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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시각] MOU 반성문

    [데스크 시각] MOU 반성문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와 사우디 투자부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사우디 투자 포럼’에서 26건의 계약·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협약별로 예정된 사업비만 조(兆) 단위에 달하는 대규모 협력 프로젝트로 모두 성사된다면 최대 수십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 중에 계속 MOU, MOU 하는 소리가 들린다. ‘Memorandum of Understanding’, MOU는 흔히 양해각서 또는 업무협약으로 해석된다. 보통은 우호적인 당사자들끼리 맺는 MOU를 서로 죽자고 싸우던 이들이 맺는다고 하니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생각난 김에 예전에 썼던 기사 중에 MOU와 관련된 게 어떤 게 있었나 찾아봤다. 우선 삼성전자와 SK매직이 MOU를 맺었다고 쓴 2021년 5월 기사가 보인다. 기자는 당시 MOU를 두고 ‘또 한 번 업계의 판이 흔들리고 있다’고 썼다. 같은 해 10월에는 ‘토스’가 ‘타다’를 인수하며 MOU를 체결했다는 기사를 썼다. 해당 기사 역시 MOU로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처럼 썼다. 그 밖에 다른 기사 중에 MOU가 유독 자주 나왔던 사례는 전임 대통령의 정상외교와 관련된 것들이 있었다. 맨 위에 언급된 산업부와 사우디아라비아의 MOU는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한·사우디 수교 60주년을 맞아 공식 방한했을 때 썼던 2022년 11월 기사의 일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당시 최고의 예우를 보여 주겠다며 빈살만을 ‘한남동 관저’로 초청했는데, 실상은 전세계 최고 부호를 초대하기에 청와대에서 급하게 용산으로 이전한 대통령실이 너무 볼품없었기 때문이었다. 여하튼 필자는 위 기사를 쓰며 ‘사우디발(發) 제2의 중동특수가 본격화됐다’고 적었다. 이듬해 1월에는 윤 전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했을 때 양국이 총 40건의 MOU를 체결했다고 쓰기도 했다. 필자는 현지에서 브리핑한 대통령실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UAE가 “어떤 상황에서도 약속을 지키는 대한민국에 대한 신뢰로 300억 달러 투자를 결심했다”고 썼다. UAE 순방에서는 “우리의 적은 북한, 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윤 전 대통령의 발언이 논란이 됐던 게 문득 기억난다. 3년여 전 ‘실언’이긴 하지만 지금 중동 정세를 보면 새삼 흥미롭게 보인다. 과거 썼던 MOU 기사를 다시 보니 ‘반성문’을 써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얼굴이 화끈거린다. 특히 당장 내일이라도 ‘중동특수’가 다시 올 것처럼 썼던 사우디, UAE 관련 기사들이 그렇다. 우리 기업의 노다지가 될 줄 알았던 네옴시티가 언제 건설될지, UAE의 300억 달러 투자가 언제 이뤄질지 모르지만, 현재로선 이번 중동전쟁이 끝나고 나서 따져볼 일이 됐다. MOU란 게 이렇듯 구속력도, 실효성도, 구체성도 없는 게 대부분이다. 신뢰를 바탕으로 맺는다지만, 지키지 않는다고 책임을 물을 일도 아니다. 그런데 미국과 이란은 이번 전쟁을 급한 대로 MOU로 마무리하려는 것 같다. 대략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고 앞으로 두 달 동안 핵협상을 하고 제재도 일부 해제하는 내용인 듯한데, MOU를 맺은 다음날 호르무즈 해협에서 곧바로 폭발음이 들릴 수도 있겠다. 정상외교에서 맺는 MOU도 지키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하물며 적국끼리 맺는 MOU라면 당장 그다음날 깨진다고 해도 이상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 돌이켜 보면 MOU라고 쓰고 ‘휴지조각’이라고 읽는 경우도 허다하다. 글로벌 골칫거리가 된 전쟁의 당사자들이 맺는 MOU는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까. 기자가 되고 그동안 수많은 MOU 기사를 써왔지만, 이번 MOU만큼은 그대로 ‘받아쓰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안석 국제부장
  • “美 모범 동맹? 한국을 보라” 헤그세스 찬사 이유…“韓 핵잠, 적국에는 딜레마” 평가도

    “美 모범 동맹? 한국을 보라” 헤그세스 찬사 이유…“韓 핵잠, 적국에는 딜레마” 평가도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 추진에 대해 “잠재적 적국에 실질적인 딜레마를 안겨줄 중요한 역량”이라며 지지 입장을 밝혔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해서도 “고무적인 변화”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30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제23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한국을 미국의 주요 동맹 가운데 우수 사례로 여러 차례 언급했다. 그는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 추진과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추진 잠수함에 관해 이야기할 때 나도 그 자리에 있었다”며 “우리는 해상 역량을 확장해 잠재적 적국에 실질적인 딜레마를 안겨줄 의지가 있는 동맹국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잠재적 적국이 우리의 위치와 역량을 궁금해하게 만들면 많은 전략적 딜레마를 창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헤그세스 장관은 ‘잠재적 적국’이 누구인지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전략 경쟁을 벌이는 중국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헤그세스 장관은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요청에 대해 “고정관념을 깨고 정책의 범위를 넓히려는 트럼프 대통령과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신속하게 움직이려는 국가들을 지원하려는 미국의 의지가 가속화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 요청을 수락한 바 있다. 한국 정부도 지난 26일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을 2030년대 중반까지 진수한다는 내용의 ‘장보고 N 프로젝트’를 공식 발표했다. 군 당국은 미국 해군의 버지니아급 공격형 핵잠수함에 준하는 8000t급 핵추진 잠수함 3척 안팎을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비 증액·전작권 전환…한국을 보라”헤그세스 장관은 한국의 국방비 증액과 자체 방위 투자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책임 분담이 어떤 모습인지 보고 싶다면 대한민국을 보라”며 “한국은 전쟁을 학문적 연습처럼 취급할 여유가 없기 때문에 자체 방위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왔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은 최전선에 살고 있으며 진짜 전투력을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5% 수준으로 늘리기로 한 데 대해서도 “위협 환경에 대한 냉철한 이해를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전작권 전환 문제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 대통령 임기 내 전작권 전환 추진에 대해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적극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미국 방위력에 의존하지 않는 동맹의 우수 사례로 거론하며 “전투에서 믿음직한 파트너의 아주 좋은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어 “솔직히 말해 이것은 상식”이라며 “한국처럼 부유하고 강하며 충분한 능력과 동기를 가진 나라가 왜 비상시에 미국의 리더십만을 필요로 하는 관계를 유지하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주도적인 역할을 맡길 원해야 하고, 또 그래야만 한다”며 역할 확대를 주문했다. 그는 한국의 전작권 전환 의지를 두고 “고무적인 변화(Breath of fresh air)”라고도 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미국이 부유한 동맹국들의 안보 비용을 대신 부담해온 시대는 끝났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보호국(protectorates)이 아니라 파트너(partners)”라며 “동맹국들도 안보와 방위에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방위비 분담 확대를 넘어 동맹국이 자국 방어의 주도권을 갖고 미국과 역할을 분담하는 방향으로 동맹 구조를 재조정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을 보여주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제1도련선 앞세워 中 패권 견제헤그세스 장관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견제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태평양에서 미국 접근법의 중심은 제1도련선에 걸쳐 상대의 접근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1도련선은 일본 열도와 오키나와, 대만, 필리핀, 믈라카해협을 잇는 가상의 전략선을 뜻한다. 그는 “중국 등 누구도 패권 행사로 미국과 동맹국들의 안보를 흔들 수 없다”며 “중국의 역사적 군사력 증강과 역내외 군사 활동 확대에 대해 정당한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을 포함한 어떤 국가도 아시아에서 패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과 동맹국, 미국 국민에게 작동하는 안정된 균형 상태를 추구한다”고 말했다.
  • 류기성 장편 ‘죽은 자(이토)가 죄인이다’ - 적군이 마주한 인간 안중근 조명

    류기성 장편 ‘죽은 자(이토)가 죄인이다’ - 적군이 마주한 인간 안중근 조명

    일본인 간수가 곁에서 본 인간 안중근은 어땠을까? 올해는 안중근 의사가 뤼순 감옥에서 생을 마감한 지 116년째 되는 해다. 대중은 1909년 하얼빈역의 총성과 영웅적 면모만 기억하지만, ‘인간 안중근’의 진짜 내면은 간과한다. 소설가 류기성은 편향된 역사의 벽을 허물고자 소설 ‘죽은 자(이토)가 죄인이다’의 화자로 일본인 간수 치바 도시치를 택했다. 죄수와 간수라는 극단적 관계조차 무너뜨린 두 사람의 교감은 안중근이라는 인간이 지닌 깊이를 증명하는 핵심 고리다. 이 작품은 맹목적인 민족주의 프레임을 벗겨내고, 국경을 넘어 적국의 간수마저 매료시켰던 그의 고결한 인품과 ‘동양평화론’의 진정한 가치를 담담히 비춘다. 일본인 간수 치바 도시치는 처음에 안중근을 이토를 살해한 ‘폭도’이자 ‘테러리스트’로 간주했다. 이는 당시 일본 제국주의가 국민에게 주입한 전형적인 세뇌의 프레임이었다. 그러나 옥중에서 안중근이 보여준 의연함과 동양 평화에 대한 고결한 신념은 치바의 편견을 단숨에 끊어버렸다. 류 작가는 안중근이 옥중에서 보여준 소소한 일상의 태도에 주목한다. 죽음을 앞둔 극한의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글을 쓰며 기도를 올렸던 안중근의 모습은 진정한 양생(養生)적 삶의 극치다. 안중근에게 옥중 생활은 단순한 구속이 아니라 자신의 사상을 완성하고 타인을 감화시키는 마지막 여행지였다. 이토 히로부미라는 ‘죽은 자’가 저지른 침략과 학살의 죄악을 안중근은 총탄으로 심판했지만 그가 진정으로 꿈꿨던 것은 피의 복수가 아닌 상생의 길이었다. 일본인 간수조차 인연으로 품어 안았던 안중근의 넉넉한 도량은 오늘날 갈등과 증오로 점철된 우리 사회에 중대한 시사점을 던진다. 치바 도시치가 전역 후 고향으로 돌아가 평생 안중근의 사진과 글씨를 모시고 매일 아침 차를 올렸다는 사실은 안중근의 승리가 단지 하얼빈의 총성에 그치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그것은 적의 영혼마저 구원한 진정한 정신의 승리였다. 류 작가는 이 소설을 쓰게 된 이유에 대해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다. 결과를 탓하기 전에 그 원인을 바로잡아야 하며, 패권적 제국주의를 추구한 일본의 나쁜 정치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잘못된 사상이나 주의가 선량한 국민과 주변 국가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밝히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한 전쟁은 영원히 피할 수 없는 것이겠지만 이 이야기를 통해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사람들이 서로 화해하고 함께 공감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소회를 전했다. 이제 우리는 안중근이 건네는 진실의 열쇠를 들고 우리 내면의 편견을 걷어내야 한다. 아전인수식의 편협한 역사 인식을 넘어 적조차 감화시켰던 그의 위대한 인간성을 우리 삶의 지침으로 삼아야 한다. 류 작가가 빚어낸 ‘인간 안중근’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가장 중대한 역사의 선물이 될 것이다. 평화는 칼날 끝이 아니라 깊은 예의와 인연의 회복에서 시작된다.
  • 약 1400년 만에 열린 진실, 익산 미륵사지가 감춰온 반전 [한ZOOM]

    약 1400년 만에 열린 진실, 익산 미륵사지가 감춰온 반전 [한ZOOM]

    익산을 찾는 이들은 반드시 미륵사지 석탑 앞에서 발길을 멈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석탑이다. 하지만 이 탑을 처음 마주하면 당혹감을 감추기 어렵다. 마치 거대한 주먹이 탑을 내리치기라도 한 듯, 동북쪽 면만 겨우 6층까지 남고 나머지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원래 9층이었을 이 탑의 빈자리는 그 자체로 백제가 견뎌온 모진 세월을 웅변한다. ●마 캐던 소년과 신라 공주의 노래, 서동요 이 탑에 얽힌 서정적인 이야기는 고려 시대 승려 일연이 쓴 ‘삼국유사(三國遺事)’에서 시작된다. 백제 무왕의 어릴 적 이름은 ‘서동’이었다. 마를 캐서 팔아 근근이 살아가는 가난한 소년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어려운 환경에서도 서동은 비범했다.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 ‘선화공주’가 절세미인이라는 소문을 들은 그는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겠다는 대담한 계획을 품고 적국인 신라의 수도 서라벌로 잠입했다. 서동은 서라벌을 돌아다니며 아이들에게 맛있는 마를 나누어 주며 환심을 샀다. 그리고 그 대가로 노래 하나를 부르게 했다. 그것이 바로 “선화공주님은 남몰래 시집가서, 서동 서방을 밤마다 몰래 안고 간다”라는 내용의 ‘서동요(薯童謠)’다. 오늘날로 치면 아이들의 입을 빌려 온 나라에 파격적인 가짜 뉴스를 퍼뜨린 셈이다. 이 노래는 순식간에 진평왕의 귀에 들어갔고, 정조를 의심받은 선화공주는 억울하게 대궐에서 쫓겨나 유배길에 올랐다. 그리고 눈물로 길을 떠나던 공주 앞을 막아선 사람은 다름 아닌 서동이었다. 그렇게 마를 캐던 가난한 소년은 신라 공주와 결혼하였고 마침내 백제의 왕위에 올랐다. 훗날 왕비가 된 선화공주는 부처님의 신비로운 힘이 이 땅에 머물기를 바라며, 미륵사(彌勒寺)를 지어달라고 무왕에게 간곡히 부탁했다. ●깎여 나간 세월, 덧칠해진 상처 639년 완공된 미륵사는 동아시아 최대 규모의 사찰이었다. 세 개의 탑과 세 개의 법당이 나란히 늘어선 구성은 백제의 뛰어난 건축 기술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하지만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가운데 서 있던 거대한 나무 탑은 불에 타 사라졌고, 조선 시대에는 임진왜란의 불길 속에 사찰 전체가 폐허로 변했다. 석탑도 이 무렵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 조선 영조 때 강후진이 쓴 기행문 ‘와유록(臥遊錄)’에는 이미 당시에 탑이 절반쯤 무너져 서북쪽만 6층까지 남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수많은 학자가 탑이 무너진 진짜 이유를 찾으려 애쓰고 있지만 진실은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또 다른 비극이 닥쳤다. 일본은 탑의 붕괴를 막겠다며 시멘트를 들이부었다. 위대한 문화유산은 그렇게 무너진 모습 그대로 흉측한 시멘트를 뒤집어쓴 채 수십 년을 버텨야만 했다. ●약 1400년 만에 드러난 탑 속의 비밀 2001년, 드디어 탑의 원형을 되살리기 위한 작업이 시작됐다. 한 층 한 층 조심스럽게 돌을 들어내며 보수를 진행하던 중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2009년, 탑의 중심을 떠받치고 있던 기둥 안쪽에서 얇은 금판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탑을 세운 목적과 날짜, 인물 등을 기록해 둔 ‘사리봉영기(舍利奉迎記)’였다. 약 1400년 동안 탑 속에 잠들어 있다가 마침내 빛을 본 기록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미륵사를 세워달라고 무왕에게 부탁한 인물이 ‘선화공주’가 아니라, 백제의 귀족 사택적덕의 딸 ‘사택왕후’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천 년 넘게 믿어온 이야기가 단 몇 글자의 기록 앞에서 흔들렸다. 일부 역사학자들은 당시 왕이 부인을 여러 명 두었기에 선화공주와 사택왕후 모두 실존 인물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만약 탑이 무너지지 않고 다른 탑들에도 기록이 남아 있었다면 진실을 확인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그 무엇도 영원히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전란의 불길을 맞고, 알 수 없는 이유로 무너지고, 시멘트로 뒤덮였던 약 1400년의 시간. 서동요와 선화공주, 그리고 미륵사의 전설이 사실인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모진 풍파를 온몸으로 견뎌낸 탑의 존재 그 자체가 아닐까. 오늘도 탑은 묻는다. 눈으로 읽는 기록과 가슴으로 믿는 전설 중 무엇이 더 진실에 가까운지를.
  • 또 동맹국 뒤통수 친 트럼프…고유가 고통 속 ‘원유 선물’ 가득 받은 푸틴 [핫이슈]

    또 동맹국 뒤통수 친 트럼프…고유가 고통 속 ‘원유 선물’ 가득 받은 푸틴 [핫이슈]

    미국 재무부가 러시아산 원유에 대해 특정 국가들이 거래할 수 있는 30일간의 ‘일반 면허’를 발급한다. 사실상 미국이 주도해 제재해 왔던 러시아산 원유 거래 제재를 해제함으로써 중국 경제에 타격을 주겠다는 계산으로 분석된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18일(현지시간) 엑스를 통해 “재무부는 가장 취약한 국가들이 현재 해상에 발이 묶인 러시아산 원유에 일시적으로 접근하도록 30일간의 임시 일반 면허를 발급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조치는 실물 원유 시장을 안정시키고 에너지 취약 국가들에 원유가 공급되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중국의 저가 원유 비축 능력을 제한함으로써 원유 물량이 가장 필요한 국가들로 재배분되게 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 미국 등 서방 국가는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을 묶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 거래 제재를 이어왔다. 이에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미국의 제재를 받는 이란산 원유를 할인된 가격으로 대량 구매해 비축해 왔다. 베선트 장관의 발언은 미국의 러시아산 원유 거래 일시 허가로 가격이 상승하면 중국의 저가 원유 확보 여력이 줄어들 것이라 기대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벌써 세 번째 대러 제재 해제, 푸틴은 신났다미국은 대외적으로 이번 조치가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고 에너지난을 겪는 국가들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상 러시아가 전쟁 자금을 확보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미국 재무부의 조치가 사실상 세 번째 면제 발동”이라며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직후인 지난 3월 처음으로 이미 선적된 러시아산 원유 제재를 한시적으로 풀었고, 4월 한 차례 연장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베선트 장관은 지난달 청문회와 언론 인터뷰에서 러시아산 원유 제재 일시 해제와 관련해 “더 이상의 연장은 없다”고 공언했으나 결국 자신의 발언을 뒤집었다. 진 섀힌·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번 조치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에 “블라디미르 푸틴에 대한 위험하고 정당화할 수 없는 선물”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전략적 우선순위가 오락가락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카리 헤어만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악시오스에 “미국 정부가 위기를 관리하면서 우선순위를 골라야 하는 상황”이라며 “미국은 낮은 휘발유 가격과 이란과의 전쟁을 꼽은 셈”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이번 조치는 유가 상승으로 인한 미국 국내 물가 압박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뒤통수 맞은 우크라이나, 유럽 동맹국들현재 우크라이나와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산 원유 제재가 우크라이나 전쟁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한 핵심 수단이라고 보고 있는 만큼, 미국의 이번 조치는 여러 동맹국들의 반발을 부를 것으로 전망된다. 찰스 리치필드 애틀랜틱 카운슬 지경학센터 부소장은 로이터통신에 “러시아 경제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이야말로 제재로 러시아를 강하게 압박할 시점일 수 있다”면서 “그러나 미 행정부가 그런 결론에 도달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도 민주당 상원의원 14명이 베선트 장관에게 ‘즉각적인 제재 복원’을 촉구하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푸틴에 전쟁 자금 퍼주는 트럼프”한편 이란 전쟁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러시아산 원유 거래 제재 해제가 사실상 적국을 돕는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은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 3월 금융 범죄 전문가인 브렛 에릭슨 옵시디언리스크 어드바이저 책임자는 워싱턴포스트에 “미국이 수년간 공들여 온 (대이란) 제재 구조를 스스로 찢어버리고 있다”며 “이는 단기 조정을 넘어선 완전한 전략적 붕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미국의 제재 완화 조치를 두고 “러시아의 입지만 강화할 것”이라면서 “이번 조치만으로도 러시아는 약 100억 달러를 확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우려는 현실이 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러시아의 3월 원유 수출은 하루 710만 배럴로 전월 대비 32만 배럴 늘었고, 전체 석유 수출도 하루 27만 배럴 증가했다. 더불어 지난 4월 미국의 제재 완화 이후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은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군기지·전투기 무단촬영 중국인 2명 실형…외국인 일반이적죄 첫 적용

    군기지·전투기 무단촬영 중국인 2명 실형…외국인 일반이적죄 첫 적용

    국내에 있는 한국과 미국의 주요 군사시설과 국제공항 등 곳곳에서 전투기 등을 무단 촬영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중국인들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이번 판결은 외국인에게 형법상 일반이적죄를 적용해 유죄가 인정된 국내 첫 사례다.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 박건창)는 14일 형법상 일반이적 등의 혐의로 기소된 중국 고교생 A(18)군에게 징역 장기 2년·단기 1년 6개월, B(20)씨에게 징역 2년을 각각 선고했다. A군에게 장기와 단기의 형이 선고된 것은 소년법상 미성년자에게는 부정기형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범행에 사용된 카메라 등에 대해서는 몰수를 명령했다. A군과 B씨는 두 사람 모두 고등학생 신분이던 2024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3월까지 한국에 각자 3차례, 2차례씩 입국해 국내에서 이·착륙 중인 전투기와 관제시설 등을 카메라로 수백 차례 정밀 촬영하고 이를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이들이 방문한 곳은 수원 공군기지, 평택 오산공군기지(K-55), 평택 미군기지(K-6), 청주 공군기지 등 한미 군사시설 4곳, 그리고 인천·김포·제주국제공항 등 주요 국제공항 3곳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또 중국 회사에서 제조한 무전기로 공항과 공군기지 인근에서 관제사와 조종사의 전기통신을 감청하려고 했으나 주파수 조정에 실패해 미수에 그친 혐의도 있다. 이들은 지난해 3월 21일 오후 수원 공군기지 부근에서 이·착륙 중인 전투기를 무단으로 촬영하다가 이를 목격한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적발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공모해 관제사와 조종사 사이의 통신을 감청하려 하고, 오산 공군기지 등에서 군용기를 촬영한 행위는 대한민국 군사상 이익을 침해할 수 있는 이적행위”라며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이어 “위챗 대화 내용과 입국 경위, 국내 이동 동선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들 사이의 공모 관계가 인정된다”면서 “사진을 통해 확인되는 기체의 전개 상황과 기지의 주요 임무 등은 국가 안보에 중대한 침해가 넉넉히 인정돼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B씨의 감청 행위가 A군에게 위탁해 이뤄진 점, A군이 미성년자인 점, 두 사람 모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하거나 적국에 이익을 공여한 자를 처벌하는 조항을 담은 형법상 일반이적죄를 외국인에게 적용해 실제 유죄까지 선고한 첫 사례다. 안보 위협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사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부산에서도 미 항공모함을 불법 촬영한 중국인 유학생들이 같은 혐의로 먼저 기소됐으나 아직 선고가 나지 않았다.
  • 이란 “美 불발탄 9500개 득템!”…벙커버스터 폭탄 복제하면 벌어질 일 [핫이슈]

    이란 “美 불발탄 9500개 득템!”…벙커버스터 폭탄 복제하면 벌어질 일 [핫이슈]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미국과의 교전에서 불발탄 수천 개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주장이 사실일 경우 이란이 미군의 벙커버스터 등 주요 포탄의 핵심 기술을 획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란 국영방송 프레스TV는 지난 26일(현지시간) “IRGC가 이란 남부 지역에서 불발돼 떨어진 미국 중형 미사일 15기와 불발탄 9500발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란 전역에서 발견된 미군의 불발탄은 역설계(Reverse Engineering)해 기술을 확보하고자 기술 및 연구 부서들로 이관됐다”면서 “GBU-57 벙커버스터 폭탄이 성공적으로 해체돼 관련 당국에 인계됐다”고 덧붙였다. 역설계, 복제 넘어 기술 도약 지름길 될 수도전시에 적국의 군용 무기 역설계는 자주 볼 수 있는 일이다. 미국도 지난 2월 28일 이란 전쟁 개전 후 이란제 샤헤드 무인기(드론)를 역설계한 자폭용 드론 ‘루카스’를 최초로 실전에 투입했다. 루카스의 대당 생산비는 1만~5만 5000달러(한화 약 1500만~8300만원) 수준으로 샤헤드 드론과 비슷하다. 미국이 전쟁의 시작을 알릴 때 사용하는 토마호크 미사일 1기의 가격인 200만 달러(약 30억원) 대비 매우 저렴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미국의 전략폭격기 B-29가 소련 영토에 불시착했고, 소련은 이를 완전히 분해·역설계해 거의 동일한 제품인 투폴레프 Tu-4를 제작했다. 당시 소련이 볼트 규격까지 그대로 복제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적군의 무기를 획득해 분해하고 재구성하는 역설계는 단순한 복제가 아니라 기술 도약의 지름길 역할을 할 수 있다. 소련 역시 과거 미군의 전폭기를 획득해 복제한 뒤 빠르게 전략폭격 전력을 확보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란의 샤헤드 드론을 복제해 제작한 루카스 드론처럼, 전쟁이 장기화하고 휴전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란이 미군 무기를 복제하는 역설적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알자지라 방송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적 압박이 장기화하면서 의도치 않게 이란에 오히려 서방 최신 무기 샘플을 제공하게 됐다”면서 “이란이 실전에서 확보한 무기를 역설계해 복제 모델을 생산한다면 중동 지역의 군사적 균형이 더 심각하게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착에 빠진 종전 협상, 현재 상황은?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 협상 가능성이 여전히 안갯속인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핵무기 보유 저지 등 핵심 문제에 대해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국은 핵 문제를 모든 합의의 핵심 조건으로 보고 있으며, 이란의 핵 프로그램 해결 없이는 해상 봉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특히 이란에 20년간 핵 프로그램 중단과 약 440㎏ 규모의 고농축 우라늄 전량 반출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란은 협상 의지를 내비치면서도 미국의 태도를 문제 삼고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전날 러시아를 방문해 “미국이 이란 해상 봉쇄를 해제하고 군사 행동을 중단할 경우 분쟁 종식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란은 앞서 미국에 호르무즈와 이란 항만 봉쇄를 먼저 해제한 뒤 핵 관련 협상은 추후에 논의하자고 제안했다”면서 “그러나 미국은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전하며 미국이 사실상 이란의 제안을 거절했음을 시사했다. CNN 방송은 양국이 물밑에서 치열한 외교 접촉을 이어가고 있으며 잠재적 합의의 첫 단계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 트럼프, 보고 있나…이란 전쟁 중 ‘매일 1조원씩’ 번 나라 어디? [핫이슈]

    트럼프, 보고 있나…이란 전쟁 중 ‘매일 1조원씩’ 번 나라 어디? [핫이슈]

    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전 세계가 고통받는 가운데 전쟁이 진행되는 한달여 동안 하루 평균 1조 원씩 수익을 거둬들인 나라가 있다. 14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와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러시아의 3월 원유 및 석유제품 수출 수입은 190억 달러(한화 약 28조 원)로, 지난 2월 97억 달러(약 14조 3000억 원)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준으로 집계됐다. 3월 한달 동안 하루에 약 1조 원에 가까운 수입을 거둔 셈이다. 러시아의 지난 2월 수익은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을 시작한 2022년 2월 이후 최저치였다. 불과 한달 사이에 수익이 두 배로 증가한 것은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유가 상승과 미국의 제재 일시 완화 조치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이란 전쟁 이후 러시아 원유 가격은 배럴당 약 46달러 수준에서 78달러까지 급등했다. 경유와 연료유 가격도 동반 상승했다. “푸틴에 전쟁 자금 퍼주는 트럼프”무엇보다 미국 재무부의 러시아산 원유 및 석유제품 제재 면제 조치가 러시아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만드는 데 큰 몫을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해당 조치는 이란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공급 부족이 이어지면서 시장 붕괴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국의 이러한 조치가 사실상 적국을 돕는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미국이 제재해 온 러시아가 역설적으로 미국이 시작한 전쟁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지난달 금융 범죄 전문가인 브렛 에릭슨 옵시디언리스크 어드바이저 책임자는 워싱턴포스트에 “미국이 수년간 공들여 온 (대이란) 제재 구조를 스스로 찢어버리고 있다”며 “이는 단기 조정을 넘어선 완전한 전략적 붕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미국의 제재 완화 조치를 두고 “러시아의 입지만 강화할 것”이라면서 “이번 조치만으로도 러시아는 약 100억 달러를 확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우려는 현실이 됐다. IEA에 따르면 러시아의 3월 원유 수출은 하루 710만 배럴로 전월 대비 32만 배럴 늘었고, 전체 석유 수출도 하루 27만 배럴 증가했다. 원유 생산량 역시 하루 896만 배럴로 소폭 확대됐다. 수요 측면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미국의 제재 완화 이후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은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美 “더 이상의 제재 완화는 없다”미국의 러시아산 석유 제재 완화 조치는 지난 11일 만료된 가운데 미국은 해당 조치의 연장을 하지 않을 방침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14일 미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은 이란산·러시아산 원유 제재 완화 해제를 갱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당국은 미 행정부의 역설적 조치로 큰돈을 벌게 됐지만 경제적 부담은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 재무부는 올해 1분기 재정 적자가 600억 달러를 넘어 이미 2026년 연간 예상 적자를 초과했다고 밝혔다. 푸틴이 5년 동안 쓴 ‘전쟁 비용’ 약 956조 원앞서 우크라이나 매체 유나이티드 24가 키이우 경제대학의 율리아 파비츠카 교수와 JP모건 및 도이치뱅크 출신 은행가인 로만 술지크와 함께 러시아 경제 구조를 파악하고 전쟁에 든 비용을 산출한 결과, 러시아는 2021~2025년까지 군사 및 안보 지출에 최소 50조 6000억 루블(한화 약 956조 원)을 배정했다. 연간 환율을 고려하면 약 5800억~6000억 달러(약 840조~870조 원)에 해당하며 매우 보수적인 기준으로 계산한 것이다. 분석에 참여한 술지크 은행가는 “러시아가 지금까지 전쟁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재정적 수완보다는 안정적인 수출 수익과 전쟁 이전의 현금 보유고에 더 의존해 왔기 때문”이라면서 “다만 현재는 이 두 가지 모두가 압박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러시아는 전쟁을 지원하고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매년 750억~1000억 달러의 외화를 소진하고 있다”면서 “현재 러시아를 지탱하는 것은 석유와 가스 수입이다. 이 수입이 의미 있게 감소한다면 시스템이 무너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통행비 지급이냐 고립 장기화냐… 딜레마에 갇힌 한국 선박

    통행비 지급이냐 고립 장기화냐… 딜레마에 갇힌 한국 선박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미국이 역봉쇄에 나섰는데도 실제 현장에서는 일부 외국 국적 유조선들이 잇따라 통과하는 ‘봉쇄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선박들은 정부가 동맹국인 미국과 선박 안전을 담보할 당사자인 이란 사이 ‘통항 딜레마’에 빠지면서 발이 묶여버렸다. 호르무즈 해협에 기약 없이 갇힌 우리 선박 26척은 정부가 안전을 담보하면 해협을 빠져나올 수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이에 정부는 공격자로 의심받는 이란에 특사를 보내 직접 통항 협상에 나섰다. 청와대는 14일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내 선박의 안전과 통항 관련 유관국들과 소통하고 있고, 선박 안전 차원에서 유관국에 선박 정보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선박 정보는 미국과 이란이 지난 7일(현지시간) 2주간 휴전을 선언한 이후 이란에 전달됐다. 이런 가운데 외교부는 전쟁 피해지역의 상황 완화를 위해 이란에 50만 달러(약 7억 5000만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를 통해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노력에도 이란이 미국의 전쟁 상대국인 까닭에 적극적인 통항 협상을 벌이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선박을 호르무즈 해협에서 빼내기 위해 ‘미국의 적국’인 이란과 손을 잡아야 하는 동시에 ‘우리 동맹국’인 미국과의 외교 관계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선박은 이란에서 출발한 선박이 아니어서 미국의 봉쇄 대상은 아니다. 따라서 이란과 안전 문제만 합의하면 해협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계속 틀어지며 대립각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이란과 독자적인 협상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칫 미국이 한국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선택을 요구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지독한 딜레마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란이 요구하는 통행비를 내고 우리 선박을 빼내기도 어려운 처지다. 통행비 200만 달러(약 30억원)를 한 번이라도 내는 선례를 남기면 앞으로 매년 수조원의 통행비를 내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면 국내로 유입되는 원유의 수입 가격은 전쟁이 끝난 뒤에도 계속 높은 수준이 유지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이란과의 안전 문제를 협상하지 않고 호르무즈 해협 돌파를 강행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란의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우리 선박의 고립이 장기화하면 중소 선사의 비용 부담과 국내 원유·나프타 수급 위기 상황은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
  • 열다 만 호르무즈… 총구 안 거둔 미군

    열다 만 호르무즈… 총구 안 거둔 미군

    “이란 하루 15척 이하 제한·통행료 부과” 트럼프 “합의 미이행 땐 사격 개시” 경고사전 허가받아야 호르무즈 통과… 이란, 가까운 대체 항로 제시 미국과 이란이 2주간 휴전에 돌입한 첫날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대규모 공습을 단행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봉쇄되는 등 중동 정세가 여전히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하루 통과 선박을 10여척으로 제한하고 통행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항로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레바논이 휴전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놓고 미국과 이란이 이견을 보이고 있어 휴전 협정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이란 파르스 통신은 8일(현지시간) 이란 당국이 이날 오전 일부 유조선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을 허가했다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 소식이 전해진 후 곧바로 봉쇄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도 호르무즈 해협이 전면 폐쇄되면서 해협을 통과하려던 유조선들이 급격히 뱃머리를 돌렸다고 전했다. 레바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한 이번 공습으로 레바논에선 14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휴전 기간에도 대대적 공습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악순환이 반복되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란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군사 행동을 재개하겠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트루스소셜에 미군의 모든 중동 전력이 합의 이행 때까지 이란과 그 주변에 머물 것이라며 “만약 어떤 이유로든 합의가 이행되지 않는다면 그 즉시 그 누구도 본 적 없는 더 크고 강력한 방식으로 ‘사격’이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핵무기 금지는 이미 오래전에 합의됐고, 호르무즈 해협은 앞으로도 개방되고 안전할 것”이라며 이란을 압박했다. 이란은 휴전 합의 조건인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여전히 협상 지렛대로 사용하는 모습이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9일 파키스탄에서 열리는 미국과 이란의 협상을 앞두고 이란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하루에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이 15척 이하로 제한된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전쟁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동 전쟁 발발 이전 하루 통행량이 135척가량인 걸 감안하면 10분의1도 안 되는 수준이다. 이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4척에 불과했다. 앞서 휴전 합의 당일 유조선 2척이 해협을 안전하게 통과하기도 했지만, 하루 만에 상황이 합의 이전으로 돌아간 셈이다. 또 해협을 지나는 선박은 이슬람혁명수비대와 사전 조율을 거치도록 요구해 사실상 이란의 ‘허가’ 없이는 통과가 불가능하도록 했다. 통과 선박은 사전에 통행료를 협의해 암호화폐나 중국 위안화로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통행료는 선박 규모에 따라 달리 적용되며, 초대형 유조선의 경우 최대 200만 달러(약 3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자국 또는 우호국 선박에는 통행을 허용하거나 낮은 비용을 부과하고, 적국인 미국이나 이스라엘과 연계된 국가 선박은 차단하는 차등 체계를 구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통과가 허용된 선박들은 기존 항로 대신 이란 혁명수비대가 제시한 두 가지 대체 항로를 이용해야 한다. 이란 게슘섬과 라라크섬 사이, 이란 연안을 따라 오만만으로 빠져나가는 좁은 통로다. 이란은 기뢰 위험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란 쪽 수역과 가까워 선박 이동을 감시하려는 목적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달 넘게 막혀 있던 글로벌 에너지 물류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했던 국제사회는 자칫 어렵게 마련된 ‘휴전의 판’까지 깨지는 것은 아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물량의 20%가 지나는 목구멍과 같은 곳이라 국제 유가와 에너지 시장에 충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백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란과의 첫 번째 종전 협상이 11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다고 밝혔다. 미국 측 협상단은 JD 밴스 부통령과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등이 이끌 예정이다. 이란 측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 등을 중심으로 협상단을 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 어부가 바다서 ‘중국 수중 드론’ 낚은 사연…인도·태평양 전역 감시용? [밀리터리+]

    어부가 바다서 ‘중국 수중 드론’ 낚은 사연…인도·태평양 전역 감시용? [밀리터리+]

    인도네시아에서 어업 중이던 한 어부가 중국제 무인 잠수정(UUV)과 매우 흡사한 물체를 발견하고 당국에 신고했다. 이탈리아 유력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 등 외신의 지난 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문제의 무인 잠수정은 인도네시아 서누사텐가라주 길리 트라왕안에서 약 16㎞ 떨어진 해역에 떠다니다 어부에 의해 발견됐다. 해당 어부와 주민들은 즉시 당국에 신고했고 무인 잠수정은 곧바로 출동한 전문가들에 의해 육지로 옮겨졌다. 경찰은 혹시 모를 폭발물에 대비해 현장을 통제했고, 당국의 폭발물 처리 및 화학·생물·방사능 폭발물 처리반이 투입돼 정밀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폭발물이나 방사성 물질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해당 물체가 중국조선공업그룹(CSIC)에서 개발한 수중 로봇 또는 센서 시스템으로 추정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중국조선공업그룹은 중국 국유 조선·방산 기업으로 중국 해군과 정부, 수출 시장을 겨냥한 구축함과 항공모함, 호위함, 상륙함 등을 제작한다. 해당 그룹이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 잠수정은 추가 분석을 위해 인도네시아 마타람 해군기지 사령부에 보관됐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장치에는 중국어로 ‘研制’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이는 ‘연구 개발’ 또는 ‘개발’을 의미한다. 또 여러 케이블과 센서가 장착돼 있었으며 상단에는 해양 연구 장비가 수납된 덮개가 있었다. 특히 음향 도플러 유속계(ADCP)가 전문가들의 눈길을 끌었다. 음향 도플러 유속계란 물속의 흐름(유속)을 측정하는 장비로, 소리(음파)와 도플러 효과를 이용해 작동한다. 음파탐지기와 유사한 수중 음향 측정 장치다. 이를 최초 보도한 라 레푸블리카는 “인도네시아 해역에서 발견된 이 수중 드론으로 추정되는 물체는 중국이 인도·태평양 지역 전반에 걸쳐 해상 감시 활동을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일은 중국이 전략적 해상 항로를 파악하고 외국 해군 활동을 감시하기 위해 첨단 무인 잠수정(UUV)과 대형 무인 잠수정(XLUUV)을 공격적으로 배치하는 추세의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당국은 해당 보도와 관련해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세계 각국이 ‘물속 드론’에 뛰어드는 이유한편 인도네시아 앞바다에서 발견된 무인 잠수정은 사람이 탑승하지 않고 원격 또는 자율적으로 운용되는 ‘물속 드론’이다. 군사, 과학,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군사적 활용도가 극도로 높아진 무인 잠수정은 기뢰 탐지 및 제거, 잠수함 등 해저 감시, 해저 케이블 감시, 정보·정찰(ISR) 등의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중국 등 각국을 중심으로 초대형 수중 드론인 대형 무인 잠수정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수천 ㎞를 항해하면서 AI 기반의 자율 항법 기능을 탑재하고 있고, 군집 운용이나 수중 통신 기술 발전을 통해 해상 통제권을 강화하려는 국가 사이에서 필수 장비로 꼽힌다. 무인 잠수정은 인명 피해 위험이 없고 장기간 임무 수행이 가능하며 심해까지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수중 통신과 배터리 지속시간이 매우 제한적이고, 회수 가능성이 적어 적국에 핵심 기술 유출의 위험성이 있다는 단점이 있다.
  • “이재명 솔직·대범” 김정은 평가에 기대 커지자…北 “개꿈 같은 소리” 일축

    “이재명 솔직·대범” 김정은 평가에 기대 커지자…北 “개꿈 같은 소리” 일축

    북한이 이재명 대통령의 무인기 침투 사건 유감 표명에 대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내놓은 ‘이례적 평가’가 남북 관계 개선의 신호가 아님을 분명히 하며, 대남 적대 노선을 재확인했다. 김 위원장이 이 대통령을 향해 “솔직하고 대범하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긍정적인 해석이 일자 북한 당국은 “희망 섞인 해몽”이라며 일축했다. 조선중앙통신은 7일 장금철 외무성 제1부상 겸 10국 국장 명의 담화를 내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가장 적대적인 적수국가인 한국의 정체성은 당국자가 무슨 말과 행동을 하든 결단코 변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을 ‘적국’으로 규정하며 대남 강경 기조를 분명히 한 것이다. 앞서 이 대통령이 전날(6일) 국무회의에서 대북 무인기 침투 사건에 유감을 표명하자 북한은 10시간여 만에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 명의의 담화를 내고 “스스로를 위한 현명한 처사”라고 평가한 바 있다. 김 총무부장은 담화에서 “우리 국가수반은 이를 솔직하고 대범한 사람의 자세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후 한국에서 긍정적 해석이 잇따르자 장 제1부상이 곧바로 거친 표현을 동원한 담화로 이를 차단하고 나선 셈이다. 남북관계 재개 여지를 봉쇄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와 관련, 장 제1부상은 “참으로 가관”이라며 “한국 측이 우리 정부의 신속한 반응을 놓고 ‘이례적인 우호적 반응’, ‘정상들 사이의 신속한 호상 의사확인’으로 받아들이며 개꿈 같은 소리를 한다면 이 역시 세인을 놀래우는 멍청한 바보들의 ‘희망섞인 해몽’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 총무부장 담화의 본질은 ‘분명한 경고’였다고도 강조했다. “안전하게 살려면 이렇게 솔직하게 자기 죄를 인정할 줄도 알아야 하고, 편하게 살려면 우리에게 집적거리지 말라”는 것이 담화의 핵심이었다는 설명이다. 이 대통령에 대한 김 위원장의 평가에 대해서도 “뻔뻔스러운 것들 무리 속에 그나마 솔직한 인간도 있었나 하는 속내였을 뿐”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 아프간서 납치된 선교단 구출 연기하더니… 현빈, 국정원 ‘명예 방첩요원’ 됐다

    아프간서 납치된 선교단 구출 연기하더니… 현빈, 국정원 ‘명예 방첩요원’ 됐다

    국가정보원이 배우 현빈(43)을 ‘명예 방첩요원’으로 위촉했다. 현빈은 2023년 영화 ‘교섭’에서 중동 전문 국정원 요원 박대식 역할을 연기한 바 있다. 국정원은 7일 현빈을 명예 방첩요원으로 위촉하고 방첩의 개념과 중요성을 알리는 활동에 함께 나선다고 밝혔다. 방첩은 국가 안보와 국익에 반하는 외국의 정보활동을 찾아내고 견제·차단하기 위한 활동 전반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북한 간첩을 색출하는 정도의 개념으로 여겨졌지만, 지난 2월 개정된 형법은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해 북한만이 아닌 외국의 간첩 행위로부터 국익을 지킬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현빈은 2007년 벌어진 샘물교회 선교단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 실화를 배경으로 한 영화 ‘교섭’에서 외교관 정재호(황정민 분)의 원칙적 협상을 보완하는 현실적이고 저돌적인 행동파 국정원 요원 박대식으로 분해 이슬람 무장정파 탈레반과의 교섭을 뒤에서 지원하는 연기를 펼쳤다. 국정원 관계자는 “최근 외국에 의한 첨단기술·방위산업 기밀 유출 등 국가 생존을 위협하는 사건이 빈발해 방첩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빈틈없는 방첩 활동을 통해 국민 기대에 적극 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이라크 배 통과” 호르무즈 문 살짝 연 이란…시장, 왜 콧방귀 뀌었나 [핫이슈]

    “이라크 배 통과” 호르무즈 문 살짝 연 이란…시장, 왜 콧방귀 뀌었나 [핫이슈]

    이란이 사실상 봉쇄해온 호르무즈 해협을 전면 개방하는 대신 국가와 화물 성격에 따라 선별적으로 통과를 허용하겠다는 뜻을 구체적으로 드러냈다. 이라크 선박은 예외로 두고 자국으로 향하는 생필품·사료 운반선도 들여보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적용 기준은 여전히 불분명해 국제 해운업계와 시장의 불안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군을 통합지휘하는 하탐 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의 에브라힘 졸파가리 대변인은 4일(현지시간) 국영 IRNA를 통해 공개한 아랍어 영상에서 이라크를 “형제국”이라고 부르며 “호르무즈 해협에 부과한 어떤 제약에서도 제외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 제약이 “적국”에만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란 측이 “적과 연계된 선박을 제외하고는 열려 있다”는 식의 추상적 표현을 내놓은 적은 있지만, 특정 국가를 직접 거론해 예외를 선언한 것은 한층 구체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발언이 페르시아어가 아니라 아랍어로 공개됐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란이 이라크는 물론 걸프권 아랍 국가들에 “우호국은 통과시킬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누구를 우호국으로 보고, 어떤 선박을 적국 관련 선박으로 분류하는지는 여전히 공개되지 않았다. ◆ “생필품은 허용”…인도주의 통로 열었다지만 이란은 같은 날 자국 항구로 향하는 생필품 선박에 대해서도 통과 허용 방침을 내놨다. 로이터는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 보도를 인용해 이란 농업부 측 문건에 “인도적 물품, 특히 생필품과 사료 등을 실은 배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허용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전했다. 현재 오만만에 있는 선박도 이란 당국과 조율해 통과 프로토콜을 따르라는 취지다. 겉으로만 보면 이란이 봉쇄 수위를 일부 낮춘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장은 이를 곧바로 ‘정상화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라크 예외 조치가 이라크 국적 선박에만 해당하는지, 아니면 이라크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까지 포함하는지도 불명확하다. 인도주의 화물을 실은 선박 역시 이란으로 들어오는 배만 허용되는지, 이미 페르시아만 안에 고립된 선박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데도 적용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결국 핵심은 “문을 조금 열었다”는 발표보다, 실제로 선사들이 그 위험을 감수하고 해협에 들어갈 수 있느냐다. 로이터가 전한 이라크 당국자 반응도 비슷하다. 종이에 적힌 예외보다 중요한 것은 해운회사가 실제 항해를 결심할 만큼 안전하다고 느끼느냐는 것이다. ◆ 일부는 지나갔지만…호르무즈는 아직 ‘정상’과 멀다 실제 통과 사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프랑스 선주 소유의 컨테이너선 ‘CMA CGM 크리비’호는 2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 이후 서유럽 연계 선박이 이 해협을 지난 사실이 확인된 첫 사례로 주목받았다. 같은 시기 일본 관련 LNG선과 오만 선박들도 일부 통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 몇 건의 사례를 두고 해협이 다시 열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로이터는 일본 관련 선박 수십 척이 여전히 발이 묶여 있고 일부 선박은 자국 연관성을 강조하거나 위치추적장치(AIS) 정보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통과를 시도했다고 전했다. 이는 지금의 호르무즈가 국제 규범에 따라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항로라기보다, 국적과 정치적 신호에 따라 통과 가능성이 달라지는 고위험 수역에 가깝다는 뜻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와 LNG 해상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 핵심 요충지다. 이란이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해협 통제를 강화하면서 에너지 가격과 물류 불안이 동시에 커졌고 유엔과 국제해사기구(IMO)도 인도주의 화물의 안전 통과 필요성을 거듭 강조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이번 ‘선별 개방’ 발표는 봉쇄 해제라기보다, 이란이 해협 통제권을 쥔 채 우호국과 필수 물자만 예외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메시지에 더 가깝다. 결국 시장이 보고 있는 것은 이란의 발표문이 아니라 실제 운항 데이터다. 이라크 선박과 생필품 운반선에 대한 예외가 이어지더라도, 적용 기준이 불투명하고 무력 충돌 위험이 남아 있는 한 호르무즈 불안은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 “부분 허용”이 “정상 통항 회복”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이란이 정치적 신호를 보내는 수준에 그칠지는 앞으로 실제 통과 선박 수가 말해줄 가능성이 크다.
  • 트럼프, 이란서 ‘비밀 신무기’ 쓸까…“베네수 군인의 ‘뇌 터뜨린’ 그것” [밀리터리+]

    트럼프, 이란서 ‘비밀 신무기’ 쓸까…“베네수 군인의 ‘뇌 터뜨린’ 그것” [밀리터리+]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이란 지상군 투입 시 베네수엘라 작전 당시 사용했던 신형 비밀 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 정치군사 전문가들은 3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지상 작전 성공을 위해 ‘디스컴버뷸레이터’(Discombobulator·교란 장치)를 사용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디스컴버뷸레이터는 미국이 지난 1월 초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체포 작전에서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신무기다. 일부 외신은 미군의 베네수엘라 작전 당시 마두로의 경호원들이 갑자기 무릎을 꿇고 입과 코에서 피를 쏟아냈다고 보도했다. 또 미군의 진입 전후 건물 내 군사 장비가 작동을 멈췄다는 증언도 있었다. 정식 명칭은 알려지지 않았으며 미군도 해당 무기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은 적은 없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4일 뉴욕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적의 장비를 작동하지 않게 만들었다. 그들(베네수엘라)은 로켓을 전혀 발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디스컴버뷸레이터에 대해서 말하고 싶지만 말하면 안 된다”며 구체적인 설명을 피했다. 마크 할페린 미 정치 평론가는 자신이 운영하는 온라인 정치·토론 플랫폼 투웨이(2WAY)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핵무기를 사용할 것 같지는 않다”면서 “다만 이란이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최대한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언급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이 협상장에 나와 항복하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역사상 어떤 정부나 군대도 사용한 적 없는 뭔가를 이용해 이란을 공격할 것 같다”면서 “지금까지 사용한 것을 넘어서는 최대 수준의 조치는 바로 디스컴버뷸레이터”라고 주장했다. 미 특수부대 출신인 짐 핸슨 미들이스트포럼 수석 전략가 역시 폭스뉴스에 출연해 미군이 이란 우라늄 탈취를 시도하며 디스컴버뷸레이터를 사용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핸슨은 “미군에게 엄청난 우위를 만들어 주는 여러 강점 중 하나가 바로 디스컴버뷸레이터”라며 “이 무기는 모두를 혼비백산하게 만드는 지향성 에너지 섬광탄이다. 이걸 이용하면 우리 군이 들어갔다가 안전하게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82공수사단·네이비실 등 수천 명 중동 도착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 협상이 극도로 잘 되고 있다”며 조기 합의 가능성을 내비친 동시에 지상전 준비도 이어가는 ‘투 트랙’ 행보를 보이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30일 미 당국자 두 명을 인용해 “육군 정예 82공수사단 소속 수천 명이 중동에 도착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제82공수사단 여단전투단은 육군의 긴급 대응 부대로, 24시간 이내에 전 세계 어디로든 전개될 수 있다. 이들은 적국이나 분쟁 중인 지역에 낙하산으로 투하돼 비행장과 지상을 확보하는 임무를 맡는다. 한 소식통은 이란 영토 내로 지상군을 투입할 결정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지만, 이번 파병이 향후 지역 내 잠재적 작전 수행 능력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CBS 뉴스 역시 30일 “미군 특수부대 수백 명이 중동에 도착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선택권을 확대할 수 있는 병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에 중동에 도착한 특수부대에는 육군 레인저와 해군 네이비실이 포함됐다. 지난 주말에는 미 해병 약 2500명이 중동에 도착하는 등 파병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종전 협상이 불발하면 하르그 섬을 완전히 초토화하겠다고 경고했다가, 측근에게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없이도 전쟁을 끝낼 의향이 있다는 뜻을 전하는 등 상반된 메시지로 혼선을 더하고 있다.
  • 트럼프 “호르무즈 재개방 없이 종전” 폭탄 발언…구체적 시기는? [핫이슈]

    트럼프 “호르무즈 재개방 없이 종전” 폭탄 발언…구체적 시기는? [핫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 없이도 이란을 상대로 한 군사작전을 끝낼 의사가 있다는 입장을 참모들에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 책임을 동맹에 떠넘긴 채 전쟁에서 발을 빼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30일(현지시간) 미 당국 관계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주된 목적인 이란의 해군과 미사일 전력 약화를 달성한 뒤 군사작전을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자유로운 교역 재개는 외교적으로 압박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어 “외교적 압박이 실패한다면 미국은 유럽과 걸프 지역의 동맹국에 호르무즈 해협 개방 노력을 주도하라고 압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SNS에 “이란과 합의가 안 되면 이란의 발전소·담수화 시설 등에 대한 초토화 공격을 할 것”이라고 위협한 뒤 개전 4~6주 후 군사작전을 끝낸다는 일정도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일각에서는 개전 6주째가 되는 다음 주 극적인 휴전 합의가 나오지 않는다면, 미국이 파병 지상군을 동원한 대규모 공격을 가한 후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무관하게 자의적인 승리 선언을 하고 전쟁을 끝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무책임한 트럼프 대통령, 미국도 경제적 피해 올 것일각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없이 일방적으로 승리 선언을 하고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태도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잰 멀로니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 이란 전문가는 월스트리트저널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시작한 전쟁을 해협을 다시 개방하지 않고 끝내는 것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에너지 시장은 선천적으로 글로벌하다”면서 “해협 폐쇄가 계속되면 훨씬 더 심각해질 경제적 피해로부터 미국을 격리할 가능성은 없다”며 미국도 호르무즈 해협 장기 폐쇄로 인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이스라엘이 시작한 전쟁으로 인해 폐쇄된 호르무즈 해협을 두고 동맹국에게 책임을 전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그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에너지 수입과 관련해 미국의 의존성이 낮다고 강조하며 “호르무즈 문제는 다른 나라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 영국과 독일 등 동맹국을 향해 호르무즈 해협 안전을 위한 군함을 파견하라고 압력을 가했다. 그러나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특정 날까지 개방하지 않을 경우 이란의 민간 에너지 시설을 폭격하겠다고 위협하는 등 일관되지 않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미 82공수사단·네이비실 등 수천 명 중동 도착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 메시지로 전 세계가 혼란을 겪는 가운데 미 지상군은 잇따라 중동 지역에 도착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미 당국자 두 명을 인용해 “육군 정예 82공수사단 소속 수천 명이 중동에 도착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제82공수사단 여단전투단은 육군의 긴급 대응 부대로, 24시간 이내에 전 세계 어디로든 전개될 수 있다. 이들은 적국이나 분쟁 중인 지역에 낙하산으로 투하돼 비행장과 지상을 확보하는 임무를 맡는다. 한 소식통은 이란 영토 내로 지상군을 투입할 결정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지만, 이번 파병이 향후 지역 내 잠재적 작전 수행 능력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CBS 뉴스 역시 30일 “미군 특수부대 수백 명이 중동에 도착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선택권을 확대할 수 있는 병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에 중동에 도착한 특수부대에는 육군 레인저와 해군 네이비실이 포함됐다.
  • “나 다음 주 이란 파병 가”…“미군 병사들, 유흥업소서 기밀 술술” 주장 파문 [핫이슈]

    “나 다음 주 이란 파병 가”…“미군 병사들, 유흥업소서 기밀 술술” 주장 파문 [핫이슈]

    이란과 전쟁 중인 미국의 병사들이 유흥업소에 출입해 파병 시기 등 민감한 정보를 유출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뉴욕포스트 등 현지 언론은 30일(현지시간) 샌디에이고 등 각지에서 활동하는 스트립 댄서인 참 데이즈의 주장을 소개했다. 틱톡 팔로워가 90만명에 달하는 데이즈는 최근 자신의 계정에 올린 영상에서 “군사기지가 있는 도시 몇 곳의 클럽에서 일하는데, 최근 많은 군인이 와서 돈을 펑펑 쓰는 걸 봤다”고 말했다. 이어 “군 파병에 대한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리고 싶지는 않지만, 내가 일하는 클럽에 오는 젊은 군인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됐다”면서 “일부 군인들은 감정적으로 예민하거나 우울해 보였고 ‘다음 주에 파병 간다’라고 말하더라”고 덧붙였다. 데이즈는 “스트립 클럽을 찾는 군인 대부분이 매우 예의 바르고 조용했고, 일부는 너무 어려 보여서 ‘아기’라고 부르기까지 했다”면서 “어린 청년들을 보니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고 전했다. 이 여성의 발언이 어디까지 진실인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기밀 보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인도의 대표적인 매체인 이코노믹타임스는 31일 “틱톡 인플루언서의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미군 내 작전 보안 위험이 부각됐다. 젊은 장병들이 민감한 파병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면서 “이러한 정보는 모호한 내용일지라도 적대 세력에 의해 악용될 수 있어 우려를 낳는다”고 전했다. 이어 “파병이 장병들에게 미치는 정신적 고통뿐만 아니라 파병 시기와 관련한 민감한 정보, 심지어 모호한 정보조차도 공식 채널을 벗어나 얼마나 쉽게 공유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미 국방부는 파병 배치 날짜와 위치, 부대 현황 등 모든 정보가 보안 채널 외부에서 공개 또는 비공개적으로 공유될 경우 보안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여기에는 SNS 게시물과 민간인과의 대면 또는 온라인 대화도 포함된다. 중동에 속속 도착하는 미 지상군한편 미 지상군은 중동 지역에 잇달아 도착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30일 미 당국자 두 명을 인용해 “육군 정예 82공수사단 소속 수천 명이 중동에 도착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들 병력은 제82공수사단 본부 요원들과 일부 군수·기타 지원 부대, 1개 여단전투단으로 구성돼 있다. 병력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배치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제82공수사단 여단전투단은 육군의 긴급 대응 부대로, 24시간 이내에 전 세계 어디로든 전개될 수 있다. 이들은 적국이나 분쟁 중인 지역에 낙하산으로 투하돼 비행장과 지상을 확보하는 임무를 맡는다. 앞서 지난 27일에는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 중이던 제31해병원정대(MEU) 소속 2500명을 포함한 해병대·해군 병력 3500명이 중동에 도착했다. 미국에서 출발한 제11해병원정대 소속 해병대 수천 명도 중동으로 이동하고 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상군 1만명 추가 파병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들은 이란의 원유 수출 거점 하르그섬이나 남부 해안 등 전략적 요충지를 점령하거나, 이란 핵 시설에 침투해 고농축우라늄(HEU)을 확보하는 제한적 지상 작전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합의가 조기에 도출되지 않으면 이란의 모든 발전소와 유정, 하르그 섬, 담수화 시설을 폭파해 완전히 초토화할 수 있다”며 압박성 메시지를 내놓았다.
  • [열린세상] 호르무즈 호위 작전의 난제

    [열린세상] 호르무즈 호위 작전의 난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풀기 위해 우리를 포함한 서방 7개국에 선박 호위 작전 목적으로 해군 함정 파견을 요청함으로써 여러 정부를 놀라게 했다. 현재 유럽 국가들은 이 요청을 거절했고 일본은 종전 후 기뢰 제거 작전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락가락 말을 바꾸고는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해협 봉쇄를 풀기 원하며 이에 한국이 기여해 주기를 바라면서 무언의 압력을 넣고 있다. 우리는 이 해협 봉쇄로 가장 피해를 보는 나라 중 하나이다. 또한 해양 수송로의 자유 통항 보장을 원하며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나라임은 분명하다. 게다가 그 요청 방식이 거칠고 불투명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동맹국인 미국이기에 거절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 그렇지만 이런 불가피성이 존재하더라도 우리의 군함을 파견하는 것은 참전에 준하는 사안이므로 깊은 전략적 고려를 한 다음에 결정할 필요가 있다. 우선 호위함 파견이라지만 이는 전쟁 행위가 지속되고 있는 지역에 미국을 도와 참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베트남 전쟁에 이어 역사상 두 번째로 미국의 전쟁에 참전국이 된다는 결심을 먼저 해야 한다. 이는 이란을 우리의 적대국으로 간주한다는 말이며 이란과 교전 상태에 들어가는 것을 뜻한다. 우리가 호위 함정만 파견하더라도 이란은 이를 선전포고로 간주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란은 여태까지 우리의 선린국이었으며 미국 제재 이전에는 우리와 교역도 많이 한 나라였다. 두 번째, 미국을 도와 참전하더라도 미국의 전쟁 목표와 출구 전략을 명확히 파악한 다음에 참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 말이 서로 다르고 또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계속 바뀌고 있어 미국의 전쟁 목표는 종잡을 수가 없다. 이란 공격 목적이 어느 정도 달성되었으니 곧 종전할 것이라고 하다가 지상군 투입을 말하고 있다. 미국 측의 진정한 의도를 모르고 참전한다면 우리는 출구 없는 미로에 빠질 위험이 있다. 세 번째, 단순한 호위 작전이라 하지만 미 해군도 아직 이란의 지대함 미사일이나 기뢰, 수중 드론을 피해 가면서 선박을 호위하는 작전을 시도하지 않고 있다. 이러니 호르무즈 해협의 전투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도 없다. 이 상황에서 함정을 파견한다면 함정의 무장 수준이나 교전 수칙을 정하지도 못한 채 애매하게 파견할 수밖에 없다. 군함 파견을 하려면 이란군으로부터 어떤 수준의 피해를 입을 때 어느 수준으로 대응하라는 명백한 교전 수칙이 있어야 현지 함장이 부대를 지휘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원칙도 없이 군함을 파견한다면 어불성설인데, 지금 이것을 제대로 작성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네 번째, ‘무력은 모든 외교적 방법을 다 소진한 연후 사용해야 한다’는 게 국제정치의 불문율이다. 미국 말만 듣고 파병하지 말고 이란과 외교적 담판을 해 봐야 한다. 이란은 적국 함정이 아닌 경우 통항을 허용한다고 했으며 중국과 인도 선박들은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우리도 예외를 인정받게 되면 호위 작전의 필요성이 거의 없어지게 된다. 우리는 글로벌 강국 지향을 외교 목표로 내세우고 있는데 이런 강국은 전략적 판단에 입각한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동맹인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중요한 나라들과의 관계도 잘 유지하는 포괄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 우크라이나전에 우리가 살상 무기를 직접 지원했다면 종전 후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이 힘들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란과의 미래 관계를 생각해야 하고 유럽 등 다른 서방국들이 미국의 요청을 거절한 사유도 감안해야 한다. 복잡하고 불안정한 정세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단답형 답변을 내밀면 안 된다. 미국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어느 정도 필요한 준비는 하면서 국내 여론과 전쟁 동향, 타국 움직임 등을 고려해 맞춤형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백순 법무법인 율촌 고문·전 호주대사
  • “푸틴에 전쟁 자금 퍼주는 트럼프”…러, 美 코앞에서 당당히 원유 판 비결 [핫이슈]

    “푸틴에 전쟁 자금 퍼주는 트럼프”…러, 美 코앞에서 당당히 원유 판 비결 [핫이슈]

    석유 공급이 끊긴 쿠바가 전력난으로 인도적 위기에 맞닥뜨리자 미국 정부가 원유를 실은 러시아 유조선의 입항을 용인했다. 앞서 미국이 쿠파베 대한 압박을 강화하면서 러시아를 포함한 외부에서 석유를 거의 들여오지 못하는 상태가 됐고 이는 전 지역 대규모 정전 등 에너지난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최근 미국이 이란전쟁으로 글로벌 원유 공급망이 무너지고 국제 유가가 들썩인 데다 쿠바의 에너지난이 인도적 위기에 처할 수준이 되자 사실상 한시적으로 러시아 원유의 쿠바 입항을 허가한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의 29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유조선이 미 해안경비대의 용인 아래 쿠바 인근 해역에 진입했다. 해당 유조선은 러시아 국영 석유기업 소브콤플로트 소속의 아나톨리콜로드킨호이며 65만~73만 배럴의 원유를 실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유를 실은 러시아 유조선이 쿠바에 입항한 것은 지난 1월 미국이 베네수엘라 대통령 제거 작전 이후 쿠바에 대한 석유 금수조치를 시행한 뒤 처음이다. 뉴욕타임스는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 해안경비대가 인근 해역에서 해당 유조선의 항해를 차단할 수 있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별다른 작전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대통령 전용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누군가가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해서 (원유를) 배 한 척 분량 가져가는 것은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러시아 유조선은 오는 31일쯤 수도 아바나 동부의 마탄자스 석유터미널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다만 미 정부가 앞으로도 러시아의 석유 수송을 계속 허용할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배 불려주는 미 행정부의 의아한 정책앞서 지난 19일 미국 재무부 산하의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달 12일 오전 12시 1분 이전에 선적된 러시아산 원유 및 석유 제품의 운송 및 판매, 하역 관련 거래를 내달 11일 오전 12시 1분까지 승인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28일 시작된 이란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공급 부족이 이어지면서 시장 붕괴를 막기 위한 미국의 고육지책으로 해석됐다. 더불어 미국은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도 해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이러한 조치가 사실상 적국을 돕는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미국이 제재해 온 러시아와 이란이 역설적으로 미국이 시작한 전쟁의 수혜자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금융 범죄 전문가인 브렛 에릭슨 옵시디언리스크 어드바이저 책임자는 워싱턴포스트에 “미국이 수년간 공들여 온 (대이란) 제재 구조를 스스로 찢어버리고 있다”며 “이는 단기 조정을 넘어선 완전한 전략적 붕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블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미국의 제재 완화 조치를 두고 “러시아의 입지만 강화할 것”이라면서 “이번 조치만으로도 러시아는 약 100억 달러를 확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악화한 국내외 여론으로 힘겹게 이란과 전쟁 중인 상황에서, 사실상 턱밑에 있는 쿠바에 러시아 유조선의 입항을 허가한 것은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억제력 약화를 의미한다고 해석한다. 더불어 이란과 전쟁에 신경이 쏠린 미국을 도발하려는 러시아의 전략이 먹혀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미국안보센터(CNNAS)의 안드레아 켄달 테일러는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미국이 우크라이나 문제를 포함한 러시아 앞마당에 관한 사안을 포기하지 않는 한, 러시아도 중남미를 완전히 양보할 의사가 없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쿠바” 콕 집은 트럼프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다음 군사력 행사 대상국으로 쿠바를 콕 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 자신의 지지층 앞에서 연설하면서 지난 1월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작전이 성공적이었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쿠바를 언급하며 “내가 이 위대한 군대를 만들었고, 절대 쓸 일이 없을 거라고 하긴 했지만 때로는 군대를 써야 할 때도 있다”면서 “쿠바가 그 다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쿠바에 어떤 조치를 취할 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에도 “미국이 쿠바를 접수하는 영광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초 베네수엘라(1월), 이란(2월)에 이어 쿠바 개입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쿠바가 이란, 러시아, 북한 등과 함께 반서방·반미 네트워크의 축인 상황에서 서반구의 패권 확보를 위한 ‘돈로 독트린’ 강화 차원에서 군사력을 과시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 칸트 앞, 이란 전쟁과 평화[노정태의 뉴스 인문학]

    칸트 앞, 이란 전쟁과 평화[노정태의 뉴스 인문학]

    진보 표방 국내 660개 시민단체“美의 이란 침공은 국가 테러” 규정이란의 까다로운 현실 평가 있었나전제 군주의 통제되지 않는 권력자국민 수만명 학살과 타국 침략다른 한편의 문제에 눈감은 비판선뜻 동의하기 힘든 부분도 있어영원한 평화, 그 너머 실현 위해보다 정직한 양눈의 현실을 봐야 “이란의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미국의 정밀타격에 의해 사망했습니다. 한 주권 국가의 지도자가 자국에서 외국 군대에 의해 살해당한 겁니다. 유엔헌장을 정면으로 위반한 미국의 침공 행위를 강력히 규탄합니다. 명백한 국가 테러리즘입니다.” 지난 3월 1일 조국혁신당에서 발표한 논평의 한 문장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군사 작전을 통해 이란의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를 폭격하자 그것을 유엔헌장에 위배되는 ‘국가 테러리즘’으로 규정하며 비판한 것이다. 미국·이스라엘의 폭격은 선전 포고 없이 기습적으로 이루어진 전쟁 행위다. 그것만으로도 도덕적 비난의 여지는 충분하다. 인공지능(AI)까지 동원한 초정밀 스마트 폭격으로 민간인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고는 하나 무고한 인명 피해도 이미 발생한 상태. 이란이 카타르나 아랍에미리트(UAE) 등 미군 기지가 주둔하고 있는 국가들을 향해 보복 공격을 감행하고,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3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전쟁의 피해는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대한민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원유와 천연가스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전쟁의 여파가 국민의 생활에 와닿기 시작했다. 정부는 지난 25일부터 우선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차량 5부제를 실시하고 있다. 시민들에게도 자발적인 에너지 절약을 요청한 상태다. 비닐봉지의 원료인 나프타 부족으로 쓰레기 종량제 봉투가 생산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퍼지면서 때아닌 품절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불과 한 달 만에 세상의 분위기가 180도 달라진 것이다. 그러한 흐름 속에서 지난 24일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더민주전국혁신회의가 660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범진보 세력의 입장은 분명하다. 이 전쟁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침략 행위이며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한국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하는 것도 옳지 않다. 전쟁은 나쁘다. 시작하지 말아야 하며 이미 벌어졌다면 빨리 끝내야 한다. 이 원론적 입장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국제정치는 냉혹한 힘의 논리가 작동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특히 유엔헌장을 근거로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대목은 더욱 의아하다. 이란 역시 유엔에 의해 제재를 받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보다 깊고 진지한, 근본적인 고찰이 필요하다. 전쟁은 모든 이의 고민거리다. 철학자도 예외는 아니다. 이마누엘 칸트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살던 18세기 후반의 유럽은 격동의 시대였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혁명이 국경을 넘고 있었다. ‘왕의 목을 자른 나라’ 프랑스에 맞서 주변의 왕국들이 연합 전선을 형성했다. 이른바 ‘프랑스 혁명 전쟁’의 시작이었다. 프랑스 혁명을 전후한 시기, 수많은 철학자가 전쟁과 평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울리엄 펜, 아베 드 생피에르, 장 자크 루소 등이 평화에 대한 구상을 내놓았다. 칸트 역시 그 흐름 속에서 바젤 평화 조약 직후 ‘영구평화론’(Zum ewigen Frieden)을 집필·발표했다. 1795년의 일이었다. 칸트의 목표는 원대했다. 다른 철학자들은 그저 지역적인 평화, 일시적인 평화를 얻는 방법을 고민했을 뿐이라고 봤다. 반면 칸트는 단지 전쟁을 하지 않는 상태에 지나지 않는 평화라면 그것은 진정한 평화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영원히 전쟁을 하지 않는 상태에 도달할 수 있는 평화 조약만이 진정한 평화 조약으로서 의미를 지닌다고 봤다. 평화에 대한 칸트의 짧은 논문이 ‘영구’ 평화론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유다. ‘영구평화론’은 6개의 예비 조항과 3개의 확정 조항 그리고 두 개의 추가 조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추가 조항은 영구 평화를 보증하는 방법, 두 번째 추가 조항은 영구 평화를 위한 비밀 조항이다. 이러한 구성은 마치 실제 평화 조약을 연상케 한다. 현실의 불완전한 평화 조약을 패러디한 것이다. 흔히 딱딱하고 근엄한 철학자로만 여겨지는 칸트의 재기발랄한 글쓰기 전략이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자. 예비 조항 6개 항목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전쟁의 여지를 남기는 조약은 평화 조약으로 여기지 말 것. (2) 어떤 국가도 타국의 소유로 전락시키지 말 것. (3) 상비군을 조만간 완전히 폐기할 것. (4) 대외 분쟁을 위한 국채 발행을 금지할 것. (5) 타국의 체제와 통치에 폭력으로 간섭하지 말 것. (6) 설령 전쟁을 하더라도 암살, 독살, 항복 조약 파기, 적국의 반역 선동 등 상호 신뢰를 깨뜨리는 행위를 하지 말 것. 일단 전 세계의 모든 국가가 이 예비 조항에 가입하고 실천한다면, 이제 그 위에 세 가지의 확정 조항이 도입되고 영원한 평화가 현실화된다. 첫째, 모든 국가의 시민적 정치 체제는 공화정이어야 한다. 둘째, 국제법은 자유로운 국가들의 연방 체제에 기초하지 않으면 안 된다. 셋째, 세계 시민법은 보편적 우호의 조건들에 국한되어야 한다. 실로 완전한 평화 기획이다. 일단 문명 국가들이 모두 시민적 공화정으로 탈바꿈한 후 국제 연방 체제를 형성해 상호 간의 전쟁을 막고, 18세기 현재 미개척 상태이거나 식민지인 나라들도 우호적인 세계 시민법으로 포용해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뜻이니 말이다. 칸트의 시야는 단지 유럽 국가들 사이의 전쟁 종식을 넘어서고 있었다. 식민지 수탈과 원주민 학대를 종식하고 주권 국가를 수립해 전 세계가 시민 공화정의 연맹을 이루는 꿈을 제시한 것이다. 이상주의적인 기획인가? 물론 그렇다. 비현실적인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상적이기 때문에 더욱 현실적이다. 칸트는 자신 있게 말한다. “영원한 평화를 보증해 주는 것은 참으로 위대한 예술가인 자연이다.” 전쟁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 속의 갈등을 겪는 인류는 언젠가 국가 간에도 공법적이고 합법적인 질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고, 보다 나은 체제를 스스로 건설하게 된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인류는 그 방향으로 조금씩 전진해 왔다. 예비 조항 중 특히 비현실적인 것처럼 보이는 6번 항목의 경우마저 그렇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 국가들은 서로를 향해 독가스를 뿌렸다. 2차 세계대전은 적국의 도시를 융단폭격해 수십만 명의 사망자를 내고 심지어 원자폭탄을 투하하는 참상까지 이어졌다. 인류는 스스로의 모습에 넌더리를 냈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1949년 제네바 협약을 통해 설령 전쟁을 치르는 중이어도 부상자와 병자를 보호하며 전쟁 포로마저 인도적으로 대우하고 보호하는 협약을 마련하고 총 197개국이 가입한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비록 느리지만 천천히 칸트의 이상주의가 실현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칸트의 꿈이 완전히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꼭 실현되어야 할 조건이 있다. 세계 모든 나라가 시민 공화국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전제 군주나 그 외 통제되지 않는 권력이 군대를 손에 쥐고 있는 한 그들의 이익을 위해 무고한 생명을 희생하고 타국을 침략하는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까다로운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이란은 ‘이슬람 공화국’이다. 대선과 총선을 치르지만 실제로는 율법학자들에 의해 나라가 운영된다. 정규군도 아닌 혁명수비대가 무력을 독점하며 걸프 국가를 향해 미사일을 쏘고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등 군사 작전을 수행한다. 지난 1월 중순 자국민 수만 명을 학살한 것 역시 혁명수비대의 소행이다. 칸트가 비판하고 있는, 시민 공화국의 통제를 받지 않는 18세기적 ‘상비군’인 셈이다. 외국이 어떤 나라의 체제를 무력으로 전복하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 하지만 어떤 나라가 시민 공화국이 아닌 채로 남아서 시민의 주권적 통제를 받지 않는 상비군을 유지하며 주변국과 세계를 위협하고 있는 것 역시 영원한 평화로 향한 여정의 걸림돌이다. 진보를 표방하는 정당과 시민단체가 한쪽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다른 한편의 문제에 애써 눈을 감는 모습을 보며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이유다. 영원한 평화, 그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는 보다 더 정직한 현실주의적 감각을 유지해야 한다. 노정태 작가·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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