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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론] 선순환 경제의 첫 출발은 고용구조 개선부터/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시론] 선순환 경제의 첫 출발은 고용구조 개선부터/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우리 경제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고용을 늘리는 것이다. 일자리가 늘어나야 서민 생활이 안정되고 경기도 살아날 수 있어서다. 청년들은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고 설사 일자리를 구하더라도 공공부문에 있지 않으면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에 조기 퇴직해야 한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대기업 임원의 평균 퇴직 연령은 53세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80세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25년 학교를 다닌 후 25년 일하고, 그 후 30년을 소득 없이 쉬어야 한다는 얘기다. 조기 퇴직은 연금이 없는 경우 더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킨다. 우리나라에서 충분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직종은 공무원, 군인, 교사밖에 없다. 나머지 직종에 있는 사람들은 연금과 복지 체제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저성장과 고령화 시대를 맞고 있다. 소득 없이 조기 퇴직을 하면 결국 가계부채가 늘어나든지 혹은 복지 수요가 증가하는 수밖에 없다. 특히 연금이 없는 국민 대부분은 모두가 잠재적인 복지 수요자가 된다. 미래가 불안해지면 소비가 줄면서 일본처럼 장기 침체 국면으로 들어갈 수 있다. 유럽 선진국은 이런 문제들을 인식하고 이미 고성장 시기에 연금과 복지체제를 구축해 놓았다. 비록 저성장으로 들어가도 복지지출 때문에 큰 문제에 봉착하지 않도록 미리 둑을 쌓아 놓은 셈이다. 그러나 우리처럼 고령화와 저성장이 함께 오는데 연금 체제를 구축해 놓지 않으면 가계부채가 늘어나거나 혹은 복지수요 폭발로 재정적자가 확대된다. 가계부채와 재정적자를 줄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늘어나는 복지 지출을 보전하기 위해 증세를 꼭 해야만 하는 걸까. 물론 경기만 안정되면 세수를 늘리기 위해 증세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증세만으로 앞으로 폭발할 복지수요와 복지지출을 감당해 낼 수는 없다. 해법은 복지수요를 줄이는 것이다. 복지수요를 줄이자면 먼저 고용구조를 개선해 조기 퇴직을 막아야 한다. 정부는 조기 퇴직을 막고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년을 연장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는 58세 이상으로 정년을 보장받고 연금도 있는 공공부문 종사자나 공무원에게만 이득이 되는 제도이지 민간 기업에 일하는 근로자에게는 실제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 민간 기업에서 조기 퇴직을 막는 방법은 지금의 임금과 고용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다. 취업 기간 동안에만 조금 많이 받고 40대 중반부터 조기 퇴직을 시작하는 잘못된 고용구조를 선진국처럼 생산성에 따른 임금 구조와 평생 직장 개념으로 바꿔야 하는 것이다. 연금 체제도 신속히 구축해야 한다. 우리는 국민연금액이 충분치 않아 국민연금만으로 노후 생계를 보장받기는 부족하다. 정부는 젊은 세대부터 국민연금을 보완하는 민간연금에 가입하도록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퇴직연금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충분한 연금소득이 있으면 복지수요를 줄여 저소득층이나 병약자들의 복지를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지수요를 줄이는 또 다른 해법은 경제를 활성화시켜 일자리를 만들어 취업하기 쉽게 만드는 것이다. 일자리가 있으면 소득이 생기면서 복지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 고용구조를 바꾸는 것과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모두 임금 구조와 연관이 있다. 임금이 생산성보다 과도하게 높으면 기업은 조기에 퇴직시키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고용을 줄인다. 임금이 높은 것은 생활물가와도 연관이 있다. 전세 가격이 높고 교육비, 의료비, 식품가격 등 생활 물가가 높으면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가 거세지고 기업은 임금을 올리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주택 가격이나 전세 가격을 안정시키고 생활 물가를 낮게 해 임금을 안정시킬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또 노조는 과도한 임금 인상을 억제해 조기 퇴직하는 고용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우리 경제는 임금이 안정되고 고용이 늘면서 노동자와 기업 모두 승자가 될 수 있다. 복지수요도 줄어 재정도 안정되는 선순환 경제로 들어가 재도약할 수 있다.
  • 1089조원 가계빚 ‘화약고’… 2%대 전환대출로 안심할 수 있을까

    1089조원 가계빚 ‘화약고’… 2%대 전환대출로 안심할 수 있을까

    가계빚이 1년 전보다 67조 6000억원(6.6%) 늘어난 1089조원을 기록했다. 올해 추계인구가 5062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국민 한 사람당 2150만원의 빚을 진 셈이다. 정부는 가계빚 불안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2%대의 장기 고정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안심전환대출’을 다음달 24일 출시한다. ●국민 한 사람당 2150만원 빚진 셈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14년 4분기 중 가계신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089조원이다. 가계신용은 가계빚 수준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통계다. 금융권 가계대출은 물론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 보험사·대부업체 대출 등을 포함한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가계부채가 29조 8000억원 늘어 증가액이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계빚 증가세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주도했다.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와 두 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대출이 증가한 것이다. 1년 새 늘어난 은행권 가계대출 38조 5000억원 가운데 95.3%(36조 7000억원)가 주택담보대출이었다. 미국의 금리 인상 등이 현실화되면 생계를 위해 집을 잡히고 은행에서 빚을 낸 많은 저소득층의 경우 이자 부담 직격탄을 맞게 된다. ●금리 2.8~2.9%… 새달 24일 출시 다음달 24일 출시되는 안심전환대출은 기존 단기·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시중 금리보다 낮은 2.8~2.9%의 장기·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타게 하는 상품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금리는 다소 변동이 있을 수 있다. 집값이 9억원을 넘지 않고 대출금이 5억원을 넘지 않으면 신청할 수 있다. 내년부터는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출연요율을 낮춰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평균 0.09% 포인트 끌어내릴 방침이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학폭 아픔 씻은 희망음자리표

    학폭 아픔 씻은 희망음자리표

    “기타, 드럼을 한참 치다 보면 누군가를 미워하던 마음이 저도 모르게 풀려 버립니다. 이게 음악의 힘일까요?” 26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JY실용음악학원. 기타로 ‘아침이슬’을 연주하던 정하늘(14·숭문중 2)군은 “양희은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를 기막히게 연주해 보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겉보기에는 여느 또래와 다름없이 밝은 모습이지만, 정군은 학교 폭력의 피해 당사자이다. 지난해 7월부터 학교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했다. 가해 학생은 (부모님이 멀쩡히 계신 정군에게)‘너 엄마, 아빠 안 계시지?’라며 툭툭 치고, 시비를 걸기 일쑤였다. 급기야 9월에는 교실에 앉아 있던 정군의 가슴팍을 세게 때렸다. 정군은 결국 117 학교폭력신고센터에 손을 내밀었다. 가해 학생은 정군이 선처를 호소해 간신히 징계를 면했다. 사건 처리과정을 지켜본 서울 마포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SPO) 송준한 경위는 정군에게 기타를 쥐어 줬다. 군악대 출신으로 1994년 경찰 입직 전까지 10년간 밴드 활동을 했던 송 경위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음악의 힘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 마포경찰서는 지난해 11월 JY실용음악학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올해부터 불우 학생들을 대상으로 무료 음악레슨을 하는 ‘심통이’(마음이 통하는 사람들)란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었다. 정군은 그렇게 ‘심통이’의 첫 단원이 됐다. 송 경위는 정군을 비롯해 관내 중·고교생 16명을 각 학교나 지역아동센터 추천을 받아 모집했다. 기타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한 정군은 “스트레스도 풀리고, ‘나도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정군과 함께 ‘심통이’ 단원으로 드럼 레슨을 받는 박병훈(가명·18·고3)군은 필리핀 출신 어머니를 둔 다문화 가정 자녀다. 박군은 “남들과 다른 외모 탓에 중2 때까지 학교에서 엄청 괴롭힘을 당했다”며 “당한 만큼 돌려줘야 된다고 생각해 친구들을 향해 물건을 집어던지는 일이 잦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요즘에는 괴롭힘을 당하진 않지만 드럼을 칠 때마다 뭔가 가슴속 응어리졌던 감정들이 날아가는 기분”이라고 덧붙였다. 매주 한두 번씩 기타나 드럼, 피아노, 보컬 등을 가르치는 ‘심통이’ 수업은 실용음악학원 소속 교사 5명의 ‘재능기부’로 진행된다. 정군과 박군은 다음달이면 ‘서울청소년음악봉사단’의 일원이 된다. 이 실용음악학원 학생들과 졸업생, 교사들로 꾸려진 봉사단은 지난해 2월부터 마포노인복지센터와 마포종합사회복지관 등을 정기 방문해 소외받은 이웃들에게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원장 박제연(45·여)씨는 “저소득·다문화 가정 자녀나 가슴속 응어리를 풀 곳이 필요한 학교폭력 피해 학생들에게 음악과 봉사활동을 통해 ‘나 혼자만 버려진 게 아니구나’란 걸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seoul.co.kr
  • 서울시교육청 9급 일반직 203명 신규 채용

    서울시교육청 9급 일반직 203명 신규 채용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일반직 공무원 203명을 신규 채용한다고 25일 밝혔다. 채용 인원은 9급 행정직군 180명, 기술직군 23명이다. 193명을 선발한 지난해보다 채용 규모가 10명 늘었다. 서울교육청은 우수한 기능 인재의 공직 조기 입문을 위해 기술직군(공업·시설) 공무원 선발 예정인원의 50%를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졸업(예정)자 중에서 뽑기로 했다. 소외 계층의 공직진출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장애인은 총 선발 예정인원의 7%(15명) 이상, 한부모 가족 보호대상자를 포함한 저소득층은 2%(5명) 이상 구분 모집한다. 원서접수는 5월 18~22일 인터넷을 통해 받고 필기시험은 6월 27일 17개 시·도교육청이 동시에 시행한다. 17개 시·도 교육청이 공동출제하되 교육행정직 시험 과목에 한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출제를 위탁할 예정이다. 필기시험 합격자에 대해서는 인·적성 검사와 면접시험을 시행하고, 최종 합격자는 10월 30일 발표한다. 상세 내용은 서울교육청 홈페이지(sen.go.kr)에서 확인하면 된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포스코 1% 나눔재단의 결실

    포스코 임직원들이 급여 1% 기부를 통해 만든 포스코 1%나눔재단은 24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친친 무지개 프로젝트 우수사례 발표회’를 열었다. 친친 무지개 프로젝트는 포스코 1%나눔재단이 지원하고 여성가족부 산하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이 운영 중인 맞춤형 교육비 지원 사업이다. 저소득층 다문화가정 자녀나 탈북 청소년 등이 자신의 진로를 개척하고, 안정적으로 우리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을 한다. 포스코 1%나눔재단은 지난해 4월부터 다문화 및 탈북 청소년 54명의 교육비를 지원했다. 청소년들이 각자의 상황에 맞게 대입교육, 어학, 미술, 성악, 제빵, 유도, 메이크업 등 희망 교육 분야를 정하면 재단이 1년간 최대 300만원까지 맞춤형 교육비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2013년 11월 설립된 포스코 1%나눔재단은 소외계층 지원 외에도 해외 지역사회 역량 강화, 문화유산 보존 계승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한편 친친 무지개 프로젝트는 향후 1년간 지원 대상 청소년을 신규 모집한다. 자세한 내용은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 홈페이지(www.rainbowyouth.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아산재단, 학생 1754명에게 장학금 50억원 전달

    아산재단, 학생 1754명에게 장학금 50억원 전달

     아산사회복지재단(이사장 정몽준·사진)은26일 아산생명과학연구원 강당에서 장학증서 수여식을 갖고 모두 1754명의 학생들에게 50억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이로써 1977년 설립된 아산재단의 장학금 수혜 학생은 모두 2만 7771명으로 늘어났으며, 장학금 총액도 508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날 장학증서 수여식에서는 ‘성적 우수 장학생’ 335명을 비롯해 ‘재능나눔 장학생’ 137명, 장애를 딛고 학업에 정진하는 학생들을 위한 ‘다솜 장학생’ 30명 등 620명에게 대학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는 장학증서를 전달했다.  군인·경찰·소방·해양경찰의 대학생 자녀 230명에게도 ‘MIU 장학금’이 전달됐으며, 중국 연변대와 연변과학기술대학생 50명, 국내에서 대학원에 재학 중인 저개발국 외국인 유학생 10명에게도 장학금이 지원됐다.  또 고등학생 344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했으며, 방과 후 지역공부방에서 생활하는 저소득 가정의 고등학생 자녀 500명에게는 ‘e-learning 교육비’도 전달했다.  한편, 아산재단은 이날 정기 이사회를 열어 김종인 전 보건사회부장관과 최재성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새 이사로 선임했다.  김종인 신임 이사는 1977년 국내에 의료보험제도를 도입, 정착시키는 데 공헌해 우리나라 사회보장제도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최재성 교수는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장을 역임하는 등 국내 사회복지 분야의 전문가로 꼽히고 있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박근혜정부 3년차 (하)경제·교육·문화 분야] ‘불황형 흑자’ 더 심화… 지표와 따로 노는 체감경기 회복 급선무

    [박근혜정부 3년차 (하)경제·교육·문화 분야] ‘불황형 흑자’ 더 심화… 지표와 따로 노는 체감경기 회복 급선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성과가 미진한 분야로 경제를 꼽는 이가 적지 않다.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내수 침체는 더 심각해지고 국가 재정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자랑할 만한 거시경제지표들이 꽤 있지만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 경기는 바닥 수준이다. 정부조차 올해가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할 정도이니 지난 2년은 성과보다 과제가 많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24일 “2년간 성장은 쪼그라들고 물가는 기어가고, 그래서 ‘불황형 흑자’ 규모만 더 커지고 있다”면서 “잠재성장률 하락을 감안하더라도 박근혜 정부의 경제 성적표는 낙제점을 겨우 면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경제지표와 따로 노는 체감 경기를 회복시키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국회의원들이 전하는 설 민심에서도 경기 활성화가 단연 첫 번째였다.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시장의 거의 모든 점포들은 한결같이 ‘지난해 설보다 더 못하다’며 밝은 표정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체감 경기의 ‘바로미터’인 자영업자 수는 내수 침체로 외환위기 수준까지 떨어졌다. 통계청의 ‘1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자영업자 수는 539만명으로 줄었다. 1999년 570만명이었던 자영업자 수는 2002년 619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내리막길이다. 가계도 지갑을 닫았다. 지난해 가구당 평균 소비 성향은 72.9%로 전년 대비 0.4% 포인트 떨어졌다. 2003년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낮다.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여윳돈 100만원 가운데 72만 9000원만 썼다는 얘기다. 씀씀이를 이렇게 줄이니 체감 경기가 나빠질 수밖에 없다. 또 일자리가 늘었다고 하지만 대졸자 실업률도 심각하다. 지난해 청년(15~29세) 실업률은 9.0%였다. 전문가들은 내수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가계소득 증대와 소득 불균형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한영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지출을 늘리는 확장적 재정정책 등으로 (경제) 활성화를 시킬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면서 “국민 주머니 사정을 획기적으로 나아지게 하는 극약 처방까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가계 가처분소득을 늘리는 게 핵심”이라면서 “재정정책은 약발이 다 떨어졌고, 결국 통화정책을 완화하면서 고소득층 소득이 저소득층으로 옮겨 갈 수 있는 정책을 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최저임금을 올려야 하고 소득세에 좀 더 누진적인 성격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런 세제 정책을 통해 가계의 가처분소득 불균형을 완화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도 전면 재점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여당에서도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증세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여전히 증세에 부정적이어서 임기 말까지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성 교수는 “증세 없는 복지는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지금과 같은 경기 침체 상황에서는 ‘세수 펑크’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도 “사회적 합의를 거쳐 필요한 복지가 있다면 거기에 맞춰 세입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고용률 70% 달성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고용률(15∼64세)은 65%대에 진입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일자리의 질을 따지면 아쉬운 점도 적지 않지만 지난해 53만개 신규 일자리가 생긴 데는 정부 정책의 힘이 컸다고 분석된다. 이 실장은 “양적으로 일자리가 많이 늘었다”면서 “다만 일자리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2중 구조와 비정규직 차별을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경제 영토를 확장한 것도 성과로 꼽을 만하다. 지난해 중국을 비롯해 베트남, 뉴질랜드와 FTA를 체결했다. 2002년 칠레를 시작으로 체결된 FTA 대상 국가는 53개국으로 늘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KYWA, 취약계층 청소년 위한 무료캠프 참가단체 모집

    KYWA, 취약계층 청소년 위한 무료캠프 참가단체 모집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KYWA, 이사장 김선동)은 취약계층 청소년들이 다양한 체험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3월부터 10월까지 ‘2015년도 둥근세상만들기캠프’를 연다. 이를 위해 25일부터 3월 11일까지 참가 기관 및 학교를 모집한다.  ‘둥근세상만들기캠프’는 9~24세 저소득가정·이주배경·장애·농산어촌 등의 청소년 및 청소년가족을 대상으로 2000년도부터 매년 개최되는 무료 캠프다.  이번 캠프는 오는 3월부터 10월까지 천안, 평창, 고흥, 김제, 영덕 등 전국 5개 국립청소년수련원(체험센터)에서 1박 2일 또는 2박 3일 일정으로 총 38회에 걸쳐 진행된다.  특히 국립청소년수련원(체험센터)별로 특화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은 문화·역사, 국립평창청소년수련원은 아웃도어·자연, 국립고흥청소년우주체험센터는 천문·우주, 국립김제청소년농업생명체험센터는 농생명과학, 국립영덕청소년해양환경체험센터는 해양환경 등 특성화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참가를 원하는 기관, 단체 및 학교는 오는 25일부터 3월 11일까지 KYWA 홈페이지(www.kywa.or.kr)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선정 결과는 3월 20일 진흥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선동 KYWA 이사장은 “청소년활동 중추기관으로서 공공성을 실현하고자 이번 캠프를 마련했다”면서 “취약계층 청소년들이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긍정적인 자아정체감을 형성하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주혁 선임기자 happyhome@seoul.co.kr
  • 불법광고물 가져오면 보상금

    불법광고물 가져오면 보상금

    지역 노인들이 불법광고를 뿌리 뽑는 데 팔을 걷어붙였다. 강서구는 다음달부터 지역 노인들을 대상으로 ‘어르신 불법유동광고물 수거보상제’를 추진한다고 23일 밝혔다. 지하철역 주변이나 주택가 등에 불법적으로 배포되는 광고물을 수거하는 노인들에게 소정의 수고비를 지급, 노인 일자리 창출과 도시환경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이번 사업을 도입했다. 구는 이를 위해 지난달 동별로 두세 명씩 저소득층 노인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모두 60명에 달하는 ‘어르신 불법광고물 수거반’을 구성했다. 오는 11월까지의 활동 실적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한다. 장마철인 7월은 제외다. 보상 가능한 광고물은 주택가, 도로변의 신호등·전신주 등에 부착된 불법 벽보, 전단 등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과 도로변, 차량 등에 무단 배포된 전단도 보상 대상이다. 보상기준은 0.25㎡(가로 0.5m×세로 0.5m)를 기준으로 큰 벽보는 100원, 작은 벽보는 20원이다. 전단 형태의 불법광고물은 20원이며 해로운 전단은 50원을 지급한다. 단, 아파트나 단독주택 현관, 우체통에 투입된 광고지, 정당홍보물, 공공사업 참여자가 수거한 광고물 등은 제외다. 보상금은 수거 실적에 따라 지급되며 월 최대 10만원, 일 최대 5000원이 한도다. 구는 상습·고질적인 불법광고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하고 청소년 유해 광고물은 경찰에 고발 조치를 병행할 예정이다. 구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수거에 참여하면서 간접적인 계도 효과도 기대된다”면서 “꾸준한 단속과 정비 활동을 펼쳐 불법 광고물을 뿌리 뽑는 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헤어 디자이너·베이비시터… 중구, 일자리 8078개 만든다

    헤어 디자이너·베이비시터… 중구, 일자리 8078개 만든다

    중구는 올해 4개 분야 75개 사업에서 8078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2015년 일자리창출 종합계획’을 수립했다고 23일 밝혔다. 특히 청년층을 대상으로 맞춤형 교육을 통한 장기적 일자리 만들기에 중점을 뒀다. 분야별로는 지속 가능한 장기적인 민간 일자리(2870명), 맞춤형 교육을 통한 장기적 일자리(1343명),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공공일자리(3744명), 노·사·관 유기적인 네트워크 구축(140개 기업 121명) 등이다. 우선 미용뷰티산업 활성화에 따라 사단법인 한국미용직업교육협회와 연계해 전문인력을 키워 낸다. 한국의류업종살리기운동본부와 함께 동대문 패션산업에 맞는 패션 디자이너 및 모델리스트를 양성한다. 중구여성플라자는 베이비시터·산후도우미·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 과정, 바리스타 전문반 등을 운영해 경력 단절 여성의 취업과 창업을 지원한다. 유망 중소기업과 협력해 특성화고 고등학생 현장투어를 실시하는 한편 대기업과의 협력도 강화한다. 구는 지역 내 성동공고, 한양공고, 대경정보산업고, 경기여자상업고, 성동글로벌경영고, 리라아트고 등 6개 특성화고교생 200여명에게 유망 중소기업을 소개하고 일자리로 이어지게 한다는 계획이다. ㈜CJ가 후원하는 ‘청년드림 중구캠프’에서는 분기별 취업정보, 상담, 취업멘토링 등을 실시한다. 아울러 구는 ‘창업기업체 구민취업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호텔 등 창업기업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인·허가를 원스톱으로 처리하면서 주민을 우선 채용하도록 한다. 관광호텔 등 14곳과 협약을 체결해 400여개 일자리를 만들 예정이다. 이를 위해 중구여성플라자에 호텔객실관리사 과정을 운영하고 호텔들이 필요할 때마다 인력을 뽑을 수 있도록 한다. 이 외에도 구는 저소득층의 생활 안정을 위해 환경정비, 복지시설 도우미, 불법 주·정차 단속, 산모신생아도우미, 노숙인 순찰대, 쓰레기무단투기 단속, 여성안심귀가 스카우트 등 59개 사업에 3744명의 일자리를 제공한다. 최창식 구청장은 “청년층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민·관 협력으로 특화사업과 신규사업 분야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설익은 저가담배… 당정 또 엇박자

    정치권이 저가담배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나서자 ‘국민을 호구로 아는 포퓰리즘 정책’, ‘국민 건강을 위한 금연정책 포기’라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담뱃값 인상이 증세였음을 사실상 시인한 것’이라는 지적도 거세다. 여당의 설익은 정책 제안이 여론의 역풍을 맞은 데다 금연정책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도 “저가담배 도입은 곤란하다”고 반발하면서 당정이 또다시 엇박자를 내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22일 “저가담배와 관련해 (여당으로부터) 전달받은 사안이 없다”며 “연휴가 끝나면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저가담배 도입 논란은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지난 1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기존 담배보다 가격이 저렴한 저가담배를 검토해 볼 것을 당 정책위원회에 지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도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담뱃세 인상이 사실상 저소득층에 대한 추가 과세가 되고 있으므로 봉초담배(말아서 피우는 담배)에 한해 세금을 일부 감면하자”고 주장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유 원내대표는 이날 일부 언론과의 통화에서 “검토 차원에서 나온 얘기이며, 여론 추이를 지켜보면서 보완책을 검토한다 해도 내부적으로 할 일이지 당장 추진할 계획은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1월 국민 건강을 이유로 담뱃값을 2000원이나 올린 뒤 두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여당을 중심으로 노년층과 흡연자의 표를 의식해 섣부른 정책을 추진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금연구역 확대, 흡연 경고그림 설치 의무화 입법화 등 현재 추진 중인 정부의 금연정책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복지부는 금연을 독려하기 위해 오는 25일부터 금연보조제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담뱃갑에 흡연 경고그림 설치를 의무화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입법화되도록 국회를 설득하고 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등 시민단체도 “흡연자의 건강을 보호한다며 담뱃값을 올려놓고 저가담배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고 꼬집었다. “저소득층이나 노인들은 기존 담배보다 더 해로운 싸구려 담배를 피우라는 것이냐”는 등의 거센 질타도 쏟아진다. 설혹 저가담배가 보급된다고 해도 세금을 면제할 것인지, 필터 등 일부 재료를 빼고 단가를 낮춘 담배를 만들자는 것인지 등 구체적인 방안 제시 없이 여론을 떠보는 식의 논의로 흘러 혼란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사설] 담배 갖고 장난치는 정치권 한심하다

    설 연휴를 앞둔 지난 17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기존 담배보다 가격이 저렴한 저가(低價) 담배 도입을 검토해 보라고 당 정책위원회에 지시했다. 이에 뒤질세라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최고위원도 지난 19일 “담뱃값 인상이 사실상 저소득층에 대한 추가 과세가 되고 있어 봉초담배(말아 피우는 담배)에 한해 세금을 감면할 필요가 있다”고 동조했다. 담뱃값을 2000원 올린 건 올해 1월 1일부터다. 불과 한 달 반 남짓 만에 여야 수뇌부가 동시에 저가 담배를 내놓겠다는 발언을 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票)를 의식한 인기영합주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겨진다. 당초 정부와 여당이 담뱃값을 올린다고 했을 때 여론은 반대하는 쪽이 많았다. 사실상의 증세(增稅)이며 상대적으로 노인과 저소득층의 부담이 더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담뱃값 인상이 세수를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 건강을 위해서”라고 해명하면서 강행했다. “국민 건강을 위한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국민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삼척동자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도 담뱃값 인상에 반대하는 기류는 거의 없었다. 그랬던 여당과 야당이 저가 담배를 경쟁적으로 말하고 있다. 이제 와서 다시 저가 담배를 내놓겠다는 걸 보면 국민 건강 차원에서 담뱃값을 올렸다는 것은 거짓임을 인정하는 꼴이다. 여야 가리지 않고 정치인들이 국민들을 얼마나 우습게 보는지를 그대로 드러낸 셈이다. 이럴 거면 왜 담뱃값을 올렸느냐는 비판을 받는 게 당연하다. 저가 담배를 들고나온 게 국민들을 갖고 노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저가 담배가 필요한 측면도 없지는 않다. 담배는 대표적인 기호식품이다. 담배가 몸에 좋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담배를 피우는 애연가도 적지 않다. 소득 수준이 높지 않은 애연가를 위해 저가 담배를 보급할 필요도 있다. 소득 수준에 따라 다양한 가격대의 음식을 선택하듯이 다양한 가격대의 담배도 필요하다. 문제는 저가 담배는 일반 담배보다 독성 물질인 타르 함유량이 높고 원가를 낮추기 위해 저급한 담뱃잎을 써서 건강에 더 해로울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금 감면이나 면제를 통해 품질은 큰 차이가 없지만 싼 담배를 내놓으면 된다. 어려운 계층을 생각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진심이 있다면 기존 담배와 비교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저가 담배를 보급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貧&富] “막노동마저 없을 때 더 많아… 가난 대물림” “살 만한데도 아기 셋 뒀다고 보육료 주더라”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貧&富] “막노동마저 없을 때 더 많아… 가난 대물림” “살 만한데도 아기 셋 뒀다고 보육료 주더라”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를 취재하면서 만난 상위 1% 부유층과 하위 9.1% 절대빈곤층은 의외로 서로에 대한 관심이 적었다. 너무 다른 환경에서 생활하다 보니 만날 기회가 거의 없고, 그래서 서로를 마치 ‘딴 세상’에 사는 것처럼 인식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에 따라 서울신문은 상위 1%와 절대빈곤층의 만남을 주선했다. 이탈리아 명품 수입업체 ‘에트로’ 대표인 이충희(60)씨는 자수성가해 상위 1%로 도약한 사업가다. 그는 6·25 전쟁 직후 태어나 가난한 윤리 교사였던 아버지 밑에서 8남매가 자란 탓에 배를 주린 날이 많았다. 대학 졸업 후 특급호텔 면세점장을 거쳐 1993년 명품 수입업을 시작해 성공한 그는 장학재단을 설립했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아너소사이어티’(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에 가입하는 등 활발한 기부 활동을 벌이고 있다. 독신인 김동민(45)씨는 충남 서산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무작정 상경해 노숙과 쪽방 생활을 하며 구두닦이와 신문팔이 생활을 전전했다. 현재 서울의 한 매입임대빌라에서 살면서 한 달 수입이라고는 열흘 정도 공사장에서 일용직 노동을 해 버는 80만~90만원이 전부인 전형적 절대빈곤층이다. 두 사람이 지난 16일 서울신문사 회의실에서 김상연 특별기획팀장의 사회로 진행된 대담에서 공감과 이견 사이를 오가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사회자) 평소 빈부 격차 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김동민(이하 김) 없는 사람은 너무 없고 있는 사람은 차고 넘치는 현실이다. 나 같은 서민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소득으로 한 달을 버텨야 한다. 빈곤층은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해도 올라갈 가능성은 없고 현상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떨어지기만 하는 것 같다. -이충희(이하 이) 빈부 격차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있는 문제다. 특히 국민소득이 높아질수록 빈부 격차는 필연적으로 벌어진다. 결국 빈부 격차를 사회현상으로 받아들이고 노력을 통해 가난에서 벗어나는 수밖에 없다. 문제는 빈곤에서 탈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만약 노력을 통해 현 세대가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다음 세대라도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 줘야 한다. 나도 어릴 때 배급쌀을 받아 먹을 만큼 형편이 어려웠지만 교사였던 아버지가 대학 등록금을 내 주신 덕에 가난에서 벗어났다. -김 노력해서 돈을 벌고 적금도 넣고 재산을 불리면 좋다. 그런데 열심히 돈을 벌면 물가가 그만큼 올라버리니 돈을 모을 여유가 없다. 예를 들어 담뱃값만 보자. 이 대표님은 담배를 태우시나. -이 피우지 않는다. -김 나는 피운다. 담배는 서민의 기호식품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가격이 하루아침에 2500원이나 오르니 힘들다. 서민들은 “안 오르는 건 내 월급밖에 없다”고 한다. 조금씩 저금해서 돈을 모으면 물가가 그만큼 올라가 저축한 효과가 없어진다. -이 4000원 하는 커피값을 30년간 모아 복리이율을 적용하면 2억 1400만원이 된다. 4500원 하는 담뱃값을 모아도 마찬가지다. 나는 20여년 전 직장을 그만두고 통장에 있는 800만원으로 장사를 시작했다. 이후 최대한 돈을 안 쓰려고 노력했다. 출장 갈 때는 코펠을 갖고 다니며 라면을 끓여 먹고 중국집에 가도 백반 시켜 자차이(중국식 채소 반찬)와 함께 먹는 게 전부였다. 그렇게 10년을 안 쓰니까 돈이 모이더라. 버는 건 내 마음대로 안 될 수 있지만 쓰는 건 의지로 조절할 수 있다. -김 나도 ‘담뱃값을 모아 볼까’ 하는 생각을 안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몸 쓰는 노동을 하면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다. 공사장에서 힘들 때 담배 한 대 피우며 쉬는 게 유일한 낙이다. 막노동하고 오면 너무 힘드니까 저녁에 술 한잔 하게 되고 그러면 아침에 술이 깨지 않아 일을 나가지 못하기도 한다. 그래서 여태껏 모아 둔 돈이 없다. 노후를 생각하면 저축해야 하는데 저축하는 습관도 안 돼 있고 월세, 공과금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사교육비가 워낙 많이 들어 빈부의 대물림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인데. -이 사실이다. 예전에는 다들 어려웠다. 그래서 누구든 조금만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이제는 가정 형편이 전체적으로 좋아졌고 경쟁이 심해졌다. 있는 집에서는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해외연수를 보낸다고 하지 않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없는 사람이 부자 될 수 있는 방법은 여전히 교육밖에 없다. 공부하는 데 돈이 많이 들어가긴 하지만 독서와 어학 공부는 자기 노력으로 할 수 있다고 본다. 내 나이가 올해 환갑인데 요즘도 오전 5시 30분이면 일어나서 7시면 출근한다. 사무실 책상과 집, 차에 각각 돋보기를 두고 한 달에 책 2~3권씩은 읽는다. 독서는 내가 사회에서 버틸 수 있는 유일한 힘이다. 정부에서 복지를 강조한다고 해도 결국 밥 굶는 사람에게 밥 한 끼 주는 수준일 뿐이다. 결국 내가 부지런해야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다. -김 가난한 사람이 학력까지 떨어지면 가난에서 벗어나기가 아주 어렵다. 나처럼 배운 게 없으면 공사장에서 막일 하는 것 말고는 다른 할 일이 없다. 그마저도 꾸준히 일감이 있는 게 아니다. 겨울철에는 공사는 없는데 일하려는 사람은 많아서 일주일에 1~2일밖에 일하지 못한다. 한 달에 10번 일하면 많이 한 건데 수입은 80만원 정도밖에 안 된다. →빈곤층을 위한 복지 정책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나. -김 한참 부족하다. 최근 지적장애인 언니를 혼자 돌보며 어렵게 살던 20대 여성이 자살한 사건도 있지 않았나. 박근혜 정부가 서민 정책을 펴겠다고 했는데 담뱃값 올리는 것만 봐도 더 이상 못 믿겠다. 없는 사람은 없어서 세금을 못 낸다. 있는 사람이 조금 더 내서 없는 사람과 어울려 살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이 기본적으로 복지는 확충해야 한다. 문제는 재정이 어느 정도 받쳐 줄 수 있느냐다. 없는 사람에게 복지 혜택이 집중돼야지 모두에게 무상보육이나 무상급식을 하면 실제 필요한 사람의 몫은 줄어든다. 선별적 복지로 가야 한다. 내 딸이 아기가 3명인데 매달 국가에서 보육료를 받는다고 한다. 왜 우리 딸처럼 살 만한 사람에게까지 돈을 주는지 모르겠다. →가난한 사람을 두고 ‘게으르다’고 하거나 부자에게 ‘운이 좋다’고 하는 등 부정적 고정관념도 있는데. -김 ‘게으르니까 가난하다’는 생각은 편견이다. 이 대표님이 새벽 5시에 일어난다고 했는데 막노동하는 사람 중에도 새벽 2~3시에 일어나는 사람이 많다. 일감 구하러 새벽 인력시장에 나가거나 폐지를 주워야 하니까. 열심히 하면 대가가 따라와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서민은 계속 서민일 뿐이다. 부자는 그만큼 노력해서 부를 쌓았다는 생각도 들지만 돈이 돈을 낳는 것 같기도 하다. -이 부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반박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부자가 그냥 된 게 아니라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물론 재산을 물려받은 사람도 있지만 고생 끝에 부를 쌓은 사람도 있다는 걸 인정해 줬으면 한다. 부자를 보면 어떻게 부자가 됐는지 배우려고 할 필요가 있다. →빈부 격차 해소를 위해 부유층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이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을 배려해야 한다. 부를 자녀에게 상속해 주고 싶은 욕구는 본능이긴 하지만 재산의 일정액을 사회에 환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부유층 사이에서 이런 인식이 점점 더 퍼질 것이라고 낙관한다. 일례로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4년 전엔 40~50명뿐이었는데 지금은 700명을 넘어섰다. -김 일부 공감한다. 그런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부유층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요즘 ‘땅콩회항’ 등 갑질 횡포 뉴스를 보면 그런 생각이 더 든다. →빈부 격차 해소를 위해 고소득층의 세금을 더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이 부자들에게 과세해서 나눠 쓰자는 얘기에 뭐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어차피 아무리 부자여도 자기 돈의 5%도 못 쓰고 죽으니까. 한 끼 먹는 데 드는 비용은 다르겠지만 김 선생님이나 나나 세 끼 밥 먹는 건 똑같다. 문제는 지나친 과세가 근로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데 있다. -김 기업 운영하시는 분들이 세금을 얼마나 내는지 모르겠지만 우리같은 저소득층도 공과금이 밀리면 통장에 몇 푼 안 되는 돈을 지급정지시켜 못 쓰게 한다. 많이 버는 분들이 세금을 더 냈으면 좋겠다. →오늘 대담을 통해 생각이 달라진 게 있나. -이 김 선생님 말씀을 들어 보니 가난을 벗어나기가 참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일하고 싶어도 일할 기회가 없다는 말씀이 가슴에 와 닿았다. -김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적지만 100만원이라도 벌면 반의 반 정도는 저금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대근 송수연 기자 dynamic@seoul.co.kr
  • “너의 꿈이 5000원짜리냐”… 금천구청장의 ‘착한 잔소리’

    “너의 꿈이 5000원짜리냐”… 금천구청장의 ‘착한 잔소리’

    “시급 5000원짜리 아르바이트에 꿈을 팔지는 맙시다. 여러분의 인생은 그렇게 싸지 않아요.” 지난 13일 설 명절을 맞아 지역을 돌아보던 차성수 금천구청장은 독산동의 오예스지역아동센터에서 때아닌 잔소리를 쏟아냈다. 오예스지역아동센터는 중고생 30여명이 방과후 공부를 하는 곳이다. 초등학생들이 식사와 숙제를 하는 일반 지역아동센터와 달리 직업체험과 예체능 교육도 진행된다. 이날 차 구청장은 저소득층 가정과 양로원 등 지역의 시설 8곳을 방문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주민들을 품어 안겠다는 취지였다. 난방비 부족부터 교육문제까지 귀를 열고 듣던 차 구청장. 하지만 청소년들이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이야기에는 “그건 안 돼”라고 잘라 말했다. 차 구청장은 아르바이트 자리를 달라는 한모(16)군에게 “아르바이트를 해서 뭘 하고 싶냐”고 물었다. 그러자 한군은 “좋은 자전거를 사려고 한다”고 답했다. 이에 차 구청장의 잔소리가 쏟아졌다. 그는 “지금 햄버거 가게에서 일하면 시간당 5000~6000원밖에 벌지 못한다”면서 “하지만 꿈을 위해서 공부하고 투자한다면 10년 뒤에 시간당 5만~10만원짜리 일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차 구청장은 “용돈이 넉넉하지 못해 일을 해서라도 갖고 싶은 것을 사고 싶겠지만, 욕심을 조금만 접고, 미래 내 모습에 대한 욕심을 조금 더 내자”고 학생들을 다독였다. 잠시 ‘욱’했던 차 구청장은 “다른 것은 참아도 우리 지역 아이들의 꿈이 작은 것은 참지 못하겠다”면서 “아이들이 바라는 답변은 아니었지만, 꼭 해 줘야 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금천구의 청소년 꿈 키우기는 구청장의 말뿐만 아니라 행정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구는 올해 서울시와 서울교육청이 추진하는 혁신교육지구사업에 선정됐다. 구 관계자는 “연간 2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아이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청장에게 잔소리를 들었던 한군은 “내 인생이 5000원짜리냐는 질문에 말문이 턱 막혔다. 10년 뒤에도 햄버거나 만들고 있는 인생은 싫다”면서 “꿈을 위해 공부를 좀 해야겠다”며 웃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저소득층 ‘건강 지킴이’

    ‘전담 관리사가 집으로 찾아가 건강을 챙겨 드립니다.’ 강동구는 저소득층 주민에게 건강증진사업을 실시한다고 16일 밝혔다. 전담 건강관리사가 등록 가정을 대상으로 1대1 맞춤형 건강 상담과 지도 활동을 하는 서비스다. 한 달에 한 번 가정을 방문해 영양 및 식단, 운동 습관 등을 점검한다. 저소득층 주민의 건강자가관리능력을 키우기 위해 마련됐다. 24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 ‘유 헬스’(u-Health) 시스템을 활용한 원격 건강관리 서비스를 통해 비만,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예방하도록 한다. 개별 대상자에게 체성분계와 혈압계, 활동량계, 혈당계, 태블릿PC를 지원한다. 1년간 서비스를 제공받으면 측정기기는 무상으로 지급된다. 서비스 이용료는 월 11만원이지만 구가 9만 9000원을 지원한다. 이용자는 월 1만 1000원을 부담하면 된다. 서비스 이용 대상은 전국 가구 월평균 소득 100% 이하, 건강측정 항목 중 1개 이상 소견을 보이는 만 20세 이상 주민이다. 건강측정 기준은 허리둘레 남 90㎝·여 85㎝ 이상, 체질량지수 25 이상, 수축기 혈압130㎜/Hg·확장기 혈압 85㎜/Hg 이상, 중성지방 150mg/dl 이상, HDL-C 남자 40·여자 50 미만, 공복혈당 100mg/dl 이상이다. 신청을 원하는 주민은 건강보험증, 신분증을 가지고 공복(3개월 이내 건강검진 결과지 없을 시)으로 강동구 보건소 대사증후군관리센터를 방문하면 된다. 구 관계자는 “유 헬스 시스템을 통해 개인별 건강정보가 자동 측정되고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면서 “월 1회 대면 상담뿐 아니라 주 1회 이메일로 건강측정 결과 변화 추이도 받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생애 소득, 사회진출 첫 10년 안에 결정된다” (美 보고서)

    “생애 소득, 사회진출 첫 10년 안에 결정된다” (美 보고서)

    생애 소득은 첫 10년 안에 결정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사회 초년생들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고 있다. 최근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생 경력 초기 단계에 소득이 높은 사람일수록 생애 소득이 대체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제학자 파티흐 구베넨 미네소타주립대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1978년부터 2010년까지 2억 명에 달하는 직장인의 소득자료(미 행정부)를 분석해 소득규모와 성장률의 관계를 조사했다. 연구팀은 소득에 따라 고소득층, 저소득층, 일반층의 세 그룹으로 나눠 그룹별로 25~35세, 35~45세, 45~55세 때의 소득 곡선을 도출했다. 그 결과, 평균적 소득을 얻고 있던 일반인은 25~55세 때까지 연봉이 38%만큼 증가했다. 이는 그래프로도 볼 수 있는 데 특히 25~35세까지 사회진출 뒤 첫 10년 동안의 임금 인상은 이후 연봉 수준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은 대부분 신체적 노동이 많이 요구되는 저숙련 일자리에 종사하는 경향이 많았다. 이들은 25~55세에 걸쳐 지속적인 소득 감소를 경험했다. 이에 대해 구베넨 박사는 “저숙련 일자리는 대체로 두뇌가 아닌 체력이 있어야 하는 육체노동을 하는 경향이 있다”며 “체력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계속 생산성이 떨어지므로 임금을 적게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의사나 변호사 등 주로 전문직이 많은 고소득층(상위 5%)은 25~35세의 첫 10년 동안 연봉이 230% 이상 상승했다. 특히 상위 1% 안에 드는 사람들은 같은 시기에 무려 1450%라는 가파른 속도의 연봉 상승률을 보였다. 즉 생애 소득을 높이기 위해서는 육체노동이 아닌 정신노동, 그리고 저숙련이 아닌 고숙련 일자리를 처음부터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것. 이에 대해 연구팀은 “이 연구결과는 젊을 때는 당근을 열심히 쫓으면서 돈을 열심히 저축하고 지속해서 늘려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사진=플리커/le temple du chemisier(위), 뉴욕연방준비은행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관용 사라진 분노…사회 임금 격차 줄이고 저소득층 대입 혜택 줘야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관용 사라진 분노…사회 임금 격차 줄이고 저소득층 대입 혜택 줘야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1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빈부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한국 사회를 ‘분노사회’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정치권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일 빌레펠트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은 김 교수는 참여연대 정책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빈부 격차가 심해지면 어떤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나. -개인적 수준에서는 사회에 대한 불안과 분노가 증가하게 된다. 조직적 수준에서는 가족 해체나 붕괴, 나아가 생계형 범죄를 포함한 범죄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사회적 수준에서는 사회통합이 약화된다. 개인이 사회에 갖는 소속감, 연대감이 약화되면서 사회 갈등이 증가하게 된다. 최근 한국 사회의 흐름은 ‘분노 사회’라고 볼 수 있다. 20대부터 60~70대 고령 인구까지 뭔가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근본적 원인은 불안에 있다. 10대에는 입시 불안, 20대에는 청년 실업, 30대에는 구조조정, 40대에는 퇴출의 공포, 50대 이후부터는 노인 빈곤율이 50%대에 육박하듯 노후불안이 있다. 이런 불안은 타자에 대해 관용하거나 인내하지 못하게 한다. 곧바로 분노를 표출하게 된다. →그래도 과거에 비해서는 잘살고, 복지도 좋아진 것 아닌가. -비교 시점을 1인당 국내총생산(GDP) 100달러도 되지 않았던 1960년대 초반으로 둔다면 지금 분명 잘사는 것이다. 그러나 비교 시기를 외환위기 직전으로 잡는다면 달라진다. 한국 자본주의가 비교적 큰 어려움 없이 고도 성장했던 마지막 시기가 노태우 정부와 김영삼 정부 때라고 생각한다. 그후 97년 외환위기에 이어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이 계속 닥친 것이다. 9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명목상의 1인당 GDP는 올랐을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살아가는 수준이 과연 나아졌을까’를 볼 때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민주화 세대는 오히려 외환위기 이후 삶이 갈수록 더 퍽퍽해지고 있다고 느낀다. 또 내가 언제 이 조직에서 떨려 나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고도성장의 마지막 단계인 90년대 초중반과 비교해 본다면 삶의 질은 거의 정체돼 있는 것과 다름없다. 시간이 갈수록 나아져야 하는데 정체되니 불안해지면서 옛날에는 화려했던 것 같은데 현재는 빈곤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성장률을 옛날처럼 높이는 게 힘들다면 빈부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정부가 개입해 소득 재분배와 노동시장 정책을 펴야 한다. 노동시장의 경우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비정규직이 받는 월평균 급여가 150만~160만원이다. 우리나라 비정규직은 5인 미만 사업장까지 포함하면 900만명에 가까울 것이다. 전체 경제 인구의 3분의1에 해당한다. 비정규직으로는 아이 한 명을 도저히 대학에 보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반값등록금보다 효율적인 대책은 노동시장 정책이다. 노동시장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를 줄이고, 한편으로는 최저 임금을 올리는 것이다. →비정규직 축소를 정부가 기업에 강요할 수는 없지 않은가. -국가가 강제할 수는 없지만 사회적 타협은 가능하다. 정부가 중립적 위치에서 개입해 노사정 대화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비정규직을 줄이는 것을 모색할 수 있다. →소득 재분배를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한데.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조세부담률이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까지라도 올려야 한다. ‘증세 없이 복지 없다’는 원칙으로 접근해야 한다. →증세에는 중산층, 서민층도 포함돼야 하나. -보편적 증세가 타당하다. →하위 40% 이하는 현재 소득세를 안 내고 있는데 보편적 증세의 범위는 어디까지 돼야 하나. -하위 40%까지 세금을 걷자는 것은 아니다. 보편적 증세의 대상은 세금을 내는 60%를 말하는 것이다. 부자에게만 세금을 내라는 게 아니라 세금을 낼 역량을 갖춘 이들은 전부 다 세금을 내라는 게 보편적 증세다. 다시 말해 ‘차등 과세’나 ‘형평 과세’라고 할 수 있다. 부자들에게는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해야 한다. 중산층은 세금을 올리되 그 폭을 작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증세에 대한 반발이 심한데 가능할까. -정치권과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증세 없이 어떻게 복지가 가능한가. →빈부 격차가 과장돼 있다는 지적도 있다. -복지정책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소득 분배 악화 상태가 크게 달라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서울신문 ‘빈부 리포트’에서 보도됐듯 하늘과 땅 차이의 삶이 있다. 오히려 현존하는 빈부격차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상류층과 빈곤층의 삶은 우리 시야에서 사라지게 된다. 언론에서 보도를 잘 안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상류층은 대중으로부터 멀어지면서 숨어 생활하는 것처럼 살아간다. 가난한 사람들은 왜 우울한 삶만 보도하느냐고 한다. 빈부격차가 과장됐다는 지적에는 빈부격차의 실상을 보고 싶지 않은 바람이 들어 있다. →법인세 인상 주장에 대한 의견은. -이명박 정부에서 법인세 인하가 이뤄졌는데 정말 잘못된 정책이었다. 우리나라는 법인세가 OECD 국가와 비교해 낮은 편이다. 이명박 정부 때 인하한 부분만이라도 원상복구시켜야 한다. 연말정산을 둘러싼 다수 봉급자들의 불만도 기업들이 사내 유보금을 저렇게 많이 쌓아 놨는데 우리가 왜 증세의 대상이 돼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또 소위 고액 소득자들에 대한 훨씬 더 강력한 누진적 증세가 필요하다. →외국에서는 슈퍼리치가 스스로 자신의 세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기부도 많이 하는데. -의식의 문제다. 내가 번 부는 나 혼자만의 능력에서 온 것이 아니고 사회의 여러 도움 속에서 돈을 많이 벌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사회에 부를 환원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자본주의 역사가 짧아서 그런지 이런 의식이 취약하다. 천민자본주의 성격이 두드러진다. →가난을 개인의 노력 부족 탓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부분을 전체로 환원시키는 오류이자 기계적 형식 논리다. 물론 게을러서 가난한 사람도 없지 않겠지만 몇 명 되지 않을 것이다. 다수는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려고 한다. →개천에서 용 나는 사례가 적어지고 있다. 부의 되물림은 필연적 추세인가. -자본주의가 구조화될수록 직업 이동, 즉 사회 이동은 제한받게 된다. 과거 우리에게는 교육이라는 기회가 열려 있었는데 그것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명문대의 강남 학생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중산층이 예전에는 교육을 통한 직업 이동의 원칙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투자할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핵가족이 되면서 아이가 하나 내지 둘밖에 없으니 아이에게 집중적 투자를 하게 되고 이런 투자의 격차가 성적의 격차로 나타나는 것이다. →해법은 공교육 강화인가. -사교육으로 빚어진 격차를 공교육 강화로 완화할 수는 있지만 그 차이를 크게 줄이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대학입시 제도를 바꿔 실력이 있지만 교육 혜택을 적게 받은 빈곤층 학생들이 명문대에 많이 갈 수 있도록 보장해 줘야 한다. 미국식 소수집단 우대정책을 말한다. →빈부 격차가 심화되면 사회 갈등으로 폭발할까. -폭발에 대해서는 모르겠다. 우리 사회가 활력을 잃어가는 것은 맞다. 한국 사회의 일본화다. 일본의 장기불황 20년과 비슷해지고 있다. ‘안정된 일자리를 가질 수 있을까’, ‘행복한 노후를 맞을 수 있을까’ 등등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전망을 못 갖고 불안해하는 것이다. 거칠게 말하면 ‘사회가 죽어 가고 있는 것’이다. 불안과 체념과 분노가 반복되는 사회일 가능성이 높다. 어떤 형태로든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해결책은 사회적 대타협밖에 없다. 핵심적 주체인 자본, 노동, 정부 간 역사적 타협 외에는 방법이 없다. 예컨대 아일랜드에서 이뤄진 협약의 경우 노조는 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기업은 일자리 창출 약속을 했다. 사회적 타협에서 중요한 것은 권한과 책임을 많이 갖고 있는 주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시·군·구 달랑 2권씩… 생색용 복지 홍보책자 기재부

    시·군·구 달랑 2권씩… 생색용 복지 홍보책자 기재부

    기획재정부가 올해 예산 중 국민 생활과 밀접한 주요 지원 사업을 소개하는 홍보 책자를 만들어 전국에 배포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작 지원을 받아야 할 대상자들의 접근성이 낮아 제대로 내용을 알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 시·군·구청에 2권씩만 나눠 주고 기재부 등 부처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예산 지원 사업의 대상자는 저소득층과 노인층 등 사회 취약계층이라 홍보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시간제 어린이집 85곳→230곳으로 기재부는 15일 지난해 국회에서 확정된 올해 예산의 주요 사업을 국민에게 알리는 ‘2015년 달라진 정부예산 이렇게 지원받자’ 홍보 책자 1000부를 만들어 시·군·구청에 2부씩 배포하고 각 부처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도록 올리겠다고 밝혔다. 올해부터 생후 12~36개월 어린이 대상 무료 예방접종 항목에 A형 간염이 추가된다. 주소지와 관계없이 가장 가까운 지정 의료기관에 가서 주사를 맞으면 된다. 맞벌이 부부가 이용할 수 있는 시간제 어린이집이 전국 85개에서 230개로 늘어난다. 아이사랑 보육포털 사이트에 자녀를 등록한 후 인터넷이나 전화로 예약하면 된다. 저소득층 한부모 가족에게 지원하는 아동(만 12세 미만) 양육비가 월 7만원에서 10만원으로 늘어난다. 관할 주민센터나 시·군·구청에 신청하면 된다. 월 소득이 93만원(부부는 148만 8000원) 이하인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주는 기초연금도 지난해 최대 월 20만원에서 올해 월 20만 3600원으로 늘어난다. 주민센터나 국민연금공단에 신청해 받을 수 있다. ●소득 8분위 이하도 국가 장학금 18세 이상 중증 장애인에게 지원되는 장애인연금도 4월부터 같은 수준으로 오른다. 올 12월부터 중위소득 40% 이하 가구 중 노인, 아동, 장애 가구에 가스, 등유, 연탄 등 난방연료비를 월 최고 5만 5000원(3개월 기준 16만 5000원)까지 지원한다. 맞춤형 국가장학금(대학생 반값등록금)과 든든학자금 지원 대상도 소득 7분위 이하에서 8분위 이하로 확대된다. 한국장학재단에 신청하면 지원받을 수 있다. 전국 97만 저소득층 가구에 월평균 9만원을 지원했던 주거급여도 올해부터 11만원으로 늘어난다. 주소지 관할 주민센터에 신청하면 된다. 권준호 기재부 예산관리과장은 “모든 국민에게 책자를 뿌릴 수는 없고 시·군·구청에 비치된 책자를 보면 된다”며 “예전보다 책자 크기가 작아져서 보는 데 더 편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복지제도 홍보가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문진영 서강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저소득층과 노인층은 인터넷으로 홍보 책자를 보기 힘들고 기초자치단체에 달랑 2권씩만 배포하는 것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예산 낭비”라면서 “영국 등 복지 선진국의 경우 지원 대상자별로 나눠 20쪽 내외의 수첩 형태로 홍보 책자를 만들어 주민센터 등에 대량으로 비치해 두고 있는 점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사설] 꽁꽁 얼어붙은 내수 살릴 길 없나

    내수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는 것은 올해가 경제회복의 ‘골든타임’인 한국 경제에는 적신호다. 가계의 소득은 늘고 있지만 여전히 지갑은 꽉 닫혀 있다. 통계청의 ‘2014년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실제 쓸 수 있는 소득 대비 소비지출의 비율(평균소비성향)은 72.9%였다. 쓸 수 있는 돈이 100만원이라면 세금이나 연금 등을 빼고 순수하게 소비로 쓴 돈은 72만 9000원이라는 뜻이다. 2003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11년 만에 최저치다. 평균 소비성향은 2010년 77.3%를 기록한 이후 4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상대적으로 소비에 적극적이지 않은 노인들은 지출을 더 줄였고 노후에 대비해 젊은 층도 씀씀이를 줄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255만 1000원으로 전년 대비 2.8% 증가했다. 반면 월평균 가계소득은 430만 2000원으로 전년보다 3.4% 늘었다. 가계의 소비지출 증가율이 소득증가율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저소득층이 소비를 더 많이 줄였다. 소비가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중산층의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서다. 가계 부채는 이미 1100조원에 이른다. 서민들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전세금이나 월세를 감당하는 데 허덕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위 소득의 50~150%에 속하는 중산층들은 1990년에는 가처분소득을 1년 남짓 모으면 전세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13년에는 한 푼도 안 쓰고 3년을 모아야 가능해졌다. 중산층의 전체 소비 지출 대비 교육비 지출 비중도 1990년 13%에서 2013년에는 21%로 높아졌다. 삶의 질이 뒷걸음질치면서 소비 여력이 줄어드니 지갑부터 먼저 닫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소비 부진은 물가하락과 저성장 등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들은 특히 현재 경제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면서 조만간 회복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어제 발표한 경기체감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9명은 현재 경제상황을 불황으로 인식하고 있다. 절반 정도는 경제회복 시기를 내후년(2017년) 이후로 전망하면서 경기 불황이 장기화할 것으로 우려했다. 불황에서 벗어나려면 당연히 소비가 먼저 살아나야 한다. 내수가 회복되면 일자리와 기업 투자도 늘어난다. 민간 소비가 살아나려면 돈이 원활하게 돌아야 하고 이 돈은 가계로 흘러들어 가야 한다. 최경환 경제팀이 기업소득환류세제로 기업의 투자나 배당을 늘리려고 하는 것도 결국은 기업이 쌓아 둔 돈을 가계소득으로 연결해 내수를 살리려는 것이다. 가계뿐 아니라 기업이 수출로 벌어들인 돈을 내수시장에 풀 수 있도록 정부는 규제완화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최근 이어지는 저유가 기조도 소비 진작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정부가 유가 하락을 반영해 다음달부터 도시가스 요금을 평균 10% 이상 내리기로 한 것이 좋은 사례다. 내수 회복을 뒷받침할 4대 구조개혁을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하며 무엇보다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는 주요 경제활성화 법안을 시급히 통과시켜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당신의 오늘, 대한민국 몇 % 입니까…우리의 내일, 그래도 희망 대한민국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당신의 오늘, 대한민국 몇 % 입니까…우리의 내일, 그래도 희망 대한민국

    빈부 격차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지표는 지니계수입니다. 0과 1 사이에서 값이 클수록 빈부 격차가 심하다는 뜻입니다. 통계청이 집계한 한국의 지니계수는 2013년 가처분소득 기준 0.302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0.314(2010년 기준)보다 나은 수준입니다. 그러나 통계청의 지니계수 조사는 상류층 조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가 이런 단점을 보완해 산출한 신(新)지니계수로 보면 한국의 지니계수는 0.37에 달합니다<그림 1①>. OECD 회원국 중 5번째로 빈부 격차가 심하다는 뜻입니다. 시장경제에서 정부는 세제나 복지정책 등을 통해 빈부격차를 줄여 나갑니다. 한국의 시장소득 기준 지니계수와 가처분소득 기준 지니계수의 차이는 2010년 0.044에 불과합니다<그림 ②>.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이 차이가 클수록 정부가 격차 해소를 위한 노력을 많이 한다는 뜻입니다. 시장소득은 개인이 순수하게 벌어들이는 소득을, 가처분소득은 정부의 세제정책 등이 이뤄진 뒤 개인에게 돌아가는 소득을 말합니다. 동시에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2012년 47.2%에서 2013년 48.1%로 악화됐습니다<그림 ③>. 재산의 불평등 정도는 소득보다 골이 더 깊을뿐더러 악화 속도도 빠릅니다. 주택자산의 지니계수는 2000년 0.57에서 2010년 0.62로 악화됐습니다. 부동산 자산의 지니계수 역시 같은 기간 0.62에서 0.70으로 나빠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부유층은 급속히 늘고 있습니다. 금융자산을 10억원 이상 가진 부자는 2008년 8만 4000명에서 2013년 16만 7000명으로 두 배 가까이로 불었습니다<그림 ④>. 국민 전체 소득에서 상위 10%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0년 기준 48.1%에 이릅니다<그림 ⑤>. 상위 1%는 13.0%를 보유 중입니다. 유럽과 일본 수준을 뛰어넘었습니다. 상위 20%인 5분위의 연평균 소득은 1996년 3144만원에서 2010년 6856만원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습니다<그림 ⑥>. 하위 20%인 1분위는 같은 기간 420만원에서 492만원으로 17% 남짓 느는 데 그쳤습니다. 15년간의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저소득층의 소득은 사실상 줄어든 셈입니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올해 3만 달러를 넘을 게 확실시됩니다. 하지만 국내 소득자를 일렬로 세웠을 때 중앙에 위치하는 중위소득은 국민소득의 3분의 1에 불과한 1074만원(2010년 기준)에 그칩니다. 국민소득(NI)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인 노동소득분배율도 저조합니다. 일부 자영업자 소득까지 포함한 수정노동소득분배율은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89.6%에서 2010년 78.7%까지 떨어졌습니다<그림 ⑦>. 반면 부유층과 기업이 주로 가져가는 수정자본소득분배율은 같은 기간 10.4%에서 21.3%로 상승했습니다. 이른바 ‘피케티 비율’ 중 하나인 ‘β값’은 자본(부)의 가치를 국민소득으로 나눈 값입니다. 부는 부유층이 주로 보유하고 있기 마련입니다. 이 때문에 β값이 클수록 부가 소수에게 쏠려 있다는 뜻입니다. 한국의 β값은 2000년 5.8에서 2012년 7.5로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 중입니다. 계층 상승의 희망도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저소득층이 중산층이나 고소득층으로 올라설 확률은 2013년 23.3%에서 2014년 22.6%로 떨어졌습니다<그림 ⑧>. 반면 고소득층이 제자리를 지키는 비율은 같은 기간 75.2%에서 77.4%로 상승했습니다. ‘부자 기업, 가난한 가계’ 현상 역시 빈부 격차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1985~1995년 사이에는 가계소득증가율(8.6%)이 기업소득증가율(7.1%)을 앞질렀습니다<그림 ⑨>. 그러나 2008~2012년에는 가계소득증가율은 2.8%에 그친 반면 기업소득증가율은 11.2%로 치솟았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이 가계보다 4배 빠르게 소득을 불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러다 보니 대기업의 곳간은 빠르게 불고 있습니다. 삼성, 현대차 등 국내 10대 대기업 집단의 현금성 자산은 2006년 27조 7000억원에서 지난해 148조 5000억원으로 5.4배 늘었습니다<그림 10>.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은 966조원에서 1427조원으로 47.7%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이런 현상엔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각종 공제 등을 제외한 법인세 실효세율은 2008년 20.5%에서 2013년 16.0%로 떨어졌습니다. 최근 5년간 전체 국세 중 법인세 비중은 2.5% 포인트 떨어졌습니다. 일자리 문제도 빈부 격차를 벌리는 요인입니다. 2011년 기준 한국의 임시직 근로자 비율은 23.76%로 스페인(25.33%)에 이어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높습니다<그림 11>. 근로자의 절반(지난해 8월 기준 45.4%) 정도가 비정규직입니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사상 최고 수준인 9.0%까지 치솟았습니다<그림 12>. 청년들이 어렵사리 일자리를 구해도 5명 중 1명은 1년 이하의 계약직 신분입니다. 일자리 등을 둘러싼 세대 간 갈등이 우리 사회의 ‘잠재적 뇌관’으로 꼽히는 까닭입니다. 계층 이동의 수단으로 여겨지던 교육은 되레 계층 이동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변질됐습니다. 월소득 700만원 이상 가정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42만 6000원입니다<그림 13>. 소득 100만원 이상 가정 교육비(6만 8000원)의 7배에 달합니다. 그 결과 서울 지역의 서울대 합격자 10명 중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 출신이 7명(2013년 정시)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향후 불평등 문제는 어떻게 전개될까요. OECD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의 소득 불평등 수준이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2010년 기준 소득 상위 10% 선에 위치한 국민은 하위 10% 선의 국민에 비해 4.8배를 벌고 있지만 2060년에는 6.5배까지 확대된다는 것입니다. 이 기준으로는 회원국 중 불평등 수준이 4위에서 3위로 악화됩니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 역시 향후 한국의 불평등 정도가 심화될 것이라고 동의하는 분위기입니다. 최근의 빈부 격차 확대는 199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시장만능과 승자독식을 두 축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이 전 세계적으로 본격화된 결과입니다. 우리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 정책의 변화 없이는 방향을 바꾸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제조업의 쇠퇴와 금융 등 서비스 업종의 부상이라는 산업 구조의 변화도 빈부 격차를 벌리는 요인입니다. 소수의 고숙련 근로자에게 부가 더욱 쏠리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저숙련 근로자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공산이 큽니다. 성장률 저하도 소득분배 악화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 증가할 때 지니계수는 0.3% 포인트 감소한다는 게 학계의 연구 결과입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현재 3% 중반에서 2018년 이후 2%대로 내려앉을 전망입니다. 저출산·고령화의 늪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땔감(성장률)이 더욱 부족해지니 윗목의 온기가 아랫목까지 전해질 여지가 줄어드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요. 전문가들은 시장소득과 가처분소득 등 두 가지 소득의 불평등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이 시행돼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시장소득의 불평등 해소를 위해서는 교육의 평등성을 복원하는 동시에 대기업에 과도하게 쏠린 부를 중소기업에 되돌리는 경제민주화 정책 등이 필요합니다. 서민과 중산층이 사교육 없이도 능력만 있으면 명문대에 입학할 수 있는 ‘교육 기회의 평등’이 확대되고, 고용의 88%를 맡는 중소기업이 성장하면 자연스레 부의 집중이 완화될 수 있다고 봅니다.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중소기업 종사자나 비정규직의 노조 가입률이 증가하면 이들의 교섭력 강화로 최저임금 인상 등 서민의 시장 소득이 증가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가처분소득 불평등 완화의 해법으로는 기업과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증세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2%에서 이명박 정부 이전인 25%로 복원하자는 것입니다. ‘1억 5000만원 이상 38%’인 현재 소득세 최고구간·최고세율을 ‘3억원 이상 40~45%’로 끌어올리자는 의견도 나옵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장)는 “중산층과 고소득층 이상에 대해 부담을 더 지우고, 그 재원을 바탕으로 근로장려세제(EITC) 등 근로빈곤층 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면 불평등 구조를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종합부동산세를 부유세로 개편하자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 10억원 이상 부유층을 대상으로 1~2%의 세금을 따로 부과하자는 논리입니다. 부동산만 주로 갖고 있는 중산층이 아닌 금융자산을 보유한 부유층을 증세 대상으로 삼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조치 등을 통해 서민과 중산층의 소득이 늘어나면 내수 활성화로 이어질 공산이 큽니다. 서민과 중산층은 증가한 소득 중에서 소비에 투입하는 비율인 한계소비성향이 고소득층에 비해 높기 때문입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프로야구에서 경기의 재미와 질을 높이기 위해 최하위 팀에 신인 지명 우선권 등 특혜를 부여하지만 이를 불공정하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다”면서 “빈부 격차 해소 역시 비슷한 취지로 접근해야 한다”고 합니다. douzirl@seoul.co.kr >> 이두걸 기자는 2002년 2월 서울신문에 입사한 뒤 2006년부터 2014년까지 8년간 경제부와 산업부 소속 기자로서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경제부처와 한국은행, 시중은행 등 금융권, 전자업계 등 재계를 두루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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