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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월성원전 경제성 과도하게 낮게 평가됐다는 감사원

    감사원이 “월성 원전 1호기의 조기 폐쇄 결정 과정에서 경제성이 과도하게 낮게 평가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어제 이 같은 내용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조기 폐쇄 결정이 타당했는지에 대해서는 “감사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밝혀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여권을 비롯한 탈원전 지지자들은 “경제성 평가에 문제가 지적됐지만 폐쇄 결정이 부당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한 반면 야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시작된 탈원전 정책이 ‘국정 농단’이었음이 드러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감사는 다른 원전의 폐쇄를 비롯해 정부의 향후 탈원전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이사회가 2018년 6월 월성 원전 1호기를 조기에 폐쇄키로 결정한 근거는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감사 결과는 판매단가·인건비·수선비 산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와 앞으로 책임 소재도 가려야 할 것이다. 특히 정권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관련 공무원이나 한수원 관계자들이 정부 재산 가치를 고의로 낮게 평가했다면 예삿일이 아니다. 수사 등 추가적인 조치가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10월 국회의 요청으로 시작됐지만 정치권의 간섭과 압력,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수원 등 피감기관들의 조사 방해가 심했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이번 국감에서 “감사 저항이 이렇게 심한 감사는 재임하는 동안 처음”이라고 토로했을 정도니 과연 감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타당성 여부는 가려지지 않았지만 재가동을 위해 7000억원이라는 거액의 혈세가 투입됐던 원전시설을 잘못된 평가로 3년이나 일찍 폐쇄했다면 국가에 엄청난 손해를 끼친 행위다. 감사원이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에 대해서만 인사 참고자료로 당국에 통보하고 감사 대상자들에 대해 직접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감사원이 적당한 선에서 타협한 감사결과를 내놓은 게 아닌지 의구심마저 든다.
  • “자료 요구할 텐데...” 감사 앞둔 산업부 직원들, ‘월성 1호기’ 관련자료 삭제

    “자료 요구할 텐데...” 감사 앞둔 산업부 직원들, ‘월성 1호기’ 관련자료 삭제

    감사원이 20일 공개한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직원들은 감사를 지연시키거나 방해하는 ‘일탈 행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부 A 국장은 지난 2019년 11월 부하직원 B씨로부터 월성 1호기 관련 감사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보고받았다. A 국장은 부하 직원들을 회의실로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고 그 자리에서 부하직원인 B씨에게 컴퓨터는 물론 이메일이나 휴대전화 등 모든 매체에서 월성 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했다. 결국 B씨는 2019년 12월 1일 동료와 함께 사무실 컴퓨터에 저장돼 있던 122개 폴더 분량의 자료를 삭제했다. 일요일이었음에도 B씨와 동료는 밤 11시 24분부터 다음날 새벽 1시 16분까지 약 2시간 동안 작업을 이어갔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이들은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문서를 우선 삭제했으며, 특히 감사원이 복구를 하더라도 원래 내용을 알아보기 힘들도록 파일명을 수정한 뒤에 삭제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B씨는 감사원 조사 과정에서 “감사원 감사관과 면담이 예정돼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월성 1호기 관련 자료를 요구받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료가 있는데도 없다고 하면 마음에 켕길 것이라 생각해 폴더를 삭제한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다른 직원이 자료 삭제를 하려면 주말에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주말에 삭제하려 했으나 기회가 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 감사관과 면담이 잡혀 급한 마음으로 (일요일에) 삭제를 한 것”이라고 했다. 결국 B씨가 삭제한 444개 문서 가운데 120개는 끝내 복구되지 않았고, 감사원은 직원들에 대한 징계처분을 요구했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렇게 감사 저항이 심한 감사는 재임하는 동안 처음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감사원,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경제성 불합리하게 저평가”(종합)

    감사원,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경제성 불합리하게 저평가”(종합)

    ‘감사 방해’ 산업부 공무원 2명 징계 요구‘경제성 낮다’ 정부 주장 잘못, 탈원전 타격최재형 “감사저항 굉장히 많은 감사였다”감사대상자 직접 고발 조치는 안 해“월성 1호기 폐쇄 타당성 판단엔 한계”감사원이 탈원전 정책 속에 조기 폐쇄한 월성 1호기에 대해 경제성이 불합리적으로 낮게 평가됐다고 밝혔다. 충분히 경제성이 있는데도 폐쇄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더 낮게 조작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월성 1호기는 노후 설비를 전면 개보수한 뒤 2015년 2월 수명 연장 결정이 이뤄졌다가 시민단체의 수명 연장 무효 소송과 탈원전 정책을 내세운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2018년 6월 최종 조기 폐쇄됐다. 감사원 결과에 따라 빠르게 진행되던 탈원전 정책에도 제동이 걸릴 지 주목된다. 조기 폐쇄 사유 중 하나였던 ‘경제성이 낮다’는 정부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결론이 난 만큼 탈원전 정책을 추진해온 정권에 타격이 예상된다. “한수원, 전기 판매단가 잘못 책정에도보정 않고 산자부 직원들도 관여” 산자부 직원, 월성 1호기 감사자료 삭제 감사원은 이날 오후 이런 내용이 담긴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총 6건의 위법·부당사항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감사원은 한국수력원자력 직원들이 경제성 평가 용역보고서에 담긴 전기 판매단가가 실제보다 낮게 책정됐음을 알면서도 이를 보정하지 않고 평가에 사용하도록 했고, 그 결정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직원들도 관여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 과정에서 백운규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018년 4월4일 외부기관의 경제성 평가 결과 등이 나오기 전에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시기를 한수원 이사회의 조기 폐쇄 결정과 동시에 즉시 가동중단 하는 것으로 방침을 결정해, 산업부 직원들이 한수원이 즉시 가동중단 방안 외에 다른 방안은 고려하지 못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실제 산업부 국장 A씨와 부하 직원 B씨는 지난해 11월 감사원 감사에 대비해 월성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하거나, 12월 실제 삭제하는 등 감사원 감사를 방해했다. 또 한수원 이사회가 즉시 가동중단 결정을 하는데 유리한 내용으로 경제성 평가 결과가 나오도록 평가 과정에 관여해 경제성 평가 업무의 신뢰성을 저해했고, 백 전 장관은 이를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내버려 뒀다며 국가공무원법에 위배되는 비위 행위라고 봤다.“백운규 전 산자, 원전 가동중단 나오게 평가 과정에 관여 묵인, 신뢰성 저해” 한수원 사장, 관리감독 책임 물어 경고 조치 감사원은 이러한 백 전 장관에 대해 엄중한 인사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지만 현재 퇴직 상태인 만큼 인사혁신처에 백 전 장관의 비위 내용을 통보해 향후 재취업이나 포상, 공직후보자 관리 등에서 인사자료로 활용하도록 산업부 장관에게 요구했다. 또 ‘감사 방해’ 행위를 한 문책대상자들의 경우 수사기관에 참고자료를 송부하기로 했다. 한수원 사장에 대해서는 월성 1호기 계속 가동에 대한 경제성 평가를 실시하면서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하지 않거나, 한수원 직원들이 외부기관의 경제성 평가과정에 부적정한 의견을 제시해 경제성 평가의 신뢰성을 저해하는 것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했다며 엄중 주의를 촉구하도록 산업부 장관에게 요구했다. 한수원 사장이 폐쇄 시기에 대한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하지 않았고, 이에 한수원 이사회는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시기와 관련해 즉시 가동중단 외 다른 대안은 검토하지 못하고 심의·의결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감사 과정에서 월성 1호기 관련 자료를 무단 삭제하도록 지시하거나 삭제하는 등 감사를 방해한 산업부 공무원 2명에 대해서는 징계처분(경징계 이상)을 하도록 요구했다.“원전 타당성 여부 판단은 안 해” 감사원은 그러나 감사의 이유이자 목적이라 할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감사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며 판단을 내놓지 않았다. 이는 여당의 반발 등 정치적 공방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감사원은 “가동중단 결정은 경제성 외에 안전성, 지역 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며 “안전성이나 지역수용성 등의 문제는 이번 감사 범위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책결정의 당부는 이번 감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이번 감사 결과를 월성 1호기 즉시 가동중단 결정의 타당성에 대한 종합적 판단으로 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감사원은 월성 1호기 감사 대상자들에 대해서도 직접 고발 등의 징계 관련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감사원, 국회 감사 요구 1년 넘겨 385일 만에 종지부 감사원은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 타당성’ 감사 결과를 19일 최종 의결했다. 국회가 지난해 9월 30일 감사를 요구한 지 385일 만이자, 지난 2월 말 법정 감사 시한을 넘긴 지 233일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앞서 한수원은 지난해 2018년 6월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월성1호기의 조기 폐쇄를 결정했다. 국회는 지난해 9월 30일 감사원에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및 한수원 이사회 이사들의 배임행위에 대한 감사’를 요구했다. 이에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1일부터 감사에 착수했고 1년여 만에 결과를 내놓았다. 감사원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최재형 감사원장과 5명의 감사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6일 차 감사위원회를 열고 감사 결과가 담긴 감사 보고서를 심의·의결했다. 회의 시간만 도합 약 44시간이 넘는 ‘마라톤 심의’였다. 앞서 감사원은 총선 전인 지난 4월 9일 감사위원회에서 감사 결과를 확정하려 했으나, 같은 달 10일과 13일 추가 회의에서 보완 감사를 결정하고 최근까지 추가 조사를 벌여왔다.최재형 “감사저항이 굉장히 많은 감사” 최재형 감사원장은 지난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감사 결과 발표가 지연된 것에 대해 “죄송하다. 적절하게 감사 지휘를 하지 못한 원장인 제 책임이 가장 크다”면서 “밖에서 보는 것처럼 이 사안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여러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는 사안인 점도 하나의 (지연)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감사저항이 굉장히 많은 감사였다”며 “국회 감사 요구 이후 산업부 공무원들이 관계 자료를 모두 삭제해 복구에 시간이 걸렸고 진술받는 과정에서도 상당히 어려웠다”고 감사 과정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동시에 감사를 방해한 일부 세력들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부산 요양병원 추가감염자 발생…검체채취 공무원·환자 등 8명

    부산 요양병원 추가감염자 발생…검체채취 공무원·환자 등 8명

    부산 해뜨락요양병원에서 입원환자 7명(571~577번)이 코로나 19 추가확진판정을 받았다. 또 요양병원 환자로부터 검체 채취를 한 보건소 직원 1명도 확진판정을 받는 등 부산에서는 20일 모두 11명의 신규 감염자가 나왔다. 이로써 요양병원 확진자는 종사자 15명, 환자 65명, 관련 접촉자 1명등 모두 81명으로 집계됐다. 부산시는 전날 의심 환자 973명에 대해 전수 검사결과,11명이 양성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부산시 보건당국에 따르면 567번 환자는 부산 북구보건소 공무원으로 지난 13일 해뜨락요양병원 2층 환자의 검체채취를 수행했다. 지난 17일 증상이 나타났으며 19일 검사를 받고 확진됐다. 당시 이 직원은 검체 채취 과정에서 입었던 보호복이 환자의 저항으로 손상된것으로 알려졌다. 시 보건 당국 관계자는 “요양병원에 입원하신 어르신들이 인지장애로 검체 채취시 협조를 하지 않아, 진료나 검사 중에 환자의 저항 등으로 보호복이 손상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 며 “ 이직원도 검체채취 중 위험에 노출이 돼 감염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시 보건당국은 북구 보건소 직원의 확진에 따라 전 직원 160명의 검사를 시행했으며,검사 결과는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고 전했다.또 직원 중 같은 사무공간에 생활하거나 식사를 같이했던 직원 30명은 자가격리조치했다. 북구보건소는 현제 방역 소독조치가 끝나 이용하는데 지장은 없지만,으당분간 선별진료소 운영과 필수 업무 중심으로 운영된다.한편,해뜨락 요양병원 확진자 외 신규 확진된 568번은 해외입국자이며,569과 570번은 기존 확진자 접촉자이다. 부산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씨줄날줄] 탈(脫)도장/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탈(脫)도장/황성기 논설위원

    7년 전 일본 도쿄 근무 때 살던 집은 지진에도 끄떡없는 ‘면진’(免震)식 신축 아파트였다. 모든 게 새것이었으나 딱 하나, 집 문에 달린 시건장치는 구멍에 열쇠를 넣어 잠그고 여는 구식이었다. 열쇠를 갖고 다니면서 가방에 넣어둔 열쇠 간수에 꽤나 신경을 썼던 기억이 생생하다. 가끔씩 일본의 주택 사정을 엿볼 겸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다녀봤는데 한국에선 이미 일상화한 디지털 열쇠를 달아 놓은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도쿄 지사의 실내 보수를 도와준 인테리어 업자 왈 “열쇠 업계의 힘이 세기 때문일 것”이란다. 열쇠 업계 힘이 세다 한들 비밀번호나 카드 한 장으로 열리는 편리성을 이길 수는 없을 터라, 지금 새로 짓는 아파트에 디지털 열쇠가 보급되기 시작한 듯하다. 뭐 하나 바꾸려면 따지고 재고, 건너려는 돌다리를 여러 번 두드려야 직성이 풀리는 일본인들이 아날로그 열쇠에 안심하고 그 열쇠의 이권을 지키려는 업계도 이에 편승해 시건장치의 디지털화가 늦어진 게 아닌가 싶다. 그와 비슷한 게 도장이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제1호 정책인 ‘탈(脫)도장’이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늘었지만 도장을 찍으러 회사에 출근했다는 웃지 못할 일들이 속출하면서 도장이란 존재가 일본 사회의 키워드가 됐다. 스가 내각의 고노 다로 행정개혁상이 행정 절차의 90% 이상에서 도장 사용을 없앤다고 발표한 뒤 지방자치단체의 80%가 법령에 의무화한 날인을 제외한 도장 사용을 폐지하거나 폐지를 검토하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만 전국인장업협회 회장이 고노 개혁상을 만나 시대의 흐름인 도장 폐지에는 찬동하면서도 “모든 도장이 나쁜 것이라 생각하지 않도록 해 달라”고 주문했다고 하니 도장문화 150년을 자랑하는 업계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스가 내각이 추진하는 디지털청이 예상대로 내년에 세워져 아날로그 일본의 디지털화를 주도할 수 있을지가 스가의 단명 여부보다 일본의 변화를 들여다보는 새 관전 포인트다. 아베 전 정권이 양적 완화로 대표되는 ‘아베노믹스’를 성장전략으로 삼았다면 스가 정부는 “디지털화 빼고는 일본의 성장전략을 그릴 수 없다”(히라이 다쿠야 디지털개혁상)면서 디지털 혁명을 전면으로 내세우고 있다. 도장만 없앤들 행정 디지털화의 중핵인 마이넘버카드(일본판 주민등록번호)의 보급률이 5년이 지난 지금도 17.5%에 불과한 게 문제다. 전국적인 행정전산망이 없다 보니 ‘아베 마스크’나 재난지원금 지급에 몇 개월씩 걸린 일본이다. 개인정보침해를 우려하는 일본인의 아날로그 고집이 스가 총리의 ‘개혁’에 협조할지 궁금해진다. marry04@seoul.co.kr
  • 日 자취여성 밀실 살인 사건 발생…사라진 열쇠, 면식범 소행 추정

    日 자취여성 밀실 살인 사건 발생…사라진 열쇠, 면식범 소행 추정

    일본에서 홀로 사는 여성을 상대로 한 밀실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19일 간사이TV방송(関西テレビ放送)은 교토부 교토시의 한 아파트에 살던 20대 여성이 참혹한 시신으로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전했다. 18일 현장검증을 마친 경찰은 면식범 소행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11일 교토시의 한 아파트 7층에서 야마무라 루미노(24)가 숨진 채 발견됐다. 피해 여성의 이모는 하루 전 조카가 무단결근했다는 연락을 받고 다음 날 집으로 찾아갔으나 이미 숨진 뒤였다고 밝혔다. 아파트 관리인과 함께 마스터키로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피를 흘리며 이불 위에 쓰러져 있었다는 설명이다. 발견 당시 피해 여성은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이었다. 부검 결과 목과 가슴, 허리 등 열 군데에서 날카로운 흉기에 찔린 상처가 확인됐다.부검의는 “심장 근처를 찔린 게 치명적이었다. 아마 짧은 시간 안에 숨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에서는 방어흔도 발견됐다. 수사팀 관계자는 “피해 여성이 숨지기 직전까지 강하게 저항하며 용의자와 사투를 벌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망 시각은 9일 밤으로 추정했다. 문제는 현관문과 창문이 모두 잠겨 있었으며 강제 침입 흔적도 없었다는 점이다. 이른바 ‘밀실 살인’인 셈이다. 시신 발견 직후 곧장 수사관 62명으로 구성된 특별수사팀을 꾸린 경찰은 12일부터 일주일간 현장 검증에 들어갔다. 18일 검증을 마친 경찰은 복도로 이어지는 현관문과 창문 모두 안에서 잠겨 있었다고 확인했다. 사건 현장이 아파트 7층이라 창밖으로 빠져나가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침입 흔적이 없는 점, 피해 여성의 지갑은 그대로인데 스마트폰과 집 열쇠는 사라진 점으로 미루어 볼 때 면식범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수사팀 관계자는 “용의자는 고인과 친밀한 관계였을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가 직접 문을 열어줬을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현장에서 피해 여성의 스마트폰과 집 열쇠가 사라졌다. 용의자가 피해자를 살해한 후 집 열쇠로 문을 잠그고 달아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아직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한 경찰은 피해 여성의 가족과 이웃, 직장 동료 등을 상대로 원한 관계를 파악하고 있다.최근 일본에서는 자취 여성을 상대로 한 강력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홋카이도방송 HBC에 따르면 얼마 전에는 홋카이도 루모이시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홀로 사는 20대 여성 집에 무단으로 침입한 혐의로 체포됐다.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사토 카츠유키(54)는 지난 7월과 8월 2차례에 걸쳐 삿포로시 시라이시구에 사는 한 여성 집에 침입했다. 피해 여성과는 음식점 종업원과 손님으로 만나 호감을 갖게 됐으며, 마스터키 이른바 ‘만능열쇠’를 구해 여성의 집에 몰래 들어간 걸로 확인됐다. 교사의 컴퓨터에서는 여성의 집을 촬영한 동영상도 발견됐다. 교사는 경찰 조사에서 “그녀의 생활상이 궁금했다”고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그것이 알고 싶다’ 故 윤상엽 누나 “이상한 정황 많아” 국민청원

    ‘그것이 알고 싶다’ 故 윤상엽 누나 “이상한 정황 많아” 국민청원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이후 고(故) 윤상엽(사망 당시 40세)씨 익사 사고와 관련해 윤상엽씨의 누나가 국민청원을 올려 철저한 진상 조사를 촉구했다. 19일 윤상엽씨 누나 윤미성씨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2019. 06. 30. 발생된 가평 익사사건의 진실을 밝혀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을 게재했다. 해당 청원은 100명 이상의 사전동의를 얻어 관리자 검토 중인 상태인데, 순식간에 인원이 몰리면서 26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윤미성씨는 “(동생의 사고가 발생한) 2019년 6월 30일 이후로 저희 가족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너무나도 황망한 죽음이었기에 아직도 동생을 마주하기가 버겁다”면서 “자식을 잃은 저희 부모님은 오죽할까. 동생을 보내고, 저희 부모님마저 잘못되는 건 아닌지, 하루하루가 고통이고 절망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동생 사망 후 너무나 이상한 정황들이 많아 최대한 자료를 수집하고자 노력했으나 법적 배우자인 이주희(가명)씨와 양자로 입양된 이씨의 친딸, 김○○의 존재로 한계가 있었다”며 “결혼생활이 좀 힘들어 보이긴 했으나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동생은) 15년간 직장생활을 열심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잔고 하나 없이 동생 앞으로 많은 빚이 남겨졌고, 퇴직금마저 없다고 한다”면서 “그 많은 빚은 현재 한정승인을 통해 정리됐고, 국민연금도 현재 배우자인 이씨가 수령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동생은 사랑이었지만, 배우자 이씨는 목적이 있는 만남이었을 것 같다”며 “동생도 그걸 모르지는 않았을 텐데, 왜 빨리 헤어나오지 못했는지 너무나 가슴이 아프기만 하다”고 했다. 그는 “동생을 보내고 벌써 네 번의 계절이 바뀌었다”며 “이젠 그 진실을 알고 싶다. 그들이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제가 정말 생각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진실이 밝혀져 억울하게 죽은 제 동생이 이젠 편히 쉴 수 있도록 도움 부탁드린다”고 적었다.한편, 지난 17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에 따르면 윤상엽씨는 지난해 6월 경기도 가평 용소폭포에 지인들과 함께 놀러 갔다가 익사 사고를 당했다. 윤상엽씨 아내 이씨는 보험사에서 남편의 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그것이 알고 싶다’ 측에 사건을 제보했다. 제작진은 이씨의 사연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취재하던 중 누나 윤미성씨와 연락이 닿은 이후 사건에 미심쩍은 부분이 있음을 인지했다. 윤상엽씨 사건과 관련해 새 첩보가 입수돼 다른 관할 경찰서에서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었다. 사건 피의자는 아내 이씨였으며, 혐의는 보험 사기와 살인이었다. 윤상엽씨 가족은 윤씨 사망 후 벌어진 일들로 인해 이씨에 대한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윤씨 사망 후 그의 가족에게 자신에게 숨겨둔 아이가 있고, 윤씨의 허락으로 아이를 입양한 상태라고 털어놨다. 그리고 윤씨가 사망한 지 100일도 안 되는 상황에서 이씨는 수상 레저를 즐기고 딸, 친구와 함께 해외여행을 가는 등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했다. 윤씨 가족은 사고 당일 밤 다이빙을 해서 익사했다는 사실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윤씨 지인들도 그가 수영을 하거나 다이빙을 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익사사고 당시 일행이었던 최모씨를 만났는데, 최씨는 당시 일행 중에는 이씨의 내연남인 조모씨도 함께였다고 전했다. 이씨가 불륜남 등 지인들과 함께 남편을 데리고 폭포에 놀러갔던 것. 최씨에 따르면 당시 저녁 8시가 다 된 시간에 이씨가 ‘이제 가야 되니까 마지막으로 다이빙하고 가자’고 제안했고, 윤씨에게 ‘남자들끼리 다 뛰는데 오빠는 안 뛰느냐’며 다이빙을 하길 종용했다. 수영에 능숙하지 못함에도 다른 일행을 따라 물에 뛰어든 윤씨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시야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이씨는 윤씨의 비명이 아예 들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아예 안 들려서 이상하다. 물에 빠지면 목소리가 들리거나 허우적대는 소리가 들려야 하는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제작진은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윤씨의 휴대전화 데이터와 CCTV 등을 복원했다. 복원된 영상 결과, 이씨와 조씨는 윤씨가 사망한 후 윤씨 집으로 향해 컴퓨터를 가져갔다. 제작진이 “왜 컴퓨터를 가져갔느냐”고 묻자 조씨는 “연락처를 어떻게 알았냐”고 불쾌함을 드러내며 취재 요청에 불응했다. 이씨는 윤씨를 만나고 있던 중 다른 남자들과 동거하기도 했다. 또 혼인신고 후 인천에 마련한 신혼집에는 윤씨, 이씨가 아닌 이씨의 지인이 거주 중이었다. 윤씨는 또래 친구 중 취업이 빨랐고 급여 수준도 좋았지만, 결혼 후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또 거액 채무와 계좌 속 수상한 금융거래 흔적이 있었고 그가 장기 매매를 통해 돈을 마련하려 했다는 기록까지 발견됐다. 윤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등산용 로프를 구입하기도 했다. 윤씨가 생전 남긴 글에는 자신이 죽어도 아내는 장례식에도 오지 않을 거라는 내용이 담겼다. 한 전문가는 “아내가 어떤 도리를 할 거라고 기대를 안 하는 상태였다. 자신과 혼인을 하긴 했으나 돈이 없으면 얼마든지 멀어질 수 있는 사이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저항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변호사들은 이씨가 8억원의 보험금을 수령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무고함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입된, 의도된 사고가 아니라 우연한 사고로 남편을 잃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분명 의심스러운 점이 많다. 궁핍한 상황에서 보험을 실효시키지 않고 유지한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유신 종말 앞당긴 부마민주항쟁 주무대 창원에 기념 조형물 건립

    유신 종말 앞당긴 부마민주항쟁 주무대 창원에 기념 조형물 건립

    박정희 유신정권 종말의 도화선이 됐던 부마민주항쟁 41주년을 기념해 항쟁의 주무대였던 경남 창원시에 기념 조형물이 들어섰다.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은 18일 오후 마산합포구 오동동 문화광장에서 부마항쟁 조형물 제막식을 했다. 심이성 작가 작품인 높이 2.5m 조형물은 ‘움트는 자유’를 주제로 화강암과 스테인리스스틸로 새싹이 돋는 모양을 형상화했다. 제막식에 앞서 창원시는 부마항쟁 41주년 기념식을 현장에서 개최했다. 부마항쟁은 박정희 정권의 유신독재 체제에 저항해 1979년 10월 16일부터 닷새간 부산과 마산(현 창원시 마산합포구·회원구)에서 일어난 민주화운동이다. 10월 16일 부산대를 중심으로 부산에서 첫 시위가 시작됐고 10월 18일 마산으로 확산해 경남대 학생들과 마산시민들이 가세했다. 시위 기간은 짧았지만 군사정권 18년을 끝내는 계기를 만들어 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4·19 혁명과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과 함께 대표적인 민주화운동 중 하나로 꼽힌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길거리 참수’ 충격에 빠진 프랑스, #나는 교사다… 연대·저항의 물결

    ‘길거리 참수’ 충격에 빠진 프랑스, #나는 교사다… 연대·저항의 물결

    5년 전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끔찍한 테러의 빌미가 됐던 풍자만화 하나가 여전히 프랑스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2015년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가 게재해 참사를 빚었던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 풍자 만평이 이번엔 대낮 길거리에서 40대 남성이 참수되는 살인 사건의 씨앗이 됐다. 샤를리 에브도 테러 관련 재판이 시작된 지난달 주간지 측은 문제의 만평을 다시 실었고, 이후 테러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샤를리 에브도 옛 사옥 인근에서 흉기 난동이 벌어져 2명이 다치기도 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파리 북부 콩플랑생토노린의 한 거리에서 중학교 교사 사뮈엘 파티(47)가 참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역사 교사인 파티는 지난 5일 샤를리 에브도의 무함마드 풍자 만평을 학생들에게 보여 주며 언론의 자유 관련 수업을 진행했다. 샤를리 에브도는 성역은 없다는 신조로 무함마드를 모욕적으로 묘사한 만평을 여러 차례 실어 왔으며, 이번 참수 테러의 씨앗이 된 만평은 2015년 게재한 것으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의 표적이 돼 편집장 등 12명이 사망하는 비극을 겪었다. 파티는 수업 당시 만평이 불편함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이슬람 학생들에게 원하면 교실을 나갈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수업 후 한 학부모가 만평을 교재로 쓴 것에 대해 거세게 항의했다. 그는 학교에 해당 교사의 해임을 요구했고 경찰에 고소했다. 또한 유튜브에 “무함마드가 모욕을 당했다”며 교사의 이름 및 거주지 등 자세한 신상을 공개했다. 파티는 그 학부모의 딸은 그날 수업을 듣지도 않았다며 ‘명예훼손’으로 학부모를 맞고소했다. 이후 학교로 파티의 신변을 위협하는 연락이 수차례 왔고, 그는 원래 가던 숲길이 아닌 주택가 길로 퇴근하다 변을 당했다. 범인은 18세 체첸계 청년인 압둘라흐 안조로프로 밝혀졌다. 프랑스 검찰국에 따르면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여섯 살 때 부모와 함께 정치적 난민 신분으로 프랑스로 건너간 그는 위험 인물 리스트에는 오르지 않았다. 범인은 하교 시간에 학교 앞에서 학생들에게 파티가 누구인지를 물었고, 퇴근하는 파티를 따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을 저지르며 “알라후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다)라고 외친 것으로 목격됐고, 범행 직후 살해된 교사의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경찰 총격을 피해 달아나던 범인은 현장 인근에서 숨졌다. 수사팀은 가족과 파티의 신상을 공개한 학부모 등 10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희생자는) 표현의 자유를 가르치다 살해당했다”며 이 사건을 “전형적인 이슬람 테러”라고 규정했다. 대테러검찰청의 장 프랑수아 리카르 검사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공격”이라며 테러 단체들과의 연루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오는 21일 교사를 기리는 국가 추도식을 올린다. 피해자가 근무하던 학교 앞에는 추모의 의미를 담은 꽃다발이 쌓이고, 전국에서 분노한 시민들은 ‘나는 교사다’, ‘나는 사뮈엘이다’라고 쓴 팻말을 들고 연대와 저항의 집회를 잇따라 열고 있다. 프랑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에 대해 더 많이 알리고 논쟁적인 주제에 다양한 생각을 말할 수 있도록 장려하겠다”고 밝혔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임신 9개월에 경관 무릎에 짓눌린 흑인 여성 첫 딸 낳았는데

    임신 9개월에 경관 무릎에 짓눌린 흑인 여성 첫 딸 낳았는데

    임신 9개월의 몸으로 경찰관의 무릎에 등이 짓눌려 공분을 일으켰던 미국의 흑인 여성 데자 스털링스(25)가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간) 첫 딸 드시레를 출산했다고 야후! 뉴스가 다음날 전했다. 스털링스는 지난달 30일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경찰관이 한 주유소 앞에서 자신을 체포하려 하자 강하게 저항하다 길바닥에 내동댕이쳐지고 등이 무릎에 짓눌린 채로 수갑이 채워졌다. 이 모습이 고스란히 찍힌 동영상이 소셜미디어에 유포되자 과잉진압 논란이 불붙으면서 캔자스시청과 시 경찰 본부 앞에서 항의 시위가 이어졌다. 스털링스는 주유소에서 그 얼마 전에 살인 사건에 희생된 사람의 삶을 돌아보는 집회에 참석하고 있었다. 그녀는 “(경찰들이) 그곳을 두 번이나 찾아왔다. 우리를 희롱했다. 떠난 뒤에 다시 돌아와 (한 남성이) 주거를 침입했다고 했다”고 돌아봤다. 그 뒤 해산 작전이 시작됐고 문제의 남자를 체포하려고 달려들었다. 그 와중에 스털링스는 뜯어 말리려고 했는데 그 경관이 밀쳤다. 그녀는 ‘밀지 마요. 당신이 날 밀칠 권리는 없어요’라고 말했고 그 경관은 ‘지독한 X, 감옥에나 가야겠다’고 대꾸했다. 배가 땅에 닿게 넘어뜨린 뒤 그의 무릎이 등을 짓눌렀다. 체포 과정의 충격 때문에 스털링스는 병원을 들락거리고 있다고 했다. 혈압도 높고 뼈에 대한 통증도 극심하다고 했다. 지난주에도 자신이 체포당하는 과정에 겪은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석했는데 차에서 내려 시청 앞까지 걷고 몇 마디 연설을 하는 데도 애를 먹었다고 했다. 현재 고펀드미 홈페이지에 그녀의 수술비와 치료비를 돕는 모금 사이트가 만들어져 있다. 캔자스시티 경찰청은 스털링스가 법 집행을 “방해하고 개입한 것”이 사안의 본질이라고 답했다. 경찰은 구두로 해산하라고 여러 차례 경고했지만 남녀가 경관들로부터 용의자를 떼어놓으려고 시도하면서 물리적으로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해서 어쩔 수 없이 그녀가 방해하고 간여하지 못하도록 체포하려고 시도했던 것인데 그녀가 계속 물리적으로 저항해 바닥에 그녀를 눕히게 됐고 그 과정에 수갑이 채워졌으며 그녀가 등을 돌리려 하길래 즉각 앉는 자세로 누른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스털링스의 변호인은 “왜 경찰이 임신부를 (길바닥에) 내던지고, 등에 무릎을 올렸냐는 것”이라며 “경찰은 그에게 비키라고 했는데 방해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체격이 훨씬 큰 백인 경찰이 54㎏ 밖에 안 나가는 9개월 된 임신부의 팔을 머리 위로 비틀고, 등을 무릎으로 짓누르는 것을 정당화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그것이 알고싶다’ 윤상엽, 아내와 계곡갔다 익사 “다이빙 후 비명”

    ‘그것이 알고싶다’ 윤상엽, 아내와 계곡갔다 익사 “다이빙 후 비명”

    17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고(故) 윤상엽씨(당시 40세)의 익사 사고에 대해 파헤쳤다. 이날 방송에 따르면 윤씨는 지난해 6월 가평 용소폭포에 지인들과 함께 놀러갔다가 익사 사고를 당했다. 윤씨 아내 이주희씨(가명)는 이 사고를 제작진에 알려오며 남편의 사망 보험금을 두고 보험사와 분쟁 중에 있다고 했다. 제작진은 “지난 3월 보험사와 벌이는 분쟁 관련 제보를 받고 있었는데 이씨 사연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어 취재를 시작했다”며 “6개월 만에 윤씨 유족과 연락이 닿았지만 윤씨 누나의 주장은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던 사연과 전혀 달랐다”고 말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윤씨 사건 관련해 새로운 첩보가 입수돼 다른 관할 경찰서에서 현재 수사를 하고 있었다. 사건 피의자는 다름 아닌 사망한 윤씨 아내인 이씨였고, 혐의는 보험 사기와 살인이었다. 윤씨 가족은 윤씨 사망 이후 벌어진 일들로 인해 아내 이씨에 대한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이씨는 윤씨 사망 이후 그의 가족에게 자신에게 숨겨둔 아이가 있고, 윤씨의 허락으로 아이를 입양한 상태라고 했다. 이 사실은 윤씨가 사망하기 전까지 그의 가족들은 전혀 모르는 일이었다. 그리고 윤씨가 사망한 지 100일도 안 되는 상황에서 이씨는 수상 레저를 즐기고 딸, 친구와 함께 해외여행을 가는 등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했다는 것. 또한 윤씨 가족들은 사고 당일 밤에 다이빙을 해서 익사를 했다는 사실에 대해 믿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윤씨의 지인들도 그가 수영을 하거나 다이빙을 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익사 사고 당시 일행이었던 최씨와 만나 그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당시 일행 중에는 이씨의 내연남인 조씨도 함께였다. 이씨의 지인이었던 최씨는 “처음에 저한테 윤씨를 소개했을 때는 친한 오빠라고 했다. 윤씨와 얘기해본 적이 없다”면서 “그냥 말 그대로 사고였다. 누가 봐도 사고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어 “윤씨는 계곡에서 튜브 타고 왔다갔다 했는데 조씨와 이씨가 튜브 끝 쪽으로 민 적이 있었다. 이제 가야 되니까 이씨가 ‘마지막으로 다이빙하고 가자’ 제안했다. 이씨가 윤씨에게 ‘남자들끼리 다 뛰는데 오빠는 안 뛰어?’ 해서 윤씨도 물에 뛰어들었다. 그러더니 비명과 함께 시야에서 사라졌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씨는 윤씨의 비명이 아예 들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아예 안 들려서 이상하다. 물에 빠지면 목소리가 들리거나 허우적대는 소리가 들려야 하는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제작진은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윤씨의 휴대전화 데이터와 CCTV 등을 복원했다. 복원된 영상 결과, 이씨와 조씨는 윤씨가 사망한 후 윤씨 집으로 향해 컴퓨터를 가져갔다. 제작진이 “왜 컴퓨터를 가져갔느냐”고 묻자 조씨는 “연락처를 어떻게 알았냐”고 불쾌함을 드러내며 취재 요청에 불응했다. 이씨는 윤씨를 만나고 있던 중 다른 남자들과 동거하기도 했다. 또 혼인신고 후 인천에 마련한 신혼집에는 윤씨, 이씨가 아닌 이씨의 지인이 거주 중이었다. 윤씨는 또래 친구 중 취업이 빨랐고 급여 수준도 좋았으나 결혼 이후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는 일이 잦았다. 또 거액의 채무와 계좌 속 수상한 금융 거래 흔적이 있었고 그가 장기매매를 통해서 돈을 마련하려 했다는 기록까지 발견됐다. 윤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등산용 로프를 구입하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윤씨는 이씨와 해외여행을 다녀왔고 이씨, 이씨 친구들과 폭포를 찾은 것. 윤씨가 생전 남긴 글에 따르면 윤씨는 자신의 장례식에도 아내가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한 전문가는 “아내가 어떤 도리를 할 거라고 기대를 안 하는 상태였다. 자신과 혼인을 하긴 했으나 돈이 없으면 얼마든지 멀어질 수 있는 사이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저항하지 못했던 거다”고 분석했다. 변호사들은 8억 원의 보험금을 아내 이씨가 수령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무고함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입된, 의도된 사고가 아니라 우연한 사고로 남편을 잃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그런데 분명 의심스러운 점이 많다. 궁핍한 상황에서 보험을 실효시키지 않고 유지한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프랑스 역사 교사 참수, 무함마드 만평 학생들에게 보여준 것이 발단

    프랑스 역사 교사 참수, 무함마드 만평 학생들에게 보여준 것이 발단

    프랑스 파리 근교에서 중학교 교사를 무참히 참수 살해한 체첸계 용의자 압둘라크 A(18)는 범행 직전 학교 앞에서 학생들에게 사뮈엘 파티(47) 교사를 지목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참수 사건이 발생하기 며칠 전 한 학부모가 해당 교사의 이름과 학교 주소를 소셜미디어에 공개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는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를 풍자한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을 학생들에게 보여줘 그러지 말라는 위협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대테러검찰청(PNAT)의 장 프랑수아 리카르 검사는 17일(이하 현지시간) TV로 중계된 기자회견을 통해 학부모가 공개한 이름과 학교 주소가 범행을 도운 것인지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앞서 지난 16일 오후 5시쯤 파리에서 북서쪽으로 30㎞ 떨어진 이블린주 콩플랑 생토노린 학교 인근 거리에서 파티가 참수된 채 발견됐다. 파티는 이달 초 12∼14세 학생들과 언론의 자유에 관해 수업하면서 무함마드를 풍자한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을 보여줬다. 이에 몇몇 학부모가 불만을 나타냈고, 한 여학생의 부친은 파티의 해고와 함께 그에 대응할 것을 촉구하는 온라인 캠페인을 벌였다. 여학생과 부친은 파티를 고소했고, 파티는 명예훼손으로 맞대응했다. 여학생의 부친은 파티의 이름과 학교 주소를 소셜미디어에 공개했고, 며칠 뒤에 참극이 벌어졌다. 결국 이 학부모는 학교에 파티의 해고를 요구할 때 함께 자리했던 친구와 함께 체포됐는데 이번 사건과 관련해 체포된 사람은 10명으로 늘어났다. 용의자 압둘라크는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소년 시절 프랑스로 건너와 난민 신분으로 머물러 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는 동영상을 통해 무함마드가 이 학교에서 모욕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달아나던 압둘라크가 흉기를 내려놓으라는 명령에 불응하고 저항하자 아홉 발의 총탄을 발포했고, 압둘라크는 살해 현장 근처에서 숨졌다. 검찰은 용의자가 칼과 공기총, 다섯 통의 탄창을 가지고 있었고, 추격하던 경찰을 향해 총기를 발사하고 칼을 사용했다고 밝혔다.용의자 휴대전화에서는 파티의 사진과 함께 자신의 살인을 인정하는 메시지가 발견됐다. 귀가하던 파티를 뒤쫓아가 여러 차례 흉기로 무참히 살해한 뒤 참수했다. 목격자들은 압둘라크가 범행을 저지르며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치는 것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사건 현장에서 100㎞나 떨어진 노르망디의 에브룩이란 마을에 살고 있으며 이 학교와는 아무런 연결 고리가 없었다. 검찰은 학부모들의 온라인 캠페인에 자극 받아 범행을 저지르러 이곳까지 온 것으로 보고 있다. 압둘라는 프랑스 정부 당국의 주의 대상 명단에 오르지 않은 인물로 확인됐다. 리카르 검사는 이번 살인이 “프랑스가 직면하고 있는 매우 위험한 수준의 테러리스트 위협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슬람 테러”로 규정했다. 용의자 압둘라크의 휴대전화 메시지 중에는 마크롱 대통령을 “창녀”, “강아지”로 표현하는 것들도 있었다. 프랑스 정부는 오는 21일 희생자 파티의 장례식을 국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태국 왕비 차량 막고 ‘세손가락 경례‘했다고 16년형 선고할 수도

    태국 왕비 차량 막고 ‘세손가락 경례‘했다고 16년형 선고할 수도

    태국 왕비가 타고 있던 차량의 속도를 늦추게 하고 이른바 ‘세 손가락 경례’를 했을 뿐인데 반정부 인사 두 명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국왕이나 왕비의 자유를 방해하는 어떤 종류의 폭력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형법 110조에 의거한 것이다. 유죄가 인정되면 최소 징역 16년에서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다. 왕과 왕비, 왕세자 등 왕실 구성원은 물론 왕가의 업적을 모독하거나 왕가에 대한 부정적 묘사 등을 하면 최고 15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게 한 형법 112조, 이른바 ‘왕실모독죄’보다 더 중형이 주어진다. 반정부 집회에서 커지고 있는 ‘군주제 개혁’ 주장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태국 형사법원은 수티다 왕비에게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경찰이 반정부 활동가 에까차이 홍깡완과 분꾸에눈 빠오톤 두 명에 대해 신청한 체포영장을 전날 발부했다고 일간 방콕포스트와 온라인 매체 카오솟이 16일 보도했다. 에까차이 등은 14일 오후 5시 30분쯤 반정부 집회가 개최된 핏사눌록 거리에서 수티다 왕비와 디빵꼰 왕세자가 타고 있던 차량의 속도를 늦추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수티다 왕비는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을 대신해 도심 내 한 사원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하려고 왕궁을 나선 참이었다. 에까차이 등은 차량을 향해 태국 반정부 세력 사이에서 할리우드 영화 ‘헝거 게임’에 저항을 상징하는 신호로 나오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한 것도 체포영장의 범죄 혐의로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왕비 차량 동선에 시위대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았지만, 많은 이들이 차량 쪽으로 접근한 뒤 세 손가락 경례를 했다고 방콕포스트는 전했다. 이 일이 SNS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왕당파들은 반발했다. 결국 이 일이 일어난 뒤 12시간도 지나지 않은 다음날 오전 4시 태국 정부는 5인 이상 정치 집회를 금지하는 긴급칙령을 발효했다. 반정부 집회 참석자 2만명 가량이 바리케이드와 차벽을 뚫고 총리실 건물까지 진출한 것도 비상조치를 부른 한 원인이지만, 외신은 왕비 차량 행렬과 관련된 사건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이 반정부 집회 주최자들이 쁘라윳 짠오차 총리 퇴진과 함께 핵심 요구사항으로 내세우고 있는 군주제 개혁 요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인권변호사 아논 남빠는 “경찰이 왕비 차량 행렬을 집회 지역으로 안내하는 미심쩍은 책략을 사용했다”면서 “시위대를 폭도로 색칠하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부정 선거’ 키르기스 대통령 자진 사퇴

    부정 선거 논란으로 정국 혼란을 겪는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의 소론바이 젠베코프(61)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 자진 사퇴를 발표했다. 젠베코프는 이날 대국민 성명에서 “나는 권력에 매달리지 않는다. 키르기스스탄 역사에서 피를 흘리고 자국민에게 총을 쏜 대통령으로 남고 싶지 않다. 이에 사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의 사퇴가 대선 불복 시위가 계속되는 벨라루스 정국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젠베코프 대통령은 전날 신임 야권 총리 사디르 자파로프가 이끄는 새 정부 구성 명령에 서명했다. 하지만 긴장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시위대와 사법기관의 충돌이 우려되는 형국이었다. 그는 “군대와 사법기관은 (대통령) 관저 보호를 위해 무기를 사용해야만 하는데 그렇게 되면 유혈이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사퇴 이유를 부연했다. 젠베코프는 전날부터 이날 아침까지 야권 대표인 자파로프 신임 총리와 사퇴 문제를 논의했다. 신임 총리 자파로프는 ‘국민의 요구’를 내세워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했지만, 젠베코프는 곧바로 사퇴할 경우 예측 불가능한 혼란 사태가 촉발될 수 있다면서 총선 재선거를 치르고 새 대선 일정을 잡고 난 뒤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그러나 야권의 사퇴 요구가 거세고, 자신이 버틸 경우 야권과 대통령 지지자들 간에 유혈 충돌이 벌어질 것을 우려해 전격적으로 사퇴를 결정한 것으로 관측된다. 젠베코프가 사임하면서 대통령 권한 대행은 헌법에 따라 카나트베크 이사예프 의회 의장에게로 넘어가게 됐다. 야권의 요구를 받아들인 대통령 사임으로 키르기스스탄 정계는 의회를 중심으로 새 총선과 대선 일정 논의를 시작으로 혼란 정국 수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통령 지지자들이 반발해 저항 시위를 벌이면 혼란이 한동안 계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임 알마즈베크 아탐바예프 대통령 밑에서 총리를 지낸 젠베코프는 2017년 10월 대선에서 승리해 키르기스스탄 제5대 대통령직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지난 4일 치러진 총선에서 여당과 친정부 성향 정당들이 90%에 가까운 의석을 차지하며 압승을 거둔 것으로 나타나자 대규모 부정선거 논란이 제기되면서 불복 시위가 계속됐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5인 이상 집회 금지·보도 제한… 태국, 반정부시위 비상 조치

    5인 이상 집회 금지·보도 제한… 태국, 반정부시위 비상 조치

    군주제 개혁과 쁘라윳 짠오차 총리 퇴진 요구 시위가 3개월째 계속되면서 태국 정부가 15일 ‘5인 이상 집회 금지’라는 비상 조치를 발효했다. 현지 경찰은 이날 시위대 지도자 20명을 체포하면서 반정부 시위에 대한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고 BBC가 전했다. 태국 정부는 이날 오전 국영방송을 통해 “평화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긴급 칙령을 발표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비상 사태가 이미 선언된 태국에서 또다시 더해진 칙령에는 공포를 조장하거나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보도와 온라인 메시지 금지, 총리실 등 당국이 지정한 장소 접근 금지 등이 포함됐다. 긴급 칙령 위반자는 영장 없이 30일간 구금할 수 있다. 가족·변호사의 접견도 허용되지 않는다. 태국 정부는 “많은 사람들이 방콕 시내 불법 집회에 참석했으며, 왕실 차량 행렬을 방해하고 국가 안보에 영향을 주는 심각한 행위를 했다”며 “이런 상황을 효과적으로 종식하고 평화와 질서를 유지하려고 긴급 조치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또 공식 문서를 통해 “국가 안보 또는 평화·질서에 영향을 미칠 오해를 만들어 내면서 공포를 조장하거나 의도적으로 정보를 왜곡할 수 있는 메시지를 담은 뉴스와 전자 정보를 발간하는 것 역시 금지한다”고 했다. 긴급 칙령 발효 이후 방콕 경찰청은 이날 오전 총리실 바깥에서 밤샘한 집회 참석자들을 해산시켰고, 지난 8월 처음으로 군주제 개혁을 주장한 인권 변호사 아논 남빠 등 시위 지도부 등 20명을 체포했다. 경찰 13개 중대 2000여명이 방콕 시내 주요 시위 길목에 배치되는 등 충돌 위기도 고조됐다. 앞서 시위대 일부는 전날 외부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시위대가 있는 거리를 지나가던 수티다 왕비의 차량 행렬을 늦추기도 했다. 일부는 차량을 향해 태국 민주세력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을 들어 보이는 인사를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13일에는 왕실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이 타고 가는 차량을 향해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태국에서는 그동안 민주화 시위가 발생하면 국왕에 충성하는 군부의 쿠데타가 반복됐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디지털시대 저항받는 스가의 ‘도장 퇴출’

    새롭게 등장하는 국가 지도자는 누구라도 ‘개혁’을 전면에 내세우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개혁 대상을 설정하고 거기에 집중적으로 칼날을 들이댐으로써 성과를 극대화하는 수순을 밟는다. 지난달 16일 취임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그 대상 중 하나로 ‘도장 문화’를 선택했다. 공공 및 민간 부문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종이문서+도장날인’ 세트를 국가 발전을 가로막고 국민 생활을 힘들게 하는 ‘비능률·비효율’의 상징으로 규정했다. 지난 7일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린 정부 규제개혁 추진회의에서 그는 “서면과 날인 중심으로 이뤄지는 모든 행정 절차를 근본적으로 손보라”고 고노 다로 행정개혁상 등 각료들에게 지시했다. 그러나 당장 생계를 위협받게 된 도장업계의 우려와 반발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일본의 도장시장 규모는 이미 매년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현재 연간 1700억엔(약 1조 8500억원)으로 20년 전의 3분의2 정도로 쪼그라든 상태다. 도장업계는 ‘도장을 없앤다’는 고노 행정개혁상의 표현부터 업계의 사활이 걸린 문제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이라며 문제 삼고 있다. 한 도장업체 대표는 “매출의 40% 정도가 관공서, 기업과의 거래에서 나오는데 도장을 사용하지 않게 되면 경영은 암담해진다”고 말했다. 집권 자민당 내 ‘일본의 도장 제도·문화를 지키는 의원연맹’도 과도한 도장문화 배척은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며 속도 조절론을 펴고 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최재형 “이렇게 저항 심한 감사는 월성 1호기가 처음” 작심 발언

    최재형 “이렇게 저항 심한 감사는 월성 1호기가 처음” 작심 발언

    崔 “산자부 공무원 자료 삭제에 진술 꺼려”이르면 다음주 월요일쯤 감사 결과 발표“결론 정해 둔 감사도, 靑·與 핍박도 아니다”與野에 선 그어… 감사 투명성 확보 의지 제2 윤석열 평가에도 “그렇게 생각 안 해” 독립성 확보 위한 임기 연장 의견 피력도최재형 감사원장은 15일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 타당성에 관한 감사 결과 발표가 지연되는 것과 관련해 “감사 저항이 이렇게 심한 감사는 재임하는 동안 처음”이라고 작심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빠르면 월요일(19일) 늦어도 화요일(20일)까지는 (결과) 공개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최 원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감사 결과 발표가 지연된 이유를 묻는 더불어민주당 최기상 의원의 질의에 “국회의 감사 요구 이후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이 관계 자료를 거의 삭제했다.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렸고 진술을 받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위원들 합의가 이뤄진 후 늦어도 월요일까지는 처리할 문안이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장이 감사 과정에서 피감기관 공무원들의 저항을 공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감사가 마무리 단계에 이른 만큼 그간 감사원을 두고 벌어진 여야의 거센 정치적 공방에 적극 대응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감사는 법정 시한을 8개월 넘겼지만 아직 결과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관련이 깊다고 보고 있는 만큼 감사 결과에 따라 상당한 후폭풍이 일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이날 국감에서 감사원 조사에 신뢰성 문제를 제기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감사원이 결론을 정해 놓고 감사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하자 최 원장은 “국회에서 경제성에 문제가 있는 것 같으니 살펴보라고 해서 본 것일 뿐 목적을 가지고 했다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야당은 청와대와 여당이 감사원을 ‘핍박’했다며 공세를 이어 갔으나 최 원장은 여기에도 동조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이 “‘감사원장이 핍박을 받는다. 제2의 윤석열’이라는 평가가 있다”고 하자 최 원장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받아쳤다. 같은 당 유상범 의원이 “정부와 여당이 감사기구 수장을 핍박하고 공격하는 게 반복돼선 안 된다”고 하자 “결정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 원장은 이어 “그런 논란 자체가 감사원에 대한 압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 달라”고 도리어 선을 그었다. 최 원장은 이날 감사원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4년인 감사원장과 감사위원의 임기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또한 감사위원 한 자리가 6개월째 공석인 것과 관련해 월성1호기 관련 감사를 마무리한 뒤 조속히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이리 저항 심한 감사, 월성1호기가 처음”

    “이리 저항 심한 감사, 월성1호기가 처음”

    최재형 감사원장은 15일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 타당성에 관한 감사 결과 발표가 지연되는 것과 관련해 “감사 저항이 이렇게 심한 감사는 재임하는 동안 처음”이라고 작심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빠르면 월요일(19일) 늦어도 화요일(20일)까지는 (결과) 공개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최 원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감사 결과 발표가 지연된 이유를 묻는 더불어민주당 최기상 의원의 질의에 “국회의 감사 요구 이후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이 관계 자료를 거의 삭제했다. 복구하는 시간이 걸렸고 진술을 받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판결로 치면 재판관들 합의 후에 원본 작성 단계”라면서 “위원들 합의가 이뤄진 후 늦어도 월요일까지는 처리할 문안이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당 박범계 의원이 감사 과정에서 ‘강압 조사’가 있었다며 신뢰성 문제를 제기하자 최 원장은 “(관련 자료를) 모두 공개할 용의가 있다”면서 “그걸 보고도 질책한다면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타당성에 관한 감사는 법정 시한을 8개월 넘겼지만 아직 결과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앞서 지난 7일과 8일, 12일, 13일 보고서 최종 의결을 위한 회의를 열었으나 계속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정치권에서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관련이 깊다고 보고 있는 만큼 감사 보고서에 조기 폐쇄의 타당성에 대해 어떤 평가가 담겼느냐에 따라 정치권에서 상당한 후폭풍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불꽃같이 살다간 전설, 검은 피카소를 만나다

    불꽃같이 살다간 전설, 검은 피카소를 만나다

    28세 짧은 삶… 앤디 워홀과 작품활동도회화·드로잉 등 150여점 국내 최대 전시“나는 한낱 인간이 아니다. 나는 전설이다.” “누군가 내 작품을 지우거나 덧그릴 사람이 있다면 바로 나일 것이다.” 자신감이 지나쳐 자아도취로 비칠 수 있는 말들이지만 발화자가 장 미쉘 바스키아(1960~1988)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살아서는 화려한 스타였고, 스물여덟 살에 요절하면서 그야말로 전설이 된 인물 아닌가. 거리의 낙서를 작품으로 승화시킨 그의 선구적인 작업은 20세기 현대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연 독창적인 예술세계로 상찬되니 생전에 그가 했던 말들은 허세가 아니라 예언인 셈이다. 1980년대 미국 뉴욕 화단에 혜성처럼 등장해 8년간 3000여점의 작품을 남기며 불꽃처럼 짧지만 강렬한 삶과 예술을 펼쳐 보인 바스키아의 회고전 ‘장 미쉘 바스키아: 거리, 영웅, 예술’이 서울 송파구 롯데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다. ‘거리의 이단아’로 불렸던 초기 작업부터 앤디 워홀과 함께 한 말년 작업까지 회화, 조각, 드로잉, 세라믹, 사진 등 주요 작품 150여점을 선보인다. 국내에서 열린 바스키아 전시 가운데 최대 규모다.바스키아는 뉴욕 브루클린에서 아이티공화국 출신 아버지와 푸에르토리코계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 미술관을 다니면서 레오나르도 다빈치부터 피카소까지 수많은 명화를 접했다. 열일곱 살 때 친구 알디와즈와 함께 ‘흔해빠진 낡은 것’(SAMe Old shit)이란 뜻을 담은 ‘SAMOⓒ’(세이모)를 결성하고 거리 곳곳에서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담은 그라피티 활동을 시작했다. 이듬해 고교를 자퇴하고, 집을 나와 대안공간에 머물면서 주류 미술계와 자본주의 사회를 향한 강력한 저항정신을 펼쳐 보였다.익명의 거리 예술가 활동은 길지 않았다. “나는 열일곱 살 때부터 늘 스타가 되기를 꿈꿨다”는 고백에서 알 수 있듯 그는 끊임없이 대중의 관심을 갈구했다. 디아즈와 2년 만에 결별한 바스키아는 그의 재능을 알아본 영화제작자 겸 큐레이터 디에코 코르테즈에게 발탁돼 1980년 그룹전 ‘더 타임스 스퀘어 쇼’와 1981년 ‘뉴욕/뉴욕뉴 웨이브’에 참여하며 일약 화단의 유망주로 떠올랐다. 팝아트 거장 앤디 워홀과의 만남은 바스키아의 삶과 예술에 큰 변화를 안겼다. 둘은 1985~1987년 2년간 150여점이 넘는 작품을 공동으로 제작했다. 1987년 앤디 워홀이 수술 후유증으로 사망하자 바스키아는 충격에 빠져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하다 이듬해 약물 과다 복용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번 전시에선 어린아이가 그린 듯한 자유분방한 드로잉과 다층적인 의미가 담긴 문구들, 그리고 원색의 강렬한 붓질이 덧칠된 바스키아 고유의 작업 방식과 왕관, 영웅, 해골 등 그가 창조한 도상들을 다채롭게 만날 수 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7시까지 30분 간격으로 100명씩 관람 인원을 제한한다. 인터넷 사전 예약제로, 현장 구매는 잔여석이 있을 경우 가능하다. 내년 2월 7일까지.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기억의 시간, 담담한 위로

    기억의 시간, 담담한 위로

    어딘들 그렇지 않을까만, 축적된 시간이 전하는 풍경이 유난히 웅숭깊은 곳들이 있다. 경남 거창의 가조분지도 그중 하나다. 비와 바람, 시간이 조탁한 지형이 행정구역의 이름만큼이나 거창하고 도저하다. 나라 안에 산간분지는 제법 많다. 한데 여기 가조분지와 견줄 만한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추수를 앞둔 가을에 가조분지의 자태는 절정에 이른다. 근육질의 고산준봉들 아래로 노랗게 물든 가조 들녘이 세월의 강처럼 흘러간다. 산의 붉은 단풍에 견줘 들의 단풍이라 해도 틀리지 않겠다.광주대구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다 보면 거창나들목 인근에서 별안간 사방으로 탁 트인 평야지대가 나온다. 여기가 가조분지다. 고산준봉 아래 움푹 파인 모양새가 꼭 분화구를 닮았다. 가조분지는 차별침식에 의해 생성됐다. 쉽게 말해 분지 중심부는 쉽게 침식된 반면 주변 산지는 침식에 저항하면서 지금과 같은 형태의 분지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앵글 속 지리학’이란 책에 가조분지에 대한 설명이 간략하게 나와 있다.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 내륙을 위성사진으로 보면 마치 머리에 버짐이 폈거나 원형탈모증이 걸린 양 밝은 부분이 나타난다. 이러한 곳들은 주변에 비해 경사가 완만해서 농경지와 주거지가 밀집해 있는데, 대부분 산간분지들이다. 이곳 가조분지는 거창군 가조면에 있는 대표적인 산간분지로, 가천천이 흐르는 남북 방향의 구조선과 이에 교차하는 88고속도로(현 광대고속도로)가 지나는 동서 방향의 구조선이 만나는 곳에 발달해 있다.” 산간분지는 한반도의 지형적 특성 가운데 하나다. 특히 가조분지는 ‘펀치볼’이라 불리는 강원 양구의 해안 분지와 더불어 우리나라 산간분지 가운데 대표적인 절경으로 평가받는다. 뾰족하게 솟은 고봉들과 완만하게 쏟아져 내린 산록완사면, 그 아래 비옥한 들녘이 어우러져 생경하면서도 매혹적인 풍경을 선사하고 있다. 가을 추수 무렵이면 묻어날 듯 샛노랗게 물든 들녘이 비승비속의 풍경을 펼쳐 낸다. 가조분지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은 박유산(712m)이다. 박유산은 가조분지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고봉 중에서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 한데 바로 그게 최적의 풍경 전망대인 이유가 되기도 한다. 우두산, 비계산 등 고봉들과 어우러진 가조분지의 빼어난 자태를 온전히 보기 위해선 뒤로 한 발짝 물러설 필요가 있다. 거기에 가장 적합한 산이 박유산이다. 박유산은 낮다고 만만히 볼 산이 아니다. 삼각자처럼 뾰족하게 생겨서 여간 가파른 게 아니다. 오르기는 힘들어도 올라서 맞는 풍경은 장쾌하다. 앞으로 너른 가조분지가 펼쳐지고 그 너머로 우두산, 비계산, 미녀봉 등이 병풍처럼, 딱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풍경전망대로 권할 만한 또 하나의 산은 합천 쪽의 오도산이다. 가조분지의 형태적 특성, 그러니까 주변을 에워싼 산군 속에 너른 들녘이 들어앉은 전경을 들여다보기엔 오히려 박유산보다 낫다는 생각도 든다. 오도산은 1962년에 우리나라에서 마지막 야생 표범이 잡혔다는 곳이다. 그만큼 깊고 험하다는 얘기다. 한데 오르는 길은 수월한 편이다. 통신탑이 있는 정상까지 임도가 뚫려 있기 때문이다. 오도산 정상에 서면 마법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범 아가리의 이빨처럼 뾰족 솟은 고봉들, 말근육처럼 파인 산록 아래로 노랗게 익은 벼들이 너른 분지를 가득 메우고 있다. ‘꽃보다 벼’랄까. 전북 김제의 광활한 ‘징게맹갱 외에밋들’도 장관이지만, 산봉우리와 황금 들녘이 어우러진 풍경도 더없이 빼어나다. 가조분지를 멀리서 보면 백두산 천지와 닮았다고 한다. 가조분지 한쪽 끝에 있는 가조온천 단지에 난데없이 ‘백두산천지’ 상호가 등장하는 건 그 때문이다. 이 계절, 거창에서 잊지 말고 찾아야 할 또 하나의 풍경 보고는 서덕들이다. 금원산과 현성산 아래 형성된 너른 들녘으로, 경지 면적이 무려 105㏊에 달한다. 서덕들에는 전신주가 없다. 대한민국의 논배미라면 어디나 일정한 간격으로 서 있어야 할 전봇대가 이 들녘엔 없다. 우리나라의 시골이지만 어딘가 생경한 느낌이 드는 건 이 때문일 터다. 풍경을 해치는 전봇대와 전선이 전혀 없다 보니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도 종종 쓰인다. 서덕들 맨 윗자락에 서덕공원이 조성돼 있다. 정자에 앉아 서덕들을 굽어보는 맛이 각별하다. 황금 들녘 위로 분홍 코스모스, 붉은 사과 등이 어우러진 풍경이 제법 진한 가을 정취를 전해 준다. 인근의 황산고가마을은 1.2㎞ 정도 이어진 옛 담장(등록문화재 259호)을 따라 걸으며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거창 신씨 집성촌으로, 옛 모습을 간직한 고택들이 30여채 정도 남아 있다. 고택 대문에는 대부분 관직에 따라 장관댁, 현감댁, 참판댁 등의 명패를 붙여 놨다. 가장 명성이 높은 집은 원학고가다. 사랑채 등에 궁궐 건축 양식이 일부 사용되는 등 당대 거창 신씨의 권세를 엿볼 수 있다.두 명의 왕비를 배출한 왕비마을이기도 하다. 연산군의 정비였던 폐비신씨, 7일 만에 폐위돼 ‘7일의 왕비’라 불리는 중종의 비 단경왕후가 주인공이다. 한동네에 살던 고모와 조카가 모두 국모의 자리에 올랐던 셈이다. 특히 단경왕후는 조선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에 폐위된 비운의 왕비라는 점 때문에 종종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비슷한 길을 걸었던 둘의 운명은 그러나 마지막에 갈렸다. 조카가 영조 때 왕후로 복위된 것에 반해 고모는 끝내 폐비에서 신원되지 못했다. 황산마을 맞은편은 거창의 랜드마크인 수승대다. 묶어서 돌아보는 게 좋겠다.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거창 Y자형 출렁다리’는 아직 개방되지 않고 있다. 세 갈래로 뻗은 독특한 형태의 출렁다리로 우두산(1046m) 600m 지점에 있는 암릉 3곳을 연결해 조성했다. 거창군은 내년 5월로 예정된 항노화힐링랜드 개장에 앞서 이달 말쯤 ‘Y자형 출렁다리’를 개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통제 중이긴 해도 출렁다리 초입까지는 갈 수 있다. 항노화힐링랜드 주차장에서 등산로를 따라 600m쯤 오르면 나온다. 글 사진 거창·합천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 -박유산 등산 들머리는 동례마을회관이다. 이어 광주대구고속도로 굴다리, 버리내소류지 등을 거쳐 원점회귀하는 데 4시간 정도 걸린다. 등산이 목적이 아니라면 가급적 합천 오도산에서 편하게 가조분지 전경을 굽어보길 권한다. -오도산 임도는 승용차로도 너끈히 오를 수 있다. 다만 폭이 좁아 교행하는 데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들머리에서 정상까지 거리가 10㎞ 정도로, 20분 이상 잡아야 한다. -거창 읍내에도 구도심을 재개발한 문화거리, 신달자 등 유명 시인들의 시비를 세운 죽전도시숲공원 등 볼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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