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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교 이후 양국 관계 전망(한·소 새 출발:1)

    ◎서울­모스크바 아태 시대의 파트너로/「45년 적대 해소」의 법적 절차 마무리/4강 역학 변화… 동북아 안정에 기여 한소 양국은 「수교 고속도로」를 따라 쾌속 주행하게 됐다. 1일 새벽 유엔본부에서 양국 외무장관이 수교합의 공동코뮈니케에 서명하고 이날부터 즉시 발효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전후 45년동안 국제정치적으로나 이념면에서나 적대관계에 있던 한국과 소련은 이날부터 우방으로서 선린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법적 절차를 마무리한 것이다. 앞으로 한소 관계는 수교라는 기폭제로 인해 정치외교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급진전될 것으로 보이며 점차 가속력을 더해갈 것으로 생각된다. 우선 정치외교적으로는 이달중 서울과 모스크바에 대사관을 교환설치하게 될 것으로 보이며 노태우 대통령의 방소가 11월중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10월 대사관 상호개설→11월 노 대통령의 방소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뒤 이어 내년 봄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방한과도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한소 관계는 질주할 것으로 보인다.노 대통령의 방소 정지작업을 위해 최호중 외무장관이 이달 말이나 11월초 모스크바 방문을 고려하고 있으며 셰바르드나제 소련 외무장관도 고르바초프 대통령에 앞서 연말이나 내년초 서울을 방문,양국 우호분위기를 더욱 성숙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협력면에서는 이달 26일로 예정된 한소 정부대표단의 2차 서울회담에서 그 대강이 타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양국간의 최대 관심사항이었던 경협규모 확정을 비롯,경제교류·협력의 제도적 장치인 투자보장,2중과세방지협정도 체결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욱이 수교 발효시기가 당초 소련이 복안으로 가져왔던 「내년 1월1일부터」에서 「코뮈니케 서명 동시 발효」라는 우리의 희망에 부응하게 됨으로써 우리의 대소 경협도 자질구레한 유보없이 우리 능력범위안에서 깨끗하게 타결지을 것 같다. 따라서 한소 양국은 새로운 동반자관계를 구축,한국의 대소 투자·진출,자원공동개발,소비재를 중심으로 한 상품차관,연불수출 등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소 수교를 양국 관계로서만파악해서는 동북아의 새 질서재편이라는 차원에서 조망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것이 갖고 있는 국제정치 역학적 측면을 간과하기 쉽다. 이런 의미에서 한소 수교는 첫째 동북아의 국제정치 구조를 진영체제에서 세력균형체제로 전환시키는 계기를 제공해 주었다. 이는 전후 북한­중국­소련 대 한·미·일이라는 냉전구조 아래의 진영체제를 허물어뜨리는 한편 소련의 남북한 균형정책 구사를 가능하게 해주었다. 동시에 최근 일·북한 관계급진전과 관련시켜 볼 때 이같은 세력균형체제로의 전환은 더욱 뚜렷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둘째 남북한 관계에 있어 소련은 「각자의 제3국 관계에 결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공동코뮈니케)이라고 명시되어 있듯이 북한과의 기존동맹 관계는 계속 유지하면서도 한국과는 경제협력의 파트너로서의 관계에 중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소련이 우리와 수교함으로써 소·북한 관계는 내면적으로 상당히 냉각될 것이고 특히 북한의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서 남북대화에 있어 신경질적인 거부반응을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물론 이는 단기적인 현상일 것으로 생각되나 중·장기적으로 보면 한소 수교는 북한에 「두개의 조선」 반대라는 분단고착화 논리의 전면수정을 강요케 할 것이며 또한 남북대화에 진지하게 임하도록 해 결과적으로 남북한 긴장완화,북한의 개방에 중요한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된다. 셋째 한중 관계개선과 관련,중국이 북한의 집요한 견제를 한소 수교의 현실화를 빌미로 상당수준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의 대중국 관계개선의 행보가 상당히 빨라질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미 그 징후가 나타났지만 북한은 한국의 대소 수교라는 북방정책의 최대결실을 상쇄시키기 위해 대일 관계개선을 매우 서둘러 진행시킬 것으로 생각된다. 다음으로 한소 수교는 한반도주변 4강간의 새로운 역학관계 모색의 시발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아시아·태평양세력의 일원으로 화려하게 등장하려고 하는 소련으로서는 한소 수교를 징검다리로 해서 내년엔 일본과 북방 영토문제를 타결,아태지역에서의 지분을 확실히 담보해 두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소 수교는 양국 협력관계 기밀화에서부터 동북아의 질서재편 한반도주변국간의 균형모색 등 많은 변화의 요소를 몰고 올 것이 틀림없다. 우리의 북방외교의 궁극목표가 북한의 개방,한반도 평화정착 및 통일조국의 달성에 있다고 할 때 한소 수교가 여기에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주도면밀한 후속조치는 물론 미일 등 기존 우방국과의 관계도 더욱 다져나가야 할 것이다.〈이경형 기자〉
  • 한반도에 「교차승인」 기운 감돈다/북한·일본 급속접근의 파장

    북한이 27일 일본에 국교정상화 협의를 제의,일본은 물론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가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과의 수교는 「2개의 조선」을 인정,분단을 고착화시킨다는 이유로 반대해온 북한이 갑작스레 태도를 돌변,수교협상을 제의하고 나온 데 대해 갖가지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소련과 중국이 한국과 접근하고 있는 데서 오는 고립감 탈피가 가장 중요한 이유로 꼽히고 있으나 그렇다면 과연 북한이 「2개의 조선」 반대정책을 포기했느냐는 점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북한의 태도변화를 바라보는 한국과 일본의 시각을 정리해본다. ◎도쿄의 반응/“수교 앞세워 경협흥정 치중” 의구심/한·소 수교 견제 전술적 전환 시각도 북한의 전격적인 대일 수교제의는 일본에도 큰 충격파를 던졌다. 전혀 「예상밖의 사태」로서 각계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번 제안의 배경에는 어떤 판단이 작용했는가,일본 외무성을 비롯한 관계전문가들은 그 저의 분석에 골몰하고 있다. 외무성은 자민·사회 양당 북한방문단과 동행한 가와시마 유타카(천도유) 아시아국 심의관으로부터 상세한 귀국보고를 들은 뒤 대응책을 결정할 방침이다. 27일 평양에서 개최된 북한·일본간의 사상 첫 정부레벨 접촉인 외교 실무담당자 협의에서의 제안 당시 상황은 다음과 같다. ▲천용복(북한 외교부 부부장)=곧바로라도 국교정상화 교섭을 개시하자. ▲가와시마 유타카=그렇다면,(북한의) 방침이 변했다는 것이냐. ▲천=그렇다. ▲가와시마=지금까지 한반도에 2개의 국가를 인정하는 것은 분단을 고착화시킨다고 반대해오지 않았는가. 동·서독은 분단국가이면서도 통일국가가 되었다. 게다가 북과 남을 2중 승인하고 있는 국가가 84개국이나 되지 않는가. 일본 외무성은 이같은 북한의 대일정책 전환의 요인으로서 다음 3가지를 꼽고 있다. 첫째 한국의 활발한 북방정책에 의한 소련·동구제국과의 눈부신 관계진전에 압도되어 있는 점. 둘째 어린이들의 영양부족마저 지적되고 있는 심각한 경제적 궁핍. 셋째 지난 9월 초순 평양을 방문한 셰바르드나제 소련 외무장관으로부터 한국과의 국교수립방침을 통고받고 충격을 받았다는 점 등이다. 북한의 정책전환에 대해 일본 외무성 수뇌는 27일 밤 『북한의 지금까지의 공식발언으로 미루어볼 때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주체사상을 기초로 자주·자립노선을 견지하고 있으며,일본 정부의 한반도정책에 대해 『한국 일변도로 북한에 적대정책을 취하고 있다. 분단고착화를 위한 한·미군사동맹에 가담하고 있다』는 등 격렬하게 비판해왔다. 이번 일본의 북한방문단이 평양에 도착한 당일인 지난 24일 밤 조선 로동당 주최 환영연에서도 국제부장인 김용순은 인사말을 통해 「2개의 조선」을 합법화하는 것에 의한 한반도 분단고착화는 결코 허용할 수 없다며 종전의 원칙론을 고수하고,한국과의 국교수립을 서두르고 있는 소련을 격렬히 비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대일 국교정상화 제안이 나오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같은 북한이 일본측에 대해 국교정상화 교섭을 제의한 것은 더이상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수 없다고 판단을 내린 한편,『통일의 깃발은내리지 않지만 당분간 정책을 변경,경제중심으로 힘을 쌓아 한국에 대항하려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여기에 김일성 주석의 78세라는 나이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신이 건재해 있을 때 정책을 전환하겠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김 주석이 이달 중순 중국을 방문했던 것도,한국과의 경제관계를 착실하게 확대해나가고 있는 중국에 대해 『최소한 중국만은 배신하지 않도록 못을 박아두려 했던 것』(외무성 간부)이 아닌가 보고 있다. 북한에 있어서 「2개의 조선」 불인정은 「국시」와 같은 것이다. 그 근간에 영향을 미치는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 문제와 대일 국교정상화는 응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북한은 남북대화가 진행되고 있던 다나카(전중) 내각시절인 지난 72년을 계기로 『한·일기본조약의 파기가 북한·일본 국교정상화의 전제』라는 방침을 완화,일본과의 국교정상화에 유연한 자세를 취했던 일도 있다. 그러나 그후 관계개선은 기대했던 것 만큼 진전되지 않았으며,78년 일본 사회당의 아스카다 이치오(비조전일웅) 위원장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는 국교정상화를 거부,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이제와서 느닷없이 국교정상화를 제의한 배경에 대해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한·소 국교수립을 앞두고 한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전술적 전환」이라는 것이다. 30일 뉴욕에서 개최될 예정인 한·소외무장관회담에서 양국의 국교수립은 결정적인 사실로 되어 있으며,북경아시안게임을 계기로 한국과 중국과의 경제교류도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균형감각」을 취해 서방측과의 관계개선에 나서지 않으면 국제적 고립은 더욱 심화되고,후계자인 김정일에의 정권이양이 원활하게 될 수 없다는 고도의 정치판단이 작용한 것이 아닌가라는 견해도 유력하다. 또 외무성에는 『북한측에는 제18후지산마루(부사산환)호 석방과 때를 맞춰 일본측으로부터 배상·청구권 문제 등 경제협력의 구체적인 내용을 조속히 끌어내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차가운 시선도 없지 않다. 게오(경응)대오고노기 마사오(소차목정부) 교수는 이렇게 분석한다. 『북한의 진의는 일본과의 국교정상화 교섭을 시작함으로써 배상을 빠른 시일내 받아내려는 것이 아닌가. 일본은 국교정상화가 안된 상태에서는 북한에 보상금을 지불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으며,정상화 교섭 없이는 대규모 경제협력을 얻기도 힘들다. 따라서 우선 국교수립을 목표로 한다는 형식을 내놓았다고 본다. 그러나 북한이 통일을 전제로 하지 않고 일본과 국교를 맺는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다. 한편 시즈오카(정강)대학 이즈미 겐(이두견원)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북한은 지난 연초부터 줄곧 일본과의 관계개선 준비를 해왔다. 일본의 국내정치가 당시 안정되지 못해 시간이 걸렸던 것뿐,의외성은 없다. 북한측은 배상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교수립이 전제가 된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 북한의 논리로는 일본과 국교를 수립하더라도 「2개의 조선」을 인정하는 것으로는 되지 않는다. 일본이 북한을 적시하지 않고 한반도 통일에 반대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라도 국교를 맺는 것은 가능했다.북한은 기본자세를 변치 않고 있다. 일본이 통일을 방해하고 있다는 「오해」가 풀린다면 분단고착화가 아니라 통일을 위한 국교수립이라는 것이 된다. 다만 교섭은 쉽사리는 진전되지 못할 것이다. 우선 배상 문제에 대해 일본 국내의 합의조성이 필요한데,거기에는 꽤 시간이 걸린다. 일본 정부는 또 한국의 반응에도 배려하며 교섭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대응/핵협정 가입 등 평화보장장치 선결/남북한 대화 고려,속도조절을 희망 한소 양국이 30일 외무장관회담을 갖고 양국 수교 문제를 공식 협의하는 등 한소 수교가 임박한 가운데 북한이 일본측에 오는 11월 국교정상화 협의를 공식 제의함으로써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질서에 새로운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또한 방북중인 일본의 가네마루(김환신) 전 부총리 일행이 『북한과 수교 전이라도 배상 문제를 정치적 결단으로 해결하겠다』고 발언하는 등 일·북한 관계개선이 급진전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정부는 일·북한 관계 급진전 관련보도에 대해 깊은 우려의 뜻을 일본 정부측에 전달하는 한편 이 보도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강력한 대일 대응조치를 강구할 방침이어서 일·북한 관계개선 문제는 한일간 외교마찰을 불러일으킬 소지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가 일본의 대북한 관계개선에 반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일·북한 접근 문제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는 범위내에서 진행되어야 하며 특히 남북대화와 관계진전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7·7선언에서 북방정책 추진과 함께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킬 여건조성을 위해 북한이 미국·일본 등 우리 우방국과 관계를 개선하는 데 협조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 정부는 북한이 대남 적화통일노선을 포기하거나 핵안전협정에 가입하지 않고 남북 관계개선이 진전되지 않는 상황에서의 일·북한간 급속한 접근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도리어 해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일·북한이 접근하게 된 근본 동인은 한소 수교인 것으로 외교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즉 한소 수교로 인해 일본과 북한의 「충족욕구」가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과거 독점적인 동맹국이었던 소련을 잃게 된 북한은 일본을 경제협력 파트너로 인식하게 됐으며 일본은 동북아의 주도권을 소련에 뺏기지 않기 위해 「북한카드」를 이용하게 됐다고 관측된다. 경제적 위기에 처한 북한이 남북대화를 통해 남북간 경제협력을 모색하지 않고 일본과 긴밀한 경제협력을 하게 되면 결코 남북 문제 개선과 한반도 평화정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관계자의 공통된 지적이다. 일본이 경제적 활로를 찾고 있는 북한을 이용,핵안전협정 가입 등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북 관계개선을 추구하는 것은 한일관계에도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되고 있다. 일본이 대북접근에 적극적인 이유로는 또 ▲미·중국 수교의 닉슨쇼크(70년초) 이후 북한과의 수교는 미국보다 먼저 하겠다는 내부방침 ▲경제력에 상응한 국제정치적 위상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압박감도 들 수 있다. 더욱이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한반도 4강중 내심 한반도 통일에 가장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 일본인 점을 감안할 때 「북한 카드」를 활용해 정치대국으로 운신하고 한반도 문제에 대한 발언권을 강화하겠다는 속셈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일·북한 관계개선을 장기적으로 볼 때는 북한의 개방과 개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일·북한 관계 급진전과 관련,우려하고 있는 핵심은 현상황에서 북한에 일본의 돈이 들어가면 중단기적인 면에서 북한의 대화·개방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소련의 원조 중단,중국의 대북 경제협력 한계성에 비추어 북한은 지금 상당한 경제적 곤경에 처해 있기 때문에 개방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이다. 이런 때에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돈이 들어가면 오히려 전반적인 대외개방보다는 김일성 노선의 고수 강화쪽으로 기울어질 공산이 큰 것이다. 우리 정부가 불쾌하게 생각하는 대목도 없지 않다. 가네마루 전 부총리가 북한과 수교전 배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발언한 것은 지난 65년 한일 국교정상화 과정에서 보상 문제를 오랜동안 어렵게 처리했던점을 감안할 때 한일 관계를 고려치 않은 처사라는 지적이다. 북한측은 일본과의 국교정상화 제의에 대해 『그동안 견지해온 「1개의 조선」 정책의 변경』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북한이 교차승인과 2개의 조선 정책으로 전환했는지는 오는 10월16일 제2차 평양총리회담에서 그들이 어떤 태도로 나오는지를 보면 그 허구여부가 확연히 드러날 것으로 관측된다. 앞으로 일·북한 관계개선 속도조절 문제는 한일 양국간 첨예한 외교 문제로 부각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이 우호적인 한일 관계를 계속 유지하려면 대북 관계개선 속도를 상당히 늦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이미 북한의 조속수교 의사를 읽은만큼 일단 대북관계 속도를 조절한 뒤 한소 수교 진전과정을 지켜보면서 대북 관계개선을 추진할 것으로 외교관계자들은 관측하고 있다.〈박정현 기자〉 ◎일 자민·사회당 대표 방북 4박5일/수교원칙엔 접근… 배상액수 등 난제/예상밖 성과로 되레 큰 짐 떠안은 셈 「가네마루 북한방문단」은 너무 많은 것을 안고 돌아왔다. 가네마루 신(김환신) 전 부총리와 다나베 마코토(전변성) 부위원장을 각각 단장으로 하는 일본의 자민·사회 양당 대표단의 출발 당시의 계산은 제18후지산(부사산)호 선원 2명의 석방과 쌍방의 연락사무소 설치만 합의되면 대성공이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24일부터 28일까지 4박5일간의 짧은 교섭과정에서 대표단은 스스로 당황할 만큼 많은 것을 얻었다.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던 「국교정상화」 교섭 문제가 공동성명에까지 포함됐다. 가네마루 단장은 묘향산 초대소에서 이틀밤을 머물며 김일성 주석과 3차례의 회담을 가졌다. 기대 이상의 「성과」였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외교적 성과」로 치부한다는 것은 피상적 관찰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은 성과로 볼 수 없다. 오히려 북한측의 치밀한 「전술적 전환」에 타케트가 되었다고 보는 것이 더욱 정확하다. 「성과」란 하나의 목표를 놓고 대등한 입장에서 일진일퇴의 공방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다. 한쪽이 다른 목적을 갖고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것은,아무리 상대편이 원하고 있던 사항이라 하더라도 성과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상대방 전략에 대한 「대응의 필요」라는 짐만 지는 셈이다. 북한은 종래의 대일 파이프라인이었던 일본 사회당을 제치고 집권 자민당의 최고실력자 가네마루 전 부총리를 조준,전략의 카드를 마음껏 펼쳤다. 국제적 고립상황의 탈피,경제적 핍박의 해소,한국에 대한 견제 등 필요에 의한 카드였다. 어쨌든 이번 자민·사회 양당 대표단의 북한 방문결과는 엄청났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물론 국교정상화 제의였다. 김일성 주석을 비롯한 북한당국자들이 27일 여러 경로를 통해 일본과의 수교를 제의해온 것에 대해 일본 정부는 한때 당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으나 『원칙적으로 받아들인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다만 『한반도 전체의 안정,긴장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한국·미국과도 의견을 교환해가며 교섭을 진전시킨다』는 입장이다. 이번 북한 방문에서 가네마루 전 부총리는 자민당의 첫번째 대표단 단장으로서 김일성 주석과 회담했다. 이 자리에서 가네마루 전 부총리는 과거 식민지 지배를 사죄하는 가이후(해부)총리의 자민당 총재 명의 서한을 전달하고 충분히 보상하겠다는 뜻을 전달했으며,북한·일본 쌍방은 전면적으로 관계를 개선,새로운 우호관계를 수립한다는 데 인식의 일치를 보았다. 28일 하오 발표된 북한 로동당과 자민·사회 3당의 공동성명에는 국교정상화 교섭을 양쪽 정부에 요청한다는 것을 비롯,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한 일본측의 사죄와 반성을 명기했으며 보상의 실현을 위해 정부간 교섭을 개시한다는 사실이 포함되어 있다. 또 일본 정부발행 여권에 북한 제외조항을 삭제한다는 사실,도쿄∼평양간 직행편 개설,연락사무소 설치,통신위성의 이용 등 현안도 명기됐다. 전문 8장으로 된 이 공동성명은 당초 28일 상오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보상 문제에 의견이 엇갈려 난항을 거듭,이날 하오 5시 넘어 조인됐다. 기초작업은 자민당의 이시이(석정) 대표단 사무총장,사회당 야마하나(산화) 부서기장 및 북한 로동당 김양건 국제부 부부장 등 사이에 27일 밤부터 28일 상오 8시에 걸쳐 철야로 진행됐으나 결론을 보지 못했다. 이에 따라 가네마루 다나베 양단장과 로동당 김용순 서기가 대표자회의를 열어 조정했다. 이날 문제가 된 보상 문제에 대해 자민당측은 『앞으로 양국 정부간의 교섭을 개시,하루라도 빨리 실현에 노력한다』는 취지로 표현하자는 데 대해 북한측은 『실행해야 할 것은 당장 해야 한다』며 직접적 표현을 고집,가네마루 전 부총리의 정치적 결단을 요구했다. 북한측은 대일 국교정상화를 제안해놓기는 했으나 교섭의 본격화로부터 국교수립까지의 타임테이블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보상 문제의 조기타결과 확약을 받으려 했던 것으로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어쨌든 이번 「가네마루 북한방문단」은 많은 과제를 안고 돌아왔다. 특히 한일관계에 새로운 과제를 안겨주었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들은 『몇년 전 같았으면 한국으로부터 맹렬한 반발을 받았을 것이다. 이번에는 그런 일은 없겠으나,한국에 대한 배려 때문에 「황신호」의 서행운전을 해야 할 것은 틀림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북한 관계의 급속한 접근은 한국과의 관계는 물론,한반도 정세에 커다란 영향력을 갖는 미국·소련·중국 등 주변제국의 주목을 끌 것은 틀림없으며,일본 정부 자체로서도 일·소 관계 등과 관련되어 극히 어려운 외교교섭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 “「유엔 동시가입」이 남ㆍ북한 안정에 기여”

    ◎미 헤리티지재단 「한반도」 세미나/북한,10년내 민주화… 통일 가능성/주한 미군 추가철수는 군사력균형 저해/소,평양의 개혁거부에 실망… 신뢰성 균열 워싱턴의 보수두뇌집단인 헤리티지재단은 11일 「한반도 냉전긴장완화:미 정책입안자들의 선택」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에는 현홍주 유엔주재 한국대사를 비롯,스티븐 솔라즈 미 하원 동아태소위원장,스펜스 리처드슨 국무부 한국과장 등이 참석,한반도의 비핵화문제와 대 북한 통신개방문제 등을 주요 관심사로 토론을 벌였다. 다음은 이날 참석자들의 발언요지이다. ▲스티븐 솔라즈(미 하원 외교위 동아태소위위원장)=남북한 총리회담의 개최는 의미있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유럽의 변화가 아시아에 도래한 것은 아니다. 한반도 적화통일 의도를 포기한 적이 없는 북한은 한국에 대해 군사적 우위를 계속 유지하고 있으며 남북한간의 적대적 대립도 계속되고 있다.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위해 우리가 해서는 안될 것과 해야될 것이 있다. 미국은 주한 미군의 1차 감축계획인 7천명 이외에 더이상의 극적인 감축은 자제해야 한다. 주한 미군은 한반도 안정과 세계 평화에 크게 기여해왔으며 한반도에서의 군사력 균형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미 의회가 주한 미군의 추가 감축을 강요하는 방향으로 나간다면 그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다. 나는 남북한 총리회담의 장래를 낙관적으로 보지 않는다. 내가 평양을 방문했던 10년전이나 지금이나 북한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을 이번 총리회담에서 확인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지도부에 변화가 없는 한 한반도에서 상황진전을 기대할 수가 없다. 동독의 민주화가 독일통일의 길을 열었듯 한반도 통일도 북한의 변화가 있어야 길이 열린다. 북한의 핵개발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것이며 이는 반드시 저지되어야 한다. 북한의 핵 안전협정서명을 위한 미국의 외교적 노력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데 한반도 비핵지대화와 이에 대한 미ㆍ중ㆍ소의 보장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한반도에 핵무기를 배치해야 할 이유가 없다. 나는 금세기 말까지 북한이 민주화되고 결국한반도 통일이 이루어 지리라고 본다. ▲현홍주(유엔주재 한국대사)=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남기고 있다. 첫째,이 사태는 냉전 종식이 지역분쟁의 억제와 관계가 없으며 냉전이후 시대에는 유엔만이 분쟁 해소와 평화유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둘째,유엔의 그런 역할은 관련국들의 이해가 일치됐을때 효과적 일 수 있으며 그렇지 않을 경우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셋째,유엔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치적ㆍ군사적 힘이 필요하며 넷째,미국이 국제위기 해소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교훈은 한반도에도 적용될 수 있다. 다시 말해 한반도에서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두개의 한국이 함께 유엔에 들어 가는 것이 효과적이다. 한국의 유엔 가입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해는 상충되지 않는다고 믿는다. 미일은 오래 전부터 한국의 유엔 가입을 지지해 왔고 중국은 한반도의 전쟁 재발을 원치 않고 있어 한국의 가입이 문제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이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곧 한국과 수교할 소련 역시 한국 가입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이 유엔에 가입하면 회원국으로서 유엔의 권능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만일 지금 한국이 유엔 회원국이었다면 한국의 납세자들은 유엔의 대 이라크 봉쇄조치를 지원하는 문제에 대해 불편한 느낌을 갖지 않았을 것이다. 한반도 비핵지대화는 어느 강대국도 한반도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확실한 보장이 없는 한 의미가 없다. 더욱이 북한이 핵 안전협정에 서명조차 않는 상황에서 솔라즈 의원의 주장은 바로 북한이 바라고 있는 바다. ▲스펜스 리처드슨(미 국무부 한국과장)=미국은 한국의 북방정책을 지지하며 북방정책의 성공은 한반도 통일을 앞당길 것으로 믿고 있다. 분명히 밝히지만 미국은 한반도의 분단이 아니라 평화적 통일을 지지한다. 우리는 1988년 북경에서 북한과 외교관 접촉을 개시한 이래 북한에 대해 남북 대화진전ㆍ핵 안전협정 체결ㆍ테러포기 입증ㆍ미군 유해송환 등을 촉구해왔다. 북한이 우리 요구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면 우리는 그보다 더 진전된조치를 취할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요구가 대 북한 관계개선의 전제조건은 아니다. 미국은 모든 한반도 문제를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면서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모색해 나가고 있다. ▲브렌트 프랜젤(킷 본드 상원 의원보좌관)=미 의회는 페르시아만 사태와 관련한 책임 분담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있고 특히 일부 의원들은 한국의 협조를 주시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이 미국의 안보 그늘에서 경제발전을 이룩한 데다가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에 대해 방위분담 압력을 가중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데릴 프랭크(헤리티지재단연구원)=소련은 평양의 개혁 거부자세에 실망하고 있으며 북한을 정치적ㆍ경제적 능력을 가진 상대로 간주하지 않고 있다. 개인적으로 접촉한 한 소련관리에 따르면 북한은 남북대화를 원치 않고 있다. 김일성이 죽기 전엔 남북한간의 관계개선을 크게 기대할 수 없다. 미국은 한국과의 안보협력을 긴밀히 하는 가운데 적정수준의 주한 미군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주한 미군의 추가감축은 북한이 공격형 군사배치를 포기했을때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이러한 정책은 남북간 협상에서 한국의 입지를 강화시켜 줄 것이다.
  • 「한민족 공동체안」발표 1돌 국제학술회의

    ◎한반도 통일 교류확대ㆍ동질성 회복이 지름길/북방정책ㆍ냉전체제 붕괴로 분위기 성숙/소 영향력 행사가 긴장완화의 최대변수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 발표 1주년 기념 통일문제 국제학술회의가 11일부터 2일간 예정으로 한국ㆍ미국ㆍ소련 일본 등 4개국의 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롯데호텔에서 통일원주최로 열렸다. 참석 학자들은 국제적인 냉전체제의 붕괴와 한국의 지속적인 북방정책 추진에 따른 공산권과의 관계개선으로 한반도의 통일분위기는 과거 어느 때보다 고조돼 있다고 진단하고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강대국,특히 소련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한반도 긴장완화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학자들은 특히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남북한간의 관계개선을 촉진하려면 주변 강대국들간에 보다 긴밀한 관계증진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남북한간에는 독일의 통일과정처럼교류확대를 통한 상호 접근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음은 이번 학술회의에서 발표된 주요 주제발표와 토의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남북한 경제ㆍ사회공동체 모색을 위하여(기조연설 이현재 한국정신문화연구원장)=한반도의 현실적 여건을 냉철히 감안할 때 국가통일이 당장 이룩되기 어렵다면 남북한 동포들이 겪고 있는 분단의 고통과 불편,생활상의 손실을 줄여 나가는 한편 그 바탕이 되는 민족통일부터라도 추진해야 한다. 즉 통일문제는 정부나 권력체제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민족구성원의 입장에서 접근해야만 한다는 점에 기본적 발상을 두어야 한다.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도 남북한의 정부조직을 하나로 합치는 정치적 통일을 이루기 전에 그 원초적 바탕이 되는 민족공동생활권을 이룩하기 위해 경제통합ㆍ사회통합을 먼저 실현해 나가자는데 근본적인 취지가 있는 것이다. 남북한간에 정치적인 요소의 개입없이 상호 이득이 되는 경제교류와 협력을 계속 추진해 간다면 국민생활의 다른 분야도 이같은 정신이 확산,사회적 동질성을 점차 모색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상호불신 뿌리깊어 ◇동서화해와 한반도 통일전망(다케시타 히데시 일본방위청 방위연구소 교수)=한반도의 통일저해 요인으로 상호불신,거대한 군사력,전쟁경험 및 상이한 체제 등이 꼽힌다. 또 한국은 「먼저 건설하고 남북체제간 경쟁을 통해 체제의 결말을 짓고 나서 통일문제를 논의하자」는 입장인 반면 북한은 「우선 통일문제를 논의하고 이를 위해 통일에 방해되는 요소를 제거하며 그 다음에 건설을 하자」는 입장을 견지,통일을 향한 수순에서도 상이한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럼에도 북한의 간부들이 모인 파티에서 북한사람들이 한국의 가요인 「동백아가씨」를 부른 에피소드라든가 중국의 연변 조선족들이 최근 급속하게 탈이데올로기화 하는 현실 등을 볼 때 남북한간의 상호 혐오감과 불신감이 뿌리깊다는 지금까지의 도식도 수정돼야 할 것 같다. 기본적으로 한민족은 혈연관계를 중시하는 유교문화에 익숙한 민족이기 때문에 이산가족의 존재는 남북 모두에게 중요한 국내적 문제라는 공통점이 있다. 즉 남북간에는 체제나 이념을 떠나 정서적으로 뿌리를 같이하기 때문에 통일로의 에너지는 독일보다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한반도 분단의 주요인이었던국제 냉전구조가 와해된 상황에서 「통일」이라는 대의명분 앞에서는 한반도의 주변 강대국도 침묵할 수 밖에 없으며 전쟁을 도발한 독일과는 달리 한반도 통일문제에 주변 강대국의 자문을 구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군축 신중한 접근을 ◇군사문제와 한민족 공동체형성(케빈 루이스 미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한민족 공동체 개념에서 필수조건은 전반적인 실행계획중 군축문제 및 군사전략 차원의 문제에 대한 적절한 취급이다. 즉 군축과 군사부문 협상에서 성급한 접근,한민족 공동체 통일방안이 추구하는 모든 부문의 동시전진이 앞으로 풀어야할 과제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군축은 소망스러운 것이긴 하나 큰 대가를 지불하고 엄청난 모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추구해야할 대상은 못되는 것이다. 미국의 한반도 주둔 군사력은 향후 몇년간 더욱 감소될 것이지만 그러나 이것은 한반도의 상황발전과는 상관없이 주로 경제적 이유에서 실행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적은 병력이 철수하더라도 잔류한 미군력만 적절히 운용하면 현재와 같은 전쟁억제력을발휘하는데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 ◇90년대를 향한 통일정책(김학준 대통령 사회담당보좌역)=한민족 공동체방안의 논점 가운데 논란의 주요 요인은 남북체제연합론의 개념에 있다. 우선 국가연합의 개념은 국가들의 통합,즉 주권을 보유한 영토적 국민국가들의 통합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중앙정부는 통합된 국가의 대표들에 의해 제한된 권리를 보유하며 수립되나 이것은 국민이나 각 회원국가의 정부를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 민족ㆍ언어ㆍ역사ㆍ문화를 달리해온 국가들 사이에서는 국가연합 창설사례를 볼 수 있지만 남북한처럼 민족적 동질성을 가진 경우에는 국가연합을 채택한 사례가 없다. ○쌍무관계 개선 필요 국가연합의 개념이 「1민족 2국가」의 원리이고 연방제가 「1민족 2지역정부」의 원리라면 한민족 공동체 통일방안이 채택하고 있는 체제연합의 개념은 「1민족 2체제」의 원리에 기초하고 있다. 결국 체제연합방안은 현실적으로 남북을 분단시키고 있는 조건을 충족시키고 한편으로는 통일이라는 공동목표를 달성시키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반도에서 두개의 다른 체제,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존재를 인정하고 나아가서 평화통일의 기반을 조성하게 될 교류와 협력의 기초위에서 쌍무관계의 개선을 추구하는 것이다. ◇남북연합과 경제협력(알렉세이 세미요노프ㆍ소련 과학아카데미 사무총장)=북한의 경제발전은 주체경제전략에 의해 지도돼 왔다. 이것의 기본원리는 자급자족으로써 다양화된 경제체제의 건설을 지향하며 균형성장보다는 성장률을 우선시한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경제는 전반적인 불균형,천연자원 원자재 전력의 만성적인 부족,산업재원의 정신적ㆍ물질적인 마모,저수준의 기술,불규칙적인 운송체계 등으로 일컬어진다. 게다가 대외경제구조도 자국에 부족한 원자재의 조달과 수입대금지불을 위한 외환획득으로 극히 제한돼 있다. 그럼에도 북한의 지도자들은 해외의 자본과 첨단기술도입에 필요한 합작부문에 있어서 의존적 태도,일방적으로 수혜만 받으려는 자세를 견지함으로써 심각한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남북경제교류 절실 이같은 북한경제의 문제점 때문에 남북간의 경제교류는 상호 우대를 강화하면서 적대감을 해소시키는데 초점을 맞추어 추진돼야 한다. 그 구체적인 방안으로 남북 경제교류에 제3국을 유치,이데올로기의 완충장치로 담당케하는 것도 생각해 봄직하다. ▲안병준 교수(연세대)=소련이 한반도의 긴장완화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는가. ▲미하일 노소브연구원(소련 미ㆍ캐나다연구소)=소련은 이미 브레즈네프독트린을 포기했기 때문에 남을 설득하거나 간섭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독일의 장벽도 소련이 무너뜨린 것이 아니라 독일인 스스로 제거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다케시타 히데시 교수=미국이 한국에 대한 영향력보다는 소련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현실적으로 훨씬 크다고 본다. 한반도의 군사적 안정을 위해 소련은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국제 핵폐기물처리협정에 조인토록 해야 할 것이다.
  • 서울 남북 총리회담… 각국의 시각

    ◎“한반도해빙의 전기… 지속적 대화 높이 평가/불신해소 계기… 통일까진 험로 미국/당초 「회의론」 벗고 「긍정적」 반응 일본/「통독」도 영향… 꾸준한 노력 필요 유럽/아주평화 정착에 중대 전환점 중국 ▷미국◁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7일 남북한 총리회담의 성과를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회담초에 표시했던 낮은 기대감가는 대조를 보였다. 뉴욕 타임스지는 1면 상단에 『양측은 주요문제의 이견을 좁히지 못했으나 장차 진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새로운 관용의 분위기를 맞이했다』고 크게 보도했다. 타임스지는 『양측은 새로운 대화의 시기로 진입할 수 있다는 신호로서 총리들의 평화회담에 합의했다』고 풀이하고 특히 북한측 대변인이 『우리는 총리회담에 굉장히 큰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다』고 한 발언에 주목했다. 타임스는 이번에 양측은 상례적인 비난을 교환하지 않았고 또 회담을 성공적이라고 간주했지만 공동성명에 대한 합의는 이루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타임스는 『조정이 어려울 것 같은 상이한 두개의 접근이 회담에서 드러났다』며 북한의 선주한미군 철수주장과 한국의 선교류주장을 대비시켰다. 타임스는 한국관리들의 말을 인용,북한의 연형묵 총리가 청와대예방시 노태우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호칭한 것은 한국의 국가적 실체를 인정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남북한회담,낙관적 어조속에 폐막』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양측은 적대관계의 완화를 시사하는 화해 제스처속에 이틀간의 역사적 회담을 끝내면서 유엔 가입문제와 이산가족 재회문제에 진전을 이뤘다』고 보도했다. 포스트지는 『북한의 연총리가 노대통령의 남북한 정상회담 제의에 아무런 총리회담을 이에 반응하는 기회로 이용할지 모른다』고 전망했다. 포스트지는 이번 회담이 주요 문제해결에 실패하고 공동성명 없이 끝났으마에도 관리들은 이번 회담의 상징성과 두 대표단간의 격렬한 비난이 없었던 공손한 외교적 언동을 상기시키며 이번 회담을 아주 낙관적으로 묘사했다고 전했다. 한편 미 국무부의 마크 딜렌 공보과장은 6일 정오 브리핑에서 이번 회담에 언급,『우리는 양측이 중요한 문제들을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다음달에 개최될 평양회담이 성공을 거두기를 희망한다』고 논평했다. ▷중국◁ 중국 공산당 중앙위 정치적 상무우이원 송평은 지난 5일 분단 45년만에 이루어진 남북 총리들의 회동을 「좋은 일」이라고 지적하고 이번 남북 고위급회담이 『적극적인 결실을 보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한 것으로 북경방송이 6일 보도했다. 송평은 이날 중국을 방문중인 일본 사회당 「일ㆍ중 특별위원회」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아시아정세를 완화하고 평화적 방법에 의해 남북한 통일을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 중국 당과 정부의 원칙적 입장임을 밝혔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한편 지난 4∼5일 이틀동안 남북 고위급회담 소식보도에 소극적 태도를 보여왔던 중국은 6일 관영 북경방송을 통해 남북총리가 1차회의에서 행한 기조연설 내용등을 상세히 소개했다. 또한 북경방송은 신화통신기자가 지난 4일 북측 대표단의 판문점 통과 사실과 관련,「해빙기를 맞는 시각」이라는 제목으로 작성한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일본◁ 역사적인 남북한 총리회담을 지켜본 일본은 당초의 조심스런 회의론에서 일단 긍정적인 평가로 돌아서고 있다. 회담벽두부터 상호간 기본입장이 날카롭게 대립,회담의 순조로운 진행에 우려를 표명해온 일본은 무엇보다도 쌍방이 대화를 계속키로 합의한 사실을 높이 평가했다. 기본입장의 대립해소에 이어지는 합의는 없었지만 중단상태인 남북적십자회담 제개를 위해 노력하고 유엔 가입문제에 관한 협의를 개시키로 하는등 서로 상대방의 주장을 받아들여 대화게속을 약속한 것은 하나의 전진으로 풀이되고 있다. 마이니치(매일)신문은 서울과 평양의 시민 표정을 전하면서 이번 회담에 쏠린 양측의 시각을 대조적으로 비췄다. 한국 국민의 경우 북한 총리의 생생한 언동을 텔레비전등을 통해 처음으로 보면서 「북에도 같은 민족이 있었구나」라는 새삼스런 느낌을 가졌을 것이라고 지적한 이 신문은 민주화 이후 TV에서 매주 북한의 뉴스와 기록영화를 방영,위화감이 점차 없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평양시민들은 이틀동안 라디오나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을 통해 회담진행을 지켜보았는데 이들은 한두차례 회담만으로 남북한간의 마음속 앙금이 사라지겠느냐며 이를 냉정히 받아들이는 편이었다고 전했다. 일본의 언론은 서울 회담을 통해 한국측은 다각적인 교류와 협력을 쌓아 나가면서 정치ㆍ군사적 대결을 해소하자는 자세인데 반해 북한측은 우선 군사대결을 피하는 것만이 교류와 협력을 가능케 한다는등 양측의 상반된 주장에 초점을 맞추었다. 즉 한국은 일티하는 부분부터 합의하자는 「신뢰구축」 형인데 비해 북한은 「원칙우선」을 내세운 점이 특색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측이 문익환목사와 임수경양의 석방을 요구하고 팀스피리트훈련 중지를 거듭 주장한 것은 이를 이유로 어느때나 총리회담을 중지하거나 연기시키는 구실로 삼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럽◁ 남북 총리회담에 대한 서구의 관심은 크다. 프랑스ㆍ영국 등 유럽 각국은 따라서 남북총리 접촉을 한결같이 「남북화해,나아가 남북통일을 향한역사적 일보」라고 평가하면서 그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유럽 각국은 그러나 한편으로 총리회담의 성사를 「국제정세 변화에 따른 필연적 귀결」로 분석하는 가운데 「놀라움」은 표명하지 않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경제 곤경,대외적으로는 최악의 고립상황을 맞고 있는 북한이 총리접촉을 수락한 것은 위기 모면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시각이다. 「독일신드롬」「통일을 향한 역사적 일보」「한반도 해빙」 등의 관련기사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유럽의 기대감은 대단하다. 유럽언론중 비교적 한반도문제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있는 르 몽드지의 경우 남북 총리회담에 대해 성급한 기대감은 자제한 채 신중한 긍정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남북 총리간의 대좌를 큰 전환점으로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북한이 아직 종래의 주장을 되풀이하는등 신축성 결여를 지적하는 가운데 쌍방간에 아직 이견의 골이 깊음을 지적하고 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프랑스 정부측의 반응도 신중한 편이다. 외무부의 한 아시아 담당관계자는 남북한간의 이질감을 감안할 때 독일과 달리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면서 그러나 『북한은 더 이상 핑계를 댈 수 없는 처지』라고 남북한관계 진전을 긍정적으로 예상하고 있다.
  • 남ㆍ북,긴장완화방법에 큰 시각차/두 총리 기조연설… 전문가의 분석

    ◎북,신뢰구축에 다소 유연성 보여 군비감축/인도적 문제,정치와 연계 안돼야 인적 교류/자원개발등 실질협력 모색 절실 경제교류/「단일의석 가입」 신중한 검토 필요 유엔가입 강영훈국무총리와 북한의 연형묵정무원총리는 5일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 1차회담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군비감축과 인적ㆍ물적 교류및 유엔가입문제 등 남북 관계개선과 직결된 문제에 대한 남북한의 입장을 각각 제시했다. 전문가들을 통해 이날 양측 총리연설에서 나타난 이들 현안에 대한 남북한간의 시각차를 짚어보고 향후 절충ㆍ타결 가능성에 대해 의제별로 진단해본다. ○군비감축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해소해야 한다는 데에 대해서는 남북이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방법과 절차면에서는 많은 차이점을 드러내고 있다. 첫째로 남북은 휴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그러한 체제와 관련된 협정체결의 당사자면에서는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한국은 군사적 실질당사자인 남북한간에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반해 북한은 평화협정이 휴전협정의 후속조치라는 점에서 휴전협정의 실질당사자인 미ㆍ북한간의 평화협정이 체결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둘째는 남북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병력과 장비의 감축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면에서는 입장을 같이하지만 그 절차와 우선순위면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 병력과 장비를 감축하기 위해서는 먼저 군사적 신뢰구축이 이루어져야 하며 군사적 신뢰는 정치ㆍ사회적 신뢰구축의 토대위에서 구축될 수 있는 만큼 이를위한 다각적인 교류협력이(경제ㆍ사회ㆍ문화ㆍ인적)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반해 북한은 선 미군철수 및 한반도 비핵지대화의 전제조건이 충족된 이후에 남북한의 병력을 3년이내에 10만명이하로 감축하자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다만 지난 5월31일 북한측이 제안한 10개항의 군축안에서는 기왕의 한국측이 주장해온 신뢰구축 문제에 관하여 약간의 수용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 문제에 관한 앞으로의 대화과정에서 약간의 기대를 가져볼 수 있다. 예컨대 쌍방 군사당국자간의 직통전화 가설문제,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군사연습의 상호 사전통보 등을 역제의하고 있는 만큼 군사적 신뢰구축에 관해서는 진전이 있을 수도 있다. ○인적 교류 북한이 국가이념으로 내세우고 있는 주체사상의 본질적인 특징의 하나가 바로 「일관성」이다. 때문에 북한은 정책의 일관성,특히 대남정책에 있어서의 원칙고수라는 측면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 이같은 면을 고려할 때 남북간의 불신과 적대감을 해소하기 위해 「질서있는 남북간의 자유왕래와 사회개방,다각적인 교류협력」을 우선 실시하자는 우리측의 입장과는 달리 「정치ㆍ군사적 대결상태」의 해소를 선결과제로 삼자는 북한의 주장은 이미 예상했던 대로다. 북한이 정치적 대결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각정당ㆍ단체들과 각계각층 인민들의 자유로운 내왕과 접촉실현」을 제시하고 있으나 이는 우리측이 말하는 이산가족의 고향방문이나 민족대교류의 실현등과 같은 인도적 차원의 교류와는 성격을 달리하는 것이다. ○경제교류 남북 총리회담 개최를 계기로 남북한간 경제교류 확산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가시화되었다. 한층 성숙된 분위기속에서 열린 이번 남북한 총리회담의 실질적인 초점은 양측의 경협실마리를 찾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계기로 경제협력분야에 있어서 남북한 경협공동위 설치,남북한 직교역 및 자원의 공동개발 등 우리 정부가 제의한 다각적 교류협력 실시방안이 구체화될 수 있기를 바라며 이에 덧붙여서 제조업등에 있어서 설비이전 합작사업등 보다 실질적인 경제협력 확대방안도 아울러 다루어질 수 있으면 한다. ○유엔가입 유엔가입문제와 관련,우리측은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가입하거나 북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한국만이라도 단독가입을 추진한다는 입장인 반면 북측은 유엔 동시가입을 영구분단을 획책하는 음모로 보고 단일국호에 의한 단일의석 가입을 주장하고 있다. 과거 동서독이나 남북 예멘이 통일에 이르는 과정으로 유엔에 동시가입한 적도 있고 상호이념과 체제가 다른 남북한이 유엔에 단일의석으로가입하려면 유엔헌장에 대한 유권해석상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으나 통일을 촉진시키고 남북한 상호간의 신뢰를 회복시킨다는 의미에서 북측의 주장을 정면으로 거부할 것이 아니라 대승적인 견지에서 다소 무리하더라도 일단 수용한 뒤 타협점을 모색하는 자세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다만 지금까지 남북간에 지속된 극단적인 적대관계와 상호불신등을 감안할 때 유엔의 단독가입을 추진하는 것은 통일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 통일까지 상호체제 인정 강 총리/단일의석으로 유엔 가입 연 총리

    ◎DMZ 평화이용 동시 제의/남북총리,기조연설 이견 못좁혀 분단 45년만에 최초로 남북한 총리를 수석대표로 한 역사적인 남북 고위급회담 제1차회담이 5일 상오 10시 서울 인터콘티넨탈호텔 그랜드샐라돈볼룸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됐다. 강영훈국무총리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남북이 더이상 대결적대 하는 상대가 아니라 공동번영을 향해 협력하는 동반자관계로 발전시켜 나가야 하며 남북간 사회개방과 교류협력을 넓혀 민족공동체의 사회ㆍ문화ㆍ경제적 기반구축을 강화해 나가자』고 강조하고 남북 관계개선을 위한 8개항의 기본합의서안ㆍ다각적인 교류협력실시방안ㆍ정치ㆍ군사적 신뢰구축방안 등을 제시,이에 합의할 것을 제안했다. 북한측 연형묵정무원총리는 기조연설을 통해 『통일문제는 먹고 먹히는 문제로 보거나 자기의 것을 남에게 강요한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면 북과 남의 대결은 더욱 조장되고 통일문제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정치적 대결상태해소방안 6개항과 외군철수 및 군축방안 4개항 등을 제시했다. 본회담 기조연설에서 남북총리가 제시한 방안 중에서는 군사훈련 상호통보ㆍ고위군사당국자간의 직통전화설치ㆍ단계별병력감축에 상응하는 군사장비축소폐기ㆍ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ㆍ불가침선언 등의 내용이 공통적이었다. 강총리가 제안한 남북 관계개선을 위한 합의서안은 남과 북이 통일을 이룰 때까지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존중하고 ▲상호비방 중지및 내정불간섭 ▲의견대립과 분쟁의 당국간 대화ㆍ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 ▲상대방 파괴ㆍ전복행위 포기 ▲자유왕래ㆍ사회개방 및 민족적 유대를 회복하기 위한 공동노력 ▲군사적 신뢰구축과 군비감축 ▲국제무대에서의 경쟁ㆍ대결중지 ▲휴전체제의 평화체제전환 등으로 돼 있다. 강총리는 정치적 신뢰구축조치의 일환으로는 ▲상대방에 대한 지명공격ㆍ비방ㆍ중상ㆍ전단살포 및 휴전선 일대의 확성기 방송중지 ▲남북간 신문ㆍ라디오ㆍTV 및 출판물의 상호개방 ▲서울과 평양에 상주연락대표부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강총리는 또 군사적 신뢰구축 방안으로 ▲군인사의 상호방문및 교류실시 ▲군사정보의 상호공개ㆍ교환 ▲특정규모이상 군부대의 이동및 기동훈련사전통보,상대방 초청ㆍ참관(91년1월1일을 기해 여단급이상 기동부대및 기동훈련에 대해 45일전 통보) ▲남한 국방장관과 북한 인민무력부장간의 직통전화 설치ㆍ운영 ▲비무장지대의 비무장화 등을 제시했다. 강총리는 이같은 신뢰구축을 바탕으로 남북 불가침선언의 채택을 제의했다. 이어 연총리는 기조연설을 통해 유엔가입문제,문익환목사ㆍ임수경양 등 방북구속인사의 석방,팀스피리트훈련의 중지 등은 긴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주장했다. 연총리는 또 정치적 대결상태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상호비방 중지 ▲통일에 배치되는 모든 법률적ㆍ제도적 장치의 제거 ▲남과 북을 갈라놓고 있는 물리적 장벽의 제거(콘크리트장벽) ▲각 정당ㆍ단체들과 각계각층 인민들의 자유로운 왕래와 접촉 실현 등 6개항을 제시했다. 강총리와 연총리는 이날 하오 숙소인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민속공연 관람을 위해 워커힐호텔로 이동하는 승용차에 동승,20여분 동안 단독요담을 가졌다. ○주요제의 내용 서울측 ①남북상호체제 인정ㆍ비방 중지 ②휴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 ③이산 자유방문ㆍ대교류 실현 ④남북한 직교역ㆍ자원 공동개발 ⑤신문ㆍ라디오ㆍTV 상호 개방 ⑥서울ㆍ평양 연락대표부 설치 ⑦남북 국방장관 직통전화 설치 ⑧비무장지대 평화적 목적 이용 ⑨남북군사력 동수로 균형감축 ⑩남북한 불가침선언 채택 ⑪남북 정상회담 개최 추진 평양측 ①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 ③북남 단일의석 유엔공동가입 ③정당ㆍ단체ㆍ각계 자유래왕 실현 ④방북인사 조속 석방 ⑤팀스피리트군사훈련 중지 ⑥비무장지대 평화지대로 전환 ⑦고위군사당국 직통전화 설치 ⑧30만→20만→10만 3단계 감군 ⑨미군철수ㆍ한반도 비핵지대화 ⑩북남 군사공동위 운영 ⑪불가침선언ㆍ평화협정 체결
  • 남북한 총리회담 기조연설

    ◎강영훈 총리 연설 요지 이제부터 나는 남북 고위급회담에 임하는 우리측의 기본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귀측도 잘 알다시피 남과 북의 예비회담 대표들은 「남북간의 정치 군사적 대결상태 해소와 다각적인 교류 협력 실시문제」를 본회담에서 토의ㆍ해결해야 할 의제로 합의ㆍ채택하였습니다. 이것은 남북 쌍방 당국이 남북 관계개선을 통해 평화와 평화통일의 기반을 다져나가야 한다는 공통된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책임과 권한을 갖고 있는 쌍방 정부 당국이 앞장서야 합니다. 만약 쌍방 당국이 대결적 자세와 적대적 태도를 그대로 견지해 나간다면 남북간의 관계개선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으며 민족적 화해와 평화통일도 이룩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쌍방 당국은 마땅히 대결이 아니라 화해의 자세로,적대가 아니라 협력의 정신으로 민족내부의 갈등과 분열을 해소해 나가야 합니다. 이러한 견지에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남북 쌍방이 상호체제인정과 존중의 정신에 입각하여 상호 관계를 개선하며 그 기초위에서 통일을 향한 공존공영의 관계를 이루어나가는 일입니다. 나는 이러한 입장에 따라 남북의 쌍방 당국을 대표하는 고위책임자들이 자리를 같이한 이 회담에서 남북 관계개선을 위한 기본합의가 반드시 이루어져야만 한다고 생각하면서 이에 대한 우리측의 합의서(안)을 다음과 같이 제안하는 바입니다. ▷남북 관계개선을 위한 기본합의서(안)◁ 남과 북은 분단된 조국의 통일과 민족의 화해를 염원하는 온 겨레의 뜻에 따라 신뢰구축과 긴장완화를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평화통일을 성취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경주할 것을 다짐하면서 다음과 같은 기본 사항에 합의하였다. 1.남과 북은 통일을 이룰때까지 서로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며 존중한다. 2.남과 북은 상대방을 비방ㆍ중상하는 일체의 행동을 중지하며 상대방 내정에 대해 간섭을 하지 않는다. 3.남과 북은 상호간에 야기되는 의견대립과 분쟁을 당국간의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평화적으로 해결한다. 4.남과 북은 상대방을 파괴ㆍ전복하려는 행위를 일체 하지 않는다. 5.남과 북은 자유로운왕래와 다각적인 교류와 협력을 실현하고 사회를 개방하며 민족적 유대를 회복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한다. 6.남과 북은 군비경쟁을 지양하고 무력대치상태를 해소하기 위하여 군사적 신뢰를 구축하고 군비감축을 실현해 나간다. 7.남과 북은 국제무대에서의 불필요한 경쟁과 대결을 중지하고 서로 협력하며 민족의 이익과 자존을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한다. 8.남과 북은 현 휴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고 평화적 통일을 이룩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한다. 1990년 월 일 대한민국 국무총리 강영훈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무원 총리 연형묵 나는 남북 관계개선을 위한 이러한 기본합의를 바탕으로 할때 남북 고위급 회담의 의제로 합의한 남북간의 정치ㆍ군사적 대결상태 해소와 다각적인 교류협력 실시문제가 쉽게 풀려 나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특히 1천만 이산가족들의 자유로운 상호방문과 재결합을 실현하는 것은 분단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절박한 과업입니다. 이러한 인도주의 사업의 조속한 해결 없이는 결코 마음속 깊이 자리잡고있는 남북간의 불신과 적대감을 해소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나는 이상과 같은 입장에서 교류 협력 실시에 관한 10개항의 우리측 방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다각적인 교류 협력 실시방안◁ 1.흩어진 가족ㆍ친척들을 찾아주며 이들의 자유로운 방문과 재결합을 조속히 실현한다. 60세 이상 이산가족들의 고향방문은 즉각 실현한다. 2.설날,단오,광복절,추석 등 민족 명절과 기념일을 전후한 일정기간을 설정하여 민족대교류를 실현하며 고유세시풍속 민속놀이 등 문화행사를 교환 개최한다. 3.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남북 동포들간의 교류와 협력에 관한 구체적 방안을 상호 협의하고 이를 실현한다. 4.민족내부교류 차원에서 교역문호를 개방하고 서로 필요로 하는 물자를 교류한다. 남북간의 간접교역을 직교역으로 전환하기 위해 거래당사자간 접촉을 주선한다. 5.자원의 공동개발,합작투자 등 제반 경제협력을 실현하며 경제분야에서의 공동 대외진출과 공동 대외협력사업을 추진한다. 6.관광자원을 공동개발하고 관광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한다. 설악산∼금강산의 남북 관광코스를 연결하며 이 사업의 추진을 위해 남북 공동으로 관광합작회사를 설립한다. 외국관광객의 남북 직접왕래를 허용한다. 7.남북간에 끊어졌던 철도와 도로를 복원하고 해로와 공로를 개설한다. 경의선은 1991년 8월15일 복원ㆍ연결토록 한다. 8.남북간에 우편물을 교환하고 전신,전화를 개통하여 모든 사람이 이용하도록 한다. 9.다각적인 교류 협력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통행ㆍ통신ㆍ통상에 관한 합의서를 채택한다. 10.남북 경제회담에서 이미 합의한 바 있는 부총리급을 책임자로 하는 경제협력공동기구를 설치한다. 다음으로 나는 정치 군사적 대결상태 해소문제에 관한 우리측의 입장과 그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정치 군사적 신뢰구축 방안◁ 1.상호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바탕 위에서 상대방에 대한 지명공격,비방ㆍ중상,전단살포 및 휴전선 일대의 확성기 방송을 일체 중지한다. 2.민족성원들이 서로 상대방의 실상을 잘 알 수 있도록 신문ㆍ라디오ㆍTV및 출판물을 상호 개방한다. 3.상호 긴밀한 협의와 연락을 통하여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평화와 통일의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하여 서울과 평양에 상주연락대표부를 설치한다. 4.군인사의 상호 방문 및 교류를 실시한다. 5.군사정보를 상호 공개하고 교환한다. 6.특정규모 이상 군부대의 이동 및 기동훈련을 사전에 통보하며 상대방을 초청ㆍ참관케 한다. 1991년 1월1일을 기해 여단급 이상의 부대이동 및 기동훈련에 대해 45일전에 상대방에 통보한다. 7.우발적 무력충돌을 예방하고 이것이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대한민국 국방부장관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인민무력부장간에 직통전화를 즉각 설치ㆍ운영한다. 8.비무장지대의 진정한 비무장화를 실현하며 이를 평화적 목적으로 이용한다. 이상과 같은 방안들을 통해 정치 군사적 신뢰구축을 이룩하며 무력행사와 모든 종류의 폭력행위를 포기하는 불가침선언을 채택하여야 할 것입니다. 나는 남북간의 군비감축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북간의 군비감축 추진방향◁ 1.공격형 전력구조를 방어형의 전력구조로 전환시켜야 합니다. 군사력을 공격형으로 편성하고 전개해 둔 채로 평화의지를 확인할 수 없으며 전쟁재발을 방지할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쌍방이 보유하고 있는 공격형 전력부터 먼저 감축해 나가는 원칙을 지켜야 하며 그래야만 기습공격 또는 전면공격에 의한 전쟁재발을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2.상황 동수보유원칙을 적용하여 군사력의 상호균형이 유지되도록 해야 합니다. 어느 한편의 군사력이 많고 다른 한편의 군사력이 적어 균형을 상실할 경우 전쟁발생의 위험이 높아지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군사력을 많이 보유한 측이 적게 보유한 측의 수준으로 먼저 감축하고 상호 동등수준으로 되었을 때 동수균형감축 방식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3.무기감축에 따라 병력을 감축해 나가되 상비전력감축에 상응하여 예비전력과 유사 군조직도 함께 감축해 나가야 합니다. 4.군축과정에서의 합의사항 이행을 보장하기 위하여 반드시 현장검증과 감시를 할 수 있도록 하여야만 합니다. 이를 위해 남북은 공동검증단과 상주감시단을 구성ㆍ운영해야 할 것입니다. 5.쌍방 군사력의 최종 유지수준은 통일국가의 군사력 소요를 감안하여 쌍방 협의하에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이상과 같은 방향으로 남북간에 군비감축이 진보됨에 따라 현 휴전체제를 남북간의 평화체제로 전환시키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입니다. 나는 쌍방 총리를 수석대표로 하는 남북 고위급회담이 쌍방 최고위당국자가 만나는 남북 정상회담으로 발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된다면 온 겨레가 염원하는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이룩하는 길도 훨씬 앞당길 수 있게 될 것을 확신하며 귀측의 긍정적인 호응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연형묵 총리 연설 요지 근 반세기를 이어오는 국토의 분단은 우리 민족에게 헤아릴 수 없는 재난과 고통을 가져다주고 막대한 희생과 소모를 강요하였으며 대대로 화목하게 살아온 우리 민족내부에 일찍이 없었던 가장 심각한 불신과 대결상태를 조성하였습니다. 8.15와 더불어 시작된 이 민족적 수난과 치욕의 력사는물론 외세에 의하여 빚어진 것이지만 역경에 처한 나라의 운명을 제때에 바로잡지 못하고 오늘까지 통일을 이룩하지 못한 것은 우리 민족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조국통일의 주체는 우리 민족입니다. 조국통일에 가장 절실한 리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도 우리 민족이고 통일을 책임지고 성취해야 할 담당자도 우리 민족이며 통일된 조국에서 살게 될 주인도 우리 민족입니다. 나는 제1차 고위급회담이 열린 이 마당에서 쌍방 대표단이 민족앞에 지닌 공동의 책임에 대해 다시금 강조하면서 이제부터 회담에 대한 우리의 기본립장과 의정에 따르는 기본문제들에 대하여 말하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통일은 절대로 어느 일방에 의한 통일로 되어서는 안됩니다. 우리가 거듭 강조하여 온 바와 같이 조국통일문제는 본래 누구를 먹거나 누구에게 먹히는 문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북과 남이 하나의 민족으로 단합을 이룩하는 문제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사회주의제도가 비할바 없이 우월한 제도라고 확신하고 있지만 이것을 남측에 강요할 생각이 없으며 군사적이든 정치적이든 우리에게만 유리한 일방적인 통일을 추구할 생각이 없습니다. 나는 이러한 견지에서 본회담 의정에 대한 토의를 앞두고 쌍방 사이에 서로 모호한 점이 없도록 일치한 입장과 견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면서 이러한 입장과 견해를 구현한 다음과 같은 세가지 문제를 회담 전과정에서 준수해야할 원칙으로 확정하자는 것을 제의합니다. 첫째,쌍방은 1972년 7ㆍ4 남북공동성명에서 천명된 자주,평화통일,민족대단결의 조국통일 3대원칙을 재확인하며 이를 철저히 준수한다. 둘째,쌍방은 문제토의에서 일방의 리익보다 민족공동의 리익을 우위에 놓는다. 셋째,쌍방은 회담의 분위기를 흐리게 하거나 회담의 진전에 저촉되는 일을 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본회담의 의정으로 제기되고 있는 「북남사이의 정치ㆍ군사적 대결상태를 해소하며 다방면적인 협력과 교류를 실현할데 대하여」의 테두리안에서 협의 해결할 기본문제들에 대하여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오늘 우리가 통일을 지향해나가는데 가장 큰 내부적 장애요인은 호상 불신에 있습니다. 이러한 불신은 정치적으로 또는 군사적으로 상대방이 자기를 먹으려 한다는 인식과 판단에서 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여 북측은 남측에서 미군과 함께 북침하려 하며 이른바 「자유의 바람」을 불어넣어 「승공통일」을 하려 한다고 생각하면서 남측을 불신하고 경계하고 있는 것이며 남측은 북측이 「남침」이나 「적화전략」을 꾀하고 있다고 하면서 북측을 불신하고 경계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정치ㆍ군사적 대결상태를 해소하는데 선차적이며 본질적인 의의를 부여하는 리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취지로부터 본회담 의정의 테두리안에서 정치ㆍ군사적 대결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문제를 기본으로 토의할 것을 기대하면서 다음과 같은 방안들을 제의하는 바입니다. ▷정치적 대결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 1.호상 비방을 중지하며 대결을 고취하는 정치행사를 하지 않는다. 2.민족적 단합과 통일에 배치되는 모든 법률적 제도적 장치들을 제거한다. 3.상대방을 소개하는 출판의 자유와 상대방의 사상을 신봉하는 사상의 자유를보장한다. 4.북과 남을 갈라놓고 있는 물리적 장벽을 제거한다. 5.각 정당ㆍ단체들과 각계각층 인민들의 자유로운 래왕과 접촉을 실현한다. 6.국제정치무대에 북과 남이 공동으로 진출하고 협력한다. 정치적 대결상태를 해소하는데서 지금 우리들 앞에는 시급히 해결하지 않으면 안될 두가지 문제가 나서고 있습니다. 그 하나는 유엔가입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우리가 알기에는 귀측에서는 북과 남이 유엔에 별개로 동시에 가입하거나 남측만이라도 단독으로 들어갈 것을 주장하면서 유엔가입을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유엔에 북과 남이 동시에 가입하자는 것이나 남측만 단독으로 가입하려는 귀측의 노력이 북과 남의 화해와 단합을 위한 공동의 지향에 부합되지 않으며 오히려 조국통일의 전도를 더욱 흐리게 하는 것이라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군사적 대결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에 대하여 말하겠습니다. ▷군사적 대결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 ▲북남 신뢰조성 1.북과 남은 군사훈련과 군사연습을 제한한다.①외국군대와의 모든 합동군사연습과 군사훈련을 금지한다. ②사단급 이상 규모의 군사훈련과 군사연습을 금지한다. ③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일체 군사연습을 금지한다. ④자기 령내에서 외국군대의 군사연습을 허용하지 않는다. ⑤군사연습을 사전에 호상 통보한다. 2.북과 남은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든다. ①비무장지대 안에 배치한 모든 군사인원들과 군사장비들은 철수한다. ②비무장지대 안에 설치한 모든 군사시설물들을 해체한다. ③비무장지대를 민간인들에게 개방하며 평화적목적에 리용하도록 한다. 3.북과 남은 우발적 충돌과 그 확대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취한다. ①쌍방 고위군사당국자 사이에 직통전화를 설치 운영한다. ②군사 분계선 일대에서 상대측에 대한 일체 군사적 도발행위를 금지한다. ▲북남 무력축감 4.북과 남은 무력을 단계적으로 축감한다. ①병력축감은 쌍방사이에 군축안이 합의된 때로부터 3∼4년 동안에 3단계로 나누어 실시한다. 첫단계에서는 쌍방이 각각 30만명선으로,둘째단계에서는 다시 각각 20만명선으로 축소하며 세번째 단계가 끝날 때에는 쌍방이 각각 10만명 아래 수준에서 병력을 유지하도록 한다. ②단계별 병력축감에 상응하게 군사장비들도 축소 폐기한다. ③정규무력축감의 첫단계에서 모든 민간군사조직과 민간무력을 해체한다. 5.북과 남은 군사장비의 질적 갱신을 중지한다. ①새로운 군사기술장비의 도입과 무장장비의 개발을 중지한다. ②외국으로부터 새로운 군사기술과 무장장비를 반입하지 않는다. 6.북과 남은 군축정형을 호상 통보하며 검증을 실시한다. ①무력축감정형을 호상 상대측에 통지한다. ②상대측 지역에 대한 호상 현지시찰을 통하여 군축합의 리행정형을 검증한다. ▲외국무력의 철수 7.북과 남은 조선반도를 비핵지대로 만든다. ①남조선에 배비된 모든 핵무기들을 즉각 철수시키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한다. ②핵무기를 생산,구입하지 않는다. ③핵무기를 적재한 외국비행기,함선의 조선경내에로의 출입과 통과를 금지한다. 8.북과 남은 조선반도에서 일체 외국군대를 철수시키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한다. ①남조선주둔 미군과 그 장비들이 북남무력축감에 상응하게 단계적으로 완전 철수되도록 한다. ②미군철수에 상응하게 남조선에 설치된 미군사기지들도 단계적으로 철폐되도록 한다. ▲군축과 그 이후의 평화보장 9.북과 남은 군축과 그 이후의 평화보장을 위한 조치를 취한다. ①군사 분계선 비무장지대안에 중립국 감시군을 배치할 수 있다. ②군비통제와 북남사이에 있을 수 있는 군사상의 분쟁문제들을 협의 해결하기 위하여 쌍방 군총참모장급을 책임자로 하는 북남 군사공동위원회를 구성 운영한다. 북과 남이 채택할 불가침선언에서는 서로 상대방을 무력으로 침공하지 않을데 대하여 확약하는 동시에 그를 위한 실질적인 담보를 예견하여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그러한 불가침선언의 구성요소로서 최소한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인정합니다. 그것은 첫째,상대방을 반대하여 호상 무력을 사용하지 않을데 대한 문제. 둘째,의견상이와 분쟁문제들을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평화적으로 해결할데 대한 문제. 셋째,불가침의 경계선을 확인하는 문제. 넷째,상대방에 대한 외국의 침략과 무력간섭에 가담하지 않을데 대한 문제. 다섯째,불가침을 확고히 담보하기 위한 조치로서 북과 남의 무력축감과 미군철수를 비롯한 기본적인 군사적 대책을 확인하는 문제입니다. 오늘 우리 나라에서 군사적 대결상태를 해소하고 긴장을 완화하는데서 나서는 가장 긴절한 문제는 남조선에서 진행되는 「팀스피리트」 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하는 것입니다. 다서
  • 남북 총리회담… 세계 언론의 시각

    ◎“서울ㆍ평양의 거리감 좁힐 기회”/“고위회담 계속되면 정상회담도 기대/양측 폭넓은 견해차… 실질성과 의문” 역사적인 남북한고위급(총리)회담에 대해 세계언론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가. 페르시아만 사태로 법석을 떨고 있는 가운데서도 미국의 주요 TV와 신문,일본과 중국ㆍ홍콩 등의 매스컴은 적지않은 관심을 나타냈다. 각국 언론의 반응를 정리한다. ▲LA 타임스(미국)=이번 회담은 1945년 이후 처음 열리는 남북한간의 최고위급회담이다. 서울과 평양은 이번 회담에서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모색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난 8월15일 광복절을 기해 시도했던 「남북한 대교류」가 실패로 끝났고 남북한간의 워낙 폭넓은 견해차 때문에 이번 첫 남북총리회담에서 어떤 실질적인 성과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친서전달 여부에 관심 ▲차이나데일리(중국)=남북한총리회담은 서울과 평양간의 군사ㆍ정치적 적대감을 완화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북한의 연형묵 총리가 노태우 대통령을 예방하는 것이 이번 회담에서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이다. 연이 노대통령에게 김일성의 친서를 전달할 것이며 이러한 연의 청와대 예방을 통해 양측 현안이 더욱 깊이 있게 논의될 것이다. 그러나 남북한 총리는 명목상의 실권자들이기 때문에 어떤 놀랄만한 중대한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힘들다. ○소 외무 방북겹쳐 주목 ▲성도일보(홍콩)=남북한은 페르시아만 사태등 국제적인 위기속에서도 평화적인 회담을 가짐으로써 전세계로부터 우호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노태우 대통령이 주한미군 규모축소,소련ㆍ중국 등 사회주의국가들과의 수교노력 등을 보이면서 적극적인 자세로 남북한정상회담을 추구하고 있으나 북한측은 아직 어떠한 변화를 원치 않고 있다. 북한은 또 지난번 광복절을 전후해서 남북한 왕래를 자유롭게 하자는 노대통령의 제의를 거절했다. 북한은 그러나 시대적 조류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남북한총리회담에 임하는 것 같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 연총리의 노대통령 예방에 이어 오는 10월 한국의 강영훈 총리가 김일성을 만난 뒤 양측 정상회담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많다. 이같은 수뇌급 접촉이 잦아질 경우 남북한은 군축 및 상호불가침조약체결 등의 과정을 거쳐 노대통령의 기원대로 금세기안에 한반도 통일을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국 적극외교의 결실 ▲아사히(조일)신문(일본)=남북한 총리는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긴장완화와 상호협력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어서 일단 한반도 해빙무드를 촉진하게 될 것이다.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1년반만에 본회담개최가 열리게 된 것은 남북한이 국제정세 변화에 입각,현실적인 대응을 취한 결과이다. 특히 북한에 있어서는 개혁을 서두르고 있는 소련으로부터의 압력,국내경제의 부진 등 내외의 요인이 본회담을 실현시키지 않으면 안되게 만들었다. 본회담 실현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것은 셰바르드나제 소련 외무장관이 2일부터 예정하고 있는 평양 방문이다. 지난 6월 개최된 한소수뇌회담에서 노태우 대통령은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에게 북한이 남북대화에 응하도록 작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후 한소 관계개선을 환영하는 미국과 소련사이에한반도의 긴장완화책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최근 솔로몬 국무차관보를 서울에 파견,남북 총리회담의 진전에 따라서는 북한을 테러국의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등 획기적인 대 북한 개선책을 한국측과 논의했다. 셰바르드나제 외무장관은 이러한 미측의 입장을 북한지도부에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또 소련측 소식통에 따르면 소련은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량을 줄이고 국제가격의 3분의 1정도였던 원유가격도 인상함으로써 개방촉진 압력을 가중해 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외적 요인에 덧붙여 북한은 국내경제를 압박하는 군비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도 한국과의 군사적 대립을 해소하기 위한 협상테이블을 필요로 해왔다. 남북한 총리를 책임자로 하는 대표단의 회담은 쌍방이 상호의 「실체」를 인정하는 가운데 공존으로부터 통일을 향한 제1보를 밟는다는 점에서 그 의의는 극히 크다. 그러나 40년이 넘는 분단이 초래한 상호불신은 크며 이러한 점에서 이번 회담에서의 군축,유엔 가입문제 등의 토의도 진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도쿄신문(일본)=정부당국자간의 직접교섭에 소극적이었던 북한이 총리회담에 응한 것은 미소의 냉전종식 선언,동유럽의 격변,한소 수교에서 강렬했던 「역풍」을 견디고 김일성정권의 독자성과 정통성을 국제사회에 과시하기 위한 장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반정부조직과의 교섭에서 자신의 유리한 통일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북한의 기본전략은 변하지 않고 있다.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인 한반도의 군축문제에서도 남북한간에 상당한 입장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회담의 전도는 낙관을 불허한다.
  • 2분기 GNP 「9.7% 성장」의 의미

    ◎내수ㆍ제조업 활기… 「불황의 늪」 일단 탈출/설비투자 늘어 이상성장 우려 씻어/유가불안ㆍ과소비가 경기회복의 변수 우리경제가 1ㆍ4분기에 이어 2ㆍ4분기에도 「고성장」을 기록함으로써 불황의 늪에서는 일단 탈출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ㆍ4분기에 10.1%라는 예상외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을 때만 해도 건설경기의 과열과 소비증대가 가져온 내수일변도의 불안한 성장이라는 지적이 우세했고 언제 가라앉을지 모르는,기반이 허약한 성장으로 비유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2ㆍ4분기 경제성장이 1ㆍ4분기 성장치에는 못미치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는 제조업의 성장이 어느정도 뒷받침됐다는 점에서 비교적 건실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아직도 제조업보다 서비스산업의 성장기여율이 높고 민간소비증가율이 성장률을 웃도는 등 「건실성장」의 걸림돌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여기에 페르시아만 사태에 따른 유가인상이 올 경제성장에는 1% 미만의 극소한 영향을 주리라는 분석이 있지만 사태가 악화될 경우 앞으로의 성장속도를 감속시킬 수 있는 복병으로 도사리고 있어 마음놓을 상황만은 아니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2ㆍ4분기 성장내용을 들여다 보면 제조업생산이 버팀목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내수관련업종의 생산증대와 선박ㆍ신발업종의 수출호조 등으로 1ㆍ4분기보다 1.9%포인트 높은 9.0%의 실질성장을 이룩함으로써 지난해 1ㆍ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신장세를 보였다. 아울러 제조업 생산활동의 호조로 설비투자(건설업제외)가 1ㆍ4분기 18.6%에 이어 2ㆍ4분기에도 21.1%가 증가해 제조업 생산활동이 점차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제조업이 활기를 띠기 시작한 것은 무엇보다 노사분규가 상당히 가라앉은데다 내수증가,수출회복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제조업성장을 부문별로 보면 크게는 경공업보다 중화학공업의 신장세가 두드러졌고 업종별로는 화학제품과 전기 기기제품의 성장이 뚜렸했다. 불황산업으로 꼽히는 섬유업종은 1ㆍ4분기 마이너스 1.4% 성장에 이어 2ㆍ4분기중에도 0.8% 감속성장을 보였고 음료업도 4.7%에서 1.4%로 성장률이 떨어졌다. 반면신제품개발로 수출기 잘되고 있는 신발업종이 같은기간 10.7%에서 19.9%로,화학제품이 13.4%에서 18.8%,전기기기가 마이너스 2.5%에서 10.5%로 괄목할만한 신장세를 보였다. 제조업의 설비투자도 산업기계류(21.8% 증가)를 비롯,사무서비스기계(21.3%),통신기계(45.5%),자동차(30.0%),항공기(2백51.3%) 등을 중심으로 활발히 이루어졌으며 이에 따라 전체 제조업의 성장기여율도 전반기 27.5%에서 33.3%로 뛰어올라 서비스업 다음으로 성장기여도가 높았다. 1ㆍ4분기에 과열양상을 빚었던 건설경기가 2ㆍ4분기들어 자재난과 인력난 등으로 신장세가 주춤해졌지만 25.3%의 고수위성장을 기록함으로써 제조업과 함께 성장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경기의 선행지표라 할 수 있는 건축허가면적이 1ㆍ4분기 48.4%의 폭발적인 증가에서 2ㆍ4분기 25.5%로 증가세가 둔화됐고 건설업성장도 같은기간 38.8%에서 25.3% 증가로 크게 낮아져 열기가 다소 식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2ㆍ4분기가 건설성수기로 예년에도 건설수요가 폭증,신장세에 한계가 있는 점을 고려하면 건설경기는 앞으로 신도시 물량공급등으로 지속될 것이라는게 한은실무진의 분석이다. 제조업의 활성화와 건설경기의 지속세로 2ㆍ4분기 이후의 경제성장도 당초 예상대로 8% 정도의 성장이 예견되고 있지만 성장내용에는 여전히 불안한 현상들이 곳곳에 내재 돼 있다. 우선 민간소비 증가율이 지난해 이후 꾸준히 10%대를 유지함으로써 성장의 내실을 갉아먹고 있다는 점이다. 2ㆍ4분기에도 승용차(31.6%),세탁기(53.0%) 등 내구소비재가 15.5% 증가하는등 과소비현상이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수출이 불변가격 기준으로 2ㆍ4분기 5.4%나 늘어나는 회복세를 타고 있으나 경상가격 기준으로는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중동사태의 여파로 유가불안,물가불안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 국제수지 악화요인으로 작용할 것도 지속성장의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한은의 지적대로 유가인상이 올 경제성장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사태악화시 국내물가와 제조업생산에 막대한 파급효과를 몰고올 것이 분명해 감속성장으로 연결될 소지가 크다. 아울러 서비스산업의 이상비대로 성장의 무게가 서비스부문에 치중돼 있는 것이나 섬유등 불황산업의 속출에 따른 산업공동화의 문제도 해소돼야 할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은의 최연종 이사는 『과거 수출 주도로 이루어지던 성장의 패턴이 내수 주도로 바뀌어가고 있다』며 『총체적 난국으로 불리던 1ㆍ4분기 10.1%의 고성장에서 9.7%로 떨어졌지만 제조업이 활기를 띠면서 내용면에서는 건실해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국제수지가 불안한 가운데 내수위주의 성장이 한계를 갖는 것은 사실이지만 GNP등 우리경제 규모를 감안할때 소폭의 적자는 그렇게 우려할 만한 것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 중동 산유분쟁 해소/애­요르단 정상회담

    【카이로ㆍ알렉산드리아 AP UPI 로이터 연합】 요르단의 후세인 국왕과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은 23일 이집트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원유 과잉생산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이라크와 쿠웨이트ㆍ아랍에미리트연합(UAE)간의 분쟁해소 방안을 논의했다. 아랍협력협의회 회원국들인 양국 지도자의 회동은 아랍연맹측의 중재 노력이 이라크의 냉담한 반응으로 실패하고 이라크측이 쿠웨이트 외무장관에 대해 인신공격까지 가할 정도로 관계가 이뤄진 것이어서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쿠웨이트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이집트는 22일 에스마트 압델 외무장관과 아지즈 이라크 외무장관과의 회담에서 분쟁해결을 위한 4가지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이집트의 중재가 한층 활발해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집트는 이라크와 쿠웨이트에 군사적 행동을 단념할 것과 분쟁국간의 적대적인 언론 보도를 즉각 중지할 것등을 촉구하면서 이 분쟁의 중재자로서 행동할 준비가 돼 있음을 밝혔으며 오는 11월의 아랍정상회담 개최 전에 주요 아랍국 외무장관들과 함께 분쟁 당사자인 3개국 외무장관들이 카이로에서 모일 것을 제의한 것으로 보도됐다.
  • 「7·20선언」… 각국의 반응

    ◎화합·통일의 길 여는 새 전기/미국 “체제 우월” 서울의 자신감 표출/일본 “긴장완화 위한 실질조치” 환영/유럽 “실현되면 45년 만의 관계 진전” ▷일본◁ 일본조야는 20일 광복절을 기해 민족 대교류를 하자는 노태우대통령의 제의를 일제히 환영했다. 정부대변인 사카모토 미소지(판본삼십차)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노대통령의 특별담화와 관련,『남북간의 실질적인 교류가 진전되고 대화를 통한 교류가 이뤄지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지적하고 『일본정부는(노대통령의 제안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언론들도 노태우대통령의 특별담화를 일제히 이 날짜 석간 1면 머리기사로 취급하고 노대통령의 대담한 제의에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도쿄(동경)신문은 1면 톱기사와는 별도로 2면에 「한국대통령의 성명요지」와 해설기사를 게재했다. 이 신문은 해설기사를 통해 『노태우대통령의 제안은 북한과의 화해를 위해서는 우선 교류확대로부터 시작한다는 한국측의 자세를 구체적으로 나타낸 것』이라고 지적하고 『이는 북한측이 주한미군 철수및 한국의 유엔가입 반대등 「정치원칙론」을 고집하고 있는 것에 대항,남북 이산가족재회및 직접무역등 현실적인 남북교류의 길을 열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아사히(조일)신문은 본 기사와 해설·요지 등을 1면과 2면에 나눠 상세히 싣고 노대통령의 제안이 북한에 의해 그대로 받아들여져 실현될 가능성은 적지만 이번 제안이 남북분단의 벽에 구멍을 뚫는 실마리가 될지 모른다고 평가했다. 요미우리(독매)신문도 요지와 해설을 2개면에 나눠 싣고 노대통령의 특별담화는 학생과 재야단체등의 북한방문을 인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북한으로 하여금 거부할 명분을 잃게 하고 인적 교류를 통해 북한을 개방으로 유도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지만 군사적 대결상태를 해소함으로써 통일환경을 조성하자는 주장을 되풀이해 오고 있는 북한이 노대통령의 제의를 수락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도쿄=강수웅특파원〉 ▷미국◁ 미국 언론들은 20일 노대통령의 남북한 자유왕래제의를 일제히 주요기사로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지는 『한국이 한국전이래 적대관계를 계속해온 북한의 주민들에게 조건없는 남한방문 초청을 제의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논평했다. 타임스는 『노대통령의 제의는 세부사항이 개략적』이라고 지적하고 『그러나 그것은 최근 남북한이 오랜 교착상태끝에 총리회담 일정등에 합의한 난관타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제스처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노대통령의 제의는 수십년간 지속돼온 한국의 대북 국경봉쇄정책과 승인없는 대북접촉규제정책을 뒤집은 것』이라고 보도하고 『이 제의는 앞으로 남북한간의 적대관계에 큰 변화를 나타내고 군사대결 위협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스트는 『노대통령의 제의가 보여준 핵심요소는 서울의 자신감』이라고 강조하고 한국은 경제붐·강력한 군사력·공산주의 이념의 퇴조 등에 힘입어 북한에 대한 두려움이 과거에 비해 적어졌다고 덧붙였다. 포스트는 그러나 북한이 공산세계를 변화시키고 있는 자유화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오는 8월15일을 전후한 시기에 자유왕래의 실현을 전망하기는 어렵다고 보도했다.〈워싱턴=김호준특파원〉 ▷유럽◁ 프랑스의 A2­TV는 20일 아침뉴스를 통해 한국이 민족 대교류기간을 설정,제의한 것은 남북한 주민의 자유왕래를 실현하여 남북분단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고 논평하면서 이 제의가 실현되면 45년 한반도분단이후 최초의 실질적인 남북 관계진전이 이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랑스의 르몽드지는 이날 「북한,남한의 제의를 거절」이라는 제목아래 노대통령의 제의내용과 북한의 거부사실을 자세히 보도했다. 이 신문은 노대통령의 제의가 한소간 국교정상회담 개최발표직후에 나온 점을 지적하면서 『한국측의 저의가 당장 결실을 얻지 못하더라도 한국이 국제적으로 냉전해소시대의 챔피온의 자리를 굳힐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파리=김진천특파원〉 ▷홍콩◁ 신만보·성도일보 등 홍콩의 석간신문들은 한국의 노태우대통령이 광복절과 추석등 민족명절에 남북한 동포들이 판문점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북한측에 제의한 사실을 20일 외신면 머리기사로 크게 보도했다. 홍콩 언론들은 노대통령이 처음으로 올해 광복절을 맞아 남북동포의 왕래를 자유롭게 하도록 제의한 점은 한반도가 일제식민통치에서 벗어난 날을 기념하는 것과 관련,한반도의 냉전종식은 물론 통일전망을 밝게 해주는 것으로 분석했다.〈홍콩=우홍제특파원〉
  • 남북문제 해결의 새 초석/노대통령 민족 대교류 제의에 부쳐(사설)

    광복 45년,건국 42년을 맞는 오는 8월15일을 전후한 5일동안 분단됐던 민족의 재결합이 일시나마 이루어질 수 있을까. 노태우대통령의 광복절 민족 대교류 선언은 광복에 이은 40여년 분단민족사에 최대의 과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번 선언은 88년 7·7선언과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 입각한 구체적인 문제해결 의지로서 북한측의 상응조치 여하에 따라서는 분단극복의 획기적인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남북한이 분단의 장벽을 제거하고 체제와 이념의 차이를 극복하려면 먼저 대화와 교류가 쌓여야 한다. 남북한 주민 누구나 어디에서든 자유롭게 만나 이산의 한과 적대의 증오를 해소해야 한다. 민족 대교류 선언은 우리쪽부터 그렇게 하겠다는 의연한 결의이다. ○「한민족공동체」 의지의 확산 지난 88년 「7·7 특별선언」은 북한에 대한 기존의 기본인식과 정부의 통일외교정책 방향에 새로운 전환을 가져왔다. 그 선언으로써 북한은 더 이상 경쟁·대결·적대하는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신뢰와 화해협력을 쌓아나가는 민족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식되었다.북한에 대한 인식의 전환은 경쟁과 대결의 남북한관계가 결국은 민족 스스로를 해치는 행위라는 자각과 반성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7·7 선언정신에 입각한 지난해의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보다 구체적으로 남북의 공존공영과 민족사회의 동질화,민족공동생활권의 형성을 지향했다. 민족 대교류 선언은 바로 그것을 위한 행동방안이라 해도 좋다. 8·15 광복의지를 바탕으로 민족 대교류가 이뤄진다면 그것은 다시 설날로,단오절로,추석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당국의 만류를 뿌리치고 「가자 북으로」라고 절규하던 젊은이들의 함성도 잦아들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민족 대교류 선언은 분단극복의 장애요인을 완전히 제거하고 체제와 이념을 초월하는 징검다리의 역할을 건너뛰어 이윽고 민족통합과 국토통일의 또 하나의 초석이 되게 되는 것이다. 광복절 민족 대교류 선언의지에는 북한측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개방,남북의 자유왕래 주장이 완전무결하게 발전적으로 함축되고 있다. 체제와 이념을 초월해서 분단극복의지를 극대화한다는 측면에서 보더라도 남북 자유왕래의 장애요인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인적 교류에 있어 인원 지역상의 제한이 철폐되었고 그것은 다시 교류의 정례화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폐쇄빗장 풀고 개방해야 최근 우리가 국가전략및 남북한문제와 관련하여 한소 관계개선을 서두르고 있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한반도문제 해결의 길을 열고자 함에서이다. 이미 한소 정상회담이 이뤄졌고 오는 8월 모스크바에서는 양국의 각료급 공식회담이 열리게 돼 있다. 한소 관계개선에 있어서도 우리는 북한을 결코 배타적인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안팎의 여러가지 예민한 정세변화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소련은 여전히 맹방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소 관계개선에서 북한이 배척되고 제외돼서는 안되는 까닭이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반도문제 궁극적인 해결의 당사자는 어디까지나 남북한이라는 사실이다. 그러한 쌍방 당사자끼리의 논의와 합의는 꾸준한 대화와 교류의 축적으로써만 가능하다. 대화가 문제해결의 이론이라면 교류는 민족간의 끊어졌던 맥을 다시 잇는 행동이 되는 것이다. 북한은 이제 이 대화와 교류의 정례화와 구체화를 위해 상응한 조치를 보여야 한다. 남북한 상호교류에는 인적·물적 분야가 있다. 국제적인 화해조류와 남북한 현실변화의 추세에 비추어 상이한 체제와 이념이 더이상 문제되지 않는다면 남북교류에 있어 이제는 아무런 장애도 없다. 우리는 이미 7·7선언 후속조치의 하나로서 남북한간 물자교역개방조치를 발표한 바 있었다. 지난번 임시국회에서는 남북교류협력법안과 남북협력기금법안이 통과됐다. 북한은 이제 더이상 대화와 교류를 거부하고 회피할 명분이 없다. ○대화와 교류 축적의 길 80년대 중반에 들면서부터 우리는 실로 커다란 변화의 격랑속에 휩싸여왔다. 국제적으로 냉전체제가 붕괴되고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국제질서가 구축되고 있다. 그 세계사적 추세속에서 오로지 한반도만이 최후의 냉전지대로 남게 되었다. 그것은 7천만 민족의 수치이며 오랜 역사를 가진 민족의 긍지와 자존심을 훼손당하는 일이다. 회고컨대 우리 민족은 조선말엽 세계정세의 흐름에적절히 대응하지 못함으로써 국권을 상실하고 반세기간에 걸친 민족적 수난을 겪었다. 그러한 역사의 교훈을 상기해야 한다. 우리 민족이 세계적 흐름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내외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갈 수 있을 때에 비로소 민족 전체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갈 수 있다. 그 국제정세가 우리 민족에게 항상 유리하게만 전개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오늘날의 유리한 국제정세를 적절히 활용하지 못한다면 민족사의 발전에 커다란 과오를 범하는 것이다. 동서독의 예에서 보듯이 지속적인 대화와 교류의 축적이야말로 남북문제 해결의 길이다. 진지한 대화와 핏줄이 교류하는 가운데에서는 과거의 한과 증오와 적대의식은 봄눈 녹듯 사라질 것이다. 옛 러시아 속담에 『어설픈 평화라도 좋은 싸움보다는 낫다』라는 말이 있다. 말을 바꾸면 최악의 대화라도 전쟁보다는 낫다는 일깨움일 것이다. 남북한은 이제 전쟁은 다시 말고 적대도 말아야 한다. 북한이 좋다면 오는 8월15일을 전후한 남북한 곳곳에서는 분단민족 재결합의 일대 축제가 펼쳐질 것이다. 특히 이산가족들의 그러한 기대와 희망을 북한은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 남ㆍ북 군축에「4강지렛대」활용하라/「한반도군축」의 바람직한 방향

    ◎우리 내부의 목소리도 일원화 해야 한국전쟁이라는 민족상쟁의 비극을 겪은 우리에게 있어 남북한간의 전쟁재발방지 및 한반도의 평화정착은 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실현돼야 할 남북한 모두의 과제이다. 특히 지난 40여년동안 지속된 남북한간의 군사적 대결상태와 군비경쟁은 남북한 모두에게 커다란 경제적 부담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상호간의 불신과 적대감을 심화시키게 되어 한반도 분단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미소간의 화해,유럽군축의 성공적 추진,그리고 독일통일 등 유럽에서의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가 동북아에도 파급되어 냉전시대의 마지막 대결장인 한반도에서 남북한관계의 개선과 군축협상의 개시 등 극적인 변화의 조짐을 보여주게 되었다. 지난주 남북한이 고위급 정치ㆍ군사회담을 열기로 합의하고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개최된 한반도 군축학술회의에 남북한의 학자들이 참가하여 상호간에 의견교환과 활발한 토론을 가졌다는 사실은 한반도 군축협상이 이미 시작되고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지난 70년대 초반의 남북적십자회담 개최이래 한국은 이산가족의 재회,남북한 경제ㆍ사회ㆍ문화교류 등 비교적 합의점을 찾기 용이한 부분부터 남북관계를 개선하자고 제안해 왔다. 반면에 북한측은 주한미군 철수,국가보안법의 철폐 등 정치적인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남북대화는 서로간의 상이한 입장을 지켜왔다. 그러나 최근 한국정부의 성공적 북방정책 추진과 노대통령의 UN연설 등 통일외교 노력에 힘입어 한반도 문제는 주변국가들과의 협력속에서 남북한 당사자간의 대화와 교류를 통한 해결책의 모색이라는 상황에 다다랐다. 특히 한소 정상회담 개최의 충격,중 소로부터의 개방 압력 및 국내 경제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북한으로서는 더 이상의 고립과 폐쇄를 감당하기 어렵게 되었으며 남북대화를 외면하기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 군축협상에 임하는 남북한의 입장은 물론 같지 않다. 우선 한국은 남북한간의 긴장완화와 상호신뢰구축이라는 차원에서 군축협상에 임하고 있는 반면에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를 비롯한 남북한 군사력의 감축 그 자체를 한반도 대결상태를 종식시키는 전제로 이 협상에 임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한국측은 군축협상을 통하여 남북간의 신뢰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북한사회의 개방을 유도하려고 하는 반면,북한은 절대적인 고립을 탈피하고 대내외적인 압력을 무마시키면서 협상자체를 정치선전장으로 이용하려는 의도도 있는 듯하다. 실제로 북한은 88년 11월7일 남북한 정치ㆍ군사적 대결상태의 완화를 위한 「포괄적 평화방안」의 채택 및 남북고위급 정치ㆍ군사회담을 제의한 바 있으며 그 주요내용은 주한미군과 핵무기의 철수,남북한 군사력의 단계적 감축,그리고 3자회담을 통한 미ㆍ북한간의 평화협정의 체결 및 남북한간의 불가침선언 등이었다. 이에 대해 한국도 남북한 신뢰구축과 긴장완화 문제를 포괄적으로 협의하기 위한 남북고위당국자회담과 이를 위한 예비회담을 제의하였으며 회담의 주요 의제로서 상호비방의 중지를 비롯한 상호존중과 내정불간섭,그리고 다각적 교류ㆍ협력실시와 군사적 신뢰구축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지난 5월31일 북한이 제시한 군축방안도 남북무역감축과 외국무력의 철수 등 종전의 제안과 별다른 차이를 보이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북한은 최초로 신뢰조성을 위한 제조치들,즉 한국이 제안해온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와 고위군사당국자간 직통전화설치,그리고 군사연습상호통보 등에 합의할 의사가 있음을 표명함으로써 군축협상의 가능성을 보여 주게 되었다. 이번 스탠퍼드대학 주최 학술회의에서 한국측이 「선신뢰구축 후군축」방안을 제시했을때,북한측이 여전히 신뢰구축보다는 군비축소가 선행 되어야 한다는 기존의 북한측 공식입장을 고집한 것은 이 회의의 성격상 예상했던 결과였다. 그러나 한국측이 상호 군사적 신뢰구축조치의 일환으로 남북한간의 지속적 대화의 필요성을 지적하자 북한측도 이에 동의했으며,남북신뢰조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등 이전보다 좀 더 유연한 자세를 보여 주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전개될 군축협상의 성공여부는 남북한간의 신뢰구축을 원칙으로 서로 상대방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합의점을 찾는데 달려있다고 하겠다. 이제 시작단계인한반도 군축협상이 과거의 남북대화에서 보여주었던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을 가져오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한국의 주도적이며 적극적인 역할이 요청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이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군축협상을 이끌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첫째 남북한 관계에 있어 북한의 협상전략과 우리의 통일외교를 조화시켜 나가야 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자발적인 변화를 기다리기 보다는 먼저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협상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며,이를 위해서는 한국측이 신축적이고 효과적인 협상능력 및 대북한 포용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남북한 군사문제는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의 군사질서와도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어 군축협상의 성공을 위해서는 국제적 협력과 보장이 수반되어야 한다. 따라서 한국은 한미간의 긴밀한 관계유지 및 북한의 국제적 고립해소를 위한 외교적 협력이외에도 동북아에서의 미소협력체제를 활용한 동북아지역 안보협력회의의 추진,그리고 유엔 등의 국제기구를 적극 활용할 것이요청된다. 셋째 이러한 우리의 통일외교와 군축협상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하여는 무엇보다도 협상주체인 한국정부의 입지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협상과정에서 예상되는 국내의 다양한 여론과 이견들이 민주적인 정치과정을 통해 정부입장으로 귀착되었을 때 남북협상은 협상자체의 성공뿐만이 아니라 통일로 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박홍규 외교안보연 교수〉
  • 한반도 군축가능성 “노크”/스탠퍼드대 학술회의 결산

    ◎고위회담 앞두고 상대방 의중만 탐색/“통일의 전단계”… 공약수 도출이 과제로 내외의 관심을 모았던 미 스탠퍼드대 주최 남·북한·미 3자간 군축학술회의는 군축에 접근하는 근본적 입장의 차이로 뚜렷한 합의점을 도출해 내는 데 실패한 채 서로 상대방의 입장을 타진,이해의 폭을 넓히고 향후 군축논의를 계속한다는 합의만을 이끌어낸 채 7일 막을 내렸다. 그러나 이번 회의는 비록 큰 성과는 없었다 할지라도 3개국 학자가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완화와 평화정착 방안을 논의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며 앞으로 군축실현의 가능성을 연 작은 시작이라는 데 그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한국전 종전이후 계속된 치열한 군비경쟁과 남북한간에 뿌리깊게 박혀있는 적개심과 불신,그리고 군축문제가 안고 있는 복합성 때문에 남북한간의 군축이 빠른 진전을 이루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일 것이며 군축에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단 남북한이 비록 민간학자들의 모임이라고는 하지만 서로 상대방의 의중을 어느 정도 탐색했으며 또 이것이 결국은 정책당국자들에게까지도 전달될 것인 바 이를 바탕으로 남북의 양 당사자가 상대방의 입장중에서 어느 선까지는 수용이 가능한지,또 자신의 입장중에서 변화의 소지가 있는 것은 어떤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은 틀림없다. 또 이번 학술회의 말고도 곧 고위급회담 본 회담이 개최될 전망으로 있는등 남북한 당국자들간의 대화가 재개되는 추세에 있고 이번 회의에서 그 시기가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이같은 회의를 계속하기로 합의했으므로 만남의 횟수가 많아질수록 처음의 광범한 의견차 속에서도 하나씩 접근점을 찾을 대목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이같은 전망은 물론 남북한 양측이 장기간에 걸쳐 성의있는 대화를 계속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이번 회의에서 새삼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은 군축에 접근하는 남북한의 입장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우선 북한은 지난 5월31일 발표한 한반도 평화안 10개항을 공식입장으로 해여기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이 평화안은 군축을 모든 것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어 군축이 이뤄지지 않고서는 남북한 사이에 신뢰를 구축할 수 없고 통일을 위한 대화도 성공시킬 수 없으며 협력과 교류도 실현할 수 없고 조국의 평화통일도 이룩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군비통제가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고 평화에 도달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과다한 군비가 있기 때문에 서로를 의심하고 자신의 안보를 위협하는 적대세력으로 인식하게 된다는 게 북한의 입장이라면 불신과 적대감이 군비의 과대를 부른다는 게 한국의 입장인 것이다. 이같은 기본 입장의 큰 차이 때문에 이번 회의도 역시 과거의 많은 남북한간 회의와 마찬가지로 서로 자신의 주장만을 되풀이하다 끝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같은 입장차이가 단 한번의 회의로 해소되리라 기대한 사람은 처음부터 아무도 없었을 것이며 큰 격차를 보이는 남북한 입장중에서 어떻게 최대공약수를 찾아내 둘을 하나로 접합시키느냐가 앞으로 남북한이 풀어야 할숙제로 남게 됐다. 이번에 스탠퍼드대학에서 남북한 군축학술회의가 열릴 수 있었던 데는 미소간의 냉전종식에 따른 화해와 개방의 조류가 동유럽을 거쳐 동북아까지 그 여파가 밀려오는등 한반도 주변정세의 급변에 힘입은 바 크다. 이제 남북한간에 군축문제를 논의할 분위기가 점점 무르익고 있다. 멀지 않아 개최될 총리급 고위당국자회담 본회담에서도 군축문제가 논의될 것이지만 군축은 이제 통일에로 이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치지 않으면 안되는 절대명제인 것이다. 한반도의 군축논의는 따라서 앞으로 좀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군축논의가 과거 남북회담 예에서 보듯이 단지 몇번의 만남만 유지하다가 종식되지 않기 위해서는 작은 시작에서 군축이란 큰 열매를 맺기까지 다양한 밑거름을 주어야 한다.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군축에 임하는 남북 양 당사자들의 진지한 태도일 것이다.〈스탠퍼드=유세진특파원〉
  • 통일감격에 부푼 베를린 현장을 가다(이제 독일은 「하나」:4)

    ◎“일터 잃을라”… 동독인들 막연한 불안감/40년 분단에 말ㆍ관습등 곳곳 이질요소/72년부터 교류 텄으나 「완전합일」 미흡/교과서 개편ㆍ법규 조기정비로 공동의식 높여야 마리아본 뵈르너부인(48ㆍ동베를린 거주)은 요즘 매일밤을 걱정으로 설친다고 했다. 동베를린의 한 국영식당 현관에서 옷보관 일을 담당하고 있는 뵈르너부인은 통일이 일자리를 앗아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불안에 싸여있다. 「동독」의 시절에서는 스스로 그만두지 않는 한 이 부인과 같이 혼자 몸으로 자녀를 키우고 있는 여자들은 평생근무가 보장됐었다. 『서독에 그런 제도가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일이 없습니다.그래서 서독제도에 흡수되는 통일은 나와같은 사람들에게는 직업박탈의 가능성만높여주는 계기로 받아들여 질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뵈르너부인의 걱정은 동서독 사회제도 격차 때문에 동독국민들이 겪는 불안의 작은 예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1일 이후 동베를린 시가지 상점들의 진열상 앞에는 그안의 물건들을 눈여겨 보려는 사람들로 혼잡을 이루고 있다. 매장안이한가한데도 이들은 들어가 볼 생각은 않은채 유리창 너머의 물건만 살피고 있었다. 이 역시 제도차이에서 오는 희극적인 풍경들이다. 줄서서 기다리고 주는대로 받아야 하는 사회주의 스타일의 물자구득 방법에 익숙해진 이들에게 있어 물건을 만져보고 따져보며 요모조모 확인한뒤 사들이는 시장경제하에서의 상품구입 스타일은 아직 생소하기이를데 없는 것이다. 진열장을 통해 살 물건을 결정한 뒤에야 들어가 지체없이 사가지고 나가는 그들이 시장경제에 적응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것으로 생각되었다. 동 서독 전문가들은 경제ㆍ사회통합후 동독사회안에 혼란이 필연적으로 따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물가가 오르고 실업자가 늘며 상충되는 제도 때문에 빚어지는 어려움이 한두가지가 아닐 것으로 판단되고 있는 것이다. 그 한 예로 동독 고속도로 경찰의 고민이 서독의 신문에 우스갯거리만화로 등장되기도 했다. 「베를린 회랑」으로 불리는 서독∼서베를린간 고속도로는 모두 6개. 서독의 고속도로는 속도가 무제한이며 저속이 오히려 단속대상이다. 그러나 동독은 시속 1백㎞가 고작. 서독구역에서 무서운 속도로 내닫던 서독차들이 동독에 들어서면 엉금엉금 기어갈 수밖에 없었던 게 지금까지의 형편이었으나 국경이 없어진 상황에서 경찰은 단속의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동독의 경찰 모습으로 양쪽 사회의 제도적 격차가 빚는 아이러니를 이 만화는 잘 표현하고 있었다. 깊은 골로 패인 분단 40여년의 사회적 격차는 그밖에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서독의 언어학자들은 양쪽 국민들사이에 상대쪽의 어휘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음을 증명하고 있다. 동독에서 허락되고 있는 낙태가 서독의 법률로는 금지되고 있다. 학교에서의 이념교육이나 역사교육에서도 서로 부딪치는 부문이 허다하다.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있는 교과서며 금지되어온 종교교육에 대한 새로운 기준도 마련되어야 한다. 통일의 부정적 측면에 시각을 맞추고있는 사람들은 이번 경제ㆍ사회통합조치가 완전통일을 촉진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양독국민들사이 또는 각기의 제도와 생활방식간의 이질성만부각시킬 것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강요된 평등,몸에 젖어온 동독사람들에게 경쟁이니 시장경제니 하는 단어는 고통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통독작업의 가속화 계기를 제공한 지난 3월의 동독총선에서 동독국민들이 헬무트 콜 서독총리의 약속과 서독 마르크화를 향해 표를 던진것도 『어떻게 해주겠지』하는 의존심리가 작용한 때문이라고 혹평하는 사람도 있다. 동독의 피폐된 경제를 서독이 책임져 달라는 요구였다는 것이다. 그러한 요구에 부응하지 못할때 그들의 거부감과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동서독은 그동안 분단으로 인한 이질적인 요소들을 줄이기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완전통일에의 길목에 이같은 우려가 대두되고 있는 점이 같은 분단국인 한국에 많은 교훈을 주고있다. 동서독이 서로 적대시하는 자세를 버리고 공존체제를 확립한 것은 벌써 20년 가까이 된다. 72년에 조인된 동서독기본조약을 바탕으로한 이질요소 해소작업은 인적교류ㆍ물자교류를 포함하여 다방면에 걸쳐 추진되어 왔다. 특히 동독지역의 85%가 서독TV를 볼수있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동독정부는 방해전파를 띄우거나 시청제재조치를 취하지 않아 통일 그날의 충격을 최소화 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같은 노력들이 통일에의 초석이 되었음은 되풀이 강조할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합쳐지는 단계에 이르자 적잖은 문제점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동독주민들이 미처 대응하지 못할 정도로 이번의 통일작업이 너무 급속히 진행되어 왔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대해 서독의 디 차이트지는 『늦다 빠르다는 후세 역사에 판단을 맡기고 경제적으로 외교적으로 찬스를 잡았을때 통일을 완성해 버려야한다는 태도는 옳은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민족통일이라는 대과업 추진과정에서 빚어지는 문제점들은 오히려 그것을 해소하려는 노력으로인해 통일완성뒤의 사회를 더욱 굳게 결속시킬수 있을것이라고 강조했다. 당면의 과제는 동독사람들이 얼마나 빨리 자본주의적 가치관과 생활방식에 적응해 나가느냐하는 것으로 집약되지만 법률이나 제도적 또는 관습의 차이를 함께 줄여나가는 노력의 과정이 통일에의 길이라고 보는 것이다.
  • 남북문제 해결의 길 보인다(사설)

    우리는 지금 세계속의 한민족이 어디쯤 서 있는가 깊이 헤아려서 정확한 답을 찾아내야 할 계제에 이르렀다. 안팎의 세상이 이토록 변하는데 아직도 우리는 긴장하며 대립하고 갈등속의 분단을 계속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그래서는 안된다. 특히 전후 냉전체제 종언의 거대한 상징이라고도 할 동서독의 통합과 통일역정은 그러한 우리들의 문제제기에 원칙적이고 객관적인 당위성을 제공해 준다. 한반도의 남북한은 이 단계에서 무언가 이뤄내야 한다. 무엇보다도 전쟁적 대립과 긴장을 해소하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최소한의 정지작업은 시작돼야 한다. 남북한 총리가 오는 8월 어느날 서울에서 회담하고 양쪽의 정치적 군사적 현안을 토의하는 일은 바로 남북한간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정지작업의 첫걸음에 해당된다. 그것이 실현된다면 아마도 지난 3일의 남북 고위급회담 제7차 예비회담은 남북한 문제해결의 획기적인 계기였다고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우리가 바로 어제 이 자리에서 지적한 바 있지만 분단민족의 재통합,특히 남북 문제해결에관한한 민족적인 대도와 용기,그리고 상호희생과 양보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 전후 독일의 분단은 엄격히 말해 팽창주의적 야망에 대한 대가였다. 그런데 그들 민족은 최소한도 서로 전쟁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다르다. 외세로부터의 해방과 동시에 체제와 이념으로 갈라져 양극의 길을 걸었으며 드디어는 동족상잔의 전쟁을 거쳐 분단이 고착됐다. 남북한 분단해소와 재통합의 어려움은 바로 여기에 연유하는 것이다. 그럴수록 갈라진 민족과 분단된 국토는 합쳐야 한다. 이런 점에서 통일문제는 단순한 민족적 열망의 구현이거나 남북한 두 체제의 파워게임이 아니다. 그것은 민족의 내일을 건 창조행위라고 해도 절대 틀리지 않는다. 중단된지 5개월만에 열린 이번 7차 예비회담에서 우리측은 회담진전의 최대 장애요인이었던 북한측의 「정치군사문제 우선토의」 주장을 거의 모두 받아들였다. 우리측으로서는 회담전부터 이미 본격적인 군축논의와 불가침협정 체결을 제의했던 만큼 그 과정에서 양쪽의 어려움은 없었으리라고 본다. 물론 여기에도 양쪽의 성실성과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3일의 예비회담에서 부분적으로 논의 합의된 내용이 양쪽의 이해와 신뢰로 연결된다면 앞으로의 총리급 서울회담·평양회담은 성사될 것으로 보는 것이다. 남북문제 접근에 있어 이제 더 이상 지난 잘못의 원인을 캐며 서로 잘했다고 나설 것이 아니다. 오늘부터라도 한가지 작은 일부터 또 가능하고 쉬운 일부터 차분하고 꾸준히 해나가면 된다. 올해들어 정부는 『남쪽이 먼저 북쪽 주장을 수용하고 변화함으로써 북쪽이 변할 수 있다』는 일컬어 동반변화개념을 강조한 바 있다. 고위급본회담의 성사가능성은 여기에 연유함을 알아야 한다. 남북양쪽은 지금부터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대화와 교류에 임해야 할 줄 안다. 서로가 적대하는 당사자가 아니라 공존하는 동반자이며 통일돼야 할 단일민족임을 인식한다면 새삼 평화와 통일의 본론을 얘기할 필요는 없다. 실질적인 성과를 위한 각론으로 나가야 하는 것이다.
  • 통일에 대비한 갈등구조 해소(사설)

    6ㆍ29 3주년을 맞아 청와대에서 있었던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는 토론자들의 격의없는 질문이 신선감을 주었고 대통령의 온후하면서도 자상한 답변은 흡사 노변의 정담을 연상케 했다. 노태우대통령은 이날 대화에 앞선 서두연설에서 통일에 대비한 경제체제완비ㆍ모든 경제주체의 역할분담ㆍ국민의 삶 질 향상ㆍ계층간 및 부문간 갈등해소 등 5대 과제를 제시했다. 노대통령은 이날 그 어느 때보다도 통일에 대비한 경제력 배양을 강조했고 성장과 발전에 필요한 국민의지의 결집및 통합을 위하여 갈등구조의 해소가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대통령은 체제의 안정을 위하여 부문간ㆍ계층간의 불균형을 시정해야 한다는 지금까지의 일반적 논의를 통일에 대비한 국민통합을 위하여 갈등구조를 해소해야 한다는 논리로 한단계 발전시켰다고 하겠다. 과거 고도성장 위주의 경제발전은 지역간ㆍ계층간ㆍ부문간 불균형을 초래하였고 6ㆍ29선언이후 정치의 민주화 과정에서 이 불균형은 국민간의 갈등과 마찰을 야기시켜왔다. 더구나 가진 자와 못가진 자로 대별되는이분론적 계급론이 일부 급진세력사이에 제기되었고 많은 국민들도 상대적 빈곤감을 호소해오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고도의 경제성장은 이 땅에서 절대빈곤을 추방하는 데 기여했으나 상대적 빈곤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야기한 것이다. 노대통령의 지적대로 국민통합을 위해서는 상대적 빈곤을 하루빨리 시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대통령이 강조한 대로 분단극복에 앞서 우리 내부의 통합이 선결되어야 한다는 것은 재론이 필요치 않다. 지금은 어떻게 하면 단기간내에 갈등구조를 해소하느냐가 과제로 부상해 있다고 하겠다. 우리는 이 과제의 해결을 위하여는 먼저 정부ㆍ기업ㆍ가계 등 경제주체들의 의식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로 성장을 위하여 안정이나 복지를 유보할 수밖에 없다는 복고적 사고나 발상을 말끔히 제거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물가안정을 성장의 전제조건으로 보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형평과 균형의 필요조건으로 보는 새로운 사고가 필요하다. 정부를 비롯하여 각 경제주체들이 사고의 중심에 형평을 두지 않으면 갈등구조 해소는 구두선에 그치고 말 것이라는 점을 깊이 인식하지 않으면 안된다. 둘째로 사고와 발상의 일대 전환아래서 상대적 빈곤 또는 갈등구조 해소를 위한 처방을 찾아내는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경제내각은 대통령의 의지가 차질없이 실천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제시하기를 촉구한다. 그 처방은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밝혔듯이 저소득층에 대한 소득공제제도의 확대를 비롯하여 영세 농ㆍ어민보호등 직접적인 지원대책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정부 재정형편상 직접지원은 한계가 있으므로 상대적 빈곤을 야기하고 있는 상대적 부분,즉 경제력 집중ㆍ부동산투기ㆍ재테크ㆍ부유층의 과소비등을 시정하는 데 보다 강력하고도 개혁적인 조치가 수반되어야 한다. 최근 크게 논란이 되고 있는 재벌들의 토지과점현상은 기필코 시정되어야 하고 대기업들의 주력업종의 규모확대가 아닌 백화점식 경영,그리고 재벌의 보험과 증권회사 지배등의 시정을 위한 개혁적 정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 교포화합에 앞장 민단 박병헌단장

    ◎“민단­조총련 장벽도 곧 헐리겠지요”/조총련 내부에도 「변화의 기류」 움터/노대통령 방문계기,“동포로 포용” 결심 민단사상 최초의 소련 공식방문을 앞두고 있는 박병헌단장(61)은 분주한 속에서도 1시간여에 걸쳐 노태우대통령의 방일성과,조총련과의 대화계획,소련방문의의 등을 소상히 설명해 주었다. ­먼저 노태우대통령의 일본방문은 재일동포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이를 계기로 조총련측과의 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구상을 갖고 있는지요. ▲사실 대통령의 방일결정때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민단내의 의견도 찬ㆍ반으로 갈려있는 상태였습니다. 우선은 일본정부의 과거사에 대한 사죄태도가 분명치 않은 상태였다는 점,또 재일교포의 법적 지위보장문제도 석연치 않은 상황에서 우리대통령의 방일이 과연 필요한 것인가라는 의논이 있었습니다. 재일동포의 법적지위문제는 70만 동포의 생활권과 직결되는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민단이 대통령 방일을 반대하는 것이 옳지 않느냐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만 민단집행부에서는 그렇게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민단입장에서는 이만큼 노력했으면 이제는 대통령이 직접와서 한말씀하는 것이 본질적인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며,90년대 정리의 계기가 된다고 판단했던 것입니다. 그 판단은 옳았습니다. 대통령의 방일은 45년 재일동포의 한을 풀어주었고,일본의 정치ㆍ지식인은 물론 일반 국민들도 새로운 관점에서 인식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특히 대통령의 차원높은 국회연설에 대해서는 민단ㆍ조총련을 불문하고 재일동포전체가 긍지를 갖게 한 큰 성과였습니다. ­말하자면 대통령의 방일은 재일동포사이의 민단ㆍ조총련의 장벽을 제거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인가요. ▲그렇습니다. 노대통령은 법적지위해결은 민단계동포 뿐만 아니라 조총련계동포들도 같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일본정부도 수긍했고,한국과는 교제를 갖지않던 일본사회당ㆍ공산당 수뇌들과도 대화를 나눌 계기가 됐습니다. 대통령의 국회연설 때 사상유례없이 전 국회의원이 참석했다는 것은 한일관계를 중요시하려는 인식의 변화였습니다. 북한의 김일성 밖에는 모르던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민단ㆍ조총련의 장벽을 제거할 것입니까. ▲노대통령이 민단주최 환영리셉션에서 『조총련계 인사들을 적대시할 것이 아니라 동포로서 포용해 나가야할 것』이라는 말씀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책임을 느꼈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45년간 일본에서 받았던 차별의 설움을 씻고,동포간 투쟁의 역사를 종식시켜야 하겠다는 결심을 굳혔습니다. 우리의 문호는 개방되어 있으며 조총련중앙과 조건없이 대화할 용의가 있기 때문에 이달중으로 제의할 생각입니다. 사실 그동안에도 몇차례에 걸쳐 대화를 시도했으나 성사되지 못했지만 이제는 여건이 다릅니다. 독일의 통일에서 교훈을 얻는 바와 같이 우리의 남북통일도 멀지 않았습니다. 그 시초는 일본 도쿄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세계정세가 변화하는 가운데 처음으로 시도되는 우리의 제안은 받아들여지리라고 믿습니다. 문제는 조총련이라는 조직은 아직도 북한의 지령을 받아 파괴활동을 일삼는 적성단체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이제는 공작적 차원의 흉계는 버리고 국민화합의 차원에서 대화에 나서도록 권고하려는 것입니다. ­현재 상태로 보아 저쪽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조총련 조직자체로서는 아직도 일체의 대화접촉을 통제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한덕수의장은 나이도 많고 경직된 사고를 하고 있는 것 같으나 일반회원들의 공기는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경제인들은 융통성 있는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총련인사들의 한국방문도 매년 2천여명씩을 상대로 실시하는 성묘단의 차원을 떠나 지도층에서 부담없이 방문할 수 있도록 폭을 넒혀나가도록 주선하겠습니다. ­이번 민단집행부의 대거 소련공식방문단 구성은 사상최초의 것이 아닙니까. 방소 목적은 무엇입니까. ▲소련거주 한인들의 모임인 고려한인회(회장 미하일박) 간부들과 만나 소련과 북한의 현황을 파악하고 의견을 듣자는 데 있습니다. 이것은 해외동포로서 본국의 북방정책을 지원하고 참여할 길을 찾자는 뜻도 내포된 것입니다. 이와함께 북한의 지도급 출신 소련 거주 인사들의 일본방문도 초청,의견을 듣는 기회를 마련할 생각입니다. 오는 7월4일에는 파리에서 개최되는 해외한민족협의회 운영위원회에도 참석키로 되어 있습니다.
  • 화개장터서 “영ㆍ호남화합대행진”/해외동포들,전국돌며 갈등해소 앞장

    ◎「마음의 벽」 헐고 「다정한 이웃」으로… /“지역감정 응어리 우리가 풀자”/1천여 주민 「손에 손잡고」 합창/인접 양도군수도 참석… 「살풀이」등 흥겨운 잔치 『우리는 하나다.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타파하여 새역사를 창조하자』 주말인 16일 상오10시30분 영ㆍ호남 3개군이 만나는 경남 하동군 화개면 탑리 「화개장터」에서 영남지역 주민들과 호남지역 주민들이 서로 만나 얼싸안고 지역감정해소를 다짐했다. 국민화합대행진 해외동포협의회(회장 나수철ㆍ55)주최로 지난 14일부터 국민화합국토순례대행진을 벌이고 있는 미주동포들을 환송나온 호남주민들과 이들을 환영하는 영남지역주민들이 영ㆍ호남을 가로지르는 섬진강지류 화개장터에서 만난것이다. 양쪽 주민들이 얼싸안고 반가워하는 모습을 보고 미주동포 박영창할아버지(75ㆍ재미 이북5도민 회장)는 눈물을 글썽인채 이들에게 박수갈채를 보냈다. 박할아버지는 『지난날의 우리역사는 동방예의지국으로 너와 나 이웃과 이웃을,지역과 지역을 편가르지 않고 한겨레 한핏줄로 오순도순 살아왔으며 일제하에서는 하나가 되어 조국의 독립과 자유쟁취를 위해 일본에 항거했다』고 말하고 『그런데 지금은 잘못된 정치에서 비롯된 지역감정에 얽매여 국력을 소모하고 있으며 이를 허무는 것만이 세계속의 한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또 명영민씨(36ㆍLA웨스트체스트거주ㆍ노드롭항공직원)를 따라 행진에 참가한 명씨의 아들 명케니군(9)는 『나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이 고향인 대한의 아들입니다. 어른들이 지역감정을 타파하고 화합해 자라나는 우리들에게 조국도 민족도 하나라는 것을 보여 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좁은 나라안에서 지역으로 갈려 아웅다웅 다투고 있는 것을 보다 못한 해외동포들이 전국을 돌며 친척과 주민들에게 화합을 권유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는 국민화합대행진 해외동포협의회 나회장은 『지구촌 곳곳에서 해빙의 무드를 타고 동서가 화합하고 있는데 유독 우리 조국에서만 골깊은 반목과 편견 질시,그리고 차별적 적대감 등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 가슴 아프다』며 지역감정해소를 호소했다. 전남 강진출신인 차종환씨(55ㆍUCLA대교수)는 『세계속의 한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를 지역감정으로 무산시키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 해외동포들이 나섰다』며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이 영남사람들에게 소개하느라 바빴다. 지난14일 제주도를 출발해 오는23일 서울까지 전국 10개 도시를 순례하는 이번 대행진에는 9살 어린이에서 75세 노인에 이르기까지 전국 각 지역이 고향인 미주동포 47명이 참가하고 있으며 이들 47명은 4백70만 해외동포들을 상징하고 있다. 5일마다 한번씩 열리는 장날인 이날 1천여명의 양쪽 주민들과 해외동포들은 한데 어울려 흥겨운 사물놀이와 살풀이 굿판을 벌이고 막걸리잔을 나누며 2시간동안 흥겨운 「만남의 잔치」를 벌인 뒤 「손에 손잡고」를 합창하면서 해외동포들을 다음 행선지인 부산으로 떠나 보냈다. 이날 장터에는 정영하동군수와 김완기구례군수도 나와 화합을 다짐하는 굳은 악수를 나누어 동포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하동이 고향인 정군수가 김군수에게 『오늘 우리들의 만남이 지역감정 해소의 견인차가 될 것을 확신한다』고 말하자 김군수도 『이같은 만남이 발전하면 멀잖아 북한주민들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해외동포들의 주선으로 영ㆍ호남이 만난 화개장터는 경남 하동군과 전남 구례군ㆍ광양군이 맞닿는 교통의 요충지로 예부터 양쪽 주민들이 이곳을 중심으로 일상생활과 애환을 함께 나누고 있는 곳이다. 화개면 주민 1천여가구중 절반정도가 혼사 등으로 호남과 인연을 맺고 있으며 중학교가 없는 구례군의 양전면과 광양군 다압면의 학생 20여명이 강건너 화개중학교에 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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