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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안의 그리스도 찾아 기도하고 일할 뿐

    내 안의 그리스도 찾아 기도하고 일할 뿐

    베네딕도 수도회 한국 진출 100주년 기념행사가 한창이던 21일 경북 왜관 베네딕도 수도회 대강당. 십자가 아래 제단에 선 독일 베네딕도 뮌스터슈바르자크 수도원 안셀름 그륀 수사신부는 엇갈린 두 팔을 살며시 가슴에다 포갰다. 그리고는 기도를 시작했다. ●수녀·수사·신자 1000여명 한자리 “주님, 이 집에 들어 오소서. 당신의 천사들이 이 안에 머물 수 있게 해주소서. 그들이 우리를 평화롭게 돌보아 주시길, 당신의 거룩한 축복이 영원히 우리에게 머물길……” 마치 자신을 안는 듯한 이 자세를 그륀 신부는 “자기 안의 그리스도를 찾는 베네딕도식 기도법”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시대 ‘영혼의 인도자’로 불리는 그의 안내를 받아, 자리에 모인 1000여명의 수녀·수사·신자들은 모두 영성 가득한 가운데 제 안의 그리스도를 불렀다. 그륀 신부는 기도와 함께 ‘베네딕도의 영성’을 주제로 베네딕도 수도회의 역사와 사명, 신앙적 특수성에 대해 열정적인 가르침을 전했다. 250권이 넘는 저서로 이미 베네딕도회의 ‘스타 수사’로 이름난 그이기에 사람들의 질문도 끊이질 않았다. 그는 강연에서 “베네딕도 성인은 사회가 혼란스럽던 시기에 적극적으로 공동체를 꾸려 이를 통해 유럽을 변화시키고자 했다.”면서 “100주년을 맞은 왜관 수도원도 사회에 자유·희망·사랑·신뢰를 전하는 본래의 사명을 되새기길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베네딕도(480~547년경) 성인의 가르침을 따라 생활하는 베네딕도 수도회는 1909년 독일 오틸리엔 수도원의 선교사 2명이 서울에 발을 디디며 한국에 처음 진출했다. 이후 북한 지역에 자리잡았다가 한국전쟁 중인 1952년 왜관에 둥지를 틀었고 올해 100주년에 이르게 됐다. 70명가량인 왜관 수도원의 수사들은 ‘기도하고 일하라.(ORA ET LABORA)’는 가르침을 받들어 하루 다섯 번의 전례미사와 생산활동을 같이 하고 있다. 이들은 출판사 일부터 목공업, 금속공예, 농업 등 일을 하며 자급자족의 공동 신앙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행사 백미는 ‘겸재 정선 화첩’ 전시 하지만 이들이 폐쇄적인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100년 전 처음 한국에 왔을 때부터 베네딕도 수도회는 끊임없이 한국 사회와 소통하고 있다. 이들은 독일의 마이스터 제도를 도입해 지역민에게 수공업 기술을 전파했고, 왜관 순심학교, 김천 성의학교 등을 세워 교육사업도 이어가고 있다. 또 한국에서의 국제 앰네스티 활동이나, 1970년대 해방신학의 융성도 베네딕도 수도회의 업적 중 하나다. 올해는 19~25일 다양한 100주년 기념 행사를 마련하고 수도원의 문을 활짝 열었다. 특히 행사의 백미는 겸재의 그림 21점을 모은 ‘겸재 정선 화첩’ 전시다. 이를 보관 중이던 독일 오틸리엔 수도원은 영구임대 형식으로 화첩을 왜관 수도원에 전해 한·독 수도회의 100년간 변치 않는 신뢰를 보여주기도 했다. 또 수도회는 전 세계 베네딕도 수도원 연합 회의인 ‘총재 아빠스 회의’를 한국에서 진행했다. 그외 수도회 역사서와 화보집을 발간하는 한편, ‘역사 심포지엄’, ‘기념 음악회’ 등도 열었다. 이형우 시몬 베드로 왜관수도원 아빠스(총책임자)는 “100년이란 시간은 짧지만 순교의 땅인 한국에서 이 기간은 순간순간이 드라마 같았던 시기였다.”면서 “향후 100년 수도원은 발달한 물질 문명 속에서 영적으로 목말라 하는 사람들을 위한 영적 오아시스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글 사진 왜관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검색 데이터로 경제흐름 한눈에

    뉴스를 보거나 신문기사를 읽고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컴퓨터 앞에 앉는다. 인터넷에 접속해 그날의 화제에 대해 또 다른 정보를 얻는다. 머릿속에서 문득 떠오른 생각들을 정리하기 위해 특정 웹사이트를 방문하기도 한다. 인터넷 시대에 많은 사람들의 일상이다. 미국 IT시장조사업체 히트와이즈의 리서치 총괄담당인 빌 탠서는 사람들이 정보를 찾기 위해 의존하는 인터넷에서 이뤄지는 ‘검색’의 움직임을 통해 경제 활동의 흐름을 파악한다. 보통 통계 조사에서 4만~10만명 정도의 표본은 상당한 크기의 규모인데 탠서가 활용하는 표본은 무려 1000만명이 넘는다. 직접적이거나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통해 답을 얻지 않고 인터넷 사용자의 검색어만으로 활동 유형을 입증할 수 있기 때문에 신뢰감을 높일 수도 있다. 예컨대 리서치 회사에서 설문조사차 건 전화에 순순히 응해 줄 사람이 몇이나 되고, 만약 질문이 “성인용 웹사이트에 얼마나 자주 방문하십니까.”라는 것이라면 솔직하게 답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러나 인터넷 이용자들의 활동 추이를 관찰하면 성인용 웹사이트 방문 빈도뿐 아니라 어느 정도의 시간을 보내는지, 일주일 중 방문자수가 절정을 이루는 요일까지 파악할 수 있다. 전화 상담보다 정확하고 훨씬 분석적이라는 게 탠서의 설명이다. 탠서는 그의 저서 ‘검색의 경제학’(김원옥 옮김, 21세기북스 펴냄)에서 이런 최근의 인터넷 경향을 분석하면서 ‘검색’ 데이터에 잠재된 놀라운 가능성을 통찰한다. 1월에 미국 10대를 중심으로 ‘학년말 무도회 드레스’ 검색량이 급증하는 것을 보고 소비 흐름이나 관심도가 계절성과 무관하다는 것을 밝힌다. 또 ‘공포심’이라는 키워드의 연관 검색어를 분석하면서 사회 공포증에 민감한 인간의 내면도 읽는다. 검색어로 소비 성향을 따지고 마케팅 기법을 달리하는 것은 물론이다. 책에서 소개한 인터넷 행태의 분석은 경제학자, 기업 임원, 기획자 등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과정임이 분명하다. 더 넓게는 책을 통해 인터넷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적응해 가고 세상을 이해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 만든다. 1만 2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전세주택 많이 지어 집걱정 없게 할 것”

    “전세주택 많이 지어 집걱정 없게 할 것”

    이명박 대통령이 18일 고향인 경북 포항을 방문했다. 취임 이후 첫 방문이다. 주민들은 이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가장 좋았던 2007년 대통령선거 직전을 떠올리게 할 만큼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이 대통령이 청소년 시절 노점상을 했던 죽도시장에서는 ‘금의환향’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주민들의 환영 열기가 뜨거웠다. 죽도시장으로 가는 길에는 연도에 주민들이 수없이 몰려 이 대통령이 탑승한 버스가 카퍼레이드를 벌이는 것처럼 서행해야 했다. 이 대통령은 시장 입구 2㎞ 전부터 버스에서 내려 주민들과 일일이 악수했고, 손을 머리 위로 올려 하트 모양을 만들어 인사했다. 주민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이명박 대통령’을 연호했다. 일부 주민은 이 대통령의 저서 ‘온몸으로 부딪쳐라.’를 들고 흔들었으며, 인근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과 운전자들까지 환영 대열에 가세했다. 이 대통령이 주민들과 접촉하면서 경호관들은 진땀을 뺐다. 이 대통령은 경호관들이 경호차에 탑승할 것을 권하자 “정치행사 같은 모습이다. 자연스럽게 걸어가겠다.”며 주민들과 계속 악수했다. 이 대통령은 지역인사들과 함께 물회와 매운탕으로 저녁식사를 하며 고충을 청취했다. 이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고향이 저에게 큰 용기와 열정을 보내줘 남은 3년 반 임기를 열정과 용기와 힘을 갖고 열심히 하겠다.”면서 “국민들이 볼 때 자랑스러운 대통령이 되면 그게 여러분에게 보답하는 게 아닌가 생각하고, 그 생각을 염두에 두고 일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영일만항 개항식 치사에서 “이곳 흥해읍은 제가 자란 곳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 6·25 전쟁이 일어났는데 그때 교실이 없어 이곳에서 멀지 않은 송도의 소나무 그늘에서 수업했다.”고 회고했다. 이 대통령은 “전세주택을 많이 지어 서민들이 전세금 정도로, 월세금 정도로 집 걱정 없이 평생 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에서 하고 있는 ‘장기전세주택(시프트)’과 같은 장기임대형 주택의 공급을 늘리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이 대통령은 포항 방문에 앞서 경북 구미를 찾아, 박정희체육관 내 새마을운동 전시관을 돌아본 뒤 구미시민운동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새마을 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했다.이어 대구시청에서 시정 관련 보고를 받았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한국 현대사의 증인… 만화로 만나는 DJ

    한국 현대사의 증인… 만화로 만나는 DJ

    정치인의 생애를 만화로 다룬다는 것은 그리 간단치 않다. 특히 전·현직 대통령의 경우 더욱 그렇다. 살아 있건, 고인이 됐건 잘못하다간 명예를 건드릴 수 있는 데다가, 또 자칫 찬양 일변도일 경우 작가 자신에 쏟아지는 눈총과 ‘찍힘’을 감내하기가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하여 웬만한 작가적 통찰력과 냉정한 용기가 담보되지 않는다면 선뜻 펜을 들기가 쉽지 않다. ●TV프로그램 ‘동물의 왕국’ 가장 즐겨 서울신문에서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는 ‘시사만평’의 작가 백무현(46) 화백. 그는 2005년 전직 대통령을 정면으로 다룬 ‘만화 박정희’(전2권)를 펴내 주목을 끌었다. 뒤이어 2007년에는 생존해 있는 전직 대통령을 다룬 ‘만화 전두환’(전2권)을 발간, 화제와 논란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1979년 12·12 하극상 반란부터 구속되기까지 굴곡의 15년 현대사를 거침없이 다뤘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가 이번에는 ‘만화 김대중’(시대와 창 펴냄)을 펴냈다. 3년여의 작업끝에 한국현대사의 증인인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파란만장했던 삶을 만화로 엮은 것. 앞의 두 저서에도 그렇지만 작가 특유의 치밀한 자료조사와 고증을 거쳐 역사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부분이 곳곳에 베어난다. ‘만화 김대중’에서 저자는 ‘인간 김대중’ ‘경천애인’ ‘정치인 김대중’ ‘대통령 김대중’ 등 크게 네가지 분야로 접근하고 있다. 정치적 거물이었던 김대중이라는 사람이 가장 즐겨보는 TV프로그램이 ‘동물의 왕국’이었다는 사실과, 귀여운 강아지를 혼낸 것에 단단히 화가나 국회에서 집으로 득달같이 달려와 부인 이희호 여사에게 따졌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그리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휴머니스트로서의 인본주의적 성정을 부각시켰다. ●‘선생님’ ‘빨갱이’ 호칭 동시에 얻어 그는 ‘행동하는 양심은 반드시 승리한다.’는 서문에서 “한 시대를 살아가는 ‘빨갱이’와 ‘선생님’이란 호칭을 동시에 얻은 사람이 또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빼놓고 정치와 경제·사회·문화 등 한국의 현대사를 말할 수 없다는 점에 방점을 찍는다. 또 집필 내내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치와 정신 만큼은 빠뜨리지 않으려고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한다. ●인간 김대중·정치인 김대중 등 4분야로 원래 5권으로 계획된 ‘만화 김대중’은 이번에 우선 2권이 출간됐다. 1권 ‘하의도에 핀 인동초’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태어난 하의도의 풍경을 펼치면서 하의도에서 겁쟁이었던 어린 시절과 목포상고를 나와 해운사업으로 성공하고, 6·25 전란 속에서 첫 번째 죽음의 고비를 넘긴 후 정계에 입문하기까지의 행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권 ‘행동하는 양심’에는 첫 부인 차용애씨의 죽음과 새로운 정치적 후원자 이희호 여사와의 결혼, 5·16군사쿠데타를 통해 악연으로 만난 박정희 정권과의 투쟁을 담았다. 이후 1971년 대선, 김대중 납치사건 등도 만화적 기법으로 흥미롭게 접근했다. 나머지 3, 4, 5권도 이달 안으로 모두 출간될 예정이다. 김문기자 km@seoul.co.kr
  • 시기하느냐? 고로 존재한다!

    오스트리아 작가 알렉산더 로다 로다(1872~1945)는 시기심에 대해 “남의 불행을 고소해할 기회가 부족한 까닭에 생겨난 분노”라고 정의했다. 남의 불행을 보고 즐거워하는 마음을 드러낼 경우 경박하거나 예의 없다는 나쁜 평판을 받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대중적인 즐거움이라는 것이다. 간혹 이것을 12~18세기까지의 많은 신학자들은 ‘천국에서 느끼는 즐거움’이라고도 했다. 천국으로 간 소수의 사람들은 믿음을 저버린 자들이 지옥에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고소해한다고 서술하기도 했다. ‘시기심-나는 시기하지 않는다’(이미옥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는 독문학자이자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 연구소 소장인 롤프 하우블이 자신의 경험과 심리치료를 바탕으로 쓴 책이다. 시기심이라는 인간의 감정에 초점을 맞추고, 심리·사회·문학·종교·신화·광고 등 여러 측면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서술한 일종의 ‘시기심 종합백과사전’이다. 저자 하우블은 사람들에게 “시기심을 느끼냐?”고 물어보면 대다수가 “나는 시기하지 않는다.”고 답하지만, 이것은 위선이거나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남의 재산을 탐하지 말라.’는 기독교의 가르침이 없었다면 서양문화는 다른 방향으로 갔을 것이라 말한다. 늘 시기하면서 스스로 시기한다는 인식조차 못한 채 생활하고 있는데, 저자는 시기심이야말로 인류의 원초적이고 보편적인 감정으로 사회발전의 동력이 되기도 하고, 파괴의 근원이 된다고 말한다. 흔히 시기심은 자신과 비슷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을 비교하며 느낀다고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자신은 제자리걸음인데 후배나 부하 직원들이 앞서 나갈 때, 자신의 한창 때를 떠올리는 젊음과 아름다움·아이디어를 발산하는 젊은이를 만났을 때, 동정심을 베풀던 대상이 성공할 때에도 나타난다. 세대 간의 갈등이나 형제 간의 갈등도 시기심의 표현이다. 궁정악사였던 살리에리가 자신보다 6살 연하에 보잘 것 없는 지위의 ‘천재’ 모차르트를 시기하거나, 신에게 더 사랑받은 동생 아벨을 시기와 질투심 때문에 죽여버리는 카인처럼 말이다. 상업광고도 사람들의 시기심을 부추겨 구매를 촉진시킨다. 시기심의 일종인 고소해하는 심리에 대해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는 그의 저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에서 “이런 마음은 사람들이 별로 좋지 않은 상태에 있을 때, 즉 근심이나 시기심·고통을 느낄 때 생겨난다.”고 말했다. 즉, 남의 불행을 보면서 자기의 불행을 가볍게 여길 뿐만 아니라, 자신이 불행하지 않은 상황에 대해 안도하게 된다는 것이다. 시기심 때문에 사회가 더 어려워지기도 한다. 알렉시스 드 토크빌(1805~1859)은 저서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평등하면 할수록 평등에 대한 욕구는 더욱 채워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저자에 따르면 시기심을 없앨 수는 없다. 다만 사람들의 시기심을 유발하는 유무형의 자산들(돈, 명예, 지위, 능력 등)이 불법적으로 형성됐을 경우 사람들은 시기심을 공평한 분배를 위한 투쟁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인간의 원초적 본능인 시기심이 살아 있는 한 절차의 공정성을 통해 깨끗한 부와 명예의 형성이 필요한 이유다. 1만 65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鄭조준 준비 완료

    민주당이 10일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맡을 ‘저격수’를 선정했다. 최재성·백원우·김종률·강운태 의원 등 4명이다. 당내 희망자가 많아 경쟁률이 5대1을 넘었다. 저돌적인 행동력이 최우선 선발기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경제학 분야에서 국내 최고 권위자라고 할 만한 정 후보자를 상대로 이론적인 토론을 벌여봤자 득될 게 없다.”면서 “청문회에선, 드러난 허점을 꼬치꼬치 캐묻고 파고드는 근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강성 기류는 청문위원 면면에 그대로 반영됐다. 당 대변인 출신인 최 의원은 당내 대표적인 강성 인물이다. 대변인 시절에도 날카로운 대여(對與) 공격수로 꼽혔다. 친노 386 출신인 백 의원은 17대 국회 때 서울대 교수 임용의 문제점을 집요하게 지적해 당시 서울대 총장이던 정 후보자에게 사과를 받아낸 전력이 있다. 유일한 충청권 출신인 김 의원은 정 후보자의 세종시 건설 추진 의지를, 농림수산부·내무부 장관을 지낸 강 의원은 행정 능력에 주안점을 둘 생각이다. 민주당은 이들을 지원할 ‘총리청문 태스크포스(TF)팀’도 구성했다. 모두 8명인 TF팀은 경제 이론과 실무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정 후보자의 논문과 경제관련 발언 등을 훑어 청문위원을 돕는다. 기업인 출신인 원혜영 전 원내대표가 위원장을 맡았고, 경제통인 강봉균·이용섭 의원, 정 후보자의 서울대 경제학과 제자인 우제창 의원, 논리력이 뛰어난 박선숙 의원 등이 포함됐다. 이시종·양승조·최규식 의원도 가세했다. 우제창 원내대변인은 “정 후보자가 경색된 남북관계, 어려운 서민경제, 정부와 국민간 소통 단절 등 이명박 정권의 산적한 난제를 해결할 제2기 총리로서 자격이 충분한지를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도 이날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에 정의화 의원을 내정하고, 권경석·차명진·이혜훈·정희수·나성린·정옥임 의원을 청문위원으로 결정했다. 국회 기획재정위 간사를 맡고 있는 이 의원은 서울대 경제학과 82학번으로 민주당 우 의원과 동기이자 정 후보자와 사제지간이다. 자유선진당 박상돈 의원,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도 비교섭단체 특위 위원으로 결정됐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경제학자로서 정운찬을 바라보는 서울대 시선 “경제흐름 읽는 시각 독보적” “거시경제 대표적 논문 없다” 총리 후보자인 정운찬 전 서울대 교수의 ‘학자로서의 평가’를 둘러싸고 학교 안팎으로 얘기들이 적지 않다. 10일 서울대 학생게시판인 ‘스누라이프’에는 처음에는 정 총리 후보자에 대한 기대와 작별에 대한 아쉬움이 주를 이뤘지만 며칠 전부터는 ‘학문적 성과’와 ‘논문 의혹’, ‘총장 재직 시절의 문제점’에 대한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경제학 원론과 거시경제 분야에서의 그의 저서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지만 논문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인문사회계열 학생 및 전공자들은 ‘경제학에서는 얼마나 시대상을 잘 반영하고 경제흐름을 잘 읽어내며 이를 학생들에게 얼마나 알려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반면 이공계 학생 및 전공자들은 정 후보자가 유명 학술지의 판단 기준이 되는 사회과학논문인용색인(SSCI)급 논문이 평생에 걸쳐 단 한차례도 없었다는 점에서 과소평가하는 지적도 있다. 한 교수는 “정 후보자의 경제학에 대한 시각은 국내 경제학계에서 누구도 논란을 제기할 수 없는 만큼 독보적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교수는 “특히 정 후보자의 주분야인 거시경제는 세계적인 학자라면 누구나 대표적인 논문을 갖고 있는 만큼 논문이 없다는 것은 학자로서 중요한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사설] 노사문제 못 풀면 국가경쟁력 없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저서 ‘부의 미래’에서 기업은 시속 100마일로 달리고 있다고 했다. 노조는 30마일에 미치지 못한다. 노조가 변화에 더딘 것은 세계 공통인 것 같지만 우리나라 노조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올 들어 세계은행·세계경제포럼·국제경영개발원으로부터 받은 노사의 성적표는 참담하다. 기업환경은 선진국 수준이지만 노사관계는 후진국에 머물러 있다는 말이 나올 법하다.세계은행은 어제 내놓은 국가별 기업환경평가에서 평가를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후한 점수를 줬다. 지난해보다 4단계 올려 19위라고 평가했다. 우리나라의 성공적인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 평가로 여겨진다. 분야별 평가에서 노동분야는 183개국 가운데 150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세계경제포럼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노사 성적은 초라하다 못해 비참함을 느끼게 한다. 노사관계에서 133개 대상국 가운데 131위다. 어떻게 전체 경쟁력 23위 국가로 평가됐는지 믿기지 않을 정도다. 고용경직성·해고비용 등의 분야 평가도 비슷하다. 쌍용차 노조의 평택공장 점거 파업 등 불안감이 반영된 탓이라고 한다. 그 바람에 국가경쟁력은 지난해보다 6단계나 떨어졌다. 국제경영개발원이 지난 5월 내놓은 평가에서도 마찬가지로 노사관계는 꼴찌권이었다.우리의 노사문제는 국가경쟁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는 우리의 노사관계가 아직도 20세기 경제개발 시대에 머물러 있는 탓이라고 본다. 노사문제를 풀지 못하면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 노조가 변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노조의 미래도, 국가 경쟁력의 미래도 없다. 민주노총이 가세해 정치투쟁을 벌인 쌍용차 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하기로 결의한 것은 노동계에 울리는 경종 아닌가.
  • 정운찬 20년간 논문 안썼다고? 박지원은 검색도 안 하나

    민주당 박지원 정책위의장이 8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운찬 총리 후보자에 대해 “학자로서 논문 검증을 해보려 했더니 20여년간 논문을 한 편도 안 썼다. 공부를 안한 학자가 총리로서 본분을 하겠느냐.”고 한 발언에 대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박 의장이 비난을 받는 이유는 정운찬 총리 후보의 논문이 다수 인터넷에서 검색되기 때문이다. 서울대 홈페이지의 교수 소개란에만 해도 정운찬 후보가 쓴 논문이 2000년 이후 8편, 1984년 이후 14편이 있다고 목록이 기재돼 있다. 저서 역시 공동저자로 참여한 것을 포함해 2000년 이후 출간된 서적이 13권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정운찬 후보가 논문이라고 밝힌 것들이 모두 칼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 후보가 자신의 논문 목록에 포함시킨 것들은 모두 국내외 학술지(저널)에 실린 것으로 학술지 또는 학술대회에서 발표하는 논문들도 학술논문으로 분류된다.  박지원 의장은 “국민들이 민주당과 청문회에 거는 기대가 높아 제2의 천성관을 탄생시키는 그런 결의가 필요하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는데, 박 의장은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골프여행, 아들의 호화결혼식 등을 추궁해 낙마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바 있다.  박 의장이 제대로 검색도 해보지 않고 정 후보를 비난하자 박 의장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성 비난도 가해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학자로서 정운찬 교수의 위치는 경제학을 조금이라도 맛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분이다. 인사청문회는 행정가로서의 능력을 검증하란 것이지 학자로서의 명예를 거짓으로 실추시키란 것이 아니다.”라며 민주당이 인사청문회에 감정적인 자세로 임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특히 정운찬 교수가 쓴 ‘거시경제론’은 1982년 첫 출간된 이래 2007년에 8판을 찍을 정도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경제학 교과서로 분류된다. 그가 해 온 경제학 관련 강의 역시 학생들에게 반말을 쓰지 않는 열정적인 자세 등으로 항상 인기를 끌었다. 인터넷서울신문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진실’ 잃어버린 한국史

    역사 기술이 객관성을 의심받을 때가 더러 있다. 당대의 권력자나 역사가의 자의적인 해석과 판단에 따라 쓰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론 역사를 바라볼 때 비판의식이 필요하다. 일제강점기를 거친 한국사를 볼 때는 더욱 그렇다. 이 시기에 우리 역사가 심각하게 왜곡된 데다 당시 역사학자-일제 식민사관에 근거한-의 줄기가 지금까지 질기게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학자인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은 “우리의 역사는 조선 후기 노론사관과 일제 식민사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철학으로 주류 역사학의 오류를 꼬집는다. ‘우리 역사의 수수께끼’, ‘조선왕 독살사건’, ‘세상을 바꾼 여인들’ 등 30여권의 저서를 내면서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온 그는 신작 ‘한국사, 그들이 숨긴 진실’(역사의아침 펴냄)에서 고대사, 삼국사기, 조선후기사, 항일투쟁사 등 4대 한국사의 왜곡을 집중 분석한다. ●한국 고대사 복원이 왜곡 시정의 출발 한국사 왜곡에는 일제 식민사관과 노론사관이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두 사관의 뿌리는 하나다. 조선 후기 집권당이었던 노론의 상당수 인사는 일제의 대한제국 점령에 협력한 대가로 작위와 은사금을 받고, 지배층의 지위를 그대로 유지했다. 이런 가문 출신의 일부가 조선사편수회에 들어가 식민사관 전파에 일조했고, 해방 후에도 사학계 주류를 장악한 결과 노론사관과 식민사관이 한국사를 구성하는 주요 관점이 됐다는 설명이다. 영국의 역사학자 E H 카가 “역사를 연구하기에 앞서 우선 역사가를 연구하라.”고 했던 것은 한국 주류 사학계에 가장 잘 들어맞는 말이다. 저자는 한국사의 4대 왜곡을 바로잡는 출발점을 본래 고조선의 역사적 위치를 복원하는 지점에 둔다. 보통 우리는 고조선에 대해 ‘청동기문화를 바탕으로 성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라고 배운다. 그러나 일연의 ‘삼국유사’에는 ‘단군조선이 기원전 24세기에 건국됐다.’고 말한다. 청동기시대는 만주지역에서는 기원전 15~13세기에, 한반도에서 기원전 10세기에 전개됐다. 일연에 따르면 단군조선은 만주까지의 광대한 지역을 통치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식민사관에서는 삼국유사에 나오는 단군조선을 신화의 영역으로 치부하고,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다. ‘한사군(漢四郡)’도 논란거리다. 중국 고대 한나라 무제(BC 141~87)는 고조선 우거왕과 조한전쟁을 벌여 고조선을 멸망시키고 그 지역에 4개의 행정구역 ‘한사군’을 만들었다는 게 중국 동북공정의 핵심이다. 사마천은 ‘사기’의 조선열전에 조한전쟁을 적으면서도 ‘한사군’이 주둔했던 지역의 이름은 언급하지 않는다. 후세에 ‘사기’ 본문 뒤에 덧붙인 주석에 구체적으로 한사군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사기’의 조선열전에는 ‘사군’으로, 흉노열전에서는 ‘이군’으로 나와 기록이 서로 맞지 않는다. 한사군의 명칭 자체가 수수께끼인 것이다. 그런데 동북공정에 맞서기 위해 정부가 세운 동북아역사재단(옛 고구려연구재단)의 ‘낙랑문화연구’에서 “제7차 교과 과정의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에는 (한사군의) 존재 자체와 의미를 부정하는 방향으로 서술…삼한 등과 같은 주변 집단들의 역사적 변화 발전 양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왜곡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적었다. 정부 연구기관이 존재여부가 불투명한 한사군의 존재를 옹호하고 있다는 비판했다. ●식민지배 정당화를 위한 역사가 한국사 주류? 저자는 고대사 왜곡의 원인을 일제 조선총독부 등이 1907년부터 한반도와 만주 전역을 점령하기 위해 진행한 연구에서 찾는다. 일제 식민사학자 쓰다 소우키치와 이케우치 히로시, 도리이 류조, 세키노, 이마니시 류 등이 이 연구에 뛰어들어 조선 역사를 만주 역사의 한 부분으로 만들고, 고구려 유적을 한사군의 중심인 낙랑군 유적으로 재창조했다. 한국사를 식민지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이도록 해 일제의 식민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다. ‘삼국사기’가 김부식이 조작한 가짜라는 ‘삼국사기 초기기록 불신론’도 그무렵 나왔다. 쓰다는 ‘조선역사지리’ 등의 저서에서 고대 한반도 북부에는 낙랑군을 비롯한 한사군이 있었고 한강 남쪽에 78개 소국들이 우글거렸다고 적었다. 그래야 소국들을 통합할 ‘임나일본부’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국사기’에는 이 시기 한반도 남부에 신라와 백제라는 강한 고대 국가를 언급하고 있으니 삼국사기가 조작됐다고 주장해야만 하는 이유다. 주류역사학계의 고대사 인식체계가 일본 식민사관에 깊게 자리하고 있다면, 조선 후기사에는 노론사관이 있다. 저자는 노론사관은 율곡 이이의 십만양병설을 조작해 내고, 효종의 북벌에 시종일관 발목을 잡은 송시열이 북벌의 화신이며 실학의 이용후생학파(중상학파)를 노론이 주도한 것처럼 서술했다고 말한다. 저자는 또 일제 식민사관에 경도된 역사학자들이 독립군의 항일무장투쟁사까지 소멸되도록 한 이유 등을 조목조목 짚어 내며 흔히 알려진 역사의 정설을 뒤집고,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국가 연구기관의 실태도 샅샅이 파헤친다. ●한국사 바로잡기는 동북아 평화의 시작 이런 주장은 주류 사학계를 비난하거나 분열을 유도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저자는 “한 세기 전 일제 식민사학에 의해 공격받았던 한국사는 지금 그 식민사학을 토대로 한 중화 패권주의 사학에 의해 다시 공격받고 있다.”면서 “동북아의 진정한 평화는 침략적 역사관을 상호 호혜적인 평화적 역사관으로 전환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제 식민사관을 극복하면 동북공정은 자연히 무력화되며, 이러기 위해서는 한국사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냉정한 잣대를 들이대면 그의 역사관 역시 편향된 것이 아니냐고 주장할 수 있다. 저자가 내놓은 광범위한 자료와 섬세한 분석은, 학창시절 무조건 외운 한국사보다 훨씬 더 설득력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 1만 5000원. 최여경기자 kids@seoul.co.kr
  • ‘中 경제기적 총설계사’ 주룽지 회고록 출간

    │베이징 박홍환특파원│‘중국 경제기적의 총설계사’ ‘중국의 고르바초프’ 등으로 불리며 중국 경제개혁을 총지휘한 주룽지(朱鎔基·81) 전 중국 총리의 저서‘주룽지, 기자 질문에 답하다’(중국인민출판사)가 2일 중국 전역에서 발간됐다. 국무원 부총리와 총리 등 현직에 있을 당시 국내외 기자회견 내용 등을 묶은 이 책은 일종의 경제개혁과 관련한 회고록이다. 중국은 국가기밀 보호 등을 위해 1990년 국무원령으로 국가지도자들의 퇴임후 회고록 집필 등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 주 전 총리의 저서 발간은 상당히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457쪽 분량의 책은 ▲매년 량후이(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지칭) 기간의 내외신 기자회견 ▲해외순방시 기자회견 ▲외국 매체 인터뷰 ▲홍콩 매체 인터뷰 등 크게 4부문으로 이뤄져 있다.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내용도 적지 않아 아시아 금융위기 발발 당시 중국 정부의 대응,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추진, 홍콩·마카오 반환으로 시작된 일국양제(一國兩制) 등과 관련한 그의 구상 등을 엿볼 수 있다. 2000년 10월18~22일 한국방문 기간 진행된 세 차례의 기자회견 내용 등도 소개돼 있다. 주 전 총리는 1991년 상하이 시장 재직 당시 최고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에게 개혁구상을 보고한 뒤 인정받아 국무원 부총리로 전격 발탁되면서 중국의 경제개혁을 이끌었다. 이어 1998년 3월부터 5년간 중국의 제5대 총리로 재임했다. 2003년 3월 공직에서 완전히 물러난 뒤에는 경극 관람 등에 심취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대표적인 청렴한 공직자로 꼽히는 그는 중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정치인 가운데 한 명이어서 출판사 측은 그의 저서가 최소한 100만부 이상 판매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tinger@seoul.co.kr
  • [데스크 시각] 미국 의료보험 개혁과 인종문제/최광숙 국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미국 의료보험 개혁과 인종문제/최광숙 국제부 차장

    미국인 한 무리가 배를 타고 망망대해에서 쿠바로 향하고 있다. 미국에서 치료 받을 처지가 못 되는 이들이 병원을 찾아가는 길이다. 부자 나라라고 자부하는 미국인들이 자신의 병든 몸을 가난한 사회주의 국가에 의탁한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이들은 9·11테러 당시 긴급 구호활동을 벌이다 다친 ‘영웅’ 소방관들이었다. 이들은 미국보다 시설이 열악하지만 쿠바 병원의 따뜻한 환대 속에서 치료를 마쳤다. 그것도 무료로.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시코’(sicko·환자의 속어)의 한 장면이다. ‘화씨 911’ 등으로 미국 사회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파헤쳐 온 그는 이 영화에서 미국 민영보험제와 병원 시스템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최근 민주당 출신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의료보험 개혁이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층의 반대로 난항을 겪는 것을 보면서 남의 나라 일이긴 하지만 걱정스럽다. 개혁의 좌초라는 측면에서의 염려도 있지만 혹시나 이 문제가 미국의 아킬레스건인 ‘인종문제’로 흐르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물론 미국은 오바마라는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탄생시킴으로써 인종문제에 대한 성숙한 태도를 보여 주었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말이 더 맞지 않나 싶다. 오죽하면 오바마 대통령이 흑인 하버드대 교수와 백인 경찰 간의 싸움에 흑인 교수를 두둔했다가 사과하는 소동까지 벌어졌을까. 의료보험 개혁과 인종문제가 뜬금없는 일 같지만 미국의 역사를 보면 무관하지 않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미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서 ‘미래를 말하다’에서 1946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시도한 의료보험 개혁이 실패한 것은 명백히 흑백 인종문제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트루먼의 의료보험 개혁안이 좌절된 것은 당시 미국의학협회가 500만달러(현 2억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들여 전방위 로비를 펼친 탓도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남부 민주당원들이 국민의료보험 도입을 결정적으로 방해했다는 것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남부 정치인들은 국민의료보험이 체계화되면 각 지역 병원에 인종차별 폐지를 강요할 것으로 생각했고, 그들은 (치료를 받지 못하는) 가난한 백인들에 대한 의료혜택 제공보다 백인들의 병원으로 흑인들이 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인종문제는 우리의 지역감정 문제와 닮은꼴이다. 둘 다 오랜 역사적 배경을 가졌다. 인종·지역간 차별은 사사건건 국민 갈등과 분열을 초래, 국민통합의 가장 큰 장벽이 됐다. 우리 정치인들이 지역주의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듯 미국 정치인들이 인종문제를 교묘히 선거 등에서 정략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비슷하다. 특히 최근 의료보험 개혁에 인종문제를 정치적으로 활용할 듯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공화당 전략가들은 의료보험 개혁 추진으로 인한 오바마의 지지율 하락과 관련, “‘분노한 백인 남성’이 보이기 시작한다.”며 백인 유권자들을 자극하고 있다. 지난 대선 때 이탈했던 50세 이상의 블루칼라 백인 남성들이 오바마 정부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은 의료보험 개혁을 놓고 보수·진보의 대립을 넘어 계층·세대별 대립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인종문제까지 가세한다면 의료보험은 또다시 별 성과 없이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정치인들이 의료보험 개혁 문제에 인종문제를 개입시켜 정치적 득을 보겠다는 얄팍한 계산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느 나라 일이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의료혜택을 볼 수 있게 하자는 개혁 프로젝트가 비본질적인 이슈로 무산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최광숙 국제부 차장 bori@seoul.co.kr
  • [부고] 김재봉 전 매일경제신문 회장

    김재봉 전 매일경제신문 회장이 지난달 31일 뇌출혈로 별세했다. 77세. 고 김 전 회장은 1932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나 광주 숭일고와 한양대 공업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공업대학을 수료했다. 1960년 경향신문기자로 언론계에 투신한 뒤 1971년부터 매일경제신문에서 경제부장, 편집국장, 주필, 사장 등을 거쳤으며 1988~89년 회장을 역임했다. 이후에는 서울종합터미널 회장, 센트럴시티 회장, 계간지 사상계 대표를 지냈다. 저서로는 ‘증권의 이론과 실제’ 등이 있다. 유족으로는 부인 박경자씨와 1남2녀. 빈소는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발인은 3일 오전 7시. (02)2258-5979.
  • “왜?”라고 끊임없이 질문하고 생각하는 힘을 키워라

    21세기의 화두는 ‘경쟁력’이다. 정치·경제·사회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또 사이버 세상까지 모든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경쟁력 확보를 부르짖으며 방법을 찾아 나선다. 그렇다면 과연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은 무엇일까. 일본의 대표적인 경영 컨설턴트인 오마에 겐이치 박사는 ‘집단IQ’(집단지능 또는 집단지성)를 꼽는다. “국가라고 하는 존재에 집단IQ라는 것을 매길 수 있다면 21세기의 승자는 집단IQ가 높은 나라가 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지성이 높은 개인이 경쟁 사회에서 우위를 점하듯 국가 간의 경쟁에서도 집단지성이 높은 국가가 경쟁에서 살아 남으며, 현재의 세계 경제 위기에서 생존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승자의 지도도 크게 바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인간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라도 사용할 수 있는 무기를 가지고 있지만, 일본을 포함한 현대사회에서는 그 무기의 사용을 게을리한다. 바로 ‘두뇌’이다. 오마에 박사는 “일본은 과거 명석한 두뇌와 근면함으로 세계 제2의 경제대국까지 올랐지만 ‘일본인이 바보가 된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만드는 현상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TV나 신문에서 “낫토가 다이어트에 좋다.”고 하면 전국의 가게에서 낫토가 사라진다. 읽기 쉽고 해답을 바로 알려 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다. 정보화 사회가 진전되면서 높아지는 휴대전화나 인터넷에 대한 의존도만큼 사고력과 소통 능력은 뚝뚝 떨어진다. 정치도 문제다. 정치인은 찬반 의견이 명확한 쟁점들을 가지고 끝없는 논쟁을 벌이고, 국민들은 구체적인 것은 알려고 하지 않은 채 인기나 분위기에 휩쓸려 움직인다. 기업들도 다르지 않다. 대기업 경영자들조차 배우는 일을 게을리한다. 눈부신 발전을 이루는 중국, 인도 이야기에는 ‘그건 벌써 들었으니까 됐다.’며 입을 막아 버린다. 반도체 분야에서 급성장한 ‘삼성’을 거론하며 “일본 기술을 모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그들에게 배울 것은 없다.”고 핑계를 댄다. 이런 ‘사고의 정지’가 집단IQ를 떨어뜨리고 경쟁력을 흐트러뜨린다. 오마에 박사는 그의 저서 ‘지식의 쇠퇴’(양영철 옮김, 말글빛냄 펴냄)에서 이같은 실태를 꼬집고 해결책을 찾는다. 개인의 각성과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노력이 집단IQ를 높일 수 있는 길이다. 많은 사람들이 국가가 자신을 보호할 것이라고 믿지만, 오마에 박사는 “국가에는 기댈 것이 없다.”고 냉정하게 말한다. 국가는 오히려 지식의 쇠퇴를 이용해 국민을 기만할 뿐이다. 내부 변화없이 이름만 바꾸는 ‘수법’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불리한 문제는 아예 알리지 않는 게 정부이다. 따라서 개인 스스로 자신의 생활을 지킬 수 있도록 ‘생각하는 힘’을 키워야 한다. 새로운 교양도 필요하다. 주어진 명제를 풀어 가는 능력과 그 능력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교양인이 돼야 한다. “나는 나만의 독특한 삶을 살겠다는 말을 가슴에 품고 주변과 세계를 둘러보면 틀림없이 지금과는 다른 경치가 보일 것이다. ‘왜?’라고 생각하는 것부터 당신의 미래도 일본의 미래도 달라진다.” 오마에 박사의 말이 비단 ‘일본의 미래’만을 위한 조언은 아니다. 1만 5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태평양전쟁 가짜유골 봉환 논란

    국내 민간단체가 25일 태평양전쟁 당시 희생된 민간인 유골 110구를 국내로 봉환했다고 발표한 데 대해 정부기구인 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가 문제의 유골이 강제동원 희생자의 유골이 아니라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태평양전쟁 희생자봉환위원회는 이날 김해공항을 통해 110구의 희생자 유골을 봉환한 뒤 26일 경남 양산 천불사에 안치한다고 밝혔다. 봉환위는 “이번에 봉환된 유골은 전쟁 당시 강제징용돼 일본 광산과 군사건설 현장에서 일하다 숨진 희생자들”이라면서 “일본 종교법인 평화사 본산이 일본 내 사찰을 통해 수습한 유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는 “명단 중 일부가 이미 한국에 봉환된 유골로 파악됐고 나머지도 가짜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이 명단은 1940년대 한국인 징용 전몰자를 연구한 일본학자 다케우치의 저서에 수록된 리스트를 베꼈다는 것이 규명위 측 주장이다. 규명위는 지난주 봉환위에 유골봉환을 자제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규명위에 따르면 명단에 포함된 김모(1940년 9월 징용, 12월 사망)씨의 경우 이미 봉환된 사실을 유족들이 알고 있고, 다른 이모씨의 유골은 동운사란 절에 보관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규명위는 “민간기구가 무분별하게 개입할 경우 국가적 유골 확인작업에 혼선을 초래하고 유족들의 권리도 침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봉환위 측은 “명단은 평화사가 보관해온 한국인 유골 내역이 맞다.”면서도 “국내 유족들을 찾아낼 방법은 없기 때문에 인도적 차원에서 안치만 할 예정”이라고 주장했다. 봉환위는 10월에도 2, 3차 봉환을 추진하기로 해 유골의 진위여부를 둘러싼 실랑이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다른기사 보러가기] 나로호 날았지만 위성 행방 묘연 전라도 보수, 경상도 진보 나와야 이영애 美서 극비결혼 SM 이수만 최고급 오피스텔 롯데 16.8도에 진로 “물탄 소주” ”수능 코앞인데 휴교하라니… “
  • 성공하는 사람은 말부터 다르다.

    성공하는 사람은 말부터 다르다.

    모든 사람에게 공짜로 주어지는 것 두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시간과 말이다.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이 달라지듯이, 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천 냥 빚을 갚을 수도, 미움을 받을 수도 있다. 한국스피치&리더십센터 (www.speech365.com)의 민영욱 대표는 “현대는 표현의 시대라고 한다. 같은 말을 해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느냐에 따라 말하는 효과는 매우 다르게 나타난다”고 말한다. 10여 년 전 국내 최초로 ‘스피치’라는 개념을 정리한 민 대표는 많은 시간동안 스피치 교육 현장에 있으면서 말로 인해 곤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컨설팅하며 화술의 중요성을 역설해왔다. 국어 교육을 십 수 년 동안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말하기 교육이 문제라는 민 대표는 “말은 문화인 동시에 존재이며, 행동의 씨앗, 운명의 씨앗이다“라며 ”초등학교에서부터 말하기 교육이 있긴 하지만 인터넷, 모바일 문화가 강세인 요즘 말하기 교육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야하는 이때에 능변(能辯)이 자본(資本)이다. 한국스피치&리더십센터는 국가와 사회기업과 개인의 경쟁력 증진에 기여하기 위해 최고의 교수진과 저렴한 교육비로 스피치리더십을 교육하고 있다. 한국스피치&리더십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교육은 프리젠테이션, 리더십과 인간관계 훈련, 세일즈.브리핑.면접기법, 이미지와 비즈니스 매너, 레크리에이션과 이벤트, 선거연설과 설교기법으로 전문 강사의 개별 평가와 과학적인 트레이닝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설득, 논리, 대화, 발표 등의 다양한 스피치기법에 대한 이론과 실기 중심의 파워트레이닝을 실시하고 평생 고객시스템을 도입하여 성취도가 낮은 사람은 지속적으로 관리해준다. 국내 최초로 주말반을 개설한 한국스피치&리더십센터에서는 최종 평가와 교육과정 수료 후에도 리콜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수강시간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어 교육 받는 사람의 편의에 맞춰 선택이 가능하다. 연세대 사회교육원 교수, 중앙공무원교육원 교수로 재직 중인 한국스피치&리더십센터의 민영욱 대표는 저서 「성공하려면 말부터 바꿔라」, 「성공하는 사람들의 화술테크닉」,「대화의 달인」,「성공하는 사람들의 토론의 법칙」,「글로벌 리더의 소통을 위한 스피치」등을 출판하고, KBS VJ 특공대,MBC 시사매거진, SBS 모닝와이드 등 각종 TV 프로그램에 출연했으며 레일로드, 월간산업교육, 주간한국, 월간매경 등 각종 월간지 연재와 연세대, 동국대, 경기대, 숙명여대, 경찰대, 국세청, 통계청, 서울시청, KTF, 국민은행, 우리은행, SK, 한국담배인삼공사, 국가정보원 등 국내 유수의 대학과 기업 정부기관에 강의를 할 정도로 그 실력을 인정받은 스피치계의 독보적인 존재다. 어린 시절 스피치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민 대표는 “당당한 말과 준비된 말이 성공을 부른다”며 “독서에서 피를 얻고 대화에서 살을 얻으면 좋은 인간관계, 멋진 인생을 펼칠 수 있다”고 말한다. 성공의 시작도 끝도 스피치이기 때문이다. 한국스피치&리더십센터의 민영욱 대표는 “불경기에 삶이 어렵고 힘들더라도 희망을 가지고 긍정적으로 세상을 생각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출처 : 한국스피치&리더십센터 본 콘텐츠는 해당기관의 보도자료임을 밝혀드립니다.
  • 출생에서부터 장례까지… 조선국왕의 삶 어땠을까

    출생에서부터 장례까지… 조선국왕의 삶 어땠을까

    천하를 호령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자. 하지만 국정 수행에 바빠 ‘소의간식(宵衣 食·새벽에 옷을 입고 일을 시작해 한밤에 밥을 먹는다.)’할 수밖에 없고, 침소조차 나이 많은 상궁에 둘러싸여 한치의 사생활도 허용되지 않는 고독한 인간. 조선 국왕의 근엄한 얼굴 이면에는 이처럼 인간적 애환들이 드리워져 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다면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존재였던 조선 국왕에 관한 모든 것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 나왔다.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이 엮은 ‘조선 국왕의 일생’(글항아리 펴냄)이다. 출생에서부터 교육, 왕비 간택과 혼례, 국정 운영, 거주와 통치공간인 궁궐, 음식, 궐 밖 행차, 연회, 사망과 장례에 이르기까지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국왕의 삶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했다. 지난해 금요시민강좌로 진행했던 내용을 수정·보완한 것으로, 이종묵 서울대 교수 등 한국학 전문가 12명이 집필했다. 왕자의 잉태는 국가적 대사여서 국왕과 왕비의 합궁 날짜를 정하는 것부터 매우 까다로웠다. 초하루, 그믐, 보름날은 피했고, 비와 천둥이 치거나 바람이 세게 부는 날도 꺼렸다. 때문에 국왕과 왕비가 만날 수 있는 길일은 한 달에 하루나 이틀 정도에 불과했다. 출산 1~3개월 전에 궁중에 산실청이 설치돼 출산 때까지 전국에서 형벌의 집행이 중지되고, 왕자가 태어나면 전국의 죄수들을 석방했다. 왕은 하늘이 내리지만 성군은 사람이 길러낸다. 문치를 지향한 조선 왕실에서 세자는 덕성과 인성, 예학을 습득하기 위한 철저한 교육을 받았다. ‘왕은 어떻게 교육받았을까’를 쓴 김문식 교수에 따르면 왕세자는 날마다 전날 배운 것을 확인하는 쪽지시험을 봤다. 매월 두 차례 중간고사에는 왕세자를 가르치는 20명의 스승이 모두 참석하고, 국왕도 참관하는 경우가 있었다. 조선 사회에서 국왕은 신성의 세계와 세속의 세계를 아우르는 절대 권력자였다. 국왕은 수시로 사직과 산천 등에 제사를 올리고, 중요한 국사를 신하들과 의논해 결정하며, 이웃 국가와 외교 문제를 처리하는 등 행정과 사법, 외교 가릴 것 없이 업무 범위가 매우 방대했다. 조선 후기, 특히 영·정조대에는 민심을 보살피기 위해 수시로 궐 밖 행차를 하는 일까지 더해졌다. 공식 일과가 끝나도 밤새워 책을 읽고, 국정에 대한 구상에 매진한 탓에 역대 성군들은 장수하지 못했다. 정호훈 규장각한국학연구원 HK연구교수는 ‘왕은 평소 어떻게 일했는가’에서 “역대 국왕 가운데 누구보다 바쁘게 국정을 챙기며 업무를 진행한 인물은 정조”라고 꼽았다. 승정원일기의 정조 6년(1782) 2월20일자 일기를 보면 정조의 일과는 아침 여덟시에 공식적으로 시작돼 밤 9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제사를 지내는 날은 하루종일 머물며 의식을 주재했다. 정조 4년(1780)1월1일에 있었던 사직단 제사의 일정표에 따르면 정조는 오전 10시 사직단으로 거둥해 다음날 새벽 3시 제사를 마친 것으로 돼있다. 궁궐의 주인은 왕이지만 궁궐 안에 왕의 사적인 장소는 없었다. 국왕의 일거수일투족은 기록의 대상이었고, 모두에게 공개된 존재였다. 때문에 이름 없는 궁녀의 처소에 군주가 갑자기 방문해 로맨스가 싹트는 일은 실제론 불가능한 일이었다. 강녕전이나 대조전 같은 침실에도 주변 방에 나이 많은 상궁이 대기하고 있었고, 심지어 임금의 똥도 버려지지 않고 의원들이 직접 맛을 볼 정도였다. 정병설 서울대 교수는 “아무리 호화롭다 해도 감옥이나 다를 바 없는 고립된 공간인 궁궐에서 태어나 살다 죽었던 것”이라며 ”감옥 같은 궁궐에 갇혀 왕은 늘 정변이 나지 않을까 걱정했고, 왕자들은 자신이 과연 왕이 될 수 있을까, 왕이 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늘 불안해했다.”고 말했다. 왕은 죽음까지도 대단히 정치적이다. ‘너무나 정치적인 사건, 왕의 죽음’에서 김기덕 건국대 교수는 “죽은 자의 무덤 하나가 생사람까지도 잡을 수 있는 절체절명의 정치적 이슈가 바로 왕릉의 입지였고, 그래서 양반들은 풍수 공부를 목숨 걸고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책은 시민강좌의 내용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전문서라기보다 요약본에 가깝다. 쉽게 읽히지만 다소 아쉬운 측면도 있다. 각 주제별로 보다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려면 책 말미에 소개된 참고 문헌과 관련 저서들을 찾아보면 좋을 듯싶다. 1만 98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부고] 원로 연극평론가 한상철씨

    원로 연극평론가 한상철씨가 12일 밤 지병으로 별세했다. 73세. 경동고, 연세대 영문과를 나온 고인은 여석기, 이태주, 유민영 등과 더불어 국내 1세대 연극평론가로 꼽힌다. 한림대 영문과 교수, 한국연극평론가협회장, 한국공연예술정책연구소장 등을 역임하며 연극 발전과 후진 양성에 기여했다. 1986~91년 국제극예술협회(ITI)한국본부 부위원장으로 해외 교류에도 앞장섰고, 2002년 동랑 유치진연극상을 수상했다. ‘한국현역극작가론’, ‘현대드라마의 이해’(공저), ‘한국에서의 서양연극’ 등의 저서가 있다. 유족은 딸 송이씨 등 1남1녀. 빈소는 서울대병원, 영결식은 15일 오전 6시에 치러진다. (02)2072-2033.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빅뱅과 김연아, 그들의 성공에는 스토리가 있다

    빅뱅과 김연아, 그들의 성공에는 스토리가 있다

    성공한 브랜드나, 대중에게 사랑 받는 스타에게는 각기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잘 기획돼 만들어진 상품이거나 많은 이들이 좋아할만한 대중성을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스타에게는 그들을 돋보이게 해 줄 뛰어난 재능과 끼, 끊임없는 노력 등이 뒷받침돼 있다. 또 한가지 공통점으로는 대중들이 쉽게 공감하는 스토리가 있다는 점이다. 이런 공감되는 스토리를 내세워 소비자의 감성을 꿰뚫는 마케팅을 스토리텔링 마케팅이라 한다. 잘 만들어진 상품에 감성과 이야기를 담아내 대중으로 하여금 상품이나 스타의 이야기를 친근하게 느끼고 쉽게 공감하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1. 빅뱅, 꾸밈없는 그들의 꿈과 도전에 관한 스토리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온 아이돌 그룹과 빅뱅은 조금 다른 차이점을 보인다. 틀에 맞춰 찍어낸 듯한 스타가 아닌, 각기 다른 개성과 끼를 가진 멤버들이 모여 그들만의 재능을 보여준다. 기획에 의해 완성된 스타의 모습이 아닌, 그들이 품은 꿈을 향해 고난과 역경을 딛고 달려나가는 스토리로 대중에게 공감을 얻고 있다. 그들이 대중에게 빅뱅의 스토리를 전하고 소통하는 방식은 ‘리얼다큐’라는 형식으로 케이블 방송을 통해 전달되기도 했다. 빅뱅은 언제나 신비주의 대신 꾸밈없는 그들의 모습으로 대중과 소통해왔다. 그리고 최근 ‘세상에 너를 소리쳐!’라는 그들의 성공스토리를 담은 책을 발간했고, 출판 즉시 25만권이 팔리며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이러한 성공은 빅뱅은 단순한 아이돌이 아니라 피나는 노력을 통해 성공을 이루어낸 자기 개발의 롤 모델로서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2. 김연아와 이탈리아 공주 스토리를 담은 제이에스티나(J.ESTINA) 시계로 유명한 로만손의 브리지 주얼리 브랜드 제이에스티나(J.ESTINA)는 이탈리아의 공주 Jovanna(조반나)의 이름에서 따왔다. 그가 늘 착용했던 티아라와 애완동물이었던 고양이 제나를 모티브로 한 디자인 라인을 선보이고 있는데, 실존했던 공주를 중심으로 한 제이에스티나의 브랜드 스토리는 많은 여성들로 하여금 환상을 가지게 만들었다. 또한 이 환상은 국민여동생이자 피겨여왕 김연아를 만나면서 효과는 더욱 극대화된다. 실존했던 공주의 스토리를 담은 브랜드가 그 브랜드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졌고, 온 국민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피겨스타 김연아와 만나면서 이미지 굳히기에 성공한 것이다. 제이에스티나의 제품은 일명 ‘김연아 귀걸이’로 불리며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최근 제이에이스테나의 발표에 따르면 불황 속에서도 30% 이상의 매출 신장세를 보였다고. 브랜드스토리와 스타마케팅이 만난 성공 사례이다. 3. 프리미엄의 가치를 담은 스토리텔링. 에비앙 & 커피온바바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브랜드 자산을 구축하는 대표적인 기법으로 사용되는데, 그 대표적인 브랜드가 ‘에비앙’이다. 세계 최초로 물을 상품화한 에비앙은 ‘에비앙 = 신비스러운 약수’의 이미지를 스토리를 통해 구축했다. 1789년 프랑스의 한 귀족이 알프스의 작은 마을 에비앙에서 요양을 하면서 몸을 고친 일이 있었는데, 그 이유가 에비앙 마을의 물 속에 다량 함유되어있는 미네랄과 같은 몸에 좋은 성분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스토리를 광고에 적극적으로 이용함으로써 에비앙은 단순한 물이 아닌 약수라는 이미지를 구축, 유지해오고 있다. 브랜드의 스토리마케팅은 해외 사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최근 출시된 ‘할리스 커피온바바’는 커피 유래에 관한 스토리를 앞세워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커피는 본래 이슬람에서만 신성시 여기며 마시던 음료였다고 한다. 이 커피가 전파된 것은 인도의 승려 바바 부단(BABA Budan)이 7알의 커피원두를 품에 숨겨 들어오면서부터다. 커피온바바는 이 이야기를 브랜드에 적극 도입한다. 브랜드네임을 ‘바바가 가져온 커피’라는 뜻의 Coffee On BABA로 정해 전 세계인구가 커피를 즐기게 된 커피의 유래처럼 프리미엄 커피를 널리 전파시키겠다는 이야기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패키지 디자인서도 찾을 수 있다. 바바부단이 숨겨 들여온 일곱 알의 원두를 상징하는 모티브가 그려져 있는 것. 이런 문구도 보인다. “Baba Budan brought 7 coffee beans from Mecca, so the whole world can enjoy coffee now.” 물건이 아닌 꿈과 감성을 팔아라 덴마크의 미래학자 롤프 옌센은 이미 10여 년 전, 자신의 저서 ‘드림 소사이어티’에서 ‘스토리텔링의 시대’를 예견했다. 그의 예측대로 상상력과 이야기, 감성이 중심이 되는 사회가 도래했고, 자체의 이야기로서 소비자의 감성을 어루만지는 상품들이 성공하고 있다. 우리가 쉽게 구입하는 생수와 커피에서부터 스타까지. 이제 소비자는 단순히 제품을 소비하고 좋아하는 스타를 선택하는 것이 아닌, 브랜드와 스타들 이면에 있는 그들의 스토리에 공감하고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는 시대인 것이다. 서울신문NTN 이여영 기자 yiyoyong@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부고]‘빨간 마후라’ 방송작가 한운사씨 별세

    [부고]‘빨간 마후라’ 방송작가 한운사씨 별세

    한국 방송계를 풍미했던 방송작가 한운사씨가 11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86세. 1923년 충북 괴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6년 서울대 불문학과 재학 중에 방송작가로 데뷔했다. 이후 라디오 드라마와 TV 드라마, 영화, 소설, 대중가요 등 장르를 넘나들며 60여년 동안 수많은 작품을 남겨 한국 최고의 방송작가로 꼽힌다. 한국일보 문화부장을 지내기도 했던 고인은 1966년 한국방송작가협회 3대 이사장을 시작으로 다섯 차례나 이사장을 맡았다. 1984년 영화 ‘남과 북’으로 대종상과 청룡상의 각본상을 받았고 방송문화상, KBS 방송대상 등을 수상했다. 2002년에는 방송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대표작으로 방송 극본 ‘이 생명 다하도록’, ‘그 이름을 잊으리’, ‘어느 하늘 아래서’, ‘서울이여 안녕’, ‘남과 북’, ‘빨간 마후라’, ‘잘돼 갑니다’, ‘아낌없이 주련다’, 소설 ‘현해탄은 알고 있다’, ‘현해탄은 말이 없다’, ‘승자와 패자’의 아로운전 3부작, ‘대야망’ 등이 있다. 작품 가운데 상당수는 영화로도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끌었다. 대중가요인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빨간 마후라’, 새마을 운동가인 ‘잘살아보세’ 등의 노랫말을 쓰기도 했다. 2006년에는 청년시절부터 80대까지 자신의 삶을 돌아본 저서 ‘구름의 역사’를 발간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연순씨와 만원·도원·중원·상원씨 등 네 형제가 있다. 막내인 상원씨는 유명 기타리스트.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다. 14일 오전 10시 발인식은 한국 방송작가 협회장으로 치러진다. 장지는 강원도 문막 충효공원. (02)3010-2230.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심연수문학상에 홍문표 시인

    시인 홍문표(70·오산대학 총장)씨가 제3회 심연수문학상을 받았다. 1977년 ‘시문학’지로 등단한 시인은 이후 시와 비평 분야에서 꾸준한 활동을 보이며,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시집 ‘나비야 청산가자’ 외 3권, 평론집 ‘상생의 문학과 구원의 문학’ 외 2권 등 여러 저서가 있다. 심연수문학상은 일제강점기 민족시인으로 활동한 심연수 시인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심연수선양사업위원회와 강릉시가 공동 제정했다. 상금 1000만원. 시상식은 7일 강릉 경포대 현대호텔에서 열린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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