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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 알리, 아메리카를 쏘다

    마이크 마커시 지음 / 차익종 옮김 당대 펴냄 미국에서 가장 인종차별이 심했던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태어난 흑인 캐시어스 마셀러스 클레이.열세 살 되던 해,동네 깡패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아일랜드계 경찰에게 권투를 배운 그는 1960년 로마올림픽에서 18세의 나이로 라이트헤비급 금메달을 땄다.그러나 금의환향해 들른 고향의 백인전용 식당에서 흑인이란 이유로 출입을 거절당하자 그는 분노와 치욕을 견디지 못하고 자신이 딴 금메달을 오하이오 강물에 던져버렸다.이후 프로로 전향해 22세에 소니 리스턴을 누르고 세계헤비급 챔피언이 된 뒤 1980년 38세로 은퇴하기까지,헤비급 사상 최초로 세 차례나 챔피언 벨트를 거머쥔 이 ‘가장 위대한 헤비급 챔피언’은 미국 역사에 누구보다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 ‘알리,아메리카를 쏘다’(원제 Redemption Song,마이크 마커시 지음,차익종 옮김,당대 펴냄)는 알리를 단순한 프로 권투 영웅으로만 다루지 않는다.‘무하마드 알리와 1960년대 정신’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책은 ‘저항의 시대’로기록되는 60년대 미국의 정세 속에서 알리가 갖는 상징성과 의미를 살핀다.역사의 물줄기를 좇다보면,역사가 한 개인과 만나 폭포처럼 분출하는 지점을 발견하게 된다.사람들은 그런 역사적 개인들을 천재 혹은 시대의 창조자라고 부른다.그런 점에서 볼 때 알리는 당당한 시대의 창조자다.경기장 안팎에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친 인물은 찾아보기 힘들다. ●본명은 캐시어스 마셀러스 클레이 이 책은 현란한 말솜씨의 떠버리 챔피언으로만 알고 있는 독자들에게 그의 신념이 무엇인지,왜 할 말이 많았는지,무슨 말을 했는지,그리고 왜 무하마드 알리로 이름을 바꿨는지 그 의구심을 풀어준다. 알리를 제대로 알려면 1960년대 미국 사회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봐야 한다.1960년대는 무엇보다 흑인 시민권운동이 급격하게 분출한 시대였다.이전까지 윌리엄 두보이스 등 소수의 진보적인 흑인지식인들을 중심으로 이어져오던 흑인운동은 마틴 루터 킹의 등장과 함께 대중적인 시민권운동으로 발전했다.경찰과 군대,KKK 등은 투옥·살인·린치 등 온갖 물리력을 동원했지만 투쟁의 불길은 사그라지지 않았고 점차 여론의 호응도 얻기 시작했다. 그러나 흑인 시민권운동이 대중화되면서 노선 갈등이 일어났다.마틴 루터 킹의 대척점에는 이슬람 흑인운동가 말콤 엑스가 있었다.흑인 무슬림 단체인 ‘이슬람네이션(Nation of Islam)’의 대변인 격이었던 말콤 엑스는 기존의 흑백차별 철폐운동은 백인의 동정을 구걸하는 중산층운동이라고 공격,마틴 루터 킹이 주도하는 비폭력 무저항 방식의 투쟁을 비판했다. ●자신의 의사와 달리 흑인 대표자의 길로 알리에게 저항의 아우라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은 그가 이슬람으로 개종하면서부터다.그의 개종은 흑인됨을 자부하는 몸짓이었다.저자는 알리의 공개적인 개종은 “시대를 비웃는 예상 밖의 충격이었으며,두려움과 희망 양편에서 사람들의 시야를 열어준 사건”이라고 평한다.알리와 ‘이슬람네이션’의 관계가 공식화되면서 미국은 알리에게서 링이라는 무대를 앗아갔고,알리는 점점 정치적인 발언을 하게 됐다.베트남전 반대,인종차별 철폐,범아프리카주의 등 목소리를 높였다.그러나 알리는 자신이 정치적인 인물이 되는 것을 꺼렸다.알리는 일찍이 “구호를 들지 않겠다.”고 공언했고,말콤 엑스의 입장이 점차 공격적이고 정치적이 되자 그와의 관계를 끊었다.이 책은 알리를 정치지도자나 운동가 혹은 이데올로기로 묘사하지 않는다.실제로 알리는 지도자 노릇이나 행동주의,이데올로기 따위를 혐오했다.정치참여에 반대했고 자신에게 ‘인종의 대표’라는 굴레를 씌우려는 흑백평론가들의 시각도 거부했다.그러나 그는 시대상황과 인물이 연금술처럼 뒤섞이듯,정치의 세계에 깊숙이 끌려들어갔고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흑인의 대표자가 돼 갔다.그러나 오늘날 알리의 정치적 색채는 사뭇 퇴색됐다. 영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저자는 미국의 상징으로 추앙받는 흑인 스포츠 스타의 상품화 문제에 대해서도 일갈한다.무하마드 알리와 마이클 조던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미디어를 스스로 ‘이용’한 알리는 자신만의 메시지를 던지면서 길을 헤쳐나갔지만,조던는 처음부터 스포츠자본과 손을 잡은 ‘걸어다니는 상표’요 ‘아메리카의 세일즈맨’이었다고 할 수 있다.하지만 알리 역시 미국의 기업 엘리트나 미디어 상업주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1977년 알리는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의 실크스크린 판화 모델로 나섰다.이로써 그는 마릴린 몬로,엘비스 프레슬리와 함께 앤디 워홀이 그린 아메리카 ‘초상’의 반열에 들었다.워홀의 초상화작업은 알리를 상업적 기호로 이용하고,갈등의 상징에서 화합의 존재로 변화시킨 시발점이었다.아무런 가치상의 차별성도 없이 교환가능한 존재가 된 것이다.저자는 미디어산업은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송하고 기업과 상품을 팔아먹기 위해 알리를 이용했다고 지적한다.알리의 신화는 해체되고 ‘상품’으로 통용되고 있다.알리는 또 하나의 ‘아메리칸 아담’,곧 ‘순결과 비극의 인물상’을 창조한 셈이다.저자가 이 대목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미국의 패권주의,특히 문화자본의 탐욕성이다. ●“당신들이 원하는 챔피언은 되지 않겠다” 마이클 오리아드 같은 스포츠 저술가는 알리를 “시대에 뒤떨어진 인물,스펙터클의 시대에서는 더이상 나올 수 없는 영웅”이라고 말한다.그러나 개인적인 도덕성과 지구적 연대의식의 모범을 보인 알리의 삶은 단순히 60년대의 향수에 머물지 않는다.미국의 전방위 아메리카니즘에 대한 저항의 당위성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나는 당신들이 원하는 챔피언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알리의 외침은 지금도 사람들의 가슴에 울림을 남긴다.1만 5000원. 글 김종면기자 jmkim@ 그래픽 유재일기자 jae0903@
  • 책꽂이

    ●더 나은 세계는 가능하다(세계화 국제포럼 지음,이주명 옮김,필맥 펴냄) 반세계화 진영의 콘센서스 리포트.현재의 경제적 세계화 추세는 근본적인 결함으로 인해 지속 불가능하지만,세계 시민들의 노력으로 지금보다 나은 세계를 만드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브라질 쿠리티바 시의 생태도시 실험,나미비아 툰웨니 양조장의 ‘제로 폐기물’맥주 제조 등 기업이 주도하는 세계화에 대한 저항과 대안 사례도 소개.1만 5000원. ●몽골의 종교(발터 하이시히 지음,이평래 옮김,소나무 펴냄) 몽골 전래의 신앙은 샤머니즘과 조상숭배였다.유목민족인 몽골족이 모든 자연에 정령이 깃들여 있다고 생각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하지만 몽골인들의 종교생활은 불교와 접촉하면서 급격한 변화를 맞는다.이 책은 전통신앙이 어떻게 불교의 외투를 쓰게 됐으며,티베트 불교는 어떤 방식으로 토착화하게 됐는가를 밝힌다.1만 3000원. ●부엌의 철학(프란체스카 리고티 지음,권세훈 옮김,향연 펴냄) ‘정신의 요리’로서의 철학과 ‘음식의 철학’으로서의 요리를 다뤘다.‘미식가적 이성비판’이란 부제가 붙은 이 책엔 풍부한 음식 메타포가 등장한다.그리스 작가 핀다로스는 자신의 산문이 음식이고 서정시는 맛있는 음료이며 압운을 지닌 노래는 꿀처럼 달콤하다고 했다.9900원. ●더 오랜된 과학,마음(허버트 벤슨 등 지음,조원희 옮김,여시아문 펴냄) 서양 인지과학자들은 인간을 컴퓨터에 비유하곤 한다.하드웨어적인 비유는 맞지만 그것만으론 컴퓨터의 동작을 설명할 수 없다.컴퓨터도 마음이 있어야 움직인다.달라이 라마와 하버드 교수들의 대화를 토대로 한 이 책에선 티베트의 마음과학(mind science)의 세계를 소개한다.고대의 명상기법을 현대의학과 결합한 ‘이완반응’ 등도 다룬다.9000원. ●노아의 방주(아서 가이서트 글·그림,이수명 옮김,비룡소 펴냄) 널리 알려진 성경이야기 ‘노아의 방주’를 짧은 글을 통해 일러주는 그림책.노아 가족과 지상의 동물들이 대홍수를 피해 노아의 방주에 올라 새 세상을 열기까지의 과정이 사실적인 판화작업으로 묘사됐다.방주 안에서 북적대는 동물들의 모습은 인형의 집을 들여다보듯 재미있다.5세 이상.8000원. ●예술가와 함께하는 자연미술 여행(김해심 글,보림 펴냄) 자연미술이란,다양한 재료와 기법으로 변형된 현대미술에 맞선 개념.원초적 자연으로의 회귀를 꿈꾸는 새로운 미술경향인 자연미술 작품들을 소개하고 이해와 감상을 도와주는 해설서다. 초등고학년 이상.1만 2000원.
  • [나의 건강보감]이정무 한체대 총장

    “퇴근하다 목적지에 이르면 무조건 차에서 내립니다.운전기사를 돌려 보내고 거기서부터 걷지요.그날 컨디션에 따라 40분에서 1시간 정도 걸을 수 있도록 거리를 잡습니다.지금까지 30년을 그렇게 해왔는데,정말 그만큼 좋은 운동 없습디다.” 이정무(李廷武·63) 한국체육대학 총장.한때 자민련 소속 재선의원으로,‘국민의 정부’의 1기 내각에 건설교통부 장관으로 입각,국정 일선에서 뛰었던 그를 만나 오랜 시간 얘기를 나눴다. ●일주일에 4만~5만보 걸어 그는 처음에 인터뷰를 안하겠다고 했다.“정치 얘기를 할 양이면 인터뷰를 사양하겠습니다.내 건강이 실은 내세울만 한 게 아니기도 하고요.” 우리나라 엘리트 체육의 산실인 한체대에서 그를 만났다. “건강은 거저 줍는 사람 없습니다.타고난 건강이라는 것도 따져보면 무의미하고요.누구든 건강한 삶을 살려면 생각만 하지 말고 결심을 해야 합니다.스스로 아무 것도 포기하지 못하면서 건강을 바란다? 그건 넌센스지요.” 그의 건강론은 명쾌했다. 그와 얘기를 나누면서 건강에 대해 그토록 자신을 낮춘 이유를 금방 알 수 있었다.그는 30년 넘게 고혈압으로 고생하고 있었다.정치 일선에서 한창 뛸 때는 “까짓 혈압 정도야…”했다.건강에 관한 자신감이었다지만 실은 오만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때만 해도 그의 건강을 걱정하는 사람은 없었다.지역구를 누빌 때는 젊은 당료나 운동원들도 혀를 빼물었다. 그런 그가 2000년 4·13총선때 지역구인 대구 남구에서 패퇴,정계에서 발을 뺀 이후 그의 삶을 지배한 것은 ‘몸의 건강’과 ‘마음의 안정’이었다. “정치 12년 하면서 몸 많이 상했다.”고 털어놨다.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출세’의 상징인 국회의원을 하면서 몸을 상했다는 그의 고백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몸 돌보지 않고 정치했으나 정치판,특히 한국 정치판에서 ‘잠깐의 승자’라면 몰라도 ‘영원한 승자’란 없다.누구도 이 치욕의 풍토병에서 자유롭지 못했고,그도 마찬가지였다. ●술·담배와는 담쌓고 지내 그런 와중에서도 그는 ‘건강’이라는 화두를 젖혀두고 살지는 않았다.저녁 모임이라도 있는 날이면 대개는 차를 돌려보냈다.걷기위해서 차에 의지하려는 근거를 스스로 없애버린 것이다.“절대운동량이 부족한 현대인에게 차는 편안함으로 유혹하는 이기”라며 “머잖아 건강을 위해 일상적으로 걷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그에게 걷기는 운동이라기 보다 생활이었다.구력 30년의 골프 애호가지만 특별히 의전적인 경우가 아니면 카트를 이용하지 않는다.역시 걷기 위해서다.골프를 치면서도 의도적으로 걸을 ‘꺼리’를 만든다.그래서 골프장에 가면 항상 남보다 바쁘다. 이렇게 걷기에 몰두하는 그가 일주일에 걷는 평균 거리는 얼추 4만∼5만보.그가 이런 정도의 운동량을 30년씩이나 소화해 낸 것은 “기왕 할 일이면 생활이라고 여기고 즐겁게 한다.”는 긍정적 사고에서 힘을 얻기 때문이다.술·담배와 담 쌓고 산지 오래며,먹거리는 철저하게 채식 위주다.단골집은 나물 밥집이며,붙박이 메뉴가 산채비빔밥이다. ●오만과 과욕에 빠지지 말라 그의 건강 철학은 ‘오만과 과욕에 빠지지 말라.’는 것.일상 생활도 이렇게 한다.치열한 선거까지 치러 한체대 총장으로 부임한그가 줄곧 주창한 것도 ‘매사를 감사하게 여기며 생활하자.’였다.학생들에게도 “마음을 밝게 갖지 않으면 어떤 운동,어떤 노력도 결실에 이르지 못한다.”고 가르친다.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그에게도 마음의 짐은 있다. 한체대가 한국 엘리트체육의 요람이지만,이곳에서 땀흘리는 젊은이들을 보노라면 마음이 편치 않다. 이 학교에는 축구,야구,농구 등 이른바 인기종목의 학과는 없다.언론과 국민이 철저하게 외면하는 역도,하키,체조 등 27개 비인기 종목 중심으로 학과가 구성돼 있다.이곳 학생들이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거둬들인 금메달이 무려 31개.학교 단위로 출전해도 아시아 4위권의 빼어난 성적이지만 이들에게 남은 것은 상대적 빈곤감 밖에 없다. ●비인기 종목 살아야 체육발전 월드컵으로 나라가 들썩일 때도 이들은 환호와 비탄을 함께 토했다.축구,야구,농구 스타의 시시콜콜한 스캔들까지 대서특필하는 신문·방송이 한국 신기록을 세운 비인기종목 선수는 이름 한 줄 내주지 않는 일이 허다했다.그는 “이런 인식이 한국 스포츠의 기형화를 부채질하고 육상 등 기본을 소홀하게 하는 직접적인 이유”라고 진단했다.“그러니 어린 선수들이 몸바쳐 운동할 의욕이 나겠느냐.”는 대목에서는 유난히 목에 힘이 실렸다. 정부의 무관심도 어린 학생들에게는 철벽같은 현실.그가 부임해 정부 부처를 설득,겨우 기숙사를 리모델링하고 한창 힘쓰는 학생들 1일 섭취 열량을 4500㎉로 늘려 놨지만,올림픽 금메달을 따봐야 취업조차 되지 않는 현실에 이들의 상심은 깊기만 하다.“이러니 누가 자식 비인기종목 운동 시키려고 하겠어요? 비인기 종목을 이끌어가는 한체대가 살아야 체육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늘고,그런 변화를 거쳐야만 모든 국민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이 보장되는 것 아닙니까.” 글 심재억기자 jeshim@ 사진 한준규기자 hihi@ ‘지속적 걷기’ 혈압 4∼9㎜Hg 낮춰 고혈압을 이겨내기 위해 시작한 이 총장의 걷기는 따로 시간을 정해두지 않는다. 짬짬이 시간의 틈새를 ‘걸음의 땀’으로 채우는 그의 운동 스타일은 이른바 ‘자투리형 걷기’.정치인으로,행정관료로,또 교육자로 숨가쁘게 일해야하는 그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런 방식으로 그는 매주 4만∼5만보 정도를 걷는다.㎞로 환산하면 적게는 32㎞에서 많게는 40㎞에 이르는 거리.말이 40㎞지,환갑을 넘긴 나이에 매주 마라톤 풀코스에 버금가는 거리를 걷는다는 게 여간한 결심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이다. 실제로 그와 학교 캠퍼스를 걸어보니,보폭은 보통이었고 속도는 좀 빨랐다. 그러나 정해둔 룰은 없다.몸이 요구하는 대로 보폭과 속도를 조절한다. 그는 “걷기를 만만하게 여기면 오래 못한다.정말 건강을 생각한다면 결심이 필요하다.”고 했다.결심이란 언제,어디서든 이 ‘하찮은 운동’을 결코 하찮지 않게 치러내는 진지함과 생활화를 이르는 말이다. 이에 대해 전문의들은 지속적인 걷기가 혈압을 4∼9㎜Hg 정도 낮춰주며,혈압을 높이는 교감신경계의 활성화를 억제하고 인슐린 저항성을 줄이고 혈관의 탄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인체에 좋은 콜레스테롤(HDL)을 증가시켜 심장병도 예방한다고 말한다. 문제는 강도.사람마다 적당한 운동 강도가 있는데 이를 정하는 기준은 맥박수다.일반적으로 220에서 자신의 나이를 뺀 숫자가 최대 맥박수로 한다. 예컨대 63세인 이 총장의 경우 분당 137회가 최대치이며,적정 운동강도는 최대 맥박수의 50∼90% 정도로 잡으면 된다. 운동은 가능한 매일 하는 것이 좋으나 적어도 일주일에 3일 이상은 해야 한다. 운동으로 심혈관계에 주어진 자극이 2∼3일 정도 지속되다가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가기 때문이다.이렇게 운동할 경우 보통 6∼8주가 지나면 혈압 감소효과가 나타난다. 전문의들은 “새벽 시간대만 피한다면 고혈압 환자에게 걷기(속보)는 좋은 운동”이라며 “걷기에 익숙한 사람은 조깅을 병행,한번에 5㎞를 30∼40분에 걷는 정도가 적당하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이해영 국민고혈압사업단 내과전문의 심재억기자
  • “조흥銀 별도 법인보다 신한과 합병이 바람직” / 위성복 조흥銀 이사회 의장 단독인터뷰

    위성복 조흥은행 이사회 의장은 23일 “신한금융지주와 조흥은행 노조간 합의문을 보면 앞으로 2년뒤 반드시 합병을 하는 게 아니라 합병을 할지 말지를 결정하게 돼 있다.”면서 “그러나 시너지효과나 구조조정을 고려할 때 지주회사내 별도법인보다는 은행간 합병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위 의장은 이날 대한매일과 단독으로 만나 “조흥은행과 신한은행은 기업문화와 역사 등에서 너무나 차이가 크다.”며 원만한 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위 의장은 오는 8월쯤 조흥은행이 신한지주 자회사에 편입될 때까지 원만한 인수인계를 위해 의장직을 유지할 계획이다. 조흥은행이 독자생존하려고 했지만 결국 매각이 확정됐다. -공적자금 회수와 민영화는 저항할 수 없는 길이었던 것 같다.다만 수많은 길 중에서 가장 껄끄러운 신한지주로 매각이 추진돼 더욱 안타깝다. 2년뒤 조흥은행을 신한은행과 합병할 지 여부가 결정된다.어느 방향이 바람직한가. -신한지주와 조흥은행 노조 합의문에 ‘통합여부는 2년이 지난후 논의한다.’고 돼 있다.경우에 따라서는 계속 별도법인으로 갈 수도 있다는 말이다.하지만 서로에 득이 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별도법인보다는 합병이 바람직하다.시너지효과는 물론이고 중복점포나 잉여인력 정리 등 구조조정을 위해서도 그렇다.조흥의 높은 생산성 및 단합정신과 신한의 역동성,자산 건전성 등이 조화되지 않고 갈등구조로 가면 아주 잘못될 수 있다. 조흥은행 일괄매각에 강력히 반대했는데 -지난해 10월 정부가 갑자기 11월말까지 매각을 하겠다고 발표했다.그때까지 분할매각이나 블록세일을 추진했던 정부가 왜 조급해 했는지,생각하면 당혹스럽다.내 생각에는 DJ정부의 임기가 끝나가면서 금융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것을 알리기에 조흥은행이 가장 적합했다고 정부가 본 것 같다.조흥은행은 외환위기 당시 공적자금을 투여받은 은행 중 유일한 구조조정 성공사례였다.지난해 초 적기시정조치를 완료했고,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도 달성했다.1998년 공적자금을 받은 조흥·상업·한일·외환·평화·충북·강원 등 7개 은행 중 합병도 되지 않고 2차 공적자금도 받지 않은 곳은 우리뿐이었다.매각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정부의 조흥은행 독자생존론이 나온 것도 이때문이었다. 다른 은행들의 구조조정은 실패했다는 말인가. -남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할 수는 없지만 현재의 주가를 공적자금 투입규모와 비교해 보라.어떤 은행은 현재 주당 3만∼4만원은 돼야 공적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답이 나올 것이다. 조흥은행의 독자생존에 회의론이 적지 않았다. -우리나라 관료들은 국민·주택은행 합병처럼 은행 자체를 키우는 것을 대형화의 바이블로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현재 거대한 합병 국민은행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게 뭔가.정기예금 외에 다양한 서비스가 제대로 되고 있나. 의장이 매각에 너무 반대하고 나서 정부와 사이가 벌어져 사태가 불리하게 돌아갔다는 지적이 있다. -이사회 의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부총리를 만나 합병을 재고해 달라고 말하거나 정치권에 부탁한 적은 있었다.어떤 사람은 내가 노조를 앞세워 매각반대의 바람을 잡았다고도 말한다.그러나 노조가 그런 데 좌지우지될 사람들인가.주로 홍석주 행장이 사람들을 만났다.특히 새 정부 들어선 뒤 청와대가 직접 개입한 이후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 끝으로 한말씀 한다면. -정부의 움직임을 보면서 신한지주가 도저히 (인수를)못하겠다고 하기 전에는 절대로 막을 수 없다고 느꼈다.봉급반납 등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력했는데 안타까운 마음뿐이다.남의 몸 빌려 다시 태어나지만 조흥은행이라는 이름만큼은 살아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태균 김유영기자 windsea@
  • 강산에와 함께 떠나는 음악여행 / 20~22일 ‘강이고’ 콘서트

    인기가수 강산에가 20일부터 22일까지 사흘 동안 대학로 라이브극장에서 올해 첫 콘서트 무대를 갖는다. 팬이라면 찾지 않고는 못 배길 만큼 제목부터 독특하다.‘강이고’라니….강산에가 단짝 음악친구인 드럼의 이기태,키보드의 고경천과 함께 무대를 마련하면서 셋의 성(姓)을 한자씩 땄다. 콘서트는 강산에의 오래된 여행일기처럼 꾸며진다.고경천과 함께 최근 두달여 중국·일본·필리핀·인도 등 아시아 4개국을 여행하고 돌아온 그는 여행이야기를 정겨운 영상으로도 곁들여 보여줄 예정이다. ‘할아버지와 수박’‘예럴랄라’‘라구요’‘넌 할 수 있어’‘연어’ 등 국민가요급 히트곡들이 준비된다.자유와 저항정신이 반반씩 사이좋게 섞인 강산에 특유의 보컬에 한껏 빠질 수 있다.지난해 10월 선보인 7집 수록곡 ‘명태’‘와그라노’‘지금’도 불러준다.어쿠스틱 사운드로 완전히 새롭게 편곡한 히트곡들은,그의 노래를 인이 박이게 들어온 골수팬에게도 충분히 새로울 것 같다.(02)3272-2334. 황수정기자
  • 국제 플러스 / “이라크 주권 조속 회복을”

    |테헤란 AFP 연합|57개 이슬람 국가들로 구성된 이슬람회의기구(OIC)는 30일 미국과 영국,이스라엘의 ‘영토 점령’에 저항하는 팔레스타인과 시리아,레바논 국민들과의 연대투쟁을 선언했다.OIC 외무장관들은 3일 일정의 회의를 마치면서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이같이 선언하고 ‘조속한 시일 내 이라크 주권의 완전회복’을 촉구했다. 성명은 미국을 겨냥,“일방주의와 (국제사회에 대한)협박이 자유와 민주주의체제로의 발전을 저해한다.”며 “국가와 국민의 주권과 자유에 막대한 시련을 안겨주는 일방적인 행동과 군사력에의 호소를 단호히 배격한다.”고 강조했다.성명은 또 최근 들어 유엔 헌장이나 국제법 정신이 세계 곳곳에서 경시되는 풍조를 경고하고,이슬람과 무슬림 세계를 폭력 및 테러와 연계시키려는 위험한 발상에 대해서는 강력한 우려를 표시했다.
  • 책꽂이

    ●샤롯데모텔에서 달과 자고 싶다(김재석 지음,천년의시작 펴냄) 93년 등단한 시인의 두번째 시집.에로틱한 제목과는 달리 시인은 자연과 문명의 조화를 꿈꾼다.6000원. ●전생을 굽다(배기환 지음,작가마을 펴냄) 부산에서 활동하는 시인의 사회비판 의식이 담긴 작품집.표제시 등 75편의 시를 통해 부패한 사회의 단면을 꼬집는다.7000원. ●오늘,오래된 시집을 읽다(박영희 지음,문학과경계사 펴냄) ‘팽이는 서고 싶다’등의 시집을 낸 시인의 시론집.시대정신과 시의 관계를 설명한 뒤 한용운·고은·김남주 등의 시인론에서 민족시의 의미를 탐색.9500원. ●바텍(윌리엄 벡퍼드 지음,정영목 옮김,열림원 펴냄) 1782년 영국 작가가 쓴 환상문학의 걸작.아라비아의 통치자 바텍이 신을 배반하고 보물을 얻으러 가다가 저주를 받는다는 내용.7000원. ●퍼레이드(요시다 슈이치 지음,권남희 옮김,은행나무 펴냄) 일본의 권위있는 ‘아쿠타가와’상 수상작가의 첫 장편소설.현대 일본 젊은이들의 일상생활을 조명하면서 의사소통 부재의 문제점을 지적.8500원. ●워터십 타운의 열한 마리 토끼(리처드 애덤스 지음,햇살과나무꾼 옮김,사계절 펴냄) 재앙이 닥친 마을을 탈출하여 이상향을 찾아가는 열한 마리 토끼 이야기.2만 2000원. ●오봉옥의 서정주 다시 읽기(오봉옥 지음,박이정 펴냄) 시집 ‘붉은산 검은피’로 필화사건을 겪은 저자의 이론서.미당 서정주 시선집 ‘푸르른 날’을 꼼꼼히 분석한 뒤 “한국적 모더니즘을 실현시킨 시인”이라고 결론내린다.1만 2000원. ●검객의 칼끝(이영유 지음,문학과지성사 펴냄) 연극연출과 시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저자의 시집.평론가 정과리는 “세상을 흉내내어 살되 엇비슷하게만 흉내를 내어,무의미에 저항하는 세계”라고 평한다.5000원. ●어매(김순명 지음,열매출판사 펴냄) ‘독야’‘소국’을 낸 작가의 경험이 실린 장편소설.지방도시의 밤무대 밴드마스터로 일하며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돌보는 이야기가 감동적.8500원. ●티티새(요시모토 바나나 지음,김난주 옮김,민음사 펴냄) 1988년 ‘키친’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작가가 처음 낸 장편.주인공 마리아가 열아홉시절 사촌들과 함께 바닷가 마을에서 보낸 추억을 그린 성장소설.8000원.
  • “공초 자유정신 내 문학과 상통”/ 대한매일 제정 제11회 공초문학상 수상 김지하 시인

    공초문학상 수상작 ‘절,그 언저리’가 표제시로 수록된 수묵시화집은 시인으로 되돌아온 김지하(62)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의 작품이다. 지난해 시인이 사상의 숲에 젖어있다가 8년 만에 시집 ‘화개’를 들고 나오자 문단은 대산·만해문학상 등으로 반겼다.홀로 복잡한 사유의 강을 훌쩍 건너가 ‘시인’으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세인의 우려를 말끔히 가시게 했다.‘공초 문학상’에는 그에게 시인으로서 세상을 위해 더 노래해 달라는 당부의 뜻이 담겼다. “공초 선생은 세속에 얽매이지 않고 훨훨 날아다니며 정신의 자유를 추구한 비범한 분이었습니다.그의 시는 허무에서 역설적인 힘을 발견하려는 의지를 노래한 것이어서 제 생각이랑 맥이 통하는 면이 있습니다.”김 시인은 고교시절 고궁에서 열렸던 어느 백일장에 참가했다가 심사위원으로 참석하신 빡빡머리의 공초 선생을 본 기억담을 전해주며 “평생 자기를 바치듯 살다 간 공초의 삶은 제가 최근 소망하는 ‘모시는 태도’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그런 분의 시정신을 기리는 상을 받게 됐으니 고맙고 좀더 ‘모심’의 마음으로 시를 쓰라는 격려의 뜻으로 알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수묵시화집 ‘절,그 언저리’는 2001년부터 2년동안 절을 순례하면서 쓴 34편의 시에 수묵화를 덧붙인 것.개인적으로도 사상의 무게에 눌렸던 그에게 다시 ‘시의 소리’를 냈다는 확신을 준 작품집이다. “‘중심의 괴로움’이후 8년 동안 시를 못 쓰다 지난해 ‘화개’로 입을 열었지요.사실은 그동안 시를 안 쓴 게 아니라 매일 썼습니다.그런데 매일 2∼3줄만 쓰면 여백이 허옇게 텅 비었습니다.그렇게 빛만 남아서는 시가 안 됩니다.어두움도 있어야 합니다.그래서 절을 다니며 순간순간의 느낌을 휙휙 갈긴 것이 이번에 낸 ‘절,그 언저리’입니다.마음에 차지 않는 작품도 있지만 ‘삶의 소리’가 돌아와 개인적으로 무척 기쁜 시집입니다.” 수식어를 붙이는 게 번잡할 정도로 김지하 시인은 늘 세상의 중심에 있었다.70년 ‘사상계’에 시 ‘오적’을 발표하여 반독재 투쟁의 선봉이 된 뒤 민청학련을 배후조종한 혐의로 사형을 언도받았다.유신시대를 “죽음”이라 노래하고(시 ‘1974년 1월’),“타는 목마름으로/민주주의여 만세”를 외치면서(‘타는 목마름으로’) 70년대와 80년대를 투쟁과 감옥생활로 보냈다.세계 각국 지성인들의 구명운동으로 출옥한 뒤에는 사상가로서 개벽·동학·율려·생명운동 등을 천착하고 유불선의 통합을 모색하는 시기를 거쳐,민족주의와 세계 보편적 사상의 통합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박수를 받건,손가락질을 받건,늘 ‘중심’에 있었다. 늘 앞서간 길이어서 평탄하지 않았다.남보다 세상을 먼저 보고 맞이하려 했기에 혹독한 시련을 겪어야 했다.그 모습은 길고 긴 겨울을 참은 뒤 막바지 추위가 절정에 이르는 2월에 첫 꽃을 피우며 봄을 알리는 ‘꽃의 예언자’ 매화를 닮았다.정서적으로 친화력을 느껴서인지는 몰라도 그는 최근 매화를 배우는 데 푹 빠져있다.(인터뷰를 한 18일 아침에도 매화 그림이 잘 되지 않아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수상작 ‘절,그 언저리’에는 시인의 사상 탐험이 고스란히 들어있다.“절,/그 언저리 무언가/내 삶이/있다”고 운을 뗀 시인은 자신의 삶을 “쓸쓸한 익살/달마 안에”(불교)서 찾거나,“외로운 예언을 하는 한매(寒梅)”나 “서너 촉 풍란(風蘭)”(유교)에서 그리기도 한다.이윽고 시인은 “세 거룩한 빛과 일곱별”과 “살풋 숨어있는 풍류”(선도)를 발견한다.그러나 그의 자화상은 ‘절 언저리’에 있다.창대한 숲을 떠올리는 사유의 체계를 산책했지만 늘 그의 마음은 세상을 걱정하고 있기에 절 속으로 들어가지는 못했는지 모른다. “절에 가면 내가 숨쉬고 살 곳이 있습니다.그곳엔 불교(대웅전)라는 세계적 종교가 가진 보편성과 환인신화(환웅전·칠성각)라는 민족적 요소가 습합되어 있습니다.이 기가 막힌 결합에서 ‘뭔가’가 나오지요.” 그는 기독교·유교·주역의 숲을 보여준 뒤 들뢰즈와 가타리 등 현대 철학자의 이론으로 돌아오는 등 동서고금의 사상을 비교 분석하면서 불교와 선도의 통합에 대해 역설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빽빽한 숲을 연상케 하는 복잡한 사유체계를 듣다가,동서고금의 철학 미학 종교 문학을 아우르려는 그 창대한 숲을 가로지르는 공통의 정신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한마디로 ‘모심’(侍)이라고 할 수 있어요.사람과 사람,사람과 뭇 생명,사람과 자기 안에 있는 신령한 마음,심지어 컴퓨터 같은 기계와 인간의 관계도 모시는 태도가 있어야 합니다.한때 합리적 사유 이른바 운동권의 논리를 중요시한 적이 있는데 이는 세상에 좋은 영향만이 아니라 나쁜 흔적도 남겼지요.윤리적 태도의 모자람이나 폭력성 같은 것인데 그동안 싸우느라 잊었던 내면적인 평화,모심을 회복해야 합니다.” ‘모심’의 사상을 강조하면서 마지막 꿈도 그것을 주제로 한 시적인 산문 ‘모심’(그가 미리 정해놓은 제목)을 내는 것이라고 전했다.“얌전하고 알기 쉬운 글로만 채운 뒤 마지막 가는 길에 세상에 드리고 싶다.”며 “그 뒤 시골로 훌훌 내려가겠다”고 말했다.누가 뭐래도 문사철에 능한 전통적 의미의 ‘시인’일 수밖에 없는 그는 세상에 대해 갈수록 자신을 낮추고 있다.‘절,그 언저리’에서. 이종수 기자 vielee@ ■심사평 ‘황톳길’(1969)로 등단한 이후 김지하의 시력(詩歷) 34년은그 어느 영혼의 항구에도 정박하지 않고 사상사의 나침반에 시혼을 내맡긴 채 표류하는 미학적 항해사였다. 출항 때의 저 뜨거운 열정과 불굴의 투지로 다져진 저항시들이 받았던 지지와 갈채와 성원은 세계문학사상 희귀한 혁명시의 성공사례였다.그는 언어의 마술사로 군부독재에 단독자로 맞서,민주주의를 타는 목마름으로 견인해냈다.유신통치가 끝나는 지점에서 김지하 시인은 ‘저항시인’에서 ‘사상시인’으로의 변신을 시도했으며,이후 오늘까지도 그의 지적 편력의 허기증은 지속되고 있다.그는 변혁의 사상사적 원동력을 토착적인 민중신앙에서 탐구하면서 밥,생명사상,율려(律呂)사상 등등을 창출,전개해 왔다.그는 저항시를 뒤로 자리바꿈시키고도 끊임없이 변혁(개벽)에의 이상을 포기하지 않고 세계사와 민족사를 응시하면서 간헐적인 발언으로 사회적인 관심을 유도해 냈다.그의 행동과 작품은 당대의 민중이 원하든 않든 상관없이 어떤 식으로든 파장을 일으키게 되어있다.설사 반역사적인 발언일지라도 그에 대한 비판 여론이 야기되어 역사적인 진보에 도움을 주는 역기능까지 가진 이 미묘한 시인의 역할은 다른 누구로도 대신할 수 없는 바로 김지하 시인의 몫이다. ‘절,그 언저리’는 시인 자신의 표현에 따르면 “슬픔의 정치학”인 ‘화개’에 이은 “새로운 문화정치학의 가능성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인 방향전환의 시도이다.절에 가서도 절의 모습을 못 찾는 이 시인의 처절한 궁극적인 시대정신의 갈구 자세가 바로 이 시집을 이루고 있다.어쩌면 김지하의 긴 항해 앞에 곧 새 미학적 항구가 보일 듯한 예감이 든다.아마 그것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평범한 ‘시경(詩經)’의 세계로의 귀환일지 모른다. ●심사위원 임헌영(문학평론가) ‘절,그 언저리’ 절, 그 언저리 무언가 내 삶이 있다 쓸쓸한 익살 달마(達摩) 안에 한매(寒梅)의 외로운 예언 앞에 바람의 항구 서너 촉 풍란(風蘭) 곁에도 있다 맨끝엔 반드시 세 거룩한 빛과 일곱별 풍류가 살풋 숨어 있다 깊숙이 빛 우러러 절하며. ■김지하(본명 金英一)연보 ▲41년 전남 목포 출생 ▲59년 서울대 미학과 입학 ▲63년 필명 지하(芝河)로 시 ‘저녁이야기’ 발표 ▲64년 대일굴욕외교 반대투쟁으로 4개월간 투옥 ▲69년 ‘시인’지에 ‘황톳길’‘녹두꽃’등으로 등단 ▲70년 ‘사상계’에 담시 ‘오적’ 발표,첫 시집 ‘황토’ 간행 ▲73년 소설가 박경리의 외동딸 김영주와 결혼 ▲74년 ‘민청학련사건’ 배후조종 혐의로 사형선고 받은 뒤 무기징역으로 감형 ▲75년 3월 출옥 한달뒤 재구속,옥중에서 ‘로터스 특별상’수상 ▲80년 12월 석방 ▲시선집 ‘타는 목마름으로’(82년),이야기모음집 ‘밥’(84년),‘남녘땅 뱃노래’(85년),시집 ‘애린’(86년),‘검은 산 하얀 방’(86년),‘화개’(2002년) ‘김지하전집’(2002년)‘김지하의 화두’(2002년) 수묵시화집 ‘절,그 언저리’(2003년) 등 출간
  • 오피니언 중계석/ 문화인의 정치참여 어떻게 봐야하나

    ‘문학수첩’ 여름호 요약 소설가 출신의 영화감독 이창동씨의 문화관광부 장관 입각은 현대사에서 새로운 실험이다.‘문학수첩’ 여름호는 ‘문화인의 정치참여 이래도 좋은가’라는 주제로 문화인의 정치참여가 어떤 명암을 갖는지 조명했다.문학평론가 윤지관씨의 ‘문학과 정치의 이분법을 넘어서’라는 제목의 찬성론과 서울여대 교수 이숭원씨의 ‘문학적 재능과 정치권력’이라는 반대론을 요약한다. ●문학과 정치의 이분법을 넘어서 시민으로서의 일상적인 참여 행위를 제외하면,문화예술인의 정치참여는 정부의 정책결정에 참여하는 것과 시민 또는 민중운동에 가담하는 것으로 나누어진다.이 가운데 후자,즉 창조적인 문화 예술인이 자유와 진리에의 충동을 실현하기 위한 사회운동에 가담하고 이를 주도해 나가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특히 창작 활동 자체를 억압하는 파시즘 체제에서 문화 예술인들의 요구가 적극적인 저항의 형태로 표출된 것은 정치적인 행위이기도 하지만 순수한 문학적 요구에서 발원하는 것이다.그렇다면 창작활동의 기반이 되는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상황에서는 어떤가.기본적으로 질서를 지향하는 권력과 질서 이상의 것을 바라보는 문화 예술이 어깨를 걸고 함께 가는 상황은 일어나기 어렵다.시민사회의 성숙성은 사회의 속물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고 그같은 조건은 문화 예술의 존재에 대한 본원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더욱이 문학과 예술의 반체제성은 정치권력뿐 아니라 더욱 공고화되는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것일 것이다.개혁이 국민적 과제라 하더라도 그 개혁이 자본주의 체제의 궁극적인 승리가 아니라 그 지양을 목표하는 것이 되지 않는 한 진정한 창작의 지향과 모순될 것임은 여전하다.체제 안에서 살면서 체제를 넘어서는 활동을 통해서만 그 반체제성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이 지금의 문학과 예술의 조건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작가 겸 정치가들의 독특한 기여는,그들이 작가로서 정체성을 견지하고자 하는 한에서는 체제와 반체제의 경계선에서 발휘되는 인문적인 상상력이 발휘될 때 가능해진다.바로 여기에 예술인의 정치 현장에 대한 참여의 의미가 있으며,이 긴장이 흐려지거나 삭감되는 순간,그 의미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문학적 재능과 정치권력 문학인이 국회의원이나 장관 같은 정치권력의 중심 직책을 맡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것으로 한정하고자 한다.문학은 현실에 바탕을 둔 것이다.문학과 현실이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니 현실 문제에 관심을 가진 문학인들이 현실에 참여하는 것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역사적으로 전체주의적 정치 체제가 지배했을 때 문학인은 권력의 중심으로부터 소외되고 탄압받았는데,그것은 전체주의 정치철학의 지향하는 획일적 사고와 문학 자체가 안고 있는 다양하고 개방주의적인 사유의 흐름이 충돌하기 때문이다.문학인이 추구하는 자유롭고 기발한 상상의 확대와 정치인이 요구하는 안정되고 균형있는 제도의 정착은,어느 순간 상보적인 관계를 맺다가도 본질적으로는 충돌할 수밖에 없다.그렇게 볼 때 문학인의 정치 현실 참여는 문학적 신념에 의해 선택된 행위다.그 참여적 행동은 정치적 신념보다는 문학인(또는 인간)으로서 양심적 고민의 소산일 가능성이 많다.추구하는 이념 역시 많은 문학인들이 공유하고 있는 인간다운 삶에 대한 열망이라는 큰 테두리에 무리없이 포함될 것이다. 그러나 국회의원이나 장관이 된다는 것은 문학적 감성이 필요한 부분도 있겠지만,사실은 조직을 유지하기 위한 고도의 행정능력이 더 많이 요구된다.그런데 권력이란 것은 억압을 전제로 한다.사회주의 이념도 이념 그 자체로는 이상적이지만,그 이념이 제도화되고 정치권력에 의해 시행되면 인간을 억압하는 기제로 변질되어 버린다.결론적으로 말해 문학적 재능 때문에 공직을 맡게 되면 공무도 충실하게 수행하기 어렵고 문학적 재능마저 탕진하게 된다.문화 예술인은 철저한 장인정신을 가지고 자기의 길을 굳건히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다만 문화 예술 방면에 대한 자문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기꺼이 응하면 되는 것이다.
  • “5·18, 희망의 씨앗돼야 한풀이식 행사 의미없어”/ 5·18 동지회 상임의장 김준태 시인

    ‘이제 5·18은 무덤이 아닙니다.둥근 씨앗입니다.배달겨레 씨종자입니다.’ 시인 김준태(55)씨가 올해로 23돌을 맞는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바친 헌시의 일부이다.이 시에서처럼 그는 5·18을 항상 ‘희망’으로 노래한다. ‘아아,광주여 무등산이여/죽음과 죽음 사이에 피눈물을 흘리는/우리들의 영원한 청춘의 도시여(중략)…(‘아아 광주여,우리나라의 십자가여’ 중에서) 그가 5·18을 주제로 쓴 시는 500여편에 달한다.‘5월 시인’이란 별명이 항상 그를 따른다. ‘나는 하느님을 보았다’ ‘국밥과 희망’ ‘불이냐 꽃이냐’ ‘통일을 꿈꾸는 색주가’ ‘아아 광주여,영원한 청춘의 도시여’ 등이 그것들이다. 지금도 난립한 5·18단체의 통합을 위해 ‘5·18민주유공자항쟁동지회’ 상임의장직을 떠맡고 있다.5·18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적’ 시인인지도 모른다. ●‘건준' 참여로 총살당한 아버지 그의 시 정신과 이력은 우리나라 역사와 이데올로기적 대립에서 잉태된 듯싶다.일제 때 할아버지는 일본 오사카의 탄광노무자로 징용됐다. 아버지는 남태평양 남양군도에 끌려갔다.천신만고 끝에 전장을 탈출한 아버지가 6·25전쟁 와중에 여운형이 이끌던 ‘건국준비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고향의 한 산골짜기에서 총살형을 당했다.당시 시인의 나이는 3살.6·25를 거쳐 군복무 시절 직접 베트남전에 참전한 그는 80년대는 5월 항쟁의 한가운데 서게 된다.그의 시와 삶의 여정에는 전쟁과 대립에 대한 증오와 평화에 대한 갈망이 넘쳐난다. 그는 대학시절인 스무살 때 고(故) 조태일 시인이 주관하던 시전문지 ‘시인’을 통해 김지하 등과 나란히 등단했다. 20대 당시 그의 시를 관통하던 주제는 ‘고향’ ‘대지’(흙)였다.시집 ‘참깨를 털면서’는 70년 개발독재시대 이농현상과 땅,고향에 대한 사랑과 감정 등을 비판적 시각으로 담아낸 초기 작품으로 꼽힌다. 그는 80년 초 광주의 전남고교에서 독일어 교사로 재직 중 5·18을 맞는다.그의 운명은 평범한 교사에서 ‘저항시인’ ‘참여시인’으로 바뀐다. ●평범한 교사에서 저항시인으로 살벌한 군부독재 시절 그는 ‘아아 광주여,우리나라의 십자가여’란 107행짜리 장편 시를 발표한다.이 시가 80년 5·18 항쟁기간 중 ‘전남매일’ 1면에 실리면서 ‘필화’를 겪게 된다.이 시는 원문이 외신을 탔고 ‘민중 선동혐의’로 계엄당국의 수배조치가 내려졌다.해당 신문사는 폐간되고 만다.그 역시 사랑하는 제자들을 뒤로한 채 한달여 동안 잠적했다. ‘가족이 너무 그리웠다.’는 그는 잠시 집을 방문했다가 주변에 잠복 중이던 보안사 요원에게 붙잡혔다.한달여 동안 각종 고문과 협박 등으로 교육청이 아닌 보안사에 사표를 제출하고 교단을 떠난다. ‘현실을 외면하는 문학은 살아 있는 문학이 아니다.’ 그는 호구지책으로 시내 학원 강사로 전전하는 동안에도 역사와 민주와 통일을 노래한 시들을 쏟아냈다.지금까지 시집 12권과 산문,평론,5·18항쟁 창작 오페라,콩트 등 모두 23권을 펴냈다. ‘역사는 소금 뿌린 생선이 아니라 펄펄 살아 뛰는 생선’이란 그의 지론처럼 역사와 통일,민족문제 등에 천착한 시기였다.시대정신을 외면하고는 시를 쓸 수가 없었다고 회고한다. 3년여 학원강사 생활을 마친그는 전남 영암의 한 중학교를 거쳐 광주과학고로 전입했으나 수업을 배정받지 못하고 ‘자리만 지키는 교사’ 생활이 이어졌다. 교단을 영원히 떠나기로 마음먹은 그는 88년 신생 지방지였던 전남일보 문화부장으로 입사한다.그는 언론인으로서 5·18의 원인과 경과·결과 등을 총괄하는 ‘광주·전남 현대사’를 기획,일부 왜곡된 5월정신을 바로 잡는다.1944∼1961년의 이 지역 항쟁사 등을 담아냈다. ●“史草는 사관이 아닌 기자가 기록” ‘오늘날의 사초(史草)는 사관이 아닌 기자가 기록한다.’는 그는 광주매일로 자리를 옮겨 ‘정사 5·18팀’을 만든다.프랑스,미국,베트남 등 세계사의 흐름을 바꿔놓은 혁명현장 등을 돌며 방대한 자료를 수집한 뒤 5·18 특집 시리즈를 내고 그 위상을 재정립하는 데 혼신의 힘을 쏟는다. IMF위기 때 잘려나가는 동료 기자들을 보고 스스로 언론 현장을 떠난 그는 광주대 문예창작과를 거쳐 지금은 조선대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글쓰는 것과 가르치는 일 외에는 관심이 없다.’는 그는 5·18을 통해 ‘출세’를노리는 일부 인사들과 다르게 살아왔다.그래서 금기시되곤 했던 5월단체 등에 대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5·18기념식은 바뀌어야 한다.”는 그는 “언제까지 한을 붙들고 살풀이하는 식의 행사가 되풀이돼야 하느냐.”고 반문한다.추모제도 없애고 시민 누구나가 하나되는 공동체 축제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5·18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새 이정표를 만든 역사적 사건’이라고 규정한 그는 ‘5월정신이 남남(극우-진보) 및 남북화해와 통일로 이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앞으로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강연과 집필활동에 열중할 것이라고 다짐한다.‘우리 후세에게 좋은 세상,전쟁과 갈등이 없는 나라를 물려주는 게 꿈’이란다. 글·사진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
  • [마당] 우리를 슬프게하는 ‘외계인들’

    며칠 전 재미있는 영화 한 편을 보았다.‘지구를 지켜라’라는 엉뚱한 제목에 끌려 머리라도 식힐 겸 극장에 들어갔다.영화는 생각보다 무겁고 재기발랄하고 진지했다.어릴 때부터 부당한 삶의 희생자로 불우하게 자란 주인공은 외계인들로부터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환각에 시달린다.그는 가난한 이들의 아픔을 외면하고 그 숨통을 죄어 막대한 부를 축적한 자,자신에게 육체적 정신적으로 폭력을 가한 자,남의 사정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 자,소위 말이 통하지 않는 자들 모두를 외계인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가끔은 이 세상에 그런 외계인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이 불운한 지구의 미래가 그들에 의해 위협당한다고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사실 나는 자신의 강력한 카리스마 하나로,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그 많은 인민들 위에 그 오랜 세월동안 군림해온 북한의 총수 김정일이 외계인이 아닐까 생각될 때가 있다.같은 피를 지닌 우리의 형제를 사랑하고 끌어안아,오늘이 비록 곤궁할지나 먼 미래의 통일 한국을 위한 초석이 되고자 하는 이 시대민중의 꿈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솔직히 나는 몹시 개인적인 한 사람의 예술가로서 형제를 위해 하필이면 왜 우리 시대가 희생해야 한단 말인가-그런 억울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통일로 가는 길목에서 우리가 감수해야 할 막대한 경제적 희생과 사회적 혼돈을 상상해보면,위대한 통일은 나 죽은 뒤에 하고 그냥 이렇게 평화롭게 살다 죽으면 좋겠다 싶기도 하다.이렇게 말하면 안 된다는 것도 알고 몹시 나무랄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안다.그냥 솔직히 답답한 심정을 털어놓는 것이다. 어릴 때 말로만 듣던 전쟁의 환상은 실로 뜻밖의 모습으로 우리 앞에 얼굴을 드러낸다.그렇게 두려워하던 남북한의 전쟁이 아니라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는 상상할 수도 없는 전쟁의 청사진이라니.그 사이에 끼여 함께 초토화되고 말 우리의 슬픈 미래는 영원히 오지 말지어다. 자신 하나 때문에 그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키고,이라크의 시계를 백년은 더 뒤로 돌려놓고 만 ‘사담 후세인’ 역시 외계인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그렇다고 초현대식 무기를 지니고 이라크를 진짜박살낸 미국 대통령 ‘부시’ 또한 강력한 힘을 지닌 낯선 별에서 온 외계인이 아닐까? 게다가 그들 모두는 자신이 이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까지 갖고 있는 것이다.결국 서로의 언어가 소통되지 않는 별들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 지구를 무슨 수로 지켜낼 것인가? 영화 속에서,외계인은 다 죽여 버려야 한다고 믿는 정신 이상의 주인공이 택한 방법론은 오늘 이 전쟁의 현장과 똑같이 닮아있다.그러므로 후세인도,김정일도,부시 대통령도 그들을 둘러싼 이 거대한 전쟁게임을 즐기는 우리 모두 다 외계인이 아닐까? 차라리 UFO를 타고 오는 상상 속의 진짜 외계인은 우리의 영원한 아군일지 모른다. 가장 가까운 남편과 아내가 낯설고 먼 외계인으로 느껴질 때,그들의 대화법은 이혼으로 끝나는 소통불능의 도구일 뿐이다.개인간의 소통이 그렇게 어려울진대,인간 세상에서 전쟁의 종식은 불가능할지 모른다는 절망적인 생각이 든다. 문득 약자였던 자신의 민족이 더 이상 다치지 않기를 바라며,‘비폭력 무저항’을 외쳤던 인도의 ‘간디’를 생각한다.눈에 보이는 힘과 물질만이 만능인 이 낯선 세상을 살며,간디야말로 따뜻한 피를 지닌 진정한 지구인이었을지 모른다는 엉뚱한 생각이 드는 것이다. 황주리 화가 ●알림 이화여대와 뉴욕대 대학원을 졸업한 서양화가 황주리(46)씨가 오늘부터 마당 새 필진으로 참여합니다.
  • 프로농구 / TG ‘천하통일’

    TG가 기적을 일궈냈다.‘농구 천재’ 허재는 신화 창조의 중심에 우뚝 섰고,‘구영탄’ 신종석과 ‘해결사’ 데이비드 잭슨은 마지막 승부의 주인공이 됐다. 7전4선승제의 02∼03프로농구 챔피언결정 6차전 종료 버저가 길게 울리자 기진맥진한 TG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코트로 몰려 나와 얼싸안고 펑펑 울었다.오랫동안 참은 사나이들의 뜨거운 눈물이었다. TG는 13일 대구로 장소를 옮겨 열린 6차전에서 홈팀 동양을 67-63으로 따돌리고 종합전적 4승2패로 챔피언 반지를 차지했다.정규리그 3위 TG는 나래시절인 원년(97년) 챔프전에서 기아에 1승4패로 무너진 이후 5시즌만에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잭슨은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의 영광을 안았다. TG가 플레이오프 4강전에서 정규리그 2위 LG를 5차전까지 치르는 혈전 끝에 물리치고 챔프전에 올랐을 때 많은 전문가들은 우승을 반신반의했다.객관적인 전력이나 체력면에서 동양이 월등하게 앞섰기 때문이다.TG 팬들조차 “져도 후회는 없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TG 선수들은 한순간도 우승할 수 있다는 신념의 끈을 놓지 않았다.챔프전 최대 승부처인 5차전에서 사상 초유의 세차례 연장전 끝에 1점차로 이기면서 정신력은 극적으로 빛났다.신념의 한가운데는 허재가 있었다.경기를 거듭할수록 허재는 TG의 ‘수호신’이 됐다.허재는 이날 5차전 때 입은 갈비뼈 연골 부상으로 줄곧 벤치를 지키다 종료 1.3초를 남기고 코트를 밟아 후배들과 마지막 땀방울을 흘렸다. TG는 초반부터 동양의 거센 저항에 부딪혔다.동양의 주포 마르커스 힉스(20점)는 수비수가 붙으면 파고들어 원핸드 덩크슛을 꽂았고,떨어지면 3점포를 쏘아올렸다.TG는 1쿼터에서 양경민의 3점포로 단 3점만을 얻어 챔프전 사상 한 쿼터 최소득점(종전 01∼02시즌 SK 8점)의 수모를 당했다.그러나 2쿼터에서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21점차로 뒤진 TG가 신종석(17점)의 적중도 100%(5개)의 3점포를 앞세워 36-36 동점을 만든 것. 승부가 갈린 4쿼터는 손에 땀을 쥐게 했다.동양은 박재일이 3점포를 터뜨리고 TG의 실책을 속공으로 연결시켜 앞서갔으나 ‘해결사’ 잭슨(19점)을 막지 못해 끝내무릎을 꿇었다.챔프전 내내 팀을 울리고 웃긴 잭슨은 종료 6분 전부터 3점포 3개와 자유투 등으로 13점을 퍼붓고 가로채기로 경기 흐름을 뒤바꿔놓는 등 결정적인 수훈을 세웠다. 대구 이창구기자 window2@
  • 편집자에게/ 파병반대 네티즌 ‘국적포기’ 주장 이해

    -‘파병반대 네티즌들 국적포기 운동 파문’기사(대한매일 4월7일자 9면)를 읽고 ‘대한민국은 침략전쟁을 부인한다.’는 헌법 조항과 유엔·교황청·세계 시민의 압도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명백한 침략 전쟁에 국군을 파병키로 결정했다.파병을 반대하고 세계평화에 기여하고자 했던 상당수 시민의 정신적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그런 상황에서 이미 주어진 국적을,천부적으로 주어지는 더 중요한 가치인 ‘인권,평화,생존’의 이름으로 거부하는 상황이 일부 네티즌에 의해 벌어지고 있다는 보도다.그러나 이는 결코 이상한 일도,‘파문’도 아니다. 평화와 인권,이라크인의 생존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고민해 볼 수 있는 일이다.실제 국적포기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일부 네티즌의 행동은 상징적 저항으로 이해된다.현재 이라크에 군대를 보낸 나라는 미국,영국,호주밖에 없다.한국이 전범국가가 되는 것을 걱정하고,죄 없는 이라크 시민을 학살하는 전쟁의 지원을 거부하는 것은 우리 시민이 당연히해야 할 일이다.파병을 결정한 대한민국 정부에 국적포기라는 극단적 수단으로 맞설 수밖에 없는 현실이 서글프다. 안진걸 참여연대 회원참여팀장
  • 기고/ 전교조 일방주의 버려야

    며칠 전 서로 바빠 소식이 뜸했던 교육청 장학사로부터 메일이 와 있었다.반가운 마음에 열어 본 메일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요즘 교육계는 교육의 본질과는 동떨어진 문제로 서로 싸우느라 제 방향을 잃은 듯합니다.학생들 가르치느라 바쁜 선생님들은 단체 활동을 하고 싶어도 할 시간이 없답니다.교재 연구하랴,숙제 검사하랴 하루가 짧다고 합니다.실은 어제 저희 교육청이 전교조에 또 포위당했습니다.탈출하듯이 교육청을 빠져 나오면서 거듭되는 이 상황이 정말 싫었습니다.교육부도 마구 정책만 쏟아내지 말고 교육의 본질적인 문제로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학교현장 장학은 엄두도 못내고 오늘(일요일)도 하루 종일 집에서 며칠째 계속해오던 교육청 평가 준비작업을 했답니다.지쳤지요.하느님도 천지창조하실 때 쉰 일요일인데 장학사는 못 쉽니다.평가 잘못 받아 교육청 망할(?)까 봐서요.우리 현실이 버겁습니다.밤이라 제가 좀 오버했습니다.좋은 꿈 꾸시길…” 보낸 시간 월요일 새벽 1시51분. ‘그래,좀 오버했군! 그래도그렇지,왜 이리 마음이 무거울까? 전교조,교육부,무소속(?) 교사,학생,혼란스러운 학교 현장,그리고 우리의 미래…’ 그리고 며칠 후 ‘충남 예산의 한 교장선생님 자살과 전교조의 서면사과 요구로 인한 심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논란 제기’의 언론 보도는 엄청난 충격이었다.물론 교장선생님의 자살과 전교조의 사과요구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일이지만 일부에서 두 사안의 연관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오늘의 심각한 교단 갈등을 단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전교조가 우리 교육계 전반에 기여한 바를 잘 알고 있다.그리고 지금도 그들의 주장에 귀 기울이면서 고마워할 때가 많다.교육에 대한 열정과 끊임없는 연구로 풍부한 자료와 명확한 논리를 제시하면서 교육 개혁의 대안을 주장할 때는 나 자신이 가끔 부끄러워질 때도 있다. 현실이 암담할 때는 저항의 방법이 과격해질 수밖에 없다.그래서 전교조가 합법화되기 전의 다소 과격했던 투쟁 방법은 사회의 걱정거리가 아니었다. 그러나합법화된 지금 그들은 진지하게 고민하는 성숙한 모습의 동반자이기보다는 거대한 돌덩이처럼 우리 앞에 버티고 서 있다.이미 그들에게는 오만함이 내려앉아 있다.그들은 자신들이 교육공동체의 ‘one of them’이 아니라 ‘all’이라는 자기도취에 빠져버렸다. 해서 나는 정부의 발목을 잡고,학부모들의 주장을 묵살하고,동료 교사들의 권위를 무시하고,학생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전교조의 일방주의를 우려한다.정부도 엉터리고,학부모도 잘못하고,다른 교사들도 구태의연하다고 치자.삭발이나 단식 투쟁을 할 만큼 대범하지도 못하고,밤새 교육청을 점거해서 농성하고도 아침에는 학교로 출근하여 졸린 눈 비비며 학생들을 가르칠 만큼의 체력도 열정도 없는 세속적인 사람들이라고 치자.그래서 상대는 계몽해야 할 대상이고,협상은 굴복이며 타협은 거래이므로 오직 투쟁과 타도만이 선이라고 인식한다면 그들은 심각한 강박관념과 권위주의의 덫에 걸린 것이다. 지나친 도덕적 우월주의나 순결주의는 극단적인 종교적 원리주의 사회에서는 있을 법한 일이다.무서운사실은 교육에서의 일방주의는 편협하고 독선적인 학생들을 길러낼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제 전교조는 자신들이 교육공동체의 ‘all’이 아니라 ‘one of them’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인정하고 일방주의적 태도를 버리는 것이 좋겠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교육계를 꿋꿋이 지켜왔던 선배들이 계시고,자녀의 장래를 누구보다 걱정하는 학부모들이 지켜보고 있지 않은가? 교육계는 더 이상 혼란과 갈등으로 아파하거나 불안해하는 극단의 지경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쳐야 할 관행과 제도가 많을수록 교육공동체가 함께해야 교육 개혁이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 승 희 명지전문대 교수 학교사랑실천연대 운영위원장
  • 이런 책 어때요 / 하버드대학 옌칭도서관의 한국고서들 외

    하버드대학 옌칭도서관의 한국고서들/ 허경진 지음 웅진북스 펴냄 미국 하버드대학 옌칭도서관 한국관에는 4000여종이 넘는 한국의 고서들이 있다.그 중엔 한국의 오랜 역사와 문화를 증거하는 문화재급 고서들도 많다.하지만 ‘하버드 중국-일본 도서관’에서 독립한 ‘한국관’의 역사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자료들에 대한 내용 해제나 귀중본 분류작업은 중국과 일본에 비해 크게 미흡한 실정이다.연세대 교수인 저자는 이 책에서 시대사 연구에 도움을 줄만한 고서들을 소개한다.‘동국여지승람’의 체제를 본딴 ‘조선환여승람’,고종황제와 순종의 초상화를 그리는 과정을 적은 ‘어진도사등록’ 등이 그것이다.1만 8000원. 소피스트운동/ 조지 커퍼드 지음 김남두 옮김 / 아카넷 펴냄 어원으로 보면 ‘현명한 사람들’이란 긍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서양철학사를 통틀어 가장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온 지식인 그룹.소피스트는 영혼을 파는 지식상인인가,전성기 그리스문화의 사상적 대변자인가.지난 2500년간 이어져온 소피스트들에 대한 ‘플라톤적’선입견을 배제,소피스트 사상의 복원을 시도한다.소피스트들은 종교·문법·시·예술과 법률·수사 등 세련된 학문적 수단을 토대로 아테네의 문화적 공백을 메웠으며,민주주의 이념을 충실히 전달한 교육담당자로 제 역할을 다했다는 것이다.저자는 영국 맨체스터대 고전문헌학 교수.1만 5000원. 21세기의 파이/ 레스터 브라운 등 지음 이상훈 등 옮김 / 따님 펴냄 옛 잉카제국의 격언에 “개구리는 자기가 사는 연못의 물을 다 마셔버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이는 우리가 직면한 과제,즉 인구팽창과 경제개발에 따른 물 수요의 증가와 물의 생태계 부양기능을 어떻게 조화시켜 나가야하는가를 시사해준다.미국의 환경·에너지연구소 월드워치연구소를 만들고 이끌어온 저자는 ‘자연과 나눠쓰지’ 않는한 강과 바다 그리고 그것들에 의존하는 인간의 삶터는 지탱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성장을 위한 성장은 암세포의 이데올로기일 뿐”이라는 것이다.이 책은 ‘부드러운 에너지’를 생태적 대안의 하나로 제시한다.1만 2000원. 러셀 자서전/ 버트런드 러셀지음 송은경 옮김 / 사회평론 펴냄 “거짓과 더불어 제정신으로 사느니,진실과 더불어 미치는 쪽을 택하고 싶다.” 98년의 삶을 진실과 진보의 대의 이래 살아온 영국의 사상가 버트런드 러셀.반전주의자이자 반핵주의자인 그는 1965년 런던 정치경제대학에서 “미국이 잔인한 길을 가도록 방치할 경우 세계는 미합중국의 노예로 전락할 것”이라는 요지의 연설을 했다.이라크전이 한창인 지금,그의 경고는 어리석은 ‘역사의 되풀이’를 실감케 한다.이 책은 유럽의 지성사와,전쟁으로 치달은 위험한 세기를 온몸으로 산 러셀의 솔직하고 유쾌한 자서전이다.상·하권.각권 1만 5000원. 아내/ 매릴린 얠롬 지음 이호영 옮김 시공사 펴냄 고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결혼과 아내상의 변화를 살폈다.남성이 만들어낸 법률과 제도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아내의 역사는 속박과 순종의 역사였다.그러나 여성학자인 저자는 시대와 인습에 저항하며 세상을 좀더 살만한 곳으로 변화시켜 나간 아내들의 얘기도 다룬다.여성의 행복을 보장하는 법률을 제정하자고 주장한,미국2대 대통령 존 애덤스의 부인이자 6대 대통령 존 퀸시 애덤스의 어머니인 애버게일 애덤스,빅토리아 여왕 시대 남편에 대한 복종서약을 거부하고 동등한 결혼생활을 실현함으로써 시대를 앞서간 바이얼릿 블레어 등이 그들이다.2만 2000원. 이 땅의 큰 나무/ 고규홍 지음 눌와 펴냄 한국을 대표하는 큰 나무들을 수종별로 다룬 ‘거목 답사기’.우리의 나무문화를 대표하는 소나무·참나무류를 비롯해 느티나무·팽나무·은행나무·푸조나무·왕버들과 같이 당산나무나 정자나무로 흔히 쓰이는 나무,음나무·물푸레나무·뽕나무·비자나무·후박나무 등 쓰임새가 많아 사랑받아온 나무들의 이야기가 실렸다.나무에 얽힌 전설이나 역사를 통해 우리의 삶도 들여다봤다.공양왕의 최후를 지켜본 삼척 근덕면 음나무,스님의 지팡이에서 자라났다는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용왕의 선물이 크게 자랐다는 남해 창선면 왕후박나무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2만원.
  • “제3세계 빚 탕감 도와주자”/ 월드뮤직 스타들 자선앨범 한국 한대수·양병집등 동참

    빈곤의 악순환에 처한 제3세계 국가를 돕기 위해 전세계 월드음악 뮤지션들이 뭉쳤다.2년간의 준비 끝에 나온 프로젝트 앨범 ‘Drop the dept(빚을 내던져라)’. 일부 선진국들이 첨단 살상무기에 천문학적 액수의 돈을 쏟아붓는 동안 지구 한쪽에선 상당수 국가들이 엄청난 빚 때문에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20년 전 개발도상국가의 부채는 6000억달러.그동안 4조 5000억달러를 갚았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자로 인해 아직도 2조 4500억달러를 더 상환해야 하는 실정이다. 프로젝트의 제안자는 프랑스 음반기획자인 프랑소와 모제르.제3세계의 부채 무효화를 주장하는 시민단체와 손잡고 세계 각국 뮤지션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았다.지난해 내한공연을 가진 세자리아 에보라,월드뮤직의 대모격인 솔레다드 브라보를 비롯해 프랑스,브라질,이탈리아,베네수엘라 등 17개팀 100여명이 참여했다.아프리카 토속음악부터 라틴,포크,랩에 이르기까지 음악적 색채는 각양각색이지만 ‘진실한 삶’과 ‘저항정신’이란 메시지는 동일하다.국내에서는 한대수와 양병집,어어부프로젝트가 동참했다.70년대 정통 포크음악을 이끌었던 양병집은 “노래로 평화를 전하는 일만큼 내게 시급한 일은 없다.”고 참가동기를 밝혔다. 뮤지션들은 음반 판매수익을 제3세계 부채탕감에 뜻을 같이하는 각국 NGO에 전달하며,6월에 열리는 주요 8개국(G8)회담,9월 세계무역기구(WTO)각료회의 등을 전후해 세계 투어 공연도 가질 예정이다.한국에서도 9월 콘서트를 계획 중이다. 이순녀기자 coral@
  • 부시의 전쟁/ 이라크 “자폭순교 지원자 4000명”

    |쿠웨이트시티 김균미특파원|29일 오전 11시(현지시간)쯤 이라크 중부 나자프 마을의 미군 검문소로 이라크군 하사관이 폭탄을 실은 택시를 몰고 돌진,미군 제3보병사단 소속 병사 4명이 사망했다. 이라크 특수부대 사담 페다인의 배후공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연합군은 비정규군의 자살폭탄 공격이라는 또 다른 복병을 만나게 됐다. 타하 야신 라마단 이라크 부통령은 이날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공격은 알리 자파르 알 누마니 하사관이 감행했다.”면서 이 하사관은 명령을 받은 장교가 아닌 여러명의 자녀를 둔 가장이라며 그의 높은 정신을 칭찬했다.이라크 국영 TV 보도에 따르면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이 하사관 가족에게 1억 디나르(약 4500만원)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마단 부통령은 자폭공격이 통상적인 전술이며 적들을 죽이기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이라도 동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또한 순교를 각오한 회교 지원자들이 이라크로 속속 몰려들고 있으며 그 수가 40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하젬 알 라위 이라크군 대변인도 30일 “이라크인뿐만 아니라 수천명의 아랍 지원자들이 연합군에 대한 자폭공격을 계속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미·영 연합군은 이라크의 비재래식,원시적 방식의 공격에 불안해하고 있다.미국은 이라크의 자폭공격이 연합군의 바그다드 진격을 지연시키려는 새로운 유형의 ‘게릴라 전술’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자폭공격은 팔레스타인인들이 대 이스라엘 인티파다(봉기) 과정에서 종종 감행해 온 ‘순교 행위’이지만 이라크 전쟁에서 발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라크 반체제 인사들이나 아랍 언론들은 이라크의 자살 공격 가능성을 이미 오래 전부터 경고해 왔다.반체제 단체들은 후세인 정권이 자폭공격에 나설 아랍 자원자들을 모아 훈련 캠프를 운영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알 자지라 방송이 공개한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육성 녹음테이프도 이라크인들에게 미군에 맞서 자폭공격에 나서도록 촉구했다.나지 사브리 이라크 외무장관 역시 개전 직전 TV 회견에서 이라크가 침략군에 대항해 자살공격을 계획하고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우리는 모든 유형의 전쟁을 준비해 왔다.”면서 “지난 몇 달간 수만명이 미군에 맞서 ‘순교’를 감행하겠다며 자원해 왔다.”고 밝힌 바 있다. 개전 이후 아랍 대부분의 국가에서 연일 벌어지는 반전시위에서도 ‘지하드(성전)’를 외치는 구호가 압도적이었다.지하드는 침략군에 대한 광범위한 의미의 저항이지만 순교를 함축하고 있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에 맞서 홀로 싸워야 하는 이라크에 게릴라 전술은 유일한 선택인 셈이다. kmkim@
  • [씨줄날줄] 반전가요

    “얼마나 더 많은 포탄이 터져야만/피비린내 나는 싸움이 끝날까?/친구여,묻지 말아요/오직 바람만이 알고 있는데.” ‘살아있는 포크의 전설’ 밥 딜런은 지난 1960년대 ‘바람만이 아는 대답’(Blowin’ in The Wind)을 부르며 평화를 외쳤다.1941년 미국 미네소타에서 태어난 밥 딜런은 미네소타대 2학년때인 1961년 학업을 때려 치우고 통기타 하나만을 달랑 들고 무작정 뉴욕으로 진출,동갑내기인 ‘포크의 여왕’ 조앤 바에즈와 함께 반전과 저항의 시대정신을 노래했다.1961년 처음 만나 동거에 들어간 두 사람은 1963년 노예해방선언 100주년을 기념하는 워싱턴 대행진 등에 참여해 ‘우리 승리하리라(We Shall Overcome)’를 부르기도 했다.이때 마틴 루터 킹 목사는 그 유명한 ‘나에겐 꿈이 있다’는 연설을 했다.조앤 바에즈는 1965년 베트남전이 전면전으로 번지자 ‘도나 도나(Donna Donna)’ 등을 통해 자유와 반전의 가치를 본격 설파하고 나섰다. 1960년대 미 반전운동과 히피의 정점은 1967년 7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던 몬트레이 페스티벌과 1969년 8월 뉴욕의 우드스톡 페스티벌.특히 베트남전에 반대하는 40만여명의 젊은이들은 조앤 바에즈와 지미 핸드릭스,제니스 조플린,산타나,존 세바스티언 등 당대의 최고 가수들과 함께 뉴욕의 한 농장에 모여 사흘 밤낮을 지새며 평화를 노래하고 또 노래했다.‘평화와 음악의 사흘’이란 타이틀의 우드스톡 페스티벌은 베트남전과 냉전의 시기를 살았던 그 시절 젊은이들에겐 ‘평화운동의 전설’로 기억되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이집트 대중가수 압둘 라힘이 부른,‘이라크를 평화롭게 내버려둬라’란 반전 가요가 아랍권에서 선풍적인 인기란다.국내 반전시위에서도 ‘전쟁을 반대해∼,평화를 사랑해∼’로 끝나는 반전가요가 등장했다고 한다.아랍어로 ‘당신께 평화가 함께 하기를’(앗살람 알라이 쿰)이란 제목의 노래를 이달초 시민가수 ‘리표 삐’가 만들어 인터넷에 음악파일을 올리면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는 것.‘바람만이 아는 대답’과 ‘도나 도나’가 난데없이 국내에서 불온 가요로 분류돼 방송 금지됐다 1994년에야 해금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던 것에 비춰 격세지감이 든다. 김인철 논설위원 ickim@
  • [이경형 칼럼]‘노무현 코드’가 뭐야

    노무현 대통령이 대북송금 특검법안을 공포하자 한나라당 당권에 도전하고 있는 강재섭 의원은 ‘정치 코드’가 맞다며 맞장구를 쳤다.그는 “노 대통령이 광복 후 세대라 그런지 정치 9단들처럼 복선을 깔지 않고 ‘쉬운 정치’를 한다.”고 격찬(?)까지 했다.반면 민주당은 구주류,신주류 할 것 없이 와글와글하고 있다. ‘노무현 코드’란 무엇인가.한마디로 말하기는 쉽지 않다.이를테면 파격의 정치,승부수 띄우기,발상의 전환 등등의 행동 속성을 지닌다고나 할까.평검사들과 가진 TV생중계 토론회에서 보여준,정제되지 않은 원유(原油)같은 모습도 그 한 예다. ‘노(盧) 코드’를 읽는 데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시민단체간의 논쟁에서 그 단초를 찾을 수 있다.1989년에서 1997년까지 8년 동안은 경실련 중심의 시민단체협의회가 시민운동을 주도했고,2000년 이후는 참여연대 중심의 총선연대와 개혁연대가 주도했다고 볼 수 있다. 경실련은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면,참여연대는 ‘악법은 법이 아니다.’는 인식을 깔고 있다.‘노 코드’는 후자에 가깝다.이런 코드에서 보면 ‘잘못된’ 기존 질서는 당연히 타파의 대상이 된다.따라서 기존의 잣대로 ‘노 코드’를 재단하려 들면 제대로 보이질 않는다. 노 대통령의 특검법 거부권 행사도 이런 바탕에서 정치권 현실을 대입시켜 파악해야 한다.특검법 수용은 소수 정권의 생존 전략의 하나이며,기존 여권 권력운용 방식을 뛰어넘는 것이다.‘선 공포,후 제한적 특검’이라는 여야 사무총장의 ‘설익은 절충’을 리스크를 감수하며 기정사실화한 것도 ‘노 코드’ 산물이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노 대통령이 취할 수 있는 정치적 행동반경은 넓지 않다.만약 거부권을 행사했다면 한나라당의 엄청난 저항은 불 보듯 뻔하며,임기 첫해부터 국정 수행에 필요한 입법은 사사건건 야당의 제동으로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다. ‘노 코드’에 적응 못한 민주당내에서는 최근 “우리가 여당 맞아.”라는 원망이 봇물을 이뤘다.지난 19일 노 대통령은 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불러 고위 당정회의를 부활키로 하는 등 ‘선물’을 주면서도 “왜 내 뜻을 모르느냐.”고 질책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의 나무람은 ‘노 코드’가 단순한 정치 스타일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민주당의 불평·불만은 청와대·여당 관계를 과거의 틀로 보는 데서 비롯된다.대통령이 집권당 총재를 겸하고,여당을 친정체제로 관리하며,국회는 다수당인 여당의 당론을 입법화하는 기관으로 전락시켰던 과거 권력 패러다임으로 ‘노 코드’를 보려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대 국회 관계도 여당을 통한 대야 관계가 아니라,행정부와 입법부의 협력·견제 관계로 풀어나가야 한다.이런 인식은 노 대통령이 소수정권의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미국 대통령과 의회 다수당이 당이 서로 달라도 타협과 협상으로 국정을 원만히 운영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여권의 당정 관계도 대통령이 당직을 갖지 않는 당정 분리 정신을 토대로 해야 한다. 청와대 고위당정회의를 정례화한다 해도 대통령이 국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다수당인 한나라당과의 원만한 관계 설정이 불가피하다.노 대통령은 여야 수뇌부와 자주 만나는 것도 필요하지만 개별 입법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야당 의원들도 청와대로 초청하여 의견을 듣고 설득하는 노력을 펴야한다. 노 대통령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소수 정권의 구도를 극복하겠다는 욕심으로 무리수를 둬서는 안 된다.지역대결 구도 탈피와 ‘1인1투표’에 의한 전국구 의석 배분의 위헌판결을 반영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정치권의 협상에 맡기는 것이 낫다. ‘노무현 코드’의 청와대는 여야를 드나들면서 탈 관행의 ‘낮은 청와대’가 되어야 한다. 논설위원실장 khlee@
  • [씨줄날줄] 독립기념관 윤전기

    ‘민족의 자주와 독립을 지켜온 우리 민족의 국난 극복사와 국가 발전사에 관한 자료를 수집 전시함으로써,국민의 투철한 민족정신과 국가관을 정립하는 데 이바지한다.’독립기념관은 자체 홈페이지에서 밝히고 있듯,이같은 건립목적에 걸맞은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는 걸까.최근 한 윤전기 전시물을 둘러싸고 일고 있는 설왕설래는 이에 대한 흔쾌한 대답을 주저케 한다. 문제의 윤전기는 일제 강점기 사회 문화운동을 소개하는 제6전시관의 핵심을 이룬다.당시 국내외에서 전개된 교육 언론 종교 체육 예술계 등의 저항운동을 이미지화하기 위해 신문에 보도됐던 다양한 형태의 운동을 보여주는 전시방식을 채용했기 때문이다.문제는 이 윤전기가 조선일보가 1939년부터 가동해 1940년 폐간될 때까지 사용하던 기계라는 점이다.독립기념관 측은 ‘조선일보 윤전기’란 제목아래 ‘창씨개명,한글폐지 등 민족문화 말살의 위기 상황에서 조선일보사가 1940년 8월10일 신문이 강제폐간될 때까지 사용했던 것’이란 설명까지 붙였다. 이에 대한 이의제기는 학계와 언론에서 먼저 있었다.총독부의 파쇼통치가 강화되던 시기이긴 했지만 매년 신년호 1면에 일왕부부의 사진과 내선일체 주장 등을 크게 보도하고 이른바 대동아전쟁 찬양 일색의 기사를 찍어낸 윤전기를 독립기념관에서 항일 언론투쟁의 상징성을 부여해 전시하는 것은 역사왜곡이라는 지적이었다.‘안티조선’단체들이 ‘친일신문 윤전기 철거운동’을 시작한 것은 그 다음이다. 조선일보의 친일성을 여기서 논의하기는 어렵지만 수긍키 어려운 것은 독립기념관측의 오락가락하는 대응이다.독립기념관측은 지난해 12월 전시물 제목을 ‘윤전기’로 바꿔달고 설명도 중립적으로 바꾸는 조치를 취하면서도 시민단체의 철거 요구는 거부했다.그뒤 시민단체가 제기한 법정 소송에 독립기념관측이 조선일보측의 변호지원을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조치의 공정성을 지극히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그런데 17일 독립기념관 이사회가 윤전기 철거를 전격적으로 의결했다.전시자문위를 통하지 않은 유례없는 절차고 기존 입장과도 정반대이다.독립기념관의 소신은 무엇일까.또 어떤뒷말이 나올까.독립기념관의 ‘독립’은 의심받으면 안 된다. 신연숙 논설위원 y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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