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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지금 경제를 볼모 잡을 때인가

    나라 경제의 앞날을 좌우할 경제개혁이 국회 파행으로 좌초 위기를맞은 것은 개탄스럽다.툭하면 경제가 여야 정쟁에 희생양이 되는 현실을 접하면서 분노와 서글픔이 앞선다.국회의원이라면 으레 ‘정치는 정치,경제는 경제’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터인데도 틈만 나면 정치논리를 앞세워 경제를 볼모 잡는 구태에 신물이 날 지경이다.이른바 선량(選良)이란 사람들에게는 민생 현안쯤이야 안중에도없다는 것인가. 여야는 당초 40조원의 추가 공적자금 조성안을 23일 통과시키기로잠정 합의했지만,검찰탄핵안을 둘러싼 가파른 대치로 정상 처리가 상당 기간 힘들 것이란 소식이다.국회가 이달 말까지 공적자금 추가 조성안에 동의해 주지 않으면 2차 기업·금융구조조정이 차질을 빚을것이란 점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기업·금융구조조정이 늦어질경우 대외신인도 하락은 물론이고 회사채 시장 경색으로 기업들이 엄청난 자금난에 빠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구조조정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못하면 기업의 줄도산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정부는 다음달 중 부실금융기관에 공적자금을 투입한 뒤 내년부터시행하는 예금부분보장제에 대비한다는 계획이었지만 국회 파행으로이마저도 물거품 위기에 놓여 있다.뿐만 아니라 재벌의 부당 내부거래 차단을 위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계좌추적권 시한연장 관련 법안과변칙적인 상속·증여 과세 강화에 관한 상속·증여세법 개정안 등 30여개 경제관련 법안의 국회처리도 늦어질 전망이다.이번 사태로 인한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고스란히 떠넘겨질 수밖에 없을 것이니 참으로딱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거듭 강조하지만 정치적인 문제는 정치적으로 풀고 경제는 경제대로푸는 것이 백번 옳다고 본다. 따라서 국회는 정경(政經)분리 원칙에입각해서 공적자금 추가 투입과 예산안 심의·처리 등 민생현안 처리를 위한 경제분야의 부분 정상화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그것이 나라경제의 파탄을 막고 더 많은 실업자가 길거리로 내몰리는 것을 예방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원내 제1당으로서 경제현안을 풀려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경제회생을 위한 구조조정이나 민생문제까지 정치적 인질로 삼는다면 이는 차기를 노리는 수권정당의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 공적자금 조성안에 대한 동의가 늦어져 경제위기가 현실화할 경우한나라당이 상당부분 책임져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회창(李會昌)총재는 경제현안을 내팽개치고 매사를 정치이슈화 하는인기몰이식 정치가 언젠가 부메랑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민주당도 한나라당이 공적자금 추가 조성안과 새해 예산안 처리에 협조하도록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 첫 여성 프로권투선수 백운정씨

    “여자라고 깔보면 안돼요.저도 알아주는 돌주먹이에요” 22살의 백운정양은 어엿한 여자프로복서다.지난 19일 한국프로복싱사상 처음으로 공식 여자경기를 치렀다.라이트급(62㎏ 이하)으로 출전,필리핀의 마리사 할라드를 4회 KO로 누르고 펀치에 대한 자신감을얻었다.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한 백양은 “첫경기라 긴장을 많이 했고 상대도 강했다”면서 “침착하게 연습때처럼 경기를 해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프로복싱인 만큼 대전료 40만원도 받았다.경기 뒤 소속 체육관인 인천대우체육관 동료들이 ‘돌주먹’의 탄생을 축하하며밤새 축하파티도 열어 주었다. 인천에 사는 백양의 본업은 애견미용사.낮에는 예쁜 강아지들의 머리를 손질하고 밤에는 체육관에서 비지땀을 쏟으며 샌드백을 두드린다. 백양의 복싱경력은 길지않다.처음부터 복싱을 좋아한 것은 아니다. 살을 빼위해 올해초 체육관을 찾았다 서서히 복싱의 매력에 빠져들었다.주위 친구들이 몰라볼 정도로 살도 많이 빠졌다.내친 김에 지난 9월 한국권투위원회(KBC)가 처음으로 실시한 여자복서 프로테스트에응시,당당하게 합격했다. 백양의 목표는 세계챔피언.경기 뒤 얼굴이 화끈거리고 온몸에 시퍼렇게 멍들었지만 경기장을 떠나지 않고 킴 메서의 세계타이틀전을 꼼꼼히 지켜봤다.“꼭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프로복싱 세계챔피언에 오르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박준석기자 pjs@
  • [오늘의 눈] 정보통신부의 해괴한 논리

    ‘불법도 괜찮다?’ 정보통신부가 해괴한 논리를 들이대고 있다.차세대 이동통신(IMT-2000)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서다.기술표준 논쟁의 마술에 걸리더니 이상해졌다.정책판단 기능이 마비된 것 같다. 정통부는 최근 3개 법률자문기관에 의견을 구했다.하나로통신이 한국IMT 컨소시엄의 재구성을 위해 예비 국민주주를 추가 모집하는 행위에 대해 물었다.질문사항은 두가지.적법한 주식공모 행위로 볼 수있느냐와 이같은 주주모집 방식이 사의나 기타 부정한 방법에 해당되느냐 하는 것. 첫째 질문에 대한 답변은 ‘적법’ ‘위법’ ‘더 따져봐야’ 등으로 엇갈렸다.둘째의 답변은 ‘사의나 기타 부정한 방법은 아니다’로공통됐다. 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묘한 결론을 도출해냈다.“사의나 기타 부정한 방법이면 허가 결격사유다.따라서 사의나 기타 부정한 방법이 아니라면 결격사유 역시 아니다.따라서 예비주주 모집이 위법이든,아니든 상관없다” 이 관계자는 이상한 논리도 곁들였다.“음주운전을 하고 서울대 입학시험을 보러가서 합격됐다고 치자.음주운전이불법이라고 해서 입학을 무효화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통부의 ‘하나로 편들기’가 위험수위에 이른 느낌이다.하나로통신은 유일하게 동기(미국식)를 신청했다.동기에 집착해온 정통부로서는 반가운 일이다.그러나 너무 반가운 나머지 앞뒤도 제대로 가리지못하는 인상이다. 이 관계자는 첫째 사항과 둘째 사항은 별개라고 주장했다.그러나 비유가 적절치 않았다.그런 비유로 도출해낸 결론이 제대로 될 까닭이없다.중차대한 정책 오류로 이어질 뿐이다. IMT-2000이 어떤 사업인가.초기 자본금만 해도 2조∼3조원에 이르는엄청난 사업이다. 국가의 내일을 좌우할 또 하나의 프로젝트다.그것을 주인이 엉터리인 회사에 맡기겠다는 것인가.도무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최종 위법 여부는 증권감독위원회에 맡겨져 있다.적법하다면 문제가없다. 그러나 불법이라면 안될 일이다.하나로통신 관계자마저도 “예비주주 모집행위가 불법이라면 우리가 사업을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그런데도 정통부는 하나로통신 편만을 들고 있다.아직도 뭐가잘못됐는지모르고 있다. 박대출 디지털팀 차장 dcpark@
  • 이천 공해처리시설 안갖춰…주민고통 4년째

    불법소각행위를 단속해야 할 자치단체가 공해처리시설도 갖추지 않은 소각로를 운영하면서 다량의 유독가스를 배출하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젖은 쓰레기는 물론 소각대상이 아닌 특정폐기물까지 태워인근 주민들이 악취와 두통을 호소하고 있다. 16일 이천시와 주민들에 따르면 시는 96년 이천시 장호원읍 장호원리 38에 4,020만원을 들여 1일 0.8t(시간당 0.95㎏) 처리 규모의 간이 소각로를 설치했다.이 지역은 96년 매립이 끝난 장호원쓰레기매립장으로 인근에는 지역의 특산물인 복숭아와 배를 재배하는 과수원이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이 소각로는 집진시설이나 가스처리시설이 없는 간이 소각로로 종이류나 나뭇가지 등 소규모 쓰레기만을 처리해야 돼지만 이를무시한 채 매립장으로 가지 못하는 목재 가구 등 이천시에서 발생되는 대형쓰레기의 소각로로 사용되면서 유독가스를 무단 배출하고 있다.소각량도 1일 2t가량으로 처리능력을 2배 이상 넘어선다. 특히 위탁처리해야 하는 타이어나 플라스틱,염색천,매트리스 등 특정폐기물은 물론 냉장고와 세탁기,소파 등까지 태우고 있어 불법행위를 단속해야 할 시가 오히려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소각과정에서 발생되는 먼지는 인근 과수원에 큰 피해를 주고 있고악취를 호소하는 주민들은 수년째 시청 관계자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현 폐기물관리법에는 시간당 처리규모 0.25㎏ 이상의 소각로는 집진시설과 가스여과시설을 갖춰야 함에도 시는 이같은 시설을 만들지 않았다. 주변에서 과수원을 운영하고 있는 주민 백두현씨(46·장호원읍 장호원리)는 “쉴새없는 가스냄새로 평소 두통을 호소할 때가 많다”면서“낮에는 목재들을 부수어 태우다가 흐린날이나 어두운 저녁시간에는매트리스 등 유독가스를 발생하는 물건들을 태워 눈을 뜰 수 없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소각행위가 불법인 줄은 알고 있지만 예산부족으로 소각장 건립에 어려움이 있다”며 “부지선정작업도 주민들의 반대로 번번이 실패해 이도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천시는 지난달 신둔면 지성리 공사현장에서 나무 등을 태운업주를 불법소각으로 고발조치했다. 이천 윤상돈기자 yoonsang@
  • 첫 단추 잘못 꿴 ‘동방수사’

    동방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지만 아직까지도정·관계 로비의혹 등이 규명되지 않아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검찰이 처음부터 실체 규명에 소극적이었던 것이 아니었느냐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초동수사 미숙 첫번째 ‘단추’부터 잘못 꿰어지기 시작했다.유조웅(柳照雄) 동방금고 사장과 오기준(吳基俊) 신양팩토링 대표 등 이경자씨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규명할 ‘열쇠’를 쥐고 있는 핵심인물이 모두 해외로 도피한 것. 이에 따라 서울지검 특수2부(부장 李德善)는 12일 유씨와 오씨를 송환하기 위해 법무부를 통해 범죄인인도요청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도피를 방치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지만 이들의 ‘역할’이 사실로 드러남에 따라 초동수사의 잘못을인정한 셈이 됐다. 지난달 21일 미국으로 도피한 유씨는 대신금고 불법대출과 유일반도체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발행에 따른 금감원 검사를 무마,또는경징계 조치해 주는 대가로 11일 구속된 김영재(金暎宰) 부원장보와장래찬(張來燦·사망) 비은행검사1국장에게 수억원의 주식과 현금을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이경자(李京子·구속) 동방금고 부회장의 측근인 오씨도 김부원장보에게 현금 5억원을 준 혐의를 받고 있으나 지난달 26일 괌으로 출국했다. ■실체 규명에 소극적 검찰은 “금감원 고발 내용에 대한 수사가 우선”이라며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않았다.정씨의 사설펀드 가입자 부분도 마찬가지.검찰은 “펀드에 가입했다는 것만으로 죄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법논리를 앞세웠다. ‘청와대 과장’을 사칭한 전 청와대 8급 위생직원 이윤규씨(36·구속)가 2억8,000여만원의 주식 투자 손실 보전금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지만 이마저도 청와대로부터 통보받아 알게 됐다. 정현준한국디지탈라인 대표가 언급한 검찰 간부 연루 의혹에 대해서는 손도 대지 못했다.검찰은 그 이유를 “이경자씨가 부인한다”고 설명했지만 ‘자기식구 감추기’라는 비난이 적지 않다. ■김영재 영장 소명 부족 서울지법 한주한(韓周翰) 영장전담 판사는“김영재부원장보가 옛 아세아종금의 증권사 전환문제 등과 관련해이 회사 신인철(구속) 상임감사로부터 현금 4,950만원을 받은 혐의가인정된다”고 밝혔다.그러나 유씨와 오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에대해서는 “소명이 부족하다”며 기각했다.정현준·이경자씨의 돈을건넸다는 주장만 있을 뿐 중간 전달자인 유씨·오씨의 진술과 물증이없다는 설명이었다. 검찰은 구속만료일인 14일 정현준·이경자씨를 기소하면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할 계획이지만 현재로서는 성과물을 내놓기는 어려워 보인다. 박홍환기자 stinger@
  • [외언내언] 시내전화의 운명

    1970년대 중반,전화를 집에 처음 놓았을 때의 감격을 생각하면 요즘집 전화기를 홀대하고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이 가끔 든다. 이동전화를많이 쓰는 데다가 지난달부터는 인터넷 연결마저 케이블 텔레비전 회사의 회선을 통해서 하게 되니,이제 집 전화기는 낮에 아무도 없을때 전화 받아주는 자동응답기로밖에 별로 쓰이지 않게 됐다. 당연히 한국통신의 ‘위풍당당 행진곡’도 끝나가고 있다.유선전화사업은 오랜 세월 체신부를 거쳐 한국통신이 독점해 왔으나 그 독점도 이제는 시내전화 정도에서만 유지되고 있을 뿐인데,한통이 10일공청회에 내놓은 ‘유선통신 요금구조 조정방안’을 보면 시내전화독점의 영화마저도 물러가고 이동전화와 겨뤄 살아 남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배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오르기만 하던 시내전화 통화료가 1982년 이래 처음으로 내린다니 역사의 수레바퀴는 어쩔 수 없는가 보다.도시지역 기준 45원인 통화료는 36원 또는 38원으로 낮추고,컴퓨터통신과 인터넷 사용을 위한 014XY 요금도 11% 내리겠다고 한다.소비자 처지에서야 요금이 내리면 내릴수록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기본요금은 2,500원을 4,500원으로(도시지역 기준) 올린다는것이다. 기본료가 너무 싸고 통화료가 너무 비싸게 되어 있는 지금의불균형한 요금체계를 균형 있게 바꾸려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금의 요금체계가 비정상적인 것이라는 말은 맞지만 이것이야말로자업자득 아닌가.한국통신은 무경쟁 독점시대에 손쉬운 방편으로 통화료 인상만 거듭해 왔기 때문이다.기본료 인상은 그 취지를 가입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지 않으면 반발을 받을 수밖에없을 것이다. 한국통신은 각종 유선 선로의 소유자로서 한국을 대표하는 통신회사다.또 초고속망 구축 경비 80%를 부담해야 하는 기관이다. 이런 막중한 임무에 비하면 국민의 신뢰는 그리 높지 못한 듯하다. 한 예를 들면 설비비형 가입자를 가입비형 가입자로 전환하도록 열성적으로 권유하면서 그럴 경우 기본료가 갑절로 오른다는 설명을 빼놓아 원성이 높다. 시내전화의 음성통신 이용이 계속 줄어든다지만 데이터 통신 이용은날로 늘고 있다. 그렇다면 014XY 요금을 11%만 내릴 것이 아니라 절반 정도로 확 떨어뜨리는 것이 좋다.이 요금에 마음 졸이며 접속하고있는 사용자들을 지금 잡지 않으면, 이 글 쓰고 있는 필자처럼 다른서비스를 찾아 떠날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값싸고 확실한 통신 수단으로는 시내전화만한 것이 없다.이런 장점을 살려 부단히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한다면 앞날의 운명이그리 어둡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박강문 논설위원 pensanto@
  • [대한광장] “인간은 법대로만 살 수 없습니다”

    부모라면 누구든 한결같이 자신들의 아이가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란다.정직해야 한다,바르게 살아라,나쁜 짓 하지 말라 등의 말은 이미 부모가 되고만 우리 역시 지난 시절 자라면서 부모로부터 귀가 따갑도록 들어온 것들이었다.그런데 그런 것들은 불행하게도 그저 말로써‘교과서’적인 가르침뿐이었을 뿐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정작 우리가 살면서 몸으로 체득하게 된 삶의 지혜란 그와는 정반대로“그리 살면 망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얼마 전 스스로 목숨을 끊고만 어느 공직자의 유서는 너무나 적나라하고 비극적이다.“인간은 법대로 살 수 없습니다”. 오죽했으면 그는 삶을 마감하는 마지막 순간에 그것도 그 하고많은사연 가운데 하필이면 이런 얘기로 시작하는 유서를 남긴 것일까.“인간은 법대로 살 수 없습니다”라는 하소연이 인간 본연의 존재적부조리를 일컫는 게 아니라면 이 말은 분명“우리 사회에서는 법대로 살 수 없습니다”라는 의미일 터이다. 법이란 그 사회의 최소 규범이자 최하위의 도덕률이다.윤리나 양심과 같은 고상한 덕목에 비추어 보면 턱없이 저급한 수준이기는 하지만 사회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마땅히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준을강제하는 것이 법이다.때문에 법이 무너지면 사회의 근간이 뒤흔들리게 되고,법의 권위가 상실되면 온갖 편법·비법·불법들이 난무하게마련이다.법이 무너지는 사회는 그야말로 마지노선마저 붕괴된 난장의 나락이 되기 십상이다.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사회적 약자들의 몫이 됨은 물론이다.“법대로 살 수 없다”는 유언은 그 한마디말만으로도 오늘의 우리 사회가 대체 어느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를단적으로 보여주고도 남는다.또 이 말은 동시에 우리 스스로를 향해곧장 내리꽂는 날카로운 비수가 되고 만다. 과연 ‘법대로’였다면 빌게이츠의 성공 신화가 아닌 다음에야 불과삼십을 갓 넘긴 나이의 어린 한 사업가가 수백억원이라는 우리로서는 헤아리기조차 힘들 정도의 돈을 마치 주머니 속 쌈짓돈 굴리듯 주물러왔다는 사실이 어디 가능하기나 했겠는가. 사람이 법대로 못 산다면 지키든 말든 상관없이 법은 그저 명문상의 법으로서만 있게 하든가,아니면‘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법을 세상에 맞추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이같은 말이 지나친 비아냥일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대신 학연·지연·인연과 같은 연고주의나 심지어 관언협착,정경유착 따위를 아예 합법화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그리되면 비록 법의 권위는 땅에 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최소한법의 효력만은 지켜질 것이 아닌가.이도저도 아닌 것보다는 낫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어차피 비웃기나 하듯이 법을 피해가며 온갖 탈법과 투기와 협잡과유착이 비일비재하게 또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마당에 그래도 법대로 살아야 한다고 외치는 것은 ‘공자님 염불하는 격’과 다르지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긴 한 나라의 장관이라는 사람이 심야 TV토론에서 방청객을 ‘구로공단 여공’으로 여기고 그들의 치마 속을 들여다보며 잠을 쫓았다는 얘기를 무용담처럼 늘어놓는 이 사회에서 과연 무슨 도덕과 윤리와법을 얘기할 수 있을까.이제 나는 자라나고 있는 어린아이에게 어른으로서 어떻게 살라고 가르침을 주어야 할지 암담하다.그나저나 법대로조차 살 수 없다면 정말로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그 뾰족한 수를과연 어디서 찾는단 말인가. 김 형 완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 金대통령 “JP 만나 국정 논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10일 “자민련과의 공조문제는 모든 성의를 다해 노력할 것이며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와도 만나 국정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이날 대전일보 창간 50주년을 맞아 가진 회견에서 “자민련과의 공조는 (97년)대선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김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검찰총장 탄핵안 처리 등을 앞두고 자민련의 캐스팅 보트 역할이 중요한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김대통령은 여권내 차기 대선주자와 관련,“국가지도자는 국민이 판단하고 정하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여권내에 훌륭한 분들이 열심히 활동하고 있고,그분들의 활동이 국민들로부터 평가가 쌓이면 지도자로서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며 저도 이를 존중할 것”이라고 말해선택기준을 국민의 지지에 둘 것임을 밝혔다. 또 기초단체장의 정당공천 폐지론에 대해 “지난 5년 민선자치행정은 착실히 뿌리내렸으나 지역이기주의,과욕과 전시적 사업확장,일부단체장의 전횡 등 문제가 없지 않다”면서 “지자체의 경쟁력을높이고 자율과 책임이 조화되도록 공감을 구해가며 제도적 개선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11·3 부실기업 퇴출 및 2차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4만∼5만명의 실업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지만 정보통신 분야에 20만명의 일자리가 비어있는 만큼 직업훈련수당이나 실업수당을 지급하는 등 정부차원에서 잘 마무리할 것”이라며 실업자 문제 해결에 자신감을 보였다. 오풍연기자 poongynn@
  • 美 대통령 선거/ 美민주주의 자존심 ‘상처 투성이’

    [탤러해시(미 플로리다주) 최철호특파원] 절차를 중시하고 긍지를가져왔던 미국의 민주주의가 치명적인 상처를 받았다. 치열한 경합 끝에 벌어진 미국의 2000년 대선전은 선거 과정에서의헐뜯기는 물론 미국 민주주의의 초석이라는 투표과정에서 불그러진논란으로 대선 과정 자체가 세계의 조롱거리로 변해버렸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양당제 정치의 허점인 양자대립 상황을 여실히드러내면서 마침내 여론마저 두 개로 쪼개버리는 병폐를 낳고 있는것이다. 애초 지난 11월7일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국내여론이 민주 대 공화로 양분되는 현상을 목격했던 미국내 지식인들은 이제 플로리다주 투·개표 상황에서 드러난 갖가지 문제점이 미국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있다고 우려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플로리다주 팜비치 카운티에서 발생한 투표용 전자기표기 시비 사건은 고의성의 여부를 떠나 주민들이 재투표를 요구하는 대선 사상 초유의 사태로 전개되면서 헌정중단의 우려마저 안고 있다. 플로리다주는 선거인단 25석의 향배가 이번 대선을 결정짖는 핵심변수가되면서 마침내 시비가 법정으로까지 갈 우려가 크다. 만일 플로리다주 법정이 선거관련 소송을 받아들여 재판을 벌일 경우 미국의 행정부 운명이 사법부의 손에 맡겨지는 또하나의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행정부의 수반이 누가 될 것인지 사법부의 결정에 의해좌우되는 것으로 3권 분립의 기초마저 흔들리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법률전문가들의 유권해석에 따르면 행정재판을 관할하는 판사는 선거의 무효에서 재투표 등을 명령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만일 법원의 판결 과정에서 불만이 터져나올 경우 이마저도 무시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어,이 경우 사법부마저 부정되는 것으로 미국의 민주주의는 그야말로 멈춰서는 상황이 된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미 정치계의 지도자들이나 국민여론은 아직까지 자신들이 추구하는 목표나 자신들이 원하는 인물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생각만을 고집하고 있어 사태의 심각성이 더욱 커 보인다.주지하다시피 미국의 여론은 이번 선거에서 철저히 양분됐다. 개표 결과 발표가 17일까지로 유예되면서 얻은 앞으로 약 1주일간의 시간은 어쩌면 200여년의 미국 민주주의 운명을 좌우하는 가장 귀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 현대건설 1차부도 원인 공방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인가,‘잘못된 약속’인가. 현대건설과 주채권은행이 현대건설 1차부도의 직접적 원인으로 일부금융기관의 여신회수를 들고 나오자 금융권 내부에 논란이 분분하다. ◆발단=지난 7월26일 외환·한빛·신한·하나은행 등 12개 은행장들은 현대건설 여신에 대해 9월말까지 전액 만기연장을 해주기로 결의했다.그러나 구속력이 없는 구두 합의라는 점에서,‘이탈세력’ 등장이 예견됐었다. ◆‘약속 파기다’=현대건설측은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8,000억원을 회수당해 도저히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고 주장한다.외환은행도“지난달에만 1,400억원이 회수됐는데 이중 절반이 은행이 돌린 것”이라며 제2금융권은 어쩔 수 없더라도 ‘손가락을 걸었던’ 은행들이 가세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특히 일부 우량은행이 가세한 점을 들어 외환은행과 약속을 지킨 나머지 은행들은 “누구는 (어음을)돌릴 줄 몰라서 안돌리느냐”며 극도의 이기주의라고 성토했다. ◆애초부터 잘못된 약속이었다=그러나 여신회수에 가세한 삼성생명·SK생명 등 제2금융권과 일부 은행은 만기연장 결의가 애초부터 잘못된 약속이었다고 반박한다.주채권은행이야 여신의 83%를 담보로 확보하고 있지만 나머지 은행들은 담보조차 없어 무작정 만기연장에 동참할 수 없다는 것이다.더욱이 현대건설의 자구이행이 미진한 상황에서는 여신회수 노력을 게을리하는 것 자체가 직무유기라는 주장이다. ◆우량은행,여신회수 안했다=이런 가운데 정작 여신회수 당사자로 지목된 은행들은 펄쩍 뛰고 있다.애초부터 잘못된 약속이었긴 하지만‘악법도 법’이라고 여신을 회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총 1,000억원의 여신 중 880억원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진 신한은행은 지난 5월말이후 지금까지 30억원밖에 회수하지 않았으며 그마저도 ‘은행장 합의’ 이전인 6월8일에 회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지난 10월10일 만기도래한 기업어음(CP) 300억원과 관련해서는 “이때는 은행장 약속 유효기간(9월말)이 지나 그중 50억원만 회수하려 했던 것”이라며 그러나 금감위와 외환은행이 ‘제동’을 걸어 결국 실패했다고 해명했다. 1,397억원의 현대건설 여신을 갖고있는 하나은행도 7월 이후 여신회수액이 135억원에 불과하고,이는 여신 만기연장과는 무관한 상업어음 할인 결제액이라고 주장했다.그러나 농협은 현대건설 주장대로 1,250억원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현대건설 주장과 실제 여신회수액간의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나자 해당은행들은 “현대건설이 자구이행 미진에 대한 책임을 은행측에 돌리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안미현기자
  • [유형준의 건강교실] 웃음과 건강

    기분좋게 술을 마시고 적당히 얼큰하여 체내의 순환이 왕성해지면 까닭 없는 웃음이 계속 나온다.또한 사춘기에 웃음이 헤픈 것도 이 시기에는 신체의 성장 발육과 생장이 활발하기 위해 심장을 포함한 순환이 왕성한 때문이다. 삿포로 의대의 다카시 나가오(高橋長雄) 교수는 다음과 같이 역설하고 있다.“웃음은 특수한 형태의 호흡운동이다.기쁘고 즐거운 심사가다채롭게 아롱져 표현된 호흡운동이 바로 웃음인 것이다. 이와 달리개운치 않은 마음이 저도 모르게 입으로 새어 나오면 한숨이 된다”실제로 너무 크게 지나치게 웃다가 늑골골절이 생기는 수도 있음은웃음이 가져다 주는 활기찬 호흡운동의 증거인 것이다. 하여간 스릴이 넘치는 장면을 보면 숨을 죽이고,마음이 들뜨면 숨이빨라지고, 속사정이 즐거우면 웃는 것처럼 생명의 억양은 호흡운동과밀접한 연관이 있다. 바꾸어 말하면 웃음은 순환의 활발한 징조요,다채로운 즐거움의 호흡이다. 그 수식이 어떻든 웃음은 입을 통해서 드러난다.입가에서,눈가에서웃음이 나온다고 하지만 결국은 입의 동작에서 파문이 번진 것일 뿐이다. 최근 동료가 던진 취중 질문과 대답이 생각난다.“그대의 입은 왜붙어 있는가.먹기 위해서,토하기 위해서,말하기 위해서,연지를 바르기 위해서,입맞추기 위해서,숨쉬기 위해서?” 그의 정답은 웃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필경 입은 웃기 위해서 있는 것 같다.그렇게 단정하기가 버겁다면입은 웃음을,속의 즐거움을 표현해 낼 수 있는 신체 일부라 한다면어떨까. 안그래도 이런 저런 말들이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세파요,건강도 입으로 만들어 선사하려는 세태다.이런 권유를 단단히 믿어보자.‘그저양쪽 어깨를 넉넉히 뒤로 젖혀 조용히 숨을 내쉬곤 잠시 후에 가슴이가득하다고 느껴질 때까지 깊게 천천히 숨을 들여마심을 열 두어번반복하면 답답한 우울이 달아나고 적극적인 웃음의 호흡동작이 된다’ 신경내분비계의 엔돌핀이 활발해짐을 느끼면서,웃음을 지배하는 간뇌(腦)의 기능을 토닥임이 무엇보다 간편한 건강 마련이 아닌가. 유형준 한림대의대 부속 한강성심병원 내과
  • [대한광장] 육아휴직, 미래에대한 투자

    최근 정부에서 육아휴직자에게 고용보험을 통하여 통상임금의 30%를지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아이가 돌이 될 때까지는 육아를 위해 휴직할 수 있다고 남녀고용평등법에서 명시한 지 13년이 지났건만,실제로 이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곳은 전체 사업장의 2.3%에 불과할만큼 육아휴직제는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출산휴가조차 다 찾아 쓸 수 없는 사내 분위기에서 만약 육아휴직을 받았을 때 돌아 올부서 전환이나 해고 등의 불이익이 두렵고, 또한 식구는 늘어났는데휴직기간중 무급으로 견뎌야 하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엄두를 내지못한 까닭이었다. 이렇듯 법전 속에 갇혀 있던 육아휴직을 살아 움직이게 하기 위하여 미흡하나마 30%의 휴직급여를 지급하고, 원직 복직시키지 않을경우 급여지급금을 사용자로부터 회수함으로써 육아휴직으로 인한 불이익을 방지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만시지탄이나마 다행한 일이다. 대체로 직장을 가진 여성들은 아이를 낳게 되면 집에 돌봐주는 아주머니를 두거나,영아보육시설에 맡기거나,친정어머니 또는 시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기게 되는데,대부분은 이도 저도 마땅치 않아 직장을 그만두게 된다.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가 멀리 떨어져 사는 까닭에 아이를 맡겨놓고 주말에 한번 또는 한달에 한번밖에 아이를 만나지 못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많이 있다. 실제로 아이를 키워보면 최소한 2년간의 육아휴직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어느 정도 사회성이 형성된 이후에는 오히려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이 엄마가 하루종일 데리고 있는 것보다 낫다는 연구결과가 있을 정도로 엄마가 낮시간 동안 아이와 떨어져 있는 것이큰 부담이 없음에 비해서,2년 이하의 영아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경우에는 엄마로서도 여간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맡아 키우는 사람으로서도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매일매일 가슴이 무너지는 전쟁을 치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아이로서도 사회성이 발달하기 전인 2년간은 한 사람과의 지속적인유대관계가 결정적으로 중요하고,이러한 지속적인 유대관계가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자폐증이나 주위산만 또는 성격장애 등의후유증을 평생떠안고 살게 된다.그 후유증으로 인해 치러야 할 사회적인 부담과 비용이 육아휴직 비용에 비하여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많다는 점에서 육아휴직은 비용지출이 아닌 비용절감의 제도라 할 수있다.그래서인지 선진국에서는 2년 내지 3년간의 육아휴직 기간을 두고 사회보험에서 일정한 급여를 보장해주고 있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적 여건을 고려하여 우선 1년간의 육아휴직을 30%의 급여 정도로 보장하고,그 보장을 재정상태가 양호한고용보험에서 시작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미흡하나마 우선 시작으로서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경총에서는고용보험이 아닌 건강보험에서 해야 한다거나,출산휴가 수당도 동시에 사회보험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등의 몇가지 조건을 걸어 제도 도입에 난색을 표하고 있으나,육아휴직 문제는 우리의 미래를 결정지을아이들의 성장에 관한 문제로서 최선의 방법이 생길 때까지 만연히기다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건강보험에서 전 여성을 대상으로 육아수당을 지급할 수 있다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그러나 고용보험과산재보험은 노동부에서,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은 복지부에서 나누어 관장하는 현실에서,근로자에대한 육아휴직 급여를 고용보험에서 지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장자연스럽고 가능한 수단으로 보여진다. 경총에서는 이 제도가 기업측의 여성노동 회피를 조장하여 결과적으로 신규 여성인력의 채용을 가로막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여성노동의 문제를 기업측에서 걱정하여 준다면서 같은 이유로 모성보호제도를 시행하지 않겠다는 것은 육아휴직급여에 대해 명분상 반대가 불가능하므로 다른 이유를 들어 딴지를 거는 것이라는 오해를받기 십상이다. ‘출산퇴직을 하여야 미혼여성의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발상은 여성노동을 값싼 산업예비군으로 묶어두려는 60∼70년대식 도그마일 뿐이다.육아휴직의 실질적인 보장은 법을 살아 있게 하는 것이고,엄마와 아이의 인권에 대한 보장이며,우리의 미래에 대한 매우 합리적인투자이다. 박주현 변호사
  • [김삼웅 칼럼] ‘낮은단계연방제’의 오해 또는 무지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합의한 6·15 남북공동선언 제2항을 두고 여러가지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가 북한의 ‘함정’에 빠져들고 자유민주체제를 훼손하는 것처럼설레발친다. 남북한은 분단 이래 각기 일방적인 통일방안을 내놓고 자기 선전 내지 정당화에 국력을 쏟아왔다. 마치 이솝 우화의 여우와 두루미처럼상대가 받기 어려운 통일방안으로 상대를 제압하고자 했다. 그러한 남북한이 6월 정상회담에서 처음으로 통일방안의 접점을 찾았다. 남과 북이 연합제와 연방제의 공통점을 찾는다고 합의한 것은 획기적인 진전이다. 이것은 멀리는 통일을 향한 출발점이고 현실적으로는 두개의 국가적 실체를 상호인정한다는 합의서다. 한국정부를통일론의 주체로 상정한 것도 과거 북한의 입장에서는 큰 변화라 할것이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안경호 서기국장은 지난 6일 낮은 단계의연방제를 “남과 북에 존재하는 두개 정부가 정치·군사·외교권등현재의기능과 권한을 그대로 갖게하고 그 위에 민족통일 기구를 두는 방법으로 북남관계를 민족공동의 이익에 맞게 통일적으로 조정해나가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북측의 이같은 개념규정은 남측의 국가연합제에 사실상 일치하는 호응이라 할수 있다. 남북한의 2국가 2체제를 유지하면서 통일기구를모색하는 것이 낮은 단계의 연방제라는 설명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 “북한의 변형된 대남전략”이라고 우기는 것은 보기에 딱하다. 그렇다면 통일논의를 하지 말자는 것인가. 남측의 국가연합제안 인정 부연하건대 공동선언 제2항의 합의는 남측이 북측의 연방제안에 접근한 것이 아니라 북측이 통일의 현실적인 경로로서 남측의 국가연합제안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남과북이 급격한 국가적 통합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체제의 인정과 공존·공영의단계를 통해 점진적으로 통일에 접근해간다는 것으로서 새로운 통일방안이라기보다 ‘통일접근방식’에 합의했음을 의미한다. 북한은 1990년대 이후 과거 연방제안의 경직성에서 탈피하여 통일방식의 현실성과 유연성을 점차 인정해 왔다. 6·15선언에서 표현된 ‘낮은 단계의 연방제’만 해도 그렇다. 1991년 김일성 주석의 신년사중 “잠정적으로 연방공화국의 지역적 자치정부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문제를 협의할 수 있다”는 대목에서 비롯된다. 즉 연방제안이 중앙정부에 외교와 국방등의 권한을 부여하는 ‘높은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그러한 권한마저도 지역정부에 넘길 수 있다는 ‘낮은수준’으로 변경된 것이다. 북측의 통일에 대한 접근방식이 과거 1국가론의 연방제 통일에서 2국가론에 가까운 연합적 성격의 연방으로 선회했다고 할수 있다. 결국 6·15선언 제2항의 합의는 남한이 통일방안을 수정한 것이 아니라 북한이 자신의 연방제 통일방안의 내용을 크게 바꾼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런데 북쪽에서가 아니라 우리쪽 일각에서 저들의 함정에 빠지고 있다는 주장은 무지이거나 남북화해를 헐뜯는 음해라고 하겠다. 새로운 통일방안은 양측이 함께 수용할수 있고 서로에게 이익이 될수 있는 호혜적이며 상생적이어야 한다. 일방적 이익을추구하는 통일방안은 우선 남북대화가 진행되지 않는다. 우리가 6·15선언 제2항의 합의와 관련,분명히 해야할 대목은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연방제안의 공통성 인정이 궁극적인 통일방안이나 통일국가의 상(像)에 대해 합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유민주는 통일의 기본가치 이 조항은 남과 북이 장기적인 평화공존의 방식을 통해 점진적으로통일로 나가는 경로 즉 ‘국가연합’ 또는 ‘낮은 단계의 연방’의방식을 통한 통일과정에 합의한 것으로서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와 화해와 협력의 주춧돌을 마련한 것이다. 어떠한 경우라도 우리의 통일방안에 자유민주체제의 기본가치가 훼손되거나 양보될 수 없다. 앞서 지적한 대로 오히려 북측이 종래의주장에서 연합제에 접근하게된 것을 주목해야 한다. 우리가 유념해야 할 것은 공동선언 2항을 당장 통일방안에 합의한것으로 과도하게 해석하여 통일국가의 체제나 이념문제를 확대하는것은 불필요한 이념대립을 야기하고 남북관계에도 좋은 결과를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김삼웅 주필 kimsu@
  • [대한광장] 우산 씌워 주는 남자

    일기예보는 분명 오후에 흐려져 비가 온다고 했다.그러나 마을버스를 타는 길가에 섰을 때부터 빗방울은 뚝뚝 듣고 있었다.그렇다고 집으로 돌아갈 기분도 아니어서 그냥 정류장으로 향했다.떨어지는 빗방울을 원초적이며 만년 우산인 손바닥으로 가리면서 버스가 오기만을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 내 곁으로 다가와 우산을 씌워주며 말을 건넸다.“요즈음도 일기예보는 역시 일기예보인가 봅니다.분명히 오후늦게야 비가 온다고 했는데….” 나는 고개를 돌려 내게 우산을 씌워주는 사람을 보았다.단정하게 옷을 입은 중년이었다.나도 겸연쩍게 웃으며 말했다.“이거 정말 고맙습니다.사실은 저도 그 말을 믿고 그냥 나왔는데….”“늘 그렇지요. 그러니까 예보죠.두발 부분만 가리면 되니까 같이 받으시죠.” 나는 가슴이 더워졌지만 더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골목을 돌아메뚜기머리 같은 마을버스가 그 이마를 정류장에 댔기 때문이다.길가에는 옥수숫대가 고개를 꺾인 채 도열하고 있었고 그 밑 자투리땅에심어진 콩대들이 바랜 잎을 비에 적신 채 가을바람을 맞고 있었다.누군가에게 서슴없이 우산이 되어준다는 것은 얼마나 따뜻한 일인가.나는 밖의 풍경과는 상관없이 가슴이 더워지고 있었다. 몇번 가다 서다를 반복하던 마을버스는 초등학교 앞을 지나고 있었다.거기에는 어느 산 단풍보다 아름다운 우산꽃들이 피어 있었다.빨간우산·노란우산·파란우산….원색이 환하게 불을 밝히는 그 우산들은 우중충한 날씨를 청명한 가을하늘처럼 밝게 바꿔 놓고 있었다.또한 그 우산 아래 먹포도 같은 눈을 꿈벅거리며 타박타박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기분이 더 좋아지고 있었다. 문득 어린시절 우산을 쓰고 학교 다니던 생각이 났다.대개의 경우우산없이 다니다가 연잎이나 오동잎 같은 것을 따서 가리고 달려가는 기분도 기분이었지만 댓살에 기름종이를 씌운 지(紙)우산을 들었을때의 기분은 최고였다.기름종이 냄새를 큼큼거리며 두툴한 대나무 우산대를 척 손에 들고 있을 때 참으로 뿌듯했다.가슴이 절로 펴지고며칠 동안 계속 비가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까지 했었다.그러다가 비닐우산이 나왔고 이후에는장중한 분위기의 검정우산이 나왔는데 그것은 우산의 제왕이었다.천으로 되어 있어 어지간해서는 찢어지지 않았고 우산살도 철사로 만들어져 얼마나 든든했던가. 하지만 흠은 우산을 잃어 버린다든가 우산살이 부러지는 일이었다. 그때마다 얼마나 혼났던가.물론 비닐우산은 나름대로 낭만이 있었다. 특히 그 우산은 연인과 함께 쓸 때 좋았다.하늘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소리를 가장 생생하게 들어서 좋았고 어쩌다 바람이 불기라도 하면우산 아래서 얼굴 붉힌 연인들의 얼굴이 환히 드러나고 그 때문에 얼마나 크게 웃을 수 있었던가. 그러나 이제 우산은 그다지 중요한 물품이 못된다.비가 오면 차를타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또한 우산이 너무 흔해져 귀중한 물품 축에도 끼지 못한다.요즈음 아이들은 그보다 몇배 더 비싼 물건을 잃어버리고도 별로 찾지 않는다고 한다.또한 변한 세상에서 산길을 걸어가며 우산을 나누어 받던 우정을 이야기하는 것은우스운 일에 속할지 모른다.하지만 서로의 어깨선을 맞추며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를 같이피하다가 서로의 바깥 어깨가 젖어 있다는 것을 바라보며 그 젖음만큼이 또한 서로에 대한 사랑이었음을 깨달으며키워가는 우정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요즈음 급진전되는 남북관계를 보며 빠르다느니 늦다느니 하는 말들이 많고 또 그것을 자기 삶의 실감으로 느끼는 일이 중요하다는 말들이 많다.그러나 그런 일이 세상이라는 큰 비를 같은 민족이니 같이우산을 쓰고 맞아보자는 일이며 또한 그 일은 서로가 말 없어도 우산을 서로에게 씌워주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강 형 철 숭의여대 교수·시인
  • 이·팔 일단은 “폭력종식”… 실천 미지수

    전면전 위기로까지 치닫던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간 유혈사태가 17일이집트의 휴양도시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중동 정상회담에서 극적으로 봉합됐다. 이번 회담의 최대 목표가 유혈사태 종식임을 감안하면 외형적으로는목표한 성과를 이뤘다고 볼 수 있다.그러나 실제로 중동에 평화가 정착될지는 의문이라는 시각이 많다.미봉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핵심 중재자로 나섰던 빌 클린턴 대통령마저도 회담 타결 이후 이번회담의 성과가 불완전하다고 시인했다.그는 “이번 합의에 환상을 가져서는 안된다”면서 “아직도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에서는 긴장이계속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와 아라파트 수반이 클린턴 대통령의발표를 뒷받침할 협정이나 성명에 공식 서명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측근인 나빌 사아드는“우리는 이번 합의에 만족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우리는 우리 민족의 생명을 보호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당장 급한 불을 끄기위해 유혈사태 종식에 구두로만 합의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클린턴 대통령은 2주내로 양측의 협상대표단을 미국으로 초청,이번 폭력 종식 합의에 따른 후속 대책을 협의키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는 바라크 총리와 아라파트 수반이 등에 업고있는 정치적인 부담감 때문에 비롯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아라파트 수반은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초청에 응했을때부터 팔레스타인인들로부터 집중 포화를 맞았다.100여명의 희생자를 낸 마당에 회담이 해결책은 아니라는 분위기다. 바라크 총리도 아리엘 샤론 당수의 리쿠드당과 비상정부를 구성해야할 만큼 자국내 입지가 좁아졌다.특히 리쿠드당이 팔레스타인에 대한강경책을 고집하고 있는 우익성향임을 감안하면 향후 비상정부 내부의 강경 목소리로 바라크의 합의가 무산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미국과 유엔이 주도할 진상조사위원회의 실효성도 의문시되고 있다. 아라파트는 처음부터 국제적인 진상조사위원회를 요구했었다.때문에아라파트는 회담 막판까지 미국 주도의 진상조사위원회는 결코 ‘국제적’이 아니라면서 거절했었다.때문에 언제든지 팔레스타인측이 진상조사위원회를 문제삼아 협상을 무효로 할 가능성이 있다. 회담 이후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에서 유혈사태가 종식되지 않는것만 봐도 이번 회담이 구심력이 없는 단순한 말잔치로 끝날 수 있음을 말해준다. 강충식기자 chungsik@
  • 문화스냅 2000/ 보통사람들 ‘마라톤 열풍’

    ‘참 별스런 취미군.그 많은 운동중에 왜 하필 그 지루하고 힘든 뜀박질이야’마라톤을 운동삼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제 솔직한 첫느낌은 그랬습니다.건강을 위해 또는 뱃살 빼려고 100리길을 죽자사자 뛴다는 게 쉽게 납득이 안가더군요.좀더 번듯하고 재미있는 운동도 많잖아요.배드민턴,농구,등산,테니스,수영,헬스,에어로빅 등등. 무슨일인지 요즘 전국이 마라톤 붐이랍니다.직장 또는 지역동호회 등에서 무려 10만명이 달리고 있고 자고나면 마라톤대회가 생긴다나요. 한강 둔치나 일산호수공원,그밖에 뛰기 좋은 장소는 어김없이 꼭두새벽 단잠을 물리치고,이슥한 밤이슬을 맞으며 운동화끈 질끈 매고 달리는 ‘중독자’들로 북적댑니다. “왜 뛰십니까” 물으면 “그냥 좋아서 달립니다.인생이 달라진다니까요”하고 스님네 선문답 같은 소리만 합니다. 마라톤,물론 우리나라와 인연이 깊죠.일제시대 때 손기정옹이 베를린올림픽에서 우승해 민족의 정기를 일깨웠고,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월계관을 쓴 황영조,98년 방콕아시안게임서 우승한 이봉주 등등자랑할만한 건각(健脚)들도 많습니다.그렇지만 그건 소수 엘리트선수들의 ‘신화’였지 보통사람의 해당사항은 아니었잖습니까. 최근에 요쉬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의 달리기 체험기 ‘나는 달리고싶다’를 번역한 마라톤광 선주성씨는 마라톤인구가 IMF(국제통화기금) 체제를 전후해 부쩍 늘기 시작했다는군요.평생직장이란 개념이깨지면서 한층 치열해진 경쟁세계에서,살아남기 위한 무기는 건강이라는 생각을 뼈저리게 했다는 게 그의 분석입니다. 또 달리는 맛이 여간이 아니랍니다.유식한 말로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는 게 있대요.달리기를 시작해 30∼40분쯤 가슴이 터져버리고 호흡이 딱 멈춰 버릴 것 같은 극한의 고통이 지나간 후에무아지경이 찾아온답니다.누구는 ‘하늘을 나는 느낌’이라 하고 누구는 ‘꽃밭을 걷고 있는 기분’이래요.어찌나 짜릿한지 완전히 중독이 된다는군요. ‘나는 달린다’의 주인공 피셔도 중독자중 한 사람이죠.3년전 거대한 뚱보에다 이혼까지 당한 막다른 처지에서 생존하기 위해 달리기시작한 그는 1년만에 40㎏을빼고 나서도 달리는 게 좋아 오늘도 달린답니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들도 얼마전 달리기가 효과적인 우울증 치료약이라는 연구결과를 내 놓았습니다.운동 중 체내에 ‘베타 엔돌핀’(일종의 마약 성분)이란 물질이 분비돼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데 정확한 메카니즘은 아직 해명되지 않았다는군요. 알코올이나,히로뽕처럼 끊으면 금단 증세가 오긴 하지만 남에게 해가 되지 않고,사는 활력까지 넘치게 하니 ‘좋게 중독된’ 거지요. 마라톤만큼 원시적인 운동이 또 있을까요.첨단문명의 이기들이 쏟아져 나오는 세상에,그저 맨몸과 두 다리로 달리니 말입니다.관절을 보호하기 위해 좀 좋은 전용 운동화를 장만하는 것 빼고는 돈도 안듭니다.하긴 에티오피아의 마라톤 영웅 아베베는 그도 저도 없이 맨발로달렸지만요. 달리는 ‘사연’을 엿보려고 서울마라톤클럽이라는 마라톤동호회의인터넷사이트에 들어갔습니다.100㎏ 넘는 체중을 줄이기 위해 시작해 1년만에 30㎏을 뺐다는 고형식(47·개인사업)씨,지난해 사랑하는 아내가 갓난아이를 두고 뇌출혈로 숨지자 고통을잊기 위해 뛴 구자춘(33·체육교사)씨,마흔살이 되던 생일날 아침 야릇한 기분에 달리기시작해 풀코스를 무려 17번 완주한 오혜영(53·영동세브란스 건강관리센터)씨,그밖에 상상할 수 있는 온갖 사연이 있더군요. 달리기는 어쩌면 ‘우리네 인생의 축소판’ 같습니다.무리지어 뛰는듯하지만 결국은 혼자이고,‘힘든데 이제 그만 달릴까’ 하고 유혹하는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이죠.빨리 간다고 좋은 것도,늦게 간다고 나쁜 것도 아니랍니다.42.195㎞란 긴 여정의 초반에 얼마나 빨리 잘 뛰었냐는 중요하지 않대요.괜히 분수 안지키고 옆사람과 경쟁이 붙어오버페이스하면 중도포기하기 십상입니다. 인생도 그렇잖아요.‘첫끝발이 ×끝발’이고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잖아요.살다보면 견뎌야 할 고비가 어디 한둘인가요.인생이라는 잔은 다 비워야 하듯 42.195㎞는 끝까지 달려야 한다는 얘기죠,뭐. 그래서인지 마라톤은 젊다고 잘 달리란 보장이 없습니다.인생의 여러구비를넘은 중장년층에 매니아가 급증하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요. 피셔는 책의 끝머리쯤에 조심스럽게 고백합니다.“아마도 나는 부처를 만나고 있는지 모른다”라고요. 내속의 ‘나’를 찾기 위해,마음속 부처를 만나기 위해 ‘달리는 참선’.그 소박한 몸놀림에 그런 심오한 뜻이 담겨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습니다. 이제 길거리에서 스쳐지나는 ‘고독한 주자(走者)’들을 보면 마음속으로 따스한 박수라도 쳐주어야 겠어요.하긴 인생은 모를 일이죠.어쩌면 내일 아침 문득,거리로 뛰쳐나가 달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허윤주기자 rara@. *‘나는 달린다’번역 출간 선주성씨. “운동화만 신고 밖으로 나가면 언제 어디서든 뛸수 있으니 요즘처럼 바쁜 세상에 이만한 운동이 어디 있습니까”최근 ‘나는 달린다’는 책을 번역 출간한 선주성씨(35)는 취미로 즐기던 마라톤에 푹 빠져 올초 직장(조선일보 편집부 기자)까지 때려치고 전업한 ‘골수 중독자’. 현재 그는 마라톤기록 자동계측장치 ‘스피드칩’을 개발한 벤처업체의 마케팅본부장으로,또 인터넷 동호회 서울마라톤클럽 홍보이사로동분서주하고 있다. 서울대독문과 85학번인 그는 지난 95년 마라톤대회 풀코스에 출전하면서 달리기의 쾌감을 처음 맛보았다.그 뒤 99년 뉴욕마라톤대회에서 피셔 독일외무장관과 함께 뛰는 등 13차례나 풀코스를 완주했다. 처음엔 무조건 뛰면 되는 줄 알고 아무런 사전지식 없이 시작해 옷에 쓸린 젖꼭지에서 피가 날 정도로 고생도 했다고 웃지못할 실수담도들려줬다.지금은 꼭 반창고를 붙인단다. 헬스클럽에서 지루하게 트레드밀을 밟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그는 “5㎞정도 뛰면 아무 생각도 없어지면서 머리가 맑은 명상상태가되고 일이 안풀릴 때 뛰다보면 아이디어도 많이 떠오른다”고 자랑했다. 따로 종교가 없다는 그에게 혹시 ‘마라톤교도’가 아닌가 물었더니“만나는 사람마다 전도하고 싶은 걸 보니 그런 것도 같다”며 그런데 정작 집사람은 아직도 설득을 못했다고 사람좋게 웃었다. 마라톤을 하며 그동안 살아온 삶이 ‘욕망을 키워온 세월’이었음을깨닫는다는 그는 매주 일요일 아침 7시면 어김없이 클럽회원 100여명과 함께 한강둔치에 모여 ‘비가 오든 눈이 오든’달리기를 멈추지않는다. 허윤주기자
  • DJ 수상이후 노벨상 유력후보/ 경제학상

    지난 69년 노벨경제학상이 제정된 이래 우리나라는 이렇다할 후보한명 배출하지 못했다.한마디로 한국의 경제학 수준은 노벨상과는 아직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한국경제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세원(金世源) 서울대 교수는 “노벨상에 누가 접근해있다고 이름을 거론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미국에서 활동하는 소장학자들에게는 앞으로 기대를 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나 꽤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듯 한국 경제학이 다른 분야에 비해 특히 뒤떨어져 있는 까닭은 “연구수준도 수준이지만 노벨경제학상의 성향 때문”이라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애덤 스미스가 1776년 ‘국부론’을 발표한 이래 세계 경제학은 영·미권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다시 말해 주류경제학의 관점에서 볼때 한국은 ‘변방’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역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46명 가운데 미국과 유럽 출신이아닌 학자는 인도의 후생경제학자 아마르티야 센(98년 수상) 1명뿐이었다.그나마 센 교수 역시 주된 활동의 장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이어서 진정한 비주류로 보기 어렵다.올해 수상자인 제임스 헤크먼 시카고대 교수를 두고 ‘시카고학파 독식론’ 등이 나오고 있는 것은주류경제학자들의 학문적 세력화에 대한 비판이다. 국내 연구여건과 학문적 풍토도 노벨상과의 거리를 멀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서강대 국제대학원 조윤제(趙潤濟)교수는 “순수이론연구에 대한 지원부족,쥐꼬리만한 연구 인센티브,돈벌이 위주의 잦은 공공프로젝트 동원 등 국내 대학여건은 연구에 전념할 수 없게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다보니 ‘저널 오브 폴리티컬 이코노미’(Journal of PoliticalEconomy) 등 세계적 권위의 경제저널에 국내 경제학자의 논문이 실리는 횟수는 1년에 고작 1∼2편에 불과하다.‘토론’과 ‘경쟁’에익숙하지 못한 국내 학계 풍토 또한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중 하나다. 일각에서는 어차피 근본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주류경제학을뒤쫓기보다는 한국적 특성을 살린 경제학분야에 눈돌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세원 교수는 “개발도상국의 발전모형을 주류경제학의 분석틀로체계화시켜낸다면 세계적 주목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윤제 교수도 NICs(신흥산업국)의 발전경제학에 관심을 기울일 만하다고 조언했다.안타깝게 이 영역마저도 구미학자들에게 내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안미현기자 hyun@
  • 이·팔 시큰둥… 美·埃 안간힘

    16일 오후(현지시간)부터 이집트 휴양도시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중동 정상회담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물론 미국·이집트 등협상 중재국은 100여명의 희생자를 낸 유혈사태를 끝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협상이 진행중인 동안에도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는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시위대에 발포,팔레스타인 소년 1명이숨지고 50명 이상이 부상하는 등 유혈 충돌이 계속됐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시작되자 “이번 회담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운명은 물론 향후 평화협정의 미래가 달려있다”면서 유혈충돌의 종식을 거듭 촉구했다.앞서 오전에도 클린턴 대통령은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과의 회담을 시작으로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등과잇따라 만나 어두운 협상 전망을 반전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현지에 가장 먼저 도착한 바라크 총리도 무바라크 대통령,압둘라 2세요르단 국왕,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등과 연쇄 접촉을 갖고 분위기를 띄웠다.■각국 정상들의 노력에도 회담 시작전까지 협상장 주변의 전반적인전망은 어두운 것으로 전해졌다.특히 바라크 총리와 함께 이날 현지에 도착한 나흐만 샤이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바라크 총리가 아라파트에 신물이 났다”고 말해 회담 전망을 더욱 어둡게했다.아므르 무사 이집트 외무장관도 미국과 이집트 관리들이 적극 노력했지만 성공의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난 총장의 한 보좌관은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은 채폭력사태 종식을 위한 수용가능한 방식이 협상 테이블에 올려질 것이라고 말해 한가닥 희망을 갖게 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번 회담의 중요성을 감안한 듯 경우에 따라서는 회담이 이틀까지 연장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가디 발티안스키대변인은 “이런 종류의 회담이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이틀까지 계속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그러나 이번 유혈사태의 진상을파악할 국제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자는 팔레스타인측 요구에 반대 입장은 분명히 했다. ■이번 회담에서 당사자들은 현 유혈사태를 종식하는데는 쉽게 동의할 것이지만 이를 토대로 향후 평화협상까지 진전시킬 가능성은 적은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집트 등 중재자마저도 각론에 대한 이견외에도 회담에 임하는 자세가 다르기 때문.특히 팔레스타인은 오는 21일 예정된 아랍정상회담에서 아랍권의 확실한 지지를 얻어낼 것을기대하고 있다.이는 이번 회담에서 협상 당사자들이 유혈사태 종식에합의하더라도 잠정적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강충식기자 chungsik@
  • [네티즌 이슈] 동성애

    ■ 황색 저널리즘의 좋은 표적. 동성애자는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이 동성인 사람이다.하지만 이 땅에서 성적 소수자-동성애자로 산다는 것은 이성애가 아닌 성적 지향혹은 성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수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진 또 하나의 권력이자 편견과 이유 없는 불안에 근거한 왜곡된 선전으로 동성애자들의 지난한 삶은 계속되고 있다.그러한 무수한 예들 중에 ‘동성애가 AIDS의 원인이며 AIDS확산의 주범은 동성애자이다’라는 것이 있다.AIDS는 감기처럼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되는 것이며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서는 감염되지 않는다.때문에 그가 동성애자인가 이성애자인가 하는것은 AIDS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하지만 여러가지 사회적 편견과 억압의 기재들은 현실에 존재하고그러한 조건 속에서 동성애자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은 쉽지않다.아직까지 대부분의 ‘커밍아웃’은 사적인 신뢰에 기반한 관계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연예인 홍석천씨의 커밍아웃도 마찬가지다.그의 커밍아웃은 친분이있는 기자에게 당장의 공표를 염두에 두지 않고 한 개인적인 커밍아웃이었다.하지만 자극적인 소재만을 노리는 황색 저널리즘의 표적이되어 의도하지 않은 시기에 여론화되었고,사회적으로는 동성애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으며,개인적으로도 불이익을 받게 됐다.연예인이 아니더라도 간혹 주위에서 의도하지 않은 커밍아웃으로 인해 어려움을겪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어려운 커밍아웃은 왜 하는 것인가.‘나를 위하여,당신을 위하여,그리고 우리의 관계를 위하여’ 동성애자들은 커밍아웃을 결심한다.스스로에게 커밍아웃을 하는 것이 가장 큰 의미를 갖는다.자신을 긍정적으로 이해하는 첫 단계이며,자기정체성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또 주변사람들에게도 자신을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주는 것이며, 그에게 다양하고 열린 사고를제공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나아가서는 동성애자와 이성애자가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적 관계의 다양한 확장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강지호 한국남성동성애자 친구사이 기획부장. ■ 다른형태의 라이프 스타일. 탤런트 홍석천씨가 동성애자라고 방송에서 출연정지를 당하여 동성애에 대한 토론이 뜨겁다.나는 의사로서 정신의학에선 동성애를 어떻게 보는가를 ‘최신 정신의학 책’ 내용을 인용하여 소개하고, 내가미국에서 만나보았던 동성애자에 대한 얘기를 한 후 이번 사건처럼서로 다른 패러다임이 충돌할 때 어떻게 갈등을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말하려고 한다. 1973년 미국의 정신의학에서는 다수의 동성애자들이 사회적으로 문제 없이 활동하고 있어 동성애를 병으로 보지 않게 되고 1980년대에정신의학적 진단분류,즉 DSM에서 이를 삭제하였다.즉 이를 병적이라고 보기보다 성적 지남(sexual orientation)의 문제 내지 하나의 다른 형태의 라이프 스타일로 보는 것이다. 단지 초자아와 동성애적 욕구 사이에 갈등이 있을 때, 또는 자신의동성애 경향에 대하여 불안,우울,죄의식,자기증오,수치,기타 적응문제가 있을 때 이를 한때 자아이질성 동성애(ego-dystonic homosexuality)라 하고 비로소 하나의 정신질환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었으나,현재는 이마저도 적응장애나 우울증으로 고려하고 있다. 15년 전 미국에 있을 때였다.소아과 여자의사를 만났는데 그 여성은 딸아이를 혼자서 키운다고 했다.결혼을 하지 않고 남자와의 관계도 없이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공여받아 아이를 임신했다며 무척 자랑스럽게 얘기했다.그 여성은 소아과전문의 자격증을 딴 후 주립대학연구실에서 잠시 연구하고 있었는데,연구원들이 가족과 함께 모여 야구놀이 등을 하며 놀 때 딸아이를 데리고 왔다.3∼4세 정도 된 예쁜아이였다. 사회적 편견으로 생긴 가치관 갈등의 해결책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공통분모를 찾는 것이다’라고 ‘갈등분쟁해결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제시하고 있다.동성애자와 이성애자에서 성에 대한 지남의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 소중하게 여기는 공통분모,사랑과 생명을찾으면 되겠다.즉,누군가가 동성애자라 해도 폭력으로 누군가를 괴롭힌 것이 아니고 위에 말한 동성애자 소아과 의사처럼 아이들에게 유익한 사람이라면 자신이 하던 일을 계속 할 수 있게끔 우리사회가 열리기를 나는 바란다. 안병선 양천구보건소 의사.
  • [문화도시 문화거리](12)’가고파’’고향의 봄’낳은 馬山

    마산은 국민적인 애창 가곡과 동요의 노랫말로 기억되는 도시다.‘내고향 남쪽바다…’로 시작하는 이은상의 ‘가고파’나 삼척동자도 다아는 이원수의 ‘고향의 봄’이 탄생한 고장이 바로 이곳이다. 국민적 시정(詩情)을 대변하는 이 노랫말들의 요람에 살고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산시민의 자긍심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그런 탓인지 이 고장 사람들의 열에 아홉은 산호공원 산책로에 조성된 시(詩)의 거리를제일의 문화명소로 외지인들에게 소개한다. 실제로 문화도시로서 마산의 위상은,유난히 걸출한 시인을 많이 배출한 면모부터 짚지않고는 설명이 불가능하다.천상병 시인의 고향이기도 한 이곳에서는 ‘오월이 오면’의 김용호를 비롯해 정진업,박재호,김태홍,이일래 등이 왕성한 시작(詩作)활동을 폈다. 문화원이 주축이된 ‘시의 거리 추진위원회’가 산호공원안에 시비를세워 도심의 이색 문화공간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1990년부터다. 그렇게 조성된 시의 거리는 이제 지역민들의 문화창작 욕구를 해소해주는 창구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해마다 10월이면 문화원 주최로일반시민의 우수창작 시들을 발표하는 축제가 열리는 장소도 이곳.“올해로 4회째를 맞는 행사에는 해를 거듭할수록 시민들의 참여열기가높아가고 있다”고 행사를 주최하는 문화원의 한 관계자는 말한다. 도심의 문화휴식처로 기능하는 곳으로는 6년전 문을 연 문신미술관(관장 최성숙)을 빼놓을 수 없다.미술관이 자리잡은 합포구 추산동 언덕배기는 마산 앞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명당이다.이 고장 출신조각가 문신이 14년이나 공을 쏟아 만든 미술관은 2,500여평 규모. 2곳으로 나누어진 전시장에는 문신의 조각 105점을 비롯하여 모두 290여점의 미술품이 관람객을 맞는다. 문신미술관은 그러나 그 ‘예술적 역할’에 머무르지 않는다.주변풍치도 소담스러워 시민들의 나들이터로 애용되는 건 기본.평일에는 이웃 초·중등학생들의 교양학습장으로,주말에는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그만이다. 지난날의 문화적 영광을 고스란히 물려받는다는 것은 지방화 시대에도시의 이미지를 높이는데 커다란 프리미엄이 된다.그러나 아쉽게도,문화도시로 성장할 남다른 조건이 뒷받침돼 있었음에도 문화적 위상을 다지는데 마산은 한동안 주춤했던 게 사실이다.이를 깨달은 시민들이 과거의 영화에 머무르지 않는 문화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펼치는노력은 최근 곳곳에서 성과를 맺고 있다. 지난해 7월에 착공해 내년 2월이면 개관하는 시립박물관은 그 좋은예다.41억원이 투입된 박물관 자리는 문신미술관 바로 아래편.박물관이 문을 열면 3·15의거탑과 몽고정,추산공원,문신미술관 등이 자연스럽게 문화관광벨트로 엮어지게 된다. 문화도시의 겉모습이 될 ‘하드웨어’가 속속 제모양새를 갖춰가는한켠에는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소프트웨어’ 개발 열기도 뜨겁다. 올해로 12회를 맞은 마산국제연극제는 마산문화의 내실을 다지는 대표적인 행사.마산연극협회가 주도하여 해마다 5월에 열리는 이 연극축제에는 올해 러시아 일본 몽골 등 해외 5개 극단이 참가하여 국제적 문화예술축제로 분위기를 바꾸어가고 있다. 향토예술인들의 문화도시 가꾸기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바닷가의 문닫은 시골학교가 어엿한예술촌으로 탈바꿈한 합포구 구산면의 구복예술촌이 대표적이다.서예가 윤환수씨(51·한국서각협회 고문)가 1997년 주도한 이 예술촌은 마산사람들이 ‘콰이강의 다리’라고부르는 저도 연륙교에 가깝다. 풍광이 빼어나 일년내내 지역화가들의전시와 음악공연이 끊이질 않는다. 해마다 가을의 문턱이면 시민들을 한데 엮어주는 축제 ‘만날제’가열리는 곳,영양이 높아 ‘깨가 서말’이라는 전어가 요즘 한창 제철을 맞아 잔치를 벌이는 도시 마산.숙원사업이던 문화회관은 2002년이면 완공된다.1,000석의 대공연장과 400석의 소공연장이 갖추어지면‘문화향유 체감지수’가 크게 높아질 거란 기대에 43만 시민들은 잔뜩 가슴부풀어있다. 마산 황수정기자 sjh@. [이렇게 가꿉시다] '젊음의 거리' 조성 활기를. 마산은 특유의 넓고 끝없는 해안이 문화예술인의 서정을 황홀하게 하는가 하면 무학산의 풍경은 예술인의 구미를 돋운다.그속에서 자긍심을 길러온 마산은 훌륭한 문학가,시인,음악인,미술인을 다수 배출했다.이렇듯 풍요한 문화예술은 곧 시민들의 자존심이요 자랑이 되기에충분하다. 그러나 시민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은 어느 고장 보다 높은 반면문화욕구를 충족시켜줄 문화공간은 크게 부족하다.삶의 질을 높이는데 필수적이자,문화도시로 가는 지름길인 다양한 문화공간의 건립은현재 가장 절실한 소망이다. 그런 점에서 시가 추산공원 일대를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문화관광벨트 작업은 반가운 일이다.추산동 시립박물관에서 문신미술관,성덕암,3.15의거탑,몽고정,추산공원으로 이어지는 반경 1㎞구간을 잇는작업이다.전체 4만 5,000여평 가운데 1만 5,000여평에 조각공원과 산책로 등을 만들면,시민들이 여유를 즐기는 문화공간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한때 인구 50만명을 구가했던 마산시의 인구는 현재 43만명 남짓.이웃한 신생도시들에 밀려 도시발전이 주춤했던 결과다.따라서 젊은이들의 문화공간을 생기있게 바꿔가는 것도 활기찬 시를 일구어가기 위한 좋은 방법이다.시내 창동과 오동동 일대를 젊음의 거리로 다듬는작업에 지역문화인들이 주목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먹거리 공간에밀려 사라졌던 서점이나 화랑들을 복원하는 데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어느때보다 뜨겁다. ◆ 허종성 마산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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