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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론] 차분한 경제개혁이 답이다/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시론] 차분한 경제개혁이 답이다/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대통령은 경제부총리로부터 ‘내수부진, 수출호조, 재정흑자’를 보고받았다”라고 신문 기사에 나오는 대통령은 누구일까? 1977년의 박정희 대통령이다. 내수부진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경환 경제팀 역시 내수진작→투자활성화→고용확대→내수확대의 선순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목표는 달성될 것인가. 내수확대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가계소득이 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맞다. 그러나 재정과 금융으로 돈을 푸는 ‘반짝’ 내수 증가에 투자를 늘릴 기업은 없다. 그렇다고 계속 돈을 푸는 것은 나라 경제를 거덜내는 일이다. 그나마 기업소득환류세제가 지속성이 있는데 고소득층에 대한 배당은 늘어날 것이나 투자는 별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지속 가능한 내수진작이 필요하다. 내수부진의 배경은 가계부채, 고용 없는 성장, 고령화, 과도한 사교육비다. 가계부채에 뾰족한 방책은 없으나 상환능력에 따른 차별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고용창출을 위해서는 뻔하지만 규제 완화가 답이다. 고령화에 대해서는 정년연장과 인력수입을 고려해야 한다. 사교육비 감축 대책도 빠져서는 안 된다. 아울러 정부간섭을 줄이고 시장경제 원칙을 살리는 개혁이 병행돼야 한다. 특히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을 강조하고 싶다. 퇴출돼야 할 좀비 기업들이 한정된 내수시장을 잠식하면 성장 기업의 발목을 잡고 새로운 기업의 진입을 막는다. 새로운 내수창출 기회도 사라진다. 실세 경제부총리의 시대적 소명은 이런 경제개혁을 추진하는 것이다. 돈 푸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경제개혁을 위해 경기부양으로 개혁의 고통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1993년이 생각난다. 당시 한국은 1986~89년의 무역흑자, 88올림픽에 힘입은 활황세가 꺾이면서 경기침체를 보이고 있었다. 구조조정과 정부간섭을 축소하는 개혁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경기부양의 필요성을 놓고 목욕탕 수리론과 내과 수술론 논쟁이 벌어진다. 목욕탕 수리는 손님이 없는 여름철에 하듯이 경제개혁은 경기 하강기에 추진해야 하므로 경기부양은 필요 없다는 논리가 하나였다. 반면 내과 수술을 위해서는 환자 건강이 좋아야 하듯이 개혁도 호경기에 해야 하므로 경기부양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김영삼 대통령은 후자를 택했다. 취임 직후인 1993년 3월 초 경기부양을 위한 신경제 100일 계획을, 7월에는 개혁을 위한 신경제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결국 개혁은 별로 이뤄지지 않았고 경기부양으로 거품만 더 커져 1997년 경제위기를 맞는다. 당시 내과수술론이 간과한 점이 있다. 환자 건강이 반짝 좋아지면 수술이 필요 없다는 착각이 의사(정부)에게 든다는 점이다. 환자 역시 이를 핑계로 수술을 피하려 한다. 필요성은 공감해도 모두가 피하고 싶은 일, 그게 개혁이다. 이번 경기부양책이 최 부총리의 개혁 추진을 약화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쉬운 일은 아니나 우리도 이제는 저성장을 차분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정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은 3.7%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예측한 세계의 올해 평균성장률 3.4%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선진국 대비 너무 빨리 성장률이 떨어졌다는 걱정도 있는데 사실 선진국은 1인당 소득 2만 달러가 되기 훨씬 전부터 성장률이 4% 이하로 떨어졌다. 주요7개국(G7)은 대부분 1990년을 전후해 1인당 소득 2만 달러를 달성했는데 1980년대의 평균 성장률이 4%를 넘긴 나라는 하나도 없다. 1970년대를 봐도 일본과 캐나다 정도만 4%를 넘겼다. 전경련 자료에 따르면 1인당 소득 2만 달러를 달성한 22개국이 3만 달러를 달성하기까지 기록한 평균 성장률이 바로 3.7%다. 한국의 기초체력을 의미하는 잠재성장률도 잘 봐줘야 4.0%인 점을 감안하면 3.7%는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물론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차분한 경제개혁을 통해 달성되는 것이지 3.7%에 놀라 돈을 푼다고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 [사설] 볕드는 한국경제, 회복 불씨 살리려면

    침체 일로를 걷던 한국 경제에 모처럼 볕이 들었다. 코스피 지수가 3년 만에 박스권을 돌파해 장중에 2090선을 넘어섰고 6월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2.1% 늘어 3년 3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런 현상은 장마철에 잠시 나오는 해처럼 ‘반짝 장세’일 수도 있다. 우리 경제의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하고 낙관적이지 못하다. 경기가 일시적인 회복에 그치지 않게 하려면 국민과 정부가 한마음 한뜻이 되어 경제 회생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외환위기를 극복한 후 한국경제는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5%를 넘지 못하는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었다. 2003년 이후 작년까지 성장률 평균은 3.5% 정도다. 경제가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면 성장이 더뎌지는 것은 다른 선진국들도 겪었던 현상이다. 그러나 일본처럼 저성장이 장기간 지속한다면 한국경제는 선진국에 들어서지도 못하고 주저앉을지 모른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성장 속도가 느려진 원인을 명확히 짚어 타개책을 마련해야 한다. 저성장의 원인으로는 일반적으로 저출산과 고령화, 투자의 부진, 세계경제의 침체 등이 꼽힌다. 다른 각도에서는 ‘임금 없는 성장’에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경제가 성장했지만 성장의 과실을 경제 주체의 하나인 기업이 차지하고 가계에는 전달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른바 ‘낙수 효과의 실종’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정부는 대기업 감세 정책을 펴며 기업 친화정책을 폈지만 기업들은 세금 감면으로 늘어난 이익을 근로자들에게 돌려주거나 투자에 쓰지 않고 기업 내부에 쌓아둬 성장의 흐름을 끊었다고 설명할 수 있다. 지난 5~6년 동안 근로자들은 일한 만큼 보상을 받지 못했고 이런 실질평균임금의 정체는 내수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소득이 떨어지면 소비가 줄어 내수가 부진해지며 그 결과 기업의 생산이 감소하고 투자와 고용이 줄게 된다. 내수를 진작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근로자와 투자자들에게 실질적인 보상을 해야 한다. 막힌 곳을 뚫어야 전체 경제에 활기가 돌 수 있다. 이는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의 시각과도 같다. 대기업이 내부거래와 중소기업에 대한 부당행위를 중단하는 것 또한 같은 맥락에서 풀어야 할 숙제다. 기업들은 돈이 있어도 투자할 곳이 없다고 한다. 정부는 규제 완화와 여건 개선을 통해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기업 또한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신사업을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노조도 경제 살리기에 방관자가 될 수 없다. 엊그제 발족한 2기 노사정위원회에 민주노총은 또 참여하지 않았다. 노사는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고충을 서로 들어주어야 한다. 양보 없는 노사 대결은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 살아난 경제심리… 구조개혁이 열쇠

    살아난 경제심리… 구조개혁이 열쇠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이후 다양한 경기부양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체감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당장 답답한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했던 코스피가 30일 장중 2090선을 단숨에 돌파하며 주식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등 경기지표상으로는 반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최경환 효과’가 지속되려면 내수 확대와 일자리의 안정적 창출 등을 위한 구조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 부총리는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 방향을 속도감 있게, 성과가 나타날 때까지 끝까지 내실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나고 있는 상황에서 체감경기를 높일 수 있도록 정책 집행에 가속 페달을 밟겠다는 의지다. 효과는 이미 실물경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멈춰 섰던 공장이 돌아가고 꽁꽁 얼어붙었던 부동산 시장에도 온기가 퍼지고 있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6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전체 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 2.1% 늘었다. 최 부총리 취임 이전인 4월(-0.6%)과 5월(-1.2%) 연속으로 감소하다가 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달 서울지역 아파트 거래량도 지난 29일 기준 5375건으로, 이미 지난달 거래량(5193건)을 넘어서면서 4개월 만에 반등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경제심리 회복의 배후에는 최경환 효과가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등 최 부총리의 부동산 살리기 카드가 시장에서 먹히고 있다는 것이다. 하반기에만 26조원의 돈을 푸는 확장적 재정정책과 근로소득 증대세제 등 가계 소득을 늘리기 위한 정책들도 경제 주체들의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는 뜻이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최 부총리 정책의 핵심은 위축된 가계 소득을 늘리겠다는 것”이라면서 “단순히 정부 재정 지출을 늘리는 이전 경기 부진 대응책과는 달라 시장이 반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제심리 회복만으로는 내수 부진과 가계 부채 증가 등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새 경제팀 경제 정책의 핵심인 기업 사내유보금 과세제도를 도입해도 기업들이 실제로 투자와 임금을 늘릴 여지가 많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단 경기가 안 좋으니까 부동산 활성화 등 단기적 경기 부양책을 쓰고 있지만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라면서 “소비 침체의 근본 원인인 소득 불평등 심화와 과도한 가계 부채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잠재성장률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경제성장률이 3%를 넘지 못하는 등 저성장이 7년이나 계속됐기 때문에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치지 않으면 경제가 완전히 활력을 잃어버린다”고 조언했다. 서울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입덧’ 괴롭나요? ‘건강한 아기’ 신호입니다

    ‘입덧’ 괴롭나요? ‘건강한 아기’ 신호입니다

    입덧은 임신 초기 구역·구토가 심해지는 소화기 계통 증세로, 식욕부진과 음식물 기호변화에도 영향을 미쳐 임신 여성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증상이다. 하지만 이 입덧이 반드시 좋지 않은 증상만은 아닌 것 같다. 태아가 향후 똑똑하고 건강한 아이로 자랄 것이라는 예비 징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 과학전문매체 라이브 사이언스닷컴은 캐나다 토론토 아동전문 병원(Hospital for Sick Children in Toronto) 연구진이 “입덧은 유산위험 감소는 물론 태아의 건강한 성장을 미리 알려주는 징조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2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연구진은 지난 1992~2012년 사이 세계 5개국 임신여성 85만 명에 대한 10가지 종류의 입덧 관련 데이터를 분석한 끝에 해당 증상이 단순한 생리현상이 아닌 태아 성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주요 징후임을 알아냈다. 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면, 먼저 입덧을 경험할수록 조기·저성장 출산 위험이 감소됐다. 통계적으로 보면 입덧을 오랫동안 앓은 여성의 조산확률은 6.4%로, 그렇지 않은 여성이 9.5%인 것에 비해 현격히 낮았다. 또한 유산위험도 입덧을 앓을수록 그렇지 않았을 때에 비해 훨씬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입덧증상은 35세 이상 노령 임신 여성들에게 좋은 징후로 나타났다. 입덧증상이 나타났을 경우 향후 태아가 선천성 결함(congenital defect)을 갖게 될 위험이 적게는 30%, 많게는 80%까지 감소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목할 만 것은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입덧증상을 겪고 출산된 아이의 경우 향후 지능발달이 우수해진다는 점이었다. 평균적으로 입덧 후 출산된 아동들은 성장하면서 지능지수(IQ), 언어구사력, 행동발달능력이 그렇지 않은 아동들에 비해 상당히 뛰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입덧은 전체 임신 여성의 70~85%에서 나타나는 보편적 현상으로, 병보다는 생리 현상의 일종으로 여겨진다. 원인은 뚜렷하지 않지만 임신 후 여성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키는 성선 자극 호르몬의 급격한 증가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입덧은 평균 임신 9주 때 시작 되며 11~13주에 가장 심해진다. 대부분 14~16주차가 되면 증세가 없어지지만 심하면 20~22주 이후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한편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생식 독성학 저널(Journal Reproductive Toxicology)’에 발표됐다. 자료사진=포토리아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입덧’은 똑똑·건강한 아이 낳는다는 신호

    ‘입덧’은 똑똑·건강한 아이 낳는다는 신호

    입덧은 임신 초기 구역·구토가 심해지는 소화기 계통 증세로, 식욕부진과 음식물 기호변화에도 영향을 미쳐 임신 여성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증상이다. 하지만 이 입덧이 반드시 좋지 않은 증상만은 아닌 것 같다. 태아가 향후 똑똑하고 건강한 아이로 자랄 것이라는 예비 징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 과학전문매체 라이브 사이언스닷컴은 캐나다 토론토 아동전문 병원(Hospital for Sick Children in Toronto) 연구진이 “입덧은 유산위험 감소는 물론 태아의 건강한 성장을 미리 알려주는 징조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2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연구진은 지난 1992~2012년 사이 세계 5개국 임신여성 85만 명에 대한 10가지 종류의 입덧 관련 데이터를 분석한 끝에 해당 증상이 단순한 생리현상이 아닌 태아 성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주요 징후임을 알아냈다. 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면, 먼저 입덧을 경험할수록 조기·저성장 출산 위험이 감소됐다. 통계적으로 보면 입덧을 오랫동안 앓은 여성의 조산확률은 6.4%로, 그렇지 않은 여성이 9.5%인 것에 비해 현격히 낮았다. 또한 유산위험도 입덧을 앓을수록 그렇지 않았을 때에 비해 훨씬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입덧증상은 35세 이상 노령 임신 여성들에게 좋은 징후로 나타났다. 입덧증상이 나타났을 경우 향후 태아가 선천성 결함(congenital defect)을 갖게 될 위험이 적게는 30%, 많게는 80%까지 감소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목할 만 것은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입덧증상을 겪고 출산된 아이의 경우 향후 지능발달이 우수해진다는 점이었다. 평균적으로 입덧 후 출산된 아동들은 성장하면서 지능지수(IQ), 언어구사력, 행동발달능력이 그렇지 않은 아동들에 비해 상당히 뛰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입덧은 전체 임신 여성의 70~85%에서 나타나는 보편적 현상으로, 병보다는 생리 현상의 일종으로 여겨진다. 원인은 뚜렷하지 않지만 임신 후 여성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키는 성선 자극 호르몬의 급격한 증가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입덧은 평균 임신 9주 때 시작 되며 11~13주에 가장 심해진다. 대부분 14~16주차가 되면 증세가 없어지지만 심하면 20~22주 이후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한편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생식 독성학 저널(Journal Reproductive Toxicology)’에 발표됐다. 자료사진=포토리아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긍정 신호 불구 앞뒤 안맞는 ‘崔노믹스’

    긍정 신호 불구 앞뒤 안맞는 ‘崔노믹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취임 이후 가장 달라진 정책 기조는 소득을 늘려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기업에 집중된 그간의 성장 과실을 가계로 흘려보내자는 발상의 전환도 ‘경제팀 교체’가 아니라 ‘정권 교체’에 버금간다는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 최노믹스(최경환+이코노믹스, 최 부총리의 경제정책)가 큰 방향은 잘 잡았다는 평가다. 하지만 알맹이를 벗기면 벗길수록 상호 모순되는 내용이 많아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책 충돌이 심해 경제철학의 근본적인 부재를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 28일 경제계에 따르면 최노믹스의 대표적인 충돌 사례는 가계부채다. 현 정부는 올 초 경제혁신3개년 계획을 내놓으면서 지난해 말 기준 160.7%(신기준 적용)인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2017년 말까지 155.7%로 5% 포인트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1025조원에 이르는 가계빚을 우리 경제의 최대 잠재위협 요인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노믹스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대폭 완화해 가계빚이 늘어날 여지를 열어놓았다. 대신 분모(소득)를 늘리겠다고 해명하지만 실제 증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경제팀도 자신하지 못한다. 권영준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는 “시장을 중시한다는 위스콘신 학파(최 부총리)가 시장원리(인구구조 변화 등에 따른 집값 하락)를 거스르면서 집값을 올리겠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고정금리 대출을 늘리라면서 기준금리를 내릴 채비를 하고 있는 것도 모순된다. 정부는 가계빚 구조 개선을 위해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2017년 말까지 40%(지난해 말 기준 15.9%)로 올려야 한다며 연일 금융권에 목표 달성을 채근하고 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한국은행에 기준금리를 내리라고 성화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고정금리(변동금리 섞은 혼합형 포함) 대출자들은 손해다. 외국계 투자은행의 이코노미스트는 “(금리 인하 등이 이뤄지면) 2금융권 대출이 1금융권으로 옮겨와 가계부채 질이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하는데 변동금리 대출이 더 늘어나 금리구조가 악화될 가능성은 왜 거론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서민 부담을 줄이겠다면서 담뱃값 인상을 추진하는 것도 충돌한다. 담배가 건강에 해로운 것은 사실이지만 서민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스트레스 배출구’인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담뱃값은 소득 역진성(소득이 낮은 사람이 더 높은 세부담을 지는 것)이 가장 강한 대표적인 품목이다. 반면, 사내유보금 과세에 따른 임금·배당소득 증가 혜택 등은 주된 수혜자가 대기업 근로자나 금융소득 자산가다. 스탠다드차타드(SC)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에 고용된 근로자는 전체 노동력의 13%에 불과하다. 소액주주 배당세도 인하한다고 하지만 자칫 소득 불균형을 더 심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차라리 20~30%대인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은 편인 법인세 실효세율(16.8%)을 높여 그 재원을 보편적인 소득 확대에 쓰는 게 낫다는 지적이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정공법을 놔둔 채 빚으로 경기를 떠받치려 하다니 최악”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경제학자도 “최노믹스가 지도에 없는 길이 아니라 손쉬운 길을 가려 한다”면서 “정책 목표가 충돌하면 경제 주체들이 헷갈릴 수밖에 없는 만큼 더 늦기 전에 재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 IMF, 세계경제 성장률 3.4%로 또 낮춰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4%로 3개월 만에 0.3% 포인트 내렸다. 미국의 1분기 실적 부진과 중국의 내수 부진, 신흥국의 수출 둔화가 이어지면서 한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도 저성장과 경기 침체의 공포가 불어닥치고 있다. IMF는 24일 ‘세계경제전망 수정’ 보고서를 발표하고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이 지난 4월 전망치(3.6%)보다 0.3%(반올림 감안) 포인트 낮은 3.4%에 그칠 것으로 봤다. 미국의 성장률을 1.1% 포인트 내린 1.7%로 전망한 영향이 컸다. 미국은 지난해 하반기에 재고가 많이 쌓인 상황에서 올 1~2월 혹한이 덮치며 경제활동이 둔화돼 생산이 크게 줄었다. 일본은 확대 재정정책의 효과로 올해 성장률이 0.3% 포인트 오른 1.6%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브릭스(BRICS) 등 신흥국의 성장률은 대부분 내려갔다. 중국은 부동산 규제, 신용공급 축소 등으로 내수가 부진해 성장률이 7.4%로 0.2% 포인트 하향 조정됐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는 러시아의 성장률은 당초보다 1.1% 포인트 낮은 0.2%로 전망됐다. IMF는 세계경제의 위험요인으로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유가 상승, 미국의 장기금리 상승세 재개 우려 등을 꼽았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사설] 경기부양 과감한만큼 리스크 조심해야

    정부가 발표한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방향’의 특징은 우리 경제의 무기력증을 해소하기 위해 공격적이고 대담한 정책들을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안정 위주의 정책으로는 가계나 기업의 축 처진 분위기를 일신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성장과 물가, 수출과 내수, 가계와 기업 모두가 위축되는 축소 균형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하지 않을까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2기 경제팀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재정·세제·금융 총동원령을 내릴 태세다. 경제 회생의 골든 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조급함마저 묻어난다. 부디 의도한 대로 경제가 살아나지 않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정책을 세심하게 추진하기 바란다. 정부는 직접적 가계소득의 증가를 통해 내수 활성화를 꾀한다는 복안이어서 주목된다. 정부는 기업의 성과가 일자리와 가계소득 증가로 이어지게 하는 전통적인 경제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이유를 설명한다. 최 부총리는 지난주 첫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지도에 없는 길을 걸어가야 할지도 모른다”고 밝힌 것에 대해 “가계소득 증대와 비정규직 및 소상공인 지원 방안이 보수정권에서 취하는 것보다 전향적인 것으로 평가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세제 개편을 통해 임금상승률이 높은 기업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거나, 기업 이익의 일정 수준을 임금 인상이나 투자로 사용하지 않을 경우 추가 과세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이 예다. 기업인들은 과격한 정책이라고 불만을 표출할지도 모른다. 기업들은 외환위기 이후 임금 인상이 생산성 향상보다 낮다는 지적을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가 법인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춘 취지는 ‘투자와 배당 증가’였다. 그러나 투자는 해외 위주로 이뤄지고 있고 배당은 인색하기만 하다. 기업소득이 가계로 흘러가게 하는데 적극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 2분기 성장률은 1분기 대비 0.6%에 그쳤다. 당초 1.1%를 예상했으나 1분기(0.9%)에 비해서도 부진했다. 민간소비가 감소세로 돌아서는 등 ‘세월호 쇼크’는 예상을 뛰어넘는 형국이다. 최 부총리는 저성장과 관련, “10년의 시차를 두고 일본을 따라가고 있다”고 걱정했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최대한 확장적으로 편성하는 등 40조원 안팎을 쏟아붓기로 했다. 소비를 뒷받침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는 만큼 재정건전성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지난 1~5월 통합재정수지는 7조 8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최 부총리는 “한두 해는 재정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증세를 하면 가처분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에 당분간은 검토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해 증세에 선을 그었다. 재정 건전성이 튼튼하다고 자만해선 안 된다. 비과세·감면 조정과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예산 축소 등 세출 구조조정을 차질없이 추진해야 한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로 가계부채 총량이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 정부도 인정한다. 최 부총리는 이자율이 높은 저축은행 등에서 은행으로 갈아타면 부채의 질(質)은 개선될 것이라면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피력한다. 그러나 주택시장이 살아나지 않을 경우 가계부채는 더 늘어나기만 하고 금융 건전성은 악화되는 등 문제는 심각해진다. 부작용을 줄일 추가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 [데스크 시각] 2기 경제팀 신뢰회복이 우선이다/김성수 경제부장

    [데스크 시각] 2기 경제팀 신뢰회복이 우선이다/김성수 경제부장

    ‘만사경(炅)통’(모든 일은 최경환으로 통한다). 2기 경제팀을 이끌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두고 이런 말이 나온 지는 꽤 됐다. 표현대로 정말 그런지는 모르지만,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는 이명박(MB) 정부의 첫 경제수장인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곧잘 비교된다. 강 전 장관도 역대 어떤 경제수장과도 비교가 안 될 만큼 쟁쟁한 실세였다.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고환율정책을 끝까지 밀어붙일 만큼 MB의 총애를 받았다. 하지만 지금의 최 부총리가 강 전 장관보다도 더 센 인물이라는 게 거의 정설이다. 대내외적인 여건에서도 그렇다. 3선 의원에 여당 원내대표를 지내 대(對) 국회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강 전 장관과 달리 ‘부총리’ 신분인 만큼 명실상부한 경제정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수 있다. 물러나겠다는 총리를 도로 주저앉힌,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을 겪은 정부라 실세 중에 실세인 최 부총리가 경제부총리 그 이상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번에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이 발탁된 것이나 교체될 것으로 알려졌던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막판에 살아난 것도 모두 다 그의 작품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막강한 파워를 바탕으로 최 부총리는 기존의 정책을 뒤집는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강 전 장관도 손을 대지 못했던 부동산 규제를 대폭 풀려는 것이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70%로 높이려는 게 골자다. 부동산시장을 띄워 경기부양을 하겠다는 취지지만, 1000조원을 이미 돌파한 가계부채가 더 악화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기업사내유보금에 대해 세금을 물리겠다는 발상도 비슷하다. 이미 법인세를 내고 있는 기업들이 이중과세라고 반발하는 것이 타당한 만큼 추진 과정에서 좌초할 가능성이 다분히 높다. 박근혜 정부는 이미 정책 추진 과정에서 엇박자를 계속 내며 시장의 신뢰를 너무 많이 잃었다. 작년 가을에는 박 대통령의 공약이던 기초연금 지급 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복지부가 맞붙어 싸우다가 장관이 물러났다. 중산층 근로자의 기준소득을 정하는 문제를 놓고도 갈팡질팡한 끝에 대통령까지 나선 뒤에야 정리가 됐다. 올 들어서는 기재부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만들어 언론에 사전브리핑까지 했지만, 막판에 청와대에서 퇴짜를 맞아 중요 내용이 상당 부분 바뀌었다. 전세소득 과세를 놓고도 ‘갈짓자‘ 행보를 계속했다. 2주택자의 전세소득에 세금을 물리겠다고 했다가 다시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고 말을 바꿨다. 이렇게 정부 정책이 자꾸 오락가락하니 정책에 대한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2년차에 레임덕을 맞았다는 말까지 들으며 총체적 위기에 빠져 있다. 상황을 반전하려면 경제분야에서 체감할 수 있는 성과가 서둘러 나와야 한다는 조급증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체증을 씻어 줄 시원한 ‘한방’을 찾는 건 애당초 불가능하다. 우리도 이미 일본식 장기 저성장에 빠진 만큼 부작용이 우려되는 단타 처방보다는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등의 장기적 해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최적의 정책 조합을 찾아내야지 불도저처럼 밀어붙이기만 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 오는 24일 2기 경제팀이 내놓을 처방전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주목된다. sskim@seoul.co.kr
  • [다시 뛰는 한국경제] 한화생명, 中·베트남 등 亞시장 집중 공략

    [다시 뛰는 한국경제] 한화생명, 中·베트남 등 亞시장 집중 공략

    국내 금융사들에 해외시장은 저성장·저금리 기조를 탈피할 수 있는 매력적인 돌파구이지만 진입 장벽 또한 만만치 않다. 한화생명은 우선 아시아 시장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해외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2009년 국내 생명보험사 최초로 베트남 보험시장에 진출했다. 2012년 12월에는 중국, 지난해 10월에는 인도네시아에서도 영업을 개시했다. 국내 생명보험사 가운데 가장 많은 해외 국가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성과도 좋다. 베트남 법인은 신계약 실적이 2009년 308억동(약 14억 6600만원)에서 지난해 1459억동(약 69억 4500만원)으로 5배가량 늘었다. 중국 시장에선 진출 1년 만에 초회보험료 8452만 위안(약 150억원)을 기록했다. 중국 내 외국계 보험사 중 4위의 실적이다. 인도네시아 법인 역시 국내 보험사 중에서는 최초로 10년 내 시장점유율 기준 15위권 내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한화생명이 해외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데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바탕이 됐다. 베트남과 중국 법인의 경우 대다수의 임직원을 현지에서 채용했다. 또 중국 시장 진출 10년 전부터 현지 시장 분석을 바탕으로 멀티채널전략을 세웠다. 한화생명은 앞으로도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 위주로 추가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다시 뛰는 한국경제] 성장엔진 쉼 없이 뛰게 한 기업들의 ‘역발상’ DNA

    [다시 뛰는 한국경제] 성장엔진 쉼 없이 뛰게 한 기업들의 ‘역발상’ DNA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니, 저성장이니 하는 불길함이 한국경제를 뒤덮고 있다. 움츠러들 법도 하지만 숱한 파고를 넘어온 우리 기업들의 대응은 한결같다. 어려울 때 오히려 더 화끈하게 투자하고 적극적으로 고용을 창출해왔다. 기업들은 이런 ‘역(逆)발상’ 전략으로 한국경제라는 ‘심장’을 쉼 없이 뛰게 하는 ‘피’와 같은 역할을 해온 셈이다.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에 원·달러 환율이 1000원에 육박하는 등 이중고를 겪으면서도 올해 기업들은 투자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지난 5월 전국경제인연합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매출 600대 기업의 올 투자 예상액은 모두 129조 7002억원이다. 지난해(113조 9183억원)보다 13.9%나 늘어난 것이다. 국내 매출 1, 2위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데는 이런 역발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5년간(2008~2013년) 국내에 쏟아부은 연구·개발(R&D) 비용은 6조 9007억원에서 14조 7804억원으로 무려 114.2%나 증가했다.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제품 개발을 위한 R&D 역량 강화를 통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역경을 이겨낸 것이다. 현대차 역시 이 기간 R&D 투자액은 57.2%(1조 1766억→1조 8490억원)나 늘렸다. 고용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직원 수는 8만 4462명에서 9만 5794명으로 13.4%나 늘었다. 현대차도 12.6%(5만 6020→6만 3099명)로 역시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4대 그룹을 포함한 주요 대기업이 전자제품·자동차·에너지 등 제조업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제조업이 ‘신흥국 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성장엔진으로 주목받은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다. 유럽에서 마이너스 성장에서 비교적 빨리 회복한 나라들은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핀란드 등 제조업 중심국가였다. 그리스가 국가 부도 수준의 위기를 겪은 이유는 유럽의 잘나가는 이웃들에 비해 제조업 비중이 10% 수준밖에 되지 않아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0년 기준 OECD 회원국 투자의 75%가 제조업에서 이뤄진 것이다. 제조업의 고용유발 효과도 재조명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자동화·기계화 등으로 제조업의 고용유발 효과가 낮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지만 최근엔 제조업의 ‘간접효과’에 주목하는 연구 결과들도 많다. 제조업의 근로자 1인당 부가가치는 1억 330만원(2010년 기준)으로 전체 산업의 1인당 부가가치(5840만원)의 두 배에 가깝다. 제조업의 높은 부가가치가 금융업, 도소매업, 숙박업 등 다른 영역에 파급되면서 새로운 고용을 창출하는 간접적인 고용 창출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은행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0.2% 포인트(4.0%→3.8%) 소폭 내리면서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을 3.1%에서 2.3%로 0.8% 포인트나 낮췄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소비 위축에 영향을 줬다는 이유에서다. 상품수출(6.5→6.1%), 상품수입(5.7→4.1%), 지식재산생산물투자(7.0→6.9%)도 줄줄이 하향 전망했다. 하지만 설비 투자 증가율만은 이전과 같은 5.7% 전망을 유지했고 경상흑자는 680억 달러에서 840억 달러로 높여 잡았다. 취업자 수 증가 전망도 50만명에서 48만명으로 약간 낮춰잡았을 뿐이다. 저성장 고착화라는 ‘암운’을 기업들이 적극적인 투자·고용 그리고 해외시장 개척으로 걷어 내고 있는 것이다. 올 초 주요 대기업 총수들의 메시지를 보면 위기 대응은 우리 기업들에 하나의 DNA로 뿌리 내렸음을 엿볼 수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불황기일수록 기회가 많으며 남보다 높은 곳에서 더 멀리 보고 새로운 기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자 보다 혁신적인 제품과 선행기술 개발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해 나갈 것”이라면서 적극적인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피력했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은 상투적이지만 무수한 난국을 헤치고 한국경제를 떠받쳐온 기업들을 이야기할 때는 전혀 진부하지 않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다시 뛰는 한국경제] GS건설, 해외시장 개척… 미래 성장동력 확보

    [다시 뛰는 한국경제] GS건설, 해외시장 개척… 미래 성장동력 확보

    GS건설은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는 국내 건설시장을 넘어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흑자 달성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GS건설은 올해 수주 목표인 14조원 가운데 75%에 달하는 10조원을 해외시장에서 달성할 계획이며 상반기까지 이미 5조 6000억원에 달하는 수주고를 달성해 올해 말까지 목표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올해부터는 양적 확대가 아닌 질적 성장을 통해 미래 지속적인 성장을 목표로 수주 단계에서부터 수익성이 담보된 우량의 프로젝트를 선별해 수주하고 설계, 수행, 공사 등 전 분야에 걸쳐 프로젝트 원가율을 지키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GS건설이 수주한 프로젝트를 보면 48억 달러 규모의 쿠웨이트 정유플랜트 공사는 해외 대형 플랜트 건설 경험이 많은 SK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해외에서 국내 건설사 간의 출혈 경쟁을 지양하고 협업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사는 GS건설이 이라크 건설시장에 처음 진출한 프로젝트다. 이는 앞으로 전후 재건사업이 한창인 이라크에서 플랜트 건설시장 참여 확대는 물론 전력 및 토건 분야 신규진출 전망을 밝게 한다. 이 외에도 아랍에미리트(UAE) 원유 처리 플랜트 공사는 현지 업체이자 파이프라인 공사 전문 업체인 도드살과 전략적 협업 체계를 구성해 지난 5월 20일 수주에 성공함으로써 현지 공사 시 발생할 수 있는 잠재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다시 뛰는 한국경제] 한국투자증권, 아·태 지역 투자 누적 수익률 19.8%

    [다시 뛰는 한국경제] 한국투자증권, 아·태 지역 투자 누적 수익률 19.8%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며 금융투자시장에서는 정기적으로 수익이 발생하는 채권과 배당주 등 인컴(Income)형 자산에 대한 수요가 높다. 국내 정기예금이나 국채 금리가 2%대인 점을 감안한다면 인컴자산에 대한 관심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투자 환경을 고려해 ‘이스트스프링아시아 퍼시픽 고배당 증권펀드’(주식-재간접)를 추천하고 있다. 이 펀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고배당주에 투자해 안정적인 배당수익과 자본차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지난해 7월에 출시된 이후 올해 6월 말 기준 누적수익률은 19.8%로 6개월 12.96%, 3개월 6.79% 등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펀드 포트폴리오의 배당수익률도 4.4%로 같은 지역의 배당수익률 3%를 초과하고 있다. 펀드의 운용전략은 시장 평균 이상 높은 배당수익률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측은 “현재의 배당수익률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이익도 함께 추구하는 토털 리턴 관점에서 종목을 선정한다”고 말했다. 양호한 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꾸준한 배당을 실시하는 고배당주에 대한 투자는 낮은 변동성을 보이고 미래에 높은 이익성장률을 기대할 수 있다. 이 펀드의 보수는 클래스 A의 경우 선취판매수수료 1.0% 및 총 보수 1.175%, 클래스 C는 총 보수 1.675%, 환매수수료는 30일 미만 환매 시 이익금의 70%, 90일 미만 이익금의 30%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사설] 朴 정부 2기 내각, 소통과 경제에 올인하라

    우여곡절과 혼선 끝에 박근혜 정부의 2기 내각이 출범했다. 자질 시비를 부른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때늦은 자진 사퇴로 2기 내각은 출발부터 차질을 빚는 모양새가 됐다. 내각 구성 과정의 인사 파동으로 국민들은 실망하고 또 지쳐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2기 내각은 다시 신발끈을 고쳐 매는 자세로 소통과 혁신에 매진하고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정 후보자의 자진 사퇴는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박 대통령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새 후보자를 하루빨리 내세워 국정 운영의 빈틈을 메우길 바란다. 김명수 전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이은 정 후보자의 낙마는 부실한 인사 사전 검증과 박 대통령의 폐쇄적인 인사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물론 국정 공백과 소모적인 논란을 자초했지만 이번 인사 파동을 폭넓은 소통의 정치와 민심에 순응하는 리더십의 개조, 국정운영의 활력 회복을 위한 교훈으로 삼는다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고 본다. 수첩은 접고 귀를 여는 박 대통령의 변화를 당부한다. 2기 내각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친박 정치인의 투톱 부총리 체제라 할 수 있다. 물론 황우여 사회부총리 후보자의 국회 청문회 과정이 남아 있지만 공식 임명까지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제팀 수장인 최경환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사회팀을 이끌 황 후보자는 정치와 민심의 접점인 정당과 국회에서 경력을 쌓아온 인물들이다. 그만큼 민심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통해 소통의 국정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저버리지 말기를 바란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대두된 안전시스템의 확충과 관피아 등 비정상적 적폐의 해소, 국가 혁신 등의 시대적 과제를 수행하는 데도 결코 차질이 없어야 할 것이다. 경제 활성화를 통한 민생 회복도 어느 때보다 시급한 과제라 할 것이다. 최 부총리가 어제 취임사에서 밝혔듯이 지금 우리 경제는 저성장과 축소 균형, 성과 부재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저성장의 회복세는 더디고 내수는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대표적인 취약계층인 비정규직과 자영업자가 뭔가 온기가 돈다는 생각이 들어야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 회복이 이뤄지는 것”이라는 최 부총리의 현실 인식은 적절하다고 본다.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리기 위해 기업의 과도한 사내유보를 제재하는 정책을 검토하겠다는 생각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결국 우리 공동체를 움직이는 두 바퀴인 복지와 성장이 선순환할 수 있도록 구조적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보듬는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단기적인 성과와 수치에 급급하지 않고 내실과 내성을 다지는 노력과 분발이 요구된다. 정치도 경제도 신뢰가 기본이다. 위기에 처할수록 초심으로 돌아가 신뢰를 쌓는 게 순리다. 리더의 자세 또한 다르지 않다. 박 대통령과 2기 내각은 소통도 민생도 신뢰가 구축되지 않고는 구호와 시늉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라. 인사 파동의 격랑 속에서 뼈저리게 느끼지 않았던가. 국정 파트너인 야당에도 손을 내밀고 협조와 이해를 구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마땅하다. 겸허하고 열린 마음으로 불통의 벽을 허물고 일상에 지친 서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정책과 정치를 펴 나가길 바란다.
  • 애플 - IBM, 기업용 모바일시장 협공

    개인용 모바일에 주력했던 애플이 IBM과 손잡고 기업용 모바일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한다. 기업용 모바일시장의 터줏대감인 블랙베리는 물론, 지난해 기업용 스마트 기기 시장에서 2~3분기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한 삼성전자도 잔뜩 긴장하고 있다. 애플과 IBM은 15일(현지시간) ‘iOS용 IBM 모바일퍼스트’라는 이름의 업무용 애플리케이션(앱) 모음을 공동 개발하는 내용의 파트너십 협약을 발표했다. 이들은 소매업, 헬스케어, 은행업, 여행, 교통, 통신 등 분야에서 iOS에 특화된 기업 보안, 업무 기기관리, 빅데이터 분석 등 100여종의 앱을 개발할 예정이다. 해당 앱을 탑재한 기업용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올해 가을부터 시장에 나온다. 그동안 기업용 모바일시장은 업무용 이메일 서버 기능을 앞세운 블랙베리가 선점해 왔다. 그러나 고사양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모바일로 업무를 보는 비중이 점점 늘어나자 지난해부터 삼성전자도 공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지난해 초 글로벌 기업고객(B2B) 센터를 신설하는가 하면 지난 6월에는 모바일 오피스 단말기 보안 인증 규격인 ‘SAFE’(세이프)를 선보였다. 구글과도 손을 잡았다. 구글 안드로이드L 운영체제에 자체 개발한 보안 솔루션인 녹스를 탑재하기로 한 것이다. 녹스는 스마트폰 내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업무용과 개인용으로 사용 환경을 분리·관리할 수 있게끔 한 업무 특화용 보안 솔루션이다. 여기에는 단순 시장 점유율 1위를 넘어 LG전자, 레노버 등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단말기를 통해 기업용 모바일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이려는 삼성전자의 전략이 숨어 있다. 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이미 포화상태인 개인용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시장을 넘어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 사용자를 공략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기관인 IDC에 따르면 기업 직접 구매 스마트기기 시장은 2012년 5180만대에서 지난해 6140만대로 성장했다. 개인용 스마트폰이 저성장을 이루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IDC는 2017년에는 이 시장이 8800만대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IDC 발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3분기 기업용 스마트 기기 시장 점유율은 37.2%로 애플을 제쳤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녹스를 필두로 B2B 모바일 시장을 적극 공략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 업계 관계자는 “하드웨어 차원에서 보면 최근 성장 정체 조짐을 보이고 있는 태블릿 시장이 기업용 판매를 통해 당분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시론] 여성정치교육, 왜 해야 하는가/주선미 중앙선관위 선거연수원 교수

    [시론] 여성정치교육, 왜 해야 하는가/주선미 중앙선관위 선거연수원 교수

    6·4 지방선거 결과 여성정치 부문에 소중한 진전이 있었다. 역대 처음으로 여성후보자와 여성당선인 비율이 각각 20%를 상회한 것이다. 부산과 대구에서는 첫 3선 여성구청장이 탄생했으며, 서울시 최초로 강남구와 송파구 여성구청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에서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은 저조하다. 19대 국회의 여성국회의원 비율은 15.7%로 189개국 중 91위다. 여성의원 재선비율도 전체 평균의 반 정도에 불과하다. 이번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여성 후보자는 전체 55명 중 9명으로 15개 선거구 가운데 단 4곳에서만 출마할 뿐이다. 이와 같은 현실은 여성의 정치적 역량 확충을 위해 여성 정치교육이 보다 더 강화될 필요가 있음을 실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여성 정치교육은 선거연수원, 여성가족부 등 공적기관, 정당, 여성단체 및 일부 대학 등에서 주로 이뤄져 왔다. 그런데 본질적으로 여성 정치교육에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우선 교육목표를 설정할 때 ‘비판 대 수용’의 균형을 꾀해야 한다. 학습자들이 정치현상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비판하는 것 못지않게 상호 간 합의 도출에 이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 대상에 있어서도 ‘여성정치엘리트 대 일반여성’ 교육을 병행해야 한다. 그동안은 여성의 정치적 저대표성 극복이라는 절박함으로 엘리트 교육에 치중한 면이 있었다. 궁극적으로는 양성평등 정치문화 구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재정운영 측면에서도 ‘비용투입 대비 교육효과’ 입증의 모호성을 극복해야 한다. 단순히 피교육생의 양적 증가와 내용의 질적 수준을 강조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교육 성과가 현실 정치에 얼마나 잘 반영됐는가를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이런 내재적 딜레마들 간 조화를 위해 여성 정치교육은 목적, 대상과 방법 등이 총체적 차원에서 정교하게 설계돼야만 한다. 그러지 않으면 교육 전반에 걸쳐 비효율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중복 또는 누락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교육의 효과성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나라는 여성 정치교육을 체계적·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기관들 간 협업체제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관련 교육기관들이 소속 경계와 정파성 및 이해관계를 넘어 여성정책 결정과 여성 정치교육에 건설적으로 참여하는 과정과 구조를 구축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때는 반드시 이념적 중립성에 최대한 부합하는 기관이 중심이 돼야 한다. 국가기관인 독일 연방정치교육원이 300여개의 교육기관과 정당관련 재단, 학교, 노조, 시민단체들과 연계를 맺으며 자율적으로 교육이 이뤄지도록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것이 좋은 예다. 우선 시급한 것은 교육기관들에 대한 정부 지원의 확충이다. 국가부채 급증과 저성장시대 진입 가능성이 언급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 지원에만 의존하는 것은 비현실적일 수 있다. 하지만 외부 지원금을 확보하기가 어렵고 교육 성격상 수익자 부담원칙을 적용하기에도 한계가 많다. 예산 부족은 단기적 일회성 프로그램으로 끝나게 해 심화학습이나 재교육으로 발전하기 어렵게 만든다. 교육내용이 일관성을 유지하며 유기적으로 구성되기 위해서는 재정 안전이 우선돼야 한다. 민간의 자발적 기금 조성을 통해 시민교육을 시작한 미국의 교육단체들도 과정 운영에 대한 간섭 없이 정부로부터 적지 않은 규모의 재정 지원을 받고 있다.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제고는 이제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필수불가결한 국가적 사안이다.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은 법·제도적 미비점의 보완, 남성우위 정당정치의 개선, 성평등 의회 문화의 확립 및 여성단체들의 연대 강화 등을 통해 더 높아질 수 있다. 이 결실을 얻기 위해서는 여성 정치교육의 체계화가 매우 중요하다. 주권자로서의 덕성과 정치적 역량 계발을 돕는 여성 정치교육이야말로 여성 대표성 확대의 추동력이자 선행조건이기 때문이다.
  • [사설] 성장정책 추진, 소득불평등 해소와 병행해야

    세계은행이 소득 불평등이 심할수록 부유층의 소득 증가율은 높아지지만 빈곤층의 소득 증가율은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불평등이 성장에 도움을 주더라도 과실은 소득 최상위 계층에만 돌아가 불평등이 더 심해진다고 지적한 것이다. ‘선성장 후분배’가 사실상 불가능함을 보여준 셈이다. 이번 연구는 빈곤층 내부의 불평등에도 주목했다. 노동시장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으로 갈라지면 값싼 노동력을 부유층이 착취할 수 있다고 했다. 경제 정책의 방향 설정을 위해 눈여겨볼 대목이다. 소득 양극화의 심각성이 나타난 지는 오래됐다. 도시가구의 월 실질소득은 1990년 210만 6000원에서 지난해 390만 4000원으로 85.4% 증가했다. 그러나 소득의 분배 상황은 더 악화됐다. 숫자가 높을수록 불평등이 심함을 뜻하는 지니계수는 같은 기간 0.256에서 0.280으로 9.4% 상승했다. 우리나라의 지니계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 회원국 중 8번째로 높다. 상승 폭은 아시아에서 5번째로 크다. 우리보다 폭이 큰 나라는 중국, 인도네시아, 라오스, 스리랑카 등의 후진국들이다. 국민소득이 늘어나 선진국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양극화는 저소득 국가들과 차이가 없다. 빈부 격차가 커지면 계층 간의 위화감을 조장하고 사회통합을 저해한다.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추구한다고는 했지만 역대 정권마다 방향은 달랐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론 쉽지 않다. 박근혜 정부는 분배보다 성장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분배를 도외시하는 건 아니겠지만 당장 수치로 나타나는 성장률을 높이는 데 더 애를 쓰는 듯하다. 성장 위주의 정책을 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분배에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끊임없는 논란거리가 되고 있지만 분배가 성장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사례는 많다. 분배가 소비를 부르고 소비가 생산으로 이어져 결국 성장을 촉진한다는 논리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국제기구들도 소득 불평등이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며 적절한 수준의 소득재분배 정책을 강조한 바 있다. 세계은행의 이번 연구도 이런 지적과 맥락을 같이한다. 물론 성장 없는 분배는 있을 수 없다. 벌어야 나눠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몇 년간 지속돼 온 저성장 문제를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다만, 성장하는데 분배가 독이라는 관념은 버려야 한다. 반대로 분배만을 강조하고 성장을 부정해서도 곤란하다. 성장과 분배 정책의 조화로운 운영이 필요한 때다.
  • [사설] 가계빚 쌓이고 기업 유보금은 늘고 있다면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이끄는 2기 경제팀이 이번 주 출범할 예정이어서 성장정책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 주목된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우리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그러나 상황이 판이하게 달라진 분위기다. 세월호 참사의 파급 효과는 지표로 나타날 정도로 예상보다 훨씬 크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빠르면 다음달에는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상반기에만 해도 금리 인상설이 우세했지만 이젠 인하 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 경제정책의 양대 축을 이루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하반기엔 경기 하락 가능성이 크다고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두 기관이 호흡을 얼마나 잘 맞추느냐에 따라 경기 회복의 시기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우리 경제가 회복세를 찾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소비 부진에 있다. 원화가치 강세 속에서도 수출은 호조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수출만 잘된다고 해서 경기가 회복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기업들은 벌어들인 돈을 잔뜩 움켜쥐고 있다. 10대 그룹 82개 상장 계열사의 사내유보금은 지난해 6월 말 현재 477조원으로 2010년 말 331조원에 비해 43.9%(146조원) 늘었다. 대기업의 현금성 자산 규모도 5년 사이 300%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에 대비해 현금을 쌓아두는 기업들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기업들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부디 기업과 나라 경제를 위해 발상의 전환을 하기를 바란다. 이른바 잘나가는 기업들은 돈을 쌓아놓기 바쁠지 모르지만 가계는 빚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 5월 현재 은행과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저축은행·신용협동조합·새마을금고·상호금융 등)의 가계대출 잔액은 699조 3000억원으로 4개월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소득은 신통치 않은데 빚을 갚으려다 보니 소비가 살아날 리 만무하다. 내수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기업이나 국가 경제 둘 다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기업 소득이 임금 상승이나 고용 등을 통한 가계소득 증가로 이어져 내수와 기업 투자를 활성화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과도한 기업의 사내 유보금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기업의 잉여소득이 가계 소득으로 흘러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다. 다만 기업들의 반발을 없애려면 규제완화를 과감하게 추진해 경영 활동을 원활하게 해 줘야 한다. 그래야 일자리도 많이 생긴다. 임금이 비싼 이유도 있지만 기업들이 현지 공장 신설 등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은 국내의 각종 규제 때문이다. ‘최경환호’의 기업 규제완화 후속 조치에 기대를 걸어본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비전을 제시하는 일이다. 우리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 14위로, 5년째 제자리 걸음을 했다. 저출산·고령화는 경제 활력과 성장동력을 떨어지게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선진국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한 바 있다. 부족한 노동력을 메울 방안을 포함해 저성장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장기 대책도 찾아야 한다.
  • 우리나라 작년 GDP 세계 14위 1조 3045억弗… 5년째 제자리

    우리나라 작년 GDP 세계 14위 1조 3045억弗… 5년째 제자리

    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가 세계 14위로 집계됐다. 5년째 순위 변동이 없다. 13일 한국은행과 세계은행의 세계발전지수(World Development Indicators)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1조 3045억 달러다. 새 국민소득 통계 기준을 적용한 결과다. 우리나라의 GDP 규모는 2005년 10위까지 치고 올라갔으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다시 미끄러졌다. 2008년 15위까지 밀렸다가 이듬해 한 계단 올라선 뒤 5년째 제자리 상태다. 한은 측은 “우리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2009년과 지난해 국가별 순위 변화를 살펴보면 중국은 3위에서 2위로 올랐다. 브라질(8→7위), 러시아(12→8위), 인도(10→11위) 등도 상승세를 탔다. 특히 중국은 2009년 4조 9902억 달러이던 GDP를 5년 새 배 가까이 늘려 우리나라와의 격차(5.5배→7.1배)를 더 크게 벌렸다. 같은 기간에 순위가 하락한 나라는 장기 불황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는 일본(2→3위)과 유럽 재정위기 타격을 받은 이탈리아(7→9위), 스페인(9→13위) 정도다. 경제규모 세계 1위는 미국(16조 8000억 달러)이다. 우리나라의 약 13배다. 그 뒤는 중국(9조 2403억 달러), 일본(4조 9015억 달러), 독일(3조 6348억 달러) 등이 따르고 있다. 우리 뒤는 멕시코(1조 2609억 달러), 인도네시아(8683억 달러) 등이 뒤쫓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구매력평가(PPP) 기준 43위(3만 3440달러)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 [시론] 노후보장의 한 축, 개인연금 앞으로가 더 중요/김수봉 보험개발원장

    [시론] 노후보장의 한 축, 개인연금 앞으로가 더 중요/김수봉 보험개발원장

    최근 우리 사회 최대 화두 중 하나는 ‘백세 시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2년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81.3년이다. OECD 평균 80.2년보다 1.1년이 더 길다. 최근 40년 동안 한국의 평균수명은 20세 가까이 늘어났다. 빠른 고령화로 은퇴 준비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일반적으로 노후대비를 생각하면 국민연금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국민연금은 국가에서 책임지는 일종의 은퇴 상품이다. 그런데 이제는 국민연금에만 노후 생활을 의지할 수 없는 여건이다. 국민연금은 1988년 도입 이후 두 차례 개혁을 통해 급여 수준이 퇴직 전 소득의 70%에서 40%로 하향 조정됐다. 이마저도 보험료를 40년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냈을 때 받을 수 있는 경우다. 실제 근로할 수 있는 기간을 고려하면 급여 수준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예상되는 급여 수준은 25.8 ~30.7%다. 즉 국민연금은 퇴직 전 소득의 약 4분의1에 불과하다. 이 정도 연금액은 생계비 충당에도 빠듯하다. 또 기대수명의 연장으로 은퇴 후 노후 기간은 계속 늘어나고 있고 노후를 자녀에게 의지한다는 것 또한 과거의 유산이 돼 버렸다. 결국 노후생활의 안정을 위해 개인 스스로가 미리미리 노후에 대비해야 한다. 국민연금 위에 사적연금을 더한 노후소득 보충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 역시 국민연금 외에 사적연금보험 등 촘촘한 노후소득보장체계 구축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 기업이 근로자들의 노후소득 보장을 지원하기 위해 2005년 퇴직연금이 도입됐다. 앞서 1994년에는 저축액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개인연금(세제적격 개인연금)을 도입해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이 삼각 구도를 이루는 노후보장 안전망이 구축됐다. 특히 개인연금 중 세제적격 연금보험은 20년 만에 연간 보험료가 8조 9000억원에 이르고 있다. 도입 당시보다 5.6배 증가했다. 이에 따라 누적 적립금 규모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65조 9000억원이다. 이는 세계 3대 연기금으로 성장한 국민연금 적립금(416조 6000억원)의 16%다. 이런 양적 성장 배경에는 국민의 노후준비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확산뿐만 아니라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의지도 뒷받침됐다. 세제적격 개인연금은 2001년부터 최근까지 두 차례에 걸쳐 소득공제 금액이 확대됐다. 소득공제액이 늘어난 2005년 이후 2012년까지 수입보험료의 성장률은 연평균 17.6%다. 세제혜택에 금융소비자들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세제적격 개인연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해부터 세제혜택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뀌었다. 세액공제는 가입자의 소득에 상관없이 정률(12%)로 세제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현행 대다수 가입자가 이전 소득공제보다 세제혜택이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영향 등으로 올해 1월부터 3월까지의 수입보험료는 전년 동기대비 0.2% 줄었다. 저금리·저성장 장기화로 ‘세(稅) 테크’에 민감한 금융소비자들이 노후 대비 역시 세제혜택에 따라 영향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개인연금에서 세제 지원은 가장 강력하고도 유일한 정책 수단이다. 세액공제로의 변경은 소득자 간 과세 형평성 및 세수확보 등 분명한 장점이 있지만 자칫 중산층의 노후대비 약화라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정부는 앞으로 시장상황을 면밀히 검토해 중산층에게는 가입 유인을 해치지 않는 세제지원을, 그리고 저소득층에게는 실질적인 가입 유인을 제공해 개인연금의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 또 연금수령 단계에는 노후생활비 확보 수단으로써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도록 장기간 연금수급을 유도하는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개인연금은 지나온 20년보다 고령화 문턱에 서 있는 앞으로의 20년이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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