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적대국
    2026-03-26
    검색기록 지우기
  • 50대
    2026-03-26
    검색기록 지우기
  • 1인
    2026-03-26
    검색기록 지우기
  • 미드
    2026-03-26
    검색기록 지우기
  • 10명
    2026-03-26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49
  • “레바논 고위층 질산암모늄 위험성 알고도 방치… 6년간 경고 묵살”

    “레바논 고위층 질산암모늄 위험성 알고도 방치… 6년간 경고 묵살”

    사망자 135명… 항구직원 가택연금 요청악취로 화학물질 위험 알고도 조치 안 해정치인 무능·관료사회 부패에 비난 고조‘무기 밀수 통로화’ 헤즈볼라 연관 가능성도레바논 정부가 5일(현지시간) 수도 베이루트의 항구에서 전날 발생한 폭발 대참사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질산암모늄의 부실 관리를 규명하는 조사에 착수했다. 6일 오후 현재 사망자는 135명, 부상자는 5000여명으로 늘었으며, 30만명에 이르는 이재민을 도우려는 국제사회의 손길이 이어졌다. 피해 규모가 150억 달러(약 17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마날 압달 사마드 레바논 공보장관은 5일 “군 지도부에 질산암모늄 저장 업무에 관여한 항구 직원 전원의 가택연금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은 강력한 인화 물질이 인구밀집지역 바로 옆 항구의 낡아 빠진 창고에 6년이나 보관돼 왔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뉴욕타임스 등은 현지 관료들의 구조적 부패와 무능을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레바논 고위 관료들이 이미 6년 전부터 질산암모늄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알자지라는 인터넷에 공개된 서류를 근거로 “베이루트 시민들은 몰랐지만, 고위 관료들은 질산암모늄 2750t이 항구 12번 창고에 저장돼 있다는 사실과 위험성을 이미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AFP는 “지난해 항구 주변 악취로 인해 보안당국이 창고 속 ‘위험한 화학물질’을 알아냈지만 아무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도 했다. 질산암모늄의 출처는 몰도바 국적 화물선으로 지목됐다. 이 선박은 2013년 9월 모잠비크로 향하던 중 베이루트에 정박했다가 배 소유주 관련 분쟁으로 억류되며 질산암모늄이 하역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2014년부터 현지 세관이 법원에 최소 6차례 공문을 보내 위험성을 경고했지만 묵살됐다는 것이다. 미 조지타운대 파이살 이타니 교수는 “레바논 관료 사회에 부패 및 책임 떠넘기기 문화가 만연해 있다”며 “현지 정치인들은 무능과 공익 경멸로 정의되는 계급”이라고 말했다. 현지 민심은 분노로 들끓고 있다. 올 들어 80%나 평가절하된 파운드화로 절대 빈곤에 시달리는 주민들은 “(책임자를) 교수형에 처하자”는 아랍어 해시태그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퍼뜨리고 있다. 이슬람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항구를 장악, 이스라엘 공격용 무기 밀반입의 통로로 삼고 있는 점도 사고와 연관됐을 수 있다. 미국 우주기술업체 ‘맥사테크놀로지스’의 위성사진에 따르면 폭발 충격으로 인해 부두의 건물들은 흔적 없이 사라졌고, 창고 앞에는 축구장보다 큰 지름 124m짜리 분화구가 생겼다. 이재민들은 임시 개방된 수도원, 미션스쿨에서 밤을 지새우거나 야외에서 지내고, 기부된 생수와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이동한 유엔 평화유지군이 소개 작업을 돕는 가운데 세계 각국에서 보낸 의료진과 수색팀, 구호물자가 속속 도착했다. 유럽연합은 27개 회원국의 소방관 100여명을 비롯해 구호인력·장비를 급파했다. 네덜란드, 체코, 그리스, 폴란드 등도 의료진, 경찰 등 지원인력을 제공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레바논 보건부 장관 요청에 따라 의료품을 공수했고, 세계은행(WB)은 성명에서 “폭발 사고 피해 규모를 평가하고 재건·복구를 위한 공공·민간자금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세계식량계획(WFP)·적십자사를 통해 130만 달러 상당 지원을 약속했다. 레바논을 한때 식민지로 뒀던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6일 레바논을 직접 방문해 하산 디아브 총리 등과 지원책을 논의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5일 밤늦게 레바논을 위한 기도를 집전했다. 적대국들도 인도적 지원을 앞세웠다. 레바논과 적국 관계인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는 시청사 외벽을 ‘백향목’ 문양의 레바논 국기로 점등하며 인류애를 강조했다. 헤즈볼라의 막후 지원 세력으로 알려진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 역시 “의료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한편에서는 구호활동을 명분으로 중동 지역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서방 세계나 갈등 국가들의 속내가 반영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총성없는 전쟁터’ 영사관… 양자외교 한 축이자 패권경쟁 축소판

    ‘총성없는 전쟁터’ 영사관… 양자외교 한 축이자 패권경쟁 축소판

    ‘G2’(주요 2개국) 미중의 갈등이 ‘영사관 전쟁’으로 한층 격화하고 있다. 양국이 코로나19 책임론, 무역·정보기술(IT) 전쟁에 이어 휴스턴·청두 주재 상대국 영사관 폐쇄 조치로까지 치달으며 1979년 수교 이래 최악의 고비를 맞았다. 대개 영사관 폐쇄는 단교 직전이나 그 과정에서 취해지는 외교 조치라는 점에서 이번 사태의 심각성이 짐작된다. 중국은 27일 오전 10시를 기해 청두 주재 미 총영사관을 개관 35년 만에 완전히 폐쇄했다. 앞서 미 총영사관은 72시간의 시한인 지난 사흘간 화물 트럭 5대를 투입해 짐을 내보냈고, 이날 오전 6시 18분 성조기를 내리며 폐쇄 절차를 사실상 마쳤다. 중국 공안은 아침 일찍부터 주변 도로를 통제하고 외부 접근을 막았다. 중국 외교부 군공사는 이날 정오 “우리는 정문을 통해 들어가 정당하게 접수 절차를 집행했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미국에 항의하는 현지 주민 수백명은 건물 앞에 몰려 있다가 공안이 바로 진입하지 않자 “당장 끌어내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이날 장면은 양자외교의 한 축이자 패권 다툼의 공간이었던 영사관이 ‘겉은 우아하되 본질은 냉혹한’ 국제외교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 순간이었다. 영사관은 대사관과 더불어 외교 및 재외국민 보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해외 주재국에 설치된 접수국 외교부처 소속 재외공관이다. 1961년 체결된 ‘외교 관계에 관한 빈 협약’에 따라, 각국은 자국의 강제력·위협의 공포 없이 주재 외교관들이 고유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외교 공관에 권한을 부여한다. 주로 주재국 수도에 설치되는 대사관이 주재국과 상대국 정부 간 공식 대화·외교 창구 역할을 한다면, 영사관은 기타 주요 도시에서 해당국 교민을 위한 여권·비자 발급, 자국민 보호, 경제투자 등 민원 업무를 처리한다. 대사관은 국가승인을 해야 설치할 수 있지만, 영사관은 국가승인 없이도 설치할 수 있다. ●中, 61개국 중 1위… 韓 13위로 선진국 대열에 영사관을 포함한 재외공관은 그 나라의 국력과 외교 파워, 상대국과의 관계를 가늠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외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965년 상주대사관 24개, (총)영사관 9개 등 재외공관이 35개에 지나지 않았지만, 지난달 기준 전 세계 191개 수교국 중 상주대사관 115곳, (총)영사관 46곳, 대표부 5곳 등 총 166개 공관으로 55년 만에 5배 가까이 늘어났다. 미국에는 뉴욕, 로스앤젤레스,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시카고, 애틀랜타, 호놀룰루, 휴스턴 등 9곳에 총영사관을 두고 있다. 중국에는 광저우, 상하이, 선양, 시안, 우한, 청두, 칭다오, 홍콩 등 8곳에 총영사관이 있어 미국(6곳)보다도 많다. 아프리카는 수교 48개국 중 18곳에 대사관을 두고 있으며 영사관은 없다. 호주 싱크탱크 로위연구소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글로벌 외교 인덱스’에 따르면 중국이 전 세계에서 운영하는 재외공관 수는 총 276개로, 미국(273개)을 앞지르며 61개국 중 1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13위에 올랐다. 재외공관으로만 따지면 한국의 외교력도 선진국 대열에 든 셈이다. 영사 및 영사관의 신분과 임무, 특권·면제조항은 1963년 채택된 ‘영사관계에 따른 빈 협약’에 따라 대사·대사관에 준해 보장된다. 영사 역시 외교사절로서 불체포, 형사소추 면제의 신체 불가침 특권을 누린다. 접수국 관리는 영사 등의 동의를 얻은 경우, 전염병 방지·화재 등 긴급 조치를 요할 경우를 제외하고 치외법권 지역인 영사관 영내에 들어갈 수 없다. 물론 이를 악용하는 문제도 발생하기 마련이다. 해외 주재 북한 재외공관이 마약밀매와 카지노, 레지던스 등 불법 외화벌이의 전초기지가 되고 있다는 점은 익히 알려져 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러시아에서는 북러 합작회사가 주소를 버젓이 블라디보스토크 북한 영사관으로 등록해 놓는 등 대놓고 불법 영업을 자행하고 있지만, 제재가 쉽지 않다. 이번 미중 갈등처럼 드러났듯 영사관이 면책특권을 이용해 상대국 안보·산업 정보수집에 나서는 은밀한 기지라는 점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일본 시사주간지 슈칸다이슈는 2017년 4월 일본 내 중국 간첩 실태를 전하면서 “도교 중국대사관을 거점으로, 오사카·후쿠오카·나고야 등지 총영사관을 중계지로 해 (중국이) 스파이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폭로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외교 불가침 구역’이라는 점에서 영사관 침입이나 폐쇄는 국제사회 이목을 끌기에도 충분하다. 갈등 관계에 있는 나라나 자치령·소수민족 출신들이 상대국 영사관 월담을 곧잘 시도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영사관 폐쇄는 즉각 단교를 의미하는 대사관 폐쇄보다는 충격이 덜하지만 상징적 측면에서 충분하다는 점에서 헤게모니 경쟁 때마다 흔히 시도돼 왔다. ●습격·추방·폐쇄… 반복되는 ‘오욕의 역사’ 2017년 1월 호주 멜버른의 인도네시아 총영사관에 서파푸아 독립 깃발이 게양된 사건으로 인도네시아 정부가 호주에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서파푸아는 20세기까지 네덜란드, 인도네시아 지배를 연달아 받다가 1971년 분리독립선언 이후 오늘날까지 인도네시아에 무장투쟁을 벌이고 있는 미승인 국가다. 서파푸아 출신 용의자는 2.5m 벽을 넘어 들어가 독립을 상징하는 샛별기를 매달고 도주했는데, 당시 인도네시아 정부는 범인 체포와 처벌, 영사건물의 안전 보장을 강력히 촉구했다. 지난해 11월 이라크의 시아파 이슬람 성지인 카르발라시에서는 반정부 시위대 수십명이 이란 영사관을 습격, 콘크리트담을 기어 넘어 이란 국기를 끌어내리고 자국 국기를 게양하기도 했다. 반정부 시위이지만 적대국 이란에 대한 분노도 겹치면서 영사관을 침범하는 행위를 통해 정부와 이란에 대한 불만을 중첩 표출한 셈이다. 영사관 폐쇄의 가장 극적인 사례는 2018년 러시아와 영미 등 서방세계 사이에서 벌어졌다. 그해 3월 영국에서 러시아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당시 66세)과 딸 율리아(33)가 독극물 암살 미수를 당했는데, 약물이 옛 소련서 개발된 노비촉으로 밝혀지며 배후로 러시아가 지목됐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폴란드 등 유럽국가들이 줄줄이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했고, 이에 동조한 미국도 시애틀 소재 러시아 총영사관을 폐쇄하는 동시에 자국 내 러시아 외교관을 무려 60명 추방하는 강수를 뒀다. 이에 맞서 러시아 역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미국·영국 총영사관을 퇴출하고 동수의 미국 외교관을 추방하는 등 한동안 파장이 지속됐다. 영사관은 국제정치적 역학관계 변화에 따라 운을 달리하기도 했다. 1905년 일본과의 을사조약 체결로 대한제국의 외교권이 박탈되자, 조선땅에 가장 먼저 진출한 서구 열강 프랑스가 공사관을 영사관으로 격하시켰던 비운의 역사도 있다. 1992년 한중 수교 직후 국교가 단절된 타이완도 마찬가지다. 한국과 타이완은 1948년 수교 이후 공산주의에 맞섰던 공통적인 경험으로 인해 우방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북방외교 일환으로 한중이 외교관계를 맺자 타이완은 단교를 선언했다. 그해 8월 24일 마지막 주한 대사였던 진수지가 눈물의 퇴임사와 함께 국기인 청천백일만지홍기를 내리는 것으로 서울 명동 대사관은 영원히 문을 닫았다. 이듬해 7월 양국은 각국 수도에 영사관을 대신하는 대표부를 설치하며 교류를 겨우 재개했지만, 명동 건물에는 주한 중국대사관이 들어섰다. 외교 상황이 반전됐지만 영사관을 다시 열 수 없는 웃지 못할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좌파정권을 이어받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그를 지도자로 인정하지 않는 행보로 관계가 악화된 콜롬비아에 지난해 2월 일방적 단교를 선언하며 영사관을 폐쇄했다. 그러나 경제 실패로 ‘남미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베네수엘라는 폭증한 자국 이주민들이 콜롬비아에서 출생신고도 못 하고 범죄인 인도에도 애를 먹자, 올 1월 “영사급 관계를 복원할 준비가 돼 있다”며 다시 손을 내밀었지만 콜롬비아로부터 단칼에 거절당했다. 외교관계가 개설이나 단절은 쉬울지 몰라도 복원은 쉽지 않다는 것을 세계 각국 영사관이 오욕의 역사로 증명하는 셈이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볼턴 “김정은, 트럼프를 조종하기 쉬운 존재로 봐 단독 회담 관철”

    볼턴 “김정은, 트럼프를 조종하기 쉬운 존재로 봐 단독 회담 관철”

    “적대국가의 지도자들은 트럼프가 재선 승리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트럼프를 이용할 수 있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두 차례 북미정상회담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배석자 없이 마주 앉을 것을 요청한 데 따라 단독 대좌가 이뤄졌다고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7일(이하 현지시간) ABC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주장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백악관에서 보고 들은 일들을 모아 ‘그것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을 23일 출간하기에 앞서 여러 매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정책 실패 사례를 연일 폭로하고 있다. 물론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만하게 보고 단독 회담을 원했다는 이 대목도 회고록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 외에도 러시아와 중국 정상이 트럼프 대통령과 배석자 없이 만날 것을 요청했다면서 그들은 “트럼프의 비위를 맞춰 원하는 것을 얻어내도록 조종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2018년 싱가포르와 지난해 베트남 하노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각각 정상회담을 갖는 도중 배석자 없이 단독 회담을 했다. 두 정상이 단독 회담에서 나눈 대화는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해 하노이에서는 단독 회담에 이어 배석자가 참석한 확대 회담에서 결렬됐는데 이 때 볼턴 전 보좌관이 참석했다. 한편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조목조목 비교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의 전략적인 입장이 무엇인지 철저하게 이해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현안에 대해 보고서를 읽거나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고 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한발 나아가 “푸틴은 트럼프를 마음대로 조종이 가능한 상대로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영민하면서도 냉철하기 때문에 늘 준비가 부족한 트럼프 대통령을 제대로 된 적수로 간주하지도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의 달인이라는 것은 뉴욕의 부동산을 거래할 때나 들어맞는 얘기”라고 깎아내렸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북미정상 단독회담은 김정은이 트럼프 만만하게 봤기 때문”

    “북미정상 단독회담은 김정은이 트럼프 만만하게 봤기 때문”

    회고록 출판 앞둔 볼턴, ABC방송 인터뷰서 밝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 당시 배석자 없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단독회담을 가진 것은 북한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7일(현지시간)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 외에도 러시아와 중국 정상이 트럼프 대통령과 배석자 없이 만날 것을 요청했다면서 “트럼프의 비위를 맞춰 원하는 것을 얻어내도록 조종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밝혔다. 즉 트럼프 대통령을 일 대 일로 상대해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하에 요구한 회담 방식이었다는 것이다. “북중러 정상, 트럼프의 ‘과도한 재선 집착’ 이용” 볼턴 전 보좌관은 “적대국가의 지도자들은 트럼프가 재선 승리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트럼프를 이용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1·2차 정상회담에서 각각 단독으로 회담했다. 북미 정상이 단독회담에서 나눈 대화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하노이 회담의 경우 단독회담에 이어 배석자가 참석한 확대회담에서 회담이 결렬됐다. 당시 확대회담에는 볼턴 전 보좌관이 배석했다. “푸틴, 트럼프를 조종 가능한 상대로 여겨”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자세히 비교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의 전략적인 입장이 무엇인지 철저하게 이해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현안에 대해 보고서를 읽거나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볼턴 전 보좌관은 “푸틴은 트럼프를 마음대로 조종이 가능한 상대로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똑똑하면서도 냉정하기 때문에 준비가 부족한 트럼프 대통령을 제대로 된 적수로 간주하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의 달인이라는 것은 뉴욕의 부동산 거래 정도에나 어울리는 이야기”라고도 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23일 자신이 백악관에서 겪은 내용을 담은 회고록을 출판할 예정이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CIA, 스위스 암호장비 회사 소유 숨기고 수십년간 한국 등 120개국 기밀 캐냈다

    중국 당국과 통신업체 화웨이가 유착해 각국의 정보를 유출할 가능성을 제기하며 압박하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스위스의 독점적 암호화 장비 회사를 은밀하게 소유한 채 수십년간 적국과 동맹을 가리지 않고 기밀을 털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자신들이 입수한 CIA 내부 자료를 인용해 옛 서독의 정보기관 BND와 공조한 CIA가 ‘크립토AG’라는 회사를 이용해 120여개국의 기밀을 빼냈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크립토AG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 암호생성기를 만들며 처음 미국과 연이 닿았다. 이 회사의 주요 고객에는 한국·일본 등 미국의 동맹, 유엔 등 국제기구, 이란·중남미 군사정부 등 미국의 적대국, 인도·파키스탄 등 핵경쟁국, 바티칸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고객들은 이 회사가 CIA 소유로, 미국이 자국 정보·군사·외교상 기밀 통신을 손바닥 보듯 들여다보고 있는 줄 꿈에도 몰랐다. CIA와 BND는 이 회사를 ‘미네르바’라고 불렀는데, 이를 통한 기밀 작전의 이름은 ‘루비콘’이었다. 미 국가안보국(NSA)도 회사에 적극 개입하며 작전을 지휘했다. 일례로 1978년 중동 평화협정 당시 NSA는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의 기밀 통신 내용을 읽었다. 이집트 역시 크립토AG 장비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979년 이란 주재 미 대사관 점거 사태 당시에도 NSA는 이란 내부 통신을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다. CIA는 암호장비 시장에서 크립토AG의 독보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경쟁사를 비방하고, 고객에게 롤렉스 시계나 성매매 등 뇌물 제공도 일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크립토AG 관계자들은 대부분 CIA와의 연계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1992년 이 회사 판매담당 직원 한스 뷸러는 이란에 구금됐다가 풀려난 뒤 품은 의심을 이후 인터뷰에서 드러냈다. 이를 계기로 독일은 루비콘에서 손을 뗐지만 미국은 2018년까지 작전을 계속했다. 당시 NSA 국장, CIA 부국장을 역임한 바비 레이 인먼은 WP와의 인터뷰에서 루비콘 작전과 관련해 “거리낌은 전혀 없었다. 미국 정책 결정에 아주 결정적인 정보의 원천이었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우리 위성 왜 쫓아 와?” 美 우주군, 러 위성 ‘비정상적 움직임’ 경고

    “우리 위성 왜 쫓아 와?” 美 우주군, 러 위성 ‘비정상적 움직임’ 경고

    러시아의 인공위성이 궤도상에서 미국의 인공위성을 추적하는 '비정상적이고 미심쩍은 움직임'(unusual and disturbing behavior)을 보이고 있다고 지난 10일(현지시간) CNN 등이 전했다.보도에 따르면, 이날 존 윌리엄(제이) 레이먼드 미국 우주군(USSF) 참모총장은 성명에서 “러시아 정부가 지난해 11월 발사한 위성 1기 안에서 제2의 위성이 방출됐다”고 밝히며 “이들 위성은 미 정부의 위성 근처에서 활동하며 그 움직임은 2017년 러시아가 (궤도상에) 배치한 ‘감시 위성들’과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레이먼드 참모총장의 이런 발언은 USSF 최초의 실질적 성명으로, 미 정부가 적대국들이 우주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점점 우려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CNN은 설명했다.실제로 문제의 위성은 지난해 12월 제2의 위성을 방출했다고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이 정부 발표를 인용해 밝힌 바 있다. 당시 러시아 국방부는 성명에서 이 실험의 목적은 국가 위성의 기술적 상태를 평가하는 작업을 계속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레이먼드 참모총장은 “최근 러시아의 이런 움직임이 우주를 전쟁 영역으로 만들고 있다. 다른 어떤 영역에서도 이와 비슷한 활동은 잠재적으로 위협적인 행동으로 해석될 수 있다”면서 “이는 비정상적이고 미심쩍은 움직임으로 우주에서 위험한 상황을 만드는 잠재력을 지닌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최근 이처럼 우려되고 책임 있는 국가의 행동을 반영하지 못하는 움직임을 찾는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2017년 궤도상에 배치된 러시아 감시 위성들 중 1기가 우주 공간에 고속발사체를 방출한 사실도 언급하며 이는 무기의 특성을 보인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이 문제는 이듬해 유엔(UN) 군축회의에서 미국이 거론한 바 있다고 당시 상황을 상기했다.한편 USSF는 지난해 12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방수법권 서명으로 공군에서 분리돼 미국의 5군인 육군과 해군, 공군, 해병대 그리고 해안경비대에 이은 6번째 군대가 됐다. 미국의 새 군대 창설은 1947년 공군 창설 이후 72년 만이다. USSF가 창설됐다고 해서 당장 우주 공간에 군 병력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우선 우주사령부를 지원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인공위성 활동을 돕는 역할 등을 한다. 군대 규모도 공군(약 30만 명)이나 해군(18만 명)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인 1만6000명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유정훈의 간 맞추기] 우리는 안전할 수 있을까

    [유정훈의 간 맞추기] 우리는 안전할 수 있을까

    1923년 9월 간토대지진이 일본 수도권을 덮쳤다. 조선인이 방화하고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헛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천재지변을 틈타 조선인이 집단으로 일본인 공격에 나섰다는 얘기가 심각해졌다. 조선인을 극도의 위험으로 여긴 일본인들은 자경단을 조직했고, 일본 정부와 언론은 유언비어를 방관했다. 수많은 무고한 희생이 뒤따랐다. 1941년 12월 진주만 공습으로 일격을 당한 미국은 대일본 선전포고와 함께 2차대전에 참전한다. 미국 정부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일본계 미국인들을 모하비사막과 같은 오지에 설치된 캠프에 강제 수용한다. 적대국 출신 혈통을 가진 미국 시민의 존재 자체를 국가안보에 대한 위험으로 판단한 것이다. 20세기 미국은 구조적인 인종분리 정책을 시행했다. 학교, 교도소 등의 공공시설은 물론 호텔이나 레스토랑 같은 상업시설 또한 인종분리 대상이었다. 흑인과 백인의 주거 지역 구분은 단순한 사회경제적 요인이 아니라 치밀한 인종분리 법령과 정책 때문이었음이 밝혀졌다. 소수 인종을 내 삶에 대한 위험으로 느낀 주류 백인의 정서가 근저에 있음은 물론이다. 2017년 1월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특정 무슬림 국가 국민의 미국 입국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한다. 명분은 테러리스트의 위험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한다는 것이었다. 다 틀렸다. 조선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이 지진 피해 극복에 도움이 될 리 없다. 미국이 진주만에서 기습을 당한 것은 일본계 스파이 때문이 아니었고, 이후 태평양전쟁에서 승리한 것도 내부의 적으로 의심되는 이들을 수용소에 가두어 버렸기 때문은 아니었다. 민권법 제정과 일련의 연방대법원 판결로 인종분리가 철폐됐다고 하여 백인들의 삶이 더 위험해진 것은 아니다. 무슬림 테러리스트에 의해 본토에서 사망한 미국인보다 총기난사 사건(공교롭게 대부분 범인은 백인 남성)으로 스러진 미국인이 훨씬 많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2020년이다. 유럽에서 한국인 여행자 또는 교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에 휩싸인 현지인으로부터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한편 한국에서는 중국인 입국 금지 국민청원 서명이 70만에 달하고, 중국인 혹은 중국인 밀집 지역에 대한 노골적인 기피가 드러나고 있다. 트랜스젠더 여성이 숙명여대에 합격하자 서울 지역 6개 여대 21개 단체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을 정정한 트랜스젠더의 입학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혐오가 아니라 그저 여성들의 안전한 공간을 지키기를 원할 뿐이라는 설명이다. ‘인간은 어리석고 같은 오류를 반복한다’, ‘사람들은 낯선 것에 두려움을 느끼기 마련이다’와 같은 뻔한 말로 넘어가기에는 슬픈 장면이다. 트랜스젠더가 여대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하면 여성의 안전이 지켜질까? 바이러스 발생 지역과 뭔가 관련 있어 보이는 사람들을 적대시하고 눈에 보이는 곳에서 몰아내면 과연 우리는 안전할 수 있을까?
  • 美 국방부, 폭발력 낮춘 핵탄두 SLBM에 실전 배치

    부담 덜 느껴 핵전쟁 문턱 낮출 가능성 전직 관료들 “새 핵탄두는 재앙의 관문” 미국 국방부가 기존보다 위력을 대폭 줄인 새 핵탄두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배치했다. 러시아의 전술핵 위협에 대응하겠다는 취지이지만, 대통령이 핵 사용을 더 쉽게 결정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4일(현지시간) CNN,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존 루드 미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은 “해군이 W76-2 저위력 SLBM 탄두를 실전 배치했다”고 밝혔다. 새 탄두는 트라이던트 미사일에 장착하는 W76 핵탄두 중 일부 수량을 개조한 것이어서 미국 전체 핵무기 수엔 변함이 없다. W76-2의 폭발력은 약 6.5㏏(킬로톤, TNT 1000t 폭발력)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W76 폭발력은 100㏏이고 미국이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뜨린 원자폭탄 위력이 15㏏ 정도인 걸 감안하면 상당히 작다. 미국의 저위력 핵탄두 도입은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1990년대 초부터 냉전 말기 수준에서 멈췄던 핵무기를 고도화할 것을 주문했다. 이어 걸림돌이 될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탈퇴 의사를 밝혔고, 상대국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나란히 탈퇴했다. 그 뒤 러시아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극초음속 핵탄두 개발에 속도를 내고, 저위력 전술핵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 발간한 핵태세 검토 보고서는 만일 러시아가 미국 동맹과 분쟁 중에 수많은 저위력 핵무기 중 하나를 사용할 경우 미국은 거의 전면적 핵전쟁을 불러올 고위력 핵탄두와 재래식 무기 중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핵무기 파괴력이 압도적으로 큰 탓에 쉽사리 핵 보복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적대국의 믿음을 깨기 위해 작은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이 담겼다. W76-2는 보고서에서 제안된 5년 5000만 달러(약 593억 5000만원)짜리 계획의 일부다. 하지만 이 계획은 대통령이 핵무기를 사용하는 데 부담을 덜 느끼게 해 핵전쟁 문턱을 낮출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당시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 등 전직 관료 집단은 성명을 내고 “저위력 핵무기는 핵 재앙의 관문”이라고 밝혔다. 이날 민주당 소속 애덤 스미스 하원 군사위원장은 새 핵탄두 배치 결정이 “잘못되고 위험한 것”이라면서 “미국인들을 더 안전하게 하기는커녕 위기 상황에서 오판 가능성을 더 키운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태영호 “北 망하게 놔두자고? 아니다. 南이 마스크 지원 제안하자”

    태영호 “北 망하게 놔두자고? 아니다. 南이 마스크 지원 제안하자”

    “우리 정부는 북한의 공식 지원 요청이 없다고 해도 방역 협력 제안을 먼저 발표해 북한 주민들에게 ‘한 집안 식구는 남과 북’임을 알려줘야 한다. 김정은이 망하게 내버려두자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러면 안 된다. 애꿎은 북한 주민만 떼죽음을 당할 수 있어서다.” 김정은 체제가 싫어 한국행을 택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이따금 내놓는 전향적인 진단과 해법에 놀랄 때가 적지 않다. 3일 ‘태영호 TV’를 통해 그는 같은 날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과 거의 같은 내용을 제안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 사태에 놀란 와중에 북중 관계를 바라보며 한국인들이 조금 놀란 대목이 둘 있었다. 먼저 북한이 지난달 22일 재빠르게 모든 항공편과 열차 노선 운행을 잠정 중단하고 국경 폐쇄에 가까운 조치를 단행한 점이다. 북중 우호가 돈독한 마당에 어느 적대국이나 관계가 좋지 않은 한국 정부도 중국의 눈치를 보는데 북한이 과감한 선제 조치를 취한 것이다. 두 번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위문 서한을 보내 “자기 일처럼 생각하며 한 집안 식구, 친혈육이 당한 피해로 여기고 있다”며 “조금이나마 함께 나누고 돕고 싶은 진정”이라고 했다. 중국을 돕겠다며 지원금까지 보냈다고 한다. 북한의 형편이 더 어렵다는 것을 모두가 잘 아는데 누가 누구를 도와주겠다는 것인지 의아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태 전 공사는 이를 “김정은다운 ‘꼼수’”라고 단정하고 지난 연말 당 전원회의에서 자력갱생으로 정면돌파전을 선언하고 새해부터 ‘충격적인 행동’을 준비하던 차에 전혀 예견하지 못했던 악재를 만났다고 진단했다. 사태 초기 미온적 태도를 보여오던 북한이 지난주부터 ‘국가 존망과 관련된 중대한 정치적 문제’라며 총력전을 시작한 것은 김정은의 정면돌파 전략이 밑뿌리째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아가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이번 사태로 군대가 무너지는 것이라고 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선군정치‘ 때 영양실조 현상이 제일 만연했던 곳이 휴전선 일대 ‘전연지대 군단’들이었다며 그 실태가 얼마나 심각했으면 부모들이 군대에 입대하는 자녀들에게 “제발 강영실(강한 영양 실조의 줄임말)은 만나지 말라고 당부했겠느냐”고 되물었다. 기계보다 인력에 의존하는 북한의 건설 사업에 주민들과 군대를 투입하지 못하면 수많은 사업이 멈춰설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관광 확대를 통한 외화 수입과 중국의 지원으로 버텨 보겠다는 타산은 빗나가게 된다. 결국 북한이 숨통을 열 방법은 중국이 올해분 무상 경제 지원을 특별히 늘려 주는 것뿐이다. 매년 1월은 북한과 중국 사이에 무상 경제 지원 규모를 정하는 달이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은 시진핑에게 한집안 식구라며 되로 주고 말로 받아 오려고 한다. 그러나 김정은을 몇 번 상대해 보면서 김정은을 다루는 묘수가 생긴 시진핑이 ‘충격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담보 없이 통 큰 지원을 줄지는 미지수다. 중국에서 통 큰 지원을 받아내지 못하면 북한은 남쪽으로 내려올 수밖에 없다”고 단정했다. 지난해 당 전원회의에서 대남 정책 방향을 일절 언급하지 않은 것도 이번에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가동을 중단하면서도 서울~평양 간 직통 전화와 팩스를 살려 놓은 것도 정 버티기 힘들면 다시 남쪽으로 내려올 여지를 남겨 놓은 것으로 읽힌다고 태 전 공사는 덧붙였다. 태 전 공사는 끝으로 “북한이 간부들에게만 나눠줄 한국산 마스크를 긴급 구매했다는 외신 보도도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먼저 선방을 날리지 않으면 우한 폐렴 사태의 장본인이 오히려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한편 그는 지난 3일 블로그에 올린 동영상 ‘중국발 바이러스 CORONA, 北은 안전한가’를 통해 북한이 방역에 취약한 근본 원인으로 (김정은이) 자력갱생을 내세우면서 가정이나 학교, 탁아소, 기업 등 개인 부업으로 축산을 장려하는 정책과도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도시에 있는 아파트에서도 화장실에서 돼지를 키우고 베란다에서 닭과 오리를 기르는 집들이 많아졌다. 널리 알려진 대로 우한 지역이 막대한 인명 피해를 입는 데는 가축과 죽은 동물, 인간이 함께 어울려 지내는 비위생적인 환경이 한몫을 차지한다. 이렇게 위험한 상황인데도 마스크가 없어 주민들에게 손수건으로 입을 막으라고 하는 실정이라며 태 전 공사는 “전염병 문제는 남북이 경계를 그어서 따로 따로 해결하려 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에는 “자존심을 세우지 말고 방역에 필요한 기초적인 장비나 설비를 지원해 달라고 국제적으로 요청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김택환 “이 정부, 브란트 같은 국가전략도 담대한 비전도 없다”

    김택환 “이 정부, 브란트 같은 국가전략도 담대한 비전도 없다”

    뭣하나 제대로 정리되는 것 없이 2019년이 저물고 있다. 남북은 물론, 북미·한일·한중 관계 모두 뒤엉킨 가운데 새해를 맞게 됐다. 왜 이 지경이 됐을까? 정권이나 정당 테두리를 벗어난 담대한 국가의 비전과 전략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국가비전 및 4차 산업혁명 전문가인 김택환(61) 경기대 특임교수를 최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 교수는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를 마치고 1983년 독일로 떠나 본 대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학위를 따고 카셀 대학에서 박사후 과정을 마쳤다. 10년 만에 귀국해 언론연구원(현 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으로 일하다 1994년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과 인연을 맺었다. 2000년 미국으로 건너가 조지타운 대학 객원교수로 있다가 홍 회장의 스카웃 제의로 2002년 귀국, 중앙일보에 입사했다. 전문기자로 중앙선데이 창간, JTBC 창업 기획을 하고 경기대 특임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경북 의성 출신으로 광주광역시 세계웹콘텐츠페스티벌을 기획해 조직위원장을 맡아 일주일 동안 10만 명이 찾는 대성공으로 이끌었다. 민주평통자문회의 상임위원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2012년부터 올해까지 약 300회 이상 국회, 지방자치단체, 경제단체 및 기업 등에 특강하고 있다. 또한 정치인, 기업인들과 선진국 정부나 기업 등을 탐방하면서 미래 국가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부러움으로 독일 통일의 전 과정을 지켜보면서 독일 정치인들의 탁월한 리더십을 탐구했다. 중앙일보 시절 북한도 여러 차례 다녀와 한반도 통일에 대한 비전을 세우고 있다. Q. 2019년을 패권전쟁의 각도에서 정리한다면. A. 2017년에 꽉 막힌 것을 지난해 풀어냈는데 올해 더 뚫어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두 차례 좋은 기회를 놓쳤다. 리더십이 축적돼 있지 않고, 스케일도 작아 그랬다. 미국과 북한, 중국과 일본과 연결된 한반도 국제정세를 주도적으로 풀어내지 못하고 종속 변수로 전락됐다.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크게 실망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여러 차례 한미 정상회담에도 북한이 원하는 일정한 제제 해제를 이끌어내지 못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북한의 실망도 엿보인다. Q. 두 가지 기회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A. 지난해 첫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은 위원장이 ‘왜 야당 대표들과 함께 오지 않았느냐’고 얘기했다. 우리도 세게 나갔어야 했다. 김구 선생이 염원했던 남북연석회의를 했어야 했다. 미국이나 다른 누구가 아닌, 남북이 힘을 합쳐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것을 만천하에 보여줄 수 있는 첫 기회였다. 또한 지난해 6월 문재인-김정은-트럼프 3자 정상회담이 우리 ‘안마당’에서 열렸기 때문에 주도권을 잡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각각 설득해 성과를 이끌어냈어야 했다.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같은 이들은 해냈다.Q. 우리 지도자들이 글로벌 시각과 판을 읽고 해결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로 들린다. A. 결국 지도자 리더십이 문제다. 대한민국은 성공한 역사지만 미완이다. 평화통일을 달성한 독일과 비교하면 우리 정치지도자들의 스케일이 너무 작다. 중요한 국가 과제들을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 Q. 남남 화해도 안 됐는데 남북통일이냐는 시비도 있다. A. 우리는 말로는 통일을 떠들지만 조건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독일은 통일 노래를 부르지 않고 조건을 만들어갔다. 이 점이 우리와 독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남북 지도자들은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인기 영합으로, 우려먹은 면이 있다. 통일에 이르기 위해 우선적인 두 가지, 경제적 교류 및 협력과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2차 세계대전이란 인류의 원죄를 갖고 있는 독일에 견줘 우리는 미국, 일본을 활용해 돌파할 수 있는 자유로운 여지가 있었다. 그걸 해내지 못했다. 그나마 김대중 전 대통령이 외교역량을 보였지만 독일이 50년대 중도 보수인 기민당이 선보인 ‘올림픽 공동입장’, ‘단일팀 구성’ 정도에 그쳤다. 개성공단은 큰 의미가 있다. 브란트 전 총리는 기민당식 보여주기를 끝내고 이산가족 교류 및 서신 교환, 상호 방문, 경제 지원 등 통일 기반을 다졌다. 그가 ‘통일의 시조’로 평가받는 이유다. 1970년 최초 동서독 정상회담 때도 와인 한잔 마시지 않고 냉철하게 서로의 요구를 주고받아 ‘실핏줄’을 이어갔다. 전후 독일은 여덟 명의 총리가 그 시대에 요청되는 비전을 제시하고 실적을 보였다. 그들은 평균 10년씩 집권하면서, 본인, 자녀, 친인척 중 단 한 명도 비리에 연루되지 않았다. 역사 반성과 성찰을 삶의 교훈으로 체득했다. 탄탄한 경제구조를 만들고, 사회보장 제도를 닦았고, 노사가 협력하는 공동 결정권을 제정하고, 평화 통일을 했다. 그리고 유럽 공동체를 주도하고 있다. 2011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인더스트리 4.0’(4차 산업혁명)을 국가 그랜드 플랜으로 채택해 미래를 개척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때 삽질에 여념이 없었다. Q. 너무 비관적이다. A. 대한민국 국민들은 정말 위대했다. 정말 일 열심히 하고, 전 세계 디아스포라(유민)가 유대인보다 더 많다. 우리 국민 개개인은 어쩌면 독일인보다 빼어나다. 문제는 정치지도자 수준이 형편없다는 점이다. 보수인 메르켈도 난민 100만명 이상 받았들이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는 제주의 예멘 난민 몇 백명 갖고 쩔쩔 맨다. Q. 태영호 전 공사는 통일이 15년 후 가능하다며 장마당 등 자본주의의 숨결, 세대교체를 근거로 꼽았는데. A. 맞는 말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스위스에서 공부한 것도 ‘신의 한 수’다. 그러나 폐쇄적 북한체제에 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이들이 바뀌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래서 미국, 중국, 일본을 활용해야 한다. 시진핑의 장기집권으로 중국이 위기를 맞을 수 있는데 그 때 우리 민족에게 기회가 열린다고 본다. 결국 거대 국제자본이 북한에 들어가는 게 중요한다. 트럼프 말대로 북한에 투자할 나라는 일본과 남쪽 밖에 없다. 한반도 및 동북아 역학 관계를 풀어나가는 데 일본의 역할이 중요하다. 독일과 프랑스가 협력해 유럽의 질서를 새로 짜듯 일본의 관심을 북돋아 북한 시장에 투자하게 만들어야 한다. 북한은 체제를 유지하면서 개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선 핵 폐기’는 리비아 모델로 북한을 두 손 들고 항복하라는 것이기 때문에 하노이 결렬과 더불어 북미관계가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Q. 그런 생각을 문재인 정부의 생각할 줄 아는 이들에게 전달한 적이 있는지. A. 권력을 쥐면 달라지고 권위적이게 된다. 아직도 제왕적인 대통령 권력을 누리고 싶어하는 속성이 강하게 또아리를 틀고 있다. 메르켈은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씩 전문가들을 초빙해 얘기를 듣고 토론해 국가비전을 다듬는 데 활용한다. 아베도, 마크롱도 그렇게 한다. 또한 선진국 지도자들은 실용적인 정상외교를 한다. 메르켈은 중국과 일본을 방문하더라도 와인 마시지 않고 실무 회담을 한다. 아데나워 총리는 드골 프랑스 대통령을 사저로 초청해 신뢰를 쌓았다. 우리 외교는 형식적이다. 외교 통해 이룬 것 없이 와인 잔만 부딪힌다. 국민의 세금 한 푼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지 못해서다. 지난달 우리 기업인들과 아데나워와 브란트, 두 독일 지도자의 생가를 찾았는데 모두들 놀라워했다. 아주 소박한 삶을 살면서도 거대한 독일의 변화를 앞장서 이끌었기 때문이다. 메르켈은 총리관저가 아닌 작은 아파트에 살면서 출퇴근하고 주말에 시장 보고 요리한다. 빌 클린턴은 자신이 일하던 조지타운 대학의 바로 외국 지도자들을 초청해 맥주 마시며 인간적으로 교류한다. 집권층이 자기 지갑을 열어야 서민경제가 돌아가게 도울 수 있는데 우리 정부는 예산을 아직도 토건산업에 펑펑 집어준다.Q. 내년을 전망한다면. A.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이 중요하다. 아마 4~5월이 결정적 시기가 될 수 있다. 희망을 가져 본다. 김정은 위원장도 선대가 잡지 못한 기회를 놓치기 싫을 것이다. 트럼프는 적대국 정상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자신의 재선에 활용하고 싶어한다. 어찌됐든 지금보다 더 나빠질 일은 없다고 보고 문재인 대통령은 최상의 성과를 내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 국회가 큰 문제다. 자기 밥그릇 싸움만 하고 남 탓만 하지 나라와 국민은 안중에 없다. 그런데 우리 국민은 깨어있다. 내년 총선에 표심을 통해 절묘하게 정치권이 나아갈 바, 새 비전을 정리해주지 않을까 기대한다.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낡은 누룽지 긁어 먹으려 다투는 형국을 끝내야 한다. 젊은 세대와 새 인물에게 기회를 주는 정당이 사랑 받을 것이다. Q. 우리의 국가전략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A. 당연히 4차 산업혁명에 앞서가야 한다. 한반도는 평화와 번영의 시대로 진입해야 한다. 최근 한중 정상회담에서 철도 얘기가 나왔고, 러시아는 유라시아 대륙을 얘기한다. 평화의 시대를 상징하는 것으로 유라시아 철도 얘기를 할 수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에 말려드는 것이다. 우리로선 미국과 일본의 ‘호랑이등’을 확실히 타고 넘는 게 중요하다. 가뜩이나 중국에 기울어지려 한다는 의심을 미국이나 일본으로부터 받고 있다. 우리는 미·중·일·러와 다면외교를 펼치고 이를 위해 다양한 전략전술을 강구해야 한다. 한국의 자본과 기술력, 북한의 노동력과 지정학적 위치, 미국과 일본의 자본을 버무려 만주 땅과 연해주까지 우리 경제영토로 가꿔내는 것을 꿈꿔본다. 글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사진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美트럼프, ‘푸들’ 日에 “방위비 분담금 4배 늘린 80억 달러 내라”

    美트럼프, ‘푸들’ 日에 “방위비 분담금 4배 늘린 80억 달러 내라”

    존 볼턴 등 7월 동북아 방문시 日에 요구과도한 방위비 인상에 美서도 우려트럼프, 한국에도 400% 올린 6조 요구전문가 “전통 우방에 반미주의 촉발”“동맹 약화, 북중러에 이익” 우려美의원, 분담금 갱신 5년 단위 복원 주장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이어 일본에도 주일미군 유지 비용으로 현재의 4배에 달하는 9조원 이상의 거액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했다고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가 이 문제에 정통한 전·현직 미 관료를 인용해 지난 15일(현지시간) 보도해 논란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우방들에 대한 전방위 전방위 압박에 미 조야에서도 “동맹을 약화하는 것”이라는 비판론이 나오고 있다. 일본에 대한 미국의 요구는 경질된 당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이 지난 7월 동북아 지역 방문 당시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은 일본에 약 300% 인상한 80억 달러(약 9조 3360억원)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의 방위비 분담금 협정은 2021년 3월 종료되며, 현재 일본에는 미군 5만4000명이 주둔하고 있다. 볼턴 보좌관 일행은 당시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도 방문해 주한미군 2만 8500명의 유지 비용을 포함한 방위비 분담금의 5배 증액을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포린폴리시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시한이 일본보다 일찍 찾아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5년 단위로 열리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이 종료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50% 증액을 요구해 약 10억 달러를 지출하도록 했다. 이후 연장 협상에서 한국이 일단 전년 보다 8%를 증액하기로 하고 해마다 재협상하기로 합의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다시 협정 시한이 종료됨에 따라 한국에 400% 인상된 50억 달러(약 5조 8350억원)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직 국방부 관계자가 전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방한 중이던 지난 15일 한국을 ‘부유한 국가’로 칭하며 연말까지 한국 측의 방위비 분담금이 증액된 상태로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이 체결돼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미국 국무부 고위당국자도 15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에서 ‘협정의 재검토 및 업데이트’를 거론, SMA의 틀 자체를 바꿀 필요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놨다. 일본은 먼저 진행되는 한미간 협상 추이를 살필 수 있기 때문에 한국보다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미국 정부가 일본에 요구한 증액 규모가 이보다 더 크다는 보도도 나왔다.일본 교도통신은 이날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이 요구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 규모가 현행 5배로서 이대로 확정될 경우 1년에 9800억엔(약 90억 2000만 달러·한화 약 10조 5300억원) 이상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의 한 관계자는 당시 방일했던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에게 “5배 증액은 비현실적 요구”라면서 “이미 일본은 미국 동맹국 가운데 분담금 비중이 가장 크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렇게 아시아 지역 동맹국에 미군 주둔 비용으로 거액을 요구할 경우 미국과 해당 국가들의 긴장감을 높이는 동시에 적대국인 중국 또는 북한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과도한 분담금 인상은 물론 이런 방식으로 증액을 요구하면 전통적 우방들에 반미주의를 촉발할 수 있다”면서 “동맹을 약화하고 억지력과 미군의 주둔 병력을 줄이게 된다면 북한, 중국, 러시아에 이익을 주게 된다”고 주장했다.한 현직 관료는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는 동맹국들의 가치를 완전히 잘못 이해한 것”이라면서 “또 러시아, 중국과 같은 이른바 강대국에 초점을 맞추도록 정책을 전환하려는 미국의 전략과도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우방에 대한 방위비 폭탄에 대해 미 의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 그레이스 멩(뉴욕) 하원의원은 에스퍼 국방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한반도와 지역 전체의 평화와 안보의 토대가 돼온 한미동맹에 끼칠 역효과를 우려하면서 방위비 대폭 증액 추진에 대한 재고를 촉구하고 나섰다. 갱신 단위를 5년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앞서 공화당 댄 설리번(알래스카) 의원도 지난달 말 “핵 없는 한반도라는 전략적 목표를 명심하는 동시에, 오랜 동맹으로서 걸어온 길을 고려해 방위비 분담 협상에 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에도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해 내년까지 나토와 캐나다가 1000억 달러를 증액할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18∼19일(한국시간)에는 서울에서 열리는 제11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3차 회의에서는 한국에 대한 미국 측의 과도한 방위비 인상 요구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3일 0시를 기해 효력을 상실하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로 함께 방위비 문제로 한미동맹이 다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더 높은 곳, 더 큰 왕의 기운… ‘철강 르네상스’ 경북 고령 대가야

    더 높은 곳, 더 큰 왕의 기운… ‘철강 르네상스’ 경북 고령 대가야

    1600년 전 강력한 철기문화를 앞세워 영호남 지역을 호령했던 ‘경북의 가야문화권’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앞두고 21세기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경북의 가야문화권은 삼국유사 등 문헌에 경북의 고령(대가야), 성주(성산가야), 상주(고령가야)로 전해지며, 그 중심에는 4~6세기 고대 가야 연맹의 맹주였던 대가야가 있다.●4~6세기 연맹국… 전기는 금관가야, 후기는 대가야 중심 가야라고 하면 흔히 그 대표 세력으로 김해의 ‘금관가야’를 머릿속에 먼저 떠올리지만 가야가 역사의 무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4세기 전반부터 신라에 의해 562년 멸망할 때까지 그 중심 세력은 고령에 근거를 둔 ‘대가야’였다. 광개토왕비, 송서(宋書), 일본서기 등 문헌과 사료 대부분이 대가야에 집중돼 있고 고고학적 사료들도 대가야의 국력이 가장 컸던 정치세력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학계에서는 ‘전기 가야는 금관가야 중심, 후기는 대가야 중심’이라는 통설을 부정한다. 대가야는 철 생산을 통해 경제적·군사적으로 급성장하면서 5세기 후반에는 고령뿐만 아니라 경남 합천·거창·함양, 전북 남원·장수, 전남 순천까지 세력을 넓혀 백제·신라와 대등한 단계로 발전했다. 삼국 사이에서 뛰어난 철제기술을 바탕으로 ‘철의 왕국’으로 일컬어지는 찬란한 고대문명을 꽃피웠다. 대가야는 신라가 전체 가야를 멸망시킨 후 중심지였던 지금의 고령 지역을 대가야군으로 편제한 데서 위상이 드러났다. 적대국이었던 신라까지도 인정한 이름이었다. 경북도와 도내 가야문화권 시군들은 이처럼 융성했던 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재현해 가야 르네상스를 여는 것은 물론 특히 대가야의 문화유산인 지산동 고분군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12일 경북도에 따르면 도내 가야문화권의 주요 문화유적으로는 148곳(국가지정 5곳, 도지정 3곳, 비지정 140곳)이 있다. 지역별로는 고령·성주 각 73곳, 상주 2곳 등이다. 고분과 산성이 주를 이룬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유적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추진 중인 고령군 대가야읍의 ‘대가야 지산동 고분군’(사적 제79호)이다. 고령에는 이 외에도 ▲‘주산성’(사적 제61호) ▲가야 유일의 벽화 고분인 ‘고아동 벽화고분’(사적 제165호), ▲대가야 왕들이 마셨던 우물인 ‘어정’ ▲대가야 가실왕(?~?)과 우륵(?~?)이 창제한 가야금 등이 있다. 2013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됐고, 2015년 3월엔 ‘우선등재 추진대상’에 선정된 지산동 고분군은 대가야읍을 병풍처럼 감싸는 주산(해발 310m) 주능선을 따라 길게 분포한 대가야시대 최대 고분군이다. 이곳에는 우리나라 최초로 발굴된 순장 묘 왕릉인 지산동 제44·45호분을 비롯해 왕족과 귀족 무덤으로 추정되는 크고 작은 704기의 무덤이 분포한다. 특히 2010년 지표조사 결과 이 일대에는 1만기가 넘는 고분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고, 한반도 최대의 삼국시대 고분군으로도 인정받았다. 대가야가 성장을 시작한 400년쯤부터 멸망할 때까지 만들어진 대가야의 무덤으로 화려했던 역사와 문화를 대변해준다. 무덤은 해발 160∼180m 구간에 직경 20m 이상의 대형분, 해발 100∼160m 구간에 직경 10∼15m의 중형분이 집중돼 있다. 위로 올라갈수록 규모가 큰 것을 볼 때 왕의 힘이 점점 커지면서 더 높은 곳에, 더 큰 무덤을 만들려 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능선 높이에 상관없이 대형분의 주위와 능선 사면에는 봉분이 없는 소형 무덤이 광범위하게 자리잡았다.●능선 704기·흔적만 1만기…자산 고분군 세계유산 자신 경북도는 지산동 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에 자신감을 보인다. 고분군이 대가야 문화를 대표하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보유한 데다 보존 상태가 양호하고, 규모와 내용 면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인접한 성산 가야고분군(사적 제86호)도 관심을 끈다. 성주의 진산인 성산 능선에 3~6세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353기의 분묘가 있다. 성주지역 최대 규모이자 중심 고분군이다. 대부분 중·대형 고분군에 속하며 성산가야 지배계층의 무덤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식 발굴된 5기의 출토 유물과 묘제(墓制)의 형식이 신라 형식과 거의 유사해 학계에서는 가야의 일원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성산가야의 정체성 규명이 가야 연구의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성산가야는 ‘삼국유사’에 나라 이름만 있을 뿐 발전 과정이나 내부 구조, 멸망 시기 등의 역사적 사실 기록이 전혀 없다. 현재까지 미지의 나라인 셈이다. 상주시 함창면 증촌리에는 고령가야왕릉으로 전해지는 유적이 있다. 200m 거리를 두고 2개의 큰 능이 존재하고, 재사인 만세각이 있는 것으로 미뤄 왕릉으로 추정된다. 함창의 가야는 얘기로 전해지는 역사라서 공식적으로는 전(傳) 고령가야국이다. 세종실록지리지와 신증동국여지승람은 ‘함창은 본래 고령가야국이었는데 신라가 빼앗았다’고 기록했다. 이들 지역 고분군에 대한 발굴조사는 일제강점기 때인 1910년대 후반부터 일본인에 의해 몇 차례 이뤄졌으나 본격적인 학술조사가 아닌 침략사관에 기초한 ‘임나일본부설’(任那日本府說)을 증명하기 위한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뤄졌다. 임나일본부설은 일본이 고대 한반도 남부 가야 지역에 식민 국가를 건설했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학술적인 보고서가 작성되지 않았으며, 출토된 대부분 유물은 일본으로 유출됐다.● 독특한 ‘고분축조·장의문화’ 우리 손에 의한 발굴조사는 1977년 처음 시작됐다. 대가야고분군의 정화사업에 따른 제44·45호분의 조사였다. 44호 고분에서 32기나 되는 순장덧널이 발견됐고, 45호 고분에서도 11기의 순장덧널이 확인됐다. 이듬해부터 지산동 32~35호분 등을 발굴 조사하면서 대가야 문화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특히 2007년 3월 30년 만에 발굴조사가 재개되면서 신라와 구별되는 대가야식 고분 축조방식이 확인됐다. 여러 명을 석곽에 함께 순장한 것으로 보이는 대가야의 순장 문화도 입증됐다. 지산동 고분군의 가치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게 됐다. 고령 대가야 지역에서 출토된 것으로 전해지거나 확인된 주요 유물로는 가야금관 및 부속 금제품(국보 218호)과 1978년 고령 지산동 32호분에서 출토된 금관(보물 제2018호) 등이 있다. 올해 3월 고령 지산동 고분군(사적 제79호) 내 소형 석곽묘에서 출토된 가야 건국설화 그림이 새겨진 토제방울도 고대사 특히 가야사 연구에 매우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문헌으로만 전하던 고대 건국설화를 시각화한 유물이 발견되기는 국내에서 처음이기 때문이다. 지산동 고분군 발굴로 얻은 소중한 가치는 ‘독특한 고대 장의문화’다. 세계유산 잠재목록에 등재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704기라는 세계적 규모인 데다 ▲고분군 위에 인공 구조물을 짓지 않은 자연친화적인 장의문화 ▲고분군이 생전 거주지가 보이는 곳에 형성된 점으로 미뤄 엿볼 수 있는 이승과 저승이 구분되지 않는 내세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순장곽 배치 등이다.●대가야·왕릉·우륵 테마박물관, 효율적 문화재 보존·관리 경북도와 고령군은 지산동 고분군에서 출토된 문화재의 효율적인 보존과 관리 등을 위해 2000년 4월에 왕릉전시관을 개관했다. 왕릉전시관은 국내 최초로 확인된 순장 무덤인 지산동 제44호분 내부를 재현해놨다. 대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일반인들이 더 쉽고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차원이다. 관람객이 직접 들어가 무덤의 구조와 축조 방식, 주인공과 순장자들의 매장 모습, 껴묻거리의 종류와 성격 등을 직접 볼 수 있다. 또 2005년과 2006년 연이어 대가야역사관, 우륵박물관을 개관했다. 대가야역사관은 대가야 고분군 발굴과정에서 출토된 유물 1만여점을 전시·소장한 국내 유일의 대가야사 전문역사관이며, 우륵박물관은 전시실과 가야금제작체험장·가야금전수교육관 등의 시설을 갖춘 전국 유일의 ‘우륵과 가야금’ 테마박물관이다. 지금까지 왕릉전시관 등 3곳을 다녀간 관람객은 모두 443만명에 이른다. 이런 가운데 2017년 6월에는 고령 대가야읍 고령향교 인근을 발굴 조사하는 과정에서 가야를 통틀어 왕들이 살았던 ‘대가야 궁성지’를 증빙할 수 있는 해자(폭 6∼8m, 깊이 최대 1m, 길이 16∼17m)와 성벽(폭 7m, 길이 16m)이 처음으로 발굴돼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이곳의 해자, 성벽 등은 대가야 중요 거점인 궁성지를 효율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시설로 보인다. 당시 나선화 문화재청장은 발굴 현장을 찾아 관심을 보이며 “대가야 궁성지 발굴·정비를 적극 지원하고 주산성 복원 정비계획 수립 시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경북도 등은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로 선정된 가야사 연구 및 복원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선 도는 내년까지 ‘가야사 연구 복원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끝낸 뒤 관련 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또 2022년 가야고분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도록 고령에 있는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 추진단’을 중심으로 행정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2017년 경북도, 경남도, 전북도 관계자와 학예연구사 등으로 구성된 추진단은 가야의 문화유산을 대표하는 가야고분군을 세계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국제학술대회, 해외전문가 자문, 연구자료집 발간 등의 업무를 총괄하는 독립 기관이다. 도는 이와 함께 2028년까지 총사업비 2192억원 투입하는 기존의 가야고분군 및 산성 등의 정비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도내 가야문화권의 실체 규명을 위한 문화재 조사 및 연구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여 나가기로 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가야는 신라·유교와 더불어 경북 3대 문화의 한 축을 구성할 뿐만 아니라 정체성까지 확보하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가야사 연구복원 사업은 우리 도가 추진해온 가야 부활 프로젝트에 날개를 달아 준 셈이 됐다. 호기를 맞아 가야 유적 발굴 복원과 관광자원 기반 구축사업을 연계 추진해 지역의 신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고령·성주·상주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12년만에 사우디 간 푸틴… 트럼프 발뺀 중동서 ‘왕’ 되나

    12년만에 사우디 간 푸틴… 트럼프 발뺀 중동서 ‘왕’ 되나

    12조원 경제 협력…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러, 시리아·터키 등 적대국 사이 대화 통해 “존재감 커진 푸틴, 美철군의 최대 수혜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로 일어난 중동 사태에서 가장 ‘짭짤한’ 혜택을 챙기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푸틴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등 왕실 지도부를 만났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푸틴은 시리아 내전, 예멘 사태, 이란 갈등, 걸프해역 안보 등 중동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사우디 왕실은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사우디를 찾은 푸틴을 최고 수준의 의전으로 맞았다. 사우디 외무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양국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서 우호를 증진하고 특히 농업, 항공, 보건, 문화 분야에서 20건의 협약과 100억 달러(약 12조원) 규모로 합작 법인 30개를 설립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이번 회담에서 군사기술 협력 문제도 논의했으며 러시아제 첨단 방공미사일 S400의 사우디 수출을 묻는 질문에는 “아직은 아무것도 얘기할 게 없다. 계획은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미국의 동맹인 사우디를 12년 만에 방문한 모습은 중동에서 빠져나오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습과 대비를 이뤘다. 터키 공격에 맞서 쿠르드족과 손잡은 시리아 정부 역시 러시아가 후원하는 국가라는 점에서 이번 무력 사태에 러시아 역시 간접적으로 개입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공식적으로는 “터키와의 군사충돌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특히 러시아가 이제 중동에서 서로 적대적인 세력들과 모두 대화가 통하는 나라가 됐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가 각각 수니파와 시아파의 맹주인 ‘친미 국가’ 사우디, ‘반미 국가’ 이란과 모두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과 터키는 물론 미국의 맹방인 이스라엘과도 공통 기반을 찾아내고 있다면서 서구 동맹을 약화시키려 애써 온 러시아가 수년간 노련한 외교와 정치공작으로 중동에서의 존재감을 키워 왔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이 터키에 시리아 북동부를 점하고 있는 쿠르드족을 공격할 수 있게 길을 터주면서 푸틴의 광폭 행보는 한층 더 빨라졌다. WP는 러시아와 이란, 알아사드 정권, 이슬람국가(IS) 등 미국의 적이었던 4개 국가와 세력이 미군 철수 결정으로 득을 보고 있다며 이 가운데 특히 러시아가 최대 수혜자로 지목된다고 전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미국 vs 러시아 핵전쟁 시뮬레이션 공개…“단 몇 시간 내 9000만명 사상”

    미국 vs 러시아 핵전쟁 시뮬레이션 공개…“단 몇 시간 내 9000만명 사상”

    미국을 비롯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과 러시아가 핵전쟁을 벌이기 시작하면 전쟁이 어떻게 확대하는지를 보여주는 시뮬레이션 영상을 미국 전문가들이 제작했다.미국의 국제문제 전문가인 앨릭스 글레이저 프린스턴대 부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현재 미국과 러시아의 군사 태세와 핵운용 계획 등 여러 독립적 평가를 바탕으로 이같은 영상을 만들어 공개했다고 여러 외신이 17일 일제히 보도했다. ‘플랜 A’라는 제목으로 공개된 이 영상은 불과 몇 시간 안에 핵전쟁의 영향으로 약 3410만 명이 사망할 것으로 예측한다. 양측의 이런 충돌은 이와 별도로 약 5590만 명의 부상자를 남기게 되는 데 이런 수치는 핵무기로 인한 방사능 낙진 등 다른 영향으로 발생하는 추가 사망 및 부상자를 포함하지 않은 것이다.핵전쟁이 일어난지 처음 3시간 안에 유럽은 황무지가 될 것이고, 260만 명의 사람들이 죽거나 다칠 것으로 추정된다. 그 후 1시간반 동안 미국과 러시아에서 인구가 많은 주요 도시는 각각 5~10개의 핵폭탄이 투하돼 또 다른 8870만 명의 사상자가 나온다. 이 끔찍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많은 국가가 핵무기의 직접적인 표적이 되는 데 남반구 역시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방사능 낙진의 영향과 지구의 기후 환경 그리고 인구·식량 생산에 관한 장기적인 영향은 훨씬 더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연구진이 이런 시뮬레이션을 만들어 공개한 이유는 이런 핵전쟁이 피해를 복구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고 심지어 종말이라는 끔찍한 결과를 강조해 양측의 핵무기 사용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4분가량의 영상은 현재 각국에 배치된 핵무기 수와 핵폭탄 생산량 그리고 전쟁 순서에 관한 광범위한 자료를 담고 있다. 핵전쟁은 초기 전술적 목표를 파괴하는 것부터 적대국의 핵 공격 능력을 무력화하기 위한 전략적 과정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끝으로, 적국의 회복을 막기 위해 주요 도시를 공략하는 단계가 시작될 것이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핵전쟁이 시작되면 단 몇 시간 안에 9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거나 다칠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시뮬레이션과 함께 자세한 내용은 국제 학술지 ‘과학과 국제 안보저널’(journal Science & Global Security)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프린스턴대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아슬아슬한 미·중·일, 그 위험한 삼각관계

    아슬아슬한 미·중·일, 그 위험한 삼각관계

    미국, 새로운 동아시아 질서를 꿈꾸는가/리처드 맥그레거 지음/송예슬 옮김/메디치미디어/568쪽/2만 9000원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 국제관계에서 변함없이 통용되는 명언으로 여전히 지구촌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1971년 적대국가 중국을 처음 방문한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헨리 키신저는 저우언라이 총리에게 미군의 동아시아 주둔 이유를 일본 억제에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 미국 정부는 그 목적이 중국·북한에 맞서기 위해서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동아시아가 요동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무역 보복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지소미아 종료, 홍콩의 송환법 반대 시위…. 모두 세계를 들썩들썩하게 만들 만큼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새판 짜기를 모색하고 있는 것일까. 리처드 맥그레거 파이낸셜타임스 워싱턴지국장은 최근 펴낸 ‘미국, 새로운 동아시아 질서를 꿈꾸는가’를 통해 최근 동아시아 지역에서 진행 중인 사건들의 역사적 맥락을 파헤쳐 눈길을 끈다. 그것들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구축한 전후 체제의 산물임을 콕 짚는다. 미중일 정부의 중요 문건과 인터뷰를 엮은 책은 동아시아속 한중일 3국의 패권 경쟁을 큰 축으로 삼고 있다. 아쉽게도 그 패권 경쟁에서 한국은 종속 변수쯤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문정인 연세대 특임명예교수(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의 해제대로 행간에서 지혜를 찾을 수 있는 귀한 자료로 눈길을 끈다.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금까지 아시아 국가들이 평화와 번영을 누린 것은 미국의 패권적 지도력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면서도 미래엔 강한 의구심을 제기한다. 중국의 부상과 맞물려 진행 중인 일본의 재무장과 군국주의 정서 부활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책을 읽다 보면 25년 전 ‘아시아의 미래는 유럽의 과거가 될 것’이라고 예고한 애런 프리드버그 프린스턴대 교수의 일갈이 떠오른다. 아시아의 미래가 유럽의 과거처럼 대립과 반목, 그리고 전쟁으로 점철될 것이라는 주장 말이다. 그렇다면 미중일 3국 간 불안정이 구조화되고 비관론이 팽배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주저없이 지정학과 경제 경합,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역사의 망령을 꼽는다. 그중에서도 과거사를 둘러싼 갈등과 마찰을 복판에 놓아 주목된다. 전후 일본은 과거사에 대해 중국·한국에 충분히 사과했다고 믿었고 양국은 경제 지원을 받기 위해 이를 표면적으로는 받아들였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마오쩌둥·덩샤오핑은 일본에 과거사를 잊고 양국의 미래만 생각하자고 제안했다. 그와는 달리 장쩌민과 후진타오·시진핑은 애국주의를 표방, 과거사 문제에 불을 지폈다. 물론 과거사와 관련한 중국의 반일 감정은 일방적인 게 아니다. 저자는 일본 지도자들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역사 교과서 개정, 센카쿠열도 국유화 논쟁이 중국을 자극했다고 본다. 특히 미국이 일본과 동맹을 맺고 있지만 우려도 깊다고 주장한다. 아베 내각이 유독 미국에게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라는 공동의 가치를 강조하지만 저변엔 불신이 깊게 깔려 있다는 것이다. 과거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아베가 언제든 역사수정주의 어젠다를 정치 쟁점화할 수 있다고 본다. 책에서 눈여겨볼 대목 중 하나는 정치지도자들의 신념과 개인적 배경이 국제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지도자 중심론’이다. 이를테면 하토야마 유키오의 동아시아중심주의와 친중 노선이 조부와 부친의 영향을 받았고, 아베 신조 총리의 역사수정주의와 반중·친미 정책도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영향이 큼을 밝힌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표방한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를 미국 국내의 정치적 변수와 연동시킨 점도 흥미롭다. 나아가 고립주의 정책이 ‘팍스아메리카나’의 쇠퇴를 재촉하고 ‘팍스시니카’라는 중국 중심의 질서 출현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누군가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모두 전쟁에 휘말리는 삼각 치킨게임.’ 지금의 형세를 ‘팍스아메리카나의 종언’으로 묘사하면서도 저자는 미국이 아시아를 조용히 빠져나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진단한다. 그 이유는 머리말에서 찾을 수 있다. “아시아 질서가 중국 중심으로 재편될 경우 미국의 선택과 상관없이 중국이 기존의 역내 질서를 영원히 뒤바꿀 수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청와대 “일본 강한 유감…지소미아 종료로 한미동맹 강화할 것”

    청와대 “일본 강한 유감…지소미아 종료로 한미동맹 강화할 것”

    일본 정부가 한국을 백색국가(전략물자 수출 심사 우대대상국)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예정대로 28일 강행하자 청와대가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그동안 우리 정부는 대법원의 강제동원 판결과 관련해 일본이 취한 경제보복 조치를 철회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오늘부로 우리를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시행했다”면서 “일본의 이번 조치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한국을 수출 심사 우대 대상인 그룹A에서 그룹B로 강등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이날부터 시행했다. 이 개정안 시행으로 식품, 목재를 빼고 군사 전용 우려가 있다고 일본 정부가 판단하는 모든 물품은 한국으로 수출할 때 3개월가량 걸릴 수 있는 건별 허가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일본 시장 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한국 기업이 수입하는 데 차질이 빚어지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개정안은 어디까지나 한국의 수출 관리 제도나 운용에 미흡한 점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일본의 수출 관리를 적절히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현종 차장은 “일본은 우리 수출허가제도의 문제점이 일본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지만 미국 국제안보과학연구소의 수출통제 체제에서 우리가 17위, 일본이 36위였다”면서 “일본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또 “최근 일본은 우리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해 우리가 수출규제 조치를 안보 문제인 지소미아와 연계시켰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당초 안보 문제와 수출규제 조치를 연계시킨 장본인은 바로 일본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지적하고자 한다”면서 “더군다나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우리를 신뢰할 수 없는 국가라고 두 번이나 언급하며 우리를 적대국 취급하고 있다. 기본적인 신뢰관계가 훼손된 상황에서 지소미아를 유지할 명분은 없다”고 지적했다.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한 외국인 기자로부터 ‘한국 정부가 일본은 역사문제에 이해가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한국이 역사를 바꿔쓰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하지만 ‘역사를 바꿔 쓸 수 없다’는 표현은 아베 신조 정권이 과거 식민지배와 침략을 부정·미화하는 데 대해 한국 등 일본의 침략을 받은 국가나 일본 내 양심적 지식인이 비판할 때 주로 사용한 표현이다. 이에 김 차장은 “고노 외무상은 어제 회견에서 ‘한국이 역사를 바꿔쓰려고 한다면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역사를 바꿔쓰고 있는 것은 일본”이라고 비판했다. 김 차장은 “우리 정부는 1965년 청구권 협정을 부인한 적이 없다. 그러나 ‘반인도적 불법행위’는 1965년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된 것으로 볼 수 없으며, 따라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여전히 살아있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지난해) 대법원 판결은 이를 확인한 것”이라면서 “일본 정부는 우리 정부가 대법원 판결을 시정하라고 요구하지만 사법부에 대한 정부의 간섭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오히려 일본 외무성 조약국장이 1991년 ‘청구권 협정으로 개인 청구권 자체가 소멸된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표명했고, 2차 세계대전 중 시베리아에 억류되어 강제노역을 당했던 일본인의 개인 청구권 문제에 대해 일본 스스로도 1956년 체결된 ‘일본-소련 간 공동선언’에 따라 개인 청구권이 포기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표명한 적이 있다”면서 “일본은 이런 입장을 바꾸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 차장은 “어제 이낙연 국무총리가 한일 지소미아 종료까지 3개월이 남아있어 이 기간 중 양국이 타개책을 찾아 일본이 부당한 조치를 원상 회복하면 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면서 “공은 일본 측에 넘어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소미아가 종료됐다고 한미 동맹관계가 균열로 이어지고 안보 위협 대응체계에 큰 큰 문제가 발생했다고 보는 것은 틀린 주장”이라면서 “오히려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를 계기로 한미동맹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정부기관도 화웨이 금지” 美 전방위 압박에도… 中 수출 웃었다

    블랙리스트 지정과는 다른 별도 조치 지난해 의회 통과한 국방수권법 적용 中언론 “극한의 압박… 헛수고에 불과” 7월 수출 3.3% 늘어… 3월 이후 최고치 美 관세수입 1년새 2배 늘어 630억弗 미국이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의 통신·감시 장비를 정부기관이 구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연일 대중 압박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미국의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 금지에 이어 중국 기업 거래 금지 조치까지 시행되면서 미중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미 예산관리국은 7일(현지시간) 정부기관과 화웨이 등 5개 중국 기업들의 거래를 금지하는 내용의 규정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내용은 미 연방조달청(GSA) 웹사이트에 게시됐으며 오는 13일부터 발효된다. 60일간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규정으로 확정될 예정이다. 자코브 우드 백악관 예산관리국 대변인은 “미 정부는 해외 적대국으로부터 우리나라를 방어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화웨이 장비를 포함한 중국 통신·감시 장비의 구매 금지를 철저하게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미 의회가 의결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국방수권법(NDAA)에 따른 것으로, 화웨이에 대한 ‘블랙리스트’ 지정과는 다른 별도 조치다. 지난해 국방수권법은 중국 통신장비기업 화웨이와 ZTE(중싱통신), 감시카메라 제조업체 하이크비전, 다화, 하이테라 등 5개 중국 업체 장비를 연방 재원으로 구매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내년 8월부터 화웨이 등 거래 금지 기업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는 기업은 정부기관과 거래할 수 없도록 규제를 확대하는 규정도 시행할 계획이라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이는 중국 기업과의 거래 금지에서 한 발 더 나아간 포괄적인 제재로 풀이된다. 이에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화웨이는 8일 “(미국의 조치를)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연방법원에서 거래금지 조치의 합헌성 여부에 대해 계속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 “미국은 중국에 극한의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모든 것은 헛수고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CCTV도 “미국의 조치는 자국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 양상을 띠는 가운데 중국의 지난 7월 수출이 깜짝 증가했다. 중국 세관당국인 해관총서는 지난달 중국 수출이 3.3% 늘었으며 수입은 5.6% 줄었다고 8일 발표했다. 수출 증가율은 지난 3월 이후 최고치다. 하지만 로이터통신은 “중국의 수출 회복세에도 수입은 여전히 약세”라면서 “이는 여전히 내수가 부진하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관세 수입이 급증한 것으로 조사돼 무역전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7일 지난 6월까지 최근 1년간 미 관세 수입이 630억 달러(약 76조 5000억원)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의 관세 수입(약 300억 달러)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한미, 하노이회담 재구성 통해 정교한 비핵화 협상 키 잡아야”

    “한미, 하노이회담 재구성 통해 정교한 비핵화 협상 키 잡아야”

    하노이 회담의 뜻하지 않은 결과에 충격에 빠졌던 전문가들이 많았다. 소망적 사고로 미래를 섣불리 예단한 후과란 비판이 비등했다. 그러나 이 같은 비판이 하노이 회담의 긍정 요인에 눈을 가리고 미래에 대한 전망적 구상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 다행스럽게 이번 판문점 북미 정상회담으로 우리는 하노이 직후로 되돌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고 3월 이후 팽배했던 패배주의를 극복할 계기를 마련했다. 하노이 회담에서의 3가지 쟁점을 중심으로 당시 회담을 돌아보고자 한다. 그리고 그것이 4월 한미 정상회담, 6월의 북미 판문점 정상회담 등에서 얼마나 메워지고 있는지 분석해 가까운 미래를 전망하며 균형감 있는 미래 전략을 제안하려 한다. 하노이에서 북한과 미국 지도자는 제재의 목적에 대한 철학의 차이, 북한식 표현에 따르면 ‘셈법’의 차이를 드러냈다. 두 번째는 영변+α라 부르는 숨겨 놓았다는 시설과 비핵화의 범주에 대한 팩트 논란이 있다. 마지막으로 비핵화의 방법, 즉 프로세스를 보는 인식의 차이다. ①북미 간 두 제재 철학의 충돌로 흥정 실패 김정은이 하노이 회담 이후 미국식 셈법을 비판하고 나선 것은 두 관점의 충돌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으로선 지난 1년여 도발을 중단하고 협상에 나섰는데 제재의 중단 또는 해제가 주어지지 않으니 안보리 결의안 85항을 지키지 않는 미국이 이해될 리가 없다. 물론 영변 해체의 가격을 둘러싼 흥정의 실패이기도 했다. 어쩌면 북한이 물정을 알게 된 점이 하노이 회담의 역설적 성과이기도 하다.②영변 지역 해체 범위 둘러싼 팩트 논란 요컨대 하노이 회담에서 드러나지 않은 ‘사실’은 북한이 해체할 영변 지역의 범위를 어디로 한정할 것인가와 비핵화의 최종 목표(end state)와 일정표를 사전에 합의할 것인가, 두 쟁점을 둘러싼 것이었다. 전자의 쟁점은 그러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마지막에 해결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③美 “先포괄적 합의” vs 北 “계단식 합의” 셋째는 비핵화 방법의 문제로 미국이 요구한 빅딜을 분석하면 사실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으로 축약된다. 즉 비핵화의 최종 목표를 명기하고 이를 달성하는 프로세스를 3단계나 4단계 등으로 구체화하는 것이다. 포괄적 합의가 이뤄지면 비핵화 실행은 낮은 수준이라도 동시 이행을 통해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북한이 계단식 방법이라 부르는 군축론적 접근법이다. 단계마다 합의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이 이행된 다음 단계 목표와 이행 방법을 합의하자는 것이다. 군축협상의 신뢰 구축(CBM) 방정식에 가깝다.결국 선 포괄적 합의, 단계적 이행론을 빅딜이라고 부른다면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접근법은 어떤 경우에도 스몰딜이 될 수밖에 없다. 빅딜이라는 프레임에 갇히는 한 모든 비핵화의 공정은 스몰딜이 된다. 여기에 “스몰딜을 할 바에야 차라리 노딜을 해야 한다”는 프레임이 더해지면 사실 적대국끼리 안보 협상은 첫발을 내딛기조차 힘들어진다. 다가오는 실무 회동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하노이 회담을 제대로 복기하는 것이다. 이 협상마저 실패한다면 북한은 ‘새로운 길’을 모색할 것이 분명하다. 그것이 12월을 기점으로 한 도발일 수도 있고 핵보유국 상태에서 북중러 협력이란 진영 논리를 통해 체제를 유지하는 방법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 방향이든 내년 한국 총선, 일본 도쿄올림픽, 미국의 대선 등은 북한에 불리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시간이 결코 한국과 미국 편이 아니란 뜻이다. 따라서 정교한 협상의 틀을 짜내는 것은 한국과 미국의 몫이다. 하노이의 시간대별 재구성을 통해 당시 논의를 꼼꼼하게 재론해 철학의 차이와 전략의 차이, 그리고 팩트에 근거한 방법론의 차이를 재검토하는 것이다. 뛰면서 학습할 때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로 돌아가자. 정리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트럼프 “친환경은 실업자만 양산” 에너지도 ‘미국 우선’

    트럼프 “친환경은 실업자만 양산” 에너지도 ‘미국 우선’

    “미국내 LNG 생산확대로 에너지 수입 필요없게 할 것”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에너지 인프라 및 수출 확대를 골자로 하는 ‘미국 우선 에너지’ 정책을 천명했다. 이는 미국 내 생산 확대를 통해 적대국으로부터 에너지 수입이 필요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나, 버락 오바마 전 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비하하고 2020년 대선에서 유리한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루이지애나주 헥베리에 있는 에너지 기업 ‘셈프라 에너지’의 신축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시설을 방문한 자리에서 연설을 통해 “내 정부가 미국 에너지 부문을 겨냥한 전쟁을 끝내고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가 야기한 미국 에너지 노동자에 대한 공격도 이제 끝나게 됐다”면서 “미국의 LNG 생산량이 증대되고 있는데 이는 곧 일자리 창출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해외 적대국을 풍요롭게 할 게 아니라 국내에서 에너지를 생산해야 한다”면서 “미국산 LNG 덕분에 국제시장에서 에너지 공급자로서 미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유럽은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는 효과도 보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탄소 배출 감축을 주장하는 민주당의 ‘그린 뉴딜’ 정책을 펼치게 되면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해고될 것”이라고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표방하는 민주당을 성토했다. 루이지애나주는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한 곳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화석연료 사용 종식을 위해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내세워 규제를 강화한 오바마 전 정부의 정책을 뒤집는 것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에도 화석연료의 국내 생산을 늘려 적대국으로부터 원유 수입이 필요 없도록 하겠다고 공언했었다. 셈프라 에너지의 LNG 생산시설은 천연가스를 액화시킨 뒤 저장선적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셈프라 에너지측은 향후 몇주 이내에 전세계로 미국산 LNG를 수출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일본은 조선을 무력침략해 보호국화 했다”

    “일본은 조선을 무력침략해 보호국화 했다”

    1894년 6월 기록 추적 통해 밝혀… “일본은 부끄럼 알고 사죄해야”대한민국 수립 100주년. 미래의 100년을 설계하는 뜻 깊은 올해, 125년 전 침략당한 역사를 찾아 내 밝힌 ‘1894 일본조선침략’이란 책이 출간돼 화제다. 그간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일본의 조선침략 계획서, 전사 등 극비, 특비 공문서가 담겼다. ‘1894 일본조선침략’은 일본이 청국과 전쟁을 하기 전 조선침략계획을 철저히 세우고 군대를 앞세워 1894년 6월 조선을 무력으로 점령한 뒤 식민지조선으로 이어가는 과정을 일본의 공문서로 추적했다. 이 책은 1894년 6월을 조선이 일본에게 무력침략과 점령을 당하기 시작해 7월 23일 조선왕궁 침탈, 국정상실한 과정을 증거로 제시한다. 즉 일본군에 의한 동학농민군의 철저하고 무자비한 토벌과 몰살을 거쳐 1895년 또 다시 경복궁 침범으로 천인공노할 ‘조선왕비살륙’이 자행되고, 러일전쟁 직후의 을사늑약으로 이어졌다. 이 책을 따라 조선침략을 극비에 붙인 채 일본 자기들끼리는 자랑스런 조선침략사로 기록해 둔 ‘조선침략 기록’을 만나보자. 편집자 주 ●일본의 역사진실 감추기 일본은 1894년 6월 ‘조선 무력침략’을 철저히 금기의 영역으로 어둠의 수장고에 가둬버렸다. 일본은 자국국민에게 추한 것은 감추고 행위 당사자들은 은밀하게 자랑하고 즐기면서 조선왕실을 겁박해 무력으로 침묵을 강요했다. 조선 침략의 첫걸음부터 진실을 삭제하고 왜곡해 조선역사의 한 부분이 기록에서 사라졌다. 일본은 침략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살리고 싶은 기록은 살을 덧붙여 미화하고, 부끄러운 행위는 감추는 일에 진력했다. ‘쓰쿠바함의 조선국 첩보 보고서’가 대표적이다. 일본은 1893년 12월 일본이 조선의 정보와 첩보 수집을 위해 연습함 쓰쿠바와 경비함 오시마를 조선 인천항으로 파견했다. 이때 조선에 파견되어 이듬해인 1894년 3월말까지 첩보활동을 기록으로 남긴 것이 이 보고서다. 쓰쿠바함의 해군대원들이 조사한 조선국에 관한 군사정찰 보고, 첩보활동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이 때 작성된 ‘인천·경성 간 도로시찰 보고’에는 경성공략이 7시간에 가능토록 세밀하게 그린 지도가 첨부돼 있다. 이 지도는 1894년 6월 일본의 조선 무력침략에 적극 활용되었다. 하지만 일본은 이 사실을 철저히 숨겨왔다.●일본의 조선무력 점령 1894년 일본이 조선침탈을 얼마나 철저히 준비했는지는 그들의 자료에 잘 나타나 있다. 6월 5일 일본이 대본영을 설치하기 이전 혼성여단의 출병이 확정되었다. 이어 일본 방위성 방위연구소에 있는 육군성의 청일전쟁 자료 가운데는 ‘명령훈령, 1894년 6월~1895년 6월’의 6월 1일자 ‘육해군에 명령하달’이라는 훈령은 발 빠르게 전쟁으로 향해가는 일본의 첫걸음이 일찍 시작되었음을 말해 준다. 6월 2일 외무대신 무쓰 무네미쓰, 외무차관 하야시 타다스, 참모차장 가와카미 소로쿠는 외상의 관저에서 조선파병에 관한 군사적, 외교적 책략을 협의했다. 일본은 대본영을 설치하고 혼성여단을 파병하기 전에 조선국 특명전권공사 오토리 게이스케를 특파해 육전대와 함께 경성을 장악했다. 육전대의 파견은 그 자체가 불법한 조선침략의 증거이다. 이 책은 일본이 남긴 기록에서 1894년 6월 29일 경성과 인천 사이의 병력 배치도를 찾아내 무력 점령 상태임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한 게 돋보인다. 또 일본공사관 서기관 스기무라 후카시가 남긴 ‘메이지 이십칠팔년 재한고심록’, 외무대신 무쓰 무네미쓰가 회고록 형식으로 쓴 외교기록 ‘건건록’, ‘유취전기 대일본사’ 등 일본이 남긴 기록을 통해 일본의 무력 점령 아래 가해졌던 조선정부에 대한 내정압박, 조선왕궁 점령의 실체를 추적했다. 특히 7월 23일 조선왕궁 점령은 철저한 계획에 의한 실행이었다는 사실이 은폐되었다는 것도 밝힌 것이다. ●일본의 오랜 꿈, 조선침략과 구실 일본이 조선을 지배해야 한다는 인식을 노골화해 조선침략을 말한 일본의 대표적 사상가는 ‘우내혼동비책(1823년)’을 쓴 사토 노부히로이다. 우내혼동비책은 ‘세계정복을 꾀하는 비밀스러운 책략’이라는 의미의 책이다.“이 책은 일본인이 읽되 외국인에게는 보여주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전해 주듯 일본의 우월성, 세계정복욕, 아시아와 조선 침략방법을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특히 오카쿠라 텐신은 ‘일본의 각성(1904년)’이란 책에서 “우리의 적대국이 조선반도를 점령하게 되면 쉽게 일본으로 진격할 수 있다. 조선은 늘 날카로운 비수처럼 일본의 심장을 향해 뻗어 있어서다”고 주장했다. 조선무력 침략의 핵심인물 중 한명인 외무대신 무쓰 무네미쓰는 ‘건건록’에서 “일청 양국의 외교관계를 일변시켜 세계에서 일본을 동양의 우등국으로 인식하기에 이르게 된 것도 그 근본원인은 청한 양국정부가 이 동학당의 반란에 대한 내치, 외교 루트를 잘못 찾은 데 있었다”며 일본 외교역사의 제1장에 두어야 한다고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일본의 조선침략 열망이 조선의 혼란을 틈타 무력침탈로 강행된 것”일 뿐으로 “일본인들이 끊임없이 주장하는 청일전생의 직접적인 원인은 외교분쟁이 된 김옥균의 죽음이나 동학농민전쟁 때문이 아닌 일본의 해외정벌, 조선 무력침략”이라고 밝혔다. 이어 저자는 “여기에 일본에 협조하며 일신의 영달을 추구했던 부패한 조선의 관리가 기름을 더했다”고 논평했다. ‘동학난’과 ‘김옥균의 죽음’은 일본이 조선침략의 꿈을 위해 침략의 구실로 활용된 사건일 뿐이란 지적이다. ●끝없이 되살아나는 정한론 일본은 메이지 초기, 아니 그 이전부터 꾸준히 조선을 공격하고 토벌해 일본의 지배 아래 두어야 한다고 해 왔다. 정치적으로는 서국 열강의 압력과 내부의 혼란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상적으로는 조선에 대한 뿌리 깊은 멸시관이 존재해 조선과의 외교적 갈등 없이도 자연스럽게 정한론을 논의했다. 1868년 일본은 왕정복고 세력에 의한 혁명의 성공으로 도쿠가와 막부를 타도하고 천황 중심의 근대국가 메이지정권을 수립했다. 봉건체제를 해체하고 강력한 중앙집권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본주의 발전이 미약했던 메이지 정권은 유신 직후부터 조선 침략을 말하고 있었다. 일본 국내의 사회개혁을 위한 민중봉기의 위협과 정치적 현안에 대한 대처를 해외 침략정책으로 일관했다. 1873년 정한론 정변, 1874년 대만출병, 1875년 강화도 조약, 1894년 조선무력침략과 청일전쟁, 1895년 조선의 왕비살륙, 1904년 러일전쟁 등 일련의 사건을 거치면서 류큐왕국, 대만, 조선이 병합되었다. 뒤를 이어 일본은 동아시아의 제국을 구축해 여러나라를 그들의 지배권 안에 넣는 전쟁을 이어갔다. ●침략 없는 평화를 꿈꾸며 저자는 책에서 “힘없고 가난한 조선의 백성이 자신만의 배를 불리는 관리와 정치인들에 반발해 목소리를 내고 있을 때 일본은 그 틈을 타 조선을 침략해 들어왔다. 그 부당함을 뻔히 알면서 교활한 수법으로 조선정부를 속이고, 힘으로 억눌렀다”면서 “이때 일본에 부역한 자들이 누구인가, 나라를 팔아먹고, 백성을 개돼지보다 못한 지옥으로 이끌고 간 자들, 골수 친일부역자들이다”고 밝혔다. 이어 책에서 그는 “일본은 여전히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사죄도 없다”면서 “그들을 도와 나라를 팔고, 백성의 고혈을 짜내 배를 불렸던 자들의 후손이 버젓이 지금도 권력과 돈을 쥐고 한반도에 굳건히 자리잡고 있는 한 일본은 죽었다 다시 살아나도 사죄도, 반성도 않을 것”이라며 친일파 청산을 강력히 호소했다. 서원호 객원기자 guil@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