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저항
    2026-08-05
    검색기록 지우기
  • AI 고용
    2026-08-05
    검색기록 지우기
  • 해서
    2026-08-05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8,156
  • 워싱턴에 세워진 ‘톈안먼 탱크맨’ 동상

    워싱턴에 세워진 ‘톈안먼 탱크맨’ 동상

    중국 6·4 톈안먼 민주화 시위 30주년인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낸시 펠로시(오른쪽) 하원의장이 톈안먼 시위를 주도했던 인권운동가 양젠리(왼쪽 두 번째)와 함께 톈안먼 시위 이튿날인 1989년 6월 5일 전차 행렬 앞을 가로막으며 저항했던 ‘무명의 반역자’, 일명 ‘탱크맨’ 동상의 베일을 걷고 있다. 탱크맨은 미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세기 인물 100명 중 한 사람으로 돼 있다. 미 하원은 이날 톈안먼 진상 규명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고, 펠로시 의장은 “중국은 지금 인권의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 UPI 연합뉴스
  • 워싱턴에 세워진 ‘톈안먼 탱크맨’ 동상

    워싱턴에 세워진 ‘톈안먼 탱크맨’ 동상

    중국 6·4 톈안먼 민주화 시위 30주년인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낸시 펠로시(오른쪽) 하원의장이 톈안먼 시위를 주도했던 인권운동가 양젠리(왼쪽 두 번째)와 함께 톈안먼 시위 이튿날인 1989년 6월 5일 전차 행렬 앞을 가로막으며 저항했던 ‘무명의 반역자’, 일명 ‘탱크맨’ 동상의 베일을 걷고 있다. 탱크맨은 미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세기 인물 100명 중 한 사람으로 돼 있다. 미 하원은 이날 톈안먼 진상 규명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고, 펠로시 의장은 “중국은 지금 인권의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 UPI 연합뉴스
  • 미국에 저항한다는 이란… “전쟁날라” 복잡한 속내

    미국에 저항한다는 이란… “전쟁날라” 복잡한 속내

    이란이 연일 대미 강경 투쟁 방침을 밝히며 미국과의 긴장 강도를 높인다. 그러나 이란이 겉으로 위협적인 제스쳐를 취하는 것과 달리 내부적으로는 미국의 고강도 제재로 전례 없는 고통을 당하고 있으며, 중동 일대의 친이란 무장단체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긴장 고조와 잇달은 상황 악화가 어느 한 쪽의 돌발적 행동으로 이어져 전면전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AP통신 등은 4일(현지시간)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미국의 지나친 요구와 괴롭힘에 저항하는 것이 그것을 멈추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면서 “미국은 이란의 미사일 능력을 빼앗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하메네이는 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최근 이란이 현재의 지도자들과 함께 발전을 이룰 수 있다며 이는 그들이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란과 이란의 관리들은 이러한 정치적 속임수에 속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란의 상황은 녹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제재가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직격했다”고 전했다. 헤즈볼라는 지난 수십년간 이란의 막대한 자금 지원으로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군비를 확충했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헤즈볼라에 연평균 7억 달러(약 8256억원)를 주며, 이는 헤즈볼라 예산의 70% 수준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제재로 이란 경제가 위축되면서 이란이 헤즈볼라에 지급하는 지원금 규모가 많이 축소한 것으로 보인다. 헤즈볼라 전투원들이 봉급을 전혀 받지 못한다는 설도 있다. 이와 관련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지금의 극단적 대치가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포린어페어스는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빼면 미국과 이란 양측에서 진심으로 전쟁을 원하는 사람은 없다”면서도 “계산 착오, 신호 누락 등으로 이한 사소한 충돌이 미국 및 중동 전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 지역 충돌로 번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비폭력 저항운동 품바, 세계적 길거리 예술 만들 것”

    “비폭력 저항운동 품바, 세계적 길거리 예술 만들 것”

    품바 연극화한 ‘김시라 선생’ 정신 연구 탄생 40주년 맞아 무안서 법인 선포식 “선생 뜻 기리기 위해 국제적 축제 열 것”“품바는 가장 낮은 ‘거지’ 신분으로 권력자들에게 맞선 비폭력 저항운동이었습니다.” 품바를 1인 연극으로 체계화한 김시라(본명 김천동, 1946~2001) 정신을 연구 계승하기 위한 품바문화재단설립추진위원장인 이수찬(71) 민주평화노인회 전국장애위원회 총회장은 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김시라 품바’를 세계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전남 무안에서 김시라 선생에 의해 탄생한 품바는 올해로 40주년을 맞았다. 품바는 거지들의 각설이 타령 후렴귀에 사용하는 일종의 장단 구실을 하는 의성어로 전해 왔다. 품바가 생활어로 우리 사회에 정착한 것은 선생이 40년 전 초연한 연극 ‘품바’가 6년여간 전국 순회공연하면서부터다. 이 위원장에 따르면 김시라 선생은 1978년 지역예술단체인 ‘인의예술회’를 만든 시인이자, 극작가 겸 연출가다. 1인 연극 ‘품바’의 대중화를 만들고 선도하는 데 앞장섰다. 이듬해 무안 일로읍 마을회관에서 초연된 품바는 1998년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4000회 기념공연을 여는 등 지난해까지 최장 1인 공연과 6500회 공연 등 국내 최대 관객 동원으로 ‘한국 기네스북’에 수록되기도 했다. 민초들의 한과 울분이 서린 창극 품바는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까지 전국을 떠돌다 일로읍 천사촌에 정착한 거지 대장 천장근의 밑바닥 삶을 줄거리로 한다. “당시 선생의 품바가 큰 사회적 반향을 불러 왔던 것은 독재정권 시절 걸인의 푸념과 넋두리에 인권·노사문제·인간성·민족애 등이 모두 녹아 담겼기 때문입니다.” 그는 품바를 세계적 길거리 문화예술로 끌어올린 김시라 선생의 뜻을 기리기 위해 재단 설립 후 세계화를 위해 최영철 서울시 오라토리오 감독을 중심으로 무안에서 ‘국제 품바 축제’를 열 계획이다. 지난 2월 김시라 선생의 고향이자, 품바 발상지인 무안에서 법인 설립 선포식을 가졌다. 선포식에는 김시라 선생의 자녀인 주리(배우)씨를 비롯한 문화예술계 인사 50여명이 참석해 40주년을 맞은 품바의 체계적인 전승·발전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미 무안에는 1862㎡ 부지에 ‘무안 각설이 품바 전승관’(김시라 품바 기념관)이 오는 12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 중이다. 이 위원장은 “세계 각국의 집시문화와 향토문화가 담긴 작품이나 단체들을 초청해 국제페스티벌을 준비할 계획”이라며 “김시라 품바는 정신과 사상, 철학이 담긴 메시지를 전달하는 문화”라고 말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폼페이오 “中, 평화 시위 폭력 진압…사망·실종자 공개 규명해야”

    강제수용소 구금 등 인권 유린 강경 비난 中 “악랄하게 공격… 美 심각한 내정 간섭”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3일(현지시간) 6·4 중국 톈안먼 민주화 운동 30주년을 맞아 중국의 인권 유린 실태를 강하게 비판하며 인권 개선을 압박했다. 이에 중국 정부도 “내정 간섭”이라고 맞서 미중 간 톈안먼 사태를 둘러싸고 격하게 충돌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 명의로 발표된 톈안먼 민주화 운동 30주년 성명은 A4용지 1장에 가까운 분량으로, 지난해보다 3배 이상 길고 발언의 수위도 어느 때보다 강경했다. 일각에서는 무역전쟁 등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중국의 ‘약한 고리’인 인권 문제를 매개로 압박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성명에서 “6월 4일을 맞아 중국 국민의 영웅적인 저항 운동을 기린다”고 운을 띠면서 “1989년 6월 4일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톈안먼 광장으로 탱크를 보내 민주주의와 인권 등을 요구하는 평화적인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베이징과 중국 전역의 다른 도시들에 집결한 수십만의 시위자들은 국가의 더 나은 미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지독하게 고통받았으며, 사망자 수는 여전히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역사의 어두운 시기에 희생당한 많은 이들에 위안이 될 수 있도록 사망자와 실종자에 대해 공개적으로 규명할 것을 중국 정부에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미국은 중국이 국제시스템으로 편입하면서 보다 개방적이고 관대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 희망했지만 이러한 희망은 내동댕이쳐졌다”면서 “일당 체제의 중국은 반대를 용인하지 않으며 그 이익에 부합하기만 하면 언제든 인권을 유린한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특히 2017년부터 중국 정부가 마구잡이로 잡아들여 최대 100만명을 강제수용소에 구금했다는 소식이 언론 보도 및 국제기구의 고발을 통해 알려진 신장위구르자치구 상황을 ‘신종 인권 유린 실태’로 꼽았다. 이에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정례 브리핑에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중국의 정치체제를 “악랄하게 공격”했으며 인권과 종교 상황을 헐뜯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중국 내정에 심각한 간섭을 했으며 국제관계의 기본준칙을 짓밟았다”면서 “중국은 이에 단호히 반대하며 이미 미국에 강력히 항의했다”고 말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체내 일산화질소 제거해 류머티스 관절염 잡는다

    체내 일산화질소 제거해 류머티스 관절염 잡는다

    국내 연구진이 체내 일산화질소를 없애 류머티스 관절염을 치료하는 방법이 개발됐다. 포스텍 화학과 연구팀은 체내 일산화질소만을 잡아내는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제를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나노분야 국제학술지 ‘나노 레터스’ 최신호에 실렸다. 일산화질소는 체내에서 국부적 조절인자나 신경전달물질로 작용한다. 혈중 산소농도가 떨어지면 혈관 벽 내피세포는 일산화질소를 만들어 내 근육을 이완시켜 혈관을 확장시킴으로써 산소가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당초 심혈관 치료제로 개발됐다가 발기부전 치료제로 쓰이고 있는 비아그라의 경우는 체내 일산화질소 분해를 지연시켜 혈관 확장이 유지되도록 하기도 한다. 체내 일산화질소는 발생한지 몇 초 지나지 않아 금새 분해되지만 과다하게 생성되거나 분해되지 않을 경우 루푸스나 크론병, 류머티스 관절염 같은 염증성 질환을 유발시킨다. 연구팀은 2017년에도 일산화질소에 반응하는 매크로 하이드로젤을 개발한 바 있다. 이번에 연구팀은 아크릴아마이드와 일산화질소 가교제를 중합시킨 나노 하이드로젤을 만들었다. 이번에 개발한 나노 하이드로젤은 일산화질소를 직접 포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에 나온 일산화질소 억제 물질들은 유전자나 생체 효소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인슐린 저항성, 심혈관 이상 같은 부작용이 나타는 경우가 많았다. 연구팀은 류머티스 관절염을 유발시킨 생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현재 염증 억제제로 사용되고 있는 ‘덱사메타손’과 비교해서도 류머티스 관절염을 더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김원종 포스텍 화학과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나노젤은 생체 내 일산화질소를 직접 포집한다는 차원에서 류머티스 관절염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고 기존 약제의 부작용을 줄인다”라며 “특히 류머티스 관절염 이외의 염증성 질환에도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아하! 우주] ‘햇빛’ 만으로 추진되는 ‘무한동력’ 우주선 뜬다

    [아하! 우주] ‘햇빛’ 만으로 추진되는 ‘무한동력’ 우주선 뜬다

    햇빛으로 추진되는 우주선이 지구 둘레를 돌게 될 것이라고 미국의 비영리 과학단체 행성협회가 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오는 22일 플로리다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스페이스X 팰컨 헤비 로켓에 실려 우주로 발사될 이 햇빛돛(LightSail) 2호는 크기가 식빵 한 덩어리만한 것으로, 지구 궤도에 올라가면 접혀 있던 햇빛돛을 펼쳐 돛에 비치는 햇빛(광자)의 광압으로 추진력을 얻어 지구를 공전하게 된다. 햇빛은 태양계 어디서든 무제한으로 확보할 수 있는 만큼 햇빛돛 2호는 사실상 ‘무한동력’ 우주선인 셈이다. 대략 권투 경기장만 한 돛의 소재는 녹음 테이프나 포장지 등에 주로 이용되는 필름인 마일러(Mylar)이며, 무게는 5㎏에 불과하다. 햇빛돛 우주선이 실제 비행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15년 발사된 햇빛돛 1호는 우주에서 돛을 펴는 실험만 진행했다. 행성협회 대표들은 “성공하면 햇빛돛 2호는 햇빛을 사용하여 지구궤도를 도는 최초의 우주선이 될 것”이라면서 “빛은 질량이 없지만 다른 물체로 옮길 수 있는 운동량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햇빛돛은 태양으로부터 나오는 광자의 운동량을 추진력으로 사용해 비행하는 것이다.햇빛돛 2호의 주요 목적은 저비용의 큐브샛을 이용해 햇빛을 추진력으로 한 우주비행 시대를 열어 정부나 민간기구들로 하여금 보다 쉽고 저렴하게 우주탐사를 가능하게 하는 데 있다. 이 역사적인 햇빛돛 2호의 발사는 단독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미 국방부의 우주시험 프로그램-2의 일환으로 실시되는데, 이 프로그램은 24개의 우주선을 각기 다른 3개의 궤도로 진입시키는 것이다. 햇빛돛 2호는 지구궤도에서 다른 우주선과 근접 작업을 수행하는 방법을 보여주기 위해 설계된 조지아 공대의 우주선 프록스(Prox)-1에 실려 우주로 올라간다. 프록스-1은 우주에서 일주일을 보낸 뒤 지상에서 햇빛돛 2호를 궤도에 배치한다. 모든 것이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프록스 2에서 분리된 며칠 후 햇빛돛 2호는 태양 전지판을 펼친 다음 4개의 삼각형 마일러 햇빛돛을 전개한다. 광압이 누적될수록 우주선 고도는 점점 더 높아져 한 달 후면 지구 상공에서 720km 높이까지 치솟게 되는데, 이는 국제우주정거장(ISS) 고도의 두 배가 되는 고도이다. 720㎞의 높은 하늘은 공기 저항을 받지 않아 속력을 높이기 적합한 환경으로, 한번 가속되면 속도가 줄지 않고 연료를 보충할 필요도 없는 햇빛돛 2호는 우주 너머까지 여행할 수 있는 셈이다. 햇빛돛은 이미 우주탐사에 사용된 적이 있다. 2010년 일본우주항공기구(JAXA)는 최초의 우주 범선 이카로스를 발사하여, 지구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곳에서 햇빛돛을 성공적으로 시연한 최초의 기관이 되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2020년이나 2021년쯤 메가 우주발사 시스템 로켓이 탑재물들과 함께 달로 날아갈 때 심우주 햇빛돛 시험비행을 계획하고 있으며, NEA 스카우트 우주선은 햇빛돛을 사용하여 지구 근접 소행성을 탐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고인이 된 영국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도 초소형 우주 돛단배 1000대를 태양계 밖으로 보낸다는 야심찬 우주탐사 프로젝트를 추진한 바 있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시론] 전교조 법외노조 유지, 비정하다/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

    [시론] 전교조 법외노조 유지, 비정하다/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

    국제학업성취도 세계 1위는 어느 나라일까? 교육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다 아는 뻔한 질문과 답이다. ‘핀란드.’ 그다음으로 이어져야 하는 질문은 ‘그렇다면 누가 이런 교육을 만들어 냈고, 그 철학과 방식은 어떠하길래?’이다. 핀란드 교육에서 가장 주목되는 특징은 성적순 경쟁을 교육에서 철저하게 배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협력 교육은 당연하고, 각자 설정한 자기 목표에 대한 성취도가 평가 기준이 된다. 자기와의 싸움, 자기 가치의 발견을 목표로 하고 무엇보다도 독서와 토론이 핵심이 된다. 자신을 자기의 설계로 ‘발명’해 가는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이런 교육 생태계를 만들어 내고 있을까? 교사들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핀란드 교원노조다. 이들은 정부를 상대로 찬반 논쟁을 통해 교섭과 합의를 이뤄 가면서 교육 내용을 선진적으로 창조하고 있다. 이들의 정치사회적 발언권이 법과 제도로 보장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로써 교육 현장과 정부의 교육 정책은 매우 전문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발언권이 봉쇄돼 이를 뚫기 위해 겪어야 하는 교육적 에너지의 소모적인 탈진이 없다. 교원노조를 거론할 때 ‘교육자가 노동자인가’라는 질문은 교육이 가지는 정신노동의 본질을 외면하는 것이자 생활인으로서의 기본권을 박탈하는 태도다. 교사들의 노조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교육이며 사회 진보를 위한 교과서다. 교원노조는 권력과 자본의 기득권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교육의 진정한 목표에 헌신하는 교사들의 교육적 집단지성을 발휘하게 하는 실체다. 핀란드 교원노조가 그 실례다. 일하는 이들의 기본권을 보장하지 않고 교육을 말하는 것은 그 자체가 이미 반교육적이다. 한국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역시 핀란드 교원노조와 다를 바 없는 가치관과 역사적 책임감으로 탄생했다. 멀리 돌아갈 것도 없이 이미 우리 안에 있는 소중한 교육 에너지와 자산이다. 1989년 창립 이후 전교조는 교육 현장을 엄청나게 바꾸어 놓았다. 그 핵심은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교육’이다. 학생들이 교육의 피동태로 머물지 않고 주체로 자라날 수 있는 환경과 내용을 일구어 온 것이다. 이러면서 아이들은 우리 역사의 진상을 알게 됐고, 자기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존재로 변화했으며, 자신의 권리에 대해 당당하게 밝힐 줄 아는 힘을 기르게 됐다. 이런 시민으로 자라나는 것은 권력과 자본의 입장에서는 불편하기 짝이 없다. 자신들이 요구하는 기술과 역량을 제공하면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적당하게 현실에 안주하는 시민을 양성하려는 전략과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전교조에 대한 탄압의 역사는 바로 이러한 권력과 자본의 욕망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과정이기도 했다. 전교조의 역사는 이 욕망이 지배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내기 위한 투쟁의 기록이다. ‘똑똑한 것 같지만 멍청해지는 세상’에 대한 저항이자 진정한 사유 능력을 잃어 가는 시대에 대한 도전이다. 전교조를 비판할 때 진보 언론들조차 투쟁 일변도의 운동 방식과 젊은 세대와의 소통능력 부족을 짚는다. 이것만큼 부당한 게 있을까. 투쟁할 이유가 없도록 해줄 의무가 있는 쪽은 질타의 대상이 되지 않고 있고, 젊은 세대 쪽의 소통능력 부재는 없는지 따져 보지 않는다. 그에 더해 전교조에 속한 젊은 교사들의 헌신과 활약은 아예 주목하지도 않는다. 교육적 에너지를 끊임없이 탈진시키고 있는 쪽의 책임 거론이 순서적으로 먼저다. 자본의 지배 체제에 순응해 버린 세대에 대한 문제의식은 이런 비판 속에 없다. 전교조에 대해 비판할 수 없다는 게 아니라 그 비판의 조건과 지점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전교조의 교육 내용에 대한 토론과 논의의 공간 자체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걸로 비판하려 드는 걸까? 이런 식으로는 내세울 근거가 없지 않은가? 악의적 소문이나 음해가 근거로 되기 십상이다. 함께 교육운동에 헌신하다 해고된 동지들을 해고자라는 이유로 내치는 조직이 있다면, 그 조직은 비정한 조직이다. 해고자를 노조원으로 받아들였다는 이유로 내려진 법외노조 조처를 풀지 않고 있는 것은 전교조가 살고자 한다면 그런 비정한 조직이 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반교육적 조처다. 법외노조 조처를 풀 쉬운 방법을 놓아 두고 있는 정부가 있다면 그 정부도 비정한 정부가 되는 거다. 답은 전혀 어렵지 않다.
  • 툭하면 국회 거부·장외 투쟁·막말… 정치, 그것밖에 할 게 없나요

    툭하면 국회 거부·장외 투쟁·막말… 정치, 그것밖에 할 게 없나요

    문재인 정부 집권 3년차로 접어들었고 경제와 남북관계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국운이 크게 걸린 문제이다. 그러나 경제는 현실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아직 순조롭지 못한 형편이고 남북관계는 역사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기대만큼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와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 노력해야 할 상황인데 정치 상황이 협조해 주지 않으니 안타깝기 짝이 없다. 목사에서 신학자로 변신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보자. 20세기 초반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노동자와 빈민을 대상으로 사목활동을 하던 라인홀드 니버는 도덕적 인간들이 모여서 비도덕적인 사회를 만들어 내는 기이한 현상에 주목했다. 인간은 도덕적인데 사회는 왜 비도덕적일까?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니버가 출간한 책의 이름이기도 하다.이유는 이렇다. 인간은 도덕과 이익의 두 가치를 모두 가지고 있으므로 개인들 사이에서는 도덕이 작용할 여지가 있지만, 복수의 인간들이 이익을 목적으로 구성한 사회에서는 도덕이 개입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가정에서는 도덕을 말하지만, 사회에서는 도덕을 잊고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중생활을 모순 없이 수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니버에 의하면 개인들 사이의 행위는 정치공동체가 규범으로 규율하기 때문에 도덕적 강제가 가능하지만, 집단의 경우 그 행위를 규율하는 상위 공동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도덕이 작용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사회의 비도덕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도덕적 인간들이 비도덕적인 사회에 저항해야 하고, 그 저항이 정의가 되고 힘이 될 정도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이 니버의 처방이다. 니버의 진단과 처방은 1세기 전의 것인데 이제 와서 그를 다시 불러들이는 이유는 우리 정치의 심각한 비도덕성 때문이다. 니버의 표현대로라면 정당과 국회가 가장 비도덕적인 집단이 되었다. 밑도 끝도 없는 정치 싸움이 공동체의 안전을 위협할 정도이다. 주권자의 관점에서 판단하자면 이러한 상식 이하의 정치를 위해서 정당과 국회를 만들고 세금을 지원해야 하는 것인지 회의적이다. 그래서 묻고 싶다. 정치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정치학자의 수만큼이나 많겠지만, 통상 권력구조, 재화의 배분, 합의의 창출, 갈등조절, 민주와 자유와 평등과 정의의 신장 등과 같은 문제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러한 문제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정치는 대화와 타협의 기술 혹은 가능성의 예술로 간주된다. 그렇다. 특정한 사회적 주제에 대한 대화와 타협, 그리고 무엇인가의 가능성, 이것이 정치다.그런데, 왜 정치가 문제인가? 대화와 타협이 실종되었고 무엇인가의 가능성이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가 공동체의 과제를 해결하는 일에서 멀어져 있다는 뜻이다. 정치는 사회경제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도록 설계된 높은 수준의 국가적 장치인데, 본령에서 벗어나 오로지 자기들 정치 문제에만 매몰되어 있으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해 보자. 근본적인 이유는 정치적 무관심이다. 모두가 방관자를 자처하고 있다. 정치적 무관심의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라고 플라톤이 말했다. 한나 아렌트가 겪었던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의 배경에도 정치적 무관심이 작동한다. 정치에 관심 없다는 사람에 대해 루소는 공동체에 불필요한 사람이라고 일갈했다. 정치적 무관심은 중용이나 중립과도 무관하다. 영국의 에드먼드 버크는 “악이 승리하기 위한 유일한 조건은 정치적 무관심”이라고 지목했다. 미국의 밀턴 마이어는 “전환기의 최대 비극은 악한 사람들의 거친 아우성이 아니라 선한 사람들의 소름 끼치는 침묵”이라고 갈파했다. 마이어의 책에는 게슈타포가 공산주의자를 비롯한 반체제 인사들을 차례로 잡아가고 마지막에 자기까지 잡아가도록 만든 침묵과 동조에 대한 독일인 마르틴 니묄러 목사의 통한의 참회도 실려 있다. 직접적인 이유는 과도한 정치적 행동주의 때문이다. 최근 자유한국당의 정치적 행동주의가 국회 거부, 장외 정치, 막말 정치의 세 가지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다. 한국당의 행동주의를 전혀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과유불급에 자승자박의 선택이다. 정치적 행동주의는 정치적 무관심의 반대편에 존재하지만, 서로는 매우 가깝다. 양 극단은 서로 통하고 극단적 무관심은 극단적 행동주의의 자양분이다. 과거 히틀러를 독일정치로 불러낸 것이 파시스트 극우 행동주의였다면 최근 트럼프를 미국정치로 불러낸 것은 여론조사에도 잡히지 않는 정치적 무관심이다. 한국당이 장외 정치를 빌미로 국회 일정을 전면 거부한 것은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 행동이다. 또 장외 정치가 필요하더라도 그것과는 별개로 국회 일정에는 협조하는 것이 마땅하다. 야당이 국회를 거부하면 국회는 더이상 존속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고, 그다음에는 심각한 문제가 야기되기 때문이다. 한국당이 반드시 알아야 할 세 가지 사실이 있다. 역사적으로 국회는 권력의 전유물이 아니라 야당의 활동 무대였다는 사실이다. 국회를 거부하는 것은 독재권력의 논리이지 야당이 취할 태도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한국당의 지지층을 포함해서 많은 국민이 지금 국회의 시급한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한국당이 절제되지 않은 정치적 비속어를 반복해서 남발하는 상황이다. 이것은 정치적 행동주의와 무관하고 장외 투쟁과도 무관한 것이다. 당 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대변인이 계주하듯 비속어를 쏟아내는 것은 정당으로서는 커다란 실책이고 씻기 어려운 과오이다. 비속어의 정도가 심해서 정당에 대한 신뢰를 더욱 실추시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배링턴 무어는 세계적 수준에서 혁명의 전개과정을 자본주의, 사회주의, 파시즘의 세 갈래로 구분한 후 민주주의 발전에 대한 부르주아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부르주아 없이 민주주의 없다”(no bourgeois, no democracy)는 유명한 테제를 선언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촛불혁명 다음 국면을 준비하고 있는데, 한국당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 어떻게 기여할 생각인지 묻고 싶다. 집권을 준비하는 공당이라면 적어도 “한국당 없이 민주주의 없다”는 정도의 테제는 마련해야 하지 않나? 니버가 거론한 비도덕적 사회에는 기업, 교회, 단체, 정당도 포함된다. 그중에서 정당은 공공성의 수준이 매우 높은 집단이다. 국가가 세금으로 정당의 활동을 지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므로 정치 관계자들은 정당과 국회의 도덕성을 높이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춘추필법으로 표현하자면, 정당이 건전하게 발전하지 못할 경우에 대한 사회적 대책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정당과 국회가 도덕적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국민이 정당과 국회에 저항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사회적 차원에서 정의와 힘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에서는 입법자가 책무를 완수하지 못할 경우에 입법자를 창출한 주권자가 그 책무를 보충하거나 변경하는 것이 자연법적으로 권장된다. 관건은 국민의 무관심을 극복하는 문제인데, 정당과 국회의 도덕성을 회복하는 과제는 정치적 사안을 넘어 우리들 모두의 먹고사는 문제를 포함한 공동체의 본질적인 문제라는 점을 서로 자각하고 공유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광화문의 촛불이 일상의 촛불로 재탄생되어 비도덕적인 정치를 규율하는 사회적 장치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상지대 총장
  • [성태윤의 경제 인사이트] 재정, 준칙과 함께 확대되어야

    [성태윤의 경제 인사이트] 재정, 준칙과 함께 확대되어야

    최근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정부 지출 확대를 통한 적극적인 재정정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 지출은 궁극적으로는 세금에 의해 재원을 조달해야 하지만, 경기 침체에 대응하려고 재정을 확대하는 데 세금을 늘려 재원을 조달하면 가처분소득을 감소시켜 경기부양 효과가 떨어진다. 따라서 경기부양을 위한 적극적인 재정정책은 증세(增稅)를 동반하는 경우도 많지만, 국채 발행 등을 필요로 해서 흔히 국가부채 증가를 유발한다. 현재 우리나라 국가채무(D1)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은 2018년 기준 38% 내외다. 다른 주요 선진국에 비해 수치가 낮은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현재의 재정지출 증가 속도와 경기를 고려할 때, 과거에 일종의 저지선으로 생각했던 40% 선을 곧 돌파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이러한 비율이 과도한 것은 아닌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40% 수치가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거나 경제학적인 근거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지수가 2000 아래로 떨어졌다고 그 자체가 주식시장을 폭락시키는 수준이라기보다 심리적으로 느끼는 저지선이 뚫렸다는 관점에서 투자자들이 우려한다고 볼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따라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부채인 국가채무(D1)에다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를 합한 일반정부 부채(D2)는 이미 43%선이고, 여기에 비금융 공기업까지 합한 공공부문 부채(D3)는 60% 내외지만, 이 수치 자체로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평가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40%를 절대 넘을 수 없는 수치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문제는 그 자체보다 이를 넘어선 이후에 관리 가능하지 않은 속도로 국가부채가 증가하거나 이로 인해 증세가 불가피한 경우다. 특히 이후에 발생할 국가채무 부담을 정확하고 충분하게 고려했는지가 중요하다. 실제로 많은 사회 변혁이 기존의 세금으로 관리할 수 없는 수준으로 재정 부담이 급증했던 것과 관련된다. 예를 들어 1789년 대혁명 이전 프랑스는 추가 세금 징수 없이 미국 독립전쟁을 치른 것으로 생각하며, 국가 재정에 대해 낙관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대적인 개념으로 보면 실제로는 전쟁으로 인한 우발 채무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었고, 사실상 국고는 바닥난 상태였다. 결국 재정 위기에 봉착하고 엘리트 계층의 기여만으로는 이를 감당할 수 없자 서민 계층에까지 부담을 확대하면서 저항에 부딪힌다. 따라서 재정을 확대해도 재정적자 규모와 부채 증가 속도를 어떻게 관리할지가 중요하다.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40%보다 낮아도 급격히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증가하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반복적으로 재정 위기를 경험한 아르헨티나의 국가부채 비율은 2014년에도 40%대로 보고됐다. 그러나 2018년에는 80%대를 넘는다. 지금 국가부채 비율이 100% 근처인 스페인도 불과 10년 전 재정위기 이전인 2008년 40% 선이었다. 지금은 혹독한 구조조정과 재정개혁으로 국가부채 비율을 60%대까지 끌어내린 아일랜드는 재정 위기로 그 비율이 120%선(2013년)까지 증가한 적도 있었는데, 역시 불과 10년 전인 2008년에는 40% 선에 그쳤다. 그렇다고 현재처럼 경기가 하락할 때 재정이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다. 따라서 재정지출은 확대하되 국가부채가 급증하지 않게 관리할 재정 준칙이 필요하다. 재정 준칙은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 먼저 지속가능한 수준에서 재정적자 규모와 부채 증가 속도를 통제하는 재정 준칙이다. 일단 규모와 속도가 관리되면 재정 위기 위험성은 감소한다. 또 한 가지, 국가부채는 궁극적으로는 국민이 미래에 짊어질 부담이기에 규모와 속도만 관리된다고 합리화하기 어렵다. 얼마나 생산적인 형태로 재정지출이 사용되느냐에 따라 후속 세대에 가는 부담은 달라질 수 있다. 국가부채가 증가해도 장기적으로 경제를 성장시킬 지출이라면 상대적으로 경제성장 대비 부담은 줄어들 수 있다. 따라서 국민들이 납득하고 동의할 수 있는 내용으로 정부 지출이 사용되는 측면에서의 준칙 역시 필요하다. 그러한 준칙이 없다면 재정지출과 국가부채에 대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기 어렵고, 결국 그런 상황에서는 정말 필요한 상황에서도 재정을 확대하지 못하는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 누구를 위한 땅인가 공유지에 대한 물음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 등이 서울 마포구 ‘경의선 공유지’에 추진 중인 연구자의 집 조성은 ‘코먼스 운동’의 일환이다. 이 운동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유럽에서 ‘이 땅은 과연 누구의 것인가’라는 의구심이 번지면서 태동했다. 시민들이 협력해 토지를 비롯한 자원을 공동으로 이용하고 관리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개념인 코먼스 운동은 저작권자에게 허가를 요청할 필요 없이 조건만 충족하면 이용이 가능한 창작물인 크리에이티브 코먼스 라이선스(CCL)와 비슷한 취지의 사회운동이다. 콘텐츠가 아닌 토지나 다른 자원도 공유하자는 것이다. 코먼스 운동은 기업이 플랫폼을 제공하고 이익을 가져가는 카카오 카풀, 쏘카, 에어비앤비와 같은 시장 주도의 공유 경제와는 다르다. 특정 기업 대신 시민의 주체적인 협력과 공유를 기반으로 한다. 공유지를 시민 협력으로 관리하는 코먼스 운동은 독일, 벨기에 등 유럽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2017년 제주에서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면서 코먼스 운동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서울대 아시아도시사회센터 등 7개 단체가 모여 인천 동구 배다리 마을, 서울 마포구 경의선 공유지에서 포럼을 열었다. 공유지로 볼 수 있는 공공공간을 지방자치단체나 국가가 아닌 시민의 품으로 바꾸려는 사례, 학계에서 이뤄지는 지식의 공유 측면에서의 코먼스 운동 등이 논의됐다. 지난달 31일 경의선 공유지에서는 도시학자를 비롯한 연구자와 시민 등 30여명이 모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들은 도시에서의 코먼스 운동을 “사적 재산권과 자본의 논리에 의해 작동하는 도시에서 공유의 논리를 심어 보겠다는 징후, 투기적 도시 개발이 아닌 도시에 대한 모든 이들의 권리를 회복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정의했다. 주한 미군에 빌려줬다가 반환된 토지를 주제로 발표한 백일순 서울대 아시아도시사회센터 연구원은 “무엇이 공유지인지에 대해 국가, 지자체, 시민 간의 합의는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한 미군이 사용했던 땅도 공유지로 거론된 적이 없다”며 “목적과 가치에 대한 공유가 없다 보니 언제나 개발 이슈의 한가운데 있지만 개발이 이뤄진 곳은 한 곳도 없다”고 지적했다. 투기적 도시 개발에만 의존하다 보면 ‘공유지의 비극’이 발생해 쓸모없는 자원으로 방치될 수 있다는 의미다. 황진태 연구원은 “사적 재산권에 기초한 경제이다 보니 경의선 공유지라는 이 눈곱 만한 공간조차도 치열한 논쟁의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도시 코먼스 운동은 국가 개입을 통한 토지 개발, 사유화로 인한 사회적 문제에 저항한다. 시민들이 협력해 토지와 자원을 공동으로 이용하고 관리한다는 점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나 공동체 파괴에 대한 대안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코먼스 네트워크는 이번 포럼에 대해 “인천 배다리 마을은 속도와 효율, 이윤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도시개발에 반대하며 10년 넘게 투쟁을 이어 온 곳이다. 또 경의선 공유지는 국공유지 개발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새로운 실험을 하는 곳”이라면서 “두 장소에서 제기되는 질문을 마주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법서라] 정보경찰 각각 수사하는 검경…동시에 출동한 까닭은

    [법서라] 정보경찰 각각 수사하는 검경…동시에 출동한 까닭은

    [편집자주] 전국 최대 법원과 최대 검찰이 몰려 있는 서울 서초동에는 판사, 검사, 변호사뿐만 아니라 그들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있습니다. 일반 국민의 눈으로 보는 법조계는 이상한 일이 참 많습니다. 법조의 뒷이야기와 속이야기를 풀어드리는 ‘법조기자의 서리풀 라이프’, 약칭 ‘법서라’를 토요일에 선보입니다.    국정농단부터 사법농단까지 지난 정부의 ‘적폐청산’ 수사를 계속한 검찰의 현재 과제는 정보경찰 수사입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경찰이 위법하게 정보수집을 했고, 이 과정에서 불법사찰이나 정치관여 의혹이 있다는 내용입니다. 정보경찰 의혹은 국정원이나 국군 기무사령부의 정치관여 혐의와 유사한 형태입니다. 정보수집을 하는 국가 기관이 권한을 남용해 정치에 개입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최근 경찰이 정보경찰 수사를 마무리하고 검찰로 송치했는데, 검찰이 다시 수사하라고 돌려보냈습니다. 여기까지는 흔히 있는 일입니다. 현재 수사권 체계에서는 경찰의 수사를 검찰이 지휘하게 돼 있으니까요. 정보경찰 수사가 여느 수사와 다른 점은 같은 사안을 두고 검찰과 경찰이 각각 동시에 수사하고 있다는 겁니다. 쉽게 예를 들면 살인 사건이 발생했는데, 검찰과 경찰 모두 출동한 겁니다. 그리고는 살인 사건 피의자와 목격자를 각각 검찰과 경찰에 불러서 조사한 거죠. 똑같은 범죄사실에 대해 적용한 법조문도 살인과 상해치사로 다릅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경찰청장 책임 크다는 검찰, 청와대 탓이라는 경찰  정보경찰 수사는 지난해 3월 영포빌딩에서 시작합니다.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 사건을 수사하면서 청계재단이 있는 영포빌딩을 압수수색했는데, 지하실에 문건이 있었던 겁니다. 청와대 자료를 무단으로 반출한 게 3000여건이라고 합니다. 여기에는 정보경찰 문건도 있었습니다. 검찰로서는 ‘노다지’를 발견한 거죠. 검찰은 경찰청 정보국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정보경찰 수사를 시작했고, 경찰은 특별수사단을 만들어 자체 수사를 벌였습니다.  검찰과 경찰에 수사 상황에 대해 물어보면, 둘 다 상대방의 수사 내용을 모른다고 답합니다. 지난해 3월 시작한 수사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이명박 정부 시절 ‘댓글공작’으로 구속기소됐지만 유독 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경찰 수사는 더디기만 했습니다. 경찰 내부 저항이 컸다고 합니다. 경찰 관계자는 “특별수사단이 현직 고위 간부의 집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정보경찰 피를 말릴 것처럼 수사하니 경찰 조직원들의 충격과 불만이 상당했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경찰 위법 의혹에 대해 검찰은 강신명 경찰청장이 공직선거법 위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법원은 강 전 청장만 구속하고 이철성 전 경찰청장 등 당시 정보국장이나 청와대 치안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했습니다. 앞서 검찰은 전직 정보심의관과 청와대 비서관실 선임행정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기각됐습니다. 법원은 “본건 가담경위 내지 정도 등에 참작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를 달았습니다. 쉽게 말해 ‘경찰청장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본 거죠.  경찰도 얼마 지나지 않아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수사 결과를 보고 기자들이 의아했던 점이 있습니다. 검찰 수사에서는 구속된 강신명 전 경찰청장을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경찰은 이번 사태를 청와대 책임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송치 대상자를 보면 답이 나옵니다.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 현기환·조윤선 전 정무수석, 이철성 전 경찰청장·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박화진 경찰청 외사국장(당시 청와대 사회안전·치안비서관)입니다. 사건 당시 경찰청에 있던 인물은 전혀 없고 청와대 근무자만 있습니다.    ◆檢“고위직 책임져야”vs警“관행인데 억울”  수사권 조정을 두고 투닥투닥 싸우는 검경인데, 이번 정보경찰 수사 반려를 두고는 양쪽 모두 일언반구 없습니다. 수사권 조정 갈등으로 비칠까 의식한 탓인지 서로 아무런 이유도, 입장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취재 결과 법리 적용을 이유로 반려한 것은 아니라는 점만 확인됐습니다. 유사한 범죄사실을 두고 검찰은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을, 경찰은 직권남용만 적용했거든요. 결국 남은 것은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수사 미진’입니다. 검찰이 ‘직권남용을 지시한 경찰청장 등 고위직에 대한 수사를 보완하라’고 지시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간 검찰은 적폐청산 수사를 하면서 최고위직에 대한 책임을 강하게 물었습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직권남용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공무원에게 대가는 곧 자리입니다. 관행적으로 하던 일이라 위법하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그 자리에 있었다면 행위에 책임을 져야 하는 거죠.”  고위직에 있었고, 과거 정권에서 잘 나갔다면 그에 맞는 책임을 지라는 겁니다. 검찰은 이 논리를 과거 정권의 권력기관에 적용했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했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기소했습니다. 원세훈·남재준·이병호·이병기 전직 국정원장 4명을 구속기소했습니다. 이들의 주요 혐의에는 직권남용이 빠지지 않습니다.  경찰이 같은 직권남용을 두고 최고위직을 조사하지 않은 것은 자칫 ‘제식구 감싸기’로 비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경찰은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경찰청 정보국장을 지낸 전직 경찰 간부의 말입니다.  “정보경찰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의 정책·치안정보를 수집합니다. 그런데 정당한 업무와 위법한 업무 사이 경계에 있는 일이 많아요. 세월호 유족 집회 대응 정보는 당연히 정당한 업무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사찰이 될 수 있죠. 지금 정부의 정보경찰도 과거와 유사한 업무를 하고 있어요. 지금 청와대도 그걸 바라고 있을 겁니다. 정보가 있어야 정책을 펴고, 정책에 대한 반응을 알아야 되거든요. 청와대 지시를 따른 것뿐인데 죄가 된다고 하면 참 씁쓸합니다.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지 기다려봐야죠.”  정보경찰에 대한 검·경의 시각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경찰은 다소 위법한 정보수집은 관행이고, 설령 불법이라 하더라도 청와대 지시 때문이라는 논리입니다. 현직 경찰 간부는 강 전 청장이 구속된 날 울분을 토했습니다. 그는 “검찰이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불리하니까 경찰 망신주기를 하려고 강 전 청장을 보란듯 구속했다”며 “과거 정보경찰 업무가 잘못된 것이라면 이제부터 하지 말자고 하는 게 정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범정 폐지한 검찰, 정보경찰은 어떻게 통제할까  검찰은 문무일 검찰총장 취임 후 범죄정보과를 폐지하고 수사정보정책관실로 개편했습니다. 수사와 직접 관련이 있는 정보 기능만 남겨뒀다는 설명입니다. 반면 정보경찰 개혁은 수사권 조정 논의와 함께 시작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정부, 청와대는 지난달 20일 열린 경찰개혁 당·정·청 회의에서 정보경찰의 통제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법령에 ‘정치관여시 형사처벌’ 규정을 넣고, 정보 활동범위를 명시하겠다는 겁니다. 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협의회 종료 후 브리핑에서 “현재 경찰은 준법지원팀을 신설해 모든 정보활동의 적법성 여부를 상시 확인·감독하고 있으며, 정보경찰 활동규칙을 제정해 정보수집의 기준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실효성 없는 개혁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정보경찰의 정보는 ‘풀뿌리 정보‘라고도 불립니다. 밑에서부터 촘촘히 끌어올린 ‘밑바닥 정보’라는 뜻입니다. 과거 검찰에 범죄정보 기능이 있을 때도 정보 수집만큼은 검찰이 경찰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정보경찰은 고위공직 후보자의 인사검증도 맡고 있습니다.  기자간담회에서 양복 상의를 벗어흔든 문 총장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정보경찰 관련 문제는 수사권 조정과 직접적 관련은 있지 않다. 수사권 조정으로 독점적 권능들이 결합했을 때 문제가 될 수 있다.”  정보경찰이라는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 경찰이 검찰의 수사지휘권이라는 간섭 없이 수사권을 오롯이 갖게 되면 위험하다는 겁니다.  사실 정보경찰은 수사권 조정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반면 검찰 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요구는 분명합니다. 이를 위해 수사권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수사권 조정의 선결 과제가 정보경찰 개혁은 아니지만, 관련 수사가 진행되는 만큼 수사권 조정과 관계 없이 이번 기회에 정보경찰 개혁에 대해 논의할 필요는 있습니다. 수년이 흐른 뒤에 경찰청장, 정보국장, 정보경찰들이 줄줄이 수사를 받게 되는 비극은 없어야 하니까요.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용산참사 “철거민들과 사망자 유족들에 검찰이 사과하라”…진상위 “실망스런 결과”

    용산참사 “철거민들과 사망자 유족들에 검찰이 사과하라”…진상위 “실망스런 결과”

     2009년 ‘용산 참사’ 당시 검찰이 수사와 공판 과정에서 소극적이고 편파적이었다며 공식적으로 철거민과 사망자 유족에게 사과하라는 권고가 나왔다. 검찰과거사위는 당시 검찰이 정의롭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는 수사 권고가 없는 점에 실망감을 나타내며 별도의 재조사를 요구했다.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는 31일 용산 지역 철거 사건에 대한 조사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과거사위는 당시 유족에게 사전 통지 없이 진행된 긴급부검 과정에서 검찰의 과오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과정에서 법원이 기록에 대한 열람·등사 결정을 했는데도 검찰이 거부한 것은 피고인들의 방어권과 변호인의 조력 받을 권리를 침해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2009년 1월 발생한 용산 참사로 철거민 5명과 특공대원 1명이 사망했고, 철거민 7명이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으로 기소돼 징역 4~5년을 선고받았다.  과거사위는 검찰 수사가 기본적으로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거나 왜곡한 것은 아니지만 정의롭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과거사위는 “철거민들이 망루를 세워 농성을 하는 등 저항행위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철거민들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원한 것은 ‘정의로움’이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외압은 없었고, 정당한 것으로 판단되지만 거리로 내쫓긴 철거민들이 요구하는 정의로움을 충족하기에는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과거사위는 검찰이 당시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대해 서면조사만 실시한 점, 동영상 원본 수사가 부족한 점, 유족의 참여를 배제하고 긴급부검한 점, 공판과정에서 법원의 수사기록 열람·등사결정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수사기록 열람·등사를 거부한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또한 용역업체 임직원의 위법행위 및 경찰의 직무유기, 체포과정에서 발생한 경찰의 가혹행위에 대해 검찰이 소극적으로 수사했다고도 지적했다. 이러한 점들이 당시 검찰의 중립성에 대한 의혹을 가중시켰다고 설명했다.  진상조사단 조사 과정에서 2009년 검찰 수사팀이 진상조사단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부당했다고 지적했다. 과거사위는 “검찰 수사팀이 고소·고발 등을 언급함으로써 조사 종료 후 민간인으로 돌아갈 조사단원에게 물적·정신적 고통이 따를 것을 고지하는 것은 부당한 압박이다”며 “그로 인해 조사가 중단되면서 진상조사단과 과거사위원회 전체의 업무를 저해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강조했다.  과거사위는 검찰의 사과를 권고하면서 수사기록 열람·등사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검사에게 충분한 교육을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또한 영장 없는 긴급 부검 지휘에 대해서도 검찰 내부의 구체적 판단 지침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긴급한 경우라도 유족에게 부검 사실을 사전에 통지하고, 필요한 경우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입장문을 내고 “검찰이 김석기 서울청장 등 위법성에 대한 조사 의지가 없는 등 부실 수사였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그런데도 강제부검과 수사기록 미공개에 대해서만 사과할 것이 권고된 점은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 인권침해진상조사위원회와 검찰과거사위 등에서 조사할 수 없었던 청와대 개입 여부에 대해 특검이나 독립적인 조사 기구 통한 재조사가 필요하다”며 “국회와 문재인 정부가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용산참사 “철거민들과 사망자 유족들에 검찰이 사과하라”

    용산참사 “철거민들과 사망자 유족들에 검찰이 사과하라”

     2009년 ‘용산 참사’ 당시 검찰이 수사와 공판 과정에서 소극적이고 편파적이었다며 공식적으로 철거민과 사망자 유족에게 사과하라는 권고가 나왔다. 검찰과거사위는 당시 검찰이 정의롭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는 31일 용산 지역 철거 사건에 대한 조사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과거사위는 당시 유족에게 사전 통지 없이 진행된 긴급부검 과정에서 검찰의 과오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과정에서 법원이 기록에 대한 열람·등사 결정을 했는데도 검찰이 거부한 것은 피고인들의 방어권과 변호인의 조력 받을 권리를 침해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2009년 1월 발생한 용산 참사로 철거민 5명과 특공대원 1명이 사망했고, 철거민 7명이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으로 기소돼 징역 4~5년을 선고받았다.  과거사위는 검찰 수사가 기본적으로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거나 왜곡한 것은 아니지만 정의롭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과거사위는 “철거민들이 망루를 세워 농성을 하는 등 저항행위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철거민들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원한 것은 ‘정의로움’이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외압은 없었고, 정당한 것으로 판단되지만 거리로 내쫓긴 철거민들이 요구하는 정의로움을 충족하기에는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과거사위는 검찰이 당시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대해 서면조사만 실시한 점, 동영상 원본 수사가 부족한 점, 유족의 참여를 배제하고 긴급부검한 점, 공판과정에서 법원의 수사기록 열람·등사결정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수사기록 열람·등사를 거부한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또한 용역업체 임직원의 위법행위 및 경찰의 직무유기, 체포과정에서 발생한 경찰의 가혹행위에 대해 검찰이 소극적으로 수사했다고도 지적했다. 이러한 점들이 당시 검찰의 중립성에 대한 의혹을 가중시켰다고 설명했다.  진상조사단 조사 과정에서 2009년 검찰 수사팀이 진상조사단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부당했다고 지적했다. 과거사위는 “검찰 수사팀이 고소·고발 등을 언급함으로써 조사 종료 후 민간인으로 돌아갈 조사단원에게 물적·정신적 고통이 따를 것을 고지하는 것은 부당한 압박이다”며 “그로 인해 조사가 중단되면서 진상조사단과 과거사위원회 전체의 업무를 저해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강조했다.  과거사위는 검찰의 사과를 권고하면서 수사기록 열람·등사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검사에게 충분한 교육을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또한 영장 없는 긴급 부검 지휘에 대해서도 검찰 내부의 구체적 판단 지침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긴급한 경우라도 유족에게 부검 사실을 사전에 통지하고, 필요한 경우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국가 위기, 어떻게 대응하고 변화할 것인가

    국가 위기, 어떻게 대응하고 변화할 것인가

    대변동/재러드 다이아몬드 지음/강주헌 옮김/김영사/600쪽/2만 4800원‘위기’를 뜻하는 영단어 ‘crisis’는 그리스어 명사 ‘krisis’와 동사 ‘krino’에서 파생했다. ‘구분하다’, ‘결정하다’, 그리고 ‘전환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풀어 보자면 위기는 그 시점을 기준으로 전후 조건이 확연히 구분되는 때로,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결과 역시 확연히 달라진다는 뜻일 터다.●‘총, 균, 쇠’ 저자의 6년 만의 신간 위기의 초점을 국가로 맞춰 보자. 국가의 위기는 왜 발생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며, 어떤 변화를 부를까. 신간 ‘대변동’은 답하기 어려운 이 질문에 관한 재러드 다이아몬드 미 UCLA 지리학과 교수의 대답이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총, 균, 쇠’ 이후 ‘문명의 붕괴’, ‘어제까지의 세계’로 문명의 흥망성쇠를 탐사한 그가 6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저자는 7개 국가의 위기의 역사를 풀어간다. 7개 국가는 핀란드, 일본, 인도네시아,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칠레, 독일이다. 일본을 제외하고 그가 수년에서 수십년 동안 직접 살았거나, 현재 살고 있는 국가들이다. 국가의 위기를 진단하고 비교하고자 저자는 심리치료사들이 쓰는 12개 위기 진단법을 수정해 사용한다. 국민적 합의, 책임 수용, 울타리 세우기, 다른 국가의 지원, 다른 국가 위기 해결 사례, 국가 정체성, 자기 평가, 역사적인 국가 위기, 실패 대처법, 유연한 대응 능력, 국가의 핵심 가치, 지정학적 제약의 해방이다.●美·日·獨 등 7개 국가의 위기 분석 저자는 이 틀로 7개 국가의 위기를 분석하고, 어떻게 해결하는지 살핀다. 예컨대 핀란드는 1939년 소련 공격 전까지 위협을 심각하게 논의하지 않았지만, 침공 이후 국민적 합의를 이끌었다. 정직한 자기평가를 거쳐 ‘생존을 위해서라면 소련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현실을 인정한 점이 눈에 띈다. 급기야 민주주의 원칙을 과감하게 포기하면서까지 소련과 실용적 관계를 유지했는데, 이는 유연한 대응이 작용한 결과였다. 칠레와 인도네시아는 심각한 경제적 혼란을 맞닥뜨리면서 위기에 빠졌다. 국가가 위기 상황이라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정치적 분열은 심화했고, 결국 군사 쿠데타로 이어졌다. 위기의 책임을 수용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난다. 제2차 세계대전의 패배로 독일과 일본은 큰 피해를 봤다. 그러나 독일은 나치의 범죄를 인정하면서 발전할 수 있었다. 1968년 서독 학생들의 대규모 시위로 세대교체에 성공하고 이어 1970년 총리인 빌리 브란트가 폴란드 바르샤바 게토에서 무릎 꿇고 참회하는 모습을 보이며 과거의 짐을 벗었다. 전쟁을 일으키고도 피해자 논리만 내세운 채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아 주변국의 원성을 사는 일본과 대조적이다. 미국의 경우 저자는 정치적 양극화 현상에 따른 민주주의 와해가 우려된다고 내다봤다. 지난 20년 사이 정치적 타협에 실패해 연방 정부의 셧다운을 초래하거나 필리버스터를 강행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잦아졌다. 여기에 양극화 현상이 확대되면서, 세계적인 강대국 미국의 위기도 가시화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외부적 요인으로 갑작스레 격변을 맞은 핀란드와 일본, 내부적 갈등으로 위기에 처한 칠레와 인도네시아, 점진적으로 확대된 위기에 시달린 독일과 오스트레일리아 등을 비교한 뒤, 이어 세계로 눈을 돌려 국가 간 불평등, 환경 자원의 부족, 기후변화, 핵전쟁, 인구 변동 문제를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지에 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개인의 경우에 그렇듯이 국가도 타성과 저항을 극복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위기 때 국가도 타성·저항 극복해야” 책을 읽으면 결국 우리나라에 시선이 자연스레 갈 수밖에 없다. 일본에 강제 병합되고, 이어 남과 북이 총부리를 겨눈 한국전쟁이 일어나고, 독재 정치와 민주화 성취가 있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경제발전에 이르기까지 우리 근현대사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위기, 선택, 변화의 경험이 풍부하다. 국가의 위기를 살피는 비교 연구가 드문 데다가, 이를 꿰뚫어낸 저자의 통찰력이 빛난다는 점, 지루하지 않은 풍부한 사례를 들어 쉽게 설명한다는 점에서 볼 때 책의 가치는 아주 높다. 저자가 “출간 후 서너 주 동안 읽힌 다음 폐기해도 상관없는 책이 아니라, 앞으로도 수십년 동안 꾸준히 인쇄되기를 기대하며 쓴 책”이라고 서문에서 자신 있게 밝힌 것처럼 서가에 꽂아두고 천천히, 깊이 읽어볼 만하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금요칼럼] 범인의 속성/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금요칼럼] 범인의 속성/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건강한 국민의 촛불이 이전 정권을 무너트렸다. 얼마나 할 말이 없었으면, 당시 여당 국회의원들조차 탄핵에 찬성했을까. 정권의 핵심부가 범죄자의 소굴이었음을 인정함으로써 최소한의 양심은 지킨 셈이다. 그래서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지 않은 국회의원들과 총리 및 장관들은 사실상 이전 정권의 추악한 범죄행위를 묵인하거나, 이용하거나, 부역한 자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대개 공범 내지는 부역자라는 얘기다. 민주국가 대한민국의 기반을 훼손시킨 범인으로서 석고대죄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요즘 돌아가는 일을 보면 가관이다. 인왕산 자락부터 여의도를 돌아 서초동에 이르기까지 공범과 부역자들이 우글거린다. 국가사회의 공익은 안중에도 없고, 당리당략만 앞세워 목소리를 높인다. 기무사는 사실상 사조직화해 툭하면 계엄령을 만지작거린다. 검찰도 자기들 조직의 이익만 우선할 뿐 공익을 위한 개혁에는 오히려 저항도 서슴지 않는다. 심지어 외교의 일선에 선 외교관이 국가의 고급 외교기밀을 정략적으로 누설하는가 하면, 공범들은 감히 “국민의 알권리” 운운하며 맞장구를 친다. 다들 국민과 민생을 입에 달고 다니지만, 그것은 공론(空論)으로 그저 허공을 치는 꽹과리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꽹과리 소리를 높이다 보니, 더 큰 꽹과리 ‘태극기부대’와 손잡는가 하면, 차마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비속어를 원내대표라는 자가 공개적으로 내뱉는다. 대표는 대표대로 독재 타령이다. 정치는 실종된 채, 막말과 깽판만 난무한다. 아무런 내실도 갖추지 않은 채 진정한 행동은 없이 목소리만 높이다가 우리는 국가의 크나큰 치욕을 당한 바 있다. 청나라에 굴복한 삼전도항복(1637)이 그 하나요, 총 한 방 제대로 쏴보지도 못하고 일제에 고스란히 망한 조선과 대한제국이 그 둘이다. 17세기에 이미 조선 위정자들의 이런 무책임과 어리석음을 꿰뚫어 본 청 태종은 조선국왕 인조에게 보낸 서신에서 준엄하게 꾸짖었다. 일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너는 입과 혀로 큰소리만 친다. 정묘년(1627·정묘호란)의 치욕을 씻겠다며 큰소리쳐 놓고, 왜 당당히 나와 싸우지는 않고 성 안에 들어가 부녀자처럼 숨기만 하는가? 우리나라에는 ‘범인(犯人)은 민첩한 행동을 중히 여기고 겸손한 언사를 중히 여긴다’는 속담이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사람의 행동이 언사에 미치지 못하면 치욕으로 여긴다. 어찌 너는 이처럼 망언을 늘어놓으면서도 조금의 거리낌조차 없는가?” 이 세상 거의 모든 범인은 자기가 범죄를 저질렀음을 인지한다. 만약 전혀 깨닫지 못한다면 정신에 문제가 있는 사람일 수밖에 없다. 극악한 연쇄살인범이라도 다른 사람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심리문제가 있을 뿐, 살인 자체가 범죄임은 자각한다고 한다. 그러니 자기가 범인임을 최대한 숨기려 하는 게 범인들의 인지상정이다. 청나라의 속담이 함의하는 바가 바로 여기에 있다. 범죄 행동에는 영리하고 민첩함이 중요하지만, 언사로는 주변에서 누가 말을 하라며 부추겨도 끝내 사양하고 최대한 입을 닫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야 그나마 최소한의 상식은 통하는 범인이고, 그래야 범죄행위를 숨길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요즘 이 땅의 범인들은 행동거지는 뭐 하나 취할 만한 게 없고, 언사만 꽹과리 난장판이다. 헛된 말로 선동하면 그것은 속임수와 다름없다. 청 태종의 이어지는 말에 따르면 “추하게 속이고(欺罔), 교활하게 속이고(狡詐), 간사하게 속이고(奸僞), 빈말로 속이며(虛?) 큰소리만 치는” 꼴이다. 일반 범인들도 공유하는 최소한의 상식조차 갖추지 못했기 때문일까? 공범임이 이미 백일하에 드러났으니, 현재로서는 목소리라도 높일 수밖에 없기 때문인가?
  • 게임업계, WHO 질병 분류에 ‘조직적 대응’

    게임과몰입(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세계보건기구(WHO) 결정을 반박하는 국내 게임업계 저항이 조직화되고 있다. 관련 협회별로 WHO 결정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는가 하면 산업계와 학계를 망라한 대응조직이 출범했다. 해외에 비해 게임 관련 규제가 많다는 한국적 특수성 때문에 게임업계가 선제적 대응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진단된다. 194개 인터넷 서비스 제공사를 회원으로 거느린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30일 성명서를 내고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WHO 결정에 따른 문화적·경제적 파장은 비단 게임산업에만 국한되지 않고, 디지털 경제 전반에 심각한 혼란을 일으킬 것”이라면서 “게임장애 질병 분류 결정과 국내 도입 적용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과학적 검증 없이 결정된 게임이용장애 질병 분류를 반대한다”면서 “게임의 문화적·사회적 가치에 대한 몰이해로 디지털 콘텐츠 산업 전체를 위협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전날엔 국내 게임학회·협회·기관 등 88개 단체가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를 공식 출범시켰다. 공대위 위원장인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게임은 젊은이들의 문화이고, 미래산업이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 4차산업의 꽃”이라면서 “게임을 게임으로 보는 시선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게임중독 질병 분류가 국내에 적용되는 시점은 2022년이지만 게임업계가 WHO 결정과 동시에 대응하는 배경엔 그동안 도입된 규제 피로감이 작용하고 있다. 16세 미만 청소년이 0시부터 오전 6시 사이 온라인 게임에 접속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으로 2011년 도입된 ‘셧다운제’와 같은 시간 규제, 게임등급분류제도와 연동되는 온라인 게임 결제한도 규제 등이 직간접적으로 국내외 게임산업을 위축시켜 왔다는 공감대가 업계에 퍼져 있기 때문이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WHO 결정이 나오자마자 ‘게임세’ 도입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국내엔 게임을 규제 대상으로만 보는 시각이 있고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규제 정책이 합리적인 연구 결과에 근거해 신설되는 게 아니라 여론이나 특정 사건 때문에 갑자기 도입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면서 “그렇게 도입되는 규제가 게임산업 전반을 고사시킬 정도로 치명적인 경우가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단독]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유명 상담사, 그루밍 성폭력 가해자였습니다”

    [단독]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유명 상담사, 그루밍 성폭력 가해자였습니다”

    가해자가 취약한 위치에 있는 피해자를 일부러 찾아 호감을 얻은 다음 피해자를 성적으로 착취하고 성폭력을 은폐할 목적으로 다양한 통제술을 사용하는 것을 ‘그루밍 성폭력’이라고 한다. 가해자의 그루밍은 자존감이 낮거나 심리적으로 위축된 피해자를 골라 신뢰를 쌓은 다음 피해자를 고립시키고 관계를 점차 성적으로 만드는 단계를 거친다. 그루밍 상태에 빠진 피해자는 가해자의 성적 가해 행동을 자칫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다 보니 가해자의 성폭력이 합의에 의한 성관계로 오인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수사기관과 법원의 성인지 감수성 부족으로 피해의 본질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A씨가 B씨를 처음 만난 건 2013년. A씨는 2000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결혼해 줄곧 가정주부로 지냈다. 그러다 2010년 남편과 사별했다. 가장이 된 A씨는 미성년 자녀 2명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심리상담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2급 자격을 취득하려면 1급 자격을 가진 상담사가 운영하는 기관에서 6개월간 수련을 받아야 했다. 그래서 2013년 2월 한 심리상담센터의 실습 수련 과정에 등록했다. 센터 운영자 B씨는 수련감독자로서 A씨의 교육을 맡았다. B씨는 A씨에게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면서 개인적으로 상담을 받을 것을 권유했다. A씨는 짧게는 1시간, 길게는 3시간씩 일주일에 6회 정도 B씨로부터 상담을 받았다. 또 ‘전문 상담사가 되려면 박사학위가 있어야 한다’는 B씨의 말에 A씨는 2014년 3월부터 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기 시작했다. 지도교수는 B씨였다. 이렇게 B씨는 A씨와 수련감독자와 수련생 관계뿐만 아니라 상담자와 내담자, 지도교수와 제자라는 다중 관계를 형성했다. ‘상담자는 객관성과 전문적인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중 관계는 피해야 한다’는 상담학회 윤리강령을 B씨는 위반했다. ●“믿고 따랐던 사람한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B씨는 상담 때 “아빠, 엄마가 너를 걱정하진 않는다”, “왜 엄마(A씨)가 애들과 항상 같이 있어야 하지?”라며서 A씨에게 가족(친정, 자녀)과 주변 사람들을 멀리할 것을 요구했다. 또 “여자가 성적 균형이 안 맞는다”는 성적인 말과 부적절한 신체 접촉도 몇 차례 있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2014년 12월 30일 B씨는 A씨에게 상담학회 간사 일을 맡길 건데 할 일을 알려주겠다며 A씨를 불러 무인텔로 데려갔다. 그런데 B씨가 갑자기 A씨에게 달려들었다. A씨는 정신적 혼란을 겪었다. A씨는 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개인 상담을 받으면서 힘들었던 모든 얘기와 가족도 모르는 사건들까지 다 말했다. 제 진로를 책임져 줄 사람이라고 믿고 따랐는데, 제 몸을 탐냈단 사실에 너무나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상담자이자 지도교수인 B씨와 성관계를 갖는 것이 옳은 일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거부했지만, 이후에도 논문·상담 지도 등을 이유로 자신을 무인텔로 불러내 관계를 가졌다고 했다. ‘상담자는 내담자와 성적 관계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상담학회 윤리강령이다.최초 강간 피해를 입고도 A씨가 B씨를 따랐던 이유는 무엇일까. A씨는 “뭐든 다해서 빨리 학위를 따면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B씨는 꾸준히 ‘너는 나와의 성관계로 잘 사는 것’이라고 했고, 그 말을 잠시 믿었다”며 자신이 어리석었다고 자책했다. 학습된 무기력. 피해자가 ‘어떤 노력으로도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에 무기력해지고 현실에 안주하는 상태를 말한다. B씨는 이에 대해 “A씨와 내연 관계를 유지한 채 성관계를 한 사실은 있지만 A씨 의사에 반해 강제로 간음을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또 “무인텔을 갈 때 A씨가 자신의 차를 운전해서 이동했고, 금전도 대부분 A씨가 지불하는 등 일체의 성폭력은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A씨는 “B씨가 각종 모임에서 내게 ‘사회화 과정을 배우라’라면서 식비, 커피 값, 담뱃값 등을 내라고 했고, A씨가 운전을 시키는 일도 많았다”면서 “당시 제가 할 수 있었던 방어는 그저 A씨가 지시한 일을 알아서 빨리 해버리고 집으로 오는 것뿐이었다”고 대응했다. ●“무고죄 무서운 거 알아요?” 의심 받는 피해자 A씨는 B씨를 바로 고소할 수 없었다. B씨는 지도교수였고, 대통령 표창과 국무총리 표창, 장관 표창 등 다수의 포상 경력이 있는 상담학계 유명 인사였다. A씨는 또 피해 사실이 노출되기를 원치 않았다. 그러던 중 A씨는 B씨 아내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B씨 아내는 B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하면서 동시에 A씨에게 혼인 관계 파탄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했다. A씨는 결국 주변 사람들에게 성폭력 피해사실을 털어놨고, 2016년 11월 B씨를 강간,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피감독자간음)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박사학위도 포기했다. 조사 과정은 험난했다. A씨는 수사관으로부터 ‘무고죄가 얼마나 무서운지 아느냐’, ‘성폭력 피해자로서의 특징이 잘 안 보인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했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성주의팀장은 “수사과정에서 무고와 관련한 객관적인 물증이 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성폭력 피해 자체가 허위 신고일 수 있다는 의심은 성폭력에 대한 통념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 즉시 그 자리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은 했는지, 거부 의사는 분명하고 정확했는지, 피해 이후 가해자와 주고받은 문자나 연락은 없었는지, 수사기관에 도움을 요청했는지, 일상생활의 어려움과 심리적·정신적 고통이 있는지 등 수없이 많은 이유들이 ‘진짜’ 피해자를 가리는 데 주요한 기준이 된다. “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너 같은 피해자는 본 적이 없다’면서 ‘가짜’ 피해자로 둔갑되고 한순간에 무고 피의자로 전환된다”는 게 최 팀장의 말이다. 실형을 살 수도 있다는 말에 위축된 A씨는 고소를 취하했다. 2017년 5월 검찰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B씨를 불기소 처분했다. A씨는 B씨로부터 무고죄로 역고소를 당했다. 검찰은 ‘A씨와 내연 관계로 지내면서 서로 합의해서 성관계를 했다’는 B씨의 주장이 신빙성이 있다며 2017년 11월 A씨를 무고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다움’은 무엇인가 지난해 12월 법원은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초 강간 피해 발생일에 대한 A씨의 진술이 달라진 점과 A씨가 B씨와 내연 관계를 암시하는 문자를 주고받은 점 등을 종합해 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고소장에 강간 피해 날짜를 2014년 12월 22일로 진술했다가, 12월 30일로 변경한 점을 문제 삼았다. “남편 기일(22일)에 강간을 당했다면 이는 매우 특별한 사건으로서 잊기 어려운 일이므로 날짜를 착각했다는 주장을 믿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성폭력 피해자가 자신이 큰 피해를 당했더라도 날짜를 선명하게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김희겸 천안여성의전화 사무국장은 “성폭력 피해 사실을 바로 신고하지 못하는 동안 성폭행 기억을 억누르거나 잊으려는 무의식적 작용들이 일어난다”면서 “성폭력 피해를 당하면 ‘어떻게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는 자기 부정 때문에 피해 날짜를 특정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폭력 피해 판단은 사건의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했을 때 피해자가 얼마나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기억하는지에 주목해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재판부는 또 A씨가 B씨에게 애칭을 사용하고 그를 칭송하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점을 근거로 두 사람이 내연 관계였다는 검찰 주장을 받아들였다. B씨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문자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는 A씨의 주장은 배척했다. 재판부는 ‘그루밍 성폭력’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루밍 성폭력은 주로 아동, 청소년 또는 성적 주체성이 미숙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A씨는 성인이고 고학력 여성이기 때문에 그루밍 수법에 의해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에 빠져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의견은 갈린다. ‘성인은 그루밍 성폭력 피해자가 아니다’라는 논리 역시 편협한 관점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수진 변호사는 “그루밍 성폭력 피해 판단은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가 어떤 관계였고, 어떤 환경에서 피해자가 가해자를 만났고, 피해 발생 당시 피해자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었는지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상담자의 성폭력 2016년 2월 서울 강남의 한 정신분석 클리닉 대표가 내담자들에게 상담실 밖에서 만날 것을 제안해 내담자들을 성폭행하고 그 장면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해 6월에는 이미 4년 전 강간미수죄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전직 목사가 서울의 한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며 내담자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최근에는 한 유명 정신과 의사가 자신이 상담하는 환자를 그루밍 수법으로 성폭행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직업상의 차이만 있을 뿐 세 사건 모두 상담자로서의 지위와 내담자의 심리적 취약성이 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상담자와 내담자의 성폭력 사건이 적지 않게 불거지지만 유무죄를 가리는 것은 쉽지 않다. 보통 심리적 의존 상태를 이용해, 폭행 또는 협박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합의에 의한 성관계로 오인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서는 이런 위험성을 인식하고 상담자가 내담자와 성관계를 갖는 것을 내담자의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성범죄로 규정하고 처벌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임주환 변호사는 “심리상담 과정에서 (상담자와 내담자 간의) 강한 의존관계를 감안해야 한다. 특히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 상담 과정 속 위력의 존재 등을 적극적으로 인정해 성폭력 피해자 양산을 막아야 한다”면서 “심리적 의존관계에 놓인 사람을 간음·추행한 사람을 처벌하는 법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상담자와 내담자, 교수와 제자…싸움은 계속된다 A씨는 1심 판결이 부당하다며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A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동신의 최경혜 변호사는 “이 사건은 B씨가 A씨의 진정한 의사에 반해 A씨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사건”이라면서 “미성년자나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라, 고학력자이고 성인이라도 상담자에게 심리적으로 종속되어 그루밍이 충분히 될 수 있음을 간과했다”고 덧붙였다. B씨가 교수로 재직하던 대학은 2017년 5월 B씨를 해임했다. 이 학교는 B씨가 “지도교수로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박사과정 지도학생과 성관계를 가진 것은 교원의 품위를 손상하고 상담심리학자가 지켜야 할 윤리를 정면 위반했다”고 징계 사유를 밝혔다. 상담학회도 올해 1월 B씨에게 상담심리전문가 자격 박탈 및 영구제명 징계를 내렸다. B씨는 학교의 해임 처분에 불복해 교원소청심사위원회(소청심사위)에 심사를 청구했다. 소청심사위는 B씨의 징계 사유는 인정되지만 징계 양정이 과하다면서 해임 취소 판단을 내렸다. 학교는 이에 불복해 소청심사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B씨가 대학교수로서의 지위를 이용한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 점 등을 근거로 소청심사위의 결정이 맞다고 봤다. 반면 2심은 “B씨가 교수로서의 기본적인 본분과 윤리규정을 망각하고 그 지위를 이용해 품위유지 의무 위반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학교의 해임 처분은 정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B씨는 2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美 5살 조카 살해한 삼촌, 사형 면제 조건으로 유기 장소 자백

    美 5살 조카 살해한 삼촌, 사형 면제 조건으로 유기 장소 자백

    미국 유타주 로건 시티에서 실종된 여아가 끝내 시신으로 돌아왔다. 29일(현지시간) 로건 시티 경찰서장 게리 젠슨은 “지난 24일 새벽 실종된 엘리자베스 리지 셸리(5)가 집 근처 창고 뒤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CNN 등 현지 매체는 조카인 셸리를 납치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알렉산더 위플이 사형을 면제받는 조건으로 경찰에게 시신 유기 장소를 자백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젠슨 서장은 “셸리를 집에 데려다주고 싶었다”고 밝혔다.지난 24일 여동생 제시카의 집을 방문한 위플은 모두가 잠든 새벽 조카 셸리를 납치했다. 다음 날 아침 셸리와 위플이 사라진 사실을 안 가족들은 실종 신고를 했고, 경찰은 진흙투성이에 흠뻑 젖은 바지를 입은 휘플이 오전 6시 46분 집 근처를 지나는 감시카메라 영상을 확인했다. 셸리가 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높게 본 경찰은 위플의 행방을 추적했고 25일 오후 3시쯤 셸리의 자택에서 약 16㎞ 떨어진 캐쉬 밸리 지역에서 그의 신병을 확보했다. 조사 결과 위플은 체포 직전 하이럼 지역의 한 편의점에서 맥주와 담배를 구입해 도주 중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를 목격한 편의점 직원 라이언 릴진키스트는 지역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상한 차림새 때문에 그를 기억한다. 넥타이와 양복 위에 회색 후드티를 겹쳐 입은 남자가 만취한 상태로 가게에 들어왔다”고 설명했다.현지 보도에 따르면 위플은 체포 당시 조카의 옷가지를 손에 들고 있었으며 경찰의 신원 확인을 여러 차례 거부했다. 경찰은 그가 검문에 거세게 저항했으며 품에 야구방망이를 숨기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맥주와 마리화나로 추정되는 마약을 소지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셸리 납치 용의자로 긴급 체포된 위플은 경찰 조사에서 “여동생 부부가 잠든 사이 근처를 산책했을 뿐”이라는 알리바이를 들이대며 범행을 부인했다. 경찰은 그가 셸리의 실종과 관계없는 자신의 가족사를 늘어놓으며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했다고 전했다. 법원 문서에는 위플이 “어린 시절부터 학대를 당했다. 가족들이 일평생 나를 얼마나 끔찍하게 대했는지 모른다”라거나 악마에 대한 언급을 했다고 기재돼 있다. 조사를 마친 뒤에는 자신의 손을 핥는 등 이상 행동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경찰이 그의 진술과 어긋나는 행적이 담긴 CCTV 증거 영상과 옷가지에서 나온 혈흔을 토대로 추궁하자 위플은 만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을 바꿨다. 그는 “술을 마시면 필름이 끊기는데 그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위플은 지난 2016년 동거녀를 폭행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으며, 같은 해 음주 상태로 이웃의 차를 훔쳐 달아나 경찰과 추격전 끝에 붙잡힌 바 있다. 위플의 옷과 시계에서 나온 DNA가 셸리와 일치하는 것을 확인한 경찰은 셸리가 이미 살해당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위플을 납치 용의자에서 납치 및 살인 용의자로 전환하고 시신 유기 장소 자백을 유도했다. 위플의 변호를 맡은 섀넌 데믈러는 “위플은 결국 사형을 면제받는 조건으로 셸리의 시신을 유기한 장소를 털어놨다”고 밝혔다.위플의 자백을 토대로 수색에 나선 경찰은 셸리의 집과 불과 한 블록 떨어진 창고 뒤에서 셸리의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묻혀 있던 시신의 훼손 상태가 심해 공식적인 신원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함께 발견된 옷가지로 볼 때 셀리의 시신이 맞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흉기를 수거했으며, 인근 학교 주차장에서 피 묻은 손자국이 찍힌 둔기를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감식 결과 흉기의 혈흔은 모두 셸리의 것으로 확인됐으며 위플의 지문 역시 검출됐다.실종 나흘 만에 시신으로 돌아온 딸의 소식에 가족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비통함에 빠졌다. 셸리 가족의 대변인 질 파커를 통해 성명을 전달한 제시카는 “원하지 않던 딸의 사망 소식에 슬픔과 비통함을 가눌 길이 없다”고 밝히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지역 사회에 감사함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위플에게 보석 없는 수감을 명령했으며 검찰은 아동 납치 및 살해, 신체 모독, 공무집행방해 등 여러 건의 혐의를 적용해 위플을 기소했다. 그러나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위플은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주장만 반복할 뿐 더이상 입을 열지 않고 있다. 그의 다음 공판은 오는 6월 3일 열릴 예정이다. 사진=AP연합뉴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신림동 강간미수범’ 긴급체포…경찰 추적에 112에 자수(영상)

    ‘신림동 강간미수범’ 긴급체포…경찰 추적에 112에 자수(영상)

    SNS 상에서 ‘신림동 강간미수’라는 제목으로 공개된 영상 속 남성이 29일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이 영상은 다세대주택으로 보이는 건물 복도를 촬영한 것으로, 한 여성이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자마자 한 남성이 문을 밀고 뒤따라 들어가려다가 실패하고 문 앞을 서성이는 장면이 담겨 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영상 속 남성을 추적, 동작구 신대방동에 있는 이 남성의 주거지에서 이날 오전 7시 15분쯤 A(30)씨를 주거침입 혐의로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다. A씨는 전날 오전 6시 20분쯤 관악구 신림동의 한 빌라에 귀가하는 여성을 뒤쫓아가 집에 침입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의 범행은 트위터와 유튜브 등에서 ‘신림동 강간미수 CCTV 영상’이라는 제목으로 공개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28일 오후 6시 29분쯤 트위터에 처음 올라온 이 영상은 약 1분 20초 분량으로, 영상 속에서 A씨는 귀가하는 여성을 따라와 여성이 집에 들어가면서 현관문을 닫을 때 손을 뻗어 현관문을 밀고 들어가려고 시도한다.그러나 간발의 차로 문이 먼저 닫혀 잠기자 A씨는 문을 손으로 밀어보거나 문고리를 잡아 흔들기도 하고, 심지어 문을 두드리고는 집 앞을 1분가량 서성이기도 한다. 트위터 계정주는 “1초만 늦었어도 큰일날 뻔한 상황”이라면서 “이 남자 보이면 신고 부탁드립니다”라는 글과 함께 영상을 올렸다. 해당 영상은 트위터에서만 약 5만회 가까이 공유됐다. 이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1초만 늦었어도 강간 범행이 발생할 뻔했다’, ‘소름끼친다’, ‘내 주변에서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아 무섭다’는 반응을 보이며 공분했다. 경찰은 28일 오후 이 사건을 접수한 뒤 CCTV 영상 등을 통해 A씨의 인상 착의와 동선을 추적했다고 전했다. 수사 끝에 범행 뒤 A씨가 귀가한 원룸 건물을 특정했고, 경찰은 건물 주변에 잠복했다. A씨는 경찰이 자신이 사는 원룸 호수를 파악하기 위해 탐문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안 뒤 29일 오전 7시쯤 112로 전화해 자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검거 당시 저항 없이 체포에 응했으며, 주거지에서 범행 당시 착용한 옷과 모자 등 의류를 같이 압수했다”고 말했다. A씨는 피해 여성과 일면식도 없는 관계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강간미수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실제 폭행과 협박 등이 동반돼야 하는데, 현재 확보된 CCTV 영상만으로 이를 확인하기 어렵다”면서 “우선 주거침입 혐의를 적용해 A씨를 상대로 범행 경위와 동기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