 또 회사에 출근하지 못하게 하거나 중요한 약속을 못 가게 했으며, 고속도로에 있어도 다시 와야 한다고 강요했다고 밝혔다. 이에 김단하는 “약속을 안 지켰을 때 그렇게 한 것”이라며 “그렇게 안 한 지 오래됐다. 약속을 안 지키니까 벌을 준 거라고 생각한다. 행동에 제약을 준 적은 있다. 그렇게 하면 내 마음을 알아줄 줄 알았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는 부부가 마주 앉을 것을 권했다. 이에 배정근은 “그때 감정이 떠올라 하고 싶지 않다”더니 급기야 “잠깐만 쉬었다 가도 되냐”며 자리를 떠났다. 김단하 역시 “짜증난다. 결혼 초기에 너무 상처받았다. 남편이 무시하는 발언을 먼저 했다”며 억울해했다.
  • “철딱서니 없다” 백종원에 혼난 女사장 결국 “폐업”

    “철딱서니 없다” 백종원에 혼난 女사장 결국 “폐업”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혹평을 받고 이른바 ‘빌런’ 취급을 받은 ‘원테이블’ 식당이 폐업했다는 근황을 전했다. 사장 강지영씨는 지난 3일 유튜브 채널 ‘근황올림픽’과의 인터뷰에서 “방송 이후 가게를 접었다”고 밝혔다. 강씨는 “방송에서 ‘5대 빌런’으로 불렸다. 방송 이후 1년쯤 지나고 방송을 다시 보려고 했는데, 못 보겠더라. 왜 ‘빌런’이라고 하는지 알았다. 그때를 지금 생각하면 진심으로 부끄럽다”고 운을 뗐다. 앞서 강씨는 지난 2018년 ‘골목식당’에 출연해 백종원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당시 백종원은 강씨 음식을 평가하면서 “맛도 없고 가격도 비싸다”, “이걸 누가 먹냐”, “음식은 장난이 아니다”, “철딱서니 없는 사람들” 등 혹평을 쏟아냈다. 원테이블 가게 이후 음식을 안 하기로 마음먹은 강씨는 결국 폐업했다고. 그는 “당시 소정의 출연료가 있었는데 다 반납하고 요리학원에 다녔다”며 “학원에 다니면서 정말 진심으로 느낀 게 요식업계 사장님들에 대한 존경심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 일은 정말 아무나 하는 게 아니고, 아주 작은 가게여도 정성 하나 안 들어가는 게 없는 것을 몸소 깨달았다”며 “과거 방송에서 이런 모습을 보여 드린 게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또 “훌륭한 셰프님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싶다”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원테이블 식당’을 오픈한 배경에 대해서는 “원래 와인이나 위스키만 파는 술집이었다. 음식은 팔지 않고 치즈나 초콜릿 같은 기본 플레이트만 제공했다. 배달시켜 드시라고 했다”며 “손님이 파스타 할 줄 아냐고 하면, 간단하게 해드리는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강씨가 추구했던 것은 ‘원테이블 파티룸’이었다. 그는 “오픈한 지 한 달밖에 안 됐고, 음식을 해야 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기로에 있는 상황이었다”며 놀이 공간으로 자리 잡아가려는 찰나 방송이 시작됐다고. 강씨는 “당시 플로리스트 일을 하면서 파티룸 개념으로 꾸미고 세팅해놓은 지 한 달째였다. 제작진에 뭘 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하자, 도와준다기에 고마웠다”며 “음식을 배우는 곳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뭐든 해보라길래 한 거였다”고 프로그램 성격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종원 대표가 뭐든 실험해보라고 조언해주셨는데, 진짜로 그냥 ‘실험’을 한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뭘 한 거지?’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욕먹은 이유를 알겠더라”라고 돌아봤다. 아울러 강씨는 방송 이후 쏟아진 악성 댓글 피해를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어떻게 연락처를 알아냈는지 갑자기 저한테 연락해서 욕했다”며 “가게 앞에 종일 누가 계시면서 실시간으로 온라인에 제가 뭘 하는지 올리기도 했다. 누가 집 근처까지 따라온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피해가 계속되자 극단적 선택을 잠시 생각하기도 했다고. 그는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죽고 싶을 것 같은데 괜찮아?’라는 말을 많은 사람에게 듣다 보니, ‘내가 죽었으면 좋겠나’라는 말로 들렸다”며 “그런 환경에 처하니 정말 그런 생각까지 하게 되더라”라고 고백했다. 끝으로 강씨는 현재 경리단길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 때 괜찮은 자리가 나왔길래, 복합문화공간인 파티룸을 만들었다”며 “백종원 대표님 말 중에 ‘사람이 잘하는 걸 해야 된다’라는 게 굉장히 와닿았다. 잘하려고 하는 일을 정말 잘하니까 성취감도 있고 뿌듯했다”고 덧붙였다.
  • ‘로미오와 줄리엣’ 핫세와 휘팅 파라마운트에 5억달러 손배 소송

    ‘로미오와 줄리엣’ 핫세와 휘팅 파라마운트에 5억달러 손배 소송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1968)에서 남녀 주인공으로 호흡을 맞췄던 올리비아 핫세와 레오나르도 휘팅이 10대 시절 자신들에게 침실 장면을 찍게 한 것은 미성년자 학대에 해당한다며 제작사 파라마운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제 70대가 된 두 사람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샌타모니카 최고법원에 손해배상 소송 소장을 제출했다고 연예 전문 버라이어티가 3일 전했다. 영화가 개봉한 지 55년이 흘렀는데 이제야 걸고 넘어진 것이라 놀랍기도 하다. 2019년에 세상을 떠난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이 자신들에게 출연 제의를 했을 때는 나체 출연하는 장면이 없다고 설득해 출연을 결심했는데 처음에는 침실 장면에 얇게 비치는 속옷을 입도록 하더니 나중에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영화가 망한다”고 압박하며 맨몸으로 찍었다는 것이 소송 이유다. 이에 따라 휘팅의 엉덩이, 핫세의 가슴 부위가 고스란히 노출됐고, 이 사진이 지금껏 돌아다녀 망신스럽다는 것이다. 촬영 당시 핫세는 열다섯 살, 휘틀링은 열여섯 살이었다. 소장에 따르면 제피렐리는 카메라 위치까지 알려주며 어떤 나체 장면도 찍히지 않을 것이며 영화에도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시켰지만 두 사람은 알지도 못한 채 나체로 찍혔다는 것이다. 두 배우의 비즈니스 매니저라고 자신을 소개한 토니 마리노치는 “그들이 들은 내용과 실제 영화에 나온 것은 완전히 달랐다”면서 “그들은 제피렐리 감독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열여섯 살이라면 자신들이 믿는 사람의 말을 거역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는 미투(MeToo) 운동 같은 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55년 동안 분노와 우울증에 시달려 왔으며 이 일 때문에 많은 취업 기회를 빼앗겼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두 배우는 나란히 이 작품을 빼고는 이렇다 할 배우 활동을 하지 못했다. 두 사람이 받아내려는 손해배상 규모는 5억 달러 이상이라고 마리노치는 전했다. 미성년자에 대한 인권 보호에 무관심했던 1960년대라지만 앞으로 영화 출연 때문에 어떤 일이 닥칠지 전혀 알 수가 없는 순진한 10대 청소년에게 이런 행동을 강요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있을 수 있고, 이제와서 어쩌란 것이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겠다. 그런데 두 사람이 소송을 낸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어린 시절의 성적 착취를 나이 들어 소송을 제기하는 일을 일시적으로나마 제한하고 있다. 미국 보이스카웃연맹과 가톨릭 교단에서 비슷한 악몽을 경험한 이들이 너무 많아 지난해 마지막날까지로 못박았기 때문에 두 사람은 전날 소장을 법원에 제출한 것이다. 파라마운트 사는 당장 어떤 반응도 내놓지 않았다. 핫세는 2018년 버라이어티 인터뷰를 통해 “그 전에는 내 나이 때 누구도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며 제피렐리가 자신의 취향을 좇아 촬영했으며 “영화를 위해 필요했던 장면”이라고 옹호했다. 또 폭스 뉴스 인터뷰를 통해선 문제의 장면이 미국에서는 “금기”였지만 당시 유럽 영화에서는 이미 늘상 있었던 일이라며 “큰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레오나르도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촬영 도중에 난 옷을 전혀 걸치지 않은 사실조차 잊어버렸다”고 털어놓았다. 그런데 5년 만에 두 사람이 소송을 제기했다. 아무래도 옆에서 많이 부추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 [사설] 부동산 규제 완화, 고금리 대책도 병행해야

    [사설] 부동산 규제 완화, 고금리 대책도 병행해야

    국토교통부가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나머지 부동산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에 대한 규제를 모두 푼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도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하고는 전면 해제한다. 최대 10년까지이던 전매제한 기간도 비수도권은 최대 1년, 수도권은 최대 3년으로 줄인다. 공공분양주택인 ‘뉴:홈’ 50만호 공급을 본격화하고 임차인이 임대차 계약 체결 전에 임대인의 체납 여부 등을 확인할 권리를 강화하는 등 전세사기 피해 방지도 추진한다. 이번 조치로 분양가 상한제 주택에 적용하던 2~5년간의 실거주 의무 규정은 사라지고 전매제한 조치도 완화돼 어느 정도 부동산 거래 활성화 기반이 마련됐다고 하겠다. 아울러 전세사기로 피눈물을 흘리는 서민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 될 듯하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부동산시장 연착륙과 서민의 주거 안정에 실제 효과를 거두려면 실수요자들을 위한 대출금리 인하 등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정부 주장과 달리 집값이 더 떨어져야 한다는 여론에다 실거주 의무규정 폐지 등 이번 조치가 다주택자 등 돈 있는 일부 사람들에게만 혜택을 줘 오히려 집값 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실수요자들로서는 오히려 내 집 마련의 꿈이 더 멀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가질 수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산하 주택금융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에서 집을 사려면 월소득의 절반 이상을 주택담보대출에 부어야 할 정도다. 소득은 제자리인데 대출금리는 오르기만 하니 내 집 마련은 여전히 꿈인 실정이다. 대출을 완화하더라도 고금리 상황에서 얼마나 도움이 될지 살펴야 한다. 주택시장 안정책은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청년과 서민들의 꿈을 현실화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 내실화·유연성·연속성·민관협력 ‘4대 전략’으로 외교위기 넘어야[신년기획-변화 선택해야 한다]

    내실화·유연성·연속성·민관협력 ‘4대 전략’으로 외교위기 넘어야[신년기획-변화 선택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남북 긴장 심화 등 한국 외교는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역대 정부의 외교정책을 살펴보면 시행착오 속에서도 국내외 도전과 국가전략 속에서 꾸준히 발전해 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노태우 정부는 권위주의에서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과도기와 탈냉전이라는 국내외 도전 속에서 적극적인 북방외교로 옛 소련·중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남북기본합의서 체결을 이뤄 냈다. 김대중 정부는 대북포용정책을 뚝심 있게 추진했고 이를 위해 중일관계 개선 등 동북아협력을 강화했다.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통상외교에도 힘을 쏟았다. 노무현 정부는 국내 역량 강화와 국제관계 변화에 부응하는 ‘동북아 균형자론’을 추진했고 대북포용정책을 계승해 10년에 걸친 남북 해빙을 이끌었다. 문재인 정부도 균형외교와 ‘한반도 운전자론’으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견인하고 전쟁 위기를 극복했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대목도 적지 않다. 이명박 정부는 일본과 추진한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 체결을 추진했지만 국내 비판여론이 격화되자 예고 없이 독도를 방문하면서 한일관계가 최악으로 빠져드는 빌미를 제공했다. 박근혜 정부는 이른바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논리의 균형외교를 내세웠으나, 결과적으로 중국 전승절 기념 열병식 참석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서 보듯 미국과 중국 양쪽에 잘못된 신호를 보냈다는 비판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북미 정상 간 ‘하노이 노 딜’ 이후 교착상태를 극복하는 데는 실패했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는 어떤 방향으로 외교안보정책을 풀어 가야 할까. 전문가들은 한국 외교가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원칙으로 역량 강화, 초당적 협력, 연속성과 유연함을 꼽았다. 유준구 국립외교원 교수는 3일 “2023년 외교안보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갈등관리와 위기관리인데, 이런 국면에선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가 굉장히 어렵다”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면 외교안보전략을 이행할 수 있는 추진체계와 민관협력 체계 강화 등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정부와 여야는 물론, 여야가 추천하는 전문가집단도 참여하는 초당적인 기구를 만들고, 초당적인 기구를 통해 정권과 상관없는 장기 전략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허재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도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에 보다 다양한 시각을 가진 이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정건 경희대 정외과 교수는 “정상회담 성명서만 발표하고 끝낼 게 아니라 현안이 무엇인지 정부 입장이 무엇인지 국민들에게 알리고 동의를 구하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꼬집었다. 전략에 기반한 유연한 접근법과 연속성이야말로 한국 외교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필수조건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원동욱 동아대 중국학과 교수는 “가치와 규범을 달리하는 상대와 만나서 협상을 할 수밖에 없는 게 외교의 기본 특징”이라고 말했다. 조희용 전 주캐나다 대사는 “주변국에 ‘한국은 정권이 바뀌면 또 바뀔 텐데’ 하는 생각을 심어 주면 그 자체로 국익이 훼손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역대 정부마다 전임 정권의 외교를 무조건 뒤집는 ‘anything but(에니싱 벗) 전임 대통령’식 당파적 정책을 펼쳤다”며 “미국처럼 외교정책의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여야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조비연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인태 전략 추진 및 아세안 국가들과의 새로운 소다자 차원 실질 협력 강화를 위해 미국을 비롯한 역내 국가들로부터 한국이 ‘신뢰 가능하고 협력 가능한 국가’로 인식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청와대 곳곳서 고려·조선 시대 유물 출토… 글자 새긴 돌도 나와

    청와대 곳곳서 고려·조선 시대 유물 출토… 글자 새긴 돌도 나와

    청와대 곳곳에서 고려와 조선 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기와 조각 등이 나왔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가 3일 공개한 ‘경복궁 후원 기초조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청와대 경내 7곳과 서쪽 칠궁과 칠궁 뒤편 영역 1곳에서 기와 조각과 도기 조각, 백자 등이 확인됐다. 이번 조사는 궁능유적본부가 청와대 권역의 역사적 가치를 확인하고 체계적 보존·관리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사단법인 한국건축역사학회 등에 의뢰했다. 연구진은 경복궁 후원을 중심으로 지난해 9월 1일 착수해 12월 22일까지 총 113일간 조사를 진행했다. 청와대는 과거 고려 시대 남경의 이궁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조선 시대에는 경복궁 후원으로 사용됐는데 근대에도 권력자의 공간으로 남아 있으면서 제대로 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5월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과제로 ‘청와대 개방 및 역사성 회복’을 위해 핵심유적 발굴 및 복원·정비 사업을 하겠다고 밝혔고, 문화재청은 그간 다양한 연구 용역을 진행해왔다. 연구진은 크게 고건축, 근대건축, 식물과 조경시설물 등으로 나눠 조사했다. 총 8곳에서 고려와 조선 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이 확인됐다. 침류각과 동쪽 궁장 영역은 기와 산포량이 많은 곳으로 앞마당에서 기와, 도기와 함께 백자도 수습됐다. 기와편 중에 조선시대 이전에 제작된 것도 있고, 축대에 사용된 석재 중에도 재질이나 치석수법이 다른 것도 섞여 있어 주목된다.침류각 동쪽 궁장 영역에서는 대부분 조선시대 후기 기와편이 수습됐다. 연구진은 이 지역이 북악산에서 남쪽으로 경사져 내려오는 능선인데, 궁장 주위가 평탄하고 유물이 산포된 것으로 보아 작은 규모의 건물이 존재했을 것으로 봤다. 또한 ‘영(營)’이나 ‘훈(訓)’이 새겨진 돌도 3개가 출토됐는데 글자를 새긴 수법과 글자 크기 등이 달라 모두 제작 시기가 상이한 유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이번 경복궁 후원 영역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적지 않은 수의 유물산포지가 확인됐고 칠궁과 칠궁 뒤편이 궁장 내부와 동일한 산 능선임을 알 수 있게 됐다”면서 “수습된 유물 대부분이 기와라는 점, 조선시대뿐 아니라 고려시대 기와로 볼 수 있는 유물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고려시대 남경과 관련된 건물지 매장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아직 청와대 연구 조사의 방향성이 정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유물이 출토되면서 연구진은 정밀지표조사를 실시해 정확한 시굴조사 범위를 설정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궁장 외부에 대한 조사도 실시해 유구 및 유물의 산포범위를 정밀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아울러 “경복궁 후원의 역사성 및 장소적 상징성을 존중하면서 자연유산의 생태계 서비스 제공 및 국민들의 문화복지를 증진하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보다 구체적인 연구 및 활용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개방과 관련해 역사·문화·예술·관광 등 전문가 10여 명이 참여한 대통령실 ‘청와대 관리·활용 자문단’이 출범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로드맵은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청와대 권역의 역사적 가치를 구명하고, 국민을 위한 보존활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한국 외교안보정책 업그레이드 이것부터 손봐야

    한국 외교안보정책 업그레이드 이것부터 손봐야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남북 긴장 심화 등 한국 외교는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역대 정부의 외교정책을 살펴보면 시행착오 속에서도 국내외 도전과 국가전략 속에서 꾸준히 발전해 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노태우 정부는 권위주의에서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과도기와 탈냉전이라는 국내외 도전 속에서 적극적인 북방외교로 옛 소련·중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남북기본합의서 체결을 이뤄 냈다. 김대중 정부는 대북포용정책을 뚝심 있게 추진했고 이를 위해 중일관계 개선 등 동북아협력을 강화했다.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통상외교에도 힘을 쏟았다. 노무현 정부는 국내 역량 강화와 국제관계 변화에 부응하는 ‘동북아 균형자론’을 추진했고 대북포용정책을 계승해 10년에 걸친 남북 해빙을 이끌었다. 문재인 정부도 균형외교와 ‘한반도 운전자론’으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견인하고 전쟁 위기를 극복했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대목도 적지 않다. 이명박 정부는 일본과 추진한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 체결을 추진했지만 국내 비판여론이 격화되자 예고 없이 독도를 방문하면서 한일관계가 최악으로 빠져드는 빌미를 제공했다. 박근혜 정부는 이른바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논리의 균형외교를 내세웠으나, 결과적으로 중국 전승절 기념 열병식 참석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서 보듯 미국과 중국 양쪽에 잘못된 신호를 보냈다는 비판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북미 정상 간 ‘하노이 노 딜’ 이후 교착상태를 극복하는 데는 실패했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를 계승한 윤석열 정부는 어떤 방향으로 외교안보정책을 풀어 가야 할까. 전문가들은 한국 외교가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원칙으로 역량 강화, 초당적 협력, 연속성과 유연함을 꼽았다. 유준구 국립외교원 교수는 3일 “2023년 외교안보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갈등관리와 위기관리인데, 이런 국면에선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가 굉장히 어렵다”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면 외교안보전략을 이행할 수 있는 추진체계와 민관협력 체계 강화 등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정부와 여야는 물론, 여야가 추천하는 전문가집단도 참여하는 초당적인 기구를 만들고, 초당적인 기구를 통해 정권과 상관없는 장기 전략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허재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도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에 보다 다양한 시각을 가진 이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정건 경희대 정외과 교수는 “정상회담 성명서만 발표하고 끝낼 게 아니라 현안이 무엇인지 정부 입장이 무엇인지 국민들에게 알리고 동의를 구하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꼬집었다. 전략에 기반한 유연한 접근법과 연속성이야말로 한국 외교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필수조건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원동욱 동아대 중국학과 교수는 “가치와 규범을 달리하는 상대와 만나서 협상을 할 수밖에 없는 게 외교의 기본 특징”이라고 말했다. 조희용 전 주캐나다 대사는 “주변국에 ‘한국은 정권이 바뀌면 또 바뀔 텐데’ 하는 생각을 심어 주면 그 자체로 국익이 훼손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역대 정부마다 전임 정권의 외교를 무조건 뒤집는 ‘anything but(에니싱 벗) 전임 대통령’식 당파적 정책을 펼쳤다”며 “미국처럼 외교정책의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여야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조비연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인태 전략 추진 및 아세안 국가들과의 새로운 소다자 차원 실질 협력 강화를 위해 미국을 비롯한 역내 국가들로부터 한국이 ‘신뢰 가능하고 협력 가능한 국가’로 인식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1100억대 사기 혐의’ 빗썸 이정훈, 1심 무죄

    ‘1100억대 사기 혐의’ 빗썸 이정훈, 1심 무죄

    1100억원대의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의 실소유주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 강규태)는 3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이정훈 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전 의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전 의장이 피해자와 맺은 계약서에서 코인 상장을 확약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이 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전 의장을 검찰에 고발한 김병건 BK메디컬그룹 회장의 증언에 일관성이 없다”며 “김 회장은 이 전 의장으로부터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종용하는 듯한 말도 했다”고 밝혔다. 이 전 의장은 지난 2018년 10월 김 회장에게 빗썸 인수를 제안하면서 이른바 ‘빗썸 코인’(BXA)을 발행해 빗썸에 상장시키겠다고 속이고 계약금 명목으로 약 112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김 회장은 이 전 의장의 말을 믿고 BXA를 선판매해 얻은 대금을 빗썸 지분 매수자금으로 일부 사용했다. 하지만 BXA는 빗썸에 상장되지 않았고 김 회장의 빗썸 인수도 무산됐다. BXA에 투자한 피해자들은 이 전 의장과 김 회장도 고소했지만 수사기관은 김 회장도 이 전 의장에게 속은 피해자로 보고 기소하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0월 결심공판을 통해 “이 전 의장이 범행을 계속 부인하고 있고, 김 회장을 포함한 코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매우 커 중형 선고가 필요하다”며 징역 8년을 구형했다. 이 전 의장은 당시 최후진술을 통해 “거대 로펌을 선임해 변호사가 만든 계약서를 토대로 계약을 체결했다”며 “회사 매각 당시 김씨에게 문제가 될 약속을 하거나 속인 적이 없어 무죄다”라고 주장했다. 재판부 역시 이 전 의장이 김 회장에게 BXA 상장을 확약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계약서 초안에는 코인 상장 의무 관련 규정이 있었다가 수정 과정에서 삭제됐다”며 “김 회장이 최종안에 동의한 점을 고려하면 코인 상장을 확약하는 조항이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했다. 재판부는 “김 회장은 이 전 의장을 고소하기 전까지는 코인 상장을 확약해놓고 왜 하지 않느냐고 항의한 적도 없다”고 부연했다.
  • 중랑구, 3년 연속 ‘2022년 기초생활보장분야’ 우수 지자체

    중랑구, 3년 연속 ‘2022년 기초생활보장분야’ 우수 지자체

    서울 중랑구가 보건복지부 주관 ‘2022년 기초생활보장분야 평가’에서 우수 지자체로 선정돼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했다고 3일 밝혔다. 이로써 구는 2020, 2021년에 이어 3년 연속으로 기초생활보장분야에 대한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기초생활보장분야 평가는 229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매년 실시된다. 기초생활보장제도 운영 실적, 업무 협조 노력도,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신규 발굴 및 사각지대 해소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우수 지자체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구는 특히 생활이 어려운 주민들이 신규 수급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상담과 가정방문을 실시해 적극적으로 대상자를 발굴한 점에 대해 높이 평가받았다. 생계비와 출산 및 사망 시 지급하는 급여에 대한 집행실적도 우수했다. 또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인 ‘행복이(e)음’ 변동알림 업무 처리율도 높아 주민들이 적절한 급여와 복지를 제공받을 수 있었다는 평가다. 이외에도 갑작스러운 어려움에 처한 주민들이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긴급지원도 실시했다.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우수 지자체 선정은 따뜻한 복지 중랑을 만들기 위한 모든 직원들의 노력이 모인 결과”라며 “앞으로도 내실 있는 복지정책을 펼쳐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구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중랑구는 취약계층 보호와 지원을 위해 생활보장위원회 운영 활성화, 수급자의 건강관리 능력 향상과 합리적인 의료 이용 유도를 위한 의료급여 사례관리, 희망저축계좌, 청년내일저축계좌 등 자산 형성을 위한 통장 사업, 근로능력이 있는 수급자들의 자립을 도모하는 자활 사업 운영 등을 실시하고 있다.  
  • 문희상 “MB, 직접 전화해 초청…이재명, 그런 절차 없었어도 갔어야”

    문희상 “MB, 직접 전화해 초청…이재명, 그런 절차 없었어도 갔어야”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은 지난 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렸던 ‘2023년 신년 인사회’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불참한 것에 대해 “잘한 일이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의 배려가 부족하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문 상임고문은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용산 대통령실이 달랑 이메일 하나만 보냈다’며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신년인사회에 불참한 일에 대해 “청와대에도 있어봤고 야당 대표, 여당 대표도 해봤는데 그때마다 나는 참석하자는 것에 손을 들었다. 한 번도 안 빼고 갔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상징성, 국가의 첫날을 시작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큰 행사에 참석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 상임고문은 대통령실의 배려도 강조했다. 문 상임고문은 “또 하나는 (야당이 참석을) 할 수 있게끔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에서 아주 정말 세심한 배려를 전제로 해야한다. 그걸 안 하면 굉장히 서운하다”면서 “나 같은 경우에는 대통령이 직접 전화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누구냐’는 앵커의 뒤이은 질문에 문 상임고문은 “누구라고 얘기는 안 하겠다. 왜냐하면 여러 분이기 때문에. 사람 사는 이치가 그런 거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가) 갔었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문 상임고문은 해당 인물이 이명박 전 대통령이라고 밝히면서 “가진 쪽, 힘 있는 쪽, 대통령이 먼저 손을 내미는 게 순서이고 문재인 정부도 (당선)되자마자 야당 대표 불러서 싹 만났다”라고 재차 협치를 강조했다.
  • “아이폰 쓴다면 3월까지 ‘이것’ 확인해야 합니다”

    “아이폰 쓴다면 3월까지 ‘이것’ 확인해야 합니다”

    애플이 오는 3월부터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의 배터리 교체 비용을 일괄 인상한다. 애플코리아는 3일 홈페이지에서 “3월 1일부터 아이폰13과 이전에 출시된 모든 아이폰 모델의 보증 제외 배터리 서비스 요금이 3만 600원 인상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아이폰13의 배터리 교체 비용은 7만 9200원으로, 오는 3월부터는 10만 9800원으로 오른다. 아이폰14 배터리 교체 비용은 13만 1400원으로 현재와 동일하게 유지된다. 애플인사이더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9월 해당 모델을 출시할 때 배터리 교체 비용을 69달러(약 8만 7000원)에서 99달러(약 12만 5000원)로 인상했다. 아이패드, 맥 노트북 배터리 교체 비용도 인상된다. 아이패드 모델은 모든 이전 세대의 아이패드 프로, 모든 세대의 아이패드 미니, 아이패드 에어 모델의 배터리 교체 비용이 5만 3000원 상승한다. 맥 노트북 배터리 교체 비용은 맥북에어 5만원, 이 외 제품이 8만원 인상된다. 명시된 금액은 애플 지니어스 바 기준이며, 그 외 지방 수리센터는 공임비가 추가로 부가될 가능성이 있다. 애플은 지난해 9월 전면 디스플레이 수리 비용을 아이폰13 프로 기준으로 32만 6700원에서 37만 8000원으로 15.7%가량 인상한 바 있다. 당시 업계에서는 원·달러 환율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현재 환율이 하락하는 상황 속에서 배터리 수리비 인상을 감행한 건 불편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대통령제 손봐야”… 4년 중임·내각제 의견 엇갈려

    “대통령제 손봐야”… 4년 중임·내각제 의견 엇갈려

    1987년 6월 항쟁을 기폭제로 탄생한 현행 헌법은 내 손으로 대통령을 뽑겠다는 직선제에 대한 열망과 독재자를 막아야 한다는 시대적 필요에 따라 5년 단임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비판과 함께 대통령이 임기 내 성과내기에 급급해 장기 국정과제 구현에 소홀하게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개헌을 통해 현행 대통령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는 선에서 얼마든지 권력 분산의 정치 개혁을 이룰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한쪽에선 윤석열 대통령 퇴진 집회를, 다른 한쪽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구속을 외치는 현실에서 내각제를 고려해 볼 만하다”고 했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대통령제가 국가 권력을 두고 제로섬 게임을 하는 식이라 여야 간 협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대통령제를 중단하고 양원제 의회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원은 인구 비례의 소선거구제로, 상원은 이를 보완하는 광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방식이다. 의원내각제가 소수 국회의원들의 야합과 나눠먹기식 과두정치로 흐를 가능성이 있어 4년 중임제 개헌으로 충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는 “내각제는 외부 세력의 민주주의 파괴에 취약하고 1987년 민주화 항쟁의 산물로 쟁취한 직선제는 여전히 소중한 가치”라며 “현행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는 수준에 그쳐야 한다”고 했다. 임 교수는 “현 체제하에서 감사원과 예산 편성 기능을 행정부가 아닌 국회로 이관해 의회에 더 많은 자율성을 부여하는 식으로 대통령제를 보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외과 교수도 “정부가 법안 발의 기능과 감사원, 예산 편성권을 갖기 때문에 제왕적 대통령이 나오는 것”이라며 “이 같은 기능을 제한한 미국식 4년 중임제 개헌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통령제와 내각제를 절충한 이원집정부제(준대통령제)로의 개헌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선우 전북대 정외과 교수는 “보다 분권적 권력구조로 개헌하려면 의회의 총리추천권, 내각 불신임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여론은 대통령제 존치가 우세한 만큼 4년 중임제를 하되 인사권과 같은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고 국회의 권능을 강화해 견제와 균형을 보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흉악범 이기영 SNS 사진입니다”… ‘뽀샵’ 에 분노, 위험한 신상털이

    “흉악범 이기영 SNS 사진입니다”… ‘뽀샵’ 에 분노, 위험한 신상털이

    “이기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뒤져서 찾은 사진들입니다.” 택시기사와 동거녀를 살해하고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의 신상이 지난달 29일 공개된 이후 온라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게시글이다. 이기영이 사진 촬영을 거부하면서 최근 찍은 ‘머그샷’이 아닌 후보정 작업을 거친 과거 운전면허증 사진이 공개되자 일부 시민들이 이기영 SNS 계정에서 ‘진짜 사진’을 찾아 신상 유포에 나선 것이다. 신분증 사진이 실제 모습과 달라 국민의 알권리 보장이나 범죄 예방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개인에 의한 신상 유포는 정보통신망법(명예훼손) 위반 소지가 있어 애꿎은 시민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실효성이 떨어지는 피의자 신상 공개 제도를 손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일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신상 공개 제도는 2010년 4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하지만 얼굴을 공개하는 방법은 최근에서야 확정됐다. 강력범의 동의를 받지 못하면 신분증 사진만 공개할 수 있다. 본인 동의로 머그샷이 공개된 피의자는 2021년 12월 전 여자친구의 어머니를 살해한 이석준 정도다. 스토킹하던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전주환이나 노원구 세 모녀 살인사건의 김태현 등은 증명 사진이 공개됐지만, 호송될 때 모습과 달랐다. 강력범 신상이 공개될 때마다 개인들이 피의자나 주변인의 SNS 등을 통해 과거 사진이나 신상을 찾아내 유포했다. 이 과정에서 피의자 사진뿐 아니라 주변인의 얼굴도 함께 노출되는 사례가 많아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 개인이 주장하는 정의로 인해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나 명예 등이 보호받지 못하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런 행위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소지가 있어 경찰이 정확한 신상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미 경찰이 신상을 공개한 만큼 실제 처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견해도 있다. 서혜진 더라이트하우스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경찰이 신상을 공개한 피의자의 경우 사진 유포는 물론 사실 적시나 명예훼손성 표현이 있더라도 공익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해외의 경우 머그샷 공개가 빈번하다. 언론자유를위한기자위원회(RCFP)에 따르면 미국 대부분 주는 관행적으로 범죄자의 머그샷을 공개한다. 다만 캘리포니아·하와이·메릴랜드주는 머그샷의 공개 권한이 주 법무장관에게 있고, 텍사스주는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머그샷 공개가 거부될 수 있다. 머그샷은 대부분 주에서 언론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신청해 열람하거나 유포할 수 있어 머그샷을 수집해 공개하는 웹사이트들도 적지 않다. 영국 역시 머그샷 공개가 잦다. 2017년 14세 동갑내기 둘이 한 사람의 엄마를 살해한 사건의 경우 10대임에도 머그샷을 그대로 공개했다. 우리나라 경찰도 머그샷 공개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뢰했으나, 법무부는 2019년 ‘현행법상 강력범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2020년 행정안전부가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사진 공개는 법적 문제가 없다’고 답변해 지금 같은 방식이 자리잡았다.
  • 윤영찬 “정진상 본적도 만난 적도 없다…허위 보도 분노”

    윤영찬 “정진상 본적도 만난 적도 없다…허위 보도 분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루된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 2015~2016년 네이버 임원으로 재직하던 윤영찬 민주당 의원이 정진상 당시 성남시정책비서관(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만나 네이버 제2사옥 신축 인허가 등을 논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윤 의원은 관련 언론 보도에 대해 현재까지 정씨를 본 적도 만난 적도 없다고 반발하는 등 이 대표 사법리스크를 둘러싼 검찰과 민주당의 신경전이 지속되고 있다. 윤 의원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 이 시점까지도 정진상씨를 본 적도, 만난 적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어제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 기자로부터 전화로 사실 확인을 받고 ‘나는 신사옥 추진 부서에 있지도 않았고 결정 라인도 아니었다’며 ‘정진상씨를 만난 적이 결코 없다’고 사실 확인까지 해줬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구두 참고인 소환요청이 있었지만 참고인으로 출석해 진술할 만한 핵심적 내용을 알지 못하고 그런 상황에서 ‘검찰 소환’이라는 정치적 부담을 제가 지는 것은 감당할 수 없다고 불출석 사유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허위 보도가 게재된 데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다시 한번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 유민종)가 네이버 전·현직 임직원을 상대로 분당구 정자동 제2 사옥 인허가 과정을 조사하면서 2015~2016년 윤 의원과 정씨가 만났다는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시절 두산건설과 네이버 등 관내 기업들로부터 부지 용도 변경, 용적률 상향 등 청탁을 받고 성남FC에 불법 후원금을 내게 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 체조합시다/김사사 [서울신문 2023 신춘문예 - 소설]

    체조합시다/김사사 [서울신문 2023 신춘문예 - 소설]

    이것은 아시아나 스포츠 상설 매장에서 산 트램펄린. 공중부양. 수양은 뛰고 있다. 흔들리고 있다. 조금씩 어지럼증을 느끼고 있다. 전시제품이므로 모서리 변색 있음. 그러나 탄력 좋음. 아시아나 아저씨는 이것이 아주 튼튼한 물건이라고 말했고 정말 그렇게 생겼으니 괜찮겠다 싶지만 수양은 어쩔 수 없이 좀 무서워진다. 그녀는 변색한 트램펄린 모서리를 손톱으로 살살 긁으면서 물었다. 아저씨. 만약 부러지면 어떻게 할 건지? 그건 내가 어떻게 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지요 아가씨…. 맞는 말이다. 수양은 칼을 팔러 가기 전에 튼튼하고 단단한 물건들을 생각하며 오십 분씩 뛰었다. 붉은 벽돌과 철제 의자 강화유리로 된 창문 그리고 칼…. 트램펄린 앞에는 높이 백칠십 센티미터짜리 거울이 있고 수양은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열심히 뛴다. 이것은 은근히 땀이 나는 일이므로 겨울에는 얇은 반소매 티셔츠만 입고 뛰어야 하고 여름에는 다 벗고 뛰어야 한다. 뛰어오를 때는 정말로 공중부양하는 기분이지만 그것은 기분일 뿐이고 어쨌든 떨어지는 일이다. 수양이 영양제나 선크림이나 치약이나 칫솔이 아니라 칼을 파는 이유는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무서워서라도 사 준다는 말이다…. 수양은 칼 판매상이다. * 수양은 택기와 알고 지낸 지 꽤 되었고 택기의 사육장에 가 본 적도 있다. 사육장은 동굴처럼 길고 캄캄해서 거기에 무엇이 있기는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고 보고 있으면 기분이 나빴다. 수양이 택기야 저렇게 하면 토끼가 살 수 있냐 너무 어둡지 않냐 물었을 때 택기는 원래 조명을 켜 두는 곳이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지금은 왜 어두운 거니 묻자 기주가 깜박한 거라고도 했다. 사육장 입구에는 파란색 파라솔이 있었고 그 아래로 작은 탁자와 바퀴 달린 접이식 침대, 플라스틱 의자를 두었다. 의자에는 헐렁한 러닝셔츠와 익은 노른자색 사부 반바지를 입은 사람이 늘어져 있었는데, 수양은 그 사람이 말로만 듣던 기주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택기의 둔하고 쓸모없는 동생 기주. 네가 바로 기주다. 기주는 고개를 뒤로 기울인 채 눈을 감은 모습이었고 무릎 위로 까만 총이 놓여 있었다. 택기야 저거 진짜 총이냐. 비비탄총이지. 그렇구나 난 또. 정오를 지나던 때였으므로 하늘을 향한 기주의 얼굴은 서서히 달궈지는 중이었다. 그늘을 벗어난 얼굴 위로 노랗고 깨끗한 햇빛이 일렁거렸으니 기주는 잘 먹고 잘 자라는 중인 아이처럼 보였다. 스포츠머리에다 늘 하얀 두건을 쓰는 택기와는 전혀 닮지 않았다. 수양은 기주의 뺨 위로 조심스레 검지를 얹었고 손가락으로 전해지는 미세한 따듯함을 느꼈다. 택기가 토끼 한 마리를 잡아 사육장 밖으로 걸어 나왔을 때, 그의 표정은 중요한 약속을 앞둔 사람처럼 신중하고 뻣뻣했다. 기주는 그때까지도 절대 깨지 않았으므로 수양은 택기야 기주가 졸고 있어… 하고 작게 속삭였다. 택기는 기주가 졸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런 척을 하는 거라고 말했다. 잿빛 토끼는 몸집이 컸다. 그냥 큰 게 아니라 아주 컸다. 택기는 자이언트 토끼라고 말했다. 크고 따듯하고 순한걸. 택기야 이 토끼는 정말로 순하다고. 털에 파묻힌 토끼의 눈이 마름모 모양이었기 때문에 수양은 토끼의 미간을 마름모꼴로 문질렀다. 몸집이 큰 것과는 별개로 토끼는 부드럽고 무른 표피를 가져서 조금만 세게 쥐면 으스러질 것 같았다. 수양이 토끼도 우는가 어떻게 우는가 기억이 나지 않네 하자 택기는 토끼를 가리켜 커서 문제다, 크고 소리도 없어서 문제다, 하고 중얼거렸다. 그게 왜 문제야. 커야 더 좋지. 너는 토끼로 요리하는 요리사니까 커야 좋은 거지. 개새끼들이 도망을 간다고. 토끼는 개새끼가 될 수 없었지만 택기는 달리 부를 말이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도망을 간다니 탈출한다는 것인가. 어떻게 탈출해. 이렇게 큰데. 크기가 이런데. 가끔 유연한 토끼들이 있다고 해도 토끼는 액체가 아니므로 수양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택기가 하는 탕집은 사육장과 마주 보고 있고 탕집 주방 쪽창은 사육장 입구를 향해 나 있었다. 택기는 하얀 두건을 쓰고 방수 앞치마를 두른 모습으로 탕을 끓인다. 매일 그렇게 한다. 그러다 보면 택기의 몸에서는 아주 이상한 냄새가 나기 시작하는데 그래도 수양은 택기의 냄새에 대해 이야기해 본 적이 없다. 택기가 한참 탕을 끓이다가 쪽창을 쳐다보면 토끼 두어 마리가 잔디밭에 우뚝 서 있는 것이다. 어떤 때는 택기와 단번에 얼굴이 마주치고 어떤 때는 뒷모습이 보이지만, 뒤돌아 있던 놈도 언젠가 택기 쪽으로 고개를 돌리게 되어 있고 그러다가 산으로 사라진다고 했다. 택기는 개새끼들이 사람을 놀릴 줄 안다고 싫어했다. 사실 토끼는 번식이 빠른 동물이라서 두어 마리가 없어진다고 문제 되는 것은 아니었는데 택기는 기주더러 탈출하는 놈들을 되는 대로 잡아내라고 거기에 앉혀 두었다. 기주는 그동안 뭔가를 잡아낸 적이 없다. 쟤는 아무것도 못 잡아. 택기가 말했다. 기주는 여태껏 바닥에만 비비탄을 쏘아 댔기 때문에 기주가 앉은 부근으로는 잔디가 자라지 않았고 살짝 젖은 토양이 드러났다. * 수양은 이제 택기의 탕집에서 칼을 팔게 되었지만 원래는 여기저기에서 잘 팔고 다녔다. 모르는 집의 문을 두드리고 칼 세트를 재빠르게 보여 준 뒤 현관에 걸터앉아서 800방짜리 숫돌에다 느릿느릿하게 칼을 갈고 이것 보세요 참 쉽지요 하는 일을 잘했다. 배낭에 챙긴 A4 용지 다발 중 한 장을 꺼낸 뒤에 막 갈아 낸 칼로 비스듬히 잘라 내고 한번 해 보세요 정말 부드럽고 예리하지요 하는 일도 잘했다. 가끔은 몇 달 전에 팔았던 집에 가서 또 팔아 내고 이번에는 업그레이드되었으니 다르다고 거짓말하는 일도. 그런 일을 못 하게 된 것은 어느 날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사람의 집에 갔기 때문인데, 그가 원로 마술사였다는 소문이 있다. 그는 특히 손도 대지 않고 멀리 있는 폭죽을 터뜨리는 마술을 잘했는데 그것만큼 사람들의 반응이 좋은 게 없어서 터뜨리고 터뜨리다 귀가 먹었다고 했다. 어쨌든 수양은 원로 마술사쯤은 상대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은 수양이 아무리 이것 보세요 이것 보세요 해도 칼을 제대로 보지 않았고 대신 전화기를 들었다. 수양은 그날 처음으로 지구대에 가 보았는데, 눈썹이 짙고 목소리가 큰 박 순경은 그냥 말하는 것이지만 소리 지르는 것처럼 들리는 볼륨으로 말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당신은 당신이 얼마나 위험한 사람인지 알 필요가 있어요 알아야 해요 하며 조금은 간절한 표정으로 수양의 손을 꼭 붙잡았다. 박 순경의 손바닥이 참 축축해서 수양은 이 사람 겁이 많은 사람이잖아 생각했고 앞으로는 그런 식으로 칼 파는 일을 그만두고 싶어졌다. 그래도 수양은 칼 파는 데 재능이 있었고 다른 일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으므로 지구대를 나와 집으로 돌아가서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하지 하며 트램펄린을 뛰었다. 뒤통수가 팽팽하게 조여드는 느낌이 들자 수양은 앞으로도 트램펄린 타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멈추고 싶지 않았으나 나중에는 기운이 빠져서 잠들었다. 다음 날에는 오전 다섯 시에 잠에서 깼다. 잠 없는 노인들이나 일찍 나가는 공장 사람들한테는 그만큼 이른 시간에 찾아가서 칼을 파는 수밖에 없었으니 수양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려 노력하는 편이었는데 그것이 그만 몸에 익어 버린 것이다. 잠자는 동안에는 땀을 조금 흘렸다. 날이 점점 더워져서 그랬다. 수양은 택기가 토끼탕을 잘 끓인다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택기가 만든 탕을 먹어 본 적이 없고 그때까지 택기의 얼굴을 본 적도 없었지만, 오가는 길에 택기의 탕집을 자주 보았고 거기에는 늘 사람이 많았으니 그런 집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택기의 탕집 앞에는 국도가 있고 작은 산도 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몰라도 그 작은 산이 국내 100대 명산 중 칠십 번째나 팔십 번째쯤 되었다. 수양은 그 산이 얼마나 명산인지 궁금했다. 지구대에 다녀온 다음 날, 수양은 일찍 일어나게 되었으니 산책을 하기로 마음먹었고 싱크대에서 미지근한 물로 얼굴을 씻어 낸 뒤 밖으로 나가 아주 천천히 걸었다. 그녀는 무척 여유로운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차분한 음악을 듣고 따뜻한 차를 끓여 마신 뒤에 산책하기를 즐기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기 때문에 몸을 앞뒤로 조금씩 흔들어 가며 걸을 수 있도록 신경 썼다. 수양은 칼을 팔러 갈 때 주로 흰옷을 입었는데, 가장 친절하고 상냥해 보이면서도 미묘하게 위협적인 색깔이 바로 흰색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제 그런 식으로 칼을 팔지 않게 되었으나 자연스레 흰 옷을 골라 입었다는 사실이 좀 웃겼다. 어디서 자꾸만 하나둘하나둘하나둘하나둘 하고 조금도 쉬지 않고 구호를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수양은 곧 택기의 탕집 앞 잔디밭에 다다랐고 거기에서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이 열을 맞춰 잔뜩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 아니 저건… 새천년 체조잖아. 수양은 원래 칼을 잘 파는 사람이었지만 그날처럼 칼을 많이 팔아 본 적은 없었다. 하나둘하나둘하나둘 구호는 알맞게 외치는데 동작은 전혀 들어맞지 않는 사람들이 체조를 끝내고 명산이라는 산을 탄다고 우르르 사라졌을 때, 수양은 생각을 하자 생각을 해, 하며 걷던 길을 다시 걸었고 명산 앞에 있는 ‘명산 앞 간이 휴게소’로 들어섰다. ‘명산 앞 간이 휴게소’에서는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는 만두를 팔았는데 택기의 탕집만큼은 아니더라도 장사가 잘됐다. 여기까지 따라오기는 했으나 산을 타기 싫은 아이들이 김밥과 만두를 먹고 있었고 산 타는 사람들만 노리는 일명 등산객 전문 린치족들이 교복을 꼬박꼬박 챙겨 입은 모습으로 담배를 계산하는 중이었다. 수양은 매운맛 만두를 사서 전자레인지에 돌린 뒤에 자리에 앉았다. 김이 나는 만두를 젓가락으로 조금씩 잘라 먹으며 산을 타는 사람들에게 칼을 팔아야겠어 하고 중얼거렸다. 김밥과 만두를 먹던 아이들에게 혹시 칼을 사겠니 물었지만 아이들은 무시했고 김밥에서 빼낸 단무지만 계속해서 찔러 댔다. 수양은 왠지 섭섭해져서 입을 쩝쩝 다셨다. 그래 역시 어른들에게 팔아야겠지…. 수양은 하나둘하나둘하나둘 체조하던 사람들이 내려올 때까지 만두를 야금야금 베어 먹다가 벽걸이형 선풍기의 약풍을 맞으며 졸았다. 그러곤 결국 그들이 다시 돌아오는 데 무려 여섯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저렇게 작은 산에서 도대체 무엇을 하기에 그만큼이나 걸린단 말인가. 알 수 없었지만 알고 싶지도 않았다. 수양은 사람들이 손바닥을 짝짝 부딪치며 내려와서는 곧장 택기의 탕집으로 향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러고는 집으로 달려가서 칼 세트와 함께 A4 용지가 든 배낭을 챙겼는데, 그 사람들 앞에서는 종이를 자르는 시범 따위 보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로는 그런 것들을 챙기지 않았다. 택기의 탕집 앞에는 하얀 두건을 쓰고 분홍색 방수 앞치마를 두른 남자가 서 있었다. 그것이 바로 택기였다. 택기는 탕집 입구로 들어서려는 수양을 붙잡았다. 탕을 드시려면 예약을 하셔야 하는데요. 저는 탕 먹으러 온 사람 아니거든요. 그런 음식은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그럼 왜 들어갑니까? 칼을 좀 팔고 싶어서요. 택기가 수양의 팔뚝을 가볍게 내려놓으며 약간의 미소를 지었을 때 수양은 이 사람이 설마 나를 좋아하게 되었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택기의 손바닥이 너무 두꺼웠고 반짝거리는 그의 분홍색 앞치마가 마음에 들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그의 몸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길 바랐다. 탕이 싫으면 뭘 좋아하시죠. 택기가 물었다. 저는 감자튀김을 좋아해요. 수양이 대답했다. 산을 좀 타 봤다 하는 사람들은 주로 택기의 탕집에 모인다. 수양이 테이블 여러 개를 이어 붙인 곳으로 다가가서 제 칼을 좀 보시겠어요 하면 어어 그렇지 봐야지 하는 사람들이었다. 수양의 칼은 그다지 특별한 게 아니었고 일주일에 두어 번 방영하는 홈쇼핑 식칼과 유사한 모양새였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수양이 칼을 꺼내 들 때마다 마술을 본 것처럼 좋아했다. 제 칼을 좀 사시겠어요 하면 당연히 사 줘야지 이걸로 기필코 그놈을 죽이고 말리라 그런데 아가씨는 누군가? 하는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은 모두 칼을 사게 되어 있다. 수양은 매일 아침 몸을 앞뒤로 흔들며 산책하게 되었다. 하나둘하나둘하나둘 체조하는 사람들을 지켜본 뒤 명산 앞에 있는 ‘명산 앞 간이 휴게소’에 앉아 조금 식은 만두를 먹었고 할 일이 없어지면 린치족들의 대화를 엿들어 보려 했다. 그들은 늘 길쭉한 막대 모양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중얼거렸다. 그게 어떤 말인지는 들리지 않았다. 택기는 수양의 칼을 사지 않았지만 매일 웃는 얼굴 모양의 동그란 감자튀김을 내 주었고 수양은 그것을 천천히 먹어 치웠다. * 기주야 너는 왜 토끼를 잡지 못하니. 수양은 매일 택기의 탕집에서 칼을 팔게 되었으므로 기주의 얼굴도 매일 보았다. 택기는 두피부터 손등과 발가락까지 온몸에 땀이 많은 편이었는데 기주는 그렇지 않았다. 기주는 파라솔 아래 탁자 앞에서 밥을 먹고 침대나 플라스틱 의자에서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하고 하여튼 그런 식으로 종일 바깥에 있지만 가까이 다가가도 바짝 마른 풀 냄새나 무언가를 태우는 냄새 같은 것만이 났다. 밥을 먹고 나서는 바닥에다 비비탄총을 쏘고 종아리나 팔뚝 주위로 부채질을 조금 하다가 신문에서 오려 낸 스도쿠를 한참 붙잡고 있었는데 빈칸을 모두 채우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 수양은 접이식 침대 위에 누워서 천천히 복식호흡을 했다. 언젠가 그것이 송장 자세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기 때문에 아주 편안해진다. 너는 왜 토끼를 못 잡냐고. 몰라. 그걸 왜 몰라, 보고 있는데 왜 몰라. 그냥 잠깐 눈을 감았는데 밖으로 나와 있었어, 저기에 서 있었어. 토끼를 왜 좋아하나. 누가? 여기 오는 사람들이. 정력에도 좋고 건강에도 좋대. 토끼는 조루라던데? 그거랑 무슨 상관이야. 일간 신문에서 오려 낸 스도쿠가 바람에 날아가도 기주와 수양은 몸을 움직이지 않는다. 내일은 또 다른 스도쿠가 배달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주는 공중에서 나부끼는 스도쿠 종이를 보며 이마를 조금 구겼고 모든 것이 무게중심 때문이라고 말했다. 따지고 보면 사람의 심장은 아주 미세하게 왼쪽으로 치우친 상태이므로 무게중심도 왼쪽에 있을 수밖에 없고 따라서 모두의 왼쪽 엉덩이는 조금 더 눌려 있고 작다고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늘 왼쪽으로 살짝 돌아앉게 되어 있다고. 안 그래도 사람이라면 모두 그런 편인데, 기주는 특히 자신이 왼쪽으로 조금씩 돌아앉는 상상만 해도 본능처럼 왼쪽으로 이끌리고 그래서 자꾸만 왼쪽을 주시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런데 토끼들은 하필 오른쪽에서만 출몰하고 그런 이유로 도저히 놈들을 발견할 수가 없다고. 그렇지만 기주가 신경을 써서 오른쪽으로 돌아앉아 보아도 변하는 건 없었다. 어떻게 해도 토끼들은 탈출하고 기주는 밥을 먹고 있었거나 스도쿠를 풀고 있었거나 눈을 감고 있었거나 무게중심 때문이었거나 무슨 무슨 이유로 토끼를 발견하지 못했다. 뒤늦게 산 쪽으로 멀어지는 토끼를 발견하고 아아아아 토끼가 나타났다 지금은 멀어지는 중이다 하고 소리를 지르면 택기가 뛰어나오지만 이미 모든 게 사라지고 난 뒤였다. 수양은 사라진 토끼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 전에 살아 있기는 한 건지 궁금해졌다. 이만큼이나 사라졌으면 이미 산에는 토끼가 천지일 텐데 산을 타는 사람들은 자꾸만 택기의 탕집에 와서 토끼탕을 먹었고 산을 타다 토끼를 본 사람은 없다고 하니 저녁에는 산에 올라가 보기로 했다. 수양은 보이지가 않네 여기로 좀 와 봐라 이리 좀 와라 하며 산을 오르다 페도라를 만났는데, 그가 페도라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 페도라는 까맣고 큰 페도라를 쓰고 있었고 걸친 옷이 없었다. 아주 깊은 페도라여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페도라는 줄무늬 사각팬티만 입은 모습으로 큰 소나무를 껴안고 있었는데 팔이 긴 편이어서 편안하고 안정적인 모습이었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몸을 잘 다룰 줄 아는 사람 같았다. 수양이 ‘명산 앞 간이 휴게소’에서 만난 린치족들을 떠올리며 옷까지 모두 벗겨 가다니 정말 답도 없는 놈들이로군, 하자 페도라가 고개를 저었다. 저는 산을 타고 또 탔지요. 그러다 보니 점점 더워져서 옷을 한 꺼풀씩 벗었고 이것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벗을 때마다 길을 잃는 기분이더군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들을 만나기는 했다만 뭐라고 했던가요…. 페도라는 여기에서 말을 멈추고 목을 가다듬더니 얇고 연약한 목소리를 내었다. 우리는 아주 건강해 너무 건강해 우리는 내일이 없는 사람이에요 하면서 나를 지나쳤습니다. 정말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외우는 일은 잘해서 말이죠. 밤이 되니 추워져서 나무를 안고 싶었습니다. 그는 손가락을 세워 모자와 팬티를 가리켰다. 이건 제 자존심이라 남겨 두었습니다. * 택기의 손은 두껍다. 손등은 거칠지만 손바닥은 부드러워서 영 이상한 손이다. 수양은 택기가 탕집 안에서 날카로운 칼을 다루다 그 손까지 어떻게 해 버리는 건 아닌가 가끔 생각하는데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난 적은 없다. 산을 타고 온 사람들은 자리를 떠날 때까지 쉴 새 없이 떠들기 때문에 괴로울 만큼 시끄럽고 그것은 모두 택기의 탕집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므로 택기는 자주 지치고 늘어진다. 늘어진 택기는 수양의 집에서 잠을 잔다. 택기의 탕집과 택기와 기주가 사는 집은 아주 가까이 붙어 있는데도 택기는 가끔 수양의 집에서 자겠다고 성가시게 굴고 징징거리다 결국 그렇게 했다. 수양은 이제 칼 가는 시범을 보일 필요가 없지만 습관처럼 칼 가는 연습을 하고 트램펄린을 탔다. 그만 타. 왜. 나 머리가 아파. 이것만큼 긴장되는 게 없다고. 수양이 칼을 갈고 있으면 택기가 조용히 옆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 허공에다 수양과 같은 동작으로 칼을 갈아 보고 바보 같은 표정을 짓는다. 요리하는 택기는 두건을 쓰는 데다 표정도 굳어 있으니 어느 폭력배의 막내쯤으로 보이는데, 이럴 때는 바보 같은 표정을 지으니 정말 바보 같았다. 그러다가 너무 집중하면 택기의 작은 입술이 동그랗게 벌어지고 침이 떨어진다. 수양은 그때마다 택기의 목에 하얀 수건을 매 주었다. 아무리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도 침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수건을 매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택기는 칼 가는 시늉을 한참 하고 나서 미끄러지듯 바닥에 드러눕는다. 택기야 내일은 몇 마리나 잡냐. 아마 스물세 마리. 그렇구나 바쁘겠다. 택기와 수양은 아무 사이도 아니지만 가까이 붙어 잔 적이 많고 그러다 보니 서로에게 바로 오늘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 때가 종종 있었다. 그러면 수양은 아무래도 칼 있는 집에서 하는 건 좀 그렇지, 하고 택기에게 말을 걸고 택기는 나도 방금 개새끼들 잡고 와서 좀, 이라고 대답한 뒤 눈을 감았다. 기주 말로는 자기 몸은 왼쪽이 더 무겁대. 걔는 원래 헛소리를 잘해. 나 어제 페도라를 봤어. 어디서 파는데. 아니 페도라 쓴 사람 봤다고. 어디서 봤는데. 산에서. 산에서 그런 걸 왜 쓰고 있어. 내가 박 순경을 불렀어. 박 순경은 왜. 데려가 줄 것 같아서 불렀어, 진짜 데려가더라. 택기는 새벽 일찍 일어나서 토끼를 잡아야 하고 수양은 흔들흔들 걷는 산책을 해야 하므로 그때쯤이면 수양이 이제 자자, 하고 그들은 잠을 잤다. 그런데 그날따라 택기가 수양의 팔뚝에 얼굴을 비벼 댔고 수양은 그것이 아주 뜨겁게 느껴졌기 때문에 택기의 얼굴이 언제부터 뜨거웠는지 궁금해졌다. 택기야 너는 왜 요리를 잘하냐. 사실 택기는 요리를 썩 잘하는 편이 아니었고 탕집은 택기의 고모가 소유하던 것이었는데, 그녀는 매일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잠자리에 들기 전 택기와 기주의 얼굴을 조심스레 붙잡고 볼 키스를 해 주는 다정한 사람이었다. 당시의 택기는 이미 어른이었고 그런 일이 시들했지만 어린 기주는 그 시간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고모는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고 생활력이 강했으나 아름다운 것을 좋아했으므로 종일 동물을 관리하고 탕을 끓이는 일을 견딜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이제는 정말 견딜 수 없겠다고 느낄 때마다 탕집을 찾는 사람들은 늘어나기만 했다. 고모는 하루하루 침실 방문을 잠그고 우는 일을 반복했으며 아주 먼 곳에 사는 친구와 긴 통화를 이어 가다 결국은 떠날 수밖에 없었다는데, 수양은 도대체 그 고모가 어디로 떠났다는 것인가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게 말이 되냐. 말이 안 될 건 뭐지 나는 거짓말을 안 하는데. 택기가 말했다. 택기와 기주는 그녀가 아주 먼 곳에 있다던 친구를 찾아간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고모로부터 딱 한 번 받은 엽서에는 그런 소식이 적혀 있지 않았고 감기는 걸리지 않았니 하는 식의 시답잖은 안부와 함께 탕을 맛있게 끓이는 조리법이 정갈한 글씨로 적혀 있었다. 그보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른 뒤에 고모는 택기 앞으로 분홍색 방수 앞치마가 담긴 택배를 보냈다. 멀리 있는 곳에서 모텔 장사를 시작했으며 경치가 좋다는 내용의 쪽지를 함께 남기곤 연락이 닿지 않았으므로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밤마다 전화를 걸었던 누군가가 정말로 있었던 건지는 알 수 없었다. 고모가 보낸 엽서 앞면에는 어떤 지역의 문화재 사진이 크게 붙어 있었는데 기주는 택기 몰래 그곳으로 찾아가기 위해 짐을 꾸렸다가 들킨 적이 있다. 어쨌든 택기는 돈 때문에 요리사가 되었고 자꾸자꾸 토끼를 잡고 자꾸자꾸 탕을 끓이다 보면 다 잘하게 되어 있다고도 말했다. 실망이야. 대대로 내려오는 명장 집안인 줄 알았는데. 택기는 이제 내가 명장이 되겠어 하고 속삭였다. * 수양은 아침 식사로 매운 컵라면을 먹은 뒤 집을 나섰다. 그날따라 날이 무척 더웠다. 이상하게도 수양은 배가 아주 헛헛한 기분이었고 뜨겁기도 해서, 어쩐지 저녁이 되면 배가 몹시 고파지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시원한 게 먹고 싶다 차갑고 시원한 게, 하며 걸었다. 탕집 앞에서는 하나둘하나둘 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대신 몸을 꼭 죄는 회색 양복을 입은 페도라가 서 있었다. 그는 양손을 주먹 쥔 채 정면을 바라보았다. 산 타는 사람들은 구호를 외치는 대신 바둑판처럼 깔끔한 간격을 유지하며 페도라를 마주 보았다. 그 속에서 러닝셔츠를 입은 기주의 뒷모습이 함께 보였다. 바닥에 놓인 시디플레이어에서 노래 전주가 흐르자 수양은 트로트잖아, 했고 가장 뒤에 서 있던 짧은 파마머리 여자가 뒤돌아 이건 샹송이야 아가씨, 하고 단호하게 속삭인 뒤 고개를 돌렸다. 페도라는 긴장한 것처럼 보였는데 정말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가 오른손을 올려 가슴 부근을 꼭 쥐더니 툭 하고 가볍게 무릎을 꺾어 쓰러지자 산 타는 사람들과 기주가 똑같은 모션을 했다. 왼쪽 가슴 위로 손을 얹고 살며시 주먹을 쥔 뒤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바짝 서 있던 잔디가 푹푹 꺼지는 소리가 얕게 들렸다. 움직임 없이 서 있는 것은 수양과 탕집 입구에서 담배를 피우던 택기뿐이었다. 페도라는 곧바로 일어나 정자세를 취했는데 그 과정이 너무나 유연하고 부드러웠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그를 따라 할 수 없었다. 그런 일은 노래가 끝날 때까지 반복되었고 사람들은 산을 타기 위해 흩어졌으며 페도라는 시디플레이어를 들고 잰걸음으로 멀어졌다. 수양은 그날 밤에 페도라를 다시 만났다. 그는 기주와 함께 접이식 침대에 앉아서 사육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페도라는 페도라를 쓰지 않은 채였고 품이 큰 티셔츠와 반바지에 납작한 가죽 슬리퍼를 신었다. 얼굴 끝이 뾰족한 데다 길쭉하고 마른 몸을 가지고 있어서 물 위에서 흔들리는 수생식물 같은 모습이었다. 침대 옆 의자에는 박 순경이 등을 둥그렇게 말고 앉아 기주의 스도쿠를 대신 채우고 있었다. 수양은 그 모습이 믿기지 않았기 때문에 저것이 진짜인가 생각했다. 날이 더웠으므로 휴게소에 들러 과일과 빙과류를 사 오던 길이었고 기주가 수양을 발견하고서 손을 흔들었기 때문에 그들 넷은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기주야 택기는 어디 있냐. 사육장에. 또 토끼 잡으러 갔냐. 그래야 내일 팔지. 그렇긴 하지. 수양은 고개를 아래위로 흔들었다. 페도라가 수양에게 수양씨 반갑습니다 하자 수양이 네 페도라씨, 하고 대답했다. 페도라씨와 박 순경님은 왜 여기에 있나요. 저는 지금 박 순경의 집에 살고 있습니다. 언제부터요. 그날부터요. 수양은 페도라의 어조에서 어느 해안지역을 떠올렸으나 구태여 말하지는 않았다. 기주는 수양에게 페도라가 극장에서 일했다고 일러 주었고 수양은 배우이시군요, 하며 페도라를 바라보았다. 페도라는 그렇다면 그렇고 아니라면 아닌 것도 같다고 대답했다. 박 순경은 수양의 노란 장바구니에서 크림 맛 아이스크림을 꺼내 먹더니 수양의 칼로 참외를 깎아 탁자 위에 한 조각씩 올려 두었다. 모두 참외를 아작아작 씹어 먹었다. 박 순경은 시간 간격을 두고 참외 다섯 개를 깎아 냈는데, 넷은 그것을 모조리 해치웠다. 탁자 한쪽에 쌓인 참외 껍질이 아주 얇게 깎인 모양새여서 박 순경은 그런 일에 소질이 있는 사람으로 보였다. 페도라는 수양이 페도라씨, 하고 부를 때마다 턱 끝을 당기며 조금씩 새는 웃음을 참았다. 한때 자신이 그런 별명으로 불렸다고 했다. 그래서 배우라고요 아니라고요. 극장은 극장인데 영화를 보여 주는 극장은 아니고요…. 카바레라고 더 많이 부르던데요…. 그러면 가수인가 보군요. 그것도 애매한 것이 나는 노래에도 소질이 있었지만 다른 것을 조금 더…. 페도라는 관광지에 있는 관광 카바레 출신으로, 밤무대 가수를 노렸으나 실력이 그만큼은 되지 못해서 코미디와 차력을 하다가 나중에는 가수 뒤에서 춤을 추는 댄서가 되었다. 그는 주로 샹송 가수의 뒤편에서 팔다리를 부드럽게 흔들며 흐느적거리는, 춤이라고는 할 수 없는 그런 춤을 추었다. 노래의 분위기에 맞춰 페도라를 쓰고 실크 셔츠를 입었으므로 전체적으로 잠들기 직전인 사람이 몽롱한 정신으로 침실이나 거실을 슥슥 걸어 대는 느낌이었다. 샹송이 한국인에게 인기가 많은 것과는 별개로 카바레에서 잘 통하는 장르는 아니었으니 샹송을 부르던 여자 가수와 페도라가 무대에 올라가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대체로 에이급 무대가 시작되기 전에 잠깐 세워지거나 펑크 난 공연을 메우기 위해 급조하는 식이었다. 원형 무대를 둘러싸고 앉거나 서거나 춤추거나 하며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이미 정신이 나간 상태여서 이런저런 욕을 하고 술이나 음식 던지기를 좋아했으며 샹송 가수와 페도라에게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짧은 공연을 마치면 유령처럼 사라지던 샹송 가수와 페도라가 ‘덜떨어진 듀오’로 불리게 된 것은 어느 날 페도라가 춤을 추다 크게 미끄러졌기 때문이었다. 그의 춤에는 정교함이나 정신 집중 같은 것이 필요하지 않았으니 그는 늘 언제쯤 이따위 춤을 그만두게 될 것인가 골몰하며 춤을 추었다. 그 일은 다만 페도라의 정신이 다른 데 있었고 밑창이 닳아 본드 칠을 한 그의 구두가 미끄러운 무대 바닥을 견디지 못해 생긴 불상사였을 뿐이지만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페도라가 마치 허공에서 날아온 강렬한 펀치를 맞고 쓰러진 사연 있고 가련한 남자로 보였다. 그가 쓰러져 있는 동안 샹송 가수는 엉덩이를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며 클라이맥스를 불렀다. 샹송 가수는 주로 앙리코 마시아스의 ‘추억의 솔렌자라’를 불렀는데 그것은 프랑스의 민요를 빌려 만들어진 노래였고 그날 샹송 가수가 부르던 노래 역시 그것이었다. 아무래도 민요라는 것이 공동체적이면서도 신비스러운 것이라… 라고 페도라는 덧붙였다. 그 노래는 세계적으로 히트를 쳤다. 프랑스인이 아니고서야 웬만한 사람들은 들어 보지도 못했을 곳이 솔렌자라였지만 어느새 솔렌자라는 모두에게 추억의 솔렌자라가 되어 있었다. 페도라가 쓰러지자 사람들이 무대를 주시하기 시작했고 이내 샹송 가수의 목소리를 따라 흥얼거렸다. 무대 아래에서 뒷짐을 지고 서 있던 안내요원은 두 손을 입가로 모은 뒤 야 이 새끼야 계속해, 계속하라고. 멈추지 마!라고 외쳤다. 안내요원과 페도라는 가끔 함께 술을 마신 적이 있다. 그가 주춤거리며 일어서자 누군가 휘파람을 불었고 누군가는 소리를 질렀다. 그날부터 샹송 가수와 페도라는 ‘덜떨어진 듀오’로 불리며 완벽한 B급이 되었다. 페도라는 완벽한 B급이 된 이후로 춤을 그만두고 마임을 했다. 주된 특기는 역시 쓰러지거나 넘어지는 것이었고 그중에서도 ‘화살 맞는 남자’를 가장 잘했다. 어떤 식으로 화살을 맞게 되는지는 매번 달라졌기 때문에 ‘덜떨어진 듀오’가 무대에 오르면 페도라는 먼저 무대 앞으로 한 발짝 나서서 말했다. 오늘은 도망치다 화살을 맞는 소년입니다 이번에는 사랑하는 사람 대신 화살을 맞는 남자입니다 하는 식이었다. 페도라는 관광 카바레의 유명 인사가 되어서 ‘덜떨어진 듀오’가 아닌 ‘페도라’로 불리기 시작했다. 카바레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이미 페도라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는 어떤 이유로 화살을 맞는 콘셉트인지 설명할 필요가 없어졌다. 무엇보다 페도라 역시 그 일을 자꾸만 반복하다 보니 정말로 자신이 화살을 수없이 맞아 본 가슴 아픈 사람처럼 느껴졌고 그 감정은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화살을 맞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일어나느냐였는데, 사람들은 원하는 것이 많았다. 화살을 맞고 쓰러진 뒤에 재빨리 일어나 정면을 바라보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자세였다. 그 외에도 아주 천천히 일어나거나 몸을 조금씩 굴려 일어나거나 하는 많은 방식이 있었다. 화살을 맞는 모습이 리얼하게 느껴지는 것보다도 어떻게든 다시 일어나는 일이 중요했다. 크고 동그란 무대를 둘러싼 사람들은 무대 앞 바리케이드에 달라붙어 페도라를 향해 다트를 던지는 듯한 가벼운 자세로 툭툭 한 손을 뻗거나 활시위를 당기는 척했고 그러면 페도라는 타이밍을 노려 바닥으로 주저앉아야 했다.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사람들이 외치는 순간 알맞은 자세로 일어나는 것이 핵심이었다. 어느 틈에 관광 카바레 포스터에는 깊고 검은 페도라를 쓰고 하관만을 드러낸 페도라가 매력적으로 미소 짓는 측면 모습이 들어섰다. 그들의 캐치프레이즈는 ‘페도라는 무조건 일어난다’였다. 사람들이 ‘화살 맞는 남자’를 원한 것은 물론이고 페도라 역시 그런 일에 사로잡혔으므로, 그는 넉넉한 실크 셔츠 대신 흰색 쫄쫄이만을 입고 무대에 서게 되었다. 쫄쫄이는 페도라가 자세를 달리할 때마다 미세하게 꿈틀거리는 근육을 치밀하게 보여 주었다. 무대 조명 아래에서 길쭉하고 마른 페도라는 석고상처럼 보였다. 페도라는 그날 아침 택기의 탕집 앞에서 ‘화살 맞는 남자’를 시도할 때 입은 양복이 박 순경의 것이라고 했다. 가장 작은 사이즈를 찾느라고 고생했습니다. 그가 길게 한숨을 쉬었다. 기주는 페도라를 향해 떼돈을 벌었냐고 물었다. 물론 그렇지요. 페도라가 답했다. 페도라가 점차 이름을 알리면서 샹송 가수는 잊히게 되었다. 그녀는 카바레에서 완전히 떠나기로 한 날 분장실로 페도라를 불러내었고 그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자다가 화살이나 맞아라…. 그는 그날의 분장실과 샹송 가수를 상기하며 은밀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끝내줬지요. 그는 잠시간 굉장한 화살을 맞은 기분을, 그것이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화살이라는 기분을 온몸으로 느꼈고 ‘페도라’로 사는 일을 그만두었다. 그는 이제 밝은 낮부터 일하는 직업을 얻고 싶어졌으므로 골목길에 커피숍을 차렸는데, 그곳은 분명 커피숍으로 시작했으나 나중에는 또 다른 카바레가 돼 버리고 말았다. 카바레의 단골들은 종종 무리 지어 커피숍에 들렀다. 그들은 테이블에 앉아 페도라가 내린 커피를 음미하고 얌전히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일을 반복하다 어느새 에이프런을 두른 바리스타 페도라의 구역을 침범했고, 손수 커피를 내려 마신 뒤 커피값과 팁을 금고에 채워 넣기 시작했다. 장소는 달라졌으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 페도라는 또다시 화살 맞는 남자가 되어서 쓰러졌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는 중이었다. 카바레의 단골들은 매일 아침 일찍 경직된 얼굴로 찾아와서 페도라의 쇼를 관람한 뒤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고 돌아갔다. 커피숍을 접고 책 대여점과 노래 연습장을 차례로 열었지만, 그것은 아무 소용 없는 일이었다. 끝으로 번 돈을 모두 까먹은 페도라가 백화점 주차요원이 되었을 때는 그가 들고 있던 주홍색 경광봉마저 화살이 되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에 그는 멀리 도망쳤고 그렇게 하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그들은 아주 캄캄한 시간까지 파라솔 아래에 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줄곧 무덥고 눅눅했다. 페도라의 이마에서 땀이 죽죽 흘러내려 턱 끝에 매달렸다. 기주는 비비탄총을 매만졌고 수양은 사육장 천장에 달린 노란 조명을 바라봤다. 박 순경이 수양씨 아직도 칼을 파신다고요, 하고 물었다. 정말 이상하시네 나한테 왜 자꾸 그러세요. 수양은 억울한 기분으로 되물었다. 저 사실 산을 잘 탑니다. 순경님이 산을 잘 타는데 나더러 어쩌라고요. 저도 린치족이었습니다. 뭐라고요? 그냥 그렇다는 겁니다. 박 순경은 코끝을 조금 긁적이다 또다시 수양의 장바구니를 뒤적였다. 이제는 깎아 먹을 참외도 없었기 때문에 그는 날씨가 참 덥네요 같은 말만 몇 번 더 했다. * 페도라는 매일 시디플레이어를 들고 나타났고 사람들은 새천년 체조를 하는 대신 화살 맞는 사람들이 되어 갔다. 쓰러졌다 일어나는 순간에는 분위기가 고조되었기 때문에 모두 흥분한 모습으로 크게 숨 쉬었다. 방수 앞치마를 두른 택기도 종종 수양과 나란히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들은 주로 산 타는 사람들 한복판에서 왼쪽 가슴을 그러쥐고 쓰러지는 기주를 구경했다. 택기야 기주가 제일 열심인 거 아냐. 쟤가 얼마나 땀이 없는데 저렇게 축축해지다니. 택기는 가만히 기주를 보다 사육장으로 걸어 들어가서 한참 동안 나오지 않았다. 시디플레이어의 노래는 한 시간가량 반복 재생되었으므로 사람들은 한 시간 동안 화살 맞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수양은 이른 오전마다 택기의 탕집 앞에 서서 기주와 페도라를 번갈아 보며 시간을 보내는 일에 익숙해졌다. 그런 뒤에는 ‘명산 앞 간이 휴게소’에 갔다. 페도라는 일이 끝난 후에 시디플레이어를 챙겨 신속하게 걸었다. 아무래도 박 순경과 함께 아침을 먹기 위한 속도일 거라고 수양은 생각했다. 페도라의 ‘화살 맞는 남자’가 또다시 유명해지자 화살 맞는 사람이 되겠다는 이들은 끊임없이 늘어났다. ‘화살 맞는 산악 동호회’ 슬로건이 걸린 전세버스가 페도라를 찾아온 날에는 분반이 필요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먼저 맞는 조와 나중에 맞는 조로 나뉘었다. 그날의 페도라는 이전보다 땀을 많이 흘렸고 모든 일을 마친 뒤 ‘명산 앞 간이 휴게소’ 쪽으로 걸어가는 수양을 불러 세웠다. 수양씨, 칼을 파는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다 알면서 왜 그러세요. 페도라가 입가를 우물우물 달싹였다. 나를 죽여 주십시오…. 수양은 그 순간 몹시 울고 싶어졌다. 나는 칼 파는 사람이지 칼 쓰는 사람이 아니라고요, 하고 말한 뒤 침을 삼켰다. 잘 알고 있습니다. 페도라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깊게 미소 지었다. 수양은 바로 그 미소가 한때 관광 카바레 포스터 속에 자리했던 그의 모습임을 알 수 있었다. 수양씨, 나는 이제 평생 이렇게 살게 되었습니다. 페도라는 느린 걸음으로 멀어졌다. 페도라의 속도가 아주 느렸기 때문에, 수양은 그의 크기가 도저히 작아지지 않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다시 걸었고 ‘명산 앞 간이 휴게소’에 앉아 만두를 베어 먹다 다리를 덜덜 떠는 린치족과 눈이 마주쳤다. 이봐, 한가하면 우리랑 놀지 그래? 우리는 꽤 괜찮은 사람들이라고. 나는 칼 파는 사람이다…. 어쩌라고! 크게 외친 린치족이 도망쳤다. 흐트러진 플라스틱 의자를 보던 수양은 애매한 기분이 되어서 린치족의 목소리를 되새겼다. * 페도라가 자취를 감춘 어느 아침에도 시디플레이어는 잔디밭 위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산 타는 사람들과 기주는 화살 맞는 사람이 되기 위해 착실히 열을 맞췄다. 기주가 시디플레이어의 재생 버튼을 눌렀을 때 택기가 사육장 밖으로 뛰어나왔다. 수양은 사육장 바깥으로 몸을 내민 잿빛 토끼를 단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너는 그때 그 토끼구나. 너는 지금까지 계속 거기에 있었구나…. 잿빛 토끼 뒤로 몇 마리의 토끼들이 튀어나와 잔디밭 위에 선 사람들 사이를 헤집었다. 빠르고 부드러운 움직임이었다. 오랫동안 화살 맞기를 훈련한 기주는 교묘한 움직임으로 발밑의 토끼를 피할 수 있었으므로, 끊임없이 화살을 맞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 정면을 바라보는 자세를 취했다. 사람들은 이리저리 고꾸라지다 분산되었다. 몇몇이 토끼를 잡기 위해 두 손을 죄며 바닥 가까이 몸을 숙였고 토끼는 매끄러운 몸짓으로 벗어났다. 택기가 기주의 비비탄총을 손에 들었지만 비비탄이 다 떨어져 틱틱 소리만 났다. 제법 많이 사라진 토끼 때문에 택기는 한동안 탕집 문을 닫았다. 박 순경은 꽤 오랜 시간 페도라를 찾다 ‘명산 앞 간이 휴게소’ CCTV에 찍힌 그의 마지막 흔적을 확인한 뒤 조용해졌다. 화면 속에 무엇이 있었는지는 끝내 말하지 않았다. 기주야 너는 이제 화살을 맞지 않니. 나는 이제 다 해냈어. 화살 맞는 사람들은 드문드문 찾아오다 발길을 끊었다. 페도라가 다시 돌아오지 않았으므로 그에 대한 모든 것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수양은 이제 페도라의 옆얼굴이나 자세, 목소리와 같은 것들을 묘연한 실루엣만으로 떠올렸다. 그러고는 택기와 잠을 자거나 트램펄린을 타거나 칼을 갈았다. 깰 생각 없이 느슨하고 풀어진 얼굴로 잠을 자는 기주의 뺨 위로, 수양은 그들이 아주 처음 만난 날처럼 손가락을 얹었다가 뗐다. 박 순경은 새로 마련한 자신의 과도로 참외를 깎았다. 그는 매일 누군가 내버려 둔 스도쿠를 채워 넣는 데 몰두했는데, 어떤 날에는 작은 탄성과 함께 저기에 토끼가, 하며 잔디밭 어딘가를 가리켰다. 저건 진짜 토끼야, 진짜다. 작게 속삭인 수양이 살금살금 다가갔다. 그러나 방수 앞치마를 한쪽 어깨에 걸친 택기가 탕집 처마 아래에 서서 그곳을 바라보기만 했으므로 수양은 걸음을 멈추었다.
  • [이용한의 절묘(猫)한 순간들] 눈길 날아서 오는 고양이/고양이 작가

    [이용한의 절묘(猫)한 순간들] 눈길 날아서 오는 고양이/고양이 작가

    “나는 엄청 빠르지. 아마 안 보일 거다.” 이번 겨울에는 눈이 자주 내렸다. 보름 전 폭설이 내리던 날이었다. 산 밑에서 노는 아톰에게 “밥 먹자!” 하고 불렀더니 정말 발이 땅에 닿지 않을 정도로 날아서 순식간에 내 발 밑에 와 있었다. 두다닥두다닥 냥발굽 소리와 함께 한바탕 눈보라를 일으키며 내 앞에 당도한 설표(?) 한 마리. 이 순간만큼은 달린다는 표현보다는 ‘날아서’라는 표현이 제격이었다. 육중한 몸매에 그렇지 않은 날렵함이랄까. 고양이를 왜 ‘나비’라고 불렀는지 알 것 같았다. 그것도 평범한 풍경이 아닌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눈길에서 마치 시베리아 야생 고양이 한 마리가 사냥감을 향해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장면을 눈앞에서 본 기분이었다.그리고 나는 운 좋게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데 성공했다. 촬영 때는 보이지 않던 아톰의 표정이 사진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뭔가 “바쁘다 바빠!” 다급하게 서두르면서도 비장하고 결연한 표정이 여기까지 전해졌다. 흩날리는 눈과 희부연 논두렁과 용맹한 아톰이 만들어 낸 그림 같은 풍경. 사실 사진을 찍을 때는 대상의 디테일한 표정이나 동작이 주변의 풍경과 얼마나 잘 어우러지는지 알 수가 없다. 심지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고양이를 찍을 때면 핀이 나갔는지 여부도 결과물이 나와 봐야 알 수가 있다. 다만 내 경험으로 이럴 때는 십중팔구 핀이 나가 고양이의 디테일한 표정이 뭉개지기 십상이다. 실제로 그동안 아톰이 달려오는 장면을 수없이 찍어 봤지만 제대로 그 모습을 담아낸 건 서너 컷에 불과하다. 사진에 나온 아톰은 올해 네 살이고, 이번이 묘생 세 번째 겨울이다. 녀석은 묘생 첫 겨울부터 눈을 좋아했다. 녀석이 보낸 첫 겨울은 몇십 년 만의 최강 한파였고 폭설도 잦았더랬다. 그해 34㎝의 폭설이 내린 적도 있는데, 아톰은 전생에 무슨 시베리아 야생 고양이라도 됐었는지 폭설 속을 신나게 누비고 다녔다. 그러니 올해 이 정도 눈쯤은 녀석에게 대수롭지 않은 것일 수도. 눈을 좋아하는 건 형제지간인 아쿠도 마찬가지다. 아쿠와 아톰은 폭설이 내리면 한바탕 눈밭에 나뒹굴며 레슬링을 하고 마당에서 뒷산까지 우다다를 한다. 눈이 쌓여 미끄러운 나무도 곧잘 탄다. 내가 사는 동네에는 여러 고양이가 있지만 이렇게 눈밭을 냥루랄라 쏘다니며 신나게 노는 고양이는 이 두 녀석밖에 보지 못한 것 같다. 일반적으로 고양이는 눈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 눈밭에서 뛰어노는 고양이가 마냥 신기할 수밖에. 다들 경험해 봤겠지만 눈밭에서 놀면 두 배로 힘들고 두 배로 허기가 진다. 그래서일까. 밥 먹자고 부를 때 아톰이 그 먼 거리를 두 배로 빠르게 날아서 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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