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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431원 때문에”… 법정 가는 교과서

    “4431원 때문에”… 법정 가는 교과서

    # “A출판사는 교과서 뒤에 스티커를 넣고 교사들에게는 수십억원의 개발비를 들인 멀티미디어 교구를 무료로 배포했다. 교과서와 관련 없는 비용인데 원가에 편입시켰다.”(교육부) “이명박 정부는 ‘교과서 선진화 정책’을 폈고 박근혜 대통령은 공약으로 ‘참고서가 필요 없는 친절한 교과서’를 내세웠다. 그런데 이제 와서 수업 질 제고를 위한 활동을 교과서 원가에 반영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검인정교과서협회 특별대책위) # “B출판사는 예상 발행 부수를 3만부로 정해 교과서 개발에 들어간 비용과 이윤을 3만부로 나눠 교과서 한권 값을 결정했다. 그런데 19만부 가까이 교과서를 공급해 16만부에 대한 추가 이윤이 생기게 됐다.”(교육부) “예상 발행 부수인 3만부를 채우지 못한 교과서도 많다. 그렇다면 이 교과서 가격은 높여야 하는가.”(대책위) 교육부는 27일 2014학년도 적용 신간 교과서 133권과 교사용 지도서 42권에 대해 가격 조정 명령을 내리며 이 같은 여러 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반면 출판사들은 “교육부가 없는 규제를 만들어 교육기업을 고사시키고 교과서 개발에 참여하는 수천명의 일자리를 앞장서서 없애고 있다”며 반발했다. 양측 모두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기로 결정함에 따라 교과서 품귀 상황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교과서 가격을 둘러싼 양측의 충돌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 출판사가 얻는 과대한 이윤 때문에 학부모 부담이 그만큼 가중되는지가 첫째 쟁점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 중학교 검정도서 14종 147권은 출판사가 받고자 하는 평균 희망가격인 8152원의 96.2% 수준인 7846원에 가격이 결정됐는데, 당시 교육부가 4953원을 권고했지만 출판사들이 거부했다”면서 “출판사 자율에 맡기면 교과서값이 급상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가격 조정 명령이 실행되면 고교생을 둔 가계에서 평균 5만원 정도씩 가격 인하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출판사들은 종이 질, 개발비, 저작권료, 교사들에게 무료 제공한 수업 교구 등을 감안했을 때 수익률이 높지 않다고 반박했다. 둘째 쟁점은 교육부의 정책 변경이 적절한지에 관한 것이다. 가격 상승의 근거가 된 ‘교과서 가격 자율제’를 2010년 도입한 주체가 교육부의 전신인 교육과학기술부였기 때문이다. 금성출판사 대표인 김인호 검인정교과서협회 특별대책위원장은 “업체 간 판매 경쟁으로 교과서 가격을 과도하게 올리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데 교육부가 소급 입법까지 해 가며 가격을 낮춘 것은 과잉 규제”라고 주장했다. 이에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서는 자율 가격제가 국정과제였기 때문에 과도한 인상률이 용인된 측면이 있다”면서 “이번에라도 부당한 교과서 가격을 정상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맞섰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조용필 저작권, 단발머리 등 히트곡 31곡 권리 27년만에 되찾았다

    조용필 저작권, 단발머리 등 히트곡 31곡 권리 27년만에 되찾았다

    ‘조용필 저작권’ 이른바 ‘가왕’ 조용필(64)이 자신의 히트곡 31곡에 대한 권리를 27년만에 되찾게 됐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12일 “조용필의 음반을 발매한 지구레코드사 측이 지난해 10월 원저작자인 조용필에게 ‘단발머리’ 등 31곡의 배포권과 복제권을 이전한다는 내용의 공증서류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31곡에는 ‘창밖의 여자’, ‘여행을 떠나요’, ‘고추잠자리’, ‘못찾겠다 꾀꼬리’ 등 인기곡이 포함돼 있다. 조용필은 지난 1986년 지구레코드사와 음반 계약을 하면서 A사장에게 저작권 중 일부를 양도하는 계약을 맺었다. 방송권과 공연권은 조용필이 갖고 배포권과 복제권은 A씨가 보유하는 내용을 담았다. 조용필은 당시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 계약서에 사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여년이 지난 1997년 양측은 저작권을 놓고 법정 다툼을 벌였지만 대법원은 2004년 지구레코드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조용필은 이들 노래가 방송이나 공연에서 연주되거나 불릴 때는 저작권료를 받았으나 재녹음해 음반·DVD 등으로 판매할 때는 A씨에게 저작권료를 내왔다. 조용필의 소속사 YPC프로덕션은 “지구레코드사 측에서 지난해 공증서류를 접수해 저작권을 되찾았다”면서 “지난해 4월 이 내용이 외부로 불거지면서 레코드사 측과 해묵은 감정을 털고 다시 논의해 합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3500곡 작사… 전설의 작사가 정두수

    [김문이 만난사람] 3500곡 작사… 전설의 작사가 정두수

    1961년 어느 봄날이다.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서울 서대문에 살던 그는 걸어서 남대문 직장까지 출퇴근했다. 하여 덕수궁 돌담길을 하루에 두 번씩 걸어다녔다. 당시 돌담길은 우마차도 안 다니던 한적한 산책로였다. 그러나 주말이면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인기를 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거리를 걸었던 연인들은 대부분 사랑에 실패한다’는 속설도 생겨났다. 대학을 나오면 대체로 남자는 군대를 가고 여자는 시집을 가는 결혼 적령기에 이른다. ‘덕수궁 돌담길을 가지 마라, 징크스가 있다’라는 생각을 하며 약간 취기에 젖은 채 늦은 밤 덕수궁 돌담길을 걸었다. 제대복을 입은 한 청년이 돌담길에 기대 처절하게 울고 있었다. 무슨 사연일까. 그는 집에 와서 펜을 들고 써내려 갔다. ‘비 내리는 덕수궁 돌담길을/ 우산 없이 혼자서 거니는 사람/ 무슨 사연이 있기에 혼자 거닐까/ 저토록 비를 맞고 혼자 거닐까/ 밤비가 소리없이 내리는 밤에~’ 그로부터 2년 후였다. 부산문화방송 전속 가수로 있던 고등학교 동창생이 시 한 편 달라기에 ‘덕수궁 돌담길’을 아무 생각 없이 건네줬다. 어느 날 정두수 작사, 한산도 작곡, 진송남 노래로 방송을 타기 시작했다. 게다가 품위 있고 격조 높은 서정가요로 선정되면서 주목을 끌었다. 제1회 국제신보사 제정 작사상을 비롯해 문화공보부와 전국예술인총연합회 제정 작사상을 받았다. 이후 그는 ‘마포종점’, ‘흑산도 아가씨’, ‘가슴 아프게’, ‘마음 약해서’ 등 온 국민의 심금을 울리며 한국 가요를 대표하는 작사가로 인기를 끌었다. 이미자, 패티김, 남진, 나훈아, 배호, 문주란, 최희준, 하춘화, 주현미, 조용필, 태진아, 설운도, 조항조 등 명가수들과 함께하며 우리나라 대중가요사를 썼다. 그가 작사한 노래만 해도 무려 3500곡이 넘는다. 시대를 초월해 항상 가요 현장에서 ‘정두수 작사, 박춘석 작곡’이라는 명콤비는 말 그대로 ‘가요산맥’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의 노래 시(詩)들은 대중성뿐만 아니라 작품성까지 인정을 받았고 각종 시상식에서 390여 차례 넘는 수상 기록을 남겼다. 고향 하동 등 전국 13곳에 노래비가 세워져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지난 6일 우리나라 가요사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작사가 정두수(77)씨를 경기 광주 자택에서 만났다. 그는 시인 정공채의 동생이다. 오는 4월 말 고향에 정 시인과 나란히 시문학관이 생긴다. 감개가 무량할 터. 환하게 웃으며 담배를 한 대 피운다. “그동안 작사도 작사지만 시를 쓴 것도 많아요. 서사집이자 장시집인 ‘백두대간’도 있고 ‘사랑으로 꽃핀 노래’ 1, 2권도 있어요. 형님은 ‘정공채 문학관’, 저는 ‘정두수 시문학관’이 생기니 가슴이 뭉클합니다. 정두수 노래비도 그 옆에 있지요.” 정씨는 ‘알기 쉬운 작사법’, ‘한국가요 걸작선집 해설’, ‘노래 따라 삼천리’ 등 책을 여러 권 썼다. 시집은 4권이다. 다 함께 전시된다. 잠시 회상을 한다. 담배 한 대를 더 입에 문다. 그래서 물었다. “선생님 대표곡을 굳이 꼽으라면 어떤 것일까요.” “‘흑산도 아가씨’, ‘가슴 아프게’ 등 많지요.” 시곗바늘을 돌린다. 1965년 봄이다. 작곡가 박춘석씨와 충무로에서 가수 신카나리아가 운영하는 다방에서 만났다. 석간신문을 펼치다가 순간적으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다름 아닌 ‘흑산도 어린이들과 청와대 육영수 여사의 이야기’였다. 내용은 이러했다. ‘흑산도 어린이들의 꿈, 이뤄지다! 영부인 도움으로 해군함정에 실려와 서울 구경도 하고 청와대를 방문해 학용품을 받다’이다. 방학을 이용해 서울로 오고 싶었지만 그때마다 거센 풍랑으로 꿈을 이루지 못했다는 소식을 듣고 육 여사가 나서서 소원을 들어줬다는 미담 기사였다. 정씨는 박씨에게 “이번 이미자 노래는 흑산도로 합시다. 어린이 대신 아가씨로 해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산 정약용의 둘째 형 정약전이 조선 정조 때 유배지 흑산도에서 죽었다는 내용과 당시 전남 강진에 유배된 정약용도 바다를 바라보며 흑산도의 형을 간절하게 그리워했다는 내용 등을 귀띔했다. 박씨도 ‘좋다’고 했다. ‘남몰래 서러운 세월은 가고/ 물결은 천 번 만 번 밀려오는데/ 못 견디게 그리운 아득한 저 육지를/ 바라보다 검게 타버린 흑산도 아가씨~’ 이때부터 ‘정두수 작사, 박춘석 작곡, 이미자 노래’라는 셋을 하나로 묶는 고정 레퍼토리가 시작됐다. ‘그리운 가슴마다’ ‘삼백리 한려수도’ ‘황혼의 블루스’ ‘한번 준 마음인데’ 등이 연이어 탄생한 것이다. 이번에는 ‘가슴 아프게’를 뒤적인다. 1966년 어느 봄날이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비를 맞으며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젊은 여주인이 혼자 라디오 앞에 앉아 열심히 연속극을 듣고 있었다. 그때였다. ‘부웅~’ 하는 뱃고동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술집에서 뛰쳐나왔다. 소년 시절 부산 광안리 바닷가에서 보낸 시절이 떠올랐다. 궂은 날씨 때문인지 바다는 보이지 않았다. 가슴이 답답했다. 저절로 ‘무엇이 이토록 가슴을 아프게 하는가. 바다와 나 사이를 짓누르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중얼거렸다. 그렇게 써내려 갔다. 19세의 신예 남진이 혜성같이 등장했고 국내는 물론 일본 열도까지 뜨겁게 달군 한류 1호 ‘망향의 노래’로 빅히트했다. “노래마다 대부분 사연이 조금씩 있어요. ‘마포종점’은 마지막 전차에서 이별하는 것이고 나훈아가 불러 크게 히트시킨 ‘물레방아 도는데’는 어린 시절 헤어진 삼촌과 애틋한 그리움을 담은 것이지요. 1972년에 써서 문주란이 부른 ‘공항의 이별’은 서독으로 가는 광부와 간호사들이 김포공항에서 가족들과 이별하는 내용을 다룬 것입니다. 이미자와 남진한테 약 500곡씩 써준 것 같네요.” 그의 휴대전화 컬러링은 ‘물레방아 도는데’로 했다. 가장 애착이 가느냐고 물었더니 “고향 하동을 노래했고 ‘소식도 없는 주인공’은 바로 일제강점기에 전쟁터로 끌려가 주검으로 돌아온 삼촌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의 문학성과 음악성은 한학자인 조부, 시인인 형, 그리고 하동포구라는 지리적 배경이 한몫한다. 특히 어릴 때 하모니카 불기를 좋아해 항상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동래고 2학년 때 진주 개천예술제 시부문에 참가해 재능을 인정받았다. 이 무렵 고향이 진주인 가수 남인수씨를 만나 음악에 대한 얘기를 나누면서 시를 써 주기도 했다. 또한 ‘남인수 모창’을 그럴듯하게 했다. 1961년 국민재건운동본부에서 주최한 시 현상 공모에서 ‘공장’이란 제목으로 당선했다. 이듬해 KBS의 건전가요 가사 공모에 ‘즐거운 여름’으로 최우수상에 뽑혔다. 작사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 ‘즐거운 여름’은 원래 현인씨가 불렀으나 나중에 서수남·하청일씨가 불러 히트시켰다. “시인이 되려면 신춘문예나 현대문학 등 문예지를 통해 등단해야 하는데 당시 국내에는 공식적인 작사가 등용문이 없었어요. KBS 공모전에 당선하니 모두 작사가로 인정해 주더군요. 상금도 많아서 전세금으로 충당했습니다. 그러다가 1963년 MBC 전속 가수였던 양병철씨가 대중가요 전문 작사가의 길을 가라고 권유했어요. 그래서 미리 써둔 ‘덕수궁 돌담길’을 주었지요. 한산도씨가 작곡을 하고 진송남이 불러 히트시키면서 지구레코드사 소속 전속 작사가가 된 것입니다.” 작사가, 작곡가, 가수 중에 누가 영향력이 클까라는 우문을 던졌다. 노래 내용이 있어야 작곡을 하고 부르는 것이 아니냐고 지체 없이 반문한다. 역사성과 아픔이 적힌 시를 보고 곡을 만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작사는 아버지이고 작곡은 어머니로 표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시와 작사의 한계에 대해 물었더니 “둘 다 어렵다. 요즘도 생각이 날 때마다 메모를 하지만 마음에 안 드는 경우가 많다”며 웃는다. 그러면서 최근에 작사한 것을 잠시 보여 준다. ‘비 오는 날은 가수 배호가 어떨는지요/ 그의 노래는 비 오는 날 더 흐느끼기 때문이다/ 결박당한 야수의 울부짖음처럼~’ “일반인들은 (작사가를) 그저 유행가 가사나 적는 사람으로 여길지 몰라도 시대의 정서를 정확히 읽어야 합니다. 시인은 작사가를 한 수 아래로 보려고 하지만 그들에게 유행가 노래 한번 만들어 보라고 하면 아마 도망갈걸요. 가수의 성향과 음색, 작곡자의 취향까지 모두 고려해야 하거든요. 조용필, 이미자가 생명력이 긴 것도 바로 옛 가요의 정서를 바탕으로 현실을 노래하기 때문이지요.” 현재 작사가로 활동하는 사람은 1만여명 되는 것으로 전한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저작권료는 얼마나 되느냐고 하자 “좀 받고 있지만 얼마인지 정확히 모른다. 왜냐하면 집사람 주머니에 들어가기 때문”이라며 웃는다. 부인은 경희대 성악과 출신이고 슬하의 딸 셋 중 둘째는 성악을 하고 있다. 선임기자 km@seoul.co.kr ■작사가 정두수는… 1937년 경남 하동 출생이다. 부산 동래고와 서라벌예대 문창과를 나왔다. 1961년 국민재건운동본부가 주최한 시 현상 공모에서 ‘공장’이라는 제목으로 당선했다. 1962년 KBS 건전가요 공모에서는 ‘즐거운 여름’이 당선됐다. 1963년 가요 ‘덕수궁 돌담길’로 대중 작사가로 데뷔했다. 이후 ‘흑산도 아가씨’의 이미자, ‘가슴 아프게’의 남진, ‘물레방아 도는데’의 나훈아, ‘공항의 이별’의 문주란, ‘그 사람 바보야’의 정훈희를 비롯해 조용필, 하춘화, 진송남, 은방울 자매, 패티김, 들고양이, 최희준, 김부자, 설운도 등 인기가수 100여명이 그의 노래를 불렀으며 지금까지 작사한 곡은 3500여곡에 이른다. 1995년 장시 ‘지리산’ ‘섬진강’ ‘백두대간’ ‘하동포구 이야기’ 등을 발표했다. 그의 노래비가 전국 13곳에 세워져 있다. 주요 저서로는 ‘알기 쉬운 작사법’ ‘시로 쓴 사랑의 노래’ 등이 있다.
  • [길섶에서] ‘미리’ 크리스마스/문소영 논설위원

    일요 근무차 나온 오후 간식을 찾아 외국계 패스트푸드점에 들렀다. 역시 간식을 찾아온 사람들로 붐비는 가운데 매장에는 캐럴이 간간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평화롭고 기분도 살짝 흥겨워지는 것 같았다. 1997년 겨울 외환위기가 한국을 강타한 뒤로 연말 거리에서 캐럴이 사라졌다는 것이 다수설인데, 또 다른 이야기는 늘 듣던 외국의 캐럴을 사용하면 음원 사용권 등 저작권료를 내야 하는 탓이라고도 했다. 경기가 나빠서 캐럴이 사라진 것인지, 아니면 캐럴이 사라져서 경기가 나빠진 것인지 잘 모르겠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도 있으니 말이다. 비슷한 시간대에 5000여명의 경찰이 민주노총에 있는 철도노조 지도부를 잡겠다고 체포영장만 가지고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신문사에 불법으로 난입해 큰 충돌이 벌어졌다. 법원은 건물 수색영장을 기각했다. 인류를 구원할 예수가 태어난 성탄절이 내일로 다가왔다. 최소한 내일은 유리창을 깨는 소리와 위압적인 고함과 공포에 찬 비명이 아니라 평화롭고 즐거운 캐럴이 가득하길 바란다. 하루쯤 앞당기면 더 좋겠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대학 동아리 공연 “저작권? 몰라요”

    대학 동아리 공연 “저작권? 몰라요”

    최근 ‘스트리밍’(인터넷에서 음성이나 영상 등을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기법) 음악을 트는 매장들도 저작권료를 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온 가운데 대학 동아리 공연에서 원작자 허락 없이 음원이나 대본을 사용하는 것도 저작권법에 저촉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저작권법에 따르면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공연일 때는 원작자에게 허락을 받거나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고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다만 배우와 스태프에게 보수를 지불하지 말아야 하고, 관객들로부터 입장료를 받거나 스폰서 지원을 받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대학 공연 대부분은 이 조건들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연극과 뮤지컬 동아리들은 영리 목적이 아닐지라도 보통 3000~1만원의 입장료를 받거나 주변 상점으로부터 협찬을 받는다. 이렇게 모은 돈은 공연 제작비나 동아리 활동비로 사용한다. 대학 뮤지컬동아리 회장 강모(24)씨는 9일 “입장료는 주로 대관료와 무대 제작비로 쓰인다”면서 “상업적 목적의 공연이 아니기 때문에 저작권료를 따로 내야 하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저작권을 신탁·관리하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 관계자는 “사람들은 여전히 저작권법에 대해 ‘모른다’고 말하고 그냥 넘기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국민 정서 탓에 저작권법을 소규모 공연까지 적용하지 않고 있지만 원작자의 허락 없이 창작물을 이용하거나 유포하는 것은 엄연한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할 뿐 아니라 저작권료를 지불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대학 연극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는 김모(22·여)씨는 “원작자에게 미리 동의를 구하고 싶어도 연락처를 알 길이 없어 그냥 쓸 수밖에 없었다”면서 “원작자를 연극 표나 책자에 밝히는 것으로 대신했다”고 말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이용자가 저작권자를 찾지 못하면 대신 찾아 주거나 법원에 저작물 이용료를 공탁할 수 있는 ‘저작권 법정이용 허락제’가 있지만, 시일이 오래 걸리고 절차가 복잡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또 외국인 저작물에 대해서는 이용할 수 없고, 주로 영리 목적의 사업자가 나중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이용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대학가나 시민들이 이용하기에 한계가 있다. 홍승찬 한국예술종합대학 예술경영과 교수는 “저작권 문제를 법으로만 제한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지켜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교육이나 비영리 목적으로 작품을 이용할 때 개인이 원작자와 직접 접촉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원작자의 권리를 지켜주면서 사람들이 작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이를 통합 관리하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각 협회에서 관리하는 저작물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해 관리하는 ‘저작권 확대 집중관리’(ECL) 제도를 도입하는 등 저작권 보호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매장서 디지털 음원 틀면 저작권료 내야”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음악을 듣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해 매장에서 음악을 트는 경우에도 저작권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5부(부장 권택수)는 음악실연자연합회와 음반산업협회가 현대백화점을 상대로 낸 공연보상금 청구소송에서 원심을 뒤집고 “현대백화점이 2억 3528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현대백화점은 2010년 1월부터 2년 동안 온라인 음악 유통사업자인 KT뮤직으로부터 디지털 음원을 전송받아 매장에서 틀었다. 재판부는 형태가 어떻든 연주자와 음반제작자에게 손해가 발생한다면 보상금을 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시중에 판매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도 연주 또는 음반판매의 기회를 잃는 불이익에는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음원이 KT뮤직의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므로 저작권법상 음반에 해당한다”며 “스트리밍 과정에서도 매장의 컴퓨터에 일시적으로 고정되기 때문에 판매용 음반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1심은 스트리밍 서비스 음악이 CD처럼 시중에 판매하기 위해 제작된 음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엄격하게 해석해 현대백화점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항소심 판결은 디지털 음원이 보편화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법원은 지금까지 CD나 LP 등 전통적 매체를 기준으로 음악 사용료의 발생 여부를 가려왔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음반의 정의에 ‘음을 디지털화한 것’을 포함시키는 내용의 저작권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지구촌 책세상] ‘원자바오, 교육을 논하다’

    [지구촌 책세상] ‘원자바오, 교육을 논하다’

    중국 지도자들은 퇴임 이후 책을 펴내는 전통이 있다. 개인이 아닌 당 중앙이 주관하며, 책값은 일반 서적보다 50~100%가량 비싸다. 주로 임기 중 내놓은 발언 등으로 구성돼 저작권료의 상당 부분이 개인에게 돌아간다. 마오쩌둥(毛澤東)의 경우 ‘마오쩌둥선집(選集)’, ‘마오쩌둥문선(文選)’, ‘마오쩌둥시사(詩詞)’ 등 관련 저서가 있으며, 1976년 9월 마오 사망 당시 그가 받은 저작권료 누계는 총 124만 위안(약 2억 1700만원)으로 전해진다. 올해도 전직 지도자들의 출판 행보가 활발하다. 최근에는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가 퇴임 9개월 만인 이달 초 첫 책 ‘원자바오, 교육을 논하다’를 펴내 화제다. 그는 재임 시절 정치개혁을 주장하고, 내외신 기자 회견에서 권력 투쟁 스캔들의 주인공인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당서기를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등 개혁적인 면모를 보이면서도 일가족 축재 문제로 잦은 구설에 시달리던 인물이다. 책은 1995년 9월부터 2013년 3월까지 교육과 관련된 그의 담화, 보고서, 편지 등을 모아 엮은 것이다. 사스(중증 급성 호흡기증후군), 금융위기 등 큰 사건이 발생했을 때마다 학교를 찾아 사건을 주제로 학생들과 자유롭게 나눈 대화 내용들도 수록되어 있다. 책을 펴낸 인민출판사 황수위안(黃書元) 사장은 주제를 교육으로 정한 것은 원 전 총리가 재임 기간 교육에 공을 많이 들였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2008년 국민 의무교육(9년) 제도를 완성했고, 2012년까지 교육 재정을 국내총생산(GDP)의 4% 수준으로 높이는 등 성과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또 원 전 총리의 할아버지가 톈진(天津)에서 초등학교를 개설한 적이 있고 베이징사범대 출신인 그의 부친도 오랜 세월 교편을 잡는 등 교육자 집안 출신으로 교육에 강한 애착이 있는 것도 이유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새 정부의 개혁 청사진을 공개한 공산당 18기 3중전회(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를 앞두고 그가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의 ‘상하이강화실록(上海講話實錄)’에 이어 책을 낸 것은 개혁파 원로로서 개혁에 힘을 보태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다. 다만 주 전 총리의 책은 상하이 시장 재직 시절 도시 건설 경험을 담은 내용들이 상당수 담겨 있어 새 정부의 경제성장 엔진인 ‘신형 도시화’를 계획하는 데 귀감이 될 만한 데 비해 원 전 총리의 책은 개혁과도 무관해 다소 평범하다는 평이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詩 무단사용 억제” vs “보급·발전 저해”

    “詩 무단사용 억제” vs “보급·발전 저해”

    # 최근 한 대학 교수는 책을 펴내면서 시를 다수 인용했다. 처음에는 20편을 일부 인용했다가 출판사에서 난색을 표해 8편으로 줄였다. 그러자 편집자는 시 한 편당 6만원의 재수록료를 내야 한다며 그 금액을 저자의 인세에서 제외하겠다고 통보했다. 50여만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했던 해당 교수는 결국 시 인용을 포기했다. 이 교수는 “개인적으로 아는 시인은 무료 사용을 허락했다가 출판사에서 싫은 소리를 들었다는 경우도 있었다”며 “시를 널리 알리려는 목적으로 쓴 것인데 인용할 때마다 일일이 허가를 받고 돈을 내야 한다면 오히려 시를 안 읽게 만드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 최근 시 감상집을 낸 한 소형 출판사는 시 수십 편을 실으면서 170여만원의 재수록료를 내야 했다. 해당 출판사 대표는 “시 감상집 자체가 1쇄 출간 분량(1000~2000부)을 다 팔기도 쉽지 않은데 전체 제작비의 10%가량을 저작권료로 내야 하니 부담이 만만치 않다”며 “일일이 시인들에게 허락을 구해 금액을 낮추긴 했지만 이를 허락하지 않는 출판사도 있었다”고 했다. 시의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저작물 사용료는 시에 약일까, 독일까. 시가 제동장치 없이 쓰이고 읽히는 게 시 보급과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있는 한편 작가가 모르는 사이 시가 무단으로 사용되는 것은 저작권 침해이며, 일부 유명 시만 선집 형태로 묶어 내는 것은 다양한 시의 등장과 시인의 발굴을 저해하는 행위라는 주장이 맞선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인은 “다른 예술 작품보다 유독 시에 대해서만큼은 ‘내가 네 시를 소개하는데 감사하지 않으냐’는 인식이 강한 것 같다”며 “최소한의 보호 장치마저 없으면 작가도 모르게 시가 무단으로 사용되는 사례가 횡행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 저작물 사용료를 받는 대표적인 출판사는 시인선을 꾸준히 내온 문학과지성사, 창비, 문학동네, 민음사 등이다. 저작권법상 보도, 비평, 연구, 교육 목적의 저작물 인용은 사용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업계에 따르면 해당 출판사들은 저작권에 대한 의식이 생겨나던 2000년대 초반 출판사에 저작물 사용 문의가 잇따르자 2003년 창작물 보호 방안을 함께 논의하면서 재수록에 대한 기준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액은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에서 정한 저작물 사용료 기준을 따랐다.<서울신문 10월 31일자> 협회 측은 “지난 10월 재수록 사용료를 10% 인상했는데 이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심의를 거친 것”이라고 밝혔다. 세부 기준은 각각 다르지만 문학과지성사, 창비, 문학동네, 민음사 등은 현재 시 한 편당 재수록료를 9만원으로 책정해 놓고 있다. 이 가운데 6만원은 작가에게, 3만원은 출판권 명목으로 출판사에 돌아간다. 출판사들은 시 재수록료를 받는 목적은 수익 창출이 아니라 시인들의 저작권 보호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창비 관계자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닌 이상 특히 시는 적절한 저작권 보호를 받기가 힘들다”며 “시의 재수록 여부를 면밀히 챙기려는 이유는 시가 원문과 다르게 왜곡돼 유통되거나 무단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저자와 작품을 보호해 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학과지성사 관계자는 “본사에서 출간한 ‘한국문학선집’도 다른 출판사에 2억원 가까운 저작권료를 내고 만든 것”이라면서 “저작권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문지 출신 시인의 저작권을 중시하듯 다른 저작권자의 작품을 사용하는 대가를 엄격하게 지불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의 저작권 사용료가 마련된 기준이 모호하고 일부 출판사들의 논의를 통해 이뤄진 만큼 이를 다시 점검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현실적인 가이드라인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 등이 있다면 업계 차원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저작권 이용과 관련한 세부적인 시책을 재검토, 마련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김희철 ‘상하이 로맨스’ 저작권 공개…“한달에 300만원”

    김희철 ‘상하이 로맨스’ 저작권 공개…“한달에 300만원”

    슈퍼주니어 멤버 김희철이 자신이 작사한 ‘상하이 로맨스’ 저작권료를 공개했다. 지난 7일 방송된 JTBC ‘썰전’에서 가요계 저작권 순위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영화평론가 허지웅은 “내가 오렌지캬라멜을 좋아하는데 ‘상하이 로맨스’ 가사를 김희철이 썼다”고 언급했다. 이에 김희철은 “‘상하이 로맨스’ 양쯔강이 원래는 템즈강이었다. 제목도 원래는 ‘런던 보이’였는데 나중에 제목과 강을 바꾸고 노래가 나왔다”면서 “노래가 잘 되니까 한달에 저작권료만 몇백만원이 들어왔다. 기본 300만원까지 받았다”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기덕 “사람들은 나를, 괴물이라 하지 이중잣대 같아, 난 인간적인데”

    김기덕 “사람들은 나를, 괴물이라 하지 이중잣대 같아, 난 인간적인데”

    ‘붉은 가족’(6일 개봉)의 각본을 쓰고 제작한 김기덕(53) 감독은 “나를 바라보는 이중 잣대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인간의 욕망과 금기를 건드린 ‘뫼비우스’와 ‘피에타’ 같은 작품은 물론이고 상대적으로 대중적 색채가 짙은 ‘배우는 배우다’나 ‘영화는 영화다’ 등도 ‘김기덕’이라는 스펙트럼을 벗어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김유미와 정우가 주연을 맡고 이주형 감독이 연출한 ‘붉은 가족’은 가족으로 위장해 남한에서 살아가는 북한 간첩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사람들이 왜 나를 괴물로 보는지 모르겠다”는 그를 어렵게 인터뷰했다.  →전재홍 감독의 ‘아름답다’와 장훈 감독의 ‘영화는 영화다’를 제작하면서 “제작자보다는 후원자에 가깝다”고 했다.  -근본적으로 수입을 목적으로 제작하는 게 아니니까. 후원자라는 것도 이제 좀 올드한 느낌이고, 큰 차이는 없겠지만 후원자보다는 지원자에 가까울 것 같다. ‘메인스트림’이라고 하는 한국의 영화 학교 출신이 아니면서 영화에 열정을 가지고 있는 젊은 영화인들이 첫 단추를 끼우기 어렵지 않나. 연출력이나 시나리오 집필력도 부족하고 많은 어려움이 있다. 내가 쓴 시나리오를 건네면 (외부에서) 이야기에 관심도 생기고, 그런 상황에서 연출자의 재능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항상 감독이고 싶지 제작자이고 싶지는 않다”고 했었는데.  -나름대로 시나리오를 많이 쓰는 편이다. ‘피에타’나 ‘뫼비우스’는 어둡고 사회적으로 무거운 메시지를 전한다고 보는데 제자 감독들에게 맡기는 것 중에는 경쾌하고 오락적인 영화도 많다. 그런 영화들도 내가 가진 감성이라고 생각한다. 근본적으로 이야기의 힘은 시나리오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쉽게 말해서 이 중에 내가 해도 되는 게 있고 아닌 게 있다. 제작을 맡은 영화는 연출한 감독이 더 능력이 있다고 본다. 내가 (감독으로서) 고민하는 주제는 ‘붉은 가족’이나 ‘영화는 영화다’와는 분명 차이가 있을 것 같다. 보편적인 것과 아닌 것의 차이일 텐데, 인간이 살면서 풀지 못한 비밀 같은 것이 내가 하고 싶은 주제라면 ‘붉은 가족’ 같은 영화는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어떤 모순을 다룬다. 내가 못할 것은 없지만 나는 다른 욕심이 있다.  →‘붉은 가족’은 1억 2000만원으로 제작했는데 어떻게 마련했나.  -‘풍산개’와 ‘피에타’ 수입 가지고 하는거다(웃음). ‘풍산개’ 수익에서 남은 돈으로 ‘피에타’를 만들었고 ‘피에타’ 수익으로 ‘붉은 가족’과 개봉 예정인 ‘신의 선물’을 만들었다. 영화사들이 보통 (투자를 받지) 돈을 잘 안 쓰는데 나는 ‘실탄’으로, 제작비로 쓴다.  →각본과 제작을 맡았던 ‘풍산개’도 남북 문제를 다뤘는데.  -아버지가 상이용사이셨다. 6·25 전쟁 때도 참전했었고 몸에 총알을 네 발 정도 맞으셨다. 제대 뒤에 거의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약으로 살다 돌아가셨다. 내겐 아픈 어린 시절이 있는데, 그때 아버지가 너무 폭력적이고 무섭고 공포스러웠다. 어릴 때는 아버지가 두려웠는데 나이가 들면서 아버지의 분노가 어디에서 왔는지 좀 알게 됐다. 그게 분단의 현실에서 온 것이고, (거기에) 숙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분단으로 고착된 현실에서 이념적으로 충돌하고, 그 안에서 풀지 못한 숙제 때문에 늘상 이리저리 살고. 이것을 조금 더 풀고 싶었다. ‘풍산개’는 남북 사이에 유령이라는 존재를 등장시켜서 지나친 이념 경쟁 속에 결국 이산가족이 피해를 보고 그 안에서 인간의 삶이 파괴된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붉은 가족’은 남한의 모순적 자본주의, 북한의 모순적 체제주의를 극명하게 보여주면서 우리가 정말 잊어버린 것과 찾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려고 했다. 한 가족과 한 인간,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질문을 냉정하게 하는 것 같다.  →‘붉은 가족’은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웃기는 이야기인데 ‘풍산개’ 이후에 당장 북한에 대한 이야기를 할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은밀하게 위대하게’, ‘동창생’, ‘용의자’ 같은 북한 소재의 영화가 개봉하는 걸 보면서 이런 소재에는 자신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바탕도 그렇고, 아버지의 상처도 잘 알고 있고, 경기 일산에서 휴전선 바로 앞에 오랫동안 살았고, 철책 안에 들어가서 농사를 지어본 적도 있었다. 좋은 배우가 나오고 제작비도 만만치 않은 다른 영화에 비해 ‘붉은 가족’은 제작비도 적고 배우들도 덜 알려졌지만 이야기로는 앞서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또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연출이 후배인 전재홍 감독에서 또다른 후배인 장철수 감독으로 교체되는 등) 자본이 감독을 교체시키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내 후배들이 들어가고 빠지는 과정을 보면서 조금 더 깨끗하고 정직하고 의미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객이나 극장 수는 부족하지만 영화로서는 괜찮은 영화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    →왜 가족이라는 소재를 선택했나.  -한반도에 사는 남북이 가족이지 않나. 흑인, 백인, 황인이 있고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이 있다면 한반도에는 한국이라는 큰 가족 구도가 있다고 봤다. 남북은 형제라는 구도에서 트러블이 있는 거고. 남한 가족과 북한 가족이라는 설정 속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본질이 숨어 있다고 봤다. 체제적으로,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힘 자랑을 하는 건 한쪽이 이기거나 져야 끝나지만 가족은 그런 게 아니지 않나. 가족은 서로 이해하면 완성되는 거다. 그래서 가족이라는 이야기를 끌어왔는데 영화에서는 양쪽이 모두 미완성이다. 하나는 체제로서의 딱딱한 가족이고 하나는 자본주의에 너무 나른해진 풀어진 가족이다. 그런데 서로를 바라보면서 이해해 나간다.  →영화에서 남한 가족은 서로 반목하고, 자본주의에 젖어 있으며, 위계도 전복돼 있다. 남한의 가족을 이렇게 바라보나.  -굉장히 압축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가족이 실제로 있다고는 믿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낭비와 돈 중심주의, 예의가 무시되는 모습 등이 총체적으로 모여 있는 이미지라고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자본주의가 붕괴시키는 흐트러지는 가족을 드러낸다. 그런데 그 안에 아무것도 없는 것은 아니다. 트러블 안에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인간애를 포기하지 않는다. 북한의 가족에는 그런 게 없다. 그런 인간애를 통해 ‘사는 건 이런거야’라는 생각을 심어주고 싶었던 것 같다. 남한 가족이 아웅다웅하며 위아래도 없어 보이지만 엄청난 자유로움이 있어야 그런 흐트러짐이 가능하지 않나. 경직되어 있으면 결코 발생하지 않는다. 북한 가족이 그런 것을 발견하면서 스며들고 녹아드는 거다.  →왜 가족이라는 소재를 선택했나.  -한반도에 사는 남북이 가족이지 않나. 흑인, 백인, 황인이 있고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이 있다면 한반도에는 한국이라는 큰 가족 구도가 있다고 봤다. 남북은 형제라는 구도에서 트러블이 있는 거고. 남한 가족과 북한 가족이라는 설정 속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본질이 숨어 있다고 봤다. 체제적으로,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힘 자랑을 하는 건 한쪽이 이기거나 져야 끝나지만 가족은 그런 게 아니지 않나. 가족은 서로 이해하면 완성되는 거다. 그래서 가족이라는 이야기를 끌어왔는데 영화에서는 양쪽이 모두 미완성이다. 하나는 체제로서의 딱딱한 가족이고 하나는 자본주의에 너무 나른해진 풀어진 가족이다. 그런데 서로를 바라보면서 이해해 나간다.  →영화에서 남한 가족은 서로 반목하고, 자본주의에 젖어 있으며, 위계도 전복돼 있다. 남한의 가족을 이렇게 바라보나.  -굉장히 압축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가족이 실제로 있다고는 믿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낭비와 돈 중심주의, 예의가 무시되는 모습 등이 총체적으로 모여 있는 이미지라고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자본주의가 붕괴시키는 흐트러지는 가족을 드러낸다. 그런데 그 안에 아무것도 없는 것은 아니다. 트러블 안에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인간애를 포기하지 않는다. 북한의 가족에는 그런 게 없다. 그런 인간애를 통해 ‘사는 건 이런거야’라는 생각을 심어주고 싶었던 것 같다. 남한 가족이 아웅다웅하며 위아래도 없어 보이지만 엄청난 자유로움이 있어야 그런 흐트러짐이 가능하지 않나. 경직되어 있으면 결코 발생하지 않는다. 북한 가족이 그런 것을 발견하면서 스며들고 녹아드는 거다.  →‘피에타’를 두고도 “돈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에 대한 영화”라고 했었는데, 이번에도 자본주의에 무척 비판적이다.  -그렇게 비판적이지만은 않은 게 남한 가족이 그 안에 포기하지 않는 정(情)이 있고, 그건 다른 모든 것을 전복시킬 수 있는 에너지가 된다. ‘피에타’에서도 마찬가지다. 강도가 ‘미선이가 엄마가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 게 바뀌고 잔인한 것을 걷어내지 않나. 자본과 자기 생각이 중심인 사회지만, 나는 자본주의가 갈빗대 몇 개는 부러졌어도 구심점이 되는 등뼈는 부러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치고 박고 부러지는 것으로 척추가 모두 훼손되는 건 아니니까. 꼭 비판적이라기 보다, ‘이런 것들이 인간의 삶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나 이해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배 위에서 벌어지는 ‘붉은 가족’의 결말은 어떻게 떠올렸나.  -애초에 계획한 것은 아니었고 쓰면서 발전시킨 부분이다. 그 장면을 쓰면서 마지막에 북한 가족은 어차피 죽을 테니까 (남한 가족의 모습을) 반복하면 시사하는 바가 크겠다고 생각했다. 북한 가족을 유일하게 한 번 가족으로 만들어 주고 싶었다. 죽음을 앞둔 북한 가족에게 작가로서 할 수 있는 배려라고 생각했다.  →‘붉은 가족’은 어떤 뜻인가.  -북한이 ‘빨갛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나라든 위험에 처하고 자기 발언이 약하고 무언가 게릴라적이고 억압을 당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붉은 깃발을 준비한다고 생각한다. 붉은 색에는 ‘결집’에 대한 것도 있고 ‘피를 흘려서라도’라는 절체절명의 요소도 있다. 북한이 전 세계적으로 고립되는 등 여러 가지 상황에서 붉은 색이 주는 이미지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북한 가족이) 붉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그들이 푸른 가족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역설적으로 붉은 가족이라는 제목을 붙인 거다. 체제에 인생을 빼앗기지 않는 가족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었다.  →‘붉은 가족’에도 아리랑을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  -처음에는 ‘두만강’을 쓰려고 했다. 그런데 저작권료가 있어서 결국 아리랑을 쓰게 됐다. 다 돈 때문이다.  →이주형 감독과는 어떻게 연을 맺었나.  -12월이나 1월쯤 개봉 예정인 문시현 감독의 ‘신의 선물’이라는 영화가 있다. 그 영화에 현장 편집하는 스탭으로 처음 왔었다. 이 감독을 지켜 본 전재홍 감독 등이 굉장히 인간적이고 재능있는 사람이라고 하면서 단편을 보라고 했다. 한국 현대사에 대한 짧은 애니메이션이었는데 인상 깊었다. 조감독도 하지 않았고 아무 경험도 없었지만 치열하게 영화를 고민했다는 걸 느낄 수 있어서 용감하게 연출을 맡겼다. 전재홍 감독에게 ‘풍산개’, 장훈 감독에게 ‘영화는 영화다’를 맡길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어느 한 가지가 좋으면 맡긴다. 실패하더라도 비용은 1억~2억원이다. ‘붉은 가족’은 시나리오를 나름대로 살리면서 데뷔작으로는 잘 만든 것 같다.  →열애설이 나기도 했던 김유미와 정우는 어떻게 캐스팅했나.  -나는 시나리오를 건넨 뒤에는 현장에도 잘 가지 않고 간섭을 안하는 편이다. 연기력 하나로 뽑았다고 들었다. 개봉관도 몇 개 잡혀 있지 않은데 (열애설로 관심이 높아져서) 우리한테는 사실 고마운 일이다(웃음).  →영화의 주제와 메시지는 무척 강하지만 이야기의 전개나 구조는 작위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각본을 쓸 때 그런 생각을 하나.  -물론 한다. 그런데 나무가 자랄 때는 가지치기를 해서 영양분을 몰아줄 필요가 있다. 균형을 잡는 거다. 내 영화는 그런 구조라고 생각한다. 가까이에서 보면 가지치기를 한 나무가 아쉽게 보일 수 있지만 멀리서 보면 그런 나무가 더 멋있다. 나는 더 큰 이야기, 더 큰 주제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방식 같다. 시나리오를 처음 쓸 때부터 그렇게 훈련했다. 쉽게 말해 쓸데없는 것들은 안 보여주는 거다. 감성적으로 이미지를 길게 가져가거나 대사로 부연할 수도 있을 거다. 내 영화가 객관적으로 합의되는 좋은 영화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더 넓고 큰 것을 보여주기 위해 멀리서 보는 거다.  →서사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뭔가.  -나는 내 영화가 메시지를 향해 달려가는 기사 같다고 생각한다. 잔설명을 잘 하지 않는다. 어떤 소설가는 내 영화에 서사가 없다는 말을 했는데, 문학이나 영화를 전공하지 않아서 그런지 몰라도 나는 (기존의 방식 대신) 내가 살아온 방식이나 성장 과정에 기준점을 둔다. 문화 표현물이 가지고 있는 형식에 대해 내가 잘 모르기도 하거니와 지나친 서사나 표현에 거부감을 느끼는 편이다. 영화들이 전형적으로 쓰는 기승전결이 나에게는 거북스럽다. 중고등 교육에서 가르치는 필수라고 하는 요소들을 따르지 않으면 안되는건가 하는 생각을 한다.  →‘붉은 가족’ 언론 시사회에서 “(상영관이 적은데) 불법 다운로드를 해서라도 봐달라”고 했다. 대기업 중심의 독과점 시장에 여전히 문제를 느끼나.  -그 말은 인터뷰 마지막에 통제되지 않고 그냥 나왔던 말인데 본의 아니게 기사 제목으로 걸려서 합법 다운로드 캠페인을 하는 분들에게 죄송했다. 그건 심정적 발언이었지 정말 그렇게 하라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은 알 거다. 자기가 만든 영화가 많이 알려지지 않을 때는 정말 그런 심정을 갖게 된다. 우리가 만든 영화를 누가 봐주기만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영화인들이 다 비슷할 거다. 대기업 문제는 수익을 내야 하는 자본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불가피하다고 본다. 지금은 그런 것들이 불변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해도 변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영화의 힘으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붉은 가족’도 상영관을 많이 잡지 못했는데 이걸 모닥불로 해서 산불을 만들고 싶다. 관객들이 상영관을 채워주고, 그걸로 상영 수익이 생기면 극장을 더 늘릴 생각이다. (메가박스 등에서 일부 상영관을 잡는 등) 멀티플렉스 계열에서도 작품의 뜻을 이해해줘서 놀라고 있다.  →전보다 대중과 소통하려는 노력도 커진 것 같다.  -‘붉은 가족’이나 ‘신의 선물’을 보면서 ‘이게 김기덕 영화냐’고 한다. 김기덕 영화 같지 않다는 뜻인데, 나를 보는 이중잣대가 있는 것 같다. (나는) ‘뫼비우스’나 ‘피에타’, ‘나쁜 남자’처럼 공격적이고 끝까지 가는 영화로만 비쳐지는 면이 있다. 하지만 나를 개인적으로 만난 사람들은 나를 코미디언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 말하기는 부끄럽지만 인간적이라고도 한다(웃음). ‘붉은 가족’이나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이나 모두 나인데,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결국 내 영화를 아쉽게 생각하는 분들이 만들어낸 울타리에서 보기 때문인 것 같다. 내 영화를 보려면 다른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학교에 가면 학교에 갇히지 말아야 하고 옷을 입으면 옷 속에 갇히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야생을 가진 인간이니까. ‘뫼비우스’는 특히 그런 면이 있는 영화일 거다. 하지만 나는 그걸 굳이 이해시키려는 노력을 하지는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차기작은.  -항상 열심히 뭔가 쓰고는 있는데 뭐가 될지는 모른다. 두 세 개가 반복적으로 왔다 갔다 한다. 일단 ‘붉은 가족’이 잘 됐으면 좋겠다. 모닥불이 산불이 되고, 보고 싶은 사람들이 모두 극장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감독하는 영화는 아무도 모르게 하는 쪽이 재미있는 것 같다. 특별히 국내 관객을 겨냥하는 것도 아니고, 위험하더라도 내 생각을 순수하게 전하는 일이니까.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80대女, 예수 벽화를 ‘원숭이’ 벽화로 복원했다가…

    80대女, 예수 벽화를 ‘원숭이’ 벽화로 복원했다가…

    지난해 8월 스페인의 한 80대 여성이 19세기 교회 벽화를 복원하다가 원작 훼손 논란에 휘말린 일이 있었다. 교회 신도인 세실리아 히메네스(82)가 가시 면류관을 쓰고 박해받는 예수 벽화를 복원하면서 원작과는 딴판인 원숭이 그림을 그려 놓은 것이다. 만화에 나올 법한 원숭이 그림에서 면류관을 쓴 예수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원작 화가 후손들은 큰 충격을 받았고 스페인 언론은 “역사상 최악의 복원”, “망친 작업” 등으로 어이없어했다. 그렇지만, 상식을 벗어난 엉뚱한 복원 작업이 인터넷에서는 큰 인기를 끌었다. 라틴어로 ‘이 사람을 보라’라는 뜻인 ‘에케 호모’(ecce homo) 벽화를 ‘이 원숭이를 보라’라고 바꿔 부르기도 했다. 이후 이 ‘실패작’을 보려고 지난 한 해 동안에만 5만 7천 명이 작품이 있는 스페인 동북부 보르하시 교회를 찾았다고 AFP통신이 21일(현재시간) 교회 운영 단체를 인용해 보도했다. 예상 밖의 인기에 히메네스도 돈방석에 앉게 됐다. 히메네스가 작품에서 나오는 이익의 49%를 받기로 이날 교회 재단과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교회 재단은 관광객들로부터 현재 1유로(약 1천500원)의 입장료를 받고 있다. 또 티셔츠와 커피머그잔, 포도주병 등에 그림이 사용될 때 나오는 저작권료 수익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히메네스는 이 돈으로 부자가 되는 것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녀의 변호사는 “히메네스와 재단이 그림에서 나오는 돈을 모두 자선 사업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히메네스는 지역지와 인터뷰에서 “이제 모든 사람이 기쁜 것 같다”면서 만족감을 표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방송 안무 쓰려면 月 30만원 내라”

    “방송 안무 쓰려면 月 30만원 내라”

    “사진도 초상권이란 게 있고 음원도 저작권이란 게 있는데, 정작 안무가들은 자기가 짠 안무에 대해 정당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으니 이거야말로 불편한 진실 아닌가요.”(안무가 A씨) ‘안무 저작권’이라는 개념이 익숙해진 데에는 가수 싸이의 공이 크다. 지난 4월 신곡 ‘젠틀맨’의 주요 안무인 ‘시건방춤’을 따오면서 안무가에게 저작권료를 지불한 게 화제가 됐다. 2011년에는 법원이 대중가요의 안무 저작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안무 저작권은 여전히 현행법상 음원이나 가사에 비해 저작권료 지불 의무에서 한발 비켜서 있다. 최근 200여개의 안무팀이 가입한 방송댄스협회가 직접 저작권 권리 찾기에 나선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방송댄스협회는 13일 방송댄스를 가르치는 학원 등에 ‘저작권 권리침해 및 무단사용 중지 촉구’라는 제목의 공문을 내려보냈다. 협회는 “안무가들은 안무를 짜도 저작권을 요구할 수 없는 경우가 지금까지의 관례였다”면서 “이제 댄스학원 등 방송 안무를 이용해 경제적 이득을 추구하는 개인과 단체는 안무 창작자에게 합당한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문에는 협회에 일정 사용료를 지불하거나 허락을 받지 않으면 방송 안무를 가르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협회는 ▲대가를 받고 수업을 하거나 가르치는 행위 ▲방송 안무의 포인트 동작을 이용해 다른 사업과 접목해 이뤄지는 행위 ▲방송 안무를 이용하면서 입장료 또는 참가비를 받는 모든 수익사업에 한해 학원 등에 월 30만원의 저작권료를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안무가들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몰랐던 권리를 찾아가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대학 실용무용예술학과 교수는 “자기가 짠 안무에 본인이 권리 행사를 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 “안무를 자유롭게 사용하고 응용함으로써 예술 창작이 발전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지만 창의력이 넘치는 아이디어를 생산해도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창작자가 다수인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반발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경기도의 한 댄스학원에서 방송 댄스를 가르치는 B(38)씨는 “방송 안무도 여러 장르의 댄스 동작이 응용돼 들어가기 마련인데 저작권으로 이를 제한하면 자유롭게 춤을 출 수 있는 범위를 줄이는 것”이라면서 “게다가 한 달 100만원도 못 버는 영세 댄스학원에 저작권료를 지불하라고 강요하는 건 다 망하라는 소리”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국내 최초로 힙합댄스와 대중무용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최종환씨는 “보통 안무가들은 한 곡당 300만~500만원의 안무 보수를 받고 난 뒤에는 수익이 없다”면서 “지금 당장은 돈을 내지 않던 것에서 돈을 내야 한다니 거부감이 들 수 있지만 안무가에게 저작권료를 지불하는 문화가 정착되면 전반적으로 ‘댄스 생태계’가 좋아지고 댄스 문화에 대한 사회적 시선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음원 사재기’하면 저작권료 박탈한다

    정부가 ‘음원 사재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중 음악계를 바로잡기 위해 음원 사재기를 금지하는 법 개정과 저작권료 박탈이란 강수를 내놨다. 문화체육관광부는 8일 음원 사재기에 대해 과태료 등의 제재 조항을 추가하도록 관련법을 바꾸고, 부당한 저작권사용료의 수익 기회를 박탈한다는 내용 등을 바탕으로 하는 음원 사재기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음원 사재기에 대해 마땅한 처벌 규정이 없는 현실에서, 베스트셀러 순위 조작을 위해 서적 사재기를 한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을 벤치마킹할 예정이다. 또 문체부-권리자-온라인서비스사업자 간 합의를 통해 음원 사재기의 기준을 마련하고, 사재기에 해당하면 저작권사용료 정산 대상에서 제외해 수익으로 연결되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다. 차트 왜곡의 주요 원인으로 꼽혀 온 차트 내 추천을 통한 ‘끼워 팔기’도 금지된다. 문체부는 음원 사재기 기준을 서비스 이용자의 평균 이용 횟수, 산술적으로 가능한 최대 이용 횟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하도록 했다. 음원 사재기란 브로커 등을 고용해 음원 사이트에서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특정 곡을 반복 재생해 음원 사용 횟수를 높이는 것을 일컫는다. 이런 방법으로 순위제 음악 프로그램에서 손쉽게 인기곡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과거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활용되던 음반 판매량이 음원 판매량으로 대체되면서 나온 현상이다. 앞서 지난 7일 SM·YG·JYP·스타제국 등 국내 4개 대형 기획사들은 음성적 디지털음원 사용횟수 조작행위를 근절해 달라며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김기홍 문체부 저작권정책관은 “관련 업계 종사자가 이런 문제점을 공동으로 인식하는 자발적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커피전문점, 음악 틀면 저작권료 낸다

    앞으로 커피전문점과 백화점 등에서 음악을 틀면 저작권료를 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내년 6월 시행을 목표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저작권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그동안 저작권료를 놓고 영업점과 저작권단체 간 소송이 잇따른 데 따른 조치다. 문체부는 개정안을 의원입법으로 해 올 정기국회 통과를 추진 중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백화점, 커피숍 등 모든 영업장은 음악을 사용할 경우 저작권료를 지불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영세사업장은 제외된다. 김기홍 저작권정책관은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의 매출액 등을 취합해 부과 기준을 세우는 중”이라며 “단 소규모 영세사업자들은 대통령령으로 예외 조항을 적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저작권료가 면제되는 곳은 연 매출 9000만~1억원의 매장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료 부과 대상도 ‘판매용 음반’에서 ‘음반’으로 확대된다. 디지털 음원을 매장에서 틀거나 CD 등 음원을 디지털 작업을 거쳐 방송을 해도 저작권을 이용한 것으로 간주돼 저작권료를 내야 한다. 최근 저작권 관련 소송에서는 판매용 음반의 범위에 대한 법원 판결이 달라 혼란이 더욱 가중돼 왔다. 본사에서 제작된 음악 CD를 틀어주는 스타벅스의 경우 음악 서비스에 대한 저작권을 적용한 반면 매장 내 스트리밍 음악 재생 서비스를 하는 현대백화점에는 저작권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법 개정과 관련해 “막대한 매출을 올리는 기업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에 대해서는 모두 적정한 공연 사용료가 징수돼야 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대법 , 통화연결음 ‘컬러링’ 서비스 “저작권 대상 아니다”

    통화연결음(컬러링) 서비스를 받으려고 내는 사용료는 음악 저작권료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11일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통화연결음 서비스 이용자가 매달 내는 이용료에서도 저작권료를 지급해야 한다”며 SK텔레콤을 상대로 낸 저작권사용료 지급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SK텔레콤은 5억 57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통화연결음 서비스는 이동통신사가 음원 정보를 기계적으로 전달하여 주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음원전송 행위와 무관하게 통신 업무의 대가로 받는 부가서비스 이용료는 매출액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통화연결음 서비스는 월 900원을 내고 부가서비스에 가입해야 한다. 노래를 설정하는 정보이용료에 대해서는 저작권료 배분이 이뤄지고 있으나 매달 900원씩 내는 통화연결음 서비스에 대해선 분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음악저작권협회는 2009년 4월 “이동통신사가 음악을 이용한 다양한 서비스로 많은 이익을 창출했지만 음악 권리자들에게 수익이 적정히 배분되지 않아 불균형이 초래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김진수 아내 자랑…아내 직업이 뭐길래?

    김진수 아내 자랑…아내 직업이 뭐길래?

    개그맨 김진수의 아내 자랑이 화제다. 19일 방송된 MBC ‘황금어장-라디오 스타’는 ‘괜히 바꿨어’ 특집으로 마련돼 김진수, 최송현, 애프터스쿨의 리지와 나나가 출연했다. 이날 방송에서 김진수는 아내 자랑을 해 눈길을 끌었다. 김진수는 상당한 저작권료 수입을 올리고 있는 아내 양재선씨를 언급한 뒤 “아내가 가수 신승훈의 ‘아이 빌리브’(I Believe)를 작곡했다”면서 “그 곡은 우리 집을 윤택하게 해준 연금과도 같다”고 자랑을 늘어놨다. 이어 “결혼 전 아내는 아름다운 노랫말을 많이 만들었는데 요즘은 가사가 슬퍼진 것 같다”면서 “어느 날 아내의 메모를 봤더니 ‘조진 내 인생’이라고 써져 있더라”고 설명해 주위를 폭소케 했다. 김진수는 또 “‘아이 빌리브’는 연애시절 빨리 낚시를 하고 싶어서 20분 만에 탄생한 곡”이라면서 “아내가 원래 바로 나오는 곡 중 좋은 곡이 더 많다고 하더라”고 ‘아이 빌리브’ 작사 뒷이야기를 공개해 관심을 모았다. 김진수 아내 자랑을 본 네티즌들은 “김진수 아내 자랑, 자랑할 만하네”, “김진수 아내 자랑, 저작권료 수입이 얼마길래”, “김진수 아내 자랑, 그 와중에 셀프디스 웃기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새 음악저작권 신탁단체 선정 4파전

    논란을 불러온 정부의 음악저작권 신탁단체 복수화<서울신문 4월 16일자 21면> 사업에 지상파 방송사와 대형 연예기획사, 음원 서비스 업체 등 4곳이 뛰어들었다. 방송사와 사기업의 음악저작권 신탁사업 진출을 반대해 온 일부 작곡가, 작사가 등 저작권자들의 반발이 더욱 드세질 것으로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주 마감한 정부의 ‘음악저작권 제2신탁단체’ 접수에 모두 4곳이 신청했다고 10일 밝혔다. 문체부는 “신청서를 접수시킨 곳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했으나 한국방송협회, SM·YG·JYP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기획사의 컨소시엄, 음원 서비스 업체인 모두컴 등이 접수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그동안 저작권 신탁사업 진출을 위해 물밑에서 활발히 움직여 왔다. 방송협회는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가 주축이 돼 출자금 30억원 규모의 사단법인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20여년간 음악저작권 신탁을 독점해 온 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와 소송까지 벌인 만큼 이번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방송협회 관계자는 “수익보다 음악 발전에 기여하려는 측면이 크다”고 주장했다. SM·YG·JYP 등 대형 기획사 3곳이 구성한 컨소시엄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SM·YG·JYP의 음원을 유통하던 KMP홀딩스 관계자 일부가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두컴은 사용자나 유통자가 아닌 권리자로서 참여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전문성을 갖춘 만큼 신탁단체 선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고 자평한다. 나머지 1곳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CJ 등 애초 거론된 대기업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는 이달 말까지 심사를 거쳐 이들 중 1곳을 낙점할 예정이다. 연말 정식 허가를 거쳐 내년 초 본격적인 음악저작권 신탁사업 복수 체제가 가동된다. 심사의 배점 기준은 운영 전문성, 재정운영 투명성, 저작권 발전 기여도 등이다. 그러나 음저협 등 음악 업계에선 “방송사나 대형 기획사 등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집단이 신탁단체로 선정되는 것은 문제”라며 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음저협이 거둬들인 저작권료는 1116억원으로, 저작권료 배분 및 사용 문제는 해마다 국정감사에서 도마에 올랐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교육목적 이용 허락의 대가” vs “저작권자조차 불분명”

    “교육목적 이용 허락의 대가” vs “저작권자조차 불분명”

    ‘수업 목적 보상금’을 둘러싼 정부와 대학 간의 힘겨루기가 복잡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학 교재 등의 무분별한 복제를 막기 위해 2011년 4월 ‘저작물 보상금’ 고시안을 마련하자 이에 반발한 대학들은 지난 1월 고시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의 최종판단이 다음 달 11일로 초읽기에 들어간 지금 대학들은 온 신경이 곤두서 있다. 법원이 정부의 손을 들어주면 대학들은 꼼짝없이 매년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보상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전국 410여곳의 대학에서 내놓아야 할 보상금은 매년 수십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 2011년 문체부는 고시를 통해 대학이 수업을 목적으로 저작물을 사용할 경우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했다. 대학가에서 암묵적으로 이뤄지던 저작물 침해행위에 제동을 걸었던 셈. 고시안에 따르면 대학은 교재·논문 등을 복사해 배포하거나 강의시간에 음악이나 동영상을 재생할 경우 ‘저작물의 분량’(종량제) 또는 ‘학생수’(포괄제)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건별로 복제를 일일이 증명하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포괄제가 현실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문체부가 위탁한 보상금 수령단체인 한국복제전송저작권협회(KORRA)는 애초 학생 1인당 연간 보상금을 4474원 수준(포괄제)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액수가 너무 높다”는 대학들의 반발에 따라 1879원까지 낮췄다. 그럼에도 보상금 약정을 한 대학은 경찰대, 육사, 한예종 등 일부에 불과하자 협회는 지난해 7월부터 저작물 복제에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라며 서울·성균관·한양·경북·명지전문·서울디지털대 등 6개 대학에 선별적 소송을 차례로 제기했다. 이들의 저작물 이용 빈도가 다른 대학에 비해 높다는 판단에서다. 이 가운데 경북대를 제외한 5개 대학은 문체부의 시행령이 원천적으로 무효이기에 보상금을 낼 수 없다며 행정소송으로 맞섰다. 보상금을 지불해야 할 저작권자가 불분명하고, 교육목적의 공유를 허용하는 추세와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갈등은 얼핏 저작권료를 놓고 벌이는 감정싸움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국내 저작권 체계가 허술한 탓에 쉽게 매듭이 지어질 수 없는 복잡한 구조적 모순이 있다는 지적이 높다. 안효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KORRA가 보상금만 내면 대학이 마음놓고 저작물을 쓸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과 다르다”면서 “KORRA는 모든 저작권자의 권리를 신탁하고 있지 않고, 복사·전송 외의 복제·배포·방송 등의 권리에 대해선 권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초·중·고교 교과서 게재 저작물의 보상금을 징수하는 KORRA가 2005~2009년 징수한 108억원의 보상금 중 67억원(62%)에 대해선 저작권자를 찾을 수 없다는 이유로 분배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반면 김동현 KORRA 사무국장은 “보상금은 교육목적 사용에 대한 이용 허락의 대가로, 저작권 신탁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또 미분배 보상금은 법률상 3년이 경과한 후 KORRA가 문화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 ‘공익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향후 미분배 보상금을 활용해 대학 원서 등을 무료로 볼 수 있는 전문 도서관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아울러 KORRA는 소송과 별개로 추후 대학가의 모든 복사기에 복사 내용을 파악해 저작권료를 매기는 시스템 구축도 구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교육기관의 저작물 복제에 대한 보상이 어떤 방식으로든 체계화돼야 한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된 분위기다. 미국의 경우 원칙적으로 저작권자의 사전 허락 없이 저작물의 복제는 불가능하다. 교재 등 복사 사용료는 건당 2달러 안팎이다. 호주는 학생 1인당 연간 38호주달러(약 4만 1500원)의 보상금을 지불하는 포괄제를 채택하고 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이번엔 외국 영화음악 ‘공연권료’ 갈등…저작권協·대형극장 100억대 소송전?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CJ CGV 등 대형극장들과 영화음악 ‘공연권료’를 놓고 다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저작권협회가 지난해 한국영화에 이어 최근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대형극장을 상대로 외국영화 ‘공연권료’ 지불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자 대형극장들이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서면서 소송전으로 비화될 전망이다. 저작권협회가 예상하는 소송 규모는 100억원을 웃돈다. 저작권협회는 지난해에도 대형극장들에 한국영화의 음악 ‘공연권료’ 지불을 요구하며 법적 다툼을 벌였다. 당시 문화체육관광부의 중재로 반쪽합의가 이뤄졌지만 민사소송은 그대로 진행돼 다음달 45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소송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갈등은 저작권협회가 영화음악의 1차 저작권인 ‘복제권’ 외에 2차 저작권인 ‘공연권’을 요구하면서 불거졌다. 예컨대 백화점에서 음악을 틀면 공연료를 내는 것처럼 영화에서도 음악이 사용되면 극장주가 별도의 공연료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저작권협회는 2010년 10월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을 개정하면서 이 같은 특약조항을 일방적으로 신설했다. 저작권협회 측은 “미국영화가 영국에서 개봉하면 영국에선 공연권료를 미국에 보내준다”며 “유독 우리나라만 저작권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영화계는 영화를 제작할 때 이미 음악의 복제권료를 지급한 만큼 극장 상영 시 공연료를 따로 내는 것은 이중 부담이라고 맞서 왔다. 대형극장 측은 ‘공연권’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영화가 애초부터 극장 상영을 전제로 만들어진 만큼 영화에는 ‘공연권’ 개념이 없다는 것이다. ‘저작물의 영상화를 다른 사람에게 허락할 때 공개 상영을 전제로 한다’는 저작권법 99조를 근거로 한다. 만약 저작권협회의 주장대로라면 음악영화인 레미제라블은 저작권료만 모두 합해 32억원을 물어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법원이 “국내에서 영화의 공연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국제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저작권협회와 “해외영화에 대한 공연권 인정은 막대한 국부유출로 이어진다”는 영화계 가운데 과연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 주목된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지상파 방송 참여 신탁회사 등장하나

    지상파 방송 참여 신탁회사 등장하나

    정부가 음악저작권 신탁단체 복수화 추진에 나섰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20여년간 독점해 온 음악저작권 관리업무에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문화계의 불공정 관행을 제도를 통해 해소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방송사와 음원서비스 기업, 작곡가 등 일부 음악 창작자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지상파 방송 3사를 중심으로 새로운 신탁법인 설립을 위한 물밑 움직임도 분주하다. 이에 음악저작권협회가 드세게 반발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0일 음악분야 저작권 신탁관리법인의 신규허가 대상자를 공고했다. 6월 초까지 요건을 갖춘 계획서를 제출한 법인이나 단체를 대상으로 사업자를 선정, 내년부터 복수 운영체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문체부 측은 “음악저작권의 독점적 신탁관리체제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제기돼 추가 선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2008년 이후 사용료 징수와 분배의 투명성, 조직 운영 등을 놓고 잡음이 불거졌지만, 저작권협회 스스로 이를 해소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저작권협회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신탁관리단체가 복수로 존재하면 권리자의 권익이 축소되고 이용자 편의에도 해가 된다”는 주장이다. 음원을 사용하는 단체들이 저작권 신탁단체를 설립하면 저작권자의 권익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제기했다. 저작권협회는 1988년 저작권신탁관리업 허가를 받아 음악저작물의 저작권 등을 관리하고 있다. 연간 1200억원의 사용료를 징수한다. 하지만 작사·작곡가 등 1만 5000여명의 회원을 상대로 투명하게 수익금을 배분하지 않고 자신들의 배만 불린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전체 회원 중 10%미만에게만 정회원 자격을 부여하고 이가운데서 이사진을 뽑아 경영을 맡기기 때문이다. 또 비영리법인임에도 연간 저작권료의 14%가 넘는 172억원을 수수료(운영비)로 책정했다. 시장상황에 맞지 않게 너무 높고, 다른 단체와 비교해도 과도하다는 비판이다. 2010년 국정감사에선 당시 김성태 한나라당 의원이 “저작권협회가 10년간 2916억원을 징수해 이자 수익만 86억원에 이르며 제대로 분배되지 않고 쌓인 돈도 450억원이나 된다”고 밝혔다.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도 저작권협회 직원이 유흥단란주점의 사용곡목 보고서를 조작하는 식으로 3년간 6억 7500만원의 저작권료를 횡령했다고 공개했다. 이런 상황이지만 창작자들은 자신의 저작권을 오직 저작권협회 한 곳에 몽땅 맡기고 협회가 주는 대로 저작권료를 받아야 했다. 음원 사업자나 방송사도 단 한 곳의 창구를 상대로 저작권료 협상을 벌여왔다. 저작권협회와 KBS는 37억원대의 저작권료 소송을 치르기도 했다. 방송사나 음원기업 등 업계에선 문체부의 경쟁체제 도입을 반기는 분위기다. 저작권협회에 대한 불만 표출의 성격이 짙다. 한국방송협회와 케이블TV협회 관계자들은 “복수 신탁단체가 등장하면 협상 단계가 늘고 저작권료도 일부 오를 수 있지만 오죽하면 이런 논의가 이뤄졌겠느냐”고 반문했다. 한 음원서비스 업체 관계자도 “저작권협회가 그동안 음원서비스 사업자에게 수요를 무시한 일방적 협상을 요구해 왔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불만을 앞세운 음원기업, 지상파 방송, 음악창작자 등 이해 당사자들은 물밑에서 신규 법인 설립을 검토 중이다. 신탁단체가 비영리법인이지만 일정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가 속한 방송협회, KT뮤직과 합병한 KMP홀딩스, 음악기업인 모두컴 등이 이를 저울질하고 있다. 방송협회 관계자는 “아직 타당성 조사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 중 방송사들의 행보가 단연 눈에 띈다. 지상파 3사는 1940년 설립된 미국의 BMI를 벤치마킹 모델로 삼고 있다. BMI는 ASCAP란 저작권 독점단체에 반발해 CBS라디오 등 미 지상파 방송사들이 주축이 돼 출범했다. 이후 시장이 안정되자 방송사들은 경영에서 손을 뗐다. 일본에선 독점신탁기관인 JASRAC에 반발해 2008년 E라이선스가 설립됐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선 복수체제가 허용됐으나, 치열한 경쟁을 벌인 뒤 대부분 한 곳의 신탁단체만 살아남았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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