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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여정부 재벌개혁 시민단체가 주력군...강철규 공정위장 임명으로 가속

    시민단체가 참여정부의 ‘재벌개혁’ 주력군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장을 지낸 ‘재벌개혁론자’ 강철규 부패방지위원장이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시민단체의 재벌개혁론은 더욱 힘을 얻을 전망이다. SK그룹 총수가 지난달 참여연대 고발 건으로 구속되면서 재벌기업들 사이에서는 시민단체가 ‘재벌들의 저승사자’ ‘재벌의 천적’이라고 불리던 터다.재벌들은 시민단체들의 서슬퍼런 감시활동에 잔뜩 움츠리고 있다. 참여연대와 경실련 등이 주요 기업을 상대로 제기해 놓은 소송은 20여건.대부분이 법원에 계류중이거나 재판이 진행중이다. SK그룹 주식부당내부거래 의혹사건에 이어 동부그룹의 아남반도체 지분인수 위법논란이 최근 금융감독원의 특별검사로 다시 수면에 떠올랐고,한화그룹 3개 계열사 분식회계 의혹 사건도 참여연대 고발로 검찰이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삼성생명의 주식 상장 문제도 시민단체들이 계약자에 대한 이익배당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제2금융권의 최대 현안으로 남아있다.지난달 25일에는 포스코 유상부회장의 연임에 반대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기업 감시활동의 ‘원조’격인 경실련은 지난 1989년 출범 이후 부동산투기 근절운동과 세입자 보호 및 도시빈민 주거안정대책 촉구,세제개혁,한국은행 독립 등 수많은 활동을 벌여왔다.앞으로도 기업의 투명성이나 지배구조 개선에 체중을 실을 계획이다. ‘함께하는 시민행동’도 좋은 기업만들기 운동을 펼치며 적극적인 기업감시활동에 나섰고,‘정보통신소비자권익찾기 시민행동’은 정보통신부가 추진중인 번호이동성 관련제도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피해에 대해 감사원 감사 청구를 요청해 놓고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새 정부와 ‘재벌개혁’이라는 이념적인 지향점이 같더라고 정부와 비판적인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정부의 재벌 정책을 비판·감시하고,기업들의 잘못된 경영관행과 방만한 경영 등에 대해 기업감시활동을 꾸준히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현석기자
  • [개혁 모범 지자체를 가다] 서울시 ‘38세금기동팀’

    서울시 ‘38세금기동팀’은 고액체납자들에게는 ‘저승사자’와도 같다.교묘하게 빼돌린 은닉재산을 끝까지 추적,징수활동을 벌이는가 하면 해외로 도주할 우려가 있는 체납자는 출국금지를 요청,세금을 내지 않고는 못배기게 만든다.38세금기동팀은 헌법 제38조(국민의 납세의무 조항)를 원용,이름을 붙였다.자치구로부터 고액 시세 체납자를 인수받아 징수활동을 하는 체납세금징수 정예조직이다. ◆시세 징수율 높아졌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38세금기동팀의 활약으로 시세 징수율은 한껏 올랐다.올 7월 말 현재 시세 징수율은 96.6%로 전년 같은 기간 95%에 비해 1.6%포인트 증가했다.특히 세목 가운데 체납액이 많은 주민세와 자동차세·취득세의 징수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38세금기동팀은 자치구로부터 500만원 이상의 고액 시세 체납 5290억원을 인수받아 1200억원을 받아냈고 재산압류 등의 행정강제조치로 3500억원의 채권을 확보하는 개가를 올렸다. ◆시세 체납자 호화생활 어림없다. 단일조직으로 1년이란 짧은 기간 내에 이같은 실적을 거둔 것은 고액의 시세를 체납하고 재산을 은닉한 채 호화생활을 하는 체납자에 대해 끈질기게 추적한 결과이다. 체납자와 일대 일 대면접촉,배우자·자녀 등 이해관계인 조사 및 은닉재산추적 등을 통해 435억원을 징수했고 부동산·금융자산·차량·급여·채권 등 모두 4386건 797억원을 압류했다. 서초구 반포동에 사는 정모씨는 1700만원의 시세를 체납하고 최고급 승용차인 벤츠 S500(배기량 4973㏄)을 몰고 다니다 압류당해 인터넷으로 공매 처분되기도 했다.올 9월 말 현재 공매된 차량만 92대에 이른다. ◆강력한 법 집행 이처럼 재산을 숨겨 놓거나 최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면서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들은 더 이상 발 붙이기가 어렵게 됐다.38세금기동팀은 고액체납자 6639명에 대해 신용불량등록을 통해 금융거래 및 경제활동 제한조치를 취했다.지난 2월부터는 3000만원 이상의 체납자와 자동차 인도명령 불응자들에 대해서는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형사고발하고 있다. 고액체납자 212명을 사법기관에 고발했으며 이들이 체납한 세금은 231억원이나 된다.이 가운데 서초구 반포동 마모씨는 주민세 등 4억 600만원을,강남구 압구정동 최모씨는 취득세 등 2억 4000만원을 체납,각각 고발조치됐다. 또 재산은닉 혐의가 있으면서 해외여행경험이 있는 5000만원 이상 고액체납자 34명에 대해서는 법무부에 출국금지 요청했다.악성 고액체납자들에 대해서는 외교통상부에 여권발급 정지를 요청하고 관이 허가하는 사업제한 등 법이 허용하는 모든 행정·사법상의 제재조치를 지속적으로 취할 방침이다. 최용규기자 ykchoi@ ■윤기명 기동1팀장 - 새로운 징수기법 매월 개발 “악덕 고액 체납자가 생각보다 많아요.” 38세금기동팀을 지휘하고 있는 윤기명 기동1팀장은 21일 배우자나 자녀, 인척 명의로 재산을 빼돌린 사람을 쫓아다니는 게 자신들의 주요 임무라고 밝혔다.담세 능력이 없어 세금을 못낼 경우에야 결손처분할 수밖에 없지만 호화생활을 하면서 세금을 떼먹는 사람에 대해서는 끝까지 추적해 받아내겠다는 각오다. 윤 팀장은 “새로운 징수기법을 개발하기 위해 매달 사례발표회를 갖는다.”면서 “이 자리가 기발한 징수기법의 산실”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나온 아이디어는 데이터화해 철저히 관리한다.실적관리 프로그램을 개발,개인적인 실적관리를 하며 실적이 좋은 직원들은 ‘특별휴가’로 노고를 격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윤 팀장은 “팀원 32명 가운데 구청에서 파견나온 공무원들이 24명이나 된다.”면서 “자치구 공무원들이기 때문에 인사상 혜택을 줄 수 없는 것이 무엇보다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체납세금을 걷는 데는 프로가 다 됐다고 말하는 윤 팀장은 다른 광역시·도와 시골 군에서까지 제도를 벤치마킹하고 있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최용규기자
  • 위기의 월스트리트 세사람에 시선 집중

    (워싱턴 백문일특파원) 월가의 시선은 지금 세 사람에게 집중됐다.경제 대통령으로 통하는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코카콜라의 이사로서 스톡옵션의 비용처리를 관철시킨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회계개혁을 주도하는 하비 피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다. ◇경제 대통령- 늘 붙어다니는 애칭이지만 증시가 폭락하면서 그에 못지 않은 비판을 들었다.1999년 초부터 이자율을 올렸다면 2000년 신경제의 거품 붕괴를 최소화했을 것이고 지난해 경기침체의 골도 덜 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월가에서는 그의 사임설마저 솔솔 나온다.76세라는 고령에다 경기가 재하강하는 ‘더블 딥’ 논란속에도 그의 입김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회계 스캔들로 증시가 폭락할 때 월가는 투자자들을 진정시키기 위한 ‘그린스펀식 조언’을 고대했다.그러나 의회 증언에서 그는 경영자들의 ‘전염성 짙은 탐욕(infectious greed)’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기업비리를 질타,투자심리를 더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러나 FRB의 관계자들은 그린스펀이 2004년 6월까지 임기를 채울 것으로 믿는다.건강에 문제없고 본인 스스로도 중도사퇴할 뜻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워싱턴 포스트도 상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공화계 후계자를 승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의장으로서의 임기가 끝난 뒤 후계자가 지명되지 않으면 FRB 이사로서 2006년 1월까지 계속 FRB를 이끌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그에 대한 환상은 많이 가셨지만 월가의 기대는 아직도 크다.당장 13일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그린스펀이 경기 약세기조를 시인하고 단기금리를 재인하할 지 월가는 벌써부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투자의 귀재- 버핏의 투자전략은 간단하다.현금이 많은 기업에 투자하라,그리고 남들이 움추릴 때 사고 사려고 할 때 팔라는 것이다.버핏은 그동안 텔레콤과 같은 첨단 기술주는 쳐다보지도 않았다.신경제의 붐으로 주가가 치솟을 때도 코카콜라나 질레트,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과 같은 기업이나 부동산에 투자했다.기술주는 돈되는 장사가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버핏은 텔레콤과 에너지 분야에 거액을쏟아붓고 있다.지난주 자신이 운영하는 투자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는 천연가스 공급업체 다이너지의 파이프라인 사업을 9억 2800만달러에 사들였다.투자사실이 전해지자 이 업체의 주가는 즉각 50% 이상 뛰었다.자금난을 겪고 있는 통신업체 퀘스트 커뮤니케이션의 채권을 사려 한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회계 스캔들로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손을 빼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버핏은 최근 매수에 적극적이다.게다가 수익성이 불투명한 텔레콤주와 에너지 관련주에 집중하고 있다.이유는 너무 싸다는 것.주가가 90%까지 폭락한 경우도 허다하다.그러나 월가의 분석가들은 버핏을 따라하지 말라고 경고한다.350억달러의 재산을 지녀 빌 게이츠에 이은 세계 제 2의 갑부에게 수억달러의 투자는 결코 ‘위험한 도박’이 아니라는 것. ◇기업 집행자- 피트 위원장은 스스로를 ‘거친 경찰관(tough cop)’이라고 지칭했다.회계개혁법안의 통과로 기업들의 ‘저승사자’로 군림하게 된 그는 민주당의 사임 요구에도 아랑곳 않는다.부시 대통령의 신임을 바탕으로 FRB 의장처럼의회에 장관급으로의 승진을 요구할 만큼 뱃심이 두둑하기로 유명하다. 특히 14일까지 상장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와 재무담당 대표(CFO)에게 회사의 재무상태를 보증하라고 명령하면서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회계비리에 연루되면 형사처벌을 받기 때문에 회계장부에 서명한 CEO들은 현재까지 일부에 불과하다. 과거의 회계관행까지 꼼꼼히 따지게 마련이며 그러다 보면 잘못된 비리가나올 수 있기 때문에 월가는 14일을 전후해 회계 스캔들이 더 불거질 것으로 본다.때문에 피트 위원장의 말 한마디에 관심을 기울이며 SEC의 움직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mip@
  • 영화/’디 아이’/정상인이 볼수 없는 것을 보게 된다면?

    어둠 속에서 잠이 깨면 어른도 공포감에 휩싸일 때가 있다.또 정상적인 사람에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공포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평생을 시각장애인으로 살아온 사람이 어느날 개명해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까지 보게 된다면 어떤 공포감이 들까? ‘디 아이’(The Eye·8월2일 개봉)는 죽은 이가 쓰던 물건이나 신체에는 혼령이 깃들어 있다는 동양적인 관념을 소재로 한 홍콩제 공포영화다. 저승사자가 죽은 이를 마중나오고,원한을 가졌거나 갑작스레 죽은 영혼은 이승을 떠돌며,혼령은 발이 없다는 등의 설정은 우리나라의 그것과도 유사해 쉽게 공감을 이끌어낸다. 각막을 이식받고 눈을 뜬 문(안젤리카 리)은 수술한 뒤부터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까지 보게 된다.검은 옷을 입은 저승사자와 죽은 이의 혼령을 만나게 되는 것. 다정하게 이야기를 속삭이던 소년이 자살한 사람이고,엘리베이터 안에 탄 할아버지가 CCTV를 통해서는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문은 견딜수 없는 공포에 휩싸인다. 그러나 그는 깨끗하게 자신의 운명을 수용함으로써 오히려 운명을 개척하는 기개를 발휘한다.문은 자신에게 각막을 기증한 사람에게는 풀고 싶은 원한이 있었다고 믿고 그를 찾아 나선다. 영화는 깔끔하게 무섭다.잔인하게 죽임 당한 귀신들이 등장하거나 이유없이 끔찍한 장면들이 속출해 찝찔한 공포감을 조성하지 않는다. 상당히 잔인한 장면에서도 은은한 배경음악을 사용해 공포를 과장하지 않은 매력이 있다. 다만 다시 시력을 잃는 문이 오히려 안도하며 이것을 받아들이는 자세는 왠지 영화의 결말을 김 빠지게 만든다. 이송하기자 songha@
  • 월드컵/ 벽안4인 ‘그림자 내조’ 빛났다

    한국 대표팀이 역사적인 월드컵 8강 신화를 이룩한 데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한 ‘푸른 눈의 4총사’의 역할이 컸다. 대표팀 수석코치 핌 비어벡(45)과 피지컬 트레이너 레이몬드 베르하이옌(32),비디오 분석관 아프신 고트비(39),물리치료사 아노 필립(27) 등 4인이 그들.히딩크 감독을 도와 500여일 만에 한국축구의 ‘탈아시아’를 이끌어냈고,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흘린 땀을 성적으로 직결시켰다. 비어벡 코치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히딩크 감독과 선수교체와 전술운영 등을 논의하는 ‘작전참모’다.11명의 선수가 톱니바퀴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일 정도로 대표팀의 전술적인 완성도가 높아진 데는 그가 만든 과학적인 훈련 프로그램 덕분이라는 게 대표팀 관계자들의 평가다. 그는 89∼91년 네덜란드 1부리그 페예노르트 로테르담 감독을 비롯해 7개팀 감독을 지냈고,일본 프로팀을 1년 넘게 지도하며 아시아 축구를 직접 경험하기도 했다. 베르하이옌 트레이너는 한국팀 돌풍의 원동력이 된 강철체력을 만들어낸 ‘조련사’.저승사자로 불릴 정도로 선수들에게는 두려움의 대상.히딩크 감독의 요청으로 지난 3월 스페인 전지훈련에서부터 대표팀 식구가 됐다. 그는 다양하고 흥미로운 체력강화 프로그램으로 태극전사들의 체력을 유럽 선수들을 능가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98년 프랑스월드컵 때 네덜란드 대표팀 체력담당 트레이너를 맡아 히딩크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고트비 분석관은 대표팀 경기와 상대 경기를 다각도로 촬영,편집한 비디오를 컴퓨터로 분석한다.히딩크 감독이 작전을 수립하는 데 필요한 고급 정보를 제공한다. 이란계 미국인인 그는 지난 10년 동안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아약스 등 명문 클럽과 자메이카 대표팀 분석관 등으로 활동해 왔다.미국 UCLA대학을 졸업한 뒤 2년 동안은 여자축구팀 코치를 맡기도 했다. 필립 물리치료사는 다친 선수들을 치료하고 회복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다.찢어지거나 이완된 근육을 원상태로 회복시킨 뒤 근력을 불어넣는다.그의 작업은 진료실에서 실시하는 기본 치료부터 수영장과 체육관에서 이뤄지는 재활훈련,그라운드에서의 스트레칭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면서도 치밀하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에 다닐 때부터 아약스클럽에서 일을 했고 졸업한 뒤 98년부터 바르셀로나,레알 마드리드,인터밀란,아스날 등 명문 클럽의 축구전문 치료사로서 젊은 나이에도 상당한 경력을 쌓았다. 조현석기자 hyun68@
  • 적이 벗되고 벗이 적되고…정치권 풍경 ‘뒤죽박죽’

    정치권 풍경이 새로운 이합집산을 예고하는 듯 어지럽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가 최근 야당 의원을자기당 지방선거 후보로 공개 거론하고,이에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경선후보도 여권인사와의 연대를 언급하는등 당의 경계선이 무색해지는 형국이다. 특히 노 후보가 90년 3당합당 이후 적대적 관계에 있던김영삼(金泳三·YS) 전 대통령과 관계개선을 도모하고,몇달전만 하더라도 서로 막말을 주고받는 앙숙이었던 이회창 후보,김종필(金鍾泌·JP) 자민련 총재,이인제(李仁濟) 민주당 전 고문이 새삼 연대를 과시하는 것은 정치권 지형을 극도로 혼란스럽게 하는 요인이다. “아무리 정치에는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지만,요즘은너무 노골적으로 표변하는 것 같다.”는 국민들의 비판이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뒤바뀐 풍경=3당합당을 주도한 YS를 줄곧 비난해온 노후보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직후 YS를 찾아가 지방선거에서의 협조를 요청했다.그러자 한나라당은 90년 3월노 후보가 “김영삼은 부산시민의 자존심을 팔았다.정계은퇴하고 용서를 빌어라.”라고 비난했던 어록을 공개했다. 몇달전까지만 해도 충청권 맹주 자리를 놓고 불구대천의원수처럼 여기던 김종필 총재,이회창 후보,이인제 전 고문의 관계도 급속 개선되고 있다.JP는 30일 “보수적 토양을 갖고 있는 사람과는 어떤 가능성도 부정하지 않는다.”며 이회창 후보와의 연대를 시사했다.이후 한나라당과 자민련 당직자 간에는 서로 “잠재적 우군이다.”며 비판을 자제하고 연대를 꾀하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JP는 이인제 전 고문에 대해서도 “같이해서 안될 이유가 있느냐.”라고 긍정적 의사를 피력했는데,이 전 고문은 3일 JP와의 골프회동에서 “지방선거에서 돕겠다.”는 말로 화답했다.이회창 후보도 “필요하다면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여권 인사들과도 손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전고문 등과의 연대를 암시했다. 지난해 JP는 이회창 후보를 가리켜 술자리에서 “바카야로(바보같은 놈)”라고 비하하거나,공개석상에서 “저승사자 같은 얼굴을 하고 돌아다닌다.”는 등의 극언을 했었다.이인제전 고문에 대해서도 “나(JP)를 가리켜 서산에 지는 해라고 했다는데,나라의 최고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이할 말은 아니다.”라고 비난했었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이 전 고문과는 별다른 교류가 없었던 박근혜 의원은 지난 1일 “이인제 의원과는 정책 면에서 꽤 맞는 것이 있는 것 같다.”고 호감을 표시했다. ■전망=3일 정치권 인사는 “민주당 경선에서 노무현 돌풍이 일어나는 예상외 상황이 펼쳐지자,정치 주체들이 갈피를 못잡고 허둥대는 느낌이다.”라고 진단했다.아직 우군·적군을 확실하게 가르기가 힘들다는 얘기다.노 후보의 정계개편 및 부산·경남(PK)지역 공략의 성패에 따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김상연기자 carlos@
  • 부패공직자의 ‘저승사자’

    중앙부처 K 전 국장은 지난 연말 서울시내 음식점에서 고향선배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나오다가 총리실 암행감찰팀에 적발됐다. 고향선배로부터 100만원이 든 봉투를 건네받은 것이 문제가 됐다.이들이 식사를 끝내고 나오자마자 현장에서 잠복해 있던 감찰팀이 덮친 것.조사 결과 대가성은 드러나지않았지만 총리실은 이 사항을 소속 부처에 통보했다.K 전국장은 현재 본부대기 발령을 받았다. 중앙부처 공보실의 모 인사도 얼마 전 암행감찰팀의 ‘급습’을 받아 곤욕을 치렀다.과천청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친구로부터 외국 출장길에 사온 양주 한 병이 든 쇼핑백을 건네받고 돌아서는 순간 감찰팀이 달려들었다. 총리실 암행감찰팀의 활동은 이처럼 ‘007 작전’을 방불케 한다.냄새나는 화장실에서 잠복하다가 돈받는 현장을잡기도 하고 청사 주변의 커피숍,빵집,심지어는 사우나 같은 곳에서도 잠복조가 배치돼 감시의 눈길을 편다.이 모두가 기초 자료조사는 물론 전방위 사전 탐문에서 나온다. 국무조정실 심사심의관실 산하의 총리실 감찰팀은 공무원들의 ‘저승사자’로만 알려졌을 뿐 그동안 활약상은 베일에 가려져 드러나지 않았다.‘얼굴없이’ 움직여야 하는업무속성 때문이다.검찰·경찰·국세청 등에서 파견나온 5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암행감찰은 보통 2인 1조가 한 팀이 돼 비밀리에 나간다. 기관의 출입구에서 ‘돈냄새’가 나는 민원인을 체크하는것은 기본.의심이 가면 발길을 좇아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한다.청탁대상 공무원의 사무실을 나서면 현장을 곧바로덮쳐 책상 안이나 양복주머니 등을 뒤져 현금 봉투를 찾아낸다. 지방 출장도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업무이다.지난해 지방출장 때는 혐의가 있는 공무원의 뒤를 좇아 며칠간 잠복한 끝에 현장에서 붙잡았다.이 공무원은 민원인으로부터 받은 돈을 차 안에 둔 채 도망가다가 결국 감찰팀에게 걸려든 것이다. 감찰팀에 붙잡힌 비리공무원의 행태도 여러가지다.줄행랑부터 치는 ‘도바리형’이 있는가 하면 울면서 ‘봐 달라’는 ‘읍소형’,다짜고짜 감찰팀에 주먹질을 하는 ‘폭력형’도 있다. 감찰팀 관계자는 “수뢰 소문이 있는 공무원의경우 오랫동안 추적을 하다 보면 대부분 덜미가 잡힌다.”면서 “감찰팀원들은 민원 부서를 드나드는 사람의 걸음만 봐도 추적 대상인지 아닌지 금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감찰팀에 대한 주문도 있다.“푼돈 받은 하급 공무원도 중요하지만 지위 높은 고위직에 대한 감찰 강화도절실한 때”라는 주문이 그것이다. 최광숙기자 bori@
  • “내각제 약속하면 누구라도”

    김영삼(金泳三·YS) 전 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JP) 자민련 총재가 8일 서로의 협력 가능성을 거듭 제기하며 연대의 여지를 남겼다.전날 만찬회동에서 확인한 내각제에 대한 근본적 견해차를 일단 봉합한 것이다. YS의 대변인격인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 의원은 이날 “내각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것이 김 전 대통령의 일관된 입장이나 어제 회동을 두 사람의 관계단절로 봐서는 안된다”며 “앞으로도 두 분은 틈틈이 만나 정국현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김 총재도 이날 아침 MBC라디오 시사프로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김 전 대통령이 내각제를 적극 찬성할 수 없는 입장이 아니냐.그분도 나의 내각제 주장을 이해한다고 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양측이 이처럼 협력 가능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향후 대선 정국에서의 입지 확대를 염두에 둔 때문으로 풀이된다.대선 킹 메이커 역할을 자임한 YS나 내각제를 고리로 한 각 정파와의 연대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는 JP 모두 미리부터 운신의 폭을 좁힐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내각제 연대를 향한 김 총재의 ‘유연성’은 이날 인터뷰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새해 벽두 ‘저승사자’에 비유하며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를 맹비난했던 그는 이날 “내각제 선택에 진지하게 나온다면 얼마든 협력하겠다”고 관계 개선의 여지를 남겼다.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상임고문에 대해서도 “마음에 들고믿을 만하며,대한민국 대표가 될 만하다고 판단되면 내각제를 전제로 협력하는데 인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6년전 DJP연대를 이끌어낸 ‘내각제 세일즈’를 다시 꺼내 들어 부단히 제2의 활로를 찾고 있는 셈이다. 진경호기자 jade@
  • [씨줄날줄] 해외광고 정치판 추태

    #장면 1 염라대왕 앞에 방금 잡혀온 한 정치인과 저승사자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염라대왕 왜 이리 시끄러운고? 저승사자 이 놈이 지은 죄가 많아 지옥에 보내려는데 착한 일 한 가지를 했으니 천당엘 가야 한다고 우기지 뭡니까. 염라대왕 네가 어떤 착한 일을 했느냐? 정치인 제가 길을 가다가 500원을 주워 거지에게 줬거든요. 말을 마친 정치인은 기세가 등등하여 천당에 갈 마음의준비를 했다.염라대왕은 고민하다가 이런 판결을 내렸다. “야,쟤 500원 줘서 지옥에 보내.” #장면 2 “정치인과 성직자가 물에 빠졌다.누구를 먼저 구해야할까?” 정답은 깊은 생각을 할 필요도 없이 정치인이다.정치인이 예뻐서가 아니라 물을 더 이상 오염시키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장면 3 “정치인과 거지의 공통점은?” 대표적인 공통점만 꼽으면 스스로의 뜻으로 그만두는 법이 없다.출퇴근에 제약이 없다.얻어 먹어도 부담을 느끼지않는다. 아무리 주어도 많다고 하는 법이 없다.맡겨둔 것이 없어도 때가 되면 내놓으라고 한다.정년이 없다…. 정치인은 이처럼 인기가 없는 편이다.특히 우리의 정치인들은 더 그렇다.그래서 정치인과 관련된 이런 우스갯소리가 많은 것 같다.하루가 멀다하고 눈만 뜨면 싸움이나 하는 게 한국 정치인과 정치판의 전형이라면 지나친 말일까. 싸움에 관한 한 세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우리 정치인들의 행태가 해외에도 널리 알려지게 됐다. 뉴질랜드 광고표준 불만처리위원회는 엊그제 한국 정치인들이 국회에서 멱살을 잡고 싸우는 장면을 담은 필름을 TV셔츠 광고에 사용하는 것을 허용했다고 한다.뉴질랜드 주재 한국 대사관은 “한국 정치인들이 서로 옷을 잡아 당기고 주먹을 날리는 장면 등을 담은 필름이 한국정치와 한국민을 부정적으로 표현하고 현지 교민사회를 모욕했다”면서 규제신청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셈이다. 싸움 잘하는 정치인들 탓에 선량한 국민들까지 피해를 보게 됐다.이러한 정치인들을 수출할 수는 없을까.하기야 한국 정치인을 받아봐야 오염만 될텐데 어느 나라가 수입하려고 할까. 곽태헌 논설위원tiger@
  • [50대 국가요직 탐구] (38)국세청 조사국장

    국세청 조사국장은 기업과 개인에 대한 탈세조사를 전담하는 자리여서 경제계에서 ‘절대권력’으로 비쳐진다.검찰 조직으로 보면 대검 중앙수사부에 비견된다.탈세사실이 드러나면 생사를 가를 정도여서 기업들에는 ‘저승사자’와 같은 존재로 여겨진다. 조사국장은 정부 내의 국장급 자리 가운데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로 막강한 자리다.성역이던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보듯 돈 있는 기업이나 개인의 탈세조사를 지휘하는 사령탑 구실을 한다. 현재 세무공무원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5,100여명의 조사요원을 전국 6개 지방청 산하에 거느리고 있다.이들은 보안유지를 최고의 수칙으로 여기며 ‘견금여석’(見金如石·황금보기를 돌 보듯이)과 정보차단의 원칙을 실천하고 있다.조사요원들은 전문성과 정보 수집력을 필수로 하는 만큼 이를 지휘하는 조사국장은 그야말로 크고 작은 기업에 관한 정보관리의 최고책임자이기도 하다. 조사국장의 힘의 원천은 바로 이러한 데서 나온다.조사국장은 조사요원들을 거느려야 하기 때문에 조사업무에 정통해야하고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세정총수인 국세청장을 하려면거쳐야 하는 로열코스이기도 하다.내부 발탁으로 국세청장이 된 사람들 대부분이 조사국장 자리를 거쳤다.추경석(秋敬錫),임채주(林采柱) 전 청장과 손영래(孫永來) 현 국세청장이대표적이다.과거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유명기업들의 탈세사건은 모두 조사국장의 손을 거친 것이었다.80년대 신흥 부동산재벌로 떠오른 M그룹,서울 강남 어음부정사건에 연루된 Y개발진흥,오너가 투신자살한 B상선에 대한 세무조사는 물론90년대 들어 H그룹 J명예회장,P법인 P회장,H그룹 탈세사건등이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올해 이목을 집중시킨 23개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는 여러 가지 진기록을 낳은 것으로 유명하다. 역대 조사국장의 면면은 그야말로 국세청의 인물사이기도하다.최장수로 3년4개월을 지낸 추경석 전국장은 조사국의권위를 다지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6척 거구인 그는 내사단계에서부터 보안의식을 철저히 강조,옆에 있는 사람도 다른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정보차단의 원칙을 확립했다.차장,청장을 거쳐 건설교통부장관을 지냈다.이근영(李瑾榮) 전 국장은 B상선의 외화도피 사건을 처리하고 재경원(현 재정경제부)에서 토지공개념과 관련된 세제개혁에 공을세웠다.특히 B상선 탈세사건은 발표 직전까지도 확실한 물증이 없어 애를 태우다가 미국주재 세무관의 극적인 도움으로탈세액을 확정하는 일화를 남기기도 했다.신용보증기금 이사장과 산업은행 총재를 거쳐 금융감독위원장으로 있다. 임채주 전 국장은 청장 재임시 언론사에 대한 최초의 세무조사를 지휘했다.전형적인 외유내강형으로 공사를 막론하고소리없이 일을 챙겨 상하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차장,청장을 거친 조사통. 봉태열(奉泰烈)전 국장은 공보관을 거쳤으며 국민의 정부들어 조사국장을 지냈다.중부청장에서 이번에 서울청장에 내정돼 차기 청장을 바라보게 됐다. 손청장은 정통 조사통으로 서울청 조사국장에 이어 서울청장을 거쳤다.최근 2∼3년간 음성탈루 소득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여 세수를 크게 늘렸으며 언론사 세무조사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현 이주석(李柱碩)국장은 확실한 일처리와 신중한 언행으로 적임자란 평가를 받고 있다. 박선화기자 pshnoq@
  • 2001 길섶에서/ 동방삭

    세상에서 오래 살았기로 말하면 동방삭(東方朔)을 당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자그마치 삼천갑자(三千甲子) 그러니까 18만년을 살았다고 전해온다.동방삭은 중국 전한시대에 살았던 문인으로 실제 장수하기도 했지만 그의 기행기언(奇行奇言)에 심취했던 후세 사람들이 지어낸 얘기일 것이다. 단지 서왕모(西王母)라는 선녀의 복숭아를 훔쳐 먹어 장수했다는 중국 것보다 한국 설화가 훨씬 재미있다.동방삭은당초 삼십갑자(三十甲子) 그러니까 180년을 살기로 되어 있었다고 한다.수명이 다하여 동행하러 온 저승사자를 융숭하게 대접해 수명을 다시 삼천갑자로 고쳐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살다 보니 죽기가 싫어 저승사자를 이리저리 피해다니던 어느 날이었다.냇물에서 누군가 숯을 씻고 있어 연유를 물었다.숯도 씻으면 하얗게 된다는 대답에 삼천갑자를살았지만 처음 듣는 소리라고 결국 본색을 드러내 저승사자에게 끌려 갔다는 것이다.때가 되면 한번쯤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인학 논설위원
  • ‘존재 그 허상의 옷자락’ 벗긴다

    이제하의 신작 소설집 ‘독충’(세계사)이 나왔다. 소설창작 연조가 40년이 넘고 다수의 시집 출간 뿐아니라여러 차례 회화전을 가진 작가는 자신의 소설작법을 ‘환상적 리얼리즘’이라고 부른 바 있다.작가들은 세계와 삶의 진실을 드러내고자 ‘남다른’ 경험,관찰,상상,통찰 등을 총동원한다.이때 남다르다는 특이성이 작품을 독자들의일상이나 주변과는 따로노는 ‘소설같은’ 이야기로 흐르게 할수 있다. 그러나 대개는 독자들이 조금만 눈과 마음을 열면 걸릴것이 없어진다.이야기와 작품의 대부분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외부적 현실을 작품의 우주로 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하는 현실과 상식의 기둥이 무너지더라도 환상의 강풍을 소설 속으로 불러들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비일상적이고 비현실적이기 쉬운 환상을 동원할 때 숨어있는 삶과 현실의 뼈대가 오히려 더 잘 드러난다는 것이다. 이제하 소설의 ‘환상’은 주로 꿈,무의식,자유연상,몽상그리고 광기 등의 모습을 띠어 왔다.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는 분명하지만 현실의 자력에붙잡혀 있는,외딴 격리지구 같은 현실태들이다. 15년 만에나온 이번 소설집에서는 다르다. 꿈이나 광기라는, 공인된이상상태에서의 이야기가 아니라 정상적으로 굴러가던 현실이 순간적으로 괴상한 진실의 모습으로 돌변하는 이야기들인 것이다. 이번 소설집 작품들은 “우리가 상식의 이름으로 공유하고 있는 합리적 감각의 허를 찌르면서 마치 암호와도 같은느닷없는 결말로 독자들을 당황하게 한다”고 평론가 박혜경은 말미해설에서 말한다.뒤통수에 찬물을 끼얹듯이 결말나곤 하는 소설 속의 기이한 사건들은 ‘존재의 불합리한이면을 통제하는 안전고리’를 순간적으로 풀어버리면서,‘존재가 두르고 있는 허상의 옷자락’을 여지없이 드러내보인다는 것이다. 이제하는 환상과 현실을 혼효시키지만 이런 방식을 채택한 여러 작가들과는 달리 환상을 합리적으로 계량해,점진적·누적적으로 섞지 않는다. 예컨대 10이라는 일상에다 1정도로 환상의 기미만 내내 비쳐오다가 맨끝에 10으로 급상승시켜 버리는 것이다. 이같은 확연한 불균등,의도적인 격차,난폭한 변질은 이제하 환상미학의 자신감으로 다가온다.독자는 충격 속에 긴가민가하며 처음으로 되돌아가곤 한다. ‘담배의 해독’이란 짧은 작품이 이를 잘 드러낸다. 한아파트 단지에서 일어난 경비원의 죽음이 아파트에 사는여자로 위장한 저승사자의 소행이라는 추정이 맨앞에 제시된다. 몇년간 영안실 풍경만을 사진 속에 담아온 주인공과아무런 연고도 없는 사람들의 영안실을 찾아다니며 문상을 하는 이상한 여자와의 만남, 사귐이 서술된다. 그러다이혼한 아내가 광태에 빠지고 딸이 약을 먹는 사태로 기운을 잃고 누워있는 주인공을 여자가 찾아온다. 그때 화자는느닷없이 “흡혈귀!”라면서 “썩 꺼지지 못하겠니! 내 피가 그렇게도 달콤해 보여?”라고 소리친다.그리곤 끝이다. 주인공이 그 여자를 저승사자로 보고 있다는 말인데,그만의 착각일 수 있고 사실일 수도 있다.두 가지가 다 가능하게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같이 수록된 ‘견인’‘독충’‘뻐꾹아씨,뻐꾹귀신’’금자의 산’‘어느 낯선 별에서’등에서도 상식의 현실을 우주 전체로 고집하다간 벽에 머리를 찧고 나둥그러지기 십상이다.잡힐듯 말듯하는 초현실주의 시에서처럼 독자는 문을 열고 우주의 바깥을 내다보게 된다. 김재영기자 kjykjy@
  • 공포의 임금협상

    “잘했어,××××!” 광고의 주인공인 검정개를 칭찬하는 문구로 화제가 된 포털사이트운영 벤처업체 L사가 최근 영화에서나 있음직한 해고 방식을 동원한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회사 설립 1년반 만에 920여만명의 회원을 확보한 L사측은 지난 16일 ‘인력담당자회의’를 소집한 뒤 7명의 직원을 전격 해고했다. 회사측은 “구조조정 차원에서 단행한 적법한 해고”라면서 “해고된 직원들에게는 다음달까지 월급을 지급하고 재취업도 도와주기로합의했다”고 말했다. 회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해고된 A씨 등은 “2시간 남짓 회의를 거친 뒤 ‘주변 평판이 좋지 않고 업무효율이 남들에 비해 뒤진다’는납득되지 않는 이유를 들어 일방적으로 해고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L사 직원들에 따르면 이 회사는 A씨 등을 해고한 바로 다음날부터나머지 직원 140여명에 대한 연봉 협상에 들어갔다.동료들이 한순간직장에서 쫓겨나는 광경을 목격한 직원들은 잔뜩 위축된 채 회사가제시하는 연봉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직원들은 “회사측이 연봉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해고를 무기로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디가 ‘저승사자’인 네티즌은 “사실이라면 L사의 문을 닫게해야 한다”면서 노조를 설립할 것을 촉구했다.이름을 밝히지 않은한 네티즌은 “안티-L사이트를 만들겠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박록삼기자 youngtan@
  • 현대 도약 지렛대 “”꾸준한 체력훈련 슬럼프 탈출…””

    ‘저승사자’의 ‘제2의 전성시대’는 열리는가-. ‘저승사자’는 프로농구 현대의 포워드 정재근(32)이 한창 주가를올릴때 붙여진 별명이다.덥수룩한 턱수염이 ‘저승사자’를 연상시키는데다 엄청난 탄력을 앞세워 상대가 거의 차지한 리바운드 볼을 등뒤에서 자주 낚아채 별명이 굳어졌다. 193㎝로 크지는 않지만 덩크슛을 구사할 정도로 탄력이 뛰어나고 센스와 슈팅력도 빼어나다.마산고와 연세대에서는 센터로 활약해 속공가담과 공수 리바운드에서도 한몫을 한다. 이러한 강점 덕에 SBS의 창단멤버로 입단한 뒤 줄곧 팀의 간판스타로 군림했지만 2∼3년전부터 난조를 보여 팬들을 실망시켰고 결국 00∼01시즌을 앞두고 현대로 트레이드 됐다. 이적 이후에도 한동안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해 코트 주변에서는 “정재근의 농구는 탄력으로 하는 것이다.현대가 체력 저하로 이미 탄력이 죽은 정재근을 왜 데려왔는지 모르겠다”는 비아냥이 무성했다.하지만 정재근은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체력을 다지면서‘부활’을 준비했고 마침내 2라운드 막판부터 서서히 위력을 되찾기시작했다. 특히 지난달 21일 LG전에서 올시즌 자신의 한경기 최다인 31점을 몰아 넣어 재기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데 이어 10일 ‘친정팀’ SBS와의경기에서는 옛 기량을 거의 재현해 최근의 선전이 일과성이 아님을확실히 보여줬다.3점슛 3개를 던져 모두 적중시키며 28점을 넣고 8리바운드 4어시스트 4가로채기를 곁들였다.속공도 3차례나 성공시켰다. 그러나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이날 그가 보여준 몸 놀림과 탄력이전성기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 정재근의 화려한 재도약은 한때 8위까지 곤두박질 친 현대가 공동 3위(15승11패)까지 치고 올라오는데 결정적인 지렛대가 됐다.전문가들은 “정재근이 오랜 슬럼프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 같다”며 “팬들에게는 볼거리가 하나 더 는 셈”이라고 그의 부활을 반겼다. 오병남기자 obnbkt@
  • 張來燦 前국장은 누구

    비리 속죄를 목숨을 끊은 것으로 대신한 금융감독원 장래찬(張來燦) 전 비은행검사1국장은 이번 동방금고 사건에서 한국디지탈라인 정현준사장과 이경자(李京子)씨의 집중 로비를 받은 인물로 지목돼 왔다. 장국장은 지난 23일 잠적한 뒤 평창정보통신 사설펀드에 3억5,000만원을 차명으로 가입했다가 손해를 보자 원금을 돌려받은 사실을 시인한 바 있다.그동안 금감원에 전화를 걸어 출두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오기도 했다. 그는 중앙대 출신으로 86년 재경부 주사에서 금고와 종금사 감독·검사기관인 신용관리기금 국장으로 옮긴 뒤 금고 업무에 관여해왔다. 통합 금감원 금고경영지도관리국장과 비은행검사1국장으로 재직하며금고 퇴출을 주도했다.강력한 추진력으로 50∼60개 부실금고를 퇴출시켜 업계에선 ‘저승사자’로 통했다. 금고업계에서의 평판은 그다지 좋은 편이 못됐다.20여년동안 금고감독업무를 해온 전문가로 금고의 약점을 정확히 파악,경영자들을 압박했다고 한다. 부동산 투자로 재산을 모아 금감원 간부 중에서 ‘재력가’로 알려져 치부 과정에 의혹의 눈길을 받기도 했다.장국장은 이근영(李瑾榮)위원장이 취임한 직후 보직에서 해임돼 금융연수원에서 연수를 받고있었다. 박현갑기자
  • 금감원 축소·은폐 의혹

    금융감독원이 인천 대신금고의 불법대출비리 사건을 작년말 적발하고도 쉬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관련기업 당사자들에 대한 조치가 형식적으로 이뤄져사건이 더욱 확대됐으며,금감원 직원들의 수뢰혐의를 포착하고도 한달 이상 방치,사건을 축소 내지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정현준 지난해에도 불법대출 받았다=금감원은 지난해 12월 인천 대신금고(당시 상호는 신신금고)에 대한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 점검에서 정씨와 이경자(李京子)씨 등의 출자자 불법대출을확인했다. 정씨는 지난해 8월에서 11월까지 5차례에 걸쳐 제3자 명의로 37억6,000만원을,이씨는 그해 9월에서 11월까지 11억여원을 같은 방식으로불법대출받았다.또 동일인 여신한도 초과대출까지 포함하면 모두 62억7,600여만원의 부당대출을 해준 사실도 적발됐다.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시 금고의 실질 자기자본은 35억2,00만원으로 자기자본을 훨씬넘는 불법대출이 이뤄진 만큼 퇴출사유에 해당된다.그러나 금감원은대표자와 감사에 대한 면직처분만 내리고 영업정지 조치조차 취하지않아 금고업계에서는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로부터 한달후 전무이사의 징계수위가 면직에서 정직으로 낮춰졌다.당사자들이 모두 면직처분을 받게 되면 회사를 꾸려나갈 사람이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신신’을 ‘대신’으로 간판만 바꿔달고 정직처분을 받은 이수원 당시 전무이사가 사장으로 승진했다.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일이 금감원의 묵인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당시 금고측이 금감원담당 임·직원들을 상대로 엄청난 로비를 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영정상화=요구받고도 불법대출 자행 대신은 지난 9월초 BIS 부분 검사에서 금감원으로부터 11월말까지 경영을 정상화시킬 것을 요구받았다.BIS 자기자본비율이 금고측이 신고한 7.74%에 훨씬 못미치는1.58%로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대신측은 증자 등의 내용을 담은 경영정상화계획을 냈으나 금감원의 현장점검 이후인 9월 18∼22일 사이에 버젓이 9억원을정씨에게 불법대출해줬다.이는 금융당국의 감독이 ‘감시’가 아니라‘부실기관 보호 내지 묵인’ 위주로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신의 불법대출자금으로 동방 설립=지난해 10월 정씨는 대신으로부터 대출받은 자금 가운데 일부인 10억원을 동방인수에 투입했다.또다른 사(私)금고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금감원이 대주주 정씨의 불법대출 흐름을 꿰뚫고 있는 상황에서 동방의 BIS 비율(지난 6월말 현재 18.65%)이 높다는 이유로 동방에 대한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금감원의 무사안일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준다. 박현갑기자 eagleduo@. *수뢰혐의 張來燦 前국장. 장래찬(張來燦·52)전 금감원 비은행검사1국장은 서울 대신고, 중앙대 출신으로 지난 86년 당시 재경부 주사에서 금고·종금사 등의 감독·검사기관인 신용관리기금 국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총무국장·관리국장을 거치면서 금고업무에 관여해와 ‘금고 전문가’로 통한다. 이 때문에 장국장은 지난 99년 통합금융감독원 출범 후에도 금고 경영지도관리국장(99년 1월∼6월),비은행검사1국장(99년 7월∼2000년 3월) 등으로 금고 퇴출 등 구조조정을 주도했다.이 과정에서 강력한추진력으로 50∼60개 부실 금고를 퇴출시켜 업계에서는 ‘저승사자’로 통한다.이 과정에서 금고업계의 장국장에 대한 로비가 ‘불꽃’을튀겼고 동방금고와의 인연도 이때 맺어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장국장이 금고 구조조정의 칼자루를 휘두르며 잘나갈 때는 금고 사장·회장들이 줄줄이 장국장을 ‘모시겠다’고 나섰으나 이들에게 매우 엄격했다고 전했다.금감원 국장급 이상 간부중에서 ‘재력가’로 알려져 있다.장국장은 그러나 지난 3월 분쟁조정국장으로 자리를 옮겨 근무하다 현 이근영 위원장 취임 직후 있었던 9월 인사에서 보직해임돼 대기발령 상태다.그는 지난해 금감원 업무유공자로 표창을 받기도 했다.또 그는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조카사위이기도 하다. 박현갑기자 eagleduo@
  • ‘時間의 역사’로 재는 인류문명사

    시간이 존재한다는 것은 우리가 이 세상을 살고 있다는 증거이자,죽음을 향해 다가간다는 예고다.하지만 누구도 시간의 흐름을 바라보거나 잡을 수는없다.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시간은 경외의 대상이다. ‘시간박물관’(푸른숲)은 시간이란 창을 통해 바라본 인류문명사다.인류가시대와 문화권에 따라 시간을 어떻게 인식해 왔고,그러한 인식 차이가 달력과 시계,예술 과학 심리 철학 등 인간의 생활과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비교,분석했다.고대 이집트의 달력에서 갖가지 시계와 그림,최근의 우주 사진에 이르기까지 400여점의 유물과 작품 등 갖가지 시간의 흔적도 담겨있다. 영국 국립해양박물관과 왕립그리니치천문대가 뉴 밀레니엄 축하식에맞춰 원서(The story of time)를 펴냈고,움베르토 에코 교수(이탈리아 볼로냐대)를 비롯한 유럽,북미,오세아니아의 석학 24명이 각 분야별 필진으로 참여했다. 이 책은 시간의 창조와 측정,묘사,체험,종말 등 5장으로 구성됐다. 창조신화로 볼 때 기독교의 개념은 현재가 미래에 의존해 있는 반면 마오리족을 비롯한 원주민들에게는 현재가 과거와 나란히 존재했다.또 신을 인간세계와 분리하지 않는 문화권에서는 한 세상의 종말이 다음 세상의 시작이라는식의 고리와 같은 순환적인 인식이 우세하다.반면에 유대 ·기독·이슬람교에서는 시간을 화살처럼 끝이 있는 직선적 개념으로 파악한다.물론 죽은 뒤에도 선택받으면 영생을 누릴 것이라는 기대는 있다.종말이 오면 모든 것이끝난다고 믿은 것은 마야와 아즈텍 문명뿐이다. 인류는 시간을 측정하기 위해 해·물·모래시계와 진자·전자시계를 거쳐 원자시계까지 만들어냈다.현재 연구되고 있는 ‘이온 트랩’은 100억년에 1초의 오차밖에 나지 않는다.그러나 50억년 뒤면 태양의 소멸과 함께 지구도 종말을 맞는다.시계의 오차 1초를 수정할 기회가 안타깝게도 단 한번도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지구촌은 2000년 1월1일을 기해 세 번째 밀레니엄을 요란스럽게 맞이했다.그러나 두 번째 밀레니엄은 당연히 2000년 12월31일에 끝나야 한다.로마 신학자인 디오니시우스 엑시구스가 예수의 탄생에서 시작되는그레고리력을 생각해낸 6세기 당시에는 서양에 0이라는 개념이 없어서 서기 1년부터 시작했기때문이다.물론 디오니시우스가 그리스도의 생년을 제대로 계산했다면 1997년에 이미 끝나버렸겠지만.시간 측정이란 수수께끼는 그만큼 사람들을 허둥대게 만든다.다른 달력 상에는 이날이 특별한 의미가 없는 날이기도 하다.시간을 신격화하거나 의인화한 문화는 단 두 개뿐이다.지팡이와 복숭아를 들거나학이나 사슴에 올라탄 중국의 장수의 신 ‘수로’(壽老) 또는 ‘수성’(壽星)과,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시간의 신 크로노스(로마시대에는 사투르누스).크로노스는 중세 서구 회화에서 ‘시간 영감’으로 발전해 등에 날개가 돋아있고 손에는 낫과 모래시계를 든 저승사자 노인으로 표현됐다.바니타스(덧없음)의 회화적 형상은 15세기에 처음 등장한 이래 16∼17세기에 절정을 이뤘다.해골이 상투적으로 등장했고,‘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주장이 강하게 나온 것도 이 무렵이다. 전문 번역가 김석희씨가 옮겼다.값 4만9,000원. 김주혁기자 jhkm@
  • [이색부서 이색공무원] 국립민속박물관 鄭鐘秀과장

    공무원중에는 특정분야의 전문가로 통하는 인물이 적지않다.국립민속박물관의 정종수(鄭鐘秀·45) 민속연구과장.‘죽음’,‘장례제도’가 그의 전공분야다. 78년 중앙대 사학과를 졸업한 그는 평범한 역사교사였다. 그러던 그에게 82년 민속박물관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비록 고용직이었지만 살아있는 역사를 공부할 수 있다는 생각에 스스럼없이 받아들였다.그리고 다시 한국사에 몰두했다. 도전정신이 강했던 것일까.대학원에서 정과장은 기록조차 희미한 ‘복장제(複葬制)’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 전남 완도군 청산도에서 발견한 초분(草墳)이 정과장에게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을 제공했다.시체를 바로 묻지않고 일정기간 지상에 두었다가 뼈만 추려매장하는 초분을 보며 정과장은 특이한 한국의 장례문화에 빠져들었다. “어렸을 때는 지나가는 상여만 봐도 도망갈 정도로 겁이 많았습니다.하지만 두려움을 극복할만큼 한국의 복장제는 신비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이후 정과장은 현장연구를 위해 이색적인 전통 장례를 찾아 전국을 헤맸다.상가(喪家)라고 해서 무턱대고 찾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 전통 장례문화가살아있는 지역 150여곳에 명함을 뿌렸다.물론 대상은 지역 장의사나 지관들이었다. 그의 생활 리듬은 장례식과 함께 돌아갔다.특이한 장례식이 있는 곳이면 만사 제쳐두고 달려갔다.‘상가집은 꼭 찾아간다’는 게 그의 생활철학의 하나가 됐다.상가집에 가보면 어떤 유형이든 장례문화에 대한 자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발로 뛰는 연구를 통해 문상객들에게 꼭 거마비(車馬費)를 쥐어주는 경상도종가집의 장례문화,부모의 시신을 묻지않고 3년동안 집안에 두는 고려풍습의 잔재,망자의 극락왕생을 위해 펼치는 씻김굿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때문에 정과장은 생김새와는 다른 별명을 갖게 됐다.‘저승사자’다.이런섬뜩한 별명도 정과장은 마냥 좋기만하다.열성적인 그의 노력을 알아주는 별명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93년 성철스님의 ‘다비식’도 그에게 잊을 수 없는 장례행사다. 울긋불긋화려한 만장에 아름다운 상여 등, 그가 느낀 장례식의 모습은 하나의 축제를연상시켰다고 한다. “장례식을 보면서 삶과 죽음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다”는 그는 사라져가는한국 전통의 장례문화를 기록으로 남길 계획이다.대규모 민속촌을 세워 잊혀져가는 장례문화를 복원하려는 희망도 갖고 있다. 최여경기자 kid@
  • 초등생용 주식게임CD 등장

    대전시내 일부 초등학교 주변에서 주식게임 CD가 등장,어린이들의 사행심조장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 7일 시내 초등생과 학부모들에 따르면 최근 D초등학교 등 주변의 문구점 등에서 주식투자를 통해 재산을 불려나가는 컴퓨터용 게임 CD를 판매중이다. 이 게임은 시작과 함께 1,000만원의 사이버 머니를 받아 2개월 20여일 동안 5명의 여자 도우미를 동원해 엑스포장과 비즈니스 거리 등지에서 투자를 위한 각종 정보를 수집한 뒤 1,000주 단위로 주식을 사고파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만일 이 기간에 재산을 1,300만원 이상으로 늘리지 못할 경우 저승사자에게 혼을 팔아 죽음을 맞게 된다. 이 CD의 유통을 놓고 초등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동심이 어른들의 상혼에 멍들고 있다며 걱정하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생 딸을 둔 박모씨(38·여)는 “어릴 때부터 돈의 가치를 낮게 보고 땀 흘리지 않고도 돈을 버는 쪽으로 관심을 갖게 된다면 아이들이커서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
  • [시베리아 대탐방](13)시베리아의 중심지 노보시비르스크

    시베리아의 중심지인 노보시비르스크.고려인(카레이스키)들은 이곳을 ‘제2의 고향’으로 부른다. 연해주에서 강제 이주당한 고려인들이 타고난 부지런함으로 간난(艱難)과 신산(辛酸)의 세월을 이겨내고 제법 여유있는 생활을할 수 있도록 삶의 터전을 닦아 놓은 덕분이다. 노보시비르스크의 중심가에위치한 한국 음식점 오아시스는 고려인들의 사랑방 구실을 한다.이곳에 들어가면 건설업체 KPP를 경영하고 있는 김우광(金佑光) 사장(66) 등 고려인 1∼3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정봉용 고려인 문화관장(53)은 “강제 이주당한 고려인 1세대들은 기후와토양이 다른 이곳에 적응하기까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어려운 삶을 살았다”며 “그러나 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아 현재 시베리아 지역에 살고 있는대부분의 고려인들은 러시아인들보다 여유있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노보시비르스크에 정착하기까지 고려인들의 강제 이주사는 말 그대로 생존을 위한 죽음과의 처절한 싸움이었다.구한말(舊韓末) 오직 살아남겠다는 일념으로 연해주로,1937년 스탈린의 추방정책으로 다시 연해주에서 시베리아,중앙아시아로 쫓겨났던 고려인들의 유랑은 지난 1863년부터 시작됐다. 피폐한 한반도에서 굶주림을 못이겨 두만강을 건너 러시아 연해주로 간 초기 고려인들은 순탄하게 삶의 터전을 마련했다.1919년 3·1운동 후 월경자가급격히 늘어나자 옛 소련 당국이 국경을 봉쇄했다. 당시에는 연해주 18만여명의 고려인들은 그리 넉넉한 생활을 영위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런대로 만족하며 오순도순 모여 살고 있었다. 이들이 삶의 터전을 잡자마자 불행하게도 비극이 찾아왔다.스탈린이 연해주고려인들을 시베리아 등으로 강제 이주시킨 것은 1937년 9월9일. 1937년 8월21일 공산당 중앙위 서기 스탈린과 인민위원장 몰로토프가 서명한 ‘극비 문서 1428326’에서 비롯된 강제 이주의 표면적인 이유는 ‘일본과의 공모,또는 스파이 혐의’였다.그러나 실제로는 스탈린이 자행한 소수민족 말살정책의 하나였을 따름이다. 연해주 지방에 거주하고 있던 고려인들은 이날 느닷없이 날아든 소련당국의통지에 따라 블라디보스토크역으로하나둘 모여들었다.일부 가재도구만 챙긴이들은 영문도 모른채 시베리아 열차속에 짐짝처럼 부려졌다.하루 아침에 삶의 터전을 빼앗긴 고려인들의 앞날에는 척박한 시베리아의 황무지가 저승사자처럼 기다리고 있었다. “37년은 우리들에게 모든 것을 앗아가 버린 해였습니다.할아버지는 19세기말 연해주에서 교사로 재직중이었습니다.그러나 일본말을 한다는 이유로 할아버지는 어디론가 끌려가고 영영 돌아오지 않았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종적도 모르는 곳으로 강제 이주당했습니다” 고려인 1세인 이학로씨(가명·77)가 털어놓은 비극적인 삶의 고백이다.고려인들은 밀폐된 화물 열차에 태워져 3개월동안의 ‘죽음의 여정’을 거쳐 시베리아의 노보시비르스크,중앙아시아의 타슈켄트와 알마타 등으로 옮겨졌다. 강제이주 과정에서 추위와 굶주림으로 노약자와 어린이 등 이주민들의 20%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노보시비르스크의 교회에 병든 몸을 의탁하고 있는 김 나제즈다씨(70·여)는 “영하 60도 가까이 내려가는 혹독한 겨울이 고려인들이 모여사는 야쿠트공화국에 몰려와 엄청난 추위와 참을 수 없는 굶주림,전염병으로 어린아이들이 죽어나갔다”며 “카마 마루스카(경찰차)가 돌며 도망치는 사람들을 잡아들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어느새 김씨의 눈가에는 눈물이 고였다. 기후와 토양이 다른 데다 밥이 아닌 빵으로 연명하다 보니 많은 고려인들이영양실조에 걸렸고 위장병과 간장병에 시달렸다.그러나 약도 없었고 치료도제대로 받지 못했다. 김씨는 당시 가장 슬픈 기억중 하나가 쓰레기통을 뒤져버려진 감자껍질을 찾아 씹어 먹던 일이라며 그때 제대로 먹지 못해 생긴 병으로 지금까지 고생하며 거동이 불편하다고 전한다. 비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세계 2차대전이 한창이던 어느 해에는 고려인들이 수확한 쌀 전량을 옛 소련 당국이 빼앗아 군대로 보내버린 일도 있었다.한번 잘 살아보려던 고려인들의 열망과 의욕은 또 한번 산산이 깨져버린 것이다. 고려인들은 이같은 극한적인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았다.영하 40도를 오르내리는 시베리아의 황무지를 개간해 벼농사를 짓고 각종 채소를 재배해 옛소련 당국을 놀라게 했다.고려인들은 특유의 부지런함과 높은 교육열로 거주제한 등 수많은 장애물을 넘어 시베리아를 옥토로 바꿔 생활의 터전을 마련했다. 하지만 당시 강제 이주를 체험한 고려인들에게는 아직도 그날이 가져다준생채기가 좀처럼 아물지 않고 있다.생존자들 대부분은 이제 60대 후반이나 70대의 고령자들로 노보시비르스크에서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가슴속에는 아직도 그때의 생채기가 자리잡고 있어 이들에게는 진정한 고향도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고려인들은 당시 이주가 불법이었다며 러시아 정부에 ‘고려인들의 명예회복’을 호소하고 있다.이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되찾아 마음 편하게살고 싶어하는 것이다. 노보시비르스크(러시아) 김규환 특파원 khkim@. *강제이주 金나제즈다씨. “조국 한국의 품에 안겨 마음 편하게 남은 삶을 살아보는 게 나의 조그마한 소원입니다” 삶과 죽음 사이를 오고 간 1930년대 고려인들의 강제이주 역사를 대변하는산증인 김 나제즈다씨(70·여)는 한국으로 돌아가는 조그마한 소원을 이루기위해 이름도 ‘나제즈다(소망이라는 뜻의 러시아어)’로 지었다. 김씨가 옛 소련 스탈린의 추방정책에 따라 강제 이주당해 시베리아로 떠돈60여년의 유랑생활은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처절한 투쟁의 역사이다.러시아극동 우수리스크 인근 수후사에서 부모형제들과 행복하게 살고 있던 1937년정치·사상범으로 몰려 아버지와 어머니,남동생과 함께 가장 추운 야쿠트공화국으로 강제 이주당했다. “당시 그곳에는 강제 이주돼온 고려인 100가구가 있었어요.그때 아무런 이유없이 아버지는 형무소로 끌려갔습니다.아버지는 형무소에서 얻은 지병으로 37년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우리들에게 먹을 것을 구해주기 위해 집을 나선뒤 영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그때 나이가 겨우 8살이었어요.나의 기억으로아버지 친구들은 당시 모두 총살당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언니도 이때 영양실조로 사망했습니다” 고아가 된 김씨는 남동생과 함께 지금의 야쿠트공화국내 ‘알단고아원’에맡겨졌다.“아버지와 어머니가 누구인지 잘 기억할 수 없어요.나중에 들은얘기로는아버지가 독립군이었다는 말은 들었습니다” 김씨의 고아원 생활은 순탄했다.어려운 환경속에서도 공부를 제법 잘하고모든 일에 앞장서 고아원 일을 도와줘 고아원 안에서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이 덕분에 고아원 원장의 도움으로 마가단 광산전문대학에도 진학하게 됐다. 광산전문대학을 졸업한 그녀는 59년 마가단에서 만난 러시아인과 결혼해 남편의 고향인 노보시비르스크에 정착,두명의 아들을 낳으면서 행복한 삶을 누렸다. 하지만 달콤한 결혼생활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첫째 아들을 여의는 아픔을 겪었던 까닭이다.76년에는 남편과 사별하면서 생활마저 궁핍해졌다.엎친데 덮친 격으로 어릴 때의 고아원 시절 제대로 먹지 못한 탓에 나이가 들어영양결핍 증세를 보이며 시력이 약화돼 지금은 실명 상태나 다름없다. “국가에서 연금으로 20달러를 받아요.도저히 생활할 수가 없습니다”그동안 지난(至難)한 칠십 평생을 살아온 그녀는 아직도 강제이주의 족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외로운 마지막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노보시비르스크 김규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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