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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흐뭇해”…흑인 폭행 뒤 ‘조롱 메시지’ 보낸 美 백인 경찰

    “흐뭇해”…흑인 폭행 뒤 ‘조롱 메시지’ 보낸 美 백인 경찰

    미국 백인 경찰이 항복 의사를 밝힌 흑인 남성을 구타한 뒤 동료들에게 이를 자랑하는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밝혀졌다. ‘숨을 쉴 수 없다’는 호소에도 과잉 진압으로 숨진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연상케 한다는 점에서 또 다시 논란이 예상된다. 워싱턴포스트 등 현지 언론의 14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루이지애나 경찰들은 교통법을 위반한 흑인 남성 안토니오 해리스(29)에게 차에서 내릴 것을 지시했다. 해리스는 차에서 잠시 내렸다가 다시 차를 타고 도주했고, 경찰은 시속 240㎞의 고속 추격전을 시작했다. 당시 경찰은 추격전 시 사용하는 ‘바퀴의 공기를 빼는 장치’를 이용했고, 해리스의 차를 도로가 배수로에 빠지게 만들었다. 결국 해리스는 차에서 내려 즉시 항복한 뒤 팔과 다리를 벌리고 바닥에 엎드리는 등 추가적인 저항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장에 있던 백인 경찰 제이콥 브라운(30)과 그의 동료들은 항복한 흑인 남성 해리스에게 폭력을 가했다.해당 사건으로 기소된 경찰 브라운에 대한 조사가 이어진 가운데, 최근 재판에서는 그가 저항하지 않는 흑인 남성을 폭행한 뒤 “(체포한 흑인 남성이) 내일은 확실히 아플 것”, “우리가 그 젊은 친구를 교육시켜줄 수 있어 흐뭇하다”, “그는 오랫동안 악몽을 꾸게 될 것” 등 조롱 섞인 메시지를 동료들에게 보낸 사실이 공개됐다. 또 브라운과 동료 백인 경찰들은 흑인 남성을 비웃으며 폭행을 자랑하는 모습을 담은 바디캠 자료가 있었음에도 이를 은폐하려 했다. 문제의 경찰은 총 14번 차례의 문자메시지를 통해 폭행을 당한 흑인 남성을 비웃고 즐거워했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루이지애나주 경찰청은 내부조사를 통해 “당시 체포된 흑인 남성 해리스는 체포에 저항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재 기소된 백인 경찰은 지난 10일 사임 의사를 밝혔고, 현장에 함께 있던 동료 경찰들은 내부조사를 받은 뒤 휴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한편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과 폭력으로 인해 흑인이 사망하는 사건에 대한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무릎으로 목을 짓누르는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체포 과정에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유족은 시 당국으로부터 2700만 달러(한화 약 307억 원)의 배상금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자인 전 경찰관 데릭 쇼빈의 변호인은 합의금 지급이 배심원의 판단을 오염시킬 수 있다며 재판 일정 연기 및 재판 장소를 변경을 요청한 상황이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빈부차 해소 증세와 주택공급… 홍콩 향한 中 당근책 실현될까

    빈부차 해소 증세와 주택공급… 홍콩 향한 中 당근책 실현될까

    중국이 지난주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선거제 개편을 단행한데 이어 이 도시의 고질적 문제인 빈부격차, 주택부족을 해소할 체제 개편에 착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홍콩 서민과 청년을 포용하려는 당근책이지만, 실현 여부를 두고 의문도 제기됐다.WSJ는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오진 않았만,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높은 도시 중 하나인 홍콩에서 소득격차와 높은 생활비 완화를 위해 세금체계를 바꾸고 (주택용) 토지 공급을 늘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고위 관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낮은 세율을 기반삼아 아시아 금융허브 입지를 다져온 홍콩에서 증세 논의는 쉽지 않을 공산이 크다고 WSJ는 평가했다. 판매, 소비, 자본이득, 배당, 상속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홍콩은 오는 8월부터 주식거래 인지세만 기존 0.1%에서 0.13%로 0.03% 높였는데, 1993년 이후 첫 인상이었다. 홍콩 급여소득세의 최고세율은 17%다. 저가주택 보급을 위해 토지공급을 늘리는 문제 역시 홍콩 부동산 거물들의 저항을 부를 수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2004~2019년 동안 홍콩의 아파트 가격은 거의 4배 가깝게 올랐고, 이 기간 주택 소유율은 줄곧 50% 안팎에 머물렀다. 이에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몇 년 전 “홍콩의 6대 부동산 기업이 쌓아놓은 토지 929만㎡(약 281만평)를 개발하면 100만채 이상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기사를 쓰기도 했다. 당시 일부 부동산 기업들이 일부 토지를 국가에 반납하기도 했지만, 홍콩의 부동산개발자협회는 대체적으로 저항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 협회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홍콩의 주택위기는 토지 부족이 아니라 정책의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정부가 코로나 양극화 방치… 세대·소득별 재난 대책 제도화해야”

    “정부가 코로나 양극화 방치… 세대·소득별 재난 대책 제도화해야”

    격차가 재난이다 시민특별위원회는 14일 선언문을 통해 “감염병 위기가 취약계층에 더 큰 타격을 안기며 우리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며 깊은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이대로는 코로나를 극복한 이후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 더 심각한 양극화라는 파고에 휘말릴 수 있다”고 경고하며 정부의 신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서울신문과 함께 시민특별위원회가 발표한 ‘포스트 코로나 격차 없는 사회로 가는 선언문’은 지난 2일과 9일 이틀간 서울신문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면회의와 온라인회의 끝에 주요 논점이 결정되고 합의된 제안이 도출됐다. 시민특별위원회에는 선언문을 대표 집필한 김만권 경희대학술연구교수를 비롯해 김경근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남재욱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 문서희 청년유니온 기획팀장,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가나다순)이 참여했다.●코로나 양극화 진단 김만권 교수 “지금처럼 ‘격차가 재난이다’란 말이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때가 없다. 코로나 이후 K자 양극화가 심화하는 현 상황을 진단해 보자.” 남재욱 위원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재난 피해가 커지고, 그 피해가 원래 불평등 상황에서 불리했던 사람들에게 집중되면서 기존 불평등이 심화한다. 특히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 코로나 이후 지난 1월 취업자 수가 100만명 감소해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인 1998년 말 이후 가장 심각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이, 비정규직보다는 특수고용직 종사자와 프리랜서가 타격이 컸다. 문제는 비정규직, 특고직 종사자, 프리랜서는 고용안정자금, 실업자금 등 일자리 위기 대응의 사회보장제도 밖에 있는 경우가 많다. 감염병 위기가 일자리 위기로, 일자리 위기가 소득 위기로 전가되는 양상이다.” 오건호 위원장 “지난 1년간 국가가 심화하는 양극화를 사실상 방치했다고 생각한다. 3차에 걸쳐 진행된 재난지원금을 봐도 양극화 실태와 재난의 심각성에 비해 국가의 대응은 생색내기 수준에 그쳤다. 방역에 대해서는 국가가 엄청난 의지와 열정을 갖고 철저히 대응했지만 민생 재난에 대해서는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교육 격차 김만권 교수 “아동 분야부터 점검하고자 한다. 방역을 최우선으로 학교를 휴교한 조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이런 조치들이 불가피한 것이기도 하지만 교육 격차를 만들어 낸다는 우려가 깊다.” 김경근 교수 “휴교 조치는 초기에는 불확실성이 컸기 때문에 불가피했던 측면이 있다. 반면 교육의 본질과 관련해 생각해 보면 ‘교육이 실종된 기간’이었다. 학습은 혼자 할 수 있지만 교육은 가르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만남을 통해 삶의 지혜를 터득하고, 자신이 나아갈 길을 설정하는 게 학교가 수행하는 중요한 기능 중 하나다. 휴교로 이런 기능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교육적으로 가장 타격을 받는 집단은 초등학생들이었다.” 김만권 교수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서울신문의 ‘격차가 재난이다’ 기사를 인용하면서 교육 격차 해소 방안으로 마을학교 운영, 랜선 야학 등을 소개했다. 이런 대안들은 적절한 것일까.” 김경근 교수 “쌍방향 화상 수업, 랜선 야학 등의 대책 이면에는 ‘디지털 디바이드(격차)’도 심각하다. 저소득층 아이들은 필요한 기기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많고 그걸 학습에 적절히 활용하는 능력의 차이가 컸다. 결국 어떻게 하면 학교가 문 닫는 기간을 최소화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소득층 아이들에게는 공공 도서관 같은 쾌적한 환경이 제공돼야 한다.” 오 위원장 “코로나 위기 초반에는 허둥지둥했을지 모르지만 2학기에도 휴교 위주로 한 것은 행정편의주의였다. 저소득층 아동들은 지역에서 알아서 하라고 하는데 현재 지역 인프라는 너무 취약하다. 지역사회 돌봄을 공적 인프라로 획기적으로 확충할 필요가 있다.” 남 위원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재택근무, 돌봄휴가 등이 가능한 집과 아닌 집 간의 격차도 컸다. 긴급 돌봄 휴가나 노동시간 단축 등 돌봄을 위한 노동시간 조정 제도를 확대하고 있지만, 역시 안정적 일자리 위주로만 적용되는 게 현실이다.” ●청년세대 김만권 교수 “청년 문제로 넘어가 보자.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25~39세 인구 중 취업 경력이 전혀 없는 ‘취업 무경험자’는 32만 1654명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의 1.5배 수치이다. 청년들이 팬데믹 상황의 취업시장에서 얼마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가.” 문서희 팀장 “요즘 아르바이트 자리 하나에도 지원자가 1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청년들이 구직활동을 하는 동안 생계비를 벌기 위한 노동을 했는데 그런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기업 공채가 줄어드는 추세였는데 코로나 확산 후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 남 위원 “청년 집단은 사회에 처음 진출할 때 채용이 지체되면 이 사람의 평생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친다. 경기가 좋아졌을 때 노동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었던 사람들을 채용하는 게 아니라 그때 졸업하는 사람을 뽑다 보니 이 세대는 평생에 걸쳐 계속 손해를 보게 된다. 청년 우울증 문제도 결국에는 불평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해결되기 어렵다.” 김만권 교수 “청년 취업 문제뿐만 아니라 청년 주거 문제도 심각하다.” 남 위원 “2019년 전체 최저주거기준(사람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주거 면적) 미달가구 비중은 5.3%인데 청년층만 봤을 때 9.0%이다. 집에 있는 시간 길어지면서 어려움 커지고 우울감으로 이어졌다. 1인 가구를 위한 주거 정책 필요하다.” 오 위원장 “결국은 공공임대주택, 사회 주택을 늘려야 한다. 청년을 정치로 활용만 하지 말고 실제로 머물 수 있을 만큼의 인프라 제공이 필요하다.”●노인 격차 김만권 교수 “코로나 이후 일자리를 잃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노년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대안이 무엇일까.” 오 위원장 “노후 자체를 사회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55세부터는 노인대학 등 의무적인 무상교육 시기를 거친 다음에 인생 2막을 열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또 경쟁 기반보다는 협동 기반에 둔 사회적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 김경근 교수 “노인 학대도 문제가 되고 있는데 저출산과 연관성이 깊다고 본다. 지난해 합계출산율 0.84명으로 한 명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자식들이 자기 부모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의 부모까지 부양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됐다.” 오 위원장 “그것은 노인과 아동 돌봄이 가정 돌봄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돌봄은 사회적 돌봄이어야 한다. 그러면 가정이 가진 계층성이 완화될 수 있다. 지역사회 중심성이 강화되면 노인 돌봄의 문제도 출구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김경근 교수 “결국 그 비용은 사회가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인구 구조가 역피라미드 구조가 되면 청년세대, 일하는 세대의 부담이 너무 커진다. 세금 등 관련해서 현실적으로 엄청난 저항이 발생할 수 있다.” ●포괄적 해법 논의 김만권 교수 “양극화 해소를 위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익공유제’, 정의당에서는 ‘특별 재난 연대세’ 등 새로운 분배체계가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 팀장 “소득 파악을 빨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 재난지원금을 이렇게 전국민에 뿌리는 나라라면 그만큼 복지정책이 잘 마련돼 있지 않다는 걸 방증하는 것이라고 본다.” 오 위원장 “독일 같은 경우 매출 감소 비율에 따라 고정 비용을 정부가 지원한다. 여전히 우리나라는 매출 손실과 실제 손실 규모를 따지지 않고 집합금지 업종이냐, 아니냐를 따져서 지원한다. 재난 시기에 매출 감소를 파악하는 시스템을 지난 1년 동안 아직도 마련하지 못했다는 건 굉장히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남 위원 “정부가 재난 시 할 수 있는 역할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재정 지출이다. 위기 상황에서는 기업, 가계 모두 소비가 위축된다. 정부는 부채를 일으켜서라도 지출할 수 있고 그 지출은 결코 손실이라고만 말할 수 없다. 또 하나는 재난 대책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누가 어떻게 피해를 봤는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정규직, 특고직, 저소득층, 사회적 약자 전부 노동시장 주변부에서 순식간에 일자리를 잃었지만 복지 혜택은 거의 없었다. 이들을 모두 포괄하지 못하면 재난 상황에서 불평등은 더 커질 것이고 우리가 지탱할 수 없는 사회 문제가 될 것이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이태권 기자 rights@seoul.co.kr ■ ‘2021 격차가 재난이다’ 도움주신 분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남대문상담센터, 노년유니온, 대구청년연대은행 디딤, 동대문교육복지센터, 리커버리센터, 서울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 샘교육복지연구소,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정윤경 가톨릭대 심리학과 연구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홈리스행동, 홍성용 한양대 겸임교수·미술작가, 희망친구 기아대책 (가나다순) 탐사기획부 : 안동환 부장, 박재홍·송수연·고혜지·이태권 기자QR코드를 스캔하면 ‘2021 격차가 재난이다-코로나 세대 보고서’ 디지털 스토리텔링 사이트(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gapDisaster/)로 연결됩니다. 이번 기획 마지막회 지면에 실린 ‘포스트코로나 격차 없는 사회로 가는 선언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정부가 코로나 양극화 방치… 세대·소득별 재난 대책 제도화해야”

    “정부가 코로나 양극화 방치… 세대·소득별 재난 대책 제도화해야”

    격차가 재난이다 시민특별위원회는 14일 선언문을 통해 “감염병 위기가 취약계층에 더 큰 타격을 안기며 우리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며 깊은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이대로는 코로나를 극복한 이후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 더 심각한 양극화라는 파고에 휘말릴 수 있다”고 경고하며 정부의 신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서울신문과 함께 시민특별위원회가 발표한 ‘포스트 코로나 격차 없는 사회로 가는 선언문’은 지난 2일과 9일 이틀간 서울신문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면회의와 온라인회의 끝에 주요 논점이 결정되고 합의된 제안이 도출됐다. 시민특별위원회에는 선언문을 대표 집필한 김만권 경희대학술연구교수를 비롯해 김경근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남재욱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 문서희 청년유니온 기획팀장,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가나다순)이 참여했다.●코로나 양극화 진단 김만권 교수 “지금처럼 ‘격차가 재난이다’란 말이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때가 없다. 코로나 이후 K자 양극화가 심화하는 현 상황을 진단해 보자.” 남재욱 위원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재난 피해가 커지고, 그 피해가 원래 불평등 상황에서 불리했던 사람들에게 집중되면서 기존 불평등이 심화한다. 특히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 코로나 이후 지난 1월 취업자 수가 100만명 감소해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인 1998년 말 이후 가장 심각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이, 비정규직보다는 특수고용직 종사자와 프리랜서가 타격이 컸다. 문제는 비정규직, 특고직 종사자, 프리랜서는 고용안정자금, 실업자금 등 일자리 위기 대응의 사회보장제도 밖에 있는 경우가 많다. 감염병 위기가 일자리 위기로, 일자리 위기가 소득 위기로 전가되는 양상이다.” 오건호 위원장 “지난 1년간 국가가 심화하는 양극화를 사실상 방치했다고 생각한다. 3차에 걸쳐 진행된 재난지원금을 봐도 양극화 실태와 재난의 심각성에 비해 국가의 대응은 생색내기 수준에 그쳤다. 방역에 대해서는 국가가 엄청난 의지와 열정을 갖고 철저히 대응했지만 민생 재난에 대해서는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교육 격차 김만권 교수 “아동 분야부터 점검하고자 한다. 방역을 최우선으로 학교를 휴교한 조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이런 조치들이 불가피한 것이기도 하지만 교육 격차를 만들어 낸다는 우려가 깊다.” 김경근 교수 “휴교 조치는 초기에는 불확실성이 컸기 때문에 불가피했던 측면이 있다. 반면 교육의 본질과 관련해 생각해 보면 ‘교육이 실종된 기간’이었다. 학습은 혼자 할 수 있지만 교육은 가르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만남을 통해 삶의 지혜를 터득하고, 자신이 나아갈 길을 설정하는 게 학교가 수행하는 중요한 기능 중 하나다. 휴교로 이런 기능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교육적으로 가장 타격을 받는 집단은 초등학생들이었다.” 김만권 교수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서울신문의 ‘격차가 재난이다’ 기사를 인용하면서 교육 격차 해소 방안으로 마을학교 운영, 랜선 야학 등을 소개했다. 이런 대안들은 적절한 것일까.” 김경근 교수 “쌍방향 화상 수업, 랜선 야학 등의 대책 이면에는 ‘디지털 디바이드(격차)’도 심각하다. 저소득층 아이들은 필요한 기기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많고 그걸 학습에 적절히 활용하는 능력의 차이가 컸다. 결국 어떻게 하면 학교가 문 닫는 기간을 최소화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소득층 아이들에게는 공공 도서관 같은 쾌적한 환경이 제공돼야 한다.” 오 위원장 “코로나 위기 초반에는 허둥지둥했을지 모르지만 2학기에도 휴교 위주로 한 것은 행정편의주의였다. 저소득층 아동들은 지역에서 알아서 하라고 하는데 현재 지역 인프라는 너무 취약하다. 지역사회 돌봄을 공적 인프라로 획기적으로 확충할 필요가 있다.” 남 위원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재택근무, 돌봄휴가 등이 가능한 집과 아닌 집 간의 격차도 컸다. 긴급 돌봄 휴가나 노동시간 단축 등 돌봄을 위한 노동시간 조정 제도를 확대하고 있지만, 역시 안정적 일자리 위주로만 적용되는 게 현실이다.”●청년세대 김만권 교수 “청년 문제로 넘어가 보자.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25~39세 인구 중 취업 경력이 전혀 없는 ‘취업 무경험자’는 32만 1654명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의 1.5배 수치이다. 청년들이 팬데믹 상황의 취업시장에서 얼마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가.” 문서희 팀장 “요즘 아르바이트 자리 하나에도 지원자가 1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청년들이 구직활동을 하는 동안 생계비를 벌기 위한 노동을 했는데 그런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기업 공채가 줄어드는 추세였는데 코로나 확산 후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 남 위원 “청년 집단은 사회에 처음 진출할 때 채용이 지체되면 이 사람의 평생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친다. 경기가 좋아졌을 때 노동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었던 사람들을 채용하는 게 아니라 그때 졸업하는 사람을 뽑다 보니 이 세대는 평생에 걸쳐 계속 손해를 보게 된다. 청년 우울증 문제도 결국에는 불평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해결되기 어렵다.” 김만권 교수 “청년 취업 문제뿐만 아니라 청년 주거 문제도 심각하다.” 남 위원 “2019년 전체 최저주거기준(사람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주거 면적) 미달가구 비중은 5.3%인데 청년층만 봤을 때 9.0%이다. 집에 있는 시간 길어지면서 어려움 커지고 우울감으로 이어졌다. 1인 가구를 위한 주거 정책 필요하다.” 오 위원장 “결국은 공공임대주택, 사회 주택을 늘려야 한다. 청년을 정치로 활용만 하지 말고 실제로 머물 수 있을 만큼의 인프라 제공이 필요하다.” ●노인 격차 김만권 교수 “코로나 이후 일자리를 잃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노년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대안이 무엇일까.” 오 위원장 “노후 자체를 사회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55세부터는 노인대학 등 의무적인 무상교육 시기를 거친 다음에 인생 2막을 열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또 경쟁 기반보다는 협동 기반에 둔 사회적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 김경근 교수 “노인 학대도 문제가 되고 있는데 저출산과 연관성이 깊다고 본다. 지난해 합계출산율 0.84명으로 한 명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자식들이 자기 부모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의 부모까지 부양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됐다.” 오 위원장 “그것은 노인과 아동 돌봄이 가정 돌봄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돌봄은 사회적 돌봄이어야 한다. 그러면 가정이 가진 계층성이 완화될 수 있다. 지역사회 중심성이 강화되면 노인 돌봄의 문제도 출구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김경근 교수 “결국 그 비용은 사회가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인구 구조가 역피라미드 구조가 되면 청년세대, 일하는 세대의 부담이 너무 커진다. 세금 등 관련해서 현실적으로 엄청난 저항이 발생할 수 있다.” ●포괄적 해법 논의 김만권 교수 “양극화 해소를 위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익공유제’, 정의당에서는 ‘특별 재난 연대세’ 등 새로운 분배체계가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 팀장 “소득 파악을 빨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 재난지원금을 이렇게 전국민에 뿌리는 나라라면 그만큼 복지정책이 잘 마련돼 있지 않다는 걸 방증하는 것이라고 본다.” 오 위원장 “독일 같은 경우 매출 감소 비율에 따라 고정 비용을 정부가 지원한다. 여전히 우리나라는 매출 손실과 실제 손실 규모를 따지지 않고 집합금지 업종이냐, 아니냐를 따져서 지원한다. 재난 시기에 매출 감소를 파악하는 시스템을 지난 1년 동안 아직도 마련하지 못했다는 건 굉장히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남 위원 “정부가 재난 시 할 수 있는 역할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재정 지출이다. 위기 상황에서는 기업, 가계 모두 소비가 위축된다. 정부는 부채를 일으켜서라도 지출할 수 있고 그 지출은 결코 손실이라고만 말할 수 없다. 또 하나는 재난 대책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누가 어떻게 피해를 봤는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정규직, 특고직, 저소득층, 사회적 약자 전부 노동시장 주변부에서 순식간에 일자리를 잃었지만 복지 혜택은 거의 없었다. 이들을 모두 포괄하지 못하면 재난 상황에서 불평등은 더 커질 것이고 우리가 지탱할 수 없는 사회 문제가 될 것이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이태권 기자 rights@seoul.co.kr ■ 탐사기획부 안동환 부장, 박재홍·송수연·고혜지·이태권 기자 ‘2021 격차가 재난이다’ 도움주신 분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남대문상담센터, 노년유니온, 대구청년연대은행 디딤, 동대문교육복지센터, 리커버리센터, 서울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 샘교육복지연구소,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정윤경 가톨릭대 심리학과 연구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홈리스행동, 홍성용 한양대 겸임교수·미술작가, 희망친구 기아대책 (가나다순)QR코드를 스캔하면 ‘2021 격차가 재난이다-코로나 세대 보고서’ 디지털 스토리텔링 사이트(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gapDisaster/)로 연결됩니다. 이번 기획 마지막회 지면에 실린 ‘포스트코로나 격차 없는 사회로 가는 선언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실종된 교육·꿈 잃은 청년·짓눌린 노년… 불평등사회가 피해 더 커”

    “실종된 교육·꿈 잃은 청년·짓눌린 노년… 불평등사회가 피해 더 커”

    ‘격차가 재난이 되지 않는 사회로’ 시민특별위원회 선언문 내기까지격차가 재난이다 시민특별위원회는 14일 선언문을 통해 “감염병 위기가 취약계층에 더 큰 타격을 안기며 우리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며 깊은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이대로는 코로나를 극복한 이후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 더 심각한 양극화라는 파고에 휘말릴 수 있다”고 경고하며 정부의 신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서울신문과 함께 시민특별위원회가 발표한 ‘포스트 코로나 격차 없는 사회로 가는 선언문’은 지난 2일과 9일 이틀간 서울신문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면회의와 온라인회의 끝에 주요 논점이 결정되고 합의된 제안이 도출됐다. 시민특별위원회에는 선언문을 대표 집필한 김만권 경희대학술연구교수를 비롯해 김경근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남재욱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 문서희 청년유니온 기획팀장,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가나다순)이 참여했다. ●코로나 양극화 진단 김만권 교수 “지금처럼 ‘격차가 재난이다’란 말이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때가 없다. 코로나 이후 K자 양극화가 심화하는 현 상황을 진단해 보자.” 남재욱 위원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재난 피해가 커지고, 그 피해가 원래 불평등 상황에서 불리했던 사람들에게 집중되면서 기존 불평등이 심화한다. 특히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 코로나 이후 지난 1월 취업자 수가 100만명 감소해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인 1998년 말 이후 가장 심각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이, 비정규직보다는 특수고용직 종사자와 프리랜서가 타격이 컸다. 문제는 비정규직, 특고직 종사자, 프리랜서는 고용안정자금, 실업자금 등 일자리 위기 대응의 사회보장제도 밖에 있는 경우가 많다. 감염병 위기가 일자리 위기로, 일자리 위기가 소득 위기로 전가되는 양상이다.” 오건호 위원장 “지난 1년간 국가가 심화하는 양극화를 사실상 방치했다고 생각한다. 3차에 걸쳐 진행된 재난지원금을 봐도 양극화 실태와 재난의 심각성에 비해 국가의 대응은 생색내기 수준에 그쳤다. 방역에 대해서는 국가가 엄청난 의지와 열정을 갖고 철저히 대응했지만 민생 재난에 대해서는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교육 격차 김만권 교수 “아동 분야부터 점검하고자 한다. 방역을 최우선으로 학교를 휴교한 조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이런 조치들이 불가피한 것이기도 하지만 교육 격차를 만들어 낸다는 우려가 깊다.” 김경근 교수 “휴교 조치는 초기에는 불확실성이 컸기 때문에 불가피했던 측면이 있다. 반면 교육의 본질과 관련해 생각해 보면 ‘교육이 실종된 기간’이었다. 학습은 혼자 할 수 있지만 교육은 가르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만남을 통해 삶의 지혜를 터득하고, 자신이 나아갈 길을 설정하는 게 학교가 수행하는 중요한 기능 중 하나다. 휴교로 이런 기능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교육적으로 가장 타격을 받는 집단은 초등학생들이었다.” 김만권 교수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서울신문의 ‘격차가 재난이다’ 기사를 인용하면서 교육 격차 해소 방안으로 마을학교 운영, 랜선 야학 등을 소개했다. 이런 대안들은 적절한 것일까.” 김경근 교수 “쌍방향 화상 수업, 랜선 야학 등의 대책 이면에는 ‘디지털 디바이드(격차)’도 심각하다. 저소득층 아이들은 필요한 기기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많고 그걸 학습에 적절히 활용하는 능력의 차이가 컸다. 결국 어떻게 하면 학교가 문 닫는 기간을 최소화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소득층 아이들에게는 공공 도서관 같은 쾌적한 환경이 제공돼야 한다.” 오 위원장 “코로나 위기 초반에는 허둥지둥했을지 모르지만 2학기에도 휴교 위주로 한 것은 행정편의주의였다. 저소득층 아동들은 지역에서 알아서 하라고 하는데 현재 지역 인프라는 너무 취약하다. 지역사회 돌봄을 공적 인프라로 획기적으로 확충할 필요가 있다.” 남 위원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재택근무, 돌봄휴가 등이 가능한 집과 아닌 집 간의 격차도 컸다. 긴급 돌봄 휴가나 노동시간 단축 등 돌봄을 위한 노동시간 조정 제도를 확대하고 있지만, 역시 안정적 일자리 위주로만 적용되는 게 현실이다.”●청년세대 김만권 교수 “청년 문제로 넘어가 보자.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25~39세 인구 중 취업 경력이 전혀 없는 ‘취업 무경험자’는 32만 1654명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의 1.5배 수치이다. 청년들이 팬데믹 상황의 취업시장에서 얼마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가.” 문서희 팀장 “요즘 아르바이트 자리 하나에도 지원자가 1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청년들이 구직활동을 하는 동안 생계비를 벌기 위한 노동을 했는데 그런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기업 공채가 줄어드는 추세였는데 코로나 확산 후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 남 위원 “청년 집단은 사회에 처음 진출할 때 채용이 지체되면 이 사람의 평생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친다. 경기가 좋아졌을 때 노동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었던 사람들을 채용하는 게 아니라 그때 졸업하는 사람을 뽑다 보니 이 세대는 평생에 걸쳐 계속 손해를 보게 된다. 청년 우울증 문제도 결국에는 불평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해결되기 어렵다.” 김만권 교수 “청년 취업 문제뿐만 아니라 청년 주거 문제도 심각하다.” 남 위원 “2019년 전체 최저주거기준(사람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주거 면적) 미달가구 비중은 5.3%인데 청년층만 봤을 때 9.0%이다. 집에 있는 시간 길어지면서 어려움 커지고 우울감으로 이어졌다. 1인 가구를 위한 주거 정책 필요하다.” 오 위원장 “결국은 공공임대주택, 사회 주택을 늘려야 한다. 청년을 정치로 활용만 하지 말고 실제로 머물 수 있을 만큼의 인프라 제공이 필요하다.” ●노인 격차 김만권 교수 “코로나 이후 일자리를 잃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노년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대안이 무엇일까.” 오 위원장 “노후 자체를 사회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55세부터는 노인대학 등 의무적인 무상교육 시기를 거친 다음에 인생 2막을 열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또 경쟁 기반보다는 협동 기반에 둔 사회적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 김경근 교수 “노인 학대도 문제가 되고 있는데 저출산과 연관성이 깊다고 본다. 지난해 합계출산율 0.84명으로 한 명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자식들이 자기 부모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의 부모까지 부양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됐다.” 오 위원장 “그것은 노인과 아동 돌봄이 가정 돌봄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돌봄은 사회적 돌봄이어야 한다. 그러면 가정이 가진 계층성이 완화될 수 있다. 지역사회 중심성이 강화되면 노인 돌봄의 문제도 출구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김경근 교수 “결국 그 비용은 사회가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인구 구조가 역피라미드 구조가 되면 청년세대, 일하는 세대의 부담이 너무 커진다. 세금 등 관련해서 현실적으로 엄청난 저항이 발생할 수 있다.” ●포괄적 해법 논의 김만권 교수 “양극화 해소를 위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익공유제’, 정의당에서는 ‘특별 재난 연대세’ 등 새로운 분배체계가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 팀장 “소득 파악을 빨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 재난지원금을 이렇게 전국민에 뿌리는 나라라면 그만큼 복지정책이 잘 마련돼 있지 않다는 걸 방증하는 것이라고 본다.” 오 위원장 “독일 같은 경우 매출 감소 비율에 따라 고정 비용을 정부가 지원한다. 여전히 우리나라는 매출 손실과 실제 손실 규모를 따지지 않고 집합금지 업종이냐, 아니냐를 따져서 지원한다. 재난 시기에 매출 감소를 파악하는 시스템을 지난 1년 동안 아직도 마련하지 못했다는 건 굉장히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남 위원 “정부가 재난 시 할 수 있는 역할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재정 지출이다. 위기 상황에서는 기업, 가계 모두 소비가 위축된다. 정부는 부채를 일으켜서라도 지출할 수 있고 그 지출은 결코 손실이라고만 말할 수 없다. 또 하나는 재난 대책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누가 어떻게 피해를 봤는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정규직, 특고직, 저소득층, 사회적 약자 전부 노동시장 주변부에서 순식간에 일자리를 잃었지만 복지 혜택은 거의 없었다. 이들을 모두 포괄하지 못하면 재난 상황에서 불평등은 더 커질 것이고 우리가 지탱할 수 없는 사회 문제가 될 것이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이태권 기자 rights@seoul.co.kr ■ ‘2021 격차가 재난이다’ 도움주신 분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남대문상담센터, 노년유니온, 대구청년연대은행 디딤, 동대문교육복지센터, 리커버리센터, 서울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 샘교육복지연구소,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정윤경 가톨릭대 심리학과 연구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홈리스행동, 홍성용 한양대 겸임교수·미술작가, 희망친구 기아대책 (가나다순) 탐사기획부 : 안동환 부장, 박재홍·송수연·고혜지·이태권 기자QR코드를 스캔하면 ‘2021 격차가 재난이다-코로나 세대 보고서’ 디지털 스토리텔링 사이트(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gapDisaster/)로 연결됩니다. 이번 기획 마지막회 지면에 실린 ‘포스트코로나 격차 없는 사회로 가는 선언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사람을 사람답게… 뉴노멀의 안전망

    사람을 사람답게… 뉴노멀의 안전망

    ‘격차가 재난이다.’ 직면한 팬데믹은 우리가 방치한 기존의 격차가 소외된 이들에게 어떻게 더 큰 재난이 되는지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우리 사회에선 ‘자기 인생은 자기가 책임진다’는 지구적 시장의 자기책임의 윤리 아래 승자독식의 원칙과 각자도생의 삶이 지배하고 있다. 이 가운데 뒤에 남겨지는 사람들을 위한 공적 보호망은 부재하거나 부실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 선언문을 마련한 우리 시민특별위원회는 더이상 격차가 재난이 되지 않는 사회를 위해 다음 사항을 국가와 사회에 제안한다. 첫째, 교육 격차를 해소하자 열악한 가정 배경을 극복하고 양호한 학업성취에 도달한 학생들이 늘어나게 하려면 복지 확충을 통해 소득분배지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능력주의가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사회에서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교육 격차 해소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되면 상당한 저항과 반발이 발생할 것으로 예견된다. 하지만 계층 간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급속한 소득 양극화 때문에 자녀 교육에 투자할 여력을 완벽하게 상실한 저소득층이 예전의 교육열을 되살릴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둘째, 불안정한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자 팬데믹 아래 위기는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에게, 공공부문이나 대기업 종사자보다는 민간부문 중소영세기업 종사자에게, 임금근로자보다는 특수고용직종사자·프리랜서·자영업자에게 집중됐으며, 이들은 사회보장제도에서도 배제돼 있었기에 일자리 위기는 곧바로 소득 위기로 전이됐다. 따라서 코로나 위기의 극복은 기존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의 개선을 동반해야 한다. 고용 형태, 기업 규모, 종사상 지위와 관계없이 ‘모든 일하는 사람’에게 최소한의 노동법과 사회보장법을 통한 보호가 이루어져야 한다. 누구나 노동에 필요한 역량을 개발하고 일하려 할 때 일할 수 있도록 정부가 보장해야 한다. 셋째, 돌봄을 공공화하자 급격한 고령화, 1인가구의 증가, 더 나아가 팬데믹 상황은 돌봄의 중요성을 재차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돌봄은 지속적으로 가족의 역할, 여성의 역할로 치부돼 왔다. 더불어 사회서비스는 민간 중심으로 공급이 이루어지며 질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돌봄 노동자에게 충분한 소득과 처우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는 길은 지역공동체와 밀착된 사회적 돌봄의 공공화이다. 넷째, 사각지대 없는 소득보장을 구현하자 팬데믹 재난 속에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는 소득 격차로, 돌봄의 가족화는 저소득층에 더 깊은 타격을 안겼다. 이런 상황에서 전 국민 고용보험, 기본소득, 기초자산 등 전통적 소득보장틀을 넘어서는 대안 논의가 활발해지는 상황은 고무적이다. 이 논의가 기존 사각지대를 넘어 진취적 시도로 발전하여 적절한 보장성을 구현하며 합리적 재정방안까지 지닌 사회적 합의안이 마련되기 바란다. 특히 촘촘한 소득보장을 위해 실시간 완전소득파악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한다. 다섯째, 국가의 역할 확장 위해 튼튼한 재정을 마련하자 팬데믹 같은 위기 시에는 국채 등 단기 대책에 의존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세입 기반을 확충하는 종합계획이 요구된다. 재정지출 합리화 및 투명화, 과세 형평성 개선 등을 통해 시민의 조세 신뢰를 높이고 일부에 한정된 핀셋증세를 넘어 다수 시민이 사회연대를 위해 누진적으로 참여하는 종합증세 로드맵을 마련하자. 모든 위기는 ‘새로운 시작’을 품고 있다. 우리 동료 시민들이 각자도생의 원칙 대신, 남보다 탁월한 능력 대신 연대를 나눌 수 있는 ‘뉴노멀의 안전망’을 더불어 구축하자. 2021년 3월 14일 격차가 재난이다 시민특별위원회QR코드를 스캔하면 ‘2021 격차가 재난이다-코로나 세대 보고서’ 디지털 스토리텔링 사이트(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gapDisaster/)로 연결됩니다. 이번 기획 마지막회 지면에 실린 ‘포스트코로나 격차 없는 사회로 가는 선언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추미애 “부동산시장 부패, 檢 책임 가장 커…윤석열 뭐했나”

    추미애 “부동산시장 부패, 檢 책임 가장 커…윤석열 뭐했나”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부동산 시장의 부패에 검찰의 책임이 가장 크다”며 비판에 나섰다. 추 전 장관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공화국’과 ‘부패공화국’은 동전의 양면”이라면서 “야당은 LH 사건으로 민심을 흔들고 검찰에 힘싣기를 하면서 검찰 개혁에 저항하고 있다. 그런데 ‘검찰공화국’과 ‘부패공화국’은 매우 닮은 꼴”이라고 글을 시작했다. 그는 “23년 전 이영복의 개발특혜사건을 희대의 부패사건으로 파헤친 것은 저였다”면서 “저는 1997년부터 200년까지 지속적으로 부산 지역 개발업자(이영복)가 법조계, 정관계, 심지어 재벌까지 결탁한 사실을 고발했다. 단순히 토착비리를 넘어 중앙 권력 비호 없이는 진행될 수 없다고 봤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시 IMF 외환위기는 부패와 정경유착으로 자본의 흐름을 왜곡한 것도 한 원인이었고, 부동산 개발비리인 수서비리, 한보사건 등 권력이 개입한 의혹 사건을 제대로 사정하지 못한 검찰 책임도 컸다”고 지적했다. 또 “검찰은 정경유착 사건일수록 축소·은폐하면서 내사를 해보지도 않았고, 증거발견이 수사기관의 책임임에도 ‘증거가 나오면 수사한다’는 식으로 버티기를 했다”고 비판했다. 추 전 장관은 “이영복의 사업수법은 그때나 지금이나 유사하다”면서 “여러 증거를 수집해 1997년 국정감사 등을 통해 고발했지만 감사원에 회부해 시간 벌기를 하고 검찰은 수사를 외면했다”고 했다. 그는 지난 12일 보도된 ‘당시 이영복을 수사하던 검찰이 현재 엘시티 회장이 됐다’는 기사를 언급하며 “저의 눈과 귀를 의심했다. ‘검찰이 저렇게 부패하고도 당당할 수 있나’ 하는 생각에 화가 치밀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와서 검찰이 대형부동산비리 수사를 하면 제대로 할 수 있고 정의롭다는 전 검찰총장 윤석열의 입장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어 “이영복과 같은 부동산 불패신화를 조장한 세력은 바로 막강한 수사·기소 권한을 가지고도 제대로 수사·기소를 하지 않고 유착한 검찰”이라며 “검찰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그 과정에서 불법과 비리는 없는지 엄정하게 수사를 했어야하지 않았을까”라고 꼬집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어제 하루만 미얀마에서 12명이 스러졌습니다. 한쪽만 무장한 내전”

    “어제 하루만 미얀마에서 12명이 스러졌습니다. 한쪽만 무장한 내전”

    13일 하루에만 미얀마 군경의 발포로 또다시 8명 이상 목숨을 잃었다. 영국 BBC의 동영상은 이 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만달레이 연좌시위에 나섰다가 총격을 받고 쓰러진 한 청년이 들것에 실려 나가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허술한 방패로 자신을 가린 시위대원들이 퇴각하거나 도로 옆으로 피신하는 모습도 담겨 있다. 한 청년이 달려오다 허리를 어루만지며 그대로 쓰러져 길바닥에 누워버린다. 조너선 헤드 BBC 특파원은 말한다. “내전이나 다를 바 없다. 다만 한쪽만 무장했다.” 로이터 통신은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와 영국 BBC 버마, 목격자들을 인용해 이날 시위 도중 최소 12명이 실탄 사격을 비롯한 군부의 유혈진압에 사망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1일 군부 쿠데타 이후 가장 유혈이 낭자한 날 가운데 하루라고 설명했다. 이날은 1988년 민주화 시위의 불길을 댕긴 폰 모 사망 33주기를 맞아 SNS에서 전국적인 시위를 촉구하는 운동이 일어난 가운데 일어났다고 통신은 전했다. 1988년 8월 8일에 일어나 가장 규모가 컸다고 해서 ‘8888 시위’로 불리는 이 때 유혈 진압으로 약 3000명이 목숨을 잃어 1962년 군부가 집권한 이래 가장 큰 유혈 사태로 기록됐다. 이 시위를 계기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미얀마 민주화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했고, 군부정권에 의해 약 20년간 가택연금을 당했다. 양곤 곳곳에서는 전날 밤 야간 촛불집회가 열려 시민들이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하는 등 쿠데타 반대를 이어갔다고 현지 매체들이 전했다. 서부 친주 하카에서는 군경이 병원에 침입, 환자 30명가량과 병원 직원들을 쫓아냈다고 로이터가 현지 활동가를 인용해 전했다. 군경은 지난 주초부터 시민불복종 운동(CDM)을 차단한다며 각지의 병원과 대학 건물을 점령했고, 이 과정에 시위 등으로 다친 환자들을 내보내는 일도 빈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데타에 대응해 세워진 문민정부 대표는 군부를 뒤엎고 혁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연방의회 대표 위원회’(CRPH)에 의해 임명된 만 윈 카잉 딴 부통령 대행은 이날 은신처에서 페이스북을 통해 처음으로 대중연설을 했다. CRPH는 수치 고문이 이끈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소속으로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당선된 이들이 구성했다.CRPH는 연방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미얀마의 여러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민족 무장단체 대표들을 만나 이미 일부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만 윈 카잉 딴 부통령 대행은 페이스북 연설을 통해 “지금은 이 나라에 있어 가장 어두운 순간이지만 여명이 멀지 않았다”면서 “수십 년 독재의 다양한 억압을 겪어 온 모든 민족 형제가 진정 바라는 연방 민주주의를 얻기 위해 이번 혁명은 우리가 힘을 하나로 모을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어 CRPH는 국민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필요한 입법을 추진할 것이며, 임시국민행정팀을 구성해 공공행정을 펼쳐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연설 이후 수천 명이 페이스북에 “당신이 우리의 희망이다. 우리가 함께할 것”이라는 등의 지지 댓글을 달았다. 한편 지난달 도로 한복판에서 무릎을 꿇고 무장 경찰들에게 시위대를 향해 무력을 사용하지 말라고 애원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줬던 안 누 따웅(45) 수녀는 이날 영국 일간 더타임스 인터뷰를 통해 “어릴 때 군부가 이웃을 죽이는 것을 봤다. 그래서 군복 입은 사람만 봐도 두렵다. 하지만 난 성당에 피신한 사람들을 지켜야 했다. 날 쏘면 기꺼이 죽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북부 미치나에 있는 성 프란치스코 사베리오 수녀원 소속인 그는 경찰들에게 “정녕 쏘겠다면 날 대신 쏴라”라고 말했는데 “그들이 내 눈 앞에 있는 죄 없는 사람들을 살해하는 모습을 가만 지켜볼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안 수녀는 미얀마에 다시 암흑기가 찾아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민정부 아래 지낸 5년은 정말 행복했다”면서 “그런데 이제 사람들은 언제 붙잡혀갈지, 언제 죽을지 몰라 낮이고 밤이고 두려움에 떤다”고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포토] 미얀마 시위 사망자 장례식서 ‘세 손가락 경례’하는 유족

    [포토] 미얀마 시위 사망자 장례식서 ‘세 손가락 경례’하는 유족

    미얀마 양곤에서 13일(현지시간) 군부 쿠데타 규탄 시위 현장에서 숨진 칫 민 투의 장례식 도중 고인의 누이(가운데)가 독재에 대한 저항을 상징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울부짖고 있다. 칫 민 투는 임신한 아내의 만류에도 지난 11일 거리 시위에 나갔다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미얀마에서는 지난달 1일 쿠데타가 발발한 이후 군경의 강경 진압으로 70여 명이 숨졌는데도 군정에 저항하는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AFP 연합뉴스
  • 정부 미얀마에 최루탄 수출 금지· 협력사업 검토, 하지만 군부 타격 주기엔

    정부 미얀마에 최루탄 수출 금지· 협력사업 검토, 하지만 군부 타격 주기엔

    정부가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시민들을 유혈 진압하고 있는 미얀마에 최루탄 등 군용물자 수출을 중단하고 개발협력(ODA) 사업도 재검토하기로 했다. 정부가 인권이나 민주주의 명목으로 다른 국가에 이 정도의 강도 높은 조치를 한 것은 이례적이다. 정부는 12일 “우리나라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거듭된 요구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군과 경찰 당국의 무력 행사로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 같은 조치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미얀마와 국방 및 치안 분야 신규 교류와 협력을 중단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올해 미얀마와 정례 협의체를 추진하다 중단했고, 미얀마 군 장교를 대상으로 한 신규 교육훈련도 하지 않기로 했다. 경찰청의 치안 업무협약(MOU) 체결 및 미얀마 경찰 신규 교육도 마찬가지다. 산업용 전략물자 수출 허가도 엄격하게 심사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화학물질 등 이중용도 품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용물자의 경우 2019년 1월 이후 수출 사례가 없지만, 앞으로 아예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대표적인 게 시위 진압에 사용되는 최루탄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국산 최루탄은 2014∼2015년에 미얀마로 수출된 사례가 있다. 미얀마는 아세안에서 우선 협력대상국이라 아세안 ODA의 약 25%를 차지한다. 2019년 유·무상 합쳐 약 9000만달러 규모다. 수도 양곤의 ‘한·미얀마 우정의 다리’와 ‘한·미얀마 경협 산단’ 등 인프라 사업도 포함된다. 단, 방역 등 미얀마 시민의 민생과 직결되는 사업과 인도적 사업은 계속 진행한다. 미얀마가 정부 조치에 대응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워낙 여러 나라가 이미 제재를 하고 있어서 일대일로 맞서서 조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교민 안전과 진출 기업 보호에 각별히 유의하면서 여러 가지 상황에 대비한 대응계획을 계속 점검할 예정이다. 또 국내에 체류 중인 미얀마인들이 자국 정세가 안정될 때까지 한국에 있을 수 있도록 인도적 특별 체류 조치를 시행한다. 체류기간 연장이 어려운 미얀마인이 계속 체류를 희망하면 임시로 허용하고, 이미 체류기간이 다 된 미얀마인은 강제 출국을 지양하고 미얀마 정세가 나아진 후 자진 출국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현재 국내에는 근로자와 유학생 등 미얀마인 2만 5000∼3만명이 있다. 그러나 미얀마 군부의 돈줄을 차단하는 것이 급선무인데 기업의 동참이 없다는 점은 실망스럽다. 미얀마 군부는 다른 나라와 달리 사업체를 직접 소유, 문어발 재벌처럼 운영하고 있어 이 기업들이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제재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미국 정부는 군과 정부 인사에 대한 신규 제재와 함께 세 군데 광산채굴 업체를 제재한 데 이어 이번 쿠데타를 지휘하는 민 아웅 흘라잉 장군의 두 자녀가 소유한 6개 기업까지 새롭게 제재한다고 발표했다. 캐나다, 뉴질랜드, 영국 등은 특정 타깃을 노린 제재를 도입했지만 아직 어떤 나라도 군부 재벌기업을 직접 겨냥하고 있지 못하다. 이렇게 약한 제재에 자신감이 커진 미얀마 군부는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민들에게 무자비한 총구를 겨누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현대중공업이 참여한 미얀마의 안다만해 가스전 3단계 사업의 수익이 미얀마 군부의 수중에 들어가는지 파악해 사실로 확인되면 사업 철수를 검토하는 등 미얀마 군부의 돈줄을 차단하려는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 또 포스코강판은 미얀마 군부가 소유하고 있어 미국의 직접 제재 대상인 미얀마경제지주유한회사(MEHL)과 협력하고 있어 당장 발을 빼야 한다. 영리를 극대화하는 것이 기업이지만 인권과 민주주의를 짓밟는 미얀마 군부의 배를 불리는 사업이라면 철수하도록 정부가 모종의 역할을 해야 하고 기업 스스로 발을 빼야 한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염수정 추기경, 미얀마에 5만달러 긴급 지원…정의구현사제단, 모금운동

    염수정 추기경, 미얀마에 5만달러 긴급 지원…정의구현사제단, 모금운동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12일 미얀마 가톨릭교회에 서한을 보내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미얀마 국민과 연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염 추기경은 이날 미얀마 양곤대교구장 찰스 마웅 보 추기경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얀마 군부가 평화 시위대를 향해 무자비한 진압과 폭력을 자행하는 소식을 접하며 깊은 슬픔을 느껴왔다”면서 “군부가 시민들을 무력 진압하는 것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는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미얀마 국민들께 깊은 연대를 표하며 하루빨리 민주주의를 되찾게 되길 진심으로 소망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염 추기경은 “서울대교구의 모든 사제와 수도자, 그리고 신자들이 미얀마에 참된 민주주의가 회복되기를 온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음을 기억해주시기 바란다”면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크신 은총이 추기경님과 미얀마 신자들, 특히 미얀마의 민주화를 수호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 국민들과 함께하시길 빈다”고 염원했다. 염 추기경은 서한과 함께 긴급 지원금 5만 달러를 보 추기경에게 보냈다. 서한과 지원금은 주미얀마 교황청 대사로 있는 장인남 대주교를 통해 전달된다. 서울대교구에 따르면 염 추기경은 미얀마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염 추기경은 2018년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얀마의 경험을 듣고자 보 추기경을 한국에 초대했고, 보 추기경은 그해 9월 1일 가톨릭대 신학대학에서 열린 ‘2018 한반도평화나눔포럼’에 참석해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되지 않는 곳에서는 평화를 이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염 추기경이 같은 해 11월 미얀마를 방문해 어려운 상황을 살펴보며 ‘함께하는 교회’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후 지원금을 매년 보내고 있다. 한편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미얀마 국민을 돕기 위해 모금 운동에 들어간다고 이날 밝혔다. 사제단은 “미얀마의 민주주의가 중대 기로에 놓여 있다”며 “군부의 무자비한 폭력에 맞서 시민들이 용감하게 저항하고 있으나 날마다 사상자가 늘고 있으며 마치 1980년 5월의 광주를 보는 듯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얀마 시민들이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바라고 있다”며 “사제단은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기원하는 모금 운동을 진행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모금 운동은 다음 달 30일까지 진행된다. 사제단은 15일 오후 4시 성동구 옥수동 주한 미얀마대사관 무관부 앞에서 미얀마 민주주의 수호를 기원하는 미사를 봉헌할 계획이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절에서 공무원 준비” 친아들 2000대 때려 살해한 어머니

    “절에서 공무원 준비” 친아들 2000대 때려 살해한 어머니

    “사찰 내부 문제 알리겠다” 하자체벌 명목으로 막대기 등으로 때려 친아들을 2000여대 때려 숨지게 한 60대 어머니가 구속기소됐다. 대구지검 형사3부(부장 이주영)는 친아들을 마구 때려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A(63·여)씨를 구속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8월 경북 청도에 있는 한 사찰에서 아들(당시 35)을 2시간 30분가량 대나무 막대기와 발로 머리 등을 2000여 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사찰에 머물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아들이 사찰 내부 문제를 밖에 알리겠다고 말하자 체벌을 명목으로 마구 때린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폭행당한 아들이 쓰러져 몸을 가누지 못하는 등 이상 징후가 보이는데도 폭행을 계속했다. 검찰은 폐쇄회로(CC)TV에 아들이 폭행을 당하는 동안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고 용서를 구하며 A씨에게 비는 모습만 확인했다고 전했다. 사망한 A씨 아들은 평소 별다른 질병을 앓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경찰이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상태로 넘긴 사건을 다시 수사해 A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해 구속했다. 검찰은 사건이 일어난 사찰에 대해서도 수사했지만, 사찰 관계자가 숨져 수사를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추미애, 대선 행보 본격화되나…“오늘은 박근혜 탄핵선고일”[이슈픽]

    추미애, 대선 행보 본격화되나…“오늘은 박근혜 탄핵선고일”[이슈픽]

    대선 행보 본격화 관측 나와“이재명·이낙연 구도는 약간 지루하지 않을까”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페이스북에서 4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언급하며 “이제는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탄핵선고일을 맞아 개혁의 초심으로 돌아가 촛불개혁의 대장정에 언제나 함께 하겠다는 다짐으로 글을 남긴다”고 했다. 헌법재판소는 4년 전, 2017년 3월 10일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인용했다. 추 전 장관은 10일 페이스북에서 “4년 전 오늘, 온 국민과 함께 가슴 졸이며 헌법재판소의 결정문 낭독 장면을 TV 생방송으로 지켜봤다”면서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국정농단과 헌정 유린을 일삼던 현직 대통령을 탄핵한 것은 오롯이 촛불 시민의 힘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궁지에 몰린 청와대가 던진 대통령 자진사퇴와 총리직 제안에 정치권이 여야 할 것 없이 오락가락, 좌고우면할 때 제1야당 대표로서 이를 뚫고 한 걸음 더 전진했던 일은 지금 생각만 해도 가슴이 뜨거워진다”며 “누구는 추미애의 고집이라 하고, 누구는 추미애의 뚝심이라 했다”고 했다. 이어 추 전 장관은 “위기의 시기, 흔들리지 않고 시민의 뜻을 받드는 것, 말로만 위대한 국민이 아니라 진심으로 국민의 뜻을 위대하게 이뤄내는 일”이라며 “정치가 시민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순간 정치는 그저 사익추구의 수단이 돼버린다”고 했다.아울러 “4년이 지난 오늘, 문재인 정부의 개혁은 줄기차게 이뤄져 왔고, 사회 곳곳에서 많은 개혁의 성과를 이뤄냈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촛불 시민과 함께 개혁의 대장정에 서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추 전 장관은 “때론 개혁이 너무 빠르다며 타박하는 사람도 있고, 거칠다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개혁이든 저항하는 사람과 세력이 있기 마련이라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추 전 장관은 “개혁은 영원하고 저항은 일시적”이라며 “그것이 변함없는 역사의 교훈이며 인류 진보의 내력”이라고 했다. 그는 “촛불 민주 정부의 개혁, 국민이 보기에 아직 많이 부족하다. 우리는 더 많은 개혁, 더 깊은 개혁을 바라는 촛불 시민의 뜻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추 전 장관은 지난 4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 “부패 완판이라는 신조어까지 써가며 국민을 겁박한다”고 비판하는 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계 복귀 시점 질문에…“이재명·이낙연 구도는 약간 지루하지 않을까” 그는 최근 방송인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에서 정계 복귀 시점과 관련, “대한민국에 제가 무엇이라도 하라, 그러면 기꺼이 저의 모든 것을 한 번 바치겠다”고 했다. ‘(출마 선언은) 언제 할 건가’라는 물음엔 “제가 정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김씨가 ‘시대가 나를 원하면 자연스럽게 하겠다는 건가’라고 하자, 추 전 장관은 “그렇게 우아하게 말씀해주시면 좋다”고 했다. 또 “이재명·이낙연 구도는 약간 지루하지 않을까”라고도 했다.“추미애, 윤석열 잡겠다며 대선판 뛰어들 것” 이날 정치분석가로 활동 중인 ‘의제와 분석그룹 더모아’ 윤태곤 정치분석실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뜰수록 추미애 법무부 전 장관은 ‘저 사람 문제점이 있지 않냐’, ‘윤석열 잡을 사람은 나다’라는 프레임으로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실장은 “추미애, 정세균 (국무총리) 이런 분들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분들은 다 이루었기 때문에 그 윗 단계 밖에는 도전할 게 없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윤 실장은 “추미애 전 장관 같은 경우에는 윤석열 전 총장을 타고 가는 게 있다. 추미애 때문에 윤석열이 떴다고 하지만 윤석열 때문에 여권의 이른바 강성지지층이 추미애에게 붙는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덧붙여 윤 실장은 검찰총장 직을 내려놓자마자 차기 대권 주자로 급부상한 윤 전 총장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는 나쁜 그림은 아니지만,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이어 윤 실장은 “이낙연 대표에게는 이렇게 ‘윤석열-이재명’ 양강 구도가 형성이 되면 안 좋고 또 아예 뉴페이스로 가야 되는 거 아니냐 두 가지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따라서 이낙연 대표 입장에서는 무조건 4.7재보궐선거 이겨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삼화전기, 전기자동차 전용 저저항 알루미늄 전해커패시터 개발

    삼화전기, 전기자동차 전용 저저항 알루미늄 전해커패시터 개발

    알루미늄 전해커패시터 전문기업인 삼화전기(대표 박종온)는 고온 환경에 적합한 전기자동차 전용 알루미늄 전해커패시터(시리즈명: VP)를 국내최초로 개발해 전기자동차 업체에 공급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최근 환경 문제를 근거로 전기자동차 생산 증가 및 관련 기술개발이 가속화되고 있어 커패시터 기술 개발 및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해당 VP시리즈는 자체 개발된 저저항 고온용 전해액 및 고성능 소재를 적용해 전압에 따른 용량 변화율이 적어 전기적 신뢰성과 수명 특성이 우수하다. 특히 기존 제품 대비 저저항 특성이 우수해 전기회로의 소형화 및 수명연장에 도움을 주어 전기자동차의 회생제동시스템과 같은 전원 공급 장치 분야에 최적화된 제품이다.VP시리즈의 사용 전압은 10~35V이며, 사용 가능한 축적 용량은 470~10,000uF, 사이즈는 φ10×12.5Lmm~φ18×40Lmm로 다양하다. 보증 수명은 135℃에서 3,000시간으로 RoHS 대응 및 Halogen Free를 만족하는 친환경 제품이다. 삼화전기 관계자는 “이번 개발 프로젝트는 그룹사 오영주 회장이 제품개발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전장용 커패시터 관련 전 부문에 있어 원천기술 확보는 물론 응용기술을 획득한 성과로 향후 전장용 제품을 회사의 신성장 동력으로 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되었다”며 “친환경자동차 적용 부품 개발에 한층 더 연구역량을 집중하고 생산설비 투자를 지속하여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삼화전기는 중국 및 세계 각국에서 전기자동차 충전기 관련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전기자동차 충전기 관련 제품의 Line-up도 이미 양산 공급 중이며, 전세계 전기자동차 관련 시장에 공급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개발된 제품을 국내 전기자동차에 단독 승인 완료하여 양산 공급 중에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열린세상] ‘앵무새 죽이기’와 ‘칼등 기자’의 정년/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열린세상] ‘앵무새 죽이기’와 ‘칼등 기자’의 정년/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앨라배마는 번개가 많이 치는 곳이다. 미국 남부다. 주도인 몽고메리는 남북전쟁 초기 남부 연합군의 임시 수도였다. 유명 인사를 다수 배출했다. 헬렌 켈러, 콘돌리자 라이스, 행크 에런이 앨라배마 사람이다. 에런은 1974년 베이브 루스의 714호 홈런 기록을 깼다. 그와 가족을 살해하겠다는 백인들의 협박이 이어졌다. 에런은 올 1월 23일 86세로 타계했다. ‘가난과 인종차별을 이겨 낸 위대한 미국인.’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글이다. 1934년 앨라배마에서 태어난 그에 대한 헌사는 빈말이 아니다. 앨라배마 몽고메리시는 언론법 역사에서 특이한 역할을 한다. 1955년 12월 1일 밤 봉제 일을 마치고 버스에 탄 로자 파크스는 빈자리에 앉았다. 백인 남성들이 차에 오르자 운전기사는 파크스에게 자리를 비우라고 말했다. 파크스는 거부했다. 파크스는 경찰에 체포돼 즉결심판에 넘겨졌다. 흑백분리법 위반죄였다. 12달러의 벌금이 부과됐다. 몽고메리시에 거주하던 흑인들이 대대적인 버스 안 타기 운동을 전개했다. 마틴 루서 킹 목사가 흑인들의 비폭력 저항 운동을 이끌었다. 1956년 연방 대법원은 앨라배마주 흑백분리법을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흑인에 대한 앨라배마 백인들의 보복은 멈추지 않았다. 갖가지 법률 위반 혐의를 걸어 킹 목사를 괴롭혔다. 킹 목사를 돕기 위해 킹목사보호위원회가 결성됐다. 위원회는 1960년 3월 뉴욕타임스에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라는 의견광고를 게재했다. 뉴욕타임스 사설을 인용한 광고였다. 몽고메리시 공직자 설리번은 뉴욕타임스에 50만 달러, 주지사 패터슨은 100만 달러의 명예훼손 손배소송을 청구했다. 앨라배마주 법원에서 재판이 시작됐다. 배심원 12명은 모두 백인이었다. 뉴욕타임스는 하급심은 물론 주 대법원에서도 패소했다. 뉴욕타임스는 연방대법원에 상고했다. 1964년 3월 9일 연방대법원은 기념비적인 ‘현실적 악의’ 원칙을 천명했다. 수정헌법 제1조에 담긴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해 고위 공직자들의 명예는 뒤로 물러서야 한다는 취지였다. 연방대법원 판결 선고 직전 ‘앵무새 죽이기’가 나왔다. 앨라배마 출신 작가 하퍼 리가 썼다. 에런이 태어난 1930년대 앨라배마를 배경으로 한다. 두 살 때 엄마를 잃은 소녀의 성장 소설이다. 소설 속 부녀처럼 작가의 아버지도 백인 변호사였다. 현실과 소설에서 변호사는 무고한 흑인 남자를 변호하다 해코지를 당한다. 주인공 남매도 보복의 대상이다. 흑인을 도운 사람의 자식이란 이유다.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하는 지빠귀 앵무새를 죽이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드러낸다. 사람들에게 무해하고 오로지 유익함을 주는 앵무새를 죽이지 말라고 말한다. 1960년 출판됐다. 이듬해 퓰리처상을 수상했고, 1962년 영화로 만들어져 아카데미상을 석권했다. 그레고리 펙이 주연을 맡았다. 앨라배마의 ‘파크스 사건’이나 ‘앵무새 죽이기’는 단순히 흑백 갈등의 문제가 아니었다. 존엄한 존재인 사람에 대한 우월적 다수자들의 차별과 증오였다. 신념이 그릇되고 왜곡된 정보에 집단적으로 오염됐을 때 나타날 비극의 일단이었다. 최근 ‘칼등 기자’가 정년퇴직했다. 30년 이상 한 언론사에 봉직했다. 그는 글을 쓸 때 펜을 칼로 쓰지 않았다. 누군가를 베거나 상대방을 찌르려는 기사를 쓰지 않아 보였다. 필요할 때는 누구에게도 무해하고 모두가 이롭도록 칼등으로 쿵쿵 거칠지 않은 언어로 소식을 전했다. 언론인들이 편을 나눠 한쪽 주장을 전체 진실이라며 세상에 을러댈 때 허명을 날리려고 편승하지 않았다. 언론 바깥에서 막대한 대가를 미끼로 전향과 전직을 유혹했을 법도 한데, 그는 정년이 될 때까지 묵묵히 독자들을 위해 노래하는 지빠귀로 일했다. 언론은 이념과 관점에 기반해 정보를 생산한다. 독자는 정보의 내용물뿐 아니라 정보 생산의 관점을 구매하고 기꺼이 지불한다. 의도적으로 허위 기사를 작성하고 진실을 왜곡한 언론이 비난을 받는 것은 이념 때문이 아니다. 본질을 전복하고 오염 정보로 민주주의 공론장을 훼손하기에 손가락질당한다. 여론의 가치경쟁 시장에서 치열하게 겨루다가 정년퇴직을 하는 언론인이 더 늘어나기를 바란다. 이 땅의 노래하는 ‘지빠귀 칼등 기자’들에게 감사드린다.
  • 檢, 성추행 저항 여성 ‘상해죄’ 처분에… 헌재 “범죄 아냐”

    檢, 성추행 저항 여성 ‘상해죄’ 처분에… 헌재 “범죄 아냐”

    헌법재판소가 성추행범에게 사기그릇을 휘두르며 저항한 여성에게 검찰이 내린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했다. 해당 여성에게 범죄 혐의가 있다고 본 검찰의 처분이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판단에서다. 헌재는 성추행 피해자 A씨가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헌법소원심판에서 A씨의 청구를 인용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10월 자신을 성추행한 B씨에게 사기그릇을 휘둘러 귀 부위를 다치게 한 혐의로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기소유예는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지만 범죄 혐의는 인정하는 처분이다. 헌재는 당시 A씨가 물을 담기 위해 사기그릇을 들고 있어 손이 자유롭지 않았던 데다 B씨가 강제로 손목을 잡아 주방을 벗어나지 못하게 막은 상황이어서 다른 방법으로 성추행에 저항하기 어려웠다고 봤다. 또 당시 폐쇄된 고시원 주방에 단둘이 있었고 B씨가 추행 전 A씨가 공용욕실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밖에서 욕실 전원을 끄는 행위를 수차례 반복하는 등 공포심을 야기했다는 점에서 A씨의 행위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수사 기록상 B씨가 형법상 상해에 해당하는 상처를 입었다는 점을 인정할 진단서 등 객관적 자료도 없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A씨의 행위가 형법상 상해죄에 해당하는지 명확히 한 다음 B씨의 강제추행 행위와 A씨가 당시 처한 상황 등을 면밀히 따져 정당방위에 해당하는지 살폈어야 한다”며 “검찰이 합당한 조사 없이 내린 기소유예 처분은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로 A씨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불발탄을 낚시에 쓰려다 오폭으로 사망한 전 크메르루주 병사

    불발탄을 낚시에 쓰려다 오폭으로 사망한 전 크메르루주 병사

    캄보디아의 좌익 무장단체인 크메르루주의 전직 병사였던 60대 남성이 낚시에 쓰려고 불발탄을 만지다 폭사했다고 프놈펜 포스트가 8일 보도했다. 이 남성은 베트남 전쟁에서도 사용됐던 B40 로켓탄을 폭발물을 이용해 물고기를 낚는 폭파 낚시에 쓰기 위해 다루다가 실수로 폭발이 일어나 사망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사망자는 66세 남성으로 그동안 여러 차례 불발탄을 불법적으로 고쳐 폭파 낚시에 사용하는 것에 대한 경고를 들었다. 그는 주변에서 60㎜ 박격포탄과 B40 로켓탄을 주로 주워 폭파 낚시에 이용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사고 현장에서 경찰은 사망자의 시신이 강력한 폭발에 의해 세 부분으로 절단된 것을 발견했으며 각 부분은 10m씩 떨어져 있었다. 경찰은 사망자의 시신과 B40 로켓탄을 발견했고, 사고가 일어난 집 뒤편에서 60㎜ 박격포탄도 찾았다. 사고를 당한 60대 남성은 주로 집 뒤뜰에서 폭발물 분해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망자 외 다른 가족이 다치지 않은 점이 그나마 이 비극에서 다행인 점”이라고 말했다. 2002년부터 폭발물 사고가 발생한 지역에서는 약 10명이 비슷한 사고로 사망했는데 주로 60㎜ 박격포탄이 사고의 원인이었다. 불발탄 오폭 피해자들은 망치 등의 도구를 이용해 포탄을 분해하거나 폭파 낚시에 사용하다 변을 당했다. 크메르루주가 마지막까지 저항한 곳으로 알려진 캄보디아 북부는 지뢰와 불발탄으로 오염된 곳이 많아 부상과 사망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 지역은 원리주의 공산주의에 따라 많은 사람을 처형한 킬링필드를 일으킨, 공산주의 혁명가이자 크메르루주의 지도자였던 폴 포트가 사망한 곳이기도 하다. 폴 포트가 캄보디아를 지배했던 1975~1979년에는 150만명 이상의 사람이 기아와 대량학살 등으로 목숨을 잃었다. 1979~2020년에는 약 2만명의 캄보디아인들이 지뢰와 불발탄으로 목숨을 잃었으며 그 두 배 이상의 사람들이 불구가 됐다고 지난해 캄보디아 정부는 밝혔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성추행 남성에 그릇 휘두른 여성 ‘상해’ 기소유예…헌재 “취소해야”

    성추행 남성에 그릇 휘두른 여성 ‘상해’ 기소유예…헌재 “취소해야”

    고시원 주방서 밤늦게 강제추행 벌어지자피해여성, 물 담으려던 사기그릇 휘둘러 가해남성, ‘강제추행’ 징역형 집행유예검찰, 피해자 ‘상해’ 혐의 기소유예 처분 피해자 “평등권·행복추구권 침해당했다”헌재 “다른 방법으로 저항 어려운 상황…진단서 등 상해 입증할 자료조차 없어” 자신을 성추행한 남성에게 사기그릇을 휘두른 여성에게 검찰이 상해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한 데 대해 헌법재판소가 취소 결정을 내렸다. 여성의 행동이 정당방위에 해당할 여지가 충분한데도 검찰이 피의사실을 인정한 것은 잘못이라는 판단이다. 헌재는 성추행 피해자 A씨가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A씨의 청구를 인용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10월 자신을 성추행한 B씨에게 사기그릇을 휘둘러 귀 부위를 다치게 한 혐의(상해)로 입건됐다. 서울남부지검은 남성의 상해 정도가 크지 않은 점 등을 참작해 A씨를 기소유예 처분했다. 기소유예는 피의자의 전과, 피해자의 피해 정도 등을 참작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지만 범죄 혐의는 그대로 인정하는 처분이다. 한편 남성 B씨는 A씨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지난해 1월 징역 6개월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A씨는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이를 취소해달라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그는 자신의 행위가 B씨의 강제추행에 대한 정당방위에 해당하는데도 검찰이 부당하게 자신을 기소유예 처분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A씨는 고시원 내 주방에서 물을 담기 위해 사기그릇을 들고 있는 상태에서 B씨에게 강제추행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헌재는 당시 A씨가 다른 방법으로 성추행에 저항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자신을 성추행한 남성과 단 둘이 있는 상태에서 A씨가 이미 들고 있던 사기그릇을 내려놓고 맨손으로 저항하거나, 머리 부분이 아닌 다른 신체부위를 가려내 타격하는 등 다른 방법으로 저항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또 당시 폐쇄된 고시원 주방에서 단 둘이 있었고 B씨가 공포심을 야기하는 행동을 이전에도 자주 했다는 점에서 A씨의 행위가 다소 과도하다고 해도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설령 A씨의 방어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검찰의 판단은 정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B씨가 사건 당일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 A씨가 고시원 내 여성 공용욕실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뒤따라가 욕실 불을 끄는 행위를 수 차례 반복했고, 이후 욕실에서 주방으로 이동하는 A씨를 뒤따라가 강제추행을 저지른 점을 강조했다. 헌재는 “B씨의 강제추행 행위 내용과 범행 시간 등을 고려하면 A씨의 방어행위는 야간이나 기타 불안스러운 상태에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한 것으로 볼 여지가 적지 않다”고 봤다. 형법 제21조 제3항은 ‘야간이나 그밖의 불안한 상태에서 공포를 느끼거나 경악, 흥분, 당황했기 때문에 정당방위를 했을 때에는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B씨가 상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입증할 객관적인 자료도 없다고 지적했다. 증거는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찍은 사진과 치료를 받았다는 B씨의 진술뿐인데, 사진만 봐서는 B씨의 귀 부분 상처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헌재는 “진단서 등 아무런 자료가 확보되지 않아 B씨가 실제로 치료를 받았는지조차도 불분명하다”고 했다. 헌재는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은 A씨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사이언스 브런치] 남아공·영국發 코로나변이바이러스, 백신내성 잇따라 확인

    [사이언스 브런치] 남아공·영국發 코로나변이바이러스, 백신내성 잇따라 확인

    지난해 말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나라들이 늘고 있지만 동시에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를 포함해 최근에는 지금까지 발견된 변이 바이러스들 중 최악이라는 미국발 변이바이러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과학계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이들 변이 바이러스가 현재 접종되고 있는 백신에 내성을 갖고 있는가라는 점이다. 백신 내성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고 있지만 실험실 수준의 연구를 통해 이들 변이 바이러스들이 백신을 완전히 무력화시킬 정도는 아니지면 백신의 효과를 크게 떨어뜨릴 가능성은 높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선 미국 컬럼비아대 의대 일반의 및 외과의학부, 의대 미생물학·면역학부, 감염병연구부, 화학과, 마음·뇌·행동연구소, 국립보건원(NIH) 백신연구센터, 리제네론 제약사 공동연구팀은 ‘B.1.351’로 알려진 남아공 변이바이러스와 ‘B.1.1.7’로 이름붙여진 영국발 변이바이러스에 대한 항체중화능력을 평가한 결과 바이러스들의 저항성이 커졌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9일 밝혔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 8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코로나19에서 회복한 환자 20명의 혈장과 백신접종을 받은 22명의 혈장, 30개의 단복사 항체로 남아공발, 영국발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 중화능력을 측정했다. 그 결과 이들 변이 바이러스들이 항체중화에 대한 내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영국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는 현재 백신으로도 충분히 대응이 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남아공발 변이 바이러스는 혈장 치료를 통한 항체 중화 효과가 9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고 백신을 통한 항체 중화효과도 10~12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한 것이 확인됐다. 또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의대, 병리학·면역학과, 분자미생물학과, 텍사스대 의대 생화학·분자생물학과, 인간감염 및 면역학연구소, 텍사스대 부설 사우스웨스턴메디컬센터, 백신과학연구센터, 벤더빌트대 의대 백신연구센터, 비르 바이오테크놀로지사, 스위스 후맘스 바이오메드사 공동연구팀도 남아공발, 영국발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를 대상으로 화이자 백신의 항체 중화효과를 실험했다. 그 결과 컬럼비아대 연구팀과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항체 중화효과에 큰 차이가 보이질 않았지만 남아공발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는 백신의 항체 중화효과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바이러스의 스파이크단백질 484번과 501번 위치에 변이가 발생한 다른 바이러스들에 대해서도 백신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마이클 다이아몬드 워싱턴대 의대 교수(면역학)는 “이번 발견은 실험실 수준의 연구결과이기는 하지만 백신이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에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는 빠른 접종으로 변이를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며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의 치료법도 일부 조정이 필요할 것”라고 말했다.오스트리아 과학아카데미 분자의학연구센터와 빈대학 바이러스학연구센터를 중심으로 스위스, 러시아 과학자들이 참여한 공동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 분리주 747개로 심층 염기서열 분석한 결과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처리하는 역할을 하는 면역T세포의 활성화를 억제하는 변이 펩타이드가 발견됐다는 연구결과를 의학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면역학’ 4일자에 발표하기도 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 표면 단백질과 결합하는 펩타이드는 감염 세포를 파괴하는 면역세포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변이 바이러스에는 펩타이드가 결합하기 어려워져 바이러스의 활동을 억제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면역기능을 활성화시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막는 백신의 효과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앞서 연구를 주도한 세계적인 바이러스 학자 데이비드 호 컬럼비아대 교수는 “바이러스의 특성상 시간이 지날수록 변이는 계속 나타날 수 있는 만큼 현재 개발된 백신의 접종속도를 높여 집단면역을 형성해 바이러스 전파와 변이 가능성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시론] ‘매국노 고종’은 일제의 역사 왜곡이다/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전 국사편찬위원장

    [시론] ‘매국노 고종’은 일제의 역사 왜곡이다/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전 국사편찬위원장

    3월 26일은 영웅 안중근 순국일이다. 1910년 2월 14일 그는 뤼순 법정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사흘 뒤 법원장을 만난다. 그 자리에서 그는 목숨을 구하기 위해 상고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그렇게 하면 일본의 통치를 인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라고. 이어서 그는 이토 히로부미가 앞세운 동양 평화론의 거짓을 낱낱이 지적하면서 이토가 우리 황제의 ‘총명’을 이기지 못해 강제로 퇴위시켰다고 하였다(‘청취서’). 안중근 의사가 고종 황제를 평가한 귀중한 사료다.  최근에 고종을 매국노라고 지칭하는 책이 나왔다. 매우 선동적이다. 저자는 서문에 “누가 고종을 변호하는가?”, “고종은 악의 근원”이라고 했다. 무슨 억하심정으로 이런 폭언을 일삼는가? 안중근이 바로 고종 변호 1호라면 어떻게 답할 것인가?  이 책은 고종이 뇌물을 받고 신하들에게 ‘보호조약’을 체결하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2005년 한 일본 역사학자가 고종 황제 협상지시설을 내놓았다. 한국 측에서 이토가 황제의 저항 사실을 인멸하기 위해 사후에 ‘실록’ 기록을 조작한 것임을 낱낱이 밝혔다. 지금까지 일본 측에서 나온 반론은 없다. 고종이 뇌물을 받았다면 어찌 헤이그 평화회의 특사 파견이며, 강제 퇴위의 역사가 있었겠는가.  저자는 ‘주한 일본공사관기록’ 1905년 12월 11일자 하야시 공사가 가쓰라 총리에게 보낸 보고서에 근거해 고종이 뇌물을 받고 나라를 팔아먹었다고 주장한다. 11월 17일 ‘보호조약’ 강제 후 20여일 지난 뒤에 올린 사후 보고서다. 기밀비 10만원 중 2만원을 황제 쪽에 보냈다고 하지만, 황제가 직접 받았다는 말은 없다. 청일전쟁 때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일본 군부는 러시아가 주동한 삼국간섭으로 랴오둥반도를 내놓게 되자 뒷날을 도모해 한반도의 전신시설 관리를 위해 일본군 1개 대대의 한반도 잔류를 희망했다. 전신시설은 조선 정부가 시설한 것인데 저들이 제 것처럼 계속 쓰겠다는 것이다. 이노우에 가오루 공사가 성사를 위해 조선 왕실에 300만엔을 내놓았다. 고종은 크게 노하여 물리치고 일본군의 즉각 철수를 두 번, 세 번 명령했다. 수모를 당한 일본 군부는 이듬해 왕비 살해 만행을 저질렀다.  책의 저자는 고종을 비난한 서양인 기록도 활용했다. 서양인들 것이라고 다 옳은 것은 아니다. 나는 서양인의 평가라면 ‘코리안 레포지터리’(1896년 11월)에 실린 인터뷰 기사를 추천한다. 한국 체류 10년 된 호머 헐버트와 헨리 아펜젤러가 취재한 기사다. 감리교 닌드 주교가 서울에 와서 알현할 때 왕은 선교사들이 우리에게 신문명을 가르쳐 주는 선생님들이므로 더 많이 보내 달라고 말한 것을 소개했다. 이 기사는 우리 서양인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결코 잊을 수 없는 말씀이라는 평도 붙였다. 군주는 이 나라 최고 지식인으로 ‘개혁적’이라고도 했다.  고종 황제 무능설은 일제가 1905년 ‘보호조약’ 강제 후 저들의 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어 낸 것이다. 한국은 군주가 무능해 일본의 보호를 받게 됐다고 선전하기 위해서였다. 이때 죽은 지 오래인 대원군을 환생시켰다. 대원군은 서원 철폐를 단행할 정도로 개혁적이었는데, 왕과 왕비가 그를 실각시켜 몰락의 길을 걸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왕비 살해 만행에 대한 국제적 비난을 모면해 보려는 음흉한 수작도 붙였다. 일본인들이 왕비를 죽인 것이 아니라 대원군이 왕비를 없애려는 것을 보고 조선의 장래를 위해 도왔을 뿐이라고 했다.  ‘고종실록’은 조선총독부가 편찬한 것으로 1904년 러일전쟁 이후 기록은 저들에게 유리한 것들로 채웠다. 이를 활용하는 데는 전문적 통찰력이 필요한데 이 책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고종 죽이기에 급급해선지 사료를 잘못 읽은 곳이 한둘이 아니다. 미숙한 책의 폭언을 취해 시국을 비판하는 논설까지 언론에서 몇이나 나왔다. 어리석은 역사 남용이다.  광복 70여년에 아직도 일제 역사 왜곡의 덫이 작동하다니 어이가 없다. 고종 죽이기는 미청산 상태인 한일 간 ‘과거사’ 문제 해결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고종은 강제로 퇴위당할 때 연해주 최재형 등에게 군자금을 보냈다. 그 돈으로 ‘대한의군’이 창설됐다. 안중근은 이 부대의 우장군이었다. 안중근은 이토 처단 후 신문 초기에 ‘이토 히로부미 죄악 15가지’를 서면으로 내놓았다. 후세 역사가라도 빼고 보탤 것이 없을 정도로 타당한 것들을 열거했다. 그의 ‘고종 황제 변호’를 누가 왈가왈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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