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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베리아 대탐방](13)시베리아의 중심지 노보시비르스크

    시베리아의 중심지인 노보시비르스크.고려인(카레이스키)들은 이곳을 ‘제2의 고향’으로 부른다. 연해주에서 강제 이주당한 고려인들이 타고난 부지런함으로 간난(艱難)과 신산(辛酸)의 세월을 이겨내고 제법 여유있는 생활을할 수 있도록 삶의 터전을 닦아 놓은 덕분이다. 노보시비르스크의 중심가에위치한 한국 음식점 오아시스는 고려인들의 사랑방 구실을 한다.이곳에 들어가면 건설업체 KPP를 경영하고 있는 김우광(金佑光) 사장(66) 등 고려인 1∼3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정봉용 고려인 문화관장(53)은 “강제 이주당한 고려인 1세대들은 기후와토양이 다른 이곳에 적응하기까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어려운 삶을 살았다”며 “그러나 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아 현재 시베리아 지역에 살고 있는대부분의 고려인들은 러시아인들보다 여유있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노보시비르스크에 정착하기까지 고려인들의 강제 이주사는 말 그대로 생존을 위한 죽음과의 처절한 싸움이었다.구한말(舊韓末) 오직 살아남겠다는 일념으로 연해주로,1937년 스탈린의 추방정책으로 다시 연해주에서 시베리아,중앙아시아로 쫓겨났던 고려인들의 유랑은 지난 1863년부터 시작됐다. 피폐한 한반도에서 굶주림을 못이겨 두만강을 건너 러시아 연해주로 간 초기 고려인들은 순탄하게 삶의 터전을 마련했다.1919년 3·1운동 후 월경자가급격히 늘어나자 옛 소련 당국이 국경을 봉쇄했다. 당시에는 연해주 18만여명의 고려인들은 그리 넉넉한 생활을 영위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런대로 만족하며 오순도순 모여 살고 있었다. 이들이 삶의 터전을 잡자마자 불행하게도 비극이 찾아왔다.스탈린이 연해주고려인들을 시베리아 등으로 강제 이주시킨 것은 1937년 9월9일. 1937년 8월21일 공산당 중앙위 서기 스탈린과 인민위원장 몰로토프가 서명한 ‘극비 문서 1428326’에서 비롯된 강제 이주의 표면적인 이유는 ‘일본과의 공모,또는 스파이 혐의’였다.그러나 실제로는 스탈린이 자행한 소수민족 말살정책의 하나였을 따름이다. 연해주 지방에 거주하고 있던 고려인들은 이날 느닷없이 날아든 소련당국의통지에 따라 블라디보스토크역으로하나둘 모여들었다.일부 가재도구만 챙긴이들은 영문도 모른채 시베리아 열차속에 짐짝처럼 부려졌다.하루 아침에 삶의 터전을 빼앗긴 고려인들의 앞날에는 척박한 시베리아의 황무지가 저승사자처럼 기다리고 있었다. “37년은 우리들에게 모든 것을 앗아가 버린 해였습니다.할아버지는 19세기말 연해주에서 교사로 재직중이었습니다.그러나 일본말을 한다는 이유로 할아버지는 어디론가 끌려가고 영영 돌아오지 않았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종적도 모르는 곳으로 강제 이주당했습니다” 고려인 1세인 이학로씨(가명·77)가 털어놓은 비극적인 삶의 고백이다.고려인들은 밀폐된 화물 열차에 태워져 3개월동안의 ‘죽음의 여정’을 거쳐 시베리아의 노보시비르스크,중앙아시아의 타슈켄트와 알마타 등으로 옮겨졌다. 강제이주 과정에서 추위와 굶주림으로 노약자와 어린이 등 이주민들의 20%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노보시비르스크의 교회에 병든 몸을 의탁하고 있는 김 나제즈다씨(70·여)는 “영하 60도 가까이 내려가는 혹독한 겨울이 고려인들이 모여사는 야쿠트공화국에 몰려와 엄청난 추위와 참을 수 없는 굶주림,전염병으로 어린아이들이 죽어나갔다”며 “카마 마루스카(경찰차)가 돌며 도망치는 사람들을 잡아들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어느새 김씨의 눈가에는 눈물이 고였다. 기후와 토양이 다른 데다 밥이 아닌 빵으로 연명하다 보니 많은 고려인들이영양실조에 걸렸고 위장병과 간장병에 시달렸다.그러나 약도 없었고 치료도제대로 받지 못했다. 김씨는 당시 가장 슬픈 기억중 하나가 쓰레기통을 뒤져버려진 감자껍질을 찾아 씹어 먹던 일이라며 그때 제대로 먹지 못해 생긴 병으로 지금까지 고생하며 거동이 불편하다고 전한다. 비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세계 2차대전이 한창이던 어느 해에는 고려인들이 수확한 쌀 전량을 옛 소련 당국이 빼앗아 군대로 보내버린 일도 있었다.한번 잘 살아보려던 고려인들의 열망과 의욕은 또 한번 산산이 깨져버린 것이다. 고려인들은 이같은 극한적인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았다.영하 40도를 오르내리는 시베리아의 황무지를 개간해 벼농사를 짓고 각종 채소를 재배해 옛소련 당국을 놀라게 했다.고려인들은 특유의 부지런함과 높은 교육열로 거주제한 등 수많은 장애물을 넘어 시베리아를 옥토로 바꿔 생활의 터전을 마련했다. 하지만 당시 강제 이주를 체험한 고려인들에게는 아직도 그날이 가져다준생채기가 좀처럼 아물지 않고 있다.생존자들 대부분은 이제 60대 후반이나 70대의 고령자들로 노보시비르스크에서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가슴속에는 아직도 그때의 생채기가 자리잡고 있어 이들에게는 진정한 고향도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고려인들은 당시 이주가 불법이었다며 러시아 정부에 ‘고려인들의 명예회복’을 호소하고 있다.이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되찾아 마음 편하게살고 싶어하는 것이다. 노보시비르스크(러시아) 김규환 특파원 khkim@. *강제이주 金나제즈다씨. “조국 한국의 품에 안겨 마음 편하게 남은 삶을 살아보는 게 나의 조그마한 소원입니다” 삶과 죽음 사이를 오고 간 1930년대 고려인들의 강제이주 역사를 대변하는산증인 김 나제즈다씨(70·여)는 한국으로 돌아가는 조그마한 소원을 이루기위해 이름도 ‘나제즈다(소망이라는 뜻의 러시아어)’로 지었다. 김씨가 옛 소련 스탈린의 추방정책에 따라 강제 이주당해 시베리아로 떠돈60여년의 유랑생활은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처절한 투쟁의 역사이다.러시아극동 우수리스크 인근 수후사에서 부모형제들과 행복하게 살고 있던 1937년정치·사상범으로 몰려 아버지와 어머니,남동생과 함께 가장 추운 야쿠트공화국으로 강제 이주당했다. “당시 그곳에는 강제 이주돼온 고려인 100가구가 있었어요.그때 아무런 이유없이 아버지는 형무소로 끌려갔습니다.아버지는 형무소에서 얻은 지병으로 37년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우리들에게 먹을 것을 구해주기 위해 집을 나선뒤 영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그때 나이가 겨우 8살이었어요.나의 기억으로아버지 친구들은 당시 모두 총살당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언니도 이때 영양실조로 사망했습니다” 고아가 된 김씨는 남동생과 함께 지금의 야쿠트공화국내 ‘알단고아원’에맡겨졌다.“아버지와 어머니가 누구인지 잘 기억할 수 없어요.나중에 들은얘기로는아버지가 독립군이었다는 말은 들었습니다” 김씨의 고아원 생활은 순탄했다.어려운 환경속에서도 공부를 제법 잘하고모든 일에 앞장서 고아원 일을 도와줘 고아원 안에서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이 덕분에 고아원 원장의 도움으로 마가단 광산전문대학에도 진학하게 됐다. 광산전문대학을 졸업한 그녀는 59년 마가단에서 만난 러시아인과 결혼해 남편의 고향인 노보시비르스크에 정착,두명의 아들을 낳으면서 행복한 삶을 누렸다. 하지만 달콤한 결혼생활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첫째 아들을 여의는 아픔을 겪었던 까닭이다.76년에는 남편과 사별하면서 생활마저 궁핍해졌다.엎친데 덮친 격으로 어릴 때의 고아원 시절 제대로 먹지 못한 탓에 나이가 들어영양결핍 증세를 보이며 시력이 약화돼 지금은 실명 상태나 다름없다. “국가에서 연금으로 20달러를 받아요.도저히 생활할 수가 없습니다”그동안 지난(至難)한 칠십 평생을 살아온 그녀는 아직도 강제이주의 족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외로운 마지막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노보시비르스크 김규환 특파원
  • [새세기를 새롭게 비전’한국21’](10)피해많은 어음제도개선

    어음 폐지론이 제기되고 있다.상거래 결제수단으로서 어음의 역할을 부인할수는 없지만 중소기업의 자금난과 연쇄부도를 초래하는 등의 해악을 끼치고있는 것도 사실이다.경제 상황이 나쁠 때는 어음의 폐해는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어음제도의 폐단과 제도 개선 방향을 살펴본다. 우수 중소기업으로 지정됐던 전기관련 중소기업인 K기업의 A사장(44)은 국제통화기금(IMF) 한파가 닥친 직후 거래업체가 발행한 어음 3,000만원짜리를 받았다가 그 업체가 부도를 내는 바람에 연쇄부도를 맞고 말았다.회사를 국내 최고로 키우려던 그의 야망은 어음에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어음 유통 실태=현재 국내 상업어음의 발행 규모는 10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어음 결제 비율은 경기 호전에 따라 다소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94년 56.6%였던 어음 결제 비율은 외환 위기가 닥쳤던 97년에는 59.5%로 늘었다가 지난해말에는 45.4%로 줄었다.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은 외환 위기를겪으면서 어음에 대한 불신이 커져 어음 수수를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라는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제품을 건네주고 어음을 받는 제조업체들이 현금을 손에 쥐기까지는 140일안팎이 소요된다.어음을 받는데 40일 가량 걸리고 만기일이 평균 100일 가량 된다.중기협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으로 133일이나 걸렸다.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납품을 하고도 넉달 이상이나 기다려야 겨우 대금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어음의 폐해=어음은 특히 경제사정이 어려울 때 연쇄부도를 몰고 온다.어음을 발행한 기업이 부도를 내면 어음이 휴지조각이 돼 거래 기업도 쓰러질수 밖에 없다.경영상태가 좋으면서도 어음이 못쓰게 돼 이른바 흑자부도를내는 기업이 한둘이 아니다.어음을 받는 기업은 주로 중소기업이어서 경제의 기반을 흔들게 된다. 또 어음결제일이 장기화함으로써 어음은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심화시킨다.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횡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만기일전에 금융기관을 통한 할인은 가능하다.그러나 일정 비율의 할인 비용을 감수해야만 한다.그나마 할인은 쉽지가 않다.금융기관들은 할인을 해주며 대개 담보제공을 조건으로 내세운다. 대기업의 협력업체로 사실상 예속된 중소기업으로서는 어음 지급의 관행을거부하기 어렵다.국내 중소기업의 3분의 2는 대기업의 하도급 기업이다.납품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손해와 위험이 있더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40대 대기업의 협력 중소기업에 대한 현금 결제 비율은 30% 이하로 조사됐다.나머지는 어음 또는 외상이다. ◆외국서는 어음결제를 줄인다=선진국은 어음거래가 점차 축소되거나 폐지되는 추세다.미국은 기업어음(CP)과 팩토링의 활성화로 어음거래 제도를 폐지했다.일본은 어음을 점차 줄여 69년 41%이던 현금결제 비중이 94년에는 61%로 증가했다.독일도 어음결제를 점차 줄여 10% 수준으로 낮추었다. ◆폐지 여론=지난해 11월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2,0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1.2%가 폐지해야한다고 응답했다.다만 이가운데 56.1%는 즉시 폐지는 곤란하고 단계적으로 폐지해야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어음결제를 줄일 수 있는 대체방안을 마련한뒤 점진적으로 폐지하자는 의견이다.한은 관계자는 “대체 지급 결제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당장 폐지하는 것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성진기자 sonsj@. *어음제도 정부 개선책 내용. 어음 제도를 당장 폐지하기는 어렵지만 정부는 어음결제 비율을 줄이는 대안을 마련,이르면 오는 4월부터 시행할 방침이다.대책의 골자는 구매자금대출제도와 세제 혜택이다. 구매자금대출제도는 한국은행의 주도로 추진되고 있다.납품업체가 납품한뒤 구매기업을 지급인으로 하는 환어음을 발행해 거래은행에 추심을 의뢰하면 구매기업은 환어음을 인수하고 구매대금을 은행에서 대출받아 현금으로납품업체에 지급하는 방식이다.말하자면 구매기업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즉시 현금으로 결제하는 제도다. 납품업체가 져야했던 어음 할인에 따른 금융비용을 구매기업이 부담하게 된다.때문에 구매기업쪽에서는 이 제도를 회피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물품대금으로 어음 대신 현금을 많이 지급하는 기업은 법인세 및 소득세를 최고 10%까지 덜 내게 해줄 방침이다.세무조사 대상에서도 제외해 주기로 했다.그러나 어음을 부도내면 부도금액이 결제될 때까지 기간에 관계없이 금융기관거래를 못하게 된다. 현금 결제를 위해 은행에서 빌린 차입금의 지급이자는 전액 손금으로 인정해 주는 방안도 마련했다.정부기관 입찰 때 우대해 주거나 불공정 하도급 행위를 해 적발됐을 때도 과징금을 적게 물리는 혜택도 부여할 계획이다. 다만 혜택은 중소기업만 받을 수 있다.이유는 은행은 구매자금을 대출할 때 신용위험 때문에 대기업들과 주로 상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은행이나 신용카드 회사에서는 구매대출제도와 유사한 구매카드제도를 시행중이다.이 제도는 구매기업이 일종의 신용카드로 물품대금을 결제하는 것이다.납품기업은 구매기업이 끊어준 전표를 은행에 제시하고 판매대금을 찾을 수 있다.구매기업은 은행이나 카드회사와 일정한 한도내에서 판매대금을 납품기업에 현금으로 지급토록하는 계약을 체결해야한다. 그러나 이 역시 구매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이 따른다.정부는 구매카드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에도 세제 혜택을 줘 이 제도를 확산시키기로 했다. 손성진기자. *어음 피해업체사장 인터뷰. “어음은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는 수단입니다.이게 얼마나 무서운 제도인지는 안당해본 사람은 모릅니다” 20여년간 골판지상자 제조업을 해온 (주)디케이박스 이대길(李大佶·67) 사장은 “어음제도가 존재하는 한 영세 사업주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이사장 역시 23년간 사업을 해오는 동안 수도 없이 어음을 떼였다.국제통화기금(IMF)직후에는 S가구로부터 월 매출액과 맞먹는 9,400만원어치의 어음을 부도맞기도 했다. “어음이 왜 무서운 지 아십니까.(부도)맞는 순간 바로 두배로 뛰기 때문입니다.통상 어음을 받으면 그걸 다시 하청업체에 유통시키는데 받을 돈은 못받고,내가 발행한 어음은 고스란히 생돈 내서 물어줘야 하니까요” 그러다보니 연쇄부도의 악순환이 생길수 밖에 없다.이 사장은 어음이 저승사자보다 더 겁나는 것은 그래서라고 했다. “죽은 놈(어음) 붙잡고 피눈물도 무던히 뿌렸다”는 그는 지방공장도 처분하고 아내 패물도 내다팔았지만 아직도 어음빚이 4억원이나 된다고 털어놓았다.불량기업주가 어음을 고의 부도낼 때는 억장이 무너진다는 고백이다. 당시의 고통이 되살아난 듯 눈시울이 벌개지는 이 사장은 “정부가 이런 어음제도의 폐단을 구제한답시고 어음보험제도를 도입했지만 허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어음 발행 회사의 신용도를 보고 보험을 받아주기 때문이라는지적이다. “중소기업들이 어떻게 일일이 거래처의 신용도를 헤아려 우량어음만 받겠습니까.그걸 모르니까 보험에 드는 건데 조금 위험한 어음이다 싶으면 아예안받아줘요.차사고가 잦으면 자동차보험료가 할증되듯이 정 신용도가 떨어지면 보험료를 더 매기면 될 것 아닙니까” 지금처럼 어음보험을 운용해서는있으나마나라는 비판이다. “은행에서 어음할인은 또 잘해줍니까.업체별로 한도액을 정해놓고 그거 넘으면 절대 안해줘요.그러니 할인율이 20%가 넘는 사채시장을 무덤인 줄 알면서 제 발로 찾는거지요” 15년전부터 공청회마다 참여해 어음폐지론을 주창,‘어음 사장’으로 통하는 이 사장은 “세계에서 어음제도가 있는 나라는 일본,독일과 우리나라뿐”이라면서 대기업부터 20%씩 어음 발행율을 줄여나가면 5년안에 어음제도를없앨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미현기자 hyun@. [기고] 洪淳英 중소기업협동 조합중앙회 상무. 최근 어음제도 폐지론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대기업의 비용전가식 어음결제가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가중시키고,신용도 없는 어음의 남발과 유통이 중소기업의 연쇄부도를 낳는 등 어음의 폐해가 크다는 여론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기업간 거래의 가장 주된 결제수단이 되고 있는 어음제도를 일시에 폐지한다면 급격한 상거래의 위축으로 오히려 경제적 혼란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특히 많은 중소기업들은 통화의 부족과 금융 선진화의 미흡으로생산에 필요한 자금을 적기에 조달할 수 없게 되어 도산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그렇다고 어음 규모에 상응하는 만큼 통화량을 늘릴 수도 없는 일이고,금융의 선진화를 하루 아침에 이룰 수도 없는 일이다. 어음제도는 인위적인 폐지보다 대체 결제수단을 마련하고 어음거래가 축소될 수 있는 시장여건을 조성하면서 점진적 소멸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지난해 말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단계적으로 소멸을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이 56.1%로 즉시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 15.1%를 크게상회하였다. 어음의 소멸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업들이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현금결제 능력을 제고하도록 하는 한편,금융개혁을 조속히 완료하여 선진국에서처럼 기업들이 필요한 자금을 적기에 원활히 조달할 수 있는 금융시장여건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금년 중 시행할 예정인 구매자금융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동일인 여신한도의 예외적용,법인세·소득세 공제범위 및 규모의 확대 등 구매기업에 대한각종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한다.반면,구매기업의 결제지연 및 과도한 납품단가 인하 요구와 같은 행위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본다. 또 다른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구매전용카드제도는 평균 2.5%수준인 수수료를 획기적으로 인하해야 한다.불공정하도급거래에 대한 감시·감독 및 제재를 강화하는 한편,신용도 없는 어음의 남발을 방지하기 위해 당좌 개설 및 유지 요건을 강화하고 신용조사전문 기관을 설립하는 등의 조치도 필요하다.
  • 여론조사는 ‘저승사자’공천작업 절대 잣대로

    4·13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공천작업이 종반으로 접어들면서 옥석(玉石)을 가리기 위한 각당의 움직임이 활발하다.특히 공천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위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여론조사를 최종 선택의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 ◆민주당=주요 전략지역인 수도권이나 자체 경쟁률이 치열한 호남 등지의 막판 공천작업에는 11,12일 자체 실시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주요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 민족 대이동에 따른 ‘설 민심’의 동향을 정확하게 파악,공천에 반영하기위해서는 설 연휴 1주일째인 12일까지 정밀 실사작업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시민단체의 잇따른 공천부적격자 발표 이후 표심(票心)의 전반적인 추세가 변하고 있어 일부 지역에서는 최종 여론조사 결과가 결정적인 변수로작용할 전망이다.김민석(金民錫) 공천심사위 대변인은 11일 “현재 언론에거론되는 일부 후보와 최종결과가 상당히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에서는 참신하고 전문성을 갖춘 정치신인이 높은 선호도를 보이는반면 공천부적격 당사자 가운데 지역기반까지 취약한인사의 지지율은 급전직하(急轉直下)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련=오는 17일부터 공천 심사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이때문에 아직까지 본격적인 여론조사에 들어가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공천시 무엇보다 여론의 향방이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각 후보들에대한 밑바닥 민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나라당=선거구 통폐합지역 등 경합이 치열한 지역에 대해서는 ‘여론조사’를 최우선시하고 있다.이들 지역에 대해서는 이미 여론조사를 끝내고 공천 심사에 반영하고 있다는 후문이다.이회창(李會昌)총재가 ‘공천개혁’을주장한 만큼 ‘객관적이고 공정한 여론조사’를 근거로 삼을 수밖에 없다는입장이다.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이번 주말까지 어느 정도 공천 심사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그러나 공천 발표는 여당의 공천자 확정 이후 다음 주말쯤 할 예정이어서 몇몇 지역은 막바지 여론조사도 검토중이다. 최광숙 박찬구기자 bori@
  • [오늘의 눈] 오해부른 李재경의 은유법

    이헌재(李憲宰) 재정경제부장관은 평소 직접화법과 간접화법을 번갈아 사용한다.직접화법은 주로 재벌 구조조정 등 개혁적인 사안을 강조할 때 사용한다.반면 민감한 사안을 놓고 얘기할 때는 선문답(禪問答)식의 은유법 대화를 자주 쓰는 편이다. 그런 이 장관이 지난 14일 금융감독위원장직을 떠나면서 이임사에서 인용한 서산대사의 선시(禪詩)가 금융계의 화제다.‘踏雪野中去(눈덮인 들길을 걸어갈 제) 不須胡亂行(행여 이리저리 함부로 걷지말라) 今日我行跡(오늘 남긴 내 발자국이) 遂作後人程(마침내 뒷사람의 길이 되리니)’- 이 선시는 백범 김구선생이 지난 48년4월19일 분단으로 치닫는 우리나라를하나로 묶기위해 38선을 넘으면서 읊기도 했다.이 장관이 기업·금융구조조정 과정을 회고하면서 마치 백범 선생과 마찬가지로 선각자의 심정을 대변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많다.그런 의미에서 재경장관에 취임하기 전날 그가전경련 위상을 언급하면서 ‘해체’ 등 자칫 오해할 수 있는 표현들을 사용한 것은 야구로 말하면 에러를 낳은 것처럼 보인다.그러나 한꺼풀만 뒤집어보면 이 장관의 발언이 상당 부분 곡해돼 있음을 발견한다.이임을 앞두고 출입기자들과 자유로운 사담을 하는 자리였고,전체 취지를 생각하지 않은 일부 언론의 거두절미한 보도로 당초 농담처럼 한 발언이 진실처럼 보도됐다는 점이다.머리좋기로 소문난 이 장관은 평소에도 농담을 많이 한다.농담성 발언을 농담으로 이해하지 않으면 발언할 때마다 설화(舌禍)를 입을 수밖에 없다. 이 장관은 금감위에서 이임사를 하면서 뜻밖에 눈물을 흘린 사람이다.지난2년간 ‘저승사자’로 불리면서 냉정하게 구조조정을 밀어붙였던 그가 흘린눈물을 가식의 ‘악어의 눈물’로 보는 사람은 적어도 주위에서는 없다.고교 선배에다가,자신이 낭인시절 신세를 졌던 김우중(金宇中)회장의 대우를 몰락케 한 사람도 이 장관이다.그만큼 자기자신에 철저한 인물이다. 그러나 이 장관이 민감한 사안을 언급하면서 좀 더 신중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그가 이임식에서 행했다는 ‘눈덮인 들길을 걸어갈 제,이리저리 아무렇게나 함부로 걷지 말라…”는 말의 의미가 더욱 함초롬히 피어난다. 박선화 경제과학팀 차장 psh@
  • 치안본부 대공분실이란

    치안본부(경찰청의 전신) 대공분실은 군사독재시대의 전위부대였다. 서울 용산구 남영동과 서대문구 홍제동에 각각 위치한 치안본부 대공분실은 국가보안법 위반사범에게는 ‘저승사자’였다.박종철(朴鍾哲)군 고문치사사건이 터진 남영동분실은 남파간첩 등 간첩사범을 주로 다뤘다.홍제동분실은보다 덜 조직적인 좌익사범을 잡아 들였다.김근태(金槿泰)씨도 남영동에서이근안(李根安)전 경감에게 잔혹한 고문을 당했다. 그러나 박군과 김씨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대공분실은 ‘옥석’을 가리지않고 국가보안법 위반사범을 경쟁적으로 검거해 고문을 통해 자백을 받아냈다.본연의 임무인 대공수사를 떠나 반독재투쟁에 나섰던 인사들을 국보법이라는 그물에 얽어매는 일에 더 매달렸다. 박군 사건 당시 남영동분실에서 근무한 한 전직 경찰관은 “한번 들어오면혐의가 없어도 똥물을 토할 때까지 고문한다”고 실토했다.“그래야 아는 사실을 모두 말할 뿐아니라 분실에 왔었다는 사실을 발설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대공분실은 국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와 함께 체제유지의 양축 역할을 했다.전체 국보법 위반사범의 3분의 2를 대공분실에서 처리했다. 치안본부 대공분실은 현재는 경찰청 보안국 보안분실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남영동분실은 보안국 보안3과,홍제동분실은 보안국 보안4과 소속이다.서울지방경찰청도 장안동과 옥인동에 비슷한 성격의 대공분실을 운영하고 있다. 각 지방청에도 1개 이상의 대공분실이 있다.직제 이외의 모든 것은 철저하게베일에 가려져 있다. 노주석기자 joo@
  • [사설] 이근안 배후와 고문시효

    검찰이 ‘고문기술자’ 이근안(李根安·61)전 경감에게 고문을 지시한 ‘배후인물’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검찰은 85년 민주청년연합 김근태(金槿泰·현 국민회의부총재)의장 고문사건과 86년 ‘반제동맹’ 고문사건 진상 규명을 위해 당시 치안본부 대공분실 간부들을 불러 이씨의 고문에 안기부나 경찰의 윗선이 개입했는지를 집중 조사했다.조사 결과는 나와 봐야 알겠지만 ‘이근안 배후’에 대한 검찰의 본격 수사는 몇 가지 점에서 국민들의 관심을 끈다. 첫째는 고문행위의 비인도성과 반인륜성이다.고문기술자 이씨가 김의장에게 가했던 그 잔혹 무비한 고문 사실은 이미 보도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그러나 며칠 전 어느 텔레비전에 나온 ‘자수 간첩’ 함주명(咸柱明·68)씨의 경우는 이 나라에서 다시는 고문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국민적 각성을 새롭게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지난 8·15특사로 풀려난 함씨는 거의 폐인이 돼 있었다.오랜 수감생활 때문이 아니라 수사과정에서 이씨가 가한 고문의 후유증 때문이라고 했다.극심한 고문으로 폐인이 된 사람이 어찌 함씨뿐이겠는가.고문의 후유증으로 정신질환에 시달리다가 마침내 자살을 한 경우도 있다. 다음으로 지적할 것은 이씨가 어떤 배경을 믿고 공안사범 수사에서 ‘저승사자’로 악명을 날릴 수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이씨는 ‘고문기술’을 통해 많은 표창을 받고 승진을 거듭했다.배후에 고문을 부추긴 세력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강한 의혹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군사독재 시절 이씨가 맡았던 굵직굵직한 공안사건들은 번번이 위기에 몰린 정권의 국면 전환에 이용됐기 때문이다.이씨가 10년 넘게 잠적할 수 있었던 것도 그같은 배후세력과 관련이있을 수 있다.검찰은 이씨에게 고문을 지시한 세력과 그의 잠적을 도와준 사람들을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적할 것은 고문 행위에 대한 공소시효 문제다.검찰은 이씨의고문 행위가 대부분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진상규명’ 차원에서 수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그러나 그같은 발상에는 문제가 있다.함씨를 불법감금하고 고문한 혐의로 이씨를 고발한 ‘민변’ 소속 변호사들을 비롯해 인권단체들과 일부 법학자들은 “고문 등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인정하지 않는 국제관습법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헌법 제6조 1항은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고문에 관한 한 국제관습법에 따라 시효를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 고문자를 처벌하지 않고 어떻게 고문을 근절시킬 수 있겠는가.
  • 創批社 ‘이세상 첫이야기’ 시리즈

    ‘옛날에 옛날에∼’로 시작되던 할머니의 옛날얘기에는 삼신할머니와 옥황상제,염라대왕이 단골손님으로 등장했다.할머니의 구수한 이야기가 거의 사라진 요즘 삼신할머니등도 함께 잊혀지고 있다. ‘이 세상 첫 이야기’시리즈인 ‘삼신 할머니와 아이들’(글 정하섭 그림조혜란)과 ‘염라대왕을 잡아라’(그림 한병호)는 이같은 점에 착안,할머니대신 아이들에게 옛날 얘기를 들려준다.창작과비평사가 펴낸 이 책은 ‘신화는 인류문화의 발생과 함께 생겨났다.문화는 이야기를 만들었고 이야기 또한 문화를 전승시켰는데 이 첫 이야기가 바로 신화이다’는 생각에 바탕을 두고 쓰여졌다. 저자 정하섭씨는 “신화는 전래동화의 원형이자 모든 이야기와 인간정신의뿌리이기 때문에 컴퓨터와 전자오락을 좋아하는 아이들도 좋아할 것”이라고 말한다.신화는 일상을 훌쩍 뛰어넘어 천상과 지하세계를 오가고,불가능을가능으로 바꾸어 아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삼신할머니…’는 옛날 이야기를 들었던 부모에게는 추억을 되살려주고,아이와 교감을 나누는 기회를 준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살게된 건 어머니 아버지가 우리를 낳아 길러주셨기때문이지.하지만 하늘나라에서 삼신할머니가 우리를 보내주지 않았다면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나지 못했을 거야”. 책은 이처럼 아기를 점지해주고,어머니가 아기를 잘 낳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삼신할머니를 소개한다.아이들에게 ‘삼신할머니의 아이들’임을 일깨워줘 자연스럽게 인간에 대한 애정을 갖도록 해준다.또 “삼신할머니는 우리자신과 가족과 세상을 환하게 빛내라고 우리를 세상에 내보내셨어”라는 대목은 철학의 대상인 삶의 문제까지 아이들이 깨닫도록 해준다. 또 ‘염라대왕을 잡아라’는 아무리 무서운 저승사자나 염라대왕이라도 용기있고 지혜로운 사람에겐 함부로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여느 귀신이야기나 신비주의와 달리 죽음을 뛰어넘는 용기와 삶의 지혜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는 면에서 독특하다. 아울러 탄생과 죽음도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다.이 책은 특히 부모가 어릴때 들었던 이야기의 원형을 아이들에게 전한다는 점에서돋보인다.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갈까.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아이들과 함께 옛날얘기를 읽으며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보자. 허남주기자 yukyung@
  • 경제개혁 야전사령관 李憲宰 금감위장(올해의 인물:5)

    ◎타협 거부… 부실은행­재벌 구조조정 ‘채찍’ 우리 사회의 올해 화두(話頭)는 단연 구조조정이었다. 바로 李憲宰 금융감독위원회위원장이 구조조정의 ‘전도사’이자 ‘조련사’로서 늘 그 한복판에 있었다.어눌하지만 툭 던지는 한마디에 구조조정의 메시지가 그대로 담겼다.타협보다 원칙을 지키는 ‘승부사’ 기질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5개 은행을 퇴출시키고 55개 부실기업을 선정할 때도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았다.20년간의 낭인생활을 끝내고 자민련 추천으로 ‘권좌’에 앉았지만 대전에 있는 충청은행을 정리했고,金大中 대통령의 아성인 광주 한남투신을 현대의 국민투신으로 넘겼다.李위원장은 어줍잖은 ‘말’로써 재벌개혁을 이끌었다는 냉소적인 평을 듣기도 한다.하지만 지인들은 그가 위원장 취임때부터 그려진 구조조정의 시나리오에 충실했다고 말한다.재벌에 충분한 시간을 줬고 사안의 중대성 때문에 숨은 그림을 찾듯 하나하나 매듭을 풀었을 뿐이라고 옹호한다. 그는 재무부 시절 ‘장관급 과장’으로 불릴 만큼 명성을 떨쳤다.그러나 ‘관료 출신’이란 말을 달가워하지 않는다.출발만 관료였을 뿐 금융과 기업쪽에 몸담았던 기간이 훨씬 길었다고 서슴없이 말한다.시장경제주의자라는 말도 빠뜨리지 않는다. 한계기업과 부실기업에는 으스스한 ‘저승사자’처럼 보이지만 사석에서는 폭탄주를 3잔씩이나 마시며 걸쭉한 농담을 즐기기도 한다. 여전히 실직자들에게는 ‘공적 1호’이며 재벌과 경쟁적 관계에 있는 관료들에게는 ‘이단자’ 취급을 받는다. 李위원장은 취임하면서부터 ‘욕’먹을 각오를 했다고 한다.실제 올해에 그만큼 ‘원성’을 산 사람도 드물다.금감위가 들어선 서울 여의도 증권감독원 주변은 하루가 멀다하고 시위가 계속된다.그래도 요즘은 자신감이 더 붙은 듯하다.금융구조조정을 조율할 때 서툴렀던 점이 빅딜 등 재벌개혁을 주도하면서 노련함으로 바뀌었다. 작고한 陳懿鍾 전 총리의 사위인 李위원장은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사고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젊은층을 비롯해 학자 기업인 금융인 언론인 등을 가리지 않는다. 역사소설을 즐기며 풍수지리에 밝아 집무실 배치를 바꾸었을 정도다.골프는 싱글 수준.
  • 외환관리와 경제환경 변화(정권교체 1주년:中)

    ◎대통령 당선의 기쁨도 잠시/국가부도 위기 극복 동분서주/12월18일 자정 당선 확정하고도 평상심 유지/“IMF 난국 이기자” 팔 걷어붙이며 독려/세일즈외교에 성과… 우방지원 끌어내 1997년 12월18일 자정무렵,국민회의 金大中 대통령후보의 일산자택 앞은 온통 흥분의 ‘도가니’였다. 건국 50년만의 첫 정권 교체를 확신한 1000여명의 지지자들이 몰려와 폭죽과 샴페인을 터뜨리며 “金大中 대통령”,“정권교체”를 연호했다. 저녁 내내 한나라당 李會昌 후보와 1%포인트 차이로 엎치락뒤치락했던 ‘시소게임’은 밤 10시를 기점으로 승리의 추가 金후보로 기울었다. 세계 주요 통신을 통해 지구촌 곳곳에도 ‘한국의 선거기적’이 숨가쁘게 전달됐다. 승자측은 “전인미답의 가시밭길을 뚫고 정권교체의 금자탑을 이뤄냈다”고 기뻐했다. ‘진정한 역사의 승리자’가 됐다고도 했다. ○경제살리기 행보 시작 일산자택에 모여있던 金玉斗 의원 등 측근 20여명은 서로를 얼싸안으며 감격의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고 金의원은 아예 부엌으로 달려가 두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토해냈다. 공동선거대책회의 종합상황실과 국민회의 상황실에서도 당직자들이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기쁨을 나눴고 곳곳에서 ‘승리의 찬가’가 터져 나왔다. 자택 서재에서 李姬鎬 여사와 개표방송을 지켜보던 金후보는 이날 10시 이후 “확실히 이겼다”라는 보고를 수시로 접했지만 고개만 끄덕일 뿐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金후보는 19일 아침 8시쯤,한복으로 곱게 단장한 李여사와 함께 열광하는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자택 현관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정권교체의 첫날을 시작했다. 하지만 대통령 당선의 환희도 잠시였다. 곧바로 대통령 당선자의 낮과 밤은 숨가쁘게 돌아갔다. 국가부도의 위기가 너무나 크게 덮쳐왔다. 당선 당일부터 만사를 제치고 IMF난국 극복에 팔을 걷어붙였다. 金당선자는 20일 林昌烈 경제부총리로부터 공식적으로 ‘국가부도’의 상황을 보고받았다. 외채규모를 설명듣고 쇼크를 받았다. “경제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느냐”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단기외채 규모,외환보유고,부실여신등 금융감독 문제등을 꼼꼼히 따졌다. 金당선자의 ‘경제살리기 행보’는 이래서 시작됐다. 훗날 金당선자는 “외환위기 상황을 파악하고는 급한 불을 끄기까지 온 밤을 뜬 눈으로 새웠다”고 회고했다. ○美에 개혁의지 일깨워 그의 경제행보는 우방국 정상과의 전화외교로 시작됐다. 클린턴 미국 대통령,하시모토 류타로 일본 총리와 통화를 하며 협력을 요청했다. 이어 연말까지 미셸 캉드쉬 IMF총재,제임스 울펜손 IBRD총재,사토 미쓰오 ADB총재 등에게도 전화를 걸어 대외신인도를 높이는데 힘을 쏟았다. 스티븐 보스워스 주한미국대사, 오구라 가즈오 주한 일본대사와도 만나 협력을 부탁하는등 촌음을 아껴썼다. 한편으로는 金泳三 당시 대통령과 12인‘경제비상대책위’를 구성키로 했고 자민련 朴泰俊 총재와 金龍煥 부총재,국민회의 金元吉 정책위의장,柳鍾根 경제고문 등을 수시로 일산 자택으로 불러 대책을 숙의했다. 金당선자가 ‘충격’에서 헤쳐나와 자신감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23일 데이비드 립튼 미 재무차관을 만나면서부터다. 金당선자는 립튼 차관에게 “새정부는 IMF협약을 100% 준수할 것이다. 우리 국민은 한국이 세계 11번째 경제 대국으로 알고 있었으나 이제 진실을 알게 됐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립튼은 “대외 신뢰회복을 위해 많은 개방과 개혁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金당선자의 개혁의지를 읽은 립튼차관은 이후 주요국을 돌며 한국지원을 독려하기 시작했다. 급한 불이 꺼졌을 때 그는 다시 개혁의 한복판에 섰다. ◎경제지표로 본 1년 비교/외환보유고 88억弗서 487억弗로/30%대 콜금리 6%로/환율 1,200원대로 안정 지난 1년간 우리경제의 변화상은 국제통화기금(IMF)체제 돌입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던 외환동향을 보면 극명히 드러난다.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해 12월 88억달러에 불과했던 가용외환보유고는 올해 1월부터 꾸준히 증가,1년만인 이달에는 사상최고치인 487억달러를 넘어섰다. 불과 1년전 금모으기 운동까지 벌이던 눈물겹던 상황과 비교해보면 격세지감마저 느껴진다. 이에따라 정부는 이달에 1차로 만기가 돌아온 28억달러의IMF차입금을 상환키로 결정,대내외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외환위기로 한때 달러당 1,964원까지 상승했던 환율도 최근에는 1,200원대로 안정됐으며,오히려 너무 빨리 내려가는 것을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변화에 힘입어 지난해말 일제히 곤두박질쳤던 국가신용등급(외채표시등급)도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 IMF직후 30%까지 치솟았던 콜금리는 올 9월 한자릿수를 회복한 뒤 이달들어 6%대까지 떨어졌다. 회사채유통수익률 역시 29%였던 것이 현재는 8%수준을 보이고 있으며,내년에 사상최저치인 6%대까지 내려갈 지가 관심이다. 은행대출금리도 올 상반기 15.6%까지 올라갔던 것이 10월 들어 13.7%까지 하락했다. 실물경제는 뚜렷하지는 않지만 최근 들어 다소 개선되는 추세에 있다. 우선 지난해말 0.78%로 최고치를 기록한 어음부도율이 올 10월에는 0.18%까지 낮아져 외환위기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다. 실업률은 여전히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말 2.6%였던 실업률은 기업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면서 점차 증가,9월말 현재 7.3%에이르고 있다. 단 7월 7.6%에서 8월 7.4% 등으로 조금씩 둔화되고 있는 것은 위안이 될 만하다. ◎정권교체 주역들 무엇하나/대부분 黨·政서 개혁주체로 맹활약/朴相千 법무 司正 총지휘/李海瓚 장관 교육개혁 앞장/자민련 朴浚圭씨 국회의장 맡아 金大中 대통령을 만든 주역의 대부부은 지금도 청와대와 일선 정부 부처,국민회의,자민련 등에서 개혁주체로서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다. 대선 당시 당무를 총괄했던 趙世衡 총재권한대행은 대선이후도 줄곧 당을 챙기고 있다. 대선기획본부장과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지낸 李鍾贊 부총재는 안기부장을 맡아 銃風사건 등을 총지휘하고 있다. 야권후보 단일화협상 주역이였던 韓光玉 부총재는 서울시장출마 좌절이후 민화협 상임의장을 맡았다. 북풍사건을 차단하고 李會昌 후보 아들 병역문제를 부각시켰던 千容宅 국방장관은 최근 잇따른 군사고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방송대책단장을 맡았던 朴相千 법무장관은 정치권 사정으로 의원들의 ‘저승사자’라는 말을 듣고 있다. 대선기획본부장을 맡았던 李海瓚 의원은 교육부장관에 ,정책위원장을 맡았던 金元吉 의원은 정책위의장으로 각종 경제개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鄭東泳 대변인은 신뢰감을 주는 이미지에 논리까지 겸비한 대야 공격수라는 평을 받으며 대변인직 재선을 기록하고 있다. 당선후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무관’을 선언했던 동교동 가신그룹들은 주로 당을 지키고 있다. 韓和甲 의원은 ‘60세에 능참봉’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도 뒤늦게 원내총무라는 요직을 맡았다. 그는 국회대책에 머물지 않는 광범위한 행동반경으로 여권 실세로 불린다. 자민련 공신중에서는 朴浚圭 국회의장이 최고직위를 차지했다. 탈당도 불사하겠다며 대선후보 단일화를 줄기차게 주장한 공로로 입법부 수장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金龍煥 수석부총재는 전면에 나섰던 일등공신이다. 명예총재인 金鍾泌 총리의 복심(腹心)을 전하는 최고 실세로 대선후보 단일화 협상을 주도했다. 당 내각제개헌추진위원장을 맡아 내년 내각제 개헌을 준비하고 있다.
  • 위상 달라진 ‘경제 검찰’

    ◎공정위 발톱없는 종이호랑이서 이젠 재벌 ‘저승사자’로 공정거래위원회가 계좌추적권을 갖게 됨에 따라 81년 설립 이래 최대 경사를 맞게 됐다.‘경제검찰’이라는 별명과는 달리 효과적인 ‘무기’가 없어 재벌들에 ‘종이호랑이’로 비쳐졌던 공정위가 드디어 제대로 ‘포효’할 채비를 갖춘 것이다. 공정위가 재벌을 손대기 시작한 것은 지난 87년. 재벌의 문어발식 경영이 사회문제화되기 시작했던 당시 정부는 공정거래법을 개정,재벌 계열사간 상호출자금지조항을 삽입한다.이어 92년에는 상호채무보증을,94년부터는 부당내부거래를 각각 금지했다. 재벌들은 그러나 공정위를 ‘적수’로 보지 않았다.국세청이나 검찰과 달리 계좌추적권 등 효과적인 제재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공정위의 조사라는 것이 서류제출 등 피조사기관의 협조에 의한 것이기 대부분이다. 불법행위에 대한 징계도 시정명령이나 사과광고 게재명령,1건에 10억∼20억 안팎의 과징금 부과가 전부였다.올해 들어 1,2차 부당내부거래 조사에서 1,000억원 가까이 과징금을 물리며 본격적인 ‘전쟁’에 돌입했지만,재벌들의 태도는 쉽게 바뀌지 않았다. 지난 8월 공정위 직원들이 삼성자동차의 사원판매 행위를 조사하러 갔다가 삼성 직원들에게 팔이 비틀리고 증거서류를 빼앗긴 일은 공정위에 대한 재벌들의 의식을 단적으로 대변했다. 따라서 계좌추적권 도입에 따른 공정위 직원들의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계좌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는 사실은 단순히 부당내부거래를 차단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공정위를 재벌에 대한 ‘저승사자’로까지 격상시키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 고문 기술자 李根安 정식재판/서울고법,피해자들 재정신청 받아들여

    ◎잠적 10년째… 시효 15년 다시 적용 ‘얼굴 없는 고문 기술자’ 李根安 전 경감(60)이 잠적 10년 만에 정식재판에 회부됐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朴松夏 부장판사)는 28일 납북어부 金聲鶴씨 등 3명이 고문에 못이겨 간첩으로 몰렸다며 지난 87년 李씨 등 당시 경기도경 소속 경관 16명을 상대로 낸 재정신청에서 李씨 등 8명에 대한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신청인 金씨와 피신청인들의 진술 등을 종합해 볼때 李씨 등 8명은 金씨를 70여일 동안 불법 감금한 뒤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조사하면서 원하는 진술을 받아내기 위해 잠을 재우지 않고 폭행·물고문·전기고문 등 가혹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李씨 등 8명은 불법감금 및 가혹행위 혐의로 이 사건 관할인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정직재판에 회부된다. 그러나 李씨는 지난 88월 12월 잠적 이후 10년 가까이 검경의 추적을 피해왔기 때문에 실제 李씨를 법정에 세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잠적 때부터 기소중지 상태였던 李씨는 이날 정식재판에 회부됨에 따라 앞으로 재판시효 15년이 만료되는 오는 2013년까지 신병만 확보되면 언제든 법정에 서야 한다. 물고문·전기고문 등 국민회의 金槿泰 의원의 고문사건으로 ‘저승사자’라는 별명까지 붙었던 李씨에 대해 법원이 뒤늦게 재정신청을 받아들임에 따라 李씨의 사법처리 여부는 다시 한번 수사기관의 손으로 넘어가게 됐다.
  • 국세청의 침묵/金相淵 기자·경제과학팀(오늘의 눈)

    “그럼 어디 안 썩은 데가 있는 줄 알았어?” 전직 국세청장이 재임 당시 기업들로부터 수십억원의 대선자금을 모금한 것을 놓고 시중에는 다시금 정치적 냉소주의가 일고 있다. 이번 일로 큰 충격을 받은 듯 국세청 내부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직원들은 하나같이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가족은 말할 것도 없고 납세자들에게 어떻게 낯을 들고 다닐 지 모르겠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다”는 등 갖가지 반응이 나오고 있다. 올해는 세수부족이 심각해 그 어느 때 보다 납세자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런데 얼마전까지 총수로 모셨던 ‘분’이 구속되다니,그것도 납세자를 상대로 ‘모금’을 한 혐의로…. 수치스러워 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국세청장이 어떤 자리인가. 세무조사 한번으로 대다수 기업의 사활이 좌우되는 현실에서 국세행정을 총괄하는 수장은 납세자에게 ‘저승사자’와 같은 존재나 다름이 없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만큼 지극히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게 당연하고,따라서 전임 청장은 엄한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남은 문제는 정작 국세청 내부의 후유증이다. 국세청은 지난 3월 李建春 청장 부임 이후 전례 없이 강도높은 개혁을 추진해오고 있다. 자체사정을 통해 직원 105명을 공직에서 추방하고,전체의 절반이상을 이동시키는 개혁인사를 단행했다. 아울러 ‘열린 세정’을 천명하며 권위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납세자에게 몸을 낮추고 있다. 이 모두가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세수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李청장은 평소 “독립운동을 하는 심정으로 일하라”고 당부할 정도로 비장한 모습을 보여왔다. 열의가 뜨거웠던 만큼 실망도 큰 것일까. 국세청 수뇌부에서 아직까지 공식적인 대국민 언급이 없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물론 전임 청장의 비리가 “개인 차원일 뿐,조직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는 항변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 만으로는 후유증이 오히려 더 오래 가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당장 납세자를 대하는 직원들의 어색한 표정이 떠오른다.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고 ‘독립운동’을 할 수는 없지 않을까.
  • 정겹지만 낯선 소설속 우리말/토박이말·속담풀이 ‘소설어사전’나와

    ◎이인직서 전경린작품까지 샅샅이/월북작가·북한소설서도 뽑아 정리 “그것도 초짜뜨막 일이고 백정이라고 저승사자가 피해가는 법 있나? 굿하던 무당도 굿마당에서 나자빠지는 판에”(박경리 ‘토지’) “입에 마닐마닐한 것은 밤에 다 먹고 남은 것으로 요기될 만한 것이 피밤 여남은 개와 흰무리 부스러기뿐이었다.”(홍명희 ‘林巨正’) 소설 속에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살려 써야할 고유어들이 수없이 많다.그러나 ‘의식없는’ 언어생활에 길들여진 우리에게 그런 낱말들은 생경하기 조차 하다.‘초짜뜨막’이란 도대체 무엇이고 또 ‘마닐마닐하다’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초짜뜨막은 잠깐동안,마닐마닐하다는 연하고 보드랍다는 뜻의 우리 말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토박이말,속담 등을 용례와 함께 풀어 설명한 ‘소설어사전’(김윤식·최동호 엮음)이 고려대출판부에서 나왔다.10년간의 자료수집과 3년동안의 제작기간을 거쳐 출간된 이 사전에는 모두 1만5,000여개의 어휘가 실렸다.이인직의 ‘혈의 누’(1906년)에서부터 지난 95년 등단한 전경린의 ‘평범한 물방울 무늬 원피스에 관한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1,300여편의 작품이 분석대상이 됐다. 특히 분단이전 월북작가의 작품은 물론 분단이후의 북한소설에 나오는 말들도 엄선해 실어 관심을 모은다. 언어는 보통그 발달단계에 따라 겨우 목숨만 부지하고 있는 생존어와 생활의 공식수단으로 활용되는 생활어,그리고 문화적으로 갈고 닦여진 예술어로 구분된다.일제하의 한글이 생존어의 단계라면,해방후 오늘까지의 한글은 생활어 단계라고 할 수 있다.이 사전은 여기서 한걸음 나아가 민족어의 완성,곧 예술어로의 승화를 목표로 한다. 내둥내(이때껏) 구누름(못마땅해 혼자서 하는 군소리)가리단죽(다른 사람의 것을 가로채는 행위) 등 다양한 개인 소설어들을 발굴해 싣고 있는 것은 그런 연유에서다.7만원
  • 申에 쫓기는 ‘경찰 수난시대’

    ◎16일까지 총경 이상 10명 등 30명 문책당해/‘검거땐 일등공신’ 공명심 앞서 禍부르기도 탈옥수 申昌源이 나타나면 여지없이 경찰의 문책인사가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申이 지난 1월 충남 천안에 처음으로 나타난 이래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포이동 주택가에서 달아나기 까지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눈앞에서 申을 놓쳤다.이 과정에서 문책인사를 당한 경찰관만 30명으로 총경급 이상의 고위간부만 10명이나 된다.申이 경찰에게 ‘저승사자’가 된 셈이다. 지휘관들은 관리·감독 소홀,해당 경찰관들은 기본수칙 위반이나 근무태만 등의 책임을 졌다.어떤 경찰관은 공명심에 보고체계를 무시하고 무작정 현장을 덮쳤다가 눈앞에서 놓쳤다. 경찰의 수난은 지난 1월 11일 천안시 광덕면에 申이 나타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하면서 시작됐다.현장을 덮친 경찰관 2명은 申과 격투까지 벌였으나 ‘황소’같은 申에게 도리어 권총까지 빼앗겼다.탈취당한 22구경 권총은 申의 행적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회수됐다.두 경찰관은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결국 해임됐다. 경찰은 申을 놓친 지 55일만인 지난 3월6일 또다시 망신을 당했다.申이 전북 완주군 신선휴게소 부근에 나타났다는 제보를 받고 휴게소에서 우유와 빵을 들고 나오는 申과 마주쳐 공포탄까지 발사했으나 검거에 실패했다. 몇일 뒤인 3월 9일과 11일에도 ‘헛발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김제에서 달아난 申이 정읍시 하송리 구멍가게에 나타났다는 제보를 받고 출동했으나 申은 이미 종적을 감춘 뒤였다.지난 5월에도 경북 성주의 한 다방에 申으로 의심되는 남자가 나타났다는 제보를 받았지만 낌새를 챈 申이 달아나는 바람에 무위로 끝났다. 제발 申이 나타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요즘 경찰의 솔직한 심정인 것 같다.
  • 발끊긴 수출금융(수출 이렇게 풀자:2­1)

    ◎담보없는 기업 신용대출 과감히 ‘열려라 참깨!’­.요즘 수출업체들은 마법을 일으키는 주문(呪文)이라도 외우고 싶은 심정이다. 절박한 자금상황 때문에 은행 문을 두드리지만 높은 문턱을 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몇달 째 지속되는 극심한 돈 가뭄 탓에 마음도 한해 때 논바닥처럼 갈라졌다. 수출입금융 자금으로 세계은행(IBRD) 차관 10억 달러 등 모두 53억달러가 책정돼 있지만 수출업체들에게는 마냥 ‘그림의 떡’일 뿐,도대체 피부에 와닿지를 않는다. ■중소 수출업체,빈사(瀕死)의 현장=“실탄도 없이 어떻게 전쟁을 합니까”. 시화공단에서 합성수지업체를 경영하는 韓모 사장의 절규다. 종업원 40명에 지난해 17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우량업체지만 심한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주거래은행이 신용장 개설을 거부한지 벌써 보름이 넘었다. 공장 가동률도 70%로 떨어졌다. 원자재가 부족해서다. 놀고 있는 기계를 보노라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렇다고 현금을 주고 원자재를 들여올 형편도 못된다. 은행 돈을 꾸려고 해도 담보가 없다. 같은 공단의 H기공도 돈줄이 마르기는 마찬가지다. 산업용 냉동기 부품을 만들어 지난 해 10억여원 어치를 수출했지만 올해 실적은 60% 정도로 뚝 떨어졌다. 매출감소로 손에 쥐는 현금도 자연 줄었다. 눈앞에 닥친 은행대출금의 상환기일과 어음결제일을 생각하면 그저 숨이 막힌다. 담보로 제공할 부동산도 경영자금을 대느라 팔아치운지 오래다. 지난 4월 중소기업진흥공단에 구조개선자금을 신청해 1억6,000만원을 배정받은 것이 유일한 희망이다. ◎무역금융자금 85% 은행서 낮잠/정부서 금융권 적극 지도­감독해야/수출환어음 담보대출도 크게 미흡 하지만 ‘그림의 떡’이 될 공산이 높다. 중기청이 대출해 주도록 지정한 은행이 담보를 요구하며 석달 째 집행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진로도,퇴로도 모두 막혔다” 이 회사 李모 부사장(47)의 하소연이다. 벤처업체들의 사정도 별반 다를게 없다. 반월공단의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한 C회사. 1년 전 전화선이 아닌 전원으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혁신적인 신제품을 개발했다. 밤잠을 줄여가며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하지만 상품화 전 단계에 바짝 다가선 상태에서 자금난이 닥쳤다. 그렇다고 친지나 가족 등에게 손을 벌릴 형편은 아니다. 지금까지 끼친 폐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기술신용보증기금 등에서 보증서를 받으려해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전년도 매출액의 규모에 따라 보증서를 발급해 주는데 이제 사업을 시작한 마당에 사업 실적이 있을 리가 없다. “외형 만을 따지지 말고 회사의 발전 가능성이나 기술력 등을 종합평가해서 보증해야 벤처기업도 살아납니다” 이 회사 朱모 사장(39)의 애타는 호소다. 이곳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한 나머지 19개 벤처기업도 朱사장과 한목소리를 냈다. “지금까지 아무도 보증기관의 보증서를 받아내지 못했습니다. 이래서야 어디 일할 맛이 나겠습니까”. 말로만 벤처기업 육성을 외치지 말고 실행으로 옮기라는 벤처기업들의 정책당국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이자 각별한 충고다. ■수출입 금융,지원 실태는=한국산업단지공단이 전국 산업단지 입주업체 120개사를 대상으로 한 ‘애로요인 설문조사’결과금융기관의 지원부족을 ‘최대 애로’로 꼽은 업체가 20.3%로 가장 많았다. 환율불안(16.1%) 물류비(14.9%) 수출 관련 행정규제(9.5%) 자금시장 경색(9.5%) 원자재 가격상승(8.1%) 공급과잉(8.1%) 국가신용도 하락(6.8%) 과당경쟁(4.1%) 등은 우선 순위에서 밀렸다. 그렇다면 정부가 약속한 수출입금융 자금 53억달러의 집행실태는 어떤가. 10일 현재까지 은행창구를 통해 수출업체가 타낸 수출입금융 자금을 모두 합하면 8억1,520만달러다. 책정된 자금의 15.38%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국고에 남아있거나 은행금고에서 잠자고 있는 것이다. ■왜 부진한가=수출업체들은 우선 정부를 탓한다. 적극적으로 은행들을 지도·감독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발표’에 그치지 말고 실질적으로 ‘집행’이 되고 있는지 철저히 감시해달라는 것이 이들의 한결같은 주문이다. 반월공단에서 철골사업을 하다 최근 그만 둔 金모씨(55)는 “아예 발표자체를 믿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말했다. “현장으로 이어지지 않는 탁상정책에 신뢰를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도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의 현장점검 방식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청와대 산업자 원부 중소기업청 등의 ‘높으신 양반’들이 몇 차례 (공단에) 다녀갔지만 자기들의 말만 잔뜩 늘어놓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시늉만 내는 전시행정을 탓하는 현장의 목소리들이다. 하지만 수출입금융의 창구인 은행들이 선뜻 돈을 내주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냉혹한 경제현실 때문이다.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저승사자처럼 버티고 있는 마당에 도리가 없다는 게 은행측의 항변이다. 남 돕다가 내가 먼저 죽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출입금융도 일반대출과 마찬가지로 위험가중치가 100%”라며 “당장 은행이 죽고사는 문제가 걸려 있는데 수출업체 사정만 고려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따라서 은행으로서는 생존의 차원에서 담보나 신용보증기금 등의 보증서를 확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별취재반 鄭鍾錫 경제과학팀장(반장) 權赫燦 차장 陳璟鎬 朴希駿 朴恩鎬(이상 경제과학팀) 郭太憲(정치팀)李順女 기자(사회팀) 金明煥 부장급(사진팀)
  • 돈빨래 한다고 돈이 희어지랴(박갑천 칼럼)

    「세탁」의 토박이말은 「빨래」다.「빨다」에 뒷가지(접미사) 「애」가 붙어 「빨애→빨래」로 된것.「놀다→놀애→노래」 「막다→막애→마개」따위와 같다.「노래방」「머리방」…하던데 세탁소도 「빨래방」이라 못할것 없을 법하건만. 『두다리 드리우고 귓속이야기한다』(윤동주의 시「빨래」)는 빨래.이 빨래를 뜻하는 말에는 지금은 거의 잊혀간다 싶은 「서답」도 있다.국어사전에서도 「빨래」의 사투리라면서 못쓰게 해놓았으니 더욱더 그럴 밖에.일부 지방에서는 개짐(달거리할때 샅에 차는 헝겊)을 이르기도 했지만 「빨래」라는 뜻으로 전국에서 쓰였던 말인것을….『서답하러 간다』면서 서답감들 이고 동네 우물터로 가시던 외할머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서답」은 한자말 「세답」에서 온 듯하다.지난날 궁중에서 빨래하는 일 맡은 부서를 세답방이라 했고,생피륙을 삶아서 빨거나 바래는 일하는 사람을 이르는 마전쟁이를 세답장(「대전회통」)이라 한데서도 그 자취는 나타난다.나은 이의봉의 「고금석림」 등에 따를때 『손으로 씻고(세) 발로써 밟아서(답)때를 빼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빨래-서답」하면 생각나는게 탄천에 얽힌 전설이다.탄천은 경기도 용인군 구성면 석성산에서 일어 서울 청담동과 잠실동 사이에서 한강으로 흘러드는 강이다.옛날 염라국 사자가 동방삭(삼천갑자=18만년을 살았다는 사람)을 잡으러 용인으로 왔다(『죽어서 용인』이란 말은 중국까지 번졌던게지).동방삭 얼굴을 모르는 사자는 꾀를 내어 냇가에서 야지랑스레 숯을 빤다.지나가던 사람이 이를 보고 혀를 찬다.『내원,별꼴 다보는군.삼천갑자를 살았지만 숯을 희게 한답시고 빤다는 얘긴 듣다 처음이야』 요놈하고 잡아갔다던가.이는 토박이 이름 「검내」를 「탄천」으로 한자화한 다음 만들어낸 얘기일 뿐이다. 「돈세탁」이란 말이 또 입입에 오르내린다.왜 돈빨래-돈서답은 하는가.숯처럼 검기 때문이다.거기다 역겨운 냄새까지도 풍긴다.그러나 아무리 잘 빨아도 가리사니는 잡히게 마련이라고 한다.탄천가 저승사자도 검은걸 희게는 못했던 터.더구나 냄새가 고약하지 않은가.또 빨래한 사람이 살아있는 한언젠가 꼬리는 드러나게 돼있는 것이리라. 『세­타­ㄱ!』 세탁소사람이 일감찾아 외치는 소리가 수떨하다.그건 돈빨래 나무라는 소리다.〈칼럼니스트〉
  • 어던 비뇨기과 의사(송정숙 칼럼)

    한 의사가 자신의 병원에 드나드는 사람들을 깡그리 폐쇄회로에 담아놓고 적절한 기회에 터뜨리는 방법으로 세상을 시끌시끌하게 만들고있다. 확실한 「증거」를 낚아올린 「쾌거」에 흥분의 도가니가 된 세력에 의해서 바야흐로 영웅으로 태어날 판국에 있는 이런 의사를 주치의로 두었다면 공포스러울 일이다.아무런 사전 양해없이 자기를 찾아오는 환자의 적나라한 모습을 이렇게 녹취하고 있는 일이 의료계에서는 예사로운 일일까. ○진료환자 녹취 놀라운 일 그는 비뇨기과 전문의다.항용 비뇨기과는 「피부」과와 함께 묶여다닌다.비뇨기과를 찾아야 할 환자는 그 병이 옮겨진 과정에 따라 남에게 말못할 사정이 내포될 가능성이 많다.그래서 비뇨기과만 있는 병원엘 드나드는 일이 남보기 남새스러울 수도 있다.피부과가 함께 있으면 그런 사람들도 피부과 환자인양 시치미를 뗄 수 있는 것이다.그래서 피부과와 함께 묶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 비뇨기과 의사가 자신이 집도하는 장면을 포함하여 모든 것을 다 담는 폐쇄회로를 가설하고 찍어두었다고 한다.이런 일을 무엇때문에 한 것일까.필요하면 언제든지 용도에 제한없이 써먹기 위한 것이었다면 「싸모님」을 유혹한 「제비」들이 몰래카메라로 찍어 둔 사진으로 「사업자금」을 울거내는 것과 진배없다.멋모르고 그런 의사를 주치의로 두었던 사람은 기함을 할 노릇이다. 지금은 어떤 경로로 입수된 것이든 「폭로」의 효과가 있는 것이면 값이나 보상을 충분히 해주며 받아주는 정치권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시대다.또 그런 「증거」를 「정의」의 이름으로 승격시켜 주며 사회적 영향력을 탄탄하게 쌓아가는 유능한 「실천단체」도 많이있는 시대다.이 폭로만능 시대에 저승사자처럼 힘을 누리는 의사가 생각할수록 무섭다. 『무슨 당치도 않은 소리!지은 죄가 없고 꿀릴게 없으면 무엇이 겁나는가?』라고 준열하게 말할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그런 양심세력이 오늘날에는 또 얼마나 많은가.기회있을 때면 복사해두고 녹음 녹취를 닥치는대로 해두었다가 「정의」를 세우는데 공헌하는 사람이 「승리」를 구가하는 것을 보면서 불안해하고 공포를 느끼는 것은 어리석고 약점이 많다는 증거라고 하면 할말이 없다. 그렇더라도 그런 의사가 횡행하는 사회는 무섭다.의사가 정말 이래도 되는 것일까.의사나 변호사는 성직자와 같아서 환자나 의뢰인의 상담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직업윤리인줄로 알았다.그것이 인권의 본연인 줄로 알고 있다.그런데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니 공포스럽고 낭패스럽다. 그 비뇨기과 의사는 진작에도 자신에게 온 전화녹음을 폭로하여 소요를 일으켰고 녹취내용을 여기저기 흘리고 퍼뜨리며 아직도 더 「결정적」인 내용이 있음을 으름장을 놔가며 예고하고 있다.몰려드는 여론사들을 상대로 즐기는 것 같아 보인다. 그렇게 즐기는 그의 모습은 많은 젊고 어린 사람들에게 근사해보일 것같다.그 「영웅적」 행위를 흉내내는 사람들도 줄을 이을 것이다.음식점에서도 미장원에서도 사우나를 하면서도 그 주인들이나 종업원들이 모든 것을 「찍어」상품으로 거래할지도 모른다.기왕에 우리가 알기로는 이런건 악행이었다.그러나 그런 평가가 이제는 무의미한 시대인 모양이다.이와 비슷한 일로 값도올릴수 있고 영웅도 되는 세상이므로 누구나 이런 재미나 이문을 시도해 보고싶어 할 것이다. 입맛이 떫고 쓴 일이지만 그렇다고 말하기도 조심스럽다.우리 주변에는 청교도처럼 깨끗하고 훌륭해서 이런 걱정 하는 사람을 혼내줄 수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으니까. ○젊은이들 흉내낼까 걱정 그들은 목에 힘을 주고 말할 것이다.『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으면 무엇이 걱정인가』 그렇다.이렇게 확실한 진리의 말이 있는데,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녹음 복사 녹취 채록한 증거들을 휘두르는 사람들로 우글우글한 세상이 된들 무엇이 걱정이겠는가.그런데도 자꾸만 이렇게 한기가 드는 것은 약한 체질 탓인 모양이다.(본사고문)
  • 부옇고 두툼한 얼굴(송정숙 칼럼)

    요즈음의 뉴스화면에는 누구보다 빈번하게 김대중씨의 얼굴이 등장한다.그러다보니까 그의 인상에서 느껴지는 것도 감각적으로 다양해지는 것을 발견한다.요즈음의 그는 옛날의 그에게서 느끼던 것과는 좀 다른 데가 있다.무엇보다도 TV화면을 「그득이」 채우는 그의 부옇고 두툼한 얼굴의 느낌이 옛날과는 아주 다른 점이다.별안간 얼굴이 커진 것도 아닐텐데 왜 그럴까. 필경,그가 차지하는 뉴스의 비중이 요즘와서 한층 커진 것이 그런 착시현상을 불렀는지도 모른다.어느 조간에는 누군가가 뒤에서 조심스럽게 웃저고리를 「입혀드리는」 모습도 실렸다.상징적인 민주인사의 평민스러움이 사상된 그 뒷모습에서는 「대부」같은 보스냄새가 물씬났다. 「부옇고 두툼한」 그의 그 가부장적 모습은 그의「신당」과 함께 「힘」의 실체를 현저하게 실감시키기도 한다.가령 그가 신당을 만드는 당위론으로 내세운 『여도 야도 제구실을 못하므로 내가 부득이 나서기로 했다』는 요지의 말이 그 대표적인 것이다. 마치 기업의 노오너가 『아이들에게 맡겨두었더니 제대로 못해서』부득이 은퇴한 자리를 털고 나서야 했다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이런 경우 『그게 어떻게 이룬 기업인데…』하는 창업주의 소리 같은 것이 오버랩되어 미덕으로 비치는 효력을 낸다.3번씩 호소하고도 국민의 허락을 얻어내지 못한 선거에 대한 기억을 지우기에 절묘한 효력이 있다. 정치활동 재개에 대해『국민에게 굳이 변명하지 않겠다』는 말은 또다른 효력을 가진 말이다.그 말은 『나 나왔다 그래,날 어쩔래…』하는 정한한 느낌을 담고 있다.다소 거친 힘의 분위기다.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 민주당으로 당선된 광역 지역단체장들과 의원들에 대한 「관리」론도 그의 힘을 과시하는 말로 적절한 효과가 있는 말이다.지방행정의 성숙하고 원활한 행정을 기하기 위해서 당이 관심을 가지고 훈련도 하고 토론도 한다는 수사학이 따르고는 있지만 이는 오히려 신당에 즈음하여 고답한 관록의 가부장적 영향력을 선언하는 말이다.『누가 봐줘서 된 자리인지 잊지말게.하고 섣부른 이반은 용서하지않는다는 것을 알게』하는 「가족」론으로 들린다.사람에 따라 겁먹게 하기에 알맞는 말이다. 그리고 그 처절한 『살생부』.그를 둘러싼 분위기를 점차로 고조시켜 결정적인 힘으로 완성시킨 용어가 이 것이다.생살 여탈권을 쥔 힘의 소재를 인식시키는,효과가 지나치게 좀 큰 용어였다. 우리 다 알다시피 살생부란 저승사자를 내보내는 염라대왕이 쥐고 있다는 명부다.이 시점에 왜이리 험악한 용어가 나돌았을까.이제와서는 신당을 음해하기 위해 누군가가 만든 것이라며 억울해 하는 말도 나오지만 그말이 나오기에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든 것은 어쨌든 김대중씨다. 그의 대변인은 예사로 『선생님의 뜻이다.당신은 공천에 문제가 없으니 신당에 함께 가자』는 말로,「살생부」를 두려워하는 인사들을 회유한다는 보도가 끊임없이 나오는 것을 보면 김대중씨의 힘의 절대성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어보이기 때문이다.그의 신당행을 따르지 않는 의원에게는 『…차라리 초선의원으로 장렬하게 전사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하게 하는,사람들의 두려워하는 마음을 충분히 자극하는 힘을 쥐고 있는 그 「두툼함」. 그는 창당을 선언하는 자리에서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여러번 했다.생각해보면 국민들은 그에게 「사과」를 받을 이유가 없다.국민이 그에게 은퇴를 요청한 것도 아니고 「은퇴」를 번복한 것은 오직 그의 문제일 뿐이다.그가 국민에게 심판을 받을 때 그에 대한 의견을 국민은 표로 나타낼 뿐이다.그런데도 두툼하고 힘과 권위가 넘쳐보이는 모습으로 기라성 같은 권솔을 거느리고 「죄송」하다는 말을 하는 모양새는 그의 문제를 『국민적인 문제』처럼 보이게 하는 효력이 있었다.잘 연출된 그림이다. 당사에 투자된 수십억의 재산을 포기하면서 그는 옛집으로 들어가 기성의 것을 차지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선생님」이란 호칭이 『신성 불가침』하게 자리잡은 그 본집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을 방해받을 리는 없겠는데 그래도 그는 셋방살이로라도 새살림을 차렸다.낡아서 손질해보아야 표도 나지 않고 아무리 연고가 있는 집이라도 남의 집이었던 집에 들어가는 모양새로는 가부장적 권위가 침해받을지도 모른다.「선별해서」받을 수도 없고 두고보니 「괘씸했던」아랫사람을 갈아치워 버리기에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두툼해진 그의 모습은 그런 것을 시시 때때로 읽게 해준다.
  • 인생의 나이테/손정박 한국스포츠 TV감사(굄돌)

    낙엽송이나 잣나무는 굳이 나이테가 아니더라도 곁가지 뻗쳐 나간 마디 마디가 정확하게 나이를 말해준다.고추대궁은 한마디 끝나면 세 마디로 갈라지고 그 곳에 몽실한 고추 한개씩 어김없이 매달린다. 우리 인생도 유아기나 청소년기다 해서 나이에 따라 마디를 나눈다.알 두꺼운 돋보기로도 신문 읽을 수 없어 따로 돋보기 준비한 지 오래됐으니까 소위 노안인생,노연기에 접어든 게 틀림없다.10년 쯤 초로인생 끝나면 노쇠기 10년정도 버티다가 휴거자격도 갖추질 못했으니 귀소,땅 속으로 돌아가겠지.이것도 제대로 됐을 때 얘기지,저승사자가 아무런 기미도 안보이다가 느닷없이 동행증 내보이기 좋아하는 요즘에야 가히 지금 숨쉬니까 살아있다고나 할까. 남은 삶을 마음 아리도록 소중하게 여길 수 밖에 없으니 타령조는 그만하자.언젠가 어느 목사님이 이런 얘기를 했다.신학도에서 전도사·목사로 생활해 오면서 갈수록 설교에 어려움 느낀단다.산을 오를라치면 점점 먼데까지 보이고 더 넓게 보인다.산 아랫자락에서는 나무 하나하나 계곡바위 이것저것신경쓰다가,중턱쯤 오르면 이마에 손대고 눈 멀리 띄우고,정상에 오르면 몸 돌려가며 사방을 살피게 된다.마찬가지로 세상 보는 눈,성경해석하는 마음,설교 내용도 연륜따라 달라진다.따라서 우기는 마음 줄어들고,확정적인 말 하기 겁나고,듣는 시간 길어진다.그러나 비록 온전하지는 않다 하더라도 어느 시점에서 최선이라고 여겨지는 것,더불어 함께 갖고 싶은 것,말 안하고는 배길수 없는 것을 마음 활활 태우면서 온 몸으로 얘기해야만 한단다. 그렇다.마음 불살라 몸 거칠게 떨면서 용암 쏟아져 나오듯 토해내고 싶은 그런 얘기가 있을 성도 싶다.아니 속으로 속으로 꺼지지 않는 불씨로 남아 언젠가 확 번져 거센 불소리 내며 타오를 그런 얘기가 있다. 해방 전후는 태교와 잠재의식 속에서나 알 뿐이지만 그 이후 현대사의 모든 것을 현장에서 똑똑히 보고,한 가운데서 몸으로 부딪치며 살아온 우리들인데 왜 할 말이 없겠는가.길게 한번 울어 숨 넘어가도 좋으련,피울음 우는 접동새보다 더 애절하게 해야 할 얘기가 있다.인생의 마지막 마디 매듭짓기 전에.
  • 송년 연극무대 창작극 “풍성”

    ◎「새로 만드는 오구­죽음의 형식」/죽음을 희극화/「자살에 관하여」/여성 이중심리 대비/「번지없는 주막」/유랑극단 애환/「마지막 손짓」/인형·그림자극 가미 연말연시를 알차고 색다르게 보내는데 연극관람은 한번쯤 고려할만한 일이다.특히 괜찮은 창작극들이 여러편 공연되고있어 작품만 잘 고른다면 한해를 분위기있게 마무리했다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그 대상이 될만한 연극은 연희단거리패의 「새로 만드는 오구­죽음의 형식」과 극단 산울림의「자살에 관하여」,극단 가교의 낙극 「번지없는 주막」,극단 연우무대의 「마지막 손짓」등. 예술의 전당이 만드는 「우리시대 연극」시리즈 첫 작품인 「새로 만드는 오구­죽음의 형식」은 죽음이라는 주제를 희극적이고 긍정적으로 그린 재미있는 연극이다.죽음의 형식을 산 자와 죽은 자들의 유희로 다루면서 무대위에 염등 장례절차를 거의 그대로 재현시키고 있다.여기에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오구굿이 한판 흐드러지게 벌어진다.매우 희극적으로 형상화시킨 저승사자들,산사람들이 「개판」을치는 초상집,삶과 죽음사이에 뚜렷한 경계가 있다기보다 공존한다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무겁고 엄숙한 주제를 반대로 신명나게 풀어낸 「오구」는 굿이나 전통의례등을 모르는 이들도 무리없이 접근할 수 있는 친근함을 보인다.이윤택씨의 작품으로 이씨가 직접 연출한 「오구」는 지난 89년 초연된뒤 일본과 독일등 외국공연을 거쳐 3년만에 새롭게 서울무대에 올려졌다.94년 1월9일까지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580­1881)에서 공연된다.젊은 배우들의 열의에 찬 연기가 뜨겁다. 극단 산울림이 기획한 「오늘의 한국연극」시리즈 마지막 작품「자살에 관하여」(이강백작·임영웅연출)는 여성의 따뜻하고 파괴적인 심리를 극명하게 대비시킨 연극이다.성격이 정반대인 30대 직장여성 두명을 등장시켜 매스컴의 엄청난 영향과 인기를 쫓는 오늘의 세태를 꼬집고 있다.누구나 한번쯤은 죽고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세상은 그러나 살아볼 만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노영화와 이화영의 연기대결이 볼만하다.94년 1월9일까지 산울림소극장(334­5915)에서 공연된다.하오3시 7시(일요일 하오4시 1회공연). 1920년대에서 1950년대까지 대중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던 악극의 형태로 오는 30일까지 문예회관 대극장(760­4614)에서 공연되는 극단 가교의 「번지없는 주막」 역시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유랑악극단의 애환을 그린 「번지없는 주막」은 권선징악을 기본골격으로 하되 연극의 극적인 장면마다 트롯형식의 노래를 가미했다.박인환 최주봉 윤문식 김성녀를 비롯,KBS-1TV의 대하드라마「먼동」에서 주인공 송근술역을 맡아 열연중인 중견배우 김진태씨등이 출연한다.김상열씨가 작품을 쓰고 직접 연출했으며 대중적 호기심을 유발하기 보다는 우리 연극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악극을 올바르게 인식시키는데 초점을 두었다. 지난 22일부터 재공연에 들어간 극단 연우무대의 「마지막 손짓」(윤정선작·박상현연출)은 후기산업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환상여행을 인형극 그림자극 TV광고기법등으로 다양하게 그려내고 있다.패러디와 유희성이라는 두 축을 근간으로 시종 템포감있게 진행되지만 십자가에 달리고 멸종된 도도새의 이미지로 환치되는 끝부분에 이르면 숙연해지기도 한다.초연때 박지일씨가 맡았던 필우역은 안병균씨로 교체됐으며 94년 1월30일까지 연우소극장(744­7090)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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