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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 ‘DIY 천국’ 미국 생활속 몸에 밴 ‘내 스스로’

    지난 5월 워싱턴 지역으로 이민 온 송모(43)씨는 일주일간 ‘생고생’을 했다.집과 자동차는 주위 도움으로 샀지만 식탁과 컴퓨터 책상,침대 등은 직접 골라야 했다.대형 할인점의 전시장엔 한국에서 50만원이 넘는 나무 책상이 199달러,4∼6인용 원목식탁이 349달러였다.평생 쓸 요량삼아 299달러짜리 나무 침대도 샀다.60달러를 주고 배달을 부탁했다.6일 뒤 송씨는 깜짝 놀랐다.주문한 가구는 오지 않고 포장된 원목들과 나사들만 잔뜩 배달됐다.착오가 생긴 것 아닌가싶어 당황했던 송씨는 대형 할인점에 차곡차곡 쌓여 있던 포장된 물건들이 떠올랐다.자신이 보고 주문한 게 ‘조립형 가구’의 전시용이었다는 걸 깨달았다.송씨는 가구들을 조립하느라 일주일 넘게 비지땀을 흘렸다.조립을 제대로 못해 틈이 벌어지고 모서리에 상처가 나기도 했다.괜히 샀다 싶었지만 조립하고 나니 뿌듯했다. |워싱턴 백문일특파원|미국에선 이처럼 제 스스로 해야 할 일들이 가구조립 뿐만이 아니다.개인주의적 생활습관이 일상화한 미국 사람들은 우리와 달리 쉬운 일에도사람을 쓰기 보다는 ‘스스로 작업(Do It Yourself)’을 즐기는 경향이 없지 않다.집이나 자동차를 사고 팔 때에도 중개인을 통하지 않고 직접 거래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대형 쓰레기를 직접 하치장에 내다버리고 이삿짐을 꾸리고 풀 때에는 트럭을 빌려 손수 몬다. ●집안 일엔 전문가가 따로 없다 지난 6월 말 워싱턴 일대 지역신문은 조립형 가구를 전문적으로 파는 ‘아이케아(IKEA)’에 관한 기사를 1면에 크게 실었다.워싱턴을 허리띠처럼 감아돈다 해서 붙여진 순환고속도로 ‘벨트웨이’로부터 북쪽의 볼티모어와 뉴욕으로 가는 95번 고속도로 옆에 새 매장이 들어서 교통대란이 예상된다는 고발성 보도였다. 그만큼 주민들의 관심이 크고 IKEA에 대한 호응도가 남다르다는 의미다.매장에는 책상에서 걸상,식탁,침대,찬장,서랍장 등 모든 종류의 가구가 전시됐으나 판매는 조립형 부품이 든 ‘패키지 형태’로 이뤄진다.소파마저 일부는 조립형으로 나온다.1940년대 초 스웨덴에서 시작,전 세계 34개국에 매장을 둔 IKEA의 최근 모토는 ‘디자인된 가구의 저가 공급’이다.배달하고 사용하기 쉬운 재료들을 사용,미 동부지역에서 인기를 끌며 급성장하고 있다. 워싱턴 시내에 사는 흑인 여성 캐롤 던햄은 “조립형 가구는 디자인이 현대적인 데다 값이 싸고 이사할 때에도 분리해서 운반할 수 있어 실용적이다.”라고 말했다.한때 애를 먹은 송씨는 조립하는 재미가 있다며 지금은 전동 드라이버까지 구입,조립형 가구에 푹 빠졌다.가격은 일반 가구보다 20∼30% 싸며 무게도 훨씬 가볍다. 집을 고치거나 관리하는 것도 본인의 몫이다.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잔디를 심는 게 법으로 정해져 있다.잔디가 보통 20㎝ 이상 되면 1주일마다 주택단지를 살피는 지역관리소에서 1차 경고를 한다.그래도 깎지 않으면 법원에 고발,벌금을 물게 한다.마당이 넓은 단독주택이나 저택의 경우 월 250∼400달러를 주고 잔디깎기를 시킨다.갓 이민 온 라틴계들의 주요 직업이다. 그러나 연립주택형인 타운하우스나 상당수 단독주택의 거주자들은 스스로 잔디를 깎는다.잔디깎는 기계도 하나로는 부족,2∼3개씩 갖고 있다.집 내부는 직접페인트 칠하고 발코니는 손수 고친다.가정 개선용품점인 홈 디포나 로우스 등이 불황에도 잘 견디는 것은 수요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지붕이나 벽,전기,TV 등의 가전제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사는 ‘내 스스로 한다.’는 게 미국인의 좌우명이다. ●귀족 운전자는 ‘NO’ 미국의 주유소에선 운전자가 직접 차에 기름을 넣는다는 사실은 이미 다 알려졌다.물론 기름을 넣어 주고 앞 유리 등을 닦아 주는 ‘풀 서비스’ 주유소도 있으나 99%는 ‘셀프 서비스’다.미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들도 기름 주입구를 차안에서 여는 장치가 없을 정도다. 물론 기름을 넣기 전후에 돈을 내는 방식이 지역마다 달라 번거로운 점도 있다.일부 주유소는 값이 싼 대신 현금만 받고 미 국방부 인근의 주유소처럼 회원제로 운영돼 군인들만 사용하는 곳도 있다.그러나 주유소들이 불필요한 서비스는 거부하는 실용주의가 전형화한 곳임에는 틀림없다. 지난달 조지 워싱턴대에 연수 온 김모씨는 자동차를 산 뒤 행정당국으로부터 배기가스 검사를 받으라는 통지를 받았다.검사 장소와 요금 등의 안내서가 첨부됐으나 꺼림칙해 한국인이 운영하는 정비업체를 찾아 갔다.배기검사를 대행해 주느냐고 물었더니 “이 나라에선 장관도 배기가스 검사를 자신이 직접 받는다.”는 말에 머쓱해졌다. 용기 백배하고 검사장에 갔다.배기 검사 시설이 갖춰진 철판 위에 2분 정도 시동을 걸고 차를 세워 놓자 검사를 쉽게 통과했다.주변을 보니 백발의 노인들이 직접 차를 몰고 와 검사를 받았다.검사소는 각 도시마다 위치해 기다리는 시간은 1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차를 사고팔 때에도 중개인을 거치지 않는 경우가 점차 느는 추세다.자동차 딜러에게 팔면 제 값에서 2000∼3000달러 이상 손해보기 때문에 중고차의 경우 먼저 신문에 광고를 낸다.예컨대 ‘99년 도요타 캠리,6만마일 주행,가죽시트,CDP포함,상태 양호,1만 1000달러,협상 가능’하는 식으로 광고를 내면 사겠다는 사람들이 찾아 온다.차를 살피고 운전을 해본 뒤 거래가 이뤄지면 차량등록증에 파는 사람이 서명만 하면 그만이다.계약서를 요구하기도 하지만 등록에 꼭 필요한 것은아니다. ●내가 이삿짐 전문센터 미국에서도 이사할 때에는 사람을 부린다.인부 3명 기준으로 3시간에 기본요금 450∼500달러,1시간 추가할 때마다 100∼150달러씩을 낸다.그러나 피아노,소파,식탁 등 무거운 짐이 많을 경우 인부를 사고 독신이나 가구가 많지 않은 경우는 혼자 힘으로 이사하는 경우가 많다.이삿짐 트럭만 전문적으로 빌려주는 ‘U-홀’이나 ‘라이더’ 등의 업체가 성업하는 것도 스스로 이사하는 미국인들이 많아서다. 미국에서는 이사할 때 나오는 대형 쓰레기 때문에 고민할 필요가 없다.승용차나 밴에 싣고 가까운 쓰레기 처리장에 가 직접 버리면 된다.짐이 많다 싶으면 역시 이사 차량을 빌리면 된다.트럭은 시간당 또는 거리당으로 계산해 반나절이면 1대의 임대료가 40∼70달러 정도다. 쓰레기 처리장이 한국처럼 시 외곽에 있는 게 아니라 주택가 주변에 있는 것도 편리하다.녹지대에 위치,외부에 가려졌으며 먼지 등이 날리지 않고 지저분하지 않도록 공장형으로 마련,주민들의 반발도 적다. mip@kdaily.com 美골프장 캐디 없다 |워싱턴 백문일특파원|스스로 모든 일을 하는 문화에 익숙한 미국에서는 대통령도 캐디없이 골프를 친다. 미국에서 골프가 대중화한지 40년이 넘었다.지역마다 퍼블릭 골프장이 10개 안팎이 된다. 워싱턴 주변 지역의 경우 골프장이 100여 곳 넘는다.요금도 40달러에서 80달러 정도다.그러나 캐디가 있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회원제 골프장도 마찬가지다.프로 골퍼들이나 캐디들이 붙지 일반인들은 상상도 할 수 없다. 골프채를 끌기 싫으면 전동차에 실어 타고 다니면 된다.이 경우 한 사람당 12∼16달러의 전동차 요금을 낸다. 미국 대통령이 가끔 찾는 앤드루 공군기지 골프장에도 캐디는 없다.대통령이라고 해서 특별한 대우를 받지는 않는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지난 6월 일반인과 똑같은 요금인 39달러를 내고 각 홀마다 동시에 티 샷을 하는 ‘샷 건’을 즐겼다. 경호원들이 골프장 곳곳에 배치되고 지상에는 특수 정찰기가 떴지만 일반인들을 제재하지는 않았다.일반 골퍼들처럼 부시 대통령도 앞 팀이 가까우면 기다렸다가 샷을 하곤 했다.한국에서흔히들 말하는,앞 뒤 홀이 텅텅 빈 ‘대통령 골프’를 미 대통령도 마음대로 즐기지는 못한다.
  • [나의 건강보감] 지식산업사 대표 김경희

    “단전호흡,이거 자식들에게 물려줄 유산목록 1호요.낼 모레 일흔인 내가 무슨 욕심이 있겠어.정말 사람들이 다 이 운동 했으면 좋겠어요.” 올해 예순 여섯.그의 목소리는 아직도 칼칼했다.안색은 익은 누에처럼 맑았고,몸은 마치 꿩의 다리뼈처럼 단단하고 꼿꼿해 보였다.지식산업사 김경희 대표는 단전호흡의 전도사를 자임했다. “중학교 3학년때부터 2년 남짓 결핵을 앓았고,대학 들어가서는 한 7년쯤 위·십이지장 궤양을 심하게 앓았지.그뿐인가.30대 초반에는 간영양결핍증이 왔어.이게 간경화로 된답디다.좀 나아지나 했더니 당뇨가 와요.내가 생각해도 기가 막힙디다.” 젊은 시절의 그는 병을 달고 살았다.“80년대 초반에 세상 어수선했잖아.그때 출판사 힘들었어요.신산(辛酸)의 삶이랄까.그랬어.그 와중에 당뇨가 온거야.” 그가 겪은 병증이 모두 그랬지만 특히 당뇨는 그의 삶을 바꾼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어릴때부터 병약… 당뇨까지 생겨 “다들 아는 얘긴데,당뇨가 오면 성기능이 무뎌져요.한마디로 안돼.내가 마흔에 결혼을 했는데 당뇨가온게 마흔 대여섯 무렵이란 말야.큰일이지.양의,한의 다 찾아다녔지만 안돼.그때 만난 게 국선도 단전호흡이야.이런 말 하면 믿을까? 단전호흡 시작한지 5일만에 내 자신이 달라졌다는 것을 확인했어.”그때부터 그는 단전호흡에 몰입했고,몰입은 곧 심취로 이어졌다.86년 초의 일이었다. 국선도에서 그의 요즘 지위는 최고위 선사(仙師) 다음의 법사(法師).그러나 공력이나 이론은 누구 못지 않다.만나자마자 수련복을 갈아입고 보여주는 고난도 시범은 ‘이래도 단전호흡 안할거야?’라는 시위같았다.“어렵게 생각할 것 없어요.고대부터 우리 조상들이 양생법(養生法)으로 삼았던 배냇호흡이 바로 단전호흡입니다.” 그가 설명하는 단전호흡의 원리와 기원은 이렇다.진화 이전의 인간은 다른 동물처럼 네 발로 활동하고 복식호흡을 했다.자연 인체의 장기는 척추에 메주처럼 매달렸고,잠을 잘 때도 지금처럼 등을 바닥에 붙이지 않았다. 그러나 두발로 서는 직립이 문제가 됐다.앞발을 손으로 쓰게 되면서 태생의 섭리가 왜곡되기 시작한 것.척추에 매달려야할 장기는 아래로 쏟아질 듯 위태롭게 됐고,그 결과 단전은 장기의 압박을 받아 위축됐으며,사람들은 직립에 거추장스러운 복식호흡 대신 간편한 폐호흡을 택했다. 그러나 폐호흡이 인체의 운기(運氣)를 막아 숱한 부조화를 낳고,부조화는 병을 만들며,병은 고뇌를 낳고,고뇌는 사람을 더욱 거칠고 병약하게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동인도회사를 만든 유럽인들이 인도에서 요가를 목격하고는 이를 유목민 체형에 맞게 변조한 것이 바로 우리가 어렸을 때 배운 국민체조의 원조인 덴마크체조였어요.이에 비해 단전호흡은 백두산 언저리에 터를 닦은 우리 조상들이 찾아낸 참으로 값진 유산입니다.도수체조는 좋다는 사람들이 단전호흡을 어렵다거나,낯설게 느끼는 것은 이상한 일이지요.” ●폐호흡이 부조화 부르고 병 만들어 서울대 문리대를 졸업한 뒤 문학평론가이자 손위 형인 김우정씨가 지난 69년 설립한 지식산업사에 전무로 입사해 일하던 그는 지난 83년 된서리를 맞았다.광주민주화운동과 KAL기 폭파사건,아웅산 사건 등으로 전쟁위기가 고조되면서 돈줄이 막혀 거액의 부도를 낸 것. “지금으로 치면 부도액이 50억원쯤 될건데,죄책감과 부끄러움 때문에 살 수가 없더라고.죽으려고 했는데,죽으란 법은 없나 봐.바깥에서 지식산업사 살려야 한다며 당대의 지식인들이 후원회를 만든 거예요.변형윤·민두기·박경리 선생 등 내로라하는 인사 40명이 참여했어요.그래서 이 회사가 주식회사로 되살아난거요.그때부터 몸 안사리고 일했지.운동을 못하니 체중이 69㎏까지 붑디다.지금 55㎏이니 어땠겠어요.당뇨도 그때 왔어요.” “살펴보자니,단전호흡이 국운의 성쇠와도 무관치 않은 것 같아요.국선도의 다른 이름이 풍류도,화랑도였는데,화랑을 앞세워 삼국을 통일한 신라가 나중에 화랑도 즉,국선도를 폐기하면서 망했거든.어디 그뿐인가.어려서부터 병약했던 퇴계 이황 선생은 단전호흡에 심취해 일흔까지 장수했어요.죽을 때도 ‘나를 일으켜 앉혀라.’하고는 가부좌한 채 운명하셨고,성철스님도 ‘나 갈란다.’하시고는 결가부좌를 튼 뒤 입적하셨는데,나도 그렇게 죽고 싶어요.옛날 선비들 하루종일 가부좌 틀고 단정하게앉아 독서하고 토론한 것이 바로 단전호흡의 전통이거든.” 그는 10년 전부터 사무실로 쓰는 종로구 효자동의 저택 3층에 15평쯤 되는 수련장을 마련해 매일 단전호흡을 지도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시인 황지우씨와 중앙대 강내희 교수,서울컨벤션의 이수연 사장 등 숱한 사람들이 그에게서 단전호흡을 익혔다. “내가 단전호흡을 시작한 이후 당뇨는 물론 감기약 한번 먹어본 적이 없어요.이런 좋은 운동을 나만 가질 수 있나.나눠야지.국민들 모두 나서 단전호흡 했으면 좋겠어요.이것이 내가 사회에 베풀 수 있는 가장 값진 선물입니다.” ●단전 시작후 감기약 한번 안먹어 그의 단전호흡 찬양은 끝이 없다.“현대인들이 이런저런 병고에 시달리는 것도 다 타고난 섭리를 무시하고 조화를 깨뜨려 빚어진 일입니다.그 뿐입니까.정신이 육체를 지배하지 못하면 젊은이들은 불량배가 되고,나이 든 사람은 치매를 맞습니다.이런 부조화,여기서 비롯된 모든 병증을 극복하는데 단전호흡만한 비방(方)이 없다고 봐요.” 그는 지금도 두좌(頭座·물구나무서기)해 세상을 본다.거꾸로 된 세상을 바로 보는 그만의 관조법이다. 글 심재억기자 jeshim@ 사진 남상인기자 sanginn@ ■단전호흡 건강론 “완전한 건강은 몸과 마음이 합일해 하나의 유기체로 작동할 때 이뤄지는 것입니다.육체의 단련만을 건강의 완성이라고 여기는 일부의 시각은 이런 점에서 잘못된 것이지요.” 김경희씨의 건강론은 ‘조화의 건강론’으로 요약된다.몸과 마음이 조화를 이뤄야 사람이 건강하고 사회도 바르게 된다는 의미다.“사람을 보세요.뱃속의 태아는 복식호흡을 하다 세상에 나오면서 비로소 폐호흡을 시작합니다.태어나서도 심상이 편할 때는 곧잘 복식호흡을 합니다.그러다가 죽음에 가까울수록 폐호흡을 하게 되는데,숨이 얕아져 목호흡을 하면 그것은 곧 죽음입니다.” 단전호흡 경력 20년이 돼가는 그는 지금도 거의 매일 운동을 거르지 않는다.“운동법은 간단합니다.복식호흡으로 단전에 기를 모아 온몸으로 순환시키는 원리지요.그 과정에서 인체의 365경락을 모두 돌아 놀라운 집중력과 지구력이 생성되는 겁니다. 그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해야 하는 운동이지만 특히 청소년과 사회를 이끄는 지도급 인사들에게 단전호흡을 권하고 싶다.”고 했다.“이유야 많지만 작은 것에 연연하지 않는 호연지기와 결단력,멀리 보는 지혜와 매사 공정하게 읽어내는 균형감각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예순을 훨씬 넘긴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날렵한 몸놀림으로 물구나무 선 뒤 거꾸로 선 몸통을 머리와 양쪽의 가냘픈 검지손가락 하나로 지탱했다.그러고는 “모든 사람이 희구하는 파라다이스는 바로 모태(母胎)인데,단전호흡은 이미 세상에 던져진 사람을 그 모태,즉 파라다이스로 인도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경희대한방병원 신경정신과 김종우 교수는 “단전호흡은 인체의 운기를 활성화해 우리가 에너지라고 일컫는 정(精)을 충족시키는 유용한 건강법”이라며 “호흡뿐만 아니라 체조까지 해야 하므로 심신의 이완과 안정을 가져오고 성별,나이를 가리지 않고 할 수 있는 점도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심재억기자
  • 22일 개봉 ‘왓 어 걸 원츠’/홀어머니와 외롭게 산 소녀의 아빠찾기

    ‘왓 어 걸 원츠’(What a girl wants·22일 개봉)는 조금 독특한 로맨틱 코미디다.포스터만 봐서는 ‘노팅힐’‘웨딩 싱어’류의 로맨스물이겠거니 싶은 데,남녀의 사랑보다는 가족애를 부각시킨다. 주인공은 17세 소녀.엄마와 외롭게 사는 소녀가 대학 진학을 앞두고 꿈에 그리던 아빠를 찾아나선 과정에 자잘한 에피소드들이 깔려 있다. 이곳저곳 자유롭게 떠돌다 지금은 웨딩싱어로 일하는 엄마 리비(켈리 프레스턴)와 다정하게 살지만,데프니(아만다 바인스)는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아빠가 그립다.알고 본즉 아빠 헨리(콜린 퍼스)는 영국에서도 알아주는 귀족 가문.가수 신분을 마땅찮게 여긴 헨리가에서 냉대를 받자 엄마는 임신한 채 미국으로 떠나왔던 것이다. 이야기가 담기는 공간은 영국의 대저택과 상류사회의 파티장.아찔하게 현기증이 날 정도로 화려하고 호사스런 볼거리들이 시선을 붙들어맨다.‘신데렐라 콤플렉스’를 자극할 만한 요소가 여기저기 넘쳐난다.보잘 것 없는 웨이트리스이던 여주인공이,전도유망한 정치가 아빠를 만나 하루아침에세인의 주목을 받는 왕족으로 신분 상승하는 설정도 마찬가지. 그러나 젊은 여성들은 끌어들일 수 는 있을지언정 다양한 관객층을 포섭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헨리의 약혼녀와 그녀의 딸이 데프니를 사사건건 괴롭히는 대목들을 빼고는 보탤 것 없는 ‘현대판 신데렐라’다. ‘귀족 마케팅’을 구사하는 영화는 배경음악으로 셀린 디옹의 ‘Because you love me’,크래시의 ‘London calling’,크렉 데이빗의 ‘What's your flava’등 귀에 익은 인기 팝 넘버들을 쉼없이 쏟아낸다.TV시리즈 ‘앨리의 사랑만들기’를 제작한 데니 고든 감독이 연출했다. 황수정기자 sjh@
  • 국제 플러스 / 우다이 신고 이라크인 제3국행

    |바그다드 AFP 연합|미군은 지난달 22일 우다이와 쿠사이 등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두 아들 거처를 신고,이들의 살해에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한 이라크인 제보자와 그의 가족을 이미 제3국으로 빼돌렸으며 이 이라크인에게 현상금 3000만달러(각 1500만달러)도 지불했다고 폴 브레머 미군정 최고행정관이 2일 밝혔다. 브레머 행정관은 또 조만간 이라크인중 누군가가 후세인 전 대통령의 거처에 관한 정보를 제공,2500만달러를 수령해 갈 것이라고 장담했다. 한편 우다이와 쿠사이의 거처를 제보한 사람은 이들이 최후를 맞은 이라크 북부 모술 시내의 한 저택 주인 나와프 알 자이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다이와 쿠사이의 시신은 2일 이라크 티크리트의 공동묘지에 매장됐다고 이라크 적신월사가 밝혔다.
  • 후세인 두아들 사망 이후 / 이라크 지하항전 큰 타격

    리카르도 산체스(사진)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은 22일(현지시간) 후세인의 두 아들이 미군의 급습을 받고 6시간 동안 격전을 벌인 끝에 사망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산체스 중장은 23일 우다이와 쿠사이 등 후세인의 두 아들의 치아 기록,X레이 사진,전직 고위 관리 4명의 확인 등을 통해 사살된 증거를 이라크인들에게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6시간 격전 끝에 사살 미군측의 설명에 따르면,미 육군 제101 공중강습사단은 21밤 이라크인으로부터 우다이와 쿠사이가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380㎞ 떨어진 모술의 한 저택에 은신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다음날인 22일 오전 9시 소규모의 미군 병력이 해당 저택을 방문,수색 허가를 요청했으나 거주민들이 이를 거절하자 미군은 거대 병력을 출동시켰다. 격전은 100여명의 제101 공중강습사단 소속 군인들이 도착한 오전 10시부터 시작됐다.저택을 둘러싼 미군이 공격을 시작하자 안에서도 소총으로 반격을 시도했다. 미군은 헬기를 동원해 로켓을 발사하는 등 대대적인 공세를 퍼부었다. ●모술은 수니파 거점도시 이들이 은신해 있던 모술은 시리아와 이란에서 176km 정도 떨어진 곳으로 후세인 추종 세력들의 거점도시다.때문에 후세인 정권이 축출된 후,사담 후세인 등 이라크 지도자들이 이 지역에 머물면서 주변 아랍국의 도움을 받으며 시리아 국경을 넘나든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이들이 마지막으로 머물던 저택 역시 후세인의 사촌 집이라고 말했다고 전했으나 정확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연합군의 지명수배자명단 2,3순위에 해당하는 차남 쿠사이와 장남 우다이에게는 현상금이 각각 1500만달러가 걸려 있어 이들의 행방도 누군가에 의해 신고된 것으로 보인다. ●저항세력 약화 불가피 미 정가는 이번 작전이 이라크전 개전 이후 최고의 전과라며 크게 반기고 있다.또 이라크 철권통치의 상징이었던 우다이와 쿠사이가 사망함에 따라 이라크 내 저항세력이 위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들은 후세인 정권 하에서 중추기구를 장악하며 후세인 체제를 견인해 온 양대 축으로 이라크 국민들은 전후에도 이들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지 못했다.따라서 우다이와 쿠사이의 사망은 후세인 체제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공포를 떨치지 못했던 이라크 국민들의 민심을 수습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사망으로 후세인 추적이 어렵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지만 후세인 잔당세력의 기습공격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던 연합군의 사기가 회복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는 평가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이라크인들에게 낭보”라며 “후세인 정권이 끝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재확신시켜 주는 일”이라고 환영했다. 또한 국제유가가 급락하고 뉴욕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는 등 세계경제에도 호재로 작용했다. 강혜승기자 1fineday@
  • “약속의 땅 한국은 행운을 주는 나라”/ 마라토너 이봉주 훈련 파트너 탄자니아 출신 나다사야

    ‘아프리카 촌놈’ 존 나다사야(25)의 ‘코리안 드림’이 탐스럽다.나다사야는 탄자니아 아루샤라는 시골마을 출신의 마라토너다.그는 성공해서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야무진 꿈을 이루기 위해 3년째 낯선 한국에서 묵묵히 땀방울을 쏟고 있다.나다사야가 한국땅을 밟은 것은 지난 2001년 5월.‘국민 마라토너’ 이봉주(33)가 소속된 삼성전자 육상단이 이봉주의 세계제패를 위해 훈련파트너로 그를 선택했다.축구나 야구 등 프로스포츠를 제외한 종목에서는 그가 첫 용병이다.나다사야도 처음엔 한국이란 나라가 낯설어 망설였다고 한다.하지만 성공을 위해서 큰 맘 먹고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어느덧 만 2년의 세월이 흘렀다.실력을 인정받아 벌써 두차례나 계약을 연장했다.연봉도 첫해 2만 7000달러에서 올해는 3만달러로 올랐다.그동안 고향으로 돌아가고픈 생각이 수백번도 더 들었지만 식구들을 생각하며 꾹 참았다.자신만을 바라보고 고향땅에서 살아가는 가족들을 위해 젖먹던 힘까지 다해 본다. 그는 이제 고향에선 성공한 갑부로 통한다.합숙훈련을하기 때문에 추가로 들어가는 돈이 없어 받은 연봉은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 둔다.소속팀에서 받는 연봉 외에 대회 출전료와 상금도 짭짤한 수입원이다.2001년 중앙국제하프마라톤에서 우승했고,이어 그해 12월 이탈리아 밀라노마라톤에서 정상에 오르는 등 지금까지 5만달러 이상의 부수입을 올렸다. 탄자니아는 중산층 4인 가족의 한달 수입이 200달러 정도로 우리나라 50∼60년대 생활수준과 엇비슷하다고 한다.그가 받는 연봉 3만달러는 탄자니아에선 꿈같은 이야기다. 탄자니아에선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을 뽐내기 위해 제일 먼저 큰 집을 짓는다고 한다.저택이 탄자니아에선 부의 상징인 셈이다.물론 나다사야도 입단 첫해 연봉과 상금 등을 모아 5만달러에 이르는 큰 집을 고향 마을 입구에 지어 자신의 존재를 과시했다. 나이는 많지 않지만 부인과 딸 2명을 거느린 어엿한 가장이다.고교를 졸업하자마자 결혼했기 때문에 2살과 4살짜리 딸이 있다.딸들이 클수록 더욱 보고 싶고,고향생각이 난다고 한다.이제 어느 정도 벌었으니 가족에게 돌아가고픈 생각도 있다.그러나 그럴때마다 머리를 흔들며 운동화끈을 조여맨다.딸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아버지가 되기 위해선 좀더 참아야 한다는 생각에서다.지난 5월 한달간 고향으로 휴가를 떠난 나다사야는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부인 빅토리아 존을 데리고 왔다.남편없이 힘들게 딸들을 키우고 있는 아내에게 해외여행을 시켜주고 싶었다.또 성공한 자신의 모습도 은근히 자랑하고 싶었다.탄자니아에서는 아직도 일반인들의 해외여행은 꿈도 꾸지 못할 정도.때문에 나다사야의 부인은 동네사람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으며 한국으로 향했다. 한국에서 나다사야는 부인에게 민속촌 등을 구경시켜 주며 성공한 자신의 모습을 한껏 자랑했다. 태어나선 처음으로 해외여행길에 오른 존도 남편의 장한 모습에 다시 한번 든든함을 느꼈다. 나다사야의 발걸음은 요즘 더욱 가벼워졌다.오는 8월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탄자니아 대표선수로 출전하기 때문이다.태어나서 처음으로 국가대표로 발탁된 것이다.나다사야도 “한국은 나에게 많은 행운을 주는 나라인 것같다.”면서 “힘이 닿는 한 한국에서 선수생활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탄자니아 촌놈’ 나다사야는 ‘약속의 땅’ 한국에서 부와 명예를 모두 움켜 쥐었다. 박준석기자 pjs@
  • [나의 건강보감]영원한 ‘아침이슬’ 가수 양희은

    ‘짧고 고단하게 살다 갔지만 따뜻한 가슴을 간직했던 한 여자의 흔적을 꼭 남기고 싶었다.’ 양희은(52).문득 그가 그리웠다.적당히 지치고 또 낡아 너덜거리는 영혼의 귓전에서 그의 맑은 목소리가 잉잉거렸다.만나야 겠다고 맘먹고 연 그의 홈페이지(www.yangheeun.co.kr)에는 옛 친구의 은밀한 정담같은 이런 글귀가 돋을새김으로 꼭꼭 새겨져 있었다. 사람들,정말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그만큼 애잔하고 슬프게 침잠시키고 또 어기찬 함성으로 격발시킨 이가 또 있을까.우리들 가슴에 남은 그의 흔적이 이토록 간절한 것은 비록 더러는 잊고 살지라도 그의 낭랑한 노래가 한 시대 혹은 세대의 찬란하도록 슬픈 추억과 함께 하기 때문이다.그의 소리는 ‘앓는 영혼의 양지(陽地)’였다.‘병 깊은 사람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그의 품을 비집고 들었고,그때마다 그는 따뜻하게 그들을 껴안았다. ●단식과 산행 경기도 일산의 ‘하얀 저택’에서 그를 만났다.일주일간의 단식을 막 끝내고 보식(補食)중이었으나 ‘우람’은 여전했다.큰 맘 먹고 포항에서 전문가를 모셔다 치른 의식(儀式)같은 단식이었다.그냥 먹는 일만 멈추는 단식이 아니라 매일 된장을 이용한 복부찜질 4시간,관장과 1시간 15분의 정발산 타기,1시간 30분의 냉·온욕 등 단식 프로그램을 모두 소화했다.“생전 처음이다.살 빼려는 게 아니라 내 안의 모든 찌꺼기를 말끔히 청소하고 싶었다.”는 단식이다.“하고 싶었던 일이어선지 심신이 날듯 가볍다.”며 웃었다. 단식중에도 매일 오전 6시30분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 MBC에서 2시간짜리 아침 생방송 ‘여성시대’를 끄떡없이 진행했다.이런 ‘고시생 일과’가 몸에 익어 이젠 쉬는 날에도 자리에서 비비적거리지 못한다.이내 머리가 무거워지기 때문이다.금세 털고 일어나 집 근처 정발산을 오른다.해발 87m의 동산이라 산책로가 짧아 일부러 지네처럼 여러번 길을 접어서 1시간이 넘게 걷는다.어두운 밤길이 싫어 해거름을 택한다. 지금이야 바빠 집 근처를 뱅뱅 돌지만 그는 타고난 산(山)체질이다.“바다에는 별 감흥이 없지만 산에만 가면 우꾼 힘이 난다.”는 그다.어릴 적 서울의 삼청공원 가까이있는 가회동에 살았던 덕분에 유달리 친근한 북한산을 자주 오른다.문득 생각나면 창경궁을 찾아 흙길을 밟기도 한다. ●그 모습 그대로 방송뿐 아니다.7년여의 미국 생활을 접고 귀국한 뒤 94년부터 10년째 대학로에서 개인콘서트를 계속해 왔다.요새야 잦은 콘서트지만 그게 만만치 않다.공연 날 잠 못드는 건 기본이고,두어시간을 장승처럼 서서 노래하다 보면 발가락부터 전신이 뻣뻣하게 굳기도 한다.그렇게 2∼3주쯤 공연을 하고 나면 아예 두어달 맥을 놓고 지내야 한다.어찌 스트레스가 없을까.89년,서른 여덟에 결혼해 두번의 암수술과 오랜 외국생활을 거치면서 ‘뼈대’ 굵은 그도 지친 것일까.쉬고 싶어했다.마흔 아홉을 넘기면서부터 좀 허우적거린단다.안되겠다 싶어 지난 봄부터 자선공연말고는 모든 콘서트를 건너뛰고 있다.6개월째다.“친구들이 그러더라구요.‘야,남들은 2시간짜리 생방송만 갖고도 넘어가더라.’고.” 올해로 노래무대에 선지 서른 세해.그는 지금도 변함없이 그 자리에,그 모습으로 서있다.그는 “변하지 않은 건 아닐텐데 더러는 실체보다 이미지를 보고 그렇게 여기기도 하는 것 같다.”고 했다.분명한 것은 노래에서 배어나는 ‘양희은 향기’,‘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나 ‘아침이슬’,‘늙은 군인의 노래’와 ‘내 나이 마흔살에는’ 등 그의 노래를 일관되게 관류하는 향기는 예전 그대로다.사람들은 이를 감성과 저항 혹은 서정과 서사 양대 축으로 읽는다.이를테면 이기일원론같은 것이다. ●힘겨워 더 소중했던 시절 돌이켜 보면 그의 성장기는 참 신간스러운 것이었다.부모의 이혼과 이어진 가난의 고통이 오죽했으면 “다시는 그 시절로 가고 싶지 않다.”고 할까.그러나 “힘든 가운데서도 우리 세 자매는 밝게 살았다.”고 돌이킨다.힘겨운 삶은 자매의 우애를 키웠으며,환난은 더 나은 삶에의 의지를 싹틔웠다.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8년 만에야 졸업한 대학시절 그의 별명은 ‘회수권’.누구든 만나면 회수권을 먼저 챙겨 얻은 별명이다.“그때 동생 희경이가 ‘언니,돈갖고 걷는 건 안그런데 차비없어 걷는 건 너무 슬프다.’고 하더라.”는 귀엣말을 전하며 허허롭게 웃는 그의 눈가에 언뜻 눈물이 어렸다. 그런 삶이었지만 그는 밝았다.가난이 곧 굴욕이기도 한 세상인데 어찌 가슴에 앙심과 슬픔이 자라지 않았을까.‘한계령’을 취입할 때다.음반회사에서 “허,돈될 노랠 좀 부르지.”라고 했을때는 정말 두렵더라고 했다.힘겹게 헤쳐온 가난의 진창 속으로 다시는 되돌아가고 싶지 않아서였다.동생들 시집보내고 손에 쥔게 없었던 그 때. “아버지 돌아가시고 새엄마랑 사는데 왜 힘겹지 않았겠나.저녁이면 자매들이 넌 새엄마,난 아빠 하는 식으로 배역을 정해 뭐랄까,코믹극이나 사이코 뮤지컬쯤 될까.그걸로 깔깔거리며 묵은 앙금을 풀곤 했다.그렇게 웃음을 지켰고,그때 나를 지탱할 수 있었던 힘이 바로 노래였다.”고 추억했다.그런 자신을 “섬약한 바이올린 현보다는 차라리 고래심줄에 가깝다.”고 했다.그런 면모 때문이리라.어려워도 가슴에는 되레 평안이 깃들어 그는 한 순간도 희망의 끈을 놓고 살지는 않았다.지금도 밝고 맑다. ●40대 중추론 그가 말하는 음악론의 기저는 ‘건강’이다.노래하는 이의 몸과 마음이 제대로 뼈대를 세우지 못하면 제대로 된 노래가 불려지지 않는다는 것.이런 그의 담론은 그들이 가진 감수성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는 신세대 음악인들의 ‘견딜 수 없는 가벼움’으로 넘어간다.“음반이든 시집이든 고작 기천장을 두고 일희일비해야 하는 풍토가 못내 아쉽다.”는 그는 “아무리 당대의 문화가 20대에 의해 형성되고 견인된다지만 온돌처럼 은근하고 생명력있는 음악을 도외시하고 말초적 재미와 과대포장,변칙에만 급급한 신세대 스타들이 이 시대 음악문화의 중추는 아니다.”고 잘라 말한다. 그가 말하는 음악론은 중견중추론.이를테면 40대 정도의 완숙하고 열정있는 세대가 중심으로 곧게 서 곧잘 우우 떼지어 몰려다니는 신세대의 음악적 편향성을 바로잡아 줘야 한다는 뜻이다.“음악도 식단이 비슷하다.먹을거리가 다양할 뿐 아니라 제철 음식을 제때 챙겨먹어야 건강한건데,요즘 음악이란 게 뒤죽박죽 기형이다.”‘봄이 지나도 다시 봄,여름 지나도 또 여름 빨리 어른이 됐으면…’하고 시작하는 그의 노래 ‘내 나이 마흔살에는’은이런 배경에서 만들어졌다. ●‘밥심' 이 노래의 힘 그는 본태적으로 소박하고 꾸밈이 없다.무대에서 보는 모습이 바로 그의 생활이다.노래에,방송에 바쁜 나날이지만 지금껏 부엌일 만큼은 남에게 맡기지 않았다.온 식구의 에너지가 주부의 손끝에서 나오는데 내가 품을 안팔 수 있느냐는 것이다.밥을 사먹는 일,특히나 저녁 외식은 끔찍이 싫어한다.알고보면 그의 노래도 ‘밥심’이다.나이가 들수록 뒷심이 딸려 밀가루 음식으로는 감당할 수가 없단다.전통차를 즐기는 기호도 담박하다.커피는 집에서 챙겨 아침방송 전에 한잔 하는 게 전부. 수지침과 부항뜨기도 그의 숨겨진 건강법.십수년 전부터 익힌 수지침은 교본이 너덜거릴 정도로 열성을 쏟아 미국에서도 제법 솜씨자랑을 했다.지금도 침실에는 수지침과 부항기가 준비돼 있어 어머니든 남편이든 필요하면 그의 손을 거친다. 요즘들어 그는 가끔 무대에서 눈시울을 적신다.예전엔 없었던 일이다.보기와 달리 심성이 여린 탓이기도 하지만 나이들수록 그와 함께 한 세대의 아픔과 추억에 쉽사리 연민의 가슴을 열기 때문이다. 오후의 햇살을 모로 받으며 문을 나서 흰 고무신을 신은 그와 작별했다.숨가쁘게 한 시대를 이끌어 어느덧 쉰 고개를 넘긴 그의 어깨 위로 고운 노래 하나 햇살처럼 내려앉고 있었다.‘열 아홉살 어린 아이 노래가 좋아 노래했네/슬프나 괴로우나 노래는 나의 친구였네/느티나무 그늘 아래 부르던 나의 노래///세상을 알고부터 노래는 나를 떠나갔네/가슴을 잃어버린 허무한 나의 노래였네/그리운 느티나무 그리운 나의 노래…’(나 떠난 후에라도). 글 심재억 기자 jeshim@ 사진 한준규기자 hihi@
  • 가까이서 본 김정일 / 탈북한 일본인 전속요리사 후지모토 책 펴내

    |도쿄 황성기 특파원|북한 체재 13년간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전속 요리사로 일했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藤本健二·가명·56)가 자신이 듣고 겪은 김 위원장의 후계구도와 베일에 싸인 북한 권력 내부의 이야기들을 엮어 책으로 냈다.후지모토는 1982년 북한에 건너가 김정일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추어 총애를 받았으나 결국 스파이로 의심받고 2년 전 탈출,중국을 경유해 귀국했다.20일 일본에서 발매된 ‘김정일의 요리인-가까이에서 본 권력자의 얼굴’을 발췌,요약한다. ●김정철은 여자같아 김정일은 여러 명의 처가 있다고 하지만 남자를 낳은 것은 성혜림과 고영희 두 사람뿐이다.성혜림의 장남 김정남은 2001년 일본 밀입국에 실패한 이후 북한에 돌아갈 수 없는 상태이다.그래서 고영희의 장남 김정철이 후계자로 유력시된다는 설이 있으나 그것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김정일은 김정철을 가리켜 “저건 안된다.여자같다.”고 자주 말했다. 김정일이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아들은 김정운이다.그는 아버지와 굉장히 닮아 체형도 비슷하다.그렇지만 그의 존재는 외부에는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내가 군복을 입은 고영희의 두 아들과 처음 만난 것은 신천 초대소에서였다.그들은 비서과(후지모토의 소속부서) 사람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었는데 둘째(김정운)가 나를 째려보며 ‘이놈은 미운 일본인’이라고 말하던 날카로운 눈매를 잊을 수 없다. 고영희는 정말로 미인이다.일본 여배우로 치면 요시나가 사유리를 빼닮았다.고영희는 김정일과의 연애시절 추억을 들려준 적이 있다.두 사람의 추억의 노래는 심수봉의 ‘그때 그사람’으로 고영희가 불러주곤 했다.이 노래는 김정일과 고영희가 벤츠를 타고 드라이브를 나가면 새벽 동틀 때까지 차 안에서 함께 들었던 노래였다고 한다. 김정일은 고영희를 대단히 신뢰했다.그런 그녀에게는 상당한 자유가 주어졌다.아이들을 데리고 자주 유럽이나 도쿄 디즈니랜드에도 간 적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고영희는 보통 때는 평양의 김정일 저택에 살지만 김정일이 각지로 이동할 때에는 반드시 동반하는 사실상의 본처로 부하들은 그녀를 ‘어머니’로 불렀다. ●세계 각국으로 요리재료 사러 다녀 요리 재료를 사기 위해 나는 몇 차례나 외국에 갔다.김정일로부터 “○○을 사와라”는 명령이 떨어지면 항공 티켓을 수배해 재료를 사러 비행기를 탔다.일본에는 주로 싱싱한 생선을 사러 갔다.한번은 질이 좋은 참치나 고영희가 좋아하는 오징어 등을 사고 보니 무게가 1200㎏이나 된 적이 있어 구입한 재료를 공수하는 운반료만 상당한 금액이 됐다. 일본에서는 생선,이란과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철갑상어알,덴마크에서는 돼지고기,체코에서는 생맥주,태국·말레이시아에서는 두리앙,파파이아 등 과일,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는 포도를 구입했다. 김정일이 얼마나 대단한 미각의 소유자인가 하면 어느날 “후지모토,오늘 초밥은 어쩐지 맛이 달라.”라고 지적했다.술을 많이 마신 탓이라고 생각하고는 주방에 가보니 설탕이 보통 때보다 10g정도 적게 들어간 것을 알고는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기쁨조에게 전라 강요 신천 초대소에서 디스코 춤을 잘 추는 기쁨조 5명에게 김정일이 갑자기 “옷을 벗으라.”고 주문했다.기쁨조들이 겉옷을 벗자 이번에는 브래지어나 팬티도 벗으라고 주문해 다소 놀라는 표정을 지었으나 장군님의 명령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그녀들은 옷을 모두 벗고 전라로 춤을 췄다.연회에 참석한 간부들과 나에게도 “함께 춤을 추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김정일은 “춤추는 것은 좋지만 만져서는 안 된다.만지면 도둑놈”이라고 주의를 주었다.김정일에게 기쁨조의 무희들은 그의 딸과 비슷한 존재인 것 같았다.흔히 ‘기쁨조 여성들이 (김정일이나 당 간부들의)밤의 상대로 강요당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것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간부들에게까지 “무희들을 절대 만져서는 안 된다.”고 말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1994년 핵위기 때는 심야에 이동,위성방송도 즐겨 1994년이 되자 미국의 정찰위성에 발각되지 않도록 김정일의 초대소에서 초대소로 이동할 때는 한결같이 심야나 이른 아침을 이용했다. 그것도 위장하기 위해 벤츠 10대를 함께 움직이는 대이동이었다.이동을 알리는 신호는 출발 10분 전에서야 통지됐다.이동할 때 김정일을 태운 차량은 가장 선두를 달렸다.누구 하나 그를 앞서 달리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초대소에는 안테나가 설치돼 있어,NHK,CNN,WOWOW 등 세계 각국의 위성방송을 볼 수 있었다.어느 날 김정일은 일본의 스타 채널을 볼 수 있도록 명령했다.이같은 명령이 있은 지 열흘 뒤 감쪽같이 TV에서 스타 채널을 시청할 수 있었다. ●쏘았는가,쏘았습니다 1995년 12월30일,거기에는 7명의 대장이 늘어서 있었다.김정일은 그들을 향해 ‘그 놈을 쏘았는가.’하고 물었다. 김정일의 질문에 한 대장이 “예,어제 쏘았습니다.”라고 대답했다.나는 그 대답을 듣는 순간 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살해당한 사람이란 것은 ‘반 김정일파’일 것이다.그것도 이번에는 24,25명이나 한 번에 사살됐다고 한다. 최용해(崔龍海) 사회주의노동청년동맹 제1서기가 1998년 1월 사망했을 때 자택 아파트의 쌀독에서 약 15만달러가 발견됐다는 소문이 평양에 나돌았다.기쁨조 출신인 그의 부인을 포함한 가족 전원이 섬으로 보내졌다. ●김정일,장성택에게 냅킨 케이스집어던지기도 후지모토는 책 발매에 맞춰 이날자 산케이 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하루는 초밥을 만들고 있을 때 측근 중 측근으로 처남인 장성택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의견 차이가 있었는지 책상 위의 냅킨 케이스를 던진 일도 있었다.”고 술회했다. 그는 김정일에 대해 “평소는 잘난 체하지 않고 웃는 얼굴이 끊이지 않는 온후하고 취미가 많은 사람이지만 국가운영에 관한 것,특히 정보를 보고하지 않거나 잘못이 있을 경우 국가최고 간부급이라 하더라도 그 자리에서 전화 등으로 호통을 치는 장면을 자주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 식량위기가 엄습한 1994년 이후에도 김 위원장의 식탁에는 온 세계의 사치스러운 먹을거리가 가득했으며 참치 뱃살,방어 등의 기름진 초밥을 즐겨 먹었다고 전했다. marry01@ ●후지모토는 누구 아키타(秋田) 출신의 초밥 요리사.1982년 일본의 북한계 무역회사인 ‘일조무역상사’로부터 소개를 받고 북한에 건너가 파격적인 월급 50만엔을 받으며 김정일이 참가하는 연회에 초밥을 비롯,주로 일본 요리를 만들었다. 그는 김정일로부터 ‘일본의 스파이’로 의심받기 시작하면서 탈출을 결심,“일본에 잠시 다녀오겠다.”고 김정일의 허락을 받은 뒤 2001년 4월24일 북한을 떠나 중국을 경유해 일본에 귀국했다. 그는 1989년 일본에 두고 온 부인과 이혼한 뒤 북한에서 만난 기쁨조 출신의 20세 연하 엄정녀와 같은 해 결혼했지만 탈출 때 부인과 자식을 데리고 오지 못했다. ●증언,믿을 만한가 일본 공안당국의 한 관계자는 “탈북자들이 써내는 북한 실상을 증언한 책들의 대부분에 거짓말이 많은 반면 후지모토의 증언은 상당부분 사실로 보이며 파악하고 있는 정보와 일치하는 부분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후계자 대목과 관련해 김정운이 부상하고 있는 점은 일본 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부분과 어느 정도 일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영희와 두 아들이 일본에 밀입국했는지 여부는 확인하기 어려우며 따라서 사실인지 아닌지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그는 “현재 후지모토는 가나자와에 머물고 있으며 아무런 일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웨슬리 스나입스 부인과 방한

    지난 3월 한국 유학생이자 화가인 니키 박(31·한국명 박나경)씨와 혼인 신고를 한 할리우드 스타 웨슬리 스나입스(오른쪽·41)가 이달 말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웨슬리 스나입스의 장인인 박철씨는 11일 “스나입스가 우리 집을 방문할 계획인데 입국 날짜나 체류 기간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그는 “방한하면 한국 언론과 만남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나입스는 지난 3월 미국 뉴저지주의 한 법원에서 박씨와 혼인신고를 했으며, 두 사람은 현재 뉴저지의 저택에서 아들(3),딸(2)과 함께 살고 있다.
  • [씨줄날줄] 고문광

    영화 ‘소돔의 120일’은 권력과 인간의 잔혹함과 변태의 극한을 탐색한다.무솔리니의 파시즘이 지배하던 1943년.이탈리아 권력자들은 젊은 남녀를 납치해 시골의 저택으로 끌고 간다.그들은 젊은 남녀와 변태적 성의 향연을 즐긴다.파시스트들은 눈알을 후비고,머리가죽을 벗기는 등 잔혹한 방법으로 그들이 농락했던 젊은이들을 고문·처형한다.고문하고 살해하는 것에 쾌락을 느끼기까지 한다.이탈리아의 영화감독 파솔리니는 프랑스의 사드 백작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사디즘이라는 말의 어원이 이 소설의 작가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러나 잔혹한 고문은 영화나 소설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소돔의 120일’에 나오는 방법 못지않은 잔인한 고문이 세계사의 여러 장을 차지하고 있다.야만적이고 추악한 고문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만큼 길다.고문은 어느 시대 어느 국가 어느 민족에 한정된 것이 아니었다.시대와 민족을 초월하여 자행돼온 인류 공통의 광기와 어둠의 역사다.중국 등에서는 귀자르기·거세·무릎 자르기 등 다양하고 잔혹한 고문과 형벌이 있었다.중세 유럽의 종교재판에서도 사지찢기·인두질·물고문 등 잔인한 고문이 많았다. 고문은 문명화될수록 줄어들었다.그러나 식민지시대와 독재체제에서는 잔혹한 고문이 계속됐다.일본 군국주의자들은 한국의 애국지사들을 잔혹하게 고문하고 처형했다.잔혹한 고문방법은 한국의 독재체제에서도 자행됐다.이라크에서도 잔인한 고문이 많았다.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동생 알 티크리티는 전기·물고문 등을 자행한 ‘고문 기술자’였다고 한다.후세인의 장남 우다이는 인터넷을 통해 온갖 고문을 연구했다고 한다.그는 고문을 참관하기도 한 ‘고문광’이었다. 고문은 부패한 독재정권일수록 많았다.권력의 단맛을 유지하기 위해 고문을 통해 희생양을 만들어냈다.독재자들의 포악한 권력욕과 그 권력에 기생하는 군상들의 탐욕은 고문의 역사를 끊이지 않게 하고 있다.고문으로 육체와 영혼이 황폐화되는 희생 위에 독재자들은 사치와 호화판 생활을 즐기는 경우가 많았다.얼마나 억울한 비극인가.그나마 많은 독재자들의 최후가 비극으로 끝났다는 것이 역사는 정의의 편이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 이창순 논설위원 cslee@
  • 무너진 후세인 / 바그다드 함락 이모저모

    바그다드의 함락으로 사담 후세인 정권이 사실상 붕괴되자 이라크는 물론 세계가 흥분된 모습이다. ●시민들,춤추며 해방감 만끽 미·영 연합군의 탱크가 9일 바그다드 심장부를 장악하자 바그다드 시민들은 기대 반 두려움 반의 심정으로 바그다드 함락을 지켜보고 있다.지난 24년 동안 후세인 정권의 철권통치 속에서 숨죽여왔던 주민들은 바그다드 거리로 뛰쳐 나와 환호성을 지르고 춤을 추며 해방감을 맛보고 있다.미국이 이라크에 새로운 서광을 비춰 줄 것이라 믿는 시민들은 연합군을 환영하며 꽃을 건네기도 했다.후세인 정권의 상징물인 후세인 대통령 동상 철거 현장에서는 한 주민이 미군에게 승리를 상징하는 종려나무 잎사귀를 선물해 주목을 끌었다. 세계 각국의 이라크 망명인사들과 타국에 정착한 이라크인들도 후세인 정권이 끝난 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미 미시간주 디어본에 모여 사는 이라크인들은 이날 성조기와 이라크 국기를 흔들며 이라크의 새 출발을 축하했다. ●치안 부재…공포의 도시로 전쟁이 끝났다는 안도감으로 기뻐하는 한편에서는 정부의 통제력 상실로 도시 전체에 약탈과 방화가 횡행해 바그다드 시민들은 밤새 문앞을 지키며 공포에 떨어야 했다.일부 군중들은 유엔 사무실과 올림픽위원회 건물 등에 난입,컴퓨터와 가구 등 값나가는 물건들을 닥치는 대로 약탈하고 불을 질렀다.이같은 약탈과 방화는 정부기관,상점 등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저질러졌다.대낮에도 상점에 몰려가 문과 창문을 부수고 식량,가전제품 등을 훔치는 장면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특히 후세인의 장남 우다이의 저택을 포함해 타리크 아지즈 부통령,후세인의 딸 할라,이복형제 와트반과 군 고위장성 등 고위관리들의 저택이 몰려 있는 자드리아와 하이 바벨 지역에서는 이들의 저택이 집중적인 약탈 목표가 됐다.바그다드 시민들은 9일 밤새 이 지역을 지키던 미군이 철수하자마자 저택들로 몰려들어가 약탈했다.이런 와중에 독일대사관과 프랑스문화원도 약탈당했다. ●고위관리집 약탈 당해 바그다드 주변 곳곳에서 산발적인 교전이 계속돼 아직 전쟁중임을 실감케 했다.미군측은 아직 쿠트와 바그다드남동쪽 등 주요 지역을 장악하지 못한 상태라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외신들은 또 미 해병대가 10일 바그다드 북부 티그리스 강변에 위치한 후세인의 대통령궁 중 한 곳에서 공화국수비대로 보이는 이라크군과 치열한 교전을 벌였다고 전했다.이날 교전은 미 해병대가 사담 후세인을 찾기 위해 대통령궁을 수색하다 이라크군의 로켓 추진식 수류탄 공격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미 해병대는 3시간에 걸친 교전 끝에 북쪽의 대통령궁을 완전 점거했다고 밝혔지만 해병대원 1명이 전투과정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또 미 해병 제1원정군 소속 병사 1명도 9일 바그다드 남동쪽 외곽에서 저격수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고 미 중부사령부가 10일 밝혔다.한편 미 공군은 ‘폭탄의 어머니‘로 불리는 비핵무기로는 폭발력이 가장 큰 9513㎏의 소형 핵무기급 공중폭발대형폭탄(MOAB)을 걸프지역으로 이동중이라고 미 국방부 관리가 9일 밝혔다.하지만 이 폭탄들을 어디에 쓸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강혜승기자 1fineday@
  • 할리우드 스타 웨슬리 스나입스 한국인과 결혼

    할리우드 스타 웨슬리 스나입스(사진 오른쪽·41)가 지난달 한국인 유학생 니키 박(왼쪽·30·한국명 박나경)과 혼인신고를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현재 화가로 활동 중인 박씨는 ‘사랑이 뭐길래’‘엄마의 바다’의 연출자인 박철 PD의 딸.박 PD에 따르면 두 사람은 박씨가 미국에 유학 중이던 지난 97년 뉴욕에서 처음 만나 교제해 왔다.웨슬리 스나입스와 니키 박 사이에는 최근 세 돌을 맞은 큰아들과 7월에 두 돌이 되는 딸이 있다.웨슬리 스나입스의 공식적인 영화 행사장에도 나란히 참석하는 등 두 사람은 이미 5년 전부터 가정을 꾸려왔다.현재 뉴저지주의 대저택에서 살고 있는 이들은 지난달 17일 뉴저지주의 하켄색 법원에서 혼인신고를 해 법적인 부부가 됐다. 김소연기자 purple@
  • 동갑내기 과외하기/고교짱 - 女과외선생 한판붙다

    “멜로인 줄 알았는데 찍다 보니 액션이더라.” 시사회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 참석한 주인공 권상우의 말대로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7일 개봉·제작 코리아엔터테인먼트)는 로맨틱 코미디와 액션이 반씩 섞인,‘애들’감각에 딱 맞춘 영화다. 닭집 딸 수완(김하늘)은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과외 전선에 뛰어든다.어머니 소개로 으리으리한 저택에 들어선 수완은 막강한 난적 지훈(권상우)을 만난다.‘학교 짱’에다 고교를 2년 ‘꿇어’ 수완과 나이가 같은 지훈은,만나자마자 반말이고 담배까지 연신 피워댄다.‘sometimes’를 ‘소메티메스’로 읽는 못말리는 지훈과 수완의 한판 대결이 시작되는데…. 영화는 날라리 고교생과 평범한 대학생이라는,동갑이라는 점 말고는 닮은 데 하나 없는 두 인물을 엮어 웃음을 끌어내는 데 일단 성공했다.거기에 지훈과 그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학교 건달들의 대결로 통쾌한 액션신을 덧붙였다.웃길 줄 아는 대사와 캐릭터,의리가 살아 있는 액션,닭살 돋지 않는 멜로 등 최근 잘 나가는 상업영화의 코드를 적절히배합한 솜씨가 돋보인다.특히 가식 없이 솔직함으로 무장한 지훈의 톡톡 튀는 대사는 생기가 넘친다. 주연배우들의 연기 변신도 주목할 만하다.김하늘은 청순가련형 딱지를 떼고 촌티가 폴폴 나는 과외선생을 자연스럽게 연기했다.내숭 1단이지만,화를 돋구는 제자 덕에 ‘막가파’ 선생으로 돌변하는 모습이 재미있다.영화에서 첫 주연을 맡은 권상우는 냉소적인 모습과 날렵한 발차기가 매력적이다.‘화산고’‘일단 뛰어’에 이어 교복을 입었지만 실제 나이는 28세.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통해 사회비판도 살짝 걸쳤다.지훈은 우리 사회의 관점으로 보자면 문제아로 지탄받을 학생.하지만 친구 앞에서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수완에게 “서울대 밝히는 너하고 명품만 밝히는 호경이(지훈을 따르는 날라리 여고생) 하고 뭐가 다르냐.”고 한방 날리는 지훈의 말은 허상만 좇는 사회에 대한 항변이다. 그래도 영화를 매듭짓는 건 멜로.청년기의 방황에 좀 더 무게를 뒀더라면 괜찮은 성장영화가 됐을 법도 한데,영화는 철저히 로맨틱 코미디의 법칙을 따라가는 상업적인 전략을 택했다.티격태격 싸우다가 결국 사랑을 맺는 결말은 뻔해 보이지만 유쾌하다. 영화의 원안은 통신 연재물인 ‘스와니-동갑내기 과외하기’.실제 영문학과 98학번인 최수완씨가 자신의 경험을 2000년 나우누리 게시판에 20편 올려 편당 1만 5000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유쾌하면서도 쿨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김경형 감독은 방송 PD출신.이 영화로 데뷔했다. 김소연기자 purple@
  • [씨줄날줄] 복권 교육

    그러니까 10년 전,미국에서 일이다.미주리주 세인트 루이스라는 도시에서 신발 가게로 그럭저럭 살아가던 당시 50세의 한 교포가 하루아침에 말 그대로 백만장자가 됐다.복권의 마술이었다.234억원짜리 1등에 당첨됐던 것이다.1973년 미국으로 이민 간 지 실로 20년 만에 아메리칸 드림이 이뤄졌다.저택도 사고,고급 승용차도 구입했다.그리고 도박에 빠져들었다.8년이란 세월이 흐른 2001년 9월 그는 파산했다.친구에게 국수를 얻어 먹으며 겨우 목숨을 부지하게 되었다. 복권 당첨이 재앙의 불씨가 됐다는 소문은 주위에서도 종종 들린다.횡재에 절제력을 잃고 흥청망청하다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전락한 얘기들이다.요즘 전국이 복권 광풍에 휘청거리고 있다.이번에 추첨하는 복권의 1등 당첨금은 무려 1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며 난리다.웬만한 33평 아파트 500채가 모여 있는 단지를 살 수 있는 돈이니 오죽하겠는가.그러자 문제의 복권을 발매하는 국민은행이 ‘복권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산더미 같은 돈다발을 맨 정신으로 관리하는 비법을 가르쳐 준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윤리 강령’을 두고 있다.기본 정신에서 두번째를 보면 “우리는 올바른 윤리적 가치관을 확립하고….”라고 선언하고 있다.정상적인 사람을 패가망신하게 하는 산더미 같은 돈을 안기는 것이 올바른 윤리적 가치관인지 묻고 싶다.정부도 그렇다.돌반지 모아 간신히 외환 위기를 넘기고 이제 겨우 허리 좀 펴려는 판에 웬 복권 놀이란 말인가.그러잖아도 경마와 경륜,카지노에 복권 천지라서 복권 공화국이라고 원성이 높던 터였다. 복권을 경계하는 것은 요행의 요술이 치명적이기 때문이다.요행은 절제력을 잃게 한다.경험칙이다.요행을 잡아 부(富)를 일궜다는 예는 없다.인류 역사에서 부강했던 사회가 무너질 때에는 예외없이 요행이 판을 쳤다.오죽했으면 복권 장수가 ‘비법’을 교육한다고 나섰겠는가.그러나 비법이 있을 리 없다.논리칙이다.행운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심성이라면 아예 요행수에 눈을 돌리지 않을 것이다.814만분의1의 확률에 기대를 걸지 않는다는 것이다.세상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요행이 판치는 세상은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이제라도 깨달았으면 좋겠다. 정인학 chung@
  • ‘선박왕’ 오나시스 외손녀 유산 27억달러 물려받아

    그리스 선박왕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의 외손녀 아티나 루셀(사진)이 29일 18세 생일을 맞아 27억달러(3조 1600억여원)의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았다. 미성년자 딱지를 떼자마자 세계 최고 부자 대열에 오른 아티나가 받은 유산에는 고급 저택·예술작품·전용 비행기·휴양섬 등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다 21세가 되는 오는 2006년 아티나는 자신의 재산을 관리해오던 ‘오나시스 재단’의 운영을 맡는 동시에 20억달러를 추가로 상속받게 된다. 아티나가 오나시스의 유일한 생존 혈육이자 상속인이라는 사실이 말해주듯 가족사는 불행의 연속이었다.30년전 후계자 수업을 받던 삼촌 알렉산더가 25세의 나이에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상심한 할아버지 오나시스는 2년 뒤 세상을 떴으며,어머니 크리스티나마저도 아티나가 3살 때인 지난 1988년 다이어트약 과다 복용으로 숨졌다.크리스티나는 잦은 결혼실패로 인한 우울증,약물중독으로 불행한 삶을 살았다. 이후 아티나는 아버지 티에리 루셀과 함께 스위스에서 생활해오고 있다. 측근들은 아티나가 나이답지 않게 생각이 깊고,성숙하다며 유산이 그의 인생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어머니의 불행이 돈 때문이라는 것을 일찍이 깨달았다는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현재 아티나는 유산의 대부분을 자선사업을 위해 쓰기를 원하고 있다.또한 2004년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에 출전을 고려할 정도로 승마에 조예가 깊은 그가 말 사육장 설립을 계획하는 등 평범한 행복찾기에 더욱 관심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상숙기자 alex@
  • 장쩌민 퇴임후 월급 45만원

    홍콩지 보도… 공식활동 못해도 고급저택 거주 |홍콩 연합|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은 오는 3월 주석직에서 물러나면 나름대로 호사를 누리겠지만 매달 3000위안(약 45만원)의 공식 급료 범위 안에서 생활을 즐겨야 한다.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13일 관측통들의 말을 인용해 중국 공산당 전통과 의전에 따르면 지도자들은 퇴임 이후 공식활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장쩌민 주석을 비롯한 중국의 제3세대 지도자들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처럼 국제무대에서 저명 인사로 활동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룽지(朱鎔基) 총리와 리펑(李鵬)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도 오는 3월 전인대에서 물러나면 공식 석상에 더 이상 등장하지 않게 된다. 그러나 장쩌민 주석은 주석직 퇴임 이후 중난하이(中南海) 교외의 고급저택이나 상하이에 비밀리에 짓고 있는 호화 별장에서 생활하게 된다. 공산당은 3명의 퇴임 지도자들에게 개인 비서와 요리사,요리 보조원,가정부,10여명의 경호원,승용차와 기사를 제공하며 평소 좋아했던 요리 재료도 공급한다. 이들은 또 개인적으로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을 비롯해 중국 전역에 있는 영빈관을 평생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 뮤지컬

    ◆ 블랙커피-1월12일까지 화∼목 오후7시30분,금·토 오후 4시·7시,일 오후5시 오늘한강마녀소극장(02)423-0342.전쟁을 겪은 어머니와 혼혈아 딸의 끈질긴 모정.진복자 출연.극단청계. ◆ 크리스마스 캐럴-1월11일까지 평일 오후2시,토 오후 2시·4시 드림랜드소극장(02)980-1245.찰스 디킨스 원작,반무섭 연출.형형색색의 인형들이 등장하는 스쿠루지의 이야기.극단아름다운세상. ◆ 도깨비 스톰-2월16일까지 오후7시30분 정동극장(02)7511-500.윤영선 작·연출.일상에 찌든 회사원과 도깨비가 펼치는 전통·현대음악의 신명나는 퍼포먼스.미루스테이지. ◆ 태풍-26·30일 오후7시,27·28일 오후 3시·7시,29일 오후3시 국립극장해오름극장(02)523-0986.셰익스피어 작,이윤택 연출.순결한 미란다와 속세의 왕자 퍼디넌트의 사랑.서울예술단. ◆ 더 플레이-1월1일까지 오후 3시·7시30분,1월2일∼2월9일 화∼목 오후7시30분,금∼일 오후 3시·7시30분 코엑스 오디토리움(02)574-1470.김수경 작,김장섭 연출.사이버 악당 갓스와 인터넷 악동 지니가 만나 벌이는 게임.올해 뮤지컬대상 5개부문 수상작.인터씨아이. ◆ 풋루스-3월2일까지 화·목 오후7시30분,수·금·토·일 오후 4시·7시30분 연강홀(02)766-8551.딘 피치포드 작,이종훈 연출.춤을 사랑하는 한 고교생이 보수적인 시골마을에서 화합을 이끌어내는 과정을 그린 브로드웨이 흥행작.뮤지컬컴퍼니대중. ◆ 록키호러 쇼-31일까지 평일 오후7시30분,토·일 오후 4시·7시(월 쉼)폴리미디어 씨어터(02)516-1501.리처드 오브라이언 작,이지나 연출.외계인 양성애자의 저택에서 벌어지는 기상천외 컬트쇼.루트원. ◆ 렌트-1월5일까지 화·목·금 오후7시30분,수·토·일 오후 3시30분·7시30분(1월1일 쉼)예술의전당 토월극장(02)580-1300.조너던 라슨 작,한진섭 연출.가난한 예술가들의 동네인 뉴욕의 이스트 빌리지를 배경으로 젊은이들의꿈을 그린 브로드웨이산 뮤지컬.신시뮤지컬컴퍼니 ◆ 사랑은 비를 타고-1월12일까지 월·수·목 오후7시30분,금·토 오후 4시30분·7시30분,일 오후 3시·6시 알과핵소극장(02)552-2035.오은희 작,배해일 연출.상처를 주면서도 서로 보듬는가족.오디뮤지컬컴퍼니.
  • [젊은이들의 신메카] ③ 북촌

    ‘북촌’을 사람들은 ‘세월이 그대로 풍경이 된 마을’이라고 부른다.청계천과 종로의 위쪽에 위치했다고 해서 ‘북촌’이란 이름이 붙었지만,행정구역상으로는 북한산 자락 아래 동서로 펼친 가회동·삼청동·원서동·재동·계동·사간동 일대를 말한다. 북촌은,남산 기슭에 가난한 선비들이 모여 산 ‘남촌’과 달리,서울의 정치·행정·문화의 요지였다.조선시대 고관대작들의 수천 평에 이르는 대저택이 1930년대까지 남아 있던 곳이다.그 후로 50∼80평으로 나뉜 중소 규모 한옥들이 밀집하게 됐는데,그 한옥 밀집지역이 외국인들과 젊은이,문화종사자들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대표적인 곳이 ‘목수’신영훈 원장이 운영하는 원서동의 ‘한옥문화원’이다. 이 문화원이 개설한 ‘내 집을 지읍시다’‘한옥건축 전문인 과정’등의 강좌는 늘 수강생으로 꽉꽉 차는데 그 가운데 30% 정도는 건축학과 학생,고미술사를 전공하는 대학원생,문화재 관계자 등이다.‘한옥짓기 실습’과 같이여름·겨울의 집중강좌에는 방학 중인 젊은층이 절반을 넘기도 한다.외국인모습도 간간이 보이는데,대전에 사는 독일인 프랑크 길라스는 강의를 들은뒤 북촌의 낡은 한옥을 사서 직접 개조하기도 했다.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북촌은 좁은 골목길에 맞닿은 처마들이 잔물결을 일으키며 기와집의 아름다움을 자랑한다.그래서 TV 인기드라마 ‘야인시대’를 이곳에서 촬영한 데다 뮤직비디오를 찍는 팀들이 다투어 한밤중에 불을 밝혀 주민들의 민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북촌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들은 “서울의 전통이 살아 있는 유일한 곳”이라며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에 전통문화에서 뿌리를 찾으려는 움직임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한다.때문에 서울시가 운영하는 ‘북촌문화센터’ 말고도 ‘북촌포럼’ 등 시민단체들이 대거 생겨나 북촌마을 한옥지킴이를 자임하고 있다.최초의 서양화가인 고희동의 생가에 모 디자인연구소가 현대식 신축 건물을 들이려는 것을 6개월째 막은 것은 다 이들 덕분이다. 지난 5월 인사동에서 안국동으로 갤러리를 옮긴 뒤 북촌지키기 시민단체에 가입한 이명옥 ‘사비나미술관’관장은 “유럽 도시를 여행해 보면 ‘150년된 거리’라며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발전과 개발에 떠밀려 우리 전통문화를 홀대했지만,이제라도 보존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촌이 전통문화 애호가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관심까지 불러일으킨 원인의 하나로,서울시가 북촌사업팀을 두고 2001∼2006년 844억원을 투입해 벌이는 ‘한옥 보존사업’을 무시할 수 없다.‘역사문화미관지구’보존사업의핵심은 한옥을 구입해 수리할 경우 공사비의 3분의2 범위에서 3000만원까지,공방·박물관 등을 운영해 한옥을 일반인에게 개방할 경우 최고 6000만원까지 무상 지원한다는 것이다.그 때문에 지난해 초 평당 400만원이던 땅값은두배로 껑충 뛰기도 했다. 한병용 북촌사업팀장은 “76년이래 민속경관지로 있다 99년 한옥보존지구가 폐지돼,이곳에도 다세대주택 등이 난립하게 됐다.서울에 한옥 밀집지구는이곳밖에 없어 보존이 시급해졌다.”고 경과를 설명했다. 서울시는 북촌 지역에 사는 장인들의 공방을 개방형 한옥으로 만들어 일반인이 관람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도 2004년까지 점차적으로 실현할 예정이다.북촌에 살면서 전통문화를 이어가는 장인들은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좋은 관심거리고,어린 학생들에게 교육효과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서울시 무형문화재 1호 신중현 옻칠공방,궁중음식 기능보유자 황혜성의 ‘궁중음식 연구원’,무형문화재 오죽장 15호인 윤병훈 옹의 ‘언강죽장전시관’,전통염색·매듭을 전수하는 조일순,민화와 부적 등을 전시하는 ‘가회박물관’,서울시 무형문화재인 궁장 권무석의 ‘활공방’,임수현의 ‘전통인형공방’,옹기를 전시하는 ‘징광옹기’등이 대표적이다.공방 제품의 가격은 수천만원대까지 있어 일반인이 구입하기는 어렵다.이밖에 금현국악원에서는 원장현 국립국악원 민속연주단 수석이 대금 거문고 태평소 등을 가르친다. 북촌은 골목길에 명소들이 들어앉아 있기에 걸어서 구경해야 제격이다.곳곳에서 개조·신축 공사 중이라 망치소리가 요란하지만,굽이굽이 골목길을 걷다 보면 해질 무렵 도심에서 사라진 새의 지저귐이나 날갯짓이 요란하다는것을 느낄 수 있다.그시작은 우선 현대건설 주차장 건너편에 있는 ‘북촌문화센터’에서 하는 것이 좋다.5분짜리 영상으로 북촌의 역사와 전통문화를개괄해 준다. 북촌문화센터에서 오른쪽으로는 창덕궁쪽으로 올라가 불교미술박물관,고희동 생가,궁중음식 연구원,중앙중고교,가회박물관,언강죽장전시관,가회동 31번지 한옥 밀집지구 등을 돌아보고 안국동 쪽으로 나와 갤러리 사비나에 들르면 좋다. 왼쪽으로는 언강죽장전시관,가회박물관,가회동 31번지 정독도서관과 그 안의 종친부,오원고미술관,아트선재센터,헌법재판소의 재동백송,유양옥 화백이그린 벽화 ‘우리 동네’를 보면 된다.중앙고와 정독도서관은 바로크 양식으로 지은 건물로 국가에서 보전건물로 지정했다. 아쉬운 점은 윤보선 전 대통령의 사저(민속자료 87호),백인제 사저(민속자료 22호),산업은행 관리가옥 등이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99칸 고관대작들의 집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어,한옥의 구조와 아름다움,운치를 느끼기에 아주 좋은데도 말이다. 주거전용 지역이라 북촌에서 음식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개조한옥인 ‘용수산’‘한내리’등에서 전통 한식을 맛볼 수 있다.외국인을 주대상으로 하는서울게스트하우스·유스패밀리는 자녀들의 한옥 체험에 이용할 수 있다.일박에 2만원선,관광철은 피하는 것이 좋다. 문소영기자 symun@
  • 뮤지컬/키르멘 外

    ■ 카르멘 13∼26일 평일 오후7시30분,토 오후 4시·7시30분,일 오후 3시·6시(월 쉼)문화일보홀(02)762-0810.고선웅 작,양정웅 연출.순진한 병사 돈 호세와 유혹의 화신 카르멘을 새롭게 해석한 창작뮤지컬.극단 갖가지. ■ 춘풍야화 29일까지 화∼토 오후5시30분,일 오후3시 삼청각 일화당(02)399-1111.송인현 작,박종선 연출.기생에게 매혹된 양반의 모습을 해학적으로 다룬 전통 가무악극.삼청각. ■ 풋 루스 19일∼3월2일 화·목 오후7시30분,수·금·토·일 오후 4시·7시30분 연강홀(02)766-8551.딘 피치포드 작,이종훈 연출.춤을 사랑하는 한 고교생이 보수적인 시골마을에서 화합을 이끌어내는 과정을 그린 브로드웨이흥행작.초·중·고생 50% 할인.뮤지컬컴퍼니 대중. ■ 록키호러 쇼 31일까지 평일 오후7시30분,토·일 오후 4시·7시(월 쉼)폴리미디어씨어터(02)516-1501.리처드 오브라이언 작,이지나 연출.외계인 양성애자의 저택에서 벌어지는 기상천외 컬트쇼.루트원. ■ 렌트 1월5일까지 화·목·금 오후7시30분,수·토·일 오후 3시30분·7시30분(1월1일 쉼)예술의전당 토월극장(02)580-1300.조너선 라슨 작,한진섭 연출.가난한 예술가들의 동네인 뉴욕의 이스트 빌리지를 배경으로 젊은이들의꿈과 갈등을 그린 브로드웨이산 뮤지컬.신시뮤지컬컴퍼니. ■ 사랑은 비를 타고 1월12일까지 월·수·목 오후7시30분,금·토 오후 4시30분·7시30분,일 오후 3시·6시 알과핵소극장(02)552-2035.오은희 작,배해일 연출.상처를 주면서도 서로 보듬어 안는 가족의 사랑.오디뮤지컬컴퍼니.
  • 극한의 수용소에서 얻은 ‘행복’/노벨상작가 임레’운명’완역출간

    개인이나 집단에 있어 ‘행복’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며 어떻게 얻어지는 것일까. 단란한 가족과 풍족한 재화,저택과 고급 차를 갖고,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일까.아니면 수용소에 갇힌 사람이 힘겨운 노동,지루한 점호를 끝내고 마침내 잠자리에 들거나,부상으로 채석장의 힘겨운 노동 대신 병상에 누워있는것은 어떤가.또 아우슈비츠의 굴뚝을 쳐다보며 ‘나는 아직 살아있다.’는안도감에서 얻는 행복은 어떤가. 이런 문제를 다뤄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헝가리 작가 케르테스 임레의 대표작 ‘운명(소르슈탈란사그·Sorstal ansag,박종대ㆍ모명숙 옮김,다른우리)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완역,출간됐다. 악명높은 아우슈비츠와 부헨발트 강제수용소의 실상을 15살 소년 죄르지의눈을 통해 그려낸 작품은 지금까지의 ‘고발’ 일변도에서 벗어나 ‘행복’이라는 역설적 시각으로 수용소에서 겪었던,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고통과 굶주림,학살의 진실을 말하고 있다.‘극한의 수용소에 과연 행복이 존재했을까.’라는 세계인의 물음에 대해 그는 강제수용소에 부여된 악명의 ‘탈신비화’를 통해 처절한 진실의 모습을 그려 보이고 있다. 탈신비화는 죄르지의 수용소 체험과 그가 내뱉는 말을 통해 구체화된다.수용소행 열차를 타고 가면서 보이스카우트의 모험을 생각하는 그는 “부헨발트 수용소를 좋아하게 되었다.”거나 “이 아름다운 강제수용소에서 더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곤 한다.그가 수용소를 전전하며 느끼는 이런 행복감,세상을 향해 갖는 어리석기까지 한 신뢰는,참담하고 극적인 스토리를 기대하는 독자들을 화나게 하기도 한다.그러나 임레는 끝까지 독자들의 이런 취향이나 기대에 대꾸하지 않는다. 임레는 ‘운명’에서 특별히 비극성을 강조하거나 도덕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지 않고,현실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순진한 소년의 시선을 끝까지 지켜낸다.이런 점에서 ‘운명’은 처형장으로 끌려가던 남자주인공이 어린 아들에게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이는 이탈리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연상시킨다. 실제로 임레는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인생은 아름다워’가 ‘쉰들러리스트’보다 진실에 부합하는 작품”이라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그는 노벨상 수상이 확정된 뒤 독일 슈피겔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나는 독자들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 이 소설을 썼다.” 심재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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