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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인의 자유, 국가·사회의 균형에서 온다

    개인의 자유, 국가·사회의 균형에서 온다

    좁은 회랑/대런 애스모글루·제임스 A 로빈슨 지음/장경덕 옮김/896쪽/3만 6000원 인류 역사는 더 많은 자유를 누리기 위한 투쟁과 희생의 점철이다. 하지만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억압당한 채 평등하지 않은 삶을 살아간다.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 ‘총·균·쇠’의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그런 불평등의 세상을 놓고 “인간 사회가 끊임없이 중앙집권적으로 발전해 왔다는 게 정치사의 가장 큰 역설”이라고 꼬집는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로 유명한 대런 애스모글루 MIT 경제학 교수와 제임스 A 로빈슨 시카고대 정치학 교수의 신작 ‘좁은 회랑’도 비대한 국가와 제약받는 자유에 흔들리는 현대국가의 딜레마로 시작한다. ‘포용적인 국가는 발전하지만, 착취적인 나라는 빈곤해진다’는 전작을 확장시킨 21세기 신자유론쯤으로 읽힌다. “국가는 강해야 하지만 이 거대한 ‘국가 유기체’인 리바이어던에 족쇄를 채워야 한다”는 강변이 눈에 띈다.두 사람이 ‘좁은 회랑’에서 치중하는 키워드는 자유다. 민주정·공화정을 도입한 아테네와 중세 이탈리아 도시국가부터 뿌리 깊은 독재체제의 중국·이슬람세계, 정부 부재와 독재 사이를 오간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 포퓰리즘으로 흔들리는 지금의 미국 민주주의까지 넘나들며 자유의 성쇠를 펼쳐 보인다. 그 ‘자유의 향연’을 통해 저자들이 거듭 강조하는 점은 개인의 자유 유지를 위해 국가와 사회의 힘은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체제는 17세기 중엽 정치철학자 토머스 홉스가 일갈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막지만 통제받지 않을 경우 히틀러의 독일이나 마오쩌둥의 중국처럼 독재의 무서운 얼굴을 쳐든다. 그런 점에서 진정한 자유를 위해 결집된 사회가 국가와 엘리트층을 통제하는 좁은 회랑으로 가자는 게 저자들의 지론이다. 물론 국가와 사회가 균형을 맞추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책 제목도 그런 뉘앙스를 풍긴다. 회랑에 진입하기 어렵고 이탈하기 쉽다는 뜻이다. 국가와 사회의 균형 잡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하고 결과도 다르다. 흑사병으로 급격히 인구가 감소했던 유럽의 양상은 대표적인 예다. 노동력이 희귀해지면서 의무를 줄여 달라는 농노들의 목소리가 커져 봉건적 엘리트들의 사회통제 능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서유럽 사회는 국가의 독재적 통제에서 벗어났지만 농민들의 결집이 제한적이었던 동유럽은 달랐다. 잉글랜드와 프랑스, 네덜란드가 발전하는 동안 폴란드·헝가리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은 오히려 독재적 국가가 강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저자들은 중국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면서 춘추전국시대 이후 지금까지 법가와 유가 사상 사이를 오간 통치 모형을 주시한다. 법가 모형에선 통치자가 국가와 법의 힘으로 사회를 억압했고 유가 모형에서도 보통 사람들이 국가와 황제에 맞설 대항력이 될 수 없어 독재의 기본 신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두 사람은 그 독재의 본질이 제국과 공산주의 시대의 연속성을 만들어 냈다고 잘라 말한다. 그러면서 ‘누에가 실을 내고 결국 자신이 지은 고치 안에서 최후를 맞는다’는 14세기 아랍 학자 이븐 할둔의 표현을 빌려 독재적 성장의 다른 사례들처럼 중국도 치명적 도전에 직면하리라 전망한다. 중국과 미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비교한 저자들은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국이 경제에 끼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효과적으로 코로나19를 억제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회랑 안에 있었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맞이할 미래의 운명은 정해져 있지 않다”고 못박고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국체론(시라이 사토시 지음, 한승동 옮김, 메디치미디어 펴냄) 일본의 젊은 지식인이 일본의 통치체제를 파헤쳤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일왕에게 우호적으로 접근했고, 공산주의 공포에 시달리던 일왕은 미국의 보호를 원했다. 일본이 전쟁 특수를 누리며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한 과정에서 친미 보수 성향 세력이 결성돼 현 대미 종속 구조로 굳어졌다고 분석한다. 336쪽. 1만 8000원.슈퍼펌프드(마이크 아이작 지음, 박세연 옮김, 인플루엔셜 펴냄) 뉴욕타임스의 정보기술(IT) 전문기자가 기록한 우버의 민낯. 창업 10년 만에 고객 1억명을 유치하며 세계 최대 차량공유 플랫폼이 된 우버는 직장 내 성희롱 폭로, 구글과의 재산권 분쟁 등으로 추락을 거듭했다. 전현직 임직원 200여명과 인터뷰해 우버의 위기가 불거진 12개월을 재구성했다. 568쪽. 2만 2000원.오리진(루이스 다트넬 지음, 이충호 옮김, 흐름출판 펴냄) 수십억년 전 지구의 과거와 인류의 기원을 살핀 저작. 판의 활동과 기후 변화, 대기 순환과 해류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역사는 지구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달라졌다. 독특한 산악 지형이 그리스 민주주의 탄생에 끼친 영향, 미국인 투표 패턴이 먼 옛날 해저 지형을 따라 나타나는 이유 등을 과학과 접목해 설명한다. 392쪽. 2만원.헨리 데이비드 소로(로라 대소 윌스 지음, 김한영 옮김, 돌베개 펴냄) ‘월든’의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의 생애를 다룬 평전. 소로는 국립공원과 야생 보호 구역의 체계를 만든 생태과학자이며 자연과 인간의 마음을 아름다운 시처럼 묘사했다. 인종차별을 외면하고, 여성의 정치 참여와 평등을 가로막는 당대 헌법을 강하게 비판한 사회개혁가이기도 했다. 807쪽. 4만 8000원.갈라진 마음들(김성경 지음, 창비 펴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인 저자가 북한과 분단 관련 담론을 사람들의 경험과 인식, 감정 등으로 분석했다. 저자는 북한에 대한 적대감뿐 아니라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와 이념에 매몰되는 습성, 과도한 민족주의적 감성 등 한반도의 구성원들이 갖는 마음을 ‘분단적 마음’이라 말한다. 328쪽. 1만 8000원.술은 잘못이 없다(마치다 고 지음, 이은정 옮김, 팩토리나인 펴냄) 아쿠타가와상을 비롯해 일본의 4대 문학상을 휩쓴 작가의 금주 에세이. 말술 인생 30년을 접은 저자는 금주를 술을 마시고 싶은 ‘제정신’과 술을 끊으려는 ‘광기’의 싸움으로 정리한다. 애주가였던 그가 육체적·정신적으로 직접 느낀 금주의 장점이 실렸다. 284쪽. 1만 4000원.
  • 차별을 철폐할 수 없는 차별금지법

    차별을 철폐할 수 없는 차별금지법

    진보는 차별을 없앨 수 있을까/김진석 지음/개마고원/400쪽/2만원 남녀 차별, 학력 차별, 부의 차별 등을 법으로 금지하자는 목소리가 진보 진영에서 거세다. 이렇게 차별금지법을 만들면 차별이 줄어들까. 김진석 인하대 철학과 교수는 신간 ‘진보는 차별을 없앨 수 있을까’에서 아니라고 답한다. 저자는 우선 차별에 관한 명확한 구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법으로 개선할 수 있는 ‘좁은 의미의 차별’과 사회에서 여러 이유로 정당화되거나 묵인되는 ‘넓은 의미의 차별’로 나눈다. 그러면서 진보가 차별금지법으로 넓은 의미의 차별도 철폐할 수 있다며 허울 좋은 소리만 늘어놓는다고 비판한다. 학력 경쟁과 소득 경쟁, 그리고 부동산 문제 등에서 보여 줬듯, 지금 한국의 진보와 보수는 별 차이가 없다. 서민을 대변하던 진보 진영에서도 특혜를 취한다. 서민 정서와 동떨어진 일에도 “법적으로 문제없지 않으냐”고 항변한다. 고학력 부르주아 진보가 점점 늘어나고, 거꾸로 저학력자와 저소득자는 보수화한다. 여기에 정치꾼들이 끼어들면서 오히려 넓은 의미의 차별을 극대화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진보는 선이고 보수는 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유의하자는 것이다. 저자는 혐오 표현, 학력 경쟁, 공정성 논란, 급진 여성주의자에 의한 트랜스젠더 차별, 능력주의 평가 시스템 등 우리 사회의 차별 문제를 철학적·사회학적으로 분석한다. 그리고 이 문제들이 얼마나 복잡하게 꼬여 있는지 우선 명확히 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한다. 예컨대 대입제도는 평가시스템만 고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 대학 서열화와 직장 문제, 그리고 부의 재분배에 이르기까지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우선 보아야 한다. 이런 복잡성은 대입 제도 시스템 내부에서 기능 장애를 일으키고 갈등을 낳거나 다른 갈등과 결합해 복잡성을 확대한다. 저자는 이런 복잡성을 그대로 두고 제도 개선만 외쳐선 안 된다며, 차별의 구체적인 모습을 직시하라고 조언한다. 어떻게 이를 풀어낼 것인가는 이후의 과제일 것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사우디 사막서 12만 년 전 고인류 발자국 발견…“한때 호수 있던 초원”

    사우디 사막서 12만 년 전 고인류 발자국 발견…“한때 호수 있던 초원”

    사우디아라비아의 북부 지역은 12만 년 전 초원이었고 소수의 호모사피엔스는 얕은 호수에 들러 물을 마시고 식량을 확보했다. 호수에는 오늘날 볼 수 있는 어떤 종보다 큰 낙타와 물소 그리고 코끼리가 자주 찾아왔다. 따라서 이들 고인류가 이런 거대 동물을 사냥했던 것일지도 모르지만 이곳은 이들의 긴 여정 가운데 잠시 머물던 경유지에 지나지 않았다. 이 상세한 묘사는 사우디아라비아 북부 지역에 있는 네푸드사막에서 발견한 고인류와 고대 동물의 발자국 화석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으로,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최신호(16일자)에 실린 연구논문에 명시된 내용이다.이 논문의 제1저자로 독일 막스플랑크 화학생태연구소의 매튜 스튜어트 박사는 “이들 발자국은 알라타르(Alathar·아랍어로 흔적을 뜻함)라는 고대 호수에 침식된 뒤 12만 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러 지난 2017년 내 박사과정 연구의 현장답사 동안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아라비아 반도는 초기 인류와 당시 동물이 살기 이려웠던 광대한 불모의 사막이었지만, 지난 10년 동안의 연구에서는 언제나 그랬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자연적 기후 변화로 마지막 간빙기로 알려진 그 당시 아라비아 반도는 지금보다 훨씬 더 푸르고 습한 환경이었다는 것이다. 이 논문의 공동저자로 영국 로열홀러웨이런던대의 지리학자인 리처드 클라크-윌슨 박사는 “과거 어떤 시기에는 아라비아 반도 내륙을 차지하는 사막이 늘 물을 머금은 담수호와 강이 있는 드넓은 초원으로 변했었다”고 말했다.이들 연구자는 이런 화석의 형성 시기를 알아내기 위해 광여기루미네선스(OSL) 연대측정법을 사용했다. 이는 퇴적층 속의 석영이나 장석 등 무기결정에서 방출되는 루미네선스의 양을 측정해 연대를 측정하는 것이다. 이런 무기결정은 땅에 묻히고 나서부터 퇴적물의 자연 방사선에 노출되면 전자 형태의 에너지를 축적하는 성질이 있다. 즉 얼마 만큼의 에너지를 쌓아 왔는지를 빛의 형태로 측정하면 얼마나 오랫동안 묻혀 있었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논문에 따르면, 사막에서 발견된 총 수백 점의 발자국 중 7점이 당시 인류가 남긴 것이 확실하고 그중 4점은 비슷한 방향과 서로 간의 거리 그리고 크기 차이로 볼 때 2, 3명이 함께 여행하던 것으로 해석됐다. 연구자들은 또 이들 고인류의 발자국에서 유추한 키와 몸무게 추정치에 근거해 해부학적으로 현대적인 인간인 호모사피엔스에 속했다고 주장한다. 스튜어트 박사는 “이들 인류가 이 호수를 방문한 동안 이 지역에 석기가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물과 먹을 것을 찾기 위해 호수를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마 동물을 사냥하려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소음 스트레스, 물고기 일찍 죽게 해…면역력↓”(연구)

    “소음 스트레스, 물고기 일찍 죽게 해…면역력↓”(연구)

    소음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물고기는 질병을 퇴치하는 능력이 저하되며, 이런 소음에 장기간 노출되면 일찍 죽게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인간이 만들어낸 소음이 자연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를 강화하는 것. 영국 카디프대 연구진은 백색 소음을 무작위로 수조에 흘려 기생충에 감염된 거피(guppy)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기생충은 지로닥티루스 턴불리(Gyrodactylus turnbulli)라는 학명을 가진 단생목의 외부기생충이고, 거피는 수족관에서 흔히 기르는 작은 담수어를 말한다. 앞서 이들 연구자는 “소음 공해가 이런 물고기에 대해 스트레스와 청력 손실, 행동 변화 그리고 면역력에 영향을 주는 것은 이미 알려졌지만, 이런 소음이 질병 저항성에 영향을 주는 방식에 관한 연구는 아직 미흡하다”면서 “이에 따라 이 연구를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거피 그룹들 가운데 한 그룹에는 24시간 동안 소음을 들려주고, 다른 한 그룹에는 7일 동안 소음을 들려줬다. 이들 그룹의 물고기는 모두 마취돼 기생충에 감염됐지만, 그 시기는 각각 다르다. 24시간 소음에 노출된 그룹의 경우 소음에 노출된 뒤, 7일간 소음에 노출된 그룹은 소음 노출 중에 감염됐다. 나머지 세 번째 그룹의 물고기는 대조군으로, 기생충에 감염됐지만, 소음이 없는 수조에서 머물렀다. 그 결과, 17일 동안의 관찰 기간 중 24시간 소음에 노출된 물고기 그룹의 질병부담(disease burden)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부담은 질병으로 인한 건강 손실을 수치화한 것이다. 또 7일간 만성적으로 소음에 노출된 물고기 그룹은 수명이 짧아지는 경향이 컸다. 이 그룹의 구피는 평균 12일 만에 죽었지만, 나머지 두 개 그룹의 구피는 평균 14일 만에 죽었다. 이에 대해 연구 공동저자인 누메어 마수드 박사과정 연구원은 “면역 반응에 관한 정확한 영향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실험이 필요하다”면서도 “이번 발견은 기생충에 매우 취약한 양어장뿐만 아니라 야생 어류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수드 연구원은 또 “특히 담수어는 전례없는 수준의 종 손실에 적면해 있다. 궁극적으로 우리 연구는 질병에 대한 민감성과 폐사율 증가를 막기 위해 소음을 최소화할 필요성을 강조한다”고 지적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영국학사원이 발행하는 ‘로열 소사이어티 오픈 사이언스’(Royal Society Open Science) 최신호(9월 15일자)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인류 주도 CO₂ 배출, 5560만년 전 대멸종 때보다 8배 빨라”

    “인류 주도 CO₂ 배출, 5560만년 전 대멸종 때보다 8배 빨라”

    5560만 년 전 대멸종은 심해에서 대규모 화산 활동이 일으킨 기후 변화 탓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9월 14일자)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이른바 ’팔레오세-에오세 최대온난기’(PETM)로 불리던 당시 치솟던 이산화탄소의 영향으로 지구 평균 기온은 약 5~8℃ 더 높았다. 이 때문에 여분의 탄소가 바다에 유입돼 산성화 반응이 일어나면서 많은 해양 생물이 멸종했다. 해저와 바로 그위에 사는 유공충(껍데기가 있는 근족충류) 역시 30~50%나 죽었다. 하지만 신생대 최대 지구온난화 사건인 당시(PETM) 동안 바다에 탄소가 유입된 속도보다 오늘날 인류의 화석연료 남용에 따른 탄소 배출에 의한 것이 8배 더 빠르다고 이들 연구자는 경고했다. 이에 대해 연구 공동저자로 뉴욕 컬럼비아대의 지구화학자 베르벨 호니시 박사는 “탄소가 천천히 유입되면 생물은 적응할 수 있다”면서 “만일 탄소가 매우 빨리 유입된다면 정말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호니시 박사는 또 “당시에는 대멸종이라는 정말 끔찍한 결과가 나왔고 그것은 앞으로 우리가 닥칠 미래의 좋은 징조는 아니다”면서 “우리는 과거를 앞지르고 있으므로 그 결과는 매우 심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과학자들은 지난 몇십 년간 PETM 당시 바다에 유입된 탄소량이 급증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명확한 원인을 알지 못했다.이들 연구자는 이 연구 중 실험실 환경에서 높은 산성의 해양 조건을 만들었고 거기서 유공충을 키웠다. 이들은 실험실에서 성장한 이 유기체들로부터 수집한 지질학적 정보를 PETM 당시 화석화한 유공충에 관한 자료와 비교 분석해 당시 바다에 들어간 탄소 양을 계산할 수 있었다. 결과는 약 5000년 동안 무려 14조9000억t에 달하는 탄소가 유입됐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또 당시 바다의 탄소 공급원은 화산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오늘날 아이슬란드 주변 지역에 해당하는 화산 지대에서 대규모 분화 활동에서 비롯했으리라 추정한다. 이산화탄소는 이 외에도 주변의 퇴적암 연소와 메탄 가스 상승에서 직접 배출됐을 것이다. 대기 중 탄소 농도는 1700년대 약 280ppm에서 오늘날 415ppm까지 치솟았으며 지금도 계속해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이들 연구자는 밝혔다. 이들 바다가 과잉 이산화탄소를 계속해서 흡수함에 따라 결과적으로 빨라진 산성화는 해양 생물의 생존을 압박하고 있다. 연구 주저자로 뉴욕 바사르대의 지질학자 로라 헤인스 박사는 “우리는 지구의 시스템이 이산화탄소의 급속한 배출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를 이해하고 싶다. PETM은 완변한 유사 환경은 아니지만, 우리 환경에 가장 가까운 것”이라면서 “오늘날 상황은 훨씬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단독]뉴딜정책 비판해서? 갑자기 사라진 증권사 리포트

    [단독]뉴딜정책 비판해서? 갑자기 사라진 증권사 리포트

    ‘정부의 뉴딜금융 정책이 은행 주주들에게 피로감을 줄 수 있다’는 코멘트를 단 증권사 리포트가 갑자기 사라졌다. 온라인 익명 게시판에는 ‘외압 탓에 해당 보고서를 쓴 애널리스트가 곤란을 겪었다’는 주장도 올라왔다. 반면 증권사 측은 “보고서가 원래 쓴 의도와 다르게 해석돼 애널리스트가 자진 회수한 것”이라고 밝혀 그 배경을 두고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A증권사는 지난 4일 ‘뉴딜금융, 반복되는 정책 지원으로 주주 피로감은 확대 중’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냈다. B애널리스트는 전날 정부가 발표한 국민참여형 뉴딜펀드 조성과 뉴딜금융 지원 방안에 대해 언급하며 “위기 상황 때마다 각종 정책들에 대한 지원·참여는 금융회사로서 피하기 어려운 숙명이지만 증권, 채권시장안정펀드 조성, 중소기업·소상공인 유동성 지원 등에 이어 뉴딜펀드까지 매번 은행들이 활용되면서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은행 주주들의 피로감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리포트는 “금융회사들의 70조원 뉴딜 투자는 예상해 왔던 수준보다 대출 규모가 더 커지고 투자·대출 부문이 디지털·그린·혁신성장 분야 등으로 더 가속화되는 영향은 있겠지만 기존의 은행 영업행태인 대출 비즈니스와 큰 차이가 없고, 기존 대출처럼 리스크 관리를 위한 심사 과정 또한 확실해 크게 걱정할 사안은 아닌 듯하다”고 적었다. 이어 “정책형 뉴딜펀드와 민간 뉴딜펀드는 참여 여부와 규모 등에 따라 불확실성이 다소 커질 수도 있을 전망”이라고 평가했다.증권사 리서치센터 웹페이지에 게재됐던 이 리포트는 최근 공식적으로 회수됐다. 다만 저자 이름 등으로 검색하면 해당 리포트를 여전히 찾아볼 수 있다. 또 직장인 익명게시판 앱인 ‘블라인드’에는 지난 12일 이 증권사와 같은 그룹으로 소속이 표기된 네티즌이 ‘갑질을 신고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앱은 익명으로 글을 올릴 수 있지만 회사 이메일 인증 등을 통해 소속이 확인돼야 글을 쓸 수 있다. 이 네티즌은 리포트 내용을 요약한 뒤 ‘조직 안팎의 압력 탓에 리서치센터와 애널리스트가 곤욕을 치렀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에 대해 해당 증권사 측은 “외압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보고서는 작성한 연구원이 직접 내렸다”면서 “쓴 의도와 달리 기사가 나오고 이슈화되니까 부담스러워서 자진 회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공개된 리포트가 내려지는 건 흔한 일이 아니라는 말이 나온다. A증권사 측도 “올해 회수된 보고서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다만 게재된 리포트를 철회하는 게 전례 없는 일은 아니라는 얘기도 있다. 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오라클 품에 안기는 틱톡… 화웨이는 반도체 ‘묻지마 구매’

    오라클 품에 안기는 틱톡… 화웨이는 반도체 ‘묻지마 구매’

    틱톡 모기업, MS 제치고 오라클에 매각AI 알고리즘 매각 대상 제외 방침 변수中언론 “바이트댄스, 美사업 매각 안 해” 화웨이, 2년치 부품 비축에도 타격 불가피‘위챗’ 텐센트, 미 하원 출신 로비스트 고용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한 제재를 공언한 15일(현지시간)이 코앞에 다가오자 해당 기업들이 생존을 건 대응에 나서고 있다. 바이트댄스는 동영상 공유 애플리케이션(앱) ‘틱톡’을 오라클에 매각할 것으로 알려졌고, 화웨이도 반도체 부품을 최대한 쌓고자 ‘묻지마 구매’를 하고 있다.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위챗’ 운영사 텐센트도 ‘로키’(저자세)로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틱톡을 운영하는 모기업 바이트댄스가 틱톡의 미국 사업 인수 협상자로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제치고 오라클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오라클이 바이트댄스의 ‘신뢰하는 기술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안보 명분을 내세워 15일까지 틱톡의 미국 사업을 팔거나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이에 MS와 오라클, 소프트뱅크 등이 틱톡 미국 사업을 인수하기 위해 협상해 왔다. 당초 MS 인수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중국 당국이 “사용자에게 동영상을 추천하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은 매각해선 안 된다”고 선언해 판도가 달라졌다. 기업용 데이터베이스 시장을 장악한 오라클은 이번 거래로 일반 소비자에게 다가갈 접점을 만들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중국 관영 중국신문사는 14일 오후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계정에 “바이트댄스가 MS와 오라클 어디에도 틱톡 미국 사업을 매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경보 역시 “바이트댄스 창업자 장이밍이 틱톡 미국 사업을 팔지 않도록 하는 해결 방안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해 막판 혼란이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도 ‘고통의 시간’을 앞두고 있다. 미국의 전면적인 반도체 제재가 발효돼 반도체 부품을 새로 구매할 수 없어서다. 지난달 발표된 미국 상무부 공고에 따르면 15일부터 미국 회사의 기술을 조금이라도 활용한 반도체 기업은 미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화웨이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 D램과 낸드 등 메모리 제품을 파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미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화웨이가 11월 미 대선 때까지는 반도체를 구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한국과 일본, 대만 등에서 최대 2년치 부품을 매집한 것으로 추산한다. 그럼에도 WSJ는 “화웨이가 내년 상반기부터 비축 부품이 동이 나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전 세계에서 12억명 넘게 쓰는 SNS ‘위챗’을 관리하는 텐센트도 ‘운명의 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회사인 애플의 앱스토어에서 위챗이 사라지면 중국 내 아이폰 이용자들은 생활필수품이 된 위챗을 내려받지 못한다. 다만 CNN방송 등은 “애플 등 미 업체들의 청원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의 위챗 제재는 상징적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했다. 텐센트 또한 미 공화당 하원의원 출신 에드 로이스를 로비스트로 영입하며 제재 수위를 최소화하고자 사력을 다하고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단독]사라진 증권사의 ‘뉴딜금융 비판’ 리포트…왜?

    [단독]사라진 증권사의 ‘뉴딜금융 비판’ 리포트…왜?

    지난 4일 낸 보고서 공식 회수뉴딜펀드 부정적 코멘트 담겨회사 측 “저자가 자진 회수”일각에선 “조직 안팎 압력 탓”정부가 추진하는 ‘뉴딜펀드’ 정책이 은행 주주들에게 피로감을 줄 수 있다는 부정적 코멘트를 단 증권사 리포트가 갑자기 사라졌다. 온라인 익명 게시판에는 ‘외압 탓에 해당 보고서를 쓴 애널리스트가 곤란을 겪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도 올라왔다. 반면 증권사 측은 “보고서가 원래 쓴 의도와 다르게 해석돼 애널리스트 본인이 자진 회수한 것”이라고 밝혀 그 배경을 두고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A증권사는 지난 4일 ‘뉴딜금융, 반복되는 정책 지원으로 주주 피로감은 확대 중’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냈다. 이 회사 소속 B 애널리스트는 전날 정부가 발표한 국민참여형 뉴딜펀드 조성과 뉴딜금융 지원 방안에 대해 언급하며 글을 시작했다. 정부는 향후 5년간 20조원 규모(민간자금 13조원)의 정책형 뉴딜펀드를 조성하고, 민간금융회사가 약 70조원의 뉴딜 투자를 하도록 여건을 개선하겠다는 내용 등을 발표했다. 리포트는 “위기 상황 때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각종 정책들에 대한 지원 및 참여는 금융회사로서 피하기 어려운 숙명이지만 증권, 채권시장안정펀드 조성, 중소기업·소상공인 유동성 지원(원금만기연장, 이자상환유예 및 6개월 추가 연장) 등에 이어 뉴딜펀드까지 그동안 매번 각종 정책들에 은행들이 활용되면서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은행 주주들의 피로감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다소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리포트는 “금융회사들의 70조원 뉴딜투자는 매년 사업계획을 통해 예상해 왔던 수준보다 대출 규모가 더 커지고 투자·대출 부문이 디지털·그린·혁신성장 분야 등으로 더욱 가속화되는 영향은 있겠지만 기존의 은행 영업행태인 대출 비즈니스와 큰 차이가 없고, 기존 대출처럼 리스크 관리를 위한 심사 과정 또한 확실해 크게 걱정할 사안은 아닌 듯하다”고 적었다. 이어 “정책형 뉴딜펀드와 민간 뉴딜펀드는 참여 여부와 규모 등에 따라 불확식성이 다소 커질 수도 있을 전망”이라면서 “아직 구체적 수치가 확인되지는 않고 있지만 금융사들에게 참여를 독려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리포트는 “특히 민간 뉴딜펀드는 금융위원회에서 고수익성을 언급하며 금융사들의 적극적인 관심을 강하게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마무리됐다. 이 증권사 리서치센터 웹페이지에 게재됐던 리포트는 최근 공식적으로 회수됐다. 다만 저자 이름 등으로 검색하면 해당 리포트를 여전히 찾아볼 수는 있다. 또 직장인 익명게시판 앱인 ‘블라인드’에는 지난 12일 A증권사와 같은 그룹으로 소속이 표기된 네티즌이 ‘갑질을 신고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앱은 익명으로 글을 올릴 수 있지만 회사 이메일 인증 등을 통해 소속이 확인돼야 글을 쓸 수 있다. 이 네티즌은 리포트 내용을 요약한 뒤 조직 안팎의 압력 탓에 리서치센터와 리포트를 쓴 애널리스트가 곤란을 겪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에 대해 증권사 측은 “외압 주장은 전혀 사실이 이니다”라고 해명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보고서는 해당 연구원이 직접 내렸다. 제목만 (부정적으로 보여) 그렇지 내용은 뉴딜정책을 긍정하는 내용”이라면서 “쓴 의도와 달리 기사가 나오고 이슈화되니까 부담스러워서 자진 회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미 공개된 리포트가 내려지는 건 흔한 일이 아니라는 말이 나온다. A 증권사 측도 “올해 보고서가 회수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투업계 관계자는 “오류가 있을 때 리포트를 수정하는 일은 있지만 리포트 자체를 내리는 일은 드문 일”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예전처럼 정부가 리포트 내용을 두고 금융사에 압력을 넣는 일은 사실상 사라졌다”는 의견도 있다. 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DBpia, 연구지원프로그램 지원 확대한다··· 학력제한 없애고 지원편수도 2배로

    DBpia, 연구지원프로그램 지원 확대한다··· 학력제한 없애고 지원편수도 2배로

    코로나19 속 비대면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독립연구자들을 지원하는 DBpia(디비피아) 연구지원 프로그램이 화제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귀국해 있는 해외 유학생들이 연구지원 프로그램의 혜택을 반겼다. 중국대학의 석사과정에 수학 중 올해 봄에 귀국한 류다정씨는 “한국어와 중국어를 비교하는 학위논문을 위해 한국어 논문 열람이 필수적이었다”라며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연구지원 프로그램의 도움으로 학위논문 준비를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학교를 졸업해 기관소속에서 벗어나 논문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없다고 밝힌 한 이용자 역시 “향후 학위과정 진학을 준비하는 데에 이 프로그램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논문열람에 어려움을 겪는 독립연구자를 지원하기 위한 ‘DBpia 연구지원 프로그램’은 국내대표 학술플랫폼 DBpia가 매년 두 차례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모집하는 2020년 하반기 프로그램부터는 그동안 연구지원 프로그램 이용자들의 의견을 반영, 지원조건이 확대된다. 기존 5개월에서 6개월로 기간이 늘어나며, 프로그램 기간 도중 설문조사에 응하기만 하면 지원 논문편수도 100편에서 최대 200편으로 늘어난다. 또한 프로그램 종료 후 이용 수기를 제출하면, 지원기간은 자동으로 6개월이 추가 연장된다. 한편 독립연구자라는 지원취지에 더욱 부합하고자 지원자격도 대폭 완화했다. ‘학사 이상’이라는 지원자격을 없애고 연구계획서만 제출하면 누구나 지원 가능하다. 대학, 연구소 등 국내 거의 모든 연구기관들이 DBpia를 구독하여 자유롭게 논문을 이용하는 보통의 연구자들과는 달리, 애초부터 소속기관 없이 연구를 진행하는 독립연구자들은 연구의 첫단계인 논문열람에 적잖은 불편과 비용이 드는 상황이었다. DBpia는 2018년 2월, 독립연구자 지원을 위해 ‘연구지원 프로그램’을 시작했으며, 지금까지 5회에 걸쳐 500여 명의 연구자들을 모집해왔다. 이 프로그램에 선정된 독립연구자들은 DBpia가 서비스하는 약 300만 편의 논문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14일부터 20일까지 모집하는 연구지원 프로그램 2020년 하반기 모집은 DBpia 홈페이지 메인화면에서 진행되며 이번 역시 100명의 독립연구자를 지원하게 된다. 21일에 발표되는 지원대상자로 선정되면 2021년 3월 26일까지 6개월간 DBpia 논문을 무료로 이용하게 된다. 한편, DBpia는 저자회원으로 가입하면 저자회원 본인의 집필논문은 상시열람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 DBpia 연구지원 프로그램 담당자는 “코로나19의 여파로 비대면 연구가 ‘뉴노멀’이 되는 가운데, 기존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반영 프로그램 지원확대를 결정했다”라며 “독립연구자, 해외 한국학 연구자 등 논문열람의 어려움을 겪는 연구자 지원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주말 콕! 이 전시]김강용 ‘극사실적 벽돌’· 윤향로 ‘캔버스들’

    [주말 콕! 이 전시]김강용 ‘극사실적 벽돌’· 윤향로 ‘캔버스들’

    김강용 극사실적 벽돌: 9월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성곡미술관. 관람료 6000~1만원. 50년간 한결같이 벽돌을 그려온 김강용 화백의 화업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대규모 회고전이다. 성곡미술관이 2009년부터 지속해온 한국원로작가 초대전의 하나로 기획됐다. 김강용은 1978년 ‘사실과 현실’의 주역으로 활동하며, 일상의 사물과 현실을 세밀하게 재현하는 극사실적 회화 기법으로 시대정신을 표현하고자 했다. 이때 그렸던 사물 중 벽돌이 작가의 평생 화두가 됐다. “모래알이 모여 벽돌이 되고, 벽돌이 모여 건물이 되듯 개인이 모여 사회를 이룬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형상만 벽돌이 아니라 실제로 모래를 작품 재료로 끌어들였다. 캔버스 화면에 접착제를 섞은 모래를 고루 펴 바른 뒤 상감기법으로 공간을 파내고, 다른 색상의 모래를 채워 넣는 방식이다. 붓으로 빛과 그림자를 그려 넣으면 입체적인 벽돌 그림이 완성된다. ‘벽돌화가’라 불리지만 작가가 “나는 벽돌을 그리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그림자를 그리니 벽돌로 보일 뿐”이란 설명이다. “사실이 아닌데 사실적으로 보이는 내 그림은 추상화의 영역”이라고도 했다. 전시에선 초기 극사실적 회화 작품부터 평면 벽돌 그림을 입체 기둥 구조물로 확장한 최근작까지 총 190여점의 회화, 설치, 영상 작품을 만날 수 있다.캔버스들: 9월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 본관. 무료 미술 외 다양한 분야에서 참조한 요소를 회화로 변주하는 작업을 하는 윤향로 작가의 개인전이다. ‘유사 회화’로 이름 붙인 이 작업은 대중문화, 미술사, 패션산업 등 장르를 넘나들며 끌어온 이미지를 변형해 인쇄하거나 캔버스 위에 그린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연작에는 작가로서, 개인으로서 겪은 삶도 소재로 삼았다. 그래서 작가는 “자화상 같은 전시”라고 설명한다. 신작의 화면은 크게 세 개 층위로 이뤄졌다. 먼저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여성화가 헬렌 프랑켄탈러(1928~2011)의 활동을 정리한 책에서 발췌한 문구를 캔버스에 인쇄했다. 책의 저자가 고전 회화를 오마주한 프랑켄탈러의 작업 사례 등을 서술한 문장이다. 이 위에 윤향로의 삶을 소재로 한 회화와 드로잉이 포개진다. 결혼식 때 입었던 웨딩드레스 주름을 형상화한 문양 등 추상적인 이미지다. 마지막으로 낙서 같은 선들이 화면 여기저기를 장식한다. 작가의 9개월 된 아들이 그린 낙서를 재현한 드로잉이다. 이처럼 작가는 미술사와 개인의 삶에서 ‘스크린샷’ 찍듯 포착한 세 개의 시공간을 한 화면에 얹어 독창적인 서사를 만들어 낸다. 전시작 60여점에는 암호같은 작품명이 달려 있다. 자화상을 표현하는 이모티콘, 설치벽면을 가리키는 도형, 캔버스 규격을 나타내는 호수의 조합이라고 한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동학개미, 서학개미, 이 책부터 읽어봐요

    동학개미, 서학개미, 이 책부터 읽어봐요

    코로나19 충격으로 증시가 폭락하자 개인 투자자들, 이른바 ‘개미’들이 대거 늘었다. 이들이 주식을 열심히 사들이는 모습을 동학혁명에 빗댄 ‘동학개미운동’과 함께 투자 붐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최근엔 미국을 비롯한 외국 주식까지 사들이는 ‘서학개미운동’도 활발하다. 안타깝게도, 최근 미국 주식 시장이 폭락장에 들어서며 서학개미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서점가에 초보자를 위한 각종 주식 투자 입문서와 경제 전망서가 주목받는다. 무분별한 투자 전에 잠깐, 이 책들을 둘러보면 어떨까. 영풍문고가 눈에 띄는 도서 5종을 추천했다. 우선 주식 서적이다. ‘주린이도 술술 읽는 친절한 주식책’(메이트북스)은 주식 필수 지식을 쉽게 알려준다. 책 제목에 주식을 막 시작한 ‘주린이’(주식+어린이의 합성어)를 내세운 데에서 알 수 있듯, 초보를 위한 책이다. 책은 “주식을 도박처럼 여기거나 대단한 요행을 바란다면 결코 생존할 수 없다”며 무엇보다 기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주식과 채권과 펀드는 어떻게 다른지, 주식거래는 어떻게 하는지, 돈 되는 좋은 종목은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차트는 어떻게 보고 활용해야 하는지 등을 설명한다. 투자를 하려면 자본주의의 시스템 자체부터 이해해야 한다. ‘존리의 부자되기 습관’(지식노마드)은 최근 주식 투자 열풍과 함께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10만부 넘게 팔렸다. 저자는 열심히 일하는데 돈에 쪼들리는 삶을 살고 있다면 돈에 대해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이와 관련 자본주의에서는 자본이 일하게 하는 시스템을 우선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원금보장에서 벗어나 복리를 키워주는 상품에 투자하라는 게 책의 핵심 내용이다. 장기적인 시선으로 투자하고, 수입의 10%는 노후를 위해 투자하라는 등 10개의 중요 법칙을 설명한다. 시야를 조금 더 넓혀보는 것은 어떨까. ‘부의 대이동’(페이지2)은 전 세계의 돈이 어디로 흘러갈지 흐름을 알아본다. 지금처럼 불확실한 상황에서 내 자산을 보호하고 장기적 안목에서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달러와 금의 흐름으로 읽는 미래 투자 전략’이라는 부제처럼 달러와 금을 눈여겨보라고 조언한다. 유튜브 ‘삼프로TV’의 오건영씨가 귀에 쏙쏙 박히게 설명한다. 영풍문고 측은 책에 관해 “왜 부자들은 모두가 주식과 부동산에 몰릴 때 달러와 금에 주목했을까? 그에 대한 해답과 내 자산을 지킬 수 있는 현실적인 조언을 전한다”고 설명했다. ‘CHANGE 9’(쌤앤파커스)은 전작 ‘포노 사피엔스’에서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에 관해 논했던 최재붕 교수 신작이다.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시대의 변화상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현시대에 우리가 고민해봐야 할 9개 핵심 코드를 통해 앞으로 살아갈 삶에 대한 선명한 방향을 제시한다. 코로나19가 영영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코로나 이후의 세계’(미디어숲)는 제목 그대로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하라고 조언한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기존 질서가 도전을 받아 해체될 위험에 빠진 지금은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는 때다. 코로나19 이후의 금융 시장에 관해 저자는 “전 세계 증기가 이대로 안정을 되찾을지, 아니면 언제 다시 2차 폭풍이 몰아칠지 그 누구도 함부로 단언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특히 미국 서브프라임 오토론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밖에 코로나19 이후 통화 정책 등 굵직한 정책을 예측한다. 이상 5권의 책은 미래를 예측하고, 투자의 방향을 알려준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렇다고 책을 무작정 신뢰해선 안 된다. 책은 절대진리가 아닌, 투자의 길잡이 정도로만 생각하자. 투자에 따른 결과는 언제나 자기 책임이란 걸 반드시 명심하자.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부산 완월동 ‘언니’들과… 땀과 눈물 18년

    부산 완월동 ‘언니’들과… 땀과 눈물 18년

    일제강점기에 형성된 국내 최초의 ‘공창’이자 최대 성매매 집결지였던 부산 완월동의 폐쇄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또 하나의 거대한 윤락업소 밀집지역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셈이다. 이런 변화의 이면에는 성매매 여성들을 위해 일해 온 활동가들의 땀과 눈물이 있다. ‘완월동 여자들’은 2002년 설립된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이 성매매 여성을 성산업의 고리와 폭력에서 구해 낸 역사를 담았다. 저자가 완월동 인근에 ‘살림’을 세운 뒤 ‘언니’(활동가들이 성매매 여성을 부르는 표현)들과 만나는 과정부터 국내 최대 윤락가가 폐쇄되기까지 걸린 18년의 이야기다. 성산업 종사자 외에는 잘 알지 못했던 이른바 ‘집결지’의 일상에 관한 이야기도 곁들였다. ‘언니’의 월급은 어떻게 책정되는지, 이들의 목을 죄는 ‘선수금’의 정체는 뭔지, 또 이들 주변에 ‘서식하는’ 업주와 ‘현관이모’(호객행위를 하는 이) 등은 어떻게 ‘언니’가 번 돈을 나눠 먹으며 살고 있는지 등을 생생하게 전한다. 세상은 성매매 여성들을 뭔가 특별한 존재로 인식한다. 자신과는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흔히 ‘없는 존재’, ‘보이지 않는 존재’로 지워 버린다. 저자가 말하고 싶은 건 바로 이 대목이다.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도 우리의 가족이며, 이웃이라는 것이다. 책은 해피 엔딩이다. 일제가 만든 이후 한 세기 넘도록 수많은 ‘언니들’의 인생을 억압하던 ‘완월동’을 무너뜨렸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어딘가 개운하지 않은 뒷맛이 남는다. ‘언니들’의 이후 삶 때문이다. 과거가 찍어 놓은 낙인은 언제 어디서든 그네들의 삶을 옥죌 수 있다. 그러다 상처가 곪아 터지면 어떤 일이 빚어질지 알 수 없다. ‘언니들’을 가족이나 이웃으로 여긴다면, 이들이 사회에 튼튼하게 뿌리를 내릴 때까지 돕는 게 당연하다. 완월동이 폐쇄되더라도 온전한 수습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게 저자만의 걱정은 아닐 것이다. 손원천 선임기자 angler@seoul.co.kr
  • 2500년 기독교는 어떻게 힘을 키웠나

    2500년 기독교는 어떻게 힘을 키웠나

    세계 지배한 기독교 역사21개 핵심 키워드로 풀어‘미워하는 자를 사랑하라’모순적 교리에 박해 견뎌이분법적 갈등에 직면 땐‘사랑’이란 무기로 이겨내 지난달 개신교 일부가 주도한 서울 광화문 집회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늘면서 기독교는 지탄의 대상이 됐다. 이번 사태는 역설적으로 한국 사회에 기독교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보여 주기도 했다. 실제로 전 세계 60억 인구 가운데 기독교인이 3분의1인 20억명에 이른다. 서유럽은 물론이거니와 전 세계 곳곳에 손을 뻗지 않은 곳이 없다.역사학자 톰 홀랜드의 신간 ‘도미니언´에서 기독교가 어떻게 서양인의 세계관을 지배하게 됐는지, 그리고 강력한 영향력을 여전히 발휘하고 있는지 설명한다. 저자는 기원전 497년 아테네에서부터 2015년에 이르기까지 2500년 방대한 기독교 역사를 21개 주제어로 풀었다. 저자는 기독교의 핵심으로 ‘모순’을 꼽는다. “오른뺨을 맞으면 왼뺨을 돌려 대라”, “꼴찌가 첫째 되고 첫째가 꼴찌가 될 것이다”, “우리를 미워하는 자들을 사랑하라”는 핵심 가르침 역시 지극히 모순적이다. 저자는 이런 태생적 모순이 강자였던 그리스·로마 문명을 기독교 문명으로 바꿀 가능성을 열었다고 설명한다. 이 모순적인 교리는 온갖 박해와 학살을 견디게 했고, 기독교는 결국 제국의 심장부에 들어선다. 콘스탄티누스는 313년 기독교를 공인하고, 테오도시우스는 391년 국교로 선포한다. 저자는 이를 두고 당시 로마 제국이 쇠망을 막고자 기독교를 선제적으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한다. 기독교는 실제로 야만족이 몰려왔을 때 민족을 뭉치게 했고, 야만족을 가르쳐 문명화하는 데에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렇다고 온전히 지위를 유지하지는 못했다. 주교의 선임권을 두고 교황과 하인리히 4세 간 갈등을 부른 1077년 ‘카노사의 굴욕’에서는 우위를 점했지만, 14세기 초부터 왕권에 눌리기 시작했다. 기독교는 ‘세속주의’로써 이 위기를 벗어난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국가가 인간의 본성에 합치되지만, 동시에 내세에 하느님과 살아야 하는 초자연적 운명도 지니고 있다며 ‘성’과 ‘속’으로 구분한다.모순의 종교는 갈등을 불렀다. 기독교는 주류 지배 세력이 된 뒤엔 자신들의 가르침에 제 발목을 잡히기도 했다. 왕권과 갈등에 이어 교회의 권위와 성령에 관한 도전에 직면했다. 1517년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19세기 들어 니체가 강조한 인간 이성, 그리고 현대에 들어서는 남녀 갈등에도 직면했다. 저자는 오랜 갈등을 이겨 낸 강력한 무기로 ‘사랑’을 꺼내 든다. 율법 준수, 교리 합리성, 성과 속의 이분법 등을 풀어 낼 핵심이 바로 사랑이라는 것이다. “서로 사랑하라”는 말을 행동으로 옮기는 건 쉽지 않다. 저자는 예수가 박해 속에서도 “일곱 번씩 용서하라”고 주장했듯, 사랑과 용서가 서양인들의 기독교적인 삶을 살아가게 하는 행동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한다. 율법을 내세우는 다른 종교와 달리 기독교는 애초부터 율법만 가지고는 세상의 모순과 갈등을 극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셈이다. ‘탁월한 이야기꾼’이라는 평가를 받는 저자는 기독교 역사를 예수, 사도 바울, J R R 톨킨의 ‘반지의 제왕’과 비틀스의 ‘이매진’, 그리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이민자 정책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이야기들로 구성했다. 한마디로 딱히 설명하기 어려운 기독교의 흥망성쇠와 핵심 교리를 이야기로 풀어 내는 능력이 그야말로 경이롭다. 기나긴 역사를 돌아본 뒤엔 이런 질문에 다다르게 된다. 지금 한국 기독교는 어떤 상태인가.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장동석 평론가의 뉴스 품은 책] 123편 잡지 창간사로 읽는 문화연표

    [장동석 평론가의 뉴스 품은 책] 123편 잡지 창간사로 읽는 문화연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민주주의 지킴이’라 불리는 한 잡지와 싸움 중이다. 바로 160년 전통 ‘애틀랜틱’이다. 애틀랜틱은 트럼프가 참전 군인들을 비하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했고, 트럼프는 “나보다 더 그들을 존경하는 사람은 없다”는 말로 사태를 막으려 한다. 시선을 한국으로 돌려 보면, 잡지 한 권이 세상을 움직인 경우도 많았다. 장준하 선생 주도로 1953년 창간한 ‘사상계’는 민족, 민주주의, 남북문제에 관한 논쟁적인 글로 1950~1960년대 식자들의 필독 잡지로 자리매김했다. 1976년 창간한 문화잡지 ‘뿌리깊은 나무’는 우리말에 대한 애착과 가로쓰기 등으로 이후 잡지들의 준거가 됐다. ‘시대의 말 욕망의 문장’은 해방 이후부터 2000년대까지 출간한 126종 잡지, 123편 창간사로 당대 문화를 읽어낸다. 현대 문화사와 문학사를 연구하는 저자 천정환은 “잡지사(史)가 문화의 연표”라고 강조한다. 당대의 문화적, 사회적 자장 안에 있을 수밖에 없고, 그 흐름을 짚어 내고, 새로운 조류를 제시하는 게 잡지의 존재 목적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창간사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창간사에는 어떻게 세상을 ‘취재’, ‘편집’해서 보여 줄 것인지에 대한 창간 주체들의 방향이 천명된다. 고로 대개 창간사는 ‘선언’이다”라고 설명한다. ‘뿌리깊은 나무’ 창간사에서 한창기 발행인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잘 사는’ 일은 헐벗음과 굶주림에서 뿐만이 아니라 억울함과 무서움에서도 벗어나는 일입니다. 안정을 지키면서 변화를 맞을 슬기를 주는 저력. - 그것은 문화입니다.” ‘뿌리깊은 나무’는 시대의 흐름을 읽어 냈고, 문화가 가진 창의성이 대안임을 보여 줬다. 문화의 힘은 1960년대 4·19혁명의 뿌리였고, 1980년대 민주화 운동으로 이어졌다. 책은 잡지 출간을 막으려 종이 공급을 통제한 일제와 독재정권의 정책을 고발하며 시대의 아픔까지 훑어 낸다. 1990년대에 무크 등 다양한 형태의 잡지가 나오면서 시대의 문화를 견인한 사례도 열거한다. 그야말로 시대의 증언이자, 잡지 혹은 출판문화 발전의 사례집인 셈이다. 한동안 잡지의 종말을 예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럼에도 잡지는 또 새로운 모습으로 창간한다. 원래 속성상 ‘잡’(雜)스러워 생명력이 길기 때문일 것이다. ‘법고창신’(法古創新)이라 했으니, 우리 문화를 견인하는 새로운 잡지의 탄생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옛 잡지의 말들을 읽어 보는 일도 나름 괜찮을 듯하다.
  • [책꽂이]

    [책꽂이]

    타인에 대한 연민(마사 누스바움 지음, 임현경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타인에 대한 인류의 두려움을 탐구하는 정치철학자의 시선. 계급 계층 간 갈등, 여성 혐오, 진보와 보수의 대립 같은 정치적 감정들은 늘 이면의 권력자들에 의해 교묘히 조정돼 왔다. 희망의 원천을 찾기 위해 저자는 다양한 예술 작품, 합리적 토론, 사랑을 실천하는 종교 단체 등이 집대성한 ‘정의’에 대한 이론을 실생활에서 접하도록 권유한다. 296쪽. 1만 6800원.섬세한 보릿가루처럼(성민선 지음, SUN 펴냄)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학자의 두 번째 수필집.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했던 코로나19 팬데믹의 시대상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작가의 간절한 의도가 담겼다. 작가는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함께 세우고 건너야 할 다리를 ‘인내와 친절의 다리’라 말한다. 240쪽. 1만 5000원.두 번째 산(데이비드 브룩스 지음, 이경식 옮김, 부키 펴냄) 고통의 시기를 겪으며 재정립하는 인생의 태도를 말한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삶의 고통을 딛고 다시 시작하려면 개인의 행복, 독립성, 자율성이라는 가치를 넘어 도덕적 기쁨, 상호 의존성, 관계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600쪽. 2만 2000원.자유를 향한 비상(벤 크레인 지음, 박여진 옮김, 아르테 펴냄) 새가 일깨워 준 자유와 치유의 이야기.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던 저자는 아들이 태어나자 공황 상태에 빠졌고, 작은 오두막에 숨어들었다. 그곳에서 타고난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반응하는 새, 매를 만나 돌보고 훈련시켜 자연으로 돌려보내면서 점차 아들과의 관계도 회복해 간다. 340쪽. 1만 6000원.우리와의 철학적 대화(이승종 지음, 김영사 펴냄) 철학의 길에서 만난 우리 철학자와 예술가들을 다뤘다. 이승종 연세대 철학과 교수는 일제강점기의 미학자인 고유섭, 소설가 서영은,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의 융합을 시도한 김형효, 방대한 저작을 통해 너른 사유 세계를 선보인 박이문 등과 해외 철학자들을 거론하며 한국현대철학의 지형도를 그린다. 460쪽. 2만 2000원.큐브의 모험(루비크 에르뇌 지음, 이은주 옮김, 생각정원 펴냄) 큐브의 아버지가 쓴 큐브 탄생기. 헝가리인의 호기심에서 출발한 교육용 장난감은 전 세계 천재들의 애장품으로 자리매김하며 누적 판매 10억개를 달성한다. 큐브의 발명 연대기와 함께 큐브 속에 숨은 수학적 원리, 여러 학문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큐브의 영향력을 파헤쳤다. 268쪽. 1만 5000원.
  • 늑대외교에 ‘삼면초가’ 빠진 中

    늑대외교에 ‘삼면초가’ 빠진 中

    중국이 미국과 호주, 인도 등과 동시다발적인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이러다가 중국이 주요 국가들을 모두 적으로 돌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을 공격하는 자는 반드시 멸한다’(犯我中華者 遠必誅)는 문구로 상징되는 ‘전랑외교’가 독이 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로이터통신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이 늦어도 이번 주 안에 중국 신장 지역을 대상으로 한 수입 금지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브렌다 스미스 미 세관국경보호국(CBP) 행정보좌관은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목화와 섬유, 의류, 토마토, 케첩 등 공급망 전체에 적용된다”고 밝혔다. 중국은 전 세계 목화의 20%를 생산하는데, 대부분이 신장 지역에서 재배된다. 이번 조치로 랄프로렌과 타미힐피거, 휴고보스 등 유명 의류 브랜드가 영향을 받게 된다. . 중국과 호주의 관계도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9일 신화통신은 “호주 정보기관이 지난 6월 26일 호주에 상주하는 중국 매체 3곳의 기자 4명의 숙소를 수색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호주 정보기관 직원들이 정당한 이유나 증거 없이 장시간 기자를 심문하고 휴대전화를 압수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중국은 중국중앙(CC)TV의 영어채널 CGTN의 유명 앵커인 호주인 청레이를 구금하고 중국 주재 호주 특파원 두 명을 ‘요주의 인물’로 지정해 심문하려고 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호주 특파원 심문 시도는) 정당한 법 집행 행위였다”며 “청 앵커는 중국 안보를 해치는 범죄 활동을 한 혐의”라고 밝혔다. 이날 신화통신 보도는 청 앵커 구금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이 커지자 ‘호주 정부가 중국 기자를 먼저 위협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호주가 먼저 우리를 공격했기에 보복에 나선 것이라는 속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군과 인도군은 국경 지대에서 45년 만에 총격전을 벌였다. 9일 글로벌타임스는 “전날 인도군이 불법으로 실질통제선(LAC)을 넘어 중국 장병에게 경고사격을 했고 중국군도 대응했다”고 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전쟁이 발발할 경우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며 확전 가능성을 열어 뒀다. 미 외교 전문지 디플로맷은 “과거 보수적·수동적·저자세 외교를 추구하던 중국이 코로나19 사태 뒤로 국제사회를 향해 주도적이고 고자세 외교 전술을 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퍼거스 라이언 호주 전략정책연구소 연구원은 “늑대외교 전술을 통한 공격적 민족주의의 표출은 중국과 다른 나라들이 더 멀어지는 데 기여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강철서신’ 저자 “운동권, 생계·권력에만 관심… 조국은 ‘육두품’도 못 돼”

    ‘강철서신’ 저자 “운동권, 생계·권력에만 관심… 조국은 ‘육두품’도 못 돼”

    한때 ‘주사파 대부’로 불렸지만 1990년대 후반 전향한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은 9일 86세대 인사들에 대해 “이념에는 관심이 없고 생계와 권력지향에만 관심이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는 “(운동권) 육두품에도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국민의힘 초선 의원 공부모임인 ‘명불허전 보수다’ 강연에서 “운동권 범위는 애매하지만 연결돼 있다는 감정은 여전히 강력히 유지되고 있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서울대 법대 82학번인 그는 1980년대에 북한 주체사상을 한국에 처음 소개했고 주체사상의 교과서 격인 ‘강철서신’의 저자로 유명하다. 1991년 밀입북해 김일성 주석을 만나기도 했지만, 이후 주체사상에 회의를 갖게 됐으며 ‘뉴라이트’ 쪽으로 돌아섰다. 김 연구위원은 “운동권 지하서클에 세 달 이상 있었던 사람이 우리 학번에서만 2000명 정도로 추산된다”며 “각 대학과 단과대별 운동권 동문회가 있고, 청와대 직원이나 여당 국회의원 후보 및 보좌관·비서관을 선발할 때 기본적으로 이 ‘운동권 네트워크’에서 선발한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운동권 조직의 규모가 엄청나지만 범위는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하면서 대표적 예로 조 전 장관을 들었다. 그는 “조국은 운동권이라 하기도 그렇고, 아니라 하기도 그렇다. 시위 때 얼굴 한 번도 본적이 없다”며 “시위도 안 나오는 사람을 운동권으로 쳐주는 일도 있고 그 범위가 상당히 애매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달 납품청탁 혐의로 구속된 허인회 전 녹색드림협동조합 이사장을 예로 들며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게 자기가 하는 사업에 연계돼 있어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운동권 네트워크란 건 이념적 구심력이 강력한 하나의 집단이 아니다”라면서 “대학 동창회라든지 지역 향우회 수준의 끈끈함은 있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채널A사건의 제보자X 유튜브로 ‘조국흑서’ 비판

    채널A사건의 제보자X 유튜브로 ‘조국흑서’ 비판

    제보자X로 알려진 지모씨가 8일 유튜브 방송을 시작해 일명 조국흑서로 불리는 책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의 내용에 대해 지적했다. ‘제보자X의 제보공장’이란 제목으로 유튜브 방송을 시작한 지씨는 소위 검언유착이라 불렸던 채널A사건에서 채널A 기자에게 제보를 한 인물로 알려졌다. 채널A사건은 한 제보자가 채널A 법조팀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유착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 제보를 압박했다고 MBC가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MBC는 채널A 기자가 구속 수감된 이철 전 신라젠 대주주를 상대로 유시민 이사장 관련 비위 사실을 말하라 했다고 전했다. 구속 수감된 이철 전 대주주의 대리인으로 제보자X가 채널A 기자와 만났고 이 사실을 MBC에 제보한 것이다. 그의 제보로 한 검사장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됐으며, 채널A 법조팀의 이동재 기자는 구속됐다. 지씨는 유튜브 방송을 시작하면서 검찰을 고발한 뉴스타파의 ‘죄수와 검사’ 시리즈로 유튜브 방송을 하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첫 유튜브 방송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사모 펀드 투자에 관해 주로 주장을 펼쳤다. 지씨는 유튜브를 통해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의 저자들을 ‘이상한 사람들’이라 부르면서 사모 펀드에 대한 이상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는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을 주장하며 조국백서 ‘검찰개혁과 촛불시민’이 3억원의 기부금으로 출간되자 이에 대응하는 의미로 강양구 기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김경율 회계사,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 권경애 변호사 등이 함께 써 조국흑서로 불린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나무, 빨리 성장하고 빨리 죽어가…기후변화에 악영향”(연구)

    “나무, 빨리 성장하고 빨리 죽어가…기후변화에 악영향”(연구)

    나무는 따뜻한 환경일수록 빨리 자란다. 이는 성장 과정에서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흡수해 저장하는 것이어서 지구 온난화를 늦추기 위한 대자연의 브레이크 역할로 여겨졌다. 그런데 그 영향이 기후 변화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리즈대 등 국제 연구진이 아프리카와 남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 서식하는 수목 110종에 관한 나이테 자료 20만여 건을 분석했다. 이들 연구자는 거의 모든 종의 나무에서 더 빠른 성장이 더 짧은 수명과 관계돼 있고 기후나 토양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은 또 나무의 더 빠른 성장이 탄소 저장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블랙 스프루스(학명 Picea mariana)라는 가문비나무 일종의 자료를 사용해 컴퓨터 모의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나무는 더 빨리 자란 뒤 고사하는 경향이 커지면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전 세계 숲의 탄소 수용력이 감소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 주저자이자 리즈대 지리학과 부교수인 로엘 브리넌 박사는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분석을 시작했고 나무가 더 빠르게 성장하고 더 일찍 죽는 경향이 믿을 수 없을만큼 흔하다는 사실에 놀랐다”면서 “이런 현상은 열대 나무를 포함한 거의 모든 종에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나무는 따뜻한 환경일수록 더 빨리 자라므로 더 빨리 최대 크기에 도달한다. 그만큼 더 빨리 죽을 가능성이 커진다. 이렇게 빨리 자란 나무는 가뭄과 질병 그리고 해충 등 요인에 더 취약할 수 있다. 게다가 나무는 죽으면 저장했던 탄소를 점차 온실가스인 메탄 형태로 방출한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미래의 숲이 기온 상승에 따라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지만, 이 때문에 나무들이 더 빨리 죽으면서 탄소를 덜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연구에 참여한 뉴욕 시러큐스대의 환경산림생물학과 겸임조교수인 스티브 보엘커 박사는 “느리게 성장해 오래 사는 나무들이 빠르게 자라지만 일찍 죽는 나무들로 대체하면서 숲의 탄소 흡수율은 점점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나무를 키워 기존 숲을 보존하는 행위는 기후 위기로 인한 최악의 영향을 피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 중 하나다. 하지만 몇몇 연구는 기후가 변화함에 따라 탄소 흡수원 역할을 할 수 있는 전 세계 숲의 능력에 의문을 제기해 왔다. 지난 3월 발표된 연구에서는 열대우림이 탄소를 저장하는 능력을 상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지난 5월 발표된 연구에서는 전 세계 숲에 있는 나무의 수명이 점점 더 줄어 젊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9월 8일자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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