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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대표 대학생 선수, 선수촌에서 수업받고 학점 받는다

    국가대표 대학생 선수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도 선수촌에서 수업을 받고 학점도 챙길 수 있게 됐다. 교육부는 이번 학기부터 충북 진천선수촌에 입촌한 국가대표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체육대 이동수업을 처음 승인했다고 6일 밝혔다. 이동수업은 대학 학사 운영의 자율성 확대 방안의 하나로 지난해 5월 도입됐다. 국가대표 선수 등 통학이 힘든 특정 직군 학습자들을 위해 교수가 직접 현장을 찾아가 수업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국가대표로 선발돼 진천선수촌에서 생활하는 대학생 선수들이 선수촌 안에서 대학 수업을 받고 학점을 딸 수 있게 됐다. 현재 진천선수촌에는 한국체대를 비롯해 59개 대학 소속 229명이 국가대표 훈련을 하고 있다. 한국체대뿐 아니라 다른 대학 소속 선수도 학교 간 학점교류 협정으로 이동수업으로 취득한 학점을 인정받는다. 지난 2일부터 시작한 이번 학기 이동수업에는 운동역학 등 전공 4과목과 스포츠 영어회화를 비롯한 교양 3과목 등 모두 7개 강의가 개설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동수업 승인으로 국가대표 학생들이 경기력 저하 없이 학업을 병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고분양가 장사’ 끝… 제 발등 찍은 건설사

    아파트값 상승 기류를 타고 민간 아파트 공급 과정에서 고(高)분양가 장사를 하던 건설업체들이 독배(毒盃)를 마시게 됐다. 정부가 민영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적용 기준을 완화, 고분양가 책정에 제동을 걸기로 했기 때문이다. 특히 재건축·재개발사업이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2005년 4월 이후에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기준이 느슨해져 직접 규제를 받은 적이 없다. 다만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분양보증을 해주는 과정에서 높은 분양가를 책정하는 건설사에 대해서는 분양보증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간접 규제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확대 조치는 건설업계가 스스로 불러왔다. 그동안 건설사는 주변 시세를 감안, 눈치를 봐가며 분양가를 책정했다. 이 때문에 아파트값이 폭등할 때는 애초 계획보다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재건축·재개발사업 구조는 일반 분양분 아파트 분양대금과 조합원 분담금으로 사업비를 충당하는 구조라서 분양가를 높게 매기는 관행이 이어졌다. 하지만 다음달 말부터는 가격 폭등과 분양 열기를 틈타 지속적으로 분양가를 올려 왔던 관행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 적용될 분양가 상한제 기준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은 당장 적용 지역에 포함된다. 용산·마포·성동구 등 서울 도심 지역은 물론 성남 분당, 세종시 등도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비켜 갈 수 없다. 시세뿐만 아니라 최근 3개월 집값 상승률, 청약경쟁률 등을 생각해 적용 지역을 선정하기 때문에 현행 투기과열지구는 거의 해당된다고 보면 된다. 건설사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분양가를 낮추는 것 외에도 분양가 세부 항목을 공개해야 하는 부담도 따른다. 건설 원가를 모두 공개해야 하는 것과 같은 수준의 압박으로 받아들여진다. 재건축·재개발사업이 지지부진해져 일감이 줄어드는 부작용도 따를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 주택공급사업은 사실상 재건축·재개발에 한정됐다는 점에서 매출 하락과 수익률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은 청약과열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는데, 이 경우 인근 아파트 사업자의 분양가 상한제 적용 요건을 충족시키는 연쇄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사설] 세금을 보수로 받아 댓글 단 ‘민간인 팀장’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에 대학교수와 언론계 종사자, 대기업 간부 등이 민간인 외곽팀장을 맡아 활동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국정원이 지난달 21일 검찰에 수사 의뢰한 외곽팀장 30명 대부분이 국정원 퇴직자나 보수단체 회원, 이명박 전 대통령 지지단체 회원들이었던 것과 달리 여론 주도층이 다수 포함돼 있어 파장이 만만치 않다. 국정원이 도대체 우리 사회의 어느 계층까지 동원해 여론을 얼마나 교묘하게 조작해 왔는지 검찰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할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전담 수사팀은 그제 국정원이 ‘민간인 댓글 팀장’ 18명을 추가로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수사 의뢰된 민간인 팀장은 모두 48명으로 늘어났다. 추가로 수사 의뢰된 사람들 중에는 한국 홍보 전문가로 활동 중인 유명 대학교수와 지역 방송사 계약직 아나운서, 온라인매체 기자 등 언론계 종사자, 대기업 간부, 대학생 등 각계각층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대부분 2010~2012년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활동해 왔다고 한다. 검찰이 밝힌 국정원의 민간인 댓글 팀장 운영 수법을 보면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는다. 국정원은 수사 가능성까지 고려해 이 민간인 팀장들에게 대처 요령을 정기적으로 교육하는 등 보안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고 한다. 검찰에 따르면 국정원은 선발에 앞서 외곽팀장과 팀원의 신원을 직접 파악하고, 대포폰(차명폰)으로 팀장들과만 접촉하는 등 점조직 형태로 운영했다고 한다. 성과에 따라 국민의 세금으로 보수를 지급했다고 하니 팀장들이 경쟁적으로 댓글을 썼을 것은 불을 보듯 빤하다. 검찰은 이번 주부터 외곽팀장 18명 중 핵심 인물들부터 차례로 불러 조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에 거론된 일부 인사는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시시비비는 검찰 수사를 통해 조만간 밝혀질 것이다. 검찰은 2009년 5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국정원 심리전단 산하 사이버팀이 운영해 온 민간인 외곽팀장 30명 이외에 국정원이 추가 수사 의뢰한 내용을 토대로 여론 조작 사건을 철저하게 수사해 더는 의혹이 남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아무리 개인 차원의 가담이었다 하더라도 대학과 언론기관, 대기업 등 공공성이 강조되는 기관들과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윤리의식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
  • [北 6차 핵실험] “핵·ICBM 완성 최종 단계 과시하려… 北, 추가 핵실험·미사일 도발 예상”

    [北 6차 핵실험] “핵·ICBM 완성 최종 단계 과시하려… 北, 추가 핵실험·미사일 도발 예상”

    “위협 강도를 높여 미국과의 협상에서 양보를 얻어내려 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북한 핵 및 미사일의 진전으로 전략적으로 어려움에 처하게 됐고요.”한반도 전문가인 오쿠조노 히데키 일본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북한의 이번 핵실험의 의도와 의미를 이렇게 정리하면서 북한이 탄도미사일 실험과 추가 핵실험을 반복해 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또, 핵과 미사일로 한·미·일 등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 수위를 더 높여 나갈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완성도가 최종 단계에 왔음을 과시하려 한다”며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대내적으로는 김정일 체제의 내부 결속력을 강화하는 효과도 있다고 봤다. 오쿠조노 교수는 “북한의 궁극적인 목표는 미국과의 불가침협정 체결, 한반도에서 미국 배제 등”이라면서 “미국을 직접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는다면 이런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핵의 소형화와 대륙간탄도탄의 기술적 완성도를 높여 나가는 데 총력을 다할 것으로 봤다. 그는 “북한은 이 단계까지는 미국 등과의 최종 협상에 응하지 않고 시간을 끌면서 탄도미사일 실험 및 추가 핵실험도 계속 강행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및 러시아의 대북 제재 등은 이번 6차 핵실험에도 불구,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과 중·러 사이에는 메울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하고 중·러는 북한을 대미 협상 카드로 보기 때문에 실질적인 대북 공조도, 의미 있는 제재도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북한 핵시설 등에 대한 외과적 공격 등 제한적인 군사행동도 어려울 것으로 봤다. 미국 국내 정치가 혼란스럽고, 한국뿐 아니라 일본도 미국의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을 받아들이기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미국의 군사 행동은 주일미군이 참여할 수밖에 없는데, 일본 내 미군 기지 등이 북한의 타격 목표가 된다. 한·일은 한반도 유사사태 때 함께 피해자가 된다는 점에서 전략적 대화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쿠조노 교수는 “일본의 우려 중 하나는 미국이 갑작스럽게 일본·한국과의 상의 없이 북한과 대화모드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최대한의 압력과 관여 정책을 구사해 온 터여서 언제든지 입장을 바꿀 수 있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예측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북한에 대한 ‘전면적인 석유 금수 조치’는 중·러의 반대로 현실적이지도 않고, 북한을 더 모험주의로 치닫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신 북한으로 유입되는 핵·미사일 기술과 부품 및 외화 자금을 더 철저하게 차단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내에 북한 핵에 대한 위기감이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와 관련해선 “‘설마 같은 민족에게 쏘겠느냐’는 낙관론이 강한 탓”이라며 “그러나 북한 위협 수위가 과거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핵 보유는 대만, 일본 등의 핵무장까지 부추기며 동북아 안보질서를 흔들고 있다”면서 “일본의 극우세력이 벌써 수면 아래에서 북한 핵에 맞서기 위해 핵을 보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내에서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공포와 불안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반작용이 가시화될 것이란 지적이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오쿠조노 히데키 교수 ▲53세 ▲NHK 기자·아사히신문 기자 ▲히로시마국제대학원 교수 ▲한국 동서대 국제학부 조교수
  • [속보] 국방부 “사드 발사대 4기 조만간 임시배치”

    [속보] 국방부 “사드 발사대 4기 조만간 임시배치”

    국방부가 4일 “사드 발사대 4기를 조만간 임시배치한다”고 밝혔다.국방부는 4일 환경부와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부지에 대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완료했다며 이와 같이 발표했다. 국방부는 “이미 정부에서 발표한 바와 같이 이미 배치된 일부 장비의 임시 운용을 위한 미측의 보완공사를 허용할 것”이라며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간 협의를 통해 잔여 발사대 4기를 조만간 임시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는 민주적, 절차적 정당성 및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미측에 공여키로 한 전체 부지에 대한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철저하고 엄정하게 시행한 후 그 결과를 반영해 사드체계의 최종 배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국방부는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커버 스토리] 아빠는 공무원… ‘엄마’가 됐어요

    [커버 스토리] 아빠는 공무원… ‘엄마’가 됐어요

    # 초짜 주부가 된 그 남자 홍철우(37) 서울 양천구 교통행정과 주무관(7급)은 오늘도 전쟁이다. 오전 7시 30분 잠에 취해 제대로 눈도 뜨지 못하는 두 아들을 깨운다. 여덟 살 진오는 그나마 일어나 옷도 입고 씻고 한다. 여섯 살 민오는 더 자겠다고 떼를 쓴다. 가까스로 깨워 옷을 입히고 씻긴다. 간단하게 아침을 먹이고 아이들 가방을 챙겨 8시 30분쯤 집을 나선다. 진오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걸 보고, 민오를 유치원에 데려다준다. 집에 돌아오면 9시 전후. 진오가 집에 오기까지 4~5시간이 남았다. 설거지를 하고 방을 청소한다. 잠깐의 여유를 위해 커피를 마신다. 왠지 초조하고 답답하다. 째깍째깍, 시간은 왜 이렇게 빨리 가는지, 벌써 진오가 올 시간이다. 오후 2시 30분 진오를 학원에 보내고 민오를 데리러 유치원으로 향한다. 아침에 언제 떼를 썼냐는 듯 아들이 아빠, 아빠를 연호하며 펄쩍 뛰어나와 품에 안긴다. 피로도 싹 가시고, 절로 얼굴이 밝아진다.# 아이와 있을 때 가장 행복한 그 남자 오후 4시 진오가 학원에서 돌아오면 두 아들과 함께 장을 본다. 해가 저물면 본격적으로 바빠진다. 두 아들이 잘 먹는 불고기도 하고 계란도 굽는다. 실력을 발휘해 볶음밥도 한다. 아이들이 잘 먹으면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르다. 설거지를 하고, 세탁기를 돌린다. 매일 빨래를 해도 매일 빨아야 할 옷이 나온다. 신기하다. 아이들과 함께 숙제를 한다. 내일 입을 옷과 가방을 챙겨 놓는다. 9시쯤 아이들을 재운다. 곁에서 동화책도 읽어 주고, 노래도 불러 준다. 아이들이 일찍 잠들면 모든 게 감사하다. 아이들이 잠들 때쯤 아내가 귀가한다. 홍 주무관은 지난 1월 1년간 육아휴직을 냈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진오를 돌보기 위해서다. 어린이집, 유치원과 달리 초등학교는 오후 1~2시면 수업이 끝나기 때문이다. 아내는 첫째와 둘째 출산 때 육아휴직을 이미 썼다. 처가는 제주이고, 자신의 어머니는 건강이 좋지 않아 아이들을 부탁할 처지가 아니었다. 홍 주무관은 “아이들 돌보는 게 직장에서 일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고 했다. “처음엔 서툴고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어 많이 힘들었습니다. 괜히 아이들에게 화도 많이 냈습니다.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건지 회의도 들곤 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들과 친밀감이 생기고, 아이들이 아빠가 곁에 있어 행복하다고 할 때 정말 보람을 느낍니다. 휴직하고 아이들을 돌보다 보니 아내가 육아휴직 기간, 지금은 커서 말이라도 통하지만 말도 안 통하는 갓난아이들을, 말 그대로 ‘독박육아’를 하느라 얼마나 힘들었을지 뼈저리게 알게 됐습니다. 힘든 기간을 잘 이겨낸 아내에게 미안하고 고마울 뿐입니다.” 홍 주무관은 “요즘도 아이들 밥 챙겨 주는 게 제일 어렵다”며 “할 수 있는 반찬도 몇 개 되지 않아 주로 볶음밥을 해 준다. 스팸이나 계란은 빠지지 않고, 일회용 카레나 짜장을 먹일 때도 있다”고 했다. 홍 주무관은 경제적인 면도 힘들다고 했다. 첫 석 달은 150만원, 나머지 아홉 달은 100만원이 나온다. 하지만 공무원 수당 규정에 따라 15%(복직 후 6개월이 지나야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를 제하고, 공무원 연금 30여만원을 떼고 나면 실수령액은 50만원 정도 된다. 그는 “공무원연금을 떼는 건 선택 사항인데, 복직 후 그동안 못 낸 연금을 일괄적으로 모두 내야 하기 때문에 유아휴직 수당에서 제하는 걸로 했다”며 “아내 급여로만 생활해야 해 아이들에게 제대로 해 주지 못하는 게 많아 마음 아프다”고 했다. # 직장맘들 리스펙트하는 그 남자 유창희(39) 고양시 아동청소년과 주무관(8급)도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들 승규를 위해 지난 2월 11개월간 육아휴직을 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해 온 아내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서다. 승규를 초등학교에 데려다주고 데려오고, 과제도 같이 하며 학교라는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유치원에 다니는 4살 된 딸 승아도 돌본다. 청소, 빨래, 설거지 등 집안일도 도맡아 한다. 평소 요리를 해 본 적이 거의 없어 아이들에게 밥이나 간식 챙겨 주는 게 가장 어렵다. 휴직 초기에는 소시지, 돈가스 등 가공식품을 주로 해 줬지만 요즘은 요리책이나 인터넷 요리 블로그 등을 보며 음식을 해 준다. 유 주무관은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지금 아니면 간직할 수 없는 추억을 쌓을 수 있어 좋고, 아이들이 아빠가 최고라고 할 때 보람을 느낀다”며 “우리나라 가정주부와 내 아내와 같은 ‘직장맘’의 노력과 희생에 존경과 응원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 승진보다 가족을 택한 그 남자 강병수(39) 서울 중구 안전치수과 주무관(8급)은 양가에서 육아 도움을 받을 상황이 아니었다. 부모는 일찍 돌아가셨고, 처가는 지방이었다. 지난 1월 3살 딸을 돌보기 위해 아내의 육아휴직이 끝나자마자 바로 뒤이어 했다. 1년 6개월을 채우고 지난 6월 복직했다. 강 주무관은 “아무래도 일적인 면에서 승진이 동기보다 늦어질 수밖에 없어 처음에는 갈등을 했다”며 “아내를 위하고 가정을 지키기 위해 휴직을 했는데, 아이와 하루 종일 같이 지내면서 친밀감과 유대감이 한층 더 커져 좋았다”고 했다. 공직사회의 육아 판도가 바뀌고 있다. 자녀를 위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당당한 아빠’들이 늘면서 보수적인 공직문화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남성 육아휴직 제도 도입 22년 만에 수십년간 남성 간부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면서 굳어진 ‘육아는 여성 몫’이라는 인식이 깨지고 있다. 일터 문화도 일 중심에서 일·가정 양립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 중앙부처 육아 휴직한 1507명의 그 남자 3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부처 44곳의 육아휴직자(교육공무원 제외)는 8021명이다. 여성공무원 6514명, 남성공무원 1507명이다. 여성 대비 남성 육아휴직 비율은 18.7%로, 2014년 14.4%, 2015년 15.8% 등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 전국 자치단체도 남성 육아휴직자가 중앙부처에 비해 적긴 하지만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광역자치단체 17곳의 육아휴직자는 8458명이다. 여성 공무원 7558명, 남성 공무원 900명으로, 여성 대비 남성 육아휴직은 10.6%를 차지했다. 2014년 7.7%, 2015년 8.8%로 꾸준히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 처음으로 10%를 돌파했다. 육아휴직제도는 1988년 남녀고용평등법을 통해 도입됐다. 남성 육아휴직은 1995년부터 가능해졌다.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년 이하 자녀가 있다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국가공무원법·지방공무원법 개정으로 2015년 11월부터 남성 공무원 육아휴직 기간도 1년에서 여성과 같은 3년 이내로 연장됐다. # 눈치 안 보고 육아휴직해도 된 그 남자 지난해 7월 1년간 육아휴직을 낸 경남도의 한 공무원은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남성들이 갈수록 늘고 있고, 동료들도 젊은 남성들의 육아휴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고 했다. 이어 “육아휴직을 하면 동료의 업무 부담이 가중될 것 같아 주저하곤 하는데, 육아휴직으로 자리가 비면 즉시 충원하는 제도가 도입되면 눈치 보지 않고 홀가분하게 육아휴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2013년 1년간 육아휴직을 한 공정거래위원회의 한 공무원은 “당시 남자 직원들이 육아휴직을 쓴 사례가 거의 없어 눈치가 보였는데, 상사나 동료들이 응원해줘 힘이 났다”며 “요즘은 남성 육아휴직이 일반화돼 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서울의 한 경찰 공무원은 “육아휴직 기간 아이에게 받은 행복은 그 어떤 물질적인 행복과도 바꿀 수 없다”며 “정말 권하고 싶다”고 했다. 전북도의 한 공무원은 “육아는 여성 몫이 아니라 남녀 공동 의무”라며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문화가 더욱 확산돼야 한다”고 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日 “북핵 상당히 진전… 새 단계 위협”

    방위상 “폭발 규모 70kt… 역대 최대급” 일본 정부는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을 긴장감 속에서 신속하게 대응했다. 북한이 최근 잇단 미사일 발사를 통해 진전된 탄도미사일 능력을 과시한 데 이어, 핵 능력의 비약적인 발전도 내보이면서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방위상은 이날 저녁 기자들에게 “북한의 이전 핵실험과 비교하면 상당히 큰 능력을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오노데라 방위상은 “지진 규모로 추산한 결과 폭발규모는 70kt으로 보인다”면서 “실제 수소탄이었는지 어떤지는 앞으로 분석한 결과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의 핵실험에선 역대 최대급이다. NHK는 “방위성이 이번 핵 실험의 떨림 규모가 상당히 커진 점 등을 근거로 핵 개발 능력이 상당히 진전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면서, “수폭 실험 여부를 포함한 분석을 서두르기로 했다”고 전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북한 핵실험에 대해 “우리나라 안전에 대한 중대하고 임박한 새로운 단계의 위협”이라고 말했다. 정부 대변인인 그는 “북한의 핵실험은 지역 및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현저하게 손상하는 것으로 도저히 용인할 수 없다”며 “중국 베이징 루트를 통해 북한에 엄중히 항의하고 가장 강한 말로 규탄했다”고 밝혔다. 스가 장관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끝난 뒤 두 번째 기자회견에서 “상세한 내용은 분석 중이지만 수소탄 실험이었을 가능성은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의 핵 능력이 미사일과 함께 빠르게 발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는 북한 핵실험에 따른 방사성 물질의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관계 각국과 연대해 모니터링 태세를 강화하라고 이날 지시했다. 일본 방위성은 먼지 채취 장치가 장착된 자위대 훈련기를 일본 주변 상공에 급파해 방사성 물질이 떠다니는지 확인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1시 9분쯤 “북한이 오늘 핵실험을 강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는 등 일본 정부는 긴박하고 신속하게 움직였다. 아베 총리는 오후에 곧바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관계 각료회의를 소집해 강력한 추가 제재 방안을 논의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폭발력 50kt, 히로시마 원폭의 3배… 美·中 측정치는 15배

    폭발력 50kt, 히로시마 원폭의 3배… 美·中 측정치는 15배

    규모 5.7… 5차 때보다 5~6배↑ 나가사키 원폭보다 2.5배 강력 6.4 추정 땐 폭발력 335kt 달해 3일 감행된 북한의 6차 핵실험은 규모 5.7로 최종 판정됐다. 이는 지난해 9월 9일 5차 핵실험(5.04), 같은 해 1월 6일 4차 핵실험(4.8)을 훨씬 능가하는 규모다. 기상청은 5차 핵실험 때에 비해 발생한 에너지가 5~6배 큰 것으로 분석했다. 그동안 실시된 핵실험 가운데 폭발 위력이 가장 크다.군 전문가는 50㏏급 폭발력으로 분석했다. 50kt은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16㏏)보다는 3배, 나가사키 원폭(21kt)보다는 2.5배 더 강력하다는 얘기다. 규모 3.9였던 1차 핵실험(2006년 10월 9일)의 폭발력은 1㏏ 정도로 추정됐고, 규모 4.5였던 2차(2009년 5월 25일)는 3~4㏏, 규모 4.9의 3차(2013년 2월 12일)는 6~7㏏, 북한이 수소탄 시험이었다고 주장한 4차는 6㏏, 한·미 정보 당국이 증폭핵분열탄으로 추정했던 5차는 10㏏으로 평가됐었다. 따라서 최초 핵실험 이후 11년 만에 폭발 위력이 50배 정도 커진 셈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이 추정하는 규모 6.3~6.4가 맞다면 폭발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통상 규모 7.0일 경우 1메가t으로 분석한다. 기상청의 진도 규모 계산 방식에 따르면 규모 6.3일 때는 254kt, 6.4일 때는 335kt에 달한다. 이는 수소탄 여부를 판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군 전문가에 따르면 증폭핵분열탄의 경우 폭발력이 45~50㏏ 정도이고, 수소탄은 수백㏏에서 메가t급까지 가능하다. 따라서 이날 핵실험은 증폭핵분열탄과 수소탄의 경계선에 걸쳐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따라 우리 군은 원자탄(분열탄), 증폭핵분열탄, 수소탄 중 이번 핵실험이 어떤 종류에 해당하는지 정밀 분석에 나섰다. 크립톤이나 제논 등 핵실험 후 방출되는 방사성물질을 수집해 분석하는 방법도 있지만 북한은 이런 분석을 차단하기 위해 철저하게 핵실험 장소를 밀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소탄의 경우 중수소 등의 주입량을 조절해 폭발 위력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도 분석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우리 분석대로 50㏏급이라고 해서 수소탄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북한 주장대로 수소탄 가능성이 높은 것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이날 오전 공개된 호리병 또는 땅콩 형태의 수소탄 탄두는 표준적인 수소탄 형태인 것으로 우리 군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외형상 수소탄 형태는 갖춘 셈이다. 풍계리에선 규모 5.7의 지진이 발생하고서 8분 뒤 규모 4.6, 진원 깊이 0㎞의 대규모 함몰이 감지됐으며, 중국 지진국은 “붕괴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핵실험 움직임은 올 초부터 감지됐다. 이번 핵실험의 경우 5차 핵실험이 진행된 곳에서 좀더 북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5차 핵실험 때는 북위 41.30도, 동경 129.08도로 만탑산 정상 부근의 지하였는데 이번에는 동경은 같지만 북위 41.302도로 북쪽 방향으로 수백미터 정도 더 굴착한 것으로 추정된다. 풍계리에는 모두 3곳의 갱도가 있는데 한·미 정보 당국은 1번(동쪽), 2번(북쪽), 3번(서쪽)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중 1번 갱도에서 1차 핵실험이 진행됐고, 2차부터 5차까지는 2번 갱도에서 실시됐다. 2번 갱도를 차츰 전진시키면서 핵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5차 핵실험 장소도 4차 핵실험 장소에서 북동쪽으로 400여m 떨어져 있다. 한·미 정보 당국이 2번 갱도를 주목해 왔던 이유다. 박홍환 전문기자 stinger@seoul.co.kr
  • 낮-밤 바뀌는 교대근무자, 살 더 찌고 감량 어려운 이유 (연구)

    낮-밤 바뀌는 교대근무자, 살 더 찌고 감량 어려운 이유 (연구)

    낮과 밤이 바뀌는 교대근무를 하는 사람일수록 몸무게 감량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밝혀졌다. 미국 텍사스 주립대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 싸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 연구진은 실험용 쥐 8마리를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했다. 이들 쥐에게 5주간 고지방의 식단 및 낮에 주로 활동하고 밤에는 잠을 자는 ‘낮 주기’를 유지하게 했고, 이후 5주간은 같은 식단을 주되 낮밤을 번갈아가며 활동하는 사이클을 유지하게 했다. 이후 혈액검사를 실시한 결과 지방을 태우는 것으로 알려진 NFIL3 단백질에 변화가 생긴 것을 확인했다. 낮 주기를 이어가는 동안에는 NFIL3 단백질의 활동이 더욱 활성화 되고 신진대사가 안정화돼 있었지만, 낮-밤주기를 이어가는 동안에는 이와 반대의 현상이 나타났다. NFIL3 단백질의 활동성이 낮아지는 것은 결국 신진대사의 저하뿐만 아니라 지방을 태워주는 기능이 약해짐으로서 비만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NFIL3 단백질이 낮과 밤의 생물학적 주기에 영향을 받으며, 이것이 신진대사에 영향을 미쳐 지방이 체내에 흡수되거나 장기에서 방출되는 것에 변화를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결과는 낮과 밤이 바뀌는 일상생활이 비만이나 운동부족, 과잉영양 등의 생활습관으로 나타나는 대사성질환인 당뇨병과 고혈압, 심장병 등을 유발하는 원인을 설명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야간근무로 낮과 밤이 바뀌는 것이 비만과 당뇨병 등만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6월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프레드 허친슨 암 연구 센터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야간 근무 노동자는 인체가 DNA 손상을 복구하지 못해 암을 유발하는 돌연변이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사람들이 밤에 일할 때 DNA 조직 복구의 부산물인 화학물질을 80% 더 적게 생산하며, 이는 낮 시간에 잠을 자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훨씩 부족해서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당시 연구를 이끈 파빈 바티 박사는 “야간에 깨어 있을 경우 산화된 DNA를 치료하고 제거하는 능력이 감소된다. 이러한 상태로 오랜 시간이 지날 경우 신체 여러 부위에서 암의 위험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사진=포토리아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해?…하수구 저널리즘과 알 권리의 경계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해?…하수구 저널리즘과 알 권리의 경계

    1997년 8월 31일 프랑스 파리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다이애나 스펜서 전 영국 왕세자비. 이미 찰스 왕세자와 이혼한 뒤였지만 그녀를 향한 대중의 관심은 높았고, 그녀는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도 파파라치의 카메라를 피해 다녀야만 했다. ● 다이애나 사망 20주기, 공인의 사생활 보도 논란에 불 지핀 언론 지난 31일로 다이애나 사망 20주기를 맞았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편히 쉴 수 없다. 언론이 끊임없이 자신의 삶을 헤집고 들춰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6일 영국 준공영방송 채널4가 방송한 ‘다이애나 다큐멘터리’는 공인의 사생활 보호와 언론의 국민 알 권리 보장 논란에 불을 지폈다.해당 다큐멘터리는 다이애나가 생전 연설 능력 향상을 목적으로 찍은 영상으로 구성됐다. 여기에는 찰스 왕세자와의 불화, 왕실 경호원과의 불륜, 그리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의 갈등 등이 솔직하게 담겨있다. 다이애나 측근들은 사생활 침해라며 방영 취소를 요구했다. 유족이 받을 상처도 염려했다. 그러나 채널4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는 명분으로 예정된 날짜에 방송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영국 공영방송 BBC는 이보다 10년이나 앞선 2007년 다이애나의 사생활이 담긴 영상을 입수하고도 공개하지 않았다. 채널4의 판단과 달리 아무리 공인이더라도 그저 사생활에 대한 것이라면 ‘공적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공인의 사생활과 알 권리라는 두 가치의 충돌은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논란의 대상이 됐다. 공인의 사전적 의미는 ‘공직에 있는 사람’을 뜻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중에게 이름이 알려진 사람’ 정도로 통용된다. 그래서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등이 음주운전을 하거나 폭력 시비에 휘말리면 ‘공인으로서’ 잘못을 사죄한다. ‘알 권리’는 법에 명시된 개념은 아니지만 통상 국민이 정치·사회·경제 등 공적인 영역에 대한 정보에 접근하거나 이를 요구할 권리 등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명시한 헌법 제21조에 근거해 알 권리를 국민이 요구하고 국가가 지켜야 할 헌법적 가치로 두고 있다. 우리 사회는 공인의 정의 자체도 광범위하면서도, 공인의 사생활은 그저 알 권리 보장이라는 주장에 짓눌리며 발가벗겨졌다. 최근의 사례로는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리얼스토리 눈’의 배우 송선미 남편 장례식장 몰래카메라 방송이 대표적이다. 송씨는 피살된 남편의 장례식과 관련해 언론에 보도 자제를 요청했고, 대부분의 매체가 요청을 받아들였지만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은 장례식장에 몰래 출입해 영상까지 담아 방송했다.방송 직후 MBC와 제작진은 여론의 거센 뭇매를 맞고서야 유족에게 사과하고 논란이 된 장면을 삭제했다. 이는 단순히 과잉취재·보도 논란을 넘어 우리 사회가 바라보는 공인에 대한 관점이 점차 사전적 의미와 가깝게 좁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과거에 비해 언론 보도에 비판적인 수용자가 늘어나면서 사생활 보호에 대한 대중의 요구 또한 커졌음을 시사한다. ● 프랑스 “사생활이 공직과 무슨 상관?” 공인의 사생활 보도 논란과 관련해 주목 받는 국가로는 프랑스가 꼽힌다. 대체적으로 개인 생활과 공직자로서의 능력은 분리해서 본다.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은 1981년과 1988년 두 차례 당선될 정도로 프랑스인들의 신망을 얻었다. 1984년 주간지 파리 마치는 그에게 혼외 딸이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러자 다른 언론사들의 비판이 잇따랐다. 르몽드는 “그래서 어떻다는 말이냐”라고 반문했다. 르 피가로도 ‘하수구 저널리즘’이라면서 사생활 보도를 비판했다. 올해 프랑스 대통령으로 당선된 에마뉘엘 마크롱은 39세다. 그의 부인 브리지트 트로뉴는 현재 64세로 마크롱과는 25살 차이가 난다.마크롱이 고등학교 재학 시절, 스승과 제자 사이로 만났다. 트로뉴는 당시 기혼 상태였다. 아이가 셋이었고, 그중 맏이는 마크롱과 같은 학년이었다. 한국사회에선 부도덕하게 보일 수 있는 관계가 프랑스에선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 채동욱의 혼외자, 그리고 여성 대통령의 사생활 한국에서는 공인의 사생활 보호와 알 권리 충돌에 있어 이중 잣대가 적용되는 등 아직 확립된 문화는 없다. 정치권 혹은 언론의 이중 잣대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논란과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논란에서 두드러졌다. 조선일보는 2013년 9월 6일 1면 기사를 통해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에게 혼외 아들이 있다고 보도했다.채 총장이 고위공직자의 적합성을 판단하는 인사청문회에서 이를 밝히지 않았으며 혼외 관계의 여성과 아들이 사는 집의 전세자금을 마련해줬다면 재산 허위 신고에 해당한다고도 지적했다. 이는 검찰총장 업무와 직접적 연관성은 떨어지지만, 여론의 비난이 빗발쳤다. 초등학생 아들이 다니는 학교 생활기록부까지 까발려졌다. 당시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에서 당선되는 과정에 국가정보원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었고, 정치권의 갖은 외압을 채 총장이 직접 막으며 수사팀을 이끌었지만 황교안 법무부 장관까지 나서서 채 총장 감사를 지시하면서 결국 자리에서 쫓기듯 물러났다.이후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을 통해 ‘채동욱 혼외자’ 보도에 앞서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채 전 총장은 이미 부도덕한 공직자로 낙인찍힌 뒤였다. ‘대통령 혼외 딸’ 보도 이후 프랑스의 상황과는 대조되는 대목이다. ● “대통령이기 전에 여성 사생활 있다”는 궤변 채 전 검찰총장 혼외자 보도에는 깊이 개입했던 박근혜 정부는 국민적 관심이 박근혜 당시 대통령으로 향하자 정반대의 입장을 취했다. 대한민국 권력 서열 1위인 대통령의 평일 집무시간 행적에 대한 언론과 국민의 물음에는 철저하게 입을 닫았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10시 31분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 완전히 침몰했지만 박 대통령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은 시간은 오후 5시 15분이었다. 그 7시간 동안 박 대통령이 세월호 승객 구조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떠한 지시를 내렸는지는 지금까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후 박 대통령 탄핵심판 변호를 맡은 유영하 변호사는 ‘대통령의 7시간’ 등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 “대통령이기 전에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이 있다는 것도 고려해 달라”고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국민 생명권을 보호할 책무가 있다. 이는 헌법재판소의 “직책을 성실하게 수행할 의무는 탄핵 심판의 판단 대상이 아니다”라는 판단에 따라 탄핵에 직접 인용되지는 않았지만, 탄핵 사유로 거론될 만큼 중대한 일이었다. ● 공론화를 통한 조정이 필요한 시점 공인의 사생활 보호와 알 권리 보장에 대한 자의적 선택에 대해 공론화를 통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전공 교수는 “한국은 지금까지 국민의 알 권리가 절대적 명제처럼 보장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알 권리를 내세워 선정적이고 비도덕적 보도를 일삼는 황색 저널리즘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공론화를 통한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반면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공직자의 경우 보도 내용이 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에 조금이라도 효용이 있다고 판단된다면 사생활이라도 보도할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신문협회의 ‘신문윤리강령 및 실천 요강’에는 “공익을 위해 부득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개인의 사생활을 보도·평론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되어있다. 또한 “공인의 사생활을 보도·평론하는 때에는 절제를 잃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도 존재하지만 사실상 사문화 된 게 우리 언론의 현실이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서동철 논설위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3만척 규모 용장성·몽골 막은 명량 물길…삼별초 오롯이 간직한 진도

    [서동철 논설위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3만척 규모 용장성·몽골 막은 명량 물길…삼별초 오롯이 간직한 진도

    전남 진도에 가려면 울돌목에 1984년 놓인 진도대교를 건너야 한다. 우리말 울돌목을 한자로 옮긴 것이 명량(鳴粱)이다. 그런데 외적(外敵)을 격퇴하고자 울돌목의 빠른 물살을 이용한 선조는 왜군(倭軍)에 대대적 승리를 거둔 이순신 장군과 조선수군에 그치지 않는다. 고려시대 원나라의 침략에 맞섰던 삼별초(三別抄) 역시 이곳을 방어수단으로 삼았다.배중손 장군이 지휘한 삼별초는 1270년(원종 11) 6월 1일 고려 왕족인 승화후 온을 왕으로 옹립하고 새로운 왕조의 출범을 선포한다. 6월 3일에는 1000척 남짓한 선박에 나누어 타고 강화도를 출발한다. 삼별초는 역시 명량대첩의 역사가 서려 있는 벽파진으로 진도에 상륙한 다음 용장산성에서 이듬해 5월까지 고려와 몽골의 연합군에 맞서 싸웠다. 오늘은 진도에 남은 삼별초의 흔적을 따라가 본다. 잘 알려진 것처럼 삼별초의 항전(抗戰)은 고려에 침입한 몽골과 그런 몽골에 복속을 선택한 고려 왕조에 반발했기 때문이다. 삼별초에는 다양한 시각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왕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국가를 좌지우지한 최씨 무신정권의 사병(私兵)이었다는 점에서 항전이 아닌 난(亂)으로 폄하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몽골 침략기 임시수도 강화에서 정규군과 삼별초의 역할을 구분 짓는 것은 쉽지 않다는 연구도 잇따르고 있다. 진도는 제주도와 거제도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이다. 진도를 돌아보면 섬답지 않게 상당한 규모의 농토가 곳곳에 흩어져 있음을 알게 된다. 여기에 품만 들이면 언제나 먹을거리를 제공해 주는 바다가 있으니 어느 시대나 크게 풍요로울 것은 없어도 크게 아쉬울 것도 없는 고장이었으리라 짐작하게 된다.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고려가 몽골의 침략에 맞서 강화도로 천도한 것은 내륙국가 군대는 수전(水戰)에 약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실제로 고려왕조는 몽골의 침략이 시작되자 고을을 버리고 산성(山城)과 도서(島嶼)에 들어가 싸우는 이른바 입보(入保) 전략을 폈고, 산으로 갔던 사람들도 더이상 버티기 어려워지면 다시 섬으로 옮겨 가는 양상을 보였다. 그런 점에서 진도는 장기 항전에 최적의 여건을 갖추었다고 해도 좋겠다. 진도는 최씨 정권과도 깊은 연관을 맺고 있었다. 최씨 정권은 경상도의 사천, 진주, 하동, 남해와 전라도의 군산, 화순, 보성, 강진, 순천, 진도 일대를 영지(領地)로 삼고 있었다. 한반도의 곡창지대를 망라한 꼴이다. 그런데 진도와 울돌목이란 개경이나 강화로 가는 경상도 세곡선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길목이다. 그러니 고려 조정의 시각에서 ‘진도의 반란군’이란 그 자체로 국가재정에 엄청난 손실을 불가피하게 만드는 존재였다. 삼별초에게 울돌목이란 몽골군의 침입을 막는 물길이자 세곡선을 단속하는 길목이었다. 흔히 최씨 무신 정권이라고 하면 최충헌과 최이, 최항, 최의 4대가 이어서 집권한 1196년(명종 26)부터 1258년(고종 45)까지를 말한다. 이 기간 동안 명종, 신종, 희종, 강종, 고종이 왕위를 잇기는 한다. 하지만 명종과 희종은 최충헌이 제 손으로 폐위하고 새로운 왕을 세웠으니 모든 권력은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최씨 무신정권의 3대 실력자 최항(?~1257)과 진도의 인연은 흥미롭다. 어린 시절 이름이 만전(萬全)이었던 최항은 순천 송광사에서 출가해 화순 쌍봉사 주지를 지내다 아버지 최우의 명으로 환속한 인물이다. ‘고려사’에는 ‘그때 최이의 아들인 승려 만전이 진도의 한 절에 머물고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불교국가 고려에서 승려란 곧바로 정치인이나 행정가와 동의어일 수밖에 없다. 순천이나 화순, 진도는 모두 최씨 정권의 땅이었다. 어머니가 창기 출신이었다는 비아냥이 따라다니는 최항이지만, 전라도 지역의 재산은 물론 경상도 지역에서 나오는 이익까지 철저하게 챙긴 결과 아버지의 인정을 받아 후계자로 등용된 것은 아닐까 추측하게 한다. 무신정권은 일찍부터 진도를 ‘강화도 이후’의 항전지로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진도 곳곳에 삼별초 유적이 있지만 용장성을 먼저 둘러보는 게 순리다. 둘레가 12.85㎞에 이르는 용장성은 해상 보급 통로 역할을 했을 벽파진에서부터 삼별초 본진이 머물렀을 궁궐터 및 용장사를 아우른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은 용장성이 3만 8741척(尺)이라고 했으니, 강화 고려외성의 3만 7076척보다도 큰 규모다. 울돌목 쪽으로 솟은 해발 229.2의 선황산은 망루 역할을 톡톡히 해냈을 것이다. 궁궐터는 목포대박물관이 2009~2010년 발굴조사를 벌여 전모가 드러났다. 경사지를 이용해 계단식으로 조성한 궁궐터는 고려·몽골 연합군에 쫓기던 삼별초가 허겁지겁 지은 건물터로 보기는 어렵다. 전각의 규모가 크다고 할 수는 없어도 계획적으로 조성된 왕궁터의 모습이다. ‘또 하나의 천도 계획’에 따라 일찍부터 조성된 것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궁궐터 왼쪽에는 용장사가 자리잡고 있다. 용장사는 고려시대 창건됐다고 하지만, 지금 보이는 절은 최근 지어진 것이다. 고려는 관사를 새로 지을 때는 주변에 절을 함께 짓곤 했다. 용장사도 용장성을 쌓고 궁궐을 지으며 함께 조성한 것은 아닐까. 극락전에는 고려시대 것으로 보이는 석불좌상이 있다. 왼손에 약합을 들고 있는 만큼 약사여래로 추정된다. 진도군이 용장사 아래 지은 용장산성홍보관은 삼별초의 역사를 성의 있게 보여 주고 있다. 패널을 꼼꼼히 읽고, 많지는 않지만 발굴조사에서 수습한 유물을 살펴보면 삼별초의 역사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왕궁터 주변을 돌아보다가 상당히 질이 좋은 청자 각항아리의 큼지막한 파편을 하나 주웠다. 삼별초 고위 지도자가 쓰던 그릇이 아니었을까.여기서 벽파진은 차로 10분쯤 달려야 한다. 벽파진 바위 언덕에는 1956년 세워진 ‘이충무공 벽파진 전첩비’가 우뚝하다. 그 아래 1207년(고려 희종 3) 처음 지은 것을 지난해 복원한 벽파정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벽파진에서 삼별초의 역사는 마음으로만 새겨야 한다. 삼별초가 왕으로 추대한 승화후 온의 것으로 전하는 무덤은 진도읍내를 지나 운림산방으로 가는 왕무덤재 너머에 있다. 제주도로 가는 금갑포로 이어지는 길이라고 하는데 용장산성에서부터 뒤쫓은 몽골장수 홍다구(洪茶丘)가 이곳에서 온을 참살했다고 한다. 금갑포 쪽으로 더 가면 삼별초궁녀둠벙이 있다. 여몽연합군에 쫓기던 삼별초 궁녀들이 집단으로 뛰어들어 목숨을 끊었다는 전설이 있다. ‘삼별초의 낙화암’이라고 할 수 있다.배중손 장군의 사당인 정충사(精忠祠)는 금갑포에서 국립남도국악원을 지나 남도석성 쪽으로 가는 길 중간 굴포리에 있다. 역시 여몽연합군에 쫓긴 배중손 일행은 이곳 뻘밭에서 최후를 맞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렇게 1년이 채 못 되는 삼별초의 진도 시대는 막을 내렸다. 김통정 장군이 남은 병력을 이끌고 제주도로 건너간 삼별초는 항파두성에서 항전을 이어 갔지만 결국 1273년 4월 28일 패망한다. 글 사진 dcsuh@seoul.co.kr
  • 한국의 잡스 찾아낸다… 29만명 등재된 ‘인재도서관’

    한국의 잡스 찾아낸다… 29만명 등재된 ‘인재도서관’

    미국 텍사스주 크기만한 행성이 시속 약 3만 5000㎞ 속도로 지구로 돌진하고 있다. 이 사실을 안 미국 정부가 인류 파멸을 막고자 행성에 약 250m 깊이의 구멍을 뚫고 핵탄두를 폭발시켜 쪼개는 방법을 고안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세계 최고 유정 굴착 전문가인 해리 스탬퍼(브루스 윌리스 분)를 찾아가 “우주왕복선을 타고 소행성 중앙으로 가 핵폭탄을 설치하고 돌아오라”는 작전을 부탁한다. 언뜻 봐서는 형편없어 보이는 ‘괴짜’ 해리와 그의 동료들은 고민 끝에 제안을 받아들이고 지구를 구하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아마겟돈’(1998년작)에서 보듯 정부가 예측 불가능한 위기 상황에서 어렵사리 해당 분야의 달인을 찾아내 “국가를 위해 일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할리우드 영화의 오래된 공식이다. 이는 미국 정부가 장기간에 걸쳐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의 목록을 확보해 꾸준히 관리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인재풀이 우리나라에도 있을까. 일반인에게는 낯설지만 우리도 유사한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바로 인사혁신처가 운영하는 ‘국가인재 데이터베이스’(www.hrdb.go.kr)다. ‘대한민국 두뇌 용광로’라고 불리는 국가인재DB를 살펴봤다.# 공무원 5만명·민간인 24만명 등록 국가인재DB는 김대중 정부 때인 1999년 중앙인사위원회(현 인사혁신처)가 만들었다. 당시만 해도 정부 고위직 인사는 대통령 등 인사권자의 자의적 판단이나 학연·지연 등에 따른 관행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더이상 주먹구구식 인사로는 대한민국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특정 직위에 가장 적합한 자격과 능력을 갖춘 인물을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는 인재정보 시스템이 필요해졌다. 국가인재DB는 사회 각계각층에서 활약하는 공무원과 우수 인재들의 경력과 능력에 대한 정보를 모아 놓은 도서관이라 할 수 있다. 올해 5월 기준 중앙부처 5급 이상, 지방자치단체 4급 이상 공무원 5만 930명과 국민 추천 및 자기 추천을 통해 등록된 민간인 24만 7301명 등 모두 29만 8231명이 등록돼 있다. 지금도 해마다 2만명 정도가 새로 등재된다. 사망자는 자동으로 말소된다.국가인재DB를 관리하는 인사처 인재정보담당관실은 각종 정보를 검색해 ‘국가인재’를 찾아낸 뒤 이를 DB화해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현행화)한다. 하루 평균 50~60명씩 국가인재를 발굴해 DB에 수록한다. 국가인재DB를 책임지는 김정일 인재정보기획관도 과거 행정고시(32회) 출신이자 민간 인사컨설팅 전문가로 국가인재DB에 오른 덕분에 지금의 자리를 맡게 됐다. 최근 인기 논객 유시민(58)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한 시사프로그램에서 국가인재DB의 존재를 언급해 화제가 됐다. 김 기획관은 “유 전 장관의 발언 뒤로 나를 대한민국 고위공무원 인사를 뒤에서 조종하는 ‘막후 실력자’로 생각하는 이들도 생겨났다”면서 “하지만 그가 말한 것처럼 국가인재DB에 한 개인의 모든 정보가 적나라하게 실려 있는 것은 아니다. 학력과 경력 등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근거해 제한된 수준의 정보만 입력된다”고 설명했다. # 숨은 고수 찾아 삼고초려 이들이 국가인재DB 관리만 하는 것은 아니다. 등재된 우수 인재를 필요한 자리에 배치하는 업무가 더욱 힘들다. 각 부처에서 자신들이 직접 구하기 힘든 인재가 필요할 경우 인사처에 ‘스카우트’를 요청한다. 그러면 인사처는 우선적으로 국가인재DB에서 적합한 인물을 3배수 정도 발굴해 해당 부처에 추천한다. 해당 부처는 인사처가 추천한 인재들을 직접 만나 확인한 뒤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문제는 DB에 등재된 이들 대부분이 현업에서 최고 능력을 발휘하고 있어 영입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지금의 위치에서 가장 잘나가는 이들이다 보니 이직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업계 최고 전문가 10명에게 연락해 공직을 제안하면 평균 1~2명 정도만 공직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 인사처 설명이다. ‘애국심’을 자극해 어렵사리 후보자를 설득해도 곧바로 가족의 반대에 부딪히곤 한다. 정부 고위직이라지만 연봉이 지금 받는 수준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해 배우자나 자녀가 달가워할 리 없다. 민간 전문가를 직접 발굴하는 ‘헤드헌터’ 김근호 사무관은 “특정 부처에서 고위직 인재 1명을 찾아 달라고 하면 최소 30~40명과 접촉해야 한다. 이들 모두에게 공직의 당위성을 설득하는 길고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최종 후보 3~4명을 얻는다”고 말했다. 에피소드도 다양하다. 청와대에 자기 프로필을 보내 총리나 장관 자리를 주선해 달라고 떼를 쓰듯 조르는 이들도 십수명이라고 한다. “나를 고용노동부 장관에 앉히면 100일 안에 질 좋은 일자리 1만개를 만들 수 있다”, “해양수산부 장관이 되면 임기 내에 그리스를 능가하는 선박강국으로 탈바꿈시키겠다” 등 다소 황당한 주장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자신의 진정성을 보여 주려고 모든 서류를 손으로 직접 써서 가져오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주기적으로 인사처에 전화해 “이번에 개각하던데 내가 들어가는 거냐”, “새 장관 후보자가 나만 못하던데 지금이라도 나로 바꾸면 안 되겠냐” 등 ‘웃픈’(웃긴데 슬픈) 이야기도 술술 꺼낸다. 정영학 사무관은 “이들의 말을 끝까지 다 들어준 뒤 마음을 다치지 않게 보듬는 것도 우리가 하는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 최고 전문가 영입, 공직사회 질 높여 그렇다면 국가인재DB 등을 통한 민간 인재 영입이 공직사회에 어떤 효과를 줄까. 좋은 민간 전문가는 공직사회 전체의 질을 높이는 ‘메기’ 역할을 한다는 게 인사처 생각이다. 이동규(72) 기상청 수치모델링센터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32년간 서울대 기상학과 교수를 역임하며 한반도 지형에 최적화된 기상예측 모델을 구축한 이 분야 최고 전문가다. 최근에는 한국인 최초로 지구과학 분야의 최고 권위상인 ‘엑스포드 메달’도 받았다. 국립정신건강센터장으로 일하는 이철(68) 전 울산대 총장도 민간 영입의 우수 사례로 손꼽힌다. 국가인재DB 관리 ‘베테랑’ 강동필 주무관은 “이분들은 더이상 돈이나 명예가 필요 없을 만큼 자신의 분야에서 세계적 성과를 거둔 분들”이라면서 “그럼에도 대한민국을 바꿔 보겠다는 소명의식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어 존경스럽다”고 했다. 민간 스카우트가 모두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공직사회의 경직된 분위기와 달라진 자신의 역할에 적응하지 못해 중도에 그만두거나 재계약을 포기하는 경우도 생긴다. 김근호 사무관은 “민간 분야 전문가 시절에는 업계 최고 권위자로 존경받으며 자신의 본업만 하면 됐지만 고위 공직자가 되면 직접 기획재정부와 국회, 시민단체 등을 찾아다니며 이들을 설득해 ‘예산을 따 오는’ 일이 가장 중요해진다.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들이 종종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 4차산업 리드할 ‘괴짜’를 찾아라 애초 국가인재DB는 고위 공직자를 발굴하기 위한 것이지만 최근에는 우리 사회 모든 분야의 숨은 고수들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사고 당시 구조·재난대응 분야 전문가를 찾지 못해 대한민국 전체가 혼돈에 휩싸였던 뼈저린 경험이 계기가 됐다. 우리 사회 ‘전문가 부재’ 현실을 절감한 정부는 영화 ‘아마겟돈’에서처럼 평소 민간 전문가 정보를 잘 관리해 뒀다가 예측 불가능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이들을 활용할 수 있도록 자료 축척에 나섰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각 분야 괴짜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무허가 민박업(에어비앤비)이나 자가용을 이용한 불법 택시영업(우버)이 불과 몇 년 사이에 전 세계의 판도를 바꾸는 비즈니스 모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려면 우리가 전혀 관심을 두지 않던 각 분야 전문가들이 융합된 인재풀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인사처는 강조한다. 김정일 인재정보기획관은 “국가인재DB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면서 “어느 분야에서든 스스로 전문가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주저하지 말고 정보를 올려 달라. 이미 DB에 등재된 분들도 꾸준히 정보를 업데이트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글 사진 세종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문재인·이재명 국적은 북한” 위키백과에 허위글 올린 50대男 벌금형

    “문재인·이재명 국적은 북한” 위키백과에 허위글 올린 50대男 벌금형

    지난 대선을 앞두고 ‘위키백과’에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성남시장 등을 북한 국적으로 허위 게시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대표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조의연)는 1일 공직선거법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모(53)씨에게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위키백과의 접근성이나 전파 가능성, 국내 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 양씨가 두 사람의 국적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변경한 건 사회적 평가를 저하하거나 선거인들에게 종북세력이라는 인식을 심을 수 있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이런 내용이 명백한 허위라 사람들이 오인할 가능성이 작고, 양씨가 직접 6시간 만에 해당 내용을 수정한 점, 선거에 미친 영향이 적은 점 등을 양형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양씨는 지난 2월27일 위키백과 문 대통령의 프로필 페이지에 접속해 ‘대한민국의 정치인이다’라는 설명 부분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정치인이다’로 바꿔 게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양씨는 또 이 시장의 페이지에도 ‘대한민국의 성남시장’이라는 내용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성남시장’으로 변경하고 인공기가 함께 드러나도록 표시하기도 했다. 중앙선관위는 이런 사실을 발견해 그를 검찰에 고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앉는 시간 하루 21분 줄이자 나타난 놀라운 변화 (연구)

    앉는 시간 하루 21분 줄이자 나타난 놀라운 변화 (연구)

    하루에 앉아있는 시간을 21분 줄이면 우리 몸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 핀란드 이위베스퀼레 대학 연구진이 133명의 회사원 및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했다. 실험 참가자들을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눈 뒤, A그룹은 인위적으로 근무시간 혹은 쉬는 시간에 앉아있는 시간을 줄이도록 지시했다. 예컨대 일하는 시간에는 어쩔 수 없이 앉아있더라도 커피를 마시는 등 잠시 쉬는 시간에는 반드시 서서 쉬도록 하고, 근무시간 외 여가시간에는 더 많은 신체적 움직임을 갖도록 유도했다. 반면 B그룹은 본래의 생활습관을 유지하도록 했다. 실험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난 뒤, A그룹은 실험 시작 전에 비해 하루 평균 21분을 덜 앉아있는 생활습관을 갖게 됐다. 연구진이 A그룹과 B그룹 모두의 혈액 샘플을 분석한 결과 A그룹의 혈당수치가 실험 전보다 현저하게 낮아진 것을 확인했다. 심장질환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콜레스테롤 수치도 이전보다 낮아졌고, 팔다리의 근육양은 오히려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반면 기존의 생활습관을 유지해 온 B그룹은 혈당이나 콜레스테롤 수치의 변화가 없었고, 팔다리의 근육양은 실험을 시작했을 당시보다 평균 0.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번 실험결과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앉아있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앉아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은 혈당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함으로서 당뇨나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자녀와 보내는 시간이 자신의 신체적 단련 시간과 관련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함께 운동하며 앉아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은 자신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온라인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8월호에 게재됐다. 사진=포토리아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해?…하수구 저널리즘과 알 권리의 경계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해?…하수구 저널리즘과 알 권리의 경계

    1997년 8월 31일 프랑스 파리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다이애나 스펜서 전 영국 왕세자비. 이미 찰스 왕세자와 이혼한 뒤였지만 그녀를 향한 대중의 관심은 높았고, 그녀는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도 파파라치의 카메라를 피해 다녀야만 했다. ● 다이애나 사망 20주기, 공인의 사생활 보도 논란에 불 지핀 언론 지난 31일로 다이애나 사망 20주기를 맞았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편히 쉴 수 없다. 언론이 끊임없이 자신의 삶을 헤집고 들춰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6일 영국 준공영방송 채널4가 방송한 ‘다이애나 다큐멘터리’는 공인의 사생활 보호와 언론의 국민 알 권리 보장 논란에 불을 지폈다.해당 다큐멘터리는 다이애나가 생전 연설 능력 향상을 목적으로 찍은 영상으로 구성됐다. 여기에는 찰스 왕세자와의 불화, 왕실 경호원과의 불륜, 그리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의 갈등 등이 솔직하게 담겨있다. 다이애나 측근들은 사생활 침해라며 방영 취소를 요구했다. 유족이 받을 상처도 염려했다. 그러나 채널4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는 명분으로 예정된 날짜에 방송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영국 공영방송 BBC는 이보다 10년이나 앞선 2007년 다이애나의 사생활이 담긴 영상을 입수하고도 공개하지 않았다. 채널4의 판단과 달리 아무리 공인이더라도 그저 사생활에 대한 것이라면 ‘공적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공인의 사생활과 알 권리라는 두 가치의 충돌은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논란의 대상이 됐다. 공인의 사전적 의미는 ‘공직에 있는 사람’을 뜻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중에게 이름이 알려진 사람’ 정도로 통용된다. 그래서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등이 음주운전을 하거나 폭력 시비에 휘말리면 ‘공인으로서’ 잘못을 사죄한다. ‘알 권리’는 법에 명시된 개념은 아니지만 통상 국민이 정치·사회·경제 등 공적인 영역에 대한 정보에 접근하거나 이를 요구할 권리 등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명시한 헌법 제21조에 근거해 알 권리를 국민이 요구하고 국가가 지켜야 할 헌법적 가치로 두고 있다. 우리 사회는 공인의 정의 자체도 광범위하면서도, 공인의 사생활은 그저 알 권리 보장이라는 논리에 짓눌리며 발가벗겨졌다. 최근의 사례로는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리얼스토리 눈’의 배우 송선미 남편 장례식장 몰래카메라 방송이 대표적이다. 송씨는 피살된 남편의 장례식과 관련해 언론에 보도 자제를 요청했고, 대부분의 매체가 요청을 받아들였지만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은 장례식장에 몰래 출입해 영상까지 담아 방송했다.방송 직후 MBC와 제작진은 여론의 거센 뭇매를 맞고서야 유족에게 사과하고 논란이 된 장면을 삭제했다. 이는 단순히 과잉취재·보도 논란을 넘어 우리 사회가 바라보는 공인에 대한 관점이 점차 사전적 의미와 가깝게 좁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과거에 비해 언론 보도에 비판적인 수용자가 늘어나면서 사생활 보호에 대한 대중의 요구 또한 커졌음을 시사한다. ● 프랑스 “사생활이 공직과 무슨 상관?” 공인의 사생활 보도 논란과 관련해 주목 받는 국가로는 프랑스가 꼽힌다. 대체적으로 개인 생활과 공직자로서의 능력은 분리해서 본다.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은 1981년과 1988년 두 차례 당선될 정도로 프랑스인들의 신망을 얻었다. 1984년 주간지 파리 마치는 그에게 혼외 딸이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러자 다른 언론사들의 비판이 잇따랐다. 르몽드는 “그래서 어떻다는 말이냐”라고 반문했다. 르 피가로도 ‘하수구 저널리즘’이라면서 사생활 보도를 비판했다. 올해 프랑스 대통령으로 당선된 에마뉘엘 마크롱은 39세다. 그의 부인 브리지트 트로뉴는 현재 64세로 마크롱과는 25살 차이가 난다.마크롱이 고등학교 재학 시절, 스승과 제자 사이로 만났다. 트로뉴는 당시 기혼 상태였다. 아이가 셋이었고, 그중 맏이는 마크롱과 같은 학년이었다. 한국사회에선 부도덕하게 보일 수 있는 관계가 프랑스에선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 채동욱의 혼외자, 그리고 여성 대통령의 사생활 한국에서는 공인의 사생활 보호와 알 권리 충돌에 있어 이중 잣대가 적용되는 등 아직 확립된 문화는 없다. 정치권 혹은 언론의 이중 잣대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논란과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논란에서 두드러졌다. 조선일보는 2013년 9월 6일 1면 기사를 통해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에게 혼외 아들이 있다고 보도했다.채 총장이 고위공직자의 적합성을 판단하는 인사청문회에서 이를 밝히지 않았으며 혼외 관계의 여성과 아들이 사는 집의 전세자금을 마련해줬다면 재산 허위 신고에 해당한다고도 지적했다. 이는 검찰총장 업무와 직접적 연관성은 떨어지지만, 여론의 비난이 빗발쳤다. 초등학생 아들이 다니는 학교 생활기록부까지 까발려졌다. 당시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에서 당선되는 과정에 국가정보원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었고, 정치권의 갖은 외압을 채 총장이 직접 막으며 수사팀을 이끌었지만 황교안 법무부 장관까지 나서서 채 총장 감사를 지시하면서 결국 자리에서 쫓기듯 물러났다.이후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을 통해 ‘채동욱 혼외자’ 보도 과정에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채 전 총장은 이미 부도덕했던 공직자로 낙인찍힌 뒤였다. ‘대통령 혼외 딸’ 보도 이후 프랑스의 상황과는 대조되는 대목이다. ● “대통령이기 전에 여성 사생활 있다”는 궤변 채 전 검찰총장 혼외자 보도에는 깊이 개입했던 박근혜 정부는 국민적 관심이 박근혜 당시 대통령으로 향하자 정반대의 입장을 취했다. 대한민국 권력 서열 1위인 대통령의 평일 집무시간 행적에 대한 언론과 국민의 물음에는 철저하게 입을 닫았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10시 31분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 완전히 침몰했지만 박 대통령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은 시간은 오후 5시 15분이었다. 그 7시간 동안 박 대통령이 세월호 승객 구조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떠한 지시를 내렸는지는 지금까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후 박 대통령 탄핵심판 변호를 맡은 유영하 변호사는 ‘대통령의 7시간’ 등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 “대통령이기 전에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이 있다는 것도 고려해 달라”고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국민 생명권을 보호할 책무가 있다. 이는 헌법재판소의 “직책을 성실하게 수행할 의무는 탄핵 심판의 판단 대상이 아니다”라는 판단에 따라 탄핵에 직접 인용되지는 않았지만, 탄핵 사유로 거론될 만큼 중대한 일이었다. ● 공론화를 통한 조정이 필요한 시점 공인의 사생활 보호와 알 권리 보장에 대한 자의적 선택에 대해 공론화를 통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전공 교수는 “한국은 지금까지 국민의 알 권리가 절대적 명제처럼 보장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알 권리를 내세워 선정적이고 비도덕적 보도를 일삼는 황색 저널리즘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공론화를 통한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반면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공직자의 경우 보도 내용이 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에 조금이라도 효용이 있다고 판단된다면 사생활이라도 보도할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신문협회의 ‘신문윤리강령 및 실천 요강’에는 “공익을 위해 부득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개인의 사생활을 보도·평론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되어있다. 또한 “공인의 사생활을 보도·평론하는 때에는 절제를 잃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도 존재하지만 사실상 사문화 된 게 우리 언론의 현실이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김현기 서울시의원 “도시 뉴딜정책 8.2대책으로 좌초 위기” 대책 추궁

    김현기 서울시의원 “도시 뉴딜정책 8.2대책으로 좌초 위기” 대책 추궁

    김현기 서울시의원(강남4, 자유한국당)은 8월 28일 제276회 임시회 시정질문에서 살충제 달걀 파동으로 천만 시민들의 불안감이 매우 높다고 강조하며 “서울시는 적발된 산란계 농가는 없지만, 유통과정에서 먹거리 안전에 대한 서울시의 역할이 전혀 안 보인다”고 지적하며, “메르스 사태처럼 순발력 있는 조치가 안 되는 사유가 무엇인가”고 따졌다. 또한 김현기 의원은 “시장의 역점사업인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정부의 8.2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좌초 위기에 직면했다”고 적시하며, “그 결과 정부가 매년 10조씩 5년간 50조를 투입하는 이 사업에 서울시는 완전히 배제됐다. 이른바 서울 패싱현상이 발생하여 정부 지원이 단절되는 치명타를 입었다”며 대책을 요구했다. 또한 “만약 서울시가 단독으로 계속 추진하면 정부 정책과 배치되고, 독자 추진 시 정책의 효율성 저하도 우려된다”며 신속한 대책을 촉구했다. 아울러 김 의원은 “공공이 공급한 임대 주택 중 ‘10년 임대 후 분양주택’ 입주 시민들의 분양가 산정 개선요구가 매우 높다”며, 이를 위해 “서울시의회에「공공주택 특별법」건의안을 발의했다. 또한 서울시도 함께 국토부에 건의하라” 며 시장에게 제안했다. 이밖에도 김 의원은 양재대로 체증해소 개선공사 사업비 확보, 위례-과천선 노선사업의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또한 수서 KTX역세권 개발, 행복주택 건립 취소와 서울의료원 강남분원 신축 약속을 지켜라고 강도높게 촉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국정원 댓글 유죄, 당시 靑 개입 여부 규명해야

    제18대 대선에 국가정보원 직원들을 동원해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파기환송심 선고에서 국정원법과 선거법 모두를 유죄로 인정했다. 어제 법원이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 원 전 국정원장에 대해 “특정 정당과 정당인을 지지하는 글은 정치 관여 행위로 볼 수 있다”며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한 것이다. 대법원이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낸 지 2년 만의 결론이다. ‘국정원 댓글’ 파문은 주지하다시피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12년 심리전단 직원들이 문재인 당시 후보를 비방하고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글을 인터넷 사이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재하면서 불거진 사건이다. 2014년 9월 1심 재판부는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판단했다가 2심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가 추가로 인정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5년 7월 사실관계 추가 확정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한 이후 지난 2년간 25차례 공판을 거듭하며 국민적 관심을 모았다. 재판부의 판결대로 공무원의 정치 중립을 정면 위반해 정치 관여를 하고 나아가 특정 후보자의 선거운동이란 지적이다. 1심 집행유예 판결과 관련해선 당시 김동진 부장판사가 법원 내부 통신망에 ‘지록위마’(指鹿爲馬)라고 공개 비판했다가 정직 2개월을 당했다. 법과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법원 내부의 목소리조차 침묵을 강요받던 암울한 시대였다. 재판부가 어제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함에 따라 검찰 수사는 새로운 차원에서 시작돼야 한다. 정권 유지와 재창출에 정보기관이 동원되고 국기 문란 행위에 국민 세금이 사용된 것은 국가의 통치 시스템을 허무는 중대 사건이다. 많은 국민들은 원 전 국정원장 단독으로 이런 엄청난 일을 저질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암묵적 지시 등 직간접으로 연루됐을 개연성이 높다. 실제 당시 청와대가 개입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2011년 국정원이 작성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장악’ 문건도 청와대 지시로 만들어진 사실이 확인됐다. 총선·대선에서 여당 후보 지원 방안을 마련해 청와대에 보고한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4년간의 재판 기간에 박근혜 정부에서 벌어진 수사 외압도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경찰과 검찰, 법무부의 고위층이 수사를 노골적으로 방해한 정황이 많다. 당시 윤석열 검찰 수사팀장은 좌천됐고, 채동욱 검찰총장은 혼외자 논란으로 옷을 벗었다. 청와대를 비롯한 정권 차원의 조직적인 개입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국정원의 정치공작 행태를 뿌리 뽑으려면 국정원뿐 아니라 당시 최고 권력들이 어떻게 개입했는지를 밝혀야 한다. 국가 정보기관의 헌법 유린 행위는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하게 규명해 처벌해야 한다.
  • 中 기밀서류 빼낸 링완청, 美서 여유롭게 골프

    中 기밀서류 빼낸 링완청, 美서 여유롭게 골프

    링지화(令計劃) 전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장의 동생 링완청(令完成)이 미국에서 골프를 즐기는 동영상이 공개됐다. 홍콩 명경망은 30일 링완청이 미국의 한 골프장에서 카트에 앉아 한가롭게 담배를 피우고, 골프화를 갈아 신고, 그린 주변에서 어프로치샷을 하는 장면이 담긴 유튜브 동영상을 보도했다.관영 신화통신 기자 출신 사업가인 링완청은 형 링지화가 2014년 12월 부패 혐의로 체포되자 미국 캘리포니아로 도피했다. 이번 영상은 그가 도피한 이후 처음으로 공개된 모습이다. 링완청은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의 비서실장을 지낸 형이 건네준 고급 정보를 이용해 미국에서 형의 구명 활동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지난해 “링완청이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중앙정보국(CIA) 등 정보기관에 중국의 핵 발사 암호, 최고위층의 집무실과 거주지가 모여 있는 중난하이 관련 정보 등 2700건의 기밀 문건을 넘겼다”고 보도했었다. 중국 공안부는 링완청이 국가 기밀을 대량으로 빼돌렸고, 10억 달러(약 1조 1200억원) 규모의 자금 세탁을 포함해 최소 3건의 부패 사건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며 미국에 송환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계속된 송환 요구와 현지에 파견된 중국 정보원들의 추적에도 불구하고 링완청이 유유히 골프를 즐기는 것으로 볼 때 미국 당국이 그를 철저하게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린 누리꾼은 “이 영상은 미국에 도피 중인 궈원구이 정취안 홀딩스 회장이 고용한 인물이 촬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재벌인 궈원구이는 미국으로 도피해 왕치산 기율위 서기 등 중국 지도부의 부패를 폭로해 왔다. 이 때문에 올가을 19차 공산당 대회를 앞두고 궈원구이와 링완청이 중국 정가를 뒤흔드는 폭로를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北위협론’ 日 전쟁가능국 변신에 득 된다?

    새벽부터 생중계·피란경보 발령… 아베 정권·헌법 개정에 도움 인식 美 천체물리학자 맥도웰 박사 “日상공 통과, 영공침해는 아냐” “괌 근처에 미사일을 발사해 미국의 ‘레드라인’을 건드리기보다는 일본을 뒤흔들면서 미국의 반응을 겨냥했다.” 지난 29일 새벽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일본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이소자키 아쓰히토 게이오대 준교수는 30일 “미국의 군사행동을 불러오지 않는 범위에서 미국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일본을 흔들고 미국을 움직이려고 한 것”으로 해석했다. 미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의 조너선 맥도웰 박사도 미국의소리(VOA)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걸 주저하지 않고 괌 인근에 미사일을 발사할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라면 북의 이번 도발은 의도를 십분 성취했다. 일본 정부의 대응과 반응은 전례 없이 ‘요란했다’. 북한이 쏜 발사체가 일본 열도 상공을 통과한 것은 5번째였지만, 피난 경보를 발령한 것은 처음이었다. 공영 NHK 등 거의 전 방송이 미사일 발사 및 진전 상황을 총리 및 관계 장관들의 입장설명과 함께 이른 아침부터 생중계하며 긴장감을 불어넣은 때는 없었다. 미국도 이 같은 분위기에 맞춰 ‘일본에 대한 걱정’을 쏟아냈다. 일본의 ‘유별난 대응’은 여러 이유로 설명된다. 우선 북한 미사일의 기술력이 향상돼, 위기감이 고조된 것으로 분석된다. 사거리가 미국령 괌까지 미쳐 일본 전역이 북한 핵 사정권 안에 들어와 있고 북한이 소형 핵탄두 생산을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체감이 크게 달라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아베 정권의 여러 상황이 ‘최대한의 긴장’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도 지적된다. 우선 헌법을 고쳐, 전쟁을 할 수 있는 교전권을 부활시키려는 아베 정부로서는 북한의 위협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편이 향후 정권 유지 및 헌법 개정 추진에 득이 될 것이라는 인식에서다. 잇단 학원스캔들로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는 아베 정권으로서는 북한위협론을 부각시키는 것이 나쁠 게 없다. 게다가 이번 사태를 통해 아베 총리와 각료들은 집권 세력이 국민 안전을 위해 상황을 면밀하게 관리·대비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한편 맥도웰 박사는 북한의 이번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해 비행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본 영공을 침범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상공 어디에서 우주가 시작되는지 국제적 기준은 없지만 일반적으로 50~150km 범위를 제시한다”면서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거의 수평으로 통과할 때는 고도가 550km에 달했다”고 말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현대차 中공장 부품사 또 납품 중단 ‘경고’

    현대차 중국 공장에 부품을 공급하던 프랑스계 협력업체에 이어 독일·일본·중국의 합작기업도 대금 미지급을 이유로 납품 공급을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해 공장 가동 중단 사태가 장기화할 전망이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독일 프로이덴베르크와 일본 바오링사가 중국 창춘자동차와 합작해서 만든 공기 여과기 제조 기업 ‘창춘커더바오’는 베이징현대차에 31일까지 밀린 대금을 주지 않으면 납품을 중단할 것이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따라 베이징현대차는 이 회사와 대금 지급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료탱크를 만드는 프랑스계 베이징잉루이제가 납품을 거부해 1주일 동안 중국 내 4개 공장 가동을 멈췄다가 30일 겨우 재가동에 들어간 베이징현대차로서는 또 다른 복병을 만난 셈이다. 이날 납품을 일부 재개한 베이징잉루이제와도 대금 협상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특히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현지 경쟁력 저하에 따른 판매 급감으로 지난달부터 적자로 돌아선 베이징현대차는 현재 두 달 이상 모든 협력업체에 자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두 외국계 회사에만 먼저 대금을 지급하면 다른 협력업체들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다. 업계 특성상 아무리 사소한 부품이라도 공급되지 않으면 라인 전체가 멈출 수밖에 없으며 그동안 협력업체들이 현대차에 최적화된 제품을 공급해 왔기 때문에 갑자기 다른 업체로 대체하기도 어렵다. 외국계 협력업체가 납품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두는 것은 현대차 외에 다른 자동차 회사에도 공급선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현대차만 바라보고 중국 현지에 공장을 세운 2000여개 한국 업체들은 매출의 90% 이상을 현대차에 의존하고 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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