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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옐런 “美경제 거품 없다…점진적 금리인상 적절”

    옐런 “美경제 거품 없다…점진적 금리인상 적절”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전·현직 의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글로벌 경제 현안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연준의 전·현직 의장 4명이 한자리에서 공개 토론을 하는 건 102년 연준 역사상 처음이다. 이들은 1970년대 두 자릿수 물가 상승과 1980~1990년대 주가 폭락,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파란만장한 미국 경제 역사를 직접 이끈 ‘증인’들이다. 이들의 재임 기간을 합치면 37년에 이른다. 재닛 옐런(69) 의장과 벤 버냉키(62)·앨런 그린스펀(90)·폴 볼커(88) 전 의장 등 4명은 7일(현지시간)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기숙사인 뉴욕 인터내셔널 하우스에서 열린 ‘연준이 말하면 세계가 듣는다’ 토론회에 참석해 미국 및 글로벌 경제 상황과 연준 의장으로서의 경험을 밝혔다. 사회를 맡은 CNN 진행자 파리드 자카리아(52)가 옐런 의장에게 “미국 경제의 거품 붕괴 지적에 동의하느냐”고 묻자 그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옐런 의장은 “금융자산이 과대평가됐다는 신호를 찾아볼 수 없다. 미국 경제가 순항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대선 주자 도널드 트럼프가 최근 “우리는 경제와 금융 분야에서 거품 위에 앉아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한 반박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12월 연준이 금리 인상을 단행해 세계경제가 요동친 것과 관련, “그때 금리를 올렸어야 했느냐”는 질문에는 “당시 미국 경제가 연준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지고 있었다”며 “(12월 금리 인상이) 실수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의회가 우리(연준)에게 부여한 완전고용이라는 목표에 다가가고 있어 지금의 점진적 금리 인상 기조가 적절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원격 화면을 통해 토론에 참여한 그린스펀 전 의장에게 “재임 기간(1987~2006) 동안 ‘경제의 신’으로 불렸던 소감이 어땠느냐”고 묻자 “매우 감사한 말이지만 우리(연준)의 경제 전망 능력에 분명 한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이어 미국 경제의 최대 장애물로 ‘저성장’을 지적하면서도 “(성장률 제고를 위한) 재정 지출은 (연방정부의) 부채를 늘린다”고 답해 인위적 경기 부양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1979년부터 1987년까지 연준 의장직을 맡아 여론의 질타에도 물가 안정을 위해 기준 금리를 크게 올렸던 볼커 전 의장에게 소회를 묻자 그는 “(당시) 사람들이 우리 (연준 위원들)에게 스스로 목을 매라며 밧줄을 주기도 했다”고 농담을 섞어 말하기도 했다. 반대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례없는 양적완화 정책을 취했던 버냉키 전 의장(2006~2014년 재임)은 “금리를 다시 인상하는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내가 (금리 인상 결정을) 할 필요가 없어 천만다행”이라고 답해 폭소를 자아냈다. 한편 시장 전문가 75%는 6월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전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이날 전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공격적 경기 부양책에 38조 적자 그래도 재정건전성은 OECD 5등

    공격적 경기 부양책에 38조 적자 그래도 재정건전성은 OECD 5등

    2015년 국가부채와 채무가 각각 72조원, 57조원씩 늘어난 이유는 부진한 경기의 진작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영한 결과다. 담뱃세 인상과 부동산 거래 증가로 4년 만에 ‘세수 펑크’에서 벗어났고,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충당부채 증가율이 크게 낮아졌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저성장에 메르스 충격까지 겹치면서 재정적자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저출산·고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세수확충 및 강력한 재정개혁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지난해 국가 결산 결과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세수증가로 세입에서 세출과 이월액을 뺀 세계잉여금이 2조 8000억원으로 2011년 이후 4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는 부동산 거래 증가와 세법개정 등에 따른 2조 2000억원의 국세 수입 증가의 효과라고 설명했다. 또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매년 50조~160조원 늘어나던 연금충당부채의 증가 규모도 크게 줄었다. 연금의 미래지출 예상치인 연금충당부채는 지난해 공무원연금 8조원, 군인연금 8조 3000억원 등 16조 3000억원이 늘었다. 2012년 94조 8000억원, 2013년 159조 4000억원, 2014년 47조 3000억원에 비하면 증가폭이 눈에 띄게 줄었다. 기재부는 개혁 효과로 52조 5000억원의 충당부채 감소 효과가 발생했으나, 공무원 재직자 및 연금 수급자 증가에 따라 전체적인 연금충당부채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정(관리재정수지)적자는 38조원으로 2009년 이후 6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관리재정수지는 2011년 13조 5000억원, 2012년 17조 4000억원, 2013년 21조 1000억원, 2014년 29조 5000억원으로 급증하고 있다. 이런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리면서 국가채무가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국가채무는 590조 5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57조 3000억원이 늘었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은 37.9%로 1년 전보다 2.0% 포인트 높아졌다. 정부 설명대로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은 여전히 양호한 수준이다. 2014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27개국 가운데 한국의 GDP 대비 일반 정부 부채 비율은 다섯 번째로 낮다. 한국은 41.8%로 에스토니아(10%), 룩셈부르크(23%), 뉴질랜드(31%), 멕시코(36%) 다음이다. OECD 평균치는 115.2%다. 하지만 고령화로 복지지출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국가채무 역시 급격히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복지 지출은 한 번 늘어나면 되돌리기 어렵고, 시간이 갈수록 불어나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세수확충 방안을 마련하지 않거나 재정개혁으로 지출을 줄이지 않을 경우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에 정부는 올해 예산을 짜면서 각 부처가 집행하는 보조사업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고, 내년에는 아예 부처 재량지출을 10% 줄이라는 지침까지 내렸다. 또 사회보험 개혁, 지방·교육재정 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조용만 기재부 재정관리국장은 “지난해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등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집행한 결과로 재정수지가 다소 악화됐다”면서도 “추경 당시 46조 5000억원 적자를 예상했던 것보다는 8조 6000억원가량 개선됐다”고 말했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1년 만에 124배 인생역전… 응답하라! 그때 그 대박株

    1년 만에 124배 인생역전… 응답하라! 그때 그 대박株

    가진 돈을 늘리려는 인간의 욕심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가 ‘새로운 표준’(New Normal)이 된 요즘은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한숨만 흘러나온다.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와 양적완화(자산 매입)로 돈다발을 풀어도 경기는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갈 곳 잃은 돈만 여기저기 헤매고 있다. 주식 투자자들은 과거 짭짤한 수익을 안겼던 투자처를 생각하며 “응답하라, 그때 그 대박”을 외친다. 한국거래소와 증권사 보고서 등을 통해 역대 ‘대박’ 주식을 되짚어 봤다. 연초에 샀다가 연말 ‘대박’을 터뜨린 주식은 뭐가 있을까. 1일 거래소의 도움으로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20년간 연도별 주가(액면 분할 등을 반영한 수정 주가) 상승률 1위 종목을 파악해 봤다. 1999년 한글과컴퓨터(한컴) 주식이 무려 123.9배나 급등한 최고의 ‘대박’으로 나타났다. 이해 1월 4일 코스닥 시장에서는 2104원에 한컴 주식을 살 수 있었고, 폐장일인 12월 28일 26만 2881원에 팔 수 있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한컴 주식은 정보기술(IT) 붐과 벤처 열풍을 타고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네띠앙 등의 자회사를 통해 확보한 500만명의 회원을 기반으로 인터넷서비스를 강화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층 더 끌었다. 연간 단위로 파악한 거래소 집계에는 잡히지 않았으나 새롬기술(현 솔본)의 ‘대박’은 한컴을 뛰어넘는다. 1999년 8월 코스닥에 상장한 새롬기술은 미국에서 사상 최초의 무료 인터넷서비스 다이얼패드를 시작해 주가가 폭등했다. 이듬해에는 액면가 대비 600배나 올라 투자자들에게 복권 1등 당첨 못지않은 돈다발을 안겼다. 한컴과 새롬기술 외에도 이 시기 코스닥 IT 업종에 투자한 사람들은 대부분 노다지를 캤다. 1999년에는 한컴 등 32개 종목이 10배 이상 주가가 뛰었다. 코스닥지수는 76.40에서 256.14로 3배 넘게 상승했고, 시가총액은 8조원에서 98조원으로 12배나 팽창했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연간 기준으로 가장 ‘대박’을 터뜨린 주식으로는 2005년 동일패브릭이 꼽힌다. 1월 3일 801원에서 12월 29일 2만 6979원으로 32.7배 뛰었다. 미국 바이오 벤처기업 바이럴제노믹스에 인수돼 에이즈 치료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1999년 한솔CSN도 한 해 동안 24.9배나 오른 ‘대박 주’였다. 인터넷과 PC통신 등 온라인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전자상거래 시장을 개척해 연일 주가가 고공행진을 펼쳤다.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어떨까. 1994년 개인투자자도 해외 주식과 채권에 대한 직접 투자가 가능해졌고 1996년에는 1억원이었던 한도가 전면 폐지됐다. 이 시기 터키 주식에 투자했다면 꽤 재미를 봤을 것이다. IBK투자증권이 블룸버그를 통해 연도별로 해외 자산군 수익률을 분석한 보고서를 보면 터키 주식은 1996년 143.8%의 짭짤한 수익률을 안겼다. 1997년과 1999년에는 253.6%와 485.4%를 기록했다. 미국 S&P500지수도 1996~99년 19.5~31.0%의 수익률을 낸 안정적인 투자처였다. 1998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때를 제외하곤 글로벌 주식시장은 대부분 ‘맑음’ 행진을 펼쳤다. 그러나 2000년 IT 거품이 꺼지면서 전 세계 증시가 휘청거렸다. 이해 S&P500지수는 -10.1%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영국 FTSE100지수도 10.2%나 떨어졌다. 일본 역시 27.2% 하락하는 등 충격을 받았다. 신흥국 증시 수익률을 보여주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이머징마켓(MSCI EM)지수도 31.8%나 떨어지는 등 전 세계 증시가 무덤으로 변했다. 불확실성에 투자하는 주식은 불황 때 원금 손실을 입히는 위험 자산임에 분명하지만 예찬론자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주식 투자 바이블’의 저자 제러미 시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주식이 단기적 변동성은 있지만 연평균 6.6%의 수익률을 내는 등 10년마다 2배씩 가치가 커졌다고 주장했다. 1802년 1달러를 주식에 투자했다면 2012년까지 66만 9500달러로 올랐다고 분석했다. 반면 장기 국채에 투자했다면 1633달러, 금을 샀다면 4.35달러에 그쳤다는 게 시걸 교수의 주장이다. 거래소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은 적이 있다. 코스피 출범 30주년을 맞아 1983~2012년 30년간 주식, 채권, 예금, 금, 부동산, 원유의 누적 수익률을 따져 본 것이다. 주식 투자는 배당을 포함해 28배의 수익률을 올려 채권(16배)과 예금(8배), 부동산(4배) 등 다른 자산을 압도했다. 주식 예찬론자의 분석을 보지 않더라도 호황기 때 주식은 최고의 투자처로 꼽는 데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세계 경제가 IT 버블을 털고 일어난 2003년부터 5년간 골디락스(고성장·저물가) 시대가 도래했는데, 이 시기 각국 주식 수익률은 화려하다. 브릭스(BRICs)의 선두 주자 브라질 증시가 2003년 97.3% 수익률을 올렸고, 다른 멤버인 인도(70.9%)와 러시아(61.4%)도 빛났다. 독일(37.1%)과 미국(26.4%), 일본(24.5%) 등 선진국 증시도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골디락스 시대의 주식 투자자들은 별다른 위험 없이 두 자릿수 수익률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따 먹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골디락스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종언을 고했다. 저성장의 깊숙한 늪에 빠진 올해 주식에 투자하는 건 위험을 수반한다. 대신 요즘은 금이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금은 지난달 16일 기준으로 연초 대비 18.6%의 수익률을 올려 엔화(7.2%), 선진국 채권(4.8%), 서부 텍사스산 원유(3.8%) 등을 압도했다. 전문가들은 ‘3저(低)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투자 해법으로 ‘분산’을 꼽는다. 무턱대고 수익만 좇다 보면 낭패 보기 십상이니 자산을 효율적으로 분산해 위험을 줄이라는 것이다. 주식과 채권 등 전통적인 투자처 외에도 파생상품과 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를 눈여겨보고 해외 자산으로도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분산 투자 개념에는 시간도 들어간다”며 “투자처를 찾아도 한 번에 모든 자산을 쏟아붓지 말고 일정 기간 간격을 두고 나눠서 투자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양극화 해소 ‘777플랜’ 분배 도움… 가계소득 늘릴 방법론 빠져

    양극화 해소 ‘777플랜’ 분배 도움… 가계소득 늘릴 방법론 빠져

    더불어민주당이 20대 총선에 내건 10대 공약 중 1호 공약을 제외한 2~10호 공약을 분석한다. ●청년 위해 더 좋은 일자리 마련 최근 고용 동향을 제시하고 안정적이고 질 높은 청년 취업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청년고용 의무 할당 상향 등 입법 과정에서 산업계와의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청년취업지원 예산 개편이 필요한데 ‘예산 범위 내’라는 막연한 기준만 제시했다. 교육·고용·복지의 선순환 체계, 정규직·비정규직, 대·중소기업 간의 상대적 임금 격차 해소도 중요하다. ●더불어 행복한 성평등사회 구현 초저출산 문제가 가임기 여성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의 결과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 성차별·성희롱 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가족지원기본법 제정 등 국회 논의가 필요하다. 남성차별 해소 및 다양한 형태의 가족 차별 예방, 다문화 가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 제시가 없다. 여성 고용 관련 육아 지원에 대해서는 언급이 전무하다. ●경제민주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균형발전 도모 기업 간 상생을 꾀하며 중견·중소기업 경쟁 환경을 개선하고 균형발전 이슈를 부각시켰다. 사회적 선합의가 필요하나, 이해주체 간 의견 충돌로 난항이 예상된다. 대기업 초과 이윤 또는 잉여자본의 활용 방안이 필요하다. 동반성장론은 모든 정당이 공히 추구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방법론이 빠졌다. 일방적인 대기업의 독과점 규제 정책으로 이해될 가능성이 높다. ●저소득 저신용자 위한 3단계 가계부채 대책 마련 한계상황에 직면한 저소득 저신용자들을 돕는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가계부채 대책 3단계 방안도 구체적이다. ‘재정소요 없음’에 대한 구체적 사유를 제시하지 못했다. 금융부담을 순전히 금융권이 떠안으라는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분배적 정의만 강조한 결과 모럴 해저드 위험이 있다. 가계부채 관련 근본대책, 금융기관 문턱 낮추기, 개인회생 절차 단축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 ●국민통합 위한 한국형 복지국가 건설 ‘적정복지-적정부담’ 수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국가차원 논의기구를 제시했다. 한국형 복지국가 모형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나와야 한다. 공약 내용이 매우 포괄적이라 향후 많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재원 조달과 방식이 중요한데 구체적인 추계가 필요하다. 저성장시대 진입에 대한 고려를 해야 하고, 원칙으로 제시한 ‘선택적 보편주의’의 범위도 설정해야 한다. ● ‘777플랜’으로 양극화 해소 양극화 해소를 위한 목표치로서 ‘777플랜’(현재 62% 수준인 국민총소득 대비 가계소득 비중, 62.9%인 노동소득분배율, 65% 수준인 중산층 비중을 각각 70%대로 향상)을 내놓고 안정적이고 행복한 삶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소득계층 간 분배구조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상황에서 ‘국민총소득(GNI) 대비 가계소득 비중을 2020년까지 70%대로 향상’하는 데 대한 방법론이 빠졌다. 대통령 직속 ‘불평등 해소위원회’ 설치, ‘3동(同)원칙’(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동일처우)의 법제화가 필요하다. 예산 산정 및 재원 조달 방안도 부족하다. ●국민연금 혜택 국민께 더 돌려드리겠음 연금기금을 활용한 공공임대 주택, 보육시설 확충 방안은 의미 있다. 반면 연기금 운영 취지에서 벗어날 수 있어 사회적 논란이 불가피하다. 연금 파산을 앞당길 리스크가 크고, 조세 저항도 우려된다. 미래세대에 부담되는 공약으로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이다. 국민적 동의 가능성이 낮은 공약이다. ●공평·합리적 건강보험 부과 기준 마련 건강보험 부과 기준에 대한 합리적 개선, 공평 조세를 강조했다. 의료집단 등 이해당사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보험료 산정 기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조세 저항이 높아 재정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보험료 부과 기준 일원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고소득 자영업자, 세금탈루자에 대한 정당한 보험료 추징 등 엄정한 법집행이 전제조건이다. ●통일한국 건설 위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통일한국 건설을 위한 정치적 선언으로서 의미가 있다. 한반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등 피해지원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고, 남북협력기금을 통한 재원 조달 등에 대한 구체적인 추계 제시가 없다. 현재 남북 정세를 감안할 때 적절성 논란이 예상된다. 국제사회 결의를 위반할 소지도 있다. 정리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이경형 칼럼] ‘동물’도 ‘식물’도 아닌 20대 국회를 위하여

    [이경형 칼럼] ‘동물’도 ‘식물’도 아닌 20대 국회를 위하여

    4·13 총선으로 구성될 제20대 국회는 어떤 모습으로 운영되어야 할까. 의원들의 임기는 올해 5월 말부터 2020년 5월 말까지다. 내년 12월엔 대선, 내후년 6월엔 지자체 선거도 치른다. 의원들은 박근혜 대통령 임기 후반 1년 반과 차기 대통령 임기 전반 2년 반을 함께한다. 선거는 권력 쟁탈전이기 때문에 정국은 늘 유동적이고 권력을 추구하는 집단 간에는 긴장이 계속된다. 선거 분위기가 지속되면 나라 살림을 꼼꼼하게 챙기는 것보다 선심을 남발하기 일쑤다. 박 대통령의 올해 하반기 이후의 국정운영은 대권 주자들의 경쟁 국면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기 쉽다. 20대 국회의 안정적인 운영이 더욱 중요한 까닭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저성장이 고착화하고 ‘수저 계급론’ 등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안으로 청년 실업, 노후 빈곤이 불안과 분노를 키우고 있고, 밖으로는 북핵 도발 등으로 한반도의 정치·군사적 긴장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경제 발목을 잡는 야당 심판론을 외치며 경제 활성화와 함께 ‘한국판 양적완화’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김종인 대표가 ‘우 클릭’을 시도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잃어버린 8년’의 경제 심판론을 들고 나왔다. 국민의당은 ‘낡은 정치 타파’와 ‘공정 성장’이라는 깃발을 내걸고 있으나 기존 양당을 뛰어넘는 제3의 중도 노선을 각인시키지 못하고 있다. 정의당은 이념에 집착하는 ‘낡은 진보’가 아닌 ‘새로운 진보’를 내세우고 있으나 아직은 지지세가 약하다. 각 정당이 제시한 공약은 유권자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다. 나라의 진운을 개척하겠다는 의지와 철학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표심 잡기에 급급하다. ‘아니면 말고’ 식의 사탕발림 수준의 공약이 대부분이다. 20대 국회는 민의를 입법으로 뒷받침하고 사회를 통합하는 대의정치의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 그런 역할을 하려면 국회가 제대로 돌아가야 한다. 18대 국회는 여야가 수시로 난투극을 벌이는 ‘동물국회’였다. 그 반성에서 ‘몸싸움방지법’으로 출발한 것이 국회선진화법이다. 이 법이 적용된 19대 국회는 ‘국회마비법’으로 전락해 ‘식물국회’의 주범이 되었다. 헌법재판소가 오는 5월까지 선진화법의 위헌 여부를 가리겠다고 했으니 두고 볼 일이지만, 위헌이라면 20대 국회는 자칫 ‘동물국회’로 되돌아가기 쉽고, 합헌이면 다시 ‘식물국회’의 전철을 밟기 십상이다. 20대 국회는 19대의 양당제 운영과는 상당히 다른 정당별 의석 분포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후보 등록 상황을 보면, 전국 253개 선거구 가운데 야당 후보가 2명 이상인 지역이 178곳이다. 이 중 105곳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 수도권 선거구가 모두 122곳이므로 10곳 중 8곳이 ‘다야’(多野)구도인 셈이다. 새누리당의 비박(비 박근혜)계 공천 배제 이후, 전·현직 의원 등 30여명이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해 ‘다여’(多與)구도를 짜놓고 있다. 역대 선거보다 여당 성향의 무소속 의원이 더 많이 배출될 것으로 보인다. ‘1여 다여’ ‘다여 다야’ 선거구도가 혼재함으로써 새 국회의 의석 분포는 과거보다 훨씬 더 복잡다단해질 것 같다. 각 당의 희망 의석을 박하게 보면, 새누리당은 140~150석, 더민주당 110~120석, 국민의당 20~30석, 정의당·무소속 등은 10~15석으로 가정해 볼 수 있다. 이런 의석 분포라면 정당 간의 연대 없이는 사실상 입법이 불가능할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 여당 후보가 우세한 ‘1여 다야’ 지역구들도 지역별로 야권 후보 간의 단일화가 이뤄질 수 있어 새누리당의 과반수 의석 확보가 만만치 않다. 경남 창원 성산, 강원 춘천, 경기 안양동안을, 대전 대덕 경우처럼 단일화의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각자 투표를 하지만 일종의 집단지성을 발현할 수 있다. 20대 국회가 정파별 연대를 하지 않으면 입법을 할 수 없는 황금분할률의 의석 분포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유권자들이 양당제의 치킨게임이 아니라 다당제에 의한 타협의 정치문화를 희구하며 투표장에 간다면 새 국회는 ‘동물국회’나 ‘식물국회’를 탈피할 수 있을 것이다.
  • “계파 갈등 언행 자제를” 집안 단속 나선 김무성

    내홍 계속 땐 보수층 이탈 우려 “대통령 사진, 문제 삼지 않겠다” ‘강봉균식’ 경제정책 공약 발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9일 “계파 갈등으로 비칠 수 있는 언행에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날 처음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지금은 우리 행동 하나하나, 말 하나하나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곧바로 전달되고 널리 알려지는 시대”라며 이같이 말했다. 4·13총선 ‘공천 파동’에 이어 전날 대구시당이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한 의원을 상대로 박근혜 대통령의 ‘존영’(게시용 사진) 반납을 요구하는 등 계파 간 신경전이 끊이지 않는 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대통령 존영 논란에 대해 “정당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지만 당 차원에서는 더이상 문제 삼지 않기로 방침을 세웠다. 내홍이 거듭될 경우 지지 기반인 보수층의 이탈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집안 단속’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김대중 정부 시절 ‘정책 브레인’으로 통했던 강봉균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당의 7대 경제 공약 중 ‘청년 일자리 창출’과 ‘저성장 탈출’을 위한 1, 2호 세부 공약을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식’ 경제 민주화 공약에 맞서 ‘강봉균식’ 경제 활성화 공약으로 정책 차별화를 시도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강 위원장은 “(야당이 주장하듯) 대기업에 족쇄를 채운다고 저절로 중소기업이 좋아지는 시대가 아니다. 적자 기업이 어떻게 청년을 채용하겠나”라면서 “국책은행의 자본을 확충해 기업 구조조정을 활성화하겠다”고 공약했다. 기업의 투자를 신성장 분야로 유도해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강 위원장은 또 경제성장률이 3%를 밑도는 저성장을 탈피하기 위해 “해외 교포 인력에 대한 이중국적제도를 확대하고 숙련 외국인 근로자의 체류 기간을 연장하는 등 적극적인 노동 인력 확보 방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업과 가계의 ‘돈 막힘’ 현상을 풀어 주기 위해 중앙은행이 보다 과감하게 금융정책을 추진하는 ‘한국판 통화 완화’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 위원장은 이날부터 릴레이식으로 세부 공약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2016 우수기업 우수상품] 소비자 겨누고 매력 쐈다…소비시장 이끄는 기업·상품들

    [2016 우수기업 우수상품] 소비자 겨누고 매력 쐈다…소비시장 이끄는 기업·상품들

    경기침체 장기화로 인한 저성장 기조 확산, 저출산·고령화 시대 도래, 가계부채 증가 등 경제 여건이 크게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경제를 든든히 떠받치고 있는 기업들이 있어 주목받는다. 서울신문이 뽑은 10개 ‘우수기업 우수상품’은 독자적인 기술력과 차별화된 서비스로 내수경기를 활성화하는 데 두드러진 역할을 하고 있다. 먼저 디케이코가 독점 수입 판매하는 ‘듀랑스’는 유기농 작물에서 추출한 성분만을 사용해 디퓨저의 향이 깊고 오래간다. 디자인이 고급스러워 분위기 있는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 집들이나 생일 선물 등에 자주 사용돼 특별한 선물을 원하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송승헌이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에스디생명공학의 ‘SNP 바다제비집 아쿠아 앰플 마스크팩’은 바다제비집 추출물을 함유해 더욱 촉촉하고 깨끗한 피부로 가꿔 준다. 중화권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1초에 한 장씩 팔리는 마스크팩’이란 유행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환경과 홍보라는 키워드를 접목한 모두나와의 배달용 3륜 전기광고차는 틈새시장을 활용한 아이디어로 평가받는다. 이 제품은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해 대기오염을 낮추고 차량 유지비를 줄였다. 특허청에서 원동기광고홍보장치 특허를 받아 3륜 전기차로 배달을 하면서 광고홍보도 할 수 있는 다목적성을 갖췄다. 김태곤
  • [시론] 통화정책, 때로는 나무가 숲보다 중요하다/임지원 JP모건 수석이코노미스트

    [시론] 통화정책, 때로는 나무가 숲보다 중요하다/임지원 JP모건 수석이코노미스트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됨에 따라 중앙은행들의 정책 또한 해마다 새로워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대적으로 금리 인하가 단행되고 주요국을 중심으로 제로 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이 시행되더니 2012년부터는 마이너스 금리를 선택하는 국가도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뉴노멀 시대이다 보니 적절한 통화 정책과 균형 금리에 대한 기준이 어느 정도 변화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문제는 각론이다. 특히 금융시장의 구조나 체질이 국가마다 다르다는 사실에 집중할 경우 논의는 좀 더 복잡해진다. 양적완화 정책부터 생각해 보자. 그 첫 사례는 미국이 아닌 일본이다. 일본이 2001년 시행했던 것은 교과서적 정의에 충실한 양적완화로, 중앙은행이 주로 안전자산인 국채 등을 사들여 시중에 유동성을 직접 공급하고자 했다. 그러나 몇 차례에 걸친 투입에도 경제가 살아나지 않자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은 실패한 통화 정책으로 간주되게 된다. 반면 2008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도입한 양적완화는 모기지 채권처럼 신용 리스크가 커 거래가 안 되던 위험자산까지도 대규모로 매입한, 다소 변형된 형태의 양적완화 정책이었다. 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인하하면서 돈을 풀었지만, 그 풍부한 유동성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의 위험회피 성향에 의해 신용 경색이 완화되지 않고 있다는 것에 착안한 선택이었다. 규모도 보다 과감했다. 결과적으로 연준이 시도한 양적완화는 지속적 구조조정과 함께 미국의 자본시장이 원활히 작동할 수 있게 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미국 사례를 참조해 일본과 유로 지역 또한 자국의 금융시장 구조에 맞춰 보다 적절하게 변형시킨 양적완화 정책을 2010년과 2015년 각각 채택했다. 얼마나 성공적일지에 대한 판단을 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최소한 지난 10여년간의 경험을 고려해 볼 때 같은 양적완화 정책이라 할지라도 그 ‘세부사항’이 어떤가에 따라 상당히 다른 정책 효과를 갖게 되는 것만큼은 확실한 것 같다. 2012년 이후 시도되고 있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 또한 각국의 경제상황과 금융시장 구조에 따라 효과가 크게 차별화되고 있다. 덴마크나 스위스와 같이 경제 규모는 작으나 그 펀더멘털이 상대적으로 견조하고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목적이 경기 부양이 아닌 과도한 자본 유입을 통제하기 위한 경우에는 효과성이 부각된다. 반면 경제 규모가 큰 유럽이나 일본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시도한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특히 일본의 경우 안전자산으로 분류돼 가치가 글로벌 경기에 역행하는 경향이 있는 엔화의 독특성과 상대적으로 낮은 예대 금리차 등으로 인해 득보다 실이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만족스럽지 않은 성장세가 계속되고 주변국의 통화 완화가 지속됨에 따라 추가적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심지어 양적완화 정책에 대한 요구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총론적으로 볼 때 분명히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한국 금융시장의 구조를 고려할 때 금리가 낮아질수록 그 효과는 영미권 국가에 비해 떨어지는 반면 비용은 상대적으로 올라가게 되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흔히 인용하는 가계부채나 자본유출 가능성과 같은 금융 안정성의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가계의 금융자산 구성이 대부분 예금이나 보험상품과 같이 정책 금리 움직임에 연동된 것으로 이뤄져 있다는 점, 시중에 제대로 된 중위험 금융 상품이 부재하다는 것 등은 영미권에 비해 금리 인하 효과를 크게 제한하는 요소다. 또한 한국만의 독특한 주거 형태인 전세 가격이 금리가 내려갈수록 상승하고 이로 인한 영향이 월세에도 미치는 점 등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주변국 중앙은행들이 통화완화를 단행하고 있다고 무조건 따라가기보다는 한국의 금융 구조에 적절한 정책 수단이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과 함께 추가적 완화에 대한 득과 실을 계산하는 데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함은 몇 번을 강조해도 과하지 않은 듯싶다.
  • [사설] 헛 공약 남발 말고 바른 정책으로 경쟁하라

    선거는 공약(公約)의 정치라고 할 수 있다. 정당과 후보자들은 유권자들에게 ‘임기 동안 이렇게 저렇게 하겠다’는 약속을 내놓고 유권자들은 그중에서 가장 진실된 정당과 후보자들을 골라 투표함으로써 나라 운영을 맡기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각종 선거에서 진정성 있는 공약은 보이지 않고, 말 그대로 표를 얻기 위한 거짓 약속인 공약(空約)만 난무하니 우리 정치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개탄스럽기만 하다. 보름 앞으로 다가온 20대 총선에서는 여야가 제발 제대로 된 정책 공약을 내걸고 국민들의 선택을 받기 위한 경쟁을 벌여야만 할 것이다. 아쉽게도 현재까지는 여전히 기대 이하 수준이다. ‘야당심판’(새누리당), ‘경제심판’(더불어민주당), ‘양당심판’(국민의당) 등 살벌한 이분법적 전투성 구호, 재탕·삼탕의 무성의 공약, 실현 불가능한 포퓰리즘 공약 등 유권자들을 우습게 여기는 헛 공약들이 한둘이 아니다. 유권자들을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표 찍어 주는 기계쯤으로 인식하지 않고서야 이런 황당 공약을 내놓을 리 없다. 여야의 대표 공약들을 살펴보면 기가 막힐 따름이다. 먼저 새누리당이 10대 공약으로 내세운 ‘U턴 경제특구 설치’는 2012년부터 실행되고 있는 정책으로 성과도 거의 없다. 더민주는 소득 하위 70% 어르신에게 기초연금 30만원 균등지급, 0~5세 무상보육, 공공임대주택 240만 가구 공급 등 눈과 귀가 확 트이는 복지 공약을 또 쏟아 냈다. 조세개혁을 통해 천문학적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했지만 그에 따른 조세저항 극복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 국회의 세종시 이전 공약은 충청권 표를 노린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비난이 일자 사실상 없던 일로 얼버무렸다. 국민의당의 ‘국회의원 국민 파면제’나 정의당의 ‘평균 월급 300만원’ 공약도 실현 가능성보다는 ‘아니면 말고’ 식 선언형 공약과 다름없다. 집권을 꿈꾸는 공당의 정책 공약과는 거리가 멀다. 개별 후보들의 지역 공약 또한 허무하기 그지없다. 대구 지역의 모 후보는 선거 때마다 단골 헛 공약에 그쳤던 KTX 지하화 공약을 또 내걸었고, 충청 지역의 한 후보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동서내륙철도를 끌어오겠다는 거창한 비전을 제시했다. 실현 가능성 없는 헛 공약의 남발은 국민들의 정치불신과 정치혐오를 부채질해 결과적으로 제 발등을 찍을 뿐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듯하다. 선거가 끝나면 거들떠보지도 않을 허황된 인기영합 공약 대신 지역의 위기를 타개할 현실적 대안을 내놓고 평가받으려는 후보는 눈을 씻고 찾기 힘든 현실이 안타깝다. 이번 총선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가 깊다. 여야 모두 진흙탕 공천에서 겨우 빠져나와 그 어느 때보다 어수선하게 총선을 맞고 있다.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든 19대 국회에 대한 심판 성격도 짙다. 게다가 2%대에 고착된 저성장의 먹구름 속에 온갖 사회적 모순까지 축적되고 있다. 공천 분탕질도 모자라 헛 공약 남발로 유권자들을 욕되게 할 때가 아니다. 그렇잖아도 유권자들은 억지로 선거판에 끌려 들어가는 듯한 고약한 심정이다. 여야는 엄혹한 안팎의 위기에 대한 고민을 담은 진정성 있는 정책 공약으로 경쟁해 유권자의 올바른 심판을 받길 바란다.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6일 전쟁 50년의 점령(아론 브레크먼 지음, 정회성 옮김, 니케북스 펴냄) 오늘날의 서아시아(중동)는 1967년 이스라엘의 6일 전쟁으로 만들어졌다. 이스라엘은 이 전쟁에 승리해 요르단강 서안, 시나이반도를 점령하고, 이른바 ‘문명개화한 점령’을 약속하지만 팔레스타인 국민들에게 무자비한 점령군 행세를 한다. 저자는 이스라엘군 장교 출신의 역사가로 일급비밀 문서와 각종 비공개 자료를 제공하면서 군사적 점령의 고통스러운 과정을 생생하게 재구성했다. 640쪽. 2만 5000원. 비정상경제회담(김태동 외 지음, 옥당 펴냄) 비상식과 비정상이 상식이고, 정상이 되어버린 한국 사회에서 우리의 생존 비법을 찾아 학자 8인의 토론을 담았다. 양극화, 부패, 가계부채, 노동, 재벌, 관료개혁 등 8개 주제를 다뤘다. 저자들은 저성장과 출생률 저하, 잘못된 경제 정책으로 한국 경제가 맞이한 위기가 무엇인지 진단하고, 세월호 사건 등 부패로 얼룩진 한국 사회의 민낯을 들여다본다. 저자들이 끌어낸 정책 아이디어는 미국식 ‘교체공무원제도’와 ‘기본소득제’ 두 가지다. 434쪽. 1만 6000원. 월급쟁이, 컬렉터되다(미야쓰 다이스케 지음, 지종익 옮김, 아트북스 펴냄) 부자가 아니면 미술품 컬렉팅은 할 수 없는 것일까. 평범한 직장인인 저자가 15년 동안 300여점의 미술품 컬렉션을 일궈낸 월급쟁이 컬렉터로서의 노하우를 공개했다. 저자는 컬렉팅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작품을 구입하는 방법, 아트페어 소식, 작품 보존과 보관 방법, 판매 및 대여까지 실질적인 정보를 생생하고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냈다. 164쪽. 1만 2000원. 레드 로자(케이트 에번스 지음, 박경선 옮김, 산처럼 펴냄) 폴란드 출신의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의 일대기를 만화로 그린 작품이다. 1871년 파리 코뮌이 세워졌던 해에 태어난 로자의 탄생에서부터 혁명의 격변기를 살아간 사회주의자이자 혁명가이며, 연인들과 애틋한 사랑을 나누는 여성으로서의 로자의 삶이 연대순으로 그려진다. 당대의 격변하는 시대상을 꼼꼼히 묘사한 그림에, 로자의 투쟁과 일상이 한데 어우러져 삶과 사상이 한 손에 잡힐 듯 묘사됐다. 232쪽. 1만 6800원. Dr. 영장류 개코원숭이로 살다(로버트 새폴스키 지음, 박미경 옮김, 솔빛길 펴냄)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교수인 저자가 20년 넘게 아프리카 케냐의 세렝게티에서 개코원숭이를 연구하는 모습을 담았다.개코원숭이들의 습성과 성장 단계에서 보이는 모습, 사회적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등을 세밀하게 관찰한 책이다. 이 책은 아마존에서 15년간 스테디셀러를 기록했다. 과학책이지만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겪은 다채로운 에피소드들을 유머러스하게 써내려 간 재미있는 책이다. 468쪽. 1만 7000원.
  • 신격호 롯데제과 등기이사 퇴장… 두산 4세 박정원 회장체제 출범

    신격호 롯데제과 등기이사 퇴장… 두산 4세 박정원 회장체제 출범

    신동빈, 부친 대신 측근 황각규로… ㈜두산 송광수 사외이사 재선임 구본무 회장 “사업 고도화 추진”… 대림산업 부회장은 사과문 낭독 LG, 롯데, 두산 등 주요 대기업 계열사를 비롯한 상장사 818곳이 25일 일제히 주주총회를 열었다. 12월 결산법인 상당수가 3월 마지막 금요일을 주총일로 정하지만 올해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마지막 슈퍼 주총데이’답게 재벌가의 세대교체, 오너 일가의 사과문 낭독 등 눈길을 끄는 장면이 많았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자신이 세운 그룹 모태기업인 롯데제과 등기이사에서 49년 만에 쓸쓸히 물러났다. 빈자리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오른팔’인 황각규 롯데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이 꿰찼다. 지난 21일 임기가 만료된 신 회장도 재선임됐다. 사실상 ‘신동빈 시대’가 막을 올린 셈이다. ㈜두산은 주총 직후 이사회를 열고 두산가 4세인 박정원 ㈜두산 지주부문 회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두산그룹은 전통적으로 ㈜두산 이사회 의장이 두산그룹 회장직을 맡는다. 박 회장 취임식은 오는 28일 열린다. 주총에서는 겸직 논란에 빠진 송광수 전 검찰총장의 사외이사 재선임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3년 임기의 ㈜LG 사내이사에 재선임됐다. 구 회장은 영업보고서에 실린 최고경영자(CEO) 메시지를 통해 “세계 경제의 저성장 기조와 불확실성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경쟁력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을 통해 사업구조를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운전기사 폭행·폭언 논란에 휩싸인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은 주총장에 나타나 사과문을 낭독했다. 이준용 대림 명예회장의 장남인 그는 운전기사에게 사이드미러를 접고 운전하게 하는 등 ‘상식 밖의 요구’를 해 구설수에 올랐다. 그는 “저의 잘못된 행동이 누군가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했다”면서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처받은 분들 한 분 한 분 찾아뵙고 사과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이사회 의장 자격으로 주총 의사봉을 잡은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은 “지난해 그룹 회장과 관련된 일에 대해 회사를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장 부회장의 형인 장세주 회장은 지난해 회사돈을 빼돌려 해외 원정도박을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울산에서 주총을 연 현대중공업은 임기가 끝난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사장을 재선임하고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현대중공업 주총은 당초 18일로 예정됐으나 사외이사 후보인 민유성 SDJ코퍼레이션 고문이 사퇴하면서 한 주 연기됐다. 민 고문은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측근으로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 깊이 개입돼 있는 인물이다. ‘다른 기업 사외이사를 맡는 게 적절치 않다’는 여론의 압박에 못 이겨 결국 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융복합협동조합 지향 신성장 모델 마련”

    “융복합협동조합 지향 신성장 모델 마련”

    문철상 신협중앙회장이 신협의 새로운 모델로 융복합협동조합을 제안했다. 문 회장은 신협 최초로 단위 조합 말단 직원으로 출발해 중앙회장에 오른 인물이다. 취임 3년차에 접어드는 문 회장은 ‘협동조합운동의 패러다임 변화’를 화두로 제안했다. 문 회장은 23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같은 저금리·저성장과 양극화 상황에서 기존에 금융협동조합 모델만으로는 위기 돌파가 어렵다”며 “새로운 성장모델로 ‘융복합협동조합’을 지향하겠다”고 밝혔다. 융복합협동조합은 스페인 몬드라곤 협동조합, 이탈리아 볼로냐처럼 생산, 금융, 복지, 유통, 서비스 등이 총망라된 복합 종합협동조합이다. 몬드라곤 협동조합은 스페인 재계 서열 7위로 110개 협동조합과 260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지역 주민의 주요 금융기관인 ‘카하 라보랄’을 비롯해 생활필수품을 판매하는 ‘에로스키’, 건강보험 등 복지업무를 담당하는 ‘라군 아로’ 등을 갖추고 있다. 그 첫 단계로 문 회장은 “신협이 다양한 유형의 조합원 협동조합을 조직·설립하고 지원·육성하는 ‘마더’ 협동조합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기존 협동조합에 대해선 신협 시설활용, 판로지원, 교육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올해 순이익 목표치는 3000억원으로 정했다. 지난해 순이익 2351억원보다 3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신산업·융합에서 길을 찾다] 금융 혁명 핀테크①

    [신산업·융합에서 길을 찾다] 금융 혁명 핀테크①

    핀테크는 ‘파이낸스’(finance·금융)와 ‘테크놀로지’(technology·기술)의 합성어로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 간 결합을 말한다. 예금, 대출, 송금, 결제, 자산 관리·운용, 보험 등 기존 금융 서비스를 대체해 나가는 것은 물론 새로운 서비스까지 속속 창출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핀테크는 ICT의 진화가 촉발한 ‘금융 혁명’으로 불린다. ●핀테크, IT·스마트폰 살릴 새 동력 핀테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성장했다. 리먼 사태 등으로 금융권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모바일(이동통신) 등 ICT 기술이 급속히 발달하면서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엑센추어에 따르면 글로벌 핀테크 시장 투자 규모는 2008년 9억 2000만 달러(약 1조 700억원)에서 2014년 122억 달러(약 14조 2000억원)로 6년 만에 10배 이상 커졌다. 전 세계가 저성장 시대에 직면했지만 핀테크 분야는 고성장이 예견되면서 덩치를 키우고 있다. 핀테크는 기존 금융과 가동되는 방식부터 다르다. 우리에게 친숙한 금융이 은행 지점에서 만나는 직원에게 서비스를 받는 것이었다면 핀테크는 본인이 주도적으로 가상의 인터넷이나 모바일(이동통신) 속의 금융사와 거래하는 형태를 띤다. 모바일 시대를 맞아 금융 지점이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왔고, 지점 직원은 스마트폰에 내장된 핀테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ICT 플랫폼으로 바뀐 셈이다. 핀테크의 선두 주자는 미국의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과 중국의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등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이다. 이들은 검색,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전자상거래 등 본연의 서비스를 운영하며 축적해 온 ICT 기술을 활용해 기존 고객을 핀테크 서비스가 제공되는 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기존 금융이 IT를 이용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핀테크는 IT 기술이 독자적으로 금융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셈이다. ●결제·대출 중개 등 4개 영역서 폭발적 성장 핀테크는 송금, 간편 결제, 자금 모집 및 대출 중개, 자산 관리 등 4개 영역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에 더해 스타트업(신생 벤처)을 중심으로 금융 데이터 분석, 금융 소프트웨어, 플랫폼 등의 분야로도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다. 금융데이터 분석 부문에는 미국의 어펌이 있다. 어펌은 자사 가입 회원이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신용카드가 아닌 본인의 신용으로 할부 구매할 수 있는 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회원의 공개된 데이터를 분석해 몇 초 안에 신용도를 평가한 뒤 회원의 적정 할부 수수료를 산정해 부과하기 때문에 신용카드나 전자지갑과 같은 결제 수단이 없어도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금융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는 빌가드가 눈길을 끈다. 빌가드는 자사가 개발한 예측 시스템을 활용해 신용카드 수수료 과다 청구 등의 오류를 포착해 회원에게 알려준다. 지난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플랫폼 회사 온덱도 핀테크 신생 벤처다. 100% 온라인으로만 대출 신청서를 받고, 자체 개발한 신용평가시스템으로 신청자의 금융 기관 거래 내용, 현금 흐름, SNS 평판 등을 분석해 몇 분 만에 대출 여부를 정한다. 이들은 기존 금융기관보다 빠르고 저렴한 서비스로 새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다. ●금융 해외 진출땐 다른 산업 동반 수출 가능 핀테크 산업은 미국과 영국이 주도하고 있다. 투자와 규제 완화를 내세운 정부의 지원이 있기에 가능하다. 영국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융 산업이 타격을 입은 뒤 핀테크를 신산업으로 육성했다. 핀테크 벤처를 키우기 위한 전문 연구소와 창업 지원 기관을 설립했다. 영국 정부와 뱅크오브아메리카, 도이치뱅크 등 대형 글로벌 금융이 공동 설립한 금융테크혁신연구소는 유망 핀테크 기업을 선정해 투자하고 금융회사와 제휴하도록 돕는다. 세계 첫 P2P(개인 간) 대출 플랫폼인 조파가 2005년 영국에서 나온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1990년대 세계 최초로 인터넷 전문 은행이 등장한 미국은 금융사뿐 아니라 산업자본이 세운 인터넷 전문 은행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IT 기업들이 모바일을 통해 금융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자사 플랫폼을 통해 거래하는 소비자와 판매자 사이의 신뢰를 담보해 주기 위해 2004년 알리페이를 출시한 알리바바는 은행업 허가를 받아 지난 10년 동안 지급 결제→대출→투자→보험→은행으로 진화했다. 서강대 경영학부 정유신 교수는 핀테크가 금융에만 머물지 않고 유통, 제조업 등 다른 산업 분야로 옮겨 간다며 관련 투자와 규제 완화를 통한 핀테크 육성 강화가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미국 온라인 결제 서비스 페이팔은 온라인 쇼핑몰 이베이에, 중국 알리페이는 알리바바와 한몸”이라면서 “이들이 익숙한 결제 시스템을 무기로 쇼핑몰로 고객을 끄는 선순환을 만들듯 금융이 해외로 진출하면 한국 산업의 동반 수출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김동수 민생프리즘] 뉴노멀 시대의 경제 매뉴얼

    [김동수 민생프리즘] 뉴노멀 시대의 경제 매뉴얼

    한때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쓰이던 적이 있다. 의미만 놓고 본다면 개혁의 또 다른 표현이겠지만 다소 신선하게 다가왔던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문제의 본질은 무엇이 ‘정상’이냐에 있다. 혹자는 비정상적이라고 운위되는 상황이 새로운 정상일 수도 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뉴노멀’이라는 경제용어는 바로 이러한 관점을 잘 반영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뉴노멀’은 과거 정상이라고 이해해 오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경제질서를 뜻한다. 일종의 패러다임 전환인 셈이다. 다소간의 부침 내지 변동이 있더라도 계속 성장한다는 것이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경제의 모습이다. 그러한 가운데 고용과 소득이 늘어나면서 개발도상국 단계를 지나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경제발전의 과정이었다. 그 결과로 국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국부 역시 증대된다는 것이 우리가 배워 온 경제학 원론이다. 안타깝게도 그런 좋았던 시대가 이제 종말을 고하고 있다. 지금은 저성장·저수익·저물가가 일상이 되고 있는, 즉 ‘뉴노멀’인 새로운 시대이기 때문이다. 세상이 변했으니 그에 맞춰 우리의 사고와 행동규범도 따라서 바뀌어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도태의 길로 접어든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 아니던가. 그래서인지 뉴노멀의 시대에 어떻게 해야 생존할 수 있는지 매뉴얼을 제시하는 지침서들이 최근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가계와 기업, 정부로 대표되는 경제주체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딱히 구체적으로 ‘이것이다’라고 자신 있게 모범 답안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제까지와는 상당히 다른 접근법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가령 뉴노멀 시대에는 더 많은 교육이 더 높은 수준의 일자리와 급여를 보장해 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자신들의 노후를 저당 잡히면서까지 자녀들의 교육에 과도하게 지출하는 것은 올바른 접근법이 아닐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사두기만 하면 오를 것이라는 믿음하에 무리하게 빚을 내 부동산과 같은 자산을 구매하는 것 역시 잘못된 투자일 수 있다. 기업들의 경우 수직적 분업과 계열화에 기초한 문어발식 확장 방식은 발빠른 변신을 도모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뉴노멀 시대에는 더이상 통용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혹시 부실에 빠지더라도 저성장 사회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서 기업들의 규모와 활동이 최적화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기업 생태계를 떠받쳐 온 재벌 체제의 효율성은 시간이 흐를수록 떨어져서 언젠가는 한순간 멸종의 길을 밟은 공룡과 같은 처지에 빠질 수도 있다. 그래서 뉴노멀 시대에는 작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강소기업, 이른바 한국형 히든 챔피언들이 경제의 허리이자 혁신의 주체로서 주도적 역할을 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 동시에 기업 간 협업과 융합도 활발하게 전개될 것이다. 다시 말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협력해 미래형 자동차를 개발하는 일이 현실이 되는 상황이 도래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정부의 경우는 어떤가. 안타깝지만 더이상 경제성장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국민의 행복한 생활을 담보해 주지 않는 세상이 됐다. 그러니 정부가 성장률 목표에 집착한 나머지 단기적이고 인위적인 부양정책에만 올인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지나치게 수출 위주의 그리고 중후장대형의 제조업 육성에만 몰두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없다. 그보다는 수출과 내수, 제조업과 서비스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균형 발전과 공생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이와 더불어 중장기적 관점에서 강소기업 인재육성 정책 또한 마련돼야 한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생산자와 소비자 그리고 성장과 복지 측면에서도 균형 있는 접근이 모색돼야 할 일이다. 뉴노멀 시대의 경제준칙과 규범은 과거와 많이 달라질 것이라는 데 이론이 없다. 때마침 뉴노멀 시대의 올바른 경제 전략 방향에 대한 의식 있는 논의가 학계 및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일고 있어 다행이다. 이러한 논의 속에서 새로운 경제질서에 대한 실질적 해법이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고려대 석좌교수·전 공정거래위원장
  • [생명의 窓] 인공지능의 도전과 인간의 미래/설대우 중앙대 약대 교수

    [생명의 窓] 인공지능의 도전과 인간의 미래/설대우 중앙대 약대 교수

    이세돌과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가 역사적 대국을 벌인 2016년 3월 9일은 인간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날로 기록될 것이다. 이날은 인간을 향한 인공지능의 본격적인 도전이 시작된 날이기 때문이다. 이 세기의 대국이 열리기 전 이 9단은 5판 전승을 확신했다. 한 판 정도는 실수로 질 수도 있다고 했지만 ‘아무 준비를 하지 않는 게 준비’라는 태도에서 볼 수 있듯이 바둑에서 컴퓨터 따위가 사람을 이길 수는 없다고 봤다. 하지만 결과는 알파고의 완승이었다. 알파고 이전에도 인공지능은 이미 개발돼 사용되고 있었다. 핵심 단어와 수치만 주면 기사를 작성하는 인공지능,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법을 제안하는 인공지능, 투자 분석과 상담을 하는 인공지능 등. 하지만 인공지능이 인간 사회 전면에 부상하면서 순식간에 인간에게 위협적인 대상으로 인식된 것은 순전히 알파고 때문이다. 알파고를 보고 사람들의 얼굴이 굳어진 것은 알파고가 더이상 컴퓨터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사실 고급 단계의 인공지능은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다. 이런 인공지능은 스스로 학습하며 진화할 수 있다. 인터넷에 접속해 지식을 계속 습득하게 되면 태어난 당시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진화한 고성능 인공지능을 인간이 당해 내기란 분야에 관계없이 사실상 어렵다. 사람들은 철학적 사고, 복잡한 결정이나 감정의 표현, 윤리적 판단 등은 인공지능이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것은 인간이 가진 오만이다.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런 복잡한 것들도 사실 생물학적으로 보자면 그저 뇌신경망에서 이루어지는 화학물질의 상호작용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정밀한 알고리즘을 통해 전기회로상에서 전자의 흐름을 제어함으로써 구현하는 것과 본질적으로는 다를 게 전혀 없다. 만일 이런 게 실현된다면 고급 단계의 인공지능은 초인간의 모습이 될 수도 있다. 30년 전의 눈으로 보면 지금의 생물학은 신의 경지다. 동물에서는 수컷 없이도 번식할 수 있고 10만년 전에 멸종한 동물 복제도 가능하다. 자연계상에서는 절대로 일어날 수 없지만 식물과 동물 사이에 유전물질을 교환하는 것도 가능하다. 인간의 신경을 기계 안구에 연결해 시각을 찾을 수도 있고 사지가 마비됐어도 눈의 응시나 뇌파로 기계 작동이 가능하다. 시험관 아기는 이제 거부감조차 없다. 현대 생물학의 시작이 DNA 구조를 밝힌 1953년에 시작됐다고 본다면 불과 70년도 못 돼 이룬 성과다. 생물학 발전도 이런데 30년 후 인공지능이 어떤 수준일지는 말해 뭐하겠는가. 인공지능이 인간에게서 상당수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단지 일자리만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인간 사회 모든 영역에서 매우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예컨대 인구문제만 하더라도 저출산을 용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경제는 저성장으로 접어들면서 경제구조마저도 심각한 재편에 직면할 것이다. 알파고에 놀란 기업과 정부가 인공지능 개발을 놓고 무한경쟁을 시작하면서 인공지능은 거부할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전반적인 기술 발전 속도와 알파고가 보여 준 수준, 무한경쟁으로 인한 가속도 등을 고려한다면 인공지능의 전면 부상은 생각보다 훨씬 빠를 수 있다. 결국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돌이킬 수 없는 위협이 될지, 도구로서의 공존이 될지는 결국 인간 손에 달렸다. 지금부터라도 지혜를 모으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 ISA, 예·적금 위주 은행·신탁형 쏠림… 국민 재산 불려질까

    ISA, 예·적금 위주 은행·신탁형 쏠림… 국민 재산 불려질까

    재형저축·소장펀드보다 낫지만 1인당 34만원… 효과 크지 않아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가입 첫날인 지난 14일 32만여명의 고객이 1100억원을 금융권에 맡겼다. 재형저축(27만 9180계좌)과 소장펀드(1만 5334계좌) 출시 때와 비교해 보면 ‘흥행’에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속사정을 따져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은행권·신탁형 쏠림 현상부터 금융사 직원 할당제, 여전한 불완전 판매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ISA가 등장부터 금융 당국과 시장에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하루 고객 32만 2990명이 ISA에 들었다. 은행이 31만 2464명(96.7%)으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증권사와 보험사가 각각 1만 470명(3.2%), 56명(0.01%)이었다. ‘은행 VS 증권’의 싸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시작부터 은행의 ‘압승’이었다. 금융 소비자들이 예·적금 위주의 안전지향적 성향을 띠다 보니 은행에 더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국민 재산 불리기’라는 정부 취지에 어긋난다는 점이다. 금융위 집계 결과 1인당 평균 가입 금액도 34만원 수준에 머물렀다. 윤석헌 전 금융학회장은 “정부는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ISA를 ‘부 창출’의 수단으로 봤지만 아직 국민이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크지 않은 만큼 금융 자산 운용기법으로 재산을 불리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투자자가 직접 상품을 고르고 운용하는 신탁형 쏠림도 고심이다. 증권사 가입 현황을 봤더니 가입자 1만 470명 중 9593명(91.6%)이 신탁형을 선택했다. 투자상품 결정부터 운용까지 모두 금융사에 위임하는 일임형은 수익률에 대한 금융권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자의 거부감이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 상당수다. 또 최대 연 1.0%에 달하는 일임형 수수료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증권사가 사전 예약 당시 혜택으로 제시한 고금리 특판 환매조건부채권(RP)이 주로 신탁형에 들어갔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RP 만기 후에는 일임형 가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ISA 시장이 신탁형 위주로 형성되면 금융사도 곤란하다. 수수료 수익을 거의 기대할 수 없어서다. 주요 증권사의 신탁형 수수료는 연 0.1~0.3% 수준으로 일임형보다 월등히 낮다. 현대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아예 신탁형 수수료를 받지 않는 파격적 결정을 했다. 은경완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그간 예·적금만 이용하던 고객이 금융사만 믿고 일임형 금융 투자에 뛰어드는 게 쉽지 않다”면서 “일임형이 제자리를 잡으려면 과거 펀드나 주가연계증권(ELS)처럼 오랜 기간 입소문과 평판이 쌓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완전 판매 우려도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당수 금융사가 고객에게 ISA 편입 운용 자산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신탁형은 투자자가 직접 상품 설명을 구체적으로 듣고 비교하고서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 금융사는 가입 전 상품 공개마저 꺼리는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창구 직원은 “사실 우리도 급히 교육을 받아서 ISA 운용 보수나 상품 내용 특성을 일일이 다 알지는 못한다”고 털어놨다. ‘도’를 넘은 과당 경쟁도 문제다. 1인당 10계좌, 지점 직원은 1인당 50계좌 이상을 할당받은 은행도 있다. 성과평가기준(KPI)에 가입 실적이 반영되는 만큼 ‘벼랑’에 내몰린 일부 은행원들은 자비까지 들여 영업전에 뛰어들었다. 실제 몇몇 은행원은 ISA를 개설하는 고객에게 1만원을 넣어 준다는 광고성 글까지 회원용 카페에 올렸다. 이런 배경에서인지 이날 서울 여의도 신한금융투자 본점 객장을 찾아 일임형 ISA에 직접 가입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금융사별 상품 구성과 수수료를 꼼꼼히 비교한 뒤 가입해 달라”면서 “금융사의 판매 과정을 수시로 모니터링해 불완전 판매를 예방하겠다”고 밝혔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ISA 특집] 잘 고른 만능통장 하나 열 적금·펀드 안 부럽다

    [ISA 특집] 잘 고른 만능통장 하나 열 적금·펀드 안 부럽다

    지난 14일 마침내 첫선을 보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저성장 저금리 시대에 자산운용의 편리함과 절세 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금융상품이다. 하나의 계좌에 예·적금과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결합증권(DLS) 등 다양한 상품을 담을 수 있어 ‘만능통장’으로 불린다. 5년간(연봉 5000만원 이하는 3년) 계좌를 유지하면 소득에 따라 200만~250만원의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도 초과 수익에 대해서도 현행 이자소득세(15.4%)보다 낮은 9.9%의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다. ISA는 금융사에 상품 선택부터 운용까지 모두 맡기는 ‘일임형’과 고객 스스로 투자 상품을 고르는 ‘신탁형’으로 나뉜다. 공격적인 투자를 원하면 일임형을 선택하는 게 좋고, 투자에 능숙하거나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싶으면 신탁형을 고르면 된다. 일임형의 경우 ‘초고위험’ ‘고위험’ ‘중위험’ ‘저위험’ ‘초저위험’ 5단계로 세분화돼 있어 본인의 투자 성향과 자금 사정을 고려해 선택할 수 있다. ISA는 1인당 1계좌만 개설이 가능하다. 또 3개월마다 수익률이 공개되고 갈아타기도 허용된다. 이 때문에 금융사는 사활을 건 진검승부를 펼칠 수밖에 없다. 최고의 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는 다양한 모델포트폴리오(MP)를 구성해 고객들의 눈길을 붙잡는 데 전력투구하고 있다. 일단 은행 13곳과 증권사 19곳, 보험사 1곳 등 총 33곳이 ISA를 출시했으며 조만간 37곳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주요 은행과 증권사의 ISA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핵심 강점을 소개한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불안은 영혼도 잠식?… 유일호 “경제는 심리” 위기설에 일침

    불안은 영혼도 잠식?… 유일호 “경제는 심리” 위기설에 일침

    3월 글로벌 경제 위기설이 다시 나올 정도로 세계 경제가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짙게 깔린 먹구름을 젖히고 반등의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전 세계적으로 교역량이 줄고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는 등 모든 나라가 불안 요인에 흔들리고 있다. 소비 등 내수 중심의 양호한 성장세로 돌아선 미국 말고는 유로존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분위기를 뒤집을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나라는 기준금리 인하, 마이너스 금리 등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경기를 살려 보고자 하지만 아직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경제 역시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수출에 이어 지난해 우리 경제를 떠받쳤던 소비마저 줄어들고 있다. 문제는 향후 내수 회복 여부에 영향을 주는 경제주체들의 심리마저 얼어붙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3월 경제동향’을 통해 “주요 지표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2월 중 소비자심리지수는 1월(100.0)보다 하락한 98.0으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에 가계의 지갑을 꽉 닫았던 지난해 6월과 똑같다. 최근 10년 새 최저치인 2012년 1월의 97.0과 비슷해지고 있다. 하지만 정책 당국은 최근 경제지표에 비해 가계의 불안심리가 과도하며 이로 인해 경기 회복이 더뎌지고 있다고 본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주재한 확대간부회의에서 “냉정한 현실인식이 중요하나, 경제는 심리인 만큼 과도한 불안심리가 확산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면서 “최근 경제지표를 들여다보면 자동차를 제외한 1월의 소매판매 증가세, 2월의 물량기준 수출의 증가 등 어려운 가운데 긍정적 신호가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3.1%인 우리 경제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유지할 방침이다.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은 “성장률이 더 떨어질 위험이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정부 전망치는 정책상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지금은 하향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제심리 악화를 막아내더라도 ‘수출·소비 감소→재고 증가→가동률 감소→투자 감소→고용 악화→소득 감소→소비 감소’로 이어지는 경기 침체의 악순환을 막을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 진작을 위해서는 고용을 안정시키고 가계의 소득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12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와 하락하기 시작한 아파트값, 끊임없이 오르는 전셋값도 소비심리를 위축시킨다. 대출 담보가치는 떨어지고 소비 여력은 더 줄기 때문이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경기를 살리겠다고 대출 규제를 푸는 것은 그야말로 ‘약탈적 대출’을 방조하는 것”이라면서 “가계는 이미 쓸데없는 소비를 줄이고 있고 정부는 가계부채가 사회문제로 전이될 때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3%대 성장은 이미 불가능해 보인다”면서 “정부는 적극적인 정책, 즉 선제적이고 과감한 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 저소득층 중심의 재정정책, 실업 방지를 전제로 한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와인 곁들인 저녁, 요리책 옆 음식재료… 생활을 파는 책방

    와인 곁들인 저녁, 요리책 옆 음식재료… 생활을 파는 책방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피로감은 독서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한다. SNS의 뉴스피드가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보여 주는 새소식은 무척 피로하다. SNS는 감정 해소를 하듯 정제되지 않은 글, 자극적으로 제목이 편집된 뉴스들, 급기야 스폰서라고 표시된 광고 포스팅까지 쉴 새 없이 보여 준다. 어느새 SNS에서 읽는 재미를 상실하고 다시 책으로 돌아간다. ●영화·드라마 DVD도 대여… 새벽 2시까지 운영 올해 초 도쿄의 다이칸야마에 쓰타야서점이라는 새로운 스타일의 서점이 생겼다는 소식에 도쿄로 날아갔다.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 최고경영자(CEO) 마스다 무네아키가 자신의 저서 ‘지적자본론’에 담은 경영 철학을 고스란히 반영해 운영하는 서점이다. 그가 주창한 지적 자본의 개념대로라면 이 서점은 그저 짧은 시간에 1400여개의 매장과 5000만명의 회원을 지니고 있다는 통계 수치, 성공 스토리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이 서점을 찾는 사람들 각자의 개인적 감상이 쌓이고 모여 또 다른 문화 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서점의 자랑이고 사회적 가치다. 과거 일본 유학 시절 쓰타야는 동네마다 있었던 비디오 대여점에 불과했다. 보잘것없는 이들 비디오가게를 마스다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서점으로 탈바꿈시켰다. 차 한 잔으로 하루의 피로를 씻고, 새로 나온 음반을 들어 보고, 흥미로운 주제를 다양하게 다룬 책들을 한자리에서 읽을 수도 있었다. 큰 서점이지만 곳곳에 부드러운 조명을 활용, 특급호텔 로비에 있는 듯한 분위기를 안겨 줬다. 서점 곳곳의 휴식 공간들은 남들 눈에 띄지 않고 여유 있게 책을 보고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배치됐다. 책들 사이에서 와인을 곁들인 저녁 식사를 할 수도 있고, 퇴근길에 오래된 영화나 드라마 DVD를 빌려 갈 수도 있다. 서점은 새벽 2시까지 운영된다. ●주제별 책 배치… 큐레이터 기획 전시 보는 듯 쓰타야서점의 책 배치는 마치 큐레이터의 전시 기획을 연상케 했다. 인문, 정치, 경영과 같이 도서관 분류의 배열이 아니다. 책은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를 담당한 직원이 큐레이터와 같이 그 분야의 책을 모아서 배치했다. 누가 이 부분을 담당했는지 직원의 사진과 이름이 소개돼 있었다. 각 코너는 하나의 기획특별전처럼 기획자가 세상을 보는 관점을 담고 있었다. 최근 관심을 가진 마음론에 관한 코너를 발견하고 무릎을 쳤다. 한국의 서점에서 마음론에 관한 책을 찾으려면 의학, 심리학, 경영학, 예술 코너들을 돌아다녀야 한다. 하지만 이곳엔 하나의 코너에 마음론에 관한 국내외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모아져 있었다. 흥미진진하게 배열된 책의 제목을 살펴보니 내가 아는 책도 있었고, 전혀 모르던 책도 있었다. 30분 정도 책을 훑어보니 어떤 책들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고심하고 고심한 담당 직원의 노력과 내공이 느껴졌다. 전혀 예상치 못한 주제도 있었다. 예를 들어 ‘여성의 아름다움은 사라지는가’라는 코너다. 유명 배우의 사진집에서부터 여성학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모여 있었고, 이 책들은 서점을 찾은 이들에게 하나의 관점이 아닌 다각도의 시각과 생각을 갖게 했다. 돌이 갓 지났을 아이를 안고 앉아 책을 탐독하던 여성의 모습은 마치 책과 사람이 하나가 된 듯한 착각마저 갖게 했다. ●예술·디자인 서적 즐비… 문화 성장의 토대로 예술과 디자인 부문에서는 외국 서적을 즐비하게 갖추어서 온라인으로 살펴보기 어려운 것을 직접 볼 수 있게 했다. 미술과 디자인 책은 도판이 많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 까닭에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 예술가들은 미국이나 유럽의 책을 사서 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서점에 가면 책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서점이 차세대 문화 성장의 토대가 돼 주고 있는 셈이다. 남자들의 로망이자 어른들의 장난감인 자동차 관련 서적 코너에서는 우선 엄청난 규모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일본의 자동차 산업이 마니아층의 끊임없는 지지가 바탕이 되고 있음을 깨닫게 했다. ●한류 팬 등 겨냥 장르별 CD·잡지 꼼꼼히 갖춰 쓰타야는 원래 비디오와 CD 판매, 렌털 체인점이었다. 일본의 집들은 매우 비좁기 때문에 CD나 DVD를 사서 수집해 쌓아 두기도 어려웠고, 까닭에 렌털이 주류였다. 쓰타야 서점은 기존 사업을 버리지 않고 업그레이드시켰다. 영화와 드라마 코너에는 일본 영화와 외국 영화를 장르별로 정리해 배치했다. 인터넷으로 보기 어려운 영화들이 장르별로 모아져 있다. 틈틈이 본다면 관심 있는 장르의 영화를 섭렵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 특별한 주제로 정리된 영화 코너엔 ‘컨시어지’라는 이름을 붙여 놓았다. 문화 안내자임을 자임하고 있는 것이다. 한류 팬들을 위해 한국 영화·드라마의 DVD, 한류 잡지까지 함께 보도록 한 배려에서는 마니아의 세계를 아는 서점의 통찰력이 느껴졌다. 음악 코너의 CD는 명불허전이다. 인터넷의 유튜브나 음원으로 쉽게 들을 수 있을 듯한 음악 CD도 장르별로 촘촘하게 갖추고 있다. 음악 CD는 헤드폰으로 들어 볼 수 있게 해 전혀 몰랐던 분야의 음악도 들어 보면서 뜻밖의 기쁨을 느끼게 했다. 적절한 가격에 고음질을 내는 각국의 헤드폰도 갖춰 놓아 직접 들어 보고 사갈 수 있게 했다. 음악 코너는 CD와 헤드폰을 파는 것이 아니라 듣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었다. ●희귀본 꽉 찬 레스토랑은 대중식당처럼 저렴 쓰타야서점 1관과 2관 사이에서 ‘라운지 안진’이라는 레스토랑을 발견했다. 책장에는 고서 희귀본들이 즐비하다. 고급 레스토랑 같은 분위기에 가격은 대중식당과 같이 1만~2만원대다. 게다가 맥주와 와인까지 곁들여 주문할 수 있다. 멋스러운 의자와 테이블에는 친구들과 삼삼오오 대화를 하는 사람,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는 사람, 혼자서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와인 한 잔에 식사를 하면서 책, 영화, 음악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삶이 풍요롭게 느껴졌다. 실제로 든 비용은 2만원 남짓이다. 일본의 좁은 주거 환경은 이런 풍요로운 공간으로 보완되고 있었다. 사람들은 경제의 저성장 속에서도 감성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면서 장수 시대를 즐기고 있다. ●서점 들른 젊은 층 일본 신성장 견인 주역으로 쓰타야서점은 책만 팔지 않는다. 책 사이로 생활용품들이 함께 비치돼 있다. 예를 들어 요리책 코너에는 ‘음식과 의료는 근원이 같다’는 작은 문구 아래 음식에 관한 책과 책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재료들이 함께 배치돼 있다. 식재료들은 식료품 가게와 달리 책의 콘셉트에 맞게 장인의 숨결을 담은 것을 고른 듯했다. 일본의 음식 재료를 이렇게 홍보하고 알리다니 고도의 문화 홍보를 한 수 배웠다. 음식박물관을 만들 것이 아니라 서점에 음식 재료를 가져다 놓으면 된다는, 이 발상의 전환은 쉬운 듯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혁신이다. 문구 코너는 ‘이것이 일본’이라는 선전 문구를 붙여 두고 일본의 장인과 예술가들이 만든 상품을 다양하게 배치한 점이 독특했다. 외국의 유명 브랜드가 즐비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었다. 일본은 저성장 시대의 출구를 감성의 지속 성장에서 찾고 있다. 일본의 경제성장을 주도한 단카이세대는 은퇴했지만, 나는 아직 건재하고 멋스럽다고 주장한다. 음악, 영화, 오토바이, 여행, 차, 요리 등 모든 라이프의 영역에서 취향의 만족감을 고도로 높여 가는 삶이다. 내면의 충만감은 사회적 성취에서 오는 것이 아니며,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감성이 지속 성장의 열쇠라는 사실을 다음 세대에게 일깨워 주는 듯했다. 서점에 들른 젊은 층은 이런 감성을 토대로 일본의 새로운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지금 일본은 오랜 집단우울증을 털어내고 감성을 고도로 성장시키는 단계로 진입했다. 우리 대한민국도 이제 우울이나 ‘혼자’라는 문화 코드를 속히 털어내야 할 시점임을 말해 준다. 선승혜 아시아인스티튜트 문화연구수석·도쿄대 박사 ■쓰타야 서점은 1983년 1호점… 회원 4918만명, 33년 만에 점포 1444개로 늘어 쓰타야 서점은 1983년 히라카타의 1호점으로 시작해 2016년 현재 도쿄 다이칸야마를 비롯해 일본 전역에 1444개의 점포와 4918만명의 회원을 확보한 일본 대표적 오프라인 서점이다. 1999년 2만 2396개이던 서점이 2014년엔 1만 4241개로 줄어들 만큼 일본의 서점가가 위축되는 가운데서도 수년째 판매고 1위를 달리며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단순히 책이나 문구류를 파는 공간이 아니라 고객들에게 보다 풍성한 라이프스타일과 지적 자본을 제공한다는 개념을 바탕으로 서점 안에 다양한 문화 공간을 배치하고 저렴한 렌털 서비스를 갖춤으로써 소비자들의 요구를 파고든 것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 모바일 광고 52% ‘폭풍 성장’

    최근 몇 년간 2% 안팎의 성장에 머물던 국내 광고시장 규모가 지난해 6.2% 증가했다. 스마트폰 중심의 모바일 광고비가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지상파 TV와 잡지 등 전통 매체의 광고시장은 축소된 반면 다양한 콘텐츠를 앞세운 케이블TV의 약진이 눈에 띈다. 제일기획은 2일 지난해 국내 총광고비가 10조 7270억원으로, 전년(10조 996억원)보다 6274억원 증가했다고 2일 발표했다. 전년 광고시장이 세월호 이슈의 영향으로 0.6% 성장하는 데 그쳐 기저효과가 컸고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도 일부 영향을 줬다고 제일기획은 분석했다. 매체별로는 희비가 엇갈렸다. 디지털 광고비는 모바일의 급성장에 힘입어 3조원을 돌파했다. 모바일 광고시장은 지난해보다 무려 52.6% 증가한 1조 2802억원으로 커졌다. 응답하라 1988, 집밥백선생, 냉장고를 부탁해 등 히트작을 양산한 케이블TV(종합편성채널 포함)는 16.7% 성장한 1조 7768억원의 광고비를 기록해 깜짝 실적을 냈다. 반면 지상파TV 광고비는 전년 대비 0.2% 감소한 1조 9702억원에 그쳤다. 잡지 광고 시장은 전년보다 4.8% 축소됐다. 제일기획은 올해 광고 시장이 저성장 기조로 타격을 받겠지만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 열리고 모바일 광고의 성장이 지속돼 올해보다 1.8% 성장한 10조 9234억원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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