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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염원 확인 왜 늦나/한찬규 전국부기자(오늘의 눈)

    영남의 젖줄 낙동강이 오염돼 1천만 유역주민들이 식수오염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91년 페놀오염사건의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영남지역 주민들은 또다시 이 지역에서 식수오염사건이 터지자 엄청난 충격과 함께 분노감에 휩싸여 있다.페놀사건이후 행정당국이 수질환경개선에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왔다는 말은 이제 주민들에게 호소력을 잃었다는 차원을 넘어 환경정책 자체를 불신하기에 이르렀다. 주민들은 수돗물 악취파동이후 정확한 원인규명을 뒤로 미룬채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행정관청의 처사에 역겨움마저 느끼고 있다. 국민들을 더욱 실망시키고 있는 것은 뒤늦게 수사에 나선 대구지검의 불성실한 태도.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대검의 지시를 받고서야 지난 8일 수사에 착수한 대구지검은 중간발표를 통해 『악취의 원인은 갈수기 저온에 따른 하천의 암모니아성 질소의 난분해현상』이라고 발표했다. 검찰의 발표는 물론 그동안 관계기관에서 조사한 자료의 충분한 검토와 자체조사를 통해 내려진 결론이었다. 그같은 결론이 정확한지 여부를 떠나서 사건이 일어난지 5일이 지나서야 그마저도 대검의 지시에 의해 떼밀리다시피 수사에 착수한 대구지검이 그처럼 재빨리 결론을 도출했다는 사실에 대해 국민들은 신뢰보다는 의문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페놀사건 당시 사건발생 3일만에 특수부를 비롯 형사1부·수사과 등 수사요원 30여명을 동원,배출업체를 찾아내 처벌한 것과 비교하면 이번 검찰의 수사태도는 원인규명보다는 면피성수사에 치중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게 됐다. 특히 검찰은 암모니아 질소성분이 하천수 수질기준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배출업체를 색출하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는 상식이하의 발언도 서슴지 않아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대구지검은 12일 대통령의 철저한 원인규명 지시와 들끊는 여론에 따라 부장검사를 반장으로 검사 3명과 수사과 1개반으로 수사반을 확대 개편했다.「사후약방문」같은 처사가 아닐 수가 없지만 그를 나무라기에 앞서 온 국민의 시선은 대구지검이 어떤 활약을 보일지에 집중되고 있다.왜냐하면 그들이 다루는 문제는 바로 「먹을 물」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 정호승시인의 첫 동화집 「에밀레종의 슬픔」(이작가 이작품)

    ◎슬픈 에밀레종 전설을 「밝은 동화」로/“아동문학은 별개 장르아닌 문인 모두의 몫”/종제작때 어린딸 아닌 베게 넣어/슬픈얘기를 기쁨의 상태로 전환 시인 정호승씨(44)가 지난해 1월 첫 장편소설 「서울에는 바다가 없다」를 낸지 1년만에 첫 동화집 「에밀레종의 슬픔」을 발표해 화제가 되고 있다. 「에밀레종…」은 정씨가 어릴적 경주에서의 체험과 에밀레종에 얽힌 이야기를 토대로 엮은 장편 창작동화. 일간지 신춘문예공모에서 동시·시·단편소설에 당선,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으면서도 「가장 치중하는 장르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선뜻 『저는 시인입니다』라고 말하는 정씨는 동화집 「에밀레종…」을 쓰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한다. 『시인이나 작가들은 흔히 아동문학을 별개의 한 장르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은게 사실입니다.그러나 시인 작가들이 일생을 두고 볼때 꼭 자기몫의 동화를 쓰지 않으면 안될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아동문학은 아동문학 작가들만의 몫이 아니며 결코 별개의 장르가 될 수 없다는 말이지요』 동시로 문학세계에첫 발을 디뎠으나 바쁜 활동으로 아동문학을 떠나있었지만 마음 한구석엔 동시 동화에 대한 향수가 컸다는 정씨다. 동화가 순수와 인간을 보는 따뜻함의 영역이라고 할때 어찌보면 그의 지금까지의 문학활동은 동화속에서 그의 몫을 찾기위한 부분이었을수도 있다. 동화 「에밀레종…」은 정씨가 어릴적 많은 시간을 보냈던 경주에서 본 에밀레종에 대한 지울 수 없는 인상과 그곳에서 만난 노인이 들려준 이야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정씨가 어릴적 경주 구박물관 종각에 있던 에밀레종속에서 목격한 수많은 낙서가 에밀레종의 유구한 역사라고 할때 『일본인이 에밀레종을 일본으로 밀반출하려고 동해안으로 옮겨놓았었다』는 한 노인의 말은 그대로 에밀레종의 험난한 운명으로 풀이된다. 일제하 영희라는 한 소녀의 가족을 중심으로 자국에 밀반출하려는 일본인에 의해 동해안에 버려진 에밀레종이 마을사람들과 영희가족들의 노력으로 다시 경주로 되돌려지게 된다는 단순한 줄거리지만 에밀레종에 얽힌 비극적인 전설을 「기쁨의 상태」로 전환시키고 있는점이 이 동화의 특징이다. 『조직적인 삶의 측면에서 볼때 일본은 우리보다 나은게 사실입니다.그러나 그런 면과 달리 한국은 일본에 의한 역사적 희생자임이 엄연할때 그들을 용서는 하되 잊을 수는 없는 것이지요』 반일이나 극일감정과는 또다른 차원에서 「과거사에 대한 망각은 위험하다」는 교육적 측면이 「에밀레종…」의 한 부분이다.그리고 종제작을 온전하게 마무리짓기 위해 어린 딸을 끓는 물 속에 집어넣었다는 비극적인 전설을 어린 딸대신 딸의 베개를 던져넣었다는 이야기로 전환해 동화다운 밝음의 철학을 담고 있다. 『우리의 일상생활이 비극적인 삶의 연속인데 동화마저도 비극으로 그릴 수는 없지 않습니까』 지난 연말 제야부터 종의 보호차원에서 본래의 에밀레종 소리를 들을 수 없게된 현실을 몹시 안타까워하는 정씨는 『그래도 동화속의 에밀레종만큼이나 에밀레종은 기억해야 할 부분이 많은 「상징물」』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 남북관계 새기류/최상룡 고려대교수/한완상 전통일부총리/전문가대담

    평화통일을 향한 우리의 진지한 남북대화노력은 지난해 북한핵의혹이라는 걸림돌때문에 커다란 좌절을 겪었다.한반도 정세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새해를 맞아 핵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것인지,그리고 이후 남북관계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통일정책을 총괄하는 한완상부총리겸 통일원장관과 최상용교수(고려대)의 대담을 통해 조망해본다. ◎통일 예상밖 빨리올 가능성/「열린 민족주의」로 북동참 유도/교류확대 거쳐 남북연합 진입/북측 다양한 체제고수 전술에 구체대응책 강구를/평양 개방물결 거역 못한다/「등소평 식」 개방징후도 엿보여/흡수통일 두려움 해소시켜야/지나친 목조르기식 접근땐 오판 유발… 공멸 위험성 ▲최상용교수=10여일 전까지 통일정책을 수행해오셨는데 지난해 북측과의 접촉에선 많은 어려움을 겪으셨지요. ▲한완상전부총리=그렇습니다.해방이후 처음으로 정통성을 확보한 문민정부의 통일정책은 출발부터 시련을 겪었습니다.신정부 출범 이후 20일도 안돼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는 바람에 지난10개월은 남북관계 개선의 관점에서 보면 좌절의 기간이었습니다.남과 북이 특사교환을 위한 실무접촉을 진행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남북간에 대화마저 교착된 상태입니다. 그러나 그런 악조건 가운데서도 새 정부는 통일정책을 3단계추진방안­3대추진기조로 재정립하여 신축성있게 운용해왔습니다. 그런데 현시점은 핵문제로 인한 국제적 긴장이 거의 정점에 이르렀고 남북간의 교착상태가 바닥국면에 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북한당국도 핵카드의 효용이 거의 소진되어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습니다.북한이 올바른 합리적 선택만 해주면 핵문제도 해결되고 남북관계도 좋아질 것입니다.그러나 만에 하나 북한이 비합리적 선택을 하게 되면 값비싼 대가를 치를 것으로 염려가 됩니다. ○국내냉정도 상존 ▲최교수=전세계적인 냉전체제 붕괴에도 불구하고 우리 한반도 내부를 보면 대단히 어려운 현실입니다.2차 세계대전 이후 최초의 냉전지역으로 민족상잔의 이념전쟁까지 치른 한반도에는 아직도 남북간 냉전뿐만 아니라 이에 상응해 「국내냉전」도 존재하는 상황입니다.이 때문에 지난 10개월은 통일논의 과정에서 냉전의 멍에를 벗어나려는 몸부림이 안타까울 정도로 계속되는 기간이었습니다.그러나 분명한 것은 새정부 10개월 동안의 통일정책은 시시비비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통일논의 자체의 민주화에 기여했습니다.나아가 통일논의에 있어 과거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시켰던 「반공모럴리즘」을 극복한 것도 성과였습니다. 반면에 귀담아 들어두어야 할 비판도 있었습니다.이를테면 우리가 아무리 이성적으로 접근해도 상대방인 북한이 합리적이지 않는한 아무런 성과를 거둘 수 없다는 지적이 그것이죠.이것이야말로 안타까운 일인데 통일논의에 있어 가장 보수적인 층의 의견도 일리는 있습니다.상대인 북한이 좀더 성실성을 갖고 합리적으로 나왔더라면 남북관계도 좀더 진전이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한전부총리=최박사의 평가를 겸허히 받아들입니다만 한편으로 학자의 입장에서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다는 것이 부럽습니다.신정부의 통일정책은 첫째 민족내부의 요청과 세계사의 3가지 큰흐름에 맞는 정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는 것입니다.어느 정부든 국내개혁이 안되면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없고 둘째로 세계화에 발맞추지 않으면 또한 국제경쟁력을 지닐 수 없다는 것이 세계사의 큰 흐름이죠.셋째로 탈냉전도 세계사의 한 흐름입니다.신정부는 개혁에는 비교적 성공적이었고 세계화에도 얼마간 늦은 상황에서 현재 지향하고 있습니다만 아직도 어떤 의미에서 냉전의 고도위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남북관계 개선이 좌절을 겪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최교수=지난 10개월 동안의 통일정책에 대한 비판가운데 건설적으로 담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한두가지 덧붙여보겠습니다.우선 김영삼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어느 동맹국도 민족보다 더 나을 수 없다』고 밝힌 부분이 잘못 이해되고 있는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민족문제를 민족자결로 해결하겠다는 것이지 국제관계를 소홀히 하라는 의미가 아니었는지 모르겠으나 다소의 오해를 초래한 것 같습니다. 지금 개혁과 세계화를 강조하신 것으로 보아 오해인 듯하지만이에 대한 일관된 비판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북한의 현실에 대한 엄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반드시 기득권층이나 극단적인 보수층 뿐만 아니라 일부 지식인들에 의해서도 제기되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북한의 합리적인 응답이 없으면 이쪽의 주장이 공허해진다는 점에서 협상수단이나 방법 등 현실적인 문제도 중요하다는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한전부총리=많은 오해를 받았습니다만 새정부가 추구하는 민족복리는 국제화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화에 동참하는 「열린 민족주의」입니다.취임사의 그부분은 북한의 김일성주석에게 한 얘기였습니다.즉 어제의 북한 동맹국이 오늘의 동맹국이 아닐 수 있다는 의미에서 옛소련을 가리켰던 것입니다.그런데도 우리가 민족을 앞세움에 따라 마치 우리의 우방을 무시할 것이라는 식으로 악의적으로 해석한 측면도 있습니다. 관계개선을 이루려면 상대방에 대해 입장을 바꿔보는 깊은 이해가 필요합니다.탈냉전이 진행되면서 북한은 군사적·경제적 병참기지였던 주요 동맹국들을잃고 총체적 고립상태에 놓여있습니다.이같은 국제적 고립이 경제적 곤경과 연결된 상황에서 북한은 체제의 존망이 걸린 핵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그들도 탈냉전시대에 어제의 동맹국이 오늘의 동맹국이 될 수 없으며,대미협상을 통해서 관계개선을 이루는 것 이외에는 체제위기의 곤경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곤경에 처한 조그마한 나라가 미국과의 협상을 하기 위해서 미국의 아킬레스건을 잡아당겨야 한다는 전술적 판단을 하게 된 것이고 그 결과가 지난 3월 NPT탈퇴선언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죠.탈냉전시대를 맞아 미국도 NPT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절박감을 갖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 아닙니까. 그러나 문제는 북한이 체제를 걸고 하는 게임에서 지면 몰락할 것이 뻔한데도 배수진을 치고 벼랑끝까지 가는 전략을 구사한다는데 있습니다.그 과정에서 때로는 우리를 화나게 하고 불쾌하게 하는 점도 있습니다.그러나 그 때문에 목조르기식으로 접근하면 북한은 엄청난 비합리적 결정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이는 주체사상에특정종교의 영생론까지 도입하는 북한 사회의 의사종교적 성격을 감안하면 이해가 가능합니다.북한의 비합리적인 측면은 외부압력이 강해질수록 증폭되게 마련이고 이로 인해 초래되는 무서운 결과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쪽은 바로 우리민족입니다.이런 것을 알기 때문에 우리는 그동안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인내해온 것입니다. ○의사종교로 변질 ▲최교수=말씀을 듣고 보니 냉혹한 이성주의자가 통일지상적 감상주의자로 비판을 받고 있었다는 느낌이 듭니다.저도 북한의 상황을 한마디로 「의사종교적인 열광주의」로 요약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저는 변화를 통해 유지하려고 한다는 의미에서의 보수는 지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런 건강한 보수는 별로 없습니다.통일논의에 있어 가장 보수적인 의견인 「북한은 근본적으로 변한 게 없다」는 명제는 엄청난 이데올로기적 성격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분석적인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북한은 자기들의 체제를 유지한다는 목표는 절대 양보하지 않을 것이지만 역설적으로 자신들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선 어떠한 전술적 변화도 가능한 나라입니다.북한이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고 할 때 언제든지 필요하면 전쟁을 한다든가 통일전선전술을 편다는 것을 말하는데 우리는 그것이야말로 북한에 대해 그러지말도록 강요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왜냐하면 현실인식을 제대로 하는 정권이라면 승산이 없으면 스스로 하지 않을 테니까요. ○경제적위기 자인 현시점에서 북한의 앞날에 대해 3가지 시나리오를 가상해 볼 수 있습니다.우선 급격한 북한체제의 붕괴를 상정할 수 있습니다.우리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북한상황을 공부한 사람들이 수없이 제기한 시나리오입니다.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북한은 앞으로 2∼3년이 고비라는 얘기도 있습니다.반공주의자뿐만 아니라 이런 분석을 하는 이들 가운데는 친북한계 인사도 많습니다.북한이 처한 긴박한 경제상황은 최근 북한이 경제 실패를 자인한데서도 알 수 있습니다.두번째 시나리오는 김일성부자체제가 붕괴해도 북한사회는 유지될 수 있다는 가정입니다.이는 서구적 합리주의자의 분석으로 보면현실성이 없습니다.마지막으로 북한이 고르바초프식이든 등소평식이든 체제유지를 위해 합리적 개혁을 하고 대외적으로 문을 여는 시나리오입니다.최근 열린 북한 노동당 중앙위와 최고인민회의를 보니 이 세번째 시나리오로 가려는 노력이 엿보입니다.때문에 우리 정부나 국민도 북한이 주민 생활의 기본 필요량이라도 충족시켜 3번째 시나리오로 가기를 바란다고 공식으로 얘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북한의 주체사상 생성 배경은 소련 점령치하의 압력과 유산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과 내부적인 엄청난 권력투쟁이 있었다는 점에서 이해됩니다.그러나 이것이 수령론·지도자론 등 개인숭배로 변용되면서 체제경직성을 크게 심화시켰습니다. 북한체제의 붕괴 시나리오와 관련해 한가지 덧붙인다면 국내 일부에선 이를 바라는 것 같기도 하고 급격한 붕괴를 부담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등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그러나 정부의 공식 입장이나 지식인의 일반적 견해는 세번째 시나리오를 바라고 북한이 그런 노선을 걷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입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측이 비합리적 선택을 할 경우 체제붕괴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겠죠.최악의 경우 경제적 변수만 보면 공멸의 위험성도 있습니다. 어떤 측면에선 북한에 대한 우리의 이해와 바람이 어떻든 첫번째 시나리오는 여전히 현실성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때문에 앞으로 우리는 통일에 대비한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하리라 봅니다.통일은 의외로 가깝게 들이닥칠지도 모른다는 점을 직시,통일에 대비해 철저하고 체계적인 준비를 하는 것이 향후 10년내의 시급한 과제가 아닌가 합니다. ○인내와 설득 필요 ▲한전부총리=우리가 원하든 않든 최박사가 말씀하신 첫번째 시나리오가 현실성이 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공감합니다.그러나 얼마전까지 공직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이에 대해 말하기 어려운 측면도 많습니다.두번째 시나리오는 시민사회가 전혀 형성되지 않은 북한 사회에 안일하게 서구적 사고를 적용한 것으로 거의 현실성이 없습니다.세번째 시나리오와 관련해 덧붙이자면 고르바초프보다는 등소평같은사람이 나와 중국모델로 가는 게 더 현실성이 있다고 여겨집니다. 현재 북한은 몇가지 객관적 모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개방을 해야하는 불가피한 상황임에도 대내적 경직성때문에 개방을 못하는 것이 첫째 모순입니다.둘째로는 군사력을 증강해야한다는 현실과 경제활력을 길러야 한다는 당위성간의 모순입니다.세번째는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데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없다는 모순입니다.족벌체제의 특성상 과감한 인사정책을 펼 수도 없고 페레스트로이카나 글라스노스트와 같은 과감한 개혁·개방정책도 시행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입니다.또 하나는 체제보존을 위한 비효율적 의식과 행사 등에 물쓰듯 하는 엄청난 「상징비용」의 부담으로 경제의 실용과 모순을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이를테면 서울올림픽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청년축전을 개최한다거나 우리의 63빌딩을 의식해 유경호텔이라는 불필요한 고층빌딩을 건축하는 것 등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같은 객관적 모순을 극복하지 못한 북한 지도층의 주관적 두려움를 염두에 두면서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북한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두려움은 미국으로부터 핵선제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라든가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에 대한 공포,국제사회로 부터의 「오해」 등을 들 수 있습니다.이러한 북한이 처한 객관적 모순과 주관적 두려움을 다 고려해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선택은 북한이 핵투명성을 보장하도록 인내심을 갖고 합리적으로 설득하면서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입니다. ▲최교수=핵투명성 보장이 어렵다는 얘기도 끈질기게 나도는데요. ▲한전부총리=북한의 핵투명성 보장을 위한 막바지 협상단계에 와 있습니다.북측이 7개 핵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의 임시·통상사찰 등 전면적 사찰을 받아들이지 않고 남북대화에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우리나 미국 등 국제사회의 합리적 인내도 소진될 것이라는 것을 북한당국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새해 들어 우리가 남아있는 합리적 방법을 다 써 북한이 극적으로 핵투명성 보장을 선택해주면 남북관계의 엄청난 개선 뿐만 아니라 세계평화의 이정표가 마련될 것으로 전망됩니다.즉 우리 7천만 겨레가 다 함께 개혁과 세계화 및 탈냉전이라는 세계사의 3가지 흐름을 타는 시발점이 될 것입니다. ○강경책도 마련을 ▲최교수=냉전 시대에 미국이 소련을 너무 과대평가했다는 사실도 우리에게는 좋은 교훈이 될 것입니다.우리 쪽에서는 좌경의 경우 북한의 민족적 자세에 대해 지나치게 낭만적으로 평가하는 반면 우경의 경우는 북한의 공격능력이나 통일전선능력에 대해 너무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둘다 지양되어야 할 것입니다.어쨌든 북한은 이제 한계상황까지 왔습니다.핵을 가지고 싶으나 가질 수 없고 그러면서 카드로서의 효과도 탕진했으며,개혁을 하지 않으면 흡수통일이나 체제붕괴로 이어진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개혁을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죠. 지금까지 진행된 우리와 국제사회의 노력이 북한의 핵투명성 보장으로 이어지기만 하면 남북관계가 급진전될 것이고 북한도 3번째의 낙관적 시나리오를 맞을 것으로 보입니다.그러나 북한이 끝내 핵투명성을 보장하지 않고 부분적으로 개혁노선을 취하면서 핵과함께 체제를 유지하려는 태도를 취할 경우 국제제재로 이어진다고 봐야 합니까. ▲한전부총리=문자 그대로 완전한 핵투명성을 보장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북한이 이미 플루토늄을 추출해 이것을 몰래 숨겨놓고 있다면 이것을 찾아내다는 것은 어렵다는 얘기입니다.단지 앞으로 북한의 모든 핵개발 상황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미래지향적 핵투명성 보장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것입니다.그러기 위해선 북한의 7개 핵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의 일반 및 특별사찰과 남북대화를 통한 상호사찰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최교수=정부의 통일방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한전부총리=북한핵문제가 늦어도 새해 봄까지 해결을 위한 구체적 조치가 강구된다면 신년도에는 신정부의 3단계통일방안의 첫단계인 교류협력단계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그래서 경제교류를 위시해 각종 사회문화교류가 활성화될 경우 두번째 단계인 남북연합단계로 넘어 가게 되겠지요.첫단계 진입직전에 북한의 핵문제가 해결되고 ,결과 북한과 미국 등 자본주의 자유국가들과의 실질적 관계개선이 이뤄지면서 평화무드가 조성되고 북한의 체제붕괴라는 시나리오의 현실성이 없어지면 95년 정도에는 남북연합단계 진입이 가능하리라고 봅니다.그러나 우리의 온갖 합리적 설득에도 불구하고 핵문제가 해결이 안되는 상황이 오면 굉장한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북에 대해 명분있고 합리적인 강경책을 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이 경우 북한에게는 체제붕괴냐,문을 여느냐의 마지막 선택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그래서 새해는 핵문제나 남북관계에 있어 평화의 해가 떠오르냐,무서운 참화의 어둠을 맞느냐의 중대한 선택의 해가 될 것입니다.우리 모두 위험속에서 기회를 활용하는 용기와 지혜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세계흐름 탔으면 ▲최교수=그렇습니다.북한의 태도에 따라 반세기동안 지속되어온 냉전의 마지막 고리가 풀리느냐의 기로를 맞고 있습니다.북한이 핵의혹을 씻고 개혁과 개방으로 방향을 전환,지난해 김영삼대통령이 밝힌 탈냉전선언에 대해 핵투명성보장으로 화답한다면 반세기에 걸친 한반도 냉전의 마지막 고리가 풀릴것입니다.즉 47년 트루먼선언으로 시작된 냉전선언이 한반도 평화선언으로 골인하는 엄청난 드라마가 전개될 것입니다.이와는 별도로 우리는 예기치않게 들이닥칠지도 모르는 통일에 대한 치밀한 준비를 철저히 해두어야 할 것입니다. ▲한전부총리=끝으로 한마디 덧붙이자면 우리는 80년대의 민주화운동시대를 지나 90년대 들어 반부패·개혁의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80년대의 민주화운동은 민주화가 덜된 나라들에 국한됐습니다만 90년대의 개혁 움직임은 서방선진7개국(G7)을 포함한 전세계적인 흐름입니다.아무쪼록 북한도 개혁과 개방이라는 시대의 흐름을 직시하고 이를 과감히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남북한 모두의 개혁이 평화공존과 통일로 이어지는 필요조건이기 때문입니다.
  • 남북국시대(온가족이 함께 읽는 우리역사:25)

    ◎통일신라와 발해 2백여년 공존/발해사 새 평가… 한국사 일부로 자리잡아/북방부각 따라 「3국통일」은 다소 빛잃어 660년 신라와 당의 연합군은 백제의 수도 사비성(현 충남 부여)을 공격해 멸망시켰다.8년이 지난 뒤 나당연합군이 다시 고구려의 수도 평양성을 함락함으로써 3국시대는 종말을 맞았다. 그렇다고 곧 신라의 시대가 된 것은 아니었다.당은 고구려·백제의 옛땅에 일종의 식민통치기구를 두는 한편 신라마저도 집어삼키려 했다. 이에따라 신라는 고구려·백제의 유민과 힘을 합해 당군에 대항,매소성(경기도 양주군으로 추정)전투에서 당병 20만명을,금강하구 기벌포(충남 논산·서천군 일대)전투에서 수군을 각각 섬멸했다.676년 신라는 대동강이남 지역에서 당군을 완전히 몰아내고 3국을 통일했다. 한편 고구려의 유민들은 요동지방에서 당에 대한 저항을 계속했으며 그 지도자인 대조영은 698년 길림성의 돈화현 동모산 일대에서 고구려를 뒤잇는 나라 발해를 세웠다. 이처럼 7세기 후반은 한국사에 큰 획을 그은 변혁의 시대였다. 북중국과만주 일대에 거대한 제국을 건설해 중국세력의 침입을 막았던 민족의 방파제 고구려,일찍부터 해외로 활발히 진출했고 또 화려한 문화의 꽃을 피웠던 백제는 한국의 역사에서 사라졌다. 그러면 신라의「3국통일」은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며 발해가 한국사에서 자리잡아야 할 위상은 무엇일까. 「신라의 3국통일」과 발해사에 대한 평가는 반비례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신라의 3국 통일에 큰 의의를 부여하면 고구려를 계승한 발해는 한국사에서의 위치가 그만큼 낮아진다.거꾸로 발해사를 강조하다 보면 신라의 통일은 상대적으로 빛을 잃게 된다. 따라서 신라의 통일을 올바로 인식하고 발해를 제대로 평가하는 것은 우리 역사를 이해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신라의 3국통일은 통일신라기는 물론 고려·조선조를 통해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신라 신문왕 6년(686)에 세워진 청주운천동사적비에는 「삼한을 통합하니 나라의 땅이 넓어졌다」는 구절이 들어있고 최치원(858∼?)도 924년에 세운 봉암사지증대사적조탑비문에서「삼국이 이제서야 장하게도 한 집안이 되었구나」라고 썼다. 당시 신라인들이 고구려·백제와 동족의식을 갖고 있었고 신라가 3국을 통일한 것에 자부심을 가졌음을 알게 하는 대목이다. 이후 고려 때 편찬된 「삼국사기」,조선조의 「삼국사절요」「동국통감」등의 사서에도 신라의 3국통일은 찬양 일변도로 기록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신라의 3국통일에 한계성이 있다는 전제아래 통일이후 고려이전까지를 「통일신라」기로 시대구분하는 대신 통일신라와 발해가 공존했다는 의미에서 「남북국시대」로 규정한다. 현행 고교 국사교과서는 『통일신라는 확대된 영토와 함께 왕권의 전제화가 이루어지면서 전성기를 맞이하였다.한편 만주의 동북지역을 거점으로 건국된 발해는 고구려의 전통을 계승함으로써 통일신라와 함께 남북국시대를 이루게 되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 성탄절… 라이 따이한을 생각한다(박갑천칼럼)

    『피가 켕긴다』는 속담이 있다.『피가 당긴다』고도 한다.핏줄끼리는 저도 모르게 서로 끌어당기는 친화력이 있음을 두고 쓰인다.늘봄 전영택의 단편 「후회」에서 지긋지긋한 남편 명구가 거지 몰골을 하고 아내를 찾아온 대목을 묘사하면서도 나오는 말이다.『…아무리 내외간이나마 몰라보게 되었다.어린 것들이 알아본 것이 용하다 하였다.피가 켕긴다는 말이 과연 옳다 생각하였다』 그러기에 예씨에게서 난 주몽의 아들 「유리」(한자표기는 유이·유이·유류등 여러가지)는 피가 켕겨 망명한 아버지를 그린다.「일곱모난 돌위의 소나무 아래」감추어둔 아버지 유품을 찾아 산골짝을 헤맨다.드디어 자기집 소나무기둥 주춧돌 사이에서 도막난 칼을 발견한 그는 졸본으로 가서 아버지 동명성왕을 만난다(삼국사기:고구려본기). 이게 핏줄의 부름이다.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도 그래서 나온다.「장자」(장자:외편산목)에도 자상호란 사람이 공자에게 말하는 형식으로 보배 보다 더 보배로운 핏줄의 얘기를 써놓고 있다. 가국의 임회란 사람이 천금의 보배는버려둔채 갓난애만 업고 도망친다.어떤 사람이 묻는다.『돈을 위해 하는 것이라면 보배 보다 갓난애 값이 싸지 않은가.번거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라면 갓난애 쪽이 더 번거롭지 않은가.그런데도 천금의 구슬을 버려두고 갓난애를 업고 달리는 까닭이 무엇인가』 이에 대한 임회의 대답은­『천금의 구슬은 나와 이익으로 맺어져 있지만 이 갓난애는 나와 운명에 의해 맺어져 있다』.이익으로 맺어진 것은 위급할때 버릴수 있으나 운명에 의해 맺어진 것은 그럴수록 거두어들이게 마련이라는 뜻이었다.「장자」는 이 얘기로부터 담담하여 오래가는 군자의 교제와 달콤하여 이내 끊기는 소인의 교제의 차이로 자연스럽게 말줄기를 옮겨가고 있다. 우리나라와 베트남의 수교 한돌을 맞으면서 『라이 따이한(한국­베트남 혼혈아)을 돕자』는 움직임이 번져나고 있다.우리와는 척진일도 없으면서 국제역학관계 따라 그나라 싸움판에 끼어들게 되었고 그 와중에서 우리 젊은이와 그곳 여성들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이 라이 따이한이다.그 우리의 핏줄들이 서러운 생활을이어오고 있다는 소식은 간간이 전해 들어오는 우리들이다.전란을 겪은 우리들은 혼혈아의 아픔까지도 알고 있는 처지가 아닌가. 나라와 겨레의 「운명에 의해」맺어진게 라이 따이한이다.어려웠을 땐 잊고 지냈다 치자.뿌린 씨앗에 무심해서는 안된다.피가 켕기지 않은가.오늘이 크리스마스다.
  • 시급한 백제사 복원/황규호 문화부 부국장급(오늘의 눈)

    우리 역사에서 백제를 곧잘 잃어버린 고대왕국으로 간주해왔다.패자는 말이 없는 탓일까….어떻든 백제 쇠망의 역사는 어둡게 묘사된다.그리고 긍정의 역사라기보다는 부정의 역사로 기술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백제가 삼국가운데 먼저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진 것은 사실이다.하지만 삼국의 역사를 써내려간 어느 천자는 유독 백제사를 철저한 승자의 편에서 기술했다는데 문제가 있다.「삼국사기」가 바로 그런 맥락의 정사적 사서다.이 사서는 역시 백제에 대한 지면 할애에도 인색했다.또 야사는 한 수를 더 떠서 백제를 부도덕한 왕국으로 몰아붙였다. 그러나 역사는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인식에 도달하면 백제사에 대한 새로운 안목이 요구된다.외세가 개입한 싸움에서 처절하리 만큼 패망의 길을 걸어야 했던 백제는 문화유산마저도 승리자에 의해 모조리 파괴 당했다.그래서 오늘날 백제고토에 그 문화의 흔적을 띄엄띄엄 만날 수밖에 없다.많은 부분의 사실을 공백으로 비워둔채 이를 후세에 그릇 전하는 역사의 비극을 여기서 만나게 되는 것이다. 역사의 불모지처럼 보이는 백제땅,그것도 역사를 마감한 사비성 옛터에서 김동용봉봉래산향로를 비롯한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무령왕릉 발굴이래 백제고토에서 거둔 최대의 고고발굴 성과라고 한다.쇠잔한 부여의 겨울 햇살보다 더 눈부신 금동향로는 백제문화를 한껏 함축한 가장 백제적인 양식의 공예미술로 평가되었다.백제 전통의 산경문과 연화문이,백제 사람들과 그들의 마음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백제의 역사다.향로에 돋을 새김한 수많은 인물상들이 우리 앞에 다가와 역사를 속삭이지 않는가.서로 다른 동작과 표정을 지은 이들 인물상은 백제역사의 주역들이다.그들은 비록 금동향로 속에 들어있지만 백제인들의 풍속과 사상은 물론 관념의 세계까지도 연출하고 있다.64㎝ 크기에 불과한 이 금동향로야말로 백제문화사를 축약한 보물중의 보물이라 할 수 있다. 이를 계기로 백제사의 재구성과 함께 완벽한 복원의 길이 열리기를 기대해본다.더구나 새 정부가 지나간 시대의 신라 왕경유적 중심 고도문화권개발정책으로부터 탈피,백제문화권에 새삼 눈을 돌렸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그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이번 능산리유적 발굴 성과는 실제 새 정부의 문화정책에 의해 거두어졌다.일본에 대한 선진문화 전수주체로서,또 동아시아에서 우뚝한 문화왕국으로서의 백제 실체는 반드시 벗겨져야 할 것이다.
  • 형식적인 봉사활동(교육 개혁해야한다:13)

    ◎“시간 뺏긴다” 불우돕기·자연보호 등 1회성 행사/입시에 쫓겨 자발적 참여 기대 무리/“1주 1시간꼴” 특활차원서 땜질 서울 인창고 1학년 이병도군(17)은 학교 봉사서클인 RCY(청소년적십자)의 「열성 단원」이다. 중학교때부터 이 서클에 가입,4년째 불우이웃돕기와 자연보호활동등 각종 봉사활동에 빠지지 않고 참여해 오고 있는 이군은 올해 스스로 생각해도 매우 뜻있는 체험을 했다. 지난 여름방학때 이 학교 RCY 학생들은 일본 시즈오카현의 JRC(일본 적십자)학생 대표 6명의 방문을 받고 그동안의 봉사활동등에 대해 서로의 경험을 얘기하고 토론하는 기회를 가졌다. 봉사활동이라면 으레 성금을 모으거나 헌혈하는 것 정도로만 알고 있던 이군은 일본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점자판으로 책을 만들어 맹인들에게 전달하고 병원의 환자들을 위문할 때는 환자의 담당의사를 미리 만나 조언을 들은뒤 적합한 음식을 만들어 제공한다는 사례등을 직접 설명 듣고는 큰 감명을 받았다. 이군은 『체계적이고 철저하게 준비를 한 뒤 봉사활동에 나서는 일본학생들에 비해 기껏 빵이나 과자등을 사서 어려운 사람에게 주고 오는 우리들의 활동은 다분히 행사중심적이고 형식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그때의 소감을 털어놓았다. 우리나라의 현행 초·중등학교 교과과정에는 특별히 사회참여활동을 통해 자기희생정신과 친사회성을 체득하도록 하는 사회봉사활동 시간은 없다. 다만 RCY·보이스카우트·걸스카우트·MRA(도덕재무장운동)·종교서클 등에 소속된 1·2학년 학생들이 1주일에 1시간 정도 특별활동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사회봉사활동을 하고 있을 뿐이다. 이들 서클에서 하고 있는 사회봉사활동은 연말이나 추석을 전후한 성금모금및 헌혈,폐·휴지 수집,청소활동 등에 그쳐 「사회참여를 통한 진정한 봉사정신의 함양」이라는 근본정신과는 거리가 멀다. 더욱이 입시경쟁위주의 현행 교육체계 아래서는 이러한 학생서클 활동마저도 뒷전으로 밀릴 수 밖에 없다. 학교내 사회봉사단체에 대한 학교측의 지원이 거의 없는 것은 물론 가입 학생들에 대한 주변의 인식 역시 곱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장 활발한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 RCY의 경우 서울시내 초·중·고교에 3백60여개나 만들어져 있지만 학교안에 전용공간을 확보하고 있는 곳은 10%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다른 서클의 경우는 조건이 더 나쁠수 밖에 없다. 시간을 쪼개 봉사서클을 맡을 지도교사로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어 아예 서클이 없어지는 사례도 많다. 심지어 서울 I중학교는 올 2학기에 RCY 지도교사가 전근가는 바람에 서클이 자동 해체되고 말았다. 또 YMCA의 경우 한때 서울시내 50여개 학교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고작 18개 학교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이와 함께 봉사서클활동을 「공부하기 싫어서 하는 쓸데 없는 짓」정도로만 여기는 학부모들과 다른 학생들의 인식도 봉사활동을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실제로 서울 Y여고 1학년 박모양(17)은 최근 내년 새학기에 걸스카우트반에 들겠다고 부모님께 말했다가 『그런 일은 공부하기 싫은 학생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말과 함께 심한 꾸중을 듣고 끝내 가입을 포기했다고 한다. 학교현장에서 주변 학생의 인식 역시 이와 별로 다를 바 없다. 경쟁논리에 길들여진 요즘 학생들이 입시와 관련이 없고 시간을 많이 빼앗기는 봉사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라고 할 수도 있다. 입시위주로 되어 있는 현행 교육체계 속에서는 사회봉사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도 없고 실제 활동 역시 소규모 서클단위로 형식적으로 이루어 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교육부는 94학년도 대학입시부터 내신성적에 반영되는 학교생활평가 항목에 봉사활동 점수를 포함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학교내외로부터 표창이나 추천을 받은 학생 등 일부 학생들에게만 점수를 주도록 되어 있어 전체 학생들의 봉사정신을 높이고 사회공동체의식을 함양시키는 것과는 거리가 먼 일종의 미봉책이라는 지적이다. 서울 B여고에서는 지난해부터 교실청소 방법이 크게 바뀌었다. 그동안 분단별로 교실전체를 맡아 실시하던 청소를 교단·교실바닥·화분·유리창등의 방식으로 구역을 나누고 담당을 주기적으로 바꾸어 청소하도록했더니 효과가 금세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 학교 김모교사(30·여)는 『봉사·협동 정신을 길러주기 위해 가능하면 분단별로 청소를 시키려 했지만 서로 미루는 일이 많아 어떤때는 화분에 물을 주는 학생조차 없어 꽃이 말라 죽는 것을 보고 이 같은 방법을 택해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선진국의 학교생활/유치원·국교때부터 봉사교육/고교 사회참여 활동 대입에 반영/미국/일선학교­지역사회 유기적 연계/일본 아직까지 사회봉사활동에 대한 인식도가 낮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시민들의 자원봉사활동 등 각종 사회봉사체계가 정착되어 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속에서 학생들도 유치원·국민학교때부터 자연스럽게 봉사정신을 배우게 되며 일부 나라에서는 특히 사회봉사활동을 정규 교육과정으로 설정하고 있다. 사회봉사활동 교육이 가장 잘 이루어지고 있는 나라는 미국. 미국에서 학생들의 사회봉사활동은 단순한 봉사활동의 개념이 아니라 사회참여활동의 하나로 정착되어 있다. 특히 뉴욕주와 캘리포니아주·뉴저지주등 많은 주에서는 학생들의 사회참여를 사회과의 중요한 교육목표로 설정,교과과정을 통해 직접 교육하도록 제도화시켜 놓고 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교사와 함께 수업의 일환으로 현장에 직접 나가 다양한 봉사활동을 경험하며 친사회성을 배우기도 한다. 각종 사회단체와 연계된 학생조직뿐만 아니라 학생들만의 사회봉사활동 모임도 활발하다. 또 이런 자발적인 사회참여 단체들의 활동은 단순히 형식적인 행사가 아니라 자신들의 전공이나 특기와 관련한 분야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큰 차이가 있다. 특히 많은 대학들이 지적능력의 측정외에도 입학지원생들의 고교시절 사회참여활동 내용을 중요한 평가항목으로 입시에 반영하고 있다. 장차 사회를 이끌어 나갈 대학인의 주요 덕목으로 자발적 사회참여와 봉사·희생정신을 중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사회참여활동에 대한 관련단체의 인정·추천서를 제출하는 한편 자기소개서에는 고교시절 사회봉사활동 내용과 성과를 직접 써넣어야 한다. 하버드대와 프린스턴대 등 사립대와 명문대일수록 이러한 원칙이 더 엄격히 적용돼 아무리 교과성적이 우수하더라도 사회봉사활동 실적이 없으면 낙방하기 일쑤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정규교과과정에 사회봉사활동시간이 들어 있지는 않다. 다만 특이한 것은 지사나 군수등 지역 자치단체의 장이 그 지역 봉사단체의 단장 또는 명예단장을 맡아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 일선 학교와 지역사회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봉사활동을 하고 있어 전반적인 사회봉사 활동이 체계적이라는 점이다. ◎전문가 의견/박도순/대입내신성적에 봉사활동 반영하길/자기희생정신 길러 인간다운 인간 양성/가정에서 조차 협동모르는 자녀로 키워 학교교육의 본질은 「인간다운 인간」을 길러내는데 귀착된다.인간다운 인간 또한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되어질 수 있으나 넓은 의미로 보면 「인격적 통합」에 역점을 두는 교육이고 「타인과의 공동체 형성」을 촉진하는 교육이다. 더욱이 미래사회가 기술·정보화사회,다원·다변화사회,개방·국제화 사회일 뿐아니라 인간이 존중되는 공동체 의식을 갖는 사회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의 하나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남을 위해 봉사할 줄 아는 인간을 육성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학교교육 현실은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채 극심한 입시경쟁으로 인한 경쟁의 늪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암기위주의 주입식 교육,파행적인 교육과정의 운영,대학진학이 가능한 소수의 학생을 중심으로 한 지식위주의 교육으로 사회봉사활동과 같은 미래사회 건설의 핵심적인 요소는 실종된지 오래이다. 임시경쟁위주의 학교 교육풍토는 무한대의 경쟁상황을 만들고 있으며 극단적인 이기주의를 키워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은 가정에서조차도 협동할줄 모르고 봉사할줄 모르는 자녀들로 자라고 있다.대부분의 가정에서는 협동하고 봉사하는 활동이 자녀들의 미래에 손해가 되는 것으로 생각하여 사회봉사활동을 장려하기는 커녕 억제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상은 대학합격이 「인생의 승리」로 여겨지는 잘못된 사회풍토에 따른 것이기는 하지만 대학입시제도 자체의 문제로서도 이해되어질 수 있다.지금까지는 사회봉사활동을 하는 학생이 대학입시에서 늘 손해를 볼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개선된 대학입시제도의 고등학교 내신성적 산출에 사회봉사활동을 그 중요 평가준거로 반영함으로써 적어도 입시제도를 통한 사회봉사활동의 여건조성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고등학교 교과목 성적과 출결상황이 전체 내신성적의 90%를 점하고 있고 사회봉사활동이 학교의 전반적인 생활평가의 일부로 반영되고 있어서 사실상 사회봉사활동은 명목만을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근본적으로는 사회봉사활동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결여에서 비롯되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외국의 대학에서 볼 수 있듯이 아무리 학업 성취도가 뛰어나더라도 사회봉사활동을 하지않은 학생을 대학에서 선발하지 않는 제도적 장치는 우리가 심각하게 음미해볼만 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학생들은 모든 활동들이 공부와 관련시켜 틀에 짜여진 생활을 하고 있어서 사회봉사활동을 하려고 해도 그런 기회를 포착하기도 어렵다.「공부 잘하는 것」이 지상의 과제이므로 방학도 없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모든 시간을 공부하는데 보내고 있으며 그나마 그 이외의 시간도 사회봉사활동에 참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서구 여러나라들에서는 사회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어떤 직업을 갖든 무슨 일을 하든 자신에게 어떤 형태로든지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장치가 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그러한 사회봉사활동이 다른 사람에게서 인정을 받지 못할 뿐아니라 각 개인도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우리 사회의 발전과정에서 꼭 필요한 사회봉사활동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대학입시 전형에서 사회봉사활동을 중요준거로 반영시킬 필요가 있으며 사회 각 기관에서도 사회봉사활동을 채용의 중요 준거로 활용하는 노력이 요구되고 궁극적으로는 학교교육의 인간화를 통해 사회봉사활동의 토양을 마련하는 과감한 교육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 쌀/EC마저 “쌀쌀”… 「차선」 선택/불가피로 기우는 우리입장

    ◎“대세 역행땐 더 큰 불이익” 현실인식/대미 담판서 「10년유예」 등 확보 전력 국내 쌀시장개방이 눈앞에 다가왔다.「예외없는 관세화」는 대세로 굳어져가고 우리의 「쌀시장개방 불가원칙」도 대세에 밀려 자취를 감추고 있다.이제는 우리협상단이 차선의 카드로 관세화수용을 전제하고 일본식의 개방유예기간확보 등 유리한 개방조건을 확보하는데 심혈을 쏟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현지 분위기로 느껴진다. 타결시한이 임박한 시점에서 UR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1백16개국 가운데 관세화예외를 요구하고 있는 나라는 1개국도 없다는 사실은 「대세를 거스를 경우 개방조건에서조차 불이익을 당할 공산이 크다」는 현실인식을 가져다 주기에 충분한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협상단 단장인 허신행농림수산부장관이 4일 제네바에서 마이크 에스피 미농무장관을 면담한 직후 협상전략수정을 밝힌 것은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우리의 협상전략은 3일 브뤼셀에서 있었던 슈타이헨 EC농업담당집행위원과의 면담에서 바뀌기 시작했다.EC는 우리측 입장을 미국보다는 다소 이해해줄 것으로 생각했으나 『농산물의 예외없는 관세화가 EC의 일관된 입장이고 쌀문제에 관한한 한국을 일본과 차등화할 수 없다』는 슈타이헨의 강경한 태도는 우리팀에게 또다른 걸림돌임을 확인시켜 주었을 뿐이다.슈타이헨은 한술 더떠 한국이 어떻게 개발도상국의 범주에 속할 수 있느냐면서 개발도상국이 누릴 수 있는 관세화 이행기간 연장 등의 각종 해택마저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4일의 서덜랜드 GATT사무총장과의 면담에서도 큰 오차없이 이어졌고 더욱이 그는 『여러 조건을 걸어 한국의 쌀산업을 보호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는 충고까지 곁들여 협상단을 곤혹스럽게 했다.또 충분한 유예기간을 확보토록 해달라는 요청에 대해서도 미국 등 주협상국과 먼저 협상하는 것이 좋다며 일단 거부하는 입장을 보였다. 게다가 지금까지 예외없는 관세화에 반대해 오던 스위스 멕시코 캐나다 등도 일본에 이어 관세화를 받아들이되 유예기간을 많이 확보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자 협상단은 표면적으로 주장해오던 쌀개방불가를 버리고 보다 많은 유예기간 확보에 전력투구하기로 방향을 돌린 것이다. 전략수정은 협상단 파견전부터 예견돼온 것이나 표면화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이 때문에 UR에서 사실상 마지막이 될 오는 7일의 미키 캔터 미무역대표부(USTR)대표와의 협상에서는 「관세화원칙 및 최소시장접근수용」「유예기간 최대확보」 등 일본보다는 유리한 개방조건을 확보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측은 한국의 농업이 일본에 비해 20년이나 뒤져 있는데다 전체 농민의 85%이상이 쌀재배를 하고있고 쌀이 농가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일본에 비해 월등히 높으며 마땅한 대체작물이 없고 남북이 분단되어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일본이 미국측과 합의한 유예기간 6년의 갑절 가까운 10년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이 미국측에 의해 어느정도 받아들여질지는 극히 미지수다.4일의 한미고위급협상에서 에스피 미농무장관이 금융시장의 조기개방과 금융개방계획(블루프린트)의 전면적인 UR연계 등 다른 분야의 대폭 양보를요구한 것으로 알려진만큼 미국은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측은 본국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금융·서비스시장 등 다른 분야의 대폭개방 등 양보안을 마련,미키 캔터와의 면담에서 최종담판을 짓게 된다. 두터운 UR협상의 벽을 넘자는 기대는 일단 물건너갔으나 마지막 협상에서 정부협상단이 그나마 국민들에게 조그마한 위안을 줄만한 「전과」를 올릴 수 있을지는 우리쪽의 쌀이외의 시장개방폭 등의 대안보다는 칼자루를 쥔 미국측의 손에 달려 있다고 보아도 지나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교육은 가정에서부터(교육 개혁해야 한다:10)

    ◎문제학생 부모들 “우리 애는 착했는데…”/무관심·과보호속 비뚤어진 길로/가족의 사랑과 엄격한 지도 필요 서울 H고 1학년 강모군(16)은 지난달 개인용 컴퓨터를 이용,10만원짜리 가짜고지서 수십여장을 만들어 같은 반 친구들에게 5백원씩 받고 팔다가 담임교사에게 적발됐다.강군은 『국민학교 입학이후 10여년동안 부모와 선생님으로부터 「잘했다」는 칭찬을 한번도 받아보지 못해 열등감을 느꼈다』면서 『용돈도 마련하면서 친구들 사이에서 우쭐해지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학교 1학년 김모군(16)은 지난 9월 반친구들에게 여러차례 5백∼1천원씩 빼앗아 당구비·담배값등 유흥비로 써오다 이사실을 알아차린 학생부 교사에게 불려갔다.학생부 최영근교사(40)는 김군과의 대화과정에서 김군의 부모가 맞벌이를 하는 바람에 김군이 무관심속에 방치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 다음날 김군의 어머니를 불러 『김군에게 관심과 애정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이학교 2학년 박모군(17)은 3년전에 부모가 이혼해 부산에서 서울로 전학온 뒤 할머니(85)와단둘이 생활해왔다.지난해 박군은 지각과 결석횟수가 눈에 띄게 잦았다.또 서울에서 새로 사귄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청계천등지에서 7천원씩에 구입한 음란비디오 테이프를 밤늦게까지 보는가 하면 도색잡지를 갖고 다니다 담임교사에게 적발되기도 했다. 최교사는 박군이 부모가 각각 서울과 부산에 떨어져 사는데다 고령의 할머니가 박군의 생활에 관심을 가질 수 없는 가정환경때문에 빗나가고 있다고 판단,지난해 9월 서울 북가좌동에 사는 누나부부와 함께 생활하도록 충고했다.최교사의 충고를 받아들인 박군의 학교생활은 이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최교사는 『문제가정에 문제학생이 있다』면서 『최근 실시한 교내 가정환경조사에서 부모의 이혼이나 갈등,맞벌이등으로 가정의 관심과 애정으로부터 소외된 학생들이 전체의 10%쯤인 학급당 4∼5명씩이나 됐다』고 말했다. 최교사는 폭행·가출등 비행학생의 특성으로 열등의식과 소외감을 꼽았다.흔히 가정에서 상실감이나 애정결핍을 겪고있는 학생들이 입시위주의 획일적인 학교교육에서도 소외됨으로써 잘못된 길로 빠져들기 쉽다는 것이다. 서울 Y중 학생주임 유창현교사(59)는 가정의 무관심 못지않게 부모의 과보호도 자녀의 교육에 역효과를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이 학교는 지난해 2학기때부터 매학기마다 교내폭행·금품갈취등 학생들의 피해사례에 대한 무기명 설문조사를 벌이고 있다. 학교측은 지금까지 3차례의 조사에서 폭행사례등으로 다른 학생들로부터 이름이 지적된 학생수가 1백80명,1백8명,87명으로 점점 줄어 설문조사가 학생지도에 일단 긍정적인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가운데 이름이 중복지적된 10여명의 학생은 학부모를 학교로 불러 면담을 실시했는데도 비행사례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 교사들의 지적이다.유교사는 『불려온 학부모들에게 설문지를 보여줘도 「우리애는 그럴 애가 아니다」며 도리어 화를 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유교사는 또 학생지도는 가정과 학교·사회가 3위일체가 되어야 하지만 40여명의 교사가 전체 1천여명의 학생들을 일일이 지도할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할때 1차적으로 가정에서 학생들에게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력을 길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B고에는 매달 1∼2차례씩 익명의 학부모전화가 걸려와 『아들이 친구나 상급생에게 매일 맞는다.무서워서 학교에 가지 않으려고 한다』며 항의섞인 불만을 털어 놓는다고 한다.학부모들은 그러나 학생신분을 밝혀달라는 교사들의 부탁을 한사코 거절한다는 것. 교사들은 이에대해 『신분이 밝혀지면 아들이 다시 피해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학부모들의 과보호와 소극적인 심리가 도리어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교사들은 특히 학부모들이 자녀에게 물질과 학벌·출세제일주의의 가치관을 심는데 급급할 뿐 민주시민의식이나 공중도의심등을 가르치는데는 인색하다고 지적했다. 김진현군(18·서울 B고2년)은 『부모들은 항상 「공부를 잘 해서 출세해야 사람구실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할 뿐 우리의 적성이나 소망에 대해선 무관심하다』면서 『획일적인 잣대로만 우리를 평가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불량청소년의 원인/자녀 방치해도 「결손가정」/이혼·맞벌이 늘어 소외감/갈등속에 문제행동 표출/신명희 연세대교수·교육학 청소년의 문제행동을 말할때 빼놓을수 없는 원인중의 하나로 「결손가정」이 거론된다.가정이 지역사회·국가·인류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임을 생각하면 이러한 귀인은 지극히 당연하다.인간은 사회적 존재이므로 그 사회에서 다른 구성원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적절한 기술을 익히지 못하면 건강한 개인으로 살아갈 수 없다.그리고 한 개인의 사회화과정은 가정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결손가정의 어떤 요인이 청소년의 문제행동과 관련이 되는가.우선 「결손가정」의 의미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어떤 가정을 결손가정이라 할수 있는가.소년범죄에 관한 대검찰청의 통계자료(1980∼1989)에서 보면 가족관계별 동향에서 실부모가 있는 경우가 70%를 훨씬 웃돌고 한쪽 부모만 있는 상태는 아버지만 있는 경우가 2.0∼3.0%,어머니만 있는 경우가 8.0∼10.5%,양쪽 모두 없는 경우는 2.0∼2.7%로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적어도 청소년의 문제와관련이 되는 한 단순히 생물학적인 아버지나 어머니가 없다는 것만으로 결손가정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뜻이다.실제적인 부모역할 기능의 결함이 더 심각한 결손이 될 수 있다.심리학자들은 청소년의 행동과 발달이 부모의 결혼관계,부모역할의 양식과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밝히고 있다.이러한 가정의 성격과 기능은 시대적·사회문화적 변화에 따라 종래와는 상당히 다르게 변모해가고 있다. 첫째,「노인」이 가족 구성원에서 점점 없어지고 있다.이것은 결혼관계에 문제가 생겼을때 그 해결방법에 대해 풍부한 경험과 지혜에서 오는 충고와 도움을 줄 수 있는 자원이 없어진다는 뜻이다.또한 세대간의 친밀한 정서적 가족유대를 형성해 줄수 있는 자원의 손실을 뜻한다. 둘째,생활형태가 산업사회의 도시형으로 바뀜에 따라 직장위주의 주거형태는 예전의 밀접한 친척관계나 이웃관계,친구관계를 없애고 있다.정서적 지지를 받을수 있는 근원이 오로지 핵가족 구성원으로 축소,집약될수 밖에 없게 된다. 셋째,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는 경향으로 가족구성원 모두가 제각기 바빠지고 있다.가족이 대화를 통해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교환하고 이해하므로 심리적인 유대를 강화하기에는 모두 너무 바쁘고 지쳐있어서 텔레비전의 역할만 점점 더 커지는 것이 요즈음 가족관계의 실상이다.특히 어머니의 생활이 훨씬 여유가 없어지고 결혼관계나 가정생활에 대한 불만을 더 느끼게 된다는 점은 대단히 중요한 영향요인이 된다. 마지막으로 가족관계의 이러한 변화는 결국 결혼관계를 포기하는,가정을 해체하게 하는 이혼의 경향을 높이고 있다.편부모,혹은 계부 계모의 완전하지 못한 가정의 형태가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자녀들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관하여 많은 연구의 결과들이 그 심각성을 경고해주고 있다. 실제로 청소년의 문제행동에 상관되는 결손가정의 의미는 물리적인 결손보다는 이러한 심리적·기능적 결손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하고 이런 방향에서 청소년의 문제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어져야 한다고 본다. ◎선진국의 경우/「모래알 가족」 미선 “가정 유대회복운동”/예절교육 철저… 건전한 가족관 심어/불·독/어릴때부터 자립심 길러주기 노력/일본 최근 3∼4년사이 유럽과 미국등지에서는 가정의 인간적 유대회복을 주장하는 「집에서 가정으로」(From house to home)라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독신및 이혼의 급증으로 가족구조가 흐트러지고 「모래알 가족」이 등장하는등 탈가족사회 현상이 진전됨으로써 점차 상실돼가는 전통적 가정의 의미를 되살리자는 움직임이다. 이 운동은 인생의 출발선에서 한 사람이 사회인으로 성장,독립해 나갈 때까지 우리가 머물러야 할 「가정」이 인간적 유대감을 상실한 채 구성원 개개인이 한지붕 아래서 전혀 독립된 삶을 살아가는 「하숙집」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우려에서 출발한다. 결혼한 3쌍중 1쌍이 이혼하고 4가정당 평균 1가정이 혼자 사는 1인 가정이며 새로 태어나는 아이 5명중 1명이 혼외출산이라는 몇가지 사실만으로도 오늘날 구미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가정붕괴현상의 깊이와 폭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가정의 붕괴현상이 감수성이 예민한 자녀에게 인간관계의 결핍을 겪에 함은 물론 청소년 범죄증가현상과도 무관치 않다는 인식이 「집에서 가정으로」운동이 일어나게 된 주요 원인이다. 유태인 가정에서 어머니가 잠자리에 든 자녀들의 머리맡에 앉아 책을 읽어주는 것은 단순한 지식전달이 아니라 부모·자식간 감정의 융합과 일체감을 갖기위한 자식사랑의 지혜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일에선 하오 1시부터 2시간동안,그리고 하오6시이후에는 어린이 놀이터에서 어린이를 볼 수 없다. 노인들이 낮잠을 잘 시간에 떠들면 안된다는 규율과 저녁식사시간은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가정교육때문이다. 얼마전 프랑스의 한 여론조사기관이 서유럽내 9개국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5명중 4명이 가정이란 귀중한 가치는 변할수 없다는 의견을 보인 반면 5명중 1명만이 가족개념의 종식에 찬성했을 뿐이다. 유럽사회를 아직 지탱하는 기반은 대다수 유럽인들의 이러한 건전한 가족관에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경우 비록 부자집 자녀라해도 어릴 때부터 자립심을 길러주는 가정교육이 오늘의 경제대국을 이룬 기초가 됐다는 것이 교육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도쿄의 모 중소전자업체 사장의 장남(18·고교2년)이 스키장에 가기위해 집근처 햄버거 가게에서 주 3일,하루 3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한다.그러나 이같은 일은 일본에서는 흔한 일이다. 교육전문가들은 전통적 유교관이 뿌리박힌 우리사회가 「학벌위주」의 사회풍토와 접목되면서 예의와 자립심등을 심어주는 가정교육은 실종되고 부모와 자식간의 효와 사랑마저도 「학력」하나로 저울질하게 된 왜곡된 현상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것이라고 말한다. 얼마전 대학입시 부정사건도 왜곡되고 이기적인 부모의 자식사랑과 학력위주의 우리사회가 빚어낸 부산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현실은 구미각국과는 달리 오히려 「가정에서 집으로」후퇴하고 있다는 우려와 자성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특별취재단 변우형(단장 편집부국장) 김만오(사회부차장) 김용원( 〃 기자) 임태순( 〃 ) 김민수( 〃 ) 박현갑( 〃 ) 박찬구( 〃 ) 박상렬( 〃 ) 박희준( 〃 ) 김경빈( 〃 ) 손원천( 〃 )
  • “새모습” 통일독일(엄청난 변화·발전의 현장을가다:상)

    ◎관광산업/구동독 문화재 최대한 활용/프로이센­작센유적 등 볼거리 풍성/연3천만명 유치… 해외홍보 열을려/포츠담 산수시궁전·드레스덴 츠빙거성에 관람객 즐이어 독일이 통일된지 3년이 지났다.독일은 통일후유증으로 아직도 진통을 겪고 있지만 엄청난 변화와 발전을 이루고 있다.통일이후 거듭나고 있는 독일의 관광산업과 사회주의 유산인 환경오염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민관의 노력,통일로 수정이 불가피하게 된 주요도시들의 도시계획 등을 현지 취재로 3회에 걸쳐 연재 기 『독일.마음에 드십니까.독일에서의 당신의 하루는 매일매일이 다릅니다』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독일의 관광표어다.일견 무뚝뚝하게만 여겨지던 독일인들이 외래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미소를 보내고 있다. 통일로 새 전기를 맞게 된 독일의 관광산업은 통일 3년이 지난 현재 크게 활성화되고 있다.통일로 구동독의 많은 문화재와 명승지 등 관광자원이 늘어남에 따라 통일독일을 관광하려는 여행객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독일의 관광업계 스스로가 평가하는 독일 국내에서의 관광의 위상도 훨씬 중요해졌다.독일관광센터(DZT)의 요하임 리버 공보관은 『관광수입 증대로 관광수지 적자를 메우고 나아가 통독이후 어려워진 경제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이 최근 목표라고 말했다.매년 3천만명 가량의 여행객을 유치하고도 커다란 여행수지 적자를 기록하는 독일로서 이같은 목표의 달성은 그리 쉬워보이지 않지만 독일 관광의 거듭나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독일의 관광산업을 실체적으로 관장하고 있는 독일관광센터(DZT)는 독일 관광진흥시책의 특이함을 보여주는 예로 루프트한자 항공사 등 16개의 관광관련 단체를 회원사로 해 만들어졌다.DZT는 재정의 85%를 정부로부터 지원받아 정부 위탁으로 특히 독자적인 활약이 미흡한 중소규모의 업체를 위해 관광시장 조사를 비롯해 광고,판매진흥 등 독일관광 유치책을 펴고 있다.이와같은 조직은 지방마다 분리 독립의 경향이 강했던 독일의 역사성에서 연원한 것으로 관련업계의 이해를 반영하는데 효율적인 반면 정책 결정에는 다소 시간이 걸린다는게 리버씨의 설명이다.현재 세계 23개국에 지점을 두고 있는 DZT는 일본의 도쿄사무소를 통해 한국에 대해서도 「낭만적인 나라 독일」과 「고전음악의 나라 독일」을 열심히 홍보하고 있다. DZT의 대외 홍보활동의 주안점은 독일의 다양한 관광자원을 대외에 알리는 것으로 독일의 다양한 풍경,역사적 건물과 도시,축제와 문화행사를 소개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독일은 파리나 런던 등 한 도시에 볼거리가 집중해 있는 프랑스 영국 등 인근나라에 비해 각 주·도시마다 다양하고 풍부한 문화재와 볼거리를 간직하고 있음을 알리는 것이다.이같은 경향은 통일로 더 잘 확인되고 있는데 최근에는 많은 문화재가 있는 포츠담·드레스덴·라이프치히 등 구동독의 역사적인 도시들이 독일관광계의 「효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베를린 서남쪽 통독전 동·서독 간첩을 교환하던 그뤼니케 다리를 건너면 바로인 포츠담은 베를린시와 인접하고 있는 지리적인 이점에다 찬란했던 옛 프로이센왕국의 유적들을 갖고있어 많은 관강객들을 끌며 통일후 최대의 관광지로발돋움하고 있다.프로이센을 중흥시켰던 프리드리히 2세의 하궁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산수시 궁전에서는 대왕이 로마를 즐겨 궁전 북쪽에 바라 보이도록 건설한 로마풍의 원주회랑이 퍽 인상적으로 바라 보인다. 프로이센왕국의 영빈관으로 사용됐던 노이에스 팔래(신궁전)는 더 대단한 볼거리로 특히 진귀한 보석과 화석들로 온 벽면을 장식한 그로텐홀은 내방한 관광객들의 찬탄을 연신 자아 내게 만든다.또한 포츠담은 2차세계대전말 전후질서와 한반도의 해방을 결정한 역사적인 포츠담회담이 열렸던 장소로서 회담장소로 사용됐던 프러시아 왕세자 궁전이 관광객들을 모은다. 포츠담이 프러시아의 유적으로 관광객을 끈다면 드레스덴은 옛 작센왕가의 성이 있는 곳으로 작센왕가의 유적과 유물로 관광객들을 모은다.거대한 규모의 츠빙거성도 큰 볼거리이지만 그 안의 무기박물관은 중세 독일 장인들의 정교한 공예기술을 가늠할수 있게 하는 화려한 갑옷·칼·총 등을,고대거장박물관에서는 아우구스트대왕의 수집품인 보티첼리·라파엘·루벤스·뒤러·밀레 등 16∼17세기 거장들의 회화를 감상할 수 있다.인근의 그린볼트박물관은 독일내에서 가장 진귀한 보물들을 소장한 박물관으로 인기가 높다.주변풍경이 좋은 드레스덴에서는 또 유람선을 타고 엘베강을 따라 도자기로 유명한 마이센지방,「작센의 스위스」라 불려지는 엘프잔트스타인게비르게 등 풍광이 뛰어난 곳을 들러보는 맛도 일품이다.구서독지역의 하이델베르크나 바이에른주의 노이슈반스타인성,그리고 스키휴양지인 가미슈 등의 기존 관광지에 이같은 동독지역의 관광지까지 합하면 독일의 관광자원은 실로 엄청난 것으로 관광수지 흑자달성은 시간문제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독일관광계의 문제점 또한 없지 않다.먼저 구동독의 문화재들이 공산정권 아래서 제대로 관리·정비되지 않았다는 점이다.통일독일 정부에서는 대책으로 2차대전중 연합군의 폭격으로 파괴돼 반전의 상징으로 남아있던 드레스덴의 성모마리아교회마저 복원에 들어가는 등 구동독문화재에 대해 통일 이듬해부터 매년 10억 마르크(한화 약 4천6백억원)이상을 들여 대대적인 보수를 벌이고 있지만 재원의 부족으로 보수가 지연되고 있다. 또한 독일내에서 극우폭력세력의 외국인에 대한 테러도 독일관광계에 큰 짐이 되고 있다.실제로는 반외국인 감정을 가진 독일인은 극소수이며 이마저도 경찰의 강력한 단속과 시민들의 반대 데모로 크게 줄어 들었으나 외국에서 독일관광에 대해 불안해하는 인식은 크게 바뀌지 않고 있는 것이다.
  • 경쟁력 지닌 기술확보가 관건/마르골랭(해외석학 3인의 조언)

    ◎한국의 국제화 선진화/재도약위한 국민공감대 확보 선행돼야 프랑스인의 한국에 대한 인식은 수십년간 생소한 것이었다.서울 올림픽-그리고 한국산 전자상품의 프랑스 시장 대거 진출-이 있기 전까지는 프랑스인들은 독재와 잦은 소요사태를 떠올리게 하는 이 나라의 성공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그 반면에 한국에서는 빠른 성장의 지속과 혜택에 대한 약간은 맹신적인 면도 있지만 자신감을 갖게 된 시대였다.그런데 오늘날에는 경제위기와 실업증가에 짓눌려 있는 프랑스인들이 아시아의 「작은 용」 특히 한국의 경제력을 과대평가하고 있다.한국인들이 프랑스의 산업을 망치고 있다고 지나친 방식으로 고발했다.사실은 전체적으로 산업고용의 3% 상실에 대한 책임밖에는 없을 정도다.그러나 한국인들은 자신들이 이룩한 성공의 실상과 특히 전망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는듯 하다. ○경제성숙의 고통기 이 비관론은 유라시아의 다른 한끝에서 볼 때 이상한 것이다.연평균 5%의 성장을 하고 있는 나라,실업이 없다시피 한 나라가 어떻게 비관론자가 된단말인가.1인당 국민소득이 자이르와 비교되다가 30여년만에 세계 시장의 정복자가 되고 TGV의 구매자가 되기에 이른 것은 얼마나 현란한 성공인가.이는 확실한 증거지만 한국의 위상에 대한 총체적이고 균형잡힌 평가는 거기서 시작돼야 한다. 한국인들의 우려는 세겹의 광학적 조시를 교정함으로써 해소될 수 있다.그 논리의 하나는 선진적이고 다양하며 복잡한 나라보다 경제적으로 어린 나라가 더 쉽게 발전한다는 것을 많은 나라들이 보여주었다는 것이다.다른 하나는 권위주의 체제하에 존재했으나 거론해서는 안됐던 수많은 장애를 민주화가 걷어냈다는 것이다.실상을 돌아본다는 것은 매력적인 것은 아니지만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결국 한국인의 우려는 한국인 자신이 변했으며 더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된데서 나오는 것이다.경제성공과 웬만큼의 부를 거둔 뒤로는 희생과 좌절을 받아들이며 살아갈 채비를 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리적으로나 환경적으로 더욱 균형있는 성장과 덜 권위주의적인 노동관계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이는 매우정상적인 것이고(이는 한국인들이 다른 국민들과 별로 다르지 않음을 나타낸다)근본적으로 건전한 것이다.그러나 대신 「순수한」 성장은 덜 매력적인 것이 된다.따라서 성장은 관리하기가 더욱 어렵게 되고 거의 불가피하게 느려지게 된다. 이를 접어놓고라도 한국이 실제로 겪고 있는 문제들은 끈질기게 남아 있는 저개발의 얼룩보다 일부 경제적 성숙에 도달한 결실이다.그렇다고 해서 이 문제가 심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서양의 최근 경험으로 보면 한국은 발전도 민주정치도 국민적 연대감마저도 여태까지 확실하게 얻지 못했다.낮은 임금과 취약한 기술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비해 너무 앞서 나가 있는 한국은 많은 분야에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나라들과 실질적으로 경쟁할만큼 성숙하지는 않았다.내수시장의 증대가 이제까지 충분한 의지처가 됐고 실업률도 낮았다.길게 보면 위험한 요소가 엄청나게 많다.조치도 필요하고 상상력과 창의성도 필요하다.경제자유화로도 해결해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학교와 가정과 사회 내부의 억압적 전통을 타파함으로써 해결해야 할 것들이다. 이 말은 국가의 모든 개입이나 한국 사회의 결속적인 전통을 배척하라는 뜻이 아니다.경제와 사회의 격변은 새로운 해결책을 요구한다.그러나 발전의 첫 단계때는 집중화와 권위주의적 국가권력에 대체로 긍정적이었던 듯하다.정치야 어찌됐든 경제발전을 이룩해야 한다는 주장은 성장률이 세계 최고가 됨에 따라 기적처럼 믿어졌다.오늘날 한국민은-프랑스도 마찬가지지만-군살빼고 재정의되고 재편된 국가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국가권력의 결핍은 모든 차원에서 「정글의 법칙」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정글의 법칙」은 더 강하고 더 추잡하다. ○고통분담 노력 필요 한국은 가장 성공적인 민주화의 승리자로서 세계에 모범을 보이고 있다.그러나 확고한 민주주의는 권리만큼 의무를 의식하는 시민에게 머무르는 것이다.또한 난관과 위험에 대한 지체없는 폭로가 있어야 오는 것이며 그것들을 해결하려는 집단적 노력이 있어야 오는 것이기도 하다.『다스린다는 것은 예견한다는 것이다』 프랑스의전총리 피에르 망데스­프랑스의 말이다.
  • 공무원도 국제화돼야 한다/최창윤 총무처장관 특별기고

    ◎과거 타성에 젖은 의식·관행부터 개혁해야 우리나라가 국가간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나고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중요 당면과제는 국제화이다.숨가쁘게 돌아가는 국제상황속에서 국민의식·경제활동,그리고 행정이 민첩하게 적응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영원히 낙후되고 말 것이다.최근 국내외의 일반적 시각은 안타깝게도 우리 국민이 세계적 안목을 갖지 못하고 폐쇄적인 사고와 관습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이중에서도 특히 공무원들의 의식과 각종 규제가 국제화를 가로막는 주요 요인이라는 비판이 크게 일고 있다. 도널드 그레그 전주한미국대사는 한국관료의 경직성과 통제지향성이 국제화의 주요 장애라고 비판한다.독일의 경제단체들은 그들의 한 공동보고서에서 한국의 행정규제와 자의적 행정처리가 무역·투자의 장애요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우리 정부도 과거 70∼80년대 관주도 고도성장기의 타성에 젖어 있는 관료주의,그리고 지나친 행정규제가 우리사회의 능률과 국가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김영삼대통령까지도 최근 회의석상에서 『정부는 규제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인식이 부족하다.나는 규제완화조치의 성과를 직접 점검할 것이다』라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비판 또는 진단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국제화의 부진은 폐쇄적인 국민의식 탓도 있겠지만 공무원의 관료주의적 사고와 과도한 행정규제에 많은 부분 책임이 있다는 공감대가 꽤 오래전부터 정부내·외에 형성되어 있었다. 새정부는 지금까지의 보호와 규제위주의 국가정책을 과감하게 탈피하여 자율화·개방화시킴으로써 우리 사회를 국제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첫째,국민생활에 불편을 주거나 창의적 활동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를 완화 또는 제거하고 있다.새정부 출범후 설치된 행정쇄신위원회의 집중적인 제도개선노력과 기업활동규제완화특별조치법의 제정·시행,그리고 민원옴부즈만제도 도입을 위한 행정규제및 민원사무기본법의 제정등이 좋은 사례이다.또한 최근에는 청와대에 규제완화특별전담반을 설치해 대통령이 직접규제완화조치를 점검할 계획도 갖고 있다. 둘째,우리의 경제력과 위상에 알맞게 국제사회에 능동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세계질서와 규범을 익히고 국가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해외교류와 협력을 적극 강화해 나가고 있다.오는 96년까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가입 추진,우루과이라운드등 다자간 협상에 대한 능동적 대처,한국국제협력단을 통한 한국청년해외봉사단 파견,그리고 이번 국회에 제출된 교육법개정안에서 국민의 국제화 교육강화및 외국과의 교육협력강화등을 규정한 것이 바로 이러한 예이다. 셋째,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무원의 의식과 관행을 국제화하려는 노력이다.국제감각이 뛰어난 전문행정인을 양성하기 위해 해외파견 공무원수를 대폭 늘리고 파견국도 다변화하고 있다.모든 공무원을 하루라도 빨리 국제화하는 것이 국가의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21세기 한국의 미래는 우리사회 각 부문의 진정한 국제화 여부에 달려있다.국제화를 통해야만 우리나라가 승천하는 용의 명예를 되찾을수 있으며 폐쇄된 북한을 개방·변화시켜 통일로 인도할 수 있다.그러나 국제화는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안된다.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의식과 행태가 국제화되어야 한다.모든 일에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책임지려는 자율의식과 지구촌시대에 걸맞는 개방적 사고와 행동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특히 90만 공무원 개개인이 먼저 자기혁신을 통해 성숙된 국제인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하여야 한다.치열한 국제경쟁을 뚫고 선진국이 되기 위해 공무원은 우리 정부가 제공하고 있는 각종 행정서비스가 외국정부의 그것에 비해 경쟁력이 있는 것인지 여부를 항상 연구하고 개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미래지향적·세계지향적으로 사고하고 민간의 창의와 공정한 경쟁을 북돋워 주려는 의식에 투철해야 한다.눈앞에 닥친 21세기에는 냉철한 자기성찰과 국제적 감각없이는 국가는 물론 자기 자신마저도 낙후될 수 밖에 없다는 엄연한 진리를 90만 공무원들과 함께 이번 기회에 다시한번 되새겨보고자 한다.
  • 「실명경제」 뜻밖의 조기정착/3분기 6% 성장의 의미

    ◎기계류 출하·수입 8월이후 증가세/수출 엔고로 호조… “정상화 단정” 일러 침체의 늪에 빠진 우리 경제의 회복이 금융실명제로 1∼2년 정도 늦어질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정책당국자나 기업인,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실명제의 후유증을 걱정했었고 실명제 초기 약 한달간은 실제로 충격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한은이 12일 밝힌 올 3·4분기의 성장률 6%(추정)는 우리 경제가 회복국면에 들어서고 있음을 말해준다. GNP를 추계하는 한은마저도 3·4분기의 성장률이 예상 밖으로 높게 나오자 다소 놀라는 모습이다.한달 전에 내놓은 올 하반기의 성장률 전망치(4.2∼4.7%)보다 1.5%포인트 가량이나 높아졌기 때문이다.한은의 김시담 조사담당이사는 『완전한 회복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기는 아직 이르다』며 매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그러나 지난 9월부터 경기가 살아나는 조짐들이 뚜렷해지고 있다. 가장 뚜렷한 조짐은 설비투자 관련 지표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설비투자와 직결되는 기계설비류 출하액은 올 1∼7월(6월 제외)까지는 줄곧 줄었으나 8월 들어 작년동기보다 5.8%가 늘어난 데 이어 9월에는 증가율이 20.7%에 달했다.기계류 수입액도 1∼7월(4월 제외) 중 감소 행진을 계속했으나 8월에 11.4%가 는데 이어 9월에는 13.1%로 더욱 높아졌다.6개월 후의 설비투자를 짚어보는 선행지표인 제조업 부문의 기계발주액 증가율은 이미 지난 8월 중 48%로 91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9월에도 39.4%를 유지했다. 수출도 엔고의 영향이 가시화되면서 철강,전기·전자,반도체,자동차,기계류 등 중화학공업 제품을 중심으로 호조를 보여 지난 9월의 수출 증가율을 9.5%로 끌어 올렸다. 건설투자의 경우도 정부의 건축규제 완화에 힘입어 건설공사 발주액이 9월에 41.1%,3·4분기 전체로는 26.5%가 늘었고 건축허가 면적도 9월에 48.5%,3·4분기 전체로는 21.4%가 늘어 성장률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 교육의 국제화/선우 찬호 특허전문 미국변호사(굄돌)

    세계는 통제경제에서 자유경제 체제로 급변하고 있다.러시아에 이어 중국까지도 자유경제 체제를 표방하고 나섰다.제2의 산업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나라와 나라 사이를 가로막던 국경이 점차 무너지고 다국적 성격을 띤 상품이 국적에 상관없이 전 세계적으로 교류되고 있다.한국에서 생산된 반도체가 미국에서 제조된 컴퓨터에 내장되어 유럽에 수출되고,일본 회사가 미국에서 자동차를 제조하여 다시 일본에 역수출 하고 있다.이제 국제경쟁은 더욱 치열해 졌고,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이것은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이며 또한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이러한 소용돌이 속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지식의 경쟁력」이 필수적이다.지식은 수많은 정보를 정확히 해석하여 적시에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이다.또한 지식은 교육을 통하여 얻어진다.현재 한국 대학생의 학업량이 선진국 대학의 평균치에 훨씬 못 미치고 질적인 면도 뒤진다고 한다.국내 명문 대학마저도 선진국에 비해 교수의 숫자가턱없이 부족하고 연구 설비투자는 더욱 빈약한 실정이다.상당수의 사립대학의 재정이 학생들의 학비에 의존하고 있다.큰 걱정이다. 우리 한국인의 두뇌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더구나 한국인의 교육열은 세계 최고이다.좋은 환경만 조성되면 노벨상이 문제가 아니다.지식의 경쟁속에서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다.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의 개혁이 필요하다.개혁의 초점은 제2의 산업혁명에 걸맞는 지식의 국제 경쟁력에 맞추어져야 한다.이것은 교육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적어도 교수와 학생 수의 비율이나 학생들이 실습할 수 있는 연구 및 도서,정보 자료 시설을 국제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교육의 성격이 교육의 자율성을 통하여 국제시장에서 요구하는 전문 지식과 호흡을 같이 하여야 한다.국제 경쟁력이 없는 교육 속에서 국제경쟁력이 있는 국민을 기대할 수 없다.우리의 찬란한 역사를 창출하기 위해 교육의 과감한 개혁,아니 혁명이 필요하다.
  • 대통령 경칭을 찾습니다(청와대)

    「각하」대신 쓸 수 있는,품위 있는 용어는 없을까. 청와대가 새정부 출범 8개월이 지나도록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난제다. 「각하」는 아무래도 권위주의적 냄새가 나고 문민정부의 이미지에는 맞지 않는 것 같다.그래서 청와대 비서실은 대통령을 부를때 쓸 호칭을 개발하려고 다양한 연구를 해왔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청와대의 연구는 성과 없이 끝났다. 8개월이 지나면서는 그냥 편리한대로 부르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어떤 비서관은 각하로,또 어떤 비서관은 총재님으로,이도저도 아닌 사람은 그냥 호칭없이 할 말만하기도 한다. 대통령 부인에 대한 호칭도 영부인이란 말을 대신하는 용어를 못찾고 있기는 마찬가지다.어떤 사람은 사모님이라 부르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영부인이라고 부른다.그러나 절대다수는 그냥 『저…』하고 말끝을 흐리는 것으로 순간을 넘기고 있다. 한관계자는 『무심코 사모님으로 불렀다가 「참,사모님은 아니지」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른 적당한 말을 찾을 수 가 없었다』고 했다.그는 지금은 그냥 『저…』하고 부른다고 말했다. 각하를 대체할 용어찾기 작업은 김정남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이 맡았었다.여러경로를 통해 알아보았다고 한다. 대통령에게 질문을 할때는 『대통령께서는…』하는 표현이 관행화 되고 있다.기자회견장이나 간담회등에서 기자들은 대통령에게 질문을 하면서 『대통령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말하고 있다.듣는 쪽이나 이야기하는 쪽이나 서로 불편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과 둘이 앉아서 이야기할때나 대통령을 직접 불러야할 때는 그렇게 쉽지가 않다.『대통령,하고 부르기에는 역시 이상하다.국가원수에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고 시비조로 느껴진다.그렇다고 대통령님하고 부른다는 것도 우습다. 장관이나 시장,실장등에는 오히려 님자를 붙여도 어색하지 않은데 대통령님은 뭔지 모르지만 맞지 않다.결국 각하가 입에 익어 그런지 편하다는 걸 느꼈다』(고위관계자) 지금 정부의전등에는 대통령을 부를때 쓰는 용어가 정해져 있지 않다.지난번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는 진행자가 「대통령각하」라고 불렀다.그러나청와대행사에서는 그냥 『대통령께서 입장하고 계십니다』나 「대통령께」라는 표현이 많이 쓰인다.경우에따라 진행자에 따라 각하라는 호칭이 쓰였다,안쓰였다하고 있는 셈이다. 각하호칭을 다른 말로 바꾸자는 움직임은 6공정부 초기에도 있었다.그러나 이때도 적당한 단어를 찾지 못했고 각하라고 불렀다 말았다 했다. 87년 12월20일 새벽 노태우 당시 대통령당선자는 서울 서대문구 홍은3동의 쓰레기 하치장을 찾아 환경미화원들을 격려하고 있었다.이때 한 참석자가 『대통령 각하』라고 불렀다.이를 받아 노당선자는 『각하라는 호칭을 제발 쓰지 말아달라』고 당부한 적이 있었다. 이후 정부 의전관계자들 사이에서 대체호칭 찾기 작업이 벌어졌으나 유야무야 되고 말았다. 김영삼대통령이 각하라는 호칭을 어떻게 받아 들이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없는 상태다.그런 호칭이나 격식에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어서 별 생각없이 자신과 부인에대한 호칭을 듣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국어사전들은 각하에대해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에대한 경칭의 한가지라거나,특정한 고급관리에 대한 경칭으로만 설명하고 있다.민병하교수(성균관대)에 따르면 각하라는 용어는 일제강점기때 친임관(천황이 임명)칙임관(칙령에의해 임명되는 관리)주임관(사무관)이상을 부를때 쓴 용어로 최상의 경칭은 아니지만 광복후에도 높은 관리를 부를때 그냥 사용해왔다고 한다. 이경재 청와대대변인은 『적당한 표현도 없고,각하라는 말 자체가 권위주의적인게 아니라 그호칭을 받았던 사람들이 권위주의적이었을 뿐』이라면서 『억지로 다른말을 찾는것보다 그냥 쓰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 한·중 외무 북경회담 성과와 전망

    ◎“한반도 비핵화 지지” 대북 압력 효과/물리적 마감시한내 북핵 논의 중요/무관부 교환 방위정책 투명성 보장/황사현상 등 공해물질 공동조사 길도 열어 한승주외무장관과 전기침 중국부총리겸 외교부장간 외무장관회담이 열린 28일 상오 조어대는 간간이 가을비가 내리는 잔뜩 흐린 날씨였다.그러나 방비원 회담장 안은 「쾌청」이었다.회담에 배석한 정부의 한 당국자는 『회담은 양자관계·북핵문제·국제관계순으로 진행됐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소개했다.전체적으로 만족할만한 수준의 대화가 오갔다는 얘기다.우리로 볼때 이번 회담의 1차적 목적은 중국을 통해 북핵문제 해결에 진전을 이루자는 것이다.북핵문제의 물리적 마감시한을 앞두고 중국의 태도는 중요한 관건이 될수 있다.미국을 통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라고 생각된다.중국은 어찌됐든 북한과 동맹국이다.그 중국의 부총리겸 외교부장인 전기침이 『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지지한다』고 말한 것은 핵안전조치의 계속성이 중단될 급박한 상황에서 북측에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할게 틀림없다.따라서 한장관은 북핵에 대한 한·중 양국의 합의점을 찾기보다는 인식의 일치에 초점을 맞추었던 것으로 보이며,어느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한장관은 이날 그동안 우리가 보였던 북핵해결을 위한 대화 노력을 설명했고 전부총리는 이에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그는 나아가 미·북 3단계회담이 열리길 기대하면서 중국도 나름의 역할을 계속할 것을 약속했다.한장관은 회담이 끝난뒤 『전부총리가 북핵을 낙관적으로 보고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결국 북핵과 관련된 이번 회담의 또 다른 성과라면 이 부분에 대한 중국의 대북 설득 역할과 미흡하나마 북한의 기류를 감지했다는 점을 들수 있다. ○북핵 해결 노력 설명 여기에 양국 외무장관이 연내에 서울과 북경 상주대사관에 무관부 설치를 합의한 것도 성과로 꼽을 수 있다.이는 양국 방위정책의 투명성을 상대국에 어느정도 보장하겠다는 의미를 담고있기 때문이다.특히 이 부분은 우리 정부가 구상중인 중국을 포함한 미·일·북한등 한반도 주변국들과의 동북아다자안보체제 구축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있다.그래서 외무부 당국자들은 『한·중관계를 한단계 끌어올릴수 있는 상징적 합의』라고 말하고있다.양국은 현재 각각 서울과 북경의 상주공관에 파견할 5명의 영관급 장교를 이미 내정해놓은 것으로 알려진다. 아울러 양자관계에 있어 「이중과세방지협정」 「영사협정」 「항공협정」 「문화협정」등 주요 현안에 대해 『빠른 시일내에 마무리 짓기로」 원칙적 합의를 이룬 것도 양국관계를 미·일등과 같은 정상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정지작업으로 평가되고 있다.양국 외무장관은 지금까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에 있어 괄목할만한 발전이 있었음을 인정했다.그러나 보다 활발한 경협·인적교류등을 위해서는 이같은 협정들이 조속한 시일내에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한 것이다.그만큼 양국관계의 비중이 갈수록 증대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상주 공관장교 내정 특히 이번 회담을 통해 최근 중국의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배출되는 각종 공해물질에 대한 공동조사와 대응책 마련을 위한 교두보를확대했다는 점이다.우리는 그동안 중국의 황사현상마저도 속수무책이었던게 사실이다. ○관계격상 정치작업 그러나 이날 체결된 「환경협력협정」으로 최소한 실태조사와 대응책 마련을 위한 공동의 장이 열린 셈이다. 그러나 북핵문제에서 보듯이 양국은 원칙적 합의와 간접적 성과만을 거듭했을 뿐이다.그동안 열린 4차례회담의 벽을 뛰어넘지 못했다고 볼수 있다.크게보면 중국의 이중성과 핵해결의 해법이 워낙 복잡한데 기인하지만 양국관계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 회담이라 할수있다.
  • 영혼과 육체의 조화/김정란 시인·상지대교수(굄돌)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어쩌면 육체적 실존의 어두움을 받아들일 줄 알게 된다는 뜻일까.젊었을때 나는 육체에 대해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나는 정신의 화사함과 영광에 몰두했을 뿐이다.육체의 들쑥날쑥함,빛의 결여,임박한 부서짐에 비하여 정신은 얼마나 안전하며 항구적이며 승리의 예감에 가득차 있는 것으로 보였던가.나이가 먹어가면서 나는 조금씩 내가 한구석에 보리자루처럼 던져두었던 구박덩이 육체를 바라본다.그리고 서서히 내 영혼에 비로소 깃들이기 시작한 겸손의 덕성과 더불어 그것의 신음소리를 알아듣기 시작한다.그렇군.나는 세계가 어두움의 두께라는 것을,불투명한 「있음의 고뇌」라는 것을 알아차리기 시작한다. 얼마전에 고등학교 후배가 프랑스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그녀는 몇년동안 지독히 아팠고 몇번에 걸친 대수술을 받아야했고 병원 침대에 누워 꼼짝도 할 수 없었다.그러나 고독과 고통의 감옥 속에서도 그녀는 공부에 정진했고,그리고 학위논문을 끝낼 수 있었다.그녀의 얼굴에는 그런 상상할 수 있는 고통을 겪어낸 사람이라고 느껴지게 하는 구석은 아무데도 없다.치열한 싸움 끝에 도달한 자기 확신 때문일까.불어불문학회 학술발표회장에서 조용히,고요히 자기의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그녀의 얼굴은 내게 거의 천사처럼 느껴졌다.그녀가 마주해야 했던 고통의 성격이 어떤 것인지,어떻게 그녀의 젊은 육체가 그것을 감당할 수 있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내가 알고 있는 것은,육체의 고통을 거쳐서 하나의 세계를 이루어낸 자의 내면에 깃들이는 고요의 가치뿐이다.아직도 목발을 짚고 걸어야 하는 그녀 곁에서,내 영혼은 아직 내것이 아닌,그 평온함을 바라보며 조용히 흔들렸다. 갑자기 삶이 아기처럼 내 앞으로 다가왔다.그것은 팔을 벌리며 혀짜래기 소리로 말했다.엄마,안아줘.문득,모든것을 다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삶이라는 이 근원적인 모순마저도 어쩌면 한꺼번에 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 부모의 성적집착에 시드는 2세 재능(교육 개혁해야 한다:6)

    ◎나도 잘하는게 있어요/“공부 못한다” 무조건 구박 일쑤/대화통해장점찾아 북돋워줘야 서울 강남구 J중학교 2학년 김모군(14)은 반에서 중간정도의 성적이지만 학교생활이 즐겁다. 집에서는 항상 『공부하라』는 어머니의 성화를 받지만 김군은 학교에 가면 친구들에게 인기가 대단하기 때문이다. 김군은 만화그리기에 소질이 뛰어나 친구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고 학교에만 가면 그림을 그려 달라는 친구들의 요청을 받느라 정신이 없다.영어·수학·국어 등 일반 학과목은 친구들보다 뒤처지지만 만화그리는데는 따를 친구가 없어 학급지를 만들거나 학예회 연극공연때는 바쁘다. 김군의 장래 꿈은 시사만화가가 되는 것이다.예전에는 중간고사나 학기말고사 성적표를 집에 갖고와 보호자 확인 도장을 받을 때마다 『성적이 이렇게 나쁘면 어떻게 하느냐』는 아버지의 걱정을 듣곤했다.그럴때면 김군은 『저도 잘하는게 있어요.앞으로 훌륭한 시사만화가가 될래요』라고 대답했고 담임선생님도 자기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그림에 소질이 있으니 열심히 해보라고 말했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그 이후 김군의 아버지는 『무엇이든 자기의 특기에따라 열심히 노력하면 된다』면서 기본 스케치법이나 미술기초 이론을 공부할 수 있는 책자를 사다주거나 『시사만화가가 되려면 여러가지 지식을 갖춰야 한다』며 역사·과학·문학서적 등을 많이 읽도록 권하고 있다. 가난속에서 숱한 고생끝에 중소기계제조업체 사장으로 자수성가한 박모씨(41·경기도 부천시)는 최근 아들에게 그동안 너무 소홀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눈물을 흘렸다. 공부에 전혀 뜻이 없음은 물론 툭하면 동네아이들을 두들겨 패 말썽을 일으키고 두번의 가출경력까지 있는 국민학교 5학년짜리 아들을 보다못해 박씨는 어느날 회초리를 들었다. 『왜 정신못차리고 그러느냐.도대체 너는 잘하는 일이 하나라도 있느냐』 『나도 잘 하는게 있단 말이에요』 『그래 뭐냐』 『선생님이 그러는데 우리학교에서 축구를 제일 잘 한대요』 그 순간 박씨는 자신이 대학은 못갔지만 고등학교때 필드하키선수로 이름을 날렸던 기억을 떠올리고는 회초리를 놓고 말았다. 박씨는 비록 학교성적은 나쁘고 말썽꾸러기인 아들이지만 다른 아이들보다 뛰어난 부분이 있다는 점을 깨닫고 지금까지 무조건 구박하던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다고 실토했다. 그는 지금 아들을 축구선수로 대성시킨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최근 여고동창생 모임에 나갔던 가정주부 최모씨(37)는 친구들과 아이들의 교육문제로 이야기를 나누던중 미처 모르고 있던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이날 모임에서는 『아이 속상해 죽겠어』라는 한 친구의 푸념이 발단이 되어 시간가는줄 모르는 격론이 벌어졌다.그 친구는 『학교성적은 중상 정도이지만 책과는 담을 쌓고 있는 국민학교 4학년짜리 아들을 보다못해 「너 이다음에 커서 뭐가 되려고 이렇게 공부를 안하니」라며 머리를 쥐어박았더니 아들이 「나는 나대로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거에요」라고 대들어 말문이 막혀버리고 말았다』고 푸념했다. 얘기끝에 아이들의 장래희망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개그맨·컴퓨터프로그래머·만화가·가수·탤런트·교사·경찰관·야구선수 등 말그대로 「10인10색」이었다.자신들이 어릴적에 흔히 가졌던 정치가·판사·검사·변호사·의사·군인 등이 되겠다는 아이는 7명의 친구 자녀 가운데 단 한명도 없었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발간한 「학교진로상담의 실제」라는 책자를 보면 특히 부모들의 그릇된 교육관이 자녀를 얼마나 잘못된 길로 가게 하는가를 잘 알수 있다.어느 중학교 3년생의 하소연이다.『부모님은 저에게 너무 큰 기대를 갖고 있어요.형이 대학에 못갔으니 저는 꼭 대학에 가야한다고 합니다.저도 대학에 가고 싶지만 제 실력으로는 합격할수 없는게 뻔합니다.또 저는 기계 만지는 것을 워낙 좋아해 공고에 가고 싶은데 부모님은 무조건 인문계로 가라고 하니 걱정이 많아요.게다가 아버지는 술마시고 들어오면 「너 대학에 들어가지 않으면 나 죽어버릴꺼야」라고 할 때도 종종 있습니다.저는 제 갈길로 가고 싶습니다.요즘은 어머니 아버지가 자꾸 싫어져요.불쑥불쑥 가출하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저는 꼭 기술자가 되고 싶어요』 또한 국민학생들의 목소리는 순진함이 담겨있다.『저는 머리가 나빠 의사가 될 수 없는데 부모님은 의사가 되라고만 합니다.꿈을 크게 가져야 한다고 학원도 세군데나 보내줍니다.그러나 저는 운동만 좋지 피아노 속셈 웅변학원은 정말 싫어요』 『저는 만화가가 꿈인데 부모님은 그것만은 안된다고 하면서 공부만 시킵니다.이제는 산수공부가 싫어서 기절할것 같아요.어머니가 정해준 숙제를 못하면 매맞기때문에 어떤때는 밤을 새우기도 합니다』 ◎재는 어떻게 키울까/특기계발 교육 이를수록 좋다/장석민 교육개발원 연구위원 사람들이 보여주는 재능과 특기는 매우 다양하고 각양각색이다.비슷한 재능을 가진 것으로 생각되는 사람간에도 가치관,성격,흥미,성장환경 등 개인적 특성의 차이로 많은 편차를 드러내는 것이 보통이다.이와 같이 다양한 재능과 특기가 발견되려면 그러한 잠재적 재능과 특기가 자극되고 발현될수 있는 다양한 환경에 노출되는 기회가 많아야 한다.이러한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되면,재능과 특기는 영원히 잠재가능성으로만 남게 되며 계발되기 어렵다.호랑이는 용감하고 대담한 동물로 태어난다.그러나 호랑이를 동물원에 가두어 기르면 그렇게 되지 않을 수 있다.재능의 발현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재능(Talent)이란 말의 그리스 어원은 현금을 뜻한다.재능은 지갑속의 돈과 같다.수입이란 따지고 보면 재능과 특기의 대가로 받는 돈을 의미한다.무재주 상팔자란 옛말이 있다.특별한 재능이 없으면 특별히 하고 싶은 일도 없고,다른 사람이 일을 부탁하는 경우도 없기 때문에 팔자가 편할 수 밖에 없다.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자기만의 재능과 특기가 없으면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고 잘 살기도 어렵다. 열쇠 하나만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잘 사는 사람도 있다.열쇠를 잃어 버렸거나 문제가 생긴 어떤 자물쇠도 그 열쇠 하나로 척척 열어주는 재능이 있기 때문이다.낡은 바이올린 하나만 가지고 잘 사는 사람도 있다.언제라도 그가 연주만 하면 사람들이 구름같이 모여들고 그의 재능에 감탄을 금치 못하며 돈을 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기네스북에 기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가 큰 부자는 아니지만 대체로 잘 살고 있다.그들이 가지고 있는재능에 대하여 세상이 그 대가를 지불해 주기 때문이다. 타고난 재능과 특기를 계발하려면 호기심이 있고 관심이 가는 여러가지 일과 활동에 참여해 보아야 한다.나이가 어릴수록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나 부끄러움을 덜 느끼고 외부조건을 의식하지 않기 때문에 순수한 재능과 특기를 드러내는 데 유리하다.어려서의 다양한 경험과 활동은 재능과 특기의 발견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뒷날 계발될 모든 능력의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이러한 점에서 국민학교 교육만이라도 시험위주,암기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다양한 재능과 특기가 발견되고 발현될 수 있도록 학생활동 위주의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개혁되기를 소망해 본다. ◎미국의 경우/국교부터 직업인식 길러주기/학교측 시간제 아르바이트 적극 권장/중고교엔 2∼10주 전문교과도 개설 교육부 산하 뉴욕교육원과 샌프란시스코교육원이 최근 교육부에 알려온바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요즘 대학교육회의론이 갈수록 비등하고 있다고 한다. 대학에는 꼭 가야만 하는가,대학교육이 진정 각 개인이나 국가발전·경제성장등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가 등에 대한 의심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해마다 배출되는 대학졸업자의 숫자는 1백만명 정도로 지난 60년의 40만여명에 비해 2.5배나 많다.그러나 이같은 양적팽창에 비해 대학졸업장이 개인이나 국가사회에 기여하는 폭은 그만하지 못하다는게 일반적인 평가이다. 얼마전 캘리포니아주에서 대졸자 가운데 직업훈련을 위해 다시 직업학교로 되돌아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소득수준을 조사한 결과 학사학위를 소지하고 있으면서도 연봉 8천달러 이하를 받는 저소득층이 10%이상인 것으로 나타나 대학교육회의론을 단적으로 반영해 주었다. 이러한 현상은 캘리포니아주에만 한정된게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인 것으로 파악돼 대졸자 극빈계층문제가 미국사회에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실제로 지난 91년 국립통계센터가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졸자의 40%가 자신의 전공과는 전혀다른 직종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에서는 대학진학의 가장 큰이유가 경제적 성공을 겨냥한 것으로 여겨져 왔으나 현실적으로는 대학졸업장이 이같은 기대를 제대로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것으로 판명됐다. 대학 4년동안 10만달러 이상의 학비를 들여 졸업뒤의 불확실한 보상을 바라기보다는 차라리 1년에 1백40달러를 내고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을 구독하는 것이 돈을 버는데 더 도움이 된다는 역설적인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초·중·고교시절 학과성적이 신통치 않거나 가정형편이 어려워 대학졸업을 하지못하고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대성한 인물을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장 빌 게이츠,게펜레코드사장 데이비드 게펜,ABC방송 앵커 피터 제닝스,CNN방송 대표 테드 터너등이 그들로서 이들은 남보다 우수하게 타고난 소질을 집중 개발,성공한 케이스다. 한편 요즘 미국에서는 4년제대학 재학생이 2년제대학인 커뮤니티칼리지에 역편입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이 역시 투자에 비해 소득이 기대에 못미치는 4년제대학보다는 2년제대학을 통해 빠른 사회진출을 노리기 때문이다. 즉 자신의 적성과 소질을 잘못 알고 진학했지만 뒤늦게나마 이를 깨닫고 방향을 급선회하는 것이다. 이같은 사례들은 이른바 「열린 교육」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미국이지만 개인의 소질을 살리는 적성교육에서는 여전히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다는 사실과 그만큼 학생들의 특기나 소질을 알아내는 일이 어렵다는 점을 동시에 말해주는 것이다. 이때문에 미국 교육계는 근래 학생들의 적성·소질·능력을 살리기위한 교육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 특히 국민학교에서는 현장 직업실습여행을 통해 직업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혀주면서 3학년때부터는 직업에 대한 편견을 없애도록 폭넓은 직업교육을 실시한다. 국민학생일지라도 학교에서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적극 권장하고 있으며 중고교에는 2∼10주의 직업교과과정이 개설되어 있다. 교과성적만으로 학생을 평가하여 숨겨진 재능과 특기를 되살리지 못하는 식의 교육은 이미 내다버린지 오래다.
  • 국제 경쟁력/선우찬호 특허전문 미국변호사(굄돌)

    밤 늦게 퇴근하다 보면 동네 주변에서 어린 학생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거니는 모습이 눈에 띈다.늦게까지 공부하고 귀가하는 모양이다.한창 운동하고 교양서적도 많이 볼 나이인데,입시준비로 시들어 창백하고 피로한 모습이 역력하다.자식을 둔 아버지로서 마음이 편치 않다. 우리는 어릴적부터 모든것이 치열한 경쟁이다.국민학교에서부터 등수가 매겨진다.그래서인지 경쟁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옆의 친구가 대상이다.고등교육을 받으면서도 크게 변하지 않는다.심지어 대학을 졸업하고 외국으로 유학을 가서도 경쟁의 대상은 번번이 같은 한국인 출신이다.그러다보니 우물안의 개구리처럼 시야가 좁아진다. 한국이 선진국의 대열에 끼기 위해서는 모든 분야에서 국제경쟁력이 있어야 한다.국제 경쟁력은 국제적 사고에서 시작된다.경쟁대상이 한반도를 벗어난 전 세계가 돼야 한다.2000년대에는 세계 대형 전자회사중 살아남을 수 있는 회사가 많아야 10개라고 한다.그 나머지는 도태된다.이같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국제적인 안목을 갖추어야 한다. 국제적인 안목을 갖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구촌에서 일어나는 정치·사회·경제·문화에 해박한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우리는 이러한 지식을 갖추기 위한 정보마저도 턱없이 부족하다.미국의 텔레비전 뉴스를 보면 태반이 외국소식이고 일간신문이나 주간잡지도 온통 외국에 관한 뉴스로 덮여 있다.우리의 텔레비전이나 일간신문과는 대조적이다. 선진국에서도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것은 소수의 지도층이라고 한다.우리의 지도자들도 국제적인 감각이 필요하다.지도자의 자질이 선진국가의 지도자에 비해 경쟁력이 있을 때 우리는 선진국 대열에 낄수 있게 된다.우리 사회 각계각층의 지도층인사들의 국제경쟁력 점수는 얼마 정도일까? 우리 모두 문을 열고 가슴을 펴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소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떳떳이 앞을 보고 나아가야겠다.
  • 김남일 「국경」/김영현 「풋사랑」(문학월평)

    ◎민중적 세계관·탄탄한 묘사력 탁월/국경/함경도 방언·농민생활 생생히 재현/풋사랑/소설을 시적정서 자리로 이동시켜 이 달의 문학평은 김남일의 「국경」(1부)과 김영현의 「풋사랑」이 있어서 무척 즐겁다.질척거리는 시궁창 속을 헤매다가 맑은 샘물을 만난 듯,산뜻한 산들바람을 만난듯한 느낌이 반갑고 상쾌하다.「청년일기」의 작가 김남일이 오랫동안의 산고끝에 마침내 발표한 「국경」에는 과연 만만치 않은 공력이 배어 있다.작가는 우리를 1920년대말에서 30년대 초의 함흥지방으로 안내한다.그 안에서 조선 공산당 재건운동과 함흥지방의 적색농조 운동,질소비료공장의 제네스트가 펼쳐진다(또 그 얘기? 왠 사회주의? 하고 지레 외면하지 말기를 바란다). 작가 스스로가 한번도 체험하지 못한 시간과 공간을 소설로 재현한다는 것은 공상 과학 소설이 아닌 다음에야,난감한 정도를 넘어서 위험한 일이기조차 하다.상상력의 무한정한 자유운동과 그것을 끊임없이 억누르는 사실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이 위험은 모든 역사소설이 피할수 없는 위험이기도 하지만,또한 역량있고 야심있는 작가라면 기꺼이 대결하고픈 위험이기도 하다.「임꺽정」,「토지」,「장길산」,「태백산맥」이 그러했고 그 작가들이 그러했다.그러나 「토지」나 「태백산맥」은 말할 것도 없고 「임꺽정」마저도 작가 당대의 언어와 생활체험이 창작의 긴요한 자산이 되었던 것이었다.김남일은 위의 작가들에 비하면 거의 완벽하게 무의 지점에서 출발했다고 보아야 한다.그런만큼 야심과는 달리 소설이 무미건조한 다큐멘터리나 과거사의 단순한 발굴­복원으로 끝날 위험성이 컸다는 말이다. 그 위험을 거뜬히 넘어서게 한 것은 이 소설 속에서 풍요롭고 다채롭게 재현된 함경도 지방의 생활상이다.절묘한 운율과 뚝심이 어우러지는 함경도 방언의 생생한 재현과 농민 생활묘사의 구체성은 이 소설이 지닌 최대의 미덕이며,무릇 소설의 성패가 바로 그 디테일의 진실성과 구체성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시키는 대목이기도 하다.작가를 단순한 기록자가 아니라 작가이게끔 하는 것도 바로 그 지점이다.그점에서 김남일은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역량을 보여주었다.디테일의 풍부함에 비추어 서사적 골격이 좀 미약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은 이제 1부만이 완결된 시점에서는 성급한 속단일수도 있겠다.김남일은 우리 민족문학이 미처 캐내지 못한 광맥을 잡았다.그의 탄탄한 묘사력과 민중적 세계관은 이 광맥을 90년대 민족문학의 새로운 보고로 만들고야 말 것이다. 김영현의 「풋사랑」은 80년대 청년들의 이야기이다.소재로만 보면 새로울 것도 없다.그러나 이 첫 장편에서 김영현은 80년대가 낳은 작가로 그를 일컫게 했던 「김영현적인 것」을 유감없이 발휘한다.「끔찍한 리얼리티」를 차마 보아내지 못하는 그의 정신은 소설을 차가운 산문성의 공간이 아니라 시적정서의 자리로 이동시키는 한편,세상 바깥의 어디로도 차마 나가지 못하는 그의 정신은 소설의 인물들을 이세상 한복판 그 격류 속에 집어넣고 마구 휘젓는다.내가 일찍이 다른 글에서 「낭만적 아이러니」라고 했던 그것은 김영현의 힘이기도 하고 또한 굴레이기도 하지만,어찌하랴 그것이 우리 시대의 숨길 수 없는 모습이기도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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