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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국민소득 늘면 더 행복할까…당신은 지금 행복하십니까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국민소득 늘면 더 행복할까…당신은 지금 행복하십니까

    “행복이란 뭘까”라는 질문을 던지면 가족이나 친인척, 친한 친구 사이라도 대부분 ‘무슨 이런 뚱딴지같은 걸 묻지’라는 반응을 보일 것입니다. 성적, 인사고과, 차의 크기, 집값 등이 행복을 좌우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행복’에 대한 개념은 ‘백이면 백’ 모두 다를 정도로 주관적입니다. 그렇지만 경제정책, 복지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행복’을 객관화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양한 분석 도구와 지표를 만드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국민행복지수’(GNH)와 유엔에서 발표하는 ‘세계행복보고서’입니다.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는 나라별로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삶의 만족도 조사를 바탕으로 구매력 기준 국내총생산(GDP), 기대수명, 선택의 자유, 부정부패, 포용력, 사회적 지지 등 6개 변수로 행복을 정량화해 매년 발표하고 있습니다. GNH도 GDP 대신 국민들 삶의 질과 행복감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경제발전을 추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지표입니다. 2008년부터 공식 발표되고 있는데 부탄이 거의 매년 GNH 1위 국가로 꼽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 지표들은 기껏해야 1970년대 중반부터 쓰였기 때문에 한 나라의 행복 개념 변화를 장기적으로 파악하기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또 국민 특성, 지리적 특성들로 나타날 수 있는 행복에 대한 인식 차를 반영하지 않고 있어서 국가별 맞춤형 정책을 펴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그래서 영국 워릭대 심리학과, 세계경제 경쟁우위연구센터(CAGE), 브리스톨대 경제학과, 앨런 튜링연구소, 독일 노동경제연구소, 뮌헨 경제연구센터(CESifo) 공동연구팀은 1820년부터 2009년까지 약 190년 동안 발간된 책과 신문, 잡지 같은 인쇄물에 실린 데이터를 사용해 국민의 행복 수준을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를 만들어 생물학 및 행동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인간행동’ 15일자에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800만권이 넘는 책과 잡지, 문헌에 쓰인 단어를 빈도별로 묶은 말뭉치 데이터인 ‘구글 북스 코퍼스’를 활용해 미국, 영국, 독일, 이탈리아에서 쓰인 감정 관련 단어들의 사용 횟수와 시간에 따른 의미 변화를 분석했습니다. 사람들이 인식하지는 못하지만 당대에 발행된 문헌들에는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감정과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는 말뭉치들이 많이 쓰인다는 심리언어학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그 결과 연구진은 몇 가지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우선 국민소득 증가가 국민 행복도를 높이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경제발전으로 국민 행복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국민소득이 큰 폭으로 상승해야만 가능하다고 연구진은 지적했습니다. 또 평균수명이 1년 증가하는 것은 GDP 4.3% 증가와 맞먹는 행복도 상승을 가져다주며 전쟁은 GDP 30% 감소와 맞먹는 행복도 저하를 가져온다고 합니다. ‘2019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행복지수는 전체 156개국 중 54위입니다. 중상 수준이기는 하지만 경제 규모에 비해 낮은 것은 확실합니다.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들의 행복도도 높아질 것이라 생각하고 많은 사람들이 지난 세월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렸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를 보면 그리 행복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지금 행복하십니까.” edmondy@seoul.co.kr
  • ‘날 녹여주오’ 지창욱X윤세아 애틋 로멘스 ‘관심 집중’

    ‘날 녹여주오’ 지창욱X윤세아 애틋 로멘스 ‘관심 집중’

    ‘날 녹여주오’ 지창욱과 윤세아의 애절한 로맨스가 ‘찬란 커플’과는 또 다른 ‘찬영 커플’ 지지자를 생성하고 있다. tvN 토일드라마 ‘날 녹여주오’에서 20년 만에 냉동 상태에서 깨어난 마동찬(지창욱)과 그의 첫사랑 나하영(윤세아)은 20년 동안 멈췄던 사랑을 다시 시작하는 듯했지만, 서로의 마음이 엇갈려버렸다. 하영이 1999년 김홍석(정해균)의 설득으로 ‘냉동인간 프로젝트’에 대해 함구하고 그를 찾는 것을 포기한 사실이 밝혀진 것.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동찬은 자신이 가장 죄책감을 가졌던 하영에게 배신감을 느꼈다. 아련하고도 극적인 재회로 많은 이들의 멜로 감성을 자극했던 이들이었기에, 엇갈린 관계는 더욱 찡하게 다가왔다. 게다가 동찬에게 함께 냉동됐다 깨어난 고미란(원진아)의 존재는 또 다른 변수였다. 미란이 예능국 인턴으로 채용되면서 동찬은 자연스레 그녀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또한, 냉동실험의 부작용인 저체온 문제로 인해 그의 신경은 온통 미란의 몸 상태에 집중돼있었다. 하영 또한 미란의 존재를 의식하기 시작한 바. 자신과 이야기할 때와는 전혀 다른 온도로 미란과 투닥거리는 동찬 때문에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럼에도 하영은 보도국에서 동찬 외에 또 다른 냉동인간이 존재한다는 정보를 입수해 보도하려 하자, 단칼에 “세상의 특종 중엔 보도하면 안 되는 특종이란 게 있어”라며 이를 막았다. 동찬이 자신은 방송에 나와 냉동인간임을 고백해 모든 신상정보가 노출되어 어려움을 겪더라도, 또 다른 냉동인간인 미란 만은 철저하게 보호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영은 결심한 듯 동찬의 앞에 20년 전 그가 선물했던 반지를 끼고 나타났다. “그때부터 다시 시작해 보는 거야. 우리 사랑이 덜 끝났잖아”라며 자신을 등진 동찬을 붙잡은 하영. 마음 아픈 직진을 예고해 관심을 집중시켰다. 가장 사랑하던 사람에게 배신당했다는 생각에 그녀를 똑바로 볼 수 없는 동찬과 20년 동안 사랑하는 사람 없이 홀로 죄책감을 견뎌왔지만, 그런 그에게 외면당한 하영. 이들의 마음 아프고 애절한 관계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또한 20년이라는 세월 동안 벌어진 이들의 심리 간극은 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응원할 수밖에 없는 ‘찬영 커플’의 로맨스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tvN ‘날 녹여주오’는 매주 토, 일 오후 9시에 방송된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사설] 무책임하고 후진적인 후쿠시마 방사성 폐기물 관리

    제19호 태풍 하기비스로 일본 후쿠시마현 다무라시에서 임시 보관 중이던 방사성 제염 폐기물이 무더기로 유실됐다. 그제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임시보관소에 있던 1톤 안팎 크기의 방사성 폐기물 자루 2667개 중 상당수가 인근 하천 후루미치가와로 유실됐다. 그 가운데 10개를 회수했다고 밝혔을 뿐 얼마나 유실됐는지, 어디로 향했는지조차 일본 정부는 함구하고 있다. 특히 방사성 폐기물들은 그동안 흔히 사진으로 보이던 2차 포장까지 한 상태가 아니라, 1차 포장만 한 상태로 알려져 방사능 오염의 확산이 불을 보듯 뻔하다. 다무라시에만 이런 방사성 폐기물 임시보관소가 95곳이나 있다.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2015년에도 400여개의 원전 폐기물 자루가 무더기로 유실된 적이 있다. 일본 정부가 얼마나 무책임하고 허술하게 방사성 폐기물을 관리하고 있는지 일본의 후진성을 여실히 보여 주는 대목이다. 당장 일본 자국인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가 됨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는 국가 단위를 뛰어넘는 문제다. 방사성 폐기물이 유실된 후루미치가와는 중간에 다른 강에 합류하며 태평양으로 이어진다. 결국 방사능 오염수 못지않게 전 세계 인류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음을 뜻한다. 이처럼 불철저하면서도 폐쇄적인 방사성 폐기물 관리로는 방사능 오염의 확산을 막을 수 없다. 일본 정부는 원전 사고 이후 폐기물 관리 등 여러 측면에서 자신들의 실패 및 능력 부족을 솔직히 인정하고,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맞다. 한국 또한 일본이 도움을 요청한다면 이웃 국가로서 원자력 연구 인력이나 폐기물 관리 기술, 비용 등의 측면에서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잡아 줘야 한다. 인류를 향한 범죄적 결과가 더이상 지속되지 않도록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 [명예기자가 간다] ‘불나면 대피 먼저’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것 없다… 시대 맞춰 변하는 화재 캠페인

    [명예기자가 간다] ‘불나면 대피 먼저’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것 없다… 시대 맞춰 변하는 화재 캠페인

    “아~아~ 이장입니다. 순이네 작은 딸내미가 서울에서 전화했슈. 순이 아버지 빨리 와서 전화받으슈.” 1970~80년대 시골마을 동네 스피커에서 흔히 듣던 방송이다. 모든 국민이 휴대전화를 갖고 있는 지금은 까마득한 옛날이야기로 들린다. 하지만 1980년도만 해도 100가구당 7가구 정도만 유선전화를 보유했으니 가능했던 일이다. 그럼 불이 나면 어땠을까. 전화가 충분치 않으니 당연히 신고가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119 신고번호조차 모르거나 소방차가 출동하면 벌금을 낸다는 잘못된 상식으로 신고를 주저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다 보니 소방홍보의 중점은 ‘화재신고는 119’였다. 1980년대 후반이 되면서 유선전화보급률이 크게 높아지고 화재신고도 빨라져 신고방법과 소화기 갖기 운동에 중점을 뒀다. 이것이 과거 반세기 동안 중점을 둔 대국민 소방 캠페인이었다. 2000년대 한 가지 더 추가된 것은 바로 방마다 화재경보기를 설치하자는 운동이다. 소방홍보도 환경에 따라 점차 변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부터 적극 홍보 중인 건 ‘불나면 대피 먼저’이다. 화재 시 행동요령에 대한 국민의 인식도를 알아보려고 설문조사를 해 보니 예상처럼 국민의 절반 정도가 불이 나면 우선 119에 신고하거나 소화기로 불을 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대피 먼저 해야 한다는 답변은 20% 정도에 불과했다. 우리는 그동안 대형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안전불감증이라는 수식어로 스스로를 비판해 왔지만 국민의 수준이 그 정도로 낮은 것만은 아니다. 인구수에 대비한 화재사망자만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미국과 일본의 절반 수준이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한 가지 과제가 있다. 한 번의 화재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대형 화재를 없애는 것이다.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빠른 대피를 우선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요즘의 건축물은 구조가 복잡한 복합용도 건물이 많을 뿐 아니라 불이 붙으면 급속히 타며 유독가스를 내뿜는 가연성 내장재의 사용도 증가했다. 과거보다 신속히 대피해야 하는 이유다. 환경이 변하면 정책도 따라서 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소방홍보사업만큼 소위 가성비가 높은 분야도 드물다. 1억원을 들인 홍보로 몇 명만 더 살릴 수 있다면 예산 투자 대비 몇 배의 효과를 거둔 것이 된다. 소방청이 ‘불나면 대피 먼저’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이는 이유는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박광찬 소방청 대변인실 소방령
  • [관가 인사이드] 질병·업무 연관성 직접 입증하라고?… 두 번 우는 공무원 유족들

    [관가 인사이드] 질병·업무 연관성 직접 입증하라고?… 두 번 우는 공무원 유족들

    급성 백혈병으로 숨진 주핀란드 대사 이번주 ‘순직 청구’ 인사혁신처에 접수 사무직 특수질병으로 인정 사례 없어 소방직도 질병 관련 승인율 57% 불과 정부 엄격한 판단 잣대에 소송도 늘어 재판서 30%가 공무상 재해·순직 인정 “정부 ‘입증 책임’ 직접 져야” 요구 커져지난 4월 급성 백혈병으로 현지에서 숨진 문덕호 전 주핀란드 대사의 순직 인정 여부가 다음달 결정됨에 따라 관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전 대사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다 백혈병으로 숨졌지만, 발병과 업무의 연관성을 유족이 직접 의학적으로 입증해야 하기에 순직으로 인정받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전언이다. 특히 문 전 대사처럼 사무직 공무원이 백혈병 등 특수질병으로 공무상 재해 또는 순직을 인정받은 사례가 거의 없기에 이번 문 전 대사의 순직 승인 여부가 향후 새로운 전례가 될지 주목된다. 15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문 전 대사의 순직 인정 청구가 이번 주 인사혁신처에 접수됐다. 인사혁신처는 다음달 중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심의회)를 열고 문 전 대사의 순직 인정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심의회는 위원장과 위원 11~15명으로 구성되며 위원의 절반 정도가 의사 등 민간 의료인으로 채워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문 전 대사가 업무상 과로와 핀란드 의료 환경의 상이성, 동계 기후의 특수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숨졌다고 판단, 순직이 인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 전 대사는 지난해 11월 주핀란드 대사로 부임할 당시 주요 외교 일정과 국내외 이슈들이 몰려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4월 14일에는 핀란드에 총선이 있었고 6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북유럽 3개국 순방이 예정돼 문 전 대사는 4월 30일 숨지기 직전까지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 문 전 대사는 지난 4월 건강 이상으로 현지 병원을 찾았으나 병원에서는 축농증으로 진단하며 상태를 지켜보자고 했다. 하지만 2~3일 후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자 지난 4월 22일 종합병원에 입원했고 골수검사와 조직검사 등을 통해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으나 8일 만에 숨을 거뒀다. 한국은 1차 병원에서 종합병원으로의 이원이 용이하고 신속하지만 핀란드는 이원이 비교적 쉽지 않아 문 전 대사가 치료 시기를 놓쳤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아울러 핀란드는 11월에 본격적인 겨울철에 접어들면서 일조량이 감소하고 온도가 하강함에 따라 비타민D 부족과 독감 등으로 백혈병이 발병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된다. 문 전 대사가 핀란드의 특수한 기후환경에 적응할 틈도 없이 과중한 업무를 수행함에 따라 면역력 저하로 결국 급성 백혈병을 얻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하지만 암, 백혈병 등 특수질병의 발병과 업무 간 연관성을 입증하기 까다롭고 입증 책임도 본인에게 있어 문 전 대사뿐만 아니라 다른 공무원들도 순직이나 공무상 재해를 인정받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방청에 따르면 소방공무원의 경우 최근 5년간 공상 승인 비율은 90.3%지만 2016~2017년 암 등 특수질병 관련 공상의 승인율은 57%에 불과했다. 특히 문 전 대사와 같은 사무직 공무원이 백혈병으로 순직을 인정받은 경우는 극히 드물기에 순직 인정이 불확실하다고 외교부는 판단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순직 내지 공무상 재해를 승인하는) 심의회에 의료인이 절반가량 들어가고 주로 의학적으로 판단하기에 대부분 비의료 전문가인 공무원들이 직접 의학적 자료와 증거들을 챙겨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정부의 순직 내지 공무상 재해 불승인 결정이 법원에서 뒤집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정부의 판단 잣대가 너무 엄격하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사혁신처에서 받은 ‘최근 5년간 순직·공상 소송진행 내역’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올해 6월까지 순직 또는 공무상 재해를 인정받지 못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사건은 498건이다. 계류 중인 사건을 제외하고 372건은 확정판결이 내려졌는데 이 중 정부가 패소한 사건, 즉 순직 또는 공무상 재해를 인정받은 사건은 101건으로 27.2%였다. 일부 승인을 받은 13건(4.7%)을 포함하면 정부가 순직 또는 공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은 공무원 중 약 30%가 법원에서 인정받은 셈이다. 실제 김범석 소방관은 8년간 화재 현장에서 근무하다 지난 2014년 혈관육종암에 걸려 7개월 만에 숨졌을 때 공무원연금공단은 발병과 업무 간 연관성을 확인하기 어렵다며 순직을 인정하지 않았다. 유족들은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5년 만인 지난 9월 서울고등법원은 순직을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이에 인사혁신처는 2016년 암, 백혈병 등 특수질병의 발병과 업무 간 연관성에 대한 공무원 본인이나 유족의 입증 책임 부담을 경감하고자 ‘공상 심의 전 전문조사제’를 도입했다. 공무원연금공단이 직업환경측정 지정법원에 업무 연관성에 대한 전문조사를 의뢰하고 그 결과를 참고해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한 제도다. 하지만 입증 책임을 공무원 본인이나 유족이 아닌 정부가 직접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입증 책임’이 실질적으로 공무원의 순직 내지 공무상 재해 신청을 가로막는 장애물 역할을 하며 재해를 입은 공무원에게 이중의 부담과 고통을 주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국회에서도 발병과 업무 간 연관성 입증 책임의 주체와 관련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 등은 지난 7월 공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 입증 책임이 인사혁신처장에게 있음을 명시하는 내용의 ‘공무원 재해보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현행 법률은 입증 책임에 대한 특별한 규정이 없어 행정소송의 일반적인 입증책임 분배 원칙이 적용돼 발병과 업무 간 연관성을 공무원 본인이나 유족이 입증해야 한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층간 소음 더 키우는 ‘정부 인정’… 성능 미달 부실 바닥 ‘민원 폭발’

    층간 소음 더 키우는 ‘정부 인정’… 성능 미달 부실 바닥 ‘민원 폭발’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A(33)씨는 이사 온 뒤로 쉽게 잠에 들지 못한다. 밤마다 윗집에서 ‘쿵쿵’거리는 소리와 옆집 반려견이 짖는 소리 등 층간소음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A씨는 “단독주택에 살 때는 층간소음을 겪지 못했는데 아파트에 와서 층간소음이 심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이웃 간 불화를 일으키기 싫어 밤마다 귀마개를 하고 자고 있다”고 호소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층간소음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정부가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해 만든 ‘바닥구조 사전인정제도’가 부실하게 운영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전인정제도는 아파트를 지을 때 바닥구조가 층간소음을 잘 차단하는지 여부를 미리 평가하는 제도다. 공동주택 층간소음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토교통부가 2004년 도입했다. 아파트를 지을 때 정부가 인정한 두께와 층간소음 차단 성능을 갖춘 바닥구조를 사용하면 공사가 완료된 다음 실시하는 사후검사를 면제하는 방식이다. 인정 기준은 ▲슬래브 두께 210㎜ ▲경량충격음 58dB ▲중량충격음 50dB 이하 등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처음에는 두께 또는 바닥충격음 차단성능 중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가 운영되다가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하도록 규제가 강화됐다. 이런 사전인정제도가 운영되는데도 층간소음을 둘러싼 피해와 이웃 간 갈등은 끊이지 않았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살인사건이 벌어질 만큼 문제가 심각하다. 최근 5년간 층간소음 민원 건수는 10만건을 넘어섰으며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환경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층간소음 발생 민원 접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10만 6967건의 층간소음 민원이 접수됐다. 연도별 접수현황을 보면 2015년 1만 9278건에서 ▲2016년 1만 9495건 ▲2017년 2만 2849건 ▲2018년 2만 8231건 등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도 8월 말까지 1만 7114건이 접수됐다. 지역별로는 경기도(4만 7068건)에서 가장 많은 민원이 접수됐으며 서울(2만 1217건), 인천(6996건) 등이 뒤를 이었다. 층간소음 현장진단이 이뤄진 3만 5460건을 분석한 결과 층간소음 원인은 ‘아이들이 뛰는 소리 또는 발걸음 소리’가 2만 4516건으로 가장 많았다. 망치질은 1477건, 가전제품 소리는 1307건으로 집계됐다. 층간소음 문제가 지속되는 원인 중 하나는 사전인정제도가 제 구실을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로부터 사전인정을 받은 바닥재의 소음 차단 성능이 떨어지고, 실제로는 등급이 낮은 바닥재를 사용하고 있다는 감사원 지적이 제기됐다. 감사원이 2018년 말 입주 예정이던 아파트 총 191가구(공공 126가구, 민간 65가구)를 대상으로 층간소음을 측정한 결과 184가구(96.3%)에서 사전에 인정받은 등급보다 성능이 낮은 바닥재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114가구(59.7%)는 주택건설기준 규정에 정한 최소성능기준(경량충격음 58dB, 중량충격음 50 dB)에도 미달됐다. 규제가 있으나마나 한 것이다. 심지어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공한 공공아파트조차 층간소음 문제가 심각했다. LH가 공급한 아파트 둘 중 하나꼴로 층간소음 최소성능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임종성 민주당 의원실이 감사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층간소음 측정 대상 LH 아파트 105가구 가운데 54가구(51.4%)가 최소성능 기준을 만족하지 못했다. 4개 현장(24가구)에서는 측정한 가구가 모두 기준에 못 미쳐 불합격률이 100%에 달했다. 이에 따라 공공아파트의 층간소음 관련 민원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LH가 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층간소음 민원은 2016년 160건에서 2017년 244건, 지난해 297건이 접수됐다. 감사원은 바닥재 성능 평가 단계부터 사후 관리까지 모든 과정이 허술하게 운영됐다고 지적했다. 우선 바닥재의 성능을 평가할 때부터 기준과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성능을 인정받은 바닥재를 사용해도 층간소음 차단 기능이 떨어질 수 있는데 품질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또 아파트를 지을 때 국가가 인정한 바닥재를 사용하면 나중에 층간소음 차단 성능을 의무적으로 확인하는 절차가 없는 등 사후 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 현장을 감독·관리하는 감리 과정에서도 점검하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임 의원실에 따르면 층간소음 최소성능기준 미달로 지적된 LH 13개 공사 현장 중 LH가 자체적으로 관리·감독한 ‘셀프 감리’는 76.9%인 10개에 달했다. LH가 층간소음 바닥구조 인정과 감리를 모두 수행한 현장도 46.2%인 6개로 집계됐다. 그동안 사전인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국회와 건설기술연구원 측의 요구가 꾸준하게 제기됐으나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다는 점도 지적됐다. 사전인정제도가 그대로 운영되는 동안 층간소음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자에게 돌아갔다. 한편 국토부는 감사원 감사를 계기로 부정 발급된 인정제품을 취소하고, 사후 차단성능 측정방안을 마련하는 등 제도 보완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사전인정제도로는 층간소음을 방지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들이고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국토부는 먼저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도면과 다르게 제작되거나 인정받은 내용과 다르게 판매·시공된 것으로 밝혀진 제품에 대한 인정을 취소했다. 지난 8월부터 이미 인정받은 바닥재를 사용해 지어지고 있는 민간아파트를 포함한 건설 현장을 대상으로 납품자재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시공 단계별 관리체계를 보다 강화하기 위해 바닥구조 시공 시 성능인정서 인정 조건에 체크리스트(점검사항)를 포함하고, 이에 대한 감리확인서를 시공 완료 후 제출하도록 의무화했다. 사후에 층간소음 차단 성능을 측정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운영되는 제도 안에서 관리를 철저히 하고 보완할 수 있는 사안을 보완하는 동시에 사후에 성능을 측정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국가 연구개발(R&D)을 통해 적정한 도입 수준과 방법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명백한 부실시공으로 층간소음이 발생하는 경우 재시공 또는 손해배상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인정받은 바닥구조가 아닌 다른 자재를 사용했거나, 등급을 임의로 하향해 바닥구조 차단 성능이 크게 떨어진 경우가 해당된다. 입주자들은 개별적으로 한국인정기구(KORAS) 인증을 받은 공인측정시험기관을 통해 바닥충격음 차단성능을 확인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성능미달의 경우 설계도서대로 시공 여부 등 공사상의 부실에 대한 추가 확인을 통해 하자로 판단할 수 있다”며 “바닥구조 차단성능이 크게 저하된 경우 하자로 판단해 재시공 또는 손해배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LH는 명백한 부실시공이 인정되는 동시에 보완 시공이 불가능한 현장에 대해 입주민 손해배상 방안을 별도로 검토하고 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국회, 시멘트 지역자원시설세 법안 즉각 통과시켜라”

    균형발전지방분권충북본부와 지방분권강원연대 등 충북·강원 시민단체들은 15일 성명을 통해 시멘트 지역자원시설세 신설법안의 즉각 통과를 국회에 촉구했다. 이 법안은 ‘시멘트 생산지역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시멘트 생산량 1t당 1000원의 지역자원 시설세를 과세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들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2018년 11월 시멘트 지역자원시설세 과세는 정당하다며 올해 4월 최종 결정하기로 합의했으나 결정이 미뤄지고 있다”며 “20대 국회는 조속한 심의과정을 거쳐 연내에 법안을 통과시켜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중앙부처와 관련업계는 이중과세 논란과 건설경기 침체, 업체의 수익성 저하 등의 이유를 들어 입법에 반대하고 있다”며 “충북과 강원지역 지방자치단체, 지방의회, 지역 국회의원, 시민단체, 지역주민들은 긴밀하게 협조해 개정안 통과를 이뤄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시멘트 지역자원시설세 신설은 현재 8대2의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선진국수준인 6대4로 만드는 의미있는 현안일 뿐 아니라 그동안 많은 고통과 희생을 감내해온 해당 지역의 주민피해 보상과도 연결된다”며 “개정안이 통과될 때까지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을 천명한다”고 덧붙였다. 균형발전지방분권충북본부 관계자는 “충북, 강원에서 생산되는 시멘트는 대부분 대도시에서 소비되는 반면 낙후된 시멘트생산시설 주변 지역 주민들은 대기오염과 분진 등으로 건강을 해치고 있다”며 “법안 통과는 건강권과 환경권에 부합되는 당연한 권리이자 환경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단독] 근로복지공단 직원 실수로 잘못 지급된 산재보험금 100억 넘어

    [단독] 근로복지공단 직원 실수로 잘못 지급된 산재보험금 100억 넘어

    2015년 19.8억→2018년 22.6억 ‘껑충’ 보험금 환수 대책 없고 환수율 떨어져 2015년 환수율 42%→작년 35%로 ‘뚝’ 공단 “저소득 근로자 환수 한계” 손놓아 전현희 의원 “신뢰도 저하… 대책 마련을” 일하다가 다친 노동자에게 산업재해보험금을 지급하는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근로복지공단에서 혈세가 줄줄 새고 있었다. 공단 직원들의 계산 실수 등 단순한 착오로 지급된 보험금이 최근 5년간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인을 잘못 찾아간 보험금을 환수할 만한 뾰족한 대책도 없어서 매년 환수율도 떨어지고 있다. 14일 서울신문이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입수한 근로복지공단의 ‘보험급여 착오지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5~2019년 8월) 공단이 지급하는 8종(요양·휴업·장해·유족·상병보상연금·장의비·간병·재활) 보험급여의 착오 지급액은 332억 3400만원으로 나타났다. 2015년 73억 3000만원에서 2017년 76억 2500만원, 지난해에는 94억 3200만원까지 치솟았다. 모든 게 공단의 실수는 아니다. 공단의 보험지급 시기와 의료기관의 진찰결과가 나오는 시간이 달라서 발생하는 행정적인 착오 지급액도 있다. 문제는 이를 제외하고 단순히 공단 직원이 근로자의 평균임금을 과도하게 산정했거나 전산상에서 입력 실수를 하는 등 공단 측의 과실로 지급되는 보험급여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공단 직원들의 단순 실수로 잘못 지급된 돈은 5년간 103억 200만원이었다. 2015년 19억 8600만원에서 2017년 28억 9100만원으로 껑충 뛰더니 지난해에도 22억 6200만원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8월까지 14억 1100만원이 공단의 과실로 잘못 지급됐다. 문제는 번지수를 잘못 찾은 보험금에 대한 환수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전체 착오 지급 보험금에 대한 환수율(금액)은 2015년 42%(30억 8100만원)에서 2017년 38%(28억 6500만원), 지난해에는 35%(33억 500만원)까지 떨어졌다. 공단은 “미회수자 대부분이 저소득 산재근로자라서 채권을 회수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공단의 실수로 매년 수십억원의 보험금이 잘못 지급되고 있는데도 이를 방지하거나 환수할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전 의원은 “착오로 지급된 보험급여를 환수할 제대로 된 대책이 없어서 사실상 ‘국고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착오지급이 발생하는 것 자체가 산재보험 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사전에 착오지급을 근절하고 환수율을 높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약물치료로 공격성 호전”… 사법부 ‘치료 보석 실험’ 통했을까

    치매전문병원장 “치료하기 부담 컸지만직접 보니 다른 사례와 다를 것 없었다”재판장, 병원장에게 “환자 맡아줘 감사”12월까지 치료 경과 본 후 재판 열기로 14일 오전 10시 27분, 경기 고양시의 한 병원 작은 진료실에 휠체어를 탄 환자복 차림의 백발 남성이 들어왔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그는 앞에 앉아 있는 양복 차림의 재판부를 보자 꾸벅 인사했다. 그러고는 아들에게 “왔냐”고 묻고 다시 두리번거렸다. 여기가 어디냐는 아들의 물음에 “내 직장 생활하는 곳”이라고 답했다. 휠체어에 앉은 남성은 구치소에 수감됐다가 지난달 9일 보석으로 풀려난 이모(67)씨다. 그는 지난해 11월 아들의 집에서 손주를 돌보던 아내를 살해했다. 2014년부터 혈관성 치매와 망상 증세가 심해져 가족들에게 끔찍한 상처를 남겼지만 정작 그의 기억은 아내를 지워 버렸다.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씨의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는 다른 가족들을 위해 이씨의 치료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이씨 자녀들이 어렵게 구한 치매전문병원을 주거지로 제한하는 방식으로 법원에서는 최초로 치매 치료를 목적으로 한 보석을 허가했다. 석방 한 달이 지난 이날 재판부는 직접 병원을 찾아 병원장과 국선 변호인, 이씨의 자녀와 첫 보석조건준수회의를 열었다. 재판부를 바라보는 이씨의 얼굴은 수의를 입고 법정에 섰던 때와 사뭇 다르게 한결 편안해 보였다. “잘 지내고 계시죠?”, “네네”, “병원 생활에 불편한 것 있으세요?”, “그런 것 없습니다.” 재판부는 이씨와 짧게 대화를 나눈 뒤 아들과 병원장에게 이씨의 상황을 물었다. 병원장은 “치매로 인한 기억력이나 전반적인 인지능력 저하는 속도가 조금 늦어질 뿐 좋아지지는 않는다”면서도 “처음에는 낯선 환경에 충동성, 공격성이 한두 차례 나타났지만 약물치료로 조절해 아주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일반 병실에서 5명의 중증 치매 환자와 함께 별다른 충돌 없이 생활하고 있다. 멍하니 고개를 숙이고 있던 이씨를 재판부는 5분 만에 병실에 돌려보낸 뒤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재판장은 특히 살인 사건 피고인인 이씨를 선뜻 받아 준 병원장에게 “개인적으로도, 재판부로서도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병원장은 “저도 부담이 컸는데 환자를 직접 뵈니 다른 치매 사례와 크게 벗어나지 않아 보였다. 이렇게 큰 사고는 흔치 않지만 그래서 더욱 치료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씨의 경우 충동적·공격적 행동은 치료가 가능해 범죄 재발 가능성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치매와 행동조절은 치료의 개념이 다르기 때문에 범죄의 원인이 된 공격성은 전문 치료로 치유할 수 있다는 얘기다. 병원장은 다만 “인지능력 저하로 일상생활에 대한 관리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무릎이나 비뇨기과 질환 등 다른 부수적인 문제가 나타나고 있어 나중에 간병에 더 집중하는 병원으로 옮기는 게 좋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버지의 기억 장치는 완전히 망가졌다”며 입을 연 아들은 눈물을 흘렸다. “너무 큰 충격이었지만 또 다른 가정이 무너지기 전에 빨리 회복해야 된다고 깨달았다”면서 “어머니가 살아 계셨어도 저와 비슷한 결정을 했을 것”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아들은 “가족이기에 용서할 수밖에 없고, 제가 힘을 내야 남은 가족들도 살아갈 수 있어 용기를 냈다”며 “아버지가 고의로 한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밝히고 회복시켜 드리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재판부는 오는 12월 치료 경과를 지켜본 뒤 법원에서 공판준비기일을 한 번 더 가질 계획이다. 이후 이씨의 상황을 고려해 병원에서 결심공판과 선고공판을 함께 열기로 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김계순 김포시의원 “잦은 순환배치와 실무자 일괄 전보인사로 사기 저하 우려”

    김계순 김포시의원 “잦은 순환배치와 실무자 일괄 전보인사로 사기 저하 우려”

    김계순 경기 김포시의회 의원은 “김포시가 특별한 사유 없이 1년에 두세번씩 잦은 순환배치하고 실무자를 일괄 전보 인사한 건 민선 7기 1년 인사중 가장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문성 결여 및 업무의 지속성 단절이라는 점과 실질적인 업무 인수인계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의원은 14일 김포시의회 제195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조목조목 지적했다. 또 “시급성과 전문성을 요하는 현안이 많다”면서 “인력 배치의 안배가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도 냉철하게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김 의원은 “하반기 신규직 배치를 보면 행정과에는 신규직이 한 명도 없는 반면 상하수도사업소 5명, 노인장애인과 도로관리과 4명씨으로 많았고, 국별로 살펴보면 환경국 17명, 교통국·경제국·복지국에 10명씩 신규직 배치 발령해 전문성과 시급성이 필요한 사업부서에 과다 배치해 업무추진에 어려움이 있을 우려가 높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2019년 하반기 인사를 보면 행정 6급 승진자 10명 중 7명이 행정과와 기획담당관·주민협치담당관·일자리경제과 등 4개 특정부서에서 나왔다”면서 “객관적 근무평가에 의해 작성됐다는 승진 후보자 순위를 무시하고 발탁한 인사는 승진후보자 순위의 무효성을 의미하고, 특정부서의 승진 독점은 라인 찾아 줄서기의 암묵적 동의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부서 내 직급별 적절한 인원 구성과 순환보직의 원칙, 직렬별 승진소요 연수의 형평성, 승진과 전보의 근간인 객관적 근무평가 반영 등 실무 인사시스템 및 매뉴얼을 다시 정비하고 문제점을 과감하게 개선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김 의원은 객관성·신뢰성 없는 인사는 직원 사기 저하의 원인으로 그 피해는 시민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잊지 말아달라고 마무리 발언을 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강다니엘, 와인 함께 마시고 싶은 스타 1위

    강다니엘, 와인 함께 마시고 싶은 스타 1위

    강다니엘이 10월14일 데이 ‘와인데이’에 와인을 함께 마시고 싶은 스타 1위에 올랐다. 지난 9월 18일부터 10월 10일까지 초·중·고등 인터넷 수학교육업체 세븐에듀가 14,317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10월 14일 데이 ‘와인데이’에 와인을 함께 마시고 싶은 스타 1위로 강다니엘(5,866명, 41.0%)이 선정됐다. 강다니엘에 이어 엑스원(X1) 김요한(5,225명, 36.5%)이 2위를 차지했으며 그 외 방탄소년단(BTS) 뷔(2,755명, 19.2%), 박보검(334명, 2.3%)이 3~4위를 차지했다. ‘와인데이’는 10월 14일로 연인들이 함께 와인을 마시는 날이다. 로맨틱한 분위기를 내주는 와인은 한식을 비롯해 다양한 음식과도 맛의 궁합이 좋은 음료이다. 우리 몸이 에너지를 대사한 뒤에 나오는 활성산소는 노화를 촉진시킨다. 와인에 함유되어 있는 항산화 성분들은 이러한 활성산소를 무독화시키는 작용을 해 노화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와인 속 항산화 성분인 안토시닌은 항암 및 시력 저하 예방 효과가 있으며 그 외 항산화 성분인 카테킨이나 레스베라트롤 등 역시 암세포를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와인은 달달한 맛으로 열량도 높은 편이지만 다어어트 중에 술을 꼭 먹어야 한다면 와인을 고르는 것이 좋다. 와인에는 지방이나 콜레스테롤이 없고, 주재료인 포도의 폴리페놀이 체내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비만 예방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단맛을 기준으로 구분하면 스위트 와인과 드라이 와인으로 나뉘는데 당분 함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드라이 와인을 마시는 것이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10월 14일 데이 ‘와인데이’에 와인 함께 마시고 싶은 스타 1위로 뽑힌 강다니엘은 2017년 엠넷 ‘프로듀스 101’ 시즌 2에서 국민 그룹 워너원의 센터로 데뷔한 이래 최고의 화제성과 영향력을 떨치고 있다. 안정감 있는 랩과 중저음의 매력적인 목소리, 자로 잰 듯 정확한 안무로 프로그램 시작과 동시에 수많은 팬들에게 사랑을 받은 강다니엘은 오랜 비보이 경험과 현대무용을 전공한 이력을 바탕으로 그 실력을 인정받아 데뷔 전부터 완성형 아이돌로 불렸다. 이후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대중에게 호감을 쌓아온 강다니엘은 아이돌 개인 브랜드 평판 1위에 오르며 상승가도를 달려왔다. 세븐에듀&차수학 차길영 대표는 “강다니엘은 워너원 센터로 데뷔하여 다채로운 매력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귀여운 외모와 대비되는 섹시한 매력이 어필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는 11월 26일 베트남 하노이 미딩 국립경기장에서 개최되는 ‘2019 Asia Artist Awards in Vietnam’에 강다니엘이 라인업에 합류하여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산할 예정이다. 2017년 그룹 워너원으로 데뷔한 강다니엘은 ‘나야 나’, ‘에너제틱’, ‘켜줘’ 등을 연속 히트시키며 국민 센터로 정상의 인기를 누렸다. 특히 지난 7월에는 솔로 데뷔 앨범 ‘color on me(컬러 온 미)’를 발표, 타이틀곡 ‘뭐해’로 각종 기록을 달성하며 국내외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사진 = 서울신문DB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열린세상]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교훈/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특별공훈교수

    [열린세상]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교훈/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특별공훈교수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를 사고 이전에 한국의 모 TV 방송사와 취재를 한 적이 있다. 지금은 10년 수명 연장의 임기를 무사히 마치고 폐로를 결정한 고리 1호기의 10년 수명 연장을 논의하던 때인지라 10년 수명 연장으로 원전을 무난하게 가동 중인 후쿠시마 원전의 상황이 어떠한지를 들여다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일본 원자력 관계자들에게 취재 의뢰를 했더니 다행히 허가가 나서 방송팀을 데리고 후쿠시마 원전에 가서 내외부를 둘러보고 시민과 인터뷰도 했다. “후쿠시마에 원전이 있는 것이 어떻습니까?” 대답은 “도쿄가 특급기차로 3 시간이 걸리는데 이곳에 원전이 없었더라면 도쿄로 돈 벌러 다녀야 하는데 고맙기 짝이 없다”는 것이었다. 3ㆍ11 대지진으로 인한 원전사고 이후 방사능 오염 때문에 그때 인터뷰한 사람이 사망했는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이사해 살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엄청난 쓰나미가 원전을 덮치는 바람에 비상전력을 돌릴 수 있는 디젤 발전시스템마저 물에 잠겨 전기에 의해 냉각장치를 돌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 원전 내 핵연료의 핵분열은 계속되고 수천도까지 열이 올라가다 보니 내부구조물이 녹아버려 방사능오염수가 지금도 끊임없이 나오는 대재앙을 맞고 있는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이 자연재해로 인한 재앙임은 분명한데 후쿠시마현 북쪽에 있는 오나가와 원전의 사례를 보면 인재(人災)라 생각된다. 쓰나미 피해를 당하지 않고 멀쩡한 오나가와 원전은 과거 오나가와 촌장(村長)이 이 마을에 있었던 지진과 쓰나미 기록을 조사해 본 뒤 해발 13m 이상의 위치에 원전을 짓겠다고 한다면 허가를 내주겠다고 강변하여 높은 곳에 원전을 건설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오나가와 원전이 무사했던 것은 그 당시 촌장의 공로였다고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의 일본 총리는 간 나오토였다. 무슨 보고를 받았는지 몰라도 도쿄 바로 남쪽 시즈오카현에 있는 하마오카 원전을 당장에 멈추라는 긴급지시를 내렸다. 이때 한국의 방송사에서 연락이 와 갑자기 정지시킨 원전을 취재하고 싶은데 취재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원전사고로 초상집이나 다름없는데 허가를 내주겠느냐’고 대답한 뒤 혹시나 하고 전화를 해 취재를 하고 싶다고 하니 예상외로 허가를 해 주어 급히 방송팀과 함께 하마오카 원전으로 달려갔었다. 원전 마당에 들어서는 순간 필자는 아연실색 충격을 받았다. 원전 바닥면과 해발 수위가 거의 동일하지 않은가. 지진과 쓰나미의 위험이 그 어느 국가보다 상존하는 나라인데 원전을 높은 위치에 지어도 쓰나미가 덮치는 것을 피할 수 있을까 말까 한 처지인데 해수면과 원자로 바닥면의 높이가 거의 똑같다니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간 총리가 하마오카 원전에 대해 급작스레 정지 권고를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일본의 민족성을 보면 재난대책에서 그 어느 국가보다 철저하다는 인상을 받아 왔는데 하마오카 원전에 발생한 쓰나미 사고는 그것이 자연재해이면서도 인재라는 사실을 명확히 알 게 되는 경우였다. 2018년에 일본의 전기사업자협회를 방문해 하마오카 원전에 대해 물어봤더니 지금은 해변에 10m가 넘는 콘크리트 방벽을 건설해 놓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55기의 원전을 가동하던 세계 3위의 원전대국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로 인해 안전규제가 굉장히 강화되어 문닫는 원전도 여러 곳이고 안전대책에 돈을 쏟아부으며 국가안전 기준을 통과해 재가동에 들어간 원전들도 있다. 일본의 원전사고를 보며 한국의 원전은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해 보게 됐다. 자원이 부족한 국가가 원전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후쿠시마 복구에 현시점으로 약 300조원이라는 엄청난 돈이 들어가야 하는 처지이면서도 원전을 재가동하는 일본을 보면서 자원이 없는 나라인 일본의 처지를 보게 된다. 한국도 원전이 쇠퇴일로에 있지만 자원이 없는 나라로서 원전을 완전히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고 생각된다. 다만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보듯이 원전을 가동하는 한국은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하면서 원전을 가동해야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 ‘쌩’ 찬바람에 ‘탁’ 막히는 동맥… 2시간 안에 응급실 찾으세요

    ‘쌩’ 찬바람에 ‘탁’ 막히는 동맥… 2시간 안에 응급실 찾으세요

    찬 공기 노출되면 혈압 올라 심장 과로 심근경색·뇌졸중 연결… 중년 돌연사↑ 뇌 특정 부위 손상 땐 반신마비 올 수도 노인 새벽운동 금물… 체중 줄이면 도움일교차가 10도 이상 벌어지는 요즘 같은 환절기에는 급성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심·뇌혈관 질환자가 증가한다. 날씨가 추워지면 혈관이 수축하고 혈압이 상승해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등 심혈관계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13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최근 10년(2008~2017년)간 심·뇌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겨울철과 일교차가 큰 3월과 10월에 많았다. 찬 공기에 갑자기 노출되면 인체를 흥분시키고 긴장하게 하는 교감신경이 활성화된다. 이러면 말초 동맥이 수축하고 혈관 저항이 상승하면서 혈압이 올라 심장이 과로하게 된다. 심혈관이 막힐 확률도 높아져 동맥경화증,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 비만, 심혈관 질환 가족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 주의해야 한다. 심혈관 질환은 환절기에 찾아오는 가장 위험한 질환 중 하나이며, 40~50대 돌연사의 주범이기도 하다. 박덕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혈관이 완전히 막히는 급성 심근경색증은 예고 없이 찾아오며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50%는 건강하던 사람이고 나머지 50%가 협심증 등의 증상이 있는 환자”라며 “어떤 환자는 수일 전 건강검진에서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는데도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응급실을 찾았다”고 말했다. 누구든 예상치 못한 불운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급성 심근경색으로 심장마비가 발생하면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사망하는 일이 흔하다. 무사히 병원에 도착해 치료를 받더라도 사망률이 5~10%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다.심혈관 질환은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다. 관상동맥에 동맥경화증이 발생해 혈액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면 해당 부위가 손상돼 협심증, 심근경색증 등의 심혈관 질환이 생긴다. 몸을 별로 움직이지 않을 때는 심장이 펌프 기능을 열심히 하지 않아도 돼 관상동맥 일부가 좁아지더라도 증상이 없을 수 있지만 흥분하거나 심한 운동을 하면 산소를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게 된다. 이런 상태를 ‘심장 허혈’이라고 하며, 가슴까지 아프면 협심증이라고 한다. 심근경색은 동맥경화증으로 좁아진 혈관에 혈전(피가 응고된 덩어리)이 생겨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히는 병으로, 자칫 심장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심근경색이 발생하면 식은땀이 나고, 말도 하지 못할 정도의 죽을 것 같은 통증이 30분간 지속된다. 동맥벽에 콜레스테롤이 쌓여 만성 염증이 발생하는 동맥경화증이 있는 사람도 심혈관이 잘 막힐 수 있다. 당뇨 환자도 예외가 아니다. 당뇨 자체가 혈관을 수축시키는 데다 당뇨로 인해 혈관에 노폐물이 많이 쌓여 혈관이 막힐 확률이 높다.혈압은 여름에 떨어졌다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0~1월에 급상승해 수축기 혈압이 여름보다 7㎜Hg, 이완기 혈압이 3㎜Hg 정도 올라가게 된다. 동맥경화증 합병증도 더 자주 발생하며, 특히 새벽 찬바람에 노출되면 혈압이 순간적으로 상승해 심근경색 등으로 치명적인 상태가 될 수 있다. 심장 돌연사는 사전에 아무런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개 가슴 통증이나 호흡곤란, 심계항진 등의 전조 증상이 먼저 나타난다. 찬바람을 쐴 때 가슴이 뻐근하고 두근거리거나 가벼운 운동을 했는데도 가슴이 쥐어짜듯 답답하고 눌리는 듯한 통증이 있다면 심혈관 이상 신호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호흡곤란, 식은땀, 구토, 현기증 등이 나타나면 심근경색 전조 증상을 의심해야 한다. 서둘러 가장 가깝고 큰 병원을 찾아야 돌연사를 막을 수 있다. 뇌졸중 역시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발생하는 질환이다. 세계적으로 매년 1500만명 정도의 뇌졸중 환자가 발생하며 이들 중 600만명이 사망한다. 통계청의 ‘2018 사망원인통계’를 보면 사망 원인 1위가 암, 2위가 심장 질환, 4위가 뇌혈관 질환이다. 2018년에도 10만명당 62.4명이 심장 질환으로, 10만명당 44.7명이 뇌혈관 질환으로 사망했다. 뇌혈관 이상도 동맥경화가 원인이다. 고혈압, 당뇨, 흡연 등으로 혈관 벽에 지방성분과 염증세포 등이 쌓여 동맥경화가 생긴다. 동맥경화는 혈관을 좁게 만들어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혈전이 갑자기 혈류 흐름을 차단해 뇌 손상을 유발한다. 부정맥이 있거나 심장판막에 이상이 있는 경우 심장에서 생긴 혈전이 부스러지면서 뇌혈관을 막는 일도 있다. 혈관 벽이 막히면 뇌경색, 혈관이 터지면 뇌출혈이 온다. 나이가 들면 고혈압이 없더라도 혈관 벽이 약해져 잘 터질 수 있다. 뇌졸중으로 뇌가 손상되면 손상 부위에 따라 뇌의 기능이 저하되거나 지나치게 증가해 다양한 이상 증상이 생긴다. 오른쪽 뇌는 왼쪽 팔다리의 움직임을, 왼쪽 뇌는 오른쪽 팔다리 움직임을 관장하는데, 뇌의 특정 부위가 손상되면 반신마비가 올 수 있다. 발음이 어둔해지는 발음장애가 팔다리 마비와 함께 올 수 있으며, 얼굴 한쪽의 근육이 약해지면 약해진 쪽으로 입이 돌아가는 안면마비가 생길 수도 있다. 또한 왼쪽 뇌의 언어중추가 손상되면 정신은 멀쩡하고 발음을 하는 데 지장이 없는데도 말을 전혀 이해 못 하는 실어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밖에 시야 장애, 사물이 두 개로 겹쳐 보이는 복시, 마비는 없지만 손발이 마음대로 조절되지 않아 심한 경우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걷게 되는 운동실조, 어지럼증, 의식장애가 생기기도 한다. 뇌졸중이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를 가능한 한 빨리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다. 그래야 뇌 손상 정도를 감소시킬 수 있다. 뇌졸중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있으면 먼저 응급구조대에 연락한 뒤 편안한 곳에 눕히고, 호흡과 혈액순환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몸을 압박하는 의복 등을 풀어 줘야 한다. 또 폐렴이 발생하지 않도록 입에 있는 이물질을 제거하고, 환자가 구토하면 고개를 옆으로 돌려 이물질이 기도로 흡입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적정한 치료를 위한 골든타임(최적시기)은 심근경색 2시간 이내, 뇌졸중 3시간 이내다. 최대한 빨리 재관류 요법(막힌 혈관을 다시 흐르게 뚫어 주는 것)을 받으면 발병하기 전과 같은 정상 수준이나 장애를 거의 의식하지 않을 수 있는 상태까지 호전될 수 있다. 권순억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동맥 내 혈전제거술이 크게 발전하면서 일부 뇌졸중 전문 치료시설을 갖춘 병원에서는 혈전이 주요 동맥을 막아 뇌경색이 발생한 경우 직접 혈전을 제거하는 시술을 하고 있다”며 “뇌졸중 발생 가능성이 큰 환자가 있는 가정에서는 뇌졸중이 발생했을 때 혈전제거술을 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미리 정해 두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환절기 불청객인 심·뇌혈관 질환을 예방하려면 보온에 신경써야 한다. 아침 운동을 하기 전이나 잠시 현관 밖을 나설 때도 옷을 잘 챙겨 입어야 한다. 특히 얇은 실내복 차림으로 문밖에 나서거나 목욕 후 머리가 젖은 채로 바깥 활동을 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또한 심장 질환이 있는 환자나 노인은 추운 날 새벽 운동을 피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혈압은 아침에 오르기 때문에 새벽보다는 오후에 운동하는 게 좋다. 날이 추울수록 술과 담배는 멀리해야 한다. 술을 과음하면 혈관이 팽창했다가 추운 날씨로 다시 수축하면서 혈압이 심하게 오를 수 있다. 담배를 피워도 동맥경화가 악화하고 말초 혈관이 수축한다. 여기에 추운 날씨까지 겹치면 심장과 혈관에 무리가 갈 수 있다. 추운 곳에 오래 머물다 갑자기 따뜻한 곳으로 갈 때도 신체 움직임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비만인 사람은 몸무게도 줄여야 하는데, 몸무게를 10㎏ 줄일 때마다 혈압이 5~20㎜Hg 떨어진다고 한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대화가 필요해”…경기도민 10명 중 8명 ‘워라밸’ 불균형

    소득 낮고 미취학 자녀 많을수록 불균형가족간 대화 부족·환경 저하順 문제 꼽아 소득수준이 낮고 미취학 자녀가 많을수록 가정과 직장생활의 균형 유지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연구원은 13일 도 거주 30, 40대 기혼 근로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와 휴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상관관계를 분석한 ‘워라밸 불균형과 휴가 이용 격차’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조사결과 응답자 80.4%는 가정과 직장생활 간 갈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가족 간 대화 시간 부족’(44.1%), ‘집안 환경 저하’(25.1%), ‘가족과 마찰횟수 증대’(16.6%) 등의 문제가 드러난다고 했다. 갈등경험 정도는 미취학 자녀가 있는 경우(84.9%)가 없는 경우(77.3%)보다 7.6% 포인트 높았다. 미취학 자녀 수가 많을수록 갈등경험 정도도 높아져 3자녀 이상일 경우 90.9%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월 소득 400만원 미만이면서 미취학 자녀가 있는 경우 51.8%가 워라밸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400만원 이상이면 40.1%로 나타나 소득수준이 높으면 워라밸 실현도 높아졌다. 한국의 연차휴가 일수는 주요 선진국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 낮은 평균 15일에 사용일수도 8일로 주요국 가운데 가장 짧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에 대해 ‘상사와 동료 눈치’(25.2%)라는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이어 과도한 업무(22.7%), 여행비용 부담(13.7%) 순으로 나타났다. 미취학 자녀가 많을수록 비용에 부담을 느껴 여행휴가 비중(40.0%)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휴가지원정책을 도입하면 기대효과로 부모·자녀관계에 ‘긍정적 영향’(88.4%), 자녀동행여행 증가(84.5%), 워라밸 증진(83.4%) 등을 들었다. 이번 설문조사는 주요 변수를 자녀 수로 해 자녀 없음(200명), 1명(350명), 2명(350명), 3명 이상(100명)으로 나눠 모바일 설문조사했다. 신뢰수준은 95%, 표본오차 ±3.10%다. 김도균 전략정책부장은 “월라밸 취약계층의 휴가권 보장을 위해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경기도형 휴가지원정책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안녕? 자연] 녹아내리는 알프스 최고봉…100년 전과 비교해보니

    [안녕? 자연] 녹아내리는 알프스 최고봉…100년 전과 비교해보니

    알프스산맥의 최고봉인 몽블랑(이탈리아명 몬테 비앙코)의 눈과 얼음이 기후변화로 현저하게 줄어들었음을 입증하는 비교사진이 공개됐다. 몽블랑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위스 접경지역에 있는 알프스 산맥의 최고봉으로, 높이 4807m이며, ‘흰 산’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영국 던디대학의 키에란 백스터 박사와 연구진은 지난 8월 위성항법장치(GPS)가 장착된 장비와 헬리콥터를 이용, 100년 전인 1919년 촬영된 몽블랑산과 동일한 장소 위를 날며 사진을 촬영했다. 그 결과 100년 전과 달리 현재 몽블랑의 눈과 얼음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 확인됐다. 백스터 박사는 “같은 장소에서 찍은 사진을 비교한 결과, 100년 전보다 얼음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얼음이 줄어든 산을 직접 보는 것은 매우 마음이 아프고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의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얼음이 줄어드는 현상인 지난 몇 십년 간 눈에 띄게 빨라졌다”면서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대폭 줄이지 않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얼음이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를 막지 못한다면, 지금으로부터 100년 후에는 몽블랑의 얼음과 눈이 모두 녹아 사라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탈리아 당국은 지난달 말, 프랑스와의 국경을 가로지르는 몽블랑 그랑드 조라스봉 인근 플랑팡시유 빙하에 관측용 레이더를 설치했다. 1㎜ 이하의 움직임까지 포착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시스템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몽블랑의 빙하가 붕괴 위기에 처했다는 보고가 잇따르자, 주변도로와 빙하 아래 등반로 등도 폐쇄했다.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이탈리아 발레다오스타주 정부는 예년보다 높은 기온이었던 지난 여름의 무더위와 지구온난화 및 기후변화 등으로 빙하의 붕괴위험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유치원 비리근절 토론회 방해’ 한유총 前임원 4명 검찰 송치

    ‘유치원 비리근절 토론회 방해’ 한유총 前임원 4명 검찰 송치

    사립유치원 회계비리와 운영비 횡령 등 각종 유치원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열린 정책토론회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임원들이 검찰에 송치됐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를 방해한 한유총 전 임원 4명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5일 국회에서 열린 ‘유치원 비리근절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소속 회원 300여명과 함께 집단행동을 벌여 토론회를 방해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를 받는다. 당시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립유치원 회계비리 사례를 소개하고 근절방안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토론회를 열었지만 이들은 국회 직원과 몸싸움을 벌여가며 토론회를 중단시켰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이들을 검찰에 고발했고 종로경찰서에서 해당 사건의 수사를 맡았다. 경찰 관계자는 “국회 토론회장에 진입한 한유총 회원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작업으로 수사 기간이 길어졌다”고 말했다.같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은 한유총 관계자 4명은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지난해 10월 박 의원은 2013~2017년 17개 시·도교육청 감사에서 비리 혐의로 적발된 유치원 명단을 공개했다. 박 의원이 공개한 유치원은 전국적으로 1878곳, 비리건수는 5951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대상 사립유치원 2058개 가운데 90%가 넘는 유치원에서 비리가 드러난 것이다. 비리 유치원들은 교비를 원장의 외제 승용차 유지비와 아파트 관리비로 사용하거나 술집 및 숙박업소에 이용했고 일부는 명품 가방과 성인용품을 구입한 사례도 적발돼 큰 파문을 일으켰다. 사립유치원은 해마다 누리과정에서 예산 등 2조원이 넘는 막대한 국민 세금을 지원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비리 유치원을 강력하게 처벌해달라는 청원이 잇따랐고 학부모들은 투명한 회계시스템 도입과 철저한 관리·감독을 당국에 주문했다.그러나 한유총은 “사립유치원에 맞지 않는 회계·감사기준 탓에 비리라는 오명을 썼다”며 MBC 보도를 통해 박 의원이 공개한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에 대한 실명 공개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기각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부(신종열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31일 “감사자료의 공개 자체가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이 아닌 것으로서 신청인들의 명예를 중대하고 현저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한유총이라는 단체의 경우 이런 가처분신청을 제기할 자격 자체가 없다고 명시했다. 재판부는 “한유총의 경우는 감사자료 내용 중 한유총의 비리나 비위에 관한 내용이 없고 자료 공개로 곧바로 한유총의 명예나 신용이 훼손되는 피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당사자로서 자료 삭제를 청구할 권원(權原)이 없다”고 지적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건강을 부탁해] 하루 9시간 이상 수면, 치매 위험 높아진다 (연구)

    [건강을 부탁해] 하루 9시간 이상 수면, 치매 위험 높아진다 (연구)

    충분하지 못한 수면이 치매 및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과도한 수면 역시 알츠하이머와 치매의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밀러의과대학 연구진은 평균 7년간 45~75세 히스패닉계(스페인어를 쓰는 중남미계 미국 이주민) 성인 5247명을 대상으로 주의력과 기억력, 언어능력과 반응시간 등 인지능력 및 수면시간 등과 관련한 추적관찰을 실시했다. 참가자들은 연구 시작과 종료 시점에 신경인지 검사를 받았으며, 주 단위로 수면 습관에 대한 설문지를 작성했다. 그 결과 참가자의 15%가 매일 평균 9시간 동안 수면을 취했으며, 이 그룹은 관찰이 끝나는 시점에서 잠을 더 적게 잔 그룹에 비해 인지능력이 떨어진 사실이 확인됐다. 기억력은 13%, 언어(단어) 유창성은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억력과 언어능력의 감소는 치매의 대표적인 초기 증상이다. 물론 6시간 미만의 수면을 취한 사람들에게서도 치매 발병 위험이 높아진 것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불면증과 장기 수면은 알츠하이머나 다른 치매의 발병에 앞서 나타날 수 있는 신경인지기능 저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리는 장기간의 수면과 만성 불면증이 기억력과 정보처리 속도의 감소를 초래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지나치게 많은 수면이 백질(white matter)의 병변과 관련이 있으며, 이것이 뇌의 혈류 감소로 인해 인지능력 저하 및 치매와 뇌졸중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상적인 수면시간은 7~8시간 정도이며, 수면과 치매 발생 사이의 연관관계는 여전히 확실하지 않지만 수면 부족뿐만 아니라 과다 수면 역시 알츠하이머와 치매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연구진은 “미국의 히스패닉 또는 라틴계를 표본 데이터로 한 수면 장애 연구가 많지 않다”면서 “이번 발견은 특히 히스패닉계 환자의 수면장애가 신경인지적 감소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전문 의료진의 인식 구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인 ‘알츠하이머병과 치매’(Alzheimer’s & Dementia)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123rf.com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홍콩 언론 “시위 참가 15살 여학생 의문사…여대생 경찰에 성폭력” 파문

    홍콩 언론 “시위 참가 15살 여학생 의문사…여대생 경찰에 성폭력” 파문

    홍콩에서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길어지면서 여러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시위에 참여한 한 여성이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 여대생은 경찰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11일 홍콩의 빈과일보는 “시위에 활발하게 참여하던 한 여성의 죽음에 의문이 든다”고 전했다. 지난달 22일 홍콩 바닷가에서 한 여성의 시신이 옷이 모두 벗겨진 채 발견됐다. 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가했다가 지난달 19일 사라진 천옌린(15)이었다. 그는 과거 수영대회에 나가서 상을 받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다. 이 때문에 그가 수영 미숙으로 익사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빈과일보는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 뒤 바다에 버려진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최근 홍콩에서는 “경찰이 여성 시위자를 성폭행한 뒤 살해했다”, “시위대를 살해한 뒤 시신을 바다에 버렸다” 등의 괴소문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홍콩 야당 의원 투진선은 천옌린이 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에 체포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경찰이 그의 실종 사건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콩 민주화 요구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된 여대생도 구치소에서 경찰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공개했다.이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전날 저녁 홍콩중원대 캠퍼스에서 재학생과 졸업생 1400여명이 참여한 간담회가 열렸다. 학생들은 지난 주말 경찰이 교내에 들어와 학생들을 검거하려고 한 사건을 비판하면서 로키 퇀 학장에게 경찰 강경 진압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할 것을 촉구했다. 이 간담회에서 자신을 소니아 응이라고 소개한 여학생이 “경찰에 체포된 뒤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됐다. 그는 지난 8월 31일 프린스에드워드역 시위 진압 과정에서 체포됐다. 이때 경찰은 시위대 63명을 한꺼번에 체포했다. 지하철 객차 안까지 들어가 시위대에 곤봉을 휘두르며 최루액을 발사했다. 그는 산링욱 구치소로 연행됐다. 소니아 응은 퇀 학장에게 “산링욱 구치소에서 몸수색하는 방이 칠흑처럼 어둡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며 “경찰이 우리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욕설을 퍼붓고 능욕했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우리는 경찰이 저쪽으로 가라고 하면 저쪽으로 가고 어두운 방에 들어가라고 하면 들어가고 옷을 벗으라고 하면 벗어야 했다”며 “어떤 학생은 경찰에게 구타를 당해 지금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항변했다. 중국과의 접경 지역에 있는 산링욱 구치소에서는 경찰이 시위대를 구타하고 가혹 행위를 한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소니아 응은 “성폭력과 학대를 당한 사람은 나 혼자만이 아니라 여러 명이며 가해 경찰도 여러 명에 이른다”며 “경찰에 체포된 뒤 우리는 도마 위의 고기와 같은 신세여서 구타와 성폭력을 당해도 반항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소니아 응은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고 자신의 얼굴을 드러냈다. 홍콩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해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서초동과 광화문… 다수결은 옳은가

    서초동과 광화문… 다수결은 옳은가

    민주주의는 만능인가/김영평, 최병선 지음/가갸날/239쪽/1만 5000원가짜 민주주의가 온다/티머시 스나이더 지음/유강은 옮김/부키/456쪽/2만원우리는 ‘민주주의’를 말할 때 흔히 링컨의 명언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을 떠올리곤 한다. ‘국민’이라는 단어를 무려 세 번이나 넣어 거듭 강조하는데, 여기서 국민은 누구를 말하는가. 이 질문을 한국으로 끌고 와서,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두고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의견이 갈린 상황에서 무엇을 국민의 뜻으로 읽을 것인가. 더 많은 인원이 집회에 참석한 쪽이 국민의 뜻인가. 질문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에 관해 고민해 볼 지금, 이를 주제로 한 책 2권을 꺼내 들었다. ‘민주주의는 만능인가’는 김영평 고려대 행정학과 명예교수와 최병선 서울대 행정대학원 명예교수가 자신의 제자들과 함께 2014년부터 공동 집필했다. 민주주의에 관해 생각해 볼 19개의 주제를 뽑아 저자 7명이 돌아가면서 서로 글을 비판하고 의견을 모았다.●자유와 권리 보장 최선은 법의 지배 저자들이 고른 19개 주제는 민주주의에 관해 우리가 가볍게 넘겼던 부분을 겨냥한다. 예컨대 우리 고교 교과서는 민주주의를 ‘국민이 국민을 지배하는 자기 지배의 원리에 기초한 정치체제´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마피아 같은 조직도 자기 지배 원리에 따라 조직을 운영한다. 저자들은 아무리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라 할지라도 그 운영이 민주적이지 않다면 그 정부는 민주정부가 아니라고 반박한다. ‘일정한 헌법 제약 속에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한정된 과업만 수행하는 정부’를 진짜 민주주의 정부라고 설명한다. 북한도 스스로를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라고 지칭하지만, 민주주의 정부라 부를 수 없는 이유다. ●삼권분립 무너지면 초법행위 나타나 저자들은 이를 ‘법의 지배’라 칭하고 민주주의의 핵심을 여기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민주주의의 목표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 보장이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한 최선의 보장책이 바로 법의 지배라는 것이다. 그리고 법의 지배를 유지하려면 입법, 행정, 사법이 철저하게 나뉜 삼권 분립 체제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어느 한쪽으로 힘이 쏠리면 결국 초법행위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런 기반하에 저자들은 ‘정당이 있어야 민주주의 국가인지’,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에 필수적인지’, ‘복지국가가 민주주의의 이상향인지’ 따진다. 이어 ‘포퓰리즘이 왜 위험한지’ 또는 ‘행정부의 팽창을 어떻게 봐야 할지’, ‘정책이 여론을 따라가야 하는지’, ‘다수결이 무조건 정당한지’ 등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질문에도 답한다. 저자들의 말대로 민주주의는 만능이 아니며 깨지기 쉽다. 특히 21세기 들어 여러 나라에서 후퇴하는 모습을 보인다. 역사학자 티머시 스나이더의 신간 ‘가짜 민주주의가 온다’는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전 세계로 확산하는 신권위주의 광풍을 설명한다. 저자는 전작 ‘폭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민주주의의 위기를 경고한 바 있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국민 저자는 가짜 민주주의의 출발점으로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을 지목한다. 2000년 대통령이 된 후 개헌과 부정선거로 2012년 대통령직에 복귀한 푸틴은 파시즘 철학자 이반 일린의 사상을 통치 이데올로기로 삼아 러시아 제국 복원을 꿈꾼다. 그 첫발은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우크라이나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확립에 나서며 유럽연합 가입을 희망했기 때문이다. 이어 유럽연합을 해체하고자 발걸음을 옮긴다. 러시아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지도자들과 함께 가짜뉴스와 인터넷 여론 조작으로 2016년 영국의 EU 탈퇴를 부추긴다. 이어 ‘파산한 부동산 업자’인 트럼프를 백악관에 입성시키려고 그의 경쟁자였던 힐러리에 관한 가짜뉴스를 제작해 소셜미디어에 퍼뜨렸다고 주장한다. 민주주의가 완벽한 것 같지만, 두 권의 책은 그렇지 않음을 거듭 강조한다. 민주주의는 순식간에 깨질 수도 있다. 제1차 세계대전 후 독일에서 바이마르 민주정부가 탄생했지만 나치 독재정부에 권력을 넘겨준 사례가 그렇다. 우리도 1960년 4·19혁명 다음해에 바로 군사 쿠데타가 일어난 사례가 있다. 결국 민주주의의 약점을 보완하는 것은 국민인 셈이다. 우리가 눈을 커다랗게 뜨고 지켜봐야 민주주의를 지켜 낼 수 있다는 뜻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돼지열병 방역망 구멍… ‘등잔 밑’ 연천 왜 제외됐나

    돼지열병 방역망 구멍… ‘등잔 밑’ 연천 왜 제외됐나

    멧돼지·사람·車 이동 통한 감염 가능성 이낙연 총리 “방역 사각지대 놓친 듯” 도축장 출하車 이동중지 제외 ‘구멍’ 여전정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을 막기 위해 기존 발생지 주변에 ‘완충지역’을 설치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완충지역인 경기 연천군 동부에서 국내 14번째 ASF 확진 사례가 나왔다. 연천은 중점관리지역인 만큼 방역 당국의 부실 방역과 오판이 위험을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10일 “어제 연천군 신서면에서 ASF가 발생함에 따라 연천 동부를 완충지역에서 제외했다”며 “발생 농장을 포함해 돼지 총 9320마리를 살처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체 살처분 대상 돼지는 15만 4866마리로 늘었다. 이번 14번째 발병은 지난달 17일 경기 파주시에서 첫 확진 판정이 나온 뒤 잠복기(최대 19일)가 지난 시점에 발생한 것으로, 사람이나 차량을 매개체로 바이러스가 옮겨 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는 지난 20여일간의 방역 활동이 부실했음을 의미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방역 과정을 보면 사각지대를 놓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 있다”면서 “방역에 임하는 분들은 긴장을 풀 수 없다”고 질책했다. 정부는 ASF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라 그동안 ASF가 확진될 때마다 발생 지역을 중심으로 48시간 이동중지명령 발령과 해제를 반복해 왔다. 하지만 ASF로 인한 피해를 예상한 농가들이 이동중지명령 해제와 동시에 앞다퉈 돼지를 출하하면서 자연스럽게 경기 북부 내 이동이 많았다. 방역 당국이 지난 9일 밤 뒤늦게 연천에 48시간 돼지 일시이동중지명령을 내렸지만 도축장 출하를 위한 가축 운반 차량을 제외해 여전히 방역에 구멍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지난 7월부터 돼지에게 잔반을 급여하는 것을 금지해 왔는데, 지난 2일 확진된 파주 농가는 미등록 잔반 급여 농가로 밝혀지는 등 미흡한 예찰 과정도 드러났다. 바이러스가 야외에 잔존하면 생존 기간이 더 늘어난다는 점에서 그동안의 소독이 철저하지 못했을 개연성도 있다. 정부가 지난달 ASF가 발생한 연천 서부만 발생지로 분류하고 연천 동부를 완충지역으로 남겨 놓은 것은 안일한 상황 판단으로 평가된다. 정승헌 건국대 축산학과 교수는 “최소 3개월은 전쟁 중이라 생각하고 방역대 10㎞ 밖의 돼지도 조기 출하와 살처분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천의 14차 ASF 발생 농장은 지난 2일 ASF 바이러스를 보유한 야생 멧돼지 폐사체가 발견된 비무장지대(DMZ) 역곡천 현장으로부터 불과 8.4㎞ 떨어져 있다. 이에 따라 북한 멧돼지를 통해 새로운 바이러스가 남하했을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초창기에 멧돼지 전염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고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현섭 한국양돈수의사회 회장은 “환경부는 DMZ 남쪽 멧돼지와 하천 오염 사례가 없다고 했지만 이는 모래 속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아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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