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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족대표33인 유족들, ‘손병희 룸살롱 발언’ 설민석 고소

    민족대표33인 유족들, ‘손병희 룸살롱 발언’ 설민석 고소

    민족대표 33인 유족회는 유족들이 ‘손병희 룸살롱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유명 한국사 강사 설민석씨를 3일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설씨는 최근 강의와 저서 ‘무도한국사’에서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이 ‘룸살롱’인 태화관에서 낮술을 먹고, 손병희 선생이 태화관 마담 주옥경과 사귀었다고 언급해 유족들의 공분을 샀다. 유족들은 설씨의 이 같은 발언은 손병희 선생과 민족대표 33인을 폄훼하고 사실을 왜곡해 사자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며 이날 오전 서울남부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유족회는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하는 입장문을 보냈는데도 설민석 강사의 답변이나 사과 의사가 없어 부득이 고소장을 제출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해당 발언은 독립운동을 하신 선열에 대한 너무도 모독적인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달 22일에는 손병희 선생 후손들이 역시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설씨를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고소했다. 설씨는 논란이 일자 자신의 SNS에 “저는 학계의 비판적 견해를 수용하여 도서 및 강연에 반영하였으며, 그 날, 그 장소, 그 현장에서의 민족대표 33인에 대해서는 여전히 비판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것은 그 날 그 사건에 대한 견해일 뿐이지, 민족대표 33인을 폄훼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저 때문에 상처받으신 분들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브래드 피트 주연작 ‘워 머신’ 예고편 공개

    브래드 피트 주연작 ‘워 머신’ 예고편 공개

    넷플릭스(Netflix)가 2017년 공개 예정인 브래드 피트 주연의 ‘워 머신(War Machine)’ 공식 예고편을 공개했다. ‘애니멀 킹덤’의 데이비드 미코드 감독이 연출한 ‘워 머신’은 현시대를 위한 블랙코미디로, 미국 장군이 겪는 인생의 파고를 현실과 패러디의 미묘한 경계로 담았다. 브래드 피트는 군 조직의 타고난 리더지만 과한 자신감으로 인해 난관에 부딪히는 4성 장군역을 맡았다. 그는 아프가니스칸의 나토(NATO)군을 지휘하는 사령관으로 성공 가도를 달리던 중 한 기자의 폭로로 위기를 맞는다. ‘워 머신’은 기자인 마이클 헤이스팅스의 저서 ‘더 오퍼레이터스(The Operators)/가제: The Wild and Terrifying Inside Story of America‘s War in Afghanistan’가 원작이다. 주연인 브래드 피드 이외에도 에모리 코헨, RJ 사일러, 토퍼 그레이스, 안소니 마이클 홀, 안소니 헤이스, 존 마가로, 스쿳 맥네이리, 윌 폴터, 앨랜 럭, 라키스 스탠필드, 조쉬 스튜어트, 매그 틸리, 틸다 스윈튼, 벤 킹슬리 등이 출연해 눈을 즐겁게 할 예정이다. ‘워 머신’은 2017년 상반기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 예정이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박근령 “언니는 순교한 것…애국지사들 가슴에 다시 부활”

    박근령 “언니는 순교한 것…애국지사들 가슴에 다시 부활”

    박근령 전 육영재단 어린이회관 이사장은 25일 자신의 언니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은 정말 순교를 하신 것”이라고 표현했다. 박 전 이사장은 이날 권추호 국민통합 블루오션정책연구소장·박대영 부산대 교수와 공동 출간한 저서 ‘영(靈) 철학’ 출판기념회 인사말에서 이같이 밝혔다. 박 전 이사장은 “피를 많이 흘리시고 순교하셨지만 박근혜는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애국지사님들 가슴에 다시 부활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박 전 이사장은 인사말 도중 일명 ‘블랙리스트’로 불리는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너무 고통을 당하고 있는 우리 형님 대통령을 위해 이 자리에서 결례를 무릅쓰고 한 말씀 하겠다”면서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좌경화된 정부에서 자꾸 그런 행사를 지원했고, 우리는 개구리가 따뜻한 물에 들어가 익는 줄도 모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 지금까지 15년간 엄청난 돈이 지원되고 있다. 국민 세금으로 지원되고 있다”면서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화이트리스트”라고 주장했다. 한편, 박 전 이사장은 박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후 삼성동 사저로 돌아온 이후에도 언니와 접촉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직장내 히잡 착용 금지…종교적 차별일까 고용주의 권리일까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직장내 히잡 착용 금지…종교적 차별일까 고용주의 권리일까

    차별금지법 논란이 뜨겁다. 한국이나 대만, 홍콩 등지의 아시아 국가에서는 차별금지의 범위 및 동성애 허용과 같은 민감한 사안을 둘러싸고 찬반 논쟁이 이어지면서 법안이 통과되지 않고 있다. 이미 법안이 제정된 미국이나 유럽 국가에서도 차별금지법의 적용 범위 등을 놓고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차별금지법이란 평등 이념에 따라 성별이나 장애, 나이,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인종, 피부색, 언어, 종교, 등을 이유로 한 모든 영역에서의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이다. 차별금지법은 위에 언급한 모든 종류의 차별을 다루는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인종이나 성별, 장애 등 특정한 차별에 한정하는 개별적 차별금지법으로 나뉜다. 국내의 경우 장애인차별법이나 연령차별금지법, 성차별금지법 등 개별적 차별금지법만 존재하는 반면, 유럽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시행 중이다. 그리고 개별적 혹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 및 시행 여부를 떠나 여성·종교·동성애는 세계 각국에서 차별금지법 논란의 중심에 있어 왔다. ●우선순위에 따라 결과 달라지는 차별금지법 최근 유럽에서는 직장 내 히잡 착용과 관련한 재판 결과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벨기에의 한 보안업체에서 일하던 무슬림 여성이 고용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히잡을 쓰다가 해고된 뒤 차별금지법 위반으로 회사를 고소했는데, 법원이 고용주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14일 유럽연합사법재판소(ECJ)는 “공공이나 민간 부문을 가리지 않고 고용주가 고객에게 중립적인 이미지를 내비치기를 원하는 것은 적법하다”면서 “직장 내 히잡 착용 금지는 직접적인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차별금지법은 종교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차별을 금지하는 것이므로, 이에 따른다면 언제 어디서든 히잡의 착용이 허용돼야 한다. 하지만 유럽 법원은 이번 사례를 통해 종교적 표현의 자유도 특정 상황에서는 법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을 명백히 천명했고, 이는 주요 선거를 앞둔 유럽에서 대중의 무슬림 반감을 의식해 히잡이나 부르카, 부르키니 등을 법적 규제하는 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종교와 동성애 간 갈등도 위와 유사하다. 차별금지법에 따르면 동성애는 개인의 인권보호 차원에서 인정받아야 하는 부분이지만, 종교에 따른 차별을 두지 않는다는 법칙을 적용하면 동성애를 반대하는 종교단체를 말릴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 같은 법을 적용해도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대중문화 콘텐츠, 무의식적 편견·차별 유발 비록 특정 부분에서 다소 ‘완벽하지 못한’ 차별금지법이지만 그럼에도 이를 찬성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차별금지법이 곧 ‘동성애 찬성법’이라는 논리는 틀린 것이며, 차별금지법 안에는 보호받아야 하는 아이와 노인, 이민자 등 사회적 약자의 인권 보호도 명백히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가장 논란이 되는 동성애 찬반을 떠나 차별을 금지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차별을 사라지게 만드는 일이다. 하지만 국적을 막론하고 현대인은 끊임없이 무의식적인 편견과 차별적 표현에 노출돼 있다. 그리고 이런 무의식적인 편견과 차별을 유발하는 요소 중 하나는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문화 콘텐츠다. 미국 여성학자이자 문화비평가인 수전 J 더글러스 미시간대 언론학 교수는 자신의 저서인 ‘배드 걸 굿 걸’에서 대중문화와 뉴스, 각종 매체가 여성에 대한 편견을 진화시켰다고 말한다. 예컨대 과거와 달리 여성은 무엇이든 될 수 있고 그럴 만한 능력도 있지만, 동시에 여성스러움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진화한 성차별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더글러스 교수의 지적은 무의식적으로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접하는 대중문화가 편견과 차별을 유지시키거나 새롭게 발전시키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포함한다. 더불어 사람들의 편견과 차별을 완화하는 데 대중문화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도 짐작하게 한다. 차별금지법이 존재한다는 것은 곧 차별이 여전히 존재함을 의미한다. 차별금지법이 필요 없게 됐을 때 비로소 모든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가 됐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huimin0217@seoul.co.kr
  • 中학자 “사드보복 누구 아이디어냐” 공개 비판, “사드 출구전략 찾자” 주장

    中학자 “사드보복 누구 아이디어냐” 공개 비판, “사드 출구전략 찾자” 주장

     북·중 관계에 정통한 중국 학자가 “사드 보복은 대체 누구의 아이디어냐”며 중국 당국의 사드 보복 정책을 공개 비판해 중국 내에서 큰 파장을 낳고 있다. 선즈화(沈志華) 중국 화둥사범대 교수는 지난 19일 다롄(大連)외국어대학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북한은 잠재적 적이고 한국은 친구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연의 요지는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국가시책으로 추진하면서도 주변국들의 속내가 모두 중국에 비우호적이며, 위기가 도처에 도사리는 상황에서 사드 갈등은 중국의 또 다른 실책이라는 것이다.  선 교수는 “표면적으로 북한·중국은 동맹관계이고 미국·일본은 한국의 대북 제재를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수십년간 투쟁의 결과와 국제환경의 변화에 따라 이미 상황은 근본적 변화를 겪었다”며 자신의 판단으론 “북한은 중국의 잠재적 적국이고 한국은 중국의 가능한 친구”라고 강조했다. 선 교수는 특히 “한국이 잠재적 친구라는 것이 정확하다면 한국에 의한 한반도 통일이 중국에, 특히 동북 지방에 유리할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동북 3성의 경제발전 전략상 목구멍을 막고 있는 북한이 뚫려 한반도와 통해지면 동북의 살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드 문제를 언급하며 “중국의 한반도 문제 대응이 갈수록 피동적으로 변하고 있다”면서 “사드 이슈에서 양측이 빠져나갈 길을 찾아야 한다. 사드보복, 반한 감정은 머리에서 지우고 한국의 결정에 맡겨보자”고 제안했다. 선 교수는 이어 “나는 현재 중국의 사드 문제 대응에 매우 반감을 갖고 있다. 대체 누가 이런 아이디어(사드보복)를 냈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한중 관계의 발전은 한미일 동맹을 비틀 수 있는 수단이 된다”면서 “(중국 외교 당국자는) 머리도 없느냐. 당신들은 한국을 한미일 삼각동맹에 계속 밀어넣고 있다. 주변 이웃국이 어떻게 보겠느냐. 적이 우리에게 바라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선 교수는 북한이 중국의 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자신이 오랫동안 수집한 북중교류 문헌과 자료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는 “북중이 친구이고 동맹이었을 때는 마오쩌둥(毛澤東)과 김일성이라는 두 지도자간 특수한 우의에 기초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외교적으로는 1970년대 미중 관계의 해빙기가 시작되자 북중 동맹의 기반이 흔들렸고 경제적으로도 무산계급 연계론과 무상 원조에 의존했던 양국 경제관계가 중국의 시장경제 체제 도입으로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1992년 한중수교가 계기가 됐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로 미국이 대중 봉쇄에 나서자 덩샤오핑은 지속적인 개혁·개방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한국을 돌파구로 삼으려 했다. 김일성은 중국이 북한을 ‘팔아넘겼다’고 생각했고 이후로 북중 혈맹관계는 더는 존재치 않게 됐으며 이는 또한 북한이 핵개발에 나선 계기가 됐다고 선 교수는 지적했다.  한국이 중국의 ‘친구’일 수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한중 수교후 중국과 한미간 냉전 상태가 종료되고, 역사적, 문화적 교류를 바탕으로 경제·무역의 상호 보완성이 심화됐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경제 외적으로 전략안보 측면에서 한국이 중국에 위협이 되느냐인데 진정으로 중국에 위협이 되는 것은 미국과 일본일 뿐 한국은 아니다”면서 “한미일 철삼각 동맹에서 약한 고리인 한국은 중국에 ‘이용 가치’가 높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 교수는 남한내 혁명을 촉발해 정부를 전복시킨 다음 무력통일하려는 북한 구상의 허구성을 언급하면서 자신이 직접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한 일화를 전했다. 그는 “촛불집회 시위대를 따라 행진하면서 ‘한국에선 (북한이 바라는) 혁명은 불가능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100만명이 시위를 하는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처럼 완전한 사회법치 체계로 진입한 나라에서 김일성 시대의 무력통일 구상이 가능하겠느냐. 나는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선 교수는 지난해 일본에서 펴낸 저서 ‘최후의 천조(天朝) 마오쩌둥·김일성시대의 중국과 북한’에서 김일성의 무력통일 구상을 마오쩌둥이 외면한 일화 등 북중 ‘혈맹관계’의 이면을 파헤친 바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다소 충격적인 선 교수의 주장은 웨이보 등에서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시야가 열렸다”, “다시 생각해볼 기회”라는 반응과 함께 “위험한 생각인 것 같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미움받을 용기’ 日 기시미 1위…톱20 중 철학자 7명으로 최다

    ‘미움받을 용기’ 日 기시미 1위…톱20 중 철학자 7명으로 최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독자에게 가장 사랑받은 인문도서와 저자는 ‘미움받을 용기’의 일본인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였다. 일본 교토대에서 그리스·로마 철학을 연구한 철학자인 그는 알프레드 아들러의 심리학을 소개한 ‘미움받을 용기’로만 국내에서 135만부를 판매했다. 22일 교보문고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온·오프라인 서점의 인문도서 판매 현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1위부터 20위까지 주목받는 인문 저자 중 철학자가 7명에 달했다. 2500년 전 인물인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이 9위에, 중국 철학자 공자는 17위에 자리했다.2위는 하버드대 정치철학 교수 마이클 샌델이 차지했다. 그는 ‘정의란 무엇인가’로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키며 베스트셀러 저자로 떠올랐다. 국내에 출간된 그의 책 12종의 교보문고 판매부수는 36만부로, 기시미 이치로의 39만부(20종)를 바짝 쫓고 있다. 마이클 샌델의 뒤를 잇는 이는 국내 작가인 채사장이다. 깊이보다는 이해하기 쉽게 펴낸 인문 교양서인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은 국내에서 110만부가 팔린 토종 밀리언셀러다. 4위는 ‘거리의 철학자’로 불리며 직설적인 돌직구 화법을 구사하는 강신주 박사다. 그가 그동안 펴낸 35종의 책 중에서는 철학자 스피노자의 사유를 풀어낸 ‘감정수업’이 지금까지 35만부가 팔렸다. 대표작 ‘책은 도끼다’를 통해 깊은 사유와 수준 높은 큐레이션을 보여 준 광고인 박웅현씨가 5위에 올랐다. 국내 출간 종수에서도 철학자들의 고전 저서들이 상위권에 있었다. 플라톤 관련 책이 국내에만 100종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 고대 역사가 사마천이 95종으로 뒤를 이었다. 프리드리히 니체 75종, 공자 70종, 김용옥 45종의 순이었다. 철학자들의 저서가 국내에서 각광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장동석 출판평론가는 “철학은 ‘나’를 이해하고 ‘나’를 찾는 방식에 대한 공부인 만큼 인문학적으로 다양하게 변주할 수 있는 폭이 넓다”며 “국내 인문학 열풍의 트렌드와도 연관돼 있다”고 짚었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어떤 사안이나 사건을 다루는 데 있어 지성에 기반해 해석하고 판단하는 현상은 잘 보이지 않는다. 삶을 변화시키기보다는 지적 유희에 만족하며 머물고 있다”면서 “인문 저서조차 개인의 지적 수준을 발전시키는 자기계발서 성격이 짙었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책들이 베스트셀러로 선택받았다”고 지적했다. 살기 빡빡한 우리 시대의 개인들을 어루만지는 ‘힐링’이라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듯 정신과 의사와 심리학자들도 상위권에 들었다.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저자인 정신과 의사 김혜남씨(8위),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저자인 독일 심리학자 배르벨 바르데츠키(11위), 문화심리학자로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를 쓴 김정운 여러가지문제연구소 소장(12위), 지난해 ‘자존감 수업’을 펴낸 정신과 의사 윤홍균씨(18위)도 독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김은옥 교보문고 인문 분야 MD는 “심리학과 철학 분야의 저서들이 지난 10년간 인문 분야를 이끌어 왔다”며 “국가, 정치, 개인의 삶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변주되면서도 불안한 사회상이 드러내듯 자존감 등 삶을 대하는 방식을 인문학적 사유로 풀어낸 저자들의 책이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송혜민의 월드 why] 차별금지법 찬성vs반대…당신의 의견은?

    [송혜민의 월드 why] 차별금지법 찬성vs반대…당신의 의견은?

    차별금지법 논란이 뜨겁다. 한국이나 대만, 홍콩 등지의 아시아 국가에서는 차별금지의 범위 및 동성애 허용과 같은 민감한 사안을 둘러싸고 찬반논쟁이 이어지면서 법안이 통과되지 않고 있다. 이미 법안이 제정된 미국이나 유럽 국가에서도 차별금지법의 적용 범위 등을 놓고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차별금지법이란 평등 이념에 따라 성별이나 장애, 나이,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인종, 피부색, 언어, 종교, 등을 이유로 한 모든 영역에서의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이다. 차별금지법은 위에 언급한 모든 종류의 차별을 다루는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인종이나 성별, 장애 등 특정한 차별에 한정하는 개별적 차별금지법으로 나뉜다. 국내의 경우 장애인차별법이나 연령차별금지법, 성차별금지법 등 개별적 차별금지법만 존재하는 반면, 유럽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시행 중이다. 그리고 개별적 혹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 및 시행 여부를 떠나 여성·종교·동성애는 세계 각국에서 차별금지법 논란의 중심에 있어왔다. ◆우선순위에 따라 결과 달라지는 차별금지법 최근 유럽에서는 직장 내 히잡 착용과 관련한 재판 결과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벨기에의 한 보안업체에서 일하던 무슬림 여성이 고용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히잡을 쓰다가 해고된 뒤 차별금지법 위반으로 회사를 고소했는데, 법원이 고용주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14일 유럽연합사법재판소(ECJ)는 “공공이나 민간 부분을 가리지 않고 고용주가 고객에게 중립적인 이미지를 내비치기를 원하는 것은 적법하다”면서 “직장 내 히잡 착용 금지는 직접적인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차별금지법은 종교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차별을 금지하는 것이므로, 이에 따른다면 언제 어디서든 히잡의 착용이 허용돼야 한다. 하지만 유럽 법원은 이번 사례를 통해 종교적 표현의 자유도 특정 상황에서는 법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을 명백히 천명했고, 이는 주요 선거를 앞둔 유럽에서 대중의 무슬림 반감을 의식해 히잡이나 부르카, 부르키니 등을 법적 규제하는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종교와 동성애 간 갈등도 위와 유사하다. 차별금지법에 따르면 동성애는 개인의 인권보호 차원에서 인정받아야 하는 부분이지만, 종교에 따른 차별을 두지 않는다는 법칙을 적용하면 동성애를 반대하는 종교단체를 말릴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 같은 법을 적용해도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차별금지법 이상으로 중요한 것 비록 특정 부분에 있어서 다소 ‘완벽하지 못한’ 차별금지법이지만 그럼에도 이를 찬성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차별금지법이 곧 ‘동성애 찬성법’이라는 논리는 틀린 것이며, 차별금지법 안에는 보호받아야 하는 아이와 노인, 이민자 등 사회적 약자의 인권 보호도 명백히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가장 논란이 되는 동성애 찬반을 떠나, 차별을 금지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차별을 사라지게 만드는 일이다. 하지만 국적을 막론한 현대인은 끊임없이 무의식적인 편견과 차별적 표현에 노출돼 있다. 그리고 이런 무의식적인 편견과 차별을 유발하는 요소 중 하나는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문화 콘텐츠다. 미국 여성학자이자 문화비평가인 수전 J. 더글러스 미시간대 언론학 교수는 자신의 저서인 ‘배드 걸 굿 걸’에서 대중문화와 뉴스, 각종 매체가 여성에 대한 편견을 진화시켰다고 말한다. 예컨대 과거와 달리 여성은 무엇이든 될 수 있고 그럴만한 능력도 있지만, 동시에 여성스러움을 잃어서는 안된다는 진화한 성차별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더글라스 교수의 지적은 무의식적으로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접하는 대중문화가 편견과 차별을 유지시키거나 새롭게 발전시키는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포함한다. 더불어 사람들의 편견과 차별을 완화하는데 대중문화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도 짐작케 한다. 차별금지법이 존재한다는 것은 곧 차별이 여전히 존재함을 의미한다. 차별금지법이 필요 없게 됐을 때. 비로소 모든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가 됐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공부할 때 딴 생각하지 마” 잔소리하면 더 집중 못 해

    “공부할 때 딴생각을 하지 마라”는 잔소리가 오히려 학생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 미국 UC버클리대 교수가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저서에서 밝혔듯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는 주문이 외려 생각의 틀 속에 코끼리를 가둬 계속 떠올리게 만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19일 서울대 교육학과 대학원 조아라씨의 박사학위 논문 ‘대학생들이 학습 중 겪는 딴생각에 대한 두 가지 대처 전략의 효과 차이’에 따르면 딴생각을 억제하라고 주문할수록 오히려 딴생각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는 대학생 100명에게 20분간 러시아 작가 레프 톨스토이의 소설 ‘전쟁과 평화’를 읽도록 하고, 딴생각을 할 경우 손목시계 형태의 장치를 누르게 했다. 또 100명을 두 집단으로 나눠 한쪽에는 딴생각을 ‘억제’하라고 주문했고 다른 한쪽은 딴생각을 하더라도 자연스럽게 ‘수용’하고 책을 읽으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딴생각을 억제토록 주문받은 학생들은 평균 13.5번 딴생각을 했고 수용하게 요청받은 쪽은 6.75번 딴생각을 했다. 딴생각을 억제하라고 주문받는 게 오히려 딴생각을 더 자주 촉발한 것이다. 주어진 20분간 읽은 단어도 딴생각을 억제토록 한 쪽이 2928개로, 딴생각을 수용한 쪽의 3936개보다 34.4% 적었다. 아무런 주문 없이 해당 책을 읽은 학생들의 딴생각 발생 빈도는 평균 12.06번이었고 읽은 단어는 평균 3186개였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백승종의 역사 산책] 성호 이익의 소박한 밥상

    [백승종의 역사 산책] 성호 이익의 소박한 밥상

    “올해 여름(1756년 영조 32)은 집집이 백성들이 굶주림을 면치 못해 그저 죽지 않고 살아남은 것이 다행이라고 말들 합니다. 이웃까지 구제할 여력이 어디 있겠습니까. 경전 말씀에 윗사람이 고아를 돌봐주면 백성들도 서로 저버리지 않는다고 하였지요. 지금의 형편을 감안하면 윗사람이 남의 어린아이를 잘 보살펴 주면 백성들도 자애로운 마음을 가질 것이라고나 할지요.”(‘성호전집’ 제26권)실학자 성호 이익이 제자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이다. 수신자는 안정복, 그는 ‘동사강목’으로 후세에 유명해진 선비였다. 그런데 아마도 스승은 유교 경전의 틈새로 파고들 뜻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편지는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자애로운 마음이 격려를 통해 일어나기란 어렵습니다.” “사람들을 구제하기란 성인에게도 어려운 일이었지요. 가난한 사람들이 어찌 실천에 옮길 수 있겠는지요. 성인의 말씀은 뜻이 깊어 무궁한 의미가 담겨 있지 않은가 거듭 생각해 봅니다.” 이익은 경전에 실린 주장이라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를 늘 주저했다. 18세기 조선에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많았다. 가난에 시달리는 선비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들조차 ‘봉제사’(奉祭祀·제사모심)와 ‘접빈객’(接賓客·손님대접)을 소홀히 하지 못했다. 특히 주자가 주를 단 ‘가례’의 내용이라면 토씨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실학자 이익은 철저한 고증 작업을 통해 ‘가례’의 신화에 맞섰다. 그는 다름 아닌 주자의 저서를 샅샅이 뒤져 자신의 견해를 뒷받침하는 구절을 찾아냈다. 주자 역시 ‘가례’에 나열된 15가지의 제수를 낭비로 여겼다. 주자의 말은 이랬다. “(제수는) 집안의 경제적인 형편에 따라야 한다. 한 그릇의 국과 한 그릇의 밥이라도 정성을 다할 수 있다.”(‘주자어류’) 주자의 본의까지 확인한 마당이라 이익의 생각에 날개가 달린 셈이었다. “상례나 제례같이 큰일(大事)이라도 반드시 규모를 줄이고 절약에 힘써야 합니다.” 이익은 사랑하는 제자 안정복에게 속생각을 자세히 말했다. “‘가례’에 명시된 예법은 벼슬이 없는 사람(庶人)이 반드시 지켜야 할 예법이 아닙니다.” 사실 이익은 사당에다 4대 조상의 신주를 모시는 일도 공자에게는 낯선 풍습임을 확인한 바였다. 또 한식과 추석 등 4명절의 제사며 무덤제사(墓祭)도 훗날에 만들어진 전통임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그는 자신의 확신을 제자에게 알렸다. “군자는 인의(仁義)를 소중히 여기고 재화를 천시합니다. 하나 재화가 없어서 망하기도 합니다. 하물며 보통 사람들이야 어떠하겠습니까. ‘가례’를 보완할 때는 이런 뜻을 기억해야겠지요.” 조선의 법전 ‘경국대전’을 살펴보면 사대부의 제례는 간소했다. 국가가 사대부 집안을 위해 토지를 지급한 적도 없었다. 또 벼슬 높은 사대부 가문이라도 재산 규모는 차이가 심했다. 그런 점에서 국가가 제례의 규모를 성대하게 정하지 않은 것은 옳은 일이었다. 이러한 법의 취지를 이익은 십분 이해했다. 제사 지낼 물건도 아끼는 마당에 자신의 밥상을 풍성하게 차릴까. 이익은 절약을 고집했다. “나의 식사는 밥과 국, 고기 한 접시, 채소 한 접시로 국한한다. 형편이 나쁘면 더 줄여야 맞다. 만일 잘살게 된다 해도 더 늘릴 수는 없다. 내 자손들은 대대로 이 법을 따르기 바란다.”(‘성호사설’ 제11권) 오늘따라 마침 풍성하게 차려진 저녁 밥상을 받아 놓고 이익의 뜻을 잠시 헤아려 본다.
  • 박근혜, 삼성동 사저서 입장 대독시켜…“진실 밝혀질 것”(전문)

    박근혜, 삼성동 사저서 입장 대독시켜…“진실 밝혀질 것”(전문)

    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나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돌아갔다. 사저 주변에 모인 친박근혜계 의원들과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한 뒤 아무런 입장 표명 없이 사저에 들어갔다. 이후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이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대신 읽었다. 다음은 민 전 대변인이 대독한 박 전 대통령의 입장 전문. 제게 주어졌던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저를 믿고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습니다.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습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그 책속 이미지] 존 버거의 마지막 손길… 스케치북 위에 고스란히

    [그 책속 이미지] 존 버거의 마지막 손길… 스케치북 위에 고스란히

    존 버거의 초상/장 모르 사진/신해경 옮김/열화당/168쪽/3만 7000원역사상 가장 소란스러웠던 한 세기를 ‘멋지게’ 살아낸 한 영국인이 지난 1월 2일 프랑스의 작은 마을에서 숨졌다. 예술비평가이자 소설가, 화가, 시인, 사회비평가, 농부 등의 삶을 살며 예술과 문학, 사회 전반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해 온 영국의 지성 존 버거(1926~2017). 대표작 ‘다른 방식으로 보기’(Ways of Seeing)를 통해 예술의 관습을 거부하는 사유의 유산을 남긴 그는 1972년 소설 ‘G’로 부커상도 수상했다. 국내에 존 버거의 저서를 가장 많이 펴낸 출판사 열화당이 두 권의 책으로 그를 추모한다. 50년 지기인 사진작가 장 모르의 사진집 ‘존 버거의 초상’과 그의 마지막 산문집 ‘우리가 아는 모든 언어’. 그가 그려 온 오리지널 드로잉 60여점을 모은 전시회 ‘존 버거의 스케치북’도 4월 7일까지 서울 종로 온그라운드갤러리에서 열린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서동철 기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관군이 외면한 서인의 ‘행동대장’… 칠백의총에 서린 기개

    [서동철 기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관군이 외면한 서인의 ‘행동대장’… 칠백의총에 서린 기개

    우리가 아는 중봉 조헌(1544~1592)은 임진왜란 때 금산전투에서 순절한 의병장이다. 금산 칠백의총에 남은 ‘중봉 조선생 일군 순의비’(重峰 趙先生 一軍 殉義碑)에 새겨진 “죽을지언정 국난이 닥쳤는데도 구차하게 살 수는 없다”는 사실상의 유언처럼 그의 죽음은 극적이다. 그럴수록 붕당정치가 본격화하던 시절 율곡 이이와 우계 성혼을 따른 서인의 중심인물이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동서분당 이후 서인의 ‘사상적 행동대장’ 역할을 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조선왕조실록에는 조헌이 수없는 상소로 조정을 당혹하게 했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의 상소문에는 격렬한 표현의 강경한 비판이 담기기 일쑤였다. 율곡조차 “경세제민(經世濟民)의 큰 뜻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나 재능은 미치지 못하며 고집이 극심하여 시세를 헤아리지 않는다”고 했다. 조헌의 또 다른 아호는 ‘율곡 정신을 계승한다’는 후율(後栗)이다. 이런 스승조차 제자의 앞뒤 가리지 않는 성격이 마땅치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조헌은 선조 22년(1589)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사신을 보내오자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청절왜사소’(請絶倭使疏)를 올렸다. 상소는 삼소(三疏)로 이어졌고, 일본 사신의 목을 베라는 ‘청참왜사소’(請斬倭使疏)가 더해졌다. 군제를 개혁하고 일본과 외교를 끊으라는 상소도 거듭했다. 여기에 상소를 받아들이지 않으려거든 이 도끼로 목을 치라는 뜻의 지부상소(持斧上疏)가 이어지자 선조는 같은 해 5월 조헌을 함경도 길주로 유배를 보낸다. 그런데 조헌은 유배가 7개월 만에 풀려 돌아오는 길에 대신들을 꾸짖는 소를 올린다. 선조는 “조신들을 다 탄핵하고 몇 사람만 찬양하면서 직언(直言)이라 하니 웃을 일”이라며 노했다. 그러면서 “조헌은 간귀(奸鬼)”라면서 “아직도 두려워할 줄 모르고 조정을 경멸하여 더욱 거리낌 없이 날뛰니, 다시 마천령을 넘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다시 귀양을 갈 것이라는 뜻이다. 정치적 주도권을 잡고 있던 동인에게도 귀찮기만 한 존재였을 것이다. 임란 이전 이야기를 꺼낸 것은 칠백의총에서 마주친 부자(父子) 때문이다. 마흔 안팎의 아버지와 초등학교 5~6학년으로 보이는 아들이었다. 아버지는 봉분 앞에 세워진 ‘조헌 선생 일군 순의비’의 복제비 내용을 읽으면서 분개했다. 조헌 의병이 관군의 도움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방해에 시달렸다는 대목이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이것 봐,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정부가 문제야”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조헌의 생애를 돌아보면 ‘조선생 일군’과 관군은 어차피 협력이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조헌을 인정하지 않았던 조정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관군 지휘관이 중봉 휘하에서 싸울 마음은 애초부터 들지 않았을 것이다. 옳다고 믿으면 물불 가리지 않고 저지르고, 집착에 가까울 만큼 매달리는 조헌의 품성은 정치적 반대파의 부정적 평가와 순탄치 못한 벼슬길을 자초했다. 그러나 이런 저돌적인 성격이 또한 ‘금산의 감동’을 만들어 치욕의 역사 속에서도 우리가 한 가닥 자존심을 지킬 수 있게 했다. 조헌을 중심으로 임진왜란의 역사를 따라가는 여행은 아무래도 충남 금산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칠백의총은 조헌과 영규가 의병과 의승을 이끌고 왜적과 싸우다 순절한 자리에 조성됐다. 불교계에서는 800명 의승이 더 가세해 모두 1500명이었는데, 유림이 주도한 척불(斥佛)의 역사가 의승군의 자취를 감춰 버렸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조헌의 제자들은 금산 싸움이 있은 나흘 뒤 칠백의사의 유해를 한 무덤에 모셨다. 선조 36년(1603)과 인조 25년(1647) 각각 순의비와 사당을 세웠고, 현종은 1663년 이 사당에 종용사(從容祠)라는 이름을 내렸다. 그런데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의총을 파헤치고 순의비는 폭파했으며, 종용사는 허물어 버렸으니 치욕이 되풀이된 꼴이었다. 칠백의총의 정문에 해당하는 의총문으로 들어서면 오른쪽에 비각이 나타난다. 1940년 금산경찰서장 이시카와 미치오가 산산조각 냈던 ‘중봉 조선생 일군 순의비’다. 당시 주민들은 몰래 비석 조각들을 땅에 파묻어 보관했고, 1971년 조각을 파내어 비석을 다시 세웠다. 2009년에는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다시 해체해 정밀하게 복원하고 몸돌에서 분리된 상태였던 머릿돌도 이어 붙였다. 일제의 비석 파괴는 조직적이었다. 조선총독부 학무국이 1943년 경무국장에게 보낸 ‘유림의 숙정 및 반시국적 고적의 철거에 관한 건’이라는 공문은 전북 남원 운봉의 황산대첩비를 철거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황산대첩비가 왜구의 한반도 침입 역사를 보여 주는 것은 자랑스럽지만, 이성계에게 패했다는 사실을 담고 있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는 내용이다. 앞서 ‘조선생 일군 순의비’가 폭파된 것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조헌이 칠백의총이 아닌 충북 옥천에 묻혔다는 사실은 모르는 사람도 없지 않겠다. 조헌의 동생 조범은 금산에서 조헌의 시신을 거두어 형이 낙향해 살던 옥천 안읍에 장사 지냈고, 인조 14년(1636) 멀지 않은 지금의 안남면으로 옮겼다. 금강을 막은 대청호가 지척으로 가슴으로 파고드는 공기에서 티끌 하나 느껴지지 않을 만큼 청정하다. 무덤 아래 사당인 표충사(表忠祠)와 재실인 영모재(永慕齋)가 그림처럼 자리잡고 있다. 무덤으로 올라가려면 신도비를 모신 비각이 먼저 나타난다. 효종 7년(1656) 세워진 것으로 김상헌이 비문을 짓고 송준길이 글씨, 김상용이 비문 머리글을 전서로 썼다. 청음 김상헌이라면 병자호란 당시 척화파의 대표 인물로 절개와 지조의 상징적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선원 김상용은 병자호란 당시 강화도에서 스스로 순절한 인물이다. 그런데 선원은 1637년 세상을 떠났으니 신도비 건립이 호란으로 늦어졌음을 짐작하게 한다. 동춘당 송준길 역시 두 사람과 같은 서인의 영수급으로 당대를 대표하는 문인의 한 사람이다. 조헌의 고향은 경기도 김포다. 김포시 감정동의 옛집 터에는 ‘조헌 선생 유허 추모비’가 세워졌고 그를 기리는 우저서원(牛渚書院)도 남아 있다. 그럼에도 옥천이 조헌을 상징하는 고장이 된 것은 보은현감을 지내다 물러난 그가 한양이나 고향 김포로 가지 않고 이웃한 옥천으로 낙향했기 때문이다. 먼저 옥천에 후율정사(後栗精舍)를 지었으니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부방이다. 그 흔적은 후율당(後栗堂)으로 남았다. 대전과 옥천을 잇는 국도에서 그리 멀지 않은 이지당(二止堂) 역시 조헌이 주도해 인재를 배출한 뜻깊은 장소다. 금강의 지류인 소옥천이 휘감아 도는 이지당 주변은 그야말로 선경을 방불케 한다. 처음에는 마을 이름을 따서 각신서당(覺新書堂)이라 했으나 송시열이 ‘시전’(詩傳)의 ‘고산앙지 경행행지’(高山仰止 景行行止)라는 문구에서 이지당이라는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큰 산을 우러르며 그 뜻을 따르기를 그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조헌은 임진왜란 직후 옥천에서 의병을 모으기 시작했다. 의승장 영규와 만나 뜻을 모은 곳도 옥천 가산사(佳山寺)다. 조헌의 무덤에서 멀지 않은 옥천 안내면 채운산 기슭에 있는 가산사의 영당에는 지금도 조헌과 기허당 영규대사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조헌의 흔적을 따라가는 여행에서 빼놓아서는 안 되는 장소가 충북 청주다. ‘조헌 전장기적비’(趙憲 戰場記蹟碑)는 시내 한복판의 중앙공원에서 만날 수 있다. 숙종 36년(1710) 청주 서문동에 세웠던 것을 일제강점기에 옮겼다고 한다. 금산전투에 앞서 조헌 의병과 영규 의승군, 화천당 박춘무의 향토 의병이 합세해 왜군에 빼앗겼던 청주성을 탈환한 것을 기념하는 비석이다. 이 싸움을 이제는 ‘청주대첩’이라 불러도 좋지 않을까 싶다. 금산전투도 패배한 싸움이라고 할 수 없다. 왕조실록에는 금산전투 직후 ‘금산에 주둔했던 적이 밤에 도망했다’는 기록이 보인다. ‘비록 조헌 등의 군사가 순절하기는 했지만, 죽거나 다친 왜군이 매우 많았고 관군이 이를 틈타 공격할까 두려워해 도망가니 호남이 다시 완전하게 되었다’고 적었다. 그러니 금산 싸움 역시 결과적으로는 ‘이긴 싸움’으로 평가를 달리해야 할 것이다. 글 사진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靑, ‘만장일치’에 충격… 입장표명 않고 관저 머물러

    靑, ‘만장일치’에 충격… 입장표명 않고 관저 머물러

    朴, 관저서 TV로 헌재 선고 지켜봐 사저 경호팀에 ‘崔라인’ 이영선 합류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이 내려진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끝내 승복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또 헌재 선고와 동시에 ‘전직 대통령’ 신분이 됐지만 청와대 관저를 떠나지도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헌재 선고 직후 청와대 관저에서 한광옥 비서실장 등 일부 참모들을 만났으나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 측은 관저에서 떠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 상황을 이유로 들었다. 2013년 2월 청와대에 들어온 뒤 오랫동안 비워뒀기 때문에 당장 복귀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삼성동 사저는 보일러가 고장나 난방이 안 되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정비가 끝나는 대로 바로 사저로 출발할 것”이라면서 “박 전 대통령은 다른 뜻이 없다”고 전했다. 파면 결정 이후 관저 퇴거 시점에 대해서는 관련 규정이 없다. 하지만 청와대 관저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 만큼 최대한 신속하게 비우는 것이 상식적이다. 야권은 대통령기록물 훼손 가능성까지 제기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당 장진영 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 등이 보여 온 수사방해 행태를 볼 때 대통령기록물과 비서실 기록물을 훼손하거나 은닉할 개연성이 매우 크다”면서 “속히 청와대를 떠나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국민 통합을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며 “관저 체류 등의 문제들에 대해서는 박 전 대통령이 어떻게 임할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사저 정비나 박 전 대통령의 신변 정리에는 하루 이틀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경호 여건이 마련되지 않으면 더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만약 박 전 대통령이 퇴거를 거부하면 또 다른 논란이 촉발될 수도 있다. 사저 경호팀에는 우선 ‘최순실 라인’으로 알려진 이영선 전 행정관이 합류할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이 아무런 대국민 메시지를 내놓지 않은 데에는 본인 결심이 주로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주말 사이 박 전 대통령 대리인단 및 탄핵반대 측의 불복 움직임이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 전 대통령이 추후 관저를 떠나면서 또는 별도의 기회를 통해 대국민 메시지를 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헌재 판결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계속 내지 않으면 탄핵 선고를 둘러싼 국민 갈등은 오랫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큰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내부에서는 탄핵·기각에 대한 기대감 섞인 전망도 적지 않았지만 결국 자신들이 보좌해온 박 전 대통령이 첫 ‘탄핵 대통령’으로 결정되자 허탈감에 빠진 모습이다. 일부는 헌재 판결을 이해할 수 없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까지 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관계자들은 긴장감 속에서 TV로 헌재 선고를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파면 결정 직후 청와대는 한광옥 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 회의를 열어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한 실장을 비롯한 참모들은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박 전 대통령과 면담에 들어가 사저 복귀 절차를 포함한 향후 일정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참모들은 사저 복귀 및 향후 절차 등에 대해 다양한 조언을 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오늘 탄핵심판 선고] 긴장감 감도는 靑… 朴대통령, 메시지 없이 관저서 결과 기다려

    [오늘 탄핵심판 선고] 긴장감 감도는 靑… 朴대통령, 메시지 없이 관저서 결과 기다려

    대통령 측 “결과 따라 잘 대처” 기각 땐 대국민담화 발표 가능성 인용돼도 간략한 입장 밝힐 듯‘운명의 날’을 하루 앞둔 9일 청와대는 무거운 침묵을 지켰다.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등과 관련해 아무런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으며 관저에서 차분하게 자신의 거취와 향후 정국 등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헌재의 결정에 따라 박 대통령의 운명은 판이하게 달라진다. 탄핵이 인용되면 박 대통령은 헌정 사상 첫 ‘탄핵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청와대를 떠나게 된다. 우선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돌아갈 것으로 보이지만 경호 문제 등을 이유로 추후 사저를 옮길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파면이 되더라도 경호·경비 등 안전에 대한 예우는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비서관 채용이나 연금 혜택은 받을 수 없다. 또 자연인 신분으로 ‘불소추특권’도 사라져 당장 검찰의 칼날을 마주해야 한다. 탄핵이 인용되더라도 간략하게나마 입장을 밝힐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탄핵이 기각 또는 각하되면 박 대통령은 즉각 업무에 복귀한다. ‘국민 통합’, ‘국정 정상화’ 등 메시지를 담은 대국민 담화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북한의 도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경제 문제 등 현안을 챙기며 예정된 임기인 내년 2월 24일까지 국정을 수행하게 된다. 다만 업무에 복귀하더라도 낮은 지지율을 회복하고 의미 있는 정책을 추진할 동력을 만들어 내기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이날 한광옥 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 회의를 열어 탄핵심판 이후 정국 상황 등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탄핵심판 등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박 대통령 측은 “차분하고 담담하게 헌재 결정을 지켜보고 결과에 따라 잘 대처하겠다는 방침”이라면서 “이날 특별한 메시지나 일정은 없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난해 12월 9일 이후 이날까지 91일 동안 관저에서 두문불출했다. 공개 활동은 새해 첫날 상춘재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와 1월 23일 국립서울현충원 참배, 이틀 뒤 ‘정규재TV’ 출연 등 세 차례가 전부였다. 정치권에서는 탄핵심판을 앞두고 박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자진 하야를 결정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하지만 박 대통령 측은 “전혀 검토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반복해 왔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In&Out] 세계여성의 날과 남성들의 공감/김주혁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In&Out] 세계여성의 날과 남성들의 공감/김주혁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레버를 당기면 음식이 나온다. 그와 동시에 옆 동료가 전기 충격을 받고 괴로워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런 실험을 쥐와 붉은털원숭이를 대상으로 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실험 대상 동물은 음식을 위해 레버를 계속 당기기보다 배가 고파도 동료를 위해 오랜 기간 중지하는 쪽을 택했다. 동료의 고통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물론 인간의 공감능력은 동물보다 더 뛰어나다. 문명비평가인 제러미 리프킨은 ‘공감의 시대’란 저서를 통해 인간의 공감능력이 인류의 문명을 진화시켜 왔다면서 ‘호모 엠파티쿠스’(공감하는 인간)를 강조한다. 덴마크는 유엔이 집계한 2016 세계행복지수에서 1위다. 덴마크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만든 비결로 공감능력이 꼽힌다. 덴마크는 학교에서 감정카드, 고민해결 등 공감능력 키우기 수업을 10년 동안 진행한다. 통계청의 ‘2015 일·가정 양립지표’에 따르면 남자의 1일 평균 가사노동시간에서 덴마크가 186분으로 1위다. 여성들이 가사노동에 시달리는 고통에 남성들도 공감하면서 집안일을 함께하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45분으로 최하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29개국 평균(139분)의 3분의1에 불과하다. 한국 여성들은 맞벌이 가정에서조차 독박육아에 시달린다. 그래서 결혼 출산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되는 여성들이 많다. 이 때문에 결혼이나 출산을 포기하는 여성들도 늘어난다. 저출산 고령화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남녀 간 임금 격차는 부동의 OECD 1위다. 세계경제포럼의 2016 성(性)격차지수에서 한국은 145개국 중 116위를 기록했다. 여성가족부의 2016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 5명 중 1명꼴로 신체적 성폭력을 경험했다. 성희롱 성폭력 가정폭력 피해자의 90% 이상이 여성이다. 이쯤 되면 우리나라 남성들도 여성들이 겪는 차별과 폭력을 외면하지 않고 공감능력을 발휘할 때가 됐다. 가정과 일터, 사회에서 여성폭력 예방을 포함한 양성평등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외국에서는 그런 사례들이 적지 않다. 1989년 캐나다에서 여성을 혐오하는 한 남성이 총을 난사해 여학생 14명이 숨진 것을 계기로 가슴에 하얀 리본을 다는 여성폭력 근절 캠페인이 남성 주도로 시작됐다. 2015년 터키에서 한 여대생이 미니스커트를 입었다는 이유로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되자 분노한 남성들이 미니스커트를 입고 거리로 나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프랑스에서는 마초제로라는 남성단체가 성매매 반대 캠페인을 펼친다. 히포시(HeForShe) 캠페인은 성역할 고정관념과 여성폭력, 성 차별을 타파하고 실질적 양성평등을 이루기 위해 남성들의 관심과 참여를 촉구하는 유엔 여성의 글로벌 캠페인이다. 2014년부터 진행돼 많은 남성이 참여하고 있다. 오늘은 세계여성의 날이다. 109년 전인 1908년 미국 뉴욕의 한 광장에 여성 노동자 2만여명이 모여 10시간 노동제 등 생존권과 참정권 등을 요구한 이날을 유엔이 1975년부터 국제기념일로 정했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기념행사가 매년 열린다. 오늘을 기점으로 양성평등문화 확산과 실천을 위해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도 적극 참여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그러면 남녀 모두 행복지수가 높아지고, 많은 사회 문제들이 해결되며, 국가의 미래가 밝아지는 열매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 [씨줄날줄] 잠과 노동/박홍기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잠과 노동/박홍기 수석논설위원

    흰정수리북미멧새라는 참새류가 있다. 가을에 알래스카에서 북멕시코로 갔다가 봄이면 다시 북쪽으로 돌아가는 경로를 밟는다. 한데 아주 특별한 능력을 지녔다. 이동하는 동안 무려 7일이나 잠을 안 자고 깨어 있을 수 있다. 밤이면 길을 찾아 날고, 낮이면 먹이를 찾아다니는 것이다. 쉼 없이 일을 하는 셈이다.미국 국방부가 한때 이 멧새에 관심을 가졌다. 잠을 안 자며 뭔가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하기 위해서다. 불면의 전투 병사를 만들 목적이었다(조너선 크레리, ‘잠의 발견’). 즉 최소한 7일 동안 잠을 자지 않고도 고도의 정신적·육체적 수행 능력을 갖춘 군인을 키울 작정이었다. 불면은 인지적·심적 결함을 초래했다. 기민성도 떨어졌다. 각성제 암페타민과 중추신경흥분제 프로비질도 엄밀히 따지면 전쟁과 관련이 깊다. 1990년대 말 러시아와 유럽은 기상천외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태양광선을 지구에 반사할 인공위성을 제작해 궤도에 진입시키는 우주개발 컨소시엄을 체결한 것이다. 이른바 ‘극야’(極夜), 겨울철에 해가 뜨지 않고 밤이 지속되는 극지방 시베리아와 서부 러시아 오지에 ‘거울 위성’을 통해 달빛보다 100배가량 밝은 빛을 비추려 했다. 천연자원을 채취하는 데 24시간 작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밤새도록 비치는 햇빛’이라는 무모한 도전에는 실패했다. 밤낮의 규칙적인 교대가 없으면, 다양한 신진대사와 생태계의 교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반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잠과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잠이 잠식당했다. 경제적 이익과 직결되는 장시간 노동에 얽매인 까닭에서다. 나아가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생존과 성공의 수단으로 여긴 요인도 크다. 미국 온라인 매체 허핑턴포스트의 창립자 아리아나 허핑턴은 저서 ‘수면 혁명’에서 “충분히 자야 성공한다”고 설파했다. “하루 4~5시간씩만 자고 완벽하게 일을 잘할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일 뿐”이라고 했다. 수면 부족이 성공을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라는 집단 환상에 빠져 살아왔다고도 했다. 잠의 복권(復權)을 선언한 것과 같다. 한국인들의 수면 시간은 적다. AIA생명이 지난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15개국의 평균 수면 시간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6.3시간(평균 6.9시간)으로 꼴찌를 기록했다. 연간 노동 시간은 201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246시간(평균 1766시간)으로 멕시코 다음으로 많다. 의학계에서 권하는 적정 수면 시간은 ‘청소년 9시간, 성인 7시간 30분 정도’다. 하지만 “잠이 보약”이라는 말과는 다른 현실에 살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잠의 재발견이 이뤄지고 있다. 삶의 활력을 찾기 위해서다.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박홍기 수석논설위원 hkpark@seoul.co.kr
  • “朴대통령·최순실 ‘차명폰 핫라인’ 573회 통화, 靑 관저서 하루 몇 번씩…새벽 1시에도 했다”

    국정농단 의혹 보도 이후인 작년 9~10월 127회 통화 박근혜 대통령의 ‘40년 지기’인 최순실(61·구속 기소)씨는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기 전까지 차명 휴대전화로 박 대통령과 하루에도 두세 차례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박 대통령은 새벽 1시에도 최씨와 차명 휴대전화로 대화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실은 6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결과 자료에 담겼다. 특검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지난해 4월 18일부터 10월 26일까지 국내와 해외를 오가며 최씨와 573회 통화했다. 특히 최씨는 국정농단 의혹 보도 직후인 9월 3일 독일로 출국한 뒤 10월 30일 귀국하기 전까지 두 달 동안 127회 통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팀은 두 사람의 차명 휴대전화를 ‘핫라인’으로 규정했다. 최씨는 지난달 20일 재판에서 “대통령과 500여 차례 통화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거짓이었던 셈이다. 특검팀은 최씨 조카 장시호(38·구속 기소)씨의 진술을 바탕으로 차명 휴대전화 번호를 분석해 이런 내용을 확인했다. 박 대통령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차명 휴대전화의 발신 기지국은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청와대 관저’였고, 대통령 해외 순방 기간에는 국내 발신 내역이 전혀 없었다. 특검팀은 정호성(48·구속 기소)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으로부터 이 전화가 박 대통령의 차명 휴대전화 번호라는 진술도 받아냈다. 최씨의 차명 휴대전화를 분석해 보니 최씨의 독일·일본·미얀마 등 출국 일자와 해당 지역 로밍서비스 사용 내역이 일치했다. 통화는 업무와 비업무 시간을 가리지 않고 이뤄졌다.특검팀 관계자는 “매일 관저에서 새벽에도 전화를 걸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특검팀은 이영선(38) 청와대 행정관이 이 전화기를 박 대통령과 최씨 그리고 ‘문고리 3인방’인 정 전 비서관과 안봉근(51)·이재만(51) 전 비서관 등 극소수에게만 나눠 주고 서로 통화를 해 왔던 것으로 확인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서울포토] 업무 협약식에 앞서 악수 나누는 김영만 사장-신은경 이사장

    [서울포토] 업무 협약식에 앞서 악수 나누는 김영만 사장-신은경 이사장

    6일 오전 서울신문사 김영만사장과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신은경이사장이 서울 중구 서울신문 대회의실에서 2017년 ‘고마워 Yo’ 청소년 행복캠페인 업무 협약식 전 담소를 나누며 저서 등을 교환하고 있다. 이언탁 기자 utl@seoul.co.kr
  • [서울포토] 저서 교환하는 김영만 서울신문 사장과 신은경 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

    [서울포토] 저서 교환하는 김영만 서울신문 사장과 신은경 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

    6일 오전 서울신문사 김영만사장과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신은경이사장이 서울 중구 서울신문 대회의실에서 2017년 ‘고마워 Yo’ 청소년 행복캠페인 업무 협약식 전 담소를 나누며 저서 등을 교환하고 있다. 이언탁 기자 utl@seoul.co.kr
  • 나를 키워왔고 나를 키워갈 최고의 스승은 누구?

    나를 키워왔고 나를 키워갈 최고의 스승은 누구?

    “나를 키워왔고 나를 키워갈 최고의 스승은 누구일까.” 서울 강서구는 스타강사 김미경 더블유인사이츠 대표를 초청, 오는 9일 오전 10시 구민회관 우장홀에서 강서지식비타민 10주년 기념특강을 개최한다고 3일 밝혔다. 강서지식비타민강좌는 평생 학습 대중화를 위해 2007년 3월부터 매달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강서구는 10주년을 맞아 구민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 하는 김 대표를 초빙했다. 김 대표는 특강에서 ‘내 안의 믿을 만한 스승을 키우는 법’을 주제로 평생 학습 시대에 바람직한 자기계발 방법을 조언한다. 내 꿈의 방향과 목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나 자신임을 깨닫고, 나를 아끼고 사랑하며 스스로에게 가장 좋은 ‘멘토’가 되는 비법들을 알려준다. 김 대표는 MBC 희망특강 ‘파랑새’ 등 다수의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열정적인 강연으로 높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인생미답’, ‘언니의 독설’,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 ‘김미경의 드림 온’ 등 여러 저서도 집필했다. 강점경 강서구청 교육지원과장은 “강서지식비타민강좌는 지금껏 117회 강연이 진행되는 동안 6만 3000여명의 주민이 찾았다”며 “10주년 기념 특강을 통해 자기 안에 있는 최고의 멘토를 찾아 더 나은 미래를 열어가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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